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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입 자율화案 뜯어보니] “대교협서 본고사·논술 규제”

    ▶2013년에 도입되는 영어 상시 능력평가 제도는 어떻게 되나. -영어 교육을 획기적이고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당선인도 공교육 부분에서 영어 교육이 제대로 된다면 (사교육에 대한)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될 것으로 인식한다. 영어 능력평가 은행을 만들어 제도와 지표를 만들 계획이다. 토플, 토익 등을 우리 나라형으로 만드는 제도다. ▶사교육 문제 해결 방안은. -(이 위원장)대입 3단계 자율화의 근본적인 목적은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모든 학부모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특히 영어는 교육 문제뿐만 아니라 조기유학, 이산 가족 등 사회문제를 야기한다.(다음은 이주호 사회·교육·문화 간사 문답.) ▶대학의 내신반영 비율을 자율화에 따라 내신을 전혀 반영 안하는 학교도 나올 수 있나. -그동안 정부에서 내신 반영 비율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50%니 40%니 했는데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에서는 입학 사정관에 대한 지원이나 자율화 조치 취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하게 하면 학생부 반영도 훨씬 내실화될 것이다. ▶일부 대학이 본고사를 본다면. -2009학년도부터 2012년학년도까지 일단계인데 여기서는 자율 규제가 작동한다. 대교협에서 본고사나 본고사 유사 논술은 심의를 거쳐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본고사는 없다는 말이다. ▶수능과목을 줄이면 다시 국영수 위주로 회귀하는 것 아닌가. 국영수 중심 사교육 문제 있을 수 있다. -사탐, 과탐, 외국어 영역에서 2과목 줄이는 것이다. 여전히 선택 과목이 있다. 수능에 반영 안 된다고 해서 다른 과목들이 입시에 반영 안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부를 통해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 한상우기자 cacao@seoul.co.kr
  • 전교조 “초법적 권력 남용” 교총 “등급제 시정 당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2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수능등급제 보완을 비판했으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교조는 이날 성명에서 “인수위가 3년 예고제로 올해 처음 시행된 수능 등급제를 사실상 폐지하고 점수제로 회귀시키는 것은 초법적 권력 남용”이라면서 “수능 등급제는 1,2점의 치열한 한줄 세우기 입시 경쟁과 사교육에서 벗어나 고교교육 정상화에 그 근본 취지가 있었는데 시행 첫해인 올해 폐지를 얘기하고 있으니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른 교사, 학생, 학부모들의 혼란과 고통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교육부 명칭부터 특목고 사전협의제 폐지,0교시 수업 허용, 사설 모의고사 허용, 외고내 자연계반 설치 허용 등 인수위는 초법적인 입시경쟁 교육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며 “인수위는 권력 남용을 중단하고 교육 당국과 교육 주체의 약속으로 추진돼 온 그동안의 정책을 존중하고 신중하게 교육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을 지낸 김진경(55)씨는 “가장 큰 문제는 인수위 안이 시험점수로 아이들을 줄 세워 입학하는 형태라는 것”이라면서 “산업화시대의 입시제도로 돌아가는 것 같아 씁쓸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위 안대로라면 결국 가정환경이 넉넉한 아이들이 좋은 중·고교에서 얻은 성취만 놓고 평가하는 셈이어서 양극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교총은 논평에서 “수능 등급제는 치열한 점수 위주의 성적 경쟁을 완화하고 내신 등 다양한 전형자료의 비중을 높이려는 의도로 추진됐으나 대학은 변별력 저하를, 학생ㆍ학부모는 불공정ㆍ불합리를 지적하고 사교육비 감소 효과도 미미한 만큼 이를 시정ㆍ보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평가했다.교총은 “대입자율화에 따른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키고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감소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부 추진과정에서 학교 현장의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이 필요하며 특히 2009학년도 입시부터 학교 현장의 혼란과 고교 교육의 파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공기업]건보공단·심사평가원 합쳐질까 떼놓을까

    [공기업]건보공단·심사평가원 합쳐질까 떼놓을까

    25조원대 예산을 주무르는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차기 정부의 조직개편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작은정부’를 지향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보건복지여성부’를 출범시킨 데 이어 산하단체의 교통정리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위의 논의는 ‘통합’과 ‘경쟁’으로 요약된다. 지난해에만 2847억원의 당기수지 적자가 발생한 건강보험 재정을 되살리기 위해 중복되는 조직을 통합하고, 시장주의에 입각한 경쟁을 도입한다는 논리다.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수면 아래에서 떠오른 움직임에 적잖게 당황하는 표정이다. 조직의 사활이 걸린 만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물밑 작업도 치열하다. ●통합 vs 경쟁 인수위는 지난 7일 “좌파정권 10년의 건보정책을 제로베이스에서 재설계하겠다.”고 강조했다. 건보역사 30년을 통째로 바꿀 수 있다는 재설계는 무엇일까. 지난 11일 인수위에 대한 공단과 심평원의 업무보고 때도 ‘설’만 무성했다.‘통합안’은 공단과 심평원의 주요 기능을 한곳으로 통합하거나 아예 의료평가원·건강정보원·건강보험관리원으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두 조직간 겹치는 가입자의 정보관리·건강정보제공 등의 기능은 건강정보원으로, 심사관련 기능은 건강보험관리원으로 통합하는 안이다. 병원평가 등의 기능은 의료평가원이 맡게 된다. 일각에선 “정보관리·인사·총무는 물론 지사까지 완전히 통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공단과 심평원이 지출한 관리운영비(인건비 등)는 무려 1조원에 육박했다. 건강보험 총 지출액 25조 5544억원 가운데 9734억원이 관리운영비(3.8%)로 지출된 것이다. 이는 2006년의 3.4%에 비해 약 0.4%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유사한 체제인 타이완이 관리운영비로 1.56%(2005년)를 지출하고 있는데 이 수준까지 낮추면 연간 4500여억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기관별로는 건보공단의 관리운영비가 2006년 7827억원에서 2007년 8373억원으로 7.0%(546억원), 심평원은 1139억원에서 1361억원으로 무려 19.5%(222억원)가 증가했다. 이와 관련, 보건사회연구원 최병호 박사는 “조직 재편과 함께 보험료 관리·집행을 공단이 아닌 정부에 맡겨 기금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적 논의? 조직통합은 필연적으로 갈등을 불러온다. 건보공단측 노조는 “심평원은 서류심사만 가능하지만 공단측 231개 지사를 심사에 투입할 경우 현장실사까지 가능하다.”면서 공단 주축의 통합에 힘을 실었다. 심평원은 통합이 달갑지만은 않다. 김창엽 심평원장은 “아직 공식 입장은 없다.”면서도 “공단과 심평원간 중복된 업무는 없다.”고 못박았다. 현재 공단은 1만여명, 심평원은 1700여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심평원은 의료기관의 환자진료 뒤 건강보험 급여비 청구에 대한 심사·평가를 담당한다. 반면 ‘분할·경쟁’안에선 입장이 바뀐다.16개 시·도별 혹은 6개 권역별로 공단을 쪼개 자율경쟁을 도입한다는 방안은 지역별 경제격차와 보장성 하락 등의 이유로 가입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전망이다. 반면 심사·평가기능을 쥔 심평원은 오히려 권한이 커진다.2000년 개편직전의 ‘의료보험연합회’로 회귀하는 셈이다. 서울대 문옥륜 교수는 “지부간 경쟁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방안과 직장공단과 지역공단으로 이원화한 뒤 1공단,2공단,3공단으로 각기 독립시켜 발전시키는 대안을 비교·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사실 통합과 경쟁의 논리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9월 복지부 산하 건강보장미래전략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공단 기능과 심평원의 심사기능을 통합해 ‘건강보험관리원’이란 통합기관을 설립하자고 주장했다. 사공진 한양대 교수는 병원협회지에 “소비자에게 보험자 선택권을 부여해 독립성이 보장된 ‘지부’간 경쟁을 촉진하면 재정 절감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민노당 현애자 의원실측은 “건보재정이 어려운 것은 심사·평가 기능의 부실 때문”이라며 “경쟁논리보다 독일처럼 총액계약제를 도입하는 식의 제도개선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도 “통합의 방향성은 맞지만 합리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연세대 김진수 교수는 “심사평가와 보험자는 분리돼야 한다. 제3자적 평가가 필요하다.”면서 “무조건적 통합은 장기요양보험 시행으로 비대해질 공단의 덩치를 더 키울 것”이라 지적했다. 제주의대 이상이 교수는 “통합론은 참여정부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온 구문”이라며 “의료공공주의자들이 2선으로 후퇴하고 시장주의자들이 대거 정책입안에 진출하면서 상업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사설] ‘성숙한 한·일 관계’ 일본이 화답해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그제 “새로운 성숙된 한·일 관계를 위해 (일본에 대해) 사과하라, 반성하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국내에 아직도 반일 감정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음을 감안할 때 정치지도자로서 하기 어려운 발언을 했다고 본다. 일본은 이 당선인의 언급을 면책(免責)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과거사에 대해 마음으로 사과하는 계기로 삼고, 관련 조치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면 시정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참여정부 초에도 일본과 우호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일본은 독도 영유권 도발, 교과서 왜곡, 야스쿠니 신사참배로 주변국의 감정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잇따라 취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난에도 불구,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다. 나아가 평화헌법 개정, 군비확장 등 군국주의로 회귀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이에 한국민의 대일 인식은 극도로 악화되었고, 현 정부가 ‘외교전쟁’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일 관계를 내치에 이용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오긴 했지만, 근본 원인은 일본이 제공했다. 그동안 양국 외교관계가 파행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배경에는 일본측의 잘못이 크다. 특히 지난 1년 3개월 동안 양국 정상간 단독회담이 없었다는 점은 비정상적이다. 한·일 관계가 나빠지면 경제·안보 측면에서 공조가 흔들리면서 양국 모두가 손해를 본다. 이제 이 당선인이 실용외교를 강조하고 있고, 후쿠다 일본 총리 역시 전임 아베와는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본이 과거사 및 독도 문제를 돌출시키지 않으면 양국 관계는 미래로 나아갈 기회를 맞는다. 셔틀 정상외교를 복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모든 분야에서 양국 관계가 신속히 정상화되도록 일본측의 협조가 있어야 하겠다.
  • “통일부 폐지는 역사성 무시한 결정”

    “통일부 폐지는 역사성 무시한 결정”

    대통합민주신당은 1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인 ‘견제여론’ 만들기에 돌입했다. 통합신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작고 효율적인 정부에 대한 의지는 충분히 평가한다.”고 했다. 그러나 각론에선 입장차가 컸다. 손 대표는 “이 정부는 시장기능만 중시해 국가와 정부의 다른 측면을 간과한 점은 없는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또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 시대 흐름은 대통령에게 권력을 집중하기보다는 분산과 사회적 다양화로 나가고 있다.”고 했다. ●손학규 대표“시장 기능만 중시” 통일부 존폐에 대해선 특히 강경했다. 그는 “유신 시절에도 통일 염원을 담은 부처가 있었다. 남북교류협력, 한반도 평화를 총괄하는 부처가 있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능적으로도 남북협력과 남북경제공동체가 발전하는 마당에 종합적 조정과 총괄 기능은 오히려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전문가 쟁점토론에서도 통일부 폐지 불가론 등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일부 폐지에 대해 “분단국가의 역사적 특수성과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이 당선인은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 한·미동맹에 경도된 불균형 의식을 드러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잃어버린 10년 주장에 대한 강박증·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피해의식 아니냐.”고도 했다. ‘완장찬 이리떼’,‘칼 든 선무당’등 거친 표현도 등장했다. 정보통신분야 토론에 나선 현대원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과거로의 회귀다. 인수위가 기본조차 안 된 개편안을 내놓았다.”고 했다. 그는 “학회 토론회에서는 ‘완장찬 이리떼’나 ‘선무당들의 칼춤’이라는 얘기도 나온다.”면서 “세계가 디지털 생태계 확립에 촉각을 세우는데 우리는 거꾸로 갔다.”고 말했다. ●“개편안 국회 통과 쉽지 않을 것” 경고 조만형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 여건상 과학과 기술을 함께 책임지고 키워나가는 부처가 필요하다.”고 했고, 동국대 조은 사회학과 교수는 “양성평등 정책 전담부처 폐지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환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은 “해수부 해체는 대운하 사업 이행을 위해 건교부 기능을 강화하고 해양비전을 빼앗아 간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정부조직 개편안의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이 쉽게 국회에서 통과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불필요한 규제 철폐·일자리 창출 등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여주는 게 가장 효과적인 국회 통과 전략”이라고 충고했다. 토론회가 열린 여의도 국회의사당 귀빈식당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통폐합 대상 부처 공무원들과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적잖이 참석해 토론 내용을 예의 주시했다. 정부출연기관 전환이 예고된 농촌 진흥청은 ‘농촌진흥청 폐지에 대한 문제점’이라는 문건을 배포하기도 했다. 통합신당의 한 관계자는 “이미 개정안을 다룰 행정자치위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와 설득작업이 치열한 걸로 안다.”고 전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사설] 정부 조직개편에 정치권 협조해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어제 중앙행정조직을 13부2처로 축소하는 정부 조직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통폐합 부처 공무원 및 관련 이해집단의 반발과 로비에도 불구, 당초 공언한 개편의 큰 틀을 유지한 것을 평가한다. 어느 개편안이든 완벽할 수는 없다. 이번 개편안으로 작은 정부, 효율적인 정부를 향한 토대를 마련했을 뿐이다. 외형상 축소보다는 실질적인 내용이 중요하다. 정부 조직개편이 규제완화 등으로 이어지려면 공직자들의 정신자세가 철저하게 서비스 지향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인수위 안에 따르면 재경부와 기획예산처가 합쳐져 기획재정부가 되는 것을 비롯, 각 분야의 중복 기능과 유사 업무의 통폐합이 이뤄졌다. 기업 입장에서 더 원활한 ‘원스톱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과거 경제기획원이나 재경원처럼 공룡부처가 온갖 권한을 틀어쥐고 군림하려 든다면 통폐합은 오히려 부작용이 부각된다. 정부의 군살빼기, 규제혁파 정신에 맞춰 해당 부처의 하위조직도 과감하게 정비될 때 통폐합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번에 청와대와 방만한 위원회 역시 축소키로 결정되었는데, 바람직한 방향이다. 인수위의 정부 조직개편안에 대해 대통합민주신당 등 범여권은 “과거회귀식 개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정통부가 따로 있다고 정보통신산업이 육성되지는 않는다. 규제만 늘려 첨단산업 발전에 방해가 되는 사례를 많이 봐왔다. 선택과 집중의 문제인 만큼, 새정부 출범에 지장이 없도록 정치권은 협력해야 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늦어지면 새정부 각료 인선도 함께 지연됨으로써 국정혼란이 우려스럽다. 통합신당 등은 각론에서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새정부의 발목을 잡지 말기 바란다. 다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통일부 폐지에는 신중해야 하며, 이 부분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다시 한번 검토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 [이용원칼럼] 한나라당만으론 정치할 수 없다

    [이용원칼럼] 한나라당만으론 정치할 수 없다

    제17대 대통령선거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압승을 거둔 뒤로 각 당은 목하 크고 작은 혼란에 빠져 있다. 한달여 지나면 집권당이 될 한나라당에서는 ‘친(親)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가 나뉘어 18대 국회의원 공천권을 놓고 일전을 불사할 태세이나 이는 결국 배부른 집안의 밥그릇 싸움일 뿐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대선에서 3위 한 것을 바탕으로 자유신당이라는 새 당을 만들어가지만 이 또한 국민의 ‘보수 회귀 과잉’을 노려 이삭을 주우려는 틈새 전략에 불과하다. 문제는 속칭 진보·개혁 세력이다. 제1당인 통합신당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당 대표로 뽑아놓고도 여전히 핵분열 위기에 놓여 있다. 대선 후보가 0.7% 득표에 그쳐 존재가치조차 희미해진 민주당, 문국현이라는 정치신인이 대선에 맞춰 급조한 창조한국당은 뉴스에서 어쩌다 구색 맞추는 데 등장할 정도로 외면 받는 상태이다. 진보 본류를 자임하는 민주노동당은 지난 총선 때 10석을 차지, 이를 발판 삼아 도약하는가 했더니 고질적인 내분 탓에 후보를 잘못 내세워 대선에서 참패했다. 며칠 전 겨우 비대위 체제를 갖추었지만 내부 갈등이 봉합될지는 미지수이다. 이제 총선은 석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그 결과를 냉정히 예측해 보자. 이대로라면 오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개헌선, 곧 전체 의석의 3분의2 이상을 싹쓸어 가는 완승을 거둘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에 맞설 통합신당은, 호남에서는 승리하겠지만 그 밖에는 수도권에서 너덧석 건지면 다행일 게다. 자유신당은 충청권에서 몇석 얻을 테고. 민주노동당·민주당·창조한국당 가운데 지역구에서 한두석 건질 정당은 어디일까. 막연한 추측이 아니다. 대선 득표율을 지역구에 시뮬레이션한 결과가 그렇고, 통합신당 자체 조사 결과가 그렇고, 일부 여론기관의 격전 예상지역 조사 결과가 그렇다. 한나라당을 제외한 정당들은 ‘우리 국민은 총선에서 집권당을 견제해 온 전통을 이번에도 유지하겠지.’라고 기대할 것이다. 또 총선까지는 아직 두달 이상 남았다고 자위하리라. 그것은 그러나 헛된 꿈이다. 국민은 존재할 만한 가치·능력을 가졌다고 보는 정당에만 견제용 표라도 나눠주는 법이다. 지난 대선처럼, 한나라당과 견줄 만한 비전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반(反)이명박’ 구호와 ‘견제하게 해 달라.’는 읍소만으로 접근한다면 국민은 이번 총선에서도 ‘차라리 일 잘하게끔’ 강력한 여당을 만들어주려 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대통령을 배출했다고 해서 한나라당만으로 대한민국 정치를 할 수는 없다.‘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이제는 식상한 수사(修辭)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견제 없는 정권이 얼마나 위험한가는 우리가 불과 20여년 전까지 체험한 바이다. 진보·개혁 세력은 정신 차려야 한다. 특히 통합신당·민주노동당의 책임이 크다. 이번 총선에서는 비록 참패하더라도 4년후 총선과 대선을 목표로 국민에게 진보 세력의 ‘존재의 이유’를 설득해야 한다. 존재할 이유만 있다면 의석 수 적다고 힘 없는 건 아니다. 정당이 국민의 외면을 받는 것은 국민 탓이 아니다. 자업자득일 뿐이다. 이러다가 이번 총선이 지나면, 일본처럼 보수정당 하나가 장기집권하는 풍토가 이 땅에 형성되지 않을까 정말 걱정이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금융 감독 사령탑 민간인 출신 될까

    금융 감독 사령탑 민간인 출신 될까

    새 정부가 금융감독기구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민간인 출신 금융감독 수장의 탄생 가능성에 금융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금감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 백용호(사진 왼쪽) 이화여대 교수와 황영기(오른쪽) 전 우리금융 회장, 인수위 자문위원인 진동수 전 재정경제부 차관 등이다. 백 교수와 황 전 회장은 관료 경험이 전혀 없는 민간인 출신이다. 민간인 출신 금융감독 수장에 대해 시장에서는 우려반 기대반이다. 다만 금융감독기구 개편이 완성돼야만 금융감독기구에 민간인의 적합성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하마평의 주인공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브레인인 백 교수는 이 당선인과 10년이 넘는 인연을 가지고 있다. 이 당선인이 1996년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서 총선에 출마했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재기가 불투명했던 시절에 그와 급격히 가까워졌다. 백 교수도 당시 서울 서대문을에 출마했었다. 이후 이 전 시장이 설립한 동아시아연구원 원장과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을 지냈다. 백 교수는 ‘미래에셋 박현주 재단’과 ‘서울복지재단’의 이사와 대한투자신탁,LG투자신탁, 미래에셋증권, 대한화재해상보험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주로 제2금융권의 사외이사지만 그 나름대로 금융 쪽의 생리를 알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지난해 이 당선자 선거 캠프에 합류한 황 전 회장은 2004년 취임 이후 우리은행을 업계 2위에 올려놓아 공격적 경영의 진수를 보여줬다. 삼성그룹 비서실 출신으로 삼성증권 사장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우리은행 회장 연임을 노렸으나 참여정부와 민영화와 관련해 각을 세우면서 연임에는 실패했다. 현재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 ‘아킬레스 건’이다. 진 전 차관도 차기 금감위원장 물망에 오르지만,3월 초 현 이사장의 임기가 끝나는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민간인 출신의 장단점 우선 민간인 출신이 금융감독 수장을 할 경우 ‘관치 금융’에 대한 오명을 일부 덜어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2003년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금융감독에 대해 “독립성이 미흡하다.”는 보고서를 냈었다. 법령제정권과 법령에 대한 독자적 해석권한, 기관장 임기 보장이란 측면에서 독립성이 미흡했다고 봤다. 우리의 경우 법령제정권은 재경부가 가지고 있고, 기관장 임기도 사실상 정부가 교체될 때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역대 금감위원장 중 윤증현 전 위원장만 3년 임기를 채웠을 뿐이다. 관치의 오명을 씻을 수 있지만, 금융정책 수립이라는 측면에서 관료의 이점을 간과할 수 없다는 반박도 있다. 한 관계자는 “재경부의 금융정책국을 금감위로 합칠 경우 금융감독뿐만 아니라 금융정책 수립과 법령제정권을 모두 행사해야 하는데 금융시장과 정책에 정통해야 한다.”면서 “아무래도 시장 출신들은 역부족 아니겠느냐.”고 우려한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감독이 업계의 성장 촉진과 투자자 보호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시장 출신이 금융수장이 되면 시장에는 좋을지 몰라도 투자자 보호가 미흡해지지 않겠느냐.”고 지적한다. 새 정부가 금융감독기구를 영국처럼 민간인 조직으로 바꿀 경우에는 민간인 수장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다만 이럴 경우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배석할 수 없고 재경부 지배로 들어가게 되는 등 감독조직이 힘을 잃게 돼 더욱 더 관치로 회귀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경기, 하천15곳 생태하천으로 복원

    경기, 하천15곳 생태하천으로 복원

    오염되거나 콘크리트로 복개된 경기도 내 하천들이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변신, 서울 청계천과 같은 도심속 휴식공간으로 거듭나게 된다. 경기도는 2010년까지 4700억원을 들여 하천 15곳을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복원 대상은 ▲팔당지류인 경안천 하류▲용인 경안천▲광주 곤지암천▲하남 덕풍천▲수원 서호천▲성남 탄천▲부천 역곡천▲의정부 중랑천▲포천 포천천▲안양 안양천▲안산 화정천▲동두천 신천▲화성 남양천▲양주 신천▲광명 목감천 등 15곳으로 모두 98.9㎞ 구간에 이른다. 이들 하천 주변의 콘크리트 보(洑)를 철거하는 대신 하천변에 산책로를 만들고 습지식물을 심는 한편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회귀성 어류를 위한 어도(魚道)를 설치할 계획이다. 또 어류의 서식공간과 산란 장소를 만들어주기 위해 하천 주변 지역의 토지를 매입, 인공습지를 만들고 모래톱이나 여울도 형성되도록 할 예정이다. 안산시내를 가로지르는 대표적인 오염 하천인 화정천의 경우 복원사업을 통해 생태하천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지방2급 하천인 화정천의 현재 수질은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돼 주민들의 민원 대상이 되고 있다. 도와 안산시는 화정동에서 초지동에 이르는 화정천 5.2㎞ 구간을 대상으로 450여억원을 들여 각종 생태화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우선 하류에 둑을 쌓아 가둔 물을 정화처리한 뒤 상류로 이동시키는 한편 고속철도 집수정 용수, 상수원수 등을 합해 하루 2만t 이상의 유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물놀이터와 벽천(壁泉)과 같은 친수시설을 설치해 시민 휴식공간으로 꾸민다. 도는 이 사업이 완료되면 화정천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5에서 3 이하로 낮아져 생태계 복원이 가능한 3급수 수질을 유지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팔당호 수질보호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경안천 복원 사업은 하류에는 수질을 정화할 수 있는 생태습지와 둔치 등 친수 공간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정부조직 개편을 말한다] (2) 전문가 긴급 좌담회

    [정부조직 개편을 말한다] (2) 전문가 긴급 좌담회

    “정부조직 개편은 중앙부처는 물론, 지방분권과 민간이양까지 함께 검토돼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 개편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신문은 한나라당의 정부조직 개편안의 밑그림을 제공한 핵심전문가 4인을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아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다소 혼란스러운 조직 개편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사회를 맡은 이창원(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조직학회장은 ‘행정개혁시민연합안’을 주도했다. 토론에 나선 김관보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반도선진화재단안’의 기틀을 마련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유홍림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명박 당선인이 대선 후보이던 당시 행정분야 정책자문단 위원이며, 조석준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는 조직학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이다.2일 서울신문사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3시간여 동안 난상토론을 펼친 주요 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1. ‘미래’ 향한 화학적 통합 ●이 대부처주의는 조직 세분화에 따른 낭비요소를 걷어낸다는 장점에도 불구, 통제의 폭을 어디까지 확대하느냐가 논점이다. 대표적 사례인 일본의 후생노동성은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아베 정권이 무너졌다. 정부조직 개편은 정권의 진퇴와 연결될 수도 있다. ●김 정부부처는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정치적 요인이나 행정적 판단에 의해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 대부처주의에 따른 단순한 물리적 통합은 공룡화를 낳는다. 화학적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과거가 아닌 미래 기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 어느 부처가 기능을 비교우위적으로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조 조직마다 문화를 갖고 있어 적응하는 데 1년 이상 걸린다. 임기 5년 중 1년 정도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공직사회를 조기에 안정시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리더가 잘하는 리더다. ●유 관행적으로 고유한 기능이라고 막연하게 믿어왔던 기능 중 필요없는 것은 무엇인지 기능분석부터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예컨대 복수차관제를 운용할 경우 줄어든 부처 수 이상으로 차관 수가 늘어나면 효율을 저해한다. ●이 대선 후보들이 모두 정부조직 축소에 대한 공약이 일치했다. 명분적으로는 정치권의 협조를 얻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만 중앙부처 조직개편은 물론 지방분권과 민간이양까지 고려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유 정부조직 개편의 무게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점검할 사안은 많다. 하지만 한나라당에서 여러 안들을 검토했고, 나름대로 윤곽을 갖춘 안이 3∼4개 있다. 최소한 부처 차원까지는 정부 출범과 동시에 개편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 정부조직법은 각 부처에서 관장하는 기능이나 역할을 모두 언급하고 있다. 기능에 대한 정부조직법 조문을 그대로 두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최소한 각 부처의 국(局) 단위 기능을 검토한 뒤 확정해야 한다. ●김 늦춰지면 정부개혁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들에게 조직 개혁의 효과를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현재 조직개편 논의에는 인수위 인수위원·전문위원·비상임위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공무원은 공식적으로 1명뿐이다. 대상이 되는 공무원을 배제하는 것은 현장감 있는 개편이 될 수 없다. ●유 완벽한 개편은 있을 수 없다. 보는 각도나 중요성에 따라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이상적인 안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무리다. 그동안 토론회를 많이 개최하고, 공무원들도 참석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참여의 기회가 있었다. ●김 개편안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국민의 신뢰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인수위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게 아니라, 브레인스토밍 절차를 거쳐 한 번쯤 걸러내야 한다. ●조 공무원들은 어떤 과정에서든 참여해야 한다. 다만 부처이기주의를 극복하려면 자기 부처가 아닌 다른 부처 얘기를 하도록 해야 한다. 인수위가 각 부처 업무보고 과정에서 듣는 것도 방법이다. ●이 조직개편에서도 경제가 화두다. 경제부처 강화가 경제 활성화는 아니다. 정부 역할은 모든 영역이 창의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조장하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김 경제 활성화는 제도·질서가 올바르게 됐을 때 가져올 수 있다. 정부 주도의 국가운영은 시대에 맞지 않다. 정부와 시장이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이 ‘747 공약’과 관련, 목표지향적 정부 운영이 조직의 경직성을 낳고 ‘작은 정부 큰 시장’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유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비전으로 봐야 한다.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는 없다. ●김 시장경제 질서가 잘 유지되도록 정부가 얼마나 환경‘조성자’의 역할을 잘 하느냐에 따라 달린 문제다.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아도 제도 개선과 공정 경쟁을 통해 가능한 얘기다. 2. 부처별 역할 재편 교육부·노동부 ●이 전문인력을 제대로 양성하고 있나. 교육인적자원부가 현안부처로 인식되고 있다. 초·중등교육 기능을 지방이양하면 예산이 문제될 수 있지만,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과 연결되지 않는 인적자원은 의미가 없다. 노동부가 직업훈련 기능과 고용 기능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업훈련·고용 기능을 분리해 다루는 선진국은 없다. ●조 교육부에서 대학 관련 기능은 빼야 한다. 대학총장 등으로 구성된 대학위원회 형태로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 ●김 인적자원을 제대로 양성해서 배치할 때 일자리 창출도 되는 것이다.‘미래인적자원부’는 교육부의 정책기획 기능, 과학기술부의 R&D 기능, 노동부의 고용 기능 등을 통합한 형태다. 교육부의 초·중등교육 기능은 지방으로 이전하고, 대학교육은 자율에 맡기면 된다. 또 노동부의 노사관계 기능은 노사정위원회로 넘겨도 된다. ●유 교육부의 기능이 어떻게 나눠지느냐에 따라 다른 부처 기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최소한 초·중등 교육은 지방으로 넘겨 경쟁을 유도하고, 특성화 하는 게 바람직하다. 부처마다 대학지원사업도 얽혀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정리 여부도 문제다. 통일부·여성가족부 ●조 여성가족부는 상징적인 조직이다. 기능이나 역할에는 문제가 있다. 여가부가 여권신장이 아니라, 여성의 사회진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유 여성인력 개발은 노동부, 여성기업인 지원은 경제부처에서도 담당할 수 있다. 여가부의 인력 수준도 부 기능에는 적합하지 않다. 특위 형태로 돌아가야 한다. 통일 대비 연구기능은 통일연구원을 강화하고, 대북 접촉·교섭은 외교부가 주관해야 한다. ●김 상징적인 부처를 유지하기 위해 예산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명분보다, 실질적으로 국민을 위해 역할해야 한다. 보건·사회보장·여성·가족 등의 기능은 합치는 게 좋다. 통일부도 통일이 아니라, 남북 교류를 위주로 조정이 필요하다. 정보통신부 ●이 정보통신부 개편도 주요한 문제다. 규제 관련 기능은 ‘방송통신위원회’에 넘기고, 콘텐츠 기능은 문화관광부와 통합할 수 있다. 정보통신산업 관련 기능은 산자부에 대한 슬림화 과정을 거쳐 ‘경제산업부’로 통합하는 방향도 있다. ●유 우정사업 공사화는 1994년부터 불거졌지만, 집배원들의 반발로 중단됐다. 하지만 민영화해야 한다. 정통부의 인프라 구축은 어느 정도 달성했고, 정보통신이 모든 산업의 기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독립적으로 있을 필요가 없다. 문화부와 콘텐츠·소프트웨어 관련 기능만 정리하면 된다. ●김 우정사업은 민영화하고, 정보통신에 대한 규제·정책 기능은 ‘방송통신위’로, 콘텐츠 기능은 ‘과학산업부’로 넘겨야 한다. 행정자치부 ●이 행정자치부는 경찰·소방을 갖고 있는 위기 관리 측면을 감안하면 중요하다는 선입견이 작용하기도 한다. 정부의 안전·위기 관리 기능을 강화하려면 ‘국토안전관리부’ 신설이 불가피하다. ●유 지방자치가 심화되면 정앙의 지방기능은 약화돼야 하는데, 오히려 강화됐다. 총액인건비제도와 조직자율권 확대 등 권한이 분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행자부는 이같은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혁신주무부처 등 평가기능까지 여러 기능을 다수 보유해 조정은 필요하다. ●김 미국의 국토안전부는 ‘9·11 테러’ 이후 상징적으로 만들었다. 우리 실정에서는 지방분권·권한이양이 강화돼야 한다. 때문에 행자부 기능의 재설계는 필요하다.‘지원 부처’가 돼야 한다. 지금은 심판과 선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이 국무조정실에 기획예산처의 평가 기능을 넘겨야 한다. 기획처가 재정기획, 예산평가는 물론, 평가까지 담당해 비대한 측면이 있다. ●김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분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적어도 평가기능은 통합 관리해 총리를 보좌할 필요가 있다. 3. 기능 중심 조직으로 ●이 전략기획 기능의 부재에 따른 관련 정부조직 신설 얘기가 나온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을 특정 부처의 힘으로 움직일 수는 없어 시대 조류와 동떨어진다. ●조 전략기획 기능은 필요없다. 경제부처에 둔다면 과거 경제기획원과 유사한 형태가 될 수 있다. 지금도 경제기획원 출신 관료들을 중심으로 과거에 대한 향수가 짙다. 이런 사람들을 다시 모으면 시대에 역행할 가능성이 있다. ●김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전략 개념의 국정운영을 강조한 것이다. 세계전략과 국가전략을 동시에 고민하는 곳이 없다. 전략기획원은 바로 코디네이션(조정)하는 곳이다. 미국 연방예산관리국(OMB) 역할을 하자는 것이다. 파워 있는 기관도, 경제 분야의 ‘컨트롤 타워’도 아니다. 계획 경제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부처간 갈등이나 이견을 조정만 하자는 것이다. 경제기획원처럼 계획 기능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전략에 대한 기획이 핵심이다. 국가 전체적인 차원에서 전략을 짜고, 미래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조 부처간 갈등은 시간을 갖고 조정해야 한다. 소리가 나는 게 조정이다. 지금도 예산은 기획예산처가, 실무는 국무조정실과 대통령비서실이 조정한다. 한 군데 모아 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게 효율적일지 모르나, 효과적이지는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합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김 전략기획 기능을 청와대에 두면 하향식이 될 수 있다. 다른 부처와 같은 레벨에서, 부총리급 정도에서 기능이 이뤄지는 게 낫다. ●유 갈등이 생기면 나눠주기식으로 변질되곤 한다.‘컨트롤 타워’는 적절치 않다. 반민·반관 형태의 기관에서 국제적인 흐름이나 추세를 조망하고, 우리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정도는 필요하다. 부처별 중복기능도 이 기구에서 조정하는 게 낫다. ●이 정부가 해야 하지만, 안 하고 있는 기능은 무엇인가. ●김 ‘해외교민청’을 들 수 있다. 국민들이 전세계로 진출하는 상황에서,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능을 맡겨야 할 때다. ●조 대기업은 다 알아서 한다. 오히려 대기업이 국가를 도와준다. 국가가 도와줘야 할 곳은 중소기업이다. 청에서 부로 승격돼 다른 정부조직과 대등한 위치에 서면 예산 확보에도 유리하다. 산자부는 에너지 개발·획득 기능 등으로 슬림화해야 한다. ●유 산자부가 주로 대기업 관련 기능을 했다면, 이 기능을 빼는 대신 중소기업 관련 기능을 강화하면 된다. 현재 중소기업 관련 기능을 하는 정부조직이 18곳으로 얽혀 있어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김 중소기업을 별도로 보호하려면 국제적으로 여러 제약이 있을 것이다. 산업과 과학을 연계해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에 지원이 되게끔 해야 한다. ●이 산자부 자체가 산업화 시대를 연상케 한다. 조직구조 역시 산업별로 될 수밖에 없다. 영국처럼 ‘기업지원부’로 하는 게 낫다. 실질적으로는 중소기업 지원 기능에 초점을 두면 된다. 이 경우 중소기업특별위원회는 없애는 게 옳다. ●이 정부조직 개편이 기능 중심으로 가야 하는데 불필요한 기능은 과감히 없애야 한다.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나 민간부문으로 이양 등 중앙정부 기능 중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파악하는 것도 시급하다. ●조 예컨대 교육부의 대학입시는 대학에 자율권을 줘야 한다. 이는 적어도 정부가 하지 말아야 할 기능이다. 또 경제 활성화가 강조되고 있지만, 산자부의 경우 상공·공업·무역 기능 등 관행에 의한 기능을 여전히 가지고 있고, 이 기능을 중심으로 내부조직이 갖춰져 있다. ●보 정부조직도를 살펴보면 기존 기능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면 갖다 붙인 것도 상당수다.○○본부나 △△단 등에서 필요없는 조직이나 기능이 많다. 정리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민주화 그 이후를 말한다-신년좌담] “냉전형 보수 아닌 시장 친화형 新보수로”

    [민주화 그 이후를 말한다-신년좌담] “냉전형 보수 아닌 시장 친화형 新보수로”

    2007년 12월 ‘실용’과 ‘선진화’를 표방한 한나라당 후보 이명박의 당선으로 한국정치는 10년에 걸친 ‘민주화 세력 집권기’를 마감했다.2월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앞둔 한국사회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우파로의 권력이동을 알리는 징후들이 감지된다.서울신문은 강원택 숭실대 정외과 교수와 손혁재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제성호 중앙대 법학과 교수를 초청,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5년을 전망하는 좌담을 마련했다. 사회는 황진선 정치담당 수석부국장이 맡았다. 1. 이명박 집권의 의미 ●손혁재 교수 민주개혁의 시대로부터 신보수의 시대로 이행했다. 신보수는 구보수와 다르다. 구보수가 권위주의적 통치에 기반을 둔 냉전·안보형 보수라면 신보수는 시장친화적 보수다. 물론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위한 노력이 의미를 상실한 것은 아니다. 다만 10년 동안 민주개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들이 드러났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국민들이 시장형 보수를 선택한 것이다. ●제성호 교수 1948∼1997년 구보수의 집권시기 빚어진 정치적 억압과 권위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민주화가 도래했다. 그런데 민주화 주도세력이었던 386세대가 도덕적 절대주의에 빠져 반대파를 외면하고 배제하는 일방주의 정치를 펼쳤다. 반면 지난 10년 동안 구보수는 처절히 반성했다.‘뉴라이트’가 등장하고 한나라당도 변화를 수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말이 아니라 실적과 능력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이런 것으로 국민 속에 파고들어 정권교체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는 단순한 구보수로의 회귀가 아니다. 신보수는 과거의 냉전·안보형 보수에 대한 반성에 기초한 실용·시장형 보수다. ●강원택 교수 장기적 요인에 주목하고 싶다.87년 민주화 이후 유권자들이 가졌던 중요한 고민은 군정종식·정경유착 혁파·재벌개혁 등 대부분 정치적인 것들이었다. 모두 권위주의 시대에 뿌리를 둔 이슈다. 그런데 이게 더이상 설득력을 갖기 힘든 상황이 온 것이다. 그만큼 지난 20년간 민주화와 탈권위주의가 진전을 이뤘기 때문이다. 민주화가 진전되고 새로운 이슈에 대한 갈망도 커졌는데 진보진영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반면 보수진영은 과거 냉전·수구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실용적 보수로 탈바꿈했다. 2. 이명박식 보수, 무엇이 다른가 ●손 교수 지난 10년간 보수는 능동화됐다. 집권세력의 대북포용·대미(對美) 비판적 정책들에 불만을 느낀 보수세력이 결집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과거에 대해 철저한 반성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국보위 입법의원 경력을 가진 인사를 임명한 것만 봐도 그렇다. 사실 이명박 당선자는 ‘보수의 노무현’이었다. 한나라당내 비주류가 국민의 지지에 바탕을 둔 ‘보수적 포퓰리즘’으로 당을 접수하고 집권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구보수 50년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제 교수 사실 구보수와 신보수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파가 조직화되고 보수 시민단체가 등장한 것은 현정부 집권 이후다. 대북정책과 한·미관계 등 안보현안과 관련된 정책들이 국가정체성과 안보근간을 흔든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뉴라이트가 실용·선진화를 말하지만 그 기저에는 현정부의 이념 문제에 대한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점에서 구보수와도 연속성을 갖는다. 뉴라이트는 그러나 국민들을 상대로 경제·안보 이슈 전반에 걸쳐 철저히 국민들에게 파고들어 공감대를 마련하려고 노력했다. 반면 좌파 시민단체는 기득권화되고 정권과 유착하면서 순수·독립성을 상실했다.‘시민정치’라는 게임에서 좌파진영이 뉴라이트에 패배한 것이다. ●강 교수 신보수와 구보수의 구분은 중요하다. 이명박의 당선은 과거의 보수가 갖고 있었던 색깔이나 정체성에서 탈피해 개혁·변신에 성공한 결과다. 대선에서 이명박을 지지했던 상당수가 과거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자였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사실 이번에 이명박을 지지했던 386세대는 여전히 박근혜에 대해서는 주저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명박이 과거와 다른 보수라는 느낌을 줬기 때문에 편안하게 표를 던졌다. 게다가 부패하고 낡은 구보수의 이미지는 이회창이 가져가 준 덕분에 이명박은 실용적 보수라는 이미지를 독점할 수 있었다.‘중원을 장악한 보수’가 된 것이다. 3. 선진화,새로운 시대정신인가 ●강 교수 우리사회가 민주화 이후 새로운 시대로 이행한 것은 맞다.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이를 상징한다. 사실 5년 전이라면 이명박의 당선은 불가능했다. 이명박은 이를 선진화 담론을 통해 극복했다. 산업화·민주화를 완성한 사회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목표라는 의미에서 선진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적절히 활용했던 셈이다. ●손 교수 산업화·민주화를 넘어 새로운 단계로 이행하고 있다는 진단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선진화인지는 의문이다. 이명박 진영이 이야기하는 선진화는 한마디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다. 이런 의미의 선진화는 이미 우리사회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는 그 결과물이다. 문제는 이명박식 선진화에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라는 흐름 속에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기획이 담겨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제 교수 선진화 속엔 ‘제2의 산업화’‘제2의 민주화’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70∼80년대식의 관치개발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구보수도 큰 경제를 지향했다. 이제 대세는 ‘작은 정부·큰 시장’이다. 그게 이명박 후보의 ‘747 공약’으로 나타난 것이다. 민주화도 마찬가지다. 민주화세력이 민주정부를 표방했는데, 헌법을 무시하고 언론을 통제하는 등 과거 권위주의 시절과 같은 반민주적 행태가 이어졌다. 민주화도 업그레이드된 내용을 담아내야 한다. 4. 李정부,단절이냐 연속이냐 ●손 교수 실용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은 대처리즘에 가깝다. 현재 대처리즘의 우파적 버전이 프랑스 사르코지 정부다. 독일 메르켈 정부는 중도적 버전이다. 이명박 정부의 좌표는 메르켈과 사르코지 정부의 중간쯤이 아닐까 싶다. 다만 실용주의로 가는 것은 좋은데 규제를 무조건 푸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약육강식의 ‘정글 자본주의’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규제는 필요하다. 그것까지 없애면 ‘실용’과 ‘시장친화’란 것도 거대자본에만 유리하고 서민과 중소기업에겐 불리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강 교수 대통령제는 기본적으로 지배관계의 중심에 인물이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임자와 후임자가 같은 정당 출신이라도 기본적으로 단절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다만 변화를 추구하더라도 실현가능한 변화의 양은 크지 않다.5년은 지나치게 짧다. 이른바 ‘대처 혁명’도 집권초기 5년 동안은 이뤄진 게 없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하려고 무리하면 실패한다. 전임정부가 추진했던 모든 일들을 백지화한 상태에서 새 정책을 시작하기는 어렵다. 사람들이 원하는 몇가지 분야를 전략적으로 선택해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제 교수 현정부 정책 가운데 계승할 것과 버릴 것, 고쳐갈 것을 식별해 정책과제를 뽑고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 승계할 것도 적지 않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저출산 고령화대책 등이다. 그러나 수능 등급제, 대언론 정책, 대북정책 등은 수정보완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도 폐기보다는 수정보완될 부분이다. 하지만 기업 투자를 규제하는 정책은 과감히 풀어야 한다.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지만 그 후유증은 나눔과 희생, 봉사를 통해 재조정해야 한다.‘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구현되는 공동체 자유주의를 정책목표로 삼아야 한다. ●손 교수 참여정부가 친노동·반재벌적이었다는 평가는 잘못된 것이다. 비정규직 법안, 금산법 문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반대 등 참여정부는 철저하게 기업·재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했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와 정책에 있어 연속성을 갖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특히 기업·재벌에 대한 정책들은 대부분 재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기업들은 더 많은 자유를 달라는 것인데,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양보할 수 없는 것들이다. 5. 교육의 공공성인가 다양성인가 ●강 교수 사람들의 불만은 크게 2가지다. 우선 교육의 질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외로 많이 나간다. 다음으로 사교육비 부담이 너무 크다. 이 때문에 지표상의 국민소득만큼 생활수준을 못 누린다.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은 실질적인 소득 증가 및 복지와도 관련이 깊다. 사교육비가 올라감으로써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가능성도 점점 낮아진다. 사회적 이동성 차원에서 굉장히 큰 문제다. 교육문제는 누가 집권하더라도 180도 정책을 바꾸기 힘들다. 과거와 다른 접근이 필요하지만 시장주의는 또 다른 도그마가 될 수 있다. ●제 교수 사실 너무 많은 것들을 학교에서 가르치려고 한다. 반드시 필요한 몇 과목으로 줄이면 안 되나. 차라리 70년대의 ‘예비고사-본고사’ 제도가 더 낫지 않겠는가라는 생각도 한다. 교육체계를 전반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 핵심은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저비용·고효율의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만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언론과 국민이 적극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손 교수 공교육이 붕괴돼서 사교육비가 많이 드는 게 아니라 사교육이 지나치게 커져 공교육이 위축된 것이다. 물론 사회가 다양화됐기 때문에 교육도 다양화돼야 한다는 지적은 옳다. 하지만 공공성이 훼손돼선 안 된다. 교육제도를 손보는 것은 좋지만 자율형사립고 100개 만들겠다는 처방은 문제다.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 같지만 이 자체가 입시전쟁을 확대시키고 사교육 수요를 키운다. ●제 교수 물론 공공성도, 국가 개입도 필요하다. 그러나 학교가 학생을 선발하고, 학생이 학교를 선택할 권리는 주어져야 한다. 그래야 우수한 인적자원을 활용한 국가발전과 성장동력 확보도 가능하다. 6. 4·9총선을 전망한다 ●
  • 개편을 말한다①경제관련부처

    개편을 말한다①경제관련부처

    정부부처를 기능 중심으로 통·폐합하는 ‘대부처주의’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은 권한이나 기능이 지나치게 집중된 ‘공룡부처’의 출현이다. 이번 정부가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대부처주의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기획 기능만큼은 개별 부처가 아닌 청와대가 직접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이 제시한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국가 전체의 전략을 수립하는 ‘국가전략기획원’이 신설된다. ●국가전략기획원, 사실상 과거로의 회귀 이는 재정경제부의 경제정책·조정 기능과 기획예산처의 재정기획·예산책정 기능을 총괄한다. 재경부의 세제·금융정책 기능은 또다른 신설 조직인 ‘재무부’가 담당할 전망이다. 이같은 경제부처 재편방향은 사실상 옛 경제기획원·재무부 구도와 대동소이하다. 경제기획원은 ‘5·16 군사쿠데타’ 이후 발족해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기획·집행·조정 기능을 주도했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국가 주도에서 시장 주도로 전환됨에 따라 결국 1994년 재무부와 함께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됐다. 이어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재경원은 재경부·기획처·금융감독위원회 등으로 기능이 분산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의 경제부처 구도로는 국가의 장기 과제를 통합·조정·기획할 수 있는 부처가 없어 미래의 위험요인에 적극적으로 대처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주요 정책에 대한 관련 부처의 이견을 조율할 ‘사령탑’이 필요하고, 경제부처들의 기능 중복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부처 기능별 재편은 ‘즐거운 선택’ 이런 구상은 경제 부문만 떼어 놓고 생각하면 타당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전체적인 정부조직 운용 측면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우선 부처간 힘의 균형이 깨져 국가전략기획원을 제외한 모든 부처가 사실상 ‘하부 조직’으로 전락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국가전략기획원 수장의 영향력이나 입김이 총리보다 커 ‘실세 장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또 경제부처-국가전략기획원-총리실-청와대 등 ‘옥상옥’ 구조를 만들고, 끊임없이 힘겨루기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간경제 영역이 비약적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정부가 일일이 계획·관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경제부처는 전문기능 중심으로 재편하는 대신 전략 기능은 청와대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면서 “이 경우 청와대 비서실 조직을 개편하거나, 대통령 직속 위원회 조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처럼 전략 기능을 청와대가 직접 챙길 경우 경제부처는 국가 경제운용의 ‘3대 수단’인 ▲세제(경제정책) ▲금융 ▲재정 등 전문기능에 따라 재편할 수 있는 선택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 예컨대 산업자원부·중소기업청이 개별 산업육성을 위한 정책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재경부의 경제정책 기능과 통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또 재경부 금융정책국,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다층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금융 관련 조직도 슬림화가 가능하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잉여인력 활용 어떻게 이번 정부는 정부조직은 축소하되, 인력은 현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직이 줄어들면 필연적으로 ‘잉여인력’이 발생한다. 때문에 조직개편의 성공 여부는 잉여인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정부조직 개편작업과 동시에 잉여인력 활용계획도 서둘러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조직개편 대상으로 거론되는 중앙행정기관은 모두 55개. 이 가운데 18부·4처·17청은 정부조직법을 근거로,2원·4실·1청·9행정위원회는 특별법 등에 의해 각각 설치됐다. 현재 국가공무원 60만 4000여명 가운데 교원·경찰·교정·소방·집배원 등을 제외할 경우 55개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수는 9만 7300여명이다. 또 이들 인력의 30% 가량은 기관별로 차이가 거의 없는 인사·서무 등 공통업무 부서에 몸담고 있다. 따라서 중앙행정기관 수를 40개 안팎으로 줄인다고 가정할 경우 최대 1만여명의 잉여인력이 발생할 수 있다.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직에 비해 인원이 많아 도태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공직사회에 경쟁구도를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보건·복지·교육·안전관리 등 이번 정부에서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려는 부문에 잉여인력을 집중 배치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정부는 인력 감축은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조직개편 과정에서 퇴출이나 구조조정은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 경우 일반직 공무원과 달리 신분 보장이 안되는 별정직·계약직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차기정부 출범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될 우려도 있다. 서 연구위원은 “공직사회 분위기를 저해할 수 있는 인위적인 강제 퇴출보다는 정부조직의 공사화·법인화·민영화 등을 통한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바람직할 것”이라면서 “사무환경 변화에 대비해 업무전환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재교육 시스템을 보완하는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비경제부처 개편 핵심 우정사업본부·교육부비경제부처 조직개편의 핵심은 정보통신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통부의 ‘변신’에 따라 타 부처의 개편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통부 산하 우정사업 부문을 공사화할 경우 공기업 민영화의 ‘신호탄’이자, 조직개편의 윤곽을 확인할 수 있는 ‘방향타’가 되기에 충분하다. 전국 방방곡곡에 포진한 우체국, 그 사업을 담당하는 집배원 3만 3000여명을 정부조직에서 떼어내면 2005년 철도청 공사화에 따른 감축인력 3만명보다 규모가 크다. ●우정사업이 변수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도 국가공무원 수를 6% 가까이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기업 민영화 또는 통·폐합 등의 설득 논리로 작용할 수 있다. 공공기관 인력은 지난해 말 기준 32만명에 육박한다. 수입·지출 규모는 262조원으로 정부예산을 뛰어넘는 등 비대한 측면이 없지 않다. 공기업 구조개편 ‘1순위’는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됐던 금융공기업, 국민의 정부 당시 추진했던 민영화가 중단된 상태인 에너지공기업, 공공성 못지않게 수익성을 앞세우고 있는 사회간접자본(SOC) 공기업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우정사업 공사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정통부의 ▲방송통신분야 규제 ▲방송통신산업 지원 ▲소프트웨어산업 육성 등 주요 기능을 어떻게 짜맞추느냐에 따라 비경제부처 조직개편의 윤곽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예컨대 정보통신분야 규제 기능은 방송분야 규제를 담당하는 방송위원회로 넘겨 ‘방송통신위원회’로의 재편이 유력해 보인다. 소프트웨어산업 육성 기능을 문화관광부의 디지털·영상산업 지원 기능과 합치거나, 방송통신산업 지원 기능을 경제부처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초·중등교육, 지방이양 시발점 비경제부처 조직개편의 주요한 변수로는 교육인적자원부의 향배도 꼽을 수 있다. 교육부의 ▲초·중등교육 ▲대학교육 ▲평생·직업교육 등 3대 기능 가운데 초·중등교육 업무가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되면 독립 부처로서 존재 가치가 줄어들게 된다. 이 경우 평생·직업교육 기능을 노동부와, 대학지원 기능은 연구개발(R&D) 지원을 주도하는 과학기술부와 각각 일원화할 수 있다. 또 교육부에 대한 조직개편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중앙정부 소속 기관이면서도 지방정부와 업무가 상당 부분 중복되는 지방통계청·지방노동청 등 특별지방행정기관에 대해서도 ‘개편 바람’을 몰고 올 수 있다. 이처럼 중앙행정기관의 본부가 아닌 부속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 수는 전체 9만 7300여명 중 70%가 넘는 7만명을 웃돌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정책자문단 소속 유홍림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특별지방행정기관은 단기적으로는 구조조정, 장기적으로는 지방이양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또 정부 관계자는 “조직이 통·폐합되더라도 ‘복수 차관제’를 적절히 활용하면 조직개편에 따른 업무누수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통합 부처에 어느 수준의 기능을 맡길지, 요구되는 기능이 제대로 이전됐는지 등의 여부를 중점적으로 확인·점검하는 노력이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이명박 시대-17대 대선 평가와 전망] 한나라,‘중도실용’ 각인 성과

    [이명박 시대-17대 대선 평가와 전망] 한나라,‘중도실용’ 각인 성과

    제17대 대통령 선거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압도적 승리로 막을 내렸다. 헌정 사상 두번째로 맞이한 수평적 정권교체이자 10년 만에 이뤄진 개혁·보수 진영 간의 권력이동이다. 서울신문의 대선 여론조사·분석을 전담했던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 소장 이남영 세종대 교수, 김형준 명지대 교수, 김욱 배재대 교수의 좌담을 통해 이번 대선이 한국 사회에서 던진 의미를 성찰하고 이후의 정국 흐름을 전망해 본다. 황진선 서울신문 정치담당 부국장이 사회를 맡았다. ■ 이명박 당선의 정치적 의미 ●이남영 교수 역사적으로 볼 때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화해라는 의미가 있다. 이명박 당선자는 군부독재에 저항했던 민주화 세대로 사회 진출 후 산업화 현장을 누볐다. 역사적 부담이 되어 온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갈등이 완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김형준 교수 두번째 정권교체가 이뤄졌다.87년 이후 5번의 선거를 통해 보수정권 10년, 진보정권 10년을 거쳐 다시 보수정권으로 회귀했다. 좌·우로의 ‘진자운동’은 정치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다. 이같은 교체주기는 앞으로 더 짧아질 수도 있다. ●김욱 교수 두번째 정권교체가 이뤄졌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정치의 일상화’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민주화에 대한 전통적 갈망이 표면화되지 않았다는 것은 정치가 개혁·평화와 같은 거대 슬로건보다 일자리 등 일상적인 것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이명박 당선의 핵심 요인 ●이남영 교수 실제 지표가 어떠했든 국민들은 경제·교육 등 국가 근간을 이루는 주요 정책들이 실패했다고 체감했다. 이같은 ‘체감의 벽’을 정동영 후보나 진보진영 후보들은 뚫고 들어가지 못했다. ●김형준 교수 우선 범여권의 안일함을 지적할 수 있다.2002년 후보단일화 같은 ‘한방 신화’에 젖어 있었다.BBK에 모든 걸 걸다 보니 국민에게 어필할 정책이 없었다. 다른 요인은 전통적으로 ‘도덕성’을 후보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삼아 왔던 유권자들이 이번엔 ‘업적’에 대한 평가와 기대치에 따라 투표했다는 점이다. ●김욱 교수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 덕분에 한나라당은 고공비행을 할 수 있었다. 범여권이 네거티브에 매몰돼 실패했다고 하지만, 사실 그것 말고는 의지할 수단이 없는 선거구도였다. ●김형준 교수 덧붙이자면, 지난번 한나라당 경선은 영남출신 주류가 아닌 비주류가 승리한 경선이었다. 이것이 한나라당에 수구가 아닌 중도실용의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중도와 보수를 결집시키는 효과를 발휘했다. ■ 이번 대선의 특징 ●이남영 교수 경선 과정에서 후보들의 도덕성에 대한 검증이 끝났어야 하는데 미진했다. 이 때문에 본선에 와서도 검증문제로 수개월을 끌었고 정책이나 이념이 선거구도의 변수가 되지 못했다. ●김형준 교수 역대 선거에서 힘을 발휘했던 세가지 프레임이 실종됐다. 첫째 노무현 대통령이 일찍 탈당해 여당이 없는 상태에서 선거가 치러지다 보니 ‘여야 프레임’이 사라지고 ‘이명박 대 반이명박’ 구도만 만들어졌다. 둘째 ‘진보·보수’ 프레임도 이회창 후보가 출마하면서 깨졌다. 셋째 ‘이슈 프레임’이 없었다. 경제살리기가 하나의 쟁점으로 합의된 상태에서 각자의 입장을 드러내는 대립쟁점이 형성되지 못했다. ●김욱 교수 더 큰 요인은 여야가 모두 분열되면서 선거가 다자구도로 짜여졌다는 점이다. 선거구도가 불안정하니 정책대결이 이뤄지기 어려웠다. ■ 이번 선거의 긍정적 측면 ●이남영 교수 지역주의가 완화되는 조짐을 보였다. 지역연고에 함몰돼 표를 던지던 유권자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중도실용을 표방한 정권이 출현함으로써 통치스타일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김형준 교수 ‘돈선거’가 완화됐다는 점은 성과다. 지난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465억원을 썼다는데 이번엔 300억원대밖에 안된다고 한다. 조직보다 홍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나타난 긍정적 조짐이다. 또 지역·이념·세대가 아닌 실리에 따라 투표를 하게 됐다. ●김욱 교수 일상적인 정권교체의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을 꼽고 싶다. 또 문국현 후보 등 새로운 세력이 등장함으로써 한국의 정당정치가 다당제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점도 평가할 대목이다. ■ 대선 이후 정국전망 ●이남영 교수 범여권이 총선을 위해 이명박 특검을 집요하게 활용할 게 분명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특검의 영향력을 차단·완화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다. 이회창 신당이 창당되는 데다, 한나라당 역시 박근혜 세력 포용이라는 난제를 안고 있다. 앞으로 2∼3개월이 이명박 정권 5년의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다. ●김형준 교수 특검은 진보진영의 재편성도 가져올 것이다.520만표 차이로 패배했다는 것은 정동영 체제로는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살아 남으려면 신당과 민주당, 창조한국당이 뭉치는 수밖에 없다. 연결고리는 특검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으로선 특검이 있고 내부의 박근혜 세력과 외부의 이회창 세력이 건재하는 한 전당대회가 있는 7월까지는 당내 갈등을 최소화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안전운행을 할 수밖에 없다. ●김욱 교수 이명박 특검은 정치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이 당선자가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범여권과 타협하면서 최악의 대결을 피해야 한다. ■ 박근혜·이회창의 진로 ●이남영 교수 총선을 앞두고 공천의 상당 부분을 박근혜 전 대표측에 할애해야 하는데 순조롭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새 대통령이 모든 세력을 끌어 안고 지분 나누기식으로 당을 재편하면 과연 국민의 지지를 얼마나 받게 될지도 의문이다. 이회창 후보가 15.1%를 얻었는데 상당한 규모다. 이 정도면 충남·대전권에선 영향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김욱 교수 이회창 후보는 충남지역에서 의미 있는 득표를 했다. 충남을 연고로 둔 국민중심당과 연합해 지역에 기반을 둔 새 정치세력의 등장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다양한 이념·지향을 가진 세력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마냥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 범여권은 어디로 갈 것인가 ●이남영 교수 대선 정국에서 가장 신선하게 다가온 세력은 문국현 진영이다. 갓 데뷔한 정치 신인이 10년 역사의 민노당을 제쳤다.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갖고도 26%의 득표율에 머문 정동영 후보로선 지역 기반도 없는 혈혈단신 후보가 5.8%를 얻은 사실을 곰곰히 새겨 봐야 한다. 총선 때 신당에 합류할 것이란 예상도 있지만 과연 새롭게 떠오른 세력이 낡은 배에 오르려 하겠는가. ●김형준 교수 만약 내년 전당대회에서 정동영 진영이 당권을 장악한다면 수도권의 개혁성향 후보들이 문국현 쪽과 결합할 가능성도 있다. 정동영 후보가 일선에서 퇴진한 상태에서 대통합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지금과 같은 소선구제 아래서는 수도권을 한나라당에 내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욱 교수 다당제는 대통령 중심제와는 잘 안 맞는다. 소선거구제와도 안맞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양화되고 있는 만큼 이를 반영하는 새 선거제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 이명박 당선자의 과제 ●이남영 교수 싫더라도 참여정부와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 정책도 상당 부분 인수받게 된다. 재평가하면서 수정할 부분은 고치면 된다. 다만 대북관계 등 몇가지 대립되는 지점이 있다. 이 역시 연속성과 일관성을 추구하는 가운데 수정·보완하는 쪽으로 가야 할 것이다. ●김형준 교수 노무현 정부의 상징적 정책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다.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북핵과 평화체제,3불정책, 부동산정책 등이다. 만약 집권 초기부터 전임 정부의 정책을 청산하는데 매달리다 보면 경제살리기는 뒤로 밀리게 될 위험성이 있다. 전임 정부의 것이라도 정치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을 받아들여야 한다. ●김욱 교수 이명박 정부도 큰 틀에선 개혁세력이 지금까지 만들고 다져온 정책들을 흔들 수는 없을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큰 성과가 복지확대인데, 성장을 중시한다고 이미 주어진 복지를 빼앗는 것은 국민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 차기정부 임기 초 최우선 과제 ●이남영 교수 업적·성과중심으로 치달아선 안 된다. 그러다 보면 허점이 생기고, 그걸 메우려다 보면 실책이 나오기 마련이다. 군사정권 시절처럼 ‘하면 된다.’식으로 밀어붙이면 국민은 지치고, 그것이 실패할 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청계천 신화’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 한반도 대운하도 조급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다. ●김형준 교수 역대 대통령들이 실패한 가장 큰 요인은 집권 초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정치에 쏟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정치 전면에 나서면 안 된다. 정치는 당과 국회에 맡겨야 한다. 다음으로 합리적·화합적 인사가 중요하다. 야당에 국가적 과제에 관한 중요 정보는 기꺼이 제공하고 동조를 얻는 것도 필요하다. ●김욱 교수 이 후보의 당선은 국민들이 보수화됐기 때문이 아니라 두터워진 중도층이 보수쪽으로 잠시 이동한 결과다. 중도층의 특성상 정부 능력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실정이 이어지면 언제든지 지지를 철회한다. 승리에 도취되지 말고 겸손함을 가져야 한다. 정리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이명박 시대-盧정책과 비교] 성장의 ‘李코노미’로

    [이명박 시대-盧정책과 비교] 성장의 ‘李코노미’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은 여러 분야에서 대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이 당선자는 ‘잃어버린 10년’에 걸맞은 정책 밑그림을 제시할 태세다. 특히 경제분야에서 그렇다. 노 대통령이 성장·분배 동반론이라면 이 당선자는 성장 우선주의를 주장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 해소와 동반 성장으로 가닥을 잡아온 정책 기조가 다시 신자유주의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당선자는 부동산·교육 정책이 현 정부의 기조보다 축소돼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보였다. 양측의 엇갈리는 전선을 분야별로 살펴본다. ●기업 투명성 강화 vs 영·미식 시장경제 노 대통령과 이 당선자의 대립이 첨예한 분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성장과 분배가 한 수레바퀴로 가야 한다는 기조인 반면, 이 당선자는 성장 중심의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구체적인 정책에서 노 대통령은 기업의 투명성 강화와 시장의 공정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당선자는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무게를 뒀다. 이 후보는 영·미식 시장경제 중심의 경제정책을 강조하며 ▲경제성장률 7% ▲법인세 20% 인하 ▲금융·산업 분리정책 완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을 내걸었다. 특히 법인세 최고 세율을 현행 25%에서 20%로 낮춘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인세를 인하하면 대기업의 경쟁력은 높아지지만 재원이 부족해 복지정책을 강화할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1가구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 혜택 공약도 노 대통령과 마찰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당선자는 각종 정책토론회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부동산 정책이 일괄적으로 완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무조건 폐기론과는 다른 신중한 입장을 폈다. ●평준화 유지 vs 평준화 해체 양측은 특목고 정책과 대입정책에서 분명한 대립각을 보인다. 노 대통령은 공교육 정상화를 주장하며 3불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이 당선자는 교육 정책 전반에 경쟁 원리를 대폭 강화했다. 특히 이 당선자는 노 대통령이 일관되게 강조해온 3불 정책(기여입학제·본고사·고교등급제 금지)가운데 본고사 및 고교등급제 도입에 대해서는 사실상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당선자는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도 “기부금을 장학금으로 사용하자는 논의도 있기 때문에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혀 부유층이 낸 기부금을 서민 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하자는 논의가 무르익는다면 허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이 당선자의 “자율형 사립고를 100개 설립하겠다.”는 공약은 뜨거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고교 진학 단계에서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강조했던 이 후보가 대학 진학 단계에서는 대학의 학생 선발권을 강조했다. 대입 자율화와 대학 관치 철폐를 줄곧 주장했다. ●화해·협력 vs 상호주의 이 당선자가 노 대통령과 뚜렷한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특히 북핵 해결과 관련한 대북 지원책에서 갈등이 예고된다. 노 대통령이 화해·협력에 기반을 둔 반면 이 당선자는 철저한 상호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이 당선자가 내세운 ‘비핵·개방 3000’구상이 이를 반영한다. 이 당선자는 북핵 폐기를 전제로 북한의 개방과 대북 지원을 동시에 하겠다고 말했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북·미관계 진전이 예견되는 시기에 이 당선자의 ‘통일부 축소’ 공약은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관측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선택 2007 D-2] 비정규직 해법등 경제정책 구체성 부족

    [선택 2007 D-2] 비정규직 해법등 경제정책 구체성 부족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전반적으로 아쉬웠다. 경제 정책의 다양한 쟁점을 부각시켜 후보별로 차별성을 갖고 얘기해야 하는데 그런 점이 전혀 부각되지 않았다. 특히 후보들마다 복지를 확실히 하겠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국가가 지원하겠다, 노인 생활을 책임지겠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여기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전혀 밝히지 않았다. 사회자가 이런 점을 지적했어야 한다고 본다. 정동영 후보가 ‘참여정부가 경제를 살렸다.’고 말한 것은 논란의 소지,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본다. 사실 경제는 실패한 것 아닌가. 또 이명박·이회창 후보가 기업투자 환경개선이나 규제완화를 말하자 다른 후보들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거나 정경유착 같은 부패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공격한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후보들이 말하는 정책은 대체적으로 신뢰성이 떨어졌다. 과학자의 고용안정 문제, 비정규직 해법 등도 구체적인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 그저 예산을 늘리면 되지 않겠느냐는 식으로만 하더라.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한가.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 후보들 모두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했지만, 이를 해결할 때 생길 저항을 극복하고 기업의 지출을 유도할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노동위원회가 원청업체 사용자성 판정을 해야 한다고 한 정동영 후보 주장은 고무적이다. 이명박 후보는 곳곳에서 기업 입장을 고려했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을 칭찬한 그의 정책은 신자유주의에 가깝다. 이회창 후보는 임금 동결 등 노조의 협조를 강조했다. 참여정부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낮다고 할 때에는 경제에 대한 기본상식이 없어 보였다. 권영길 후보는 자신의 정책이 노동자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유익한 정책임을 설득하는데 미숙했다. 문국현 후보는 구체적인 안을 많이 제시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중소기업입국론과 차별점을 제대로 못 찾은 듯하다. 이인제 후보는 진보에 대해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였다. 규제를 푸는 것 외에 새로운 동력이 있어야 한다고 한 것은 이명박 후보와 비슷하다. ●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이명박 후보는 ‘성장을 통한 분배’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이인제 후보도 이명박 후보와 가까운 경제 정책을 밝혔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특단의 해법을 보여 주지 못했다. 정 후보는 주장은 상식선에서 일리가 있지만 국민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은 없다. 이회창 후보는 정 후보와 이명박 후보의 장점을 조합한 것 같다. 규제 완화·성장을 통한 분배와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 정책을 재조합했다. 그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문 후보는 평생학습사회를 통한 중소기업 성장을 주장하는데 그런 방법으로 주장하는 수치들(일자리 500만개 등)이 달성 가능한지 의문이다. 권 후보는 부자에게 세금, 서민에게 복지, 비정규직에게는 확실한 고용 보장이라는 구체적인 확실한 공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보완 대책에 대한 설명력은 떨어졌다. 토론 자체가 기계적 방법으로 시간을 배분한 탓에 지루했고 초점이 뭔지도 모르겠다. 가장 중요한 주제를 집중 토론했어야 했다. 박지연 나길회 홍희경기자 anne02@seoul.co.kr
  • 신인감독 3인이 본 2007 한국영화계

    신인감독 3인이 본 2007 한국영화계

    몇년 전부터 한국영화계는 입버릇처럼 ‘위기’를 운운해왔다. 올해는 특히 갖가지 영화산업 수치가 급감했다. 어느 해보다 영화시장의 위기감이 컸던 2007년. 한국 장르영화에 힘을 실어준 데뷔감독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그래서 더 위안이 된다.‘극락도 살인사건’의 김한민 감독,‘바르게 살자’의 라희찬 감독,‘리턴’의 이규만 감독. 세 신인감독이 한자리에 앉았다.“작품간 양극화, 외국영화 득세” 등의 위기감으로 시작된 대화는 그러나 조금씩 희망의 씨앗을 찾아가고 있었다. 1. 신인감독 눈에 포착된 ‘위기’ 김한민 감독 지난달 27일 한국영화발전포럼에 다녀왔는데 주제가 ‘한국영화 서사의 경향’이었다. 거기서 나온 한국영화의 문제점은 두 가지였다. 관습적인 장르영화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색다른 영화가 얼마나 있었나, 또 하나는 기존의 틀 안에서 자족하는 영화가 많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만큼 관객들이 한국영화에 식상했다는 얘기다. 해외 블록버스터도 맹공을 퍼부었다. 사실 한국영화 위기는 1950년대부터 계속 얘기해왔다. 지금 느끼는 위기는 영화 내부, 이야기에 대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두 얘기가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긍정적인 점은 스릴러 등의 장르영화가 폭발적으로 계속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규만 감독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해다.110여편에 이르는 많은 개봉작에 해외작까지 보태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한 작품이 얼마나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가 등의 산업구조상의 한계를 실감했다. 점점 큰 영화 중심으로 영화시장이 짜여진다. 그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영화가 두각을 드러내느냐 아니냐가 관건인 것 같다. 라희찬 감독 올해가 아니었으면 영화를 못 했을 거다. 기회가 많은 해였다. 그러나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2. 관객, 외화로 다시 회귀? 김 감독 파워게임인 것 같다. 공교롭게도 올해 외화들은 ‘트랜스포머’‘캐리비언 베이의 해적’‘슈렉3’ 등 장르와 캐릭터가 강한 영화가 많았다. 그러나 관객의 입맛이 바뀐 건 아닌 것 같다. 한국에서 성공한 대표장르인 멜로와 코미디가 서사의 문제점만 극복하면 국내영화에 대한 관객의 입맛은 더 강해질 거다. 올해는 그런 의미에서 위기라기보다 호흡을 다지고 도약하려는 휴지기라 볼 수 있다. 이 감독 정말 막강했다. 한동안 이제 할리우드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발을 못 붙이는 게 아니냐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할리우드가 대오각성한 듯하다. 이야기와 구성의 밀도가 높아져 관객이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없는 제작비의 이야기를 해버린다. 관객을 데려올 수 있는 첫 번째 요인은 호기심인데 캐릭터가 주는 호기심에 친밀한 이야기 라인, 막강한 자본의 노출, 이 세 가지가 갖춰지니 당해낼 수가 없었다. 우리는 우리 평균 예산인 25억원에서 45억원 미만으로 할 수 있는 창조적인 장르의 변화가 필요하다. 주인공만 바꾸면 리메이크될 수 있는 저작물의 효용성, 가치가 최대한 확산될 수 있도록 열린 내러티브도 요구된다. 김 감독 한번 외화와 한국 장르영화가 붙어보는 게임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적 블록버스터는 딴 게 아니다.‘괴물’이 그렇다. 괴물이 시도 때도 없이 뛰어나오고 미끄러져 구르는데 크지도 않다. 영화는 가족의 드라마로 한국적인 지점을 찾는다.‘타짜’도 화투판 자체가 한국적인 설정이고 캐릭터도 강한 한국적 코드로 만들어냈다. 그런 영화가 먹히는 것이다. 라 감독 외화에 대한 걱정은 늘 있었다. 그러나 그건 영화하는 사람, 한 발 떨어져 있는 사람만 느끼는 공포인 거고 나는 한국관객을 믿는다.(작품 선택만큼은)굉장히 이기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좋은 영화면 본다. 그렇게 봤을 때 올해는 재수없게 할리우드 영화가 많았을 뿐이다.(웃음) 내년에는 어떤 영화들과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3. 장르영화의 약진 이 감독 한국 관객들은 예전엔 스릴러를 찾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스릴러가 잘 되면서 투자의 성공률을 높혔다. 스릴러는 특별한 논리적 구성을 가지고 있고 시나리오도 감독들이 직접 써 그 단계에서 이미 1차적인 검증이 끝나는 독특한 장르다. 그런 현상이 응집력있게 만들어지면서 내년에도 장르영화가 많아지고 투자도 잘 될 거라 믿는다. 김 감독 이제는 다시 장르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영화는 장르를 등한시하고 마이너리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관객들은 기존의 이야기틀에 식상했다. 스릴러와 같은 장르를 조금 더 비틀어가는 한국식 장르영화가 필요하다. 4. 2008년을 기대하는 이유 이 감독 장르영화의 약진이라는 면에서 내년이 기대된다. 대작 영화 중심의 라인업에서 어떻게 신선하고 새로운 영화들이 치고 나갈 수 있느냐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 라 감독 과감하고 다양한 기획이 있으면 판을 깔아줬으면 좋겠다. 어떤 감독이나 배우가 나오든 이제껏 계속 해왔던 기획이나 큰 영화가 더 이상 안정적이지 않다는 건 영화계 사람들도 다 안다. 김 감독 내년에도 블록버스터와 저예산 영화의 양극화가 있을 것이다. 그와중에 평균 30억∼35억원 정도의 영화들이 잘되는 풍토가 됐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르가 필수적이다. 내년에는 장르로 귀환하는 영화가 많을 것이다. 신인뿐 아니라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처럼 등 중견 감독의 귀환도 그렇게 이뤄진다. 그래서 2008년에는 장르영화의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을까 한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신인감독 3인 多 알려주마 김한민(38) 감독은 4월 개봉한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올해 청룡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갈치괴담’과 ‘그렇게 김순임은 강두식을 만났다’ 등의 단편을 선보인 그의 입봉기는 ‘7전8패’다.7개의 영화가 준비 중에 엎어졌다.‘극락도’를 올리기까지 8년이 걸렸다.“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도 힘들었지만 감독들은 사법시험 말고 감독고시가 있다고 해요. 매번 시험을 치는 기분이죠. 재수·삼수를 하며 이력이 쌓이듯 엎어지면 또 엎어졌나보다 하고 매너리즘이 쌓이는 게 더 무서워요.” 내년에 크랭크인할 김 감독의 차기작은 화석화된 독립투사를 인간적이고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이야기. 감독이 강조하는 새로운 장르영화다. 이규만(35) 감독은 1999년 단편 ‘절망’으로 2000년 제1회 대한민국 영상대전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8월 ‘리턴’을 극장에 올렸다.7년이 걸렸다.“영화를 올리고 나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그때 ‘화려한 휴가’와 ‘디워’사이에 끼어 있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내가 그 상황에 다시 들어가면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매번 되돌려 생각해보곤 하죠.” 그에게 영화는 ‘한쪽 지느러미가 없는 친구’다. 불완전한 형태의 작품을 매만지면서 정이 든다는 그는 요즘 시나리오를 고르며 내년 촬영을 계획 중이다. 라희찬(30) 감독의 데뷔는 비교적 수월했다.6년전 군대를 제대한 뒤 장진 감독의 연출부에 들어갔다. 이후 장 감독의 ‘아는 여자’‘박수칠 때 떠나라’의 조연출을 하다가 2005년 말부터 자신의 영화를 준비했다. 그렇게 만든 ‘바르게 살자’는 올해 2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그에게 영화는 ‘놀이’다. 생활이나 일이 아닌 즐겁고 유쾌한 것. 김 감독이 “코미디 만든 감독다운 얘기”라고 농을 치자 라 감독이 받았다.“저 멜로 하고 싶은데….”(웃음) 세 신인감독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헤어질 땐 서로의 전화 번호를 저장했다.“여기서 우연히 만나뵈었는데 내년에도 좋은 작품 하셨으면 해요. 보는 사람으로서 기대겠습니다.”(라)“서로 힘냅시다. 또 감독고시 봐야 되는 신인 감독의 입장으로.”(김)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돈 없으면 자식들 발길 뜸해진다

    돈 없으면 자식들 발길 뜸해진다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부모 소득이 낮을수록 자녀들의 발길이 줄어든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나왔다.‘늙어서 부모 대접 받으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속설이 사실로 드러난 셈. 10일 한국인구학회에 따르면 정재기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학술대회에서 ‘한국 가족·친족 간 접촉빈도와 사회적 지원양상 국제간 비교’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2004년 국내 1312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종합사회조사,2001년 세계 26개국 3만 3232명이 참여한 국제사회조사 결과를 토대로 했다. ●소득 1% 높아지면 대면접촉 2배 높아져 논문에 따르면 자녀와 동거하지 않는 60세 이상 부모를 소득·교육·연령·성별 등으로 나눈 뒤 자녀와의 대면 접촉 빈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소득 변수의 회귀계수가 0.729로 의미있는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부모 소득이 1% 높아지면 부모가 자녀와 1주일에 1번 이상 대면 접촉 가능성도 2.07배 높아졌다. 반면 나머지 26개국 대부분은 두 변수 사이에 부(-)의 관계를 보였다. 우리나라처럼 양(+)의 관계를 보인 호주·스페인·폴란드 등도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다. 게다가 우리 자녀들은 떨어져 사는 부모와의 대면 접촉이 다른 국가에 비해 뜸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머니를 1주일에 1번 이상 만난다.’고 답한 자녀 비율은 한국이 27%로, 일본과 함께 27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아버지를 1주일에 한 번 이상 대면 접촉하는 비율도 한국과 일본이 26%로 나란히 꼴찌를 차지했다. 다만 한국 자녀들이 부모와의 전화 등 비대면 접촉 비율은 각각 64%,73%로 조사대상국 평균인 54%,65%를 웃돌았다. ●부모·친족과의 관계 ‘도구적´ 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는 돈은 가족에게, 정서적 도움은 친구·동료에게 주로 구하는 등 부모·친족과의 관계가 ‘도구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돈이 필요할 때,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국인의 51.9%는 가족·친족을 꼽았다. 이어 친구·이웃·동료 19.1%, 공식기관 13.2%, 배우자 8.9% 등이다. 이 같은 가족·친족과 친구·이웃·동료에 대한 의존율은 27개국 평균인 41.0%,7.6%를 웃도는 것이다. 그러나 ‘우울할 때, 누구와 상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한국인의 55.3%가 친구·이웃·동료를 꼽았다. 이 같은 응답률은 세계 평균 23.2%보다 두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정 교수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친족 관계는 정서적 성격보다 도구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자유로운 소통이나 감정의 상호작용이 제약받기 때문”이라고 추론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수능등급제 후유증 일파만파

    올해 처음 도입된 대입 수능시험 등급제의 폐해에 반발하고 있는 학생 학부모가 행정소송과 위헌소송을 내는 등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학 당국도 등급제의 부작용 대책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따라 등급제 후유증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국 200여개 대학 협의체인 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인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등급제 시행으로 혼란이 있다.”면서 “대교협 이사회를 소집하거나 회장단 회의를 통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요청이 있어 빠른 시일 내에 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수능 점수를 1점까지 반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등급간)폭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게 해야 한다.”며 등급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총장은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 방침에 대해 “(대학들이)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학생들이 자기 점수를 알고 교사와 학부모가 진학지도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학들이 점수 공개를 요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입시는 예고한 대로 가야 혼란이 없기 때문에 당장 그렇게 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입시를 자율화한다 해도 본고사 회귀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과 몇 점 차이로 등급이 떨어진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등급제 무효화를 위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회원 수가 455명이 넘는 인터넷 카페 ‘등급제무효 행정소송 준비위’는 이날 게시글을 통해 올해 대입 전형에서 등급제 적용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행정가처분신청을 제출하기로 하고 고소인 모집에 들어갔다. 카페 회원 ‘iseokp’는 “김포외고 시험지 유출 사건과 연세대 시험 오류사건 모두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선의의 피해자가 없었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가처분신청을 낼 예정이니 동참할 사람은 지원해 달라.”는 글을 올렸으며 60여명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한 회원은 “외국어 영역에서 1점, 화학에서 1점씩 모자라 원하는 대학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며 동참 의사를 밝혔다. 다른 회원은 “수리 나형에서 84점을 받았는데 71점을 받은 사람과 똑같이 3등급이라니 너무나 억울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소송을 돕겠다는 변호사도 나왔다. 김형준 변호사는 “수험생이 각자 치른 점수조차 알지 못한 채 넓은 영역의 학생들을 하나의 등급으로 평가하는 수능등급제는 헌법이 규정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낼 수 있는 충분한 사유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학사모)도 이날 교육부에 수능 원점수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정보공개 청구를 내기로 했다. 고진광 대표는 “학생들이 직접 행정소송에 나서면 올해 대입전형 자체를 놓칠 우려가 있어 학부모단체가 나서기로 했다.”면서 “우선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한 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위헌소송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9)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랑수마을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9)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랑수마을

    화랑수(花浪水)란 이름은 범왕리 연동마을의 연꽃에서 유래한다. 연동의 연꽃들이 채 피기도 전에 늦장마라도 지면, 연꽃들이 굽이굽이 흘러 화랑수 앞 계곡에서 원을 그리며 꽃이랑을 이루었는데, 그 광경이 아름다워 ‘화랑수’라 했다는 것이다. 화랑수마을의 구름다리는 1970년대 새마을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됐다. 지금은 시멘트로 견고하게 만든 아치형 다리가 그 임무를 대신하지만 2002년 이전까지만 해도 아슬아슬 흔들다리가 화랑수와 도로변 마을을 연결하던 유일한 소통의 끈이었다. 화랑수 10여가구 중 몇몇 집들은 아직도 마루 밑에 장작을 쌓아두고 추위가 가실 때까지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가끔씩 고구마도 구워 먹고, 숯불 앞에 앉아 책도 읽고, 떠난 애인의 흔적을 태우기도 하며…. 뽀글뽀글 물이 끓으면 묵직한 가마솥 뚜껑을 열고 물을 퍼낸다. 세숫물로 쓰일 귀한 온수다. 시골에선 소리에 민감하다. 소리가 다양하고 명확하다. 화랑수의 바람 속엔 많은 소리들이 담겨 있다. 뜨문뜨문 처마 끝 풍경 소리, 보글보글 찻물 끓는 소리, 파란하늘 구름 흐르는 소리, 어두운 밤 별빛 떠나는 소리, 바람에 부닥치는 나뭇잎 소리, 간지러운 계곡물 소리, 삐그덕 낡은 문짝 우는 소리, 바람이 벅벅 창호지 긁는 소리, 집배원 아저씨의 오토바이 소리, 뒷집에서 낑낑대는 강아지 소리…. 지리산 어귀에선 뻐꾹뻐꾹 뻐꾸기,‘홀딱벗고’를 외쳐대는 검은등뻐꾸기, 휘휘~ 등골 오싹한 한밤중 검은지빠귀, 소쩍소쩍 구슬픈 소쩍새, 낮이든 밤이든 새벽이든, 산새소리로 잠잠할 겨를이 없다. 화개 대다수 집들이 그러하겠지만 화랑수의 봄은 여느 동네보다 바쁘다. 찻잎을 따는 일손이 부족해 도시 대처로 나가 있던 자녀들이 회귀하는 연어처럼 고향으로 돌아온다. 망태에 넣어온 찻잎에선 싱그러움이 묻어나고, 가마솥에 찻잎을 덖는 고소한 냄새가 담장을 넘나든다. 화개에선 소위 녹차가 흔하다. 티백은 최하품이라고 아예 쳐주지도 않는다. 집집마다 커피 내놓듯 이곳에선 차, 그것도 우전이니 세작이니, 도시에선 고가에 팔리는 잎차들을 일상처럼 마시며 생활한다. 허리가 휘도록 고단한 봄, 손톱 끝에 시커먼 찻물이 배고, 하루에도 수십 잔씩 차를 넘기며 맛보느라 쓰린 속, 그래도 차가 상품이 되어 판매될 땐 출가시키는 자식 보듯 흐뭇하게 떠나보내는 인자한 눈매들이다. 여름의 화랑수는 봄만큼 활기차다. 매실을 수확하고, 매실로 담근 술이나 원액을 담장 밑 장독 안에 소중히 모셔둔다. 섬진강 건너 광양에 이름값을 넘겨주긴 했지만 섬진강 매실의 원조는 하동! 화랑수도 예외는 아니어서 철 지난 차밭마다 초록의 단단한 매실이 주렁주렁 초여름 햇살에 반짝인다. 매실 수확이 끝나고, 장마마저 물러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화랑수 구름다리 밑은 도시에서 몰려든 피서 인파로 가득하다. 가슴까지 철렁대는 깊은 곳에서도 발가락 끝이 보이는 깨끗한 물. 자갈밭 위에 울퉁불퉁 텐트를 치고, 다리 밑 평상에 눕기도 하며, 도로는 주차장이 되고, 마을마다 민박집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분주한 곳. 여름 한철을 위해 집집마다 민박을 하지만 주인과 손님으로 매정히 그어진 경계선은 없다. 손님을 맞는 옛집들에선 정겨움이 넘쳐난다. 그에 비해 가을과 겨울은 조금 한적하다. 간간이 감이며 밤을 수확하는 집들과 통장 잔고처럼 장작을 쌓아 올린 집들만 늘어나는 계절. 시간은 소리 없이 흐르고, 다시 봄이 오면 마을은 기지개를 켜듯 새로운 1년을 준비할 것이다. 글 사진 황소영 월간 마운틴 기자(www.emountain.co.kr) ■ 가는 길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에서 화개행 버스를 탄다. 구례를 거쳐 하동까지 가는 버스로 화개는 그 중간지점이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호남고속도로 전주IC나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장수IC에서 남원으로 간 다음 19번 국도를 이용해 화개로 간다. 남해고속도로는 하동IC로 바로 진입한다. 화랑수는 화개에서 쌍계사 방향으로 약 7㎞ 떨어져 있다.
  • ‘…문자와 미술’展

    ‘…문자와 미술’展

    인류문명의 역사가 이어지는 한 문자와 그림을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있을까. 반 고흐 전으로 북적이는 서울시립미술관의 본관 1층에 소박하되 의미심장한 전시가 또 하나 있다.‘언어적 형상, 형상적 언어:문자와 미술’이란 긴 제목의 전시회이다. 얼핏 학술적인 진지함마저 풍기는 제목이다. 하지만 주눅들 필요가 없다. 내년 1월27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에 관심있는 관람객이라면 미리 숙지해둘 정보는 딱 하나.‘문자와 이미지는 서로 통한다.’는 명제뿐이다. “어렵지 않아 보는 재미도 챙길 수 있는 한국 현대미술 작품들을 모아, 가족용 전시로 좋다.”고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기획 관계자는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응노(‘구성’), 김창열(‘회귀 SH7010’)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 반갑다. 글씨의 획을 연상시키는 오수환의 추상화,‘숲’‘집’ 등의 단어를 설치물로 직접 표현한 정승운, 문자를 기본 단위로 삼아 북송시대 산수화를 모방해 그린 유승호, 현대사회의 아이콘과 민화의 문자도를 결합한 손동현의 작품 등이 소개됐다. 고아한 분위기의 화폭에 한껏 취했다가 순식간에 현대적 감각의 세계로 넘어올 수 있다는 건 이 전시의 또다른 매력. 박용석이 ‘안녕’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본떠 만든 ‘안녕의자’, 휴전선 지대의 풍경을 담은 사진에 북한의 선전문구를 새겨 넣는 이정의 ‘접경’, 나이키 스포츠화의 로고를 작품으로 형상화한 손동현의 ‘문자도-나이키’ 등에서는 한국 현대미술의 재기발랄한 면모를 확인해 볼 수도 있다.(02)2124-8934.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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