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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생지원 신청 새달 접수

    농림부는 27일 빚 갚을 능력이 없는 농업인의 회생을 돕는 경영회생 지원제 신청을 오는 5월부터 농지은행(한국농촌공사)을 통해 접수한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은 연체액이 5000만원 이상이거나 농업재해로 인한 피해율이 50%를 넘는 농업인이다. 경영회생 지원제는 농업인이 농지를 농지은행에 팔아 그 대금으로 부채를 갚은 뒤, 해당 농지를 임차해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농지은행에 매각한 농지를 5년 동안 임차할 수 있으며, 희망할 경우 경영평가를 거쳐 3년정도 기간 연장도 할 수 있다. 연간 임차료는 농지 평당 매입 가격의 1% 이내에서 지급하면 된다. 임차 기간 중 언제라도 매각농지 전체를 되살 수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제도가 처음 도입되는 올해는 총 277㏊ 정도의 농지에 대해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사회플러스] 강성종의원 벌금80만원 기사회생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김용호)는 27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은 뒤 대법원에서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강성종 열린우리당 의원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강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다.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7) ‘나’의 말과 ‘그것’의 말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7) ‘나’의 말과 ‘그것’의 말

    ‘나’(I)라는 대명사는 자연의 생물학적 본능(It)이 사회화한 사회적 욕망의 무의식인 ‘그것’(It)의 기반에서 자란 어떤 가상(假像)에 불과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나’라는 자의식은 거품과 같은 환상이고, 실상은 ‘그것’이라는 무의식의 말이다. 라캉의 생각에 설득력이 붙는다. 일상생활에서 ‘내’가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상 나의 말은 사회적 소유욕의 무의식인 ‘그것’이 나의 자존심의 덩어리를 빌려서 말하는 꼴이다. 이 글은 16회의 생각을 좀 더 연장시켜서 우리가 쓰는 말과 연관시켜 보려고 한다. 인간의 의식은 자의식과 같은 개념이다. 자의식은 사회생활에서 남들과 자기를 분별하는 심리와 같다. 사회생활에서 모든 이는 다 자기 우선의 생각으로 살아간다. 이것이 인간의 이기심이다. 이 이기심은 생물학적으로 동물의 살려는 맹목적 생존의지의 본능과 통한다. 동물의 본능은 생물학적 생존의지의 유지로 끝나지만, 인간의 자연적 본능은 생물학적 생존의지에서 사회학적 생존욕으로 이행하면서 지능이 본능을 대신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이기심은 사회적 이기심이고, 이것은 생물학적 본능의 생존의지가 사회생활에서 언어활동을 하는 주체로서의 자의식으로 변용된 것이다. 맹목적으로 살려는 생물학적 본능이 인간에게 사회학적 지능으로 자리바꿈하였다는 것은 사회적인 지배자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소유욕과 같다. 헤겔과 마르크스가 이것을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이라고 읽었다. 사회생활은 곧 언어생활이다. 이 언어생활은 사회생활에서 각자가 자기의 지배욕을 남들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소유욕의 표현이다. 인간의 생존욕은 사회적 지배욕과 같은 의미다. 인간은 인정받기 위하여 지식을 쌓고 출세도 하고 부자가 되려고 안간힘을 쓴다. 인간의 지배욕은 언어생활에 인간이 가입할 수밖에 없는 유아기부터 시작된다.(16회 글) 인간은 타인들로부터 말을 배운다. 자기의 지배욕은 타인들로부터 익힌 지배욕의 반영이다. 이것을 정신분석가인 구조주의자 라캉(16회 글)은 ‘거울의 단계’라고 불렀다. 라캉에 의하면 생후 6∼18개월의 아기는 아직도 스스로 자의식도 없고 자존심도 형성되기 이전이다. 아기가 거울을 보면서 거울에 비친 자기영상이 타자의 영상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다가 그 영상이 곧 자기 자신의 반영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이 말은 인간이 사회생활의 와중에서 원초적으로 타자로부터 자기의 욕망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라캉이 말한 ‘거울의 단계’는 사회적 타자의 말이 자기의 말이 되는 무의식의 형성단계를 상징한 것이겠다. 그와 함께 타자의 말속에 잠재된 소유욕이 자기의 소유욕으로 탈바꿈한다. 나의 욕망은 사실상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 이미 형성되어 온 사회적 욕망의 언어적 굴레를 벗어날 길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나를 둘러싼 타자들로부터 말을 배웠고, 그 타자들의 소유욕에 무의식적으로 전염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타인들을 닮아 있으면서 그 타인들을 같은 소유의 경쟁자로 간주한다. 고대 그리스의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아들 오이디푸스가 그의 생부와 싸워 죽인 살부의 행위는 인간의 사회적 무의식의 이중성을 반영한 것이겠다. 오이디푸스는 아버지와 너무 닮았고, 동시에 그의 적수다. 인간은 남과 닮지 않기 위해 자기 것을 소유하려 한다. 그래서 패션도 유니크한 것을 찾는다. 그러나 결국 모든 패션은 다 유행으로 같아진다. 인간은 자기 것을 찾으면서 결국 다 타자의 것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유행의 장난이다. 나의 소유욕은 타자가 준 것이라면, 왜 ‘나’라는 자존심에 인간은 그렇게 목숨을 거는가? 그것은 의식이 나와 남을 확실하게 나누기 때문이다. 의식이 말을 하면서 나의 것과 남의 것을 구분하고, 내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은 사회생활의 대결에서 자란 나의 자존심이 굴종과 상처를 입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나의 의식은 무의식적으로 생긴 사회적 지배욕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 한다. 남으로부터 부러움과 선망을 얻기 위함이다. 나만이 이기적이 아니다. 모두가 다 이기적이다. 그러므로 이기심은 사회학적 공동의 욕망이고, 이 욕망은 내가 생기기 이전부터 이미 있어 온 공통 무의식과 다를 바가 없다. 결국 이기심은 모두가 다 소유하고 있는 것이고, 자의식은 각자의 언어활동에서 생긴 ‘나’라는 대명사의 자존심을 남들에게 으스대고 싶은 이기심의 산물이다. 자의식은 사실상 일반적인 무의식적 이기심의 반영에 불과하므로 ‘내가 생각한다.’는 의식의 말은 사실상 ‘사회적 무의식이 다 생각한다.’는 것을 자기화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사회적 무의식의 소유욕이 한 언어권에서 일반적으로 강렬한 것일수록 개인으로서의 나도 그것을 소유하려고 강렬히 바란다. 그런 점에서 소유욕은 객관적 대상을 좇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욕망을 나도 욕망하려는 것과 같다. 이것은 한 시대에 사람들이 자기만의 것을 찾지만, 결국 다 유행의 무의식적 속성에 함께 섞이고 마는 것과 유사하다. 자의식은 소유적 무의식의 한 표피적 현상에 불과하다. 소유적 공통 무의식의 말을 라캉은 ‘그것이 말한다.’(It speaks)로 표현한다. 의식의 말인 ‘나는 말한다.’(I speak)는 기실 무의식의 말인 ‘그것이 말한다.’(It speaks)의 한 표피적 껍데기에 불과한 셈이다.‘그것’은 자아 이전에 이미 사회언어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공동의 업장과 유사하다 하겠다. 20세기 러시아인으로 미국에 귀화한 언어학자 야콥슨은 그의 저서인 ‘일반언어학시론-I’에서 인간이 말을 배움에서 가장 늦게 배우는 것이 1인칭 대명사, 지시사, 전치사들이고, 또 언어상실의 과정에서 가장 먼저 증발되는 것이 역시 늦게 익히는 1인칭 대명사, 지시사, 전치사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즉 저 품사들의 내용이 무의식에 깊이 소유되지 않기 때문이겠다. 그렇다면 ‘나’(I)라는 대명사는 자연의 생물학적 본능(It)이 사회화한 사회적 욕망의 무의식인 ‘그것’(It)의 기반에서 자란 어떤 가상(假像)에 불과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나’라는 자의식은 거품과 같은 환상이고, 실상은 ‘그것’이라는 무의식의 말이다. 라캉의 생각에 설득력이 붙는다. 일상생활에서 ‘내’가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상 나의 말은 사회적 소유욕의 무의식인 ‘그것’이 나의 자존심의 덩어리를 빌려서 말하는 꼴이다. 내가 나의 개성미를 추구하는 패션을 의식하지만, 결국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시대의 유행인 ‘그것’의 구조 아래서 내가 춤을 추는 것과 같다 하겠다. 이것이 불교의 업감연기설과 유사하다는 것이다.(16회 글) 그런데 또 다른 무의식의 말이 있다. 이것이 본성의 말이다.(1·16회의 글) 이 본성의 말을 하이데거는 ‘그것’(It)의 말이라고 불렀다. 그가 말한 ‘그것’의 말은 라캉이 말한 ‘그것’의 말과 다르다. 왜냐하면 전자는 존재의 말이지만, 후자는 소유의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 다 자의식의 말을 중시하지 않는 데서 서로 비슷하기도 하다.17세기 프랑스의 데카르트가 말한 ‘내가 생각한다.’(cogito)의 철학은 의식의 주체로서 내가 진리를 소유해야 확실하다는 주장을 함축하고 있다. 진리의 소유주로서 내가 명증하게 말한다. 이것이 합리적 진리의식이고, 소유의식이다. 그러나 하이데거에 의하면 저런 자의식의 철학은 자의식 중심주의가 되어서 절대로 우주와 세상을 존재하는 그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소책자인 ‘휴머니즘에 대한 편지’에서 ‘존재는 그것 자체’(Being is It itself.)라고 표명했다. 이것은 수수께끼 같은 말장난이 아니다. 하이데거는 해체철학의 선구자로서 모든 종류의 중심주의를 싫어한다. 재래의 서양철학은 고중세의 신중심주의에서 근현대의 인간중심주의로 생각의 중심을 옮긴 것이다. 생각의 중심이 이동한 것은 사실이지만, 생각의 질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중심주의는 신이나 인간이 모든 우주의 진리를 소유하는 주체라는 생각에서 전혀 변동이 없다. 말하자면 인격적 중심주의는 소유론의 진리를 반영하는 셈이다. 해체철학은 소유론을 해체시키고 세상을 원초적으로 존재하는 그대로 놓아두는 사상을 말한다. 세상의 필연성인 ‘그것’에 따라 세상을 편안하게 놓아두는 사상이 ‘나중심’과 ‘우리중심’이 될 수 없다. 그 사상은 중심을 모르는 ‘그것’의 사유라 할 수밖에 없다. 세상의 필연성인 ‘그것’은 삼라만상에 다 적용된다. 신과 인간을 비롯한 삼라만상에 다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의 의식이 소유하거나 장악할 수 있는 개별적 존재자들(beings)이 아니고, 자연성으로서의 절대무(絶對無)인 원기(元氣=potency)의 욕망과 같다고 하이데거는 ‘휴머니즘에 관한 편지’에서 설파했다. 그 절대무의 욕망은 타자를 소유하지 않고, 타자가 존재하도록 힘을 증여하는 원력과 같다. 절대무는 인격적 중심이 없기 때문이다. 절대무는 허무가 아니라 오히려 무진장한 기(氣)의 저장고를 뜻한다. 존재는 ‘그것’이 자신의 기를 증여하는 것(It gives)이라고 하이데거가 봤다. 이런 절대무의 사상이 14세기 가톨릭 교회의 수사였던 독일의 에카르트에게 나타났다.“신은 무엇이며 누구인가? 나는 대답한다. 신은 그것(Isness)이다.”“신은 무(nothingness)다. 신은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이런 것이나 저런 것이 아니다.(…) 신은 존재하지 않는 존재(a beingless being)다.” 재래의 전통신학에서 말하는 신중심사상이 인간중심의 소유적 진리의지를 무의식적으로 절대화하기 위한 작업이라면, 에카르트는 그런 소유론적 신학사상을 해체시키려는 존재론적 신학사상을 선구적으로 펼쳤다고 볼 수 있다. 절대자인 신이 소유한 진리의지는 반드시 다른 절대자가 생각한 진리의지와 충돌을 일으킨다. 각 절대자의 진리의지는 인간들이 생각한 자의식의 진리의지를 무의식적으로 절대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각각 절대자를 숭배하는 다른 종교들 간의 전쟁이 성전의 이름으로 예나 이제나 역사를 장식한다. 절대자의 신격화를 해체시키는 길은 신을 ‘그것’,‘무’,‘존재하지 않는 존재’로 사유하는 절대무의 신학이겠다. 이것을 에카르트는 신성이라고 읽었다. 인간이 무의 본성을 닮으려는 한에서, 인간은 무의식의 본성인 무의 ‘그것’에서 그리스도를 본다. 바깥에서 전지전능한 절대자로서의 신을 보지 말고, 마음의 본성 안에서 그리스도가 자라게 하는 것이 미래 신학의 길이겠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6) 마음과 무의식의 중요성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6) 마음과 무의식의 중요성

    이 연재를 통하여 인간을 이해하는 열쇠는 이성이 아니라 욕망이라고 하는 말이 여러 번 강조되어 나왔다(1·12회 글). 이성이라는 개념은 인간이 사회생활에서 지적인 분별력으로 생존을 추구하면서도 도덕적 의지로 좋은 공동체를 이룩할 수 있게 하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을 일컫는다. 인간이 인간에 거는 최고의 신뢰처가 이성이라는 것이다. 이성은 의식의 판단을 신뢰하고 그것을 최고의 진리로 간주한다. 그러나 실제로 인간은 그런 존재가 아니다. 지금까지 인간은 이성을 지닌 의식의 존재라고 여겨 이성과 의식의 자각만 강조한 가치론과 당위적 도덕론을 우리는 이제 그만 사용해야겠다. 다 별로 효용도 없는 그럴싸한 명분만 가지고 헛농사를 짓는 셈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무의식이 정신이상자의 영역에 속한다는 무식한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인간들의 실질적 사고방식을 결정하는 요인임을 알지 못하고, 우리는 사회생활의 문제점을 의식의 이성적 판단에 맡겨 해결하려고 애써 왔다. 그러나 인간은 이성적 존재가 아니고 욕망의 존재다. 의식의 이성은 욕망의 무의식을 지우지 못한다. 의식은 빙산처럼 6분의1정도만 표면에 나와 있고, 나머지 6분의5는 무의식으로 바닷물 속에 은닉되어 있다는 항간의 말이 옳다. 우리는 의식과 마음을 구별해야 한다. 의식은 자의식과 동의어로 쓰이고, 이성적 판단을 가능케 해주는 영역이다. 이성적 판단은 진리와 허위를 나누고, 선과 악을 확연히 분별하고, 경제적 이익과 손실을 계산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이성은 의식의 선명한 명증성과 분리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식은 물질적 자연처럼 자기자신을 자각하지 못하는 바보와 같은 존재가 아니라, 자각을 통하여 가치를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 자유의 진원지라고 여긴다. 그러나 마음은 그렇지 않다. 마음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17세기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가 세상 만물의 존재방식을 욕망(conatus)이라고 주장하였지만, 불교와 노장사상에서도 삼라만상의 존재방식을 욕망이라고 읽었다. 욕망은 삼라만상이 다 서로 타자와의 상관성을 필연적으로 맺고 있는 관계를 가리킨다. 불교에서 마음을 욕망이라고 부르는데,‘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모든 것은 마음이 지은 것)의 화엄사상은 삼라만상의 일체가 다 마음의 욕망이라는 말과 같은 뜻이겠다. 그러므로 마음은 의식과 달리 자연을 대립적으로 보지 않고, 심물상응(心物相應·마음과 물질이 서로 상응함)으로 생각한다. 인간이든 자연이든 다 욕망이고 마음이다. 단지 인간의 마음이 자연의 마음과 다른 점은 인간은 스스로가 욕망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불교에서 유식(唯識·오직 알고 있음)이라 한다. 유식으로서의 인간 마음은 물론 의식과 오감(五感)의 지각을 포함하고 있으나, 이것들은 표피적 마음이고 마음의 핵심은 의식보다 훨씬 깊은 심층적 무의식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무의식의 마음에서 자연과 인간은 서로 상응한다. 그런데 자연의 욕망은 두 가지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본능의 소유적 욕망과 자연성(본성=불성=신성)의 존재론적 욕망이 그것이다. 전자는 먹이사슬의 연쇄적 관계를 말하고, 후자는 삼라만상이 다 타자로부터 존재하기에 필요한 것을 받고 자신도 타자에게 존재하기에 필요한 것을 주는 그런 거래관계를 말한다. 자연성은 심지어 죽음마저도 타자에게 주는 증여로 여겨질 만큼 인간에 의한 사고사를 제외하고 자연사한 주검이 자연 속에 여기저기 널려 있지 않게끔 한다. 자연의 마음이 인간에게 전이된 것을 우리는 무의식이라 부른다. 그러므로 무의식은 자연의 욕망을 인간에게 옮겨 놓은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무의식에도 본능적 욕망과 본성적(자연성적=불성적=신성적) 욕망이 깃들어 있다. 인간의 무의식이 곧 자연의 욕망이지만, 하나의 큰 차이점이 있다.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는 존재다. 인간의 언어활동은 곧 인간의 사회생활을 말한다. 이와 동시에 자연의 본능은 인간에게 지능으로 전이되고, 지능에 의하여 인간의 사회생활이 언어활동으로 표현된다. 자연적 본능은 직접적인 먹이사냥으로 생존을 유지하지만, 사회적 지능은 간접적인 우회의 길(지식/권력/돈/명예)을 소유하여 사회적인 인정을 타인들로부터 받으려는 욕망을 추구한다. 인간은 사회생활에서 직접 타인을 먹이로 사냥할 수 없으므로, 간접적으로 타인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타인들이 많이 추구하는 욕망을 쟁취하려고 애쓴다. 지능의 소유욕은 사회적으로 사람들이 언어생활을 통하여 욕망하는 소유욕의 밀도에 비례하여 일어난다. 지능의 소유욕은 그가 유아기부터 부모와 타인들로부터 배운 언어활동의 막에 의하여 형성된다. 유아기의 인간은 언어활동을 타인들로부터 배우므로 타인들의 욕망이 그 언어활동에 용해되어 있다. 인간의 소유욕은 타인들이 심어준 것인데, 그것이 자기의 것으로 탈바꿈한다. 그래서 유아기의 무의식은 타인들의 언어활동이 형성한 나무나 물결의 결과 같은 셈이다. 이것이 프로이트 계열의 정신분석학자로서 20세기 프랑스 구조주의의 거장인 라캉이 말한 ‘언어활동의 벽’을 형성한다. 따라서 내가 언어활동을 통하여 자아라는 주체를 형성하게 된 이후에 일어난 타인의 말은 나의 무의식에 새겨진 ‘언어활동의 벽’을 거의 뚫지 못한다. 내가 자아라고 부르는 주체는 사실상 타인들이 만들어 놓은 소유욕의 무의식적 함정인데, 나는 언어활동에 가입함으로써 사회생활의 경쟁에서 그 소유욕의 덫에 무의식적으로 걸려든 것과 같다. 그래서 사회생활에서 나는 자존심의 덩어리로 형성되면서,20세기 러시아의 언어학자 트루베츠코이의 말처럼 ‘언어의 체’를 이루고 있는 자존심이 싫어하는 말은 그 체에 걸려 나의 무의식의 욕망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인간의 소유욕적 자존심의 무의식은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그런 점에서 20세기 독일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하버마스가 말하는 것과 같은 이상적 대화의 통로는 이성적 의사소통을 불가능하게 하는 무의식적 자존심의 벽이나 무의식적 언어의 체를 도외시하는 의식의 이상주의적 명분에 그칠 뿐이다. 한국사회에 만연된 상생적 정치론도 주자학적 명분주의의 잔재이지, 한국문화의 무의식적 소유욕의 업장이 형성한 결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소박한 감상주의의 산물이겠다. 왜 한국에서 자식에게 기업과 권력을 세습하려는(북한) 무의식이 그렇게 강렬한가? 왜 한국인은 대개 어떤 일을 미리 대비하는 지능적 생각이 부족하고, 일에 부딪치면 감정적 흥분으로 들끓는가? 한국인은 왜 상업적 계산전략에서 일본이나 중국에 비하여 일반적으로 뒤떨어지는가? 왜 한국인은 국가를 믿지 못하고 스스로 생존 전략을 강구하기 위하여 일생을 허비하는가? 왜 대개 한국인은 속물주의적 과시욕이 강하며, 일단 성공하면 전문인으로 계속 노력 성취하지 못하고 타이틀만 들고 사회적 저명인사 행세하기에 바쁜가? 사회적 소유의 무의식은 불교에서 말하는 업감연기설(業感緣起說)과 유사해 보인다. 각자가 지니고 있는 무의식의 소유욕은 사회적 역사적 공동업의 상자에 한국인의 마음이 갇힌 것이나 다름없는 것 같다. 한국인의 공동업의 테두리는 한국인의 공통적 언어활동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겠다. 한국인의 맵고 자극적 언어활용과 욕설의 난무(한국영화에서 흉칙한 욕설이 너무 심하다), 얄팍한 선악심리와 흑백심리에 의하여 까마귀와 백로로 세상을 이등분하기, 남북한 공히 종교적 정치적 열광심리로 미친 듯이 도취하는 전투심리 등등은 다 한국인의 무의식적 공통 업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무의식적 업의 속박은 이상적 의식의 도덕이나 이성의 명증성과 의식의 자유를 구가하는 행동철학으로 치유되지 않는다. 자존심과 언어활동의 벽, 대화시 자기 말만 하고 상대방의 말을 안 듣기 등은 본능을 대신한 지능의 사회생활에서 지능이 타인들을 이기기 위한 욕망이 나타낸 결과겠다.20세기 스위스의 심리학자 융이 이런 소유욕의 아상(我相)을 벗어나게 하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무의식의 마음에 본능의 욕망 이외에 본성의 욕망이 있음을 밝혔다. 이 본성의 욕망은 우리가 앞에서 본 자연성의 욕망과 같다. 이 길은 불교의 불성 밝히기와 거의 유사하다. 본능(지능)의 소유욕은 사회생활의 언어활동을 통하여 자존심의 덩어리를 지키는 데 신경을 쓰지만, 융이 말한 본성의 무의식적 마음은 완전성(perfection)이 아니고 온전성(integrity)을 유지하려는 욕망을 가리킨다. 완전성은 최고를 향하여 쌓아 나가는 의미를 지니지만, 온전성은 최적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마음의 무의식적 자세를 말한다. 그 자세를 융은 ‘대립자의 무의식적 흐름’(enantiodromy)이라고 불렀다. 이 융의 사유와 유사한 노자의 사상을 우리가 이미 앞에서 읽었다(3·4회의 글).‘대립자의 무의식적 흐름’은 세상만사를 자연에서처럼 ‘선/비선(善/非善)’,‘약/비약(藥/非藥)’‘진리/비진리’처럼 서로 상관적 차이로서 읽는 방법을 말한다. 예컨대 선과 악은 서로 이원론적인 적대의식으로 세상을 보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선은 악을 전멸시키고 완전히 지배하려 한다. 그러나 선과 비선은 그런 적대의식의 관계가 아니고, 비선은 선의 다른 면, 선도 비선의 다른 얼굴로 비친다. 이것은 투쟁적 이원성을 보다 완화된 이중성으로 읽음으로써 극단적 열광의식과 배타적 자의식을 지울 수 있는 길이다. 이미 원효도 이런 사유를 개진하였다.‘유/무’를 더 화쟁적으로 읽기 위하여 그는 ‘유/비유(무)’,‘무/비무(유)’의 이중성으로 보기를 종용했다(14회 글). 무의식의 마음이 이런 이중성으로 짜여져 있다고 여기는 본성의 사유는 자기의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하여 박멸해야 할 적을 만드는 지능적 소유욕을 잠재울 수 있다. 본능의 소유욕을 지우기 위하여 의식과 이성을 거창하게 장식하지 말고, 마음의 무의식적 본성을 조용히 살리는 지혜를 익혀야 한다. 우리는 무의식의 공통업장을 도외시하고 너무 공허한 이상론만을 주장한다. 속물주의처럼 이것도 한국병 중의 하나겠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미스·세기상사 김영란(金英蘭)양 - 5분 데이트(47)

    미스·세기상사 김영란(金英蘭)양 - 5분 데이트(47)

    바닷가에서 주워온 동글동글 예쁜 차돌 같은 인상이다. 직장과 사회생활의 때같은 것은 그 동그란 얼굴에 묻을 데가 없어서 못 묻었을 것 같다. 『벌써 6년이에요. 세기상사에 들어온게. 매표에 반년 있다가 바로 회장비서실로 올라 왔어요. 여자중에는 그래서 제가 고참이에요. 좀 과장을 하자면 회사 사정에는 「통(通)」이라고 할 수 있죠』 「미스」세기상사(世紀商事) 김영란(金英蘭)양이 생글 거리면서 하는 말이다. 상업하시는 김동현(金東顯(55)) 씨의 3남매중 맏이. 동구여상을 졸업한 44년생. 『취미는 노래하는 것 듣는 것』 말하는 음성조차도 노래처럼 즐겁고 「리드미컬」해서 던져본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영화감상은 그 다음으로 英蘭양이 즐기는 취미. 『「닥터·지바고」를 네 번이나 봤어요. 그 주제음악은 한 소절도 빼지 않고 다 욀 수 있어요. 요즘 제가 반해 있는 음악은 「로미오와 줄리에트」의 「테마송」예요. 노래가 너무 좋아서 늘 속으로 흥얼거립니다』 그렇다고 직장에서 콧노래 같은 것은 부르는 경박한 아가씨는 아니란다. 머릿속의 소리없는 「허밍」이 결코 신중하고 정확한 업무수행을 방해하는 일이 없으니까 안심하란다. 『비서실은 정확한 출퇴근 시간이 없거든요. 「데이트」같은 것 할래야 할 수가 없어요. 월급은 엄마에게 맡기고 영화구경값이나 옷사는 돈을 타서 서요. 집에서도 직장생활 6년생을 아직도 애기 취급이에요』 「만년소녀」라는 말이 실감나는 그 얼굴이 「애기」처럼 활짝 웃으면서 하는 불평이다. [ 선데이서울 69년 8/24 제2권 34호 통권 제48호 ]
  • 대학 홍보도우미 ‘별따기’

    대학 홍보도우미 ‘별따기’

    올해 처음 학생 홍보도우미를 뽑는 숭실대는 지난 12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15명 모집에 158명이 지원해 10.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혀 예상 못했던 수치다. 홍보실 관계자는 “홍보도우미들이 외부 손님들을 위한 학교안내, 입시홍보를 위한 고교 방문, 교내잡지나 광고모델 출연 등 숭실대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홍보도우미들에게 장학금으로 학기당 100만원씩을 준다. ●학생 홍보대사 경쟁률 갈수록 높아져 연세대는 2002년부터 학생홍보대사 ‘인연(I.N.延)’을 운영하고 있다. 첫해 2.4대1에 불과했던 경쟁률은 2004년 11.3대1까지 높아졌고 지난달 실시한 올해 1차 선발에서는 8.4대1을 기록했다. 연세대는 학생 홍보대사에 대한 학내외 평가가 높아지고 활동이 많아지자 올해부터 학기별로 나눠 선발하고 있다. 지원자는 1차 서류전형,2차 현 학생 홍보대사 임원진 심사,3차 교수진 심사를 거쳐야 한다. 5기 회장 홍동희(여·도시공학과 3년)씨는 “다른 사람 앞에 학교를 대표해 나서기 때문에 자기 삶에 나태해지지 않게 된다.”면서 “학생 홍보대사가 처음 구성됐을 때는 ‘얼굴마담’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지금은 그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숙명여대는 1999년부터 ‘숙명 앰배서더’라는 이름으로 도우미 조직을 운용하고 있다. 숙명 앰배서더는 숙명여대에서 열리는 서울시 여교장단 회의에 참석하는 인사들을 위한 자원봉사자 모집에서 시작됐다.8기를 뽑은 올해 35명 모집에 185명이 지원하는 등 교내에서 선망받는 조직으로 급성장했다. 숙명 앰배서더에서 2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김미라(23·행정학과 4학년)씨는 “도우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애교심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학교를 알리면서 배우게 되는 것들이 나중에 사회생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점을 장점답게 말할 수 있는 법 배워” 학생 홍보대사로 활동한 후 사회에 진출한 사람들의 평가는 어떨까. 이화여대 캠퍼스 리더 출신 김선영(26·방송국 아나운서)씨는 “학교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거짓으로 꾸미는 것이 아니라 장점을 장점답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능력”이라고 평가했다. 숙명 앰배서더로 활동했던 황혜진(23·네팔 영사관 근무)씨도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면서 “낯선 사람들을 만날 때 어떤 식으로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하는지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채권자가 괴롭힐까 겁나요

    Q불경기에 직장을 잃고 몇달 지난 뒤 새 카드를 사용하며 생활했습니다. 이 카드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아 다른 카드빚을 메우는 돌려막기를 하다 3000만원이 넘는 빚을 지게 됐습니다. 주로 젊은 여성을 상대로 하는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썼는데, 이자가 부담됩니다. 이달에는 더 이상 빚을 낼 방법도 없는데, 독촉받을 생각을 하니 답답합니다. 카드회사, 대부업체 직원이 저를 괴롭히거나 해치지 않을지 겁이 납니다. -한명금(34·여)- A채권자를 겁내시면 안됩니다. 채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행사하는 것을 채무자는 감수해야 하지만, 법이 인정하는 한도 내에서만 그렇습니다. 단순히 채무자에게 전화로 또는 우편으로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것은 채권자의 정당한 추심권의 범주에 포함됩니다. 그렇지만 채무자를 해치는 일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시설과 인적 조직을 갖추고 밝은 햇빛 아래 영업하는 신용카드사나 대부업체 직원들이 채무자를 해하려고 한다면, 그 신용카드 회사나 대부업체는 간판을 내려야 합니다. 물론 채권자의 추심은 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부실채권의 추심이 본질적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 같은 이익을 주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채무자가 이행을 거부한 순간 채권자는 자신이 소지하고 있는 채권이 액면금액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휴지조각이 되는 상황을 인식하게 됩니다. 이 때가 되면 채권자는 가치가 의심스러운 물건을 고객에게 비싸게 팔아야 하는 방문판매원의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앉아서 빌려주고 서서 받는다.’는 말이 있듯 막상 채무자가 이행을 거부하면 답답한 것은 채권자입니다. 채권자는 집요한 영업사원처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빚을 받으려고 즉, 무가치한 채권을 채무자에게 팔려고 시도합니다. 따라서 채권추심 기술은 기본적으로 영업사원의 그것과 같습니다. 전화, 우편, 방문을 통해 직접 변제를 독촉하고 또는 언론매체를 통한 광고 캠페인으로 간접적으로 채무이행의지를 고양합니다. 구매심리를 자극합니다. 건강식품 판매원이 제품을 먹지 않으면 암에 걸린다고 암시하듯 추심을 하는 사람은 이 채권을 되사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돼 인생을 슬프게 마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대폭할인을 해주겠다는 것도 한 수법입니다. 세일이라는 것이 팔리지 않는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던져놓은 고전적 미끼이듯 채권추심에 있어서도 일제정리기간이 조직적으로 또는 추심인 마음대로 설정됩니다. 세일기간이 지난 뒤 원래 정상가격으로 회복되니 좋은 조건의 거래를 위해서는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채권증서에 관해서도 지금 갚으면 이자를 탕감해 준다고 유혹하며 때에 따라 20%,30%까지 원금을 탕감해 주겠지만,20일 뒤에는 이런 혜택이 없다고 선전합니다. 호객 행위에 관심을 보인 사람이 집중적인 마케팅 대상이 되듯 추심직원의 선전에 응해 전화를 한 채무자는 다시 집중적인 전화와 우편에 시달립니다. 따라서 채무자는 이같은 추심 전화, 우편물에 대응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물론 일반 물품 판매와 달리 채무자는 본래 빚을 갚을 법률적인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채권자는 채무자에 관한 채무 불이행 사항을 공동의 전산망에 등재하기도 하고, 채무자를 형사고소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채권자가 임대차보증금, 유체동산, 급여를 압류하면 대다수 채무자는 상당히 불편을 겪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법적 조치는 채권자에게 이득을 주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비용을 발생시킵니다. 따라서 채권자는 실제로 변제능력을 상실한 채무자에 대해 법적 조치를 잘 취하지 않습니다. 막다른 곳에 몰린 채무자는 파산절차를 선택해 채권을 공식적으로 무효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한명금씨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절망적인 것은 아니니, 억지로 상환하려고 애쓰지 말고 워크아웃·파산·개인회생 등 여러가지 채무 재조정 또는 취소 절차를 대안으로 검토할 시간이 충분히 있습니다. 채권자를 무서워하지 마십시오. 빚독촉 전화를 받더라도 사정을 차분하게 설명하고 주눅들지 마십시오. 막상 전화를 해오는 사람은 채권자 본인이 아니라 채권자를 위해 일하는 역시 가난한 직원일 뿐입니다.
  • [뷰티Up 스타일Up-] 가슴짱 자신감짱

    한 30대 중반의 여성이 병원을 찾았다. 출산 후 가슴이 눈에 띄게 처져 옷 맵시도 안나고, 부끄러워 석달을 고민한 끝에 가슴성형수술을 결심했다.‘당당한 가슴’으로 멋진 몸매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여성의 가슴 성형수술이 크게 늘었다. 기혼 여성의 관심도도 높다. 몸짱 열풍,S라인 등의 유행도 가슴확대술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의식변화, 사회생활로 인한 경제적 자립, 성형기술의 진보 등도 이유로 꼽힌다. 가슴 수술의 가장 큰 목적은 뭘까? 아마도 바디라인의 향상이 아닐까 싶다. 매력적인 바디라인의 핵심은 멋진 가슴, 잘록한 허리, 그리고 탄력있는 엉덩이 라인이다. 여성의 가슴은 모유를 분비하는 모성을 대표하는 기관,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꼽을 때 항상 수위에 두는 것 역시 가슴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가슴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두루뭉술하게 기술한다면 원추 모양으로 솟아 있으며, 유두가 가슴 아래에서 1㎝ 이상 위에 위치하고, 탄력있는 것이 매력적이라 하겠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여성들 중에는 이런 조건의 가슴을 가진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도 임신과 출산, 모유 수유, 피부 노화, 그리고 중력 등의 요인이 가슴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는 셈이다. 작은 가슴은 유방 증대술로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액체 실리콘, 파라핀 등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안전성이 입증된 식염수 주입 실리콘백을 겨드랑이나 유두 둘레를 절개해 삽입한다. 아프지 않느냐, 유방암 발병율이 높아지지 않느냐, 장기적으로 위험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걱정없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 병원에서 하는 통증조절장치로 관리하면 수술 후 이틀 정도는 전혀 통증 없이 지낼 수 있다. 가슴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약처방을 해 통증이 심하지 않다. 이렇게 통증 관리를 하기 때문에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의 경우 당일 복귀가 가능하기도 하며, 보통 3일 후에는 활동을 하는데 지장이 없다. 자기 지방을 이식하는 방법도 있다. 처지진 않았지만 가슴 위쪽이 작은 20대 후반∼30대 여성에게 권장해볼 만한 수술이다. ‘자가 지방 소량 다층 지방이식’이라 불리는 이 방법은 부분적으로 지방을 주입한다. 지방 흡수량이 적고, 지방이식으로 인한 합병증이 거의 없는 수술이라 볼 수 있다. ■ 조을제 원장(아이美 성형외과)www.imi.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5) 소유에서 존재로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5) 소유에서 존재로

    지금까지 독자들은 이 연재를 통하여 소유와 존재라는 낱말을 여러 번 보았을 것이다. 이 두 낱말의 의미는 이 연재를 관통하는 핵심적 철학용어 중의 하나인데, 소유라는 개념은 쉽게 와닿지만, 존재라는 낱말은 다소 어려운 의미로 여겨졌을 것이다. 더구나 존재론적 사유라고 하면 더 아득해서 손에 쉽게 잡히지 않는 그런 말이겠다. 실제로 존재와 존재론적 사유는 쉽게 파악이 안 되는 그런 용어이다. 그러면 지금부터 존재의 의미를 살펴보자. 우리는 인생이 있다는 것을 안다. 또 죽음이 있다는 것도 안다. 그리고 내가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막상 인생과 죽음과 내가 무엇인가 하고 묻는다면, 그것들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정의하기가 어려워진다. 돈과 명예와 권력과 지식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다 안다. 그런데 그것들을 내가 소유하려고 하며 또 소유할 수도 있다. 내가 그것들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그것들을 남들에게 자랑삼아 으쓱대면서 제시하거나 전시할 것이다. 물론 제시나 전시하는 방법이 가지각색일 수 있다. 그런데 인생과 죽음과 나를 물으면, 나는 그것들을 남들에게 소유물로서 제시하거나 전시할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나의 소유물일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소유는 인생의 존재를 딛고 서서, 그리고 나를 근거로 삼아서, 죽음의 이전에서만 가능하다. 죽음은 인생에서의 모든 소유의 한계를 뜻한다. 죽음의 너머로 인간은 이승의 어떤 것도 가져갈 수 없다. 모든 소유를 다 버리고 인간은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야 한다. 죽음은 소유의 무상함을 철저히 가르쳐 준다. 죽음은 존재하나 그 누구도 죽음을 소유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죽음은 소유의 탐욕을 철저히 고쳐줄 수 있는 존재의 약이기도 하다. 소유는 미술전시회처럼 전시가능한 것, 제시가능한 것을 일컫는다. 또 소유는 명사처럼 분명히 구획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구획짓기가 불가능한 모호한 것은 소유의 싸움을 일으킨다. 돈의 구획이 불분명하고, 권력과 명예가 선명하게 그어지지 않으면, 사람들 사이에 그것을 소유하기 위해 분쟁이 일어난다. 지식과 도덕도 소유의 영역에 속한다. 지식도 인간이 배워서 소유한 능력이고, 도덕도 사회생활에서 인간들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공공(公共)의 원리가 되기를 사람들이 원한다. 이 말은 사회생활에서 사람들이 도덕을 공통으로 소유하여 그 힘이 지배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인생이나 나와 죽음 등은 내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생이나 나는 소유를 가능케 하는 근거가 되고, 죽음은 소유를 불가능하게 하는 한계상황이다. 철학에서 이런 것을 존재라고 명명한다. 인생이나 내가 있기에 소유가 가능해진다. 인생과 내가 없다면, 무엇 때문에 소유하려고 그렇게 안간힘을 쓸 것인가? 그러나 인생과 나의 구획은 명확하지 않고 대단히 모호하다. 내 인생의 폭과 반경이 얼마나 될는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 그리고 누구나 자의식을 갖고 있으나, 그 자아의 경계가 얼마인지 상상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자아는 넓게는 하늘의 허공만큼 광대할 수 있고, 작게는 바늘구멍만큼 미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존재는 구획불가능하고, 그 경계가 모호하다. 또 존재는 전시되거나 제시될 수 없다. 인생과 자아를 전시하거나 제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가 내 인생을 보여달라고 하면, 나는 비밀창고에서 물건을 꺼내는 것처럼 그것을 전시하거나 제시할 수 없으므로 그냥 있는 그대로 나의 인생을 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방편을 우리는 현시나 계시라고 부른다. 소유는 전시(展示)나 제시(提示)가 가능하지만, 존재는 오직 현시(現示)하거나 계시(啓示)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소유와 존재의 두 번째 차이다. 모든 소유는 대상화가 가능하다. 대상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객관화가 가능하다는 것과 같다. 대상화가 가능하기에 내가 그것을 취득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빼앗길 수 있다. 그러나 존재는 그런 대상화가 불가능하다. 인생과 나라는 것은 모든 대상화를 가능케 해주는 근거이지 스스로 대상화가 안 된다. 나의 인생을 대상화해도 그것을 다시 대상화하는 다른 나 자신이 뒤로 물러나 있기에 결국 나의 인생은 대상화가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소유는 형이하학적인 물질의 영역에서 기술의 대상이거나 경제적 영역으로서 상품가치를 지닌다. 또 다른 한편으로 소유는 형이상학적 정신의 영역에서 사회생활을 혼란과 무질서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사회구성원들이 소유해야 할 정신적·도덕적 가치로서 제시될 수도 있다. 이처럼 소유는 가치와 동격의 의미를 지닌다. 가치가 없는 것을 사람들은 소유하려고 하지 않는다. 인생을 가치있게 만들려는 사상은 결국 인생에서 비싼 소유를 많이 지닐수록 더 값나가는 이치와 같다 하겠다(9회 글). 결국 나의 인생은 가치를 소유하게끔 해주는 근거의 역할을 하지, 그 자체가 가치로 매겨지지 않는다. 존재는 명사적 개념으로 쉽게 구획되지 않고 모호하며, 오직 사실을 사실 그대로 현시하거나 계시할 수밖에 다른 길이 없고, 또 대상화가 안 되고, 경제기술적 가치나 도덕적 가치로 환원되지 않기 때문에 대단히 표현하기 어려운 그런 본질을 지닌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존재는 자의식처럼 나의 존재를 근거로 하여 소유가 생기게 되는 그런 근거와 같다고 언급되었다. 즉 존재는 소유의 근거와 같지만, 존재 자체는 철저히 비소유적이다. 그런데 ‘나’나 또는 ‘우리’라는 자의식이 강렬하면 할수록, 소유는 그런 자의식의 강도에 비례하여 발생한다는 것이다. 소유의식이 두드러지게 대두되는 이유는 경제성과 도덕성에 있다. 즉 경제성은 자아의 이기심이 좋아하는 이익과 연관되어 있고, 도덕성은 공동체적 우리의식의 공공적 정의가 옳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소유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있다. 경제적 자아의식이든 도덕적 공동체의식이든 다 예리한 자의식활동을 전제한다. 그런 점에서 소유의 가치론인 경제기술학과 사회도덕학은 다 의식의 철학에 바탕하고 있다(2회 글). 오랜 세월동안 인간은 가치를 만들고 의미를 창조해야 한다는 요청 때문에 인간의 역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 경제성과 도덕성의 가치창조에 몰입되어 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장사상과 불교사상에서 가치창조를 넘어서는 무위법을 말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인간의 현실세상에 맞지 않는 둔세적 사유라고 하여 개인의 사적 공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과거의 서양철학에서도 존재론이라는 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말은 철학적으로 존재(Being)를 존재자(beings)로 오독한 철학의 과오라고 지적한 이가 바로 독일의 하이데거다. 과거의 전통 철학은 존재를 존재자로 잘못 읽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존재는 쉽게 손에 잡히지 않음으로 사람들은 그것을 존재자로 해석했다는 것이 하이데거의 소론이다. 존재자는 존재를 명사적 개념으로 구획가능한 어떤 형이상학적 대상으로 취급하여,‘신이 존재한다.’,‘사람이 존재한다.’,‘산과 구름이 존재한다.’에서와 같이 주어의 명사들이 바로 ‘존재하다’라는 동사의 개념적 주체와 같은 것으로 보는 그런 철학이 재래의 존재론이다. 이런 철학을 하이데거는 존재자적(ontic)인 사고방식의 철학으로 여겨 존재론적(ontological) 사유와 엄격히 구분했다. 엄밀히 말하여 존재자적인 사고의 철학은 존재론이 아니고 소유론인 셈이다. 왜냐하면 존재자학은 의식이 써먹으려는 소유적 가치의 관념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하이데거는 포착하고 파악하기 어려운 존재론적 사유를 주장하는가? 인생과 세상은 인간이 능위적으로 창조한 경제기술적 가치와 사회도덕적 가치로 황폐화되었고, 따라서 인간의 마음도 그 가치들에 의하여 아집(我執)과 법집(法執)으로 둘러싸여 세상을 여여하게 사실 그대로 보지 못하는 편견으로 꽉 찬 것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함이다. 아집에 먹힌 경제기술적 가치는 탐욕을 부르고, 법집의 분노에 젖은 사회도덕적 가치는 독선의 독기를 세상에 뿌린다. 존재론적 사유는 ‘신/사람/산/구름’ 등의 구분없이 일체의 존재를 명사적 개념으로 보지 않고,‘존재하다.’의 동사적 방식으로서 읽으라는 것이다. 그러면 모든 것들의 존재방식은 서로 연계되어 연기법적으로 얽혀 있어서 우주가 모두 한 몸임을 알게되고, 신약(마태복음 6:25-33)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공중의 새와 들에 핀 백합화’처럼 무위적으로 먹이를 먹고 옷을 입는 사실을 대우주의 필연적 존재방식의 선물로서 깨닫게 되리라는 것이다. 하느님이 새와 백합화에게도 그런 존재의 선물을 주는데, 하물며 지혜를 가진 인간에게 어찌 존재하기에 필요한 경제와 도덕의 선물을 주지 않겠는가? 이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이다. 이것은 이상주의적 공상이 아니다. 이상주의는 이성이 꾸미는 꿈이다. 이것은 그런 꿈이 아니다. 이것은 존재하는 필연법(하느님)의 사실이다. 자연은 필요한 것을 다 보시한다. 이것이 하느님의 사랑이기도 하다. 자연은 인간이 돈의 탐욕으로 환장하거나 정의의 분노로 흥분하지 않으면, 자리이타하는 본성을 준다. 이것이 또한 ‘하느님의 나라와 그 의’를 자연적으로 행하는 일이겠다. 존재론적 사유는 인간의 의식이 잘난 체하지 않고 고요히 쉬면, 깊은 마음에서 본성(本性)과 신성(神性)이 다 함께 공명하는 경제성과 도덕성을 가르쳐 준다는 것이다. 존재론적 사유는 인간도 공중의 새와 들에 핀 백합화처럼 그렇게 살기를 기약하는 지혜닦기에 다름 아니다.14세기 독일의 가톨릭 수도사인 에카르트는 예수가 그리스도의 길을 보여준 하나의 큰 활용이고, 인간 모두가 다 작은 그리스도라고 언명했다. 석가모니가 용대(用大)로 마음의 활용법을 크게 가르쳐 준 화신불(化身佛)이라고 인도 고승 아슈바고샤(1세기)가 말했듯이(11회 글), 예수 그리스도도 인간에게 그리스도가 되는 마음의 활용법을 보여주기 위해서 육화(肉化)하였다는 것이 에카르트의 가르침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열린세상] 인간, 정치, 침팬지, 그리고 성/김욱 배재대 교수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한다. 누구나 한번쯤 들었을 말이지만, 이 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정치라는 용어 자체가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의 정치란 갈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모든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이 혼자서는 살 수 없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면, 인간은 동시에 정치적 동물일 수밖에 없다. 여러 사람이 어울려 같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며, 이러한 갈등에 직면하여 우리는 정치적으로 행동하며 살아가게 된다. 이렇게 넓은 관점에서 본다면, 사실 인간만이 정치적 동물인 것은 아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다른 동물들도 정치적인 성향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침팬지 사회를 연구한 동물학자들에 따르면, 침팬지도 (넓은 의미에서) 정치를 한다고 한다. 우리 인간처럼 대통령, 의원, 정당, 이익집단, 선거 등 제도화된 틀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침팬지 사회에서도 보스, 리더 집단, 연합, 파벌이 존재하고, 또 이들간에 치열한 권력 투쟁이 벌어진다. 인간의 정치와 침팬지 정치를 비교할 때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갈등이 얼마나 적나라한가이다. 침팬지 정치에서 갈등과 그를 둘러싼 투쟁은 매우 적나라하다. 침팬지는 자신의 감정과 의도를 비교적 솔직하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이성과 문화가 발달한 인간 사회의 정치는 갈등을 자제하고 통제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들은 자신의 적 앞에서도 웃으며 악수를 할 수 있는 자제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갈등을 통제하는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가 현대의 민주정치이며, 따라서 민주정치가 발달한 국가일수록 이러한 갈등은 잘 통제된다. 영국의 여야 의원들이 한국의 의원들에 비해 서로 극진한 예우를 하는 것은 영국 사회의 갈등이 한국 사회에 비해 심각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어느 사회든 갈등은 존재한다. 다만 영국은 오랜 전통과 관습을 통해 이러한 갈등을 통제하는 방법을 제도화해 온 반면, 한국은 때때로 통제력을 잃고 침팬지 정치를 재현할 뿐이다. 침팬지가 펼치는 솔직한 정치에는 장점도 있다. 그들은 적나라하게 갈등을 표현하는 대신에 화해도 쉽게 한다. 라이벌간 치열한 다툼 후에는 반드시 털다듬기를 통한 화해와 긴장풀기의 시간이 뒤따른다. 우리 인간 정치가 배워야 할 점이다. 또 한 가지 침팬지 정치가 주는 시사점은 성(性)과 권력과의 관계이다. 침팬지의 보스는 대개 수놈이 차지한다. 그러나 수놈이 보스가 되는 과정에서 또한 보스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암놈의 지지와 도움은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수놈은 이러한 암놈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한다. 최근에 한국 정치에도 여성지도자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제1야당의 대표, 총리 후보자, 그리고 여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도 여성이다. 그러다 보니 소위 ‘여풍(女風)’에 대한 논란도 있고, 세 여성 지도자에 대한 비교도 다양하게 쏟아진다. 특히 강금실 전 법무장관에 대해서는 기존의 여성 이미지인 모성(母性)에 어울리지 않는다든가, 현재의 인기는 거품이라든가, 여러 가지 말이 많다. 강 후보의 매력과 인기의 원천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거품이라 부른다. 그러나 침팬지 정치에서 암놈이 수행하는 다양한 역할을 고려한다면, 그리고 우리가 침팬지처럼 좀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수 있다면, 그의 인기를 단순한 거품으로 치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욱 배재대 교수
  • [발언대] 국방의무와 혼혈인/윤규혁 병무청장

    얼마전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한국계 혼혈인 하인스 워드가 화제가 되면서 단일민족국가인 우리나라에 혼혈인에 대하여 재인식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혼혈인의 병역에 관한 문제도 국회 국방위를 비롯한 각 부문에서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었다. 그동안 병무청에서는 외관상 식별이 명백한 혼혈인에 대하여 제2국민역 처분으로 사실상 병역면제 처분을 하였다. 그러나, 작년 6월30일자로 병역법의 관련규정이 개정됨에 따라 올해 징병검사를 받는 1987년생부터는 외관상 식별이 명백한 혼혈인의 경우에도 본인이 원하면 현역병 또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조직생활을 강조하는 군에서 외모나 피부색이 다른 혼혈인의 경우 자칫 적응에 어려움을 겪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병역면제 처분을 하여 왔으나, 오히려 이것이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취업 등 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혼혈인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혼혈인의 사유로 병역면제를 받은 인원은 연간 10명 내외로 병역자원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없으나, 인권차별의 소지를 없애는 측면과 병역의무 부과의 형평성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는 반만년 역사동안 많은 외침과 전쟁속에서도 단일민족을 유지하여 왔다. 요즈음에는 다원화되고 다양한 삶의 방식이 공존하는 글로벌 시대에 해외 외국인들과의 잦은 교류와 국제결혼 등에 의해 많은 혼혈인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하나의 추세가 되고 있다. 개정된 병역법시행령을 계기로 혼혈인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당당하게 의무를 다하며,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지 아니하고 적극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 혼혈인에 대한 편견이 해소되기를 기대해 본다. 또 우리 국민이 혼혈인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사라지고, 진정한 나의 이웃이라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면 현행 병역법 관련 규정자체도 폐지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윤규혁 병무청장
  • [자동차] 나들이 철 SUV도 ‘봄바람’ 탈까

    [자동차] 나들이 철 SUV도 ‘봄바람’ 탈까

    경유값 인상으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줄 모르고 있다. 정부는 2007년까지 단계적으로 경유가를 휘발유가의 85%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3월말 현재 주유소 판매 휘발유 평균가는 리터당 1476원, 경유는 1174원으로 79.5%까지 올랐다. 목표가격의 턱밑까지 따라온 것이다. 하지만 SUV 경기와 상관없이 자동차업체들은 새로운 SUV 모델을 속속 내놓고 있다. 특히 나들이 수요가 많은 봄철을 맞아 ‘기사회생’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카이런, 액티언 등 SUV 신차를 쏟아냈던 쌍용자동차는 3년만에 프리미엄 SUV 렉스턴 신모델을 출시,SUV 명가 재건을 노리고 있다. 국내 최고가 SUV답게 렉스턴Ⅱ의 전면부 디자인은 뉴체어맨 특유의 크롬도금 3선 라디에이터 그릴을 채택해 중후함과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제3세대 커먼레일 ‘XDi270’ XVT 디젤엔진은 2세대 VGT와 달리 상용 rpm 영역대에서 고르게 최대 토크를 구현할 수 있어 파워풀한 가속성을 자랑한다. 렉스턴Ⅱ는 또 세계적인 명차에만 적용되는 E-트로닉 방식의 벤츠 5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고 다기능 전자제어 ESP(차량자세 제어시스템)와 연동된 파워AWD(All Wheel Drive·상시 4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됐다. 파워 AWD는 전륜과 후륜의 동력 배분을 40대 60으로 나눠 눈길, 빗길, 급 코너링, 경사로 주행에 강하다. 소음·진동도 줄였다. 이밖에 국내 SUV 중 유일하게 후방카메라를 적용, 후진 주차 편의성을 높였고 지상파DMB도 적용됐다. 판매가격은 2WD와 4WD가 있는 RX5 모델(176마력)의 경우 2883만∼3383만원이며 RX7 AWD 모델은 3427만∼3601만원, 노블레스 AWD 모델은 3799만∼4114만원이다.RX7과 노블레스는 191마력. 전 모델에 자동변속기가 기본으로 적용됐다. 이 정도 사양을 갖췄지만 쌍용차는 SUV 경기를 감안해 내수 판매 목표를 월 1500대(수출 연간 2만 5000대)로 ‘보수적’으로 잡았다. GM대우도 첫 SUV ‘윈스톰’의 사진을 공개하며 6월중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윈스톰은 GM대우와 VM 모토리(Motori)가 공동으로 개발한 2000㏄ VGT 커먼레일 디젤엔진이 장착되며, 최대 출력 150마력, 최대 토크 31.6kg·m을 자랑한다.5인승과 7인승으로 출시된다. 전장 4635㎜, 전폭 1850㎜, 전고 1720㎜로 GM대우는 윈스톰의 축거(2705㎜)가 국내 콤팩트 SUV중 가장 길다고 소개했다. 기아차도 쏘렌토 부분변경 모델(2500㏄)을 이달초 선보인다. 볼륨감 있는 범퍼와 강렬한 이미지의 헤드램프를 달았고 차체자세제어장치(VDC) 등 고급사양과 새로 개발한 서스펜션을 적용해 안락한 승차감도 더했다. 수입차업계도 고급 SUV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포드코리아는 최근 월드 베스트셀링카인 익스플로러의 최상급 모델인 ‘뉴 익스플로러 리미티드’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은 기존 모델보다 약 12%(720만원) 저렴한 5140만원으로 책정했다. 도요타코리아도 RX330의 부분변경 모델인 RX350(6960만원)을 출시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박승 한은 총재 “자연인으로 돌아가 팔도강산 유람”

    “이제 본래의 위치인 촌사람, 순수 ‘자연인’으로 돌아갑니다.1일부터는 손수 차를 운전해 팔도강산을 누비며 세상 돌아가는 것을 구경할 생각입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4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반쯤은 아쉽고, 반쯤은 시원하다.”는 그는 이임식에서도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화폐 제도 개혁 제대로 못해 아쉬워” 박 총재는 “1961년 25살의 나이에 한은에서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이제 일흔의 나이에 총재에서 물러나 공인으로서의 생활을 마감한다.”면서 “한은을 가장 사랑한 총재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4년전 총재로 오면서 남북화폐 통합, 한은 독립성 강화, 한은 내부개혁, 화폐제도 개혁 등 네 가지가 구상했던 목표”라면서 “우리 힘만으로 어려운 남북 화폐통합을 제외하고는 웬만큼 이뤘지만, 고액권 발행 등 화폐 제도개혁을 제대로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최근 화두로 등장한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는 “양극화는 경제 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뜻으로,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성공의 결과”라면서 “양극화의 해결은 조속한 구조조정의 완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때 ‘스트레스를 술로 풀지 말라.’는 집사람의 잔소리를 들을 만큼 억울한 일도 겪었다.”면서 “그러나 총재로서 후회없이 정열을 바쳤고 100%는 아니지만 60∼70%는 하고자 하는 대로 했다.”고 회고했다. ●‘박승자박´ ‘오럴 해저드´ 대가 톡톡히 박 총재는 전임 총재들과 달리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소신을 드러내 뉴스거리에 목말라하는 기자들에게는 인기만점이었다. 하지만 ‘박승자박’,‘오럴 해저드(Oral Hazard)’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톡톡히 대가도 치렀다. ●‘한은 독립성 강화´ 최대 치적 임기중 한은의 지상목표인 물가안정을 이루는데는 성공했지만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는 단초를 제공한 것은 부담으로 남는다. 다만 대(對) 정부 관계에서 한은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높이면서 한은의 독립성을 강화한 점은 최대 치적으로 꼽힌다. 그는 동네 목욕탕을 다니고 행원 시절 갔던 을지로, 무교동의 대중식당을 총재가 되어서도 즐겨 찾을 정도로 소탈한 면모를 지녔다. 사후에 재산을 모두 기증하겠다고 이미 밝혔고 39년째 살고 있는 동네의 구청(은평구청)에는 때가 되면 남모르게 이웃돕기 성금을 내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3) 진리의 보편성과 특수성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3) 진리의 보편성과 특수성

    지나온 세월동안 진리의 보편성과 특수성의 인식을 위한 세미나들이 과거에 종종 있었다. 나도 거기에 참석해 본 적이 있었다. 보편성의 실재를 강력히 주장하는 분들은 보편성이 문화적 선진국들에서 전파된 것처럼 여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에 반대의견을 개진하면, 특수성을 보호막처럼 고집하는 국수주의자인 양 취급하려는 사고관행을 보았다. 그 경우에 내가 가장 자주 언급한 철학사상이 율곡의 이통기국론(理通氣局論=보편적인 理는 특수적인 氣의 제약과 같이 실존함)이었다. 나는 유가적인 율곡의 저 말이 진리를 하나로 회통시키는 본질사상과 다양한 사실들을 살리려는 실존사상을 아울러 융합시킨 이사상자(理事相資=진리와 사실이 서로 의지함)나 이사무애(理事無碍=진리와 사실이 서로 장애없이 교환됨)라는 불가적인 화엄사상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늘 생각해 왔었다. 나는 사상의 보편성을 늘 선진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사고방식을 관행으로 여기는 한, 우리가 세계사에 우뚝 솟은 좋은 나라의 성공사례를 역사에 결코 남길 수 없고, 늘 아류국의 후진성을 면치 못하리라 생각한다. 옛날에 보편성이 중국에 있다고 여기는 것이나, 지금 그것이 서양 선진국에 있다고 여기는 것이나 전혀 다르지 않다. 중국 본토와의 교류가 터진 이후 별로 사상적으로 대단찮은 현대 중국의 책들이 번역되어 인기물이 되고, 그 주인공들을 불러 엄청나게 후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옛 사대주의의 업보를 언제 벗게될지 절망을 느낀 적이 있었다. 율곡의 ‘이통기국론’이나 화엄의 ‘이사무애론’이나 다 보편적인 진리는 구체적으로 실존하는 ‘여기와 지금’의 특수한 사실이나 기질의 제약을 떠나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다산 정약용이 우리 조선을 늘 동국이라 칭하는 관행을 비웃으면서, 조선입장에서 보면 조선이 중국이고 중국은 서국이라는 말을 개진했다. 이런 생각을 국수주의로 매도해서는 안된다. 국수주의는 자존망대의 배타적인 사고관행이다. 이것은 황당한 코미디다. 모든 문화는 잡종의 만남이다. 문화적 순종을 찬양하는 일은 근친교배처럼 문화적 허약체질을 만들고 시들어 죽을 뿐이다. 그런데 그 잡종의 만남에 어떤 중심이 따로 없고, 다양한 기국(氣局)의 사실들이 곧 중심이 될 뿐이다. 보편성의 중심은 사실상 어디에도 없다. 모든 기국의 사실에 보편성이 이미 녹아 있다는 것이다. 보편성은 실재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그냥 인간의 본성이 좋아하는 기호일 뿐이다. 그런데 그 본성이 사람들에게 개성과 함께 동거해 있다. 개성과 본성은 이원적인 것이 아니고, 불일이불이(不一而不二=하나도 둘도 아님)나 부잡불리(不雜不離=섞인 것도 분리된 것도 아님)의 방식으로 실존할 뿐이다. 원효나 율곡이 다 이 점을 아주 강조했다. 이것을 우리는 진지하게 사유해야 한다. 김치나 비빔밥이나 된장찌개는 다 한국음식이다. 이 음식이 동시에 국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맛있는 한국음식을 개발하는 길 이외에 우리가 음식문화에서 어떻게 국제적인 경쟁력을 얻을 것인가? 누구나 다 외국음식들을 좋아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좋아하는 보편성이 그들의 특수성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통음식을 수구적으로만 지키려는 순수주의적 자세는 경쟁력에서 이기지 못한다. 왜냐하면 기(氣)의 특수성 속에 이(理)의 보편성이 이미 함축되어 있다 하여도, 그 기의 특수성도 역시 고착적인 것이 아니라, 어떤 습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습관은 어떤 일정한 경향성을 지니고 있지만 불변적인 것은 아니다. 혀의 미각은 인간의 오감의 느낌 가운데 가장 변화에 둔감하다. 그러나 그것도 불변적인 것은 아니다. 기국의 제약성은 기국의 독자적인 폐쇄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미각의 기가 다른 나라의 미각의 기와의 차이의 변별성에 불과하다. 문화는 본디 잡종의 혼융이므로 순수한 것의 독존은 성립안된다. 한국인의 미각도 다른 나라의 것과의 교류관계 속에서 섞이는 혼융이다. 그런 한에서 관계의 차이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상관적 관계의 함수가 다르면, 자기의 맛도 조금씩 달라진다. 그러므로 기국은 자기문화의 어떤 습관화된 기호를 말하지만, 그 기호가 다른 문화와 맺는 상관관계의 함수에 따라 늘 변화를 빚는다. 기국도 시대의 인연에 따라 변한다. 김치도 임란 이후에 고추가 들어와서 맵게 변했다 한다. 그러나 기국은 늘 우리가 살아가는 실존적 살(肉)이다. 이 살을 떠나서 한국인이 성립하지 않는다. 살의 의미를 철학에 처음으로 도입한 이가 20세기 프랑스의 현상학자 메를로-퐁티다. 살을 통하여 내가 느끼고 생각한다. 사실상 살이란 객관적 도구를 통하여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살이 느끼고 생각한다고 말해야 하리라. 왜냐하면 나의 느낌과 생각이 살과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고, 살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살은 주관적인 것인가? 그것은 주관적인 것도 객관적인 것도 아닌 상호주관적인 공통성을 띠고 있다. 살은 물론 내 몸이지만, 그 몸의 영역이 고착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 내 몸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모든 인연이 다 살이다. 내가 만나는 사람만 살일 뿐만 아니라,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현상과 사건도 다 살로서 연장된다. 살은 생활세계의 분위기다. 그래서 우리는 생활세계의 분위기와 함께 느끼고 생각한다. 이것이 문화다. 우리는 우리의 문화가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는 속에서 함께 느끼고 생각하고 말한다. 그래서 기국으로서의 한국문화는 한국인을 낳고 자라게 하는 집단습관의 태반과 같다. 이 집단습관의 태반을 불교식으로 표현하면 무의식의 공동업(共同業)이다. 모든 인간은 다 살로서 생활하고 실존한다. 살의 실존과 관념의 사상이 따로 놀지 않아야 살이 건강하고 행복을 노래한다. 살의 실존과 관념의 사상이 따로 헛도는 경우에, 살은 자신의 공동업이 인간본성의 본질에로 접근되는 해방과 행복의 길을 얻지 못하고 자신의 하고싶은 말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무의미로 천대받는다. 그것은 삼국시대의 무속신앙이 외래 관념사상의 권위에 밀려 천대받아 온 것과 유사하다 하겠다. 살의 실존은 무의식적 공동업의 생활인데, 그 생활이 보편적 의미로 향하여 접목되려는 욕망을 가진다. 그 욕망의 표현이 곧 각 문화권의 관념적 사상이다. 기국이라는 무의식의 공동업은 율곡의 생각처럼 내용을 담는 특수한 기질(氣質)이기도 하고, 또 발현하는 기운(氣運)이기도 하다. 기질과 기운이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기실 같은 의미를 달리 전하는 것이다. 몸은 제약의 기질이지만, 동시에 그 기질을 통하여 우리가 기운을 낸다. 기질이 머금고 있는 특수한 기운이 보편적 의미의 옷을 입고 솟아야 우리의 마음이 유의미해진다. 보편적 의미의 옷이 바로 율곡이 말한 이통(理通)이겠다. 그 의미의 보편적 옷이 다른 곳에서 수입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몸 안에 이미 주어져 있는 인간의 본성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율곡의 이통기국론은 보편적 이(理)가 기국의 살밖에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살의 기질과 기운 속에 함께 동거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화엄학처럼 해석하면,개성의 사실 속에 진여의 진리가 함께 동거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하겠다. 개성이 곧 진여인 것은 아니지만, 개성의 발현을 떠나서 진여의 꽃이 피는 것도 아니다. 이 말은 개성의 업(業) 속에 진여의 출현을 가로막는 장애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을 좀 더 확대하면, 한국인의 상호주관적 공동업의 살 속에 본성인 보편성의 출현을 방해하는 악업이 깃들어 있다는 것과 같다. 한국적 관념의 사상이 한국의 정신문화인데, 이 정신문화가 실존적 살의 분위기와 어긋나 헛돌지 않으려면, 실존의 살이 안고 있는 업장의 병을 고치려는 구원의 사상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관념의 사상이 살이 아파하는 병을 치유할 수 있게 되면, 그 살은 자신의 의미를 말하는 통로를 얻어 세상을 향하여 풍요하고 다양한 삶의 잔치에 높은 대우를 받으면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마치 우리 음식이 자신의 기국을 통하여 세상이 다 좋아하는 세계적 음식으로 통하게 되는 것과 같겠다. 그러기 위하여 좋은 요리사의 창조가 선행되어야 한다. 살의 업은 장애이기도 하고, 동시에 물결이나 나무결과 같은 결이기도 하다. 장애와 결의 차이가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활용(11회 글)에 따라 구분된다. 즉 마음의 활용에 따라 우리를 방해하던 그 업이 오히려 우리를 생기나게 하는 결로 되살아난다. 그러므로 한국의 정신문화는 우리의 공통적인 마음을 잘 활용하는 법을 익히는 이치와 다르지 않겠다. 그렇게 되면 우리 속에 깃든 특수성이 본성의 보편성과 접목하여 각자가 자기의 타고난 결대로 꽃을 피워 이타행을 하며 즐거워하는 찬란한 정신문화의 금물결을 세상에 반짝이게 하리라. 보편성은 밖에서 수입해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속에 있는 본성인데, 이것이 특수성과 함께 살아나는 길을 창조해야 한다. 그러면 왜 외국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외국을 공부해야 한국의 병과 결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를 알기 위해서 자기를 떠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자기는 타자와의 인연에서 생기지, 홀로 독생(獨生)하는 것이 아니다. 보편성이 선진국에 있는 것이 아니듯, 특수성도 자기 것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하이데거는 독일에서만 나오고, 베르그송도 프랑스에서만 생긴다. 듀이는 미국에서만 탄생되며, 도스토예프스키는 러시아적 신비를 풍긴다. 왜 그럴까? 이 물음에 이통기국의 비밀이 있겠다. 성철스님, 청화스님, 숭산스님 등은 한국이 낳은 자랑스러운 고승들이다. 이 고승들의 실존을 한국문화의 이념형(Ideal type=사회문화의 특수성을 인식하기 위하여 경험적 현상들을 개념적 준거의 틀로 유형화하는 막스 베버의 사회학이론)으로 삼을 수 있을까?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김재록 게이트] 기아경제硏 인맥과 줄곧 ‘한배’

    김재록(46·구속)씨는 2002년 현재의 인베스투스글로벌을 설립했다. 한해 전 미국 엔론사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아서앤더슨이 파산한 뒤 새로운 길을 모색한 것. 김씨의 ‘창업 파트너’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김씨가 정치권에서 떠나 잠깐 몸담았던 기아경제연구소 출신과 아서앤더슨의 원래 멤버들이다. 김씨는 1997년 대선 직전 모 언론계 인사의 추천으로 기아경제연구소 홍보기획이사에 영입됐다. 몇개월 밖에 근무하지 않았지만 기아 회생을 위한 섭외 및 전략기획을 맡았던 김씨는 각종 보고서를 만들어내 능력을 인정받았다. 당시 기아 계열사 사장을 지낸 S씨는 “아이디어가 정말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국민의 정부 출범 후 김씨는 예상과는 달리 정치권으로 복귀하지 않고 세동회계법인 경영전략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그쪽(정치) 일은 끝났다.”고 말했다고 한다. 기아경제연구소 박모(52) 이사 등이 김씨와 같은 ‘배’를 탔다. 박씨는 이후 아서앤더슨 등에서 김씨와 줄곧 함께 일한 뒤 현재 인베스투스글로벌 부회장으로 있다. 김씨는 세동회계법인이 안진회계법인에 합병된 99년 이후 새로운 사업 파트너들을 만나게 된다. 원래 안진에 있던 아서앤더슨 멤버들이다. 인베스투스글로벌의 이모(60) 부회장과 신모(47) 사장 등으로 이들은 기아차, 쌍용차 등 자동차업계 경영컨설팅 전문가들이었다. 2001년 말 미국 엔론사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아서앤더슨이 파산하자 김씨와 이씨 등은 인베스투스글로벌을 창업했다. 업계에서는 김씨가 정·관계에 폭넓은 인맥과 특유의 친화력 등으로 수주를 담당하고, 경제연구소 및 아서앤더슨 출신인사들이 실무를 맡는 ‘분업’ 형태로 회사를 키워 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간 큰 청와대비서관…골프자제 분우기속 주말 라운딩

    이해찬 전 총리의 골프 파문 이후 공직사회에 골프 자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한 비서관이 지난 주말 라운딩을 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을 빚고 있다. 이 비서관은 지난 26일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비서실 워크숍을 마친 뒤 경기도 여주의 골프장을 찾아 친구 3명과 함께 골프를 쳤다. 이 비서관은 “3∼4개월에 한번씩 만나는 건데 늦게라도 나와라.”는 친구들의 권유에 따라 오후 2시쯤 골프장에 도착,오후 5∼6시까지 14홀을 돌았다고 밝혔다.그는 “사회생활을 하며 10년 남짓 친분을 맺어온 친구 2명과 이들을 통해 소개받아 6년 전부터 친하게 지낸 대기업 임원 등 3명이 함께 했다.”면서 “이들과는 꾸준히 친목모임을 가져왔으며 이권이나 업무와는 전혀 관계없는 편한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해당 비서관이 워크숍이 끝난 이후 미리 잡혀있던 친구들과의 약속 때문에 뒤늦게 합류해 라운딩을 했고,동반자들이 직무 관련자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간 큰 청와대 비서관

    이해찬 전 총리의 골프 파문 이후 공직사회에 골프 자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김모 비서관이 지난 주말 라운딩을 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을 빚고 있다. 김 비서관은 지난 26일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비서실 워크숍을 마친 뒤 경기도 여주의 골프장을 찾아 친구 3명과 함께 골프를 쳤다.김 비서관은 “3∼4개월에 한번씩 만나는 건데 늦게라도 나와라.”는 친구들의 권유에 따라 오후 2시쯤 골프장에 도착, 오후 5∼6시까지 14홀을 돌았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생활을 하며 10년 남짓 친분을 맺어온 친구 2명과 이들에게 소개받아 6년 전부터 친하게 지낸 대기업 임원 등 3명이 함께했다.”면서 “이들과는 꾸준히 친목모임을 가져왔으며 이권이나 업무와는 관계없는 편한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라운딩 직후 계산을 하려 하자 ‘계산이 끝났다.’고 해 내 그린피를 돌려줬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비서관이 워크숍이 끝난 이후 미리 잡혀 있던 친구들과의 약속 때문에 뒤늦게 합류해 라운딩을 했고, 동반자들이 직무 관련자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커리어 우먼] 이혜나 대투증권 첫 30대 마케팅팀장

    [커리어 우먼] 이혜나 대투증권 첫 30대 마케팅팀장

    이혜나(32) 대한투자증권 프라임마케팅팀장은 증권사 지점에서 근무하던 어느 날, 지점장의 호출을 받았다.“내일 대리 승진 인사가 있는데 자네는 여자고, 나이도 어리니까 나이 많은 남자 동기에게 양보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무슨 말씀이냐.”고 따지고 싶었으나 말 없이 물러났다. 이 팀장은 “실적도 좋고 실력이 뛰어나다는 칭찬도 들었는데, 승진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닫고 충격이 컸다.”고 회상했다. 이 팀장은 학교나 가정에서 성차별을 받지 않고 자란 신세대여서 충격은 더욱 컸다. 그녀는 얼마 후 싱가포르 자본인 ‘친카라캐피털’ 한국 연락사무소로 옮겼다. 이화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쌍용투자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 팀장은 법인 및 파생금융상품 영업을 담당했다. 법인 영업의 필수라고 여겨지던 고객과의 술과 골프도 마다하지 않았다. 술은 잘 못하지만 ‘술집으로부터 가끔 안부전화를 받을 정도로’ 쫓아다녔다. 주말도 없이 골프도 쳤다. ●‘웬만한 남자’ vs ‘잘하는 여자’ 이 팀장은 “웬만한 남자보다 낫다.”는 말을 가장 듣기 싫어한다.“왜 비교대상이 ‘웬만한 남자’인지, 여자가 잘해도 이런 비교 문구밖에 없는지 화가 난다.”고 말했다.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한 지 2년쯤 지나 이 팀장은 남편을 두고 혼자 미국 유학을 떠났다. 신혼인데다 혼자 공부하러 간다니까 주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결혼 때문에 미뤘던 유학을 더 이상 밀쳐놓을 수도 없었지만, 남편과 양가의 지원이 아니었다면 심적 갈등이 더욱 컸을 것이라고 했다.“유학을 고집한 건 더 늦기 전에 실력을 쌓지 않으면 버텨내기 힘들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철저한 프로의식이 배어 있다. 2002년 보스턴 서포크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치고 일리노이 공대에서 금융공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2004년 하나은행에 입사했다가 지난해 7월 통합된 대투증권 상품전략부 차장으로 옮겼다. 지난달 말 팀장급으로 발탁되면서 38년 대투 역사상 가장 젊은 단위조직 책임자가 됐다. 발탁 이유는 ‘국내엔 생소한 파생상품 경험이 풍부하고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잘 골라내는 뛰어난 감각과 눈’ 때문이다. 이 팀장은 수천억원대 자금을 굴리는 기관투자가들에게 해외투자와 대안투자(AI) 상품을 판다.AI는 주식과 채권을 제외하고 부동산, 골동품, 설탕이나 커피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 팀장은 “외국 증권사에 내준 기관 자금을 끌어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녀가 일하는 상품전략부에는 일본 펀드에 재투자하는 펀드, 설탕과 커피에 투자하는 펀드 등을 개발한 30대 이사급인 강창주 본부장, 해외펀드 발굴에 밝은 데이비드 패트릭 차장 등 10여명의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 상사·부하라는 수직적 관계보다 팀워크와 의사소통 등 수평적 관계로 나이와 성의 벽을 넘고 있다. 이 팀장은 대투증권으로 옮겨온 뒤 2000억원의 실적을 유치했다. 해외펀드를 들여올 때 관행이던 외국사와 국내사의 8대2라는 불평등한 수수료 체계를 5대5로 바로잡았다. 큰 소리 한번 내지 않지만 일은 똑 부러지게 처리하는 ‘외유내강형’의 신세대 커리어우먼이다. ●“월급쟁이로 만족할 수 없다.” 대내외적으로 쏠리는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으냐고 묻자 “부담스럽지만 기회라고 생각한다. 지금 시도하고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꼭 성공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일로 말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그녀는 “월급쟁이라고 생각하면 안주하기 쉬워 월급쟁이라는 사실을 잊으려고 한다.”고도 했다. 여성이기를 ‘포기’했던 대선배들의 카리스마는 없단다. 하지만 선배들처럼 여성임을 애써 감추지도 않겠지만 그렇다고 내세우지도 않을 것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업·영업문화가 끈끈한 인간관계보다 시스템과 서비스, 실력 등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어가면서 ‘능력 있는’ 여성들에게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믿는다. 때문에 철저한 자기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 이혜나 팀장은 ▲1974년 서울 출생 ▲이대 경영학과 졸업 ▲1995년 쌍용투자증권 ▲1998년 삼성증권 ▲2000년 친카라캐피털 한국 사무소 ▲2002년 미국 보스턴 서포크대학 경영학석사(MBA) ▲2004년 일리노이공대 대학원 금융공학과 수료 ▲2004년 하나은행 파생금융팀 ▲2005년 대한투자증권 상품전략부 차장 ▲2006년 대한투자증권 상품전략부 프라임마케팅 팀장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흔들리는 ‘닛산 신화’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닛산자동차의 ‘카를로스 곤’신화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닛산자동차 사장인 곤은 21일 트럭을 생산하는 닛산디젤공업 보유주식 19% 가운데 13%를 볼보에 팔았고 4년내 완전매각할 방침이라 이런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브라질에서 성장한 프랑스인 곤 사장은 1999년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던 닛산 사장에 취임했다. 닛산은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극적으로 회생했다. 1999회계연도 7000억엔(약 5조 8000억원) 적자에서 2000회계연도에는 2800억엔(약 2조 3000억원) 흑자로 급격히 호전됐다. 이후에는 승승장구의 기세였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곤의 개혁과 공격경영의 피로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22일 일본자동차 판매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닛산의 일본내 판매는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무려 15.8%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연속 두자릿수로 판매가 줄었다. 북미시장에서도 지난해 4·4분기 도요타는 약 6%, 혼다는 2% 늘었으나 닛산은 약 7%나 줄었다. 문제는 닛산의 판매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다. 일본시장에서는 신차를 투입해도 두자릿수 감소가 계속되고 있다. 약한 품질 경쟁력이 부각되는 것도 큰 부담이다. 닛산은 미국의 GM, 포드처럼 대량생산에 의한 비용삭감 방식을 고집, 위기로 몰리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taein@seoul.co.kr
  • [WBC] ‘환상의 수비’만으론 부족했다

    ‘환상 수비만으로는 부족했다.’ 한국은 19일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0-6으로 완패했다. 일본은 홈런 2개를 포함해 장단 11안타를 폭발시킨 반면 한국은 특유의 환상 수비를 다시 뽐냈지만, 방망이 불발(4안타)로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 타선은 상대 선발인 ‘포크볼의 달인’ 우에하라 고지(요미우리)의 포크볼과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빠른 볼에 속수무책이었다. 선발 서재응(LA 다저스)은 5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텨 나름대로 제몫을 다했다. 하지만 ‘황금계투’를 자랑했던 불펜투수들이 뒤를 받쳐주지 못했다.‘일본 킬러’ 구대성(한화)이 옆구리에 담이 생겨 등판하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한국으로서는 심리적 부담이 큰 경기였다. 일본을 연파하며 전승 가도를 달린 한국으로서는 ‘이기면 본전’이었지만 한국에 연패를 당하면서도 기사회생한 일본은 ‘보너스 게임’의 성격이 짙어 부담이 덜했다. 일본은 초반부터 주자를 내보내며 분위기를 잡아나갔지만 한국 타선은 연신 헛스윙으로 일관해 답답했다.중반까지 우익수 이진영(SK)과 유격수 박진만(삼성)의 호수비로 간신히 실점을 막아냈지만 타선은 끝내 침묵했다. 일본이 득점을 못해 전전긍긍하던 초·중반 선취점을 올렸으면 이날 경기 흐름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중심타선의 이승엽(요미우리)과 최희섭(다저스)은 무안타로 부진했지만 일본의 ‘천재타자’ 스즈키 이치로(시애틀)는 5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둘러 대비됐다. 불안한 0의 행진은 7회 깨졌다. 일본은 마쓰나카 노부히코가 전병두(기아)로부터 2루타를 뽑아내며 득점의 물꼬를 텄다. 바뀐 투수 김병현(콜로라도)은 다무라 히토시를 삼진으로 돌려세워 불을 끄는 듯했지만 대타 후쿠도메 고스케에게 통한의 우월 2점포를 얻어맞았다. 이후 일본은 잇단 적시타를 터뜨리며 5-0으로 달아나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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