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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의 원천 ‘삶’ 삶의 산물 ‘예술’…예술과 공간展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가 2001년 첫 기획전으로 생활공간 속의 예술을 보여주는 색다른 전시를 마련했다.22일부터4월15일까지 계속될 ‘예술과 공간(Art in Life)’전. 삶은예술의 원천이고 예술은 삶의 산물임을 확인해주는 자리다. 전시장은 이러한 취지에 맞게 짜여졌다.전시를 위해 인테리어를 따로 하기는 국내 미술계에서는 드문 일.갤러리 현대의 지하와 1,2층을 생활공간으로 바꾼 가운데 설치작품과회화작품이 곳곳에 자리잡았다.지하는 침실과 주방 등을 갖춰 일반가정처럼 만들었다.1층은 현관과 거실,화장실로 꾸미고 2층은 사무실과 서재, 정원으로 탈바꿈했다. 전시장에들어서면 평범한 생활공간이라도 얼마든지 예술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참여작가는 강진식 김종학 노상균 민병헌 백남준 윤형근이형우 장승택 최선호 한수정 홍순명 등 21명.이형우는 다양한 형태의 테라코타 작품으로 전시장의 벽면을 장식했고,사진작가 민병헌은 ‘나무와 하늘’ 연작으로 자연의 신비를 연출했다.이승오는 절단한 책의 단면을 이용한고풍스런작품을, 정광호는 구리선으로 만든 나뭇잎과 항아리를 내놓았다. 부대행사로는 조각가에서 퓨전요리가로 변신한 오정미와행위예술가 스스무 요나구니(進與那國)의 음식 퍼포먼스가매주 한차례씩 펼쳐진다.22일 오후5시에는 ‘꿈꾸는 집’이라는 주제로 초콜릿 집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했다.30일 오후4시의 프로그램은 ‘부드러운 알-2001’.달걀 2001개를 삶아 식용색소로 염색해 먹는 행사다.4월 6일 오후4시에는 사탕으로 팔찌,목걸이 등의 장신구를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착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02)734-6111. 김종면기자
  • 사진같은 그림 & 그림같은 사진

    1850년대 사진이 등장한 뒤 사진은 회화를 모방했다.1960년대 이후 사진은 현대미술의 다양한 장르와 불가분의 관계를맺게 됐다.오늘날 주변에서 회화적인 사진이나,사진을 ‘도용’한 회화를 흔히 접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사진같은그림’ 혹은 ‘그림같은 사진’.사진과 회화의 경계는 어디인가.서울 순화동 호암갤러리의 ‘사실과 환영-극사실 회화의 세계’전(4월29일까지)과 소격동 국제갤러리의 ‘이정진-온 로드(On Road)사진’전(24일까지)은 회화와 사진의 동반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뜻깊은 전시다. ‘사실과 환영’전에는 고영훈 김창영 지석철 이석주 등 한국작가와 척 클로즈,로버트 벡틀,로버트 커닝햄,리처드 에스테스 등 미국의 하이퍼리얼리즘 작가들의 작품이 함께 나와있다. 극사실 회화는 60년대 중반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미국에서 일어난 새로운 미술 경향으로 70년대 미국 미술시장을 풍미했다.한국에서 극사실 회화는 70년대 말과 80년대 초에 절정을 이뤘다. 한국과 미국의 극사실 회화는 ‘추상의 타성화’에 대한 저항이라는 발생 배경과,치밀하게 세부를 묘사하는 기법은 비슷하지만 작업방식은 상당히 다르다.미국이 사진과 필름의이미지를 대형 캔버스에 그대로 확대ㆍ전사해 밑그림을 만드는 데 비해 한국은 사진을 보조수단으로 이용할 뿐 실제 밑그림은 전통방식에 따른다.소재 묘사에서도 다르다.미국은카메라에 크게 의존하는만큼 기존 사실주의 회화의 화면구성과 큰 차이가 없다.이에 반해 한국은 대상의 위치나 상황을자의적으로 변화시키며 즉물적으로 세부를 묘사하는 게 특징이다. 이정진(40·서울예술대학 교수)은 이번에 ‘온 로드’연작을 내놓았다.탄광촌 모퉁이나 어촌의 서정적 풍경을 담은 작품으로 회화적인 감성이 돋보인다.낡은 창틀로 내다보이는바깥 공간의 이미지 사진은 흑백 미니멀 회화를 연상시킨다. 작가는 사진인화지가 아닌 한지에 감광제를 바른 다음 실제로 찍은 사진을 인화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었다.카메라로 찍은 이미지를 화면에 인화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사진임이 틀림없지만 그 제작과정이나 효과면에서는 적잖이 회화적이다.‘사실과 환영’전의 출품작이 ‘렌즈로 그린 회화’라면이정진의 작품은 ‘붓으로 찍은 사진’이라 할 만하다.이 두 전시는 회화와 사진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살펴보게 한다는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종면기자
  • 공공기관 문화강좌 ‘거 괜찮네’

    구청 등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각종 교양·문화강좌가 주민 속으로 파고 들면서 특히 주부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 송파구가 오는 5월로 예정된 여성문화회관 개관을 앞두고 최근 관내 주부 1,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가정주부 10명중 5명 가량이 공공기관의 문화강좌나 교양강좌를 수강중이거나 수강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7.5%는 주부대상 문화·교양강좌를 수강하고 있거나 수강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중 76.6%는 ‘여가 활용’을 이용목적으로 들었으며 ‘기능습득’을 든 경우는 18.2%였다. 응답자의 연령대는 40대가 38.6%로 가장 높았고 이어 30대(29.8%),50대(15.8%),20대(14.0%) 순이었으며 이들의 66.2%를 전업주부가 차지해 공공기관의 문화·교양강좌가 30∼40대주부들의 여가활용에 매우 유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부들이 원하는 교양강좌 과목은 헬스와 스포츠댄스 등 건강프로그램이 29.9%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컴퓨터·어학강좌 16.8%,국악 등 문화강좌 12.8%,연극 등 공연행사 9.8%,요리 등생활강좌 8.7% 순이었다. 세부적으로는 어학강좌의 경우 생활영어(58.2%),노래로 배우는 팝스 영어(13.1%),일본어 회화(11.2%),영화영어(6.9%),영어 발음교정(6.8%),중국어(3.8%) 등을 선호했으며 공연행사의 경우 영화감상(34.3%),연극(28.8%),대중콘서트(17.5%),클래식콘서트(13.1%),국악공연(6.3%) 등으로 선호도가 나타났다. 한편 문화·교양강좌를 이용하는 시간대는 오전이 58.4%로오후보다 많았으나 의외로 16.1%가 오후 6∼8시대를 선호해낮시간대에만 운영하는 일부 문화·교양시설과 주민자치센터등의 시간대 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심재억기자 jeshim@
  • 사랑의 헌혈운동·십자가 대행진…

    오는 4월15일 부활절을 전후해 개신교계가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벌인다.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 위원회(대회장 김장환 극동방송사장)는 올해 부활절 행사를 대중이 함께 참여하고 공감할 수있는 축제로 치르기로 결정,부활절을 전후해 시인들의 방송예배와 미술전시 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한다고 7일 발표했다. 4월13일 오후2시에는 ‘십자가 대행진’이벤트가 시작되는데,빌라도법정에서 예수가 당한 조롱과 모욕의 상황을 극 예배로 보여준다.영락교회 베다니광장∼명동거리∼남산공원 구간에서 십자가 행진을 재현해 시민들이 예수의 고난을 지켜보면서 부활의 참의미를 되새기게 한다.이에 앞서 같은날 오전10시30분 영락교회 본당(베다니홀)에서는 서울·경기지역신도들이 모여 고난 당한 예수를 묵상하며 회개하는 금식기도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믿음으로 극복해나가자는 기도를 드린다. 부활절 오후2시에는 극동방송국 공개홀에서 한국크리스챤문학가협회 주관으로 ‘부활절 시인 방송예배’가 열려, 기독교계의 대표적인 시인들이 방송을 통해 시로 예배를 드리며전국 방송청취자들과 함께 부활의 기쁨을 나눈다. 이밖에 4월16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홀에서 한국미술인선교회 주관으로 ‘부활절 초대작가 회화전’이 열리며 17·18일 오후7시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는 인터넷 약물 섹스연예인 증권 쇼핑 등으로 얼룩진 우리 문화 실태를 고발하는 풍자 뮤지컬 ‘갓스’가 공연된다. 또 지난 5일부터 전국 교회에서 사랑의 헌혈운동을 벌이고있으며 부활절 전야까지 계속할 예정이다. 김성호기자 kimus@
  • 15가지 테마로 보는 프랑스 문화

    프랑스 하면 문화의 나라라고 다들 동경하지만,따지고보면그 마음의 절반쯤은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때 따라붙기 마련인 미혹이기 십상.눈가리개를 벗어던지고 프랑스를 제대로알아보자는 작심은 좋다.하지만 프랑스의 전모는 생각만큼잘 만나지지 않는다.문학의 계단을 따라 상아탑으로 올라가면 철학,미술,음악 등 고급예술뿐,생활의 손때는 닦여나갔기십상이요, 잡지책 한권 집어들고 패션,영화,레스토랑쪽만 탐닉하면 또 그대로 켜켜이 쌓인 역사적 향취를 짐작치 못하는반쪽여행에 그치고 만다. ‘프랑스 문화예술,악의 꽃에서 샤넬 No.5까지’(고봉만 등지음,한길사 펴냄)는 일단 그 벽을 허문게 인상적.서로 같은플로어에서 안놀려고 해온 고급문화·대중문화를 한 책속에끌어다 엮었다.문학 연극 회화 문화정책부터 사진 영화 만화건축,여기에 포도주 패션 향수까지 이질적인 15개 테마가 저마다 그들만의 프랑스를 툭툭 내던지듯 증언한다. 문학·영화·건축·미술사 등을 전공한 젊은 국내학자 16명이 한토막씩 맡아 집필했다. 책은 일단 프랑스에 대한 총체적 의문부호 풀이에는 그런대로 일조한다.대중서로는 흔치않던 프랑스 문화정책 건축 사진의 역사 등은 반가운 테마다. 프랑스 문화부 창시자가 앙드레 말로라는 것,문인들을 관료로 적극 육성한 게 프랑스 문화저력의 한축이 됐다는 점 등을 새삼 음미하게 된다. 프랑스어가 프랑스인들의 절대 모국어가 된 건 대혁명 직후정책적 장려 때문이며 그전만해도 프랑스인 90%가 지방어나방언 사용자였다는 ‘뜻밖의’ 지식도 흡수한다.대혁명이후상퀼로트(평민)들이 “물을 마시느니,차라리 죽겠다”며 포도주 음주권을 요구했다느니,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금기와도 같던 스커트 길이가 복사뼈위로 치고 올라오는 과정 등에선 문화 모세혈관에까지 작용하는 역사 이벤트들의 힘을재확인한다. 책 한권으로서의 완성도만 따진다면 실망스러운 점도 없지않다.한 갈피에 적혀있던 그 ‘예술장르간 상호텍스트성’이란 말을 되돌려주고 싶다. 테마들 사이 유기적 관계맺기에 좀더 신경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축적많은 고급문화의 연대기적 서술과 발랄한 대중문화화법 사이의 톤 조절은 한계가 있는 것일까. 꼭 그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테마들을 꿰뚫는 유기적 키워드 부재를 차치하더라도 책은 프랑스문화의 신구세대간 어떤단절을 어쩔수없이 얼비치고 있다.그렇게 만든 주범은 아무래도 미국 대중문화가 아닐수 없다. 그 두터운 축적물과 문화적 자부심의 나라 프랑스도 할리우드의 침투 앞에서 옛것을 새것에 접붙이느라 휘청대고 있다. 우리가 알아들어야 할 경계사이렌이 바로 이것 아닐까. 손정숙기자 jssohn@
  • KBS 새 월화드라마 ‘비단향 꽃무’ 출연 류진

    대기만성형.휙 그런 생각부터 스치고 가는 건 29세 나이 때문만은 아닌듯 하다.탤런트 류진.얍상한 정장이 맞춘 듯 어울리는 186㎝의 훤칠한 호남형.가는 조각칼로 긁어낸 듯 정교한 이목구비엔 홀려서 쳐다보는 시선을 무색케 할 한줄기비루함이 싸늘히 흘러내린다. 복합적인 표정의 연기자 류진이 KBS-2TV 새 월화드라마 ‘비단향 꽃무’(3일 첫방송)에서 왕자로 변신했다. “2년간 한번도 진 적없는 엘리트 변호사 김승조예요.어째경력부터 좀 으시시하죠?” 인상과는 달리 말투는 소탈 그 자체다.혼인신고도 하기 전에 죽어버린 남편에 대한 사랑하나로 세상에 당당히 맞서나가는 미혼모 영주(박진희).그녀를 만나 사랑하게 되면서 냉철한 승부사의 가슴엔 사람냄새가 피어오른다.무능한 인권변호사인 아버지(박근형)도 이해하게 되고. “어렸을 땐 저도 해 보고 싶었죠.‘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차인표씨 같은 역할.근데 연기생활 해가다 보니 변하더라구요.지금은 오히려 부담스러워요.현실에 없는 ‘왕자’를설득해내야 한다는 게.” 1997년 출발한 SBS 6기탤런트 출신.유준상 박광현 등이 동기생이다.“98년 SBS 주말 ‘로맨스’로 데뷔했는데 한번에서너컷씩 나왔나? 24부작 내내 잘리지만 말아라 했는데 뜻밖에 그해 신인상을 주시더군요.그러고 나니 MBC·KBS에서도손짓이 왔죠.” 단박 톱스타로 띄워올려주는 행운타를 맛본 적은 없다.그렇지만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다.홀리지 않고 은근히,연기력을 키워올 수 있었으니. “KBS ‘유정’,MBC ‘사랑은 아무나 하나’등에서 잇달아사기꾼으로 나왔죠.‘사랑은…’때 인터넷에 들어가보니 별별 욕이 다 올라와 있더군요.아버지 역인 양택조선배님과 한묶음으로 ‘철퇴를 내리쳐라’해놓질 않나.근데 전 시원하더라구요.아,그래도 내가 제대로 그리기는 하는 거구나,제나름의 피드백으로 받아들였죠.” 폼나고 반듯한 역보단 이렇게 어딘가 꼬이고 야비한,아니면 나사풀린 쪽에 더 끌린다는 류진.멀쩡한 외모 속에 끓어오르는 잔인성을 감춘,얼마전에 본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의 크리스천 베일같은 역 한번 해보고 싶단다. 경원대 관광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한때땅값 싼 외국에 호텔지어 경영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때문에 영어·일어 회화학원,칵테일학원을 전전한 시절도 있었다고.피아노·기타도그런대로 쳐내고,운동도 만능인 재주꾼. “2년후쯤 되면 뚜렷한 연기관도 말씀드릴 수 있을라나요. 그때까지 차근차근 실력을 다져가고 싶네요.”손정숙기자 jssohn@
  • SBS ‘아름다운 날들’ 주역 이병헌·이정현

    SBS가 14일부터 선보이는 새 수목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은 음반업계를 배경으로 한 탓에 연예계의 뒷얘기를 파헤친또다른 ‘순자’아니냐며 벌써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내용 못지않게 호화캐스팅도 화제거리다.청춘드라마의 간판스타 류시원,최지우도 빛을 잃게 한 장본인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통해 흥행배우로 발돋움한 이병헌과 ‘바꿔’의 신세대 가수 이정현.SBS 일산제작센터에서 촬영중인 그들을 만났다. ◆ 이병헌. “솔직히 영화만 하고 싶었어요.영화는 다만 몇사람이 보더라도 진짜 그사람의 마음에,인생에 남잖아요.10년 후에 누군가가 비디오숍에서 내 작품을 꺼내드는 장면은 상상만해도기분이 좋아요.”미소가 싱그러운 남자 이병헌.비누로 막 얼굴을 씻어내고 거울을 볼 때의 풋풋함이 가득한 이 남자의얼굴에는 ‘사랑’이 역력했다.여자가 아닌 영화와의 사랑이. 이렇게 영화에 푹 빠진 그를 TV로 끌어낸 것은 SBS와 맺은출연계약.“드라마 1편만 더하면 계약이 끝난다”는 이병헌과 “1편으로는 택도 없다”는 SBS가 아직 신경전중이지만어쨌든 시청자들은 즐겁다.영화판에서 무르익은 그의 연기를안방극장에서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드라마에서 그가 맡은 민철은 아버지가 경영하는 음반사의기획실장이자 음반업계의 황태자.“어찌나 머리 아픈 캐릭터인가 하면요,4회분까지 찍으니까 이제 좀 감이와요.사람을대할 때마다 얼굴이 바뀌는 알쏭달쏭한 인물이예요.”이병헌은 평소엔 덜렁대는 성격이지만 연기할 때는 집요해진다.배역의 개연성을 따지면서 “이건 왜 이래요,저건 왜 저래요”하고 따라다니며 묻는 통에 감독이 짜증을 낼 정도다. 연출을 맡은 이장수 PD는 “드라마를 찍으면서 보니 이제 병헌이가 청춘스타가 아니라 진짜 배우가 된 것 같아 존경심까지 들더라”고 귀띔한다. 올해로 연기경력 10년째.대학 1학년 때 입영신청까지 해놓고장난삼아 탤런트 시험을 친 게 연기로의 첫발이었다. 탤런트연수 중 PD가 던져준 대본을 읽다가 “책을 읽어라 책을”이라는 수모를 당했던 것도 이제는 추억이다. 그는 요즘 일어회화 공부에 열심이다.‘해외진출 준비수업’인지를 묻자 “모든 것을 다 보여준 배우만큼 불행한 배우는없는 것 같아요.그저 먼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로 봐주세요”라는 알듯말듯한 대답이 돌아왔다.뭔가를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하다. ◆ 이정현. 가냘픈 몸매에 빨간색 스웨터,꽉 끼는 블루진 치마를 걸치고 나타난 이정현은 머리얘기부터 꺼냈다. “이 머리 만드는 데 12시간이나 걸렸어요.이번에 제가 맡은 캐릭터가 아주 과격하거든요.검정색 생머리로 연기해 보니까 실감이 안나서 바꿨어요.”그녀의 역할은 거친 세파에 단련된 ‘욕망의 화신’ 세나.가수지망생으로 같은 고아원 출신인 최지우와 류시원을 놓고사랑대결을 벌인다. “세나는 악녀가 아니예요.사람들에게 배신도 많이 당하지만꿈하나만 믿고 버텨나가죠. 겉은 강하지만 속으로는 많이 아파하는 여자예요.”그녀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광기어린 모습으로 ‘바꿔’를 부르던 가수 이정현과는 썩 어울리는 배역이다. 드라마를 계기로 주제곡 등 발라드곡들을 담은 새 음반도 내놓을 예정.무대배경이 가요계라는데 실제로 얼마나 닮았냐는물음에는 “가수 트레이딩, 오디션 부분 등은 똑같지만 주먹출신이 음반사 사장을 하는 설정 등은 사실이 아니다”고 잘라말했다. 이정현은 열다섯살 나이로 광주항쟁을 소재로 한영화 ‘꽃잎’에서 신들린 연기를 보여줘 일찌감치 주목을받았다.하지만 너무 오랜만에 TV드라마 나들이를 하는 탓인지 “연기가 너무 어렵다”며 울상이다. “제가 정말 건강체질인데 얼마나 긴장했는지 감기몸살에 걸렸어요.하지만 병헌오빠,시원오빠,지우언니 모두 친해서 팀워크 하나는 끝내줘요.”얼마전에는 바쁜 이병헌은 빼고 단합대회도 했다.‘말술’로도 유명한 이정현답게 최지우 류시원과 함께 양주 2병을 거뜬히 비웠단다(참고로 류시원은 술을 거의 못마신다). 남자친구 있냐고 묻는 기자에게 “능력있고 바쁘지 않고 키172㎝ 넘는 남자 어디 없느냐”고 반문하는 당돌한 신세대,스물한살 이정현의 색다른 변신이 기대된다. 허윤주기자 rara@
  • 화상채팅 새수익모델 급부상

    인터넷 화상채팅이 벤처업계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화상채팅은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실시간 대화를 나누는것.컴퓨터에 웹카메라를 부착할수 있게 된데다 초고속통신망과 화상솔류션이 보급되면서 가능해졌다.1대1 대면접촉이 가능해 맞춤식 교육서비스와 주식투자 상담 등에 안성맞춤이다. 영어회화 사이트 ㈜e네이티브스피커닷컴(www.enativespeaker.com)은 미국 등 현지 강사와 1대1 화상채팅을 통해 ‘살아있는’ 영어회화 서비스를 제공한다.수강생의 여건을 고려한 맞춤식 화상강의를 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즉 화상채팅을 통해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수강생이 원어민 강사를만나 회화실력을 연마할 수 있다. 증권정보 사이트 ㈜사이스톡(www.cystock.co.kr)도 주식전문가와 1대1 만남을 통해 투자상담 및 증권교육 서비스를 해준다.회사측은 “초보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화상서비스를 이용하려는 네티즌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람회·전시회 전문사이트 ㈜캐스포컴(www.caspo.co.kr)의 경우 전시회에 참가한 업체와바이어들이 화상채팅을 이용,계약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화상서비스를 통해 직접 전시회에 참가하지 않고도 구매상담을 추진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이 절감된다.특허법률 전문사이트 ㈜정직과특허(www.hnpat.com)는 특허관련 정보를 얻기 힘든 지방소재 기업과 벤처기업,개인들을 대상으로 특허관련 화상상담 서비스를 실시한다. 이밖에 전자상거래 솔루션 개발업체 ㈜오픈포유(www.open4u. co.kr)는 화상채팅을 통해 판매자와 소비자가 상품상담 및구매를 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상용화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초고속인터넷의 확산과 웹카메라의 보급으로 화상채팅 이용자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오프라인에 비해 콘텐츠 수준이 높고 비용절감효과도 거둘 수 있어 서비스 유료화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21세기 담론-생명을 말한다](4) 문순홍박사의 생태여성주의

    *“여성·환경문제는 둘이 아니다”. ●여성적 특성이 차별의 요인이라면 그 특성을 생물적 결정으로 봅니까,사회적 요인으로 봅니까? 양면이 다 있습니다.여성에게 생리·해부학적으로 여성적특성이 부여된 부분이 있습니다.여기에다 ‘여성다움’ 에대한 역사·사회적으로 강요된 부분이 있습니다.가정,학교,사회에서 부단히 여성적 특성만을 장려하는 교육을 받고 자라거든요.초기 생태여성주의는 생물학적 특성으로 인해 여성과 자연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였고,파괴되는 자연의 아픔을 여성이 공감하고 이를 치유하는 것은 여성의 몫이라고 생각했습니다.이를테면 1991년에 발생한 대구의 페놀방류 때도 태아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여성들이 더 격렬하게나섰습니다.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여성과 자연을 생물학적인 속성으로 연결짓는 논의에 회의가 생겼습니다.환경치유자로서의 구실이 여성들에게 삼중의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오늘과 같은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아무리 여성의 권리와목소리가 높아졌다 하더라도,경제활동여성들의 경우 여전히가사노동의 상당부분이 여성에게 남겨져 있습니다.서구 여성들에게 물어봐도 가사노동을 부분적으로는 남편과 분담하지만 이른바 ‘살림’경영은 여전히 아내 몫이라고 합니다.때문에 여성은 자기 일을 가져도 ‘살림’의 부담을 하나 더지게 되지요.이를 이중부담의 문제라 불러왔습니다.그런데생물학적 특성으로 인해 여성이 환경치유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은 여성에게 특정한 사회적 역할을 기대한다는 점에선긍정적이었지만,여성에겐 또 하나의 부담이란 생각이 들게됩니다.그 한국사례로,1992∼93년 제3세계의 열대림 파괴문제가 나왔을 때였습니다.나무 젓가락과 1회용 기저귀(육아용) 안쓰기 운동을 벌이는데 직장여성들에게 고민이 생겼습니다.불편한 거죠.그러면서 왜 이것이 여성만의 문제인가라는생각을 하기 시작했고,이런 의문은 여성=자연이라는 등식은“객관적 진리”가 아니라 문화 사회적으로 주입된 부분이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에코페미니즘은 여성의 억압과 생태계의 위기를 다같이 가부장적 남성문화의 산물로 보고 있습니다.그렇다면여성주의적 대안은 있습니까? 지금까지 서구근대가 무시했던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봅니다.그것은 세계를 생태적 시각으로 다시 보는겁니다.우리사회에 여성적 특성인 부드러움,곡선,평화,헌신,다양성,관계성을 불어넣는 겁니다. ●아까 여성의 특성이 가사노동,즉 살림에서 잘 발현된다고했습니다.그렇다면 생명친화적인 여성의 살림살이(죽임의 반대)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을 바꾸는 운동을 벌일 일이지,여성이 남성의 영역을 나눠갖기 위해 투쟁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에게 여성적 특성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이성,합리성등이 여성에게도 있습니다.마찬가지로 남성에게도 남성적 특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성도 있습니다.그런데 18,19세기까지는 이성적 분별력,합리적 사고가 여성에게는 아예 없는것으로 단정했지요.이렇게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묶어 종속시켜 왔습니다.지금 지구적 위기는 여기서 비롯됩니다.이 구조는 신자유주의적 경제구조에도 그대로 온존해 있습니다. 대안은 무엇이냐, 비지불성 가사노동에 남성이 들어오고 그대신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곳에 여성의 특성을 도입하는 겁니다.사회구조에 감성지수를 높이는 거지요.이런 구조가 생태계의 원래 모습입니다.인간개체가 좌뇌(이성)와 우뇌(감성)의 균형을 이루고 있듯이 사회구조가 남성적 특성과 여성적 특성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야 통찰력이 생기고 위기대처능력이 생깁니다. ●그동안 사회 참여에 성공한 여성들이 여성적 장점을 사회화했는지 의심스럽습니다.남북대화에 여성을 대표로 보낸다거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대표를 여성으로 하면 과연 평화가 올까요? 배려 차원에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결정권이 있는 자리,그리고 일정한 비율이 중요합니다.여성주의적 신념이 없는 여성 한 두명이 참여하는 것으로는 그들이 경쟁에 이기기 위해 남성화 돼버리거나 홍일점의 특혜에 안주해버리는 경향이 있었습니다.에코페미니즘이 문화구조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에 대한 반성입니다.여성이 여성에게 표를 주지 않고정치자금을 만들지 못해 여성정치인이 발붙이기 어려운 남성구조 문화가 바뀌지 않고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의료기술이 여성을 임신 출산의 불안으로부터 해방을 가져다 준 점을 인정한다면 생명공학은 여성에게 복음일 수도있지 않을까요? 여성의 몸에서 태어나는 생명은 생(生)인 반면 생명공학은조(造)이기 때문에 생명공학은 반생명적입니다.따라서 생명공학은 시장에 의한 인간생식능력의 대체이고,특히 여성의생식능력의 상품화이기도 하지요. ●중세기 마녀로 지목된 여자들이 사실은 피임지식을 가진사람들이었고 국가의 다산정책이 이들을 마녀로 지목했다는학설이 있더군요.이런 것으로 봐도 임신,출산에 대한 여성의 선택권을 돌려주는 생명공학이 여성해방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페미니즘 시각에서 그런 측면도 있겠지만 생태여성주의 입장에서는 다릅니다.불임부부에게 희소식이라는 생명복제에서 간과되는 것이 있는데 체세포 복제도 누군가 난자를 제공해야 복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그래서 반다나 시바(에코페미니즘 학자)는 난자(성)의 상품화 가능성을 말합니다.시술과정도 여성에게는 매우 위험하고 치욕적일 뿐더러 탄생한 아이도 기형아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생명공학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비전은 의료분야가 아니라유전자 변형을 통한 식량혁명인 것 같습니다. 인구 증가와 식량위기,그게 사실은 맬서스테제입니다.1968년에 맬서스적위기론이 제창됐는데 그때 어떤 학자는 제3세계에 식량원조를 중단해야 산아제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라는 주장을 했습니다.실제로 미국이 식량무상원조를유상으로 바꾼 것이 아마 1970년대 초일 것입니다.이 신맬서스이론에 대항해 나온 것이 신마르크스 이론인데 절대량보다 분배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요즈음 월드워치 보고서 같은 것을 보면 후자의 주장이 옳았습니다. ●개발과 성장의 중단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제1세계가 제3세계에 근대화 교리를 팔면서 “너희들도 우리처럼 잘 살게될 것”이라고 달콤한 말을 했지만 지금 제3세계가 그렇게 됐습니까? 안됐지요.안되는 이유가 있습니다.제1세계는 제3세계를 식민화했는데 제3세계는 식민지가 없잖아요.생태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인류가 제1세계처럼살려면 지구가 두개는 더 있어야 합니다.하나는 식민지로,하나는 쓰레기 폐기장으로 필요하니까. ●생태여성주의적 최종 대안,그리고 그 모델은 있습니까? 반다나 시바는 생태민주주의(Bio-Democracy)를 제시했습니다.지역단위 생명자치 모델이지요.지금 제3세계의 굶주림은서방세계의 패권다툼이 빚은 피해이기도 하지만 농업구조상문제이기도 합니다.전통적인 자급농들이 농작물 대신 커피나 맥주 원료의 대량생산농으로 바뀌면서 절대빈곤으로 떨어졌습니다.교묘한 착취지요.생태계는 소비가 없습니다.모든 것은 순환하지요.이것이 생명의 원리입니다.그리고 전통적인자급농은 생태계의 순환에 배치되지 않습니다.생태(여성)주의적 세계관과 사회구조만이 자연의 회복능력을 재생시킬수있습니다. 대담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여성억압과 생태계의 위기…가부장적 남성문화의 산물.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생명’이라는 단어에 훨씬 민감하다. 여성이 더 감성적이기도 하지만 여성은 생명을 잉태하고 기르는 어머니이기 때문이다.초기 페미니즘 운동이 여성의 자유와 권리신장을 위해 남성 따라잡기에 치중하다가 차츰 반생명 구조의 뿌리인 문화로 관심의 영역을 넓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자연과 인간,남성과 여성,백인과 유색인,선진국과 후진국 식으로 지배와 피지배의 이분법 사고가 자연과 여성을 착취하는 반생명적 억압구조를 낳는다고 보는 것이다. 생태여성주의의 이론 및 실천운동은 21세기의 주요 과제라고 할 수 있는 생태학과 페미니즘의 만남이다.생태여성주의에 따르면 가부장 구조의 여성에 대한 억압과 서구문명의 자연(환경)파괴는 유사한 속성을 갖고 있다. 여성주의가 그려낸 여성해방의 유토피아적 대안이 생태론자들의 생태공동체와 그 이미지가 비슷할 수밖에 없었고 여기서 여성주의와 생태주의의 접목이 이루어졌다.그리고 사회운동 차원에서 여성운동과 환경운동은 반핵,반군국주의 운동에서 자연스럽게 결합됐다. 생태여성주의는 여성과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본다.이는 지금까지 세계를 지배하면서 세계를 황폐화시킨 남성,서구,이성(理性)중심의 가치관과 삶의방식을 바꿔보자는 실천이기도 하다.따라서 여성을 자연과,남성을 문명과 동일시하는 생태여성주의는 여성의 특성에서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구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전자 조작,복제,그리고 게놈 프로젝트에 생태여성주의자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생명공학이 근대과학적 신념에 터잡고 있는 남성성의 정형이고 여성에게서 생식의 특성을 박탈하는 전형적인 반생명 구조의 산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생명 구조를 청산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문순홍(文順弘)박사는 정치,경제,문화 세 영역에서 동시에 자연과 여성의 회복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삼중과정론을 펼친다. △문순홍 박사는…. ▲1980년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동대학원 박사▲호주 멜버른대,이화여자대학교대 여성학대학원 박사후 연구원(post doctor)▲이화여자대학교,성공회대학교 강사▲대화문화 아카데미 연구위원이언탁기자 utl@
  • 김일해 365일 탄생화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은 ‘꽃’을 이렇게 노래했다.유년의 뜨락에 한 아름 피어있던 꽃.그 자체로생명의 경이를 전해 주던 꽃.그러나 이제 그것은 하나의 그리움이다.일상에 찌든 우리에게 과연 꽃들에게 붙여줄 이름이 있을까.그 상생의 숨결을 느낄 여유가 있을까.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면 지금 그의 이름을 불러 주자.봄을 재촉하는 색다른 꽃그림 전시가 새삼스레 꽃 이름을불러 보게 한다.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김일해 365일 탄생화전’(3월 2∼31일)이 그 현장이다.성곡미술관이 자연주의 작가의 기획전을 마련하기는 이번이 처음.나라마다 국화가 있고 도시마다 상징하는 꽃이 있듯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탄생화를 갖고 태어난다는 생각에서 기획했다. 달을 기준으로 하는 탄생석과 달리 탄생화는 매일 다르다. 국내에는 탄생화의 전통이 없지만 일부 꽃꽂이계에서는 일본의 탄생화 풍습을 그대로 받아들여 활용한다.비록 ‘상업적인’의도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탄생화를 통해 태어난 날을 기억하고 또 기념한다는 발상은 삶에 여유를 가져다 준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김일해(47)는 이번에 일별(日別)탄생화 365점을 포함해 모두 378점의 그림을 내놓는다.테마전 단일작가로서는 가장 많은 작품 수다.작가는 탄생화를 그림 소재로 택하면서 무척고심했다.먼저 계절꽃을 정한 뒤 날짜별로 우리의 삶과 친숙하고 기(氣)가 왕성한 꽃을 골라 내는 방식으로 탄생화를 택했다.일본 탄생화를 참고했지만 한국의 자생화도 꽤 많이 들어 있다. 전시작에는 꽃마다 이름과 풀이가 붙어 있어 눈길을 끈다. 한 예로 1월9일에 태어난 사람의 탄생화는 제비꽃이다.꽃말은 ‘수줍은 사랑’.보부아르,닉슨,존 바에즈 등이 이 날 태어난 명사다.나폴레옹은 젊은 시절 ‘제비꽃 소대장’으로불렸을 정도로 제비꽃을 좋아했다.또 인디언들은 제비꽃을용기·사랑·헌신의 상징으로 보았다. 이번 탄생화 그림은 4호 크기로 한정돼 있어 구성의 다양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그런 만큼 회화성을 높이기 위해 한층 노력했다.작가는 사진으로 찍어내듯 있는 그대로 꽃의 모습을 그리지 않았다.잎이나 줄기를 단순화하거나 생략하는 식으로 조형적인 변화를 줬다.배경을 검게 처리해 꽃의 발색을 도드라지게 하는 등 기술적인 문제에 신경을 썼다.고답적인 사실주의를 택하기 보다는 상징성을 강조한 것이다.김일해의 꽃그림은 장식적인 도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02)737-7650. 김종면기자 jmkim@
  • 영어회화 시간엔 영어로만

    새학기부터 제7차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영어수업을 받는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3·4학년의 영어회화 교육이 강화된다.영어 교과의 읽기·쓰기·말하기·듣기 중 말하기·듣기단원 수업에서는 되도록 영어만을 사용,학생들의 회화실력을높이기로 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를 위해 시·도 교육청과 협의를 거쳐제7차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초·중학교의 영어수업에 우수한교사를 배정토록 추진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18일 “기본적인 의사소통과 간단한 지시어를 사용하는 ‘교실영어’ 이상의 영어를 구사하는 교사는많지 않지만 우선 이런 교사를 중 1학년과 초등 3·4학년에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최근 조사에서 전국 초·중·고교의 영어교사 6만7,464명의 7.5%인 5,074명(초등 2,781명·중등교사 2,293명)만이 ‘교실영어’ 이상의 실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교육부는 교사들의 영어수업 능력을 키우기 위해 1만여명 이상을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하고 영어교사 교과교육연구회에 대한 예산지원을 늘리기로 했다.또 지난해 146명이었던원어민영어교사 수도 241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박홍기기자 hkpark@
  • 베를린영화제 평생공로상 ‘커크 더글라스’

    “영화란 결국 신념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내 안의어떤 부분을 발현시켜 신념을 보여주는 작업이지요.” 제5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평생공로상을 받고 회고전도갖는 명배우 커크 더글라스(83)가 지난 16일 새벽(현지시각15일 오후4시)‘베를린 팔라스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OK목장의 결투’‘스파르타쿠스’‘영광의 길’등으로 지금도 TV 주말영화의 단골배우로 익숙한 추억의 스타.마이클 더글라스와 스타 부자(父子)배우로도 유명하다. 이번 영화제가 ‘최고령’스타에게 쏟는 관심은 대단했다.300여명의 외신기자들이 몰린 가운데 40분동안 진행된 인터뷰는 시종 화기애애했다.그는 답변 틈틈이 재치와 유머를 섞어몇번씩 박수갈채를 받았다. 지금까지 커크 더글라스의 출연작은 88편.그렇게 많은 영화를 찍을 수 있던 내면의 힘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어떤 캐릭터에든 완전히 나를 몰입시켰다”면서 “그때그때 내안의 특성을 끄집어내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또“아들(마이클 더글라스)이 지난해 서른살 연하의 캐서린제타 존스와 결혼하면서 ‘아버지를 닮아 건강하게 오래 살것’이라고 했다더라”고 덧붙여 한바탕 좌중을 웃겼다. 오늘날 발달된 영화의 기술에 대해서는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말했다.기술이 과장된 요즘 영화에는 ‘인간’과‘인간성’이 빠져 있고, 결국 그것이 영화 본연의 ‘드라마틀’을 깨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회화에 관심이 많기로도 소문나있다.애장품인 피카소샤갈 브라크 등의 그림을 팔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400여개의 놀이터를 만드는 등 불우이웃을 돕기도 했다. 영화제에서 그는 이래저래 주목받는 얼굴이다.황금곰상 유력후보인 ‘트래픽’(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주인공이 다름아닌 마이클 더글라스와 캐서린 제타 존스.아들·며느리와나란히 베를린을 찾아 일찍부터 화제였다. 지난 91년 헬기사고로 생긴 언어장애로 발음은 여전히 또렷하지 못했다.“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기면서 얻은 인생의 교훈은 ‘포기하지 말자’였다”면서 그는 인터뷰를 접었다.회고전에는 1999년작 ‘다이아몬즈’까지 22편이 나왔다. 베를린황수정기자 sjh@
  • 서양화가 유예령 개인전

    서양화가 유예령(28)이 서울 관훈동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시추에이션 시리즈’‘조그만 백일몽’‘응시’등 혼합재료의 작품들을 보여준다.작가는 모래나석회·골분 등을 사용해 저부조의 효과를 꾀한다.장식적인미감이 두드러진 것이 특징.그의 그림은 삶과 꿈의 경계를넘나들며 의식과 무의식이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유씨는 미국 뉴욕의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오브 테크놀로지에서 회화를 전공했다.전시는 20일까지.(02)725-1020. 김종면기자 jmkim@
  • 신간 맛보기

    ◆한국정당정치 실록(연시중 지음,김윤철 엮음,지와사랑 펴냄)항일독립운동부터 장면정권 붕괴까지의 역사를 384가지 사건을 통해 상세히기록.네 갈래의 좌익사상을 설명하면서 항일운동이 민족의 시급한 과업이었을 때는 좌우익의 이념적 충돌이 큰 문제를 야기하지 않았으나해방후 정권욕에 눈먼 사람들이 입지 강화를 위해 이데올로기를 문제삼기 시작했다고 강조.정적 제거와 양민 학살, 부정부패 등 정당들의망국적 행위를 질타. 뉴욕에 사는 저자가 국내 정당정치에 관해 강의한 자료를 모아 한문으로 기록한 것을 우리말로 옮겼다.전2권 각 1만2,000원◆프로페셔널의 조건(피터 드러커 지음,이재규 옮김,청림출판 펴냄)30여권의 저서를 낸 현대 경영·사회학의 거두가 개인·경영·사회라는 키워드를 통해 자신의 사상과 비전을 종합해 3권으로 내놓는 ‘피터 드러커의 21세기 비전’중 첫번째로 자기실현편.21세기를 만들어나갈 프로페셔널 지식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자기관리가 요구된다며 경험을 통해 얻은 7가지 교훈을 소개.목표와 비전을가져라,완벽을 향해 나아가라,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를 공부하라, 자신의 일을 정기적으로 검토하라,새로운 직무가 요구하는 바를 배워라,피드백 활동을 하라 등.1만2,000원◆노동의 희망(강수돌 지음,이후 펴냄)위원장 희망자가 없어 예비군훈련에 참석한 부재자를 대신 뽑아야 했던 한 노조,그런가하면 사측에 섰던 조장들이 정리해고당할 위기에 놓이자 이들을 대신해 투쟁해준 또다른 노조….IMF이후 더욱 사그라든 노동조합운동의 현실과 극복방안을 다뤘다.국내 5대 노동월간지에 1998년이후 실린 사례를 분석,네가지 위기와 여덟가지 대안으로 정리해낸 현장중심의 접근이 돋보인다.경영학자중 독보적으로 ‘노사관계’를 전공한 지은이가 노조를 구성하는 모든 주체들간의 ‘생동하는 연대’를 제안한다.9,000원◆반룬의 예술사 이야기(헨드릭 빌렘 반 룬 지음, 이덕렬 옮김, 들녘펴냄)선사시대부터 20세기까지 문화사를 쉽게 풀어쓴 고전.미술을 중심으로 건축 회화 조각 음악의 역사를 통합적으로 설명.예술과 예술가를 독립 영역으로서가 아니라 사회문화적맥락에서 그려냈다.예술품이라고 떠받드는 작품을 남긴 사람들은 다소 특출한 재능을 가진기술자에 지나지 않았다는 시각이다.문화사학자답게 편협한 관점의영향과 형식주의적 미술사에서 벗어나 신미술사학의 선구가 된 책.60여년 전 출간됐지만 오늘날에도 빛을 발하는 명저다.전3권 각 1만2,000원
  • 이봉주의 영어 따라잡기

    “마라톤보다 더 힘들어요” 한국의 간판 마라토너 이봉주(31·삼성전자)가 ‘영어 따라잡기’에나섰다. 지난달 12일 미국 뉴멕시코주 앨버커키로 전지훈련을 떠난 삼성육상단은 이봉주를 비롯한 남자 선수들을 상대로 현지에서 영어회화 강의를 시작했다.외국인에 대한 공포감을 없애기 위한 것이 목적.현지인을 강사로 초빙했고 강의는 훈련이 모두 끝난 저녁시간을 활용한다. 3,000m의 고지대에서 하루 종일 비지땀을 쏟고나면 녹초가 된다.그러나 선수들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강의실을 찾는다.물론 내용은 가장 초보적인 수준이다.날마다 1시간씩 진행되는 강의가 시작되면 선수들은 굳은 혀를 굴려가며 열정을 보인다.특히 이봉주가 제일 열심이다.최고참인 이봉주의 열성때문에 후배들은 요령을 피울 수도 없다. 이봉주는 저녁을 먹고나면 가장 먼저 강의실로 가 예습을 한다.오랜만에 하는 공부라 아직 서툴다.그러나 국제대회 출전기회가 많은 이봉주로서는 영어회화 한마디가 아쉬운 상황이다. 박준석기자
  • [이사람] 화가 이상원

    일찍이 역사 속의 화가들은 독학을 한 천재가 많았다. 예술학교에 다니지 않아도,미술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천부의 재능과각고의 노력으로 보는 이를 감동시켰다.고흐 고갱 박수근 이인성이모두 그랬다. 지금처럼 예술이 엄격한 수련과 정치한 이론,후견으로축조되는 때에도 독학 화가가 빛을 발할 수 있을까. 한국화가 이상원화백(66)은 우리에게 “그렇다”는 대답을 준다.공사판 막일꾼에서 극장간판장이로,상업초상화가에서 세계가 인정하는 현대회화작가로 우뚝 선 이화백의 삶은 예술지망생뿐만 아니라 손에 잡히지 않는 욕망과 좌절로 번뇌하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꿈과 야망을 잃지말라,목표가 확실하면 고통도 즐겁다”고 위무한다. 이상원화백은 1935년 강원도춘천시 신북읍유포리에서 7남매중 둘째로 태어났다.초등학교4학년때 할아버지 얼굴을 그린게 소문나 동네 노인들의 초상화를 죄다 그릴 정도로 그림에 재주를 보였다.6·25를 만나 공부 때를 놓치고 고교2년 중퇴, 17세때 가출 상경했다. 아무데나 끼여 자며 노동판을 전전했다.공사장에서 쉬던 중우연히그린 스케치 한장 때문에 당시 동양극장 간판부장을 소개받게 됐다. 간판장이가 됐다.‘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벤허’‘닥터지바고’‘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닥치는대로 그렸다.프로가 끝나면 흰페인트로 쓱쓱 지워 없어져버리는 화면을 보며 허탈감을 느꼈다. 그러던 차 양씨라는 미8군납품업자가 찾아와 초상화를 권유했다.젊은 사람이 돈도 벌고 학교도 가야하지 않느냐고 집요하게 설득했다.데생엔 자신이 있었고 인기가 좋아 하루에 많게는 70장까지 그렸다.이때 그린 미8군 사령관 초상화를 보고 노산 이은상선생이 안중근의사공식 영정을 부탁해 왔다.유명화가가 그려온 것이 마음에 안든다는것이다.70년10월 박정희대통령이 참석한 영정봉안식에서 많은 찬사를 받았고 그때부터 박대통령 부모,부부등 요인 초상화제작 주문이 줄을 이었다.외국까지 소문이 나 험프리부통령등 국가원수급 회담때 공식선물이 될 정도였고 중동건설 특수 때는 왕가의 공주,사위까지 그렸다.돈도 많이 벌었다.노산선생은 순수미술 얘기를 꺼냈다.어느날은 부르더니 ‘후암예술세계(厚岩藝術世界)’란 휘호를 써주며 제갈길을 가라고 당부했다.그리곤 한 달 후 별세했다.그의 뜻대로 진짜 미술을 하기로 했다. 독학을 했다.초상화는 다시 그리지 않았다.국내외 유명작가의 화집을 수집해 연구하고 미술관도 찾아다녔다.당시 유명화가를 찾아가볼까생각도 해 봤지만 마음뿐이었다.학연도 인맥도 없어 존재를 알리는길은 공모전밖에 없었다.74년 마흔의 나이로 국전에 도전해 첫 입선했다.78년엔 민전인 제1회동아미술제와 중앙미술대전에서 차석을 차지해 작가로서 당당히 자격인정을 받았다.그러나 세차례의 개인전.국내화단의 반응은 냉랭했다. 작품가치를 알아보고 높이 평가한 곳은 오히려 해외 화단이었다.98년 연해주 주립미술관을 필두로 중국미술관(98,베이징),프랑스 살페트리에르미술관(99,파리),국립러시아미술관(〃,상페테르부르크),중국상해미술관(2001)등 세계 정상급 미술관서 초대전을 잇달아 열어주며 뜨거운 반응을 보내줬다.작품도 구입해갔다.지난달 30일 끝난 상해전시서는 “감동적인 박애정신”이며 “아시아예술탐색의 앞날을 밝혀주는 작품”이란 평가(미술평론가 水天中)를 받기도 했다. 이젠 국내서도 외톨이가 아니다.지난해엔 국전의 후신인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한국화부문 심사위원장도 맡았다.국전 대상은 놓쳤지만한국화단의 스승으로 거듭난 것이다. *화가 이상원 인터뷰. ◆화가가 됐다는 느낌은 언제부터 들었는가. 민전에서 두달 새 두번 차석을 하고나서다.두번째 국전 응모때 작품두점을 냈는데 내가 좋다고 생각한 것이 제외돼 실망했다.더구나 입선작을 놓고 평론가들이 대상감인데 아깝게 됐다고 말하는 걸 보고울분이 치솟았다.아끼던 낙선작을 78년 처음 열린 동아미술제에 내봤더니 차석이었다.중앙미술대전에선 대상을 다퉜으나 두 달 전 민전 차석자를 대상으로 뽑을 수 없어 또 다시 차석이 됐다는 말을 들었다.자신감이 들었다.그때부터 외곬으로 내 세계를 밀고 나갈 수 있었다. ◆작품을 보면 한국화인지 서양화인지,구상화인지 추상화인지 착각이 들 때가 많다.극사실주의 기법을 써 서양화같기도 하고 바퀴자국,마대,밧줄,인물을 세밀히 묘사해구상계열에 속하면서도 화면구성이나형태는 추상화 같은 느낌을 준다. 내작품은 한국화,구상화라기보다는 ‘현대회화’라는 편이 맞다.엄격한 조형성에 철학적 내용을 추구한다.기법면에서도 세계적으로 장지에 유채와 수묵을 혼합처리한 그림은 나밖에 없다.나름대로 기존의벽을 허물었다고 생각하며 나만의 길을 갈 것이다. ◆독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영향을 준 화가가 있다면. 스승은 없다.밀레와 파리 오르세미술관의 인상파작품들을 좋아했다. 큰 스케일,과장된 표현은 간판작업서,세밀한 묘사는 초상화작업의 영향일 거다.평론가 신양섭씨는 직선적인 발언으로 많은 자극을 주었다. ◆작가활동은 성공적이었나. 독학의 설움을 많이 받았다.86년 첫개인전을 열었는데 보러 와 주는화가,평론가가 거의 없었다.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다른 작가들이 얼마나 부러웠던지.이런 구박과 설움에서 내 작품의 힘이 나오는거라고 생각한다.인생의 힘겨운 무게,쓸쓸함,낡고 버려진 것들에 대한 충만한 애정은 나의 자화상이다. ◆작품을 팔지 않는것으로 유명한데 그 이유는.팔기 위한 그림은 실컷 그렸다.10,000점 이상 그렸고 돈도 많이 모았다.내 작품이 개인창고에 묻히는 건 바라지 않는다.러시아국립미술관 같은 좋은 미술관엔 작품을 기증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두운 테마 말고 다른 그림을 그려볼 생각은. 미인도나 아기 그림을 그려보라는 사람이 많다.누드를 하고 싶다.흔한 누드가 아니라 나만의 작품.갯벌현장에서 수십명의 여성이 뒤얽혀 있는 누드군상 어떤가. ◆인사동에 화랑을 갖고 있는데. 그동안 모은 돈으로 건물을 사뒀다가 97년 갤러리로 꾸몄다.나처럼정규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어도 작품만 좋으면 발표를 할 수 있는 곳이다.전시장 얻기도 쉽지 않았던 내 과거를 생각해 마련했다.두 아들이 내 취지를 잘 살려 운영한다.앞으로 미술재단을 만들어 좋은 일을 하고싶다. 신연숙편집위원
  • 조국 산하에 민족정신 뿌리가…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자화상’ 연작과 가족사의 발자취를 담은 ‘혈류도’ 연작으로 자신의 존재를 뚜렷이 한 김을(46).스스로자신을 시골 촌놈이라 부르는 이 화가의 작가적 미덕은 우직함이다. 작품의 주제는 존재의 본질을 묻고 있으니 늘 무겁고,작업방식은 캔버스라는 규격화된 틀을 거부하는 만큼 고단할 수밖에 없다.하지만그의 구도적인 회화 작업은 85년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이래 계속되고 있다. ‘철학이 있는 그림’만을 고집하는 작가 김을이 ‘자화상’전 이후5년만에 개인전을 연다.1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관훈동 갤러리 사비나(02-736-4371)에서 열리는 ‘이 산 저 산’전에서 그가 보여줄 작품은 평면회화 10점과 반입체 10점.조국의 산하에서 민족정신의 뿌리를 찾고,시대정신의 가닥을 푼다는 거창한 뜻이 담겼다.작가의 정체성 탐구의 대상이 자아에서 가족,그리고 산으로 바뀐 것이다.이번에내놓는 작품들은 단순한 지도와 산맥의 모습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한자 산(山)의 형태로 보이도록 한 점이 특이하다. 김을의 작품은 동판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그 작품세계는 동판과 회화의 접목으로 요약된다.그는 원광대에서 금속공예,그중에서도특히 귀금속 디자인을 전공했다.금속공예작업을 하면서 차갑긴 하지만 정감이 가는 동판이 손에 익었다.그의 대표작 ‘자화상’은 동판위에 물감을 칠한 작품이다.그러나 ‘자화상’ 이후 그는 저부조 형식의 동판 페인팅보다는 주로 평면작업을 했다.회화에 대한 체계적인교육을 받지 못한 그는 처음에는 출렁거리는 하얀 캔버스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평면 안에서 이내 무한한 표현의 자유를 누리게 됐다. 김을이 캔버스에 동판을 붙이고 그 위에 물감을 칠하는 작업을 다시시작한 데는 딱한 사정이 있다.지난 98년 그는 작업실이 불에 타 그동안 그린 400여점의 작품을 모두 잃었다.그 불길 속에서 유일하게살아 남은 것은 동판 뿐.작가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이 동판의 잔해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다.동판은 표현의 제약이 있지만 캔버스와다른 질감효과가 있고 유채로 내기 힘든 재미가 있다는 게 그의 말.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대부분이미 자신의 얼굴 혹은 누군가의모습으로 존재했던 동판을 사용한 것이어서 더욱 불사조 같은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김을은 잘 그리진 못했지만 혼이 들어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한다. 깎은 밤처럼 깔끔한 그림엔 혼이 깃들기 어렵다고 믿기 때문이다.작가에게 ‘못그린 그림’이란 조형적 요소들이 작품 안에서 완벽하게조화를 이루지 못한 그림을 말한다.‘혈류도’를 그릴 때는 못그린그림을 그리기 위해 일부러 1.5미터의 막대 끝에 붓을 매달아 작업하기도 했다. 그는 “사람을 그리려면 사람을 그려서는 안되고 산을 그리려면 산을그려서는 안된다”는 다분히 선적(禪的)인 회화철학을 밝힌다. 그리고자 하는 대상의 주변,즉 배경을 그리다보면 오히려 대상이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한 예로 산을 그릴 때도 하늘부터 그린다.그는낙관을 찍는 방식도 남다르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종서(縱書)방식을 택한다.김을의 그림은 서양화로 분류되지만 이래저래 동양화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김종면기자 jmkim@
  • [대한광장] ‘기메박물관’ 재단장의 교훈

    유럽 최대 규모의 아시아예술박물관인 ‘기메박물관’이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5년동안의 보수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한국을 비롯해 캄보디아 인도 중국 일본 등 14개국의 수준 높은 옛 문화가 다시 파리 센강변에 그 자취를 뽐낼 수 있게 된 셈이다. 우리를 뿌듯하게 하는 것은 한국 전시관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는점이다.한국관이 1곳에서 3곳으로 늘었고 전시공간도 이전보다 5배나확장된 108평이나 된다.박물관이 갖고 있는 1,000점의 한국 문화유산중 346점을 우선 전시하고 나머지 작품도 교대로 선보인다고 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박물관에 들어서면 양쪽에 17세기 조선시대의 ‘묘지기 석상’이 관람객들을 맞는다는 사실이다.마치 박물관의수호신인양 늠름하게 자리잡고 있다.약간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 석상하나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아직 공간이 좁은 한국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심어주기에 충분하다는 느낌을 준다.보수 이전에는 그 자리에크메르의 석불상들이 서 있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우리문화의 입지가 갈수록 커지고 있음이살갗에 와 닿는다.가볍게 보고 스쳐갈 수있는 석상 하나가 ‘문화 대사관’노릇을 톡톡히 한다고 생각하니 새삼 문화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이런 눈부신 변화는 한국 하면 중국의 아류거나 일본의 식민지 정도로 인식하는 기존의 편견을 불식하기에 충분할 것이다.특히 고려청자는 이웃에 있는 중국관의 송나라 자기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신비로운 비색과 독특한 제조기법,섬세한 선의 곡선 등으로 관람객의 발길을 잡아끈다.여기에는 물론 문화전파 경로를 배려한 박물관 측의전시관 배치도 한몫했다. 전시관 화살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중국 문물이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사실을 되새기게끔 해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고려시대 회화의 특징인 불교 회화 부문에서 최고 경지에 도달한 작품이 두점이나 걸린 것을 보고 6년전 서울 호암갤러리고려불화전시회에서 느낀 벅찬 감동을 파리에서 다시 맛볼 수 있었다. 이외에도 금불상, 신라 토기,조선시대 김홍도의 풍속화와 8폭 병풍에담긴 ‘평안 감사 행차도’, 조선시대 왕족 이청의 ‘죽도(竹圖)’등이 곳곳에 배치되어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이번 한국관 확장은 우리문화의 독창성과 특수성을 프랑스 혹은 유럽,나아가 세계 만방에 알리는 첨병 구실을 할 것임에 틀림없다.한국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을 때 이런 문화적 자긍심이 정서적으로 따뜻한 위로를 가져 줄 것이다.아울러 해외 교민들도 자부심을 갖고 떠나온 조국에 대한 사랑을 새록새록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큰 변화의 이면에는 프랑스 최초의 주한외교관인 플랑시,1960년대 한국대사를 지낸 상바르 등 소장품을 기증한 프랑스인들의 노력도 숨어 있다.그리고 부족한 인원과 재정 등 열악한 조건에서도 묵묵히 한국문화를 알리려고 노력해 온 한국문화원의 ‘20년 땀’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1등 공신이라면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재정적인뒷받침과 지속적인 관심이다.지난해 10월 대영박물관의 한국실 개설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인 기메박물관 사례는 한국의 문화정책 방향에 관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문화분야는 그 효과를 길게 내다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기메박물관 재단장에서 확인하게되는 것이다.“박물관은 미래를 향한 기억이다”라는 말이 있듯 기메박물관에 대한 지혜로운 투자가 앞으로 거둘 효과는 아무리 강조해도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올해 문화부 예산이 전체 예산의 1%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 문화예산은 적은 편이 아니다. 다만 그동안의 문제는 그 혜택이 소수에게 돌아가거나 당장 돈이 될것 같은 분야에 치중해온 데 있다고 할 것이다.이제부터라도 정책 방향을 박물관이나 도서관 등 인프라 구축에 비중을 늘려서 국민 대부분이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그것이 문화민주화를 앞당기는 길이 아닐까. 이병주 파리7대학 한국학과 교수
  • 신세대 네티즌 ‘꿈’ 향해 달린다

    2001년도 벌써 한달이 지나간다.새해 들면 누구나 한해의 계획과 목표를 세워 스스로 다지기 마련.한달쯤 지나 되돌아 보면 그 목표는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대한매일 뉴스넷(www.kdaily.com)은 신사년한해 꿈을 이루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나 중간점검을 했다.여전히 자신에 넘치는 그들을 1년 후 다시 만나 그 소망과 목표가얼마나 이뤄졌는지도 점검할 계획이다. ◆박인철 (타운넷 사장) 타운넷(www.townnet.co.kr)은 전국 지리·위치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기초로 지역 생활지리 정보를 인터넷으로서비스하는 회사다. “작년 10억원가량 수익을 냈지만 그것은 단지 투자에 불과했다고 여깁니다.올해 200억원 이상 수익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타운넷 박인철사장은 올해 34세.젊은 CEO답게 일에 대한 투지와 신념이 대단하다.타운넷은 일반적인 인터넷 기업과는 달리 직원이 많은편이라 서울과 지방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합치면 290명이나 된다.직원들은 담당지역의 도로·건물을 중심으로 실제 생활에 관련된 사전조사를 벌이는 일을 맡아 한다. “전국 각지에서 직접 수집한 정확한 자료를 기반으로 가공된 정보를 유무선을 통해 제공해 명실상부한 인터넷 정보의 창고로서 자리잡을 것입니다” 타운넷을 내년 상반기 코스닥에 상장시킨다는 목표로 전 직원이 올 한해를 뛸 각오를 다지고 있다. ◆홍성건 (지오네이티브 사장) 지오네이티브(www.gonative.tv)홍성건사장(38)의 소망은 “직원이 부자가 되는 것”이다.작년 6월 ‘출생신고’를 마친 지오네이티브는인터넷 영어학습 사이트.이 회사의 역사가 고작 반년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홍사장 지휘 아래 지오네이티브는 지난 91년부터 ‘튜터라인’이라는 이름으로 전화 영어회화 사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지오네이티브의 서비스는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취향에맞게 선택하게끔 학습 메뉴를 다양하게 갖춘 점이 특징입니다.특히귀여운 캐릭터가 돋보이는 ‘게놈영어’코너가 인기를 얻을 것 같아요”직원은 40명,이 가운데 외국인 25명이 포함돼 있다.그러나 학생들에게 영어를 직접 가르치는 교사들은 미국에 거주하는 ‘네이티브’들. 인터넷을 통해 한국학생 컴퓨터와 연결된다. 오래 미국에서 생활한 홍사장은 영어교육에 대한 의지가 남다르다. “우리는 1년후 월 평균 매출액 20억원을 달성할 겁니다. 영어뿐 아니라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으로 사업영역을 점차 넓혀갈 테니까요”◆문석현 (교통방송 아나운서) “주부에게만 명절증후군이 있는 건아닙니다.노총각에게 명절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십니까?”교통방송에서 ‘아름다운 서울의 저녁입니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문석현씨(33)는 올해 목표를 결혼으로 정했다. “변명인지 모르지만 요즘 같아선 애인이 있더라도 연애할 시간이 없겠어요.”준수한 외모에 세련된 말솜씨를 가진 아나운서에게 애인이없다는 것이 의심스럽기까지 했지만,방송국 생활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사람들은 수긍할 것이다. 그간 문아나운서가 진행한 프로그램은 주로 새벽방송이었다.지난 방송개편 때 은근히 낮 방송 맡기를 기대했지만 다시 저녁 프로그램을배정받았다. 요즘 빠듯한 일정을 쪼개 성균관대 언론대학원에 다니는 그는 “방송에선 최대한 스스로를 낮추려고합니다.배워야 할 것도 많구요.방송5년차라지만 아직 부족함을 많이 느낍니다”고 겸손함을 보여준다. 학문적인 바탕이 바로 자신의 방송을 넓고 풍부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장희진 (중학생 모델)“1년 후엔 슈퍼엘리트 모델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 장희진양(16). 지난해 7월 모델 수업에 들어간 중학 3년생이다. 아직 햇병아리지만 서울컬렉션·SFAA·KUFF 등의 패션쇼와 패션잡지모델로 잇따라 나가 소속사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하지만 그가 주목받는 데는 어린 모델이라는 점이 한몫했다.이러한 장점이 긴 안목에선 결코 유리할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그 자신이 잘 안다. 요즘 장양 또래 친구들에겐 연예인이나 모델이 되는 게 희망사항. 그러나 그는 모델 생활이 반드시 화려하지만은 않다고 ‘어른스럽게’말한다. 모델다운 몸매를 유지하려면 다이어트는 기본이고,적어도 8시간을 헬스클럽 운동과 위킹연습으로 보내는 하루 스케줄을 지키는 것도 중학생으로선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모델생활이 힘들긴 해도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아직까진 즐거워요”꿈많은 소녀 장희진을 1년후 다시 만날 때 성공한 모델로 변해 있을까?지금의 순수함은 그대로 지니고 있을까?◆김철림 (조이큐브 대표) “올해 500억원을 버는 게 목표입니다.가능하냐구요? 그럼요”올해 예상 수익을 묻자 조이큐브(www.joycube.co.kr)김철림(32)대표이사는 거침없이 대답한다.지난해 7월 설립된 조이큐브는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상현실을 실현시킬 사업무대는 바로 PC방이다.3차원 입체영화나 게임을 즐기며 DVD(DigitalVideo Disc)등으로 제작된 영상물도 실감나게 볼 수 있도록 컨설팅하고 설치한다.차세대 개인용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HMD(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장치)VSS(사운드를 진동으로 전환하는 장치)3차원입체안경 등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모든 환경을 제공한다. “이제 게임방도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어요.수익을 늘리는 PC방의 새 모델이 될 거예요.”아직 사업준비 단계라는 조이큐브의 직원은 현재 7명.사장과 직원의일 구분이 없고,내 일과 남의일이 따로 없다. “내년 이맘 때면 누구나 손쉽게 PC방에서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을겁니다.1년후 부쩍 커 있을 조이큐브를 기대해 주세요.”◆이동현 (LG트윈스 선수) 계약금 3억2,000만원에 연봉 2,000만원.며칠 뒤면 고교를 졸업하는 투수 이동현선수(18)가 한국 프로야구 LG트윈스 구단과 계약하며 받은 액수다.경기고 시절 황금사자기 대회 우승,대통령배 준우승 등을 이끌며 고교 최고 투수로 명성을 날린 이동현은 올 고졸예정 선수 중 ‘최대어’다.LG트윈스와의 계약 전에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러브콜을 보냈지만 당차게 거절했다.국내에서 기량을 닦은 뒤 FA(자유계약선수)자격을 얻어 해외로 진출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1년 후 목표를 묻는 질문에 그는 “1군 선수”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1군에서만 공을 던질 수 있다면 선발·구원 등 보직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한다.지금 2군에서 묵묵히 훈련을 소화해내는 그에게 시급한 것은 투구자세 교정.본격적으로 프로무대에 서기전에 올바른 자세를 익히고자 구슬땀을 흘린다.신체 조건이 탁월할뿐아니라 타자를 상대하는 두뇌회전도 상당해 큰 기대를 모은다.
  • 정신성 깃든 인체조각의 세계

    조각가 류인(1956∼99)은 비록 43세로 요절했지만 한국 현대조각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임에 틀림없다.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조각가로 꼽히는 김복진(1901∼41) 이후 인체를 중심으로 한 구상조각의 맥을 이어오는 데 적잖은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인체를 대상으로 시대상과 사회상을 반영하는 리얼리즘 미학의 기틀을 마련한 류인.그를 기리는 대규모 추모전이 열린다.31일부터 2월25일까지 서울관훈동 인사아트센터(02-736-1020)에서 열리는 ‘그와의 약속’전이그것이다. 작고한 뒤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추모전에는 ‘싹트는 달-황토현 서곡’ 등 2m가 넘는 대작을 포함해 ‘그와의 약속’‘지각의 주(柱)’‘어둠의 공기’ 등 20여점이 전시된다.설치작품 ‘황색음-묻혔던 숲’도 선보인다. 류인의 작품 대상은 초기작 몇 점과 ‘뇌성’‘하나비(碑)’ 정도를제외하곤 거의 남성인 것이 특징. 고대 지모신상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체는 아름다움의 이상으로 간주됐지만 류인에겐 남성이야말로힘과 미의 상징이다. ‘그와의 약속’같은 작품을 보면 그리스신화의영웅상을 연상케 할만큼 솟구치는 힘이 느껴진다. 류인이 조소예술가로 입신한 데는 가정의 배경이 큰 몫을 했다.화가류경채와 희곡작가 강성희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늘 그림을 보면서자랐다.아버지의 작업대 옆에는 으레 조그만 꼬마의 이젤이 자리잡았다.또래 아이들과 노는 것보다 홀로 환을 치는 것을 더 즐거워 했다. 하지만 철이 들면서 그는 아버지 그늘에서 벗어나겠다는 생각에서 회화가 아닌 조소를 선택했다.조각가로 활동중인 형 류훈(47)이 그의조각세계에 미친 영향도 크다. 류인은 이미 20대 때부터 자신의 작품경향을 뚜렷이 했다.그것은 바로 해부학적 기초에 바탕을 둔 인체조각의 세계다.그는 인간 존재에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인체의 형상을 분절하거나 왜곡하는 등의 해체적 방식을 통해 표현했다.미술평론가 최열은 “류인은 조각가 권진규가 추구했던 인간의 소외와 고통을 분노와 탄식,희망으로 역전시키면서 가장 진지한 세계를 구축해낸 작가”라고 말한다.그의 지적대로류인은 단지 대상을 복제하는 사실주의 작가를 넘어선,정신적 세계와통합을 이룬 현대적 의미의 리얼리스트다. 류인이 즐겨 사용한 재료는 브론즈와 철,나무,그리고 흙.그는 재료의 질료적 특성을 살리고 빛의 반사를 이용해 강인한 근육질의 인체상을 만들어냈다.‘로댕적인’ 견고함으로 표출된 내적인 힘의 세계. 그것은 마치 액션 페인팅이나 표현주의 회화와 같은 생동감을 자아낸다. 형상 자체의 표현성을 강조하는 비구상 조각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에게 류인의 인체 구상조각은 반가운 것이 아닐 수 없다.일단 눈으로보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가 궁극적으로 추구한 것은 정신성이 깃든 인체조각이다.그런만큼 내면의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기이하게 뒤틀리거나 흉칙하게 절단된 인체상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현대인의 일상적인 불안과 소외,파편화된의식 같은 것이 아닐까.그의 조각은 절망의 언어인 동시에 희망의 언어다. 김종면기자 j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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