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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레블 버블에 관광업계 “환영하지만, 규제 더 풀어줘야”

    트레블 버블에 관광업계 “환영하지만, 규제 더 풀어줘야”

    정부가 우리나라와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협정을 맺은 국가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관광업계가 환영 의사를 보이면서도 규제를 좀 더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관광업계를 불러 간담회를 열고 트래블 버블 계획을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황희 문체부 장관을 비롯해 국내 여행사, 호텔, 국적 항공사, 체험관광업체 등 관광업계 관계자 15명이 참석했다. 문체부는 초기 단계에는 방역관리 차원에서 ‘안심 방한 관광상품’ 승인을 받은 업체만 방한 관광객을 단체로 모집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신청서에는 관광객을 상대로 방역지침 교육을 하고, 준수 여부를 확인해 보고하는 ‘방역전담관리사’를 지정하는 등 방역 계획을 담아야 한다. 심사를 거쳐 상품 승인을 받으면 방한 관광객을 본격적으로 모집할 수 있다. 참석자들은 트래블 버블을 단체 관광에만 우선 적용하겠다는 정부 계획과 관련, 개별 여행도 허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단체관광은 전체 여행시장에서 비중이 미미하고, 시급성도 떨어진다는 이유다.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는 “단체 관광 외에 가족 방문이나 비즈니스 여행 등 개별 관광으로 트래블 버블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트래블 버블을 이용하는 관광객이 반드시 받아야 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창희 한국여행업협회장은 “현재 영문 음성 결과지를 받으려면 약 15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올 때와 갈 때 두 번 받으려면 30만원 가까이 들어가 부담이 간다. 방한 관광객을 위한 외국인 전용 PCR 검사 센터도 서울 시내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체부 측은 이런 의견에 대해 “현재 여건에서는 가이드를 동반하고 동선·방역 관리가 가능한 단체여행 상품만 가능하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개인 여행도 풀 수 있을지 고민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또, 현재 인천공항에서 외국인 입국 시 진행하는 PCR 검사에 대해서는 “현재 입국자들이 모두 PCR 검사를 자비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행객만 이 부담을 덜어줄 수는 없다”고 했다. 외국인 전용 PCR 검사 센터 설립에 대해서는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면 고려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따로 센터를 만들 정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황 장관은 이날 “철저하게 방역을 관리해 해외 관광객이 한국에서 안심하고 안전하게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정부와 관광업계가 긴밀하게 협력해 코로나19 이전보다 더욱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세종학당, 올해 5개국에 새로 생겨...전 세계 234개소

    세종학당, 올해 5개국에 새로 생겨...전 세계 234개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현지에서 알리는 세종학당이 올해 26개소 추가된다. 세종학당은 이에 따라 전 세계 82개국 234개소로 늘었다.(사진)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새로 지정한 세종학당 지정 18개국 26개소를 발표했다. 모로코, 탄자니아, 볼리비아, 슬로베니아, 네팔 5개국에 처음으로 세종학당이 들어선다.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최근 공식 채택한 베트남과 장교 양성 군사학교에서 한국어를 정식 외국어 과목으로 채택한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올해 5개소씩을 추가 운영한다. 올해 신규 세종학당 공모에는 43개국 85개 기관이 신청해 경쟁률 3.3대 1을 기록했다. 세종학당은 2007년 3개국 13개소로 처음 시작했다. 문체부와 세종학당재단은 내년까지 전 세계 세종학당 270개소로 확대하고, 맞춤형 현지화 교원 파견을 확대하고 현지교원 양성 과정을 운영한다. 세종학당 문화강좌를 통한 문화교류 활성화, 최신 정보기술을 활용한 국가별 특화 학습 콘텐츠 개발에도 나설 예정이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신규 지정 발표 이후 올해 새롭게 지정된 세종학당 운영기관인 인도 힌두스탄 과학기술대와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에 축하와 격려의 뜻을 전했다. 황 장관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세계인들이 한국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한 번 영웅은 언제나 영웅” 월드컵 스타 유상철 애도 물결(종합)

    “한 번 영웅은 언제나 영웅” 월드컵 스타 유상철 애도 물결(종합)

    유상철 전 감독, 췌장암 투병 끝 숨져밤늦은 시간에도 조문객 발길 이어져월드컵 ‘4강 영웅’들도 마지막 길 지켜“한국 축구 발전 위해 할 몫 많은데…” 췌장암과 싸우던 ‘2002 한일 월드컵 영웅’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50세에 세상을 떠나자 애도가 이어졌다. 한일 월드컵 당시 함께했던 ‘4강 영웅’들도 한걸음에 빈소로 달려왔다. 7일 오후 유 전 감독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밤늦은 시간임에도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유 전 감독과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함께 썼던 황선홍 전 대전하나시티즌 감독,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 이천수 대한축구협회 사회공헌위원장,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등도 모여들었다. 유 전 감독의 건국대 선배이자 대표팀 선배이기도 했던 황 전 감독은 “많이 믿고 따랐는데 미안하다. 잘 챙겨주지도 못했다”며 “젊은 나이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는데 좋은 데 가서 편안히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전 감독도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해줘야 할 몫이 많은 친구인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김도훈 전 울산 현대 감독, 이임생 전 수원 삼성 감독, 성남FC 골키퍼 김영광 등도 직접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김영광은 “국가대표팀에서 막내일 때 같은 방을 쓰기도 했다. 형님이 제게 해주신 것들을 본받아 후배들에게도 베풀려고 했다”며 “영정 사진에 너무 활짝 웃고 계셔서 더 안타깝다”고 했다.축구계 안팎은 슬픔에 빠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 공식 계정에 유 전 감독의 선수 시절 국가대표 경기 출전 사진과 함께 “한 번 월드컵 영웅은 언제나 월드컵 영웅”이라는 추모 메시지를 올렸다. 인천 구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당신의 열정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편히 쉬소서”라고 올렸고, 2011년 유 전 감독이 프로 사령탑으로 첫 발을 내디딘 팀인 대전하나시티즌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썼다. 전 국가대표팀 주장인 기성용은 인스타그램에 “한국 축구를 위해서 많은 수고와 헌신을 해주신 유상철 감독님, 뵐 때마다 아낌없는 조언과 걱정을 해주셨던 그 모습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국가대표 출신 골키퍼 정성룡도 트위터에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하신 유상철 선배님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올렸다.축구계 넘어 이승엽·유승민도 애도 메시지 축구계를 넘어 다른 종목의 스타들도 애도했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인스타그램에 “유상철 선수가 국민에게 보여주신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그 곳에선 아프지 마세요”라고 썼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도 페이스북에 “편히 쉬십시오”라고 적었다. 앞서 유 전 감독은 인천 사령탑에 있던 2019년 10월 황달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췌장암 4기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다. 유 전 감독은 7일 오후 7시쯤 서울 아산병원에서 숨졌다. 현역 시절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였던 유 전 감독은 울산 현대와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 가시와 레이솔(일본)을 거치며 12년간 프로 생활을 한 후 2006년 울산에서 은퇴했다. 특히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선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끈 대표팀의 주축으로 ‘4강 신화’를 이끈 뒤 히바우두(브라질), 미하엘 발라크(독일) 등과 대회 올스타 미드필더 부문에 뽑히기도 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황진희 경기도의원, 토론으로 마음을 여는 토요학교 개교식 참석

    황진희 경기도의원, 토론으로 마음을 여는 토요학교 개교식 참석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부위원장 황진희 의원(더불어민주당·부천3)은 지난 5일 부천 꿈의학교 ‘토론으로 마음을 여는 토요학교(토마토)’ 5기 개교식에 참석해 학생들을 격려했다. 이날 개교식에는 황진희 부위원장님을 비롯한 김환석 부천 부천시의원, 서강진 열린신용협동조합 이사장, 토마토 학교 졸업생 등이 참석했다. 부천 꿈의학교 ‘토론으로 마음을 여는 토요학교’는 학생이 찾아가는 꿈의학교로, 지난 5년간 토론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면서 매년 ‘학생 주도 기획 토론 프로젝트’를 열고 부천 지역 학생 참여자들과 함께 기획 토론회를 운영하고 있는 부천 지역의 대표적인 꿈의학교 중의 하나다. 토마토 학교 졸업생은 “토론은 각자가 서로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는 과정이었고, 그 과정을 통해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이날 참석한 신입생들에게 과정을 즐기는 자세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황진희 부위원장은 “꿈의학교는 마을과 학교를 이어주는 다리로써 학생들이 꿈을 위해 도전하고 상상력을 키우면서 스스로 답을 찾아가며 성장하는 과정 자체가 매우 소중하다”며 매년 학생들을 위한 마을 교육을 운영해 온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또한 황 부위원장은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사회를 준비하기 위해서 학생들의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이 중요한 역량이며 토론 교육이 그 역량을 키우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꿈의학교의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의원으로서 지원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히며 개교식을 마무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대인데 화이자 예약 성공” 온라인 예약 성공기 봤더니…

    “20대인데 화이자 예약 성공” 온라인 예약 성공기 봤더니…

    대기업 20대 직원들 화이자 접종예약“잘못된 예약 모두 취소 예정” 대기업에 다니는 20대 직원들이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시스템을 통해 화이자 백신 접종 예약에 대거 성공했다. 접종 대상도 아닌데 접수가 되면서 소셜 미디어 공간에 ‘예약 성공기’가 속속 올라오자 20대 직장인들의 예약 시도가 잇따르면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의 20대 직원들이 이날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시스템을 통해 화이자 백신 접종을 예약했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에서 ‘성공기’ 잇따라 대기업에 다니는 20대 A씨는 이날 오전 화이자 백신 예약에 성공해 이달 18일 서울 은평구의 한 의료기관에서 1차 접종이 진행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A씨는 예약번호도 받았으며 2차 접종 날짜까지 확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상반기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A씨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의 젊은 직원 중에서도 예약자가 대거 나왔다. 이처럼 주변에서 예약 성공기가 나돌자 젊은 직장인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너도나도 예약 시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사내 의료기관 종사자 입력과정서 오류…잘못된 예약 모두 취소 예정” 이런 예약 오류는 사전예약 시스템에 ‘예약 가능 명단’이 잘못 들어갔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은 이날부터 15일까지 30세 미만의 의료기관 종사자, 경찰·소방 등 사회필수인력 등을 위해 화이자 백신 접종을 예약받고 있다. 이들은 원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였으나 ‘희귀 혈전증’ 발생 우려가 제기되면서 접종 대상에서 빠져 화이자 백신을 맞게 됐다. 접종 기간은 오는 15∼26일이다. 그런데 당국이 대기업의 사내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30세 미만 종사자의 명단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의료기관 종사자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을 이용했던 회사 직원들 명단도 일부 포함해 입력하면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당국은 우선 접종 대상자가 아닌 20대의 예약을 취소하는 조치에 들어갔다. 황호평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시행1팀장은 “건강보험공단이 추진단에 제출한 자료를 확인해보니 일부 기업의 사내 병원이 일반 사원을 종사자처럼 올려둔 경우가 있어 발생한 문제”라며 “받은 명단에서 해당 문제점을 파악해 조치 중이다. 해당 기업의 사원들은 백신 예약에 성공했더라도 접종 대상이 아니므로 취소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발바닥 다 닳은 등산화 한 켤레와 시인은 늘 사람을 향해 걸었다

    발바닥 다 닳은 등산화 한 켤레와 시인은 늘 사람을 향해 걸었다

    국토서시 발바닥이 다 닳아 새살이 돋도록 우리는 우리의 땅을 밟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숨결이 다 타올라 새 숨결이 열리도록 우리는 우리의 하늘 밑을 서성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야윈 팔다리일망정 한껏 휘저어 슬픔도 기쁨도 한껏 가슴으로 맞대며 우리는 우리의 가락 속을 거닐 수밖에 없는 일이다 버려진 땅에 돋아난 풀잎 하나에서부터 조용히 발버둥치는 돌멩이 하나에까지 이름도 없이 빈 벌판에 빈 하늘에 뿌려진 저 혼에까지 저 숨결에까지 닿도록 우리는 우리의 삶을 불지필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숨결을 보탤 일이다 일렁이는 피와 다 닳아진 살결과 허연 뼈까지를 통째로 보탤 일이다‘곡성 동리산 계곡 작은 집에/ 등산화 한 켤레/ 업어가도 모를 수면 중이다/ 기골이 장대한 데다가/ 걸음 또한 느긋한 법이 없어/ 멀찌감치 앞서만 갔으니/ 주인 잘못 만나 고생이 역력하다/ 불의는 걷어차고/ 모종의 감시도 피해/ 산에라도 들어야지/ (중략)험준한 산을 넘어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울컥해지는/ 어느 시인의 등산화/ 스무 해째 잠에서 깨지 않고 있다’(황형철 시 ‘등산화 한 켤레’) 한 켤레의 등산화로 남은 시인이 있다. 아니 시인은 죽어서 전남 곡성 태안사 마당 어귀에 등산화 한 켤레를 남겼다. 대쪽 같은 성정으로 정의와 ‘사람’을 말하고, 많은 이들을 진한 형제애로 대했던 시인 죽형 조태일의 이야기다. 시인은 1941년 태안사 대처승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다른 형제들의 이름과는 달리 태안사(泰安寺)의 태(泰)자를 따서 ‘태일’이라는 큰 이름을 지어 주었다. 훗날에 큰스님이 되라는 뜻이었다. 이름의 일화에 관해 어느 인터뷰에서 시인은 “아버지의 바람대로 스님이 되지 못하고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이나 보편적인 정서를 노래하는 시인이 되고 말았지만 문학이나 종교가 다 같이 인간을 위한 것에 최종목표를 둔다고 볼 때, 아버지의 바람과 나의 길이 그렇게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소회했다. 태안사 바로 아래에서 살던 시인의 가족들은 1948년에 발발한 여순사건을 계기로 졸지에 광주로 내몰리게 된다. 가족 모두가 생계를 위해 밥벌이를 해야 했지만 유독 머리가 좋고 공부를 잘했던 조태일은 수재들만 진학한다는 서중학교를 졸업하고 광주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가 고등학생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행상을 하던 큰누나의 한 살배기 조카가 병과 굶주림을 이기지 못하고 죽는 것을 보고는 시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어린 조카의 영혼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문학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시를 썼다는 그는 고3 때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다시 포도에서’가, 경희대 국문과 2학년 땐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아침 선박’이 당선됐다 ‘아침 바다는 예지에 번뜩이는 눈을 뜨고/ 끈기의 저쪽을 달리면서// 시대에 지치지 않고, 처절했던 동반의 때에/ 쓰러진 시간들을 하나씩 깨워 일으키고/ 저, 넘쳐나는 지평의 햇살을 보면/ 청명한 날에 잠깨는 출항.’(조태일 시 ‘아침 선박’ 중)1965년부터 조태일은 첫 시집 ‘아침 선박’을 필두로 두 번째 시집 ‘식칼론’과 세 번째 시집 ‘국토’를 출간했다. 그러나 신동엽 시인의 전집과 함께 ‘국토’가 신군부로부터 판매 금지 조치를 당했다. 1974년에 문인들과 함께 뜻을 모아 표현의 자유와 민주화 쟁취를 위해 자유실천문인협의회(자실위)를 창립한 이유다. 자실위 창단에 앞서 월간 시전문지인 ‘시인’을 창간해 김지하·양성우·김준태 시인을 발굴하는 데 앞장섰다. 그 시인들의 저항정신이 조태일 시인의 ‘시와 삶의 정의’와도 맞닿아 있었지만 이는 곧 당국으로부터 폐간조치를 당하는 빌미가 됐다. 저작들이 줄줄이 판금 되고, 잡지 ‘시인’이 폐간되자 조태일은 한동안 시를 세상에 내놓지 않는다. ‘발바닥이 다 닳아 새살이 돋도록 우리는/ 우리의 땅을 밟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숨결이 다 타올라 새 숨결이 열리도록 우리는/ 우리의 하늘 밑을 서성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야윈 팔다리일망정 한껏 휘저어/ 슬픔도 기쁨도 한껏 가슴으로 맞대며 우리는/ 우리의 가락 속을 거닐 수밖에 없는 일이다// 버려진 땅에 돋아난 풀잎 하나에서부터 조용히 발버둥치는 돌멩이 하나에까지/ 이름도 없이 빈 벌판에 빈 하늘에 뿌려진/ 저 혼에까지 저 숨결에까지 닿도록// 우리는 우리의 삶을 불지필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숨결을 보탤 일이다/ 일렁이는 피와 다 닳아진 살결과/ 허연 뼈까지를 통째로 보탤 일이다’(조태일 ‘국토서시’) 이 시를 쓴 시인이 직접 겪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이야 오죽했을까. 조태일은 계엄해제를 촉구한 지식인 124명 서명에 참여하고 그해 5월 17일 신군부의 예비검속에 걸려 구속 수감됐다. 두 달 후엔 계엄법 및 포고령 위반으로 보통군법회의와 고등군법회의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그는 주변에서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국가 보상금을 신청하라고 권했지만 일축했다고 한다. “그때 죽은 사람도 있어. 내가 무슨 일을 했다고, 유공자 신청을 해. 다시는 내 앞에서 그런 이야기 꺼내지도 말어.” 그리하여 조태일의 사후에 지인들과 유족들이 자료를 모아서 사후 유공자 등록을 추진했고, 2000년 12월에 5·18 민주 유공자로 정식으로 등록돼 경기도 용인에 묻혀 있던 그의 유택을 광주 망월동 5·18 묘지로 이장했다.조태일은 옥고와 관련해 “살면서 정식 구속만 3번이었고, 경찰서를 드나든 것은 수십 차례”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독재 정권 아래 저항하다 구속된 문인 가족들의 생계를 걱정하며 리어카에 쌀 한 가마니를 실어 주기를 마다하지 않았고, 겨울이 되면 그 가족들의 추위마저 걱정해 남몰래 겨울 외투를 사입히고 돌아오곤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다 집의 생계를 책임져 주던 아내의 역할이 컸다며 자신의 발자취를 모두 다 아내의 은덕으로 돌렸다. 조태일의 시는 독재에 항거하는 모습과 민중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담은 것만이 아니라 ‘자연’에도 깊게 뿌리를 두고 있다. “현실 쪽으로 지나치게 촉수를 들이밀다 보니 자연이 삶의 보고라는 사실을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회고로 자연을 노래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현실과 잠시 거리를 두고자 시를 통해 자연으로 들어간 듯했지만 그때에도 그는 김준태 시인과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오페라 극본 ‘무등 둥둥’을 공동집필했다. 시인과 자실위,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초대 상임이사이기도 했지만 그는 ‘스승’이었다. 광주대 문예창작학과의 교수로 재직하며 초대 예술대학장을 지냈다. 매년 조태일시문학관에서 조태일 문학 축전을 개최하는 그의 제자들은 한결같이 조태일 시인을 ‘스승’이라 부르며 애틋한 마음을 전한다. 시인 황형철은 “선생님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술자리 에피소드를 빼놓을 수가 없다. 수업이 끝나면 시작된 술자리는 저녁에서 밤으로 이어져 새벽 두어 시는 돼야 끝났는데 그 이후로 운동을 하자며 새벽 5시 광주대 정문으로 나오라는 엄포가 떨어지기 일쑤였다”고 전해왔다. 시인의 제자들은 늘 가난한 학생들의 밥과 술을 가장 먼저, 제일 많이 사주기를 서슴지 않는 스승에게 졸업 사은회 선물로 단골 호프집의 선불 영수증을 건넸다고도 한다. 그 스승의 그 제자들이라고나 해야 할까. 사은회 선물이랍시고 내민 영수증을 들고 스승과 제자가 시와 삶, 세상을 논하며 또 같은 자리에서 그 금액의 절반 가까이를 마셔 버렸다고 했다. 황 시인은 또 그것이 선생의 병세를 재촉한 것 같아 늘 마음에 걸린다고도 했다. 앓아누워 있으면서도 가난한 자취생에게 시집과 고등어를 사서 내미는 스승의 손이라니. 제주 조천에서 ‘시인의 집’을 운영하고 있는 손세실리아 시인 역시도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시도, 시인의 집도 없었을 것”이라는 말을 전해왔다. 제자들에게는 한없이 자애로웠고, 세상의 불의에는 대나무처럼 올곧았던 시인이 아직도 세상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 같은 까닭이 바로 이들의 대답이 아닐까.조태일시문학기념관의 이해영 관장은 혼자 매일 이곳 산문의 문을 여닫는 것이 하나의 수행처럼 느껴진다고도 했다. 태안사와 시문학관의 대문이 같다. 일주문을 시문학관의 대문으로 쓰고 있는 셈이다. 관장은 눈발을 뚫고, 비바람을 맞으며 조태일 시인의 발자취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단 하루도 이곳의 문을 닫을 수 없다고 했다. 자신이 있는 동안은 끝내 이 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 시문학관에는 늘 태안사에 묻히기를 희망했다던 시인의 유택 대신 생전의 그가 지니고 썼던 모든 것들을 옮겨다 놨다. 주민등록증과 수첩, 장서들을 비롯해 그가 늘 신고 다녔던 등산화까지도 그곳에 자리했다. 치열한 삶과 시에 관해 가졌던 태도들이 그가 남긴 것들로 대변되는 공간,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오롯하게 모여 있는 장소다.맨몸으로 있는 힘껏 ‘국토’를 돌아보느라 금세 낡아버린 등산화와 그의 시들은 여전히 세상의 빛으로 누군가의 눈을 밝힌다. 이것은 스승이자 시인이었던 한 사람이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발자국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바로 우리가 살면서 언젠가 한 번은 꼭 곡성의 조태일시문학관에 들러 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설가 이은선
  • 출산·병역 이해하지만… 취업문 앞에선 “우리가 손해”

    출산·병역 이해하지만… 취업문 앞에선 “우리가 손해”

    20대男, 女보다 젠더 이슈에 관심 많아군필자 “스펙 기회 빼앗겨 박탈감 커”이대녀 62% “전역자에 대한 보상 필요”이대남 81% “여성, 출산·육아로 손해” 남녀 모두 상대방 성별이 “취업에 유리”10명 중 8명 “나와 같은 성별 차별 존재”“한쪽만 옹호하는 제도는 거부감 들어성별 떠나 능력 키울 토대 마련해줘야”‘이대남’(20대 남성의 줄임말)이라고 육아와 출산의 고단함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20대 남성 10명 중 8명은 여성이 육아와 출산으로 손해를 본다고 생각했고, 사회적 보상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10명 중 9명이었다. ‘이대녀’(20대 여성의 줄임말)도 마찬가지다. 20대 여성 10명 중 7명은 남성이 병역 의무로 손해를 본다고 생각했다. 10명 중 6명은 전역한 남성에게 사회적 보상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젠더 갈등’의 평행선일 것만 같았던 육아·출산, 군 문제에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젠더 갈등의 골은 깊었다. ‘생존’ 영역인 취업의 문제에선 20대 남녀의 견해차가 확연했다. 남녀 모두 2명 중 1명은 어느 성별도 취업에 유리하지 않다고 답했지만, 남성과 여성 모두 다른 성이 취업에 유리하다고 답했다. 또 남녀 각각 본인들이 다른 성보다 더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20대 남녀는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다가도, 이해관계나 생존의 문제 앞에선 같은 성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다. 특히 20대 남성은 여성보다 젠더이슈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며, 온·오프라인에서 더 적극적으로 젠더이슈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남성 절반 이상 온·오프라인서 의견 표현 서울신문과 성균관대 학보사인 성대신문은 지난달 21~24일 전국 20대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20대의 젠더 갈등 인식’을 주제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국 주요 대학 재학생 커뮤니티 22곳에 설문조사를 요청해 성별로는 남성 241명(40.2%), 여성 342명(57.0%), 논바이너리(스스로 어느 성별도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 17명(2.8%) 등이 참여했다. 응답자 평균 나이는 22.5세다. 실제로 20대 남성이 여성보다 젠더이슈에 더 관심이 많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젠더이슈에 관심이 많다’고 답한 20대 남성은 69.6%로 여성(61.9%)보다 7.7% 포인트 더 많았다. 20대 남성은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여성보다 젠더이슈에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온라인에서 젠더이슈 의견을 표현한 적 있다고 응답한 20대 남성은 52.2%로 여성(43.7%)보다 8.5% 포인트 더 높았고, 오프라인에서 남성(61.7%)은 여성(57.9%)보다 3.8% 포인트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대학생 이정수(가명·21)씨는 ‘젠더 이슈’에 관심이 많다. 특히 군대를 다녀오면서 관심이 많아졌다. 여자친구들은 ‘스펙’을 쌓을 여유와 시간이 있는데 자신은 뭔가 뒤처졌다는 느낌을 받았고, 여성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도 커졌다. 최근엔 부실한 군대 급식 문제도 이슈가 되다 보니 남성이 왜 이런 대접까지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남성에게만 이익을 주는 제도가 거부감이 들듯 여성의 이익만을 옹호하는 제도 역시 반대한다”며 “여성할당제를 시행하기보단 실력이 부족하다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능력을 키워 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게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Z세대 공정·실력 중요… 사회구조도 한몫 사회학자들은 이대남 현상에 대해 ‘공정’과 ‘실력’을 중요시하는 Z세대의 성향도 있지만 사회·경제적 불평등 구조도 중요한 배경이라고 강조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이 어려운 까닭은 기업이 채용을 줄였기 때문인데 남성은 여성이 자신의 일자리를 뺏어 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개인의 인식은 자신의 체험과 연관돼 있는데, 실은 여성도 피해자고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약자인 만큼 여성이 결혼·출산으로 직장에서 차별받는 경험을 하게 되는 30~40대가 되면 이러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20대 남녀가 서로의 처지를 완전히 모르는 건 아니다. 육아·출산과 군 문제에 대해선 서로의 처지를 공감했다. 남성 응답자 81.7%는 여성이 육아·출산으로 손해를 본다는 것에 동의했고, 86.5%가 사회적 보상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여성 응답자 66.6%도 남성이 병역 의무로 손해를 본다는 것에 동의했다. 전역자에 대한 사회적 보상과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응답도 62.2%였다. 김학연(22·전남대)씨는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읽은 후, 82년생이었던 이모가 경력 단절로 직종을 아예 옮긴 것을 보고 (육아·출산이 직장에 영향을 준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회사 입장에선 육아·출산이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 직원 채용에 고려사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예은(23)씨는 “20대는 사회 초년생으로서 사회적 입지를 다지는 시기인데 주변 남자친구들을 보면 군 생활 2년은 입지를 다지는 데 제약이 되는 것 같다”면서 “군 처우에 대한 말도 많이 나오는 만큼 사회적 보상이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 대상 성범죄 심각”… 女 82%·男37% 다만 취업의 문턱에선 사정이 달랐다. 자신의 성별이 취업에서 더 불리하고, 다른 성별이 취업에서 더 유리하다고 봤다. ‘취업에서 여성이 유리하다’고 응답한 20대 여성은 3.1%에 그쳤고, ‘남성이 더 유리하다’는 47.4%, ‘누구에게도 유리하지 않다’ 49.5%였다. 남성 응답자의 경우 ‘남성이 유리하다’는 답변은 13.5%이지만 ‘여성이 유리하다’ 29.1%, ‘누구에게도 유리하지 않다’는 57.4%였다. 익명을 요구한 20세 여성은 “한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했을 때 당시 사수가 성별로 차별을 많이 받았다는 얘기를 내게 했다”며 “기업은 이윤 추구가 목적인데 사장이라면 당연히 남자를 뽑지 않겠느냐는 기사 댓글들을 보고서 여성이 더 취업에 불리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성차별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남녀가 분명하게 나뉘었다. 20대 남성은 81.3%가 우리 사회에 남성차별이 있다고 답하였지만, 여성차별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69.6%로 더 적었다. 여성은 81.1%가 여성차별이 있다고 답했지만, 남성차별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3.6%였다. 여성대상 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도 엇갈렸다. 해당 범죄가 심각하다는 데 여성은 82.6%가 ‘그렇다’고 답했다. 남성 중 동의한 비율은 37.8%에 그쳤다. 김지숙(가명·25)씨는 “5년 전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처럼 힘이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행위가 분명히 발생함에도 남자들은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있다”며 “남성차별도 있지만, 여성이 가하는 차별인가는 생각해 볼 문제다. 남성 집단 내에서 발생하는 권력은 남성 차별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지훈(가명·24)씨는 “성차별은 개별적으로 발생하지만 그럼에도 법과 제도는 항상 여성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다”며 “여성이 성범죄를 저지르면 언론에서도 쉬쉬하고 처벌이 약하지만, 남성이 성범죄를 저지르면 대서특필되고 상대적으로 높은 처벌을 받는다”고 말했다. ●10명 중 3명 “젠더갈등에 상대 성별 반감” 젠더갈등으로 다른 성별에 반감이 생겼다는 이들도 10명 중 3명(남성 33.0%, 여성 33.7%)이었다. 박준수(25)씨는 “소논문을 작성하는 한 수업시간에 여학우가 저출산이 성차별적 의미를 담고 있으니 저출생으로 바꾸자고 했다. 맞다 아니다 평할 수는 없지만, 이런 주장은 받아들이기가 어렵고 외려 반감만 생긴다”며 “취업 공고에 여성할당제가 쓰여 있으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권에서 ‘이준석 돌풍’이 일어나면서 오히려 청년들이 이야기할 공간이 커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 “이참에 다양한 남녀 청년들이 정치의 장으로 들어가 다양한 목소리를 내면 젠더갈등을 치유할 기회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또 “청년들이 남녀로서 당면한 문제를 바라보기보단 성별을 제외한 일반 청년으로 젠더 문제를 바라보면 갈등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김이화(경제학과 3학년)·신재우(경영학과 4학년) 황여준(중어중문학과 2학년) 성대신문 기자
  • [단독] 근무·거주지 일치 소방관 15%뿐… 英은 도심 공공주택 제공

    [단독] 근무·거주지 일치 소방관 15%뿐… 英은 도심 공공주택 제공

    경기 북부에 사는 소방관 황모(44)씨는 호우나 폭설 때는 지각 악몽을 꾼다. 서울 제1권역(서북)에 위치한 소방서까지의 직선거리는 29㎞. 주간 근무 출근 시간인 오전 9시보다 1시간 30분 일찍 집을 나서도 발을 동동 구를 때가 많다. 황씨는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곳에 집이 있는 상황 때문에 비상 ‘응소’(긴급출동 소집에 응하는 것)에 늦을까 걱정한다”고 했다. ●대형화재·재난 땐 모든 대원 긴급호출 황씨처럼 서울 밖에서 서울 시내 소방서로 출근하는 소방관은 몇 명일까. 서울신문이 서울시 소방행정과에 청구한 정보공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서울 근무 소방관 6612명(4월 현재 기준) 가운데 서울 밖 거주 인원은 2929명으로 전체의 44.3%에 달했다. 서울 외 거주 소방관 비율이 절반이 넘는 서울 소방서는 전체 24곳 중 7곳으로 구로(69.2%), 강서(62.1%), 양천(60.4%), 서초(57.7%), 영등포(56.8%), 은평(55.2%), 마포(52.1%) 순이다. 서울 4개 소방권역 중 제3권역(강서·영등포·구로·관악·양천·동작)이 서울 밖 거주 소방관 비율이 가장 높았다. 장거리 통근 소방관의 문제는 재해·재난 등 비상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필수 인력이 비싼 도시 거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변두리로 밀려나는 상황은 공공 안전 문제와 연결된다. ●부랴부랴 100㎞ 달려가도 이미 상황 종료 출근만 2시간이 걸리는 A(34) 소방관은 “비상소집에 급하게 택시를 타고 가던 길에 상황이 종료된 경험이 있다”고 씁쓸해했다. 강남 지역 소방서에 근무하는 B(40) 소방관은 출근 거리만 100㎞에 달한다. 그는 “은행 대출 규모에 맞추다 보니 서울 밖 집만 가능했다”며 “주간 근무 때 통근만으로 지치는 건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이 취재한 소방관들에 따르면 장거리 통근자의 지각 사태는 생각보다 빈번하다. 별도의 대체 인원이 없어 앞 순번 근무자가 연장 근무를 하지만 화재 발생 시 출동 인원도 부족해진다. ●외곽으로 밀려난 필수인력, 공공안전과 직결 강북에서 경기도로 통근하는 C(30) 소방관은 지난 4월 남양주시 다산동에서 발생한 주상복합건물 화재 때 2시간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화재 발생 시간은 오후 4시 30분. 소방 당국은 18분 뒤 비상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소방차 등 장비 80대와 인력 400명이 투입됐다. 2단계의 경우 인근 소방서 소방인력 전원이 비번에 상관없이 긴급 소집에 따라야 한다. 당일 비번이었던 C 소방관은 오후 4시 50분 집에서 ‘남양주시 다산동 주상복합건물 화재 대응 2단계 발령. 즉각 소집’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30㎞ 거리의 소방서로 향했다. 근무 중인 소방관들이 펌프차로 먼저 출동했다. C 소방관은 비번 소방관들이 모여 현장으로 가는 지원 버스도 놓쳤다. 그가 주상복합건물 화재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50분. 이미 소속 소방서 근무조가 진화 작업에 투입된 뒤였다. 통상 화재 진압 때 착용하는 산소통은 30분만 지속돼 근무조별로 교대 투입된다. 비상소집에 늦은 팀원이 많아질수록 다른 소방관들의 화재 진압 투입 횟수가 늘어나는 구조다. C 소방관은 숨 돌릴 새 없이 산소통을 메고 건물 내부로 향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현장 도착까지 2시간이나 지연돼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고 했다. 부모와 함께 사는 C 소방관은 연고지인 서울이 아닌 경기 소방에 지원해 근무 중이다. 그는 “소방관 월급으로 서울에서 집을 사고 생활하는 게 어렵다고 느껴 처음부터 경기 소방에 지원했다”며 “이제는 경기도 집값도 너무 올라 허탈하다”고 했다. 소방관들은 서울 안에서도 외곽 거주자가 많다. 서울 근무 소방관이 가장 많이 사는 자치구는 노원구(577명), 강동구(318명), 강서구(226명) 순이다. 근무 소방서와 거주 지역이 일치하는 소방관은 전체 6612명 중 1005명(15.2%)이었다. D 소방관은 “서울에서는 근무지 인근에 살기가 어렵다. 동료 소방관 상당수가 왕복 2~3시간 통근을 당연하게 여긴다”며 “화재·재난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소방관 장거리 통근 대책으로 ‘근무희망 소방관서 배치’ 제도를 꼽는다. 그러나 현장 소방관들의 얘기는 다르다. B 소방관은 “서울 밖에 살면 그나마 지하철역과 가까운 소방서를 신청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소방청 직장협의회 대표인 이기열 소방경은 “경기도 통근자들이 신청하는 관할 지역들이 편중돼 다 수용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1인당 9000만원 한도의 소방공무원 전세자금대출이 2018년부터 운용되지만 한 해 대출 규모는 50여명에 불과하다. 권오범 서울 소방재난본부 경리팀 소방교는 “예산은 한정돼 있고 경쟁률이 높아 신혼부부나 무주택자에게 우선순위를 준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들도 소방·치안 등 사회 필수인력의 직주근접 해법 마련에 부심한다. 급여만으로 도심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외곽의 열악한 곳에 거주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집값과 물가가 비싸기로 악명 높은 영국 런던은 매년 소방관과 경찰에 제공하는 도심 내 ‘소셜하우징’(공공지원주택) 규모를 확대한다. 런던 시장은 지난 3월 모든 사회 필수인력에게 시장가보다 싸게 주택을 구입·임대할 수 있는 우선권을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본의 도쿄도 관할도 워낙 넓고 집값이 비싸 기숙사와 같은 주거 공간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최근 불거진 세종시 공무원의 특공제도처럼 국민들의 부동산 예민도가 높아 소방관들의 장거리 통근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서울 소방관 근무 방식 서울 소방관들은 ‘21주기’로 주간(5일 연속), 비번(주말), 야간·비번(6일 연속), 당번·비번, 야간·비번(4일 연속), 당번·비번 순으로 교대가 이뤄진다. 주간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야간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다. 재해·재난 상황에 대한 소방 비상대응 단계는 1~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관할 소방서 소속 인력 전체가 출동하고 2단계 발령 때는 사고 발생지점 인근 소방서의 소방 인력과 장비가 모두 동원된다. 3단계는 전국 여러 시도의 소방력이 총동원된다.
  • [단독] 근무·거주지 일치 소방관 15%뿐… 英은 도심 공공주택 제공

    [단독] 근무·거주지 일치 소방관 15%뿐… 英은 도심 공공주택 제공

    경기 북부에 사는 소방관 황모(44)씨는 호우나 폭설 때는 지각 악몽을 꾼다. 서울 제1권역(서북)에 위치한 소방서까지의 직선거리는 29㎞. 주간 근무 출근 시간인 오전 9시보다 1시간 30분 일찍 집을 나서도 발을 동동 구를 때가 많다. 황씨는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곳에 집이 있는 상황 때문에 비상 ‘응소’(긴급출동 소집에 응하는 것)에 늦을까 걱정한다”고 했다. ●대형화재·재난 땐 모든 대원 긴급호출 황씨처럼 서울 밖에서 서울 시내 소방서로 출근하는 소방관은 몇 명일까. 서울신문이 서울시 소방행정과에 청구한 정보공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서울 근무 소방관 6612명(4월 현재 기준) 가운데 서울 밖 거주 인원은 2929명으로 전체의 44.3%에 달했다. 서울 외 거주 소방관 비율이 절반이 넘는 서울 소방서는 전체 24곳 중 7곳으로 구로(69.2%), 강서(62.1%), 양천(60.4%), 서초(57.7%), 영등포(56.8%), 은평(55.2%), 마포(52.1%) 순이다. 서울 4개 소방권역 중 제3권역(강서·영등포·구로·관악·양천·동작)이 서울 밖 거주 소방관 비율이 가장 높았다. 장거리 통근 소방관의 문제는 재해·재난 등 비상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필수 인력이 비싼 도시 거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변두리로 밀려나는 상황은 공공 안전 문제와 연결된다. ●부랴부랴 100㎞ 달려가도 이미 상황 종료 출근만 2시간이 걸리는 A(34) 소방관은 “비상소집에 급하게 택시를 타고 가던 길에 상황이 종료된 경험이 있다”고 씁쓸해했다. 강남 지역 소방서에 근무하는 B(40) 소방관은 출근 거리만 100㎞에 달한다. 그는 “은행 대출 규모에 맞추다 보니 서울 밖 집만 가능했다”며 “주간 근무 때 통근만으로 지치는 건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이 취재한 소방관들에 따르면 장거리 통근자의 지각 사태는 생각보다 빈번하다. 별도의 대체 인원이 없어 앞 순번 근무자가 연장 근무를 하지만 화재 발생 시 출동 인원도 부족해진다. ●외곽으로 밀려난 필수인력, 공공안전과 직결 강북에서 경기도로 통근하는 C(30) 소방관은 지난 4월 남양주시 다산동에서 발생한 주상복합건물 화재 때 2시간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화재 발생 시간은 오후 4시 30분. 소방 당국은 18분 뒤 비상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소방차 등 장비 80대와 인력 400명이 투입됐다. 2단계의 경우 인근 소방서 소방인력 전원이 비번에 상관없이 긴급 소집에 따라야 한다. 당일 비번이었던 C 소방관은 오후 4시 50분 집에서 ‘남양주시 다산동 주상복합건물 화재 대응 2단계 발령. 즉각 소집’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30㎞ 거리의 소방서로 향했다. 근무 중인 소방관들이 펌프차로 먼저 출동했다. C 소방관은 비번 소방관들이 모여 현장으로 가는 지원 버스도 놓쳤다. 그가 주상복합건물 화재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50분. 이미 소속 소방서 근무조가 진화 작업에 투입된 뒤 였다. 통상 화재 진압 때 착용하는 산소통은 30분만 지속돼 근무조별로 교대 투입된다. 비상소집에 늦은 팀원이 많아질수록 다른 소방관들의 화재 진압 투입 횟수가 늘어나는 구조다. C 소방관은 숨 돌릴 새 없이 산소통을 메고 건물 내부로 향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현장 도착까지 2시간이나 지연돼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고 했다. 미혼인 C 소방관은 연고지인 서울이 아닌 경기 소방에 지원해 근무 중이다. 그는 “소방관 월급으로 서울에서 집을 사고 생활하는 게 어렵다고 느껴 처음부터 경기 소방에 지원했다”며 “이제는 경기도 집값도 너무 올라 허탈하다”고 했다. 소방관들은 서울 안에서도 외곽 거주자가 많다. 서울 근무 소방관이 가장 많이 사는 자치구는 노원구(577명), 강동구(318명), 강서구(226명) 순이다. 근무 소방서와 거주 지역이 일치하는 소방관은 전체 6612명 중 1005명(15.2%)이었다. D 소방관은 “서울에서는 근무지 인근에 살기가 어렵다. 동료 소방관 상당수가 왕복 2~3시간 통근을 당연하게 여긴다”며 “화재·재난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소방관 장거리 통근 대책으로 ‘근무희망 소방관서 배치’ 제도를 꼽는다. 그러나 현장 소방관들의 얘기는 다르다. B 소방관은 “서울 밖에 살면 그나마 지하철역과 가까운 소방서를 신청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소방청 직장협의회 대표인 이기열 소방경은 “경기도 통근자들이 신청하는 관할 지역들이 편중돼 다 수용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1인당 9000만원 한도의 소방공무원 전세자금대출이 2018년부터 운용되지만 한 해 대출 규모는 50여명에 불과하다. 권오범 서울 소방재난본부 경리팀 소방교는 “예산은 한정돼 있고 경쟁률이 높아 신혼부부나 무주택자에게 우선순위를 준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들도 소방·치안 등 사회 필수인력의 직주근접 해법 마련에 부심한다. 급여만으로 도심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외곽의 열악한 곳에 거주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집값과 물가가 비싸기로 악명 높은 영국 런던은 매년 소방관과 경찰에 제공하는 도심 내 ‘소셜하우징’(공공지원주택) 규모를 확대한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본의 도쿄도 관할도 워낙 넓고 집값이 비싸 기숙사와 같은 주거 공간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최근 불거진 세종시 공무원의 특공제도처럼 국민들의 부동산 예민도가 높아 소방관들의 장거리 통근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서울 소방관 근무 방식 서울 소방관들은 ‘21주기’로 주간(5일 연속), 비번(주말), 야간·비번(6일 연속), 당번·비번, 야간·비번(4일 연속), 당번·비번 순으로 교대가 이뤄진다. 주간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야간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다. 재해·재난 상황에 대한 소방 비상대응단계는 1~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관할 소방서 소속 인력 전체가 출동하고 2단계 발령 때는 사고 발생지점 인근 소방서의 소방 인력과 장비가 모두 동원된다. 3단계는 전국 여러 시도의 소방력이 총동원된다.
  • [단독] 서울 소방관 44% 서울 밖에 삽니다… 비번날 비상소집 걸리면 2시간 지각

    [단독] 서울 소방관 44% 서울 밖에 삽니다… 비번날 비상소집 걸리면 2시간 지각

    경기 북부에 사는 소방관 황모(44)씨는 호우나 폭설 때는 지각 악몽을 꾼다. 서울 제1권역(서북)에 위치한 소방서까지의 직선거리는 29㎞. 주간 근무 출근 시간인 오전 9시보다 1시간 30분 일찍 집을 나서도 발을 동동 구를 때가 많다. 황씨는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곳에 집이 있는 상황 때문에 비상 ‘응소’(긴급출동 소집에 응하는 것)에 늦을까 걱정한다”고 했다. ●대형화재·재난 땐 모든 대원 긴급호출 황씨처럼 서울 밖에서 서울 시내 소방서로 출근하는 소방관은 몇 명일까. 서울신문이 서울시 소방행정과에 청구한 정보공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서울 근무 소방관 6612명(4월 현재 기준) 가운데 서울 밖 거주 인원은 2929명으로 전체의 44.3%에 달했다. 서울 외 거주 소방관 비율이 절반이 넘는 서울 소방서는 전체 24곳 중 7곳으로 구로(69.2%), 강서(62.1%), 양천(60.4%), 서초(57.7%), 영등포(56.8%), 은평(55.2%), 마포(52.1%) 순이다. 서울 4개 소방권역 중 제3권역(강서·영등포·구로·관악·양천·동작)이 서울 밖 거주 소방관 비율이 가장 높았다. 장거리 통근 소방관의 문제는 재해·재난 등 비상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필수 인력이 비싼 도시 거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변두리로 밀려나는 상황은 공공 안전 문제와 연결된다. ●부랴부랴 100㎞ 달려가도 이미 상황 종료 출근만 2시간이 걸리는 A(34) 소방관은 “비상소집에 급하게 택시를 타고 가던 길에 상황이 종료된 경험이 있다”고 씁쓸해했다. 강남 지역 소방서에 근무하는 B(40) 소방관은 출근 거리만 100㎞에 달한다. 그는 “은행 대출 규모에 맞추다 보니 서울 밖 집만 가능했다”며 “주간 근무 때 통근만으로 지치는 건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이 취재한 소방관들에 따르면 장거리 통근자의 지각 사태는 생각보다 빈번하다. 별도의 대체 인원이 없어 앞 순번 근무자가 연장 근무를 하지만 화재 발생 시 출동 인원도 부족해진다. ●외곽으로 밀려난 필수인력, 공공안전과 직결 강북에서 경기도로 통근하는 C(30) 소방관은 지난 4월 남양주시 다산동에서 발생한 주상복합건물 화재 때 2시간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화재 발생 시간은 오후 4시 30분. 소방 당국은 18분 뒤 비상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소방차 등 장비 80대와 인력 400명이 투입됐다. 2단계의 경우 인근 소방서 소방인력 전원이 비번에 상관없이 긴급 소집에 따라야 한다. 당일 비번이었던 C 소방관은 오후 4시 50분 집에서 ‘남양주시 다산동 주상복합건물 화재 대응 2단계 발령. 즉각 소집’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30㎞ 거리의 소방서로 향했다. 근무 중인 소방관들이 펌프차로 먼저 출동했다. C 소방관은 비번 소방관들이 모여 현장으로 가는 지원 버스도 놓쳤다. 그가 주상복합건물 화재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50분. 이미 소속 소방서 근무조가 진화 작업에 투입된 뒤였다. 통상 화재 진압 때 착용하는 산소통은 30분만 지속돼 근무조별로 교대 투입된다. 비상소집에 늦은 팀원이 많아질수록 다른 소방관들의 화재 진압 투입 횟수가 늘어나는 구조다. C 소방관은 숨 돌릴 새 없이 산소통을 메고 건물 내부로 향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현장 도착까지 2시간이나 지연돼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고 했다.부모와 함께 사는 C 소방관은 연고지인 서울이 아닌 경기 소방에 지원해 근무 중이다. 그는 “소방관 월급으로 서울에서 집을 사고 생활하는 게 어렵다고 느껴 처음부터 경기 소방에 지원했다”며 “이제는 경기도 집값도 너무 올라 허탈하다”고 했다. 소방관들은 서울 안에서도 외곽 거주자가 많다. 서울 근무 소방관이 가장 많이 사는 자치구는 노원구(577명), 강동구(318명), 강서구(226명) 순이다. 근무 소방서와 거주 지역이 일치하는 소방관은 전체 6612명 중 1005명(15.2%)이었다. D 소방관은 “서울에서는 근무지 인근에 살기가 어렵다. 동료 소방관 상당수가 왕복 2~3시간 통근을 당연하게 여긴다”며 “화재·재난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소방관 장거리 통근 대책으로 ‘근무희망 소방관서 배치’ 제도를 꼽는다. 그러나 현장 소방관들의 얘기는 다르다. B 소방관은 “서울 밖에 살면 그나마 지하철역과 가까운 소방서를 신청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소방청 직장협의회 대표인 이기열 소방경은 “경기도 통근자들이 신청하는 관할 지역들이 편중돼 다 수용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1인당 9000만원 한도의 소방공무원 전세자금대출이 2018년부터 운용되지만 한 해 대출 규모는 50여명에 불과하다. 권오범 서울 소방재난본부 경리팀 소방교는 “예산은 한정돼 있고 경쟁률이 높아 신혼부부나 무주택자에게 우선순위를 준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들도 소방·치안 등 사회 필수인력의 직주근접 해법 마련에 부심한다. 급여만으로 도심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외곽의 열악한 곳에 거주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집값과 물가가 비싸기로 악명 높은 영국 런던은 매년 소방관과 경찰에 제공하는 도심 내 ‘소셜하우징’(공공지원주택) 규모를 확대한다. 런던 시장은 지난 3월 모든 사회 필수인력에게 시장가보다 싸게 주택을 구입·임대할 수 있는 우선권을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본의 도쿄도 관할도 워낙 넓고 집값이 비싸 기숙사와 같은 주거 공간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최근 불거진 세종시 공무원의 특공제도처럼 국민들의 부동산 예민도가 높아 소방관들의 장거리 통근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서울 소방관 근무 방식 서울 소방관들은 ‘21주기’로 주간(5일 연속), 비번(주말), 야간·비번(6일 연속), 당번·비번, 야간·비번(4일 연속), 당번·비번 순으로 교대가 이뤄진다. 주간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야간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다. 재해·재난 상황에 대한 소방 비상대응 단계는 1~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관할 소방서 소속 인력 전체가 출동하고 2단계 발령 때는 사고 발생지점 인근 소방서의 소방 인력과 장비가 모두 동원된다. 3단계는 전국 여러 시도의 소방력이 총동원된다.
  • [단독] 서울 소방관 44% 서울 밖에 삽니다… 비번날 비상소집 걸리면 2시간 지각

    [단독] 서울 소방관 44% 서울 밖에 삽니다… 비번날 비상소집 걸리면 2시간 지각

    경기 북부에 사는 소방관 황모(44)씨는 호우나 폭설 때는 지각 악몽을 꾼다. 서울 제1권역(서북)에 위치한 소방서까지의 직선거리는 29㎞. 주간 근무 출근 시간인 오전 9시보다 1시간 30분 일찍 집을 나서도 발을 동동 구를 때가 많다. 황씨는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곳에 집이 있는 상황 때문에 비상 ‘응소’(긴급출동 소집에 응하는 것)에 늦을까 걱정한다”고 했다. ●대형화재·재난 땐 모든 대원 긴급호출 황씨처럼 서울 밖에서 서울 시내 소방서로 출근하는 소방관은 몇 명일까. 서울신문이 서울시 소방행정과에 청구한 정보공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서울 근무 소방관 6612명(4월 현재 기준) 가운데 서울 밖 거주 인원은 2929명으로 전체의 44.3%에 달했다. 서울 외 거주 소방관 비율이 절반이 넘는 서울 소방서는 전체 24곳 중 7곳으로 구로(69.2%), 강서(62.1%), 양천(60.4%), 서초(57.7%), 영등포(56.8%), 은평(55.2%), 마포(52.1%) 순이다. 서울 4개 소방권역 중 제3권역(강서·영등포·구로·관악·양천·동작)이 서울 밖 거주 소방관 비율이 가장 높았다. 장거리 통근 소방관의 문제는 재해·재난 등 비상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필수 인력이 비싼 도시 거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변두리로 밀려나는 상황은 공공 안전 문제와 연결된다. ●부랴부랴 100㎞ 달려가도 이미 상황 종료 출근만 2시간이 걸리는 A(34) 소방관은 “비상소집에 급하게 택시를 타고 가던 길에 상황이 종료된 경험이 있다”고 씁쓸해했다. 강남 지역 소방서에 근무하는 B(40) 소방관은 출근 거리만 100㎞에 달한다. 그는 “은행 대출 규모에 맞추다 보니 서울 밖 집만 가능했다”며 “주간 근무 때 통근만으로 지치는 건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이 취재한 소방관들에 따르면 장거리 통근자의 지각 사태는 생각보다 빈번하다. 별도의 대체 인원이 없어 앞 순번 근무자가 연장 근무를 하지만 화재 발생 시 출동 인원도 부족해진다. ●외곽으로 밀려난 필수인력, 공공안전과 직결 강북에서 경기도로 통근하는 C(30) 소방관은 지난 4월 남양주시 다산동에서 발생한 주상복합건물 화재 때 2시간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화재 발생 시간은 오후 4시 30분. 소방 당국은 18분 뒤 비상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소방차 등 장비 80대와 인력 400명이 투입됐다. 2단계의 경우 인근 소방서 소방인력 전원이 비번에 상관없이 긴급 소집에 따라야 한다. 당일 비번이었던 C 소방관은 오후 4시 50분 집에서 ‘남양주시 다산동 주상복합건물 화재 대응 2단계 발령. 즉각 소집’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30㎞ 거리의 소방서로 향했다. 근무 중인 소방관들이 펌프차로 먼저 출동했다. C 소방관은 비번 소방관들이 모여 현장으로 가는 지원 버스도 놓쳤다. 그가 주상복합건물 화재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50분. 이미 소속 소방서 근무조가 진화 작업에 투입된 뒤 였다. 통상 화재 진압 때 착용하는 산소통은 30분만 지속돼 근무조별로 교대 투입된다. 비상소집에 늦은 팀원이 많아질수록 다른 소방관들의 화재 진압 투입 횟수가 늘어나는 구조다. C 소방관은 숨 돌릴 새 없이 산소통을 메고 건물 내부로 향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현장 도착까지 2시간이나 지연돼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고 했다. 미혼인 C 소방관은 연고지인 서울이 아닌 경기 소방에 지원해 근무 중이다. 그는 “소방관 월급으로 서울에서 집을 사고 생활하는 게 어렵다고 느껴 처음부터 경기 소방에 지원했다”며 “이제는 경기도 집값도 너무 올라 허탈하다”고 했다. 소방관들은 서울 안에서도 외곽 거주자가 많다. 서울 근무 소방관이 가장 많이 사는 자치구는 노원구(577명), 강동구(318명), 강서구(226명) 순이다. 근무 소방서와 거주 지역이 일치하는 소방관은 전체 6612명 중 1005명(15.2%)이었다. D 소방관은 “서울에서는 근무지 인근에 살기가 어렵다. 동료 소방관 상당수가 왕복 2~3시간 통근을 당연하게 여긴다”며 “화재·재난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소방관 장거리 통근 대책으로 ‘근무희망 소방관서 배치’ 제도를 꼽는다. 그러나 현장 소방관들의 얘기는 다르다. B 소방관은 “서울 밖에 살면 그나마 지하철역과 가까운 소방서를 신청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소방청 직장협의회 대표인 이기열 소방경은 “경기도 통근자들이 신청하는 관할 지역들이 편중돼 다 수용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1인당 9000만원 한도의 소방공무원 전세자금대출이 2018년부터 운용되지만 한 해 대출 규모는 50여명에 불과하다. 권오범 서울 소방재난본부 경리팀 소방교는 “예산은 한정돼 있고 경쟁률이 높아 신혼부부나 무주택자에게 우선순위를 준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들도 소방·치안 등 사회 필수인력의 직주근접 해법 마련에 부심한다. 급여만으로 도심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외곽의 열악한 곳에 거주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집값과 물가가 비싸기로 악명 높은 영국 런던은 매년 소방관과 경찰에 제공하는 도심 내 ‘소셜하우징’(공공지원주택) 규모를 확대한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본의 도쿄도 관할도 워낙 넓고 집값이 비싸 기숙사와 같은 주거 공간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최근 불거진 세종시 공무원의 특공제도처럼 국민들의 부동산 예민도가 높아 소방관들의 장거리 통근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코로나19 급증에 아들 머리를 ‘민머리’로 자르게 한 대만 여성

    코로나19 급증에 아들 머리를 ‘민머리’로 자르게 한 대만 여성

    얼마 전까지 만해도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던 대만에서는 변이바이러스가 확산해 감염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그 수가 1만 명을 돌파해 현지 주민 사이에서도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한창 놀기 좋아하는 아들이 외출하지 못하도록 한 여성의 특단의 조치를 취해 화제가 되고 있다. 아들을 미용실에 데려가 “밖에 나가고 싶지 않게끔 부끄러운 헤어스타일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그 결과, 완성된 헤어 스타일은 그야말로 민머리다. EBC TV 등 현지매체 보도에 따르면, 가오슝시에 사는 이 여성은 15세 아들을 미용실에 데려가 헤어 스타일을 민머리처럼 만들어 놨다. 헤어 디자이너 황 씨는 처음에 소년의 머리에 코로나19(COVID 19)라는 약어를 새겨놓으려 했지만, 그렇게 되면 친구들에게 오히려 자랑할 수도 있다는 어머니의 의견에 계획을 바꿨다. 그 대신 머리 윗부분만을 싹 밀어 민머리 같은 스타일로 만들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 사이 소년은 황 씨와 즐거운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완성된 자신의 헤어 스타일을 보고 경악했다. 그 모습은 미용실 측이 공식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화제가 됐다. 사진을 보면 누가 봐도 민머리인데 현지에서는 이를 사오정 스타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소년은 커트가 끝난 뒤 대성통곡하며 “이제 더는 밖에 나갈 수 없다”고 말한 뒤 계속해서 운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과 함께 공개된 소식에 아들에게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머리는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가지만 코로나19 감염은 통제할 수 없다고 옹호하는 네티즌도 많았다. 이 밖에도 소년의 헤어 스타일에 “전 가오슝 시장과 비슷하다”, “모자 쓰면 해결될 일”, “어머니가 정말 가혹한데 이번만큼은 외출하지 말아야 하니 어쩔 수 없다”, “이 머리는 노벨 감염병 예방상이 될 수도 있다” 등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사진=페이스북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여기는 중국] 암투병 4세 아들 버릴 땐 언제고 이제와 “자식 내놔”

    [여기는 중국] 암투병 4세 아들 버릴 땐 언제고 이제와 “자식 내놔”

    희소 암 투병 중인 아들을 두고 이혼을 강요했던 친부가 양육권 변경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다. 이혼 당시 4세였던 친 아들 레이레이군은 신경모세포암 투병 중이었다. 하지만 친부 장씨로부터 버려진 레이레이군과 그의 전처 황씨는 무려 5년간의 치료 끝에 최근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사이 단 한 차례도 수술비와 생활비 등의 보조를 거부했던 친부 장씨가 아들의 완치 소식을 듣고 양육권 변경소송을 제기했던 것. 사건은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4세였던 레이레이군은 난징시 아동병원에서 신경모세포암이라는 희소 암 확진을 받았다. 이로부터 불과 2개월 만에 친부 장씨는 전 처였던 황씨에게 이혼을 강요했다. 이때 황씨가 이혼을 피하고 아들 완치를 위해 혼인 관계를 유지하자고 부탁했으나 장씨의 태도는 완강했다. 하는 수 없이 두 사람은 헤어지기로 합의, 장씨는 투병 중인 아들의 아내 황씨가 양육하도록 방임했다. 하지만 이혼 5년 만이었던 올 3월, 장씨는 돌연 전처 황씨 앞에 나타나 아들 양육권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황씨가 이를 거부하자 그는 전 부인과 이들을 법정에 세워 양육권 변경 소송을 진행했다. 장씨는 자신의 소송 이유에 대해 “전처는 그사이 이미 재혼해서 친부인 내가 아들을 키우는 게 맞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또 자신이 전처보다 고학력자라는 점을 내세워 “전처보다 더 좋은 교육 환경을 아이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서 “학군이 우수한 지역에 아파트를 소유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처는 이미 지난 2018년 재혼을 해서 배다른 아들을 한 명 더 출산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친아들 레이레이군의 의견을 들어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관할 재판부는 민법 403조를 들어 부모의 이혼 소송 시 양육권을 결정하는 것은 자녀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현행법상 만 8세 이상 자녀는 스스로 성년이 될 무렵까지 함께 지낼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이 같은 재판부 의견에 대해 레이레이군은 “어머니가 재혼 후 함께 살기 시작한 새 아버지는 비록 친부는 아니지만 투병 중 많이 배려와 도움을 주셨다면서 병원 생활 중 항상 옆에서 보조해주고 학업이 뒤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부도 많이 도와준다”면서 “이복동생과도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생도 저와 아버지가 다른 사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 형제는 지금 이 가정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고 덧붙였다.재판부는 친모 황씨와 레이레이군이 평소 친분이 두터우며 현재 함께 살고 있다는 점에서 비록 경제 상황은 친부 쪽이 다소 우수하지만 현재 레이레이 군의 삶의 질을 평범한 가정과 같은 수준에서 행복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러면서 “심리 과정 중 레이레이군이 몇년간 투병 생활을 하는 동안 친모 황씨의 노고가 많았다면서 모자 사이의 감정은 매우 돈독하다”면서 “황 씨 스스로 아들의 양육에 대한 책임감이 크고 온 힘을 다해 자녀 양육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에서 격려의 의견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친부 장씨의 모든 소송 청구를 기각한다고 강조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물오른 황의조 ‘골’ ‘골’…투르크에 5-0 승리 견인

    물오른 황의조 ‘골’ ‘골’…투르크에 5-0 승리 견인

    황의조(29·보르도)가 2년 만에 국내 팬들 앞에서 시원한 기량을 보여줬다. 전반 9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리더니 멀티골로 5-0 승리를 견인했다. 황의조는 5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5차전에 선발 출전했다. 2019년 6월 열린 이란과 평가전 이후 오랜 만에 국내 팬들 앞에 섰다. 투르크메니스탄은 한국을 상대하는 여느 아시아 중하위권 팀처럼 수비를 위해 웅크리는 전략을 취했다. 황의조는 최전방을 크게 휘저으며 투르크메니스탄 수비망을 흔들었고, 공격권을 잡기 위해 가장 활발하게 압박을 가했다.전반 9분 황의조는 왼쪽에서 올린 대각선 크로스를 문전에서 머리로 마무리해 골문을 갈랐다. 후반 27분에는 권창훈이 왼쪽에서 넘겨준 땅볼 크로스를 문전에서 왼발 백힐 슈팅으로 마무리, 쐐기골까지 넣었다. 전반 46분에 나온 남태희의 2-0 추가골 장면에서는 황의조의 연계 능력이 빛났다. 권창훈이 황의조와 2대 1패스를 하고 슈팅을 한 게 상대 골키퍼에 막히자 남태희가 재차 슈팅해 2-0을 만들었다. 스트라이커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빛의조’다운 경기력이었다. 황의조는 지난 시즌 보르도에서 리그1에서만 12골 3도움을 올렸다. 12골은 박주영이 2010-2011시즌 AS모나코에서 남긴 한국인 리그1 한 시즌 최다골과 타이기록이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백신 접종률 최하위 대구… 가짜 화이자 해프닝에 “선의”

    백신 접종률 최하위 대구… 가짜 화이자 해프닝에 “선의”

    전국에서 백신 2차 접종률이 가장 낮은 대구시가 자체적으로 화이자 백신 도입을 추진했다가 불법거래로 확인돼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권영진 대구시장은 최근 화이자 백신 3000만회분을 3주 안에 공급할 수 있다는 지역 의료계와 외국 무역회사의 제안을 정부에 전달했다. 한국화이자제약은 성명을 통해 대구시가 추진했던 코로나19 백신 구매가 불법 거래로 파악된다며 필요할 경우 법적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화이자는 “어떤 단체에도 백신 수입과 판매 및 유통하도록 승인해 준 적이 없다”며 “해당 업체의 제안은 합법적으로 승인되지 않은 불법 거래로 파악돼 진위를 조사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 업체나 개인에 대해 가능한 법적 조치를 고려할 예정”이라는 성명을 냈다. 정부 역시 대구시가 도입을 추진한 화이자 백신이 정품이 아니거나 바로 접종이 가능한 품질이 아닌 것으로 보고 조치를 취했다. 배경택 코로나 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대외협력총괄반장은 “대구시의사회와 메디시티 대구협의회가 외국 기업과 한참 논의한 후 5월 말쯤 복지부에 이야기했다. 사전에 일찍 말했다면 관련 법규에 따라 논의되고 있는지 더 일찍 확인하고 혼란이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가짜 백신… 정부 방역에 혼선만 초래” 더불어민주당 김진욱 대변인은 “대구시의 가짜 백신 해프닝은 세계를 놀라게 한 백신 피싱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평가절하하고 정부방역에 혼선만 초래했다”며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위험천만한 사기극이 될 뻔했다. 다행히 정부의 신속한 점검 절차와 화이자 측의 조치로 더 큰 피해 없이 일단락됐지만, 가짜 백신이 투여됐을 경우를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대구시는 남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떠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며 “백신을 구입하려 했던 경로와 백신 진위 여부에 대한 검증은 했는지 등에 대해 소상히 밝히고 사과표명을 해야 한다. 그래야 또 다른 사기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백신을 정치의 도구로 이용하기 보다는 방역에 매진해야 할 때이며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내고 고통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공 여부를 떠나… 선의에서 한 노력” 대구시는 “백신 도입의 성공 여부를 떠나, 지역 의료계가 선의에서 한 노력을 왜곡하고 폄훼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이번 백신 도입 노력은 대구시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 아니라, 대구 의료계를 대표하는 ‘메디시티대구협의회’에서 정부의 백신 도입을 돕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추진한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위험천만한 사기극’ 등으로 폄훼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이번 논란이 매우 안타깝다는 입장이다.“쪽팔려서 살 수 없다” 대구시민 청원 대구의 한 시민은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권영진 대구시장의 공식 사과를 요청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더 이상 쪽팔려서 대구에서 살 수가 없어 청원을 남긴다”면서 “권 시장은 일개 무역회사의 연락을 받고 화이자 백신의 구매를 정부에게 주선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대구시가 이번 백신 도입 추진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원인은 “백신이 해외직구 상품도 아니고 보따리 밀수품도 아닌데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냐”면서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안 될 일을 한 것은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움직인 것이며 그로 인해 시민들은 타 도시로부터 손가락질받는 불쌍한 신세가 됐다”고 비판했다.유흥주점 관련 늘어나는 확진자 상황 방역당국은 현재 대구 지역에서 발생하는 신규 확진자 대부분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확산 속도가 훨씬 빠른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대구시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대구 지역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41명 증가한 1만177명으로 집계됐다. 신규 확진자 중 5명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확인된 유흥주점 관련이다. 지난달 12일 30대 후반인 구미·울산 확진자 일행이 북구 산격동 모 호텔 내 유흥주점을 방문한 뒤 외국인 여종업원과 손님 등으로 확산해 누적 확진자는 290명으로 늘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구현모 KT 대표 소환조사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구현모 KT 대표 소환조사

    KT의 국회의원 불법 후원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구현모 KT 대표이사를 소환조사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주민철)는 이날 오전 구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황창규 전 KT 회장과 구 대표 등 KT 고위급 임원 7명은 2014년부터 4년간 총 4억 379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금을 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업무상횡령)를 받고 있다. 황 전 회장 등은 법인 자금으로 상품권을 매입해 되팔아 현금화하는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 11억원가량을 조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선 경찰 조사에서는 KT가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을 위해 임직원 29명을 동원하고, 일부 직원은 가족이나 지인 명의까지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KT가 1인당 국회의원 후원 한도를 넘는 돈을 제공하기 위해 ‘쪼개기 후원’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자금법상 한 사람이 한 해에 국회의원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기부 한도는 500만원이다. 또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고,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2019년 1월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수사팀은 KT 전산센터를 압수수색하는 등 보완 수사를 벌여왔으나, 지난해 6월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을 전담하면서 KT 수사는 뒷순위로 밀렸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갑자기 물러난 ‘틱톡’ 38세 창업주… 마윈처럼 될까봐?

    갑자기 물러난 ‘틱톡’ 38세 창업주… 마윈처럼 될까봐?

    지난달 20일 중국에서 ‘빅뉴스’가 날아들었다. 짧은 동영상 공유 소셜미디어 틱톡(TikTok·글로벌 버전)과 더우인(音·중국 버전)으로 유명한 쯔제탸오둥(字節跳動)을 창업한 장이밍(張一鳴·38)이 올 연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사내 공지를 통해 “수개월간 고민 끝에 CEO에서 물러나 회사의 장기적 계획에 좀더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혼자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면서 깊이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매일 사람들을 만나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CEO의 직무와 잘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윈·핀둬둬 황정까지 부자 CEO 줄사퇴 중국에서 젊은 나이에 사업이 한창 잘나갈 때 손을 떼는 기업인들이 잇따르고 있다. 장 CEO에 앞서 중국 전자상거래업계 3위 핀둬둬(多多) 황정(黃·41) 창업자는 지난해 7월 CEO직을 내던진 데 이어 올 들어 회장직마저 내놨고, 2018년 9월에는 알리바바(阿里巴巴)그룹 마윈(馬雲·57) 창업자가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등 연부역강한 CEO들이 줄줄이 퇴진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 등에 따르면 장 CEO의 후임은 회사를 공동 창업한 량루보(梁汝波)에게 맡기기로 했다. 량루보는 회사의 인사(HR)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두 사람은 원활한 임무 교대를 위해 6개월간 함께 일할 예정이다. 비상장 기업인 만큼 주주 구성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장 CEO가 쯔제탸오둥 지분을 20% 이상, 의결권을 50%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향후 거취 등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1983년 푸젠(福建)성 출생인 장 CEO는 톈진(天津)시 난카이(南開)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전공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스타트업 여러 곳을 거쳐 2012년 베이징에서 쯔제탸오둥을 창업했다. 쯔제탸오둥은 뉴스 앱 터우탸오(頭條)에 이어 더우인(틱톡)까지 연달아 성공시켰다. 틱톡은 미국 Z세대(10~20대)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들며 사용 금지까지 내렸다. 쯔제탸오둥은 동영상 소셜미디어 외에 뉴스 서비스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 온라인 교육 등이 주요 사업이며 전 세계에서 10만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기업 가치는 2500억 달러(약 283조원)로 세계 최대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특히 30대 후반의 장 CEO가 쯔제탸오둥이 기업공개(IPO·상장)를 앞둔 중차대한 시점에 갑작스럽게 사퇴를 결정한 것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차이신에 따르면 쯔제탸오둥은 올해 2분기에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상장에 성공하면 쯔제탸오둥의 시가총액은 3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단숨에 텅쉰(騰訊·Tencent)과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에서 세 번째로 시총이 많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런 만큼 그의 퇴진은 미스터리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중국 산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견제 강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장 CEO의 퇴진이 불확실한 정치 환경과 관련됐다는 얘기다. 마윈 전 회장이 지난해 10월 상하이 금융포럼에서 금융 감독 당국을 비판한 뒤 공산당과 정부가 본격적인 ‘인터넷 공룡 길들이기’에 나서면서 중국 빅테크 기업들을 둘러싼 규제는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알리바바그룹에 대해 3조원대 반독점 벌금을 부과했고, 디디추싱(滴滴出行)·메이퇀(美團) 등 정보기술(IT) 기업을 불러 ‘군기 잡기’에 나서고 있다. 인민은행 등 금융감독 기관은 지난달 ‘웨탄’(約談·예약 면담) 형식으로 중국의 인터넷 각 분야를 대표하는 테크 기업 관계자들을 소환해 금융 사업 자제를 요구했는데 쯔제탸오둥도 여기에 포함됐다. 이에 반발해 알리바바그룹의 최고 경쟁자로 떠오른 핀둬둬 황정 전 회장이 지난 3월 사임했다는 설이 유력하게 나돈다. 이런 탓인지는 몰라도 중국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는 ‘마윈: 이 녀석 어릴 때부터 똑똑하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마윈 전 회장이 실제로 한 말은 아니지만 현재 중국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경영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점을 애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황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직접 보유 지분과 우호 지분을 합쳐 29.4%의 지분을 통제하고 있는 데다 차등의결권(보유 지분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을 보유하고 있다. 덕분에 그의 보유 의결권은 80.7%로 거의 절대적인 수준이었다. 회장 사퇴로 주당 10배의 의결권을 갖는 차등의결권을 모두 잃게 됐다. ●“규제=분서갱유” 비판한 왕싱도 어려움 중국 내 배달대행업계 1위 메이퇀 왕싱(王興) 창업자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당국의 규제를 분서갱유(焚書坑儒)에 빗댄 한시를 올렸다가 곤욕을 치렀다. 왕 CEO는 지난 6일 트위터와 비슷한 중국 SNS인 판퍼우(飯否)에 당나라 시인 장갈(章碣)이 진시황(秦始皇)의 분서갱유를 비판하려고 쓴 한시 ‘분서갱’(焚書坑)을 올렸다. 28자로 된 이 한시는 “책 태운 연기가 사라지기도 전에 동쪽 산에서 반란이 일어나니 유방과 항우는 원래부터 책을 읽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시는 중국에서 체제 비판적인 시로 읽힌다. 왕 CEO가 이 시를 통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중국 공산당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장 CEO의 퇴진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회사 경영에 누구보다 열정적인 젊은 CEO들의 잇단 퇴진에 마윈 전 회장 퇴진 당시에 제기된 음모론을 떠올린다. 미 뉴욕타임스는 2018년 9월 마윈 전 회장의 퇴진 당시 “마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란 징조가 전혀 없었다”며 “은퇴를 결심하기까지 말 못 할 속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는 ‘비명횡사(非命橫死)’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마 전 회장이 신변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사퇴의 길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자유시보의 당시 논리는 이랬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계열’로 분류되는 마윈 전 회장이 시진핑 정권의 눈 밖에 나는 바람에 몸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2014년 9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알리바바에 장 전 주석 계열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마 전 회장도 장 전 주석 계열로 비쳐졌다. 중국 당국은 2015년 5월 중국 증시 폭락 사태를 두고 마 전 회장이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 자제 그룹)을 도와 공매도(주식을 빌려 판 뒤 가격이 하락하면 그 주식을 사서 갚는 과정에서 시세 차익을 챙김)를 통해 대규모 시세 차익을 얻었다고 암묵적으로 비판했다. 마 전 회장은 장 전 주석의 손자 장즈청(江志成), 류윈산(劉雲山) 전 정치국 상무위원의 아들 류러페이(劉樂飛) 등 장쩌민 계열 인사들과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인사는 시진핑 정권 들어 ‘부패 척결’의 미명 아래 제거됐다. 류러페이는 2015년 10월 외화유출 및 불법 자금 수수 등의 혐의로 체포됐고, 장즈청은 권력 남용을 통해 1000억 위안대 재산을 모았다는 정황이 드러나 공안 당국에 붙잡혔다. 이들 외에도 시진핑 정권이 반부패 사정의 칼날을 겨눈 장쩌민 계열 기업인에는 우샤오후이(吳小暉) 전 안방보험 회장, 샤오젠화(肖建華) 밍톈(明天)그룹 회장, 천이(陳毅) 전 부총리의 아들 천샤오루(陳小魯), 프랑스에서 의문의 실족사한 왕젠(王健) 전 하이항(海航)그룹 회장 등이 꼽히고 있다. 자유시보는 시진핑 주석은 성장 둔화와 채무 압력, 자금 유출에 미중 무역 전쟁까지 겹치면서 이들을 부패 척결의 이름으로 숙청했다고 주장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누가 29세 엔지니어를 죽였는가

    누가 29세 엔지니어를 죽였는가

    반도체 제조회사 엔지니어인 샤오빈은 매일 밤 11시가 넘도록 일했다. 야근 수당이 월급 이상이었고, 교통사고로 입원했을 땐 원격으로 업무를 봐야 했다. 승진한 후에는 ‘재량근로제’를 적용받았다. 퇴근 후에도 대기를 하면서 회사의 연락을 받으면 바로 업무에 들어갔다. 사실상 24시간 근무한 셈이다. 밤새 회사 일을 하던 그는 어느 날 책상에 엎드린 채 숨졌다. 그의 나이 스물아홉 살이었다. 대만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취업자 연간 노동시간 통계에서 우리나라와 함께 매년 최상위를 기록하는 국가다. 국회 보좌관을 지내며 과로사 사건을 접하게 된 황이링과 기자인 까오요우즈는 이를 고발하고자 과로로 숨진 이들의 유가족을 만나 사연을 엮었다. 엔지니어, 보안요원, 과학기술기업 직원, 의사, 간호사, 운전기사, 마케터 등 ‘과로의 섬’에 고립돼 자신을 혹사시키다 결국엔 죽음으로 내몰린 이들이다. 과로사 이후 보상을 요구하며 고군분투하는 가족들의 고통도 함께 담겼다. “왜 이직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할 법하다. 책의 2부에선 노동자가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파헤친다. 노동국에 과로 문제를 고발하려는 가족에게 샤오빈은 “회사에 찍히면 다음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며 말린다. ‘갑’인 회사는 재량근무제라는 명목으로 노동시간을 입맛대로 관리한다. 그가 죽은 뒤 가족들이 회사에 출퇴근 카드를 내놓으라 했지만, 회사는 이를 거절하고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유가족은 또 샤오빈의 사망을 ‘개인적인 질병’이라 주장하는 회사에 맞서 의학적으로 과로사 증명까지 해야 했다.이처럼 기업이 노동자를 혹사시킬 수 있던 배경에는 이를 용인해 준 정부가 있었다. 저자는 “과로사는 노동자 개인이 대항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한 일터만의 문제도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정부의 안이한 정책을 바탕으로 기업은 더 싸고 편리한 착취 대상을 찾고, 노동자는 저임금과 빈곤에 내몰린다. 그러다 보면 노동 환경이 점점 나빠지고, 갓 직장에 들어간 젊은이들은 산업재해로 내몰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3부에서는 노동자가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방법, 나아가 노동자 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전문가들 조언을 함께 실었다. 노동자의 집단적인 힘을 발휘해야 노동 환경도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과로로 발생하는 뇌심혈관질환을 직업병 범위에 포함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 일본, 대만뿐이다. 바꿔 말하면 과로 문제가 그만큼 심각한 나라라는 뜻이다. 저자는 “과로사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예방책을 마련한 일본과 달리 한국과 대만은 여전히 연간 노동시간이 2000시간에 육박한다”고 지적한다. 책을 번역한 장향미씨는 온라인 강의 업체에서 일하던 동생을 과로로 잃고 2년 동안 회사와 싸워 산업재해 승인을 받아 냈다. 2019년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네트워크 콘퍼런스에서 저자를 만나 책을 받아 번역까지 했다. 장씨는 “한국과 꼭 닮은 대만의 과로사 실태를 다룬 책을 번역하면서 한국 사회의 과로사 문제를 상기시키고 싶었다”고 밝혔다. 과로 문제의 심각성을 계속 알리고 노동자가 연대해 과로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71㎝ 피자 먹기 도전하겠다는 유튜버 쫓아내자 일어난일

    71㎝ 피자 먹기 도전하겠다는 유튜버 쫓아내자 일어난일

    아시안 여성 유튜버가 28인치(약 71㎝) 크기의 피자 먹기에 도전했다가 식당 주인에게 거절당해 화제다. 구독자 48만 2000명을 보유한 유튜버 레이나 황은 주로 많은 양의 음식을 빨리 먹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지난 30일 자신이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콜로라도주 오로라에 있는 한 피자 집으로 가서 한 시간 안에 28인치 피자먹기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가 쫓겨났다고 현지 언론인 덴버7이 보도했다. 레이나 황이 ‘푸드 챌린지’를 하고 싶다고 한 피자가게는 ‘스티브오스 피자 앤 립스’로 쉬지 않고 한 시간 안에 대형 피자를 다 먹으면 100달러(약 11만원)를 상금으로 준다. 이 피자가게는 ‘28인치 피자 먹기 도전’에 대해 어떤 제약사항도 걸어놓지 않았다. 하지만 식당 안에 설치된 보안카메라에 따르면 유튜버 황씨가 피자 먹기 도전을 촬영 가능한지 묻자 식당 주인은 그녀가 프로 먹기대회 선수냐고 따진다. 이어 황씨는 자신이 식당 주인으로부터 선을 넘는 발언을 들었으며 가게에서 쫓겨났다고 울었다. 황씨는 그동안 456회 음식 먹기 도전에서 승리했지만 자신이 프로 먹기대회 참가자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털어놓았다. 피자 가게 주인의 딸은 황씨와 아버지가 싸우는 것을 지켜봤다면서 황씨에게 사과했다. 딸에 따르면 식당 주인인 아버지는 황씨가 음식 먹기 도전 경험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일부러 축소했다고 여긴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가 유튜브에 식당에서 쫓겨난 경험을 올리자마자 피자 가게에 봉변이 닥쳤다. 전화를 걸었다가 그냥 끊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별점 테러도 이어졌다. 미국의 맛집 소개 애플리케이션인 ‘옐프’에서 별점을 한 개씩만 주는 별점 테러가 50개 이상 속출하는 바람에 아예 식당 평가 기능을 삭제해야만 했다. 식당 주인 딸은 틱톡으로 개인 방송을 했지만 사람들이 하도 욕을 하는 바람에 결국 방송을 접어야 했다고 부연했다. 황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여러 식당 주인들이 그녀에게 전화해 우리 식당에 와서 음식 먹기 도전을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황인구 서울시의원, 獨 한스 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초청 간담회 개최

    황인구 서울시의원, 獨 한스 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초청 간담회 개최

    황인구 서울시의원(강동4, 더불어민주당)이 2일 베른하르트 젤리거(Bernhard Seliger) 한스 자이델 재단(Hanns Seidel Foundation) 한국사무소 대표를 비롯하여 관계자를 면담하고, 서울시 남북교류정책 확대를 위한 서울시의회와 한스 자이델 재단 한국사무소 그리고 서울시립대학교 간의 교류 방안을 모색했다. 한스 자이델 재단은 1967년 설립된 독일 정치 재단으로 기독사회당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민주주의 확산을 위한 시민교육 확대를 목표로 현재 전 세계 65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스 자이델 재단 한국사무소는 환경 보호와 독일 분단 및 통일 경험 공유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황인구 시의원과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을 비롯하여 김영수 한스 자이델 재단 한국사무소 사무국장, 조유현 서울학연구소 한반도산학협력연구센터 소장, 김청식 서울시의회 의장 비서실장, 배선희 입법담당관이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한스 자이델 재단 한국사무소 활동의 성과와 의미를 확인하고, 서울시 남북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한 한스 자이델 재단과의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더불어 서울-평양 간 교류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서울시립대학교 부설 서울학연구소 활동과의 연계 계획에 대해서도 대화가 전개되었다. 황인구 의원은 “정부에서 한미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 시점에서 통일 경험과 연구, 대북접촉 사례 등을 가진 독일과의 교류협력을 확대하여 ‘하나 된 미래, 통일한국’을 위한 준비를 나서야 한다”고 언급하며, “우리 서울시의회와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 그리고 한스 자이델 재단이 업무협약을 통해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제안에 한스 자이델 재단 측은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상호 협력과 노력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간담회를 마치며 황인구 의원은 “동·서독 통일에 있어 도시 간 교류협력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서울시의 서울-평양 도시협력 추진에 있어 독일의 사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하고, “오늘 만남을 시작으로 한 상호 교류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서울시 정책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인구 의원은 서울시의회 남북교류협력지원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서울시의회 남북평화교류연구회(서울평양교류연구회) 대표의원과 서울시교육청 남북교육교류협력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맡아 지방정부 남북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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