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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黨 충청권 민심잡기]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선거대책위원장은 7일 자신의 선거구인 논산·금산을 중심으로 충청권 표밭갈이에 나선데 이어 경기권에서도 선거지원 활동을 벌였다. 이위원장은 이날 오전 금산 연락사무소 현판식에 참석,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제기한 색깔 공세와 관련,“이념 논쟁은 부질없는 것”이라면서 “이데올로기 시대는 가고 중국과 러시아도 국민의 정부가 추진중인 포용정책을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위원장은 김명예총재의 찬탁 관련 발언에 대해 “이제 과거로 회귀하기보다는 우리 모두 꿈과 비전을 가져야할 때가 아니냐”고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이위원장은 이어 경기도 평택을(위원장 鄭長善)·인천 서·강화갑(趙漢天)·남구을(李康熙)등 지구당 개편대회에 잇따라 참석,“선거철이 다가오자 또지역감정을 선동하는 잠꼬대같은 소리가 들린다”며 한나라당과 자민련을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지역감정을 몰아내지 않는한 이 시대에는 경기도와 강원도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21세기에는 북한 출신이건 해외동포의아들이건 이 나라를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는 전국정당을 만들어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위원장은 특히 한나라당을 겨냥,“국민의 정부가 IMF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한 지난 2년동안 의석을 가장 많이 확보한 한나라당은 건설적인 비판대신개혁법안 발목잡기,방탄국회 열기,지역감정 선동 등에만 여념이 없었다”면서 “이런 당이 또다시 제 1당이 된다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평택 주현진기자 jhj@ . *한나라. 충청권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지난달 28일 충북 충주(위원장 韓昌熙),지난 5일 충남 예산(위원장 崔昇佑) 지구당대회에 참석한 데 이어 7일에는 제천·단양(위원장 嚴泰永),청주 상당(위원장 韓大洙)·청주 흥덕(위원장 尹景湜) 등 충북지역 3개 지구당 대회에 잇따라 참석,바람몰이를 계속했다. 충북지역은 한나라당이 ‘전략 지역’으로 평가하는 곳이다.전체 7개 선거구 중 3∼4곳에서 겨루어 볼만하다는 판단때문이다.여기에는 자민련과 민주당간 자존심을 건 싸움에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 총재는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와 이 지역의 새로운 ‘맹주’를노리는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선거대책위원장에게 공세의 초점을 맞췄다. 이 총재는 “총선이 끝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중심으로 내각제 개헌세력과 대통령제 호헌 세력간에 정계개편이 있을 것”이라며 “이것이 중요한 쟁점”이라고 정계개편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도 지역감정의 망령을 완전히 청산하지 못할 것이라는우려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불행히도 지역감정에만 호소해 개인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해보려는 사람들이 모인 정당들이 출현하고 있다”고 민국당을 겨냥했다.그러면서 “우리 국민은 지역 감정으로 정치생명을 이어가려는정파나 정당에 이용당하지 말아야 한다”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부각시키려고애썼다. 이 총재는 또 “충청인들도 위장 야당에 속지말고 실질적 유일 야당인 한나라당에 압도적인 표를 몰아달라”고 호소했다. 오풍연기자 poongynn@.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가 ‘안방지키기’에 다시 나섰다.7일 충남 천안갑(위원장 鄭一永),보령·서천(위원장 李肯珪)지구당 개편대회를 잇따라참석했다.8일 충북 보은·옥천·영동,10일 충남 아산,당진,서산·태안 등 ‘텃밭훑기’는 계속된다.이날 두번째 대회가 열린 대천실내체육관은 지난해 6월 김용환(金龍煥)당시 수석부총재가 개인후원회를 열던 곳.자민련의 내각제출정식이나 다름없던 행사였다.단상의 소속의원이나 당직자들 대부분은 ‘그때 그 얼굴들’이다.하지만 이날은 적(敵)으로 돌아선 한국신당 김용환 중앙집행위 의장의 낙선을 위해 총동원됐다. 김명예총재의 지원연설은 거의가 ‘내각제’에 집중됐다.최측근이던 김의장이 내각제 연기로 인해 딴살림을 차리고 나간 것을 의식해서다.먼저 “역대대통령은 모두 불행했다”며 내각제 대세론을 폈다.내각제 연기에 대해서는“16대 총선이 끝난 뒤 내각제를 추진하겠다는 다짐을 받았다”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연기배경을 소개했다.이어 “그러나 민주당은 내각제를 계속추진하겠다는 것을 빼버렸고 김대통령은 대통령이 될 사람을 당내 경선으로 뽑겠다고 했다”면서 “이는 완전히 내각제를 안하겠다는 의사표시”라고비난했다.그리고는 “선거 다음에도 공조하지 않을 것이며 내각제는 계속추진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JP는 행사 뒤 대천역 앞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악수공세를 폈다.이긍규총무와맞붙은 김용환의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자민련 공천에서 탈락한 이상만(李相晩)의원 입당식에서 “50년이 지난 지금에 무슨 찬탁·반탁이냐”고 JP를쏘아붙였다. 보령 박대출기자 dcpark@.
  • [흔들리는 무역흑자](상)실태

    지난 2일 주가가 사상 최대폭으로 폭등하자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2월 무역수지가 예상외의 큰 폭 흑자를 기록한 데 대한 국민적 신뢰가 반영된 게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의 이같은 무역수지에 대한 ‘막연한’ 낙관론은 시기상조라는 게 민간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국제원유가의 고공행진이 장기화하고 원화 강세와 엔화약세의 동반현상이 지속되면서 수출입 모두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기 때문이다.설상가상으로 경기회복에 따른 자본재·소비재 수입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수입급증의 주범 고유가 이인호(李仁鎬)무역협회 동향분석과장은 “무역수지에 가장 큰 문제는 예측하기 힘든 수입 급증세”라고 말했다.실제로 지난달 수입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57.5%나 증가했다. 수입급증은 유가상승 탓이 크다.서부텍사스산(WTI) 원유가가 지난 2,3일 이틀간 배럴당 31달러선을 넘어섰다. □자본재·소비재 수입도 폭증 경기회복에 따라 자본재와 자동차·가전을 중심으로 한 소비재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지난 1,2월 자본재 수입은지난해동기 대비 각각 45.4%,43.9%가 늘었고 소비재도 38.9%,30.7% 증가했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특히 국내 인프라를 구축중인 정보통신 관련 자본재수입이 폭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향후 몇년 동안 무역수지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출업체는 원고 ‘비상’ 무역협회 관계자는 “유가가 오르더라도 주요수출경쟁국인 일본도 같은 부담을 안게 돼 수출업체들은 유가보다 환율 움직임에 더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달러 환율은 3일 현재 1,122.70원으로 철강과 섬유 선박 등은 이미 수출 손익분기점의 마지노선 아래로 주저앉았고 자동차 등 다른 주요 수출업종도 크게 위협받고 있다.특히 원·엔 환율이 3일 현재 10.4대1로 대일경쟁력의 마지노선인 10대1에 육박하고 있다.여기에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원·엔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스런 전망도 나온다. 김환용기자 dragonk@. * 무역통계 신빙성 도마위로. 2월 막판 밀어내기 수출에 의한 무역수지 흑자를 계기로 무역통계에 대한신빙성이 도마에 올랐다. 통계자체는 수출입 실적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그러나 당국의 의지와수출업체의 기술적 조절에 따라 얼마든지 좌지우지할 수 있음이 이번에 드러났다. 산자부가 발표한 2월중 무역수지 흑자 8억200만달러는 관세청이 집계하는것으로 수출품이 세관을 통과한 수치다.수출품이 국내 세관을 빠져나가 보세구역에 보관된 것까지도 포함돼 있다.반면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경상수지는수출품이 수입국이나 수입업자에게 인도된 시점에서 집계한 통계치다.이 때문에 통관기준 무역통계는 막판 밀어내기 수출에 의해 적자를 흑자로 바꿀수 있는 여지를 낳고 있다. 실제로 2월중 무역수지는 지난달 17일 14억7,100만달러의 적자를 정점으로22일 13억7,000만달러,25일 8억7,400만달러의 적자를 계속,2월중 적자행진이불가피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막판 3일간 30억달러 이상을 수출한 데 힘입어 무역수지는 돌연 흑자로 돌아섰다.특히 지난달 28∼29일의 수출은 각각10억 달러와 13억달러를 넘어선 대신 수입은 4억달러 안팎에 그쳐 흑자 전환에 기여했다.여기서 수입액도 통관절차를 지연하면 얼마든지 축소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결국 통관기준 무역통계는 조작은 불가능하더라도 행정력이 개입할 수 있는 허점을 지니고 있다. 박선화기자 psh@ * 전문가 진단. ◆ 나도성(羅道成) 산업자원부 무역정책과장. 무역수지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수입이 고유가,경기상승에 따른 유발수입 증가로 수출보다 더 높은 50% 이상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때문이다. 올해 우리 무역수지의 관건은 환율과 국제유가에 달려있다.특히 원·엔 환율이 10대1이하로 떨어질 경우엔 올 흑자목표 120억달러 달성에 큰 어려움이예상된다. 그러나 유가의 경우 앞으로 비수기에 따른 수요감소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움직임 등으로 인해 20∼25달러선에서 안정될 것이다.정부는 해외증권 투자펀드 설치 등을 통해 환율 안정을 도모하고 물류비 등 수출부대비용 감축 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 황인성(黃仁星)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국제유가가 배럴당 31달러(서부텍사스산 원유)를 넘어서고 엔화 불안등 대외여건이 악화돼 흑자규모가 예상보다 줄어들 전망이다.흑자 축소의 원인이수출둔화가 아니라 수입급증에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같다.또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흑자가 투자급랭 등 경제내 역동성의 상실로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흑자 축소는 경제가 정상적인 상황으로 회귀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우려되는 점은 흑자축소를 경제불안으로 연결하는 불안심리다.정부는 외환보유고를 확충해 불안심리가 자본시장 등 경제에 파급되는 ‘자기실현' 효과를 차단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 유인열(柳仁烈) 무역협회 무역조사부 이사. 연초의 무역수지가 지속적인 축소추세에 있으나 위기상황은 아니다.원래 연초에는 계절적인 이유로 수출이 상대적으로 적어 무역수지가 낮게 나타나는게 보통이며 특히 올해는 유가상승이라는 특수요인이 작용했다. 자본재 수입증가율이 상당히 높지만 이는 지난 2년동안 중단되다시피했던설비투자가 회복되기 때문이며 단기적으로는 무역수지에 부담을 주나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강화로 수출을 증대시킨다.이처럼 단기적으로는 수입증가가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수출증가가 필요하다.무역업계는 원화환율이 더이상 하락하지 않도록 해줄 것을 기대한다.
  • ‘한국판 에어로플렉스’ 1호 누구

    한국판 에어로플렉스는 어떤 종목이 될 것인가.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의 통신장비제조업체인 에어로플렉스가 뉴욕거래소에서 나스닥으로 소속변경을 선언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이같은 사례가 나타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뿐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형님격인 거래소에서 동생뻘인 코스닥으로적을 옮긴 종목은 아직 한 개도 없다.지난해말 코스닥이 활황세를 보이자 메디슨 등 일부 기업이 거래소에서 코스닥으로 회귀할 것이란 소문이 한동안나돌았을 뿐이다.이때 메디슨은 며칠 동안 상한가를 쳤다. 그런데 이제 소문으로만 그치지 않을 공산이 커졌다.최근 코스닥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거래소를 추월하면서 무게중심이 코스닥으로 급격히 옮겨지고있기 때문이다. 기술력과 성장성은 비슷한데도 단지 거래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코스닥과 크게 벌어진 거래소 종목들은 이제 인내심이 한계에도달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떤 종목들이 ‘이적 1순위’가 될까.대우증권은 21일 보고서를통해 “정보통신이나 인터넷 솔루션 등 성장성이 있는 업종이어야 하며,코스닥의 동종업종에 비해 주가가 상당히 저평가돼있는 종목이 소속변경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대우증권은 이같은 종목으로 반도체장비 분야의 케이씨텍을 꼽았으며 PBC업체로는 코리아써키트와 대덕전자를 들었다.이어 콘덴서 분야의 삼영전자,시스템통합(SI)의 콤텍시스템,위성방송수신의 대륭정밀,정보통신 단말기 분야의 팬택을 꼽았다. 대우증권 박진곤 과장은 “이들 종목은 코스닥의 동종업종에 비해 매출이나순익, 성장성 등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데도 거래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있다”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 [새 영화] 철도원

    일본 홋카이도의 눈 덮인 시골마을.곧 폐선(廢線)될 종착역 호로마이를 지켜온 역장 오토마쓰.그는 어린 외동딸의 죽음에도,아내가 위독하다는 소식에도 아랑곳않고 기차를 맞고 보내며 45년간 역을 지켰다.폐선과 함께 정년을 앞둔 그의 가슴엔 여전히 식지 않은 철도원의 사명감과 무심하게 떠나보낸 처자에 대한 회한이 교차한다.정초 어느날 그에게 기적처럼 죽은 딸이 환영(幻影)으로 찾아온다.다음날 그는 눈 쌓인 플랫폼에서 철도원의 삶을 마감하지만,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던 어린 딸의 환영은 그의 전생애를 위로하는 복음이 됐다. 일본 문단의 이야기꾼 아사다 지로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철도원’(감독 후루하타 야스오,4일 개봉)의 대체적인 윤곽이다.지난해 6월 일본에서 개봉돼 450만명의 관객을 끌어 모은 이 영화는 한폭의 풍경화같은 영상과 동화같은 이야기가 서늘한 감동으로 다가온다.‘철도원’은 일본을 일으켜 세운 근대화의 주역인 ‘아버지’에게 바치는 알뜰한 헌사다. 그러나 이 영화를 그저 훈훈한 인간드라마로만 보기에는 내키지 않는 구석이 있다.그런 양가적(兩價的)인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그것은 바로 영화 밑바닥에 흐르는 ‘음험한’복고주의 기운 때문이다.일본의 근대 식민사업의 전초기지던 홋카이도를 달리는 증기기관차,죽은 딸을 싣고 오는 기차를 향해 빨간 깃발을 흔들며 “신호 양호”를 외치는 주인공 오토마쓰(다카쿠라 켄)….이런데 생각이 미치면 왠지 ‘딴 생각’이 난다.전체주의 혹은 군국주의로의 회귀는 아닐까. 이마무라 쇼헤이의 ‘나라야마 부시코’에서 이미 확인했듯 ‘철도원’에서도 하나의 소재를 검질기게 파고드는 일본 영화 특유의 기질이 엿보인다.그것이야말로 일본 영화의 힘이요 우리가 배워야할 미덕이다. 김종면기자
  • [기고] 직장의보료에 대한 이해와 오해

    의료보험료를 두고 또다시 말들이 많다.올 7월부터 직장근로자 중 일부에서보험료가 큰 폭으로 오른다는 것이다. 무엇을 인상해서 좋은 소리를 듣기는어렵다.이번에도 ‘근로자만 봉이냐’는 불만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그러나 보험료 인상이 인기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번에는 좀 너무한 것이아닌가 싶다.우선 지적할 것은 이번의 보험료 변동은 ‘근로자만 봉’이라는논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다. 보험료 말만 나오면 근로자와 자영소득자의 소득파악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사실이다.또 자영자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해 능력에 맞는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과제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에 예고된 보험료의 변동은 직장근로자끼리의 조정이다.전체 보험료 수입을 놓고 새롭게 직장근로자들의 부담 정도를 그 안에서 조정한 것이다.단순히 말하면 직장의보의 전체 보험료 수입은 늘지 않고 나누는 방식만 바뀌는 것이다.또하나,보험료 변동 자체에 관한 사실이 잘못 알려져 있다.보험료 인상만 잔뜩 부각되고 인하는 온데간데 없다.실제 보험료가 오르는사람보다 내리는 사람이 많다.43.4%의 근로자는 보험료가 올라가지만,그보다많은 56.6%는 보험료가 내려가게 돼있다. 인상과 인하폭이야 다르겠지만 새제도에 의해 혜택을 보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보험료 인상에 대한 반대와 불만을 피하는 방법은 간단하다.어떤 수단을 통해서건 모두의 보험료가 인하되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그러나 이것이 비현실적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안다.의료보험은 원칙적으로 보험료 수입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제도다.보험가입자 전체가 서로 나누어 부담할 수밖에없다. 문제는 부담능력에 맞춰 공평하게 보험료를 내느냐 하는 것이다.사실은 새로운 방식이 아니라 그동안의 방식이 공평하지 못했다.직장을 보험료수준만 보고 선택하지 않은 다음에야,같은 수입인데 직장에 따라 보험료가최고 4배나 차이 나는 것은 분명 문명한 제도는 못된다.새로운 직장의보 보험료체계는 이걸 바꾸자는 것이다.그동안 능력에 비해서 보험료를 덜 부담하던 직장근로자가 새로운 제도 변화의 방향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이번 조치는 분명히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능력있는,보수가 높은 근로자들이 그렇지 못한 근로자보다 더 부담하도록 하는것이 기본적인 방향인 것이다.물론 문제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형평성도 좋지만 갑자기 보험료가 많이 오르는 것은 개인에게도 고통이다.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경과조치를 마련해둔 만큼,전혀 무심한 정책과오라고 하긴 어려울 것이다. 소위 좋은 직장에 다니는 직장인 사이에서는 이제 의료보험은 옛날이 좋았다는 과거회귀의 풍조가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우리 직장끼리,우리 그룹끼리 의료보험을 해결하던 과거 말이다.그러나 그건 의료보장 원칙이 아니다. 의료보험은 개인의 저축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이 서로 돕는 사회적 연대를 기초로 한 ‘사회보장’이기 때문이다. 의료보험은 취약한 우리나라 사회안전망의 최후 보루요,현대판 품앗이,두레이다.좀더 능력있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도와주는,그래서 우리 사회가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살 만한사회란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제도가 의료보험인 것이다.이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경제적 능력에 상응하는 보험료 부담이다.보험료 인상에 대한 불만을 가진 대기업의 근로자들은의료보험을 내가 내것을 찾아쓰는 개인의 저축이 아니라,우리가 같이 부담해서 사회구성원 전체가 나눠쓰는 사회적 연대와 통합의 귀중한 장치로 이해해주기 부탁드린다. 김창엽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
  • 종교다원화 시대 종교정책

    앞으로 우리 정부의 종교정책은 종교다원 현상의 확대가 지닌 사회적 의미를 인식한 뒤 결정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최근 한국문화정책개발원(원장 이종석)이 문화관광부의 용역으로 발표한 ‘해외각국의 종교현황과 제도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세기의 세계 종교다원 상황이 가장 실감나게 드러난 국가인 것으로 조사됐다. 종교다원현상이란 한나라 혹은 한 문화권 내에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것으로 19세기 특정지역이나 국가에 특정종교가 지배하거나 특정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자신의 종교만을 종교로 이해했던 상황에 반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자수에 있어서 국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종교가 없고,종교인구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종교도 없다.95년 인구조사에서 기독교(개신교·천주교)와 불교 등 두 종교가 전체인구의 49.8%,종교인구의 97.4%에달했지만 유교 인구가 조사되지 못했고 개신교와 천주교가 사실상 다른 종교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의 종교다원화 현상은 두드러진다고 볼수 있다. 따라서 보고서는 앞으로 정부가 더이상 종교를 통해 국민적 일체감이나 국가적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종교정책의 기조가 종교를 통한 사회통합이 아니라 종교로 인한 사회통합의 저해요인을 없애는 것이 돼야 한다는 의미이다. 다음으로는 종교에 대한 교육적 차원의 관심이 정책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올바른 종교생활과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여러 종교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이를 위해선 종교에 대한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고 적절하다는 것이다.특히 종교가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세계의 여러 문화가 우리문화에서 더욱 빠르고 깊게 전이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객관적이고 공정한 종교교육이 강조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전통적인 종교를 고수하려는 세력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장하고 있다.기존 종교들의 보수적이고 회귀적인 운동은 민족주의나 인종주의,지역할거주의 등 다양한 정치적 이데올르기와 결합할 때 폭력적인 사태로 발전할수 있다는 것이다.이른바 이슬람 근본주의나 힌두교 원리주의자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정갑영(46) 연구실장은 “정교(政敎)의 분리가 국가와종교의 관계로 정착되고 있는 세계의 현실에서 종교 다원상황은 더욱 확대될것”이라며 “국민들의 올바른 종교생활을 위한 정부의 정책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장미화가’ 심명보씨 귀국전

    “장미,오오 순수한 모순이여…”라고 읊은 건 독일 시인 릴케다.순수한 모순이란 말이 암시하듯 릴케에게 있어 장미는 곧 신비한 삶의 중심을 상징한다.릴케의 시에서처럼 ‘순수한 모순’인 장미만을 평생 화두로 부여안고 그림을 그려온 사람이 있다.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트갤러리에서 귀국전(23일까지)을 열고 있는 서양화가 심명보씨(60).‘장미화가’로 불리는 그의 장미예찬은 사뭇 정열적이다. “군락을 지었을 땐 모든 꽃이 아름답습니다.하지만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달라지죠.장미는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그 자체가 사랑입니다.그 안에는아름다운 누드의 선(線)이 다 들어 있어요” 그에게 장미는 사랑의 훈김을내뿜는 ‘에로스의 정원’이자 영원한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다. 심씨는 80년대 후반 미국으로 건너간 뒤 장미에 매료돼 지금껏 장미만 그려오고 있다.뉴욕에 머물며 창작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그의 이번 개인전은 31번째.2,000송이의 장미꽃을 담은 길이 5m 40cm,높이 2m 35cm의 대작 ‘새 천년의 열정’을 포함해 30여점이 나와 있다.작가는 이 장미그림을 지난 1년동안 거대한 캔버스에 일기처럼 숫자를 기록해가면서 그렸다.“우주의 질서 속에 출렁거리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생명체의 교감을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장미 2,000송이가 모두 크기와 색깔이 달라요.많은 사람들이 보고 삶의 기쁨을 얻었으면 합니다” 현대 미술이 한없이 추상으로 흘러가 일반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이를 회복하는 길은 자연회귀 뿐이라는 게 작가의 견해.“자연의 일부로서의 장미를 앞으로도 계속 그려나갈 것입니다.장미가 거느리는 이미지는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하지요.그림의 대상으로 그만한 소재가 어디 있겠어요” 그는 뉴욕에 장미작품을 전시하는 개인박물관을 열겠다는 야심찬계획도 갖고 있다. 김종면기자
  • 대한매일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II)고봉준

    [4]백무산의 언어는 ‘갈라섬’의 단성성에서 ‘배려’의 다성성으로,‘변혁’의 근대성에서 ‘생성’의 탈근대성으로 횡단하고 있다.이는 곧 그의 사유가 ‘외부적’사유에서‘내재적’사유로 변모하고 있음을 증거한다.‘길은 광야의 것이다’는‘생성’이라는 내부적 사유를 근간으로 하는‘출렁거림의 언어’세계이다.여기서 생성이란 노자(老子)적 의미에서 현(玄),‘상도(常道)의 세계’이다. 그 세계는 물질이 아직 어떤 형태를 부여받지 않은 미분화와 원질료의 세계이며,따라서 그것은 무수한 가능성으로서의 불교적 공(空)관념과도 유사하다.이 출렁거림의 언어 속에서 우리는 탈근대의 한 지평을 목격한다. 이것은 씨앗이 아니라/작은 구멍이다//이 텅 빈 구멍 하나에서/어느날 빅뱅이 시작된다-‘풀씨 하나’부분내 생애도 무너지고/세상도 온통 균열이 지는 통에/그 쬐그만 냉이꽃 한송이가/아주 쬐그만 것이 그 무심한 것이/바람도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그 쬐그만 것이’부분봄날 졸음보다 작은 힘이/꽃잎 떨어져 휘어진 물결보다 작은 것들이/어깨선굽은 그 작은 곡선보다 미세한 굴곡이-‘거대한 것인줄 알지만’부분‘생명’이란 거대한 그 무엇이 아니라 ‘텅 빈 구멍’‘쬐그만 것’‘작은힘’‘작은 것’‘미세한 굴곡’처럼 본질적으로 작고 사소한 것이다.이때생명이란 그 자체가 근원적인 에너지이자 일종의 ‘내재성의 장’이다.여기서 내재성의 장이란 근대적 사유가 만들어 놓은 제동과 관성으로서의 구조적 배치를 넘어선 ‘생성’의 차원을 의미한다.생성의 사유란 이처럼 근대적거대 질서에 대한 탈전체화와 연결되어 있다. 생성이란 일종의 현동체(생명)이다.그것은 비역사적이고 단일한 상수(常數)가 아니라 그 자체가 특정한 운동과 변화에 대한 경험에서 역사적·문화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결과이다.반면 근대 자본주의,특히 근대적 사유에서물질의 흐름은 생명체 본연의 역동적인 성질이기보다는 그것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힘에 순응하는 질서이다.그러나 생성의 세계는 이러한 근대의 시·공간을 벗어난다.근대적 욕망의 배치가 모두 해체된 생성적 시·공간이 바로‘모태’와 ‘광야’이다.자본주의로 표상되는 근대적 시간관이 노동을 단순한 교환가치의 매개로 전유하는 미분적 시간이라면,생성의 시간이란 적분의시간이다.또한 생성의 공간으로서의 ‘광야’란 ‘슬픔’‘공포’‘상실’등의 감정이 틈입하지 못하는,아직 감정이 생겨나지도 않은 유동적 자유활동의 장이다.그곳에서 생성은 삶과 죽음을 초월하여 다만 에테르처럼 ‘출렁거림’으로써 역동적으로 존재한다.‘출렁거림’이란 곧 물질을 명사와 형용사가 아닌 동사의 차원에서 파악하려는 인식의 산물이다. 생성으로서의 “생명이란 물질이 기울어진 것”처럼 일정한 틀 속에서 주형(鑄型)되지 않으며,또한 “누가 최초의 불꽃인지/누가 중심인지/알 수 없다/알 필요도 없다/중심은 처음부터 무수하다”처럼 중심을 갖지도 않는다.꽃은 피었다 지고/지고 또 피는 것이 아니라//같은 눈 같은 가지에 다시 피는 꽃은 없다 언제나 새 가지 새 눈에 꼭 한번만 핀다네-‘꽃은 단 한번만 핀다’부분또한 생성이란 근본적으로 차이와 반복의 영원회귀적인 운동이다.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카오스의세계도,또한 코스모스의 세계도 아니다.오히려 그것은 그러한 미분화의 이전 상태라는 점에서 카오스모스의 세계다.인용시에서 ‘꽃’이라는 생명체는 ‘피고-지는’반복적 운동과 ‘꼭 한번만 피’는 차이의 운동을 동시에 현존시킨다.이처럼 생성의 사유는 사물을 존재(being)의 그물에 구속시키지 않고 힘과 강도라는 사건의 차원에서 이해한다.따라서 생성의 사유란 곧 ‘생명’을 무한생성의 운동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며,나아가 현존하는 것의 긍정적 이해 위에서 동시에 그것의 부정…생성·소멸하는어떠한 변화도 역동적인 운동의 흐름 속에서 파악하는 사유이다. 백무산의 시는 생성의 사유를 통해 근대의 울타리를 넘어선다.이때 그러한사유는 차이와 반복을 가능하게 하는 근원적인 ‘내재적 장’으로서 ‘허공’을 필요로 한다.이 지점에서 백무산의 시는 불교적 사유와 마주친다.시집전편에 걸쳐 ‘허공’‘비움’‘구멍’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나타나는 허공의 이미지는 불교적 공(空)개념과 유사하다.또한 그것은 우주의 생성과 팽창을 가능하게하는 근원적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스토아적인 우주론과도맥락을 같이 한다. 근대적 사유가 ‘권력’이라는 ‘중심’의 논리라면 ‘허공’을 중심으로 하는 생성의 사유는 공(空)과 만(滿)이 각각의 잠재태라는 깨달음을 근간으로한다.따라서 허공이란,꽃이 “마침내 자신의 몸 하나/마저 비워버”릴 때에야 개화할 수 있듯이 본질적으로 만(滿)의 새로운 가능성이다. 앞서간 이들은 저만큼에서 돌아오고 지배에서 벗어날 권력에의 의지를 외쳤으나 권력 지향의 사욕으로 물들고 꿈꾸는 것은 더 이상 해방이 아니라 사유물에 대한 관심이었다…모든 영감은 허공에서 일어난다 눈길 한번에 저 고해의 쓰라린 가슴들이 허공중에 환히 밝아지고 허공만이 창조의 모태이나 이를 억압하는 인간과 인간 사이 권력의 중력장을 끊고 그리하여 온전하고 환한하나의 생명을 꿈꾼다 어디에고 미치지 않은 곳이 없고 모공 하나 모자라지않는 생명 하나 발명할 꿈을 꾼다 -‘중력장’부분생성의 사유가 펼쳐 보이는 ‘공(空)’의 세계에서 중심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결국 그러한사유가 권력의 중력장에 끌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그러나 지난날의 ‘혁명’담론이란 근대적 권력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사실 권력이란 발생학적으로 억압적이기에 선량한 권력이란 하나의 형이상학일 뿐이다.권력은 하나의 거대한 중심을 가정한다.따라서 권력이 존재하는 한 언제나 중심과 주변이라는 위계적 계층 구조는 존속할 수밖에 없으며,그때 중심은 주변을 배제와 억압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제어하기 마련이다.따라서 진정한 혁명이란 권력을 권력 아닌 것으로 넘어서는 것,즉 권력자체를 해체하는 일이어야 한다. 결국 생성의 사유에서 볼 때 이상적 혁명이란 모든 권력을 일소하는 행위이다.그래서 권력은 ‘종말’에 이르러 ‘박살나’는 순간에만 비극적인 아름다움을 지닌다.“권력은 그때만 겸손하다/권력 아닌 것으로 권력을 비우라/그렇다면 권력을 지배해야 한다”라는 진술은 혁명이 억압적 권력을 선량한권력으로 대체하는 행위가 아님을 의미한다.그것은 “자유-그 자유를 얻지않고/스스로 자유가 된 사람”처럼 자유라는 관념의 중력장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성취되는 것이다. 그러나 먼저 우리 스스로가 확인할 일이 있습니다.안타깝게도 권력에의 욕망과 사욕으로부터 스스로 정화하지 않고 어떠한 판단도 모색도 부질없는 것입니다.역사 앞에서 우리는 끝내 빈손일 뿐입니다.…승리냐 패배냐가 아니라존중입니다.//이 우주에는 머무름도 없지만 사실 균형도 없습니다.긴장이 낳은 흐름만 있을 뿐입니다.//그러므로 인간은 존재가 아니라 ‘어떤 상태’라고 나는 믿습니다.그러므로 인간은 실체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성질’이라고 나는 믿습니다.‘상태’와 ‘성질’이 촉감할 수 있는 그림자를 만들 뿐이라고 나는 믿습니다.그러므로 인간에게 부여된 모든 것은 자유의 영역입니다.끝없는 대지입니다.-‘겨울 조정환’부분인용시는 인간을‘존재’가 아니라‘생성’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있다.이처럼 물질을 생성의 관점에서 파악할 때,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유기체는 일정한 강도(强度)를 지닌 파동으로 인식된다.그리고 인간 역시 어떤‘존재’로서의 실체가 아니라 ‘상태’와 ‘성질’이라는 파동이 만들어 낸 촉감할 수 있는 ‘그림자’일 뿐이다.따라서 인간의 관계란 이러한 파동과 파동이 만날 때 촉발(affection)되는 운동의 일종이며,그러한 운동을 통해‘좋음/나쁨’이 형성된다.세계는 그러한 파동으로 충만하다.그리고 그러한 모든 파동들이 그 위를 어지럽게 흘러 다니는 하나의 거대한 장이 바로‘대지(광야)’이다. 이처럼 물질이 ‘실체’가 아닌 ‘상태’와 ‘성질’로 인식된다는 것은 그것을 ‘출렁임’의 역동적인 흐름으로 파악한다는 것이다.이때 근대의 모든‘단단한 것’들(권력,이성,질서 등)이 에테르 같은 유동적 상태로 녹아 내린다.그리고 그것들이 생산한 흑백의 극단적 대결 논리 역시 해체된다.인용시에서 말하는‘존중’이란 이러한 극단적 대립과 갈등을 벗어난 인간관계이다.하나의 중심이 초월적 위치에 군림하면서 타자를 억압하고 배제하는 것이 근대적 권력 모델이라면,파동(타자)과 파동(타자)이 대화적 관계 속에서 촉발 운동을 일으키는 것은 탈근대적 사유의 모델이다.여기서‘존중’과‘배려’란 윤리적차원의 바탕으로 한다.이러한 ‘배려’와 ‘존중’의 세계야말로 탈근대적 인간 관계의 바람직한 모델일 것이다.우리들 삶은 그곳에서 더 이상 측량되지 않는다/우리들 꿈은 더 이상 산술이 아니다/길은 어디에나 있고 또 없다/길은 대지 위에 있으나/길은 자주 대지를 단순화한다/때로는 대지에서 자란 우리들/대지에서 추방하기도 한다/우리가 헤쳐온 길이 우릴 버리기도 한다/길은 자주 대지의 평등을/욕망의 평등으로 변질시키고/대지의 선한 의지를/권력의 사욕으로 타락시킨다//삶이란 오고 가는 것일까/인생이란 흐르는 길 위의 흔적일까/저기 출렁이는 물결을 보아라/허공에 맞닿아 끝없이 일렁이는 물결을 보아라//길이란 길은 광야 위에 있다/길 위에 머물지도 말고 길 밖에 서지도 말라/길이란 길은 광야의 것이다/삶이란 흐르는 길 위의 흔적이 아니다/일렁이어라 허공 가운데/끝없이 일렁이어라 다시 저 광야의/끝자락에서 푸른 파도처럼 일어서는/길을 보리라-‘길은 광야의 것이다’ 부분보편적으로 길은 과거의 흔적이나 미래의 방향을 표상한다.물론그때의 길은 특정한 개인이 지나온 삶의 흔적과 무수한 변화의 굴곡들이 앞다투어 지나갔던 역사적 궤적이라는 중첩적인 의미를 갖는다.그 속에서 길은 긍정과 부정이라는 양가성을 함의하는데,시인은 그러한 가치의 양극을 ‘기쁨·희망/나락’‘확신/혼란’의 관계로 파악한다.이러한 이항 대립적 관계망은 결국둘 중의 하나라는 선택적 차원과 경험론적 틀을 극복하지 못하기에 새로운의미를 산출하지 못한다. 오히려 ‘길이 시작된 곳을 찾았을 때’나 ‘길을 내려 길을 보았을 때’처럼 ‘생성의 장’으로 회귀했을 때 길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전화된다.왜냐하면 길의 원형인 ‘광야’란 일종의 ‘공(空)’이기 때문이다. ‘길’이라는 단어 속에는 인간의 자연에 대한 정복욕이 꿈틀대고 있다.따라서 ‘길’이 ‘공(空)’의 상태로 회귀할 때 그것은 길이 아니라 출렁임으로서의 대지(광야)이다.대지(광야)는 인간의 질서를 각인하지 않는다.이러한사유는 곧 생태학적 상상력과도 맞닿아 있다.‘길’이 인간의 자연 정복의산물이라는 점에서‘근대적’언어라면,‘광야’는‘탈근대적’인 생성적 사유의 언어이다. 이때 탈근대적 언어로서의 광야는 황금 시대로의 회귀를 의미하지 는다.오히려 그것은 대지 위에 있으면서 ‘대지를 단순화’하고,인간을 대지로부터추방시키는 억압적인 질서의 근본적 해체 상태를 의미한다.또한 그것은 ‘대지의 평등’과 ‘욕망의 평등’을 착종시키고 ‘대지의 선한 의지’를 ‘권력의 사욕’으로 전이시키려는 근대적 힘에 대한 투쟁 의지이다.그러한 의지가 구체적으로 실현되었을 때 인간의 삶은 측량과 산술이라는 자본주의적 시간기제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이러한 그의 시도가 기존의 장벽을 허물고 그자리에 새로운 성을 쌓으려는 건축학적인 노력이 아님은 물론이다.오히려 그는 생성이라는 역동성을 바탕으로 근대의 울타리를 횡단하려 한다. 생성의 사유에서 바라본다면 길이란 “어디에나 있고 또 없다”처럼 잠재태로 존재한다.이러한 사유의 근간에는 “길 위에 머물지도 말고 길 밖에 서지도 말라”는 불교적 화두가 깔려 있다.결국 인간의 삶이란 길이라는 근대적장치 위에 고착된‘존재’가 아니라 언제나 광야 위에 찍힌 ‘흔적’처럼 유동적으로 역동적으로 흐를 때,그리고 무한 역동성으로서 ‘허공’가운데에서 끝없이 일렁일 수 있을 때 비로소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5]‘해방의 이론은 억압의 현실을 먹고 산다’.그러나 그 이론은 90년대 이후한국사회에서 미세하게 분화된 거대한 세계의 질서를 총체적으로 바라보지못함으로써 현실을 주도하기보다는 변화된 현실에 적응하는 데 만족하고 있다.90년대 이후 전개된 많은 담론들은 지난날의 근대적 이론들을 비난하는 속에서만 자신의 정당성을 발견하려 한다.그러나 비난이란 새로운 모색을 구성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과거의 것이다. 백무산의 언어가 오늘날 우리 문학에서 주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노자(老子)철학과 불교적 사유를 근간으로 하는 탈근대적 언어의 창출이라는 그의 문제의식은 비단 서구적 근대라는 식민성으로부터의 해방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근대적 억압 질서로서의 자본주의 극복이라는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다.특히 근대적 질서가 무한경쟁과 타자의 배제라는 폭력적인 모습을 띠는 데 반해서 그의 탈근대적 사유는‘존중’과‘배려’라는 생성의 사유를 바탕으로 근대의 문턱을 넘어선다.주체-타자의 상호배제라는 근대의 아포리아를 가로지르며 노자적·불교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 탈근대의 모색 속에는 80년대 언어에 대한 노동문학의 자기반성이라는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이 들어 있다.이처럼 과거와 현재가 단절과 연속의 길항작용 속에서 파악될 때 미래로서의 21세기란 우리에게 허무의 바다가 아니라 ‘참을 수 없는 또 한 시대의 격랑’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을 것이다.
  • [김삼웅 칼럼] 성한 날개와 상한 날개

    리영희선생이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글에서 “인간보다 못한 금수의 하나인 새들조차 왼쪽 날개(左翼)와 오른쪽 날개(右翼)를 아울러 가지고시원스럽게 하늘을 날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우주와 생물의 생존원리가 아닐까?”라며 ‘두 날개’로 나는 우리의 모습을 그린 지도 10년이 지났다. 올해는 6·25전쟁으로 남북이 동족상쟁을 치른지 50주년,긴 세월동안 열전과 냉전을 거듭하면서 반세기를 보냈다. 그리고 새천년을 맞는 지금까지도 대립과 증오가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남쪽의 오른쪽 날개와 북쪽의 왼쪽 날개는 크게 상처입고 반신불수의 몸체로 힘겨운 세월을 살았다.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성한 몸으로도살아남기 힘든 세상에 상한 날개로 날다 보니 고통과 부자유가 말이 아니다. 상처입은 날개에는 이념의 족쇄가 걸리고 가뜩이나 약한 날개끼리 치고받다보니 상처는 더욱 악화되고 증오심만 키워졌다. 우리사회 일각에서는 틈만 나면 대북 증오심을 부채질하면서 냉전적 대결구도로 회귀하려는 세력이 있다. 50년 지속된 대결구도에서얻은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한반도는 서해교전과 동해교류라는 화전양면이 동시적으로 진행되고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을 내세우는 등 북측의 노선이 크게 바뀌지 않더라도 우리가 참고 포용하는 아량을 보여야 한다. 상처입은 한쪽 날개를 버린다면 당장은 시원할지 몰라도 불구가 되고 결국은 비상을 포기하게 된다. 아놀드 캔더 전 미 국무차관은 한국정부의 햇볕정책이 초기에는 순진한(naive) 느낌을 주었으나 일관성 유지로 이제는 현명한(sensible) 정책이 되고있다고 평가한다. 미·중·일·러 주변 4강도 햇볕정책을 지지한다. 오로지한국의 일부 세력이 이를 훼방할 뿐이다. 현실적으로 대북관계에 있어서 달리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알레르기성 반대다. 남북간의 체제경쟁은 이미 끝났다. 다른 모든 것은 놔두고 남북 평균수명을 대비하면 북한은 남자가 10.8년,여자는 13.6년이나 남한보다 수명이 짧다. 평균수명 뿐만 아니라 체중·체격·용모에 이르기까지 현격한 차이가 난다. 체제경쟁이 끝난 것 아닌가.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후일 ‘남한족’과 ‘북한족’으로 종족이 분리될지 모른다. 영향·주거·환경 등 여러가지 조건으로 북한동포들의 체격이 왜소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일본의 아이누족이나 타이베이의 고산족은 원래부터 작은 체격의 인종이지후천적으로 ‘변형’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인위적으로 ‘남한족’,‘북한족’으로 종족이 갈린다면 단일민족의 수치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조상과 후손에 씻지 못할 죄가 될 것이며 민족만대의 화근이 된다. 본디 하나인 ‘밝고 바르고 큰’ 한민족을 둘로 가르고 한쪽을 ‘말살’의대상으로 여긴다면 형제에 칼질하는 꼴이요,조상무덤에 쇠꼬챙이 꽂는 격이요,역사에 침뱉는 짓이다. 남북문제는 민족과 국제문제라는 이중성 때문에 언론의 보도 논평은 다른외국의 경우와는 크게 달라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어느 적성국가보다가장 적대적으로 보도해왔고 일부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6·25와 냉전체제를 겪으면서 반공주의가 이데올로기인 동시에 국민의 정서와 감정으로 자리잡은데 원인이 있다고는 하지만 국제 냉전체제가 사라지고 한반도에도 화해협력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데도 냉전적 보도관행과 안보상업주의를 버리지못한 것은 언론의 수치다. 1972년 동서독의 기본협정 체결과 유엔 동시가입 이후 양독은 상호체제를인정한 ‘1민족 2국가체제’의 상황이 되었지만 서독언론은 동독을 적대국이 아닌,체제는 다르지만 같은 민족,같은 동포란 인식을 갖고 보도했다. 1988년 동독특파원 윈터는 “나는 독일에서 독일사람의 느낌을 갖는다. 여기(동독)는 내 조국이다. 때문에 스스로 타국에서 특파원의 임무를 수행중인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조국에서 기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언론인들이 있었기에 독일은 콘크리트의 유형과 이데올로기라는 무형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통일의 기적을 일궈냈다. 햇볕정책은 우리쪽에도 이득이 많다. 남북대결로 다시 긴장이 조성되면 누가 한국에 투자를 하고 수출이 가능하겠는가. 햇볕정책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 빨리 졸업할 수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상한 날개를 치유하면서 두 날개로 날아야 할 이유는 여기서도 찾게 된다.
  • 여야 시무식및 정국전망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이 총선 분위기로 달궈지고 있다.여야 모두 선거채비를 서두르면서 기선잡기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저마다 ‘총선 D-100일’을하루 앞둔 3일 시무식을 갖고 필승의지를 다졌다. ●국민회의는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 등이참석한 가운데 시무식을 가졌다. 이대행은 “정치적 안정 없이는 나라의 경제회복과 개혁,통일은 불가능하다”며 “십자가를 메는 심정으로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은 여여(與與)공조를 강조했다. 민주신당 창당준비위원회도 시무식에 이어 20개 지구당 조직책에게 임명장을 주는 등 총선행보를 가속화했다.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는 시무식에서 “우리 당의 명운을 걸어야 하는때가 왔다”면서 “지난해 후반기부터 정성을 기울여온 신보수대연합을 완성,건전 보수정당의 정체성을 확립해 총선에서 승리하자”고 역설했다. 한나라당은 신년 연휴 각 언론기관 여론조사와 의원들의 지역구 순방에서민심이 호전되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고무된분위기를 보였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스스로 변화하고 발전시켜서 국민이 안심하고 주권을 맡길 수 있는 정당이 한나라당임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당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모아 반드시 승리하자”고 주문했다. ●총선을 의식한 듯 여야의 신경전이 치열하다.‘대화정치’와 ‘대결정치’를 넘나들고 있다. 총재회담을 추진하면서 일단은 대화정치를 표방하고 있다.회담에서도 불편한 논의는 피할 것같다.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는 “민감한 현안은 전제조건으로 삼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민회의 이대행의 자민련 비판 발언으로 야기된 공동여당간의 갈등분위기도 소강국면을 맞고 있다.전반적으로 극한 대립정국을 벗어나 화해기류가 외형적으로는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날도 기세싸움을 벌였다.한나라당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신년사를 ‘총선용’이라며 거칠게 공격했다.또 ‘언론문건’국정조사,‘옷로비’,‘천용택(千容宅)전국정원장 발언파문’등 정치쟁점들을 계속 문제삼겠다는 태도다.화해기류를 뒤집고 대치정국으로 회귀할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선거법 협상은 계속 진통을 겪고 있지만 사실상 막바지에 이르렀다.도·농복합선거구제를 고집해온 자민련측이 ‘연합공천 지분확보’라는 고리를 걸긴 했지만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잠정합의한 대로 ‘소선거구제+1인1표 정당명부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결론날 가능성이 크다. 박대출기자 dcpark@
  • [특별시론] 새천년 역사의 숨결

    대저,서기 2000년은 단기 4333년인데 세부동(勢不同)하고 문명의 풍향이 여전히 서세동점(西勢東漸)인지라,그레고리력(曆)을 취해 뉴밀레니엄 새 천년의 원단(元旦)을 맞는다. 우리식으로는 다섯번째이지만 서양식으로는 세번째 천년이 열리는 이 날은 어느 분의 지적대로 천년이라는 긴 스팬으로 역사를 인식해 보지 못해온 한국인이 처음으로 역사의 시각에서 맞은 신세기,새 천년이 되는 셈이다.우리는 지금 바야흐로 인식범위를 넘어서는 시간대로 진입한 것이다. 식민지 시절 시인 이상(李箱)은 “미래로 달아나서 과거를 본다.과거로 달아나서 미래를 보는가”(‘선(線)에 관한 각서’)라는 메시지를 띄우고, 영국의 시인 존 던은 “천성이 뒤떨어진 동물은 현재에 사로잡히지만 인간은미래의 동물”이란 화두를 던지고, 역사학자 코젤렉은 ‘지나간 미래’에서“자연적인 시간과 차별적으로 인식되는 역사적 시간”에 주목했다.중국인들의 온고지신(溫故知新)이나 조선조 박제가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은 과거를 딛고 새 것을 여는 인간의 미래성을 제시한다. 미국의 호피 인디언들이 쓰는 말에는 과거나 현재,미래를 명확하게 구별하는 때매김(時制)의 표현이 없다고 한다.그들의 언어는 언제나 현재형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시간이란 ‘옥수수가 익고 양이 자랄 때 무슨 일이 생기는가’라는 식이다. 우리도 ‘어제’‘오늘’이란 우리말은 있어도 ‘내일(來日)’은 한자말일뿐이다.미래를 잊고 살아온 것이다. 동양에서는 600년을 갑주년으로 셈하고,고대 마야문명에서는 260년을 주기로 치고,인도의 종교에서는 마하유가라는1만2,000년에 걸친 긴 세월을 주기적 회귀의 단위로 친다.불기 2543년이고이슬람기 1421년이다.그런데 세상은 온통 서력의 ‘뉴밀레니엄’이니 문명의 힘은 시간의 기원과 개념과 주기와 단위를 지배한다. 중세 이래 세계를 지배한 나라는 다섯이다.16세기는 스페인,17세기는 네덜란드,18세기는 프랑스,19세기는 영국,20세기는 미국이다. 20세기 한때 미·소양극체제가 지금은 팍스 아메리카 시대로 바뀌었다. 21세기도 ‘미국의 세기’가 될까.최근 브루킹스연구소는 ‘미국의 21세기8대 국가과제’로 ▲인종갈등 ▲민주주의와 정부개혁 ▲도시문제 ▲고령화현상 ▲빈부격차 ▲학교개혁 ▲정보기술 개발과 글로벌경제 ▲최강의 군사력유지를 들고,향후 9년 동안 약 3조달러를 이 분야에 집중투자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중국과 일본이 미국을 뒤쫓고 러시아도 우수한 기초과학과 전통문화 예술분야에서 추적한다.한반도 주변 4강의 파워게임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이념으로 갈리고(남북),지역으로 나뉘고(동서), 소득으로 분열하고(빈부),이해로 대립하고(집단),정쟁으로 싸우면서(여야) 나라와 국민이 피곤해졌다.매사가 파괴적·비생산적·적대적이다 보니 화합·관용·창조의 정신이 설자리를 찾지 못한다. 이런 틈새에서 현안도 버거운 판에 국가 중장기과제의 대책마련이 쉬울 리없다.향후 30년이면 바닥날 석유자원과 대체에너지 개발,식량 무기화에 따른 양곡수급,물부족,자원고갈,오존층 파괴,환경호르몬,인구노령화,불균형한 남녀성비,국제공용어와 민족언어 보호,사이버 사회,생명공학의 궤도이탈,성타락,가정붕괴 등 서둘러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난 세기가 그나마 ‘예측 가능’의 시대였다면 향후 세기는 밀레니엄 버그에서 보듯이 그야말로 예기치 못한 한계와 재앙에 부닥치는 경우가 많을것이다.정부·국회·대학·기업·자치단체들이 밤을 새워도 모자랄 지경이다. 인성이 피폐하고 국력이 흩어지면 21세기 무한 경쟁시대에서 제대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무엇보다 동서와 남북 그리고 해외 동포들까지 아우르는 한민족의 통합과 정체성 회복운동이 시급하다. 원효대사의 ‘원융회통 회삼귀일(圓融會通 會三歸一)’즉 “일체의 마찰과대립을 초월하여 융합해서 셋으로 갈라진 민족을 하나로 귀일시키자”는 정신을 새 천년 원단의 국가적 아젠다로 삼으면 어떨까.동서로 갈리고 남북으로 쪼개진 ‘회삼(會三)’을 ‘귀일(歸一)’시키는 정신의 중심이 바로 ‘원융회통’의 사상이다. 대저,그리하여 한국이 21세기 주역이 되고 단기가 그레고리력을 대신하게되는 “그날이 오면,그날이 오기를!”함께 기원하면서 힘찬 전진을 시작하자. [김삼웅 주필 kimsu@]
  • SBS 새 주말극장 ‘왕룽의 대지’

    “이젠 쿠웨이트 박이 아니라 ‘절루 박’으로 불러주세요.”89년 KBS-2TV ‘왕룽일가’방영때 나긋나긋한 말투의 ‘사모님,예술(춤)한번 하시죠’라는 유행어를 낳은 탤런트 최주봉이 후속편 격인 SBS 주말극장 ‘왕룽의 대지’(김원석 극본 이종한 연출·1일 오후8시50분 첫방영)에서 10년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23일 시사회에서 만난 그는 인생의 깊이가얼굴에 새겨져 있었다. “그때 초등학교 4학년이던 아들이 이제 대학 3학년이 됐어요.아빠가 뭘 더보여줄 수 있겠느냐고 묻더라구요.”절루박은,10년동안 예술을 너무 많이 해서 관절이 녹아내리는 바람에 절룩거린다 해서 지루박을 연상해 지은 이름.아들의 충고를 충실히 따라 그의 말마따나 허망한 꿈에 부나비처럼 달려드는 인생을 표현해볼 요량이다.그래서 자신이 평소 좋아한다는 하회탈보다는 나이많고 덕행 높은 노장탈의 모습을 얼굴에 그려낼 작정이다. ‘왕룽일가’는 많은 연극인들의 삶에 변화를 드리운 드라마로도 기억된다. 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고 첫 촬영장에 나갔다던 왕룽 박인환은 지금은 중형차를 끌고 나간다며 헙헙해 했다. 왕룽도,농지가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변모하는 바람에 100억원대의 재산가로둔갑했으나 궁상스럽기는 여전하다.절루박과 함께 양념 역할을 할 교하댁 입분은 평생을 함께해 온 아내의 황혼이혼 요구에 시달리는 왕룽을 교태스럽게 유혹한다. 시사회를 통해 본 ‘왕룽의 대지’는 박영한이 원작의 무대로 삼은 신도시화정지구 우묵배미 마을의 변모된 모습에 주눅들어 있다. 10년 세월을 뛰어넘고자 삽입한 신세대들의 연기도 어쩔 수 없이 눈에 거슬렸다.봉필 역의 장혁은 연출자의 의도인,왕룽 일가를 이끌어갈 희망의 불씨보다는 그저 거칠고 어색하기만 한 반항아 이미지에 머물렀다. 장점이라면 10년전에 사용한 왕룽의 스웨터·담뱃대·털모자 등 소품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과 원작의 모델 할아버지가 살던 집의 100년된 대문짝을 옮겨온 세트에 있다. 여기에 세월의 강을 건너,유학 중인 미국에서 기꺼이 돌아와준 배종옥에서알 수 있듯이 연기인생의 새 출발점으로 되돌아온 연극배우 출신들의 회귀본능이다.이PD의 정직한 카메라와 10년전으로 돌아간 듯 거친 느낌의 편집도 이색적으로 보였다. 임병선기자 bsnim@
  • 괌 원시적 생명력 가득한 ‘환상의 섬’

    프랑스 화가 고갱의 그림처럼 원시적 생명력이 꿈틀대는 풍경.작열하는 태양과 바다 그리고 현대문명에 오염되지 않은 원시림.저녁노을에 물드는 환상적인 해변과 야자수가 있는 풍광에서 괌의 낭만적 정취는 절정을 이룬다. 때묻지 않은 자연과 현대문명의 편리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괌은 바쁜 일상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안락한 휴식을 제공하는 천혜의 휴양 관광지.열대성 기후의 괌은 특히 겨울 여행지로 알맞다.괌의 이국적 정취에 빠져 겨울 추위를 잠깐 잊어보면 어떨까.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중의 하나는 ‘사랑의 절벽’.사랑하던 두 원주민 남녀가 머리를 서로 묶고 떨어졌다는 비극적 사랑의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곳.투몬 만에 접해 있는 사랑의 절벽에서 내려다 보는 청록색 바다와 주변의 풍경은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원시림과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 스타 샌드 프라이빗 비치 클럽도 자연속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휴양지.모래모양이 별 같다하여 스타 샌드(star sand)라는 이름이 붙여진 리조트.괌 북쪽 끝 앤더슨 공군기지안에 있어 자연 보존이 더 잘 돼 있다.공군기지에 도착하면 별도의 버스로 갈아타고 리조트 근처까지 간다.그곳에서 다시 800여m를 군용 트럭을 타고 정글과 울퉁불퉁한해변도로를 거쳐 리조트에 도착한다. 스타 샌드 비치에는 정글 탐험,스노클링,제트 스키,카누,비치 발리볼,닭싸움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다.그러나 해변에는 한국인 지역과 일본인 지역이 나뉘어 있다.두나라 관광객 사이의 분쟁 때문에 나뉘었다고 한다.관광지에서도 티격태격하는 두나라의 부끄러운 모습이 숨겨져 있는 관광지다.오전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문을 연다.괌에는 스타 샌드 비치 외에 다양한 해양스포츠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많은 리조트가 있다.스쿠버 다이빙,낚시,골프등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원주민인 차모로족의 생활을 체험하려면 ‘차모로 마을’을 찾아가는 것이좋다.괌의 대표적 도시인 하가냐 서북쪽 파세오(Paseo) 공원에 있는 전통 가옥 양식의 건물을 현대식으로 지은 차모로족들의 만남의 장소.전통 음식과공예품,옷 등을 파는 다양한 상점은 원주민과 관광객으로 붐빈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는 야시장이 개설된다.야시장이 열리는 동안 마을 한가운데 만들어진 무대위에서는 타악기의 경쾌한 리듬에 맞춰 전통 춤의 한마당이 펼쳐진다.무대 밖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며 ‘밤의 향연’을 즐긴다.낙천적인 원주민들의 낭만·열정·사랑의 열기 속에 차모로 마을의 밤은 깊어간다. 괌에 머무는 동안만은 누구나 원주민처럼 낙천주의자가 될 수 있다.해변에앉아 파도소리를 들으며 ‘자연과의 대화’를 나누는 순간만은 속세의 모든시름을 잊을 수 있다.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자연회귀의 꿈을 이룰 수 있는괌에서 자연으로 돌아가 보자. 괌 이창순기자 cslee@ * * 괌 이모저모 괌은 미국 영토로 태평양에 있는 섬.면적은 거제도와 비슷한 549평방km.열대지방으로 덥다.겨울과 봄이 건조기로 좋은 계절.기온은 22∼29℃.7월부터11월은 우기로 기온은 23∼30℃.인구는 16만 정도.절반이 원주민인 차모로족.시차는 우리나라보다 1시간 빠르다.30여개의 고급호텔이 있다. 교통수단은 아시아나 항공의 하루 1편.주말에는 부정기편이 뜨는 경우도 많다.4시간 걸린다.KAL은 97년 사고이후 운항을 중단.괌 공항청은 사고 이후최저 안전 고도 경보 시스템(MSAW System)을 보수 하는 등 항공기의 안전운항을 위한 시설을 보완했으며 만약의 사고에 대비 항공기 구조 및 화재진압구조 서비스(ARFF) 제공을 위한 준비도 철저히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공항청은 특히 2억4,100만 달러를 투입한 공항 설비 확장 및 안전시설 보완프로젝트를 98년에 완료,공항면적을 7만6,700평방m로 늘리고 안전 관리 시스템,첨단 수하물 시스템,자동 보행로,17개 게이트 등을 추가 설치했다.
  • [외언내언] 관치금융(?)

    금융구조조정정책을 맡고 있는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이 “불이 났으면 저절로 꺼지기를 기다릴 게 아니라 소방수가 들어가서 꺼야 할 것 아니냐”는 말로 요즘 떠도는 신관치금융론의 오류와 허구성을 지적했다.엊그제한 TV뉴스해설시간에 잠시 초대손님으로 나온 그는 정부의 금융정책을 관치금융부활로 보는 견해가 있는 데 대한 답변을 묻는 앵커 질문에 이같은 은유법으로 짤막하게 말했다.‘불이 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사태와 함께 붕괴일보 직전까지 몰린 국내금융산업의 취약상일 것이고 ‘소방수’는 정부,‘불 끄는 것’은 정부의 금융정상화노력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불이 저절로 빨리 꺼지거나 아니면 불난 집 사람들이 나서서 끄면 좋겠지만 그러질 못하므로 소방수가 달려들어야 하지 않느냐는 간단한 논지다. 실제로 사회 일각에서는 관치금융으로의 회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따금씩 흘러 나오고 있다.은행간 흡수합병과 해외매각,제2금융권 재무개선 등 어느 하나 정부 입김 안 닿는 곳이 없으니 정부가 강조하는 시장경제에도 역행하고 말 그대로 관치(官治)가 아니냐는 얘기다.게다가 6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규모의 공적자금투입으로 각 금융기관의 정부 주식지분이 크게 늘어난 사실을 덧붙이고 있다.그렇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이러한 시각은 눈 앞에 비친 표피적 현상에 국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국내 금융기관들은 오랜 관치의 틀 속에서 지내는 동안 타율(他律)관행이 몸에 배었고 그러다 보니 정부에서 시키는 일만 대과(大過)없이 하면그만이었다.자칫 실수로 인해 책임문제까지 거론될 수 있는 창의적인 업무개발이나 자율경영노력은 될 수 있는 한 삼가는 것이 일반적 추세였다. 이러한 타성으로 이미 지난 80년대 중반 이후 정부가 단계적 외환자유화와함께 관치의 강도를 낮추면서 금융자율화를 추진하기 시작했을 때도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선뜻 책임경영의 홀로서기에 나서질 못했다.그뿐 아니라 자금을 방만하게 운용,자체능력으로 해결불가능한 오늘의 부실을 불렀고 결국 국민부담인 공적자금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따라서 현시점에서 금융정상화를 위한 정부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이며 관치의 이름으로 매도하는 것은 무책임할 뿐더러 걸맞지도 않은 것이다.은행 등 금융기관경영이개선되고 그 기관의 주가가 올라서 정부지분매각으로 공적자금을 빠짐없이거둬들일 수 있어야 관치에서 벗어나 시장경제구조에서 버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그때까지는 관치라기보다 정부의 배려와 감독이 필수적이다. 자율에 의한 문제해결은 고사하고,내버려 두면 힘없이 쓰러져버리는 것이 국내금융의 취약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홍제 논설주간
  • 총재회담 연말개최 검토

    국회는 20일부터 오는 30일까지 11일간 제209회 임시국회를 열어 민생·개혁법안 및 정치개혁법안을 일괄처리할 예정이다.여야는 또 이날 오전 국회귀빈식당에서 3당3역회의를 열고 선거구제 협상을 한다. 국회는 이에 따라 20·21일 이틀간 본회의를 열어 정기국회에서 넘어온 방송법 등 53건의 민생·개혁법안을 우선 처리하기로 했다.이어 24일까지 정치개혁입법특위 및 3당3역회의를 가동,오는 28·29일쯤 선거법 등 정치개혁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여권은 이번 회기 중 선거구제를 비롯한 현안타결에 돌파구가 열리면 사무총장 접촉 등을 통해 연말쯤 여야 총재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19일 “정치지도자는 진심으로새 세기를 맞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면서 “총재회담은 문제가 잘 마무리되고 큰 정치를 다짐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풍연기자 poongynn@
  • [사설] 공직자, 개혁이냐 안주냐

    공직기강 해이가 심각하다.지난날의 타성을 버리지 못한채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의 구태가 확산되고 있으며 이를 바로잡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공직사회가 청렴하고 능률적일 때 우리 사회가 난국을 극복하고 새천년의 번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공직자들이 시대적 요청인개혁작업에 앞장서 국가기강을 확립하는 주체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공직자상은 원칙에 충실하고 국민과 국가의 복리를 위해 헌신하며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개혁의 패러다임을 일구고 실행하는 자세를 갖춘 것이다.그러나 현실적으로 국정 최고 책임자의 개혁의지가 일선 공직사회에 전달되고 대민(對民)창구를 통해 충분히 반영돼야 함에도그렇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더욱이 내년초 개각과 총선,최근의 노동계 동요,그리고 연말의 들뜬 분위기에 편승,일부 공직자들이 눈치보기에만 급급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염려스럽다.공직사회에서 무사안일이 보신의 수단으로 자리잡고 구태와 타성을 떨쳐내지 못하면 국민의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개혁작업은 결실을 이루기 어렵다고 하겠다. 공직자 기강확립이 시급한 것은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지 2년 가까이 됨에따라 공직자들의 고질적 행태가 되살아나는 기미가 보여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지금이야말로 공직자들의 솔선수범과 적극적인개혁 참여가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기다.공직자 한사람 한사람이 나라를책임지고 있다는 사명감이 요구된다. 사정기관이 최근 벌이고 있는 대대적인 복무기강과 개혁추진 실태에 대한감사도 최근의 개혁의지 퇴색 점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겠다.복무기강 감사는 기강해이와 부정한 업무처리를 가려내 바로잡기 위한 것이나 개혁 추진업무가 어느 정도인지도 조사해 부진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해 개혁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정부 부처 공직자들의 개혁의지뿐만 아니라 공기업의 기강 해이및 개혁 후퇴 성향도 바로잡아야 한다.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기업·금융·노사·공공부문등 4대 경제개혁 중 공기업 개혁이 가장 부진한 것도 이들 기업종사자들의 개혁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우리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노조 눈치보기 현상이 심각한 분위기에 편승해 최근 공직자와 공기업 책임자들이 과거 정권에서 몸에 밴 일손 놓고 시간보내기,적당히 눈치보기 등자세로 회귀하려는 경향을 경계한다.아울러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지시로여권이 마련해 국회에 상정중인 ‘부패방지 기본법’이 공직기강 확립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조속히 처리되길 바란다.
  • 회담 중단시사 배경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논평과 언론매체 등을 동원,대미 비난에 나서 그 배경을 놓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현재 진행형인 북·미협상 등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을 보는 북한의 시각이 감지되는 까닭이다. 북한 내부에서는 크게 두 가지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하나는 북한 언론매체를 통해 표출되고 있는 것처럼 궁극적으로 북한의 무장해제를 겨냥한 미국의 ‘책략’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주로 북한 강경파 즉 군부의 시각이 투영된 듯하다.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를 무장해제시키고 변화시킬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향후 북·미협상에서의 ‘고지선점’을 위한 압력용으로 보는 시각도강하다.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북·미 고위급 정치협상에 앞서 미국의 초조감을 극대화시켜 실익을 챙기려는 벼랑끝 외교의 연장선상”이라고 분석했다.대결국면으로 회귀할 경우 북한 체제보장이나 경제회생 측면에서 너무 비싼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북한이 내년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미국의 대북 유화정책의 후퇴를 우려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지난 3일 미 공화당 의원들은 미 행정부 대북정책에 반발해 ‘대북 보고서’를 제출했다.페리보고서가 당근을 권고했다면 이 보고서는 ‘채찍’에 무게를 두었다. 북측이 대변인 성명을 통해 “상반된 대조선 정책중 어느 것이 진짜 미국정책이 될지 종잡을 수 없다”고 토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당장 ‘미사일 카드’를 꺼내들며 미국과의 정면대결로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미 협상에 임하되 최종결론을 마지막까지 유보시키면서 강온 양면 카드를 구사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오일만기자 oilman@
  • 보안법 연내개정 어려울듯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8일 양당 정책협의회를 열어 국가보안법 개정문제를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민회의 임채정(林采正),자민련 차수명(車秀明)정책위의장 등은 이날 국회귀빈식당에서 만났으나 불고지죄 및 개인적 찬양·고무죄 폐지 등 핵심 쟁점들을 놓고 이견을 해소하지 못했다. 양당은 본격 논의를 위한 8인소위를 가동키로 했지만 국민회의측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대폭 개정하자는 입장인 반면 자민련은 소폭 개정 원칙아래 내년총선 후에 개정하자고 맞서 절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한나라당도 자민련측 입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데다가 정기국회마저열흘 밖에 남지 않아 보안법 연내 개정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박대출기자 dcpark@
  • [김삼웅칼럼] ‘시대 가치’를 죽이는 사람들

    군 복무중이던 한 장교가 외국의 억압으로부터 어떤 도시(시에나)의 시민들을 해방시켜 주었다.시민들은 그 장교에게 어떻게 보상해야 할지 날마다 모여 의논을 했지만 자기네 힘으로는 어떤 보상을 하더라도 충분하지 않다는결론에 도달했다.심지어 그를 그 도시의 영주로 만든다 하더라도 충분하지않다는 결론이었다.마침내 그들중 한 명이 벌떡 일어나 말했다.“그를 죽여서 우리의 수호성인으로 숭배합시다.” 그래서 시민들은 로마 원로원이 로물루스에게 했던 본보기를 따라서 그대로 행했다. 역사학자 게이가 지적한 역설만은 아니다.인간은 가끔 이렇게 가치전도를일삼는다.앤소니 드 멜로의 우화집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거북이의 장례식’이다. 애완용 거북이를 갖고 있는 소년이 있었는데 어느날 죽은 듯이 연못가에 벌렁 나자빠져 있는 거북이를 보고 매우 상심했다.슬퍼하는 소년을 본 아빠가아들을 위로했다.“울지 말아라.거북이의 장례식을 멋지게 치러주면 되지 않겠니?작은 관을 하나 만들고 그 안은 비단으로 깔아 주자꾸나.장의사도 부르고 거북이의 이름도 새긴 묘비도 세워주자.그리고 향기로운 꽃을 갖고 매일그 무덤을 찾아가자.” 소년은 울음을 그쳤고,장례식 준비에 정신을 빼앗겼다.모든 준비가 완료되자 소년의 아버지,어머니,하녀와 꼬마상주(?)가 거북이의 시체를 가지러 연못으로 엄숙하게 걸어갔다.그런데 찾는 시체는 보이지 않고 갑자기 연못 한가운데 거북이가 솟아오르더니 즐거이 헤엄쳐 다니는것이었다.매우 낙심한 소년은 한동안 그 광경을 보고 있더니 마침내 말했다. “우리,저 거북이를 죽여요.” 소중한 사람을 죽여서 수호성인으로 만들고자 했던 시에나 시민들이나 그이전의 로마 원로원 그리고 화려한 장례준비에 현혹된 소년의 ‘거북이 죽이기’는 소중한 시대적 가치를 죽이면서 몰가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우리는 지금 정치적·사회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그중에서도 가치관의 혼란은 극심하다.청산과 화해의 과정이 없는 ‘동거’에서 나타난 현상이다.독재세력과 민주세력,분단세력과 통일세력,지역주의와 화해주의,수구집단과 개혁집단이첨예하게 대립한다.50년 만의 수평적 정권교체는 이루어졌지만 기득세력과 개혁세력의 교체가 이루어지지 못함으로써 오늘의 사회적 난맥상이 나타난 것이다. 비동시적인 것들이 동시적으로 존재하고 비현실적인 것들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며 과거지향적인 것들이 미래지향성을 거부한다.틈만 나면 매카시 선풍을 일으키려는 정치인이 존재하고 틈만 나면 부패를 일삼는 공직자가 존재하고 틈만 보이면 남북화해를 훼방하고 냉전체제로 회귀하려는 언론이 존재한다. 어떻게 된 국민성인지 친일파 출신 독재자가 가장 인기가 높고 어떻게 된국회인지 시민혁명으로 쫓겨난 반의회주의자의 동상을 국회에 세우겠다고 한다.야당 의원이 현직 대통령을 빨치산으로 몰고 1만달러 수수설 발언으로 벌어진 서경원사건 재수사를 두고 ‘공안’은 죄인취급,‘간첩’은 통일운동가 운운하면서 본말을 전도시켜 용공분위기를 조성한다. 자크 프레베르의 시 ‘나무들’. 더이상 사람들은 여자를 사랑하지 않고 사상이나 논쟁과 결혼해 버렸지 이 무서운 부부의 모습을 보라 거기에는 관념의 일부일처가 있고 관념의 중혼자,관념의 간음자 관념의 이혼자,관념의 치정사건 관념의 전쟁,고정관념과 관념의 규방이 있다네. 한국,이 시대의 비극은 프레베르가 지적한 완고한 ‘관념론자’들의 지배와 횡포에서 비롯된다.이들의 독선과 여론조작이 국민의 분별력을 흐리고 역사의 진보를 가로막는다. 수많은 국민의 희생과 고통을 담보로 얻어진 정권교체가 옷사건 등 몇 가지 사건에 끌려다니면서 개혁과 국민통합을 가로막는다.희망과 기대를 가진 국민에게 무력감을 안겨준다.양식 있는 언론인·지식인이라면 이 사건들의 진실규명과는 별도로 지금 우리는 시에나 시민과 거북이를 죽이고자 하는 소년의 ‘철부지’에 빠져있지 않은지 돌이켜봐야 하겠다. 주필 kimsu@
  • [20세기 문명기행] 10. 이념에서 공동체로

    이념의 세기(世紀)가 저물고 있다.지난 100년 동안 지구촌은 좌우 이념투쟁의 발흥과 조락(凋落)을 응시하며 한세기의 끄트머리까지 달려왔다. 이념적 양극주의의 빈자리에는 민족과 자본,정치적 다원주의 등이 잽싸게들어 앉고 있다.21세기의 여명(黎明)이 다양한 질서의 혼재를 잉태하고 있는 셈이다. ■이념에서 생존으로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석학(碩學)인 움베르토 에코는 “21세기를 앞두고 지구상의 50억 인구가 50억개의 이데올로기적인 여과장치를 갖게 됐다”며 세기말 지구촌의 실상을 풍자했다.1917년 러시아 혁명 당시트로츠키가 “만약 태양이 부르조아만을 위해서 타는 것이라면 태양을 꺼버리겠다”고 호언한 점을 상기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20세기가 좌·우대립을 구심력 삼아 굴러간 ‘이념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다양한 공동체의 원심력이 쉴새 없이 작동하는 ‘생존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생존의 논리는 이미 세기말 지구촌 곳곳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화두(話頭)가 민족이다.억압받던 민족들이 옛 소련과 유고슬라비아 연방으로부터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오래 전 일이 아니다.캐나다,우크라이나,영연방 등도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과거 민속학의 용어로만 통하던 작은 민족들이 정치적 담화에서 중요한 용어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스페인계 역사학자 페르난데스 아메스토는 “세기의 길목에서 항상 더 큰 연방속으로 끌어들이는 괴물의 정치가 작은 실체들을 배가시키는아메바의 정치와 공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지역제일주의,자주독립주의,미니 민족주의를 담론으로 삼는 ‘민족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21세기 국제질서의 다양성은 문명사회 주도권 이동방식의 변천도 예고한다. 20세기까지 세계 문명의 주도권은 중국에서 지중해로,다시 유럽에서 대서양을 거쳐 태평양까지 옮기는 등 지역간 이동의 속성이 짙었다.그러나 역사학자들은 “미래의 주도권은 세계적인 엘리트나 수백만 개의 변복조(變複調)모뎀을 통해 특정지역을 벗어나 세계 문화를 만들어내는 몇몇 대가의 손으로넘어갈 지도 모른다”고 내다본다. 20세기의 패러다임이 좌우의 양날개에서 시소게임을 하던 이차방정식이었다면 다음 세기 공동체의 생존 해법은 다양한 변수가 혼재한 고차방정식에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대안의 모색 동유럽 사회주의권의 몰락 직후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자본주의의 승리”라며 ‘역사의 종언(終焉)’을 선언했다.그러나 공산주의의 붕괴가 더욱 활발한 정치철학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독일의 철학자 카를 오토 아펠이 이념대립을 초월한 지구촌에 다양한 사회적기구와 회의,국제기구를 통한 합리적 담론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도같은 맥락이다. 시장주의 경제에 의한 질서의 재편도 지구촌의 경계선을 구획할 주요 기준이다.과거 공산주의 진영에 속했던 헝가리 폴란드 체코의 ‘중부 유럽 모델’이 한 사례다.이들은 지난 10년 동안 민주주의 제도를 정상궤도에 올려 놓으면서 경제의 사유화,증권시장 도입,세계 금융시장 편입을 차례로 마쳤다. 북대서양조약기구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 가입까지 앞두고 있다. 유럽에서 사회주의와 시장경제를 혼합한 ‘제3의 길’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주목된다. 한반도는 어떤가.고려대 임혁백(任爀伯)교수의 제안에서 대안의 단초를 얻을 수 있다.그는 “새로운 세기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다원적 민주주의,역동적 시장경제,창조적 지식정보국가,협력적 공동체사회,아시아 중추국가 등의 비전을 구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지속적 경제개혁과 평화적 민족통합,문화적 다원주의 등이 구체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찬구기자 ckpark@ * 냉전종식후 민족·종교분쟁 표면화 동서 냉전의 종식은 그동안 재 속에 파묻혀 있던 민족간 분쟁·갈등의 불씨를 지구촌 곳곳에서 타오르게 했다.보스니아,체첸,코소보,쿠르드,동티모로,르완다 사태 등이 20세기 마지막 문턱에서 전세계의 관심을 끈 대표적인 민족 분쟁들이다. 94년 4월 소수민족인 후투족 출신의 부룬디 대통령의 비행기 폭발사고로 촉발된 르완다 사태는 불과 3개월 동안 750만명의 인구 가운데 100만명이 사망하는 보복극이 이어졌다. 4,000여년 동안 국가없이 떠돌던 ‘중동의 집시’ 쿠르드족 문제도 20세기의 화약고다.쿠르드족은 74년 압둘라 오잘란을 중심으로 쿠르드노동당(PKK)을 결성,치열한 반(反)터키 독립투쟁을 벌였다.84년 이후 본격 무장투쟁을전개,3만명 이상의 희생자와 30만명의 난민이 발생해 유럽 전역에 퍼져 나갔다.쿠르드인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아직 독립국가 건설 전망은 그리 밝지않다. 냉전 종식과 소련의 해체는 보스니아 내전과 코소보 사태로 상징되는 ‘발칸의 비극’을 낳았다.보스니아 사태는 유고연방 해체와 이에따른 이슬람·크로아티계 연합세력-세르비아계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으로 3년 8개월동안 20만명의 희생자를 냈다. 이어 98년 2월 알바니아계 강경파인 코소보 해방군(KLA)의 본격적인 무장독립투쟁으로 시작된 코소보 사태도 세르비야계의 알바니아계에 대한 ‘인종청소’로 번지면서 급기야 미국과 나토의 개입으로 번지는 ‘국제전’의 양상으로 번졌다. 체첸사태는 소련 연방 해체에 따른 산물이다.스탈린의 중앙집권화를 부르짖으며 강제이주 정책을 단행,민족 분쟁의 불씨를 키워나갔다.94년 발생한 체첸사태는 현재까지 3만명의 희생자를 내면서 여전히 ‘진행형’이다. 23년간 인도네시아 압제에 신음했던 동티모르의 독립투쟁도 70만명 인구 가운데 20만명이 학살된 인류사의 재앙이었다.최근 유엔평화군의 개입으로 동티모르의 독립이 가시화되었다. 이외에도 필리핀의 모로족,스페인의 바스크족,중국의 티벳족 등 열거하기어려울 정도의 많은 종족·민족·종교 분쟁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여,21세기 지구촌의 화해와 통합의 물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오일만기자 oil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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