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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현지 경찰 출신 가드까지…김성태 도운 태국 한인회장도 수사선상

    [단독]현지 경찰 출신 가드까지…김성태 도운 태국 한인회장도 수사선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연루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태국 현지에서 검거된 가운데 검찰이 그의 도피 생활을 도운 전 태국 한인회장 A씨를 수사선상에 올린 것으로 11일 파악됐다. 김 전 회장은 현지에서 기관총으로 무장한 가드까지 고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 취재 결과 검찰은 A씨가 태국말을 하지 못하는 김 전 회장을 대신해 통역과 은신처 마련, 골프장 예약 등 현지 사정 전반을 두루 살펴 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A씨가 국내에 입국하는 대로 범인도피 혐의로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A씨는 김 전 회장이 돈이 많다 보니 사업 투자자 확보 차원에서 도피 생활을 도운 것으로 보인다”면서 “귀국하는 대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한국에서 주로 생활하며 태국에는 연 10회 정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몇 달간 태국에 머물렀다고 한다. 검찰은 이것이 김 전 회장 도피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김 전 회장의 도피 생활을 도운 쌍방울그룹 임직원 6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김 전 회장이 태국에서 머무는 동안 쌍방울 임직원 등을 통해 김치와 횟감 등 한국 음식을 조달하고, 김 전 회장의 생일파티를 위해 유명 연예인을 초대하는 등 범인도피와 증거인멸을 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회장은 “태국에서 절대 잡힐 일 없다”고 자신하며 매주 2~3차례 골프를 치고 유흥을 즐기며 ‘호화 도피 생활’을 이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현지에서 태국 경찰 출신들을 경호원으로 고용했다고도 한다. 특히 김 전 회장은 이들을 기관총으로 중무장시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당국은 불법 체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의 위치를 추적해 골프장에 있는 김 전 회장을 체포한 것으로 파악됐다. 체포 당시엔 경호원들이 빠져 있어서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을 체포한 데는 대검찰청 등의 노력이 빛을 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달 21일 주한 태국 대사를 접견하며 국외 도피 사범 송환과 범죄수익 환수 등에서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한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와 법무부 국제형사과(과장 이지형)는 김 전 회장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서를 작성하는 등 국내 송환 준비에 들어갔다.
  • [단독]檢 김성태 도피 도운 前한인회장도 수사대상…현지선 ‘기관총’ 든 무장 가드도

    [단독]檢 김성태 도피 도운 前한인회장도 수사대상…현지선 ‘기관총’ 든 무장 가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연루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태국 현지에서 검거된 가운데 검찰이 그의 도피 생활을 도운 전 태국 한인회장 A씨를 수사선상에 올린 것으로 11일 파악됐다. 김 전 회장은 현지에서 기관총으로 무장한 가드까지 고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서울신문 취재결과 검찰은 A씨가 태국말을 하지 못하는 김 전 회장을 대신해 통역과 은신처 마련, 골프장 예약 등 현지 사정 전반을 두루 살펴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A씨가 국내에 입국하는대로 범인도피 혐의로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A씨는 김 전 회장이 자금이 많다보니 사업 투자자 확보 차원에서 도피생활을 도운 것으로 보인다”면서 “귀국하는대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한국에서 주로 생활하며 태국에는 연 10회 정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몇 달 간 태국에 머물렀다고 한다. 검찰은 이것이 김 전 회장 도피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김 전 회장의 도피 생활을 도운 쌍방울그룹 임직원 6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김 전 회장이 태국에서 머무는 동안 쌍방울 임직원 등을 통해 김치와 횟감 등 한국 음식을 조달하고 김 전 회장의 생일파티를 위해 유명 연예인을 초대하는 등 범인도피, 증거인멸을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는 오는 12일 수원지법에서 진행된다. 검찰이 의혹의 핵심인 김 전 회장을 체포한 데 이어 최측근 그룹에 대한 신병까지 확보할 경우 쌍방울 그룹 수사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잡힐 일 없다 자신하며 주 2~3회 골프” 김 전 회장은 “태국에서 절대 잡힐 일 없다”고 자신하며 매주 2~3차례 골프를 치고 유흥을 즐기며 ‘호화 도피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현지에서 태국 경찰 출신들을 경호원으로 고용했다고도 한다. 김 전 회장은 이들을 기관총으로 중무장시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당국은 불법 체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의 위치를 추적해 골프장에 있는 김 전 회장을 체포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회장은 체포 당시에는 경호원들을 대동하지 않아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을 체포한 데는 대검찰청과 법무부의 노력이 빛을 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달 21일 주한 태국 대사를 접견하는 등 형사사법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방안을 꾸준히 논의해왔다. 당시 이 총장은 국외 도피 사범 송환과 범죄수익환수 등 분야에서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이노공 법무부 차관은 지난해 8월 태국 검찰총장을 만나 김 전 회장에 대한 범죄인 인도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 日점쟁이 문어, 횟감 됐다…‘점쟁이 낙타’도 등장

    日점쟁이 문어, 횟감 됐다…‘점쟁이 낙타’도 등장

    점쟁이 낙타 “잉글랜드가 이란 꺾는다”개막전 카타르 패배 맞혀 2022 카타르 월드컵에는 사상 첫 ‘중동 월드컵’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신묘한 낙타가 등장해 경기 결과를 예언해 눈길을 끌었다. 영국 일간지 더선은 20일(현지시간) 예언으로 유명하다는 낙타 ‘커밀라’가 한국시간으로 21일 오후 10시에 펼쳐지는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잉글랜드가 이란을 꺾는다고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더선은 잉글랜드와 이란의 깃발을 꽂아 둔 채 커밀라의 선택을 기다렸다. 그러자 커밀라는 망설임 없이 잉글랜드 쪽으로 걸어갔다. 더선이 커밀라를 찾아간 당시는 에콰도르와 카타르 간 개막전이 펼쳐지기 전이었고, 커밀라는 에콰도르의 승리도 예언했다고 한다. 실제로 에콰도르는 ‘개최국 무패’ 전통을 깨고 카타르를 2-0으로 격파했다.점쟁이 문어 ‘라비오’는 어시장에 팔려가… 앞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일본의 조별리그 전적을 모두 맞혀 화제에 오른 점쟁이 문어 ‘라비오’는 어시장에 팔려 횟감으로 전락했다. 당시 16강에서 벨기에의 막판 쐐기골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일본에서는 “점쟁이 문어가 저주를 내렸다”는 설까지 제기된 바 있다. 라비오는 일본의 조별리그 전적 1승 1무 1패를 정확히 맞혀 화제에 올랐지만, 16강전 예측을 해보기도 전에 어시장에 식자재로 내걸린 것이다. 라비오의 주인은 생계를 위해 라비오를 팔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로 다른 문어에게 러시아 월드컵 승패 예측을 맡길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원조 점쟁이 문어 파울은 2010 월드컵이 끝난 후 그해 10월 독일 오버하우젠 해양생물관에서 자연사했다.
  • 셰프 손길서 ‘오감의 대장정’을 맛보다[김새봄의 잇(eat) 템]

    셰프 손길서 ‘오감의 대장정’을 맛보다[김새봄의 잇(eat) 템]

    장바구니 물가가 나날이 치솟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신의 이점을 뚜렷이 내세우며 가성비를 내건 식당은 당연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갓성비’라 불리는 식당들은 탄생과 동시에 인기가 마를 새가 없다. 특히 고가 외식의 영역으로 알려진 ‘일식 오마카세(맡김차림)’ 영역에서도 등장해 세간의 이목이 쏠린다.가격 대비 높은 퀄리티에 환호 ●스시 오마카세-여의도 아루히 오랜 기간 서울 지하철 여의도역 5번 출구를 지킨 여의도 종합상가 2층에 깔끔한 공간이 눈에 띈다. ‘여의도의 축복’, ‘스강신청’(스시 수강신청)이라는 별명을 가진 ‘스시 아루히’는 저녁 기준 1인 3만 5000원이라는 혁신적인 가격으로 매월 예약이 풀리는 날마다 예약 창이 순식간에 마감되는 전설적인 곳이다. 스시야(초밥전문점)의 가격은 재료에 따라 다른데, 특히 참치 포함 여부가 영향을 많이 미친다. 아루히 코스는 참치를 비롯한 갖가지 재료로 꽉 채웠는데도 믿기지 않는 가격과 높은 퀄리티를 유지해 누구나 기꺼이 예약 전쟁을 치르려 한다. 실크 같은 자완무시(달걀찜), 감칠맛이 훌륭한 청어 이소베마키(해산물 김말이), 보드라운 전복술찜 등 허투루 내는 건 하나도 없다.아루히의 하이라이트는 ‘우니마키(김에 감싼 성게소 스시) 비행기’다. 셰프가 동요 ‘비행기’에 맞춰 카운터석 끝에서부터 공간을 가르며 우니마키를 태우고 다가와 손님 손가락에 올린다. 주먹보다 큰 대왕 후토마키와 훌륭하게 플레이팅한 참치를 사진에 잘 담을 수 있도록 셰프가 손님에게 다가가 포즈도 취해 준다. 승진하거나 생일을 맞은 사람이 있으면 촛불과 축하 노래를 마련해 준다. 모두가 축하하고 기뻐하는 분위기는 매진 행렬을 이어 나가는 뮤지컬 한 편을 보는 느낌이다. 참석이 파티가 되는 스시야다. 제철 재료와 숯불의 완벽한 조화 ●숯불 요리 오마카세-청담 요조라 도산공원이라는 장소가 무색한 5만 5000원이라는 가격의 숯불 요리 오마카세 전문점. 요조라는 ‘밤하늘’이라는 의미의 일본어다. 어두운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레 내디뎌 지하로 들어가면 이름에 걸맞게 밤하늘 한가운데 떠 있는 듯 어둑하고 아늑한 공간이 펼쳐진다.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ㄴ’자 긴 바형 테이블 그릴 밑에는 검은 숯들이 반짝이고 있다. 분위기 있는 실내에는 커플 방문객이 월등히 많다. 요조라의 메뉴는 그때그때 다르다. 제철 재료에 ‘숯불’이라는 통일성을 불어넣어 완성한다. 적된장과 유정란을 함께 버무려 풍미가 짭짤하고 풍부한 한우 우둔살 ①육회. 숯불이 대체 어디 있는고 하니 숯오일로 향을 입힌 것이었다. ②감바스 역시 자세히 살펴보면 숯불에 구운 옥수수, 가지 등의 재료에 불향을 입혀 놨다. 숯으로 불향을 입힌 고등어 봉초밥, ③바싹 튀긴 뒤 구운 쪽파를 올린 치킨, 정성스레 숯불에 구운 장어를 켜켜이 올려 만든 솥밥 등 계절에 따라 메뉴가 달라지지만 숯불로 향미를 살려 내는 요조라의 똑똑한 콘셉트는 고개를 끄덕이기에 충분하다. 알록달록하고 고급스러운 향연 ●덴푸라 오마카세-신사 키이로 강남 신사동 어느 골목, 한글이 없는 나긋한 일어 간판에 그대로 지나칠 뻔했다. 공간은 작지만 이미 다녀간 사람들도 많고, 최소 6개월치 예약이 늘 꽉 차 있는 키이로는 그야말로 가격 파괴, 4만원 ‘덴푸라 오마카세’로 혜성같이 등장했다. 셰프는 먼저 ④네타박스(횟감 보관 상자) 한가득 빼곡히 담긴 재료들을 보여 준다. 가로세로 칼각을 맞추고 알록달록하니 색감 배열에도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직접 만든 덴쓰유(튀김용 간장소스)는 차갑지 않다. 튀김이 차가운 온도에 굳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소스 자체로 하늘하늘하고,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다. 재료마다 튀김 반죽의 배합을 다르게 한 덕에 바삭함은 물론 재료 본연의 맛과 식감, 향이 살아 있다. 중간중간 느끼함을 잡아 주는 토마토, 국물 요리도 적절히 배합돼 있는 코스의 기승전결은 담백함을 좋아하는 입맛에도 잘 맞는다. 이곳의 시그니처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아나고(붕장어) 덴푸라. 덴푸라 한가운데를 젓가락으로 덜컥 두 동강 내면 튀김 안에 갇혀 있던 뜨거운 김이 올라온다. 느끼함을 잡아 주는 와사비도 크게 올려 호방함이 돋보인다. 마무리로 장어 튀김을 올린 오차즈케, 팥 튀김을 얹은 녹차아이스크림으로 덴푸라 오마카세의 대장정을 끝낸다. 푸드칼럼니스트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시칠리아의 참치잡이 마을, 마르차메미/셰프 겸 칼럼니스트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시칠리아의 참치잡이 마을, 마르차메미/셰프 겸 칼럼니스트

    올해도 집 한편에 쌓인 명절 선물 세트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캔 참치는 대체 언제까지 명절 선물의 대명사로 남을까. 캔 참치에 대해 특별한 원한은 없지만 고민은 늘 쓸모에 대한 걱정이다. 의외로 집에서 캔 참치를 활용해 해 먹을 만한 음식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 상상력의 빈곤 탓이다. 늘 선반 한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 캔 참치를 보면 안쓰럽지만 막상 필요할 땐 요긴하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은 고향 친구 느낌이랄까.캔 참치를 먹든 횟감으로 올라온 선홍빛 참치살을 보든 참치 하면 시칠리아 남동쪽 끝에 위치한 ‘마르차메미’란 도시가 늘 연상된다. 참치의 마을이라 할 수 있는 이곳은 묘한 이름만큼 묘한 분위기를 가진 곳이다. 마르차메미는 10세기경 아랍인이 만든 지도에 등장할 만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시칠리아는 당시 아랍의 지배를 받던 곳이었다. 해변의 모양새가 마치 멧비둘기를 닮았다고 해서 아랍인들은 과거 이곳을 멧비둘기 항구라는 뜻으로 ‘마르사 알 하맘’이라고 불렀다. 시칠리아 서쪽 끝에 위치한 항구도시 ‘마르살라’가 아랍어 ‘마르사 알라’(신의 항구)에서 유래된 것처럼 아랍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이름이다.마르차메미는 걸어서 30분 정도면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마을이지만 한때 시칠리아 참치잡이의 중심지였다. 우리가 울릉도 하면 반사적으로 오징어잡이를 떠올리듯 이탈리아인들에게 시칠리아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 중 하나가 바로 ‘마탄차’라 불리는 참치잡이 장면이다. 아랍인들에 의해 고안된 마탄차는 시칠리아와 스페인 남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오래된 참치잡이 방식이다. 마탄차는 매년 6월 지중해를 지나는 참치를 그물에 가두고 대량으로 잡는 조업 방식을 뜻한다. 우리나라 통영, 남해에서 죽방을 이용해 멸치를 잡듯 이 지역에선 오랫동안 마탄차로 참치를 잡아 왔다.방법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참치들이 지나는 길목에 큰 그물 미로를 만들어 참치 떼를 한곳에 끌어들인다. 그다음 그물을 서서히 들어 올리면 참치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데 이때 참치를 갈고리로 하나하나 찍어 올린다. 설명은 간단하지만 말이 쉽지 최대 600㎏이 넘는 참치를 갈고리만을 이용해 끌어올린다고 상상해 보자. 한 번에 수백 마리씩 잡았다고 하니 마탄차가 있는 날이면 마르차메미 앞바다가 참치들의 피로 붉게 물들었을 것이다. 붉은 바다와 산더미 같은 참치가 만으로 실려 오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피로 물든 바다와 생을 다한 참치들 그리고 그 앞에 서서 만선의 기쁨에 겨워 흐뭇한 표정으로 담배를 문 이탈리아 어부들의 모습. 생과 사, 생업의 고단함과 잔혹함 사이…, 실로 살벌하면서도 짠한 풍경이었을 것이다. 크고 거대한 참치는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훌륭한 미식 재료였다. 그중에서도 지방이 많은 복부와 목 부위를 최고로 쳤다. 많은 시칠리아 레스토랑에서는 메인 생선요리로 벤트레스카 즉, 참치 뱃살을 그릴에 구운 스테이크를 선보인다. 한입 베어 물면 진하고 고소한 참치의 지방 맛이 일품이다. 살코기도 다른 생선에 비해 많이 나왔고, 지금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지만 참치 눈알과 심장, 생식기 등 부산물도 진귀한 식재료로 여겼다. 오죽하면 버릴 게 하나도 없는 ‘바다의 돼지’라고도 불릴 정도였다.마르차메미 근해에서 잡힌 참치는 생물로 유통할 분량을 제하고 즉시 가공공장으로 향했다. 대부분 쪄서 익힌 후 통조림으로 만들어졌다. 아니 그 맛있는 참치를 잡아 기껏 한다는 게 통조림이라니. 참치에겐 미안하지만 퍽퍽한 살코기로 만들어지는 통조림 참치는 산업화와 맞물려 요긴한 식품이었다. 과거 냉동시설이 없던 시절에도 해풍에 말리거나 소금에 절이는 방법은 지방기가 많은 참치의 저장법으로 적절하지 않았다. 익힌 후 오일에 담그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통조림은 음식물의 보존성을 극대로 높인 위대한 발명품이지만 사실 전통적인 음식 보존 방식의 연장선에 있는 셈이다. 마르차메미에서는 참치 통조림뿐 아니라 참치알을 염장해 만든 보타르가나 고등어, 멸치, 정어리, 문어 등을 가공한 제품들이 주로 생산됐다. 이들은 철도와 차량, 배에 실려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 판매됐으며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영광스러운 나날도 잠시, 1960년대를 기점으로 참치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나빠졌다. 무자비한 남획이 원인이었다. 잡히는 참치가 줄어든 만큼 이곳의 경제도 빠르게 무너졌다. 많은 참치가공 공장들이 문을 닫았고 그와 함께 사람들도 일자리를 찾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마르차메미를 다녀온 뒤 시간이 꽤 흘렀지만 캔 참치를 볼 때마다 마르차메미 앞바다의 참치를 떠올린다. 참치 떼가 돌아오면 고향을 떠난 사람들도 다시 돌아올까.
  • [씨줄날줄] 참치의 눈물/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참치의 눈물/박록삼 논설위원

    참치는 달걀과 더불어 밥상 위 출몰 빈도가 높은 ‘국민 반찬’이다. 참치라면, 참치찌개, 참치주먹밥, 참치김밥 등등. 그만큼이나 추석 등 명절 대목에 참치 선물세트를 들고 바쁜 걸음을 종종거리는 이들을 보는 게 어렵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고급 횟감으로서 참치의 매력이야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명절 뒤끝이면 당근마켓 같은 중고거래 앱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품목 또한 참치다. 어디에 살건 동네 근처에서만 수십 건의 매물이 올라와 있고, 인터넷 최저가 3만 3000원짜리 참치캔 선물세트가 2만 2000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일시적이겠지만 참치가 천덕꾸러기가 된 듯도 하다. 원양어선 어획물의 상징과도 같던 난류성 어종 참치는 최근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온 상승과 해류 변화 등이 이유다. 경남, 경북에서 조금씩 잡히더니 이제 강원도에서도 대량으로 잡힌다. 덕분에 국내에서도 운이 좋은 사람들에게는 냉동참치가 아닌 생참치를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문제는 국제기구 합의에 따라 국가별ㆍ지역별 어획량 할당(쿼터)이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에서 잡을 수 있는 참치량은 870톤이다. 부산 713톤, 경북 74.4톤, 강원 61톤이다. 참치는 정치망 그물에 잡히고 나면 금세 죽는 습성이 있다. 이 탓에 쿼터량을 채우고 나면 참치 사체를 내다버리는 게 어민들의 또 다른 일이 됐다. 가까운 곳에서 이를 버렸다가는 다시 해안으로 밀려와 부패하기 때문에 일부러 10㎞ 밖 멀리까지 나가서 버리고 와야 한다. 뭍으로부터 3㎞ 떨어진 바다에서 기껏 잡은 참치를 비싼 기름, 시간, 인력 써 가며 내다버려야 하는 어민들의 심정이 오죽하겠나. 어족 자원 보호의 취지와도 전혀 맞지 않는다. 캔에 담기건, 횟감이 되건 귀한 참치가 애물단지 취급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파도와 맞서며 참치를 잡는 어민들의 수고로움이 보람차게 하기 위해서도, 또 드넓은 바다를 헤엄치다 동해 앞바다까지 온 뒤 영문 모른 채 잡힌 참치를 귀하게 여기기 위해서도 어획량 쿼터를 확대할 수 있는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절실하다. 참치의 눈물이 곧 어민들의 눈물이다.
  • 그 섬들의 위로… 가만있어도 마음 편안해진다 [이우석의 미시여행]

    그 섬들의 위로… 가만있어도 마음 편안해진다 [이우석의 미시여행]

    ‘한산: 관광객의 출현’ 경남 통영세간에 회자되는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을 봤더니만 문득 그 바다에 가고 싶어졌다. 결국 ‘토영’에 갔다. 토영은 경남 통영 사람들이 자신의 고장을 부르는 말이다. 통영은 통제영의 위엄과 거창함을 강요하는 느낌이지만 토영이라 말하면 뭔가 살갑다. 뒤 억양을 올리는 지역 사투리로 토영을 발음하면 빠닥빠닥 석쇠 위에 볼락 굽는 연기도 배어들고 풋풋한 멍게의 바닷내도 섞이는 것만 같다. 통영은 조선의 해군 본부 격인 삼도수군통제영을 줄인 말로 1604년 이곳 두룡포에 설치됐다. 신식 군대가 생기기 전까지 약 300년간 삼도(전라·충청·경상)의 수군을 지휘하던 본부였으니 그 규모는 실로 장대했다. 남해의 자그마한 어촌이 조선 최대 규모의 군사도시가 됐고, 이후 ‘군사’를 떼어 낸 도시는 수산업과 문화예술, 관광 산업으로 지금껏 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고성반도와 이어져 내려와 150여개의 유무인도를 거느린 통영의 지형이 서쪽에 있는 전남 여수와 닮았다 했는데 알고 보니 홍콩반도를 더 빼닮았다. 어디서 홍콩과 통영이 닮았다는 글을 읽고 지도를 찾아보니 과연 그렇다. 고성반도(주룽반도)를 통해 내려오면 홍콩섬과 같은 미륵도가 다리와 해저터널로 이어지며 침사추이 격인 강구안, 항남동 등 통영 시가지 가운데 위치했다. 북쪽에는 고성읍(선전)과 창원(광저우)이 비슷한 위상으로 포진해 있다. 다만 홍콩의 경우 트램(통영에선 케이블카)을 타고 가야 하는, 전망대 구실을 하는 빅토리아 피크(미륵산)가 주룽이 아닌 홍콩섬(미륵도)에 있다는 것이 조금 다르다. 남쪽 녹빛 바다엔 크고 작은 섬들이 쫙 깔렸다. 그 이름도 유명한 한려해상국립공원이다. ‘근대의 지드래곤’ 정지용 시인이 통영 앞바다를 보고 이른 말이 있다. “만중운산 속의 천고절미한 호수”라고. 이은상 시인 역시 “결결이 일어나는 파도, 파도 소리만 들리는 여기. 귀로 듣다 못해 앞가슴 열어젖히고 부딪혀 보는 바다”라고 통영을 칭송했다. 그 말이 딱이다. 바다는 바다인데 호수의 생김 같다. 통영 바다에는 차가운 직선 수평선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샐 틈 없이 둥글둥글한 섬들로 막혔다. 동그란 섬들이 둥둥 떠 있는 형국이다. 아티스틱 스위밍 팀이 일제히 자맥질을 하면 물 위에는 궁둥이만 남는데, 통영 바다가 꼭 그 짝이다. 여기다 통영 땅을 누비는 길 역시 기막힌 곡선이다. 가로와 세로, 그리고 수직으로 뻗은 직선 도시에 지쳐 버린 이들이 숨어들기 딱 좋다. 여기선 가만있어도 마음이 평평해진다. 아름다운 통영의 지리를 잘 살펴보려면 미륵도 미륵산을 오르는 게 먼저다. 고도는 그리 높지 않다. 462m. 대신 바다에서 바로 솟아나 그 위세만큼은 몹시 당당하다.전국 지자체에 ‘케이블카 신드롬’을 몰고 온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에 오른다. 주렁주렁 매달려 바다와 산을 잇는 철삭(鐵索)의 길. 비록 차가운 쇠줄에 불과하지만 이 줄을 타고 오르는 이들의 마음은 뜨거워진다. 전망대에 오르면 누구나 쉽사리 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굽이치는 산책로를 따라 이곳저곳을 모두 둘러보며 정상에 오른다. 미륵산 위에 올라서면 통영의 땅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날이 좋으면 어스름하게 일본 쓰시마섬도 볼 수 있다. 한국의 할롱베이니 만중운산의 호수니 하는 말은 모두 이 풍경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의 풍경은 국립공원 100경 중 으뜸으로 꼽힌다. 통영은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리던 미항(美港)이다. 관광 마케팅을 하려고 요즘 지어낸 말이 아니다. 무려 60년 전인 1962년 박경리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 첫 장에 똑똑히 적혀 있다. 일찌감치 일본인들이 통영을 두고 그리 불렀다.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가 보지도 못한 세계 3대 미항의 이름을 가져다 붙여 놨을 정도니 말이다.비취색 바다를 앞두고 움푹 들어간 항구와 그 뒤를 버티고 선 든든한 언덕. 요즘은 ‘범죄도시’에 가까운 이탈리아 나폴리보다 아름다운 항도가 통영이 아닐까. 게다가 예향(藝鄕)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이 낳은 위대한 작곡가 윤이상과 청마 유치환, 박경리 등 문화예술인 여럿이 이곳에서 자라며 영감을 얻었다. 통영의 아기자기한 멋과 이를 둘러싼 자연환경은 모두 알뜰살뜰하다. 예술의 원천이 되기에 충분한 자연환경이 있었기에 위대한 예술가들은 이 도시에서 예술적 감각을 키울 수 있었다. 문화예술에 있어 왜 하필 군사도시 통영인가. 답은 권력에 있다. 과거 예술이 발달하려면 돈과 권력이 필요했다. 메디치의 부가 있었던 피렌체도 그랬고 합스부르크의 빈도 그랬다. 남해 끄트머리에 있지만 통영에는 무려 정이품의 통제사가 있었다. 요즘 공무원으로 따지자면 판서(장관) 이상이다. 이곳으로 부임하면 거느린 무관과 식솔 모두를 데리고 왔다. 통제사 일행의 자산과 당시 한양의 최신 문물이 고스란히 통영에 도달했다. 게다가 통제영에서 사용할 물품을 공급하는 군납 산업의 발달은 건축과 예술, 공예, 요리 등 문화예술 전반을 키우는 근간으로 작용했다. 한양 경복궁 경회루, 여수 진남관과 더불어 가장 큰 단일 목조건물 세병관(洗兵館)은 삼도수군통제영의 위엄을 단박에 알 수 있는 랜드마크로, 단층 팔작지붕의 국보다. 시인 두보의 ‘세병마행’에 등장하는 구절인 세병은 칼(兵)을 씻는다(洗)는 뜻이다. 모두 궤멸시키고야 말겠다는 이름이 아닌 평화주의적 소망이 이 커다란 건물 현판에 녹아 있다. 세병관에 들어서기 전 지나야 하는 문의 이름도 지과문(止戈門)이다. 굳셀 무(武) 자를 파자한 것으로 ‘전쟁(戈)을 그치게 한다’는 뜻이다. 이 역시 무를 숭상하면서도 평화를 논한다는 의미로 지었다. 실로 엄청난 전화를 겪고 난 후 다시는 그런 불행을 겪지 않겠다는 선조들의 철학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통영에 또 다른 별칭을 붙이자면 미향(味鄕)이 빠질 수 없다. 시인 백석도 통영 음식 맛이 여간 좋았던지 아예 ‘통영 2’라는 시에서 “바람 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라고 통영 바다의 음식을 노래했다.통영은 맛있는 먹거리가 많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충무김밥과 도다리쑥국. 뱃머리에서 팔던 충무김밥은 제5공화국 때 관제축제 ‘국풍81’에서 인기를 끌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졌고, 도다리쑥국은 최근 몇 년 새 봄날의 계절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 통영에는 이 외에도 맛난 먹을거리가 ‘천지빼까리’다. 원래부터 좋은 식재료가 많이 나는 곳이기도 하고, 맛있는 것 먹기 좋아하는 무관들이 대대로 주둔했던 곳이니 식문화가 발달했다. 이순신 제독(수군으로선 장군보다 제독이 맞다)도 이곳에 있었다. 전라좌도수군절도사로 임진왜란 중에 한산도 제승당에 주둔하면서 ‘한산섬 달 밝은 밤에’로 시작하는 시조 ‘한산도가’도 남겼다. 난중이지만 어쨌든 충무공은 통영의 음식도 맛봤을 것이다. 돼지고기와 ‘금풍쉥이’(군평선이)를 즐겼다는 일기도 있다. 만약 충무공이 요즘처럼 맛깔나는 다양한 통영 식문화를 접했다면 이런 일기를 남기진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 봤다. “초8일 임인(壬寅). 맑음. 공무를 본 후 아우와 멍게 부밥(비빔밥)을 먹었다. 초밥을 먹자 했지만 왜의 것이라 돌려보냈다. 아우가 밥을 남겨 장형 10대에 처했다. 부하들과 항남동에 나가 갯장어와 술을 먹었다. 제철이라 제법 살이 오르고 윤기가 도는 것이 가히 맛을 형언하기 어려웠다. 돌아온 후 활 열다섯 순을 쏘았다.” 통영의 맛난 음식은 중앙시장과 서호시장에서 출발한다. 갖은 생어물과 건어물, 해조류, 젓갈로 가득하다. 넙데데한 가자미에 곰장어, 요즘 때를 맞은 갯장어가 좌판에 깔렸다. 이 모든 싱싱한 재료가 숙련된 솜씨와 만나 통영 특유의 밥상을 구성한다. 갑오징어, 감생이(감성돔), 뽈래기(볼락) 등 횟감도 좋고 슬쩍 익혀 내는 먹을거리도 수두룩하다. 시장통에는 오랜 시간 시민들에게 사랑받아 온 맛집도 많아 이곳을 순례하는 일도 참 재미가 좋다. 아침에 붕장어 대가리를 넣고 끓인 시락(시래기)국밥이나 시원한 졸복국 한 그릇으로 시작해 충무김밥과 멍게비빔밥, 간식으로 꿀빵, 마무리로 우짜(우동+짜장)까지 먹으면 몸도 마음도 포만감으로 차오른다. 저녁엔 통영 특유의 선술집 문화인 ‘다찌집’에서 신선한 재료와 함께 밤을 즐길 수 있다. 계절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상에는 푸짐하고도 다양한 안줏거리로 가득 찬다. 고둥이며 문어며 하나씩 집어 오물오물 임인년 여름의 후숙(後熟)을 즐겨 본다.통영에서의 섬 여행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앞서 미륵산에 올라 눈에 욱여넣었던 수많은 섬 중 몇 군데는 직접 다녀올 수 있다. 여행에 동기부여가 된 한산도는 무척 가깝다. 섬 안을 도는 것도 얼마 걸리지 않는다. 섬 해변길을 따라 걷다 제승당에 올라 한산 앞바다를 바라보며 충무공의 심정을 되새겨 볼 수 있다. 며칠 묵는다면 육지 통영과는 사뭇 다른 만지도며 욕지도, (누가 팔려고 내놓지도 않았지만) 매물도까지 두루 돌아보는 ‘섬 호핑 투어’도 가능하다. 앙증맞은 해수욕장을 품은 비진도와 내친김에 멀리 장사도까지 다녀와도 좋다. 신안섬과는 다른 풍광과 분위기가 기다린다. 통영을 여행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훑어봤다. 늠름한 거북선이 지키고 선 강구안. 특별할 것도 없는 허름한 다찌집에 앉아 윙윙 돌아가는 선풍기 아래 상쾌한 밤을 잔에 담아 기울인다. 오후 8시 책받침만 한 창문 틈 사이로 통영의 여름밤이 서서히 식어 가고 있다. 푸르게 짙푸르게. 놀고먹기연구소장 ■여행수첩 시락국=‘원조 시락국’. 붕장어 대가리 육수에 된장을 풀고 시래기를 넣은 국 한 그릇이 하루를 살아갈 충분한 에너지를 준다. 서호시장에서 대대로 이름난 이 집은 이제 관광객의 필수 코스가 됐다. 시락국 한 뚝배기를 내오면 늘어놓은 반찬을 맘껏 떠다 먹는 방식이다.졸복국=크기만 보고 무시할 게 아니다. 얼큰히 마신 후 시린 속 해장에 아주 좋다. 서호시장 ‘풍만복국’은 상호처럼 푸짐한 반찬과 함께 복국을 한 뚝배기 내준다. 존득한 살맛도 좋다. 미나리와 콩나물을 넣고 한소끔 끓여 낸 졸복국에 식초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풍미가 한층 살아난다. 충무김밥=원래 여수~부산 여객선 승객에게 팔던 ‘뱃머리 김밥’에서 시작됐다. 맨밥을 김에 말아 꼬치에 꿰고, 호래기(참꼴뚜기)나 홍합을 졸여 섞박지와 함께 먹는 방식이다. 중간에 소를 넣지 않으니 잘 쉬지 않아 먼 길을 떠나는 배 안에서 먹기 쉽고 맛도 좋았다. 강구안 ‘엄마손김밥’이 옛날식으로 홍합과 호래기 등을 졸여 판다. 곰탕과 육회비빔밥=항남동 ‘풍전식당’. 통영에는 해산물만 있는 게 아니다. 한우 사골곰탕을 맛있게 끓이는 집이다. 구수하고 진한 곰탕이 보약 한 첩의 효과를 낸다. 신선한 육회를 올려 갖은 채소, 해초와 함께 비벼 먹는 통영식 육회비빔밥도 예술이다. 반찬도 맛있지만 곰탕이나 비빔밥 한 그릇이면 땡이다.고등어회=‘고등어와 전갱이’. 욕지도의 명물 고등어를 사철 회로 즐길 수 있는 식당이다. 비리지 않고 고소하며 감칠맛이 감도는 횟감 고등어가 입맛을 당긴다. 두껍게 썰어 내 부드러운 살을 씹는 맛이 좋고 시간이 지날수록 기름이 흘러 꿀떡 잘 넘어간다. 등 푸른 생선은 아무 데서나 회로 즐길 수 없기에 더욱 값지다.
  • 제주산 다금바리, 오분자기 등 30만 마리 종자 바다로

    제주산 다금바리, 오분자기 등 30만 마리 종자 바다로

    제주바다의 대표적인 특산물인 다금바리, 홍해삼, 오분자기 등 종자 30만 마리가 바다로 방류된다. 제주특별자치도 해양수산연구원은 지속 이용 가능한 수산자원 조성을 위해 다금바리 등 고소득 제주 특산어류 종자 10만 마리와 홍해삼, 오분자기 종자 20만 마리를 방류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수산종자 방류는 자원남획과 기후변화 등으로 감소한 제주연안 어획량을 회복시키기 위한 자원조성 목적으로 연구원 개소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연구원에서 자체 생산한 2㎝ 이상 자란 오분자기를 5월에 방류하는 것을 시작으로 국민생선 참조기, 여름철 고급 횟감 벤자리, 최고급 횟감인 다금바리(자바리), 능성어 그리고 11월 해녀어업 소득향상을 위한 홍해삼 종자 방류까지 올 한 해 동안 종자생산과 방류를 병행한다. 그동안 연구원에서 암반 지형에서 숨어 사는 다금바리의 특성상 그 종자가 잘 자랄 수 있는 모슬포 주변해역에 지속적으로 방류한 결과 2005년 약 400㎏ 정도 위판되던 것이 2017년 이후 약 10t 이상 위판량이 증가했다. 말쥐치 역시 도내 어획된 개체를 대상으로 유전자 표본조사 결과 2~4%가 방류했던 종자로 밝혀져 연안 정착성 어종에 대한 자원조성의 실효성을 보이고 있다. 돌돔의 경우는 3.2%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 현재 다금바리의 경우 ㎏당 7만~8만원에 위판되는데 소비자들에겐 20만원대에 팔려 어민들의 소득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형범 해양수산연구원장은 “홍해삼의 경우도 2004년 32t까지 생산량이 급감하였으나, 본격 방류가 시작된 2011년 이후 홍해삼 생산량이 약 100t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어업인 소득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며 “방류 종자 서식지 환경개선을 위한 바다에서 저절로 녹아 사라지는 생분해성 친환경 소재의 방류도구와 생존율 향상을 위한 방류초 개발 연구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국민횟감 광어, 몸값 잡는다

    국민횟감 광어, 몸값 잡는다

    해수부, 넙치 산업 재편 박차2030년까지 수출액 6배로 확대횟감으로 널리 쓰여 우리나라에서 ‘국민 횟감’으로 불리는 넙치(광어)의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가 나서기로 했다. 또, 넙치 산업의 경쟁력도 높여 2030년까지 관련 수출액을 현재의 6배인 3억달러까지 늘린다. 해양수산부는 3일 이런 내용을 담은 ‘넙치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1980년부터 2009년까지 약 30년간 생산량이 2733배 늘어난 넙치는 최근 10년간은 성장세가 정체되고 있지만 양식 넙치는 우리나라 양식 어류 소비의 65%, 생산량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비중이 큰 어종이다. 해수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배달 소비문화 확산, 활넙치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할 때 계획적인 넙치 생산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간편식 생산 시설과 온·오프라인 시장을 확대하는 동시에 넙치 수급의 전 주기를 통합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해수부는 먼저 민관 협력 수급 통합 관리를 통한 활넙치 가격 안정에 나선다. 기존에 종자 입식·생산·유통·소비 단계별로 따로따로 진행되던 자료 조사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한편 수산물 소비 성향 분석과 수산 종자 실태조사 등의 신규 사업을 도입해 넙치 수급 조절을 위한 참고자료 수집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또 수산 종자 품질 표시제 등을 통해 넙치 양식어가의 우량종자 선택권을 강화하고 민간은 수급 조절을 위한 공동 예비 자금을 조성해 가격 급락 등 비상시에 입식 종자와 어린 넙치를 매입해 시장에서 분리시키는 등 정부와 함께 생산물량을 조절한다. 아울러 해수부는 새로운 소비문화에 맞춰 넙치 산업을 재편하기 위해 간편식·선어회용,어묵 원료,펫 사료 등 다양한 상품 개발도 지원한다. 구체적으로는 2022년까지 30억원을 투입해 인천에 넙치 선어 자동화가공센터를 건립하고 중소어가가 생산한 양식 넙치를 간편식·선어회·밀키트 등으로 제작해 온라인과 편의점 판매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넙치 간편식·가공원료 시장 규모를 현재의 약 4배인 1200억원까지 늘리고, 넙치 연관 산업 규모는 현재 3545억원에서 811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연관 산업은 넙치 양식업을 제외한 종자,약품, 사료, 가공업 등을 말한다.
  • 코로나 뚫은 ‘K푸드’ 펄펄 날았다

    코로나 뚫은 ‘K푸드’ 펄펄 날았다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억 달러(약 12조원)를 돌파했다. 김치·인삼·라면·김 등 한류 식품이 코로나19를 뚫고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며 수출 실적 신기록을 견인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2021년도 농수산식품 수출액(잠정치)이 전년 대비 15.1% 증가한 113억 600만 달러를 달성했다고 5일 밝혔다. 농림축산식품 수출액은 12.9% 상승한 85억 4000만 달러, 수산식품 수출액은 22.4% 상승한 28억 2000만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국제적 물류 대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어려운 수출 여건 속에서도 농산물과 가공식품 모두 고른 상승세를 보였다. 신선농산물은 10.0% 증가한 15억 7100만 달러, 가공식품은 13.5% 증가한 69억 6620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품목별로는 김치·인삼류 등 건강식품과 라면·과자류·음료·소스류·쌀가공식품 등 가정간편식이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김치 수출액은 1억 599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7% 늘었다. 인삼류는 2억 6720만 달러로 16.3%, 라면은 6억 7460만 달러로 11.8%, 음료는 4억 8530만 달러로 18.2%, 소스류는 3억 6570만 달러로 14.7% 증가했다. 특히 한국의 대표 전통식품 김치 수출액은 유럽연합(EU)·영국 24.9%, 미국 22.5%, 일본 12.7% 등 주요 선진국에서 크게 늘었다. 인삼은 베트남(34.4%), 중국(25.1%), 미국(22.9%)에 많이 수출됐다. 정부가 ‘스타 품목’으로 지정해 제품 개발·현지화·홍보를 지원한 포도와 딸기 수출액은 각각 24.1%, 20.0%씩 증가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포도는 당도와 크기 등 품질을 엄격하게 관리한 결과 중국에서 비싸게 판매되고 있고, 딸기는 홍콩과 싱가포르에 주로 수출돼 현지 고급 호텔 등에서 많이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산식품 분야에서는 대표 수출품인 김이 전년 대비 15.4% 늘어난 6억 9280만 달러어치 수출됐다. 김 수출액은 2010년 1억 520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11년 연속 증가했다. 특히 한류 열풍에 힘입어 그동안 한국 김을 수입하지 않았던 포르투갈, 키프로스, 부탄 등이 김 수입국 대열에 합류하면서 김 수출국은 총 114개국으로 확대됐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김 수출업체가 유기농 김부각, 채식주의자용 김밥 김, 양념 김자반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고 한류 마케팅을 펼치는 등 다각도로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참치는 전년 대비 9.7% 증가한 5억 7920만 달러어치 수출됐다. 일본, 프랑스 등에서 횟감과 스테이크용 수요가 커지고 통조림 수출도 함께 늘어난 결과다. 굴은 주요 수출국인 일본으로의 수출은 줄었으나, 미국 내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출액이 12.0% 증가했다.
  • ‘김치·인삼·라면·김’ 덕분에… 농수산식품 수출 사상 첫 100억 달러 돌파

    ‘김치·인삼·라면·김’ 덕분에… 농수산식품 수출 사상 첫 100억 달러 돌파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억 달러(약 12조원)를 돌파했다. 김치·인삼·라면·김 등 한류 식품이 코로나19를 뚫고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며 수출 실적 신기록을 견인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2021년도 농수산식품 수출액(잠정치)이 전년 대비 15.1% 증가한 113억 600만 달러를 달성했다고 5일 밝혔다. 농림축산식품 수출액은 12.9% 상승한 85억 4000만 달러, 수산식품 수출액은 22.4% 상승한 28억 2000만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국제적 물류 대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어려운 수출 여건 속에서도 농산물과 가공식품 모두 고른 상승세를 보였다. 신선농산물은 10.0% 증가한 15억 7100만 달러, 가공식품은 13.5% 증가한 69억 6620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품목별로는 김치·인삼류 등 건강식품과 라면·과자류·음료·소스류·쌀가공식품 등 가정간편식이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김치 수출액은 1억 599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7% 늘었다. 인삼류는 2억 6720만 달러로 16.3%, 라면은 6억 7460만 달러로 11.8%, 음료는 4억 8530만 달러로 18.2%, 소스류는 3억 6570만 달러로 14.7% 증가했다. 특히 한국의 대표 전통식품 김치 수출액은 유럽연합(EU)·영국 24.9%, 미국 22.5%, 일본 12.7% 등 주요 선진국에서 크게 늘었다. 인삼은 베트남(34.4%), 중국(25.1%), 미국(22.9%)에 많이 수출됐다. 정부가 ‘스타 품목’으로 지정해 제품 개발·현지화·홍보를 지원한 포도와 딸기 수출액은 각각 24.1%, 20.0%씩 증가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포도는 당도와 크기 등 품질을 엄격하게 관리한 결과 중국에서 비싸게 판매되고 있고, 딸기는 홍콩과 싱가포르에 주로 수출돼 현지 고급 호텔 등에서 많이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산식품 분야에서는 대표 수출품인 김이 전년 대비 15.4% 늘어난 6억 9280만 달러어치 수출됐다. 김 수출액은 2010년 1억 520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11년 연속 증가했다. 특히 한류 열풍에 힘입어 그동안 한국 김을 수입하지 않았던 포르투갈, 키프로스, 부탄 등이 김 수입국 대열에 합류하면서 김 수출국은 총 114개국으로 확대됐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김 수출업체가 유기농 김부각, 채식주의자용 김밥 김, 양념 김자반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고 한류 마케팅을 펼치는 등 다각도로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참치는 전년 대비 9.7% 증가한 5억 7920만 달러어치 수출됐다. 일본, 프랑스 등에서 횟감과 스테이크용 수요가 커지고 통조림 수출도 함께 늘어난 결과다. 굴은 주요 수출국인 일본으로의 수출은 줄었으나, 미국 내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출액이 12.0% 증가했다.
  • 탱글 전어 상큼 유자… 입으로 담은 맛보석

    탱글 전어 상큼 유자… 입으로 담은 맛보석

    가수 송창식은 노래 ‘고래사냥’에서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를 외쳤다. 동해는 바다를 뜻하지만 지명인 동해시도 있다. 안타깝게도 서해엔 서해시(군)가 없지만, 남해 바다에는 경남 남해군이 있다. 남해란 이름은 특별하다. 1980년대 생긴 지명인 동해시와 달리 신라 경덕왕 때부터 불린 이름이다. 남녘 바다를 지칭하는 이름처럼 영호남을 에워싼 남해 바다 중간에 떠 있는 섬이다. 지금이야 다리가 두 개나 놓여 육지와 연결됐지만 섬은 섬이다. 별칭은 보물섬이다. 보물이 많다. 마늘과 시금치(섬초), 유자, 죽방멸치 등 ‘먹는 보물’은 물론 아름다운 풍광의 ‘보는 보물’에다 문화재 등 ‘역사적 보물’까지, 진귀한 것들로 가득하다. 선선한 바람이 쪽빛 바다를 타고 불어 드는 가을에 보물섬을 다녀왔다. 동화를 연상케 할 만큼 신비로운 섬이지만, 외다리 존 실버 선장처럼 보물을 노리는 해적은 없다.●20년 전부터 조성된 남해 독일마을 ‘아우프비더젠’은 독일어로 또 만나자는 작별인사다. 필자는 고교 시절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다. ‘데어데스뎀덴 디데어데어디’ 하는 신라 향가 같은 관사와, 숨을 모았다 내쉬어야 제대로 나오는 이상한 발음의 전치사를 외우느라 무척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대부분 학교의 독일어 선생님 별명은 게슈타포(나치 비밀경찰)였다. 필자가 다니던 학교에도 게슈타포가 한 분 계셨다. 그분은 독일어가 얼마나 과학적이며 매력적인 언어인지 늘 강조하셨고, 그 때문에 학생들이 이 위대한 언어에 대한 불경을 저지르는 것을 용서치 않았다. 학력고사 20점에 해당하는 문제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고, 그에 대한 학습효과를 ‘단호한’ 교편(敎鞭)으로 ‘친히’ 점검하셨다. 졸업한 지 30년도 더 지난 지금, 필자가 수많은 독일어 주요 문법을 아직도 달달 외우는 이유다. 독일어의 추억이 대상포진처럼 문득 발진한 이유는 남해군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독일마을에 갔기 때문이다. 삼동면 물건리와 봉화리 일대 언덕의 약 9만㎡ 너른 부지에 위치한 독일마을은 조성한 지 올해로 딱 20년 됐다. 독일마을은 남해군이 독일 북부의 도시 노드프리슬란트와 1997년 자매결연을 맺으며 그 맹아가 텄다. 2001년 남해군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귀국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택지를 조성해 분양했다. 이에 관심을 가진 25가구 정도가 직접 독일로부터 건자재를 수입해 전통 독일식 가옥을 짓고 이주하며 마을의 역사가 시작됐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 교포들이 거주하는 집보다 민박과 게스트하우스, 상점, 식당, 카페 등이 더 많다.하지만 일부러 꾸민 ‘독일 테마파크’가 아니라 오랜 세월 독일에서 살아온 교포들의 실생활이 이뤄지던 곳으로, 그 진정성과 세밀함이 매력 포인트다. 집안의 소품 모두 재현품이 아닌 독일의 것이다. 호박색 기와를 올린 독일식 건축물과 외벽 장식, 정원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꾸며낸 것이 아니다. 가난한 시절 이역만리 독일 땅으로 떠났던 이들의 삶과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파독 광부 전시관과 파독 근로자 전시관을 따로 마련해 놓았다.주택가 진입로에는 독일 정통 수제 소시지와 햄, 족발 요리, 사우어크라우트 등을 판매하는 음식점과 샤퀴테리아(가공육 공방)가 있고 바다를 조망하는 카페 역시 독일식 인테리어로 갖춰 놓았다. 언덕배기에 양쪽으로 펼쳐지는 거리 풍경이 하도 이국적이면서도 현실감 있어 마치 독일 북부 항구도시에 와 있는 듯하다. 물론 식사와 함께 독일이 자랑하는 맥주도 곁들여 맛볼 수 있다.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며 테라스에 앉아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아무렴, 발트해보다는 남해가 낫다. 풍광도 좋다. 언덕 아래로 물건 방조어부림(防潮魚付林)과 바다가 펼쳐지고, 해안을 옆에 두고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물미해안도로도 있어 관광 코스를 짜기에도 딱이다. 천연기념물 제150호 방조어부림은 폭 30m에 길이 1500m에 이르는 해변의 숲이다. 바닷바람을 막는 방풍과 숲 그늘로 물고기를 꾀어내는 어부림 역할을 동시에 한다. 무려 400여년 전인 1640년쯤 조성했다고 하니 실로 놀라운 일이다. 1960년도 1인당 국민소득 79달러의 최빈국. 당시 한국은 가난했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없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비약적 경제성장을 이룬 서독으로부터 차관을 받기 위해 ‘한독근로자채용협정’을 체결한다. 독일에서 기피업종으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직종인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하는 것이다. 이면에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당시 한국 정부의 옹색한 국가신용등급 탓에 차관을 제공받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해외근로자의 임금을 담보로 서독 은행으로부터 지불보증을 받아 내려는 전략이었다. 1963년부터 시작된 파독 근로자는 1970년대 중후반까지 2만여명에 이르렀다. 광부가 8395명, 간호사(간호조무사 포함)는 1만 371명이 서독으로 떠났다. 1인당 월급으로 100달러가 넘게 지급됐으니 차곡차곡 외화가 쌓였다. 덕분에 한국 정부는 서독으로부터 약 7000만 달러의 차관 도입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은 이 돈을 바탕으로 빈곤퇴치와 경제부흥 정책을 펼칠 수 있었다. 정말 ‘나라를 구한’ 열렬한 애국이었다. 파독 근로자들은 어려운 근무환경에 인종 차별을 견디며 특유의 뚝심과 근면으로 버텼다. “글뤽 아우프(무사하기를).” 고등학생 때 이 말을 배우지 않았던 것 같지만, 광부들이 아침저녁으로 이렇게 인사를 나눴다. 이것만 봐도 당시 갱 속의 위험한 근무여건을 알 수 있다. 간호사들은 환자들의 대소변을 받아 내며 밤낮을 지새웠다. 성공적으로 독일에 안착한 이들이 노년에 고국으로 돌아와 보금자리를 튼 곳이 바로 독일마을이다. 파독역사전시관에 이에 관한 상세한 자료가 남아 있다.●비단산 둘러싸고 도는 옥색바다 남해와 해남(전남)은 앞뒤 음절만 다른 게 아니라 이미지도 많이 다르다. 해남은 땅끝의 이미지로 왠지 육지 느낌이라면, 남해는 이상향 같은 심상을 준다. 남녘, 남촌, 남국 등 남(南) 자가 앞에 달려서 그럴 것이다. 아직 춥지는 않지만 그래도 10월, 풍(楓) 내려오는 가을 복판이다. 들판과 바다가 한창 무르익어 가고 있다. 남해대교와 노량대교를 차례로 건너면 붉은 황토와 노랗게 물들어 가는 황금들판, 옥색 바다가 한눈에 든다. 남해의 산과 들, 바다가 잘 짜 놓은 유화 팔레트처럼 조화롭게 펼쳐진다. 남해는 사실 산이다. 욕탕에 물을 빼듯 바닷물을 비운다면 뾰족한 산이 나올 텐데, 그 산들이 바로 남해도, 창선도, 우도 등 남해군이 품은 섬이다. 실제 국내 섬 중 가장 산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최고 786m(망운산) 등 기세 좋은 산들이 섬을 채운다. 왕이 되면 온 강토를 비단으로 두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선 태조가 이름을 붙였다는 금산(錦山). 무려 해발 700m에 이른다. 태조처럼 뭔가를 이루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은 전국 3대 기도 도량 보리암이 금산의 산마루에 있다. 관광객이야 좋은 풍경을 보러 오는 것이니 어쨌든 그 소원 하나는 들어준다. 산은 좋지만 경작할 농토는 모자랐다. 이렇다 할 장비도 없이 ‘수금푸’(삽의 사투리)와 호미로 일일이 산을 깎아 경작지를 개간해야 했다. 남해에는 가천면 다랑이논 같은 노동의 유산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10여층 높이의 계단 같은 논밭이 산허리로부터 바다를 향해 가파르게 떨어진다. 피땀 흘려 개간한 노동의 현장이지만 조형미만큼은 가히 예술적이다. 유려한 곡선(사실은 직선화할 수 없어 그랬을 테지만)이 가파른 층을 이루며 첩첩 오른다. 밑에서 보자면 하늘 계단이며 위에서 보면 곡면으로 구성한 몬드리안의 추상화다. 벼가 무르익으면 여기에 황금색이 입혀진다. 가을 다랑이논이 사진가에게 사랑받는 이유다.남해가 보물섬이란 설정에는 특유의 목가적 분위기도 한몫한다. 설천면 구두산에는 유럽 초원을 닮은 양떼목장과 양모리학교가 있다. 푸른 언덕에 양들이 뛰어놀고 있다. 시간 맞춰 가면 양몰이 개 보더콜리가 뛰어다니며 어린 양떼를 통제하는 진풍경도 관람할 수 있다.남해는 바다다.(아깐 산이라더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풍요롭고 비옥한 바다다. 이 바다에 봄이면 플래티넘처럼 반짝이는 멸치떼가 돌아오고, 가을이면 전어와 우럭 등 싱싱한 횟감과 전복, 소라 등 맛난 먹거리가 넘쳐난다. 관음포는 고현면 북쪽에 있는 포구다. 노량 바다를 바라보는 나지막한 언덕 아래 있다. 이락포(李落浦)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순신 장군이 서거한 곳이란 뜻이다. 1598년 음력 11월 19일, 충무공은 관음포에서 왜란의 마지막 해전인 노량해전 중 장렬히 전사했다. 충무공의 뜻을 기리는 이락사 등 유적과 영상관, 다양한 조형물과 기념물이 이곳에 있다. 그 이전인 고려 때는 인근 선원사(지금은 절터만 남아 있다)에서 팔만대장경(국보 제32호)을 판각했다. 이래저래 호국성지인 곳이다. 상주은모래해변도 남해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포인트다. 저물어 가는 가을볕을 받아 윤슬과 더불어 반짝이는 은싸라기 같은 모래밭을 바라보면 과연 그 이름이 무색하지 않다. 이 외에도 멸치떼가 지나는 지족해협과 죽방렴, 남해안 특유의 청자색 계열을 색색별로 눈에 담아 올 수 있다. 산이 높아 길도 한참 올라가는 탓에 눈부신 바다는 어느 곳엘 가도 따라다닌다. 코로나로 ‘바다 결핍’에 시달린다면 당장 남해를 찾아야 한다.●보물섬의 숨은 보물찾기 엘림 마리나 앤드 리조트는 독일 마을 아래 물건항에 위치한 요트 리조트다. 요트 정박장과 편의시설동, 테라스와 월풀욕조 등을 갖춘 숙박동으로 구성됐다. 럭셔리 요트와 제트 보트 등을 체험할 수 있다. 19~20세기 초에 제작된 빈티지 아날로그 오디오와 다양한 제조사의 중대형 바이크를 수십대 모아 둔 전시실도 갖췄다. 비 오는 날 등 야외 활동이 어려운 날에 찾아볼 만하다. 바닷가에 바로 접한 골든앵커 레스토랑에선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인다. 저녁 시간에는 새파란 하늘이 코발트 빛으로 저물어 가는 진풍경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 아난티 남해는 이미 유명한 곳. ‘물결’이 모티브로 녹아든 건물에 스위트룸 150개와 프라이빗 빌라 20개로 구성됐다. 리조트 조성 당시 5베이 구조를 채택해 어떤 객실에 묵어도 바다와 섬, 골프 코스를 볼 수 있다. 몇 년 전 힐튼 브랜드에서 아난티로 주인이 바뀌었다. ‘관광’보다는 ‘쉼’을 강조하며 콘셉트도 바꿨다. 어린이 섹션과 반려동물 동반, 서가 등 일상 속 ‘느림’을 표방하며 자연 속 휴식의 즐거움을 추구했다. 예술적 영감을 더한 굿즈와 식음료는 독특한 개성으로 채웠다. 아난티 남해는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지며 시너지를 낸다. 리조트 곳곳을 둘러보는 것 자체가 휴식이다. ●조선시대 여행작가 류의양 ‘남해문견록’ 남겨 독서의 계절에 남해에 왔는데 유배문학관을 빼놓기도 뭐하다. 남해는 대표적인 유배지였다. 하지만 남해 풍광을 가만 떠올려 보면, 형벌이 아니라 인센티브 휴가에 가깝다. 워케이션처럼 남해에 유배 와서 교육과 저술활동을 한 선비들이 많았다. 가시나무 울타리 밖으로 못 나오게 하는 위리안치를 제외하면 집을 짓고 서당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시를 쓰며 보냈다. 이때 유배문학이라는 독특한 장르가 탄생했다. 유배형이 있던 외국에도 공통된 현상이 있었다. 일본의 스가와라노 마치자네, 중국의 이백, 소동파, 백거이 등 당대 최고 시인들은 물론이며 서양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투에서 패한 후 1815년 영국령 세인트헬레나섬으로 귀양을 가서 구술서 ‘세인트헬레나의 회상’을 남겼고 문호 빅토르 위고 역시 나폴레옹 3세에 의해 추방당한 후 영국 해협의 저지섬과 건지섬에서 살며 명작 ‘레미제라블’을 썼다. 러시아 푸시킨 역시 미하일로프 유배 생활 중 그 유명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썼다. 남해에는 ‘사친시’(思親詩)의 서포 김만중을 비롯해 이규보, 김굉필, 권근, 김정 등 수많은 문필가들이 유배 생활 중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그 가운데 류의양(1718~미상)은 현대적 의미의 ‘여행작가’라 할 수 있다. 그림 같은 남해의 풍경과 생활상을 한글로 기록한 남해문견록을 남겼다. 류의양은 책에 풍경과 지리뿐 아니라 사투리 등 다양한 생활상까지 담아 국문학뿐 아니라 언어학에서도 귀중한 사료가 되고 있다. 가을날의 보물찾기. 보물섬 남해 땅에서 도전할 수 있다. 글 사진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 은빛 윤슬 금빛 들판… 눈으로 담은 가을 보석

    은빛 윤슬 금빛 들판… 눈으로 담은 가을 보석

    가수 송창식은 노래 ‘고래사냥’에서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를 외쳤다. 동해는 바다를 뜻하지만 지명인 동해시도 있다. 안타깝게도 서해엔 서해시(군)가 없지만, 남해 바다에는 경남 남해군이 있다. 남해란 이름은 특별하다. 1980년대 생긴 지명인 동해시와 달리 신라 경덕왕 때부터 불린 이름이다. 남녘 바다를 지칭하는 이름처럼 영호남을 에워싼 남해 바다 중간에 떠 있는 섬이다. 지금이야 다리가 두 개나 놓여 육지와 연결됐지만 섬은 섬이다. 별칭은 보물섬이다. 보물이 많다. 마늘과 시금치(섬초), 유자, 죽방멸치 등 ‘먹는 보물’은 물론 아름다운 풍광의 ‘보는 보물’에다 문화재 등 ‘역사적 보물’까지, 진귀한 것들로 가득하다. 선선한 바람이 쪽빛 바다를 타고 불어 드는 가을에 보물섬을 다녀왔다. 동화를 연상케 할 만큼 신비로운 섬이지만, 외다리 존 실버 선장처럼 보물을 노리는 해적은 없다.●20년 전부터 조성된 남해 독일마을 ‘아우프비더젠’은 독일어로 또 만나자는 작별인사다. 필자는 고교 시절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다. ‘데어데스뎀덴 디데어데어디’ 하는 신라 향가 같은 관사와, 숨을 모았다 내쉬어야 제대로 나오는 이상한 발음의 전치사를 외우느라 무척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대부분 학교의 독일어 선생님 별명은 게슈타포(나치 비밀경찰)였다. 필자가 다니던 학교에도 게슈타포가 한 분 계셨다. 그분은 독일어가 얼마나 과학적이며 매력적인 언어인지 늘 강조하셨고, 그 때문에 학생들이 이 위대한 언어에 대한 불경을 저지르는 것을 용서치 않았다. 학력고사 20점에 해당하는 문제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고, 그에 대한 학습효과를 ‘단호한’ 교편(敎鞭)으로 ‘친히’ 점검하셨다. 졸업한 지 30년도 더 지난 지금, 필자가 수많은 독일어 주요 문법을 아직도 달달 외우는 이유다. 독일어의 추억이 대상포진처럼 문득 발진한 이유는 남해군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독일마을에 갔기 때문이다. 삼동면 물건리와 봉화리 일대 언덕의 약 9만㎡ 너른 부지에 위치한 독일마을은 조성한 지 올해로 딱 20년 됐다. 독일마을은 남해군이 독일 북부의 도시 노드프리슬란트와 1997년 자매결연을 맺으며 그 맹아가 텄다. 2001년 남해군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귀국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택지를 조성해 분양했다. 이에 관심을 가진 25가구 정도가 직접 독일로부터 건자재를 수입해 전통 독일식 가옥을 짓고 이주하며 마을의 역사가 시작됐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 교포들이 거주하는 집보다 민박과 게스트하우스, 상점, 식당, 카페 등이 더 많다.하지만 일부러 꾸민 ‘독일 테마파크’가 아니라 오랜 세월 독일에서 살아온 교포들의 실생활이 이뤄지던 곳으로, 그 진정성과 세밀함이 매력 포인트다. 집안의 소품 모두 재현품이 아닌 독일의 것이다. 호박색 기와를 올린 독일식 건축물과 외벽 장식, 정원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꾸며낸 것이 아니다. 가난한 시절 이역만리 독일 땅으로 떠났던 이들의 삶과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파독 광부 전시관과 파독 근로자 전시관을 따로 마련해 놓았다.주택가 진입로에는 독일 정통 수제 소시지와 햄, 족발 요리, 사우어크라우트 등을 판매하는 음식점과 샤퀴테리아(가공육 공방)가 있고 바다를 조망하는 카페 역시 독일식 인테리어로 갖춰 놓았다. 언덕배기에 양쪽으로 펼쳐지는 거리 풍경이 하도 이국적이면서도 현실감 있어 마치 독일 북부 항구도시에 와 있는 듯하다. 물론 식사와 함께 독일이 자랑하는 맥주도 곁들여 맛볼 수 있다.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며 테라스에 앉아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아무렴, 발트해보다는 남해가 낫다. 풍광도 좋다. 언덕 아래로 물건 방조어부림(防潮魚付林)과 바다가 펼쳐지고, 해안을 옆에 두고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물미해안도로도 있어 관광 코스를 짜기에도 딱이다. 천연기념물 제150호 방조어부림은 폭 30m에 길이 1500m에 이르는 해변의 숲이다. 바닷바람을 막는 방풍과 숲 그늘로 물고기를 꾀어내는 어부림 역할을 동시에 한다. 무려 400여년 전인 1640년쯤 조성했다고 하니 실로 놀라운 일이다. 1960년도 1인당 국민소득 79달러의 최빈국. 당시 한국은 가난했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없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비약적 경제성장을 이룬 서독으로부터 차관을 받기 위해 ‘한독근로자채용협정’을 체결한다. 독일에서 기피업종으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직종인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하는 것이다. 이면에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당시 한국 정부의 옹색한 국가신용등급 탓에 차관을 제공받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해외근로자의 임금을 담보로 서독 은행으로부터 지불보증을 받아 내려는 전략이었다. 1963년부터 시작된 파독 근로자는 1970년대 중후반까지 2만여명에 이르렀다. 광부가 8395명, 간호사(간호조무사 포함)는 1만 371명이 서독으로 떠났다. 1인당 월급으로 100달러가 넘게 지급됐으니 차곡차곡 외화가 쌓였다. 덕분에 한국 정부는 서독으로부터 약 7000만 달러의 차관 도입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은 이 돈을 바탕으로 빈곤퇴치와 경제부흥 정책을 펼칠 수 있었다. 정말 ‘나라를 구한’ 열렬한 애국이었다. 파독 근로자들은 어려운 근무환경에 인종 차별을 견디며 특유의 뚝심과 근면으로 버텼다. “글뤽 아우프(무사하기를).” 고등학생 때 이 말을 배우지 않았던 것 같지만, 광부들이 아침저녁으로 이렇게 인사를 나눴다. 이것만 봐도 당시 갱 속의 위험한 근무여건을 알 수 있다. 간호사들은 환자들의 대소변을 받아 내며 밤낮을 지새웠다. 성공적으로 독일에 안착한 이들이 노년에 고국으로 돌아와 보금자리를 튼 곳이 바로 독일마을이다. 파독역사전시관에 이에 관한 상세한 자료가 남아 있다.●비단산 둘러싸고 도는 옥색바다 남해와 해남(전남)은 앞뒤 음절만 다른 게 아니라 이미지도 많이 다르다. 해남은 땅끝의 이미지로 왠지 육지 느낌이라면, 남해는 이상향 같은 심상을 준다. 남녘, 남촌, 남국 등 남(南) 자가 앞에 달려서 그럴 것이다. 아직 춥지는 않지만 그래도 10월, 풍(楓) 내려오는 가을 복판이다. 들판과 바다가 한창 무르익어 가고 있다. 남해대교와 노량대교를 차례로 건너면 붉은 황토와 노랗게 물들어 가는 황금들판, 옥색 바다가 한눈에 든다. 남해의 산과 들, 바다가 잘 짜 놓은 유화 팔레트처럼 조화롭게 펼쳐진다. 남해는 사실 산이다. 욕탕에 물을 빼듯 바닷물을 비운다면 뾰족한 산이 나올 텐데, 그 산들이 바로 남해도, 창선도, 우도 등 남해군이 품은 섬이다. 실제 국내 섬 중 가장 산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최고 786m(망운산) 등 기세 좋은 산들이 섬을 채운다. 왕이 되면 온 강토를 비단으로 두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선 태조가 이름을 붙였다는 금산(錦山). 무려 해발 700m에 이른다. 태조처럼 뭔가를 이루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은 전국 3대 기도 도량 보리암이 금산의 산마루에 있다. 관광객이야 좋은 풍경을 보러 오는 것이니 어쨌든 그 소원 하나는 들어준다. 산은 좋지만 경작할 농토는 모자랐다. 이렇다 할 장비도 없이 ‘수금푸’(삽의 사투리)와 호미로 일일이 산을 깎아 경작지를 개간해야 했다. 남해에는 가천면 다랑이논 같은 노동의 유산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10여층 높이의 계단 같은 논밭이 산허리로부터 바다를 향해 가파르게 떨어진다. 피땀 흘려 개간한 노동의 현장이지만 조형미만큼은 가히 예술적이다. 유려한 곡선(사실은 직선화할 수 없어 그랬을 테지만)이 가파른 층을 이루며 첩첩 오른다. 밑에서 보자면 하늘 계단이며 위에서 보면 곡면으로 구성한 몬드리안의 추상화다. 벼가 무르익으면 여기에 황금색이 입혀진다. 가을 다랑이논이 사진가에게 사랑받는 이유다.남해가 보물섬이란 설정에는 특유의 목가적 분위기도 한몫한다. 설천면 구두산에는 유럽 초원을 닮은 양떼목장과 양모리학교가 있다. 푸른 언덕에 양들이 뛰어놀고 있다. 시간 맞춰 가면 양몰이 개 보더콜리가 뛰어다니며 어린 양떼를 통제하는 진풍경도 관람할 수 있다.남해는 바다다.(아깐 산이라더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풍요롭고 비옥한 바다다. 이 바다에 봄이면 플래티넘처럼 반짝이는 멸치떼가 돌아오고, 가을이면 전어와 우럭 등 싱싱한 횟감과 전복, 소라 등 맛난 먹거리가 넘쳐난다. 관음포는 고현면 북쪽에 있는 포구다. 노량 바다를 바라보는 나지막한 언덕 아래 있다. 이락포(李落浦)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순신 장군이 서거한 곳이란 뜻이다. 1598년 음력 11월 19일, 충무공은 관음포에서 왜란의 마지막 해전인 노량해전 중 장렬히 전사했다. 충무공의 뜻을 기리는 이락사 등 유적과 영상관, 다양한 조형물과 기념물이 이곳에 있다. 그 이전인 고려 때는 인근 선원사(지금은 절터만 남아 있다)에서 팔만대장경(국보 제32호)을 판각했다. 이래저래 호국성지인 곳이다. 상주은모래해변도 남해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포인트다. 저물어 가는 가을볕을 받아 윤슬과 더불어 반짝이는 은싸라기 같은 모래밭을 바라보면 과연 그 이름이 무색하지 않다. 이 외에도 멸치떼가 지나는 지족해협과 죽방렴, 남해안 특유의 청자색 계열을 색색별로 눈에 담아 올 수 있다. 산이 높아 길도 한참 올라가는 탓에 눈부신 바다는 어느 곳엘 가도 따라다닌다. 코로나로 ‘바다 결핍’에 시달린다면 당장 남해를 찾아야 한다.●보물섬의 숨은 보물찾기 엘림 마리나 앤드 리조트는 독일 마을 아래 물건항에 위치한 요트 리조트다. 요트 정박장과 편의시설동, 테라스와 월풀욕조 등을 갖춘 숙박동으로 구성됐다. 럭셔리 요트와 제트 보트 등을 체험할 수 있다. 19~20세기 초에 제작된 빈티지 아날로그 오디오와 다양한 제조사의 중대형 바이크를 수십대 모아 둔 전시실도 갖췄다. 비 오는 날 등 야외 활동이 어려운 날에 찾아볼 만하다. 바닷가에 바로 접한 골든앵커 레스토랑에선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인다. 저녁 시간에는 새파란 하늘이 코발트 빛으로 저물어 가는 진풍경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 아난티 남해는 이미 유명한 곳. ‘물결’이 모티브로 녹아든 건물에 스위트룸 150개와 프라이빗 빌라 20개로 구성됐다. 리조트 조성 당시 5베이 구조를 채택해 어떤 객실에 묵어도 바다와 섬, 골프 코스를 볼 수 있다. 몇 년 전 힐튼 브랜드에서 아난티로 주인이 바뀌었다. ‘관광’보다는 ‘쉼’을 강조하며 콘셉트도 바꿨다. 어린이 섹션과 반려동물 동반, 서가 등 일상 속 ‘느림’을 표방하며 자연 속 휴식의 즐거움을 추구했다. 예술적 영감을 더한 굿즈와 식음료는 독특한 개성으로 채웠다. 아난티 남해는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지며 시너지를 낸다. 리조트 곳곳을 둘러보는 것 자체가 휴식이다. ●조선시대 여행작가 류의양 ‘남해문견록’ 남겨 독서의 계절에 남해에 왔는데 유배문학관을 빼놓기도 뭐하다. 남해는 대표적인 유배지였다. 하지만 남해 풍광을 가만 떠올려 보면, 형벌이 아니라 인센티브 휴가에 가깝다. 워케이션처럼 남해에 유배 와서 교육과 저술활동을 한 선비들이 많았다. 가시나무 울타리 밖으로 못 나오게 하는 위리안치를 제외하면 집을 짓고 서당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시를 쓰며 보냈다. 이때 유배문학이라는 독특한 장르가 탄생했다. 유배형이 있던 외국에도 공통된 현상이 있었다. 일본의 스가와라노 마치자네, 중국의 이백, 소동파, 백거이 등 당대 최고 시인들은 물론이며 서양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투에서 패한 후 1815년 영국령 세인트헬레나섬으로 귀양을 가서 구술서 ‘세인트헬레나의 회상’을 남겼고 문호 빅토르 위고 역시 나폴레옹 3세에 의해 추방당한 후 영국 해협의 저지섬과 건지섬에서 살며 명작 ‘레미제라블’을 썼다. 러시아 푸시킨 역시 미하일로프 유배 생활 중 그 유명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썼다. 남해에는 ‘사친시’(思親詩)의 서포 김만중을 비롯해 이규보, 김굉필, 권근, 김정 등 수많은 문필가들이 유배 생활 중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그 가운데 류의양(1718~미상)은 현대적 의미의 ‘여행작가’라 할 수 있다. 그림 같은 남해의 풍경과 생활상을 한글로 기록한 남해문견록을 남겼다. 류의양은 책에 풍경과 지리뿐 아니라 사투리 등 다양한 생활상까지 담아 국문학뿐 아니라 언어학에서도 귀중한 사료가 되고 있다. 가을날의 보물찾기. 보물섬 남해 땅에서 도전할 수 있다. 글 사진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 [달콤한 사이언스] 지중해産 참치, 수은 오염정도 가장 심하다

    [달콤한 사이언스] 지중해産 참치, 수은 오염정도 가장 심하다

    참치는 다랑어 중 참다랑어를 지칭하는 것으로 북대서양에 서식하는 종의 경우 최대 몸길이 3m, 몸무게 560㎏까지 성장하는 등 가장 크기 때문에 ‘바다의 귀족’이라 불리기도 한다. 부드러운 식감 때문에 횟감이나 통조림으로도 만들어져 유통되는데 한국 원양어업의 주요 어획종으로 수산물 어획량과 수출 1위 품목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런 참다랑어는 나이가 들면서 수은을 체내에 축적하는 경향 때문에 전 세계 해양의 중금속 오염 정도를 살펴볼 수 있는 기준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만 국립대만대 해양학연구소,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대(UCSC) 해양과학연구소, 럿거스대 환경과학과 공동연구팀은 참다랑어는 나이가 들수록 근육조직에 메틸수은이라는 환경독소 물질을 축적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해양 수은오염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생물지표로 쓸 수 있다고 20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 9월 14일자에 실렸다. 메틸수은은 수은이 수산물의 체내에 들어가 대사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신경독성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다랑어나 새치, 상어류에는 메틸수은이 쉽게 축적되는데 간혹 사람이 섭취하기 안전한 수준을 초과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참다랑어는 해양 수은오염의 생물학적 지표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많지만 연령과 크기에 따라 다르고 먹이그물에서의 위치, 먹이의 종류와 양 등에 따라서도 달라져 직접 비교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연구팀은 1998년부터 2019년까지 참다랑어의 메틸수은 축적과 관련한 기존 연구결과와 실제 북태평양, 인도양, 북대서양, 지중해 4곳에 서식하는 참다랑어의 근육조직 샘플 분석을 통해 지역별 수은농도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참다랑어의 체내 수은 축적률은 지중해에서 가장 높고 북태평양, 인도양, 북대서양 등 원양지역에서는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수은 축적률은 참다랑어의 먹잇감인 동물성 플랑크톤의 메틸수은 농도와 서식지의 바닷물 속 수은 농도와 정확히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중해, 북태평양, 인도양은 금속 채굴과 재련, 화석연료 연소와 같은 과정에서 바닷 속 수은 농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천마오 쳉 국립대만대 교수(생물지구화학)는 “이번 연구는 참다랑어의 수은 축적률이 해양 수은 오염과 자연적 또는 인간에 의한 농도증가, 지역적 환경적 특성을 정확히 반영하는 만큼 세계 해양오염지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라고 설명했다. 쳉 교수는 “참다랑어를 통해 해양 먹이그물에서 수은의 이동을 확인하고 해산물의 수은 노출에 대한 공중보건 위험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치명적인 맛과 독… 복어를 아시나요 [헬스픽]

    치명적인 맛과 독… 복어를 아시나요 [헬스픽]

    거문도 주민이 복어독에 중독돼 마비 증세를 보여 긴급 이송됐다. 20일 여수해경에 따르면 전날 자택에서 복어를 먹고 이상을 느낀 A(69)씨는 보건소를 방문했고, 마비증세를 보여 순천의 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여수해경은 “복어 내장과 알에 들어 있는 테트로도톡신에 의해 중독되면 마비와 호흡곤란으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아무나 요리나 회로 먹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복요리를 먹고 숨진 경우도 많다. 복어는 알집과 내장, 간에 강한 독성이 있는 테트로톡신이 들어 있는데 물에 끓여도 독성이 사라지지 않아 무자격자가 요리하는 식당에서는 인명 피해를 부를 수도 있다. “한 번 죽는 것과 맞먹는 맛” 복어는 하나같이 별미다. 시원한 복어 국물의 맛은 애주가들의 해장국이 되고, 참복이나 금복은 횟감이나 불고기로 맛을 뽐낸다. 지느라미는 불에 그을려 정종이나 소주에 넣어 마시기도 한다. 이를 두고 중국 시인 소동파는 “한 번 죽는 것과 맞먹는 맛”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복어 요리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혈액을 맑게 하여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 타우린이 풍부해 각종 혈관계 질환의 예방에 좋으며, 간장해독·숙취해소 및 알코올 중독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중성지방이 없어 피부미용과 체중감량에 좋고, 껍질에 있는 셀렌은 항암작용과 더불어 남성의 정력을 보충해준다. 복어는 겨울철 독성을 품기 시작하다 봄철 산란기 때를 맞으면서 독성이 최고로 강해지게 된다. 복어는 독성이 강할수록 맛이 기막히게 좋다고 한다.치사율 높고 해독제 없는 ‘독’ 복어에는 청산가리의 13배나 되는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라는 맹독성분이 있다. 청산가리 보다 10여 배는 독성이 강해서 0.5mg만 먹어도 중추신경이 마비되고 죽을 수 있다. 복어 독의 치사율은 50% 안팎인데, 해독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테트로도톡신은 조금만 잘못 먹어도 입술과 혀가 즉시 마비된다. 두통, 복통, 구토, 지각 이상, 운동신경마비 증상이 20여분 뒤부터 나타나고 숨이 가빠지고 말하기가 힘들어진다. 빠르면 1시간 30분, 늦어도 6시간 뒤면 사망한다. 무색, 무미, 무취한 데다 섭씨 300도로 가열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복어 요리는 복어요리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조리할 수 있다. 복어 제독기술이 뛰어난 조리사는 약간의 독을 일부러 남겨두기도 한다. 소량의 독성은 오히려 몸을 따뜻하게 하고, 피로를 풀어줘 진통제나 신경제 효능이 있다. 복어를 먹고 입술이 얼얼한 정도의 증세는 건강에 큰 문제를 끼치지 않지만, 마비 증세가 손끝 등으로 확대되면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일본에서는 복어를 먹다 죽은 장수가 많아 복어금식령이 내려진 때도 있었다. 다산 정약용은 “젓가락도 대기 전에 소름부터 돋는다”며 복어를 멀리했다. 사고를 막으려면 복어를 먹기 전 독이 들어 있는 내장 등을 제대로 제거해야 한다. 선박이나 집에서 먹기보다 복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음식점에서 먹는 것이 그나마 사고를 줄이는 방법이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군산에 대해 미처 몰랐던 것들, 울외장아찌 채만식 이은주

    군산에 대해 미처 몰랐던 것들, 울외장아찌 채만식 이은주

    전북 군산이 좋은 도시란 것은 누구나 안다. 신선하고 횟감이 그득하고 아름다운 섬들이 지척이다. 전라도 땅이면서 충청 사람이 많아 한결 부드럽고 눙치는 사투리가 질펀하고 지붕 없는 박물관이기도 하다. 지난해 도발적인 제목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늬들이 서울을 알아?’을 펴냈던 SBS 기자 출신 김병윤 선배가 2편 격으로 ‘늬들이 군산을 알아?’(감미사)를 펴냈다. 전작이 조선시대 얘기가 많았다면 이번은 불과 100년 전, 일제 강점기 아픈 얘기들이 수놓는다. 1987년 야구 취재를 위해 처음 찾았다가 바쁜 기자생활 속에 까마득히 잊고 지냈던 군산을 30년을 훌쩍 넘긴 지난 2019년 운명처럼 다시 찾았단다. 군산의 속살을 취재한다며 고샅을 누비다 창피함을 느꼈다고 했다. 군산의 아픔을 모르고 살았던 스스로가 미워질 정도였다고 했다. 해서 속죄의 심정으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아예 군산에 터 잡고 군산사람들 얘기를 속속들이 글로 옮겼다. 과거를 끄집어냈다. 현재를 적었다. 미래를 그렸다. 한 문장을 쓰느라 2시간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원고를 미리 살피면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울외장아찌였다. 임금님이 먹던 음식이다. 군산의 특산물이다. 울외는 군산에서 많이 재배하는데 성산면이 울외장아찌 특화마을로 조성돼 있다. 박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덩굴식물인데 박과 오이, 참외를 두루 닮았다.호남평야의 좋은 쌀은 군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됐다. 비옥한 농지는 일본인에게 빼앗겼다. 소작농으로 전락해 힘겨운 삶을 이어갔다. 군산의 선조들은 먹을 쌀이 없어 벼 옆에 자라는 잡초인 피죽으로 연명했다. “피죽도 못 먹었냐”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군산에는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일본식 사찰 동국사가 남아 있다. 일본식 가옥 170여 채도 잘 보존되고 있다. 히로쓰 가옥은 거의 원형 상태로 관광객을 맞고 있다. 군산세관 건물은 옛 모습 그대로, 국내 3대 서양고전주의 건축물의 하나로 보존돼 슬픈 역사를 웅변하고 있다. 군산내항은 수탈당한 쌀들이 실려나간 고통의 현장이다. 빛바랜 임피역은 그 시절의 아픔을 감춘 채 낭만을 찾는 이들에 쉼터가 되고 있다. 군산은 천혜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섬이 아름답다. 왕들이 반한 섬이다. 신선의 섬이다. 군산의 섬을 걷다보면 삶의 의미를 깨우치게 된다. “석양이 비출 때 몽돌해변을 걸어 보라. 황혼의 노부부가 걸으면 지나온 삶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서로가 미안한 마음에 두 손 꼭 잡게 된다. 젊은 연인이 걷게 되면 말없이 껴안게 된다. 석양의 붉은 빛보다 더 뜨겁게 사랑해야 되겠다며.” 너무 아름다운 섬들이 많은데 다섯 곳만 책에 실어 안타깝다고 했다. 싱싱한 해산물. 바닷바람을 견뎌낸 채소 등 음식 재료가 풍성한 곳인데 손맛이 더해지고 넉넉한 인심에 사투리가 더해진다. 군산에 머무는 내내 저자는 객지에 와서 먹을 걱정을 안해 행복했다고 했다. 군산 사람들은 강하다. 자신의 아픔을 밖으로 나타내지 않는다. 과거의 아픔을 미래의 희망으로 탈바꿈 시켰다. 진취적이다. 현대중공업과 GM자동차의 철수로 지역경제가 힘들지만 문화예술관광의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융합된 특색 있는 도시로 변하고 있다. 섬과 바다가 어우러진 해양관광도시가 설립된다. 군산은 이방인의 도시다. 많은 예술인들이 정착을 하고 있다. 유명 아티스트들이 터를 잡아 채만식과 이은주 등의 뒤를 잇고 있다. 군산은 건강의 도시다. 시내에 나지막한 산이 많다. 해발 200m 안팎의 산이다. 언제나 부담 없이 올라갈 수 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가면 된다. 자연과 역사가 숨쉬는 트레킹 코스도 자랑거리다. 11개 코스로 이뤄진 구불길은 트레킹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백제부터 현재의 역사를 체험하며 걸을 수 있다. 고군산군도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게 된다. 몽돌해변의 파도 소리에 시름을 씻겨 보낼 수 있다. 아! 군산 가고 싶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쫄깃하게 칼칼하게… 동해 겨울 품은 ‘국민 생선’ 가자미

    쫄깃하게 칼칼하게… 동해 겨울 품은 ‘국민 생선’ 가자미

    가자미는 싸면서도 영양가가 많아 서민 생선으로 불린다.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곳에서 많이 잡힌다. 울산 앞바다가 대표적이다. 산란기를 앞두고 살이 오르는 겨울이 제철이라 울산 항구와 포구는 가자미로 넘친다. 활어회, 구이, 찌개, 찜, 미역국 등 다양한 음식으로 요리된다. 항구 주변에 늘어선 횟집을 찾아 다양한 가자미 요리를 즐기며 코로나 블루를 치유해 보자. 7일 울산수협에 따르면 지역의 연간 가자미 어획량은 2018년 2981t에서 2019년 3686t, 지난해 4090t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울산은 전국에서 가자미 어획량이 가장 많다. 울산 앞바다 동해가스전 인근 해역이 완만한 지형에 난류와 한류가 교차해 가자미 서식에 적합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연근해에 20여종이 서식한다. 울산에서는 용가자미와 참가자미, 줄가자미, 물가자미 등이 잡힌다. 참가자미는 활어 횟감으로, 용가자미·물가자미·줄가자미는 구이, 조림, 미역국에 주로 쓰인다. ●환자·노약자 기력 보충 효능 가자미는 영양성분이 다양해 기력 보충에 좋다. 동의보감에는 ‘가자미는 맛이 달며 독이 없고 허약함을 보충하고 기력을 세지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단백질량이 일반 생선 평균보다 20%가량 많다.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 트레오닌도 많이 들어 있다. 특히 동맥경화와 혈전을 예방하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고, 비타민 B1도 많아 시력 보호와 뇌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뼈째 먹는 가자미는 칼슘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 노약자에게 좋다.●가자미잡이 어선 빼곡한 방어진항 울산 하면 조선소, 자동차 공장, 석유화학단지 등 산업시설이 먼저 떠오르지만,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푸른 동해가 나온다. 울산 앞바다는 수산물이 서식하기 좋은 천혜의 수역이다. 국가 어항 중 하나인 방어진항은 다양한 고기잡이 배들로 빼곡하다. 방어진항 위판장에서 경매된 가자미는 전국으로 유통된다. 겨울 방어진항의 아침은 제철 가자미를 실은 어선들로 분주하다. 고깃배가 물건을 내려놓기 무섭게 경매가 이뤄진다. 가자미는 사철 잡히지만 살이 많이 차오르는 겨울이 제철로 꼽힌다. 전국 가자미 물량의 절반이 방어진항을 통해 유통된다. 하루에 많게는 40t이 팔린다. 방어진항 주변에 들어선 20여곳의 횟집에서는 다양한 가자미 요리를 즐길 수 있다. ●가자미 건조로 분주한 정자항 방어진항에서 경주 쪽으로 20㎞ 정도 올라가면 정자항이 나온다. 정자항도 방어진항 못지않게 가자미 조업 어선이 많이 드나든다. 새벽 조업을 마친 어부들은 부지런히 그물을 손질하고 근로자들은 잡은 고기를 손질해 말리느라 여념이 없다. 정자항에는 참가자미잡이 어선이 40여척 있다. 대부분 20t 이하의 소형 어선들이다. 한 번 조업을 나가면 300~400㎏ 이상 잡는다. 정자항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것은 참가지미 활어회다. 참가자미는 성질이 급해 잡은 지 2~3일만 지나도 선도가 급격히 떨어져 현지에서 먹어야 참맛을 즐길 수 있다. 참가자미회를 맛보려면 정자어촌계에서 운영하는 활어직판장으로 가면 된다. 횟감을 고르면 즉석에서 회를 떠 준다. 값은 조업 현황에 따라 매일 달라진다. 활어직판장 인근에는 횟집과 초장집, 초장을 판매하는 가판대가 늘어서 있다. 활어직판장에서 회를 구입한 뒤 초장집에 가서 먹거나 가판대에서 초장과 쌈 재료 등을 구입하면 된다. 1㎏짜리 횟감 초장 가격은 1000원, 깻잎은 두 묶음에 1000원, 상추는 한 묶음에 2000원으로 저렴하다. 정자항은 도다리, 광어, 우럭, 해삼, 멍게 등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 나 평일에도 늘 사람들로 붐빈다.●‘겨울 활어회’, ‘여름 물회’ 인기 가자미는 주로 회와 구이, 간장 조림으로 먹지만 으뜸은 활어회다. 특히 겨울철에 진미를 자랑한다. 활어회는 뼈째 썰어 식감이 뛰어날 뿐 아니라 고소하고 쫄깃쫄깃하다. 울산에서는 미나리, 무, 파, 양배추 등 다양한 채소에 초장과 콩가루를 넣고 버무려 그 위에 회 한 점을 올려 먹는다. 일반 회처럼 쌈을 싸서도 먹는다. 취향에 따라 김에 싸기도 한다. 참가자미는 자체가 고소하고 쫄깃한 식감인데 콩가루까지 뿌려 고소함이 배가된다. 채소와 섞어 무침으로 만들기도 한다. 채소 맛과 어우러져 고소함을 더해 준다. 여름철에는 물회를 즐긴다. 여름철에 참가자미와 각종 채소를 썰어 넣고 쓱쓱 비벼 한 입 먹으면 무더위를 잊게 해 준다. 물회를 시키면 서비스로 매운탕이 나온다. 방어진 횟집 10곳 가운데 9곳은 물회와 함께 매운탕이 나온다. 시원 달곰한 물회와 따뜻한 매운탕은 이상하게 조화가 좋다.마지막 맛의 대미는 매운탕이 장식한다. 참가자미 뼈와 남은 생선 등으로 우려낸 매운탕은 육수 자체가 엄청 시원하다. 얼큰한 맛에 고소함까지 더해진다. 담백하고 칼칼한 국물 맛은 밥 한 그릇 말아먹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할 정도다. 갓 잡은 가자미에 무, 야채, 고춧가루 등을 넣고 끓인 찌개는 웬만한 민물매운탕보다 낫다. 반건조한 가자미를 녹말가루에 입혀 튀긴 뒤 채소와 고추장, 꿀을 섞어 만든 소스로 버무린 가자미 강정은 생선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가자미 미역국은 소고기와 성게 미역국 못지않은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 함경도의 대표 음식인 가자미식해도 별미다. 가자미식해는 말린 가자미를 양념해서 조밥과 무채를 넣어 삭혀 만든 발효 음식으로 비만과 고지혈증 예방에 좋다. 비린내 없이 고소한 가자미는 비늘을 벗겨 햇빛에 말리면 꾸둑꾸둑해져 조림이나 튀김으로 먹어도 좋다. 울산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장원준(55)씨는 “가자미회는 일반 회와 달리 양파, 쪽파, 무 같은 채소와 함께 먹으면 좋다”며 “맛도 좋은데 가격이 싸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산 어종인 가자미는 여름과 겨울철 많이 잡힌다”며 “여름철은 냉수대 온도에 맞춰 수족관 온도 역시 5도 정도를 유지하며 활어회의 맛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온라인 배달 생선회 식중독균 검사

    최근 코로나19 유행으로 온라인에서 생선회 배달 주문이 급증함에 따라 정부가 안전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3일부터 22일까지 ‘홈플어시장’, ‘오늘회’ 등 수산물 전문 판매 애플리케이션(앱)과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배달앱 등에 등록된 업체를 대상으로 생선회를 수거해 식중독균 검사를 한다고 11일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횟감을 조리할 때 생선 아가미·비늘 등에 붙어 있는 세균인 비브리오를 제거하기 위해 흐르는 수돗물로 2∼3회 깨끗하게 세척해야 한다. 세척한 후에도 생선의 껍질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비브리오가 조리도구에 의해 옮겨지지 않도록 칼과 도마는 전 처리용과 횟감용을 구분해 사용하고 사용한 조리도구는 세척 후 소독해야 한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김포 대명항, 남녀노소 즐겨찾는 문화관광복합어항 탈바꿈한다

    김포 대명항, 남녀노소 즐겨찾는 문화관광복합어항 탈바꿈한다

    경기 김포시 대명항이 젊은이들도 즐겨찾는 문화관광복합어항으로 탈바꿈한다. 김포시는 대명항이 해양수산부 주관 ‘2021 어촌뉴딜300 공모 사업’ 최종 대상지로 선정돼 총 100억원을 확보하게 됐다고 10일 밝혔다. 2800㎡ 규모인 수산물직판장 2층에는 가족소풍식 공원이 꾸며진다. 20억원을 투입하는 이 공원화 사업은 앞바다가 훤히 보이는 2층에서 낙조·갈매기 등을 조망하고, 수산물센터에서 구입한 횟감을 가져와 돗자리를 깔고 앉아 가족들이 소풍온 것처럼 휴식하는 쉼터로 조성한다. 함상공원에서 남쪽방향 펜스 175m 해변에는 가로를 정비해 휴식공간과 그늘막 등을 설치한다. 함상공원 일대는 재활용돼 활성화한다. 시는 활용도가 낮았던 함상공원내 퇴역함을 연계활용해 대명항을 단순 수산물판매 어항이 아닌 남녀노소가 즐겨 찾는 문화복합 어항으로 조성한다. 특별한 볼거리가 없고 벤치·파고라만 덜렁 있는 함상공원에 품목별 번개장터를 열어 판매하는 이벤트를 개최한다. 또 다목적 커뮤니티센터를 조성해 폐그물 등을 재활용, 가방이나 조명기구 등을 만들어 김포시와 대명항 홍보 용도로 사용된다. 더불어 함상공원 무대에서 축제·공연을 개최해 대명항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체류하며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부정적인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어민인식 개선 교육사업도 추진한다. 대명항에는 꽃게나 갑오징어·민물장어 등 수산물이 풍부하고 인근에 덕포진·손돌묘·함상공원·평화누리길 1코스 등 다양한 역사문화 자원이 있다. 수산물과 문화복합 관광어항으로서 잠재력이 크다. 앞으로 3년간 어촌뉴딜사업 총사업비 100억원을 투입해 다양한 사업이 추진된다. 내년 기본계획 설계에 들어가 2023년까지 ▲어항·어업기반 정비(선착장 확장, 해수정화시설 수리, 어항 가로경관 정비, 어시장 고급화) ▲관광기반 구축(바다 조망공원 조성, 문화광장 조성, 함상공원 정비) ▲주민참여 강화(공동작업 건조장 신설, 다목적커뮤니티센터 신축, 업사이클링 작업장 조성) 등 3개 분야 사업이 진행된다. 대명항 뉴딜사업이 마무리되면 시는 2028년까지 방문객 연 80만명, 600억원 수입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정하영 김포시장은 “애기봉과 함께 대명항을 김포의 미래 100년 먹거리인 관광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조성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며, “아직 개선하지 못한 대명항 어판장의 카드결제 도입을 전면 시행하라고 담당부서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작다고 무시 마라, 쌈 싸고 버무리면 무시무시 밥도둑

    작다고 무시 마라, 쌈 싸고 버무리면 무시무시 밥도둑

    ‘신이 내린 완전식품’, ‘칼슘의 왕’. 멸치에 따라붙는 단골 수식어다. 멸치는 뼈째로 먹을 수 있어 한 마리에 들어 있는 모든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른멸치, 젓갈, 횟감 등 다양한 요리로 일년 내내 식단에 올라 국민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우유의 5배 칼슘… 영양분은 천하장사 멸치는 많게는 수억 마리씩 떼 지어 바닷속을 다닌다. 수산 통계에 따르면 멸치는 우리나라에서 어획량이 가장 많은 어종으로 한 해 20만~25만여t이 잡힌다. 멸치 대표어장은 남해였으나 환경 변화로 서·동해안에서도 많이 잡힌다.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는 멸치는 여러 수산생물의 주요한 먹이자원이라 바다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도 중요한 해양생물이다. 식품 영양에 관한 각종 연구·분석 자료에 따르면 멸치에는 칼슘, 인, 철분 등 무기질과 필수 아미노산이 듬뿍 들어 있다. 특히 어패류 가운데 칼슘이 가장 많다. 100g당 칼슘 함량이 509㎎으로 같은 양의 우유보다 5배쯤 많다. 단백질 합성과 성장촉진, 에너지 생산 등을 조절하는 핵산도 풍부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치매와 빈혈 예방에 도움이 된다. 타우린도 많이 들어 있어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정상 혈압 유지, 동맥경화 예방 등에 좋다. 고도불포화지방산인 EPA와 DHA가 각각 9.2%와 14.1% 들어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와 기억력 향상 효과도 있다. 항암작용 효과가 있는 니아신 등 다양한 필수 영양분이 고루 들어 있는 건강식품이다. 멸치는 크기에 따라 5단계로 나눈다. 7.7㎝가 넘는 큰 멸치는 ‘대멸’로 국물 우리는 데 주로 쓴다. 쓴맛이 나지 않도록 내장을 제거한 뒤 프라이팬에 가볍게 볶아 비린내를 없앤 다음 양파껍질, 파뿌리, 무, 다시마 등과 함께 넣고 끓이면 시원하고 담백한 멸치국물(육수)이 된다. 4.6~7.6㎝ 크기는 ‘중멸’로 고추장 볶음용이나 안주, 조림용 등으로 사용된다. 중멸 마른 멸치는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간편한 술안주나 밥반찬이 된다. 3.1~4.5㎝ 사이 멸치는 ‘소멸’로 볶음용과 무침용으로 많이 쓴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소멸치를 넣어 볶은 뒤 살짝 데친 꽈리고추를 넣어 양념과 함께 버무리면 맛있고 영양이 듬뿍 든 꽈리고추볶음이 만들어진다. 멸치에 부족한 비타민A를 꽈리고추가 보충한다. 1.5~3㎝의 멸치는 ‘자멸’로 볶음용으로 가장 선호한다. 자멸치에 식용유, 양념, 아몬드 등을 넣고 볶아서 만드는 아몬드멸치볶음은 견과류에 포함된 비타민E와 멸치의 칼슘이 어우러져 아이들에게 좋은 영양식이다. 1.5㎝ 이하로 가장 작은 멸치는 ‘세멸’로 볶음이나 비빔밥, 주먹밥, 이유식을 만드는 데 쓴다. 멸치는 서양에서 안초비(anchovy)라고 부르며 주로 소금에 절여 살만 발라 병조림 등으로 가공해 이용한다.●남해 죽방렴… 부산 기장, 조류따라 그물망 멸치는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연안 회유성 어종이다. 남해안 바깥 해역에서 겨울을 지내고 3~4월 남해안 연안으로 회유한 뒤 알을 낳는다. 봄~여름(4~8월)에 산란한 어미멸치는 동해안과 서해안으로 이동해 성장한다. 암컷 멸치 한 마리가 여러 번에 걸쳐 모두 1700개에서 많게는 1만 6000개쯤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통영은 멸치 조업·생산 중심지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멸치권현망수협이 있다. 권현망은 여러 척이 선단을 이뤄 그물을 끌어 고기를 가둬 잡는 방식이다. 업계는 우리나라 멸치 총어획량의 60% 안팎이 권현망으로 잡히는 것으로 추산한다. 멸치는 성질이 급하고 지방이 많아 물 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고 부패해 잡는 즉시 삶아서 말리거나 급냉동한다. 수로가 좁아 물살이 빠른 남해군 삼동면 지족해협에서는 전통방식인 ‘죽방렴’(竹防簾)으로 멸치잡이를 한다. 죽방렴은 갯벌에 참나무 말목 수백 개를 박고 대나무로 만든 그물을 물살 반대방향으로 V자 모양으로 놓은 원시어장이다. 모든 작업을 손으로 해 어획량이 적은 데다 몸통에 상처가 거의 생기지 않아 신선도를 유지해 가격이 비싸다. 국가중요어업유산, 문화재청 명승 71호, 국가무형문화재 등으로 지정돼 있다. 젓갈용 멸치와 생멸치 요리가 유명한 부산 기장군 대변항에서는 주로 그물을 바닷물의 흐름에 따라 떠다니게 해 고기가 걸리도록 하는 유자망 방식으로 잡는다. 전남 완도군 주변 연안에서는 그물을 고정해 이동하는 멸치떼를 가두는 낭자망 멸치잡이가 유명하다. 권중원 통영 멸치권현망수협 지도과장은 “우리나라 멸치잡이는 어획 방식과 유통경로 등이 다양해 실제 어획량은 통계보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은근한 단맛 ‘최상품’… 짠맛 강한 건 하품 멸치의 대표 요리는 생멸치쌈밥과 회무침이다. 남해군, 기장군, 통영시 등 멸치를 잡는 바다 주변의 음식점에 가면 제맛을 볼 수 있다. 남해 미조면과 기장군 대변항에서는 봄마다 멸치축제도 연다. 특히 봄철 대멸치로 요리한 생멸치쌈밥과 생멸치회무침을 한번 맛본 사람은 그맛을 못 잊는다. 음식점 주인들은 “급냉동한 생멸치로 일년 내내 요리를 만들지만 생멸치로 만든 요리보다 맛이 덜하다”고 설명했다.남해군 삼동면에서 멸치요리 음식점 어부림을 15년째 운영하는 문복임(58·여)씨는 “멸치조림은 집에서 직접 담근 된장으로 멸치 비린내를 잡고 멸치액젓과 마늘쫑 등을 넣어 만든다”고 소개한다. 문씨는 “신선한 큰 멸치를 소주로 살짝 씻어 손질한 다음 직접 만든 멸치액젓과 각종 과일 등으로 100일 넘게 숙성시켜 만든 초장으로 양파, 양배추 등과 버무린 멸치회 무침은 손님들이 다 좋아한다”고 말했다. 큰 멸치는 주로 2~6월에, 작은 멸치는 9~10월에 많이 잡힌다. 봄 멸치로 담근 젓갈은 액젓, 가을멸치로 담근 젓갈은 육젓으로 이용한다. 멸치 육질을 모두 걸러 낸 게 액젓이다. 젓갈은 붉은 빛깔이 돌면서 구수한 향이 있는 게 상급으로 전통 발효 조미료다. 김치를 담글 때 멸치젓을 넣으면 김치가 빨리 물러지지 않는다. 마른멸치는 짜지 않고 은근한 단맛이 나면 품질이 좋은 것이다. 짠맛이 강한 멸치는 말릴 때 날씨가 좋지 않아 소금을 많이 사용했거나 신선도가 떨어지는 멸치를 가공했을 가능성이 있다. 마른 멸치 형태가 구부러져 있으면 잡자마자 바로 삶아 말린 것으로 신선한 멸치로 볼 수 있다. 누렇게 기름기가 도는 멸치는 하품이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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