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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7년부터 시나리오 집필 2004년 ‘장길산’ 작업까지 한국 드라마작가계 산증인 방송작가협회 이희우 이사장

    중학교 3학년 떠꺼머리 소년이 집에 오자,손윗형이 책 한권을 던져준다.프란츠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이었다.“야,이거 10대때 썼다더라.천재 아냐?” 읽어 보니 ‘엉터리’였다.“이까짓 것,나도 쓴다.”며 쓴 소설 ‘인생일로’는 경향신문이 공모한 장편소설에서 당당히 예선을 통과했다.당시 응모작 100여편 중 예선을 통과한 소설은 20편.자신감을 얻은 소년은 그 때부터 하루종일 글만 써대기 시작했다. ●“글쓰는 것이 무작정 좋았지” 이희우(李憙雨·64)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은 그때의 치기를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고 했다.“제 인생을 바꾼 사건입니다.그 때까지만 해도 공부 잘하던 범생이었는데….” 그의 표현대로라면 ‘글을 쓴다는 것은 망가지는 것’이다.그렇지 않아도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시절이다.공부 등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리 없다.“방황도 많이 했지요.얌전하고 내성적이던 놈이 거칠것이 없는 개방적인 성격으로 변했습니다.허풍도 많이 늘었고.(웃음)” 그래도 글 쓰는 것이 너무 좋았다.좋은 대학 들어가 고시를본다는 애초의 인생설계가 불가능해졌지만 상관없었다.이 작가는 서라벌 예술대 문예창작과를 1961년 졸업하고 본격적인 문학청년의 길을 걷는다.66년에 쓴 소설 ‘홍익자활론’이 대한민국 문학상 신인상을 타는 등 나름대로 인정도 받았다.그러나 ‘창구’는 너무 적었고,줄곧 작품을 발표할 매체 부족에 갈증을 느껴야만 했다.그때 극장에서 이탈리아 영화 ‘철도원’을 본 것이 인생의 또 다른 전기가 됐다. “원래 영상매체에 관심이 많았습니다.당시에는 방송은 아예 없고 영화가 유일한 영상매체였지요.” 영화는 그에게 대중들에게 좀더 큰 영향력을 가진 매력적인 신세계로 비쳐졌다.이른바 ‘순수문학’을 버리기로 결심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이희우는 67년부터 84년까지 영화 ‘만종’,‘왕십리’,‘별들의 고향’,‘봄 여름 가을 겨울’,‘마지막 찻잔’,‘메아리’ 등 수많은 영화 시나리오들을 썼다.상도 많이 탔다.71년 부일영화상,72년 국제영화상,73년 서라벌 예술상,74년과 80년 백상예술상,83년과 87년 대종상…. TV라는 신매체가 부상하던 78년에는,TBC ‘부부’를 시작으로 방송작가 길에 뛰어들었다.“당시 제 나이가 30대 후반이었죠.삶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펼쳐보고 싶었어요.자연스레 TV 단막극에 손이 갔습니다.” 그 때부터 4반세기 동안 드라마를 집필해왔다.‘노을’,‘축복’,‘봄비’,‘물망초’,‘일월’,‘형제의 강’,‘덕이’,‘오남매’….그를 ‘지나간 역사’쯤으로 취급하면 곤란하다.오랜 콤비인 ‘야인시대’의 장형일 프로듀서와 함께 올 6월 방영예정인 80부작 대하사극 ‘장길산’을 작업중인 쟁쟁한 현역이다.황석영 원작의 ‘장길산’은 SBS가 지난 94년 방송사상 최대액인 3억 3000만원에 판권계약을 하고 10여년째 드라마화를 벼르던 대작.지난 95년 황 작가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면서 제작이 전면보류되었고,출소후인 지난 99년에는 남북합작 이야기까지 나왔으나,북한경비정 영해침범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긴장되면서 무산된 바 있다. ●“모든 역사는 가족사로 회귀한다” 이 작가의 작품들은 30대 후반 드라마 작가 초기 시절에는 주로 문학성 짙은단막극,40대 중반부터는 멜로물,50대 홈드라마,60대에는 시대극으로 정리가 된다.그러나 그 중심에는 항상 변함없이 ‘가족’이 있다.이유가 궁금했다. 그러자 뜬금없이 어린 시절 이야기가 튀어나온다.“6·25때 전 초등학교 5학년이었습니다.당시 서울 만리재 공덕동 집에는 돌 넣은 깡통을 연결한 ‘설렁줄’이 다른 집들과 연결돼 있었죠.인민군이 강제징집하러 돌아다니면 울리는 ‘비상연락망’입니다.그러면 청년들은 마루 밑에 숨고 ‘담치기’해 도망가죠.우리 꼬마들은 툇마루에 앉아 그걸 구경하고….” 잠시 회상에 잠기던 그는 “내 개인적인 추억만 봐도 그러하듯,개인사가 곧 시대사를 반영한다.”고 말했다.“역사의 근본은 가족입니다.최초는 개인이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게 가족이죠.사회의 최소단위. 모든 역사는 결국 가족사로 회귀합니다.” 그렇다면 그의 작품들이 유난히 화해와 용서를 강조하는 것이 그리 이상하지 않다.“역사 위에서 뚜렷이 갈라지는 선과 악도 원점인 가족사로 돌아가면 구별이 없어집니다.가족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화해와 용서죠.우리네들의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고요.” 이 작가는 “물론 항상 멀리 바라보며 화해와 용서만 외칠 수는 없다.”면서 “그때그때의 현실적인 투쟁,개혁과 혁파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2월부터 촬영에 들어가는 ‘장길산’의 테마이기도 합니다.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려고 옛 세상을 깨뜨리는 의적의 이야기죠.” 그는 “장길산은 힘과 조직으로 백성을 선동하는 흔한 의적이 아니라,백성들을 깨우쳐가며 함께 새 세상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변화라는 것을 깨달은 특이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그냥 활극이 아니라 그 깨달음의 과정을 그리는 데 집중해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는 것이다.“철학적인 의미에 욕심을 많이 내다보니 (시청률이) 조금 불안하기도 하네요.” ●“시청률을 건강한 잣대로 만드는 것이 방송작가의 사명” 이쯤되면 시청률 이야기를 안 꺼낼 수가 없다.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은 시청률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평소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던 양 목소리에 갑자기 열의가 실렸다.“시청률은시청자의 ‘회초리’입니다.유효한 도구죠.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시청자를 거부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나 작금 지상파 방송사들의 시청률 지상주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좌판’에 ‘스낵’만 잔뜩 늘어놓고 있습니다.시청자에게 순간의 달콤함을 제공해 일시적으로 시청률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요.그러나 그것이 시청자와 작가,방송사 모두를 퇴락시키는 ‘바보짓’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지.방송문화가 퇴락하면 그 사회 전체가 영향 받습니다.국가적인 문제죠.” 이 작가는 그 해결책으로 방송사들의 균형잡힌 방송 편성 정책과 전문 방송 평론 집단의 육성 등을 요구했다.물론 방송작가의 ‘사명의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작가들은 시청자를 건강하게 성장시켜 올바른 안목을 키워줄 책무가 있습니다.시청자들의 취향을 기본으로 그 위에 무엇을 더해서 제공해야 할지 항상 고민해야 합니다.시청률이라는 잣대를 유효하고 건강한 도구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돼요.”능력면에서는 항상 감탄하는 요즘 젊은 작가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 갑자기 침묵한다.“오로지 ‘장길산’에만 전념할 생각입니다.정말 부담없이 말해보라면.…가족들이 좀 섭하게 들을지 모르겠네요.그냥 다 떠나서 깊은 산속 산사에 들어가고 싶습니다.자연의 일부가 되어서 인생에 대해 궁구해보는 ‘설렘있는 편안함’을 누려보고 싶어요.” 채수범기자 lokavid@
  • 보·혁 논객 ‘다른길’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소설가 이문열씨와 진보진영의 대표적 논객인 소설가 황석영씨가 17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 길이 갈렸다.이씨가 29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직을 수락한 반면,열린우리당의 공직후보자 심사위원으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진 황씨는 사실 관계 자체를 부인했다. 이씨는 “내가 한나라당에 호감을 갖고 있는 것을 이미 주위에서 알고,한나라당 지지자나 동조자로 분류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시민단체들이 바깥에서 정치에 참여하는 것처럼 나 역시 외부에서 지지정당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수락배경을 설명했다.한때 심사위원직을 고사했던 이씨는 “내 견해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제의를 받아들였으나,공천심사위의 결정이 당 지도부에 참고사항으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열린우리당이 공직후보자 자격심사위원으로 발표까지 했던 황씨는 “현실정치에 거리를 두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특정 정당의 공천심사위원회에 들어갈 수 있겠느냐.심사위원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그는 “더욱이 열린우리당은 여당인데 내가 참여하는 것은 모양새가 우습다.”고 덧붙였다. 황씨는 “열린우리당 사람이 무작정 내 휴대전화에 공천심사위원을 맡아달라고 여러 차례 녹음을 해놓고 나와 상의없이 심사위원으로 발표했다.그런 제의를 받아들인 적도 없고 그런 논의를 하는 자리에 가본 적도 없는데,열린우리당의 일방적인 발표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고 불평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이재정 총무위원장은 “지난 20일 황씨와 전화통화에서 황씨의 심사위원 수락의사를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이지운기자
  • ‘한씨연대기’ 19년전 감동 그대로

    1980년대 한국 연극계가 건져올린 귀중한 수확으로 꼽히는 극단 연우무대의 ‘한씨연대기’가 내년 1월8일부터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극단 동숭아트센터와 문화창작집단 수다가 지난 20년간 화제작들만을 모아 연중기획한 ‘연극열전’시리즈의 개막작으로 다시 공연되는 것.91년 재공연 이후 13년 만이고,초연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거의 20년 세월을 헤아린다. ‘한씨연대기’는 널리 알려졌듯 소설가 황석영이 1972년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김일성대학 의학부 교수였던 한영덕이 북측에서 버림받고 단신 월남한 뒤 남측에서도 이방인으로 떠돌게 되는 비극적인 삶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초연 당시 평단과 관객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1985년 4월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소박하게 막올린 ‘한씨연대기’는 이듬해 2월 말까지 공연장 여러곳을 옮겨가며 170여회의 장기공연을 기록했다.‘동아연극상’‘오영진연극상’‘백상예술상’등 각종 연극상도 휩쓸었다.여기저기서 빌린 500만원으로 어렵게 시작한 연극은 흥행 성공으로 빚을 다 갚고도,신촌에 소극장을 열 수 있는 목돈까지 마련했다.대학 연극반 학생들 사이에 한 번쯤은 무대에 올려야 할 레퍼토리로 꼽히고 있고,이 작품을 통해 대학로에 발을 붙인 연극인들이 상당수임을 볼 때 ‘한씨연대기’의 명성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케 한다. 85년,91년에 이어 세번째 연출을 맡은 김석만(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연출가는 “분단 문제를 다룬 연극이 드물었던 당시 시대적 상황과 역할바꾸기 등 새로운 공연 양식의 시도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그렇다면 시대가 바뀌고(물론 분단 상황은 변함없지만),연극 양식이 진화를 거듭한 지금도 이 작품은 여전히 유효할 것인가.그는 “지난 과거로 인해 우리의 모든 삶은 영향을 받는다.”면서 “한영덕의 삶과 그런 삶을 감싸고 있는 시대의 의미를 분명하게 전달한다면 지금 젊은 세대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연 무대에는 직장생활을 접고 8년 만에 연극판에 돌아온 문성근이 한영덕으로,결혼 후 활동이 뜸했던 양희경이 동생 한영숙으로 등장해 열연을 펼쳤다.이번 공연에도 강신일 이대연 김중기 등 연극과 영화에서 두루 활동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돼 불꽃 튀는 연기대결이 예상된다.강신일이 한영덕으로,이대연이 친구 서학준을 연기한다.여기에 박남희 서정연,두 여배우가 가세해 1인 다역을 소화한다. 김석만 연출가나 극단 연우무대 못지않게 원작자 황석영에게도 이번 공연은 의미가 남다를 듯싶다.올해 ‘한씨연대기’불어판을 출간한 그는 지난 여름,한 사석에서 김석만 연출가에게 “‘한씨연대기’를 다시 해보면 어떻겠느냐 .”는 뜻을 먼저 내비치며 애착을 보였다고 한다.공연 둘째날인 1월9일에 마련된 ‘한씨연대기의 날’에는 황석영,문성근 등 역대 출연 멤버들이 자리를 같이할 예정이다.2월29일까지 .(02)762-0010. 이순녀기자 coral@
  • 간이역등 29곳의 공간 문학적 서정으로 메워/최재봉 ‘…사이버스페이스까지’

    간이역,카페,절,무덤,사막,숲…. 우리 문학에 풍부한 자양분을 공급해온 소재들이다.어쩌면 우리 문학사는 그 ‘빈 사이(空間)’를 나름대로의 서정과 상상력으로 메워온 숱한 작가들의 고백이 아닐까? 이룸출판사에서 나온 ‘간이역에서 사이버스페이스까지’(최재봉 지음)는 그 공간들을 다룬 다양한 작품들을 저자가 발로 누빈 기록이다.10여년 동안 한겨레신문 문학기자였던 그가 연재한 기사를 바탕으로 새로 잇고 누비고 한 이 글은 같은 ‘틈’이 보기에 따라서 얼마나 다채롭게 변주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한국문학의 공간 탐사’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저자는 ‘빈집’을 비롯한 29곳의 공간을 다룬 작품들을 소개한다.동일한 공간을 채우는 다양한 목소리의 작품들을 일일이 캐낸 저자의 열정이 묻어있다. 예컨대 저자는 ‘포장마차’라는 공간에서 시인 안도현의 ‘숭어회 한 접시’와 임영태의 ‘포장마차’에 담긴 “매혹적 자태”를 끄집어 낸다.이어 김승옥의 단편 ‘서울,1964년 겨울’의 한대목으로 안내한 뒤 포장마차가 지닌 매혹의원인을 “따스한 인정,낯선 사람들끼리의 의기투합” 등으로 분석한다. 저자의 공간을 통한 문학보듬기는 다양하다.일그러진 우리 현대사에서 저항의 상징은 문학.투옥된 문인들이 유달리 많았던 터라 ‘감옥’은 문학의 단골 소재였다.그 곳은 “억압적인 현실과 그 속에서 고통받는 민중을 상징”(김지하)하거나 ,“확고한 투쟁 의지로 강고한 성채를 이루면서도 뜻밖의 따뜻한 서정성을 발휘”(김남주)한다.여기에 송기원·김영현·황석영의 경우처럼 빼어난 작품을 낳은 ‘문학적 자궁’이기도 하다는게 저자의 시선이다. 이종수기자 vielee@
  • 책꽂이

    ●물왕리에서 우리가 마신 것은 사랑이었습니다(김영환 지음,명상 펴냄)현역 국회의원의 신작 시집.첫 시집 ‘지난날의 꿈이 나를 밀고간다’에서 노동자 생활 등 제도권 밖의 현실참여를 노래한 시인이 이번엔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장시 ‘어머니의 눈물’ 등 ‘제도권 안에서의 참여’를 노래한다.또 녹록지 않은 솜씨로 빚은 서정적 사랑시 등도 실었다.8500원 ●백령도의 추억(정건영 외 지음,중앙 M&B 펴냄)송영·황석영 등 해병대 출신의 작가 7명의 군 체험 소설집.기획하고 소설을 보탠 심상대는 “문학이라는 매혹적 미지의 땅으로 돌진하여 닿자마자 모든 것을 불태우고 문학에 자신의 영역을 구축한 해병정신의 구현자들”이라고 평가.8900원 ●라보엠(앙리 뮈르제 지음,이승재 옮김,문학세계사 펴냄)푸치니 오페라의 원작 소설로 국내 첫 완역.술과 카페로 대변되는 낭만이 넘치는 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철학가,화가,음악가와 시인 등 4명의 주인공을 통해 보헤미안 예술가들의 애틋한 사랑과 방랑,웃음을 그린다.9800원 ●테헤란에서 롤리타를 읽다(아자르 나피시 지음,이소영·정정호 옮김,한숲 펴냄)1979년부터 18년 동안 이란에서 영문학을 가르친 여교수의 회고록.저자가 떠나오기 전 2년 동안 결성한 ‘금지 소설’토론회에서 젊은 이란 여성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중심으로 억압상을 그린다.1만 8000원 ●혼불의 언어(장일구 지음,한길사 펴냄)혼불학술상을 받은 저자가 낸 ‘혼불’ 언어 사전. 고 최명희씨가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다.”고 고백할 정도로 갈고 닦은 언어를 1부의 1200 표제어,2부의 대표적 비유·상징적 문장으로 응축했다.1만 2000원 ●몸은 곤궁하나 시는 썩지 않네(송재소 지음,한길사 펴냄)성균관대 한문학교수인 저자가 계간 ‘시와 시학’에 연재한 글 모음집.통일신라시대 최치원에서 신채호까지 17인의 한시작가의 대표시를 분석.개략적인 삶을 곁들여 쉽게 풀어냈다.1만 3000원 ●내 마음의 풍광(배교윤 지음,현대시 펴냄)2003년 등단한 시인의 첫 작품집.시인의 주된 정조는 ‘근원적 그리움’인데 주로 어머니와 고향,바다,구름 등 자연을 모티브로 노래한다.7000원
  • “가고싶은 고국 땅이건만 ‘자수서’와 바꿀순 없었소”재일 통일운동가 정경모 씨

    ‘이승만 대통령의 장학생’에서 유신 치하의 망명객에 이어 5·6공화국의 ‘국사범’으로 아직도 일본을 떠돌고 있는 ‘통일운동가’. 그 파란만장한 인생의 주인공은 정경모(79)씨다.10여년 전 민족주의자 고(故) 김구·여운형·장준하 등이 저승에서 나누는 대화 형식을 빌려 반민족행위자들을 통렬하게 꾸짖은 ‘찢겨진 산하’(거름 펴냄)로 국내에 알려진 그의 삶은 일그러진 우리 현대사를 웅변으로 보여준다. ●‘이승만 장학생' 에서 ‘국사범'으로 최근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한 ‘해외 민주인사 한마당’ 행사에 송두율 교수 등과 함께 초청돼 귀국을 준비하다 ‘자수서’를 내라는 정부 제안에 “비굴한 형식을 거치느니 거부하겠다.”며 끝내 귀국을 포기해 화제가 됐다.초청인사 50명 중 입국을 거부한 두 사람이 정씨와 그의 부인이었다.일본 도쿄에서 작은 학숙(學塾)을 세워 제일교포 2세들과 일본인에게 한국어와 역사를 가르치다 건강이 안 좋아져 지금은 요코하마(橫濱)시 히요시(日吉)에 사는 그를 히요시역 근처 찻집에서 만났다. “‘준법서약서’ 안 써도 된다고 해서 관계자를 만났더니 자수서를 쓰라고 해.차라리 여기서 그대로 살다가 꺼졌으면 꺼졌지 그런 수모는 받아들일 수 없었어.내가 자수서를 쓰면 문익환 목사를 부인하고 나를 파괴하는 거야.” 정씨의 귀국을 막고 있는 것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다.89년 문익환 목사와 방북해 김일성 당시 주석을 만났고,그전에도 문 목사의 방북을 준비하러 평양에 갔었다.95년엔 문 목사의 부인 박용길 장로와 함께 방북했다. “방북 당시 문 목사와 허담씨가 서명한 ‘4·2 공동성명’은 남북화해의 초석이었어.거기에 놀란 노태우 정권이 당황해 ‘남북기본합의서’(91년 12월)를 내놓았는데 ‘4·2성명’을 계승한 거야.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발표한 6·15 성명도 당시 성명에서 연유한 것이지.그런데 어찌 ‘실정법을 어긴 죄인임을 자인하고 깊이 반성한다.’는 자수서를 내미는가 말이야.” ●판문점 통역일로 문익환목사와 인연 그가 문익환 목사를 사주해 방북을 권유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문 목사와의 인연은 50년 전에 맺어졌다.1924년 서울에서 태어난 정씨는 경기중·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의대를 다니다 미국 에모리대학으로 유학을 가 화학을 전공한 뒤 대학원에 진학했다.당시만 해도 환전이 불가능해 친분이 두터웠던 이승만 대통령의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가 학비를 대주기도 하고 송금도 도와주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장면 주미 대사가 “당신 같은 사람은 공부만 할 게 아니라 조국을 위해 뭔가 해야 한다.”고 권유해 미국 국방부 직원이 돼 도쿄 극동군최고사령부에 근무하면서 ‘유학파’로 같은 일을 하러온 문익환을 만났다.두 사람은 정전협정이 논의되던 판문점에서 통역장교로 함께 일했다. 통역일은 정씨의 인생을 180도로 바꾸었다.좌익이 데모하는 게 보기 싫어 유학을 갈 정도의 보수적 학생이었던 정씨는 중국의 펑더화이 사령관 등을 만나면서 한반도 정세를 공부할 필요성을 느껴 에드거 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을 비롯한 동북아 현대사 서적을 탐독하며 ‘미국의 정체’를 파악했다.그러던 정씨는 1970년 박정희 독재 정권에 환멸을느껴 일본으로 망명을 감행했다. 정씨에게 송두율 교수 입국이 오버랩되는 건 당연하다.송 교수를 둘러싼 파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인텔리티까지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 인간적으로는 안타깝기도 하지만 국정원 능력을 과소평가한 거지.모든 자료를 다 갖고 있다가 증거를 들이미니 그때마다 시인할 수밖에.차라리 황장엽씨의 폭로 등 모든 것을 털고 귀국하는 게 나았을 거야.” 내친 김에 국가보안법의 존재 자체는 부정할 수 없는 게 아니냐고 물어보았다.“국정원의 입장은 이해해.하지만 실정법 위반 이전에 문 목사와 나의 방북 의미를 생각해야 돼.그리고 늙으면 고향에 묻히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이고.자수서에 이름 석자 써넣으면 고국에 갈 수 있지만 살아온 의미를 부정할 수는 없잖아.” ●‘장길산' 일본어 번역 내년7월 마무리 화제를 바꿔 황석영씨의 소설 ‘장길산’의 일본어 번역에 대해서 물었다.황씨는 86년에 “제 작품 번역은 선생님 이외에는 해낼 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찾아왔습니다.”라고 부탁했다고 한다.이미 ‘한씨 연대기’ 등을 통해 황씨에게 매료된 상태였고 ‘장길산’을 읽느라 전철역을 지나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선뜻 동의는 했지만,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 일역 등으로 짬을 못내다가 밀입북했던 황씨가 귀국해 구속된 93년부터 ‘마음의 빚’에 눌려 번역을 시작했다.94년 1권 번역 출간에 이어 1년에 1권꼴로 9권을 번역한 상태다.내년 7월이면 완역한다.(정씨는 ‘장길산’ 일역 관련 일화 등을 최근 창비사가 낸 ‘황석영 문학의 세계’에 ‘황석영과 나’라는 글에서 밝혔다.)꼿꼿하게 원칙을 지켜온 삶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나처럼 살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그런 사람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만해 한용운 선생 빼고 독립선언문 쓴 33인이 모두 넘어갔잖아.그런 지조를 지킨 ‘최후의 1인’이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이 일제와 싸울 수 있지 않았겠어.” 인터뷰를 마칠 즈음 갑자기 비가 내렸다.댁까지 바래다드리겠다는 기자의 말에 손사래를 치면서 지팡이에 의지해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뒷모습에는 평생 신념을 지키며 산 올곧음이 배어나는 것 같았다. 요코하마 이종수특파원 vielee@
  • ‘매춘’ 코드로 엮어 본 새로운 심청/ 황석영 새소설 ‘심청’

    황석영의 소설 ‘심청’(문학동네 펴냄)이 단행본으로 나왔다.한국일보에 연재된 작품이다. 작가는 특유의 실험적 해석으로 새로운 심청을 그렸다.눈먼 아버지를 위해 공양미 300석에 중국 상인에게 팔려간 뒤 인당수로 뛰어들어 용궁에서 부활한다는 고전소설 속 주인공을 근대화의 파고가 드높은 동아시아 무대로 불러내 험한 세파를 헤쳐가는 여성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풍랑을 잠재우는 제물로서 형식적 굿을 치른 열다섯의 ‘청’은 차(茶)의 거상인 첸 대인의 첩으로 팔려가는 배 안에서 ‘렌화’(연꽃)라는 이름을 얻는다.첫번째 변신인 셈이다. 첸 대인이 급사하자 그의 아들 구앙을 따라 기루(妓樓)로 간 렌화는 몸을 팔면서 기나긴 ‘매춘 오디세이아’의 첫발을 내딛는다. 이후 작품은 떠돌이 악사와의 사랑과 기루 탈출,체포 등을 거쳐 타이완의 지룽 섬의 창녀 생활,싱가포르에서의 첩살이,오키나와에서의 결혼과 사별,나가사키의 요정 운영에 이은 귀국 등 심청의 신산한 삶의 여정을 추적한다.팔려간 심청의 운명은 나라별로 연꽃을 뜻하는 렌화(중국),로터스(싱가포르),렌카(일본) 등의 이름으로 바뀐다. 작가는 그 속에서 가부장적인 이데올로기에 가린 ‘효녀 심청’ 대신에 서구 자본주의가 기획한 프로그램에 따른 동아시아의 근대성 속에 도사린 남성적 욕망을 ‘매춘’이라는 코드로 고발한다. 이종수기자
  • 한국 연극史 다시 쓴 15편 릴레이공연 반갑다 ‘연극열전’/내년 1월부터 동숭아트센터서

    지난 20여년간 한국 연극사에 큰 획을 그었던 화제의 명 연극들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극단 동숭아트센터(대표 홍기유)와 문화창작집단 수다(대표 장진)는 1980년부터 지금까지 흥행에도 성공하고 작품성도 인정받은 연극 15편을 선정,내년 1월부터 ‘연극열전’이란 타이틀 아래 동숭아트센터 동숭홀과 소극장에서 연중 릴레이 공연한다.오태석 이윤택 김광보 박근형 등 내로라하는 연출가들과 명배우 조재현 윤소정 안석환,그리고 목화 미추 연희단거리패 실험극장 연우무대 등 한국을 대표하는 극단들이 총출동하는,최고의 연극시리즈이다. ●서울 관객대상 ‘가장 보고싶은 연극' 조사 대극장인 동숭홀에서 공연될 작품은 ‘에쿠우스’‘남자충동’‘햄릿’‘허삼관 매혈기’‘택시드리벌’‘백마강 달밤에’‘오구’‘피의 결혼’ 등 8편.소극장에선 ‘한씨연대기’‘관객모독’‘판타스틱스’‘나잇마더’‘불 좀 꺼주세요’‘청춘예찬’‘이발사 박봉구’ 등 7편이 공연된다. 이들 작품 목록은 역대 화제작을 중심으로 관객의 선호도 조사,연극인 설문,공연제작 가능성 여부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최종 선정됐다.최근 서울지역 관객 500명을 대상으로 15편 가운데 ‘가장 보고 싶은 연극’을 조사한 결과 ‘햄릿’이 1위에 꼽혔고,이어 ‘에쿠우스’‘관객모독’‘청춘예찬’‘오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주최측은 “관객이 보고 싶어하는 연극을 무대에 올림으로써 관객을 적극적으로 극장에 끌어들이는 한편 좋은 작품들이 단발성 공연에 그치지않고 외국의 경우처럼 장기 레퍼토리로 정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연극열전’의 첫 무대를 장식할 ‘에쿠우스’는 실험극장의 대표작.말 여섯마리의 눈을 찌른 소년 앨런의 심리상태를 묘사한 이 작품은 1975년 초연 당시 공연계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번 공연에는 1991년 5대 앨런을 연기했던 조재현이 다시 무대에 오르고,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광보가 연출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 ‘남자충동’은 1997년 극작가 겸 연출가 조광화와 배우 안석환의 이름 석자를 뚜렷하게 각인시킨 작품이다.가부장적 가치관에 사로잡혀 폭력을 휘두르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그려 그해 각종 연극상을 휩쓸었다.입소문만 들어왔던 연극 팬들에겐 반가운 무대이다. ●연희단거리패 ‘오구' 10년간 270만 동원 10년 동안 270만 관객을 모은 초대형 흥행작으로,최근 영화로도 만들어진 연희단거리패의 ‘오구’(이윤택 작·연출)와 전통의 미덕 속에 다양한 실험성을 보여주고 있는 극단 목화의 ‘백마강 달밤에’(오태석 작·연출)도 눈길을 끈다.창단 35주년을 맞는 극단 자유의 ‘피의 결혼’은 1980년대 ‘무엇이 될꼬하니’‘달맞이 꽃’에 이은 죽음의 3부작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소극장 프로그램의 첫 작품인 연우무대의 ‘한씨연대기’는 한영덕이라는 평양 출신 의사의 삶을 통해 분단 문제를 조망한 작품.황석영의 소설을 무대화한 것으로 91년 재공연 이후 13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관객을 연극에 끌어들이는 파격적인 연출로 화제를 모은 극단 76단의 ‘관객모독’도 오랜만에 공연된다. ‘나잇 마더’는 ‘엄마,안녕’이란 제목으로 98년 산울림소극장에서 공연돼 숱한 엄마와 딸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작품이다.배우 명계남이 연출자로 나서는 이번 공연에는 실제 모녀지간인 윤소정과 오지혜가 동반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햄릿’은 극단 백수광부의 대표인 이성열 연출가가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해 무대에 올린다. ●패키지티켓 구입땐 20~30% 저렴 이밖에 90년대 최고의 흥행작인 ‘불 좀 꺼주세요’,배우 박해일을 발굴한 ‘청춘예찬’,만능 재주꾼 장진의 ‘택시드리벌’ 등은 연극 마니아가 아니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화제작들이다.극단 동숭아트센터의 ‘이발사 박봉구’와 극단 미추의 ‘허삼관 매혈기’는 지난해와 올해 초연한 최근작이다. 공연기간 중 극장 로비에서 연극 사진전과 포스터전,연출가와 배우들이 참가하는 벼룩 시장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마련된다.20장,10장,5장씩 묶은 패키지 티켓을 사면 25∼30% 할인된 가격으로 공연을 볼 수 있고,‘연극열전’ 회원에 무료 가입하면 전 공연 20%할인 혜택을 받는다.www.idsartcenter.co.kr(02)762-0010. 이순녀기자 coral@
  • ‘객지’에서 ‘손님’까지 각이 너그러워진 세월/새달 환갑 맞는 황석영 ‘문학의 세계’

    ‘객지’(71년)에서 ‘손님’(2001년)까지. ‘영원한 청년 작가’ 황석영에게도 세월은 어김없이 찾아왔다.오는 12월14일 환갑을 맞는 그의 푸르디 푸른 문학인생 41년을 조명한 ‘황석영 문학의 세계’가 나왔다.창비가 1년6개월의 공을 들인 이 책은 3부에 걸쳐 국내외 유명 작가 및 평론가 15명의 작품론과 ‘내가 아는 황석영’ 등의 값진 글이 수두룩하다.고모리 요오이치 등 일본작가는 물론 미국의 시어도어 휴즈,프랑스의 세실 바스브로,독일의 한스 크리스토프 부흐 등이 글품을 보태 황석영의 국제적 입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작가는 책머리의 문학평론가 최원식 인하대교수와의 대담에서 등단작 ‘입석 부근’에 얽힌 이야기,대표작 ‘객지’가 계간 창작과비평에 실린 사연,북한에서 들은 월북작가 박태원의 결혼이야기 등 많은 숨은 이야기를 고백한다.그가 들려주는 이 일화들 자체가 우리 문학사의 서까래를 이룬다. 1부는 고교시절 문우인 오생근 서울대교수를 비롯해 황광수 임규찬 임홍배 서영인 등 동료들이 황석영의 주요 작품을 분석한다.특히임규찬 성공회대교수는 황석영의 대표작 ‘객지’가 미친 70년대의 파급력을 평가한 뒤 “기존의 비판적 시선들이 양적인 한계를 간과한 데서 비롯했다.”며 “전형적 상황과 전형적 성격의 창조에 주안점을 둔,장편이 아닌 단편적 성격의 중편구조에 딱 부합하는 서사노선”이라고 해석해 눈길을 끈다. 2부에서는 외국 작가들이 ‘무기의 그늘’‘한씨연대기’등의 작품을 소재로 황석영 문학의 정체성을 들려준다.프랑스 작가 바스브로는 ‘한씨연대기’‘삼포 가는길’‘무기의 그늘’을 분석하면서 “황씨의 작품은 38선을 보여주는데 그 속에는 역사와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거라는 희망을 간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3부는 인간미가 풋풋하게 나는 글모음집.선배 작가 송기숙은 ‘황구라’라는 별명을 낳은 뱀장사·약장사 흉내,좌중의 분위기를 간파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씨,광범위한 독서량,‘장길산’ 창작 때의 풍경 등 ‘인간 황석영’의 면모를 구수하게 들려준다.고국의 민주화를 위해 싸운 재일 통일운동가 정경모는 황석영의 글을 읽은신선한 충격과 ‘장길산’ 번역을 맡은 일화 등을 전해준다. 한결같은 그의 글 인생을 축하하는 이 헌정집 성격의 연구서에 대해 작가는 “환갑 얘기를 하니까 쑥스럽다.”고 말한다.이어 “다른 생각에 대해서도 너그러워졌고 글쓰기에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다.”는 그의 말은 몸은 환갑이지만 문학정신은 여전히 젊음을 보여준다. 현실에서 소설을 건지고 소설로 현실적 발언을 해온 황석영을 위한 문단의 덕담은 또 있다.한국일보에 연재된 ‘심청,연꽃의 길’이 이달말 문학동네에서 나올 예정인데,새달 1일 ‘황석영 문학의 세계’와 함께 두 책의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를 만든다. 이종수기자 vielee@
  • “우리가 혼돈의 인류 구할수 있어”/서울대서 인문학포럼 강연 김지하 시인

    ‘오적’의 김지하(金芝河·61) 시인이 17일 서울대 강단에 섰다.이날 오후 서울대 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인문학포럼에서 김 시인은 혼돈을 겪고 있는 인류와 지구문화를 구하기 위해 우리 민족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시인은 “‘후천개벽’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했다.그는 “후천개벽은 종말이 아니다.선천(先天)을 부수고 유토피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선천을 해체,재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지금은 목적론적 진보주의가 끝나고 무엇인가 시작되려는 혼돈기”라면서 “인류는 내면·도덕적인 황폐에 시달리고 극심한 빈부격차를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김 시인은 또 “풍요로운 삶을 위해 ‘구라(입담이 좋다는 뜻의 속어)’라는 자극이 필요하며,백기완·황석영·김지하가 이 시대 3대 ‘구라쟁이’”라면서 “요즘은 구라가 너무 없어 메말랐다.구라 없이는 과학,예술,철학 다 안된다.”고 ‘구라론’을 펼쳐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어 문명의 대전환 시대에는 새로운 삶의 원형을 제시하는 ‘성배(聖杯)의 민족’이 나타난다는 독일의 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나라가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시인은 그 이유로 지난해 6월 월드컵에서 젊은이가 보여준 힘을 꼽았다.그는 “월드컵 때 내가 본 것은 자신의 절실한 생활범주까지 버릴 수 있는 ‘결합’이었다.”면서 “반대되는 것도 경계 없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고 평가했다.이것이 ‘후천개벽’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김 시인은 “수줍어하지 말라.진리를 보고 가는 자는 길가의 똥무더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지금 대한민국은 똥이 찼지만 가능성이 있으며,바로 여러분이 문예부흥과 문화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당부하며 강의를 끝맺었다.강당에서는 교수와 학생 100여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강의를 경청했다.김 시인은 2시간에 걸친 강연 직후 청중과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이날 강의는 서울대 인문학 포럼의 문화계 인사 초청특강 형식으로 이뤄졌다.지난 4월에는 임권택 감독이 강의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
  • 문학단신

    출판사 ‘삶이 보이는 창’이 오는 14일부터 12월 6일까지 서울 아현동 민족문학작가회의 강의실에서 ‘삶의 창을 여는 문학교실’을 연다.‘진보적 생활문예’를 주창하면서 일하는 사람들의 글 모음을 소개하는데 주력해온 활동에 걸맞게 강좌는 르포문학,평전문학,여성노동자 글쓰기교실 등 3개로 나뉘어 화·수·목요일 오후 7시30분 각각 진행된다.모두 8차례.(02)868-3097.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은 9∼18일 미국 중·동부지역의 3개 대학을 순회하며 ‘한국작가 작품낭독회’를 개최한다.소설가 황석영,시인 황지우(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평론가 한기욱(인제대 교수) 등이 참가하는 이 낭독회는 컬럼비아대,미시건대,아이오와대 등 3개 대학에서 열린다.낭독회의 대상 작가 황석영·황지우씨는 미국 대학들의 적극적 요구에 따라 선정됐다.
  • “北, 宋교수 회색분자 평가”/황석영씨 “이번 추방되면 국제미아 될 것”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가 자신을 ‘경계인’으로 지칭한 것처럼 북한은 송 교수를 ‘회색분자’로 평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 교수의 변호인인 김형태 변호사는 주변 사람들에게 “국가정보원이 조사 과정에서 송 교수에 대해 북한 당국이 평가한 자료를 송 교수에게 보여 줬는데,송 교수를 ‘회색분자’로 지칭하며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한 내용이었다.”고 소개했다. 소설가 황석영씨도 5일 “며칠 전 김형태 변호사에게 송 교수를 위로하고 설득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송 교수를 만났는데,송 교수가 그 얘기를 하면서 매우 씁쓸해 했다.그래서 ‘이제는 모두 털고 전향하라.’고 했더니 한참을 울어 한동안 해외를 떠돌았던 나도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가슴이 무너져 내리더라.”고 전했다. 황씨는 송 교수에게 “북한 등에서의 행적을 속이고 있는 것처럼 드러나고 있는데 솔직하게 자백하고 전향한 뒤,아예 몇년 감옥살이를 할 각오를 하라.”고 충고했다고 밝혔다. 황씨는 송 교수에 대해 “외로운 친구다.오랫동안 밖에 나가 있어 그런지사람들과 스쳐 지나가기만 할 뿐 깊은 정을 나누지 못했다.이번에 만약 강제추방된다면 그는 영원히 남에서도,북에서도 받아 주지 않는 ‘국제 미아’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황씨는 “송 교수가 정말 후보위원이었다면 왜 북한으로 가지 않았겠느냐.그 정도 지위면 온갖 혜택을 누리며 살았을 텐데,남과 북을 아우르려는 ‘경계인’으로서 삶에 대한 신념 때문이 아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송 교수는 지난해 10월 ‘경계인의 사색’이라는 책을 쓰면서 “경계의 이쪽에도,저쪽에도 속하지 못하고 경계선 위에 서있는 탓에 경계인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며 “조국의 남과 북 사이에서 상생의 길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를 찾아 긴장 속에서 여전히 헤매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
  • “박정희 군대 악몽 한국인 만나며 사라져”/베트남 대표시인 반레 내한

    “베트남 민족해방전쟁에서 ‘박정희 군대’가 우리 민족을 학살해 좋지않은 인상을 갖고 있는데 문인들을 비롯해 한국인을 직접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회장 방현석)의 초청으로 1일 방한한 베트남의 대표시인 반레(본명 레지투이·사진·54)는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한국에 대해 갖고 있던 소회를 이처럼 밝혔다. “날씨가 춥다.”고 말문을 연 그는 한국 문학에 대한 질문에 “베트남에 소개된 작품이 많지 않지만 김지하의 시를 많이 읽었다.”며 “최근 읽은 김정환의 시집 ‘서울 하노이 시편’(문학동네 펴냄)과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작가 이대현이 쓰고 방현석이 시나리오로 각색한 ‘슬로 블릿’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 불고 있는 한국 대중문화의 열기 ‘한류’에 대해서는 “TV를 틀면 언제든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는데 아기자기한 일상생활을 다뤄 정서적으로 가까운 느낌이 들어 인기를 끄는 것 같다.”면서도 “삼각관계,연인 중 한명이 암으로 죽는 설정 등 드라마 대부분의 내용이 엇비슷한 점은 한계”라고 꼬집기도 했다. 1949년 베트남 북북 닌빈성에서 태어난 그는 66년 고교졸업후 자원입대했다. 75년 종전때까지 참전한 그는 동기 300여명중 295명이 사망한 남다른 아픔을 바탕으로 시집 ‘그대 아직 살아있다면’(실천문학사 번역)을 내놓았다.76년 등단하여 20여권의 작품집을 냈고 82년부터 영화에 뛰어들어 시나리오작가와 감독으로 활동하면서 영화 ‘사이공,1968년의 봄’ 등을 감독했다. 이종수기자 vielee@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8) 신경림-새로운 국가 독점과 민중의 위상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난한 사랑 노래’ 중에서) 세상에는 높아서 높은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낮아서 높은 사람도 있다.아니 이렇게 낮아서 높은 사람이 정말로 높은 사람이다.키도 작고 얼굴에는 굵은 주름,잔주름 골이 패어 뙤약볕 쐬며 이 장 저 장 돌아다니는 나이든 장꾼처럼 보이는 신경림 시인.그러나 그는 스스로 높이지 않는데도 가장 높은 시인의 한 사람이다.이런 일도 세상의 묘한 이치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신경림 선생은 정릉의 한 아파트에 홀로 산다.혼자 지내시기 적적하지 않으시냐고 했더니 워낙 습관이 되어 괜찮다고 하신다. 손자가 가끔 놀러 온다는데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여간 귀여워하지 않으시는가 보다. 한 마디를 해도 속에 있는 마음이 다 보이는 것처럼 투명하게 하시기 때문에 사실은 그 안에 더 많은 것이 있는 줄 잠시 잊을때가 많다. “선생님 여름이 다 지나갔네요.어떻게 지내셨습니까?” “금년이 덜 더웠던 것 같아요.비가 많이 오고.그래도 여름이라고 섬에도 한번 갔다 오고 시골도 며칠 걸려서 갔다 왔어요.” “어디로……?” “전라도로 해서 경상도,강원도,충청도로 돌아왔지.버스 타고 다니는 재미로 한바퀴 빙 돌았어요.아무도 안 만나고 혼자 다녔어요.” ●겉으론 소탈…속으론 깔끔 나는 선생의 서재를 다시 한번 둘러본다.책이 많은데 참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다.선생은 이사온 지 1년 반쯤 되었다며 다른 사람 많이 주고 꼭 필요한 것만 들고 왔는데 그래도 찾기 힘들다고 하신다.역시 겉으로 소탈하고 속으로 깔끔한 분이다. “얼마 전에 내신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가 MBC의 ‘느낌표’ 도서로 선정되면서 사람들이 무척 관심을 가졌던 모양인데요.시는 많이 쓰시는지요?” “가능하면 시 이외의 글은 안 쓰고 시만 쓰고 싶어요.시를 쓸 시간도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으니까.” “시집은 언제쯤?” “당장은 못 내지만 내년에 전집을 낼 계획을 세우고있어요.” 나는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선생께서 펴내신 책도 많더라고 했는데,선생께서는 인터넷 정보가 엉터리가 많더라고 하신다.당신이 직접 내신 책은 스무 권 정도라나.그러나 나는 선생의 취향이 겉보기 이미지와는 달리 매우 지적이라고 생각해 왔던 터다.예를 들어 요즘 인구에 회자하는 작가 황석영씨의 ‘삼국지’ 이야기가 나오자 선생은 우리나라에 번역된 삼국지 판본들을 비교하면서 내심 다 평가를 하고 있지만 표현은 안 하시려는 태도다. 나는 선생께 드릴 짓궂은 질문을 준비해온 참이다.나는 웃으면서 말씀을 드렸다. “대통령 선거가 되면 후보들에게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그런 거 물어보잖아요? 시내버스 요금은 얼마고,전철은 얼마고,물어보지 않습니까? 저도 선생님께…” “시내버스는 700원이고 전철도 700원이지? 나이 먹으면 공짜로 타는데 나는 돈 내고 타요.카드 사가지고서.나까지 그럴 거 없지 않으냐는 생각 때문에.이번에 돌아다녀보니까 참 문제가 많아요.지방(시골)에 가보니까 한 70%가 결손가정이에요.부모 중에 하나가 없거나 부모가 둘 다 없어서 할머니 밑에서 크거나.굉장한 사회문제였어요.돈벌이가 없으니까 서울에 나가는데 서울에서 돈벌이 하다 보면 안 돌아와요.그러다 보면 아녀자들도 남편 따라서 도시로 나가는 거죠.아이들만 남아서 할머니 밑에서 크고.가난이 아직도 문제라는 거지.빈부격차가 엄청나게 심해서,과장된 표현을 하면 이러다가 우리도 남미나 필리핀처럼 사회의 깊은 갈등으로 굳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IMF사태 이후로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없는 사람들 편에서 생각하는게 문학 “선생님 책이 많이 팔리는데요.그런 선생님께 서민들이나 민중의 삶에 관해서 여쭤보는 것이 아직도 유효한지 모르겠습니다.” “없이 사는 사람들 편에서 생각하는 것이 문학이 아닌가 생각해요.잘 살고 돈 많은 사람들 편에서 생각하는 게 문학이 아니라.문학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가난한 사람들,피해자일 수도 있고,소외 계층일 수도 있고,그런 사람들과 생각을 함께 할 때 문학이 정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닌가생각해요.또 어떤 면에서는 삶의 진실을 추구하는 문학,그런 게 위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상벽이 있는 나는 이 대목에서 잠깐 숙연해졌다.짓궂은 질문으로 대화를 주제와 다르게 즐겁게 끌어나가려고 생각했건만 선생의 한 마디,문학은 없이 사는 사람들 편에서 생각하는 것이라는 말씀에 그만 다 잊어버린 듯했던,지나간 시대가 생각났던 것이다.요즘은 문학하는 마당에서 이런 말씀 듣기가 얼마나 어렵던가.‘삼국지’도 좋지만 문학이 문학하는 사람들만의 놀이가 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할 만한 때인 것이다. “지금도 서민이라든지 민중이라는 개념이 유효하다고 보시는지요?” “글쎄,옛날 같은 개념으로 똑같이 취급해서 서민이나 민중이라고 하면 안 되겠지요.그러나 오늘날에도 틀림없이 소외된 사람들이 많고 어떻게 보면 점점 더 이 빈부격차가 굳어지면서 옛날 같은 신분 상승은 더 힘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이 체제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민중이라고 봅니다.” ●전지구화는 ‘빈익빈 부익부’ 조장 “저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이 세계가 자유롭게 통행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다 구획이 되어서 계층이 다른 사람들끼리는 서로 잘 만나지도 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오히려 그런 기제가 더 정교하게 발달해 가고 있다는.” “지금 전지구화라고 하지만 전지구화라는 것이 정말로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하게 만들고 돈 많은 사람은 더 돈 많게 만들고 힘 있는 사람은 더 힘 있게 만드는 거죠.미국이라는 나라는 더 거대해지고 약한 나라들은 더 조그맣게 되고.신자유주의라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얼마 전만 해도 자살자가 속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살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는 간접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만.그래도 뭔가 삶의 태도 같은 것에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명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우리나라의 경우 사람들이 뭘 너무 급하게 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빨리 모든 걸 다 하려고 하지요.천천히 하려는 생각을 잘 안 해요.전지구화가 되어서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죠.그런 엄청난 경쟁사회 속에서 느리게 사는 것,천천히 사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될 것 같아요.그런 것이 적어도 아름답게 사는 것이라는 인식 같은 걸 환기할 필요가 있어요.천천히 살고,낮게 보면서 살고,마주보면서 살고,그래야 되죠.요즘 다들 목소리 높여 사는 것도 너무 급하게 살기 때문에 그래요.이거 아니면 다 죽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죠.” “신문이나 방송에서 워낙 큰 돈이 문제가 되다 보니 가치관의 혼란도 심한 것 같습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진실하고 성실하게 살아라,이렇게 말하면 너 바보 돼라 하는 소리로 알아듣는다고 해요.성실하고 정직하게 사는 것이 언젠가는 가장 잘 사는 것으로 통해야 하는데 뭔가 잘못된 거지요.그러나 세상이 불합리한 것은 그것대로 고쳐나가면서도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면 잘 될 거라는 인식이 중요하게 여겨져야 합니다.부패해서 불안한 마음으로 사는 것보다는 돈 많이 못 벌어도 늙어서까지 편하게 사는 게 좋지 않겠어요? 모든 전직 대통령이 다 발을 못 뻗고 자지 않아요? 긍정적으로 보면 이런 상황을 과도기라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이런 과정을 겪고 나서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로 가야지요.” “뭔가 다르게 사는 사람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사실은 많이 있습니다.남들이 생각하지 않고 돌보지 않는 농사에 매달려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고.내 주변에도 상당히 높은 공직에 있다가 나와서 사업을 했는데 그 재산을 다 나눠주는 사람이 있어요.그런 사람들 보면 또 우리 사회가 그렇게 잘못됐다 하는 생각은 안 하게 되죠.아직 사람들이 이웃을 생각하고 하는 걸 많이 봐요.” ●시민운동도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일 주장해야 선생은 날카롭게 보시면서도 중용적인 데가 있다.말씀을 이어 요즘의 상황에 대해서도 옛날처럼 노동자는 선,기업가는 악이라는 식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면서,특히 대기업 노동자들은 자기 목소리만 높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밝히신다. 또한 시민운동도 큰 목소리만 낼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주장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러나 선생은 기본적으로 낙관적이다.젊은 날에 못 가본해외여행을 요즘에 다녀보면 우리나라만큼 사는 나라도 드물고 이렇게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나라도 많지 않단다.그런 선생께 나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시(詩)가 살아갈 수 있다고 보시느냐는 우문(愚問)을 던진다. “시를 읽는 것이 삶의 전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시는 우리의 정신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지요.또 우리나라는 아직도 갈등이 심하니까 시의 역할이 아직도 있다고 봐야겠어요.” 말씀을 마치시는데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이 눈에 들어왔다.여쭈어 보니,나이가 들어가면서 옛날에 읽어봤던 감동적인 책들,읽고 싶었는데 다 못 읽은 책들을 읽으려고 하신단다.나는 잔주름 맺힌 선생의 두 눈이 오래 저렇게 맑게 빛나기를 속으로 빌었다.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방교수가 본 시인 신경림 ●가장 낮춰서 가장 높은… 내가 재직하는 곳이 정릉동에 있는데 새삼스럽게 생각나는 것이 신경림 선생이 바로 정릉동에 사신다는 것이었다.친근하고도 단단한 말씀으로 집으로 오라신다.선생은 그렇게 소박하실 수가 없는데 정작 집을 찾아 들어가니 웬걸,선생 서재에 책이 너무나 정갈하게 꽂혀 있어 놀랐다.그런데도 선생의 연륜을 보여줄 만한 오래된 책은 정작 많지 않아서 궁금해 했더니,옛날에 군사정권 때 세 번씩이나 가택 수색을 당하고 좋은 책을 다 뺏기고 나서는 정나미가 떨어져서 새로 모으질 않으셨단다.그러고도 생겨나는 좋은 책들이나 서화들은 취미가 없어서 남들 다 주어버렸다고 하시는데,선생께서 무욕(無慾)하시다는 것은 알았지만 또 새삼스럽다. 작년인가 선생께서 내게 당신이 쓰신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를 보내주시면서 “방 선생,꼭 읽어 보시오.”라고 쓴 것이 우스우면서도 어렵게 느껴져 안 읽을 수 없었는데,늘 선생은 가장 낮아서 가장 높은 어른이다.인터뷰 마치고 선생께서 젊은 사람들 왔으니 고기라도 사주겠다고,어디 맛있는 고깃집 보아둔 데가 있으시다고,어딘가로 끌고 가서는 우리를 자꾸 먹이신다.덕분에 취재에 동행했던 시골 태생의 자취생인 작가 김신우씨가 배가 불렀다. ●사색으로 다스린 곡절 많은 삶 신경림은 길의 시인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몇 사람의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1936년 충청북도 중원 출생,동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초등학교 교사,출판사 직원 등 젊은 시절은 세상을 널리 익히기 위한 나날이었다.그가 나루터에서,장터에서,산 위에서 한 말들은 다 시가 되었다.시집 ‘농무’(1973)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지만 그는 세상을 낮게 살아오면서 많은 주옥 같은 시집과 산문집을 냈고 ‘민요기행’(1985),‘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1998) 등 사람들에게 공감과 배울 것을 주는 책들을 엮어냈다.시집으로 ‘새재’(1979),‘달넘세’(1985),‘길’(1990) 등이 있고 1990년대 이후에도 꾸준히 시 창작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그를 가난과 농민의 애환을 그린 시인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 바탕에는 꾸준한 독서와 곡절 많은 삶을 다스리는 사색이 있음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 “남산 안기부 터 인권공원으로”/사회원로급 인사들 ‘아픈 현대사’보존운동 전개

    “우리 현대사의 아픔이 담긴 남산 옛 안기부 건물을 인권과 역사의 현장으로 남겨야 합니다.” 서울시가 남산공원 내 옛 국가안전기획부 건물을 청소년을 위한 정보문화공간으로 운영키로 하자 시민사회단체와 사회원로급 인사들이 이에 반발,대책위를 구성하고 현대사 보존의 현장으로 남길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인권운동사랑방과 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와 이돈명 변호사,박형규 목사 등 사회원로급 인사들은 20일 ‘남산 옛 안기부 터 역사보존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명박 서울시장 면담을 추진하는 등 남산 옛 안기부 터를 현대사 공원으로 보존하기 위한 운동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부터 3차례 실무회담을 가졌고 다음주쯤 이 시장을 직접 만나 보존의 필요성을 호소할 예정이다. 지난 14일 이 시장과 면담한 최열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옛 안기부 건물은 정보정치의 온상으로 지난 70,80년대 수많은 민주화운동 인사들이 곤욕을 치렀던 곳”이라면서 “이 시장에게 이곳을 그대로 보존해 역사공원으로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지만 녹지대라는 한계 때문에 들어갈 수 있는 시설이 제한돼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시정개발연구원 청사로 사용하던 남산공원내 옛 안기부 건물을 민간자본을 유치해 숙박시설과 청소년을 위한 ‘서울 유스호스텔’로 운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김용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이사는 “1989년 소설가 황석영씨 방북사건으로 3차례에 걸쳐 안기부 별관에서 조사받았다.”면서 “우리 사회의 민주화 과정이 담긴 곳이기 때문에 반드시 보존해 후세에 역사의 아픔이 되물림되지 않도록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1976년 유신독재에 맞서 ‘3·1민주구국선언’을 주창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았던 고 문익환 목사의 미망인 박용길 장로는 “수많은 애국지사가 고통받은 곳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독재를 반대하고 민주화를 외쳤던 우리 현대사의 자료관으로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계획을 변경하기 어렵다.”고 난색을표했다. 구혜영기자 koohy@
  • [열린세상] 북한에도 시장이 있었네…

    작가 황석영씨는 오래 전 북한 방문 소감을 ‘사람이 살고 있었네.’라고 하였다.북한을 10여년 넘게 연구하면서 이 말은 곧 나의 학문적 관심사이자 풀어야 할 화두였다.2003년 7월말 대북지원 민간단체의 방북길에 찾아간 북한에는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었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 속에 그들은 우리에게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 주었다.웅장한 기념비적 건조물과 수려한 풍광들을 그들의 해설을 들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상하였다.동시에 우리 민간단체들이 지원하고 있는 보건의료기관과 교회도 방문하였다.남쪽 민간단체들의 체계적인 지원과 북쪽 담당자들의 열의와 노력이 돋보이는 남북협력의 시험장이었다. 그 사이 나는 내가 보고 싶은 것을 아는 만큼 보았다.만경대 기념매점에서 거스름돈 1유로에 해당하는 모든 물건들을 볼 수 있었으며 백두산 천지에선 맨땅 위에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돌로 눌러 놓고 파는 유화들을 흥정해 보기도 하였다.여자 해설 강사들하고만 사진 찍는다고 투정하는 정일봉의 남자 관리원을 달래기도 하고 삼지연대기념비의 2년차 해설 강사에게는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 주겠다고 이름도 알아 보았다.지하철 영광역을 나와 나도 모르게 인파에 휩쓸려 평양역쪽 대로로 접어들었다가 지도원을 놀래키기도 했고 아파트 1층 집들마다 설치한 쇠창살을 찍다가 안내원 동무의 부끄러워 하는 지적도 받았다.숙소인 고려호텔과 지정된 코스 이외엔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 사람들의 살아 있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기 위해 나름대로 땀깨나 흘린 여정이었다. 북한을 며칠 방문하는데 드는 비용은 결코 만만치 않다.수십만이 다녀 온 금강산관광도 시장 가격만으로는 더 이상의 관광객을 모집할 수 없을 정도인데 하물며 수도 평양을 방문하는데는 그보다 몇 배나 비쌀 수밖에 없다.외부인에게만 판매하는 기념품이나 음료 등의 가격도 방문자의 호주머니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만수대창작사에는 1만 유로 이상의 그림과 공예품들이 판매되고 있고 각종 한약 제품들도 중국과 비교할 때 상당히 비싼 편이다.그럼에도 우리 방문단 100명이 1시간 만에 평양수출품전시장 1달 평균 매출액 이상을 올려 주었다고 지배인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창작사 지배인은 전시 예술품들의 값을 깎아 주기도 하였다. 북한은 변화해도 중국식이 아닌 북한식의 개혁과 개방을 추진하겠다고 한다.중국식 개혁 개방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적극적으로 편입함으로써 이루어졌다면 북한은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닌 것 같다.경수로 건설에서 북측 노동자 임금을 당초 합의보다 훨씬 높게 요구함으로써 우즈베키스탄인들을 고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거나 대북사업 참여에 엄청난 대가를 요구함으로써 기업 자체가 부실화하기도 하였다.퍼주기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남북교류협력사업에는 예외 없이 적지 않은 선물이 남쪽으로부터 건네지고 있으며 이산가족 상설 면회소를 엄청난 규모로 요구하고 있다.금창리 지하시설 참관 허용만으로 미국으로부터 수십만t의 식량을 받아냈는가 하면 작금의 핵문제가 재차 제기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시장에는 기회비용도 있고 한계효용체감의 법칙도 작용한다.우리 방문단 100명이 전시장에 다시 갈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도 그곳 한달 매상 이상을 구매할 수 있을까.새로 방문단을 구성하든지 신상품이 개발되어야 가능할 것이다.그래서일까.이미 시장의 작동 원리를 깨달은 지배인은 우리들에게 신제품인 평양 고추장을 ‘보너스’로 나누어 주었다.다시 평양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그 평양 고추장을 찾게 될 것이다.8월말 북한 핵문제가 6자회담이란 새로운 다자틀 속에서 다루어지게 된다.새로 짜인 구성원들이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북한 당국자도 평양 전시장 지배인에게서 무언가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유 호 열 고려대 교수 북한학
  • 눈과 귀로 만나는 우리문학/매월 ‘북 앤드 송’ 콘서트 대중음악·연극등 곁들여

    ‘문학과 대중음악의 본격적인 만남?’ 한국민족음악인협회(민음협·의장 오용록)가 28일부터 매달 마지막 월요일 오후7시30분 서울 홍익대 근처 소극장 ‘테아트르 추’에서 여는 ‘북 앤드 송(Book & Song)’ 콘서트는 눈과 귀로 문학을 조명해 대중화하려는 야심찬 무대다. 그동안 문학과 대중음악의 만남이 간헐적으로 무대에서 이루어졌지만 대부분 시 위주인 데다,가수들이 시를 노랫말로 부르는 수준에 그쳤다.이런 경향과는 달리 민음협이 주관하는 ‘북 앤드 송’은 한국문학의 명작을 대중음악과 연극 등 다양한 형태로 보여준다.첫 손님은 ‘손님’의 작가 황석영.‘장길산’‘무기의 그늘’ 등으로 한국 리얼리즘문학의 봉우리로 우뚝 솟은 황씨를 초대해 인터뷰를 하면서 중간중간 노래를 들려준다.밴드 북적북적은 황씨가 오랜 구금끝에 내놓은 장편 ‘오래된 정원’과,영화와 가사로도 소개된 ‘삼포가는 길’을 노래로 옮겨 부른다.또 가극단 금강의 배우 원창연과 김지연이 ‘오래된 정원’의 주요 장면을 짧은 2인극 형태로 연기한다.‘바위섬’‘직녀에게’ 등 서정성 짙은 가요를 불러온 김원중이 관객과 함께 노래부르는 시간을 마련하며 가수 손현숙도 문학작품을 소재로 한 노래와 자신의 노래를 부른다. 다른 초청자로는 새달 ‘눈물과 사랑의 시인’ 정호승을 비롯,고은 조세희 신영복 윤동주 이육사 공선옥 등이 참가할 예정이다.이들과 함께 호흡할 가수로는 국악가수 장사익을 비롯,양희은 전인권 등 내로라하는 대중가수들과 김가영 김원중 손병휘 등 민중음악 계열 포크뮤지션 등이 들어있다. 공연을 연출한 가수이자 작곡가인 김현성은 공연에 대해 “문학에 담긴 감동적인 메시지와 음악의 멜로디를 결합하는 독특한 자리”라면서 “이를 통해 문학과 음악이 함께 숨쉬는 상생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중견문인에 들어본 ‘溫故知新’/ 신진 문학평론가들 ‘증언으로서의 문학사’ 출간

    강진호·이상갑·채호석 등 신진 문학평론가들이 쓴 ‘증언으로서의 문학사’(깊은샘)가 나왔다. 지은이들은 새로움만 추구하는 세태를 거스르며 50년∼80년대에 문학에 헌신한 중견문학가들의 육성을 채록했다.전환기에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를 찾아보자는 시도에서 김경린 이어령 유종호 김우종 서기원 남정현 김병익 임헌영 구중서 염무웅 백낙청 등 창작과 비평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중견 문인들을 인터뷰했다.이들의 육성에는 딱딱하고 밋밋한 활자의 문학사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이면의 다양한 이야기가 펄펄 살아 움직인다. 이어령의 경우를 보자.“작품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포용하고 평가했다.”는 고백과 함께 신인 황석영의 ‘장길산’ 줄거리만 보고 추천서를 써주고 계간 ‘창작과비평’의 탄생에도 작지 않은 역할을 했음을 이야기한다.이는 “인간적 관계는 정치적 입장이 어떻든,각자의 처한 조건이 어떻든 간에 소중하게 생각한다.”며 반체제 진영의 문인들을 남몰래 지원해온 소설가 서기원의 입장과 맥이 닿는다. 또 ‘분지’로 필화사건을 겪은 소설가 남정현이 들려주는 요절 시인 신동엽의 마지막 모습은 인상적이다.“…(신동엽이)좀 더 살 수 있는 길이 없을까 해서 조바심을 친다든지,혹은 삶에 대한 애착 같은 것을 표시하여 누구한테 애걸한다든가 하는 일이 전혀 없었다.”며 ‘죽기 전날 한의사에게 데려가자 나를 딱하게 여기듯 슬며시 웃은’ 일화를 들려줄 때 민족시인 신동엽의 면모는 새로워진다. 이 책은 또 암울했던 시기 ‘비판의 무기’였던 문학의 얼굴을 담고 있다.비평가 김우종과 임헌영 남정현의 필화사건을 비롯,창작과비평사나 문학과지성사의 탄생을 전후한 백낙청 김병익의 증언은 소중한 자산이다. 이런 다양한 ‘증언’은 단순히 개인의 공간에 머물지 않고 광장으로 나온다.하나하나가 우리 문학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풍성하게 한다. 이종수기자 vielee@
  • “民衆 중시… 仁義지킨 영웅에 무게”/ ‘삼국지’ 펴낸 소설가 황석영

    “옥살이 하던 97년 시인 이시영과 평론가 최원식 등 후배들이 삼국지 번역을 해보라고 권했습니다.세르반테스와 단테가 ‘돈키호테’와 ‘신곡’을 집필하게 된 배경과 일화를 떠올리며 번역했습니다.” 발간 전부터 화제를 모은 황석영의 ‘삼국지’(창작과비평사)가 세상 속으로 나왔다.25일 서울 인사동에서 작가를 만나 옥중에서 쓴 2권을 포함,10권에 쏟은 7년이 넘은 가슴앓이를 들었다. ●97년 옥중 번역 시작… 7년 가슴앓이 황석영은 삼국지를 어떻게 썼을까.이미 일제 강점기 박태원이 쓴 삼국지를 판본으로 한 정음사의 삼국지,박종화의 삼국지,1200만부가 팔렸다는 이문열의 삼국지,문화일보에 연재 중인 장정일의 삼국지 등 10여종이 나와 궁금증이 더했다. “원문에 충실했다는 것입니다.이시영,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이문열씨 등 면회온 분들에 부탁해 구할 수 있는 판본은 다 읽었습니다.그런데 초등학교 5학년 때 읽은 박태원이 쓴 삼국지 맛이 온전히 살아 있는 것이 없더라고요.심지어 누락되거나 오탈자로 인한 오역도 보였고요.특히 한시(漢詩)의 왜곡이 심해 신경을 가장 많이 썼습니다.” 오역의 모태는 원전이다.이를 위해 황석영은 1999년에 상하이 강소고적(江蘇古籍)출판사가 낸 ‘수상삼국연의’를 원본으로 삼았다.이 판본은 우리나라 삼국지의 원본인 타이완 삼민서국(三民書局) 출판사의 ‘삼국연의’의 오탈자를 바로잡는 등 원문에 가깝게 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딱딱할 것이라고 지레 짐작할 필요는 없다.황석영은 “직역이나 고어투가 주는 어색함을 최대한 줄였다.특히 결투 장면은 ‘삼합이면 피떡이 돼 개구리처럼 뻗는’ 원전의 단조로움을 보충하고 실감나게 분위기를 살리는데 애먹었다.”고 설명했다. ‘장길산’ ‘무기의 그늘’에서 보여준 민중 지향의 세계관을 투영했는지도 관심이다.그는 “일본이나 우리 번역본이 조조를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패권주의와 현실에서의 힘을 추구하는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실패하기는 했지만 백성들의 보편적 염원을 중요하게 여긴 유비 3형제나 제갈 량 등 인의(仁義)를 지킨 영웅’의 이야기에 무게를둔 원본의 관점을 지지했다.”고 말했다.그는 “삼국지의 70%만 사실이고 나머지 30%는 덧붙여진 글이라고 하는데,30%를 구축해온 민중의 눈에 의미를 두었다.”고 덧붙였다. ●‘고전정신·역사의식' 전해주고 싶어 번역을 하다보니 다른 기대감도 생겼다고 한다.기존 번역본을 보완하고 감옥의 답답함을 이긴다는 개인적 목적은 ‘고전 정신과 역사 의식’에 대한 책임감으로 넓어졌다.“갈수록 고전 그대로의 정신과 역사 의식을 전해 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습니다.젊은이에게 고전의 정신이야말로 무한한 재생산의 보고이기 때문입니다.아울러 정체성을 잃어가는 시대에 동양의 고전을 통해 동아시아인의 세계관과 인간관’을 현대 무대에 불러오고 싶었습니다.” 번역을 하느라 “안경을 2개나 바꿀 정도로 시력이 나빠졌다.”는 황석영은 “‘장길산’ 때의 한문 내공이 회복된 것 같아 ‘발동’이 걸린 김에 ‘열국지’도 번역해 볼까 한다.”고 열정을 보였다. 이종수기자 vielee@ 황석영 삼국지는? ●원전에 충실 전홍철 우석대교수가 간체자·번체자 텍스트를 엄격하게 비교 교열했다.한시 번역은 임형택 성균관대교수가 감수했다.황씨가 “처음엔 번역한 뒤 수정을 부탁했는데 내공이 달려서 후반부는 아예 임 교수에게 번역을 맡겼다.”고 말했다.이런 저런 방식으로 6∼7차례 원본과 비교작업을 거쳤다. ●현장감 재생 ‘홍루몽’ 등의 삽화를 그린 중국 화단의 원로 왕훙시(王宏喜)화백의 컬러삽화 150여장을 수록하여 중국의 그림 전통을 현대 감각에 맞게 옮겼다.또 주요 전투와 사건 전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35장의 지도도 덧붙였다.아울러 가이드북 성격의 ‘즐거운 삼국지 탐험’을 별권 부록으로 보탰다. ●다른 삼국지는? 10여종 나왔으나 거의 절판되었고 민음사의 이문열 삼국지와 문화일보에 연재중인 장정일 삼국지(김영사 출간 예정)가 있다.이문열 삼국지는 평역이라 작가의 주관이 많이 녹아있는데 ‘영웅사관에 입각한 마키아벨리즘에 따른 해석’이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한편 장정일 삼국지는 ‘중화사상 배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 지적 문화탐험 편안히 안내 / 문학·문화비평집 동시에 낸 신예 김동식씨

    신예 문학평론가 김동식(36)이 문학비평집 ‘소설에 관한 작은 이야기’(문학동네)와 문화비평집 ‘잡다(雜多)’(이마고) 를 동시에 펴냈다. 문학과 문화를 아우르는 들판에서 부지런히 글을 캐는 행보가 정작 본인에게는 부담스러운 모양이다.두 책의 제목에 들어있는 ‘작은’과 ‘잡다’란 표현은 그가 갖고 있는 심리적 무게를 그대로 보여준다.“본격적인 문학비평도 아니고,독서감상문도 아니고,독자의 책 선택을 도울 목적으로 씌어진 리뷰도 아니다.평소 문학에 대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소박하게 써나간 글에 지나지 않는다.”(‘소설에 관한 작은 이야기’)“문화현상에 대한 기초적이고 초보적인 기록이다.”그러나 그의 진술은 ‘겸허함’에 가까운 것임을 금세 알 수 있다.책을 펼치면 어느 것 하나 가볍거나 잡문으로 다가오지 않는다.오히려 문학이나 문화가 지닌 추상성 때문에 미리 생길 수 있는 흐릿한 안개를 걷어주면서 독자가 쉽게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소설에 관한 작은 이야기’는 53편의 작품을 소재로 삼았다.전문적인 내용을 딱딱한 이야기가 아니라,쉬운 말과 대화체를 구사하면서 작가의 세계와 작품을 설명한다.그의 자상한 안내는 박완서 최인훈 이청준 현기영 황석영 이윤기 등 좀 어렵다는 글쓰기도 알기 쉽게 풀어낸다.이순원 안도현의 구수한 이야기를 살짝 보여주는가 하면,어느덧 김종광 배수아 등 젊은 작가들에게 경쾌하게 다가간다.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편안해지곤 한다.”고 작가 박완서의 미덕을 정리한 것은,그 자신의 글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한편 ‘잡다’에는 그의 지적 호기심이 오롯이 녹아 있다.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로 시작하는 책은 ‘배칠수의 개그 파일’‘개그콘서트’같은 가벼운 만남에서 ‘수유 연구실+연구공간 너머’의 진지함에 이르기까지 부지런히 오간다.그의 지적 탐험은 한가지 장르에 머물지 않고 ‘촛불시위’나 ‘디지털카메라의 문화적 의미’등 사회현상으로 뻗치기도 한다.왕성한 지식 여행이 다음에는 어떤 글밭에서 무엇을 채워나갈지 기다려진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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