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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나機 사고] “오토 스로틀 켰지만 작동 안했다”

    [아시아나機 사고] “오토 스로틀 켰지만 작동 안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착륙 사고를 낸 아시아나항공 사고기의 조종사가 기체 결함이 의심된다고 밝힌 발언 일부가 공개됐다. 국토교통부와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아시아나항공 사고기 조종사를 상대로 한 합동 조사 결과 긴급 상황 시 자동으로 재상승하도록 도와주는 계기들을 켜 놓았었다는 진술을 받아 냈다고 10일 밝혔다. 또 조종사가 착륙 당시 500피트(약 150m) 상공에서 진입 각도가 낮은 것을 확인하고 고도를 올리려 했다는 진술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충돌 34초 전부터 속도가 급감하고 고도가 낮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데버러 허스먼 NTSB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아시아나항공 사고기의 두 기장이 착륙 준비 과정에서 권장 속도인 137노트(시속 254㎞)로 날도록 자동출력제어장치(오토 스로틀·auto throttle)를 작동(armed) 상태로 설정했지만 작동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만약 이들 장치가 사고 이전에 정상 작동했고 충분한 시간을 남겨 두고 조종사가 계기를 작동시켰는데도 기능이 발휘되지 않았다면 사고 원인을 조종사의 과실보다 기체 결함이나 정비 불량 쪽에 둘 수 있다는 점에서 사고 원인을 밝히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사고 원인 조사도 자동속도 설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에 집중되고 있다. 최정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운항 분야 사고조사반이 사고기를 조사한 결과 자동조종장치(오토 파일럿·auto pilot) 및 자동출력제어장치가 켜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조종사가 이 장치를 적정 출력이 나오도록 맞춰 놨었는지, 사고 이전에 정상적으로 작동됐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국토부는 덧붙였다. 사고기는 충돌 34초 전부터 속도가 권장 속도 이하로 낮아져 충돌 3초 전에는 시속 191㎞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향후 객관적인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비행자료기록장치(FDR) 자료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조종사는 “B777 기종에는 오토 스로틀 기능이 장착돼 있고 이륙 때부터 착륙 시까지 자동으로 유지해 준다”며 “수동 착륙할 때도 설정된 속도가 유지된다”고 밝혔다. 한편 NTSB는 동체와 활주로 주변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 사고기의 착륙용 바퀴가 먼저 방파제에 부딪친 뒤 동체 꼬리 부분이 충돌한 사실을 밝혀냈다. 꼬리 부분이 잘려 나간 동체는 활주로를 이탈해 360도를 돌았고 이 과정에서 객실 승무원 2명이 동체 밖으로 튕겨 나갔으며 태국인 승무원 시리팁이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합동조사반은 사고기의 블랙박스와 조종실 음성녹음장치(CVR) 합동조사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서울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샌프란시스코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아시아나機 사고] “NTSB, 자국 항공산업 보호하려 성급하게 공개” 비판 고조

    [아시아나機 사고] “NTSB, 자국 항공산업 보호하려 성급하게 공개” 비판 고조

    ‘자동속도장치’(오토 스로틀)의 오작동이 아시아나항공 여객기(OZ214편) 착륙 사고의 원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조사 진행 상황을 성급하게 공개한 것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국내 전문가들은 NTSB의 이 같은 이례적 행보를 두고 자국 항공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사고 원인을 조종사의 과실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해석했다. 특히 조사 기간이 1년 이상 걸리는 항공 사고의 특성상 NTSB가 공식 브리핑에서 조종사의 대화 내용과 비행 고도 궤적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고 신중치 못한 행보라고 입을 모았다. 또 NTSB가 아시아나항공 측에 사고 조사와 관련없는 내용까지 함구할 것을 요구한 것은 이중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최연철 한서대 항공학부 교수는 10일 “공식 브리핑을 한번 하고 나면 나중에 다른 문제가 발견돼도 이를 회복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면서 “사고 조사 규정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 사이에서 의견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미국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우종 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항행위원도 “원칙적으로 조종사들의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도록 돼 있고 현재 조종사들이 모두 생존해 진술이 가능한데도 이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무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세계 최대 조종사노조단체인 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도 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NTSB가 사고기 조종석 대화 등을 공개한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이번 사고 직후 NTSB가 부분적인 데이터를 잘못된 방식으로 공개했으며, 이런 불완전하고 맥락에서 벗어나는 정보는 수많은 억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NTSB에 사고 당시 공항계기착륙장치(ILS)가 꺼져 있었던 이유, 다른 착륙유도장치의 가동 여부, 정밀진입경로지시등(PAPI)의 가동 여부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데버러 허스먼 NTSB 위원장은 “NTSB 조사 활동의 특징 중 하나는 투명성이며 우리가 공개한 정보는 사실에 입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조종사들에 대한 음주, 약물 복용 조사를 했지만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조종석에는 기장과 교관 기장, 대기 조종사 등 모두 3명이 있었고 나머지 대기 조종사 1명은 객실에 있었다고 공개했다. 또 동체와 활주로 주변 등에 대한 조사 결과 사고기는 착륙용 바퀴가 먼저 방파제에 부딪혔고 이어 동체 꼬리 부분이 충돌한 사실을 새로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객실 승무원 2명이 동체 밖으로 튕겨 나가기도 했다. NTSB는 이날 브리핑에서도 조종사 훈련 미숙을 지적했다. NTSB 측은 “조종간을 잡은 조종사는 비행 시간이 9700시간에 이르는 베테랑이지만 사고가 난 보잉777 기종은 35시간만 조종해 봤다”고 밝혀 조종사의 경험 부족을 부각시켰다. 보잉777을 조종하려면 20차례에 걸쳐 60시간을 비행해야 하지만 이강국 기장은 교육 비행을 절반가량만 이수했다는 설명이다. NTSB는 또 교관 비행을 한 이정민 기장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교관 기장으로는 처음 왔다고 발표했다. NTSB가 조종사의 조종 미숙을 드러내는 내용을 연일 발표하는 것과 달리 정작 아시아나항공 측에는 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언행을 하지 말라고 경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내외신 기자 브리핑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NTSB 측의 요구에 따라 취소했다. NTSB는 윤 사장이 국내에서 “조종사 실수는 아닐 것”이라는 취지로 사고 원인을 예단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국토교통부와 NTSB는 사고 조사 등과 관련해 합동 브리핑을 하기로 합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NTSB 브리핑 자료를 발표하기 전 우리 조사단에 제공할 것을 요청했는데 협의가 됐다”며 “미국과의 시차 때문에 동일한 시간대에 발표하는 것은 어려워, 국토부 브리핑 때 NTSB의 일일 브리핑 내용도 포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서울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아시아나機 사고] 활주로 침범 사고 매년 10여건 ‘악명’

    [아시아나機 사고] 활주로 침범 사고 매년 10여건 ‘악명’

    아시아나항공 착륙사고가 발생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는 매년 10여건의 활주로 침범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발표한 ‘2010 활주로 안전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3건의 활주로 침범 사고가 발생했다. FAA는 활주로에서 발생하는 충돌 위험성인 재해강도에 따라 A등급에서 D등급까지 4개 등급으로 구분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경우 A등급(간신히 충돌을 피한 중대한 사건)이 1건 발생했으며, C등급(충돌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던 사건)이 20건, D등급(이착륙 표시 지점에서 발생한 경미한 사건) 22건 등 모두 43건이었다. B등급(충돌할 가능성이 높았던 긴박한 사건)은 한건도 없었다. A등급 사건은 2007년 발생했는데 당시 교차 활주로에서 두 비행기가 충돌할 뻔한 아찔한 사건이었다. 당시 두 비행기는 충돌 15초를 남겨두고 공항의 지상구역 안전 시스템(AMASS)이 작동해 가까스로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 당시 뉴스 등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항공 관제사의 실수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보고됐다고 전했다. 연도별로는 활주로 침범 사고는 2008년에 20건이 발생해 가장 많았다. 이는 미국에서 가장 크고 번잡한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과 비교해 볼 때 오히려 많은 수치다. 하츠필드 공항은 이 기간 동안 A·B등급 사건은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또 FAA는 NTSB의 권고에 따라 활주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인 사고 위험을 최대한 줄인다는 목표로 2005년부터 ‘활주로 상태표시등’이라는 새로운 경보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2015년 12월 설치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도심 남쪽에서 25㎞ 떨어진 곳에 있는 공항으로 세계에서 21번째, 미국에서 10번째 규모의 공항이지만 까다로운 지형 때문에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때문에 FAA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특별 공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바람이 세고 풍속 변화가 자주 발생하며 시야 확보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이번 사고에서도 이 같은 구조가 사고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세계적인 여행 전문지 ‘트래블 앤드 레저’는 2011년 미국 내 가장 위험한 공항 4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아시아나機 사고] “사고기 기장은 베테랑” 조종 미숙론 일축

    [아시아나機 사고] “사고기 기장은 베테랑” 조종 미숙론 일축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9일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열린 공식 브리핑에서 사고기(B777-200ER)가 착륙 직전 정상적인 속도보다 느리게 활주로에 접근했다는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의 발표에 대해 “이강국 기장은 B747 부기장 시절 29번의 샌프란시스코 비행 경험이 있고 A320과 B737 기장 역할을 잘 수행했었다”며 “충분한 기량을 가진 베테랑 기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윤 사장은 “교관 역할을 한 이정민 기장 역시 샌프란시스코 운항 경력이 33차례나 된다”면서 “교관 기장은 기장들 중에서 가장 우수한 기장들을 뽑아 활용한다”는 말로 기장의 조작 미숙 가능성을 일축했다. 윤 사장은 사고 원인을 묻는 질문에 “NTSB가 전권을 갖고 있어 답변을 드릴 수 없음을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보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보험사 약정에 의해서 진행되고 탑승객 각자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며 “향후 소송 등은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진행될 수 있지만 예견이 어려워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날 오후 5시 25분 아시아나항공 OZ 214편으로 출국했다. 미국 출국과 관련, 윤 사장은 “사고조사위원회에 출석하는 것이 아니라 항공사 사장으로서 예의 방문이고 사고현장을 수습하기 위한 방문”이라면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고기 기장들도 만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NTSB를 방문해 철저한 조사를 요청하고 부상당한 승객들이 있는 병원을 찾아 아시아나항공을 대표해 사죄하겠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중국 여학생들의 사망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유족들에게 재차 사과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이번 사고와 관련해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박 회장은 “우리로선 할 말이 없다”며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아시아나機 사고] 美당국 “충돌 8초 전부터 문제 시작… 고도·속도 모두 비정상적”

    [아시아나機 사고] 美당국 “충돌 8초 전부터 문제 시작… 고도·속도 모두 비정상적”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지난 6일(현지시간) 착륙하다 활주로에 부닥치는 사고를 낸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착륙 직전 고도 및 속도가 정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 조사에서 밝혀졌다. NTSB 조사를 통해 드러난 사고 직전 상황에 따르면 비행기는 충돌 8초 전까지는 이상이 전혀 발견되지 않다가 갑자기 엔진 출력을 높이고 재상승을 시도하는 등 급박히 돌아갔다. 8일(현지시간)까지 NTSB가 녹음기록 등을 토대로 정리한 1차조사 결과로 구성한 시간대별 상황을 보면 충돌 8초 전부터 문제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사고기의 착륙을 위한 비행은 처음엔 아주 정상적이었다. 시계(視界)는 16㎞ 이상 나왔고 바람은 시속 13㎞의 약한 남서풍이 불고 있었다. 관제탑과 조종사의 교신 내용에서도 어떤 문제나 주문이 없는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으로 파악됐다. 충돌 82초 전 사고기는 고도 487m(1600피트) 상공에서 자동항법장치를 끄고 착륙을 위한 수동 조종으로 전환했다. 충돌 73초 전 고도를 426m로 낮췄고 속도는 시속 315.4㎞로 떨어뜨렸다. 54초 전 고도 304m에서 속도는 시속 275.2㎞로 낮아졌다. 34초 전 152m 상공에 도달했을 때는 시속 247.8㎞, 16초 전 69m 상공에서 속도는 시속 218.9㎞로 낮아졌다. 충돌 8초 전 고도가 불과 38m로 낮아졌을 때는 시속 207.6㎞였다. 1초 뒤 속도를 높이라는 외침이 들렸다. 충돌하기 4초 전 ‘스틱 셰이커’(조종간 진동) 경보가 나왔다. 비행기가 추력을 잃을 수 있다는 걸 조종사에게 알려주는 신호다. 충돌 3초 전 사고기의 속도는 시속 191.5㎞라고 비행 기록 장치에 나타나 있다. 이는 활주로에 접근할 때 권장 속도인 시속 252㎞에 한참 모자란다. 50%이던 엔진 출력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충돌 1.5초 전 조종사는 착륙을 포기하고 기수를 다시 올리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사고기 꼬리 부분이 활주로가 시작하는 지점 앞 방파제에 충돌했다. 충돌 순간 사고기의 속도는 시속 196.3㎞로 충돌 3초 전보다 높다. 관제사가 ‘비상사태’를 알리고 조종사와 교신한 뒤 구급차와 소방차가 출동했다. 한편 사고기 조종사가 ‘출력 레버를 당겼지만 생각만큼 출력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국 사고조사반에 진술한 것과 관련해 NTSB 조사반 관계자는 “레버를 당기면 출력이 올라갈 때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이전에 충돌했다”며 “그런 진술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아시아나 기장 “자동속도장치 작동 안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여객기 착륙사고에 대한 원인 조사가 자동속도설정 기능(오토 스로틀)의 오작동 여부와 그 원인에 집중되고 있다. 사고 당시 조종을 맡은 기장과 교관 기장이 미국 당국에 자동속도설정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하면서 사고 비행기가 착륙 직전 지나치게 낮은 고도와 느린 속도로 활주로에 진입한 원인이 조종사 실수 외에도 기계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고 발생 나흘째인 9일(현지시간) 현장 조사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 조사관도 미국 워싱턴에 도착해 블랙박스 조사에 합류하는 등 사고 원인 규명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기장 “자동속도설정 장치가 작동 안했다” 데버라 허스먼 NTSB 위원장은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사고 조사 브리핑에서 두 기장이 착륙 준비를 하면서 권장속도인 137노트(시속 254㎞)로 날도록 자동속도장치를 설정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자동속도설정 장치는 조종사가 원하는 속도를 입력하면 비행기가 스스로 속도를 유지하도록 작동한다. 조종사들은 착륙 때 비행기가 권장 속도인 137노트로 날도록 이 장치를 설정했으나 사고기는 이보다 느린 103노트로 활주로에 진입했다. 4000피트 상공에서 착륙 준비에 들어간 조종사는 비행기 속도가 설정보다 느리고 고도도 낮다는 사실을 500피트 상공에서 인지하고 급히 속도를 높여 기수를 올리려 했으나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조종사들의 이런 진술에 대해 NTSB는 비행 기록 점검 등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NTSB는 또 사고 당시 조종간을 잡은 이강국 기장이 사고기 조종에 필요한 훈련 60시간 중 43시간을 마친 상태였으며 교관 비행을 한 이정민 기장은 교관 기장으로는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왔다고 밝혔다. 두 기장이 함께 비행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NTSB는 조종사들에 대한 음주 및 약물 복용 조사에서는 아무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NTSB는 이밖에 동체와 활주로 주변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 사고기의 착륙용 바퀴가 먼저 방파제에 부딪친 뒤 동체 꼬리 부분이 충돌한 사실을 밝혀냈다. ●블랙박스 합동조사 시작…현장조사 마무리 단계 사고 현장 조사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샌프란시스코 공항 관계자는 이날 “아시아나항공이 오늘부터 NTSB의 허가를 받아 기체에서 수화물을 빼내 정리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도 이를 확인하고 “기체 하단부에 들어 있는 수화물 분리작업이 끝나면 NTSB 측의 최종 허가를 받아 현재 활주로에 그대로 보전되고 있는 기체를 처리하는 작업도 조만간 이뤄지게 될 것”이라면서 “이르면 이번 주 안에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미 당국의 사고기 블랙박스 합동조사도 시작됐다. 국토교통부는 한국 조사관 2명이 미국 워싱턴에 도착해 블랙박스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항공·철도 사고조사위원회 조사관과 아시아나항공 B777 기장 등 2명은 NTSB의 비행자료 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 녹음장치(CVR) 조사에 합류했다. 샌프란시스코 현지 합동조사반은 한국조종사협회 측 변호사 입회 하에 조종사 2명을 조사한 데 이어 이날 현재 나머지 조종사 2명을 조사하고 있다. 관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확인하기 위해 공항 관제사가 고도와 각도 등의 정보를 적정하게 제공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사고기 탑승객 중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입원 중인 부상자는 25명인 것으로 국토부는 집계했다. 이 중 한국인 탑승자와 객실 승무원은 각각 4명이다. ●‘정보공개 과잉’ 논란…항공조종사협회 항의 성명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조종사 노조 단체인 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조사 진행상황을 과잉 공개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조사 과정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조종사 노조단체인 ALPA는 성명을 내고 NTSB가 사고기 조종석 대화 등을 공개한 것은 시기상조이고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성명에서 “이번 사고 직후 NTSB가 부분적인 데이터를 잘못된 방식으로 공개했다”면서 “이런 불완전하고 맥락에서 벗어나는 정보는 사고 원인에 대한 수많은 억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또 “NTSB가 이렇게 빨리 기내 녹음장치의 세부 데이터를 공개한 것은 당혹스럽다”면서 현장 사고조사가 진행되는 중에 이렇게 많은 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허스먼 NTSB 위원장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NTSB 조사 활동의 특징 중 하나는 투명성이다. 우리가 공개한 정보는 사실에 입각한 것으로, 조사 과정에서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허스먼 위원장은 그러나 이날 브리핑에서 정보 공개에 대한 비난을 고려한 듯 “사고 원인에 대한 성급한 결론은 내지 말자”면서 “확인된 사실만 알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정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NTSB의 정보 과잉공개 논란과 관련해 “조사당국으로서는 대형사고이고 언론매체의 관심이 많으니 사실에 입각에 사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NTSB에 사고조사 브리핑 전에 자료를 우리 조사단에 제공해 양국이 동시에 브리핑하자고 제안해 미국 측이 이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우리 국적기 사고여서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알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충돌8초전 미스터리…비정상적 고도·속도 무슨일이

    충돌8초전 미스터리…비정상적 고도·속도 무슨일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지난 6일(현지시간) 착륙하다 활주로에 부닥치는 사고를 낸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착륙 직전 고도와 속도가 정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조사에서 밝혀졌다.  NTSB 조사를 통해 드러난 사고 직전 상황에 따르면 비행기는 충돌 8초 전까지는 이상이 전혀 발견되지 않다가 갑자기 엔진 출력을 높이고 재상승을 시도하는 등 급박하게 돌아갔다. 8일(현지시간)까지 NTSB가 녹음기록 등을 토대로 정리한 1차조사 결과로 구성한 시간대별 상황을 보면 충돌 8초 전부터 문제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사고기의 착륙을 위한 비행은 처음엔 아주 정상적이었다. 시계(視界) 는 16㎞ 이상이 나왔고 바람은 시속 13㎞의 약한 남서풍이 불고 있었다. 관제탑과 조종사의 교신 내용에서도 어떤 문제나 주문이 없는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으로 파악됐다.  충돌 82초 전 사고기는 고도 487m(1600피트) 상공에서 자동항법장치를 끄고 착륙을 위한 수동 조종으로 전환했다. 충돌 73초 전 고도를 426m로 낮췄고 속도는 시속 315.4㎞로 떨어뜨렸다. 54초 전 고도 304m에서 속도는 시속 275.2㎞로 낮아졌다. 34초 전 152m상공에 도달했을 때는 시속 247.8㎞, 16초 전 69m 상공에서 속도는 시속 218.9㎞로 낮아졌다. 충돌 8초 전 고도가 불과 38m로 낮아졌을 때는 시속 207.6㎞였다. 1초 뒤 속도를 높이라는 외침이 들렸다.  충돌하기 4초 전 ‘스틱 셰이커’(조종간 진동) 경보가 나왔다. 비행기가 추력을 잃을 수 있다는 걸 조종사에게 알려주는 신호다. 출동 3초 전 사고기의 속도는 시속 191.5㎞라고 비행 기록 장치에 나타나 있다. 이는 활주로에 접근할 때 권장 속도인 시속 252㎞에 한참 모자란다. 50%이던 엔진 출력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충돌 1.5초 전 조종사는 착륙을 포기하고 기수를 다시 올리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사고기 꼬리 부분이 활주로가 시작하는 지점 앞 방파제에 충돌했다. 충돌 순간 사고기의 속도는 시속 196.3㎞로 충돌 3초 전보다 높다. 관제사가 ‘비상사태’를 알리고 조종사와 교신한 뒤 구급차와 소방차가 출동했다.  한편 사고기 조종사가 ‘출력 레버를 당겼지만 생각만큼 출력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국 사고조사반에 진술한 것과 관련해 NTSB 조사반 관계자는 “레버를 당기면 출력이 올라갈 때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이전에 충돌했다”며 “그런 진술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아시아나機 사고] “조종사 경험 미숙이 사고원인 아니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8일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조종사의 경험 미숙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윤 사장은 “관숙(慣熟)비행은 교관 기장이 모든 운항을 책임진다”면서 “이번 비행에서도 1만 시간 비행을 초과한 숙련된 교관 기장이 함께하며 비행을 책임졌다”고 말했다. 이는 조종사의 비행 미숙을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꼽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전날 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 OZ214편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할 때 기장석에는 이강국 조종사가, 부기장석에는 이정민 조종사가 앉아 있었다. 사고기를 조종하던 이 기장은 9700여 시간의 비행 경험이 있지만 B777을 운항한 경험은 9차례 43시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비행은 항공기 전환 실습과정인 ‘관숙비행’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사장은 “조종사들은 다른 기종의 운항 경험이 풍부하더라도 기종을 전환하면 관숙비행을 통해 해당 기종에 대한 이착륙 경험을 20회 이상 해야 한다”며 “운항의 모든 책임은 교관 기장이 지며 (경험 미숙이라는) 추측은 용납될 수 없고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부기장도 교관으로서는 첫 비행이었다는 점에서 B777-200ER ‘초보 기장’에 ‘초보 교관’의 조합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4월 16일 중국 하얼빈에서 온 아시아나 A320 여객기가 인천공항 착륙 도중 항공기 꼬리 부분이 활주로에 닿아 비슷한 사고를 낸 것도 논란거리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지리적 특성상 이착륙이 힘든 곳인데 이를 간과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윤 사장은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경험이 있는 기장들로 구성돼 있다”며 “공항의 특성상 시뮬레이션이나 훈련과정 등을 거친 후 비행해 걱정이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샌프란시스코行 일본항공 보잉 777도…기체결함 회항

    최근 착륙도중 사고가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와 동일기종인 일본항공 소속 샌프란시스코행 보잉 777 여객기가 9일 새벽 기체 유압계통에 이상 징후가 발견됨에 따라 긴급 회항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오전 0시50분쯤 도쿄 하네다(羽田) 공항을 출발한 일본항공 002편 여객기가 태평양 상공을 비행하던 중 유압계통의 오일이 줄어들고 있다는 경고가 계기에 표시되자 하네다 공항으로 회항, 오전 4시10분께 착륙했다. 승객과 승무원 249명은 전원 무사했다. 승객들은 다른 보잉 777기로 옮겨 타고 오전 8시10분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국토교통성 도쿄공항사무소에 따르면 회항 여객기가 착륙한 활주로에서 오일 누출 흔적이 발견됐다. 일본항공 측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중이다. 앞서 일본에서는 최근 3년 사이 보잉 777기가 두 차례 착륙 도중 기체의 꼬리 부분이 활주로에 닿는 사고를 냈다고 마이니치신문 등이 보도했다. 지난해 3월 하네다 공항에서 일본항공 보잉 777 여객기가 착륙 도중 기수를 올리다가 꼬리 날개 부분이 바닥과 접촉했다. 또 2010년 5월 오사카 공항에서도 일본항공 보잉 777 여객기가 착륙 과정에서 꼬리가 활주로에 닿는 사고가 났다. 두 사고 모두 심각한 기체 파손이나 인명 피해가 없었지만 이번 아시아나 여객기와 비슷한 유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시아나機 사고] 조종사 미숙·관제탑 교신 탓일까…꺼져 있던 착륙유도장치 탓일까

    아시아나항공 B777-200ER기 착륙 사고에 대한 우리 조사단과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초동 조사로 사고기의 꼬리 부분이 방파제에 먼저 충돌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고기가 방파제에 닿을 만큼 ‘왜 낮게 날았냐’는 부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사고기의 과도한 ‘저공 비행’의 원인에 대해 기체 이상보다는 조종 미숙 쪽에 조금씩 무게가 실리고 있다. 데버러 허스먼 NTSB 위원장도 조사 결과 엔진, 바퀴 등이 정상 작동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위급한 상황이 왜 갑자기 발생했느냐는 점이다. 이는 NTSB와 한국 사고조사위원회, 조종사의 증언 등 3자 합동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 다만 조종 미숙만으로는 저공 비행을 모두 설명해 주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관제탑 교신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사고기는 ‘28번 왼쪽이 열려 있다’는 관제탑 사인과 충돌 전 적정 속도를 높이라는 경보를 그대로 따랐다. 공항 시설물 문제도 거론된다. 사고 당시 샌프란시스코 공항 28번 왼쪽 활주로는 확장 공사 탓에 착륙유도장치가 꺼져 있었다. 이 장치는 비행기가 적절한 각도를 유지하며 착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결국 사고 당시는 조종사가 수동으로 착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을 하나로 꼽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종암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알려진 정보가 제한적이고 조사가 진행 중이라 통상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관제탑 송수신 오류, 기체 결함, 조종사 과실 중 무엇이 원인이라고 말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노태성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고도가 낮다는 사실을 기장이 알았는지, 왜 그렇게 진입했는지는 좀 더 조사해 봐야 될 것”이라며 “과정은 오래 걸리지 않는데 사고 요인을 찾았을 때 이것이 진짜 사고를 일으킬 만한가를 입증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전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사설] 항공 대참사 막은 작은 영웅들이 있었다

    아시아나 항공기 충돌 사고에서 빛을 발한 승무원들의 침착하고도 헌신적인 대응에 찬사를 보내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끝까지 항공기에 남아 탑승객들의 안전한 탈출을 도운 이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희생자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탑승객들의 증언과 현지 조사 등에 따르면 전체 12명의 기내 승무원 가운데 7명이 비행기가 활주로와 충돌하는 사고 충격으로 실신한 상황에서 유태식 사무장 등 5명의 승무원들이 매뉴얼에 따라 침착하게 출구를 확보하고 질서를 유지하며 승객 290여명의 탈출을 도왔다고 한다. 특히 최선임 승무원인 이윤혜씨는 다친 몸으로 눈물을 흘리면서도 승객들을 등에 업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려 안간힘을 쏟았다고 많은 외신들이 찬사를 보냈다. 샌프란시스코시 소방국장 조앤 헤이스 화이트는 “비행기에 불이 붙기 직전까지 그는 기내에 머물면서 혹시라도 남은 승객이 있는지 살폈다”면서 그를 영웅이라고 불렀다. 위기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대응한 탑승객들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부트스트랩 연구실 직원인 미국인 벤저민 레비는 출구 앞에 앉은 덕에 곧바로 탈출할 수 있었음에도 갈비뼈가 부러진 몸으로 기내 뒤편으로 달려가 다른 승객 50여명을 부축해 옮겼다고 한다. 어학연수 길에 올랐던 중국의 학생들은 비행기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어린아이를 안아 들고 탈출하는 등 의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고의 원인이 조종사 실수인지, 아니면 기체 결함 등 다른 문제 탓인지를 규명해 책임소재를 가려야 하겠으나, 이들 승무원과 탑승객들에게 사고는 불가항력의 일이었다. 그들은 두 동강 나고 화염이 피어오르는 항공기 안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위기 상황에서도 직분에 충실했던 승무원들의 투철한 직업 정신과 평소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으로 몸에 익힌 위기대응 능력, 그리고 나보다 남의 안위를 먼저 살피려 한 탑승객들의 헌신적 자세가 참극의 활주로에서 꽃을 피웠다. 그저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박수 받기를 사양하는 우리 곁의 작은 영웅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 “아시아나機, 방파제 충돌 1.5초 전 재상승 시도”

    “아시아나機, 방파제 충돌 1.5초 전 재상승 시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7일(한국시간) 착륙 사고를 낸 아시아나항공 214편(보잉 777) 여객기 기장이 방파제 충돌 1.5초 전 착륙을 포기하고 고도를 급히 올려 사고를 막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충돌 직전까지 엔진, 바퀴 등은 정상적으로 작동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의 원인이 조종사 과실인지가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다. 사고를 조사 중인 미국교통안전위원회(NTSB) 데버러 허스먼 위원장은 7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언론 브리핑을 통해 “두 시간 분량의 조종석 녹음 기록을 분석한 결과 기장은 충돌 1.5초 전에 착륙을 포기하고 기수를 재상승(go around)시키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기가 너무 낮은 고도에, 너무 느린 속도로 활주로에 접근한 탓에 충돌 7초 전 지상 관제탑으로부터 적정 속도로 높이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충돌 4초 전에는 기내 경보장치인 ‘스틱 셰이커’의 경고음과 경고방송이 나온 정황도 녹음에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가 날 때까지 기장과 부기장의 대화에서는 속도나 활주로 접근 각도 등에서 어떤 이상 징후도 없었으며 엔진, 바퀴 등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덧붙였다. 착륙을 시도할 때 속도가 너무 느려 엔진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속도를 높이라는 지시에 따라 출력을 올렸을 때 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한 사실도 확인됐다. 하강하기 위해 날개도 30도 아래로 젖혀졌고 바퀴도 정상적으로 나와 있었다고 NTSB 측은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자동착륙유도장치인 ‘글라이드 슬로프’가 작동하지 않은 사실과 관련해 허스먼 위원장은 “글라이드 슬로프가 꺼져 있던 게 사고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으며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나 활주로 지시등을 비롯해 조종사의 착륙을 돕는 다른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아시아나항공 측이 기체 결함에 따른 사고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으며 미국 교통 당국도 조종사의 과실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허스먼 위원장은 “아직 조사는 한참 멀었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퍼즐 조각 전부를 맞추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7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한국 정부 합동조사단은 8일 NTSB와 함께 블랙박스 해독 작업에 본격 합류한다. 샌프란시스코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아시아나機 사고] 관제탑, 충돌 7초전 “고도 올려라” 지시…기수 들던 중 꼬리 ‘쾅’

    [아시아나機 사고] 관제탑, 충돌 7초전 “고도 올려라” 지시…기수 들던 중 꼬리 ‘쾅’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 직접 사고의 1차 원인은 동체 꼬리 부분이 방파제 턱에 충돌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기가 정상적인 터치다운(착륙) 지점 100m 이전에서 착륙을 시도했다는 얘기다. 이유가 무엇이든 착륙 고도와 속도가 낮았거나 정상 고도를 지키지 않았다는 얘기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의 1차 조종석 음성기록 장치 분석과 우리 정부 조사단의 1차 현장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7일 오전 3시 20분쯤(한국시간) 사고기는 샌프란시스코 공항 상공 인근에 다다랐다. 기상 상태는 양호했다. 이때까지 어떤 기체 결함도 발견되지 않았다. 착륙 시 가장 중요한 랜딩 기어도 정상 작동했다. 승객들에게는 정상적인 착륙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조종사는 주어진 매뉴얼에 따라 관제탑과 교신을 나누며 착륙 준비를 했다. 모든 게 정상으로 움직였고 차분했다. 활주로 도착 7마일 전. 조종사는 관제탑에 “굿모닝” 인사를 했다. 활주로 접근 7마일 전이라는 사실을 알린다. 이어 1분 뒤 조종사는 다시 관제탑을 불렀다. 활주로 착륙 3~4마일 전에서 “최종 접근 중”이라는 교신을 나눈다. 착륙 활주로 번호를 확인하고 조종사의 최종 판단만 남은 상태다. 이때까지도 모든 게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긴급 상황이 아니라면 관제탑과 조종사의 교신은 이게 마지막이다. 하지만 1분 뒤 상황은 급변했다. 최종 접근 교신을 나눈 지 1분 뒤라면 사고기가 활주로에 거의 접근했을 때다. 관제탑은 사고기의 고도와 속도가 비정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고도와 속도를 올리라고 지시한다. 이때가 충돌 7초 전이다. 조종사는 뭔가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조종사는 급하게 고도를 올리려고 애를 썼다. 이때가 충돌 1.5초 전이다. 하지만 기체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동체 꼬리 부분이 활주로 정상 착륙지점 100여m 이전에 있는 방파제와 충돌하고 심하게 요동쳤다. 거의 동시에 관제탑에서 급박한 소리를 질렀다. 관제요원이 “무슨 일이지”라며 소리를 친다. 뭔가 이상이 발생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어 관제탑은 “모두 통신을 멈추고 대기하라”고 지시한다. 위급상황이 벌어졌을 때 관제탑이 취하는 조치다. 조종사는 어떻게 해서라도 동체를 안전하게 착륙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활주로 중앙을 주시하며 조종간을 다잡았지만 기체가 심하게 요동쳤다. 제동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꼬리는 떨어져 나가고 동체 앞부분은 미끄러지면서 활주로를 벗어났다. 기내는 엉망이 됐지만 그래도 한숨을 내쉬었다. 동체가 뒤집히거나 폭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시 뒤 연기가 피어 오르고 불이 붙은 것을 확인하고는 긴급 탈출을 지시했다. 이어 조종사는 다급하게 “관제탑, 관제탑, 아시아나 214편”을 외쳤다. 동체가 두 동강이 난 뒤 조종사가 관제탑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호출한 것이다. 곧바로 나온 관제탑의 대답은 “아시아나 214편, 구급차가 출동하고 있다”였다. 관제탑은 이미 사고 발생 사실을 알고 구급차를 출동시켰다는 얘기다. 이후에도 사고기는 관제탑을 몇 번 더 다급하게 호출했고, 관제탑은 구급차가 출동하고 있다는 대답만 계속했다. 공항 도착 3~4마일 전까지만 차분했던 승객과 조종사는 길고 먼 여행길을 이렇게 맞이했다. 항공 운항 전문가들은 고도를 높이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는 이미 동체 꼬리 부분이 방파제에 충돌하기 직전 상황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도를 지나치게 낮췄거나 기체 결함 발견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을 인지했더라도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 조종사는 “대형 항공기가 활주로에 거의 내려 착륙 직전 1~2초 안에 재상승을 시도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NTSB가 발표한 1차 사고 원인도 이 같은 상황과 일치한다. NTSB 데버러 허스먼 위원장은 8일 브리핑에서 조종석 녹음 기록을 분석한 결과 기장이 활주로 충돌 직전 재상승을 시도했고, 관제탑은 충돌 7초 전 사고기에 고도와 속도를 높이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도 “한국시간 8일 우리 조사단이 현장에 도착해 단독으로 조종사 면담을 진행했다”며 “현지 조사 결과 항공기 동체 꼬리가 방파제 턱에 충돌해 사고가 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기체가 끌리면서 쾅!”… ‘아시아나 충돌 영상’ 공개

    “기체가 끌리면서 쾅!”… ‘아시아나 충돌 영상’ 공개

    지난 7일 오전 3시 27분(현지시간 6일 오전 11시 27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사고를 당한 아시아나항공 OZ 214편 여객기가 활주로에 충돌하는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충돌 영상 보러가기 CNN은 8일 국제공항 인근에 거주하는 프레드 헤이즈가 촬영한 여객기 충돌 영상을 입수해 보도했다. 촬영한 동영상 속에서 여객기는 공항 28번 좌측 활주로에 착륙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만 바닷가 위를 낮게 수평으로 비행했다. 하지만 여객기가 활주로를 앞두고 공항 바닷가 제방에 도착하는 순간 기체가 살짝 오른쪽으로 기울면서 꼬리 부분이 지상과 충돌했다. 여객기는 활주로 인근을 미끄러지다 앞부분이 크게 튀어오른 뒤 정지했다. 여객기가 멈출때쯤에는 화염이 솟아올랐다. 동영상을 촬영한 헤이즈는 “아내와 산책중 활주로에서 1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서 휴대전화로 촬영했다”면서 “여객기가 활주로에 착륙할 당시 고도가 너무 낮게 보였으며 기체 앞부분이 들려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사고 여객기 탑승객들도 비슷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기에는 한국인 77명을 포함해 승객 291명과 승무원 16명 등 모두 307명이 타고 있었다. 이 사고로 중국인 여고생인 왕린지아(17)와 예멍위안(16) 등 2명이 사망하고 183명이 다쳐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원인 철저히 가려야

    일요일이던 어제 새벽 끔찍한 사고 소식이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 OZ 214편 여객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하다가 동체 파손 등으로 200명 가까운 사상자를 냈다. 우리 정부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고조사대책반을 현지에 급파하는 등 미국 정부와 합동 조사에 착수했으나 아직까지 명확한 사고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고가 난 여객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각국의 하늘을 날고 있는 보잉 777-200ER 기종이다. 전 세계 33개 항공사에서 418대를 운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외 승객이 12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에 많이 이용하는 기종인지라 비보의 충격이 더욱 크다. 사고 원인을 최대한 신속하게, 아울러 철저히 규명해야 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사고 비행기가 운항한 지 7년밖에 안 돼 사실상 새 비행기나 다름없고 777기종의 사고 기록이 적었던 점 등을 들어 기체 결함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2008년 영국 히스로 공항에 착륙하다가 활주로를 이탈해 47명이 다쳤던 브리티시에어웨이의 사고 기종도 보잉 777이었다. 지난 2일 러시아 극동지방에 비상착륙한 대한항공 여객기(777-300ER)도 엔진 등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보잉 777 기종이다. 인터넷 등에서는 마이크로버스트(지표면에서의 이상 돌풍 현상)설, 조종사 실수설 등 온갖 추론이 난무하고 있다. 사고기가 착륙 전에 이상 조짐을 감지했는지에 대해서도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은 사고기가 공항 관제탑에 응급차량 대기를 요청했다고 했으나 우리 정부와 아시아나항공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탑승객들의 전언에 따르면 착륙 직전 어떤 경고방송도 없었던 것이 확실해 보인다. 어느 쪽이 사실이냐에 따라 사고 매뉴얼 작동 여부와도 직결되는 만큼 추후에라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당장은 사고 수습이 급선무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인명 피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부상자 치료에 만전을 기하고,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갈 사상자 가족의 고통을 헤아려 신속하고 유기적인 연락체계도 가동해야 할 것이다. 객관적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사고 원인을 둘러싼 구구한 억측과 비난은 금물이다.
  • [아시아나機 美서 사고] 엔진2개 장거리용… 첫 완파 사고 ‘트리플 세븐’ 안전신화도 깨졌다

    [아시아나機 美서 사고] 엔진2개 장거리용… 첫 완파 사고 ‘트리플 세븐’ 안전신화도 깨졌다

    7일 오전(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공항 착륙 중 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 B777-200ER은항공업계에선 안전하기로 정평이 난 기종이다. 2008년 중국 베이징에서 런던 히스로공항에 착륙한 영국항공 777여객기가 활주로 근처에서의 충돌사고로 승객 1명이 다치는 사고가 그나마 큰 사고로 기록될 정도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트리플 세븐’의 안전 신화도 깨졌다. B777이 사고로 완파되기는 처음이다. B777-200ER은 2006년 2월에 제작돼 그해 3월 아시아나항공에 도입·운항을 시작했으며, 올해로 8년째 운항 중인 항공기다. 항공 업계에서는 기령 10년 이내의 항공기는 ‘새 비행기’로 보고 있는 만큼 이번 사고가 노후화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사고기인 B777-200ER은 장거리용이며 엔진이 양 날개에 하나씩 모두 2개가 있어 엔진 4개짜리보다 연료 효율성이 높다. 동체 길이는 62.7m, 높이는 18.4m, 날개 폭은 60.9m, 최대 이륙 중량은 286.9t이다. 최대 운항거리는 1만 2408㎞, 최대 운항시간은 14시간 50분으로 인천에서 미국 서부나 유럽까지 직항할 수 있다. 엔진은 미국 프랫앤드휘트니가 제조한 PW 4090이다. 승객 좌석 수는 300석 안팎으로 아시아나항공은 295석으로 운항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아시아나機 美서 사고] ‘쿵’소리 후 기체 앞부분 들려… 승무원 마지막 탈출 후 ‘쾅’ 폭발음

    [아시아나機 美서 사고] ‘쿵’소리 후 기체 앞부분 들려… 승무원 마지막 탈출 후 ‘쾅’ 폭발음

    아시아나항공 OZ214편은 도착 예정시간을 불과 2분여 앞두고 사고를 당했다. 사고기의 꼬리 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남은 동체는 폭발과 화염에 휩싸였으나, 재빠르게 비상 탈출에 성공하면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사고 순간부터 비상 탈출까지 발생한 상황을 재구성한다.7일 오전 3시 20분쯤(한국시간)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탑승객들 눈에 도착지인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과 시내 전경이 들어올 수 있는 높이다. 기장은 활주로 안착을 위해 랜딩 기어 하강 레버를 잡아당겼다. 이때 기장이 비정상적인 비행 상태를 느꼈다면 관제탑과 비상 교신을 통해 동체 착륙 등을 허가받았을 것이다. 또는 이때까지 이상 징후를 감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교신은 착륙 후 이뤄졌을 것이다. 오전 3시 27분 여객기가 착륙을 시도하기 위해 활주로에 내리는 순간 동체 뒷부분에서 ‘쿵’ 하는 충격이 발생하면서 기체 앞부분이 들렸다. 동체가 뭔가에 심하게 부딪힌 것이다. 당시 공항 주변에 있던 목격자들은 사고기의 꼬리 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동체 전체가 흰 연기에 휩싸이는 장면을 지켜봤다. 사고기의 랜딩 기어가 활주로에서 불꽃을 일으키며 끌리다가 곧 부러지면서 엄청난 규모의 흙먼지가 날렸다. 곧이어 ‘쾅’ 하는 폭발음과 함께 동체 아래쪽에서 불길이 번졌다. 공항에 있던 한 목격자는 “착륙 직전에 비행기 앞쪽이 위로 약간 들리더니 동체가 주저앉았다”고 말했다. 멀리서 보면 사고기가 마치 데굴데굴 구르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동체의 충격이 가라앉자 탑승구마다 비상 슬라이드가 설치됐다.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온 일부 탑승객들은 온몸에 심한 상처를 입었다. 이들은 대기하고 있던 응급차들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승무원들이 마지막으로 탈출하자 얼마 후 동체가 시뻘건 화염에 휩싸였다. 항공유가 흘러나온 것이다. 결국 ‘마(魔)의 11분’ 악몽이 재현됐다. 조종사들 사이에서 ‘이륙 후 3분’과 ‘착륙 전 8분’을 더한 ‘11분’을 조심하라는 안전수칙 이상의 말이다. 착륙 8분 전에는 출력을 비행 능력 이하로 떨어뜨리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기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사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륙할 때도 최대한 힘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이륙 후 5분 안에 위험 상황을 만나도 운항을 중단하기 어렵다. CNN 등 현지 언론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된 사고기와 주변의 모습은 처참했다. 동체에서 떨어진 뒷부분은 활주로를 한참 벗어나 흙바닥에 널브러졌고, 꼬리 날개는 활주로 초입에 나동그라져 있었다. 활주로 주변에는 사고기 파편이 널려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상공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조종석 바로 뒷부분 객실부터 주날개가 있는 곳까지 동체 지붕이 완전히 불에 탄 모습과 시커멓게 그을린 객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탑승객 중 데이비드 은 삼성전자 부사장은 비상 탈출 1시간 후 자신의 트위터에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은 부사장은 “9·11 테러 사건 이후 이런 느낌은 처음이며, 초현실적인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공항 이용객이던 크리스타 세이든 구글마케팅 매니저는 개인적으로 촬영한 유튜브 동영상을 방송사에 전한 뒤 “방금 비행기가 착륙하다가 충돌했다”면서 “연기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아시아나機 美서 사고] “착륙전 해수면 기울어져 보여… 지진 난 것 같았다”

    “착륙 전에 이미 느낌이 이상했어요.” 부인, 16개월 된 아들과 함께 한국에서 여름휴가를 보낸 뒤 아시아나항공 OZ214편을 타고 7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던 교민 이장형(32)씨는 “착륙 직전 창 밖을 내다보니 샌프란시스코 만의 물이 비정상적으로 기울어져 보였다”고 ABC 방송에 말했다. 아들을 품에 안고 이코노미석 앞부분에 앉아 있었던 이씨는 비행기가 한 차례 “쾅” 하고 활주로를 튕기며 튀어올랐고 이어 훨씬 심한 충격으로 “쾅” 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고 전했다. 순간 비행기가 왼쪽으로 기울어졌고 좌석 위 화물 적재함이 부서지면서 쏟아져 내렸다. 놀란 이씨는 부인, 아들과 함께 문 쪽으로 나가려 했으나 승무원이 앉아 있으라고 해서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내 연기가 자욱하게 일면서 비행기 옆쪽에서 불꽃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승객들과 함께 다시 문 쪽으로 달려갔더니 문이 열려 있었다. 이씨는 “첫 번째 쾅 하는 충격에서부터 비행기가 완전히 멈출 때까지 30여초가 걸렸다”고 말했다. 이씨 가족은 무사히 걸어서 비행기를 탈출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거주하는 교민 K(14)양은 여름방학을 맞아 엄마, 동생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K양은 착륙 지점이 가까워지자 평소처럼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승무원의 안내 방송을 들었다. 항공기가 활주로에 내리면서 한 차례 “쿵” 소리가 났다. 평소보다 약간 큰 충격이었지만 별일 아닌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5∼10초 지난 뒤 첫 번째보다 10배가 넘는 엄청난 소리로 다시 “쿵” 하더니 갑자기 지진이 난 것처럼 기체 바닥이 올라왔다가 내려앉았다. 좌석 위에서 산소마스크가 내려오고, 승객들 머리 위에 있는 화물 적재함이 부서지면서 소지품이 마구 쏟아져 내렸다. 뒤쪽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승객들 사이에서 “불이야” 하는 외침이 들렸다. 이어 “빨리 탈출하라”는 조종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고 K양도 엄마, 동생과 함께 비상구 쪽으로 달렸다. 찢어진 기내 바닥 때문에 여러 차례 넘어질 뻔한 데다 쏟아진 짐들이 통로를 막았으나 필사적으로 탈출했다. 샌프란시스코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아시아나機 美서 사고] ① 기체 이상 ② 조종 미숙 ③ 추력 부족 ④ 공항 시스템 이상 ⑤ 복합 원인

    [아시아나機 美서 사고] ① 기체 이상 ② 조종 미숙 ③ 추력 부족 ④ 공항 시스템 이상 ⑤ 복합 원인

    7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기체 이상이나 조종 미숙, 공항 시스템 이상, 또는 이들을 합친 복합적 원인 등 다양한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①기체 이상 우선 기체 이상은 사고 발생에 앞서 기장이 공항 관제탑과 교신을 했다는 외신 보도가 근거로 제시됐다. 미국 CNN 등이 공개한 무선 교신 내용에 ‘비상착륙’이나 ‘응급차 대비’ 등이 언급된 것으로 보아 기장이 착륙 전 이미 기체 이상을 감지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비행기 이착륙 시 이용하는 바퀴 및 관련 제어장치를 뜻하는 ‘랜딩 기어’(landing gear) 이상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사고기는 한 달 전쯤 엔진 이상으로 정비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②조종 미숙 기장의 조종 미숙 가능성도 제기됐다. 교신 내용을 보면 기장은 공항 3마일 앞에서 “최종 접근 중”이라고 교신을 보냈으나, 바로 1분 뒤 관제탑에서는 “무슨 일이지”라며 급박하게 소리를 지른 뒤 직원들에게 대기하라고 지시했다. 이때까지도 기장은 ‘메이데이’(mayday·비상상황 발생)를 외치지 않았다. 기체 이상이 있었지만 조종사가 이를 무시하고 착륙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 관계자는 “기장, 부기장 모두 1만 시간 이상을 비행한 베테랑으로 경력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③추력 부족 비행기가 나는 힘인 추력 부족으로 재이륙을 시도하다 사고가 났다는 분석도 있다. 기체 이상이나 조종 미숙 등 다양한 원인으로 활주로 위치에 비해 비행 고도가 급격히 떨어지자 다시 고도를 높이기 위해 기수(機首)를 들어올리다 꼬리 부분이 활주로에 부딪혔다는 얘기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만약 착륙 직전 결함이 발견됐다면 다시 비행기를 띄우려다 꼬리가 활주로에 충돌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④공항 시스템 이상 사고가 난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안전 시스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 공항은 비행기 안전 착륙을 도와주는 안전시설 서비스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006~2010년 이 공항에서는 56건의 활주로 사고가 일어났다. 때문에 미국 여행 잡지 ‘트래블 앤 레저’는 이 공항을 미국에서 네 번째로 위험한 공항으로 꼽았다. ⑤복합 원인 전문가들은 복잡·다양한 항공 사고의 특성상 몇 가지 원인이 겹치며 이번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강자영 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항공 사고 원인은 다양하고 복잡해 이를 단정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아직 공식적인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특히 관제탑 교신 시점에 대한 얘기가 엇갈리며 사고 원인에 대한 의문은 증폭되는 모양새다. 착륙 전 교신이 있었다는 외신 보도와 달리 국토부는 사고기가 비행 중 특이사항이나 고장 메시지를 보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윤영두 아시아나 사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신 시점에 대해 “착륙 후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최정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조사 중”이라면서 “현 시점에서 객관적이고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미 정보당국은 이번 사고가 테러와 연루된 정황은 전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아시아나機, 美서 착륙중 사고… 동체 불타고 2명 사망

    아시아나機, 美서 착륙중 사고… 동체 불타고 2명 사망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7일 오전 3시 27분(현지시간 6일 오전 11시 27분) 아시아나항공 OZ 214편 여객기가 착륙 중 꼬리 부분이 활주로와 충돌하면서 떨어져 나가고 동체가 불에 타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는 이 사고로 탑승객 2명이 사망하고 183명이 다쳐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고 밝혔다. 숨진 승객은 왕린지아(17)와 예멍위안(16)으로 두 명 모두 중국 여고생으로 밝혀졌다. 부상자 중 45명은 중상이며 이 가운데 22명은 중태라고 외신은 전했다. 사망자를 포함한 부상자 상당수는 비행기 뒷좌석에 탄 승객으로 동체의 꼬리부분이 공항 활주로 방파제에 부딪치면서 발생했다. 사고기에는 한국인 77명을 포함해 승객 291명과 승무원 16명 등 모두 307명이 타고 있었다. 외교부는 “부상자는 공항 인근 10개 병원에 분산 수용돼 있으며 한국인 승객 77명 가운데 44명이 현재 치료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나머지 33명은 개별적으로 공항을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고가 1993년 7월 26일 아시아나항공 B737-500 여객기 추락사고 이후 20년 만에 발생한 여객기 인명피해 사고라는 점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 원인과 관련,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일단 테러 가능성을 배제했다. 국토부는 사고기가 제2 활주로에 착륙하던 중 꼬리 부분이 활주로에 충돌하면서 떨어져 나갔고 앞부분은 활주로 밖으로 미끄러졌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동체에 불이 났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사고 직후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모든 가능성을 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며 “현지에 우리나라 항공사고 조사 전문가 6명을 급파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밤 12시쯤 현지에 도착했다. 이에 따라 우리 측 전문가의 조사는 8일 오전이 지나야 시작될 전망이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조종사가 정상 착륙 방송을 했으며, 외신에서 알려진 것처럼 착륙 전 응급차 대기를 요청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관제탑과 기장 사이의 교신 시점이 착륙 이후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사고 원인을 밝히기는 아직 어렵다”며 “NTSB와 우리 전문가들의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사고 직후 조사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백악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참모진에게 연방 정부와 캘리포니아주 정부, 샌프란시스코 공무원들과 긴밀하게 연락하면서 조사 과정을 살피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샌프란시스코 김상연 특파원·하종훈 기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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