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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기호의 서로서로] 올해 책 시장이 말해 준 것

    [한기호의 서로서로] 올해 책 시장이 말해 준 것

    2025년의 출판시장은 한국소설 약진과 논픽션의 부진으로 간단하게 요약된다. 불황기에 소설은 언제나 잘 팔렸다. IMF 외환위기 직후에는 판타지 소설이 떴다. ‘누적 판매 1000만부’ 신화를 달성한 한국형 판타지인 ‘퇴마록’(이우혁)과 ‘드래곤라자’(이영도)가 등장한 게 1998년이다. 카드대란이 터진 2003년엔 인터넷 소설이 붐을 이뤘다. 본격문학이 현실적 대응력을 잃고 휘청거릴 때 귀여니가 계몽성이나 교훈성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감성과 이미지를 담은 ‘그놈은 멋있었다’를 비롯한 소설들을 들고 혜성처럼 나타나자 시장판도가 크게 흔들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한 2008년에는 성장소설이 시장을 휩쓸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와 김려령의 ‘완득이’,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등이 흔들리는 위기의 출판시장을 선도했다. 21세기 벽두에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성장을 꿈꾸다가 그 꿈의 실현이 어려워지자 다시 지난 시절을 회상하는 소설을 찾게 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지난해 12·3 계엄 이후 출판시장이 크게 침체한 가운데도 올해 소설이 약진한 것은 한강 작가가 2024년 10월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그의 소설들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해나의 ‘혼모노’, 구병모의 ‘절창’,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 황석영의 ‘할매’ 등의 신작소설이 오랜만에 선방했을 뿐만 아니라 양귀자의 ‘모순’을 비롯해 20세기 말에 사랑받았던 소설들이 역주행해서 이제 기대할 것은 소설뿐이라는 탄식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논픽션 침체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장강명의 ‘먼저 온 미래’가 3만 부 판매를 기록한 것 외에는 언급할 만한 책이 없을 정도다. 이명박 정권 이후 독자들을 위로하던 힐링 에세이마저 힘을 잃었다. 정보 관련서들의 판매는 절반 이하로 줄었고, 학술서는 죽음을 일컬을 정도로 급감했다. 한때 인기였던 유튜브셀러 역시 기억될 만한 책을 찾아볼 수가 없다. 출판기획자들은 논픽션 부진의 원인을 인공지능(AI) 플랫폼의 등장에서 찾는다. 하루가 다르게 AI가 진화하면서 출판의 미래는 불확실해졌다. 최근까지도 궁금한 것은 대부분 검색으로 해결했고, 검색이 모든 비즈니스의 원점이 되면서 포털의 첫 줄에 상품이 노출되게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검색을 포기하고 AI에 질문을 던진다. 만족한 답이 나오지 않으면 나올 때까지 질문을 계속한다. 인간은 검색에서 질문으로 완전히 말을 갈아타고 있다. 점점 똑똑해지는 AI를 비서로 활용한다지만 인간은 혼자서 AI를 이겨낼 수 없다. 앞으로 인간은 서로 협력해서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제 생각을 잘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일은 창의적인 사고력을 가진 사람만이 해낼 수 있다. 앞으로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면서 생존의 지혜를 찾은 이들이 세상을 주도할 것이다. 그런 노력은 학교에서부터 벌어져야만 한다. 이미 학교는 그런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그래서 책의 미래는 여전하다. 다만 어떤 책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소장
  • ‘트렌드 코리아 2026’ 12주 연속 종합 1위 [이주의 베스트셀러]

    ‘트렌드 코리아 2026’ 12주 연속 종합 1위 [이주의 베스트셀러]

    김난도 서울대 명예교수가 주저자로 참여한 ‘트렌드 코리아 2026’이 12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교보문고가 19일 발표한 ‘2025년 12월 2주간 베스트셀러 동향’에 따르면 ‘트렌드 코리아 2026’이 12주 연속 종합 1위에 오르면서, 역대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중 가장 오랫동안 종합 1위 자리를 지켰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독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컸다고 교보문고 측은 분석했다. 그런가 하면, 인기 역사 강사이자 크리에이터인 최태성 작가의 ‘최소한의 삼국지’는 삼국지에 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며 종합 2위를 기록했다. 국내 최대 인터넷 서점인 예스24에서는 최 작가의 ‘최소한의 삼국지’ 는 3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한국 문단의 거목 황석영 작가의 신작 소설 ‘할매’는 종합 5위에 진입했다. 특히 남성과 여성 독자에 치우침 없이 사랑을 받았다. 오랫동안 활동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 때문에 주요 독자층의 연령대도 다른 소설 베스트셀러와는 다르게 고루 분포됐다. 구매 비중을 보면 50대가 31.4%로 높았고, 60대 이상 남성 독자 비중도 18.3%로 높은 비중을 보이는 등 연말 서점가에 시니어 독자들을 불러 모으는 동력이 됐다. 이번 주 역시 소설 분야가 강세를 보였다. 이동진 평론가의 추천 도서인 일본 작가 스즈키 유이의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가 7계단 상승한 종합 6위에 올랐다. 교보문고가 올해 10번째 기획한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로 선정된 김애란 작가의 ‘안녕이라 그랬어’는 55계단이나 상승한 종합 23위에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연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도 판매가 다시 증가해 종합 17위에 올랐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연말을 맞아 베스트셀러 도서와 추천 도서들에 관한 관심이집중되고 있다”며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은 도서를 뒤늦게라도 읽어보겠다는 독자들의 움직임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 광주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추모음악회 개최

    광주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추모음악회 개최

    광주시는 오는 26일과 27일 오후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12·29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공연’을 연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12월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가족과 사고현장 지원에 헌신한 봉사자들 그리고 지역민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됐다. 26일 오후 7시에는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이 ‘진혼, 기억’을 주제로 추모공연을 선보인다. 사회는 영화배우이자 국악인 오정해 씨가 맡는다. 공연은 망자의 천도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광주시립창극단의 ‘진도씻김굿’으로 시작한다. 이어 국민 소리꾼 장사익이 무대에 올라 ‘찔레꽃’, ‘꽃구경’, ‘아리랑’을 노래하며 깊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피날레는 이정호 작곡가의 국악 레퀴엠 ‘진혼’이 장식한다. 광주시립관현악단과 광주시립합창단, 광주시립창극단, 광주소년소녀합창단, 목포시립합창단, 순천시립합창단 등 광주·전남지역 6개 예술단체가 함께 무대에 올라 합동 공연을 펼친다. 26일 공연은 6세 이상(2020년생 포함) 관람가로 전석 무료이며, 18일 오후 2시부터 유료회원 티켓 선예매가 시작된다. 일반회원은 19일 오후 2시부터 광주예술의전당 누리집에서 예매할 수 있다. 둘째 날인 27일 오후 5시에는 광주시립교향악단이 ‘179명의 이름을 기억하며’를 주제로 추모음악회를 연다. 참사로 희생된 179명 한 사람 한 사람을 기억하고, 그들을 떠올리는 모든 이들과 마음을 나누기 위한 것이다. 연주회는 ‘슬픔 → 기억 → 위로 → 연대’의 흐름으로 구성해 각자가 고인을 떠올릴 시간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음악과 낭독이 하나의 호흡으로 이어지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을 조용히 전한다. 첫 무대는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로, 절제된 선율 속에 담긴 깊은 슬픔을 담아 애도의 시간을 연다. 이어 존 윌리엄스의 ‘종달새의 비상’을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협연, 담담한 선율로 삶의 흔적과 남겨진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세 번째 무대에서는 작가 황석영이 고인을 위한 글을 직접 낭독하며, 관객이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생각을 모을 수 있는 시간을 이끈다. 마지막 무대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3번 제6악장’으로 장식한다. ‘사랑이 나를 살게 한다’는 문장으로 알려진 이 곡은 말러 작품 중 가장 내밀한 정서를 담고 있으며, 고인을 기리는 마음과 서로를 향한 조용한 연대를 음악으로 풀어낸다. 27일 공연은 초등학생 이상(2018년생) 관람할 수 있으며 전석 무료다. 18일 오후 5시부터 유료회원 선예매가 시작되며, 일반회원은 19일 오전 10시부터 광주예술의전당 누리집에서 1인 2매까지 예매할 수 있다. 윤영문 광주예술의전당 전당장은 “참사 이후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아픔과 질문들이 남아 있다”며 “이틀간의 공연이 그 마음들 가까이에 조심스럽게 놓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삶도 죽음도 거대한 순환”… 지구와 문명의 시선을 따르다

    “삶도 죽음도 거대한 순환”… 지구와 문명의 시선을 따르다

    “작은 새가 천적을 만나 죽임을 당하는 게 자연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집니다.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것이죠. 여기서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이 아닌가….” 평생 정치와 사회의 문제에 골몰했던 노(老)작가의 관심이 비로소 ‘생명’에 이르렀다. 소설가 황석영(81)이 5년 만에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 ‘할매’(창비)로 돌아왔다. ‘할매’는 600년이라는 유장한 세월을 버텨 온 팽나무의 이름이다. ‘할매’의 생(生)은 작은 개똥지빠귀 한 마리의 죽음(死)에서 시작된다. 삶은 죽음으로부터 비롯되고 죽음은 다시 삶으로 이어진다. 거대한 순환의 역사 가운데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황석영은 9일 서울 중구 한 한식당으로 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새가 맞이한 죽음의 씨앗서 시작 600년 세월 버텨낸 팽나무 ‘할매’ 관계 순환 속 변화하는 과정 그려“불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세계가 인연, 관계, 순환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이 작품은 말하고 있습니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역시 그러하죠. 죽음은 관계의 변화입니다. 다만 사람이든 사람이 아니든 자기가 지은 행위는 카르마(업)가 돼 이전되고 또 이어집니다. ‘할매’는 관계가 순환하면서 변화하는 그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베리아의 눈보라를 뚫고 날아온 개똥지빠귀가 금강 하구 어딘가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 새가 품고 있던 씨앗이 긴 겨울을 이겨내고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할매’가 된다. 그렇게 600년 세월을 그 자리에서 버텼다. 조선 건국부터 동학농민운동, 일제강점기 그리고 해방 이후까지. 인간들이 하는 짓은 어째 점점 더 참혹해져만 간다. 할매가 가장 최근에 목격한 고통은 바로 새만금 간척사업이다. 여러 생명의 터전이었던 갯벌은 점점 죽어간다. “조용하게 말년을 보내면서 마음에 드는 글을 좀 쓰려고 군산에 갔습니다. 그랬더니 광주(5·18) 이후로 또 문제 거리를 만나게 됐어요. 거기를 내가 찾아갔구나. 그렇다고 저는 환경운동가나 평화운동가 입장에서만 쓰진 않았어요. 총체적으로 지구와 문명의 시선에서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한국문학의 거목인 황석영은 그러나 여전히 ‘현역’이다. 그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 서사는 처음이라 어색하고 힘들었다”면서도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만년에 ‘노인과 바다’를 쓰며 느꼈던 기쁨이 이것일까, 처음 쓰는 산문에 기쁨과 놀라움을 경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더 나아간 소설을 쓰게 될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황석영은 지난해 전작 ‘철도원 삼대’로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다. 당시 간담회에서 작가는 부커상, 나아가 노벨문학상을 향한 욕심을 숨김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노벨상을 품에 안은 후배 한강 작가에 대해 황석영은 “국가의 폭력으로부터 희생당한 민중의 트라우마를 여린 손으로 달래는 아름다운 산문”이라고 평했다. 문단의 큰 어른으로서 현실에 진단과 조언도 전했다. “처음 쓴 산문에 기쁨·놀라움 경험더 나아간 소설을 쓰게 될 것 같아죽을때까지 현역 노작가 노릇할 것”“여든이 넘었으니 이제 내버려 둘 줄 알았더니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대국민 탄압이 점점 심해지고 있을 때 저를 많이 찾더라고요.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것이죠. 분단 체제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늘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번에 미국에 돈도 많이 뜯겼잖아요. 그러면서도 평화적으로 멋지게 민주주의를 가꿔가고 있는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도 됩니다.”
  • [책꽂이]

    [책꽂이]

    나와 리영희(리영희재단 기획, 창비) 오는 12월 5일이면 기자이자, 비평가, 학자로 ‘시대의 스승’이었던 리영희 선생이 타계한 지 15년이 된다. 황석영, 정지아, 유홍준, 백낙청 등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와 학자들이 저마다 관점으로 리영희 선생과의 기억을 되살린다.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리영희의 인간적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본받을 만한 어른이 없다고 탄식하는 요즘, 꼭 읽어야 할 책이다. 368쪽, 2만 3000원. 인피니트 마켓(매슈 와인지얼·브랜던 로소 지음, 고영훈 옮김, 페이지2북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네 번째 발사됐다. 정부가 계획하고 통제하던 우주라는 영역에 민간 기업이 뛰어들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함이다. 이 책은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상업 우주 시대가 어떻게 시작됐고 어디까지 확장될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436쪽, 2만 7600원. 탱고, 백년짜리 지구별 여행에 최고 반려 취미(최미옥 지음, 쑬딴스북) ‘지구 소확행 시리즈 A-Z’ 중 T편이다. 탱고는 저자에게 위로와 힐링을 가져다준 반려 취미이자, 소울메이트다. 유네스코 세계 무형 유산이기도 한 탱고를 인문학적 시선에서 탐구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탱고의 세계에 뛰어들고 싶은 사람이나 다양한 문화 탐구에 관심 있는 독자 모두에게 만족을 줄 것으로 보인다. 85쪽, 9900원.
  • 황석영, 문화예술발전 최고 영예 금관문화훈장

    황석영, 문화예술발전 최고 영예 금관문화훈장

    한국 대표 소설가 황석영 작가가 문화예술 분야 정부 포상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7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2025년 문화예술발전 유공자’ 시상식을 열어 17명에게 문화훈장을 수여했다. 또, 대한민국 문화예술상(대통령 표창) 5명,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문체부 장관 표창) 8명, 예술가의 장한 어버이상(문체부 장관 감사패) 3명 등 총 33명에게 상을 수여했다. 문체부가 공개한 사전 인터뷰 영상에서 황 작가는 “종이책을 읽는 독자들도 옛날에 비해 많이 줄었음에도 한국인의 서사는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얘깃거리가 많다는 것은 뒤집어놓고 보면 행복한 사회가 아니라는 뜻”이라며 “늘 문학에서 우리가 하는 질문들, 인간을 위한 여러 질문은 계속될 텐데, 끝까지 현역으로 글을 쓰다 죽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석영 작가는 ‘장길산’, ‘철도원 삼대’ 등 걸출한 작품으로 반세기 이상 한국문학의 흐름을 이끌며 깊이 있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사회적 치유와 성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황 작가의 작품은 22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인에 한국인의 서사와 정서, 한국문학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은관 문화훈장은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 한태숙 연극연출가, 유희영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성룡 건축사사무소 대표 4명에게, 보관 문화훈장은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 나인용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첼로 연주자 양성원 연세대 관현학과 교수, 이강소 작가, 정영선 조경설계서안 대표 5명이 받았다. 옥관 문화훈장은 김형배 만화가, 최경만 서울시 무형유산 삼현육각 보유자, 김아라 연극연출가, 신상호 도예가 4명이 수훈했다. 화관 문화훈장 수훈자는 최신규 초이크리에이티브랩 대표, 윤석구 한국동요사랑협회 고문, 허영일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3명이다.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에는 문화일반 부문 종이문화재단, 문학 부문 은희경 소설가, 음악 부문 최우정 서울대 작곡과 교수, 연극 부문 임도완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소장, 미술 부문 고(故) 박영숙 사진작가 5명에게 수여했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자는 문학 부문 성해나 소설가, 음악 부문 이하느리 작곡가, 국악 부문 김준수 국립창극단 단원, 연극 부문 ‘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작가, 무용 부문 전 국립무용단 부수석 단원 최호종 무용가, 미술 부문 양정욱 작가, 공예 부문 유의정 도예가, 건축 부문 김영배 드로잉웍스건축사사무소 대표 8명이다. 성해나 작가는 “저는 예술가란, 그리고 작가란 사회의 몸살을 함께 앓는 사람이라고 말하곤 한다”며 “촛불로 세워진 새 정부에서 상을 받게 되어 뜻깊다. 앞으로도 시대의 희비를 함께 겪고 몸살을 함께 겪으면서 부지런히 쓰고 살아가는 예술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자녀를 훌륭한 예술가로 키운 장한 어버이상 수상자는 드럼 연주자 이태양씨의 어머니 김혜영씨, 가수 송가인(본명 조은심)씨와 아쟁 연주자 조성재씨의 어머니 송순단씨, 현대미술작가 김현우(예명 픽셀김)씨의 어머니 김성원씨 3명이다. 이날 시상식에선 가수 송가인과 국립창극단 단원 김준수가 무대에 올라 축하공연을 했다.
  • “K문화 담은 블록버스터급 전시 기획”

    “K문화 담은 블록버스터급 전시 기획”

    “장관보다 박물관장이 제게 더 맞죠상설 전시 언젠가는 유료화해야” “그동안은 글로 서술한 한국 미술사 책으로 독자와 만났다면, 이제 유물로 이야기하는 국립중앙박물관 전시회로 국민과 만나겠습니다.” 유홍준(76)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24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박물관장을 맡은 소회를 밝혔다. 유 관장은 2004년 참여정부에서 문화재청장(현 국가유산청장)을 지냈고 제21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에서 ‘K문화강국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 때문에 새 정부가 들어서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이를 의식한 듯 유 관장은 “나로서는 문체부 장관보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더 중요하며 내 능력에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소설가 황석영이 ‘일이 맞춤하고 격이 맞다고 생각함’이라는 축하 문자를 보냈다고 소개하며 “내 몸에 딱 맞는 자리”라고 거듭 강조했다. 유 관장은 앞으로 “K컬처의 뿌리인 우리 미술을 소개했던 ‘한국미술 5000년’ 같은 전시를 세계에 선보일 것”이라며 “전 세계에 K문화강국의 실체와 저력을 보여 주는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기획 중”이라고 소개했다. ‘한국미술 5000년’은 1979~1981년 미국 8개 박물관, 1984~1985년 유럽 3개 박물관을 순회하며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렸던 전시다. 유 관장은 또 국립중앙박물관을 “대한민국 역사·문화의 심장으로 규모와 관람객 측면에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바티칸 박물관 등 세계 10대 박물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박물관”이라고 강조하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편으로는 식당, 주차 시설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확충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평일이나 수요일 야간 개관을 적극 활용해 방문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박물관 상설 전시의 유료화에 관한 질문에는 “이미 무료가 된 상황에서 입장료를 받게 되면 국민적 저항을 감당하기 어렵다”면서도 “어느 시점에 가서는 (유료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 [세책길] 세상을 넓고 깊게 되돌아보기, 대하소설 읽는 시간

    [세책길] 세상을 넓고 깊게 되돌아보기, 대하소설 읽는 시간

    문학중년이 삶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 한 지인과 얘기를 할 때였다.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고 했더니 이유를 묻는다. 솔직하게 대답해줬다. 소설을 싫어하는 건 아냐. 근데 잘 안 읽게 돼. 왜 그러냐고? 생각해보라고, 소설이라면 대하소설이지. 단편소설은 감질나게 몇 장 읽으면 끝나버려. 재미없잖아. 근데 대하소설은 분량이 엄청나잖아. 길게는 몇 달 동안 붙잡고 있던 적도 있었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눈을 떼질 못하겠어. 진짜 문제는 말이야. 세상에는 소설 말고도 읽고 싶은 책이 길게 줄을 서 있잖아. 결국 해법은 하나 뿐이지. 어지간하면 대하소설을 아예 손에 잡지 않는 거야. 자연스레 책꽂이에는 언젠가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차곡차곡 모아놓고는 몇 년째 읽지 않는 대하소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왜 나를 모른 체 하냐며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린다. 그러다 책꽂이에 쌓인 먼지를 닦거나 인용할 구절을 찾거나 할 때 소설을 잡고 한 쪽 한 쪽 읽다가 결국 끝까지 읽어버린 적이 여러 번이다. 물론 후회는 없다. 다만 독서란 언제나 우선순위를 따지는 치밀한 이성과 나도 모르게 손이 뻗어나가는 즉흥성이 싸우는 전투현장일 뿐. 그렇게 지난달부터 이번 달까지 한 달 넘게 읽은 게 켄 플릿이라는 웨일스 작가가 쓴 20세기 3부작, <거인들의 몰락>, <세계의 겨울>, <영원의 끝>을 읽고야 말았다. 두 권씩 해서 전체 여섯권이지만 분량이 워낙 많아서 전체 9권으로 쪼개놨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겠다. <거인들의 몰락>이 1320쪽, <세계의 겨울>이 1248쪽, <영원의 끝>이 1560쪽이니 전체 분량이 4128쪽이다. 제1차세계개전 직전부터 시작해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까지 이어진다. 말 그대로 대하소설(大河小說)이다. 엄청난 이야기를 지루할 틈도 없이 이어가는 저자의 솜씨가 놀랍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대하소설을 찾으니 이렇게 나온다. “사람들의 생애나 가족의 역사 따위를 사회적 배경 속에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포괄적으로 다루는 소설 유형. 구성의 규모가 크며, 사건이 중첩되고 다수의 줄거리가 동등한 중요성을 띠고 전개된다.” 대하소설에 매혹됐던 건 벽초 홍명희가 쓴 <임꺽정>이 처음이었다. 어쩌다 보니 고등학교 3학년 1학기 때 읽었는데 시험 기간은 다가오는데 꺽정이네 형제들이 어찌 될까 너무 걱정이 됐다. 결국 최대한 빨리 다 읽어 버렸다. 그리고서야 <임꺽정>이 미완성 소설이란 걸 알았다. 꺽정이가 어찌 될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고 보니 중학생 시절 읽었던 <소설 손자병법>(정비석, 3권), <소설 연개소문>(유현종, 7권)도 기억난다. 대학 시절에는 <장길산>(황석영, 10권)과 <태백산맥>(조정래, 10권), <녹슬은 해방구>(권운상, 8권), <아리랑>(조정래, 12권)을 읽었다. 대학 졸업 이후엔 <객주>(김주영, 9권), <화척>(김주영, 5권), <나폴레옹>(막스 갈로, 5권), <람세스>(크리스티앙 자크, 5권), <로봇>(아이작 아시모프, 4권)과 <은하영웅전설>(다나카 요시키, 10권)이 기억에 남는다. 1차세계대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거인들의 몰락>순전히 경험했던 범위 안에서 말한다면, 대하소설 가운데 최고봉은 역시나 <마스터스 오브 로마>(콜린 맥컬로, 21권)다. 오스트레일리아 소설가로 <가시나무새>로 유명한 콜린 맥컬로가 30여년에 걸쳐 쓴 7부작 대하소설이다. 기원전 110년부터 기원전 27년까지, 로마 공화정 말기부터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기를 다룬다. 엄청나다는 말밖에 생각나지 않는 걸작이다. (딱 한가지, <Masters of Rome>를 그냥 <마스터스 오브 로마>로 옮겨 버린 성의 없는 작명은 꼭 언급하고 싶다.) 읽었지만, 혹은 읽어봤기에 남들에게는 추천해주고 싶지 않은 대하소설도 있다. <삼국지>는 여러 차례 읽었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진작에 마음이 떠났다. 한편으론 정치를 권모술수로만 납작하게 이해하게 만들고 다른 한편으론 한(漢) 황실 부활이라는 뜬구름같은 명분론으로 복잡다단한 현실을 가려버린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야마오카 소하치, 32권)는 제2차세계대전 패전 이후 미군에게 점령당한 현실을 빗대 ‘참고 참고 참자’는 메시지가 끝없이 이어지는데 ‘참고 참고 참자’는 마음으로 읽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집어 던져버렸다. 역사소설은 언제나 그 시대의 인식과 시대상을 반영한다. <태백산맥>은 해방직후부터 1953년이 배경이지만 정확히 1980년대 시대인식을 반영한다. 주인공 김범우가 염상진에게 ‘미국이 한반도에 있는 전봇대 숫자까지 다 파악하고 있다’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현대사 연구자들이 나중에 밝혀낸 바, 미군은 한반도의 역사와 사회 상황 어느 것 하나 쥐뿔도 모른 채 38선 이남을 점령했다. 마찬가지로 1970년대 작품인 <장길산>은 착취하는 것 말고 어느 것 하나 잘하는 것도 없고 잘난 것도 없는 지배집단에 대한 비판과 조롱이 가득하지만 왜 그토록 별볼일 없는 지배집단이 무너지지 않는지,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데 왜 실패했느냐는 의문 앞에 끝내 답을 내놓지 못한다. <거인들의 몰락>은 대체로 1차 세계대전이 배경이다. <세계의 겨울>은 나치가 권력을 잡을 때부터 제2차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영원의 끝>은 냉전시대를 다룬다. <거인들의 몰락> 시작 부분에 등장하는 발터 피츠허버트와 에설 윌리엄스(영국), 그리고리 페시코프(러시아), 발터 폰 울리히(독일), 거스 듀어와 레프 페시코프(미국) 등 주요 등장인물들이 영국과 독일, 러시아, 미국을 주요 무대삼아 얽히고 설키며 세계사의 주요 장면을 함께 한다. <세계의 겨울>, 계엄의 밤을 떠올리다당대 사람들의 인식과 시대상을 보여주는 장면을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가령 <영원의 끝>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말도 변했다. 조지가 어렸을 때는 흑인이 저속한 말이고 유색인종은 그보다 조심스럽고 니그로는 진보적인 뉴욕타임스가 사용하는 정중한 표현으로 유대인(Jew)을 쓸 때처럼 늘 첫 글자를 대문자로 썼다. 이제 니그로는 생색내는 것으로 여겨졌고, 유색인종은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말로 들렸으며 누구나 흑인들, 흑인 사회, 흑인의 자부심, 심지어 흑인의 힘이라는 말까지 했다.” 처음 <거인들의 몰락>에 빠져든 건 역시나 2024년 계엄령이라는 내란사태였다. <거인들의 몰락> 전반부에서 유럽 각국 정치 지도자들은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전쟁이라는 수렁에 조금씩 빠져들어 간다. 소설 후반부에선 전쟁이라는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목숨을 잃고 재산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이야기가 처참하게 이어진다. 나중에는 자신들이 왜 싸우려 했는지도 잊어버린다. 남는 건 그저 적개심과 복수심 뿐이다. 내란에 적극 참여했거나 부역했던 사람들도 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군 장군인 오토와 장교인 아들 발터가 대화를 나눈다. 발터가 말한다. “아버지께서 제게 이번 전쟁은 방어전이라고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말씀하신 게 기억납니다. 견데낼 수 없는 위협에 대응하는 거라고요…. 이제 위협은 해결했어요. 러시아군은 궤멸하였고, 차르의 체제는 쓰러지기 직전입니다. 우리는 벨기에를 점령했고, 프랑스를 침공했고, 프랑스와 영국 연합군을 맞아 백중세로 싸우고 있습니다. 계획했던 걸 모두 이루었어요. 우리는 독일을 지켰습니다.” 오토도 그렇다고 인정한다. “그럼 뭘 더 원하는 거죠?” 오토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적들은 공격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해! 배상금을 내야 하고, 어쩌면 국경을 재조정하거나 식민지를 내놔야 할 수도 있지.” 그건 원래 오토가 말하던 전쟁 목표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많은 노력과 돈을 쏟아부었어.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독일 젊은이의 생명이 희생되었다. 뭔가 대가를 받아내야 해.” 영국군으로 참전해 독일군과 전투를 벌이는 두 웨일스 청년이 나누는 대화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청년이 묻는다. “그들은 무슨 권리로 다른 나라 사람을 지배하는 거죠?” “그럼 우리는 무슨 권리로 나이지리아와 자메이카, 인도를 지배하는 걸까?” “그야 우리는 영국인이니까요.” 켄 플릿은 언론인 출신이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언론의 역할을 중시하면서도 언론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가령 우디 듀어는 파업시위대에 난입해 폭력을 휘두르는 깡패들을 담은 생생한 사진을 신문사에 제보하는데, 막상 신문에 실린 사진과 기사는 노동조합이 폭동을 일으켰다며 노동자들을 비난한다. 화가 난 우디는 “왜 사실과 반대로 기사를 낸 거죠?”라면서 “신문이라면 진실을 말해야죠”라고 외친다. 우디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한다. “현실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 재스퍼 머리가 언론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묘사할 때도 이런 모순된 느낌이 잘 살아있다. 재스퍼는 친구들의 뒷이야기를 기사에 쓰면서도 자신은 몰랐다는 것처럼 속이거나, 뻔히 불이익을 받게 될 걸 알면서도 생생한 기사를 위해 쓰면 안되는 내용까지 기사에 쓴다. 하지만 또한 그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백악관을 비판하는 기사로 권력층과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미식 자유주의 세계관을 엿보는 프리즘, <영원의 끝><영원의 끝>은 미국이나 영국의 자유주의 세계관을 가진 정책결정자들이 이런 식으로 세상을 보는구나 하는 걸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교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냉전이 끝나는 시점을 묘사하는 걸 보면 ‘역사의 종말’의 소설버전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동구권 사람 가운데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은 모두 서유럽과 내통하는 건가 하는 게 불편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한계가 잘 드러나는 건 이토록 길고 방대한 소설에 식민지 문제가 거의 등장하지 않고, 거의모든 사회모순을 자유권으로만 한정 지었다는 게 아닐까 싶다. 호치민이 프랑스 동지들에게 숱하게 식민지 문제의 중요성을 외쳤지만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하는데, 호치민이 이 소설을 읽었다면 꽤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사회권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자유권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자유선거를 하고 언론출판집회의 자유를 누리는 영미식 체제가 인류의 목표처럼 돼 버리는 함정에 빠지는 것도 안타깝다. 아마 그런 세계관이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중국을 적대시하고 북한을 적대시하는 세계관으로 이어질 듯 한데, 돌아오는 건 더 거대한 갈등과 내로남불 비아냥인 건 아이러니다. 사실 그 점이야말로 21세기 새로운 진보를 고민하는 이들이 가장 깊게 고민하고 극복해야 할 20세기의 유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의대 교수에서 생보사 CEO 된 신창재… 두 아들 승계는 아직[2025 재계 인맥 대탐구]

    의대 교수에서 생보사 CEO 된 신창재… 두 아들 승계는 아직[2025 재계 인맥 대탐구]

    의대 진학해 산부인과 의사로 일해CEO 취임 뒤 적자 기업 체질 개선“저 지금 르망 타요” 검소함 일화도부인과 사별 뒤 21살 연하와 재혼‘백기사’ 기타오 SBI 회장家와 인연안철수·박용현 등 ‘경의지회’ 친분 신창재(72)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은 전형적인 이과생이다. 학창 시절 공학에 관심이 많아 처음에는 공대 전기과 진학을 꿈꿨다. 진로를 고민하던 중 ‘매형 될 사람’(고 함병문 전 서울대 의대 교수)이 의대에 다니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 의사의 길을 결심했다. 의대로 진로를 바꾸자 부친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도 “의사가 사업가보다 너의 성격에 잘 맞을 것 같다”며 흔쾌히 동의했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새 생명의 탄생을 돕는 일이 얼마나 보람찬 직업이냐며 크게 기뻐한 것으로 전해진다. ●술·골프 즐기는 대신 경영 공부 집중 신창재 회장은 1953년 10월 31일 서울에서 신용호 창립자와 부인 유순이씨의 2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서울 경기고와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대 대학원에서 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산부인과 의사를 거쳐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로 근무했다. 암 선고를 받고 경영권 승계 문제를 고민하던 아버지의 권유를 받아들여 1996년 교보생명 부회장으로 경영에 참여했으며 2000년 회장직에 오른 뒤 적자 기업이었던 교보생명을 총자산 기준 생명보험 업계 3위로 키워 냈다. 신 회장은 검소한 편이다. 교보생명에 입사(1996년)하기 전인 1993년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할 당시 전임자가 쓰던 법인 차량인 로얄 브로엄을 물려받았는데, 차량을 바꾸자는 임원들의 제안에 손사래 치며 “저 지금 르망 타요”라고 답한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술도 즐기지 않는다. 서울 의대 시절 폭탄주에 질려 직업을 경영인으로 바꾼 것이라고 농담처럼 말한다. 와인이나 맥주 정도를 가볍게 마실 뿐 술자리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다. 30년 넘게 서울 중구 교보생명 본사 2층에 터를 잡고 있는 레스토랑 ‘라브리’가 우리나라에 와인 문화를 전파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아이러니다. 골프도 한때 시도했지만, 경영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금방 접었다. 결혼은 두 번 했다. 3세 경영에 나선 신중하(44) 교보생명 상무, 신중현(42) 교보라이프플래닛 디지털전략실장의 어머니인 정혜원 전 봄빛여성재단 이사장과 2010년 사별했다. 이어 3년 만인 2013년 누이들의 소개로 만난 박지영(51)씨와 재혼했다. 스무 살이 넘는 나이 차이로 그의 재혼은 당시 재계의 주목을 끌었다. 박씨는 이화여대 중어중문과 출신으로 졸업 후 모교 대외협력처에서 2002년부터 근무하다 결혼과 동시에 퇴사했다. 이 결혼은 비밀에 부쳐져 청첩장을 받은 임원도 없었다고 한다. 박씨는 교보생명과 관련해 꼭 필요한 부부 동반 행사나 출장 정도가 아니면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박씨의 부친은 고 박병욱 조각가로, 서울예고·덕성여대·서울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한국미술가협회 부이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2000년대 중반까지도 활발한 전시 활동을 이어 간 조각계 원로였다. ●타 보험사에 비해 3세 승계 느린 편 라이벌인 한화생명 등 다른 보험사들과 비교해 승계 속도가 느린 편이다. 신 회장의 장남 신 상무는 입사 10년 만인 지난 2024년 12월에서야 임원으로 승진하며 그룹 디지털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이때도 승진시키길 원하지 않았으나 한화, 현대해상 등 다른 보험사 오너 3세에 비해 임원 승진이 늦다는 이유로 회사 경영진이 권유하면서 이뤄졌다고 한다. 신 상무는 1981년생으로 미국 뉴욕대를 졸업한 뒤 2015년 교보생명 관계사 KCA손해사정에 대리로 입사했다. 미 컬럼비아대에서 MBA를 마치고 돌아온 뒤 2021년 교보DTS에서 디지털혁신 신사업팀장을 맡아 데이터 분석 전문 자회사 디플래닉스 설립을 주도하는 등 주로 디지털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2022년 교보생명 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그룹데이터전환(DT)지원담당과 데이터전략팀장을 겸하며 교보증권, 교보문고 등 5개 자회사의 데이터 통합 작업을 이끌었다. 그룹데이터전략팀은 신 회장 직속으로 2022년 말 신설된 조직이다. 2016년 임병철(66) 한불화장품 회장의 조카인 임효재(44)씨와 결혼했다. 임씨는 임 회장의 형인 고 임현철 전 한불화장품 부회장의 큰딸이다. 차남인 신 실장은 1983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 대학원에서 경영학과 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일본 금융지주인 SBI그룹의 계열사 SBI스미신넷뱅크와 SBI손해보험에서 경영기획 경력을 쌓았다. 현재 그룹의 디지털 플랫폼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한때 수입차를 중고로 구매했다가 신 회장으로부터 “민족 기업 아들이 외제 차를 타면 되겠느냐”는 꾸지람을 들었다는 일화가 있다. 결국 해당 차량을 처분하고 국산 중고차로 교체했다. 배우자는 평범한 가정 출신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의 형제들은 재벌이 아닌 의료계나 법조계와 인연을 맺었다. 두 누이는 각각 의사, 판사와 결혼했다. 큰누나는 고 함병문 전 서울대 의대 교수와 결혼한 신영애(76) 아트실비아재단 이사장이다. 전업주부로만 살다가 2011년 사재를 출연해 아트실비아재단을 설립했다. 실비아는 신 이사장의 세례명이다. 마리오 보타의 설계로 교보강남타워를 건축할 당시에도 아버지와 함께 건축 전 과정에 참여할 만큼 문화·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다고 알려져 있다. 둘째 누나 신경애(74)씨는 전 언론중재위원장을 지낸 박용상(81) 변호사와 결혼했다. 박 변호사는 판사 출신으로 방송위원회 위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국회 공직자윤리위원장 등을 지낸 법조계 중진이다. ‘언론의 자유’, ‘명예훼손법’ 등을 통해 한국 언론법 체계를 수립하는 데 관여했다는 한다. 남동생 신문재(64) 전 교보핫트랙스 대표는 2012년 계열분리를 한 뒤 서적·문구 도소매업 회사인 ‘디자이너이미지’를 창업했다. 4남매 중 유일하게 연애결혼했다. ●경기고·서울대 의대 커뮤티니 유지 신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의대 동문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출신이지만 의사가 아닌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인 ‘경의지회’ 회원이다. 초대 회장도 지냈다. 여기에는 안철수(63) 국민의힘 의원과 부인 김미경(62) 서울대 의대 교수, 박용현(82)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김철준(73) 전 한독 연구개발(R&D) 담당 부회장 등이 속해 있다. 특히 경의지회 창립을 주도했고 서울대병원장과 두산그룹 회장 등을 역임한 박 이사장과 가까운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고 68회 동기인 김석동(72) 전 금융위원장, 하영구(72) 전 은행연합회장 등과도 막역하다. 경기고 시절 김 전 위원장은 문과, 신 회장은 이과에서 각각 수석이었다고 한다. 1993년부터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아 문학계와의 교류도 활발하다. 황석영(82), 박범신(79), 이승우(66), 오정희(78), 정호승(75) 등 국내 대표 작가들은 물론 백낙청(87) 서울대 명예교수, 최재천(71) 이화여대 석좌교수 등과도 친분이 있다.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의 풋옵션 분쟁에서 ‘백기사’로 나선 일본 SBI그룹 측과는 집안끼리 오랜 인연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과 기타오 요시타카(72) SBI그룹 회장은 지속적으로 만남을 이어 오고 있다. 신 회장의 재계 내 교류는 이른바 ‘교보단지’를 중심으로도 회자된 적이 있다. 이 단지는 신용호 창립자가 소유했던 성북동 330 일대(삼청터널 입구~길상사 앞)에 조성된 고급 주택 지역을 일컫는다. 35만 3000㎡(약 10만 7000평) 규모로 원래 동작동에 있던 신 창립자의 땅이 국립묘지 확장으로 수용되면서 정부로부터 대체 부지로 받은 것이다. 삼청터널 개통(1970년대 후반) 이후 지가가 급등하면서 교보생명은 1981~1982년쯤 이 부지를 3.3㎡당 50만원 안팎에 분양했다. 한 채에 최소 595㎡(180평) 면적의 단독주택 부지로 공급된 이곳에는 당시 GS, 현대, OCI, 한국테크놀로지, 오리온 등 재계 유력가들이 고급 주택을 지으며 입주했다. 지금은 허창수(77) GS그룹 명예회장, 현정은(70) 현대그룹 회장이 신 회장의 이웃이다.
  • 황석영 “尹 비상계엄 선포, 자기 실패 인정 않고 반공 이념 들이댄 것”

    황석영 “尹 비상계엄 선포, 자기 실패 인정 않고 반공 이념 들이댄 것”

    원로 소설가 황석영(82)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자기 실정과 부패에 실망한 국민에 의해 총선에 실패했음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케케묵은 반공 이념을 들이댄 것”이라고 비판했다. 17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조선공산당 100주년 기념식’ 기념사를 통해서다. 황석영은 “그동안 선진적인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해낸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자랑삼던 우리는 이런 역사적 반동과 퇴행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도 했다. 황석영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 요소로 한반도의 정전 체제를 꼽으며 북한과의 평화 협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요소는 남북으로 분단돼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정전 체제 때문에 갖게 된 안보 국가의 성격”이라며 “이것에서 벗어나려면 가장 먼저 정전 체제를 종전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분단 시대의 체제 경쟁 속에 남한이 북한에 비해 압도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은 여러 사회·경제적 지표로 이미 증명됐는데, 아직도 북한 때문에 민주적 개혁을 꺼린다면 이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1925년 4월 17일 공산주의 정당이자 독립운동 단체인 조선공산당 결성 100주년을 맞은 이날을 기념해 열린 이번 행사에는 항일혁명가기념단체연합 이사장인 황석영과 김삼열 독립유공자유족회장,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 “문인 1000명 인장 어렵게 모았지만… 내 것이라고 생각 안 해요”[서동철의 노변정담]

    “문인 1000명 인장 어렵게 모았지만… 내 것이라고 생각 안 해요”[서동철의 노변정담]

    이재인 관장의 본업은 소설가베트남전 1년 참전 후 전쟁소설 구상1989년에 쓴 ‘악어새’ 10만부 히트연좌제 넘어 참전… 집필 약속 지켜서울신문·사상계 읽고 ‘문인의 꿈’오영수 권유로 경기대 국문과 입학장준하의 사상계社에서 알바 기회전국 대학생 백일장 詩부문서 당선서울·충북에서… ‘연설문의 달인’예산고 교사 부임… 어릴 때 꿈 이뤄충북교육위서 교육감 연설문 쓰고당시 문교부 장관 연설문까지 작성유치진·서정주… 인장 1200과 소장인장 찍힌 책 인지는 ‘정품 보증서’문인 인장 공간 생긴다면 기증하고향토문화 좀더 발전하도록 힘쓸 것 충남 예산의 한국문인인장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새삼스럽게 우리나라가 문화적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벗어나 새로 뚫린 평택~부여 고속도로를 타고 예산 땅에 접어드니 추사고택 나들목을 알리는 푯말이 눈에 들어온다. 자신의 옛집을 가리키는 표현이 고속도로 나들목 이름이 될 줄을 추사 김정희 선생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박물관으로 가려면 예산예당호나들목으로 나가야 한다. 강태공들에게 꿈의 낚시터인 예당저수지 얕은 여울목에는 새로 나는 물풀을 헤치며 백로며 왜가리가 그야말로 떼를 지어 먹이를 찾고 있었으니 눈이 씻기는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멀지 않은 곳에 한때 멸종됐던 황새를 번식해 보존하는 예산황새공원이 있다. 자신들의 안전이 보장된 고장이라는 것을 새들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나 보다. 예당저수지가 있는 대흥면을 벗어나 광시면에 접어들면 한우마을이 나타난다. 작은 동네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고깃집이 자리잡을 수 있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마을을 찾는 손님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겠다. 이재인 관장은 광시파출소 앞으로 마중 나와 있었다. 보령·청양으로 가는 길을 따라 달리다 오른쪽으로 접어든다. 좁은 길이지만 깔끔하게 정비돼 있다. 그런데 이 관장을 따르지 않더라도 박물관은 쉽게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한우마을부터 10개가 넘는 표지판이 갈림길마다 방향을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관장에게 “지역에서 대접을 잘 받으시는 것 같다”고 했더니 “박물관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작은 공간을 고향분들이 존중해 주시고 있는 것 같아 고마울 뿐”이라며 웃었다. 이 관장의 본업은 소설가다. 그는 1985년 ‘예술계’ 신인상에 단편소설 ‘금이빨과 금지구역’이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같은 해 교육신보사의 2000만원 현상 공모전에서도 최우수상을 받았다. 조금 나이가 있는 세대라면 그가 1989년 발표하고 10만부가 팔려 나간 장편소설 ‘악어새’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에게 “동네에서는 선생님을 어떻게 부르느냐”고 하니 “여기선 교수님”이란다. 그는 경기대 국어국문학과 1회 졸업생으로 모교에서 소설론을 가르치다 정년퇴임했다. “‘악어새’를 발표할 당시는 베트남전쟁을 소재로 한 소설은 무엇이든 성공할 때였어요. 박영한의 ‘머나먼 쏭바강’, 이원규의 ‘훈장과 굴레’, 이상문의 ‘황색인’,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 안정효의 ‘하얀전쟁’이 그렇지요. 그런데 ‘악어새’가 다른 것은 한국인의 시각이 아닌 베트남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전쟁을 그린 겁니다.” 그는 대학 3학년 1학기를 마칠 무렵 군에 입대했다. 2학기 등록금 낼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논산에서 신병 훈련을 마치고 육군통신기지창에서 10개월 남짓 졸병 생활을 하던 중 베트남전 모병 소식이 들려왔다. 5개월 동안의 전투 훈련을 마치고 군수지원단에서 일하며 베트남의 이런저런 사정에 관심을 가졌다. 1년 동안의 베트남전 참전을 마치고 돌아와 제대할 때까지 전쟁 소설을 구상했다. 베트남에서 모아 고향에 보낸 ‘피 같은’ 전투수당은 그동안 농토와 송아지로 바뀌어 있었다. “베트남에 가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연좌제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큰아버지가 좌익 활동을 했는데 6·25 때는 장택상씨 집을 차지해 살았을 만큼 거물급이었다고 해요. 그러니 베트남전에 지원해도 보내 주지 않는 겁니다. 부대 방첩대장을 찾아가 “국문과를 다니다 입대한 소설가 지망생인데 베트남전에 참전해 꼭 작품으로 쓰고 싶다”고 간청했어요. 그랬더니 한참 듣고 있던 방첩대장이 부관에게 “저 자식 베트남에 보내 버려” 하는 것이었어요. ‘악어새’는 그 약속을 지킨 것이기도 합니다.” 그는 지금도 열심히 작품을 생산한다. 그동안 장편소설만 10권을 냈다. 하지만 소수의 작가만 팔리는 시대 ‘악어새’ 같은 반응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근작을 읽고 박물관으로 찾아오는 독자가 있다고 한다. 그때마다 작가는 ‘영원한 스타’라고 생각한다. 문학은 죽었다고들 하는데 작가와 독자가 이렇게 만나는 걸 보면 아직은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에게 “어떻게 문학을 하게 되셨냐”고 하니 “이야기가 긴데…” 하더니 보따리를 끌러 놓기 시작한다. “국민학교, 요즘 말로 초등학교에 열 살이 되어서야 들어갔어요. 이장댁에 배달된 서울신문이며 서울신문 어린이판을 첫 장부터 끝 장까지 읽었습니다. ‘학원’이나 ‘현대문학’도 닥치는 대로 찾아봤고 나이가 남들보다 많기는 했지만 초등학교 4학년짜리 아이가 ‘사상계’에 실린 문학작품도 탐독했어요. 그런데 집에서는 남의 집 머슴살이를 권했지요. 머슴을 살면 한 해 쌀이 두 가마이니 3년 여섯 가마면 논 세 마지기를 사서 초가삼간을 지을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머슴을 살기에는 꿈이 너무 자라나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예산군 경찰의 날 백일장에서 장원을 차지했다. ‘먹방’의 대명사인 예산 출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할아버지가 당시 예산경찰서장이었다. 서울신문과 경향신문 독자란에 투고한 글이 실려 자신의 이름이 인쇄돼 나오던 시절이다. 그 언저리 이재인의 꿈은 문인이 돼 예산이나 홍성에서 중학교 교사로 자리잡는 것이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16세 문학청년은 결국 가출해 서울에 왔다. 종로6가 어문각 언저리에서 구두닦이를 했는데 활자로만 뵈던 ‘갯마을’의 작가 오영수를 만나게 된다. 어디에 가면 누구를 만날 수 있는지쯤은 짐작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는 오 선생의 구두를 닦으며 “작가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했다. 그는 “부탁을 하면서 구두 닦은 값은 그대로 받았으니 아직도 미안하다”며 웃었다. “청계천 헌책방에서 지나간 문예지를 헐값에 한 무더기 사서 고향으로 내려갔어요. 강의록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 검정고시도 공부했습니다. 이듬해 봄 오영수 선생으로부터 우편엽서를 받았어요. 공부하고 싶으면 올라오라는 겁니다. 경기실업초급대학이 경기대학교로 승격한 첫해 입학할 수 있었어요. 광시 양조장집 여주인이던 서창남 시인의 도움도 컸습니다. 서 시인은 오영수 선생에게 ‘시골서 공부를 열심히 시킬 테니 길을 좀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지요.” 대학에 들어간 그는 존경하던 ‘사상계’ 발행인 장준하 선생에게 편지를 보냈다. “언론인이 되고 싶은데 사상계에서 근무하게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장 선생은 엽서로 답장을 보내 왔는데 “공부를 열심히 해서 졸업하면 오라”는 것이었다. 사상계사로 인사차 찾아갔더니 정기 구독자에게 부칠 봉투에 주소를 쓰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주었다. 사상계 알바생이 된 이 관장은 경기대 학보사 기자로 특채됐다. 이 관장은 글 쓰는 일을 시작하며 인생이 비로소 흐르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고 했다. 경기대 시절 양주동, 박남수, 이형기, 홍기삼, 김광식, 이형기 선생 등 문단의 대표적 존재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그는 이 무렵 영남대가 주최한 전국 대학생 백일장 시 부문에서 당선되면서 더욱 자신이 붙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잡지사 몇 군데를 거쳐 예산고 교사로 부임했다. 어린 시절 꿈이 이뤄진 것이다. 백종원 대표 집안에서 설립한 학교다. 부천 소명여고, 충북 영동중, 미원고, 충주상고에도 재직한다. 이 즈음 글쓰기 능력을 인정받아 충북도 교육위원회에서 교육감 연설문을 작성하게 된다. ‘연설문의 달인’이라는 소문이 서울까지 퍼지면서 당시 문교부 공보관실 교육연구사로 장관 연설문을 썼다. “청주 시절이었어요. 그때 고교 교사 보충수업 수당이 시간당 700원이었습니다. 집에서 개 한 마리를 키웠는데 어느 날 가방 하나를 물고 들어왔어요. 현금 500만원과 월급봉투가 들어 있었으니 놀랐지요. 봉투에 적힌 대로 도자기 회사에 전화를 걸어 주인을 찾아주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도자기 회사 임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만나자고 하는 겁니다. 그분 도움으로 중국·러시아·중앙아시아 동포를 현지 조사하며 석사 학위를 마칠 수 있었어요. 도자기 회사가 옌볜 지린대에 거액을 지원하면서 그곳에서 박사 학위도 할 수 있었고요. 돌이켜 보면 제 길은 거기서부터 열렸는가 봅니다.” 지금도 박물관 마당의 강아지를 끔찍하게 챙기는 이유일 것이다. 문인인장박물관은 고향으로 돌아온 2000년 개관했다. 인장박물관은 1000명 안팎 문인의 1200과(顆) 남짓한 인장을 소장하고 있다. 그에게 “문인의 도장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요즘 책은 대개 인지를 생략하지만 과거엔 반드시 작가의 인장이 찍힌 인지가 붙어 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인지는 저작권 증지라는 표현으로 대체할 수 있어요. 책의 말미에 붙인 인지는 작가와 출판사의 약속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인지는 낙관처럼 ‘정품 보증서’를 뜻한다는 설명이다. 박물관 소장품은 유치진, 박종화, 서정주,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오영수, 조연현, 백철 등 우리가 아는 20세기 문인의 인장을 망라한다. 대부분은 직접 건네받았고 작고한 문인은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았다. 박물관을 찾아오는 문인에게는 입장료 대신 인장을 달라고 했다. 박물관은 봄가을로 명사 초청 강연회를 가졌는데 “사례금 영수증에 인장이 필요하다”며 자연스럽게 ‘기증’을 유도하기도 했다. “어렵게 모았지만 내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문인의 인장을 빛나게 하는 공간이 생긴다면 흔쾌히 기증하려 마음먹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립한국문학관이 개관해 자리가 만들어진다면 함께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지요.” 인장박물관에는 충남문학관이라는 간판도 걸려 있다. 지역 문학유산을 좀더 부각시키겠다는 취지다. ‘근대예산풍류선’과 ‘홍주 역사 인물기행’을 펴내며 향토문화 발굴사업에서 힘을 기울인다. 박물관은 항상 문을 열어 놓고 있지는 않지만 이 관장이 자리를 지키는 낮에는 안내판에 적힌 대로 전화를 걸면 관람할 수 있다. “우리 박물관이 자리잡고 주변에 모두 9개의 박물관이 들어섰어요. 고향에 돌아왔으니 지역문화가 좀더 발전할 수 있도록 부추기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읽고 싶은 책이 너무나 많아요. 아직은 건강에 자신이 있는 만큼 이렇게 허송세월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 이재인 박물관장은 1945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났다. 경기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중·고교 국어교사와 문교부 공보관실 교육연구사로 일했다. 경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이 대학 한국문화연구소장을 지냈다. 월간문학상, 한국평론가협회상, 한국박물관인상, 백제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악어새’를 비롯한 10편의 장편소설과 ‘오영수 문학 연구’ 등 연구서를 펴냈다. 현재 한국문학관협회와 한국박물관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글·사진 서동철 논설위원
  • ‘한강의 물결’ 다시 한 번… 새해는 풍성한 ‘문학의 해’

    ‘한강의 물결’ 다시 한 번… 새해는 풍성한 ‘문학의 해’

    지난해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문학 시장이 기분 좋은 기대감으로 일렁이고 있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 문학계는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젓기 위해 무척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덕분에 새해는 읽을거리로 풍성한 ‘문학의 해’가 될 전망이다. 한강 ‘겨울 3부작’ 마지막 단편한강이 온다. 정확히 언제쯤 출간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한강의 신작이 문학동네에서 올해 나올 예정이다. 2015년 황순원문학상을 받았던 단편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2018년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한 단편 ‘작별’에 이어지는 작품이다. 작가와 출판사는 이 세 작품을 엮어 ‘겨울 3부작’으로 칭하고 있다. 마지막 단편의 제목은 미정이다. 한강은 원래 ‘작별하지 않는다’를 앞선 두 작품에 이어 ‘눈 3부작’으로 구상했다. 그러나 집필 과정에서 장편으로 분량이 늘었다. 올해 발표할 단편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뒤 내놓는 첫 작품이다. 폭력과 아름다움의 공존을 역설한 한강의 문학은 노벨상 이후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부커상 후보 황석영 장편 ‘할매’한강만 오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철도원 삼대’로 영국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저력을 과시했던 소설가 황석영은 장편 ‘할매’(가제·창비)를 오는 4월 펼칠 것으로 보인다. 부커상 발표 전 기자간담회에서 황석영은 “군산에서 600년짜리 잘생긴 나무를 만났는데 이 이야기로 노벨상을 받고 싶다”는 욕심을 밝히기도 했다. ‘할매’는 이 이야기다. 간척지에 솟아 미군기지의 확장을 막아 내고 있는 600살 팽나무로 한반도의 역사를 톺아본다. 지난해 ‘이중 하나는 거짓말’로 사랑받은 김애란은 신작 소설집(문학동네)을 상반기 내놓는다. 편혜영은 2000년 등단한 뒤 처음으로 짧은 소설집(문학동네)을 출간한다. 평단의 주목을 받는 김멜라의 장편 ‘리듬 난바다’(문학동네)도 하반기에 예고됐다. 몇 차례 미뤄진 황정은의 장편(문학과지성사)은 올해 독자를 만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쓴 정지아의 신작 소설집(창비)을 비롯해 김숨(민음사), 정세랑(문학동네), 함윤이(문학과지성사), 성해나(창비), 예소연(현대문학) 등 젊은 소설가들이 줄줄이 찾아온다. 5월 민중시인 신경림 유고 시집젊은 세대 ‘텍스트힙’ 열풍을 이끈 시에서도 다채로운 세계가 펼쳐질 예정이다. 지난해 우리 곁을 떠난 민중시인 신경림의 유고 시집(창비)이 1주기인 5월 출간된다. ‘사진관집 이층’(2014) 이후 쓴 시를 모은 원고다. 이 밖에도 안도현, 나희덕, 문태준(이상 문학동네), 정호승, 박준(이상 창비), 남진우, 이문재(이상 문학과지성사) 등 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름들이 독자와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쿤데라 유작 ‘여든아홉 개의 말’세계문학에서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유명한 밀란 쿤데라의 유작 ‘여든아홉 개의 말’(민음사)이 4월 출간을 앞뒀다. 1980년에 발표한 ‘프라하, 사라져가는 시’ 등의 작품과 함께 엮어 2023년 세상을 떠난 쿤데라의 문학세계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동시에 그에게 입문하려는 독자를 위한 안내서가 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제5도살장’으로 독특한 상상력을 보인 커트 보니것의 ‘챔피언의 아침식사’(문학동네), 한국계 미국 작가 최윤의 소설 ‘스킨십’(문학과지성사) 등이 예정됐다. 세계적 작가인 동시에 음악 애호가이기도 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즈 에세이 ‘데이비드 스턴 마틴의 멋진 세계’(문학동네)도 하반기에 나온다. 비평·이론 분야 번역 서적 눈길문학을 한 차원 깊이 있게 읽기 위한 비평과 이론 분야의 서적도 눈에 띈다. ‘랭스로 되돌아가다’로 잘 알려진 퀴어 이론가 디디에 에리봉의 ‘민중의 어머니, 삶과 늙음, 죽음’(문학과지성사)을 비롯해 페미니즘 고전 ‘젠더 트러블’의 저자 주디스 버틀러가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한 신간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문학동네)가 번역된다. 기후위기 시대에 지구적 관점에서 문학사를 새로 기술하려는 마틴 푸크너의 ‘지구를 위한 문학’(문학과지성사)도 우리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환란 속 틔운 문화의 꽃… 한강의 쾌거는 역사 위에서 피어난 것”

    “환란 속 틔운 문화의 꽃… 한강의 쾌거는 역사 위에서 피어난 것”

    한국 문단 ‘창비’ ‘문지’ 등장 계기로 보수적 문인 지배했던 풍토 바뀌어인간 본질 탐구한 앞 세대 작업 위에한강도 내면 고통 다루며 더 나아가 지독한 환란으로 가득한 연말이었다.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채 새해가 밝았다. 과연 우리는 과거로부터 한 뼘 더 멀어졌다고 할 수 있는가. 문학에서 민족이나 평화 같은 개념이 ‘낡은 것’으로 치부되는 시대다. 그럼에도 노(老) 평론가는 주저하지 않고 예의 그 화두를 다시 던졌다. 최근 평론집 ‘역사 앞에 선 한국문학’(창비)을 펴낸 원로 문학평론가 염무웅(84) 영남대 명예교수를 1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익천문화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책 제목에서부터 비장미가 느껴진다. 역사란 무엇인가. 하 수상한 시절을 극복할 아이디어가 어쩌면 이 역사에 있는 것은 아닐까. “전쟁을 비롯한 종말적 위기 가운데서도 문화의 꽃은 활짝 핀 모양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서양에서도 중세가 끝날 무렵 페스트가 유행했다. 그러나 그러면서 근대로 전환하며 새로운 체제로 이행했다. 작금의 위기가 혹시 이런 변화를 예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철학과 역사 그리고 문학이 깊이 고민해야 한다.” 지독한 아이러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45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즈음 소설가 한강은 스웨덴에서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품에 안았다. “종말적 위기 가운데 문화의 꽃이 핀다”는 염 교수의 말이 정확히 들어맞는 순간이다. 그는 한국문학의 외연이 어떻게 넓어져 왔는지 그 역사를 추적한 글 ‘한국문학과 세계의 만남’을 스스로 “역작”이라고 치켜세웠다. 책 347쪽을 펼치면 나오는 글이다. 한강의 쾌거도 이런 한국문학의 ‘역사’ 위에서 이뤄질 수 있었다고 염 교수는 강조했다. “한국문학은 단순히 영역을 넓히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질을 향한 탐구도 깊이 있게 수행했다. 김승옥, 이청준, 황석영, 현기영 등의 작품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한강은 5·18이나 4·3을 다루면서도 그것을 역사에 그치지 않고 인간 내면의 고통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로 다뤘다. 앞선 세대의 작업 위에서 나름대로 더 나아간 것이다.” 염 교수는 1964년 일간지 신춘문예에 ‘최인훈론’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1966년 창립된 이후 한국 문단을 이끈 ‘창작과비평’의 주축으로도 활동했다. 창비는 1975년 설립된 경쟁사 ‘문학과지성사’와 함께 문단의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이야 창비와 문지가 문단의 정점에 있지만 당시만 해도 두 출판사는 문단의 세대교체를 꾀했던 ‘젊은 문인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창비 등이 설립된 이후 한국문학의 역사적 전환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당대 보수적인 문인들이 지배하던 풍토를 바꿨다. 서양 문학도 공부하고 4·19 혁명을 경험하며 현실에 관심을 가진 젊은 세대의 문학이 점점 문단의 주류로 거듭났던 계기다.” 문학은 점차 발전하는데 어째서 정치는 극단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어려운 질문이다. 염 교수는 대번에 역사로 눈을 돌려 원인을 짚었다. 그는 “정치가 제대로 복원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봉건적 모순이 내부적으로 극복되고 근대로 전환됐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해방 이후에도 식민지 체제를 청산해야 했으나 그럴 기회를 놓쳤다. 그런 모순 속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뤘다. 그러다 보니 한반도에는 여러 시간대가 공존한다. 봉건과 가부장 그리고 식민과 초현대적인 것이 하나의 틀 안에 있다. 거기서 복잡한 문제가 생겨난다.” 염 교수에게 ‘민족문학’은 여전히 중요한 화두다. 물론 요즘 학계와 문단에서 ‘민족문학론’이 퇴조하고 있다는 걸 그 역시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민족적인 문제를 완벽하게 극복했는가. 염 교수는 일제강점기 시인 한용운에서 시작하는 글 ‘민족문학의 시대는 갔는가’에서 “님의 부재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민족문학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세계화와 함께 그야말로 ‘포스트의 시대’가 됐다. 하지만 그 ‘포스트주의’로 누가 이득을 봤는지 봐야 한다. 제국주의 강대국의 정책적 담론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적 유행에 편승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과연 그럴 만한 조건에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전히 ‘민족문학의 시대’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중에서 여전히 유효한 게 있다는 뜻이다.”
  • ‘열정페이’는 그만… 한국 1세대 佛 번역가의 통찰과 호소

    ‘열정페이’는 그만… 한국 1세대 佛 번역가의 통찰과 호소

    ‘번역가’라는 단어가 한국 장삼이사들에게 명징하게 맺히기 시작한 건 대략 2016년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한강 작가가 영국의 저명한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타던 해다. 그의 작품을 영어로 번역한 영국인이 함께 이 상을 타면서 번역가의 몫이 새삼 강조되기 시작했다. 번역가는 흔히 ‘작가의 동반자’라고 불린다. 작가와 작품을 잘 이해하고 그에 못지않은 소명 의식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파리의 한국문학 전도사’는 바로 그런 번역가의 삶을 담은 에세이다. 36년간 프랑스에 거주하며 25년 동안 한국문학을 번역해 온 한국 1세대 번역가 임영희의 고백과 통찰 그리고 호소가 녹아 있다. 저자는 원래 교육학도였다. 1988년 이 분야의 학위를 얻기 위해 프랑스로 유학 갔다가 1999년 조정래 작가의 소설집 ‘유형의 땅’을 번역하면서 번역가로 방향을 틀었다. 저자가 프랑스에 전한 한국 작품은 250종이 넘는다. 조정래, 황석영, 공지영, 편혜영, 김영하, 정유정 등 유수한 작가들의 작품이 그의 손을 거쳐 프랑스어로 번역돼 나왔다. 김진경 작가의 ‘고양이 학교’는 유서 깊은 앵코립티블 문학상을, 김탁환 작가의 ‘방각본 살인사건’은 저명한 카멜레온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프랑스 등 외국에서 한국문학의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으나 여전히 번역가로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한다. 저자는 “현재는 내가 번역가의 길에 처음 들어섰던 1990년대 말에 비해 프랑스에서 한국문학에 대한 인지도가 10배 이상 높아졌다”면서도 “일개 번역가로서 한국 도서를 소개하는 일이 그만큼 더 쉬워지지는 않았다”고 탄식했다. 그는 “특히 한국문학 번역의 경우 번역거리가 늘 있는 것도 아닌 데다 번역료는 20년이 넘도록 제자리이거나 하락하는 경향”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작품을 옮기는 프랑스 번역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 웹툰을 번역하는 한 프랑스 여성은 그를 만나 “번역료를 거의 노동 착취 수준인 도급제로 지급하는 데다 최근 판매가 저조해 그 가격조차 더 내려간 상태”라며 울상을 지었다고 한다. 이른바 한국의 ‘열정페이’가 프랑스로 건너가 스멀스멀 살아나고 있는 모양이다. 그는 “한국 재단들이 현지 번역료를 커버하지 못할 정도로 대폭 줄인 지원금을 복원하고, 지원금 역시 프랑스 출판사 계좌가 아닌 번역가에게 직접 전해 달라”고 읍소했다.
  • 소설가 황석영 “尹 쿠데타 기도는 ‘끔찍한 망상’, 탄핵해야”

    소설가 황석영 “尹 쿠데타 기도는 ‘끔찍한 망상’, 탄핵해야”

    소설가 황석영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정권의 쿠데타 기도는 아주 끔찍한 망상”이라고 비판했다. 황 작가는 1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항일혁명가기념단체연합 창립대회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을 탄핵해서 위험천만한 군 통수권자 임무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일연합 설립준비위원장을 맡아온 황 작가는 이날 창립식에서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대구이육사기념사업회, 몽양아카데미, 6·10만세운동유족회 등 9개 단체로 구성된 항일연합은 항일혁명가들을 기리기 위해 올해 1월 설립이 추진됐고, 이번 창립대회를 기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9월에도 전국비상시국회의 시국 선언문을 통해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던 황 작가는 “9월 시국선언에서 농반진반으로 윤석열 정부가 연말을 못 넘길 거라고 얘기했는데, 맞아 떨어진 것 같다”며 “(당시에는) 탄핵하기도 참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자폭을 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군사반란까지 했으니까 영장 없이 체포한다는 것이 형사법 상으로는 맞는 얘기”라며 “(윤 대통령은) 광장의 발랄한 20~30대 젊은이들에게 끌어 내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작가와 함께 행사에 참석한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도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이 윤석열 정권이 시도하는 역사 쿠데타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했다”며 “이번 내란 시도는 그러한 역사 쿠데타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본격적인 창립을 알린 항일연합은 향후 항일혁명가에 대한 조사, 수집, 정리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왜곡된 역사 복원과 항일혁명가 유족 구술 녹음 등의 활동을 할 예정이다.
  • [최보기의 책보기] 한 번은 바늘털이를 해야 인생이다

    [최보기의 책보기] 한 번은 바늘털이를 해야 인생이다

    현애철수(懸崖撤手)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천 길 낭떠러지에 매달렸는데 위로 올라갈 방법이 도저히 없다면 손에 힘이 빠져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차라리 붙잡고 있는 손을 놓아버려라. 아래로 떨어지다 보면 죽든 살든 어떤 수가 생길 것이라는 말이다. 백 척 높이의 장대 끝에서 과감하게 앞으로 한 발을 더 내딛는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의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동서고금의 위인은 늘 그렇게 남다른 역량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를 쓴 소설가 한강이 드디어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 전국이 도가니처럼 끓고 있다. 작가의 아버지인 한승원 역시 일세를 풍미했던 소설가다. 작가는 어려서부터 아버지로부터 특별한 문학적 세례를 받았을 것임은 물론 수많은 선배 문학가들의 작품을 읽으며 역량을 키웠을 것이다. 소월, 백석, 지훈부터 박경리, 박완서, 신경숙, 이문열, 조정래, 황석영, 김훈 등등 이루 다 나열할 수 없는 거인들의 어깨를 탄 끝에 오늘의 한강에 도달했음이 당연하다. 작가와 우열을 겨루며 창작에 전념해온 문단의 동료들과 작가의 작품을 구매해 읽어준 독자들의 공 또한 거인의 어깨만큼 높다. 오늘도 한강을 포함한 거인들의 어깨를 딛고 서려는 수많은 작가들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지문이 닳도록 키보드를 두드린다. ‘바늘털이’는 낚싯바늘에 꿰어 끌려오던 대물 송어가 낚시꾼에게 잡히기 일보 직전 하늘로 날아올라 공중 동기를 하면서 온 힘을 다해 제 입에 걸린 바늘을 떼어내고 도망가는 것을 말한다. 송어가 제 살 찢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유는 기어이 돌아가야 할 바다가 있기 때문이다. 가야 할 바다가 있는 사람 역시 지난 밤 먼 길을 나섰다. 우리는 모두 끝끝내 이르러야 할 바다가 있다. 소설가 김은호는 표제작인 「바늘털이」로 2021년 <인간과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단편소설 「순녀의 두레박」「너울」「애골 그 할아버지」「복숭아나무 아래」「등대그늘」「수색역」「봉순 씨의 비 오는 날 출근 분투기」 등 모두 8편이 실렸다. 독자 누구나 비슷한 경험이 있었을 듯한,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을 알고 있을 듯한 세상만사 이야기들이다. 최보기 책글문화네트워크 대표
  • 한강 父 한승원 “딸은 청출어람, 승어부…문장 섬세하고 아름답고 슬퍼”

    한강 父 한승원 “딸은 청출어람, 승어부…문장 섬세하고 아름답고 슬퍼”

    한승원 작가 전남 장흥 작업실서 기자회견 서술방법 겹칠까 자신 소설 읽으라 하지 않아 “소설은 중노동” 딸 건강 관리 당부 아시아 여성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54)의 아버지 한승원(85) 작가는 딸을 ‘아버지를 뛰어넘은 승어부’(勝於父)라고 했다. 한승원 작가는 11일 전남 장흥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 해산토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출어람(靑出於藍) 등의 말을 인용하며 “딸은 부모를 뛰어넘은 자식”이라고 평가했다. 한승원 작가는 딸이 소설을 쓰면서 자신에게 상담이나 조언을 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 소설을 읽어보라고 한 적도 없다”며 “소설가는 서술 방법을 닮으면 안 된다. 김동리(소설가)가 한 사람만 있어야지 두 사람이 있으면 한 사람은 죽는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리얼리즘 소설의 대가 황석영 작가 등 유명 3세대 작가 대신 4세대로 분류되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 배경에 대해서 ‘섬세한 감수성’을 말했다. 그는 “내 세대, 제3세대 작가로 황석영씨가 대표적인데 그의 사실주의 소설 특징은 민주화 근대 운동이 한참 일어날 때라 저항적인 요소가 강했다”며 “심사 위원들은 한강의 리얼리즘에 담긴 아름다운 세계를 포착했기 때문에 후세대에 상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딸의 문장이 “아주 섬세하고 아름답고 슬프다”고 평가했다. 한승원 작가는 한강 작가의 강점으로 ‘끈질긴 성격’을 꼽았다. 자신이 젊은 시절 허리디스크로 고생하며 서서 글을 쓰는 모습 등을 보고 자란 딸이 “끈질기게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배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승원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 대한 한강 작가의 의사도 전달했다. 그는 “(딸에게) 출판사와 장소를 마련해 기자회견을 하라고 했는데 (딸이) 그렇게 해보겠다고 하더니 아침에 생각이 바뀌었더라”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더라”고 했다. 한승원 작가는 딸에게 ‘건강 관리’를 당부했다. 그는 “소설을 쓰는 건 그야말로 중노동”이라며 “건강해야 좋은 작품, 소설을 끝까지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한강 작가 도서전 못 가게 하고, 도서지원 사업도 탈락시키라’…‘블랙리스트 백서’ 다시 보니

    ‘한강 작가 도서전 못 가게 하고, 도서지원 사업도 탈락시키라’…‘블랙리스트 백서’ 다시 보니

    한강 작가가 10일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과거 박근계 정부 시절 자행된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이 다시 조명 받고 있다. 11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정부에서 정권에 비판적 혹은 견해를 달리한 문화·예술인을 억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한 명단을 가리킨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뒤 2017년 7월부터 다음 해 7월까지 조사 활동과 결과물을 정리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가 2019년 2월 발간됐다. 본책 총 4권에 부록 6권의 방대한 분량으로, 한강 작가의 이름은 ‘문학출판 분야’에 여럿 거론된다. 5·18 민주화운동을 각각 여섯 명의 시선으로 바라본 소설 ‘소년이 온다’가 문제가 됐다. 백서에 따르면, 한강 작가는 한국이 주빈국이었던 2014년 제43회 런던도서전에 초청될 계획이었으나 김영하, 황석영 등과 함께 배제된다. 관련해 한국문학번역원이 2017년 12월 20일 제출한 ‘2014-2016년 한국문학번역원 해외교류 지원 현황’에 따르면, 해당 작가들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배제지시가 있었다. 그러나 번역원 측은 “주한 영국문화원과 이미 참여작가 협의가 완료되었다”면서 이들을 파견했다. 당시 문체부는 2016년 파리도서전에서도 한강 작가 배제를 지시했다. 다행히도 파리도서전에서 프랑스 조직위 측에서 작가 선정을 이미 완료해 참석할 수 있었다. 이어 2016년 베를린 문학축제 및 문학행사 작가 파견에서도 배제 지시가 이어졌다. 당시 문체부 출판인쇄산업과가 이메일로 한강 작가를 배제하라는 지시가 하달됐다. 한강 작가의 이름은 2014·2015년 세종도서 사업에서도 등장한다. 세종도서는 우수 도서를 선정해 정부에서 800만원 이내 도서를 구입해 공공도서관에 보급하는 사업을 가리킨다.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김기춘 등에 대한 조사를 다룬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출판진흥원이 2014년 9종, ·2015년 13종의 세종도서 지원을 배제했다. 문체부가 출판진흥원 측에 2014년도 세종도서 사업 신청자 명단을 보내도록 하고, 공모사업 진행 중에도 수시로 심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라고 했던 정황이 그대로 담겼다. 특히 “여러 수단을 강구하여 지원배제 대상자를 탈락시키라”는 지시가 뒤따랐다. 출판진흥원의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만해문학상 수상작이었는데, 이러한 책들이 배제되었던 것을 보면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는 책들이 선정되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심사위원들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 이어지고 살아가는 ‘열린 DMZ 이야기’

    이어지고 살아가는 ‘열린 DMZ 이야기’

    흑색 자갈과 백색 자갈이 나뉘어 놓인 바닥. 재료는 같지만 서로 다른 색이 경계를 만든다. 하지만 그 위를 자유롭게 오가는 관람객들의 움직임은 극명했던 구분선을 서서히 흩트려 놓는다. 경기 파주임진각평화곤돌라 탑승장에 설치된 지비리(37) 작가의 ‘균열-회색지대’는 떨어져 있으면서도 연결되고자 하는 경계의 흐트러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부제인 회색지대는 비무장지대(DMZ)라는 장소의 특수성을 나타낸다. 지비리 작가의 작품처럼 고립된 공간이라고 여겨졌던 DMZ의 공간성을 새롭게 해석한 전시가 열린다. 경기 DMZ 오픈 페스티벌의 하나로 오는 30일부터 임진각 평화누리 일대에서 열리는 ‘DMZ 오픈 전시: 통로’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DMZ의 공간성을 확장한다. 통로가 된 DMZ는 멈춰 버리거나 잊힌 공간이 아니라 잇고 살아가는 공간으로 조명된다. 전시에 참여한 12명의 작가는 32점의 작품을 통해 ‘닫힌 경계’이자 ‘이어지는 통로’, 또 ‘살아가는 열린 장소’로 DMZ를 바라본다. 특정 장소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비교 연구해 온 나오미(42) 작가는 작품 ‘우리는 이 세상 밖으로 떨어질 수 없다’를 통해 임진강, 한강, 예성강이 만나 서해로 흐른다는 점에 주목한다. 또 단둥~신의주, 훈춘~나선 등 강을 경계로 한 접경지역에는 유사한 풍경이 펼쳐져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런 물결은 그의 작품에 사람, 동물, 역사적 사건과 함께 어우러진다. 노순택(53) 작가는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북의 북쪽 경계를 찍은 사진들을 ‘멀미’ 시리즈로 전시하며, 노원희(76) 작가는 황석영 작가의 소설 ‘바리데기’에 넣었던 삽화를 통해 탈북과 이민의 여정을 표현한다. 과거 볼링장이었던 갤러리그리브스에서는 박기진(49) 작가가 ‘평원_땅’이라는 작품을 통해 미군·북한군의 탱크 바퀴 자국에 모터를 달아 진동으로 표현한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는 11월 16일까지.
  • 부커상 심사위원에 안톤 허… 소설 ‘저주토끼’ 영문 번역가

    부커상 심사위원에 안톤 허… 소설 ‘저주토끼’ 영문 번역가

    소설 ‘저주토끼’ 영문판 번역가이자 소설가인 안톤 허(43·한국명 허정범)가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인터내셔널 부커상 심사위원을 맡는다. 10일(현지시간) 인터내셔널 부커상 홈페이지에 따르면 맥스 포터와 케일럽 페미, 사나 고얄, 안톤 허, 베스 오턴 등 5명이 내년 시상식 심사위원으로 정해졌다. 5명 중 심사위원장은 포터가 맡는다. 부커상이 2005년 인터내셔널 부문을 도입해 시상을 시작한 이후로 한국인 심사위원은 처음이다. 안톤 허는 소설가 정보라의 ‘저주토끼’를 번역해 2022년 부커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같은 해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 번역가로 1차 후보에 올랐다. 그는 황석영의 ‘수인’, 강경애의 ‘지하촌’, 백세희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을 영어로 번역했고 오션 브엉의 ‘총상 입은 밤하늘’을 한국어로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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