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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경제 긍정적… 올 4.75% 성장”

    “韓경제 긍정적… 올 4.75% 성장”

    “선진국에서는 물가가 오르는데,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가계의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영국 HSBC그룹의 스티븐 킹 글로벌리서치센터장은 24일 봉래동 HSBC서울지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중남미의 이머징국가는 경제 성장에 성공했지만, 미국·영국·독일 등 선진국 경제는 여전히 2007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한 채 침체기를 겪고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 및 철학을 전공한 그는 인디펜던트지 칼럼니스트로 일하다가 1988년 HSBC그룹에 합류, 일본·유럽·미국 시장 분석 전문가로 명성을 떨쳤고 1998년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됐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시장과 이머징마켓 시장의 차이가 극명해지고 있다고 진단한 킹 센터장은 “미국·일본처럼 부채를 많이 짊어진 선진국으로부터 성장동력을 넘겨받은 중국·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이 원자재 확보 경쟁을 벌이면서 원자재값이 오르고,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 전망치를 4.75%로 잡았고,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킹 센터장은 “한국은 이머징국가보다 생활수준이 높지만, 유럽이나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아마 경기침체보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더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접한 일본의 지진피해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반응했다. 킹 센터장은 “한국은 일본의 산업 경쟁국으로서 혜택이 있을 수 있지만,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 일본으로부터 부품·소재 등 중간재를 많이 수입하기 때문에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관점에서 보면 일본 지진이 미치는 경제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진 피해가 발생한 지역의 경제규모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4%에 불과하다.”고 했다. 몇십년 만에 르네상스를 맞이한 원전 건설 바람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원전의 안전성에 회의가 생기겠지만, 투자자들은 화석연료로 회귀하기보다 원전 건설을 여전히 선호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원래 전 세계적으로 불안감이 조성됐을 때 가장 수혜를 보는 국가가 미국”이라면서 일본 지진과 리비아사태가 수습 국면에 들어서면, 이머징국가에서 유출됐던 자금이 회귀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한나라 재·보선 ‘판 키울까 말까’ 고심

    한나라당이 4·27 재·보선 구도 설정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거물급을 투입해 ‘완승’을 거두자는 의견과 “판을 키우면 오히려 불리해진다.”는 시각이 엇갈린다. 한나라당은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엄기영 전 MBC 사장을,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끌어들였고,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영입하려는 뜻을 밝혔다. 이 같은 ‘판 키우기’ 작업에는 청와대 일각과 안상수 대표 등 친이계 주류의 뜻이 작용했다는 게 정설이다. 한 친이직계 의원은 “가능성이 확실하다면 판을 키워서 이기는 게 여권의 국정운영과 지도부의 당 장악력 유지를 위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준표 최고위원은 7일 최고위원회에서 “출마 예상자 면면을 보니 당이 무원칙한 공천, 과거로의 회귀공천, 정치 도의에 반하는 공천을 시도하고 있지 않나 걱정이 앞선다.”면서 “재·보선에 당이 사활을 걸 필요도, 정권의 운명을 걸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당이 재·보선을 이벤트 형식으로 치르려고 하는데, 그 방법이 상향식이 아닌 과거식 구태”라고 꼬집었다. 김 전 지사가 김해을의 후보가 되면 야권단일화 열기가 강해져 오히려 더 어려운 승부가 될 것이고, 보수와 진보로부터 모두 공격을 받고 있는 엄 전 사장의 경쟁력도 한풀 꺾였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출전하지 않는 이상 ‘정운찬 카드’도 불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논리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울진 연어 어디서 살다 올까?

    ‘울진 왕피천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회귀 경로는 어딜까?’ 경북도는 올해부터 연어의 회귀 경로 등을 추적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경북 지역에서 방류된 연어에 대한 회귀 경로 등의 조사·연구가 이뤄지기는 처음이다. 도는 2007년부터 연어 치어에 첨단표시장치(DCWT)를 부착한 연어 1만 마리를 방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모두 5만 마리를 울진 왕피천 등에 방류했다. 연도별로는 2007~2009년 각 1만 마리, 2010년 2만 마리 등이다. 올해는 이 장치를 부착한 연어 2만 마리를 울진 왕피천과 포항 형산강에 각 1만 마리를 방류할 계획이다. 어린 연어의 머리에 부착된 이 장치는 길이 0.5㎜의 스테인리스스틸 재질에 6개의 아라비아 숫자가 코드화된 칩이다. 도 민물고기연구센터는 2007년, 2008년 방류된 연어 가운데 40~60여 마리가 올해 10~11월쯤 왕피천으로 회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어는 보통 방류된 지 3~4년 동안 북태평양 등지에서 자란 뒤 자신이 태어난 모천(母川)으로 돌아와 산란하는 습성을 지녔고, 회귀율이 0.2~0.3%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2009년엔 2년 전 이 장치를 부착한 연어 가운데 1마리가 성어가 돼 처음 회귀한 것으로 조사됐다. 민물고기연구센터는 이들 연어가 회귀하면 이 장치를 수거·판독해 연어의 정확한 회유 경로와 모천 회귀율 등을 규명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연어의 북태평양 회귀 경로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2007년 일본 연어 시험선에 의해 북태평양 베링해 중앙지역까지 회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센터 관계자는 “DCWT 장치 판독을 통해 연어를 어느 하천에서 언제 방류하는 것이 회귀율이 높은 것인지 등에 대한 것도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이를 토대로 해마다 방류량을 늘려 연어의 정확한 생물학적 정보를 얻고 자원화도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자연 부화한 2㎝ 길이 연어 울산 태화강서 3년 연속 발견

    자연 부화한 2㎝ 길이 연어 울산 태화강서 3년 연속 발견

    울산 태화강에서 자연 부화한 어린 연어가 3년 연속으로 확인됐다. 31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27일부터 수산자원사업단 연어사업소 직원들과 함께 태화강 회귀연어 부화실태를 조사한 결과, 울주군 범서읍 구영교 인근의 자갈 무더기에서 길이 2㎝ 정도의 갓 부화한 연어 20~30마리를 발견했다. 어린 연어는 회귀한 어미 연어의 산란으로 지난해 12월 말쯤 부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태화강에서 자연 부화한 어린 연어가 발견된 건 3년 연속이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레닌山… 옐친山… 이번엔 ‘푸틴山’

    옛 소련의 한 자치공화국이었던 중앙아시아 북부 키르기스스탄에는 ‘레닌’과 ‘옐친’이라는 이름을 지닌 산들이 있다. 조만간 여기에 ‘푸틴산’까지 생길 모양이다. 지난해 12월 취임 후 첫 방문 국가로 러시아를 택했던 알마즈베크 아탐바예프 키르기스스탄 총리가 북부 추이 지역의 높이 4446m 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이름을 붙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27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탐바예프 총리는 이달 초 ‘푸틴 봉 선물’을 위한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최근 러시아가 2억 달러가량의 차관을 제안한 데 대한 보답 차원이다. 지난해 친미 성향의 쿠르만베크 바키예프 대통령이 축출된 뒤로 친미 노선과 친러 노선 사이에서 갈등해온 키르기스는 총선 이후 ‘친러’로 회귀한 상태다. 분리 독립 20년을 맞은 지금도 러시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야당인 아타메켄당의 주마르트 사파바예프는 “살아있는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이름을 지명으로 쓰는 것은 법에 위반되는 것”이라며 1995년 제정된 국내법을 들이댔다. 그러나 아탐바예프 총리와 여당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다음 주 관련법 개정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키르기스는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이 살아있던 2002년 이시크쿨 호수 인근의 높이 3500m 산에 ‘옐친 봉’이라는 이름을 붙인 바 있다. 키르기스와 타지키스탄 국경에 있는 7134m 산의 이름은 ‘블라디미르 레닌’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순혈주의가 개혁적 소수의견 막는다

    순혈주의가 개혁적 소수의견 막는다

    법원조직법은 대법관 임용 자격을 ‘40세 이상으로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15년 이상 법률 관련 업무를 한 자’로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그런 예는 드물다. 이런 잣대가 무색하게도 대법관 임용은 여전히 ‘순혈주의’ ‘폐쇄주의’에서 제자리걸음이다. 1980년 이후 지금껏 배출된 76명의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차장 출신 12명을 포함, 대부분 법원장급의 판사 출신이다. 법률적 지식을 두루 갖춘 전문가를 대법관에 임용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시 법률 전문가인 검사 출신은 8명, 변호사 출신은 6명에 그쳤다. 학자 출신은 양창수 대법관이 유일하다. 사법연수원 성적이 법관 경력에선 평생 따라다닌다. 연수원 성적 우수자가 사법부의 ‘엘리트 코스’를 거쳐 대법관 후보로 추천되기 때문. 30여년간 판사로 같은 생활을 해온 이들이 대법관으로 임용되면 대법원 안에서 활발한 논의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비슷한 엘리트 집단의 구성원들이 개혁적인 소수의견을 내놓기 어려워 순혈주의나 폐쇄주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더구나 대법원 판결이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의 잣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대법관 출신의 다양화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이런 이유로 특히 여성 대법관 충원 목소리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재근 참여연대 시민감시팀장은 “최근 대법관 구성은 엘리트 법조인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이라며 “대법원이 사회 여러 여론을 반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대법관들이 충원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파릇파릇’ 겨울 속 초록 ‘제주’

    ‘파릇파릇’ 겨울 속 초록 ‘제주’

    ‘일시적 빙하기’라지요? 한 달 가까이 혹독한 추위가 이어졌습니다. 동장군이 휘두른 날선 칼날은 도시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벨 기세였습니다. 이 엄혹한 도시에서 ‘따뜻한 남쪽나라’가 떠오른 것은 당연했지요. 인공위성에서 본 대한민국이 온통 흰눈과 얼음으로 덧칠돼 있을 때, 동장군의 서슬을 뚫고 초록으로 빛나는 곳은 제주가 유일했습니다. 제주에서라면, 따스한 바람과 도처에서 만나는 초록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을 얻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한겨울 속 초록 풍경을 좇아 제주로 ‘철 없는’ 봄마중을 떠났습니다. ●‘쑥대낭’(쑥쑥 자라는 나무) 늘어선 사려니숲길 겨울 숲에는 색다른 매력이 있다. 이파리가 무성할 때는 보이지 않던 숲의 내밀한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수없이 겹쳐진 나무 둥치며, 사이사이 빼곡히 들어찬 흰 눈은 겨울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제주가 자랑하는 숲은 여럿이다. 그 중 겨울 제주 특유의 그림을 만들고 있는 곳을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사려니숲길에 한 표를 던지겠다. 사려니숲길은 진초록빛 삼나무와 난대림의 활엽수들이 어우러져 있는 공간이다. 물찻오름 등 오가며 만나는 오름들은 풍경의 덤. 지난해 15만명이 다녀갈 만큼 여행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최근엔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주원(현빈)이 라임(하지원)을 두고 오스카(윤상현)와 자전거 하이킹 내기를 펼친 곳으로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들머리는 제주시 봉개동 절물휴양림 인근 1112번 도로다. 예전엔 대부분 그냥 지나쳤지만, 물찻오름 등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평일에도 수십대의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려니숲길은 4개 코스로 나뉜다. 물찻오름 쪽을 기준 삼을 경우, 성판악휴게소로 내려가는 코스(9㎞)와 붉은 오름을 돌아 내려가는 코스(10㎞), 그리고 사려니오름 방향으로 가다 월둔삼거리에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14㎞) 등 세개다. 여기에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쓰레기매립장 옆에서 출발해 삼나무 전시림, 사려니오름 등을 돌아 오는 6.5㎞ 순환코스가 더해진다. 이중 대다수 외지인들이 선택하는 길은 원점회귀 코스다. ‘참꽃나무 숲’ ‘치유와 명상의 숲’ 등 볼거리들이 어어져 있다. 원래 사려니숲길은 1112번 도로에서 물찻오름, 월둔삼거리 등을 거쳐 사려니오름에 이르는 15.5㎞ 구간을 일컫는다. 하지만 월둔삼거리에서 1.5㎞쯤 지난 곳에서 사려니오름으로 가는 길이 끊겼다. 보호지역이어서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되돌아오거나, 붉은 오름을 거쳐 내려와야 한다. 삼나무가 펼쳐내는 올곧은 수직세상과 만나려면 남원읍 한남쓰레기매립장 쪽에서 올라야 한다. 가장 덜 알려진 코스이되, 가장 추천하고 싶은 코스다. 들머리 옆이 쓰레기매립장이어서 첫인상은 꺼림칙하지만, 일단 능선을 밟고 서면 색다른 제주의 풍경과 만날 수 있다. 이 코스의 자랑은 삼나무 전시림이다. 제주 사람들은 삼나무를 쑥쑥 자란다는 뜻에서 ‘쑥대낭’이라 부른다. 널리 알려진 봉개동 숲터널의 수령 30~40년 된 삼나무보다 곱절은 오래된, 나이 80세 이상의 ‘쑥대낭’들이 빼곡하게 차 있다. 총 1850그루. 숲길 가운데 970m의 목재 데크를 깔아 관람 편의를 더했다. 사려니오름(513m) 정상에서 마주하는 제주 풍경도 각별하다. 제주의 4분의1에 해당하는 지역이 한눈에 잡힌다. 들머리에서 삼나무 전시림과 사려니오름을 돌아오는 데 6.5㎞, 3시간 정도면 넉넉하다. 들머리에 차량 20여대를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 코스는 인터넷 예약제로 운영된다. 입장객은 평일 100명, 주말 200명으로 제한된다. jejuforest.kfri.go.kr, 혹은 ‘제주시험림 탐방예약시스템’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매주 월, 화요일은 쉰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 (064)732-8222. ●늘푸른 곶자왈 아래 거대한 용암동굴 제주의 이색적인 숲 가운데 하나가 곶자왈이다. 척박한 탓에 농토로 쓰이지 못하고, 가축을 방목해도 효율성이 떨어져 사실상 버려졌던, 불모의 땅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 덕에 태곳적 모습이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고, 최근엔 ‘제주의 허파’란 상찬 속에 생태적 가치를 재평가받고 있다. 곶자왈은 ‘화산 활동으로 분출된 용암류(熔岩流)가 분포한 지대에 형성된 숲’이다. 쉽게 말해 굳은 용암 위에 형성된 숲이다. 제주의 여러 곶자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이 선흘리 곶자왈이다.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동산이라고도 불린다. 곶자왈에 들면 아늑하다. 간간이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을 뿐, 초록빛 일색이다. 현원학 제주생태교육연구소장은 “곶자왈이 포근한 것은 지하에서 더운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이라며 “노루 등 동물들이 동백동산 내 26개에 달하는 동굴(숨골) 주변에서 겨울을 난다.”고 전했다. 곶자왈 안에 수많은 양치식물과 나무들이 푸르름을 자랑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반면 여름엔 표층보다 찬바람이 분다. 곶자왈은 요철 형태의 지형이 반복적으로 이어져 있다. 이곳이 저곳 같고, 저곳이 이곳 같다. 뱀과 오소리 등도 많이 서식한다. 산책로 이외의 지역을 들여다보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란 얘기다. 습지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를 돌아보는 데 2시간 남짓 걸린다. 용암 위가 곶자왈이라면, 아래는 거대한 용암동굴군(群)이다. 선흘리 곶자왈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제주가 세계에 자랑하는 용천동굴이 있다. 2005년 구좌읍 월정리 인근 전신주 교체공사 도중 우연히 발견됐다. 이듬해 천연기념물 제466호로 지정된 데 이어, 2007년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길이는 약 3.6㎞.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의 전용문 지질학 박사는 “용천동굴은 20만~30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용암종유, 용암석순 등 용암에 의해 형성된 생성물은 물론, 동굴진주 등 석회동굴에서만 볼 수 있는 석회 생성물들도 가득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희귀한 동굴”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13일 제주·세계7대자연경관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 선포식 이후 관계 당국의 협조를 얻어 용천동굴 일부를 둘러봤다. 용암이 흐르며 만든 거대한 동굴 속에 각종 생성물들이 빼곡하다. 기이하고 아름다운 세계다. 숨 한 모금 내뱉기도, 발걸음 한발 내딛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겨우 100m쯤 돌아봤는데도 동굴의 존재감은 방문객을 무겁게 압박했다. 아쉽게 용천동굴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겨우 사람 한명 들어갈 정도의 입구만 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자신이 딛고 선 발 아래 수십만년 전의 기이한 세계가 펼쳐져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스럽다. ●녹차밭과 눈 덮인 한라산이 어우러진 풍경 초록의 겨울 풍경이라면 차밭도 빼놓을 수 없겠다. 초록빛 녹차밭과 눈 덮인 한라산이 멋들어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 서귀포 도순동의 도순다원이다. 규모로는 오설록녹차박물관을 품은 서광다원이 앞서지만, 서정적인 풍경이라면 도순다원에 한 수 양보해야 한다. 차밭 사이 고샅길에 서서 팔을 뻗으면 한라산 부악이 한 손에 잡힐 듯하다. 멀리 발 아래로는 물비늘 반짝이는 서귀포 앞바다가 두 눈에 가득 찬다. 초록 계단엔 녹차잎들이 줄지어 섰다. 그 고운 자태에 가슴에서 날 선 긴장이 가뭇없이 사라진다. 입 끝엔 잔잔한 미소가 걸린다. 초록이 주는 위안이다. 도순다원은 긴 ‘겨울방학’을 끝내고 새달 14일 다시 문을 연다. 글 사진 제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4) →가는 길 사려니숲길은 1131번 도로 교래입구삼거리에서 절물휴양림으로 들어가기 전 1112번 비자림로 삼나무 숲길 중간쯤에 있다. 숲에 편의시설은 없다. 물과 도시락 등은 지참해야 한다. 선흘리 곶자왈은 1136번 도로에서 태왕사신기세트장 쪽에 있다. 제주관광공사 740-6000. 도순다원(739-0419)은 16번 국도를 타고 서귀포시 도순동까지 간 뒤, 도순2교에서 한라산 쪽으로 1.5㎞쯤 오르면 나온다. →맛집 서귀포 색달동의 기원뚝배기(738-7722)는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집. 오분자기 뚝배기가 주종목이다. 한림읍사무소 앞 이가네흙도야지가든(796-4705)은 흑돼지 요리 전문집. 모자반으로 만든 향토 몸국도 별미다. →잘 곳 표선면 해비치호텔은 시승차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다. 슈페리어 1박과 조식권(2인)에 실내수영장, 헬스클럽 무료 이용 등을 묶었다. 차종은 K5, K7, 제네시스 등이다. 당일 상황에 맞춰 배차된다. 24시간 쓸 수 있어 제법 알차다. 주중 27만원, 주말 33만원. 780-8000.
  • 욕설 문자 등 ‘휴대전화 왕따’ 심각

    휴대전화를 이용한 ‘사이버 왕따’ 현상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고려사이버대 전신현 교수와 숭실대 이성식 교수에 따르면 2008년 서울 시내 중학생 71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715명)의 13.7%(98명)가 휴대전화로 집단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7명 중 1명꼴로 욕설이나 놀림을 담은 문자메시지 등을 받은 셈이다. 휴대전화를 통하지 않고 현실에서 ‘왕따’ 피해를 본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이보다 적은 77명(10.8%)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연구진은 다중회귀 분석을 통해 휴대전화 집단 괴롭힘의 동기를 분석한 결과, 어린이들이 단순히 재미와 쾌락을 이유로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측면이 크다고 밝혔다. 영향력을 나타내는 수치인 표준화 회귀계수의 절댓값으로 환산한 결과 ‘재미 쾌락형’이 가장 컸고,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분노’와 ‘타인에 대한 지배욕’이 뒤를 따랐다. ‘튀는 학생에 대한 배척심’은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수치여서 휴대전화 집단 괴롭힘의 동기로 보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전 교수는 “휴대전화를 통한 집단 괴롭힘은 기존의 왕따와 달리 재미와 쾌락을 이유로 저질러지고 있다.”면서 “스마트폰의 사용 증가로 인해 청소년의 비행이 보다 다양한 형태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지식보고 ‘다큐멘터리’로 재구성

    지식보고 ‘다큐멘터리’로 재구성

    EBS ‘다큐프라임’은 17~19일 밤 9시 50분 ‘다큐의 재구성’을 방송한다. 제작진은 ‘다큐프라임’을 통해 방송됐던 100여편의 다큐멘터리 가운데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작품들을 골라 새로운 메시지와 시각을 더하는 방법으로 재구성했다.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 스튜디오를 도입하고 주제와 관련한 인터뷰도 보강했다. 이금희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고 정신과 전문의 김병후 박사와 오은영 박사, 소설가 김탁환, KAIST 정재승 교수, 가수 이상은 등이 출연한다. 1부 ‘산다는 것은’은 사랑의 결실인 결혼을 통해 만남과 부부, 사춘기 자녀 등 누구나 고민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일과 직업이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살펴보고 나이듦과 죽음에 대한 어른들의 진중한 시선을 보여준다. 2부 ‘지금은 스토리 시대’에서는 영화나 드라마 외에 정치와 기업, 광고 등 사회문화 곳곳에 숨은 스토리의 비밀을 밝혀본다. 한국의 대표적인 이야기꾼인 정재승 교수와 김탁환 작가가 우리 시대 스토리의 의미와 창의적인 스토리를 만드는 방법을 들려준다. 3부 ‘다큐로 세계여행’은 여행자의 시선으로 세계 각국 예술가들의 고뇌와 열정의 흔적을 더듬고 전 지구적인 환경 문제를 들여다본다. 죽기 7시간 전까지도 연필을 놓지 않았던 베트남 화가 부이수언파이를 비롯해 피카소,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에 이르기까지 예술가의 고뇌와 열정을 만난다. 문명화된 서구화를 버리고 전통으로 회귀한 바누아투 사람들, 우리나라 과거와 너무 닮은 히말라야 말레 사람들을 통해 이 시대 진정한 행복의 의미도 돌아본다. 제작진은 “다큐멘터리에는 한권의 책으로 엮을 수 있을 만큼의 지식과 철학이 담겨 있다.”면서 “이런 지식의 보고를 압축 재구성하여 다큐를 보는 또 하나의 방법과 시각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올 철강원자재 가격 상승세 지속”

    올해 철광석과 원료탄 등 철강원료 가격의 강세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탁승문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조정위원은 지난 6일자 ‘포스코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작년엔 중국 철광석 수입량이 소폭이나마 줄었지만 올해 다시 늘어나고, 한국과 타이완 등의 철광석 수입량도 비교적 큰 폭의 증가가 예상된다.”면서 올해 철광석 수급 상황이 빡빡해질 것으로 점쳤다. 원료탄과 관련해서도 “중국의 수입이 증가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인도,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의 수입이 급증,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세계 철강 수요 역시 연간 전체로는 한 자릿수 증가에 그치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견조한 회복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철강원료 거래의 가격결정 방식을 두고 원료 공급사와 철강업체 사이에 힘겨루기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십년 동안 지속됐던 연간 단위의 가격 결정 방식이 지난해부터 분기별로 바뀌었지만 철강사는 다시 반기 또는 연간 단위로 회귀하자고 주장하고, 일부 메이저 공급사는 월간으로 단축하자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탁 위원은 “아르셀로미탈이 지난해 11월 미국 4위 석탄 업체인 매시에너지 인수전에 가세했고, 호주의 리버스데일 인수전에 자원 메이저인 리오틴토와 함께 인도의 타타스틸이 뛰어드는 등 철강 업계의 원료 확보 싸움이 더욱 가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자유로운 히피정신 무장 ‘모리걸’ 뜬다

    자유로운 히피정신 무장 ‘모리걸’ 뜬다

    유행의 진원지는 해마다 봄과 가을에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 4대 패션쇼다. 2011년 봄·여름을 위해 디자이너들이 지난해 가을 선보였던 수많은 패션의 경향을 관통하는 것은 바로 ‘1970년대로의 회귀’였다. 최근 몇 년간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는 1980년대 스타일이 유행했다면 올해 최신 유행은 70년대 스타일이다. 그렇다면 70년대의 대표적인 특징은 무엇일까. 1969년 열려 70년대를 상징하는 문화 아이콘이 된 우드스탁 록 페스티벌이 보여주는 자유로운 히피 정신이다. 히피들은 자연주의를 표방하며 손대지 않은 머리, 바지통이 넓은 청바지, 화려한 무늬의 셔츠 등을 사랑했다. 최근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 유행은 일본에서 시작된 ‘모리 걸’이다. 숲 속의 소녀라는 뜻의 모리 걸 스타일의 전형은 영화 ‘허니와 클로버’(2006년 개봉)에서 천재 미술대학생으로 출연한 배우 아오이 유우다. 영화에서 아오이 유우는 히피들이 입었을 법한 알록달록한 티셔츠 위에 원피스, 풍성한 블라우스, 밤색·진녹색·남색 등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색의 배합 등 아무렇게나 걸쳐 입은 듯한 패션으로 여성들을 열광시켰다. 자연을 사랑하며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모리 걸에게 어울리는 화장은 어떤 것일까. 세계 4대 컬렉션의 250개 이상 무대에서 모델들의 얼굴을 맡아 화장의 유행을 선도하는 메이크업 브랜드 맥(MAC)은 지난 6일 2011년 봄·여름 메이크업 경향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여기서 맥의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 변명숙씨는 “패션이 강렬하면 얼굴은 아무것도 안 한 듯한 화장이 어울린다.”며 “뷰러로 속눈썹의 컬을 만들었다면 마스카라는 생략하거나 입술은 보습제만 발라 본인의 입술처럼 연출하는 등 하나씩 빼는 마이너스 화장법이 올해 유행”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미국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의 패션쇼에서는 컨실러, 입술용 화장품, 볼 터치 단 3가지의 화장품만 있었다고 한다. 마이너스 화장법의 피부 표현은 최소한의 파운데이션과 컨실러만을 사용해 본래의 자연스러운 피부를 그대로 살린다. 주근깨도 두꺼운 파운데이션으로 가리기보다는 살짝 드러내는 것이 훨씬 건강해 보인다. 70년대의 대표적인 화장법은 황갈색으로 물들인 뺨, 캐러멜 색깔의 입술, 따뜻한 햇볕에 섬세하게 그을린 듯한 피부 등 건강하면서도 아름다운 ‘테라 코퍼’(TERRA-COPPER)색 얼굴이다. 황금색을 사용한 화장법은 신년에는 금전운을 불러오기도 한다. 맥의 부사장이자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고든 에스피넷은 “따뜻한 느낌의 갈색과 황금색을 눈가와 뺨에 발라 얼굴의 윤곽을 또렷이 살린 다음 입술에는 보습제인 립밤을 듬뿍 바르면 외출 준비 끝”이라고 설명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신년 대담] 박상은 한나라의원·문정인 연세대교수가 조망한 ‘연평도사태 이후’

    [신년 대담] 박상은 한나라의원·문정인 연세대교수가 조망한 ‘연평도사태 이후’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북정책, 대외정책이 연평도 도발 전후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평도가 지역구인 기업인 출신의 한나라당 박상은 의원과 국제정치학자이자 북한·미국통인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가 5일 서울신문 편집국에서 만나 연평도 사태 이후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 이도운 정치부장의 사회로 1시간 20분간 이어진 좌담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다. 사회 : 이도운 정치부장 →현장 얘기를 먼저 듣겠다. 연평도 사태 이후 서해 5도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왔는가. 박 의원 그동안 북한을 같은 민족으로서 대하고, 한민족의 공동 번영과 평화, 통일 등에 대한 개념이 상당히 정착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이후 서해 5도 지역 주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 대부분이 과거 우리가 말하는 ‘반공’ 분위기로 회귀한 것 같다. →연평도 사건이 남북관계와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문 교수 외교 안보 패러다임에서 연평도 사태를 미국의 9·11 사태와 비교하는데, 옳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연평도 사건은 이제야말로 북한과 빨리 대화하고 서해 5도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해서 평화 협력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연평도 사태와 관련해 중·러는 북한 편을 들고 한·미·일은 북한을 규탄했다. 상황 관리를 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북아에 새로운 냉전구도가 생기고 우리도, 북한도, 동북아도 모두 어려워진다. →연평도 사태로 북방한계선(NLL) 문제가 다시 제기됐다. 한나라당의 입장은 무엇인가. 박 의원 국제법을 따지는 것보다는 우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되면 독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하니까 현실을 인정하고 협상하면 거기서 지배가 가능해야 한다. ●“상호주의 기반 대북 대화 늘려야” →지난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에 합의했다. 이 시점에서 당시 합의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문 교수 그 합의를 지켰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생각은, 국제해양법 측면에서 보면 그렇게 강하지 않으니 현실적으로 보자는 것이었다. 북한은 5개 도서의 남쪽 귀속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자유로운 선박 통행을 바랐던 것이다. 그래서 노 대통령은 NLL을 양보 못 하는 대신 평화협력지대를 만들어 갈등을 풀자는 것이었다. 박 의원 인천국제공항부터 해주까지 갯벌이 6억평이다. 그것을 단계적으로 개발해 경제자유구역을 만들어 남북이 공동 번영하자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우리가 평화수역 만들자고 했을 때 북한이 NLL을 인정한 면이 있다. 국제 영해가 12해리인데 북한이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북한도 우리의 실효적 지배를 인정한 것이다. 남북 간이 현재 천안함·연평도 도발로 그런 얘기를 할 상황은 아니지만 어느 시점에서 국면이 바뀌면 다시 심각하게 얘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민 인식이 보수화되고 있는데 대북정책은 어떻게 해야 하나. 박 의원 북 도발에 의해 국민 생명을 빼앗기고 정신적, 물질적 손해를 입었는데 정부에서 그것을 없는 것처럼 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 들어 기조가 바뀐 것이 상호주의다. 다만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전시 중인 국가도 대화하는데 우리는 그런 대화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북한은 향후 어떻게 나올 것 같나. 문 교수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한다고 하고, 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 때 보면 상당한 수준의 미사일 요격 능력도 갖고 있다. 남측과는 대화한다고 할 것이고 핵은 포기 안 하려 할 것이다. ‘비핵·개방·3000’은 현실성이 약하다. 북한은 핵이 체제 생존을 위한 것인데 3000달러와 등가성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랜드 바겐(일괄 타결)도 가능한 대안이 아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남측이 북에 대해 영향력이 있을 때 미국과 중국도 우리를 따르고, 제한적이나마 우리가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남북관계가 단절돼 어렵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북과 대화해서 북에 대한 영향력을 갖고 남측에 의존하도록, 도움을 받고 싶게 만든 뒤 미·중과 조율하면 북핵 해결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북한 자체의 변화가 없으면 힘들 것이다. 개방으로 가고 시민사회가 확대되고 안심을 느껴야 하는데 어려운 것이다. →연평도 이후에도 주가가 올라 최근 며칠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과연 ‘북한 리스크’는 있는 것인가. 박 의원 그만큼 우리 경제와 국민이 성숙한 것이다. 경제가 커지는 동안 정부와 외교관, 전문가들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경제인들은 경제를 발전시켜 한반도 미래를 개척할 테니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안보를 더 강화하면서 북측에 당근을 줘 북한이 개방, 자유 세계로 나오도록 문을 열어주는 건 우리가 할 수밖에 없다. 문 교수 증시 활황은 경제적 변수인데, 이것을 정부가 강한 응징을 해 북이 꼬리 내린 것이고, 그러면 경제는 계속 활황으로 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상당히 잘못된 계산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북한이 그렇게 망나니는 아니라는 것과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이 최악의 상황을 막는 안전 기제가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다. 이것을 너무 자신해서 공세적으로 가다가 확전되면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 있다. ●“대북 응징이 증시 활황 배경 아냐” →연평도는 접경 지역이지만, 개성공단은 북한 내부에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박 의원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은 남북관계가 잘될 때는 공존 번영사업이지만, 나빠지면 우리 입장에선 북한에 인질이 되는 것이다. 유사시에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해도, 우리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2단계 사업 투자도 늦어지고 있고 북측 불만이 크다. 문 교수 생각하기 나름이다. 현 정부가 얼마나 일을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었나.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은 안타깝지만 남북관계를 볼모로 잡았다. 하나 터지면 정부가 응징 외교 하고 남북관계가 악화됐다.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상황에서 개성공단까지 문 닫으면 남북관계 끈을 잘라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긴장이 고조되고 일촉즉발의 분쟁이 발생하는 것이다. 외국 투자자들은 개성을 본다. 개성 문 닫으면 뺀다. 우리 정부도 조심스러운 것이다. 쉬운 평화의 길이 있는데 왜 싸움을 하나. →정부도 남북정상회담 마음은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문 교수 백채널로 북한과 대화가 오가야 하는데 이뤄지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위기가 있으면 백채널이 만들어지고 정치적 작업이 있는데 단순히 이벤트성 정상회담은 의미가 없다. 두 정상이 만나서 큰 그림, 평화 번영을 가져올 큰 그림을 그릴 전략을 갖고 접촉해야 한다. 우리 정부에 그런 그림과 전략이 있는지 모르겠고 백채널도 의문시된다. (교수님이 백채널로 나선다면?) 나를 활용하지 않으니까(웃음). 시간 늦으면 소용없다. 올해 상반기가 마지노선이다. 대통령이 김정일 만나 남북 현안 문제를 풀고 핵 이야기를 하고, 이 대통령이 미 오바마 대통령과 친하니 오바마와 김정일이 만나 핵 문제 풀게 하면 일석이조다. 박 의원 박왕자씨 사건은 남북관계를 재정립할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촉매제가 됐다고 본다. 연평도 사건도 국민들에게 좋은 반성의 계기가 됐다. 북한이 도발한 것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지 정상회담도 바람직한 것이 된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 기반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문 교수 정상회담은 조건 없이 해야 한다. 사과 전제로 하는 것은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무조건 조건부, 미국 의존형 외교만 하고 있다. 우리는 큰 그림과 전략이 없다. 북한은 살고 죽는 문제로 접근하기 때문에 강제로 할 수 없고 대화와 설득을 해야 한다. 정리 김미경·유지혜기자 chaplin7@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심사평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심사평

    희곡 부문 당선작은 실직의 일상화와 동시대 아버지들의 비애감을 위트있게 다룬 오세혁씨의 ‘아빠들의 소꿉놀이’다. 단아한 언어 구사와 안정된 극작술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이미 일상화하고 내면화한 서민들의 삶의 피로를 적절히 반영하는 양식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희극성과 비극성을 동시에 배가시키는 언어와 구조상의 리듬감이다. 암울한 현실을 가공, 희극적 놀이로 변형시킴으로써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작가의 솜씨는 꽉찬 균형감을 보여준다. 심사 과정에서는 이런 안정된 글쓰기가 오히려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새로운 극작술로 나아가기보다는 기성작가의 작풍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엿보인 까닭이다. 우리는 신춘문예가 새로운 형식의 희곡이 탄생하는 장이 되기를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안정된 글쓰기를 지지할 것인가, 아니면 거칠더라도 차세대 연극으로 발전할 맹아를 지닌 작품을 발굴할 것인가가 끝까지 논의되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대상작을 찾기 힘들었고 결국 일정 수준의 연극적 글쓰기를 보여준 ‘아빠의 소꿉놀이’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총 133편이 응모한 올해 작품들에는 사회악과 폭력에 대한 접근이 많았는데 영화 등 대중매체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가정 내부의 폭력과 가해 관계, 성적인 폭력 등도 주 소재였으나 자신의 독창적인 글쓰기로 발전한 경우는 드물었다. 실직과 구직의 문제는 여전히 응모작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특기할 만한 것은 경색된 남북관계의 상황을 반영하는 작품이 많아진 점이다. 최종 논의에 함께 올랐던 작품은 이재상씨의 ‘노르웨이의 도스또예프스끼’와 김정래씨의 ‘회’ 등이다. ‘노르웨이의 도스또예프스끼’는 면접이라는 소재로 자본주의 시스템 속의 개인이라는 문제를 다루었는데 참신한 언어유희가 깊은 사유로 연결되지 못했다. ‘회’는 동서양을 아울러 이루어져온 여성에 대한 착취와 폭력의 역사를 압축한 시도는 신선했으나 구조상의 난삽함과 정련되지 않은 언어가 아쉬웠다. 희곡 부문 심사위원 장성희·노이정
  • “용문고 자율고 지정취소 불가”

    올해 대규모 미달사태를 낸 자율형 사립고가 내년에 그대로 자율고 체제로 운영된다. 서울시교육청은 19일 “이미 합격자가 정해진 단계에서 자율고 지정취소 신청을 현행법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까지 자율고 지정 취소를 신청하려고 했던 용문고의 일반고 전환은 무산됐다. 또 정원을 못 채운 나머지 8개교도 일반고로 회귀할 길이 막히게 됐다. 모집 정원 455명 가운데 166명을 채운 용문고(충원율 36.5%)를 비롯해 동양고(35.4%), 장훈고(65.0%) 등도 일반고로 회귀할 수 없다. 학교와 학부모들은 일단 수습책 마련에 골몰했다. 용문고는 “재단에서 매년 11억원씩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 학교가 마련한 학부모 긴급회의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자율고로 남기로 했다.”는 말에 환호했다. 하지만 이어 “내신에서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재단 지원이 불충분할 경우 일반고의 3배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법제화되어 있는 등록금을 제외한 항목에서 학생 부담이 늘지 않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학생이 자율고에 남기를 원하지 않을 경우에도 당장 일반고로 갈 길이 없다. 교육청 관계자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전기 자율고에 합격한 학생은 20일부터 전형을 시작하는 후기 일반계고에 지원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래도 일반고로 가고 싶다면, 내년 3월 개학한 이후에 전학갈 수 있다. 이미 자율고 수요예측을 잘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교육 당국이 예정대로 2012년 자율고 100곳 지정을 강행할 경우 험로도 예상됐다. 그렇다고 서울 강남 등 수요가 많은 지역에만 자율고를 배치한다면, 등록금이 비싼 ‘귀족학교군’을 형성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될 판이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46)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고전 톡톡 다시 읽기] (46)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0. 니체, 차라투스트라를 만나다 1881년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가 질스마리아의 실바플라니 호숫가의 숲속을 거닐고 있을 때 하나의 사유가 ‘비둘기처럼 조용하게’ 찾아왔다. 니체는 고대 페르시아의 예언자로서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였던 차라투스트라의 입을 빌려 자신의 사유를 펼쳐낸다. 사실 예언자 차라투스트라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대조적이다. 전자가 선악을 엄격하게 구분한 가운데 도덕을 창시했다면, 후자는 도덕의 몰락과 새로운 세계의 시작을 말한다. 말하자면 니체는 페르시아의 차라투스트라를 몰락시키고 그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1883년 2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부를 쓰기 시작한다. 1부를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열흘. 2부와 3부 역시 그해 여름과 겨울에 각각 열흘에 걸쳐 완성되었다. 그리고 1884년 반년간의 작업을 거친 뒤, 1885년에 제4부가 나왔다. 조용히 다가온 사유와 폭풍과 같은 글쓰기. 그렇게 니체는 영감을 인류에게 보낸 최고의 선물로 만들어냈다. 1. 차라투스트라, 허무주의와 맞서 싸우다 ‘차라투스트라’는 차라투스트라의 변신 이야기다. 그는 동굴에서의 수련과 인간의 심연에 대한 탐사 후에 충혈된 눈을 하고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그는 때로는 웃고, 때론 아파하며 자신과 주위의 사물을 보다 섬세하게 파악하고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인간적인 것들’과 끊임없이 싸워나간다. ‘차라투스트라’의 첫 장면도 마찬가지다. 동굴에서 10년 동안 수련을 마치고 나온 차라투스트라가 성자를 만나 던진 말은 ‘신의 죽음’ 이었다. 니체에 의하면 사멸하는 인간은 존재의 불안정함에, 존재가 우연에 맡겨져 있음에 공포를 느끼며 안정을 욕망한다. 존재의 사멸성을 받아들이는 대신 피안의 영원한 세계를 설정한다. 거기서 현재의 삶은 벗어나야 할 것으로 그려진다. ‘저편의 세계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삶의 허무함을 근거로 현재의 삶을 비난하고 평가절하한다.. 그런데 ‘차라투스트라’ 4부의 ‘보다 높은 인간들’이 보여주듯 인간은 붙잡을 가치가 소멸한 뒤에 다시 새로운 대체물을 발견해낸다. 가령 신의 죽음을 인정한 교황도 ‘신앙’을 만드는 것은 중단하지 않으며 미신과 주술을 거부하는 과학자조차도 실증성과 엄밀성의 신앙에 빠져든다. 절대적 가치의 무가치함을 인정하고 기존의 가치를 새로운 가치로 전환하는 것도 쉽게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창조 행위가 ‘과거’의 부정인 한, 창조와 생성에서 ‘리얼’한 세계가 누락되기 때문이다. 이때 행위의 판단 기준은 현재의 삶이 아니라 기억이다. 이들에게 현재의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삶의 영역 밖의 것을 삶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이들은 일종의 허무주의자다! 차라투스트라는 이 삶이 멈춰선 자리에 함께 멈춰선다. 이들의 멈춰버린 시간을 어떻게 돌릴 것인지, 또 멈춰선 자를 어떻게 길 떠나게 만들지를 사유한다. 그리고 차라투스트라는 말한다. 삶을 돌아보라고. 형제들이여, 맹세코 대지에 충실하라. 하늘 나라에 대한 희망을 설교하는 자들을 믿지 말라! 그들은 그들 스스로가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간에 독을 타 사람들에게 화를 입히는 자들이다(머리말). 2. 어린아이, 주사위를 던지다 사람은 자유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다지 자유롭지 못하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사유하고 활동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지만 주어진 조건과 자리에 따라 말하고 행동한다. 대개 ‘별 수 없어’ ‘어쩔 수 없어’라고 말을 하게 되는 상황. 푸코 식으로 이야기하면, 사유의 틀이 있고 인간은 그 속에서 정해진 대로 사유할 뿐이다. 말하자면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 틀을 벗어날 수 없으며’, ‘창조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더욱이 이런 사유의 틀이 깨어진다고 해서 자유로운가? 그렇지 않다. 다른 형태의 억압이 만들어진다. 부자유의 영원회귀! 지금의 사건은 과거에 이미 일어난 사건이라는 탄식. 차라투스트라에 의하면 이런 반복의 피로감이 우리의 변신을 가로막는다. 어떻게 해야 우리는 활발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차라투스트라는 아이들의 주사위 ‘놀이’를 통해 이 문제를 해명한다. 하늘로 던져진 주사위는 땅에 닿기 전까지 무수히 많은 변화에 내맡겨진다. 이것은 삶의 우연성 혹은 현재 상황으로부터의 벗어남을 의미한다. 하늘로 던져진 주사위를 구속할 어떤 필연성도 없다. 그러나 주사위는 땅에 떨어져 하나의 숫자가 나오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주사위 놀이는 우연과 필연의 반복이다. 이 사건을 해석하는 상반된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하나는 소위 학자 부류. 이들은 주사위 놀이에서 하나의 법칙성을 끌어내려고 한다. 많은 사례들을 수집하고 그 속에서 일반적인 법칙을 끄집어낸다. 주사위를 던지는 순간의 우발성이나 혼돈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들은 그것은 ‘원래 그래.’라고 말한다. 그러나 주사위로 노는 ‘아이들’은 다르다. 던져질 때마다 주사위는 그들에게 매번 새로운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더욱이 놀이에 열중해서 경쟁이 붙은 아이들은 주사위 놀이에 몰입한다. 학자들의 주사위 던지기가 동일한 것의 회귀의 문제라면 아이들의 던지기는 매번 차이의 귀환이다. ‘생성’의 반복, 혹은 ‘차이’ 나는 반복이다. ‘원래 그래.’라고 말하는 대신 매 순간 ‘설레요.’, ‘힘들어요.’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한편으로 주사위가 우연의 하늘에 다시 펼쳐지는 한, 과거의 낡은 사건은 새로운 사건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잘 실감나지 않는다고? 주사위 게임을 축구의 역전승으로 바꿔서 떠올려보길. 상대에게 당한 첫 번째 골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지만 동점골과 연속골이 터지는 순간, 과거의 쓰라림은 현재의 기쁨을 배가시키는 원인으로 바뀐다. 우리는 이렇게 과거조차도 끊임없이 재창조할 수 있다. 인간은 세계 속에서 생성하고 소멸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몰락을, 자신의 해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습관대로 살고자 한다. 사실 주사위 놀이는커녕, 단 한 번의 주사위 놀이에 짓눌려 있다. 변화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철저하게 부자유를 사랑한다. 그러나 우리가 한번의 주사위 놀이를 했음을 상기하자. 이것은 우리 안에 무엇인가를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긍정한다면 자신의 삶을 긍정하며 또 다른 ‘한번 더’를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의 목소리에서 ‘한번 더’의 외침을 듣고 차이의 기쁨에 공명하지 않았을까? 최진호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오자와 탈당설… 민주·자민 연정설…日 정국 ‘아노미’

    일본 정국이 다시 격랑에 휩싸일 조짐이다. 일본 민주당 내 최고 계파를 거느린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의 탈당설에다 민주당과 자민당의 연정설이 뒤엉키면서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지지도가 20%대로 추락한 간 나오토 총리와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기소된 오자와 전 간사장의 정치생명을 건 힘겨루기가 비등점을 향하고 있어 정국 불안정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간 총리 vs 오자와 정치생명 힘겨루기 간 총리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오는 13일 당 집행부 회의에서 오자와 전 간사장에게 중의원 정치윤리심사회 출석을 요구할 예정이다. 오자와 전 간사장이 당 집행부의 결정을 따르지 않으면 출당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이에 오자와 전 간사장은 지난 8일 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등과 회동한 자리에서 “민주당에 애착이 있다. 자민당 정치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다음 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 사실상 민주당 탈당과 신당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10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오자와 그룹 내에서는 내년 초 지방선거에서 간 총리 체제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탈당을 결행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정가에서는 지난 6월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국회의원 200명의 지지를 받은 오자와 전 간사장이 탈당하면 최소한 60여명의 의원들이 동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일본 정당법에는 매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정당 교부금을 산정하기 때문에 오자와 그룹이 연내에 신당을 결성하면 막대한 운영 자금도 확보할 수 있다. 오자와 전 간사장과 간 총리는 대중적 인기가 높은 마스조에 가나메 신당개혁 대표를 8일과 9일 잇따라 만나는 등 벌써부터 민주당 분당을 전제로 한 세력 다툼이 본격화됐다는 시각도 우세하다. ●“오자와 그룹 제외시켜라” 오자와 그룹을 제외한 민주당과 자민당의 연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보수세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와타나베 쓰네오 요미우리 신문 그룹 회장이 지난 7일 하토야마 전 총리, 8일 다니가키 사다카즈 자민당 총재와 연달아 만나 ‘민주·자민 대연립’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의 이시바 시게루 정조회장도 9일 “만약 오자와 그룹을 뺀 연립을 간 총리 그룹이 제안한다면 ‘탈 오자와’의 민주당과 자민당이 연대하는 것이 실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급매물 거의 소진… 내년 주택값 회복세로”

    “급매물 거의 소진… 내년 주택값 회복세로”

    “반등 조짐은 있지요. 하지만 예전처럼 급등하지는 않을 겁니다.” ‘부동산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전문가들이 조심스럽게 반등의 가능성에 점수를 주고 있다. 10월과 11월에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호가가 오르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아직 “바닥을 확실하게 짚었다.”고 단언하는 전문가는 없었지만 이제 집값이 강보합 정도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DTI 규제완화·인플레 등 변수로 대표적 바닥론자인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현재 부동산시장에 대해 “급매물은 거의 다 거래되면서, 현재 일반 매물과 급매물의 차액정도 집값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내년도 집값 전망에 대해서는 “예전처럼 급하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내년에는 부동산 시세에 상승요인이 더 많이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개발에 따른 토지보상금 등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고, 저금리를 피해 실물투자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부동산 시장에 미칠 변수로는 “내년 3월에 끝나는 총부채상환비율규제(DTI) 완화의 연장 여부”를 꼽았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본부장은 “내년은 올해보다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지금이 바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조심스럽게 “본격 회복은 내년 2분기로 본다.”고 덧붙였다. 내년 부동산 시장의 변수에 있어서는 “거시경제 지표가 얼마나 부동산으로 확산되느냐가 관건”이라며 “일부에서 제기되는 인플레이션 가능성, 긴축재정 등이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일부 지역의 주택공급 상황이 국지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실수요 중심 거래… 급등 가능성 희박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과 지방을 따로 봐야한다.”면서 “지방은 장기간 공급이 줄어 미분양이 줄어들면서 급격한 회복은 아니더라도 바닥을 지나서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도 서울과 주변부로 구분해서 보면 서울은 바닥을 친 것 같고 경기·인천 등 외곽지역은 아직 미분양 물량이 많아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집값은 공급이 얼마나 이뤄지느냐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유심히 봐야 한다.”고 했다. 임상수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바닥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보금자리에 대한 대기수요가 해결되지 않았고, 이미 주택에 대한 투자매력도가 상실됐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임 연구원은 이어 “앞으로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움직일 것”이라며 “내년 부동산시장에 약한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급등의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향후 부동산시장에 미칠 요인에 대해서 그는 “부동산시장이 투자중심에서 실수요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시장에 실수요자가 다수가 되면 아파트값 급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나 보금자리 등이 외부변수가 되겠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연평도의 교훈(6)] 달라진 세대별 안보관(끝)

    [연평도의 교훈(6)] 달라진 세대별 안보관(끝)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있은 지 2주일, 연평도 주민들은 찜질방에서 피란살이를 이어가고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연평도 포격 이후 세대별 안보의식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민간인까지 숨지면서 6·25를 겪지 않은 전후 세대들에게는 전쟁의 참상을 깨닫게 된 계기가 됐다.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에 찬성하면서도 확전(擴戰)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철우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국방전문연구원은 “연평도 도발은 국민들이 북한 군사적 위협의 실체를 체감한 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이 잘잘못을 가리는 소위 ‘블레임 게임’으로 빠져 이념의 논쟁으로까지 번졌다면 연평도 사건은 국민 모두가 한목소리를 냈다.”고 분석했다. 전쟁의 위협은 젊은 세대들에게 더 충격적이었다. 중학교 3학년생인 서채은(15)양은 “기사만 읽어도 전쟁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무서웠다. 앞으로는 북한에 대해 공격·전쟁·김정일 같은 이미지만 떠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구로고 1학년 김준호(16)군도 “전쟁이 끝난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긴장하면서 살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른바 ‘반공교육’을 받으며 자란 50·60대의 반응도 비슷했다. 자영업을 하는 윤석봉(56)씨는 “연평도 도발로 어릴 적 배웠던 ‘반공의식’이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세대는 어릴 적에는 북한을 무조건 적이라고 배웠고, 중년이 돼서는 남북이 점차 화해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관계진전을 직접 목격한 세대”라면서 “이런 간극에서 다양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북한이 우리의 ‘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나 안보의식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과거와 달리 라면을 사재기하거나 주가가 급락하지 않은 것은 불안하지만 그 불안이 증폭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넓게 퍼져 있다는 방증”이라며 “일시적인 불안감이지 안보의식이 근본적으로 바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김수진(25·여)씨도 “민간인 사망으로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일시적인 일 같다.”면서 “불안하지만 방독면을 사둔다거나 대피소를 찾거나 비상식량을 비축해 두지는 않는다. 연평도에 국한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 의식이 바뀌는 것은 개인이 자신의 이익이 침해됐다고 느끼는 것인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며 “연평도가 지정학적으로 떨어져 있는 것과 과거 정권에서 10년 동안 평화에 길들여졌던 것도 이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인식은 급격하게 나빠졌지만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과거 10년 동안 길들여져 왔던 인식, 가치관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정대화 상지대 교양학과 교수는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피해자가 생겨 북한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 것이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다.”면서 “이것이 대북 인식을 악화시키겠지만 50년간 극단적인 대립에도 통일을 지향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처럼 평화·통일·안정을 바라는 정서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효섭·윤샘이나·김양진기자 newworld@seoul.co.kr
  • [리영희 명예교수 타계] 한국 현대 지성사의 큰 별 떨어지다

    [리영희 명예교수 타계] 한국 현대 지성사의 큰 별 떨어지다

    대표적인 지식인이자 양심적 언론인, 언론학자였던 한국 현대 지성사의 큰 별이 떨어졌다. 최근 서울 면목동 녹색병원에서 지병인 간경화로 힘겨운 투병생활을 해오던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가 5일 0시 40분 숨을 거뒀다. 그는 2000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병세가 호전되자 2005년 대담집 ‘대화’를 출간하고, 지난해 “한국 사회가 파시즘 시대의 초기로 회귀하고 있다.”고 사자후를 토하는 등 지성인의 역할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병세가 급속히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투병중에도 지성인 역할 게을리 안 해 리 명예교수의 삶은 한국 현대사 그 자체였다. 1929년 평북 삭주군 대관면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해양대를 졸업한 뒤 영어교사로 재직하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입대해 1957년 육군 소령으로 예편했다. 육군 통역장교로 복무하던 7년 내내 ‘미국이 불하한 외국 군대의 군복을 마다하고 작업복을 고집’했던 것은 그의 타협 없는 원칙을 엿보게 하는 하나의 일화였다. 공적인 자리에서 국가와 민족에 복무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다. 이후 언론인이자 지식인으로서 사상을 벼리고, 시대정신을 일깨우는 작업에 한 치의 게으름도 없었다. 1957년 ‘합동통신’에 입사해 외신부 기자로 일하며 언론에 첫발을 내디뎠다. 1964년 반공법 위반 혐의로 처음 구속됐고, 1969년 ‘조선일보’에서 베트남 전쟁 파병 비판 기사를 썼다가 해직됐다. 1971년 군부독재 반대 지식인 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합동통신에서 또다시 해직됐다. 1972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로 옮겨 언론학자가 된다. 삶의 방법은 바뀔지라도 길이 바뀔 수는 없었다. 해직과 복직이 반복됐다. 1976년 한양대 조교수로 재직 중 해직됐고, 1980년 3월 복직했으나 광주민주화운동의 배후 조종자로 분류되며 같은 해 다시 해직된 뒤 1984년에야 복직됐다. 언론사와 대학에서 각각 두 차례의 해직, 반공법·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10여 차례에 걸친 구속·감금 등의 경력은 그의 빛나는 이성과 냉철한 지성이 어떻게 실천됐는지 보여 주는 작은 장치였다. ●살아 있는 고전(古典) 된 숱한 명저들 1980년 리 명예교수가 신군부에 의해 구속됐을 때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그를 ‘메트르 드 팡세’(사상의 은사)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를 은사 삼은 제자들은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다. 시대가 엄혹할수록, 우상과 반이성의 광풍이 휘몰아칠수록 그를 사숙(私淑)하고자 하는 이들은 세대와 지역, 계층을 떠나 그를 ‘몽롱한 의식에 끼얹어진 찬물 한 바가지’로 읽고자 했다. 유신정권이 절정이던 1974년 리 명예교수는 인류사적·사회사적·외교사적인 냉철한 접근을 통해 반공·냉전·극우 논리가 판치는 기존 논리에 대해 새로운 사고를 제시했다. 시대의 고전이 된 ‘전환시대의 논리’는 특히 베트남 전쟁에 대한 시각 자체를 바꿨음은 물론이다. 1977년에는 역시 당시 금기의 국가였던 중국을 다룬 ‘8억인과의 대화’를, 한국 사회의 반이성적인 반공 극우 이데올로기를 혁파한 ‘우상과 이성’을 펴냈다. 이후에도 ‘분단을 넘어서’(1984), ‘역설의 변증’(1987), ‘자유인, 자유인’(1990),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1994), ‘스핑크스의 코’(1998), ‘반세기의 신화’(1999), 대담집 ‘대화’(2005) 등 숱한 저작을 남겼다. 홍세화(63)씨는 “(리영희를 통해) 삶의 중요한 변곡점을 얻었다.”고 자신의 삶에 끼친 영향에 대해 말했고, 고병권(39) 사회학 박사는 “리영희는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교육자이기 이전에 각성을 전달하는 교육자였다.”고 높이 평했다. ●“나는 언론인 70, 교수 30이오” 리 명예교수는 경력으로 치면 대학에서 20여년, 언론사에서 14년을 지냈다. 하지만 평소 자신의 정체성을 일컬어 ‘언론인 70, 교수 30’이라고 자평했다. ‘리영희 평전’의 출간을 앞두고 최근까지 리 명예교수를 만나곤 했던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리 선생이 제일 안타까워한 것은 남북문제와 언론의 타락상이었다.”면서 “그는 최근 신문이 방송으로 나서는 것을 두고 ‘보수 언론과 이명박 권력이 화간하는 모습’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리 명예교수는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이자 실천가였지만, 자신의 바람대로 언론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언론자유상과 늦봄통일공로상, 만해실천상, 한국기자협회 제1회 ‘기자의 혼’상, 한겨레통일문화재단상 등은 그를 삶의 귀감으로 삼고자 하는 언론계 후배들이 바친 헌사이기도 했다. 유족은 부인 윤영자씨와 아들 건일·건석씨, 딸 미정씨가 있다.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지며 장례위원장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임재경 전 한겨레 부사장, 고은 시인으로 결정됐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내가 꾸민 담장’ 낙후지가 예술마을로

    ‘내가 꾸민 담장’ 낙후지가 예술마을로

    낙후되고 삭막한 서울 소외지역이 지역주민들의 손을 거쳐 개성미 넘치는 예술마을로 탈바꿈됐다. 서울시 서울문화재단은 시민에 의해, 시민을 위한 공공미술프로젝트 ‘예술마을가꾸기’사업을 마무리짓고 다음달 7일부터 차례로 공개한다고 28일 밝혔다. 예술마을가꾸기는 2005년부터 진행해 온 ‘우리동네 문화가꾸기’에 시민참여를 높여 확대한 사업으로 지역주민들이 작품 제작의 전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어르신부터 어린이, 청소년들까지 남녀노소가 폭넓게 참여해 지역의 역사, 지명, 추억, 이야기 등 다양한 소재를 작품에 반영해 눈길을 끈다. ●청파동 노인 70명 조형물 제작 지난 3월부터 용산구 청파동, 성북구 정릉동·돈암동, 서대문구 홍제동, 종로구 청운효자동에서 사업이 진행됐다. 우선 청파동은 어르신 70여명과 아동 20여명이 도자기·칠보를 활용해 제작한 ‘연어 비란이의 생명 회귀 루트-푸른 파도’라는 제목의 벽 조형물을 다음달 7일 서계동 259-4 일대에서 선보인다. 시대를 거슬러 살아온 청파동의 여정을 연어라는 물고기 형상의 창작물로 표현해냈다. 정릉동은 ‘우리 아이들의 꿈이 자라는 시간 3분 45초’라는 제목답게 청덕초등학교 학생 850여명이 타일도자기와 추상화로 등교길 150m구간에 벽화를 완성했고, ‘ABC’예술단체 예술가들이 작품지도를 했다. 같은 달 8일 공개된다. 이 벽화에는 지역주민들이 말하는 정릉의 역사이야기도 함께 투영돼 있다. 홍제동 홍제천 홍은대교 인근에는 주민이 각자 바라는 지역의 모습을 담은 ‘예술이 숨쉬는 해피로드’ 벽화를 그렸다. 가족 위주로 50여명이 참여했으며 주민들이 바라는 지역이미지를 대형 걸개그림에 그리도록 한 뒤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벽화·벽조형물로 완성한 것이 특징이다. 9일 아트거리로 새롭게 변신한 거리를 만날 수 있다. ●홍제동, 바라는 지역모습 벽화로 이어 22일 공개되는 돈암동은 주민들이 미아리고개 곳곳을 찍은 사진을 오브제 형식으로 ‘스토리텔링이 살아있는 지도’를 만들어 ‘미아유랑기’라는 벽조형물과 바닥화로 구현해냈다. 한편 내년 1월 초 선보일 청운효자동은 겸재 정선이 살았던 옥인동 옛 ‘인곡정사’(현재 옥인동 군인아파트단지 내 위치) 자리에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예술체험이 가능한 서촌마을 쉼터로 탈바꿈시킨다. 안호상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주민이 주체가 되는 사업을 통해 파괴된 도심공동체가 회복되길 바란다.”며 “문화소외지역 주민들이 자발적 참여로 만든 공간이 아름다운 명소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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