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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션+α]

    ●바세린은 어린이 전용 제품인 ‘바세린 인텐시브 케어 키즈’를 출시했다. 어린이 전용 스킨케어 제품으로 피지량이 적어 수분을 뺏기기 쉽고, 활동량이 많아 땀샘 분비가 왕성하며 연약한 피부를 위한 제품. 수분을 75% 함유한 바오밥 나무 추출물과 카모마일 성분이 들어 있어 피부 보호 및 진정 효과가 있다. 용량은 250·450g 두종류. 로션 7000∼1만원선, 배스 6000∼8000원선, 샴푸 5500∼7500원선. ●막스앤스펜서는 가슴선, 등 노출이 많은 옷에 좋은 ‘컨버터블 브라’를 선보였다. 가슴패드는 절반 크기로 줄었고, 앞면 패드 연결부분과 뒷면을 투명끈으로 처리해 가슴이나 등이 드러나는 옷에 적당하다. 끈은 기본형,X자, 목에 거는 홀터넥, 가슴 아래 부분에 끈을 돌려 사용하는 로웨이스트형 등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연한 카멜 컬러, 사이즈는 34A·36A(우리식으로는 80A·85A 정도).6만 8000원. 성주디앤디(www.sji.co.kr),080-079-3333. ●아라미스는 오는 5월 리미티드 에디션 향수, 아라미스 라이프 마이 서머를 선보인다. 테니스 스타 안드레 애거시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제품으로 넘치는 에너지와 활력을 표현한다. 흰 붓꽃으로 만든 남성적인 플로랄 향기에 시트러스 라임의 느낌으로 신선하고 기분을 북돋운다. 오 드 뚜왈렛 100㎖,4만 9000원. ●금강제화 ‘PGA 투어’는 캐주얼 스타일에 기능성까지 갖춘 골프화를 내놓았다. 투습·방수기능이 탁월한 고어텍스를 사용해 완전 방수 기능을 갖추고, 가벼운 메시 소재로 활동성도 좋다는 설명. 블랙, 밝은 브라운, 스카이 블루의 세가지 색상.22만원.(02)530-5323. ●제일모직 빈폴키즈는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면으로 제작해 피부 자극이 적은 ‘오가닉 코튼’ 제품을 선보였다. 진한 컬러염색을 줄여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적고,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한다는 설명.5월 어린이달을 맞아 라운드티셔츠, 니트바지, 민소매 티셔츠 등을 선보일 계획.4만 8000원∼6만 5000원선. ●리바이스는 오는 5월1일부터 ‘리바이스 501 스카드진’ 한정판을 출시한다.1960년대의 느낌으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가죽패치는 빈티지의 멋스러움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 이번에는 A라인 스커트를 함께 출시할 계획. 바지 안쪽에는 한정판을 의미하는 레이블과 시리얼번호가 있다. 가격은 19만 9000원선.
  • 유공자 표창받는 ‘사회의 밀알’ 2人

    하루도 빠짐없이 손수 약수터를 청소해 온 90대 할아버지와 이순신 장군 기념 표석을 관리하며 탄생일마다 제사를 지내온 70대 할머니가 구청에서 표창을 받는다. 서울 강남구는 이달 말 지난 2년 동안 대모산 구룡천 약수터 부근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관리해온 최성규(사진 왼쪽·91·서울 강남구 개포동) 할아버지에 대해 ‘녹지관리실명제’ 유공자 표창을 하기로 했다. 서울시 푸른도시국에서 주관하는 ‘녹지관리실명제’는 생활 주변 녹지를 자발적으로 관리한 개인이나 단체 등에 주는 상이다. 지난 2003년 개포동으로 이사를 온 뒤 ‘구룡천 약수터 보존회’에 가입한 최 할아버지는 매일 오전 5시면 어김없이 산에 올라 약수터 부근을 청소했고 나무와 꽃이 잘 자라고 있는지 살폈다. 손이 꽁꽁 얼어버릴 것 같은 한겨울에도 흔한 고무장갑도 없이 차가운 물에 손을 담가 약수터에 설치된 50여개의 벤치를 일일이 걸레로 닦아냈다. 보존회 허동벽(93) 회장은 “최씨는 60대로 보일 만큼 정정한 데다 회원 100여명 가운데 가장 역동적으로 봉사활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최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어도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한 것뿐인데 상까지 주는 것은 과분하다.”며 “매일 정해진 시간 약수터 주변 녹지를 보존하는 활동을 하면서 건강해지고 활력을 찾았다.”고 겸손해했다. 서울 중구는 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태어난 28일 이순신 장군의 생가터를 알리는 기념 표석을 20여년동안 관리해 온 이종임(사진 오른쪽·70·서울 중구 신당동) 할머니에게 유공자 시상을 하기로 했다. 또 이 할머니에게 문화재 지킴이 위촉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명보극장 앞 광장에서 40여년째 신문가판대를 운영하고 있는 이종임씨는 가판대와 5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이순신 장군 기념 표석을 표석이 세워진 1985년부터 매일 빗자루와 물걸레로 쓸고 닦았다. 특히 충무공이 태어난 4월 28일에는 기념 표석 앞에서 제사를 지내 ‘이순신 할머니’라는 별칭도 얻었다. 1998년 덕수이씨 종친회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한 이씨는 “나는 경주 이씨지만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는 마음에서 표석을 관리하고 간소하게 제사를 지낸 것”이라며 “감사패도 받고 정부에서 상도 준다니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고금석 서재희기자 kskoh@seoul.co.kr
  • [혁신 공기업 탐방] ⑤ 김칠두 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인터뷰

    [혁신 공기업 탐방] ⑤ 김칠두 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인터뷰

    반월·시화산업단지에 위치한 휴대전화 부품 제조업체 연구실. 업체 직원과 인근에 있는 공대 교수들이 6개월 동안의 연구 끝에 초현대식 휴대전화 모니터를 개발했다. 곧바로 단지내에 있는 디지털TV 제조업체의 생산라인을 활용, 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생산라인 변경에 따른 금융지원은 단지내 입주한 은행이 맡았다. 수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소개받은 미국 휴대전화 업체와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산단공이 추진하고 있는 혁신클러스터 사업의 장기적인 플랜이다. 김칠두 산단공 이사장은 24일 “과거의 산업단지는 제조업체들의 단순한 집합체에 불과했다.”면서 “앞으로는 산업단지내 입주업체들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종전의 생산기능에 연구개발과 인적교류, 주거, 물류, 복지시설 등을 집합한 혁신클러스터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과 서울신문 오풍연 공공정책부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다. 내부 결재단계를 대폭 줄여 화제가 되고 있다. -종전 과장, 팀장, 처장, 본부장, 부이사장·이사장으로 이어지던 결재단계를 팀장에서 부이사장·이사장으로 줄였다.5단계의 의사결정 단계를 2단계로 줄인 것이다. 권한도 대폭 이양했다. 전체 업무의 70%는 팀장이 전결로 처리한다. 직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는 자율경쟁체제를 만들었다. 사업이 정례화되면 예산집행도 팀장에게 맡길 생각이다. 조직체계도 바꿨다. 본사 조직은 슬림화시켜 ‘클러스터 추진본부’ 체제로 개편하고,5개 지역본부는 현장 중심의 ‘클러스터추진단’ 체제로 재구축했다. 본사 인력을 대거 지방으로 전진 배치한 것이 골자다. 직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불안해하는 반응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조직이 유연해지는 것 같다. 결재단계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대(大)팀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대팀제로 인해 지역본부가 활성화되면서 조직에 활력이 생겼다. 전에는 능력있는 직원을 발탁하고 싶어도, 최소 승진기한이 있어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10년 정도 근무한 3급 직원에게 작은 팀을 맡길 수 있게 됐다. 전체 팀장 가운데 3급 팀장이 9명이다. 그중 여성 팀장도 2명이나 있다. 조직이 유연해지고 탄력이 붙었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성과관리는 어떻게 하나. -전 임직원의 성과관리를 위하여 업적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연도별 사업목표에 대한 부서 및 개인별 평가지표를 명확히 설정·평가해 그 결과를 보상체제에 반영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개인별 업적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고 있다. 앞으로는 업적평가결과를 보수뿐만 아니라 승진 등 인사고과에도 반영할 예정이다. 또 기관장 경영계약, 임원 성과계약 제도를 도입하여 이사장은 물론 임원들의 책임경영체제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칭찬카드’가 있다고 들었다. 어떤 것인가. -조직의 힘은 단순한 구성원의 합(合)이 아닌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 같은 식구, 동료라는 인식을 공유하려면 자기 잘한 것만 따지면 안 된다. 조직이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월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은 직원 1명을 적어낼 수 있는 칭찬카드를 전직원에게 줬다. 제일 많은 이름이 나온 직원에게 상을 주는 것이다. 일종의 이달의 인기사원 같은 개념이다. 기(氣)를 살리는 직장문화를 중요시하는데, 기를 살리는 직장은 어떤 직장인가. -직원의 기를 살리는 것은 신바람나는 직장을 의미한다. 그래야 우수한 인재가 모이게 된다. 거대한(Big) 기업보다는 좋은(Good) 기업을 추구하는 것이다. 칭찬카드도 같은 맥락이다. 직무공모제를 통해 희망 부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신바람나는 직장을 만들겠다는 차원에서다. 직원간 친목과 조직활력을 높이기 위해 축구, 등산, 마라톤, 테니스 등 동호인 모임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조직내 상하·수평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격주 토요일을 ‘토마토데이’로 지정, 재미있게 토론하고 강의도 듣고 있다. 산단공의 이름도 바꾼다고 들었다. -올해 산단공이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 사업의 주관 기관으로 지정됨에 따라 제2의 창단을 한다는 각오로 회사 개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이름은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를 주도하는 산단공의 변화 이미지를 담기에 미흡하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한국산업단지공단’을 ‘산업단지진흥원’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른 시일내 관련 법률 개정을 거쳐 변경하겠다.“혁신클러스터 선도기관으로서 우리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각오 아래 그동안의 권위적 이미지를 벗어나 고객 지향의 수준 높은 조직이 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다만 ‘산업단지’란 명칭은 그대로 두어 기존의 정체성을 유지하여 혼선이 없도록 하였다. 또 클러스터의 의미가 국민들로서는 생소한 외래어임을 감안,‘진흥원’이란 용어를 쓰게 됐다. 클러스터 사업을 설명해달라. -제조업 위주로 개발되었던 산업단지에 연구개발과 주거, 물류, 복지시설 등 기업지원 서비스 기능을 결합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산업단지내 입주기업체와 다양한 관련기관들이 상호학습, 인적교류 등 네트워킹을 통한 자생적인 혁신능력을 갖도록 할 계획이다. 올해 혁신역량이 우수한 7개 산업단지를 혁신클러스터 육성 시범단지로 지정했고,4대 주요사업을 중심으로 올해부터 연구개발 기능과 기업지원 서비스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각종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정리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미니 클러스터란 클러스터가 생산기능에 연구개발, 기업지원기능이 결합된 개념이라면 미니클러스터는 세부업종이나 기술별로 조직된 소규모 협의체를 말한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7개의 시범 미니클러스터를 운영하고 있다. 기계·메카트로닉스 중심의 클러스터로 지정된 창원산업단지는 공작기계·금형·운송장비 등의 미니클러스터를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첨단 디지털전자 클러스터인 구미산업단지는 디스플레이·홈네트워크 등 10개 미니클러스터를 구성했다. 울산산업단지는 엔진모듈 등 4개, 반월·시화산업단지는 기계부품·자동차부품 등 7개, 광주첨단단지는 발광다이오드(LED)·광통신 부품 등 6개, 군산산업단지는 자동차부품 등 4개 클러스터를 구성했다. 산업단지내 입주기업의 업종과 환경 등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미니클러스터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네트워크가 완벽하게 조성돼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산단공은 업종별 전문가와 대학교수, 연구원, 지원기관 전문가 등을 망라하는 전문가풀을 만들었다. 언제라도 입주기업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산단공 관계자는 “클러스터가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업종별, 기술별 미니클러스터가 우선 자리를 잡아야 한다.”면서 “향후 계획대로 클러스터 사업이 추진될 경우 2013년쯤이면 국내 산업단지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산업단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김칠두 이사장은 김칠두씨가 지난해 10월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에 취임한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다. 김 이사장이 산업자원부 차관으로 재직하면서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고, 참여정부가 이를 중점 국정과제로 삼은 것이다. 산단공이 클러스터 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됐으니 그가 이사장으로 취임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평이다. 지난해 그가 신임 산단공 이사장 공모에 지원했을 때 노조가 적극 반겼던 것도 전문성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클러스터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는 그를 사무실에서는 보기 힘들다.30개에 달하는 관할 산업단지와 기업인들을 직접 찾아 나서는 것이 주요 일과다.2만여 산업단지 입주기업체를 대변하는 최고경영자(CEO)를 자임하고 나선 셈이다. 지난 1973년 공직에 입문한 김 이사장은 30여년 동안 줄곧 산업자원부에서만 행정경험을 쌓았다. 산자부 선배로 4년 전부터 같은 자리를 지켜온 노정규 부이사장과 찰떡 궁합을 자랑하고 있다. ▲부산(55) ▲동래고·연세대 행정학 ▲행시14회 ▲산자부 생활산업국장·무역투자실장 ▲산업자원부 차관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6급이하 공무원 정년 60세로 연장 검토”

    조창현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은 20일 공무원 5급 이상과 6급 이하의 정년이 각각 60세와 57세로 차이나는 것과 관련,“6급 이하 공무원 정년을 임금피크제와 연계해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이라고 판단해 이를 권고한 만큼 6급 이하 정년을 60세로 5급 이상과 같게 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정년 조정으로 인한 신규 충원 범위축소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년 연장을 순차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년을 연장하면 조직의 활력이 떨어지고 국고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전제,“정년연장은 공무원 사회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방안과 함께 검토해야 할 사안이며 이를 국회에서 심의하는 데만 최소 1∼2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공무원의 정년연장은 국민과 정치권의 반대가 예상되고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기존의 정년을 넘으면 임금을 대폭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도 공무원노조의 반발을 살 것으로 보여 조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재저사이즈’ 몸치도 잘해요

    ‘재저사이즈’ 몸치도 잘해요

    빠른 비트의 음악으로 터질 것만 같은 연습실. 나무 플로어 위에서 격렬한 동작의 ‘재저사이즈(Jazzercise)’를 온 몸으로 재현하는 나는 이미 ‘마이클 잭슨’이자 ‘브리트니 스피어스’다. 재저사이즈는 재즈댄스를 간편하게 만든 운동이다. 지난 98년 미국에서 도입된 재저사이즈는 동호인만 5만여명에 달할 정도로 대중화되고 있다. 재저사이즈의 가장 큰 장점은 춤을 추면서도 운동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근지구력을 늘리면서 체지방을 줄여주는 것은 물론 스트레칭을 하기 때문에 몸도 유연해진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재저사이즈까지 등장할 정도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다. 글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하나 둘 셋 넷 따따따∼∼. 뛰어∼. 스톱.”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세계재저사이즈연맹’ 연습실.20여명의 젊은이들이 강사의 힘찬 구령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배경음악은 마이클잭슨의 ‘빌리지(Village)’.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절로 흥이 난다. 두 명씩 패션모델처럼 도도하게 거울 앞으로 나와 ‘워킹’을 한 뒤 빠른 동작으로 머리와 팔을 뒤로 젖힌다. 이들은 ‘재저사이즈’ 동호회 회원들이다. ●재저사이즈=재즈+운동 재저사이즈(Jazzercise)란 재즈(Jazz)와 엑서사이즈(Exercise)의 합성어로 재즈댄스의 동작을 간편하게 만든 운동을 뜻한다. 재저사이즈와 재즈댄스의 차이점은 동작과 난이도다. 정통 재즈댄스는 무릎을 심하게 사용하는 등 격렬한 동작이 포함되어 있는 데다 난이도 높은 동작을 구사해야했기 때문에 일반인이 따라하기에는 다소 어려웠다. 재저사이즈는 관절의 구조에 맞춰 돌리고 비틀고 굽히는 등의 ‘고립운동’의 동작을 2가지 이상을 연결해서 하나의 동작으로 만드는 것이다. 최근에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실버 재저사이즈’까지 등장할 정도로 일반인들도 따라하기 쉬운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1980년을 전후로 미국에서 시작된 재저사이즈는 지난 98년 국내에 도입됐다. 세계재저사이즈연맹은 국내에 재저사이즈 인구가 5만여명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양한 사연들 재저사이즈에 인구가 소리소문 없이 늘어난 만큼 재저사이즈에 빠진 사람들의 사연도 제각기 다양하다. 이혜영(33)씨는 3년 전 재저사이즈를 시작하기 전 척추뼈가 어긋나 있는 ‘척추분리증’을 앓아왔다. 병원에서는 척추에 핀을 박는 대수술을 해야 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수영·에어로빅 등 다른 운동을 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가 남편의 권유로 재저사이즈를 시작했다. 이씨는 “척추분리증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근육도 튼튼해지고 틀어졌던 골반도 제자리로 돌아왔다.”며 “요새는 결혼생활·시집생활을 하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스트레스도 재저사이즈를 통해 푼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재저사이즈의 매력에 푹 빠져 ‘상경’까지 한 사람도 있다. 전북 고창 출신인 김하연(23)씨는 우연히 연맹의 오경희 국장의 재저사이즈를 보고 “재저사이즈를 배워보겠다.”며 연맹의 문을 두드렸다. 현재 서울 친척집에서 머무르는 김씨는 “연예인이 아닌 이상 평소에 취할 일이 없는 동작을 많이 연출하게 된다.”며 “재저사이즈 지도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춤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몸치’도 이 곳에 있다. 대학에서 레크리에이션을 전공하는 이혜인(23)씨는 “동작을 따라하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그만큼 거울 보며 연습을 많이 한다.”며 “같은 동작이라도 기분에 따라 다르게 나오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재저사이즈를 하는 것이 지루하지 않기 때문에 동작이 틀려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온몸에 산소 공급해요” 재저사이즈 예찬론자들은 재저사이즈가 신체에 최대의 산소를 공급하면서 심장·폐를 자극하고 근지구력을 향상시키면서 체지방을 줄여준다는 점을 매력으로 꼽는다. 또 스트레칭을 하게 되기 때문에 몸도 유연해진다. 연맹 강현순 교육부장은 “재저사이즈를 하게 되면 단시간에 체중이 줄지는 않지만 근육이 생기기 때문에 몸에 탄력이 붙고 몸매가 예뻐진다.”며 “에어로빅이나 재즈댄스를 했던 사람들이 최근에는 재저사이즈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재저사이즈는 대부분의 재즈댄스 학원이나 스포츠센터 등에서 접할 수 있다. 수강료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6만∼12만원선이다. 재저사이즈세계연맹(www.jazzercise.co.kr)에서는 일반인을 위한 기초반은 물론 강사가 되고 싶은 전문반까지 운영하고 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1시간 단위 6단계 긴장·이완상태 반복 재저사이즈는 6단계로 이뤄진다. 한 시간을 단위로 ‘몸풀어주기→격렬한 댄스→근육 이완’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특징이다. ●웜업(7∼8분)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하기 전 몸을 풀어주는 단계. 일반적인 스트레칭 동작을 포함하고 있다. 다만 스트레칭이 딱딱하고 기계적인 동작이라면 재저사이즈의 웜업 동작은 부드러운 댄스 포즈를 응용한 것이 많다. 배경음악은 잔잔한 팝발라드가 좋다. ●워킹(20∼30분) 심박수를 서서히 올려주는 과정.‘저강도 운동’으로 불리기도 한다. 허리와 머리를 꼿꼿이 펴고 걷는 모습에서 도도한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 발 뒤꿈치를 들고 힘차게 앞으로 발을 뻗어나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활력과 자신감이 생긴다. ●작품(25∼35분) 심박수가 최고조에 달하고 심폐기능을 강화시키는 등 본격적인 댄스가 시작되는 단계다. 웜업과 워킹을 거쳐 근육의 긴장이 거의 풀려있기 때문에 자유자재로 몸을 놀릴 수가 있다. 단, 재저사이즈는 단순히 몸을 흔들기만 하는 일반적인 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 빠른 댄스음악에 맞춰 파워와 유연성이 적절히 섞인 ‘절도 있는 동작’을 연출해야 한다. ●퍼스트 쿨 다운(2∼3분) 강약의 균형을 맞춰주는 단계다. 이전 단계는 연속된 파워풀한 동작으로 온몸의 근육이 긴장해 있는 상태이므로 이때 근육을 이완시키고 심박수를 안정시키는 쿨 다운 동작을 취해 준다. 움직임 자체가 느리고 2∼3분의 짧은 시간 동안 가볍게 숨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근력운동(10∼12분) 부위별 근육을 단련할 수 있도록 이완·수축·스트레칭 동작을 반복하는 단계. 어깨와 허리·골반의 근육을 골고루 사용하는 것이 포인트. 단순히 지방을 연소시키는 것보다는 근육의 탄력을 강화해서 허리와 골반 선이 매력적으로 살아나게 해야한다. ●세컨드 쿨 다운(2∼3분) 마지막으로 심박수를 안정시켜 주는 최종 단계. 동작은 퍼스트 쿨 다운 단계와 비슷하다. 호흡량과 근육 운동량이 많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몸의 근육을 이완해줄 필요가 있다. 쉬지 않고 체력을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과 이완 상태를 적절하게 조화시켜야 한다. 도움말 한국생활체육 지도자협회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인천의 40代몸짱 정성희 주부 ‘인천의 몸짱’으로 불리는 정성희(40·주부)씨는 재저사이즈 전도사다. 특히 1년반 전부터는 아들까지 재저사이즈를 배우게 하면서 ‘모자(母子) 마니아’가 됐다. 정씨가 재저사이즈를 접한 것은 2002년. 우연히 재저사이즈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프로의식을 갖고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백댄서들을 떠올렸다. 결혼 생활 내내 집에만 머물렀던 정씨로서는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일단 해보니까 신나는 음악에 내 자신이 멋있게 생각됐어요. 몸살이 나도 주중에 하루도 빠짐없이 한시간 재저사이즈를 했습니다. 일부러 몸을 만들려고 한 건 아니지만 재저사이즈를 하니까 저절로 몸이 만들어지게 되더군요.” 정씨는 재저사이즈를 단순히 다이어트 용으로 배우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정씨는 재저사이즈를 시작하기 전 몸무게가 47㎏였는데 현재 49㎏로 늘었다. 대신 탄탄한 근육이 붙은 팔과 군살이 없는 몸매가 만들어졌다. “개인차가 있지만 저처럼 몸무게가 늘어나는 사람도 더러 있습니다. 이런 경우 살이 찌는 게 아니라 근육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주변에서 이전보다 날씬해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정씨가 재저사이즈에 푹 빠지면서 2003년부터 아들 최강열(16)군도 재저사이를 배우게 했다. 틈만 나면 재저사이즈 연습실을 찾는 최군은 “재저사이즈 강사는 앞으로 유망직업이 될 거라 봅니다. 국내에서 재저사이즈 남성 강사가 전무하다시피 한 만큼 새로운 길을 열어보겠습니다.”며 재저사이즈 대회 입상경력을 쌓아 대학도 사회체육학과나 무용학과를 들어갈 생각임을 밝혔다. 어머니 정씨는 “아들이 재저사이즈 전문가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렸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저 역시 건강을 위해서 재저사이즈를 계속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영화속 수능잡기] 어느날 그녀에게 생긴 일

    죽음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찾아온다. 촌부나 황제나 죽음 앞에서는 예외가 없다. 금전과 명예와 권력이 죽음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요 착각이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 했다. 빈손으로 왔다가 결국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간이다. 권력과 명예란 우리가 잠시 거처하는 임시방편의 장소일 뿐, 오직 죽음만이 우리의 영원한 회귀처일 뿐이다. 죽음이 먼곳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순진한 착각이다.“저승길이 멀다더니 대문밖이 저승이라.”는 민요의 한 구절이 오히려 죽음에 대한 진실을 우리에게 더 가깝게 말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며 등교한 아들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서 돌아온다든지 하는 사연을 주위에서 듣곤 한다. 죽음은 이렇게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그러나 죽음은 나로부터 먼곳에 있다는 착각 속에서 우리는 하루를 살아간다. 우리의 삶은 때로는 죽음으로 해서 더욱 풍부해진다. 내가 오늘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우리는 좀더 의미 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할지도 모른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을 생각해 보라. 어쩌면 내가 살아 있는 이 하루가 내 삶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그는 더욱더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의 눈에는 꽃이 피고 새가 우는 봄이 그 어떤 낙원보다 아름답게 비칠지도 모른다. 평소에 아옹다옹 지내던 가족들이 누구보다 더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로 비칠지도 모른다. 죽음은 이렇게 삶에 긍정적인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매일매일 죽음에 붙들려 전전긍긍 살아갈 수는 없다.“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는 속담도 있다. 내세의 행복을 기원하는 믿음에 이끌려 우리에게 한번 주어진 현세에서의 삶을 송두리째 희생시키는 것도 어쩌면 어리석은 행위인지도 모른다. 영화 ‘어느 날 그녀에게 생긴 일’의 주인공은 시애틀 방송국의 잘 나가는 리포터 레이니. 화려한 금발에 모두가 부러워하는 늘씬한 몸매, 그리고 시애틀의 영웅인 최고의 야구스타 남자친구를 약혼자로 둔 그녀는 길거리의 예언자를 인터뷰하다가 자신이 일주일 안에 죽을 거라는 예언을 듣게 된다. 레이니는 무심코 흘려듣지만 바로 그날 저녁부터 예언자의 예언이 하나씩 맞아 들어가자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죽음 앞에서 대체 성공이란 무엇인가. 잘 나가는 약혼자와의 결혼이 부(富)를 약속한다 할지라도 정작 그와 나의 영혼이 소통하지 못한다면 대체 부의 의미는 무엇인가. 대화가 통하지 않는 가족은 죽음 앞에서 대체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 레이미는 자신의 삶에 많은 질문을 던진다.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죽음을 망각한다. 그러나 죽음을 망각한다는 것은 삶의 본질을 망각하는 것과 다름없다. 죽음을 의식하는 삶이란 죽음의 공포에 전전긍긍하는 삶이 아니라, 삶을 보다 충만하고 건강하게 꾸려나가는 삶이리라. 스티븐 헤렉 감독, 안젤리나 졸리·에드워드 번스 주연,2002년작. 김보일 서울배문고 교사 uri444@empal.com
  • 돈벌고 건강챙기고 일석이조 장수마을

    일하면서 돈도 벌고 건강까지 지키는 농촌 건강장수 마을을 육성한다. 정부는 올부터 2008년까지 전국에 1200개를 선정해 지원한다. 농촌진흥청과 각 시·군이 ‘보람찬 노후생활’을 내걸고 국비와 지방비 절반씩 597억원을 들여 3년 동안 지원한다. 우선 올해 건강장수 마을 100개를 선정, 마을당 4200만원을 지원한다. 내년에 300개, 내후년에 400개를 더 만든다. 노인인구 1위인 전남도는 장흥군 장평면 우산리 등 도내 16개 마을을 지정해 6억 7200만원을 올 6월까지 지원한다. 전남도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14.9%(29만 5568명)로 전국 수준(8.5%)을 크게 웃돌아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전남도는 이들 건강장수 마을을 대상으로 ▲경제활동 ▲건강관리 ▲학습·사회활동 ▲환경정비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체계적인 관리에 들어간다. 마을별 특징을 살려 청국장이나 전통 된장 만들기, 짚신삼기, 특산품 소포장 판매 등을 통해 소일거리 겸 소득사업을 병행토록 한다. 또 건강장수 마을을 축으로 주변마을에서 원료 생산과 가공·판매·홍보 등에 참여토록 한다. 보건소에서 건강검진을 해주고 개인별 건강생활 식습관과 실천사례 등을 발표하고 토론한다. 여기에 농업기술 전수, 한자 등 학습활동을 통해 치매를 예방하고 노인들 스스로 산책로를 만들고 유실수 심기 등으로 활력을 돋우도록 지도한다. 특히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 사회의 사회·노인·종교·농업인 단체, 학계·보건·의료전문가 등이 동참해 보호망을 구축한다. 당장 움직이기 불편한 노인에게는 식사·이동 목욕·응급의료·전화방문 서비스와 함께 방문 및 원격 치료를 해준다. 전남도 농업기술원 홍미혜 생활지도사는 “노인들이 불안하게 여기는 건강과 소일거리, 고독감을 해결토록 하는 데 도움을 주는 노인자활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⑥- 현대백화점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⑥-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3남인 정몽근(63) 회장이 이끌고 있다. 9남매(8남 1녀) 가운데 작고한 몽필씨를 제외하면 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이어 두번째 ‘큰 형님’이지만 MK(몽구),MH(몽헌),MJ(몽준) 등 이른바 3M으로 불리는 화려한 다른 형제들에 가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거의 없다. 원래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인 데다 처음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이래저래 세간에서 멀어진 ‘황태자’가 됐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의 역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부친의 후광으로만 생각하지 못할 정 회장의 ‘몫’이 있다. 역시 ‘왕 회장’의 아들답게 때로는 부친과의 담판을 통해 새 사업을 추진하고, 때로는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경영상의 문제들을 다른 형제들과 대화로 풀어내며 회사를 일궈왔다. 그가 1974년 현대백화점의 전신인 금강개발산업주식회사를 맡을 당시 회사는 현대그룹 주력사인 현대건설의 외곽 지원업체에 불과했다. 개발시대에 쭉쭉 뻗어나가던 현대건설이 진출하는 국내외 현장에 식품과 의복 등 잡화류를 공급하고 동부이촌동 등 6개의 금강슈퍼마켓 등을 운영하던 작은 회사였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은 현재 주력사업인 백화점외에 홈쇼핑, 지역케이블 방송사업 등 계열사 20개를 거느린 유통그룹으로 우뚝 섰다. 지난해 매출이 5조 2500억원, 영업이익은 3300억원에 이른다. ●부친 설득해 한강가에 세운 명품백화점 현대백화점 사람들은 정 회장을 사실상의 창업자라고 말한다. 다른 형제들이야 자동차, 중공업 등 부친이나 삼촌들이 키워온 중후장대한 기업을 물려 받았지만 정 회장의 출발은 그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한 임원은 “기껏해야 현대건설의 하청업체 수준이었던 회사가 그룹사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시작한 것은 바로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을 지으면서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의 모태가 된 압구정 본점을 짓고 그 이후 이윤을 남겨 1988년 무역점을 짓고 또 다른 백화점을 문여는 등 새 점포가 늘어나면서 지금의 그룹사로 발전된 것이라는 얘기다. 70년대 중반 이후 압구정동은 대규모 현대아파트단지가 들어섬에 따라 건축법상 근린상가를 의무적으로 지어야 했다. 당시 현대아파트의 건설주체인 한국도시개발(현대산업개발)은 롯데, 신세계 등 유통업체에 백화점 진출 의사를 타진했으나 반응은 시큰둥했다. 당시 아파트만 덩그러니 서 있고 배나무 밭으로 황량했던 이 곳은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누가 봐도 백화점 입지로는 적합하지 않았다.“현대가 백화점 사업에 성공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극언을 서슴지 않던 기업인이 있을 정도였다. 이 때 정 회장은 백화점 진출 의사를 밝혔다. 예상대로 그룹 안팎의 반대에 부딪혔다.“현대가 유통경험이 없는 데다 아파트 단지 배후에 한강이 흐르고 백화점 옆에 고가도로(동호대교 연결)가 가로지르는 등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일본 도쿄에 있는 다카시마야 백화점 후다코다마가와점의 성공을 예로 들며 부친을 적극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 백화점은 현대백화점과 마찬가지로 주변에 강이 흐르고 부촌에 자리잡고 있어 입지 여건이 비슷했다. 정 회장은 청운동 본가를 찾아가 사업 보고서를 보이며 백화점 사업을 고집했다.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던 왕 회장도 아들의 집념 어린 설득에 결국 사업 참여를 결심했다. 현대가에서는 이를 두고 “몽근이한테도 이런 사업에 대한 의지와 추진력이 있었느냐.”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때 정 회장의 뚝심이 발휘된다. 다른 유통업체들이 구조조정을 하며 신규 출점을 주저하고 저가 정책을 추진할 때 정 회장은 오히려 거꾸로 가는 정책 결정에 손을 들어줬다.98년 부도위기에 놓인 서울 신촌 그레이스백화점을 인수해 신촌점으로, 울산 주리원 백화점 2곳을 인수해 울산점으로 탄생시키고, 서울 천호점도 문 열었다. 최고급 인테리어와 상품을 앞세워 ‘명품 백화점’임을 일반에 각인시키며 고급화 전략을 폈다. 이같은 정 회장의 역발상 기조에 대해 당시 유통의 흐름을 거슬렀다는 지적도 있지만 내부에서는 이런 정 회장의 정면 돌파형 리더십이 현대백화점의 성공 기반이 됐다고 평가한다. ●삼국지 꿰뚫는 ‘리틀 왕회장’ 정 회장의 이런 일면은 평소 삼국지 등 각종 전략 서적을 즐겨 읽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는 신규 백화점 출점후 임원들과 갖는 자리에서 ‘적벽대전’ 등 삼국지에 나오는 얘기들을 즐겨 인용한다. 중국 삼국시대 양쯔강 남안에 있는 적벽에서 위나라 조조가 오나라의 손권, 촉나라의 유비 연합군과 치른 전투 내용을 줄줄이 꿰며 승전 전략을 소개한다. 현대백화점의 한 임원은 “정 회장은 삼국지에 나오는 장수 이름과 전투 내용을 거의 외우다시피한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로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수’ 형상이다. 골격이 큰 몸집에 굳게 다문 입, 솥뚜껑처럼 큰 손과 발은 여지없이 현대가의 혈통을 지닌 남자임을 보여준다. 나이 들면서 얼굴에 돋아나는 검버섯과 걸음걸이를 보면 부친인 왕 회장과 흡사하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세간에는 한때 ‘건강 이상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매일 오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내에 있는 백화점 본사 4층 회장실에 출근, 굵직한 사업의 방향타 역할을 한다. 서울 시내 6개 백화점과 중동점 등 7개 백화점 가운데 하루에 2∼3군데의 백화점을 순시하는 이른바 ‘점 순회’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 점포당 30분 정도 걸린다. 비슷한 시간대에 항상 나타나는 정 회장을 보고 매장 직원들이 인사하면 “어잇!”하며 꼭 화답을 한다. 매일 출근하다시피하니 직원들도 정 회장을 낯설어 하지 않는다. 매장을 지나다 고객들을 만나면 먼저 지나가도록 자신은 비켜 서는 서비스 정신도 몸에 배었다. 정 회장의 현장 중시 스타일도 부친과 닮은 꼴이다. 백화점 신축 공사 현장에는 늘 그의 발걸음이 닿는다. 공사장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안전모를 쓰고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왕 회장’을 보는 듯하다고 현대백화점 맨들을 말한다. 그는 문제가 발생하면 항상 대화로 풀 것을 강조한다. 한번은 건설 현장에서 이뤄진 브리핑 도중 간부들간에 이견이 생기자 정 회장은 “여러 사람의 의견이 함께 반영되는 것이 최선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투박한 외모와 달리 자상한 편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얘기한다. 백화점을 둘러보아도 상품이 진열돼 있는 멋진 매장보다 주차장, 식품 작업장 등 구석진 곳을 먼저 찾는다. 어려운 여건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봉투에 넣지도 않고 자신의 지갑에서 20만∼30만원씩 꺼내 “소주에 삼겹살이나 하라.”며 격려금을 건넨다. 다음날 이들을 만나면 “회식 잘 했냐.”는 인사도 잊지 않는다. 지난해 정 회장 생일에는 시내 모음식점에서 전·현직 임원들을 초청, 식사를 함께 하기도 했다. 이날 정 회장 부부는 물론 장남 지선씨 부부도 나서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는 또 ‘주차장 제일론’을 갖고 있다. 임원들이 상품과 서비스, 매장 환경을 중요시한다면 정 회장은 임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설은 주차장”임을 내세운다. 현대백화점 목동점·미아점의 주차장 진입로 폭이 다른 백화점과 비교해 훨씬 넓은 것은 여성 고객들을 위해서다. 주차장 하나에도 “고객을 최우선으로 배려하라.”는 정 회장의 경영철학이 담겨있는 셈이다. ●황산덕가(家) 손녀 며느리로 맞아 경복고, 한양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정 회장은 현대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평사원으로 있던 우경숙(54)씨와 결혼, 슬하에 지선(33), 교선(31) 등 2남을 뒀다. 부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여성스러우면서도 야무진 외모에 차분하고 깔끔한 성격의 우씨를 내심 며느리감으로 점찍었다는 후문이다. 우씨의 친정은 평범한 집안으로 부친은 우호식 전 현대그룹 고문이다. 우씨는 중앙여고를 졸업했다. 장남 지선씨는 경복고와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현대가 3세들이 대부분 미국 유학파이듯 그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사촌형제들 가운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외아들 의선(35)씨와 가깝다. 아무래도 지선씨가 손아래 동생이다보니 의선씨로부터 사업상 조언을 받는다는 후문이다. 사업외에 여러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는 사이다. 지선씨는 고교 동창의 소개로 만난 동갑내기 황서림씨와 2001년 10월 정 회장의 서울 성북동 자택에서 결혼, 장남 창덕(1)군을 두고 있다. 서림씨는 황산덕 전 법무장관의 손녀로 서울예고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성격이 활달하고 대인관계가 좋아 선후배와 교수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고 기억했다. 지난 97년 삼성문화재단이 선정한 문화예술인재로 뽑혀 장학금을 받으며 미국 뉴욕대에서 미술관 경영을 전공했다.99년부터 1년간 세계 3대 미술관 중의 하나인 뉴욕 근대미술관 뉴미디어 부서에서 부지배인을 맡았고,2000년 3월부터 5개월 동안 세계적인 일본 멀티미디어 작가 마리코 모리의 스튜디오 조교를 지냈다.2000년 7월부터 뉴미디어와 교육 인터넷사이트에서 웹 프로듀서로 근무하기도 했다. 지선씨는 서림씨를 처음 보는 순간 아내로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특히 밝고 쾌활한 성격을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한다. 서림씨 역시 정 부회장의 과묵하고 남자다운 면이 좋았다고 한다. 교선씨는 경복고, 외국어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 아델파이대에서 경영학석사를 땄다. 대학시절 청바지와 면티를 입고 다니는 등 소탈하게 생활해 같은 학과 친구들조차 그가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현대가의 3세라는 사실을 몰랐을 정도다. 같이 학교를 다닌 친구들에 따르면 지갑에 돈도 별로 없이 구내식당에서 밥먹고 버스를 몇번씩 갈아타고 통학하는 등 검소한 생활을 했다. 부드러운 성격에 논리도 갖춰 친구들 사이에 이견이 생기면 중재역할을 맡곤 했다. 한때 미대 진학을 고려 했을 정도로 그림에 재능이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대원강업 허재철 부회장의 2녀 중 장녀인 승원(30)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승원씨는 이화여대를 졸업한 뒤 미국 컬럼비아대 치과대에 다녔던 재원이다. 교선씨와 승원씨는 학교가 같은 미국 뉴욕에 있어 유학시절 자연스럽게 1년6개월 정도 사귀었다. 현대가와 사돈을 맺은 허 부회장은 32년간 스프링과 차량 시트 등 자동차 소재의 국산화에 앞장선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인 대원강업의 오너겸 전문경영인이다. 연 매출 3600억원 정도다. ●현대백화점 이끄는 파워 엘리트 하원만 현대백화점사장은 1978년 입사해 기획·관리·영업·구매·마케팅 등 백화점 업무를 두루 거쳐 2003년 1월 현대백화점 사장에 오른 백화점통이다.“백화점은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생활문화를 제안하는 곳”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다른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라이프 스타일리스트 현대백화점’을 새 전략으로 내걸고 있다 부드러운 외모이지만 승부욕과 추진력을 갖췄다는 평이다.“음식재료나 요리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식품 책임자를 할 수 있냐.”며 지난해 식품 책임자 전원을 요리학원에 다니게 했다. 또 여성 심리를 모르고는 유통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직원들에게 여성 심리를 알 수 있는 책 읽기와 ‘엄마를 잡아라’나 ‘왓 위민 원트’와 같은 영화 감상도 권하는 섬세한 스타일이다. 지난해 백화점협회장으로 취임, 일본백화점협회와의 68년 만의 교류방문 등을 펼치고 있다. 경청호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 사장은 영업·관리·기획 등 백화점의 주요 포스트를 두루 거쳤다.2003년 부사장을 달고 현대백화점그룹 경영지원실장을 맡아오다 지난 1월 경영지원실의 기능과 역할이 대폭 강화되면서 기획조정본부 사장을 맡고 있다. 기획조정본부는 그룹내 투자·인사 등 주요 핵심 업무를 조정, 통합하는 조직으로 다른 대기업의 구조조정본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최근 경기침체로 인한 유통업계 불황 타개를 위해 구조조정의 중추적 역할을 맡기도 했다. 회사내 권위, 형식, 온정주의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 사장은 평소 메모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기억력이 비상해 보고하는 임직원들이 땀을 흘릴 정도다. 열가지 사안을 한가지로 압축해 신속정확히 처리하는 업무방식과 건강 및 체력관리 등 자기관리가 워낙 치밀해 빈틈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간부들과 소줏잔을 기울이는 회식자리에서는 위트나 유머로 웃음바다를 만들곤 해 인간적 매력도 있다는 평이다. 김태석 현대백화점 H&S·현대푸드시스템 사장은 78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경리·회계·재무 등 관리 및 지원업무를 거쳤다. 지난해 말까지 백화점 영업본부장직을 맡다가 올부터 현대백화점H&S와 현대푸드시스템의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고 있다. 김 사장은 일, 생활 모든 면에서 폭이 넓은 CEO이다. 특히 진솔한 대화를 통한 친화력있는 리더십이 돋보인다. 일본 전국시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이야기를 다룬 ‘대망’을 임직원들의 필독서로 권한다. 김 사장은 임직원들이 자기 업무에 자긍심을 가질 것과 직무에 필요한 다양한 자격증 취득을 독려하는 등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광균(부사장) 한국물류 대표는 74년 현대그룹에 입사, 현대백화점 천호점장·무역센터점장·현대백화점 H&S 대표이사를 거쳤다. 낙후된 물류 시스템을 바꿔 유통 경쟁력을 높이는 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반백의 머리와 걸쭉한 목소리로 처음 만나는 사람도 오랜 지기처럼 느껴지게 하는 친화력을 갖고 있다. 홍성원(부사장) 현대홈쇼핑 대표는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출신으로 ‘열린 CEO’라는 의견수렴 제도를 운영, 현대홈쇼핑의 무형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성공했으며, 홈쇼핑업계의 후발주자로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일 새벽 집 근처 산 바위에 앉아 하는 명상으로 하루를 연다. 명상에서 얻은 업무 관련 아이디어를 감성적으로 표현한 일일쪽지를 이메일 형태로 아침마다 전직원에게 보내 새로운 업무 활력을 제공한다. 최신 유행가도 따라 부르고 패션 감각을 갖고 있으며 젊은 직원들과도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다. bori@seoul.co.kr ■ 장남은 백화점, 차남은 H&S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의 후계 구도는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정 회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두 아들에게 백화점 관련 주식을 증여하며 자신의 지분을 계속 축소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장남 지선(33)씨는 현대백화점 지분 15.72%에 현대푸드시스템의 현대백화점 지분 4.3%를 더해 사실상 20.02%의 백화점 지분을 확보, 최대 주주가 됐다. 차남 교선(31)씨도 지난해 처음으로 부친으로부터 현대백화점 H&S의 주식 56만주(10%)를 증여받아 2대 주주가 됐다. 지선씨는 현대백화점, 교선씨는 현대백화점 H&S로 형제간에 경영권 관할이 가시화된 것이다. 현대백화점 H&S는 여행사 현대드림투어와 기업들의 명절 선물사업을 하는 백화점 특수판매 회사로 이뤄져 있다. 지선씨는 2001년 현대백화점 기획실장(이사)으로 기획·인사·재무·조직관리 등 핵심 업무를 두루 맡아왔다.2003년에는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부회장 직함을 달면서 지선씨는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던 백화점 경영에 점차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백화점 등 계열사들을 세차례에 나눠 한달에 한번씩 경영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계열사의 투자·인사는 물론 업무 조정·통합 역할까지 진두지휘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여전히 경영수업 중이라고 생각하지만 정 부회장은 실질적으로 그룹 경영 전반에 걸쳐 부회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선씨는 부회장이 되자 마자 어려움에 처했다. 경기침체로 백화점 업계가 불황을 겪으면서 현대백화점은 다른 유통업체와 달리 할인점이 없는 사업구조와 신규사업 진출 부진으로 미래 성장성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 부회장은 최근 회사의 미래성장 엔진 발굴에 적극적인 자세를 강조한다.“유통이든 유통이 아니든 수익을 내 회사에 도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신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회사 역량 강화를 위해 외부 자문도 구하라.”는 제안도 했다. 그렇지만 “사업을 하다보면 구름도 끼고 햇볕도 드는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보이기도 한다. 또 지난 1월 조직개편을 단행, 기존의 경영지원실을 기획조정본부로 승격시키며 조직 장악에 나섰다. 사회공헌 활동에도 관심이 많아 최근 경영전략회의에서 ‘매칭그랜트’제도 도입을 지시하기도 했다. 임직원이 매달 봉급에서 일정 금액을 자발적으로 기부하면 회사에서도 그만큼의 금액을 출연해 사회공헌기금을 마련하는 이 제도는 유통업계에서는 처음 시도됐다. 정 부회장은 사내에서 “과묵하면서도 매우 꼼꼼하고 생각이 깊다.”는 평을 듣는다. 주요 회의에서도 다른 임원들의 의견을 경청한 뒤에 소신껏 자기 의견을 제시한다. 소수의견이라도 타당성이 있으면 흔쾌히 수용하고 정책방향을 수정하는 합리적인 스타일이다. 정 부회장은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아버지를 꼽는다. 올해 계열사별 신년 업무 브리핑 이후 간부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아버님은 말씀하시기 전에 먼저 상대방의 얘기를 듣는 스타일로 나도 아버지처럼 훌륭한 커뮤니케이터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웬만해서 지치지 않는 강인한 체력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이다. 동생 교선씨는 지난해 1월 경영지원실 산하 경영관리팀장(부장)을 맡은 데 이어 올해 기획조정본부 기획담당 이사로 경영 수업을 하고 있다. 일을 배우는 단계여서인지 매사에 열심이다. 형 지선씨보다 선이 굵고 상당히 활동적인 성격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이들 형제는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사 사무실 4층에서 나란히 근무하고 있다. bori@seoul.co.kr ■ ’숨은 실세’ 우경숙 고문 정몽근 회장의 부인 우경숙(54) 고문은 현대가의 다른 며느리들과 달리 회사 경영에 참여한 활동파다. 현대가의 딸과 며느리들이 대부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지시로 소리없이 문밖 출입을 했던 집안 분위기를 감안할 때 상당히 이례적인 케이스다. 훗날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선 것과도 사뭇 다르다. 우 고문은 사실 정 회장과 결혼후 현대가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남편을 내조하는 전형적인 주부에 머물렀다. ●비서실 근무하다 며느리 낙점 현대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한 인연으로 현대가에 시집와서인지 우 고문은 시부모를 극진하게 모셨다고 한다. 본격적인 백화점 사업을 하기 전인 70년대 후반 울산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시절, 우 고문은 수시로 울산 방어진 수산시장에서 ‘참전복’을 공수해 청운동 본가로 보냈다.“정말 복 덩어리 음식이 참전복인 만큼 어른들 건강에 좋다.”며 살이 통통한 자연산만 고집했다. 잘 익은 제철 과일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처럼 가정사에만 신경쓰던 당시 우 고문의 대외 활동이래야 1985년 백화점사업을 시작하기 전 서울 압구정동 본사의 작은 건물 직원식당에서 창립기념일 등에 참석하는 수준이었다. 우 고문은 회사 행사에서 시어머니인 변중석 여사와 함께 임직원들에게 직접 떡과 과일 등을 담아주는 일을 했다고 당시 직원들을 기억한다. 그러던 우 고문은 백화점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0년부터 96년까지 우고문은 상무 직급을 달고 현대백화점의 신상품 개발 담당 업무를 맡았다. 유통업계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으로서는 롯데, 신세계백화점과 경쟁하기 위해 고급화·차별화 전략이 절실했던 시기다. 그래서 백화점 PB(자체브랜드)개발에 주력했다. 상품개발부 직원 30여명과 함께 그가 개발한 자체브랜드는 ‘시그너스’‘벨라지’‘아르모니아’ 등이다. 특히 아르모니아는 강남의 전문직 여성들 사이에 한때 붐을 일으킬 정도로 히트를 쳤다. 96년에는 전세계에 10개의 매장만 운영할 정도로 신규 매장 출점에 까다로운 이탈리아 하이패션 브랜드 ‘지비에르돈나’를 압구정점에 유치하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명품 브랜드 유치 수완도 당시 상품개발 부문에서 같이 일했던 직원들로부터 우 고문은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패션을 보는 안목과 미적 감각이 남다르다.”는 평을 들었다. 계절에 앞서 주력 상품을 고르는 과정에도 직접 참여하고 의견을 내놓아 담당 바이어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틈틈이 집에서 그리는 서양화 실력은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나면 미술전이나 각종 전시회를 찾는 것도 우 고문의 패션 센스와 맥을 같이 한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그는 최근 몇년사이 점포수 확대와 홈쇼핑 등 사업 다각화가 이뤄지고, 현대백화점이 현대백화점 H&S와 분할되는 과정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계열사간 투자, 인사에 관한 업무조정 및 중재가 필요한 시기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의 역할이 부각됐던 것이다. 때문에 그룹 안팎에서는 ‘우씨’집안에서 백화점 경영을 섭정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2003년 장남인 지선씨가 그룹 부회장을 맡으면서 우 고문에게 쏠리던 시선은 상당 부분 거두어졌다. 온화한 성품이지만 장남의 후계구도를 굳히는 과정에서 우 고문의 역할이 다소 과장되면서 실제 이미지와는 다르게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두 아들이 경영에 적극 참여하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다만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사무실을 두고 이곳에서 지인들을 만나기도 하고 백화점 분위기도 살핀다. 가끔 백화점 영업이나 환경에 대해 세심한 조언을 해 매장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다.500평 규모의 현대백화점 본점 옥상을 잔디공원으로 바꿔 고객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토록 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지난해부터 백화점 직원과 협력사원이 함께 하는 지역 사회단체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우 고문이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bori@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컬러링 인기순위]워너비 ‘SG워너비’

    3인조 남성그룹 SG워너비 돌풍이 지난주에 이어 계속되고 있다. SG워너비의 2집 타이틀곡 ‘죄와벌’이 지난주에 이어 2주째 1위 자리를 고수하는 한편,‘살다가’도 지난주에서 한 계단 상승한 4위에 올라 불황기에 빠진 음반시장의 새로운 활력소로 떠올랐다. 이 두 곡 외에도 ‘다른 사랑 만나도’등 수록곡들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SG워너비의 2집 음반은 발매된 지 보름 만에 20만장이 넘게 팔려나가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SG워너비의 ‘죄와벌’을 컬러링으로 다운받으려면 휴대전화로 ‘##90’과 코드번호 5자리 ‘00387’과 통화버튼을 누르면 된다.
  • 자기투자 올인 ‘自테크’ 바람

    자기투자 올인 ‘自테크’ 바람

    젊은 직장인 사이에 ‘10년 안에 10억 만들기’가 상징하는 재(財)테크 열풍이 유행처럼 번진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한창 젊을 때부터 열심히 모으고, 효과적으로 투자해 앞날을 준비하자는 당찬 미래설계였다. 하지만 이제 그 투자의 대상이 바뀌고 있다. 자신에 대한 투자로 부가가치와 자기 만족을 동시에 높인다는 ‘자(自)테크’족이 늘고 있는 것.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하거나,1년치 연봉을 몽땅 투자해 해외 연수를 떠나고, 주경야독하며 자격증을 준비하는 등 유형도 다양하다. 물론 포기해야 하는 시간과 돈 등 기회비용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들은 “갈수록 험난해지는 세상, 몇년 동안의 과감한 투자로 원하는 일을 찾고 ‘몸값’도 올리는 것이 재테크보다 더 가치있고 확실한 투자”라고 입을 모은다. ●“1억원 이상 기회비용 기꺼이 감수” 맹계원(31)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달부터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 다닌다. 연세대와 포항공대 대학원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삼성전자에서 3년 동안 연구원으로 일한 그의 지난해 연봉은 성과급을 합해 6200만원 정도. 맹씨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일자리를 미련없이 포기한 것이다. 그는 “이공계통의 학문적 배경과 연구직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큰 틀에서 기업 전체를 조망하고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변신의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진학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2년 전 결혼한 그가 수입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한 학기 600만원이 넘는 학비를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석사학위가 없는 것도 아닌데 또다시 2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하는 데 대한 우려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내가 원하는 미래의 모습은 지금 투자해야 얻어지는 것”이라면서 “정말 하고 싶고 또 전망있는 일을 위해 과감히 투자했고 후회없이 공부하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지난 2월 KAIST에서 테크노MBA를 마치고 삼성코닝정밀유리에 대리급 경력사원으로 입사한 유종현(32)씨도 비슷한 케이스.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3년 동안 삼성코닝 해외영업팀에서 일했던 그는 2003년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유씨는 “아무리 하고 싶어도 시기를 놓치면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투자했다.”면서 “2년 동안 1억원 이상의 기회비용이 들었지만 나 자신을 보다 가치있게 만든 ‘경제적인 투자’였다.”고 자부했다. ●전문성 강화·인생의 전환점도 이화여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수출팀에서 4년 동안 일했던 윤희선(가명·35·여)씨는 거의 5년에 가까운 시간을 투자해 동시통역사로 직업을 바꿨다.2000년 회사를 그만둘 때 “남들은 못가서 안달인 직장을 왜 그만두느냐.”는 만류도 많았지만 “평생직장 개념이 이미 사라진 마당에 더 늦기 전에 좀 더 전문적인 일을 하고 싶다.”며 주저없이 사표를 던졌다. 한국외국어대 통역대학원을 졸업하고 올해부터 GM대우에서 통역사로 일하고 있는 윤씨는 3년 동안의 진학 준비와 2년 동안의 학비로 이전에 직장생활을 하며 저축한 돈 모두를 투자했다. 그는 “회사를 계속 다녔으면 승진하고 연봉도 올랐을 테니 지금 수입이 결코 많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그저 돈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유롭고 전문적이며 평생 할 수 있는 ‘내 일’을 얻기 위해 집중적으로 투자한 돈과 시간, 에너지는 결코 아깝지 않은 ‘남는 장사’”라고 강조했다. 경기 성남 S고교 영어교사인 임혜진(가명·29·여)씨는 2003년 한해동안 1년치 봉급을 몽땅 털어 어학연수를 다녀왔다.3년 동안 교사 생활을 하면서 실전 영어의 중요성을 절감하기도 했지만 알게 모르게 매너리즘에 빠져드는 것도 불안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1년을 외지에, 그것도 자비로 나가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은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한다. 캐나다의 대학 부설 언어교육원에서 영어를 공부하면서 틈날 때마다 여행을 하며 대학시절에도 누리지 못한 자유를 만끽했다. 연수기간 동안의 다양한 경험과 회화실력으로 가르치는 일에도 자신감이 붙었고 삶의 활력도 얻었다. ●“재테크보다 더 확실한 투자” 자기계발 열풍은 더욱 경쟁이 치열해가는 사회환경의 변화 및 자아실현을 강조하는 가치관의 변화와 무관치 않다. 앞날에 대한 불안감과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기대감이 교차한 결과이다.‘공부하는 직장인’이라는 뜻의 ‘샐러던트’가 늘어나는 것도 직업을 통한 자아실현 욕구가 더욱 뚜렷해지는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윤창한 연세대 경영대학원 사무부장은 “최근 2∼3년 사이 학생들 연령이 5∼7세 낮아져 지금은 30대 초·중반이 대부분”이라면서 “그만큼 일찍부터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자기 투자에 ‘올인’하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제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의 모습으로는 당장 내일도 보장받기 힘들 만큼 지식과 사회 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면서 “격화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자기계발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무조건 일터에서 성실히 일한다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젊은시절 투자로 주변 여건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확실한 무기를 갖추고자 하는 욕구,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수익률 높은 ‘고급 인력’이 되는 것이 재테크보다 확실하고 안정적인 노후 보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효용 박지윤기자 utility@seoul.co.kr ■자테크의 좋은 점 5가지 ▲전문성을 강화해 ‘몸값’을 높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 투자다. ▲몇년 동안의 투자로 평생 전문직으로 탈바꿈해 ‘고수익’을 얻는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비로소 찾아 자아를 실현한다. ▲인생의 전환점이자 훗날까지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 ▲믿을 건 오직 자기 자신뿐인 불확실성의 시대에 자신감으로 무장한다.
  • ‘中·日 관계악화’ 국제사회 촉각

    중·일 관계 악화가 국제사회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관계 악화의 불똥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대한 우려와 관심 때문이다. 경제 영역에서부터 안보 및 전략적인 차원까지 이해당사국들은 관계 악화의 파급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이해 득실 따지기에 분주하다. 1차적으론 동북아의 두 거인인 중·일 관계가 더 악화될 경우 역내 경제 성장 및 무역량 증가세의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경제전문 통신사 블룸버그 뉴스는 11일 “두 지역 강대국의 긴장으로 아시아의 경제발전과 무역 성장이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자본·기술과 중국의 노동력 및 시장 결합으로 지역 및 세계경제의 동력을 제공해오던 동북아 경제의 활력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동북아지역의 불안정이 더욱 부각되면서 외국인 투자의 위축과 역내 교류 저하 등의 현상도 우려된다. 안보적 측면에선 북핵 문제의 해결, 동북아 다자 안보협력기구 신설 등 주요 현안에 대한 협력문제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중재자이자 주최국이고 일본은 참가국 중 하나다. 일본을 아시아지역의 협력 축으로 삼고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은 예상을 뛰어넘는 중국의 격렬한 반일시위에 놀라는 모습이다. 자칫 중·일간의 신냉전으로 동북아지역의 안정적 관리가 어렵게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는 하지만 고립시켜 호전적으로 만들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미국 보수우익 성향의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WSJ)은 11일 사설에서 “중국이 60여년 전 일본의 야만적 행위를 떠드는 것은 정부 실책에 대한 분노를 피하기 위한 정책”이라며 “국민 불만을 키워 ‘피해자 병리학’을 조장하고 문제를 만드는 동시에 장차 더 큰 문제를 축적하는 것”이라고 중국 때리기를 노골화했다. 반면 뉴욕 타임스는 11일 “일본은 최근 들어 더욱 자기 주장이 강한 외교정책을 채택하고 있으며 한국과의 관계도 역시 악화돼 왔다.”면서 “따라서 중국과의 분쟁으로 인해 일본은 아시아 지역에서 고립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 일간 디 벨트도 이날 “일본의 많은 역사 교과서들은 전쟁범죄를 언급하지 않고 엉터리로 역사를 묘사한다.”고 지적하면서 일본의 독도 관련 주장과 역사교과서 왜곡 등을 비판했다.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혁신 공기업탐방] ③정귀래 aT(농수산물유통公) 사장

    [혁신 공기업탐방] ③정귀래 aT(농수산물유통公) 사장

    농수산물유통공사가 ‘aT’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aT의 전략도 바뀐다. 유통회사에서 수출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모든 부서를 팀제로 개편했고, 수출지원을 위해 해외조직을 확대키로 했다. 11일 오후 이같은 내용을 담은 ‘aT 신비전 선포식’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 열린다. 정귀래 사장이 취임한 이후 마련한 신경영전략을 공식화하는 자리다. 정 사장은 1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T는 1967년 발족한 이후 물류와 유통에 치중해왔다”면서 “그러나 수입개방화 시대에는 물류·유통으로는 맞서기 어렵기 때문에 수출을 통한 해외시장 개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오풍연 공공정책부장이 정 사장을 만나 비상을 꿈꾸는 aT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예전에도 팀제였는데 이번에 도입한 팀제는 종전과 어떻게 다른가.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후 조직의 변화를 줘야 했다. 그래서 포장만 팀제였던 조직을 명실상부한 팀제로 바꿔놨다.1급도 중요한 팀을 맡으라는 취지다. 종전 있던 7개처와 39개 부서를 줄이고,22개 팀을 신설했다. 팀장은 1∼3급에게 맡겼다. 직급과 직위를 분리하고 성과주의 경영관리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내부 공모제를 통해 3급 팀장 2명을 발탁했다. 적은 인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부서를 팀제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현 팀제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나. -우선 결재시스템이 간결해졌다. 종전 팀장이나 부장은 처장이나 실장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지금 팀장은 이사와 사장에게 직접 간다. 팀장급 직원들에게 자극제가 됐다.1급들은 자신들이 거느릴 수 있는 팀장이 없어져 불만일 수 있겠지만,2급들은 업무부담이 종전보다 줄어들어 좋아하는 것 같다. 어쨌든 팀제 자체가 목적은 아닌 만큼 기업마인드를 살릴 수 있도록 보완해 나가겠다. 지난해 aT가 정부고객만족도 평가결과 정부투자기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는데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2000년부터 고객만족 경영을 aT 비전달성을 위한 핵심요소 및 중장기 5대 기업전략으로 설정한 뒤 사장 주재로 ‘고객만족 전략회의’를 매달 개최하는 등 전사적으로 CS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사장 등 경영진과 고객을 직접 접하는 모든 직원이 고객만족교육 전문기관인 삼성 서비스아카데미에 입소 교육을 받았다. 고객서포터스 제도를 도입해 1대1식의 고객지원체계도 구축했다. 특히 고객만족도가 개인별 연봉을 결정하는 핵심지표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직원에게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평가지표 중 20%를 고객만족 지표로 운용하는 것이다. 이같은 노력으로 1999년 58점이던 고객만족도가 매년 증가해 2002년 70점,2003년 77점, 지난해 86점을 받았다. 신비전 선포식을 하게 된 취지를 말해달라. -간단히 설명하면 농업에 활력을 주고, 고객중심의 가치경영을 하겠다는 것이다. 세계로 향하는 글로벌기업, 최고의 농산물 마케팅기업, 고객과 함께하는 국민기업, 우리농업의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aT가 지향하는 비전이다. 해외비즈니스가 많은 업무특성을 고려해 공사의 기능과 역할을 잘 나타낼 수 있도록 영문명칭을 Korea Agro-Trade Corporation으로 설정하고 Agro-Trade의 이니셜을 따 aT로 정했다. 신비전 선포식에 맞춰 단행하는 조직과 인력의 개편안을 설명해 달라. -현대는 정보화 사회다.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살아있는 정보를 알아야 한다. 공산품에 비해 정치적·환경적 조건에 민감한 농수산물은 더욱 절실하다. 그래서 aT는 미국·일본·중국·네덜란드·싱가포르 등 5개국에 설치된 8개 해외 aT센터를 오는 2007년까지 10개국 17개 센터로 늘릴 예정이다. 올 하반기 중 모스크바에 센터가 확충된다. 지난해 20억달러의 농산물을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는데. -수출을 통해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수출농업인, 수출업체의 노력 덕분이다. 수출을 늘리는 것은 aT의 과업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20억달러를 넘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네덜란드는 꽃이나 감자, 양파 등 농산물의 수출규모가 420억달러에 달한다. 꽃만 50억달러를 수출할 정도다. 그 결과 우리 농가의 1인당 수출액수는 600달러지만 네덜란드는 16만달러에 달한다. 격차가 크다. 새품종 개발과 고부가가치 농산물 수출로 오는 2013년에는 50억달러를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일본·타이완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aT가 지방자치단체와 MOU를 체결하고 있는데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나. -aT의 고객은 농어촌에 있다. 때문에 지자체와 MOU를 체결하면 긴밀한 업무협조가 가능하게 되지 않겠나. 또 수출지원 활동을 하는데 시기와 품목면에서 aT와 지자체가 충돌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수출유망 품목을 공동 발굴하는 작업도 할 수 있다. 현재 충북을 시작으로 전북, 경북, 경남, 제주, 강원, 충북과 MOU를 체결했다. 북한과의 농산물 관련 협력관계는 어떤가. -남북협력팀을 신설해 쌀·옥수수 등 대북 식량지원 업무를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산 쌀 10만t을 육로로 첫 지원했다. 통일·농림부 등 관계기관과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해 육로지원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이다. 외국산 쌀 30만t을 해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대담=오풍연 부장 정리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정귀래 사장은 정귀래 사장이 농수산 전문가는 아니다. 무역·통상 전문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30여년동안 이 업무를 담당했다. 그중 15년은 해외 무역관장 및 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수출지원의 첨병역할을 했다. 정 사장이 농수산물유통공사(aT)의 핵심역량을 농수산물 유통에서 수출로 바꾼 이유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그가 지난해 10월 aT 사장으로 취임할 당시 일화 한 토막. 비전문가인데다 낙하산 인사라며 노조의 반대가 거셌다고 한다. 그러나 산전수전 다 겪은 그였기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농림축산 제품은 2차산업이지만 영업은 3차산업이다. 나는 KOTRA에서 잔뼈가 굵은 3차산업 전문가다.aT 사장 공모에서 12명 중 당당히 1등을 했다. 내가 왜 비전문가이며 낙하산 인사인가.”라며 반문했다는 것이다. 이후 노조의 반대는 잠잠해졌다. 정 사장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성격이다.1997년에는 미 컬럼비아대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논문을 발표했다.2003년에는 배재대에서 명예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끊임없는 자기개발형이다. ▲충북 청주(62) ▲청주고·서울대 미학 ▲KOTRA 미주지역본부장·기획관리실장·무역진흥본부장 ▲서울산업진흥재단 대표이사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신설된 ‘고객만족 혁신부’ 농수산물유통공사(aT)에는 일반 기업에서 찾아보기 힘든 새 부서가 있다. 지난 2월 발족한 ‘고객만족(CS)혁신부’가 그것이다. 정귀래 사장은 고객만족과 경영혁신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CS혁신부를 신설하도록 지시했다. 기획실에 설치된 CS혁신부는 종전 비전경영팀과 전략경영부가 맡고 있던 경영혁신 업무도 모두 가져왔다. 정 사장은 “CS혁신부의 권한이 막강해야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면서 “최고의 인재로 CS혁신부를 구성했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이성진 초대 부장 등 구성원 7명이 모두 최고의 인재들이다. 정 사장은 중요한 사항의 경우 CS혁신부를 관할하는 기획실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이 부장에게 지시할 정도다. 정 사장은 당초 약속한 대로 CS혁신부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우선 CS혁신부는 조직 및 정원관리를 담당한다. 각 조직별 직무분석을 통해 적정한 정원을 배정하고 조정하는 것이다. 한때 재벌그룹에서 유행했던 구조조정본부와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그래서 CS혁신부는 무늬만 팀제였던 조직을 실질적인 팀제로 바꿔놨다. 10개의 처·실 산하에 10개의 팀을 두던 체제를 1센터·3실·32팀으로 개편했다. 적은 인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해서는 1∼3급 직원을 팀장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또 CS혁신부는 e비즈니스를 전사적으로 도입했다. 농산물을 수출하고자 하는 업자가 aT 홈페이지에 접속하기만 하면 자금조달에서부터 수출지역의 판로 등 수출업자가 원하는 정보를 일괄적으로 제공받도록 한 것이다. CS혁신부는 aT가 새로운 모토로 제시한 ‘고객과 함께 하는 우리 농업의 가치를 창출하는 글로벌 마케팅 전문 국민기업’이 뿌리내리도록 하는 작업도 맡게 된다. 이 부장은 “팀제도입과 e비즈니스 등 하드웨어 부분이 자리를 잡은 만큼 앞으로는 경력개발시스템과 성과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직원들의 경쟁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예정”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기고] 대통령의 ‘형제나라’ 터키 방문/권영재 주 터키대사

    터키인은 우랄알타이어를 쓰고 몽고반점이 있는 몽골리안으로 우리와 민족의 뿌리가 같으며, 한국전에 참전한 혈맹의 우방으로서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부를 만큼 우호감을 갖고 있다. 외교적으로도 미국과 대만에 이어 세번째로 1957년도에 우리와 수교한 원로 우방국이다. 양국간 수교 이후 터키의 대통령과 총리는 수차례 한국을 방문했지만, 한국 대통령은 그동안 한번도 터키를 방문한 적이 없으므로, 혈맹의 우방국으로서 외교적으로 큰 빚을 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수교 48년만에 최초로 이루어지는 역사적 방문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본인이 처음 터키에 근무하던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터키는 그들의 따뜻한 우호감과는 달리, 한국이 터키를 잘 모르고 냉랭하게 대하는데 대해 서운함과 불만의 감정을 갖고 있었으며, 양국간 투자는 전무했고 교역량은 불과 1억달러에도 못 미쳤다. 그러다가,1990년대 말부터 5년 동안 한국과 터키의 관계는 극적인 발전을 이룩해왔다.1999년 터키가 대지진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우리 국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운동을 통해 전달한 200만달러에 이르는 현금과 물자는 터키 국민들을 감동시켰다. 아울러 2002년도 월드컵대회에서 보여 주었던 우리 국민들의 열렬한 터키 사랑 표현은, 그동안 쌓여왔던 한국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말끔히 씻어내고 피를 나눈 우방의 확신을 갖게 했다. 그 결과,2004년말 한국의 대 터키 투자액은 3억달러에 육박했고, 양국간 교역량은 23억달러를 돌파했으며, 방한 교류협력도 어느 나라보다 활발하여, 바야흐로 양국관계는 상승일로에 놓여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터키 방문은 양국간 기존 우호관계의 한 단계 격상은 물론 국익 차원의 경제통상 증진에도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에 그 중요성이 있다. 터키는 지리적으로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의 중앙에 위치해 있을 뿐 아니라, 소련의 개방에 때맞추어 독립한 터키어를 쓰는 신생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와 특별한 우호관계에 있어, 이들 국가들과 통상과 투자 진출의 거점으로 터키의 가치가 크게 부상하고 있다. 더구나, 오는 10월 터키의 유럽연합(EU)의 가입을 위한 협상 개시는 터키 경제에 대한 대외신뢰도 제고와 활력을 불어넣어 향후 급속한 발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부응하여 양국간 투자·교역량도 각별한 우호관계에 걸맞게 지속적으로 증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지난해 우리 군의 이라크 북부지역 파병은 인접국 터키의 전적인 이해와 후원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노 대통령의 터키 방문은 1·30 총선을 치른 이라크 국내 상황을 조율하고 평화유지 및 향후 재건사업을 위한 진출을 고려해볼 때 시기적으로도 적절하고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오는 2007년은 한·터 수교 50주년이 되는 해로, 대통령의 이번 터키 방문을 계기로 2007년을 ‘한·터 우정의 해’로 선포, 양국에서 폭넓은 경제·사회·문화·예술 교류행사 등 대대적 연중행사를 계획·추진하는 것도 큰 의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하여, 지난 반세기동안 다져온 양국관계가 종합적으로 극대화되어 진정한 ‘형제의 나라’ 차원으로 승화되는 새로운 장(章)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국을 진정으로 마음 속으로부터 좋아하고 ‘형제의 나라’라고까지 표현하는 국가가 지구상에 얼마나 될까. 곰곰이 생각해봐도 터키 외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터키는 우리에게 진정 ‘멀지만 가까운 나라’로 다가오고 있다. 권영재 주 터키대사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⑤- 현대중공업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⑤- 현대중공업

    #1982년 5월 19일 ‘기업인’ 정몽준씨에게 생애 최고의 날일 것 같다. 부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이날 현대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크고, 세계 최대의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 사장에 그를 앉히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이때가 그의 나이 31세. 현대그룹 후계구도에서 형들보다 한발 늦게 출발한 몽준씨가 가장 먼저 부친에게 인정받은 비결은 뭘까. 고 정 명예회장은 현대그룹 창립 25주년 행사에서 그 배경을 자세하게 풀어놓았다.“어떻게 보면 파격적이지만 길게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의 저서 ‘기업경영이념’을 읽어보면 우리나라의 어떤 젊은 경영진보다 확실히, 모든 것을 잘 분별해서 회사를 끌고 나갈 겁니다. 우리 아이들간에도 서열이 굉장히 낮기 때문에 가족회의를 열어 몽준 사장이 충분히 직책을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결정을 했습니다.” 고 정 명예회장은 이에 앞서 몽준씨가 미국 MIT 석사학위 논문을 보완한 경영서적 ‘기업경영이념’ 서문을 읽고 “정말 잘 썼다.”며 “사장 자리에 앉아도 될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몽준씨는 훗날 가장 아끼는 그의 저서로 ‘기업경영이념’을 꼽으면서 “서문만 읽어도 충분하다.”고 곁들이기도 했다. 그가 이 책을 통해 부친에게 기업가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았던 점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2002년 12월 18일 ‘정치인’ 정몽준씨에게 생애 최악의 날일지 모른다. 그는 이날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와의 공조 파기를 선언, 사실상 ‘백의종군’의 첫 발을 내디뎠다. 정권의 공동 주인으로 향후 5년간 막강한 정치적 실세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마다한 셈이다. 이 때가 ‘하늘의 뜻을 알수 있다’는 지천명(知天命)을 갓 지난 나이(51)였다. ●아버지에게 바가지 씌운 아들 정몽준(54). 현대가(家)의 여섯번째 아들.5선의 중진 의원. 대한축구협회 회장. 자산규모 재계 9위(지난해·공기업 제외)인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지분 10.80%). 국내 재벌가에서 정 의원만큼이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도 드물다. 일각에서는 “잘난 집안에 태어나 순탄하게 성장한 대가”라고 폄훼하기도 하지만 그는 스스로 자수성가한 사람으로 평가한다. 정 의원은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그는 부산에서 3년 가량 살다가 서울로 올라와 장충초등학교와 중앙중·고교를 거쳐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그의 초등학교 동기 동창이다. 그는 초·중학교 시절 놀기를 좋아하고, 장난이 심했다고 한다. 중학교 담임 선생이었던 임환씨는 “몽준이는 놀기를 좋아해 친구들과 수업을 빼먹고 야외로 놀러갔다가 종아리를 맞기도 했다.”면서 “전혀 부잣집 티를 내지 않았으며, 학교 도서관을 지을 때 시멘트 1만포대를 지원받은 뒤에야 비로소 아버지가 고 정 명예회장임을 알게 됐다.”고 술회했다. 정 의원의 학생시절 별명은 ‘꺼벙이’다. 큰 키에 소탈하고, 겸손하지만 우유부단하다는 뜻에서다. 그러나 부친한테는 다른 형제처럼 어려워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대하곤 했다. 부친에게 ‘바가지’ 씌운 일화 한 토막.1970년대 초반 어느 날. 정 의원은 아버지에게 한잔 쏘겠다며 명동 생맥주 골목으로 모시고 갔다. 고 정 명예회장은 오랜만에 접하는 생음악과 젊은이들의 웃음소리에 흥에 겨워했다. 자리가 파할 무렵, 정 의원은 아버지에게 “1차는 제가 샀으니,2차는 아버지가 사시라.”고 제안했다. 고 정 명예회장도 유쾌한 기분으로 흔쾌히 응했다.2차 행선지는 정 의원이 정한 강남의 한 술집. 그러나 2차가 끝나고 계산서를 받은 정 명예회장은 술값에 놀랐다. 먹은 것에 비해 족히 여섯배의 술값이 청구됐기 때문. 그렇다고 재벌 회장이 술값을 놓고 시비를 걸기도 뭐했지만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 탓에 종업원에게 물었다. 돌아온 답은 “아드님이 전에 드셨던 외상 술값까지 계산하라고 해서 그렇게 됐습니다.”“허허 이것 참….”고 정 명예회장은 아들에게 된통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 의원은 형제들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대에 진학했다. 고 정 명예회장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울산으로 변형윤, 이현재 교수 등 당시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초청해 크게 ‘한턱’을 냈다. 고 정 명예회장은 “우리 몽준이가 혹시 사무착오로 합격한 것 아니냐.”고 농담을 하면서 우리 아들을 잘 지도해 달라고 수차례 부탁했다고 한다. 현대 고위 관계자가 밝힌 허물없는 부자관계를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일화는 이렇다.“한번은 고 정 명예회장이 아들들과 골프를 치는데 티샷을 하고는 먼저 그냥 걸어갔습니다. 다른 아들들은 머뭇거리다 채를 들고 뒤따라 가는데 유독 정 의원만 얼른 공을 놓고 티샷을 했죠. 그러자 고 정 명예회장이 ‘저놈∼.’하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을 짓더라고요.” ●아내 자랑하는 ‘팔불출’ “나는 나의 아내가 고맙고, 때로는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친구들은 종종 내가 대통령 감이라기보다 내 아내가 ‘퍼스트 레이디’ 감이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아내는 바쁜 나의 생활을 잘 이해해 주고, 조용히 내조를 하는 스타일이다. 아내는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싫어한다. 밖으로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정 의원이 그의 저서 ‘꿈은 이루어진다’에서 밝힌 부인 김영명(49)씨에 대한 평이다. 정 의원은 1978년 여름 넷째 형수(이행자·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 부인)의 중매로 영명씨를 미국에서 만났다. 당시 두 사람의 첫 인상은 이랬다. 영명씨는 “우선 키(정몽준 182㎝·김영명 174㎝)가 커서 좋았어요. 제 키가 큰 편이라 어머니가 ‘너는 키 큰 신랑감이 없으면 시집도 못 갈거다.’고 곧잘 농담을 하곤 했어요. 첫 인상은 나이 차이가 다섯살이나 나서 그런지 듬직했어요. 믿고 의지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재벌가 사람답지 않게 소탈한 것도 좋았고요.” 정 의원은 “약속 장소에 나갔는 데 키 큰 여자들이 쭉 지나가기에 미국 사람들인가 했습니다. 그런데 모두 나에게 오더라고요.”고 당시 상황을 이렇게 술회했다. 이들은 틈틈히 테니스를 치며 1년 가량 연애끝에 잠시 귀국해 서울 정동교회에서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영명씨는 김동조 전 외무부장관의 2남4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부친의 외교관 활동 덕분에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17년간 일본과 미국에서 살았다. 미국 웨슬리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했고, 부전공으로 미술사를 공부했다. 웨슬리대학은 힐러리 클린턴 미국 상원의원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나온 전통의 명문 대학이다. 영명씨는 외교관인 부친을 닮아 사교성이 뛰어나다.‘88 서울올림픽’ 유치전에서는 고 정 명예회장을 현장에서 보좌했고,1992년 대선 때는 변중석 여사를 대신해 시아버지의 파트너 역할을 했다.‘2002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부인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내기도 하고, 행사장에서는 미소와 화술로 친분을 쌓기도 했다.‘미스 스마일월드컵’이라는 애칭은 이 때 얻었다. 이 때문인지 정 의원의 부인 자랑은 유별나다.‘김영명이 없으면 오늘의 정몽준도 없다.’는 우스갯말이 떠돌 정도다. 그의 저서 ‘꿈은 이루어진다’에서 계속되는 자랑 하나.“아내는 나보다 영어를 훨씬 잘한다. 유머를 곁들인 자연스러운 영어는 외국에서 처음 만나는 손님들과 이야기를 할 때 곧잘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주곤 한다. 그동안 4남매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던 아내는 아이들이 크자, 뜻있는 분들과 함께 우리의 ‘옛’것을 ‘올’바로 알자라는 의미를 가진 ‘예올회’를 만들어 문화재 보존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명씨가 밝힌 애처가 해프닝은 이렇다.“첫 아이를 가졌을 때였어요. 입덧이 심했던 제가 걱정스러웠던지 남편은 며느리들만 모인 자리에 와서는 제게 ‘밥 먹었니.’하고 묻는 거예요. 좀처럼 없는 일이라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 한마디 때문에 남편은 ‘애처가’라는 별명을 얻었죠. 그 꼬리표는 지금까지 따라 다닙니다.” 그도 신혼 초에 시아버지인 고 정 명예회장에게 혼이 났다고 한다.“철부지 며느리 시절, 저는 식사 중에도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데 불쑥 끼어들어 참견을 하곤 했어요. 아버님이 어느 날 저에게 ‘밥 먹을 때 말을 많이 안하는 게 좋은 거다.’며 조용히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어요.” 자녀는 2남2녀. 장남인 기선(23)씨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올 초 아버지의 뒤를 이어 ROTC 장교로 임관했다. 장녀 남이(22)씨는 연세대를 휴학하고, 현재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유니버시티에 유학 중이다. 차녀 선이(19)씨도 미국 디어필드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다. 막내 예선(9)군은 경기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영명씨는 늦둥이인 막내 임신과 관련해 병원에서 무안당한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임신해서 병원에 가면 의사가 초음파 검사를 하잖아요. 한번은 의사가 ‘아들이 없으세요. 왜 이렇게 애를 많이 낳으세요.’라고 물어 난감한 적이 있었어요.” 시중에는 예선이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축구 예선전이 한창일 때 태어나서 이름을 예선이라고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 의원은 최근 ‘예수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의미와 돌림자 ‘선’을 합쳐 예선으로 지었다고 밝혔다. ●정치인 정몽준 “내가 처음 국회의원이 되고자 한 것은 11대 국회의원 선거 때였고,1984년 12대 국회의원 선거 때도 출마하려고 했다. 그런데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내가 나가면 여당 의원이 떨어진다고 나가지 말라고 했다. 결국 나는 그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단념해야 했다. 하지만 공적 서비스를 하기 위해 정치에 입문했다는 생각은 내가 지금까지 흔들림없이 지켜온 가장 기본적인 정치철학이다.”정 의원이 밝힌 정치 입문의 배경이다. 정 의원은 1988년 울산 동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지금은 5선의 중진 의원으로 확실한 입지를 구축했다. 한때는 2002년 한·일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반으로 대통령 선거에 나서기도 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본 정치인 정 의원은 어떨까. 지난 대선기간 내내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던 정 회장도 ‘피’는 어쩔 수 없었던지 그 속내를 내보인 적이 있었다.“몽준 의원은 우리 형제들 가운데 제일 똑똑하고 잘 생겼다. 미국 MIT 대학원도 졸업하고, 월드컵도 성공적으로 잘 치렀다.” 그러나 정 회장은 이 발언 이후 정치권으로부터 호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정치인 정 의원의 평판은 극과 극을 달린다. 일각에서는 직선적이고 엄격하다고 지적한다. 그를 보좌했던 비서관의 얘기다.“정 의원은 성격이 급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말을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다.”정 의원은 이에 대해 “지금까지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쪽에서는 합리적이고 매너가 깨끗하다는 평이다.“정 의원은 서구식 매너가 몸에 배어 있다. 직원들이 떠나는 차에 인사를 하면 ‘왜 차에다 대고 절을 하느냐. 하지 말라.’고 말린다. 또 비서를 시키지 않고 직접 자신이 동료 의원에게 전화를 한다.”며 다른 전직 비서관이 전했다. ●현대중공업의 핵심 브레인 민계식(63)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가장 부지런한 CEO, 백발의 마라토너 CEO로 불린다. 아침 6시 출근, 새벽 2시 퇴근하는 일과를 20년째 이어오고 있다. 비서를 퇴근시키고 저녁 6시부터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새벽까지 사업구상이나 신제품 개발 계획에 열중한다. 그의 이런 노력은 국내외 학술지 및 학술대회에 150편의 논문을 발표토록 했으며,48건의 국내 및 국제특허를 보유토록 했다. 우주항공학 및 조선공학(석사), 해양공학(박사) 등을 넘나드는 그의 해박한 전문지식은 현대중공업의 연구개발(R&D) 부문을 업그레이드시켜 놓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민 부회장은 또 60대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건강을 과시하고 있다. 그의 최고기록은 2시간 23분 48초. 비록 20대 초반 시절에 일궈낸 기록이지만 지금도 2시간대의 기록을 내고 있다.42.195㎞의 완주기록도 100회를 넘었다. 유관홍(60) 현대중공업 사장은 그룹내에서 경영 합리화의 귀재로 통한다.1999년 침체에 빠진 현대중공업 건설장비부문의 사업본부장을 맡아 세계 각지를 직접 뛰는 영업활동을 전개, 직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그 결과 만성적자였던 건설장비 부문을 2001년 국내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는 국내 1위의 건설장비 업체로 탈바꿈시켰고, 중국시장 점유율 25%를 기록하는 중국 최대의 건설장비 공장으로 성장시켰다. 그의 이런 경영능력을 두고 지난해 6월 미국의 권위있는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유 사장을 ‘기업회생 전문가’라고 평했다. 이연재(63)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은 1976년 현대중공업 간부로 입사한 이래 30년간 조선과 해양플랜트의 해외영업 부문에서 일해 왔다.1999년 부도 위기에 처했던 옛 한라중공업을 현대중공업이 위탁경영하면서 대표이사로 선임돼 흐트러진 조직을 안정시켰다. 단기간에 70여척의 선박을 수주했으며, 중단된 사원 복지향상에도 노력을 기울여 사원아파트와 스포츠문화센터 등을 조성했다. 파산 직전까지 이르렀던 회사를 2001년부터 4년 연속 흑자경영을 실현하고 있다. 최길선(59) 현대미포조선 사장은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최 사장은 설계·생산·기획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조선 현장에서 33년을 보낸 최고의 조선전문 경영인이다.‘항상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원칙아래 내실을 강조한다. 최 사장은 올해 슬로건을 ‘창사 30주년, 새로운 도약의 해’로 선포하고, 선박 60척 생산체제 구축을 마련하는 등 제 2도약을 위한 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golders@seoul.co.kr ■ 현대중공업 탄생 일화 ‘옥스퍼드 박사가 낳은 현대중공업’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평소에 즐겨 썼던 “이봐, 해봤어.”라는 말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곳이 현대중공업의 설립 신화다. 그야말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고 정 명예회장의 ‘원맨쇼’였다. 고 정 명예회장은 1971년 조선소 차관 도입을 위해 영국 런던의 바클레이즈 은행을 찾았다. 그러나 ‘듣도 보지도 못한 한국의 작은 회사가 언감생심 어딜 넘보는 것이냐.’는 바클레이즈 은행의 태도에 기가 질렸다. 그렇다고 포기 할 수는 없었다. 그가 기댄 곳은 당시 기술협조 계약을 맺은 영국의 A&P 애플도어 엔지니어링사. 그는 500원짜리 지폐로 애플도어사의 롱바톰 회장을 감동시켰다.“이것은 한국 지폐입니다. 여기 그려진 것이 거북선이죠. 한국은 이미 1500년대에 이런 철갑선을 만든 실적과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영국의 조선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1800년대이니 한국은 무려 300년이나 앞선 셈입니다.” 그는 롱바톰 회장의 도움으로 바클레이즈 은행 부총재를 만났다. 그러나 콧대 높은 영국 은행의 부총재를 설득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옥스퍼드 박사’ 일화는 여기서 나왔다. 고 정 명예회장은 ‘전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임기응변으로 “어제 제가 이 사업계획서를 들고 옥스퍼드대학에 갔더니 한번 들쳐보고 바로 그 자리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주더군요.”라고 말했다. ‘옥스퍼드 유머’에 부총재는 껄껄 웃으며 “옥스퍼드대 경영학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도 이런 사업계획서는 못 만들거요. 당신은 그들보다 훨씬 더 훌륭합니다. 당신의 전공은 유머 같소. 우리 은행은 당신의 유머와 함께 이 사업계획서를 수출보증국으로 보내겠소.” 고 정 명예회장은 ‘거북선 지폐’와 ‘옥스퍼드 박사’로 바클레이즈 은행 벽을 넘었지만, 아직 영국 수출보증기구(ECGD) 총재의 보증을 받아야 하는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그러나 이것도 울산의 초라한 백사장 사진 한장 들고 그리스 선사인 ‘선 엔터프라이즈’사의 리바노스 회장을 설득, 선박을 수주 계약함으로써 무사히 통과했다. 이로써 세계 조선 역사상 최초로 조선소 건설과 선박 건조가 동시에 진행하는 신화가 나오게 됐다. 고 정 명예회장과 리바노스 회장이 당시 맺은 인연은 지금도 대(代)를 이어 지속되고 있다. golders@seoul.co.kr ■ MJ 처가의 ‘화려한 혼맥’ 정몽준 의원의 처가인 고 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가계도를 보면 한국 상류사회의 ‘족보’를 엿볼 수 있다. 슬하에 2남 4녀를 둔 고 김 장관과 송두만(83) 여사는 자식교육 뿐 아니라 혼사까지 성공한 케이스. 자녀 모두 외교관 출신인 부친의 영향으로 영어와 일어 등을 유창하게 구사하며, 외국의 명문대를 졸업했다. 특히 장녀인 영애(60)씨와 차녀인 영숙(59)씨는 일본 최고의 여성 사립명문인 세이신대학을 졸업했다. 장남인 대영(57)씨는 미국의 암허스트대학을 졸업했으며, 차남인 민영(51)씨는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을 졸업한 뒤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땄다. 자녀 가운데 재계 가문으로 시집간 이는 삼녀인 영자(55)씨와 막내인 영명(49)씨. 영자씨는 GS그룹의 허씨가인 허광수(59) 삼양인터내셔널 회장과 결혼했다. 허 회장의 형제로는 허남각(67) 삼양통상 회장과 허동수(62) GS칼텍스 회장이 있다. 또 허창수(57) GS그룹 회장과는 사촌간이다. 허 회장의 부친인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은 LG그룹 경영의 한 축을 맡았던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맏형이다. 고 허 명예회장은 일찌감치 삼성물산의 창립멤버로 참여,LG 구씨가와 손잡은 고 허준구 명예회장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영명씨는 정몽준 의원과 1979년 결혼, 현대가의 일원이 됐다. 이로써 고 김 장관의 집안은 국내 대재벌인 삼성과 현대,LG,GS가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차녀인 영숙씨는 초대 해군참모총장과 국방부장관을 지낸 손원일 제독의 장남인 손명원(64)씨와 결혼했다. 손씨는 30대 초반에 ‘손컨설팅 엔지니어링’이라는 회사를 설립했으며 현대미포조선과 쌍용자동차, 맥슨전자에서 CEO(최고경영자)를 역임했다. 그는 현재 스카이웍스솔루션 코리아 고문이다. 장녀인 영애씨는 자수성가한 국제 금융계의 거물급 인사로 미국 모건스탠리의 부사장이다. 남편인 최융호(62)씨는 해양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제너럴 마리타임 사장이다. 장남인 대영씨는 부친인 고 김 전 장관의 아호(海吾)를 딴 해오실업을 경영하고 있으며, 차남인 민영씨는 한국외국어대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부인인 정다미(44)씨도 명지대 교수다. 김 전 장관의 집안은 또 언론계와도 각별하다. 손녀 사위들이 언론계에 몸담고 있다. 셋째 사위인 허 회장의 장녀인 유정(31)씨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아들인 준오(31)씨와 결혼했다. 둘째 사위인 손 고문의 차녀인 정희(31)씨는 1999년 헤럴드미디어 사장인 홍정욱(35)씨와 화촉을 밝혔다. golders@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임해리의 色色남녀] 오~ 풀잎에 누워

    봄바람은 여자를 춤추게 한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추억과 욕정을 뒤섞고/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T.S 엘리엇 ‘황무지’중에서) 1차 대전(1914∼1918) 직후 현대문명의 정신적 불모를 시인은 이렇게 절규하였다. 그리고 백년이 가까워진 지금도 많은 이들이 애송하는 것은 황무지의 시대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믿음이 부재하고 사랑이 희석되고 생명력을 잃은 섹스 속에서 만물이 소생하는 4월은 잔인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수유와 진달래는 봄바람 속에서 흐드러지게 피고 여자의 몸과 마음은 꽃잎 벌어지듯 열려만 간다. 그래서 옛말에 봄에는 여자의 샘물이 바위를 녹인다고 했을까. 내가 아는 부부는 십년 째 매년 이맘때면 주중에 하루는 꼭 북한산 진달래 능선을 넘는다고 자랑을 하고 친구들은 부부동반으로 등산하는 것을 부러워하곤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부부가 평소에 산행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어쩌다 여자 몇몇이 모이면 단골화제 중 하나는 남편 흉보기와 팔자타령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늘 그녀는 자기 남편이 사업에 망하고 고생을 시키는 데도 ‘살 맛’이 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얼굴은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고 피부도 고운 편이었다. 나는 속으로 ‘그래 경제점수는 F학점이지만 야간학습은 A학점이라는 거지!’라고만 생각했다. 그녀의 남편은 평소에는 뚝배기 깨지는 듯해도 진달래꽃 피는 계절이 오면 부들부들해진다고 했다. 며칠 전에 만난 그녀는 열여덟 처녀처럼 달뜬 표정으로 다음날 북한산에 등산 간다고 거품을 물며 자랑하였다. 나는 여우의 신포도처럼 은근히 속이 부글거렸다.‘아니 산에 가는 게 저리도 좋은가? 하이고 봄만 되면 몸살을 하는구나! 진달래 구경을 가는지 산삼을 캐러 가는지 아무튼 누구는 좋겠다.’ 그런데 어제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윤기가 쫘악 흘렀다. 나는 볼멘 목소리로 산에 가서 진달래 꽃 따가지고 얼굴과 혀에 팩이라도 했냐고 포문을 열었다. 그녀는 호호거리며 아직도 눈치를 못 챘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자기가 봄만 되면 콧구멍이 벌렁거리고 진달래 꽃 필 때면 목소리가 낭랑해지는 이유를 털어놓았다. 자기네 부부는 10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씩은 외박을 하면서 부부의 성에 대해 이론과 실천을 익히면서 서로를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남편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따랐는데 세월이 지나다보니 자신도 그런 경험이 즐겁고 생활에 활력소가 되어 지금은 일상의 프로그램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는 봄이 되면 등산도 하고 ‘야외학습(?)’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자연 속에서 훌라당 벗고 숲에 누워 햇살을 맞으며 하늘을 보는 그 느낌이 그렇게 편안하고 좋을 수가 없다는 그녀의 목소리에 떨림이 전해졌다. 나는 사랑과 섹스의 불모지가 되어 가는 이 땅에서 그들 부부의 건강함에 진심으로 축복을 빌었다. ●임해리는 15년 독신의 경험을 토대로 ‘혼자 잘 살면 결혼해도 잘 산다’와 ‘SQ를 높여야 연애에 성공한다’를 출간한 자타가 인정하는 ‘연애학박사’.
  • [이도운특파원 워싱턴저널] 미·일동맹 토론회 독도문제 관심사

    4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워싱턴의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미·일 동맹의 부활’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당시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AEI의 댄 블러멘설 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같은 주제의 논문을 토대로 이뤄진 것이다. 지난 십수년간 존재의 이유조차 희미해졌던 미·일 동맹이 테러와의 전쟁과 북한 핵 문제로 활력을 되찾았으며, 이를 토대로 향후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미사일 방위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일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위상을 강화시킨다는 것이 중심 내용이다. 블러멘설 연구원이 사회를 맡았고 주미 일본대사관의 가네하라 노부카쓰 정무공사가 일본측, 헤리티지 재단의 발비나 황 동북아시아 정책분석관이 미국측, 제네바 국제대학원의 랜신 시앙 교수가 중국측 입장을 각각 설명했다. 여기에다 또다른 한 자리를 차지한 토론자는 주미 호주대사관의 앤드루 시어러 정무담당 공사참사관이었다. 동북아 정세를 중심으로 미·일 동맹을 논하는 자리라면 호주가 아니라 당연히 한국의 외교관이 참석했어야 한다는 ‘한국적 상식’과는 동떨어진 구성이었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이 아태 지역을 바라보는 미국측, 좀더 범위를 좁히면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근거지라고 할 수 있는 AEI의 시각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막상 토론이 시작되자 한반도 문제가 주요 논제 가운데 하나로 등장했다. 그 가운데서도 독도 문제가 미·일 동맹 토론회의 주요 관심사로 부각됐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토론자는 발비나 황 연구원이었다. 그녀는 “독도 분쟁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간의 협력이 방해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네하라 공사는 일문일답 시간에 질문이 이어지자 “독도는 (2차대전)전쟁 후 한국이 장악했다.”면서 “우리는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법정에서 해결하자고 주장해 왔고 한국은 이를 거부해 이 문제로 인한 분쟁이 계속돼 왔다.”고 말했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대목은 발비나 황 연구원뿐만 아니라 가네하라 공사도 독도 문제를 거론하면서 줄곧 일본측 명칭인 ‘다케시마’ 대신 독도라고 호칭한 점이다. 토론이 끝난 뒤 그 이유를 묻자 가네하라 공사는 “질문자가 그렇게 (독도라고)물어서 그렇게 답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dawn@seoul.co.kr
  • 오페라의 ‘봄’…상반기 20여편 공연

    오페라의 ‘봄’…상반기 20여편 공연

    국내 공연계가 때아닌 ‘실내오페라’ 바람으로 들썩이고 있다. 오페라를 ‘늘 보는 사람들만 보는 공연’쯤으로 밀쳐놓기엔 그 무대가 몰라보게 다양해졌다. “올 상반기의 무대 수가 예년의 한해 공연횟수와 맞먹는다.”는 공연계의 추산이 나올 정도다. 올들어 지금까지 공연됐거나 상반기에 선보일 크고작은 실내오페라 레퍼토리는 줄잡아 20여개.‘가면무도회’‘라 보엠’‘마탄의 사수’‘아, 고구려 고구려’‘마술피리’ 등이 이미 공연됐고 ‘사랑의 묘약’‘투란도트’‘탄호이저’‘카르멘’‘토스카’ 등이 대기 중이다. ●실내오페라 ‘이상열기’ 내용면에서도 주목해볼 만하다. 지난달 공연된 국립오페라단의 ‘마탄의 사수’는 38년 만에 무대에 올랐고, 서울시오페라단은 근 10년 만에 ‘일 트로바토레’(7∼10일)를 선보인다. 제작비 부담, 성악가 부족 등의 이유로 좀체 엄두를 내지 못하던 공연들이다. 공연계 내부에서조차 “이상열기”로 진단하는 실내오페라 붐의 배경은 뭘까. 우선, 최근 뮤지컬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저변확대된 관객층이 오페라 쪽으로 자연스럽게 관심을 쏟고 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얹혀 결정적 요인은 지난 2년여 수십억원씩의 제작비를 투입해 우후죽순 격으로 기획됐던, 이른바 ‘운동장 오페라’(야외 오페라)들이 대부분 실패로 끝나면서 새로 눈돌린 돌파구가 실내오페라라는 것이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뮤지컬 시장에 편입된 (오페라)잠재관객층이, 전례없이 다양해진 오페라 무대에 선택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분위기”라면서 “‘운동장 오페라’의 거품에 실망한 관객들이 (실내오페라 쪽으로)새롭게 기대를 품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투란도트 ‘오페라 붐’ 시험대 될 듯 공연계의 전반적 불황에도 불구하고 제작비 부담이 큰 오페라가 줄을 잇는 데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문화마케팅’ 전략도 큰 몫을 한다. 대기업들이 입장권을 무더기 구입해 영업전략(?)으로 고객들을 초청하는 이벤트가 유행이다. 몰라보게 향상된 관객들의 감상수준도 오페라 무대를 확장시킨 요인. 공연기획자들은 “세계적인 화제작이 곧바로 DVD타이틀로 제작되고, 심지어 국내 관객들이 해외로 ‘원정관람’까지 다녀오는 현실이니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지지 않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지금의 오페라 붐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공연계에서도 의문이 적지 않다. 올해 실내로 옮기는 ‘투란도트’의 흥행여부에 따라 실내 오페라 붐이 중간점검을 받게 되리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2003년 85억원을 들여 야외오페라 붐을 이끌었던 화제작 ‘투란도트’는 새달 14∼28일 무려 15일 동안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올릴 예정. 국내 오페라 사상 최고액인 55억원을 투입,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장기공연(뉴욕 메트로폴리탄의 ‘아이다’ 12회 공연이 세계기록)을 시도한다. ‘투란도트’의 모험에 대해 현장 관계자들은 “국내 순수 오페라 관객은 2만명선으로 추산되는데,5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의 제작비를 회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공연의 실패가 모처럼 살아난 오페라 시장의 활력을 단박에 꺾어놓을 수도 있다는 우려들이다. 오페라 평론가 유형종씨는 “오페라가 ‘배고픈 예술’에서 벗어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면서 “그러나 기획사들이 덩치경쟁, 물량공세보다는 내실을 다져 이 참에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건강칼럼] 봄 그리고 식탐

    봄 음식들이 식탁에 오르기 시작했다. 진미가 많아지고, 야외 활동도 늘어나니 과식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음식을 탐하는 버릇은 몸과 마음을 한꺼번에 무너뜨린다. 쓰고 남은 열량이 지방으로 몸에 쌓여 비만을 낳는 것. 이를 알면서도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바로 식탐이다. 뇌의 시상하부에 공복중추와 만복중추가 있어 우리는 배고픔과 포만감을 느낀다. 이 중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식탐이 생기는 것이다. 배부름을 느끼는 기본 설정치가 높거나,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이 너무 많이 분비되는 사람에게 식탐이 잦다. 그러나 대부분은 잘못된 습관으로 중추신경이 혼란에 빠지거나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음식을 빨리 먹으면 만복중추가 자각하기도 전에 이미 과식에 이르게 된다. 식사시간이 불규칙하거나, 야식을 즐기는 경우에도 중추신경이 혼란에 빠지기 쉽다. 스트레스도 식탐을 부르는 요인이다. 스트레스는 코티솔 호르몬 분비를 늘리고 뇌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이때 당분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세르토닌이라는 신경물질을 자극해 뇌를 안정시킨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배가 고프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음식을 찾게 된다. 이런 식탐에서는 어떻게 벗어날까. 먹는 것을 줄여야 할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오히려 하루 세끼를 규칙적으로 꼬박꼬박 먹어야 한다. 단, 천천히 꼭꼭 씹어먹는 것이 중요하다. 뇌를 활성화시키고 활력을 주는 아침 식사는 절대 거르지 않는다. 활동 시간대인 점심은 탄수화물 위주로 열량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좋다. 저녁은 거르지 말고 비교적 가볍게 먹는다. 허기는 폭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같은 칼로리를 섭취하더라도 나눠 먹는 사람이 살이 덜 찐다. 몰아서 먹게 되면 우리 몸이 굶을 것을 대비해 영양분을 더 많이 축적하기 때문이다. 숙면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잠을 자는 동안 인체는 에너지를 보충하는 한편, 하루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숙면이 어렵다면 편한 잠을 도와주는 호르몬 멜라토닌을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승남 강남베스트클리닉 원장
  • [큐! 아름다운 노년] ①일하는 실버 영원한 젊음

    [큐! 아름다운 노년] ①일하는 실버 영원한 젊음

    지난 3월15일 오전 서울 노원구 불암산 초입. 숲생태해설사 정문환(66)씨 등 ‘종로시니어클럽’ 회원들의 발걸음은 젊은이와 다름 없었다. 대부분 환갑을 넘겼지만 얼굴에는 생기가 잔뜩 묻어났고, 잎이 떨어진 나무를 바라보는 두눈에도 생기가 넘쳐났다.“일하면 젊어져요.” 산을 내려오던 중 한 여성 회원이 던진 말이 더욱 가슴에 와 닿았다. ●정예 멤버 대부분 문인 숲생태해설사들의 모임인 종로시니어클럽은 모두 59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숲생태학습에는 회장인 정씨를 비롯해 이광희(66), 이일선(62·여), 이윤옥(69·여), 국승윤(57·여), 이춘자(60·여), 정찬영(65·여)씨 등 모두 7명이 참여했다. 꼬박꼬박 얼굴을 비추는 이들이 클럽의 ‘정예 멤버’라고 한다. 멤버 대부분은 문인이다.33년간 경찰생활을 하다 1994년 정년퇴임한 정 회장은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이다. 경기도 이천시청에서 30년간 공직자 생활을 하다 퇴직한 이광희씨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돌아본 인생’이란 수필집도 냈다. 은행원이었던 이윤옥씨와 미8군에서 30년간 근무한 정찬영(시인)씨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이다. 문인의 마음과 눈으로 나무와 꽃을 바라보고 이를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숲생태해설사로 나선 것은 2001년 6월. 노원구 재현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불암산에서 처음 실시했다. 숲생태해설사 활동의 효시(嚆矢)였던 셈이다. 정 회장은 “퇴직하고 여러 일을 생각하다가 혜화동 성공회 지성희 신부가 숲생태해설사를 모집한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발걸음을 옮긴 게 이 일을 하게 된 계기였다.”고 말했다. ●일과 함께 건강도 좋아져 회원들은 건강과 삶의 활력을 되찾은 게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털어놨다. 이춘자씨는 “혈압이 높아 약을 먹어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숲생태해설사로 일하면서 혈색도 좋아지고 혈압도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자랑했다. 회원들은 너도나도 젊어졌다고 한목소리다. 이일선씨는 “무릎이 아팠는데 이제는 말끔하게 가셨다.”면서 “좋은 공기 마시고 학생들과 대화할 수 있는 게 즐거움”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일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도 대단하다. 학생들에게 우리의 소중한 자연을 가르친다는 것이 기쁨 중의 기쁨이라고 했다. 국씨는 “자연과 대화할 수 있어 행복하고 생명이 귀중하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작품의 소재로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숲생태해설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평일과 토요일 어느날이든 학교에서 일정을 잡아주면 나간다.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2시간동안 학습이 이뤄진다. 처음에는 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했지만 지금은 초등학교로까지 확대될 만큼 학교에서도 인기있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100회 이상 숲생태해설을 했다. 불암산, 수락산, 북한산, 안산 등 서울시내 산뿐만 아니라 경기도 양평의 풍류산, 축령산 등도 다녀왔다. 현재는 전국적으로 네트워크화돼 전국 각지에서 실시되고 있다. 4월부터 11월까지가 본격적인 시즌이다. 대신 비시즌에는 매주 한 차례 연구모임을 한다. 숲과 풀, 나무 등에 대한 심층연구가 이때 이루어진다. 또 광릉수목원 등에서 펼쳐지는 수목연구도 이들이 거쳐야 할 필수 코스다. ●“보수 좀더 많았으면 좋겠어” 회원들은 너나할 것 없이 노력 만큼 소득이 보장되기를 기대했다. 즐겁게 산에서 내려오던 이들도 ‘얼마를 버느냐.’라는 질문을 받자 표정이 이내 굳어졌다. 정 회장은 “초창기에는 숲생태해설 1회에 4만원을 받았는데 지금은 절반 수준인 2만원에 불과하다.”면서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줬으면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회원들은 우리가 무슨 100만원,200만원을 바라겠느냐면서도 적정한 수입을 요구했다. 월 30만∼40만원을 적정선으로 제시했다. 국씨는 “학생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오지 돈 보고는 못 나온다.”고 말했다. 숲생태해설사에 대한 예산은 국비와 시비, 구비 등으로 짜여진다. 그러다 보니 서울시내 일부 구청(종로, 도봉, 서대문, 관악, 강남)은 관내 노인들만을 대상으로 숲생태해설사를 선정, 운영한다. 정 회장은 “숲생태해설사를 하나의 노인직업으로 제도화하고 이에 걸맞은 예산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나도 60대” 최선길 도봉구청장 “과부 사정은 과부가 아는 것 아닙니까.” 노인 일자리 창출에 열성을 보이고 있는 이유를 묻자 최선길(66) 서울 도봉구청장은 이렇게 말하며 크게 웃었다. 그는 그러면서도 “단순히 생물학적 나이가 많아 노인 일자리를 만드는 데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업만 바라볼 수 없고 이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최 구청장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 상황을 볼 때 노인문제, 특히 일자리 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면서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될 단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얼마있으면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만큼 노인의 노동력을 활용, 총체적 생산성을 높일 때 국가적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폈다. 그의 이런 마인드는 도봉구를 노인 일자리 만들기 모델 자치구로 자리매김시켰다. 지난해에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전국 최우수 노인인력지원기관으로 선정돼 3000만원의 인센티브를 받는 기쁨도 누렸다. 도봉구의 노인일자리 사업은 다양하다. 지난해부터 운영되고 있는 공동세탁장은 노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쌍문1동 경로당 등 3곳에 마련된 공동세탁장에는 모두 45명의 노인들이 세탁일을 하고 있다. 구는 대형세탁기를 지원했고, 노인들은 식당과 여관 등지에서 나오는 수건과 이불 등을 세탁해 주고 월 10만 정도의 용돈을 번다. 최 구청장은 “경로당은 더 이상 고스톱 치는 곳이 아니다.”며 일하는 경로당으로의 개편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65세 이상 노인 68명을 선발해 어린이공원과 마을마당 47곳의 관리를 맡겼다. 집 가까운 곳의 공원에 출근해 시설물 상태를 점검한 뒤 구청에 보고하고 청소를 하는 일이다. 구에서는 이들에게 10만∼16만원의 급료를 지급한다. 또 지난달 18일에는 노인일자리사업 발대식을 갖고 지역환경지킴이로 일한 87명 등 모두 157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최 구청장은 “지자체는 이제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노인들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과 낚싯대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65세 이상 취업 통계자료도 없어 현재 6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한 취업률과 보수 등 공식적인 자료는 정부조차 가지고 있지 않을 정도로 취약하다. 경제활동인구에서도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 유병희 사무관은 3일 “65세에서 74세까지를 취업가능자로 분류하고 있다.”면서 “300여만명 가운데 30% 정도가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일부 연구조사에 나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하는 노인 대부분은 취업이나 개인사업 등 사회적 일자리 차원이 아니라 사실상 평생직업이나 다름없는 농·임·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형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3만 5127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대부분 국비·지방비를 투입한 공익형 일자리다. 환경지킴이, 숲·문화재 해설, 공원관리인 등이다. 올해도 국비와 지방비 425억원을 투입해 3만 5000개의 노인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유 사무관은 “65∼74세 노인 중 일자리를 달라고 요구하거나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숫자는 30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정책이나 사업은 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고령자(55∼64세)에 대한 정책은 관심분야다. 조만간 ‘고령자종합대책’을 세워 발표할 계획이다. 2003년 현재 55∼64세 고용률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인 50.8%를 약간 웃도는 57.8%다. 하지만 미국, 일본, 스웨덴 등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고령 취업자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훨씬 많다. 업종별로는 농림어업, 광업 및 부동산, 임대업 등에 취업 비중이 높은 편이다. 전문성을 요하는 통신업, 금융·보험업 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시론] 스와핑 후에도 마주보고 살수 있나/김영희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시론] 스와핑 후에도 마주보고 살수 있나/김영희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미국과 서구사회의 해괴한 성행위로 여겨지고 있는 ‘스와핑’이 어느새 우리 주변에 밀려와 급속히 확산되면서 범죄를 유발하고 있다. 스와핑 중개 사이트를 개설하여 회원 5000여명을 모아 부부들이 서로 맞바꾸거나 집단으로 성관계를 맺게 한 사이트 운영자가 경찰에서 “스팸메일이나 전화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이 앞다퉈 회원가입을 해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한다. 또한 며칠 전엔 아내의 스와핑 상대였던 현역 장교와 대기업 간부에게 이 사실을 가족과 직장에 알리겠다고 협박하여 수천만원의 금품을 뜯어낸 남자가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스와핑이 풍속을 해치는 면은 있지만 부부 합의하에 금전거래 없이 성 관계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들을 처벌할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는데 더 큰 사회문제가 생기기 전에 법적규제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건전한 성문화를 위해 스와핑을 한 사람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과 스와핑은 개인의 사생활이므로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 처벌받는 것은 지나치다는 견해가 네티즌들 사이에 오가고 있다. 부부가 상대를 바꿔 성관계를 맺고도 어떻게 얼굴을 마주하며 살 수 있을까? 인간은 누구나 동물적인 본능을 지니고 있다. 배우고 못 배우고 빈부의 격차를 떠나 성욕은 인간의 본능인 것이다. 부부에게 성관계만큼 몸과 마음을 하나로 밀착시키는 방법은 없을지 모른다. 만족한 성 생활은 부부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며 생활에 활력이 넘쳐 삶을 즐겁게 해주지만 성생활이 만족치 못한 부부는 몸과 마음이 화합하지 못하고 제 각각이어서 사소한 일에도 불평불만이 쌓여 가정파탄이 나는 경우가 많다. 옛말에 ‘아무리 심한 부부싸움을 했더라도 같은 이불 덮고 자라.’ 했고 ‘부부싸움 칼로 물 베기.’란 말도 있는데 살 섞고 살다 보면 작은 섭섭함과 미움쯤이야 금세 풀어진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결혼은 남녀가 섹스를 즐기기 위해 만나는 인간관계가 아니다. 성생활은 결혼생활에서 있어야 할 하나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전부가 될 수는 없다. 부부사이에 존엄성 없이 섹스가 전부라면 하급동물과 인간이 다를 것이 없다. 왜 현대인들은 섹스에 열광들을 하는 것일까? 날로 황폐화되는 도덕성 때문일까. 아니면 각박한 삶에 지쳐 돌파구를 찾기 위한 몸부림 때문일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자에게 섹시하다는 말을 건네면 당사자인 여성은 자신이 천박한 여자로 비하된 것 같아 수치심으로 얼굴이 벌게지며 벌컥 화를 냈었다. 하나 요즈음 젊은 여성들은 섹시하다는 말을 최대의 찬사로 받아들이고 더 섹시한 여자가 되기 위해 몸매 가꾸기에 값비싼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눈물겨운 노력들을 하고 있다. 마약, 알코올, 커피도 가까이 하다 보면 중독이 되어 점차 그 양을 늘려가야 되듯이 정상적인 부부관계가 권태스럽게 느껴진 부부가 스와핑을 하고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게 되면서 집단 섹스파티를 하고…. 언젠가 그마저 시들해지게 될 터인데 종내 그들이 갈 곳은 어디일까? 부부는 가슴과 가슴사이에 흐르는 사랑으로 살아야 한다. 젊은시절의 불타는 정열은 잠시잠깐일 뿐,40∼50년을 함께하다가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오순도순 정답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버팀목은 섹스가 아닌 존경과 신뢰다. 스와핑은 분명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서구문화가 아니다. 호기심으로 해 볼 것이 못되며 더구나 권태를 풀어내는 방법이 될 수 없다. 건전한 성생활과 함께 한결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챙기는 부부가 진정 아름다운 부부일 것이다. 김영희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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