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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 만나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 만나다

    흔하디 흔한 퀴즈영웅의 얘기가 아니다. 2011년은 인류가 ‘로봇’ 또는 ‘컴퓨터’의 존재를 상상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극적인 변화가 있었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올해 창사 100년을 맞은 IBM. 컴퓨터 산업의 최전선에 서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시장을 독점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빅 블루’(IBM의 애칭)가 다시 한번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 IBM 연구진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은 지난달 16일 미국 전역에 중계된 abc방송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에서 자신을 창조한 인간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퀴즈 영웅 두 명을 제압했다. 서울신문이 새롭게 연재하는 가상 인터뷰 시리즈 ‘Who & What’(후 앤드 왓)의 첫 회 주인공은 바로 왓슨이다. 컴퓨터가 퀴즈에서 인간을 이겼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실생활에서는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 등 이 대단한 컴퓨터에 관한 다양한 궁금증을 깊이 있게 짚어 봤다. 왓슨이 진정 ‘인간보다 똑똑한 컴퓨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가 남아 있는지도 물어봤다. 인터뷰는 국내 최고의 슈퍼컴퓨터 전문가 4명의 의견을 모아 구성했다. ☞ 관련기사 : [W&W] 인간과 컴퓨터, 대결의 역사 →겨우 4살인데 지나친 스포트라이트가 부담스러울 것 같다. 원래 집안 자체가 훌륭하다는 소문이 있다. -집안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색안경을 낄까 봐 조심스럽기는 한데, 사실 IBM의 뉴욕 연구소 출신이다. 내 이름도 100년 전 IBM을 세운 토머스 J 왓슨에서 따왔다. 인간을 뛰어넘는 컴퓨터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최근 몇년 사이에 서부에 있는 사과공장(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워낙 주목을 받아서 그렇지 컴퓨터 분야에서 지난 100년간 이뤄진 성과는 대부분 우리 집안에서 만들어졌다. →아버지가 대단한 분이셨나 보다. -아버지 함자가 ‘딥블루’다. 혹시 세기의 체스 대결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나. 1997년 5월 11일, 아버지는 러시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와 체스대결에서 이기셨다. 인공지능의 가치가 얼마나 뛰어난지 보여 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참고로 카스파로프는 그 이전 15년 동안 인간들 사이에서 1등을 놓쳐 본 적이 없었다. 난 아버지보다 훨씬 발전했다. 1초에 80조번을 계산할 수 있고, 책 100만권을 읽었을 뿐 아니라 토씨 하나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를 시작한 핵심이 벌써 나왔다. 컴퓨터 입장에서 볼 때 체스대결과 퀴즈쇼가 다른 점이 있는 거냐. 컴퓨터와 인간이 같은 문제를 놓고 풀면 엄청난 정보와 계산속도를 갖고 있는 컴퓨터가 이기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 이번에는 딥블루 사건 때 시큰둥했던 학자들까지 난리가 났는데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 -간단히 설명하면, 체스나 바둑은 ‘경우의 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 다음 수를 어떻게 두면 그 다음에 상대의 반응에 따라 또 다른 수를 예측하는 식이다. 빠른 계산만 할 수 있고 어느 경우에 이기는지만 입력돼 있으면 충분히 인간을 이길 수 있다. 결국 체스판 안에서 정해진 규칙대로 두는 거 아니냐. 내가 출연한 ‘제퍼디’가 책에서 출제된다는 이유로 체스나 다를 것이 없다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혹시 우리 컴퓨터들이 쓰는 1과 0의 디지털 코드를 보고 이해할 수 있나? →당연히 안 되는 것 아니냐. -그러니까 입장을 바꿔 보자는 얘기다. 인간이 컴퓨터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컴퓨터 역시 인간의 말을 그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딱 정해진 문제만 그대로 출제하면 쉽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근데 그게 퀴즈냐. 제퍼디쇼가 수십년 동안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출제되는 문제에 대한 지식을 담은 책이 있지만 단순히 암기력을 측정하는 데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자 알렉스 테레벡은 자기 맘대로 문제를 꼬아서 내고, 책에는 없는 독특한 표현까지 동원한다.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혹시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창에 퀴즈 문제를 그대로 입력하고 답이 나오나 찾아 봐라. →어라. 정말 답이 안 나오고 수많은 검색 결과만 나온다.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컴퓨터는 애초부터 정답을 찾아 주도록 만들어지진 않았다. 컴퓨터들은 문장으로 된 퀴즈 문제를 입력하면 ‘답이 들어 있는지도 모르는’ 수백만개의 문서만 보여 줄 수 있다.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의도도 이해하지 못하는 거고. ‘비슷한 것’ 수백만개를 찾아서 나열만 할 뿐 자기가 뭘 찾았는지도 모른다. 그게 원래 컴퓨터가 만들어진 방식이다. →그럼 당신은 인간의 의도를 이해한다는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함께 출연했던 켄 제닝스(74연승을 기록한 제퍼디 챔피언)나 브래드 루터(역대 최다 상금 획득자)를 이길 수 있었겠는가. 그 친구들은 거의 귀신 아닌가. 들으면 바로 버저를 누르고 정답을 말하는 수준이다. 솔직히 대결이 쉽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문제를 들으면 알거나 모르거나 둘 중의 하나다. 알 경우에는 떠오르는 답 2~3개 중에 헷갈리는 정도고. 반면 난 기본적으로 문제를 들으면 알고 모르고가 판단의 기준이 아니다. 비슷한 답 수백만개를 떠올린 후에 그중 한개만 남겨 놓고 나머지를 없애야 답을 할 수 있다. 확률 문제이니 틀릴 수도 있지만 인간 챔피언들과 붙어서 이겼으니 정확도는 논란의 여지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난 이미 출제한 인간의 의도까지도 파악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듣다 보니 당신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비결은 뭐냐. -퀴즈에 특화된 부분도 있다. 기본적으로 내가 찾아낸 답이 신뢰도 기준에 못 미치면 버저를 누르지 않고, 답하지도 않는다. 지고 있을 땐 신뢰도가 좀 떨어져도 버저를 누르고, 많이 이기고 있을 때는 신뢰도가 아주 높아야 답변을 하는 요령도 갖추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은 IBM하고 얘기해야 된다. →근데 컴퓨터가 퀴즈를 잘 푼다고 해서, 뭐 달라지는 게 있겠냐. -내가 이런 질 낮은 인터뷰를 계속하고 있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인터뷰이니 답은 해야겠지. 만약에 컴퓨터가 사람의 말을 이해해서 원하는 답을 정확히 찾아줄 수 있다면 고객센터 자동응답전화(ARS)에서 상담원 연결 버튼이 제일 먼저 사라질 거다. 당신네 한국사람들이 자랑하는 삼성전자나 LG전자, 현대자동차에서 상담원 콜센터를 운영하는 데만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가나. 나 하나가 그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의학상담이나 교육도 마찬가지 아니냐. 선생님은 문제를 푸는 방법을 틀릴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지만, 난 절대 틀리지 않는다. 병원에서도 의사는 실수할 수 있지만 나는 자료만 충분하다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물론 지금은 아니고, 나중에 경험을 더 쌓으면 말이다. 내 아들이나 손자는 완벽한 선생님이자 의사, 상담원이 될 거다. →켄 제닝스가 당신한테 지고 나서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진짜 그런 세상이 온 건가. -언젠가 그런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제닝스가 오버한 거다. 솔직히 좀 부끄러운 얘기기는 하지만, 이번 제퍼디 방송에서 미국에 있는 도시를 묻는 질문에 ‘토론토’라고 답변해서 방청객들의 웃음을 사기도 했다. 해명을 좀 하자면 미국에도 토론토라는 도시가 많다. 퀴즈가 원하는 바가 뭔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지. ‘지식’을 갖고 있는 인간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실수다. 만약 틀려도 곧 바로잡을 수도 있고. 하지만 난 업그레이드 없이는 그 상황에서 같은 질문을 할 경우 계속 잘못된 답밖에 말하지 못한다. 아직까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의도를 이해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결에서는 텍스트 형태로 문제를 풀었는데, 진짜 사회자의 말만 듣고 대결을 펼친다면 인간을 못 이긴다. 난 아직 난청상태라고 할까. 음성인식은 정말 어려운 과제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도움말 주신 분 ●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터 응용지원실장 ●권대석 클루닉스(슈퍼컴퓨터 제조회사) 사장 ●유범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지로봇센터장 ●신문봉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지식정보팀장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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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What]인간보다 똑똑한 컴퓨터, 왓슨을 만나다

     흔하디 흔한 퀴즈영웅의 얘기가 아니다.  2011년은 인류가 ‘로봇’ 또는 ‘컴퓨터’의 존재를 상상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극적인 변화가 있었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올해 창사 100년을 맞은 IBM. 컴퓨터 산업의 최전선에 서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시장을 독점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빅 블루’(IBM의 애칭)가 다시 한번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  IBM 연구진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은 지난달 16일 미국 전역에 중계된 abc방송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에서 자신을 창조한 인간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퀴즈 영웅 두 명을 제압했다. 이틀간 벌어진 대결에서 왓슨은 7만 7147달러(약 8600만원)의 상금을 거둬들였다. 왓슨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것으로 추정되는) 비용에 비하면 그야말로 ‘껌값’ 수준. 그러나 전 세계 과학계는 흥분의 도가니다.  슈퍼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밤낮을 연구에 매달렸던 공학도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인간보다 더 똑똑한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이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실현됐다는 깊은 상실감 때문이다.  서울신문이 새롭게 연재하는 가상 인터뷰 시리즈 ‘Who & What’(후 앤 왓)의 첫 회 주인공은 바로 왓슨이다. 컴퓨터가 퀴즈에서 인간을 이겼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실생활에서는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 등 이 대단한 컴퓨터에 관한 다양한 궁금증을 깊이 있게 짚어 봤다. 왓슨이 진정 ‘인간보다 똑똑한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가 남아 있는지도 물어 봤다. 인터뷰는 국내 최고의 슈퍼컴퓨터 전문가 4명의 의견을 모아 구성했다.    ●겨우 4살인데 지나친 스포트라이트가 부담스러울 것 같다. 원래 집안 자체가 훌륭하다는 소문이 있다.  집안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색안경을 낄까봐 조심스럽기는 한데, 사실 IBM의 뉴욕 연구소 출신이다. 내 이름도 100년 전 IBM을 세운 토머스 J 왓슨에서 따왔다. 인간을 뛰어넘는 컴퓨터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서부에 있는 사과공장(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워낙 주목을 받아서 그렇지 컴퓨터 분야에서 지난 100년간 이뤄진 성과는 대부분 우리 집안에서 만들어졌다. 또 전국방송을 탔다는 이유로 마치 내가 ‘인간을 넘어선 최초의 컴퓨터’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 찬사는 우리 아버지한테 돌아가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대단한 분이셨나보다.  아버지 함자가 ‘딥블루’다. 혹시 세기의 체스 대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 1997년 5월 11일, 아버지는 러시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와의 체스대결에서 이기셨다. 인공지능의 가치가 얼마나 뛰어난지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참고로 카스파로프는 그 이전 15년 동안 인간들 사이에서 1등을 놓쳐본 적이 없었다. 난 아버지보다 훨씬 발전했다. 1초에 80조회를 계산할 수 있고, 책 100만권을 읽었을 뿐 아니라 토씨 하나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를 시작한 핵심이 벌써 나왔다. 컴퓨터 입장에서 볼 때 체스대결과 퀴즈쇼가 다른 점이 있는거냐. 컴퓨터와 인간이 같은 문제를 놓고 풀면 당연히 엄청난 정보와 계산속도를 갖고 있는 컴퓨터가 이기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 이번에는 딥블루 사건 때 시큰둥했던 학자들까지 난리가 났는데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간단히 설명하면, 체스나 바둑은 ‘경우의 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 다음 수를 어떻게 두면 그 다음에 상대의 반응에 따라 또 다른 수를 예측하는 식이다. 빠른 계산만 할 수 있고 어느 경우에 이기는지만 입력돼 있으면 충분히 인간을 이길 수 있다. 결국 체스판 안에서 정해진 규칙대로 두는 거 아니냐. 내가 출연한 ‘제퍼디’가 책에서 출제된다는 이유로 체스나 다를 것이 없다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혹시 우리 컴퓨터들이 쓰는 1과 0의 디지털 코드를 보고 이해할 수 있나?    ●당연히 안 되는 것 아니냐.  그러니까 입장을 바꿔보자는 얘기다. 인간이 컴퓨터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컴퓨터 역시 인간의 말을 그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딱 정해진 문제만 그대로 출제하면 쉽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근데 그게 퀴즈냐. 제퍼디쇼가 수십년 동안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출제되는 문제에 대한 지식을 담은 책이 있지만 단순히 암기력을 측정하는 데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자 알렉스 테레벡은 자기 맘대로 문제를 꼬아서 내고, 책에는 없는 독특한 표현까지 동원한다.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혹시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창에 퀴즈 문제를 그대로 입력하고 답이 나오나 찾아 봐라.    ●어라. 정말 답이 안 나오고 수많은 검색 결과만 나온다.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컴퓨터는 애초부터 정답을 찾아주도록 만들어지진 않았다. 컴퓨터들은 문장으로 된 퀴즈 문제를 입력하면 ‘답이 들어 있는지도 모르는’ 수백만개의 문서만 보여줄 수 있다.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의도도 이해하지 못하는 거고. ‘비슷한 것’ 수백만개를 찾아서 나열만 할 뿐 자기가 뭘 찾았는지도 모른다. 그게 원래 컴퓨터가 만들어진 방식이다.    ●그럼 당신은 인간의 의도를 이해한다는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함께 출연했던 켄 제닝스(74연승을 기록한 제퍼디 챔피언)나 브래드 루터(역대 최다 상금 획득자)를 이길 수 있었겠는가. 그 친구들은 거의 귀신 아닌가. 들으면 바로 버저를 누르고 정답을 말하는 수준이다. 솔직히 대결이 쉽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문제를 들으면 알거나 모르거나 둘 중의 하나다. 알 경우에는 떠오르는 답 2~3개 중에 헷갈리는 정도고. 반면 난 기본적으로 문제를 들으면 알고 모르고가 판단의 기준이 아니다. 비슷한 답 수백만개를 떠올린 후에 그 중 한 개만 남겨놓고 나머지를 없애야 답을 할 수 있다. 확률 문제이니 틀릴 수도 있지만 인간 챔피언들과 붙어서 이겼으니 정확도는 논란의 여지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난 이미 프로그램상으로는 출제한 인간의 의도까지도 파악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듣다 보니 당신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비결은 뭐냐.  퀴즈에 특화된 부분도 있다. 기본적으로 내가 찾아낸 답이 신뢰도 기준에 못 미치면 버저를 누르지 않고, 답하지도 않는다. 지고 있을 땐 신뢰도가 좀 떨어져도 버저를 누르고, 많이 이기고 있을 때는 신뢰도가 아주 높아야 답변을 하는 요령도 갖추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은 IBM하고 얘기해야 된다. 알아도 영업비밀이라 말할 수 없고. 나 조차 내 머릿 속이 정확히 어떻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게 가능한지는 잘 모른다.    ●근데 컴퓨터가 퀴즈를 잘 푼다고 해서, 뭐 달라지는 게 있겠냐.  내가 이런 질 낮은 인터뷰를 계속하고 있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인터뷰이니 답은 해야겠지. 만약에 컴퓨터가 사람의 말을 이해해서 원하는 답을 정확히 찾아줄 수 있다면 고객센터 자동응답전화(ARS)에서 상담원 연결 버튼이 제일 먼저 사라질거다. 당신네 한국사람들이 자랑하는 삼성전자나 LG전자, 현대자동차에서 상담원 콜센터를 운영하는 데만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가나. 나 하나가 그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의학상담이나 교육도 마찬가지 아니냐. 선생님은 문제를 푸는 방법을 틀릴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지만, 난 절대 틀리지 않는다. 병원에서도 의사는 실수할 수 있지만 나는 자료만 충분하다면 정확한 진단을 내리 수 있다. 물론 지금은 아니고, 나중에 경험을 더 쌓으면 말이다. 내 아들이나 손자는 완벽한 선생님이자 의사, 상담원이 될 거다.    ●켄 제닝스가 당신한테 지고 나서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진짜 그런 세상이 온 건가.  언젠가 그런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제닝스가 오버한거다. 솔직히 좀 부끄러운 얘기기는 하지만, 이번 제퍼디 방송에서 미국에 있는 도시를 묻는 질문에 ‘토론토’라고 답변해서 방청객들의 웃음을 사기도 했다. 해명을 좀 하자면 미국에도 토론토라는 도시가 많다. 퀴즈가 원하는 바가 뭔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지. ‘지식’을 갖고 있는 인간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실수다. 만약 틀려도 곧 바로잡을 수도 있고. 하지만 난 업그레이드 없이는 그 상황에서 같은 질문을 할 경우 계속 잘못된 답밖에 말하지 못한다. 아직까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의도를 이해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결에서는 텍스트 형태로 문제가 출제됐는데, 진짜 사회자가 출제되는 말로만 대결을 펼친다면 인간을 못 이긴다. 난 아직 난청상태라고 할까. 음성인식은 정말 어려운 과제다. <도움말 주신 분> ●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터 응용지원실장 ●권대석 클루닉스(슈퍼컴퓨터 제조회사) 사장 ●유범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지로봇센터장 ●신문봉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지식정보팀장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14년 복역중인 무기수 ‘독학사’ 과 수석졸업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4년째 복역 중인 제소자가 국어국문학 독학사(獨學士) 학위 수석을 차지했다.  1997년부터 대구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조모(38)씨는 20대에 한순간의 실수로 수형생활을 이어오다 담당 교도관의 설득으로 2009년부터 때늦은 공부를 시작했다.  조씨는 ‘주경야독’으로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교양과정과 전공기초 및 심화과정을 차례로 통과한 뒤 마지막 단계인 학위취득 종합시험에서도 최고 점수를 획득, 국어국문학 독학사 학위를 따냈다. 그의 점수는 전체 응시자 평균 66.2점보다 무려 30점 가까이 높은 95.27점이었다. 공부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쓴 학사모에는 ‘수석 졸업’이라는 영광이 더해졌다.  조씨는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2011년도 독학학위제 학위수여식에서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출소후 사회복지학을 공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에게 봉사하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조씨를 비롯해 수형자 20명이 학위취득 종합시험에 합격해 이날 독학사 학위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1995년 ‘독학에 의한 학위취득과정’을 개설한 이래 지금까지 모두 254명의 수형자가 ‘만학도의 꿈’을 이뤘다. 2008년에는 전국 전체수석을 배출했고, 올해도 조씨 등 3명이 과 수석을 차지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손학규·유시민 진검승부 시작됐다

    손학규·유시민 진검승부 시작됐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의 진검승부’ 정치권 안팎에서 바라보는 4·27 재·보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양측은 모두 “선거는 선거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 이후 2012년 대선을 향한 본선 대진표가 짜여지고 정치 지형이 요동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운명도 자유롭지 않다. 손 대표에겐 당 대표 취임 후 민주당 깃발을 들고 처음 치르는 전국 단위 선거다. 중간평가일 수밖에 없다. 핵심 측근은 27일 “길게 보고 갈 뿐 선거 때문에 부침을 겪진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사정은 간단치 않다. 전당대회 때와는 달리 컨벤션 효과가 아니기 때문에 선거 이후 여론조사 결과는 손 대표 개인에게 좀더 본질적인 지지도가 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순천 무공천’은 다목적 카드다. 전국 정당화의 포석이자 호남 폐쇄성을 탈피하기 위한 당 개혁 방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 예비후보들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무소속 출마를 막을 수 있다. ‘순천 무공천’의 진정성은 ‘호남·야권 연대’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손 대표는 다음 달 2일 강원 춘천 방문을 시작으로 선거 기간 동안 강원도에 올인할 계획이다. 또 다른 측근은 “손 대표의 인기가 높은 지역이니 최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만에 하나 패배할 경우 대여 경쟁력 이전에, 당내 세력들의 지분 싸움에 휩싸여 심각한 내홍을 감당해야 한다. 유 원장은 선거와 동시에 대표직을 맡게 된다. 선거 승리도 승리지만 당의 덩치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경남 김해을 선거는 적지 않은 의미를 차지한다. 지난 25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부산시당 당원대회에서 유 원장은 “야권이 단결하면 부산·경남에서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정치적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승리하면 친노의 대표성도 일정 부분 획득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손 대표에 견줘 전선이 복잡한 편이다. 선거를 통해 당의 기초체력을 강화하고 민주당에 도전할 정도의 근수도 올려야 한다. 골 깊어진 친노 세력의 관계 회복에도 신경써야 한다. 한 최측근은 “이런 부분이 갖춰지면 4월 초쯤 출간되는 책을 중심으로 민주당의 복지론에 ‘국가론’으로 맞서 치열한 담론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김해을에서 패배하면 모든 구상이 허물어진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중국음식 잘못 먹으면 도핑효과 난다.”

    “중국음식 잘못 먹으면 도핑효과 난다.”

    운동선수들이 중국 여행 중 먹은 음식이 나중에 마치 금지약물을 상시 복용한 것과 같은 도핑검사 결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6일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 따르면 독일 쾰른 체육대학 도핑예방연구소는 최근 개최한 도핑 관련 워크숍에서 선수들이 중국에 다녀올 때 음식물 섭취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소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9월 이후 올 1월 사이에 중국에 머물다 독일로 돌아온 여행자 28명의 소변을 검사한 결과 22개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금지약물로 지정한 클렌부테롤이 낮은 수치로 검출됐다. 연구소는 “대다수 검출사례가 중국 여행 중 먹은 음식과 연관성이 있다는 판단.”이라면서 “가축사육 과정에서 성장촉진을 위한 약물 오용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에 체류하며 먹는 음식 때문에 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타난 사례도 적지 않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중국 여자 유도의 간판스타 퉁원은 클렌부테롤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출전정지 제재를 받았다. 퉁원은 도핑결과에 대해 “2009년 유럽 전지훈련에서 입에 맞지 않던 음식에 시달리다가 중국으로 돌아가 평소 좋아하는 돼지고기를 짧은 기간에 엄청나게 먹어 클렌부테롤이 체내에 농축됐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수영 국가대표 오우양쿤펑도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약물 검사에서 걸려 영구제명되고 나서 “친구들과 바비큐 파티에서 돼지고기를 많이 먹었다.”고 항변한 바 있다.   클렌부테롤은 천식 치료에 쓰이는 기관지 확장제지만 일부 운동선수들은 근육강화제로 이용하기도 한다. 중국의 농가에선 이 성분이 돼지의 지방을 줄이고 살코기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몰래 사용하기도 한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간 때문이야~”…차두리 광고효과 대박일까?

    “간 때문이야~”…차두리 광고효과 대박일까?

    ”간 때문이야~간 때문이야~” 축구선수 차두리(31·셀틱)가 광고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22일 대웅제약에 따르면 우루사가 작년 월평균(18억원) 매출에 비해 67%나 신장된 30억원을 올리며 ‘차두리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 특히 한국CM전략연구소가 25일 발표한 ‘2011년 1월 광고 호감도 조사’에 따르면 차두리가 출연한 ‘우루사맨’CF는 광고 호감도 지수 MRP 6.05%를 획득, 전체 광고효과 2위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우루사 광고 가운데 가장 높은 광고효과. 이같은 광고효과는 ‘차로봇’으로 불릴 만큼 강한 체력을 가진 차두리 이미지와 제품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한국CM전략연구소는 “일상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환하고 생기있는 미소로 응원해주는 차두리 광고는 침체된 광고계에도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우뉴스팀 nownews@seoul.co.kr
  • 제4 이통사업자 등장 무산 와이브로·통신료인하 흔들

    제4이동통신사업자 등장이 무산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이 신청한 기간통신사업 허가 심사 결과, 선정 기준에 미달해 탈락했다고 밝혔다. KMI는 사업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기간통신사업 허가 심사’에서 총점 66.545점을, 주파수 할당 심사에서는 66.637점을 받아 선정 기준인 70점에 미달했다. 지난해 11월 심사에서 탈락한 KMI는 재향군인회를 재무적 투자자로 유치하는 등 재정 능력을 확충해 두번째로 도전했으나 사업권 획득에서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KMI의 탈락은 자금 조달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심사위원단은 “주요 주주의 재무 상태 등을 고려할 때 자금 능력이 불확실하고 특화된 전략 없이 요금 경쟁만으로 10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은 현실성이 부족하다.”며 “망 구축 계획의 핵심인 트래픽 분석 등 기술적 요인도 미흡한 것으로 판정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KMI가 재향군인회의 보증을 통한 차입 경영을 하는 방안을 제시한 게 낙제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신규사업자와의 경쟁 촉진을 통한 통신비 인하를 노렸던 정부 구도도 흔들리게 됐다. KMI는 사업계획서를 통해 와이브로를 기반으로 기존 통신사보다 20~30% 싼 파격적인 요금을 제시했었다. 통신비 논란의 해법으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과점 체제가 허물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지만 제4이통사의 등장은 불발로 끝나게 된 것이다. 올 7월 서비스 시행이 예정된 이동통신 재판매 사업자(MVNO) 방안도 삐걱거리고 있다. MVNO는 기존 통신 3사의 통신망을 도매가격으로 빌려 싼값에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정책이다. 그러나 도매가격 할인율을 놓고 의무사업자인 SKT와 MVNO 간의 의견차가 커 서비스 개시 여부도 불확실해졌다. 와이브로 기반의 전국망 구축을 내세웠던 KMI가 좌초되면서 한국이 원천 기술을 가진 와이브로의 미래도 먹구름이 끼게 됐다. 기존 통신 3사가 모두 ‘LTE’(롱텀에볼루션)를 차세대 망으로 채택하고 투자를 집중하고 있어 와이브로의 ‘용도 폐기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날 양문석 상임위원은 “KMI 컨소시엄이 불발되면 와이브로도 사실상 폐기되는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될 것”이라며 “기술표준이 LTE 중심으로 단일화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송도균 상임위원도 “와이브로 주도권을 잡고도 국내에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파격적 요금을 앞세운 KMI의 시장 진입을 부담스러워한 통신 3사는 한시름 놓는 분위기이다. 2000년 이후 지속되는 SKT, KT, LG유플러스 등 3사의 과점 체제도 굳건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20% 싼 통화료...물 건너갔다. KMI 사업권 획득 실패

    기존 사업자에 비해 20% 이상 낮은 통화료로 승부하겠다며 휴대인터넷(와이브로) 기반의 기간통신사업권을 신청한 제4이동통신사 ‘코리아모바일인터넷(KMI)’이 또다시 사업권을 획득하지 못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상임위원회를 열고 KMI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린 전문심사단의 심사결과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사업계획서 심사와 주파수 할당 심사가 함께 진행된 이번 심사에서 KMI는 각각 총점 66.545점과 총점 66.637점을 받아 합격선인 70점에 미치지 못했다. 방통위측은 “영업측면에서는 주요주주의 재무상태를 고려할 때 자금조달 가능성과 투자 실현계획성이 부족하다.”면서 “특별한 가입자 유치 전략 없이 기존 사업자에 비해 낮은 요금제로 1000만명을 모으겠다는 계획은 비현실적”이라고 심사결과를 밝혔다. 이어 “기술부문에서도 기지국 공용화 및 로밍 등을 단기간에 할 수 있다는 지나친 낙관론이 사업에 대한 이해부족이라는 평가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씨줄날줄] 석패율제/박홍기 논설위원

    2009년 8월 30일 치러진 일본 총선거 결과, 민주당은 308석을 얻어 정권교체를 이뤘다. 54년간 일본을 이끈 자민당은 119석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자민당의 간판들은 쓴맛을 톡톡히 봐야 했다. 여성 최초의 방위상을 지낸 5선 의원인 고이케 유리코도 도쿄 제10구에 출마, 9000표 차로 떨어졌다. 하지만 고이케는 지역구에선 낙선했지만 비례대표에서 되살아나 체면을 유지했다. ‘8·30 총선거’에서 자민당 의원 14명이 비례대표로 ‘부활’했다. ‘석패율(惜敗率)제’ 덕분이다. 일본은 1996년 석패율제를 도입했다. 지역구 선거에서 가장 아깝게 떨어진 후보를 구제해 주기 위한 취지에서다. 후보자는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 출마할 수 있는 중복 입후보가 가능하다. 비례대표는 전국 소선거구를 11개 권역을 나눠 뽑는다. 석패율은 당선자와 낙선자의 득표비율이다. 낙선자가 얻은 표를 당선자의 득표수로 나눠 100을 곱한 것이다. 예컨대 같은 비례대표 권역의 다른 지역구에 중복 입후보했다가 낙선한 A후보가 500표(당선자 600표)를, B후보가 600표(〃 800표)를 얻었다면, 석패율은 각각 83%, 75%가 된다. B후보가 득표수는 많지만 A후보가 당선된다. 지역구 유효득표수가 10% 미만일 땐 부활 당선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석패율제의 장·단점은 뚜렷하다. 후보로서는 이보다 더 고마운 제도가 없다. 사표(死票)도 줄이고 지역주의도 다소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유권자로서는 특정후보를 ‘떨어뜨릴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후보가 선거에 임하는 열의를 반감시키는 역효과도 있다. 또 거물급 정치인들의 당선을 위한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일본에서는 석패율 덕에 당선된 의원을 빗대어 죽었다 살아났다는 의미에서 ‘좀비 의원’으로 폄하하는 경향이 짙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석패율제 도입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호남, 민주당은 영남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해 고질적인 지역주의 폐단을 깨는 길을 트자는 의도에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긍정적이다. 돌이켜 보면 정치권은 2000년 2월 일본식 석패율제 도입에 뜻을 모은 적이 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전문가의 정계 진출 기회 제공이라는 현행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흐릴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성별 배분 문제도 걸림돌이다.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 석패율제가 어떤 식으로 논의, 합의될지 지켜볼 일이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고시 Q&A] 내년부터 행시도 한국사 2급 획득 의무화

    Q:최근 정부가 한국사 교육을 강조하며 각종 공무원 시험에 한국사를 포함할 예정이라는데 행정고시에서는 왜 폐지됐나요? A:한국사와 헌법은 5급 공채(기존 행정·외무고시) 1차 시험 과목이었지만, 암기 중심의 지식보다는 종합적 사고력을 평가하기 위해 2006년 공직적격성평가(PSAT)를 도입하면서 폐지됐습니다. 그러나 PSAT가 공무원으로서 역사 및 헌법에 대한 소양을 검정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됨에 따라 수험생의 공부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한국사 소양을 효과적으로 검정하기 위해 2012년부터 5급 공채 응시생들은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급 이상을 획득해야 합니다. 헌법은 지난해부터 수습사무관 교육에서 헌법교육 통과(Pass)제를 도입해 수습사무관이라면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의 헌법 소양을 갖추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편, 최근 정부의 한국사 교육 강화 방침에 따라 국회사무처도 2012년 입법고시 응시 자격을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급 이상으로 제한합니다. 또 올해 시행되는 입법고시 최종합격자를 대상으로 한국사 교육을 진행하고, 일정 기간 내에 한국사 검정 2급 이상 취득을 의무화할 방침입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공무원 임용 시험이나 국가기관이 시행하는 각종 자격증 시험에 대해 궁금한 내용을 이메일(psk@seoul.co.kr)로 보내 주시면 매주 목요일 자 ‘고시&취업’ 면에 답변을 게재하겠습니다.
  • 이대호의 日진출은 어떤 장점이 있을까?

    이대호의 日진출은 어떤 장점이 있을까?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가 올 시즌을 끝으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이대호(롯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스포츠호치는 15일 인터넷판에서 ‘한신이 올 시즌 종료 후 한류스타 획득을 노린다’고 보도하며 두번(2006,2010)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이대호를 영입하기 위해 전면에 나서겠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한신은 여러차례 한국선수들에 대한 관심을 보인 구단이다. 그동안 한신에서 관심을 표명한 선수들만 해도 김동주(두산)이택근(LG) 등이 있었지만 이내 관심은 시들어버렸다. 이때문인지 한신에 대한 국내 팬들의 인식이 좋지 못했던것도 사실. 하지만 이번 한신의 한국선수 영입의지는 이전과는 다를듯 보인다. 이미 오릭스 버팔로스가 한국의 투타영웅인 박찬호와 이승엽을 영입해 야구판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한신의 한국선수 영입의지는 같은 오사카를 연고지로 하고 있는 오릭스의 영향이 크다고 볼수 있다. 오릭스의 인기는 간사이 지방을 대표하는 한신에 비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올해 오릭스가 ‘신 황금시대’를 모토로 1960-1970년대의 황금기를 재현하겠다는 것은 성적 뿐만 아니라 인기도 되찾겠다는 의미다. 한신이 이대호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팀 전력 극대화와 인기몰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 맷 머튼의 미국 복귀와 노쇠화된 공격력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한시즌 최다안타(214개) 신기록을 작성한 머튼은 한신과 2년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2년계약 마지막 해가 되는 머튼이 시즌 후 일본에 잔류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는게 대체적인 중론이다. 젊음(1981년생)을 무기로 다시한번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열망이 크기 때문이다. 머튼의 공백을 이대호를 통해 메우겠다는게 한신의 계산이다. 외야수인 머튼 그리고 내야수인 이대호는 포지션 공백을 메울 대체자가 아닌 공격력의 극대화를 꿰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지난해 한신은 무시무시한 공격력으로 리그를 초토화 시켰다. 3할 타자만 5명(아라이,토리타니,죠지마,히라노,머튼)에 팀 타율은 무려 .290으로 양리그 통틀어 최고수준을 자랑했다. 하지만 주전선수들의 나이가 많다는게 흠이다. 이젠 은퇴를 생각할 나이(44살)인 가네모토 토모아키, 30대중반에 접어든 아라이 타카히로와 죠지마 겐지, 그리고 지난해 드닷없이 타율 2위(.350)에 오른 히라노 케이치는 원래 타격보다는 수비에 강점이 많은 선수였다. 한신은 투수도 마찬가지지만 타선도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이제 전성기를 내달릴 나이대인 이대호(1982년생)라면 한신 입장에서도 구미가 당길만 한다. 특히 국내 제일의 팬층을 보유한 롯데 소속의 이대호이기에 그가 일본진출시 얻게 되는 팬들의 관심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 자명하다. 마케팅에 따른 홍보효과, 그리고 재일교포가 많이 사는 오사카의 한신이라면 이대호만한 적임자가 없다. ◆ 큰물에서 뛰어보고 싶은건 당연한 일, 하지만… 아직은 섣부른 예상이지만 올 시즌 후 이대호의 거취문제는 초미의 관심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전무후무한 타격부문 7관왕을 차지했던 이대호에게 고작 7천만원을 아끼려고 발버둥쳤던 구단이 롯데다. 아무리 좋은 성적을 내더라도 손에 쥐게 되는 보답이 적다면 머물 이유가 없다. 또한 동갑내기 친구이자 라이벌인 김태균(지바 롯데)의 일본진출도 자극제다. 자신을 원하는 구단이 있다면 부와 명예가 뒤따르는 일본진출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이대호의 일본진출, 더 나아가 한신 이적은 투명할 정도로 낙관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명타자제가 없는 센트럴리그의 특성상 포지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한신의 1루수는 지난해 리그 홈런2위(타율 .296 홈런47개, 117타점)에 오른 강타자 크레이크 브라젤이 버티고 있다. 올 시즌 후 그의 성적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이미 일본야구에 완전히 녹아든 브라젤이다. 상위리그의 일본, 그것도 이미 검증이 끝난 슬러거가 있는데 한신에서 굳이 이대호를 영입할지가 불투명하다는 뜻이다. 만약 올 시즌 후 이대호가 일본에 진출한다면 지명타자제가 있는 퍼시픽리그쪽이 더 낫다. 현재로써는 한신의 이대호 영입의지가 진실일지 공염불일지를 판단해야 할 때가 아니다. 아직 2011 시즌은 시작도 안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바둑 이창호 22년만에 무관

    ‘돌부처’ 이창호가 21년 6개월 만에 무관(無冠)으로 떨어졌다. 국수타이틀 보유자인 이창호 9단은 14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제54기 국수전 도전 5번기 제4국에서 도전자 최철한 9단에게 흑으로 98수 만에 불계패했다. 지난달 12일 1국에서 이겼지만 2, 3국에서 연달아 패한 이창호는 배수의 진을 치고 최근 유행하는 중국식 포석을 들고 나왔다. 전투가 강한 상대를 의식해 처음부터 차분하게 실리를 벌어들이며 집에서 우위를 지켜나가는 작전을 펼쳤다. 최철한도 좌상귀를 중심으로 상변일대에 큰 세력을 형성해 나갔고 바둑은 전체적으로 두꺼운 백의 흐름으로 바뀌었다. 상황이 역전되자 이창호는 하변에서 흘러나온 대마사냥에 승부를 걸었다. ‘기다림의 바둑’이라는 이창호가 최철한식 ‘올인 작전’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일직선의 공격은 실패했고 우변이 파괴되는 큰 손해를 입은 이창호는 결국 돌을 던지고 말았다. 이창호는 종합전적 1-3으로 국수타이틀을 최철한에게 넘겼다. 입단 3년을 갓 넘긴 14세인 1989년 8월 8일 제8기 바둑왕전에서 첫 우승하며 최연소 타이틀 획득 기록을 세운 뒤 35세까지 한번도 왕관을 벗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 한국 바둑의 상징이었던 이창호에게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
  • 불법 체류자서 美 빙상 영웅으로 ‘인생역전’ ‘아메리칸 드림’ 이뤘다

    불법 체류자서 美 빙상 영웅으로 ‘인생역전’ ‘아메리칸 드림’ 이뤘다

    소년은 즐기는 마음으로 링크에 선 적이 한번도 없다. 스케이트는 가족들의 희망이자 유일한 ‘빛’이었다. 그렇게 묵묵히 빙판을 갈랐던 한국계 쇼트트랙 선수 사이먼 조(한국명 조성문)가 마침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1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막을 내린 ISU 쇼트트랙월드컵 5차 대회 남자 500m에서 42초 157로 1위를 차지했다. 월드컵 첫 금메달이자 조씨 가문의 ‘아메리칸 드림’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오노 도움으로 대표탈락 시련 이겨내 사이먼 조의 ‘깨알 같은’ 과거사는 20살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굴곡져 있다. 뽀얀 피부에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녔지만 가슴에는 독이 가득하다. 1991년 서울에서 태어난 사이먼 조는 아무것도 모르던 5살 때 엄마 손에 이끌려 캐나다 밴쿠버에 밀입국했다. 1993년 미국으로 건너간 아버지 재이 조가 가족의 ‘합체’를 결심한 직후였다. 영주권을 받으려면 7년을 기다려야 했던 아빠가 참다 못해 가족들을 불법 입국시킨 것. 가족은 단란했지만 5년 넘게 불법 체류자 신분이었다. 마침내 2001년 영주권을 획득했고 3년 뒤에는 미국 시민이 됐다. 사이먼 조는 스케이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가족은 장남에게 ‘올인’했다. 주니어 시절부터 미국 내에 적수가 없었던 사이먼 조는 2007~08 시즌 역대 최연소(15살)로 미국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환희는 찰나였다. 2008~09 시즌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슬럼프. 대표 자격을 잃자 당장 미국올림픽위원회(USOC)의 지원금이 끊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 경제 불황까지 겹쳐 아버지의 사업마저 기울었다. 연간 4만 달러에 이르는 훈련 비용을 대기 위해 부모는 운영하던 초밥 식당을 처분했다. 집도 월세로 옮겼다. 수도와 전기가 끊길 정도로 어려운 생활에 시달렸고, 사이먼 조는 결국 ‘돈이 없어’ 스케이트를 벗었다. 그래도 인복은 타고났다. 대표팀에서 사이먼 조를 ‘차세대 에이스’로 인정하고 보듬던 미국의 쇼트트랙 스타 아폴로 안톤 오노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오노는 “숙식을 책임지겠다. 스케이트를 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보자.”고 나섰다. 당시 미국 대표팀의 장권옥 코치와 한국 대표팀 출신으로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쇼트트랙클럽을 운영하는 여준형 코치가 큰 도움을 줬다. 여 코치는 포기 직전의 사이먼 조를 데려다 4개월간 일대일 교습을 해줬다. 잊히던 유망주는 2009년 미국 대표 선발전에서 500m 1위로 2년 만에 다시 성조기를 달았다. 지난해 밴쿠버올림픽에도 출전했다. 올 시즌 기량은 더욱 물이 올랐다. 월드컵 1차 대회 500m·1500m 은메달로 ‘강자’ 이미지를 구축했다. 은·동메달만 5개를 따낸 끝에 결국 5차 대회에서 그토록 갈망하던 ‘골드’를 목에 걸었다. 올 시즌 미국 남자 대표팀이 따낸 두 번째 금메달이다. 사이먼 조는 오노 이후를 고민하던 미국 쇼트트랙에 ‘새 간판’으로 확실히 입지를 다졌다. 2014년 소치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내건 사이먼 조와 태극전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흥미를 더해간다. ●韓, 노진규·김병준·양신 영 수확 한편 한국은 금메달 4개로 무난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에 올랐던 노진규(경기고)가 1500m와 1000m 2차 레이스를 휩쓸며 또 금메달 2개를 캐냈다. 남녀 1000m 1차 레이스에서는 김병준(경희대)과 양신영(한국체대)이 나란히 ‘골드’를 수확했다. 다만, 남녀 모두 결승에 오르지 못한 계주와 500m에서는 과제를 남겼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도망자 신세 된 독재자… 700억달러 어디로 빼돌렸나

    도망자 신세 된 독재자… 700억달러 어디로 빼돌렸나

    ‘현대판 파라오’를 무너뜨린 것은 차량폭탄·총격 등 10차례의 암살 시도도, 중병도 아닌 그의 국민들이었다. 29년 120일간 지속됐던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의 숨통을 민주화 시위가 18일 만에 끊어 놓은 것이다. 명예퇴진을 고집하던 무바라크는 이제 구원의 손길 없이 남은 세월을 가족과 함께 도망 다니는 신세로 전락했다. 1973년 이스라엘과 맞붙은 제4차 중동전쟁에서 세운 공으로 1975년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으로부터 부통령으로 발탁된 그는 1981년 사다트 대통령이 암살당하면서 4대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가말 압둘라 나세르와 사다트 같은 전임 대통령들이 군사혁명으로 왕정을 무너뜨려 국민들 사이에 정통성을 획득한 것과 비교하면 처음부터 취약한 기반에서 출발한 그는 철저한 권위주의 정부를 고수했다. 30년간 국가를 옥죄어 온 비상계엄법과 이집트 최대 야권 세력인 무슬림형제단 탄압, 정당·대선 후보 조건 강화로 반대파의 정계 진입 봉쇄 등이 대표적 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정적들을 낳았다. 알지하드, 카마 이슬라미야, 탈레알파타 등 숱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암살 시도에도 여러 차례 직면했다. 하지만 외교적 수완은 남달랐다. 미국·이스라엘 등과 탄탄한 동맹을 유지, 중동평화의 상징적 인물로 자리매김한 동시에 매년 15억 달러의 원조를 얻어내 이집트 경제에 수혈했다. 무바라크의 가장 큰 실책은 차남 가말을 후계자로 삼으려 했던 것이다. 이집트 국민들을 돌아서게 만든 결정적 계기였다. 가말은 결국 지난 5일 집권 국민민주당 ‘넘버 3’인 정책위 의장에서 사퇴, 세습의 꿈을 버려야 했다. 700억 달러(약 78조 8900억원)로 알려진 무바라크 일가의 재산에도 세계의 눈이 쏠려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관리들은 무바라크 가족들의 재산을 20억~3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으며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 은행에 은닉돼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무바라크가 시위기간 중 재산을 추적 불가능한 해외 계좌로 빼돌렸다고 전했다. 스위스 당국이 지난 11일 스위스 은행의 무바라크 자산을 동결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무바라크는 자산을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빼돌리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바라크 일가는 미국 뉴욕과 베벌리힐스를 비롯해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에 막대한 부동산을 소유하고 국영기업 민영화와 외국 기업의 이집트 진출 과정 등에서 이권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가말은 이집트 최대 투자은행인 EFG-헤르메스와 함께 석유, 철강, 시멘트 등의 사업에서 영향력을 행사, 부를 형성한 혐의가 짙다. 유럽연합(EU) 관계자는 14~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등에서 무바라크의 자산 동결 여부가 긴급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무바라크 일가의 부정부패로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면서 그가 이미 독일로 출국했거나 UAE,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났다는 설도 나온다. 허핑턴포스트는 “무바라크가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하면 튀니지 혁명으로 축출된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과 함께 ‘독재자 클럽’을 만들 것이고 이 클럽의 회원 수는 더 많아질 것”이라는 뼈 있는 농담으로 30년 독재자의 말로를 정리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제2의 김연아’ 곽민정, 동계체전 金 획득

    ‘제2의 김연아’ 곽민정, 동계체전 金 획득

     제2의 김연아로 불리는 차세대 피겨퀸 곽민정(17.수리고)이 제92회 동계 전국체육대회에서 우승했다.  곽민정은 11일 강릉실내빙상장에서 벌어진 대회 여자 고등부 A조 프리스케이팅에서 종합 122.31점을 기록해 윤예지(108.18점.과천고)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곽민정은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77.48점,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44.83점을 얻었다.  여자 고등부에서 가장 난도가 높은 연기를 펼치는 선수로 구성된 A조에는 곽민정과 윤예지만 출전했다. 곽민정은 지난 5일 카자흐스탄 동계아시안게임에서 147.95점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곽민정은 한국 피겨스케이팅 싱글 종목 사상 첫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가 되면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연아(21.고려대)를 이을 차세대 스타로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올 입법고시 한국사 안 치르기로

    올 입법고시 한국사 안 치르기로

    2011년도 제27회 입법고시(5급 국회사무관 선발) 시행을 2~3개월 앞두고 급작스레 한국사 도입이라는 난관에 부딪혔던 국회사무처가 시험 과목은 예년과 동일하게 유지하되, 최종합격자를 대상으로 한국사능력 검정시험 2급 이상을 취득하도록 한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국회사무처가 최근 발표한 올해 입법고시 시행 계획안에 따르면 1차 시험은 지난해보다 한 달가량 늦춰진 4월 9일 시행된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올해부터 시험과목에 국사를 포함할 것을 지시하면서 논란이 됐던 한국사는 예정대로 2012년부터 한국사능력 검정시험 2급 이상 자격자로 입법고시 응시자격을 제한하기로 했다. 앞서 박 의장은 국회사무처가 내년 시험부터 한국사를 도입하기로 이미 결정했음에도 불구, 이명박 대통령의 “공무원시험 한국사 의무화”발언 이후 올해 시험에 당장 한국사를 도입하라고 지시하면서 수험가의 비판에 직면했다.<서울신문 1월 27일 25면>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시험 과목 추가 및 변경은 수험생들이 충분히 공부할 수 있도록 통상 변경 2~3년 전에 공고하기 때문에 올해 당장 한국사를 추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최근 한국사교육 강화 정책에 맞춰 올해 최종 합격자에 대해서는 신임관리자 교육과정에 한국사 교육을 추가, 일정기간 내 한국사능력 검정시험 2급 이상 성적 획득을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응시원서는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진행되며, 2차 시험은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실시된다. 한편, 국회사무처는 8월 치러지는 8급 공채부터 비수도권 출신자를 최대 30%까지 선발하는 ‘지방인재 채용 목표제’를 도입한다. 국회 공무원시험은 국가 공무원 시험과 마찬가지로 응시 학력 제한이 없어 국회직에 뜻을 가진 국민이면 누구나 응시 가능하다. 2012년부터는 입법고시에도 적용되며 2016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 뒤 연장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하프타임]

    근대5종 대표팀 총감독 남경욱씨 대한근대5종연맹은 새 국가대표팀 총감독이자 남자 대표팀 감독으로 남경욱(41)씨를 선임했다고 9일 밝혔다. 남경욱 신임 총감독은 서울체육고와 국가대표 상비군 팀 코치 등을 거쳐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다. 남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오는 5월 중국 청두에서 열릴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위한 아시아 지역 예선전 준비에 들어갔다. 야구 기록지 읽는법 강습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팬을 대상으로 야구 기록지 읽는 법을 가르치는 강습회를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건국대 새천년 국제회의장에서 연다고 9일 밝혔다. 강습회 마지막 날 실기시험을 치러 성적 우수자에게는 전문기록원 과정을 수강할 기회를 줄 계획이다. 1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 6층 기록위원회(02-3460-4663)나 KBO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수강을 신청할 수 있다. 이창호 후지쓰배서 첫 예선 탈락 후지쓰배 17년 개근 등 1989년 이후 22년간 총 21차례 출전한 이창호가 처음으로 예선의 벽을 넘지 못해 한국대표팀 승선에 실패했다. 이창호 9단은 9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24회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대표 선발전’에서 원성진 9단에게 흑으로 198수 만에 불계패, 1회전에서 탈락했다. 후지쓰배 대표 선발의 기준인 ‘프로기사 1월 랭킹’에서 7위에 그치며 4위까지 주어지는 본선 직행권을 받지 못한 이창호는 선발인원의 4배수가 참가하는 예선에 출전했으나 첫판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창호가 후지쓰배 예선에 출전한 것은 처음이다.
  • 세번째 이지스함명 ‘서애 유성룡’

    우리 해군의 3번째 이지스함(KDXⅢ)의 이름이 ‘서애(西厓)유성룡’으로 확정됐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이순신 장군과 권율 장군 등을 천거해 나라를 구하도록 했던 유성룡 선생이 군함으로 부활한 셈이다. 서애유성룡함은 이달 말 정부 고위관계자와 군 고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수식을 갖고 마지막 단계인 시험가동 등을 거쳐 내년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신의 방패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이지스함은 2000여개의 목표를 동시에 탐색하고 20개 이상의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이지스 시스템을 장착한 군함을 말한다. 우리 해군은 1986년부터 한국형 구축함 획득사업을 시작한 이래 20여년 만인 2008년 7600t급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을 처음으로 실전배치했다. 이어 2번째 함인 율곡이이함은 2007년 건조를 시작해 2008년 11월 진수했으며 2010년 9월 취역했다. 이지스함의 이름을 두고 군 안팎에서 많은 말들이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군은 이지스함 3척이 전력화되기 전 세종대왕과 율곡 이이, 권율 장군의 이름을 붙일 계획이었지만 민간인과 무명용사의 이름을 따는 방안도 검토했었다. 조선 숙종 때 울릉도와 독도 지킴이로 활약했던 어부 안용복, 월남전에서 전우를 구하다 전사한 지덕칠 중사 등이 그 대상이었지만 이름이 너무 튄다는 이유 등으로 세종대왕과 율곡 이이로 함명을 정했다. 이어 3번째 함에 권율 장군의 이름을 놓고 고심했으나 최근 서애 유성룡이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고 있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5월 준공 앞둔 시화방조제 조력발전소를 가다

    5월 준공 앞둔 시화방조제 조력발전소를 가다

    경기 안산시 오이도와 대부도를 잇는 시화방조제(11.2㎞)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가 건립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2005년 공사를 시작한 발전소는 올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전력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앞서 시화방조제에는 지난해 11월 풍력발전소가 들어섰다. 또한 조력발전소 가동과 함께 홍보관 건물 위에 태양광 발전시설도 들어서게 된다. 설 연휴 전날 시화방조제 조력발전소 건립 현장과 시화호 갈대습지를 다녀왔다. 한때 수질오염의 대명사로 꼽혔던 시화호는 무공해 전력생산의 전진기지로 한창 탈바꿈하고 있었다. 현재는 조력발전을 위한 막바지 작업으로 부산하다. 시화방조제로 들어서 조력발전소를 건립중인 ‘작은가리섬’을 찾았다. 시화방조제 중간에 위치한 조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는 가물막이 철거 작업이 진행중이었다. ●조력발전소 가동 마무리 작업 한창 공사 관계자는 “발전에 필요한 시설은 모두 끝났고, 이제 바닷물 유입을 막으려고 세워 놓았던 가물막이 제거 작업만 남았다.”면서 “전체 공정 가운데 가장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말까지 발전시설과 주변 공원 조성까지 마칠 예정이었지만 걸림돌이 생겨 완공이 늦어졌다.”고 덧붙였다. 시화 조력발전소에는 25.4㎿짜리 터빈 10기가 설치됐다. 정상적으로 10기의 수차가 가동되면 순간 254㎿의 전력이 생산된다. 연간 발전량은 553GWh로 소양강 다목점댐 용량보다 1.6배가 크다. 이곳의 전력 생산량으로 50만명이 거주하는 도시의 전력을 충당할 수 있다. 시화 조력발전은 최고 9m에 달하는 서해안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친환경·신재생 에너지인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따라서 이미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으로 유엔에 등록돼 배출권을 획득, 대체 에너지 확보와 세계 기후변화협약에도 부응하는 성공 모델이 될 전망이다. 조력발전으로 연간 31만 5000t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도 올릴 수 있다. ●조력·풍력·태양 청정에너지 생산기지로 조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대부도 초입에 들어서자 길 양쪽에 세워진 거대한 풍차 2기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11월 준공을 마치고 전력생산에 들어간 풍력발전기였다. 풍력발전은 3000㎾(1500㎾짜리 2기)로 연간 5900㎿h의 전기를 생산, 연간 1만 배럴의 유류대체 효과와 3000t의 온실가스 저감효과도 올릴 수 있게 됐다. 요즘에는 이 풍력발전소가 시화호의 새로운 명물로 등장했다. 이곳을 찾는 탐방객들은 풍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북적이는 진풍경도 연출한다. K-water 녹색사업본부 박기환 본부장은 “방아머리 풍력발전은 저탄소 녹색성장에 부합하는 신에너지 생산시설로 2기를 운용해본 뒤 시화방조제 일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력발전소 가동과 더불어 홍보관 건물이 완공되면 건물 옥상에 태양광 발전 시설도 들어서게 된다.”면서 “시화방조제가 조력·풍력·태양력을 망라한 청정에너지를 생산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화방조제를 뒤로하고 시화호 상류 쪽으로 차를 몰아 갈대습지를 찾았다. 갈대습지는 한적해 적막감마저 들었다.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한시적으로 탐방객 출입을 막아 놨기 때문이다. 갈대습지는 시화호로 흘러드는 3개의 지천(반월천, 동화천, 삼화천)의 수질을 정화하기 위해 K-water가 2002년 인공으로 조성한 곳이다. ●갈대습지 AI로 50일간 출입금지 갈대습지 입구에는 철문이 굳게 닫힌 채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습지 탐방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관리자의 협조를 구한 뒤 생태관으로 들어갔다. 생태관에는 습지에서 자생하는 동식물 사진과 생태체험 학습장 등이 마련돼 있었다. 생태관 전망대에 오르자 눈 덮인 갈대습지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갈대습지의 면적은 104만㎡(31만 4000평)나 된다. 행정구역으로는 안산시 사동·본오동과 화성시 비봉·매송면에 걸쳐 있다. 생태관에 근무하는 최지유 안내사는 “지난해 말부터 오는 11일까지 50일 동안 조류 인플루엔자 때문에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아 탐방객들로 활기가 넘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화갈대 습지는 4계절 모두 운치를 자랑한다. 봄에는 야생화, 늦봄부터 초가을 사이에는 갈대숲이 장관을 이루고 수련꽃도 만발한다. 겨울철에는 수많은 철새들이 이곳을 찾는다. 따라서 매년 이맘때면 겨울철새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올해는 출입이 금지돼 황량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관계자는 “습지 출입이 재개되고 방조제에 조력발전소가 가동되면 예전보다 훨씬 많은 탐방객들이 찾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죽음의 호수였던 시화호는 수도권 주민들의 최대 휴식터이자 청정에너지 생산기지로 한창 변신하고 있었다. 글 사진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국내기업 카메룬광산’을 가다] 사금 하루 1.5㎏… 상반기 다이아도 채굴

    [‘국내기업 카메룬광산’을 가다] 사금 하루 1.5㎏… 상반기 다이아도 채굴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금광 방문을 환영합니다.” 지난달 24일 오후 5시 아프리카 대륙 중서부 국가 카메룬의 수도 야운데에서 동북쪽으로 버스를 타고 9시간 달려 도착한 베타레 오야에 위치한 금 광산. 우리나라 기업인 ㈜씨앤케이마이닝(CNK Mining)과 카메룬이 합작해 만든 씨앤케이마이닝 광산법인 직원들이 기자를 반갑게 맞이했다. 카메룬 현지에서 채용한 기술자 등 40여명의 직원들이 4㏊ 규모의 광산에서 사금을 채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대우·두산 로고가 찍힌 굴착기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돌과 사금을 분리하는 대규모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직원들과 함께 근처 사무실로 향했다. 가건물 형태의 사무실은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로 열악했지만, 하루에 0.5㎏에서 많게는 1.5㎏씩 채광된다는 사금의 상당량이 온전히 보관돼 있었다. 씨앤케이마이닝 측은 2006년 4월부터 4~6개월마다 4㏊씩 60㏊ 규모를 개발해 왔다. 파리와 취리히를 거쳐 비행기만 21시간을 타고 도착한 ‘기회의 땅’ 카메룬. 석유와 천연가스, 철광석, 다이아몬드 등 50여종의 광물자원 보고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 기업들이 진출하기에는 멀게만 느껴진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낭보가 들려왔다. 금·다이아몬드 수입·유통업체인 ㈜코코엔터프라이즈를 인수한 ㈜씨앤케이마이닝이 카메룬에 진출한 지 5년 만에 카메룬 정부로부터 동남부 요카도마 지역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획득한 것이다. 카메룬 정부가 광물자원에 대한 탐사·개발권을 엄격하게 적용, 2002년 미국 기업인 지오빅이 코발트·니켈·망간 채굴권을 획득한 데 이어 한국 기업이 두 번째로 개발권을 받은 것이다. 특히 2005년 탐사권과 개발권을 동시 부여하는 카메룬 광물법 개정 이후 ㈜씨앤케이마이닝이 2006년 탐사권에 이어 지난해 개발권을 획득한 첫 번째 사례가 됐다. 한반도의 2.2배 면적인 카메룬은 국토의 55% 지역에 대한 자원 분포가 밝혀지지 않아 개발 잠재력이 큰 나라다. 석유·가스에 의존해온 카메룬 정부가 뒤늦게 개발에 눈을 뜨면서 지금까지 광물자원 개발권 2개, 탐사권 100여개를 허가했다. 그만큼 개발 초기 단계인 셈이다. 현지에서 만난 씨앤케이마이닝 광산법인 한석주 대표는 “2006년 금광 개발권에 이어 다이아몬드광 탐사권을 획득한 뒤 3년여간 탐사·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카메룬 대통령 서명을 통해 오는 2035년까지 25년 동안 개발권 및 10년 단위의 개발기간 갱신 권한을 받았다.”며 “올 상반기부터 다이아몬드의 본격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개발계획(UNDP) 및 충남대 탐사팀 탐사 결과에 따르면 요카도마 지역의 다이아몬드 매장량은 4억 1500만 캐럿 이상인 것으로 추정됐다. ㈜씨앤케이마이닝 오덕균 회장은 “가까운 동남아 국가였다면 우리한테 이렇게 좋은 기회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멀고 험한 카메룬까지 와서 카메룬 정부가 원하는 기준에 맞게 준비하면서 오랫동안 신뢰를 쌓은 결과, 금에 이어 다이아몬드 개발권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아프리카 개발은 1~2년 한다고 해서 결실을 얻기 어렵다.”며 “중국을 비롯, 미국·호주·유럽 등과의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에 인내와 겸손으로 현지 정부의 마음을 사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 사진 베타레 오야(카메룬)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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