[노 前대통령 30일 소환] 檢 “정상문 횡령 보고 받았나” 盧 “일일이 챙기지 않았다”
‘검(檢)·노() 대결’로 불리는 검찰과 노무현 전 대통령간의 대결이 시작됐다. 양측은 30일 검찰 출석시간을 놓고 이미 신경전을 벌였다. 오전 10시를 요구한 검찰에 노 전 대통령측은 오후 1시30분을 고집, 이를 관철시켰다. 그러자 검찰은 하루만에 조사를 끝내기 힘들 것이라는 속마음을 내비쳤다. 그 이유도 노 전 대통령이 사흘간 직접 작성해 보낸 A4 16장 분량의 답변서가 “구체적이지 않고 포괄적이라서”라고 했다. 검찰은 조사 시간을 단축할 목적이라며 질문 20여개가 담긴 A4용지 7장 분량의 서면질의서를 노 전 대통령에게 보냈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이 피의자 권리를 요구하며 방어적으로 답변했다.”면서 “조사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검·노 대결의 핵심 쟁점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측에 전달한 100만달러와 500만달러,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횡령한 12억 5000만원에 관한 것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 간의 소통 업무를 담당한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의 이권사업을 일일이 보고했고, 600만달러는 그 대가로 준 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은 600만달러를 받았지만, 대통령 직무와 관련이 없어 도덕적인 비난을 받을 수 있겠지만, 범죄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면질의서에 이어 소환·조사 때 재현될 검찰과 노 전 대통령의 법리 논쟁을 재구성한다.
→검찰 박 회장에게 100만달러를 빌려 달라고 요청했나.
-노무현 2007년 6월 아내 권양숙이 부탁해 그 돈을 받아서 사용했다. 부끄럽고 구차하지만, ‘아내가 한 일이고, 나는 몰랐다.’는 게 사실이다. 최근에야 100만달러의 존재를 알았다.
→검 100만달러의 구체적인 사용처가 어디인가.
-노 정치를 오래 했고 원외 생활도 했기 때문에 여기저기 신세를 지다 보니 남은 빚이 있었다. 빌려준 사람들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등 피해를 입을 수 있어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
→검 박 회장이 지난해 2월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500만달러를 송금한 사실을 언제 알았나.
-노 퇴임 후 알았다. 그러나 특별한 조치를 하지는 않았다. 호의적인 동기가 개입한 것으로 보였지만, 성격상 투자이고, 내 직무가 끝난 후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검 정 전 비서관의 대통령 특수활동비 횡령을 보고 받았나.
-노 오랜 친구가 나를 위해 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재임 때나 퇴임 후에도 횡령 사실을 들은 바 없다. 특수활동비 사용내역도 정 전 비서관의 능력과 자세를 믿고 맡겼기에 일일이 챙기지 않았다.
→검 박 회장의 이권에 청와대가 폭넓게 지원했는데.
-노 박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의 인사와 경남은행 인수, 베트남 화력발전 사업을 도왔다는 혐의로 검찰이 정 전 비서관에게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청와대나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재임 때 직·간접적으로 인지한 바 없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