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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자치분권’이 지역경제 경쟁력이다/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

    [특별기고] ‘자치분권’이 지역경제 경쟁력이다/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중단한 지도 1년이 지났다. 5000여명의 일자리와 군산지역 경제의 4분의1을 책임지던 조선소가 사라지면서 군산과 전북은 위기에 처했다.행정안전부는 특별교부세를 지원하고 있지만 조선업 장기 불황에 ‘GM 사태’까지 겹쳐 경제 회생에는 역부족이다. 20세기 말 스웨덴 예테보리시도 같은 모습이었다. 한때 북유럽 조선업을 이끈 도시였지만 한국, 일본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도시 자체가 쇠락했다. 그러자 예테보리시는 과감히 지역 경제구조를 첨단산업으로 전환했다. 항만·조선업이 떠나간 부지를 ‘사이언스 파크’로 지정해 첨단기업과 연구시설을 유치했다. 지금의 예테보리시는 친환경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 자동차의 메카로서 4차 산업혁명의 선도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스웨덴은 우리와 달리 항만에 대한 관리·운영권이 지방자치단체인 예테보리시에 있다. 그 덕분에 해당 부지와 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고 지역이 갖고 있는 도시계획 권한을 활용해 기업을 지원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법률 조문에는 유독 장관이 많이 나온다. ‘○○부 장관은 ~을 할 수 있다’, ‘~을 하려면 □□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등이다. 반대로 시·도지사나 시장·군수·구청장이 권한을 행사하려 할 때는 ‘~을 하려면 ◇◇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절차와 기준을 중앙에서 모두 정한다. 지방자치제를 실시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변한 것은 거의 없다. 이제 중앙정부가 할 일은 지방이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실험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는 것이다. 장관이 아닌 지자체장의 권한을 늘리고 국가의 과도한 감시·감독 규정도 없애야 한다. 정부는 ‘자치분권 사전협의제’를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지방자치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마쳤다. 자치분권 사전협의제란 중앙부처가 제·개정하는 법령들에 대해 중앙과 지방 간 권한배분 적정성 등을 사전에 검토하는 제도다. 지방이 해야 할 일을 국가 권한으로 두진 않았는지, 지방에 과도한 행·재정 부담을 지운 것은 아닌지 등을 살펴보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신발의 어디가 불편한지는 주인이 가장 잘 안다’는 영국 속담이 있다. 각 지자체가 전 세계와 무한경쟁을 펼쳐야 하는 이 시기에 국가의 입맛대로 만든 신발을 지방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이제 각 지역이 자신의 체형과 걸음걸이에 맞는 신발을 찾아 신을 수 있게 권한을 돌려줘야 한다. 자치분권 사전협의제는 지방자치의 파수꾼이 될 것이다.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대법 3층 법원도서관 가면… 현직 판사처럼 판결문 볼 수 있다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대법 3층 법원도서관 가면… 현직 판사처럼 판결문 볼 수 있다

    年9000여명 이용… 사전 예약은 필수 소송을 당하기 전에는 판결문을 찾아 보는 이들이 거의 없다. 막상 소송을 당해도 비슷한 사건에 대한 판결을 찾기가 어렵다. 변호사·법무사 등 법조인이나 법학전문대학원생·교수 등 법 연구자들은 판례 검색법을 안다. 이들은 법원도서관이 주요 판례를 담아 제공하는 ‘법고을’ 프로그램이나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판례해설’ 등을 참고한다. 하지만 법고을·판례해설도 결국 법원에서 선정하는 일부 주요 판례를 볼 수 있는 채널에 불과하다. 판결문 원본을 보는 방법이 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3층에 있는 법원도서관 판결정보열람실을 직접 방문하면 된다. 이곳엔 총 4대의 컴퓨터가 있어 온라인 사전 신청자에 한해 ‘열람’만 허용한다. 2006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건의로 설치된 열람실 이용객은 2013년 4385명에서 지난해 9247명으로 늘었다. 열람실 직원은 “변호사나 법률사무소 직원, 판결문을 취재하고 싶은 기자들이 많이 오고 소송 중인 당사자들도 찾는다”고 말했다. 신청 홈페이지(www.scourt.go.kr/portal/perusal/PerusalList.work) 현황을 보면 열람실 이용 예약은 늘 꽉 차 있다. 열람실에서 실제 판사들이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찾는 판결문의 질은 여느 방법보다 월등하다. 실제 지난 9일 열람실을 찾아 기자들이 피소될 수 있는 ‘명예훼손’, ‘정정 보도 손해배상’ 등의 키워드 검색을 해 보니 전국 법원에서 당일 선고한 하급심 판결문까지 모두 찾을 수 있었다. 혐의, 사건명, 법원, 판사, 선고 일자, 접수 연도, 종국 결과 등 조건을 바꿔 검색할 수도 있다. 법원이 인터넷 열람용으로 제공하는 ‘종합법률정보’ 사이트에서 검색할 때보다 훨씬 많은 판례를 얻을 수 있다. ‘종합법률정보’ 사이트에 ‘언론 명예훼손’이란 키워드를 넣은 결과 상단부에 노출되는 판례 대부분이 2000·2001년 것이고 제시되는 판례의 절반이 대법원 판례였다. 이날 열람실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27)씨는 형사사건 재정신청 결정문을 검색하고 있었다. 이씨는 “고소 사건이 검찰에서 불기소 처리돼 법원에 재정신청했는데 그마저 기각됐다”며 “재정신청이 어떤 경우에 인용되는지 궁금해 검색해 봤다”고 말했다.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김규동 판사는 “열람실에서는 가사와 소년사건을 제외한 민사, 형사, 행정, 회생파산 사건 등 모든 판결문을 열람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사건 당사자명이 공개되는 원본 열람이기 때문에 휴대전화나 수첩을 소지할 수 없다. 열람실에서 제공하는 초록색 용지에 법원명, 사건 번호만 적을 수 있다. 법원이 판결문 공개에 인색한 이유는 개인정보 유출 부작용 때문이다. 하지만 특허심판원은 15년 전부터 심판례를 전부 공개하고 있지만 정보 유출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법원의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밭일에 한국말 왜 배워” 욕하고 “빈손으로 온 주제에” 손찌검…나는 ‘코리안 시월드’ 노예였다

    “밭일에 한국말 왜 배워” 욕하고 “빈손으로 온 주제에” 손찌검…나는 ‘코리안 시월드’ 노예였다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흔히 보이던 이런 문구의 현수막은 이제 자취를 감췄지만 베트남 처녀들의 상처는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 1990년대 중국 동포 여성부터 2000년대 베트남,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까지 한국인은 20여년간 다양한 국가의 여성과 결혼했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 없이 한 결혼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회적 차별 등 여러 문제를 낳기도 했다. 결혼 이주여성들은 엄마, 아내, 며느리로 사회의 주요 구성원이 됐지만 이들에 대한 숨겨진 폭력은 여전하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한국에 왔으나 결국 결혼 생활을 접은 세 여성의 한국살이를 통해 이주여성에 대한 우리 안의 이중 잣대를 돌아본다. 각 사례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상담 사례를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한 것이다.●“네 것은 이불 한 장도 없어” 한국 생활 3년째 되던 해 나는 집에서 쫓겨났다. “너 같은 사람은 필요 없다” 시어머니의 마지막 말이었다. 시어머니는 남편이 나를 때리기 시작하자 오히려 내가 못 들어가도록 대문을 걸어 잠갔다. 잘못한 건 남편인데 나에게 겁을 주려고 그랬던 것일까.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시집가는 여성들이 증가하던 2007년 무렵, 먼저 한국으로 간 사촌언니들을 보며 나도 막연히 한국행을 꿈꿨다.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던 친정 엄마는 “네 인생은 네가 선택하는 것”이라며 내 결정에 찬성하셨다. 고향을 떠나며 나는 더 넓은 세상에서 행복할 수 있다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그 확신은 무너졌다. 나는 늘 빈손이었다. 포도 농사를 짓던 남편을 도와 종일 밭일을 해도 내 몫은 없었다. 일당을 받는 남보다 못했다. 시어머니는 “넌 빈손으로 왔잖아”라며 용돈 한 푼 주지 않았다. 그러니 병원을 가거나 아이 물티슈 하나를 사더라도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했다. 너무 답답해 통장을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남편은 “외국인은 못 만든다”고 했다. 1년이 지나서야 그게 거짓말인 줄 알았다. 시댁은 한국어 공부도 반대했다. 아이가 크면 ‘한국어 못하는 엄마’에 대해 실망할 것 같아 수업을 듣고 싶다고 부탁했지만 남편과 시어머니는 “밭일에 무슨 한국어가 필요하냐”, “돈 주고 데려온 네가 무슨 공부냐”고 몰아세웠다. 어학당은 끝내 가지 못했다. 남편에게 나는 아내가 아니라 일꾼이다. 남편은 일이 잘 안 풀리면 나에게 욕설을 했다. 그 욕설은 어느 순간부터 손찌검으로 변했다. 그렇게 참으며 6년을 버틴 결혼, 아니 감옥 생활은 양육권마저 빼앗긴 채 허무하게 끝났다. ●상처만 안고 한국을 떠나다 5년 전에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티켓 없이 베트남행 비행기에 오를 줄 상상도 못했다. 베트남어 기내 방송이 어색하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복잡한 한국의 도심 풍경이 펼쳐질 것 같다. 내 고향은 베트남 북부에 위치한 소수민족 마을이다. 옆 마을과 언어도 풍습도 다른 작은 집성촌이다. 사랑하는 고향이지만 내게 큰 상처를 준 곳이기도 하다. 남성이 원하는 여성을 강제로 끌고 가 아내로 삼는 악습 때문이다. 열세 살 되던 2003년 나도 이 악습의 피해자가 됐다. 납치, 강제 혼인, 출산까지 하자 친정 식구들도 나를 받아 주지 않았다. 결국 쫓겨나다시피 고향을 떠났다. 나를 모르는 곳에서 새 미래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국제결혼을 알게 됐다. 2012년 어느 더운 여름날 한국에 왔다. 중개업자를 통해 만난 남편은 약속과 달리 시부모님과 함께 살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 적응에 정신없던 결혼 5개월째, 기억조차 고통스러운 악몽이 시작됐다. 시아버지는 계속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 같다. 집에 단둘이 남은 어느 겨울날. 그는 안방으로 커피 심부름을 시켰다. 그러더니 커피를 내려놓는 내 손을 잡아채고 옷 속에 손을 넣었다. 도망가라는 경고처럼 머릿속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도망친다 한들 한국말도 못하는 나를 누가 믿어 줄까. 그는 과도를 들고 나를 협박했다. 그 일이 있고 열흘 후, 그는 거짓말로 나를 유인해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했다. 화장실에서 베트남 친구에게 가까스로 전화를 했다. 경찰이 왔고 재판이 시작됐다. 시아버지는 계속 합의된 관계라고 우겼다. 그런데 법정 싸움이 끝나기 전 나에게 또 다른 송사가 닥쳤다. 남편이 혼인 무효 소송을 낸 것이다. 내가 베트남에서 출산한 걸 속였다는 이유였다. 납치로 인한 출산도 혼인 무효에 해당되는지를 두고 법정에서 5년을 다퉜지만 난 결국 소송에서 졌다. ‘사기로 인해 혼인 의사를 표시한 것’에 해당된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내가 겪은 인권침해는 고려되지 않았다. 5개월의 결혼 생활, 5년의 법정 싸움이 끝나고 상처만 안은 채 나는 돌아간다. 한국도 고향도 아닌 어딘가에서 새 살이 돋을 거라고 믿으며. ●우리 ‘동포’ 맞나요 동포(同胞). 같은 배에서 태어났다는 뜻이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 동포인 나를 형제, 자매로 생각할까. ‘절반의 한국인’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인인 듯 한국인 아닌 존재랄까. 가끔은 나 자신도 원래 한국 국적인 사람과 나를 구분한다. 한족 교육을 받고 자란 나는 중국에서 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우연히 중국에서 남편을 만나 한국으로 왔다. 4년의 독박 육아에 지쳐 갈 때쯤, 한국어 통역을 하며 활발히 사회생활을 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주변 이주여성들을 돌아보니 식당이나 공장에 다니기도 하고 지인들에게 한국 화장품을 팔며 다들 열심히 살았다. 나도 내 경험을 살려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구직은 어려웠다. 사람들은 나를 이중 언어 구사자로 보기보다 ‘외국 며느리’로만 봤다. 그러다 2006년 나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사회적으로 ‘다문화 붐’이 일면서 한국어 수업 등 이주여성 대상 프로그램이 생겼다. “이거다” 싶었다. 남편에게 부탁해 다문화 강사 교육을 받고 2년간 열심히 이주여성들을 도왔다. 그렇게 실력도 인정받고 보람도 느낄 무렵, 남편의 폭력이 시작됐다. 내가 일을 나간 뒤 남편은 일을 그만뒀는데, 실업 기간이 길어지며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생활비와 남편의 대출금까지 감당하기를 몇 달, 결국 6살 딸아이를 안고 집을 나와 쉼터로 향했다. 그때부터 나는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하기 시작했다. 아이와 살 보금자리를 얻기 위해 틈틈이 동대문을 기웃거리며 일거리를 찾아 ‘투잡’을 뛰었다. 그렇게 낮에는 강사로, 밤에는 장사를 하며 버티고 있다. 내 손으로 벌어 아이와 떳떳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 그것이 고된 삶을 버티는 유일한 힘이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래서 판결문 공개 안 하시나요?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래서 판결문 공개 안 하시나요?

    “1심 민사 판결문을 들고 온 항소심 의뢰인이 있었다. 사건의 쟁점, 재판부 판단 근거가 전혀 없는 깜깜이 판결문’이었다. 1심 법원 의중을 상상해 항소이유서를 써야 했다.” 부실한 하급심 판결문이 항소율과 상고율을 높이고 당사자들의 재판 비용을 늘리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판결문을 끝까지 읽어도 왜 졌는지 알 수 없으니 항소를 하게 되고, 항소심 재판부 역시 기초판단 자료인 1심 판결문에서 얻을 게 없으니 재판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법무법인 로투스의 안철현 변호사는 “법을 잘 모르는 시민들이 자신이 법정에서 주장한 내용에 대한 법관의 판단 이유가 빠진 판결문을 받아 들면 재판 자체를 믿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무죄 판단 근거와 같은 핵심 요소가 빠져 재판 당사자들을 당혹게 한 판결문 사례를 살펴봤다.■근거는 생략形 “공범 중 1명만 유죄…이유도 빠져, 항소 때 1심 판사 심중 상상해 써” 3년 전 ‘나억울’은 보험에 가입하다 알게 된 보험설계사 ‘김소개’를 통해 폐기물 처리 시설 운영 방안을 모색하던 건설회사 실장 ‘이건설’을 알게 됐다. 이건설과 나억울은 폐기물 처리에 대한 의견을 나누다 서로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자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폐기물 처리 업체 허가가 나지 않으면서 둘 사이는 틀어졌다. 이건설은 거액을 받아간 나억울을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공무원 로비 등에 쓰겠다고 속이고 1억 3000만원을 받은 사기 혐의로 나억울과 김소개를 기소했다. 재판에서 나억울과 김소개는 무죄를 주장했다. 나억울은 “이건설에게 폐기물 처리 업체 설립 허가를 받게 해 주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고, 이건설이 일하는 건설사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수집·운반해 주겠다는 게 계약 내용의 전부였다”면서 “이건설의 폐기물을 수집·운반해 주지 못한 것은 그가 폐기물을 야적할 공간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재판은 2015년 겨울에 시작됐지만 나억울이 적극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며, 이듬해 가을까지 이어졌다. 증인신문 기일 등을 포함해 총 7차례 공방이 이어졌고, 선고일이 한 차례 연기되기도 했다. 나억울은 자신의 무죄 주장을 재판부가 주의 깊게 들었을 것이라고 믿었다. 서울중앙지법이 심리 끝에 나억울에 대해 내린 결론은 유죄. 나억울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받았다. 공범으로 함께 재판을 받은 김소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며칠 뒤 집으로 온 판결문을 송달받은 나억울은 아연실색했다. 나억울과 김소개가 함께 재판받은 내용과 재판부 판단이 정리돼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다르게 판결문에는 김소개에 대한 무죄 이유만 자세히 쓰여 있을 뿐, 10개월 동안 이어진 나억울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나억울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 이유가 생략됐다. 나억울의 형사재판 판결문엔 그의 ‘전과전력’과 ‘범죄사실’, ‘증거의 요지’, ‘법령의 적용’, ‘양형이유’만 나와 있을 뿐 ‘(유무죄) 판단의 이유’가 빠져 있었다. 그나마 재판부의 심중을 헤아릴 수 있는 부분은 ‘양형이유’ 중 “피해자를 비롯한 사건 관계인들의 일관된 진술과 계약서 등 증거서류, 관련 법령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거짓말로 피해자를 속여 금원을 편취한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다른 피고인이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죄책을 모면하려고 할 뿐, 반성하고 있지 않다”는 대목 정도다. 나억울은 “재판에 불복해 항소를 하려고 해도 1심 재판부가 왜 이렇게 판단을 내렸는지 알 수 없으니 항소이유서를 쓰기조차 어려웠다”면서 “1심 판사의 심중을 헤아려 항소이유서를 쓰다 보니 항소심은 이미 ‘기울어진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기분이었다”고 호소했다. 나억울의 변호사는 “피고인이 자백한 사건이라면 판결문에 (유무죄) 판단의 이유를 생략한 뒤 양형이유만 밝혀도 되겠지만, 피고인이 다툰 사건에서 1심 재판부의 판단 이유가 생략되면,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이 1심에서 무죄를 다투지 않았다고 오해할 수 있다”면서 “공판 내용을 담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한 판결문”이라고 총평했다. 이어 “재판에서 자신의 입장을 열심히 주장하고 이를 성실하게 증명해도, 그에 대해 한 줄도 언급하지 않는 불성실한 판결문이 사법불신을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복사기 판결形 “판결문 3장 중 판단 이유 5줄뿐…그마저도 1심 판결 그대로 인용” 철강 도·소매 회사를 운영하던 ‘나철강’은 세무서를 상대로 부가가치세를 줄여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줄패소했다. 세무서와 조세심판원을 거쳐 서울행정법원에 재판을 청구, 2심까지 간 끝에 나온 나철강의 사실심 최종 패소 판결문은 1심을 그대로 복사해 붙인 형태였다. 나철강은 무성의한 판결문에 격분했지만, 이 같은 판결문 작성법이 민사소송법 420조에 따라 합법이란 변호사 설명에 분을 삭여야 했다. 유명 건설사에 철강을 납품하던 2011~2012년 37억 7106만원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사업자금을 대출한 게 긴 소송전의 서막이 됐다. 경영난이 겹쳐 나철강은 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나철강과 은행이 모두 매출채권을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했지만, 나철강의 신고는 중복 신고라는 이유로 거부됐다. 이후 나철강은 매출채권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으니 부가가치세 약 2억 8000만원을 줄여 달라고 세무서에 요구했다. 매출채권을 회수한 것은 은행이고, 나철강에겐 발생한 수익이 없는데 세금이 부과된 것은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세무서와 조세심판원 등이 거부하자 소송을 낸 나철강은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나철강이 요구하는 것은 세액공제이고, 세액공제는 매출채권 소유자가 대상”이라면서 “나철강이 대출받으며 담보로 매출채권을 제공했기 때문에 채권은 은행에 귀속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납품한 물품대금은 은행에 귀속됐는데 매출채권에 붙은 수십억원의 세금은 자신이 내야 할 처지에 다급해진 나철강은 항소심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다. 그에게 송달된 서울고법 행정부의 판결문은 정확히 3장이었고, 그중 판단 이유는 5줄이었다. 그마저도 1심 판결을 인용한다고 적혀 있었다. 항소심 재판부가 2심 판결문을 쓰며 한 일은 1심 판결문에서 틀린 숫자를 고치는 것뿐이었다. ‘매출채권 금액 37억 7106만여원을 37억 1106만여원으로, 부가가치세 경정신청을 한 2010년을 2012년으로 고친 게 전부다. 나철강은 “2심 판결문은 1심을 그대로 베꼈을 뿐”이라고 억울해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갑툭튀 유죄形 “폭행사건 무죄 이유만 줄줄이 적고 막상 주문 땐 유죄… 근거도 한 줄뿐” 공공기관 감사인 50대 ‘나회계’는 2년 전 이 기관 회계 담당직원인 40대 ‘오아파’의 어깨와 머리를 주먹으로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오아파의 통장지출 내역을 추궁하던 중 설명 태도가 나쁘다는 이유로 월권적인 분풀이를 했다가 법정에 선 것이다. 서울서부지법에서 3차례 공판을 거친 뒤 선고가 내려졌다. 법원은 “상해죄의 상해는 피해자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상해죄의 상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없다”고 상해죄 성립요건을 우선 설명했다. 법원은 이어 오아파의 상해 정도에 대해 5가지 판단근거를 제시했다. 우선 오아파가 응급실로 가서 엑스레이 촬영을 했지만 의약품을 처방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두 번째로 병원에서 발급받은 상해진단서에 ‘통상활동이 현재로서는 가능함’이라고 기재된 부분이 증거임을 밝혔다. 세 번째로 오아파가 ‘맞은 부위에 상처가 있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네 번째로 ‘두통이 나회계에게 맞았기 때문에 생긴 것인지 모르겠다’는 오아파의 또 다른 검찰 진술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오아파가 폭행 이틀 뒤부터 석 달 동안 정신과를 방문했음을 알린 뒤 ‘오아파는 신체적인 부분보다 정신적인 부분에서 고통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아파의 상해 정도가 경미해 상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주문을 읽는 대목에서 재판부는 나회계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판결문을 송달받은 나회계는 유죄 이유를 찾느라 애를 먹었다. 유죄 근거는 ‘법령의 적용’ 항목에 한 줄로 표시된 ‘근로기준법 107조, 8조’에 함축돼 있었다. 근로기준법 8조엔 ‘사용자는 사고의 발생이나 그 밖의 어떠한 이유로도 근로자에게 폭행을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나회계 측은 “무죄 근거만 잔뜩 쓴 채 유죄 근거는 숨은그림찾기하듯 감춰 둔 판결문”이라면서 “피고인은 무죄 이유가 아니라 유죄 근거를 궁금해한다는 사실을 법원은 왜 모르느냐”고 항변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판결문을 부실하게 쓴 판사에겐 불이익이 있을까요. 다음 회에서는 저질 판결문을 양산하는 소송법과 판결문 공개에 대한 법원 우려의 허와 실을 점검합니다.
  • [주민 물음에 단체장 답하다] “광주 예산 10%만 절감해도 1000억… 교육·농업 알뜰히 챙길 것”

    [주민 물음에 단체장 답하다] “광주 예산 10%만 절감해도 1000억… 교육·농업 알뜰히 챙길 것”

    “오직 시민만 바라보고 모든 것을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장애인과 노인 등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광주를 만들겠습니다.” 방송PD 출신 신동헌(66) 경기 광주시장은 시장선거에 두 차례 도전했으나 모두 고배를 마시고 이번에 2전 3기의 주인공이 됐다. 신 시장은 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젊은 부부 증가로 광주가 젊어지고 똑똑해지고 있으며 이는 좋은 기회”라며 “살고 싶은 도시, 공정한 사회, 꿈이 실현되는 광주를 함께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시 예산 10%만 절감하면 1000억원이다. 이것으로 교육, 농업 분야 등 꼭 필요한 곳에 알뜰하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2전 3기 끝에 시장이 됐다. ―믿고 선택해 주신 광주시민들께 감사드린다. 선거 과정에 시민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저를 선택해 주신 한 분 한 분의 마음을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다짐했다. 2000년 방송PD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2002년부터 정치를 시작했다. 3번 만에 어렵게 시장이 됐다. 18년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왔다. ‘오직 광주’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시민들이 왜 신동헌을 선택했을까. ―오랜 세월 광주에서 시장이 되기 위해 준비해 왔다. ‘깨끗한 월급쟁이 시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깨끗한 정치, 깨끗한 행정을 펼쳐보고 싶었다. 시민들이 정직하고 바른 행정을 희망했다. 그리고 PD출신인 저의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사고가 역동적인 광주를 만드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겠다. →행정경험이 없다는 우려가 있다. ―광주시에는 1300명이라는 행정 전문가들이 있다. 공무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연출가가 필요한 것이다. 행정 전문가보단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시장이 필요하다. PD 출신으로 다른 분들보다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높다. 도시양봉, 도시농업박람회 등 많은 아이디어를 냈다. 이러한 아이디어들을 행정에 접목시킬 것이다. 그리고 2007년 총리실 산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촌문화정보센터 소장으로 2년여 근무한 경험도 있다.→광주시의 최대 현안은 무엇인가. ―교통과 교육 문제가 우선이다. 지난 10여년간 계획성 없는 난개발로 광주 구석구석이 후유증을 앓고 있다. 출퇴근 때마다 교통 정체로 아우성이다. 도로는 울퉁불퉁하고 아이들의 통학마저 위협받고 있다. 학생들이 공부할 공간도 없다. 학급당 인원이 30명이 넘어섰고 이대로 가면 40명에 육박한다. 광명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1508명으로 최근 몇년 사이 337명이 늘었다. 초과밀학급 문제가 심각하다. 신현초등학교 신설이 늦어짐에 따라 광명초 초과밀학급 문제가 계속될 전망이다.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담당 공무원에게 신현초 개교가 더 늦어지지 않도록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등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기업 유치와 일자리 만들기도 큰 숙제다. ―광주에는 6000여개의 기업이 있다. 기업인들이 많이 어려워하고 있고 실제로 떠나는 기업도 있다. 세일즈맨 시장이 돼 국내와 해외시장 확보에 발 벗고 나서겠다. 기업과 행정이 한 팀이 돼 기업 활동을 한다는 생각으로 지원하고 시장개척과 제품홍보 전도사가 되겠다. 행정력을 총동원해서 ‘기업애로 제로’ 도시로 만들겠다. 그리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광주지역에서 우선 소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 시에서 주관하는 새해 해돋이와 줄다리기 행사에 가니 지역의 우수한 막걸리를 두고 공무원들이 서울지역 막걸리를 쓰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 공공기관부터 앞장서겠다. 아울러 가구산업을 특화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 가구거리 조성과 특구 지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가구박람회를 추진하는 한편, 지역 우수기업에 대한 지원과 육성에 필요한 제도를 마련해 기업을 하기 좋은 광주를 만들어 나가겠다. 이와 함께 팔당호, 남한산성, 조선백자 도요지 등 광주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과 천년고도의 역사문화자원을 연계하고 지역농업과 지역음식까지 융합된 문화관광산업을 육성하여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힘쓰겠다. →교육예산 200억원을 공약했다. ―중·고생 무상교복,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 안전한 통학로 확보 등을 위해 교육예산 200억원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학교 밖 아이들과 대안학교 아이들의 급식문제까지 챙길 것이다. 올해 교육예산은 81억원에 불과하다. 200억원도 많은 게 아니다.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 시장은 무한책임이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인데 교육청만의 책임이 아니다. 예산이 부족하면 이재정 도교육감을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국회의원·도의원과 소통해서 국가예산·도예산을 유치하도록 하겠다. 향후 건립 예정인 체육관·주차장 등 학교시설의 복합화 추진으로 학생들에게는 쾌적하고 다양한 교육활동 공간을 제공하고 지역주민들이 편리한 공공시설로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 기획예산담당관에게 첫 업무 지시로 광주시 1조원 예산 중에서 10% 절감 방안을 내놓으라고 했다. 10%면 1000억원이다. 이것으로 꼭 필요한 곳에 써 보자고 했다. 외진 마을에서는 수돗물 공급을 받지 못하는 곳도 있다. 교육·농업분야 등 꼭 필요한 곳에 알뜰하게 지원할 계획이다. →임기 중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광주에는 마땅한 장애인 복지시설이 없다. 전국 최고의 복지시설을 짓고 창조적인 콘텐츠를 기획해서 오직 광주에서만 누릴 수 있는 세계적인 장애인 복지시설을 구상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하겠지만 일등 광주를 대표하는 장애인 복지시설을 기대해도 좋다. →시정철학과 시민 의견이 충돌하면 어떻게 풀 것인가. ―소통이 우선이다. 어떤 악성 민원도 대화로 풀겠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면 대화가 안 된다. 대표를 만나고 현장에 직접 찾아가겠다. 광주지역 순례를 하면서 민원에 귀를 기울이겠다. 민원이라는 것은 억울한 사람들의 목소리다. 행정조직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해결해야 한다. 억울함과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신동헌 시장은 ‘농어촌 지금’ PD 출신답게 농촌 전도사…‘꿈틀학교’도 그의 작품 독립운동가이자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헌신한 해공 신익희 선생 후손인 신동헌(66) 광주시장은 경기 광주시 쌍령동 출생으로 광주초, 광주중, 광주종고(현 광주중앙고)와 한영고를 거쳐 한양대 법학과와 언론정보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광주농고에 수석으로 입학해 도비 장학금으로 공부했고 당시 광주 출신으로는 드물게 언론인의 길을 걸었다. 중앙일보, 동양방송을 거쳐 KBS PD로 20여년간 활동했다. ‘농어촌 지금’, ‘맛따라 길따라’, ‘문화가 산책’ 등을 연출했다. 그는 광주시장 후보로 두 차례 출마했으나 모두 고배를 마셨다. 중앙무대에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실무위원, 전국농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촌문화정보센터 소장, 도시농업포럼 대표 등을 역임하면서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를 전파하는 데 노력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야 의원 50명이 참여하는 ‘국회생생텃밭’과 어린이들이 텃밭활동을 통해 생명존중과 인성을 함양하기 위해 만든 ‘꿈틀학교’도 그의 작품이다.
  • “南 한계 탈출·北 경제 발전… 패션 경협은 윈윈”

    “南 한계 탈출·北 경제 발전… 패션 경협은 윈윈”

    南 아웃소싱·관리 정체… 돌파구 필요 노후한 北 패션봉제단지 현대화 구상 패션테크 지원·기술자 교육 등도 고려“남북 패션 경협을 통해 우리 패션 업계를 살리고 북한 경제도 살리는 ‘윈윈’ 전략을 추진하겠습니다.” 주상호(62) 한국패션산업연구원장은 3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조건 퍼주는 것이 아니라 북한도 발전시키면서 우리 업체들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제품들을 만들어 보자는 차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주 원장은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눈여겨본 뒤 지난 5월 연구원 내에 ‘남북경협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정체된 패션 업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업계의 남북 경협이 필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 원장은 1981년 ㈜쌍방울에 입사한 뒤 한국의류산업협회와 한국패션협회 상무이사를 거쳐 올해 1월 한국패션산업연구원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연구원의 역할과 관련, “업계 의견을 모아서 정부 정책에 반영하거나, 정부 지원 사업들을 수행하기 위한 합법적인 로비스트 활동을 해야 한다”면서 “업계 요구 사항을 정부 정책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주 원장은 특히 “우리 패션 업계가 디자인뿐 아니라 상품기획(MD)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업체들이 아웃소싱과 관리 등에서 한계에 와 있어 더이상 효율성을 강구할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주 원장이 북한에 눈을 돌린 것도 패션 산업 발전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 때문이다. 주 원장은 북한의 패션봉제단지를 현대화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남북 경협이 제대로 추진되면 위기에 직면한 패션 산업이 회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북한과 남한의 패션 산업의 간극은 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에는 86개 섬유기업과 251개 봉제기업이 있다. 봉제단지는 평양, 신의주, 개성, 함흥, 원산 등에 있다. 섬유기업은 한국의 1970년대 기술 수준이고, 봉제기업은 1980~1990년대 수준으로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원장은 “남한은 패션 감각이 전 세계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지만, 북한은 주로 교복이나 인민복 등 단일 아이템 위주로 개인 취향이 반영된 패션이 나오지는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주 원장은 유엔의 대북 제재 해제를 대비해 남북 경협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는 “북한의 어느 지역에 공장이 있고, 봉제기계와 인력이 얼마나 있는지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북한 지역에 거점별로 패션테크 지원시스템을 구축 운영하는 방안을 시범 실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경협 TF를 통해 북한 기존 공장의 현대화에 도움을 주고, 북한 기술자들에게 봉제 교육을 실시해 남한 패션 업체들이 주문을 주면 북한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생사 기로’ 진에어 “국민 피해” 읍소

    ‘생사 기로’ 진에어 “국민 피해” 읍소

    “이미 대세 기운 것 아니냐” 좌불안석 ‘외국인 임원 선임 제한’ 법적 해석 논란 면허 취소 땐 수천억원대 소송 가능성국토교통부가 30일 세종시에서 진에어의 항공운송 면허 취소와 관련한 첫 청문회를 연다. ‘운명의 기로’에 선 진에어는 좌불안석이다. 선처 탄원서까지 냈지만 공개 청문 신청마저 반려되자 “이미 대세는 기운 것 아니냐”며 내심 불안한 표정이다. 진에어는 29일 자사 항공사 이용 고객 피해와 항공법 해석 논란, 단일 노선 여파 등을 주장하며 마지막까지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진에어의 대표 논리는 ‘국민 편의’다. 항공권뿐만 아니라 패키지여행 상품 등 구매 고객에 대한 피해 및 불편 대책이 준비가 안 된 상태인 만큼 면허 취소는 무리한 행정 처분이라는 주장이다. 또 진에어는 다른 항공사가 운항하지 않는 노선(인천~기타큐슈, 조호르바루)을 단독으로 운항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진에어는 “저비용항공사(LCC) 중 유일하게 대형기를 보유해 다른 LCC가 운항할 수 없는 장거리 노선(인천~호놀룰루)을 취항하고 있으며 10월까지 예약된 승객이 150만명에 달해 피해가 크다”고 주장했다. 또 여행사 매출 감소 및 인력 감축은 물론 관광산업에도 피해가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임원 선임과 관련한 법적 해석 논란도 있다. ‘항공안전법’에는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전체 임원의 과반수를 넘지 않는 경우에는 항공운송사업면허 및 유지가 가능하다고 기재돼 있다. 하지만 ‘항공사업법’에서는 외국인 임원이 1명이라도 있으면 면허의 결격 사유로 본다. 이 때문에 진에어는 “외국인의 임원 선임을 제한하는 규정을 둔 것은 주요 산업인 항공산업에 대한 외국 자본의 지배를 막으려는 것이지 법인 내에 외국인 임원이 단 한 명도 있으면 안 된다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국 항공기업을 위해 유연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정부는 2006년 영국의 버진애틀랜틱항공이 외국인 지분율 인정 한도인 25%를 출자해 버진아메리카를 설립했을 때 자국 항공산업의 피해를 우려해 최초로 면허 신청을 반려했다. 반면 2000년대 초 하와이안항공이 부도 위기에 처해 회생 절차를 거쳐 외국인 지분율이 49.9%에 이르렀지만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항공업계는 수천억원대의 소송 가능성도 제기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면허가 취소되면 외국인 투자자 등이 주무 부처인 국토부에 주가 하락에 대한 손실 책임을 물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토부는 진에어가 2010∼2016년 미국 국적자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를 등기이사로 등재한 것이 항공사업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면허 취소 등 제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금요칼럼] 섭외, 시민의 교양/황두진 건축가

    [금요칼럼] 섭외, 시민의 교양/황두진 건축가

    섭외는 사회생활의 필수 요소다. 자신이 섭외 대상이 되는 일도 있고 반대로 남을 섭외하는 때도 있다. 간단하게는 ‘지나가는 길에 잠시 좀 들러주십사’ 하는 것에서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요청을 하는 경우까지, 그 상황과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섭외 없이 이 세상은 절대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중요한 일이니만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섭외 성공담 중에는 집요하게 연락하고 요청해서 성사시켰다는 등의 이야기가 있는데, 이것은 결국 상대를 압박해서 얻어 낸 결과이므로 바람직한 경우는 아니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관찰에 의하면 성공적인 섭외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첫 번째 조건은 전화로 섭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상대와 이미 잘 알고 있거나, 내용이 간단하고 사소한 것이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전화 섭외는 기본적으로 실례다. 그 이유는 전화라는 통신수단의 속성 때문이다. 전화 통화는 상대와 내가 같은 시간에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전화를 받은 상대가 통화하기 불편한 상황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락 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다. 게다가 전화는 사람의 육성이 오가는 것이기 때문에 난처한 질문을 하거나 거절 의사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그래서 더 강력한 섭외 수단이 아닌가 할 수도 있지만,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정중한 초대여야 할 섭외에서는 피해야 한다. 게다가 전화로는 자세한 내용을 전달하기도 어렵다. 꼭 육성 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일단 전화로 간단히 내용을 설명한 다음, 자세한 내용을 문서로 보내겠으니 그 이후에 수락 여부를 밝혀 달라고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섭외의 두 번째 조건은 자세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모임이 있는데 한 말씀 해 달라’ 정도는 섭외라 할 수 없고 그냥 일방적 요구다. 모임의 취지, 참석자들의 성격, 섭외의 이유, 장소의 특성, 구체적인 요청 사항, 사례와 지급 방식, 이전 모임에 대한 기록, 기타 저작권 문제, 개인 정보 활용 등 상대가 궁금해할 모든 내용을 자세히 제공하는 것이 먼저다. 상대가 그것을 다 읽은 다음에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백 마디 미사여구보다 풍부한 정보가 담긴 한 장의 문서가 더 설득력이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섭외의 이유다. 이를 잘 전달하려면 역시 상대에 대해 조사를 해야 한다. 섭외하는 본인 스스로 이해가 부족한데 상대가 이를 받아들일 리 없다. 세 번째 조건은 훗날을 기약하는 것이다. 섭외는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되면 다행이지만 불발로 그쳤을 때도 서로 아쉬움이나 앙금은 남지 않아야 한다. 나중에 다시 시도해서 성공할 수도 있다. 결국 이 모든 조건의 공통점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다. 이만 한 노력을 기울일 의사가 없다면 애초에 섭외를 왜 하는지 스스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진행된 섭외는 성사 여부와 관련 없이 서로 간의 품위, 그리고 인간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지금까지 가장 기억나는 섭외는 지방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에게서 받은 것이었다. 자기들은 ‘건축 동아리’ 회원들이며, 조만간 방학이 시작되면 서울에 가서 관심 있는 건물을 찾아보고, 건축사무실을 방문해서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다고 했다. 사전 조사도 자세히 했고 만나고 싶어 하는 이유도 명확했다. 이런 섭외를 거절할 사람은 없다. 이후 사무실을 방문한 그 학생들과 매우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 섭외를 준비한 과정이 궁금했는데 ‘이렇게 하면 응하실 것 같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것이 섭외의 핵심이다.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 초등학생들도 그것을 안다. 섭외는 시민의 교양이다.
  • 해외 자원개발 공기업 3사 고강도 구조조정

    회생 가능성 없는 사업은 정리하고 먼저 구조조정 후에 정부지원 권고 부실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으로 총 16조원의 손실을 본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 3사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한다. 이 공기업들은 각 사업의 경제성과 가치를 평가해 회생 가능성이 없는 사업을 정리할 계획이다. 민간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가 참여하는 해외 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는 이런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산업통상자원부에 26일 제출했다. TF에 따르면 공기업 3사는 2017년 말 기준 총 51개국, 169개 사업에 41조 4000억원을 투자했지만 총회수액은 14조 5000억원에 그쳤다. 총손실액은 15조 9000억원, 부채는 51조 5000억원이다. TF는 공기업들에 ‘선(先) 구조조정 후(後) 정부 지원’을 전제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공기업들은 2년, 5년, 10년 단위로 경영 목표를 설정하고 여기에 부채감축 목표와 단계별 상환 일정을 제시할 방침이다. 이 공기업들이 이미 처분하거나 종료한 사업을 제외하고 현재 운영 중인 사업은 총 74개(석유 27개, 가스 21개, 광물 26)다. 앞서 TF는 자본잠식 상태인 광물자원공사를 광해관리공단과 통합하라고 권고했지만, 이날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기능 조정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공기업 3사가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자체 조사를 발표한 결과 ‘묻지마 투자’와 ‘성과 부풀리기’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석유공사는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의 매장량 등 자산 가치를 과대 평가하고 내부수익률을 유리한 방향으로 산출해 하베스트 인수에 따른 수익성을 왜곡했다. 석유공사는 하베스트에 40억 8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400만 달러를 회수했으며, 24억 66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공기업 3사는 “그동안 주요 사업을 부실하게 운영한 점을 인정하고 공식으로 사과한다”면서도 “수사 권한이 없는 한계 등으로 청와대 등 윗선의 위법적인 개입이나 경영진의 비리 여부 등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건축가 황두진이 알려주는 ‘섭외 성공의 3가지 조건‘

    섭외는 사회생활의 필수적 요소다. 자신이 섭외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누군가를 섭외하는 경우도 있다. 간단하게는 ‘지나가는 길에 잠시 좀 들려주십사’ 하는 것에서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요청을 하는 경우까지, 섭외의 상황과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섭외 없이 이 세상은 절대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중요한 문제이니만큼 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섭외 성공담 중에는 어려운 상대에게 집요하게 연락하고 요청해서 성사시켰다는 등의 이야기가 있는데, 이것은 결국 상대를 압박해서 얻어낸 결과이므로 그리 바람직한 경우는 아니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관찰에 의하면 성공적인 섭외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는 것 같다. 첫 번째 조건은 다소 충격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전화로 섭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상대와 이미 잘 아는 사이거나, 내용이 아주 간단하고 사소한 것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관계거나 혹은 상대의 노력과 수고가 꽤 동반되어야 하는 일이라면 전화 섭외는 기본적으로 실례다. 그 이유는 전화라는 통신수단의 속성 때문이다. 전화 통화에는 소위 ‘시간 대칭성‘이 있다. 즉 상대와 내가 같은 시간에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전화를 받은 상대가 통화하기 불편한 상황일 수도 있다. 게다가 전화 통화는 사람의 육성이 오가는 것이다. 이런저런 질문을 하거나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강력한 섭외 수단이 아닌가 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상대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중한 초대에 해당하는 섭외에서는 피해야 할 태도다. 게다가 전화로는 자세한 내용을 전달하기도 어렵다. 정 육성 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일단 전화로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고 자세한 내용을 서면이나 이메일로 보내겠으니 그 이후에 수락 여부를 밝혀 달라고 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섭외의 두 번째 조건은 자세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락 여부는 그 다음이다. ‘이러이러한 좋은 모임이 있는데 참석해 달라’ 정도는 섭외라 할 수도 없고 그냥 일방적 요구다. 가급적 서면으로 모임의 취지, 참석자들의 성격, 섭외의 이유, 장소의 특성, 구체적인 요청 사항, 사례와 지급 방식, 이전 모임에 대한 기록, 기타 저작권, 개인 정보 활용 등 상대가 알아야 할 모든 항목을 아주 자세히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상대가 그것을 다 읽은 다음에 종합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백 마디 미사여구보다 풍부한 정보가 담긴 한 장의 문서가 더 감동적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섭외의 이유다. 이걸 잘 전달하려면 역시 상대에 대한 조사를 해봐야 한다. 섭외하는 본인 스스로 이해가 부족한데 상대가 이를 받아들일 리가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 조건은 훗날을 기약하는 것이다. 섭외는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되면 다행하지만, 불발로 그쳤을 때도 서로 간에 아쉬움이나 앙금은 남지 않아야 한다. 지금 섭외에 실패해도 나중에 다시 시도해서 성공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이 모든 조건의 공통점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다. 이만한 노력을 실천할 의사가 없다면 애초에 섭외를 왜 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 볼 필요가 있다. 존중과 배려를 깔고 진행된 섭외는 성사 여부와 관련 없이 서로 간의 품위, 그리고 인간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지금까지 가장 기억나는 섭외는 지방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에게서 받은 것이었다. 자기들은 ‘건축 동아리’ 회원들이며, 조만간 방학을 이용해 서울에 가서 평소 관심 있었던 건물들도 돌아보고, 가능하다면 직접 건축가의 사무실을 방문해서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다고 했다. 사전 조사도 자세하게 했고 왜 만나고 싶어 하는지도 명확히 설명했다.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완벽한 섭외였다, 이런 섭외를 거절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후 사무실을 방문한 그 학생들과 매우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 섭외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던 배경도 궁금했는데 ‘이렇게 하면 응하실 것 같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바로 그것이 핵심이다. 나이나 경험보다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이며 초등학생도 그걸 안다. 섭외는 시민의 교양이다.
  • [문화마당]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질문/이진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피아니스트

    [문화마당]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질문/이진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피아니스트

    “악기 연주는 매우 간단합니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건반을 누르는 일뿐입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했던 말이다. 이토록 간단하게 피아노 연주의 경지를 표현할 수 있는가.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건반을 누르기 위해 피아니스트들은 온 힘을 다해 노력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제아무리 좋은 해석과 아름다운 표현의 시도여도 부적절한 순간에, 혹은 부적절한 건반을 눌러 버리면 그 결과는 몹시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당연해서 더더욱 어렵다. 우리 삶에 대입해 돌아보라. 적시에 적절한 행동이나 말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만약에 그것이 쉬웠다면 우리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소통하고, 보다 효과적이고 순탄한 사회생활을 했을 것이다. 그 결과로 인해 우리의 역사도 다르게 쓰였을 것이다. 바흐가 살던 시대에는 현재의 피아노가 아닌 그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쳄발로라는 악기가 주로 연주됐다. 쳄발로는 피아노와 달리 셈여림의 표현이 불가능한 악기다. 타자기 자판을 누르면 글자가 찍혀지듯 건반을 누르면 그 건반에 연결된 음이 소리 날 뿐이다(건반악기의 영어 표현은 말 그대로 Keyboard Instrument이다). 음색, 음질, 음량의 변화를 표현해 낼 수 없는 이 악기를 바흐는 대단히 아쉬워했고, 한 단계 발전한 악기가 나오기를 학수고대했다. 바흐는 신과 음악 앞에서만은 더없이 겸손하고 헌신적이었지만, 다른 사람의 연주에 대해선 혹평을 참지 않았고, 대부분의 조율사에게도 만족하지 못하고 불평을 일삼았다고 한다. 피아노의 구약성경이라 불리는 ‘평균율 곡집’은 원어로 ‘다스 볼템페리르테 클라비어’(Das Wohltemperierte Klavier)인데, 이를 직역하면 단지 ‘잘 조율된 피아노’다. 서양음악의 근간을 이루게 된 이 역사적인 작품을 바흐가 창조해 낸 데에는 현재에 안주하고 타협하기보다는 미래지향적이고 비전을 제시하는 바흐의 삶의 자세와 철학이 묻어나 있다. 바흐는 불쌍하게도 쳄발로가 저물고 피아노가 대세로 떠오르는 시기가 오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우리는 그가 꿈에 그리던 소리를 지금 그를 대신해 현대의 피아노로 연주하며 그의 이상을 실현하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악기 연주는 매우 간단합니다. 당신이 해야 하는 일은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건반을 누르는 일뿐입니다.” 이제 바흐의 말이 다른 관점에서 이해되기 시작한다. 많은 속담이나 명언들이 시대가 바뀌면서 그 의미가 완전히 변하는 경우가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의 유래가 인분을 선물하겠다는 선조들의 우애에서 나온 말이었다고 하듯이 말이다. 바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그의 워딩을 예술의 경지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실제 많은 연주자들이 그 명제에 갇힌 채로 어떻게 하면 더 정확하고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을지에 혈안이 돼 있다. 그것은 마치 인공지능과 로봇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꼴이나 다름없다. 바흐는 결국 ‘언제’, ‘무엇을’ 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는가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5W1H(육하원칙) 중 ‘How’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고 다른 5개의 W와 차별되게 쓰인다. ‘어떻게’라는 질문에는 절대적으로 옳은 대답이 없다. 어떠한 대답이 나오더라도 틀렸다 할 수 없고, 여러 가지로 다르게 나와도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인공지능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이 바로 ‘어떻게’이다. 뒤집어 보면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질문이 바로 ‘어떻게’라는 말도 된다. ‘어떻게’라는 질문과 대답을 통해 우리의 세상살이가 천태만상의 드라마 한 편으로 만들어진다. 그것이 설령 유토피아는 아닐지라도 살 맛은 더 난다.
  • 마르키온네 피아트 前 CEO 별세

    마르키온네 피아트 前 CEO 별세

    이탈리아·미국 합작회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를 세계 7위의 자동차업체로 끌어올린 세르조 마르키온네 전 최고경영자(CEO)가 별세했다. 66세.AFP통신에 따르면 존 엘칸 FCA그룹 회장은 2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마르키온네 전 CEO가 스위스 취리히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고인은 지난달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은 뒤 스위스 취리히 대학병원에서 합병증으로 투병해 오다가 끝내 소생하지 못했다. 그의 사망 소식은 지난 21일 CEO에서 갑작스럽게 물러난 뒤 사흘 만에 전해졌다. FCA는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열고 그의 후임 CEO에 영국 출신의 마크 맨리 지프를 선임했다. 이탈리아계 캐나다인인 고인은 2004년 파산 위기에 몰린 피아트의 구원투수로 나서 비용 절감, 대규모 감원 등으로 피아트의 회생을 이끌었다. 2014년에는 파산한 미국 크라이슬러와의 합병을 성사시켜 FCA를 세계 7위 자동차 업체로 재도약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마르키온네 CEO가 피아트를 맡았을 당시 회사의 시장가치는 75억 달러(약 8조 5162억원)에 불과했으나 현재 715억 달러로 10배 가까이 커졌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대체 복무” 진보사회로… “특활비 없애자” 특권 없는 세상으로

    “대체 복무” 진보사회로… “특활비 없애자” 특권 없는 세상으로

    호주제 폐지 주장… 소수자 인권 앞장 의원직 잃은 날에도 소방공무원법안 내 ‘노동자 보호’ 근로기준법 개정안 계류 마지막 발의 ‘특활비 폐지’ 처리 주목국회의원은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법안에 담는다. 지난 23일 세상을 떠난 노회찬 정의당 의원도 그랬다. 노 의원은 17대 국회에서 47개, 19대 때 15개, 20대 때 57개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노 의원이 바랐던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법률안을 통해 살펴본다. ●진보 사회를 꿈꾼 노회찬 노 의원은 처음 입성한 17대 국회에서 47개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가운데 원안 가결 3건, 수정 가결 1건, 대안 반영 폐기(기존 법률안을 대체하는 다른 법률안을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하고 기존 법률안은 폐기) 11건씩이었다. 32개 법안은 임기 만료 폐기 등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노 의원이 2004년 9월 14일 처음으로 대표발의한 법안은 일명 호주제 폐지 법안인 ‘민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대안 반영 폐기됐다. 2005년 2월 3일 헌법재판소는 호주제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노 의원의 법안이 합쳐진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개정안이 그해 3월 말 공표됐다. 노 의원이 2005년 발의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노 의원은 개정안에서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이 채용에서 차별 대우를 받지 않도록 ‘파산선고자’를 결격 사유에서 삭제했다. 노 의원은 ‘국가보안법 폐지법(2003)’과 대체복무제도를 신설하는 ‘병역법 개정안(2004)’도 대표발의했다. 두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임기 만료 폐기됐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8일 대체복무제가 없는 현행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노 의원은 장애인과 성소수자의 인권 보장에도 앞장섰다. 그가 2005년 9월 20일 대표발의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안’은 다른 법률에 반영됐다. 2008년 1월 28일 발의한 17대 국회 임기 마지막 법안인 ‘차별금지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의원직 박탈당하는 순간까지 입법 활동 노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대표발의한 법안은 모두 15개다. 이 가운데 6개 법안은 대안 반영 폐기로 다른 법률안에 흡수됐고 9개 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노 의원은 2013년 2월 14일 ‘삼성 X파일’ 관련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의원직을 박탈당하는 순간에도 소방공무원을 위한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소방공무원의 국립묘지 안장 기준을 군인, 경찰관과 동일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소방지원 활동이나 교육훈련 중 순직한 소방공무원도 순직공무원으로 인정하도록 하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등이다. 이 법안들은 다른 법률안과 합쳐져 국회를 통과했다. ●마지막 법안은 ‘특활비 폐지법’ 노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대표발의한 법안은 모두 57개다. 대안 반영 폐기·수정 가결 법안은 11건, 철회하거나 폐기된 법안은 6건이다. 40건은 현재 계류 중이다. 2016년 7월 7일 경영상 해고 요건을 구체화해 노동자를 보호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현재 계류 중이다. 지난해 3월 발의한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과 전·월세 세입자의 권리를 확대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그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발의한 법안은 국회 특별활동비 폐지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이다. 노 의원은 지난 5일 ‘특활비 폐지법’을 대표발의하며 “국회가 기밀 유지가 필요한 사건을 수사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특활비는 감액이 아닌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의 마지막 법안을 동료 의원들이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된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특파원 생생 리포트] 中 ZTE, 美 제재로 고사위기… 시진핑, 반도체 핵심기술 자립 강조

    [특파원 생생 리포트] 中 ZTE, 美 제재로 고사위기… 시진핑, 반도체 핵심기술 자립 강조

    “현실이 입증했듯이 핵심 기술은 마음대로 받을 수도, 살 수도, 구걸할 수도 없다. 핵심 기술을 자신의 손에 넣어야만 국가 경제 안전, 국방 안전 및 안보를 근본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시진핑 “핵심기술 있어야 경제·안보 보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절박한 심정으로 핵심 기술이 국가의 보물이라며 기술 자립을 강조한 배경에는 중국 2위 통신장비 업체 ZTE(中興·중싱)가 있다. ZTE는 지난 13일 미국의 제재에서 벗어나자마자 차이나모바일의 기가비트 수동형광네트워크(GPON) 건립에 참여했다. 4억 8678만 위안(약 813억원) 규모의 인터넷망 공사의 70%를 ZTE가 맡을 예정이며 나머지는 화웨이가 담당하게 된다. ZTE는 빠르게 회생하고 있지만 제재 충격 전과 달리 해외 진출보다는 중국 국내 시장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ZTE는 지난해 이란과 북한에 대한 제재를 위반한 뒤 받은 부과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약 두 달간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됐다. 원래 미 상무부는 7년간 미국 기업과의 거래 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ZTE가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속히 업무 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시 주석과 협력 중”이라며 “너무 많은 일자리가 중국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밝히면서 기사회생하게 됐다. 미국 기업들과의 거래 중지로 반도체 공급이 중단되자 생산 라인이 가동을 멈추는 등 ZTE가 고사 직전에 놓이게 된 것은 시 주석은 물론 전 중국민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시 주석은 직접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고 과학자들에게 핵심 기술 자립을 당부했다. ●ZTE, 美 거래 재개 위해 14억 달러 벌금 미국과의 거래 재개를 위해 ZTE는 14억 달러의 벌금과 전 경영진 교체란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를 떠난 장전후이(張振輝·45) 부회장이 전 직원들에게 돌린 이메일 이임사가 화제를 모았다. 장 전 부회장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백색테러로 회사를 떠나야만 하는 것에 굴욕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세계 통신장비 시장의 10%를 점유한 ZTE는 5세대(5G) 이동통신 개발에 앞장선 회사로 중국 1위 통신업체 화웨이와 경쟁하며 중국 통신 기술을 발전시켰다. 중국 관영 언론은 미국이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봐줄 수 있지만 중국의 첨단 기술은 위협으로 여겼기에 5G 기술을 개발하는 ZTE가 타격 대상이 됐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부천시, 생계형 체납자 경제·행정지원으로 회생돕는다

    부천시, 생계형 체납자 경제·행정지원으로 회생돕는다

    경기 부천시는 사업부도위기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생계가 어려운 체납자 중 납부의지가 있는 생계형 체납자에 대해 경제·행정적 회생 기회를 제공한다고 23일 밝혔다. 그러나 악의적인 체납자는 지속적으로 체납처분을 실시한다. 생계형 체납자에게는 분납이행을 전제로 체납처분과 행정제재를 유예해 줄 방침이다. 체납시 행정제재 때문에 경제활동을 재기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경제적 악순환의 굴레가 돼 생계형 체납자가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생계형 체납자는 분납이행을 전제로 신용불량 등록이나 관허사업 제한, 금융거래 제한 등을 일시적으로 유보하거나 해제해 줄 예정이다. 또 부동산·차량의 공매를 보류하고 생계형 자동차 번호판 영치유예 등 행정지원을 제공한다. 시관계자는 “앞으로 경제적 회생지원 상담창구를 운영해 심의위원회 적격성 심사를 거쳐 회생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며, “조세 회피자는 철저히 색출해내는 등 맞춤형 효율적 징수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하이라이트] 한 여자 향한 순애보, 그는 행복했을까

    [하이라이트] 한 여자 향한 순애보, 그는 행복했을까

    ■기쁜 우리 젊은 날(OBS 일요일 밤 10시 10분) 한 여자만 일편단심 사랑한 한 남자의 행복담을 그린 배창호 감독의 멜로 영화다. 1987년 태흥영화주식회사에서 제작했다. 영민은 대학 시절 연극 공연을 통해 처음 본 혜린을 짝사랑한다. 혜린의 연극 공연 때마다 익명으로 꽃, 과일 등을 보내고 공연 사진을 앨범으로 만들어 정성껏 부치곤 한다. 그러나 혜린은 오성우란 산부인과 전문의와 결혼하고 뉴욕으로 떠난다. 그후 영민은 아버지가 그토록 원하던 종합상사에 취직해 사회생활을 하던 중 지하철에서 추억의 여인이 돼 버린 혜린을 발견한다. 그녀는 이혼녀의 모습이었다. 혜린의 상처와 슬픔이 클수록 영민의 사랑은 배가되고, 영민의 끈질긴 구애 끝에 마음을 연 혜린은 결혼을 승낙한다. 그렇게 행복한 순간도 잠시, 혜린은 임신중독 증세를 보인다. 산모의 생명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사의 말에 영민은 수술을 권하나 혜린은 진정으로 사랑했던 영민의 아이를 낳기를 소망한다. 결국 혜린은 아이를 낳고 죽고, 영민은 엄마와 꼭 빼닮은 딸을 행복하게 키운다.
  • [여기는 중국] 16년 만에 가족과 상봉한 중국 노숙자 사연

    [여기는 중국] 16년 만에 가족과 상봉한 중국 노숙자 사연

    16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노숙자의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다고 광저우르바오 등 현지 언론이 16일 보도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올해 51세의 천잉(陈颖). 천씨는 30년 전 후베이성 우한에 있는 화중사범대학을 졸업하고 해당 대학에서 사서로 일하는 평범한 남성이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무사히 졸업을 하면 생계를 이어가는데 큰 문제가 없었던 당시 상황에 따라, 천씨의 가족들은 그가 취직을 한 것에 매우 기뻐했다. 하지만 천씨에게는 그리 행복한 시간이 되지 못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사회생활도 순탄하지 않았다. 2002년 그는 자신이 더 이상 사람들 속에서 평범한 삶을 이어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회사를 그만 뒀고, 절망으로 가득 찬 마음 탓에 가족들과도 연락을 끊었다. 천씨의 가족은 2008년 천씨로부터 단 한 차례 연락을 받았을 뿐이며, 당시에도 천씨가 자신의 소재지를 밝히지 않아 그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낸 지 16년째이던 지난 5월, 천씨의 가족은 현지에서 노숙자의 가족을 찾는 봉사활동단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광둥성의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며 지내는 천씨를 발견했다는 소식이었다. 이 봉사활동 단체에 따르면 발견 당시 천씨는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면서도, 자신이 대학에서 배웠던 영어 등을 잊지 않기 위해 바닥에 글씨를 써서 연습하는 등 노력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6년 만에 천씨를 만난 가족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천씨의 동생은 “형을 찾기 위해 10년이 넘도록 노력해 왔다. 예전과 달라진 형의 모습을 보니 눈물이 흘렀다”면서 “형은 생각보다 편안한 표정으로 가족들을 만났다. 자신이 가족 및 세상과 인연을 끊게 됐던 당시의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천씨의 사연은 그가 노숙자가 되기 직전 일했던 대학에까지 전해졌다.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직접 천씨를 찾아왔고, 천씨는 옛 동료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눈 끝에 마음에 품고 있던 응어리를 내려놓고 환하게 웃음 지었다. 노숙자를 위한 봉사활동단체의 보호를 받던 천씨는 지난 13일, 동생과 함께 16년 만에 칠순 노모가 기다리는 고향으로 떠났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캠코, 상호 신뢰 보장하는 구조조정 플랫폼

    캠코, 상호 신뢰 보장하는 구조조정 플랫폼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민간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17일 캠코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업구조혁신지원센터’ 설치 이후 지난달 말까지 총 101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 중 10개 기업은 투자자 연계를, 59개 기업은 캠코의 ‘자산 매입 후 임대’(S&LB) 등의 프로그램 지원 안내를 받았다. 센터는 투자 대상 발굴을 원하는 투자자와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는 중견·중소기업을 연결하는 기업 구조조정 플랫폼이다. 전국에 27개 센터를 설치하고 온라인 플랫폼인 ‘온기업’(www.oncorp.or.kr)도 운영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자 물색과 검증에 필요한 노력과 비용을 아낄 수 있고, 투자자는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만큼 정보의 신뢰성도 보장된다. 캠코는 하반기부터 센터 활성화 방안을 추가로 추진한다. 우선 회원 기업에는 표준 기업설명 양식을 제공해 투자자들의 검토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채권은행이나 회생법원 등과 업무 협력도 강화해 센터 등록 기업을 확대하고, 기업별로 최적화된 맞춤형 지원제도를 발굴할 예정이다. 또 금융공공기관과 국책은행 등이 보유한 회생기업 채권을 집중화하고 필요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경영 정상화 지원 프로그램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캠코는 채권 결집과 신규 자금 지원에 1500억원, 자산 매입 후 임대에 1500억원 등 총 30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문창용 사장은 “기업 구조조정 플랫폼의 성공적 수행을 통해 중견·중소기업에 재기와 혁신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공적자산관리전문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대입만큼 혹독한 ‘공딩족’ 생활… 전문성은 필수·젊음은 메리트

    대입만큼 혹독한 ‘공딩족’ 생활… 전문성은 필수·젊음은 메리트

    특성화·마이스터고·전문대 졸업자 대상 고시준비 고교생 공직 입문 지름길 전형 사이버국가고시센터 정확한 정보 제공 어르신들 ‘나이 어리다’ 무시할 때 속상만 18세에 공직에 뛰어든 이들이 있다. ‘지역인재’ 공무원들이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전문대 졸업자 또는 졸업 예정자 중에서 뽑는 지역인재 제도는 2012년 도입됐다. 실력 중심의 인재 등용을 위해 만들어진 이후 매년 채용 규모가 늘고 있다. 이들에 대한 공직 내부 평가가 좋기 때문이다. 오는 24~27일 지역인재 9급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아무나 지원할 순 없다. 선발 공고된 직렬과 관련된 학과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학과 성적이 30% 이내여야 하고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합격자들은 인사혁신처 수습직원으로 등록된다. 6개월간 수습직원으로 근무하고 정직원으로 채용된다. 공무원이 되고자 공부하는 고등학생을 뜻하는 ‘공딩족’의 출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안정적인 직업으로 인기를 얻으며 나날이 늘고 있다. 이들이 가장 쉽게 공직에 입문할 수 있는 길이 바로 지역인재 전형이다. 지역인재로 공무원이 된 이들은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했고 지금은 어디서 일하고 있을까. 정부 각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지역인재 공무원들과 광화문 서울청사 인근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김예은(21·농업직), 이예슬(25·공업직), 최유나(21·행정직), 이수라(19·세무직), 장서현(20·행정직), 손태주(19·행정직) 씨 등 6명이다. 다음은 일문일답.→지역인재 전형은 학교생활이 곧 수험생활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겠다. 다들 어떻게 준비했는지, 본인만의 특별한 공부 노하우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김예은(김) 중학교 성적은 ‘중상’ 정도였다. 특출난 건 아니어서 아버지가 이 제도를 소개해줬다. 한국 산림과학고등학교에 들어갔다. 학교 역사가 짧아 관련 커리큘럼이 없어서 혼자 정보를 구하고 다녔다. 내신관리 하면서 고2 때 공무원반에 들어가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학기 중엔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방학 때 처음 공시 학원에 들어갔다. 너무 치열하고 숨막히더라. 공시 학원 계단에 보면 ‘괜찮아’, ‘할 수 있어’라고 써 있는데 진짜 괜찮은 건지, 할 수 있는 건지 걱정됐다. 그래도 이를 악물었다. 학교 다니면서 딸 수 있는 자격증은 다 땄다. 직종마다 필요한 자격증이 있다. 나는 원래 임업직을 준비했었다. 산림기능사, 임업종묘기능사, 조경기능사, 종자기능사 등을 땄다. 자격증 정보는 ‘큐넷’에서 볼 수 있다. 내가 효과를 봤던 공부 방법은 ‘소리 내어 읽기’다. 어느 날 학원에 갔는데 사람들이 강사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더라.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했는데 오감을 활용해 외우는 거란다. 국어에서 맞춤법이 특히 약했다. 국어 교재를 하나 정해 혼자 중얼중얼 말하면서 수십번 소리 내어 읽었다. 눈으로 보고 귀로도 듣는 것 아닌가. 효과가 있더라. 손태주(손) 다른 것은 괜찮았는데 영어가 ‘쥐약’이었다. 단어가 그렇게 안 외워지더라. 단어가 들어간 문장을 끊임없이 만들어댔다. ‘냉장고’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문장을 생각해보자. ‘냉장고를 얼마에 구입했다’ 이런 식으로 익숙한 문장을 만들었다. 최유나(최) 혼자 도서관 다니면서 공부했다. 어떤 날은 한 마디 말도 안할 때가 있다. 외로운 싸움이다. 그래서 내게 보상을 주자고 생각했다. 일주일 중에서 6일은 혹독하게 공부하고 하루는 친구 만나서 맛있는 거 먹고 놀았다. 그러면 다시 6일을 열심히 공부할 힘이 생긴다. 그렇게 공부하면서 ‘공시 우울증’을 극복했다. 장서현(장) 공무원 시험은 특히 빨리 풀어야 한다. 문제마다 1분도 안 걸리게 풀어야 한다.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 모의고사에 나오는 비문학 지문을 시간을 재면서 푸는 연습을 했다. 한국사를 진짜 못했다. 약한 부분에는 공부 비중의 70~80% 정도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이수라(라) 지역인재 시험 수준에 맞춰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 단권화도 필요하다. 이론과 문제 풀이를 하고서 공책으로 정리한다. 시험 볼 땐 이것만 챙겨 갈 수 있도록 한다. →지역인재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다. 어디서 정보를 얻었나. 후배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가 있다면. 이예슬(슬) 가장 정확한 것은 ‘사이버국가고시센터’(www.gosi.kr)다. 매년 공고가 올라오고 직렬마다 정리가 돼 있다. 뽑는 직렬도 해마다 바뀐다. 직렬마다 갖고 있으면 가산점이 되는 자격증이 있다. 그 자격증 정보가 아주 복잡하다. 가장 정확한 정보는 이곳에 있다. 여기서 본인이 지원할 직렬을 찾아서 확인하면 된다. 라 지역인재는 정보를 아는 사람만 안다. 깜깜이다. 사이버국가고시센터가 유일하고 정확한 정보다. 나머지는 다 뜬소문이다. 거기에 있는 정보가 모든 정보라고 보면 된다. ‘카더라’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서 주는 정보만으로도 준비하는 데엔 큰 무리가 없다. 슬 공직박람회도 좋다. 실제로 합격한 선배들이 일대일로 공부법도 알려주니까. 예전엔 서울에서만 하다가 이제는 부산 등에도 생긴 것 같다. 관심이 있으면 이런 곳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면 좋겠다. →어린 나이에 공직자가 됐다. 주변에선 뭐라던가. 너무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한 건데 힘들진 않나. 김 지금 먹고 있는 음식들 제가 수거해서 분석한 것일 수도 있다. 예컨대 복숭아 농가 다니면서 잔류 용량이 얼마나 있는지, 사람에게 판매해도 되는 것인지, 만약 그렇지 않으면 출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돼지에게 주는 것으로 용도를 바꾼다. 심하면 폐기한다. 그러면 농민들이 “우리 복숭아 약도 안 쳤는데 어린 게 뭘 안다고 난리냐”면서 거칠게 민원이 들어온다. 가끔 속상하신지 술도 많이 드시고 욕을 하거나 나이가 어리다고 대놓고 무시하는 일도 잦다. 처음에는 고민이 있었지만 지금은 능글맞아졌다. 일단 나이를 속인다(웃음). 어차피 싫은 소리를 하는 일이다. 적당한 선에서 그분들을 구슬리는 노하우를 터득하게 됐다. 라 세무직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민원인이 찾아왔을 때 상담하는 일도 한다. 그런데 내가 모르면 그분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다. 세무직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다면 자주 바뀌는 세법부터 시작해 학교에서 배우는 세무교과를 잘 기억해 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직에서 난감할 것이다. 최 역시 민원이 제일 어렵다. ‘멘탈’을 단단히 붙잡지 않으면 어렵다. 고용노동부에서 일하는데 부처 특성상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 구직자다. 절망감과 절실함을 안고 오는 분들이다. 화풀이를 하러 오는 분들도 상당수다. 고용부 속설이 있는데 ‘날씨가 흐리면 민원이 많아진다’는 거다. 일용직 분들이 일할 수 없으니 술 한잔 하시고 민원을 넣는다는 거다. 일자리 안정자금을 안내하려고 전화드렸는데 육두문자를 들은 일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보람을 느낄 때는 있나. 최 민원으로 가장 힘들지만 또 가장 힘이 되는 것도 민원인이다. 사소한 것을 안내해 드려도 웃는 얼굴로 “감사합니다”라고 해 주면 갑자기 덜컥 와닿는다. 어려 보인다고 반말 듣는 게 익숙해졌는데 그런 사소한 것들에 감동한다. 더이상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 월급이 들어오는 것도 한몫한다(웃음). 김 농가 돌아다니면서 많이도 욕을 먹었다. 하지만 이제 가면 저를 다 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 저 보면서 “아 왔나”라고 하신다.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했을 뿐이다. 제가 잘못하면 국민의 먹거리가 위험해진다. 그런 진심을 알아주시는 것 같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김태의 뇌과학] 사회성의 뇌과학

    [김태의 뇌과학] 사회성의 뇌과학

    우리는 흔히 ‘사회성이 좋다’,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사회성에 대해 ‘사회생활을 하려고 하는 인간의 근본 성질. 사회에 적응하는 개인의 소질이나 능력, 대인 관계의 원만성’으로 정의한다. 타인과 상호 작용을 잘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뇌기능이 사용된다. 뇌의 어떤 기능이 사회성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사회성과 관계된 것으로 먼저 알려진 뇌 부위는 이마 안쪽에 자리잡은 전두엽 중에서도 안구를 싸고 있는 ‘안와’ 바로 위에 있는 ‘안와 전두엽’이다. 안와 전두엽이 손상된 환자들은 충동적이고 사회적 규칙을 무시하며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지 못해 반사회적 인격 장애와 같은 행동 양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바이오젠사의 애니어벤 고시 박사는 사회성 행동과 관련된 부위를 확장하고자 했다. 연구팀은 ‘화학유전학’이라는 첨단 연구 방법론을 활용해 전두엽을 활성화시켰을 때 오히려 사회성 행동이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대신 등쪽 시상에 위치한 ‘하베눌라’라는 뇌 부위가 사회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하베눌라의 뉴런을 억제하면서 전두엽을 활성화시키자 사회성 행동이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편 사회성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옥시토신’이 있다. 원래 옥시토신은 출산 후 모체의 뇌하수체 후엽에서 분비돼 자궁수축과 유즙분비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의 로버트 말렌카 교수는 옥시토신의 기능이 ‘보상 회로’로 알려진 중뇌의 복측피개영역을 통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해 사이언스지에 보고한 바 있다. 이들은 옥시토신이 작용하는 수용체가 보상 회로에 많이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광유전학’을 활용해 옥시토신 수용체가 존재하는 뉴런을 선택적으로 자극하자 사회성 행동 반응이 현저하게 증가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옥시토신은 사회적인 의사소통을 인지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중국과학원대 연구팀은 실험 대상자에게 몇 개의 점으로만 표시된 두 사람의 상호 작용을 나타내는 동영상을 보여 줬다. 한 종류는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모습이고, 다른 한 종류는 의사소통이 전혀 없는 모습을 모사한 것이었다. 그리고 실험 대상자에게 어느 쪽 동영상이 더 길었는지 묻자 실험 대상자는 의사소통을 하는 동영상이 더 짧다고 답했다. 사회적 상호작용 시간에 대해 짧게 느끼는 현상을 ‘시간 응축’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시간 응축이 잘 일어나지 않았던 참가자에게 옥시토신을 투여하면 시간 응축이 촉진되고, 반대로 시간 응축이 잘 일어나던 참가자에게 옥시토신 길항제를 투여하면 시간 응축이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옥시토신이 사회적 상호 작용을 인지하는 능력과 관련돼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일상생활 자체에 큰 걸림돌이 되는 안타까운 질환이다. 이런 문제점를 해결하기 위한 뇌과학적 근거가 차근차근 쌓이고 있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임상 연구에서 뚜렷한 치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회성이 ‘보상 회로’와 연결돼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경험을 통해 기쁨을 느끼고 만족을 경험한다면 이런 회로들이 강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긍정적인 사회 경험이 다시 사회적 경험을 원하게 한다는 사실이 나를 포함해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모든 사람에게 희망적인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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