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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대기업 자금흐름의 동맥경화증/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열린세상] 대기업 자금흐름의 동맥경화증/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한국은행이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들의 요주의 여신 규모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대기업 대출 221조원 가운데 비상환위험이 있는 잠재위험 여신 규모가 48조원(21.7%)에 이른다. 대기업들의 여신 불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이달 들어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STX그룹에 대한 금융권의 여신 총액은 13조 2000억원인데 여신 형태별로 보면 대출이 5조 3000억원, 선박·공사 수주에 대한 보증이 7조 1000억원, 회사채 등 투자가 7710억원이다. 극심한 자금난을 겪는 STX그룹은 현재 STX조선해양, (주)STX, STX엔진, STX중공업, 포스텍이 모두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또한 STX팬오션은 공개매각 실패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인수하게 되고, STX건설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한다. STX그룹의 채권비중은 산업은행(29.5%), 수출입은행(17.3%), 농협(17.0%), 우리은행(11.6%), 기타은행(10.6%), 정책금융공사(8.6%), 비은행계(5.4%) 순이라고 한다. 이들 은행권은 채권을 인수하지 못할 경우 최소적립비율 7%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은행권의 STX그룹 여신규모가 12조원이 넘으므로 최소 84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2010년 4월 자율협약에 들어간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신규지원 대출액은 2조원이다. 성동조선해양 자산(2조 4000억원)의 10배나 되는 STX그룹의 자산총액(23조원)을 감안하면 채권단의 신규지원 필요액이 ‘조’ 단위가 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자금시장에서는 STX그룹 이외에도 4~5개의 대기업집단이 연내에 돌아오는 회사채 만기액을 상환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은에 따르면 2011년 말 0.3%였던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2012년 말에는 1.1%로 급등했다. 국내외 경기회복 지연으로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업종별 예상부도확률(EOF)은 건설 9.1%, 해운 8.5%, 조선이 5.9%나 된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단기차입금 상환과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기업은 71%에 이른다. 상장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5.6%에 비해 2012년 5.1%로 떨어졌는데 대기업은 0.4% 포인트, 중소기업은 0.6% 포인트가 떨어졌다. 한은은 외환위기 절반 정도의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우리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이 14.4%에서 13.2%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한편에서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것은 국내 10대 재벌그룹계열 상장회사들의 2012년도 현금유보율이 1400%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10대 그룹의 유보율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꾸준하게 올라 2004년 말 600%에서 2009년 말 1000%를 넘어섰다. 현금유보율은 기업의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것으로, 벌어들인 돈을 얼마나 사내에 유보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유보율이 높으면 재무구조가 탄탄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투자 등 생산적 부문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 2012년 그룹별 현금유보율을 보면 롯데(1만 4208%), SK(5925%), 포스코(2410%), 삼성(2276%), 현대중공업(2178%), 현대차(2084%) 순이었다. 이 같은 30대 대기업집단에서 극명하게 엇갈리는 명암은 신정부의 거시경제정책 운용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중하위 기업집단들의 연쇄부도를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위 10대 기업집단에 투자 유인을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들 상위 10대 기업집단의 기업 내부유보자금이 중하위 기업집단들의 회생자금으로 환류되면 좋겠지만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은 이러한 환류 기능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일종의 거시적인 자금의 동맥경화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회생자금으로의 환류가 대기업 전체의 기업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할 수도 없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최대 정책과제는 이 같은 대기업 자금의 동맥경화증을 어떻게 풀 것이냐에 달려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때만 일자리 창출이나 창조경제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다.
  • 국민행복기금 시행 1개월… 빛과 그늘

    # 여든 넘은 노모와 함께 살며 집 수리일을 하던 A(62)씨. 노모가 뇌출혈로 쓰러져 장애 판정을 받은 그날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은행에서 큰돈을 빌려 병원비를 댔지만 턱없이 모자랐다. 사무실 보증금까지 빼서 병원비를 막아야 했다. 일용직을 하며 근근이 버텼지만 병 간호와 고령 탓에 일하는 날이 적어 수입이 급격히 줄었다. 얹혀 살던 동생네마저 보증을 잘못 서 집이 넘어갔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된 A씨는 여관 등을 전전했다. 그러다 국민행복기금을 알게 돼 찾아갔다. 은행 빚 870만원 중 70%가량이 면제됐고 나머지 260여만원의 채무는 10년에 걸쳐 갚는 것으로 조정됐다. 자포자기했던 A씨에게 삶의 희망이 생겼다. # 신용불량자인 B씨는 지난달 국민행복기금에 채무조정 신청을 하러 갔다가 “대상이 아니다”란 말에 허탈하게 발길을 돌렸다.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영세 대부업체에 빚을 지고 있었던 탓이다. 은행과 사채업자 등의 빚을 두루 지고 있는 C씨는 최근 은행 채무에 대해서만 국민행복기금 지원을 받았다. 그는 “은행 빚을 해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채업자들의 빚 독촉이 요즘 한층 심해졌다”며 울상을 지었다. 빚더미에 허덕이는 서민층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된 국민행복기금이 지난달 22일 접수를 시작한 지 1개월가량 지났다. 이달 15일까지 기금을 신청한 사람은 약 11만명에 이른다.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새 출발을 하게 된 사람들도 있지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채무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오히려 더 커졌다. 채무 조정에 참여하지 않는 금융회사의 채무는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게 대표적이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사채 등으로 고통받는 경우 법원의 개인파산·개인회생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대안도 제시된다. 금융위 측은 “모든 금융기관을 다 가입시키기 힘들지만 점차 기금 대상자와 협약 금융기관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핵심 자회사 안팔려”… 웅진·STX 회생 ‘안갯속’

    “핵심 자회사 안팔려”… 웅진·STX 회생 ‘안갯속’

    쌍둥이처럼 ‘신화의 몰락’이라는 수모를 겪고 있는 웅진그룹과 STX그룹의 기업회생을 위한 자회사 매각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웅진의 윤석금 회장과 STX의 강덕수 회장은 잇따라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재기를 꾀하고 있으나, 각각 그 발판이 될 수 있는 웅진케미칼과 STX팬오션의 매각 문제를 풀지 못해 속을 끓이고 있다. 17일 산업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 웅진케미칼 인수설이 파다하게 돌았던 LG화학과 휴비스 측은 그러나 “검토는 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며 일단 발을 뒤로 뺐다. 인수를 위해 회계법인과 법률자문사도 선정한 LG화학은 웅진케미칼이 탐나는 매물이긴 한데, 가격 조건이나 상황이 맞아떨어지지 않아 고민하고 있는 눈치다. 일본 도레이의 한국법인 ‘도레이첨단소재’와 국내 화학섬유·소재업체인 티케이케미칼도 웅진케미칼 인수전 참여를 관망하고 있다. 티케이케미칼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다각도로 검토하는 단계이며 일정이 본격화되면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웅진케미칼 매각 주관사로 나선 우리투자증권 등은 웅진케미칼의 자산가치에 대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 2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채권단과 웅진 측은 웅진케미칼의 일괄매각이 어려울 경우, 섬유·필터·전자소재 등 사업부문별 분리 매각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케미칼의 섬유 사업은 국내 생산능력 3위 규모의 원사·원면·직물을 비롯해 소방복 등에 사용되는 ‘슈퍼섬유’도 생산하고 있다. 필터 사업은 해수담수화 등에 쓰이는 역삼투분리막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인수를 기다리던 STX팬오션도 실사 결과, 자산가치 ‘제로’라는 내부평가를 받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산은도 인수를 포기하자니 정부의 회생 방침을 거스르는 것이라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인수를 감행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STX팬오션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 규모를 줄인 뒤 산은 주도로 제3자에 매각하는 게 유력하다는 말도 나온다. 이와 함께 대주주의 STX팬오션 지분을 완전 감자해 STX그룹이 지분매각 대가를 안 받는 대신에 산은이 STX팬오션을 떠맡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금융권 실사 결과가 나쁘게 나온 것은 STX팬오션이 보유한 선박에 대한 현재 가치만 고려하고, 이 선박들이 장기운송 계약 등을 통해 앞으로 벌어들일 가치를 배제했기 때문”이라면서 “STX팬오션은 부채가 1조 1000억원에 이르지만, 수익구조가 탄탄하기 때문에 유동성 지원만 잘된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美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니얼 러셀 지명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에 대니얼 러셀(60)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명했다. 직업 외교관 출신의 러셀은 제1차 북핵위기가 전개된 1992~1995년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면서 1994년 10월 북·미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등 한반도 문제에 비교적 정통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가에서는 국무부 내 대표적 ‘일본통’으로 분류된다. 일본과의 인연이 훨씬 더 두텁기 때문이다. 뉴욕 사라로런스대학과 영국 런던대학을 졸업한 뒤 뉴욕의 다국적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러셀은 1985년 직업 외교관으로 변신하자마자 일본 도쿄에서 주일 미국대사 보좌관으로 3년간 일했고 이후 오사카, 나고야 등에서 일본 전문가로서 경험과 인맥을 쌓았다. 이어 2005~2008년 오사카와 고베 주재 미국 총영사를 역임한 뒤 2008년 국무부 일본과장을 맡았다. 부인이 일본계이고, 미국 외교관 가운데 일본어를 가장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중국에서 근무한 경력은 없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러셀이 한·일 간 갈등이 불거질 때 아무래도 일본에 우호적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커트 캠벨 전 동아태 차관보가 지난 2월 퇴임한 이후 후임 차관보 지명이 늦어진 것은 오바마 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의 이견 때문으로 알려진다. 오바마 대통령은 측근인 러셀을 지명하길 바란 반면 케리 장관은 백악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고 싶은 마음에 다른 인물을 수소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명권자인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를 꺾을 만한 ‘대안’이 물색되지 않음에 따라 러셀로 ‘낙착’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 1기 때 ‘전략적 인내’(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는 대화 없다) 정책을 주도한 러셀과 미국 내 대표적 대화파로 분류되는 케리 장관이 향후 대북 정책과 관련, 어떤 ‘화음’을 맞출지가 관심이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SC·씨티 등 외국계銀 실적도 빨간불

    외국계 시중은행의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30% 이상씩 감소했다. 16일 SC은행에 따르면 전날 공시한 SC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9% 줄어든 853억원을 기록했다. SC은행 관계자는 “개인 회생 신청이 늘어났고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실적 저하 이유를 설명했다. 은행 건전성을 나타내는 BIS비율(국제결제은행 기준에 따른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16.47%로 전 분기보다 0.85% 포인트 늘어났지만 고정이하여신비율(부실채권 중 원리금 상환이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64%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37% 늘었다. 씨티은행의 1분기 순이익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7% 줄어든 57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보다는 51.4% 증가했다. BIS비율은 17.51%로 전 분기보다 0.20% 포인트 떨어졌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4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1% 포인트 늘어나는 등 안 좋은 상황을 보였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한라그룹, 한라건설과 ‘선긋기’

    한라그룹이 자회사인 한라건설에 ‘더 추가 지원은 없다’며 선긋기에 나섰다. 따라서 한라건설이 ‘그룹의 도움’ 없이 부실경영을 혼자 힘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15일 만도 임시이사회와 임직원들에게 발표한 담화문에서 “지난달 한라건설의 유상증자 이후 외부 주요 투자자들과 한라그룹 계열사들의 경영 회복과 시장의 신뢰 제고를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면서 “앞으로 한라건설에 대한 그룹 계열사들의 추가 지원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한라그룹은 지난달 시장의 우려에도 우량계열사인 만도를 통해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한라건설의 유상증자에 3435억원을 지원하기로 해 ‘잘난 아들이 부실한 집안을 부양하는 꼴’,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룹 차원의 각종 지원에도 국내 주택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한라건설의 유동성 위기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이번 결단으로 한라건설은 독자적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한라건설 관계자는 “자산과 투자지분 매각 등으로 5600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 계획을 세워 놨다”면서 “경영 정상화를 위해 더욱 강도 높은 자구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택경기 회복과 조속한 자산 매각 등이 한라건설 회생의 열쇠”라면서 “그룹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정상화 프로그램이 하나만 어긋나도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대기업 인사팀, 취업강의서 막말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가 여대 취업 강의에서 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하고 특정 학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빈축을 사고 있다. 학생들은 “취업의 칼자루를 쥔 갑(甲)의 발언이라고 해도 정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지난 10일 숙명여대 ‘성공취업실전’ 강사로 초청된 애경(AK)홀딩스 인사팀 A차장은 수업 시간 중 특정 학생을 가리키며 “과거에 예쁜 학생을 지도한 적이 있었는데 당신보다 예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대생은 피해 의식이 심하다”면서 “여대생들이 사회생활을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남자들이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고 착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강사는 개인적인 편견을 인사에 반영하곤 한다는 발언도 이어 갔다. 그는 “카메라를 좋아해 중고거래를 몇 번 했는데 외대 근처 대학생들에게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면서 “서류 볼 때 그 학교에 불이익을 준다. 입사하면 ‘그 학교 나왔으니 너흰 사기꾼’이라고 괴롭힌다”고 말했다. 그는 수업 마지막에는 “수업 태도가 안 좋으면 회사에 가서 숙대생들은 절대 뽑지 말자고 하겠다. 다른 회사 인사팀 모임에서도 말하면 안 듣겠냐”고 밝혔다. 수업에 참가한 한 학생은 “강사가 말한 대로 우리가 ‘피해 의식 심한 여대 출신’이라 예민하게 생각하는 건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강생은 “정식으로 항의하고 싶었지만 혹시 해당 회사에 지원할 친구들이 취업하는 데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돼 문제 제기는 못 했다”고 밝혔다. 강의 후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학교 측은 13일 AK홀딩스에 해당 내용을 통보하고 다음 학기에는 다른 인사담당자를 섭외하기로 했다. 애경 측은 “담당 상관이 직접 학교를 찾아 사과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STX채권단 자율협약 체결 진통

    ㈜STX에 대한 자율협약 체결이 진통을 겪고 있다. 산업은행은 채권단에 지난 10일까지 동의 여부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아직 한 곳도 제출하지 않았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농협·신한은행, 정책금융공사 등 STX 채권단은 이날 오후 5시 현재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율협약 동의서를 보내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늦어도 13일까지 보내달라고 재통보했지만 채권 은행은 묵묵부답이다. 대부분 은행은 14일 여신위원회 등을 열어 STX 회사채 지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금융 당국의 입김을 강하게 받는 정책금융공사 등은 동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내일 최종 회의를 열어 결정할 예정이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중은행이다. 그중에서도 채권액이 산은 다음으로 많은 우리은행이 회사채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우려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이나 기관이 이자를 더 받으려고 투자한 회사채를 은행이 대신 갚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산은은 14일에는 동의서가 올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열린 STX 채권단 회의에서 ‘채권단이 STX 회사채를 막지 못할 경우 회사채 시장 전체가 경색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시중은행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자율협약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 산은 관계자는 “산은이 2000억원을 먼저 지원한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면서 “자율협약은 채권단 전체의 동의가 있어야 개시된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끝내 회사채 지원에 합의하지 못하면 자율협약은 중단된다. 이렇게 되면 STX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넘어가게 된다. 14일 만기가 돌아오는 ㈜STX 회사채는 2000억원이다. STX가 신용등급 ‘A-’이던 2010년 5월 14일 발행한 것으로 표면금리는 연 6.8%다. 7월 20일과 12월 3일에도 각각 800억원, 2000억원이 돌아온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CEO칼럼] 가화만사성/박상진 ㈜한양 부회장

    [CEO칼럼] 가화만사성/박상진 ㈜한양 부회장

    얼마 전 우연히 아버지와 어린 자녀들이 함께 전국을 여행하며 서로 알아가는 TV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늘 바쁜 아빠들과 오랜만에 여행을 떠난 아이들이 보여주는 천진난만한 동심의 세계는 보는 이를 흠뻑 빠져들게 할 만했다. 그런데 프로그램 가운데 한 부자가 텐트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빠는 나를 싫어하지?” “아빠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알아? 몰라?” 어린 아들의 당돌한 질문에 아빠는 적잖이 당황했다. 항상 바빴던, 그래서 자주 볼 수 없었던 아빠를 보며 아이는 아빠가 자신을 미워해서 집에 자주 없다고 느낀 것이다. 가정을 위해,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하는 아빠들의 고충을 아직 알 리 없는 아이에게 늘 분주하기만 한 부모의 모습은 아쉽게만 보였을 터다. 모든 만물이 소생하여 초록의 화사한 옷을 입고, 보고 있기만 해도 즐거운 ‘계절의 여왕’ 5월. 우리는 이 달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른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가족 간에 서로 감사하고 축하해 주는 날들이 모여 있어서 자연스럽게 가족의 의미와 소중함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모든 만물이 새롭게 단장하고 자태를 뽐내는 5월 만큼 우리 삶의 근간이자 기초 단위인 ‘가족’의 의미를 곱씹게 만드는 때도 없지 않나 싶다. 가족이란 말처럼 우리를 힘 나게 하고 위안을 주는 단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개인이 사회 구성원으로 온전히 설 수 있게 하는 토대가 되는 가족의 위상이 지금처럼 흔들린 적도 없다. 급격한 산업화와 그에 따른 금전만능주의로 가족의 의미는 훼손될 대로 훼손됐다. 최근 들어 발생하는 극악스러운 사건·사고의 배경에는 가족 해체가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족이 붕괴되는 원인은 다양하다.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으로 현대인은 예전보다 더 바빠졌다. TV, 인터넷 등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바쁜 현대인들을 가족과 이웃에게서 더욱 멀어지게 만들었다. 시간 없는 가족 구성원들은 편리한 문명의 이기(利器)들이 초래한 생활 방식의 변화로 점점 더 얼굴을 마주하기 힘들어졌다.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간 온기 어린 진솔한 대화를 할 여유조차 없어졌다. 몸만 한 지붕 아래 있을 뿐 가족들은 유대 없이 뿔뿔이 흩어진 지 오래다. 전통적 의미의 가족이 사라진다는 것은 사회 공동체가 붕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옛날 필자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는 가정과 직장의 양립 불가는 당연시 됐다. 그 시대 부모들은 먹고 살기 위해 불철주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오로지 일만 했다. 내가 아니면 누가 내 가족을 챙기랴 하는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다른 가족 구성원과 즐거움을 나누는 것은 ‘사치’로 여겨 늘 뒷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가족의 해체로 피폐해진 개인들은 다시 가족을 통해 위로를 얻으려고 하고 있다. 삶과 일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인들이 늘고 있으며, 직업 선택의 기준으로 경제적인 가치보다는 가정과 직장의 양립에 더 치중하는 추세다.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는 기업의 경영전략에 있어 변화를 이끌어 냈다. 가정이 화목하고 평화로워야 직장의 구성원도 회사 일에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으며, 가족의 마음을 얻는 기업이 유능한 인재들을 회사에 끌어들일 수 있다. 많은 기업이 ‘가족친화경영’ 철학을 앞세우고 가정과 회사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행에 옮기고 있는 이유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현실이 각박할수록 가정의 위기가 빈번해진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질서와 체제의 성립은 가족의 안정에서부터 비롯된다. 이는 모든 공동체 생활의 진리이다. 약 2000년 전부터 회자돼 온 한문의 구절인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 알짜 M&A 매물, 사줄 곳이 없다

    알짜 M&A 매물, 사줄 곳이 없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그간 탄탄한 매출을 거둬 온 ‘알짜’ 업체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특히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설·해운업계를 중심으로 하루가 다르게 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경기가 단시일 내에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시장의 관심은 싸늘하기만 하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동양건설과 범양건영에 대한 매각 공개입찰이 진행된 데 이어 쌍용건설과 벽산건설, LIG건설, 남광토건 등도 조만간 매물로 나올 예정이다. 서울 강남구 세곡동 헌인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2011년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동양건설은 인수의향 업체가 없어 지난 2월 1차 매각 작업이 무산됐다. 범양건영은 지난해 10월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은 뒤 사업 정상화를 추진해 왔다. 벽산건설과 LIG건설은 최근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는 등 M&A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쌍용건설과 남광토건도 올해 안에 매각을 끝내기 위해 채권단 등과 협의 중이다. 최근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진 STX건설도 머지않아 M&A 시장에 나오게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00년대 중반 무리하게 벌였던 PF사업에 발이 묶인 업체들이 대부분 매물로 나왔다”고 말했다. 장기불황이 이어지는 해운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한해운은 올해 3월 매각 본입찰을 진행했지만 당초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CJ그룹과 SK그룹은 입찰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사모펀드(PEF) 1곳이 입찰에 응했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최종 협상이 결렬됐다. 올해 3월 공개 매각에 실패한 STX팬오션도 현재 산업은행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사 일정이 지연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때 현대자동차그룹의 물류 전문 계열사인 글로비스의 인수가 점쳐지기도 했지만, 정작 글로비스는 인수전에 나서지 않았다. STX팬오션과 대한해운은 각각 국내 벌크(곡물이나 광석, 목재처럼 별도 포장 없이 싣는 화물) 운송 분야 1, 2위 업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위기 이전인 2000년대 중반 전 세계적으로 벌크선이 너무 늘어나 업황이 나빠질 대로 나빠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보이는 곳이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M&A 대상 업체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다 보면 장부상에 나오지 않는 ‘보이지 않는 부실’이 상당할 때가 많다”면서 “(불황으로) 기존 계열사나 조직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기에도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정확한 부실 규모도 알기 어려운 업체들을 누가 손대려 하겠냐”고 반문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中企 등 옥죄는 ‘손톱밑 가시’ 뽑는다…정부 개선과제 130건 확정

    中企 등 옥죄는 ‘손톱밑 가시’ 뽑는다…정부 개선과제 130건 확정

    프랜차이즈(가맹점) 본부가 가맹 사업자에게 과도한 계약이행 보증금을 요구하거나 무리하게 영업 비용을 떠넘길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계약서에 명시된다. 또 PC방, 만화방 등에서 별도의 휴게음식점 허가 없이 커피, 컵라면 등을 조리해 판매할 수 있도록 식품위생법 등 관계법령이 개정된다. 정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의 영업활동과 경영에 부담을 주는 현장 애로사항 130건을 향후 개선 과제로 확정했다. 프랜차이즈 본부와 가맹사업자 사이의 불공정 행위 해소 방안은 사회 쟁점으로 떠오른 ‘갑을 관계’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프랜차이즈 본부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판촉행사 등 각종 영업 비용을 사업자에게 함부로 전가하지 못하도록 판촉 관련 중요사항에 대해 다수 사업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표준가맹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본부에서 과도한 계약이행 보증금을 요구하는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보증금 산정기준도 마련한다. 2011년 말 기준으로 프랜차이즈 본부는 2405개, 가맹점 수는 17만 926개에 이른다. 기존 이동통신 3사의 통신망을 빌린 알뜰폰(MVNO) 사업자들에게 LTE와 국제전화 로밍 서비스를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기존 이동통신사들이 MVNO에 제공하는 의무서비스는 현재 2G와 3G를 통한 통화, 단문, 데이터 서비스로 한정돼 있지만 앞으로 LTE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건설엔지니어링 하도급 관리·보호규정이 미비해 적정한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는 불공정한 거래관행이 만연해 있음을 인식해 관련 제도를 만들어 하도급 제도의 양성화 및 불공정 거래를 방지해 나가기로 했다. 또 산업디자인 전문업체 등록 요건을 완화해 우량 중소 디자인업체를 육성하고, 회생인가 등 재기를 위한 지원 필요성을 인정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각종 정부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격 제한을 완화할 방침이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은 “이번 대책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상시적인 ‘손톱 밑 가시’ 뽑기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중소기업청 등 관계 부처와 함께 지속적으로 현장 애로사항을 발굴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 보육예산 지원대책을 논의, 보육예산의 안정적 집행을 위해 국고보조율을 현행 20%에서 40%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 총리는 “영유아보육에 관한 국민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 부처가 지방자치단체 추경예산 편성을 적극적으로 독려해 달라”고 말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서류상 사망’ 70대 남성, 52년만에 ‘생존자’ 신분 찾아

    52년 동안 사망자 신분으로 살던 70대 남자가 부산변호사회의 도움으로 생존자 신분을 되찾았다. 부산지방변호사회는 10일 생존해 있는데도 가족관계등록부에 1961년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던 이모(72)씨가 최근 사망기록을 말소하고 생존자로 등록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1961년 5월 7일자로 어머니에 의해 사망신고가 돼 사망자로 등록됐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집을 나간 이씨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어머니가 사망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씨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범죄의 유혹에 빠져 15차례나 교도소를 들락거리며 살았다. 지난해 부산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이씨는 재판부에 제출한 항소이유서를 통해 사망자로 돼 있는 사연을 밝히며 생존자 신분을 회복하고 싶지만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없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이씨의 사정을 전해들은 부산변호사회가 지원에 나섰다. 인권위원회 소속 윤재철 변호사는 이씨의 신분을 살리기 위해 부산가정법원에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뒤 관할 구청과 교정시설 등을 1년 넘게 뛰어다닌 끝에 지난 3월 말 법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 작성을 허가한다는 결정문을 받았다. 이씨는 오는 9월 출소한다. 윤 변호사는 “사망자로 등록돼 주민번호가 없으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은 할 수 없지만 인물을 특정할 수 있는 경우 수사기관에서 쓰는 가상의 주민번호가 있어 이를 이용해 사건처리나 교도소 수감 등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레슬링 올림픽 잔류 희망 보인다

    2020년 여름올림픽 정식종목 복귀를 벼르는 레슬링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9일 올림픽 전문 인터넷 매체 ‘어라운드 더 링스(ATR)’는 이달 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 정식종목 후보군으로 레슬링과 스쿼시, 가라테를 압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매체는 지난 2월 IOC 집행위처럼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고 3개 후보군으로 압축한 뒤 9월 부에노스아이레스 IOC 총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IOC는 2월 스위스 로잔 집행위에서 2020년 대회의 핵심종목 25개를 선정하면서 태권도를 잔류시켰으나 올림픽의 상징과도 같은 레슬링을 제외해 상당한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이에 따라 레슬링은 야구·소프트볼, 가라테, 우슈, 롤러스포츠, 스쿼시, 스포츠클라이밍, 웨이크보드 등과 함께 2020년 올림픽 정식종목의 마지막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해 왔다. 애초 한 차례 집행위의 ‘퇴짜’를 맞은 레슬링의 회생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고 기구 통합 등으로 혁신의 움직임을 보인 야구·소프트볼이 경쟁력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ATR은 최근 버드 셀리그 미프로야구(MLB) 커미셔너가 올림픽 기간에 시즌을 중단할 수 없다고 밝히는 등 소극적이어서 야구·소프트볼에 대한 집행위의 평가가 낮아졌다고 전했다. 네나드 라로비치(세르비아) 국제레슬링연맹(FILA) 회장 직무대행이 A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레슬링 여자 자유형의 체급 세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라로비치 회장 직대는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4체급만 치러진 여자 자유형을 앞으로 6체급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48㎏급, 55㎏급, 63㎏급, 72㎏급으로 나뉘어 있는 여자 자유형을 50~74㎏으로 넓힌 다음 이를 세분화하겠다는 것이며 대신 7체급씩 치러진 남자 자유형과 그레코로만형은 한 체급씩 줄어들게 된다. 일종의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조치다. 라로비치 회장 직대는 “오늘날 여자 레슬링은 정말 역동적이고 재미있기 때문에 남자 종목과 체급 수를 똑같이 늘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음 주 러시아 모스크바 FILA 총회에서 확정되면 최대 수혜자는 일본이 될 전망이다. 일본은 레슬링 자유형에 여성 참여가 처음 허용된 2004년 아테네올림픽부터 지난해 런던올림픽까지 세 대회에서 7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건설·조선·해운업종 수시 신용평가… 신속 구조조정 유도

    건설·조선·해운업종 수시 신용평가… 신속 구조조정 유도

    건설·조선·해운 등 3대 취약 업종에 대한 금융 당국의 모니터링이 강화된다. 정기 신용위험 평가 외에 수시로 평가를 진행해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유도할 방침이다. 제2의 STX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다. 채권은행들이 부실기업에 대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정당한 사유 없이 중단하면 당국의 제재를 받게 된다. 퇴직연금, 방카슈랑스, 불법대출 모집 등 민원 소지가 많은 부문은 테마검사가 이뤄진다. 일정 요건 이상의 유한회사, 상호금융조합 등은 의무적으로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 방안도 추진된다. 지금은 상당수의 법무법인(로펌), 회계법인, 종교·복지단체 등 비영리단체, 일부 외국계 금융회사, 루이비통코리아 등 해외명품 취급 회사들은 외부감사를 받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7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3년 금융감독 방향’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기업의 신용위험을 평가할 때 업종별 특성과 위험도를 고려해 세부평가 대상기업 선정기준을 차등화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영업현금흐름 등 세부평가 대상을 선정하는 지표가 모든 기업에 똑같이 적용됐다. 최근 STX그룹 사례에서 보듯 취약업종의 부실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는 데다 적기에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부실이 빠르게 전이될 수 있어서다. 올해 3월 말 기준 STX그룹에 대한 금융권의 여신 총액은 13조 1910억원이다. 채권은행들은 STX그룹의 자율협약이 성사되더라도 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해 쌓아두는 돈)만 최소 8400억원(7% 기준)을 쌓아야 할 처지다. 신규 운영자금도 지원해야 한다. STX그룹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성동조선해양의 경우 2010년 4월 자율협약 체결 이후 해마다 7000억원의 운영자금이 들어갔다. 여기에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STX그룹의 회사채는 9800억원이다. 결국 STX그룹을 살리기 위해 은행들이 올해 쏟아부어야 할 돈만 3조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STX를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넘기면 충당금 규모가 2조원을 훌쩍 넘게 돼 더 부담스럽다. ‘울며 겨자먹기’로 자율협약을 수용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거꾸로 충분히 살아날 수 있는 기업인데도 채권단이 서로의 이해관계 등을 앞세워 워크아웃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사례도 견제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위험평가 결과와 사후 관리, 중단 사유의 적정성 등을 살펴 (워크아웃 중단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채권은행을 제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소비자보호처의 독립성과 기능도 강화된다.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있는 사항을 미리 감지하는 ‘민원 사전 인지시스템’과 인터넷으로 민원처리 현황을 확인하는 ‘실시간 민원처리확인제’를 도입한다. 분쟁조정위의 판결 사례가 있는데도 동일 사안을 놓고 금융사가 소비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민원발생평가 때 벌점을 부과한다. 민원 발생이 많은 금융사는 임직원이 ‘교육 워크숍’에 참석해야 한다. 보험사별 실손보험료도 비교 공시할 방침이다. 금융소비자 보호 장치를 대폭 강화함으로써 금감원 산하의 금융소비자보호처가 분리 독립되는 것을 막으려는 선제조치로 풀이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STX솔라, 고효율 태양광 모듈 개발 ‘화제’

    STX솔라, 고효율 태양광 모듈 개발 ‘화제’

    “경영 상황이 어려워도 기술력과 자신감만 있다면 위기를 견뎌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뒤이어 반드시 기회가 옵니다.” 전자업계에서 ‘생산공정의 달인’으로 통하는 최진석(55) STX솔라 사장은 7일 저비용·고효율의 태양광 모듈 개발 소식을 밝히면서, 그룹의 경영난으로 위축된 임직원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STX솔라는 최근 태양전지 기술을 적용, 태양광 제품의 고질적 문제인 발전효율 감소현상(PID)을 줄이면서도 19.8%의 ‘광변환 효율성’을 달성한 270W급 대용량 모듈을 개발했다. 일반 제품의 광변환 효율성은 최고 19% 수준. 여기에는 생산공정을 12단계에서 8단계로 줄이도록 한 최 사장의 역할이 컸다. 저비용과 고효율은 그의 주특기였다. 2001년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개발자이던 그는 당시 5조원대의 적자를 내고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하이닉스로 회사를 옮겼다. 연구·개발(R&D) 책임을 맡은 최 사장은 하이닉스의 문제점이 기술력에 있는 게 아니라 생산공정에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는 “경영 상황이 어려웠지만 거꾸로 4만장 생산체제를 16만장 체제로 늘리자 생산단가가 도리어 70%나 줄었다”면서 “3년 만에 만성적자를 벗어나 연 2조원의 수익을 내며 기사회생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생산본부장(부사장급)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고, 회사는 시가총액이 5000억원에서 18조원대 우량 대기업으로 바뀌게 된다. 최고기술책임자(CTO) 자리까지 오른 그는 2011년 STX그룹에 합류했다. 그러나 STX가 위기를 맞으면서 그는 다시 공정 개선을 통해 비용 절감과 효율성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STX솔라는 서둘러 시제품을 생산, 인증이 엄격한 일본 태양광 시장을 뚫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세계 최저가격으로 최고 효율 20.3%에 도전할 계획이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남편이 죽자, 시아버지가 매일 밤 찾아왔다

    남편이 죽자, 시아버지가 매일 밤 찾아왔다

    # 2007년 스무 살이 되던 해 그녀는 베트남 시골 마을 고향을 떠나 한국에 왔다. 나이는 까마득하게 많고 말도 전혀 안 통하는 낯선 남자와의 결혼. 그게 찢어지는 가난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곳은 결코 그녀에게 포근한 보금자리가 되지 못했다. 정신질환을 앓는 남편은 허구한 날 폭력을 휘둘렀다. 그녀의 유일한 위안은 베트남어로 대화가 가능한 인터넷 메신저 ‘깻방’이었다. 이곳에는 한국에 시집 온 베트남 여성들의 눈물이 가득했다. 채팅을 하다가 숙식과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사람을 만났다. 베트남 유학생인 그는 “힘들면 집에서 나오라”고 했다. 2009년 그녀는 집을 나왔다. 그렇게 해서 간 곳이 휴대전화 제조 공장. 시급 4500원에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고달픈 노동이 이어졌다. 그래도 행복했다. 베트남의 엄마 아빠에게 돈을 부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남편과 이혼소송을 벌여 한국 영주권까지 얻었다. 이제 그녀는 자유다. # 그녀(29)는 9년 전 필리핀을 떠나 전남 지역으로 시집왔다. 신혼은 짧았다. 마늘 농사를 짓던 남편은 알코올 중독자에 자주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이가 생겼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남편은 결혼 8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팔자려니 했다. 유복자이긴 했지만 아이도 낳았고 서서히 한국 생활에도 적응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악몽은 시아버지가 그녀의 방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매일 밤 시아버지는 며느리의 방을 찾아 문을 잠갔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구박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매일 밤마다 공포에 질려야 했다. 시아버지의 기행이 1주일 이상 이어지자 결국 그녀는 아기를 업고 몰래 짐을 쌌다. 결혼 1년 8개월 만이었다. 장을 보러 간다고 둘러댄 후 택시를 불렀다. 아이를 쉼터 어린이집에 맡기고 공장에 다녔다. 새벽 6시 30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15시간을 일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그녀는 지금 손발에 마비 증세가 와 고생하고 있다. 집세를 내고 나면 네 살배기 아이와 입에 풀칠하기도 버겁다. 고향을 떠날 때 그렸던 그녀의 한국 생활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결혼 이주 여성의 가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취업을 목적으로 결혼한 뒤 일자리를 찾아 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언어·문화·경제적인 문제로 시댁과 갈등을 겪거나 남편의 폭력과 폭언을 피해 가출하는 여성도 적지 않다. “(남편과) 보통 10~20년씩 나이 차이가 나다 보니 여성들이 도망갈까봐 집 밖에 못 나가게 하고 가두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결혼 이주 여성 A(26)씨는 “결혼 이주 여성이 한국에 오는 이유 중 하나가 고국의 형편이 어려운 가족을 돕기 위해서인데 자꾸 집 안에 가두려고만 하니 목적 실현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많은 결혼 이주 여성이 이 문제로 갈등을 겪는다”고 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돈 받고 팔려 왔으니 고분고분 살아야 한다는 식으로 결혼 이주 여성을 깔보는 심리도 있어 정 붙이기가 더욱 어렵다”고 했다. 실제 다양한 이유로 한 해 3000명 이상의 결혼 이주 여성들은 가출을 택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8년 3777명, 2009년 3617명, 2010년 3613명, 2011년 3551명, 2012년 3731명이 한국 가정으로부터 도망쳤다. 올해에도 이미 3월 말까지 805명이 집을 나갔다. 다문화가정의 경우 가출 신고를 꺼린다는 특성을 고려하면 그 수는 더 커진다. 지난 5년간 성사된 국제결혼이 한 해 통상 2만 5000건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매년 15% 정도가 가출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26만여 가구에 달하는 다문화가정 중 이혼 또는 별거 중인 가구도 4.5%에 달한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선택한 가출이지만 집 밖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가출한 결혼 이주 여성을 돌보는 쉼터 등에 입소하는 경우는 행운에 가깝다. 대부분 여권을 두고 몸만 도망쳐 빠져나오거나 남편이나 시부모가 여권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당장 체류 자체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체류 연장을 하지 못해 불법체류자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한 쉼터 관계자는 “가출한 결혼 이주 여성들이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는 쉼터 측에서 신원 보증을 한다 해도 체류연장 기간이 3개월에 불과하다”면서 “더 큰 문제는 전국 18개 국비 지원 쉼터(각각 12~23명 정원으로 총 225명) 수용률도 정원을 초과한 상태라 폭력과 학대를 피해 집을 나왔다가도 귀가 조치되는 경우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수용 인원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물리적·언어적 폭력을 얼마나 심하게 당했느냐, 피해가 얼마나 크냐와 상관없이 빈자리가 있는지 없는지가 주요 입소 기준이 된다. 머물 수 있는 기간도 길어야 2년으로 한정돼 있다. 2년 후에는 독립을 해야 하지만 결혼 이주 여성들에겐 막막하기만 하다. 생활비는 많이 들지만 그들이 잡을 수 있는 일자리는 뻔하기 때문이다. 한국어가 안 되기 때문에 박봉의 공원이나 청소 도우미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서울은 그나마 조건이 좋아 2차 쉼터에서 자립을 위한 기술을 배운다. 그러나 여건이 갖춰지지 못한 곳에선 일정 기간 후 머물 곳조차 없는 신세가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모텔 청소 도우미인 ‘조바’(도우미)로 숨어드는 사람들이 많다. 젊은 여성들의 경우 공단에 숨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나이가 있는 한국계 중국인의 경우 여관이나 모텔에서 청소 도우미를 자처하며 숙식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한 모텔 관계자는 “신분이 드러날 일이 없어 많은 결혼 이주 여성들이 조바를 자처한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인터넷 메신저 등을 통해 가출 정보를 얻거나 가출 후 도와줄 남성을 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13년 전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황재석(44·무역업)씨는 “혈기 왕성한 남성들은 성욕을 충족시킬 수 있고, 여성은 생활비를 아껴 번 돈을 최대한 많이 베트남 가족에게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출 후 동거와 같은 또 다른 계약이 성립된다”면서 “주위를 보면 가출해서 혼자 사는 경우는 거의 없고 유학 등을 온 자국민들과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일부 결혼 이주 여성을 도와주려는 남성들은 가출 후 이혼 소송에서 승소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려 이혼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 가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이는 악순환을 낳기도 한다. 좋지 못한 사례가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결혼 이주 여성과 결혼하는 남편과 가족들은 여성의 바깥 생활에 대한 불안과 통제에 대한 집착이 심해진다. 여성의 사회생활을 통제하면서 갈등이 계속되는 식이다.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이사장은 “자신을 희생하며 건전하게 사는 결혼 이주 여성들이 대부분인데도 일부 사례 때문에 ‘결혼 이주 여성들은 다 도망간다더라’ 식의 선입견이 확산돼 있다”면서 “실제 남성 쪽에 신체적·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게 문제 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이 여성들을 결혼 이주자로 불러들였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가출 여성들에 대한 편견이 많고 쉽게 낙인을 찍는다”면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도 건강한 가족의 유지에만 초점을 맞춰 운영되기 때문에 심각한 부부 갈등이나 폭력을 겪고 있는 가정 등 좀 더 개입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커버스토리-결혼 이주여성의 위험한 탈출 그 이후] 남편이 죽자, 시아버지가 매일 밤 찾아왔다

    [커버스토리-결혼 이주여성의 위험한 탈출 그 이후] 남편이 죽자, 시아버지가 매일 밤 찾아왔다

    # 스무 살이 되던 해 그녀는 베트남 시골 마을 고향을 떠나 한국에 왔다. 나이는 까마득하게 많고 말도 전혀 안 통하는 낯선 남자와의 결혼. 하지만 그게 찢어지는 가난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곳은 결코 그녀에게 포근한 보금자리가 되지 못했다. 정신질환을 앓는 남편은 허구한 날 폭력을 휘둘렀다. 그녀의 유일한 위안은 베트남어로 대화가 가능한 인터넷 메신저 ‘깻방’이었다. 이곳에는 한국에 시집온 베트남 여성들의 한숨과 눈물이 가득했다. 채팅을 하다가 숙식과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사람을 만났다. 베트남 유학생인 그는 “힘들면 집에서 나오라”고 했다. 2년 만에 그녀는 집을 나왔다. 그렇게 해서 간 곳이 휴대전화 제조 공장. 고달픈 노동이 이어졌다. 그래도 행복했다. 베트남의 엄마 아빠에게 돈을 부칠 여유도 생겼다. 그러는 사이 남편과 이혼소송을 벌여 한국 영주권까지 얻었다. 이제 그녀는 자유다. # 그녀(29)는 9년 전 필리핀을 떠나 전남 지역으로 시집왔다. 신혼은 짧았다. 마늘 농사를 짓던 남편은 알코올 중독자에 자주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이가 생겼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남편은 결혼 8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팔자려니 했다. 유복자이긴 했지만 아이도 낳았고 서서히 한국 생활에도 적응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악몽은 시아버지가 그녀의 방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매일 밤 시아버지는 며느리의 방을 찾아 문을 잠갔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구박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매일 밤마다 공포에 질려야 했다. 시아버지의 기행이 1주일 이상 이어지자 결국 그녀는 아기를 업고 몰래 짐을 쌌다. 결혼 1년 8개월 만이었다. 장을 보러 간다고 둘러댄 후 택시를 불렀다. 아이를 쉼터 어린이집에 맡기고 공장에 다녔다. 새벽 6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15시간을 일했다. 그렇게 3년을 일했다. 그녀는 지금 손발에 마비 증상이 와 고생하고 있다. 집세를 내고 나면 네 살배기 아이와 입에 풀칠하기도 버겁다. 고향을 떠날 때 그렸던 그녀의 한국 생활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결혼 이주 여성의 가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취업을 목적으로 결혼한 뒤 일자리를 찾아 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언어·문화·경제적인 문제로 시댁과 갈등을 겪거나 남편의 폭력과 폭언을 피해 가출하는 여성도 적지 않다. “(남편과) 보통 10~20년씩 나이 차이가 나다 보니 여성들이 도망갈까 봐 집 밖에 못 나가게 하고 가두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결혼 이주 여성 A(26)씨는 “결혼 이주 여성이 한국에 오는 이유 중 하나가 고국의 형편이 어려운 가족을 돕기 위해서인데 자꾸 집 안에 가두려고만 하니 목적 실현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많은 결혼 이주 여성이 이 문제로 갈등을 겪는다”고 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돈 받고 팔려 왔으니 고분고분 살아야 한다는 식으로 결혼 이주 여성을 깔보는 심리도 있어 정 붙이기가 더욱 어렵다”고 했다. 실제 다양한 이유로 한 해 3000명 이상의 결혼 이주 여성들은 가출을 택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8년 3777명, 2009년 3617명, 2010년 3613명, 2011년 3551명, 2012년 3731명이 한국 가정으로부터 도망쳤다. 올해에도 이미 3월 말까지 805명이 집을 나갔다. 다문화가정의 경우 가출 신고를 꺼린다는 특성을 고려하면 그 수는 더 커진다. 지난 5년간 성사된 국제결혼이 한 해 통상 2만 5000건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매년 15% 정도가 가출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26만여 가구에 달하는 다문화가정 중 이혼 또는 별거 중인 가구도 4.5%에 달한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선택한 가출이지만 집 밖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가출한 결혼 이주 여성을 돌보는 쉼터 등에 입소하는 경우는 행운에 가깝다. 대부분 여권을 두고 몸만 도망쳐 빠져나오거나 남편이나 시부모가 여권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당장 체류 자체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체류 연장을 하지 못해 불법 체류자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한 쉼터 관계자는 “가출한 결혼 이주 여성들이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는 쉼터 측에서 신원 보증을 한다 해도 체류 연장 기간이 3개월에 불과하다”면서 “더 큰 문제는 전국 18개 국비 지원 쉼터(각각 12~23명 정원으로 총 225명) 수용률도 정원을 초과한 상태라 폭력과 학대를 피해 집을 나왔다가도 귀가 조치되는 경우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수용 인원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물리적·언어적 폭력을 얼마나 심하게 당했느냐, 피해가 얼마나 크냐와 상관없이 빈자리가 있는지 없는지가 주요 입소 기준이 된다. 머물 수 있는 기간도 길어야 2년으로 한정돼 있다. 2년 후에는 독립을 해야 하지만 결혼 이주 여성들에겐 막막하기만 하다. 생활비는 많이 들지만 그들이 잡을 수 있는 일자리는 뻔하기 때문이다. 한국어가 안 되기 때문에 박봉의 공원이나 청소 도우미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서울은 그나마 조건이 좋아 2차 쉼터에서 자립을 위한 기술을 배운다. 그러나 여건이 갖춰지지 못한 곳에선 일정 기간 후 머물 곳조차 없는 신세가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모텔 청소 도우미인 ‘조바’(도우미)로 숨어드는 사람들이 많다. 젊은 여성들의 경우 공단에 숨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나이가 있는 한국계 중국인의 경우 여관이나 모텔에서 청소 도우미를 자처하며 숙식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한 모텔 관계자는 “신분이 드러날 일이 없어 많은 결혼 이주 여성들이 조바를 자처한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인터넷 메신저 등을 통해 가출 정보를 얻거나 가출 후 도와줄 남성을 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13년 전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황재석(44·무역업)씨는 “혈기 왕성한 남성들은 성욕을 충족시킬 수 있고, 여성은 생활비를 아껴 번 돈을 최대한 많이 베트남 가족에게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출 후 동거와 같은 또 다른 계약이 성립된다”면서 “주위를 보면 가출해서 혼자 사는 경우는 거의 없고 유학 등을 온 자국민들과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일부 결혼 이주 여성을 도와주려는 남성들은 가출 후 이혼 소송에서 승소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려 이혼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 가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이는 악순환을 낳기도 한다. 좋지 못한 사례가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결혼 이주 여성과 결혼하는 남편과 가족들은 여성의 바깥 생활에 대한 불안과 통제에 대한 집착이 심해진다. 여성의 사회생활을 통제하면서 갈등이 계속되는 식이다.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이사장은 “자신을 희생하며 건전하게 사는 결혼 이주 여성들이 대부분인데도 일부 사례 때문에 ‘결혼 이주 여성들은 다 도망간다더라’ 식의 선입견이 확산돼 있다”면서 “실제로 남성 쪽에 신체적,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게 문제 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이 여성들을 결혼 이주자로 불러들였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가출 여성들에 대한 편견이 많고 쉽게 낙인을 찍는다”면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도 건강한 가족의 유지에만 초점을 맞춰 운영되기 때문에 심각한 부부 갈등이나 폭력을 겪고 있는 가정 등 좀 더 개입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미주통신] 불타 버려진 새끼고양이 기적 생존

    [미주통신] 불타 버려진 새끼고양이 기적 생존

    누군가에 의해 불에 탄 채로 버려진 새끼 고양이가 극적으로 기사회생해 충격과 함께 감동을 주고 있다고 뉴욕데일리뉴스가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무게가 450그램 밖에 나가지 않는 생후 5주 된 이 새끼 고양이를 지난달 27일 미국 필라델피아 주에 있는 한 편의점 근처 공터에서 누군가가 고양이의 몸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이고 도망갔다. 다행히 이를 발견한 시민이 즉시 불을 끄고 동물보호센터에 신고했지만, 새끼고양이는 거의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동물보호센터의 기적적인 치료로 생존한 이 고양이는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온몸에 2도에서 3도 화상을 입은 이 새끼 고양이는 귀도 잘라 내야하고 흉터도 여전하지만, 생존에는 문제가 없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현재 동물보호협회는 이 새끼 고양이를 이렇게 잔인하게 학대한 용의자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5백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고 뉴욕데일리뉴스는 전했다. 사진=뉴욕데일리뉴스 캡처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elkim.ok@gmail.com
  • 공단도, 대화도, 출구도… 남북관계 ‘0’

    공단도, 대화도, 출구도… 남북관계 ‘0’

    개성공단에 남았던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장 등 우리 측 인원 7명이 3일 오후 모두 귀환하면서 2004년 공단 가동 후 9년여 만에 남북 협력의 ‘상징 지대’인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 국면에 돌입했다. 금강산 관광 중단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5·24 대북 제재 조치 등 연이은 악재 속에서도 남북을 이어 온 개성공단은 극적 회생으로 가느냐, 사망 판정을 받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남북 모두 상생보다는 한반도 주도권을 건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인 결과로도 해석된다. 정부는 이날 북한에 미수금 명목으로 1300만 달러(약 142억원)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는 북측 근로자의 3월 임금 730만 달러, 2012년 회계연도 소득세 400만 달러, 통신·폐기물 처리 등의 수수료 170만 달러를 합친 금액으로 당초 협의된 것으로 알려진 1000만 달러보다는 늘었다. 남북 간 금전적 정산이 완료되면서 개성공단의 남측 체류 인원은 처음으로 ‘0명’에 머물게 됐다. 지난 3월 27일 북측의 남북 군사당국 간 통신선 차단 후 유일한 연락 접점이었던 개성공단 관리 채널마저 끊기면서 남북 간 대화 채널은 표면적으로 모두 단절됐다. 남북관계의 출구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남북 두 체제의 경제협력 실험이었던 개성공단에 정치 논리가 작용한 건 향후 교류·협력 관계에도 상당한 생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 대화에 주력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 기조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개성공단 잠정 폐쇄가 장기적인 교착 상태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한반도 위기의 막후 중재자인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급랭된 상황에서 오는 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간의 첫 한·미 정상회담이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중 3국 간 조율이 있었고, 향후 북·중 대화가 열릴 수 있다”며 “한반도를 교차하는 대화 구도 속에서 개성공단 사태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개성기업 “대출로 버티기엔 한계… 정상화돼야 회생”

    “지난달 말까지 결제하지 못한 원부자재 대금과 오는 5일 직원들 월급 때문에 은행을 찾았다가 되돌아왔습니다. 아직 지침이 내려온 게 없다고 하더군요. 당장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조업을 해야 돈을 갚을 수 있을 텐데요.”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한 의류생산 업체 대표는 2일 정부의 지원 대책을 환영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공단이 정상화되지 않고서는 운전자금 대출로 버티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바이어들은 이미 떠나버리고 빚만 고스란히 남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입주기업들의 긴급 유동성 지원을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운전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남북협력기금과 중소기업창업 및 진흥기금, 정책금융공사 온렌딩, 신·기보 특례보증 등을 통해 금리 2% 수준의 대출을 운용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입주기업들은 액수만 언급되고 구체적인 자금 운영 방안, 업종이나 기업 규모별 지원 내역 등 세부적인 기준이 없어서 자칫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했다. 실제 시중은행들이 입주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지만 일선 창구에서는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등 지원이 원활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입주기업들은 유동성 위기를 넘기기 위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공단이 하루빨리 정상화돼야 근로자들과 업체가 함께 회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 전자부품 업체 대표는 “금감원 표준신용등급 체계상 6~11등급(BBB~B)을 받아야 운전자금 대출이 가능하다고 들었다”면서 “피해기업 대부분이 제조업인데 제조업 특성상 영업이익이 많지 않고, 기술은 보유하고 있지만 신용등급은 낮을 수 있는데 얼마나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업체는 직원 수를 줄이거나 직원들이 스스로 사직서를 낸 곳도 있다”며 “공단 정상화가 우리 근로자들도, 하청 업체들도 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정부가 지원대책을 발표하자 입주기업들의 구체적인 피해금액 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추가 보전 대책 등을 세우기 위해서다. 협회는 3일 임시총회를 열고 피해기업 지원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옥성석 협회 부회장은 “현재 회계법인을 통해 피해액을 산정하고 있다”며 “하루하루 피해 규모가 급증하는 상황이어서 입주기업들의 의견을 모아서 정부 대책 가운데 미흡한 부분은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옥 부회장은 “비대위가 구성되면 귀환한 주재원들의 고용 유지 등을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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