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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젊은이들 ‘교회로 교회로’

    “텅 비어 있던 유럽교회에 젊은이들의 악기와 찬양 소리가 넘쳐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현지시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유럽인들 사이에서 종교가 다시 활력을 보이며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종교를 낡은 유산 정도로만 여기던 유럽인들이 종교를 다시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우선 이슬람교, 불교 등 경쟁종교들이 유럽 사회에 급속히 전파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종교들간에 치열해지면서 종교 회귀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복지 악화도 유럽인들의 현실만족도를 떨어뜨려 정신적으로 종교에 의지하게 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유럽종교 부활의 가장 큰 계기는 독실한 이민자들의 급격한 유입에 있다. 이민 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이민자들은 종교에 더 의지하게 되고 종교는 세계화로 방황하고 있는 정체성을 유지해 주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적으로는 미국에 불고 있는 복음주의 운동과 유교, 불교 사상을 중심으로 급성장 중인 아시아종교의 확산, 그리고 이라크 전쟁을 통해 경험한 이슬람 정신에 대한 충격 등이 위기감을 조성해 유럽인들에게 보다 견고한 정신적 기반을 찾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유럽인들의 종교 회귀 바람은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靑 “귀곡산장서 유령과 대화했나”

    청와대가 13일 한국기자협회 취재환경개선특별위원회(위원장 박상범 KBS기자)를 “오만과 독선적 사고”라는 표현을 써가며 정면 비판했다.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과 관련, 정부와 언론단체 대표들이 지난 한달간 마련한 공동발표문 합의가 특위의 거부로 전날 무산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 글을 올려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문재인 비서실장이 직접 교통정리를 하면서 전향적인 협상안에 힘을 실었다.”면서 “그럼에도 기협 특위가 무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홍보수석실은 “이제 와서 기협 특위가 논의내용을 백지화하라는 것은 억지이며 횡포”라면서 “정부와 다른 언론단체 대표들이 지금껏 귀곡산장에서 기자협회의 유령과 대화했나.”라고 되물었다.이어 “기협 내부에는 다른 언론단체들이 협상의 적임주체이냐에 대해 강한 거부감이 있는 모양인데 이는 오만”이라면서 “언론계엔 기자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독선적 사고를 없애지 않는다면 현재의 기자실이 폐쇄적 기자단으로 회귀할 게 뻔하지 않을까 여전히 두렵다.”라고도 했다. 홍보수석실은 “대화는 있을 수 있지만 협상은 끝났다. 기협이 늦게라도 승차해 의견을 개진해 달라.”고 주문했다.공동발표문에 포함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공동 노력’조항은 정일용 기협회장이 먼저 요구하고, 다른 언론단체 대표 모두 이견이 없었던 내용이라며 “(일부 신문에 의해)시비가 벌어진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공동발표문은 ▲대면·온라인 취재에 적극 응대토록 총리훈령 제정▲공직사회 부패·비리를 고발하는 내부고발자 보호범위 확대▲방송 PD가 기자와 동일한 취재편의를 제공받도록 지원▲취재공간의 폐쇄적·배타적 운영 지양 등 14개 항목을 담고 있다.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연말 아파트값 연초수준 회복 어렵다”

    “연말 아파트값 연초수준 회복 어렵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일인 지난 6월1일 전에 급매물이 나왔던 강남 일대를 비롯해, 서울 대부분 지역의 아파트 값이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 지역 일부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연초보다는 2억원 이상 떨어진 곳도 있지만 지난 5월보다는 다소 오르고 있다. 급매도 더 이상 나오지 않아 바닥을 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부담 때문에 고가 주택에 대한 메리트가 떨어져 연말이 되더라도 연초 수준까지 오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강남 아파트 값 연초 수준으로 회귀할까 강남구 대치동 미도2차 185㎡(기존 56평형)는 지난 4월초 26억 5000만원까지 떨어진 뒤 5월에는 25억원짜리 급매물도 나왔으나 지금은 가장 싼 게 26억원 수준이다. 로열층 호가는 28억원선이다.115.7㎡(기존 35평형)도 비슷하다. 지난 5월(11억원)보다는 1억 5000만원 올랐지만 연초(14억원)보다는 1억 5000만원 낮은 12억 5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인근 다원부동산 관계자는 10일 “저가 급매들만 놓고 보면 집값이 빠진 것 같지만 예컨대 미도의 경우 218㎡(기존 66평형) 이상의 대형 아파트는 매물도 없어 전반적으로 값이 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그러나 대출 제한 등 규제 때문에 매수자도 없어 여전히 차분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삼성1차(104동)도 사정은 비슷하다.125㎡(기존 38평형)의 경우 연초 12억 5000만원 수준에서 5월 들어 11억원으로 조정된 뒤 최근 이보다 5000만원 오른 수준의 매물이 나왔다.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 185㎡(기존 56평형) 중간층의 경우 연초 16억 5000만원에서 5월 14억 5000만원까지 떨어진 뒤 최근 16억 3000만원까지 올랐다. ●목동 집값 회복 남의 일?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집값 회복이 거의 없는 편이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7단지 115㎡(기존 35평형)는 5월 10억 5000만원까지 빠졌으나 6월 이후에도 고층에서 10억원짜리 급매가 여전히 나와 있다. 목동 13단지 181㎡(기존 55평형)는 7월 현재 5월 호가(17억원) 보다도 낮은 16억 5000만원짜리 급매물이 나왔다.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오른 단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목동 2단지 181㎡(기존 55평형)의 경우 5월에는 연초보다 5000만원 떨어진 17억 5000만원에도 매물이 있었으나 이달에는 급매는 없다. 호가는 18억원선. 인근 E부동산 관계자는 “집값이 내렸지만 매수세는 붙지 않아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다주택 보유자들 집 파는 분위기” 분당구 구미동 까치마을의 대우·롯데·선경 161㎡(기존 49평형)는 4월 이후 9억 5000만원까지 빠졌으나 지금은 그 보다 낮은 9억 2000만원짜리 급매도 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고가 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져서 연말이 되더라도 인기 지역 중대형 집값은 연초 수준으로 다시 오르기는 어렵다.”면서 “집에 대한 강한 욕구가 많이 퇴색된 데다 다주택 보유자들이 어떻게든지 집을 팔기를 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교황 ‘라틴어 미사’ 재도입 결정 유대인들 반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라틴어 미사를 재도입하기로 해 유대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9일 AP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지난 7일 라틴어 미사를 재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교황 자의교서’를 공개했다. 유대인들이 라틴어로 진행하는 ‘트리엔트 미사’를 반대하는 이유는 유대인의 개종을 촉구하는 ‘굿 프라이데이(예수 수난일)’ 예배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친유대 민권단체인 반인종주의연맹(ADL)은 교황의 라틴어 미사 재도입 결정이 가톨릭과 유대인 관계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프랑스의 일부 주교들을 비롯해 진보적인 성향의 성직자와 신자들도 이번 결정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교황청 대변인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라틴어 미사 재도입 결정이 “과거로의 회귀는 물론 공의회나 주교들의 권위를 약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출신인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4월 교황에 선출된 이후 ‘반 이슬람 발언’으로 설화를 겪었고, 지난해 폴란드 아우슈비츠를 방문했을 때에는 독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언급하지 않아 유대인들을 실망시켰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승리자 푸틴’…임기말 건재 확인

    ‘2014년 겨울올림픽 개최 경쟁의 최대 승리자는 블라디미르 푸틴이다?’ AFP,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들은 4일 힘겨워 보였던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푸틴이 이번 유치 경쟁의 최대 승자라고 평했다. 국제적인 러시아 영향력을 재확인하고 국내에선 지지기반을 다시 확고하게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푸틴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소치의 프레젠테이션 첫 주자로 나서 영어로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약속해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공식석상에서 그가 영어로 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과테말라에 예정보다 하루 일찍 도착해 IOC 위원과 주요 외신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유세전을 펼쳤다. 푸틴의 외교력과 지도력은 주효, 그의 프로급 유도실력처럼 막판 뒤집기로 평창을 눌렀다는 평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푸틴의 이런 모습을 2012년 여름올림픽 유치 때 발벗고 나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비교하기도 했다. 내년 5월 퇴임하는 푸틴의 거침없는 행보와 목소리는 IOC총회 이전부터 계속돼 왔다. 그는 최근 불편해진 미국과의 관계속에 공세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미사일방어(MD)체제 갈등과 관련, 공동미사일 기지 설치를 기습 제안, 미국측을 당황케 하는가 하면 지난 2일 미국 케네벙크포트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도 외교적 승리를 거뒀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고유가에 힘입기는 했지만 경제 회복과 치안 안정 등으로 푸틴은 독재회귀라는 비난 속에서도 강력한 국내 지도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의 거침없는 모습에 소련연방 붕괴 후 패배주의에 빠졌던 러시아 국민도 70%가 넘는 지지를 보내며 환호하고 있다. 그의 거침없는 하이킥이 헌법개정과 연임으로 이어질지 혹은 누구를 후계자로 앉힐지 오는 2008년 3월 러시아 대선을 앞두고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여름아! 반갑다] 계곡산행 베스트4

    [여름아! 반갑다] 계곡산행 베스트4

    여름 휴가때 바다로 떠나는 것도 즐거움이지만 깊은 산속의 계곡에서 느끼는 특별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맑은 물과 싱싱한 산소, 그리고 새들의 음악소리가 귀를 즐겁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디가 좋을까. 여름철 가볼 만한 계곡산행 4곳을 소개한다. ■ 대야산 용추계곡 # 경북 문경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 일대에 걸쳐 있는 대야산은 빼어난 암릉들이 이어져 조망이 좋고 특히 산의 동쪽과 서쪽으로 계곡이 깊어 여름산행에 제격이다. 널리 알려진 선유동 계곡에는 여름 피서객들이 붐비는 데 반해 산꾼들이 자주 찾는 코스는 계곡과 능선을 잇는 산길이 잘 정리된 용추계곡 코스. 심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아 기우제를 지냈다는 용추폭포는 대야산의 명물로 밑에서 올려다 보면 하트모양을 하고 있다. 산행 코스는 문경 가은읍 완장리 벌바위마을에서 출발해 용추폭포를 거쳐 다래골∼밀재∼정상으로 오르는 길과 피아골∼정상, 또는 피아골∼촛대봉∼정상으로 오르는 방법이 있다. 벌바위마을을 들머리로 용추계곡∼월영대∼다래골∼밀재∼정상으로 올라 피아골로 내려오는 약 9㎞의 코스가 적당하고 약 5시간 걸린다. ■ 석룡산 조무락골 # 경기 가평 명지산과 화악산의 명성에 가려져 이름이 덜 알려진 경기 가평의 석룡산은 차고 맑은 물이 콸콸 흘러넘치는 조무락(鳥舞樂·새들이 춤추고 논다 하여 붙여진 이름)골을 품고 있는 최적의 여름 산행지다. 약 6㎞에 이르는 조무락골은 소와 담, 폭포가 상류에서 하류까지 고르게 발달해 전체가 비경지대. 조무락골을 따라 계곡으로 올라 정상에 닿은 후 남서쪽 능선을 타다 다시 조무락골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는 총 11.4㎞로 6시간 소요된다. 이밖에 조무락골로 올라 정상을 지나 1103봉에서 고시피골로 내려오는 고시피골 코스, 조무락골로 올라 석룡산을 지나 도마치까지 능선을 타는 종주 코스가 있다. 조무락골에 가면 주등산로에서 50m쯤 비껴난 곳에 자리 잡은 복호동 폭포를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정면에서 보면 폭이 좁고 보잘 것 없지만 왼쪽 이끼바위에 올라서면 높이 30m의 5단 폭포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맹렬하게 낙하하는 기막힌 장면을 만나게 된다. ■ 내연산 청하골 12폭포 # 경북 포항 경북 포항의 내연산에는 12개의 크고 작은 폭포가 숨어 있다. 상생폭, 보현폭, 삼보폭, 잠룡폭, 무풍폭, 관음폭, 연산폭, 은폭, 복호1·2폭, 실폭, 시명폭 등을 따라오르는 청하골 계곡 트레킹은 기본이고, 울창한 숲길을 걷는 능선종주도 가능하다. 게다가 7번 국도를 따라 화진, 월포, 칠포, 송도해수욕장 등이 가까이 있어 그야말로 피서를 겸한 산행지로 안성맞춤. 능선 대신 계곡산행만 원한다면 12개의 폭포가 시원스러운 물줄기를 쏟아내는 청하골 계곡을 왕복하면 된다. 계곡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연산폭포에서 회귀하지만 비하대 왼편으로 가파른 길을 따라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 시명리까지 시원하고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 방태산 조경동계곡 # 강원 인제 아침 한나절이면 밭갈이를 끝낼 정도로 좁은 골짜기 혹은 첩첩산중이라 아침 일찍 밭을 갈지 않으면 안 된다 하여 ‘아침가리’라는 이름이 붙은 방태산 조경동 계곡. 구룡덕봉·가칠봉 등 1200m가 넘는 준봉들이 둘러싼 깊은 골짜기는 백패킹에 더 없이 좋은 장소다. 조경동 계곡 하류 4㎞ 지점, 바위틈으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와 깊이 모를 검푸른 빛깔의 뚝발소 주변 경관이 특히 아름답다. 글 정수정(월간 MOUNTAIN 기자) 사진 월간 MOUNTAIN 사진부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관측천문학의 개척자 이시우 전 서울대 교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관측천문학의 개척자 이시우 전 서울대 교수

    한 CM송이 있었다.‘하늘에서 별을 따다/하늘에서 달을 따다/두손에 담아드려요∼’. 이처럼 여러 노랫말에는 ‘별을 따는’ 내용이 많다. 연인끼리 사랑을 주고받을 때에도 ‘그대에게 별을 따다 바친다.’는 식으로 상대의 환심을 사곤 했다. 그렇게 우리 삶과 일상에 가까이 다가와 있는 별, 그 별에는 어떤 생명이 있을까. 잠시 철학자 칸트(1724∼1804)에게로 다가가 보자. 뉴튼을 아주 좋아했던 칸트는 생전에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무수히 많은 생각에 잠기곤 했다.31세에 쓴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이 흥미롭게도 천문학, 즉 ‘천계(天界)의 일반 자연사와 이론’이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그 생각의 깊이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칸트는 죽을 때까지 고향 쾨니히스베르그(현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를 한번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주검 역시 칼리닌그라드 대성당에 안치돼 있어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이 때마다 관광객들은 칸트의 묘비명을 보며, 마치 생전의 칸트처럼 또 다른 생각에 잠겨들곤 한다.‘나에게 항상 새롭고 무한한 경탄과 존경심을 일으키는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내 마음속의 도덕률이다.’ ●천문학자, 붓다를 만나다 칸트가 생전에 어떤 삶을 살았으며, 또 그의 ‘비판철학’이 어떻게 해서 나왔는지 시사해주는 대목이다.‘실천이성비판’의 마지막 구절이기도 한 이 글귀에 대해 학자들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의미심장한 내용’이라고 한결같이 평가한다. 우리나라 관측천문학의 개척자로 알려진 이시우(69) 박사.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 시절, 정년퇴임 5년을 앞둔 1998년 후배들을 위해 길을 터주기로 용단을 내리고는 강단을 훌쩍 떠났다. 이후 지방 산사에서 토굴생활 등을 하며 불경 공부에 심취했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천문학자, 우주에서 붓다를 찾다’,‘천문학자와 붓다의 대화’,‘천문학자가 풀어낸 금강경의 비밀’ 등을 비롯,‘인생’,‘똥막대기’라는 시와 에세이집 등이다. 이 저서를 두고 불교계에서는 천문학과 붓다를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신선하다며 주목했다. 요즘에는 저술 활동과 외부 강연으로 바쁘게 지낸다. 강연 주제는 여전히 ‘하늘의 별’이다. 별의 생명성과 인간관계를 설파한다. 현역 때는 천문학자로 이름을 날렸고, 퇴임 후에는 ‘찬란한 별 전도사’로 가는 곳마다 흔치 않은 감동을 선사한다. 지난 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자택에서 그를 만났다. 한여름밤, 반짝이는 별들의 세계를 알고 싶어서였다. ●인간, 별처럼 욕심이 없어야 그는 “하늘의 별도 인간처럼 태어나서 빛을 내며 살다가 마지막에 임종을 맞이하며 일생을 끝마친다.”고 전제한 뒤,“다만 인간은 태어난 후 자양분을 밖에서 찾지만 별은 스스로 먹을 것을 갖고 태어나기 때문에 인간과 달리 아무런 탐욕이 없이 일생을 청정하게 살다가 새로운 생명의 씨앗을 숭고하게 뿌리고 사라진다.”고 했다. 별의 탄생 초기에는 자체적으로 팽창했다가 다시 수축하는 맥동 운동으로 안정을 취하며, 또한 별 내부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메뉴가 바뀔 때마다 맥동 운동으로 이를 소화시킨다는 것. 청년기를 지나 노년기에 들어서면 맥동 운동도 많아져 임종 무렵에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뱉어내는데, 그 잔해 중 일부가 블랙홀이 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태양도 50억년쯤 지나면 하루 정도의 변광 주기를 가지는 ‘맥동 변광’ 단계를 거칠 것이며 이 때가 태양 중심부에서 헬륨이란 음식을 만들어 먹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북극성 근처의 카시오페아 자리에 있는 델타 세페이드라는 4.5등급의 별은 맨눈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별은 5.4일을 주기로 밝기가 4등급으로 밝아졌다가 다시 5등급으로 어두워지기를 되풀이합니다. 이렇게 별 자체가 주기적으로 수축, 팽창하면서 밝기가 변하는 현상이 ‘맥동 변광성’입니다.” 김 박사는 이어 “인간도 별처럼 에너지(양식, 영양분)의 공급체계가 변하거나 에너지 전달 과정이 원만하지 못하면 불안정한 상태(스트레스)를 맞게 되는데 과연 별만큼 변화에 잘 순응하고 있느냐.”고 반문한다. 불안정의 질 자체가 대체로 정신과 육체의 복합적 상호관계에서 기인하므로 별과 달리 정신과 육체가 상호 증폭작용을 일으켜 큰 사고를 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별의 경우 불안정이 생기면 에너지를 최소로 쓰면서 가장 안정된 상태로 회귀하려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쳐 100억년을 사는 데 반해 인간의 경우 길어봐야 100살의 수명에도 이르기 전에 온갖 탐욕과 불안정 상태를 잘 조절하지 못해 중도하차하고 만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 박사는 “인간중심의 철학은 한결같이 자기를 과시하는 데서 생겨나는 것이요, 이것을 교정하는 최상의 방법은 천문학을 약간 공부하는 일이다.”라는 영국 철학자 러셀의 말을 인용하면서 밤하늘의 별을 볼 때 그들의 세계와 삶을 한번쯤 고요히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인간 이기심 별을 보고 잊으라 “욕심을 가능한 한 버리고 사는 게 하늘의 이치입니다. 앞으로는 헌법을 개정할 때 인간중심에다 천리(天理)를 담아야 합니다. 헌법이나 정부 정책에서 인간과 자연을 자꾸 분리시키려 한다면 결국에는 인간이 많은 피해를 보게 되지요.” 그러면서 인간은 어차피 우주의 섭리에 의해 태어났기 때문에 우주와 천리를 떠날 경우 상상 이상의 피해와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 김 박사의 지론이다. 그는 “오늘날의 인간은 소유의 가치를 우선시하면서도 자신의 유용성이 바닥나면 비참하게 퇴출당하지 않느냐.”며 “앞으로는 모든 법규나 제도에 있어서 자연과 인간의 존재가치를 최상으로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우주적 정보가 담겨 있는데 제도적 필터링의 문제 때문에 그걸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선수행 깨달음 책으로 낸다 “원시 태양계의 성운에서 태양이 탄생하고 또 인간도 탄생했습니다. 즉, 우주의 1세대를 100억년으로 봤을 때 인간은 4세대에 태어났지요. 이것은 곧 우리 몸속에 은하계의 생리가 간직돼 있다는 뜻입니다. 이 중에는 다른 삶(동·식물)을 살았던 것도 있으며 우리가 미생물이라고 부르는 요소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육신을 초월해 과거심(過去心)으로 우리의 본성을 찾는 것은 우주적 마음, 별과 같은 마음으로 산다는 것입니다.” 대구 출생인 그는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문리대에 진학했다가 친구의 권유로 천문학과로 전과했다. 따라서 대학 때부터 별을 보면서 인간과 우주에 대한 생각의 시간을 많이 가졌을 수밖에. 호주국립대학에서 천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경북대를 거쳐 서울대에서 천문학 강의를 맡았고, 우리나라의 관측천문학을 이끌다시피 했다. 퇴직 후인 1999년 부산의 해운정사에서 하안거 동안 ‘인간과 별의 일생’이란 주제로 참선수행을 했다. 그는 “부처도 새벽별을 보고 깨달았다.”면서 앞으로의 미래는 우주 중심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인다. 이와 관련된 책 2권을 곧 출간할 예정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모든 양식과 재료를 얻고 있습니다. 전적으로 자연에 의존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인간 중심적으로 짜여져 있지요. 지금이라도 우리가 우주 내의 문명체로 위상을 자리매김해야 할 때입니다. 그래야 오래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 그가 걸어온 길 ▲1938년 대구 출생. ▲서울대 천문학과 학사, 동대학원 이론물리학석사, 미국 웨슬리안대학교 석사, 호주국립대 관측천문학 박사. ▲경북대·서울대 교수 역임. ▲현재 한국과학기술원 한림원 정회원. ●주요 저서 태양계 천문학(공저), 별과 인간의 일생, 천문관측 및 분석, 은하계의 형성과 진화, 법을 보면 별을 안다, 우주의 신비, 천문학자와 붓다의 대화, 천문학자 우주에서 붓다를 찾다, 똥 막대기, 인생, 천문학자가 풀어낸 금강경의 비밀 등.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신기남·김혁규 출정 “이해찬 親盧대표 아니다” 공세

    신기남·김혁규 출정 “이해찬 親盧대표 아니다” 공세

    범여권의 대통합 구도가 후보중심으로 굳어가고 있는 가운데 28일 열린우리당의 신기남·김혁규 의원의 대선출마 선언으로 열린우리당내 친노진영 대선주자간 세 대결 양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대통합신당과 연석회의 참여’를 선언한 이해찬 전 총리를 겨냥한 다른 친노 후보들의 견제가 가시화되면서 범여권내 권력다툼 양상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신기남·김혁규 “참여정부 공과 계승” 28일 신기남·김혁규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출정식을 치렀다. 김 의원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했다.‘경제 대통령’,‘주식회사 대한민국 사장’이란 기치 속에 ‘경제강국·사회대통합·남북경제공동체’라는 3대 비전을 제시했다. 범여권 통합구도에 대해서는 “대통합 뒤 후보를 선출해 한나라당과 일 대 일 구도로 가야 한다.”며 대통합 신당행을 암시했다. 그러나 선대위 부위원장인 윤원호 의원은 “한번에 후보를 뽑는 게 좋은데 차선은 후보단일화”라며 당 잔류 의사도 배제하지 않았다. 신기남 의원은 “새로운 진보개혁 노선으로 한나라당의 수구보수 노선에 맞서 치열한 가치 싸움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다음 정부는 복지정부여야 한다.”며 국가가 ‘교육·주거·직업·건강·노후’를 보장하는 ‘5대 보장국가’ 비전을 제시했다. 향후 행보와 관련,“민주개혁정부 10년을 계승하고 평화복지세력이 동참하는 대통합에는 열려 있다.”면서도 “대통합이 지역주의 회귀로 흐를 경우 열린우리당의 독자적 대선후보 선출이 필요하다.”며 당 사수 입장을 강조했다. ●친노 후보들, 이해찬과 차별화 주목되는 점은 이해찬 전 총리에 대한 나머지 친노 주자들의 공격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이 전 총리가 이날 김근태 전 의장과의 회동에서 대선주자 연석회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뒤부터다. 전날 김두관 전 장관에 이어 김혁규·신기남 의원이 공세에 가담했다. 김 의원은 이날 “노심이 이 전 총리에 실려 있다는 의견은 이 전 총리 측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총재직도 하지 않은 대통령인데 노심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기남·김두관·김원웅 후보는 당 사수 입장을 밝혔다. 유시민 전 장관도 ‘열린우리당 중심의 대통합’을 강조했다. 친노 진영까지 책임지고 대통합신당에 데려 가겠다는 이 전 총리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중이 엿보인다. 이 전 총리의 대표성을 차단해 차별화하겠다는 의사로도 읽힌다. 이에 대해 이 전 총리측은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이 전 총리와 한명숙 전 총리가 대통합신당을 선택할 경우 범여권은 2강1약(신당·통합민주당 VS 열린우리당) 구도가 된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손학규 범여 품으로

    손학규 범여 품으로

    손학규(얼굴) 전 경기지사가 25일 범여권에 합류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 대선정국이 급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손 전 지사는 25일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주도하는 범여권 대통합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맞춰 열린우리당 2차 집단탈당 의원 7명은 이날 손 전 지사에 대한 지지를 공식선언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손 전 지사는 뺑소니 정치인”이라며 정계은퇴를 촉구하는 등 비난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에서 온갖 혜택을 다 누리다 보따리를 사서 야반도주한 ‘뺑소니 정치인’일 뿐”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정계를 은퇴하는 게 그나마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손 전 지사는 김 전 의장이 제안한 ‘범여권 대선주자 연석회의’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우회적으로 긍정적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명시적 입장 표명은 유보했다. 손 전 지사는 26일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오찬 회동을 갖는 등 본격적인 범여권 대선행보에 나선다. 이날 손 전 지사 지지를 선언한 의원은 김부겸·안영근·김동철·신학용·정봉주·조정식·한광원 의원 등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손 전 지사는 선진국 도약, 한반도 평화, 국민통합이라는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지도자”라며 “우리는 손 전 지사와 함께 17대 대선에서 승리하고자 한다. 손학규가 국민의 희망”이라고 밝혔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오후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김근태 전 의장을 만나 “김 전 의장이 주도하는 대통합의 흐름에 참여하고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고 회동에 배석했던 우상호 의원이 밝혔다. 손 전 지사는 또 “대통합은 과거회귀나 특정 정치세력의 야합이 돼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달았다고 우 의원이 전했다. 손 전 지사는 대선주자 연석회의 참여 여부에 관한 우 의원의 질문에 “김 전 의장이 추진하는 방향과 방안을 지지한다는 내 말을 알아서 해석해달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 전 의장은 이날 오전 “손 전 지사가 (범여권 대선주자) 연석회의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한다는 통지를 저에게 해왔다.”고 말했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孫’잡은 범여권 대통합 물꼬 트나

    ‘孫’잡은 범여권 대통합 물꼬 트나

    25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범여권 합류 의사를 밝힘에 따라 향후 정계개편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범여권과 거리를 뒀던 손 전 지사가 범여권 판짜기에 적극 개입하면 통합 논의가 활기를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선주자 연석회의 성사를 장담하기 어렵고 중도개혁통합신당과 민주당이 27일 합당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 통합 움직임에 대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범여권 합류·의원 7명 지지 선언…탄력 받는 손학규 손 전 지사는 앞으로 범여권 통합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자임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만나 “대통합은 과거 회귀, 특정 정치세력의 야합으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 중도개혁통합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대선주자 연석회의에 대해서는 “김 전 의장의 대통합 방향과 방안에 동의한다.”면서 우회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는 데 그쳤다. 범여권 주자로 자신을 부각시키는 것보다는 대통합에 대한 입장을 먼저 밝히는 것이 범여권 합류 수순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손 전 지사는 이르면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구체적인 범여권 합류 방법을 밝힐 예정이다. 범여권 합류와 함께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 7명이 이날 지지선언을 함에 따라 손 전 지사의 대선 행보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경선추진협 출범으로 ‘인물중심론’ 신호탄 이날 오전 국민경선추진협의회는 기자회견을 갖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결성 선언문에서 “어떤 형태로든 대통합은 이루어질 것이지만 후보선출방식에 합의하고 본격적인 국민경선을 실시하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면서 “6월30일까지 국민경선 참여에 동의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는 향후 범여권 정계개편이 ‘인물중심’으로 진행될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손 전 지사가 이날 범여권 합류 의사를 밝힌 것에는 이같은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친노, 통합민주당은 따로 하지만 국민경선제 참여의 전단계라고 할 수 있는 대선주자 연석회의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손 전 지사의 연석회의 참여가 친노 주자들을 테이블로 끌어오는 열쇠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해찬 전 총리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한명숙 전 총리는 ‘조건 없는 국민경선’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혁규 의원은 28일 대선출마 선언 이후에 입장을 정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비노 주자인 천정배 의원도 대선주자 연석회의 주체는 시민사회세력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중도개혁통합신당 김한길 대표, 강봉균 통합추진위원장과 민주당 박상천 대표, 최인기 정책위의장 등 4명은 이날 저녁 막바지 합당 관련 실무 논의를 했다. 예정대로 통합민주당이 법적 합당 절차를 마칠 경우 범여권 통합 움직임은 또다시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산이 좋아 산으로] 경기도 가평 명지산

    [산이 좋아 산으로] 경기도 가평 명지산

    북한강 푸른 물줄기를 휘감고 있는 경기도 양평과 가평은 서울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여름이면 긴 피서행렬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명지산을 끼고 도는 가평천과 조종천 일대 역시 물놀이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수영장을 방불케 하는 유원지에서 좁은 틈을 비집고 발을 담그는 대신 등 뒤에서 말없이 긴 그림자를 늘어뜨린 명지산을 찾는다. 깊은 숲과 계곡, 명지폭포의 우렁찬 물소리는 흘린 땀의 고단한 기억을 말끔히 식혀줄 것이다. 경기도 가평군 북면 적목리와 도대리에 걸쳐 있는 명지산(明智山·1267m)은 화악산(1468m)에 이어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높다. 주변으로 국망봉, 촉대봉, 연인산, 석룡산 등 1000m가 넘는 많은 산들에 둘러싸여 깊고 웅장한 느낌을 더한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아름답고 여름에는 물 맑은 계곡이 좋다. 가을철 ‘명지단풍’은 가평8경의 하나로 손꼽히는 등 철마다 색다른 모습으로 발길을 당긴다. 무엇보다 명지산의 가장 큰 매력은 서울에서 1시간30분 거리라는 입지 조건과 다르게 아직도 원시림 상태를 잘 보존하고 있는 숲이다. 적목(이깔나무)이 많아 붙여진 동북쪽의 적목리(赤木里), 잣나무가 무성하여 이름 붙은 남쪽의 백둔리(柏屯里·잣둔리) 등 산자락을 끼고 있는 마을 지명만 봐도 짐작이 간다. 근래 불법 채취로 주목나무는 찾아보기 어려워졌지만 전국 40%나 되는 잣을 생산해 내는 잣나무를 비롯해 밤나무, 굴참나무, 전나무 등이 군락을 이룬다. 명지산 산행은 승천사가 있는 익근리와 상판리 귀목마을을 들머리로 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이용되는 산길은 익근리 원점회귀 코스로 5시간30분∼6시간 정도 소요된다. 승천사∼명지폭포∼익근리계곡∼정상에 이르면 간 길을 되짚어 내려오거나 좀 더 북쪽 능선을 따라 사향봉을 경유해 내려올 수도 있다. 시간은 조금 더 걸리지만 능선에서 조망이 좋다. 귀목마을에서는 귀목고개∼명지2봉∼정상에 이르거나 귀목고개 대신 아재비고개를 통해 정상에 닿는 코스가 있다. 귀목고개 코스는 정상까지 3시간 남짓, 아재비고개 코스는 2시간50분 정도 걸린다. 정상에서 원점회귀하거나 익근리로 하산할 수도 있다. 귀목마을에서는 명지산 정상 쪽으로 가지 않고 귀목고개를 통해 귀목봉에 오르는 경우도 많은데 되돌아오기까지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귀목고개는 귀가 아홉 개 달린 백여우가 고개 중턱에 나타나 나그네의 보따리를 잡아당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올 만큼 첩첩산중이었다고 한다. 백둔리를 들머리로 아재비고개를 거쳐 명지3봉∼명지2봉∼정상∼명지폭포∼익근리로 내려오는 종주 코스는 총 7시간 정도 걸린다. 연인산 들머리를 지나 백둔리마을회관 쪽에서 시작되는 종주산행의 본격적인 산길은 철조망이 쳐진 사과밭을 지나야 한다. 사유지이지만 작은 문이 항상 열려 있어 지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아재비고개까지는 급할 것 없는 완경사의 오솔길이다. 징검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계곡의 굽이를 따라 자연스러운 선을 그리며 돌아 오르기도 한다. 아재비고개에서 연인산과 명지산이 갈린다. 아재비고개에 올라서면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지만 여기서 명지3봉까지 오르막은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아 한여름에는 어깨 높이의 풀숲을 헤치고 가야 한다. 명지산 정상까지는 가끔 바위구간도 있지만 위험하지는 않다. 하산할 땐 아무리 급하더라도 주 등산로에서 60여m 떨어져 숨어 있는 명지폭포를 찾아내 지친 다리와 마음을 내려놓자. 실타래를 다 풀어도 끝을 알 수 없다는 명지폭포의 깊은 소와 우렁우렁 물소리에 한여름 무더위도 풍덩 빠져들고 말 것이다. 글 정수정 남영호(월간 MOUNTAIN 기자) # 여행정보 백둔리 자연학교(031-582-9261,www.ebns.co.kr)와 두밀수련원(031-581-1253)에서는 야영도 할 수 있다. 백둔리의 양지카운티(031-582-4770, www.yj-gt.co.kr)는 나비·생태 전시관 등이 갖춰져 있다. 이 밖에 별을 헤는 마을(031-582-9869), 달빛사냥(031-582-3184), 달빛고을(031-582-7074) 등의 펜션이 있다.
  • [홍콩 반환 10년 현장을 가다] (상) 안정과 민주사이의 홍콩인들

    [홍콩 반환 10년 현장을 가다] (상) 안정과 민주사이의 홍콩인들

    오는 7월1일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금융·무역의 허브, 동양의 진주 홍콩의 밤거리는 계속 불야성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코스모폴리탄 홍콩인은 과연 중국의 공민(公民)에 머물고 말 것인가. 사회주의 중국에 맞선 민주의 보루는 어찌 될 것인가.1997년 전반 중국 회귀를 앞두고 쏟아진 이런 질문들에 10년이 지난 오늘 몇 개의 답변은 가능할 듯하다. 현지 탐방을 통해 3회에 걸쳐 홍콩 특집을 싣는다. 2005년 12월 홍콩에서 중대 사건이 발생한다. 막강 홍콩 경찰의 방어벽이 세계무역기구(WTO)체제 반대에 나선 한국의 원정 시위대에 무너졌다. 예고된 시위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을 사전답사까지 했던 홍콩경찰이지만, 시위대의 노련한 작전에 맥없이 1차 저지선이 무너지고 말았다. 시위대의 ‘밀기’에만 신경쓰다가 ‘밀었다, 당겨’는 전혀 준비하지 못했다고 한다. ‘유도의 원리’에 우르르 앞으로 넘어진 홍콩 경찰들 위로 한국인 시위대의 진격 모습이 TV로 생생하게 전달되자 홍콩 사람들은 경악하고 만다.“한국 사람이야 ‘그 정도 갖고 뭘’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홍콩인들의 충격은 컸습니다. 그 일 이후 한국인에 대한 인상이 얼마나 나빠졌는지 몰라요.” 홍콩 한인회 김구환 부회장의 말은 ‘안정’에 대한 홍콩인들의 집착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고 나서야 실감할 수 있었다. 홍콩인의 안정에 대한 집착은, 곧 ‘혼돈’에 대한 불안감의 반영이다. 홍콩의 최근 역사는 안정희구 성향을 잘 보여준다.1967년 노동 파업으로 시작돼 반식민지 운동으로 번졌던 반영(反英)폭동 때도 노동자 탄압이나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보다는 결국 시위대만이 혼란의 주범으로 각인된다. 사회 질서가 불안해지고, 자본이 홍콩을 빠져나가자 홍콩인 대다수는 시위대를 원망하게 된다. 이는 홍콩인들이 ‘안정’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실제 안정이 흔들리면 홍콩인들도 크게 흔들렸다. 홍콩 반환이 결정된 1984년 중국과 영국의 연합성명 발표 이후 본격화된 홍콩인의 해외 이주는 1989년 천안문 사건으로 중국이 혼란에 빠져들자 절정을 이루게 된다. 캐나다 서부도시 밴쿠버가 돈 많은 홍콩인들의 집단 이주로 ‘홍쿠버’로 불리게 된 것도 이후의 일이다. 현재는 상황이 변했지만…. 굵직한 사건 때마다 ‘안정’은 가치판단의 기준이 된다. 홍콩인의 중국 본토 자녀 흡수 문제의 분수령이 됐던 2000년 홍콩 입경처 방화사건을 보자. 심사과정 등에서 심하게 모욕을 당한 일부 ‘대륙인(중국본토 사람)’들이 우발적으로 불을 지르며 난동을 부린다. 그러나 홍콩인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은 홍콩을 혼란에 빠뜨릴지도 모를 ‘대륙인의 폭력’에 시선을 집중한다. 그 결과 대륙인이 홍콩에서 당한 인권모독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한 해 전만 해도 ‘홍콩인들이 본토에서 낳은 자녀는 홍콩인이 될 수 있다.’는 종심(終審)법원의 판결로 대륙에 남은 홍콩 자녀들의 입경이 허용되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위 난동으로 ‘폭도’,‘홍위병’ 등의 단어가 들먹여지자 여론은 험악해져 갔고, 판결은 허망하게 뒤집힌다. 안정이 기준이었다. 2003년 홍콩에서는 50만명이 모여 시위를 벌인다. 영국 식민 시절에도 없던 일이다. 홍콩 정부가 국가전복행위를 금지한 국가안전법을 입법화하려 하자 회귀 기념일인 7월1일 시민들이 반대시위를 통해 이를 무산시킨다. 많은 이들은 여기서 민주주의의 단초를 찾는다. 행정수반 둥젠화의 하야와 직선제 요구가 본격 제기된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4년 국회의원 선거는 예상과 달랐다. 친중파(親中派)의 승리.“시민들이 중국과의 대화를 통한 ‘안정’을 바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언제 홍콩에 자유와 민주가 있었느냐.’는 회의론도 있다. 영국 식민시기의 자유도 결국은 민주주의 없는 ‘시장의 자유’ 또는 경제적 측면에서의 자유일 뿐인데, 보편적 자유인 양 찬양됐다는 얘기다. 주로 중국쪽 학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1997년 반환을 앞두고 영국 식민정부에 의해 진행된 정치개혁을 식민통치의 잔재를 남기려는 술책이었다고 비난한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의 정치전문 대기자 크리스 영은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콩의 민주는 중국과 영국이 홍콩문제를 해결한 80년대 중반 무렵에 싹이 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국 식민정부는 홍콩 반환이 확정된 1984년부터 반환 직전까지 상당한 자치권과 국제적 자율성을 부여한다. 선거권·피선거권·정치참여권은 중국 반환 결정 이후 부분 도입되기 시작했다. 영국의 명예로운 퇴각을 위한 정치개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홍콩에서 만난 상당수 홍콩인들은 ‘민주화’에 대한 질문 자체에 민망한 표정들을 지어 보였다. 그들은 대체로 “우리는 안정속의 번영을 원한다.”고 답했다.‘민주’라는 가치에 집착하지 않아 보였다. 진정한 민주와 자유가 없던 영국 식민 시절부터 ‘안정’된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번영을 누려 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글 사진 홍콩 이지운특파원 jj@seoul.co.kr ■ ‘一國兩制’ 일거양득 효과 |홍콩 이지운특파원|‘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는 홍콩 반환을 앞두고 홍콩인뿐 아니라 영국 등 서방 세계를 안심시키는 주요 기제로 작용했다. 이는 나아가 대(對) 타이완 통일 원칙으로도 적용되고 있다. 눈엣가시와도 같은 티베트 문제에도 마찬가지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에게 귀국을 종용하는 당근,‘고도의 자치’도 일국양제의 변형이다. 왕전민(王振民) 칭화대 법학원 부원장은 “일국양제를 통한 통일 구상은 중국인의 통일관을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게다가 이는 아무도 대가를 치르지 않고 통일 비용을 크게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 만큼 홍콩에 대한 일국양제의 성공은 중국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다. 이번 1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정치선전이 진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국양제는 개혁개방의 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이 제시한 것이다. 그는 1978년 중국 공산당 11기 3중전회에서 ‘사회주의를 핵심으로 하되 경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두 체제를 병행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당초 선전(深) 등 경제특구에서 적용했던 것이다. 일국양제 10년에 대해서는 일단 좋은 평가가 우세하다. 마거릿 베킷 영국 외무장관은 최근 홍콩을 방문,“지난 10년간 정치·경제적으로 약간의 부침이 있었지만 당시의 불길한 예언은 결코 실현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도 12년 전 홍콩에 대한 전망 보도가 잘못됐다고 시인하면서 홍콩 반환 10년의 변화상을 전하며 “홍콩은 아직 죽지 않았고 어느 때보다 활력이 넘치는 곳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전했다. jj@seoul.co.kr
  • [산이 좋아 산으로] 충남 서산 팔봉산

    [산이 좋아 산으로] 충남 서산 팔봉산

    강원도에 홍천 팔봉산이 있다면 충청도엔 서산 팔봉산이 있다. 금북정맥의 끝자락에 위치한 팔봉산(八峯山·362m)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다가 최근 백두대간에 이은 정맥과 지맥 종주 붐이 일면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올망졸망 모여 있는 8개의 봉우리를 가진 팔봉산의 가장 큰 매력은 정상 부근의 빼어난 바위미와 장쾌하게 펼쳐지는 태안반도 가로림만의 푸른 물결. 부담 없는 산행 코스와 수도권에서 차로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는 점도 구미를 당긴다. 산행 후 서산과 태안의 바닷가에서 여유를 즐긴다면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 될 것. ● 1∼4봉은 기암괴석·소나무 어우러져 ‘장관´ 팔봉산의 산길은 그 이름만큼이나 단순명쾌하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길게 이어져 있는 1∼8봉을 차례로 밟고 내려서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3시간 남짓. 암봉인 1∼4봉은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서해안 조망도 훌륭하다. 반면 5∼8봉은 야산 같은 육산으로 그다지 볼거리가 많지 않다.8봉 종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 산의 북쪽 들머리인 양길리에서 출발해 정상인 3봉을 지나 전망 좋은 4봉까지 갔다가 원점 회귀하는 편이 낫다. 팔봉산 산행은 매년 6월이면 팔봉산 감자축제가 열리는 양길리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임도가 나 있는 솔밭을 15분 걸으면 거북이샘이 보이고 만세팔봉(萬歲八峯) 빗돌이 서 있는 널따란 쉼터에 닿는다. 본격적인 산행은 이곳에서 시작된다. 완만한 경사의 계단길을 10분만 오르면 벌써 능선이다. 이 곳은 1봉과 2봉 사이의 안부로 왼쪽은 1봉, 오른쪽은 2봉을 경유 3봉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갔다가 되돌아오는 일이 다소 번거롭더라도 1봉의 주변 경관과 전망을 놓치지 않는 게 좋다. 바위를 첩첩이 쌓은 1봉에 턱 올라서는 순간 북쪽으로 열린 서해바다와 2봉과 3봉 바위를 뒤덮은 신록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안부로 다시 내려와 2봉으로 향하는 길은 제법 가파르고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철계단을 올라 10분 지나면 2봉을 은근슬쩍 넘어서고 곧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에서 정상을 한번 쳐다보고 걸으면 이번에는 긴 철계단이 나타난다. 철계단 안쪽은 통천굴인데 정상이 코앞이다. 철계단보다는 통천굴을 통과하는 것이 좀더 극적이다. 팔봉산 정상은 인접한 두 개의 봉우리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데 두 봉우리에 모두 정상 표지석이 서 있다. 마치 누가 던져 놓은 듯 크고 작은 바위들이 서로 몸을 기대거나 포개어져 있는 정상에 올라서면 태안반도 가로림만의 고즈넉한 풍경이 넓게 펼쳐진다.4봉에서 8봉까지 이어지는 팔봉산 주릉도 잘 보인다. ●태안반도 고즈넉한 풍경 ‘한 눈에´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정상에서 발길을 돌리지만 반대편 정상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4봉까지 다녀오면 더 좋다. 이곳에서 정상의 바위가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 전국 바위경연대회라도 열린 듯 바위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한껏 뽐내는 광경이다. 되돌아올 때 3봉과 4봉 사이 안부에서 동쪽 방향의 우회로를 택하면 운암사터를 거쳐 1봉과 2봉 사이 안부에 닿는다. 이제 정상에서 굽어보던 태안반도의 푸른 바다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 된다. 글 정수정 진우석(월간 MOUNTAIN 기자) ■맛집 알아두세요 가로림만 개펄에서 잡히는 세발낙지가 제철인 요즘 서산·태안 지방의 토속음식인 박속밀국낙지탕은 빼놓기 아까운 별미. 팔봉산에서 가까운 구도항(구도횟집 041-662-6117)이나 학암포(학암포어촌계 041-674-7080)에서 바다구경 후 맛보면 좋다.
  • [범여권 ‘김근태 불출마’ 파장] 대선주자들 ‘기득권 포기’ 압박 받을듯

    [범여권 ‘김근태 불출마’ 파장] 대선주자들 ‘기득권 포기’ 압박 받을듯

    12일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지리멸렬한 범여권을 뭉치게 하는 데 어떤 식으로든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장의 지지율이 아주 높거나, 거느리고 있는 세력이 대단해서가 아니다. 대선과 총선을 겨냥한 이해관계에 갇혀 아귀다툼을 해온 범여권에 처음으로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한 사례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지금껏 범여권 각 정파는 저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올라타 서로에게 먼저 양보하라고 종용해온 게 사실이다. 대통합이 제대로 될 리 없었던 이유다.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김 전 의장이 욕망을 버리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자신의 전차를 먼저 옆으로 치운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다른 정파들도 마냥 전차를 앞으로 들이밀 수만은 없는 노릇이 됐다. 저마다 전차를 뒤로 조금씩 물리면 통합의 숨통은 그만큼 더 트이게 된다. 그동안 범여권은 말로는 반성한다면서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말로는 대통합을 하자면서도 양보하는 사람이 없어 여론에 환멸을 안겨준 게 사실이다. 범여권으로서는 김 전 의장의 기득권 포기가 이런 여론의 냉기를 달래는 ‘씻김굿’으로 작용할 것을 기대할 수도 있다. 우선 여론의 눈치를 보던 열린우리당 내 비노(非盧)그룹으로서는 탈당 명분이 더 두터워졌다고 판단할 법하다.14일을 기점으로 한 추가 집단탈당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열린우리당은 급속히 와해국면으로 치닫게 된다. 김 전 의장의 불출마 선언은 또 ‘현 정권 책임인사 배제론’으로 대통합에 소극적인 민주당 사수파,“지역주의로의 회귀는 안 된다.”며 열린우리당 고수를 주장하는 친노(親盧)세력, 그리고 기득권 포기를 거부하고 있는 대선주자들을 일제히 압박하는 효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김 전 의장의 불출마가 플러스 효과 일변도로 이어질 것으로 장담하긴 힘들다. 한 명의 불출마 카드로 갈등을 치유하기에는 ‘욕망의 전차’들이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먼저 민주당 내 통합 반대론자들이 여전히 기세등등하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이날 김 전 의장의 불출마 선언에 대한 논평에서 “대권포기는 저조한 국민지지도와 여건을 종합해 볼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본다. 분당과 국정실패에 대한 진솔한 반성과 사과가 빠진 점이 아쉽다.”고 폄하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사수파의 ‘소신’이 김 전 의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흔들릴 것이라는 어떠한 증거도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김 전 의장에 이어 기득권 포기의 다음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정동영 전 의장 등이 대권을 쉽게 포기할 것 같지도 않다. 김 전 의장의 불출마 카드가 일단 열린우리당의 대통합파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김 전 의장과 대통합파의 정치력은 지금부터가 시험대라는 지적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전 의장과 대통합파가 ‘욕심을 버렸다.’는 이미지를 무기로 정통성을 확보하면서 민주당 사수파와 열린우리당 사수파의 입지를 얼마나 잠식하느냐에 향후 대통합의 성패가 달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수구 집권 막자고 지역주의 되살리나”

    “수구 집권 막자고 지역주의 되살리나”

    노무현 대통령이 10일에도 한나라당은 물론 범여권 통합파 세력도 싸잡아 비판하고,‘선거법 위헌’ 발언도 이어갔다. 이에 한나라당은 “좌파정권을 연장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강도 높게 맞받아치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물론 무소속 정몽준 의원도 가세했다. 노 대통령은 곳곳의 비판에 직면하면서 고립무원의 처지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비한나라당 세력 일부의 지역주의 회귀 움직임과 관련,“수구세력에게 이겨야 한다는 명분으로 다시 지역주의를 부활시켜서는 안될 것이며, 기회주의를 용납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반독재 민주화투쟁의 시대는 이제 끝났고, 새삼 수구세력의 정통성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 단임제와 일반적으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선거법, 당정분리와 같은 제도는 고쳐야 한다.”며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결정에 거듭 불만을 피력했다. ●“개발독재의 후광 빌려 집권 도모”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을 염두에 둔 듯 “지난날의 기득권 세력들은 수구언론과 결탁해 끊임없이 개혁을 반대하고 진보를 가로막고 있으며 심지어 민주정부를 좌파정권으로 매도하고 무능보다는 부패가 낫다는 망언까지 서슴지 않음으로써 지난날의 안보 독재와 부패세력의 본색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세력 무능론까지 들고 나와 민주적 가치와 정책이 아니라 지난날 개발독재의 후광을 빌려 정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고도 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날 독재권력의 앞잡이가 되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민주시민을 폭도로 매도해 왔던 수구언론들은 그들 스스로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세력을 흔들고 수구의 가치를 수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면서 “그들 중에 누구도 국민 앞에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언론을 강력 성토했다. ●한나라 “與 선대본부장 노릇” 이에 대해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온갖 교언영색으로 여권선대본부장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면서 “실패한 정권은 그 책임을 지고 다른 정당에 정권을 내주는 것이 민주주의의 자명한 원리”라고 일축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노무현이즘과 의회권력의 정면 충돌

    나트륨의 함량을 줄인 대신 염화칼륨을 첨가한 저나트륨 소금은 고혈압과 당뇨에는 이롭지만, 신장병 환자에게는 호흡 곤란이나 심장마비를 부를 수 있다. 이처럼 어느 한쪽엔 도움이 되지만, 다른 쪽에는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저나트륨 소금 현상’이라고 한다. 청와대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의 도입 배경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정보 접근권과 정보공개 수준이 여전히 후진적인 현실에서, 취재 시스템만 선진국 방식을 강요한다면 국민의 알권리는 치명적인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노무현 대통령이 그의 표현대로 “힘들고 득볼 것이 없는”기자실 통폐합 조치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언론의 뭇매를 맞자,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23일 참모회의를 소집,“기사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며 “민주화 과정이니 기죽지 말라.”고 격려했다는 전언이다. 언론이 출입처 중심에서 벗어나 입체적으로 기획 취재해야 한다는 내용의 발언도 덧붙였다고 한다. 기사의 품질을 높이는 것은 언론의 몫이며, 시장이 판단할 문제라는 반론을 의식한 듯 그는 “모티베이션을 제공하자는 취지”라고 역설했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의 해석은 여전히 ‘공학적’이다. 한나라당 김우석 디지털정당위원장은 “친노 결집용”이라고 일축하고,“언론매체와 각을 확실히 세워 언론을 ‘정치 플레이어(player)’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라고 경계했다. 이번 주부터는 기자실 통폐합의 전선(戰線)이 국회로 옮겨진다. 노무현식 개혁정치인 노무현이즘과 의회권력의 정면 충돌이다.4일 임시국회 개회에 이어 5일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7일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8일 중도개혁통합신당 김한길 대표가 각각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다.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언론관계법 개정과 국정홍보처 폐지 문제 등을 놓고 각 상임위에서도 전방위적인 공방이 예상된다. 열린우리당 고위 관계자는 “정치권과 청와대가 달리는 평행선을 그릴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이 이번 기회에 언론관계법을 과거로 회귀시키려 할 것이고, 민주당이나 중도개혁통합신당이 공동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공세에 호응하거나 동조하지는 않을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기조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이규의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은 “기자실 통폐합 방안은 청와대가 바로 행동 프로그램으로 옮기기 전에 언론과 소통, 국민적 여론 수렴, 내용 홍보 등의 수순을 거쳐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론이다. 한 여권 인사는 “최근 40대 사업가와 정치권 인사 열댓 명이 모인 자리에 참석했는데,40% 정도가 언론탄압이라는 견해를 보였고,30% 정도는 정부가 잘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언론 전체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이번 조치를 무조건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진 않더라.”고 귀띔했다. 현재로선 노 대통령이 이번 조치를 개헌 문제처럼 차기 정부로 넘길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노 대통령이 TV 생중계를 통한 공개 토론을 제안한 것도 8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여론의 힘을 얻기 위한 포석으로 여겨진다. 노 대통령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토론하기보다 상대를 반개혁 집단으로 부각시켜 코너에 몰아붙이는 ‘제2의 검사와의 대화’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ckpark@seoul.co.kr
  • 자연의 집으로 놀러오세요

    자연의 집으로 놀러오세요

    요즘 집이, 집 안의 물건들이 자연을 닮아간다. 인테리어 관련 전문지와 라이프스타일 매거진들이 주목할 만한 스타일의 키워드로 ‘자연주의’를 꼽는다. 무엇이 사람들을 자연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일까. 신기술과 과학의 거듭된 발전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 자연만한 명품은 없기 때문일까. 지난 3월, 트렌드 정보 컨설팅업체 아이에프네트워크는 “미래의 주거 트렌드 중 하나는 그린 노마드(Green Nomad)”라고 선언했다. 해변에서의 짧은 휴가에 만족할 수 없는 그린 노마드 족은 ‘내가 지금 있는 이곳’에서 정신적 해방감을 맛보길 원한다. 그래서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디자인 회사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것이 바로 ‘자연과 닮은’ 가구와 소품들이다. #신소재로 만나는 자연주의 스타일 도시에서의 삶을 포기할 수 없는 이들은 ‘자연으로의 회귀’를 선택하는 대신, 집 안에 자연을 들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 중 가장 쉬운 방법은 디지털 사진을 전사 출력한 소품으로 생활 속에서 생생한 자연을 느끼는 것이다. 국내외 신인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발굴, 소개하는 멀티 숍, 세컨 호텔에서는 계곡의 조약돌, 신선한 당근과 야채 등의 사진을 전사·출력한 매트와 가방을 인기리에 판매했다. 뛰어가는 토끼를 잡아놓은 듯한 네덜란드 드로흐 디자인(droog design)의 발 매트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유쾌한 디자인의 대표적인 예. 그 밖에도 사진을 전사 출력해 자연의 생동감과 독특한 이미지를 살린 타일은 도미니크 크린슨, 헤스티아 등의 브랜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요즘의 자연주의 인테리어는 나무, 돌 등의 자연 소재를 직접 사용하는 방법에서 한 단계 발전해 자연과 상관 없더라도 그 느낌을 살리는 쪽으로 집중되고 있다. 요즘의 가구와 인테리어 유행 경향을 볼 수 있는 밀라노국제가구박람회를 참관하고 돌아온 이들은 ‘하이 테크놀로지가 자연을 새롭게 창조한다.’고 말한다. 이전처럼 자연 소재를 가구에 적용하기보다는 플라스틱, 금속 등의 첨단 소재를 가공하여 새로운 자연의 느낌을 재현하는 가구, 소품이 눈에 띈 것이다 네덜란드 디자인 가구 브랜드 모오이(moooi), 이탈리아 드리아데(driade), 스웨덴의 스웨데세(swedese) 등은 자연을 모티프로 거의 예술품에 가까운 수준을 보여주는 가구를 선보이고 있다. 자연의 감성과 실루엣을 속속들이 파헤치고 첨단 기술과 인공 요소를 자유롭게 결합시키는 디자이너들의 자연주의 경향은 이미 스타일의 키워드로 인정받고 있다. #첨단 디지털 기기는 자연 소재가 인기 가구나 생활 디자인 소품이 첨단 소재로 자연의 영감을 재해석하고 있다면 첨단 디지털 기기들은 자연 소재로 탈바꿈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리테일 숍, 디지털 웰빙 랩(DWB)은 ‘숲 속으로(Into the Woods)’라는 테마의 기획전시로 자연 소재의 디지털 기기를 유행의 중심에 내놓은 곳이다. 신인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독창적이고 기발한 제품들을 선보이기로 유명한 곳인데, 이번에는 자연 소재로 만든 디지털 기기들을 한 데 모아 소개한 것. 거추장스럽고 귀찮은 케이블을 나무 목걸이로 정리한 독일 블레스(Bless)의 ‘케이블 주얼리’나 디지털 시계를 그 옛날의 아날로그 나무 박스 시계처럼 만든 Fly-Fitcher의 ‘디지털 사슴 시계’ 등이 DWB의 컬렉션이다. 얼리어답터들의 경우 나무와 돌 등의 자연 소재로 만든 컴퓨터 주변기기에 열광한다. 독일의 우드콘투어(WoodContour)사는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해 국내에도 꽤 많은 수의 마니아를 갖고 있다. 한화 가격은 나무 마우스가 8만∼12만원, 돌 마우스가 14만∼16만원, 나무키보드가 47만원선,LCD는 67만원선이다.www.woodcontour.com에서 구입할 수 있다. 스웨덱스사의 우드 마우스는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 판매되어 인기를 끌었으나 사용자의 만족도는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무 소재의 전자 제품 중 요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LG전자가 선보인 PDP TV,‘엑스 캔버스 갤러리’.‘무늬만 나무’가 아니라 실제 이탈리아 산 최고급 목재를 압축해 만든 나무 프레임이 마치 갤러리의 액자를 연상시킨다. 최첨단 기술을 장착한 TV에 자연 소재를 접목시킨 크로스오버 컨셉트로 해외의 디자이너들에게 먼저 주목 받은 제품이다. 최은선 스타일칼럼니스트 aleph@nate.com
  • [열린세상] 두 대통령의 철선과 침목/김종배 시사평론가

    [열린세상] 두 대통령의 철선과 침목/김종배 시사평론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계를 은퇴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적을 정리했다. 그런 두 사람이 현실정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사생결단의 각오로 대통합 또는 선거연합을 이루라고 주문하고, 노 대통령은 통합의 원칙과 대의를 강조한다. 엇갈리는 것처럼 보인다.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 회귀 반대를 원칙과 대의의 첫째 항목으로 강조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전라도 사람들이 노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준 점을 들어 지역주의는 없다고 주장한다. 정책을 두고도 다른 말을 한다. 김 전 대통령은 8·15 이전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려야 하고, 북한에 쌀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노 대통령은 북한이 2·13합의 초기조치 이행 정도를 봐가며 남북관계의 속도를 조절할 참이다. 그래서 쌀 지원을 유보했다. 이런 엇갈림 현상에 주목한 이들이 구도를 그린다.‘김대중 노선’과 ‘노무현 노선’을 운위한다. 두 노선이 대립관계를 형성하면서 범여권 통합을 어렵게 한다고 진단한다. 정말 그럴까? 노선 대립을 진단하는 시각이 몇 가지 현상에 근거한 것이라면 반박사례로 활용될 현상 또한 널려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은 요즘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동교동 문턱을 넘나들고 있다. 눈길을 끈다. 동교동 초인종을 누르는 사람 중에는 ‘친노’로 분류되는 사람도 어김없이 끼어 있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김혁규 의원 등이다. 동교동 인근에서의 만남도 포착되고 있다. 동교동계의 좌장이었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은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와 골프회동을 가졌고,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노 대통령의 측근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만났다. 두 선이 나란히 달리면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평행선이 되지만 그 두 선을 침목이 받치면 철길이 된다. 두 철선이 나란히 달리는 것도 현상이지만 침목 깔기로 해석될 모습이 나타나는 것도 현상이다. 지금은 속단할 단계가 아니다. 관건은 ‘가치’다. 김 전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는 이유는 절박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최대 업적인 햇볕정책이 좌초돼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이 햇볕정책 계승 정권을 갈구한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 개입에 대해 동교동 스스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확고부동한 신념이란 맥락에서 봐 달라.”고 말할 정도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개입이 지난해 말 북한의 핵 실험 이후 가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도 놓칠 수 없다. 노 대통령의 정치개입이 참여정부의 성과 지키기 차원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노무현 때리기’를 제어함으로써 참여정부의 공과를 정당하게 평가받고자 한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대통령의 측근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겠다며 ‘참여정부 평가포럼’을 만드는 모습에 이런 기대감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두 사람 모두 절박하다. 절박하기 때문에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이라도 택할 동기가 있다. 좋아서가 아니라 미워도 손잡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두 사람으로선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자신들의 가치가 어떻게 평가될지는 물을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가치’가 끄는 힘이라면 ‘한계’는 미는 힘이다.‘친노’를 배제한 대통합 또는 선거연합이 어떤 결과를 빚을지는 자명하다.‘이인제 효과’ 없는 DJP연합과 비슷하다.‘친노’만의 정치세력화가 하릴없는 짓이라는 것 또한 분명하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영남 지역주의’로 흐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두 사람이 대립하는 듯 있지만 결합할 조짐도 있다. 지금은 그런 단계다. 어떻게 될지는 공학의 문제다. 하지만 어떻게 볼 것인지는 태도의 문제다. 국민으로선 태도를 정하면 그만이다. 두 사람의 정치개입과 지키고자 하는 ‘가치’에 대해, 그리고 두 사람의 ‘가치’가 버무려져 만들어질 ‘가치’에 대해 태도를 결정하면 될 일이다. 김종배 시사평론가
  • [김형준 정치비평] 범여권 대통합 해법은 있다

    [김형준 정치비평] 범여권 대통합 해법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상황 인식에는 몇 가지 착각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 우선, 범여권이 추진하는 대통합과 지역주의를 동일시하는 착각이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을 지역주의 회귀라고 규정하고, 이에 동조하는 세력과 인사에 대해 집요하게 공격해서 굴복시켰다. 이유야 어쨌든 유력한 여권 대선 후보였던 고건 전 총리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조기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시중에 나돌던 ‘노무현에게 찍히면 죽는다.’는 ‘노무현 괴담’이 입증된 셈이다. 둘째, 퇴임 후에도 여전히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착각이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달리 확고한 지역 기반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자신의 이념과 노선에 동조하며 이 세상 끝까지 함께할 친노세력이 존재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친노 인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참여정치평가포럼’은 대통령의 이러한 착각성 믿음에 주단을 깔아주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셋째, 노 대통령은 여전히 열린우리당에 소속된 대주주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탈당한 대통령의 입에서 “내가 속한 조직의 대세를 거역하지 않겠다.”는 다소 모순적이고 자기부정적인 발언이 나온 것이다. 대통령의 이러한 착각으로 인해 정치는 일상 궤도를 이탈하고 범여권 통합 논의는 한발짝도 앞으로 못 나가고 있다. 복잡하게 얽혀서 도저히 해법이 없어 보이는 범여권 통합 방정식은 의외로 간단하게 풀릴 수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남북문제를 논의하고, 박상천 민주당 대표와 김한길 통합신당 대표가 만나 소통합을 논의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노의 남자’인 유시민 복지부장관이 열린우리당으로 복당하고, 김근태·정동영 전 의장이 탈당한다고 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다. 노 대통령이 오만과 착각에서 벗어나 정치 전면에서 빠져야만 해결될 수 있다. 조직의 대세가 아니라 민심의 대세를 따라야 한다. 최근 각종 언론매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에 친근감을 느끼면서 열린우리당이 자신의 의견을 잘 대변해준다고 믿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5.8%에 불과하다. 국민 100명 중 6명 정도만이 열린우리당을 ‘정당다운 정당’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른 조사에서는 국민 10명 중 7명(67.6%)이 ‘노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응답했다. 민심의 바다에서 표출되고 있는 대세는 변함이 없다.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에 대한 미련을 접고 정치에서 손을 떼고 국정을 마무리하는 일에 전념하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여당을 조기에 탈당한 무당적의 임기말 대통령이다. 만약 노 대통령이 자신은 원치 않았는데 나가라고 해서 탈당했다면 무책임한 것이고,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 탈당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을 기만하지 않고 무책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려면 탈당에 부합하는 행동을 진솔하게 해야 한다.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범여권 통합을 촉구하면서 “국민이 바라는 것을 해야 하고 그렇게 판단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김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열린우리당도 민주당도 아닌 바로 노 대통령에게 던진 것이다. 정치권을 향해 거침없이 태클을 걸면서 좌충우돌하지 말고 민심의 순리를 따르라는 충고이다. 이 시점에서 노 대통령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2002년 대선을 복기하는 일이다.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조직의 대세를 추구했던 세력은 패배했고, 국민만 바라보며 의연하게 민심을 따르던 세력은 승리했다. 국민들은 임기말 대통령에게 거창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의 대세를 좇는 ‘천재 노무현’이 아니라 민심의 대세를 묵묵히 따르는 ‘바보 노무현’의 길을 걸으라는 것이다. 그때만이 노 대통령은 진정 ‘대세를 거역하지 않는 정치’를 펼칠 수 있고, 범여권 대통합의 밀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 노대통령ㆍDJ 나란히 범여권 대통합론 ‘합창’

    연말 대선을 앞두고 범여권 헤게모니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주말 동시에 대통합을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분열을 막는 것이 반(反)지역주의라는 대의를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며 당 지도부 중심의 대통합론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친노 주자 등 특정인사를 배제하고 소통합을 추진하는 것을 겨냥, 대통합에 나서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대세 잃는 정치하면 안돼” 최근 노 대통령의 발언은 미묘한 뉘앙스 변화를 담고 있다. 지난 19일 무등산 메시지도 그랬다. 노 대통령은 이날 광주 무등산 산행길에 동행한 광주·전남 지역 시민단체 대표와 노사모 회원 등을 상대로 한 산상 연설에서 “지난해 말 나는 지역주의로 돌아가는 통합은 적절치 않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때도 지금도 그것이 대의이지만, 그 이유 때문에 우리당이 분열되거나 깨지거나 없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지역주의 회귀 반대’라는 ‘대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우리당 중심의 대통합’이라는 ‘대세’를 잃는 정치를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2·14 전당대회 직후와 비교하면 노 대통령 발언의 무게중심이 ‘지역주의 회귀 반대’에서 ‘우리당 분열 불가’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여권에서는 그 분기점을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의 ‘반발’ 시점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우리당 내에 지역주의 회귀 반대라는 대의를 따르는 분위기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전 의장에 이어 정 전 의장까지 돌아서는 상황에서 “이러다 정말 당이 깨어지겠구나.”라는 우려를 갖게 됐고, 이를 막기 위해 대의와 원칙을 양보할 테니 당을 지키자고 호소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정인사 배제·소통합 안돼” 김 전 대통령도 이날 공교롭게 대통합 메시지를 정치권에 던졌다.7박8일간의 독일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인천공항에서 열린우리당 배기선 의원과 중도개혁통합신당 이근식 의원 등과 가진 간담회에서였다. 김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 관심이 많다. 내가 바라는 것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동교동계 관계자는 “민주당 박 대표의 특정인사 배제론과 소통합 논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대통합을 주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당 엇갈린 반응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은 “두 분의 발언이 우리당의 대통합론과 일맥상통한다.”면서 “5·18을 기점으로 본격적 대통합의 흐름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드디어 지역주의에 굴복했다.”면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협상에 숨통을 터주기 위한 책략”이라고 경계했다. 민주당은 “우리당 사수 의지를 숨긴 전략적 후퇴”라고 비판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5·18 행사 때 열린우리당 사수의지를 밝혔는데 하루 사이에 다른 말을 했다.”며 “심중은 전자에 있으며 불리하면 어제처럼 후퇴하는 게릴라 방식”이라고 공격했다. 박찬구 나길회기자 c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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