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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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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1라디오 특별기획‘황혼의 선택’

    많은 노인들은 재산의 사회환원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으나 마땅한 복지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탓에 이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또 미리 재산을 상속할 경우 자칫 자식들로부터 푸대접을 받는 일이 많아 될 수 있는 한 임종때까지 재산을 지니려는 경향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KBS라디오가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함께 ‘상속에 대한 노인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밝혀졌다.조사는 전국 7대 도시에 살고 있는 만 55세 이상 노인 400명과 30∼40대 성인 200명 등 모두 600명을 전화면접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에 따르면 상속할 재산을 갖고 있는 노인들 중 40%는 ‘상속 후 노후생활의 막연한 불안감’에 따라 임종직전이나 일할 능력이 없을 때 상속하겠다고 대답했다.또 재산의 사회환원에 대해 노인의 45%가 ‘필요하다’고 답하면서도 ‘재산을 사회환원하겠다’는 노인은 불과 4%에 그치는,이중성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 결과는 KBS1라디오에서 특별기획 3부작 ‘황혼의 선택-상속’으로 편성돼 28일부터 3일간 매일 오전 11시 10분부터 방송된다.우선 28일에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다음날인 29일에는 ‘빗나간 자식사랑’이란 부제로상속 후 자식들로부터 버림받은 노인들을 인터뷰한다.또 재벌의 ‘재산 대물림’의 악순환을 지적한다.마지막으로 30일에는 ‘아름다운 유산’편을 내보낸다.여기서는 재산을 사회환원한 사람들의 다큐멘터리를 소개하고,우리 사회에서 재산 사회환원이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분석한다.KBS라디오는 재산의 사회환원이 부족한 것은 ‘사회복지제도의 미흡’ 탓이라고 주장한다. “재산을 물려주고난 뒤 달라진 자식들의 모습은 부모에게 경제적인 어려움뿐 아니라 삶의 회의까지 주고 있음을 노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또 형제간의 재산다툼도 노인들에게 큰 상처가 됩니다“.이 프로를 제작한 윤남중PD는 노인과 재산의 상관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그는 또 “노인들도 미리 유언장을 만들거나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나름대로 죽음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고 정부 또한 노인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허남주기자 yukyung@
  • 일일연속극 ‘낡은틀 벗기’ 노력 보인다

    4월에 나란히 시작한 세 방송사의 일일연속극이 종전의 일일극의 구태를 벗고 사회현상을 담으려는 시도와 진지한 노력이 보인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이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매스컴모니터회에서 지난 4월5일부터 16일까지 세방송사의 일일극(KBS ‘사람의 집’ MBC ‘하나뿐인 당신’ SBS ‘약속’)을 모니터한 결과 드러났다. 보고서는 실직과 연쇄부도,전업주부의 취업,황혼이혼 등의 다양한 소재를현장감 나게 그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파행적 대가족제도로 일관했던 기존의 일일극과는 달리 개개인의 개성을존중하고 구성도 탄탄해지는 등 드라마의 질적향상을 실현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3편의 일일극이 한결같이 여성,특히 주부의 모습을 왜곡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했다.가족이 함께 시청하고,주 시청층이 주부들임에도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주부보다는 주눅들거나,인정이 없거나 또는 모자라는 푼수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반면 남성들은 지나치게 권위적인 모습 일색으로,IMF이후 가장에게 용기를 주려는 의도라 하더라도 절대권력과 횡포를미화시키고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또 진부한 남녀관계와 짝짓기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하나뿐인 당신’에서는 모든 배역이 짝을 이루고 있고 극적효과를 내기 위해 일일극의 단골메뉴인 첩이 등장하고 있다.‘사람의 집’에서는 혼전동거,‘약속’에서는 이복자매 등 구태의연한 소재가 반복되는 것도 아쉬운부분이라고 밝혔다. 또 저속한 말투와 욕설은 서민의 투박함을 표현하려는 의도라 하더라도 가족시간대에선 순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남주기자 yukyung@
  •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어머니들

    드라마에서 어머니가 ‘뜬다’.하긴 어머니없는 드라마는 없다.그러나 딱히 성격이나 개성이랄 것도 없는 ‘그냥 보통엄마’이던 것에 비교한다면 요즘 TV드라마에 등장하는 어머니들은 신세대만큼이나 개성이 강하다.드세지고또 자아가 강한 개성있는 어머니가 드라마를 누비고 있다. 달라진 어머니상의 첫번째자리는 김혜자의 몫이다.김혜자는 그동안 무엇이든 수용하는 넉넉한 품을 가진 우리들의 ‘전형적인 어머니’로 그려져 왔다.그러나 MBC 주말극 ‘장미와 콩나물’에서 4형제의 어머니로 나오는 그는지난 시대 어머니상의 ‘굴레’를 완전히 벗어던졌다.큰소리치는 낙으로 사는 남편에게는 죽어살아 왔지만 안으로만 삭이는 스타일은 아니다.꿍얼꿍얼할 소리는 다하고 국졸의 짧은 학력이지만 유식하게 풀어놓는 사설에는 인생의 깊이가 있다.술이라도 걸치면 한 곡조 뽑는 ‘재미있는’ 어머니이다. “한동안 어머니 역할이 싫었어요.연기할 게 없어 답답했죠.그런데 어머니역에 이렇게 성격이 생기니까 좋아요”김혜자는 새로운 모습의 어머니역에크게만족하고 있는듯 하다.‘김혜자 연기에 묻혀 다른 사람은 안보인다는말이 나올 정도’라고 하자 소녀처럼 깜짝 놀라며 미안해 한다.그러나 ‘장미와 콩나물’을 촬영하는 카메라 앞에서면 능청스레 할말을 다하고 살아가는 어머니로 돌아온다. 김혜자와 정면대결하는 SBS의 새 주말극 ‘파도’에선 자식을 위해 억척스레 희생하는 어머니다.생선가시에 손이 찔려도 알약 한 알로 해결하고 자식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일 수 있다면 도둑질과 화냥질을 빼곤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는다.그 어머니역을 외관상으론 가녀린 김영애가 맡았다.그전에 모녀로도 같이 출연했던 선배 김혜자와의 경쟁이 재미있다는 그는 ‘모래시계’‘야망의 전설’‘형제의 강’에 이어 이번 드라마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의 한국 어머니상을 보여준다. “우리 어머니들은 모두 강했지요.그러나 실제로는 여리디 여린 사람인데힘들게 살다보니 눈물도 말랐고,기름기도 다 빠져버린 겁니다”요즘 드라마속의 어머니가 워낙 드센 것같아 연약함 속의 생명력으로 ‘순수’를 고집했다고 작가 김정수씨는 말했다. 어머니의 일생을 담고 있는 KBS 아침드라마 ‘당신’에는 지난 시대의 전형적인 어머니가 등장한다.무능력한 남편 때문에 힘들어하고 첫 아이를 혼자된 손위동서에게 양자로 보내는 아픔도 감내하며 살아가는 어머니다.이 역을맡은 김혜선은 “시대는 다르지만 내 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어려움을 말없이 겪어온 어머니를 연기하는 것은 앞으로 제 삶에도 큰 도움이 될 것같아요”라고 말한다. 김혜선에게 장애물격인 손위동서 김해숙 역시 지난 시대 어머니의 아픔을안고 있는 인물이다.시동생의 큰아들을 양자로 삼고 평생 청상과부로 혼자살아간다.그의 심통과 푼수끼는 사랑받지 못한 아픔의 슬픈 표현이다. MBC일일극 ‘하나뿐인 당신’의 어머니 정혜선과 김윤경도 만만치않다.정혜선은 괴팍한 남편(김인태)에게 황혼이혼을 요청하며 “잘못된 나의 결혼생활을 지우는 거다.나는 나로 살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한다.며느리이자 어머니인 김윤경은 유식하지도 않고 말은 뻣뻣하지만 속으론 정깊은 그런 어머니로 나름의 개성을 아낌없이 보인다.KBS일일극 ‘사람의 집’에서의 어머니는 남능미와 고두심.이들 역시 평범한 어머니가 아니다.고아원 출신으로 뒤바뀌는 인생을 그리는 만큼 개성이강할 수 밖에 없다.친구의 양부모집에서 도둑질을 하고 사라졌던 고두심은강한 성격을 위해 ‘난생처음 커트머리로 변신했다’. 강한 개성의 어머니들 연기에 연기자들은 신이 났다.‘빨리 늙게하는’ 방송풍토가 점차 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 박정란씨는 “잔잔하고 깔끔하다는 작품평에서 벗어나고자 강한 인물들을 포진시켰다”고 말했다.물론 40∼50대가 워낙 이전 세대와 달라진 현실을 드라마들이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또 희생·봉사의 상징으로서 보다는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어머니가 더 인간적으로 느끼는 시청자들의생각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허남주기자 yukyung@
  • [특별기고]국민정부와 노인복지/문석남 전남대 교수.사회학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노인의 해’이다.여기에는 두 가지 정책적 함의 가 담겨있다.현재 범지구적인 사회문제로 부상되고 있는 노인문제의 심각성 에 대해 유엔 차원의 세계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측면과,더 나아가 21세기의 노령화 사회에 대비해서 각 국가는 노인복지를 위한 법적·제도적 보장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강한 권고의 메시지이다. 65세 이상 노령 인구비율이 7%를 상회하는 국가를 ‘노령화 사회’로 분류 하고 있는 국제적 기준에 의하면,우리나라도 2000년에는 노령화 사회로 진입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노인복지에 대한 보장적 대책은 거의 부재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령기는 인간의 생애주기에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되는 황혼기이다.그리고 노인인구는 일반적으로 역할의 상실에서 오는 공허감과 소외감,신체적 노쇠 에서 발생하는 병고,소득의 감소로 인한 생활수준의 저하 등 동시다발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이러한 노인문제의 특성때문에 선진 복지국가일수록 황혼기의 여생을 무난히 보낼 수 있도록 사회보장적 차원에서 노인복지에 각별한 법제적 배려를 하고 있으며,아울러 노인문화와 여가활용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평균수명은 현저히 연장되고 있는 반면,노인들을 위한 보 호와 간호를 담당하여 왔던 과거의 전통적 가족 부양기능은 크게 약화돼 있 다.그러나 약화된 부양기능의 공백을 제도적 복지가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한국 노인복지의 현주소는 시대적 추세와 사회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낙후된 수준일 뿐만 아니라,법적·제도적 미비와 재정지원의 취약성 때문에 노인문제는 날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으며,현실적으로 노인들의 생활조건과 ‘삶의 질’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현대사회의 노인복지는 중세의 온정적·시혜적 성격의 것이 아니다.오늘의 노인인구가 젊은 날에 국가와 사회를 위해 기여한 바에 보상하는 것이다.또 한 국민적 연대성과 사회통합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며,보편적 복지 권의 일환이다. 우리나라 헌법도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국가의 사회보장과 사회복지를 위한 노력,그리고 생활능력이 없는 사람에 대한 국가의 보호’ 를 명시하고 있으며 노인복지법 역시 노인복지를 위한 각종 선언적·강령적 내용을 담고 있다.그러나 이러한 입법취지를 구체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 후속입법과 정책의 부재 때문에 노인복지제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 현재 65세 이상 노령인구의 대부분은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사실상 빈곤과 질병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다.이른바 소정의 생계 구호비와 노령수당은 최저생활비와는 거리가 먼 액수이고,장기요양과 재활치 료가 주종을 이루는 노인병을 무료진료만으로 대응하고 있는 현실은 21세기 를 목전에 둔 현시점에서 부끄러운 일이다. 또한 65세이상 노령인구의 53% 정도가 독거하고 있는 상태이나 재가 복지서 비스는 말할 것도 없고,이들을 위한 간병제도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노인복지를 위한 정부예산의 경우에도,일본의 3.7%,서유럽의 12∼15%에 비해 우리나라는 겨우 0.24%에 불과하다.노인복지의 현주소와 후진성을 단적으로 반영하는 지표이다. 국민의 정부는 더 늦기 전에 현실로 다가온 노령화 사회에 대비해서 노령인 구가 여생을 즐겁고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노인복지정책과 그 제도화를 과감히 추진해야할 역사적 과업을 안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 굄돌-이유있는 반란,‘황혼 이혼’

    최근 ‘황혼 이혼’을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뜨겁다.찬반 논리를 떠나 여성들이 뒤늦게 이혼을 감행하는 ‘이유있는’ 반란에 대해 짚어볼 부분이 있다고 본다. 10년전 가족법이 개정되기 전만 해도 우리나라 여성들은 남편이 부당하게대우했다고 해서 이혼을 제기할 생각은 감히 하지 못했다.‘이혼당할 권리’만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이혼시 자녀양육권은 무조건 남편 쪽에빼앗겨야 했고 재산분할 청구권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잘잘못을 떠나 이혼은 거의 빈손으로 쫓겨나는 것을 의미했다.이혼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심하고 여성의 경제적 자립이 아주 어려웠던 상황에서 이혼은 효과적으로 억제되어 왔다. 이혼당할 권리만 있었던 여성들의 인권 상황은 개정 가족법으로 많이 호전된 상태다.이런 법적 도움을 받아 여성들의 자기 권리에 대한 자각과 주장이 급격히 활성화했고 이를 이혼 증가의 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이혼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나 하는 우려가 들 정도로 세태가 변했다.그러나 여성의 이혼 제기가 늘고 있는 것은 여성의 인권이 부부 사이에 여전히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존중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칠순 넘은 할머니들의 황혼이혼 소송이 이를 잘 말해준다.이 할머니들은 ‘내일 죽더라도 오늘 이혼하고 싶다“고 말한다.이에 대해 법은 “(그래도)해로하시오”라고 답한다.75세의 할머니는 유독 아내인 자신에게만 평생 인색하면서 자신을 절도죄로 고소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의처증까지 보였던 남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었다.1심은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으나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었다. 사법부가 할아버지의 할머니에 대한 부당대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52년전혼인 당시의 가치기준을 들어 이혼하지 말고 그대로 참고 살라고 판결한 것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여성의 인권을 인정하지 않는 남편들이 존재하는 한 여성의 이혼 제기는 사법부의 기각 판결로도 막을 수 없는 강한 물결이 될 것이다. [박혜숙 '이프' 매니장디렉터]
  • ‘황혼 이혼’ 사회논란 본격화

    “남은 생이나마 인간답게 살고 싶습니다” 25일 한국 여성의 전화 연합(회장 신혜수)주최로 열린 ‘노인여성 인권’공청회에 참석한 이시형(70) 김창자(76)할머니의 한맺힌 절규다.두사람은 고령에도 불구,40여년동안 남편의 폭력과 폭언에 시달려오다 이혼소송을 냈다.그러나 이들은 법원으로부터 ‘해로하시오’라는 판결을 받고 항소를 제기하거나 준비하고 있어 할머니가 할아버지에 대해 헤어질 것을 요구하는 이른바‘황혼이혼’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본격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시형 할머니의 변론을 맡은 하승수변호사는 “젊은층 여성이 만약 이와비슷한 문제로 이혼소송을 냈다면 그 결과는 달랐을지 모른다”며 “여성노인의 이혼청구를 인권회복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여성노인이 고령의 남성노인에게 이혼을 청구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가부장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이번 판결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여성계는 “인간답게 살권리는 젊고 튼튼하고 힘있는 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인간들의 소망”이라며 여성 노인의 이혼 청구에 대해보편적 시각 적용을 요구한다. 이러한 요구는 ‘황혼이혼’의 특징을 살펴보면 좀 더 명확히 이해된다.‘황혼이혼’건수의 80%가 여성들에 의해 제기되고 대부분 자식이 출가한 후에 이루어진다.그리고 이혼에 대해 재고할 여지가 없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평생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참고 살아온 여성 노인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저항’인 셈이다.일부종사(一夫從事)를 부녀자가 지켜야 할 덕목으로 여기며 살아온 이들이 자식에 대한 의무를 끝내고 견딜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고 생각한 순간 택한 길로 어려운 결정이었음을 알수 있다. 이들에게 새인생은 하루라도 인간답게 살았으면 하는 것이지 좋은 사람을만나 다시 가정을 꾸려보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남은 인생이 길지 않기 때문에 하루를 살더라도 인간답게 살고싶다는 최후의 울부짖음이다. 한국 노인의 전화 서혜경 상임이사는 “노부부 관계에 대한 상담 내용을 보면 배우자의 괴팍한 성격,경제적인 무능력,외도,의처,의부증,성격차이,폭행등으로 인한 갈등이나 이혼을 호소한 경우가 늘고 있다”며 “노후라도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욕구가 증가하는 한 ‘황혼이혼’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서이사는 “노부부의 파경은 호적상의 이혼보다 별거 등 파경사실이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 더 큰 문제”라며 “노후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젊을 때부터 부부가 서로 아끼고 인격적으로 대하는 등 부부관계의기반을 단단히 다져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전화연합 백성화 인권사회부장은 “여성노인들의 인권문제에 대한공론화는 더 이상 늦출수 없다”며 “이번 사례를 계기로 피해 노인에 대한법률지원을 하는 한편 이들의 인권문제에 대한 다각적으로 연구,여론을 환기시키고 정부차원의 노인복지정책 수립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姜宣任 sunnyk@
  • 춘천 소양호 맵싸한 겨울 낭만 물씬

    뱃길과 등산로가 함께 어우러지는 곳.거기에 겨울 별미인 빙어 낚시의 독특한 체험을 곁들일 수 있는 곳.강원도 춘천 소양댐만이 갖추고 있는 겨울 풍광이다. 호반의 도시 춘천시내를 지나 동북쪽으로 12㎞를 가면 신북면 천전리의 소양강 하류를 막아 이루어진 소양강 다목적댐을 만난다.춘천 홍천 양구 인제군에 접해있어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국내 최대의 인공호수.양구 인제까지 60㎞의 긴 물길을 따라가는 관광쾌속선이 운항돼 설악산과 동해안을 이어주고 있는 물길이기도 하다. 북쪽으로 끝없이 뻗어가며 마치 한반도 지도를 연상시키는 호수의 물굽이.댐에 서면 ‘해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으로 시작되는 유행가 ‘소양강 처녀’ 한소절쯤 불러보고 싶은 상념에 젖게 된다. 댐에서 선착장까지 가는 길 왼편엔 간이 음식점 20여개가 뭇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집집마다 철을 만나 수족관에 가득 채워놓은 빙어떼들이 은빛 장관을 이룬다.청평사로 바로 닿는 배와 소양호를 일주하는 관광선,그리고 양구로 이어지는 배편이 쉼없이 오가며 그림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호수위에 떠있는 유람선 위에서 바라보는 낚시꾼들의 모습은 더욱 낭만적이다.피라미며 빙어를 잡아 올리는 낚시꾼들은 매서운 소양호의 바람 따위는아랑곳하지 않는다.소양댐에 갇힌 소양호물은 강추위에도 얼지 않는다.그래서 낚시꾼들에겐 꾸준히 사랑받는 장소이기도 하다. 청평사 오봉산은 소양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답사코스.코스가 험하지도 않으면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볼거리들이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에겐 아주 만족스런 체험을 제공한다. 소양댐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10분쯤 호수를 가르고 가면 청평사 선착장에닿는다.여기에서 오봉산 기슭에 포근히 안겨 있는 청평사까지는 25분가량이소요된다.숲 속으로 이어지는 계곡의 오솔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제일 먼저거북바위가 나타난다.그 뒤로 아홉가지 소리를 낸다는 높이 7m의 구성폭포가 이어지고 환희령 마루의 바위 언덕에 평양공주와 상사뱀의 전설로 유명한공주탑(삼층석탑)이 자리잡고 있다.청평사 바로 못미쳐 있는 고려정원은 오봉산의 모습을 한폭의 동양화로 담아내고 있다.선동교를 넘어 거북머리 모양의 석조에서 생수를 받아마시면 천년 고찰 청평사에 온 기분이 한결 상쾌해진다. 청평사까지가 답사코스라면 청평사 윗쪽의 오봉산 산행은 본격적인 등산로.모두 3개의 등산로가 형성돼 있는데 모두 화천쪽으로 통한다.기암절벽 사이에 박힌 노송의 송진 내음이 물씬 풍기는 오봉산은 이름 그대로 5개의 기암봉이 절묘하게 이어져 부드러운 주변산세를 압도한다.청평사에서 부드러운오솔길을 10분쯤 오르면 해탈문이란 편액이 걸린 커다란 문이 있고 문을 지나자마자 오른쪽 계곡으로 향한다.계곡을 따라 10분쯤 오르면 커다란 턱진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턱진 바위를 올라서면 길이 세 갈래로 갈린다.대부분 계곡으로 난 길을 택한다.여기에서 5분쯤 가면 계곡이 절벽처럼 가팔라지는데 비탈을 40분쯤 오르면 능선 잘루목에 올라설 수 있다.남쪽으로 암봉을넘으면 688봉을 지나 청평사로 갈 수 있고 북쪽으로 가파르게 솟은 암봉을택하면 정상으로 갈 수 있다. 소양호를 뒤로하고 북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능선 좌우로 까마득한 벼랑이펼쳐져있고 중간 중간 암릉도 도열해 있다.한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홈통바위를 지나 10분쯤 가면 평탄한 길이 이어지며 곧이어 정상인 배후령에 닿는다. 정상에서 뒤돌아보면 발 아래 소양호가 넘실대고 오봉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암봉이 삐죽삐죽 솟아 있는 모습이 절경이다.청평사에서 해탈문∼정상∼배후령∼청평사 산행코스에 걸리는 시간은 3시간30분.
  • 외언내언-황혼이혼

    집안 할머니중 한 분은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옆에 묻히기를 한사코 거부 한다.지긋지긋한 사람과 죽어서까지 같이 지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그 자 손들로서는 두 분을 한 곳에 모시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할 머니의 태도가 워낙 강경한 탓에 할 수 없이 다른 곳에 묘소를 마련했다. 어떤 모임에서 이 이야기를 털어놓았더니 그런 할머니들이 의외로 많은 것 으로 밝혀졌다.남편과 나란히 묻히지 않는 사후(死後)이혼은 물론이고 이혼 절차만 밟지 않았을 뿐 가족의 틀 안에서 남남처럼 사는 가정내 이혼도 꽤 많다고 한다. 사후이혼이나 가정내 이혼은 평생 남편과 자식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할 머니들이 뒤늦게 펴는 자기주장이다.그러나 그 목소리는 사실 자식들로부터 도 잘 이해받지 못한다.지금까지 참고 살아오셨는데 왜 저리 쓸데 없는 고집 을 피우실까 하는 시선을 받는다. 그러나 할머니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견딜 수 없이 싫은 인간과 함께 사는 것은 지옥이고 그 생지옥을 이젠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절규인 것이다. 그 절규가이제 가정의 울타리를 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20년 이상 함께 살다가 자녀가 성장한 뒤 이혼하는 황혼(黃昏)이혼이 전체 이혼의 10분의 1 에 육박한다.통계청에 따르면 96년 현재 황혼이혼이 9.6%에 달해 85년의 4.7 %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났다. 그러고 보면 최근 두 할머니의 황혼이혼 신청에 잇따라 패소판결을 내린 재 판부의 결정은 세태의 흐름에 둔감하다는 느낌을 준다.서울고법 민사10부는 4일 75세 할머니가 52년간 함께 살아온 83세 할아버지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이에 앞서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는 70 세의 할머니가 90세의 할아버지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을 기각했다.둘다 지나 치게 가부장적인 남편의 아내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원인이 된 이혼소송이었 다.한 할머니는 아들마저 “어머니의 일생은 감옥이었다”고 밝힌 삶을 살았 고 또 한 할머니는 영어교사란 직업도 포기하고 구두쇠 남편 때문에 평생 쪼 들리며 살다가 결국 남편으로부터 절도혐의로 고소당하기까지 했다. 비록 가부장적인 문화가 우리 사회의 전통이긴 하지만 “내일 죽더라도 오 늘 이혼하고 싶다”는 할머니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질곡일 뿐이다.그 할머 니들에게 백년해로를 강요하는 것은 인권침해가 아닐까.
  • 음악·영화속에 푹 빠져보는 것도…

    가요·영화·음악의 세계에 빠져 푹 쉬는 것도 괜찮은 일정.풍성한 m-net는 ‘프라임콘서트’에 나갔던 콘서트 17편을 골라 방영한다.첫편은 ‘넥스트 와 이현도’(2일 밤10시).지난 해 해체한 넥스트의 고별무대와 이현도의 히 트곡만을 모아 재편집했다.이현우와 토이, 임창정과 박진영,메탈리카 등의 무대가 4일까지 이어진다. KMTV도 3일까지 올 인기 콘서트를 특집방영한다.2 일 김경호 김민종 김현정 H.O.T 등이 나오는 ‘사랑의 콘서트’(오후2시)가 볼 만하다.3일엔 크래쉬 블랙홀 마루 앤 등 한국 록의 대표주자들을 한 자리 서 만날 수 있다. 투니버스는 외계의 괴물 때문에 폐허가 된 지구에서,엄마를 죽인 원수를 찾 아나선 고아소년 란의 이야기를 다룬 3부작 애니메이션 ‘녹색의 전설’(1∼ 3일 오전9시)을 방영한다. DCN은 1일 ‘편지’(밤10시)에 이어 배우자 바꾸기를 주제로 한 ‘원나잇 스탠드’(2일 밤10시)와 노부부가 옛사랑을 되찾는 내용의 ‘황혼의 사랑’( 3일 오후8시10분)을 내보낸다.캐치원은 ‘서편제’(오후8시)로 첫날을 연 뒤 외계인과의 접촉에 몰두하는 여성 천문학자의 얘기를 다룬 ‘콘택트’(2일 밤10시)와 ‘제8요일’(3일 오후2시40분) 등을 모았다.종합오락을 표방하는 HBS는 영화에 비중을 두고,올드 팬을 울린 ‘모정’(1일 밤10시)을 준비했다 .
  • 활짝 열린 금강산 뱃길­첫 출항 르포

    ◎금강산에 瑞雪… 민족화합 소망 싣고/수백개 오색풍선 띄워/한·사연 안은채 승선/제수용품 들고 가기도 18일 오후 5시44분쯤 강원도 동해시 동해항. 부둣가에 정박해 있던 현대금강호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부웅’하는 뱃고동 소리가 길게 울려나오자 수백개의 오색풍선이 날아오르고 수십발의 폭죽이 터지며 동해항의 하늘을 밝혔다. 부둣가에 나와 있던 3,000여명의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금강호의 불 켜진 창마다,갑판 층층마다에서 탑승자들은 손을 흔들며 환송객들에게 인사를 했다. 이어 황혼의 어스름을 뚫고 2만8,000여t의 육중한 선체는 미끄러지듯 동해항을 빠져나갔다. 시민들은 금강호가 바다 저편 어둠 속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금강호는 그렇게 떠나갔다. 배 안에는 승객만 탄 것이 아니었다. 금강호의 첫 출항으로 민족 화합의 다리가 놓이길 바라는 이산가족의 꿈과 온 국민의 소망이 실려 있었다. 관광객들에게는 이날 하루는 너무도 길었다. 부둣가에서는 이른 새벽부터 서성대는 노인들을 쉽게 볼수 있었다. 이들은 난생 처음 만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전날밤 금강산에 눈이 내렸다는 소식에 “서설(瑞雪)이 아니겠느냐”며 좋아했다. 설레임이 가득한 눈들. 하지만 모두들 나름대로의 한(恨)과 사연을 담고 있었다. 황해도 신천이 고향인 金昇龍할아버지(70)는 “금강산에 올라 고향을 향해 절을 하겠다. 그리고 못난 불효자를 용서해달라고 부모님께 사죄하겠다”며 눈물을 떨궜다. 이어 “5남매의 장남으로 홀로 월남한 뒤 50년을 하루같이 남몰래 눈물을 흘려왔다”면서 “이 한을 품고 그냥 죽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토록 고향을 그리다 숨진 남편과 함께 갈 수 있었더라면…”. 평북 희천에서 남편과 함께 월남한 金華洽할머니(71)는 “외아들과 함께 고향땅을 밟게 돼 기쁘다”면서도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權萬希씨(70)는 과일과 술을 마련하고 제수용품을 준비했다. 지방도 정성스레 써놓았다. 생가가 강원도 고성군 해금강리에 있어 고향을 바라보며 제사를 지낼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부인 魚善龍씨(65)는“남편이 관광 신청을 한 뒤 소풍을 앞둔 어린아이 같았다”고 전했다. 금강호가 떠난 뒤에도 삼삼오오 터미널안 TV 앞에 모여 앉은 사람들은 방송사 헬기가 보내오는 금강호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 방송인 서유석­가수 안혜경(금지문화 금지인생 이제야말한다:11)

    ◎현실비판·운동권 노래… 고난의 ‘언더’ 인생/가수·방송인 서유석/유신반대 ‘맷돌’ 공연중단 시련/심의 묶인 금지곡만 10여편/방송에서도 강한 정치풍자/‘윗분’에 밉보여 도중하차 가시밭길 “가는세월 그 누구가/잡을 수가 있나요/흘러가는 시냇물을/막을 수가 있나요/…/이내몸이 흙이돼도/내마음은 영원하리”(가는 세월). 70년대 텁텁한 목소리로 사회성짙은 노래를 부르던 청년문화의 기수 徐酉錫씨(53)의 대표곡이다. 가수와 방송인으로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낸 徐씨의 체념한듯 하면서 굽히지 않는 의지가 담겨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徐씨가 부른 노래는 ‘가는 세월’ 말고도 창작곡만 70곡. 1985년 마지막 레코드 ‘뚝잘라 말해’를 발표할 때까지 낸 음반도 11집이나 된다. ‘타박네’‘파란많은 세상’‘세상은 요지경’‘대답은 없어라’ 등 심의에서 묶인 금지곡도 10여곡. 이가운데 녹음을 끝내놓고도 가사내용 때문에 레코드를 수거당했던 ‘마지막 노래’는 2년뒤 다른 가수가 불러 심의를 통과한 기막힌 사연을 담고 있다. 교통관련방송 프로그램 진행을 20년째 맡아 이젠 가수보다 방송인과 교통 전문가로 더 알려진 徐씨. 세월은 흘렀지만 사회성 짙은 ‘운동권 가수’로 찍힌뒤 극적으로 시작한 방송인 생활의 기억들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성균관대 졸업무렵 학교앞 카페 ‘카사노바’에서 지배인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통금직전 具鳳書씨가 徐永春씨(86년 작고)등 연예인들과 함께 들러 徐씨의 노래를 청해 듣고 다음날 다시 TBC 쇼프로듀서와 함께 들러 徐씨를 소개했다. 그 다음날 곧바로 쇼쇼쇼에 출연한게 가수 생활의 시작이다. 그러다가 대학시절 핸드볼선수 경력을 살려 한동안 직장 핸드볼선수로 활약하며 안양예술인학교에서 묵고 있던 70년도 봄이었다. 신세계레코드사 작사가가 찾아왔다.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을 같이 본뒤 주제가 ‘어타임포어스(A time for us)’를 번안해 레코드를 취입하자고 했다. 쟁쟁한 가수들을 제치고 옴니버스 레코드 타이틀사진으로 실렸다. 노래가 히트하면서 방송국 프로듀서들이 ‘徐씨 모시기’ 경쟁에 나섰다. 이때는 매일 YWCA강당에서 ‘청개구리모임’을 갖던 시절. ‘청개구리’가 알려지면서 통기타 언더그라운드 계열 가수들이 모인게 바로 ‘맷돌’이다. 매주 수요일 명동 코리아나백화점 강당에서 자작곡 공연을 가졌는데 ‘군사독재반대’‘유신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 14회 공연도중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들이닥쳐 끝이 났다. 그리고 73년 4월 TBC 심야 라디오프로 ‘밤을 잊은 그대에게’ 진행을 맡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그해 가을 러스크 미국 국무장관이 제2차 한국군 월남파병 압력차 방한했을 때다. 방송도중 UPI 종군기자의 월남전 참전미군의 만행을 기록한 ‘추악한 미국인’을 죽죽 읽어내렸다. 즉각 중앙정보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잡으러 온다”는 말을 듣고 방송국 앞 목욕탕으로 도망,4일간 숨어 지냈다. 그리고 3년간 모든 활동이 철저하게 금지됐다. 그때 당국이 대마초사건을 핑계로 대중가수들을 줄줄이 묶어 들여 빈사상태에 빠진 연예계의 대안을 찾던중 徐씨를 대상으로 삼았다.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대전까지 내려와서 상경을 권유해 일단 서울로 올라왔다.그리고 당국의 통제를 시험해보기 위해 취입한 노래가 ‘가는 세월’이다. 그때 MBC 라디오에서 ‘정오의 희망곡’ 진행 제의가 들어왔다. 물론 당국의 입김이었다. 같은 방송 라디오프로 ‘안녕하십니까 서유석입니다’와 TV프로 ‘여의도1번지’를 맡아 인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77년 ‘푸른 신호등’을 맡아 진행한지 1년쯤 됐을 무렵 청와대로부터 진행자 교체지시가 떨어졌다. 프로 시작전 항상 정치판과 사회비리를 강도높게 비판한게 문제였다. 그후 동아방송으로 옮겨 ‘명랑 교차로’를 맡았다가 시사풍자 코너 ‘형님 이래도 됩니까’로 인해 79년 단명으로 끝났다. 81년 ‘푸른 신호등’을 맡았고 이후 지난 15대 총선에서 무소속 출마때까지 이 프로를 진행했다. 15대 총선이 끝난뒤 지금까지 줄곧 교통방송 ‘출발서울대행진’을 맡고 있다. 교통관련 논문도 2편을 발표하고 (주)다물대표로 교통관련 기기를 2건이나 상품화하는 벤처사업가로 변신했다. “지난 70·80년대의 언더그라운드 통기타 가수들은 현실과 벗어난 노래를 부르기가 어색했습니다. 사회적으로 만연한 부조리 부도덕을 보고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니 당연 제약이 많았고 음악계로서도 퇴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가수 안혜경/반체제로 옥고 아버지에 영향/성악도서 운동권 가수 변신/계엄령 속에서도 민중가요 배포/여성밴드 결성 ‘저항 노래’ 1970년대말부터 지금까지 대학가에서 변함없이 불리는 ‘민주’란 노래가 있다. 운동권 노래의 고전중 하나지만 정작 이 노래를 만든 이의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5인조 여성 록밴드 ‘마고’를 이끌고 있는 安惠敬씨(41). 이화여대 성악과 재학시절 노래운동에 뛰어든뒤 노동·여성·환경과 관련한 메시지 강한 노래들을 쉼 없이 발표해오고 있는 개성파다. ‘까치길’‘민주’‘황혼’ 등 초기의 노래에서 우리 역사와 사회의 모순들을 담았다면 ‘커피카피 아가씨’‘일이 필요해’에선 여성 노동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또 ‘침묵의 봄’‘검은 민들레’ 등은 환경오염을 다룬 것이고 ‘평화공원’‘너희나라를 위해’등은 반전평화의 메시지가 강렬하다. 모두 현실비판과 역사의식이 흠씬 밴 자작곡이다. “70년대 사회 부조리와 부패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던 아버님의 영향이 컸지요. 반체제적인 발언으로 옥고를 반복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당부는 제삶을 지탱하는 기둥입니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수감중이던 아버지에게 음악대 진학의 꿈을 알렸고 “대중을 위한 진정한 예술인이 돼라”는 아버지의 편지글을 가슴에 깊이 새겼다. 성악과에 진학해 현실과 동떨어진 귀족적인 음악에 반발했고 자신이 할 일에 대해 고민하던중 金敏基씨의 노래극 ‘공장의 불빛’에 참여한 게 노래운동의 시초. 1학년때 사전 정보누출로 불발에 그친 집회때문에 줄곧 정보과 형사들의 감시를 받아야만 했다. 레슨을 받으러 교수 집에 갈때도 항상 검은 색 짚차에 태워져 갈 정도였다. 졸업음악회 대신 혼자 작업한 노래 16곡을 담은 불법테이프를 만들어 선후배 동료들에게 돌렸다. ‘민주’도 여기에 실려 있다. 이 노래들이 자신도 모르게 대학 노래패들을 통해 퍼졌다. 80년도 대학 졸업후 바로 교사생활을시작했지만 노래 만들기를 중단하지 않았다. “계엄령이 내려진 가운데 TBC 방송국에서 ‘횃불’‘해방가’‘농민의 노래’ 등 민중가요 20곡을 숨죽이며 녹음해 배포했는데 이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청계천 복사가계에서 복사한 테이프 20여개를 돌렸고 임진각에 가서 통일을 생각하며 이 테이프 1개를 던졌다. 온산 여천공단의 오염실태를 고발한 마당극 ‘청산리 벽폐수야’ 금지도 잊지못할 일. 공연윤리위원회에 심의를 냈는데 전면 공연금지 지시가 떨어졌다. 결국 워크샵 형식을 가장해 서울 아현동 애오개소극장에서 4회공연을 어렵게 가졌다. 87년부터는 여성 환경 시민단체와 연계해 대학 교회무대와 소극장 운동을 벌였다. 92년 첫 공식 음반 ‘여성 환경 노래’를 출반했는데 이때도 노래 ‘평화공원에서’가 탈락됐다. 그리고 95년 2집 음반부터는 비교적 편한 음악을 택해 실었다고 한다. 지난해 여성5인조 록밴드 ‘마고’를 조직해 전국을 다니고 있고 지난 91년 결성된 ‘여성문화예술’에도 기획위원을 맡아 문화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물론솔로로 전국의 공연장을 다니며 공연을 병행한다. 성악과 출신이면서 운동권 가수로 방향을 잡았고 일부러 고전악기를 배웠다는 安씨. 1남1녀의 자녀를 둔 주부 가수지만 남자들만의 영역이란 편견을 깨기 위해 베이스 기타를 배워 그룹 마고에서 베이스를 맡고 있는 고집센 여성이다. 앞으로 계획이 무엇이냐는 질문엔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원하는 것에 달려들 것”이란 말로 대신했다.
  • 바그너 ‘오페라 서곡들,기타’(명반과 함께하는 음악여행:7)

    ◎리하르트 바그너/서쪽으로,서북쪽으로/파시즘 선구자로 숭배 유태인 몰살의 음악/서로 흐러던 문명사조 북향시키려던 노력들/베토벤 교향곡 ‘확장’ 오페라속으로 신화화/망상의 평화 꿈꿨으나 엷기만한 희망의 흔적 1.발할라,유태인을 혐오하는 천재를 환영하다… 1883년 2월13일 베니스에서 바그너가 사망하자 신문은 그런 부고를 냈다. 발할라는 그의,4일 동안 연속 공연되는 총 16시간짜리 대작 ‘니벨룽의 반지’에 나오는 신들의 궁전. 독일신화의 주신(主神) 보탄의 딸 발퀴레들이 전쟁터에서 용감하게 전사한 영웅들을 이곳으로 데려온다. 보탄은 그들에게 날마다 주연을 베풀며 마지막 ‘악과의 전쟁’에 대비한다. 그러나 그 싸움에서 신들이 승리할 수는 없다. 신들과 악의 세력이 모두 멸망하고 새로운 인간의 세상이 열린다. 그래서 ‘반지’ 4부의 각 제목은 전야제 격인 ‘라인의 황금’(라인의 황금을 지하세력 난장이가 탈취하면서 세상의 질서가 뒤흔들리는 ‘사건 발단’),첫째날 ‘발퀴레’, 둘째날 ‘지그프리트’(미래의 주인인 지상의 ‘인간영웅’ 이야기)에 이어 마지막날이 ‘신들의 황혼’이다. 그렇게,그런채로 발할라가 천재­바그너를 환영한다.‘유태인 혐오’는,무슨 소린가? 식인종이었던 자들을 교육시켜 사회를 주무르는 장사꾼으로 키웠다… 유태인 종족에 대해 바그너는 그렇게 극언했다. 그리고 사망 40여년후 그는 악명높은 히틀러 파시즘의 선구자로 숭배되고 그의 음악속으로 수백만의 유태인들이 몰살한다. 2.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문명은 태양의 동쪽에서 태동,서쪽으로 그 중심지를 옮겨갔다. 뒤늦은 문명이 앞선 문명을 보다 빠른 기간에 배우고 여력을 계승­발전에 투여한다. 그렇게 고대 그리스에서 문명이 만개하고 로마에서 위대한 건축물을 이룬다. 문명의 주역은 그후 프랑스­영국을 거쳐 미국으로 바뀌었다. 동에서 서로… 바그너는 독일문명의 세계 주도를 위해 그 흐름을,거대하게 북향(北向)시킨다. 그의 음악은 그래서 음악사상 가장 거대한 폭으로 흐른다. 물에서 태어나 가장 강렬한 욕망의 불길을 태우다가 다시,물의 평정으로,죽음으로회귀하려는 필생의,그리고 전 생애에 걸친 음악. 그러나 당대와 후대의 바그너 예찬자들은 그의 음악에 평정을 허락하지 않았다. 바그너 자신은? 그는 소망했지만,소망을 성취할 수 없었다. 각 민족에게는 고유한 문화가 있다. 그것들을 선진­미개의 틀로 설명할 수는 없다. 요는,주류 문명에 대응하는 방식. 바흐는 ‘독일속으로’ 더 흔들리면서 더 명징한 종교음악을 세웠고,독일을 종교음악의 본산지로 세웠다. 괴테는 그리스­로마의 문명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독일문학을 이룩했고 베토벤은 자신의 불행과 독일의 열정을 음악사적인 낭만주의로 전화시켰다. 브람스 또한 북(北)독일의 우울을 음악의 보편적 심오함으로 담금질했다. 그리고 마르크스는 영국과 프랑스의 학문적 업적을 독일적으로 종합,독일의 후진성을 혁명성으로 변혁시켰다. 바그너는? 고대 그리스 비극의 복원을 꿈꾸면서 이탈리아 코믹 오페라 형식(사랑의 금지)과 프랑스 그랜드 오페라 형식(리엔치)을 기웃댔지만 처음부터 북행(北行)이 그의 목표였다. 그렇게,서북 쪽으로. 그 결과는무엇인가? 문명의 야만을 치유하기 위한 생체실험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했으나,위대한 실패로 끝난. ‘베토벤의 교향곡 세계를 오페라 세계로 심화­확대시키자’. 바그너의 음악적 꿈은 그랬다. 베토벤이 오페라를 단 한편 남겼으므로,그리고 그렇게 그의 ‘교향곡세계’가 ‘보이는 것’의 음악적 응축이었으므로,그것은 타당한 꿈이었다. 그러나 그는 너무 일찍 북쪽의 광포하고 웅대한 신화로 꿈의 내용을 채운다. 3.웅대한 규모는 막대한 자본을 요구하고 ‘야만의 신화’는 신화의 성스러운 야만화를,그리고 역사관의 반동화를 초래한다. 야비한 사기,불륜 행각과 과대망상의 천재 행각이 오페라 ‘속으로’ 신화화 하고 그 신화음악이 오페라 ‘밖으로’ 나와 다시 바그너의 현실세계를 미화,영웅화하는,악순환 고리가 반복 심화된다. 예찬자들은 열광하고,그러나 바그너로서는 ‘마음의 지옥’이었던 그 악순환의 고리. 그러므로,그의 음악은 그가 그 지리한,고통의 생체실험을 멈추지 않고 마침내 육(肉)의 고행으로까지 밀어부치는 대목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이다. 도대체 어디까지니이까.어디까지 음악의 육욕을,탐닉해야 하니이까. 저를 도와주소서… 그러나 그는 끝까지 ‘음악의 살속’을 파고 든다. ‘끝까지’가 지리하고 심오한 반복을 낳고 ‘파고 듦’이 음악을 이제껏 가장 극단적인 반음(半音)사용으로, 사랑의 환희의,몰아의 황홀경의,그렇게 ‘사랑의 완성을 위한 죽음’의 정황으로 치닫는다. 물의 죽음에서 물의 죽음으로… 그러나 그 과정은 아름다움이 죽음으로 완성되는 극단의 불의 경지. 그것으로 물과 불의 구분 자체가 극복되는 경지이다. 4.반프리트. 망상에서 평화로운 곳. 혹은,망상으로 평화로운 곳. 바그너는 만년의 저택을 스스로 그렇게 불렀다. 숱한 거장들이 바그너를 ‘망상으로 평화로운 곳’으로 연주한다. 그러나,예술가는 망상에서 평화롭지 않으면 망상으로 평화로울 수 없다. 흥분은 금물. 루돌프 켐페의 음반은 한마디로 바그너 ‘반지’ 작곡 생애에 바치는 진정한 반프리트이다. 오페라 ‘방황하는 네델란드인’(1841)서곡,‘탄호이저’(1845)서곡 및 1막 일부,‘뉘른베르크의 명가수’(1867) 1막,3막 서곡 및 일부,그리고 ‘신들의 황혼’(1874) 서주­‘새벽’과 ‘지그프리트의 라인여행’등 수록곡은 켐페의 ‘독일 정통’ 연주를 통해 ‘바그너 선언’,‘정체성과 전통 발견’,그리고 ‘평정의 갈구’로 재설계된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바그너의 진정한 소망의 골격을 보는 것이다.가장 중요한,이 모든 것이 종합되는 ‘지그프리트 장례행진곡’은 등장하지 않고 각 곡 도처에 흔적으로 존재한다. 그것은 위대한 망상의 흔적이 (아직)아니고 상상력 풍부한 희망의 흔적이다. 바그너 사망 한달 후 마르크스도 세상을 떠났다. 그는,어느 쪽?
  • ‘시앙스포’ 총서 한국어판 3권 발간/프랑스 지성계 흐름 한눈에

    ◎민주주의 개념·근세 정치사 등 분석 프랑스 지성계의 흐름을 가늠하는 시앙스포(Sciences Po,프랑스 국립 파리고등정치학교) 총서 한국어판이 나왔다. 한울출판사는 프랑스 시앙스포 출판부와 독점계약을 맺고 현재 14권이 발간된 시앙스포 총서 중 세 권을 1차분으로 냈다. 시앙스포는 1872년 프랑스 엘리트 교육을 진흥시키기 위해 ‘정치학 자유학교’로서 창립된 것으로,‘국립 정치학재단’과 ‘파리 정치학 연구원’을 통틀어 일컫는다.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과 시라크 현 프랑스 대통령,조스팽 현 프랑스 총리 등이 이곳 출신이다. 지난해부터 출간된 시앙스포 총서는 21세기를 눈앞에 둔 오늘의 현실세계를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프랑스 지성들의 연구성과를 모은 것. 전문인들의 영역으로만 논쟁을 한정짓지 않고 ‘대중적 논의 마당’을 지향하고 있는것이 특징이다. ‘한울­시앙스포 총서’란 제목으로 이번에 나온 책은 기 에르메의 ‘민주주의로 가는 길’,올리비에 돌퓌스의 ‘세계화’,모리스 아귈롱의 ‘쿠데타와 공화정’. 동국대 박순성 교수의 감수로 각권마다 국내 전문가의 해설을 붙였다. 비교정치학자인 에르메는 ‘민주주의로 가는 길’에서 민주주의란 과연 무엇이고 근대 민주주의체제의 성립과정은 어떠했는가 등의 문제를 다룬다. 그에 따르면 민주주의에의 길은 열정과 희망,환멸과 실망이 공존하는 길이다. 에르메는 이 책에서 편향적이고 고착된 민주주의적인 전제와 거리를 두고 민주주의로 가는 길의 이정표를 제시한다. ‘세계화’는 파리7(드니 디드로)대학 지리학과 교수의 저서로 세계화의 원리와 그 구체적 전개양상을 소개한다. 특히 그것이 제3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깊게 살핀다. 콜레주 드 프랑스의 역사학 교수인 아귈롱의 ‘쿠데타와 공화정’은 프랑스 근세 200년 정치사를 정리한 책. 대혁명으로 구체제를 무너뜨린 뒤에도 프랑스는 제정,공화정,왕정을 넘나들며 혁명과 쿠데타를 거듭했다. 이 책에서는 대혁명 이후 프랑스가 경험한 세차례의 쿠데타에 대한 분석을 통해 쿠데타의 개념과 의미를 새롭게 정리한다. 시앙스포총서 한국판 2차분으로는 ‘일본과 신아시아’‘인터넷 도시’‘미디어와 민주주의’ 등 3권이 8월중 발간되며,이어 ‘공산주의의 황혼’‘현대사회와 다문화주의’‘유럽은 하나가 될 것인가’‘공공서비스와 시장경제’‘우리는 누구인가­어려운 정체성’‘내정간섭’‘이슬람의 정체’‘군사질서의 종말’ 등이 내년 6월까지 나올 예정이다.
  • 슈베르트 D.956.(명반과 함께하는 음악여행:1)

    ◎눈물 부서져,광휘(光輝)로운…/베토벤 장례식후 유언으로 쓴 4악장/안개,흐느낌 영롱한 눈물 아! 베토벤 죽음의 安息/절정이 쇠한 미완성 아찔한 현기증… 음악 작품에는 작곡가의 혼이 있습니다.그의 삶이 있고 시대적 배경이 있습니다.명연주가가 그것을 살려 냅니다.金正煥 시인의 지상 음악감상실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1.바이올린,비올라,첼로.세 겹 현음(絃音)이 겹쳐 전설같은 안개가 형성된다마치 시작은 시간이 아니라 공간이라는 듯이.비장(悲壯)이 낮고 무겁다. 그러나 짧다.선율이 잠시 흐르다가 흩어질 틈도 없이 현악기들이 갈라진다.바이올린은 길길이 치솟고 첼로는 둔중하게 깔리고,비올라는 양자를 수습치 못한다.무언가 찢어진다.바이올린 음이 제 스스로 분리되어,하나가 아니고둘이다.아니 여럿이다.첼로 음은 무거운 채로 균열되고…. 음악은 그렇게 흐느낌의 생애를 시작한다.현악5중주 D.956번.슈베르트는이 작품을 생애 마지막 유언으로 썼다.1827년 3월 29일 베토벤 장례식에서그는 관을 옮겼다. 2.베토벤은 그에게 평생 거대한 벽이었다.비엔나의 한 카페에 베토벤은 늘같은 자리에 무뚝뚝하게 앉아 있었지만 슈베르트는 자기소개도 제대로 못하고 더듬거렸었다. 그러나 더 구체적인 슬픔의,원흉이 그의 몸 안에 도사리고 있었다.매독이그의 몸에 치명적으로 번진 상태였던 것.그런데,어떻게,아름다운 음악이? 그러나 그렇게 음악은 고통의 생애를 ‘고통스러울수록 아름답게’ 액정화(液晶化)하기 시작한다.이듬해 10월 2일 그는 피아노 소나타 세 편 ,하이네시에 곡을 붙인 가곡 여섯편을 라이프치히 출판업자에게 보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위대한 유언에 달하는 걸작이다.그러나 그 모두를 합해도 그가 ‘써 볼 참’이라고 덧붙인 현악5중주 한 편을 능가하지 못한다. 출판업자는 ‘노래’에만 흥미를 보였다.11월 19일 슈베르트는 31세로 숨을 거두고 현악5중주는 22년 동안 연주도 출판도 되지 못하다가 1850년 처음으로연주되고 1853년에 원고가 일부만 출판되었다. 3.슈베르트는,아니 음악은 그 운명을 알고,오로지 아름다움으로써 감내하기로 결심했던 것일까? 2악장 아다지오에서 기적이 일어난다.1악장의 서두,‘공간화했던 시간’이 장중한 주선율로 흐르고 제1바이올린과 첼로음이 묻어난다.그 묻어남은 정확히 눈물의,시야(視野)흐릿함과 자체(自體) 영롱함을 그대로 닮았다. 그렇다.눈물은 언제나 생애의 광경에 묻어난다.그것이 광경을 흐리지만 음악은 손에 잡히지 않고 귀에 들리고 귀는 마음에 가장 가깝고 그렇게 기억의최대 광경이 음악의 선율로 액정화되고 흐른다. 귀가 광경을 보고 눈이 선율을 듣는다.위대한 미완성,위대한 미완성….미완성이므로 더욱 감동적인 그러므로 몸은 지상을 떠나되 음악은 역사 속으로 스며드는,그렇게,미완성이므로 영원히 이어지고 포괄하는 순간이다. 물론 모든 예술이 그렇다.상상력은 손에 잡히지 않고 무한한 광경을 펼친다.조각 예술조차,우리가 손으로 만지기 전에,얼마나 무수한 광경을 펼치고있는가.다만 음악은,그 사실을 다시 예술의 시간으로 가시화(可視化)하며 흐른다. 4.슈베르트 현악5중주,2악장 아다지오.때는 불곰 러시아가 터키를 노리고 숫사자 영국이 그 러시아의 배후를노리던 1827년.제목조차 선율화하는 이 만파식적(萬波息笛)의 음악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펼쳐진다.전쟁의 참상과 인간 존재의 슬픔을 머금고.더욱 광활한 음악의 광경으로. 그 속으로 황혼녘,우리의 가장들이 귀가한다.일터를 찾지 못한,하릴 없는 가장들이.점차 황혼을 닮아가는 그들의 생애와 표정이 음악의 집으로 귀가한다.음악은 다시 묻어나고 무언가,슬픔이,지상에서 가장 찬란하게 반짝이다가 아름다운 희망으로 전화된다. 아,미완성.31세.모차르트보다 4년 더 짧았던 슈베르트의 생애.그러나 누가 그것을 안타까워하겠는가.그의 유언이 이리도 흐릿하며 영롱하고,간절하며 흥건한 것을. 3악장은 베토벤의 위대한 스케르초에 바치는 헌사다.그것은 베토벤의 언어로 베토벤을 뛰어넘으려 했던 자신의 시도가 허망한 것이었음을 깨닫고 자신의 길을 펴가는 과정의,고백의 헌사다. 그래서,4악장은 슈베르트만의 출발.그러나 음악 안에 이미 죽음의 안식이 깃든다.되돌아오는 론도 무곡(舞曲) 형식 속에 그 형식이 발전한다.그렇게 그는 자신의 음악 속으로가라앉고,아찔한 현기증이 지나면 어느새 지상에 남은 자 벅찬 삶의 무게에 감동하고. 5.그래,이제 알겠다.왜 슈베르트가 (베토벤의) 현악4중주 아닌 현악 5중주를 유언의 형식으로 삼았는가를.현악4중주는 절정과 심화,5중주는 절정이 쇠하는 미완성의 경지고,그런 채로 ,펼쳐짐인 채로,현악기 음악의 끝이다. 현악6중주는 3중주의 2배에 불과한 까닭이다. 그리고,위 음반이 위대한 연주인 까닭도 그 미완성의 경지와 일맥상통한다.하이페츠의 바이올린이 예의 강성한 독재성을 스스로 무마시키며 현악5중주의 세계로 귀가한다.그리고 묻어난다.숱한 광경으로 묻어난다. 피아티고르스키의 첼로가 그런 그를 따스한 자궁으로 받아들인다.프림로즈의 비올라가 그 세계를 가장 겸손하게 주관하면서 나머지 두 무명(?)연주자를 위로 세운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가? 하이페츠와 ‘ 백만불 짜리 피아노 트리오’를 구성했던 불세출의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은 이렇게 유언했다.‘내 장례식 때슈베르트 현악5중주 2악장을 연주해다오…’ 놀라운 일이다.2악장에는 피아노가 없는데. □金正煥 시인 약력 △1954년 서울 출생. △서울대 문리대 영문과 졸업. △‘창작과 비평’통해 시인 등단. △자유실천문인협회 사무국장 역임. △‘황색 예수전’등 시집 다수.음악 관련 저술 ‘클래식은 내 친구’‘김정환의 클래식 이야기­음악이 있는 풍경’ 등 △라디오 클래식 음악 해설자 1년. ◎1961.녹음,1988.BMG 7964­2­RG/바이올린:야샤 하이페츠/비올라:윌리엄 프림로즈/첼로:그레고르 피아티고르스키 현악5중주는 현악4중주 악기 구성(바이올린 2대,비올라 1대 첼로 1대)에다 비올라 혹은 첼로를 추가한다. 모차르트가 비올라를,슈베르트가 첼로를 추가한 대표적인 경우.슈베르트 이전에 보케리니가,이후에 본 윌리엄즈가 첼로를 추가했다. 야샤 하이페츠(1899∼1987)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미국에 귀화한 바이올리니스트.세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고 1911년 데뷔,그 이듬해에 니키쉬의 베를린필과 고난도의 차이코프스키 을 협연했다.1917년 미국 이주 및 카네기홀 데뷔 이후 반세기 넘게 바이올린의 제왕으로 군림했다.그의 전집음반이 BMG레이블로 나와있다. 그레고르 피아티고르스키(1903∼1976) 또한 러시아 태생으로 미국에 귀화한 첼리스트.1921년 소련을 떠나 푸르트뱅글러의 베를린필 수석 첼리스트로 활동했다(1924∼28년).그 후 슈나벨,호로비츠,밀슈타인 등과 실내악 연주 호흡을 맞추다가 하이페츠를 만났다.정명화의 스승이다. 윌리엄 프림로즈(1903∼1982)는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이자이에게 배우며 활동하다가 1937년 미국으로 이주한 비올리스트.1938년부터 1942년까지 토스카니니의 NBC심포니오케스트라 수석 비올라주자로 활동했다.
  • 인도 북부 아그라 타지 마할(세계 문화유산 순례:70)

    ◎코발트빛 하늘에 우뚝 솟은 백진주/무굴황제 샤 자한 아내 추모위해 22년 대역사/정적인 균제미 대단… 힌두­이슬람 절묘한 결합 【인도(타지마할)=金鍾冕·金明國 특파원】 지금부터 360여년전 인도 무굴제국의 한 여인이 열 네번째 아이를 낳다 죽었다.그녀의 이름은 뭄타즈 마할,온갖 영화를 한 몸에 누렸던 일국의 황비였다.그녀에게는 신들도 질투할 정도로 자신을 사랑한 남편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무굴제국의 5대 황제 샤 자한이다.세계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꼽히는 타지 마할은 이 샤 자한이 죽은 아내를 추모해 만든 영묘(靈廟)이다.타지 마할은 북인도의 고도(古都) 아그라에 있다.무굴제국 3대 황제 아크바르 대제 때의 수도였던 아그라는 인도 고대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에 ‘아그라바나(천국의 정원)’라는 이름으로 등장할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다.그러나 이곳에 정작 타지 마할이 없다면 아그라는 오늘날 그 명성의 태반은 내놓아야 했을 것이다. 아그라로 가기 위해 델리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탔다.델리에서 아그라까지는 약 200여㎞.버스는 마투라식 불상으로 유명한 마투라를 거쳐 갔다.차선도 없는 시골길을 5시간쯤 달렸을까.파란 하늘을 이고 있는 하얀 돔이 사막의 신기루인양 눈앞에 다가왔다.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는 신화의 현장,그것은 ‘백색의 진주’였다. 붉은 사암으로 된 아치형 정문 안으로 발을 떼어 놓았다.완벽한 좌우 대칭구조가 고도의 미학적 질서를 이루고 있는 대리석 건물이 한 눈에 들어왔다.그 정적인 균제미(均齊美)는 보는 이의 마음마저 가지런히 해주는듯 했다.타지 마할 묘역은 전형적인 무굴양식의 정원으로 꾸며졌다.중앙으로 길게 뻗은 분수의 물에 어린 타지 마할의 그림자가 아지랭이처럼 피어올랐다. 분수를 지나 샤 자한과 황비의 유해가 묻힌 타지 마할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내부는 관람객들의 열기로 후끈거렸다.조금 어둑했지만 레이스 모양의 격자창문을 통해 스며들어 오는 부드러운 빛이 신비한 기운을 더해줬다.회중전등을 든 안내원들이 꽃무늬가 새겨진 대리석 벽을 비추며 분주하게 오갔다.본당 한 가운데에는 투조(透彫) 대리석 간막이로 둘러싸인 뭄타즈 마할과 샤 자한의 빈 분묘가 놓여 있었다.델리에서 보았던 후마윤 황제의 묘와 마찬가지로 이것 역시 도굴을 막기 위해 만든 가짜 관이었다.진짜 관을 보기 위해서는 본당 대리석 마루 밑으로 내려가야 했다.정원과 같은 높이의 6평 남짓한 지하 납골당에는 1층의 모조관과 똑같은 모양의 석관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1층의 호화로운 전시용 관과는 달리 그것에는 아무런 장식도 없어 초라함마저 안겨 줬다. 샤 자한은 철저한 회교도였다.그의 치세 때는 가혹할 만큼 이교도를 배척했다.건물도 물론 이슬람풍 일색이었다.그러나 타지 마할은 좀 다르다.타지마할에는 이슬람과 힌두 두 문화가 절묘하게 혼합돼 있다.아라베스크나 갈매기형 무늬,그리고 창과 문 테두리의 뾰족한 아치는 이슬람색을 짙게 풍긴다.그런가하면 벽면에는 힌두교의 만신상(萬神像)이 가득 조각돼 있다.타지 마할은 그 기단부(基壇部)의 크기가 사방 95m,본체는 사방 57m·높이가 67m에 이른다.또 네 귀퉁이의 탑,즉 미나르도 높이가 43m나 된다.남성적인 힘을 느끼게하는 웅장한 규모다.그러나 찬찬히 살펴보면 타지 마할은 어느 건축물보다도 여성적임을 알 수 있다.특히 후미진 앨코브(alcove)의 벽에 상감기법으로 아로새겨진 갖은 형상의 꽃문양은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전해준다.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타지 마할의 대리석이 빛의 각도에 따라 다른 색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아침과 한낮,석양 무렵의 느낌이 다르고 달빛에 따라서도 그느낌이 다르다.누가 타지 마할은 낮에는 찬란하게 빛나고,황혼에는 따사롭게 작열하고,달빛 아래서는 영묘한 기운이 감돈다고 했던가.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타지 마할의 모습은 표정이 풍부한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을 닮았다. 타지 마할은 1631년부터 짓기 시작,22년만인 1653년에야 완공됐다.이 대역사에는 2만명의 기술자와 노동자가 인도는 물론 아시아와 멀리 유럽으로부터 동원됐다.인도의 라자스탄에서 채취한 대리석을 건축자재로 쓰기 위해 1천여마리의 코끼리가 사역돼야 했다.또 중국의 비취,버마의 루비,다마스커스의 진주,터키산 옥 등이 건물 장식을 위해 운반됐다.이 타지 마할을 완성하는데 4천만 루피의 돈이 들었다고 하니,한 여인을 향한 사나이의 집념 앞에 고개를 숙여야할지 탄식을 토해야할지 어리둥절했다.게다가 샤 자한은 타지 마할이 완성된 뒤 다시는 그와 같은 걸작품이 나오지 못하도록 공사를 맡은 장인들의 손가락을 모두 잘라버렸다고 하지 않는가. 타지 마할은 이렇게 온 국력을 기울여 완성됐다.그러나 타지 마할을 다 짓고도 샤 자한의 고분지통(叩盆之痛)은 가실 줄 몰랐다.건축광이었던 그는 이내 타지 마할이 마주 보이는 야무나강 건너편에 자신의 무덤을 만들기로 결심했다.이번에는 검은 대리석을 사용해 똑같은 모양과 크기로 건조한 다음두 무덤 사이를 구름다리로 연결할 작정이었다.하지만 그 뜻은 자신의 아들에 의해 좌절됐다.샤 자한은 만년에 황위계승 싸움에 휘말려 아들 아우랑제브에 의해 아그라 성에 유폐됐다.샤 자한 자신이 부왕(父王)을 밀어내고 등극했던 바로 그 인과(因果)의 고리가 아들을 통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 것이다.샤 자한은 만년을 아그라성의 8각망루에서 타지 마할을 바라보며눈물로 보냈다.그리고 8년 뒤 일흔 네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타지 마할은 언제 보아도 보석처럼 영롱했다.하지만 그것이 수많은 생령(生靈)들의 울부짖음을 뒤로 하고 태어난 것임을 어쩌랴.애욕,권력,죽음,연민,분노,허무 등의 낱말이 기자의 머리속을 맴돌았다.공연한 상념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인근 아그라 성으로 발길을 돌렸다.멀리 타지 마할의 둥근 지붕위로 까마귀 떼가 까옥대며 날아 올랐다.그 뒤편으론 성스러운 야무나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타지 마할의 하늘은 여전히 코발트 빛이었다. ◎타지 마할 가는 길/델리∼아그라 열차 2시간/광광버스로 3대 명소 순회 아그라로 가기 위해서는 델리를 기점으로 삼는 것이 편리하다.델리에서 아그라까지는 비행기와 열차,버스편이 모두 마련돼 있다.비행기로는 40분,열차로는 2시간 정도 걸린다.또 일반버스에서 디럭스급까지 여러 종류의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꼴로 다닌다.중앙역격인 아그라 간트 기차역에는 주정부에서 운행하는 시내 관광버스가 대기하고 있다.타지 마할·아그라성·파테푸르시크리 등 아그라의 3대 명소를 하루에 둘러볼 수 있어 이용할만하다.
  • 요르단 페트라 고대도시(세계 문화유산 순례:64)

    ◎2㎞ 병목 협곡 끝에 펼쳐진 암벽 유적/예수의 아람어 쓰던 BC 100년 아랍왕국 수도/4세기 지진 매몰뒤 1958년 발굴… 웅장미 자랑 페트라는 남부 요르단의 보석으로 불리는 암벽도시이다.그래서 페트라의 의미는 현지어로 바위이다.기원전 100년경 나바티아 아랍인들이 세운 왕국의 수도였다.분홍빛과 노란색,홍옥같은 선홍 빛깔의 암벽을 깎고 갈아서 그 속에 궁전과 신전을 짓고,사람이 사는 집은 물론 무덤까지 만들었다.그리고는 거대한 도시를 이루었다.지상에서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요새도시가 되었다.용맹하고 건강한,그러면서도 열정과 로맨스가 있는 남성다운 도시이다.세상에 태어나서 페트라를 보지 않고는 사나이라 말하지 말라는 아랍인들의 자긍심을 다시 한번 읽게 된다. 페트라는 기원전후부터 사막 내륙의 캐러번 대상과 홍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해로 교역의 필수적인 중간 기착지였다.사막 한가운데 유일하게 풍부한 물줄기가 있고,사막 유목민인 베두윈들의 습격을 막아줄 수 있는 바위로 된 성벽이 있었기 때문에 중동 일대 대상들의 안전한 휴식처가 되었다.그 옛날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요르단으로 들어가면서 바위를 쳐 물이 나오게 했다는 곳이 바로 페트라이다.유적 주변 마을인 와디무사에는 아직도 모세의 샘이 있고,지금 이 마을의 중요한 식수원이 되고 있다. ○바위산 깎아 궁전·신전 건설 상인들은 예멘에서 향료를 가져다가 지중해 연안도시로 운반했고,직물·곡식·그릇 등과 같은 북부의 산물을 아랍 내륙과 남쪽으로 실어 날랐다.예수의 언어였던 아람어를 사용하던 이 아랍왕국은 하리라트 4세때 전성기를 맞았다.북부 아라비아와 팔레스타인 남부 및 시리아를 포함하는 광대한 영토를 장악했다.국제무역이 가져다 준 풍요의 결과였다.당시 강성하던 로마제국이 이 사막의 보고를 그냥 둘 리 없었다.로마의 끈질긴 공격에 시달리던 나바티아 왕국은 결국 수도 페트라에서 최후의 일전을 맞았다. 도시 입구에는 200m 높이의 거대한 두 개의 바위산이 있고,2∼3m의 좁은 틈새를 통해 도시내부로 향한다.하늘을 깎아지르는 거대한 바위산을 헤집고 무려 2㎞에 달하는그 좁은 협곡을 지나야 비로소 도시안으로 들어 갈 수 있다.뚫을 수 없는 난관에 봉착한 로마 황제 트라얀은 이 난공불락의 요새왕국을 공격하기 위해 비상수단을 강구했다.사막 바깥에서 도시안으로 흐르는 샘물의 물줄기를 막아버린 것이다.물이 없는 페트라는 결국 서기 106년 지친 몸을 로마에게 맡기고 만다.기원전 100년에 시작한 200년의 짧은 역사였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새벽 자동차로 홍해를 향해 남쪽으로 네 시간을 달려온 후,페트라 입구에서 협곡을 따라 도시 안으로 향한다.30층 빌딩 높이의 협곡 양쪽에도 바위를 깎아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건축물을 만들어 놓았다.거대한 생활조각의 현장이다.드디어 마지막 협곡의 좁은 틈 사이로 넓은 사막의 광장이 나타난다.또 다른 세계였다.이 공간이 높은 바위산으로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었다.도시는 땅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계곡의 바위 틈속에 있다. 궁전도 신전도,사람들이 사는 집들도,창고와 오락시설,심지어 왕과 귀족들의 무덤까지 모두 계곡의 바위 그 자체이다.그리고 하나하나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정교한 조각 예술품이다.로마시대 유적이라고는 유일하게 땅위에 지어진 8천석 규모의 원형극장이 눈에 띈다. ○카즈네 왕묘 건축물 압권 페트라의 압권은 역시 카즈네라 불리는 왕묘 건축물이다.협곡이 끝나는 지점에서 처음 마주치게 되는 도시광장 맞은 편에 있는 핑크빛 건축물이다.건축물이라기 보다는 200m 높이의 바위산 전체를 하나의 신전으로 조각해 놓은 모습이다.2층으로 조각되어 아래층은 지상에서 걸어 들어갈 수 있게,속을 깊이 파 놓았다.6개의 정교한 기둥이 받치고 있고,2층은 창문과 발코니,돔식 처마에 이르기까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바로코식 석각이 연출된다.그리스 신전의 양식을 많이 닮았다.얼마 떨어져 있지 않는 곳에는 정교한 건축조각의 미는 카즈네 신전에 못하지만,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엘­다이르 수도원이 있다.가로 60m·높이 45m에 달하는 역시 2층의 바위건물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따라 오르면,화려한 도시가 한 눈에 들어온다.항상 그러하듯이 해지는 쪽에 무덤지대인 네크로폴리스가 있고,궁전과 거주지들이 바위병풍을 따라 아파트촌을 연상시킬 정도로 빼곡히 들어차 있다.어느 하나 소홀하게 대충 지은 집이 없다. 또다른 한 쪽에는 로마의 아고라에 해당되는 옛 장터가 있고,나바티안의 공중목욕탕,샘터 등이 페트라의 2천년 역사를 증언해 주고 있다.일몰이 다가오면 황혼에 비친 페트라 전체가 선연한 핑크빛으로 변한다.그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다.그저 환상적인 색조의 향연이라고 할까.햇빛의 방향이 바뀌면서,그 각도에 따라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분위기가 연출된다.붉은색,노란색,분홍색,오렌지색 그리고 그 명암들. 화려했던 난공불락의 도시 페트라도 기원전 4세기경 대지진이라는 재앙의 희생물이 된다.다시 1천500년간 지상에서 사라져 버린 잊혀진 도시였다.그리고 1812년 스위스 탐험가에 의해 서방세계에 발견된 후,발굴이 시작되어 1958년에야 전체 모습이 다시 인류의 품에 안겼다.페트라가 멸망한 후,그 역할은 시리아의 사막도시 팔미라로 넘어 갔다.페트라도 팔미라도 로마가 사막에 만든 속령인 아라비아주에 편입되어,그리스­로마화라는 새로운 문화적 학습을 시작하게 된다. ◎여행가이드/암만서 자동차 4시간/모텔 등 숙박시설 갖춰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자동차로 4시간 거리에 있다.주변의 사막풍광 때문에 지루하지는 않다.페트라 시에서 유적지 입구까지 미니버스가 자주 있다. 유적 주변 마을인 와디 무사에 아트와시 호텔(03­33642) 등 조그만 모텔들이있다. 라 베두이나(03­336930)여행사와 한국계 컬처클럽 투어(06­632299)가 페트라 전문 여행사이다.
  • 금세기 지휘계 개성파 2인 대작음반 둘 국내 상륙

    ◎‘첼리비다케 에디션’­유족 동의로 공개된 11장짜리 앨범/크나퍼츠부쉬의 ‘니벨룽의 반지’­방대한 바그너 작품 56년 실황 첫선 자신이 ‘아웃사이더’라고 느낀적 있는지.북적대는 세상에서 멀리 떨어져 나와 외로움을 양식삼아 몇날이고 ‘청산’에 살리라 했던 밤이 있었는지.육체는 온통 탈화되고 오롯이 혼만 남는 그런 정화된 밤의 비밀을 아는 이라면 당신은 분명 다음 두 이름에 매혹되리라. 세르지우 첼리비다케와 한스 크나퍼츠부쉬.모두 20세기 지휘계의 상봉들로 ‘김삿갓’이나 ‘달마’정도를 연상시키는 괴짜들.최근 이들의 대작 음반 두종이 나란히 국내 상륙,‘신도’들의 마음을 달뜨게 하고 있다.‘첼리비다케 에디션’(EMI·3449-9424)과 크나퍼츠부쉬 ‘니벨룽의 반지’ 전곡(뮤직 앤 아트·208-5333). 두 대가는 알게모르게 공통분모가 많다.누구보다 내면이 옹골찼지만 번쩍이는 가짜명성을 외면했던 이들.도통한 지휘봉을 신봉하는 골수 추종자들을 거느렸으면서도 ‘외통수’로 찍혀 음악계에서 신수편할 날 없었던 팔자도 유사하다. 음악적 개성도 닮음꼴.44회전을 33회전으로 잘못 놓은것 아닌가 싶게 느긋한 템포,그러면서도 구조를 장악해 이리저리 밀고당기며 한치도 흐트러지지 않게 음의 벽돌을 쌓아간다. 그런 공력이 빛을 발하는 둘의 주종목은 브루크너.세속의 황금을 외면하며 음의 진수를 만나기위해 칩거했던 이들은 정도차는 있지만 레코딩이 못마땅했던 ‘라이브’주의자라는 점에서도 통한다. 상업적 녹음을 혐오했던 첼리비다케의 드문드문한 녹음을 정리한 것이 ‘첼리비다케 에디션’.그가 분신으로 다듬고 깎아낸 뮌헨필과의 연주다.EMI 100주년에 맞춰 유족의 동의로 공개하는 11장짜리.당연히 세상 햇빛을 처음보는 녹음들로 신비의 첼리비다케 전모에 근접해볼 충분한 물량이다. ▲하이든 교향곡 103,104번 ▲모차르트 교향곡 40번,하이든 교향곡 92번 ▲드뷔시 ‘바다’,관현악을 위한 영상중 ‘이베리아’ ▲베토벤 교향곡 4,5번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 〃 6번 ▲바그너 ‘탄호이저’서곡,‘뉘른베르크의 명가수’전주곡 ▲슈만 교향곡 3,4번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라벨‘볼레로’ ▲슈베르트 교향곡 9번 등 10장에 ▲바르토크 ‘관현악을 위한협주곡’과 리허설 스케치를 담은 보너스 CD를 곁들였다.그의 ‘브루크너교향곡 에디션’도 발매 추진중. 한편 ‘니벨룽의 반지’는 크나퍼츠부쉬 최고의 음질이라는 56년 실황을 첫선 보이는게 포인트.권력과 부를 보장하는 라인의 황금을 둘러싸고 인간과 신들이 한데 엉켜 쫓고 쫓는 ‘반지’는 바그너의 세계관을 집약해 보여주는 방대한 작품으로 그 상징성은 통시적으로 유효하다.이번 음반은 ‘라인의 황금’‘발퀴레’‘지크프리트’‘신들의 황혼’4부작을 16장에 담았다. 일급 바그네리안들이 성대의 단단함과 탄력을 다투듯 ‘반지’를 입체화시키는 가운데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관현악단과 합창단이 합류했다.그 음악세계는 격렬하고도 단단해 모노 사운드의 단조로움을 훌쩍 뛰어넘는다.
  • 김덕룡 ‘황혼열차’ 불가론 펴며 DJT 공격(표밭 돋보기)

    ◎파랑새 5개 유세단 수도권 7곳서 표몰이/신당 “이 후보·박찬종 결합은 순수 정치연대”/3당 강원도 선대위장 차기의식 표심 주시 ○…한나라당 김덕룡 선대위원장은 13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 희망백화점앞에서 가진 거리유세에서 “김대중 김종필 박태준씨 등 70대 3명의 황혼열차에 나라를 맡길수 없다”며 DJT연합의 국민회의를 집중 공략. 김선대위원장은 또 “김후보는 IMF 재협상론을 주장한 뒤 비난 여론이일자 추가협상으로 말을 바꾸는 등 김후보의 전매특허는 말바꾸기”면서 “이인제 후보는 구 신한국당을 깨고 신당을 조직해 결국 김대중후보 당선을 돕는 격이니 조속히 이회창 후보에게 돌아오길 기대한다”며 박수를 유도.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 등 새물결유세단은 13일 대전과 충남도내 시·군을 돌며 막판 부동표 흡수를 위한 거리유세에 열중. 김홍신 의원과 장기욱 전 의원은 이날 천안 예산 서산 당진 등 충남 북부지방을 돌며 이회창 후보 지지를 호소했고 김원웅 전 의원은 대전시내 중앙로 지하상가와 동양백화점등을 돌며 짧게 연설한 뒤 장소를 이동하는 저인망식 유세활동을 벌여 눈길. ○…국민회의는 13일 광개토단을 비롯 을지문덕 연개소문 등 ‘파랑새유세단’ 산하 5개 유세단을 총동원한 가운데 경기도내 6개 도시 7곳을 돌며 릴레이 유세를 이틀째 계속. 광개토단은 이날 상오 7시 성남 모란전철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을 상대로 김대중 후보 지지를 호소했으며 을지문덕단도 상오 수원역 광장에서 거리유세. 연개소문은 낮 12시 의정부역에서 문희상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막판 표몰이에 주력했으며 장바구니단은 안산과 시흥 광명 등을 돌며 여성 유권자들에 대한 표훑기에 나섰다.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를 지원하는 ‘모래시계 유세단’은 13일 상오부터 수원역 남문로터리 안양 범계역 본백화점 과천 호프호텔 등을 돌며 이후보 지지를 호소.유세단 소속 원유철 의원은 “대통령 후보 가운데 경제공황의 나락에 빠진 우리나라를 구할 유일한 일꾼은 이인제 후보 밖에 없다“며 “이후보는 박찬종 고문과 함께 깨끗한 정치,힘 있는 나라를 만들어 갈 가장 젊고 능력있는 인물”이라고 주장. 정소앙 경기도의원(성남8)도 “박찬종 고문과 이후보의 결합은 DJT식권력 나눠먹기나 당선을 위해 급조된 한나라당의 야합과는 전혀 다른 순수정치연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 부인 김은숙씨는 13일 속초 중앙시장에서 상인들을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하루종일 영동지역을 집중 공략. 한복 차림에 버스를 타고 속초를 출발한 김씨는 동명항을 방문,어민들에게 한표를 호소했으며 이어 양양 낙산사를 찾아 남편의 필승을 기원. ○…3당의 강원도 선거대책책임자가 모두 몰린 태백·정선지역 각 지구당 관계자들이 긴장속에 대선 결과를 주시. 현역의원인 박우병 의원은 한나라당 강원도선거대책위원장이며 15대 총선에서 박의원에게 고배를 마신 유승규 전 의원은 국민신당 강원도선거대책위원장,또 국민회의 강원도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인 성희직 강원도의원도 이번 대선이 여의도 입성의 발판이기 때문.
  • ‘일본의 딸’ 맞는 분위기 신중·착잡/‘고향방문’ 일 반응

    ◎일부선 “창피하다 집에 오지말라” 일본인 처 고향방문단 제1진을 맞이하는 일본의 반응은 신중하고 복잡하다. 동토의 땅에서 30여년만에 처음 돌아오는 ‘일본의 딸들’이지만 일본 정부는 고향방문 사업의 지속과 대북한 관계를 고려해 매우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일본인 처 체류기간동안 한명 한명에게 적십자 직원과 경찰 인력 등을 붙여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막고자 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북한은 ‘일본인 처 자유왕래 실현운동 모임’이 제출한 명단은 무시한 채 몇 차례 검사를 거쳐 문제가 없는 대상자들을 추렸다.일본의 한 북일관계 소식통은 “북한은 당초 50명을 보내겠다고 통보했지만 일본이 경비 대처에 무리가 있다고 난색을 표명,15명으로 줄어들었다”고 전한다. 한편 일본인 처 가족들의 반응은 크게 교차하고 있다.“향토 요리를 맘껏 들게하고 싶다.살아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며칠 밤을 새워가며 이야기하고 싶다”는 기뻐하는 혈육이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나와는 일절 관계 없다” “박정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지금 만나서 무엇을 할 것인가.북한에 갈 때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다”고 등을 돌리는 친척들도 나오고 있다. 만나겠다고 하는 친척들 가운데에서도 집으로 찾아오는 것 만큼은 피하고 싶다고 희망,제3의 장소에서 만나는데 그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15명 가운데 7명의 일본 이름은 공표되지 않았다.한국식 이름만으로 불리게 된다. 일본인 처들이 북한에 건너간지 어언 38년.인생의 황혼에 접어들어 겨우 ‘좁은 새장’을 나와보는 그녀들.그녀들의 고향방문이라는 거울에 오늘의 일본이 비춰지고 있다.
  • ‘으악세 울음’속에 가을은 간다(박갑천 칼럼)

    가을의 산과 들을 수놓는 것은 화사한 단풍만이 아니다.바람에 한들거리는 하얀 억새가 있어 단풍을 돋뵈게 하는 터.몽근짐지고 인생의 황혼을 맞이한 노년의 백발과도 같은 억새.전국 어디서고 볼수있다.꽃이라기보다 한숨으로 늙어버린 밑절미같다 할까.수만평 산등성이에 무더기로 피어있는 억새꽃을 해질녘에 바라보노라면 덧없는 인생의 소리가 들려오는 양하다.한창 보암직한 모습으로 보유스름해져가는 무렵이다. 푸르름 자랑하는 여름날부터 억새 잘못건드렸다가는 손을 벤다.그 이파리는 그만큼 꺽꺽하고 억세다.억새란 이름은 그렇게 억센것과 관련있는 듯이 말들을 하기도 한다.하지만 지방에 따라서는 옥달이네 꺽새네 으악새네 하는가하면 송강 정철의 ‘장진주사’에는 ‘어욱새’로 나온다.“어욱새 속새 덥가나무 백양속에 가기만 곳가면…”하고 읊어나가지 않던가.그러고보면 (잎이)억세어서 억새라 한다 함은 역시 민간어원론이라 해야겠다. 더러는 갈대와 섞갈리기도 한다.두식물이 모습은 비슷해도 갈대는 누진습지나 물가에서 자란다.전라도장성의 ‘갈재’를 노령이라 한자화하면서 “갈대가 많이 자라므로…”라고 한것도 억새를 갈대로 생각한데서 온 잘못.높은산에서 자라는 것이면 갈대 아닌 억새쪽이다.토박이이름 ‘갈재’의 ‘갈’은 갈대와 관계되는 것이 아니라 ‘’을 뿌리삼는 말로 ‘갈암→가람’의 ‘갈’이나 ‘고을’‘골짜기’의 ‘골’과 갈래가 같다. 전남여수에 전해 내려오는 억새꽃 전설이 있다(박영준편 〈한국의전설〉8권).여수쪽 토끼가 오동도로 건너가고 싶어 거북을 만나 말한다.자기를 오동도까지 갔다오게 해주면 천하제일의 보물을 주겠노라고.거북은 온가족을 동원해 엎드려 다리를 놔준다.한데 무사히 도다녀온 토끼는 메롱 궁따면서 깡충 뭍으로 뛰어내린다.속인 것이다.화가 난 거북이가족들이 토끼의 가죽을 벗겨 버린다.울고있는데 토신형제가 지나간다.짓궂은 형토신은 바닷물에 멱감은 다음 모래밭에 뒹굴면 낫는다고 한다.그대로 했더니 더 아프다.그러자 아우토신은 민물에 멱감은 다음 억새밭에 가서 구르라 한다.그대로 했더니 억새털이 온몸에 붙어 오늘날같이아름다운 모습으로 된다.그러나 거북을 속인 죄로 말은 못한다. 뿌리와 줄기 달여마시면 이뇨제로.가을이 이우는 이 주말,‘으악새 슬피우는’소리 들으러 나가보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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