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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칭화대 교수 “習 숭배 중단해야”… 거세지는 시진핑 체제 비판

    中칭화대 교수 “習 숭배 중단해야”… 거세지는 시진핑 체제 비판

    쉬장룬 교수 “국가주석 임기제 회복을” 베이징대 교수도 習 비판했다 결국 해고 홍콩언론 “習 부패척결, 무역전쟁 불러”지난 3월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에서 국가주석직의 임기 제한 조항을 철폐하면서 장기 집권 기반을 다진 시진핑(習近平) 주석 체제가 공격받고 있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최근에 불거진 불량 백신 사태가 시 주석에 대한 충성심이 떠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시 주석 최대의 성과로 꼽히는 ‘부패와의 전쟁’이 오히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라는 ‘수’(手) 싸움에서 밀리는 요인이 됐고 집권 체제에 대한 안팎의 불신을 키웠다는 역설적 분석마저 나온다. 중국 명문대로 꼽히는 칭화대의 쉬장룬(許章潤·56) 법학원 교수가 최근 인터넷에 시 주석에 대한 개인 숭배 중단과 국가주석 임기제 복원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9일 보도했다. 쉬 교수는 ‘현재 우리의 두려움과 기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집권자의 국가운영 방식이 최저선을 넘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며 “지난 1년 사이 중국 정치사회의 퇴조가 심각해지며 중국 민중이 두려움을 갖는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독재 회귀’를 경계하고 개인 숭배를 저지하며 국가주석 임기제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중국 민주화 운동인 톈안먼 사태를 재평가하자는 등의 의견도 내놓았다. 외신들은 쉬 교수의 글이 중국 내에서 곧바로 차단됐다고 전했다. 그의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현재 방문교수로 일본에 체류 중인 쉬 교수는 2005년 중국 법학회가 선정한 ‘걸출한 10대 청년 법학자’ 가운데 한 명이다. 시 주석 체제에 대한 경고음을 내놓은 것은 쉬 교수만이 아니다. 중국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베이징대 선전 경영대학원의 크리스토퍼 볼딩 교수도 지난 17일 9년간의 근무 끝에 결국 해고됐다.시 주석이 집권 1기를 통해 이룬 성과로 꼽히는 부패 척결이 무역전쟁에 일조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부패 척결을 강조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식의 정책이 도널드 트럼프 미 정권의 의도를 읽어내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관료와 학자들의 미국 장기 출장이 부패 문제와 연관돼 금지되면서 대미 정보나 정책 조언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시 주석이 당에 의한 통치를 강조하면서 정책 조언자들이 공산당 지도부에 솔직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꺼린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 체제를 흔드는 또 다른 축은 일파만파로 분노를 키우고 있는 ‘불량 백신’ 사태다. 신생아에게 필수적인 DTP(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백신이 사망까지 초래하는 불량 제품으로 드러나면서 중국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중화권 매체인 보쉰(博迅)은 중국 남부 청두의 한 아동병원 화장실에서 ‘공산당을 전복하자’라는 격문이 발견됐다고 지난 24일 전했다. 낙서 형태의 격문은 “독분유와 독백신, 천정부지의 의료비로 허리가 부러지고 독공기와 독식품으로 서민들이 울고 있다”는 내용이다. 수입 백신을 쓰는 홍콩에서 예방접종을 하기 위한 중국 부모들의 행렬도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홍콩의 한 병원은 백신 접종 문의를 이틀간 3만건이나 받았다고 밝혔으며 접종 비용을 2배 올린 곳도 있다. 급기야 베이징시 순이구는 시진핑 우상화 구호가 담긴 플래카드 등을 일주일 안에 철거하라는 지시를 지난 13일 내렸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은 29일 장기 해외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공산당 지도부의 하계 비공개 회의인 베이다이허에 참석해 원로들과 무역전쟁 등을 논의할 것”이라며 “시 주석에 대한 개인 숭배 중단 조치를 권력 약화 조짐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관리 차원에서 수위 조절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두 달도 안됐는데 대북회의론?…한·미 ‘비핵화 조급증’ 버려야

    두 달도 안됐는데 대북회의론?…한·미 ‘비핵화 조급증’ 버려야

    “국내(미국) 언론이 북한 이슈와 관련해 대통령의 실패에 굶주려 있는 것을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다.”제임스 리시 미 공화당 연방상원의원이 25일(현지시간) 미국 PBS방송 인터뷰에서 미국 내 ‘대북 회의론’을 성토하며 내놓은 이 언급은 표현이 이례적으로 직설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상원 정보위원회 소속으로 대북 고급정보를 갖고 있는 리시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비핵화 조급증’ 내지 ‘북한 불신론’을 프레임으로 6·12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끊임없이 흔드는 한국 내 강경 보수층에도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리시 의원은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선두에서 대북 선제타격론을 주장했던 초강경파다. 그런 그가 보기에도 미 주류 언론의 ‘6·12 때리기’는 지나쳤던 모양이다. 워싱턴 기득권 정치의 아웃사이더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대다수 언론과 척을 지면서 과도한 비난에 포위됐다는 평가가 나온 지 오래다. 리시 의원은 앵커가 북한의 최근 미사일 실험장 해체가 충분한 비핵화 조치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우리는 모두 미국인이다. 우리는 대통령을 이 이슈에서 성공하도록 이끌었으면 좋겠다.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로 돌아서도록 하는 데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는 비난을 받는 대신 신용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화해무드 이후) 북한의 비난이 중지됐고 (핵·미사일) 실험이 중단됐다. 지상에서 여러 일(핵·미사일 실험장 해체)을 보고 있다. 이것은 그들이 비핵화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하지만 TV에서 대통령의 실패만 성토하는 것을 보면 어안이 벙벙하다”고 했다. 6·12 이후 한 달여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자 한·미 일각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북 회의론이 설파됐다. 지난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북한은 남북, 미·북 회담 이후 전혀 변한 게 없다”면서 중단한 한·미 연합훈련을 북한 압박 카드로 다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30여년간 해결하지 못했던 북핵 문제를 불과 한 달여 만에 풀지 못했다고 원점 회귀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6·12 이후 한 달 반 만에 미사일 실험장 해체와 미군 유해 송환,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을 실현한 것은 작지 않은 성과라는 평가도 가능해 보인다. 실제 과거 북핵 폐기 로드맵을 만들기까지는 보통 1년 이상이 걸렸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끌어내는 데 1년 반이 걸렸고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채택하기까지 2년이 소요됐다. 1985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군축을 위해 처음 만나고 2년 뒤에야 양측은 부분적 군축을 담은 중거리핵무기폐기협정(INF)을 체결했다. 후대의 평가는 당시 두 정상의 첫 만남이 역사의 큰 물줄기를 바꿨다는 데 이견이 없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조급증을 내려면 그간 북한의 체제 보장에 대해 무엇을 해 줬는가, 현재의 조급증이 과연 합리적인 것인가를 돌아봐야 한다”며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상대방을 압박하고 제재하려는 명분으로 활용하려고만 드는 건 비합리적”이라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북 회의론에서 벗어나 북·미가 합을 맞춰 가도록 한국이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데 총력을 모아야 할 때”라고 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장석웅 전남교육감, “정시확대는 농어촌학교 피폐화 초래할 것”

    장석웅 전남교육감, “정시확대는 농어촌학교 피폐화 초래할 것”

    전남도교육청은 25일 최근 국가교육회의의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에서 나타난 수능 중심의 정시전형 확대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도교육청은 이날 수능 중심의 정시전형 확대를 반대하고 수능 전(全)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강력히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장석웅 전남교육감은 “수능 위주의 정시전형은 바른 인성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기르려는 세계적 흐름과 한 아이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 실현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장 교육감은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정시를 확대할 경우 사교육 수혜를 받는 특정 지역·계층에게만 유리해진다”며 “사회적 갈등과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켜 농어촌학교 피폐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까지 수능이 문제풀이 위주의 단순 반복 학습을 조장하고 배움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주요인이었다”며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수능 전(全)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촉구했다. 또 “학생부 중심 전형이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바가 큰 만큼 현행 수시와 정시전형 비율을 유지해야한다”면서 “수시전형의 공정성과 투명성 문제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공론화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육감은 “농어촌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기주도적으로 성실하게 생활하는 학생을 의미 있게 평가하는 것이 공정하며 정의로운 제도다”며 “이번 대입제도 개편이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미래 지향적인 방향으로 결정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전북교육청 정시 위주 대입 제도 개편에 우려

    전북도교육청이 정시전형을 확대하는 대입제도 개편안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전북도교육청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이 수능 중심의 정시전형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되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23일 밝혔다. 전북교육청은 “이는 교육과정 정상화와 교육혁신으로 나아가는 학교 현장을 또다시 과거의 입시경쟁체제로 회귀시키게 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시대에 부합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수능은 자격고사화 해 전 과목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현장의 안정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현행 수준의 학생부 중심 전형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대신 학생부 종합전형의 장점을 살리며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전북교육청은 “2022학년도 대입제도가 교육의 본질에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서는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가 아닌 교사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며 “교육과정 내실화를 위해 국가가 책임지고 미래지향적인 대입제도 개편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색다른 인터뷰] 두 명의 대통령과 전면전…난 나왔고 그들은 갇혔습니다

    [색다른 인터뷰] 두 명의 대통령과 전면전…난 나왔고 그들은 갇혔습니다

    ‘한상균의 복귀전.’ 지난달 11일 일산 사법연수원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에 벌어졌던 사법 농단을 규탄하는 시위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등장했을 때 한 보수신문이 단 제목이다. 이처럼 한상균은 누구에겐 불편하고, 누구에겐 두렵고, 또 다른 누구에겐 희망이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인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2646명에 이르는 대규모 정리해고에 맞서 77일간 ‘옥쇄 파업’을 주도한 죄로 3년을 복역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2년 6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당시 재판부는 그의 형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2012년 이후 그가 관여한 집회·농성 13건을 병합해 유죄 처분했다.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조차도 그를 사면하지 못했다. 한상균의 이미지는 헬리콥터가 동원된 전쟁터 같았던 진압 현장과 조계사 대치 등과 오버랩돼 ‘과격’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5월 21일 가석방 이후 서울신문과 첫 인터뷰를 한 한상균은 과격한 사람이라기보다는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명박 정부 시절과 박근혜 정부 시절의 감옥 생활은 어떻게 달랐습니까. -두 번 다 독방에서 보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저를 가뒀을 때는 매달 동지들의 부음을 전해 들었습니다. 참담한 시간의 연속이었죠. 박근혜 정부 시절 감옥에서는 촛불이 불의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 두 전직 대통령과 전면적으로 맞붙었는데, 결국 나는 나왔고 그들은 갇혔습니다. →촛불집회가 진행될수록 노동의제가 점점 약화된 측면도 있습니다. -노동의제가 묻힌 것은 아쉽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옥중 편지를 통해 “한상균 석방 구호를 멈춰 달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투쟁하다 구속되는 것은 숙명입니다. 제 문제가 부각되면 수많은 민중의 요구가 다른 시각으로 비칠 수도 있어요. →두 번씩이나 구속을 감수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많은 조합원들이 그래서 인간 한상균에게 부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쌍용차 노조 지부장으로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한 것은 ‘상식’적인 일입니다. 정리해고를 막아 달라는 조합원들의 분명한 요구가 있었고, 저는 그 요구에 상식적으로 화답했을 뿐입니다. 제가 만일 투항했다면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의제가 한국 사회에 자리잡지 못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박근혜 정권이 밀어붙이던 ‘쉬운 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 체제’를 막아야 했던 것도 상식입니다. 상식적인 일을 했을 뿐입니다. →77일간의 옥쇄 파업은 노동운동사에서도 유례가 드문 일입니다. 파업을 이끈 힘은 무엇입니까. -인간에 대한 사랑, 동지에 대한 믿음이 전부였어요. 외환위기 이후 권력과 자본의 힘은 점점 강해졌지만, 노조의 응집력은 약해졌어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노조 간부들의 정신이 중요한데, 그 바탕은 사랑과 믿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77일 동안 한상균을 옆에서 지켜본 한 노동자는 “그가 흔들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특공대의 마지막 옥상 진압을 지켜본 심정은 어땠나요. -헬기에 매달린 컨테이너에서 쏟아져 나온 특공대가 고무탄을 쏘며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제가 있던 위치에서 불과 15m 떨어진 곳에서 벌어졌어요. 국가가 국민을 이렇게 짓밟을 수도 있구나…(담담하게 대화를 이어 가던 그의 눈에는 핏발이 섰고, 핏발 위로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옥상에서 마지막까지 저항한 분들이 특별히 전투적이었다고 볼 수 있나요. -평범한 노동자들이었습니다. 노조 활동과 거리가 먼 이들도 많았고요. 이런 분들이 정권의 탄압에 하루이틀 분노를 쌓아 갔습니다. 이들이 나중에는 제가 투항하는지 감시할 정도로 철저한 투사가 됐어요. →최근 목숨을 끊은 김주중씨도 옥상에 계셨죠. -주중이는 아주 헌신적인 친구였어요. 그래서 상처가 더 컸을 겁니다. 파업 이후 바로 구속돼서 치유받을 시간도 없었어요. 감옥에서 나와 생계가 막막해졌고 가정은 이미 망가졌어요. 막노동을 하면서도 복직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견뎠는데, 결국 희망의 끈을 놓아 버렸어요. 기가 찰 노릇입니다(2015년 12월 30일 쌍용차 노사는 해고자 복직에 합의했지만, 현재 복직자는 45명에 불과하다. 김주중씨는 ‘남아 있는’ 해고자 120명 중 한 명이었다). →여전히 위태로운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보는 시선이 여전히 차가워요. 사회가 고립시키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게 자신이 자신을 고립시키는 겁니다. 해고자 낙인 때문에 취업도 안 돼요. 인간관계가 다 깨졌을 때의 고립감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희망이 보인다’는 소식이 들리면 하나 둘 연락을 하다가 그게 사라지면 다시 연락이 끊겨요. ‘희망 고문’이죠. 31번째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만 기도할 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쌍용차 소유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에게 해고자 복직 문제를 부탁했는데요. -문 대통령은 과거 수차례 쌍용차 문제 해결을 약속했어요. 대통령의 진정성을 아직 믿어요. 외교석상에서 깊은 고민 끝에 나온 발언이라 기대가 큽니다. 또 다른 ‘희망 고문’이 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라요. 쌍용차 문제는 단순한 노사 분규가 아닙니다. 무자비한 진압은 국가의 폭력이었고, 대법원이 쌍용차 해고자 판결을 박근혜 청와대와 거래했다는 사실도 확인된 만큼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재판 거래 의혹 문건에는 2014년 11월 서울고법이 내린 쌍용차 정리해고 무효판결을 불과 9개월 만에 대법원이 “해고는 정당하다”며 파기환송한 것을 국정 협조 사례로 제시했다. 대법 판결 직후 해고자 5명이 목숨을 끊었다). →정부가 진정성을 보이려면 쌍용차 노조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부터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경찰은 우리가 새총으로 헬기를 파손했다며 거액의 손해배상을 제기했어요. 사용자 측의 손배·가압류가 노동자의 단결권과 파업권을 옥죄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된 지 오래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선 오히려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손배·가압류를 남발했는데, 이는 노조를 정부의 적으로 규정했기 때문이죠. 노동조합은 적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심장’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손배를 포기하면 절차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적폐 청산 차원에서 결단해야 할 문제입니다. 주중이도 국가 손배 문제로 마지막까지 괴로워했어요(파업 진압 이후 쌍용차 사측과 정부는 해고자들에게 각각 150억원, 24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아직 재판 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우클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촛불혁명이 새 정부를 세웠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과도기입니다. 재벌과 기득권 중심 사회를 재편하느냐 아니면 다시 그 길로 회귀하느냐의 갈림길에 있어요.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가진 자의 편에 설 것이냐, 빈자의 편에 설 것이냐를 선택해야 합니다. 노동자·민중이 바라는 노선에서 이 정부마저 탈선한다면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어요. 지지율 정치는 한계가 드러납니다. 지금 탈선 여부를 점검해야 해요. →노동계에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시급 8350원)이 미흡하다고 하고, 소상공인들은 과하다고 반발합니다. -재앙과도 같은 양극화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하고 그 첫 번째 경로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보수언론과 자본가들은 이 문제를 소상공인과 노동자 간 ‘을들의 싸움’으로 몰아가고 싶겠죠. 그러나 소상공인과 노동자가 싸워야 할 대상은 대기업의 갑질과 분배되지 않는 부의 체계, 조물주 위에 있다는 건물주입니다. 일본의 편의점 업주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와 대항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커요. 최저임금은 죄가 없어요. 여기서 더 후퇴한다면 노동자들은 이 정부한테서도 기대할 게 없다고 여길 겁니다. →최근 기아차 정규직 노조가 여성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해 논란이 됐습니다.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 문제를 어떻게 보나요. -뼈아픈 지적입니다. 예전에는 자기 사업장 노조원만 잘 지켜도 민주노조라고 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더 어려운 노동자를 배척하는 노조는 더이상 민주노조가 아닙니다. 민주노총은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는 약자들이 기댈 언덕이 돼야 합니다. 시대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선 치부를 숨기거나 변명하지 말아야 합니다. →2014년 첫 민주노총 직선 위원장에 당선된 이후 민주노총 내 정파성이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정파적 갈등이 노동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걸림돌이 되면 이젠 현장에서 인정하지 않아요. 예전에는 절차와 과정이 싹둑 잘리고 상부 몇몇이 마치 현장의 목소리를 다 반영한다는 듯이 말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이젠 안 통해요.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노동자의 정치 세력화는 실현될 수 있을까요. -조직된 노동자의 힘을 지렛대 삼아 제도권 정치에 진입하는 시도는 한계에 봉착했어요. 이것을 뛰어넘는 꿈이 있어야 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동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번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하는 법 개정에 반대한 국회의원이 24명뿐이었습니다. 이들을 제외하면 다 재벌 기득권 편에 선 거죠. 현장 노동자들은 일상에서 누가 내 편에 서는가를 묻기 시작했어요. 정권의 입맛에 따라 ‘사용되는’ 노동이 아니라 사회를 변혁하는 ‘노동 정치’를 갈망하고 있어요. →쌍용차 지부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하리라고 예상을 했습니까. -1985년 입사 이후 파업 전까지 24년 동안 컨베이어(자동차 생산 라인)를 탔어요. 해고를 막아 달라는 동료들의 요구를 담담하게 받아들였을 뿐입니다. 변방의 쌍용차 지부장이 민주노총 위원장이 되리라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이 길을 가면 어떻게 될지 뻔히 알았지만 숙명이라고 생각했어요. →만약에 정리해고가 없었다면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좋은 아빠는 못 됐어도 꼭 있어야 할 때 있어 주는 아빠는 됐을 겁니다. 아이들 입학식과 졸업식 사진에 제가 없어요. 그때마다 감옥에 있었으니까요. →옥중 편지를 보면 시적 표현이 많이 나옵니다. 문학 공부를 하셨나요. -공고 졸업해서 줄곧 노동자로 살아왔는데 무슨 문학 공부를 해요. 아프고 슬프면 다 시인이 됩니다. 10년간 투쟁한 쌍용차 동지들의 가슴속에는 시집이 몇 권씩 있을 겁니다. →고공 철탑 농성, 단식, 투옥을 거치면서 건강은 어떻게 지켰나요. -감옥에서도 새벽 4시에 일어나서 1시간 정도 명상과 단전호흡을 했어요.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지니 육체적으로도 강해지는 것 같아요. 비우는 게 가장 어렵더라고요. →노동자가 비울 게 뭐가 있습니까. -누구든 살다 보면 욕망의 찌꺼기가 쌓여요. 많이 가진 사람이 나누는 것은 나누는 게 아닙니다. 먹고살기 빠듯한 사람이 더 어려운 사람과 빵 한 조각 나누는 게 진짜 나눔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한상균과 함께 덕수궁 대한문에 차려진 김주중씨 분향소에 갔다. 해고 노동자들은 그를 친형 대하듯 했다. 김주중씨의 절친이었다는 한 해고자는 “형님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고 했다.)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2@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한상균은 누구인가 -1962년 전남 나주 출생 -1978년 전남기계공업고등학교 입학 -1980년 고3 때 광주 5·18 경험 -1985년 부산 소재 지프차 생산회사 거화 입사 -1986년 쌍용그룹이 거화 인수 1987년 쌍용차노조 설립 추진위원장 -2009년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 -2009년 정리해고 반대 옥쇄파업 77일 단행 및 구속(3년) -2012~2013년 해고자 복직 요구 송전탑 고공농성(171일) -2014년 12월 26일 민주노총 첫 직선 위원장 당선 -2015년 11월 11일 법원 구속영장 발부(세월호 희생자 추모집회 등 주동 혐의) -2015년 11월 1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1차 민중총궐기 집회 후 조계사 피신 -2015년 12월 10일 경찰에 자진출두 -2016년 1월 5일 검찰,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13개 집회 혐의 모두 병합) -2016년 7월 4일 서울중앙지법, 징역 5년 벌금 500만원 선고 -2017년 5월 31일 대법원, 징역 3년 벌금 50만원 확정 -2018년 5월 21일 가석방
  • “촛불혁명은 21세기판 3·1운동… 남북 협력 땐 5대 강국에”

    “촛불혁명은 21세기판 3·1운동… 남북 협력 땐 5대 강국에”

    “3·1운동은 당시 인구의 10%가 넘게 참여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비폭력 평화운동입니다. 시간이 흘러 그 정신이 광화문에서 촛불로 다시 일어났어요. 최근 기무사 계엄령 문건 논란은 얼마나 유치하고 반역사적인 행태인가요. 성숙한 시민사회의 열망을 (군은) 몰랐던 겁니다. 지난 100년간 우리 민족에게 쌓인 트라우마를 씻어내고 새로운 100년을 그리겠다는 사명감으로 이 자리를 맡았습니다.”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한완상(82)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은 “촛불혁명은 21세기판 3·1운동”이라고 치켜세웠다.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를 시작으로 김영삼·김대중 정부에서 장관, 부총리를 지낸 한 위원장은 명실공히 진보진영의 거목으로 손꼽힌다. 지금으로부터 99년 전인 1919년 일제에 핍박받은 조선인은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 그로부터 97년이 흐른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국민은 “이게 나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에 쥔 물건이 조금 바뀌었을 뿐 온전한 나라를 되찾겠다는 열망, 폭력이 아닌 것으로 이루겠다는 신념은 예나 지금이나 같았다. 지금 우리 민족에게 가장 필요한 건 ‘힐링’이라고 한 위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0년 강대국의 ‘갑질’ 때문에 우리 민족은 억울한 상처를 입었다. 일제는 우리의 언어·이름·민족혼을 앗아 갔다”면서 “하지만 제일 아픈 건 해방 이후에 생긴 트라우마다. 해방됐지만 우리는 남·북으로 나뉘어 갈등했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적폐청산을 ‘과거의 좋은 것까지 없앤다’는 말로 쓰려는 세력이 있는데 그건 아니다. 잘못된 과거의 일을 정리하는 데서 끝나면 새 역사를 열 수 없다”면서 “예컨대 1919년 임시정부 수립날을 건국일로 삼을 수 없다는 논리가 대표적이다. 철저히 일제의 논리에 입각한 것이다. 나라를 되찾고자 목숨 걸었던 분들의 노고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이 미래를 함께 그리길 소망했다. 내년 100주년 기념행사도 남·북 공동으로 열린다. 한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지난 판문점 회담 때 ‘남·북이 자랑스러운 역사 유산을 공유하면서 가까워질 수 있다’는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그가 자신감을 갖고 공동행사를 추진한 이유다. 한 위원장은 “이번 판문점 회담은 앞서 두 번의 정상회담과는 달랐다”면서 “남과 북의 이행의지가 높고 정권의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며 국제적으론 북·미 정상회담이 바로 이뤄져 선순환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공동행사의 첫 번째 노력은 ‘안중근 의사 유골 찾기’다. 안중근 의사의 유골은 만주 어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북이 힘을 합쳐 그것을 찾으면 좋겠다는 게 한 위원장의 바람이다. 아울러 안 의사의 사상인 ‘동양평화론’에 대해 남북 공동으로 학술회의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군국주의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일본에 교훈을 주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남북 대학생이 서로 역사유적지를 탐방하거나, 북에도 있을 일제시대 노동자, 위안부 등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3·1운동 100주년이 지금 갖는 특별한 시대적 소명을 한 위원장은 “아픔을 치유하는 동시에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정신적 힘을 얻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99년 전처럼) 우리나라는 더이상 강대국 사이에서 등 터지는 새우가 아니다”라면서 “남과 북이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협력하면 세계 5대 강국으로 일어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길을 주저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그러길 두려워하는 일제와 냉전의 망령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진보지식인 “문재인 정부 사회·경제개혁 후퇴 우려”

    진보지식인 “문재인 정부 사회·경제개혁 후퇴 우려”

    문재인 정부의 사회·경제 개혁 포기를 우려하는 진보 지식인들이 적극적인 개혁 정책을 촉구하는 선언을 발표했다.‘지식인 선언 네트워크’는 18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 공유지 기린캐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담대한 사회·경제개혁을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 등은 “문 대통령은 촛불 시민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 때 각오를 새롭게 회복하고 다시 한 번 사회·경제개혁의 정도(正道)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명예교수, 전강수 대구카톨릭대 교수 등 32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지식인 선언문에는 교수·시민단체 활동가 323명이 이름을 올렸다. 네트워크는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를 외치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최근 사회·경제개혁을 포기하고 과거 회귀적인 행보를 보인다”면서 “사회·경제개혁의 실패는 필연적으로 민심이반과 개혁동력의 상실로 이어지고, 이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며 웬만한 잘못에 대해서는 양해해 왔다”면서 “우리 지식인들은 문재인 정부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판단해 ‘촛불정부’의 소임을 다하기를 촉구하는 선언을 발표한다”고 말했다. 네트워크는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과 재벌개혁 후퇴, 부동산 보유세 등을 비판했다. 이들은 “재벌 적폐를 청산하고 경제민주화를 정착시켜 ‘세 바퀴 경제’를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눈앞에 두고도 정부가 미적거리는 바람에 마치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 부진과 일자리 소멸의 주범인 양 호도되고, 그로 인한 경제적 약자들 간의 갈등이 부각되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4월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보유세제 개편 문제를 다룰 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했지만 최종 발표한 권고안은 세수효과가 1조 1000억원밖에 안 되는 ‘찔끔 증세’에 불과했다”면서 “기획재정부는 그 권고안조차 수용하지 않고 세수효과가 약 7400억원에 불과한 정부 개편안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부동산공화국 해체에 가장 강력하고 적절한 정책수단은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해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것이다”면서 “이를 해체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네트워크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정책의 과감한 실현, 개혁적 마인드와 실력을 갖춘 인물 등용, 재벌 체제 적폐 청산, ‘부동산공화국’을 해체할 과감한 대책을 새로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식인 선언에 대해 “그분들의 의견에 대해 귀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종교의 보수성 과감하게 비판한 것” “여성 운동 논점 흐리는 행위 안 된다”

    “종교의 보수성 과감하게 비판한 것” “여성 운동 논점 흐리는 행위 안 된다”

    “여성 시위 사회 미래 보여준 것” “타인 배제 없는 여성 운동 필요”‘남성 혐오’ 사이트인 ‘워마드에 올라온 ‘성체 훼손’ 게시글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는 미묘하게 갈렸다. 종교의 보수성을 과감하게 비판한 것이라는 진단이 있는가 하면 ‘여성 운동’의 논점을 흐리는 행위라는 비판적 시각도 나왔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 문화연구소 교수는 11일 “가톨릭이야말로 가부장적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교계 제도 자체가 남성 위주로 돼 있다”면서 “여성은 성직을 맡을 수 없는 열등한 존재라는 것을 과격한 표현으로 내보낸 것”이라고 봤다. 윤 교수는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열리는 여성 집회의 성격에 대해서도 “혜화역이나 낙태죄 폐지 시위에서 폭력적인 행동으로 사회 질서를 해친 게 있었느냐”고 반문하면서 “여성들이 노래를 부르며 연대했다는 것 자체를 위협적인 것으로 봤기 때문에 일종의 반발처럼 문제가 제기된 것”이라며 집회의 취지를 적극 옹호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해프닝으로 본다”면서 “그것을 과장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집회의 의미에 대해 “촛불이 과거로 회귀하는 대한민국을 저지했지만 나아가야 할 미래는 보여 주지 못했다”면서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답을 현재 여성들의 시위가 보여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운동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혐오를 드러내는 기존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여성활동가는 “혜화역 시위 참여자들이 몰래카메라에 느끼는 분노는 공감이 간다”면서도 “트랜스젠더나 남성 등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운동의 성과를 긍정화시킬 수 있을지는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타인을 배제해 극단적인 분리주의로 가는 것이 남성들의 ‘펜스룰’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도 “급진적인 페미니즘 운동이 이슈를 제기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대중의 동의를 확보하는 데에는 미흡하다고 본다”면서 “사회운동의 궁극적인 목표인 대중의 지지 확보라는 관점에서 타인의 권리나 자긍심을 훼손하는 행동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운동 내에 자정 능력이 있다면 혐오 표현은 사라질 것이고, 이를 지속한다면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해 운동으로서의 힘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실장은 “대중적 공감대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방식의 여성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더위에 지칠 때 해변보다 쿨한 책장 속 피서지

    더위에 지칠 때 해변보다 쿨한 책장 속 피서지

    출판계에서는 여름이 ‘소설 읽기 좋은 계절’로 꼽힙니다. 햇빛은 뜨겁고 습도는 높고 불쾌지수 역시 만만치 않으니 바깥보다는 역시 실내에서 쉬는 게 편하죠. 이럴 때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오락거리는 책이 아닐까요. 모름지기 후텁지근한 여름철엔 생각지 못한 상상의 세계를 유영하거나 범죄의 실마리를 푸는 재미가 있는 장르문학이 제격입니다. 국내에서 추리소설과 SF소설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 8명에게 평소 흥미롭게 읽었던 작품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독특한 상상력과 기막힌 반전을 담은 소설집 ‘회색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등으로 지난해 화제를 모은 김동식(가나다순) 작가, 지난해 SF소설 ‘에셔의 손’으로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받은 김백상 작가, 2015년 창간된 장르문학 전문잡지 ‘미스테리아’의 김용언 편집장, 다양한 장르문학을 소개하는 출판사 북스피어의 김홍민 대표, 미스터리 전문 웹사이트 ‘하우미스터리닷컴’(www.howmystery.com) 운영자 윤영천씨,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에 다수의 단편을 공개해 많은 호평을 받은 SF계의 떠오르는 신인 이산화 작가, 2009년 문을 연 국내 유일의 SF&판타지도서관의 전홍식 관장, 출판사 동아시아의 과학문학 브랜드 ‘허블’의 조유나 팀장 등 8명이 고른 책 8권은 소재와 주제 모두 각양각색입니다. 다음 페이지를 빨리 넘겨 보고 싶을 정도로 푹 빠질 수 있는 책을 만나 새로운 쾌감을 맛보시길 기원합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영화보다 재미있게 시간 ‘순삭’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현대문학)나는 평생 읽은 책이 10권도 안 된다. 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도 책을 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 환경이었기 때문에 책에 대한 편견이 강했다. 보면 잠 오는 것, 똑똑한 사람들만 보는 것. 그런 나의 편견을 깨 준 책이 바로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다. 책이 영화보다 더 재미있을 줄이야. 내 인생에서 책을, 그것도 앉은 자리에서 꼼짝도 안 하고 끝까지 보는 일이 생길 줄이야. 감상은 세 개로 끝낸다. 흡입력, 인간 본성, 반전. 김동식 작가6개의 추리 6명의 범인 당신의 선택 앤서니 버클리의 ‘독 초콜릿 사건’(엘릭시르)독이 든 초콜릿을 먹고 누군가 죽는다. 모호한 사건에 고민하던 경감은 ‘범죄 연구회’에 비공식적으로 사건을 의뢰하는데…. 변호사, 극작가, 추리소설가, 소설가, 범죄 애호가 그리고 범죄 연구회 회장은 사건을 조사한 후 저마다의 추리 쇼를 펼친다. 여섯 개의 추리가 가리킨 여섯 명의 범인. 놀랍게도 작가는 이 모두를 아우른 정답을 하나 더 준비해 놓고 독자에게 묻는다. “어떤 게 마음에 들어?” 윤영천 하우미스터리닷컴 운영자지구 말고 어떤 별로 가서 살까 듀나·김보영·배명훈·장강명의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한겨레출판사)휴가철엔 이 지긋지긋한 지구를 좀 떠나 보자.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는 한국 SF작가 네 사람이 각자 태양계의 천체 하나씩을 골라 배경으로 쓴 단편 모음이다. 전부 시스템에 맞서는 개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금성에선 기업, 화성에선 정부, 토성의 위성 타이탄으로 향하는 우주선 안에선 편견,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에선 ‘아버지’와 싸운다. 과연 SF의 매력은 미래를 무기로 한 현실과의 투쟁이다. 이산화 작가올 여름휴가 외계 우주선 타고 떠나요 아서 클라크의 ‘라마와의 랑데부’(아작)올여름 조금 색다른 피서를 떠나 보자. 태양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외계 우주선 내부 탐사. ‘라마’라고 명명된 이 인공구조물은 길이 50㎞에 반지름 20㎞인 원기둥 모양이다. 이미 다녀온 여행자로서 살짝 귀띔하자면 지구 표면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경이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 세계를 구축한 라마인(人)에 대해 상상하다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회귀하게 된다. 한여름 더위를 잊게 만들기 충분한, 짜릿한 랑데부다. 김백상 작가고서 펼치자 튀어 나오는 기이한 세상 아시베 다쿠의 ‘기담을 파는 가게’(현대문학)나는 헌책방 ‘덕후’다. 요즘 헌책방이라고 하면 체인화되어 어떤 책이든 검색되는 대형 헌책방들을 많이 떠올릴 텐데 그런 헌책방 말고 그야말로 예전 청계천에 늘어서 있던, 도무지 무슨 책이 있는지 하나하나 들여다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그런 헌책방을 찾아다니는 의미의 ‘덕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헌책방에 얽힌 기이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책 소개를 보면 읽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기담을 파는 가게’는 헌책방 서가에 잠들어 있던 고서를 펼쳐 본 후 갖가지 기이한 일과 맞닥뜨리게 되는 남자에 관한 소설이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정상인 듯 정상 아닌 삶의 동력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북스피어)나의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SF작가는 김초엽이다. 김초엽 작가가 그랬다. ‘어둠의 속도’ 참 좋다고. 인간에게 장애라 불리는 것들이 모두 치료 가능해진 근미래가 배경이다. 소설은 묻는다. ‘결핍’ 혹은 ‘비정상’이라고 정의되는 것들은 반드시 이겨 내거나 벗어나야 할 대상인가. 누군가의 ‘정상’을 모두에게 강요할 수 있는가. 여기에 이 소설의 멋짐이 있다. 고통으로 보이는 것이 어떤 이에겐 삶의 동력일 수 있으니까. 여름밤은 길어서 타자를 상상하기에 딱 좋은 시간, 그래서 이 소설을 추천한다. 조유나 허블 팀장사소함 품은 거대한 비극 서늘한 비애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의 ‘저체온증’(엘릭시르)우울증에 걸렸던 여인의 자살, 몇십년 전에 실종된 젊은 대학생…. 경찰이 더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듯한 상황에서, 형사 에를렌뒤르는 개인적인 수사를 시작한다. ‘저체온증’은 이처럼 범죄로 보이지도 않았던 ‘사소한’ 사건들에서 출발해, 뜻하지 않은 거대한 비극 앞에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지극히 아름답게 탐구한다. 제목 그대로 ‘저체온증’에 걸린 것처럼 내내 서늘한 비애에 잠겨 단숨에 읽어 내려가게 된다. 김용언 미스테리아 편집장미래 추방 형벌일까 기회일까 로버트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시공사)“겨울이 되면 피트는 여름으로 가는 문을 찾는다.” 로버트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은 한 청년과 고양이에 관한 사랑스러운 이야기다. 친구의 배신으로 모든 것을 잃고 30년 뒤 미래로 추방된 주인공이 새로운 운명을 펼쳐 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엮어 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주인공이 좌절하지 않고 ‘주변의 도움도 함께 받아’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고, 수수께끼가 풀려나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희망은 남아 있다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이 포근하게 전해진다.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EU, 난민정책 갈등 일단 봉합…합동 심사센터 건립·통제 강화

    EU, 난민정책 갈등 일단 봉합…합동 심사센터 건립·통제 강화

    각국마다 세워… 망명 난민 ‘재할당’ 모로코 등에는 자금 지원 늘리기로 獨 대연정 위기 메르켈도 한숨 돌려유럽연합(EU)이 역내 각 회원국에 ‘합동 난민심사센터’를 세우고 난민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대신 망명 자격을 갖춘 난민에 대해서는 EU 역내 국가들에 ‘재할당’되도록 했다. EU 정상들은 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28개국 회원국 이틀째 정상회담에서 이같이 합의하고 갈등을 빚어 온 난민정책을 일단 봉합했다. 커져 가는 난민 유입에 통제를 강화하자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난민센터는 난민 자격 여부를 심사하고 불법 이민자를 송환하는 업무를 담당하도록 했다. 로이터 등은 이날 “정상들이 EU 국경 통제 강화 필요성에 동의하고 터키와 모로코,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자금 지원을 늘리는 방안에도 합의했다”고 전했다. 난민 캠프가 있는 터키, 난민들의 주요 출신국들인 북아프리카, 난민들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출발지인 모로코 등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지원을 강화해 북아프리카 해안으로 넘어오는 난민을 통제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상들은 “(난민의) 무절제한 유입으로 회귀하는 것을 막고 기존 모든 경로와 새로운 경로에서의 불법 이주를 단호히 저지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공동선언문에서 정상들은 “난민 재배치와 이주 등 난민센터와 관련한 모든 조치는 (회원국의) 자유의사에 의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난민정책 갈등으로 분열 위기에 처했던 EU가 숨을 돌리게 됐다. 난민정책에 대한 이견으로 대연정 붕괴 위기까지 제기됐던 독일의 갈등 국면이 진정되고 정치적 위기를 맞았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기독민주당(CDU)을 이끄는 메르켈 총리는 독일 대연정의 한 축인 기독사회당(CSU)과 난민 문제로 충돌을 빚어 왔다. 기사당의 한스 미헬바흐 부대표는 독일 ARD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이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긍정적 신호”라며 메르켈 총리의 CDU와의 연정에 대해서도 “우리는 협력하고자 한다. 기민당과의 동맹은 절대적 우선순위를 점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주세페 콘테 총리도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에 대한 책임을 EU가 공유하게 됐다”면서 “이탈리아는 이제 더는 (난민 대책에서) 혼자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김종필 1926~2018, ‘마지막 3金’ 떠나다

    김종필 1926~2018, ‘마지막 3金’ 떠나다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오전 8시 15분 서울 신당동 자택에서 92세로 세상을 떠났다. 2009년 김대중(DJ), 2015년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서거에 이은 김 전 총리의 별세로 현대정치사를 쥐락펴락했던 3김씨는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완고한 지역주의와 1인 보스의 리더십에 의존한 ‘3김 정치’도 유권자의 정치의식 향상에 따라 실질적으로 종언을 고했다는 평가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정치는 3김의 협력과 갈등의 역사였다. DJ는 호남, YS는 부산·경남(PK), JP는 충청을 기반으로 패거리식 정치를 했고, 3김이 연합하고 갈라설 때마다 정치는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지역주의 정치의 절정은 1990년 3당 합당이었다. 신민주공화당의 JP와 통일민주당의 YS는 1988년 총선에서 제1야당에 오른 평화민주당을 배제하고 여당인 민정당과 합당했다. 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배신한 이 기형적 3당 합당은 정당 정치의 퇴행을 불러왔고 ‘호남 고립, 영남 패권’ 구도를 고착화했다. 3당 합당이 만든 지역 구도는 지난 13일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사상 처음으로 PK를 석권함에 따라 깨졌는데, 무려 28년 만이었다. 지금도 계파정치는 여전하지만 정치자금 투명화와 경선제도 도입 등에 따라 보스 1인이 당권을 뒤흔드는 일은 보기 어렵게 됐다. 나아가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유권자들은 지방선거를 거쳐 차기 총선까지 겨냥하며 정치 지형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3김이 퇴장한 자리에 새로운 시대 정신이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의 정치권이 지역주의 회귀 관성과 반공 이념에 의존하려는 구태를 경계하면서 시대가 요구하는 3김 이후의 과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지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오랜 세월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지역주의를 완전히 뽑으려면 인맥·지연·혈연 대신 공정한 경쟁과 평가가 자리잡도록 국민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각 정당은 이제 불평등과 양극화 완화를 위해 보완적 관계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손흥민의 발·조현우의 손에 달렸다…태극전사 멕시코전 출격 준비 완료

    손흥민의 발·조현우의 손에 달렸다…태극전사 멕시코전 출격 준비 완료

    손흥민과 이재성 ‘투톱’이 멕시코전 공격 선봉으로 나선다. 스웨덴전 ‘슈퍼세이브’에 빛나는 조현우가 골문을 지킨다. 신태용 축구 대표팀 감독은 23일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손흥민과 이재성을 최전방에 내세운 4-4-2 전술을 펼친다. 앞서 스웨덴과의 1차전에서 김신욱을 투입한 4-3-3 전술을 구사했던 신 감독은 멕시코전에는 ‘주무기’로 회귀했다. 다만 손흥민 짝으로 황희찬이나 김신욱 대신 이재성을 낙점했다. 2선에서는 황희찬과 문선민이 좌우 날개로 선다. 문선민은 월드컵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주장 기성용과 역시 월드컵 데뷔전인 주세종이 중원을 지킨다. 수비진엔 왼쪽부터 김민우, 김영권, 장현수, 이용이 포백 라인을 구축한다. 김민우는 스웨덴전에서 부상한 박주호 자리에 대신 섰다.골문은 1차전서 깜짝 선발로 출전해 인상적인 선방을 펼친 조현우가 계속 지킨다. 이에 맞서는 멕시코는 독일전 당시 베스트 11에서 1명만 변화를 줬다. 공격수 중엔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와 이르빙 로사노, 카를로스 벨라, 미드필더진엔 주장 안드레스 과르다도, 엑토르 에레라, 미겔 라윤이 그대로 나선다. 수비수 중엔 우고 아얄라 대신 에드손 알바레스가 나서 카를로스 살세도, 엑토르 모레노, 헤수스 가야르도와 호흡을 맞춘다. 골키퍼 장갑은 그대로 기예르모 오초아가 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 지구는 왜 기울어졌을까? - 자전축 기울기에서 계절이 생긴다

    [이광식의 천문학+] 지구는 왜 기울어졌을까? - 자전축 기울기에서 계절이 생긴다

    6월 21일 오늘은 하지다. 행성 지구의 북반구에 태양의 고도가 가장 가장 높아지는 날이다. 일년 동안 남위 23.5도에서 북위 23.5도가지 오르락내리락하는 태양이 오늘 북회귀선인 북위 23.5도까지 올라와 북반구를 달구는 것이다. 이 23.5도는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 각도이기도 하다. 지구가 이렇게 기울어져 자전함으로써 일년 내 지구 각 표면의 일조량이 달라지고 우리나라에는 사계절이 생기게 된다. 일조량은 태양의 고도에 따라 달라는 것으로, 지구-태양 간의 거리와는 거의 상관없다. 자전축 기울기는 천체의 자전축과 공전축 사이의 각도를 말한다. 이는 또 천체의 적도면과 궤도면 사이의 각도와 같으며, 적도 기울기라고도 한다. 자전축과 공전축의 방향은 오른손 법칙을 이용하여 정할 수 있다. 천체의 북극 방향에서 바라보았을 때,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하며, 마찬가지로 궤도면의 수직 방향에서 바라보면 천체는 반시계 방향으로 공전한다. 그러면 하짓날 우리나라의 경우 태양이 얼마나 높이 올라가는 걸까? 대략 서울이 있는 위도 38도 근처를 기준으로 본다면, 태양의 고도는 38-23.5=14.5가 나오고, 90에서 이 숫자를 빼면 태양 고도가 된다. 바로 76.5도가 된다. 그러니까 수직에서 14.5도 빗겨난 머리 위에서 햇빛이 내리쬐니 뜨겁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시기 적도에서는 수직에서 23.5도 빗겨나 햇빛이 내리쬐므로, 일조량이 서울보다 더 낮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하짓날 북반구의 땅표면은 태양으로부터 가장 많은 열을 받음에 따라 하지가 지나면서 몹시 더워지고, 장마가 시작되는 지방도 생긴다. 이 모든 기후의 변화는 지구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그렇다면 지구는 왜 이렇게 기우뚱한 자세로 태양 둘레를 도는 것일까? 태양계는 46억 년 전 몇 광년에 이르는 거대한 성운이 회전함으로써 형성되기 시작했다. 성운의 원자 구름이 중력으로 뭉쳐져 중심부에서 태양이라는 별이 태어났고, 주변부의 찌꺼기들은 각기 뭉쳐져 행성과 위성, 소행성들을 만들었다. 그러니 당연히 행성들의 자전축이 회전면에 대해 반듯하게 서 있어야 하는 게 정상인데 왜 이처럼 기울게 되었을까? 참고로 태양계 8개 행성들의 자전축 기울기를 보면, 수성 0.04도, 금성 177도, 지구 23.5도, 화성 25도, 목성 3도, 토성 26.7도, 천왕성 98도, 해왕성 28도다. 8개 행성 중 수성만이 자전축이 직립하고 있을 뿐 나머지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하나같이 기우뚱하다. 금성은 무려 177도로 뒤집혀졌으며, 천왕성은 98도로 북극이 공전면에 가까이 누워 있다. 행성들의 자전축이 이처럼 제각각으로 기우뚱해진 이유에 대해 과학자들은 바로 태양계 초기 소행성 대폭격기를 거치면서 무수한 소행성들에게 얻어맞은 결과로 보고 있다. 기울기가 심한 정도는 그만큼 더 큰 충격을 받았다는 증거다. 우리가 사는 지구 역시 23.5도가 틀어질 만큼 소행성 충돌을 겪은 것이다. 자전축 기울기는 불변이 아니라 가변적이다. 화성의 자전축은 다른 천체의 중력 섭동의 영향으로 11~49도 사이로 변화하지만, 이에 반해 지구의 자전축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은 달이 지구 자전축을 안정되게 잡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 기후의 변화가 나름 규칙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달의 덕분이다. 이런 점만 보더라도 우리는 이처럼 먼 시공간의 저쪽과 긴밀하게 엮여져 있는 존재임을 느낄 수가 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인터뷰 플러스] “숲은 치유와 성장의 장… 실패 이겨내는 힘 키워줘”

    [인터뷰 플러스] “숲은 치유와 성장의 장… 실패 이겨내는 힘 키워줘”

    자연휴양림, 치유의 숲, 삼림욕장, 수목원, 도시숲, 유아숲체험원, 숲길 등에서 사람들을 인솔하며 설명해 주는 숲해설가들이 있다. 산림청은 1999년부터 국립자연휴양림, 국립수목원 등에서 숲해설가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는데, 지난 2005년부터 14년째 숲해설가로 활동하며 숲해설가이자 유아숲지도사, 숲사랑지도원, 목공체험지도사, 응급처지법강사 등 많은 자격증을 보유하고 ‘숲이야기’란 숲해설가 모임을 운영하며 5년째 도봉구청에서 근무하며 현재는 도봉구 유아숲체험장을 책임지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최숙영 숲해설가를 만나 그의 숲 사랑 인생을 담았다. 편집자 주→숲해설가는 어떤 일을 하는지요. -숲해설가는 국민들에게 자연휴양림, 수목원, 도시 숲 등 숲에 있는 다양한 생물의 살아가는 이야기, 역할과 문화 등 전문지식을 전달해요. 나무나 식물에 대한 생태 지식은 물론, 숲에 얽힌 역사, 숲과 인간과의 관계 등에 대한 해설과 체험을 연계하여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고 숲활동을 스스로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죠. →숲해설가는 몇 명이나 되는지요. -산림청에 의하면 2007년에 95명, 2011년 3039명이었던 숲해설가는 사회적 관심의 증대와 요구에 따라 2017년에는 9540명으로 폭증하였고, 그 외 유아숲지도사는 2401명, 숲길체험지도사는 1053명으로 총 1만 2994명이 산림교육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어떤 계기로 숲해설가가 되었는지요. -평범한 주부였던 20대 후반이었죠. 당시 저는 심한 우울증과 불면증, 대인기피증에 시달렸어요. 그때 큰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요. 이를 계기로 ‘도서관만들기’ 일환으로 아이들에게 책 읽어 주기와 사서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때마침 서울 북부교육청이 자연해설사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고요. 이 교육과정을 이수하면서 아팠던 몸도 다시 건강해지며, 숲을 통해 마음도 치유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큰딸과 교육청의 도움으로 제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거죠. 당시 저는 치유와 키움을 주창했던 ‘도봉시민회’라는 시민사회단체 생활도 하였는데요.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사는지?’, ‘나의 꿈이 뭐지?’ 등 인생의 화두를 품고 살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큰딸이 “엄마는 사는 게 행복해? 엄마는 행복해 보이지 않아. 왜 살아?”라는 질문에 큰 깨달음의 기회를 맞이했죠, 이때 저는 내면의 화를 녹이고 진정으로 치유와 성장을 통해 숲해설가로 새로운 인생을 도전하고 시작하게 되었어요. →숲해설가로서 역점을 두는 것이 있다면요. -저의 20대 후반처럼 지금의 엄마들을 보면 행복하지 않아요. 육아와 교육으로부터 엄마가 중심을 잡고 살아야 해요. 엄마 스스로 자신에게 인생 화두를 던지고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직접 답을 구해야 해요. 아이에게 집중된 시선을 엄마 자신에게 돌려야 해요. 엄마가 행복해지는 것이 아이가 행복해지는 지름길이에요. 그러기 위해선 숲이 단순히 즐기고 느끼는 대상이거나 체험학습장이 아니라 대자연의 숲과 나 자신이 하나가 되고 상생의 공간이라는 깨달음이 필요해요. 요즘은 엄마가 아이들의 일상적 요구를 대신해 주는 육아풍토로 아이들의 실패경험이 없어요. 그래서 아이들 스스로 실패를 두려워하고 시도 자체를 하지 않으려 해요. 아이들에게 실패를 통해 배우고 실패를 스스로 이겨내는 힘을 키워주고 싶어요. 숲에서요. 아이보다는 엄마에 집중하는 교육, 아이들은 실패극복의 교육, 어렵고 힘든 가정의 아이들과 공동육아나 주민들의 자발적 모임이 숲에서 치유와 성장의 기회 제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숲해설가로서 꿈이 있다면요. -‘요람에서 무덤까지’ 숲에서 삶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숲태교, 숲육아, 숲학교, 숲인문학교실, 청장년들은 숲을 즐기고 가꾸고, 숲에서 노년을 맞이하고 죽어서는 숲의 나무에 묻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한 것은 어떤 센터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타나게 될 것에요. 그곳에서 저는 대표가 아닌 교육실장을 하고 싶어요. 항상 숲 현장에서 국민들과 아이들과 함께 살고 싶죠. 그러면 제 인생도 행복하고 완성된다는 즐거운 꿈을 꾸죠. →숲해설가라는 직업적으로는 어떠한가요. -작년에 제가 근무하는 도봉구청 공원녹지과의 허현수 과장님과 동료들이 전국 최초로 여가팀을 신설했죠. 목공, 공원 이용프로그램, 유아숲체험장, 산림치유, 모험놀이터 등 시대의 흐름과 주민의 요구를 반영했어요. 이는 전국 최초의 일이에요. 개인적으로는 대단한 일을 했다고 자부해요. 이러한 도봉구의 모범사례가 전국화되길 바라죠. 현재 대부분의 숲해설가는 1년 미만의 단기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직으로는 한국 사회에서 안정된 직업군으로 자리 잡기 어려워요. 정부와 서울시 등에서 숲 관련 종사자들의 안정적인 고용을 위해 재정적인 지원이 간절한 상황이에요. 물질문명과 개인주의가 중시되어도 자연으로의 회귀와 공동체가 곳곳에서 나서는 요즘, 사회에 꼭 필요한 직업군으로 숲해설가의 처우가 개선되길 바랄 뿐이죠. 김병식 객원기자 kbs@seoul.co.kr
  • 불법 폭력 ‘先 강력대응·後 인권진단’… 경찰, 두 토끼 잡을 수 있나

    광주 집단폭행 대처 논란에 강화키로 전자충격기·수갑 등 장비 적극 활용 공권력 강화와 남용 사이 모순 지적 경찰은 1일 “불법 폭력 행위에 대한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말 ‘광주 집단폭행 사건’ 당시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에 따라 ‘공권력’을 더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집단폭력, 공무집행방해 사건에 대해 전자충격기, 수갑 등 장비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경찰은 이와 동시에 공권력 발동으로 인한 ‘인권 침해’ 우려를 없애고자 ‘인권 진단’ 등 사후 통제 장치도 도입하기로 했다. 보통 경찰이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면 인권 침해가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공권력’과 ‘인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경찰의 계획은 모순적인 측면이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경찰개혁위원회 인권보호분과 위원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광주 집단폭행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엄정하고 단호한 현장 대응이 요구된다는 경찰의 입장에 대해 “광주 사건에서 공권력이 침해당한 것은 아니므로 그 사건을 공권력 강화 계기로 삼는 것은 경찰에 더 개혁이 필요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집단폭력 사태 발생 시 경찰 인력을 대거 투입해 초반에 진압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지침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면서 “국민 여론에 떠밀려 강력 대응에 나서기 전에 경찰관이 현장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이 ‘위해 우려자’에 대해 수갑을 적극 채우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도 오 사무국장은 “비례의 원칙에 따라 공권력이 필요할 때는 강력하게 사용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제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흉기 사용 피의자, 상습 범죄자 등에 대해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구속’을 원칙으로 못박아 놓으면 자칫 공권력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흉기를 들고 있었다 해도 피해를 줄 의도가 없었거나 피해가 크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현장 경찰관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찰의 대응력 강화 방침 발표에 대해 민갑룡 경찰청 차장은 “과거 경찰로 회귀하자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폭력 대응력 강화” vs “인권침해 방지” 경찰, 두 마리 토끼 다 잡을 수 있나

    “폭력 대응력 강화” vs “인권침해 방지” 경찰, 두 마리 토끼 다 잡을 수 있나

    광주 집단폭행 대처 논란에 현장 대응 강화키로 인권 침해 불가피 우려도 경찰은 1일 “불법 폭력 행위에 대한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말 ‘광주 집단폭행 사건’ 당시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에 따라 ‘공권력’을 더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집단폭력, 공무집행방해 사건에 대해 전자충격기, 수갑 등 장비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경찰은 이와 동시에 공권력 발동으로 인한 ‘인권 침해’ 우려를 없애고자 ‘인권 진단’ 등 사후 통제 장치도 도입하기로 했다. 보통 경찰이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면 인권 침해가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공권력’과 ‘인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경찰의 계획은 모순적인 측면이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경찰개혁위원회 인권보호분과 위원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광주 집단폭행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엄정하고 단호한 현장 대응이 요구된다는 경찰의 입장에 대해 “광주 사건에서 공권력이 침해당한 것은 아니므로 그 사건을 공권력 강화 계기로 삼는 것은 경찰에 더 개혁이 필요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집단폭력 사태 발생 시 경찰 인력을 대거 투입해 초반에 진압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지침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면서 “국민 여론에 떠밀려 강력 대응에 나서기 전에 경찰관이 현장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이 ‘위해 우려자’에 대해 수갑을 적극 채우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도 오 사무국장은 “비례의 원칙에 따라 공권력이 필요할 때는 강력하게 사용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제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흉기 사용 피의자, 상습 범죄자 등에 대해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구속’을 원칙으로 못박아 놓으면 자칫 공권력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흉기를 들고 있었다 해도 피해를 줄 의도가 없었거나 피해가 크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현장 경찰관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찰의 대응력 강화 방침 발표에 대해 민갑룡 경찰청 차장은 “과거 경찰로 회귀하자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사설] 소득 양극화 심화, 복지그물망 더 촘촘히 짜라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가계소득동향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북ㆍ미 정상회담 등 외교안보 현안이 긴박한 가운데 문 정부 들어 처음으로 가계소득과 관련, 긴급회의를 열고 이를 직접 챙긴 것은 이례적이다. 정권 출범과 함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펼친 지 1년이 지났는데 소득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통계들이 줄줄이 나오자 직접 이를 확인하고, 대책을 주문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한다. 이번 회의를 두고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없지 않았으나, 정책 전환보다는 미세 조정과 일부 보완책을 집중 논의했다고 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과 관련, “단기적 성과에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규제완화 중심의 투자 위주 성장 정책을 10년간 지속했지만, 실업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한 것이 자명한 마당에 소득주도성장 정책 1년 만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과거의 정책으로 회귀하는 것은 바람직한 해법이 아니다. 다만, 지난 1분기 소득 하위 10% 저소득층의 소득이 15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는 등 소득 양극화가 심화됐고,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이 한몫했다는 것 등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정확한 해법도 나온다. 이 점에서 그제 국회에서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방책이었다. 또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하는 주 52시간 근무에 대해 정부가 보조금 확대 등 지원책을 내놓고, 이에 더해 문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추가 보완책을 주문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미흡하다. 복리후생비 등이 최저임금에 산입되고 주당 52시간 근무는 저소득층의 소득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일자리 창출과 공정한 분배를 강조한 소득주도성장이 오히려 소득 양극화를 가져오는 역설’은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다. 통계청은 지난 1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의 이전소득이 근로소득을 사상 처음으로 넘어선 자료를 내놓았다. 즉 저소득층은 지난 3개월 동안 정부 보조금으로 버텼다는 의미다. 국민을 마냥 기다리게 하지 않으면서 자원을 배분하는 행위가 정치다. 촘촘한 복지그물망이 더없이 긴요한 시점이다.
  • [지금, 이 영화] ‘청년 마르크스’

    [지금, 이 영화] ‘청년 마르크스’

    올해는 카를 마르크스(1818~1883) 탄생 200주년이다. 영화 ‘청년 마르크스’는 이를 기념해 마침맞게 개봉하는 작품인데, 여기에는 마르크스 말고 한 명의 주인공이 더 있다. 바로 프리드리히 엥겔스(1820~1895)다. 두 사람은 평생의 지기였다. 그들은 또한 사상적 동지로서 이른바 ‘마르크스주의’의 초석을 놓았다. 그래서 라울 펙 감독은 영화에서 마르크스(오거스트 딜)만큼이나 엥겔스(스테판 코나스케)를 조명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이런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 작품의 제목을 ‘청년 마르크스·엥겔스의 투쟁기’로 고쳐도 괜찮을 것이다. 한데 이들은 무엇과 싸우는 걸까? 둘의 공동 저작 ‘공산당 선언’(1848)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우리가 없애려는 것은 노동자가 자본을 증식시키기 위해서만 살고, 지배 계급의 이익이 필요로 하는 범주에서만 생존을 허락받는 노동의 비참한 성격이다.” 이때 마르크스는 30세, 엥겔스는 28세였다. 그야말로 청년이던 시절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자본(가)에 의해 착취당했던 노동(자)의 변혁을 꿈꿨다. 그것은 마르크스·엥겔스가 주장하는 바,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사회의 역사가 계급투쟁의 역사”라는 점에서 그렇다. 어떤 사람은 소련 해체 등 현실 사회주의가 붕괴한 오늘날 무슨 철 지난 계급을 운운하느냐고 힐난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당신도 정말 그런 입장인가?이쯤에서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한 인물을 소개하고 싶다. 2010년대 한국에 사는 젊은 여성이다. 그녀는 자신이 폭력적인 소음으로부터 차단될 권리를 비롯해 남들에게 시달리지 않을 권리를 당연히 갖고 있음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그녀는 생각한다. “그걸 확실하게 실현하려면 돈을 가지고 있어서 돈으로 그 권리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하는 거야. 그렇게 할 수 있는 인간이라야 비로소 그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계급인 거야. 그런데 나는 그게 아니지. 나는 지금 그게 아니고 아마 죽을 때까지도 그게 아니다. 나는 그래 그거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계급…”(황정은 단편소설 ‘누가’) 이래도 지금 이 시대에 마르크스·엥겔스 어쩌고저쩌고한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여러 형태의 노동 착취에 뿌리를 둔 계급 갈등은 안팎으로 여전히 심하다. 이 같은 상황이므로 청년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투쟁기를 담은 영화를 보는 것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것은 과거 공산주의로의 회귀, 혹은 북한 체제의 찬양과는 아무 상관없다. 핵심은 마르크스·엥겔스 학설을 교조적으로 떠받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 경제 구조의 불의를 과학적으로 타파하려 한 마르크스·엥겔스의 사유를 재전유하는 데 있다. 이론적 실천과 실천적 이론에 바탕을 둔 다음 걸음을 잘 내딛어야 한다. 그래야 몫 없는 자들의 몫, 즉 빼앗긴 우리의 몫을 되찾는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문화마당] 저마다의 이야기/김소연 시인

    [문화마당] 저마다의 이야기/김소연 시인

    걷다가 발목을 접질려 난생처음 깁스를 하고 지낸다. 만나는 사람들은 자신이 깁스를 했거나 사고를 당했던 경험담을 나에게 들려준다. 그 사람에게 그렇게 힘든 시간이 있었는지 나는 전혀 알지 못했거나 이야기를 듣다가 비로소 기억이 나서 ‘아 맞다’ 하고 맞장구를 치게 된다. 어쨌든 깁스를 한 적이 있었던 사람이 그래 본 적 없는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친절하다.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이미 말짱하게 다 나았기에 무슨 무용담처럼 지난 이야기를 명랑하게 하고 있는 그이지만, 그때 그가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나는 뒤늦게 제대로 실감한다. 그 시간을 조용히 버텼다는 것만으로도 그에게 존경심이 생긴다.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사람들을 길에서 마주친다면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로 그들을 대할 것 같다. 누군가의 오래된 불행과 뒤늦게 조우하여 뒤늦은 교감을 하는 데에는 당연히 나의 사소한 불행이 큰 몫을 한다. 이 이해의 시간. 전혀 예상해 본 적 없는 소중한 경험의 시간이다. 얼마 전 일본 오키나와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옆자리에 앉은 두 사람 덕분에 특별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맑은 하늘과 맑은 바다가 창 바깥으로 내다뵈는 민박집에서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나는 그곳에 가는 중이었고, 그들은 성지를 찾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들이 말하는 성지는 게임 속 캐릭터가 태어난 장소였다. 가방 속에 밀짚모자를 쓴 귀여운 캐릭터 인형을 꺼내어 창문 위에 세워 두고 구름 위를 날아가는 장면을 사진에 담았다. 두 사람의 휴대전화 앨범에는 그 캐릭터와 관련된 이미지들이 가득했다. 사진을 하나하나 보여 주며 그 캐릭터에 대해 호기심을 표하는 낯선 나에게 조목조목 상황을 알려주었다. 그 이후로, 현실계의 인물과 게임 속 인물의 경계를 지워가며 좋아하는 대상을 좋아하는 방식에 대하여 자주 생각하고는 한다. 그들에겐 뜻깊은 교감을 누리게 해주는 현실계 바깥에 대하여 상상하고는 한다. 그들의 여행 목적과 그들의 기쁨에 대해서도 상상한다. 완전히 다른 목적으로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사람. 그들이 심취해 있는 그 게임에 대해서도 당연히 관심이 생겼고, 그 세계를 나도 알게 되었다.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고 나자, 만나는 사람들 저마다 북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정지용이나 백석 같은 월북작가들 이야기는 물론이고, 예전에 금강산이나 평양을 다녀왔던 경험담들도 당연하고, 하다못해 냉면 같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까지. 20세기 대학시절로 회귀한 듯한 느낌이었다. 늘 알고 지냈을 뿐만 아니라 경험했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꽤나 시시콜콜하게 나누던 사이였는데도, 평양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는 건 그에게 처음 들어본 이야기였다. 이북이 고향인 어머니도 십여 년 만에 고향 이야기를 꺼내셨다. 예전에 들어본 적 있던 엄마의 고향은 돌아갈 수 없는 곳에 대한 회한의 장소였는데, 이번에 듣게 된 고향 이야기는 실재하는 장소였고 훨씬 가까운 거리로 체감되는 장소였다. 저마다의 이야기에는 기대감 같은 게 잔뜩 묻어나왔다. 언젠가부터 이런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던 까닭은 무엇일까. 무관심 때문이었을까. 집단적으로 무관심했기 때문에 유독 관심이 있더라도 대화로 꺼내 말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하나의 경험을 새로이 공유한다는 것. 그것은 최소한 새로운 대화를 하게 되는 것이었다. 새로운 대화는 기대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삶을 자연스럽게 기대하는 것이었다.
  • 폼페이오가 김정은에게 귀띔한 트럼프의 ‘새로운 대안’은?

    폼페이오가 김정은에게 귀띔한 트럼프의 ‘새로운 대안’은?

    조선중앙TV 김 위원장-폼페이오 회동 영상 공개폐기·중단 대상 범위 조정 가능성…CVID로 회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받은 뒤 ‘새로운 대안’을 높이 평가했다고 북한 매체가 보도하면서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새로운 대안’이라는 표현은 조선중앙TV가 10일 김 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전날 회동 내용을 담은 약 7분 분량의 영상을 방영하면서 공개됐다. 중앙TV는 “최고 영도자(김정은) 동지께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해 들으시고 대통령이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조미(북미) 수뇌상봉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시고 사의를 표하셨다”고 전했다. 우선 미국의 오랜 대북정책 기조의 앵글에서 보면 ‘새로운 대안’은 비핵화의 조건으로 북한이 요구하는 적대시 정책 철회와 안보위협 제거 등과 관련된 내용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기 전인 지난 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중국 다롄(大連)에서 회담할때 “관련 부문들이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과 안전 위협을 제거하기만 하면 북한 측은 핵을 보유할 필요가 없고 비핵화는 실현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즉, 적대시 정책과 자신들의 체제 안전에 대한 위협 제거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만족할 메시지를 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신저 폼페이오 장관의 지난 9일 발언에 눈길이 쏠린다. 그는 평양에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만났을 때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적국이었다”면서 “이제 우리는 이런 갈등을 해결하고, 세계를 향한 위협을 치워버리며, 북한 국민이 받을 자격이 있는 모든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의 이 발언은 결국 비핵화의 상응조치로 북미관계를 정상화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함으로써 북미 적대 관계에 마침표를 찍자는 의미로까지 해석될 수 있었다.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10일 오전 보도하면서 북미정상회담사실을 최초로 자국민들에게 알렸다는 점도 트럼프의 적대관계 청산 메시지에 김 위원장이 화답한 것일 수 있다. 북미 간에 최근 입장차를 드러낸 비핵화의 범위 및 방법론에 대한 ‘새로운 대안’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우선 북미정상회담에서 다룰 ‘폐기’ 또는 ‘중단’의 대상을 핵무기 및 핵물질과 핵프로그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도로 압축하는데 미측이 동의한 것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미국 요인들 사이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라는 전통적인 북핵 해결 목표 대신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대량파괴무기(WMD) 폐기’(PVID)라는 표현이 사용되면서 미국 정부가 폐기 대상의 범위를 핵무기에서 생·화학무기와 모든 종류의 탄도 미사일까지로 확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이 8일 평양행 비행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CVID’를 다시 거론함으로써 폐기 범위와 관련한 미국의 입장이 현실적 접근 쪽으로 돌아선 것일 수 있다는 추측도 제기됐다. 또 김 위원장이 최근 두 차례 방중 때 거론한 ‘단계적·동시적 해법’과 관련, 미국이 북한이 수용할만한 ‘절충안’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존재한다.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10일 “일괄타결을 주장하던 미국이 단계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해법을 인정했거나, 제재해제의 시기를 기존 입장에서보다 유연하게 가져가는 제안을 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미국과 북한 간의 이견, 즉, 단계를 나눌 것인가, 최종 비핵화 시기는 언제로 할 것인가, 제재는 언제 해제할 것인가 등 쟁점 중에서 어느 부분을 미국이 일부 양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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