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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 30억 ‘블라디미르’에 발목 잡히나… 특검 “입증 충분하다”

    작년 10월 이후 崔 지원 포착 블라디미르 매매 회의록 제시하자 ‘메신저’ 박상진 부인 못 해 “삼성 측 언급, 李 발목 잡을 것” 경영공백 우려 최지성 등 불구속 14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재청구는 이 부회장이 특검팀 조사를 받고 귀가한 뒤 불과 16시간 만에 이뤄졌다. 이를 두고 보완수사를 통해 뇌물공여 등의 혐의 입증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과 삼성의 적극적인 반박에 따른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특검팀 핵심 관계자는 “(영장 재청구에 대해) 수사팀 내 이견은 전혀 없었다. 고심할 것도 없어 소환 통보 당시에 (재청구) 방침이 서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자신의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자기 돈도 아닌 회삿돈으로 몇 백억원씩 쓰는 뇌물공여 피의자라는 점이 (보완수사를 통해) 더욱 분명해졌다. 입증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소명 부족 등을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된 이후 특검팀은 3주간 대대적인 보강조사를 벌였다. 청와대가 보건복지부·국민연금공단을 동원해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무리하게 지원한 것이 최순실(61·구속 기소)씨 측에게 삼성이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대가인지를 보다 정밀하게 규명하는 것이 보강수사의 핵심이었다. 이 과정에서 특검팀은 국정농단 파문이 불거진 이후인 지난해 10월 삼성이 최씨 측에 30억원대 명마(名馬)를 우회적으로 지원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비타나V 등 최씨 딸 정유라(21)씨의 기존 연습용 말 두 필을 덴마크 중개상에게 넘기고 최씨 측이 약간의 돈을 더 내면 블라디미르 등 명마 두 필의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박상진(64)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은 특검 조사에서 블라디미르 매매에 대한 회의록이 제시되자 이를 부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삼성 측이 끊임없이 ‘블라디미르를 지원한 사실이 없다’고 하는 건 영장 심문이나 향후 재판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필요한 논란 차단 필요성도 특검의 신속한 영장 재청구의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12일 1차 소환 때 특검은 귀가 후 사흘 만인 16일에야 영장을 청구했다. 이 과정에서 ‘특검팀이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팀 내 이견이 분분하다’는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이 부회장과 함께 박 사장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것은 박 사장이 이 부회장과 최씨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그러나 이 부회장 구속이 삼성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 최지성(66)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이번 사건에 연루된 다른 전문경영인들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 방침을 세웠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다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상당한 압박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최씨 측에 건넨 뇌물의 최종 종착지가 박 대통령이라는 것이 특검팀 판단이다. 이 부회장과 박 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1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다. 심사에는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가 배정됐다. 한 판사는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이를 발부했지만 최경희(55) 이화여대 총장에 대한 특검팀의 구속영장은 기각한 바 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수사 기간을 50일 연장하는 내용으로 야당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특검법 개정안에 대해 적극적인 찬성 의견을 밝히는 한편 박 대통령 측에겐 물밑 접촉을 통해 ‘공개’ 대면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수사 기한을 2주 남겨 놓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들어간 모양새다. 특검팀은 조사 일정이 미리 외부에 알려질 경우 박 대통령 측에 조사를 거부할 빌미를 제공하거나 논란이 생길 수 있으므로 조율이 완료된 후 조사 일정·방식 등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고영태 “최순실, K재단 운영 자금 1000억원까지 늘리라 지시”

    고영태 “최순실, K재단 운영 자금 1000억원까지 늘리라 지시”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측근이었던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가 ‘최씨가 K스포츠재단 기금 규모를 1000억원대로 늘리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는 노승일 K스포츠 부장이 지난달 24일 법정에서 한 진술과 같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고씨는 검찰이 지난해 2월 18일자 회의록을 보여주며 ‘K스포츠재단 규모를 1000억원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최씨의 지시냐는 물음에 “저 문건은 최씨의 지시에 따라 만들고 회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고씨는 ‘기업으로부터 1000억원을 받아내는 사업계획안을 만들라고 최씨가 지시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기업을 만나서 재단을 운영할 자금을 받는데 1000억원까지 늘려보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최씨는 지난달 31일 공판에서 심리 마무리 발언을 신청해 “기업에 내가 1000억원을 얘기했다는 건 너무 황당무계한 얘기”라면서 “방어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얘기할 수 있게 해달라”고 노 부장의 증언을 반박한 바 있다. 고씨는 또 5대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장애인 펜싱팀·포스코 통합스포츠단 창단 등도 최씨가 지시했냐는 검찰 측 말에 “최씨의 지시가 없으면 제안서 자체도 만들어지지 않고, 제안서대로 이행도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철밥통 박살내기… 논술·심층 인터뷰로 수능 뺨치는 ‘역량 평가’

    계급제적 성향이 짙은 관료사회에서 승진은 모든 공무원의 관심사다. 과거엔 기수, 연공서열에 따라 승진을 했지만 최근에는 능력, 실적이 뛰어난 6급 공무원을 5급으로 ‘특별 승진’시키는 부처들이 적지 않다. # 시간만 가면 승진? 무사안일주의는 옛말!5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관세청, 농촌진흥청, 중소기업청, 조달청, 특허청 등 부처가 5급(초급 관리자) 승진 심사를 위한 별도의 역량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처 관계자는 “법령상 각 부처 재량으로 역량평가를 활용할 수 있다”며 “지난해에는 인사처가 역량평가 도입을 희망하는 공공기관 7곳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실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일부 공무원의 무사 안일주의, 소극 행정을 뿌리 뽑으려면 이른바 ‘철밥통’을 깨뜨려야 한다는 인식이 공직사회 안에서도 싹트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 승진은 일반승진, 공개경쟁승진, 특별승진, 근속승진 4가지로 구분되지만 일반승진이 가장 보편적이다. 계급별 승진 소요 최저연수에 도달한 공무원 가운데 근무평가성적(80~95%), 경력평정(5~20%), 가점 최대 5점을 합산한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부처별 승진심사위원회를 거쳐 승진시키는 형태를 말한다. 승진 소요 최저연수는 계급별로 9급 1년 6개월, 7·8급 2년, 6급 3년 6개월, 5급 4년, 4급 3년이다. 해마다 6월, 12월에 근무 평가가 실시된다. 평가자는 해당 공무원 소속 부서장이 한다. 이 결과를 토대로 이듬해 1월 30일, 7월 30일에 ‘승진후보자 명부’가 나온다. 명부 순서대로 상위 계급 결원의 2~5배수가 승진심사위원회 심사 대상이 된다. 연공서열에 기반한 일반승진은 성과와 능력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승진 소요 최저연수에 도달하지 못하면 승진 후보자 명부에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잦은 순환 보직 또한 연공서열에 기반한 승진 제도의 병폐다. 승진심사를 앞둔 시기에만 근무평가성적을 잘 받으면 승진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공직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실제로 공무원이 한 자리에 머무는 평균 기간은 1년여에 그친다. 이는 공무원의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우려에서 대안으로 나온 것이 역량평가다. 객관적인 실적과 능력으로 연공서열에 관계없이 승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연구직 공무원이 다수인 농촌진흥청과 고용노동부 등이 대표적이다. 농진청은 농업 내외 분야 현안에 대한 논술형 필기시험과 인터뷰로 구성된 역량평가를 실시한다. 20장 내외 분량의 보고서, 기획서, 칼럼, 회의록, 신문기사, 성명서 등 다양한 제시문이 주어진다. 응시자는 한정된 시간 안에 자료를 분석해 해결 방안을 완결된 형태의 보고서로 작성해야 한다. 인터뷰를 통한 주 평가 항목은 응시자의 설득력, 대외 소통 스킬이다. 문제는 직렬·분야에 상관없이 동일한 가상 주제로 출제된다. 인사처 관계자는 “이른바 케이스스터디 기법을 통해 응시자의 의사표현 정확성, 위기관리 능력, 설득력, 창의적 리더십, 조직관리 능력 등을 본다”고 설명했다. # 역량평가 상위 30% 실적만으로 ‘특진’고용노동부는 역량평가를 실시해 상위 30%이내에 든 응시자에 대해서는 근평을 제외하고, 최근 3년간 업무실적만 반영해 특진을 시키고 있다. 역량평가는 구두발표, 서류함기법, 집단토론, 역할연기 4가지 기법을 사용한다. 서류함기법은 가상의 문제 상황이 주어졌을 때 한정된 시간 안에 개선 방안을 정책·조직관리·의사소통 등 각 영역으로 분해해서 도출해 내도록 하는 역량평가 기법 중 하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산하기관 상임이사 선발에 역량평가를 의무화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국가공무원 승진제도] 철밥통 박살내기… 논술·심층 인터뷰로 수능 뺨치는 ‘역량 평가’

    계급제적 성향이 짙은 관료사회에서 승진은 모든 공무원의 관심사다. 과거엔 기수, 연공서열에 따라 승진을 했지만 최근에는 능력, 실적이 뛰어난 6급 공무원을 5급으로 ‘특별 승진’시키는 부처들이 적지 않다. # 시간만 가면 승진? 무사안일주의는 옛말! 5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관세청, 농촌진흥청, 중소기업청, 조달청, 특허청 등 부처가 5급(초급 관리자) 승진 심사를 위한 별도의 역량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처 관계자는 “법령상 각 부처 재량으로 역량평가를 활용할 수 있다”며 “지난해에는 인사처가 역량평가 도입을 희망하는 공공기관 7곳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실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일부 공무원의 무사 안일주의, 소극 행정을 뿌리 뽑으려면 이른바 ‘철밥통’을 깨뜨려야 한다는 인식이 공직사회 안에서도 싹트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 승진은 일반승진, 공개경쟁승진, 특별승진, 근속승진 4가지로 구분되지만 일반승진이 가장 보편적이다. 계급별 승진 소요 최저연수에 도달한 공무원 가운데 근무평가성적(80~95%), 경력평정(5~20%), 가점 최대 5점을 합산한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부처별 승진심사위원회를 거쳐 승진시키는 형태를 말한다. 승진 소요 최저연수는 계급별로 9급 1년 6개월, 7·8급 2년, 6급 3년 6개월, 5급 4년, 4급 3년이다. 해마다 6월, 12월에 근무 평가가 실시된다. 평가자는 해당 공무원 소속 부서장이 한다. 이 결과를 토대로 이듬해 1월 30일, 7월 30일에 ‘승진후보자 명부’가 나온다. 명부 순서대로 상위 계급 결원의 2~5배수가 승진심사위원회 심사 대상이 된다. 연공서열에 기반한 일반승진은 성과와 능력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승진 소요 최저연수에 도달하지 못하면 승진 후보자 명부에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잦은 순환 보직 또한 연공서열에 기반한 승진 제도의 병폐다. 승진심사를 앞둔 시기에만 근무평가성적을 잘 받으면 승진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공직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실제로 공무원이 한 자리에 머무는 평균 기간은 1년여에 그친다. 이는 공무원의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우려에서 대안으로 나온 것이 역량평가다. 객관적인 실적과 능력으로 연공서열에 관계없이 승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연구직 공무원이 다수인 농촌진흥청과 고용노동부 등이 대표적이다. 농진청은 농업 내외 분야 현안에 대한 논술형 필기시험과 인터뷰로 구성된 역량평가를 실시한다. 20장 내외 분량의 보고서, 기획서, 칼럼, 회의록, 신문기사, 성명서 등 다양한 제시문이 주어진다. 응시자는 한정된 시간 안에 자료를 분석해 해결 방안을 완결된 형태의 보고서로 작성해야 한다. 인터뷰를 통한 주 평가 항목은 응시자의 설득력, 대외 소통 스킬이다. 문제는 직렬·분야에 상관없이 동일한 가상 주제로 출제된다. 인사처 관계자는 “이른바 케이스스터디 기법을 통해 응시자의 의사표현 정확성, 위기관리 능력, 설득력, 창의적 리더십, 조직관리 능력 등을 본다”고 설명했다. # 역량평가 상위 30% 실적만으로 ‘특진’ 고용노동부는 역량평가를 실시해 상위 30%이내에 든 응시자에 대해서는 근평을 제외하고, 최근 3년간 업무실적만 반영해 특진을 시키고 있다. 역량평가는 구두발표, 서류함기법, 집단토론, 역할연기 4가지 기법을 사용한다. 서류함기법은 가상의 문제 상황이 주어졌을 때 한정된 시간 안에 개선 방안을 정책·조직관리·의사소통 등 각 영역으로 분해해서 도출해 내도록 하는 역량평가 기법 중 하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산하기관 상임이사 선발에 역량평가를 의무화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대선이슈 집중분석] 與野 “순환출자 해소” “금산분리” 한목소리

    [대선이슈 집중분석] 與野 “순환출자 해소” “금산분리” 한목소리

    ‘재벌개혁’은 대선 때마다 등장하는 대선 주자들의 단골 경제 공약이었지만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계기로 이번 대선의 중심 화두가 됐다. 현재 대선 주자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자신의 경제공약 1호로 재벌개혁을 발표할 정도였다.여야 대선 주자들은 순환출자 해소, 금산분리 강화 등 그동안 나왔던 해법들을 대동소이하게 제시했다. 문 전 대표의 집중 개혁 대상은 30대 재벌 자산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4대 재벌(삼성·현대차·LG·SK)이다. 그는 재벌개혁을 위해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강화, 소액주주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대표소송 단독주주권과 노동추천이사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또 정경유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대기업에 준조세(기업이 내는 각종 부담금과 기부금)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같은 당의 경쟁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문 전 대표의 대기업 준조세 금지법은 대기업 부담금 폐지 특혜”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 시장은 지난 23일 대선 출마 선언에서 ‘재벌체제 해체’를 주장하며 여야 대선 주자들 가운데 가장 강하게 재벌체제를 비판했다. 그는 상속세를 정확하게 부과해 거둬들인 상속세로 공공부문이 대기업 집단의 지분을 구입하고, 대기업 지배구조를 공공화하기 위해 이사의 3분의1 또는 절반 이상을 노동자들로 선출할 것을 제안했다. 여야 대선 주자들은 대기업 집단이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주요 방법으로 이용하는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것을 재벌개혁 해법으로 많이 제시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23일 “균등한 기회와 정당한 보상을 통해 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관계를 만들고 납품단가 후려치기, 재벌의 상속, 순환출자 구조는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지난 2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문어발 확장에 악용되는 순환출자제도도 뿌리부터 고쳐 나가겠다”면서 “총수 일가 지배력 강화에 편법 동원되는 자사주 의결권도 제한하고 금산분리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 역시 순환출자 해소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재벌 3세 경영세습을 금지하겠다는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최후의 구조조정 수단인 기업분할, 계열분리명령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경제 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들에 대한 사면이 논란이 되면서 재벌 총수·경영진 사면권 제한을 강조하는 대선 주자들도 있다. 문 전 대표뿐만 아니라 ‘경제정의’를 강조하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재벌 총수·경영진에 대해 사면·복권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유 의원은 “법과 원칙의 틀 안에서 재벌이 시장을 지배하고 중소기업 등 경제력이 약한 상대에게 해왔던 행위들을 강력하게 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탈법 행위를 감시할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 강화도 해법으로 나왔다. 김 의원이 공정위의 조사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공정위를 경제검찰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전 대표는 “공정위에 권력을 줘 힘 있게 개혁하되 책임도 져야 한다”면서 “공정위의 모든 회의록을 투명하게 공개해 로비를 받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 주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재벌개혁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말잔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대선 주자들이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선명성 경쟁에만 치중돼 있다”면서 “다중대표소송제 등 주주 권리 강화 등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정경유착의 문제는 재벌개혁만이 아니라 정치개혁도 같이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규제 위의 규제를 만들 게 아니라 일감 몰아주기 등을 했을 때 처벌을 강화하는 등 기존 제도의 신뢰성을 강화하는 방향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블랙리스트 실행 ‘건전콘텐츠 TF’, 김기춘 질책 한마디에 급조됐다”

    문화체육관광부 내 ‘블랙리스트’ 작업을 총괄 실행한 것으로 알려진 ‘건전콘텐츠 티에프(TF)’는 김기춘(구속)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청와대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라”는 호통에 급조된 기구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겨레가 전했다. 다양한 문화예술인을 지원해야 할 문체부가 김 전 실장의 말 한 마디에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의 지원을 배제하는 ‘정권 보위대’로 전락한 셈이다. 24일 한겨레에 따르면 2014년 10월쯤 김 전 실장은 김종덕(구속) 당시 문체부 장관을 “청와대 지시가 왜 이렇게 이행이 안 되고 있느냐”며 강하게 질책했다. 김 전 실장은 ‘좌파척결’과 ‘보수가치 확립’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정부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지원을 끊으라고 지시했다. 그럼에도 그해 10월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를 비판하는 ‘다이빙벨’과 국가보안법의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불안한 외출’이 상영됐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남긴 업무일지에는 그해 10월12일 ‘불안한 외출’에 출연했던 윤기진씨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회 의장이라는 사실과 함께 ‘검토, 보고 소홀, 누락-문체부 관계자’라고 적혀 있다. 청와대에서 문체부가 정권 입맛에 맞지 않은 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계속 문제삼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문체부 관계자들로부터 김 전 실장이 언급한 ‘지시’가 “정부 비판적인 인사들의 지원을 배제하라는 것”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한 문체부 고위 관계자는 특검 조사에서 “김 전 장관이 ‘김 전 실장이 진노했다’며 얼굴이 달아올라서 빨리 보고서를 만들어 올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문체부는 곧바로 블랙리스트 작업을 실행하는 ‘건전콘텐츠 TF’를 만들었다. 당시 TF 팀장이었던 송수근 현 문체부 장관 직무 대행은 각 실국으로부터 문화예술인들 보조금 추진 상황을 확인하고, 정부 입맛에 맞는 단체 지원 방안이 담긴 보고 자료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문체부 압수수색 과정에서 2014년 10월 말 티에프 첫 회의가 열린 뒤 작성된 보고 문건을 확보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특검 조사에서 “김종덕 전 장관이 보고 자료를 들고 청와대에 들어간다고 얘기를 했다. 우리는 대통령을 만나러 갔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최근 문체부에 ‘TF 팀 주요업무 현황, 활동내용, 회의록, 내외부 공문’ 등 자료를 요청했으나, 문체부는 “TF는 특별한 형식 없이 일부 실국과장들이 부정기적으로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관련 자료도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또 압색 과정에서 확보한 컴퓨터의 포렌식 등을 통해 문체부가 작성한 각종 리스트를 확보했다. 청와대는 정부 지원금을 받는 세종도서 선정 작업과 관련해 ‘창작과 비평’ ‘문학동네’ 등에 대한 지원을 줄이라고 지시했고 문체부는 이행사항을 꼼꼼히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탄핵·특검 정국] 차은택 “최순실, 컴퓨터로 국무회의 기록 작업했다”

    “崔 전화기서 대통령 목소리 들려고영태 돈 때문에 崔와 내연관계… 고씨 헤어진 뒤 죽고싶다 말해”김종 “대통령, 정유라 언급하며 영재프로그램 만들라고 주문해”‘기업 자발적 모금’ 거짓말 한 이승철 “처벌보다 靑 요청이 더 무서웠다” 국정 농단의 주범인 최순실(61·구속 기소)씨가 자신의 사무실 컴퓨터로 국무회의 자료를 수정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차은택(48·구속 기소)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23일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최씨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국무회의 말씀자료를 수정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방에 있다 보면 모니터를 볼 수 있는데 ‘몇회차 국무회의록’ 등 내용이었다”고 답하며 2014년 말~2015년 초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의 회의 도중 맞닥뜨린 사실을 증언했다. 이어 “최씨가 컴퓨터로 작업하는 경우는 그것(국무회의 말씀자료 수정)밖에 없었다”며 “2~3주에 한 번씩 최씨 사무실에 회의하러 가면 늘 그런 작업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차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연락이 오는 것으로 추정되는) 특정 휴대전화가 있다”며 “최씨는 그 전화기로 전화가 오면 회의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나가라고 하거나 최씨 본인이 나가서 받았는데 제 느낌에 박 대통령 목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분이 대통령과 관계가 깊은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최씨가 당시 사용하던 전화기는 4대가량 됐다고 진술했다. 또한 차씨는 ‘검찰 조사에서 최씨와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가 내연관계라고 진술했느냐’는 박 대통령 측 질문에는 “그렇게 추측된다”고 답했다. 이어 ‘고 전 이사가 아침에 만나자고 해서 청담동 레스토랑에 갔더니 최씨와 고 전 이사가 붙어 앉아 아침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내연관계를 의심했느냐’는 질문에 “당시 분위기가 정상적이지 않았다. 일반적인 상황으로는 안 보였다”고 말했다. 최씨가 “고씨 집에 갔더니 젊은 여자가 있어서 ‘누구냐’고 묻자 되레 그 여자가 ‘아줌마는 누군데요?’라고 하더라.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화를 내는 모습을 봤다며, 이들의 모습이 ‘바람피워 헤어지는 연인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느껴졌다고 진술했다. 고씨는 존대를 했지만 최씨는 반말을 하는 사이였으며 일각의 주장과 달리 둘은 동거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기억했다. 차씨는 “고씨를 만났을 때 눈물을 글썽이며 ‘죽고 싶다’고 해 이유를 묻자 ‘몰라도 돼요. 그런 게 있어요’라고 한 적이 있다”며 1976년생인 고씨가 돈 때문에 1956년생인 최씨를 만난 것으로 생각했고, 실제 금전 문제를 놓고 다투거나 최씨가 헤어진 고씨 집에서 고급 시계를 회수해오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종(56·구속 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박 대통령이 최씨의 딸 정유라(21)씨를 직접 언급하며 체육계 영재 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주문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재직 시 박 대통령이 정씨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직접 정씨에 대한 말씀을 들어서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답했다. 이어 “정씨처럼 끼가 있고 능력 있는, 재능 있는 선수를 위해 영재 프로그램 등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이승철(58)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국회 청문회에서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것”이라고 ‘거짓말’을 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그는 ‘위증한 부분에 대해서는 처벌도 가능한데 처벌보다 청와대의 요청이 더 무서웠나’라는 주심 강일원 재판관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며 청와대의 압박이 있었음을 분명히 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차은택 “최순실, 사무실서 말씀자료 수정…방문 때마다 작업 모습 봐”

    차은택 “최순실, 사무실서 말씀자료 수정…방문 때마다 작업 모습 봐”

    “최씨에게 사업취지 간략하게 정리해서 주자 대통령 회의 발언에 반영”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23일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본인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대통령 국무회의 자료를 열람했다고 증언했다. 차 전 단장은 이날 오후 2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해 ‘최씨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국무회의 말씀 자료를 수정하는 것을 본 적이 있냐’는 물음에 “최씨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다가 전화를 받으러 밖으로 나갔을 때 데스크톱 모니터를 봤다. 국무회의 회의록 같은 것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차 전 단장은 이어 “최씨가 컴퓨터로 작업하는 경우는 그것(국무회의 말씀자료 수정)밖에 없었다”면서 “2~3주에 한 번씩 최씨 사무실에서 회의하러 가면 늘 그런 작업을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최씨가 수정한 내용이 실제 박 대통령의 회의 발언에 반영된 정황도 드러났다. 차 전 단장은 “최씨에게 공무원들과 했던 사업취지를 간략하게 글로 정리해서 줬다. 이틀 정도 지나서 공무원들이 찾아와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통령이 하신 말씀자료라며 보여줬는데 제가 최씨에게 줬던 특징적인 문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인 콘텐츠가 좋은 기업은 대기업이 투자해서 사가고, 더 훌륭한 기업은 구글이 사가고, 정말 뛰어난 기업은 알리바바가 사간다’라는 얘기였는데 (박 대통령이) 토씨 하나 안 빼놓고 그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최씨가 수정한 자료가 청와대에 최종 반영됐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차 전 단장은 “(제가 쓴) 글을 대통령이 (그대로) 말했다는 것으로 보면서 그렇게 짐작이 됐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300년 보존’ 한지 산업 육성… 고문서 복원 ‘기록한류’ 꿈꾼다

    ‘1300년 보존’ 한지 산업 육성… 고문서 복원 ‘기록한류’ 꿈꾼다

    국가기록원은 과거의 기록으로 나라의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다. 요즘 기록원은 비상 상황이다. 원래 대통령 퇴임 6개월 전에 기록원 직원이 청와대와 함께 기록 이관작업을 준비한다. 하지만 만약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면 두 달 안에 1000만건에 가까운 기록물을 세종시 대통령 기록관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참여정부 때 대통령 기록물법이 제정된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755만건,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88만건의 기록을 남겨 박근혜 정부의 기록물 양도 비슷한 수준이란 전망이다. 물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기록도 대통령 기록관으로 옮겨진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도 국가기록원은 수년간 전통 한지 제작과정을 복원해 국가의 품격을 높이 세우는 일을 열성적으로 해 왔다. “매일 풀을 쑤어서 6·25 한국전쟁 작전지도, 1949년 제1회 국무회의 회의록 등을 한지로 살려내는데 엄청난 수작업이라 한 해에 복원할 수 있는 서류가 2300장 정도에 불과해요.” 경기 성남시 국가기록원의 기록보존복원센터는 깃털 같은 한지로 생산된 지 불과 수십 년 만에 바스러진 국가 중요 문서를 살려내는 곳이다. 고도의 정밀한 손길로 인간 뇌의 혈관을 이어붙이는 것처럼 잘게 파편이 난 문서의 조각을 붙이고 사라진 부분은 한지로 메운다. ●500년 비단보다 2배 이상 오래 보존 닥나무로 만든 한지가 국가 중요기록 복원에 사용되는 것은 뛰어난 보존성과 내구성 때문이다. 고연석(46) 학예연구관은 “산업혁명 이후에 공장에서 나온 종이는 모두 운명이 같다. 첨가제와 화학약품을 범벅한 종이는 수명이 짧다”면서 “하지만 천연재료를 일일이 손으로 만든 한지는 보존이 잘된다. ‘견오백 지천년’이라고 비단은 500년, 종이는 1000년을 간다는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60여년 전에 만들어진 국가 중요 문서는 이미 누렇게 변하고 조각이 떨어져나가 복원이 필요하지만 전통 한지로 만든 조선왕조실록은 여전하다. 종이 강도는 A4용지보다 한지가 357배 크다. 대한민국의 요즘 성인들은 서예시간에 화선지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 사실 이 화선지는 일본의 화지와 중국의 선지를 결합한 국적불명의 종이로 오히려 한지의 뛰어난 점을 갉아먹은 측면이 있다. 한지는 ‘외발뜨기’란 독특한 방법으로 제작해서 월등한 내구성을 자랑한다. 1300년 가까이 석가탑 속에서 살아남은 ‘무구정광다라니경’이 바로 한지의 탁월한 보존성을 증명하는 좋은 예다. ‘외발뜨기’란 한지 틀을 한 개의 줄에 매달아 장인이 앞뒤, 좌우로 흔들어 닥섬유가 엇갈리게 결합되도록 하는 제조방법이다. 장인의 노동력과 섬세한 손길로 만든 습지는 ‘도침’(搗砧)이란 후처리 과정을 거치면 컬러인쇄가 가능한 매끈매끈한 종이가 된다. 도침은 나무로 종이를 두드리는 것으로 한지의 장점인 매끈하고 윤기 나는 표면을 완성하는 후처리 공정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인 1920년경 조선총독부는 도침과 같은 전통 한지 제작방식을 말살하고, 화학제품인 양잿물을 사용하도록 해 천연재료로만 만들던 한지의 질을 떨어뜨렸다. 한지의 뛰어난 보존성은 이탈리아 교황청에서도 고문서 복원에 한지를 사용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기록원은 수천억원대로 추산되는 유럽의 고문서 복원 시장에 한지의 가치를 알려 ‘기록한류’란 새로운 행정한류를 퍼뜨릴 계획이다. 이미 한지는 미국 국회도서관, 하버드대 박물관에서 복원처리에 사용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이탈리아 도서병리학연구소에서도 한지를 복원용 재료로 인증했다. 그동안은 일본산 선지가 복원용지 시장을 선점했지만 한지의 우수성이 인정받아 ‘기록한류’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전통 한지를 꾸준히 소비하는 곳은 문서 복원에 사용하는 국가기록원이 유일하다. 연간 5000만원어치의 한지를 기록원에서 사용하지만 복원용 한지만으로는 전국 20여곳에 불과한 한지 공방이 전통 방식으로 꾸준한 생산을 하기란 불가능하다. 기록원은 전통 한지 시장을 확대하고자 훈장용지 개선사업을 추진했다. 국가기록원 직원들은 한지 스터디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주말이면 직접 장인을 찾아다니며 전통 한지 제조법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조선시대 왕이 내리던 문서인 교지와 가장 근접한 전통 한지를 재현해 훈장과 포장의 증서로 사용하게 됐다. 연간 훈·포장 증서와 대통령, 국무총리 표창장은 3만여명 규모로 발행된다. 올해는 약 3000여명이 전통 한지로 만든 훈장 증서를 받을 예정이다. ●일제 판결문·토지조사부 등 복원 추진 인사혁신처에서는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필경사가 직접 붓글씨로 공무원 임명장을 쓴다. 임명장의 붓글씨뿐 아니라 종이도 한지로 제작해 전통 한지의 시장을 넓히는 것이 국가기록원의 목표다. 인쇄가 어렵다는 단점을 보완해 보통 사무실에서 쓰는 컬러프린터로 인쇄할 수 있는 한지도 개발했다. 기록원 직원들의 미세한 붓끝에서 한지가 연결한 닥섬유를 타고 새 생명을 얻은 국가문서들의 가치는 막대하다. 서른세 살의 나이에 3군 총사령관을 맡아 6·25 한국전쟁을 지휘했던 정일권 전 국무총리의 작전명령서 등 일제강점기부터 근현대 정부의 설립 기록이 되살아났다. 일제강점기의 판결문은 독립유공자 추서의 유일한 증거물이며 토지조사부는 국민의 재산권을 회복하는 기록이기 때문에 문서 복원은 국민 개개인의 존재 의미를 살려내는 작업이기도 하다. ●기록문화유산 등재 세계 4위·亞 1위 역시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조선말 큰사전과 3·1 독립선언서도 국가기록원이 복원한 중요 문서다. 고문서 복원작업에도 참여해 조선시대 가장 화려했던 혼례 기록인 명성왕후와 순종왕후의 ‘가례도감의궤’ 복원도 국가기록원이 맡게 된다. ‘기록한류’는 새마을운동, 전자정부에 이어 새로운 행정한류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기록문화는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10개의 유산이 등재될 정도로 이미 인정받았다. 아시아에서는 가장 많은 세계기록문화유산을 보유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국가기록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 때인 1968년 세워져 현재 서울, 부산, 대전에 기록관이 있고 재작년 세종시에 대통령 기록관을 건립했다. 우리나라 기록문화유산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조선왕조실록을 춘추관, 충주, 전주, 성주에 나눠 보관했다가 정족산, 적상산, 태백산, 오대산 등에도 사고를 지어 보관했던 것과 비슷한 체계다. 왕의 잠자리까지 따라다니며 철두철미하게 기록을 남겼던 조선시대 사관의 책임의식은 오늘의 국가기록원까지 이어졌다. 기록한류는 단순히 기록을 많이 남기고 보존하는 것만이 아니다. 가장 기록한류로 내세울 점은 디지털 기록의 생산과 이관, 보존을 통합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대한민국 공무원이 만든 문서는 공공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생산 10년이 지나면 국가기록원에서 보관한다. 매년 법에 따라 수백만건의 문서를 국가기록원은 정보자원으로 자료화한다. 기록을 융합해서 생산과 연계되도록 하여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바로 기록한류다. 세계 어느 국가도 우리나라만큼 디지털 기록을 생산하여 바로 이관하고, 보존하는 시스템을 갖춘 곳이 없기에 기록한류로 알리는 것이 국가기록원의 역할이기도 하다. 이상진(55) 국가기록원장은 미국 워싱턴의 ‘내셔널 아카이브’처럼 우리의 국가기록원도 수도 서울에서 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이는 곳이자 국민과 친밀한 장소가 되길 희망했다. 현재 대통령 기록은 모두 세종시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관됐지만 기록원 서울관에는 여러 흥미진진한 전시물이 많다. 이 원장은 “인공지능인 ‘알파고’도 결국 기록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국가기록원이 모든 기록을 관리하고 특히 전통 한지를 살려내어 훈장 증서와 기록 보존에 사용하는 것은 나라의 격을 높이는 일이자 국가 미래의 길을 밝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보도 그후] 설립자 집서 금괴 나왔던 사립학교 법인 임원 전원 취임 승인 취소

    [보도 그후] 설립자 집서 금괴 나왔던 사립학교 법인 임원 전원 취임 승인 취소

    경기도교육청이 경기 파주의 A학교법인 이사장과 이사 전원의 임명을 취소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곧 관선이사를 파견한다고 밝혔다. A학교법인은 2012년 2월에도 비슷한 처분을 받아 관선 이사가 파견됐으나 대법원까지 가는 치열한 법정 다툼을 벌여 가까스로 경영권을 되찾아 운영해 왔다. 경기도교육청은 13일 “중·고등학교를 경영하는 A학교법인을 감사한 결과 이사회를 부적정하게 운영한 사실이 확인돼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관선이사 파견을 요청할 예정이다. 도교육청은 임원취임승인 취소 사유에서 “임원은 정관이 정한 대로 이사회에서 선임해야 하는데 이 학교법인에서는 이사회 소집 미통지, 이사회 회의록 서명·인장 등 명의 도용, 이사회 회의록 허위 작성 및 의결 정족수 부족에 따른 의사결정 무효 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구체적 사례로 B이사는 6년의 재임 기간 2회의 이사회 소집통지서를 받았다. 대부분 이사회 회의에 참석 안 했는데도 마치 참석해 발언한 것처럼 회의록이 허위로 작성됐다. C이사는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날에도 마치 참석한 것처럼 발언내용을 회의록에 허위로 기재하고, 추후에 회의록에 참석한 것처럼 서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학교법인이 2014년 4월 17일 이사 정수 8명 중 정이사 6명을 선임하기 위해 이사회를 열었으나 정족수가 미달해 무효이며, 이후 개최된 이사회는 무효인 이사가 참석해 의결했기 때문에 역시 무효에 해당한다”고 경기도교육청은 밝혔다. 한편 2014년 서울 강남에서 집수리를 맡은 인부가 65억원대 금괴를 발견한 뒤 몰래 빼돌렸다가 그 내연녀의 고발로 들통이 나 화제가 됐던 사건은 A학교법인 설립자의 집이었다.<2016년 2월 11일자 12면 보도>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설립자 집서 금괴 나왔던 사립학교 법인임원 전원 취임 승인 취소

    설립자 집서 금괴 나왔던 사립학교 법인임원 전원 취임 승인 취소

    경기도교육청이 경기 파주의 한 사립학교 법인 이사장과 이사 전원 등에 대해 임원취임 취소결정을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이 학교법인 설립자 집에서는 2014년 집수리를 맡은 인부들에 의해 65억원대 금괴가 발견됐으며(2016년 2월 11일자 12면 보도), 이를 빼돌려 나눠 가진 근로자들의 범행이 한 근로자의 내연녀 고발로 들통났다. 도교육청은 이날 “중·고등학교를 경영하는 A학원을 감사한 결과 이사회를 부적정하게 운영한 사실이 확인돼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학교법인 측은 처분이 있었던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1년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처분 취소를 요구할 수 있다. 도교육청은 임원취임승인 취소 사유에서 “임원은 정관이 정한 대로 이사회에서 선임해야 하는데 이 학교법인에서는 이사회 소집 미통지, 이사회 회의록 서명·인장 등 명의 도용, 이사회 회의록 허위 작성 및 의결 정족수 부족 등이 있어 이후 선임된 임원들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당연무효가 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B이사의 경우 주소지가 바뀐 적이 없는데도 재임 기간(2002년 12월~2008년 12월) 2003년 3월쯤까지 2회만 이사회 소집통지서를 받았고, 그나마 대부분 회의에 참석 안 했는데도 마치 참석해 발언한 것처럼 회의록이 허위로 작성됐고 서명·날인하는 등 명의도 도용됐다. C이사는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날에도 마치 참석한 것처럼 발언내용을 회의록에 기재하고 집으로 사람을 보내 회의록에 서명을 받아 간 것으로 조사됐다. 설립자의 배우자인 D이사는 도교육청 조사에서 “사립학교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사회가 소집되고 개최된 적이 없고 형식상 이사회가 개최된 것처럼 회의록을 꾸몄는데 어떤 이사들의 경우 인장을 위조해 동의도 얻지 않고 회의록에 날인됐다”고 진술했다. 이밖에 도교육청은 “이 학교법인이 2014년 4월 17일 이사 정수 8명 중 정이사 6명을 선임하기 위해 이사회를 열었으나 정족수가 미달해 무효이며, 이후 개최된 이사회는 무효인 이사가 참석해 의결해 역시 무효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김성태, 정동춘 태도에 버럭 “5분안에 회의록 제출하라”

    김성태, 정동춘 태도에 버럭 “5분안에 회의록 제출하라”

    김성태 위원장이 K스포츠재단 정동춘 이사장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버럭하며 이사회 회의록 제출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정동춘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된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7차 청문회에서 K스포츠재단 이사회 회의록 제출을 거부했다. 그는 “1월 5일 징계위원회 포함 이사록, 회의록에 조작 정황이 있어 확인 중에 있다”고 이유를 댔다. 이에 김 위원장이 “이사회 자체를 부정하는거냐”고 물었고, 정동춘은 “문제가 있는 이사회였기 때문에 이사회 회의록을 외부에 제출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 이사회 자체가 아니라 일부 문제가 있어서 그 부분이 수정된 후에 제출하겠다고 말씀드리는거다”라고 답했다. 보다 못한 김 위원장은 “오전에 여러 위원들 신문에도 답변 자세가 대단히 불량했다. 뭐가 그리 못 마땅하냐. 그 오만불손한 태도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는지 알고 있냐”며 “오후에도 성의없고 형편없는 자세와 태도로 일관하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그 이사회 회의록, 본인만 인정하지 않는다고 제출하지 않을 법적의무가 없다. 5분 드리겠다. 정동춘 증인은 K스포츠재단에 연락해서 회의록을 제출하라”고 말하며 정동춘 이사장을 밖으로 내보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내 국민연금은 잘 나올까/전경하 산업부 차장

    [데스크 시각] 내 국민연금은 잘 나올까/전경하 산업부 차장

    올해 76세인 어머니는 매월 십몇만원의 국민연금을 받는다. 수십년 전 매월 3만원씩 10여년을 임의가입자 형식으로 넣어둔 것이 나오고 있다. 어머니가 가끔 하는 말 중 하나는 “더 많이 부을걸…”이다. 용돈 수준에도 못 미치지만 매월 통장으로 또박또박 들어오고, 넣은 돈을 생각해 보면 참으로 괜찮은 수익률이기 때문이다. 나도 엄마 나이가 돼서 국민연금을 받을 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직장인은 매월 월급에서 일정액을 국민연금에 강제로 낸다. 물론 회사도 낸다. 일 년에 한 번 국민연금공단에서 앞으로 언제까지 얼마를 부으면 얼마씩 받는다는 고지서도 온다. 월 19만 5300원, 회사가 내는 돈까지 더해 39만 600원이 지금의 최대 납부액이다. 국민연금은 매년 소득 상한액과 하한액을 조정해 보험료를 조정하고,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연금 지급액도 조정한다. 돈을 걷고 주는 데는 이렇게 잘 변화를 반영하고 있지만 투자 과정에 대해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전자는 숫자만 필요한데 후자는 기업에 대한 판단이 필요해서일까. 그것보다는 그때그때 정권의 필요에 따라 악용되고 있다는 불신의 늪이 깊어서일 거다.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보다 공적인 연금에 대해서는 이런 논란이 없다. 사립학교교직원, 공무원, 군인이라는 각각의 이해집단이 뚜렷하기 때문에 섣불리 건드리지 않는다. 투자가 잘못돼 연금이 줄어들 거라는 두려움도 없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9월 말 현재 국내 주식에 투자한 규모는 100조원이다. 전체 자산 중 18.4%다.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상장사는 지난달 26일 기준 281개 종목이다. 경영권 분쟁 등이 발생할 때 5%의 힘은 크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둘러싼 논란이 그렇다.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9.92%)였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네이버(11.27%), 포스코(10.62%), KT(10.47%), KB금융지주(9.53%), 삼성전자(8.96%) 등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괜찮은 포트폴리오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이유에 대해 특별검사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기금운용본부의 투자위원회나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거친다. 투자위원회가 결정을 내리기 곤란한 부분은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는데 최근 10년간 SK와 SK C&C의 합병 건이 유일하다. 당시 전문위는 합병에 반대했지만 합병은 성사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은 전문위원회가 아닌 투자위원회에서 결정됐다. 특별검사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기금운용위원회의 개선,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 안건 심의 확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기업들은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올까 내심 우려하는 눈치다. 하나의 원칙만 정하자. 국민연금을 무엇을 위해 쓰겠다는 발상의 금지다. 공무원 자신들의 연금이 아니라고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말아야 한다. 국민연금의 이해집단은 불특정 다수다. 그래서 더욱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가 중요하다. 원칙을 지키기 위한 수단도 마련하자. 기금운용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하건, 기금운용본부장을 누굴 뽑건 모든 회의록과 과정을 공개해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걱정된다면 지금의 지분공개처럼 시차를 두면 된다. lark3@seoul.co.kr
  • 美연준 “트럼프發 불확실성 우려, 기준금리 인상속도 더 빨라질 수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지난해 12월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트럼프 리스크가 경제전망에 불확실성을 더할지에 대해 ‘매우’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통화정책위원은 앞으로 몇 년간 물가상승 압력이 ‘기대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내용은 연준이 4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록에 담겼다. FOMC는 연준의 통화정책회의다. 공개된 회의록을 보면 ‘트럼프’나 ‘차기 정부’ 같은 어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FOMC 위원들은 “재정(정책)을 포함해 장래에 이뤄질 정책의 실시가 총수요와 총공급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는 물론 (그런 정책들의 시행) 시점이나 규모, 구성이라는 측면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또 “앞으로 몇 년 동안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확장적 재정정책 때문에 그들의 경제성장 전망에 대한 상향 위험요인이 증가했다”는 인식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미국의 경제전문 매체들은 이런 회의록 내용에 대해 FOMC 위원들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재정정책이나 투자 때문에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금리인상 필요성도 커질 것이라는 생각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FOMC 위원들은 지난달 정례회의 때 “현재 기대하는 수준보다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를 더 빨리 올려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한편 트럼프 정부의 경제 정책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1186.3원으로 전일 종가보다 20.1원 떨어졌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새해 벽두 숨가쁜 대외 이벤트…저성장에 쉴 틈 없는 한국경제] 美연준 회의록·트럼프 취임…긴장의 1월

    [새해 벽두 숨가쁜 대외 이벤트…저성장에 쉴 틈 없는 한국경제] 美연준 회의록·트럼프 취임…긴장의 1월

    새해 한국 경제는 미국 금리 인상과 신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의 사드 보복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정유년(丁酉年) 벽두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굵직한 대외 이벤트가 숨가쁘게 펼쳐져 국내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지난달 15~16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오는 4일 공개한다. 회의록은 향후 미국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료라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오는 13일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개최하는 한국은행도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달 FOMC에서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올해 세 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6~7일에는 연준 주요 인사들의 연설이 잇따라 예정돼 있어 올해 금리 인상 속도와 관련한 힌트가 추가로 나올 전망이다. 찰스 에번스(시카고), 제프리 래커(리치먼드), 로버트 캐플런(댈러스), 닐 카시카리(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와 제롬 파웰 연준 이사가 각각 연단에 선다. 특히 에번스, 캐플런, 카시카리 총재는 올해 FOMC에서 새롭게 통화정책 결정 투표권을 갖는 인사들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과 각 지역 연은 총재 등 17명(공석인 연준 이사 2명 제외)으로 구성된 FOMC는 10명이 투표권을 갖는데, 올해 4명이나 교체된다. 에번스 총재는 연준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점진적 금리 인상)로 분류되며 캐플런과 카시카리 총재도 온건한 성향이라는 평가다. 연준은 오는 31일부터 이틀간 올해 첫 FOMC를 개최하는데 에스더 조지(캔자스시티)·로레타 메스터(클리블랜드)·에릭 로젠그렌(보스턴) 총재 등 ‘매파’(조기 금리 인상) 인사들이 대거 투표권을 잃은 상황에서 태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오는 20일에는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강화를 기치로 내건 트럼프에 대해 전 세계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취임을 기점으로 이상과 현실 간 괴리를 검증하는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며 “미국 행정부와 의회 간 불협화음, 금리 급등에 따른 부작용, 달러와 원자재 강세 등으로 ‘트럼프 랠리’는 당분간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도 오는 19일과 30~31일 각각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한다. ECB와 BOJ가 올해 부양책을 서서히 거둬들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어떤 시그널을 낼지가 관전 포인트다. 강봉주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고립주의가 부상하면서 선진국 경기 회복이 신흥국으로 전파되는 가치 사슬이 약화됐다”며 “미국 금리 인상이 신흥국 금융시장에 빠르게 영향을 미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탄핵 정국] 특검, 김기춘·조윤선 ‘직권 남용’ 정조준… 인사전횡도 수사

    [탄핵 정국] 특검, 김기춘·조윤선 ‘직권 남용’ 정조준… 인사전횡도 수사

    특검, 문체부 압수수색으로 ‘문화융성’ 등 각종 서류 확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6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자택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집무실, 자택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을 들여다보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 모두 거명되는 사안이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의 문체부 인사 개입 등에 대한 수사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이날 서울 종로구 김 전 실장 자택을 비롯해 조 장관의 집무실, 자택, 그리고 세종시 문체부 기획조정실과 예술정책국, 콘텐츠정책국 사무실 등에 수사진을 보내 업무 관련 기록과 각종 서류를 확보했다. ‘문화융성’ 정책과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관련 부서들이 포함됐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이날 브리핑에서 “김 전 실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한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공통 혐의를 먼저 수사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게 해석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다만 조 장관에 대해서는 피의자 신분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은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회의록 노트에서도 개연성이 비쳐진다. 이 노트에 따르면 2014년 10월 2일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김 전 실장이 “문화예술계의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하라”는 취지로 얘기한 듯한 내용이 적혀 있다. 이 자리에는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조 장관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근거로 문화예술단체 12곳은 지난 12일 두 사람 등 청와대 관계자 9명에 대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특검에 고발했다. 특검팀은 27일 2014년 말부터 올 초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관주(52) 전 문체부 1차관을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김 전 실장의 ‘문체부 인사 전횡’ 논란 역시 수사 대상이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10월쯤 당시 김희범 문체부 1차관에게 “1급 실·국장 6명에게 일괄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한 혐의로 검찰 수사 단계에서 입건됐다. 이후 실제로 6명이 사표를 제출했고, 이 가운데 3명은 공직을 떠났다. 이 같은 의혹은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지난 10월 폭로하면서 알려졌고, 특검팀 역시 유 전 장관을 제3의 장소에서 만나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김종(55·구속기소) 전 문체부 2차관이 김 전 실장에게 문체부 전 고위 간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될 수 있도록 청탁한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의 직권남용 혐의뿐 아니라 청와대 비서실장 재임 기간 최순실(60·구속기소)씨의 국정농단을 묵인·방조했을 가능성을 포함한 비위 의혹을 폭넓게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6월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에서 차은택(47)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김 전 차관을 만났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교육부 “장시호 연세대 특혜입학 의혹 확인 못했다”

    교육부 “장시호 연세대 특혜입학 의혹 확인 못했다”

    교육부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의 연세대학교 특혜 입학 의혹을 조사했지만 입학 당시 자료 부재 등으로 의혹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26일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 대학정책실 직원 4명은 지난 5일부터 20일까지 연세대를 상대로 현장 및 서면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과거 전형 자료의 보관 기한 만료로 장씨가 입학한 1998학년도 대입전형 평가 자료는 남아있지 않았다. 대학이 보관 중인 1996~1998년 교무위원회 회의록도 열람했지만, 특혜 입학 의혹을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은 발견하지 못했다. 교육부는 “연세대가 1998학년도에 처음으로 승마 종목을 명시해 모집공고를 한 것과 관련해서도 관련 자료가 부재하다”며 “당시 관계자 대부분이 퇴직한 데다가 재직 중인 교직원(교수 3명, 직원 6명)도 모두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경찰이나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공소시효가 만료된 상태에서 수사 의뢰를 하더라도 수사 개시가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향후 연세대 측에 체육특기자 전형의 평가위원 범위를 확대하고 내규 개정 등 체육특기자 전형 제도 개선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 소속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장씨가 현대고 재학시절 최하위권 성적을 받고도 연세대에 승마 특기생으로 입학했다며 학교 측이 규정을 바꿔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시의회 최영수의원, 노량진수산시장 정상화 정책토론회 개최

    서울시의회 최영수의원, 노량진수산시장 정상화 정책토론회 개최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최영수 의원(더불어민주당, 동작1)은 지난 20일 오후 1시30분 서소문청사 제2대회의실에서 열린 ‘노량진 수산시장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여 노량진 수산시장의 개설 및 관리, 운영의 문제점과 정상화 방안에 대하여 의견을 나눴다. 이 날 토론회는 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과 김진철 서울시의원, 맹진영 서울시의원, 윤헌주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공동위원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최영수 의원이 좌장을 맡았으며, 조명래 단국대학교 도시계획학과 교수의 주제발표와 김학규 동작역사문화연구소 공동대표,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선호균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대외협력국장, 송임봉 서울시 도시농업과장, 윤덕인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 유통물류팀장이 각 주제별로 토론을 진행했다. 조명래 교수는 ‘노량진수산시장의 개설·관리·운영 및 시설현대화 문제점’이라는 주제로 “노량진수산시장의 법적인 지위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에 근거하여 서울시에 기속되어 있는 것이 명확하다”고 주장하면서 “1987년 농안법 개정 이래 서울시가 노량진수산시장의 개설자 및 관리자이므로 운영자인 수협노량진수산㈜의 관리자로서의 역할(시설물관리, 거래질서유지, 유통종사 지도감독 등) 등의 모든 행위는 월권으로서 위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노량진수산시장의 시설현대화 사업은 중앙도매시장의 개설자이자 관리자인 서울시가 개입하여 조정해야한다”며 “노량진수산시장은 서울시가 지정한 미래문화유산이며, 서울시의 도시계획심의를 통해 추진되는 사업이므로 수산물 도매시장(도시계획시설)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당초 목적에 맞게 추진을 유도하고 기존 시장의 재활용 또는 재정비를 전제로 한 입체적 개발 등을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학규 동작역사문화연구소 공동대표는 발제를 통해 중앙도매시장인 노량진수산시장의 ‘예외적인 역사’와 현재 운영 현황을 설명하면서 “서울시는 도매시장 개설자로서 노량진수산시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수협중앙회의 ‘노량진수산시장’ 강탈 사태를 방조하고 있다”며 “지난 9월 시민공청회에서 노량진수산시장은 수협중앙회로부터 관리운영 위탁을 받은 수협노량진수산㈜이 초법적으로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는 것이 공식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김 공동대표는 “서울시는 수협노량진수산㈜과 무상대차사용계약을 체결하면서 법률상 수협노량진수산㈜의 특수관계인인 수협중앙회가 매년 120억 전후의 금액을 사용료 명목으로 챙기도록 위탁용역계약을 용인함으로써 수협중앙회가 적정 임대수익 이상의 엄청난 부당이익을 챙겨 시장상인과 서울시민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일을 방조함으로써 명백한 직무유기의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서울시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최선의 대안으로 노량진수산시장의 토지와 건물을 수협중앙회로부터 인수할 것을 적극 검토하고 노량진수산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수협은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과 관련하여 사전에 도시계획시설 변경절차를 하지 않고 입찰을 진행하였으며, 입찰이 진행된 2009년부터 공사가 착공된 2012년까지 도시계획인허가 절차로 시간을 허비하면서 4년 동안 3번의 조감도를 변경하여 제시하였고 공사비 현황에서는 4년치의 물가상승률을 자동적용 받아 공사비가 400억원 증액되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연구위원은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 진행의 타당성 문제와 더불어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논단과 노량진수산시장 문제가 개입된 정황을 설명하면서 “이성한(미르재단 전 사무총장)씨가 노량진수산시장의 현대화사업 TF팀에 차은택씨를 자문위원에 포함시켜 운영하였는데 수협중앙회의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이사회 회의록에는 현대화사업TF 구성에 대한 보고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수협측은 시장운영이나 유통관련 전문가가 없는 TF팀을 구성했으며 회의는 단 한차례도 개최하지 않았고 사업관련 보고서도 제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 수협노량진수산(주)에서 위촉한 자문위원에게는 6개월 동안 월 250만원의 자문료가 지급됐다”고 설명하면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의 실패가 수협 조합원인 어민들과 서울시민들, 관광객들에게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선호균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대외협력국장은 “노량진수산시장의 현대화사업 예산 1,540억 원이 농수산물 유통혁신과 가격안정을 위한 노후화된 도매시장의 신축사업이 아닌 카지노와 면세점 등 복합리조트 건립 및 부동산개발 사업 등 수협중앙회의 특혜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서울시가 시장 개설자로서 노량진수산시장의 공공성을 확보하여 도매시장의 관리 및 운영을 정상화하고, 현대화사업을 재검토하여 중앙도매시장의 기능 활성화와 서울시의 미래를 고려한 전통시장의 가치를 살리는 현대화사업으로 추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윤덕인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 유통물류팀장은 가락시장 시장관리자의 운영 사례를 소개하면서 “노량진수산시장은 농안법의 요건과 그동안 개설자 지위에서 운영경위를 볼 때 서울시가 개설자의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며 “노량진수산시장은 관리와 운영의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며, 노량진수산시장의 독특한 구조를 고려하고 서울시의 불안정한 개설자 지위를 보완하여 시장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익적인 기능이 강화된 운영주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송임봉 서울시 도시농업과장은 “노량진수산시장의 개설자인 서울시가 농안법에 근거하여 수협노량진수산(주)을 도매시장 법인으로 지정하여 시장운영 업무를 대행하여 운영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도매시장의 효율적인 관리 및 운영을 위해 수협노량진수산(주)과 별도로 공공출자법인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며, 시장 개설자인 서울시가 주도적인 역할 수행을 위해 지분을 높이는 방안도 적극 강구할 예정이다”고 시장개설자로 역할수행 및 시설현대화 사업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서울시와 중앙정부 간 법률적 해석이 다른 입장이기 때문에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 갈등 해소를 위한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현명하게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최영수 의원은 “노량진수산시장의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계기로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하여 공정한 방향으로 해결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서울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면서 “서울시의회에서도 시민들의 경제생활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 관련 절차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가천대 “이재명 석사 논문, 표절심사 대상 아냐…시효 지나”

    가천대 “이재명 석사 논문, 표절심사 대상 아냐…시효 지나”

    가천대학교 측이 표절 의혹으로 논란이 된 이재명 성남시장의 석사 학위 논문은 표절심사 대상이 아니며, 따라서 논문 자체가 유효하다는 최종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가천대학교는 2013년부터 제기된 이 시장의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학칙에 정한 ‘5년 시효’가 지나 부정 여부를 심사할 대상이 아닌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이날 밝혔다. 가천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연구윤리위)는 지난 8월 23일 전체 회의를 열어 “이 시장의 논문은 표절 의혹 제보 시점을 기준으로 8년이 경과해 ‘연구윤리 및 진실성 확보를 위한 규정’ 제10조 4항에 따라 심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위원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제보의 접수일로부터 만5년 이전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접수하더라도 처리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고 돼 있다. 그동안 미결 사안으로 남아 논란이 지속했던 이 사안에 대해 해당 대학이 2년여 만에 결론을 내린 것. 앞서 이 시장은 2005년 ‘지방정치 부정부패의 극복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을 가천대 행정대학원에 석사 학위 자격으로 제출했다. 이 시장의 논문 표절 의혹은 2013년 9월 미디어워치 산하 연구진실성검증센터가 “논문의 50∼98%가 표절로 의심된다”고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가천대는 연구윤리위 조사 절차를 진행했고, 논란이 되자 이 시장은 2014년 1월 3일 “표절은 아니나 불필요한 정치적 동기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고 싶지 않다”는 취지로 ‘자진 반납’ 의사를 가천대에 통보했다. 이에 가천대 연구윤리위는 그해 2월 24일 “본조사를 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행정대학원에 학위 취소를 통보했다. 그러나 행정대학원은 같은 해 5월 27일 “원생의 희망에 의해 학위를 취소하기 위한, 학칙상 근거가 불분명하다”며 “본조사의 (학위 취소를 위한 확고한 표절 판정) 결과를 달라”고 연구윤리위에 반송했다. 대학원측이 “통상적인 특수대학원 논문에 비춰 손색이 없다”는 견해와 함께 표절여부 조사의 절차적, 규정적 결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2년여 표류 끝에 올해 8월 가천대가 내린 결론은 “학칙상 기간 도과로, 실체적인 심사를 할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런 내용은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이 시장이 야권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가운데 자질 검증 차원에서 논문 표절 논란이 다시 제기된 것을 계기로 연합뉴스가 후속 취재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이 시장은 “학술적으로 인용부호를 안 한 잘못은 인정한다”면서도 “시민운동 당시 부정부패 극복 방안 연구를 위해 야간특수대학원에서 공부를 했고 객관식 시험을 치르면 석사학위를 주는 곳인데 공부 결과를 정리하기 위해 굳이 논문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천대 측에 대해 “하지도 않은 예비심사를 한 것처럼 회의록을 조작하고 심사 불능하다는 학칙 조항을 수정했다가 다시 원상 회복했다”면서 “학위를 취소했다거나 취소했다는 보도가 나가도록 (대학 측 일부 관계자가) 악성 언론 플레이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가천대는 ‘논문검증 시효 5년’ 규정을 2014년 1월 10일 삭제했다가 올해 8월 30일 부활시켰다. 가천대 측은 “연구윤리 강화를 위해 검증시효 기간 5년 조항을 삭제하라는 교육부 권고와, 이 시장 논문 건과 관련 없는 학내의 또 다른 논문검증 사안 때문이었다”며 “시점상 오비이락 격으로 이 시장 논문 건이 연결돼 오해를 사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시장은 지난달 4일 부산 강연에서 논문 표절 의혹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제가 어디 이름도 모르는 대학의 석사 학위가 필요하겠습니까”라고 발언한 부분에 대해 11일 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가천대 재학생, 졸업생, 교직원에게 사과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탄핵 정국] 삼성·SK 둘다 ‘합병비율’ 논란… 국민연금, 처리 절차 달라 의혹

    지난해 국민연금공단이 한 달 간격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SK·SK C&C 합병’건은 둘 다 합병비율 논란이 있었지만 처리 과정은 전혀 달랐다. SK 합병건은 ‘합병비율에 논란이 있다’는 이유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부의해 반대표를 던졌고, 삼성 합병은 같은 논란이 제기됐는데도 내부 회의를 통해 찬성 결정을 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삼성 합병건 찬성 결정 과정에 외부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짙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정 의원에게 제출한 투자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지난해 6월 17일 기금운용본부 책임투자팀은 “최대주주가 유리한 방향으로 SK 합병비율이 정해졌다는 논란이 있어 기업가치 훼손 여부를 판단하기 곤란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부의하고자 한다”며 안건을 올렸다. 당시 투자위원회에 참석한 위원들은 이 안건에 모두 동의했고, 의결권을 위임받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SK 합병에 반대 결정을 했다. 한 달 뒤 삼성 합병 당시에도 책임투자팀은 7월 10일 열린 투자위원회 회의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의 적정성에 대한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간이 있다고 보고했다. 또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 등 의결권행사 전문기관과 딜로이트, KPMG 등 회계법인에서 다양한 합병비율을 제시하고 있다고 알렸다. 삼성물산 합병비율 논란이 계속되고 있음을 책임투자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 건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넘기는 대신 내부 기구인 투자위원회 위원들에게 직접 찬반 의견을 물었다. 이 의결 안건을 올린 정모 책임투자팀장은 투자위원회 회의 사흘 전 홍완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과 함께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관계자들과 면담하기도 했다. 홍 본부장은 삼성 합병이 결정된 직후 열린 기금운용위원회 3차 회의에서 “투자위원회 투표 결과 절반이 넘는 찬성이 나와 최종 의사 결정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위원회 위원 가운데 팀장급 위원 지명권은 본부장에게 있다. 홍 본부장은 삼성 합병을 한 달 정도 앞둔 지난해 6월 9일 기금운용위원회 2차 회의에서 “언론에 보도된 것만이 전부는 아니며 이 자리에서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상당 부분 있고 내부적으로 여러 측면에서 검토 중”이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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