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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UR STORY] 얼음·눈꽃 축제로의 초대

    [OUR STORY] 얼음·눈꽃 축제로의 초대

    1월의 강원도는 겨울축제 공화국. 화천 산천어축제와 인제 빙어축제, 태백산 눈꽃축제와 대관령 눈꽃축제 등 1월 한 달 동안 눈과 얼음 관련 축제가 줄지어 열린다. 문화관광부의 ‘문화관광축제’ 선정에서 유망축제로 뽑힌 화천 산천어축제와 인제 빙어축제는 작년에 각각 120여만명,75만여명이 다녀갈 만큼 성공적인 축제로 자리잡았다. 두 행사 모두 얼음구멍을 통해 강물 속을 돌아다니는 산천어와 빙어를 낚는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각종 부대행사도 풍성하게 마련돼 있어, 겨울방학을 맞은 자녀와 함께 찾을 수 있는 인기만점의 가족단위 여행지다. 태백과 평창에서는 이달 하순부터 눈꽃축제가 열린다. 각각 14,15회를 맞는 관록의 눈축제. 예년과 달리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는 축제에서 즐기는 축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층 흥겨운 축제의 장이 될 듯하다. 춥다고 겨우내 구들장만 끼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천하장사인들 밖으로 나가자는 꼬마들의 성화를 고스란히 받아낼 수 있을까. 독특한 겨울문화가 살아 숨쉬는 강원도로 미끄러지듯 달려가자. 글 사진 화천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강원도 화천 산천어축제 “사위가 장모보다 고기를 못잡아?”장모 오덕순(65·경기 이천)씨의 힐난에 뒤통수만 매만지던 사위 김낙선(43)씨는 “녀석들이 어찌나 미끌거리며 잘 빠져 나가는지, 통 손에 잡히질 않네요.”라며 머쓱한 표정이다. 강원도 화천에서 열리고 있는 제5회 산천어 축제(www.ice.narafestival.com·1월6일~28일) 중 산천어 맨손잡기 행사 현장.“아빠, 파이팅!”,“우리 아들 힘내∼”여기저기서 격려와 환호성이 교차하며 따뜻한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얼지 않은 인정, 녹지 않는 추억’을 슬로건으로 내건 산천어 축제. 정해년 돼지해를 맞아 ‘화천 산천어는 복(福)돼지’란 주제로 ‘체험돼지’,‘추억돼지’,‘재미돼지’ 등 30여가지의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이고 있다. 화천천 2㎞구간에 펼쳐진 행사장은 그야말로 ‘겨울 해방구’. 다양한 놀이시설과 체험 프로그램들로 가득 차 있다. 축제의 대표선수인 산천어 얼음낚시,‘겨울의 고전’ 썰매타기와 눈썰매 봅슬레이 등 얼음위에서 하는 모든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산천어 낚시와 눈썰매 등 놀이시설 이용료 대부분을 ‘화천사랑 상품권’으로 되돌려 줘, 사실상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도 이 축제의 자랑이다. 이 상품권은 행사장 내에서는 물론, 화천시내 어디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 신나는 산천어 잡기 40㎝가 넘는 두꺼운 얼음 속에서 어린아이 팔뚝만한 산천어가 낚싯줄에 끌려 나온다. 짜르르한 손맛에 과년한 처녀도, 나이 지긋한 어르신도 체면 따윈 아랑곳하지 않은 채 환호성을 터뜨린다. 간혹 산천어보다 몸집이 두배 가까운 송어라도 끌어올렸을 때는 건장한 떠꺼머리 총각도 어찌할까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다. ‘계곡의 여왕’산천어는 1급수 맑은 물에만 서식하는 냉수성 어종.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산천어를 신선들이 먹는 음식이라 했고, 일본에서는 왕실 진상품 등으로 쓰였다. 북한에서는 국방위원장의 보양식이자 국가지정 천연기념물로, 타이완에서는 보물 물고기란 뜻의 국보어(國寶魚)로 불리기도 한다. 행사장에서 산천어를 잡는 방법은 얼음낚시와 루어낚시, 그리고 맨손잡기 등 모두 세가지. 이 가운데 1만개의 얼음구멍이 뚫려 있는 넓은 낚시터에서 펼쳐지는 얼음낚시는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온 김태형(12)군은 “갑자기 낚싯대가 후두둑 하며 몸이 흔들릴 정도로 떨리더군요. 깜짝 놀랐어요.2시간만에 두마리를 잡았는데, 친구들에게 자랑할 거예요.”라며 입술이 귓불에 닿을 만큼 환하게 웃었다. 인조미끼인 루어를 얼음구멍 아래 바닥까지 가라앉힌 다음, 위아래로 들었다놨다 하면서 산천어를 유혹하는 것이 얼음낚시 요령. 산천어의 유영층인 바닥위 10∼50㎝사이를 집중공략해야 한다. 행사장에서 화천낚시를 운영하고 있는 오충교(45)씨는 “루어를 바닥까지 가라앉힌 다음, 견짓대를 한바퀴 돌리면 손뼘 하나 정도 뜨죠. 그 상태에서 위아래로 고패질을 해주는 겁니다. 루어가 낙하할 때 공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손목에 스냅을 줘서 끌어올린 다음, 슬며시 내리면 마치 작은 물고기처럼 살랑거리며 내려가죠.” 시간상으로는 아침 9∼11시와, 오후 3∼5시 사이를 놓쳐서는 안된다. 주최측에서 산천어를 방류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류쪽이나 낚시터 펜스주변을 공략하면 많이 낚을 수 있다. # 루어낚시로 잡을까, 맨손으로 잡을까 유연한 자세로 플라이 낚싯대를 휘두르는 최철우(32·강원 철원)씨. 낚싯대 가이드 톱마다 살얼음이 맺혀 있다. 꿰미를 보니 단 한마리의 산천어도 못 잡은 모양. 그래도 표정만은 여유롭다.“제가 어복이 없나 봐요. 깨끗한 자연속에서 맑은 공기 쐬고 가면 그게 좋은 것 아닌가요.” 루어낚시는 앉아서 구멍만 바라보는 얼음낚시와는 또다른 재미가 있다. 루어를 멀리 캐스팅한 다음, 끌어올리기 때문에 산천어가 끌려 나오지 않으려고 앙탈이라도 부리면 ‘찐한’ 손맛을 즐길 수 있다. 조과도 나은 편. 하지만 낚싯대와 릴 등 다소 전문적인 장비가 필요하다. 맨손잡기는 10m짜리 원형 수조속에 풀어 놓은 산천어를 제한시간 5분동안 맨손으로 잡는 행사.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는 주최측에서 제공한다. 참가자들의 편의를 위해 탈의실과 탈수기 등도 준비돼 있다. 세 행사 모두 고등학생 이상 만원, 중학생이하 5000원의 입장료를 받지만,5000원은 농촌사랑나눔권으로 돌려준다. 중학생이하는 사실상 무료인 셈. 이 상품권으로 행사장 주변의 향토웰빙촌에서 농특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 다양한 놀이기구 즐기기 얼음낚시를 하다 아이들이 지루해하면 얼음체험 프로그램을 즐길수 있다. 얼음광장에서 썰매광장에 이르는 거대한 빙판에서 얼음썰매를 지치며 놀 수도 있고, 얼곰이 썰매열차를 타고 얼곰이성과 눈조각품들을 감상할 수도 있다. 눈썰매 봅슬레이는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스릴만점인 놀이기구. 어린이 썰매면허시험장에서는 ‘구절양장’꼬불꼬불한 눈길을 통과하는 어린이에게 ‘썰매면허증’을 발급해 준다. 눈썰매는 만원을 받는데, 반납할 때 현금 5000원과 5000원권 화천사랑상품권을 준다. 얼음썰매는 5000원. # 다양한 문화, 전시 프로그램 예년에 비해 자녀의 체험학습에 도움을 주는 알찬 프로그램들이 많아졌다. 얼음나라관에는 산천어와 수달, 토종물고기 등에 대한 풍성한 정보와 자료가 전시된다. 얼음나라 만화관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과 북한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상영된다. 산천어 소망나무에 새해를 맞는 가족들의 소망을 적은 소망리본을 달아보는 것도 색다른 체험. 이밖에 행사장 제1터널부터 화천읍사무소, 중앙로에 이르는 구간에 조성된 산천어등(燈) 거리, 매주 금, 토요일 유명 연예인들이 벌이는 미니 콘서트 등도 볼 만하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농촌체험 사랑방 마실’도 놓치면 후회할 주요 이벤트. 농촌 가정에서 민박을 하며 장작패기, 가족 윷놀이, 밤하늘 별보기, 얼음낚시, 장작불에 구운 감자와 고구마 야참먹기 등 전통적인 놀거리와 함께 시골마을의 따뜻한 인심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사랑방마실은 ▲동촌리 산속 호수마을 ▲간동면 구만리 어룡동마을 ▲하남면 원천리 하늘빛 호수마을 ▲상서면 신대리 토고미마을 ▲사내면 용담리 곡운구곡마을 등 5개 마을에서 운영중이다. # 가는 길 얼음나라 화천으로 가는 길은 미끄럽기 그지없다. 하루종일 응달진 산자락 아래 도로는 결빙되어 있는 곳이 많으므로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춘천∼화천간 5번국도는 주말이면 행락객들 차량으로 몸살을 앓는다. 가급적 평일, 주말에는 이른 시간대를 이용해야 혼잡을 피할 수 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퇴계원 나들목→퇴계원방향→47번국도→진관나들목→383번 지방도→사능­답내간 신설 46번국도→강촌→5번국도→화천 북부간선도로→구리→남양주→대성리→강촌→화천 북부간선도로→구리→베어스타운→포천 일동/이동→광덕계곡→화천 # 여행정보 화천천의 겨울바람은 동장군도 울고 갈 만큼 매섭다. 모자와 장갑, 두툼한 방한복은 필수. 방한효과가 좋은 스티로폼을 앉기 적당한 크기로 잘라 가져가는 것도 좋다. 견지낚싯대는 행사장 주변 낚시점에서 2000∼400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릴 낚싯대는 1만∼2만원선. 미끼인 루어는 3000∼5000원. 산천어알 등 생미끼를 사서 쓰는 경우도 있지만, 조과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제10회 인제 빙어축제(www.injefestival.net) 오는 26일 개막해 다음달 4일까지 소양호 300만평 얼음벌판 위에서 열흘간 펼쳐진다. 축제장은 크게 4개 공간으로 나뉜다. ‘깨끗한 자연(Nature Zone)’을 테마로 한 공간에서는 빙어낚시와 눈썰매 등을 즐길 수 있다. ‘신나는 겨울(Leports Zone)’공간에서는 얼음축구대회와 스노 래프팅 등 다양한 레포츠 행사가 열린다. ‘맛있는 겨울(Wellbeing Zone)’ 마당은 빙어회, 빙어튀김 등 각양각색 빙어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행복한 겨울(Family Zone)’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 쉽고 재밌는 빙어낚시 동지(冬至) 무렵에 나타나 입춘(立春)즈음이면 홀연히 자취를 감추는 ‘호수의 요정’빙어. 겨우 손가락만한 크기지만, 맛도 좋으려니와 남녀노소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어 ‘국민적인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빙어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빙어낚시. 간단한 장비로 누구나 쉽게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빙어낚시의 가장 큰 매력이다.2000~3000원 정도의 견지낚싯대와 2000원짜리 구더기미끼 한 통이면 온가족이 먹기에 충분한 양의 빙어를 잡을 수 있다. 어린이들도 요령만 가르쳐주면 곧잘 잡아낸다. 소양호 드넓은 얼음벌판 아무 곳이나 구멍 하나 뚫으면 준비끝. 얼음에 구멍을 뚫기 위해서 끌이 필요하지만, 주변에서 손쉽게 빌릴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뚫어 놓은 구멍을 써도 된다. 축제위원회는 1만원으로 즐기는 ‘빙어낚시 패키지’를 준비했다. 얼음구멍을 만들어 주고 낚시도구, 미끼, 의자 등을 빌려준다. 스노모빌과 얼음썰매까지 즐길 수 있다. 인제군청 문화관광과 (033)460-2082,460-2170. # 많이 잡으려면 첫째, 빙어를 많이 잡아 놓은 사람 옆자리에 자리 잡을 것. 둘째, 채비를 물밑바닥에서 10㎝ 정도 띄운 다음,3∼5초에 한번씩 살짝 챔질을 해줄 것. 셋째, 빙어의 입질이 집중되는 아침시간대, 특히 동틀 무렵부터 오전 10시까지의 시간대를 놓치지 말 것. 미끼로 쓰는 구더기는 한 마리 꿰기가 원칙이다. 바늘끝이 꼬리쪽 껍질에 살짝 걸치도록 꿰는 것이 좋다. 구더기가 든 미끼통의 뚜껑을 연 채 얼음판 위에 놓으면 동사의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할 것. 제14회 태백산 눈축제(festival.taebaek.go.kr) 눈과 얼음을 주제로 한 겨울축제로는 우리나라에서 으뜸가는 축제.‘눈, 사랑, 그리고 환희’란 주제로 오는 26일∼2월4일 10일간 열린다. 정상 부근의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군락지 설경과 백두대간의 웅장한 모습은 태백산만의 자랑. 축제장의 다양한 이벤트와 눈덮인 계곡길을 따라 걷는 눈꽃 트레킹, 태백산에서만 탈 수 있는 오궁썰매 타기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은 행사다. 예전과 다른 점은 각종 체험 프로그램이 늘었다는 것. 단군성전 앞 공터에 웰빙 족욕탕을 마련해 등산객들에게 따뜻한 족욕과 발 마사지를 제공하는 한편,4륜 모터 사이클이 끄는 스노 트레인을 운영하고,3000명이 벌이는 도전 기네스 눈싸움대회도 연다. 금천낚시터에서는 산천어, 송어 낚시체험 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주행사장은 태백산 도립공원 일대. 하얼빈 눈축제의 조각가를 초청해 태백팔경 눈조각 부조, 주몽과 소서노 등의 눈조각 작품들을 전시할 계획이다. 당골광장에서는 ‘스노 매직쇼’,‘비보이 페스티벌’ 등이 열리고, 등산로 입구에는 ‘얼음터널’이 전시된다. 마장공터에서는 ‘겨울놀이마당’,‘추억의 먹거리 체험’ 등의 체험행사, 마장아래 공터에는 어린이 미니 얼음미끄럼틀 등이 준비되어 있다. 이밖에도 황지연못, 장성, 태백역 등 보조행사장에서도 ‘황금돼지를 잡아라’ 등 각종 행사가 열린다.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033)550-2081,2828, 태백산 도립공원 (033)550-2741,2745. 제15회 대관령 눈꽃축제(www.snowfestival.net) 오는 31일∼2월6일 평창군 횡계리 상지 대관령 고등학교 제2운동장 일대에서 펼쳐진다. # 대관령 눈꽃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것 첫째,2014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염원을 담은 20m높이의 초대형 눈조각 상징조형물이 선을 보인다. 이를 위해 제설기 5대와 포클레인 10대, 덤프트럭 20대 등의 중장비와 30여명의 조각가들이 투입될 예정이다. 둘째, 개막식날인 31일 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황태해장국 2014 그릇 나눠먹기´ 행사가 진행된다. 눈꽃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대관령 대표 음식인 황태해장국 2014 그릇을 무료로 제공한다. 셋째, 한겨울의 알몸축제, 대관령 알몸마라톤대회가 부활된다. 눈쌓인 산하를 배경으로 웃옷을 벗은 채, 해발 700m의 고원도시 평창을 달리는 색다른 경기.10㎞,5㎞ 구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넷째, 박진감 넘치는 스노 카레이싱대회가 열린다. 눈과 얼음 트랙을 미끄러지며 질주하는 차량들의 경주가 색다른 볼거리가 될 듯.A6(1500㏄ 미만),A7(2000㏄ 이상) 경기로 나뉘어 진행된다. 하얀 눈속에서 펼쳐지는 레이싱걸들의 응원열기도 볼 만할 듯. 이밖에 대형 얼음무대에서 펼쳐지는 비보이 공연, 전통 눈썰매와 소발구 체험, 그리고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스노래프팅과 스노모빌 체험 등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색다른 행사들이 알차게 준비돼 있다. 평창군 문화관광과 (033)330-2762, 대관령눈꽃축제위원회 (033)336-6112.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갈라’ 볼까

    국립 공연단체들이 처음으로 한 무대에 올라 앙상블을 이룬다. 그런가 하면 세계 정상 발레단의 주역 무용수들이 같은 무대에서 기량을 겨룬다. 새해 벽두 녹록지 않은 갈라 무대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차례로 마련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는 19∼20일 국립발레단·국립오페라단·국립합창단이 꾸미는 ‘스페셜 갈라’와,25∼26일 세계무용센터 주최의 ‘세계발레스타페스티벌’. 저평가되기 일쑤인 갈라 공연과는 차별화된 볼거리로 무장한 채 관객들의 구미를 자극하는 무대들이다.●스페셜 갈라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 등 3개 단체가 사상 처음 한 무대에서 호흡을 맞추는 공연.1962년 창단 이래 찬조출연 형식으로 각 단체들이 모이기는 했지만 한 기획 아래 뭉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갈라 공연인 만큼 한 무대에서 오페라와 발레, 합창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게 큰 장점.2부로 나뉘어 모두 7편 23곡의 작품을 에피소드식으로 풀어내는데 1부에서는 하나의 주제아래 다양한 작품을 연주하고,2부에서는 하나의 작품을 다양한 장르로 비교, 변주하는 게 특징이다. 이 가운데 1부에서는 젊은이들의 환희와 절망, 봄과 사랑을 담은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가 오페라와 발레, 합창의 형태로 새롭게 태어난다. 웅장한 서곡에 맞춘 발레 ‘스파르타쿠스’의 2인무와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의 ‘개선행진곡’을 색다른 분위기에서 감상할 수 있다.‘카르미나 부라나’중 가장 희극적이라는 ‘구워진 백조의 노래’와 함께 창작오페라 ‘천생연분’중 ‘초시 초시 줄초시’가 이어지며 베르디 최고의 순정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와 로맨틱 발레 ‘지젤’로 끝을 맺는다.2부에서 오페라와 발레로 맞붙는 ‘카르멘’도 눈여겨볼 대목. 정열적인 사랑 끝에 맞는 처절한 비극(비제의 오페라)과 쇤드린 편곡을 쓴 마츠 에크 안무의 발레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19일 오후7시30분,20일 오후4시.1588-7890.●세계발레스타 페스티벌 2000년부터 2년마다 열려와 올해로 4회째를 맞는 국내 최대의 발레 갈라무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 스타들을 소개해 세계적인 무용수와 작품의 새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공연으로 평가받는다.이번 무대에선 ‘백조의 호수’‘해적’‘돈키호테’‘지젤’을 비롯한 클래식 레퍼토리에 더해 우크라이나의 민속무용 ‘고팍’같은 모던발레를 하이라이트 형식으로 보여준다.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이리나 드보로뱅코, 영국 로열발레단의 로베르타 마르케즈,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로흐 뮈레, 러시아 키로프발레단의 이고르 젤렌스키, 오스트리아 비엔나오페라발레단의 다닐 심킨이 눈에 띄며 키로프발레단의 유일한 한국인 출신 발레리나 유지연도 초청되었다.‘백조의 호수’ 2막중 백조 파드되와 ‘백조의 호수’ 3막 가운데 흑조 파드되, 그리고 코사크와 우크라이나인들이 폴란드의 압제자들에게 맞서는 내용을 담은 고팍이 관심 레퍼토리로 기대를 모은다.(02)751-9682.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2006 한국 스포츠 10대 뉴스

    꿈을 한껏 품고 출발했던 2006년도 이젠 며칠 남지 않았다. 환희와 좌절, 후회가 실타래처럼 엉키며 보낸 한 해를 풀지 않고 그대로 보내기에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올 한 해 한국 스포츠계를 화려하게 수놓은 ‘10대 뉴스’를 추려보면서 새로운 각오로 힘차게 새해를 맞이하자. 1. 딕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재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지만 국민들의 기대를 아쉽게 저버렸다. 지난 6월 토고와의 조별리그 1차전을 이겨 원정 첫 승과 우승후보 프랑스와 무승부를 거두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석연치 않게 패해 조별리그 탈락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2.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무대를 정복한 김연아(16·군포 수리고)는 그랑프리 4차대회에서 우승한 데 이어 12월 1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아이스 팰리스에서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에서 사상 처음으로 정상에 올라 한국 빙상 100년 역사를 새로 썼다. 진통제 투혼을 보인 김연아는 광고출연료, 우승상금 등 5억원대 수입을 챙겨 명예와 함께 부도 누렸다. 3. 12월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수영 3관왕 및 최다 메달(금3 은1 동3)을 수확한 박태환(17·경기고)은 대회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며 ‘국민 남동생’으로 떠올랐다. 대회 3관왕은 1982년 뉴델리대회 최윤희 이후 24년만의 쾌거였다. 특히 세계 수준과 큰 격차를 보였던 기초종목 수영에서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며 한국 수영의 자존심이 됐다. 4. 한국야구야말로 어느때보다 다사다난한 해였다. 지난 3월 한국이 숙적 일본과 종주국 미국을 연파하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의 기적을 이뤘고, 후배들은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최강 쿠바를 격파, 정상에 우뚝 섰다. 하지만 도하아시안게임에서 타이완은 물론 아마추어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 져 동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5.쇼트트랙 남녀 간판스타인 안현수(21·한국체대)와 진선유(18·광문고)는 지난 2월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나란히 첫 3관왕에 오르며 ‘효자종목’의 힘을 과시했다. 이들의 활약 덕에 한국은 금6·은3·동2개로 종합 7위에 올랐다. 그러나 안현수 아버지가 귀국한 공항에서 쇼트트랙 임원과 멱살잡이를 하는 등 끝없는 파벌싸움으로 다소 빛을 잃었다. 6. 일본 진출 3년째를 맞은 이승엽(30·요미우리)은 시즌 초반부터 폭발적인 홈런포(41개)로 한국과 일본에 열풍을 일으켰지만, 막판 부상으로 홈런왕 타이틀(47개)을 타이론 우즈(주니치)에게 내줘 아쉽게 시즌을 마쳤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진출을 포기하고 요미우리와 4년간 30억엔의 초대박을 터뜨리며 외국인 선수 ‘연봉왕’에 올라 자존심을 살렸다. 7. 한때 큰 인기를 누렸던 프로씨름이 잇단 팀 해체에 이은 씨름선수들의 이종격투기 진출로 혼란을 맞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모래판의 황제’ 이만기(43) 인제대 교수가 씨름연맹으로부터 “연맹 행정에 대해 근거 없이 비난해 왔다.”며 영구제명이라는 중징계를 당했다. 영구제명은 1993년 씨름연맹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씨름판은 더욱 흔들리게 됐다. 8. 26명이나 풀시드를 갖고 있는 한국 여자골퍼들이 승승장구하며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휩쓸었다. 역대 최다인 11승을 합작해 낸 것. 슬럼프에 빠졌던 박세리((29)가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선화(20)가 신인왕에 오른 가운데 임선욱(20) 김주미(22) 등 신예들도 우승컵을 안아 ‘코리안 파워’를 뽐냈다. 9. 한국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하인스 워드(30·피츠버그)가 지난 2월 ‘꿈의 제전’이라는 미프로풋볼(NFL) 슈퍼볼에서 최우수선수(MVP)에 뽑혀 한국에서도 열풍을 일으켰다. 특히 워드와 어머니의 끈끈한 인생 역정이 알려지면서 한국은 물론 미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 혼혈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도 됐다. 10장미란(23·원주시청)은 지난 10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여자 무제한급(75㎏급 이상)에서 2연패를 달성, 세계 최고의 역사임을 보여줬다. 그러나 두 차례나 따돌렸던 맞수 무솽솽(중국)에게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내줘 아쉽게 올해를 마무리했다. 장미란은 내년 9월 태국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무솽솽과 설욕전을 갖는다.
  • [25일 TV 하이라이트]

    ●사이언스+〈대한민국 과학,2006년을 결산하다〉(YTN 오후 1시40분) 과학이 만들어낸 기술과 가치관은 이미 우리 일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과학이 그려내는 청사진에 따라 미래가 달라지는 지금, 과학은 우리에게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올 한 해 기쁨과 놀라움으로 다가왔던 과학계 5대 뉴스를 돌아본다.   ●눈꽃(SBS 오후 9시55분) 지섭과 만난 강애는 인터넷을 통해 글을 안쓰겠다고 선언한 것을 봤다는 이야기와 함께 다미가 아버지를 만나러 일본으로 갔다는 소식에 담담하게 대한다. 한편 건희는 정선의 집을 찾아가 요즘 다미의 메신저가 잘 안 들어온다며 안부를 묻다가 자신을 만나러 일본으로 갔다는 말을 듣고는 깜짝 놀란다.   ●하나뿐인 지구(EBS 오후 11시) 서해의 작은 섬 이작도. 깨끗한 물과 고운 모래사장, 그리고 썰물 때면 모습을 드러내는 신비한 모래언덕은 이 마을 사람들의 오랜 자랑거리였다. 그러나 20년도 넘게 계속된 모래 채취로 바닷가의 모래가 유실됐다. 해당화며 인근 해안의 물고기도 모두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자연의 훼손도 심각한 수준이다.   ●있을 때 잘해(MBC 오전 7시50분) 순애는 가게에 찾아온 은수에게 상가에 떠도는 자신의 황당한 소문들을 얘기한다. 한편, 동규 어머니는 동규 문제로 집안이 어수선한 것을 영조의 탓으로 돌린다. 이에 영조도 지지 않고 동규 어머니에게 말대꾸를 한다. 속이 상한 동규 어머니에게 정화는 자신이 영조를 끝장내겠다고 엄포를 놓는데….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55분) ‘2006 파라다이스상’을 받은 대한성공회 김성수 대주교. 그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 특히 장애인을 위해 한평생을 살아왔다. 김성수 대주교가 소외된 이웃에게 아름다운 사랑을 베풀어온 남다른 인생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면서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성탄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말 겨루기(KBS1 오후 7시30분) 올 한 해 동안 달인에 도전했으나 달인 이름을 얻지 못하고 아쉽게 돌아선 우승자들의 재격돌이 펼쳐진다. 치열한 예심을 통해 40여 명의 우승자들을 제치고 연말 결선에 오른 다섯 명의 도전자들. 인생의 특별한 감동과 환희를 맛본 다섯 명의 도전자들 중 과연 달인에 도전한 사람은 누구일까?
  • [공연+새앨범]

    ■ 부활 ‘11번째 사랑 록그룹 부활의 11번째 앨범발매 기념 콘서트. 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무대로, 새로운 신곡들과 히트곡 들로 구성했다. 총 6회의 공연동안 한 회당 170명씩 한정 인원만으로 함께한다.2007 년 1월3∼7일. 대학로 상상 나눔 씨어터(02)2057-2606. ■ 임재범 ‘2006년 마지막 비상(飛上)!’ ‘사랑보다 깊은 상처’,‘너를 위해’등의 노래로 사랑받고 있는 가수 임재범이 오는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대서양홀에서 데뷔 20주년 기념 전국투어 콘서트 ‘비상’의 앙코르 공연을 갖는다.‘비상’ 전국투어 콘서트는 임재범의 음악인생 20년을 정리하는 내용을 2부로 나누어 진행한 바 있다.1544-1555. ■ 심수봉 ‘2006 SINA 송년 페스티벌’ 트로트의 여왕 심수봉이 한해를 정리하는 콘서트를 벌인다.‘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사랑밖에 난 몰라’,‘미워요’ 등의 히트곡들로 최고의 무대를 꾸밀 예정. 오는 27일 서울 올림픽 공원 올림픽홀.(02)595-2535. ■ 인큐버스 Light Grenades 힙합과 일렉트로니카, 그리고 펑크와 하드 록에 이르기까지.6인조 록밴드 인큐버스의 치열한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6번째 새앨범. 빌보드 모던 록 차트 2위에 오른 ‘애나 몰리’ 등 총 13곡 수록.SonyBMG. 클래식 ■ 플루트 앙상블 피리 창단 콘서트-플루트 나르시시즘 22일 4시·8시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 리더 김대원, 이윤영 이주희 김소연 박민상 이인.2만∼4만원.(02)888-2698. ■ 경기필하모닉과 금난새의 크리스마스 초대 24일 4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소프라노 박미자, 메조소프라노 양송이, 테너 류정필, 바리톤 우주호, 대학연합합창단. 크리스마스 캐롤과 베토벤 ‘환희의 송가’.1만∼5만원.(031)230-3200. ■ 예술의전당 성탄음악회-송영훈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23일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첼리스트 송영훈과 기타리스트 제이슨 뷔유 등 음악친구들이 꾸미는 보사노바와 탱고의 향연.2만∼5만원.(02)580-1300. 미술 ■ 나의 인생, 나의 사랑;윌리 로니스전 23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조선일보 미술관. 올해 96세인 프랑스 사진작가가 포착한 보통 사람들의 일상 풍경.(02)724-6322. ■ 섬웨어 인 타임 내년 4월1일까지 아트선재센터. 미술과 사회가 소통하는 접점을 국내외 작가 19명의 노래하고, 외치며, 속삭이는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선정 한국종합예술학교 미술이론과 교수가 오랜만에 기획한 전시회다.(02)733-8945. 연극 ■ 라이어 1월1일∼3월4일 화∼금 7시30분, 토요일 4시·7시, 일요일 3시·6시 서울 강남 동양아트홀. 대한민국 최장기 흥행 연극 라이어를 강남에서 만난다. 완벽한 희극성과 빈틈없는 구성이 주는 연극 보는 즐거움. 최성신 연출, 조정래 김태신 등 출연.2만∼2만5000원.(02)515-6510. ■ 강철 1월28일까지 화·목·금 7시30분, 수·토 4시·7시, 일요일 4시 아룽구지 소극장. 배우 윤소정이 창조하는 만고의 모정. 교도소라는 폐쇄 공간에서 벌어지는 박진감 넘치는 기억의 충돌. 한태숙 연출, 윤소정 서이숙 등 출연.3만∼4만원.(02)764-8760. 뮤지컬 ■ 크리스마스캐롤 25일까지 수∼금 3시·7시30분, 토∼월 3시·7시 서울열린극장 창동. 서울예술단이 혼혈아동, 체코 작곡가 및 의상디자이너와 함께 선사하는 감동의 가족뮤지컬. 시각장애인 윤선혜양의 천사 같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1만 5000∼3만 5000원.(02)523-0986 ■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2월4일까지 월∼금 8시, 토요일 4시·8시, 일요일 2시·6시 코엑스 오디토리움.35년 동안 공연된 록 뮤지컬의 고전. 로커 김종서가 유다 역으로 뮤지컬 신고식을 한다. 김재희 임태경 강필석 출연.3만~9만원. (02)501-7888
  • ‘피겨여제’ 김연아 역전우승 비결은

    우리나라에 피겨스케이팅이 처음 선을 보인 건 1894년 겨울. 당시 조선 주재 외국인들이 고종황제와 명성황후가 지켜보는 가운데 얼어붙은 경복궁 향원정에서 ‘얼음 위를 나는 기술’을 선보였고, 이후 ‘빙족회(氷足會)’라는 이름의 피겨팀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당시 명성황후는 남녀가 사당패처럼 발재주를 부리며 손까지 잡았다 놓았다 하는 모양을 보며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한 세기가 훨씬 지난 올 겨울, 명성황후가 살아있다면 세계 정상에 오른 16세 여고생의 몸짓을 보고서도 과연 똑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16세, 빙판의 전설 하늘색 의상을 입고 그랑프리 파이널 둘째날 자유종목 네 번째로 연기에 나선 김연아는 허리 부위에 테이핑을 한 채 얼음판에 들어섰다. 전날 규정종목에서 3위에 그친 터라 시니어로 나선 첫 파이널대회 결과는 불투명했다. 그러나 걱정은 이내 환희로 변했다.‘종달새의 비상’ 선율에 맞춰 몸짓을 시작한 김연아는 첫 번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연속 공중 3회전)을 깨끗하게 마친 뒤, 멋진 이너바우어(허리를 뒤로 젖힌 채 활주)와 더블 악셀(공중 2회전 반)까지 성공시키며 큰 박수를 받았다. 총점은 전날 규정연기 점수(65.06점)를 합친 184.20점. 마지막 순서로 경기에 나선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가 두 차례의 결정적인 실수에 발목을 잡히긴 했지만 김연아의 이날은 분명 한국 피겨 역사를 새로 고쳐 쓴 날이었다. 주니어이던 2년 전 한국피겨의 첫 세계대회(그랑프리 2차대회) 우승으로 시작해 세계주니어선수권 은메달과 주니어그랑프리 파이널 패권, 그리고 1년 만의 성인무대 정상까지 일궈낸 김연아는 분명 한국 피겨의 전설이다. ●얼음공주, 별명은 승부사 사춘기 그의 모습은 ‘정돈’ 그 자체다. 백지장같이 하얀 얼굴에 불면 쓰러질 것 같은 여린 몸매지만 빙판에 나설 때면 한 자락의 흐트러짐도 없다. 꼭 필요한 때가 아니면 웃음조차 보이질 않는 터라 한때는 ‘얼음공주’로도 불렸다. 짜릿한 역전극으로 성인무대 패권을 틀어 쥔 건 승부욕과 두둑한 배짱이 한몫했다.“어린 시절부터 연습과 경기 내용이 맘에 들지 않으면 스스로 분을 삭이지 못해 펑펑 울었다.”는 게 어머니 박미희(48)씨의 전언.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를 지도한 박분선 코치는 “허리 부상 탓에 좋은 성적을 기대하지 않았다.”면서 “당초 난이도가 높은 연기를 주문하지 않았지만 자신감은 물론, 배짱 두둑한 연기까지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 마이니치신문도 “김연아는 떡볶이와 쇼핑을 좋아하는 보통의 소녀이지만 경기에 임할 때는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절대 타협을 허락하지 않는다.”면서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까지 바라볼 선수”라며 자국 선수들의 경계를 촉구했다. 한편 김연아는 18일 갈라쇼를 마친 뒤 19일 귀국한다. 휴식을 취한 뒤 내년 1월 창춘 동계아시안게임에 대비할 예정이다. 내년 3월 세계선수권도 그를 기다리고 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은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은 올해 6차례 열린 그랑프리 시리즈 여자 싱글에 참가한 총 38명의 선수 중 상위 6명에게만 출전권이 주어지는 ‘왕중왕’대회. 선수들은 6차례 시리즈 중 최대 2개 대회까지 초청을 받는다. 김연아는 2차대회 3위,4차 대회에서 우승해 그랑프리 포인트 26점(전체 4위)으로 파이널에 참가했다.
  • [책꽂이]

    ●뎅기(박정규 지음, 멘토프레스 펴냄) 고등학교 과학교사인 저자가 쓴 신과 진화에 관한 이야기. 저자는 “천상과 지상의 법칙이 같은 것처럼 과학과 종교는 같다.”고 주장한다. 멕시코의 ‘깃털 달린 뱀’인 케찰코아틀 신화, 비라코차라 불리는 신비한 존재들에 의해 세워진 잉카문명, 키체 족의 마야문명 등을 소개하며 불가사의한 문명의 배후에 외계인이 있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뎅기는 ‘영원한 푸른 하늘’이라는 뜻의 옛 우리말.8500원.●임종국 평전(정운현 지음, 시대의 창 펴냄) 탁월한 인문학자이자 친일문제 연구가인 임종국의 삶을 다룬 평전. 스승인 조지훈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서울신문의 ‘흘러간 성좌’ 연재는 임종국이 친일 문제를 연구하게 된 단초가 됐다. 거머리가 무서워 모심기도 못한 소심한 성격, 독서회 사건으로 경성사범학교를 중퇴한 일 등의 일화가 실렸다.1만 6500원.●아이의 인생을 결정하는 36가지 습관(탕웨이훙 등 지음, 전인경 옮김, 럭스미디어 펴냄) 중국 전국시대의 시인 굴원은 창공을 바라보며 ‘천문(天問, 하늘에 묻다)’이라는 시를 썼다. 그는 천지 변화와 날씨의 변화를 물었다. 이런 물음이 철학가들의 깊은 사고를 불러왔고, 당나라 시인 유종원은 ‘천대(天對, 하늘에 대답하다)’라는 글로 화답했다. 의문을 던지기 좋아하는 사람이 큰 업적을 이룬다.“교만한 사람은 교만더미에서 자기를 망친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들려주며 겸손의 덕목도 강조한다.1만 3000원.●신기한 나라의 앨리스(루이스 캐럴 지음, 남기헌 옮김, 책세상 펴냄) 영국의 수학자이자 논리학자 동화작가인 저자의 대표작.1866년 출간 당시 2000부의 초판이 다 팔릴 정도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어린 오스카 와일드와 빅토리아 여왕도 이 책의 열렬한 독자였다. 앨리스가 꿈속에서 겪는 기이한 모험을 다룬 이 작품은 난센스, 은유, 언어유희 등 다양한 언어적 실험을 보여준다.5900원.●말이 먼저, 음악이 먼저(정준호 지음, 삼우반 펴냄) 베토벤은 실러의 시 ‘환희에게’를 평생 간직하고 있다가 최후의 교향곡인 ‘합창 교향곡’을 완성했고, 토마스 만은 베토벤의 32번 소나타에서 받은 감동을 소설 ‘파우스트 박사’로 표현했다.T S 엘리어트는 바그너의 서사극 ‘니벨룽의 반지’를 재해석해 명시 ‘황무지’를 썼으며, 스트라빈스키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음악으로 번역하고자 했다. 이렇듯 음악가들은 문학작품을 통해 영감을 얻었고, 작가들 또한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하는 음악을 동경했다. 예술 장르간의 ‘교류’를 다룬 에세이.1만 2000원.●아이의 심리학(조혜수 지음, 아울북 펴냄) 선택적 함묵증이란 게 있다. 아이가 특정한 상황에서 말을 할 수 없는 증상으로,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이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런 증상에는 인지 치료가 효과적이다.‘미운 네 살 죽이고 싶은 일곱 살’의 마음을 읽는 법,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마음의 틀을 만들어주는 상황별 대처법이 실렸다.1만원.
  • 儒林(727)-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8)

    儒林(727)-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8)

    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8) 퇴계가 얼마나 서적을 사랑하고 독서하는 즐거움을 맛보았던가는 61세 때 도산정사에서 읊은 ‘산당야기(山堂夜起)’란 시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산은 텅 비고 온 집이 고요하고 밤이 차갑더니 서리 기운 높으니라.(山空一室靜 夜寒霜氣高) 외로운 베개 위에 잠 못 이루니 일어나 정좌하고 옷깃을 바루노라.(孤枕不能寐 起坐整襟袍) 늙은 눈 부벼 뜨고 가는 글자 보려 하니 짧은 등경 촛불 켜고 여러 차례 돋우네.(老眼看細字 短煩屢挑) 글이라 그 가운데에 참된 맛 심어 있어 살찌고 배부름이 고기보다 낫더구나.(書中有眞味 沃勝珍)” 살찌고 배부르니 고기보다 더 나았던 글. 그 가운데 참된 맛이 심어 있던 서적. 마침내 퇴계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서적들을 애 제자 이덕홍이 맡아 주도록 당부하였던 것이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선생님. 제가 잘 보관하겠습니다.” 침통한 얼굴로 이덕홍이 말을 하자 퇴계는 손을 들어 벽 한 구석을 가리켰다. 뭔가 말을 하려 하였으나 기진하여 목소리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이덕홍은 스승이 가리킨 방향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지팡이가 놓여 있었다. 청려장(靑藜杖). 퇴계가 평소에 사용하던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 평소 산책을 즐겨하였던 퇴계는 책을 읽다 지치면 청려장을 끌고 서당의 이곳저곳을 소요하였던 것이다. 지금도 유물각에 남아 전시되고 있던 지팡이는 명아주 풀의 줄기들을 잘라낸 옹이가 울퉁불퉁하게 매듭지어져 있어 품격을 더하고 손에 들어도 거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볍고 단단한 지팡이였다. 순간 이덕홍은 스승의 심중을 헤아릴 수 있었다. 이제 다시는 일어서서 지팡이를 짚고 산책할 수 없는 퇴계로서는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그 지팡이를 만져보고 싶었던 것이다. 스승의 심사를 알아챈 이덕홍은 청려장을 끌어다가 퇴계의 손에 쥐어 주었다.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올까 싶게도 퇴계의 손이 지팡이를 힘껏 감아쥐었다. “빨리 쾌차하십시오, 선생님.”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덕홍이 말하였다. “청려장을 드시고 절우사 뜰에서 백설처럼 피어난 봄 매화꽃을 보시옵소서.” 순간 퇴계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미 살아 있는 사람의 모습이라고는 형언할 수 없는 깡마르고 수척한 얼굴이었지만 그 얼굴에 황홀한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실제로 찬란한 봄이 찾아와서 절우사(節友社) 뜨락 앞에 백설처럼 피어난 매화꽃을 바라보는 듯한 환희의 얼굴이었다. 꿈이라도 꾸고 계시는 것일까, 하고 이덕홍은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때 퇴계의 손에서 지팡이가 스르르 굴러 떨어졌다. 이덕홍은 지팡이를 다시 벽 구석에 세워 놓으며 뒷걸음으로 완락재를 물러나왔다. 방 앞에는 많은 제자들이 이덕홍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던가. 병세는 좀 어떠하신가.” 그 순간 이덕홍은 이를 악물고 숨죽여 울기 시작하였다.
  • 박인환 : 어린 딸에게

    박인환 : 어린 딸에게

    글 유종호 문학평론가, 시인 기총(機銃)과 포성의 요란함을 받아가면서 너는 세상에 태어났다 주검의 세계로 그리하여 너는 잘 울지도 못하고 힘없이 자란다. 엄마는 너를 껴안고 삼 개월 간에 일곱 번이나 이사를 했다. 서울에 피의 비와 눈 바람이 섞여 추위가 닥쳐오던 날 너는 입은 옷도 없이 벌거숭이로 화차(貨車) 위 별을 헤아리면서 남으로 왔다. 나의 어린 딸이여 고통스러워도 애소(哀訴)도 없이 그대로 젖만 먹고 웃으며 자라는 너는 무엇을 그리 우느냐. 너의 호수처럼 푸른 눈 지금 멀리 적을 격멸(擊滅)하러 바늘처럼 가느다란 기계는 간다. 그러나 그림자는 없다. 엄마는 전쟁이 끝나면 너를 호강시킨다 하나 언제 전쟁이 끝날 것이며 나의 어린 딸이여 너는 언제까지나 행복할 것인가. 전쟁이 끝나면 너는 더욱 자라고 우리들이 서울에 남은 집에 돌아갈 적에 너는 네가 어데서 태어났는지도 모르는 그런 계집애. 나의 어린 딸이여 너의 고향과 너의 나라가 어데 있느냐 그때가지 너에게 알려 줄 사람이 살아 있을 것인가. 작고한 시인 박인환은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의 시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목마와 숙녀>의 화려하면서 감상(感傷)적인 모더니즘, <세월이 가면>에 보이는 샹송 흐름의 가볍고 유창한 애상은 박인환 시편 곳곳에서 발견되는 특징이다. 해방 직후 박인환은 동인 사화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에 수록된 시편을 선보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거기 수록된 <인도네시아 인민에게 주는 시>같은 작품은 해방 직후의 정치적 격정과 노도질풍의 시기에 발표된 정치시편 가운데 가장 우수한, 유려하고 활력 있는 것의 하나였다. 지배권을 회복하려는 모략을 부셔라 이제는 식민지의 고아가 되면 못 쓴다 전 인민은 일치 단결하여 스콜처럼 부서져라 국가방위와 인민전선을 위해 피를 뿌려라 3백년 동안 받아온 눈물겨운 박해의 반응으로 너의 조상이 남겨놓은 야자나무의 노래를 부르며 홀랜드군(軍)의 기관총 진지에 뛰어들어라 -<인도네시아 인민에게 주는 시> 중에서 언뜻 임화의 격문시(檄文詩)를 연상케 하는 바 있지만 상상력의 규모나 세목에서 임화를 능가하는 박력을 가지고 있다. 그 후에도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지만 어느덧 도시인의 영탄으로 흐르면서 대중적 상상력 속에서는 <목마와 숙녀>의 시인으로 굳어져 있다. 그에게는 김수영이 경멸해 마지않았던 어떤 경박함이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서른 살의 이른 나이에 요절했다는 그의 불행한 개인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사실 박인환은 50년대 전후해서 등장한 많은 모더니스트 시인 가운데서 읽을 만한 시편을 남긴 몇 안 되는 시인이기도 하다. 가령 <행복>같은 작품은 널리 알려진 시편보다 한결 격조 있는 성숙 시편이기도 하다. 위에 적은 <어린 딸에게>는 각별히 뛰어나거나 박인환의 시적 특징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은 아니다. 활달하고 잘 읽히는 쉬운 시편으로서 박인환에게 이런 시편도 있나 하는 소회를 갖게 되는 독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3년 간 계속된 전쟁 중에 많은 사람들이 피란 생활을 강요당했으나 그런 특이 체험을 다룬 시편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그런 가운데 위의 시편은 당대의 숨김없는 소회가 담긴 소박하나 진실한 시편이다. 전쟁 중에 태어난 어린 딸을 데리고 부모는 수없이 이사를 다녔다. 심란하기 짝이 없는 생활이었을 것이다. 너의 호수처럼 푸른 눈 지금 멀리 적을 격멸(擊滅)하러 바늘처럼 가느다란 기계는 간다. 그러나 그림자는 없다. 이 대목에서 독자들은 주춤할 것이다. ‘적을 격멸하러 가는 가느다란 기계’는 무엇일까. 당대를 살아보지 않은 독자들에게 이 대목은 수수께끼로 비칠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전쟁 당시에 하늘을 자주 날던 제트기(機)를 가리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음속보다 빠른 제트전투기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한국전쟁에서다. 처음 제트기를 접했을 때 폭음은 나지만 비행기는 보이지 않아 적지 아니 당황했다. 나중에 보니 소리나는 곳보다 훨씬 전방에 쏜살같이 달리는 비행기가 보였다. 제트기는 특유의 비행운(飛行雲)을 달고 다녔는데 그것을 통틀어 ‘바늘처럼 가는 기계’라 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림자가 없다’는 것도 그 보충설명이라 보면 될 것이다. ‘호수처럼 푸른 눈’이란 서술 다음에 비행기가 나오는 것은 마침 아기의 눈이 비행기 쪽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엄마는 전쟁이 끝나면 너를 호강시킨다 하나 언제 전쟁이 끝날 것이며 나의 어린 딸이여 너는 언제까지나 행복할 것인가. 사실 전쟁 중에는 전쟁이 언제 끝날지 대중을 잡을 수 없었다. 전쟁 중에 태어나 제대로 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한 처지이기 때문에 전쟁이 끝나면 호강을 시켜준다고 부모는 다짐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이다. 과연 전쟁은 끝날 것이며 딸의 행복은 기약할 수 있는 것인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생소한 소회일 것이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부모들이 과연 무사하게 평화를 맞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도 기약할 수 없다. 담담하면서도 절박한 느낌이 다음 대목에 보인다. 너의 고향과 너의 나라가 어데 있느냐 그때가지 너에게 알려 줄 사람이 살아 있을 것인가.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전쟁과 그로부터 파생한 고통스러운 기억은 대체로 망각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전혀 모르는 세대들이 인구의 다수파를 이루고 있다. 그러한 시점에 박인환의 <어린 딸에게>를 읽는다는 것은 각별한 소회를 안겨준다. 젊은 독자들은 거침없이 활달하기는 하나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이런 시편의 장점과 미덕이 어디에 있는지 혼란을 겪을지도 모른다. 20세기의 한국은 역동적인 격변의 시대였다. 취향의 변화도 막심하였다. 그러한 풍화의 세월 속에서 이만한 생명력을 가진 시편도 그리 흔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50년대에 씌어진 다른 시편과 견주어보아야 실감이 될 터이다. ”나는 불모의 문명, 자본과 사상의 불균형한 싸움 속에서 시민정신에 이반(離反)된 언어작용만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자본의 군대가 진주한 시가지는 지금은 증오와 안개 낀 현실이 있을 뿐-더욱 멀리 지난날 노래하였던 식민지의 애가이며 토속의 노래는 이러한 지구(地區)에 가라 앉아 간다.“ 시인으로 출발하면서 박인환은 이러한 시적 포부를 밝혔다. 시민정신에 충실하련다는 그의 시적 선언은 그의 요절로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시편 곳곳에 박혀 있는 그의 신선한 언어는 아쉬운 잠재가능성의 기호로서 우리에게 안타까운 호소를 계속할 것이다. 피로한 인생은 지나(支那)의 벽처럼 우수수 무너진다. -<종말> 중에서 나는 들었다 나는 보았다 모든 비애와 환희를. -<어느 날> 중에서 유종호 · 1935년 충북 충주 출생. 서울대 문리대 영문과를 나와 뉴욕 주립대(버펄로) 대학원에서 수학. 현재 연세대 문과대학 특임교수. 1957년부터 비평 활동을 해왔으며 저서로 《유종호 전집》(전 5권) 이외에 《시란 무엇인가》 《서정적 진실을 찾아서》 《다시 읽는 한국시인》 《내 마음의 망명지》 《나의 해방 전후》 《시 읽기의 방법》 등이 있다.       월간 <삶과꿈> 2006.10 구독문의:02-319-3791
  • 가을, 억새에 눕다

    가을, 억새에 눕다

    석양이 걸린 억새밭에 스쳐간 날들이 일어서서 하늘 향해 손사래 치며 웅웅거린다. 더러는 아쉬움으로 더러는 애잔함으로 눈우물 가득 고이는 하늘을 품고 미련 한 자락 감아 안는다. 먼길 걸어 다리 풀고 앉는 억새꽃 숲에 흰머리 너풀대는 세월들이 서걱서걱 소리 내며 허리를 푼다. 세월의 징검다리 함께 건너던 당신은 석양빛에 눈시울 물들고 억새꽃 핀 머리카락만 바람에 날린다. 발끝에 떨어지는 석양빛 밟으며 걷는 길 등 두드리며 위로하는 바람 타고 지난날들이 절름거리며 다가선다. -시인 이시은의 ‘억새꽃’. 가을 산행에는 두 가지 특별한 맛이 있다. 하나는 이탈리아 음식처럼 화려한 단풍이요, 또 다른 하나는 우리 음식처럼 담백하고 정갈한 억새다. 지금 전국의 산에는 억새꽃이 한창 피어 우리를 기다린다. 도심을 떠나 은빛 물결이 출렁이는 가을의 바다로 떠나자. 준비물도 필요없다. 조그만 배낭에 일상의 시름을 꾸겨 넣고 맘 맞는 사람들과 함께 나서면 그만이다. 쉬엄쉬엄 콧노래를 불러가며 억새에 나부끼는 가을냄새를 맡아보자. 미처 느껴보지 못한 가을의 싱그러움이 있다. 오붓하게 가족끼리, 연인끼리 근처 멀지 않은 곳에서 손짓한다. 요즘 억새가 절정이라는 경기도 포천 명성산을 다녀왔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포천 명성산 억새밭 단풍과 함께 가을 산을 수채화처럼 물들이고 있는 억새꽃이 지천에 가득하다. 단풍이 마지막 생명을 뜨거운 불꽃으로 피운다면 억새꽃은 봄부터 숨죽여 키워왔던 정열을 화려한 빛으로 뿜어낸다. 또 단풍이 울긋불긋한 색깔로 화려함을 상징한다면 억새꽃은 은빛으로 가을의 쓸쓸함을 나타낸다. 억새꽃에도 은억새·금억새란 것이 있다. 이른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부터 정오까지 햇살을 정면이나 역광으로 받는 억새꽃은 눈처럼 하얗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그래서 이맘때 억새를 마치 ‘은’같다 해서 은억새라 부른다. 또 해질녘 숨죽인 햇볕이 억새꽃 목덜미와 몸에 닿으면 어느새 누런 황금빛 가을 춤꾼으로 변한다. 그래서 금억새라 불린다. 억새로 유명한 산은 많다. 수도권에서 가깝고 먹거리 볼거리가 풍부한 경기도 포천 명성산의 억새는 산행과 여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최적지이다. # 파란 하늘과 은빛 물결 서울에서 동북쪽으로 84㎞에 위치한 명성산(鳴聲山·해발 922.6m)은 산자락에 산정호수를 끼고 있어 등산과 호수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곳이다. 또 명성산은 애잔한 아픔이 간직하고 있어 특이하게 ‘울보산’이란 애칭으로 불린다. 전설은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 마의 태자가 망국의 한을 가슴에 품고 금강산으로 향했다. 도중에 들른 곳이 이 산. 왕자가 목을 놓아 울자 산도 함께 울었다. 그래서 울보산이 됐다. 궁예의 이야기도 있다. 왕건에게 왕의 자리를 내주고 패주가 되어 도망치던 궁예도 이 곳에서 산과 함께 울었다고 한다. 패주골, 왕건의 군사가 쫓아오는지 망을 보던 망무봉 등 인근의 지명이 아픔을 대신하고 있다. 명성산 산행은 그런 아픔이 고여 호수를 이룬 산정호수에서 시작한다. 명성산은 정면에서 보면 기가 탁 질린다. 몇 개의 거대한 바위가 우뚝 솟아있는 형상이다. 암벽 등반 전문가가 아니면 도저히 오르지 못하겠다 싶을 정도의 기세로 우리를 압도하지만 길은 있다. 오르는 길은 크게 두 가지. 자인사 코스와 등룡폭포 코스이다. 자인사 코스는 바위산 사이로 난 거친 너덜지대(바위지대)를 거의 직선으로 올라 가깝지만 길이 험해 피하는 편이 좋다. 또 다른 길은 등룡폭포 코스로 돌봉우리를 우회하는 평탄한 계곡길이 이어져 아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어 좋다. 등룡폭포 주변의 계곡은 긴 가을 가뭄에 물은 완전히 마르지 않았지만 수량이 적어 물이 탁해 보인다. 계곡을 따라 난 등산로는 단풍이 터널처럼 이어진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모두 빨간색이다. 약 2시간 정도 산보하듯 걸으면 숲이 엷어지면서 평탄한 분지가 눈에 들어온다. 봄과 여름에는 온갖 야생화가 만개하는 이 분지는 가을이 깊어지면 완전히 억새의 차지이다. 눈앞이 환해지며 출렁이는 은빛 물결에 모두가 ‘와’하는 탄성을 지른다. 바로 여기가 명성산의 8부 능선에 있는 억새밭이다. 벌써 억새가 80%정도 만개해 눈이 부실 지경이다. # 발아래 억새밭 모든 잡념 날아가 바람 부는 대로 춤추는 억새 사이로 난 길을 걸었다. 어른 키보다 큰 억새 춤에 저절로 따라 흔들린다.‘벌써 가을이 깊어가는구나.’ 가을이 몸과 마음 속으로 다가온다. 억새밭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며 위쪽 팔각정에 올라섰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억새의 장관이 머릿속의 모든 잡념을 날려 보낸다. 정말 아름답다. 명성산 정상에 오르려면 억새밭에서 삼각봉을 거쳐 왕복 4시간 정도 더 올라야한다. 가벼운 트레킹을 원했다면 억새밭에서 삼각봉으로 향하는 길목의 암릉까지 약 20분 정도 더 올랐다가 내려가는 것이 좋다. 암릉을 고집하는 것은 발아래 펼쳐지는 산정호수를 보기 위해서다. 단풍이 붉게 물든 봉우리 사이로 거울 같은 호수가 한 폭의 동양화다. 하산길은 자인사 코스를 택해 봄직하다. 길은 거대한 두 개의 바위봉우리 사이로 나 있다.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 부서진 돌이 쏟아져 내리는 돌길이다. 네 발로 기어야 할 만큼 가파르다. 게다가 놓여진 돌들을 잘못 밟으면 미끄러지기 일쑤이다. 그래도 하산 시간도 짧고 오르는 것보단 편하다.1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시간이 있으면 해질녘 황금빛의 억새를 감상하고 오는 것이 좋다. ■ 억새산행 여기도 좋아요 # 충남 홍성 오서산 ‘서해 바다의 등대’로 불리는 오서산(烏棲山·790.7m)은 주능선 일대에 형성된 억새밭의 풍광이 뛰어난 산행지다. 장항선 철도와 서해안 고속도로가 지척에 있어 접근이 용이한 것도 장점이다. 오서산 억새밭은 정상에서 북쪽의 740m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곳곳에 산재해 있다. # 강원도 정선 민둥산 민둥산(1117.8m)은 억새 산행으로 강원도에서 가장 알려진 산이다. 또한 산 정상부에 형성된 억새밭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훌륭한 풍광을 자랑한다. 산행시간도 짧고 광활한 억새밭이 이어져 가을 한철 이색적인 여행지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전망대, 조망 데크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 전남 장흥 천관산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억새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천관산은 기기묘묘한 모양의 수석 같은 바위들과 은빛 억새의 춤사위뿐 아니라 쪽빛 바다위에 크고 작은 섬들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산이다. 전체적인 모양이 팔각의 정자와 비슷한 산세를 갖춘 천관산의 억새밭은 동쪽 연대봉과 서쪽 환희대 간 약 1㎞ 주능선에 펼쳐져 있다 장천재∼장안사∼등잔암∼연대봉∼환희대∼대세봉∼장천재의 원점회귀 산행이 억새 탐승에는 최적격이다. # 경남 창녕 화왕산 거대한 장벽처럼 창녕을 감싸고 있는 화왕산은 진달래와 더불어 가을 억새의 아름다움으로 유명한 산이다. 특히 정상부의 십리 억새밭은 다른 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모양과 광활한 억새평원으로 전국적으로 으뜸이다. 또 억새밭 주변 산릉에는 긴 산성이 만들어져 있어 성벽을 따라 걷는 맛이 재미나다. # 여행정보 포천에는 유명한 먹을거리가 많다. 하지만 그중 ‘두부요리’가 소문나 있다. 26년 역사를 자랑하는 파주골 손두부(031-532-6590)에서 두부를 먹어보지 않고서 어찌 ‘두부’를 논하랴. 직접 수확한 우리 콩으로 만든 순두부를 만들며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 재래간장과 파·마늘로 만든 양념장으로 간을 맞춰 전통 두부의 담백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보리밥과 콩나물·상추·고추장·김치·양념장에 부드러운 순두부가 어우러지는 상차림은 정말 어머님의 손맛을 느끼게 한다.4000원. 또한 커다란 모두부, 직접 담근 동동주 맛도 일품이다.5000원. 산행을 마치고 산정호수가에 자리 잡고 있는 한화리조트의 온천 또한 별미다. 알카리성 중탄산 나트륨천으로 지하 700m에서 솟아오르는 천연 온천수를 이용해 피로를 풀기에 그만이다. 대인 7000원, 소인 5000원. 경락요법을 이용한 아로마 테라피를 즐길 수도 있다. 또한 오는 30일까지 객실을 30% 할인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031)534-5500. 이밖에 허브향이 가득한 허브아일랜드(031-535-6497), 국내 최대의 아프리카 박물관(031-543-3600) 등도 아이들과 들러볼 만하다. 우린 보통 억새와 갈대를 많이 혼동한다. 가장 편하게 구별을 할 수 있는 것은 서식지이다. 억새는 대부분 산이나 들에 피지만 갈대는 습지나 냇가에 자란다. 또 억새꽃(씨)은 흰색을 띠며 매끈한데 반해, 갈대는 짙은 갈색을 띠며 부풀부풀 지저분한 느낌을 준다. 잎은 억새가 더 억세며 날카롭고 갈대는 좀 넓으며 억새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이다.
  • [한승원 토굴살이] 꼬마 나폴리 연안 이야기

    [한승원 토굴살이] 꼬마 나폴리 연안 이야기

    ㄹ형, 제 토굴 앞에 0자를 가로 눕혀 놓은 듯한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서울을 버리고 온 날부터 ‘연꽃 바다’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그 제목으로 장편소설 한 편을 썼습니다. 호수 같은 바다 남쪽에는 고흥반도 산봉우리들이 뻗어나가고, 남서쪽에는 완도의 섬들이 첩첩 떠 있고, 서북쪽에는 장흥과 보성의 산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저는 어머니 콤플렉스가 많은 글쟁이입니다. 그것을 자궁 콤플렉스, 혹은 고향 콤플렉스라고 말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40년 동안 바다 이야기를 써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다 쓰지 못했다 싶어 고향 바닷가로 돌아왔고,‘멍텅구리 배’,‘물보라’,‘바닷가 학교’,‘검은댕기두루미’에 이어, 이 바다에서 생산되는 ‘키조개’ 이야기를 장편으로 쓰고 있습니다. 여성의 음부처럼 생긴 키조개를 통해 우주 시원의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마을 앞 연안을 산책하곤 하는 저의 사전 한 구석에는, 그 연안이 꼬마 나폴리라고 적혀 있습니다. 무지개처럼 휘움한 그 연안 동쪽에는, 사자산 엉덩이에 붙어 있는 삼비산에서 흘러온 냇물로 인해 형성된 거무스레한 모래 잔등이 질펀하게 뻗어나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갈매기 청둥오리 해오라기 물떼새들이 찾아오고, 황새와 검은댕기두루미도 한 발로 서 있다가 돌아가곤 합니다. 이사 오던 첫해 한여름에 저는 아침마다 그 연안바다 모래밭을 혼자서 땀 뻘뻘 흘리면서 청소했습니다. 그 모래밭에는 밀려온 쓰레기들이 해전으로 죽어 늘어진 시체들처럼 볼썽사납게 쌓여 있곤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가끔 울력을 하여 그것들을 치우곤 하지만, 다음날 곧바로 불어댄 동남풍으로 인해 쓰레기들은 다시 쌓이곤 합니다. 스티로폼 부표, 헌 그물자락, 페트병, 통발들, 수초들…. 그것들을 제가 혼자서 하루아침에 십m씩 치우곤 한 것입니다. 저혼자서 그 바다를 관리하겠다는 영웅심에서 그런 것도 아니고, 저의 환경 사랑 의지를 만방에 선전하려는 만용이나 허세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유배살이를 자청하고, 스스로를 토굴 속에 가둔 저의 고독과 슬픔과 나약해지는 마음을 다잡고, 제 가슴속에 ‘이것은 내 바다’라는 확신을 심고 싶었습니다. 그 바다 한복판에 저의 뿌리를 내리려는 몸부림이었습니다. 비지땀 흘리며 하는 저의 도로(徒勞) 같은 몸짓이 보기에 민망했던지 당시의 김면장이 그해 가을부터 공익 요원들을 투입하였고, 이후로 그 바다는 계속 깨끗함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환갑을 두 해 앞둔 때였습니다. 저는 소설 쓰는 틈틈이 저와, 바다와 씨름하며 사는 마을 사람들과 거기에 서식하는 물고기 물새 바람 해 달 별 이슬을 시편에 담았습니다. 그것들을 문학과 지성사에서 세 번째 시집 ‘노을 아래 파도를 줍다’로 펴내 주었습니다. 그 시들은, 토굴에 저를 가두고 기르는 제 자신과 바닷가를 산책할 때마다 저를 늘 환희심에 젖어들게 하는 마을 사람들의 삶과 앞바다와 하늘에 바치는 헌사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새로 부임한 젊은 조면장이 그 여닫이 연안 모래 언덕 위쪽의 아스팔트길 가장자리 숲에 600m쯤의 소로를 내고 20m 간격으로 저의 시비 30기를 세워 놓았습니다. 저의 시와 짧은 동화와 소설 한 대목들을 새긴 그 비석들은 각기 7t 무게의 바위와 보조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야 할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저의 육중한 흔적들을 그 연안바다 모래 언덕길에 놓아두도록 허락한 것은 저의 허망하고 미련스러운 탐욕이 아닌지, 그 탐욕으로 인해서 나라는 인간이 하나의 상업적인 싸구려가 되고 있지 않은지, 자못 두렵고 부끄럽습니다. 그것을 두려워하고 면목 없어하는 저에게 젊은 면장은 말을 합니다.“이것은 억지로 하고자 하여 된 일이 아닙니다. 선생님의 한 발짝 한 몸짓의 일상이 이 연안 바다 모래밭의 전설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소설가
  • [열린세상] ‘상실의 세대’ 중국 홍위병/양필승 건국대 교수 차이나타운 추진위원장

    붉은 색에 대한 우리의 감정은 세대차를 반영한다. 붉은 색에 대한 공포와 붉은 색에 대한 환희, 결국 색깔을 느끼는 것조차 역사의 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유신시대를 살았던 필자에게 붉은 색은 공포와 동시에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더욱 중국사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중국의 홍위병은 붉은 색만큼이나 신비와 공포를 함께 동반했다. 혁명의 역사, 중국 현대사를 자유롭게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갔고, 약 2년간의 노동자 생활을 접으면서 대학원에 입학했다. 첫 과목은 역사가 아닌 영어였고, 바로 그 영어 시간에 만난 홍위병 출신 중국 여학생. 곧 신비와 공포는 사라지고 너무나 귀엽고 초라한 여자아이로만 다가왔던 그녀. 홍위병에 관한 나의 집요한 질문에 대해 그녀는 늘 웃음으로 피했다. 또다른 홍위병 출신. 중국사를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 온 중국 장학생. 이제 중국 현대사, 특히 문화혁명(1966∼68)에 대한 이해가 보다 객관적이 됐을 무렵으로, 홍위병에 대한 질문은 한층 예리해졌다. 몇년 전의 그녀처럼, 그 역시 홍위병에 대한 질문을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예의로 답하지만, 매우 시니컬했다. 반 세기의 세월이 흘렀지만, 이 땅에서 홍위병이란 단어는 아직도 심심치 않게 언급된다. 바로 올해는 홍위병이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지 딱 40년이 되는 해다. 홍위병이 월드컵의 붉은 악마보다 결코 못하지 않은 뜨거운 열정을 지녔음을, 그리고 우리의 붉은 전사보다 역사와 사회에 더 진지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홍위병의 등장은 마오쩌둥의 선택이다. 그는 공산혁명의 성공과 함께 늙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밖에 없었고, 늘 유토피아를 꿈꾸었던 노혁명가는 권력승계자 대신 혁명후계자를 찾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백지상태의 청년들을 찾아 그들을 새로운 혁명세대로 훈련하기를 원했으며, 홍위병은 그의 작품인 셈이다. 문혁의 광란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마오는 홍위병 출신 청년들을 농민으로부터 프롤레타리아의 미덕을 배우도록 이른바 ‘하방’을 보냈다. 대도시의 청년들이 중국 전역의 오지로 흩어져 육체노동의 신성함을, 농촌문화의 건전성을 ‘학습’했다. 문혁기간이 1976년 종료되기 전까지 모두 1200만명이 ‘하방’에 동원됐다. 그러나 필자가 책 속에서, 그리고 실생활에서 접했던 홍위병은 대부분 스스로를 ‘잃어버린 세대’ 또는 ‘상실의 세대’라고 자조했다. 문혁 중 대학은 장기간 문을 닫았고, 한동안은 입학시험 자체가 없었기에 진학조차 불가능했다. 막상 졸업하자 불어닥친 개혁과 개방의 바람에 홍위병 출신은 무능력자로 낙인 찍혀, 경제적 궁핍의 고통을 맛볼 수밖에 없었다. 덩샤오핑은 아예 정책적으로 홍위병 세대를 건너뛰는 이른바 ‘연경화’ 즉 세대교체를 파격적으로 단행함으로써, 홍위병은 상실의 세대로 전락했다. 덩의 결단은 홍위병 세대가 제대로 교육 받지 못했기 때문에 개방과 개혁을 끌어갈 실력을 갖추지 못하고, 오히려 장애물이 된다는 판단으로부터 비롯됐다. 이같은 결단은 지독한 지도자의 고뇌에서 출발할 것으로, 미래의 비전과 자기 확신 없이는 불가능했음은 물론이다. 특히 나이와 경험을 중시하는 유교적 전통이 중국 공산당사에도 명백히 유지됐지만, 덩은 과감히 중국의 내일을 위해 그 같은 용단을 내렸던 것이다. 그 결과 당과 정부의 간부 층에서 홍위병 세대는 무기력하게 자신들의 지위를 다음 세대에 내주는 고통을 맛보았다. 이로써 그들의 개인적 상실감은 한층 커졌지만, 역설적으로 중국은 그만큼 성공적인 개방과 개혁의 길을 달릴 수 있었다. 결국 홍위병은 학창시절에 거리로 내몰려 지적 성장의 기회를 놓치는 상실을, 다시 사회에 나와서는 자신들의 퇴장을 강요하는 세대교체를 통해 상실을 경험했다. 이 같은 홍위병 세대의 개인적 비극을 배경으로, 중국은 21세기 강대국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 양필승 건국대 교수 차이나타운 추진위원장
  •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7) 희망이라는 것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7) 희망이라는 것

    누구든지 이 세상에서 희망을 걸고 살아간다. 어떤 희망도 없는 경우를 우리는 절망이라 부른다. 절망은 삶의 에너지가 소진된 경우와 같다. 절망의 극치가 곧 자살로 이어진다. 희망은 삶을 지탱시켜 주는 에너지와 같다. 고대 그리스의 신화에 ‘판도라의 상자’라는 이야기가 있다. 판도라는 그녀가 가져온 상자를 열어 인간 세상에 모든 재앙들을 다 퍼뜨려 놓고 뚜껑을 닫았기에 마지막 남은 희망이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이 신화는 인간이 고통스러운 세상에 실존하면서 희망만을 아직도 기다리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상징한다 하겠다. 누구나 다 희망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싶어한다. 보통 사람들은 인생에서 대개 어떤 것을 갖고 싶은 소유욕을 희망으로 삼는다. 돈을 벌고 싶은 희망, 출세하고픈 희망, 시험에 합격하고픈 희망 등등 다양한 희망을 갖고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살아간다. 이런 희망을 단적으로 소유론적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희망의 철학적 의미를 화두로 삼은 20세기 가톨릭 실존철학자 마르셀은 저 소유론적 희망을 ‘나는 …을 희망한다.’(I hope that…)라는 구절로 간략하게 묘사했다. 이것은 희망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서술되는 구조다. 객관적으로 서술되는 (…)의 희망은 내가 소유하고픈 내용과 같다. 그런 희망이 달성되는 경우에 나는 만족을 느낀다. 만족의 현상은 배고픈 사람이 음식을 충분히 먹어서 포만상태에 이른 것과 유사하다. 포만상태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게걸스러운 기분에 젖은 식곤증처럼, 생각하기 싫고 일하기 싫은 판단공백의 상태를 동반한다. 거기에 비하여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하여 시기와 원한의 감정을 표출한다. 그래서 이들은 식곤증에 취해 있는 만족계층과 달리 더욱 또렷하게 의식이 깨어 있어서 복수의 기회를 노리면서 계급전복을 준비한다. 이것이 헤겔이 말한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적 투쟁’의 모습이다. 만족의 게걸스러움과 불만의 분노는 다 소유론적 희망의 취득여부와 직결된다. 소유론적 희망은 결국 인생에서 만족을 누리려는 욕심과 직결되어 있다. 이 욕심을 불교에서 오욕(五欲=재욕, 색욕, 식욕, 명예욕, 수면욕)이라 부른다. 세상살이는 예나 이제나 이 오욕을 쟁취하기 위한 모든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것을 얻지 못하면 화가 나고, 화의 분노가 이기적인 것이 아님을 명분화하기 위하여 그럴싸한 이론을 다 끌어들인다. 인간의 사회적 투쟁은 거의 대개 이 오욕의 쟁취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벌이는 소유론적 불만이나 절망을 분노의 명분으로 표시한다. 아집(我執)에 찬 분노의 명분이 진리의지와 만나면, 그 분노는 진리의 투쟁이란 법집(法執)으로 돌변한다. 그래서 아집과 법집이 뒤엉키면, 소유론적 욕심이 결국 결사항전의 어리석은 고집으로 바뀐다. 그런데 한 사회의 정신문화가 일반적으로 속물적인 소유론적 희망만을 삶의 동력으로 여기면, 그 사회는 그만큼 만족과 불만의 양극단에서 늘 요동친다. 속물적 희망은 오욕의 소유만을 인생에서 성공의 척도로 보는 태도를 말한다. 속물적 사회일수록 그 사회는 소유적 지배층의 거만떨기와 상대적 박탈감으로 원한의 심리를 품고 있는 소외층의 대등 질투심리와의 양극사이에서 출렁거린다. 평소에 속물이 아닌 것처럼 도덕적으로 온갖 좋은 말씀을 내놓던 분이 일단 자기의 출세와 직결되는 순간에 벼슬을 놓칠까봐 명예욕에 추하게 매달리는 탐욕을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지배층의 게걸스러움을 싫어하던 소외층의 가열찬 투사가 하루아침에 지배층에 오르자마자 자기가 그토록 미워한 그 오욕의 탐욕에 정신을 못 차린다. 이제 우리는 확실히 알아야 한다. 생각이 깊지 않은 인간은 그가 투사이든 지배층이든 소외층이든 도덕적 설교자이든 다 속물적 소유욕을 인생의 희망으로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사회의 부정부패는 모두가 다 속물적 탐욕의 근성을 희망으로 갖고 있는 한 어떤 방식으로든지 지속된다. 우리는 생각이 깊은 정신문화를 가꾸어야 한다. 악을 박살내려고 흥분하지 말고 속물근성에 빠지지 않는 깊이 있는 사회를 일구자. 그러기 위하여 인생의 동력인 희망을 소유론적인 것에서 존재론적인 것으로 바꾸는 마음의 혁명이 필요하다. 인생의 희망을 소유론적인 만족으로 채우려 하지 말고, 존재론적 기쁨으로 인생을 승화시키려는 마음의 전환에서 마음의 혁명이 가능해진다. 불만의 심리는 늘 복수의 심리를 속으로 감추고 있다. 역전의 상황이 오면, 불만의 심리는 복수한다. 만족의 심리는 남들에게 으쓱대면서 과시하려는 충동을 띠고 있고, 불만의 심리는 속으로 응어리를 품고 있어서 비뚤어진 공격성을 감추고 있다. 과시적이든, 열등의식으로 비뚤어졌든 다 공격적이다. 이런 사회에서 어찌 서로서로 존재하도록 친절을 베푸는 열린 마음의 기쁨이 삶의 희망으로 등록되겠는가? 나는 우리가 서로서로 사랑하는 법을 잘 알지 못한다고 늘 생각해 왔다. 비록 TV 드라마에 사랑 극이 너무 넘쳐나고, 사랑 때문에 울고 웃는 일상의 깊지 않은 희비극이 화면에 벌어져도, 우리는 진실로 서로서로 존재하도록 친절을 베푸는 법을 모른다. 그래서 안이나 바깥에서나 서로 모래알처럼 살면서 “제까짓 것” 한다. 속물적 욕망만이 인생의 희망으로 여겨지는 곳에 절대로 서로 화합하고 서로 융결(融結)하는 사회적 인간관계가 자라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만족한 자나 불만스러운 자나 다 속으로 타자에 대하여 “제까짓 것” 하는 심리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족과 기쁨, 불만과 괴로움은 다르다. 만족의 포만감은 꽉 차서 더 이상의 여백이 없는 닫힌 마음의 상태를 함축하고 있으나, 기쁨은 5세기 말 신플라톤주의자로서 익명의 철학자인 가짜(Pseudo)-디오니시오스의 말처럼 ‘자기의 확산’(self-diffusion)과 같다. 만족은 자아위주로 닫힌 느낌이지만, 기쁨은 우주로 자기가 확산되는 열림의 느낌을 준다. 불만은 외부로 향하는 공격성을 띠고 있지만, 괴로움은 내적 평안을 찾으려는 긴장완화의 요구를 품고 있다. 소유적 만족보다 존재의 기쁨을 찾으려는 희망은 단순한 낙관적 계산과는 무관하다. 낙관적 계산은 속물적 욕심의 취득이 계산적으로 명백할 때에 생긴다. 그러나 존재의 희망은 오히려 속물적 인생의 무상함과 괴로움의 자각에서부터 움튼다. 내 인생의 의미가 속물적 오욕(五欲)의 소유적 다과로 평가되기를 거부하는 ‘존재론적 요구’가 마음에서 싹틀 때에, 존재론적 희망의 의미가 절실히 다가온다. 속물은 소유나 적어도 허영의 과시에 사로잡힌 수인(囚人)과 같다. 짝퉁으로도 자기를 과시하고자 하는 속물은 인생의 동력인 희망을 가짜 소유로 채우려는 자기체면에 걸린 수인이다. 희망을 소유에서 존재로 돌리는 마음의 혁명은 죽음의 응시에서 가능하다. 죽음은 소유의 수인상태에서 인간을 해방시켜주는 약이다. 속물들은 죽음이 없는 세상에 살아가는 것처럼 산다. 그들은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생물학적 죽음이 있음을 그들도 알지만, 그들의 지금 생활과는 전혀 무관한 것처럼 죽음의 생각을 그들은 유예한다. 속물들은 세상에 가장 친사회적으로 사는 것처럼 분주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만, 그들은 사실상 가장 고독한 인생을 산다. 소유적 만족만을 추구하는 인생은 열린 기쁨의 마음을 모른다. 속물사회에서는 다 고독하다. 지옥은 사람들이 우글거리나 모두 고독한 곳이다. 존재론적 희망은 괴로운 번뇌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인생의 요구에서 싹튼다. 모든 번뇌는 소유의식에서 생기고, 그 소유의식은 집착을 낳고 나의 마음을 뇌쇄시켜 거기에 중독되게 한다. 앞에서 본 마르셀이 그의 저서 ‘편력하는 인간’에서 희망의 철학을 가르친다. 희망의 가장 바람직한 형태는 ‘나는 우리를 위하여 그대 안에서 희망한다.’(I hope in you for us.)는 것이다. 소유의식을 지우는 것이 번뇌에서 해방되는 첩경이다. 소유의식은 잘난 척하거나 으쓱대는 자만심과 같이 간다. 불만도 역설적인 소유의식에 다름 아니다. 마음의 존재론적 혁명은 마르셀이 언명하였듯이 겸허하며 요란스럽지 않고 수줍은 듯한 마음의 전환에서 시작한다. 마르셀이 말한 ‘그대’의 이인칭은 고요하고 정결한 자기 마음의 본성과 같다 하겠다. 소유로 들뜬 속물들은 수줍고 정결한 자기 마음의 본성이 마치 없는 것처럼 무시하면서 살아 왔다. 오욕을 사냥하는 소유론적 속물근성을 떠나서 자기 마음에 늘, 그리고 이미 있어 온 그 고요한 본성에 인사드리고 그 본성의 요구에 성실하게 살 것을 마음이 약속하는 순간에, 존재론적 희망은 문득 솟아오른다. 내가 그 본성의 요구에 성실하게 살 것을 희망하는 그 순간은 동시에 만족과 불만이라는 소유적 삶의 수인(囚人)상태를 벗어나 나의 존재와 인연이 있는 모든 존재들을 함께 기쁘게 해주려는 열린 마음의 상태로 변하는 마음의 비약이 생기는 순간과 같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의 이웃이 된다. 이것이 마르셀이 말한 ‘우리를 위하여’라는 말이겠다. 존재론적 희망은 나의 본성인 ‘그대’와 나의 일상적 마음이 일치하기를 희망하는 것이요, 그런 일치는 이웃들과 존재론적으로 ‘우리’가 되는 융결의 띠를 형성한다. 이 ‘우리’는 소유론적 폐쇄적 집단으로서의 ‘우리’가 아니라, 네가 존재하도록 도와주는 자타불이(自他不二=자기와 타인이 둘이 아님)의 ‘우리’다. 마르셀의 용어를 빌리면, 우리가 ‘코러스’(chorus)를 들었을 때에 느끼는 마음의 환희가 바로 존재론적 희망에 아주 가깝다고 하겠다. 코러스의 감동이 식지 않는 한, 우리는 아직도 열려 있고 서로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의 기쁨을 맛본다. 우리 사회가 속물근성의 자기 감옥을 부술 때에, 우리는 상호주관적으로 그리고 존재론적으로 서로서로 친절하게 대하는 법을 배울 것이다. 그와 동시에 아무 콘텐츠가 없는 공허한 추상적 구호로서의 같은 민족끼리의 감상을 넘어서, 우리는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경계하는 모래알이 아니라, 상호주관적으로 기쁨을 주고 서로서로 친절한 이웃이 될 것이다. 속물적 희망을 존재론적 희망으로 돌리는 마음의 혁명은 곧바로 우리가 전대미문의 도약판을 밟고 비상하는 순간이 될 것이고, 각자의 좁은 감옥을 벗어나는 해방의 날이 될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우리 불교 공예의 멋과 자존심 보여줄래요”

    “우리 불교 공예의 멋과 자존심 보여줄래요”

    “프랑스에서 우리나라 불교 목조각품을 처음 전시함으로써 불교 공예의 자존심과 아름다움을 알리겠습니다.” 한·불 수교 120주년을 맞아 프랑스 파리 근교 에브리시 성당에 있는 국립종교미술관에서 15일부터 다음달 29일까지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 목조각장인 박찬수(58) 목아불교박물관장이 그동안 정성껏 만든 목조각 100여점을 선보이는 초대전 ‘박찬수 나무새김의 아름다움’이 그것이다.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의 성당에서 불교 관련 목조각들이 전시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박 관장은 “프랑스 국립종교미술관의 초청으로 수교 120년 만에 프랑스 성당에서 불교를 주제로 첫 전시회가 열리게 됐다.”면서 “불보살·나한·동자·나무인형·목조불화·인물·한국인의 모습·환희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목조각들을 전시, 우리나라 불교 공예품의 멋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출품작 가운데 공자와 부처, 단군, 예수의 모습을 오동나무에 새긴 조각의 제목이 눈에 띈다.‘내 종교가 좋으면 남의 종교도 좋지요.’이와 함께 ‘나를 알면 조국과 문화가 보인다’‘생각을 바꾸면 행복할 수 있다’ 등 철학적인 제목이 붙은 인물 조각품들이 전시된다. 박 관장은 “프랑스인들이 불교문화를 담은 목조각에 감명을 받았다는 말에 놀랐다.”면서 “전시회뿐 아니라 에브리 시청앞 광장에서 목조각 퍼포먼스도 진행, 불교음악·무용 등도 함께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목조각을 만드는 동안 조각칼과 망치가 내는 소리가 명창의 소리와 조화를 이루며, 전통무용과도 어울린다는 것이다. 박 관장의 목조각들은 관세음보살 입상 등 법당에 놓인 불상부터 탱화·상여조각, 장승, 동자승, 현대적인 인물조각, 성모마리아 조각까지 다양하다. 작품의 표현도 상당수는 연장 자국이 남을 정도로 거칠고, 어떤 것들은 기계로 갈아낸 것처럼 매끈함을 자랑한다. 특히 한쪽 다리를 엉성하게 꼬고 앉아 입을 벌리고 설법하는 부처님, 미소를 지으며 ‘쉿’하고 손가락을 입술에 댄 부처님 등의 해학적인 모습은 친근하다. 박 관장은 1993년 ‘나무에 싹을 띄우다’라는 자신의 호 목아(木芽)를 딴 목아불교박물관을 경기도 여주에 설립, 불교문화재 1만 5000여점을 전시 중이다. 그는 “나무를 선택하거나 무늬를 보는 법, 도구를 사용하는 법, 접목하는 법 등 모든 부분에서 목조각은 가장 어려운 작업”이라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돌조각이나 브론즈와는 구별되는 목조각의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031)885-9952.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Seoul in] 중랑천 사랑콘서트 “가을 느껴요”

    동대문구(구청장 홍사립) 7일과 8일 오후 7시30분 저녁노을이 붉게 물든 중랑천 둔치 제3체육공원에서 낭만과 환희가 어우러진 ‘중랑천 사랑콘서트’를 연다. 가수 장윤정 등이 출연하고 색소폰, 국악 등이 연주된다. 서울시극단의 공연도 열린다. 문화공보과 2127-4708.
  • 儒林(682)-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28)

    儒林(682)-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28)

    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28) 마침내 퇴계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다. “지난번에는 다만 본체가 작용하지 않는다는 데에 대해서는 알았지만 심오한 작용(理의 작용)이 드러나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를 마치 죽은 것(死物)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니, 이는 바른 도(道)와 거리가 너무 멀지 않았습니까. 지금 그대(고봉)가 정성껏 저를 가르치신 덕분에 잘못된 견해를 버리고 새로운 뜻을 얻었고, 새로운 깨달음을 키웠으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퇴계는 자신보다 26살이나 어린 고봉이 ‘정성껏 가르치신 덕분’에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인가. 퇴계는 자신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다음과 같은 결심을 10월15일자 편지 마지막 부분에 술회하고 있는 것이다. “…저는 이전부터 책을 읽을 때 대충 읽어 잘못 이해하는 잘못을 더욱 스스로 경계하고 두려워하여 조금이라도 고치려 하였습니다만 죽기 전에 이런 뜻을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므로 10월15일자 편지에서 고봉이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여 그릇된 견해를 바로잡는 스승의 태도를 확인한 순간 ‘사물의 이치에 이른다(物格), 또는 무극(無極) 같은 것에 대한 해석을 선생님께서 굽어 살펴 주심에 힘입어 평소 어지럽게 오가던 것이 끝에 한가지로 매듭지어졌습니다. 한평생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있겠습니까. 춤을 추어도 뜀을 뛰어도 그 즐거움을 다 드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답장을 두 사람이 나누었던 11월15일자 마지막 편지에서 기대승이 써 보낸 것은 노스승의 태도에 감동한 후학으로서의 환희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바로 이러한 고봉의 치열한 학구정신을 높이 삼으로써 퇴계는 벼슬에서 물러나기 전, 선조와의 독대에서 선조가 자신의 스승으로 삼을 만한 신하를 찾고 있음을 토로하면서 ‘누가 학문이 훌륭합니까.’하고 묻자 ‘그것은 참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그런데 신이 어찌 전하를 속이고 누가 특별하여 취할 만하다고 여쭈오리까. 다만 기대승 같은 사람은 글을 많이 읽었고 성리학을 깊이 연구해서 그 견해가 유학에 정통했다고 할 수는 있지만 다만 수렴공부는 아직 적은 듯싶사옵니다.’라고 고봉을 추천하였던 것일까. 수렴(收斂). 거친 성정을 지녀 정신수양 공부는 부족하지만 성리학을 깊이 연구해서 그 견해가 유학에 정통하였다고 평가해서 천거한 기고봉. 기고봉은 퇴계의 추천을 받고 마침내 한때 퇴계가 재직하였던 오늘날 국립대학교의 총장격인 성균관 대사성에까지 오르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퇴계가 선조에게 고봉을 천거하였던 것은 지난해 3월, 고봉이 격물치지에 관한 스승의 오류를 지적한 것이 올해 초 여름 5월이었으니, 그렇다면 퇴계는 어떤 점을 보고 고봉이 ‘성리학을 깊이 연구해서 그 견해가 유학에 정통하다.’고 기라성 같은 학자들을 제치고 직계제자가 아닌 고봉을 서슴없이 천거하였던 것일까.
  • [공연+새 앨범]

    이승환 ‘꿈꾸는 음악회’ 이승환이 오는 9월2일 서울공연을 시작으로 ‘제3회 이승환이 꿈꾸는 음악회-투어’를 시작한다. 트레이드 마크로 여겨졌던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보다는 오직 음악만이 있는 공연으로 진행될 예정.8인조 현악 연주자와 3명의 객원 연주자 등, 총 20명의 연주자와 함께 이승환의 수많은 히트곡을 감상할 수 있다. 6만∼7만원.1544-8373. 아웃캐스트의 새앨범 Idlewild 미국 남부출신의 힙합 듀오 아웃캐스트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영화의 제목이자 정규앨범타이틀. 데뷔앨범 이후 2년에 한번씩 발표한 앨범마다 플래티넘 히트를 기록할 만큼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던 이들이 이번 앨범을 통해서도 플래티넘을 기록할지 궁금해진다.SONYBMG. 나오미 앤드 고로의 ‘HOME’ 감성미 넘치는 보컬 나오미 후세와 브라질리언 기타의 이토 고로 등으로 구성된 일본출신 보사노바 듀오 ‘나오미 앤드 고로’의 한국 라이선스 음반. 친구와 함께 상큼한 레모네이드를 마시는 것처럼 편안한 감성이 느껴지는 음반이다.STOMP MUSIC. 던컨 제임스의 Sooner or Later 21세기 초반 영국의 팝시장을 지배했던 블루(Blue) 출신의 아티스트 던컨 제임스의 첫 솔로앨범. 수려한 멜로디 라인과 부드러운 어쿠스틱 기타연주가 일품이다. 특히 이번 앨범의 첫 싱글인 ‘sooner or later’에는 플라이 투더 스카이의 환희가 듀엣으로 참여했다.EMI. 패리스 힐튼의 PARIS 호텔 재벌 힐튼가의 상속녀이자 영화배우, 모델 등 다방면에서 태고난 끼를 유감없이 선보이고 있는 패리스 힐튼의 데뷔앨범. 빌보드 차트 16위에 올라있는 ‘stars are blind’를 비롯, 팝과 힙합 등의 다양한 음악으로 무장했다. 워너뮤직. 박정은 데뷔앨범 letter from my heart 솔 프로젝트 ‘소울사이어티’의 메인 보컬로 활동하며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인 박정은의 데뷔앨범. 수많은 R&B 기반의 발라드가 아닌 정통 록 스타일의 발라드로 박정은만의 시원스러운 가창력을 느낄 수 있다.SONYBMG. 안드레아 보첼리의 ‘CREDO-JOHN PAULⅡ’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기리는 영상에 이탈리아의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와 한국의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참여한 DVD음반. 이번 DVD에 수록된 2000년 베르가타 공연실황에는 모차르트와 슈베르트, 헨델 등의 성가와 아리아 등이 레퍼토리로 꾸며졌다. 워너뮤직.
  • 브라운관 적극녀들 “사랑만은 양보못해”

    브라운관 적극녀들 “사랑만은 양보못해”

    “그 남자는 내거야. 건들지 마.” 요즘 드라마들을 보면 여자 주인공들의 공격적인 애정 공세가 심상치 않다. 소위 ‘필이 꽂힌’ 남자들에게 서슴지 않고 접근하는 대담함이 눈에 띈다. 사랑에 소극적이 아니라, 오히려 먼저 대시하는 적극녀들이 뜨고 있다.KBS 일일극 ‘열아홉 순정’에서 부잣집 둘째딸 박윤정 역의 이윤지는 오빠의 친구이자 아버지 회사 직원인 홍우경(이민우 분)을 상대로 적극적인 구애 작전을 펼친다. 원래 우경을 좋아했지만 다른 남자와 결혼 직전에 파혼한 뒤 우경을 다시 찾아 “나랑 사귀자.”며 매달린다. 억지로 만든 술자리에서 우경이 취하자 뺨에 키스를 하기도 한다. 우경이 좋아하는 옌볜 처녀 양국화(구혜선 분)를 협박하는 것은 다반사다. SBS 월·화드라마 ‘천국보다 낯선’에서는 톱가수 유희란(김민정 분)의 로드매니저 강산호(엄태웅 분)를 쫓아다니는 철부지 아가씨 기은수 역의 김빈우를 만날 수 있다. 이마에 상처를 입은 산호에게 호들갑스럽게 약을 발라주는 등 막무가내식 대시를 한다. 산호와 형제로 묶이는 노윤재(이성재 분)에게 다가가는 희란도 경쟁이라도 하듯 적극적이다. 청춘남녀의 무대를 향한 열정을 보여주는 MBC 수·목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의 여주인공들도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과감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스타 지망생 정희수(김옥빈 분)는 가수가 되기 위해 톱스타인 렉스(환희 분)에게 접근, 그와 사랑을 나누고 원래 남자친구인 댄서 권혁주(지현우 분)를 차버리기도 한다. 렉스의 팬으로 시작했다가 그에게 접근하는 마상미(서지혜 분)도 솔직한 사랑을 보여준다. 8등신 배우 최여진은 KBS 수·목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에서 소매치기 터프걸로 변신, 자신을 체포했지만 형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 시한부 인생의 경찰 최장수(유오성 분)를 일방적으로 좋아한다. 장수의 아내 소영(채시라 분) 앞에서 당당하게 장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 자기를 좋다고 따라다니는 젊은 경찰을 외면한 채, 장수를 향한 헌신적인 애정 공세를 펼치지만 그의 여자가 될 수 없음을 깨닫는데…. 이와 함께 MBC 일일극 ‘얼마나 좋길래’의 푼수녀 이선주(조여정 분)도 시골 총각 서동수(김지훈 분)를 적극적으로 붙잡아 결혼에 골인하며,KBS 월·화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의 포도밭 주인 손녀 이지현(윤은혜 분)도 좋아하는 선배 김경민(김지석 분)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MBC 주말드라마 ‘누나’의 럭셔리 대학원생 윤승주(송윤아 분)도 애인 사이인 선배 대학강사 김건우(김성수 분)보다 애정 표현에 더 적극적이다. 방송계 관계자는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들이 내숭을 떨기보다는 다소 뻔뻔하고 과감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사랑에 적극적인 요즘 여성상을 적극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한승원 토굴살이] 자궁의 권력

    [한승원 토굴살이] 자궁의 권력

    늘 자궁의 권력을 두려워하고 조심하면서 살아왔다. 우주를 낳은 자궁의 가장 확실한 가시적인 모습은 바닷물이다. 나는 물 무섬증이 있다. 이 세상 지순지고의 윤리는 물 같은 것이다. 젊은 시절 대단한 자궁 권력자였던 퇴기 춘향 어머니는 춘향의 자궁 속에 이몽룡을 빠지게 하는데 성공했다. 이몽룡이 어사출또한 다음 사형선고 받은 춘향을 옥에서 끌어냈다는 말을 듣고 동원으로 달려가며 춘향 어머니가 외쳐대는 말,“너 이놈들, 내 배(자궁) 다치지 마라. 열녀 춘향이 난 배다, 이놈들!” 이보다 더 호쾌한 자궁 권력 과시의 말이 어디에 있는가. 연산군 어머니 윤씨의 자궁은 죽은 다음에도 세상을 피로 물들이는 권력을 과시했다. 나를 낳고 키워 가르치고 한 여인을 짝지어주신 어머니의 자궁 권력은 나로 하여금 많은 동생들의 삶을 돌보지 않을 수 없도록 압력을 넣었고, 나는 그 권력에 순종하는 것을 효도라 여기며 늘 고개 숙이고 따르곤 했다. 그 어머니에게서 바통을 받아 나를 양생하면서 소설가 둘을 낳은 늙은 아내의 자궁 권력 앞에서 나는 늘 고마워하고 삼가곤 한다. 토굴 바람벽에 걸어놓은 메모판에다 ‘곡신(谷神)’이라고 써놓았다. 장차 소설로 자라날 ‘씨앗 말’인데 ‘곡신은 그윽한 암컷(玄牝)이고 그것의 문은 우주의 뿌리(天地根)’라는 노자의 말에서 가져온 것이다. 노자 번역자들이 곡신을 ‘골짜기의 여신(女神)’으로 읽는데, 오독이다. 나는 곡신을 여근(女根)에 비유하여 다음과 같이 읽는다. 곡(谷)은 음(陰)으로 자궁에 해당하고, 신(神)은 양(陽)으로 음핵과 질(膣)에 해당한다. 음핵과 질은 성감대가 제일 민감한 곳으로, 여자가 몸을 여성답게(女性性) 매혹적으로 가꾸어 남자로 하여금 발기하여 사정하게 한다. 자궁은 수태된 생명체가 잘 자라도록 보호하고 영양을 공급한다(母性性). 자궁은 멍청스럽고 둔한 데가 있다. 자궁이 질이나 음핵처럼 예민한 성감대를 가진 기관이라면 열 달 동안 고통스럽게 아기를 키우겠는가. ‘곡신은 여성성과 모성성을 완벽하게 갖춘 현묘한 암컷이고, 그 암컷의 문은 우주를 생성시키는 근원이다.’라고 풀어야 마땅하다. 바닷가 토굴로 이사하자마자 ‘곡신’을 소설로 형상화하려고 마음먹었다. 중학1학년 때 내 영혼에 깊이 각인된 낱말 하나가 있다. 한겨울에 어머니를 따라 장엘 갔는데, 매생이를 팔러 나온 해변 남자와 한 장돌뱅이가 흥정을 하다가 입 다툼을 했다. 장돌뱅이가 “뻘○지에서 나온 새끼가 지랄하고 자빠졌네!”하자, 해변 남자는 얼굴이 빨개져서 “아니, 그럼 너는 천관산 꼭대기 돌팍엉설○지에서 나왔냐?”하고 소리쳤다. 장돌뱅이가 사용한 짭짤하고 축축한 낱말은 내 몸에 소름을 돋아나게 했다. ‘우주의 뿌리’를 상징하는 말은 ‘연꽃’과 ‘조개’와 ‘바다’‘동굴’등 여러 가지이다. 불교에 ‘옴 마니 반메 훔’(om mani padma hum)이란 주문(呪文)이 있는데,‘옴’은 남녀가 생명을 잉태시키기 위해 교합하며 발음하는 성스러운 오르가슴의 안간힘 소리, 혹은 갓 말을 배우는 아기가 어머니를 부르는 소리이고,‘훔’은 성스러운 교합을 마치는 안식의 숨소리이다.‘마니’는 금강석인데 남근을 상징하고,‘반메’는 연꽃인데 여근을 상징한다. 그 주문은, 여성 에너지(연꽃)와 남성 에너지(금강석)의 교합하는 순간의 오르가슴 같은 깨달음의 환희에 이르고 싶다는 소망이다. 그것은 주역에 있는 말,‘하나의 음과 하나의 양이 어우러지는 것을 도라고 이른다.(一陰一陽 謂之道)’와 같다. ‘심청전’에서 심봉사는 아내가 딸 ‘청’을 낳자 사타구니를 만져보고 ‘큰 조개가 작은 조개를 낳았다!’고 한다. 훗날,‘청’의 자궁은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 죽음의 세계를 다녀온 다음 관세음보살의 그것으로 거듭나서, 이 세상의 탐욕과 미망에 빠져 있는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해준다. 말하자면 깨달음의 새 우주를 창조하는 자궁(곡신)이 된 것이다. 나는 늘 희망하며 산다. 내 토굴이 하나의 곡신의 늪이기를.
  • “내 글이 남에게 기쁨 준다면 행복”

    “내 글이 남에게 기쁨 준다면 행복”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원하는 것만 가려 보거나 들으려 합니다. 남의 장점보다는 나쁜 점을 찾아내려는 경향이 있지요. 그러나 나를 비운다면 쉽게 보이지 않는 남의 장점을 제대로 볼 수 있고, 남을 좋은 길로 인도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최근 수필집 ‘목동의 노래’(가톨릭출판사刊)를 펴낸 정진석 추기경은 3일 기자들과 만나 “세상의 구원을 위해 ‘길 아닌 길’을 갔던 모세를 다시 바라보게 됐다.”며 책 출간과 관련한 심정을 털어놓았다.‘목동의 노래’는 정 추기경이 사제 서품을 받은 뒤인 1961년부터 1968년까지 월간 ‘가톨릭청년’지에 연재한 글들을 엮어 1969년 단행본으로 내놓았던 것을 재출간한 책. 직접 체험했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 27편을 3인칭 시점에서 풀어냈다. “되돌아보면 인생의 큰 갈림길에 섰을 때마다 나의 선택보다는 웃어른들의 조언을 따랐던 것 같아요. 책임을 회피하기보다는 하느님의 길에 더 합당한 것을 찾아왔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 추기경은 “주관적인 욕심을 버린 채 웃어른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왔지만 추기경이 된 지금은 남들에게 길을 보여줘야 할 입장에 선 만큼 큰 책임을 느낀다.”며 이번 책 ‘목동의 노래’ 재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즐거움이 육체의 쾌락에서 얻는 만족이라면 기쁨은 영적인 성취 끝에서 맛볼 수 있는 환희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자들이 나의 글을 통해 잠시나마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인칭 아닌 3인칭 시점을 굳이 택해 쓴 이유를 묻자 “지금 추기경의 자리에선 어느 때보다 객관적이어야 하는데 1인칭을 쓰다보면 분수를 망각한 주관적인 입장이 앞설 수 있어 경계하고 싶었다.”며 “남을 위한 글이지만 나 자신에 대한 반성 겸 비판의 뜻도 담겼다.”고 귀띔했다. “평소 거울 볼 겨를이나 이유가 별로 없다.”는 정 추기경은 버스를 타고 갈 때 차창에 비치는 얼굴을 바라볼 때마다 “하느님이 항상 나를 바라보고 계신다.”고 느꼈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한다.“하느님이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신자들이 많지만 그럴 경우 잘 살펴보면 본인에게 해로운 것을 유익한 것으로 착각한 채 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적 욕구나 욕망이 끼지 않은 순수한 선(善)을 청한다면 틀림없이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신자들에게 위험하지 않고 안전한 길을 보여줄 수 있도록 뭔가를 하고 싶다.”는 추기경은 이번 책 출간에 더해 “요즘 성경읽기에 취미를 들여 열심히 읽고 있으니 머지않아 도움 될 만한 일이 있을 것 같다.”며 새 책 출간 계획을 살짝 비쳤다. 글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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