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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 개인전 ‘조우:Encounter’ 엔버갤러리서 열려

    디지털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 개인전 ‘조우:Encounter’ 엔버갤러리서 열려

    디지털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의 개인전 ‘조우: Encounter’전이 오는 17일부터 4월 16일까지 압구정동에 위치한 엔버갤러리(NVIRGALLERY)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엔버갤러리와 이이남스튜디오의 협업으로 열리는 첫 번째 개인전이다. 존재하는 예술형식에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온 이이남 작가는 동서양의 고전을 소재로 한 작품들로 현대미술의 배타적 장벽을 허물고 관객을 새로운 공간, 새로운 장으로 안내한다. 고전과 디지털 기술의 만남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작가가 만들어 놓은 새로운 공간에서 서로 소통하고 현대적 메시지를 주고받게 되며 작가는 자연의 현상과 삶의 느낌을 진솔하게 드러낸 명화들을 차용하여 생동감과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화려한 디지털 이미지 속에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낸다. 이이남 작가의 ‘조우’는 작가와 작품, 그리고 관객과의 만남이며 교감이다. 작가와 관객이 가상의 공간에서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이며 일방적 전달이 아닌 상호 소통이 실현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전통 산수화, 수묵화에 디지털을 더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서양 고전 회화를 대용한 폭탄과 꽃, 팝콘이 뒤섞여 화면 속 여인들 위에서 끊임없이 피고 지는 ‘꽃은 어디에서 오는가Ⅰ,Ⅱ’시리즈도 함께 전시할 예정이다. 이이남 작가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미디어아트 거장으로서 관객들이 그의 작품 앞에서 5분 이상 떠나지 않는다는 ‘5분의 미학’ 작가로 불리기도 한다. 이 작가는 매년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전시 초대 단골 작가로 말레이시아, 중국, 미국, 러시아, 독일, 벨기에 등 국내외 80여 회의 개인전과 80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미국 토마파운데이션, 아시아미술관, 예일대학교, 벨기에 지브라스트라트 미술관 등 세계 각국의 주요 기관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 ‘물의 정원’ 중심으로 동선 순환… 변화무쌍 사진 전시 공간 디자인 [건축 오디세이]

    ‘물의 정원’ 중심으로 동선 순환… 변화무쌍 사진 전시 공간 디자인 [건축 오디세이]

    ‘사진은 예술인가.’ 사진이 처음 탄생한 순간부터 줄기차게 제기돼 온 질문이 무의미해진 지 오래다. 기록 매체였던 사진은 1950년대에 자기만의 시각으로 풍경과 시대의 삶을 기록하는 걸출한 작가들의 등장과 함께 사진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갤러리들이 생겨나면서 명실상부한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카메라뿐 아니라 휴대폰을 가진 누구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디지털 이미지가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요즘 ‘사진은 예술인가’라는 질문이 다시 유의미하게 다가온다.지난해 12월 21일 개관식을 갖고 모습을 드러낸 ‘뮤지엄한미 삼청(Museum of Photograph Seoul)’에서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03년 우리나라 최초의 사진 전문미술관인 한미사진미술관을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약품 사옥 19·20층에 개관한 송영숙(한미약품 회장) 관장이 2023년 미술관 개관 20주년을 맞아 새로 건립한 미술관으로, 건축가 민현식(건축사사무소 기오헌 대표)이 설계했다.●동선 다양화… 작품 관람 선택 폭 넓혀 밝은 초록색의 자그마한 마을버스 11번 종점에서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어중간한 크기의 공용 주차장 뒤편에 반듯한 직사각형 입면의 2층 건물이 보인다. 산을 배경 삼아 서 있는 건물 외관은 무덤덤하다. 그러나 입구를 지나자 풍경이 바뀐다. 그다지 넓지 않은 로비 공간 맞은편의 통창으로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비친다. 중정의 역할을 하는 사각 인공 연못 수면에 떨어지는 햇빛의 입자들이 맑은 공기 속으로 아우성치듯 반사되면서 눈이 부시다. 통창 너머로 ‘ㄱ’ 자로 이어진 건물 덩어리들이 겹을 이룬다. 2층에는 다리도 보인다. 로비 왼쪽으로는 계단과 다리가 교차하고 2층까지 오픈된 전시 공간에선 대한뉴스가 연상되는 영상물이 상영되고 있다. “중정의 역할을 하는 ‘물의 정원’을 중심으로 크기와 형상 그리고 형식이 다른 공간들이 안팎에서 3차원으로 교직하는 디자인을 만들었습니다. 공간의 흐름에 따라 순환하는 동선을 만들었기 때문에 어느 지점에서 관람을 시작하더라도 공간들을 하나의 서사로 엮을 수 있고, 관람자마다 자신만의 공간 드라마를 도출할 수 있게 됩니다.” 미술관의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관람 동선을 어떻게 만드느냐다. 민 대표는 “순환 동선에 따라 한 바퀴 돌면서 관람해도 되지만 안과 밖에 만들어 놓은 2개의 다리를 통해 가로질러 갈 수도 있다”면서 “단면이 아닌 매트릭스 구축으로 동선을 다양화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덧붙였다. 신도리코 사옥과 공장에 갤러리 공간을 두어 ‘미술관 같은 공장’을 설계한 바 있는 그는 “뮤지엄이란 전시를 목적으로 하는 공간이지만 디자인에 앞서 늘 몇 갈래 길에서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이나 프랭크 게리의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자하 하디드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같이 형태가 우선하는 미술관이 있고, 미스 반데어로에가 설계한 독일 베를린의 신국립미술관처럼 작품이 두드러지는 공간이 있다. 15~16세기 이탈리아 회화를 전시할 목적으로 로버트 벤추리가 설계한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의 세인즈버리윙처럼 전시될 작품에 맞춰 디자인하는 경우도 있다. 그는 “뮤지엄한미의 경우 ‘중성적 공간’을 추구했다”고 말했다.그의 건축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우리 전통 건축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마당’이다. ‘비움’으로 드러나는 마당은 공간을 점유하는 방법에 따라 한시적으로 기능을 발휘하고 다시 비어 있는 상태로 돌아온다. 이처럼 기능이 미리 정해지지 않은 불확정성의 공간으로 쓰임새에서 자유로운 곳이 바로 중성적 공간이다. “이곳에서 전시 공간은 전시될 작품의 배경이 됩니다. 어떤 종류의 사진이 들어오든 전시할 수 있도록 공간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습니다. 공간의 쓰임을 미리 규정하지 않고 전시 작품에 따라 언제든지 다양하게 모양을 바꿀 수 있는 중성적 공간이 되도록 했습니다. 양각으로 돌출시키기보다 음각으로 덜어 낸 공간이어서 전시실의 분위기는 전시된 작품이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 민 대표는 “전시 작품에 따라 변화가 가능하도록 별다른 장식을 하지 않았고 다만 전시실의 가변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중바닥과 벽, 시스템 천장에 전시를 위한 레일 등 인프라를 장착했다”면서 “메인 전시 공간인 1, 2 전시실 층고를 휴먼스케일을 넘어서게 만들어 공간의 시간성을 확장했기 때문에 다양한 전시 기법이 가능하고 작가들의 창의력도 자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순환형의 동선으로 만들어진 중성적인 공간에 관람객들은 흐트러짐 없이 전시된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신축 개관전으로 마련한 ‘한국 사진사 인사이드 아웃, 1929~1982’ 전시의 경우 연대기 순으로 구성된 까닭에 관람객은 로비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 1전시실부터 관람을 시작한다. 한국 사진이 어떤 제도적 조건과 역사적 문맥 속에서 역사를 일궈 갔는지를 보여 주는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현란한 기교도 없는 흑백 스트레이트 사진 속에 담긴 옛 풍광을 들여다보고 먼지처럼 사라졌을 사진 속 인물들을 만나며 감상에 젖게 되곤 한다. ●높이 7m 벽에 콘서트홀 같은 음향 설비 뮤지엄한미 삼청은 21세기 디지털 이미지의 등장으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맞은 사진 매체를 폭넓게 수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디자인했다. 민 대표는 “100년밖에 안 된 예술이지만 가장 넓은 가능성을 지닌 예술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면서 “애초엔 오로지 사진에 집중하도록 설계를 시작했지만 논의를 거듭하면서 영상과 사운드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공간 설계를 바꿔 나갔다”고 설명했다. 원래 지하 1층의 멀티홀은 행사나 세미나를 위한 공간으로 디자인했지만 지금은 대형 화면으로 사용할 수 있는 7m 높이의 전시 벽과 함께 콘서트홀에 뒤지지 않는 음향 설비를 갖춘 공간으로 바뀌었다. 미디어월이나 영상물 상영이 가능한 외벽과 파빌리온 등 외부 전시 공간도 다양하게 갖췄다. 사진을 동반한 랜드아트, 장소 특정적 미술, 개념미술부터 사진을 기원으로 발전한 뉴미디어 영상까지 전시 대상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수장고 소장 사진 수명 500년까지 보장 뮤지엄한미 삼청에서 각별하게 공을 들인 곳은 사진 보관에 완벽한 조건을 갖춘 수장고와 개방 수장고다. 지난 20년간 수집한 2만여점에 달하는 사진 소장품의 보존을 위해 임본부컴퍼니의 설계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저온 수장고와 냉장 수장고를 구축했다. 15도에 상대습도 35%의 저온 수장고와 5도에 상대습도 35%의 냉장 수장고의 항온항습 시스템은 ‘역사적’ 사진 소장품의 수명을 500년까지 보장한다. 작품과 접촉하는 모든 재료는 중성 아카이벌 재료를 사용했고, 수장고 외장재도 보존성이 높은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했다. 좁은 공간에 최대한의 작품을 보관하기 위해 한미약품 창고에서 사용하는 자동화된 창고 시스템을 적용했다. 보존에 취약한 역사적 작품들을 전시할 수 있도록 저온 수장고와 연결된 개방 수장고를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개관 전시와 연계해 1929년 이전의 우리나라 초기 사진들을 선보이고 있다.계단을 내려가 지하 1층의 멀티홀을 지나면 카페와 뮤지엄숍이 있다. 바닥 마감을 물로 한 ‘물의 정원’도 만난다. 한겨울에도 물이 얼지 않도록 정원 바닥에 난방 공사를 해 놓았다. 사시사철 변화무쌍한 자연을 수면에 적극 수용하기 위해서다. “물은 자연 그 자체입니다. 잔잔한 수면 위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빛과 바람, 하늘이 올곧이 반사되면서 독특한 공간감을 갖게 됩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늘 접하는 만큼 이 미술관도 언젠가는 자연의 일부로 작동하게 되기를 바랍니다.”2층에는 학예실과 사진작가 주명덕, 강운구가 기증한 LP 음반과 오디오시스템을 갖춘 라운지가 있다. 아직 공개되지 않아 침묵이 흐르는 공간에 천장 목제 루버와 복합볼트 구조체를 통과한 빛이 카펫처럼 내려앉는다. 통창으로 부드러운 말바위 능선이 보인다. 현역 건축가 중 최고참급에 속하는 민 대표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좋은 땅입니다. 백악산(북악산)을 등지고 앞으로 삼청동 계곡을 건너 편안하게 흐르는 말바위 능선을 바라보는 형국이 빼어난 길지(吉地)입니다. 눈이 내렸을 때 꼭 와 보세요.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 땅의 아름다움과 미술관이 융합해 새로운 풍경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함혜리 건축 칼럼니스트
  • 사면받고 돌아온 ‘죄수 출신’ 러 용병들…주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사면받고 돌아온 ‘죄수 출신’ 러 용병들…주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사면을 약속받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됐던 러시아 죄수 출신 용병들이 자유의 몸으로 고향에 돌아갔다. 제대로 된 재사회화 교육을 받지 못하고 전쟁 트라우마를 안고 민간인이 된 이들의 귀환에 러시아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간) 살인과 절도죄로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용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고향마을로 돌아온 ‘아나톨리 살민’이라는 남성에 대해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는 병력이 부족해지자 전국의 러시아 교도소를 돌며 죄수들을 용병으로 모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중 한 명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대표로 있는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와그너 그룹(이하 와그너)은 살인범과 마약사범도 군인으로 받아들였다. 심지어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감염을 비롯해 C형 간염 등 심각한 전염병을 앓고 있는 러시아 죄수들까지도 대량으로 모집했다. 와그너그룹은 높은 급여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6개월간 살아남으면 죄를 사면해준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는 죄수들이 사회에 진 빚을 참전으로 갚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나톨리 살민은 절도죄로 복역 중 용병 모집에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2011년 술을 마시고 다투던 친구를 끔찍한 방법으로 죽인 사건을 기억한다. 살민의 한 이웃 주민은 “몇 주 전부터 아나톨리 살민이 마을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모두 그가 친구를 끔찍하게 살해한 걸 안다”면서 “친구만 죽인 게 아니라 훔치고 싸우고 소녀들을 괴롭히고 마약을 했다. 그는 위험한 사람”이라고 토로했다. ● ‘재사회화’ 교육없이 민간인 신분으로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와그너 용병은 5만명 정도로, 이 중 죄수 용병은 약 4만명으로 추산된다. 지역사회로 돌아가 이웃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한 건 살민뿐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돈을 빼앗기 위해 87세 친할머니를 죽인 드미트리 쿠르야긴이라는 살인자도, 2005년 동업자와 그의 10대 자녀 등 일가족 4명을 청부 살해한 일명 ‘검은 부동산업자’ 알렉산더 튜틴도 모두 용병으로 참전한 후 사면을 받고 지역사회로 돌아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싸우는 용병단체에 합류했던 수만명의 수감자들이 전장의 트라우마를 입고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이들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절도죄로 복역하다 와그너그룹과 계약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안드레이 야스트레보프(22)는 최근 6개월간의 복무기간을 마치고 자유의 몸이 됐다. 하지만 주변인들은 그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척은 “다들 그가 일종의 최면에 걸린 것 같다고 한다. 그는 아무런 감정이 없는 사람이 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재소자 인권 변호사 야나 게멜은 “이들은 모국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했다는 비뚤어진 정의감과 신념을 지닌 채 돌아온 심리적으로 망가진 사람들”이라면서 “이들은 매우 위험한 사람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NYT는 “러시아 사회가 군사훈련을 받았지만 전쟁으로 정신적 외상을 입고 취업조차 힘든 전과자 수천 명을 재사회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고 평했다. 러시아 인권운동가 이반 멜니코프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제 또 다른 죄수들이 전쟁 지역에서 돌아오고 있다”며 “그들에 대해 아무 조치도 하지 않는다면 범죄 행위가 엄청나게 증가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 이승철 작가가 승화시킨 한지의 미학, 이탈리아에서 선보인다

    이승철 작가가 승화시킨 한지의 미학, 이탈리아에서 선보인다

    작가이자 동덕여대 회화과 교수인 이승철이 오는 22일부터 4월 21일까지 이탈리아 로마의 주이탈리아한국문화원에서 한지 부조 개인전 ‘한지: 삶에 깃든 종이이야기’를 개최한다. 2023년 문화원의 첫 전시인 이번 전시는 이 작가의 작품을 통해 한지의 다양한 면모와 위상을 이탈리아에 선보이기 위해 기획됐다. 이 작가는 인생의 반평생을 전통재료인 한지를 현대미학으로 재해석하는 데 힘써온 작가다. 한지 안에 담긴 공예와 한국문화의 힘을 보여 주기 위해 세계 최초로 한지이론을 정립했고, 미술 작품을 통해 과거가 현재와 미래로 이어질 수 있음을 꾸준히 보여줬다. 국내에서 다수 전시를 통해 한지의 위상을 알린 이 작가는 2016년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 프랑스 파리 국제 예술공동체기획에서 열린 ‘TISSUE-BOJAGI’, 2017년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린 ‘내일을 위한 과거의 종이’, 2018년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에서 열린 ‘색의 신비-동서양의 비교’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한국의 한지와 자연염색 기법’을 유럽시장에 소개해 작가로서 명성을 떨쳤다. 국제무대에서의 활동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내년까지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 미국 LA와 뉴욕 등 대대적인 순회전을 통해 한지의 미학과 한지에 담긴 한국문화의 힘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지 부조 ‘달 항아리’, ‘예수상’, ‘반닫이’, ‘책장’, ‘문수보살상’, ‘성모마리아상’ 등 다양한 한지 부조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개막식은 22일 오후 7시 개최되며 이탈리아 현지 한지 미술가 및 복원가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주이탈리아한국문화원은 “해외 순회전의 시작점인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관람객이 한지 부조 작품의 아름다움과 무한한 한지 예술의 가능성에 대해 발견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아시아 위크 뉴욕 특별전, 오스트리아 비엔나, 독일 베를린 등에서 전시를 이어간다.
  • ‘원어민과 영어공부’…화천 외국어 아카데미 개설

    ‘원어민과 영어공부’…화천 외국어 아카데미 개설

    강원 화천군은 키즈영어 아카데미, 초·중등 영어 아카데미, 중국어 아카데미를 다음 달 개강한다고 6일 밝혔다. 다음 달 13일 개강하는 키즈영어 아카데미는 5~7세 미취학 아동 대상으로 화천어린이도서관 교육실, 사내종합문화센터 프로그램2실에서 진행된다. 수강 신청 기간은 6일부터 오는 10일까지다. 총 38주 운영되는 키즈영어 아카데미에서는 기초 회화와 영미문화체험 행사가 진행된다. 초·중등 영어 아카데미는 다음 달 2일 개강하며, 초등 1학년부터 중등 2학년까지 52명이 대상이다. 수강 신청은 7일부터 오는 10일까지 받는다. 42주 동안 주 4회씩 이뤄지는 교육에서는 원어민, 내국인 강사가 참여해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비롯해 JET 영어인증시험 준비도 이뤄진다. 상위레벨 참가자에게는 토플 과정이 추가된다. 다음 달 14일 개강하는 중국어 아카데미는 주 2회씩 38주 동안 화천권역과 사내권역에서 진행된다. 초등 3학년부터 중등 3학년까지가 대상이고, 기초 중국어 회화, 중국어 인증시험(YCT) 응시, 중국 전통문화체험 등의 과정으로 운영된다. 신청 기간은 7일부터 오는 10일까지며, 모집 인원은 화천권역 18명, 사내권역 26명 등 모두 44명이다. 모든 수강 신청은 화천군 평생학습 수강신청 시스템 온라인으로 받는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올해도 학생들의 실력향상을 위해 최고의 교육프로그램으로 아카데미를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우크라 간 ‘죄수 출신’ 러 용병들, 자유의 몸으로 돌아왔다

    우크라 간 ‘죄수 출신’ 러 용병들, 자유의 몸으로 돌아왔다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사면을 약속받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됐던 러시아 죄수 출신 용병들이 무더기로 자유의 몸이 됐다. 제대로 된 재사회화 교육을 받지 못하고 전쟁에서 트라우마를 안고 민간인이 된 이들이 러시아 사회에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싸우는 용병단체에 합류했던 수만명의 수감자들이 전장의 트라우마를 입고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이들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 병력 부족하자 ‘죄수’ 용병 모집한 러시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는 병력이 부족해지자 전국의 러시아 교도소를 돌며 죄수들까지 용병으로 모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중 한 명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대표로 있는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와그너 그룹(이하 와그너)은 살인범과 마약사범도 군인으로 받아들였다. 심지어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감염을 비롯해 C형 간염 등 심각한 전염병을 앓고 있는 러시아 죄수들까지도 대량으로 모집했다. 와그너그룹은 높은 급여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6개월간 살아남으면 죄를 사면해준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는 죄수들이 사회에 진 빚을 참전으로 갚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와그너 용병은 5만명 정도로, 이 중 죄수 용병은 약 4만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죄수 용병은 전장에서 그저 ‘인간 방패’ 용도로 쓰일 뿐이다. 이들을 투입해 러시아 정규군 사상자 수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로 죄수 용병의 상당수는 전선에 투입된 지 며칠 혹은 몇 시간 만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훈련도가 낮고 죄수 출신이란 낙인 때문에 즉결처형의 위협에 시달리며 소모전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아서라고 한다. 러시아 독립매체 폴리곤은 와그너그룹 죄수 용병들은 우크라이나군의 포화에 맞서 돌격하지 않으면 공개 처형을 당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전장에서 살아남은 와그너 죄수 용병 출신 예브게니 노비코프는 폴리곤에 “명령에 불복종하는 용병은 죽게 되는 데 처형은 공개적으로 행해진다”고 주장했다. ● “매우 위험한 사람 될 수 있어” NYT는 “전쟁터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사회로 돌아온 전과자들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절도죄로 복역하다 와그너그룹과 계약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안드레이 야스트레보프(22)는 최근 6개월간의 복무기간을 마치고 자유의 몸이 됐다. 하지만 주변인들은 그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척은 “다들 그가 일종의 최면에 걸린 것 같다고 한다. 그는 아무런 감정이 없는 사람이 됐다”고 밝혔다. 최격전지인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목숨을 내놓을 정도의 위험한 작전을 수행했다는 죄수 출신 용병 안드레이 메드베데프는 “우리는 ‘죽을 때까지 계속 전진하라’는 명령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작년 11월 노르웨이로 탈출해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러시아 재소자 인권 변호사 야나 게멜은 “이들은 모국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했다는 비뚤어진 정의감과 신념을 지닌 채 돌아온 심리적으로 망가진 사람들”이라면서 “이들은 매우 위험한 사람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NYT는 “러시아 사회가 군사훈련을 받았지만 전쟁으로 정신적 외상을 입고 취업조차 힘든 전과자 수천 명을 재사회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고 평했다.
  • 장생도·홍백매도… 조선 병풍의 미학을 펼치다

    장생도·홍백매도… 조선 병풍의 미학을 펼치다

    요즘 병풍은 제사나 차례 지낼 때나 펼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불과 100여년 전까지만 해도 병풍은 요즘 소파처럼 필수적인 가구 중 하나였다. 온돌과 한옥의 특징 때문에 병풍으로 공간을 나누거나 찬 바람을 막아 주며 벽면을 장식하는 역할을 했다. 장식적 역할도 했기 때문에 병풍에 붙여지는 그림들도 중요했다.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지난 26일 시작한 고미술 기획전 ‘조선, 병풍의 나라 2’에서는 조선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시기에 그려진 병풍화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미술관이 새로 수집한 작품들과 15개 기관 및 개인이 소장한 작품을 포함해 약 50점의 병풍화가 관람객을 맞는다. 이번 전시는 독특하게 민간에서 사용한 병풍과 궁중에서 쓰였던 병풍으로 주제를 나눠 관람객들이 작품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민간과 궁중의 미적, 문화적 특징을 비교할 수 있게 했다. 민간 병풍에서는 일상생활에 녹아 있던 자유분방하고 개성 넘치는 미감과 이야기를 엿볼 수 있고 궁중 병풍에서는 조선 왕실의 권위와 품격, 궁중 회화의 장엄하고 섬세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게 해 준다. 고종의 어진화사(왕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출신인 석지 채용신(1850~1941)이 비단에 채색한 1921년 작품 ‘장생도10폭병풍’, 왕실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며 19세기에 그려진 대표적인 궁중 병풍 ‘일월반도도12폭병풍’, 조선 후기 대표적인 화가인 오원 장승업(1843~1897)이 그린 ‘홍백매도10폭병풍’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4월 30일까지.
  • 조선시대 미술의 정수는 다름 아닌 ‘병풍’

    조선시대 미술의 정수는 다름 아닌 ‘병풍’

    요즘 병풍은 제사나 차례 지낼 때나 펼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불과 100여년 전까지만 해도 병풍은 요즘 소파처럼 필수적인 가구 중 하나였다. 온돌과 한옥의 특징 때문에 병풍으로 공간을 나누거나 찬바람을 막아주며 벽면을 장식하는 역할을 했다. 장식적 역할도 했기 때문에 병풍에 붙여지는 그림들도 중요했다.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지난 26일 시작한 고미술 기획전 ‘조선, 병풍의 나라 2’에서는 조선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시기에 그려진 병풍화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미술관이 새로 수집한 작품들과 15개 기관 및 개인이 소장한 작품을 포함해 약 50여 점의 병풍화가 관람객을 맞는다. 이번 전시는 독특하게 민간에서 사용한 병풍과 궁중에서 쓰였던 병풍으로 주제를 나눠 관람객들이 작품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민간과 궁중의 미적, 문화적 특징을 비교할 수 있게 했다. 민간 병풍에서는 일상생활에 녹아 있던 자유분방하고 개성 넘치는 미감과 이야기를 엿볼 수 있고 궁중 병풍에서는 조선 왕실의 권위와 품격, 궁중 회화의 장엄하고 섬세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고종의 어진화사(왕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출신인 석지 채용신(1850~1941)이 비단에 채색한 1921년 작품 ‘장생도10폭병풍’은 장수를 상징하는 소나무가 화면 중앙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른 가운데 학과 사슴이 주변에 그려져 있는 전통적인 장생도 그림이지만 명암과 극채색 등 서양화법을 수용한 작품으로 근대적 미감을 느낄 수 있다.19세기에 그려진 것으로 보이는 ‘일월반도도12폭병풍’은 해와 달이 대칭적으로 배치되고 소나무 대신 반도라는 진귀한 열매가 달린 복숭아나무가 그려져 국왕을 상징하며 왕실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대표적 궁중 병풍이다.조선 후기 대표적인 화가인 오원 장승업(1843~1897)이 그린 ‘홍백매도10폭병풍’도 만날 수 있다. 장승업 특유의 거침없는 붓놀림으로 화면 가득 굵은 나무줄기와 꽃잎들이 대담한 구도로 그려져 작품 앞에 서면 압도감마저 느끼게 된다. 이 밖에도 이번 특별전에는 보물로 지정된 평양성도8폭병풍, 부산시 유형문화재 곤여전도8폭병풍, 서울시 유형문화재 임인진연도10폭병풍은 물론 고종임인진연도8폭병풍 등 다양한 병풍작품을 볼 수 있다. 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조선을 대표하는 전통 회화 형식인 병풍 자체를 조명함으로써 병풍들의 미술사적 가치와 의의를 되새기고 한국 전통 미술의 미감을 관람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4월 30일까지.
  • 사각 프레임에 담긴 뉴욕… 느긋한 공간, 강렬한 공감[정여울의 힐링 스페이스]

    사각 프레임에 담긴 뉴욕… 느긋한 공간, 강렬한 공감[정여울의 힐링 스페이스]

    “너 솔직해졌다. 예전보다 편안해 보여.” 요즘 자주 듣는 말입니다. “응? 예전에는 내가 솔직하지 못했나?” 이렇게 묻고 싶었지만, 내가 묻기도 전에 곧이어 상대방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해 주었습니다. “네가 예전에도 거짓말은 못 했지. 그런데 어딜 가나 항상 보이지 않는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애 같았어. 지금은 그냥 여기, 자연스럽게 앉아 있는 것 같아.” 아, 그런 뜻이라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했던 과거에는 ‘예의’를 차리느라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잘 보여 주지 못했던 것입니다. ●‘가볍게 살기’ 깨닫고 다시 찾은 미술관 지금은 혼자 있을 때나 여럿이 있을 때나 똑같이 ‘그냥 나 자신으로 살기’를 원합니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너무 긴장하지도 않고, 속마음을 숨기기 위해 전전긍긍하지도 않습니다. 남들 앞에서는 어깨와 목이 경직되며 ‘나다운 표정’마저 잃어버렸던 제가 어떻게 지금처럼 편안해졌을까요. 저에게 자연스러움의 아름다움을 가르쳐 준 것은 여행을 떠나며 만났던 수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처음 유럽에 갔을 때 저는 사람들의 거침없음과 소박함에 놀랐습니다. 타인의 시선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지 않는 사람들, 언제 어디서나 꾸밈없는 그냥 나 자신으로 살기를 선택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나도 따라서 점점 타인의 시선을 향한 강박을 내려놓기 시작했습니다. 식당이나 집이 아니면 밥을 먹지 못하던 제가, 유럽 사람들처럼 벤치나 계단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기도 하고, 심지어 걸어가면서 조각 피자를 먹기도 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들을 빨리 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제대로 식당에 앉아 밥을 먹을 시간도 아끼고 싶었던 것입니다. 굽이 높은 신발을 신다가 참을 수 없도록 발이 아플 때는 심지어 맨발로 걸어 다녔습니다. 아무도 저의 맨발을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았지요. 맨발로 걷다 보니 아픈 발도 자연스레 나았고, 그 뒤로는 굽 높은 신발을 아예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납작한 스니커즈의 놀라운 편안함을 알아 버렸거든요. 그렇게 저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배웠습니다. 키가 커 보이고 싶은 열망, 예쁜 옷을 입고 싶은 열망도 내려놓았습니다. 여행 가방에서 옷이 들어갈 자리는 점점 줄어들었지요. 가방은 점점 가벼워졌고 제 몸은 점점 날개 돋은 듯 가벼워졌습니다. ‘무엇을 꼭 가지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없어지니 훌쩍 떠날 결심도 훨씬 쉬워졌습니다. 그렇게 ‘가볍게 살기’의 매혹을 알게 되었을 때 저는 뉴욕의 휘트니미술관에 두 번째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아름다움 경험에도 ‘휴식’ 필요하다 첫 번째 휘트니미술관 방문 때는 ‘기필코 여기 있는 작품을 다 봐야 한다’는 일념으로 무장한 상태였습니다. 10년쯤 지난 뒤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데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저는 느긋하게 일단 휘트니미술관 옥상부터 올라갔습니다. 미술관에 와서 그림은 안 보고 웬 옥상이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하기 전, 마음의 여백’을 마련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허드슨 강변은 물론 9·11메모리얼까지 한눈에 다 보이는 각양각색의 뉴욕 풍경이 한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미술관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케이크도 먹고 심지어 낯선 뉴요커와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며 여유로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작품을 아직 하나도 감상하지 못한 상태로요. 예전의 저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느긋함이었지요. 그렇게 에너지를 잔뜩 충전한 뒤 비로소 작품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저는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할 ‘준비’가 되었던 것입니다. 10년 전보다 훨씬 많은 작품을 구비하게 된 휘트니미술관의 컬렉션은 더없이 다채로웠습니다. 현대미술 작품 앞에만 서면 갑자기 머릿속이 아득해지는 듯한 당황스러움을 느꼈던 저의 두려움도 사라졌지요. 나에게 현대미술의 아름다움을 가르쳐 준 공간, 그곳이 휘트니미술관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휘트니미술관에서 저는 꽃송이 하나로 여성의 온갖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화가 조지아 오키프를 만났고, 어딜 가나 육중한 콘크리트 벽과 거대한 유리창이 달린 도시공간에서는 결코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우리 현대인의 슬픔을 가르쳐 준 에드워드 호퍼를 만났습니다. 그의 그림 앞에 서는 순간, 마치 무한한 우주 공간 속에 홀로 버려진 듯한 깊은 슬픔을 느끼게 되는 마크 로스코의 걸작도 만났지요. 게다가 마치 캔버스 위에서 한바탕 춤사위를 벌이듯 신명 나게 물감을 흩뿌리는 화가, 마치 아이들이 물총놀이를 하듯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 잭슨 폴락의 액션 페인팅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모든 순간이 저에게는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도 작품의 에너지를 생생하게 느끼는 시간, 예술적 감수성을 키우는 소중한 순간들이었습니다.●‘최고의 감동’ 문학작품 같은 장소 어떤 공간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 ‘저절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장치’가 달려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곳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지고, 편안한 느낌이 들고, 마침내 이곳에 오래오래 머물고 싶은 느낌을 주는 장소가 있지요. 문학 용어 중에서도 이런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공감발생기’(Empathy Generator)라는 것입니다. 학자들은 스토리를 통해 독자들에게 강렬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서사적 장치를 맨 먼저 발명해 낸 이가 바로 ‘오이디푸스’의 작가 소포클레스라고 입을 모읍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도대체 어떻게 이토록 파란만장한 비극과 참담한 우연이 여러 번 겹치는가 싶을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오이디푸스. 오이디푸스를 향한 관객의 연민이 수천년의 시간적 간극을 뛰어넘어 여전히 강렬한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이디푸스가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자신의 비극적 운명을 깨닫는 순간. 아내이자 어머니인 이오카스테는 목숨을 끊었고, 오이디푸스는 그토록 간절히 보고 싶었던 생모의 존재를 알자마자 그녀를 잃어버립니다. 한 사람의 평생을 마치 한순간에 축약한 듯한 충격과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그 순간 관객들은 그의 가혹한 운명을 향한 연민과 공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지요. 이런 것이 바로 ‘공감발생기’입니다. 단 한순간의 묘사만으로도 그 사람의 운명에 직접 참여하는 듯한 강렬한 공감의 순간이 바로 문학작품이 선물하는 최고의 감동 중 하나일 것입니다. ●대중에게 여전히 사랑받는 ‘백남준’ 저는 휘트니미술관에서도 바로 그런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경이로운 발견이었습니다.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를 휘트니미술관에서 새롭게 부활시키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던 것입니다.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는 기존의 작품보다도 훨씬 화려하고 다채로운 모습으로 눈부시게 부활했고, 그 앞에 선 사람들은 어느새 축제적 분위기로 떠들썩해졌습니다. 일반적인 회화 작품 앞에서는 숙연하게, 그야말로 침묵을 지키며 관람하던 관객들이,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앞에서는 그야말로 들썩들썩, 흥성스러운 축제 분위기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입니다. 백남준의 작품 앞에서는 모든 엄숙함이 사라지고, 미술작품을 친구처럼 연인처럼 친근하게 느끼는 사람들의 잔잔한 미소가 번져 나왔습니다. 사람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춤을 추기도 했고, 옆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도 했으며, 무엇보다도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를 너무도 사랑하고 있음이 느껴졌습니다. “미술은 그냥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구나. 미술은 저렇게 온몸으로 참여하는 것이로구나.” 저는 저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는 거대한 작품이면서도 동시에 하나의 어엿한 무대장치가 되어 주었던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축제 분위기로 후끈 달아오른 장면을 찍은 사진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축제 분위기에 사로잡혀 있을 때는 사진을 찍는 것에 집중할 수 없었으니까요. 축제에 온몸으로 참여해야 하니까, 미처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한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되살아난 열망과 기쁨 집에 돌아와서 ‘그날 나는 왜 그토록 덩달아 흥겨웠는가’를 떠올려 보니, 그것은 단지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백남준의 비디오아트가 무엇보다도 ‘삶의 기쁨’에 관한 것임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이전에는 백남준의 작품을 여러 번 관람하면서도 미처 알지 못한 기쁨이었습니다. 삶은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궁극적으로 눈부시고 아름다운 것이로구나. 한순간도 낭비하지 않고, 오직 삶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전력 질주해야겠구나. 그날 제가 휘트니미술관에서 느꼈던 감동은 바로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의 오늘을 최고의 예술작품으로 만들고 싶은 열망을 제 안에서 발견하고야 말겠다는 열정으로부터 우러나왔습니다. 언젠가 당신이 뉴욕에 간다면 휘트니미술관에 꼭 3시간 이상 머물러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예술의 아름다움이, 생의 충만함이, 우리 모두를 환대하는 듯한 그 눈부신 축복이 당신에게도 분명 가닿을 테니까요. 문학평론가·작가
  • 집 줄인 60세 1주택자, 연금계좌에 1억원 추가 납입 한도 부여

    집 줄인 60세 1주택자, 연금계좌에 1억원 추가 납입 한도 부여

    상속세를 문화재나 미술품으로 낼 수 있게 하는 물납은 상속세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고 상속재산 중 금융재산 가액보다 많을 때 허용한다. 상속세로 물납할 수 있는 품목은 문화재보호법의 유형문화재 또는 민속문화재로 지정·등록된 문화재, 회화·판화·조각·공예·서예 등 미술품이다. 상속세를 물납하려는 납세자가 관할 세무서에 물납을 신청하면 세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에 통보하고, 문체부가 물납 필요성을 인정해 요청하면 세무서가 납세자에게 허가를 내리는 절차를 밟게 된다. 정부는 또 퀵서비스 배달원·대리운전 기사 등 플랫폼 종사자나 학습지 방문 강사를 포함한 영세 인적용역 사업자의 단순경비율 적용 기준을 연 수입 2400만원 미만에서 3600만원 미만으로 상향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과세 대상 소득이 줄어들어 개인의 세 부담이 낮아지는 효과가 생긴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기업 친화적 세제개편 기조도 유지됐다. 우선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일가 몰아주기 과세에서 제외되는 거래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수출 목적의 국내 거래와 지식재산권 임대 등 용역의 국외 공급 목적 거래를 과세 대상에서 배제한다. 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도 지원한다. 정부는 가업상속공제를 통해 증여세 과세 특례를 받을 수 있는 수증자(물려받는 사람)의 가업 유지 요건을 증여일로부터 7년에서 5년으로 완화한다. 가업상속공제는 10년 이상 기업을 운영한 피상속인이 가업을 물려줄 때 상속 재산의 일부를 과세 가액에서 공제하는 제도다. 대표이사 취임 기한은 5년에서 3년으로 줄인다.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가전략기술(반도체·2차전지·백신) 범위에 ‘디스플레이’를 새로 추가한다.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퀀텀닷(QD) 등이 대상이다.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해서는 30~50% 세액공제율이 적용된다.
  • 1주택 혜택 늘리고 전세 사기 잡고… 중산층 세부담 확 낮춘다

    1주택 혜택 늘리고 전세 사기 잡고… 중산층 세부담 확 낮춘다

    경기 연천·인천 강화·옹진군 지역 소재 주택을 포함한 2주택자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상 1주택자 혜택을 받게 된다. 이 지역 주택들을 양도세상 주택수 산정 때 빼는 농어촌주택 범주에 포함시키며 생긴 변화다. 오는 4월부터는 보증금 1000만원이 넘는 전·월세에 거주하는 임차인은 별도 동의 절차 없이 임대인의 국세 체납액을 열람할 수 있다. 올해부터 문화재나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물납도 허용된다. 기획재정부는 18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2년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기업 친화적 세제개편에 더해 중산층이 주로 부담하는 각종 조세 부담을 대폭 낮추는 조치들이 동반됐다. 연천·옹진에 이어 강화 지역 주택을 농어촌주택 범주에 포함시킨 건 기본적으로 수도권을 농어촌주택 소재지로 두지 않는다는 원칙에 예외를 둔 조치다. 정부는 종부세상 주택수 특례가 적용되는 지방 저가주택 적용 범위에 ‘수도권 중 인구감소지역·접경지역’을 추가하기로 했다. 전·월세 거주 임차인이 계약일로부터 임차 게시일까지 전국 세무서 어디서든 임대인의 국세 체납액을 열어 볼 수 있게 하는 시행령 개정은 ‘빌라왕’ 전세 사기 사건의 후속 조치 차원에서 마련됐다. 개정 시행령은 또 고령층이 집을 줄여 이사하는 주택 ‘다운사이징’에 대해 연금계좌 추가 납입 혜택을 주도록 설계됐다. 현재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을 합쳐 연간 1800만원까지만 납입할 수 있는데, 고령층 1주택 가구에 1억원(누적 기준)까지 추가 납입 한도를 부여한다. 부부 중 1명이 60세 이상인 1주택 가구가 기준시가 12억원 이하 주택에 살다가 이보다 낮은 가격의 주택으로 이사할 경우 기존 주택 양도 차익을 연금계좌에 납입하는 방식이다. 상속세를 문화재나 미술품으로 낼 수 있게 하는 물납은 상속세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고 상속재산 중 금융재산 가액보다 많을 때 허용한다. 상속세로 물납할 수 있는 품목은 문화재보호법의 유형문화재 또는 민속문화재로 지정·등록된 문화재, 회화·판화·조각·공예·서예 등 미술품이다. 상속세를 물납하려는 납세자가 관할 세무서에 물납을 신청하면 세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에 통보하고, 문체부가 물납 필요성을 인정해 요청하면 세무서가 납세자에게 허가를 내리는 절차를 밟게 된다. 정부는 또 퀵서비스 배달원·대리운전 기사 등 플랫폼 종사자나 학습지 방문 강사를 포함한 영세 인적용역 사업자의 단순경비율 적용 기준을 연 수입 2400만원 미만에서 3600만원 미만으로 상향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과세 대상 소득이 줄어들어 개인의 세 부담이 낮아지는 효과가 생긴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기업 친화적 세제개편 기조도 유지됐다. 우선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일가 몰아주기 과세에서 제외되는 거래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수출 목적의 국내 거래와 지식재산권 임대 등 용역의 국외 공급 목적 거래를 과세 대상에서 배제한다. 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도 지원한다. 정부는 가업상속공제를 통해 증여세 과세 특례를 받을 수 있는 수증자(물려받는 사람)의 가업 유지 요건을 증여일로부터 7년에서 5년으로 완화한다. 가업상속공제는 10년 이상 기업을 운영한 피상속인이 가업을 물려줄 때 상속 재산의 일부를 과세 가액에서 공제하는 제도다. 대표이사 취임 기한은 5년에서 3년으로 줄인다.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가전략기술(반도체·2차전지·백신) 범위에 ‘디스플레이’를 새로 추가한다.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퀀텀닷(QD) 등이 대상이다.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해서는 30~50% 세액공제율이 적용된다.
  • 토끼와 모란 그리고 봄

    우리는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노래를 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토끼가 들어간 동요도 많고 동화도 많다. 특히 하얗고 약한 토끼를 우리는 친숙하게 여긴다. 하지만 원래 우리나라에 살던 멧토끼는 회색이나 갈색이었고, 흰토끼는 변이종이거나 수입된 외래종이었다. 조선 후기 홍만선은 “토끼는 1000년을 사는데 500년이 되면 털이 희게 변한다”고 했다. 마치 토끼가 불로장생하는 영물인 양 쓴 것이다. 서왕모의 토끼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빨리 달리는 것 외엔 공격이나 방어에 모두 약한 짐승이니 토끼는 자연의 먹이사슬에서 제일 아래에 있다. 그래서인지 번식력이 강하고, 임신 기간이 30일밖에 되지 않아 개체를 쉽게 늘린다. 종종 마주칠 수 있는 동물이다 보니 우리 선조들은 토끼 요리도 만들고 토끼털로 방한용 옷이나 모자를 만들기도 했다.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유용한 동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뿐인가? ‘반달’ 같은 동요나 ‘별주부전’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조선 후기에 판소리 ‘수궁가’가 유행하면서 토끼와 별주부는 사찰 벽화에도 그려진다. 토끼를 친숙하게 여기는 건 서양도 마찬가지였다. 토끼의 순진무구한 모습이 친밀감을 주는 모양이다. 붉게 핀 커다란 모란꽃 아래 있는 두 마리의 토끼 그림은 조선 말기의 화가 채용신이 그린 병풍 그림 중 한 폭이다. 꽃을 올려다보는 듯한 토끼 뒤로 푸른색 바위 태호석이 있다. 왼편 위로 치솟은 나뭇가지에는 참새들이 날아와 조잘조잘 이야기라도 나누는 듯한 모습이다. 짙고 흐리게 칠한 녹색의 나뭇잎과 흰 모란, 붉은 모란, 푸른 바위가 묘한 색의 조합인데 생경하거나 튀어 보이지 않는다. 채용신은 21세 때 대원군 이하응의 초상화를 그려 인정을 받았고, 1900년에는 어진화가가 돼 고종 등의 초상화를 그렸다. 무과에 급제해 칠곡군수, 정산군수를 지냈으나 일제가 통감부를 설치하자 낙향해 초상화를 그리는 데 전념했다. 타고난 재능에다 서양화법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토끼의 긴 발가락, 털을 흰색 짧은 선으로 그려 몸의 윤곽선을 드러낸 점, 얼굴과 목 아래는 밝은 갈색, 등은 흰색으로 음영 대조를 분명하게 만든 몸은 기존의 조선 회화에서 볼 수 없는 것이다. 나뭇잎에는 잎맥까지 표현하고, 옅고 짙은 녹색을 다양하게 칠해 사실감을 더한 것도 서양화법에서 차용한 것이다. 모란은 부귀영화의 상징이고, 토끼는 부부간의 우애를 상징한다. 십이지신 중 네 번째인 토끼는 시간으론 오전 5~7시, 방향으론 해가 뜨는 정동쪽에 해당한다. 해가 막 뜨는 시간이며, 만물이 잠에서 깨는 봄을 뜻한다. 토끼와 모란이 함께 그려진 이유다. 계묘년 한 해 활기찬 봄의 생동력과 가정의 안녕을 기원한다.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 [단독]“교육적 회복 사라진 학폭위… 처벌 필요하지만 궁극 목적은 화해”

    [단독]“교육적 회복 사라진 학폭위… 처벌 필요하지만 궁극 목적은 화해”

    지금 학교폭력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적 회복’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법정화된 학교는 가해 학생의 처벌에만 집중했다. 그러는 사이 학생들의 관계 회복이나 피해 학생의 일상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 서울신문은 최근 ‘학폭위 10년, 지금 우리 학교는’ 기획 기사를 통해 현행 학폭위 제도의 문제점과 실태를 고스란히 보도했다. 보도 이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신문이 제기한 학폭위의 문제에 대해 적극 공감한다며 함께 대안을 찾아보자는 의견을 보내왔다. 그는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학폭 제도에서 제외하고 경미한 사안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아예 하지 않는 등 교육적 회복이 가능한 방안을 제시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 교육감은 이런 방안들을 전국 교육감 합의를 거쳐 법 개정으로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 10일 서울시교육청에서 대면으로 진행했다. 다음은 조 교육감과의 일문일답.●‘화해의 과정’ 현 제도에선 실종 -학폭 제도를 도입한 지 10년을 맞았다. 현장에서는 학폭 제도가 과연 우리 교실을 정말 행복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가득한 상황이다. “서울신문의 보도를 학폭 업무 담당자들과 인상 깊게 살펴봤다. 기사들이 제기한 문제의식에 매우 공감한다. 2011년 대구 중학생 집단 괴롭힘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이 강화됐다. 심각한 학폭에서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가해 학생에 대한 징벌적 효과를 도입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학생들 간의 갈등을 폭력이라는 범주로 다루다 보니 갈등 행위를 과도하게 엄중한 행위로 처리하기도 한다. 사소한 학폭도 무조건 신고 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서 처리한다. 학교 조치에 대해 법률적 흠결을 따지는 사례가 늘어나다 보니 이전처럼 학교에서 생활교육 차원으로 해결하는 것도 위법한 것이 돼 버렸다. 옛날에는 아이들끼리 싸우고 나면 아이의 가해 행위를 감싸지 않고 폭력을 멈추도록 부모의 가정교육이 이뤄졌다. 피해 학생도 관용을 배울 수 있었다. 지금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학폭이다. 지금으로서는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조심스럽다. 어떻게든 가해 학생을 혼내려 하고 부모 간의 소송전으로 발전한다. 최근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서는 연루된 가정마다 각자 변호사를 대동하는 바람에 학폭위에 무려 6명의 변호사가 등장한 사건이 있었다.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은 울음바다가 된 적도 있다. 피해 학생이 친구인 가해 학생과 이미 화해를 한 일이라 학폭위에 오기 싫었다면서 눈물로 (친구의 용서를) 호소하며 아버지를 원망한 일도 있었다. 심각한 폭력적 행위에 대해서는 응징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화해의 과정이 돼야 한다. 지금 제도에서는 이런 게 모두 사라져 버렸다.”●초등학생, 처벌보다 생활교육 필요 -어린아이들의 일상적인 놀이나 장난 등도 학폭으로 규정해 학교의 법정화를 키운다는 지적이 많다. 학폭위에 올라가지 않아도 될 일들로 인해 행정력 낭비나 학생들이 고통이 크다. “지난 3년간 초등학교 전체 심의 974건 중 가해 학생으로 신고된 1~2학년은 297명이다. 이 중 ‘학교폭력이 아니다’라고 판정받은 학생은 135명(45.5%)이고, 학교폭력으로 인정받은 159명도 모두 3호(교내봉사) 미만의 가벼운 조치를 받았다. 사실 3호 미만인 경우의 학생들은 사소한 갈등인지 학교폭력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주로 발생하는 학교폭력 유형도 대부분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이다. 또 학폭 처리 과정 자체가 학생들에게 정서적으로 불안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보다는 보호자의 의견으로 학폭위 심의가 주로 이뤄지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 1~2학년을 학폭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 시기의 학생들은 처벌보다는 학교에서 사회화에 필요한 규범과 규칙을 습득하고, 다양한 관계 속에서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생활교육이 필요하다. 어린 학생들의 갈등을 학폭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 서울신문과 서울·경기교육청이 심포지엄을 열고 개선책을 함께 합의해 내는 공론화 프로세스도 제안한다.” ●‘1~3호 처분’ 학생부 기재 예외 논의 -가해 학생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학생부에 기재하는 제도도 찬반 논란이 여전하다. 학생부 기재 문제에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학생부 기재는 학폭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한 목적이 크다. 어느 정도는 예방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엔 학생부 기재가 되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는 것보다 가해 사실이 기록되지 않기 위한 법적 다툼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진정한 사과와 반성의 기회를 막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지금도 1~3호 처분에 대해서는 기재 유보 조치가 있지만 더 나아가 1~3호를 아예 기재하지 않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을 맡은 만큼 앞으로 초등학교 저학년의 학폭법 제외와 1~3호 조치 학생부 기재 예외에 대해 교육감들의 합의를 끌어낼 계획이다. 그것을 통해 국회에서 법 개정을 추진할 생각이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교권 침해 학생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도 학폭의 문제의식과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교권 침해 행위를 학생부에 기재하는 부분에 대해선 조심했으면 좋겠다. 학폭위와 같이 굉장히 무수한 조사와 그에 대응하는 소송전을 남발하게 될 것이다. 선생님에 대한 폭력적인 행위를 했다거나 교권 침해 행위를 했다는 내용이 학생부에 기록된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흠결이 될 수 있다. 소송을 해서라도 기록에 남지 않으려는 역행동이 나오기 때문에 신중했으면 좋겠다. 제도 만능주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그렇게 실효성이 크지 않다.” ●보복성 ‘맞학폭’ 악용 문제의식 공감 -최근에는 가해 지목 학생 측에서 처분을 감경하거나 보복의 목적으로 ‘맞학폭’을 제기해 교사들과 피해 학부모들의 고충이 크다. 당국은 맞학폭에 대해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는 상황인데.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핵심은 학폭법이 학교 성적과 입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학생부에 기록됨으로써 평생 이력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기방어적인 과잉 행동이 맞학폭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런 과잉 방어 행동이 나오게끔 하는 학폭법이 실제 운영 과정에서 보완 지점이 있는지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가해자와 피해 학생 분리 제도(즉시분리)는 보복성 맞학폭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피해 학생을 신속하게 보호하자는 제도의 취지는 공감한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분리 제도가 오히려 학생들 간의 갈등 해결 기회를 차단하는 문제가 있다. 또 학교에서는 관련 학생들의 분리 방법과 장소, 기간 선정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심의 이전까지는 피·가해 학생을 단정하지 않고 절차를 진행하는데, 불명확한 상태에서 일방의 의견에 따라 분리가 결정되다 보니 가해 학생으로 지목돼 분리당한 학생 측에서 억울함을 느끼는 때도 있다. 심의 이전부터 억울한 사람을 가해 학생으로 지목해 낙인찍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분리 제도는 현장의 어려움을 좀더 살펴보고 제도 개선을 추진했으면 한다. 당장 법률 삭제가 어렵다면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긴급하거나 심각한 학교폭력 사안 등에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대안이다.” ●학부모 ‘갈등 중재자’ 역할 기대 -현재 예방교육이 학폭 예방을 막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예방 대책으로 ‘관계 회복의 활성화’를 약속했는데, 향후 구체적인 추진 방안은. “자녀가 가해 학생이나 피해 학생이 됐을 때 학부모가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소송을 남발하는 주체가 아닌, 화해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학부모의 마음은 학부모가 제일 잘 알고, 또 설득할 수 있는 힘도 크다. 그래서 학부모 스스로가 갈등 중재자가 되도록 하는 ‘학부모 갈등 중재관’ 제도를 전국 최초로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내 1300여개 학교에서 학부모 각 한 명씩 연수를 시행해 가해 학부모와 피해 학부모 사이에서 학폭에 대응하는 접근 방법을 돌아볼 수 있게 할 것이다. 가능한 한 갈등보다는 화해로 문제를 풀어 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세상을 자기중심적으로 보지 말고 공동체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하다. 또 피해자 회복을 위해 먼저 피해자를 경험했던 이들이 피해자 보호 조치나 지원 대책을 돕는 주체로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걸 관에서 해결하기보다는 민간 부문에서 주체들 사이에 존재하는 화해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 [단독] 조희연 “초등 1~2학년 학폭 대상 제외…학폭법 개정 나설 것”

    [단독] 조희연 “초등 1~2학년 학폭 대상 제외…학폭법 개정 나설 것”

    지금 학교폭력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적 회복’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법정화된 학교는 가해 학생의 처벌에만 집중했다. 그러는 사이 학생들의 관계 회복이나 피해 학생의 일상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 서울신문은 최근 ‘학폭위 10년, 지금 우리 학교는’ 기획 기사를 통해 현행 학폭위 제도의 문제점과 실태를 고스란히 보도했다. 보도 이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신문이 제기한 학폭위의 문제에 대해 적극 공감한다며, 함께 대안을 찾아보자는 의견을 보내왔다. 그는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학폭 제도에서 제외하고 경미한 사안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아예 하지 않는 등 교육적 회복이 가능한 방안을 제시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 교육감은 이런 방안들을 전국 교육감 합의를 거쳐 법 개정으로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 10일 서울시교육청에서 대면으로 진행했다. 다음은 조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학폭 제도를 도입한 지 10년을 맞았다. 현장에서는 학폭 제도가 과연 우리 교실을 정말 행복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가득한 상황이다. “서울신문의 보도를 학폭 업무 담당자들과 인상 깊게 살펴봤다. 기사들이 제기한 문제의식에 매우 공감한다. 2011년 대구 중학생 집단 괴롭힘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이 강화됐다. 심각한 학폭에서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가해 학생에 대한 징벌적 효과를 도입하는 취지다. 그런데 학생들 간의 갈등을 폭력이라는 범주로 다루다 보니 갈등 행위를 과도하게 엄중한 행위로 처리하기도 한다. 사소한 학폭도 무조건 신고 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서 처리한다. 학교 조치에 대해 법률적 흠결을 따지는 사례가 늘어나다 보니 이전처럼 학교에서 생활교육 차원으로 해결하는 것도 위법한 것이 돼버렸다. 옛날에는 아이들끼리 싸우고 나면 아이의 가해 행위를 감싸지 않고 폭력을 멈추도록 부모의 가정교육이 이뤄졌다. 피해 학생도 관용을 배울 수 있었다. 지금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학폭이다. 지금으로는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조심스럽다. 어떻게든 가해 학생을 혼내려 하고 부모 간의 소송 전으로 발전한다. 최근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서는 연루된 가정마다 각자 변호사를 대동하는 바람에 학폭위에 무려 6명의 변호사가 등장한 사건이 있었다.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은 울음바다가 된 적도 있다. 피해 학생이 친구인 가해 학생과 이미 화해를 한 일이라 학폭위에 오기 싫었다며 눈물로 (친구의 용서를) 호소하며 아버지를 원망한 일도 있었다. 심각한 폭력적 행위에 대해서는 응징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화해의 과정이 돼야 한다. 지금 제도에서는 이런 게 모두 사라져버렸다.” -어린 아이들의 일상적인 놀이나 장난 등도 학폭으로 규정해 학교의 법정화를 키운다는 지적이 많다. 학폭위에 올라가지 않아도 될 일들로 인해 행정력 낭비나 학생들이 고통이 크다. “지난 3년간 초등학교 전체 심의 974건 중 가해학생으로 신고된 1~2학년은 297명이다. 이중 ‘학교폭력이 아니다’라고 판정받은 학생은 135명(45.5%)이고, 학교폭력으로 인정 받은 159명도 모두 3호(교내봉사) 미만의 가벼운 조치를 받았다. 사실 3호 미만의 경우 학생들은 사소한 갈등인지 학교 폭력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주로 발생하는 학교 폭력 유형도 대부분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언어폭력과 신체 폭력이다. 또 학폭 처리 과정 자체가 학생들에게 정서적으로 불안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보다는 보호자의 의견으로 학폭위 심의가 주로 이뤄지는 실정이다.때문에 초등학교 1~2학년을 학폭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 시기의 학생들은 처벌보다는 학교에서 사회화에 필요한 규범과 규칙을 습득하고, 다양한 관계 속에서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생활교육이 필요하다. 어린 학생들의 갈등을 학폭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 서울신문과 서울·경기교육청이 심포지엄을 열고 개선책을 함께 합의해 내는 공론화 프로세스도 제안한다.” -가해학생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학생부에 기재하는 제도도 찬반 논란이 여전하다. 학생부 기재 문제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학생부 기재는 학폭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한 목적이 크다. 어느 정도는 예방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엔 학생부 기재가 되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는 것보다 가해 사실이 기록되지 않기 위한 법적 다툼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진정한 사과와 반성의 기회를 막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지금도 1~3호 처분에 대해서는 기재 유보 조치가 있지만, 더 나아가 1~3호를 아예 기재하지 않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을 맡은 만큼 앞으로 초등학교 저학년의 학폭법 제외와 1~3호 조치 학생부 기재 예외에 대해 교육감들의 합의를 끌어낼 계획이다. 그것을 통해 국회에서 법 개정을 추진할 생각이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교권 침해 학생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도 학폭의 문제의식과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교권 침해 행위를 학생부에 기재하는 부분에서는 조심했으면 좋겠다. 학폭위와 같이 굉장히 무수한 조사와 또 그에 대응하는 소송전을 남발하게 될 것이다. 선생님에 대한 폭력적인 행위를 했다거나 교권 침해 행위를 했다는 내용이 학생부에 기록된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흠결이 될 수가 있다. 소송을 해서라도 기록에 안 남으려는 역 행동이 나오기 때문에 신중했으면 좋겠다. 제도 만능주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그렇게 실효성이 크지 않다.”-최근에는 가해 지목 학생 측에서 처분을 감경하거나 보복의 목적으로 ‘맞학폭’을 제기해 교사들과 피해 학부모들의 고충이 크다. 당국은 맞학폭에 대해 제대로 통계조차 없는 상황인데.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핵심은 학폭법이 학교 성적과 입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학생부에 기록됨으로써 평생 이력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자기 방어적인 과잉 행동이 맞학폭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런 과잉 방어 행동이 나오게끔 하는 학폭법이 실제 운영 과정에서 보완 지점이 있는지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가해자와 피해 학생 분리제도(즉시분리)는 보복성 맞학폭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피해 학생을 신속하게 보호하자는 제도의 취지는 공감한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분리 제도가 오히려 학생들 간의 갈등 해결 기회를 차단하는 문제가 있다. 또 학교에서는 관련 학생들의 분리 방법과 장소, 기간 선정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심의 이전까지는 피·가해학생을 단정하지 않고 절차를 진행하는데, 불명확한 상태에서 일방의 의견에 따라 분리가 결정되다 보니 가해학생으로 지목돼 분리당한 학생 측에서 억울함을 느끼는 때도 있다. 심의 이전부터 억울한 사람을 가해학생으로 지목해 낙인찍을 수 있는 우려가 크다. 분리 제도는 현장의 어려움을 좀 더 살펴보고 제도 개선을 추진했으면 한다. 당장 법률 삭제가 어렵다면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긴급하거나 심각한 학교폭력 사안 등에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대안이다.” -현재 예방교육이 학폭 예방을 막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예방 대책으로 ‘관계회복의 활성화’를 약속했는데, 향후 구체적 추진 방안은. “자녀가 가해 학생이나 피해 학생이 됐을 때 학부모가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소송을 남발하는 주체가 아닌, 화해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학부모의 마음은 학부모가 제일 잘 알고 또 설득할 수 있는 힘도 크다. 그래서 학부모 스스로가 갈등 중재자가 되도록 하는 ‘학부모 갈등 중재관’ 제도를 전국 최초로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내 1300여개 학교에서 학부모 각 한 명씩 연수를 시행해 가해 학부모와 피해 학부모 사이에서 학폭에 대응하는 접근 방법을 돌아볼 수 있게 할 것이다. 가능하면 갈등보다는 화해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세상을 자기중심적으로 보지 말고 공동체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하다. 또 피해자 회복을 위해 먼저 피해자를 경험했던 이들이 피해자 보호 조치나 지원 대책을 돕는 주체로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걸 관에서 해결하기보다는 민간 부문에서 주체들 사이에 존재하는 화해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 [책꽂이]

    [책꽂이]

    두 번째 원고(함윤이·임현석·유주현·박민경·김기태 지음, 사계절 펴냄) 신춘문예 등단작은 지면에 실리면서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지만 그다음이 꼭 화려하지만은 않다. 셰어하우스에 머무는 외국인들이 펼치는 미신을 소재로 한 함윤이 작가의 ‘규칙의 세계’를 비롯해 서울신문·조선일보·매일신문·세계일보·동아일보에서 지난해 등단한 작가 5명의 두 번째 단편을 엮었다. 216쪽. 1만 1000원.안녕의 의식(미야베 미유키 지음, 홍은주 옮김, 비채 펴냄) 미스터리와 괴담, 판타지, 시대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일본과 한국에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작가의 첫 SF 소설집. 오랜 시간 가장 애틋한 친구로서, 가족으로서 함께한 노후 로봇과의 이별을 그린 ‘안녕의 의식’을 비롯해 지난 10년 동안 쓴 8편의 단편을 담았다. 448쪽. 1만 6800원.그대의 마음에 닿았습니다(김은영 등 9명 지음, 플로어웍스 펴냄) 청년 정신건강, 남은 자를 위한 애도, 트라우마 극복, 마약 중독 재활, 자살 예방, 코로나19, 군 정신건강, 북한 이탈 주민, 국가폭력 치유 등 정신건강 분야에서 일하는 의사 9명의 생생한 이야기를 녹였다. 재난 현장의 상처 입은 마음을 보듬어 주는 의사들이 위로와 공감을 전한다. 252쪽. 1만 8000원.10대 민족으로 읽는 패권의 세계사(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정은희 옮김, 미래의창 펴냄) 고대 서아시아와 지중해에서 고대 문명을 통합한 이란족과 이슬람 세계를 구축한 아랍족, 지역 세력에 불과했으나 지중해 전역을 장악한 라틴족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주요 무대에서 활약한 10대 민족으로 패권의 역사를 살핀다. 244쪽. 1만 6000원.백치라 불린 사람들(사이먼 재럿 지음, 최이현 옮김, 생각이음 펴냄) 재판 기록과 속어, 유머, 소설, 시, 풍자만화, 회화, 기행문학 같은 대중적인 창작물 속에서 백치로 불린 이들의 이야기를 찾아본다. 서구 사회의 계몽주의, 우생학, 진화심리학, 인종주의 등이 지능과 지적 장애에 대해 어떤 잘못된 관념을 심었는지 탐구했다. 416쪽. 2만 2000원.면역(필리프 데트머 지음, 강병철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구독자 1900만명, 누적 조회수 20억회에 이르는 과학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소개하는 면역계의 모든 것. 면역계는 인간의 뇌 다음으로 복잡하며, 지구에서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생명 현상 중 하나다. 45장의 인포그래픽 이미지를 통해 최대한 알기 쉽게 면역계를 전달한다. 348쪽. 3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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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대 입학의 ‘꿈’을 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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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1회 주민자치 실질화 대토론회...재난에 대응하는 주민자치의 역할과 책임 논의

    제11회 주민자치 실질화 대토론회...재난에 대응하는 주민자치의 역할과 책임 논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명수·김두관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주민자치학회와 한국주민자치중앙회가 주관하는 제11회 주민자치 실질화 대토론회가 지난 10일 ‘이태원 참사, 관재(官災)인가 민재(民災)인가’를 주제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주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총재, 전상직 대표회장, 김두관 의원 등이 내빈으로 참석했다. 정문호 전 소방청장은 ‘이태원 참사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통합재난관리의 중심인 행정안전부의 총괄, 조정 및 상황관리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고 처벌 위주 정책에는 한계가 있으니 정확한 원인 분석과 진단을 실시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조강연이 끝나고 전영기 시사저널 편집인이 좌장을 맡아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첫 발제는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의 ‘재난관리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 官에서 民으로’로, 조원철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정토론자로 참여했다. 이수곤 교수는 발제를 통해 “대형 재난사고는 형태만 다를 뿐 같은 문제로 연결돼 있다. 재난관리시스템을 관 위주에서 민간 차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라며 “행정의 노력만으로 효과적 재난예방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정부와 지역주민이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철 교수는 “반복되는 재난의 근본 원인을 통찰해 재난관리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라며 “재난안전관리에서 방재안전관리로 전환시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두 번째 발제는 박경하 한국주민자치학회 부설 향약연구원장(중앙대 명예교수)의 ‘조선시대 재난 어떻게 대응했나? : 진휼정책과 향약의 환난상휼’로 차인배 연세대 교수가 지정토론자로 나섰다. 박경하 교수는 “향약에서 환난상휼은 처참한 전란을 거치며 상하합계 형태의 동계에서 협력적으로 대응하게 된 것”이라며 “진휼정책으로 재해 발생 후 조세 감면, 곡물 유무상 지급, 진제장 설치, 의료사업, 공명첩 등을 시행했다”고 전했다. 차인배 교수는 토론을 통해 “재난 예방과 대응이 국가뿐 아니라 공동체의 협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세 번째 발제는 안효성 대구대 교수의 ‘위험사회 재난대처에 있어 국가의 일과 주민의 역할’로 지정토론자에 채진원 교수가 참여했다. 안효성 교수는 “위험에 대한 예방과 대응이 현대 정부의 역할 중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면서도 “능동성과 협력성에서 위험관리의 효용적 가치가 큰 주민자치의 활용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채진원 교수는 “민관 협력을 통한 신뢰 회복과 특히 주민자치회 중심의 안전 거버넌스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마지막 발제는 전상직 대표회장의 ‘재난과 주민자치’로 김범수 전 고양시의원(연세대 교수)이 지정토론자로 참석했다. 전상직 회장은 “행정적인 시각으로 재난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라며 “안전문제는 주민에게 동기를 형성할 수 있고 주민의 역량도 잠재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통리장이 행정 연락만 담당하는데, 앞으로 통리를 주민자치회화 하여 주민친목, 방범위생. 진정요구 기능을 살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범수 전 의원은 “주민자치회가 활성화 되고 재난 대응에 책임 있는 기관이 된다면 예방, 대처, 복구가 달라질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 승인제도 도입을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대토론회의 말미에는 종합토론이 열려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 장훈 중앙대 교수, 이현숙 충청남도의원이 토론자로 나섰다. 육동일 교수는 “재난관리시스템의 실질적 구축과 효과적 작동을 위해서는 지방자치제와 자치경찰제 및 교육자치제가 연계 및 통합되어야 한다”고 제안했고 장훈 교수는 “구역의 마을성, 주민의 주민성, 주민의 자치성이라는 3대 원칙이 정상화될 때 주민들의 경험과 안목에 기반 한 재난예방과 관리가 가능하다. 주민과 마을에서부터 접근하자는 제안이 진지한 성찰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현숙 의원은 “안타깝지만 대형 재난과 참사에서 책임자를 찾아 추궁하는 것 보다 진짜 원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번 대토론회는 국가와 행정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재난에 대응하는 주민자치의 적극적인 책임과 역할을 화두로 내세워 다양한 담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 [이현주의 박물관 보따리] 박물관의 숨은 토끼들과 함께/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이현주의 박물관 보따리] 박물관의 숨은 토끼들과 함께/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종이로 만들어진 토끼가 있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생이다. 토끼가 태어난 곳은 국립중앙박물관이다. 긴 생명을 가진 문화유산이 가득한 그곳에 있는 작고 허름한 토끼다. 이 토끼를 만든 사람은 버려지는 종이들을 모아 종이공예를 한다. 청소업무를 하면서 틈틈이 만들고 있는데 예사 솜씨가 아니다. 사무실 곳곳에 그가 만든 것들이 놓여 있다. 로봇, 앵무새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번 크리스마스엔 산타할아버지와 마차까지 만들어 휴게실에 놓아 둔 것을 보았다. 버려지는 것들을 모아 생명을 불어넣는다. 올해는 토끼의 해라서 토끼도 있는지 물어보았다. 아직 만든 것이 없다고 하더니 뚝딱 토끼 두 마리를 만들어 왔다. 혼자는 외로울까봐 흰 토끼와 검은 토끼 한 마리씩이다. 올해는 검은 토끼의 해이기도 하다.박물관 전시실에서도 여러 토끼를 마주할 수 있다. 청자실에는 고려시대인 12세기에 만들어진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를 받치고 있는 토끼 세 마리가 있다. 작고 귀여운 모습이지만 800년이 넘도록 향로를 받치고 있으니 굳건하고 강한 모습이기도 하다. 통일신라실의 ‘십이지 토끼상’은 갑옷을 입고 칼을 들고 있는 늠름한 모습이다. 조선 19세기 말에 만들어진 ‘백자 청화 토끼 모양 연적’은 파도를 내려다보고 있는 형상으로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 중 지혜로운 토끼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다. 우리가 상상하던 달에서 방아를 찧는 옥토끼도 고려실의 청동거울과 상설전시관 2층 회화실 병풍의 한 폭에서 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그림으로 사나운 매가 토끼를 잡으려는 상황을 그린 그림도 있다. 매로 토끼를 잡는 전통적 사냥 방법을 보여 주는 것이지만, 제왕(매)의 위엄 앞에 교활한 소인배(토끼)가 움츠린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전시실에서 숨은 토끼 찾기 놀이를 해봐도 좋겠다. 17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일본실의 ‘토끼 무늬 접시’는 청화백자다. 접시 오른쪽 면에 ‘봄날의 흰 토끼(春白兎)’라고 새긴 글이 있다. 토끼해에 토끼들을 보며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앞으로 해 나가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지혜로운 토끼처럼 어느 곳에서든 자신의 몫을 제대로 하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 숙명여대, 김건희 여사 석사논문 표절 의혹 본조사 착수

    숙명여대, 김건희 여사 석사논문 표절 의혹 본조사 착수

    숙명여대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예비조사 종료 9개월 만에 본조사에 착수했다. 3일 숙명여대 민주동문회에 따르면 대학 측은 지난해 11월 25일 보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고, 12월 중순에 조사가 시작된다고 알렸다. 다만 공문에는 본조사 회의 개최 날짜와 조사위원 명단 등은 명시돼 있지 않다고 민주동문회는 전했다. 김 여사는 1999년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에 제출한 석사학위 논문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와 관련해 표절 의혹을 받는다. 숙명여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구성해 지난해 2월 예비조사를 시작했으나 지난해 말까지도 본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지 않아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등에서 질타를 받았다. 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본조사는 예비조사 결과 승인 후 30일 이내에 착수하고, 본조사는 조사 시작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완료하게 돼 있다. 본조사가 규정대로 진행된다면 오는 3월 중순쯤 논문 표절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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