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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양, 정진학·유정민 각자대표로… 유진그룹 전문가 체제 고도화

    동양, 정진학·유정민 각자대표로… 유진그룹 전문가 체제 고도화

    유진그룹 계열사 동양이 사업 부문별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고 독립이사 이사회 의장을 도입하는 등 이사회 구성을 전면 재편해 ‘전문가 거버넌스’를 고도화한다. 동양은 전날 이사회를 열어 정진학 사장과 유정민 전무를 각자 대표이사로, 황이석 독립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고 31일 밝혔다. 정 대표이사(사장)는 건자재 산업에 30년 이상 몸담은 전문경영인으로 지난해 3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정 대표는 1994년 유진그룹에 입사해 레미콘·건자재 사업 부문을 이끌었고 한국레미콘공업협회 회장과 한국리모델링협회 회장 등을 지내는 등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 건설경기 둔화와 이란 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사업 체질 개선과 수익성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 대표이사(전무)는 자산개발·공간기획 전문가로 스튜디오 유지니아의 기획·운영과 유진리츠운용 설립을 주도했다. 그간 동양의 부동산·공간 인프라 자산을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전환하는 데 큰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유 대표는 앞으로 도심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개발 등 신사업에서 속도를 내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또 동양은 황 독립이사(서울대 경영대 교수)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해 ‘경영·감독 분리 체계’를 확립했다. 동양 관계자는 “독립이사 의장 체제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이해 상충을 막고, 이사회가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주요 경영 현안을 심의·감독할 수 있도록 하는 선진 지배구조”라고 말했다. 정진학·유정민 대표이사를 비롯해 유순태 유진홈센터 대표이사, 박주형 전무 등 4명의 사내이사진이 경영 집행 영역 전반을 맡는다. 동양은 수년 전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한 독립이사진도 최근 마지막 2자리를 채우면서 5명으로 완성했다. 지난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글로벌 미디어 전문가인 수진 돌란 콘텍스트 랩 대표와 AI·금융공학 전문가인 어준경 연세대 경영대학 부교수가 신규 독립이사로 선임됐다. 동양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 재설계는 건자재 주력사업의 안정적 성장과 인프라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 콘텐츠와 AI 등 신사업 확장을 모두 뒷받침할 수 있는 최적의 경영체계를 구축한 것”이라며 “독립이사 의장 체제 도입과 각 분야 최고 전문가로 구성된 이사회를 통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지배구조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사설] ‘전쟁 추경’ 26조… 에너지·공급망 구조도 완전히 새판을

    [사설] ‘전쟁 추경’ 26조… 에너지·공급망 구조도 완전히 새판을

    정부가 어제 국무회의에서 26조 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추경안에는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민생의 어려움을 감안해 소득 하위 70%(약 3580만명)에게 1인당 10만~60만원씩 민생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석유 최고가격제를 비롯해 유류비·교통비 경감 등 에너지 부담 완화에 5조원을 투입하는 내용도 담겼다. 민생지원금 편성 등 추경 내용을 놓고 야당은 ‘선거용 묻지마 퍼주기’라며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야는 오는 10일 국회 본회의 처리에 합의했다. 국회 심의를 차질 없이 진행해 국민 고통을 덜어 줄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이번 추경은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파를 경감하기 위한 단기 방편에 불과하다. 중동 바닷길이 막히면서 석유화학 원료 및 기초소재 생산이 멈춰 서고 국내 유통부터 수출까지 연쇄 차질을 빚고 있다. 이 같은 에너지·공급망 쇼크는 오늘 당장 전쟁이 끝난다 해도 향후 몇 개월간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그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문제 때문에 난리가 났는데, 저도 잠이 안 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로 신속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석유와 같은 화석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의 하나일 수 있다. 다만 날씨나 밤낮의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한 데다 부지와 비용 문제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장애 요인이 여전히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건설을 위한 부지 공모가 그제 마감됐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 성장, 중동전쟁 확전 우려에 따른 에너지 안보 위기까지 맞물리면서 미국, 일본, 대만 등 해외에서는 앞다퉈 신규 원전 건설과 원전 재가동 등에 나서고 있다. 우리도 추가 원전 건설과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 등 원전 및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정책에 속도를 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란 전쟁에서도 확인하듯 글로벌 에너지·공급망 교란 사태는 앞으로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돼 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어제 “긴급재정명령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급망 교란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에너지의 94%를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 산업구조에 근본적인 새판짜기가 절실하다. 공급처 다변화와 전략적 비축, 석유·가스 중심의 에너지 구조 개편 및 대체 기술 발전 등 에너지 안보를 위한 국가적 생존 전략 마련이 다급한 시점이다.
  • [양창섭의 클래식 한마디] 미완의 선물, 버르토크 ‘백조의 노래’

    [양창섭의 클래식 한마디] 미완의 선물, 버르토크 ‘백조의 노래’

    버르토크 벨러라고 하면 클래식 음악팬들 중에도 고개를 내젓는 사람들이 있다. 어렵다고. 공연기획자들은 버르토크 앞에서 항상 고민한다. 티켓이 안 팔린다고. 버르토크답지 않은 버르토크의 진수,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어떨까. 헝가리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버르토크는 환갑을 맞은 1940년 미국으로 떠났다. 그는 나치가 유럽을 전쟁에 몰아넣는 것을 잠시나마 피하고 싶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은 민속음악 연구원 자리를 제안했고 피아니스트로 돈도 벌 수 있었다. 행복도 잠깐. 미국이 2차대전에 참전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연구원 자리도, 피아니스트 기회도 사라졌다. 설상가상으로 병마가 습격했다. 본인은 몰랐지만 백혈병이었다. 그를 안타깝게 여기던 보스턴 심포니의 음악감독 쿠세비츠키가 거금을 주며 작곡을 부탁했다. 그렇게 태어난 곡이 걸작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이다. 젊은 아내는 혼자 남게 될 것이었다. 1945년 유명 비올라 연주자 프림로즈가 비올라 협주곡 작곡을 부탁했지만 버르토크는 피아니스트인 아내 디터의 깜짝 생일선물이 될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작곡하느라 바빴다. 자신이 죽은 후에도 아내가 연주하면서 돈을 벌 수 있어야 했다. 열심히 작곡했지만 마지막 부분을 마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다행히 동료가 곡을 마무리 지었다. ‘백조의 노래’여서일까. 평소 그의 음악에서는 만나기 힘든 의미가 녹아 있다. 압권은 느린 2악장. 나지막한 첫 부분은 절대자에게 드리는 기도다. 베토벤이 병에서 겨우 회복해 신에게 감사드린다며 악보에 적었던 현악사중주 15번을 닮았다. 버르토크도 잠시 병세가 호전되었을 수도 있고, 전쟁이 끝나고 고국의 친구와 가족이 무사함에 감사했을 수도 있다. 높은 곳을 바라보았던 시선은 자연으로 옮아간다. 피아노와 관악기가 표현하는 새소리는 신비하고 청량하다. 1악장과 3악장에서는 민속음악이나 옛 스타일을 가져왔는데, 그의 시선은 저 먼 고향과 과거로도 향해 있다. 음악으로만 불러올 수 있는. 아내는 혼자 남았다. 곡은 피아니스트에게도 어렵지 않고, 관객에게도 난해하지 않았다. 아내가 이 곡을 잘, 그리고 자주 연주하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작곡한 것이다. 하지만 아내는 버르토크 사후 오랫동안 이 곡을 연주하지 않았다. 아니, 연주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곡을 완성했던 셰를리는 디터를 끈질기게 설득했고 1960년대에 음반녹음이 이루어졌다. 음반은 구하기 힘들지만, 유튜브에서 찾아 들을 수 있다. 유명 피아니스트들보다 훨씬 느리지만 곡의 배경이나 의미를 곱씹으면 충분히 설득력 있다. 마침 오늘(4월 1일) 교향악축제에서 국립심포니와 쇼팽 콩쿠르 입상자 빈센트 옹이, 7월에는 서울시향과 현대음악 스페셜리스트 피에르로랑 에마르가 이 곡을 연주한다. 그들의 연주는 어떤 생각을 표현할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관객과 기획자는 어떤 표정을 지을지도. 양창섭 음악칼럼니스트
  • [황수정 칼럼] 꼰대 엄마의 당나라 군대 참견기

    [황수정 칼럼] 꼰대 엄마의 당나라 군대 참견기

    며칠 전 식사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광화문 공연에서 BTS가 군복을 입고 나타났다면. “대한민국 육군, 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외쳤다면. 자주국방이 전 지구적으로 홍보되지 않았을까. 어림없는 얘기라는 결론을 내렸다. 군복 입은 BTS에 “국뽕” 비판이 쏟아졌을 테니까. K컬처가 세계 문화의 첨병이 된들 우리는 정신적 지체를 못 벗어나고 있다. 군사독재의 콤플렉스 속을 헤맨다. 군 수뇌부가 가담한 불법 비상계엄으로 콤플렉스는 더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7일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한미동맹에 과도한 의존은 금물”이라고 했다. 전시작전통제권 회복 의지를 밝히면서 선택적 모병제로 국방개혁을 주문했다. “미래 전장을 주도하려면 스마트 강군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이유도 곁들였다. 나 같은 사람은 일차원적 궁금증이 먼저 든다. 젊은 직업군인들이 열악한 처우를 못 견뎌 군을 탈출하는 현실. 왜 지금 선택적 모병제일까. 있는 직업군인들을 먼저 단속해야 순서 아닌가.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때부터 ‘10만 선택 모병제’를 제안했다. 18개월인 의무복무 기간을 10개월로 줄이되 그 공백을 3년쯤 복무할 자원 병사들로 채우자는 얼개다. 수십만 청년을 억지로 병영에 가두지 말자는 것, 원하는 사람한테는 군대가 좋은 직장이 되게 하자는 것. 도랑도 치고 가재도 잡자는 취지다. 청년 커뮤니티는 후끈했다. 의무복무를 10개월로 줄여 주면 집권당으로 표를 주겠다고 했다. 이대남 잡기 선거용이라는 해석이 또 분분하다. 비현실적이라는 냉소가 갑론을박의 주류다. 선택적 모병제의 유인책은 첫째도 둘째도 획기적 처우. 기존의 부사관들까지 줄줄이 처우를 높여 줘야 하는데 막대한 예산은 준비됐냐는 것이다. 부사관을 늘리겠다는 뜻이라면 기왕에 확보한 부사관들은 왜 열악한 처우로 방치하느냐고 따진다. 안 그래도 짧은 복무기간만 반토막 낼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총을 잡는다 싶으면 제대했는데, 총인지 과녁인지도 모르고 제대할 판이라는 우스개가 왁자하다. 나는 K방산의 명품 K9 자주포가 신기하기만 하다. 지평선 너머 40㎞ 사정거리. 자동차로 시속 100㎞를 밟아도 24분이나 걸리는 어마무시한 거리의 표적을 어떻게 명중시킬까. 극강의 지능형 전투장비들이 별나라 얘기 같다. 나 같은 사람이 대한민국에는 거의 대부분이다. 국가의 안보 역량은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대통령이 “강군”을 아무리 외쳐도 소용없다. 드론이 현대전의 대세라 한들 병사들이 여전히 전장의 기둥이다. 세계대전의 참호전, 6·25 진지전과 똑같은 육탄전을 우크라이나전에서 생생히 확인하고 있다. 26세 하사의 하소연을 인터넷에서 퍼왔다. “부사관 준비 3년, 면접 5번 떨어지고 겨우 붙었는데 병장이 나보다 실수령액이 더 많다. 책임은 10배, 월급은 역전. 어느 바보가 군 간부 할까.” 올해 병장의 기본급은 150만원, 직업군인 하사는 193만원. 뭔가 한참 잘못되고 있다. 전형적 위계조직인 군에서 블랙코미디 같은 얘기다. 직업군인 청년들이 자괴하다 군을 떠나고 있다. 병사들을 훈련시킬 간부들의 기를 먼저 펴 줘야 강군이다. 28조원 기초연금 예산의 100분의1이라도 돌려 보라. 이런 내 말이 꼰대라면, 좋다 나는 꼰대다. 아들을 현역 만기제대시킨 엄마의 자격으로 나는 병사들 손에서 휴대전화를 거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일 일과 끝난 뒤부터 밤 9시까지 허용하는 규율은 규율일 뿐이다. 폰 하나를 따로(‘투 폰’으로 통한다) 쓰기도 한다. 규정을 어기면 징계지만 지휘관 재량. 군 인권이다 뭐다 잡음에 엮일까 이마저 눈감는 경우가 많다. 제대를 코앞에 둔 육군 병장에게 듣는 현실이다. 코인, 주식 투자에 온 신경이 쏠렸는데 총, 대포를 무슨 정신으로 만질까. 나만 아찔해지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덜컥 내준 휴대전화, 윤석열 정부가 대책없이 올려준 월급. 이 둘이 강군의 기틀을 좀먹고 있다. 모두가 알면서 아무도 말하지 않는 너무나 불편한 진실. 방 안의 코끼리들을 개혁의 도마에 올려야 한다. 줬다가 뺏는 것만큼 김새는 정책은 없다. 그래서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 황수정 논설실장
  • “피 한 방울의 진정성… 제주 4·3 아픔 기억하고 치유하는 일”

    “피 한 방울의 진정성… 제주 4·3 아픔 기억하고 치유하는 일”

    수장·행방불명 등 가슴에 뭉친 恨8촌 피까지 검사… 절대 포기 못 해채혈 과정서 기억 나누고 서로 위로유해 421구 가운데 154명 신원 확인70년 이상 묻힌 뼈, DNA 훼손 심각오염 제거하는 과정만 6개월 소요혈연관계 많아 신원 확인에 어려움“국가 폭력에 대한 문제 깊이 생각”“아버지를 70여 년 동안 찾지 못했습니다. 포기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손자들의 피 한 방울이 결국 아버지를 찾아줬습니다.” 1949년 10월 트럭에 실려 정뜨르비행장(현 제주공항)으로 끌려간 뒤 행방불명된 고 송태우씨. 그의 유해는 2007년 제주공항 발굴 작업에서 수습됐고 최근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이 확인됐다. 지난 2월 신원보고회에서 아들인 송승문 전 제주4·3유족회장은 눈시울을 붉히며 신원 확인 작업의 중심에 있는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연구팀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제주공항에서 발굴된 유해 421구 중 154명의 신원을 확인한 이숭덕·조소희 교수를 지난 12일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에서 만났다. 두 교수는 “유전자 감식은 사회가 과거를 기억하고 치유하는 과정”이라며 “핏줄을 찾는 일은 유족에게 일종의 의식이자 힐링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신원 확인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사람은. 이 교수 “우리에게 감사 인사를 건넨 송 회장이다. 2008~2009년 제주공항 유해 발굴 때부터 아버지를 찾으려는 마음이 간절했다.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 나오듯) 바다에 수장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마도까지 가서 위령제를 지내고 올 정도였다.” 조 교수 “재미 제주도민회(뉴욕) 이한진 회장도 기억에 남는다. 타국에서 고향을 그리며 살아오다가 한국에 잠시 왔을 때 유가족 채혈에 참여했는데 기적적으로 단 한 번의 검사로 작은 형님의 유해가 확인됐다. 4·3 당시 어머니와 누님을 잃었고 형제들도 군법 회의와 사형으로 행방불명된 사연이 가슴 아팠다.” -제주4·3 유족에게 채혈은 어떤 의미일까. 이 교수 “단순한 DNA 검사가 아니라 치유의 의식과 같다. 피를 뽑으며 가슴에 맺힌 한을 조금씩 풀어내고 그 과정에서 기억을 나누고 서로 공감한다. 어떤 분들은 이미 채혈했는데도 다시 오기도 한다. 어쩌면 찾을 확률이 ‘0’이라는 슬픈 예감에도 그만큼 찾고 싶은 마음을 나누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족들도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지금이라도 더 많은 채혈이 이뤄져야 한다.” 조 교수 “신원 확인할 때 ‘유가족 몇 명이면 된다’고 단순하게 계산할 수 없다. 형제라도 유전자 공유 확률이 25~75%로 다르다. 뼈에서 DNA를 추출하는 작업도 일반 친자 검사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현재 8촌의 채혈까지 기다리고 있다. 포기할 수 없다. 포기해서도 안 된다.” -154명의 신원을 확인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이 교수 “내 청춘(웃음)을 다 바쳤다. 뼈 유전자는 손이 정말 많이 간다. 기술도 계속 발전하지만 작업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유전자 감식 방식도 변화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 교수 “그동안 표준화된 단일염기반복(STR) 방식이 주로 사용됐다. STR은 유전자 특정 구간의 반복 횟수를 비교하는 것이라 DNA 길이가 충분해야 한다. 유해처럼 DNA가 분해돼 짧아진 경우에는 분석이 어려울 수 있다. 반면 단일염기다형성(SNP) 방식은 특정 부분 유전자의 종류가 다른 걸 보는 방법으로 DNA가 훼손된 상태에서도 분석 가능성이 높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은 STR과 SNP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신기술로 길이가 짧은 DNA에서도 더 많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교수 “요즘 새로운 분석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며 직계 가족이 줄어들면서 삼촌·조손 관계보다 더 먼 친족을 확인해야 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SNP 검사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법원에서 쓰고 있지만 4·3 유해 신원 확인에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검증 단계가 되면 제주도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유해 신원 확인이 미국 등 해외보다 어려운 이유는. 이 교수 “기록 부족이 큰 문제다. 미국은 전쟁 실종자라도 사망 장소와 가족 관계 기록이 비교적 정확하다. 하지만 4·3은 기록이 거의 없다. 게다가 제주에는 같은 성씨와 혈연관계가 많아 유전자 패턴이 비슷하게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 교수 “70년 넘게 땅속에 있던 뼈는 DNA가 심하게 훼손된 상태다. 박테리아나 습기 때문에 유전자가 잘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뼈 표면을 갈아내고 오염을 제거하는 과정만도 6개월 이상 소요된다.” -스스로에게 4·3이란 어떤 의미인가. 이 교수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세상을 다시 깨우치게 한 사건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가 곧 국민이고 국민이 곧 국가인데 국가가 이래도 되는 건가 하고, 황망해질 때가 많다.” 조 교수 “제주를 여행지로만 생각했는데 정방폭포를 그냥 보지 않게 됐다. 비극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장소에서 역사를 다시 보게 되고 이 일의 무게와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되는 것 같다. 슬픔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피해자가 가해자처럼 숨는, 제주인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 -4·3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진정성 또는 사명감인 것 같다. 이 교수 “국가 폭력이라는 문제를 깊이 생각하게 됐다. 유해를 찾는 일도 중요하지만 폭력의 그때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사회가 기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람을 찾는 단기 성과에 집착하면 안 된다. 돌아가신 희생자를 욕 먹이는 것과 같다.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될 때 국가가, 국민은 무엇을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때 희생된 숫자를 다시 소환해야 한다.”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가 확정한 희생자 수는 1만 5225명이다. 이 가운데 수형인은 4500여명이다. 384명이 사형을 당했고 322명은 옥중 사망했다. 행방불명은 4078명(도내 2173명·도외 1905명)에 달한다. 제주4·3은 제주만의 사건이 아니다. 두 교수는 모두 감정보다 논리가 앞서는 ‘T사고형’(MBTI)인데 신원 보고회에 눈물을 글썽였다. 70년 넘게 잠들어 있는 희생자 이름을 더 많이 찾지 못해,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지 못해 너무 미안해서 흘리는 눈물이었다.
  • 총구 앞에서도 “모른다, 아무것도 몰라”… ‘몰라구장’ 김성홍씨의 명예 회복

    총구 앞에서도 “모른다, 아무것도 몰라”… ‘몰라구장’ 김성홍씨의 명예 회복

    “모른다.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다.” 제주4·3 당시 마을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썼던 구장(區長·현재의 이장)이 세상을 뜬 지 40여년 만에 뒤늦게 희생자로 인정됐다. 토벌대의 총구 앞에서도 “모른다”고 버텼던 그의 선택은 많은 생명을 살렸지만 정작 자신은 평생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했다. 제주4·3 기록물 ‘4·3은 말한다’에는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구장이었던 고 김성홍씨 이야기가 나온다. ‘토벌대는 구장 김성홍에게 자꾸 주민들의 성향을 물었다. 이에 대한 답변이 애꿎은 희생으로 이어질 게 뻔했기 때문에 구장은 무조건 ‘모른다’고 일관했다. 이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그를 ‘몰라구장’이라 불렀다.’ 김수열 시인은 몰라구장을 채록하는 과정에서 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죽은 병아리를 위하여’란 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신문이 지난 16일 신흥리에서 만난 몰라구장의 딸 김복순(91)씨의 기억에도 고초를 겪었던 아버지 모습은 선명했다. 4·3 당시 14세였던 김씨는 “아버지는 3개월 넘게 매일 지서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고 맞고 돌아왔다. 이후에도 1~2년 동안 폭행과 고문을 당했다. 총이 가슴에 겨눠진 채 협박당하기도 했다고 들었다”고 돌이켰다. 화장실을 가지 못할 정도로 몸이 망가지고 오랜 세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던 고인은 결국 1982년 82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44년이 흐른 올해 2월 뒤늦게 4·3 희생자로 인정받았다. 외손자 오상권씨는 “할아버지는 4·3 의인으로 평화공원에 전시됐지만 사건 당시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경우가 아니어서 희생자 신청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4·3 희생자 및 유족 심사 결정 및 명예 회복을 심의 의결하는 기구가 2000년 8월 출범했다”면서 “초기 심사 기준은 사건 기간(1947~1954년) 중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경우에 집중돼 있었다”고 전했다. 몰라구장의 행적은 지역 사회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오씨는 “모슬포에서 만난 사람이 ‘당신 할아버지 덕분에 살았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신흥리 마을 한편, 집에서 30m 남짓 떨어진 정자 옆에는 ‘4·3 의인 몰라구장’을 기리는 안내판이 그날의 역사를 말해주듯 조용히 서 있다. 오씨는 “기억하는 일이야말로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는 길”이라며 “모든 희생자와 유족의 억울함이 풀릴 수 있도록 아직 드러나지 않은 진실까지 모두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광양, 작년 신생아 1159명 출생… 23% 증가

    전남 광양시가 출생 정책의 구조 전환을 통해 출생아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시의 지난해 출생아 수는 총 1159명으로 2024년 941명보다 218명 증가해 23.2%의 증가율을 보였다. 31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시의 합계출산율(잠정치)은 1.32명으로, 전국 229개 지자체 중 7위에 올랐다. 78개 시 단위로는 최고 수준으로 예상된다. 시의 연간 출생아 수가 1000명을 넘어선 것은 2020년 이후 5년 만으로 출생 규모가 다시 회복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광양시 출생 정책의 출발은 2008년 도입된 출산장려금이었다. 10개월 이상 거주한 출산 가정에 70만원을 출생과 돌에 2회 분할 지급하는 방식으로 시작했으며, 이후 지원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왔다. 2022년부터는 첫째 500만원, 둘째 1000만원, 셋째 1500만원, 넷째 이상 2000만원으로 지원을 확대해 전국에서도 높은 수준의 지원 체계를 갖췄다. 시 관계자는 “둘째 이상 출산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 인구 증가 추세를 안정적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고유가 지원금, 카드·지역화폐 중 선택… 이달 말 취약계층 먼저 받는다

    고유가 지원금, 카드·지역화폐 중 선택… 이달 말 취약계층 먼저 받는다

    지역·소득 따라 10만~60만원 차등 소득 하위 70%는 이르면 새달 지급연매출 30억 이하 골목상권서 사용 지난해 15만~55만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이어 10만~60만원의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지급된다. 누가, 언제, 얼마나, 어떻게 받을 수 있을지 핵심 궁금증을 짚어 봤다. Q. 지급 대상은. A. 소득 하위 70%, 국민 3577만명이 받는다. 여기엔 차상위·한부모 가구 36만명, 기초생활수급자 285만명이 포함된다. 정부는 소득 하위 50%까지만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중동발 고유가 영향이 중산층까지 타격한다고 보고 범위를 넓혔다. Q. 얼마씩 지급되나. A. 거주 지역과 소득 수준에 따라 최저 10만원에서 최대 60만원 범위로 지급된다. 일단 소득 하위 70%에 속하면 기본 10만원을 받는다. 비수도권에 살면 5만원 추가된 15만원, 인구 감소 우대지역(인구감소지역 중 49개 시군)에 살면 10만원 추가된 20만원, 인구 감소 특별지역(균형발전 낙후도 평가 하위 40개 시군)에 살면 15만원 추가된 25만원을 받는다. 차상위·한부모 가구는 수도권에 살면 45만원, 비수도권에 살면 50만원을 받는다. 수도권 거주 기초생활수급자는 55만원, 비수도권 거주자는 60만원을 받는다. Q. 지급 수단과 사용처는. A. 신용카드·체크카드·지역화폐 중 선택할 수 있다. 지난해 지급된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같다. 연매출 30억원 이하 지역화폐 가맹점에서만 쓸 수 있다.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기준으로 해당 행정구역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지역·골목 상권 활성화를 도모한다. Q. 언제 지급되나. A. 1차 지급은 4월 말, 2차 지급은 경제 상황의 시급성을 고려해 5월이 유력하다. 지급 대상자가 분명한 차상위 가구와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4월 말에 1차 지급이 이뤄지고, 나머지 소득 하위 70%에게는 건강보험료 납부 실적 등을 기준으로 소득을 검증한 뒤 이르면 5월 중 지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추가경정예산안을 4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 전쟁 추경, 국민 70% 최대 60만원 받는다

    전쟁 추경, 국민 70% 최대 60만원 받는다

    3577만명에 ‘고유가 피해지원금’에너지 불안 해소·물가 안정 총력2인 가구 月소득 630만원 이하 지급… 李 ‘긴급재정명령’ 거론 ‘소득 하위 70%’ 국민 3577만명에게 1인당 10만~60만원의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지급된다. 중동전쟁발 기름값 인상으로 커진 가계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소비를 진작해 침체된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에너지 수급 불안과 관련해 “헌법이 정한 긴급재정명령을 활용할 수 있다”며 위기 대응 의지를 밝혔다. 정부는 31일 국무회의를 열고 26조 2000억원 규모의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심의·의결했다. 올해 기획재정부로부터 분리·신설된 기획예산처가 내놓은 첫 번째 추경이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추경이다. 유가 급등으로 민생 경제 타격이 본격화하자 기획처는 역대 최단기간인 19일 만에 추경 편성 작업을 마쳤다. 지금까지는 40일가량 걸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경기 회복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신속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고유가 부담 완화에 10조 1000억원(38.5%)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4조 8000억원(47.5%)을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에 쓰기로 했다. 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모든 국민에게 10만~60만원을 지역화폐 방식으로 지원한다. 최소 10만원을 지원하고, 추가 금액에서 거주 지역과 소득 수준에 따라 액수에 차등을 뒀다. 비수도권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최대액인 60만원을 받는다. ‘소득 하위 70%’ 기준은 관계 부처 태스크포스(TF)가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정할 예정이다.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거나 재산세 과세표준 합계액이 12억원을 초과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1인가구 기준으로는 월 385만원, 2인가구는 월소득 630만원 수준일 때 지급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13일부터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사의 손실을 보전할 예산으로 5조원을 책정했다. 여기에 나프타 수급 위기에 대비한 예비비 5000억원과 유류비 예산 부족분 3000억원을 반영했다. 대중교통 이용 확대를 위해 877억원을 투입해 K패스 환급률을 6개월간 최대 30% 포인트 높인다. 현재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 이용 시 저소득층은 53%를 환급받는데, 추경안 통과 시 83%까지 혜택이 늘어난다. 정부는 약 65만명의 신규 이용자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등유·액화석유가스(LPG)를 사용하는 저소득 20만 가구에는 5만원씩 에너지바우처를 지급하고 농어민의 면세유와 비료·사료 구매에는 1000억원을 지원한다. 취약계층과 청년 등 민생 안정에는 2조 8000억원이 투입된다. 생필품을 제공하는 ‘그냥드림센터’를 300곳으로 2배 확충하고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 안정을 위해 보증금의 3분의 1을 보장하는 데 279억원을 투입한다. 구직 단념 청년의 복귀를 돕는 ‘K뉴딜 아카데미’ 신설에도 1000억원을 배정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800억원, 소비 위축이 우려되는 문화·관광계에 586억원을 지원한다. 영화 관람객 600만명에게 1회당 6000원, 공연 관객 50만명에게 1만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재원은 국채 발행 없이 초과세수 25조 2000억원과 기금 재원 1조원으로 충당한다. 이번 추경으로 국가채무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51.6%에서 50.6%로 1% 포인트 낮아지고 올해 명목 GDP는 0.2% 포인트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긴급재정명령을 언급하며 “대응책을 고민할 때 기존 관행이나 통상적 절차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며 “관행에 얽매이지 말고 필요하면 입법도 하고 우리가 가진 권한이나 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긴급재정명령은 헌법 76조에 규정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 등으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절차를 기다릴 만한 여유가 없을 때 대통령이 법률적 효력을 지닌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 제도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3년 금융실명제를 시행하면서 발동한 것이 가장 최근 사례다. 다만 청와대는 “긴급재정명령은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을 예시로 든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열린세상] 호르무즈 호위 작전의 난제

    [열린세상] 호르무즈 호위 작전의 난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기 위해 우리를 포함한 서방 7개국에 선박 호위 작전 목적으로 해군 함정 파견을 요청함으로써 여러 정부를 놀라게 했다. 현재 유럽 국가들은 이 요청을 거절했고 일본은 종전 후 기뢰 제거 작전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락가락 말을 바꾸고는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해협 봉쇄를 풀기 원하며 이에 한국이 기여해 주기를 바라면서 무언의 압력을 넣고 있다. 우리는 이 해협 봉쇄로 가장 피해를 보는 나라 중 하나이다. 또한 해양 수송로의 자유 통항 보장을 원하며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나라임은 분명하다. 게다가 그 요청 방식이 거칠고 불투명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동맹국인 미국이기에 거절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불가피성이 존재하더라도 우리의 군함을 파견하는 것은 참전에 준하는 사안이므로 깊은 전략적 고려를 한 다음에 결정할 필요가 있다. 우선 호위함 파견이라지만 이는 전쟁 행위가 지속되고 있는 지역에 미국을 도와 참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베트남 전쟁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미국의 전쟁에 참전국이 된다는 결심을 먼저 해야 한다. 이는 이란을 우리의 적대국으로 간주한다는 말이며 이란과 교전 상태에 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호위 함정만 파견하더라도 이란은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란은 여태까지 우리의 선린국이었으며 미국 제재 이전에는 우리와 교역도 많이 한 나라였다. 두 번째, 미국을 도와 참전하더라도 미국의 전쟁 목표와 출구 전략을 명확히 파악한 다음에 참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 말이 서로 다르고 또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계속 바뀌고 있어 미국의 전쟁 목표는 종잡을 수가 없다. 이란 공격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되었으니 곧 종전할 것이라고 하다가 지상군 투입을 말하고 있다. 미국 측의 진정한 의도를 모르고 참전한다면 우리는 출구 없는 미로에 빠질 위험이 있다. 세 번째, 단순한 호위 작전이라 하지만 미 해군도 아직 이란의 지대함 미사일이나 기뢰, 수중 드론을 피해 가면서 선박을 호위하는 작전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 이러니 호르무즈 해협의 전투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도 없다. 이 상황에서 함정을 파견한다면 함정의 무장 수준이나 교전 수칙을 정하지도 못한 채 애매하게 파견할 수밖에 없다. 군함 파견을 하려면 이란군으로부터 어떤 수준의 피해를 입을 때 어느 수준으로 대응하라는 명백한 교전 수칙이 있어야 현지 함장이 부대를 지휘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원칙도 없이 군함을 파견한다면 어불성설인데, 지금 이것을 제대로 작성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네 번째, ‘무력은 모든 외교적 방법을 다 소진한 연후 사용해야 한다’는 게 국제정치의 불문율이다. 미국 말만 듣고 파병하지 말고 이란과 외교적 담판을 해 봐야 한다. 이란은 적국 함정이 아닌 경우 통항을 허용한다고 했으며 중국과 인도 선박들은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우리도 예외를 인정받게 되면 호위 작전의 필요성이 거의 없어지게 된다. 우리는 글로벌 강국 지향을 외교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런 강국은 전략적 판단에 입각한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동맹인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중요한 나라들과의 관계도 잘 유지하는 포괄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 우크라이나전에 우리가 살상 무기를 직접 지원했다면 종전 후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이 힘들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란과의 미래 관계를 생각해야 하고 유럽 등 다른 서방국들이 미국의 요청을 거절한 사유도 감안해야 한다. 복잡하고 불안정한 정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단답형 답변을 내밀면 안 된다. 미국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어느 정도 필요한 준비는 하면서 국내 여론과 전쟁 동향, 타국 움직임 등을 고려해 맞춤형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백순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호주대사
  • [공직자의 창] 어려운 세법 질문, 국민 눈높이로 답합니다

    [공직자의 창] 어려운 세법 질문, 국민 눈높이로 답합니다

    국세청은 매년 세목별 안내 책자를 발간해 국민의 세법 이해도를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세법은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할 때가 많다.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할 때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이런 이유로 국민은 전문적인 세법 해석을 필요로 한다. 세법 해석을 놓고 두 가지 원칙이 팽팽하게 맞서곤 한다. 하나는 법문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엄격 해석의 원칙’이다. 자의적 해석을 막아 법적 안정성을 지키는 근간이 된다. 하지만 복잡한 현실을 법에 완벽히 담아내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법 문구에만 매몰된다면 국민에게 억울한 세금 부담을 지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국세청은 법의 테두리를 지키면서도 입법 목적과 시대적 흐름을 고려하는 ‘목적론적 해석’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이런 법리적 고민 끝에 최근에는 기계적이고 획일적인 집행에서 벗어나 국민의 시각에서 보다 합리적으로 세법을 해석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산모·신생아 사회복지서비스 이용 시 본인부담금에 부과되던 부가가치세를 면제했다. 제도의 구조, 용어 변화,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해 세금을 면제하는 것으로 해석을 변경한 덕분이었다. 이를 통해 취약계층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제공 업체의 운영상 어려움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귀향을 준비 중인 A씨는 수도권 주택을 양도하고 고향의 노후 상속주택을 재건축해 이사하려던 중 자칫 비과세 혜택이 사라질까 봐 국세청에 세법 해석을 신청했다. 법 문언대로 해석하면 노후 주택과 신축 주택은 별개의 주택으로 볼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를 ‘상속주택의 연장선’으로 해석했다. 덕분에 A씨는 양도소득세 부담 없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런 노력은 법 해석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발견된 불합리한 규정을 재정경제부에 건의해 법 개정을 이끌어 내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양도소득세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 적용 시 납세자는 양도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2개월 이내 신고해야 하기에 신고일 이전의 유사매매사례가액을 시가로 보고 신고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법문상 평가 기간이 ‘양도일 전후 3개월’로 돼 있어 신고 이후 발생한 가액이 적용돼 세금이 달라지는 혼선이 생기기도 했다. 국세청은 이를 불합리하다고 보고 시가로 인정되는 유사매매사례가액의 범위를 ‘신고일까지’로 한정하도록 법 개정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국민들의 복잡한 경제활동 과정에서 세법 해석을 필요로 하는 경우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를 위해 국세청에서는 세법 해석 ‘사전답변 제도’와 ‘서면질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전 답변은 본인의 구체적인 거래에 대해 법정신고기한 전까지 신청해 국세청의 공식적인 답변을 받는 제도다. 답변에 구속력이 있어 납세자에게는 가장 강력한 법적 안전장치가 된다. 한편 서면질의는 일반적인 세법 해석을 요청하는 것으로 구속력은 없으나 판단 기준으로 활용된다. 이러한 세법 해석 신청은 국세청 누리집에서 서식을 내려받아 작성 후 관련 서류와 함께 우편으로 제출하거나 홈택스를 통해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다. 올해 개청 60주년을 맞이한 국세청은 세금 징수 기관을 넘어 국민의 고충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주는 동반자가 되고자 한다. 세무 불확실성에 노출되지 않도록 가이드를 제공하고 국민이 경제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는 각오다. 만약 세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언제든 세법 해석의 문을 두드려 보기 바란다. 이성진 국세청 차장
  • [세종로의 아침] 신현송 새 한은 총재 후보에게 거는 기대

    [세종로의 아침] 신현송 새 한은 총재 후보에게 거는 기대

    얼마 전 미국 경제가 ‘K자형’을 넘어 ‘E자형’으로 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화제가 됐다. 상위 20%에 해당하는 부유층과 그 밖의 계층 분화를 뜻하는 K자형 성장을 지나 중산층마저 가성비에 올인하며 무너지는 E자형으로 진화한다는 진단이다. 미국 해군연방신용조합의 헤더 롱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CNBC방송에서 “2026년 미국 경제는 기존의 ‘K자형 경제’에서 ‘E자형 경제’로 변화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이 널리 퍼졌다. 미국 중산층이 소비에 따른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코스트코 같은 대형 할인매장에서 대량구매를 늘리는 소비패턴을 보인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에 이어 중산층이 무너진다는 경고인데,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K자형 성장에 대한 경고는 올해 들어 여러 차례 나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초 신년사에 이어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양극화는 심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지금은 과거와 다른 K자형 성장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라며 구조적 대응을 주문했다. 박홍근 신임 기획예산처 장관 역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K자형 성장’이라 불리는 양극화의 그늘 속에서 많은 국민이 회복의 온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통령을 비롯해 주요 정책 결정 당사자들이 K자형 양극화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중동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 속 경기침체라는 스태그플레이션(S)에 대한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어 보다 발 빠른 정책적 대응이 절실하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이미 고물가에 선제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중동산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아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은 더욱 안 좋다. 고유가가 고환율로 이어지고, 또다시 수입물가 상승으로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2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지만, 이미 1900원대를 넘어선 서울 지역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이 넘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K자형 양극화가 E자형으로 진화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취약계층인 청년층 고위험가구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는, 최근 한은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의 진단에 이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상단이 7%를 뚫었다. 여기에 중동 전쟁 장기화가 더해지면 소위 ‘영끌’을 통해 집을 장만한 취약계층과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 될 수 있다. 지갑은 더욱 닫히고 심리는 갈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하고는 어떻게든 가성비를 고려한 소비가 이뤄질 수밖에 없고, 정부의 잠재성장률 회복에 대한 기대는 요원할 수도 있다. 지난 2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중간 경제전망’에서 한국 경제성장률을 1.7%로 기존(2.1%)보다 0.4% 포인트나 내리며 경고한 것이 우리가 앞둔 현실이 아닐까.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서 차기 한은 총재 후보자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정책국장이 지명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그가 중동 전쟁 장기화로 먹구름이 드리운 한국 경제의 구원투수가 되길 바라는 염원들이 자주 들린다. 1500원대를 웃도는 고환율과 고물가 상황에서 그가 취임하면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 시그널을 보낼 것이라는 해외 투자은행(IB)들의 전망이 나오지만, 성장률 하향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섣불리 금리를 인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실용적 매파’라는 신 후보자가 걸어야 할 앞날이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동양인 최초로 BIS 고위직에 오른 신 후보자가 그동안 갈고닦은 국제적 경험과 식견으로 E자형 경제로 들어서고 있는 한국 경제의 먹구름을 걷어 주는 혜안을 발휘하길 기대해 본다. 황비웅 디지털금융부 기자(차장급)
  • 4명에 새 생명 주고 떠난 중국인 이주노동자

    4명에 새 생명 주고 떠난 중국인 이주노동자

    한국에서 가족의 생계를 일궈온 이주 노동자가 삶의 마지막 순간 가장 귀한 선물을 남기고 떠났다. 거친 용접 불꽃 아래서 18년 타향살이를 견뎌온 중국인 김용길(65)씨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김씨가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30일 밝혔다. 그는 지난 2월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가족들은 고인의 뜻에 따라 폐와 간, 양측 신장을 기증했다. 김씨는 생전 심장 질환으로 고통받던 친구가 이식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나는 일을 겪었다. 이후 아내에게 “이식만 받으면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게 너무 마음 아프다”며 “나도 누군가를 위해 기증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내 박인숙(중국 국적)씨는 “한국에 늘 고마움을 느꼈고, 받은 걸 이곳에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중국 장춘에서 태어난 김씨는 2008년 아내와 한국으로 건너왔다. 영주권을 취득한 뒤 식당 일을 시작으로 건설 현장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며 가족의 버팀목이 됐다. 국적은 달랐지만 어려운 이웃을 보면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었다. 김씨와 같은 외국인 장기기증 사례는 드물다. 최근 5년간 외국인 뇌사 장기기증자는 매년 7~8명 수준으로 전체의 약 2%에 불과하다. 김씨가 떠난 뒤 아내는 중국에 있는 딸에게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박씨는 “하늘나라에서도 늘 그랬듯이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며 지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 서울 어르신 여가 바꾸는 ‘활력충전 프로젝트’

    서울 어르신 여가 바꾸는 ‘활력충전 프로젝트’

    서울 어르신들의 여가생활이 달라진다. 서울시가 노년 세대를 위한 복합여가시설을 확충하는 등 여가부터 건강 관리까지 한 곳에서 돕는 ‘활력충전 프로젝트’를 30일 발표했다. 시는 2032년까지 총 2024억원을 투입해 노인 통합여가시설인 ‘활력충전 센터’와 도보 생활권 내 소규모 생활밀착형 시설인 ‘우리동네 활력충전소’를 만든다. 평일 낮 시간대에 당구·탁구장 등 인기 있는 민간 여가시설을 이용하면 최대 50% 할인 혜택을 주는 ‘시니어 동행 상점’도 운영한다. 시는 활력충전 센터와 충전소 총 124곳을 세울 예정이다. 센터는 인문학 강의·와인 클래스 등 교양·취미 강좌부터 스크린 파크골프까지 즐길 수 있는 복합여가시설이다. 시는 2027년 1호점 착공(금천구 G밸리 교학사 부지)을 시작으로 도심·동북·서북·서남·동남 등 주요 권역에 총 8곳을 확충할 계획이다. 걸어서 10분 안에 찾을 수 있는 충전소는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소규모 여가시설이다. 시는 복지관, 유휴 치안센터, 도서관 등 지역 공공시설을 활용해 올해 25곳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116곳을 확충한다. 이어 중·성동·성북·도봉·관악·강남구 종합사회복지관을 리모델링해 올 상반기 중 6곳 개관을 목표로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서초 시니어플라자에서 노인단체 관계자 등 50여명에게 사업 설명을 한 뒤 일일 바리스타 체험도 했다. 오 시장은 “건강하게 나이 드는 삶은 모두 꿈꾸는 미래”라며 “오랜 시간 땀 흘려 서울의 경제와 일상을 만들어 준 시니어들이 건강과 활력을 되찾아 행복을 느끼고 사회와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시가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 호반그룹 식목일 나무심기 봉사

    호반그룹 식목일 나무심기 봉사

    호반그룹은 지난 20일 충북 제천 포레스트 리솜 일대에서 나무심기 봉사활동을 진행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활동에는 호반그룹의 긍정적인 조직문화 형성과 차세대 리더 그룹 육성을 위해 구성된 ‘주니어보드’ 3기 20여명이 참가했다. 포레스트 리솜 일대에는 일제강점기 당시 군수물자 확보를 위해 송진이 채취돼 상처가 남은 소나무들이 현재까지 보존돼 있다. 주니어보드 3기 구성원들은 해당 소나무들에 담긴 역사적 배경과 의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연과 역사의 가치를 되새겼다. 이후 리조트 내 지정 구역에 총 20그루의 나무를 식재하며 산림 생태계 회복과 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직접 체험했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이번 활동이 자연과 공존의 가치를 되새기고 일상 속 실천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서울 위기가구 임차보증금 최대 725만원 지원

    서울시가 사고나 질병, 자연재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위기가구에 지원하는 임차보증금을 현재 최대 650만원에서 725만원으로 확대한다. 시는 29일 이 같은 내용의 ‘서울형 임차보증 지원사업’과 ‘취약계층 위기가구 지원 사업’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이 사업은 2012년부터 서울시와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함께 ‘따뜻한 겨울나기 모금’으로 조성된 성금으로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 가구 중 주소득자의 사망이나 재해, 범죄 피해, 중한 질병, 실직 등으로 긴급한 위기에 처한 가구가 대상이다. 사춘기 자녀들과 함께 반지하에 거주하던 A씨의 경우 지난해 장마에 침수로 집안에 들어찼던 물을 퍼낸 기억에 올여름을 걱정하던 차에 서울형 임차보증금 지원을 받아 지상으로 이사하기도 했다. 시는 지난해 A씨를 포함해 123가구에 임차보증금을 지원했다. 동주민센터, 지역 복지기관, 주거상담소 등에서 지원 신청이 가능하며 주거 위기 상황, 경제 상황, 주거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생계비, 주거비 등 가구당 최대 100만 원까지 지원하는 ‘취약계층 위기가구 지원사업’도 이어간다. 지난해에는 총 1640가구가 긴급 생활자금을 지원받았다. 김홍찬 시 돌봄고독정책관은 “갑작스러운 위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각지대 취약계층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 밤하늘 수놓는 4000발 불꽃쇼… 아찔하고 눈 못 떼는 정통 서커스

    밤하늘 수놓는 4000발 불꽃쇼… 아찔하고 눈 못 떼는 정통 서커스

    에버랜드 캐릭터들 대형 퍼포먼스드론과 함께 ‘빛의 수호자들’ 불꽃쇼짧지만 강렬한 공연 통해 깊은 감동정통 서커스 공연 ‘윙즈 오브 메모리’캐나다 제작사와 1년 6개월간 협업매핑 기술과 어울려져 환상적 공연 가로 62m, 세로 10m 크기 초대형 스크린에서 K팝에 맞춰 레이저 쇼가 펼쳐진다. 인기 캐릭터들이 분수 무대에서 신나는 음악과 함께 선보인 퍼포먼스가 끝나면 우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영상을 배경으로 대형 드론 5대가 나타난다. 150㎝ 밤밤맨 인형을 얹은 드론의 정교한 비행 쇼와 아이돌 콘서트 같은 댄스 공연에 이어 머리 위로 화려한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수놓는다. 다양한 모양으로 쉴 새 없이 터지는 4000발 불꽃은 그야말로 황홀경이다. 1976년 자연농원으로 시작해 올해로 50살이 된 에버랜드가 4월 1일부터 새로운 불꽃쇼 ‘빛의 수호자들’과 서커스 공연 ‘윙즈 오브 메모리’를 선보인다. 에버랜드의 밤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빛의 수호자들’은 에버랜드 캐릭터를 이용한 모험 이야기를 따라간다. 평화로운 에버가든에 살고 있는 레니(사자 캐릭터)와 친구들은 빛을 빼앗기고 발명가 잭(호랑이)이 흑화하자 꿈의 나침반을 들고 이들을 되찾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총연출을 맡은 연극·영화 연출가 양정웅 감독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과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문화공연 등 국가적 대형 행사를 이끈 경험이 있다. 지난 26일 에버랜드 시연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양 감독은 “평창에서 1236대의 드론을 동원해 펼친 공연 등 여러 공연의 노하우를 한 데 모았다”고 소개했다. “가까운 곳에서 굉장히 많은 불꽃이 터지면서 현장감이 좋다”며 “짧지만 강렬한 공연을 구현해 깊은 감동을 선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조명 장식한 조형물과 광섬유 등이 뿜어내는 불빛이 공연과 연동돼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이엄지 미술감독과 윤제호 레이저아트 감독, 영국 설치 미술가 브루스 먼로가 참여했다. 케이헤르쯔 음악감독은 체코 프라하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가 테마곡을 현지 실황 녹음했고, 가수 십센치(10CM) 권정열이 메인 테마곡을 불렀다. 배우 이상윤이 내레이션에 참여했다. 실내 전용 극장인 그랜드스테이지에서는 정통 서커스 공연 ‘윙즈 오브 메모리’를 올린다. 세계적인 서커스 제작사로 손꼽히는 서크 엘루아즈(Cirque Éloize)와 에버랜드가 약 1년 6개월간 협업해 내놓은 작품이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서커스 단체인 서크 엘루아즈는 전 세계 700여개 도시에서 공연했고 한국에도 2006년 첫 내 한공연에 이어 2018년에도 작품을 선보였다. 서사와 기예를 조합하는 서크 엘루아즈의 강점을 살려 소녀 이엘이 우정과 용기를 회복해가는 이야기에 인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콘토션(유연성 기예), 다양한 공중 점프인 러시안 스윙, 아찔한 화염 쇼 등 고난도 서커스 기술을 배치했다. 배경에는 선명한 파나소닉 프로젝터와 매핑 기술을 적용해 환상적인 공간감을 만든다. 이번 공연을 위해 ‘태양의 서커스’ 출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앤드루 코벳과 베누아 란드리 쇼 디렉터 등 전문가 20여명이 방한해 제작 전반을 지휘했다. 코벳 디렉터는 “에버랜드의 탄탄한 인프라와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아름답고 서정적인 공연을 만들 수 있었다”며 “이 공연을 기반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한국이 서커스가 자라날 비옥한 땅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매일 2회 열리는 ‘윙즈 오브 메모리’는 인원 제한이 있어 에버랜드 앱에서 스마트 줄서기 신청을 해야 한다. 에버랜드는 100여종 120만 송이의 봄꽃으로 장식한 ‘사파리월드’도 새단장해 1일에 문을 연다. 정세원 에버랜드 엔터테인먼트그룹장은 두 작품에 대해 “역대급 규모”라고 자부하면서 “수십 년간 축적해온 공연 제작 역량에 국내외 정상급 연출진의 창작력과 예술성을 결합한 환상적인 경험을 만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국가폭력 공소시효 폐기… 나치 전범처럼 영구 책임”

    “국가폭력 공소시효 폐기… 나치 전범처럼 영구 책임”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국가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소멸시효를 완전히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가폭력 가해자들이 받은 훈·포장도 취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이 전수조사에 나선 가운데 ‘고문 기술자’ 이근안,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책임자 박처원 등의 서훈이 취소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제주시의 한 호텔에서 4·3 희생자 유족들과 오찬을 하며 국가폭력 범죄의 공소시효와 피해자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폐지하는 법안을 재추진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가급적이면 빠른 시간 내에 재입법을 통해서 영구적으로 대한민국에서는 국가폭력으로 국민들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그런 일이 생기면 나치 전범 처벌과 같이 영구적으로 책임지도록 반드시 만들어 놓겠다”고 강조했다. 해당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2024년 12월 국회를 통과했으나, 당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관련 법안은 현재 민주당 의원들의 발의로 총 5건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 대통령이 재입법을 강조한 만큼 여당도 법안 처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제주 4·3 희생자 추념일을 앞두고 김혜경 여사와 함께 4·3 평화공원에 참배를 한 뒤 유족들과 오찬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참배 후 방명록에도 ‘제주 4·3을 기억하며 국가폭력의 재발을 막기 위해, 민형사 시효제도를 폐기하겠다’고 남겼다. 이 대통령은 오찬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고 처음 맞이하는 추념식이라 이번에 꼭 그 시기에 맞춰 참석하고자 했지만 긴박한 국제 정세와 외교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해서 매우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국민주권 정부는 제주 4·3의 완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4·3에 대한 왜곡과 폄훼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국가폭력 가해자들에게 수여된 훈·포장도 취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엑스(X)에 경찰이 군사정권 시절 고문 수사와 간첩 조작에 관여하고도 포상을 받은 수사관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한 사실을 언급하며 “최악의 국가폭력 범죄자들에게 준 훈·포장 박탈은 만시지탄이나 당연한 조치”라며 힘을 실었다. 이와 관련, 경찰청은 1945년 경찰 창설 이후 경찰관들에게 수여된 정부 포상과 대통령·국무총리 표창 등 약 7만건의 공적 내용을 이달 초부터 전수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현행 상훈법에 따르면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질 경우 훈장이나 포장을 취소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2018년부터 경찰과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 전신)에서 간첩 조작에 가담한 74점의 서훈을 취소했다. 올해 1월에는 이 대통령이 간첩 조작 사건 관련자 11명의 서훈을 추가로 취소했다. 그러나 상당수 포상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지난 25일 사망한 ‘고문 기술자’ 이근안 전 경감도 생전에 16개의 상훈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취소된 것은 1986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받은 옥조근정훈장 하나뿐이다. 남영동 대공분실 책임자였던 고 박처원 전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장 역시 서훈이 유지되고 있다. 보국훈장 2개와 근정훈장 2개 등 공개된 포상만 13개에 이른다. 그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 밖에도 1960년대 서유럽 유학생과 학자들이 동베를린 방문 등을 이유로 간첩으로 몰린 ‘유럽간첩단 사건’ 등 각종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 관련 수사관들 역시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관계자는 “모든 범위에서 폭넓게 들여다보고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포착] 美 지상군 벌써 중동 도착했는데…부통령 “이란서 곧 철수”, 진실은?

    [포착] 美 지상군 벌써 중동 도착했는데…부통령 “이란서 곧 철수”, 진실은?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상황에서 미 부통령이 미군 철수를 언급했다. JD 밴스 미 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팟캐스트 ‘더 베니쇼’에 출연해 이란 전쟁은 단기적인 충돌이며 미국이 곧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가 군사적 목표의 대부분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내 생각에도 우리가 군사적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고 주장해도 무방하다”면서 “우리는 곧 그곳에서 철수할 것이고 유가도 다시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미군이 철수한 이후에도 이란이 다시 이런 일을 벌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이란 군사작전을 조금 더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군 “지상전 준비, 해병대 병력 중동 도착”미국이 이미 군사적 목표를 모두 달성했으며 곧 이란에서 미군이 철수할 것이라는 밴스 부통령의 발언은 현재 미군의 행보와는 사뭇 다른 온도 차를 보인다.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같은 날 X를 통해 “미 해군과 해병대가 탑승한 트리폴리(LHA-7) 함이 27일 중부사령부 작전 책임 구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동에 도착한 아메리카급 상륙함은 해군·해병대 약 3500명과 수송기, 전투기, 상륙 작전·전술 자산으로 구성된 트리폴리 상륙준비단(ARG)·제31 해병 기동부대(MEU)의 기함 역할을 맡는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부가 이란 인근에 이미 배치를 명령한 해병대 5000명과 제82공수사단 소속 병력 2000명을 포함해 총 1만 7000명 규모의 지상군 파병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8일 보도에서는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국방부가 이란에서 수 주간에 걸친 지상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국방부가 고려하고 있는 지상 작전은 전면적인 침공 수준은 아니지만, 특수부대와 일반 보병 부대가 합동으로 수행하는 기습 작전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지상군이 전선에서 전투를 시작하는 순간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의 주장대로 곧바로 미군을 철수시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란은 미국과의 지상전에 대비해 100만명 이상을 조직했으며 예멘 후티 반군도 참전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란 타스님뉴스는 지난 26일 군 소식통을 인용해 “지상전을 위해 100만명 이상을 조직한 것 외에도 최근 며칠간 바시즈 민병대, 이슬람혁명수비대, 정규군(아르테시) 센터엔 참전하겠다는 이란 청년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이 말한 100만명의 지상 병력은 혁명수비대, 정규군 병력에 바시즈 민병대의 예비군 등을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알리 자한샤히 육군 사령관은 이날 국경을 방문해 “지상전은 적에게 더 위험할 것이며 회복하지 못할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며 “국경에서 적들의 모든 동태는 매 순간 정확히 감시되고 있고 우리 군은 어느 시나리오에도 준비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개시된 이후 이란 육군 사령관이 언론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한샤히 사령관은 “육군은 이란 국경의 모든 곳에서 적과 대면할 각오가 됐다”며 “적들을 지상에서 함정에 몰아넣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군 희생 피할 수 없는 지상전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직 지상군 전면 투입을 공식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과의 지상전에서 필연적으로 미군 희생이 따를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마이클 아이젠스타트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군사·안보연구프로그램 책임자는 28일 워싱턴포스트에 “미군의 하르그섬 점령 작전은 상당한 위험을 수반한다”며 “이란이 드론에 더해 포병까지 쏟아부을 수 있는 상황에서 그 좁은 공간에 갇혀 있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퇴역 고위 장교는 “31해병원정대는 상당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 부대이나, 추가 보급 없이 전투를 지속할 수 있는 기간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SNS에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라 발전소 파괴의 기간을 미 동부시간 기준 4월 6일 오후 8시로 열흘 중지(pause)한다는 것을 알린다”고 밝혔다. 새로 설정된 시한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4월 6일까지다. 이는 공격 유예 시한 만료 하루 전에 재차 시한을 연장한 것으로, 협상을 통해 종전을 모색할 ‘외교의 공간’을 마련하는 동시에, 당초 설정했던 ‘4∼6주’의 전쟁 기간 내에 이란에 합의를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해석된다.
  • “또 안 때린다?”…트럼프 유예 반복, ‘양치기 소년’ 비판 커졌다 [핫이슈]

    “또 안 때린다?”…트럼프 유예 반복, ‘양치기 소년’ 비판 커졌다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발전소 등 에너지 시설 공격을 또 미루며 전면전과 협상 사이를 오가는 압박 전술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시한을 거듭 늦추는 사이 “진짜 협상인지 시간을 버는 전술인지 모르겠다”는 의구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외교 공간을 넓히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는 반면, 유예와 경고를 반복하는 방식이 오히려 미국의 신뢰를 깎아 먹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라 발전소 파괴를 미 동부시간 기준 4월 6일 오후 8시까지 10일 더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대화가 진행 중이며 “아주 잘 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닷새간 유예를 선언한 데 이어 다시 열흘을 연장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이번 조치는 확전보다 협상에 무게를 싣겠다는 메시지에 가깝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거론한 4~6주의 전쟁 종료 구상과 맞물리면서, 4월 안에 일정한 형태의 종전 또는 휴전 틀을 만들려는 계산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이란이 합의하지 않으면 계속 공격하겠다”는 취지의 경고도 함께 내놨다. 외교와 군사 압박을 동시에 밀어붙이는 전형적인 협상 방식이라는 해석이 뒤따르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낙관론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는 데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는 미국이 협상 진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란은 미국의 종전안을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대화의 실체가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이 “매우 잘 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란은 미국안을 편향적이고 일방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의 낙관론과 이란의 반응 사이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뜻이다. 걸프 지역의 시선도 차갑다. 가디언은 걸프 국가들 사이에서 미국과 이란의 대화가 진짜 협상인지, 아니면 트럼프식 압박 전술의 연장선인지 의심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과거 중재 시도 뒤 곧바로 군사행동이 이어진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외교 메시지와 실제 전략이 다를 수 있다는 불신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이란이 미국의 15개항 제안을 거부한 상황에서, 주변국들 역시 이번 유예를 곧바로 협상 진전의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 안도 대신 피로감…시장도 “또 바뀔 수 있다” 반응 금융시장도 즉각 안도하지 않았다. AP통신은 전쟁 종료 기대가 약해지자 뉴욕증시가 전쟁 발발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유예 연장이 나왔는데도 시장이 안정 신호보다 변동성에 먼저 반응한 셈이다.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투자자들은 “공격을 미룬다”는 말보다 “정말 전쟁을 끝낼 수 있느냐”에 더 주목하는 모습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시설 공격 유예만으로는 공급 불안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 재개방 문제를 협상 지렛대로 계속 활용하고 있고, 이란도 미국의 요구를 쉽게 수용할 뜻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결국 시장은 이번 연장을 신뢰 회복의 신호보다 “또 바뀔 수 있는 시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 “외교 공간”인가 “시간 벌기”인가…더 커진 불신 이번 연장을 두고는 두 가지 해석이 맞선다. 하나는 미국과 이란이 합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시간을 더 확보했다는 시각이다. 닷새 안에 결론을 내기 어려웠던 만큼, 열흘의 추가 시간이 협상 타결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다른 하나는 결정적 군사행동을 준비하면서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시간 벌기라는 해석이다. 에너지 인프라 공격만 유예했을 뿐 모든 대이란 군사 행동을 중단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다. 결국 핵심은 반복되는 유예가 협상을 위한 인내로 읽히느냐, 아니면 신호를 너무 자주 바꾸는 불안정한 리더십으로 보이느냐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잘 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바뀌는 시한과 엇갈리는 메시지가 쌓일수록 시장과 동맹국, 중재국의 불신도 함께 커지고 있다. 전쟁의 끝을 향한 포석일 수는 있지만, 지금까지의 흐름만 놓고 보면 트럼프의 유예 정치는 오히려 미국의 신뢰를 깎아내리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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