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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F 총재님이 일 잘한다고 칭찬”…APEC서 포착된 ‘고등래퍼’ 하선호

    “IMF 총재님이 일 잘한다고 칭찬”…APEC서 포착된 ‘고등래퍼’ 하선호

    힙합 경연 프로그램 ‘고등래퍼’에서 얼굴을 알린 래퍼 출신 하선호(23)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행사에서 영어 도슨트로 활약한 사실이 알려졌다. 하선호는 지난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에서 마이크를 잡고 행사를 진행하는 등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하선호는 “IMF(국제통화기금) 총재님, 경상북도 도지사님, 경주시장님 앞에서”라는 설명과 함께 ‘한영아나운서’, ‘영어도슨트’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하선호는 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와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을 올리며 “IMF 총재님이 일 잘한다고 칭찬해주셨다”고 적었다. 서울 외국어고 출신인 하선호는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고등래퍼’에 출연한 이후 2019년 싱글 앨범 ‘돌멩이’를 내며 래퍼로 데뷔했다. 하선호는 올해 초 영어 회화 강사가 됐다는 근황을 알린 바 있다. 프리랜서 통역사로도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부산시 문화상 수상자 6명 선정...도모헌에서 시상식

    부산시 문화상 수상자 6명 선정...도모헌에서 시상식

    부산시는 부산 문화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한 6명을 제68회 부산광역시 문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수상자는 총 6개 부문 6명으로, 자연과학 부문에 정해영 부산대 약학대학 석학교수, 문학 부문에 강동수 소설가, 공연예술 부문에 고정화 부산교대 명예교수, 시각예술 부문에 김수길 전 신라대 교수, 전통예술 부문에 박지영 동래지신밟기 보존회 회장, 공간예술 부문에 유재우 부산대 건축학과 교수가 각각 선정됐다. 정해영 석학교수는 약학 및 노화 과학연구 분야의 연구, 강동수 소설가는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공로, 고정화 명예교수는 클래식 음악 저변 확대 등에서 공로가 인정됐다. 김수길 전 교수는 부산의 전통회화 분야 계승·발전과 저변 확대, 박지영 동래지신밟기 보존회 회장은 지역 문화유산인 동래지신밟기와 동래학춤 전승, 유재우 교수는 부산의 건축문화 발전에 기여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시상식은 이날 오후 4시 도모헌 야외정원에서 열린다. 부산시 문화상은 1957년 최초 시상 이후 현재까지 총 67회에 걸쳐 수상자 420명을 배출하는등 시가 자랑하는 문화 분야의 최고 권위를 지닌 상이다.
  • 서울 아티스트 페스티벌 2025, 현대미술가 50인 기획전 11월 3일 개막

    서울 아티스트 페스티벌 2025, 현대미술가 50인 기획전 11월 3일 개막

    11월 3일~30일 서울 롯데 엠 아트센터 개최비선재 갤러리 주최, 국내외 작가 50인 참여미술 담론의 중심지로서의 서울 미술 지형도 ‘서울 아티스트 페스티벌 2025’(Seoul Artist Festival 2025)가 다음달 3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송파구 롯데 엠 아트센터(m-ART Center)에서 열린다. 비선재 갤러리가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가 50인’이라는 부제 아래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대표 작가 5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이번 전시는 회화, 설치, 조각, 영상 등 다양한 장르가 교차하는 사유의 지도이자, 서울이 세계 동시대 미술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비선재 갤러리 장낙순 회장과 미술비평가인 이진명이 함께 작성한 서문 ‘서울 동시대의 미술 지형도를 위하여’에 따르면 오늘날의 세계를 ‘권력과 권위가 해체된 궐위(闕位)의 시대’로 규정하며, 서구 중심 미술의 해체 이후 다성적 담론(Multivocal Discourse)이 예술의 새로운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장 회장은 “서울의 예술가들은 산업화 이후 근대성과 글로벌 네트워크 시대의 탈국가적 감각 속에서 전통과 매체, 동아시아성과 서구 미의식의 문법 사이에서 독자적인 정체성을 형성해왔다”고 밝혔다. 전시에는 강민수, 김춘수, 문지혜, 이기성, 장승택, 최영명 등 45명의 국내 작가와 우고 리, 시부타 등 5명의 해외 작가가 참여한다. 참여 작가들은 물성과 감각의 층위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면서 ‘감응(感應)의 미학’, 즉 예술가와 대상, 인간과 세계가 서로를 통해 존재를 드러내는 관계적 존재론의 미학을 구축하고 있다. 그들의 회화, 설치, 영상, 오브제는 단순한 표현을 넘어 예술의 존재 이유를 묻는 총체적 질문(Holistic Question)으로 확장된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적 맥락을 가로질러 세대와 매체의 스펙트럼을 아우른다. 제1세대 단색화 작가부터 1990년대 이후의 중견 작가, 2000년대 이후 태어난 젊은 작가들까지 참여해 서울 동시대 미술의 다층적 생태계를 한 공간 안에 직조한다. 이들은 디지털 기술, 인공지능, 데이터 이미지, 물질의 재귀(再歸) 등 새로운 미학적 감각을 탐구하면서도, 한국적ㆍ동아시아적 감응의 정서를 놓지 않는다. 그들의 작업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감각적 지층을 드러내는 동시에, 개인의 서사이자 공동체의 무의식, 사적 기억이자 사회적 감수성의 시각적 기록으로 읽힌다. 각 작가의 언어는 서로 다른 목소리로 울리지만, 전시의 전체 구조 속에서 조율된 율려(律呂)의 공간을 형성하며, 생생지위역(生生之謂易)—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하며 다시 태어나는 변화의 원리를 구현한다. 전시의 명명과 개념 구상을 주도한 장 회장은 “지금, 예술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되돌아가는 사유의 실험장으로 규정한다. 그는 “서울은 이제 주변이 아니라, 세계 동시대 미술의 다성적 중심으로서, 다양한 감각과 사유가 공존하는 ‘미완의 지도’를 그리고 있다”면서 “이번 전시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동시대 미술의 생성과 관계의 운동이 시각적·정신적 공명으로 드러나는 자리”라고 밝혔다.
  • 국내파인데 ‘수준급 회화’ 실력…김민하가 밝힌 영어 잘하는 ‘비결’

    국내파인데 ‘수준급 회화’ 실력…김민하가 밝힌 영어 잘하는 ‘비결’

    배우 김민하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된 방법을 공개했다. 지난 27일 유튜브 채널 ‘채널십오야’에서는 tvN 드라마 ‘태풍상사’ 주연 배우 이준호, 김민하의 라이브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나영석 PD는 극 중 오미선(김민하 분)이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했던 장면을 언급했다. 이 장면에서 김민하는 제품 영업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며 영어를 유창하게 소화했다. 나 PD는 김민하의 영어 실력에 놀란 듯 “그 장면 찍을 때 앞에 누가 영어 대사를 들고 있었냐”고 물었다. 이에 김민하는 덤덤하게 “안 들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준호 역시 “심지어 그 대사 며칠 전에 받았다”며 김민하의 영어 실력을 높이 평가하듯 말했다. 나 PD는 감탄하며 “아시는 분은 아실 텐데 영어 되게 잘하시지 않나. 영어키즈”라고 김민하를 소개했다. 김민하는 “맞다. 영어 잘한다. 사실 어학연수를 몇 차례, 몇 주 갔다 오긴 했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공부했던 시간이 훨씬 길었다”며 “극 중 임미선이 혼자 공부하는 상황이 이해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열심히 공부한 걸 보여줄 때 쾌감 같은 게 공감됐다”고 말했다. 영어를 잘하게 된 비결을 묻자 김민하는 “학원을 열심히 다녔다. 사실 내 나이가 기억나는 순간부터 계속 영어를 배웠다. 진짜 시간이다”라고 답해 영어를 잘하는 비결이 영어의 꾸준한 공부와 사용에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민하는 여러 해외 인터뷰를 통해 뛰어난 영어 실력으로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앞서 김민하는 2022년 tvN ‘바퀴달린집4’에 출연해 “유치원 때부터 계속 영어학원 다니고 과외를 받았다. 그때는 사실 너무 힘들고 싫었다”며 “너무 가기 싫어서 땡땡이를 쳤는데, 영어학원 화장실에서 울면서 단어 외우고 있었다”고 영어 조기 교육을 받았던 과거를 회상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유튜브 채널 ‘나래식’에서 “언어를 좋아한 것 같다. 요즘에는 불어를 배우고 싶다. 유럽 여행하는 것도 좋아하고 많이 가기도 했었다. 물론 영어로 의사소통은 되지만 불어로 하면 추가적으로 소통이 되는 게 있으니까”라며 언어를 배워서 사용하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 유한건강생활, 밀알학교와 ‘이음 전시회’ 발달장애 예술가와 함께 포용의 가치 실현

    유한건강생활, 밀알학교와 ‘이음 전시회’ 발달장애 예술가와 함께 포용의 가치 실현

    - 재학생 교육과 졸업생 전시 지원으로 포용의 가치를 실현- 미술 특기자 교육 및 전시 후원을 통해 창작 역량 강화와 사회적 자립 기회 확대 서울 강남구 밀알미술관에서 오는 10월 30일까지, 발달장애 청소년과 졸업생들이 함께하는 ‘이음 전시회’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발달장애 예술가들이 예술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됐다. 관람객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작품을 통해 따뜻한 공감과 포용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전시에는 밀알학교 재학생 12명과 졸업생 작가 16명 등 총 28명이 참여해 회화, 조소, 공예 등 114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에는 작가들의 일상과 감정,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진솔하게 담겨 있으며, 관람객들은 작품을 통해 발달장애인이 아닌 ‘한 명의 예술가’로서 그들의 세계관을 마주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밀알학교와 밀알복지재단, 그리고 유한건강생활이 함께 추진한 사회적 가치 실현 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유한건강생활은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매주 1회 운영된 ‘미술 특기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창작 역량을 지원했으며, 졸업생 작가들에게는 참가 활동비를 후원해 예술을 통한 자립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왔다. 유한건강생활 손정수 대표이사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후원을 넘어, 장애 예술가들이 세상과 연결되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이음’의 가치를 함께 실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장애인들의 사회적 포용과 다양성 문화를 확산하고, 지속 가능한 공헌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밀알학교 최병우 교장은 “학생들이 미술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 졸업 후에도 작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해주신 유한건강생활과 밀알복지재단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발달장애 학생들이 재능을 계발하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자치광장] “나 오늘 우울해서 빵 샀어”

    [자치광장] “나 오늘 우울해서 빵 샀어”

    MBTI는 과학적인 근거와 별개로 타인과 소통하는 문화 코드로 자리잡았다. 이와 관련해 소소한 테스트가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나 오늘 우울해서 빵 샀어”라고 하면 T(이성) 성향은 “우울한데 왜 빵을 사?”, F(감성) 성향은 “무슨 일 있었어?”라고 답한다는 것이다.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이야기지만, 나는, 구청장으로서의 나는 정책을 통해 구민들과 소통하며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기도 했다. 다정하게 소통하되(F) 적확한 해결책을 제시(T)하는 것은 지자체장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가 가져야 할 자세다. 나는 그렇게 직무를 수행하고 있었나, 그 마음이 잘 드러난 정책은 뭐가 있을까? 민선 8기 문화도시 노원을 대표하는 ‘달빛산책’은 그 예시가 될 것이다. 문화는, 특히 예술은 오로지 감성의 영역으로 오해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예술의 발전 역시 치열한 이성적 사고와 논리의 실천으로 이뤄진다. 올해 초 노원에서 전시한 ‘뉴욕의 거장들’에 걸린 잭슨 폴록의 액션 프린팅이 그렇다. “예술가의 행위 그 자체도 회화가 될 수 있는가.” 다가오는 연말 노원에서 또 전시할 인상주의 거장들 역시 그랬다. “사진기가 발명된 이후 미술은 무엇을 그려야 하는가.” 달빛산책이라는 문화콘텐츠가 발전해 온 경로도 이와 같다. 시작은 주민들이 산책로로 애용하는 당현천에 한지 등(燈)을 전시한 일종의 등축제였다. 그것으로도 의미가 있었지만, 다른 지역의 등축제에서 썼던 작품을 임대해 보여 주는 것 이상의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당현천이 거대한 야외 미술관이 된다면, 우리는 이 갤러리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나아가 지역의 공공예술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기성품의 임대가 아닌 작품의 직접 제작을 추구하면서 가장 먼저 한지에 국한된 소재의 틀을 내려놓으니 발광다이오드(LED) 미디어파사드, 레이저, 거울, 금속과 나무 등이 빛과 만나는 다양성에 음향효과까지 곁들인 공감각적 시도가 창의적으로 발현됐다. 500m 남짓한 산책로에 펼쳐지던 행사 구간을 2㎞까지 확장하니 접근성은 물론이거니와 산책로와 작품이 어우러지는 종합적인 연출이 가능해졌다. 모두를 아우르는 ‘달빛’이라는 감성적인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며 매년 새로운 작품을 선보였는데, 지역이 함께하는 공공성을 더했다. 지역의 작가를 발굴하고, 지역의 어린이나 장애인들이 참여해 작가와 함께 소통하며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만들었다. 지역 주민들이 도슨트로 나서 지역과 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적극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꾸준히 심포지엄을 반복해 달빛산책이 걸어온 길을 점검하며 앞으로 나아갈 길의 방향을 다듬었다. 작년 122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며 대중성, 예술성, 공공성이란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달빛산책이 다시 시작됐다. 특히 중독관리센터의 내담자, 은둔형 청년이 참여한 작품과 네덜란드, 대만에서 건너온 작품을 눈여겨보길 권한다. ‘모두의 달’이라는 올해의 주제에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새로 조성한 공공카페 당현마루도 쉼터인 동시에 하천변 감성을 끌어올리는 거점이다. “나 오늘 우울해서 빵 샀어.” 일상의 감성을 풍요롭게 채우기 위한 냉철한 고민의 결과물 달빛산책으로 F와 T 모두에게 답하고 싶다. “달빛산책 보러 가자. 커피는 내가 당현마루에서 살게.” 노원의 문화는 공감이자 소통인 동시에 해답이 될 것이다. 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
  • 관능, 저항, 장인 정신의 연금술… 캔버스에 새긴 ‘황금 혁명’ [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관능, 저항, 장인 정신의 연금술… 캔버스에 새긴 ‘황금 혁명’ [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구약 성서 ‘유디트’ 황홀경 재해석여성 탐구해 성적 본능 해방 묘사‘빈 분리파’ 만들고 자유 예술 주장반짝이는 금으로 ‘사랑’ 감정 강조그림 한 점 위해 수백 장 도면 남겨 실험 되풀이… ‘노동자 예술가’ 자칭정사각형 화면, 완벽한 균형·조화 시선 분산하며 자연 속 명상 유도황금 양식을 창조한 최고의 장식 화가, 여성의 신체를 통해 에로티시즘을 회화로 구현한 실험가, 아카데미의 규범에 맞서 예술의 자유를 선언한 혁명가. 이 모든 수식어는 오스트리아 거장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에게 바쳐진 것이다. 그런데 위대한 업적을 남긴 그가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선 철저히 침묵했다. 그는 자화상 한 점 없이 평생을 보냈고 자신을 설명하는 글을 쓰는 것을 “배멀미처럼 두렵다”고 말할 만큼 꺼렸다. 그래서 그가 남긴 몇 안 되는 말들은 그의 황금빛 그림만큼이나 소중한 가치가 있다. 이제 클림트의 짧은 말들을 단서로 삼아 캔버스 뒤에 숨겨진 그의 내면세계로 들어가는 여정을 시작해 보자. 첫 번째 명언 “나는 작품의 대상으로서의 나 자신에게는 흥미가 없고 다른 사람들, 특히 여성을 그리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 이 말은 예술가 자신을 신화적 존재로 내세웠던 낭만주의 전통과의 결별 선언이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화폭에 담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실제로 단 한 점의 자화상도 남기지 않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싶다면 내 그림을 주의 깊게 보라”고 말했을 만큼 관객의 시선을 자신에게서 떼어내 여성이라는 대상에게로 향하게 했다. 클림트는 여성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기를 투사하고 반영해 낸 예술가였다. 그의 전 생애에 걸친 여성에 대한 탐구는 미적 취향을 넘어 사랑과 죽음, 욕망과 불안, 생명의 원초적 힘을 탐색하는 통로였다. 그 탐구심의 정점에 놓인 작품이 바로 ‘유디트 I’이다. 구약 성서에 나오는 유디트는 이스라엘 민족을 구하기 위해 아시리아 장군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한 뒤 그의 목을 벤 여성 영웅이다. 전통적으로 많은 화가들이 유디트를 용감하고 도덕적인 구원의 상징으로 그렸다. 하지만 클림트의 작품에서 유디트는 완전히 다른 존재로 재탄생한다. 금빛 장식에 감싸인 반나체의 몸에 살짝 벌어진 입술, 반쯤 감긴 눈으로 관객을 유혹하듯 바라본다. 한 손에 남자의 잘린 머리를 쥐고 있지만 그녀의 표정과 몸짓에서는 공포도, 죄의식도 없다. 적장을 처단한 후의 의로운 분노가 아니라 살인을 저지른 직후의 쾌락과 성적 황홀감, 승리감이 가득하다. 클림트는 이 작품에서 사랑과 욕망을 의미하는 에로스와 죽음과 파괴를 상징하는 타나토스를 한 여성 안에 결합시켰다. 황금빛 장식과 노출된 유디트의 가슴은 신성함과 에로티시즘, 영성과 육체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당시 관객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성스러운 유디트를 위험한 매력을 지닌 요부, 즉 남성을 유혹하고 파멸시키는 팜파탈로 그린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19세기 말 영화(榮華)의 끝자락에서 급속히 무너져가던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수도 빈이 겪었던 시대적 열병을 담아낸 사회적 자화상이기도 하다. 당시 빈 사회는 겉으로는 화려했지만 속으로는 붕괴 직전의 불안에 떨고 있었다. 시민들은 보수적인 관습에 짓눌려 있었고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것은 금기시됐다. 이 시기에 등장한 인물이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였다. 그는 인간의 무의식 속 성적 욕망이 인간 행동의 핵심이라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이론을 제시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클림트의 ‘유디트1’이 탄생한다. 그는 유디트의 몸을 빌려 억압된 본능의 해방을 외쳤고 여성의 관능미를 빌려 세기말의 불안과 욕망을 그려냈다. 유디트의 손에 들린 잘린 머리는 남성적 힘의 몰락을, 그녀의 관능미는 여성적 힘의 승리를 상징한다. 이 작품은 말해 준다. 클림트가 그린 여성들의 초상은 그가 남긴 가장 정직하고 진실한 자화상이라고. 두 번째 명언 “왜 우리는 과거의 역사만을 소재로 삼아야 하는가? 왜 화풍은 옛 전통을 따라야만 하는가.” 이 말은 클림트가 보수적인 미술 제도권에 던진 공개적인 도전장이었다. 당시 빈의 미술 아카데미에서는 성서와 신화, 역사적 주제만이 고상한 예술로 인정받았고 전통적 사실주의 화풍을 따르는 것이 정답처럼 여겨졌다. 새로운 시도나 개성은 억압받았다. 클림트는 낡은 규범에 정면으로 맞섰고 이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1897년,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보수적인 미술가협회를 탈퇴한 뒤 새로운 전위 예술 그룹인 빈 분리파를 창설하고 초대 회장이 된다. 빈 분리파 전시관 입구에는 ‘시대에는 그 시대의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이라는 문장이 황금으로 새겨진다. 낡은 전통이나 권위로부터 예술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강력한 독립선언이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키스’(1907~1908)는 과거의 틀을 깨는 클림트 예술의 결정체로 탄생한다. 언뜻 보기에 이 작품은 저항 정신보다는 사랑의 황홀경을 찬미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주제와 표현 방식이 혁신적이다. 클림트는 ‘키스’에서 아카데미가 요구하는 과거의 서사를 과감히 배제했다. 대신 그는 사랑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감정을 주제로 삼았다. 형식적인 면에서도 이 작품은 전통과 결별한다. 고전 회화에서 익숙하게 사용했던 원근법, 명암법, 사실적인 인물 묘사를 과감히 버렸다. 대신 화면을 채우는 건 장식적 패턴, 금박, 평면적 구성이다. 비잔틴 모자이크, 일본 판화, 상징주의까지 혼합한 새로운 화풍이다. 그가 황금 양식이라는 혁신적 화풍을 창안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클림트는 금세공사였던 아버지가 금박을 다루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랐다. 반짝이는 재료에 대한 친밀감이 그의 예술적 감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1903년 라벤나 여행에서 찾아온다. 그는 산비탈레 성당에서 중세 비잔틴 미술의 모자이크를 마주하게 된다. 황금빛으로 가득한 호화로운 벽화들은 클림트에게 강렬한 영감을 줬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금속 장인의 감각, 비잔틴 미술에서 발견한 신비로운 상징성과 장식성, 동시대적 주제의식이 결합해 황금 양식이 태어난 것이다. 클림트는 중세 종교화에서 성인(聖人)을 그릴 때 사용하던 신성한 재료인 금을 동시대 연인들의 입맞춤이라는 세속적인 주제에 적용했다. 이를 통해 그는 사랑의 순간을 종교적 의식처럼 영원하고 신성한 지위로 격상시킨 것이다. 세 번째 명언 “나를 볼 때 특별히 주목할 만한 것은 없다.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그림을 그리는 화가다.” 황금빛의 화려한 화면, 수많은 여성들과의 염문, 미술의 혁명을 주도한 반항아인 클림트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그가 이런 말을 남겼다는 건 뜻밖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말은 클림트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 주는 중요한 단서다. 그는 자신을 천재예술가가 아니라 매일 작업에 몰두하는 성실한 장인으로 정의했다. 이런 장인 정신은 ‘스토클레 프리즈를 위한 도안-생명의 나무’③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이 작품은 벨기에의 부유한 사업가 스토클레를 위해 지어진 저택의 식당 벽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된 대형 모자이크 중 한 점이다. 클림트는 ‘스토클레 프리즈’ 작업을 위해 수백 장의 스케치와 세밀한 도면을 남겼다. “이 부분은 자개로”, “이 장식은 밝은 금색으로” 같은 재료별 구체적인 지시까지 직접 작성했다. ‘스토클레 프리즈’의 중심 이미지인 생명의 나무를 보면 황금빛 나무의 나선형 가지와 가지를 감싸는 기하학 문양이 정교하게 어우러져 있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장면은 수많은 시도와 수정, 실험의 결과물이다. 그는 종이를 오려 붙이는 수작업인 콜라주와 은박과 금박을 겹겹이 쌓는 실험을 하며 세부 묘사를 하나하나 완성했다. 무늬, 색감, 소용돌이 문양의 방향을 위해 수십 번 손을 움직이고,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반복해 그리고 다시 확인했다. 화려한 금빛 화면의 이면에는 치열한 반복의 시간과 수십 번의 손길이 깃든 장인의 손끝이 숨어 있는 것이다. ‘스토클레 프리즈’는 그가 스스로를 노동자 예술가라 부른 이유를 증명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는 클림트를 화려한 인물화의 대가로 기억하지만 그의 예술 세계에는 중요한 또 하나의 축이 있다. 바로 그가 여름마다 머물렀던 아름다운 아터제 호수에서 그린 풍경화들이다. 이 풍경화들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열쇠가 되는 그의 말을 들어보자. “정사각형은 묘사 대상을 평화로운 분위기로 잠길 수 있게 만드는 최적의 형식이다. 정사각형을 통해 그림은 우주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배나무’는 그의 생각이 풍경화에 어떻게 구현됐는지 잘 보여 준다. 이 그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정사각형의 화면이다. 클림트는 의도적으로 이 형식을 선택했다. 가로나 세로로 긴 직사각형은 방향성을 암시하지만 정사각형은 상하좌우 어느 쪽도 강조하지 않는다. 관람자의 시선을 한 방향으로 몰아가지 않고 그림 안에 머물게 만든다. 화면 전체는 무성한 배나무의 잎과 꽃, 햇빛에 반짝이는 자연의 입자들로 가득 차 있다. 현실세계의 생명력 넘치는 자연 풍경이 정사각형이라는 고요한 틀 안에서 완벽한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지 알 수 없는 화면 속에서 우리는 자연의 호흡과 생명의 리듬을 느끼게 된다. 클림트는 정사각형이라는 형식을 통해 자연을 명상의 대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클림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 데생을 할 줄 안다. 나도 그렇다고 믿고 다른 몇몇도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게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 말은 세기의 걸작을 탄생시킨 화가가 평생 안고 살았던 두려움과 한계에 대한 가장 솔직한 고백이다. 그런 끝없는 자기 회의가 황금보다 더 빛나는 클림트의 예술을 탄생시킨 원동력이었다.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
  • 클림트 기적의 명화 ‘여인의 초상’, 사상 처음 국경 벗어나 한국 온다

    클림트 기적의 명화 ‘여인의 초상’, 사상 처음 국경 벗어나 한국 온다

    오늘부터 ‘얼리버드’ 입장권 판매도난 22년 후 미술관 외벽서 찾아덧칠 ‘이중 초상화’ 해석·추측 난무미술관 소장품 70여점도 첫 소개 ‘기적 같은 귀환’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여인의 초상’이 한국을 찾는다. 서울신문과 마이아트뮤지엄이 오는 12월 19일부터 내년 3월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선보이는 ‘클림트와 리치오디의 기적 : 이탈리아 리치오디 현대미술관 컬렉션’ 전시를 통해서다. ‘여인의 초상’이 해외 전시를 위해 이탈리아 국경을 벗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품은 1997년 2월 이탈리아 북부 도시 피아첸차의 리치오디 현대미술관에서 도난당했다가 22년 후인 2019년 12월 이 미술관 외벽의 감춰진 공간에서 발견됐다. 당시 미술관의 정원사가 건물 벽을 덮은 담쟁이덩굴을 제거하다 작은 금속 재질의 문을 발견했고, 그 안에서 검은 쓰레기봉투에 담긴 그림을 찾아냈다. 전문 감식 결과 이 그림은 22년 전 도난당한 ‘여인의 초상’ 진품이었다. 내부 침입 흔적도 없이 감쪽같이 사라졌던 작품이 훼손 없이 돌아왔다는 사실에 이탈리아는 물론 전 세계 미술계가 떠들썩했다. 작품 발견 이후 두 남성이 자신들이 훔쳤다가 2015년에 돌려놓았다고 주장하는 글을 지역 신문에 투고했지만, 이탈리아 검찰은 2021년 3월 사건을 미제 종결 처리했다. ‘아르누보의 대가’로 꼽히는 클림트가 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1916~1917년 그린 이 작품에는 갈색 머리를 가진 젊은 여성의 수줍은 듯한 표정이 묘사돼 있다. 귀환 당시 미술계는 그림의 가치를 6000만~1억 유로(1004억~1674억원)로 평가했다. ‘여인의 초상’에는 영화 같은 사연이 또 숨어 있다. 도난 10개월 전 한 18세 미술학도가 이 그림이 ‘이중 초상화’임을 밝혀 냈다. 그는 ‘여인의 초상’을 감상하다가 1912년 이후 행방이 묘연했던 클림트의 또 다른 초상화에 그려진 얼굴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리치오디 미술관의 전 관장이었던 자신의 지도교수에게 알렸다. 엑스레이 감정 결과 그림 밑에서 같은 여성의 얼굴을 모티프로 했지만 큰 모자를 쓰고 목에 스카프를 두른 모습의 초상이 담긴 또 다른 그림이 드러났다. 클림트가 왜 이 작품을 덧칠했는지를 놓고는 다양한 해석과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여인의 초상’뿐 아니라 리치오디 현대미술관의 주요 소장품 70여점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다. 리치오디 현대미술관은 피아첸차 출신 법학자였던 주세페 리치오디의 개인 수집품을 바탕으로 해 설립된 곳으로 1830년대~1930년대 초 이탈리아 작가들의 회화와 조각 약 700점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는 19세기 후반~20세기 초에 이르는 이탈리아 근현대 미술사의 다채로운 전개를 폭넓게 조망한다. 전시는 특별 섹션 ‘클림트의 신비’를 비롯해 13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이탈리아 농가와 도시 풍경, 남쪽의 빛, 정원과 베네치아 이야기, 그 시대의 여성상과 은밀한 장면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근현대 이탈리아 미술의 변화를 체험할 수 있다. 페데리코 잔도메네기, 텔레마코 시뇨리니, 안토니오 만치니, 스테파노 브루치, 프란체스코 파올로 미케티 등 유럽과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이 함께 소개된다. 27일부터 오는 12월 18일까지 놀(NOL)티켓, 네이버 예약, 카카오 예약, 29CM 등을 통해 얼리버드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다.
  • 성신여대박물관, 학생 150명 참여 특별전 ‘가리사니’ 개막… 대형 아카이빙 작품 눈길

    성신여대박물관, 학생 150명 참여 특별전 ‘가리사니’ 개막… 대형 아카이빙 작품 눈길

    성신여자대학교박물관(관장 임상빈)은 학생과 교직원 150여 명이 공동 참여한 특별전 ‘가리사니: 성신에서 마주한 통찰의 실마리’를 지난 22일 운정그린캠퍼스 성신미술관에서 개막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특별전은 개교 6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으며, 순우리말로 ‘사물을 판단할 수 있는 지각이나 실마리’를 뜻하는 제목처럼 성신 구성원의 통찰과 예술적 시도를 한데 모았다. 전시는 크게 두 가지 섹션으로 구성됐다. 성신여대 전시 동아리 ‘스튜디오 오버 파워’ 작가들의 회화·조각 작품과, 박물관 프로젝트 ‘다 같이 그려라! 성신 캔버스 아카이빙’을 통해 학생과 교직원 150여 명이 제작한 대형 아카이빙 작품이 함께 전시돼 시선을 끈다. 임상빈 성신여대박물관장은 “설립자 리숙종 박사의 예술에 대한 깊은 애정을 이어받아 매년 재학생들의 예술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적극적인 예술활동 참여를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막식에는 이성근 성신여대 총장, 임상빈 박물관장 등 주요 관계자와 해외 교류 대학인 이 와얀 아드냐나 인도네시아 발리예술대학 총장 등 내외빈이 참석해 참여 학생들을 격려했다. 전시는 다음달 19일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 한 발짝! 느린 그곳, 어두울수록 빛나고… 깊고 높은 파도 아래 예술의 영감 숨 쉬네

    한 발짝! 느린 그곳, 어두울수록 빛나고… 깊고 높은 파도 아래 예술의 영감 숨 쉬네

    충북 청주가 불렀다. 그 재미없다는 ‘노잼 도시’가 말이다. 정확히는 온갖 인연이 손짓했고, 그들이 건네는 말에 귀 기울이다, 블랙홀처럼 ‘훅~’ 빨려들었다. 이번 여정에선 예술로 청주를 다시 본다. 단언컨대 당장 행장을 꾸리지 않는다면, 이는 당신에게 명백히 손해다. 이즈음에 한해, 청주에선 예술이 단풍보다 낫다. 광복 80주년의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연초의 떠들썩함은 많이 가라앉았다. 79주년을 지나, 81주년을 앞둔 일상의 한 해이니 새삼스러울 건 없다. 그래도 일제강점기에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이 퍽 많았다는 걸 확인한 건 큰 수확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들 중 몇몇을 다시 청주에서 만나게 된다. 청주는 사실 예술 불모지(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가 들어서고 ‘청주의 테이트 모던’이라 할 문화제조창 등 이런저런 문화 시설들이 상승 작용을 하면서 예술에 대한 감수성이 그야말로 폭풍 성장하는 중이다. 옛날 소 기르던 종축장 터에 머지않아 아트센터가 들어서고 나면 아마 나라 안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문화예술 도시로 발돋움하지 싶다. ●日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진품 전시 청주의 첫 번째 부름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파도’란 상찬을 받는 일본의 목판화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神奈川沖浪裏)였다. 그것도 진품이 국립청주박물관으로 온다는 소식이었다. 한데 왜 야마나시와 청주일까. 충북과 야마나시현은 1992년에 자매도시 결연을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야마나시현 전시회는 그 우의의 연장선에 있는 교류전 행사다. 야마나시는 후지산의 북쪽 기슭에 자리했다. 흔히 ‘후지의 나라’라고 부른다. 청주 전시회 이름도 ‘후지산에 오르다, 야마나시 특별전’이다. 일본의 보물 격인 중요문화재 13점 등 문화유산 100여점이 전시 중이다. 전시 하이라이트인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는 가쓰시카 호쿠사이(1760∼1849)의 대표작이다. 18세기 에도 시대에 성행한 회화 장르인 우키요에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일본 미술의 상징이 된 데 이어 바다 건너 유럽까지 전해지면서 빈센트 반 고흐 등의 미술가, 클로드 드뷔시 등 인상주의 음악가들에게도 깊은 영감을 안겼다. 우키요에는 애초 유럽으로 수출되는 일본 도자기의 포장재였다고 한다. 유럽인들이 이 ‘포장재’의 진가를 알아본 이후 19세기 말에 이르러선 ‘자포니즘’이란 문화적 경향으로까지 확산했다.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진품은 소장처인 야마나시현에서도 지난 20년 동안 딱 3주만 공개할 정도로 애지중지하는 작품이다. 청주는 물론 한국으로 바깥나들이를 한 것 자체가 처음이다. 앞서 9월 4~14일 공개됐고, 전시 말미인 12월 26∼28일에 또 한 번 특별 공개된다. 현재는 복제품이 전시 중이다. 박물관 건물 자체도 볼거리다. 한국 건축계의 거장 김수근이 설계했다. 전시물만 볼 게 아니라 한 발짝 떨어져 전체를 보는 여유도 가지시길.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 형제’의 숨결 두 번째 부름은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 아사카와 형제였다. 청주박물관 전시장 한쪽에 그들을 조명한 공간이 별도로 마련됐다. 아사카와 형제는 일제강점기 조선 연구에 인생을 바치고, 그만큼 조선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진정한 ‘한류 팬’이다. 굳이 구분한다면, 형인 아사카와 노리타카(1884~1964)는 조선의 도자기, 동생 다쿠미(1891~1931)는 공예와 소반, 식목사업 등에 헌신했다. 먼저 만난 이는 동생 다쿠미였다. 몇 해 전 서울 중랑구 망우역사공원에서다. 흔히 ‘망우리 공동묘지’로 불렸던 곳. 유관순 열사 등 독립지사와 화가 이중섭 등 유명인 다수가 잠든 이곳에 함께 묻힌 일본인이 두 명이다. 그중 한 명이 다쿠미였다. 다쿠미가 노리타카와 친형제라는 걸 알게 해 준 건 최근 간행된 ‘이타미 준 나의 건축’(마음산책)이란 책이다. 재일교포 2세 건축가 유동룡(이타미 준)이 생전에 남긴 글을 딸 유이화가 엮었다. 이 책에 건축가이자 민화연구자였던 조자용 등 청주행(보은 포함)을 ‘부추긴’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아사카와 형제는 그중 하나였다. 아사카와 형제는 야마나시현 후쿠토시에서 태어났다. 형 노리타카는 ‘조선 도자기의 신(神)’이라 불린다. 1913년 경성의 소학교에 미술교사로 온 그는 1946년 돌아갈 때까지 33년 동안 조선 도자 연구에 몰두했다. 이듬해엔 그의 권유로 동생 다쿠미가 조선에 온다. 다쿠미는 먼저 황무지 같았던 한반도의 녹화운동에 헌신했다. 현 한국 인공림의 37% 정도가 그의 공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본의 민예운동을 이끌고, ‘민화’라는 단어를 처음 쓴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가 조선 백자에 눈을 뜨게 만든 것도 1915년 청화백자를 들고 그를 찾아간 아사카와 형제였다. 야나기에 관한 우리의 평가는 무척 엇갈리는 편이다. 다만 그가 아사카와 형제와 함께 경성에 설립한 조선민족미술관이 광복 직후 국립민족박물관을 거쳐 6·25전쟁 직후 현 국립중앙박물관에 흡수되는 과정만큼은 분명한 ‘팩트’로 보인다. 다쿠미는 급성 폐렴으로 40세에 요절하면서 “조선의 옷을 입혀 조선식으로 장례를 치르고 조선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당시 그의 관을 매겠다며 나선 조선인들이 장사진을 이뤘다고 한다. 동생을 먼저 보낸 노리타카는 이후 반평생 모았던 공예품과 도자기 등을 신생 한국에 기증하고 일본으로 돌아가 1964년에 세상을 떴다. 야마나시 출신 인물은 또 있다. ‘불량스러운 조선의 아나키스트’ 독립지사 박열(1902~1974)의 일본인 아내 가네코 후미코(1904~1926, 생몰연대는 한국의 공훈전자사료관과 일본 국회도서관 기준)다. 가네코가 태어난 곳은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지만 성장한 곳은 야마나시다. 아홉 살 때 친할머니와 고모를 찾아 야마나시에서 충북 청원군 부강면(현재 세종시에 속하지만 2012년 출범 이전까지 99년 동안 충북, 청주 등에 속했던 탓에 정서적으로 청주에 가깝다)으로 온 그는 7년간 모진 학대를 받으며 일제의 멸망과 일왕 폭살을 꿈꾸는 ‘아나키스트 전사’로 성장한다. 부강에서의 삶은 그의 이후 생애를 지배하는 정신적 뿌리가 됐다. 가네코의 자서전에 따르면 할머니와 고모의 학대와 억압 속에 살던 그가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었던 것은 부강의 자연과 그곳 사람들의 따스한 인간애 덕분”이었다. 죽고 싶을 만큼 힘겨울 때마다 찾았던 곳 역시 야마나시에서 본 후지산을 닮은 산, 부용산이었다. 부강에 남은 그의 자취는 많지 않다. 묻힌 곳은 경북 문경 박열의사기념관이고, 그가 살았던 집터와 등굣길의 헌병대(현 부강파출소), 일본과의 연결고리였던 부강역 정도가 있다. 그를 기리는 ‘가네코 후미코 다실’도 올해 문을 열었다. 아주 상냥한 가격에 맛있는 일본식 우동과 튀김 등을 맛볼 수 있다. 사족 같은 이야기 하나. 호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가네코 후미코를 다룬 동명의 영화가 지난 10일 미국 뉴욕영화제에서 감독상 등 5관왕에 올랐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1000만엔(약 1억원) 조성에 성공하면서 제작된 영화다. 전 청주시 공무원인 이규상(65) 가네코후미코선양사업회 회장에 따르면 그의 사후 100주년이 되는 내년 7월쯤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할 예정이다. ●한국 ‘민화의 영웅’ 조자용의 일생 이제 우리 ‘민화의 영웅’ 조자용(1926~2000)을 말할 차례다. 민화를 사랑했고 민화 속 호랑이처럼 강렬하고 기개 넘치는 삶을 산 사내다. 후대의 기억 속에 거의 존재하지 않다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호랑이 ‘더피’ 덕에 조금씩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국내 내로라하는 미술관들이 민화를 주제로 거푸 전시회를 여는 중이고,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점의 호랑이·까치 배지는 수개월째 예약 대기 중이다. 이런 민화 열기 이면에 민속미술 운동의 선각자였던 조자용이 있다. 그는 북한 황해도 출신이다. 1945년 광복 때 홀로 월남해 미 7사단에서 통역, 식당 일 등을 하며 지내다 1947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밴더빌트대에서 토목공학 학사, 하버드대에서 건축학과 구조공학으로 석, 박사 과정을 보낸 그는 7년 만에 유엔재건단 일원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서울 정동 미대사관저, 대구 동산병원 등이 그의 작품이다. 당시 한국건축 양식을 계승하기 위해 전국의 사찰을 돌던 그는 신라 기와 끝(와당)에 새겨진 도깨비에 매혹돼 기와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의 수집 대상은 민화, 공예품으로 확대됐다. 당시 모은 문화유산들을 보존하기 위해 그는 사재를 털어 1968년 서울 등촌동에 에밀레 박물관을 세웠다. 그가 말년을 보낸 곳은 보은 속리산 국립공원 옆의 에밀레 박물관이다. 등촌동에 있다가 1983년 이전해 왔다. 청주 시내에서 30분 정도 거리다. 박물관은 저 유명한 ‘정이품송’ 바로 옆에 있다. 하지만 아는 이도, 찾는 이도 거의 없다. 영화 제목에 비유하면 꼭 ‘죽은 건축가의 사회’ 같다고 할까. 2000년 조자용이 작고하면서 사실상 버려지다시피 했다. 어렵게 운영되고는 있지만, 외부의 도움이 절실해 보인다. 에밀레 박물관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 당시 양옥 개축을 위해 헐릴 뻔했던 한옥구조물들을 사다가 재사용했다고 한다. 우리 고유의 귀틀집, 돌담벽 등이 생경하면서도 인상적이다. 전시물은 대부분 민화다. 송규태, 엄미금 등 민화 작가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대호도’(임모도)가 특히 인상적이다. 조자용이 지방 출장 중 발견한 작품으로, 당시 너무 탐이 나 타고 간 지프차와 즉석에서 바꿨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박물관의 상징물은 ‘왕도깨비 조각’이다. 충남 부여의 한 절터에서 출토된 8개의 연화문도깨비벽돌 중 연꽃 위에 선 도깨비를 표현했다. 다시 청주 시내로 온다. 냉전 시대의 산물 ‘당산 벙커’가 목적지다. 1973년 전시(戰時) 대비 시설로 은밀히 조성됐다가 50년 만인 2023년에 비밀 해제됐고, 이듬해 열린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청주시립미술관과 함께 ‘국립현대미술관 X 청주시립미술관 청주프로젝트 2025’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당산 벙커에선 ‘벙커: 어둠에서 빛으로’전이 열리고 있다. 11개 벙커에서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 수상작인 ‘방황하는 혹성들 속의 토우-그 한국인의 정신’(전수천), 자본의 흐름을 호흡에 비유한 ‘플라스틱 유기체’(이병찬) 등 설치·영상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새달 16일까지 진행된다. 입장료는 없다. 새달 2일까지 이어지는 청주시립미술관 ‘다시, 찬란한 여정’전에선 백남준 작가의 ‘티브이(TV) 부처’, 이우환 화백의 ‘선으로부터’ 등 거장의 작품과 만날 수 있다. 역시 무료다. 2년마다 개최되는 청주공예비엔날레도 빼놓을 수 없다. 도자, 목칠, 섬유, 금속 작품 등 공예의 모든 분야와 만날 수 있다. ‘청주의 테이트 모던’이라 할 문화제조창 본관에서 진행 중이다. 새달 2일 종료된다. 문화제조창 밖에선 ‘2025 청주 파빌리온 아이디어 공모작’이 전시되고 있다.
  • 효성, 장애인 예술가 기획전 후원

    효성, 장애인 예술가 기획전 후원

    효성이 다음달 6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창작센터)의 기획 전시 ‘감각의 서사’를 후원한다고 20일 밝혔다. 2018년부터 서울문화재단의 창작센터 입주 작가를 후원해 온 효성은 이번 후원금을 15기 입주 작가 6명의 안정적인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데 활용한다. 감각의 서사전은 신체와 감정, 시간과 상처가 남긴 감각의 기록을 섬유·회화·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풀어내 관객이 작품의 의미에 감각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 자유로운 붓질로 생명력을 잉태하다

    자유로운 붓질로 생명력을 잉태하다

    재독 화가·함부르크 미대 정교수1980~90년대 전성기 17점 선보여3m 가까운 크기 대작 다수 공개 “더이상 (작업을) 못 하겠다 싶을 때, 뭔가 살아 있는 것이 불쑥 나타납니다. 임신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손님은 그때까지 나와 함께 있는 겁니다.” (화가 노은님을 담은 영화 ‘내 짐은 내 날개다’ 중에서) 강렬한 색채, 자유로운 붓질로 생명력이 충만한 세계를 잉태하고 표출했던 재독 화가 노은님(1946~2022)의 전시가 만물이 가장 풍성한 결실을 내보이는 계절에 찾아왔다. 서울 종로구 현대화랑에서 선보이는 회고전 ‘빨간 새와 함께’를 통해서다. 노은님은 1984년 백남준, 요제프 보이스와 함께 ‘평화를 위한 비엔날레’에 참여하고 1990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독일 함부르크 미술대학의 정교수로 임명됐던 작가다. 2019년 독일의 미헬슈타트 오덴발트미술관에는 그를 기리는 영구 전시관이 개설되고 함부르크의 알토나 성 요하니스교회는 그가 작업한 스테인드글라스 480장을 영구 설치하는 등 한국보다 세계가 먼저 발견했던 작가이기도 하다. 백남준이 박명자 현대화랑 회장에게 “독일에 노은님이라는 그림 잘 그리는 여자가 있다”고 소개해 이듬해 국내에서 백남준·노은님 2인전이 열리게 된 것도 유명한 일화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독일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1980~1990년대 회화 17점을 선보인다. 모두 박 회장의 소장품이다. 특히 기존 전시에서 보기 힘들었던 가로 3m, 세로 3m 크기에 가까운 대작이 다수 공개됐다. 형형한 눈을 번쩍이는 고양이부터 몸에서 가지를 뻗고 나뭇잎을 틔운 생명체까지 그의 캔버스에서는 어린이의 천진난만함과 강인한 생명력이 동시에 느껴진다. 장식을 배제한 채 굵고 자유롭게 뻗어 나간 선들은 무엇을 그리겠다는 의도가 아닌 태초의 힘과 같은 것이 담긴 느낌이다. 불, 물, 공기, 흙 사원소를 바탕 삼아 자연과 생명의 본질을 표현한 작가에게는 ‘생명의 작가’라는 수식어가, 작품에는 ‘생명의 즉흥시’라는 별칭이 붙었다. 전시 제목은 검은 형체의 사람을 온몸으로 끌어안은 빨간 새가 그려진 동명의 작품에서 따왔다. 아들이라고 불릴 정도로 작가와 생전 각별한 사이였던 권준성 노은님아카이브 관장은 “서로 꽉 끌어안고 있는 빨간 새와 검은 형체 모두 노은님의 자화상과 같다”며 “그의 그림은 관람객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권 관장은 ‘파독 간호사 출신 화가’라는 꼬리표 때문에 노은님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노은님은 ‘내 고향은 예술’이라며 작업 이외의 것으로 규정되는 모든 것을 거부했던 사람”이라며 “이제라도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전시는 오는 11월 23일까지.
  • 양천구, 오목한 미술관 ‘가을 산책’ 전시…도심 속 문화예술 만나기

    양천구, 오목한 미술관 ‘가을 산책’ 전시…도심 속 문화예술 만나기

    서울 양천구는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오목공원 내 ‘오목한미술관’에서 가을 정취를 담은 기획전시 ‘가을 산책’을 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오목한미술관은 지난해 12월 오목공원을 새롭게 단장하는 과정에서 함께 조성된 공간으로, 구민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됐다. 회화, 목조각, 세라믹 공예 등 매월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도심 속 공원에 있는 접근성 덕분에 지금까지 3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하며 지역 대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기획전 가을 산책은 총 9인의 회화 작가가 참여하는 그룹전이다. 세대를 뛰어넘는 작가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자연, 일상, 감정의 풍경을 화폭에 담은 18점을 선보인다. 이승희 작가의 ‘동심 소환’은 유화 특유의 따뜻한 색감으로 가을의 감성과 순수한 동심을 표현했으며, 곽정숙 작가의 ‘늦가을 숲’은 깊어가는 가을 숲의 고요한 정취를 섬세한 붓터치로 담아냈다. 이은미 작가의 ‘가을은’은 시골 은행나무 길을 서정적으로 표현했다. 이 외에도 박윤선 작가의 ‘동화 나라로의 여행’, 백영숙 작가의 ‘귀항’, 우진향 작가의 ‘장미 정원’, 임양리 작가의 ‘듬뿍’, 전인숙 작가의 ‘Honey apple’, 조소현 작가의 ‘루비 공주’ 등 감각적이고 따뜻한 회화 작품들이 함께 전시된다. 미술관은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에 휴관이며 그 외 평일과 주말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전시 관람을 위한 별도의 예약이나 입장료는 없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이번 전시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쉬어가는 예술 산책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오목한 미술관을 비롯한 문화 공간에서 구민이 쉽게 예술을 접하고 삶의 여유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흙 빚고 붓 잡고 갈옷 입고… 저지리에선 예술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이다

    흙 빚고 붓 잡고 갈옷 입고… 저지리에선 예술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이다

    한적한 곶자왈에 자리잡은 제주시 한경면 저지 문화예술인마을 골목따라 예술이 피어난다. 제주도는 오는 21일부터 26일까지 저지 문화예술인마을에서 ‘아트 앤 저지(ART&JEOJI) 2025’ 행사가 열린다고 17일 밝혔다. 주민과 예술인이 함께 기획한 이번 축제는 화려한 개막식보다 일상 속 예술의 향기를 담았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가이드로 나서고,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실 문을 열어 관람객을 맞이한다. 행사의 문을 여는 것은 21일 저지 문화지구 생활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입주예술인 13명의 합동전시 오픈식이다. 회화·서예·조각·공예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들이 마을 곳곳의 갤러리 7곳에 나뉘어 전시된다. 작품마다 제주 바람의 결, 돌의 질감, 바다의 빛이 묻어난다. 길 한편에서는 ‘저지 가이드투어’가 진행된다. 마을의 역사와 예술 공간을 주민의 목소리로 듣는 시간이다. 저지 생태와 공공미술관, 예술가들의 작업공간을 천천히 둘러보다 보면 “예술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생활 그 자체”라는 말이 실감 난다. 예술가와 함께하는 원데이 창작 워크숍도 마련된다. 아이들은 흙을 빚고, 어른들은 붓을 잡는다. 짧은 시간이지만, 누구나 예술가가 되는 순간이다. 특히 제주 전통문화와의 만남도 눈길을 끈다. 제주갈옷 전통기능 보유자와 함께 펼치는 ‘갈옷 패션쇼’는 제주 고유의 멋과 현대 감각이 어우러진다. 마을 어르신들이 내놓은 전통음식 체험 부스에서는 제주 향토의 맛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번 행사는 전시부터 체험, 투어까지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된다. 참가 신청은 제주문화예술재단 홈페이지와 구글폼을 통해 가능하다. 류일순 제주도 문화체육교육국장은 “저지 문화예술인마을이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서부권의 문화예술 중심지로 성장해, 도민과 방문객 모두가 예술의 즐거움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종교도 피습도 꺾지 못한 루슈디의 일생… “모두 의심하라, 어떤 것도 당연하지 않다”

    종교도 피습도 꺾지 못한 루슈디의 일생… “모두 의심하라, 어떤 것도 당연하지 않다”

    자유도 무너진 무차별적 시대거짓이 거짓을 왜곡하는 사회문학과 작가의 역할과 의미를면도날처럼 신랄하게 그려내 그가 작가였던가? 살만 루슈디란 이름을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다. 1988년 펴낸 ‘악마의 시’가 워낙 강렬했던 탓이다. 서구에선 문학성을 인정받았지만, 아랍권 맹주인 이란의 종교 지도자가 신성모독을 이유로 ‘파트와’(처형 명령)를 내리면서 그는 중동을 넘어 세계 무슬림의 현상범, 정치범이 됐다. 문학 축제 준비 중 습격당해 오른쪽 눈을 실명하면서는 그에 관한 모든 관념이 딱 그쯤에서 고정됐다. 인도 출신 영국인인 그는 명확히 작가다. 노벨문학상 후보 명단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며, 우리에게도 익숙한 부커상을 하나의 작품으로 세 번이나 거머쥔 ‘넘사벽’의 경력도 갖고 있다. 새 책 ‘진실의 언어’는 그가 펴낸 산문집이다. 2003년부터 2020년까지 발표한 에세이, 비평, 연설 등을 한데 모았다. 책은 43편의 글을 주제에 따라 4부로 나누어 담았다. 그의 폭넓은 삶의 범주만큼이나 날카롭고 밀도 깊은 통찰이 인상적이다. 1부는 뜻밖에 ‘작가 루슈디’의 창작론이다.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라 할 스토리텔링에 관한 분석이 주를 이룬다. 2부에서는 윌리엄 셰익스피어부터 미겔 데 세르반테스, 필립 로스, 커트 보니것, 사뮈엘 베케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에 이르기까지 문학사의 계보를 이루는 거장들의 작품과 삶을 비평한다. 3부에선 자유를 포함한 모든 관념들이 무차별적으로 공격받는 이 시대에 예술과 문학의 의미와 더불어 작가의 역할은 무엇인지 묻는다. 4부에서는 수많은 작가들이 회화나 사진 등 문학 바깥의 예술 영역에서 표현의 자유를 옹호해 온 사례를 담았다. 루슈디 하면 떠오르는 글의 이미지, 그러니까 “모든 것을 의심하고, 어떤 것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며, 모든 통상적 관념과 논쟁”하는 그의 글과 신념을 먼저 만나고 싶다면 3부부터 읽으면 된다. “누군가의 영웅(우고 차베스나 피델 카스트로)이 다른 사람에겐 악당”인 세계와 “거짓말의 가면을 벗기려는 사람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 비난 속에서 의도적인 거짓말이 오히려 보호받는 시대”의 면면을 면도칼처럼 날카롭고 신랄하게 그려낸다. 이 세계에선 오사마 빈라덴의 죽음 역시 “태생이 더럽게 부유했”던 “마녀의 대왕이 격렬한 싸움 끝에 빗자루에서 떨어져 죽기 좋은 시간에” 죽은 것일 뿐이다.
  • “생계형 넘어 생활형 귀촌 시대… 중장년 끌어올 빈집은행 만들자” [사라진 인구, 다시 채우는 미래]

    “생계형 넘어 생활형 귀촌 시대… 중장년 끌어올 빈집은행 만들자” [사라진 인구, 다시 채우는 미래]

    15일 서울신문 주최 ‘강원 인구포럼’ 종합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인구 문제는 단일 처방으로 풀 수 없다”며 지역의 여건과 인구구조에 맞는 차별화된 대응 전략을 주문했다. 김대환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한미연) 책임연구원은 “강원을 포함한 전국 각 지역은 인구구조와 흐름이 제각각”이라면서 “정주 인구와 체류 인구가 모두 늘어나는 지역도 있지만, 한쪽만 줄거나 양쪽 모두 감소하는 지역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지역별 인구 양상이 다른 만큼 입체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한 맞춤형 인구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미연이 전국 229개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인구구조, 이동, 규모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인구 체력’을 평가한 결과, 강원에서는 18개 시군 중 원주시가 유일하게 체력 확보 지역으로 분류됐고 나머지는 체력 위기나 고갈 지역에 속했다. 정영호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강원은 넓은 농지와 고속도로·KTX 개통으로 수도권 접근성이 개선돼 귀농·귀촌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청년층뿐 아니라 중장년층으로까지 인구 유입 대상을 넓히면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귀농·귀촌인이 오기를 기다리기보다 빈집을 활용해 거주지를 제공하는 ‘빈집은행’ 같은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내놓았다. 송근석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귀농귀촌종합센터장은 “귀농·귀촌이 생계를 위한 ‘귀농’에서 삶의 질을 중시하는 ‘생활형 귀촌’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강원의 청정한 자연환경과 수도권 접근성을 결합한 생활형 귀촌 모델을 제시한다면 귀농·귀촌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농업에 바로 뛰어들지 않더라도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다양한 경제 모델을 발굴해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도 간 경쟁보다 권역 단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대환 한미연 책임연구원은 “수도권 집중으로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됐지만, 단순한 재정 지원만으로는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며 “교통·공간·산업을 함께 기획하고 집행하는 초광역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혜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는 단순한 사회현상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불평등한 재생산 구조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돌봄의 사회화와 정의 확립을 통해 공정한 사회적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육아휴직 확대, 노동시간 단축, 유급 가족돌봄 휴가 등 제도 개선과 지방정부의 통합 돌봄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 윤현식 개인전 ‘환생(還生)’, 20일까지 인사아트센터

    윤현식 개인전 ‘환생(還生)’, 20일까지 인사아트센터

    “사라진 것들이 빛으로 돌아오다”.. 조형을 넘어 존재의 사유를 담은 회화 윤현식 작가의 개인전 ‘환생 還生’이 이달 15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종로 인사동에 소재한 인사아트센터 1층에서 펼쳐진다. 윤 화백의 이번 전시는 존재의 뼈대를 남기고 사라진 것들과 사라짐 너머에서 다시 피어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 윤 화백은 “그림은 죽음이 아닌 순환의 기록이며, 사라진 것들이 다시 빛으로 변하는 순간을 담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윤 작가의 작품 앞에 서면 ‘보다’라는 감각은 ‘느끼다’라는 감각으로 옮겨간다. 무수한 구멍과 균열, 흔적과 질감이 잠재된 기억을 흔들고, 침묵 속의 형상들은 삶과 죽음, 관계와 고독을 속삭인다. 아이와 어른, 남성과 여성, 검과 그림자, 모두가 시간의 굴곡을 입고 서 있고, 그 인체들은 닮았으나 결코 같지 않다. 언뜻 보면 낡고 거칠게 보이지만, 그 안에서 찬란한 생명이 피어나고 있는 것을 목도할 수 있다. 작품에 사용된 재료는 광물성 분말을 안료처럼 녹여 사용한 ‘석체(石體)’다. 이는 화면 위에 쌓이며 돌처럼 굳어가는 물질의 시간성을 상징한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두터운 질감은 단단한 형체로 남고, 표면 아래에는 부서진 기억과 생명의 흔적이 교차한다. 석체라는 재료는 ‘먹’의 무게를 품으면서도 수묵의 번짐은 거부한다. 선과 곡선이 층층이 얽히는 모습으로 땅속에서 생명이 몸을 틀고 다시 빛을 향해 솟는 긴장감을 전한다. 윤 작가의 대표작인 ‘숨의 기억’에는 이러한 생명의 진동이 시각화되어 있다. 거칠고 단단한 표면 위 불규칙한 균열이 생명의 리듬처럼 이어지고, 상처의 흔적이자 회복의 통로인 미세한 틈새마다 빛이 스며든다. 조명 아래서 화면의 요철이 미세하게 드러나고, 단단한 표면이 호흡처럼 빛을 흡수하고 내뿜는다. 윤 작가는 ‘고통은 생명이 깨어나는 자리이고, 균열은 새로운 생명이 숨 쉬기 위한 입구’라고 말한다. 대작 ‘부활의 땅’도 주목할만한 작품이다. 오래된 지층의 단면처럼 삶과 죽음이 맞닿은 세계의 깊이를 드러내는 작품으로, 흙빛과 석체의 질감이 뒤엉킨 표면으로 은분과 금분이 스며들며 고요한 빛의 층위를 만든다. 이때 이 빛은 외적인 광채가 아니라, 시간과 상처를 통과한 후 비로소 얻는 내면의 빛이다. 윤현식의 회화는 특정 계보나 전통보다는 개인의 내면과 존재의 사유에 뿌리를 둔다. 물질과 시간, 형상과 흔적이 한 화면에 공존하며, 인간의 기억과 생명을 조형적으로 환원한다. 두터운 재료층 속 ‘존재의 조형학’을 구축하는 그의 작품들은 단순한 조형이 아닌 철학적 탐구의 과정이고, 물질이 사유로 변모하는 순간의 기록을 보여준다. 이에 관람객들은 그림 속 형상과 자신을 겹쳐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부서지고 일어서고, 사라졌다 다시 살아나는 생명의 서사 속, 사라짐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전시장에 스며든 침묵과 빛의 결은 우리의 숨결과 맞닿고, 그림은 언어를 넘어 존재의 근원으로 우리를 이끈다. 장유호 무안군오승우미술관장은 “윤현식의 화폭은 인간과 예술, 그리고 생명 그 자체가 다시 태어나는 순간을 증언하며, 조형을 넘어 존재의 사유를 담은 작업들”이라며, “두터운 표면 속 감춰진 생명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동시대 미술이 잃어버린 깊이의 미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20일까지 이어지는 윤현식 작가 개인전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인사아트센터 공식 홈페이지와 유선 문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압화 작가 정인화, 첫 개인전 ‘산책’…의정부문화역 이음갤러리서 개최

    압화 작가 정인화, 첫 개인전 ‘산책’…의정부문화역 이음갤러리서 개최

    압화(押花) 작가 정인화가 10월 10일부터 24일까지 의정부문화역 이음갤러리에서 첫 번째 개인전 ‘산책’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경기문화재단의 예술지원사업 ‘모든 예술31’과 의정부문화재단의 ‘마중물’ 사업 지원으로 마련됐다. 전시에서는 의정부 지역의 야생화와 들꽃을 소재로 한 압화 작품과 그림책 ‘반짝반짝’의 원화 등 50여 점이 선보인다. 단순한 압화 전시를 넘어, 지역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공공 예술사업의 성과로 주목된다. 정인화 작가는 2014년부터 압화 작업을 이어오며 꽃과 잎을 눌러 건조시키는 전통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왔다. 압화는 형태와 색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회화적 구성과 시각 예술적 표현을 결합한 현대 예술 형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작가는 꽃잎의 질감과 잎맥의 결을 통해 자연의 시간과 감정을 회화적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의 주제 ‘산책’은 일상 속에서 우연히 마주한 들꽃의 따스함을 담아, 사람과 자연이 함께 머무는 순간을 형상화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특히 꽃잎을 여러 겹으로 겹쳐 빛과 그림자의 깊이를 표현한 대형 작품들은 회화와 공예의 경계를 확장하며 압화의 예술적 가능성을 새롭게 보여준다. 정 작가는 압화의 시각 언어를 바탕으로 어린이 그림책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그림책 ‘반짝반짝’은 꽃을 소재로 자연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어린이의 시선에서 풀어내며 생태적 감수성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동시에 어른들에게는 잊힌 감각과 추억을 일깨워 주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 작가는 “압화는 자연이 가진 고유의 시간을 담아내는 예술”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꽃의 숨결을 느끼며 잠시 머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전시 기간 중에는 작가와 함께하는 압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 그려지는 대로, 보는 대로… 자연 속에서 흐르듯 사유하는 작품들

    그려지는 대로, 보는 대로… 자연 속에서 흐르듯 사유하는 작품들

    반세기 넘게 새로운 미술 실험 정신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성 자리매김 “내가 그리는 게 아니라 ‘그려지는 그림’을 그리자, 손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던지는 조각’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작업을) 합니다.” 반세기 넘도록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실험을 벌여 온 이강소(82) 작가는 고향 대구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며 “나의 그림은 어떤 감정을 억지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대로 보게 되는 그림”이라고 소개했다. 대구미술관은 그의 1970년대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130여점을 선보이며 ‘곡수지유: 실험은 계속된다’라는 제목을 붙였다. 곡수지유(曲水之遊)는 흐르는 물 위에 술잔을 띄우고, 잔이 지나가기 전에 시를 짓던 동양 풍류에서 비롯된 말이다. 자연의 질서 속에서 흐르듯 사유하고, 예술을 나누는 태도는 평생 추구해 온 예술관을 대변한다. 그의 실험은 “서구의 현대미술하고 한국의 현대미술은 형식과 내용이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그는 “서구의 전통은 자기감정과 기술의 표현으로, 예술가가 표현하면 관람객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만 동아시아의 전통은 산수화를 돌돌 말아서 벽장에 놔뒀다 각자 펼쳐 보며 산수를 배우고 자신만의 시간으로 여행하는, 인간과 자연이 함께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실험터이자 예술적 원형을 품은 장소인 낙동강에서 시작된다. 미술관의 얼굴과 같은 어미홀에서는 첫 개인전 출품작 ‘소멸’을 중심으로 갈대와 브론즈 조각이 어우러진 공간이 펼쳐지며 마치 낙동강 변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흐르는 강물과 모래사장,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밭, 그리고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한 시간이 새로운 미술을 향한 열망의 토대가 됐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1970년대 대표작들은 한국 실험미술의 역사를 증언한다. 제9회 파리비엔날레에 출품된 ‘무제 1975-31’, 이른바 ‘닭 퍼포먼스’는 전시장 한가운데 살아 있는 닭을 매어 두고, 그 흔적을 작품으로 선언한 파격적 작업이다. 예측할 수 없는 우연의 순간을 예술로 바꾼 이 작품은 한국 실험미술사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이 됐다. 비디오 작업 ‘페인팅 78-1’은 투명한 유리 위에 붓질로 화면을 채우는 과정을 담은 영상으로, 회화를 ‘완성된 결과’가 아닌 ‘그려지는 과정’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강소 회화의 묘미는 보는 이에 따라, 보는 순간의 감정에 따라 변화한다는 데 있다. 직접적인 서사가 생략된 자리에 각자의 감상이 자리잡게 된다. 흰 캔버스에 남겨진 잔상은 물의 흐름 같기도, 고요한 산세 같기도 하다. 때론 바람에 나부끼는 연약한 것이 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무채색을 고수해 오던 작가는 2022년부터 선보인 ‘바람이 분다’ 연작에 색채를 더하면서 그의 실험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을 공표한다. 전시는 내년 2월 22일까지.
  • 축적된 기억과 흔적, 실험적 미술로 풀어내다

    축적된 기억과 흔적, 실험적 미술로 풀어내다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인왕산과 북악산을 병풍처럼 두른 자리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변화를 묵묵히 담아내 온 서울 성곡미술관이 개관 30주년을 맞아 14명의 국내외 작가와 함께 기념전 ‘미술관을 기록하다’를 선보인다. 1995년 11월 문을 연 성곡미술관은 고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이 그룹 창업자인 부친(김성곤)의 호를 따서 만든 사립미술관이다. 그동안 젊은 작가를 지원하는 ‘성곡오픈콜’부터 중견 원로작가를 조명하는 전시, 지역미술기획전 등을 운영해 왔다. 이번 기념전은 미술관의 축적된 시간을 담아내면서도 지금, 여기의 관점에서 미술관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지를 묻는다. 회화를 비롯한 사진, 설치, 영상, 음향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각은 물론 청각, 후각 등을 자극한다. 프랑스 작가 조르주 루스가 선보인 ‘서울, 성곡Ⅰ,Ⅱ’는 우리가 본다는 행위 자체를 비판적으로 재검토하도록 돕는다. 그는 특정한 위치에 서야만 온전한 이미지가 보이는 ‘아나모르포시스’ 기법을 활용해 3차원의 공간에 가상의 2차원적 도형을 그리고 이를 사진으로 촬영한다. 작가의 이번 작품은 성곡미술관에 축적된 시간과 기억에 대한 예술적 오마주이자 이 장소에서만 구현될 수 있는 독특한 시각적 사건을 창조한다. 김준의 ‘잔상의 정원’은 실제 미술관의 정원에서 퍼 온 흙과 이끼, 미술관 내부, 외부에서 채집한 다양한 소리를 담아냈다. 청각이라는 비물질적 매체를 조형 언어로 풀어낸 것이다. 관람객은 바닥에 앉아 원판을 돌리며 각자가 기억하는 미술관의 소리와 만날 수 있다. 이세경은 ‘접시 위의 머리카락-성곡미술관 개관 30주년 기념접시’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박문순 성곡미술관 관장의 머리카락을 재료로 했다. 접시 문양, 문자 등에 활용된 머리카락은 섬뜩한 느낌과 함께 박제된 것이 주는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이창원의 ‘성곡의 조각들’은 미술관의 조각 정원을 커피 가루, 빛, 그림자로 재현해 낸다. 시각과 후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설치 작업은 30년의 흔적과 예술의 지속성을 환기한다. 박 관장은 “이번 전시는 국내외 예술가들이 각기 다른 시선으로 미술관의 현재를 예술로 기록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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