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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히 누굴 때려” 자녀 학대했다며 보육교사 폭행한 부모 집유

    “감히 누굴 때려” 자녀 학대했다며 보육교사 폭행한 부모 집유

    자신의 자녀를 학대했다며 어린이집 교사를 폭행한 부모가 법원에서 벌금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인진섭 판사는 상해·폭행 혐의로 기소된 A(34)씨에게 벌금 1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4월 서울 서초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 B씨가 자신의 자녀를 학대했다는 이유로 “감히 누굴 때렸냐”며 수차례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이를 말리는 어린이집의 다른 관계자 C씨도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정에서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혔다고 해도 이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자녀를 학대한 것에 대한 벌을 받겠다는 취지로 승낙해 이뤄진 것으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폭행과 피해 정도 등에 비춰보면 피해자가 상해에 이를 정도의 폭행을 승낙했다거나 피해자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도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C씨는 법원에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해당 혐의는 공소 기각됐다. 재판부는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나는 30대 비정규직 은행 경비원…3년 2개월 뒤 해고됐습니다”

    “나는 30대 비정규직 은행 경비원…3년 2개월 뒤 해고됐습니다”

    “누가 ‘무슨 일 하냐’고 물으면 ‘은행에서 일한다’고 말할 때도 있었어요. 처음엔 거짓말인줄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것도 거짓말이더라고요.” 지난 2016년부터 3년 2개월 동안 두 개의 은행에서 은행 경비원으로 일했던 30대 작가 히읗(필명)은 2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은행 경비원으로 일했던 경험을 이렇게 회상했다. 히읗은 30대 비정규직으로 느꼈던 소회를 담아 책 ‘저는 은행 경비원입니다’를 출간했다. “고객 응대부터 전단 돌리기, 재난지원금 업무까지” 히읗은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2016년 서울로 취직하기 위해 올라왔다. 그러나 근무하기로 한 회사에서 일하기 어려워지면서 생계를 위해 은행 경비원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른 일을 구하기 전에 잠깐 하려던 일이었다. 그러나 경비원 일을 하면서 이직을 준비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게 3년 2개월이 흘렀다. 은행 경비원의 업무는 ‘경비’뿐만이 아니었다. 은행에 찾아오는 고객들을 응대하는 일부터 인근 아파트 단지에 은행 홍보 전단지를 돌리기도 하고, 은행 어플리케이션 설치 실적까지 쌓아야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재난지원금 관련 업무도 은행 경비원인 히읗에게 떨어졌다. 처음에는 바쁜 직원들을 선의로 돕던 일을 새로 온 지점장이 당연하게 히읗에게 맡기려 했다. 이에 반발하며 갈등을 빚자 결국 계약 연장이 무산됐고, 히읗은 지난해 6월 해고됐다. “내 통장엔 177만원···평균 이하의 삶으로 느껴져” 책에는 30대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며 느꼈던 고뇌가 담겼다. 히읗이 찾아본 2019년 30대 남성 한 달 평균 월급은 약 270만원. 그러나 히읗의 통장에는 그보다 100만원 가량 적은 177만원이 찍혔다. 자신의 삶이 ‘평균 이하의 삶’으로 느껴졌던 히읗은 자신의 직업을 숨겼다. 쾌활했던 성격도 점차 위축됐다. 그러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히읗은 “은행 경비원에 대해 처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내가 나에게 솔직해지고 싶어서였다”고 설명했다. 책에 ‘30대 비정규직의 솔직한 고백’이라는 부제목이 붙은 이유다. “직업엔 귀천 없는데, 사람이 귀천을 따져” 히읗은 이제는 비정규직으로서의 삶이 오롯이 개인의 탓은 아니란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의자가 두 개밖에 없는데 앉을 사람이 열 명이라면 경쟁에 밀린 여덟 명은 땅바닥에 앉아야 한다”라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누군가는 비정규직을 해야하고, 이를 개인의 노력만으로 치부해버리면 개인들은 결국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히읗은 은행 경비원으로서의 경험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책으로 출간하면서 144명이 펀딩에 참여해 660%의 달성률을 올리기도 했다. 그만큼 30대 비정규직 은행 경비원의 삶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는 의미다. 히읗은 “은행을 갈 때마다 경비원이 서 있으면 이 책을 쓴 히읗 작가가 저 사람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직업에는 귀천이 없는데, 사람이 귀천을 따진다”면서 “무슨 일을 하든지 직업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고 그냥 한 사람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데얀 “언젠가 다시 돌아와 200골 채우고 싶다”

    데얀 “언젠가 다시 돌아와 200골 채우고 싶다”

    12시즌 380경기 뛰어 198골 48도움외국인 선수로는 최다 출전·득점 1위“FC서울과의 3번 정상 ‘최고의 순간’나이는 숫자, 열정 있는 한 계속 뛸 것이젠 아시아 챔스리그 최다골 목표”2021년 프로축구 K리그에서는 또 한 명의 ‘전설’을 만날 수 없다. 바로 데얀(40)이다. K리그를 떠나 홍콩 프리미어리그 킷치SC로 향한 그를 24일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만나봤다. 세르비아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새 팀 합류를 준비 중인 데얀은 “K리그에서 한 시즌 더 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게 되지 못했다”면서 “지금 한국에 없다는 게 내게는 낯선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데얀은 지난해까지 12시즌을 K리그에서 뛰며 380경기 198골 48어시스트를 기록한 역대 최고 외국인 공격수다. 지난해 말 은퇴한 이동국(228골)에 이어 역대 득점 2위다. 외국인 선수만 따지면 최다 출전 1위에 득점 1위로 당분간 깨지기 힘든 기록을 세웠다. 2019년 수원 삼성 2년차 때 주전 경쟁에서 밀려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지난해 대구FC에서 9골 3도움으로 건재함을 뽐냈다. 그는 “내가 여전히 데얀이라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어 좋았다”고 회상했다. K리그 통산 200골이 아쉽다고 했더니 “언젠가 다시 돌아와 마저 채우고 싶다”고 웃으면서 “이미 충분히 훌륭한 기록이고 나는 축구 자체를 즐기고 싶고 내가 최고의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최다 골 기록을 깨고 싶다”며 새로운 목표를 꺼냈다. 데얀은 이 대회 36골을 넣고 있다. 이동국에 한 골 차 뒤진 역대 2위다. 수많은 아름다운 순간과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준 한국과 K리그에 평생 감사하다는 데얀은 FC서울과 함께 정상을 밟았던 2010, 2012, 2016년과 31골을 터뜨리며 역대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을 세웠던 2012년을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다. 반면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2013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 1, 2차전에서 2경기 연속 골을 터뜨렸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밀려 준우승했을 때라고 돌이켰다. 어느덧 마흔이다. 당장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인데 그의 눈은 여전히 그라운드를 향한다. 데얀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어 행복하다”면서 “내 몸이 내 말을 듣고 축구에 대한 열정과 갈증이 사그라지지 않는 한 축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홍콩 챔피언인 킷치는 올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출격한다. 데얀이 이 팀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다. 그가 K리그 최대 라이벌로 꼽았던 전북 현대를 비롯해 이 대회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있는 대구와 격돌할 가능성도 있다. 데얀은 “대구에서 정말 즐거운 시즌을 보냈기 때문에 다시 옛 동료를 만나고 싶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K리그 팬들에게 “12시즌 동안 성원해 줘서 정말 감사하고 모두를 사랑한다”며 “피치(그라운드) 위에서 또는 바깥에서라도 조만간 다시 볼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여든셋 시인의 ‘창조적 긴장’ 그래서 웃을 수 있다 한국문학은

    여든셋 시인의 ‘창조적 긴장’ 그래서 웃을 수 있다 한국문학은

    며칠 몰아쳤던 한파가 그치고 제법 포근해진 겨울날, 서울 사당동의 한 음식점에서 선생을 만났다. 선생은 1938년생, 올해 여든셋이다. 195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64년 동안의 시력(詩歷)을 균질하게 쌓아 온 한국의 대표 시인으로서 선생은 언제나 시단에 새로운 충격과 미학적 지평을 일관되게 부여해 온 ‘젊은 시인’이다. 이제는 노경의 삶을 은은하게 이루어 가면서 그만의 언어적 연금술을 균질적이고 지속적으로 쌓아 가고 있다.“벌써 그렇게 됐네요. 아마 서정시를 60년 이상 써 온 실례는 저 말고는 참 드물 거예요.” 한국 시사(詩史)에서, 아니 세계적으로도 그것은 선생이 거의 유일한 케이스일 것이다.그동안 선생이 취해 온 방법론적 긴장과 심미적 꿈은 ‘20세기 후반 한국의 시사’(김주연)라는 평가를 가져왔다. 이때 우리는 선생의 시를 빼고 1960년대 이후 한국 시를 설명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만큼 선생은 한국 시의 여러 차원들 가령 전통과 현대, 개인과 공동체, 내면과 외계, 삶과 죽음, 침잠과 융기 같은 모든 운동적 대립점들을 자신만의 웅숭깊은 사유와 방법으로 섬세하게 탐구해 온 것이다.●실존적 고독과 거듭남의 세계 황동규의 시는 어떤 것이었을까? 내가 읽은 바로 그의 초기 시는 내면이라는 상상적 공간에서 피어올라 왔다. 독자들에게는 ‘즐거운 편지’라는 작품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만의 서정적 실감을 담은 수많은 명편들이 그를 한국 시단의 전혀 새로운 시인으로 출발하게끔 해 주었다. 선생은 1970년대 즈음에는 현실을 온몸으로 껴안으면서 실존적 고독과 삶의 비극성을 일관되게 들려주었다. ‘태평가’와 ‘열하일기’를 지나 ‘삼남에 내리는 눈’의 세계는 이러한 차원을 명징하게 들려준 성취였다. 낭만적 초월과 내밀한 기억으로의 잠입을 통해 현실에 접근해 간 문학사 초유의 사건일 것이다. “초기에 강렬한 영향을 주었던 미당은 어느새 극복의 대상으로 바뀌었고, 나는 현실의 소리에 정열적으로 귀 기울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선불교를 만나게 됐고 극(劇)서정시를 생각하면서 현실과 내면의 통합을 통한 거듭남의 세계를 설계해 보았지요.” 황동규 선생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극서정시’라는 그만의 기율을 실천해 왔다.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을 넘어 극서정시의 실험과 여행 모티프의 강렬한 방법론적 확장을 꾸준히 실현해 간 것이다. 극서정시는 시 안에서 극적 요소를 구조적으로 제시한 것인데, 일상을 벗어나 삶의 충동을 깨달음의 경지까지 이끌고 가는 세계가 그 안에 충일하게 녹아 있다. “극서정시는 극시와는 달라요. 우리 시의 전통이 처음과 끝의 정황이 같은데 저는 조그만 ‘거듭남’을 통해 시인과 독자가 짊어지고 가는 삶의 짐을 별빛 무게만큼이라도 덜어 주자고 생각한 것이지요.” 서정시에 극성을 결합하고 깨달음의 서사를 장착한 ‘극서정시’는 형식과 내용 모두를 새롭게 개진하려는 재충전 욕구에 바탕을 둔 미학적 산물이었다는 것이다. 그 후로 선생은 ‘겨울밤 0시 5분’과 ‘사는 기쁨’에 이르는 제2의 절정을 구가한다. 더욱 심혈을 기울인 서정과 인식의 세계로 진입해 간 것이다. 이때 우리는 선생의 시를 ‘예술가로서의 실존적 고독’과 ‘근원적 통찰을 통한 거듭남’의 세계로 집약하게 된다. 그리고 그 정점에 이번 시집 ‘오늘 하루만이라도’가 위치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불빛의 온기·조도로, 점점 단순해지는 지혜로 작년에 나온 ‘오늘 하루만이라도’는 그의 열일곱 번째 시집이다. 우리는 이 시집을 통해 선생의 끊이지 않는 창조적 긴장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시집 처음에 실린 ‘불빛 한 점’에서 선생은 ‘시’가 한때 눈부시게 앞길을 밝혀 준 ‘횃불’이었지만 이제는 안개로 출항 못하는 조그만 배의 ‘불빛’으로 몸을 바꾸었으며, 그러나 여전히 스스로를 밝히고 세상을 비추는 희미한 불빛의 연쇄가 ‘시인 황동규’를 가능하게 해 주었다고 고백한다. “세월이 흐르듯 삶의 모양새가 변하면 시인도 변해야지요. 다만 주어진 조건 속에서 그저 최선을 다해야지요.” 그러고 보니 선생의 시는 여전히 ‘불빛’이라는 온기와 조도(照度)를 동시에 갖춘 충일한 세계도 다가온다.그러다가 선생은 자신에게 많은 것이 사라지고 없다고 단호하게 써 간다. “군더더기가 없다.”(‘화양계곡의 아침’), “적막 같은 건 없다.”(‘나의 마지막 가을’), “더 이상 산속이 없다.”(‘홍천 구룡령 길’), “아무리 찾아봐도 그 건물이 없다.”(‘한밤중에 깨어’), “없다. 말끔히 걷힌 늦가을 안개처럼 없다.”(‘날 테면 날아보게’), “이곳엔 외딴집이 없다는 것,/ 홀로 사는 사람도 없다는 것,(‘새로 만난 오솔길’) 등을 곳곳에 적어 놓았다. 이렇게 ‘군더더기·적막·산속·건물·안개·외딴집·사람’의 한결같은 부재는 삶의 소진과 죽음으로의 열림을 예비하는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 는 삶과 죽음의 역동적 교차가 자신의 인생이었음을 고백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이 이번 시집에서는 더욱 경험적 실감을 견지하면서 “좀 단순해지자.”(‘산 것의 노래’)는 지혜로 수렴되어간 것이 아닐까 한다. 선생은 “과거의 나에게 문학은 험한 산지였고, 지금은 막막한 들판, 미래는 노을 한 자락이 묻은 채 저무는 바다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문학적 예감은 하나하나 현실이 되어갔지만 스스로 베토벤의 음악을 두고 “계속 물리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곡이 있다는 사실”을 기뻐한 것처럼 우리에게도 물리지 않고 읽을 수 있는 그만의 시를 남겨 준 것이다. 평론가 하응백은 이러한 세계를 두고 “한국문학은 황동규의 시가 있어 행복했다. 82세의 나이에 낸 시집으로 이런 수준의 긴장을 유지하고 있는 건 전 세계적으로도 황동규 시인이 거의 유일하다.”라고 썼다. 특별히 선생은 여행을 즐겨했는데, 순간순간 마주치는 삶의 사물의 신비를 그때마다 느꼈다고 한다. 2018년 7월 임자도로 갔을 때 경험을 “언젠가 이 세상 두고 나갈 때/ 최근에 불새가 불 속에서 불씨를 쪼듯/ 잊지 못할 민어회 맛 한번 진하게 쪼은 신안군 임자도를/ 모르는 척 놔두고 갈 순 없겠지.”(‘선운사 동백’)라고 새겨 놓기도 했다. “여건이 어려웠지만 최근에 강화도 한번 다녀왔어요. 참 좋더군요. 여행을 속 시원히 못해 많이 아쉽지요.”●노경의 삶, 영원한 예술인으로 이번 시집에는 자연인으로서 육신의 쇠잔을 고백하는 장면이 많아졌다. 그것은 “안과/황반변성/보청기/임플란트/혈압약” 등으로 이어져 간다. 물론 이는 “죽음이 없다면/세상의 모든 꽃들이 가화가 되는”(‘죽음아 너 어딨어?’) 진실을 알게끔 해 준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찾아오는 ‘불빛’으로의 이행 과정을 수납하는 순간을 보여 주는 사례일 텐데 이러한 존재론적 고투는 선생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의지로 한없이 이어져 간다. “노년에 처하고 보니 이길까보다는 어떻게 견딜까를 생각합니다. 지금 순간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갑니다. 스피노자의 ‘에티카’ 가운데 좋은 일을 할 때 보상을 바라지 말라, 좋은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충분한 보상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깁니다.” 그리고 선생은 자신의 시가 긴장이 떨어지면 그날로 끝내는 것이라고 몇 번을 강조한다. “이번 시집은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썼어요. ‘죽음의 자리와 삶의 자리’에서 “그 어디서고 삶의 감각 일깨워주는 자”라고 썼는데 그게 바로 ‘시인’이라고 생각해요. 그 역할이 끝나면 시인으로서의 생애도 마감하는 거지요.” 나아가 선생은 “이번 시집을 엮으면서 우연을 사랑하게 되었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원이 타원의 특수한 형태이듯 필연도 우연의 특수 형태에 지나지 않습니다. 선불교나 스피노자나 니체나 결국 우연을 사랑하자는 화두가 아니겠습니까?”라는 견해를 들려주었다. 파스칼은 명상록에서 영생이 설사 없더라도 영생이 있다고 생각하고 살면 손해 볼 것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선생은 “우연을 사랑하다 보면 영생이 비록 있더라도 없는 것처럼 사는 것이 사는 맛을 제대로 보게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멋진 의미론적 반전이요, 자유로운 예술인으로서의 자기 발견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번 시집에 실린 ‘오늘은 날이 갰다’라는 작품에서 선생은 “그래 웃자./ 오늘은 날이 갰고 우린 만났다./ 어쩌다 저세상 가서도 서로 연락이 닿으면/ 오늘처럼 비늘구름 환하게 뜬 날 만나자”라고 썼다. 꼭 60년 전 펴낸 첫 시집 ‘어떤 개인 날’(1961)에서 그때 활짝 갰던 어느 날이 다시 “오늘처럼 비늘구름 환하게 뜬 날”이 되어 ‘시인 황동규’의 삶을 이끌어 가고 있다. 그 점에서 그의 대표작은 아직 쓰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두 시간 대화가 짧게 느껴졌다. 일일이 세목을 다 쓰지 못해 아쉽다. 선생이 들려준 것은 시인으로서의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시’에 대한 스스로의 비전을 담은 것이었기 때문에 내게는 여전한 현재형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선생은 자유롭고 지성적인 영원한 예술인이고 한국문학에 찾아온 드문 행복이었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씨줄날줄] ‘여배우’ 윤여정/문소영 논설실장

    [씨줄날줄] ‘여배우’ 윤여정/문소영 논설실장

    ‘여배우’ 윤여정이 미국 영화제에서 연기상 13관왕을 달성했다. 샌프란시스코, 세인트루이스 비평가협회, LA, 보스턴, 그레이터 웨스턴 뉴욕, 샌디에이고, 뮤직시티, 세인트루이스, 디스커싱필름 비평가협회, 미 여성 영화기자협회, 선셋 필름 서클 어워즈 등등이다. 출연 영화는 ‘미나리’다. 영화 ‘미나리’는 미국으로 이민 간 1980년대 한국 가족의 이야기다. 윤여정은 딸 ‘모니카’와 사위 ‘제이콥’의 부탁으로 어린 손자 ‘데이비드’와 ‘앤’을 돌보는 할머니 ‘순자’를 연기한다. 인간미 넘치는 인물이라고 한다. ‘미나리’의 감독인 정이삭도 샌프란시스코 비평가협회상으로 각본상 4관왕을 달성하고 덴버 비평가협회의 외국어영화상도 받았으며 올해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도 오른다고 하니 영화 ‘로마’처럼 영화 자체가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한국 개봉은 3월이다. 영화 ‘로마’는 멕시코시티 내 로마 지역을 배경으로 남편의 바람으로 남은 아내와 어린아이들을 돌보던 젊은 가정부 클레오의 시선으로 따뜻하게 가족의 사랑을 그려 낸 2018년 12월 개봉한 영화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렸다는 이 영화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개봉 이후 전 세계에서 15개의 상을 휩쓸었는데, 그 대미가 2019년 아카데미 감독상이다. 윤여정은 2009년 개봉한 다큐성 영화 ‘여배우들’에서 새롭게 부각됐다. 그가 김수현 각본의 ‘사랑이 뭐길래’ 같은 TV 드라마에 단골로 출연하는 배우쯤으로 알았던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더 새로웠다.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 등과 같이 출연했다. 여성을 차별하는 사회에서는 ‘은막의 스타’인 여배우들도 대접받지 못한다는 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 영화라서 씁쓸했지만, 여배우들의 내공이 대단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이혼한 여배우가 셋이나 출연한 탓인지 “평범하게 살았다면 수모를 안 당했을 텐데…”라든지, “우리가 여기서 아무리 떠들어 봤자 사람들은 또 쟤네 지랄하네 한다니까”라는 대사도 나와 짠했다. 거기서 윤여정은 예의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날리며 “기억이 남아 있는 한, 대사를 외울 수 있는 한 연기를 계속하고 싶어요”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윤여정은 올해 한국 나이로 75세, 1966년 TBC 탤런트 공채 3기로 데뷔했으니 연기생활 55년째다. ‘원로 배우’로 불리는 그가 시상 예측 사이트 ‘어워즈워치’에서 2021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후보 예상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수상한다면 한국 배우로서는 처음이다. 12년 전 ‘여배우들’에서 “지우는 중국 시장을 나가고 난 재래시장을 지키마”라는 대사를 쳤지만, 그가 한국 여배우들의 새 시대를 열지도 모르겠다. symun@seoul.co.kr
  • “생활치료센터 실습… 국가에 내가 쓰인다니 더 긍지”

    “생활치료센터 실습… 국가에 내가 쓰인다니 더 긍지”

    3학년 생도 77명 전원 경증 센터 투입 개소 준비 업무·고령환자 관리 힘 보태 “코로나 확진자들 직접 대면 두려웠지만 예비 의료인이자 군인… 망설임 없었죠 국가·환자에 도움 되는 간호장교 될 것”“국가가 저희를 필요로 할 때 쓰임이 될 수 있어 긍지를 느꼈습니다.” 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의료진 부족 사태가 빚어지자 ‘전장’인 생활치료센터에 투입돼 한 달간의 파견을 마치고 최근 복귀한 박소현(22) 국군간호사관학교 3학년 생도는 21일 “확진자를 직접 대면해야 하는 상황이라 두려움은 컸다”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국군간호사관학교는 3학년 생도 77명 전원을 선발대(56명), 후발대(21명)로 나눠 경기·충남 지역의 생활치료센터로 보냈다.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학생 신분인 생도가 코로나19 현장에 투입된 건 처음이다. 지난 3월 대구·경북 1차 유행 당시 신임 간호장교 75명이 임관식을 겸한 졸업식 후 국군대구병원에 투입된 적은 있다. 박 생도는 “국군수도병원에서 3학년 실습을 하던 중에 정부의 요청을 받았다. 국가 재난 상황이기 때문에 예비 의료인이자 군인으로서 힘을 보탤 생각에 주저 없이 현장에 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주로 경증환자들이 있는 생활치료센터지만 투입 전 준비는 철저히 했다. N95 마스크, 전신보호복, 보안경, 장갑, 덧신, 얼굴가림막 등으로 이뤄진 레벨D 세트 착용을 수차례 연습했고, 현장 관련 교육을 받았다. 박 생도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경험이 있는 사관학교 내 교수님들과 대구에 투입됐던 60기 선배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박 생도는 지난달 20일부터 경기 광주시의 한 생활치료센터에서 일했다. 센터가 개소하기 전부터 준비 업무에 투입됐고, 개소 후에는 주로 고령환자들의 체온,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등 활력징후를 측정했다. 고령환자들이 매일 증상을 입력해야 하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잘 다루지 못할 때는 직접 전화를 걸어 증상을 파악하고 환자들을 관리하기도 했다. 다른 민간 병원의 간호사와 방사선사, 공무원들과 함께 일한 경험은 향후 간호장교로서 군이나 군병원에서 일해야 하는 박 생도에게도 큰 도움이 됐다. 박 생도는 “실습에선 환자와 의사소통을 하거나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지 않았는데 실전에 직접 맞닥뜨려 업무에 투입되니 어느 때보다 가깝게 환자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이 컸다”면서 “코로나19 현장 경험을 잘 살려 임관 후에도 국가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장교이자 간호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작년 상반기 경단녀 150만 6000명… 30대 46% 최다

    작년 상반기 경단녀 150만 6000명… 30대 46% 최다

    지난해 상반기 경력단절 여성의 규모는 150만 6000명으로 30대가 46.1%를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성가족부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함께 국가통계 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경력단절 여성의 연령별 비율은 지난해 전체 기준으로 30대가 46.1%를, 40대가 38.5%를 각각 차지했다. 특히 30대 여성 중 결혼한 여성의 고용률은 같은 나이대에서 전체 여성 고용률보다도 낮게 나타났다. 2016년과 비교했을 때 30대 경력단절 여성의 비율은 6.6% 포인트 줄었지만 40대의 비율은 7.2% 포인트 늘었다. 이는 초혼 연령 상승 등으로 경력단절을 경험하는 나이대가 높아진 것이 원인이라고 여가부는 분석했다. 또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취업을 하지 않고 있는 비취업 여성의 규모와 비중이 모두 전년보다 증가했으며, 특히 40∼54세의 비취업 여성 규모가 많이 늘어났다. 여성들이 꼽은 경력단절 이유로는 결혼, 임신·출산, 가족돌봄 등이 있었으며 이 중 육아(42.5%)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지역별로 기혼여성의 비취업 비중이 높은 곳은 울산(49.5%), 대구(45.3%), 경기(42.4%) 순이었다. 학력에 따른 경력단절 양상은 2014년 고졸 비율(40.0%)이 가장 높았지만 지난해에는 대졸 이상 비율(41.9%)이 가장 높아 고학력 여성의 경력단절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여가부는 2019년 우리나라의 국가성평등지수는 73.6점으로 전년(73.1점)보다 0.5점 상승해 5년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사회참여와 인권·복지, 의식·문화의 세 가지 영역 중 성평등지수가 가장 높은 영역은 인권·복지(79.2점)였으며 사회참여(69.2점)는 낮았다. 광역 지방자치단체별 성평등지수가 높은 지역은 광주·대전·부산·제주였고 낮은 지역은 경남·경북·전남·충남이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성평등 수준이 개선되고 있지만 분야별 편차가 여전히 크다”면서 “관계부처와 협력해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며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하고 정책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국가성평등지수 개편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박소현 간호생도 “두려움 컸지만 국가가 필요로 할 때 쓰임 긍지 느껴”

    박소현 간호생도 “두려움 컸지만 국가가 필요로 할 때 쓰임 긍지 느껴”

    “국가가 저희를 필요로 할 때 쓰임이 될 수 있어 긍지를 느꼈습니다.” 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의료진 부족 사태가 빚어지자 ‘전장’인 생활치료센터에 투입돼 한달간의 파견을 마치고 최근 복귀한 박소현(22) 국군간호사관학교 3학년 생도는 21일 “확진자를 직접 대면해야 하는 상황이라 두려움은 컸다”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국군간호사관학교는 3학년 생도 77명 전원을 선발대(56명), 후발대(21명)로 나눠 경기·충남 지역의 생활치료센터로 보냈다.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학생 신분인 생도가 코로나19 현장에 투입된 건 처음이다. 지난 3월 대구·경북 1차 유행 당시 신임 간호장교 75명이 임관식을 겸한 졸업식 후 국군대구병원에 투입된 적은 있다. 박 생도는 “국군수도병원에서 3학년 실습을 하던 중에 정부의 요청을 받았다. 국가 재난 상황이기 때문에 예비 의료인이자 군인으로서 힘을 보탤 생각에 주저없이 현장에 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주로 경증환자들이 있는 생활치료센터지만 투입 전 준비는 철저히 했다. N95 마스크, 전신보호복, 보안경, 장갑, 덧신, 얼굴가림막 등으로 이뤄진 레벨D 세트 착용을 수차례 연습했고, 현장 관련 교육을 받았다. 박 생도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경험이 있는 사관학교 내 교수님들과 대구에 투입됐던 60기 선배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박 생도는 지난달 20일부터 경기 광주시의 한 생활치료센터에서 일했다. 센터가 개소하기 전부터 준비 업무에 투입됐고, 개소 후에는 주로 고령환자들의 체온,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등 활력징후를 측정했다. 고령환자들이 매일 증상을 입력해야 하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잘 다루지 못할 때는 직접 전화를 걸어 증상을 파악하고 환자들을 관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민간 병원의 간호사와 방사선사, 공무원들과 함께 일한 경험은 향후 군이나 군병원에서 간호장교로서 일해야 하는 박 생도에게도 큰 도움이 됐다. 박 생도는 “실습은 환자와 의사소통을 하거나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지 않았는데 실전에 직접 맞닥뜨려서 업무에 투입되니 어느 때보다 가깝게 환자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이 컸다”면서 “코로나19 현장 경험을 잘 살려 임관 후에도 국가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장교이자 간호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송해 “무관중 전국 노래자랑 해보니…고통스러워”

    송해 “무관중 전국 노래자랑 해보니…고통스러워”

    40년간 전국노래자랑 진행을 맡아 ‘전설’로 통하는 명사회자 송해가 코로나19로 인한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송해는 과거 방송 활동에 대해 “목숨 걸고 방송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송해는 21일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프로그램 ‘어바웃타임’에 출연했다. 송해는 근황을 묻자 “여전하다. 걷기도 하고 전철도 탄다. 우리 집 앞 양재천이 좋다. 한 시간씩 걷는다”고 말했다. 송해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해 아쉽고 답답하다. 리듬이 깨진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며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게 불편한 때 아닌가. 이 이상의 고통이 어디 있겠나”고 말했다. 송해는 전국노래자랑을 무관중으로 녹화 해봤다며 “반응이 없으니 해도 보람이 없다. 반응이 없으니까 처음에는 그냥 해봤는데, 내가 지금 돌았나 싶더라. 정신 착란이 들만큼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1955년 데뷔해 코미디언, 연기자, 가수, MC 등 방송계 모든 분야를 섭렵하며 정상의 자리에 오른 송해. 송해는 예순이 넘은 나이로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21세기 청춘의 기준을 다시 세우며 청년들은 물론 중장년층에게 건재함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송해는 MC 강호동과 대화에서 과거 방송활동에 대해 “목숨 걸고 방송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송해의 본격적인 데뷔는 1955년 이후 KBS 라디오 공개 방송 사전 MC 입문으로 이뤄졌다. 당시는 편집이 없어 NG를 낼 수 없었고 광고마저 생방송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또 엄격한 규정에 따라 사회 풍자 프로그램에서 자칫 말실수를 하면 어디로 끌려갈지 모르는 불안감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크나큰 상실감에 빠져 한동안 방송 활동을 접어야 했다”는 대목에서는 눈시울을 붉혔다. 송해의 먹먹한 고백에 MC 강호동과 이수근, 신동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의 재기를 도운 건 전국노래자랑이었다. 송해는 “전국노래자랑은 나의 교과서 같은 프로그램”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전국노래자랑을 등용문 삼아 스타덤에 오른 트로트 가수 장윤정·송가인·임영웅·영탁·정동원 등을 보면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하다고 전했다. 송해의 시간을 사기 위해 1000팀 가까이 지원했고 열띤 경매 분위기로 송해의 20분 낙찰액이 30분 보다 더 높게 팔리는 이례적인 상황도 벌어졌다. 최종적으로 송해의 60분은 트로트가수 유지나, 50대 자영업자, 20대 청년 사업자에게 돌아갔다. 송해는 낙찰자들을 직접 만나 긴 시간 고민을 경청했다. 섣불리 조언을 건네기보단 용기를 북돋아주는 덕담을 전하며 연륜으로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낙찰 금액은 전액 파주정원요양원에 기부됐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초기에 방역 용어 몰라 식은땀…진단키트 실물 본 뒤 겨우 통역”

    “초기에 방역 용어 몰라 식은땀…진단키트 실물 본 뒤 겨우 통역”

    방역당국의 코로나19 일일 브리핑 때마다 당국자 옆에 손을 바삐 움직이는 수어통역사가 나란히 서 있다. 청각이 불편해 감염병 정보에 목말라 하는 이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브리핑에 참여해온 수어통역사는 모두 6명으로 권동호씨가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코로나19 초기인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덕분에 챌린지’ 지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일 서울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당시를 이렇게 떠올렸다. “수어통역사들이 급하게 현장에 투입돼 고생들을 많이 하던 때였는데 (문 대통령의) ‘덕분에 챌린지’ 지목을 받게 돼 통역사들도 방역 일선에서 수고하는 직업군으로 인식되는 좋은 계기가 됐다.” 코로나19가 낯설기는 권 통역사도 마찬가지였다. 첫 확진자 발생 직후인 지난해 2월 방역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브리핑에 긴급 투입됐다고 한다. 익숙지 않은 바이러스나 방역 관련 전문용어를 통역하기가 쉽지 않아 긴장감에 식은땀을 많이 흘렸다고 했다. 그는 “생소한 전문용어는 앞뒤 문맥을 파악해 그 뜻을 해석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혀 모르는 경우에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손가락으로 필기하듯이 써주는 방법을 썼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단어 자체를 손가락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권 통역사는 “지금은 보도자료를 참고하면서 브리핑의 맥락과 핵심을 위주로 쉽게 풀어서 설명할 수 있게 됐다”면서 “전문용어는 보시는 분들도 이해하기 어려워 가급적이면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이해하기 쉽게 해석한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브리핑 통역은 일반 사건·사고를 전달할 때와 달리 국민 안전과 직결돼 있고 시급성을 띠기 때문에 정보를 최대한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했다. 언제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에 그는 코로나19 진단키트가 처음 나왔을 때를 떠올렸다. 권 통역사는 “수어 특성이 시각으로 보여주는 것인데 저도 진단키트를 한번도 본 적이 없고 단어만 갖고 유추해 표현하면 보시는 분들이 헷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질병관리청에 요청해 브리핑 30분 전 진단키트 실물을 본 뒤 수어통역을 무사히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권 통역사는 2006년 수어통역 자격증을 취득해 이듬해 농아인협회 부설 수어통역센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대학 시절 수어에 관심을 갖게 돼 동아리 봉사활동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이전에는 산사태나 지진, 화재 등 긴급한 재난 상황이 발생해도 당국 브리핑 때 수어통역이 없었는데 이번 코로나19 브리핑 참여를 계기로 수어통역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전국의 수어통역사와 사용자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매주 평균 2~3차례씩 세종과 오송 브리핑 현장을 오가며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 그는 “역설적으로 코로나19 브리핑을 통해 수어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긴 했지만 갈 길이 멀다”면서 “재난 브리핑 외에도 통역이 필요한 현장이 일상 곳곳에 있으니 수어에 관심을 갖고 수어 자체를 일상 언어로 받아들여 달라”고 당부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평창동계올림픽 ‘왕따 주행’ 논란 후 김보름-노선영 첫 재판

    평창동계올림픽 ‘왕따 주행’ 논란 후 김보름-노선영 첫 재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에서 ‘왕따 주행’ 논란에 휘말렸던 노선영 측이 자신을 상대로 소송을 낸 김보름(강원도청)에 대해 “(오히려 내가) 김보름의 허위 인터뷰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황순현 부장판사)는 20일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2억원을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양측 소송 대리인만 출석했다. 노선영 측 대리인은 “폭언과 폭행이 운동선수들 사이에서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판단을 따라야겠지만, 피고는 원고보다 한국체육대 4년 선배이고 법적으로 사회상규를 위반하지 않은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는 허위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면서 “원고의 인터뷰로 국민이 청와대에 청원을 하게 되고, 원고가 피고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심리가 필요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 역시 원고의 허위 인터뷰로 정신적으로 고통받은 점을 고려해 반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이에 김보름 측 대리인은 “피고의 불법행위로 원고는 정신적인 손해를 입어 이에 배상을 청구한다”며 “손해를 일으킨 주된 원인은 피고가 원고에게 가한 장기간의 가혹행위와 올림픽 당시 피고의 허위 인터뷰”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입장을 확인한 뒤 추가로 주장을 입증할 자료와 서면 등을 제출해달라고 당부하고 이날 재판을 마무리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3월 17일로 지정했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8강에서 김보름이 결승선을 통과하고 한참 지나 노선영이 들어왔는데 김보름이 마지막 주자인 노선영을 챙기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김보름의 인터뷰 태도 논란까지 불거져 거센 비난이 일었다.문화체육관광부는 경기가 끝나고 3개월 후 특정 감사를 진행해 김보름이 의도적으로 가속을 한 것은 아니며 종반부에 간격이 벌어져도 각자 최선을 다해 주행하는 것이 기록 단축에 유리하다는 전문가 소견을 소개했다. 이후 김보름은 2019년 1월 노선영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과 폭언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인터뷰를 했다. 아울러 2020년 11월 노선영을 상대로 2억원을 청구하는 손배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문 대통령에게 ‘덕분에 챌린지’ 지목 받았던 ‘이 사람’

    문 대통령에게 ‘덕분에 챌린지’ 지목 받았던 ‘이 사람’

    “초기에 방역 용어 몰라 식은땀…진단키트 실물 본 뒤 겨우 통역”방역당국의 코로나19 일일 브리핑 때마다 당국자 옆에 손을 바삐 움직이는 수어통역사가 나란히 서 있다. 청각이 불편해 감염병 정보에 목말라 하는 이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브리핑에 참여해온 수어통역사는 모두 6명으로 권동호(사진 오른쪽)씨가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코로나19 초기인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덕분에 챌린지’ 지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일 서울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당시를 이렇게 떠올렸다. “수어통역사들이 급하게 현장에 투입돼 고생들을 많이 하던 때였는데 (문 대통령의) ‘덕분에 챌린지’ 지목을 받게 돼 통역사들도 방역 일선에서 수고하는 직업군으로 인식되는 좋은 계기가 됐다.” 코로나19가 낯설기는 권 통역사도 마찬가지였다. 첫 확진자 발생 직후인 지난해 2월 방역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브리핑에 긴급 투입됐다고 한다. 익숙지 않은 바이러스나 방역 관련 전문용어를 통역하기가 쉽지 않아 긴장감에 식은땀을 많이 흘렸다고 했다. 그는 “생소한 전문용어는 앞뒤 문맥을 파악해 그 뜻을 해석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혀 모르는 경우에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손가락으로 필기하듯이 써주는 방법을 썼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단어 자체를 손가락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권 통역사는 “지금은 보도자료를 참고하면서 브리핑의 맥락과 핵심을 위주로 쉽게 풀어서 설명할 수 있게 됐다”면서 “전문용어는 보시는 분들도 이해하기 어려워 가급적이면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이해하기 쉽게 해석한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브리핑 통역은 일반 사건·사고를 전달할 때와 달리 국민 안전과 직결돼 있고 시급성을 띠기 때문에 정보를 최대한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했다. 언제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에 그는 코로나19 진단키트가 처음 나왔을 때를 떠올렸다. 권 통역사는 “수어 특성이 시각으로 보여주는 것인데 저도 진단키트를 한번도 본 적이 없고 단어만 갖고 유추해 표현하면 보시는 분들이 헷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질병관리청에 요청해 브리핑 30분 전 진단키트 실물을 본 뒤 수어통역을 무사히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권 통역사는 2006년 수어통역 자격증을 취득해 이듬해 농아인협회 부설 수어통역센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대학 시절 수어에 관심을 갖게 돼 동아리 봉사활동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이전에는 산사태나 지진, 화재 등 긴급한 재난 상황이 발생해도 당국 브리핑 때 수어통역이 없었는데 이번 코로나19 브리핑 참여를 계기로 수어통역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전국의 수어통역사와 사용자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매주 평균 2~3차례씩 세종과 오송 브리핑 현장을 오가며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 그는 “역설적으로 코로나19 브리핑을 통해 수어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긴 했지만 갈 길이 멀다”면서 “재난 브리핑 외에도 통역이 필요한 현장이 일상 곳곳에 있으니 수어에 관심을 갖고 수어 자체를 일상 언어로 받아들여 달라”고 당부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슈퍼 브루클린’ 발진 임박…어빙 복귀 회견

    ‘슈퍼 브루클린’ 발진 임박…어빙 복귀 회견

    ‘슈퍼 브루클린호’의 발진이 임박했다. 미국 프로농구 브루클린 네츠의 카이리 어빙이 20일(한국시간) 회상 기자회견을 열고 코트 복귀를 알렸다. 어빙은 지난 6일 유타 재즈 전 이후 내리 7경기를 결장했다. 개인 사유라고 알려졌다. 그동안 경기에 나오지 않았던 것에 대해 어빙은 이날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는 “가족과의 일, 개인적인 일들이 많이 있었다”면서 “잠시 멈춰 있고 싶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동 직후에 결장이 있었기 때문에 앞서 현지 언론들은 평소 사회적인 문제에 목소리를 높여온 어빙에게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했다. 어빙은 “세상에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고, 이를 무시하기 힘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에 평범한 것은 없고, 나는 세상의 것들을 바꾸고 싶었다. 나의 행동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팬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나는 돌아왔다. 팀은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나는 그저 멈출 필요가 있었을 뿐”이라고 했다. 어빙의 복귀로 최근 휴스턴 로키츠에서 이적해온 제임스 하든과 부상에서 회복한 케빈 듀란트까지 삼각 편대가 출격할 채비를 갖추게 됐다. 하든은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26.4점, 듀란트는 30.6점, 어빙은 27.1점을 넣고 있다. 합치면 84.1점이다. 세 명이 조화를 이뤄 반지원정대가 될지 사공이 많아진 브루클린이 산으로 갈지 21일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전에서부터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허위 인터뷰로 피해” “고통받은 건 이쪽”…‘왕따 주행’ 첫 재판(종합)

    “허위 인터뷰로 피해” “고통받은 건 이쪽”…‘왕따 주행’ 첫 재판(종합)

    김보름, 2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많은 계약 무산돼 경제적으로 큰 피해”노선영 측 “오히려 허위 인터뷰로 고통”양측 대리인만 출석…날 선 공방 이어져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에서 ‘왕따 주행’ 논란에 휘말렸던 노선영 측이 자신을 상대로 소송을 낸 김보름(강원도청)에 대해 “김보름의 허위 인터뷰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부장 황순현)는 20일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2억원을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 두 선수는 출석하지 않고 양측 소송 대리인만 출석했다. 노선영과 김보름은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8강에 박지우와 함께 출전했다. 이 경기에서 김보름이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노선영이 한참 뒤처져 들어왔고, 김보름이 마지막 주자 노선영을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보름은 경기 직후 “잘 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뒤(노선영)에서 저희랑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아쉽게 나온 것 같다”고 발언해 큰 비난을 받았다. 김보름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 등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은 20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이후 김보름은 2019년 1월 노선영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과 폭언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언론 인터뷰를 한 뒤 지난해 11월 노선영을 상대로 2억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이날 노선영 측 대리인은 “폭언과 폭행이 운동선수들 사이에서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판단을 따라야겠지만, 피고는 원고보다 한국체육대 4년 선배이고 법적으로 사회상규를 위반하지 않은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폭언이 불법행위가 된다 해도 이미 2011년, 2013년, 2016년 일로 불법행위의 소멸시효가 완성됐을 뿐 아니라 이 시점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노선영 측 대리인은 또 “피고는 허위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며 “원고의 인터뷰로 국민이 청와대에 청원을 하게 되고, 원고가 피고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심리가 필요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 역시 원고의 허위 인터뷰로 정신적으로 고통받은 점을 고려해 반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김보름 측 대리인은 “협회 차원의 소송이라는 등의 말을 삼가 달라”고 반박했다.재판부는 양측의 입장을 확인한 뒤 추가로 주장을 입증할 자료와 서면 등을 제출해달라고 당부하고 이날 재판을 마무리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3월 17일로 지정했다. 앞서 김보름의 법정대리인인 허원록 변호사(법무법인 규원)는 “김보름은 노선영의 허위 인터뷰로 인해 감당하기 어려운 지탄을 받았다. 그동안 공황장애, 적응장애 등의 증상으로 장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많은 계약이 무산돼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보름 측은 소장을 통해 “노선영의 진심 어린 사과를 희망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았다”며 “오해를 풀지 못하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사건의 실체를 모르는 다수로부터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日스가, 가장 중요한 연설에서도 ‘불합격’…“위기극복 의지 안보여” 난타당해

    日스가, 가장 중요한 연설에서도 ‘불합격’…“위기극복 의지 안보여” 난타당해

    최악의 지지율 위기를 겪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상황 반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중요한 기회를 또다시 놓쳤다. 지난 18일 신년 시정방침 연설에 나섰지만, 여기에서도 위기의 근원인 코로나19 부실대응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불만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일본 총리가 매년 1월 정기국회 개회에 맞춰 하는 시정방침 연설은 한해 국정 운영방향을 밝히는 가장 중요한 연설로 통한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 발행부수 기준 일본 최대 신문인 요미우리신문은 스가 정권 지지율이 4개월 새 반토막 나며 ‘출범 초기 4개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후 2시 정기국회 개회에 맞춰 스가 총리는 국회 중의원 단상에 올라 연설 원고를 읽어내려갔다. 연설 내용은 정권 출범 초기인 지난해 10월 소신표명 연설 때에 비해 방어적인 느낌이 강했다. ‘경제’와 ‘방역’의 2가지에서 모두 성공하겠다는 당시의 공세적 자신감은 사라지고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대한 곤혹스러움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는 이날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아랑곳없이 강행해 비난을 샀던 소비·여행 장려책 ‘고투(GoTo) 캠페인 사업’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스가 정권이 지향하는 사회상으로 내걸어 ‘신자유주의 조장’ 비난받았던 ‘자조·공조(共助)·공조(公助) 및 유대’라는 말도 이번 연설에서는 사라졌다.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국민생활을 제한하는 데 대해 사과를 하기도 했다. 연설도중 야당 의원석에서는 여러차례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스가 총리가 “긴급사태 선언을 발령했다. 효과적으로 대상을 선정해 철저한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대책이 너무)늦었다”라는 비난이 장내에 울려퍼졌다. 국민들과 의사소통에 약하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그는 전날 원고를 몇번을 읽으면서 연습했다고 밝혔지만, ‘출산’을 ‘생산’으로 발음하는 등 여러 차례 오독이 나타났다. 스가 총리의 변화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산에 제동을 걸기 위한 확실한 대응책이나 국가 지도자로서 결기 등을 보이는 데는 이날 연설에서도 실패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총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코로나19 사태의 수습을 향한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며 이에 대해 어느 때보다 정중한 설명을 해야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설은 기존에 정해진 방침을 되풀이한 것으로 국민의 불안과 불신에 진정으로 답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아사히신문도 “총리의 연설은 어떠한 관점에서 보더라도 합격점과 거리가 멀다”면서 “총리는 정치인에게는 무엇보다도 국민의 신뢰가 불가결하다고 말했지만 자신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설명 책임를 다하고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했다. 한편 이날 연설에 앞서 오전 공표된 요미우리의 1월 월례 여론조사에서 스가 정권 지지율은 39%로 지난해 12월 조사 때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9%로 6%포인트 상승했다. 요미우리 조사에서 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긍정적인 평가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특히 지난해 9월 16일 출범 직후 조사에서 74%에 달했던 지지율이 4개월 만에 35%포인트나 추락하면서 같은 기간(출범초 4개월간) 과거 하토야마 정권과 아소 정권이 기록했던 -30%포인트를 넘어 역대 최대폭 하락을 기록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갈 곳 잃은 홍대거리 예술인 위해 언택트 맞춤 일자리 발굴하겠다”

    “갈 곳 잃은 홍대거리 예술인 위해 언택트 맞춤 일자리 발굴하겠다”

    “주민이 신뢰하는 선진 의회상을 정립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견제와 균형, 감시와 비판이 의회의 역할이다. 기초의회에도 이를 위해 예산·결산의 심의·의결 기능, 조례 제정 권한이 부여된다. 그러나 조례권 남용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피해는 결국 주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목표는 신뢰받는 선진 의회상 정립 조영덕 서울 마포구의회 의장은 18일 “실효성 없고 실적을 위한 조례안을 남발하는 것은 행정력의 낭비나 다름없다”며 “지방자치가 한 단계 도약할 시기인 만큼 수준 높은 의정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의장은 “지방자치의 자율성은 지방의 배경과 여건에 맞는 사업을 수행하고 그를 위한 법제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있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신념 아래 조 의장이 이끄는 마포구의회는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준비에도 분주하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정책과 예산의 시급성과 적정성 등을 점검하고 있다. 특히 마포구는 코로나19 광풍으로 인해 홍대거리로 대표되는 지역 상권이 흔들리는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조치가 시급한 실정이다. ●홍대 아티스트 온라인 경연대회 추진 조 의장은 “코로나19로 타격받은 지역경제를 살리고 자영업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마포사랑상품권 추가 발행 등 구의회가 적극 나서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코로나19로 갈 곳을 잃은 거리 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홍대 거리아티스트 온라인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그린 뉴딜 도시숲 가꾸기 사업 등을 통해 언택트 문화에 맞는 일자리를 발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마포농수산물시장 내 입점 문제를 두고 다농마트와 마포구시설관리공단 간 갈등에 대해 조 의장은 “공단의 다농마트 계약 해지부터 신규업체 계약까지 일련의 과정은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너무 가혹한 조치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충분한 시간을 들여 진행했다면 큰 마찰 없이 원만히 해결했을 문제였기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미모로 흔든 팬심 실력으로 흔들 날 꿈꾸는 오승인

    미모로 흔든 팬심 실력으로 흔들 날 꿈꾸는 오승인

    출전은 단 3번. 득점은 단 2점. 평균으로 따지면 4분 8초, 0.67득점에 불과한 성적이지만 우리은행 오승인은 올해 여자농구계 최고의 스타로 떴다. 각종 인터뷰 요청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 우리은행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도 오승인의 출전을 간절히 기다릴 정도다. 단박에 팬심을 훔친 미녀 농구선수의 등장에 여자농구 팬들은 환영 일색이다.오승인이 깜짝 스타로 뜬 것은 이번 시즌 두 번째 출장 경기였던 1월 1일 청주에서 열린 KB전에서였다. 4쿼터 4분 21초를 남기고 56-70으로 뒤져 있던 상황에서 위성우 감독은 오승인을 포함해 4명의 선수를 교체 투입했다. 더는 추격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다 중계화면에 눈을 돌린 기자의 눈에 오승인의 등장에 술렁이는 채팅창이 포착됐다. 팬들은 승부를 떠나 대동단결해 오승인의 활약을 응원했다. 매치업 상대였던 박지수의 벽에 가로막혀 득점은 실패했지만 오승인은 이 경기에서 첫 블록을 기록했다. 1월 2일자 서울신문 기사(‘미모 폭발’ 교체출전 4분 만에 팬심 훔친 오승인) 이후 오승인은 특급 스타가 됐다. 오승인은 3일 BNK전에서 첫 득점을 기록했다. 인기를 증명하듯 오승인의 첫 득점은 상당한 화제가 됐다. 이날 오승인은 6분 21초 동안 2득점 1어시스트 1블록을 기록했다. 팬들에겐 아쉽게도 이후 오승인의 출전 기록은 없다. 15일 우리은행농구단 숙소에서 만난 오승인은 “인기가 많을 정도로까지 생기진 않은 것 같다”고 겸손해하며 “기대를 너무 크게 해주시는데 아직 거기에 못 미치고 있다”는 말부터 꺼냈다. 폭발한 인기에 기사가 쏟아져 주변에서 기사 링크를 보내주지만 정작 오승인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담담하게 반응한다.오승인은 선수 출신의 농구 코치인 아버지의 권유로 농구에 입문했다. 사직초-청주여중-청주여고를 나왔다. 188㎝의 아버지, 168㎝의 어머니 유전자를 물려받아 어려서부터 키가 컸다. 183㎝의 오승인은 여자농구에서 귀한 4, 5번 자리를 오갈 수 있는 재원이다. 절친 박지현이 팀의 베스트5로 완전히 자리 잡은 것과 달리 오승인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고등학교 때 왼쪽 무릎 전방십자인대를 두 번이나 다쳐 재활에 오래 매달렸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전국체전 첫 게임에서 온양여고랑 시합하는데 볼 잡으러 뛰어가다가 점프 도중에 밀려서 착지를 잘못해서 다쳤어요. 다치고 나서 유급을 했고 20살이 돼서 5월에 대회가 있었는데 인터셉트를 하다 또 다쳤어요. 어린이날에 다쳐서 어버이날에 수술하고 생일(5월 10일)에 퇴원했습니다.” 첫 번째 다쳤을 때는 쉬어간다고 마음을 다독일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다쳤을 땐 힘들었다. 오승인은 “가족들도 슬퍼했고 주변에서 먼저 걱정을 많이 해줬다”면서 “그래도 농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까진 안 들었다”고 말했다. 학교 코치 선생님의 도움으로 좋은 재활 병원을 소개받은 덕에 재활을 잘 진행할 수 있었다. 다만 프로 진출에 필수인 대회 참가에 제약이 있었다. 오승인은 “다친 것 때문에 실력을 보여줄 기회를 놓쳤다”고 당시를 떠올렸다.오승인은 지난해 1월 9일 열린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우리은행에 1라운드 5순위로 지명됐다. 누구도 예상 못 한 깜짝 지명이었다. 오승인은 “다른 구단은 한 번씩 얘기가 나왔는데 우리은행은 전혀 얘기가 없었다”면서 “어느 한 군데는 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우리은행에 이렇게 일찍 지명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깜짝 지명인 이유는 또 있었다. 눈에 띄게 드러나는 신체적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당시 오승인이 무릎 부상으로 근육이 짝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오승인은 “지금은 어느 정도 근육이 붙었는데 당시는 왼쪽 무릎 위에 근육이 거의 없었다”면서 “그땐 정말 맞는 옷도 없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우리은행은 훈련이 힘들기로 유명하다. 훈련량을 못 견디고 중도 이탈하는 선수도 가끔 나온다. ‘우리은행 입단이 걱정되지 않았느냐’ 묻자 오승인은 “청주여고가 훈련량이 만만치 않다”면서 “우리은행도 훈련량이 가장 많은 팀으로 알고 있어서 ‘내가 운동 복은 있구나. 계속 열심히 해야 되는구나’ 생각했다”고 웃었다. 호랑이 감독으로 유명한 위성우 감독도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오승인은 “어렸을 때부터 감독님 스타일처럼 무서운 코치님들을 만났어서 크게 걱정되진 않는다”고 했다. 이쯤되면 천상 우리은행 체질이다.지난 시즌 재활에 매진한 오승인은 지난해 11월 열린 퓨처스리그에서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같은 달 25일 신한은행전에서 1군 무대에 데뷔했다. 김정은이 빠지면서 출전 기회가 조금 더 생겼고 지난 1일 KB전, 3일 BNK전에 투입됐다. “신한은행전은 아예 준비를 안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오라고 하셨어요. 리바운드를 하나 하긴 했는데 너무 정신이 없어서 기억이 안 나네요. KB전은 미리 말씀해주셔서 몸을 풀고 있었고 집중했죠. 블록도 생생해요. 타이밍이 잘 맞았고 ‘이건 무조건 블록이다’ 생각하고 찍었어요. BNK전도 미리 말씀해주셔서 열심히 준비했는데 파울을 4개나 해서… 주변에서 다독여준 덕에 득점도 하고 어시스트도 하고 좋은 기회를 만들었어요.” 실전 경기를 뛰면서 오승인은 자신의 부족함을 느꼈다. 고등학교와 프로는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오승인은 “고등학교 땐 4번 포지션에 자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뭘 잘할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도 오승인에겐 확실한 롤모델이 있다. 바로 부상으로 빠진 김정은이다. 오승인은 “고1 때까지는 딱히 롤모델이 없었는데 고2 때 청주에서 정은 언니가 경기를 하는 걸 보게 됐고 궂은 일 하면서 선수도 챙겨주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면서 “그때부터 언니 기사도 찾아봤다. 언니가 수술도 하고 아픔도 많았는데 이겨내서 올라가는 거 보고 반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 단 등번호 13번도 김정은의 등번호를 따라 달았다. 같은 팀에 있어 13번을 달 수 없는 오승인은 “해보고 싶었던 등번호이기도 하고 9번에 꽂혔다”며 지금의 등번호를 설명했다.친구들이 대학 생활을 누리고 남자친구를 사귀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오승인의 1순위는 운동이다. 아직 남자친구도 없고 코로나19로 외출도 어려운 상황은 운동에만 매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날도 오승인은 점심을 먹고 웨이트를 한 시간 넘게 한 뒤 전주원 코치가 이끄는 오후 체력 훈련까지 소화했다. 박지현은 올스타 선정 기념으로 제작한 여농티비 콘텐츠에서 김소니아에게 ‘가냘프다’의 뜻을 수수께끼로 내면서 “승인이한테 가냘프다고 쓴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오승인은 말랐다. 오승인은 “다른 선수와 비교해도 정말 많이 먹는데 살이 안 찐다”면서 “일반인이었으면 좋은 거지만 운동선수로선 아쉬운 것 같다”고 했다. 몸을 키우기 위해 요즘은 프로틴도 하루에 네 번 챙겨 먹는다. 농구적으로는 자세 낮추는 일을 신경 쓰고 있다. 오승인은 “밖에서 보기에 불안해 보이는 것 같다”면서 “몸싸움을 하기 전에 자세를 잡아야 하는데 아직 많이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현을 보면서도 자세 낮추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는 중이다.높아진 인기에 코트에서 경기를 준비하는 다른 선수들까지 신경이 쓰일 정도의 밀착 취재도 들어오는 상황이지만 오승인은 미모보다는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은 꿈을 숨기지 않았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잘해보고 싶어요. 농구가 싫은 적도 없었고 프로가 돼서 농구가 힘든 건 다들 가진 고충이니 괜찮아요. 갑자기 관심을 많이 받게 됐지만 부모님도 여기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겸손하라고 말씀해주세요. 마음 같아서는 다 잘하고 싶지만 결국 궂은 일부터 시작해야죠. 화려하진 않지만 그게 가장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라고 생각해요. 그런 선수가 있기에 빛나는 선수가 있는 거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제가 그 자리를 갈 수도 있는 거니까요.” 글·사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취중생]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내 몸이 증거”

    [취중생]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내 몸이 증거”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조순미(51)씨는 2008년부터 2010년 2월까지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과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했습니다. 곳곳에서 “물만 넣어 쓰는 것보다 가습기 살균제를 쓰는 게 좋다”고 홍보했고, 제품에 적힌 “인체에 무해하다”는 안내문구를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09년 말쯤부터 천식, 발작과 호흡곤란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적 한번도 걸릴 적 없던 폐렴은 1년에 7~8번씩 걸리곤 했습니다. 2010년에는 죽을 고비도 넘겼지만, 그 후유증으로 잠도 이루기 어렵습니다. 스테로이드 약물 등을 다량으로 투여한 탓에 각종 호르몬을 분비하는 부신의 기능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입니다.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이 잘 오지 않아요. 그렇다고 한 번에 길게 잠들 만큼 약을 먹을 수도 없어요. 폐기능이 잠을 자는 도중에 더 저하되면 돌연사할까봐요. 밤에 잠을 자다가도 중간에 일어나서 약을 나눠서 먹어요.” 조씨는 하루 4차례에 거쳐 80여개 알약을 먹습니다. “약을 가장 많이 먹었을 때는 하루 11번에 나눠 먹을 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외출을 할 때면 9㎏ 무게의 산소공급기를 메고 다녀야 합니다. 몇년 전부터 갑자기 척추협착증이 발생했습니다. 면역체계가 약해진 그는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도는 시기에는 병원에 입원해 수술치료를 받기도 어렵습니다. “부신이 기능을 못하고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크게, 자주 받다보니 인지 능력도 떨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우리 몸의 장기는 서로 보완해주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이는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4등급(관련성 거의 없음)’ 피해자로 판정한 조씨의 몸에서 지난 10여년간 일어난 일입니다. 조씨는 “결국 수많은 3~4등급 피해자들이 세상을 떠났다”고 회상했습니다. 옥시는 정부가 선별한 1~2등급 피해자들에 대해서만 피해 배상을 택했기에,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쓴 조씨는 제대로 된 사과도, 배상도 받지 못했습니다.그리고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13명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가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가 폐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인과관계가 충분히 증명되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조씨는 재판 결과를 듣고 눈물을 쏟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품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홍보한 애경과 옥시를 믿고 사용한 뒤 삶을 잃었는데도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습니다. 증거인멸은 유죄가 나왔는데 어떻게 전원 무죄가 나올 수 있습니까. 사법부마저 저희에게 등을 돌리다니 억울하고 가슴이 미어져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친구야 오랜만!” 석 달 만에 만난 개와 소의 ‘찐우정’ (영상)

    “친구야 오랜만!” 석 달 만에 만난 개와 소의 ‘찐우정’ (영상)

    개 한 마리가 석 달 만에 ‘친구’를 만나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랑스러운 순간을 담은 영상이 재차 화제에 올랐다. 그 친구는 개가 아닌 이웃 목장에 사는 소 한 마리였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11일(현지시간) 지난해 8월 틱톡에 공유돼 한 차례 관심을 끌었던 이 영상을 소개했다. 이 매체에서만 9만9000회 이상 공유된 이 영상은 아일랜드 퍼매너주 매과이어스브리지에 사는 파블로라는 이름의 2살 된 골른레트리버 한 마리가 3개월 만에 만난 절친 젖소에게 반가움을 표현하는 모습을 담고있다.영상 속 파블로는 목장의 울타리 역할을 하는 돌담 위에 앉아 이 젖소의 얼굴을 계속해서 핥는다. 젖소 역시 답례로 파블로의 얼굴을 핥는 모습을 보인다. 그때 옆에 있던 아치라는 이름의 푸들 한 마리는 돌담에 앞다리를 올리며 이들의 아름다운 재회를 좀 더 가까운 곳에서 보기 위해 애쓴다. 영상 게시글에 따르면, 파블로와 이 젖소는 지난해 8월 당시 기준으로 6개월 전 처음 만나 친해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3개월 후 젖소는 특별한 사정으로 목장을 잠시 떠나 있어야 했다. 이후 영상을 촬영한 날 이들은 서로를 단번에 알아본 것으로 전해졌다. 파블로의 주인이자 영상 게시자는 “이 젖소는 우리 바로 아래쪽에 있는 목장에 살고 있고 우리는 매일 가게에 갈 때마다 이 소와 만난다”면서 “파블로는 돌담에 뛰어올라 소들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때 송아지였던 이 소와 만나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 소가 파블로가 앉아 있는 돌담 쪽으로 다가오면서 이들은 점점 친해졌고 서로 알아보기 시작했으며 절친이 됐다”고 덧붙였다. 화제에 오른 이 영상은 조회 수가 220만 회가 넘고 좋아요(추천)를 31만 회 이상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댓글에는 “이들의 우정이 사랑스럽다”, “이렇게 귀여울 수 있을까”, “동물들이 인간들보다 훨씬 더 낫다”, “바로 이것이 내가 채식주의자인 이유” 등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사진=블레네이드 메이/틱톡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조영덕 서울 마포구의장 “구민이 신뢰하는 선진 의회상을 정립하는 게 목표”

    조영덕 서울 마포구의장 “구민이 신뢰하는 선진 의회상을 정립하는 게 목표”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등 지난 1년 간 지속된 코로나의 긴 터널을 빠져나가려는 움직임이 활발해 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회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정책의 시급성과 예산의 적정성 등을 점검하며 코로나 극복 채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코로나 광풍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시민들 역시 외부활동을 줄이면서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홍대거리로 대표되는 지역 상권이 풍전등화의 상황에 직면했다. 조영덕 마포구의장은 지난 1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타격받은 지역경제를 살리고 자영업자들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마포사랑상품권 추가 발행 등 구의회가 적극 나서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포구의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구민이 신뢰하는 선진 의회상을 정립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마포구 의회가 추진하는 중점 사업은?“새해가 시작됐음에도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는 좀처럼 기세가 꺾이지 않는 코로나19 소식 때문일 것이다. 방역수칙으로 인한 집합금지, 영업제한으로 자영업자들은 고통 받고 지역경제가 붕괴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타격받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중소기업 육성지원, 자영업자의 통신판매 및 배달업 전환 지원, 마포사랑상품권 추가발행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역점을 둘 것이다.”-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마포구의 정책이 있다면?“당분간 코로나19와의 공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감염병 확산을 효과적으로 방지하면서 방역수칙 준수에 피로해진 구민들의 메마른 마음에 단비를 내려주고, 연일 한숨을 내쉬는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갈 곳을 잃은 거리 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홍대 거리아티스트 온라인 경연대회를 개최했으며, 그린 뉴딜 도시숲 가꾸기 사업 등을 통해 언택트 문화에 맞는 일자리를 발굴하고 있다.” -마포농수산물시장 문제가 정리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 입장은?“마포농수산물시장 내 마트매장에 입점한 다농마트와 마포구시설관리공단 사이의 분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계약의 과정과 결과, 그리고 이후의 운영까지 마포구의회 의원 다수가 공단의 조치에 대해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공단의 다농마트 계약해지부터 신규업체 계약까지의 일련의 과정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너무 가혹한 조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진행했다면 큰 마찰 없이 원만히 해결했을 문제였기에 아쉬움이 남는다.”-조례를 제정하거나 정책을 제안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점에 두는 원칙이 있다면?“8대 마포구의회는 의원들의 열의가 정말 대단하다. 회기가 다가오면 어김없이 늦은 시간까지 의원연구실이 대낮같이 밝다. 모두가 집행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해 민의의 대변자 역할을 다 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효성 없고 실적을 위한 조례안을 남발하는 것은 행정력의 낭비나 다름없다. 지방자치가 한 단계 도약할 시기인 만큼 수준 높은 의정활동이 필요하다. 지방자치의 자율성은 지방의 배경과 여건에 맞는 사업을 수행하고 그를 위한 법제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있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구민이 신뢰하는 선진 의회상을 정립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지난해 마포구 정책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소통과 혁신으로 더 크고 행복한 마포라는 슬로건 아래 이를 실천하기 위해 집행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통이 실로 원활히 이루어졌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앞서 언급했던 농수산물시장 마트매장 계약문제, 지금도 구청을 점거하고 있는 노점상들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타고 있다. 법과 원칙도 중요하지만, 행정은 따뜻한 가슴으로 해야 한다는 유동균 구청장의 철학처럼 구민의 목소리에 조그만 더 귀를 기울여 주길 바란다.”-올해 이것만은 꼭 추진해야 한다는 핵심사업이나 조례가 있다면?“지방자치법이 32년 만에 개정되면서 지방의회의 위상이 새로워질 예정이다. 종전보다 주민의 목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고 집행부를 향해 더 큰 목소리로 외칠 수 있다. 큰 변화가 예정된 만큼 이를 준비하기 위해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고 지방분권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구체적인 법제기반이 될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주어지는 책무와 권한이 무거워진 만큼 지속적인 의정역량 강화도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이다. 의회가 의회다운 역할을 해 집행부를 견제하고 구민의 목소리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구민들에게 한마디.“코로나19로 고통 받고 있는 와중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버티고 계시는 구민여러분께 감사와 응원의 말씀을 드린다. 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구민 여러분의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가 절실하다. 밝은 미래를 하루빨리 맞이할 수 있도록 방역수칙 준수에 적극적인 협조 부탁드린다. 올해 시작부터 다가온 매서운 추위가 우리의 마음마저 얼려버릴 것 같다.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서로 용기를 잃지 말고, 조금 힘드시더라도 인내하고, 주변에 어려워하는 이웃이 있다면 따뜻한 손길을 건네주시길 바란다. 코로나19로 예전처럼 직접 찾아뵙지는 못 하겠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소처럼 묵묵히 구민 여러분께서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마포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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