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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두 겹 예복·어좌 뒤 병풍… ‘일본 궁정 문화’를 만나다

    열두 겹 예복·어좌 뒤 병풍… ‘일본 궁정 문화’를 만나다

    열두 겹의 옷을 뜻하는 일본의 궁정 복식 ‘주니히토에’. 궁녀 총괄자가 입었던 정복은 실제로 열두 겹은 아니지만, 얇은 옷 여러 벌이 층층이 겹쳐 보이며 우아함과 위엄을 드러낸다. 비슷하면서도 낯선, 일본의 궁정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국내 최초로 열린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올해 마지막 전시로 ‘천년을 흘러온 시간: 일본의 궁정문화’ 특별전을 18일부터 선보인다. 고궁박물관 개관 20주년과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으며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한 회화·공예·복식·악기 등 39점을 소개한다. 비단에 채색한 ‘궁정 정전을 장식한 장지문의 그림을 그린 병풍’에는 32인의 중국 고대 성인이 담겼다. 일본 궁정의 정전(正殿)인 시신덴의 어좌 뒤편에 설치되었던 장지문 그림으로 당시 당나라의 영향을 받아 자리 잡은 일본 궁정 문화의 특색을 보여준다. 일본 궁정의 관료와 궁인이 착용했던 ‘정복’ 등 전통 복식을 통해서는 상·하의를 여러 차례 겹쳐 입고 뒷자락을 길게 늘어뜨리는 일본 궁정 복식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이밖에 소나무 잎을 문 학 무늬를 마키에와 나전으로 표현한 2단 선반인 ‘다나’, 가래침을 뱉는 항아리 ‘다코’, 향로인 ‘히토리’, 바닥에 앉을 때 팔꿈치를 얹어 몸을 기대는 ‘교소쿠’ 등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22일까지.
  • “제자리 있을때 가장 빛난다” 일본인 수집가, 문화유산 41점 충남에 무상 기증

    “제자리 있을때 가장 빛난다” 일본인 수집가, 문화유산 41점 충남에 무상 기증

    충남역사문화연구원(원장 장기승)은 일본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에 거주하는 일본인 수집가 미야타 이즈미(宮田伊津美)로부터 한국 문화유산 41점을 무상 기증받았다고 17일 밝혔다. 전 이와쿠니역사자료관장인 미야타는 평소 한국 문화에 애정을 지녀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문화유산은 제자리에 있을 때 가장 빛난다”는 가치관에 따라 이번 기증을 결심했다. 기증처를 알아보던 미야타는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사무총장 곽창용) 일본사무소를 통해 소장품 기증 의사를 밝혔다. 재단은 유물의 성격, 활용 가치 등을 고려해 충남역사문화연구원으로의 유물 기증을 성사시켰다. 이번에 기증된 유물은 조선 후기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회화·서예·도자·공예·고문서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유산으로 구성됐다. 미야타는 이들 유물이 대부분 19세기 말 조선으로 건너와 일본 공사관의 호위무관으로 활동한 히가시 이와오(東巖) 소장품에서 전래된 것이라고 전했다. 미야타는 이번 기증과 관련해 지난 16일 충남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기증·기탁자의 날’ 행사에 초청돼 직접 특별 강연을 진행하며 기증 결정의 배경과 소장품의 의미를 밝혔다. 충남도와 연구원은 미야타에게 각각 도지사 표창장과 감사패를 전달했다. 장기승 원장은 “국내외 협력을 통해 국외소재 문화유산의 귀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기증 유물을 전시·교육 콘텐츠로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 어린이 체험 전시 ‘내맘쏙:모두의 천자문 전’…19일 예술의전당 개막

    어린이 체험 전시 ‘내맘쏙:모두의 천자문 전’…19일 예술의전당 개막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체험형 미술 전시내년 3월 22일까지 서예박물관에서 개최 서울 예술의전당은 오는 19일부터 내년 3월 22일까지 서예박물관에서 ‘내맘쏙 : 모두의 천자문 전’을 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대표 한자 교육서인 ‘천자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세대가 고전을 새로운 감각으로 경험하도록 기획했다. 전시에는 예술의전당 소장품인 한석봉의 ‘천자문’ 17점을 비롯해 현대미술 작가 14팀의 작품 80여 점이 전시된다. 전시에는 곽인탄, 김범, 남다현, 박경종, 백인교, 사이다, 소목장세미, 에브리웨어, 유승호, 유현미, 이이남, 정문열, 콜린진, 홍인숙 등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14팀이 함께한다. 이번 전시는 전통과 현대, 예술과 교육을 자연스럽게 잇는 체험형 전시로 한자의 음과 뜻을 시각적·감각적으로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전시는 천자문 속 핵심 주제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본(本) 본투비 뿌리’, ‘천(天) 숲 속 별천지’, ‘색(色) 동그란 색깔’, ‘심(心) 내 마음 심쿵’ 등 4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각 섹션은 천자문 속 한자가 품은 세계관을 현대미술의 언어로 풀어내며 배움과 감성, 놀이가 어우러지는 복합 예술 공간으로 구현한다. 전시는 1000자의 한자로 이루어진 ‘천자문’에 담긴 인문학적 가치를 현대의 다양한 예술 언어로 확장해 보여준다. 회화, 조각, 사진, 설치, 미디어아트, 그림책, 레고아트 등 여러 장르의 작업을 통해 현대미술을 친근하고 흥미롭게 체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관객 참여 및 체험 콘텐츠도 강화했다. 관람객이 함께 미션을 해결하는 게임형 콘텐츠부터, 움직임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아트, 직접 만지고 움직여 보는 참여형 설치 작품까지 다양한 체험 요소들을 마련했다. 특히 관람 동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체험 장치는 작품 감상의 집중도와 재미를 높인다. 아이들은 놀이하듯 현대미술을 통해 한자를 익히고, 성인들은 작품 감상의 여운 속에서 문자 예술의 확장성을 다시 발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체험적 요소를 전시 전반에 걸쳐 기획했다. 전시장에는 재사용이 가능한 조립식 타일릿(브릭형 타일) 벽체를 활용해 지속가능한 전시 환경을 구현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구성된 3층 체험 공간에서는 12지신을 주제로 한 놀이 체험존 ‘뿅망치 특공대 : 십이지신전(十二支神戰)’을 운영한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입장 마감 오후 6시)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료는 성인 1만 6000원, 유아·어린이·청소년 1만원이며, 36개월 미만은 무료다.
  • ‘클림트와 리치오디의 기적’ 19일 개막…세계 최초로 서울에 온 ‘여인의 초상’ 관람 포인트

    ‘클림트와 리치오디의 기적’ 19일 개막…세계 최초로 서울에 온 ‘여인의 초상’ 관람 포인트

    1997년 도난됐다 22년만에 기적처럼 발견세계 최초로 서울에서 선보이는 클림트 걸작마이아트뮤지엄에서 내년 3월22일까지 전시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1862~1918)의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Lady)은 단순히 한 폭의 아름다운 초상화를 넘어 미술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고 미스터리한 사연을 품은 작품 중 하나다. 이 작품은 ‘두 번 태어나고, 홀연히 사라졌다가 크리스마스에 기적적으로 돌아온 여인’이라고 불릴 만큼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클림트와 리치오디의 기적: 이탈리아 리치오디 현대미술관 컬렉션’ 특별전이 오는 19일부터 내년 3월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린다. 특별전에서는 클림트의 걸작 ‘여인의 초상’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마치 한 편의 추리 소설을 보는 듯한 사연을 담고 있는 ‘여인의 초상’이 이탈리아 리치오디 현대미술관(Galleria d’Arte Moderna Ricci Oddi)을 벗어나 해외 도시에서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에 앞서 관계자들로부터 ‘여인의 초상’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봤다. #1 80년 만에 드러난 ‘이중 초상화’이탈리아 피아첸차의 리치오디 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여인의 초상’은 클림트가 말년에 그린 작품이다. 1916~1917년 사이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80년 가까이 지나서야 놀라운 비밀이 밝혀진다. 1996년 피아첸차의 미술학도인 클라우디아 마가라는 여대생이 클림트의 화집을 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마가는 1912년에 그려졌다가 실종된 작품인 ‘모자를 쓰고 스카프를 두른 젊은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Young Lady with Hat and Scarf)과 미술관에 걸린 ‘여인의 초상’ 속 여인의 포즈가 너무나 똑같다고 생각했다. 마가는 “혹시 클림트가 옛 그림 위에 덧칠을 한 것이 아닐까”라는 궁금증을 미술관에 알렸다. 엑스레이(X-ray) 촬영 결과, 이 가설은 사실로 드러났다. ‘여인의 초상’ 밑바닥에는 모자를 쓰고 스카프를 두른, 전혀 다른 분위기의 여인이 잠들어 있었다. #2 작품 속에 숨겨진 가슴 아픈 사연‘여인의 초상’이 이중 초상화가 된 배경에는 슬픈 사연이 담겨 있다. 클림트는 1912년 자신이 사랑했던 비엔나 출신의 한 여인을 모델로 첫 번째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여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클림트는 너무나 큰 슬픔에 빠져 그녀의 얼굴을 다시 보는 것조차 고통스러워했다. 그는 결국 캔버스를 버리는 대신 그 위에 다른 여인의 얼굴을 덧칠해 슬픔을 덮어버렸다고 한다. 다만 이 작품 속의 여인은 지금도 신원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3 영화와 같은 도난 사건‘여인의 초상’이 이중 초상화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미술관은 발칵 뒤집혔다. 리치오디 미술관은 새로운 발견을 기념해 대규모 특별 전시회를 준비했다. 하지만 전시회를 며칠 앞둔 1997년 2월 22일 그림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미술관이 폐쇄된 기간에 그림이 사라진 것이다. 경찰이 조사에 나섰으나 범인들이 지붕 창문을 통해 침입한 것으로 추정했을 뿐 어떠한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 갤러리 옥상에서는 그림의 액자만 덩그러니 남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도둑이 지붕을 뚫고 들어가 낚싯줄 같은 도구를 이용해 그림만 액자에서 분리한 후 훔쳐 달아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액자가 천창을 통과하기엔 너무 컸다. 경찰은 내부 공모자가 있거나, 옥상에서 발견된 액자는 수사 혼선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6000만유로(약 1041억원)가 넘는 이 작품은 영원히 미술관 곁을 떠나 미궁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4 크리스마스에 기적처럼 돌아온 여인그림이 사라진 지 22년이 지난 2019년 12월에 사건은 엉뚱한 곳에서 해결된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미술관 외벽에 있는 담쟁이덩굴을 정리하던 정원사들이 벽 안쪽 움푹 파인 공간에서 검은색 쓰레기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정원사들은 “이게 뭐지? 누가 쓰레기를 벽 속에 버렸나”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봉투를 열어보았고, 그 안에서 22년 전 사라진 바로 그 ‘여인의 초상’이 나왔다. 그림은 외벽의 금속 문 안쪽에 숨겨져 있었다. 전문가들의 감정 결과 이 그림은 진품으로 확인됐다. 과거 촬영했던 X-ray 사진이 근거가 됐다. 하지만 그림의 보존 상태가 22년 동안 야외 벽 속에 있었던 것치고는 너무 양호했기 때문에, 누군가 훔쳐 갔다가 최근에 다시 그 자리에 몰래 갖다 놓은 것으로 추정했다. #5 여전히 진해중인 도난 미스터리하지만 도난범이 누구인지, 왜 22년 만에 그림을 돌려주었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림이 발견된 직후 이탈리아 한 지역 신문사에 신원을 밝히지 않은 남성이 보낸 편지가 도착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1997년에 그림을 훔쳤던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편지에 따르면 이들은 도난 직후 그림을 훔쳐 보관하다가 4년 전인 2015년 피아첸차 시에 대한 ‘선물’의 의미로 그림을 미술관 외벽 안에 다시 넣어두었다고 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림이 외벽 속에 계속 있었던 것이 아니라, 누군가 보관하고 있다가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다는 뜻이다. 경찰은 용의자로 지목된 두 남성을 조사했지만, 이들이 진짜 범인인지, 또는 단순한 자작극인지에 대한 최종적인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도둑들이 그림을 훔쳤지만 팔 길이 막혀 갤러리에게 ‘선물’로 돌려주었다는 자백 편지가 있긴 했지만, 진위는 불분명하다. 그림의 도난 경위와 재발견 과정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6 금박 양식에서 벗어난 클림트의 말년 작품‘여인의 초상’은 클림트의 말년기 작품으로 클림트 특유의 금박 중심의 ‘황금기’ 양식에서 빗겨나 있는 작품이다. 표현주의적 붓터치와 다채로운 색채, 그리고 동양적 자포니즘 요소까지 아우르며 클림트 후기 회화 스타일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작품 속 여인은 전통적인 초상화 틀에서 벗어나 관람자와의 심리적 거리를 유지한 채 어딘가를 응시하며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사랑과 상실, 기억, 복원 등 서사가 겹겹이 스며든 이 작품은 클림트의 가장 흥미로운 작품 중 하나다. 클림트 특유의 몽환적이고 우아한 붓 터치 뒤에는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화가의 슬픔과 22년간의 미스터리한 여행이 모두 담겨 있다. 한 폭의 그림이 감춘 이중 초상화의 비밀과 22년간의 미스터리한 실종 스토리는 이 작품을 단순한 걸작을 넘어 살아 숨 쉬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캔버스 속에서 깊고 비밀스런 눈빛을 보내는 ‘여인’은 자신이 겪은 기묘한 이야기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지 않을까.
  • 천사가 방문한 시민의 거실, 메로데 제단화

    천사가 방문한 시민의 거실, 메로데 제단화

    ●거실로 찾아온 천사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분관 클로이스터가 소장한 ‘메로데 제단화’는 15세기 북유럽 회화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이 삼면화는 형식적으로는 전통적인 제단화의 틀을 따르지만, 내용면에서는 혁신을 보여준다.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 마리아에게 그리스도의 잉태를 알리는 ‘수태고지’ 장면이 소박한 가정의 실내에서 일어난 것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작품의 크기는 양쪽 날개를 접었을 때 가로와 세로가 각각 60㎝를 조금 넘을 정도로 작고 소박하다. 이는 공적 예배가 아닌 개인적 기도를 위해 제작됐음을 말해준다. ‘메로데 제단화’는 15세기 신앙이 교회에서 가정으로, 제단에서 방 안으로 이동하던 순간을 보여준다. ●세 개의 패널, 하나의 이야기 로베르 캉팽(1375~1444년)은 초기 플랑드르 회화의 사실주의를 확립한 인물이다. 세밀한 질감 표현과 일상의 사물에 깃든 상징은 이 시기의 혁신을 잘 보여준다. 중앙 패널에는 성모 마리아와 가브리엘 천사가 등장한다. 가브리엘은 이제 막 방 안으로 들어온 듯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네고, 마리아는 책을 읽고 읽는 중이다. 왼쪽 패널에는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후원자 부부가 묘사되어 있으며, 오른쪽 패널에는 목공 작업을 하는 요셉의 모습이 보인다. 이 세 폭 구조는 인간의 신앙, 성경 이야기, 노동하는 일상으로 엮여 하나의 서사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소한 사물에 숨겨진 종교적 상징 ‘메로데 제단화’의 가장 큰 특징은 일상적 사물에 부여된 종교적 상징이다. 물이 담긴 주전자와 세면대는 청결과 영적 순수성을, 마리아 앞에 놓인 백합은 순결을 상징하며 꺼져버린 촛불은 그리스도의 죽음을 암시한다. 창문을 통해 날아드는 작은 아기 예수의 형상은 십자가를 들고 있어, 탄생과 동시에 예정된 그리스도의 수난을 예고한다. 요셉의 작업대 위에 놓인 쥐덫이나 못, 망치 역시 그리스도의 고난을 상징하는 도구로 해석된다. ●문밖의 기도 ‘메로데 제단화’의 왼쪽 패널에는 한 쌍의 기증자 부부가 등장한다. 이들의 신분을 알 수 없으나 입고 있는 의복과 그림을 주문할 정도의 경제적 여건을 볼 때 당시 성장하던 신흥 시민 계급에 속했을 가능성이 크다. 부부는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문밖에서 성모와 천사가 등장하는 수태고지 장면을 응시한다. 이러한 설정으로 인해, 이 부부가 간절히 자녀를 바랐던 신혼 부부였을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돼 왔다. 그러나 기증자의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 이는 어디까지나 조심스러운 추정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 패널은 15세기 신앙이 개인의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는지 보여준다. ●중세의 거실, 오늘의 미술관 오늘날 관람객은 ‘메로데 제단화’ 앞에서 15세기인의 신앙과 일상이 겹쳐지는 지점을 마주한다. 이 작품에서 성스러움은 교회 제단에 머물지 않고, 침실과 식탁이 놓인 평범한 가정 안으로 조용히 스며들었다. 신과 인간, 종교와 일상이 분리되지 않았던 시대의 감각이 이 작은 패널 속에 압축돼 있다. 수태고지는 먼 성서의 과거가 아니라, 당시 시민이 살아가던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사건으로 재구성됐다. ‘메로데 제단화’는 소박한 규모지만, 일상 사물을 통해 신앙을 내면화하게 한다는 점에서 15세기 미술사의 흐름을 바꾼 작품으로 평가된다. 성스러움과 일상이 분리되지 않았던 시대, ‘메로데 제단화’는 크지 않지만, 미술사에서 결코 작지 않은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 천사가 방문한 시민의 거실, 메로데 제단화 [으른들의 미술사]

    천사가 방문한 시민의 거실, 메로데 제단화 [으른들의 미술사]

    ●거실로 찾아온 천사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분관 클로이스터가 소장한 ‘메로데 제단화’는 15세기 북유럽 회화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이 삼면화는 형식적으로는 전통적인 제단화의 틀을 따르지만, 내용면에서는 혁신을 보여준다.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 마리아에게 그리스도의 잉태를 알리는 ‘수태고지’ 장면이 소박한 가정의 실내에서 일어난 것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작품의 크기는 양쪽 날개를 접었을 때 가로와 세로가 각각 60㎝를 조금 넘을 정도로 작고 소박하다. 이는 공적 예배가 아닌 개인적 기도를 위해 제작됐음을 말해준다. ‘메로데 제단화’는 15세기 신앙이 교회에서 가정으로, 제단에서 방 안으로 이동하던 순간을 보여준다. ●세 개의 패널, 하나의 이야기 로베르 캉팽(1375~1444년)은 초기 플랑드르 회화의 사실주의를 확립한 인물이다. 세밀한 질감 표현과 일상의 사물에 깃든 상징은 이 시기의 혁신을 잘 보여준다. 중앙 패널에는 성모 마리아와 가브리엘 천사가 등장한다. 가브리엘은 이제 막 방 안으로 들어온 듯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네고, 마리아는 책을 읽고 읽는 중이다. 왼쪽 패널에는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후원자 부부가 묘사되어 있으며, 오른쪽 패널에는 목공 작업을 하는 요셉의 모습이 보인다. 이 세 폭 구조는 인간의 신앙, 성경 이야기, 노동하는 일상으로 엮여 하나의 서사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소한 사물에 숨겨진 종교적 상징 ‘메로데 제단화’의 가장 큰 특징은 일상적 사물에 부여된 종교적 상징이다. 물이 담긴 주전자와 세면대는 청결과 영적 순수성을, 마리아 앞에 놓인 백합은 순결을 상징하며 꺼져버린 촛불은 그리스도의 죽음을 암시한다. 창문을 통해 날아드는 작은 아기 예수의 형상은 십자가를 들고 있어, 탄생과 동시에 예정된 그리스도의 수난을 예고한다. 요셉의 작업대 위에 놓인 쥐덫이나 못, 망치 역시 그리스도의 고난을 상징하는 도구로 해석된다. ●문밖의 기도 ‘메로데 제단화’의 왼쪽 패널에는 한 쌍의 기증자 부부가 등장한다. 이들의 신분을 알 수 없으나 입고 있는 의복과 그림을 주문할 정도의 경제적 여건을 볼 때 당시 성장하던 신흥 시민 계급에 속했을 가능성이 크다. 부부는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문밖에서 성모와 천사가 등장하는 수태고지 장면을 응시한다. 이러한 설정으로 인해, 이 부부가 간절히 자녀를 바랐던 신혼 부부였을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돼 왔다. 그러나 기증자의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 이는 어디까지나 조심스러운 추정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 패널은 15세기 신앙이 개인의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는지 보여준다. ●중세의 거실, 오늘의 미술관 오늘날 관람객은 ‘메로데 제단화’ 앞에서 15세기인의 신앙과 일상이 겹쳐지는 지점을 마주한다. 이 작품에서 성스러움은 교회 제단에 머물지 않고, 침실과 식탁이 놓인 평범한 가정 안으로 조용히 스며들었다. 신과 인간, 종교와 일상이 분리되지 않았던 시대의 감각이 이 작은 패널 속에 압축돼 있다. 수태고지는 먼 성서의 과거가 아니라, 당시 시민이 살아가던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사건으로 재구성됐다. ‘메로데 제단화’는 소박한 규모지만, 일상 사물을 통해 신앙을 내면화하게 한다는 점에서 15세기 미술사의 흐름을 바꾼 작품으로 평가된다. 성스러움과 일상이 분리되지 않았던 시대, ‘메로데 제단화’는 크지 않지만, 미술사에서 결코 작지 않은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 제2동물보호센터·놀이공원 개장… 제주, 반려동물 친화도시 가속

    제2동물보호센터·놀이공원 개장… 제주, 반려동물 친화도시 가속

    제주도가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 친화도시’ 조성에 본격 나섰다. 돌봄과 보호를 넘어 입양·여가·장묘까지 반려동물 생애 전반을 아우르는 공공 동물복지 체계를 구축하며 정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도는 15일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에서 제2동물보호센터와 반려동물 놀이공원 개관식을 열고 반려동물 친화도시 조성의 핵심 인프라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문을 연 제2동물보호센터는 유기동물 보호 기능을 전문화·규모화한 시설로, 진료실·보호실·입원실·미용실·상담실·교육실 등을 갖춘 통합 동물복지 공간이다. 부지면적 1만 2027㎡에 건축 연면적 999.59㎡ 규모로 조성됐으며, 최대 300마리(적정 200마리)의 유기동물을 보호할 수 있다. 총 사업비는 약 63억 원이 투입됐다. 센터는 기존 제1동물보호센터의 수용 포화 문제를 해소하고 안락사 최소화와 입양률 향상에 중점을 둔다. 운영 방식도 기능을 분담했다. 제1센터가 모든 유기동물의 최초 보호·관리를 맡고, 사람 친화도가 높은 개를 제2센터로 이송하면 제2센터는 집중 재활과 입양 연계를 담당한다. 함께 개관한 반려동물 놀이공원은 면적 1790㎡(약 540평) 규모로, 최대 50마리(소형견 30마리·대형견 20마리)가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소형견과 대형견 구역을 분리해 안전성을 높였고, 놀이·체험·휴식 기능을 강화해 도민과 반려동물이 일상적으로 찾는 공공 여가 공간으로 설계됐다. 보호시설을 지역사회와 단절된 공간이 아닌, 열린 생활 거점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놀이공원은 한시적으로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평일(수요일 제외) 오후 2~4시, 토요일 오전 11시~오후 1시에 개방된다. 제주도는 2026년 준공 예정인 공설 동물장묘시설과 연계해 보호·치료·입양·놀이·장묘를 하나로 묶는 ‘원스톱 동물복지 체계’를 완성할 계획이다. 반려동물의 생애 전 주기를 공공 영역에서 책임지는 구조를 통해 생명존중 가치를 정립하겠다는 구상이다. 행동교정·사회화 프로그램과 도민 참여형 생명존중 교육도 병행한다. 입양을 희망하는 도민은 휴관일을 제외한 날 센터를 방문해 입양 교육과 동물 대면, 상담 절차를 거쳐 입양할 수 있다. 오영훈 지사는 “제주는 반려동물 친화도시로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며 “생애 전주기를 아우르는 동물복지 체계를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기동물 보호부터 재활·입양까지 더욱 촘촘하게 연결하고 반려가족이 일상에서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공 공간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겠다”며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환경을 만드는 데 책임감을 갖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반려동물 문화가 이미 일상으로 자리 잡은 만큼 관련 인프라와 콘텐츠를 다양하게 확충해 산업으로까지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반려동물 동반 여행 문화 확산 등을 통해 지역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발전시켜나간다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반려동물 친화 도시 제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도는 ‘사람과 동물이 모두 행복한 반려동물 친화도시 제주’를 비전으로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2024~2028)’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도내 유기동물 발생 건수는 3886마리로, 전년 대비 1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작은 언덕에서 시작된 큰 변화

    작은 언덕에서 시작된 큰 변화

    ●인상파의 대부, 피사로 카미유 피사로(1830-1903)는 카리브해 버진아일랜드에서 태어났다. 전통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 못한 피사로는 25세에 파리로 이주해 쿠르베와 코로로부터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눈을 키웠다. 특히 그는 바르비종파의 일원인 코로에게서 풍경화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 온화하고 따뜻한 성품을 지닌 피사로는 동료나 후배 화가들에게 격려하고 방향을 제시해 준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8번 개최된 인상주의 전시회에서 모두 전시한 유일한 인물이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그는 인상주의 전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며 ‘인상주의의 대부’로 불린다. 피사로는 1866년부터 1870년 전쟁을 피해 런던으로 떠나기 전까지 이 마을에서 수년을 보냈다. 그는 1872년부터 1884년까지 이곳에 머물렀다. 퐁투아즈는 피사로에게 단순한 작업 장소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전쟁이 끝나 돌아왔을 때, 그가 남겨둔 1500여 점이 군인들의 발 매트로 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는 절망과 분노에 휩싸였다. 그중엔 인상주의 태동기를 보여주는 귀중한 작품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 작품들이 손상되지 않았다면 인상주의 역사는 새로 쓰였을 것이다. ●소박한 풍경 속 진실을 담다 ‘퐁투아즈의 에르미타주 언덕’은 구불구불한 언덕길과 소박한 동네가 어우러진 일상의 장면이다. 여기에는 신화 속 인물이나 역사적 영웅 없이, 그저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담겨 있다. 피사로는 이 평범한 공간에서 빛이 스치며 만들어내는 찰나를 포착했고, 그 사이에서 현대적 풍경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 작품은 아직 인상주의 특유의 붓놀림이 완전히 자리 잡기 전의 양식을 보여준다. 그러나 자연광에 대한 감각, 화면을 구성하는 색과 질감의 대비는 이미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농부와 정원, 길과 집이 이루는 장면은 목가적 안온함과 함께 빛과 어둠의 교차가 드러나는 실험의 장이 된다. 피사로는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과감히 그 벽을 깨뜨렸다. ●빛나는 일상은 예술이 된다 이 작품이 그려진 1860년대 후반은 프랑스 미술계가 살롱 중심의 아카데믹한 회화에 갇혀 있던 시기였다. 피사로는 당대 거장의 영향에서 출발했지만, 이 퐁투아즈 풍경에서는 점차 자신만의 독자적인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전통적인 풍경화처럼 명확한 윤곽선과 고정된 색채 대신, 자연광이 순간적으로 만들어내는 색채와 분위기를 포착하는 데 집중했다. 활기찬 붓 터치는 나무의 질감과 햇빛에 반짝이는 풀잎을 생생하게 재현하며, 이는 훗날 인상주의 특유의 ‘시시각각 변하는 대기의 빛’을 포착한 기법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벽에 걸린 이 캔버스는 관람객에게 낮게 속삭인다. “당신이 무심히 지나쳐버린 현재 속에 미래의 예술이 숨어 있다.” 19세기 프랑스 교외의 한적한 길에서 피어난 빛의 실험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평범한 하루가 위대한 역사로 전환되는 순간, 그 중심에는 언제나 내가 있음을 피사로가 말해준다.
  • 작은 언덕에서 시작된 큰 변화 [으른들의 미술사]

    작은 언덕에서 시작된 큰 변화 [으른들의 미술사]

    ●인상파의 대부, 피사로 카미유 피사로(1830-1903)는 카리브해 버진아일랜드에서 태어났다. 전통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 못한 피사로는 25세에 파리로 이주해 쿠르베와 코로로부터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눈을 키웠다. 특히 그는 바르비종파의 일원인 코로에게서 풍경화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 온화하고 따뜻한 성품을 지닌 피사로는 동료나 후배 화가들에게 격려하고 방향을 제시해 준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8번 개최된 인상주의 전시회에서 모두 전시한 유일한 인물이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그는 인상주의 전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며 ‘인상주의의 대부’로 불린다. 피사로는 1866년부터 1870년 전쟁을 피해 런던으로 떠나기 전까지 이 마을에서 수년을 보냈다. 그는 1872년부터 1884년까지 이곳에 머물렀다. 퐁투아즈는 피사로에게 단순한 작업 장소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전쟁이 끝나 돌아왔을 때, 그가 남겨둔 1500여 점이 군인들의 발 매트로 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는 절망과 분노에 휩싸였다. 그중엔 인상주의 태동기를 보여주는 귀중한 작품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 작품들이 손상되지 않았다면 인상주의 역사는 새로 쓰였을 것이다. ●소박한 풍경 속 진실을 담다 ‘퐁투아즈의 에르미타주 언덕’은 구불구불한 언덕길과 소박한 동네가 어우러진 일상의 장면이다. 여기에는 신화 속 인물이나 역사적 영웅 없이, 그저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담겨 있다. 피사로는 이 평범한 공간에서 빛이 스치며 만들어내는 찰나를 포착했고, 그 사이에서 현대적 풍경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 작품은 아직 인상주의 특유의 붓놀림이 완전히 자리 잡기 전의 양식을 보여준다. 그러나 자연광에 대한 감각, 화면을 구성하는 색과 질감의 대비는 이미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농부와 정원, 길과 집이 이루는 장면은 목가적 안온함과 함께 빛과 어둠의 교차가 드러나는 실험의 장이 된다. 피사로는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과감히 그 벽을 깨뜨렸다. ●빛나는 일상은 예술이 된다 이 작품이 그려진 1860년대 후반은 프랑스 미술계가 살롱 중심의 아카데믹한 회화에 갇혀 있던 시기였다. 피사로는 당대 거장의 영향에서 출발했지만, 이 퐁투아즈 풍경에서는 점차 자신만의 독자적인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전통적인 풍경화처럼 명확한 윤곽선과 고정된 색채 대신, 자연광이 순간적으로 만들어내는 색채와 분위기를 포착하는 데 집중했다. 활기찬 붓 터치는 나무의 질감과 햇빛에 반짝이는 풀잎을 생생하게 재현하며, 이는 훗날 인상주의 특유의 ‘시시각각 변하는 대기의 빛’을 포착한 기법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벽에 걸린 이 캔버스는 관람객에게 낮게 속삭인다. “당신이 무심히 지나쳐버린 현재 속에 미래의 예술이 숨어 있다.” 19세기 프랑스 교외의 한적한 길에서 피어난 빛의 실험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평범한 하루가 위대한 역사로 전환되는 순간, 그 중심에는 언제나 내가 있음을 피사로가 말해준다.
  • 제주는 지금 크리스마스 축제중… 산타가 제주에 오셨네

    제주는 지금 크리스마스 축제중… 산타가 제주에 오셨네

    박물관의 희귀 크리스마스 소장품, 미술관의 예술 체험, 비치 크리스마스, 그리고 동백숲 속 산타 이벤트까지. 제주의 겨울은 ‘행복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준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제주를 찾는 여행자라면 빼놓지 않는 곳이 있다. #징글벨 초판 악보 하나만으로도 행복한 크리스마스박물관…유럽의 크리스마스 속으로평화로를 타고 모슬포 방면으로 가다 왼쪽에 유럽식 박공지붕에 노랑, 빨강, 초록 집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에 자리한 ‘바이나호튼 크리스마스 박물관’이다. 외길 골목에 빼곡하게 주차된 차량 행렬을 지나면 붉은 리본과 금빛 전구가 흔들린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 나 홀로 해피 크리스마스다. 마치 유럽 크리스마스 축제장을 옮겨 놓은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그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은은한 뱅쇼 향과 크리스마스 노래가 들려온다. 그리고 마당 한가운데 우뚝 선 크리스마스트리 구상나무는 제주의 찬 겨울을 밀어내는 듯하다. 그 아래, 플리마켓 부스들이 성탄 전야처럼 붐빈다. 아이는 빨간 모자를 써보고, 젊은 커플은 뱅쇼 와인을 사며 웃음꽃을 피웠다. 이곳에서 가장 기적 같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박물관 2층에 있는 작은 쇼케이스 앞에 있다. 세월의 무게를 못 이긴 듯, 물기에 젖은 듯, 누렇게 뜬 오래된 악보 한 장이 유리 쇼케이스 안에 들어있다. 전 세계 단 두 점만 남은 희귀본 중 한 점인 ‘징글벨’ 1859년 초판 악보이다. 주인장이 유럽 경매장에서 3000만 원을 주고 얻었다는 이야기까지 더해지자, 방문객들은 “이런 게 제주에 있었다고?”라며 신기해한다. 아주 옛날 녹음처럼 바스락거리는 음질의 ‘징글벨’이 흘러나올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미국의 작곡가 제임스 로드 피어폰트에 의해 만들어진 징글벨은 1857년 ‘썰매를 끄는 한 마리 말’이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1859년 ‘징글벨’ 또는 ‘썰매를 끄는 한 마리 말’이라는 이름으로 제목을 바꾸면서 지금의 ‘징글벨’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곳에 소장된 악보는 1859년 제목을 바꾸고 난 후 처음 출판된 악보이다. 한 본은 미국에 있는 박물관에서, 나머지 한 본은 이곳 바이나호튼 크리스마스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박물관 마당에서는 50개 소상공인이 참여하는 크리스마스 플리마켓이 열린다. 뱅쇼, 수제 맥주, 한정판 에일, 수공예품, 크리스마스 리스·오르골 만들기 체험, 버스킹 공연 등 겨울 감성이 가득하다. 플리마켓 행사는 25일까지 계속된다. # 예술이 선물이 되는 곳, ‘크리스마스 아트 마켓’제주현대미술관도 크리스마스를 맞아 20일 미술관 주차장 인근에서 ‘크리스마스 아트 마켓’을 연다. ‘미술품 수집가’ 콘셉트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된다. 아트 마켓에서는 제주 기반 작가들이 작품을 전시·판매한다. 김수현(도자공예), 김현성(목공예), 김혜림(일러스트), 문성주(사진), 이옥문(회화), 최예지(일러스트), 홍지연(섬유공예)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작가 7명이 참여해 방문객과 직접 소통하면서 자신의 예술 세계를 보다 가까이 소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행사 당일, 미술관에서는 보다 풍성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자 모든 전시실을 무료 개방한다. △2025 지역네트워크 교류전: 배윤환, 김현성 전(展) △김흥수: 탐미의 일월 전(展) △배효정: BIYANG 전(展) △박광진: 기다린 계절 전(展) △오영종: 시선, 너머 전(展) △강주현: 연결의 비정형 전(展) 등 총 6개의 전시를 오후 6시까지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만들기, 눈사람 화과자 체험, 푸드트럭, 군고구마 나눔 등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이종후 도립미술관장은 “연말을 맞아 제주현대미술관 방문객들에게 즐거운 추억과 특별한 예술 경험을 선사하고, 누구나 부담 없이 예술을 즐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겨울 바다 따뜻한 기억의 선물, 비치크리스마스… 디지털관광증 나우다 10만 돌파 세리머니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13일부터 25일까지 13일간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일대에서 겨울 해변을 감성으로 채우는 연말축제 ‘비치 크리스마스 앤 메모리 2025’를 운영한다. ‘비치 크리스마스’는 제주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겨울 해변 축제로, 기존에 여름 관광에 집중됐던 해변 공간을 사계절 활용 가능한 감성 명소로 재해석한 첫 시도다. 겨울바다를 배경으로 따뜻한 크리스마스 조명과 체험형 콘텐츠를 더해 방문객들이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과 특별한 연말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기획됐다. 13일부터 13일간 비치 크리스마스 빌리지로 해변 곳곳에 다채로운 포토존이 조성된다. 점등식은 13일 오후 4시 30분부터 진행되며, 같은 날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현장 접수로 가족 참여 프로그램인 모래 위 보물찾기, 크리스마스 카드를 직접 만들어 보내는 산타 우체통, 오너먼트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될 예정이다. 한편, 디지털 관광증 ‘나우다’의 가입자 10만 명 달성 기념 세레모니가 진행되며, 이를 기반으로 플랫폼의 서비스 확장과 협력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16개 기관과의 업무협약 체결식도 함께 마련된다. 더불어 제주관광의 연중 관광 체계를 본격적으로 알리는 ‘2026년 더 제주 포시즌 방문의 해’ 선포식도 진행될 계획이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제주만의 자연환경과 감성을 결합한 이번 축제가 제주의 새로운 겨울 관광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얀 설국기차 타고 동백꽃차의 특별한 선물까지… 에코랜드 ‘윈터 동백 스토리’제주의 겨울을 대표하는 동백꽃을 테마로 한 에코랜드의 겨울 이벤트 ‘윈터 동백 스토리’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더해준다. 특히 이번에 다시 시행하는 ‘산타의 특별한 선물 시즌2’는 관람객이 직접 신청해 에코랜드의 산타가 아이들에게 직접 선물을 하는 참여형 이벤트로, 눈이 내리는 삼다정원 동백나무 트리에서 아이들은 받고 싶었던 선물을 산타에게 직접 받을 수 있으며 동백꽃이 만개한 포토스팟에서 사진을 찍고 윈터 동백숲 요정들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제주 산간 지역의 하얀 설경을 배경으로 기차를 타고 숲속 곳곳에 배치된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를 감상하며 제주만의 겨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올해는 제주 겨울의 상징인 동백꽃을 활용한 크리스마스 테마를 강화해 한정판 동백꽃차를 판매하며 동백나무 트리 연출을 통해 커플·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더욱 특별한 겨울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포토타임과 요정들의 공연, 스카이바이크를 활용한 ‘날으는 산타’ 퍼포먼스도 펼쳐진다. ‘윈터 동백 스토리’는 내년 2월 8일까지 계속된다.
  • “서울 시민의 과반, 청년 연령 상향에 찬성” 이숙자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여론조사 결과 발표

    “서울 시민의 과반, 청년 연령 상향에 찬성” 이숙자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여론조사 결과 발표

    이숙자 서울특별시의회 운영위원장(국민의힘·서초2)은 지난 9월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시 청년연령 기준 및 청년정책 관련’ 시민 여론조사 결과, 청년 연령 상향에 응답자의 54%가 찬성하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는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청년층의 상대적 규모가 축소되고 고령화로 인한 청년 정책의 기준 연령 상향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고, 서울시의 기존 청년 정책에 대한 인지도와 청년정책 분야의 다양한 정책 수요를 발굴하고 청년 복지정책 방향을 제안하고자 실시했다. 주요 설문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청년기본법상 청년 연령(19세~34세) 상향에 대해서는 찬성 54%, 반대 46% - 특히, 조사 대상 30대의 74%가 청년 연령 기준 상향에 찬성 - 청년 연령의 적정 기준에 대해서는 ‘19~39세’를 조사 대상의 49%가 선택 - 그 이유에 대해서는 ‘급격한 고령사회화’ 43%, ‘늦은 사회진출’ 35%, ‘초혼 연령 증가’ 22% 순으로 응답 - 서울시 청년 정책의 인지도는 ‘잘 알고 있지 않다’ 43%, ‘잘 알고 있다’ 9% - 서울시 청년 정책의 만족도는 ‘만족한다’ 8%, ‘불만족스럽다’ 15% - 서울시 청년 정책에 대한 분야별 만족도 조사 결과, 주거 정책에 대한 만족도가 40%로 가장 높았고 일자리 정책 24%, 복지·문화 정책 20% 순으로 나타남 이번 조사는 서울 시민들이 청년기본법상 청년 연령 상향에 대해 대체로 찬성하고 나아가 청년 정책의 수혜 연령을 상향하는 것에도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함으로써, 서울시 청년정책 수혜 대상 연령 확대 논의에 긍정적인 자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운영위원장은 “청년 연령 상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최근 청년들의 취업난과 사회 진입 지연이 심각한 상황에서, 청년 연령 상향이 단순한 정책 조정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중요한 과제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설문조사가 초고령사회의 인구 구조 변화와 청년들의 생애주기 변화를 반영해 청년들의 실질적인 요구에 맞는 정책을 세우는 중요한 기초 작업이 될 것이다. 실제 수요 중심의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청년 정책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서울시의회 차원에서 면밀히 검토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 청년연령 기준 및 청년정책 관련’ 여론조사 결과는 서울특별시의회 홈페이지 자료실에 공개될 예정이며, 정책연구자료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 ‘붉은 산수’ 이세현 작가 마음의 고향 광주서 특별전···‘Beyond Red-기억중독’

    ‘붉은 산수’ 이세현 작가 마음의 고향 광주서 특별전···‘Beyond Red-기억중독’

    붉은 산수(Between Red) 연작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이세현이 20년 동안 구축해온 ‘붉은 산수’의 회화 세계를 광주 동곡뮤지엄에서 선보인다. 개관 5주년을 맞은 동곡뮤지엄은 전통 산수화의 구도 위에 DMZ와 분단의 상흔, 시대의 기억을 붉은색 하나로 응축한 대표 연작 붉은 산수(Between Red)를 포함한 이세현 작가 특별 개인전 ‘Beyond Red–기억중독’을 10일 개최한다. 개인적 관계와 존재에 대한 사유가 우주적 풍경으로 확장된 ‘비욘드 레드’를 비롯한 회화 29점, 초상화 60점, 드로잉 60점 등 149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작가가 “마음의 고향”이라고 말하는 광주에서 여는 첫 개인전으로 의미가 깊다. 대학 시절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마주하며 형성된 그의 예술적 사유의 뿌리, 그리고 붉은 산수에 스며 있는 기억의 출발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영헌 보문복지재단(동곡뮤지엄) 이사장은 “한때 금기의 색이던 붉음이 예술가의 손에서 상처를 넘어 회복과 사유의 색으로 되돌아온 뜻깊은 전시”라며 “관람객들이 깊은 감동과 성찰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 동곡뮤지엄, ‘붉은 산수’ 이세현 작가 마음의 고향 광주서 특별전··· ‘Beyond Red–기억중독’

    동곡뮤지엄, ‘붉은 산수’ 이세현 작가 마음의 고향 광주서 특별전··· ‘Beyond Red–기억중독’

    붉은 산수(Between Red) 연작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이세현이 20여 년 동안 구축해온 ‘붉은 산수’의 회화 세계를 광주 동곡뮤지엄에서 선보인다. 개관 5주년을 맞은 동곡뮤지엄은 전통 산수화의 구도 위에 DMZ와 분단의 상흔, 시대의 기억을 붉은색 하나로 응축한 대표 연작 붉은 산수(Between Red)를 포함한 이세현 작가 특별 개인전 ‘Beyond Red–기억중독’을 10일 개최한다. 개인적 관계와 존재에 대한 사유가 우주적 풍경으로 확장된 ‘비욘드 레드’를 비롯한 회화 29점, 초상화 60점, 드로잉 60점 등 149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작가가 “마음의 고향”이라 말하는 광주에서 여는 첫 개인전으로 의미가 깊다. 그는 대학 시절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마주하며 형성된 자신의 예술적 사유의 뿌리, 그리고 붉은 산수에 스며 있는 기억의 출발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작가는 전통 산수화의 구도와 부감 시점을 현대적으로 변용하면서, 자연의 재현을 넘어 전쟁·분단·상실·역사적 흔적이 중첩된 정서를 풍경 형식으로 풀어내는 독창적 회화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붉은 풍경은 군 복무 시절 DMZ에서 야간투시경으로 바라본 단색의 기이한 장면, 아름다움과 공포가 공존하던 그 순간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후 영국 유학을 거치며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라는 질문 속에서 자신의 뿌리와 예술적 방향을 모색했고, 이러한 탐구가 오늘날의 ‘붉은 산수’로 이어졌다. 작가의 작업실은 파주출판단지 인근, 북쪽으로는 북한이, 남쪽으로는 서울이 내려다보이는 경계적 지점에 자리한다. 분단의 현실과 일상의 풍경이 공존하는 이 장소는 그의 작업이 지닌 긴장감과 사유의 깊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세현 작가는 이번 광주 전시에 대해 “한강 작가가 노벨평화상 수상 연설에서 전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자를 구한다’는 말이 전 세계에 울려 퍼진 지 1년여가 흘렀다”며 “광주의 기억이 다시 국제적으로 조명되는 이때, 나 역시 예술적 뿌리가 형성된 이 도시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는 사실이 더욱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고 밝혔다. 정영헌 보문복지재단(동곡뮤지엄) 이사장은 “한때 금기의 색이던 붉음이 예술가의 손에서 상처를 넘어 회복과 사유의 색으로 되돌아온 뜻깊은 전시”라며 “관람객들이 깊은 감동과 성찰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무료이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 초상 속에 숨긴 자기 브랜딩 광고

    초상 속에 숨긴 자기 브랜딩 광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걸린 안소니 반 다이크(1599–1641)의 자화상은 단순한 자화상이 아니다. 이 작품은 20대 초반의 한 젊은 예술가가 자신의 이미지를 어떻게 설계하고, 세상에 어떤 존재로 평가받고자 했는지를 과감하게 선언한 자기 브랜딩 결과물이다. 이 자화상은 그가 유럽 무대에서 새로운 고객과 후원자를 유치하려는 목적으로 제작된 의도적인 자기 홍보 수단이다. ●대가의 그늘을 벗어나다 반 다이크는 안트베르펜 출신으로, 젊은 시절부터 탁월한 묘사력과 우아한 색채 감각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1610년대 플랑드르의 대가 루벤스의 조수였지만, 이미 강렬한 개성을 드러내는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10대 후반임에도 그의 초기 초상화는 인물의 심리적 깊이와 생동감을 강조하여, 이미 루벤스의 수제자로서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반 다이크는 대가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명성을 구축하고자 했다. 너무 큰 나무 그늘에선 어떤 나무도 자라지 못하는 법이다. 영국에서 성공하려면 잉글랜드의 찰스 1세 눈에 들어야 했다. 예술품을 고르는 찰스 1세의 안목은 전문가 수준 이상이었다. 반 다이크는 찰스 1세의 눈에 들기 위해 화가 이상의 이미지를 필요로 했다. 먼저 그 자신이 그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임을 증명해야 했다. 이 자화상은 영국 궁정 사회에 건네는 명함이자, 권력의 중심부로 진입하기 위한 정교한 전략이었다. 자화상은 젊은 예술가가 자신을 홍보하고 고객을 유치하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었다. ●붓과 팔레트를 지우다 대개 화가들은 붓과 팔레트를 쥐고 이젤 앞에서 작업 중인 모습으로 자화상을 그리곤 했다. 그러나 반 다이크의 자화상에는 붓, 팔레트, 이젤, 캔버스 등 화가의 도구는 화면 어디에도 없다. 그는 스스로를 노동하는 장인으로 보이게 할 흔적을 지워버렸다. 반 다이크는 귀족의 품위와 고상함을 강조하는 세련된 구성, 길게 늘어뜨린 손가락,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표현으로 궁정 스타일을 창조했다. 배경은 절제됐고, 빛은 부드럽다. 그는 화려한 장식 대신 자신의 시선을 전면에 내세웠다. 측면으로 선 고전적 포즈는 안정감과 격조를 높였고, 관람객을 향한 그 눈빛은 미묘한 전율을 남긴다. 이 초상은 예술가도 귀족적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외친 선언이었다. 고급스러운 옷차림과 세련된 포즈는 그가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세련된 초상화의 스타일을 미리 보여주는 샘플 역할을 했다. ●이미지로 쌓은 권위 1632년 반 다이크는 30대 초반에 잉글랜드 왕의 궁정 전속 초상화가가 됐다. 찰스 1세의 수석 화가로서, 반 다이크는 기사도적이고 이상화된 왕실 초상화를 창조했다. 그는 찰스 1세와 왕실 가족, 그리고 수많은 귀족들의 우아하고 기품 있는 초상화를 200점 이상 남겼으며 영국 초상화의 전형을 만들었다. 그가 창조한 신사적 품위의 초상은 이후 영국 초상화의 표준이 됐다. 뿐만 아니라 영국 초상화의 대가들에게 계승되어 영국 회화의 황금기를 여는 데 결정적인 토대가 됐다. 수많은 왕과 귀족을 그렸던 그가, 이 자화상에서만큼은 오직 자신만을 응시한다. 탐욕도, 과장도 없다. 그러나 그 속엔 분명한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 “나는 그저 그리는 사람이 아니다.” 반 다이크의 자화상은 한 예술가가 스스로의 미래를 설계한 흔적이자, 자기 PR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오늘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의 붓질이 아니라, 그가 만들어낸 한 인간의 이미지 즉 사회적 야망을 품은 당당한 얼굴 이력서다. 반 다이크는 1641년 런던에서 사망하여 세인트 폴 대성당에 안장됐다. 세인트 폴 대성당에 안치된다는 것은 영국 사회에서 최고의 영예와 국가적 존경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곳은 넬슨 제독, 나이팅게일, 윌리엄 터너 등 국가를 위해 특별한 공헌을 한 인물들이 잠든 장소로, 국가가 기억해야 할 인물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대성당에 안치되는 것은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 그들의 업적을 이어받아 국가의 정체성과 역사적 자부심을 후대에 전하고 기리는 국가적 예우다. 영국이 플랑드르의 한 청년을 끝까지 예우했다는 점에서 스물한 살의 이력서는 강력한 효능감을 발휘한 셈이다.
  • 초상 속에 숨긴 자기 브랜딩 광고 [으른들의 미술사]

    초상 속에 숨긴 자기 브랜딩 광고 [으른들의 미술사]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걸린 안소니 반 다이크(1599–1641)의 자화상은 단순한 자화상이 아니다. 이 작품은 20대 초반의 한 젊은 예술가가 자신의 이미지를 어떻게 설계하고, 세상에 어떤 존재로 평가받고자 했는지를 과감하게 선언한 자기 브랜딩 결과물이다. 이 자화상은 그가 유럽 무대에서 새로운 고객과 후원자를 유치하려는 목적으로 제작된 의도적인 자기 홍보 수단이다. ●대가의 그늘을 벗어나다 반 다이크는 안트베르펜 출신으로, 젊은 시절부터 탁월한 묘사력과 우아한 색채 감각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1610년대 플랑드르의 대가 루벤스의 조수였지만, 이미 강렬한 개성을 드러내는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10대 후반임에도 그의 초기 초상화는 인물의 심리적 깊이와 생동감을 강조하여, 이미 루벤스의 수제자로서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반 다이크는 대가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명성을 구축하고자 했다. 너무 큰 나무 그늘에선 어떤 나무도 자라지 못하는 법이다. 영국에서 성공하려면 잉글랜드의 찰스 1세 눈에 들어야 했다. 예술품을 고르는 찰스 1세의 안목은 전문가 수준 이상이었다. 반 다이크는 찰스 1세의 눈에 들기 위해 화가 이상의 이미지를 필요로 했다. 먼저 그 자신이 그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임을 증명해야 했다. 이 자화상은 영국 궁정 사회에 건네는 명함이자, 권력의 중심부로 진입하기 위한 정교한 전략이었다. 자화상은 젊은 예술가가 자신을 홍보하고 고객을 유치하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었다. ●붓과 팔레트를 지우다 대개 화가들은 붓과 팔레트를 쥐고 이젤 앞에서 작업 중인 모습으로 자화상을 그리곤 했다. 그러나 반 다이크의 자화상에는 붓, 팔레트, 이젤, 캔버스 등 화가의 도구는 화면 어디에도 없다. 그는 스스로를 노동하는 장인으로 보이게 할 흔적을 지워버렸다. 반 다이크는 귀족의 품위와 고상함을 강조하는 세련된 구성, 길게 늘어뜨린 손가락,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표현으로 궁정 스타일을 창조했다. 배경은 절제됐고, 빛은 부드럽다. 그는 화려한 장식 대신 자신의 시선을 전면에 내세웠다. 측면으로 선 고전적 포즈는 안정감과 격조를 높였고, 관람객을 향한 그 눈빛은 미묘한 전율을 남긴다. 이 초상은 예술가도 귀족적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외친 선언이었다. 고급스러운 옷차림과 세련된 포즈는 그가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세련된 초상화의 스타일을 미리 보여주는 샘플 역할을 했다. ●이미지로 쌓은 권위 1632년 반 다이크는 30대 초반에 잉글랜드 왕의 궁정 전속 초상화가가 됐다. 찰스 1세의 수석 화가로서, 반 다이크는 기사도적이고 이상화된 왕실 초상화를 창조했다. 그는 찰스 1세와 왕실 가족, 그리고 수많은 귀족들의 우아하고 기품 있는 초상화를 200점 이상 남겼으며 영국 초상화의 전형을 만들었다. 그가 창조한 신사적 품위의 초상은 이후 영국 초상화의 표준이 됐다. 뿐만 아니라 영국 초상화의 대가들에게 계승되어 영국 회화의 황금기를 여는 데 결정적인 토대가 됐다. 수많은 왕과 귀족을 그렸던 그가, 이 자화상에서만큼은 오직 자신만을 응시한다. 탐욕도, 과장도 없다. 그러나 그 속엔 분명한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 “나는 그저 그리는 사람이 아니다.” 반 다이크의 자화상은 한 예술가가 스스로의 미래를 설계한 흔적이자, 자기 PR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오늘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의 붓질이 아니라, 그가 만들어낸 한 인간의 이미지 즉 사회적 야망을 품은 당당한 얼굴 이력서다. 반 다이크는 1641년 런던에서 사망하여 세인트 폴 대성당에 안장됐다. 세인트 폴 대성당에 안치된다는 것은 영국 사회에서 최고의 영예와 국가적 존경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곳은 넬슨 제독, 나이팅게일, 윌리엄 터너 등 국가를 위해 특별한 공헌을 한 인물들이 잠든 장소로, 국가가 기억해야 할 인물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대성당에 안치되는 것은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 그들의 업적을 이어받아 국가의 정체성과 역사적 자부심을 후대에 전하고 기리는 국가적 예우다. 영국이 플랑드르의 한 청년을 끝까지 예우했다는 점에서 스물한 살의 이력서는 강력한 효능감을 발휘한 셈이다.
  • [씨줄날줄] ‘소년범’ 주홍글씨

    [씨줄날줄] ‘소년범’ 주홍글씨

    미성년자의 범죄 기록은 봉인된다. 소년보호처분 기록의 열람과 공개는 엄격히 금지되고, 학교생활기록부에도 기재되지 않는다. 형법상 더 중한 범죄인데도 학교폭력 가해 기록보다 흔적을 덜 남긴다. 미성년자의 재기 가능성을 법이 최우선으로 보호하기 때문이다. 인격 형성 중인 미성년자에게 과거가 족쇄여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이견은 드물다. 그러나 피해 회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회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가해자는 성공 가도를 달리고 피해자는 홀로 무너질 때 법적 정의와 체감 정의 간 균열이 생긴다. ‘가해자는 명문대에 가고 피해자는 학교를 떠난다’는 역설이 지속되는 한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를 멈추자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피해자 회복이 없다면 가해자 교화는 무대책 면죄부일 뿐이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성인 범죄자라도 전과가 평생 족쇄가 돼선 안 된다. 근대 형벌의 궁극적 목적은 재사회화다. 하지만 직역에 따라 단 한 번의 일탈도 용납되지 않는 행위들이 있다. 선거법 위반 정치인, 입시 비리 교수, 의료법 위반 의사는 직업을 박탈당한다. 음주운전과 성범죄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처벌이 불문율처럼 굳어져 있다. 한때는 실수로 눈감아 주던 음주운전은 ‘잠재적 살인’으로 재규정됐다. 인식의 전환점이 된 것은 2018년 윤창호법. 일부 위헌 결정을 받았지만 음주운전 엄벌 인식은 공고하다. 성범죄도 과거에는 사생활 영역의 문제였으나 미투 운동 이후 인격 살인, 권력 범죄 등으로 인식된다. 배우 조진웅이 미성년 시절 범죄 전력이 드러나 은퇴했다. 법의 판결은 수십년 전 끝났으나, 사회적 판결을 지금 받은 것이다. 배우로서 성공했지만 그의 웃는 얼굴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피해자 회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불합리한 사회구조를 떠올렸을지 모른다. 범죄자의 재사회화는 피해자 보호가 선행되는 성숙한 사회에서 유의미한 일. 갈 길이 여전히 멀다.
  • AI는 답할 수 있을까, 미스터리 화가의 질문에 [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AI는 답할 수 있을까, 미스터리 화가의 질문에 [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인공지능(AI)이 빠르게 답을 내놓는 AI 시대, 가장 경쟁력 있는 화가는 누구일까. 아마 많은 이들이 주저 없이 벨기에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년)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AI가 논리와 예측을 통해 정답을 추구할 때 마그리트는 질문을 던지는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일상에 길들여져 무뎌진 우리의 호기심을 깨우고 멈춰 있던 생각의 근육을 다시 움직이게 한다. 그래서일까. 첨단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불확실성과 모순, 미스터리로 가득한 마그리트의 작품이 더 특별하고 현대적으로 다가온다. 이제부터 마그리트가 남긴 명언들을 따라가며 질문으로 가득한 그의 작품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첫 번째 명언 “나에게 있어 세계 그 자체는 상식에 대한 도전이다.” 이 문장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믿어 온 세계에 균열을 낸다. 우리는 대개 사회적 관습, 논리, 규칙 같은 상식의 틀 안에서 세상을 판단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마그리트에게 상식은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게 해 주는 도구가 아니라 사물의 진정한 모습, 즉 본질을 가리는 베일과도 같았다. ●평범한 일상조차 그에겐 수수께끼 그에게는 평범한 일상조차 기적이자 수수께끼였다. 지구가 우주 공간에 떠 있다는 것,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로움이었다. 마그리트는 데페이즈망(낯선 곳에 두기) 기법을 사용해 자신의 생각을 화폭 위에 구현했다. 파이프, 사과, 새, 구름 같은 일상의 사물들을 본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떼어 내 전혀 엉뚱한 곳에 배치하며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던 세계를 의도적으로 뒤흔들었다. 익숙함이 무너지는 순간, 잠들었던 감각이 깨어나고 비로소 질문이 시작된다. 마그리트의 상식에 대한 도전을 그의 작품 ‘개인적 가치 도판 1’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침실이다. 침대와 거울이 달린 옷장, 바닥에는 러그가 깔려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익숙한 실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편함이 밀려온다. 머리빗이 침대보다 크고 성냥은 러그 면적의 절반을 차지한다. 크기뿐만 아니라 배치도 이상하다. 옷장 위에 놓인 면도솔은 거대한 감시탑처럼 방을 내려다보고 벽지 대신 푸른 하늘과 구름이 실내를 채운다. 이 작품에서 마그리트는 크기와 배치의 교란을 통해 사물들 사이에 존재하던 위계질서를 의도적으로 무너뜨린다. 우리는 사물을 늘 기능과 쓸모의 기준으로 이해해 왔다. 빗은 머리를 빗는 도구, 성냥은 불을 붙이는 도구로 말이다. 그것이 상식의 틀이다. 하지만 이 그림은 사물의 기능과 쓸모를 지운 뒤 존재 자체를 낯설고도 새롭게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그 순간 침실은 더이상 편안한 공간이 아닌 질문이 시작되는 무대가 된다. 이 작품을 처음 본 사람은 마그리트의 화상 알렉산더 이올라스였다. 기묘한 그림에 꽤 익숙했던 그조차도 이 작품 앞에서는 버텨 내지 못하고 이렇게 편지를 보낸다. “나는 이 작품 앞에서 무기력해지고 심지어 아픈 느낌이 드니 부디 천사처럼 설명 좀 해 주세요.” 마그리트는 답장에서 이렇게 썼다. “이 그림 속 사물들은 사회적 성격을 상실했습니다. 그것은 이제 쓸모없는 사치품이 되었고 당신 말대로 관객을 무력하게 만들거나 심지어 아프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이 그림의 효용성에 대한 증거입니다.” 마그리트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익숙함에 마취된 감각을 깨우고 사물을 기능이 아닌 존재 자체로 다시 보게 만드는 것. 이것이 그가 상식에 도전하며 캔버스 위에서 펼쳐 보인 실험이었다. 두 번째 명언 “우리는 세계를 설명할 수 없으며, 다만 그 신비를 목격할 뿐이다.” 마그리트의 예술이 추구하는 최종 목적이 이해가 아니라 존재의 경이로움이라는 것을 잘 보여 주는 말이다. 마그리트에게 그림은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응시의 대상이었다. 그는 진정한 예술은 세상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깃들어 있는 신비를 드러내는 일이라고 믿었다. 그가 말하는 신비는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종교적 기적이 아니다. 설명되지 않는 것, 우리가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할 때 오히려 놓치게 되는 세계의 낯섦과 불가해함이다. 마그리트에게 설명은 신비를 죽이는 행위였다. ●시적인 힘을 가질 때 완성되는 그림 친구이자 후원자인 해리 토르치너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이렇게 적었다. “사람들은 내 그림에서 상징을 찾으려 하지만 상징은 없다. 내 그림은 아무것도 감추지 않는다. 가시적인 신비를 보여 줄 뿐이다… 신비는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관람자가 작품 속 숨겨진 의미를 해석하려 들수록 예술의 신비가 약해진다고 믿었기에 정치적 선전이나 도덕적 교훈을 담은 그림은 단 한 점도 그리지 않았다. 마그리트는 자신의 가장 성공적인 그림들은 시적인 힘을 가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믿었다. 그는 회화를 이렇게 정의한다. “회화는 보이는 시를 창조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매체다. 나의 그림은 깨어 있는 상태에서 만나는 세계의 신비를 다룬다.” 재미있는 일화도 전해진다. 그는 그림의 제목조차 스스로 짓지 않고 시인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곤 했다. “나는 화가이지만, 제목을 정할 때는 시인들의 도움을 받는다”고 밝힐 정도였다. 그가 말한 ‘설명되지 않는 신비’를 강렬하게 체험하도록 해 주는 작품 중 하나가 도판 2 ‘빛의 제국’이다. 화면 위쪽을 보면 흰 구름이 떠 있는 맑은 대낮의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다. 그 아래는 깊은 어둠에 잠긴 숲과 집, 가로등이 켜진 밤 풍경이다. 낮과 밤, 현실적으로는 결코 공존할 수 없는 두 시간대가 고요한 풍경 속에서 하나로 결합되었다. 관객은 이 작품 앞에서 혼란에 빠진다. “지금이 낮인가, 밤인가?” 이런 질문에 대해 그림은 답을 주지 않는다. 마그리트는 자연법칙이라는 설명 가능한 세계의 규칙을 깨고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이미지를 우리 눈앞에 제시했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낮과 밤이 동시에 존재하는 풍경은 우리를 놀라게 하고 매혹시킨다. 이 힘을 나는 시라 부른다”고 말했다. 이 작품의 기묘한 불안감과 신비한 분위기는 대중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영화 ‘엑소시스트’(1973년)다. 가로등 빛을 받으며 어두운 집 앞에 서 있는 메린 신부의 그림자가 담긴 강렬한 포스터는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 프리드킨 감독은 여러 인터뷰에서 하늘은 대낮이지만 집은 한밤중인 모순된 상황이 주는 설명할 수 없는 공포 분위기에 매혹당했다고 밝혔다. 세 번째 명언 “나는 회화를 이용해 사유를 가시화한다.” 마그리트가 왜 붓을 든 철학자로 불리는지를 가장 잘 보여 주는 말이다. 우리는 보통 ‘생각한다’는 것을 말이나 글을 통한 추상적인 활동으로 이해한다. 마그리트에게 생각은 시각적 행위였다. 그는 캔버스를 보이지 않는 생각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실험실로 삼았다. 색채, 형태, 사물들의 기묘한 배치를 통해 ‘보는 사유’를 화면에 구현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마치 나 이전에 그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은 방식으로 생각한다.” ‘이미지의 배반’ 도판 3은 그의 그림이 감상을 위한 대상이 아니라 생각을 실험하고 질문을 던지는 도구였다는 점을 말해 준다. 화면 중앙에는 사실적으로 그려진 파이프 한 개가 있고 그 아래에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적혀 있다. 순간 우리는 당황스럽다. ‘이게 파이프가 아니라면 대체 뭐란 말인가? 파이프처럼 생겼고, 누가 봐도 파이프인데.’ 사실 마그리트는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림 속 파이프는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실제 파이프가 아니라 파이프를 그린 이미지일 뿐이니까. 심지어 파이프라는 단어조차도 실물성을 가진 것이 아니고 우리가 사회적으로 약속한 기호일 뿐이다. 이 그림은 평범한 파이프 한 개로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해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정말 사물의 본질을 보는가, 아니면 단지 언어와 기호가 가리키는 것만을 그대로 믿고 있는가? 이 한 점의 그림은 예술계는 물론 철학계에도 깊은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푸코는 1973년 출간한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저서를 통해 이 작품을 본격적으로 분석한다. 푸코는 책에서 마그리트의 그림이 ‘회화는 현실 세계를 모방한다’는 고전 회화가 지켜 온 재현의 법칙을 무너뜨리고 이미지와 언어, 실재 사이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사유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한다. 마그리트는 기호학·철학·현상학을 탐구하며 “회화도 언어만큼이나 생각과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파고들었다. 푸코를 비롯한 당대의 뛰어난 사상가들과 편지를 주고받고 때로는 논쟁을 벌이면서 회화도 사유의 도구와 지성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신의 작품으로 증명했다. 이제 마그리트의 예술 세계를 깊이 관통하는 명언을 들으며 이 여정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다른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우리는 항상 우리가 보는 것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보고 싶어 한다… 중요한 것은 매혹의 힘이다.” ●정답 없는 질문 속에 영원히 머물게 매혹은 그의 대표작 ‘인간의 아들’을 이해하는 결정적인 열쇠이다. 중절모를 쓴 한 남자가 정면을 향해 서 있다. 그런데 그의 얼굴을 뜬금없이 초록색 사과 하나가 가리고 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사과를 치우고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마그리트는 끝내 그 욕망을 충족시켜 주지 않는다. 왜일까.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순간 우리는 더이상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무언가 가려져 있고, 설명되지 않으며, 해석이 열려 있을 때 더 오래 바라보고 더 깊이 생각하며 더 자유롭게 상상하게 된다. 마그리트가 원했던 것은 그 상태, 정답이 없는 질문 속에 관람자를 영원히 머물게 하는 것. 바로 그가 말한 매혹의 힘이다.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
  • 조진웅 은퇴가 던진 질문… “소년범 과거 언제까지” vs “피해자 고통 생각해야”

    조진웅 은퇴가 던진 질문… “소년범 과거 언제까지” vs “피해자 고통 생각해야”

    소년보호처분은 전과로 보지 않아교육·개선 가능성 높이는 게 특징“피해자 2차 가해… 판단은 대중 몫” “반성하면서 살면 기회 줘야” 논쟁 중견배우 조진웅(49)씨가 지난 6일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10대 시절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서다. 이에 ‘소년범 전력’이 성인이 되고 나서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범죄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활동하고, 결과적으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반면 소년보호처분은 처벌이 아닌 재사회화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비판 여론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류영재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판사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서 “미성년자의 재사회화는 사회의 책무이자 약속이기에 소년 재판은 비공개하고, 소년보호처분은 전과로 보지 않는다”면서 “중요한 건 조씨가 자신의 죄를 얼마나 사죄하고 반성했는지, 그 후 죄짓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는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을 지낸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처벌을 하더라도 교육과 개선의 가능성을 높여 범죄의 길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소년 사법의 특징”이라면서 “조씨는 청소년 시절에 잘못을 했고, 응당한 법적 제재를 받았다. 지금도 어둠 속에서 헤매는 청소년들에게 지극히 좋은 길잡이이며 모델일 수 있다”고 밝혔다. 청소년 쉼터를 만들었던 대한성공회 송경용 신부도 “돌아오라!”며 옹호했다. 송 신부는 “어린 시절 잘못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받고 반성하면서 살아간다면 오히려 응원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소년법 1조에는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제32조는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한 교수는 “이런 생매장 시도에 조씨가 일체의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건 아주 잘못된 해결책”이라면서 “이런 시도에는 맞서 일어나는 모습으로 우뚝 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조씨 사안은 ‘피해자 중심주의’로 접근해야 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조씨 행적에 대해 판단하는 건 대중의 몫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생매장’ 표현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사람들을 평가함에 있어서 국민은 사법 처리를 이미 받은 사안에 한해서는 반드시 평가 대상에서 삭제해야 하는가”라고 반박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변호했던 김재련 변호사도 “가해자가 소년이든 성인이든 ‘피해자 중심주의’가 적용돼야 한다”면서 “거취 발표에 앞서 ‘피해자’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입장을 밝혀 주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언론 보도를 통해 조씨가 고교 시절 소년보호처분을 받고 소년원 생활을 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에 소속사는 “성폭행 관련 행위와는 무관하다”면서도 “미성년 시절 잘못한 행동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고 지난 6일 조씨는 은퇴 선언을 했다.
  • 조진웅 은퇴가 던진 질문… “소년범 과거 언제까지” vs “피해자 고통 생각해야”

    조진웅 은퇴가 던진 질문… “소년범 과거 언제까지” vs “피해자 고통 생각해야”

    소년보호처분은 전과로 보지 않아교육·개선 가능성 높이는 게 특징“피해자 2차 가해… 판단은 대중 몫” “반성하면서 살면 기회 줘야” 논쟁 중견배우 조진웅(49)씨가 지난 6일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10대 시절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서다. 이에 ‘소년범 전력’이 성인이 되고 나서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범죄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활동하고, 결과적으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반면 소년보호처분은 처벌이 아닌 재사회화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비판 여론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류영재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판사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서 “미성년자의 재사회화는 사회의 책무이자 약속이기에 소년 재판은 비공개하고, 소년보호처분은 전과로 보지 않는다”면서 “중요한 건 조씨가 자신의 죄를 얼마나 사죄하고 반성했는지, 그 후 죄짓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는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을 지낸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처벌을 하더라도 교육과 개선의 가능성을 높여 범죄의 길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소년 사법의 특징”이라면서 “조씨는 청소년 시절에 잘못을 했고, 응당한 법적 제재를 받았다. 지금도 어둠 속에서 헤매는 청소년들에게 지극히 좋은 길잡이이며 모델일 수 있다”고 밝혔다. 청소년 쉼터를 만들었던 대한성공회 송경용 신부도 “돌아오라!”며 옹호했다. 송 신부는 “어린 시절 잘못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받고 반성하면서 살아간다면 오히려 응원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소년법 1조에는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제32조는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한 교수는 “이런 생매장 시도에 조씨가 일체의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건 아주 잘못된 해결책”이라면서 “이런 시도에는 맞서 일어나는 모습으로 우뚝 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조씨 사안은 ‘피해자 중심주의’로 접근해야 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조씨 행적에 대해 판단하는 건 대중의 몫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생매장’ 표현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사람들을 평가함에 있어서 국민은 사법 처리를 이미 받은 사안에 한해서는 반드시 평가 대상에서 삭제해야 하는가”라고 반박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변호했던 김재련 변호사도 “가해자가 소년이든 성인이든 ‘피해자 중심주의’가 적용돼야 한다”면서 “거취 발표에 앞서 ‘피해자’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입장을 재차 밝혀 주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언론 보도를 통해 조씨가 고교 시절 소년보호처분을 받고 소년원 생활을 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에 소속사는 “성폭행 관련 행위와는 무관하다”면서도 “미성년 시절 잘못한 행동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고 지난 6일 조씨는 은퇴 선언을 했다.
  • 조진웅 은퇴가 던진 질문···“소년범 과거 언제까지”vs“피해자 고통 생각해야”

    조진웅 은퇴가 던진 질문···“소년범 과거 언제까지”vs“피해자 고통 생각해야”

    소년보호처분은 전과로 보지 않지만“피해자 2차 가해···판단은 대중 몫”“반성하면서 살면 기회 줘야” 논쟁중견배우 조진웅(49)씨가 지난 6일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10대 시절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서다. 이에 ‘소년범 전력’이 성인이 되고 나서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범죄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활동하고, 결과적으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반면 소년보호처분은 처벌이 아닌 재사회화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비판 여론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류영재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판사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서 “미성년자의 재사회화는 사회의 책무이자 약속이기에 소년 재판은 비공개하고, 소년보호처분은 전과로 보지 않는다”면서 “중요한 건 조씨가 자신의 죄를 얼마나 사죄하고 반성했는지, 그 후 죄짓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는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을 지낸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처벌을 하더라도 교육과 개선의 가능성을 높여 범죄의 길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소년 사법의 특징”이라면서 “조씨는 청소년 시절에 잘못을 했고, 응당한 법적 제재를 받았다. 지금도 어둠 속에서 헤매는 청소년들에게 지극히 좋은 길잡이이며 모델일 수 있다”고 밝혔다. 청소년 쉼터를 만들었던 대한성공회 송경용 신부도 “돌아오라!”며 옹호했다. 송 신부는 “어린 시절 잘못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받고 반성하면서 살아간다면 오히려 응원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소년법 1조에는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제32조는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한 교수는 “이런 생매장 시도에 조씨가 일체의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건 아주 잘못된 해결책”이라면서 “이런 시도에는 맞서 일어나는 모습으로 우뚝 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조씨 사안은 ‘피해자 중심주의’로 접근해야 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조씨 행적에 대해 판단하는 건 대중의 몫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생매장’ 표현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사람들을 평가함에 있어서 국민은 사법 처리를 이미 받은 사안에 한해서는 반드시 평가 대상에서 삭제해야 하는가”라고 반박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변호했던 김재련 변호사도 “가해자가 소년이든 성인이든 ‘피해자 중심주의’가 적용돼야 한다”면서 “거취 발표에 앞서 ‘피해자’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입장을 재차 밝혀 주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언론 보도를 통해 조씨가 고교 시절 소년보호처분을 받고 소년원 생활을 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에 소속사는 “성폭행 관련 행위와는 무관하다”면서도 “미성년 시절 잘못한 행동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고 지난 6일 조씨는 은퇴 선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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