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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4) 자연적 사실주의의 인식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4) 자연적 사실주의의 인식

    지난주에 인격적 정신주의에 대한 철학적 문제점이 논의되었다. 그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인격적 정신이 세상을 창조하고 주재한다면, 세상은 그 인격이 쓴 책과 같다. 그런 경우 세상의 그 숱한 역사적 무의미와 부조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그 인격적 정신이 절대적이라면, 그 정신은 자기동일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내부가 분열되지 않는 절대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상 정신의 인간적 주체인 의식은 자기동일성을 유지하고 있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것이 지난번 글의 요약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인격적 정신주의에 대하여 자연적 사실주의는 세상을 책으로 보지 않는다. 해체철학자 데리다는 세상을 책이 아닌 ‘텍스트’(text)라고 규명했다. 여기서 ‘텍스트’는 흔히 말하는 교재의 뜻이 아니다.‘텍스트’는 직물(textile)과 같은 어원을 가진 것으로 단지 책과 대비하기 위하여 데리다가 그렇게 불렀을 뿐이다. 데리다는 그의 저서인 ‘표지학(문자학)’에서 유명한 명제를 던진다.“텍스트 바깥은 없다.” 저 구절은 이 세상이 온통 가로 세로 실이 엮어지면서 천짜기(텍스트)를 하는 것과 같은 그런 차연(差延=differance)의 법칙만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차연의 의미를 몇 차례(14·26·27·30회 글) 설명했으므로 여기서 더 설명하지 않겠다. 간단히 예시하자면, 부부로서 남편과 아내는 서로 다르지만 제각각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남편 속에 아내의 흔적이 연기 또는 연장되어 있고, 그 역도 그러하다고 보는 것이 차연적 세상보기다. 세상이 다 그런 상관관계로 엮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사가 일방적으로만 결정되지 않고 다 작용과 반작용이 함께 왕래하므로 일방은 100% 옳고, 타방은 100% 그르다고 흑백으로 결판내릴 수 없는 셈이다. 그리고 세상에 순수와 비(非)순수가 선명하게 쪼개지지도 않는다. 순수와 비순수는 서로 연기법처럼 얽혀 있어서 순수와 비순수가 노자가 말한 화광동진(和光同塵=빛과 먼지가 서로 뒤엉켜 있음)처럼 뒤엉켜 있다. 인격적 정신주의는 말과 소리를 매우 귀하게 여기고 문자를 천시한다고 지난번 지적됐다. 말과 소리는 신과 영혼의 내면적 일치를 표현하는 인격적 정신의 영역인데, 문자는 외적 정보만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연적 사실주의는 문자(writing)나 표지(mark)를 말소리(speech & voice)보다 더 진리의 본질에 적합하다고 여긴다. 말소리는 단가적이다. 내가 진실을 말하든지, 거짓을 말하든지 둘 중의 하나다. 그러나 문자나 표지는 두 가지를 동시에 알린다. 즉 문자와 표지는 차연과 천짜기처럼 이중적이다. 종이 위에 내가 줄을 그으면, 거기에 대뜸 차이가 나누어진다. 하나의 종이에 두 공간이 나누어진다는 점에서, 원효대사가 자주 쓰던 불일이불이(不一而不二=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님)와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두 공간이 중간의 선으로 말미암아 생겼지만, 그 두 공간은 서로 상대방이 있기에 자기가 성립하는 그런 차연의 상관성과 같다. 도장의 양각과 음각도 이중적 현상이지만, 그 두 개가 완연히 이원론적으로 갈라지는 것은 아니다. 높은 산과 깊은 골짜기, 긴 줄과 짧은 줄도 서로 상관적이므로 한 사실의 이중성이다. 일방이 없으면 타방도 생기지 않는다. 인간의 사회생활은 인간들의 자기중심적 이기심 때문에 자기 것만 보려고 하지만, 자연의 사실은 늘 이처럼 이중성을 동시에 머금고 있다. 상생과 상극은 자연의 생명세계에서 이원적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성’으로 존재하고 있다. 상생현상을 보면 상극현상이 뒤에 숨어 있기에 비동시적이나, 상생은 상극과 늘 함께 동시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죽음을 초래하는 상극은 늘 삶의 생기를 촉진하는 상생을 가능케 한다. 삶과 죽음이 비동시적이지만, 동시적으로 상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자연적 사실이다. 자연적 사실은 문자(writing=이것을 ‘글쓰기’로 잘못 생각하는 학계의 풍조가 있음)나 표지처럼 같음(同)과 다름(異)이 서로 의지해서 동시에 이루어지는(32회 글) 의타기적(依他起的=다른 것에 의거해서 생김)인 차연적 사실과 유사하다. 그런데 그 문자를 또 ‘글자’(letter)와 같은 의미로 좁게 읽어서도 안 된다. 씌어진 모든 흔적과 표지를 데리다가 문자나 문자학(표지학=grammatology)으로 사용하고 있다. 말소리 대신에 문자나 표지가 해체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우주의 자연적 사실을 상징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여기서 무엇이 사실인가 하는 철학적 문제가 다시 제기된다. 보통 사실이라면, 사람들은 객관적 사실만을 연상한다. 객관적 사실이외에 자연적 사실이 있다. 하이데거가 그의 저서 ‘존재와 시간’에서 ‘인위적 사실’(arte-fact)과 자연적 사실(fact)을 구분했다. 전자는 어떤 데이터를 얻기 위하여 제한된 시공의 범위 안에서 일어난 일과 행위의 결과를 제3자적 입장에서 검토해 보는 것이고, 후자는 어떤 사건을 인위적으로 제한시키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 사건을 일체 세상사와의 연관 구조 아래서 함께 읽는 태도를 말한다. 예컨대 교통사고를 조사하는 경찰관은 제한된 시공 안에서만 일어난 교통사고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행동을 가리고 교통법의 위반여부를 조사한다. 이것이 인위적 사실이다. 그러나 자연적 사실은 교통사고를 일으키게 한 모든 직간접적인 원인들, 즉 물리적, 심리적, 사회적 제반사항 등의 연관관계를 다 보는 사고방식이다. 자연적 사실은 사법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기 위한 행정적 조치로써는 전혀 쓸모가 없다. 모든 것이 모든 것에 다 얽혀 있다는 일체 연관의 사유방식으로는 세상사를 판단할 수 없다. 세상사의 일체 연관구조는 자연적 사실처럼 서로 얽히고설켜 있어서, 예컨대 남미의 자연적 사실이 남미의 것으로 제한되지 않고 전 지구적 차원의 충격으로 다가오고, 이것이 또 다른 행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과 같다. 사법적 판결은 시비고리의 문제를 푸는 제한적이고 인위적 제도지만, 그런 판단의 진리가 전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길이 아님을 자연적 사실주의가 말하려 한다. 사법적 판결은 인격적 독립성의 실체를 인정하는 가설에서 출발한 제도다. 저 제도가 인격적 정신주의의 문명과 분리되지 않는다. 그 동안 인격적 정신주의 철학은 판단으로 진리가 구성된다고 주장해 왔다. 전통적 서양철학의 진리론은 곧 판단론이었다. 이것은 동양의 주자학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도덕판단을 통해서 선악 시비를 가리고, 악의 교정을 도덕의지가 수행해야 한다고 서양의 도덕철학과 주자학은 다 역설해 왔다. 모든 판단적 진리는 진리의 절대성을 주장한 사유에서 파생됐다. 진리의 절대성은 절대적 선과 호환되므로 진리와 선의 순수성을 옹호하는 사유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판단에 의지해서 불순한 사회악을 도려내야 한다. 철학적 판단론은 외과적 수술론과 같다. 정사(正邪)와 시비(是非)를 가리기 위한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기준의 절대성이 없으면, 판단이 의지해야 할 권위가 사라진다. 순수성(절대성, 불변성)은 판단적 진리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자연적 사실주의는 그런 순수성이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말한다.20세기 프랑스의 시인 발레리가 정신의 순수성을 찾으러 모든 철학적 노력을 경주했다. 그가 순수성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을 집중하면 할수록, 원초적 순수가 있기는 커녕 모든 것은 다른 것들에 의하여 이미 매개되어 있음을 느꼈다. 나라는 의식은 너라는 것이 있기에 생겼고, 나(I)도 자기동일성을 유지하기는 커녕 나자신(myself)과 어떤 간격을 늘 운명적으로 지니고 있는 차이에 불과함을 시인 발레리는 깨달았다. 순수가 허상이고 낭만적 환상이라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자연적 사실주의는 절대주의가 철학적 신화라는 것을 폭로한다. 전체주의와 사회주의는 국가전체와 사회공동체를 각각 다 대표하는 불변의 유일한 진리로서의 절대선이 있다고 믿는 점에서, 이들 사상은 순수주의적 절대주의의 신화에 현혹된 허상이라고 자연적 사실주의는 생각한다.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는 절대주의를 다소 부드럽게 한 측면을 지니고 있는 상대주의이므로 유일 절대주의의 허상을 떨쳐버린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하겠다. 그러나 이들 사상도 상대주의의 이름을 내걸었지만 기실 다양한 개인적 절대주의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경연장에서 승리자가 되기를 갈망하므로, 나를 절대시하는 자아성의 철학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말소리와 달리 문자표지가 세상을 동시적 이중성으로 보게 하듯이, 세상은 노자가 말한 바처럼 ‘화광동진’이다. 세상은 늘 명/암(明/暗), 정/염(淨/染), 선/악(善/惡), 약/독(藥/毒) 등이 직물처럼 한 쌍으로 짜여져 있다. 이것은 흔히 쉽게 생각하듯이 암/염/악/독(暗/染/惡/毒) 등의 국면을 어쩔 수 없이 용인하자는 패배주의를 뜻하지 않는다. 세상이 진리의지와 선의지의 판단으로 정화될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는다. 깨끗한 빛은 더러운 먼지가 있음으로 반사되어 빛난다. 세상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선택해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젠 체하거나 오만하지 않고 일체 자연의 사실처럼 사실의 이중성을 다 수용하고, 그러면서 그 이중적 가치에 목숨을 걸고 매달리지 않고 초탈하면, 세상은 이미 그리고 늘 공평무사하게 있어왔다는 것이다. 밝음에 집착하는 이는 밝음을 좋아해도 자기를 못 보는 청맹과니가 되고, 깨끗함에 집착하는 이는 그 깨끗함으로 인하여 고고한 귀족주의에 젖게 되고, 선에 집착하는 이는 그 선을 감당하지 못해 위선이 되고, 약에 집착하는 이는 그 약으로 죽는다. 그래서 자연적 사실주의는 가치의 양가성을 수용하나, 거기에 집착하지 않기 위해 일체개공(一切皆空=모든 것이 다 공임)의 진리를 터득한다. 데리다가 그의 저서 ‘산종’(散種)에서 세상이란 텍스트(직물)가 ‘파르마콘’(pharmkon=약이 곧 독)의 사실이라고 밝히면서, 또한 그 ‘파르마콘’이 ‘코라’(khora=빈 공간)를 자궁으로 해서 태어난 일란성 쌍생아처럼 언급한 것은 세상을 ‘파르마콘’의 이중적 존재와 ‘코라’의 공(空)사상으로 읽기를 종용하는 것이겠다. 공은 절대주의적 진리의 해체를 뜻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오늘의 눈] LG카드 매각에서 産銀은 배워라/이창구 경제부 기자

    LG카드 매각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산업은행이다. 지분 22.93%를 보유한 산은은 주채권은행으로 매각차익만 1조원 가까이 얻을 것으로 보인다.JP모건과 함께 인수·합병(M&A)도 주간했기 때문에 100억원 이상의 수수료 수입도 챙기게 됐다. 또 이번 매각으로 국책은행으로서의 존립 이유를 다시 한 번 세상에 알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도 얻었다.3년 전 시중은행 중심의 채권단이 주주이익을 핑계로 LG카드 청산을 부르짖을 때 산은은 회생의 ‘총대’를 멨다.“이래도 산은이 없어져야 할 조직이냐.”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LG카드가 새주인을 찾기까지 산은의 공(功)은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산은이 주도한 M&A 과정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LG카드가 공개매수 대상인데도 산은은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시키다 뒤늦게 공개매수 방식을 접목시켰다. 매수자 중심의 공개매수와 매도자 중심의 경쟁입찰은 정반대 기법인데 산은은 M&A 역사상 처음으로 이를 혼용했다.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되던 지난 16일 기자는 산은과 JP모건에 “공개매수 조항을 간과한 것에 대해 책임을 느끼지 않느냐.”고 물었다. 양측 모두 “공개매수는 매수자의 의무이지 파는 쪽이 챙길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무책임한 답변이다.LG카드 회생에 기여하지 않은 주주들의 지분을 채권단 지분과 똑같은 가격으로 사야 하는 공개매수 때문에 채권단이 손해를 보게 됐는 데도 매각 주간사가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매각 주체인 산은이 중개자 역할인 주간사로 나선 것도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다. 이왕 주간사로 나설 바에야 왜 구색갖추기 식으로 JP모건을 끌어들였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 산은은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하면서 비밀유지협약 때문에 입찰가를 절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21일 주가 하락을 염려한 신한지주의 요청을 받아들여 입찰가를 공개했다. 우선협상대상자의 주가 하락이 며칠전 맹세를 손바닥 뒤집듯 쉽게 번복할 만큼 산은에 중요했는지 궁금하다. ‘산업자금 공급’이라는 소명을 다한 산은은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인정받는 투자은행이 되려면 이번에 보여줬던 오류들을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이창구 경제부 기자 window2@seoul.co.kr
  • [위기를 기회로 만든 노사] (8)대우건설

    [위기를 기회로 만든 노사] (8)대우건설

    대우건설이 창립 33년 만인 올해에 시공능력평가 1위에 오른 것을 놓고 재계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우선 일감을 안정적으로 밀어주는 든든한 그룹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낸 결과라는 점에서 모두가 놀란다. 재계 1,2위를 다투던 대우그룹 시절에도 이루지 못했던 것을 단일 회사가 일궈냈기 때문이다. 또 지옥 문앞까지 떨어졌던 회사가 기사회생한 것도 장한데 불과 몇년 만에 국내 최고 건설사로 태어난 것에 의미를 둔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1등 건설사로 성장할 수 있는 저력이 ‘위기를 기회로 만든’ 노사관계에 있었다는 것을 알고 나면 다시 한번 놀란다. ●위기때 노조 설립… 회사 업계1위로 대우건설 노조는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초 태어났다. 공룡 그룹이 쓰러지면서 대우건설 또한 공중분해될 위기였다. 이때 기획·인사·감사팀 과장급 직원들이 회사를 살리기 위한 돌파구를 찾아나섰다. 하지만 방법은 역(逆)발상적이었다. 노조를 설립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노동계로부터는 어용노조라는 의심을 받았고, 회사로부터는 배신자 소리를 들어야 했다. 업계는 회사를 말아먹는 행동이라며 손가락질을 했다. 회사는 침몰하는 배를 구하기 위해 구조조정 카드를 내놨다. 식구 700여명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노조는 설립과 동시에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임금 삭감이나 근로조건 악화 등이 아닌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문제여서 노조의 반발이 심할 법도 했다. 하지만 노사는 머리를 맞대고 협상을 거듭한 끝에 직원들이 동의하는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그만두는 직원들도 투쟁이나 법적 대응보다는 후배들에게 회사갱생을 신신당부할 정도였다. 회사도 정상화되면 그들을 다시 불러들일 것을 약속했다. 관할 근로감독관을 감동시킬 정도로 모범적인 구조조정을 이끌어냈다. 뼈를 깎는 아픔은 계속됐다.3년간 임금동결, 상여금 400% 삭감, 복리후생비지원 중지에도 직원들을 꿈쩍하지 않았다.1등 건설사 등극은 그만둔 직원의 희생, 남아 있는 직원들의 고통분담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경영실적 공개… 명퇴 300명 재고용 재계는 대우건설의 1등 기업 성장 배경에 궁금해한다. 정창두 노조위원장은 “일류 건설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인적 자원”이라고 분석한다. 신체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작은 세포 하나하나가 건강해야 하듯, 대우건설은 조직원 모두가 우수한 집단이다. 노사 신뢰감 또한 남다르다. 노조는 2003년 워크아웃 졸업 전 회사가 어려울 때뿐만 아니라 회사가 잘 나갈 때에도 임금인상을 회사에 맡겼다. 지난해에는 4000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노조는 회사측에 임금인상을 일임했다. 경영진도 이에 보답했다. 회사 실적을 공개하고, 회사가 정상화되면서 떠났던 직원 300여명을 수혈하는 등 약속을 지켰다. 박세흠 사장은 “노조도 회사의 한 축이며, 노조를 품고 같은 틀에서 움직이는 조직으로 대했다.”며 믿음을 줬다. ●거리로 나간 노조활동 한번도 없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제도도 완벽하다. 매달 1회 노사가 함께하는 경영실적 설명회를 연다. 중요 사항이 생기면 언제든지 머리를 맞댄다. 매달 두세 차례 비공식적 회의를 갖는다. 최근 열린 회의에서는 박 사장과 정 위원장 모두 대화 테이블에서 사전 노사 요구사항이 담긴 서류없이 회의를 가질 정도로 믿음이 깊다. 번지르르한 노사관계는 사절한다. 명분을 내세운 노조행동은 없다. 정 위원장은 “그동안 거리로 뛰쳐나오는 노조활동은 한번도 없었다.”며 “회사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동은 앞으로도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주는 노사관계 우수상도 구조조정 때 희생한 선배들 생각에 거절했다. 최고 회사에 걸맞은 최고 수준의 노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노사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되는 것과 관련,“다시는 부실화되지 않고, 세계 1등 건설사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월수익 2억 병원이 부도위기에

    Q2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인수,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래 의대 선배인 P선생이 몇년전 H의료법인을 세우고, 법인 명의로 융자를 받아 건물을 짓고 리스로 의료기기를 들여와 운영을 시작했었습니다. 병원이 잘 안돼 빚만 쌓이던 중 P선생은 1년전 제게 법인 대표 자리를 넘기고 은퇴했습니다. 당시 채무원금이 200억원이 넘었지만, 운영하면서 빚을 갚아보라는 건설회사, 은행, 리스회사 등 채권자들의 권유로 인수를 결심하게 된 것입니다. 다행히 인수한 뒤부터 환자가 늘어 매월 3억원의 매출에 2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익금은 200억원에 대한 이자를 갚기에도 부족합니다. 운영이 잘되자 채권자들의 빚상환 독촉도 거세집니다. 병원을 청산하기보다 채무를 재조정하고 싶습니다. 주식회사가 아닌 비영리법인은 법정관리를 이용할 수 없다고 하던데, 방법이 있을까요. -나명의(43) A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2006년 4월부터 통합도산법이 시행되면서 H의료법인의 경우 채무재조정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전에는 회사정리법에 따라 오직 주식회사에 대해서만 채무재조정이 가능했습니다만, 통합도산법은 이를 모든 채무자에게 확대했습니다. 이 절차의 정식 명칭은 ‘회생절차’입니다. 회생절차는 기본적으로 파산절차의 한 형태입니다. 청산형 파산제도를 거꾸로 뒤집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예를 들어 100의 자산을 가진 기업이 1000의 부채를 지고 있다고 합시다. 그러면 파산절차에서는 100의 자산을 1000의 채무에 충당해 채권자들은 10%를 배당받는 데 만족해야 합니다. 그런데 청산하지 않고 이 자산을 살려 조업을 계속하면 현재가치 100 이상, 예를 들어 500을 실현할 수 있는 기업이 많이 있습니다. 이때 채무자가 100의 자산을 지키는 대신 채권자들에 대해 300 정도의 현금흐름을 제공할 수 있다면 채권자로서는 청산절차에 비해 200의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기업 역시 원래 얻을 수 없었던 200의 가치를 실현하는 이익을 얻습니다. 1000을 면하면서 청산해 100을 주는 대신 500을 실현하고, 그 차액인 400을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분배하는 것은 보다 효율적이므로 장려해야 할 거래입니다. 이 거래가 자발적인 교섭을 통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를 강제적으로 성립시키는 게 회생절차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기업의 물적 자산을 중심으로 경영자와 종업원의 노력이 부가되면 청산가치 이상의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의료법인처럼 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병원 건물이 있어 보았자 사기 높고 헌신적인 의료진이 없는 상태에서는 폐허에 불과할 수 있고 병원 건물은 사실 다른 용도로 전용하기도 힘듭니다. 게다가 병원 건물과 부지는 담보제공되어 있고, 의료기기도 리스해 온 것이라면 청산가치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H의료법인이 회생절차로 들어가게 되면 채권자들로서는 무조건 이익입니다. 청산형 파산절차에서는 담보를 가진 근저당권자와 리스회사가 채권을 상당 부분 실현할 뿐 나머지 채권자는 결코 받아갈 것이 없는 반면에 병원이 운영되기 시작하면 원래 약속된 바에는 못 미친다고 하더라도 상당 부분을 받을 수 있다고 기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원리금 회수를 확신하는 극히 일부의 담보채권자를 제외하고는 채권자들 대부분이 채무자가 제출하는 변제계획에 동의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일부 동의하지 않는 채권자가 있어도 회생계획은 인가될 수 있습니다. 즉 청산형 파산절차가 진행되었다면 받을 수 있었던 금액보다는 많은 금액을 채권자와 담보권자에게 지급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 몇가지 조건을 부가하여 파산법원은 일부 채권자의 반대를 억누르고 회생계획을 인가할 수 있습니다. 회생계획이 인가되면, 기존의 채무는 소멸하고 회생계획에 의한 의무만 남습니다. 예를 들어 H의료법인은 현재가치 기준 50억원을 향후 갚는 것을 기준으로 현재 연체 중인 200억원의 채무를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또 청산형 파산절차가 담보권자의 담보실행을 저지할 수 없는 것과 달리 회생절차는 담보물의 가치 이상을 변제하는 것을 조건으로 담보실행을 저지할 수 있는 이점도 있습니다.
  • 産銀 김종배 부총재 “이번 매각 110% 만족”

    산업은행 김종배 부총재는 16일 LG카드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신한금융지주가 선정됐다고 발표하면서 “이번 매각에 110% 만족한다.”고 말했다. 국책은행이 가격 올리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었느냐는 지적에 대해 “산업은행도 채권은행으로 많은 리스크(위험)를 진 만큼 최대의 리턴(이득)을 차지할 권리가 있다.”면서 “가격을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부총재와의 일문일답. ▶인수 가격과 물량을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곤란하다. 자세한 실사를 거쳐 최종 가격이 나오고, 공개매수 절차가 시작되면 공개될 것이다. 다만 최종 협상에서도 인수 물량은 변하지 않는다. ▶신한과 하나가 자금 조달 능력에서 차이를 보였나. -별 차이가 없었다. ▶입찰 하루 만에 우선협상자를 선정한 것은 졸속 아닌가. -훨씬 전에 매각심사위원회를 구성했고, 모든 기준을 정했기 때문에 후보자들이 보내 온 제안서를 점수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최종 매각조건 결정시 양해각서(MOU) 수정 계획을 최소화해야 한다거나 입찰가의 5% 내에서만 가격을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은 우선협상자의 선택의 폭을 너무 좁히는 게 아닌가. -국내외의 인수·합병(M&A) 관례를 따랐을 뿐이다. ▶매각을 마무리짓는 소감은. -부실화됐던 LG카드를 회생시켜 매각하는 데는 정부, 채권은행,LG카드 경영진 및 직원들의 노고가 컸다.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직원과 경영진이 마지막까지 협조해야 한다. 현재까지의 과정과 오늘 결과에 110% 만족한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김우석 캠코사장 “동아건설 매각 성공땐 4000억이상 회수 가능”

    김우석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사장은 11일 출입기자 오찬 간담회에서 “동아건설의 청산가치는 2800억원이지만 매각이 성공하면 4000억원 이상 회수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내달초 우선협상자가 결정된다.”면서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가 가장 유리하겠지만 시너지 효과, 국민경제 기여도, 동아건설 회생 능력 등 비가격 요소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과 이해관계인들이 동아건설을 인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컨소시엄 구성 업체들을 꼼꼼하게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문화마당] 두 번의 백의종군/고운기 연세대 국문학 연구교수

    이순신의 4형제는 신(臣)자 돌림이었다. 희신(羲臣)·요신(堯臣)·순신(舜臣)·우신(禹臣)이 그들이다. 알다시피 희·요·순·우가 모두 고대 중국의 이름난 성군이니, 굳이 뜻풀이를 하자면,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들이 그 같은 성군을 모시는 신하가 되기를 바랐던 것이었을까. 그러나 4형제 누구도 성군의 시대를 살아보지 못했음 또한 잘 아는 사실이다. 신하는 되었을지언정 목숨 바쳐 충성하고픈 임금의 아래는 아니었다. 넷 가운데 가장 처절한 길을 가기로야 순신만한 이가 없다. 노량 앞바다 전투에서 숨을 거두기 하루 전날 밤, 그러니까 선조31년(1598년) 11월17일까지 기록한 그의 일기 이곳저곳에서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위해 싸우는 무장(武將)의 회오(悔悟)가 점철된다. 하루치 일기 끝에 “분하고 원통함을 이길 수가 없었다.”느니,“분통하여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느니,“뼛속까지 아파서 말을 하지 못했다.”며 더러더러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다. 그 대상은 적에게만이 아니라,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 우리 쪽 장수나 조정을 향하기도 한다. “뱃전에 홀로 앉았노라니 온갖 근심이 가슴에 치밀었다. 닭이 벌써 울었다.”는 대목은 임진왜란이 터진 다음 해 7월 어느 날의 일기 마지막 구절이다. 이순신이 쓴 저 유명한 시조를 연상시키는 이 대목에서 우리는 밤을 지새우며 노심초사하는 역전의 장수를 본다. 그런 이순신 장군에게 대명사처럼 따라 다니는 말이 백의종군이다.53세 되던 정월, 무고와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죽음 직전까지 몰렸었고,4월 초하루 기사회생하여 옥에서 풀려나서는 나라를 위한 싸움에 가없는 처지로 참전한다. 말이 쉬워 백의종군이지, 일기를 통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보자면, 하늘을 우러러 이렇게 기구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새벽에 꿈이 몹시 어지러워 마음이 편치 못했다. 병드신 어머님을 생각하니 저절로 눈물이 떨어졌다.”는 일기는 옥에서 풀려난 열흘 후쯤에 씌어졌다. 어머니는 아들을 만나러 그가 있는 곳으로 배를 타고 오고 있었는데, 온다는 어머니 대신 아랫사람이 부고를 전한다. 거기서 “나는 뛰쳐 나가며 발을 굴렀다. 하늘의 해마저 캄캄했다. 찢어지는 아픔을 다 적을 수 없다.”는 대목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런데 아픔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백의종군의 명령을 받은 그는 어머니의 장례마저 끝까지 지켜 보지 못했다. 그러기에 이순신의 백의종군은 관직을 삭탈당한 간단한 사건이 아니었다. 개인적인 수모와 억울함을 넘어, 중병의 어머니가 아들의 모습을 한번이라도 보고 싶어 달려오다 맞는 슬픈 가족사의 비극과 겹쳐진다. 그런데 이순신의 백의종군은 이 한번만이 아니었다. 꼭 10년 전, 이순신의 나이 43세 때, 녹둔도의 둔전관으로 있다가 파직되어 백의종군한 적이 한 번 더 있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이순신은 정황상 필요하므로 군사를 더 파견해 달라고 상관에게 청한다. 녹둔도는 두만강 하류에 있는 외딴 섬이다. 그때 상관인 절도사 이일은 이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북방의 오랑캐들이 쳐들어오고, 이순신은 선전했으나 뼈아픈 패배를 맛본다. 절도사 이일은 모든 책임을 이순신에게 뒤집어 씌웠다. 이순신이 겨우 미관말직이나마 다시 얻은 것은 그로부터 2년 뒤인 45세 때였다. 전라순찰사 이방의 조방장이었다. 그리고 3년후 임진왜란은 터진다. 순 임금 같은 성군 아래에서 신하가 되기를 바랐던 이순신은 성군은커녕 두 번씩이나 백의종군케 하는 나라의 장수로 살다 갔다. 그러나 그것이 두 번이라 할지라도, 아니 정녕 그였다면 스무 번이 되었을지라도, 나라의 명령을 엄중히 여겨 원통한 마음일랑 속으로 묻고 끝내 묵묵히 제 길을 갔을 것이다. 진정 그가 성웅(聖雄)인 까닭은 여기에 있다. 이순신의 길은 아무나 따라갈 수 없지만, 그런 일이 아무에게나 와서도 안 된다. 누구나 해낼 일이 아닌 까닭이다. 고운기 연세대 국문학 연구교수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2) 같다는 것과 다르다는 것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2) 같다는 것과 다르다는 것

    우리는 오랫동안 ‘같다는 것’(同)과 ‘다르다는 것’(異)이 서로 대립적인 것으로 여기도록 사회생활을 해 왔다. 이런 생각은 아주 긴 세월동안 반복되어 왔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소멸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같다는 것(同)은 다르다는 것에 반대하는 것(反-異)이 아니고,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非-異)이고, 다르다는 것(異)도 같다는 것에 반대하는 것(反-同)이 아니고, 같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非-同)이다. 이 말은 같다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대립적 사이로 읽지 말고, 상관적 사이로 읽어야 함을 말한다. 같다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적대적 대립의 관계로 읽는 논리는 내가 이 글을 통하여 줄곧 비판해 왔던 택일적 사유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택일적 사유는 분별력을 귀하게 여겨온 지성의 논리와 별개의 것이 아니다. 과거의 철학사상에서 지성보다 더 고귀한 가치로 취급받은 개념이 없었다. 대학을 ‘지성의 전당’으로 명명했던 종래의 사고방식이 지성에 최고의 예우를 우리가 전통적으로 바쳐 왔다는 증거가 아닌가? 지성의 논리는 택일적 판단에서 빛난다. 택일적 판단은 늘 정/오와 선/악의 대결양상을 띠고 나타난다. 그 대결이 자의적인 개인적 심리에 기인한 호/오 대결이 아님을 과시하기 위하여, 전통적 지성의 논리는 그 대결을 보편적 논리에 의거한 정/오 대결인 양 호도해 왔었다. 그래서 심리적 호/오 대결은 비이성적 감정적 대결이라 폄하하고, 논리적 정/오 대결은 이성적이고 품격이 높은 지성의 대결이라고 사람들은 착각해 왔다. 서양철학은 이런 지성적 판단의 정당성을 제공하기 위하여 개인의식이 아닌 ‘의식일반’(consciousness in general)인 보편의식을 논리적으로 정립했다. 그러나 의식일반은 개인의식의 심리적 호오 판단을 아주 희석시키기 위한 먼 우회의 전략을 수행한 것에 다름 아니다. 즉 의식일반도 심리적 호오 판단을 아주 깊숙이 무의식에 감춘 논리적 명분이라는 것이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융이 그의 저작 ‘심리학적 유형론’에서 이미 통찰했듯이, 논리적 정/오 판단의 가장 깊은 저변에 심리적 호/오 판단이 숨어 있다 하겠다. 심리적 호/오이든, 논리적 정/오이든, 거기에는 자기동일성(self-identity)에 대한 강한 애착이 숨어 있다. 자기 것에 대한 감정적 동일성이든 이성적 동일성이든, 자기동일성은 다른 것과 대립된 자기 것이 실재한다는 착각에 근거해 있다. 자기동일성이 자기중심주의를 낳는다. 이 자기중심의 논리는 타자중심의 논리와 반드시 대결한다. 소유론적 사회생활은 마르셀이 잘 통찰하였듯이(29회 글), 자기중심주의(heauto-centrism)와 타자중심주의(hetero-centrism)를 동시에 생산한다. 이 자/타의 중심주의적 사고방식에 의한 같음과 다름의 대립적 사이는 꼭 경제적 물질적 이해관계에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도덕적, 종교적, 정치이념적 차이가 대립을 자아내는 경우도 많다. 정신적 대립이 경제적 대립보다 더 극렬한 경우가 많다. 예컨대 단순한 물질적 대립은 이해관계 당사자들 사이에 타협의 길을 찾게 하지만, 정신적 이념적 대립은 타협의 길을 거의 배제하는 자가성(自家性) 충족률로 채워지기 쉽다. 이런 충족률이 역사상 잔혹한 종교전쟁과 정치이념전쟁을 초래했다. 특히 종교전쟁은 늘 절대적 진리의 이름으로 싸운다. 이 말은 정신적 이념의 동일성이 자기와 다름을 상관적 차이로 보지 않고, 적대적 차이로서 여기는 공격성을 더 강하게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의 위험성은 경제적 이해관계의 대립에서 오는 것보다 더 정신적 이념들이 나라를 산산이 파편화시켜 가는 데 있다 하겠다. 소유는 물질적인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정신적 소유론이 더 위험하다. 정신적 소유론은 형이상학적이고 이념적이어서 소유론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정신적 소유론은 자가성의 사회적 지배를 위하여 같음과 다름을 적대적 차이로서 생각하도록 만인을 선동한다. 여기서 사회적 여론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사실상 여론은 철학적으로 사유하기가 단순치 않다. 자연에는 자연적 필연성이 있듯이, 사회에도 그 사회가 어겨서는 안 되는 규범이 있다. 이미 내가 앞 글(19회)에서 그 규범을 여론이라고 말했다. 나는 여론이 곧 사회적 진리 자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적 진리는 여론으로 나타나지 않고 다른 곳에 외롭게 실존할 수 있다. 특히 여론이 일진광풍(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나치즘, 페로니즘)으로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때, 진리와 여론과의 괴리현상이 생긴다. 그러나 사회적 진리가 여론과는 다른 곳에 존재하더라도, 사회적 진리는 결코 여론을 등지고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적 진리는 만인이 싫어하는 바를 거슬러서 결코 나타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론이 진리 자체는 아니지만, 진리가 여론의 틀을 떠나서 현실화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여론이 완전지배나 점유를 위한 열광의식(fanaticism)으로 미쳐 있을 때에, 그 여론은 약성보다 독성을 더 강하게 분비한다고 생각한다. 열광적 소유의식으로서의 의견들은 자기와 다른 것을 적대감으로 대한다. 이것은 정치적 견해에서뿐만 아니라, 종교적 신앙에서도 마찬가지다. 인류는 오랜 세월동안 이런 정치투쟁과 신앙행위를 용기있는 신념으로 존중해 왔다. 다행히 자유민주주의적 가치관의 도입으로 열광적 정치투쟁과 의견이 일방적인 방향으로만 진행되지 않고 반대방향의 의견 개진도 가능하게끔 제도화되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가 자기중심주의와 타자중심주의와의 상충적 소유론을 다 허용한 점에서, 그것은 대립적 내지 적대적 차이론의 상대화를 이끈 소유론적 제도이지, 같음과 다름을 상관적 차이로 엮어주는 존재론적 사유를 구체화한 것은 아니다. 더구나 종교적 세력확장의 문제에서 자가성의 절대주의가 대단히 심각하다. 초월적 절대자를 믿는 종교에서는 다른 종교를 배척하는 사고가 급한 곡선을 긋고 상승한다. 그 절대자는 사랑인데, 다른 종교를 배척하며 신도수를 확장하고 점유하려는 열광의식과 그 사랑과의 이율배반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신도수의 확장점유는 정치적으로 다수의 지지를 양적으로 얻으려는 정치투쟁과 대단히 유사해 보인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같은 것과 다른 것, 동일성(同一性)과 이타성(異他性)이 대립적 차이가 아니고, 상관적 차이로 엮어지는 그런 존재론적 사유를 구체화할 수 있을까? 이것은 꿈꾸는 또 하나의 공상적 낭만주의에 불과할 것이 아닌가? 나는 앞 글(2회)에서 세상을 헌집 수리하듯이 고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세상은 객관적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은 세상을 보는 만인의 마음이 그리는 사이버(cyber) 시공간이므로 마음을 소유론에서 존재론으로 전향하지 않으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정치적, 종교적 소견을 소유론에서 존재론으로 어떻게 바꾸나? 나는 여기서 가톨릭 철학자 마르셀이 그의 저작 ‘존재의 신비’(II)에서 한 사유를 도입한다. 그에 의하면 정치적, 종교적 소견이 소유론적인 마음에서 발동하는 것일수록, 그 소견은 남들 앞에서 선전하듯이 이 생각은 국민의 생각이나 민족의 생각이나 민중의 생각, 또는 어떤 절대자의 생각과 일치한다고 ‘주장한다’(pretending)는 것이다. 그런 주장은 적어도 남들 앞에서 자기 믿음의 ‘확신’(conviction)을 전파하여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자들을 ‘국민’,‘민족’,‘민중’이나 또는 ‘절대자’의 이름으로 소유하려는 ‘열광적 추상의 정신’(the spirit of fanatic abstraction,19회 글)에 다름 아니다. 그런 정치적 종교적 확신은 이미 그가 소유하고 있는 소견을 개진하여 자기 소견과 다른 소견을 확실히 적대적으로 구분하여 문을 빗장으로 잠가버린 ‘판결선고’나 ‘내적 철책’을 치는 것에 비유된다. 아무리 민족적, 정치적, 종교적 통일을 주장해도 그 주장은 겉으로 떠드는 명분이고, 속으로는 다름을 완전히 거세시켜 버린 자기들만의 끼리끼리 잔치에 불과하다. 독재를 싫어한다는 독선주의보다 더 무서운 소유주의는 없다. 결국 소유론에서 존재론적 사회를 일구는 길은 마음을 존재론적으로 전향시키는 길밖에 없겠다. 그러기 위하여 정치도 종교도 다 소유론의 수압에서 잠자는 인간본성을 일깨워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미래의 종교는 신자수의 양적 확대를 겨냥하기보다 종교건물의 벽을 넘어 오히려 인간본성의 자각을 도와주는 것으로 집약돼야겠다.(6회 글) 어떤 이가 무슨 종교신자라는 것은 전혀 부차적이다. 무종교의 종교가 최적의 종교겠다.20세기 가톨릭 성녀 테레사는 일생을 인도에서 빈자들의 간호사로 생애를 바쳤는데, 그녀는 단 한 번도 힌두교 빈자들에게 가톨릭으로 개종하라고 선교하지 않았다 한다. 성녀 테레사, 그녀는 존재론적 사유의 화신이다. 그녀는 자기 종교를 소유물 자랑하듯 타인들에게 선전하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이 그리스도로 존재했다. 그리스도 안에서 같음과 다름은 단지 상관적 차이에 불과했으리라. 이 점에서 그녀의 사유는 중국 화엄학의 3대 조사인 법장이 그의 ‘화엄경의해백문(華嚴經義海百門)’에서 ‘지금 자타(自他)라고 말하지만, 별도로 다르게 보는 것이 아니다. 자기는 곧 타자의 자기고(自是他自), 타자도 곧 자기의 타자다(他是自他). 자타가 한 사이(一際)에 불과하다.’고 언명한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또 20세기 프랑스의 해체 철학자인 데리다가 그의 저서 ‘표지와 차이’에서 밝힌 ‘같음은 다름의 다름이고, 다름은 같음과 다르게 같은 것’이라는 사유와 맞먹지 않는가? 즉 같음은 다름의 타자고, 다름도 같음과 다르지만 같이 동거하는 사이라는 의미가 데리다의 정의이리라.7세기 중국의 법장과 20세기 프랑스의 데리다는 분명히 같은 사유를 전개하고 있다. 이 사유를 그동안 인류는 비사회과학적이라고 도외시해 왔다. 근대세계는 소유론적 사회과학이 지배적이었다. 개인주의/전체주의, 자유주의/사회주의의 대결에서 전자가 이겼다.21세기 사회과학은 전자의 소유론마저 극복하는 지혜를 모색하는 시절로 접어들 것이다. 그 지혜는 필연코 존재론적인 사유를 화두로 삼을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당·청, 이번엔 8·15사면 ‘이상기류’

    8·15 광복절의 특별사면·복권 대상을 놓고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사이의 기류가 미묘하다. 청와대와 여당이 사면·복권의 기준 및 대상에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 등 일부 정치인을 포함시키는 쪽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최근 정치인을 배제한 경제 회생의 분위기 조성을 위한 경제인과 민생 관련 사범 쪽에 중심을 두고 있다. 사면·복권 대상에는 안씨를 비롯,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 중 한명인 신계륜 전 의원,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서청원 전 의원 등이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경우 감형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안씨는 2002년 대선 때 삼성 등 기업체로부터 65억여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2004년 12월 만기 출소했다. 안씨는 지난해도 사면복권 대상으로 거론됐었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9일 “현재 사면의 기준과 대상에 대해 실무적으로 검토중”이라면서 “따라서 구체적인 대상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자금법에 연루된 안씨는 사면·복권 기준에 들어갈 수 있다.”면서 “다만 정치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여당은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정치인을 제외한 가운데 경제인과 민생 관련 사범 중심으로 사면해 줄 것을 지난주 청와대에 건의했다. 하지만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과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가 포함될지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김근태 당 의장은 이날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회의에서 “민생사면과 경제사면을 청와대에 공식절차를 거쳐 건의한 바 있다.”면서 “건설업 등 어려운 분야의 민생사범도 서민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적극 사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선정과 관련한) 부안사태 관련자와 경제인, 경영인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고려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우상호 당 대변인도 이날 “당은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정치인 사면은 건의한 바 없다.”면서 “경제 활성화와 건설업 관련 민생사면, 부안사태 관련자 등은 건의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나라당 등 야당은 이날 안씨와 신 전 의원 등 일부 정치인이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자 ‘코드 사면’이라며 반발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특사에 대해서는 별도의 사면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등 대통령 사면권을 엄격히 제한하는 쪽으로 사면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11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8·15 특별사면 대상을 최종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당의 의견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10일 밤 구체적 사면 대상과 범위를 결정할 방침이다.박홍기 구혜영기자 hkpark@seoul.co.kr
  • [녹색공간] 농업공무원은 상상일까?/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우리나라에는 교육공무원이라는 제도가 있다. 대학교와 전문학교의 교원 2만명 정도를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30만명이 약간 안 되는 숫자가 초등과 중등 과정에서 ‘선생님’으로 교육현장에서 일하고 계신다. 요즘은 서울의 일부 잘 사는 동네 혹은 잘 살고 싶어 하는 동네를 중심으로 이러한 공교육의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점점 높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공교육 제도가 아예 무너진다면 소위 ‘기회의 균등’이라고 정의되는 ‘형평성’ 자체를 무너뜨리고 국민들이 국가라는 제도를 중심으로 같이 살아가기 위한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게 된다. 시장 사회에서 교육을 국가가 담당하는 것은 바로 이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장치이기 때문이다. 사립학교가 존재하고 사교육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교육공무원이라는 제도를 국가가 운용하는 이유는 그만큼 교육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기능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이 질문을 똑같이 농업에 대입시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현 정부에서는 10년간 119조원을 투입해서 농업을 회생시킨다고 소위 농정로드맵 10개년 계획이라는 것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지만, 실제로 들어가는 돈의 대부분은 6㏊ 즉, 1만 8000평의 농사를 짓는 7만가구를 육성하는 것에 대부분의 예산과 정책이 집중되어 있고, 나머지 대책들은 농업이 아니라도 했어야 하는 정책들을 더해놓은 장식품에 가깝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고령농들이 농사를 그만두는 데 대해서 지급하는 휴경직불제 같은 것들이다. 사회적으로 나쁜 취지는 아니지만 농사짓지 않는데 지불된 돈은 체계화되지 않은 휴경제와 연결되어 결국 2∼3년 농사를 쉰 땅이 힘을 되찾고 다시 농사를 짓게 되기보다는 도로나 개발시설물을 유치하게 된다. 농촌지역에 대규모 공사나 몇 번 하다가 결국 지역공동체도 깨어지고, 농사도 못하게 될 뿐더러, 외지인들이 농업은행이니 각종 장치를 통해서 농지투기하는 용도로 전락하게 되어버린다는 것이 지난 2년 동안에 현실이 보여준 교훈이다. 우리 농업은 선진국의 추세에 따라 적절하게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는 것과 함께 어떻게 다음 세대가 농업에 진입할 수 있게 해줄 것인가라는 두 가지 과제를 가지고 있는 셈인데,1%도 채 되지 않는 현재의 유기농 비율 상황에서 식품안전과 농업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길은 사실상 막막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하는 방법과 기업에 농업을 개방하는 두 가지 길이 있는데, 기업농 형태의 정책을 시도했던 일본의 경우는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했고, 세계무역기구(WTO)하에서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생태보조금이나 조건불리지역 직불제 같은 새로운 재정지원 방식을 개발하고, 교육훈련과 기술개발에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늘린 영국과 스위스, 그리고 덴마크가 나름대로는 성공한 편이다. 상상이지만 젊은이들의 농업진출을 촉진하기 위해서 정부가 농업공무원이라는 제도를 도입하면 어떨지에 대해서 자꾸 생각해보게 된다.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대책은 정년과 월급이 보장된 공무원 자리 아닐까? 9급 별정직 정도라도 소정의 시험과 교육을 통과한 젊은이들에게 적절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게 지원한다면 매우 빠른 시기에 유기농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농촌회생의 전기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어차피 현 정부가 농업을 회생시킬 수 없다면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위해서 100명만이라도 선발해서 시범사업을 펼쳐본다면 농업공무원 제도라는 새로운 틀을 위한 대전환이 가능할 것 같다.20대 젊은이들에게 농업으로 국가에 이바지하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러 가지로 좋을 것 같아 보인다. 사회적 기능은 국토생태보전과 국민보건이고, 추가적으로 우리나라의 농지가 거대한 일자리로 변하게 된다. 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파산 신청하면 공무원 못하나요

    Q카드 돌려막기를 하다 이자까지 1억원이 넘는 빚을 지게 됐습니다. 일정한 직장이 없이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며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비를 대고, 주민등록을 이모 집으로 옮겨놓고 빚 독촉을 피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축은 꿈도 못 꿀 형편이고, 빚을 갚을 수 있는 전망이 있는 것도 아니니 파산 신청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은 잘 압니다. 하지만 솔직히 겁이 납니다. 파산을 하게 되면 하다못해 간호사나 공인중개사와 같은 그럴 듯한 자격증을 가질 수도 없고, 공무원 자격도 상실되는 등 불이익을 많이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아직 공무원이 되는 꿈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요. - 박선희(28)- A파산의 두가지 의미를 혼동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파산이라는 단어는 첫째, 사람이 자기 재산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빚을 지고 지급불능에 빠진 상태를 표시합니다. 이는 어두운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빚독촉에 시달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고, 벌어서 저축할 돈을 모두 채무 변제에 써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도 의욕을 떨어지게 만듭니다. 번듯한 직장에라도 다닐라치면 채권자, 추심인이 변제를 요구합니다. 희망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파산의 두번째 의미는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한 채무자에 대해 법원이 취하는 집행 및 채무자 보호절차로서의 파산재판제도입니다. 이 절차를 통해 채무자는 채권자들에게 더 이상 갚을 능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채무자가 채권자를 속이지 않는 한 더 이상 빚을 갚으라는 요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채무자에 대한 압박으로부터 해방되고, 장래 채무자가 벌어들이는 소득과 이를 저축해 얻는 자산을 채무자가 보유할 수 있게 함으로써 채무자에게 근로 의욕을 불러 일으키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파산절차는 절망적인 상태에 처한 채무자의 유일한 탈출구입니다. 과거 일부 실정법이 파산의 의미를 혼동했습니다. 두번째 의미의 파산 절차가 진행 중인 사람은 바로 첫번째 의미의 파산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는 편견을 전제로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을 ‘파산자’라고 규정, 공직에 취임하지 못하게 한다거나 의사·변호사 등 각종 자격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했습니다. 파산절차에 들어가 있는 채무자가 파산절차에 들어가 있지 않고, 첫번째 의미의 재정적인 파산상태에 있는 채무자보다 훨씬 나은 상태에 있는 것을 간과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국가가 마련한 적법절차에 따르는 사람에 대해 불이익을 준다는 것은 법의 자기부정을 뜻하는 것입니다. 2006년 4월부터 시행된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파산절차, 개인회생절차에 있다는 것을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지 못한다고 규정했고, 이 조항은 이제 판례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취업규칙에 파산을 해고사유로 규정해도 그것은 무효이며, 사립학교 교원을 파산을 이유로 해고하지 못한다는 판결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과거 파산이 제재의 의미를 갖던 시절의 유산인 본적지 통보제도도 이제 파산절차에서 면책을 받지 못한 경우에만 통보를 하고 있습니다. 면허권을 갖고 있는 행정관청에 대한 통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와 공인회계사와 같은 전문직종들도 파산으로 인한 자격취소가 되는 예가 거의 없습니다. 외국에 나가는 데 지장이 있다든지 파산을 하면 가족이 피해를 본다고 말하는 것은 조상의 잘못을 이유로 후손에게 손가락질하지 않는 것을 규범으로 삼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어이없고 황당한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파산의 불이익이 거의 없는 반면, 파산을 하지 않고 첫번째 의미로서의 파산 상태에 있는 사람은 희망을 갖기 어렵습니다. 재산을 자기 이름으로 축적해 약간이라도 중산층의 정상적인 생활을 가질 희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박선희씨가 파산을 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한 해방의 기약 없이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1) 은유법과 환유법의 철학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1) 은유법과 환유법의 철학

    우리는 매일 말을 하는데, 그 말이 무의식적으로 어떤 법칙을 띠고서 나타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법칙이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라캉이나 러시아의 언어학자 야콥슨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은유법(metaphor)과 환유법(metonymy)이다. 우선 은유법과 환유법을 간략히 설명한다. 수사학적으로 은유법은 ‘백합화 같은 처녀’나 ‘사자 같은 소년’ 등으로 소녀의 순결성과 소년의 용맹성을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단적으로 소녀의 순결성과 순진성과 아름다움들이 백합화로 ‘압축´됐고,‘상징적´으로 그 소녀가 백합화로 ‘대체´됐으며, 대체이유는 소녀와 백합화 사이에 정신적으로 같은 계열에 속한다는 ‘계열체적 집합´(paradigmatic set) 또는 ‘유사성´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표시는 은유법과 환유법의 의미를 알리는 핵심적 개념이다. 그래서 은유법(隱喩法)은 소녀와 소년을 보고 그 현장에 없는 유사한 숨은(隱) 단어를 상징적으로 찾는다는 점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환유법(換喩法)은 ‘술 마시자.’를 ‘한 잔 하자.’로,‘30척의 배’를 ‘돛 30개’로 표현하는 법인데, 이것은 술과 술잔과의 상호 ‘인접성´과, 전체(배)와 부분(돛)과의 양적 대소비교에서 장소를 ‘치환´(換)시키는 사고방식에서 생긴 수사법이다. 환유법은 은유법과 달리 이미 현장에 다 출현되어 있는 대상들을 보고서 술을 술잔으로, 배를 돛으로 ‘장소이동´해서 두 낱말의 생각을 결합시켜 나가는 ‘결합체적 맥락´(syntagmatic context)을 중시하기에 말의 이동이 필수적이다. 이런 은유와 환유의 수사학은 인간이 세상을 보다 더 잘 이해하고 지시하기 위한 소유의 방편에서 생긴 언어활동이다. 은유법이 세상에 대한 ‘내면적´ ‘정신적 이해´와 연관되어 있고, 환유법은 세상을 ‘외면적´으로 결합시키거나 분석하는 ‘과학적 지시´의 방법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그것은 수사학이 세상을 인간중심으로 더 잘 소화하기 위한 소유욕의 표현임을 말한다. 은유법과 환유법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철학은 도가와 불가나 서양의 해체철학에서보다도 오히려 유가와 신학 또는 서양의 구성철학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 왜냐하면 세상을 인간중심적으로 구성하는 지성의 철학은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로 세상을 장악함에서 무의식적으로 은유적이고 환유적인 언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상주의는 은유법적으로, 현실주의는 환유법적으로 세상을 소유하려 한다. 은유와 환유에 의한 소유의 두 양식을 프랑스 실존철학자 마르셀 철학용어로 바꾸면, 각각 함유(implication)와 점유(possession)에 해당하겠다. 전자는 정신적 소유를, 후자는 물질적 소유를 의미한다. 은유적 이상주의와 환유적 현실주의를 가장 잘 대변하는 철학사상으로서 우리는 맹자와 순자의 유가철학을 내세울 수 있겠다. 맹자의 유학은 천명(天命)과 성인(聖人)을 일치시키는 사유의 틀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 천명이 세상을 바로 세우는 불멸의 도며, 그 도가 곧 인의(仁義)로 표현된다. 맹자가 말한 인(仁)은 ‘인간의 마음’(人心)이고, 의(義)는 ‘인간의 길’(人路)이라고 해석했다. 또 그는 ‘인(仁)은 인간의 편안한 집(安宅)이고, 의(義)는 인간이 다니는 올바른 길(正路)’이라고 표명했다. 이런 맹자의 비유가 이미 은유적이다.‘인간의 마음’이 바로 ‘인간의 편안한 집’과 동격으로 비유된 것은 인간의 마음이 ‘논어’에서 말하는 ‘어진 마을’(里仁)과 같아야 된다는 것을 함의한 것이겠다.‘편안한 집’은 부모형제가 동고동락하는 공동체와 같다. 마음은 화기애애하게 부모형제가 사는 ‘편안한 집’이나 ‘어진 마을’처럼 공동체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맹자가 내린 마음의 정의겠다. 의(義)는 그 공동체를 마비시키지 않고 혈액순환하게 하는 올바른 길이다. 인의는 바로 천명이 명령한 자연성의 법도다. 그 자연성의 법도가 사회성의 법도로 ‘대체´되면, 그것이 곧 성선(性善)의 사회라고 맹자는 생각했다. 그런 천명의 법도인 인의를 의인화한 것이 요순과 같은 성인이다. 맹자가 생각한 자연성은 ‘시경’(詩經)의 시구처럼,‘물고기가 뛰고, 솔개가 하늘에서 날듯이’ 인(仁)의 생의(生意)가 천지에 가득하고, 각각의 생물이 다 제 마땅한(宜=義) 길을 가고 있는 그런 낭만적 자연관에 입각해 있다. 그런 자연적 인의(仁義)의 의인화로서의 요순은 성선(性善)의 ‘압축´인 셈이다. 요순은 단순히 성선의 압축인 것만은 아니다. 요순은 자연성인 생의(仁)와 자연만물의 마땅한 행로(義)를 ‘대체하는´ 인의적 인성의 표본이고, 그 인성은 자연성과 ‘유사하지만´ 자연성이 인성에 현전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단지 상징적으로 ‘숨어 있을´ 뿐이다. 맹자는 ‘인간이 다 요순이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그런 긍정의 증거로서 그는 인간이 다 잔인한 짓을 감히 하지 못하는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참아 하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을 인간의 본성으로 두고 있다고 보았다. 인간이 이 ‘불인인지심’의 본성을 회복할 수만 있다면, 인간은 누구나 다 요순이 되고, 사회적 이욕심의 악을 이겨낼 수 있다고 여겼다. 후천적 사회생활의 이욕심이 인간의 본성을 흐려 놓기에 인의예지의 마음을 확충하는 도덕심으로 무장하여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기 위한 당위의 의지를 맹자는 아주 강조했다. 도덕의지로 복성(復性)한 인물이 탕무(湯武)임금이다. 이것이 맹자의 낭만적 이상주의다. 그의 이상주의는 인의를 자연성에서 빌려 인간본성으로 은유화시켜 놓고, 그 은유적 이상의 가치가 사회를 장악하도록 이기적 이욕심에 흔들리지 않는 도덕적 지성의 판단을 강조했다. 요순처럼 무위적 자연성과 인성이 일치하는 지고지선의 순정무구한 역사가 다시 생기하지 않으므로, 맹자는 탕무의 도덕적 노력의 길을 대안으로 제시하지 않을 수 없었겠다. 그러나 문제는 탕무 이후에 대성(大成)으로 상징되는 공자를 제외하고 아무도 그 탕무의 길을 다시 회복한 현실적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공자와 맹자가 도를 밝혀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왜 공맹의 도를 숭상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해도 세상에 인의의 도가 실현되려는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지 율곡은 심각한 질문을 던졌다. 지금까지 맹자의 길은 늘 꿈꾸는 낭만주의자의 헛된 이상의 투사로 끝나든지, 아니면 참담하게 실패할 수밖에 없는 지상 유토피아 건설의 혁명적 열병으로 오염되든지 해왔다. 사람들은 맹자의 사상이 형이상학적 함유의 소유론인 것을 모르고 존재론인 것으로 착각해 왔다. 인간중심주의는 존재론이 되기 어렵다. 맹자의 형이상학이 헛된 정열로 끝난 가장 큰 이유는 인간들에게 요순의 본성을 회복시키는 방식에서 도덕의식의 고취만을 강조하는 당위윤리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요순의 본성은 도덕적 지성의 판단에 의하여 사회악과 대결하는 의식에서 회복되기보다 오히려 모든 지성적 분별심을 쉬는데서 피어난다고 생각된다. 그래야만 분별심을 끝없이 흥분시키는 무의식의 뿌리가 고요해질 수 있다. 맹자가 자연을 본성적 성선의 차원에서 읽었다면, 순자는 자연을 본능적 생존투쟁의 잔혹한 경쟁으로 보았다. 맹자의 천(天)은 목적론적 하늘(heaven)이지만, 순자의 천은 그냥 기계론적 하늘(sky)에 불과하다. 맹자는 자연성과 인성의 일치를 겨냥한 ‘천인합일’(天人合一)을 생각했으나, 순자는 ‘천인지분’(天人之分)으로 자연과 인간을 완연하게 구별했다. 이것은 자연의 본능과 인간의 지능을 분리시킨 사상이다. 순자에게 있어 자연의 본성은 오히려 본능에 해당하고 인간의 지능은 인위적인 능력이다. 그는 또 ‘성위지분’(性僞之分=본능과 지능의 구분)을 주장했다. 여기서 위(僞)자는 거짓의 뜻이 아니고, 인위성을 가리킨다. 지능은 자연적인 것을 가공하여 사회적인 것으로 전환시키는 능력이다. 그런 능력을 가진 지도자를 순자는 ‘지인’(至人)으로 보았다. 지인은 도덕적 성인이 아니고, 지능적 기술인이다. 이 지인은 야생적 자연을 기술적 문명으로 변환케 하는 능동적 지성의 참여인 ‘능참’(能參)을 실시하는 자다. 자연적인 것은 모두 본능적인 생존투쟁을 마다하지 않는 이기심의 경향이 있기에 순자는 이 자연의 본성인 본능의 이기심을 성악(性惡)이라 보았다. 인간의 지능이 사회생활을 경영하기 위하여 저 이기적 소유욕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그는 사회가 파괴되지 않고 생기나게 돌아갈 만큼 그것을 ‘양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자연의 소유욕은 대개 물질적 점유욕이므로 그 점유욕을 다소 둔화시키는 방법을 순자는 ‘예법’(禮法)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자연과 사회를 구분했으나, 그것은 보통 생각하듯이 완전히 쪼개지는 것이 아니다. 순자는 지인의 경제정책을 ‘천양’(天養), 복지정책을 ‘천정’(天政), 경험적 인식을 ‘천공’(天功) 등으로 표상했다. 완전한 분리라면, 그가 지능적 사회경영의 개념에 자연(天)의 의미를 덧붙여 명사화했을 리가 없겠다. 이것은 순자가 자연적 본능과 사회적 지능을 상호 ‘인접´개념으로 여겨, 자연에서 사회로 ‘장소이동´(置換)을 시킨 환유법적 사고를 했다는 것을 뜻한다. 베르그송이 말한 바처럼 본능과 지능이 다르지만, 생존술이라는 공통점이 있음을 순자가 이미 간파한 것이겠다.(1회 글) 그리고 그는 자연적 본능을 없애지 않고, 그것을 예법으로 조절된 사회적 욕망으로 ‘결합´시켰다. 그는 정치의 요체를 ‘화성기위’(化性起僞=본성을 변화시키는 인위적 지능을 일으킴)라고 생각했다. 맹자의 철학이 의사 소유론(함유적 소유론=형이상학적 소유론)이라면, 순자의 철학은 진짜 점유적 소유론(형이하학적 소유론)이겠다. 환유법은 은유법처럼 낭만적 마음으로 세상을 화학적으로 영구히 바꿔 보려 하지 않고,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현실적 물리적 대처방안을 임시적으로 강구한다. 소유론적으로 세상을 보면, 맹자보다 순자의 사상이 훨씬 더 유효하고 실질적이다. 그러나 존재론적으로 보면, 순자의 철학은 적과 싸우는 전쟁사령관의 심리처럼 너무 냉엄하고 승부욕에 집착되어 있다. 세상은 전쟁터인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공상적 낭만파로 되돌아가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존재론적 사유는 맹자와 순자의 길이 아닌 제삼의 길을 사유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정치인 엇갈린 여름나기

    정치인 엇갈린 여름나기

    지난달 한반도를 강타한 집중 호우로 전국적인 수해 복구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정치인들의 ‘여름나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해 현장 등을 방문해 복구작업에 비지땀을 흘리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공식·비공식 일정으로 해외 나들이에 나선 의원들도 있다. 더러는 ‘수해골프’‘외유골프’로 빈축을 사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수해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민생 경제를 감안해 휴가까지 반납한 채 수해 복구와 민생경제 살리기에 올인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지난 7월부터 이달 말까지 2개월간 ‘서민경제살리기를 위한 민생탐방’ 프로그램을 마련, 경제인·전업주부 등 다양한 계층과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민생·경제 현장을 발로 뛰고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도 정치 하한기인 8월 한달을 ‘민생탐방의 달’로 정하고 2일 대전산업단지 방문을 시작으로 서민경제 회생을 위한 민생 탐방 행보에 나섰다. 수해 복구현장을 찾아 비지땀을 흘리는 의원들도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늘었다. 열린우리당에선 재해대책특위 소속 유인태 위원장과 강원도 출신인 이광재·조일현 의원 등이 강원지역 수해 현장을 찾아 복구작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한나라당에선 이재오 최고위원과 이계경 대외협력위원장 등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고,‘국가발전전략연구회’ 심재철·박찬숙 공동대표와 박계동·주성영·김영숙·배일도 의원 등은 해외연수 일정을 취소하는 대신 지난 1일 강원 인제군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다. 한편 집중호우 피해가 컸던 지난달 중순 인천지역의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 4명이 태국으로 ‘골프 외유’를 다녀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2일 당 윤리위에서 진상 조사토록 지시했으며 조사 내용을 토대로 필요한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이호웅, 안영근, 신학용, 한광원 의원 등은 지난달 12∼17일 태국 방콕에 있는 유엔 산하 기구인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 사무국을 방문했으며, 이 기간에 파타야 등에서 골프를 몇 차례 쳤다. 이들 의원은 이 의원의 고교 후배이자 ESCAP 사무국장인 한국인 J씨의 초청으로 태국에 갔으며, 인천지역 기업인 K씨가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롯데, ‘대어’ 우리홈쇼핑 낚았다

    롯데, ‘대어’ 우리홈쇼핑 낚았다

    롯데그룹이 홈쇼핑 사업에 진출했다. 롯데쇼핑은 2일 “우리홈쇼핑의 지분 53.1%를 주당 11만원씩 4667억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인수 지분은 경방측 지분 30.2%, 우호지분 22.9%이다. 롯데그룹은 우리홈쇼핑을 인수함에 따라 ‘유통제국’을 확실하게 세우게 됐다. 롯데백화점을 정점으로 롯데마트-롯데슈퍼-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인터넷 쇼핑몰인 롯데닷컴으로 이어지는 유통부문의 계열화를 달성했다. ●유통황제, 벼랑 끝서 회생 롯데는 우리홈쇼핑 인수로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롯데는 지난 2월 롯데쇼핑을 상장하면서 공모자금 등 3조 4000억원을 확보했지만 한국까르푸와 월마트코리아의 인수·합병(M&A)에서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실패했다. 라이벌 신세계와 신흥강자 이랜드에 ‘물’을 확실히 먹었다. 지난해 롯데의 유통부문 총 매출은 9조 8945억원으로 신세계(9조 3053억원)를 6000억원가량 따돌리며 정상을 지키기는 했다. 그러나 신세계가 지난 5월 월마트를 합병하면서 매출이 10조 382억원으로 늘면서 롯데를 앞질렀다. ‘유통황제’ 롯데로서는 자존심을 구겼다. 롯데가 우리홈쇼핑을 인수하려고 애를 썼던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인수로 롯데의 매출액은 1위 자리를 되찾았다. ●긴박했던 막후협상 경방측이 극비리에 롯데에 지분 매각 제의를 한 것은 6월 초. 이를 검토하던 롯데는 지난달 초 장외에서 소액주주로부터 3.3%(26만주)를 286억원에 극비리에 매집했다. 이 지분이 롯데가 경영권을 확보하는 지렛대였다. 실질적인 제 2대주주인 태광산업측은 전혀 낌새를 차리지 못했다. 지난달 말 롯데와 경방의 접촉과 롯데의 주식매집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식인수에 3000억원을 투자했던 태광측은 흥분했다.‘먼 친척(사돈)’이니 ‘비우호적’이니 하는 말을 쏟아내면서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태광계열의 유선방송사업자(SO)는 우리홈쇼핑을 내보내지 않는 등 ‘실력행사’를 하며 시위를 했다.. ●그래도 가시밭길 롯데엔 여전히 상당한 걸림돌이 남아 있다. 롯데의 사돈기업인 태광산업의 반발이 예상외로 크다. 태광측은 방송 중단 등으로 좋지 않은 감정을 쏟아내고 있다. 이를 두고 롯데에 대한 태광측의 ‘시위’로 해석하기도 한다. 롯데는 “2대 주주와 상호 협력해 원만히 경영하겠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또 롯데 관계자는 인수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반응과 관련,“오프라인 유통구조가 완비된 상황에서 홈쇼핑의 미래가치를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우리홈쇼핑 인수작업을 지휘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지난 2004년 신 회장의 아들인 신동빈 부회장 체제가 출범한 뒤 해태제과와 진로, 한국까르푸 인수에 실패해 신 회장이 직접 우리홈쇼핑 인수를 지휘했다는 게 정설로 나돌고 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개인파산신청 5만명 사상최대

    개인파산신청 5만명 사상최대

    올해 6월 현재 개인파산 신청자가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서민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 30일 대법원과 금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개인파산 신청자는 4만 958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6배에 이른다. 연간 기준으로 개인파산 신청자가 가장 많았던 지난해 전체 규모(3만 8773명)를 이미 1만명 이상 넘어섰다. 개인파산 신청자는 2000년 329명,2001년 672명,2002년 1335명,2003년 3856명,2004년 1만 2317명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개인파산 신청자는 1월 5383명,2월 6099명,3월 6197명,4월 1만 247명,5월 1만 304명,6월 1만 1351명 등으로 늘고 있다. 개인파산 신청자가 급증하는 것은 채권 금융기관이나 신용회복위원회, 배드뱅크 등을 통한 사적 채무조정을 넘어 법원의 공적 회생제도를 적극 활용해 빚을 청산하려는 신용불량자들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청 요건 완화로 개인파산이 회생제도로 정착되면서 신청자가 늘어나는 측면도 있지만 그만큼 서민층의 경제력이 약화됐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사금융을 이용한 경험이 있거나 이용하려는 사람 5113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주거비·병원비 등 생계형이 36%로 1년 전 20%의 1.8배로 늘어났다. 사금융 이용자 대부분이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없는 서민이고, 특히 생활비 등 생계형 이용이 늘었다는 점은 서민생활이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잠재적인 파산자 규모가 43만∼112만명에 이르고, 경기 하강, 취약한 가계 재무구조 등을 고려하면 개인파산 신청자가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오늘의 눈] 열린우리당 살길 없나/박찬구 정치부 차장

    열린우리당이 살길은 죽는 길밖에 없다는 역설이 차츰 현실로 와닿고 있다. 개혁·진보세력이 87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질적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길은 우리당의 ‘순장’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주장은 당내에서도 더이상 낯설지 않다.“민심이 사형선고를 내렸는데 왜 아직 관을 짜지 않느냐.”라는 일침이 반대파의 공세만은 아닌 듯싶다. 7·26 재·보선 결과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2003년 11월 창당 이후 사령탑을 9차례나 갈아치우면서 우리당은 어떤 궤적을 남겼는가. 우리 시대 정치의 본질이 평등, 분배, 민주주의 등 공적 가치를 합리적 절차를 거쳐 제도와 정책에 투영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여당은 무책임한, 또는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 ‘부작위’나 ‘비결정’의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감스럽게도 ‘절차적 민주화’의 성과라 할 만한 김근태 당의장 체제도 회생의 답을 속시원히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는 김 의장의 역할이 잘해야 ‘질서있는 당 해체’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마저 감돈다.‘따뜻한 시장’이라는 김 의장의 해법이 고위당직자들과의 엇박자 속에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여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워낙 체질이 약하다 보니 우리당은 청와대를 주시하고 있지만 청와대도 해답을 주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재·보선 하루전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여당 인사에게 “조순형 후보가 당선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고 한다. 여권은 총체적으로 문제 인식과 해결의 프로세서를 잃어 버렸거나, 오인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서울에서, 그것도 ‘비(非)한나라당 지역’인 성북을에서 여당 후보가 9.99%의 한자릿수 득표율에 그친 것은 우리당의 환상이나 미련을 무색케 한다. 국민통합이든, 범개혁연대든, 시대 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새틀짜기의 엄중한 요구는 개혁·진보 진영에서 익어가고 있다. 정파의 유불리나 주도권에 연연할 일이 아니다. 겸허하게 ‘발전적 해체’를 논의하는 것에서, 우리당은 활로를 찾아야 한다. 박찬구 정치부 차장 ckpark@seoul.co.kr
  • 총기사고 고비 넘고 순항… 20년래 ‘최장수’ 기록

    총기사고 고비 넘고 순항… 20년래 ‘최장수’ 기록

    28일 오후 5시30분쯤 서울 용산의 국방부 장관 접견실로 작은 케이크 하나가 들어왔다. 그 주변으로 5∼6명의 본부장급 이상 고위 간부들이 모여 섰다. 이어 윤광웅(64) 장관이 들어섰고, 참석자들은 박수로 맞았다.29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 윤 장관을 위한 조촐한 기념행사였다. 윤 장관의 ‘취임 2주년’이 주목받는 것은, 국방장관으로서는 지난 20년내 최장수 재임 기록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군사정권이 만료된 1986년 이후 국방장관들의 재임기간은 평균 1년 안팎에 머물러 왔다. 사회적으로 민주화 욕구가 커지면서 각종 병영사고에 장관이 책임지고 물러나거나 정치불안에 따른 잦은 개각에 휩쓸리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국방부에서 ‘재임 2년’은 환갑을 넘어 고희(古稀)를 연상시킬 만큼 장수한 기록으로 받아들여진다. 윤 장관의 기록은 정부수립 때부터 쳐도 38명의 국방장관 가운데 9번째에 해당하는 상위권이다. 역대 최장수는 근 5년을 재임한 15대 김성은(1963.3∼1968.2) 장관이다. 2004년 7월 참여정부의 두번째 국방장관으로 임명된 윤 장관 역시 지난해 6월 일어난 전방 GP(관측초소) 총기 난사사건으로 취임 1년도 안돼 낙마 위기에 몰렸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과 여대야소(與大野小)라는 정치적 환경 덕택에 기사회생했다. 이 고비를 넘긴 이후론 큰 사고나 잡음 없이 순항하고 있다. 윤 장관 본인도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재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총기 난사사건을 꼽을 정도였다. 노 대통령이 윤 장관을 신임하는 까닭은 부산상고 동문이라는 점 외에도 국방개혁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 대형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야당이 국회에 윤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했을 때 노 대통령이 그를 두둔한 명분도 ‘국방개혁의 차질없는 수행’이었다. 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탓인 듯 일각에서는 윤 장관의 차기 국정원장 내정설이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임기를 같이 마무리하는 몇 안되는 ‘장수 장관’으로 삼으려 할 것이란 관측이 아직은 우세한 편이다. 윤 장관 자신도 국정원장 내정설에 대해 “전혀 근거없는 얘기다. 국방장관 하기도 이렇게 바쁜데….”라며 손사래를 쳤다. 만일 윤 장관이 노 대통령 퇴임 때까지 재임할 경우 역대 4번째 장수 국방장관으로 기록된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제조업체 문닫고 세금 밀렸는데…

    Q법인사업자로 제조업을 운영하다 직원 급여와 부가세가 밀렸습니다. 재산을 투입하고 친지에게 빌려 은행 채무를 정리하고 석달을 더 운영하다가 결국 손을 들었습니다. 재산이 없어 임금을 못주니 직원들이 노동사무소에 진정을 해 형사처벌을 받았고, 기왕 밀린 세금에다 폐업 때 법인 앞으로 세금이 더 나왔는데 저는 과점주주로 이차납세의무자로 지정됐습니다. 파산절차로도 면책되지 않는 임금과 세금을 먼저 정리하라는 지난번 변호사님 조언을 듣지 않은 것이 후회됩니다. - 한영수(44)- A급여와 세금이 밀리면서까지 사업을 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없지만,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고 보호받을 수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법률상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자는 법인이고 한영수씨 개인이 아닙니다. 납세의무자가 재력이 없다면 정부는 결손처분을 하며, 파산제도로 면책이 안 되는 조세채무도 회생 제도에 의해 분납할 수 있습니다. 우선 임금에 관해 형사처벌을 받으셨다면, 더 이상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법인은 말 그대로 법이 인정하는 사람으로 그 구성원인 주주와는 별개입니다. 법인의 채무를 그 주인인 주주가 갚을 필요가 없는 게 원칙입니다. 이는 법인의 지분을 가진 것이 단 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는 한영수씨 개인이 아니고 ‘법인’이므로, 한영수씨가 개인적으로 지급 약속을 하거나 법인 채무의 보증을 한 것이 아니라면 민사적으로 한영수씨에게 책임이 없습니다. 사업이 기울면 근로자들도 그 상황을 잘 아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럴 때에는 근로자도 사직하고 다른 고용주를 찾아가서 사주가 희망 없는 사업에 더 이상 매달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대됩니다. 둘째로, 파산절차에 의한 면책 대상이 아니지만, 공익적인 고려를 하는 국세청은 실무상 납세의무자가 변제 자력을 상실하면 추적을 중단합니다. 납세의무자 앞으로 되어 있는 재산도 없고, 납세의무자에 대하여 소득이 발생하지 않은 채로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면 당해 국세를 ‘결손처분’해 따로 관리합니다. 물론 이것은 국세청의 내부적인 절차이므로 납세의무가 소멸하지는 않고 그 후라도 체납자에게 재산이 있으면 과세절차를 개시하게 됩니다. 그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통 5년, 무신고인 경우 10년의 소멸시효에 이르기까지 가지고 있는 것이 관행입니다. 체납자라도 나중에 재기하여 정상적으로 근로소득에 대한 소득세를 낼 수 있는 시민이 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끝까지 쫓아가서 과세하겠다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실무라고 하겠습니다. 셋째, 일정한 소득이 기대될 때에는 회생절차에 따라 국세 채무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채무자가 앞으로 버는 소득에서 과거의 채무를 정리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회생절차에서는 이미 발생한 국세채권은 회생채권으로 간주되어 채무자가 버는 소득의 범위 안에서 갚을 수 있고 이것을 이행하면 나머지 회생채권에 관하여는 면책됩니다. 과거 주식회사인 채무자에 대하여만 인정되었던 회사정리절차, 속칭 법정관리제도가 2006년 4월부터 개인에게도 확장되어 파산에 의한 면책이 어렵지만 소득이 있는 개인도 면책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0) 일심(一心)과 일즉일체(一卽一切)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0) 일심(一心)과 일즉일체(一卽一切)

    지난주에 나는 차연(差延=differance=상관관계를 짓는 차이)의 사상이 동기(同氣)의 사유를 이끈다고 말했다. 동기라는 것은 삼라만상이 다 형제간과 같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미 11세기 중국 북송 유학자인 장재(張載)가 그의 논설 ‘서명(西銘)’에서 인간과 사물을 우주적 일기(一氣)의 다양한 나눔으로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효(孝)의 덕을 확장해서 건곤(乾坤)을 우리의 부모처럼 모셔야 하고, 사람들을 우리의 형제로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재는 ‘백성은 나의 동포고 만물은 나의 짝’(民吾同胞 物吾與也)이라고 천명했다. 본디 유학사상은 도가사상과 달라서 사회의 인륜적 가치를 아주 강조한다. 장재의 사상이 도가적인 요소와 닮았음에도 불구하고, 유가로 인정되는 것은 그가 효제충신과 같은 인륜적 가치를 사회생활에서 실천해야 할 덕목으로 내세우면서 도가와 불가의 인륜성의 부재를 비판하였기 때문이다. 장재의 유가사상이 비록 도가적 자연철학을 함의하고 있어도, 그가 유가인 한에서 맹자가 말한 별애(別愛)사상을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맹자의 별애사상은 기원전 5~4세기경으로 추정되는 중국 춘추시대 묵자(墨子)의 겸애(兼愛)사상을 비판한 데서 기인한다. 단적으로 묵자의 겸애사상은 인류에 대한 평등한 사랑의 실천을 강조한 사상이다. 맹자는 그런 겸애가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공소한 이론이라고 비판하고, 자기와 가장 가까운 부모형제부터 효제하는 차등적 사랑의 실천을 주장했다. 이 차등적 별애사상은 모든 유가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사상적 특징이겠다. 이 별애사상은 세월의 흐름을 타고 결과적으로 자기 혈연과 비혈연, 자기가 잘 아는 사람과 잘 모르는 사람을 차별하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굳힌 계기가 되었다. 이 친/소와 혈연/비혈연의 차별은 삼라만상을 동기로 느끼는 차연(差延)의 철학과 같이 가지 않는다. 맹자의 별애사상은 양자택일의 논리와 꼭 일치하지는 않지만, 친/소와 혈연/비혈연에서 선/후와 중심/주변을 따진다는 점에서 결국 그 사상도 선택의 사상을 은닉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런 사유는 결국 호/오와 선/악을 분별하는 지성의 판단을 벗어나지 않는다. 주자학이 도덕판단을 중시하는 주지(主知)주의의 철학이론의 경향을 띠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겠다. 주자학은 지성의 철학이다. 주자학은 물활론(animism)을 미신에 가까운 것으로 경멸했다. 삼라만상에 다 살아 있는 정령이 있다고 여기는 물활론은 원시인들의 무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유하는 존재론에서 보면, 물활론은 엄청난 의미의 옷을 입고 다시 나타난다. 물활론은 생명이 있는 일체가 다 공명체계를 이룩하고 있어서 너와 나의 차별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내가 남에게 끼친 불행과 기쁨은 결국 나의 것으로 되돌아온다는 일체동기(一切同氣)의 사유는 단지 도덕적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나온 덕담이 아니다. 내 개인이나 계급의 이익만 챙겨 남들에게 손해만 입히는 투쟁행위는 결국 몇 배로 더 큰 손해의 파고를 나와 내 계급이 다시 받게 된다는 것을 일체론적 물활론이 가르쳐 준다. 세상에 나와 남의 차이는 있지만, 그 차이가 상관적 차이지 대립각을 세워야 할 차별이 아니라는 것을 일체론적 물활론은 말한다. 이것은 존재론적 사실이지, 교훈적인 덕담이 아니다. 이 우주의 존재방식은 노자가 말한 바와 같이 자/타(自/他)가 같이 병작하는 공동유대인데, 이것을 장자는 만물일지(萬物一指·만물은 한 손가락), 만물일마(萬物一馬·만물은 하나의 말)라 불렀다. 그는 이런 사상을 만물제동(萬物齊同·만물의 일체평등)이나 영녕( 寧·연계되어 있는 편안)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장자가 말한 ‘만물일지’나 ‘만물일마’ 그리고 ‘만물제동’의 의미는 만물이 모두 동일하다는 것을 가리킨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만물이 서로 다양하게 다르지만, 하나의 그물 망처럼 서로서로 얽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장자가 말한 ‘영녕’의 뜻이다. 이 영녕은 우리가 이 앞에서 본 차연(差延)(14,28,29회 글)의 의미를 연상시킨다. 장자는 ‘작은 풀줄기와 큰 기둥, 문둥병자와 미인 서시 등이 다르지만 도의 입장에서 보면 서로 상통한다’고 ‘제물론’에서 설파했다. 다르기에 서로 상관적이라는 것을 뜻하는 차연의 의미와 저 장자의 말이 다르지 않다. 원효가 공(空)과 불공(不空)을 역공(亦空)의 이름 아래에 한 쌍으로 읽고, 하이데거가 진리와 비-진리를 동전의 양면으로 보듯이(29회), 장자도 ‘작은 풀줄기’는 ‘비-큰 기둥’,‘문둥병자’는 ‘비-미인 서시’로 동시에 읽기를 제의했다. 이것은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성’을 생각하는 사유이지, 별애처럼 나를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따지는 선택적 사고가 아니다. 차연은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성’을 생각하는 사유다.7세기 당나라 화엄학의 3조인 현수 법장(賢首 法藏)이 그의 논술 ‘화엄금사자장’(華嚴金獅子章)에서 말한 황금사자상의 비유가 여기에 해당한다. 황금사자상을 보면서 그것을 황금이라고 생각하면 사자라는 생각이 숨고, 이것이 사자라고 여기면 황금이라는 생각이 조금 후퇴한다. 황금과 사자는 비동시적 동시성의 구조를 지닌다. 이 법장의 비유는 장자의 저 비유와 다른 구조라고 여길는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황금사자는 한 물건인데 비하여, 풀줄기/큰 기둥, 문둥병자/미인은 각각 떨어진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의 대조는 대/소의 상관적 차이고, 뒤의 것은 미/추의 상관적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한쪽의 생각이 없으면, 다른 쪽의 것도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장자와 법장의 비유가 다 같은 차연적 사유를 의미한다. 장자와 법장의 사유에는 어떤 중심도 없다. 그러나 맹자가 말한 별애는 자기 혈연부터 사랑한다는 중심이 있다. 이것이 유가적 사유의 역설이다. 맹자는 인의예지의 사단(四端)을 사회도덕의 기축으로 생각하면서 성선의 실현을 역설했다. 거기에는 사해동포의 보편성이 깃들어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것의 실현방식은 자기 혈연에서부터 중심을 잡고 서서히 물결처럼 넓혀 간다는 것이다. 유가의 고상한 도덕명분에도 불구하고 늘 혈연 중심주의를 역사적으로 유가가 초탈해 본 적이 있었던가? 장자의 철학은 삼라만상이 다 다르지만, 다 서로 그물처럼 얽히고설켜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이것이 장자의 평등론적인 제물(齊物)사상이다. 그의 평등사상은 일체가 다 같다는 동일사상이 아니고,7세기 신라의 고승 의상이 ‘법성게’(法性偈)에서 말한 ‘일즉일체 다즉일’(一卽一切 多卽一·하나의 개체가 곧 일체, 다양이 곧 통일)의 화엄사상과 아주 닮았다. 삼라만상은 존재론적으로 완전히 평등하게 서로 주고받는 상응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나의 행위는 가역(可逆)작용을 통하여 나에게로 언젠가 되돌아온다. 이것이 불교의 화엄사상과 노장사상이 공통으로 생각하고 있는 일체주의(holism)다. 의상은 ‘조그만 먼지가 온 우주를 머금고 있고,(…)한없는 긴 시간이 곧 한 생각’(一微塵中含十方,(…)無量遠劫卽一念)이라고 갈파했다. 조그만 먼지를 내 밥그릇의 밥알 한 개라고 생각해보자. 밥알이 된 쌀 한 톨은 농부의 수고로움으로 영글어졌다. 그와 동시에 햇볕과 비와 적절한 구름의 덮음과 땅의 힘 등이 또 다른 것들과 어울려 다 공동 작용했다. 내 밥으로 여기 놓여 있기까지 물류를 도운 운전자와 도소매상인과 내 아내의 노력이 모두 가미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쌀 한 톨은 그 전의 볍씨 한 개가 낳은 결과다. 그 볍씨는 우주 일체와 사람들의 협동으로 형성되었고, 또 벼의 벼로 자연과 인사의 무한 상응 속에서 거슬러 올라간다. 이렇게 보면 내가 먹는 밥알 한 개가 엄청나게 많은 다른 것들과 상입상즉(相入相卽·상호개입과 상호연계)의 존재양식을 띠고 있다. 지금 내가 이 원고를 쓰기 위해 생각하고 있는 일념은 지난날 내가 바쳤던 많은 공부시간의 응축이기도 하고, 그 시간은 또 무의식적으로 나로 하여금 철학공부를 좋아하게 한 전생 기(氣)의 작용과 상관적이기도 하다. 내가 마시는 이 한 방울의 물은 그동안 무수한 재생의 순환을 밟고 온 흔적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물 한 방울의 존재가 지구상 무시 이래로 있어 온 일체의 물과 상입상즉의 연관성을 지니고 있듯이, 사회생활에서 한 개인의 생각과 행동은 전체 사회의 분위기와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 또 사회전체 분위기는 자연환경과도 연관을 맺는다. 서로 미워서 적대감으로 엉킨 사회는 맑고 고운 자연을 일구지 않는다. 투쟁장으로 엉망이 된 일터가 정돈되어 있던가? 우리의 살길은 투쟁을 통한 미움과 한(恨)의 발산이 아니라, 네 일이 곧 내 일이라고 여기는 일심(一心)의 사상이다. 사회에는 다양한 인격들이 서로 있으나, 결국 그 다양한 인격들은 서로 직간접적으로 의존해서 통일된 그물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개인주의는 전체주의만큼 망상이고 허상이다. 사회 속에 개인이 독립된 단위가 아니듯이, 개인은 전체를 위하여 강압적으로 희생되어도 좋은 하찮은 부품이 아니다. 개인은 일심이다. 그 일심이 일체적인 일심을 돕는 일심일수도 있고, 일체적인 일심을 파괴하는 일심일 수 있다. 차연적 사유는 일체적인 일심을 돕는 길이다. 일체주의(holism)는 전체주의(totalitarianism)와 다르다. 전자는 서로 다르기에 교응하는 자연적 사실주의와 닮았고, 후자는 모든 차이를 지우고 중심주의를 조작하여 그 중심을 열광적으로 경배하게 한다. 남은 나와 전혀 동떨어진 별개의 인물이 아니고, 타자는 비-자기(非-自己)고 자기는 비-타자(非-他者)다. 이 자/타의 차연이 상처를 받으면, 자/타가 다 병들고 불행해진다. 그런 사회생활은 지옥을 방불케 한다. 마음에 정치적, 종교적, 계급적, 민족적, 성별적 생각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으면, 어떤 것도 바로 들리거나 보이지 않는다. 투사는 또 다른 적대적 투사를 낳는다. 투사의 문화가 투쟁적인 만큼 편파적이라는 것을 깊이 깨닫자. 우리는 투사의 말에 흥분하기보다 한 떨기 들꽃의 하찮은 모습도 고요히 응시하는 평정심을 귀하게 여기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세이프 코리아] 응급처치법 알면 휴가철 안전 ‘OK’

    [세이프 코리아] 응급처치법 알면 휴가철 안전 ‘OK’

    휴가철이다. 수많은 인파가 산으로 바다로 몰리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응급사고도 발생한다.‘설마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하다 보면 응급사고의 희생자나 방관자가 될 수 있다. 특히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 등 신속한 응급처치는 목숨을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하다. 이 때문에 응급처치 요령만 익혀도 휴가철 ‘안전 지킴이’가 될 수 있다. ●초기 5분이 ‘생사의 기로’ 소방방재청과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응급환자를 발견한 일반 시민이 응급조치를 시행하는 비율은 3%대에 그치고 있다.30%대에 이르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10분의1 수준이다. 서울 종로소방서 양은정(34) 구급대원은 “환자를 발견한 시민들이 119에 신고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환자가 숨을 쉴 수 있도록 기도 유지만 해줘도 사망 위험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심장마비나 호흡곤란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응급처치가 얼마나 신속하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생존율에 엄청난 차이가 생긴다. 심장은 일반적으로 30분 정도는 피가 흐르지 않아도 회생 가능하지만, 뇌는 5분 이상 산소 공급이 안 되면 손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종로소방서는 최근 심장마비로 쓰러진 60대 노인이 있다는 시민의 제보를 받고 출동했으나, 구급대원들이 도착하기까지 5분 남짓 현장을 둘러싼 수많은 시민들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 노인은 사고 후유증으로 병원 중환자실에서 한달 가까이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심장이 멈춘 뒤 3분 이내에 인공호흡이나 심장 마사지를 하면 다시 살아날 확률이 75% 이상”이라면서 “또 6분 이내에 응급조치를 취해야 사망을 막을 수 있으며, 이 시간이 넘으면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진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응급처치가 이뤄질 때 성숙한 시민의식도 필요하다. 양 대원은 “환자 주변 시민들이 응급처치에 필요한 1∼3분도 못 참고 ‘빨리 이송하라.’는 등의 불평불만부터 늘어놓는 경우가 상당수”라면서 “이는 초기 응급처치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응급환자의 ‘수호천사’ 되는 법 응급처치 요령을 알아두면 위급한 상황에서 환자를 살려내거나 자신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 우선 환자를 발견하면 즉각 119에 신고하고, 환자의 턱을 들어 고개가 뒤로 젖혀지도록 한 뒤 입을 벌리도록 해 기도를 확보해야 한다. 이어 맥박은 뛰지만 숨을 쉬지 않을 경우 인공호흡이 필요하다. 맥박은 손가락을 환자의 목젖에서 옆으로 더듬어가다 보면 목근육 앞쪽에서 느낄 수 있다. 인공호흡은 환자의 코를 막고 성인은 1.5∼2초, 어린이는 1∼1.5초 동안 입으로 공기를 불어 넣어준다. 입을 떼어 환자의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지 확인한 뒤 코를 놓아 공기가 배출되게 한다. 맥박이 없으면 심장 마사지를 해야 한다. 압박 위치는 좌·우 갈비뼈가 만나는 곳에서 손가락 두개 너비만큼 위쪽이다. 팔은 꼿꼿이 편 채 손바닥을 압박 부위에 대고 다른 한 손으로 깍지를 낀 뒤 1초당 한 차례씩 눌러준다. 심장 마사지는 혼자일 때는 심장압박 15회마다 인공호흡 2회,2명이 할 수 있으면 심장압박 5회에 인공호흡 1회가 적당하다. 영아는 양쪽 젖꼭지가 만나는 선의 중심에 중지와 약지 등 2개의 손가락을, 어린이는 손꿈치를 각각 이용해 심장압박 5회에 인공호흡 1회를 반복 시행한다. 아울러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릴 때 ▲가슴 한가운데나 왼쪽이 아프거나 조여올 때 ▲가슴 통증이 왼쪽 어깨 방향으로 뻗칠 때 등은 심장의 이상 징후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칫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기침을 세게 해야 한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심호흡은 체내에 산소를 공급하고, 기침은 심폐소생술처럼 심장을 압박해 혈액 순환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면서 “전국 소방서를 방문하면 다양한 응급처치 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휴가철 상황별 응급대처법 휴가철에는 급작스럽게 닥치는 사고의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등으로 골절이나 탈구 환자가 발생하기도 쉽다. 이 때 환자를 함부로 옮겨서는 안 된다. 경추(목뼈)가 손상돼 사지 또는 하반신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종이상자나 나무를 이용해 머리와 목이 움직이지 않게 고정시킨 뒤 다친 부분을 심장보다 약간 높게 유지해줘야 한다. 높은 기온과 강한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다 보면 체내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의식장애와 근육경련, 메스꺼움 등 열사병 증세가 생길 수 있다. 이럴 땐 환자를 그늘이나 시원한 장소로 옮긴 뒤 몸을 조이는 옷은 느슨하게 풀어준다. 뒷머리는 땅에 붙이고 턱을 약간 들어준 뒤 미지근한 물을 몸에 뿌리면 열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과도한 햇빛은 화상을 유발한다. 화상에는 차가운 물로 하루 3∼4차례 20분씩 찜질을 하는 것이 좋다. 비누나 샴푸는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또 독사에게 물렸을 때 환자가 움직이면 독이 빨리 퍼질 수 있다. 상처 부위를 씻어내고, 심장에 가까운 곳의 정맥 부위를 천 등으로 가볍게 묶어준다. 상처에 입을 대고 독을 빨아낼 경우 삼키더라도 소화가 되기 때문에 문제는 없으나, 입안에 상처가 있다면 절대 피해야 한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출하면 평평한 곳에 눕히고 기도를 유지해 줘야 한다. 호흡이 없으면 신속하게 인공호흡이나 심장 마사지를 해줘야 한다. 또 환자를 옆으로 누이고 머리를 낮춰 삼킨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도와야 한다. 이밖에 귀에 벌레가 들어가면 통증이나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귀를 밝은 쪽으로 향하거나 손전등을 비춰 벌레가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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