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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호남 손잡고 “동서 도로·철도 뚫어야”

    영호남 손잡고 “동서 도로·철도 뚫어야”

    광역철도·도로망 건설 과제와 지역별 정책 과제 등 10건 의결 지방분권 개헌 결의문 채택도…“동서화합으로 국민통합 이루자”“영호남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 가겠습니다.” 영호남 8개 시·도지사가 9일 전남 여수에서 만나 지역 상생협력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제13회째 열린 ‘영호남 시·도지사 협력회의’는 부산·대구·울산·경남·경북과 광주·전남·전북 등 영호남 8개 시·도지사가 참여하고 있다. 국가적 병폐로 인식되는 영호남 지역 차별을 광역단체장들이 솔선해 극복하자는 실천적 의미가 들어 있다. 이날 광역단체장들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시급한 공동정책 과제와 지역균형발전 건의 등의 안건을 심의해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특히 단체장들은 지역균형과 상생발전을 위해 영호남 광역철도망 구축과 광역도로망 건설을 정부에 건의하는 등 이날 총 10건을 심의·의결했다. 이날 건의한 광역철도망과 도로망 건설안은 모두 동서를 이어 단절을 막고 소통한다는 의미가 있다. 즉 광주~대구 내륙철도, 목포~부산 남해안철도 전철화, 목포~새만금 서해안철도, 익산~여수 고속철도 건설, 김천∼거제 남부내륙철도 등이다. 광역도로망도 무주~대구 고속도로, 여수~남해 동서해저터널, 창녕∼현풍 고속국도 등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부산과 광주 등으로 종단하는 철도와 도로망은 발전했지만 동서를 잇는 도로·철도망이 부족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에너지 신산업 육성 제도적 지원방안, 내수면 양식 활성화, 조세특례제한법 재개정 등 시·도별로 1건씩 모두 8개 안건을 건의했다. 특히 지방자치제를 헌법에서 보장하는 개헌안을 요구하는 ‘지방 분권 개헌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다. 국회개헌특위에 지방자치단체장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과감하게 이양하라고도 촉구했다. 전남지사인 이낙연 의장은 “지역 갈등은 더는 후대에 남기지 말아야 할 부끄러운 유산이다”며 “동서화합을 통해 국민통합을 이루고 그것을 바탕으로 남북통일의 원대한 꿈을 이루자”고 말했다. 협력회의를 마친 시·도지사들은 지난달 15일 화재로 피해를 입은 여수수산시장을 방문해 수산물을 사고 피해 상인들을 격려했다. 이날 홍준표 경남지사와 김기현 울산시장은 불참하고 송하진 전북지사도 잠깐만 참석했다. 1998년 결성된 영호남 시·도지사 협력회의는 최근 3년간을 제외하고 매년 1차례 정기회의를 열었지만 2014년부터 2년간은 세월호 참사와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등으로 정기회의를 열지 못했다. 이날 차기 의장에 서병수 부산시장이 선출됐다. 여수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민평련 “정권교체 위해 야권연대 나서야”

    민평련 “정권교체 위해 야권연대 나서야”

     고 김근태 상임고문을 따랐던 의원들이 주축을 이룬 더불어민주당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는 1일 “야권의 제정당은 확실한 정권교체와 적폐청산·사회개혁 성공을 위해 야권연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평련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촛불혁명 완성은 정권교체 뿐만 아니라 이명박-박근혜 9년의 적폐청산,그리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구시대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정권교체뿐만 아니라 개혁추진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라면서 “현재 국회는 어느 당도 개혁추진력을 담보할 수 있는 원내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권의 각 정당을 향한 연대를 제안하면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와 범야권 대선 경선 후보들에게 우리의 제안을 수용할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에는 권미혁 기동민 김민기 김영진 김한정 김현권 박완주 설훈 소병훈 신동근 심재권 오영훈 우원식 위성곤 유승희 유은혜 윤후덕 이인영 인재근 홍익표(가나다순) 의원 등 민주당 내 민평련 소속 20명과 무소속 홍의락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나의 형, 체 게바라(후안 마르틴 게바라·아르멜 뱅상 지음, 민혜련 옮김, 홍익출판사 펴냄) 아르헨티나 좌파 운동의 중심 인물이자 체 게바라의 막냇동생으로 형을 꼭 빼닮은 저자가 언론인 아르멜 뱅상과의 대담을 통해 전하는 형에 대한 이야기. 1967년 10월에 숨진 체 게바라의 50주기를 맞아 국내에 출간됐다. 이 책은 사상가이자 사회개혁가인 그의 생애를 복원한다. 특히 체 게바라의 혁명이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사회를 꿈꾸는 수단이었다는 점을 드러낸다. 저자는 비영리단체 ‘체 게바라의 발자취 안에서’를 설립해 형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376쪽. 1만 4800원. 미식의 역사(질리언 라일리 지음, 박성은 옮김, 푸른지식 펴냄) 인류의 미식의 역사를 화려한 도판과 함께 담아냈다. 인류가 즐겨온 고기와 채소, 과일, 디저트와 요리법을 살펴보는 미각의 여행을 선사한다. 저자는 다양한 예술 작품에 묘사된 부엌과 식사 장면, 요리 과정 등을 추적해 나가며 오늘날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의 유래와 다양한 사연도 세밀하게 밝혀낸다. 구석기 시대 동굴벽화부터 메소포타미아 석판, 중세 프레스코, 르네상스 정물화 등 책에 실린 180여개의 미술 작품들은 읽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할 뿐 아니라 과거 식문화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408쪽. 2만 5000원.
  • “제 앞가림부터 잘하는 개신교로” “사회 변화 위한 빛과 소금 될 때”

    “제 앞가림부터 잘하는 개신교로” “사회 변화 위한 빛과 소금 될 때”

    오는 10월 31일이면 독일 성직자 마르틴 루터가 부패 교회에 맞서 비텐베르크 성문에 95개 반박문을 붙인 지 500주년이 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세계 기독교계는 개혁교회로 되돌리자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한국 개신교계도 다르지 않다. 물질과 세속화에 찌든 교회를 반성하고 개혁 정신을 되찾자는 몸짓들이 이어진다. 개신교계의 진보·보수 측 수장이 잇따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계획을 밝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의 입장을 정리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의 개혁과제를 발굴·점검하고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 진보 성향 교단협의체인 NCCK 김영무 총무는 지난 17일 기자들에게 또렷하게 밝혔다. 특히 ‘묵은 땅을 갈아엎고, 새 터전을 세우리라’는 주제를 콕 짚었다. 한국교회를 성찰하고 교회개혁과 사회변화를 위해 헌신하는 한 해로 삼겠다는 것이다. 우선 ‘생명의 정치’와 ‘은총의 경제’를 위해 교회가 교회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터의 종교개혁을 통해 중세교회가 거듭난 것처럼 한국교회도 새 모습으로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NCCK는 다음달 개혁과제를 정리한 ‘새로운 95개 선언’을 발표한다. ‘기억과 반성’ 주제의 심포지엄과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대회를 잇따라 열 계획이다. 김 총무는 부활절(4월 16일)이 세월호 참사 3주년과 겹치고 사순절(四旬節·그리스도의 수난을 기념하는 교회력 절기)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이 3·1절과 겹치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촛불 정국과 맞물려 세월호 참사와 3·1절이 내포한 뜻이 크다고 했다. 그래서 기독교 신학과 역사 그리고 현실정치가 만나는 3·1절부터 세월호 참사 3주년까지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고 있단다. 부활절맞이 주제도 ‘예수는 여기 계시지 않다’로 채택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고난의 현장에 함께하지 않고 예수의 빈 무덤만을 붙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현 시국과 관련, 다음달 2∼9일 사회선교정책협의회를 열어 새로운 사회상을 제시하고 촛불 민심의 지속적인 실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유럽캠페인을 진행하고 4월 26일~5월 2일 캐나다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 해외 교회여성 연대교류회의’를 개최한다. 김 총무는 그 개혁의 방향을 이렇게 정리했다. “단지 하나가 되어 정치적 힘을 갖는 게 아니라 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지 고민할 때입니다.” 보수 교단협의체인 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19일 간담회를 통해 “종교 개혁의 핵심은 잃어버렸던 종교의 본질 회복에 있다”며 2017년을 한국 교회 쇄신의 전환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개신교가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남의 탓을 한다면 큰 모순입니다.” 132년 전 한국 개신교가 전래된 초창기엔 교육·의료 등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컸지만 지금은 빛과 소금의 역할보다 비난받는 모습이 더 흔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기독교에서 사랑의 실천은 정의의 올바른 구현과 소외된 이웃의 섬김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3년 가까이 됐는데도 9명의 미수습 희생자가 남아 있다는 이 목사는 미수습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종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뜻도 비쳤다. 이 목사는 “1907년 평양대부흥회는 교회 차원에 머물지 않고 도박, 축첩, 노예제 같은 사회적 악습을 없앤 사회정화운동이었다”며 지금 한국 교회는 뼈아픈 반성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특히 “그동안 한국 개신교계는 금권 선거를 비롯한 선거 폐단으로 분열되기 일쑤였다”며 한기총 대표회장과 한기총에 속한 각 교단 총회장 선거를 영구히 폐지하고 대신 순번제 추대 형식으로 치르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또 이인제 대선 출마…1997년 이후 네번째

    또 이인제 대선 출마…1997년 이후 네번째

    새누리당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15일 제19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997년 처음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전 조기 개헌은 불가능하고 대통령이 되면 6개월 안에 분권형대통령제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교육·노동·복지 등 내정은 내각제로, 외교·안보·국방·통일 등 외정은 직선 대통령으로 권력구조를 바꾸어야만 한다”며 권력구조 재편을 언급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다음 대통령의 임기도 단축해 2020년 3월에 대선을 하고 4월에 총선을 하면 우리 정치가 정상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면서 “이는 저의 확고한 신념으로 경제, 사회개혁을 쾌도난마처럼 빠르고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내에서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에 대한 탈당이 추진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전체주의적 정당에나 있을법한 일로 강제할 수단도 없고 강제해서도 안된다”면서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는 본인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반대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친박근혜계로 분류된다. 이 전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 “새누리당의 국회의원이 탄핵에 찬성한다는 것은 정치윤리,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다”면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박 대통령으로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헌재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촉구했다.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떤 가치를 갖고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 분명히 해야 하고, 여기에 맞게 필요한 진영에 들어와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의 산업화, 민주화를 관통하는 가치와 노선을 갖고 있다면 언제든지 함께 손을 잡을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교회 분쟁·갈등 최대 요인 ‘재정 전횡’

    한국 개신교 교회 분쟁·갈등의 가장 큰 요인은 재정 전횡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부설 교회문제상담소가 지난 한 해 동안 대면, 전화, 이메일을 통해 진행한 162회의 교회 분쟁 상담 분석결과이다. 교회문제상담소가 12일 발표한 ‘2016년 상담 통계 및 분석’에 따르면 재정 전횡이 20.7%(53건·중복응답 허용)로 가장 많았다. 재정 전횡에는 회계 처리의 불투명성, 배임·횡령 혐의 등 재정 운용·관리의 전반적인 부분이 포함된다. 이어서 목회 부실과 표적 설교·이단 매도가 15.2%(39건), 독단적 운영 11.3%(29건), 목회자 성폭력과 성적 비행 9.3%(24건), 교회 세습 8.2%(21건) 순으로 나타났다. 교회 규모에선 100명 이하 교회의 상담이 32건으로 가장 많았고, 100~500명 이하 28건, 1000명 이하 11건 등으로 소규모 교회일수록 갈등, 분쟁이 심했다. 또 교회 문제로 인한 상담도 증가 추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 107건이던 상담횟수가 2013년 117건, 2014년 131건, 2015년 144건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엔 162건으로 가장 많았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교회의 의사결정 권한이 여전히 소수 목회자에 집중됐고, 불투명한 교회운영과 남성 중심적이고 강압적 위계질서에서 비롯된 분쟁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교회분쟁을 겪고 있는 개별 교회를 돕기 위해 교회문제상담소를 세워 2003년부터 13년간 교회상담을 진행해왔다. 한편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최근 발표한 ‘한국교회에 대한 언론인 인식조사’도 이와 맞물려 비슷한 경향을 보여 눈길을 끈다. 중앙·교계 일간지 및 방송사, 인터넷 언론사 기자 225명 대상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한국 교회의 최대 선결과제로 세속화·물질주의(44.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목회자 자질 부족(34.2%), 양적 팽창(33.8%), 지나친 개교회 중심(16.9%) 순으로 응답했다. 한국 사회 속 교회의 긍정적 역할 수행과 관련해선 ‘잘 못하고 있다’가 64.9%를 차지한 반면, ‘잘하고 있다’는 34.7%에 그쳤다. 교회의 긍정적 역할 부분에 대해선 ‘사회봉사·구제’(73.3%)와 ‘개인신앙 차원의 위로와 평안’(71.1%)이라는 중복 응답이 가장 많았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서울포토] 개헌특위 ‘손에 손 잡고’

    [서울포토] 개헌특위 ‘손에 손 잡고’

    이주영 국회개헌특위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이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 차원에서 가동되는 개헌특위는 1987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씨줄날줄] 연도의 문화재적 가치/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연도의 문화재적 가치/서동철 논설위원

    천주교에서 연옥(煉獄)이란 천국으로 가기에는 부족하지만 지옥으로 갈 정도는 아닌 영혼이 머무는 곳이다. 그런데 연옥의 영혼은 회개의 기회를 놓친 만큼 자신의 노력으로는 천국에 오를 수 없다고 한다. 따라서 살아 있는 사람들의 기도가 필요한데, 연옥의 영혼을 위해 가톨릭 신자들이 드리는 기도가 연도(煉禱)다. 요즘에는 위령 기도라고도 부른다. 연도는 한국천주교회의 독특한 기도다. ‘시편’을 비롯한 기도문을 우리 전통 선율에 얹어 노래한다. 남자들이 한 구절을 부르면 여자들이 이어 가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다블뤼 주교가 1864년 목판으로 발간한 ‘천주 성교예규’에 벌써 ‘앞소리 ‘계’와 뒷소리 ‘응’을 구분해 시편을 노래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메기고 받는 소리가 이어지는 상여소리와도 닮았다. 연도는 한국 가톨릭의 살아 있는 전통이다. 신자들은 세상을 떠난 사람을 위한 기도에 열성적으로 참여할수록 공덕이 쌓인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신자의 상례에 많은 교우가 한데 모여 연도를 드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제8대 조선교구장 뮈텔 주교가 쿠테르 신부의 선종(善終)에 ‘신자들이 하루 온 종일, 밤새도록 연도를 바친다’고 일기에 적은 것이 1892년이니 열정적 연도의 역사는 깊다. 연도의 발생은 가톨릭 전래 초기 상황과 관련이 있다. 한국천주교회는 1784년 이승훈이 중국에 가서 세례를 받고 돌아오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일찍부터 중국에서는 제사 논쟁이 벌어졌고 교황청은 1742년 금령을 내렸다. 유교적 배경을 가진 조선의 초기 신자들은 뒤늦게 충격을 받았고, 신앙과 제사를 놓고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에서 찾아낸 대안이 연도라는 것이다. 결국 제사를 지내지 않는 ‘불효’를 상쇄할 만큼 장례에 정성을 드린다는 것이 연도에 담긴 핵심 의미다. 이런 역사적·문화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연도는 그동안 특정 종교의 특정 의례로만 치부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국립무형유산원이 최근 펴낸 ‘당진의 무형문화유산’에 지역 천주교회에서 전승되는 연도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반가웠다. 당진이라면 김대건 신부 생가인 솔뫼성지와 다블뤼 주교 유적인 신리성지, 그리고 1929년 세워진 합덕성당 등이 밀집한 내포(內浦) 천주교의 중심지다. 보고서는 ‘당진 지역에서 연도가 성한 이유’로 ‘천주교 박해 이후 순교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의식’을 들었다. 순교자가 많은 지역 특성상 일종의 보속(補贖) 차원에서 망자에 성의를 다하는 전통이 생겼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표준화된 신(新)연도가 계승의 중심에 서면서 지역 특성을 가진 구(舊)연도가 잊히고 있다는 지적에도 눈길이 갔다. 지역마다 민요가 다르듯 연도 역시 지역 특성이 부각될 때 문화적 가치도 높아진다. 무형문화유산으로 연도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노력이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바란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국민의당 압박하는 文… “비박계와 연대, 호남 민심 어긋나”

    국민의당 압박하는 文… “비박계와 연대, 호남 민심 어긋나”

    국민의당 “호남인 이용… 회개하라”文 “北 도발 땐 국민 용납 않을 것” 대부분의 새해 여론조사에서 3자대결(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과 양자대결(반 전 총장) 모두 오차범위 안팎에서 선두로 나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일 야권 통합을 거듭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 때 조금 길이 어긋나기는 했지만 모두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두 민주정부의 후예”라면서 “정권교체라는 대의 앞에서 힘을 모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 국민의당이 새누리당에서 떨어져 나온 비박(비박근혜) 진영과 연대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호남 민심과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비박계와 손잡는다면 호남에 대한 배반’이란 의미로, 전날 광주에서 한 야권 통합 발언보다 수위가 높다. 문 전 대표는 또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제가 앞서는 결과가 나와 국민께 감사드린다.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 의장은 “문 전 대표가 이제 국민 기대에 부응해 새로운 대한민국의 주인공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덕담을 건넸으며, 문 전 대표는 “올해에 들은 최고의 덕담”이라고 화답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은 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배반을 말하기 전에 먼저 회개하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계파 패권에 안주하고 호남인을 정략적으로 이용한 정치인과의 통합은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문 전 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김정은 신년사에서 드러난 북한의 도발적이고 호전적인 자세는 한반도 평화에 대단히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면서 “북한이 금년도 우리 정국의 변화기를 틈타 과거처럼 불순한 의도로 허튼짓을 하려 한다면 우리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오늘만 같지 않기를 - 조현주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오늘만 같지 않기를 - 조현주

    >>등장인물 노대복 69세, 마을버스기사 양옥화 67세, 노대복의 아내 노운수 45세, 노대복·양옥화의 아들, 택시기사 노만석 22세, 노운수의 아들, 퀵서비스맨 때어느 가을 토요일 저녁 장소한눈에도 오래되고 허름해 보이는 집의 거실이다. 거실 벽은 얇은 나무합판으로 둘러쳐져 있다.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거나 나무합판이 삐져나온 곳이 보인다. 가구나 테이블, 가전제품, 주방의 싱크대 등에도 오랫동안 사용한 흔적이 역력하다. 무대 뒤쪽은 주방이다. 싱크대와 냉장고 등이 있고, 냉장고 앞에 식탁으로 사용하는 원목 탁자가 있다. 주방 오른쪽으로는 미닫이문이 있고, 이 문을 나가 좁고 긴 복도를 따라가면 현관문이 나온다(객석에서 현관문은 보이지 않는다). 미닫이문 오른쪽 벽에는 커다란 전신 거울이 걸려 있고, 그 바로 옆은 노만석의 방이다. 주방 왼쪽으로는 뒷마당으로 바로 연결되는, 스테인리스로 된 문이 있다. 뒷마당에는 양옥화가 가꾸는 텃밭이 있다. 파나 고추 같은 것들을 키운다. 바로 옆에 방문이 있고(노운수의 방), 그 옆에 또 하나의 문이 있다. 이곳은 욕실 겸 화장실이다. 그리고 그 옆으로 또 하나의 방문이 있다(노대복, 양옥화의 방). 방문이 마치 이 집 인테리어의 전부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그 외의 특별한 건 보이지 않는다. 흔한 액자조차 벽에 걸려 있지 않다. 무대 앞쪽에는 온 가족이 앉을 수 있는 패브릭 소파가 객석을 향해 디귿자로 배치되어 있고 담요 같은 것들이 걸쳐져 있다. 왼쪽 소파에는 마른 빨랫감들이 아무렇게 놓여 있다. 가운데에는 테이블이 놓여 있고 꽃병이 있다. 테이블은 나무의 밑동을 잘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이 역시 오래돼 보인다. 무대 밝아지면 대복, 방문을 열고 등장한다. 주방을 어슬렁거리며 뭔가를 찾고 있다. 잠시 후 뭘 찾는지를 잊어버린 사람처럼 가만히 서서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 기억이 났는지 서랍장을 뒤져 손톱깎이를 찾아 소파 쪽으로 온다. 소파 끝에 엉덩이를 걸치고 테이블 위에 발을 올려놓는다. 자신의 발을 불만스러운 듯 이리저리 살피는 대복. 한참을 들여다보다 깎기 시작한다. 통증이 있는지 간간이 허리를 펴고 심호흡을 한다. 동작을 반복하다 신경질이 나는지 손톱깎이를 옆 소파에 던져 버린다. 대복 빌어먹을! 발가락을 뽑아내든가 해야지. 소파에 드러누웠다가 다시 일어나 손톱깎이를 찾는다. 다시 발톱을 깎기 시작하는 대복. 곧바로 미닫이문이 열리고 휘파람을 불며 운수 등장한다. 무스로 정돈한 올백 머리, 알이 큰 선글라스를 쓰고, 동선운수라고 쓰인 택시회사의 제복을 입고 있다. 거울을 보며 한껏 폼을 잡는 운수. 그런 모습을 한심한 듯 쳐다보는 대복. 잠시 후 둘의 눈이 마주친다. 과장되게 인사를 건네는 운수. 운수 그간 옥체 건강하셨습니까? 대복 누구? 운수 저는 그러니까, 아들입니다. 대복 그런 이름은 내 머릿속엔 없는데. 여긴 어떻게? 분명 문을 걸어 잠갔는데. 운수 수척해 보이십니다, 아버님. 들어가서 쉬시지요. (혼잣말처럼, 하지만 대복에게도 들릴 정도로 크게) 큰일이야, 빨리 기억이 돌아와야 할 텐데. 대복 뽑아낼 게 있는데 뽑아낼 수가 없네요. 어째야 합니까, 하나님. 운수 하나님은 바쁘셔서 그런 기도는 들어주시지 않습니다. 대복 쑤욱, 하고 뽑혀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운수 세상에 있는 건 다 있을 만한 이유가 있어섭니다. 마음에 평안을 찾으시지요. 대복 실수를 하셨습니다. 아주 큰 실수를 하셨어요, 하나님. (발톱에 통증을 느끼는지 인상을 찡그린다) 운수 병원엘 가세요. 왜 가만히 두고 병을 키워요? 대복 내 병을 키우는 건 네놈이다, 이 망할 자식아. 운수 또, 또 그러신다. 혈압도 높은 양반이. 대복 어디 가서 뭘 했기에 이제야 기어들어오는 거냐? 운수 뭘 하긴요, 일했죠. 대복 네놈이 야간조인 건 너만 모르고 우리 가족이 다 알아. 운수 일 끝나고 피곤해서 그냥 회사 근처에서 잤습니다. 대복 걸어서 이십 분이면 오는 너의 회사 말이냐? 운수 밤새 운전만 하면 다리가 부어요. 천근만근입니다. 대복 그래, 알지 알아. 나도 사십 년을 운전만 해서 발톱이 이 모양이지. 보이냐? (발을 들어 운수 쪽으로 내민다) 얼빠진 놈. 대체 언제 정신을 차리려고. 운수 그만하세요. 저도 낼모레면 오십이에요. 대복 아유, 그러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겨우 칠십밖에 처먹지 않아서. 운수 먹을 만큼 먹었다는 거죠. 대복 어디서 같잖게 나이 타령이야? 운수 조심하세요. 곧 터집니다, 제 인생에 잭팟이. 뒷일, 감당할 수 있으시겠어요? 대복 감당 못해도 좋으니 제발 좀 터져다오 그놈의 잭팟. 운수 두고 보세요. (거울을 보며 머리를 다듬는다) 대복 (그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다 발톱을 깎기 시작한다) 어디 이름 모를 강에 가서 돌 껴안고 뛰어들든가 해야지. 운수 (소파에 앉으며) 그 의사 새끼 그거 돌팔이였나봐요. 수술한 지 얼마 됐다고 또 그래요? 대복 내성발톱이란 게 원래 그렇다. 운수 원래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요즘 같은 세상에. 대복 내 자식도 내 맘처럼 안 되는데, 뭔들 되겠냐? 운수 이 자식새끼는 자나깨나 아버님, 어머님 생각뿐입니다. 대복 자나깨나 노름 생각뿐이겠지. 운수 노름이라뇨. 친, 목, 도, 모. 남들이 오해하겠어요. 대복 그래. 하룻밤에 몇 백만 원이 오가는 친목도모. 운수 전 아니에요. 그런 돈도 없고. 대복 얼마나 다행이냐, 네놈이 개털인 게. 운수 총알만 있으면. (대복의 험악한 얼굴을 보고) 농담이에요, 농담. 대복 네 엄마 한 번 더 쓰러지면 네 귓구멍에 총알을 박아주마. 운수 말씀 한번 살벌하십니다. 대복 이 집의 절반이 아직도 은행 거라는 것도 잊지 않았겠지, 응? 내가 평생을 일해 장만한 이 집 말이야,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51-23번지! 운수 조금만 더 기다려 보세요. 느낌이 와요. 운의 바람이 저한테 불어오고 있다고요. 대복 여기 죄 많은 노름꾼 하나가 정신 못 차리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회개할 수 있게 정수리에 번개라도 내리쳐 주세요. 운수 요즘엔 말이죠, 상대가 어떤 패를 들었는지가 보여요. 대복 세 치 혀로 거짓을 일삼는 죄인입니다. 지옥의 문을 잠깐 열었다 닫아주실 순 없으신가요? 그 틈으로 살짝 밀어 넣고 싶습니다만. 운수 진짜라고요. 앉아서 딱 얼굴을 보고 있으면, 저놈이 지금 땡을 쥐고 있구나, 삼팔따라지를 쥐고 구라를 치고 있구나, 하는 게 보입니다. 대복 그거 정말 놀라운 일이구나. 어찌나 놀라운지 전혀 믿기지가 않아. 운수 열에 여덟은 정확하게 맞힙니다. 이제야 빛을 보는 겁니다, 그간의 세월 동안 쌓인 경험과 그리고. 대복 돈과 빚이. 운수 네, 그렇죠. 정말 조~금만 기다리세요. 곧 터집니다, 빰빠라밤~. 대복 내 속이나 터지게 하지 마라. (사이) 그런데. 운수 네, 존경하는 아버님. 대복 상대 패가 보이는데 왜 돈을 못 따는 거냐? 운수 중요한 지적이십니다. 대복 이유가 뭐냐? 운수 제 패가 그놈들 패보다 낮아서죠. 대복 아! 그렇구나. 그렇지, 그래. 그걸 몰랐네. 내가 몰랐어. (사이) 어떤 패를 들었는지는 보이는데, 그 패를 이길 수 없는 개패만 들어온다 이거지. 그렇지? 운수 환장할 일이죠. 한 끗으로 밟히고 족보로 밟히고 땡으로도 밟히고. 대복 그러니까, 재수가 없는 놈이구나 너는. 운수 기다리세요. 아스팔트는 깔렸습니다. 달리기만 하면 됩니다. 대복 노름꾼에 거짓말쟁이에 재수까지 없는 아이입니다. 하나님 곁에 자리가 남아 있나요? 운수 정말, 미치겠다니까요. 대복 정신 빠진 놈. 발톱을 정리하고 대복이 뒷마당으로 나가자 운수는 피곤한지 소파에 깊이 몸을 묻는다. 잠시 후 안방 문을 열고 옥화 등장. 손에 쥔 기저귀를 주방 쪽에 있는 휴지통에 버린 후 소파 쪽으로 와 잠든 운수를 본다. 옆 소파에 걸쳐진 담요를 들어 운수의 몸에 덮어주는 옥화. 뒷마당에서 들어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대복, 가만히 서 있다가 안방으로 들어간다. 옥화, 소파에 앉아 이불을 개기 시작한다. 운수 (깜짝 놀라 일어나며 잠꼬대한다) 야 이 개새끼야, 이 씨벌놈아. 내 돈이야. (허공의 한 점을 응시하며 씩씩댄다. 뜨악해하는 옥화와 눈이 마주치자 태연한 척한다) 언제 나오셨어요? 옥화 미칠 거면 저 산골 오지 같은 데 가서 미쳐다오. 내가 못 찾아갈 곳에. 운수 며칠 만에 본 아들이 조금은 반갑지 않으세요? 옥화 그럴 리가. 전~혀 반갑지가 않단다. 운수 마음에도 없는 말 하십니다 또. 옥화 네가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운수 별일 없었어요? 옥화 없었다. 운수 정말요? 옥화 어제도 없었고 오늘도 없었고, 내일도 없을 거다. 하긴, 그런 게 너한테 뭐 중요하겠니. 한 달에 반을 밖에서 자는 애가. 운수 저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옥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날 도와주는 거다. 운수 그럴까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멍청하게 손가락만 빨고 집안에 처박혀 있을까요? (사이) 빌어먹을. (일어난다) 옥화 혹시, 여자 생겼냐? 운수 무슨 소리에요? 옥화 정희 엄마가 봤다더라, 네가 어제 젊은 여자랑 시장 입구 족발집에 있는 걸. 운수 (다시 자리에 앉는다) 아, 그분. 평생을 남 얘기로 입을 털어오신 분이죠. 옥화 그래도 없는 얘긴 안 턴다. 누군데? 운수 아무 사이 아니에요. 옥화 말해봐. 어떤 사람인데? 운수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옥화 너 갔다 온 거 알아? 운수 나 참. 그냥 아는 다방 여자애예요. 옥화 다방? 운수 (실망한 듯 보이는 옥화를 보며) 대체 뭘 생각했던 거예요? 아직도 저한테 무슨 기대 같은 걸 갖고 계세요? 옥화 그런 거 없다. (사이) 좀 제대로 된 여잘 만나면 세상이 무너지냐? 운수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 옥화 알아서 하기는. 알아서 해서 이 모양 이 꼴이지. 운수 어머니! 불편한 침묵이 흐른다. 잠시 후 아기 울음소리가 방 안에서 들려온다. 울음소리 점점 커진다. 운수 저거 아직도 안 갖다 버렸어요? 옥화 말 좀 예쁘게 해라. 저거라니. 운수 만석인 어디 갔어요? 옥화 씻는다. 운수 이 자식은 대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옥화 이따 데려다주기로 했다더라. 운수 그래요? 옥화 정말 우리가 키우면 안 되겠냐? 운수 누구요? 옥화 우리! 운수 정신 나간 소리 하지 마세요. 옥화 만석인 절대 안 된다는데, 네가 얘기 좀 잘 해봐. 운수 나도 싫어요. 그리고 그게 그럴 수가 없어요. 대복 (목소리) 여보, 이리 좀 들어와 봐. 옥화, 뭔가 더 이야기를 하려다 말고 방으로 들어간다. 방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소파에 기대서 거실을 둘러보는 운수. 욕실 문이 열리고, 바지와 러닝만 입은 만석이 머리를 털며 등장. 운수 여, 아들. (모른 체하는 만석을 향해) 인사 좀 하지. 만석 오셨어요. 운수 그래. (방으로 곧장 들어가려는 만석을 멈춰 세우며) 아들아. 이리 좀 앉아봐라. 만석 바쁩니다. 운수 나도 바빠. 딱 일 분만 얘기하자. 만석 (앉으며) 왜요? 운수 (무심하게) 너, 뭐하는 놈이야? 만석 뭐가요? 운수 (주방 쪽에 있는 종이상자를 가리키며) 저거 말이야. 만석 저게 뭐예요? 운수 저거 말이야, 저거. 벌써 며칠째야? 열흘 정도 되지 않았냐? 만석 (알아차리고) 일주일밖에 안 됐어요. 운수 밖에는 뭐가 밖에야? 그 일주일 새에 저 방 안에 뭐가 채워졌는지 모르냐? 젖병에 딸랑이에 인형에. 그것만으로도 한 살림이다. 만석 오늘 데리고 갈 겁니다. 담당자 만나기로 했어요. 운수 그런 건 바로바로 처리했어야지. 만석 제가 알아서 합니다. 운수 아니지, 아니지. 이건 우리의 문제라고. 네가 저걸 이 집 안에 들여놓았던 순간부터 말이야, 우리 가족은 모두 공범이 된 거라고. 만석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담당공무원과도 이미 다 얘기가 됐거든요. 운수 공무원? 이 자식 순진하게. 걔네들이 뒤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누가 알아? 다짐을 받아 놔야지 서면으로다. 만석 믿을 만한 사람들이에요. 애 있는 동안 매일 찾아와서 체크하고. 운수 (말 자르며) 확실하게 하란 말이다. (사이) 여자는? 연락은 됐고? 만석 아뇨. 전화기가 계속 꺼져 있어요. 운수 처음 몇 번은 받았잖아. 만석 받았죠. 운수 뭐라고 그랬댔지? 그 남자 애가 확실하니까 잘 키우든, 아님 고아원에 버리든 알아서 하라고? 만석 그랬죠. 운수 망통 같은 년. 애가 무슨 쓰레기야? (사이) 남자는? 만석 여전히 연락 두절. 출입국 기록을 보면 필리핀 쪽으로 간 것 같다던데. 운수 하긴 나라도 웬 여자가 네 애 낳았으니까 네가 알아서 키워 했으면 외국으로 떴을 거다. 만석 경찰이 조사하고 있으니까 곧 해결되겠죠. 운수 뭐, 하든 말든. 아무튼 요즘 젊은 것들은 이해를 못 하겠어. 대체 어떤 강심장이면 애를 박스에 담아서 퀵으로 보낼 수 있나? 대단해, 대단해. 졸라게 놀라워. 안 그러냐? 만석 전 별로. 어렸을 때부터 하도 놀라운 일을 많이 겪어서. 본인이 제일 잘 아시잖아요. 운수 넌 누굴 닮아서 그렇게 비아냥이 수준급이냐? (말이 없는 만석을 향해) 됐고. 정말 네 애 아니지? 마지막 기회다. 지금 말하면 다 용서해주마. 만석 대체 몇 번을.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요? 운수 근데 너도 생각을 해봐. 퀵으로 물건을 받았어. 물건을 받았는데 수취인이 없어. 수취인도 없고 돈도 착불이라 못 받고. 다시 연락을 하니까 전화기가 꺼져 있어. 하는 수 없이 집으로 가져왔는데, 짜잔. 램프의 요정처럼 아이가 튀어나왔네? 너라면 이게 이해가 가냐? 만석 이해가 안 가면 이해를 하지 마세요. 어차피 관심도 없잖아요. 운수 네가 이 애빌 가다마사, 띄엄띄엄 보는, 아주 건방진 경향이 있는데. 만석 (말 자르며) 됐어요. 내 애 아니고, 오늘 데려다줄 거고, 그걸로 끝입니다. 그러니 더는 아무 말 마세요. 운수 (곰곰이 생각하다) 그런데 말이야. 이런 경우엔, 뭔가 보상금 같은 거 안 주냐? 일주일을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했는데. 만석 안 줍니다. 버려진 애 돌봐주고 무슨 돈을 바래요? 양심도 없어요? 운수 멍청한 소리 하지 마라. 양심이 무슨 소용이라고. 그러다 손가락 빨고 사는 거야. 손해만 보다 빚더미에 올라앉는 거고. 만석 우리 집도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죠. 누구 덕분에. 운수 (기분 나빠하지 않고 반색하며) 그러니까, 뭔가 탈출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아들아. 그런 의미에서, 총알 좀 있냐? 이번에야말로 빚에서 좀 벗어나보게. 만석 (어이없어하며) 없어요. 운수 갚는다, 갚아. 이번에 한꺼번에 갚는다. 얼마지 이제까지 빌린 게? 한 백만 원 되냐? 만석 이백십팔만 사천오백 원이요! 운수 거짓말하지 말고. 만석 이자 빼고 원금만! 운수 그렇게 많았냐? 사천오백원은 뭐야? 대복 지난주에 가져간 담뱃값이요. 운수 아, 그래, 백 원짜리랑 십 원짜리 말이지. 집 앞 편의점 알바애가 실실 쪼개더라. 십 원이 남네요, 하면서. 그 뒤로 내가 거길 못 가요. 만석 능력 없으면 끊으세요. 운수 담배까지 못 피우면 이 엿 같은 세상을 어떻게 견디겠냐? 만석 그래서, 얼마요? 운수, 비굴하게 웃으며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인다. 만석,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만 원짜리 지폐 두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만석 여기요. 운수 (지폐를 보며) 뭐냐 이게? 만석 담배 네 갑은 살 수 있을 겁니다. 운수 (손가락 두 개를 힘차게 펴며) 이 두 개를 말한 거지, (손가락을 굽혀서 내보이며) 이 두 개가 아니라. 만석 없어요. 운수 그러지 말고. 이번 주말 지나면 바로 준다니까, 진짜로. 만석 없습니다. (사이) 다음주 할머니 병원 가는 거 알고 있죠? 운수 벌써 한 달이 지났냐? 만석 이번엔 몇 십만 원이라도 좀 내세요. 할아버지도 나도 이제 돈 나올 데가 없어요. 목구멍까지 찼다고요. 운수 알았어, 알았어. (혼잣말처럼) 그러니까 내가 신약으로 하자니까. 만석 할머니가 빨리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운수 네 할머니이기 전에 내 엄마야. 어디서 돼먹지 않은 소리야? 만석 똑바로 하시라고요, 그러니까. (지갑에서 오만 원짜리 지폐를 하나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이게 다예요. 운수 필요 없어, 새끼야. 보자 보자 하니까 지 애비를 허수아비 짚단으로 알아. 싸가지 없는 새끼.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간다. 잠시 후 다시 나와 지폐를 챙기고 욕실로 향한다) 두고 봐, 이자까지 톡톡히 쳐서 네놈 얼굴에 뿌려줄 테니까. 만석 이백이십오만 사천오백 원입니다. 운수, 가만히 노려보다 욕실로 들어가 문을 세차게 닫는다. 멍하니 지갑을 들여다보는 만석. 한숨을 쉬다 옆에 놓여 있는 빨랫감을 발견하고 정리하기 시작한다. 잠시 후 빈 분유통을 들고 나오는 옥화. 분유통을 싱크대에 넣은 후 소파로 와 앉는다. 옥화 저녁은 어떡할래? 만석 바로 나가봐야 해요. 옥화 뭐가 급하다고 밥도 걸러. 찌개 끓여 놓은 거 데우면 되니까 한술 뜨고 가. 만석 담당 직원이 곧 전화할 거예요. 준비하고 있다 바로 나가야 해요. 옥화 그 사람은 주말에도 일한다니? 만석 그 사람도 빨리 마무리하고 싶겠죠. 옥화 여기 있는다고 애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뭘 그리 야박하게. 전화해서 월요일에 데리러 오라 그래라. 만석 이미 끝난 일이에요. 더이상은 안 돼요. 아까 얘기드렸잖아요. 옥화 그래도 그러는 게 아니야. 애를 데려가면 재울 데는 있대? 분유는 탈 줄 알고? 이제야 겨우 적응 좀 했는데, 또 이렇게 다른 데로 보내면 애가 놀라. 월요일에 오라 그래. 만석 그 사람들은 그게 직업이에요. 버려진 애들 보살피는 거. 옥화 버려지다니. 만석 빨리 가야 적응을 하죠. 여기서 계속 살 수 없잖아요? 옥화 왜 못 살아? 그냥 살면 되지. 아버지가 아무 얘기 안 하던? 만석 (얼버무리며) 별말 없었는데요. 옥화 하여튼 도움이 안 돼요. (사이) 한 번 더 생각해봐라. 만석 뭘요? 옥화 우리가 키우는 거 말이다. 만석 (단호하게) 그건 안 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옥화 네가 말한 그 절차라는 것만 해결하면 키울 수 있는 거잖냐. 만석 그냥 들은 걸 얘기한 거예요. 저도 잘 몰라요. 사실 알고 싶지도 않고요. 옥화 그 애 얼굴을 봐서 알잖니? 큰 눈망울, 둥근 콧잔등에 숱도 무성하고. 사랑받으며 크면 이쁘게 자랄 거야. 천벌받아, 그런 애 버리면. 만석 천벌받아야 할 사람은 따로 있어요. 애가 어떻게 되든 말든 버리고 도망간 사람들이죠. 옥화 이 할미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싶다. 만석 자식을 버리는 게 이해가 가요 할머닌? 그래요? 옥화 (당황하며) 그건 아니다만. 그래도 이게 다 인연 아니겠나 싶고. 만석 여긴 그냥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에요. 길어지면 불행한 인연이 될 뿐이죠. 옥화 애 생각을 해봐라. 어디 멀리 외국에 보내져서 소젖 짜고 양털이나 벗겨내게 할 셈이냐? 만석 누가 그래요? 옥화 나도 귀가 있고 눈이 있어. 티비에서 다 봤다. 만석 팔려 가는 게 아니에요, 입양이죠. 외국 가서 더 잘 먹고 좋은 교육받고 더 사랑받고 클 거예요. 그리고 아무려면 어때요. 내 아이도 아닌데. 옥화 우리 손자가 언제부터 이렇게 인정머리가 없어졌을까. 민달팽이 집이 없다고, 불쌍하다고 울던 우리 착한 손자는 어디 갔을까. 응? (사이, 달래듯) 그러지 말자. 어디 보내지 말고 우리가 키우자. 만석 우리 형편을 좀 생각하세요. 옥화 입 하나 는다고 당장 내일 굶어 죽는다니? 제 먹을 건 타고나는 거야. 만석 다 있는 사람들 이야기에요. 옥화 네가 그렇게 나오면 나도 다 생각이 있다. 만석 무슨 생각이요? 옥화 그 절차라는 거, 내가 하면 되지. 만석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옥화 왜 말이 안 돼? 만석 할머니는 안 돼요. 옥화 내가 왜 안 돼? 만석 암 환자가 무슨 애를 키워요? 옥화 (당황하며) 그게 무슨. 암 환잔 애를 못 키운다니? 만석 입양도 못 할 거예요. 옥화 이 집에 나 혼자뿐이냐? 너도 있고, 운수도 있고, 네 할아버지도 있고. 만석 전 빼주세요. 도와 드리지 않을 거니까. 옥화 그래, 그럼 넌 빠지고. 나랑 네 애비랑, 아니 네 할아버지랑 키우지 뭐. 만석 맘대로 하세요. 근데 애는 오늘 데리고 갈 거예요. 그렇게 하기로 했고요. 얘긴 끝났습니다. 옥화 안 된다. 그렇게 안 둘 거야, 이 할미가. 만석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렇게 하셔야 해요. (방으로 향한다) 옥화 (혼잣말처럼) 커갈수록 지 애비를 닮아가는 건지. 만석, 옥화의 말을 듣고 잠시 멈춰 서 있다가 그대로 방으로 들어간다. 옥화, 멍하니 앉아 있다. 잠시 후 대복 안방에서 나온다. 검정색 양복을 입고 있다. 욕실 문을 열고 깜짝 놀라는 대복. 대복 아이고 깜짝이야. 뭔 짓이냐, 이 망할 자식아! 운수 (목소리만) 뭐가요? 대복 왜 그러고 섰냐고? 운수 (목소리만) 하루에 삼사 분씩 이렇게 물구나무를 서줘야 뇌경색에 안 걸린답니다. 대복 옷이나 처입고 해라. 운수 (목소리만) 아버지, 여긴 욕실이라고요.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는 대복. 주방으로 가 대충 손을 닦고 거실 쪽으로 나와 소파에 앉는다. 대복 애새끼가 갈수록 이상해져. (사이, 혼자 웃으며) 아, 고놈, 참 여자애라서 그런지 애교가 장난이 아니네. 눈웃음치는 게 어찌나 이쁜지. 안 그래? (옥화가 반응이 없자) 뭐해? 옥화 응? 왜요 왜? 대복 어따 정신을 팔고 있어? 옥화 뭐라고 했어요? 대복 밥 먹자고. 옥화 아, 그래요, 그래야죠. 대복 (일어서는 옥화를 말리며) 이 사람이 나사가 빠졌나. 있어 그냥. 저녁은 무슨. 연씨네 상갓집 가기로 했잖아. 옥화 어디요? 아, 그랬죠, 상갓집. 대복 약 때문에 그래? (문득 생각난 듯) 아, 애는 만석이가 보나? 옥화 (힘없이) 조금 있다 데려다주기로 했대요. 대복 (실망한 듯,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래. 오늘? 뭔 사람들이 주말에도 일을 하나. 옥화 만석일 잘못 키웠나 봐요. 대복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옥화 엄마 없는 손자새끼, 기 안 죽이고 번듯하게 키우려고 어르고 달래고 오냐오냐 키웠더니 어른 되더니 인정머리도 없고, 고집불통에, 저밖에 모르고. 대복 헛소리하지 마. 만석이만 한 놈이 요즘 세상에 어디 있다고. 내가 살면서 유일한 자랑거리가 있으면 만석이 놈이 내 손자라는 거야. 옥화 나도 그런 줄 알았죠. 대복 맘고생을 하면서 커서 그런지 어린놈이 어둔 구석이 있긴 하지만. 옥화 친구도 하나 없는 거 아니겠죠? 대복 헛소리 지껄일 거면 가서 옷이나 챙겨 입고 나와. 옥화 정말 우리가 키우면 안 될까요? 대복 누굴? 옥화 저 애요. 대복 어허, 이 사람. 물이나 줘. 옥화 왜요? 불가능한 일도 아니잖아요. 대복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무책임한 일이지. 옥화 (물을 가지러 가며) 풍족하게 키우진 못해도 부족하게 안 키우면 되잖아요. 딴 집에 가서 어떻게 클지 누가 알아요.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데. 대복 당신이 신경쓸 일 아니야 그건. 옥화 그럼 난 뭘 할까요? 왜요? 당신도 암 환자가 뭔 소릴 하나 싶은 거예요? 대복 이 사람, 할 게 왜 없어? 옥화 뭐요? 대복 (무심하게) 잘 보내줘야지. 둘 다 잠시 말이 없다. 잠시 후 물을 떠서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 옥화. 대복, 마신다. 대복 (곧바로 잔을 내려놓으며) 찬물 없어? 옥화 따뜻한 거 드세요. 대복 사십 년 동안 내가 따뜻하게 마시는 거 봤어? 옥화 배 아프다면서요. 대복 그런 적 없는데. 옥화 지난밤에도 배 붙잡고 끙끙댄 거 다 알아요. 대복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안 돼. 살던 대로 살아야지. 옥화 살던 대로 살아서 이 모양 이 꼴이잖아요. 대복 우리 꼴이 어때서? 이만하면 잘살았지. (냉장고 냉동칸에서 얼음을 꺼내 컵에 담아 휘젓는다) 옥화 거기 찬장 위에 좀 봐요. 대복 왜? 옥화 만석이가 무슨 비타민인가 사왔다고 하루에 하나씩 먹으라고 했어요. 대복 (찬장을 뒤적여 약통을 꺼내 읽는다) 아쿠알렌? 이게 뭔데? 옥화 몰라요, 몸에 좋대요. 대복 당신이나 먹어. 옥화 드세요. 대복 아, 안 먹어. 내가 평생 약이란 걸 먹고 살았던가. 당신이나 꼬박꼬박 챙겨 먹어, 까먹지 말고. (약통을 다시 찬장에 넣는다) 옥화 난 다른 약 못 먹어요. 의사가 그랬어요, 치료하는 동안 다른 약은 먹지도 말라고. 대복 (찬장 문을 닫으며) 아, 몰라. 그럼 낫고 나서 먹든가. (그냥 물만 마신다) 옥화 사람이 말을 하면 듣는 척이라도 좀 해봐요. 따뜻한 물도 싫다, 약도 싫다, 그놈의 고집은. 대복 칠십 년을 이렇게 살았어. (소파 테이블로 잔을 가져온다) 옥화 앞으로 반백년은 더 살 텐데, 지금부터라도 건강 챙겨야죠. 대복 시답지 않은 소리. 오늘내일하는데 새삼스럽게 뭔 건강 타령이야. 요즘엔 아주 귀가 따가워, 하도 몸 여기저기가 곡소리를 내서. 운전도 그만해야 할까봐. 무슨 정신으로 운전을 하는지 모르겠어. 이젠 내가 겁이 나. 차 몰고 가다 승객들 얼굴을 보면 이 사람들, 다 내 저승길에 데려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니까. 요즘엔 정말이지 제발 곱게만 죽었으면 하는 게. (시무룩해하는 옥화를 보며) 괜찮겠어? 상갓집엔 나 혼자 가도 돼. 옥화 아니에요, 같이 가요. 연씨네가 남도 아니고. 대복 인생 참 허무하지. 그 양반이 그렇게 갈 줄 누가 알았어? 옥화 그러게요. 그렇게 시간 아깝다고, 바쁘게 살아야 한다더니 정말 바쁘게 가버렸네요. 대복 그러니까, 뭐든 적당히 하며 살아야 해. (사이) 몸은 어때? 옥화 그냥 그래요. 대복 그냥 그렇다고? 옥화 그냥 그렇다고요. 대복 그냥 그런 게 어떻다는 거야? 좋다는 거야, 나쁘다는 거야? 옥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아요. 대복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다) 그러니까 그게 뭔 말이야? 옥화 아휴, 그냥 그런 줄 알아요. 대복 (멋쩍은 듯 주변을 둘러본다) 사람이, 자꾸, 화가 늘어. 옥화 피곤해요. 좀 누워 있다 나올게요. 대복 전기장판 켜놨어. 옥화 벌써 무슨 전기장판을 켜요, 돈 아깝게. 대복 쓸데없는 소리 말고. 자면서 오들오들 떠는 거 보기 싫어. 이불도 깔아놨으니까 가서 누워 있어. 옥화 (문득 생각난 듯) 애들 밥을 차려줘야 하는데. 대복 내가 차려줄 테니까 들어가. 옥화 당신이 무슨. 대복 어허, 들어가. 나도 다 할 줄 알아. 옥화 (머뭇거리다) 그럼, 좀만 누울게요. 대복 들어가, 들어가. 옥화 방으로 들어가고 홀로 남은 대복. 천천히 거울 앞으로 걸어간다. 양복 안주머니에서 넥타이를 꺼내 매기 시작한다. 하지만 잘되지 않는지 번번이 실패한다. 욕실 문을 나와 가만히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운수. 대복이 포기하고 소파로 걸어 나오자 헛기침을 하며 소파로 다가오는 운수. 욕실로 들어갈 때와 똑같은 모습이다. 운수 아, 개운하다. 대복 (시계를 보고, 운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제대로 씻기나 한 거냐? 운수 진정한 신사는 항상 한결같아야 합니다. 대복 네가 한결같이 얼간이긴 하지. 운수 또 그러신다. 하나뿐인 아들이 얼간이면 퍽도 좋으시겠네요. 대복 이럴 줄 알았다면 줄줄이 낳을 걸 그랬지. 운수 그러시지 그랬어요? 대복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그랬다. 네놈 하나 건사하기도 버거울 것 같아서. 운수 찢어지게 가난한 건 아니었잖아요, 우리가? 대복 (놀란 얼굴로) 네놈 태어났을 때 우리 전 재산이 얼마였는 줄 아냐? 수중에 칠만 원이 있었다, 칠만 원! 자장면 한 그릇에 삼십 원이었는데, 그걸 못 사먹었다, 돈이 아까워서. 운수 귀에 인이 박이겠어요 그 얘긴. 대복 부탁이니 제발 그 쓸모없는 귀에 좀 박아 놔라. 어디 구멍이라도 뚫린 거냐? 왜 맨날 듣고 흘려, 흘리긴? 운수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사이) 어머닌요? 대복 방에 누워 있다. 운수 밥 먹고 바로 일하러 가야 하는데. 어머니! 대복 네가 차려 먹어라. 운수 왜요? 대복 내 마누라가 네놈 종이냐? 앞으론 네가 차려 먹어. 운수 나 참, 계속하실 거예요? 그만하시죠. 대복 밥솥 안에 밥 있고, 냄비 안에 찌개 있다. 그 손 노름할 때만 쓰지 말고 이젠 네 엄마 좀 도와라. 운수 아니, 밥을 나만 먹어요? 숟가락 하나만 얹자는데, 그것도 못마땅하세요 이젠? 대복 (넥타이를 살피면서) 네 엄마랑 난 초상집 갈 거다. 운수 무슨 초상집을 하루건너 하루씩 가요? 대복 난들 아냐? 줄줄이 하나님 품으로 가는 걸 내가 무슨 수로 막아? 운수 또, 또 흥분하신다. 대복 봐라. 네 애비 꼴을 봐. 나도 곧 간다. 차에 치여 가고, 산책하다 심장마비 걸려 가고, 자다 가고, 내 친구들 다 그렇게 갔어. 나도 멀지 않았다. 운수 아버진 오래 사실 겁니다. 걱정 마세요. 대복 말 나온 김에 하나만 물어보자. 운수 묻지 마세요. 대복 너, 나 가고 네 엄마 가면 뭐하고 살래? 그냥 지금처럼 하루 벌어 하루 먹고, 동네 노름판이나 기웃거리면서 주인 없는 강아지마냥 떠돌면서 살고 싶냐? 운수 퍽도 좋겠습니다. 대복 정신 좀 차려라. 네 나이가 벌써 오십이야. 운수 오십이 뭐 어때서요? 대복 뭔가 대단한 건 못 해냈어도 대단한 척은 해야 할 나이 아니냐. 내가 딱 네 나이 때 이 집을 샀다. 빚 하나 없이. 너도 기억하지? 운수 당연히 기억하죠. 제가 그때 결혼했잖아요. 대복 (당황하며) 그랬냐? 운수 말 나온 김에 저도 하나 물어볼까요?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대복 (말 자르며) 묻지 마라. 운수 그 여잘 왜 그렇게 싫어하셨어요? 대복 그런 적 없다. 운수 나이가 너무 많아서? 근본도 알 수 없는 고아여서? 술집에서 니나노 하던 여자라서? 셋 중에 골라보세요. 아니면, 주관식으로 하셔도 되고요. (대답 없는 대복을 향해 채근하듯) 네, 네? 대복 이상한 아이였다. 음침하고 말도 없고 늘 남의 눈치만 살피고. 병 걸린 사람처럼. 운수 멀쩡할 리가 있습니까? 평생을 비바람 속에서 살아가보세요. 누구라도 이상해집니다. 하지만 절 사랑해줬습니다. 저도 사랑했고요. 대복 나는 네가 더 나은 사람을 만나길 바랬다. 운수 거짓말 마세요. 아버진 그냥 그 여자가 싫었던 겁니다. 아님, 제가 싫었던 건가요? 대복 그 시절 우리 대 부모들은 다 그랬다. 어떤 부모라도 그랬을 거야. 우린 옛날 사람이다. 운수 심지어 만석일 낳고 나서도 변하지 않으셨죠. 아버지도! 어머니도! 대복 그 애가 도망간 게 우리 탓이라는 거냐? 운수 (어이없어하며) 그럼, 누구 잘못일까요? 두 분 말고 그 여잘 싫어한 사람이 또 있었나요? 대복 그만하자. 이십 년도 지난 얘기. 운수 그러죠. 그러니까 쓸데없는 얘기하지 마세요, 아버지도. 대복 (분노하며) 쓸데없는 얘기? 그래서? 앞으로도 그렇게 개차반처럼, 한량처럼, 동네 사람들한테 손가락질받으면서 살겠다고? 운수 제 인생입니다. 남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안 써요. 대복 신경써라 써. 이 지옥불에 빠질 자식아. 이 동네에서 사십 년을 살았어. 모두가 우릴 안단 말이다. 운수 아버지를 아는 거죠. 어머니를 아는 거고. 대복 너는 뭐 어디서 날아 들어왔냐? 네가 우리 집안 골칫덩이인 것도 다 알아. 운수 그렇게 부끄러우시면 나가 드릴까요? 대복 안 되지, 안 돼. 그럴 수야 없지. 나가서 또 무슨 사골 치려고. 수작 부릴 생각 마라. 운수 아, 그렇죠. 이 집이 아직까지 반은 아버지 거죠? 대복 (정색하며) 더는 안 된다. 한 번 더 사고 치면 그땐 정말 너랑 나랑 갈라서는 거다. 운수 갈라서는 게 그리 낯선 경험이 아니라서. 대복 돈은 어떡할 거냐? 운수 무슨 돈이요? (황당해하는 대복을 향해) 갚을 테니 기다리세요. 대복 원금은 바라지도 않으니 은행이자라도 내놔라. 운수 갚습니다, 원금까지 다. 십 원짜리 하나 빼놓지 않을 테니까 두고 보세요. 대복 말했다. 이자. 운수 알았다고요. 갚는다고요. 이때 방문이 열리고 만석이 거실로 나온다. 외출복 차림이다. 운수 여, 아들아. 아버지 밥 좀 차려다오. 주방으로 향하는 만석. 밥을 차리려 하는 줄 알고 득의만만해하며 대복을 향해 웃음 짓는 운수. 만석이 박스를 살펴보고 소파 쪽으로 가져오자 실망한다. 운수 아드님? 제 말 귓구멍에 들리셨어요? 만석 차려 드세요. 바로 나가봐야 돼요. 운수 뭐 어려운 일이라고. 밥 푸고 찌개 데우고 반찬 꺼내놓으면 되지. 만석 그렇게 하시면 되겠네요. 운수 캬아, 아버지. 보셨죠. 제 아들이 저렇게 자기 소신이 있고 싸가지가 없습니다. 대복 차려 먹어라 네가. 만석아, 이리 와서 이것 좀 봐라. 운수 아버지, 우리 집안에 언제부터 예의범절이란 단어가 사라진 거죠? 대복 넥타이를 못 매겠어. 만석, 대복 목에 건 채로 넥타이를 매보다가 안 되자 벗겨내 거울 앞으로 가져가 자기 목에 걸고 매듭을 맨다. 운수 하긴. 원래 대단한 집안은 아니죠 저희가. 족보도 없고. 대복 상놈의 집안이라서 미안하구나. 운수 상놈까지는 아니고. 농민이나 소작농, 그 정도 아니었을까요 우리 조상님들은. 대복 내 십이대손 할아버지께선 정오품 정량 별좌 교리셨다. 네놈의 십삼대손 할아버지 말이다. 운수 처음 듣는 얘기네요. 대복 그럴 리가. 삼십 원짜리 자장면 얘기 다음으로 많이 해줬을 텐데. 만석 (넥타이를 대복의 목에 걸어주며) 잠깐 봐요. (정리를 해준다) 됐어요. 운수 아들아, 너는 이 얘기 들어봤냐? 우리 조상 중에 정오품 정, 뭐, 아무튼, 그런 분이 계셨다는데. 만석 근데 이거 너무 낡았어요. 대복 괜찮다. 아직 쓸 만해. 운수 아주 개가 짖는구나, 개가 짖어. 내 말은 다 씹어 드셔들. 만석 이거밖에 없어요? 여기 실밥도 다 터지고. 다른 거 하세요. 대복 괜찮다니까. 운수 손자분 말 들으세요. 온 동네가 영감님을 아신다면서요. 만석 제 거 있는데 가져올게요. 대복 (만류하며) 됐다. 상갓집에 요란하게 하고 가는 거 아냐. 이 정도가 딱 좋아. 만석 할머니랑 같이 가세요? 대복 그래. 저녁 같이 챙겨 먹어라. 만석 저도 바로 나가봐야 해요. 운수 차리고 가라. 네 아버진 배고프다. 대복 밥은 먹어야지. 운수 그래, 밥은 먹어야지. 만석 약속 있어요. 대복 그러냐? 제대로 된 거 먹고 다녀라. 운수 난 약속 없다. 밥 차려줘라. 만석 할머닌요? 대복 방에. 슬슬 깨워야겠다. 만석 제가 들어갈게요. 애도 데리고 나와야 하고. 운수 찌개 데우고 들어가라. 밥 퍼놓고 데리고 나와. 반찬도 꺼내고. 만석 그만 징징대세요. 운수 뭐, 징징? 오냐오냐하니까 이 새끼가 정말. 만석 이젠 제발 철 좀 드시죠. 운수 아유, 그래요. 철이 일찍 들어서 몸이 무거우시겠어요 우리 아드님은. 만석 가족은 안중에도 없죠? 할머니, 할아버지가 고생을 하든 말든 그냥 아버지 편한 대로 살면 그만이죠? 운수 핏대 세우지 마라. 한 대 치겠다 그러다? 만석 할머니 치료비도 그렇고. 할아버지 발톱 수술 못 하는 거 돈 없어서인 거 알고나 있어요? 대출이자가 한 달에 얼만지나 알고 있냐고? 운수 다 아니까 침 튀기지 마라. 만석 아시면 아는 만큼 내놓으세요. 운수 퍽이나 많이 내놓나 보지? 오토바이 그거 타서 얼마나 버냐? 백? 이백? 만석 다른 사람한테 손 안 벌릴 정도는 버니까 걱정 마세요. 운수 아주 그거 돈 조금 빌려줬다고. 만석 모범을 좀 보이시라고요. 운수 왜? 내가 못 미덥냐? 너도 네 엄마처럼 도망갈래? 대복 (엄하게) 그 입 다물어라. 네 귀방맹이 날릴 힘은 나도 아직 있으니까. 운수 좋아요! 한번 해볼까요, 오늘? 삼대가 진하게 한번 엉켜볼까요? 만석 그만하죠. 운수 왜? 막상 하려니까 쫄려? 어이, 아들, 와 봐. 와보라고. 운수, 자리에서 일어나는 만석을 따라가며 뒤통수를 톡톡 친다. 그러다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뒤통수를 때리자 만석이 되돌아서 운수의 양손을 잡아챈다. 바닥에 떨어지는 지폐. 곧바로 만석의 멱살을 쥐는 운수. 운수의 팔목을 강하게 쥐는 만석. 대복, 테이블에 있는 컵을 그들을 향해 던진다. 대복 나가라. 내 집에서 당장 나가. 네놈들 둘 다 나가서 영원히 돌아오지 마. 적막이 흐르고, 잠시 후 옥화가 방문을 열고 등장한다. 차분한 옷차림, 손에 바구니를 들고 있다. 바구니 안엔 아이가 잠들어 있다. 운수와 만석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무심히 지나치는 옥화. 테이블 위에 바구니를 올려놓고 소파에 앉는다. 대복을 보고 이마를 찌푸리는 옥화. 옥화 아, 또 왜 그 넥타이를 했어요. 버렸어도 벌써 버렸어야 할 걸. 대복 이 사람 버리긴 왜 버려 이걸. 옥화 멀쩡한 넥타이를 두고 왜 자꾸 그것만. 대복 다 자기 몸에 맞는 게 있는 거야. 난 이게 편해. 옥화 그놈의 고집은. 이때, 전화벨이 울리고 만석 통화한다. 통화가 끝난 후 옥화에게 다가오는 만석. 옥화의 눈치를 보다가 바구니에 손을 뻗는 만석. 옥화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라. 만석 가야 해요, 할머니. 옥화 알았어. 안 보내겠다는 게 아니야. 여기, 이것만 좀 하고. (바구니를 정리한다) 대복 (바구니를 들여다보며) 거기, 거기. 바람 안 들어가게 잘 좀 욱여넣어 봐. 옥화 알겠어요, 있어 봐요. 대복 한 번 더 포대기에 싸야 하지 않겠어? 옥화 그럴까요? 바람이 차니까 아무래도. 만석 그 사람이 집 앞까지 차 가지고 오기로 했어요.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돼요. 대복 그렇다는데? 옥화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거 없으니까. (계속한다) 운수 (상자를 발로 툭 차며) 야, 이것도 같이 가져가. 여기다 담아왔으니 여기에 담아가야지. 옥화 저 상잔 두고 가라. 저기에 또 이 애를 가둘 수는 없어. 그럴 순 없어. 만석 알겠어요 할머니. 그렇게 할게요. 대복 어이쿠. 깼는데? 여보, 깼어. 옥화 (바구니 안을 보며) 간다고 또 인사한다고 깬 거야, 기특하게? 그런 거야? 대복 우루루루루, 까꿍. 웃는다 웃어. 고놈 참. 옥화 한 번 더 해봐요. 대복 그럴까? 우루루루루, 까꿍! 옥화 (만석을 향해) 아가, 방에 파란색 가방 하나 있어. 그거 좀 갖고 나와. 대복 뭔데? 옥화 애한테 필요한 것 좀 쌌어요. 대복 딸랑이도 넣지 그랬어. 그거 좋아하던데. 옥화 넣었어요. 대복 잘했네. 운수 (빈정거리듯) 참, 재미나게 사십니다, 두 분. 알콩달콩, 보기 좋네요. 대복 아직도 안 나갔냐? 운수 나가야지요. 이 집에 제가 있을 곳이 없는데. 대복 밖엔 있고? 운수 글쎄요. 정말 이제부터라도 찾아볼까요? (바닥에 떨어진 돈을 줍는다. 가방을 가지고 나오는 만석과 눈이 마주치지만 서로 외면한다) 돈도 생겼겠다. 옥화 밥 한 숟갈 뜨고 가. 너 좋아하는 꽃게찌개 끓여놨어. 잠시 침묵. 운수 됐어요. 약속 있어요. 옥화 그럼 냉장고에 넣어 놓을 테니까 낼 아침에 들어와서 먹어. 운수 그냥 드세요. 얼마 된다고 그걸 남겨요. 갔다 올게요. (나간다) 옥화 (밖에서 들리게 큰소리로) 냉장고에 넣어 놓는다. 알았지? 알았지? 대복 (가방을 들고 서 있는 만석에게) 왜 그러고 섰어? 앉아. 만석 집 앞에 와 있대요. 대복 벌써? 만석 네. 옥화 (바구니를 들여다보며) 잘살아라. 사는 게 제 맘처럼 되는 것도 아니니까 부모 원망 말고 운명이려니, 팔자려니, 누구 탓할 것도 없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면 세월 가고 세월 가면 언제 이만큼 왔나 싶을 테니 하루하루 즐겁게 웃으면서 살아. 네 세상도 한세상, 내 세상도 한세상, 결국 한세상 사는 거니, 그러니까 너는 멀리멀리, (떨리는 목소리) 발길 닿는 데까지 멀리 가렴. 대복 (꽃병에서 꽃을 꺼내 바구니 옆에 감는다) 꽃바구니 타고. 옥화 그래, 꽃바구니 타고. 어디, 하루하루가 오늘만 같겠니? 대복 그래. 오늘만 같을라고. 전화벨이 울리지만 받지 않는 만석. 그런 만석을 가만히 올려다보는 옥화. 천천히 바구니를 내어준다. 만석 갔다 올게요. 늦을지도 몰라요. 먼저 주무세요. 대복 그래. 얘기 잘하고 와. 만석 네. 저 가요, 할머니. 반응 없는 옥화. 대복 손짓으로 만석을 보낸다. 만석 밖으로 나간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에 다가가 밖으로 나가는 만석을 지켜보는 대복. 잠시 후 자리로 돌아온다. 그사이 옥화 역시 일어서 서성이다가 가운데 소파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대복 그 옆에 앉아 정면을 응시한다. 대복 갔네. 옥화 갔네요. 대복 그래. (사이) 어떡할까? 우리도 가야지? 옥화 가야죠. 대복 안 가면 안 되겠지? 옥화 안 되겠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연씨잖아요. 대복 그래. 가야겠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연씨니까. 옥화 네. 대복 그럼 갈까? 옥화 그래요, 가요. 대복 그래. 가자구. 옥화 가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두 사람. 무대 서서히 어두워진다. 암전.
  • “변화와 개혁의 새해가 되기를”

    천주교와 불교, 개신교, 민족종교 등 종교계 지도자들이 정유년(丁酉年) 새해를 앞두고 29일 일제히 신년 메시지를 발표했다. 지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격랑이 몰아칠 정유년이 변화와 개혁의 새해가 되기를 한결같이 기원했다. 낡은 것 버리고 새로운 것 창조 ●염수정 추기경(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암흑이 우리를 감싸도 아침의 해는 떠오른다. 끊임없이 발전과 성숙을 위해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나가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덕은 어제와 다른 오늘을 위해 희망을 갖고 노력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 모두가 나사렛 성가정(聖家庭)을 본받아 사랑과 나눔 안에서 큰 기적을 이뤄 내기를 바란다. 새해에도 여러분의 가정에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이 가득하기를 빈다. 특별히 가장 가까운 이에게 주님 은총의 기쁨을 전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사회문제 하나하나 해결하자 ●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희망의 새해를 맞이하면서 한국 교회와 대한민국, 그리고 온 세계 위에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가득하기를 기도한다. 최순실 게이트로 암울했던 2016년을 보내면서 한국 사회는 변화와 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정치권력 구조의 불균형과 사회의 어둠과 문제들을 이제는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한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자세로 2017년을 열어 나갈 때 새 희망은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특별히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의 해다. 변화의 시작은 회개이며 반성이다. 죄의 길에서 돌아설 때 비로소 진정한 회복이 일어날 것이다. 세상의 주인공으로 위기 극복을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불교에서 닭은 중생의 고통을 덜어 주는 군다리보살(軍茶利菩薩)의 화신이며 약사여래를 수호하는 12나한 가운데 진달라(眞達羅)를 상징한다. 그 기운과 복덕이 모두에게 두루 가득한 정유년이 되기를 발원한다. 언제 어디서나 주인공으로 살아간다면 그 자리가 곧 가장 진실하고 행복한 자리가 될 것이다. 우리가 내 삶과 세상의 주인공으로서 지혜로운 판단과 선택으로 국가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건설한다면 역사는 정유년을 희망과 행복의 해로 기록할 것이다. 한 해의 행복과 불행이 우리의 마음가짐과 실천에 있음을 깨달아 새해를 밝고 희망차게 열어 가자. 화해와 화합으로 새 세상 열자 ●안경전 증산도 종도사 묵은 어둠을 밀어내며 정유년 새해가 밝아 온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혼란과 변혁의 중심에는 자기중심을 잃어버린 심법(心法)의 문제가 있다. 자신에게 내재된 신성(神性)과 광명을 되찾은 온전한 인간, 큰마음을 쓰는 대인이야말로 묵은 세상을 떨쳐 내고 홍익인간의 위대한 이념을 온 세상에 펼쳐 나가는 역사의 주역이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 대자연과 소통하고 수행을 생활화해 마침내 천지와 하나되는 참인간인 태일이 되고, 인생과 역사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기를 기도한다. 화해와 화합으로, 상처받은 이들이 다 해원(解寃)하고 모두 함께 상생(相生)의 새 세상을 열어 나가는 희망찬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농어촌청소년대상-대상/수산 부문] 전복 양식 전문화·해삼 새 품종 개발… 中시장까지 개척

    [농어촌청소년대상-대상/수산 부문] 전복 양식 전문화·해삼 새 품종 개발… 中시장까지 개척

    ●정신용씨 정씨는 2011년 원광대 스포츠학과를 졸업한 뒤 이듬해 어업인 후계자에 선정돼 5년 4개월간 전남 진도군 해역에서 전복 해상 가두리 양식에 전념해 왔다. 소득은 연간 9억원. 최근에는 진도군 전복협회와 중국 장자도 어업그룹 간 활전복 수출 계약을 적극 유치하는 해외시장 판로 개척으로 지역 어업인들의 소득 창출에 도움을 줬다. 또 난류계 전복 품종(말전복)과 해삼 시험양식 등 새 품종 개발에 나서 수산물 경쟁력 확보에도 기여했다. 정씨는 한국수산업경영인 진도군연합회와 진도군 전복협회 회원으로 전복가두리양식업을 통해 지역 수산업 발전과 조직 활성화에 기여하고 결속력을 강화했다. 진도청년회의소 지역사회개발 이사로 활동하며 매달 독거노인을 방문하는 등 지역 봉사활동에도 앞장섰다.
  • [사설] 더민주, 수권정당의 안정적인 면모 보여줘야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표출된 민심을 정책적으로 수용하겠다며 ‘촛불 시민혁명 12대 입법·정책과제’를 내놓은 것은 제1 야당이 대선을 앞두고 집권 플랜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집권 여당이 연일 집안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야당이 앞장서 촛불 시민들의 준엄한 요구를 단계적으로 정책에 반영하고 사회개혁의 동력으로 삼겠다고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민주당은 내년 4월 임시국회까지 12대 과제의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과제들의 상당 부분이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을 중도 폐기하거나 수정하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진데다 ‘이렇게 하겠다’는 식의 명료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실현 가능성에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일부 위헌 소지 등 법률적 논란의 대상이 될 과제도 보인다. 벌써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탄핵 국면을 이용하기보다 집권 후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민주당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한·일 군사보호협정, 한·일 위안부 협의를 모두 중단시키겠다는 것을 시급한 당면 과제로 내세웠다. 현 정부에서 강행된 일방적 국정 행위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미국과 일본이라는 상대국을 대상으로 한 외교적 합의의 결과물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를 나중에 일방 파기할 경우 뒤따를 후유증이나 충격파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고 전·월세 계약이 끝났을 때 임차인이 집주인 동의 없이도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계약 자유의 원칙을 침해하고, 임대인들이 한꺼번에 임대료를 올리는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최대 현안거리인 청년 실업대책과 가계부채 대책의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한 것은 그만큼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후속 조치로 대기업 등에서 1조원을 출연받는 ‘농어촌상생기금법’을 처리하겠다는 것도 정부가 정책 추진을 명분으로 준조세나 다름없는 금전적인 부담을 기업에 안긴다는 측면에서 과연 합당한 것인지 따져 봐야 한다. 우리가 촛불광장에서 확인한 것은 민심은 서릿발 같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일시적 ‘포퓰리즘 표몰이’로는 결코 수권 정당이 될 수 없음을 알았으면 한다.
  • 文 “시민사회 함께하는 사회개혁기구 구성” 安 “국회가 많은 책임감 갖고 국정운영 참여”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에도 여전히 광장에 ‘100만 촛불’이 모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11일 앞다퉈 부패·기득권 청산을 앞세워 ‘민심 잡기’에 나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이 문 전 대표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바짝 추격하는 등 대권 구도가 요동치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야권 대선 주자들은 ‘여·야·정 협의체’ 구성 문제에 입장 차를 드러내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성명서에서 ‘사회개혁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여·야·정 국정협의체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면서 “시민사회도 참여하게 해 광장 의견을 함께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한편 “촛불 혁명의 끝은 불평등, 불공정, 부정부패의 ‘3불’이 청산된 대한민국”이라며 “구악을 청산하고 낡은 관행을 버리는 국가대청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야권에 유리한 탄핵 국면임에도 지지율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턱밑까지 추격한 이 시장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안 전 대표는 탄핵 국면에서 야권 유력 주자 중 눈에 띄는 강성 발언을 쏟아냈지만, 외려 지지율은 소폭 하락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국가를 좀먹는 암 덩어리들을 송두리째 도려내지 않으면 제2, 제3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막을 수 없다”면서 “검찰, 재벌, 관료 등에서 국민의 재산과 희망을 짓밟아 온 세력들을 모두 찾아내 응징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경제부총리부터 정해야 하고, 큰 문제가 없다면 민주당의 뜻을 따르겠다”며 백지위임 입장도 내놨다. 안 전 대표는 경제·외교·안보 등을 다룰 여·야·정 비상협의체를 주장했지만 문 전 대표의 시민사회 참여 요구에는 “국회가 보다 많은 책임감을 갖고 국정 운영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안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시의적절한 지적”이라고 공감을 표했다. 손 전 대표는 또 “안 전 대표가 제안한 여·야·정 비상협의체는 좋은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언급은 친박(친박근혜)과 친문(친문재인)을 배제한 제3지대 개편과 맞물려 주목된다. 지난 10월에 비해 10% 포인트 이상(갤럽조사 5%→18%) 지지율이 뛰며 탄핵 정국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이 시장은 이날도 선명성 경쟁을 주도했다. 이 시장은 전북 익산 원광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탄핵 대상인 새누리당이 사태 수습에 참여하는 것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국민들은 여전히 촛불을 들고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 상황이 성숙됐으니 여·야·정 협의를 통해 국정 안정화를 꾀하자’는 것은 국민들의 생각과 다른 것”이라며 여·야·정 협의체 구성 자체를 반대했다. 그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서도 “양심이 있으면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위기의 대한민국 탈출구 찾아라] 여·야·정, 갈등 적은 현안부터 ‘3각 협치’ 하라

    [위기의 대한민국 탈출구 찾아라] 여·야·정, 갈등 적은 현안부터 ‘3각 협치’ 하라

    정치권 여·야·정 협의체 공감대 오늘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 경제와 안보를 중심으로 한 대내외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여·야·정 협의체’가 국정 운영의 신형 엔진이 될지 주목된다. 4·13총선에 따른 여소야대 정국, ‘12·9 탄핵’에 의한 국가 리더십 부재라는 이중고를 뛰어넘으려면 상대 진영에 대한 견제 심리보다 국정 운영에 대한 책임 의식을 공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야는 협치 체제 구축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은 11일 “여·야·정 협의 기구 논의에 열린 자세로 임하며 난국 타개에 솔선수범하겠다”고 밝혔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전날 페이스북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여·야·정 협의체 제안은 국정 위기 수습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한 바람직한 구상”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앞서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회·정부 정책협의체 구성을 제안했고 안 전 대표도 경제 분야의 여·야·정 협의체 또는 국회·정부 협의체 가동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정진석, 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12일에 회동할 예정이다. 12월 임시국회 일정 협의가 일차적인 논의 안건이지만 적어도 여야가 ‘국정 수습’을 최우선 과제로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치 체제 구축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정치권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국무총리실 관계자도 “정치권과 협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책 추진을 위해 고위 당·정·청 회동이나 당·정 협의회가 가동됐다는 점에서 시스템 구축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운영이다. 박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지도부가 지난 5월 13일 청와대 회동에서 여·야·정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 신설에 합의했으나 유명무실한 상태다. 결국 여·야·정 협의체가 구성되더라도 논란이나 갈등이 큰 의제를 우선적으로 다룬다면 역효과만 키울 수 있다. 기대 못지않게 우려도 큰 이유다. 실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촛불 민심이 요구하는 청산과 개혁을 위한 입법 과제를 선정하고 추진할 ‘사회개혁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사회개혁 과제로는 비리·부패 공범자 청산 및 재산 몰수, 재벌 개혁, 권력기관 개조 등을 제시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일단 인정하지만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다음 정부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정 운영 기조를 바꿔야 하는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앞으로 야당과의 협의가 고민일 수밖에 없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서울광장] 법치의 붕괴, 그 무서운 후유증/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법치의 붕괴, 그 무서운 후유증/박홍환 논설위원

    일본의 국민 소설 ‘달려라 메로스’는 고대 도시에서 행해진 국왕의 폭정을 향한 한 목동의 유쾌한 저항을 소재로 삼고 있다. 평화롭고 왁자지껄하던 도시 전체가 갑자기 을씨년스럽게 조용해졌다. 어느 때부턴가 국왕이 “사람을 믿을 수 없다”며 왕족과 신하는 물론 시민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처형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법의 지배가 무너지고, 예측 가능성이 사라진 폭정에 맞서 목동 메로스가 나섰다. 메로스는 “어처구니없는 국왕을 살려 둘 수 없다”며 혈혈단신 왕궁에 잠입했다가 적발됐고, 국왕 디오니스 앞에서 당당하게 “이 도시를 폭군의 손아귀로부터 구출하려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깟 놈이…”라며 한껏 비웃은 디오니스가 처형하려 하자 메로스는 반드시 돌아올 테니 사흘간 말미를 달라고 요구했고, 약속을 어기면 친구인 세리눈티우스를 사형시켜도 좋다고 제안했다. 의심 많은 국왕은 메로스의 약속을 믿지 않았지만 대신 처형할 세리눈티우스가 있어 순순히 제안에 응했다. 메로스는 내면의 유혹을 뿌리쳐 가며 달리고 달려 천신만고 끝에 사흘째 해가 떨어지기 직전 돌아와 신의(信義)를 지켰고, 회개한 국왕은 두 친구를 모두 구명해 준다는 줄거리다. 일본의 대표적인 소설가인 다자이 오사무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내려오던 이야기와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인질’을 패러디해 1940년 이 작품을 발표했다. 우정과 신의를 중시하라는 계몽성이 강해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고, 국내에서도 1970년대 초등 교과서에 ‘서서방과 공서방’이라는 제목으로 번안 소개됐다고 한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희극성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심정으로 다시 한번 찬찬히 탐독했다. 디오니스의 폭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失政)으로 읽히고, 저항하는 메로스는 190만개의 촛불을 치켜든 시민들로 환치된다. 디오니스의 손아귀에서 세상을 구하겠다는 메로스의 신념이나 박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시민들의 믿음은 매한가지다. 디오니스는 무차별적인 처형에 나서는 등 스스로 법치를 포기했다. 박 대통령은 어떤가. 가장 대표적인 국가 공권력인 검찰의 수사를 ‘소설’로 폄훼하면서 대면 수사 요구를 끝까지 외면했다. 국가수반이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하며 국가 공권력을 부정하는 해괴망측한 사태를 온 국민이 목도했다. 이로써 법치는 붕괴됐다. 누구보다 법치의 중요성을 역설하던 박 대통령이어서 국민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결국 박 대통령식 법치란 자신에겐 관대하고, 국민에겐 엄한 ‘이중잣대’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과 다름없다. 박 대통령에게 법이란 통진당 해산 등에 이용하는 통치의 도구일 뿐이었고, 박 대통령은 지난 4년 동안 법의 지배가 아닌 법에 의한 지배를 시도했던 것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다. 법치 붕괴의 그 심각한 후유증은 100년이고, 200년이고, 두고두고 한국 사회를 괴롭힐 수밖에 없다. 대통령조차 검찰 수사를 불신하고, 공권력을 무시하는데 어느 국민이 고분고분 검찰 수사를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가의 근간이 흔들려도 내 안위가 우선이란 말인가. 박 대통령의 인식이 그렇다면 솔직히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없다. 검찰도 법치 붕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휘청거릴 때 검찰은 단순 고발 사건으로 치부해 형사부에 배당한 뒤 몇 날 며칠을 뭉개며 최순실 일당의 증거인멸·말맞추기 시간을 보태 줬다.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의 지시를 받아 가며 ‘순한 양’처럼 고분고분하다가 거센 촛불 민심을 확인한 뒤 검찰력을 총동원해 노회한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상처 난 권력’을 물어뜯고 있는 검찰이다. 그 배신감에 박 대통령이 반기를 든 것은 아닐까. 결국 법치 붕괴는 박 대통령과 검찰의 합작품인 셈이다. 메로스는 약속을 지키고 세상까지 구했다. 박 대통령의 ‘결정장애’로 인해 촛불은 이번 주말에도 전국에서 활활 타오를 것이다. 그 엄청난 분노의 민심을 언제까지 외면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법치 붕괴와 그 무서운 후유증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그만 모두 내려놓고 법치에 순응해야만 한다. 그것이 헌법을 수호하는 국가 지도자의 올바른 자세다. 국민에게 마지막으로 ‘해피엔딩’을 안겨 주길 바란다. stinger@seoul.co.kr
  • [글로벌 시대] 아세안 인프라 프로젝트에 주목해야/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前 주인도네시아 대사

    [글로벌 시대] 아세안 인프라 프로젝트에 주목해야/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前 주인도네시아 대사

    지난주 ‘아세안 연계성 포럼’에 참석한 미얀마 교통통신부 장관은 미얀마의 인프라 중점사업들을 소개하며 한국 정부와 민간기업의 참여와 협력을 역설했다. 라오스 대표도 최빈국 지위를 탈피하기 위한 야심 찬 경제사회개발계획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정비가 급선무라고 강조하며 도로, 철도, 전력 등 우선순위 사업들을 우리 기업들에 조목조목 설명했다. 라오스는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지만 중국 등 5개국과 접경하고 있는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해 가교국가(land-linked country)로서 지역의 허브국가로 발전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일례로 메콩강의 풍부한 수자원을 이용한 수력발전을 통해 주변국인 태국과 베트남에 전력을 수출함으로써 ‘아시아의 배터리’라는 명성을 쌓아 가고 있다. 아세안은 지난해 말 아세안 공동체를 공식 출범시켰다. 특히 아세안 경제공동체는 아세안이 단일 시장과 단일 생산기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국경의 개념이 없어지는 것이다. 아직 넘어야 할 난관이 산적해 있지만 곳곳에서 커다란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라오스의 제2도시 사반나케트를 가 보았다. 태국에서 메콩강 다리를 건너 라오스 사반나케트에 도착해서 몇 시간만 달려가면 베트남의 휴양지 다낭에 이르게 된다. 국경에서 수많은 사람과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산업공단이 들어서고 일본 기업들도 속속 입주하고 있다. 우리 자동차회사인 코라오의 공장도 이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비전, 하나의 정체성, 하나의 공동체’란 기치를 내건 아세안의 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인프라, 법·제도적, 그리고 인적차원에서 촘촘히 긴밀하게 연결돼야 한다. 아세안 고속도로네트워크, 싱가포르~쿤밍 철도망 구상 등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도로, 철도, 전력, 항만 등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인프라 사업을 시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세안, 개별국가, 국제금융기관 간 협력과 조정이 긴요하고 민간기업들의 참여 또한 중요하다. 이에 따라 아세안은 지난 9월 기존의 계획을 보다 구체화한 ‘아세안 연계성 마스터플랜 2025’를 채택했다. ‘아세안 연계성 포럼’은 ‘아세안 연계성 마스터플랜 2025’의 내용을 설명하고 아세안 각국이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를 직접 제시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의 진출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 세계적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견실한 발전을 계속하고 있는 아세안의 중요성을 재삼 강조할 필요는 없다. 아세안은 우리에게 제2의 교역 및 건설시장이며, 대(對)아세안 투자는 이미 대중국 투자를 능가하고 있다. 또한 아세안은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이며, 올해 우리 국민들의 아세안 방문은 600만명을 넘어섰다. 아세안의 인프라 분야 수요는 꾸준한 성장세를 반영해 2010년부터 2030년까지 3조 3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아세안 국가들은 우리와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 우리로선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될 것이다. 종합적이고 용의주도한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 관련부처 및 기관 간 협력이 필요하고 공적개발원조(ODA) 사업들도 잘 연계해서 활용해야 한다. 민간 기업들의 진출을 위해서는 실현가능성과 상업성이 있는 사업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불확실성을 변화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국내외 정세의 불확실성 속에 아세안 인프라 프로젝트 진출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종달새에게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종달새에게

    종달새에게(To a Skylark) -퍼시 비시 셸리 …(초략)… 우리는 앞을 보고 또 뒤를 보며, 우리에게 없는 것을 갈망한다: 우리의 가장 진지한 웃음에는 약간의 고통이 배어있고 우리의 가장 달콤한 노래는 가장 슬픈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 비록 우리가 증오와 오만과 두려움을 비웃을 수 있을지라도; 우리가 눈물을 흘리지 않는 물건으로 태어난다 하더라도, 그대의 즐거움에 어찌 근접할지 나는 알지 못하네. 기쁜 소리를 내는 어떤 악기보다도 뛰어나고, 책에서 얻는 어떤 보배보다도 좋네, …(중략)… 그대의 머리가 아는 기쁨의 절반이라도 내게 가르쳐다오; 그러면 내 입에서 흘러나올 조화로운 신기(神氣)에 세계가 귀를 기울이리, 지금 내가 그대에게 귀 기울이듯이. We look before and after, And pine for what is not: Our sincerest laughter With some pain is fraught; Our sweetest songs are those that tell of saddest thought. Yet if we could scorn Hate and pride and fear, If we were things born Not to shed a tear, I know not how thy joy we ever should come near. Better than all measures Of delightful sound, Better than all treasures That in books are found, Thy skill to poet were, thou scorner of the ground! Teach me half the gladness That thy brain must know; Such harmonious madness From my lips would flow, The world should listen then, as I am listening now. * 우리는 앞을 보고 뒤를 보고 또 옆을 보지만, 우리가 찾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도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노력을 그만두면 안 되리. ‘종달새에게’는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퍼시 비시 셸리(1792~1822)가 이탈리아에 머물던 1820년에 완성한 105행의 서정시다. 그의 두 번째 부인 메리와 시골길을 산책하다 영감을 얻어 쓴 시라는데, 그 특별했던 날을 메리는 이렇게 기술했다. “아름다운 여름 저녁이었다. 오솔길을 거닐다 즐겁게 지저귀는 종달새의 합창을 들었다.” 종달새의 노래와 시인의 시를 대비시키며, 인간이 만든 예술작품보다 뛰어난 새의 즉흥적인 음악을 찬양하는 것, 자연 예찬은 낭만주의의 한 특징이다. 낭만주의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시대의 양식으로서 낭만주의는 프랑스 대혁명과 산업혁명이 유럽을 휩쓸었던 1800년에서 1850년 사이에 유행한, 이성보다 감성에 의존하던 예술을 일컫는다. 강렬한 정서와 체험에의 욕구, 모든 억압으로부터의 해방, 개성과 창의력 예찬, 자연숭배가 로맨티스트의 삶의 철학이었다. 셸리는 자신보다 네 살 위인 바이런처럼 당대의 관습을 거스르는 충동적이며 비타협적인 삶을 살았다. 셸리는 1792년 영국의 서섹스에서 2남 4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는 상당한 영지를 소유한 귀족이며 하원의원이었다. 이튼칼리지를 거쳐 셸리는 1810년 옥스퍼드대에 등록했다. 옥스퍼드에서 급진사상에 경도된 그는 1811년에 ‘무신론의 필요성’이란 팸플릿을 익명으로 인쇄해 옥스퍼드대의 교수와 성직자들에게 돌렸다. 유럽문명의 오랜 뿌리인 기독교를 공개적으로 공격한 열아홉살의 청년은 며칠 뒤에 학교에서 쫓겨나고, 아버지와의 관계도 틀어졌다. 옥스퍼드에서 쫓겨난 셸리는 16살의 소녀 해리엇과 눈이 맞아 스코틀랜드에서 살림을 차렸다. 해리엇과 결혼한 그는 저명한 사회주의 철학자 윌리엄 골드윈과 친교를 맺은 뒤 사회개혁의 의지를 담은 시를 쓴다. 골드윈의 딸 메리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 셸리는 1814년 몰래 메리를 데리고 유럽으로 달아난다. 대륙을 여행하다 돈이 떨어진 이들은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다. 그해 11월에 해리엇은 아들을 낳았고, 이듬해 메리 골드윈이 출산한 미숙아는 2주일 지나 사망했다. 1815년 다시 영국을 떠난 셸리와 메리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인 바이런을 만나 가까이 지낸다. 호수에 배를 띄워 놓고 시를 논하다 바이런이 각자 귀신 이야기를 해 보자고 제안했다. 훗날 메리가 발표한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이날의 유령담이 모체가 됐다. 해리엇이 자살을 시도해 그녀의 시체가 런던의 호수에서 발견되고 3주일 뒤에 셸리는 메리와 결혼해 1818년 이탈리아로 이주했다. 1822년 7월 삼십세 생일을 며칠 앞두고 셸리는 폭풍 속에 배를 띄우고 항해하다 익사체로 발견됐다. 배의 이름은 바이런의 작품에서 따온 ‘돈 주앙’이었다.
  • “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개신교, 개혁을 외치다

    “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개신교, 개혁을 외치다

    “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나부터 변하겠습니다”. 한국 개신교계에 나부터 개혁하자는 운동이 거세다. 교단장과 단체장, 신학교 총장들이 종교개혁 500주년(2017년)을 앞두고 한국 교회의 개혁과 변화의 시작을 나로부터 찾자는 범국민 캠페인에 돌입하는가 하면 목회자들이 지도자부터 바뀔 것을 잇달아 천명하고 나섰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한국 교회가 종교개혁 이전 유럽의 타락한 교회의 모습을 닮아 가고 있다는 비판과 관련해 목회자·교회의 제 역할과 지도력 회복 차원에서 분출해 눈길을 끈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에서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범국민 캠페인 ‘나부터 ㅁ’ 캠페인 선포식이 열렸다. 한국 교회 지도자들이 신앙과 윤리적 측면에서 자신을 개혁해 나가고 모든 믿음의 사람들이 성경으로 돌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섬김의 정신을 본받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 24개 교단장과 개신교계 단체장, 신학교 총장들은 선포식을 통해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만 한다’는 종교개혁 정신에 따라 한국 교회에 ‘나부터’라는 구호가 확산되기를 촉구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선포식을 시작으로 각 교회와 성도들이 ‘나부터 ㅁ’ 슬로건 안에 변화와 개혁 의지를 담아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이를테면 ‘나부터 기도하겠습니다’, ‘정직하겠습니다’, ‘난폭운전하지 않겠습니다’처럼 목회자와 신자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향후 1년간 한국 교회와 함께 교회개혁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국방, 체육 등 사회를 향한 범국민 캠페인도 펼쳐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목사는 “1970~1980년대 천주교가 ‘내 탓이오’ 캠페인을 벌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면서 “한국 교회가 개혁되기 위해선 우선 믿는 자가 나부터 개혁해야 하며 이를 기점으로 한국 교회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와 미래까지도 개혁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증경총회장 최성규 목사는 특히 온 나라를 혼란스럽게 한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이렇게 된 데에는 한국 교회의 책임이 크다”며 “구원과 변화, 회개는 ‘나부터’여야 한다. 그런 다음 나눔과 행복은 ‘너부터’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는 지난달 27일 서울 중앙루터교회에서 종교개혁 499주년 기념예배를 올리고 ‘한국 교회에 드리는 제언’과 ‘한국 교회 목회자들에게 드리는 요청’을 나란히 발표했다. 목회자들은 이날 목회자이자 설교자, 전도자, 교회행정가 등 7가지 역할을 언급하며 바른 복음의 정립과 공교회 질서 확립, 섬기는 교회됨에 앞장서자고 다짐했다. 특히 한국 교회 목회자들을 향해 십자가 부활의 참된 복음 선포, 공교회성 회복, 약하고 가난한 자들에 대한 십자가 사랑을 거듭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양무리교회 최부옥 목사는 “지금 한국 교회와 성도가 아브라함의 진정한 후손인가”라고 물으며 “구도자의 한 사람이 될 나부터 모든 변화와 개혁을 위한 일에 동참하자”고 촉구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부총회장 최기학 목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종교개혁을 완성했던 것”이라며 “지금도 그 개혁은 나부터, 우리 교회부터, 우리 교단부터의 정신 위에서 각자가 개혁을 위해 노력할 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욕망의 도구로 변질된 개신교 희생의 신앙으로 되돌아가야”

    “욕망의 도구로 변질된 개신교 희생의 신앙으로 되돌아가야”

    내년 종교개혁 500주년… 본질 되찾아야 기복신앙만 강조하는 거짓 교사들 많아성경으로 돌아가 십자가 가치 일깨울 것 “우리 개신교는 욕망을 충족하는 기복의 도구로 변질됐어요. 기독교는 모든 것을 내놓아 희생하는 자기 부인(否認)의 신앙입니다. 그리스도와 타자 중심으로 십자가를 지는 신앙으로 회귀해야지요.”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가 다음달 1일~12월 13일 진행하는 ‘교회개혁 제자훈련’의 강의를 맡은 오세택(61) 두레교회 담임 목사. 오 목사는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두레교회에서 기자를 만나 “종교개혁의 핵심은 순수한 신앙과 예수님 가르침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종교개혁 500주년을 1년 앞둔 지금 목회자와 장로, 신학계가 개혁의 본질을 제대로 실천하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목사는 2002~2013년 개혁연대 공동대표를 맡았던 목회자. 1998년부터 나눔과 소통을 기치로 내건 ‘개혁주의 교회’로 이름난 두레교회 담임을 맡아 노숙자 쉼터며 굶는 이들을 돕는 운동 등을 펼쳐 오고 있다. 범교회와 사회를 위한 지도자 교육인 제자훈련을 강조해 오래전부터 두레교회 장로들과 함께 성경 공부를 하는 목사로 유명하다. “지도자가 성경의 본질을 모른다면 시각장애인이 시각장애인을 인도하는 꼴이지요. 그렇게 된다면 결국 둘 다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을까요.” 정의와 평화야말로 ‘십자가 부활’의 능력이고 참된 가치인데 지금 목사를 비롯한 개신교계의 많은 지도자들이 기복신앙만 강조하는 ‘거짓 교사’로 살아가고 있다며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둔 지금 개신교계에 요란한 각종 기념행사며 이벤트들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성경을 배제한 채 체제 유지와 목적 달성에 연연하는 풍토를 싸잡아 비판했다. “오직 성경으로 돌아가 성경대로 살자는 종교개혁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면 껍데기에 불과한 구호 외침에 머물 가능성이 크지요.” 오 목사가 천착하는 제자훈련이란 예수님이 12제자를 선택해 집중 훈련을 한 데서 유래한다. 많은 교회들이 앞다투어 제자훈련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젠 그 방향을 틀어야 한단다. “우리 개신교계의 제자훈련은 교회 내부적 측면에 치우친 경향이 짙었어요. 이젠 지역과 역사 속에서 예수님의 희생과 교훈을 실천하는 제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개별 교회를 넘어 전체 교회와 세상을 잘 이끌어 가는 지도자를 양성하자는 것이지요.” “500년 전 칼빈 루터가 내건 으뜸의 표어는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교회가 보여 주고 있는 혼탁하고 모순된 모습은 중세시대보다 훨씬 더하다는 비판이 거세지 않습니까.” 교회의 타락과 오염은 바로 자기중심적인 신앙 탓이 크단다. 그래서 목사와 장로, 신학교부터 성경대로 잘 가르치고 살아 내야 한다는 지론이다. “목사는 항상 나침반처럼 떨어야 한다고 봅니다. 예수님 말씀을 올곧게 지키고 실천하려는 고뇌의 몸부림이라고 할까요. 그러다 보면 교인들이 스스로 본받아 따르지 않을까요.” 개혁연대가 ‘신앙, 질문 앞에 서다’를 주제로 진행하는 이번 제자훈련에서 오 목사는 새맘교회 박득훈(개혁연대 공동대표) 목사와 함께 ‘하나님의 역사로 보는 교회’, ‘교회설계도’, ‘교회 개혁자의 영성’, ‘복음적 사회 참여’를 주제로 강연에 나설 예정이다. “‘일용할 양식 이외에는 내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갖지 못한 사람하고 나누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우리가 사유하고 실천해 내는 것이 한국 교회가 가야 할 길이고, 그것이 죽고 다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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