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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고 잘 당하라/우메모리 고이치 지음

    직장인들이 가장 듣기를 겁내는 말은 바로 ‘정리 해고’일 것이다. 당하면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이 태풍을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을까? 정리해고가 누구에게나 남의 일 같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해고 잘 당하라’(우메모리 고이치 지음, 김정환 옮김, 기린원 펴냄)는 누가 ‘목이 잘릴’ 가능성이 높은지 등 해고에 대한 모든 것을 회사와 사원 양측의 입장에서 살펴 보고 있다. 일본내 외국계 기업에서 ‘목 자르는’인사부장으로 일하면서 ‘모가지 킬러’로 명성이 자자했던 저자의 생생한 경험에서 나온 얘기라서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일본이 배경이지만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어 꼽씹어 볼 만한 충고들이 적지 않다. ●성실성도 중요하지만 일의 속도 중요해 업무실적이 나쁜 사원들의 공통적 특징은 요령 부족.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요령 부족형은 실적이 나쁠 수밖에 없다. 이유는 일의 우선 순위를 모르기 때문. 성과가 신통치 못한 사원들의 또 다른 특징은 ‘느리다.’는 것이다. 저자의 경험상 상사는 100%의 완성된 결과물을 다음날 받기보다는 70∼80%에서 완성된 결과물을 오늘 당장 받기를 원한다. 일을 너무 잘하는 사원도 위험하다. 비싼 인건비의 일 잘하는 사람을 자르고 대신 낮은 급여로 대등하게 일할 인재를 고용, 회사의 비용 절감을 줄이기 위해서다. 총대를 매고 해고에 앞장섰던 저자도 결국 정리해고가 끝나자 사표를 써야 했다. 얌전한 사원도 표적이 되기 싶다. 저항하지 않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정리해고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략없는 비용절감 차원의 해고는 문제 외국 기업과 일본 기업의 해고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외국 기업은 특정한 사람을 ‘작살’로 찔러 퇴직시키지만 일본 기업은 ‘그물’을 쳐서 여러 명을 함께 퇴직시킨다.‘그물’을 치다 보니 퇴직시키고 싶은 사원을 퇴직시키지 못하고, 남기고 싶은 사원을 남기지 못하게 하는 우를 범하게 마련. 일본 기업은 목적도 전략도 없이 그저 비용절감을 위해 사원의 목을 자른다. 그 결과 기업도 사회도 점차 활력을 잃어 간다. 해고를 했지만 업무실적이 오르지 않는 것은 분명 잘못된 해고였기에 경영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저자는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외국 기업들은 ‘해고와 채용’을 한 묶음으로 생각한다. 이른바 리셔플(reshuffle). 카드를 다시 섞는다는 뜻으로 사람을 교체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외국 기업은 보통 해고를 하면 동시에 새 사원을 고용한다. 경영에서는 ‘빼면서 얼마나 더하는가.’도 중요하기 때문. 예를 들어 3명을 해고하고 급료가 싼 3명을 고용해도 인건비는 절약된다.3명을 자르고 능력이 뛰어난 2명을 고용해도 일의 효율성은 업그레이드된다.9500원.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소주값 100~200원 오른다

    소주값 100~200원 오른다

    내년에 소주 값이 1병당 100∼200원, 도시가스로 쓰이는 액화천연가스(LNG) 요금은 가구당 월 평균 1300원씩 오른다. 정부가 세수 증대를 위해 소주·위스키와 LNG의 세율을 각각 72%에서 90%,㎏당 40원에서 60원으로 인상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소주와 LNG 세율이 높아지면 서민과 중산층의 세부담이 우려된다.”면서 “세부담과 세수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논의하겠다.”고 밝혀 국회 처리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또 신용카드 등의 소득공제 비율을 20%에서 15%로 줄이고, 특정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세금을 내지 않거나 깎아주는 대상도 줄이기로 했다. 이로 인해 경기침체에 시달려 온 서민과 근로자들의 가계부담이 적지 않게 늘어나게 됐다. 재정경제부는 26일 당정협의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등을 거쳐 이같은 내용의 ‘2005년 세제개편안’을 확정,9월 정기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김용민 세제실장은 “세입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비과세·감면 제도를 축소했으며, 경제활력과 고령화 및 소득양극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세제를 보완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세는 외국에서도 ‘죄악세(sin tax)’로 간주돼 알코올도수가 높은 술에는 세금을 무겁게 매긴다.”고 설명했다. 재경부는 소주·위스키와 LNG가 세금 기준으로 각각 22%와 50%씩 인상되면 3000억원과 4600억원,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인하로 1800억원 등 세 가지만으로 세수가 1조원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세제개편안 뭘 담았나]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치나

    [세제개편안 뭘 담았나]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치나

    정부가 26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을 보면 일단 ‘세수 부족분’부터 채우고 보자는 심사가 엿보인다.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지 여부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경제활력 회복과 세입기반 확대, 고령화·양극화 보완 등의 이유를 들었으나 전문가들은 “별것 없다.”는 반응이다. ●올 세수부족액 5조원 안팎 원윤희 서울시립대 경제학 교수는 “비과세 대상을 줄이고 주세 등을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전제하면서도 “경기를 생각한다면 투자활성화 쪽에 맞춰야 하는데 그런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비과세·감면 금액은 18조 6000억원이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도 “세수를 올린다는 것 말고는 눈에 띄는 게 없다.”면서 “부동산 대책에만 신경이 쏠린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실제 정부가 경제활력을 위해 15가지의 세제 개편안을 내놓았지만 ‘사전상속제’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내용이 없는 게 사실이다. 열린우리당이 서민층의 반발을 우려해 국회에서 다시 논의하겠다며 제동을 걸었으나 ‘정치적 수사’에 가까운 정도다. 때문에 국회에서도 정부 원안대로 통과돼 결국 서민들의 등골만 휘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 결과 가계의 실질소득은 줄어 소비가 정체되고 경기는 나빠져, 정부가 노린 세수증대 효과가 되레 반감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 지난해 세수부족액은 4조 3000억원이다. 올해는 이보다 많은 5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재경부는 사회·복지 등의 재정수요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하면 세금을 줄이기 위한 세법개정은 어렵다고 밝혔다. 경기회복을 위해 금리인상에 지금도 반대하는 모습과는 아주 다르다. ●서비스업과 자영업 지원 지금까지 호텔·여관업, 단란주점과 유흥주점, 도박장, 안마시술소 등의 접대비 손비 인정을 일반기업의 20%로만 제한하던 것을 없애고 똑같이 적용키로 했다. 광고선전비도 전액 손비로 인정된다. 이와 함께 5만원까지만 증빙서류 없이 인정하던 경조사비 손비인정을 모든 기업에 10만원 이상으로 높였다. 매출액 2400만∼4800만원이 대상인 간이과세자의 경우 그동안 소매업은 매출액의 20%에 대해 부가가치세 10%를 적용했으나 내년부터는 15%에 대해 부과한다. 음식·숙박업의 부가가치율도 40%에서 30%로 낮아진다. 다만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은 2007년말까지만 적용된다. ●창업자금 사전상속제 도입 젊은 세대로 부(富)를 조기에 이전,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65세 이상의 부모가 만 30세 이상이나 혼인한 자녀에게 창업자금을 30억원까지 증여하면 세제혜택을 받는다. 지금은 자녀에게 증여시 3000만원만 공제하고 10∼50%의 증여세율을 물린다. 그러나 사전상속제를 이용하면 5억원을 공제한 뒤 10%의 세율로 과세해 세부담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10억원을 사전상속할 경우 5000만원의 증여세만 내고 상속할 때 4000만원을 더 내면 된다. 현행 세법을 적용할 때 내야 하는 2억 3100만원을 훨씬 밑돈다.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기업이 구매대금을 현금으로 결제하면 세액을 공제해주는 제도가 2년 연장되면서 중소기업간 거래로 제한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거래의 세금감면은 폐지된다. 공장자동화 물품에 대한 관세감면율은 40%에서 30%로 낮아지지만, 중소기업은 그대로 유지된다. 국가나 지자체, 이재민 구호 등에 대한 법정기부금과 사립학교에 대한 기부금의 비용인정 범위를 소득금액의 100%에서 50%로 낮추되 2008년까지 한시적으로 75%를 인정한다. 기업의 인수·합병(M&A)을 통한 구조조정시 양도자산 등에 대한 세금을 나중에 물리는 과세이연 대상은 토지와 건물 등에서 기계설비 등 사업용 유형고정자산으로 확대된다. 중복자산의 양도차익에 대한 분할과세도 인정한다. ●연말정산 간소화 내년부터 근로소득자는 소득공제와 관련된 15개의 서류 가운데 7개 자료는 내지 않아도 된다. 보장성 보험과 연금관련 저축 등의 금융관련 자료, 신용카드 사용액, 유치원비와 초·중·고 공납금 및 대학등록금 등 교육관련비, 보청기와 안경비 등을 제외한 의료비 자료는 국세청에 바로 통보된다. 다만 취학전 아동의 사설학원비와 기부금, 주택자금, 혼인비, 장례비, 이사비 등은 근로소득자가 직접 챙겨야 한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하늘아래 1번지 대관령 스키국민학교

    하늘아래 1번지 대관령 스키국민학교

      북구(北歐)의 눈나라를 연상케 하는 겨울의 비경(秘境) 대관령(大關嶺). 거기 눈덮인 산허리의 비탈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꼬마「스키어」들이 경쾌하게 미끄러지고 있다. 고무신·장화·농구화에 자작 스키를 얽어매고 털모자와 털장갑을 낀 아이들도 있고 군데군데 기운 헌 옷에 고무신, 파랗게 언 맨손의 아이들도 있다. 책가방은 어깨와 등에 잡아 매여있고 두 손에는 긴 대나무 꼬챙이가 들려 있다. 그 대나무를 열심히 눈 속에 틀어박으며 매운 한기(寒氣) 속을 미끄러진다. 이 꼬마「스키어」들이 강원도 평창군 도암(道岩)국민학교 학생들. 한국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있는 학교를 꼽으라면 이 도암국민학교. 대관령 중턱 해발 780m의 눈 속에 전설처럼 묻혀있다. 재학생 수는 688명. 재학생 수의 반수가 되는 330명의 어린이가「스키」1조씩을 가지고 있고 3학년 때부터「스키」를 배우기 시작, 5·6학년이 되면「스키」를 들고 등교했다가「스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만큼 능숙해진다. 눈이 많이 내리는 이 지역에서는 흔히 걸어 다니기가 어렵거나 전혀 불가능할 만큼 많은 눈이 내려 쌓이기가 일쑤여서 이곳 어린이들에게「스키」는 유쾌한 교통수단이다. 걸어서 1시간 걸리는 거리를 20분만에 실어다 주는 편리한 도구이자「스포츠」인 것이「스키」. 문명의 외곽지대에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이들에게 매년 10월 하순쯤에 내리는 함박눈은 무엇에도 비길 수 없는 감격이고 기쁨이고「만나」이상의 선물이자 축복인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초가을부터 멀지 않아 올 겨울을 가슴 죄며 기다린다. 가을이 오면 벌써 성급하게도「스키」를 꺼내 손질해 놓고『날씨가 빨리 추워져서 눈이 내렸으면…』하고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겨울과 눈과「스키」는 이곳 아이들의 꿈의 전부이자 가장 즐거운 놀이가 되어준다. 아직 겨울이 오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은 꿈속에서 내리는 함박눈을 보며 환성을 지르고「스키」를 지친다. 국교선 하나뿐인 스키반, 한국대표선수들의 요람(搖籃) 겨울이 오면 마침내 그들의 꿈은 실현되고 눈 덮인 대관령 산비탈은 그냥 그들의 꿈나라로 변한다. 국민학교 대표급 선수만도 34명이 재학중인 이 도암국민학교는 일반부 국가대표선수를 16명이나 길러낸「스키」의 요람.「노르딕」형 장거리 국가대표 선수이자 올해「프랑스」의「그레노블」대회에 참가한 윤종임(尹鐘任)선수를 비롯, 고태복(高泰福), 김명규(金明圭), 강헌수(姜憲洙)(이상「알파인」형)선수 등을 포함한 13명의 쟁쟁한「스키어」들이 이 학교를 거쳐갔다. 지난 58년에는 국민학교로서는 유일한「스키」반이 발족,「스키」를 가진 330명의 학생 중에서 엄선된 60명의 반원들이 맹연습 중이다.「스키」반의 지도교사는「노르딕」형의 우리나라 일반부 선수권 및 신기록 보유자인 최종학(崔鐘學)(30)씨. 「스키」선수가 되려는 꿈을 그 작은 가슴 깊이 지니고 있는 60명의「스키」반원들은 최교사의 지도 아래 매일 3시간씩 맹훈련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 반장인 민영준(6학년), 이일균군 등은 이미 100m를 4·5초 내지 5초에 달릴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래가 촉망되는 애들이에요』라고 최교사는 대견스러운 듯 자랑한다. 특히 100m를 8초에 달리는 김진봉(6학년)양 등 20여명의 여학생들은 이 학교 사내 아이들의 활력을 더해주는 귀여운 소녀들. 가난한 아이들의 소원은 근사한 스키 가져봤으면 「스키」반 학생용「스키」60조를 도내 각 기관으로부터 기증 받았다. 전국「스키」대회 국민학교부에서 연9회를 계속 우승, 교장실엔 9개의「트로피」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리고 단국대학과 자매결연을 했고 대한「스키」협회와의 자매결연도 추진 중이라고. 그러나 학생들이 대부분 화전민이어서 옹색한 살림을 하고 있는 형편. 아이들의「스키」를 밀어주기에 그들의 경제력은 충분치 못하다. 『정상적인 영양관리와 좋은 장비만 갖춰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담당 최교사의 푸념이다. 이들의「스키」는 대부분 태백산의 특산인 고로쇠나무로 만들어져 있고, 아버지나 형, 또는 자신들이 깎아 만든 수제품이어서 대가 구불구불하고 밑부분도 고르게 다듬어지지가 않아 상당한 장애가 되고 있는 실정. 「스키」1조의 값은 국산품 소인용이 4천 5백원 내외, 외국제의 경우는 1만 5천원 정도라지만 이들에겐 감불생심(敢不生心),「근사한 스키」를 꼭 하나만 가져보았으면 하는 것이 이곳 어린이들의 조그만 꿈이다. <홍윤기(洪允基) 기자> [ 선데이서울 69년 신년호 제2권 제1호 통권15호 ]
  • “진짜사나이, 랩으로 불러봐요”

    국방부가 신세대 장병들이 좋아하는 랩 형식의 진중(陣中)가요 4곡을 제작해 18일 선보였다. 진중가요 제작에는 사회에서 연예인으로 활동하다 현재 군 복무 중인 홍경인·서병돈·박광현, 인기 그룹 god 출신의 윤계상, 작곡가 출신 배진렬 등 국방부 홍보지원단 소속 연예병사들과 여가수 진주 등이 참여했다. 국군의 사명과 군인정신, 전우애 등을 주제로 한 이들 진중가요는 ‘너를 사랑해 나를 사랑해’,‘나의 전우야’,‘가자 가자’,‘친구가 불러주는 진짜 사나이’ 등 총 4곡. ‘친구가 불러주는 진짜 사나이’는 장병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 진주가 군가 ‘진짜 사나이’를 리메이크해 불렀고, 나머지 3곡은 순수 창작곡이다. 창작곡의 작곡은 배진렬이, 노래는 홍경인 박광현 서병돈이 각각 불렀다. 국방부는 이들 진중가요를 CD로 제작해 일선 부대에 보급하는 한편, 국군라디오방송과 10월 개국예정인 위성국군TV를 통해서도 방송할 예정이다. 또 이들 진중가요를 활용해 병사들의 병영생활을 소재로 한 뮤직비디오와 노래방용 CD도 제작하기로 했다. 국방부 정훈과장 하두철 대령은 “진중가요 가사는 군가적인 요소를 담고 있으면서도 곡은 일반 가요 형식을 취해 신세대 장병들의 취향에 꼭 맞을 것”이라며 “이들 가요가 병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장병들의 군인정신과 전우애 함양에 좋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진중가요는 병사들이 병영 내에서 즐겨부르도록 군 당국이 보급하는 하는 권장가요로,1980년 이후 군에서 만든 진중가요로는 ‘사랑하는 전우야’‘멋진 사나이’등이 있다.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소비자 세상] ‘수능 선물’ 진화는 거듭된다 쭈~욱

    [소비자 세상] ‘수능 선물’ 진화는 거듭된다 쭈~욱

    2006년 대입 수능일이 카운트 다운에 들어가면서 백화점을 비롯해 할인점, 인터넷 쇼핑몰 등 유통점들이 앞다퉈 ‘수능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수능 D-100일인 지난 15일을 전후해 선을 보인 수능 마케팅의 핵심 포인트는 ‘수험생의 건강’과 ‘효과적인 학습지원’에 맞춰지고 있다. 그랜드백화점 홍종태 과장은 “고객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지만 지혜롭게 이용하면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로마 향에서 숙면용품까지 다양 수험생 상품으로는 졸음을 쫓아내는 아로마 향기에서부터 대추차 등 각종 건강차, 삼계탕, 총명탕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랜드백화점과 그랜드마트 전 점포에서는 수험생의 머리를 맑게 하고 집중력을 키워주는 향초를 비롯해 아로마향기 요법을 적용해 졸음을 방지해 주는 이색 상품을 내놓았다. 장미꽃 향초는 4만 5000원, 아로마 비누세트는 1만 2000∼2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 Fruits&Passion 매장에서는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고 3학생들을 위해 편안한 수면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상품으로는 썸니아 진주 왁스 펄로 가격은 2만 6000원(100g), 썸니아 필로우 미스트&미니쿠션 4만 6000원(필로우미스트30㎖, 미니쿠션 세트), 썸니아 선물세트 6만원, 썸니아 마사지 로션 3만 5000원(200㎖)등이다. 수험생에게 찰떡이나 엿을 주며 합격을 기원하고 잘 풀고 잘 찍으라는 의미로 휴지와 포크를 선물하던 풍조는 사라진 대신 족탕기 등 새로운 용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영등포점은 효과적인 학습 스케줄 관리로 수학능력시험을 잘 치르라는 취지에서 자체 제작한 ‘수능 100일 합격기원 달력’을 구매와 상관없이 고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를 가졌다. ●논술문제집 등 10~20% 할인 그랜드 백화점과 그랜드마트 서적코너에서는 수능생들이 영역별 핵심내용을 짧은 시간에 총정리 할 수 있도록 수능 총정리 문제집과 마무리 교재를 정상가보다 10∼20% 싼값으로 판매하고 있다. 특히 대입 논술에 대비한 서적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자유출판에서 나온 ‘대입논술 심층면접 대비 현대사회의 이슈’ 1만 2000원,‘대입논술 기출문제를 접하다’는 1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수험생들은 스트레스로 긴장성 두통을 자주 호소한다. 오전보다 오후로 갈수록 심해진다. 때문에 장시간 학습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수험생들은 뜨거운 물수건으로 찜질을 하거나 따뜻한 물로 족욕 및 목욕을 하면 혈액 순환에 도움이 돼 피로를 빨리 풀 수 있다. GS이숍에서는 ‘황제 분리형 족탕기(15만 8000원)’‘반신욕 욕조덮개(2만 7000원)’ 등을 선보이고 있다. ●비타민·영양죽세트는 기본 아침식사는 뇌의 활동을 도와주고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또한 아침식사를 거르면 혈중 혈당치가 떨어지고 뇌세포 활동이 위축돼 학습능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GS이숍에서는 수험생들의 아침식사 대용품으로 동지새알팥죽, 청둥호박죽, 참깨죽으로 구성된 ‘맛좋고 영양 많은 죽세트(9개,1만 4000원)’를 판매한다. 전자레인지에 간편하게 데워 먹을 수 있으며 여름철에는 차게 먹을 수 있어 시간에 쫓기는 수험생들에게 편리하다. 뜨거운 물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즉석컵수프’도 인기상품. 양송이, 야채 등 2가지 종류가 있다.30개에 2만 4000원. 롯데백화점 본점과 부평점에서는 지난 15일부터 각각 ‘비타민 드시고 힘내세요.’‘수능 건강 선식으로’ 등의 행사를 진행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본점 비타민 매장(썬민, 비타민 뱅크)에서는 고 3 학생증 지참고객에게 청소년 비타민 세트를 20% 할인해주기도 했다. 부평점에서는 선식 시음행사와 함께 하루 50명의 고객에게 선식세트를 선착순 증정하며 수능 마케팅을 펼쳤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녹색공간] 생태자원과 장소마케팅/이재준 협성대 도시건축공학부 교수

    이번 휴가는 경북 봉화군을 선택했다. 은어와 춘양목, 송이 등의 생태자원을 이용한 지역축제 체험에 대한 욕구도 있었지만, 청정지역으로서 생태자원을 통한 장소 마케팅의 가능성에 대한 탐구심도 발동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생태자원을 이용하여 장소마케팅을 추구하는 지역은 나비축제의 함평을 비롯하여 반딧불축제의 무주, 갯벌체험축제의 신안 등 매우 다양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장소마케팅(place marketing)이란 장소를 판촉하고 나아가서 마케팅하는 것을 말한다. 즉, 특정 지역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장소성과 장소자산을 활용하여 새로운 매력물을 창출하며 새로운 매력적 이미지를 찾아내거나 형성하는 것이다. 봉화군의 경우 은어축제와 춘양목 송이축제, 그리고 신활력사업의 일환으로서 춘양목과 송이를 주제로 한 ‘파인토피아’ 신활력사업이 바로 장소마케팅인 것이다. 사실 봉화군을 비롯하여 생태자원을 이용해 장소마케팅을 추구하는 함평이나 무주, 신안 지역들은 대체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오지 낙후지역이었다. 다행히 최근 고속도로 개통 등으로 접근이 쉬어지자 그동안 잘 보전된 청정생태자원을 이용하여 신활력지역으로 상품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장소마케팅은 단순히 있는 그대로의 장소를 홍보하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장소마케팅은 시장지향적인 측면에서 소비자의 시각을 보다 중시하여 고객의 취향에 따라서 장소를 다시 만들고 고유한 상징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면 봉화군의 경우 봉화만이 가지는 춘양목의 소나무와 송이 군락지역, 그리고 은어가 회귀하는 낙동강과 하천의 자산을 활용하여 새로운 매력물을 창출하며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봉화군을 찾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태자원을 이용한 장소마케팅은 대체로 인공적인 것이 아닌 청정 그대로의 자연적인 것을 찾거나, 불가피한 경우 환경친화적인 것을 추구한다. 또한 도시적 세련된 이미지를 추구하기 보다는 시골의 푸근한 정과 인심에서 매력적인 이미지를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대체로 아직 우리나라 청정지역의 장소마케팅은 이를 충분히 고려하는 정도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 이번 봉화체험을 통하여 생태자원을 이용한 장소마케팅은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었다. 우선 생태자원을 통한 장소마케팅은 목표시장을 분명하게 하여야 한다. 현재 장소마케팅의 대표적인 관광상품과 지역축제들의 주요 목표시장이 불분명한 실정이다. 대체로 주변지역과 전국을 목표시장으로 고려하지만, 생태자원의 어메니티 가치 특성상 궁극적으로는 중국과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시장을 목표시장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두번째로, 전국은 물론 전 세계시장을 목표시장으로 설정할 경우 목표시장의 고객별 취향과 욕구를 반영한 차별화된 실천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목표시장 고객별로 지역의 장소를 방문하거나 상품을 구매할 경우 다른 장소와 차별화되는 매력적인 장소와 이미지를 제공하여 한 마디로 ‘잘 팔리는 매력적인 장소 상품’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세번째로, 장소마케팅을 기획하고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 시민과 기업 등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간의 긴밀한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지방정부의 주도적인 행정·재정적인 노력은 물론 자발적인 주민참여를 통한 마을 만들기는 장소마케팅 실천의 시작이다. 또한 고품질의 매력적인 장소와 시설을 조성하고 판촉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자본이 충분한 기업의 협력과 투자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청정지역의 생태자원을 이용한 지역의 장소마케팅을 체험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호기심이 가장 필요하다. 이재준 협성대 도시건축공학부 교수
  • [아침공부 어떻게 할까] 우리아이 아침공부 체험기

    [아침공부 어떻게 할까] 우리아이 아침공부 체험기

    ‘우리 아이 아침 공부 이렇게 했다.’ 아침 공부가 좋다는 것은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그 효과를 경험해보면 “부모가 꾸준히 도와주면 성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해명(61) 단국대 특수교육과 교수와 안준철(52) 전주 효산고 교사에게 그들의 자녀 아침공부법을 들어봤다. ●매일 아침 영어·한문 가르쳐 이 교수는 아들 범주(24)씨에게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매일 아침 영어를 직접 가르쳤다. 딱히 아침 공부가 중요하다는 생각보다는 초등학교 2∼5학년이 인생에서 가장 암기력이 뛰어난 때이므로 이 시기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아침 공부의 효과는 기대이상이었다. 우선 매일 등교 전 30분∼1시간 정도 시간을 내 중학교 영어교과서로 문장과 단어 외우기를 시켰다.1년만에 중학교 3년 교과서를 다 뗐고, 이후에는 영어동화 전집을 사다 읽어주며 단어를 익히도록 했다. 이렇게 2년이 지나고 이 교수가 마침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게 됐을 때 범주씨는 미국 생활에 아무 불편이 없을 정도로 영어실력을 갖추게 됐다. 미국 초등학생 모의고사에서 상위 1%의 성적이 나왔을 정도다. 영어가 궤도에 오른 중학교 때는 한문 공부를 시작했다. 매일 아침 30분 공부로 1년만에 ‘명심보감’ ‘맹자’ ‘논어’를 마쳤고, 이 교수보다 뛰어난 한자 실력을 갖췄다. 수학은 도저히 자신이 없어 포기했다는 이 교수는 이 때부터는 사회학, 법학, 심리학, 문학 등 다양한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으로 아침을 활용했다. 물론 아들과 갈등을 빚은 때도 있었다. 사춘기인 고등학교 때는 사사건건 반기를 들어 대화가 힘든 지경이 된 적도 있었다. 이 교수는 편지를 쓰거나 등산·여행을 함께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같이 들으며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갔다. 이 교수는 “대학생이 된 뒤 보니 범주는 오히려 밤에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을 즐길 만큼 차라리 야행성에 가까운 체질이었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엄격하게 규칙을 정해 습관을 잡아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화를 통해 약속을 정하고 지키지 않거나 할 경우 상벌을 엄격히 했다.”면서 “다소 억지로 시작한 면이 있지만 매일 아침 규칙적으로 한 공부의 성과는 기대이상이었고, 본인이 그 효과를 느낀 뒤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아침 공부의 효과로 범주씨는 과외 한번 받지 않고 서울대 경제학과에 진학했고, 미국 예일대학에서 1년간 수학한 뒤 현재 졸업반이다. ●매일 아침 2시간씩 예습 안 교사는 아들 사을(20)씨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함께 아침 공부를 했다. 중학교 3학년까지 5년간 매일 아침 4시에 함께 일어나 가벼운 운동을 하고 1시간30분∼2시간 정도 각자 공부를 했다. 그가 아침 공부를 선호한 것은 아침에 지적 활동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오랫동안 스스로 경험했기 때문. 영어교사이면서 틈틈이 시와 수필 등을 쓰는 그는 저녁에는 글이 잘 써지지 않다가도 머리가 맑은 새벽에는 훨씬 수월하게, 창의적인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때문에 아들이 철이 들기 시작할 무렵 합의하에 아침 공부를 시작했다. 다행히 부자가 모두 저녁 잠이 더 많은 편이기는 했지만, 그렇다 해도 매일 아침 4시에 일어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때 그가 쓴 방법이 ‘5분 뜸들이기’이다.“어서 일어나라.”고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깨워서 일어날 시간임을 알려준 뒤 아빠 품에서 5분정도 안겨 있으며 스스로 정신을 가다듬고 일어날 시간을 준 것. 시간 여유가 있는 방학이면 학교 운동장을 함께 뛰거나 등산을 하는 등 운동으로 몸에 활력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 매일 아침 사을씨는 그날 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먼저 읽어보는 예습을 주로 했다. 예습을 통해 70%정도 알고 있는 내용의 나머지를 수업시간에 쏙쏙 보충해주는 식이다 보니 성과가 눈에 보였다. 중학교까지 학원 한번 안 가고도 전교 10등 내외의 성적을 유지했다. 고교 진학 후에는 야간자율학습 때문에 아침 공부는 그만두었지만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했다. 사을씨는 현재 한국교원대에서 음악교육을 전공하고 있다. 안 교사는 “사람마다 체질은 다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합의하고 필요성을 공감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조영증의 킥오프] 여자축구 일선 지도자의 땀

    한국여자대표팀이 2005동아시아축구대회 첫 경기에서 중국을 사상 처음으로 꺾었다. 1990년 10월3일 중국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에서 0-8로 패한 이래 15년 동안 15차례의 경기에서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었다. 특히 1991년 6월2일 일본에서 열렸던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무려 10골을 허용하면서 총 70실점에 단 3골만 득점하는 극심한 ‘공중증(恐中症)’에 시달렸다.1999년,2003년 아시아선수권에서 강선미의 두 골(2-5패)과 김진희의 한 골(1-3패)이 고작이다. 아시아에서 선두주자이면서 세계 정상급인 중국여자축구를 따라잡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지만,2000년 이후 서서히 좁혀지기 시작, 이제는 중국을 꺾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축구협회의 U-12,16,19세 대표팀으로 이어지는 여자상비군 훈련의 연속성과 열악한 환경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일선 지도자들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 일궈낸 소득이다. 특히 2003년 사상 처음 미국 여자월드컵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한 안종관 감독이 다시 지휘봉을 잡으면서 세대교체와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둔 것이 승리의 요인이다.2004년 U-19 아시아 여자청소년 대회에서 중국을 두 번이나 격파하고 우승을 이끈 한송이 차연희 박은정 박희영 이진화 등 잘 다듬어진 기본기와 빠른 스피드를 가진 신예들을 합류시켜 팀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아울러 풍부한 경기 경험을 지닌 고참 유영실과 송주희 이지은 진숙희 김정미 등이 신구 조화를 이뤄 중국의 만리장성을 넘었다. 안종관 감독이 대회를 앞두고 수비조직의 안정과 중국의 장신에 철저히 대비한 것이 또한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수비의 백전노장 유영실을 리더로 홍경숙, 김결실, 차연희 4백 수비 라인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중국의 막강한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했으며 유기적이고 매끄럽게 이어지는 패스 연결은 중국 팀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최전방 공격수의 변칙적인 운영도 중국의 허를 찌른 전략이었다. 팀의 대들보인 박은선을 스타팅멤버에서 빼고 U-20 청소년 출신인 한송이와 정정숙으로 이어지는 투톱 플레이는 재치와 무게가 동시에 실렸다. 또 전반 종료 직전 교체 투입돼 중국 수비를 무너뜨린 박은선의 종횡무진 활약은 한국여자대표팀의 세계도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후련한 승리였다.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위원youngj-cho@hanmail.net
  • 외무공무원법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고위 외교관의 신분보장을 축소하는 내용의 외무공무원법 개정안이 2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과 관련한 외교통상부내 반응은 두 갈래로 나타났다. 젊은 외교관들은 인사적체 해소와 함께 조직에 활력을 줄 것이라며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변화된 규정에 곧바로 적용 대상이 되는 고위직들은 불안과 우려를 나타냈다. 개정안은, 재외공관장을 역임한 뒤 본부에 재직중인 1급(차관보급) 이상 관리의 경우 인사에서 ‘대기발령’을 받으면 곧바로 옷을 벗도록 했으며,1급이상 재외공관장에 재임 중 대기발령 인사를 당하면 60일의 유예기간 뒤 퇴직처리토록 했다. 그동안은 다음 인사때까지 1년의 유예기간을 줬다. 한 초급 외교관은 “1년 신분 보장은 외교부에만 있는 제도로, 다른 부처와의 형평성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다음 인사에도 부담이 돼 왔다.”며 “외교부도 능력 위주의 경쟁체제로 가는 게 시대흐름에 맞다.”고 말했다. 반면 한 고위 외교관은 “해외공관장의 경우 자리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국가간 사정으로 공백기간이 생기는, 이른바 ‘마찰적 실업’이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에 신분보장을 해준 것”이라며 특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다른 고위 관리는 “상당수 외국이 외교관의 신분을 65세에서 70세까지 보장해 주는 것은 고급정보를 다루는 외교관의 노하우를 사장시키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외교전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외교관의 신분이 불안해지면 국익에 도움이 될 게 없다.”고 말했다. 한 중급 외교관은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 출신과 달리 외무고시 출신들은 퇴직 후 마땅히 내려갈 산하단체가 거의 없지 않으냐.”며 속내를 털어놨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일본을 다시본다] (13) 일본경제 회생의 원동력 렌고

    [일본을 다시본다] (13) 일본경제 회생의 원동력 렌고

    |도쿄 특별취재팀|일본 도쿄도(都) 치요다구(區)에 있는 도쿄전력 본사. 국영기업에서 민영화된 지 오래된 알찬 기업이지만, 올해 직원(3만 8950명)들의 임금을 삭감했다. 지난 3월 노사는 올해 연봉을 지난해에 비해 1인당 평균 3000엔 가량 줄이는데 합의했다. 액수는 크지 않지만,4년째 내리 삭감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 독점적 산업에서 경쟁업체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사측의 요구를 노조가 뿌리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신 사측은 오래 전에 사원 전용병원을 설립해 직원들이 싸게 이용할 수 있게 하고, 회사 소유 주택도 임대해 주는 등 후생복지에 적극적이다. 도쿄전력의 예에서 보듯이 일본의 노사화합은 철저히 회사는 직원을, 직원은 회사를 위하는 ‘상생의 노사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여기에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렌고는 회원수 765만여명으로 일본에서 규모가 가장 큰 노조연맹.61곳의 크고 작은 노동조합이 가입해 있다. 도쿄전력에 들른 뒤 인접해 있는 렌고 본부를 찾았다. #렌고의 탄생은 노사 갈등의 산물 취재에 응한 다다요시 구사노 사무국장은 “렌고는 노사 갈등의 후유증을 이겨내기 위해 노동조직끼리 자연스레 의기투합해 형성된 이익단체로 규정할 수 있다.”며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무난히 버텨내고 새로운 경제활력을 되찾아 가는 이면에는 렌고의 역할이 컸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렌고는 총평, 동맹, 신산별, 중립노련 등 4개의 중앙 노동조직이 통합돼 1989년 출발했다.50년대초부터 시작된 노사의 극한 대립구도로는 노동자도, 회사도 생존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은 게 작은 출발점이었다. 이후 생산성본부가 만들어진 계기가 됐다. 지금의 사회경제생산성본부의 효시다. 생산성본부는 당시 ▲노사협의 충실화(사전협의) ▲생산성 향상(경제적 효과) ▲기업의 성장을 통한 고용증가 등 3대운동을 줄기차게 펼쳤다. 렌고가 힘을 얻으면서 매년 5월쯤이면 노조의 연례행사처럼 등장하는 춘투(春鬪)가 차츰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한 업체가 노사협상을 위해 투쟁전선을 형성하면 다른 업체들이 잇따라 모방하는 춘투(春鬪)는 ‘쓸모없는 유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노동정책본부의 쓰네유키 다나카 기획조사그룹장은 “일본에서 춘투는 매스컴에서 가끔 등장하는 용어에 불과하다.”며 “지금의 노사관계는 서로 토론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춘토(春討)’로 자리매김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일본의 각종 통계자료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2003년 연합총합(連合總合) 생활개발연구소가 민간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조합에 관한 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노조와 회사의 관계에 대해 ‘조합이 양보하고 있다.’는 응답이 49.2%였다. 반면 ‘회사가 양보하고 있다.’는 응답은 8.0%,‘어느 쪽도 양보하는 것이 없다.’는 17.0%였다. 노조가 회사를 위해 더 많이 양보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도쿄전력 노조의 다카시 가와타 중앙서기장은 “일본 노사는 협력관계의 틀이 잘 짜여져 있다.”며 “다만 노조가 회사를 위해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앞으로 고민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春鬪→春討로… 다음 목표는‘고용과 사회복지’ 하지만 노사화합은 더 이상 렌고의 목표가 아니다. 일본의 실업률은 2%대에서 5%대로 높아지고 있고, 고령화 문제로 사회가 골머리를 앓고 있어서다. 그런 맥락에서 렌고가 고용과 사회복지를 향후 과제로 삼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렌고는 4년 전부터 실업자 140만명의 일자리찾기 운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이 운동에는 경단련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렌고는 아울러 2002년 10월 ‘21세기 사회보장 비전’이란 보고서를 마련해 출생에서 성장기에는 아동복지를, 취업·결혼·출산 등을 위해서는 의료·육아지원 등 각종 복지와 고용보험 등을, 퇴직 이후에는 연금으로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정부측과 협의를 통해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사회보장기금 신설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노사화합의 공생관계 모델 구축을 통해 일본경제 회복의 원동력이 됐던 렌고. 이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노동자의 실질적인 사회복지를 통한 ‘일본의 새로운 10년’의 중추역을 자임하고 있다. bcjoo@seoul.co.kr ■ 고민하는 렌고 |도쿄 특별취재팀|렌고가 요즘 드러내 놓고 고민하는 문제가 바로 비정규직이다. 일본의 비정규직 비율은 1997년 24.6%(1260만 5000명)에서 2004년 34.5%(1690만 2000명)로 약 10%포인트 상승했다. 숫자로는 430만명 증가했다. 반면 정규직은 75.4%(3854만 2000명)에서 65.5%(3208만 8000명)으로 645만명 줄었다. 앞으로 적절한 정책 대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년내 비정규직이 전체 고용자의 50%에 육박할 것으로 렌고는 추정하고 있다. 비정규직 가운데 골칫거리가 이른바 ‘프리터’(FREETER·대학을 졸업했지만 뚜렷한 직장없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와 니트족(NEET:Not in Employment,Education or Training·교육이나 기술습득은 물론 구직활동도 하지 않으려는 사람). 일본 국민백서에 따르면 프리터는 98년 182만명(가사노동 포함)에 불과했으나, 이후 줄곧 늘어 2003년말에는 450만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청년층(15∼34세)의 약 20%에 해당되는 숫자다. 니트족의 문제도 심각하다. 일본 총무성의 노동력조사 연구에 따르면 1995년 29만 4000명이던 것이 2000년에는 75만 1000명(청년층 인구의 2.2%),2005년에는 87만 3000명(2.7%)으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2010년쯤에는 98만 4000명(3.4%),2015년 109만 3000명(4.1%),2020년 120만 5000명(4.8%)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본 사회경제생산성본부 관계자는 “니트 인구 및 비정규직의 증가는 직접적으로는 노동 투입을 감소시키는 한편 간접적으로는 자본투입에도 영향을 미쳐 잠재성장률의 저하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일본 제일생명경제연구소는 니트족의 증가에 따라 잠재성장률이 2000∼2005년 0.25% 포인트,2005∼2010년 0.28% 포인트 줄어들고 2020년쯤에는 잠재성장률(1.47%)이 0.72%로 반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bcjoo@seoul.co.kr ■ 구사노 렌고 사무국장 |도쿄 특별취재팀|“산업(업종)별로 키울 것은 키우고, 줄일 것은 줄여주는 역할을 렌고가 해야 합니다. 기업의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고는 개인이 잘 될 수 없습니다.”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의 구사노 다다요시 사무국장은 “앞으로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면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며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의 양극화를 줄이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구사노 사무국장은 도쿄대를 졸업한 뒤 1953년 닛산자동차에 입사해 당시 노조원으로 100일간의 임금투쟁에 참여하는 등 노조활동에서 강성 인물이었다. ▶일본의 노사관계를 평가해 달라. -전체적으로 협력관계가 정착됐다. 하지만 민간기업과 달리 공무원노조는 노동기본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직도 대립적 요소가 강하다. ▶일각에서는 ‘렌고의 비투쟁성을 빗대 일본 노조는 죽었다.’는 얘기도 하는데. -렌고가 업종별 임금상승안도 내놓지 않고 뭐하느냐는 비난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동자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게 렌고의 생각이고 역할이다. 지난해부터 대기업보다 임금이 적은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임금기준을 금액까지 정해 주고 있다. ▶앞으로 렌고의 역할은. -사회보장제도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 이는 노조만으로는 안된다. 정부도 적극 나서야 한다. 고이즈미 총리는 시장경제 지상주의에 빠져 있다. 시장에 맡기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약육강식의 사회를 가속화시키면 약자만 더 어렵게 되고, 그렇다고 경제상황이 하루아침에 크게 나아지지도 않는다. bcjoo@seoul.co.kr
  • [씨줄날줄] 인구감소시대/염주영 수석논설위원

    인구학자들은 21세기 인류가 직면할 최대 위기로 인구감소를 꼽는다. 현재 지구촌에서 인구감소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는 나라는 유럽연합(EU)과 일본. 하지만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의 남성 인구는 전후 처음으로 지난 1년 동안 1만 680명(0.02%)이 감소했다. 다행히 여성 인구가 좀 늘어 아직은 전체적으로 증가세(0.04%)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오는 2007년부터는 총인구마저 감소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일본 근로자들의 높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가 활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우리나라 여성들의 합계출산율(가임여성 한명당 평균 출산횟수)은 1970년 4.53명에서 2003년 1.19명으로 떨어졌다.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그것이 낮아지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인구감소가 가져올 재앙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문명의 충돌을 예견한 사무엘 헌팅턴 교수는 오는 2025년쯤이면 세계의 이슬람교도가 기독교 인구수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래서 기독교를 상징하는 서구와 충돌하고, 종교 갈등이 심화되며, 극심한 지역 분쟁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로마제국의 멸망 원인을 인구감소에서 찾는 학자들도 있다. 제정 말기 로마 인구는 약 100만명 정도로 격감했다. 로마 여성들이 출산의 고통과 육아의 수고를 감수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로마제국의 국경선은 지중해를 둘러싼 도너츠 형태로 길게 이어진다.2400㎞에 달하는 방대한 국경선을 용병들에만 의지해 지키기는 구조적으로 무리였다는 설명이다. 인구학자들은 중장기적으로 현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출산율이 2.1명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이 현재의 출산율(1.19명) 수준을 지속한다고 가정할 때 한국의 인구는 2015년 4904만명을 정점으로 이후 계속 줄어 2300년쯤에는 30만명 정도만 남게 된다. 비현실적인 가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소름끼치는 얘기다. 인구감소가 안고 있는 위험성에 대해 지나친 불감증 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닌지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염주영 수석논설위원 yeomjs@seoul.co.kr
  • 공포영화 ‘첼로’ 주연 성현아

    공포영화 ‘첼로’ 주연 성현아

    “옴싹달싹 못하던 저를 자유롭게 뛰놀도록 손잡아 준 고마운 존재가 영화예요. 제가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이죠. 이 안에 계속 있고 싶고, 절대로 나가고 싶지 않아요.” 그녀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녀에겐 ‘공포’영화가 아니라 공포‘영화’가 고팠던 게다. 여전히 따라다니는 ‘마약’과 ‘누드’라는 유쾌하지 못한 이미지. 그로 인한 여러 빗나간 추측과 오해들. 이를 극복하는 심적인 여유는 영화를 향한 열정속에서 찾을 수 있었기에, 장르와 역할 비중에 상관없이 카메라 앞에만 서면 행복하다는 그녀다. 성현아(30)가 다시 관객들을 찾는다. 새달 18일 개봉하는 공포 영화 ‘첼로-홍미주 일가 살인사건’(감독 이우철·제작 영화사 태감)를 통해서다. 데뷔 이후 첫 공포물, 그것도 첫 단독 주연이다.‘첼로’는 서로 다른 시간·장소에서 일가족이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에 얽힌 죽음의 실체를 공포의 선율로 풀어내는 영화. 성현아는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인 첼리스트 홍미주 역을 연기했다. 서울 광화문의 한 커피숍에서 마주한 그녀에게 먼저 “왜 자꾸 음침하고 무거운 이미지로만 치닫나?”“밝은 배역을 맡지 못해 서운하지는 않나?”라고 물었다. 이번 영화에서 그녀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주홍글씨’에 비해 더 침울하고 핏기 없는 얼굴을 보여준다. 이내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핀다.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된 측면도 있지만…후회는 없어요. 좋은 감독님과 배우 등 최적의 스승을 만나는 게 더 중요한 일이죠. 아직 시작단계니까 앞으로 기회는 많을 거구요, 다음엔 밝은 역할을 해볼 수 있겠죠.” 그녀는 처음 대본을 보고 ‘공포물임에도 드라마틱한 색깔이 짙은 작품’이라는 느낌이 너무 좋아 꼭 출연하고 싶었다고 했다. 엉뚱하게 시작해서 엉뚱하게 끝나는 여느 공포 영화들과는 다르다는 것. 또 “연기경력에 공포 영화 출연 경험을 새겨 넣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라며 미소지었다. 북치고 장구칠 정도는 아니지만, 영화속 그녀의 역할 비중은 독보적이다. 하지만 그녀는 “심리적 부담보다는 힘든 연기에 더 신경이 쓰였다.”고 말한다. 공포 영화이다 보니 일상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감정을 뽑아내야 하는 일이 많아 힘들었단다. 촬영 내내 핏물을 뒤집어 써야 했던 일도 무척 고생스러웠다. “주고 받는 대화는 별로 없고… 혼자 연기가 많았어요. 게다가 주어진 상황에 대한 표정, 행동 연기가 중요했죠. 혼자 상상속을 헤매며 연기해야 했어요.” 특히나 단순 피범벅의 영화가 아닌, 관객의 감정 이입이 필요한 공포영화라 ‘오버’하지 않는 절제된 무서움을 표현해내는데 주력했단다. 그녀는 ‘첼로’가 개봉하기도 전인 새달 7일 낯선 남녀가 우연히 만나 벌이는 꿈같은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그린 차기작 ‘애인’ 촬영에 들어간다. 지난 1년반 동안 영화 3편을 찍었고, 올 10월이면 또 한편의 그녀 영화가 개봉된다.2년 만에 4편을 찍는 강행군인 셈.“욕심이 아니라면, 무언가에 쫓기는 ‘조급함’으로 보인다.”고 말했더니 목소리 톤이 올라간다. “오래 쉬는게 성격상 맞지 않아요. 아직 여유를 찾지 못해 그렇다고 말씀들 하시는데… 성격이 예민해서 쉬다보면 자꾸 잡생각이 떠오르고, 활력도 줄어들면서 병이 나더라고요. 힘들어도 일하면서 집중하는 게 더 편하답니다.(웃음)” 미스코리아에서 탤런트로, 가수에서 다시 영화배우로… 하지만 ‘인기 연예인’이라는 말을 듣기보다는 그냥 ‘배우’라는 수식어를 오래 간직하고 싶다는 그녀. 이번에도 자신의 연기가 “여전히 생경한 느낌”이라고 겸손해 한다.“전 아직 완벽한 영화 배우가 아니에요. 하다보면 제게 꼭 맞는 옷을 입을때가 있겠죠. 그때까지 제 연기실험은 계속될 거예요.” 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신세계·롯데 경쟁 명동 상권 ‘어깨춤’

    신세계·롯데 경쟁 명동 상권 ‘어깨춤’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새로 문을 열면 명동이 어떻게 변할까. 롯데·신세계백화점 경쟁으로 명동 상권이 부활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공사 중인 명동입구의 ‘토투앤’과 명동역의 ‘하이 해리엇’이 완성되면 명동 중심지가 다변화할 전망이다. ●구매력 높은 소비자가 몰려든다. 명동의 하루 유동인구는 150만명에 달하지만,13∼24세 젊은이가 대부분이어서 구매력은 강남권에 뒤진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롯데가 명품관 에비뉴엘을 건설하고 신세계가 본점을 오픈하면서 구매력 높은 소비자의 발길이 잦아질 것으로 상인들은 예상하고 있다. 의류매장의 한 운영자는 “다양한 소비자가 명동을 찾으면서 ‘황금 쇼핑지구’란 명동의 명성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명동점 김행석 점주도 “롯데타운이 생겨 외식업체의 매출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면서 “백화점 영업이 끝난 8시 이후 고객이 점차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명동 상권이 다방면으로 뻗어나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통적으로 명동의 중심은 ‘명동길’이었다.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건너편 ‘아바타’쇼핑몰에서 우리은행 명동지점, 명동성당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아바타는 명동입구라 불렸다. 명동 2가 우리은행 명동지점은 2003년까지 14년간 제일 비싼 땅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달라졌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밀리오레∼명동빌딩∼유투존 구간인 ‘명동 중앙길’에 사람이 더 몰리기 시작한 것. 밀리오레와 맞붙은 충무로 1가 카페 파스꾸찌(CAFFE PASCUCCI·옛 스타벅스)는 가장 비싼 땅으로 평당 1억 3900만원에 달한다. 이 거리엔 ‘로이드’‘푸마’‘게스’ 등 의류매장만 30개가 넘는다. 하이 해리엇도 건설 중이어서 전망도 밝다. 명동 밀리오레측은 “강남과 강북을 잇는 명동역이 명동 상권의 새로운 입구로 자리잡았다.”면서 “중앙길이 명동 중심지로 확고히 뿌리내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명동상권이 다방면으로 이동 쇼핑몰 아바타와 스타벅스는 생각이 다르다. 신세계·롯데 전투가 명동 상권의 다각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바타측은 “백화점 경쟁으로 소비자들이 2호선 을지로입구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명동길이 다시 부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지난 4월 생활용품 유통업체인 ‘코즈니´를 1층에 입점시켰고,3층 의류매장도 싹 바꿔 마케팅을 강화했다. 특히 아바타 맞은편에 토투앤이 들어서면 시너지 효과를 낳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랜드 패션브랜드 ‘후아유’도 중앙길에서 명동길로 자리를 옮긴다. 스타벅스는 신세계가 활성화되면서 ‘명동의류 길’이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를 것이라 예측했다. 마케팅팀 이민규씨는 “회현역을 통해 신세계를 방문한 소비자들이 명동의류 길을 통해 명동으로 들어올 것”이라 말했다.2000년 현재의 파스꾸찌 자리에 둥지를 틀어 이곳을 최고의 상권으로 탈바꿈시킨 저력으로 새로운 중심지 개발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그는 “스타벅스가 당시 밀리오레 옆에 자리를 잡을 때 누구도 명동길에서 중앙길로 상권이 이동할 것이라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충분한 시장조사를 통해 명동의류 길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스타벅스는 명동의류 옆에 명동점을 오픈하고, 파스꾸찌 대각선으로 15m 떨어진 4층짜리 건물(옛 MLB빌딩)에도 국내 최대 규모인 160평 300석 매장을 짓고 있다. 전통적인 패션거리 명동길과 신흥 중심지인 중앙길에 이어 명동의류 길도 새로운 상권으로 떠오를 지 주목된다. 변화의 날갯짓은 이미 시작됐다. 최근 2∼3년간 명동에선 보세매장이 절반 이상 줄었다. 비싼 임대료만큼 매출이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 이 자리를 각 브랜드의 플래그십(Flagship)숍이 메웠다. 플래그십숍이란 ‘깃대를 꽂는다.’는 의미로 그 브랜드를 대표할 만한 매장을 뜻한다. 제일모직 ‘빈폴’,‘패션피아’(Fashionpia),F&F의 ‘AMH’, 이랜드 ‘티니위니’·후아유·‘푸마’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젊은 여성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화장품 브랜드숍도 즐비하다. 태평양은 지난 23일 ‘디 아모레 스타’를 열었고,‘휴영’‘스킨푸드’‘도도클럽’‘바디숍’‘뷰티크리딧’ 등도 자리잡았다.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 5개,‘코스메틱넷’ 1개를 명동에 입점시킨 에이블씨엔씨 마케팅본부 김보동 이사는 “유행의 첨단인 명동에서, 까다롭기로 소문난 한국 소비자를 만족시키면 세계 어디서든 경쟁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명동은? 서울을 상징하는 번화가이자 유행을 창조하는 패션의 거리다. 조선시대에는 주택지였지만, 일제시대 충무로가 상업지역으로 발전하면서 상가로 변했다.1955년 이후 종로, 광교 등에서 영업하던 양장점이 명동으로 옮기면서 패션1번지로 발돋움했다. 명동성당과 전국은행협회,YWCA, 유네스코 회관, 중국대사관 등을 제외한 대부분은 상가지역이다. 롯데·신세계는 물론 금융기관, 의류·화장품매장, 음식점, 미용실 등 3600여 점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2000년 3월 관광특구 지역으로 지정, 일본 관광객이 찾는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지하철 2,4호선이 지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명동상가 ‘몸단장’ 한창 젊은감각 살리기 경쟁 서울 중구 명동상권에 리모델링 바람이 몰아쳤다.1955년부터 ‘패션1번지’로 불리던 명동이 젊은 감각으로 변신하고 있다. 완성품은 2007년에야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명동 옛 국립국장인 ‘명동예술극장’이 2007년말까지 600석 내외의 극예술국장으로 재탄생한다.1층에는 로비가,2∼4층에는 객석이 들어서고 5층엔 카페가 자리한다. 옛 건물의 뼈대만 남긴 채 전체를 새로 앉히는 격이다. 오는 10월에 착공한다. 국립극장은 1970년대 중반까지 한국 공연예술의 본산이자 명동의 상징이었다.1934년 일본 건축가 이시바시가 지은 바로크 양식으로 원형 그대로 보존됐다. 일제 때 영화관, 서울시 공관을 사용하다 1959년 국립극장으로 변모했다.1975년 대한종합금융(옛 대한투자금융)에 팔리면서 노랫소리가 멈췄다. 외환위기 이후 명동상권이 급속히 침체하자 문화·예술인은 물론 상인들도 ‘국립극장 되찾기’운동에 참여했다. 그 결실이 곧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국립극장 맞은 편 우리은행 명동점도 몸단장 중이다. 명동성당도 리모델링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국립극장에서 명동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옷을 갈아 입고 있는 하나은행 건물(옛 서울은행)이 나온다. 복합쇼핑리조트 ‘토투앤’으로 한창 리모델링하고 있다. 명동 토투앤은 건물연면적 1만 3000평으로 지하 3층∼지상 17층 규모.4∼5층에 이종격투기장 등 각종 이벤트홀이 자리잡고,10층 이상은 고급 호텔로 꾸며진다. 전문병원, 피트니스센터, 전문식당가, 보석 등을 지하 1층∼지상 3층,6∼8층에 입점한다. 내년에 문을 열면 맞은 편에 위치한 아바타와 함께 명동입구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4호선 명동역 입구에선 ‘하이 해리엇’이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표준지 공시지가 1억 3200만원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비싼 ‘금싸라기’땅에 11층짜리 명품 쇼핑몰을 건설하는 것. 지하 2층에는 푸드코트, 지하 1층∼지상 2층 준보석 패션잡화 액세서리점,3층∼4층 캐릭터 상품 등이 들어선다.5∼7층에는 명품브랜드 매장,8∼9층 뷰티존, 맨 위 10층∼11층은 영화, 게임존으로 꾸며진다. 맞은 편에 위치한 명동 밀리오레와 더불어 명동중앙길 상권을 강화시킬 재목이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 단양군청 탁구감독 정현숙

    [스포츠 라운지] 단양군청 탁구감독 정현숙

    ‘기적’이란 단어가 남발되는 것이 요즘 세태라 젊은 세대에겐 가슴에 와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 73년 구기종목 사상 첫 세계를 제패한 ‘사라예보의 기적’이 안겨준 감동은 대단했다. 전국일주 카퍼레이드에 환영행사만 두달 간 계속됐다. 그로부터 30여년이 훌쩍 흘렀다. 인구 3만 8000여명에 불과한 충북 단양에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창단 3년도 채 안된 단양군청 탁구팀의 이은희(19)가 지난 11일 미국 포트로더데일에서 열린 US여자오픈 주니어(21세 이하) 단식 패권을 거머쥔 것. 곳곳엔 플래카드가 걸렸고 워낙 얘깃거리가 없는 작은 동네라 주민들이 모이기만 하면 “은희가 미국가서 우승했다며?”라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탁구영웅, 생활체육전도사로 두 차례의 기적에 한 번은 주연, 또 한 번은 연출을 맡았던 사람이 있다. 사라예보세계선수권의 3총사 가운데 맏언니였던 정현숙(53) 단양군청 감독이 바로 그.21살 처녀는 어느새 지천명(知天命)을 훌쩍 넘겼지만 빛바랜 흑백사진 속의 단발머리 고운 모습은 오롯이 남아 있었다. 정현숙은 77버밍엄세계선수권 직후 라켓을 놓았다. 요즘 같으면 한창 뛸 나이가 아닌가.“그땐 스물다섯이면 할머니 선수였어요.”라며 말문을 연 그는 “사실 연이은 준우승으로 스트레스가 심했죠. 지나가다 공 튕기는 소리만 들려도 소름이 돋을 만큼 탁구가 싫었어요.”라고 털어놨다. 한동안 ‘자연인’ 정현숙으로 살던 그는 85년 방송리포터로 나타나 차분한 말솜씨를 뽐냈고,90년엔 ‘정현숙 탁구교실’을 열어 천직인 탁구 곁으로 돌아왔다. 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때 중국인들이 손바닥만한 장소가 있어도 탁구대를 놓고 즐기는 것을 보고 ‘중국 탁구의 저력’을 실감해 문을 열었다는 탁구교실은 어느덧 16년째에 접어들었다.“300여명씩 몰렸던 초창기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잠실과 단양 두 곳에 150명 정도는 될 걸요.”라고 은근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 곳을 통해 탁구의 맛을 본 이만 해도 1만명은 족히 된다고 한다. ●‘생체’전도사, 감독으로 정 감독은 2002년 9월 단양군청 창단감독으로 늦깎이 지도자 데뷔를 했다.30∼40대 지도자가 대세인 요즘으로선 이례적인 일. 물론 세세한 부문은 최정안 코치가 지도하지만 정 감독도 1주일에 2∼3일씩 단양에 머물며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세계챔피언의 노하우를 전수한다. 굴지의 실업팀들이 고교 에이스들을 훑어가는 현실에서 지자체 팀이 살아남기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하지만 단양군청은 지난해 7월 종별선수권 3위, 전국체전 3위에 이어 11월 MBC왕중왕전에선 준우승의 기염을 토했다. 소속선수들의 고교 성적을 생각한다면 꿈도 못 꿀 일로 2배 이상의 돈을 퍼붓는 다른 팀들도 단양군청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의 지갑 속엔 5∼6종류의 명함이 있다. 여성체육인 가운데 그 정도로 명성을 구축한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본의 아니게 ‘감투’를 쓴 탓. 하지만 정현숙은 ‘단양군청 감독’으로 불러달라고 주문했다. 늦게 들어선 지도자의 길에 애착이 크기 때문이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사회체육까지 넘나든 정 감독은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은 바늘과 실 같아요.”라면서 “클럽이 활성화되면 성인들에겐 삶의 활력소가 될 테고, 어렸을 때부터 즐기다 보면 세계를 주름잡는 국가대표도 나오지 말란 법 없죠.”라고 활짝 웃었다. 실업팀 감독과 생활체육 전도사, 거기에 체육행정가로서 분초를 다퉈 사느라 10년째 휴가를 가본 적이 없다는 그에게 ‘53’이란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했다. 단양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미녀새’ 한국 하늘 날게 되나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3·러시아)가 하늘을 나는 모습과 ‘신 인간탄환’ 아사파 파월(22·자메이카),‘황색탄환’ 류시앙(22·중국)의 총알 질주를 직접 볼 수 있을까. 대한육상연맹이 오는 9월23일부터 대구에서 열리는 2005대구국제육상대회에 세계적인 육상스타 초청을 추진,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연맹 서상택 부장은 20일 “신필렬 육상연맹 회장이 새달 4일부터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현장에서 이신바예바와 파월, 류시앙 등의 방한을 타진할 예정”이라며 “이신바예바는 이미 지난해부터 참가 의사를 밝혀와 참가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여자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을 15번이나 경신한 이신바예바(4m95), 지난달 아테네에서 100m를 9초77에 주파한 파월, 지난해 아테네올림픽에서 동양인은 단거리에서 우승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며 남자 110m 허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류시앙 등이 국내 대회에 출전하면 침체된 국내 육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마의 4m벽을 뛰어넘은 국내 여자장대높이뛰기의 1인자 최윤희(19·공주대), 한국 단거리의 희망 전덕형(21·충남대), 한국 남자 110m허들 기록 보유자 박태경(25·광주시청) 등이 이들과 함께 뛰며 한 수 위의 기량을 배울 수 있다는 것도 또다른 수확이 될 전망이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8) 토정 이지함과 ‘토정가장결’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8) 토정 이지함과 ‘토정가장결’

    ‘토정비결’(土亭秘訣)을 굳게 믿는 친구가 있다. 그는 해가 바뀔 때마다 자기 자신의 일년 신수는 물론 가족과 친지들의 새해운수도 일일이 챙겨준다. 실은 그 친구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주변엔 그런 이들이 참 많다. 토정(土亭) 이지함(李之·1517~1578년)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토정은 매월당 김시습, 북창 정렴과 함께 조선의 3대 기인으로 손꼽힌다. 놀랍게도 ‘정감록’가운데는 토정이 지었다는 ‘토정가장결’이 포함돼 있어 관심을 끈다. 더욱이 이 예언서는 여러 대 동안 비밀리에 전해졌다고 하므로 더욱 호기심이 일어난다. 그런데 ‘토정가장결’에 무슨 사연이 담겨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친숙한 이름이긴 하지만 실상 우리가 잘 모르는 토정 이지함의 비극적인 생애를 알아보자, 이 기회에 그가 후세에 남겼다는 ‘토정비결’과 ‘토정가장결’, 그리고 ‘정감록’의 관계를 정리해보면 좋겠다. ‘토정비결’(土亭秘訣)을 굳게 믿는 친구가 있다. 그는 해가 바뀔 때마다 자기 자신의 일년 신수는 물론 가족과 친지들의 새해운수도 일일이 챙겨준다. 실은 그 친구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주변엔 그런 이들이 참 많다. 토정(土亭) 이지함(李之·1517~1578년)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토정은 매월당 김시습, 북창 정렴과 함께 조선의 3대 기인으로 손꼽힌다. 놀랍게도 ‘정감록’가운데는 토정이 지었다는 ‘토정가장결’이 포함돼 있어 관심을 끈다. 더욱이 이 예언서는 여러 대 동안 비밀리에 전해졌다고 하므로 더욱 호기심이 일어난다. 그런데 ‘토정가장결’에 무슨 사연이 담겨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친숙한 이름이긴 하지만 실상 우리가 잘 모르는 토정 이지함의 비극적인 생애를 알아보자, 이 기회에 그가 후세에 남겼다는 ‘토정비결’과 ‘토정가장결’, 그리고 ‘정감록’의 관계를 정리해보면 좋겠다. ●토정은 대단한 기인(奇人) ‘조선왕조실록’엔 토정의 풍모를 전해주는 몇 가지 기록이 있다. 세상 사람들은 이지함을 토정이라 불렀다. 이지함이 거처하던 곳이 토정(土亭)이었기 때문이다. 토정은 일찍이 한양의 마포 항구(麻浦港口)에 흙을 쌓아 언덕처럼 만들어 놓고 그 아래 굴을 팠으며 위에는 정자를 지었다. 그런데 큰물이 졌을 때도 토정이 만든 흙 언덕은 언제나 그대로였다(실록, 선조 수정 11년 7월1일 경술). 토정은 여느 사람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어 보이는 큰 키에 건장한 체격이었다. 특히 발이 무척 컸다고 한다. 토정의 얼굴은 둥글고 검은 편이었고 눈빛이 강렬했다. 목소리는 우렁차고 맑아 상쾌한 느낌을 주었다. 토정은 보통 선비들과는 차림새도 확연히 달랐다. 그는 짚신을 신고 죽립(竹笠)을 쓴 채 걸어 다녔다고 한다. 초립(草笠)에 나막신을 신은 구부정한 모습이었다는 진술도 있다. 그 당시 선비들은 당연히 조랑말이라도 타고 다녀야 되는 줄로 알았고, 항시 의관을 정제했다. 고급스러운 말총으로 꾸민 큰 갓을 쓰고 가죽신을 착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토정은 이런 풍습을 도외시했으므로, 그가 길거리에 나타나면 사람들은 손가락질하며 비웃기 마련이었다. 담화를 나눌 때도 토정은 수수께끼나 농담을 즐겼고, 점잖지 못한 모습을 보일 때도 많았다(실록, 선조 수정 6년 5월1일 경진). 한마디로, 토정은 격식을 초월했다. 혼례를 치른 다음 날에도 의외의 행동으로 가족과 친지들을 놀라게 했다. 모처럼 새로 지은 도포를 입고 외출한 토정은 어느 다리 밑을 지나다가 추위에 떨고 있는 세 명의 거지아이를 만났다. 토정은 입고 있던 새 도포를 벗어 세 폭으로 찢어서 그 아이들에게 입혀주었다. 그러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종일 바깥에서 일을 보았다. 토정은 이처럼 호방한 성격이었다. 도인의 면모를 보인 적도 많았다. 그는 열흘 정도는 굶어도 거뜬했다. 무더운 여름철에도 냉수 한 모금 마시는 일이 없었다. 요즘의 건강상식에 크게 어긋난 행동이었다. 토정은 간혹 천리 길을 걸어 어딘가를 바람처럼 다녀오기도 하였다. 배를 타고 방랑하기를 좋아해 제주도를 여러 번 찾았다는데 태풍이 불거나 파도가 거센 날을 용케 피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두 신기하게 여겼다. 간혹 여행 중에 기생들이 별의별 수단을 다 써 유혹했으나 한 번도 넘어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토정은 정욕마저 완전히 끊어버린 이를테면 속세의 신선이었다는 이야기다. ●임진왜란을 예언했다는 설화도 그래서일까. 토정에겐 앞일을 내다보는 예지 능력이 있었다. 젊은 시절 그는 장인에게 화가 닥칠 것을 미리 알았다 한다. 명종 초년의 일이다. 하루는 토정이 그 부친에게,“아내의 가문에 불길한 기운이 있어 집을 떠나지 않으면 장차 화가 미칠 것입니다.” 라고 아뢴 뒤 식구들을 이끌고 서둘러 한양을 떠났다. 바로 그 다음 날, 토정의 장인은 사화에 연루돼 목숨을 잃었다. 그렇게까지 용했을까 하는 일말의 의문이 없지 않다. 어쨌거나 ‘실록’은 토정의 예언 능력을 무척 칭찬한다. 한 번 사람을 만나보면 그 성품은 물론, 앞날의 길흉까지 환히 알아 맞혔다 한다. 토정은 이미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오래 전에 사태를 예언했다는 구비설화가 남아 있다. 만년에 그는 조선 팔도를 두루 유람했다고 한다. 당연히 천하명산 금강산에도 들렀다. 하루는 날이 기울자 토정은 지친 몸을 이끌고 암벽 위에 서 있는 초라한 암자를 찾아갔다. 워낙 피곤해서 제대로 자리를 펴고 누울 겨를도 없이 방안에 들어가 한 쪽 벽에 기대어 깜빡 잠이 들었다. 조금 있다가 꿈속에 스님 두 분이 나타났다. 그들은 병풍과 자리를 깔며 부산을 떨었다. 토정은 스님들에게 그 까닭을 물었더니, 여러 산의 산신령들이 모여 장차 다가올 난리를 의논할 거라는 답변이었다. 과연 전국 명산의 산신령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회의를 열었다. 여러 주장이 난무했다. 그러자 금강산 산신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왜놈들이 동방예의지국 조선을 침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최선을 다해 놈들을 물리치자고 주장했다. 놀란 토정은 퍼뜩 깨어났다. 조금 전 기대어 잠을 청했던 암자는 오간 데 없었다. 암벽 위엔 한 그루 늙은 소나무만 외롭게 서 있었다. 이런 일을 겪고 나서 토정은 왜란이 일어날 줄을 짐작했다. 이것은 한낱 설화다. 토정을 뛰어난 예언가로 간주하게 된 후대의 민중들이 지어낸 이야기일 수가 있다. 역사 속에서 믿고 따를 만한 인물을 재발견하는 것이 민중들로선 익숙한 일이었다. 그들은 본래 토정이 특이한 선비인 줄 알고 있었으므로, 이런 설화를 덧붙여 민중의 스승으로 이상화했다고 풀이된다. 왜란에 관해선 또 다른 이야기가 토정의 문집에 실려 있다. 일찍이 그는 상중(喪中)에 있던 제자 조헌(趙憲)을 조문하였다. 그날 혜성(彗星)이 밤하늘에 뻗쳐 조헌이 그 조짐을 물었고, 토정은 이 혜성이 천하에 큰 난리가 일어날 조짐이라며 그때에 대비해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했다 한다(실록, 영조 30년 11월27일 임인). 스승의 말을 가슴에 새긴 조헌은 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장이 돼 금산에서 북상하던 왜적에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했다. 문집의 기록은 사제간의 문답을 확대 해석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토정이란 인물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되기도 한다. 그는 일상적인 일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국가의 장래를 염려했던 것이다. 토정은 다분히 도가적(道家的)이었지만 본질적으론 유가(儒家)의 선비였다. ●사화에 얽혀 불우했던 토정 사실 토정은 국가경영에 관심이 컸다. 평상시 그는 이런 말을 자주 했다.“내가 일백 리 되는 고을을 맡아 다스리게 되면 가난한 백성을 모두 부자로 만들고 야박한 풍속을 돈독하게 바꿀 것이다. 어지러운 정치를 바로잡아 나라의 평안을 지킬 것이다.” 그러나 토정은 벼슬에 나아갈 기회를 얻지 못했다. 명종5년(1549년) 토정이 33세 되던 해에 불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토정의 장인이 역모사건에 연루돼 사형을 당했고, 연좌법에 걸린 토정은 벼슬길이 막혔다. 설상가상으로 죽마고우(竹馬故友) 안명세(安名世)마저 필화를 입고 죽었다. 사관(史官)으로 이름이 높았던 안명세는 명종 연간 을사사화(1545년)에 관련해 윤원형과 이기 등 소윤(小尹)이 윤임 등 대윤(大尹)을 모함해 몰살했다고 적었다. 윤원형 일파는 몰래 사초를 들여다보았고, 자기들에게 불리한 기사를 쓴 안명세를 제거한 것이다. 이후 토정은 울적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어 기인(奇人)으로 처세하게 됐다. 지지난 호에 소개한 정렴은 사화를 일으킨 장본인의 아들이라 스스로 세상을 피했던 데 비해, 토정은 억울하게도 세상에 용납되지 못해 기벽(奇癖)을 갖게 됐다고 해야 맞다. 어찌 보면 세상을 원망하고 자포자기하기가 참 쉬웠을 텐데, 토정은 절망하지 않고 학문에 힘썼다. 성리학뿐만 아니라 천문, 지리 및 의학에도 발군의 실력을 보였고, 조헌과 이산보를 비롯해 여러 제자를 키웠다. 조정이 토정에게 벼슬길을 열어준 것은 한참 지나서였다. 을사사화의 주도세력이 조정에서 물러난 선조 초년이었는데, 그 사이 토정은 이미 늙어버렸다. 그는 60이 가까운 나이에 사실상 초임이나 다름없는 아산군수 자리에서 세상을 떴다. 평생 닦아온 선비의 웅지를 펼칠 겨를도 없었다. 토정이 남긴 글은 뒷날 ‘토정유고’(2권1책)로 정리됐다. 이와는 별도로 민간에서는 ‘토정비결’과 ‘토정가장결’, 주역(周易)에 관한 ‘월영도’, 풍수지리를 다룬 ‘농아집’ 등을 토정의 저술이라 일컫는다. 그런데 실상 ‘토정유고’에는 위에 언급한 어떤 책자도 거론되지 않고 있다. 만일 실증주의의 입장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토정비결’이나 ‘토정가장결’ 등은 토정의 저술이 될 수 없다.‘토정유고’외에는 이지함의 저술로 단정할 만한 결정적인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모두 후대의 위작으로 볼 것인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토정비결의 매력 물론 어느 쪽도 단언하긴 어렵다. 그러나 다른 책은 몰라도 ‘토정비결’만은 토정의 붓끝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토정은 의학과 점에 능통했기 때문에 그를 찾아와 운수를 묻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일반의 그런 요구가 많아지자 토정은 아예 한 권의 책을 지어 일상의 번거로움에서 해방되기를 도모했을 법도 하다. ‘토정비결’은 주역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주역과는 다르다. 주역의 기본 괘는 48개인데 비해 ‘토정비결’은 32개다. 괘를 짓는 방법도 달라 이른바 사주 가운데 시(時)를 뺀 년(年), 월(月), 일(日)을 사용할 뿐이다. 조선시대 민간에는 시계가 없어 시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들의 편의를 도모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토정비결’은 주역을 이용하면서도 조선의 특성을 십분 고려했다. 그러다 보니 점괘의 총수도 주역과는 다르게 됐다. 주역에는 총 424개의 괘가 있으나 ‘토정비결’은 총 144개뿐이다. 훨씬 간편하다고 말할 수 있다. 토정 이지함처럼 기발하고 독창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토정비결’은 열두 달의 운수를 시구(詩句)로 적어 놓았다.“동쪽에서 목성을 가진 귀인이 와서 도와주리라.”,“관재수가 있으니 혀끝을 조심하라.”는 식이다. 간단명료한 글귀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은 점괘다. 각 항목마다 길흉이 적절한 비율로 배합돼 있어 낙관도 실망도 하기 어렵게 돼 있다. 결과적으로,‘토정비결’은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주며, 일마다 조심스럽게 정성을 다해 처리하도록 이끄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토정비결’은 운수를 판별하는 데 중점이 있다기보다 일반 민중들에게 삶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토정비결’은 단순히 점을 봐주고 금품을 요구하는 직업적인 점쟁이의 저술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 눈엔 그것이 점을 통해 점을 치는 사람들이 점에만 의존하지 않게 유도하는 기능이 숨겨진 반점술서(反占術書)로 보인다. 토정 이지함과 같이 점에 능통하면서도, 본질적으론 유가(儒家)의 철학을 신봉한 큰선비가 남겼을 법한 저술이다. ●그럼 ‘토정가장결’은? 정리하면, 토정은 살아생전에 이미 기인, 도사 그리고 큰선비로 세상에 유명했다. 더욱이 후세에는 ‘토정비결’과 같은 명저의 지은이로 민중에게 더욱 친숙한 이름이 됐다. 그가 만일 무수한 개인의 운명을 점칠 수 있다면, 나라의 운수인들 모를 까닭이 있었겠느냐는 의견이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맴돌았음이 틀림없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선 토정이 남긴 예언서가 어디선가 발견돼야만 했다. 이것이 조선후기 ‘토정가장결’이 탄생한 문화적 배경이다. 분명한 사실은 ‘토정가장결’에 앞서 ‘정감록’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조선왕조가 망하고 진인 정씨가 새 나라를 세운다는 ‘정감록’의 예언을 참작해 ‘토정가장결’이 쓰였다.“내 비록 재주 없으되 우러러보고 굽어 살피며 수년 간 별의 숫자로 헤아려 보니 한양이 500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토정가장결’은 이런 식으로 조선왕조의 멸망을 점쳤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수년 간 별의 숫자로 헤아려” 본 결과, 조선왕조의 운수를 짐작하게 됐다고 했다. 천문에 중점을 두고 예언을 했다는 점이 ‘토정가장결’의 특징이다.‘감결’을 비롯해 다른 예언서들이 풍수지리에 의존해 국운을 점친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참고로, 천문 점의 전문가들은 서북지방에 많았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구려의 천문지식은 중국 사람들도 감탄할 정도였다. ‘토정가장결’에 보이는 두 번째 특징은 압록강 이북의 요동이 중시된다는 점이다. 이 점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 잠시 비결을 인용하겠다.“장류수(계사) 운은 푸른 옷과 흰 옷이 서쪽, 남쪽에서 침략한다. 이때 전읍(奠 , 즉 鄭姓 眞人)이 바다 섬의 군사를 이끌고 방성, 두성의 장수와 함께 갑오년 섣달 즉시 금강을 건너면 다시 천운이 커질 것이다.(중략) 곽 장군이 요동 군사를 이끌고 방씨, 두씨 장수와 함께 왜적 및 서남 오랑캐를 무찌르며, 청나라를 몰아내고 명나라를 돕는다. 정씨를 편들고 이씨를 공격하면 이씨는 제주로 들어갈 것이니 4,5년간의 운수에 지나지 않는다.” 요약하면, 계사년에 외침이 있는데 만일 그 때 요동의 곽 장군이 나서서 정씨를 도우면 동아시아의 정치질서가 재편된다고 했다. 곽 장군은 새로운 국제질서를 확립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는 것인데, 곽 장군은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 사람으로 상정되었다. 늦어도 19세기 후반엔 고구려의 옛 땅이던 만주가 가난에 쫓겨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어간 상당수 민중들의 손길로 개발되고 있었다.‘토정가장결’에 등장하는 곽 장군은 아마도 이러한 역사적 상황을 반영하는 인물로 해석된다. 달리 말해, 간도에 진출한 빈농들이 이상적인 지도자로 여겼을 법한 가상인물이다. 셋째,‘토정가장결’은 난세의 피란지로 전혀 새로운 장소를 거론했다.“만약 요동 간방으로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라면 반드시 삼척부 대소궁기를 향하여 부지런히 힘을 기울여 곡식을 쌓을 일이다.” 일반적으로 말해,‘정감록’은 주로 삼남 지방에 십승지 또는 길지를 설정해두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경상도의 풍기, 충청도 공주 및 전라도 운봉이었다.‘토정가장결’은 이를 정면에서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요동과 삼척이란 뜻밖의 장소를 최고의 길지로 내세운다. 확실히 새로운 변화였다. 여기서 나는 ‘토정가장결’이 출현한 시기를 좀더 정확하게 짐작해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간도로의 ‘불법이민’이 본격화된 19세기 후반에 이 예언서가 창작된 것은 아닐까. 참고로, 삼척이 길지로 대두된 이유를 헤아려 보겠다. 토정에 관한 구전설화와 깊은 관계가 있다. 한때 토정은 삼척에 머문 적이 있었다는데 거기서 스님 행색으로 위장한 왜놈 첩자를 붙들었다. 이 일로 임진왜란 때 왜군은 토정이 살던 삼척에는 아예 얼씬도 못했다는 설화가 있다. 신기하게도 구전설화는 예언서의 내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 모양이다. 물론 거꾸로 됐을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토정은 정치적으로 무척 불우한 재사였다. 그래서 그는 기인이자 도사가 되기도 했고,‘토정비결’ 같은 책을 지어 고난 받는 민중의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으려 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토정은 민중의 스승으로 자리매김돼 ‘토정가장결’의 저자로도 둔갑됐다.‘토정가장결’은 ‘정감록’의 논리를 존중하면서도 19세기 후반의 변화된 사회현실을 그대로 투영한다.“알 자는 알리라.” (푸른역사연구소장)
  • 날개 다시 편 현대그룹

    현대그룹이 날개를 달았다. 백두산과 개성 관광이 손안에 들어오면서 계열사 주가가 초강세다. 그룹내 미묘한 역학관계 변화도 감지된다. 하지만 개발비용 분담을 둘러싼 정부와의 협상 등 넘어야할 산이 많아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현 회장,“백두산관광 정부 지원해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백두산 관광과 관련해 전력·도로·공항 보수 등 기초 인프라 건설을 민간업체인 우리가 하기는 어렵다.”면서 “정부가 지원해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배석한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은 “가능하다면 남북경제협력기금도 지원받았으면 한다.”고 바람을 표시했다. 금강산 관광을 위한 항구 건설 등에 1억달러 안팎을 쏟아부어 손익분기점을 맞추는데 애먹었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는 일단 “종합 검토를 해보겠다.”며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삼지연공항 보수에만 380만달러 이상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서 독점사업권을 직접 따내오면서 힘이 실린 현 회장과 야당 등의 반대를 의식해야 하는 정부측의 물밑 협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내달 말로 얘기된 백두산 시범관광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어 보인다. 개성 시범관광단은 예정대로 8월초에 모집에 들어간다. 또 내달 15일께 개성에서 남북이 함께 하는 개성민족음악축제를 열고, 류경 정주영 체육관에서는 조용필 공연도 열기로 합의했다. 정몽헌(MH) 회장의 사후 이렇다할 대북사업 진척이 없었던 터라, 모처럼 현대그룹에는 활력이 넘치고 있다. 계열사 주가도 급등했다.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등은 이날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김 위원장,‘지이선생’에 각별한 애정 현 회장은 맏딸 지이(현대상선 과장)씨를 이번 방북행에 대동한 것과 관련,“북쪽에서 따님도 같이 왔으면 한다고 특별히 초청해 비서 겸 데려갔다.”면서 “지난달 평양 방문때도 북쪽에서 함께 오라고 해 동행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오찬 자리에서 현 회장 모녀에게 거품포도주(샴페인)를 따라주며 지이씨를 “지이 선생”이라고 부르는 등 각별히 애틋한 정을 표시했다고 배석자들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정몽헌 회장이 북남협력사업에 큰 공을 세웠는데 그렇게 돼서(자살) 마음이 쓰리다.”고 여러번 말했다고 한다. 현 회장은 “김 위원장이 (면담장소의) 뜨락앞까지 직접 마중을 나와 깜짝 놀랐다.”면서 “음식은 해바라기씨로 볶는 게 제일 맛있고, 고기는 일절 넣지 않고 오이로만 국물을 낸 오이냉국 국수 요리가 맛있다고 설명해 주는 등 매우 소탈하고 자상했다.”고 김 위원장의 첫인상을 전했다.●김윤규·윤만준 희비교차 이번 면담 성사와 관련해 또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현대아산 김 부회장과 윤만준 사장의 희비 교차다. 올초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대신 회사 실권을 윤 사장과 ‘공유’하게 됐을 때만 해도, 그룹 일각에서 ‘용퇴’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이번 면담 성사로 김 부회장의 입지는 재강화됐다. 반면, 윤 사장은 이번 방북행에 동행하고도 면담 일행에 끼지 못했다. 현대측은 “김 위원장이 지난달에 평양을 방문했던 일행을 초대하다 보니 윤 사장이 빠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잠재성장력 곧 회복 경제거품 안 만들것”

    “잠재성장력 곧 회복 경제거품 안 만들것”

    노무현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잠재성장률은 점차 회복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중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회의에서 ‘2005년 하반기 경제전망과 정책과제’를 보고하면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에서 3.8%로 하향조정하고, 잠재성장률 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실은 최근 노 대통령에게 ‘잠재성장률 수준 평가 및 대응방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최근 고령화, 투자부진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추세에 있으나 규제완화, 기업 투자환경 개선 등으로 성장활력을 높이는 요인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보고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는 결코 경제에 거품을 만들지 않겠으며 차기 정부에 숙제를 만들지 않도록 건강한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박정현 전경하기자 jhpark@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참생명의 물 ‘淸水’/최미숙 증산도 부산당리도장 수호사

    동서양을 막론하고 물을 신성시하지 않는 민족이나 종교는 거의 없다. 하물며 과학과 철학에서도 생명의 기원이 물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한민족은 그 어느 민족보다도 물을 신성시한 민족이다. 동의보감에는 물의 종류만도 서른 몇 가지라고 하니 우리 조상님의 물에 대한 고찰은 참으로 경이롭다. 기도를 할 때 모시는 정화수를 증산도에서는 천지를 받는 청수로 여기며, 이를 경건히 모시고 생명의 율려인 태을주를 읽으며 새벽을 열고 밤을 닫는다. 처음 증산도 도문에 입도하여 왜 청수를 모시고 기도를 해야 하는지를 듣고 배우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체험적으로 확연히 와닿진 않았었다. 단순히 예법으로 받아들였고, 교육을 통해 기본적인 원리만 알고 있었던 터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왜 청수를 모시고 기도해야 하는지 명백히 체험하게 되었다. 오래 전이라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날은 유난히도 피곤하였고, 뭔가 가슴이 사무치는 날이었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와 피곤하고 지친 심신을 일으켜 목욕재계를 하고 청수를 모셨다. 흰 사기그릇에 채워진 물은 내 묵은 마음이라 여기며 비워내고 새로 길어온 맑은 청수를 새마음이라 생각하며 채워넣었다. 그러자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으로부터 샘물 같은 밝음이 퐁퐁 솟아나는 듯하였다. 신단 위에 청수를 올리고 읍을 한 후 절을 하였다. 하늘과 땅과 인간이 하나 되는 반천무지의 절 법으로 천천히 대자연의 기를 느끼며 절을 하였다. 그런데 그날 처음으로 나는 매우 신비로운 체험을 하게 되었다. 마치 융단과도 같은 빛의 폭포가 청수물과 절 하는 나를 이어주고 있었다. 뭔가 알 순 없었지만 신성한 기운이 청수그릇으로부터 절하는 나의 머리로, 어깨로, 팔·다리로 내려와 나를 감쌌다. 피곤은 싹 사라지고 오히려 등줄기로부터 전율이 오르며 머리는 청명해지고 마음은 한없는 경건함과 기쁨으로 가득차 올랐다. 청수에서 나온 융단 같은 신성한 기운이 마치 양수가 태아를 감싸듯 나를 감싸고 있었던 것이다. 물은 우주 만유의 생명의 근원이기에, 정성스레 모신 물에서는 우주에 가득 찬, 생명을 낳고 기르는 조화 성신의 기운이 흘러나오며, 그로 인해 나의 묵은 영혼이 정화되고 새롭게 태어남을 나는 알게 되었다. 그날 이후 청수 모시는 즐거움에 빠져들었다. 이른 새벽 도장의 여섯 그릇의 청수를 모시며 벅찬 충만감으로 기도하고 수행했다. 도전의 어려운 부분도 쉽게 읽히고 기도와 수행의 기운으로 신도들의 병을 치유하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맑은 이른 아침의 샘물처럼 청명했고 즐거웠으며,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증산 상제님께서는 이 청수물을 복록수라고 하셨다. 천지의 복을 가져다주는 복록수. 삶의 풍요를 가져다 주는 복록수. 무엇보다 건강한 생명을 내려주는 복록수. 그 복록수를 마시라고 하셨다. 얼마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에모토 마사루의 ‘물은 답을 알고 있다’는 책을 보았다. 그 책은 물이 바로 생명, 신 그 자체란 걸 말해주고 있었다. 사람의 마음에, 문자에, 음성에 반응하는 살아 있는 물! 증산도 수원도장에서 청수로 모시기 전의 일반물과 기도하고 태을주 수행을 한 청수물의 샘플을 에모토 마사루 씨에게 전한 일이 있다. 지금도 그때 찍힌 두 가지 물의 결정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너무도 아름답고 선명하던 그 육각수의 물! 이전의 파괴된 수돗물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환경 오염으로 육각의 결정이 파괴된 물이, 정성스럽게 모시고 천지의 생명주문인 태을주를 읽었을 때 살아 있는 생명력 넘치는 육각의 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우리 몸 또한 한 덩이의 물과도 같다. 스스로 살아 숨쉬고 움직이는 한 덩이의 고귀한 생명수다. 하지만 오염된 환경과 각박한 삶으로 인해 우리의 몸과 마음은 파괴되고 숨가빠하고 있다. 기실 마음 놓고 먹을 물도, 안심하고 들이마실 수 있는 공기도, 제대로 된 먹을거리도 찾아보기 힘든 현실 아닌가? 우리 몸은 갈수록 독소로 채워져 변형되어가고 있다. 청수(淸水)! 글자 그대로 맑은 물, 우주 생명의 물이다. 이와 하나 되어 천지의 율려인 태을주를 읽어 혼탁해진 우리 영혼의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한다면, 어떤 환경이라 할지라도 건강한 활력이 넘치는 생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아울러 깊은 장막으로 가려졌던 우주 조화의 신비의 문을 열어, 천지와 함께 영원불멸의 생명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최미숙 증산도 부산당리도장 수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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