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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 직장인들의 회식에 대한 단상

    [20&30] 직장인들의 회식에 대한 단상

    지난해 3월 대학을 졸업하고 중소 규모의 리서치 회사에 입사한 차모(25·여)씨는 첫 회식 자리에서 처음으로 잔돌리기와 폭탄주를 알게 됐다. 사장이 먼저 마시고 잔을 돌리면 술을 안 마실 수 없는 애매한 입장이 됐고, 조금 있다 등장한 ‘타이타닉’ 폭탄주 게임에는 매번 걸려 눈물을 머금고 ‘폭탄’을 들이켜야 했다. 특히 모든 회식이 간부들이 좋아하는 메뉴와 술로 정해지고, 강제적으로 참여해야만 하는 강압적인 분위기가 차씨에겐 견디기 힘든 고문이었다. 계속되는 회식에 차씨는 6개월만에 직장을 그만두고 회식이 거의 없는 외국계 회사로 이직했다. ■ “회사 관두겠소” 술술 푸다 폭탄선언 “스트레스를 풀자고 하는 회식인데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여 회식을 하고 나면 야근한 것 이상으로 피곤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몇몇이 즐기는 회식이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올 7월 청운의 꿈을 품고 대기업에 입사한 정모(24·여)씨도 첫 회식부터 회사에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입사 전 친구들로부터 술자리에 대한 고민을 많이 들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강권하는 술잔에다 2차 노래방 도우미까지 불러대는 뻔뻔한 상사들의 모습에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술을 잘 마시진 못해도 대학시절 동아리에서 어느 정도 분위기를 맞추는 법을 배운 정씨였지만 회사 회식은 차원이 달랐다.“파도 타기를 하며 몇 순배 술이 돌아 구토를 하고 나면 ‘내가 이렇게까지 이 회사에 다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어렵게 들어온 회사라 그만둘 수도 없고, 결국 다음 회식에도 같은 이유로 괴로워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또 힘들어하죠.” ●조폭식 회식에 광란의 가라오케까지 1999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 반도체 장비제조업체 경리직으로 입사한 이모(25·여)씨는 120여명이 모인 회사 전체 회식에서 ‘조폭 문화’를 발견하곤 큰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고깃집 하나를 통째로 빌려 천장이 떠나가라 시끌벅적하던 사원들은 사장이 술잔을 들고 일어서자 갑자기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사장이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위하여!’를 외치자 사원들은 모두 충성을 맹세하듯 경쟁적으로 크게 복창한 뒤 미친 듯이 마셔댔다. 이씨는 “왜 그런 식으로 조폭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난해 11월 한 홈쇼핑 회사에 입사한 김모(28)씨는 남다르게 논다는 PD들의 회식에 혀를 내둘렀다.1차에서 고기와 소주로 시작한 회식은 2차 가라오케에 가서 절정에 이르렀다. 폭탄주가 돌기 시작하더니 댄스곡을 크게 틀어놓고 테이블에 올라가 춤을 추거나 크리넥스 통을 들고 한 장씩 티슈를 뽑아가며 분위기를 띄웠다. 어안이 벙벙해진 김씨가 평소 좋아하던 발라드곡을 예약하자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고 결국 김씨도 곧 그 분위기에 동화되고 말았다.“처음엔 왜 저렇게 미친 듯이 노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죠. 하지만 1년 남짓 되니 어느새 벨트 풀고 휴지 뽑으며 놀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도 놀라게 됐죠.” ●패밀리 레스토랑에 야유회, 웰빙 회식도 있다 2004년 4월 한 영자신문사에 입사한 김모(26·여)씨. 신문사 회식에서 술을 엄청 마신다는 소문에 기가 죽어 있었지만 이 회사는 따로 정해진 정기 회식은 없었다. 입사한 지 넉달만에 사장 주최로 열린 회식은 점심 시간에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고급 해산물 요리 등을 함께 먹는 자리였다. 의아했지만 김씨는 이런 회식에 대찬성하는 입장이다. 김씨는 “이른바 말하는 단합대회 형태의 회식이 주는 장점보다 술 때문에 서로 실수하면서 서먹해지는 일이 오히려 더 많은 것 같다.”면서 “술을 마시며 속을 털어놓고 이야기는 할 수 있지 않으냐고 묻지만 사회생활에서 개인적인 속마음까지 털어놓으며 할 일은 크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8월 한 공기업에 입사한 김모(26)씨도 변형된 웰빙 회식에 대찬성이다. 김씨는 입사 이틀 뒤 횟집에서 가진 첫 회식에서 술은 반주 정도로만 걸치며 선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는 술자리보단 주로 맛집이나 공연을 찾아다니며 단합하는 분위기였고, 때로는 회사를 벗어나 교외에서 체육대회 등을 하며 이야기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공연 등을 찾아다니면서 교양도 쌓고 개인 시간도 보장되니까 굳이 술자리 회식을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음의 벽 허물기 위해 ‘필요악’” 하지만 술자리 회식에 대해 찬성론을 펼치는 ‘2030’도 적지 않다.2004년 8월 한 의류업체에 취직한 조모(26)씨는 선배들과의 술자리에서 털어놓는 이야기가 마음 편하다. 첫 회식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양주와 맥주 폭탄주를 거푸 마신 뒤 구토까지 한 조씨를 선배들은 한마디 싫은 소리 없이 뒤치다꺼리를 해줬고 집에까지 바래다줘 친근함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엔 점점 달라지는 술자리 문화 때문에 제대로 회식다운 회식을 못했다. “두 차례 후배를 받아보면서 제대로 추억을 만들 일이 없어 외려 서먹한 것 같아요. 술자리 회식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필요한 것 같아요.”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실수 안해 좋소” 술술 빼고 웰빙선언 서울메트로(옛 지하철공사)에서 11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모(40)씨는 회식자리에서 갓 입사한 후배들을 보면 괘씸한 생각이 먼저 든다. 평소엔 생기발랄하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입사 초년병들이 대견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유독 회식자리에서만큼은 인상을 찌푸리는 후배들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예전처럼 회식자리가 잦은 것도 아니고 한 달에 2∼3차례 정도인데 이 시간마저도 힘들어하는 후배들과 무슨 일을 함께 할 수 있겠느냐.”면서 “회식은 직장 동료들끼리 스킨십 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새내기들이 업무처럼 회식도 적극적으로 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실 직장 내 회식에 대해 연령대가 높을수록 더 많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후배들 못지않게 선배들도 회식에 대해 남모를 부담이 있다는 방증이다. 한 리서치 전문기관에서 직장인 1817명을 대상으로 ‘회사 회식 자리에서 남들보다 잘 놀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습니까.’라는 조사에서 응답자의 40.2%가 ‘있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20대 19.4%,30대 20.5%,40대 20.1%,50대 이상 32.5%로 나타났다. 공무원인 이모(41)씨는 “사실 젊은 사람들과 함께 회식할 때면 후배들이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지 걱정된다.”면서 “회식을 주도하는 선배가 후배들에게 찍히는 풍토가 돼버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특히 공무원 사회가 일반 회사보다 위계질서가 엄하다보니 젊은 사람들은 회식자리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되는 것 같다.”면서 “설사 그렇더라도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듯이 회식을 젊은 분위기로 끌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회식은 예전처럼 술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연극이나 영화 관람 후 맥주 한 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선배들이 후배들과의 회식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많은 선배들은 회식자리에서 버릇없는 후배들의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출판 관련 전문직에 종사하는 배모(44)씨는 “연말을 맞아 후배들과 회식자리를 자주 갖게 된다.”면서 “회식 때마다 버릇없는 후배가 꼭 한 명씩 등장해 분위기를 망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성격이 자유분방하면서도 동시에 선후배 사이의 예의를 많이 강조하는 편이다. 그는 “선후배가 모여 흉금없이 고민을 나누는 것은 좋지만 그런 와중에도 선배에 대한 예의는 지켜줘야 한다.”면서 “술 먹다가 선배를 친구처럼 대하는 후배를 보면 회식을 바로 끝내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국어 교사인 박민혁(39)씨는 “회식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데 후배들이 이점을 간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교사들이 특히 개인주의적인 면이 많다.”면서 “요즘 교사에 임용되는 후배들이 더욱 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학생들에게 단체생활을 지도해야 하는 교사가 스스로 조직이나 단체 모임을 거부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모순”이라면서 “후배 교사들이 회식에서도 스스로 뭔가를 배우려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기획]‘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이렇게 풀자

    [기획]‘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이렇게 풀자

    유엔 인권기구가 우리나라 정부에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해 보상할 것을 권고하면서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가 다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해 대체복무 등의 대책을 세울 것을 권고한 데 이어 관련 시민단체와 인권 변호사 등도 후속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온 전문가 2명을 만나 유엔 권고 이후 국내 이행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양심따른 병역거부 실현 연대회의’ 한홍구교수 인터뷰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한홍구(47·성공회대 교수) 공동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유엔 인권기구가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해 보상하라고 권고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사실 좀 망신스럽다. 권고 자체가 피해 당사자들한테 유리하게 나온 건 좋지만 우리 정부가 일을 못해서 외부에서 보상 권고까지 한 것은 망신이다. 전세계에서 병역 거부로 인해 징역을 살고 있는 사람이 1100여명인데 이 가운데 95%인 1000명 이상이 한국에서 나왔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이번 권고안은 두 명에 해당하지만, 정부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매일매일 보상을 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90일 이내에 재발 방지 의무와 구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어떤 후속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유엔 인권기구의 권고는 병역법을 개정하라는 의미다.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해 더 이상 형사 처벌받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간단하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대체복무제도를 이미 갖추고 있다. 공익근무요원, 주차단속요원, 산업체요원, 상근예비역, 전경, 의경 등이다. 대체복무에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 주고 4주간 군사훈련만 면제해 주면 된다. ▶형사 처벌을 받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개인청원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몇 명이나 되며 어떤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가. -195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대략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집단적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책을 빨리 세우면 집단 행동은 없을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에서 군대를 안 간다는 것은 ‘주홍글씨’ 성격이 짙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본적으로 군 복무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많은 손해를 보는 구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군대에 갔다 오는 것은 굉장한 불이익을 안게 돼 있다. 현역으로 군 복무 하는 사람들은 몸으로 현물세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불이익을 바로잡아야 한다. ▶병역 거부에 대한 논란만 있고 제도가 빨리 도입되지 않는 이유는. -병역 문제에 대해 굉장히 잘못된 인식이 있다. 국가주의·군사주의·반공주의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살생을 금지하는 불교조차 군사주의에 예속돼 병역 거부 문제가 심각하게 구제되지 못하고 있다. ▶양심의 자유보다 국방의무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생각은. -두 개의 가치가 충돌할 때 어떤 게 우위를 점하는 게 아니라 서로 조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국방의 의무나 양심의 자유도 분명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교집합이 있다고 본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차지훈 변호사 ‘유엔인권기구 권고 이행방안’ 보고서 “유엔 인권 관련 위원회의 권고를 계기로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사후시스템을 만들고, 이에 근거하여 보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백승헌)이 11일 주최한 ‘2006 한국인권보고대회’에서 참석한 차지훈(43·민변 국제연대위원회)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유엔 권고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차 변호사는 인권보고대회에서 ‘국제인권기구 권고에 대한 국내 이행방안’ 보고서를 냈다. 차 변호사는 “그동안 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권고를 법원이 확정 판결한 사안이고, 국내 실정법과 충돌한다는 이유로 무시해왔다.”면서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가 된 이 시점에서 예전과 같은 대응은 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권이사회의 권고를 이행한 외국 사례는 ▲시혜적으로 보상금 지급 ▲이행법률을 새로 제정 ▲기존 국내 절차에서 처리한 경우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네덜란드, 우루과이, 에콰도르 등의 국가는 시혜적 보상제도를 이용한다. 보상제도는 손해배상제도와는 달리 위법성이나 관련 공무원의 고의·과실이 없어도 이루어질 수 있어 국내법과의 충돌을 줄일 수 있다. 네덜란드는 ‘반 알펜’ 사건에서 “인권이사회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그 결정을 존중,5000길더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콜롬비아는 인권이사회가 결정한 사안에 대한 보상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인권이사회의 결정이 나면 사법부는 보상 액수만을 결정하는 데 관여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등으로 국가행위의 위법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일괄해 구제하는 보상제도가 있다. 인권이사회의 금전 보상에 대한 권고가 있는 경우 콜롬비아나 보상관련 법률을 참고해 보상 여부를 결정·집행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페인 헌법재판소는 인권이사회의 결정이 재심 사유로서 ‘새로운 사실’에 해당한다고 판시, 기존 절차와 조화를 이뤘다. 핀란드 정부도 인권이사회의 보상 권고에 따른 행정소송을 받아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비상상고와 같은 비상구제 절차가 있지만, 인권이사회의 권고를 재심 인정 사유로 존중해 인정하는 법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인권이사회의 규약 위반 판단이 있으면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비상상고하도록 법률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차 변호사는 “인권이사회의 권고는 법령의 개정 등 입법적 측면까지 걸쳐 있어 이행하기가 쉽지는 않다.”면서 “하지만 인권옹호 국가를 지향하면서 이런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대단히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임광욱기자 limi@seoul.co.kr ■ ‘민변 2006인권보고서’ 요약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1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개최한 ‘2006 한국인권보고대회’에서 “수도권지역의 주택가격이 올라 서민생활에 압박을 주어 국민의 주거 기본보호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변은 “경기침체로 임대료와 관리비 체납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대한주택공사는 매년 임대료 5% 이상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징수유예조치 등을 통해 경제회생을 지원해야 하며, 개발예정지역의 강제 철거로 빚어지는 인권유린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인권보고서 요약. ●노동분야 임금 노동자의 50%를 넘어선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은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정규 노동자들은 그 절박함에 극단적인 투쟁 방법을 선택하는데, 정부는 강제 진압·대량 구속에만 열을 올린다. 특히 근로계약 내용에 관한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지는 원청 사업주의 사용자성 문제는 제도적으로 풀어야 한다. 건설노동자가 자주적으로 결성한 노조가 자율적인 단체교섭을 거쳐 노조단결활동에 필요한 ‘전임비’를 확보한 것에 대해 ‘공갈죄’를 적용, 노조 간부들을 구속하는 것은 노사관계를 19세기로 돌려놓는 것이다. 복수노조 금지 제도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단결권의 핵심 내용인데, 노사정 합의라는 이름으로 다시 유예됐다. 공무원 노조를 ‘불법 단체’라고 하면서 사무실을 강제로 폐쇄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유감이다. ●교육분야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은 줄어드는 반면, 대학교육기회의 불평등과 지나친 성적 경쟁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학교환경위생정화 구역 내에서 재개발·재건축이 시행되고 있거나, 계획되고 있는 곳이 무려 900곳이 넘어 학생들의 학습환경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규모 식중독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때에도 사후약방문 격으로 대책이 논의되는 실정이다. ●주한미군 관련 평택미군기지 예정지인 대추리·도두리 농지 일대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설정, 주민의 영농 행위를 차단하고 출입통제 등 인권침해 행위가 자행됐다. 올해 9월과 10월에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란이 벌어졌다. 보수진영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자체를 반대하면서 전쟁위협론과 한·미동맹유지론을 다시금 제기했다. 그러나 주권국가로서 작전통제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미국측이 조기환수를 요구하면서 이런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말았다. ●여성 KTX여승무원 불법도급 문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 시정을 권고했으나 시정하지 않았다. 성매매방지법 시행 2년이 지났지만 업주 처벌이 약식 명령에 그치고, 몰수 등 추징규정도 약해 성매매 근절에 충분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언론 박근혜 피습사건과 일심회 간첩 의혹사건 보도에서 언론은 선정적인 보도와 왜곡보도를 일삼아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했다. 사립학교법 개정에서는 여당과 야당의 정쟁에 초점을 둬 양비론적 입장에서 보도하는 데만 그쳤다. 포스코 사태 보도에서는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왜곡된 하도급 구조, 그에 따른 비정규 건설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노조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만 있었다. 임광욱기자 limi@seoul.co.kr
  • 생사 기로에 선 ‘팬택 신화’

    생사 기로에 선 ‘팬택 신화’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 3위인 팬택 계열이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팬택계열은 11일 공시를 통해 “채권금융기관 협약에 따른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추진을 채권금융기관에 신청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고 밝혔다. 워크아웃이 통과되면 채권 상환이 유예되고 채권단의 공동 관리와 본격적인 구조조정 등을 통해 회생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현재 팬택의 부채는 1조 4753억원이다. 이에 앞서 팬택 계열 채권을 보유한 12개 채권 금융기관은 지난주 자금난을 겪는 팬택 계열의 워크아웃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현재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대부분 채권은행들은 워크아웃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워크아웃 절차가 개시되더라도 나머지 채권 보유자들의 협조가 없으면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제2금융권이나 기업어음(CP), 회사채 보유자들의 동의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채권단이 워크아웃에 모두 동의하면 채권금융기관은 팬택 계열의 채권 유예와 자금관리단 파견, 외부 실사기관 선정, 채권금융기관협의회 구성 등을 결정한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무난하게 워크아웃이 통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워크아웃이 실패하면 팬택 계열은 법정관리나 부도를 맞게 된다. 1991년 자본금 4000만원, 직원 6명의 호출기 생산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팬택은 그동안 연평균 66% 성장해 왔다.2001년 현대큐리텔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SK텔레콤의 자회사였던 SK텔레텍을 인수·합병하는 등 잘나가는 기업으로 꼽혔다. 지난해말 기준 임직원 4500여명, 매출액 3조원대에 육박하는 국내 휴대전화 업계 중 한 축으로 급성장하며 ‘벤처신화’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실적부진에 따른 경영난으로 자금압박을 받아왔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판도가 노키아·삼성·모토롤라 등 글로벌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면서 팬택과 같은 중견기업이 설자리를 잃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게다가 SK텔레텍을 인수했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또 올해 중견 휴대전화업체인 VK의 부도 이후 강화된 금융권의 여신 관리도 위기를 불러온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매출액은 2조 568억원, 적자는 740억원이다. 이에 맞서 팬택은 지난 5월과 10월 1000여명의 인력을 구조조정했다. 또 여의도 사옥을 매각하고, 해외시장 판매망을 축소하는 등으로 자구책을 모색해 왔지만 역부족이었다. 앞으로 보다 강도높은 구조조정도 불가피해졌다. 팬택 계열 김만기 상무는 “채권단의 결정이 내려지면 앞으로 일정에 대해 협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휴대전화 유통업체 중 하나인 미국 유티스타컴이 내년에 5000만달러를 팬택앤큐리텔에 투자할지와 팬택의 2대 주주인 SK텔레콤의 자금 지원 여부,SK텔레콤의 팬택 인수합병 가능성 등이 변수로 남아 있다. ●기업개선작업과 워크아웃은 기본적으로 같은 개념이고 절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워크아웃은 2001년 제정돼 2005년에 시한이 끝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해 이뤄진 것이고 기업개선작업은 채권금융기관의 자율적 합의에 의해 실시되는 재무구조개선 작업이라는 차이가 있다. 이두걸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경제 살리기 신년구상…경쟁 뜨거운 한나라 ‘빅3’

    한나라당 대권주자 ‘빅3’의 경제살리기 신년구상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들은 신년 초 각 언론사별로 대권주자 지지도가 발표되고 그 결과가 당내 경선구도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정책구상에 진력하고 있다. 특히 내년 대선에서는 경제살리기가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경제회생 대안 개발에 ‘올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근혜 “과외 수업중”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10일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경제정책을 가다듬는데 진력했다. 내년 대선의 최대 화두는 경제라는 인식 아래 여러 경제 전문가들로부터 과외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와 해상운송을 결합한 형태의 ‘열차 페리’ 구상을 밝히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사실상 독점해왔던 경제공약 경쟁에 도전장을 내던질 정도로 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작은 정부, 큰 시장’ 기조의 감세정책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밝히고 있다. 이정현 공보특보는 “국정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 손학규 “空約은 뺀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도지사 경험을 최대한 살려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대규모 프로젝트 중심으로 경제계획을 구상하기보다는 중소기업과 서민들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개발에 매진한다는 입장이다. 민간기업들을 위한 규제 개선문제에 집중하거나 서민들을 염두에 둔 부동산 정책을 집중적으로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손 지사측은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서는 ▲공공택지 및 주택분양원가 전면공개 ▲국민주택분양가 심사제 도입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또는 감면 ▲주택·토지공사 개혁 등을 제시했다. 이수원 공보특보는 “나중에 공약(空約)으로 그칠 비현실적인 정책보다는 실현가능한 정책개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락 김준석기자 jrlee@seoul.co.kr ● 이명박 “부동산 고심”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한반도 대운하프로젝트를 비롯해 서민층 1가구 1주택 공급, 과학문화도시 건설 등 경제정책에서도 대권 예비경쟁 판도를 주도하고 있다고 자체 판단하고 있다. 내년 초까지만 이런 페이스를 유지하면 이른바 ‘대세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분위기다. 이 전 시장은 경제정책을 시기별로 나눠 수립하고 있는 중이다. 단기적으로는 국내외 현장들을 섭렵하는 등 정책탐사활동을 준비하고 있고, 중기적으로는 각 분야의 전문가그룹으로부터 국가발전전략을 구체화한다는 복안이다. 조해진 공보특보는 “부동산, 사교육비, 일자리 문제 등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 구상에 대해서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 [CEO칼럼] 따뜻한 경영, 따뜻한 사회/김영수 신창건설 대표

    [CEO칼럼] 따뜻한 경영, 따뜻한 사회/김영수 신창건설 대표

    한여름 홍수피해로 떠들썩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다. 이맘때면 시내 거리거리에서 자선냄비를 앞에 놓고 사랑의 종소리를 울리는 구세군들을 만날 수 있다. 지나온 한해를 돌아보는 것과 함께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나게 하는 정경이다. 요즘 우리사회를 보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깊어지는 듯하다. 얼마 전 보도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점점 더 줄어드는 반면 하류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더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부유한 사람들보다는 서민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더 크다. 이런 때일수록 어려운 이웃과 나눌 수 있는 마음이 더욱 필요하다. 한때 외국의 대기업이나 대부호들의 기부사례들이 소개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는 일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한편에서는 어렵게 생활하면서 모은 전 재산을 장학금이나 기부금으로 내놓는 미담도 더러 소개되곤 한다. 이런 얘기들을 들으면 기업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요즘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기업들 또한 나름대로 소외된 이웃들을 돌아보고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200여개 기업들의 사회공헌액이 1조 4000억원이었다고 한다.2000년의 7000억원에 비하면 5년사이에 2배 늘어났다. 이처럼 기업들의 사회기여 활동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라고 한다. 예전처럼 무슨 때에 맞춰 마지못해 성금을 내놓거나 하는 생색내기 공헌이 아니라는 얘기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연말은 물론 연중에도 수시로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없는지 돌아보고 필요한 부분을 지원한다. 기업들이 이웃과 함께하는 사회기여 활동을 펴자면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할 것임은 당연하다. 그래서 요즘에는 최고경영자(CEO)의 덕목에 따뜻한 경영을 추가시키기도 한다. 최근 새로운 경영리더십으로 떠오르는 지식경영이나 감성경영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세계적인 경제지인 ‘포천’지가 가장 존경받는 CEO를 선정하는 기준은 얼마나 따뜻한 마음으로 기업을 경영하는가에 두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의 기업경영은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함께 지녀야 한다는 얘기다. 따뜻한 경영이란 비단 이웃을 돌아보는 것뿐만은 아닐 터이다. 곧 회사의 사원들을 내 가족처럼 아끼고 인간적인 신뢰를 구축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가정이다. 따뜻한 가정이 따뜻한 회사로, 그것이 다시 따뜻한 사회로 이어지게 된다. 모름지기 집은 생활을 담는 그릇이라고 한다. 의(衣), 식(食)과 함께 집은 우리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의 하나다. 모든 사회생활의 출발이 집으로부터 비롯된다. 집이 없으면 안정되고 따뜻한 가정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 집을 두고 ‘보금자리’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바로 그런 연유다. 그래서 집을 짓는 기업인의 입장에서 따뜻한 가정과 따뜻한 경영의 의미는 다른 기업인들보다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그래도 우리 모두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와 이웃을 돌아본다면 올해 연말은 쌀쌀한 날씨도 녹일 수 있는 훈훈함으로 가득 차지 않을까. 김영수 신창건설 대표
  • [커리어 우먼] 미래에셋증권 위민선 이사

    [커리어 우먼] 미래에셋증권 위민선 이사

    증권가에는 여성 임원이 4명 있다. 대신증권 이어룡(53) 회장, 삼성증권 이정숙(41) 상무, 한국투자증권 박미경(47) 상무, 미래에셋증권 위민선(39) 이사 등이다. 이 회장은 고 양회문 회장이 세상을 뜨면서 지금 자리에 올랐고, 이정숙 상무는 법무법인에 근무하다 1999년 삼성증권 법무실로 옮겨왔다. 금융기관에 입사, 밑바닥부터 시작해 임원이 된 사람은 박 상무와 위 이사 등 두 사람이다. ●증권가 최연소 30대 여성 임원 이 가운데 위 이사는 지난달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증권가의 첫 30대 여성 임원이다. 지난 10월 32개 초·중·고등학교의 신·증개축 사업에 참여하는 1439억원의 ‘미래에셋맵스 학교 BTL 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 출시 성공이 가장 큰 힘이 됐다. 이 신탁은 만기가 21년 6개월로 국내에 설정된 펀드 중 운용기간이 가장 길다. 위 이사는 “금융시장에 장기상품 시장이 생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위 이사는 우리은행에서 1999년부터 3년간 리츠(REITs·부동산간접투자펀드)를 담당했다. 당시는 리츠라는 용어조차 낯설던 때였지만 그녀는 부동산펀드가 성공할 것이라고 판단, 건설교통부의 리츠제도화팀이 주관하는 공청회 등에 자주 참여했다. 당시 그녀를 눈여겨 본 오용헌 미래에셋증권 상무가 3년간 쉬고 있던 그녀를 발탁한 인연도 여기에서 시작됐다. 대우투자자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위 이사는 SEI에셋코리아투자자문, 리젠코리아, 우리은행 등을 거쳐 2002년 미국으로 갔다. 미국에서는 해운회사에 다니는 남편과 두 딸을 뒷바라지하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귀국해서도 1년간 전업주부였으나 다양한 곳에서 일자리를 제의받자 ‘이제는 자리를 잡아야겠구나.’라고 생각, 지난해 7월 미래에셋증권에 입사했다.“최고라는 자만심이나 최고가 아니라는 패배감이 아니라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한 회사”라는 것이 선택의 이유였다. ●“새 정보는 항상 다른 사람과 공유” 3년간 쉬었던 그녀를 사람들 뇌리에 남게 한 것 중 하나는 미국으로 떠나면서 보낸 인사장이었다. 미국에 간다며 인사할 사람을 헤아려 보니 450명. 모두에게 감사했다는 인사장을 보냈고 이들은 가끔 미국에 있는 위 이사에게 전화하거나 이메일을 보내면서 업무나 시시콜콜한 일상들을 전해줬다. 이들이 미국에 오면 위 이사 집이 거처가 되기도 했다. 임원 승진 인사가 언론에 보도되기 전 그녀는 다시 전화통을 잡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신문·방송을 보고 승진 소식을 알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서다.‘축하해달라.’는 그녀의 솔직한 말에 다들 웃더란다.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다른 사람과 나누는데 인색하지 않다. 위 이사가 담당하는 사회간접자본(SOC)팀에는 한 사업에 한 파일밖에 없다. 각자 정보를 각자 파일이 아닌 함께 보는 파일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위 이사는 “정보를 남에게 주면 그 사람이 나보다 더 나아질 거라는 생각은 바보같은 생각”이라고 강조한다. 정보를 남에게 전달해 주는 순간, 다시 한번 생각하고 확인하게 되기 때문에 정보가 더 정확해진다. 남에게 얻은 정보를 자기 것인 양 치장한다 해도 평소 자신의 능력을 아는 윗사람을 속이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녀도 때로는 난관에 부딪힌다. 그 순간에도 그녀는 밝은 면을 보려고 애쓴다.“푸념만 하다 보면 그 순간에 잡을 수 있는 것들마저 놓쳐 버린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그녀는 누구에게나 웃는 얼굴이 예쁘다며 사람들에게 힘들어도 웃으라고 강조한다. ■ 위민선 이사는 ▲1986년 성심여대 수학과▲1990년 대우투자자문▲1992년 SEI에셋코리아투자자문▲1998년 리젠코리아▲1999년 우리은행▲2002년 도미▲2005년 7월 미래에셋증권 부동산금융본부 SOC팀장▲2006년 11월 미래에셋증권 이사 글 전경하 사진 류재림기자 lark3@seoul.co.kr
  • “파렴치범 몰리는건 막아줘야”

    “파렴치범 몰리는건 막아줘야”

    유엔 인권기구가 우리 정부에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해 보상하라고 권고하면서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가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유엔 권고에 대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는 찬반 논쟁이 뜨겁게 전개됐다. 인권단체들은 “정부가 유엔 권고를 받아들여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양심적 병역 거부를 반대해온 시민과 네티즌들은 “분단 현실 속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반대했다. 아들이 2001년부터 3년간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생활을 한 성우 양지운(58)씨는 “내 아들은 물론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형사처벌을 받고 이로 인해 취업 등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고 있다.”면서 “이번 권고를 계기로 양심적인 이유로 젊은이들이 최소한 파렴치한으로 몰리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주교 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은 “징병제를 하고 있는 타이완에서는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징역형이 대체복무제”라면서 “이번 권고는 유엔이 한국에 대체복무제를 만들라는 강력한 압박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한홍구(47·성공회대 교수) 공동집행위원장은 “개인에 대한 보상은 내가 알기로 유엔이 내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라면서 “그동안 우리 사회가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너무나 무관심했다.”고 밝혔다. 대학생 안상민(25)씨는 “양심적 병역 거부는 분명 사상의 자유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면서 “군대 가기 싫은 사람들을 감옥에 보내는 것보다는 대체복무제를 통해 효율적으로 인력 배치를 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다. 뉴라이트전국연합 제성호(48·중앙대 교수) 대변인은 “유엔에서는 최상위 가치로 인권을 두지만 유엔측은 각국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 같은 의문이 든다.”면서 “안보 상황이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안 좋은 상황에서 당장 시행하는 것은 시기상조이고 무리”라고 주장했다. 회사원 송진원(24·용산구 청파동)씨도 “국방은 결국 가족을 지키는 것도 포함되는데 군대 가는 것이 누구를 살상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면서 “종교적 신념에 대한 양심의 진정성을 따지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무원 홍상구(60·부산 사직동)씨는 “양심적 병역 거부 자체는 반대하지만 세계적인 추세가 벌을 주기보다 자원봉사를 하거나 공익요원, 동사무소에서 일할 수 있게끔 대체복무제를 하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에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쇄도했다. 네이버에 글을 올린 네티즌 ‘innocence90’은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비양심적인’ 사람이 아니라 국민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다녀온 것”이라면서 “양심적 병역 거부는 절대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chutnoon99’는 “총·칼을 안 들었다고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반인권국에서나 나오는 것”이라면서 “현역 대신 대체복무를 도입하면 양심을 가장한 악질적인 병역 기피자를 막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가계대출發 금융위기 우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금융기관에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들을 마주 대한 자리에서다.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 등으로 금융시장이 위기에 빠질 수 있으며 금융기관의 위기관리 능력이 미흡해 자금중개 기능이 활발하지 못하다고 CEO들을 질타했다. 금융기관 CEO들은 묵묵히 듣기만 했다. 권 부총리는 7일 오전 롯데호텔에서 금융연구원이 주최한 ‘금융기관 경영인 조찬강연회’에 참석,“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의 증가가 가계와 금융권의 동반부실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부총리가 금융기관 CEO들을 만난 것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대출행태를 직접 거론하며 우려를 표시한 것도 처음이다. 권 부총리는 이어 ▲중소기업 대출의 급증 ▲저축은행의 부동산 관련 대출 증가 ▲금융기관 외화대출 증가 등이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들어 9월까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 증가한 점을 예로 들며 “가계부채 증가는 가계의 금융비용을 증가시켜 소비여력을 제한하고 경기둔화와 주택가격 하락시 가계와 금융권의 부실을 유발할 수가 있다.”고 우려했다. 권 부총리는 오찬 간담회에서도 “(위기는)끊임없이 회생하는 질긴 다년생초라는 말이 있듯이 금융시장에서 위기 가능성이 엿보일 때 경고를 통해 선제적으로 예방할 필요가 있다.”면서 “과거에 이런 부분을 놓쳐 반성할 대목이 있는 만큼 금융시장 불안이 서서히 에스컬레이팅되는 현상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권 부총리는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실태와 채무상환능력 심사의 적정성 점검을 강화하고 서민금융기관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대한 상시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권 부총리는 연금개혁안과 관련,“연금을 받을 수 있는 공무원의 근무기간을 높이되 이에 맞춰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것이 전체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해외수출업자에 사기당한 오퍼상

    Q법인 사업자로 오퍼상을 운영하다가 해외 수출업자에게 사기를 당했습니다. 대금을 지급했는데, 빈 화물을 보낸 것입니다. 국내 발주자는 저를 사기죄로 고소했고, 회사와 저를 상대로 물품대금 3억원을 반환하라고 민사소송을 냈습니다. 저는 현지에서 수출업자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고 민사소송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출업자의 사기행각을 알고도 자금이 급해 나머지 국내 발주자들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게 있습니다.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법인에도, 제게도 별다른 재산이 없고 저 스스로는 2억원의 채무를 지고 있어 파산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 여인수(35) A채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것은 제3자인 수출업자의 사기 때문이며, 여기에 여인수씨 회사가 공모하지 않았다면, 회사는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지지 않고 물건의 납품의무도 면할 수 있습니다. 형평을 위해 법률상으로는 상대방인 국내 발주자에 대한 매매대금 지급 의무도 여인수씨의 회사에 지우지 않게 돼 있습니다. 관련 조항으로 민법 537조는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 채무가 당사자 쌍방의 책임없는 사유로 인해 이행할 수 없게 되면,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했습니다. 다만 여인수씨 개인의 책임이 성립하는지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원칙적으로 법인은 구성원 또는 기관인 개인과는 구별된 독립된 실체로 취급됩니다. 법인은 그 이름을 걸고 하는 개인활동을 추상화한 것에 불과하고 실체가 없는 것이지만, 개인과의 연관성을 떠나 여러 사람의 활동을 조직화하려는 필요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가정해 계약효과를 법인에 귀속시키는 것입니다. 주식회사의 주주나 이사 개인은 주식회사가 책임질 채무에 대해 개인적인 책임을 지지않는 게 원칙이라는 점을 떠올려 보십시오. 따라서 원칙적으로 여인수씨가 대표로 있는 법인 사업자인 오퍼상이 국내 발주자와 거래를 한 것으로 본다면, 여인수씨 개인은 법인이 반환해야 할 3억원에 대해 책임을 지지않을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는 실제로 행위자가 여인수씨이고, 법인에는 변변한 재산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려깊은 거래처는 실제로 행위한 개인에게 법인의 채무를 보증하도록 요구할 때가 있습니다. 금융기관의 경우 법인에 여신을 할 때에는 회사의 대주주, 대표이사, 나아가서 가족까지 법인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을 하도록 요구하는 게 관행이기도 합니다. 혹시 여인수씨가 국내 발주자에 대해 법인 채무를 연대보증한 적이 없는지 확인해보기 바랍니다. 또 법인 사업자로 거래했다고 해도 법인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보는 예가 가끔 있습니다. 법인 자금과 회계가 개인의 그것과 사실상 혼동돼 사용되는 경우입니다. 한편 여인수씨가 수출업자의 사기행각을 알았다면 국내 거래처에 이를 알리거나 최소한 감추지는 말았어야 합니다. 따라서 그 이후에도 거래처로부터 받은 5000만원에 대하여는 그 동기야 어찌되었든 형사상 처벌을 받는 사기죄를 구성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편 이 한도 내에서 매매대금반환채무와는 별도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는데, 불법행위를 목적으로 한 법인은 있을 수 없으니 원칙적으로 개인이 책임을 지고 영업과 관련한 것일 때 법인은 보조적 책임을 집니다. 즉 국내 거래처가 여인수씨의 말을 믿고 5000만원을 지출한 손해를 입은 것에 대해 여인수 씨는 개인적으로 이를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566조에 따라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파산절차에 의하여도 면제될 수 없습니다. 한편, 금액이 5000만원 정도의 피해라면 형사법원은 대략 1년 내외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으므로 이를 면하려면 거래처에 대하여 적절한 손해배상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EU “한국등과 FTA협상 우선 추진”

    유럽연합(EU)이 세계 경제의 견인차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6일 EU 통상위원회가 보호주의 통상정책을 벗어던지는 새로운 통상전략을 발표했다. 반덤핑과 보조금, 상계관세 등 통상방어 수단을 개방의 효용성을 높이는 쪽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한국, 인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남부유럽을 중심으로 한 역내 보호주의 세력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피터 만델슨 통상위원은 이날 ‘글로벌 유럽’이란 제목의 ‘통상방어 수단 자문에 대한 녹서’를 발표하고,“부당한 교역에 맞서는 것이 유럽의 경쟁력과 자유무역, 일자리 방어의 핵심적인 정치·경제적 부분이지만, 이 역시 국제화란 새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정책의 우선 순위를 경쟁력없는 생산라인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값싼 외국 물품을 수입하는 글로벌 업체에 유리하도록 조정할 방침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역내 기업들에 대해서는 보호 관세로 혜택을 받기 앞서 구조조정 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관세의 경우에도 관련 업체들이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한 수준으로 부과해야 하며, 특히 반덤핑관세는 부과기간(평균 5년)을 단축하고 대상도 축소해야 한다는 안을 냈다. EU통상위원회는 이날 정책 발표와 함께 EU의 기관과, 기업, 연구소, 민간단체 등에 통상분야 핵심 쟁점들에 대해 내년 봄까지 자문을 구한다며 질의응답 코너를 웹사이트에 올렸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로권의 경제가 독일·프랑스·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회생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수행하지 못하는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9) 인간이란 무엇인가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9) 인간이란 무엇인가

    고대 그리스의 신화에 의하면 스핑크스가 지나가는 나그네들에게 한 목소리를 갖고 있으면서 네 발에서 두 발, 그리고 세 발로 걸어다니며, 발이 많으면 그만큼 허약한 동물이 무엇인가 하고 물었다고 한다. 그런 수수께끼에 답변을 못하면 스핑크스가 잡아먹었다는 것이다. 아기 때에 네 발, 어른이 되어서 두 발, 늙어서 지팡이와 함께 세 발로 걷는 인간이 스스로 인간임을 알지 못하면 인간자격이 없어서 스핑크스가 잡아먹었다는 것이다. 좌우간 인간은 오랜 세월을 두고 과연 인간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철학적으로 골몰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동양의 유가사상에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사색이 서양의 철학보다 먼저 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가적인 인간이해는 은유적이어서 서양적인 지성철학의 논리적 정의보다 쉽게 와 닿지 않지만, 그래도 그 유가적 인간이해가 상당한 사유의 깊이를 품고 있다고 보여진다. 유가의 경전인 예기(표기편)에 이미 ‘인자인야(仁者人也=仁이 인간)’라고 표명되어 나오는데, 이 사상이 유가의 기본적 인간이해의 기준이 되었다. 왜냐하면 유가경전인 ‘중용’과 ‘맹자’에도 꼭 같은 진술이 반복되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가철학은 한 가지의 초점불일치를 안고 있다. 즉 자연철학적 유가와 도덕철학적 유가와의 사이에 일종의 초점불일치 현상이 있다는 것이다. 자연철학적 유가사상은 자연의 일체적 무위사상에 의하여 도(道)를 해석하는 경향이고, 도덕철학적 유가사상은 사회의 인륜적 당위사상에 의하여 도(道)를 해석하려는 성향을 말한다. 전자의 사상은 인성이 자연적으로 자연성이 보여주고 있는 상생적 성선(性善)과 같은 계열에 속하므로, 인간의 마음이 자연성의 상생적 질서를 어기지 않는 한에서, 인간을 자연적 인(仁)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 사상이 송·명대에 이르러 육왕학(陸王學)의 계보를 형성했다. 후자의 사상은 이와 좀 다르다. 후자는 인간을 자연으로 환원하지 않고, 오히려 사회로 전환시킨다. 자연상태로 인간을 방임하면, 인간이 금수와 같아진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자는 인간이 사회생활을 잘 영위해야 하는 도덕적 규범의 실천의지로 생각한다. 인간의 현실적 기질이 혼탁하기에 공동체 생활을 잘 영위하지 못하고 늘 이기적 충동에 휩싸인다. 이 이기적 충동을 이겨내기 위하여 인간은 인(仁)과 같은 덕목을 실천하는 법을 당위적으로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상은 주로 정주학(程朱學)에서 옹호되어 왔었다. 전자에 있어서 인(仁)의 개념은 자연의 상생적 존재방식을 말하고, 후자의 경우에 그것은 곧 사회적 인륜도덕의 덕목으로서 효제(孝悌)와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전자의 경우에 인간은 이미 자연처럼 그렇게 존재하기만 하면 되는 존재고, 후자의 경우에 인간은 사회적으로 인간이 되는 공부를 익혀야 금수를 면한다는 사상을 담고 있다. ●인간을 해석하는 철학의 두 방향 이런 유가적 인간해석의 두 가지 길이 실상 인간을 해석하는 철학의 두 가지 방향을 상징적으로 대표한다고 볼 수 있겠다. 왜냐하면 전자의 길은 인간을 그 자연적 본성에서 보려는 자연주의의 철학을 낳았고, 후자의 길은 인간을 그 사회적 도덕성의 형성정도에서 성찰하려는 인간주의의 철학을 가까이 하여왔기 때문이다. 전자는 무엇이 좋은 것인가를 본능적으로 알고 바로 단번에 실천하는 그런 직관적 돈오의 태도를 자연성이 유지하고 있으므로, 인성도 이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자연주의 철학에서 ‘선은 좋은 것’(善卽好之)이다. 여기서 지행합일(知行合一)이 동시에 일어난다. 이 지행합일은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인간주의 철학에서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사회적으로 인간이 되어야 하기에 무엇이 도덕적 선인가 먼저 알아야 하고, 그 다음에 그것을 실천해야 하기에 늘 선지후행(先知後行)의 입장을 견지해왔었다. 양명학과 주자학의 차이도 여기에 기인한다. 그래서 인간주의는 자연주의와 달라서 인간을 사회 안의 내재적 존재로 읽으려는 관심이 크다. 인간을 사회의 내재적 존재로 읽으려는 측면이 우세하기에 따라서 인간주의의 철학은 지성과 그 의지를 늘 강조해 왔다. 인간주의 철학에서 ‘선은 옳은 것’(善卽義之)이다. 독자들은 초기에 내가 쓴(7회 글) ‘로댕의 생각하는 사나이와 신라의 미륵반가사유상’을 회상하기 바란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나이’는 온 몸이 근육질로 덮여 있다. 그것은 ‘생각하는 사나이’가 세상을 지성과 의지의 노력으로 대상화하려는 인간상을 반영한다 하겠다. 근육은 저항의 힘을 이겨내야 하겠다는 극복의지와 지성의 발동을 상징한다. 인간을 사회 안으로 거두는 철학은 인간을 지성과 의지의 주체로 본다. 서양의 전통적 지성과 의지의 철학은 세상을 인간지성과 의지의 대상으로 재정리하겠다는 굳센 근육의 주체로서의 인간을 늘 생각해 왔다. 동양의 주자학도 이런 근육의 철학과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 인간사회를 인륜화시키겠다는 주자학적 발상도 이런 당위적 도덕주의의 근육을 도포 속에 감추고 있다. 그래서 경직되기 십상이다. 주자학도 자연철학의 측면으로 가까이 가면, 양명학과 별 차이가 없어진다. 그러나 주자학의 주악상(主樂想)은 역시 인륜학에 있기에 당위적 지성주의를 그 생명으로 삼게 된다. 하여튼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서양철학의 인간정의는 거의 다 이 지성주의와 의지주의의 철학적 사상의 산물임에 틀림없다. 예컨대 ‘인간은 이성적 동물’,‘언어를 사용하는 동물’,‘사회적 동물’,‘정치적 동물’,‘도구를 사용하는 동물’ 등의 정의들은 거의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지성주의의 소산이다. 여기서 의지는 그 지성의 판단결과를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실천적 능력을 상징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늘 선지후행은 선지성 후의지(先知性 後意志)로 읽어야 한다. 저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인간정의에 공통적인 의미가 분명히 드러난다. 그것은 인간에게 ‘이성적’‘사회적’‘정치적’‘도구적’이라는 접두어를 제거하면, 인간이 다 동물로 환원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 말은 인간이 인륜적이지 않으면, 금수로 되돌아간다는 주자학적 발상법과 거의 비슷하다. 이런 지성적·의지적 인간이해의 길을 최근에 문제삼기 시작한 철학 사조가 곧 해체주의다. 즉 인간을 지성과 의지의 주체로서 보는 것을 해체시켜 인간을 다시 자연으로 복원시키려는 철학적 사유를 열기 시작한 이가 현대 서양철학에서 하이데거다. 보통 일반적으로 하이데거의 철학을 실존적 현상학이라 부르는데, 그것은 전적으로 하이데거를 잘못 이해한 결과겠다. 하이데거의 스승이자 현상학의 창시자인 후설이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읽고, 현상학이 아니라고 화가 나서 책을 던졌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내가 볼 때에, 후설이 하이데거를 정확히 본 것 같다. 왜냐하면 하이데거는 이미 의식학인 현상학의 세계를 떠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후설은 영구히 하이데거를 이해하지 못했으리라. 왜냐하면 하이데거는 후설과 같은 의식의 철학을 전개하지 않고, 마음의 철학을 담으려 했기 때문이다. 의식과 마음이 다른가? 그렇다.(23회 글) 마음에 자의식이 도입되는 순간에, 그 마음은 즉시 의식으로 변한다. 의식은 오직 인간의 것으로서 ‘내가 생각한다.’는 주체의식을 늘 안고 있다. 그러나 마음은 자연적 욕망과 같아서 거기에 자의식이 돋아나지 않고, 자연처럼 자리이타(自利利他)의 길을 저절로 따라간다. 도덕학에서는 이익과 의리의 개념이 상반적이지만, 자연학에서 자기 이익과 타자의 이익이 서로 상반되지 않고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상호 교류하는 존재론적 욕망인 상보성을 일으킨다. 이 욕망에 자의식이 등장하면, 이기적 자의식과 반(反)이기적 공동체의식의 반목이 일어난다. ●無의 빈 자리를 지켜주는 인간 존재론적 마음의 욕망이 자의식의 생각을 일으키자마자, 그것은 바로 소유론적 욕망으로서의 탐욕이 된다. 자의식이 없는 마음은 자연처럼 존재와 무(無)를 가장 중요한 화두로 삼지, 소유와 결핍에 집착하지 않는다. 의식의 철학에서 존재는 소유로 오해되고, 무는 결핍으로 여겨져 기피된다. 유교가 깊은 사유의 흔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철학을 떠나 의식의 철학에 머물려는 경향을 강하게 지니는 가장 큰 원인은 유교가 무와 죽음을 인생의 한복판에서 사유하기를 꺼려하였기 때문이다. 공자가 ‘논어’(선진편)에서 ‘아직 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는가?’라고 술회했다. 저 말은 죽음을 삶에서 차단시킨 계기를 주었고, 죽음이 차단됨으로써 생사일여(生死一如)와 유무일여(有無一如)의 사유가 유가에서 거의 단절되었다. 죽음이 뒤로 미루어지면 삶의 존재가 거의 소유론적으로 평가되고, 죽음도 허전한 결핍처럼 간주되어 삶에서 생각하기를 유예시킨다. 마음의 철학에서 인간을 생각하면, 지성과 의지의 자의식으로 인간을 높이기는커녕, 인간은 존재와 무의 자연적 문법에 겸허하게 종속되어지기를 바란다. 하이데거가 논문 ‘휴머니즘에 관하여’에서 기술한 대로 인간을 ‘존재의 목자(牧者=shepherd)’,‘존재의 이웃’,‘무의 빈 자리를 지키는 자(the empty seat-guard)’ 등으로 표현한 것은 깊은 의미를 던져준다. 저 표현들은 단지 문학적 수사학이 아니다.‘존재의 목자’란 인간이 소유의 주체가 아니고, 자연 일체의 존재를 편안히 존재하도록 돌봐주는 목자의 임무로서, 그리고 ‘존재의 이웃’은 일체 두두물물의 존재를 보호하기 위한 상징적 집을 지어주는 목수와 같은 이웃으로서, 또 ‘무의 빈 자리를 지켜주는 자’로서 인간은 자연과 인간사(人間事)에서도 무의 빈 자리를 사랑하고 아끼는 여백의 예찬자로서의 인간을 해석한다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이미 지성과 의지를 가진 인간주체의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다. 인간이 자연의 한복판으로 되돌아가 자연 속에서 자연에 의하여, 그리고 자연을 위하여 살고 고요히 죽으려는 그런 안심입명의 사유가 거기에 깃들어 있다. 오직 그런 인간만이 인류에게 미래적 희망을 전하는 본성의 인간이고, 부처의 길을 가는 인간이고, 그리스도의 마음을 닮으려는 제자겠다. 인간이 스스로 자연의 지배자요, 주인이라고 여기지 말라. 그 동안 지성철학과 어떤 종교는 이런 헛된 신화를 잘못 심어주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11) 신경병증성 통증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11) 신경병증성 통증

    신경병증성 통증 환자가 이런 기록을 남겼다.‘지금까지 내가 겪은 이 병의 통증 가운데 기록한 것만 수백가지가 넘는데 나는 지금 또 새로운 통증을 느끼고 있다.’ 통증. 인체가 느끼는 이 감각은 안팎의 위험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거나 심각한 질환으로의 진행을 막기 위한 방어 메커니즘의 작동음이다. 따라서 이 메커니즘이 종료되면 당연히 통증은 없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런 상식에 반하는 질환이 있다. 바로 신경병증성 통증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교실 윤덕미 교수는 이를 ‘신경계 교란’으로 정리한다. 도움말: 윤덕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교실 교수 “신체의 생리적인 이상 말고도 신경 자체의 오작동이 통증을 유발합니다. 사고나 병으로 말초신경이 끊어지거나 망가져 피부 부위에는 감각이 없는데도 환자는 밤낮없이 통증을 호소합니다. 다시 말해 신경병증성 통증이란 신경섬유 손상으로 통증을 전달하는 말초·중추신경이 통증 통제센터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게 되고, 이 때문에 통증의 원인이 없는데도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대목이지요.” 말이 통증이지 강도가 상상을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출산이나 마취없이 수족을 절단할 때의 고통보다 더한 통증이다. 개인차는 있지만 통상 치통이나 관절통의 통증 강도를 20으로 보면 신경병증성 통증은 평균 40에 이른다. 중증 환자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통증은 환자의 삶의 질을 바꾸는 결정적 원인이 된다. 실제로 2004년에 열린 세계통증연구회 국제회의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통증 환자들이 겪는 고통은 수면장애를 비롯, 대인관계의 와해, 성격장애 등을 초래, 결국 사회생활의 파국으로 이어진다. 통증의 유형도 무척 다양하다. 크게는 외부 자극이 없어도 느껴지는 자발통과, 자극이 가해질 때 느끼는 유발통으로 구분한다. 자발통은 화끈거리거나 날카롭게 쑤시는 느낌, 감전된 듯 저릿거리는 느낌으로 올 때도 있고, 더러는 설명하기 어려운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유발통은 보통 사람은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 즉 가볍게 만지거나 스치기만 해도 통증을 느끼는 이질통이 있는가 하면 정상인보다 훨씬 오래, 그리고 강하게 통증을 느끼는 통각과민 상태도 있다. 정확한 유병률은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한 조사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요통이나 디스크 수술을 받은 환자의 50∼60%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런 통증을 느낀다. “주변에 환자는 많지만 정말 통증이 심해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100명 중 10명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질환 자체가 직접적인 사망의 원인인 경우는 드물지만 더러는 통증의 고통 때문에 우울증이 와 자살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습니다.” 통증 자체가 주관적 느낌인 탓에 진단도 간단치 않다. 환자의 자세한 병력 청취가 중요하며, 통증의 특성 및 지속 시간 등이 진단의 실마리가 된다. 원인질환을 잡아내기 위해 임상검사실 검사나 영상검사, 근전도, 체열 촬영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를 종합해 통증의 등급을 매기는 방식으로 진단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질환은 다양한 원인만큼 표준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거나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치료의 핵심은 증상과 증후를 잘 관리하는 것입니다. 기존 진통소염제로는 통증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항경련제나 항우울제, 항부정맥제처럼 신경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약제를 주로 사용하지요. 이런 약제도 환자에 따라 반응이 제각각이어서 약제의 종류와 용량을 지속적으로 조절해 환자에게 가장 편하고 부작용이 적은 수준을 결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다양한 약제가 있지만 1차 약제로는 항경련제와 항우울제가 주로 사용된다. 항경련제로는 지금까지 카바마제핀(성분명 테그레톨) 등이 많이 사용됐으나 최근에는 부작용 문제를 크게 해소한 가바펜틴 류가 주로 사용된다. 약물 외에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신경차단술, 물리치료, 심리치료, 신경자극술, 약물펌프 등이 치료에 이용되기도 한다. 특히 문제는 우리 국민들의 경우 이런 통증에 지나치게 관대해 대부분 병이라고 여기지 않고 당연히 오는 노화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 그냥 참고 견딘다는 사실이다. “물론 자신이 견딜만 한 통증이라면 견디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하지만 자가진단에 의존해 근거없이 ‘별 거 아니다.’고 단정하거나, 엉뚱하게도 진통제의 부작용을 내세워 고통을 마냥 견디려고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의식은 두가지 점에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질환의 심각성을 간과하는 것이고, 둘째는 약제의 부작용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입니다. 환자의 삶의 질이 중요하다면 당연히 약제를 적절히 사용해 병증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신경병증성 통증의 그 ‘통증’은 엄밀히 말해 증상이 아니고 질환의 이름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환자들은 ‘바람만 스쳐도 아파서 못 견디겠다.’고들 말하지만 이 증상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그동안 ‘장애’로 인정받지 못하다가 지난해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그러나 통증의 양태는 사람마다 다른데도 보험 적용이 가능한 약제의 적응증 범위가 너무 좁아 의료진과 환자들이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다. 윤 교수는 “최근 들어 부작용을 크게 줄인 좋은 약들이 많이 개발됐으나 건강보험에서 제시한 처방 기준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어 이런 약을 처방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며 “환자들이 겪는 ‘흔적없는 고통’을 감안해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전향적인 인식과 조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Seoul in] 6일 개인 파산 법률설명회

    강동구(구청장 신동우) 6일 구청 5층 강당에서 서울중앙지법과 공동으로 개인 파산·회생 법률지원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연다. 설명회에는 서울중앙지법 이진성 부장판사 등 3명이 나서 ▲제도 활용의 절차 ▲파산 면책의 사유와 요건 ▲개인 채무 회생에 대해 설명하고 개별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갖는다. 기획공보과 480-1318.
  • [인사]

    ■ 국가청렴위원회 ◇전보 △법무관리관실 법령분석기획팀장 梁鍾三△〃 법령분석관리〃 許在宇△〃 현행법령분석〃 吳鍾德△심사본부 보상〃 李相範■ 국세청 △익산세무서장 徐國煥■ 동부화재 ◇본부장(임원급)△직판사업 金文起 ◇본점 팀장(임원급)△경영관리 安龍炳 ◇본점 파트장△경영기획 南勝炯△〃관리 李在旭△홍보 辛海龍△계약보전 盧正湜 ◇부장△직판마케팅 朴濟曠△〃영업 簡仁永 ◇본부 팀장△중부본부 마케팅팀장 金峯圓△〃 교육팀장 李相珪■ 금호생명 ◇본부장△광주지역본부 文炳述△경인〃 金容臣 ◇본사 팀장△인력개발팀 康泰述△언더라이팅팀 鄭聖悟△보험심사팀 盧成俊△리스크관리팀 高令錫■ 매일경제 △논설실장 이사대우 한명규(편집국)△국장 김세형△국차장 겸 지식부장 조현재△증권부장 김종영△부동산〃 윤형식△중소기업〃 황봉현△과학기술〃 임규준△경제〃 손현덕■ 매일경제TV △보도담당 임원 윤승진(보도국)△보도국장 류호길△경제부장 장용수△사회생활〃 정병국△증권〃 성태환△보도제작〃 김종철△해설위원 이동원
  • 대학생들 섹스 연수?… 현지여성과 동거도

    대학생들 섹스 연수?… 현지여성과 동거도

    “학생들의 호기심이라지만 문제가 심각합니다.”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 김모(37)씨. 현지에서 어학원을 운영하면서 필리핀에 공부하러 온 한국 대학생들을 많이 만나는 김씨가 털어놓는 실상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필리핀에 오는 대학생들은 90% 정도가 비키니 바나 KTV 바에 가본 경험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여대생들은 쇼만 즐기지만 남학생들은 이른바 ‘2차’를 나가는 예가 많지요.” 비키니 바와 KTV 바는 여성 종업원들이 아슬아슬한 옷차림으로 쇼를 보여주는 유흥주점이다. 우리나라에 단란주점이 있다면, 필리핀에는 비키니 바가 있다고 할 정도로 널리 퍼져 있다고 한다. 쇼를 보고 룸(방)에서 술을 마신 뒤 성매매를 위해 ‘2차’, 이른바 ‘테이크 아웃’(take out)을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이런 비키니 바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대부분 필리핀에 공부하러 온 한국인 대학생이라는 점이다.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골프 관광객이나 단체 관광객이 많았지만 요즘은 대학생들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영어를 배우러 온 어학연수생들. 김씨는 “같은 반 학생들이나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 가운데 선배들이 새로 온 후배들을 데려가면서 ‘어디 가면 물이 좋다.’는 식으로 유흥업계의 정보를 ‘전수’한다.”고 했다. 현지 여성과 ‘눈이 맞아’ 아예 살림을 차리는 대학생들도 있다.“갑자기 기숙사를 떠나겠다고 해서 알아보면 어학원에서 만난 여성 강사나 비키니 바에서 만난 여성과 동거하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김씨는 “어학연수생 가운데는 방학 때면 공부를 핑계로 두세달 일정으로 방문해 현지 여성을 만나고 대학 학기가 시작하면 다시 귀국하는 일을 되풀이하는 대학생도 있다.”고 귀띔했다. 비키니 바에서 일하는 현지 여성들은 대부분 17∼19세로 10대가 대부분이다. 필리핀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고등학교까지의 학제가 10학년제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현지 여성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유흥업소에 취업한다. 반면 사회 분위기는 가톨릭 신자들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낙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남편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 맘’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김씨는 “이성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단지 ‘엔조이’(즐기는)하는 식으로 현지 여성과 교제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젊은 대학생들의 유흥업소 출입이 잦아지면서 마약에 손을 대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불법이지만 강력한 단속이 없는 실정이다. 김씨도 최근 근무 기강을 위해 운전기사와 도우미 등 현지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약물검사를 실시한 결과 10명이나 양성 반응이 나와 해고했다. 대학생들은 특히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샤부’라는 마약에 쉽게 빠진다고 한다. 김씨는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대마나 샤부·엑스터시 등 마약이 쉽게 유통되고, 마약을 상습 복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학생들이 유혹에 쉽게 빠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장항 갯벌매립 전면 재검토”

    ‘제2의 새만금’으로 불리는 충남 장항 갯벌 매립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갯벌 매립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 관계자는 3일 “새만금 사업이 뜨거운 논란을 거친 끝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같은 방식으로 장항 갯벌 매립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사실상 결론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가 장항 갯벌 ‘재검토’ 의견을 환경부에 공식 통보하면 환경부는 부처간 의견을 최종 정리, 환경영향평가에 이를 반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새만금 사업 이후 더이상 갯벌 매립은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해당 지역의 경제회생 방안 등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천군은 “장항 갯벌 매립사업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됐다.”면서 “매립 공사를 차질없이 진행해 예정대로 산업단지로 조성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갈등이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전망이다. 환경단체들은 그동안 연안 갯벌 매립사업이 생태적인 문제점을 가져온다며 장항 갯벌 매립사업을 전면 백지화할 것을 주장했다.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정동영 “당 진로는 당이 결정”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이 일주일간의 방미활동을 마치고 3일 귀국했다. 정 전 의장은 “당의 기사회생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행보를 다짐했다. 정 전 의장은 최근 당·청 갈등에 대해 “대통령은 경제와 안보에 전념하고 당은 협력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당의 진로는 당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문제와 관련, 감정적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당의 진로에 대해서는 “창당정신을 이어가되 국민의 새로운 요구를 담아내야 한다.”면서 “극좌와 극우를 제외한 진보적 중도노선을 지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반값 아파트’ 대선 화두 부상

    ‘반값 아파트’등 부동산 대책이 내년 대통령선거 길목의 중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아파트값 폭등으로 내집 마련을 하지 못하는 서민층의 고통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값을 잡지 못하면 어느 정당도 대선 승리를 점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등 정치권에서는 주택 실수요자들이 내집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토지임대부 주택(반값 아파트)법안 등 부동산 정책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선수는 한나라당이 쳤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29일 반값 아파트 공급을 위한 특별법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한나라당은 반값 아파트 공급방안에 대한 여론에 상당히 고무된 듯 이를 구체화하는 후속 정책 개발을 다짐하고 있다.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위 중심으로 경제회생의 일환책으로 반값 아파트 법을 추진중에 있다.”면서 “이런 것을 모두 포함해 한나라당은 서민경제 회생 정책, 기업활동 지원 정책 등 전반에 대한 정책을 점검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구체적 대안 정책을 계속해 내놓겠다.”고 밝혔다. 선수를 한나라당에 빼앗긴 열린우리당은 부작용없는 부동산 대책마련에 치중하고 있다. 반값 아파트 공급방안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자칫 국민들에게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이미경 열린우리당 부동산대책특위 위원장은 이날 “반값 아파트는 하나의 방안으로 저희 당도 검토하고 있으나 환매조건부 분양제도에 대해 더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이 제도는 건물과 토지를 모두 분양하되 민간 분양가의 60∼70% 수준으로 분양가를 낮추고, 대신 전매를 원천 금지하자는 것이다. 입주자가 불가피하게 팔아야 할 경우에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가격으로 정부가 되사는 방식이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은 한나라당의 반값 아파트 공급안에 대해 “과녁에 화살을 쏜다고 다 꽂히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면서 “야당은 정책제안을 하는 것이지만 정부는 여러가지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민주노동당은 불법적인 부동산투기로 얻은 수익을 전액 몰수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12라운드)] 둔탁한 강수로 승세 확립

    [한게임배 마스터즈 서바이벌-2006년 하이라이트(12라운드)] 둔탁한 강수로 승세 확립

    장면도(136∼138) 흑이 약간 우세한 가운데 중반전이 벌어지고 있다. 확정가는 흑이 많지만 백은 전체적으로 두터움이 자랑이다. 백도 두터움을 집으로 만들 수 있다면 단번에 따라잡을 수 있다. 백136, 흑137을 교환하고 백138로 압박한 장면, 흑은 어떻게 받아야 할까? 참고도 흑1로 받는 것은 안전하지만 백2로 붙이면 상중앙에 거대한 백집이 생긴다. 이후 흑이 어느 쪽으로 젖히든지 백은 끊어서 잡는다. 한쪽만 끊어 잡아도 백이 우세하다. 실전진행(139∼145) 흑139로 치받은 수는 두점머리를 자청해서 얻어맞은 꼴이기 때문에 매우 둔탁해 보이지만 지금은 최강수로 정수이다. 백도 140의 강수로 맞섰지만 흑141로 붙이는 날카로운 맥점을 당해 백이 곤란해졌다.145까지 중앙 백진이 전부 부서지면서 흑의 우세가 확립됐다. 애초에 상중앙을 그냥 받은 것보다도 못한 결과이다. 박정상 9단은 이 바둑의 승리로 기사회생.13라운드에 진출했다. 한편, 윤준상 4단은 1라운드부터 10라운드까지 10연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지만,11라운드에서 김지석 3단에게 패한 데 이어 12라운드에서도 패해서 아쉽게 2패로 탈락하고 말았다. 윤준상 4단은 10승 2패로 탈락, 박정상 9단은 똑같은 10승 2패로 생존 성공이다.259수 끝, 흑 불계승 유승엽 withbdk@naver.com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AI타격 양계장 망하기 전인데…

    Q강원도에서 제법 큰 규모로 양계장을 운영합니다. 대출금을 차곡차곡 갚아 언젠가는 큰 재산을 일굴 수 있다는 기대에 저희 부부는 당장의 생활을 희생해도 희망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멀리 전북에서 조류독감이 발병한 뒤 닭값이 뚝 떨어져 타격을 보고 있습니다. 이자 갚을 날은 다가오는데 돈은 없어 답답합니다. -이시민(43) A먼저 이자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영수익이 나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수익이 있다면 당장 이자를 연체하더라도 사업을 계속할 가치가 있습니다. 채무는 추후 상황이 좋아지면 소급해 상환할 수도 있고,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면 재조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자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결손이 계속 날 것 같다면 냉정하게 생각해 조업을 중단해야겠습니다. 무리하게 불리한 조건의 채무를 차입해 운영자금에 충당하는 것보다는 마지막 가진 재산과 신용이 남은 상태에서 정리하는 게 재기에 도움이 됩니다. 일반 시민법상으로 채무자는 이익을 얻든 결손을 보든 이자로 고정된 금액을 지급해야 합니다. 채무자가 이자율 이상의 수익을 얻을 때에는 고정된 이자만을 지급하고 나머지는 채무자가 가지므로 이익의 규모가 커지는 반면, 그 이하의 수익을 얻거나 결손을 볼 때에는 이익의 규모가 작아지거나 오히려 손실을 볼 수도 있습니다. 부채가 가지는 이런 수익률 증폭효과를 재무이론상 ‘레버리지’라고 합니다. 손실 규모가 더 커지면 위험은 채무자가 아니라 채권자가 부담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채무자는 가진 재산을 원칙적으로 전부 채권자들에게 순위와 채권금액에 따른 공평한 분배를 위해 내놓고, 이것으로 충당되지 않는 채무는 면책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채무자가 채권자와 협상할 수 있는 무기가 됩니다. 채무자가 재산을 충분히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청산형 파산을 선택하면, 채무자의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는 실현될 수 없습니다. 즉, 채권자가 손실을 보게 됩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영업이익만 난다면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도 회생절차를 통해 과거 잘못된 투자에 대해 상환하는 부담만 완화해주거나 제거해 줌으로써 기업을 계속 운영할 수 있습니다. 과거 법정관리 절차는 주식회사에 한해 인정됐고 채무자를 경영에서 배제했습니다. 새로 시행되는 통합도산법에서는 채무자가 계속 경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마치 파산절차를 진행한 것처럼 가정해 기업 재산에 대한 청구권을 민사상 우선순위 및 공편의 원칙에 따라 재조정하고, 여기에서 빠지는 채무에 대해 면책을 받게 됩니다. 한편 특정 재산으로 충분히 담보돼 있지 않은 채무가 5억원 이하일 때에는 개인회생절차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비교적 절차가 간소하고 채권자들이 동의하지 않아도 법원이 직권으로 개인회생에 의한 변제계획을 인가하고 이를 채무자가 이행하면 면책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영업장소를 유지하는 경우에는 관할 고등법원 소재지 지방법원 분원에 회생, 파산신청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강원도에 사는 이시민씨는 사건 처리 경험이 많아 사실상 파산법원의 역할을 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제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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