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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왜 스포츠에 빠져드나

    우리는 왜 스포츠에 빠져드나

    이런 광고문구가 있었다. 스포츠는 살아 있다! 활어처럼 퍼덕이는 스포츠 정신의 원형이야 따로 장황하게 웅변하지 않아도 모두들 공감할 터. 그런데 바로 이 대목이 궁금하다. 구구한 설명이나 설득없이도 어째서 인간은 스포츠의 매력을 자발적으로 인정하고 또 거기에 사로잡히게 될까. 바야흐로 세계의 시선이 한 점으로 쏠리는 올림픽 시즌.‘매혹과 열광’(한스 굼브레히트 지음, 한창호 옮김, 돌베개 펴냄)은 스포츠에 그 어떤 매력의 자장이 있어 사람들을 TV 앞으로 끌어 모으는지,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고찰한 책이다. ●미적 감수성 자극하는 스포츠 미학적 분석 스포츠의 사회적 의미를 따져 보는 책은 이전에도 꾸준히 소개돼 오긴 했다. 하지만 스포츠를 음모론의 도구로 바라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대중동원, 민족주의, 상업주의 등의 교묘한 기제로서 스포츠의 의미가 해석됐음이다. 책의 차별점은 그 지점에서 찍힌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문학과 철학을 가르치는 지은이의 분석과정에서 스포츠는 정치·사회적 음모론의 대상이 아니다. 스포츠를 향한 대중의 열광이 유의미한 사회적 현상이라는 기본적 사실에는 저자 역시 동의한다. 그러나 그 배경은 철저히 미학적 논리에 기댄 채 단순명료하게 정의된다. 한마디로 “스포츠는 아름답기 때문”이다. 문학서적이나 연주회장의 음악, 박물관의 그림, 무대 위의 극예술 등과 똑같이 스포츠가 인간의 미적 감수성을 자극한다는 주장이다. 스포츠에 내재된 보편적인 매혹의 요소들이 긍정의 에너지로 발산된다는 것. ●극한·인체·혼돈속 아름다움의 구현 미학적 해석에 충실한 책에 따르면, 스포츠의 매혹에는 그를 뒷받침해 주는 결정적 요소들이 있다.▲무질서의 혼돈 속에서 표현되는 아름다운 형상 ▲인체의 한계지점을 오가는 힘과 기술 ▲정확하고 빠른 소통과 팀플레이 ▲인체와 도구(말, 자동차, 라켓 등)의 환상적 조화 ▲절묘한 타이밍 등이 그들이다. 책은 관련 사례들을 역사 속 스포츠 현장을 뒤져 적시한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 미국 대표선수로 출전해 육상 4관왕을 차지했던 제시 오언스. 계산되지 않고 ‘무의지적’으로 구사한 초인적 몸동작은 그 어떤 예술작품보다 아름답고 우아했다. 특별한 기술없이 멀리뛰기에서 가볍게 세계기록을 깨버린 순간, 자신도 놀라고 당황스러워 “관중에게 거의 사과하는 태도”를 보였던 오언스를 상기해 보자고 주문한다. 로마올림픽 육상 3관왕인 윌마 루돌프의 역주도 마찬가지.“그의 육체와 다리는 뇌가 보내는 지시사항을 따르기보다는 어쩌면 어떤 수학적 공식의 명령을 받는 듯하다.”고 묘사한다. 스포츠 현장에는 과학으로는 재단할 수 없는 미(美)의 또다른 영역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희의 순간 ‘진리의 顯現´ 경험 덩크슛을 하기 몇초 전 샤킬 오닐이 공중으로 떠올라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는 짧은 순간은 또 어떤가. 열혈 스포츠팬이기도 한 저자는 완벽하게 철학적인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어떤 신체가 예기치 않게 공간에 등장하고 재빨리, 돌이킬 수 없이 사라지면서 갑자기 아름다운 형태를 띠는 것은 일종의 ‘에피파니’(epiphany:진리의 순간적이고 예술적인 현현(顯現))”이라고 전제하고, 그것이 곧 스포츠를 관전할 때 인간이 경험하게 되는 환희의 원천이라고 규정한다. 덧붙여, 그 순간이야말로 관람자 개개인의 미적 반응 수준이 결정되는 시간이기도 하다는 주장이다. 일관되게 미학에 근거한 해설은 다분히 주관적이라는 인상을 던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스포츠 동선 하나하나의 은유를 재발견할 수 있도록 인문학적 식견을 아낌없이 빌려 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있는 책이다. 세계 스포츠사를 장식했던 명장면들, 알려지지 않은 올림픽 뒷이야기 등은 스포츠팬들에겐 ‘덤’ 이상의 쏠쏠한 읽을거리다.1만 4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사설] 지구촌 축제에 돌아앉은 남과 북 안타깝다

    인류 평화의 대제전인 제29회 하계올림픽이 오늘 저녁 8시 중국 베이징에서 막이 오른다. 역대 최다인 205개국,1만 5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해 28개 종목에서 302개의 금메달을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된다. 우리 나라는 ‘금메달 10개, 종합 순위 10위 진입’을 목표로 25개 종목에 267명이 출전한다.17일간 전해올 환희의 승전보와 안타깝지만, 아름다운 패전 소식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선수단에 한없는 신뢰와 박수갈채를 보낸다. 아울러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불굴의 투혼과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쉽을 발휘해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줄 것을 마음 속 깊이 당부한다. 북한은 11개 종목에서 선수 63명이 참가해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12년 만에 금메달에 도전한다. 남과 북은 그러나 개막식 공동입장을 논의조차 못해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이라는 대회 슬로건을 무색케 했다. 남북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사상 처음으로 동시입장하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전세계를 감동케 했던 8년 전 시드니올림픽 개막식을 상기할 때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남북은 이후 모두 8차례나 국제대회에서 동시 입장했으나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체육교류도 얼어 붙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최후의 일분까지 기다릴 것’이라며 포기하지 않듯 우리도 막판 극적인 반전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오늘 낮 이명박 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오찬 동석’이 무산된 것도 유감이다. 중국은 당초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주최하는 환영오찬 때 두 사람을 한 테이블에 앉게 할 방침이었으나 북측의 거센 거부로 좌석배치를 변경했다고 한다. 현 정부 출범 후 최고위급 남북 접촉이 될 이 대통령과 김 상임위원장의 비공식 ‘베이징 만남’에서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열렸으면 하던 실오라기 같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남과 북 모두 개막식에 참가하는 전세계 90여개국 정상들에게 드러내 보인 대립과 갈등의 부끄러운 자화상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 베이징올림픽 알고보면 재미 두배

    베이징올림픽 알고보면 재미 두배

    MBC는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전인 ‘2008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특별히 준비한 프로그램들을 한상 가득 차려낸다. 맨먼저 선보이는 것은 7일 오후 1시50분에 생방송될 ‘축구 8강을 향해’. 축구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기대를 가장 크게 모으고 있는 종목들 가운데 하나.1948년 런던 대회를 시작으로 60년 동안 국민들에게 때론 눈물을, 때론 환희를 안겨줬던 한국축구팀이 다시 한번 메달을 향한 험난한 여정에 올랐다. 베이징 올림픽의 목표는 8강.16개국이 벌이는 조별리그에서 한국이 속한 조는 세계 랭킹 2위인 이탈리아와 아프리카의 강호 카메룬, 중남미의 복병 온두라스 등이 포함된 D조다. 프로그램은 이날 저녁으로 예정된 한국 올림픽 대표팀과 카메룬의 첫 조별리그에 앞서 D조 상대팀들의 전력을 집중 분석한다.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 임경진과 신지연이 진행하고, 축구 전문가 서형욱, 박찬우가 분석을 맡을 예정이다. 8일 오후 7시에는 올림픽 개막을 두 시간 앞두고 베이징 올림픽의 모든 것을 살펴보는 ‘100년의 꿈’을 방영한다. 방현주 아나운서가 베이징 올림픽 개최 준비 및 홍보를 맡았던 중국의 간판 스타 청룽, 장쯔이, 덩야핑 등을 만나 다양한 활약상을 엿본다. 베이징의 홍보대사를 맡은 청룽을 만나 올림픽 메달의 디자인, 베이징 올림픽 마스코트에 얽힌 이야기 등을 들어보고, 직접 가사를 썼다는 올림픽 주제곡도 청해 듣는다. 또 영화배우 장쯔이를 만나 중국의 문화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1990년대 세계 탁구계를 평정했으며 현재 중국 선수촌 부촌장으로 변신한 덩야핑과 함께 선수촌 준비사항, 한국 탁구에 대한 느낌 등을 두루 들어본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06일 TV 하이라이트]

    ●며느리와 며느님(SBS 오전 8시30분) 강산이 입원한 병원으로 달려온 순정과 장옥순은 강산의 회사가 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주리의 방으로 들어온 오영실은 만나는 남자가 누구냐며 묻지만 주리는 파리에서 알고 지낸 후배라고만 둘러댄다. 휴대전화를 열어 마강민과의 통화내역을 확인한 오영실에게 주리는 소리를 지르는데….   ●클로즈업(YTN 낮 12시35분) 베이징올림픽이 다가왔다. 올림픽은 선수들의 땀과 투혼이 빚어내는 스포츠 예술이다. 환희와 영광의 순간이 있는가 하면, 눈물과 아쉬움의 순간이 교차하기도 한다. 한국은 금메달 10개를 따내 세계 10위권에 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 에리사 태릉선수촌장과 함께 얘기를 나눈다.   ●산너머 남촌에는(KBS1 오후 7시30분) 진석네 집에 팜스테이를 하러 온 서울 아이는 마을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에는 관심이 없고 게임기만 붙들고 있다. 승주는 똑똑한 서울아이의 등장으로 때아닌 교육열을 불태운다. 마지막날 밤 서울 아이는 담력테스트를 하던 중 길을 잃고, 뒤늦게 도착한 아이 엄마는 진석에게 책임을 지라고 소리친다.   ●추적60분(KBS2 오후 11시5분) 내국인 영리법인병원 도입을 둘러싸고 지난 두 달 동안 제주특별자치도가 주목을 받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반상회 등을 통해 영리법인을 홍보하면서 내국인 영리법인병원 추진에 대해 도민의 뜻에 따라 여론조사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 본다.   ●대한민국 변호사(MBC 오후 9시55분) 모든 것을 알게 된 민국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애리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이경의 집으로 오라고 한다. 애리는 세 사람이 함께 있는 광경에 의아해 하며 들어서고, 이경은 모두에게 관계를 청산하자며 돌아가라고 말한다. 애리는 변혁에게 변호사와 친구 둘 다 잃게 됐다고 말하고는 먼저 가버린다.   ●CEO특강(EBS 밤 12시10분)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 있는 인재로 살아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 글로벌 CEO 김동수씨의 지론이다. 불확실한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의 4가지 조건인 윤리와 안전, 인간존중과 환경 등에 대해 그의 지론을 들어 본다.
  • 푸치니의 ‘여섯빛깔 사랑’

    푸치니의 ‘여섯빛깔 사랑’

    푸치니가 빚어낸 여섯 가지 빛깔의 사랑을 만난다. 올해는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인 지아코모 푸치니(1858∼1924)가 탄생한 지 150주년이 되는 해. 스스로를 가리켜 “신에게 극장을 위해 작곡할 것을 명령받은 사람”이라고 할 만큼 유려하고도 호소력 짙은 그의 멜로디가 한여름밤을 적신다. 서울신문사가 마련한 청소년을 위한 기념콘서트 ‘푸치니의 사랑 이야기’.18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릴 이번 무대에는 ‘지안니 스키키’‘라보엠’‘나비부인’‘토스카’‘마농레스크’‘투란도트’ 등 푸치니의 대표작 6편이 오른다. 미미, 토스카, 나비부인, 안젤리카 등 모두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선 그의 오페라 속에는 환희와 절망을 오가는 사랑의 여러 단면이 잘 드러나 있다. 이번 콘서트는 여기에 초점을 맞춰 간절한 소망을 담은 사랑, 숭고하고 정열적인 사랑, 비극적이고 희생적인 사랑 등 사랑의 여러 단면을 담은 아리아로 꾸며진다. ‘라보엠’의 ‘그대의 찬손’,‘나비부인’의 ‘어떤 개인 날’,‘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등 낭만파 오페라의 대표 아리아를 섭렵하는 갈라콘서트로 오페라 애호가들에게 뜻깊은 시간이 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화재로 오페라공연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이번 공연은 대표적인 기념공연으로 주목할 만하다. 푸치니의 작품을 집중 조명하는 음악회인 만큼 교육적 효과도 높다. 청소년과 가족 관객을 위해 곡 사이사이 배우 한정현씨의 해설도 곁들여질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일반 음악회와 달리, 낮은 가격대의 좌석인 S석(2만원)과 A석(1만원)을 전체의 70% 이상 배치해 가족 관객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공연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국내 수준급 성악가들이 포진해 있다. 소프라노 김인혜 서울대 교수와 이현정 수원대 교수를 비롯해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테너 이병삼, 김남두씨가 출연한다. 연출은 시흥오페라단 상임 연출자인 방정옥씨가 맡았다. 갈라쇼이지만 본 공연에서처럼 의상과 분장, 무대가 완벽하게 재현돼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박상현)가 협연한다.1만∼5만원.(02)2000-9752∼6.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서울광장 문화공연 28일 재개

    서울광장 문화공연 28일 재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와 서울광장 잔디 관리를 이유로 두달 가까이 중단됐던 서울광장 문화공연이 다시 시작된다. 서울시는 매일 밤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공연을 선사하기 위해 준비한 ‘문화와 예술이 있는 서울광장’을 28일부터 현대 국악의 밤을 주제로 한 ‘한국의 소리’로 재개한다고 23일 밝혔다. 5월 첫 공연 이후 10여일 동안 사용했다가 철거한 무대는 소공로쪽에 다시 설치해 공연을 올릴 계획이다. 29일에는 ‘모던 팝스오케스트라’가 영화와 대중음악을 연주하고,31일에는 서울문화재단의 거리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가치퀸스와 나리랑이 각각 국악밸리댄스와 전통음악을 공연한다.30일에는 좋은 영화 감상회로 진행한다. 8월 공연은 ‘환희의 대한민국’(첫째·둘째주),‘희망의 여름축제’(셋째·넷째주)를 각각 주제로 정했다.13일까지 타악, 국악, 클래식, 재즈, 사물놀이, 발레 등 장르를 넘나드는 공연이 이어진다.14일에는 지휘자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광복절 음악회가 열린다. 16일부터는 무더위를 날리는 서머 페스티벌, 한밤의 댄스 페스티벌,7080 콘서트 등을 진행한다.23일에는 서울문화의밤 개막식 행사로 가수 이문세 콘서트를 펼친다. 엄연숙 문화예술과장은 “서울광장 문화공연을 기다려온 시민을 위해 다양하고 알차게 구성했다.”면서 “앞으로 오페라, 발레, 브라스밴드, 스트리트댄스 등으로 장르의 폭을 넓혀 많은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광장 문화공연은 10월19일까지 매일 밤 8시 서울광장에서 열리며 관람료는 무료다. 비가 오면 공연은 취소된다. 취소 여부는 ‘120 다산콜센터’(02-120)나 서울시청 홈페이지(www.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거리 미술관 속으로] (70) 여의도 하나금융 앞 ‘환희’와 ‘비익’

    [거리 미술관 속으로] (70) 여의도 하나금융 앞 ‘환희’와 ‘비익’

    두 마리의 새가 마주보고 있다. 새들은 어느새 한 몸이 되어 높이 날아오른다. 서울 여의도 하나금융그룹 사옥 앞에 놓인 서로 다른 높이의 두 작품은 이렇게 연결된다. ‘환희’와 ‘비익(飛翼)’이라는 이름이 붙은 백현옥(69) 인하대 명예교수의 작품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키낮은 조형물 ‘환희’ 아래는 사람들이 앉아 책을 읽고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어미새의 날개 아래 안식을 갖는 아기새 같다. 환희의 의미가 어렴풋이 와닿는 순간이다. 선을 기본으로 조형물의 변주를 이뤄내는 백 교수는 각각의 조형물은 완벽한 대칭으로 만들었다. 대신 두 조형물의 높이에 변화를 주며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역동성을 부여한다. 그가 작업의 지론으로 품어온 ‘상반되는 요소는 공존의 의미’라는 뜻을 이렇게도 느낄 수 있겠다. 충남 장항에서 출생한 백 명예교수는 1965년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작품활동에 전념했다. 초기에는 추상작업에 몰두하다가 구상으로 선회해 새로운 작품 세계를 이끌어냈다.‘비(飛)’시리즈로 74년에,‘신천지’로 76년에 연달아 국전에서 문공부 장관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조형미술계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그는 81년부터 2004년 정년퇴임 때까지 23년간 인하대 교수로 재직했다. 교내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이자 상징물인 ‘비룡탑’(1984년)과 본관 로비 ‘담론’(2005년)을 제작하며 학문에 대한 애정을 남겼다. 이외에도 어린이대공원(새날의 아침상), 공주군(웅진탑),KAL여객기 피격희생자와 괌 비행기 사고의 위령탑, 신라호텔(로비·정원) 등 전국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작품과 발음이 같은 ‘비익조(比翼鳥)’는 두 개의 머리에 각각 하나의 눈을 갖고 몸은 하나인 전설의 새이다. 양 날개를 맞추지 않으면 하늘을 날지 못하고, 서로 바라보는 곳이 다르면 앞서 나갈 수 없어 보통 부부의가 좋은 비유로 쓰인다. 조형물 하나를 보고 ‘호흡을 맞추고 제대로 된 소통을 해야 하는 것이 어디 부부뿐인가.’하고 떠올렸다면 지나칠까. 글 사진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무공비법 팝니다”…中소림사 쇼핑몰 논란

    최근 오픈한 ‘소림사 용품 쇼핑몰’이 중국 네티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중국 소림사는 지난달 무술 수련에 관련된 용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최근에는 소림사 안에 전용 오프라인 매장을 개설했다. ‘소림 환희지’(少林 歡喜地)라는 이름의 이 쇼핑몰은 무술수련 시 입는 수련복과 신발 및 소림사 마크가 찍힌 티셔츠·시계 등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소림사 승려들의 무술 비법이 담겨 있다고 광고되는 ‘소림무공의종비급’(少林武功醫宗秘笈). 중국 유명 출판사가 출간한 이 책은 소림사 승려들의 화려한 무술 비법이 담겨져 있다고 소개돼 성인 뿐 아니라 청소년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고있다. 그러나 논란이 된 것은 9999위안(약 150만원)이라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 이를 본 많은 네티즌들이 “소림사가 돈을 벌기 위해 대대로 내려져 오는 ‘비서’(秘書)를 판다.”,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를 책을 너무 비싸게 판다.”며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소림사는 최근 이 쇼핑몰을 오픈한 뒤 “상업화에 눈이 멀어 종교적 목적을 상실했다.”는 비난을 들어왔다. 베이징의 한 네티즌은 “‘소림 무공비서’ 뿐 아니라 2000위안(약 30만원)이 넘는 고가의 물품들도 다수 있다. 소림사에는 정신 수양을 하는 스님보다는 돈 버는 스님들이 더 많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포털사이트 163.com이 네티즌들을 상대로 ‘소림사의 상업화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투표를 진행한 결과 87.52%(2825표)가 “반대한다. 소림사 이미지에 해를 끼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림사의 상업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네티즌은 12.48%에 불과했다. 한편 소림사 쇼핑몰의 관계자 전(錢)씨는 “소림사가 현대기술과 전통문화를 결합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더 많은 외국인들이 소림사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라며 “곧 소림사 승려들이 직접 디자인한 물품들도 함께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유로2008] “조국이여! 미안하다”

    ‘미안하구나, 나의 조국이여!’ 전반 20분 0-0 팽팽한 균형에서 루카스 포돌스키(22)는 폴란드의 오프사이드트랩을 무너뜨리는 침투패스를 받은 동료 미로슬라프 클로제(30)로부터 공을 다시 이어받아 오른쪽 골망을 흔들었다. 독일대표팀의 선제골이자 결승골. 하지만 그는 착잡해 보였다. 격정적인 환희는커녕 슬픈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감싸쥐는 것으로 ‘골세리머니’를 대신했다. 그리고 후반 27분 감각적인 위치 선정으로 논스톱 슈팅을 날려 2-0 승리를 결정짓는 추가골까지 뽑아낸 뒤에는 보일 듯 말 듯하게 두 손을 모아 폴란드 응원석에 미안함을 표시했다. 9일 오스트리아 클랑겐푸르트 뵈르터제 슈타디온에서 벌어진 2008유럽축구선수권대회 B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독일 축구대표팀에 승리를 안긴 공격형 미드필더 포돌스키는 두 살 때 부모를 따라 독일로 이민간 폴란드계 1.5세다. 자신의 애인도 폴란드 사람이며, 독일 언론의 조롱을 받을 정도로 폴란드어에 강한 애착을 공공연히 내비치며 마음이 몽땅 폴란드에 쏠려 있음을 과시했다. 그러나 독일은 2차세계대전을 통해 조국 폴란드에 침략과 학살의 슬픈 역사를 안겨준 ‘한(恨)의 나라’다. 게다가 민족주의가 짙게 배어 있는 축구에서조차 역대전적 4무11패로 75년 동안 한 번도 독일을 이기지 못했다. 여기에 또 1패를 보태는 데 앞장섰으니 포돌스키의 복잡한 심경은 본인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똑같은 처지의 폴란드계 클로제가 있지만 그는 일찌감치 “나는 독일 사람”이라고 선언했으니 경우가 좀 다르다. 하지만 포돌스키 역시 엄연히 독일 축구대표팀 선수다. 그것도 유로2008 우승을 향해 뚜벅뚜벅 진군하는 ‘전차군단’의 핵심 공격수다. 한 번 내친걸음을 거둬들일 수는 없다. 포돌스키는 첫 경기부터 2골을 터뜨리면서 득점왕을 향한 힘찬 시동을 걸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3·포르투갈), 페르난도 토레스(24·스페인), 티에리 앙리(31·프랑스) 등 쟁쟁한 골잡이들이 즐비하지만 기선 제압은 포돌스키의 몫이었다. 나아가 역대 득점왕들이 넘지 못했던 ‘마의 9골벽’에 도전장까지 내밀었다. 유럽축구연맹 회장인 미셸 플라티니(프랑스)가 지난 1984년 기록한 9골이 최다골이지만 독일이 최소 4강 이상까지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넘지 못할 벽은 아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달리는 즐거움 “이맛이야”…나이도 장애도 잊었다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달리는 즐거움 “이맛이야”…나이도 장애도 잊었다

    “출발 10분 전입니다. 모두 스타트라인으로 이동해주세요.” 사회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리자 여러 단체에서 나온 참가자들은 서로 손을 모으고 필승을 다짐했다. 하프 코스에 도전하는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파란색 옷을 맞춰 입은 10여명의 학생들은 파란색 수술을 들고 ‘파이팅’ 구호를 연발했다. 아빠의 ‘건승’을 기원하는 6살 아들은 아빠의 어깨와 팔을 주물러주기도 했다. ●40대 회사원 “젊은이와 경쟁 뿌듯해” 10㎞에 출전한 회사원 필동만(40)씨는 출발 폭죽이 울리자 곧바로 선두로 치고 나섰다.5㎞ 지점까지 계속 선두를 달리던 필씨는 “보슬비가 내려 너무 시원하다. 아직도 젊은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슬비가 그치던 중간지점을 지나면서 등번호 5558번을 달고 있던 한석주(35)씨가 선두로 치고 나왔다. 결국 한씨가 선두로 결승점에 들어왔지만 필씨도 2위의 감격을 맛봤다. 하프코스에서 남자부 1등을 한 박병훈(36·철인3종선수)씨는 “날씨도 좋았지만 주최측의 코스선택이 워낙 좋았다.”면서 “20∼30㎞를 매일 뛴 것이 우승의 비결인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또한 그는 “마라톤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뛰는 게 제 맛”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회에 이어 올해도 최고령 참가자 기록을 세운 최근우(85)씨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체력을 과시했다. 완주를 한 최씨는 “이 대회에 4번째 참가인데 마지막 골인하는 순간 환희를 잊지 못해 계속 뛴다.”고 말했다. ●호주대사관 직원, 친구들과 아름다운 완주 호주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아멜리아 애플리톤(26·여)은 친구 3명과 10㎞ 코스에 도전했다. 지난 1월 한국으로 발령받은 4명의 동료는 ‘그저 재미있기 때문에’ 달리기를 즐기고 있다. 서로 끌어주며 완주한 이들은 “달리면서 친구의 우정을 새삼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체장애가 있는 이정애(36·여)씨의 역주도 기억에 남을 만했다. 결승선에 들어온 그는 “기…분이…좋아…요.”라고 힘겹게 말했다. 이씨가 속해 있는 예림원에서는 10명의 지체장애인이 참가했다. 이씨의 안전을 위해 함께 뛴 김영철(46)씨는 “4년간 함께 연습했다.”면서 “긴 시간을 함께 뛰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많은 교감을 하게 되고 서로를 믿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104명의 직원이 참가한 한국폴리펜코 오재동(64)사장은 “종업원들의 단합을 위해 2005년부터 서울신문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면서 “이제는 가족들까지 모두 대회에 참가해 회사의 가장 큰 행사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두 팔 잃은 1급 장애인 희망 찾아 1급 장애인 김황태(32)씨는 2000년 전선가설 작업 중 2만 2000V의 고압선에 감전돼 두 팔을 잃었지만 마라톤으로 희망을 얻었다. 마라톤을 하면서 비장애인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됐다. 그는 “균형을 잡는 게 가장 어려웠지만 10㎞ 부문에서 10등을 기록해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대안학교인 전인자람학교에서는 수업의 연장으로 38명의 중학생이 5㎞ 코스에 도전했다. 이혜숙(32·여)대표는 “자연과 함께 달리면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도록 하기 위해 마라톤을 대안교육의 일환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이 학교에 다니는 이재희(13·여)양은 “오르막길에선 정말 힘들었지만 완주만이 목표라는 생각으로 뛰었다.”면서 “인내를 배웠고, 오르막을 갈 때는 힘들지만 그 뒤에는 내리막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경주 이경원 김정은기자 kdlrudwn@seoul.co.kr
  • [주말탐방] 스포츠 서포터스의 세계

    [주말탐방] 스포츠 서포터스의 세계

    박찬호(35·LA다저스)가 지난달 26일 거의 2년 만에 승수를 쌓았다. 승리 뒤 박찬호는 “팬들이 보내준 메일을 읽다가 ‘시범경기 잘 던질 때 투구폼보다 팔이 옆으로 처진다. 팔을 높여보라.’는 지적을 받고 팔을 높이 든다는 생각으로 던지니 좋은 투구가 됐다.”고 말했다. 한 팬의 날카로운 지적이 쇠락하는 듯한 메이저리거에게 통산 113번째, 부활을 예고하는 승리를 안겨준 셈이다. 프로축구 전북 조재진(27)은 5일 동점골을 터뜨린 뒤 상대팀인 수원 서포터스 600여명 앞에 가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쳤다. 조재진은 “수원 서동현(23)이 선제골을 넣은 뒤 전북 서포터스 앞에서 춤을 추며 서포터스를 모독한 점을 되갚아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터넷상 뜨거운 논란을 기꺼이 떠안으면서까지 뜨거운 팬 사랑을 과시했다. 바야흐로 ‘팬들의 시대’다. 개방과 소통, 공유를 통해 각계각층에서 특정인 특정세력만이 아닌,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스포츠에도 예외가 없다. 비단 박찬호뿐 아니다. 스타가 팬들에게 인기몰이를 하기도 하지만, 팬들이 감독을 갈아치우기도 하고 선수의 스타일을 바꾸기도 한다. 축구장 한 쪽에 집단으로 자리를 잡고 경기 내내 한 번도 엉덩이를 붙이지 않은 채 목청껏 응원하는 축구마니아들이 있다. 또 야구장의 수많은 ‘재야 감독’들은 통계와 기록표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 농구코트에는 십 수년째 선수들을 쫓아다닌 덕분에 그들의 신상과 개인사, 컨디션을 훤히 꿰뚫는 열성팬들이 존재한다. 이런 이들이 축구, 농구, 야구 동네에 바글바글하다. 생업 탓에 미처 경기장으로 달려가지 못한 이들은 TV중계를 보며 탄성과 환희를 나눈다. 서포터스다. 이들을 따라가본다. 부산·창원 박록삼 임일영기자 youngtan@seoul.co.kr ■ ‘롯데 서포터스 연합회’-“야구장은 거대한 놀이터이자 삶의 활력소” 프로야구 롯데 팬들에게 야구장은 ‘거대한 어른 놀이터´다. LG와의 롯데 홈경기가 열린 지난달 29일도 마찬가지. 직전 27일 삼성에 3-17의 기록적인 대패를 당한 직후이고 평일이었지만 오후 5시 남짓부터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가 두 손에 치킨, 피자, 족발 등 먹거리를 잔뜩 싸들고 부산 사직구장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경기 내내 ‘신문지 갈기´를 흔들었고 경기 막판 즈음에는 주황색 ‘롯데의 봉∼다리´를 머리에 뒤집어 쓴 채 목청껏 소리지르고 맥주를 곁들이며 유쾌하게 흥청거렸다. 직장인들은 아예 부서회식 장소를 사직구장으로 잡는다. 보험영업을 하는 오경석(40)씨는 팀 동료 8명과 함께 야구장을 찾았다. 오씨는 “단합과 스트레스 해소라는 부서 회식 취지에 가장 부합되는 장소라고 생각한다.”면서 “다들 야구를 미치듯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당히 술 먹고 노래 부르고, 춤도 추며 응원할 수 있는 야구장이 딱 좋다.”고 말했다. 일찍이 정수근은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에게 “사직구장은 빅 비어룸”이라고 익살스레 말한 바 있다. 김정환(38)씨는 ‘롯데 서포터스연합회´ 간사다. 자동차 딜러가 본업이지만 홈경기 때는 11개 모임의 300여명에 이르는 회원들과 ‘정모 준비´에 여념이 없다. 김씨는 “사직구장에는 꾸며진 것이 아닌 자발적인 응원 문화가 있고 이는 삶의 활력소다.”면서 “가끔 지나친 음주와 흡연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마니아부터 그냥 즐기는 팬까지 편안하게 공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 광팬 손정빈(45)씨는 지난 1월 아예 사직구장 바로 앞에 호프집을 차렸다. 가게 안은 온통 롯데와 선수들 관련 사진 등으로 장식했다. 이곳이 롯데 팬들의 아지트가 됐음은 물론이다. 시내 중심가에서 사직구장 앞으로 옮겨 비시즌 때 손해가 있음에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단다. 팬들이 이 정도니 구단이 이들과 교류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992년부터 꼬박 만 17년 동안 롯데 연간회원이었던 지임용씨는 지난달 22일 76세 나이에 지병으로 숨졌다. 롯데는 2000년 준플레이오프 1차전 시구를 맡기기도 했다. 시즌중이었지만 구단 관계자들이 지씨의 빈소를 대거 찾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손씨와 김씨, 오씨, 지씨 할아버지는 부산에서 그리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이날 롯데는 LG를 8-0으로 이겼다. 경기가 끝난 뒤 롯데팬들은 손씨의 호프집으로, 야구장 광장 주변에 모여 잔치의 마지막을 만끽했다. 이날 밤 사직구장 앞 광장과 술집 골목길 사이에서는 자정이 넘어가도록 ‘부산 갈매기´와 ‘돌아와요 부산항에´ 노래가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롯데가 있어서, 프로야구가 있어서 행복하다. 롯데는 이들이 있어서 행복하다. ■ ‘그랑블루’-“우리는 팀의 승리를 위해 모인 지지자들” 프로축구 수원의 홈경기가 열리면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의 별칭)´는 온통 푸른색 물결이다. 서포터스의 자리인 N석은 통로, 복도까지 빼곡하게 들어찬다. 얼추 4000∼5000명이다. 몽땅 ‘그랑블루´다. 프로축구판 최고 극성, 최대 인원을 자랑하는 수원 서포터스다. 사정이 이러하니 N석은 아무에게나 돌아오지 않는다. 이 자리를 차지하려면 경기 시작 최소 한 시간 반 전에는 와야 한다. 늦으면 어쩔 수 없이 W석 등 다른 자리에 앉아야 한다. 물론, 어린 아들, 딸과 함께라 불가피하게 W석을 찾는 열혈 서포터도 있다. 이렇게 모인 이들은 아무도 강요하지 않지만 꼬박 두 시간 동안 한목소리로 고함 지르고, 노래 부른다. 이런 사람들이 매번 1만 5000명 이상 모인다. 무서운 곳이다. 수원의 성적이 좋지 않을 수가 없다. 수원은 8일 현재 컵대회 포함, 12경기 연속무패(10승2무)다. 지난달 30일. 평일 오후임에도 경남 창원까지 버스를 타고 원정응원을 온 수원 서포터스 ‘그랑블루´ 44명은 마치 페르시아 수만 대군에 맞서는 최정예 전사들 같았다. 이들은 놀랍게도 거의 대부분 휴가를 내고 온 직장인들이다. 보통 주말 원정경기에는 400명 정도가 함께 움직이지만 평일이라 적은 수준이라고. 아니나 다를까. 지난 5일 전북과의 원정경기에는 13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600여명이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어느 원정경기든 일단 규모면에서 어지간한 홈팀 서포터스를 압도하는 것은 기본이다. 실제 골대 맞은편 스탠드에 자리잡은 경남FC의 서포터스 ‘단디´,‘뉴클리어´ 등은 홈경기임에도 안타깝게 20여명으로 더욱 미미했다. 물론 20대 전후로 구성된 이들의 열정만큼은 ‘×100´을 해도 모자랄 정도로 대단했다. 열정적이고 배타적으로 수원을 응원하는 ‘그랑블루´지만 궁극적으로는 K-리그의 발전과 서포터스 문화의 확대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50여개 서포터스모임의 연합체인 그랑블루를 이끌고 있는 박정혁(33) 회장은 “우리는 모두가 철저히 자발적으로 수원의 승리를 위해 모인 지지자들”이라면서 “다른 구단에도 우리같은 서포터스 문화가 많이 만들어져 프로축구가 질적으로 발전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 공격수 김대의(34)를 좋아한다는 한재준(43)씨는 일본계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한씨는 “원정 응원을 오려면 최소 3만∼4만원은 들어가는데 학생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박하성(35)씨 역시 조퇴하고 원정응원을 왔다. 박씨는 “연간 회원권이 매진된 구장이 수원 한 곳 뿐일 정도로 프로축구 서포터스 문화가 아직 열악하다.”며 미약한 축구팬 저변을 안타까워했다. 밤 10시30분쯤 버스에 올라탄 뒤 자정을 훌쩍 넘겨 수원에 도착한 이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고스란히 새벽 술자리까지 이어졌다. ■ ‘이상민을 응원하는 사람들’-“십시일반 정성 모아 응원광고 선물했죠” ‘그곳이 어디든… 이상민! 당신이 가는 길이 정답입니다.´ 지난해 7월14일 한 스포츠신문에 실린 전면광고는 스포츠팬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10년 동안 몸 담았던 프로농구 KCC를 본의 아니게 떠나 삼성으로 옮긴 ‘영원한 오빠´ 이상민(36)을 격려하기 위해 팬클럽인 ‘이상민을 응원하는 사람들(이응사)´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거둬 광고를 낸 것. 특정 스타를 응원하는 팬들이 신문에 광고를 낸 것은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 2004년 ‘농구대통령´ 허재(43·현 KCC 감독)의 ‘하야(下野)´에 즈음해 그를 아끼던 팬들이 ‘안녕, 나의 영웅´이란 카피의 전면광고를 실은 것. 이 광고에 감동을 받은 허재는 한 농구잡지에 ‘답 광고´를 싣기도 했다. 한국스포츠 사상 가장 아름다운 스토리로 남을 이 두 사건은 농구의 팬 문화가 다른 종목과는 다르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선수보단 팀에 대한 서포팅이 주를 이루는 야구나 축구와는 달리 농구는 개별 스타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것. 현역 선수 가운데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는 주인공은 단연 이상민이다.1999년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이응사´는 1만 9000여명의 회원을 유지하고 있다. 스포츠 선수 한 사람의 팬클럽으로는 국내 최다. 회원 연령대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이 가장 많지만 초등생이나 60대 할머니도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다양하다. 남자 회원비율도 예상을 뛰어넘는 30% 안팎. 가입하려면 클럽장에게 거주지역과 신상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이상민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 메시지를 남겨야 한다. 합격률이 70%에 그칠 만큼,‘아무나´ 가입할 수 없는 곳인 셈. 비시즌에 따로 정모(정기모임)는 없지만 시즌 중에는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뭉친다. 6년 전 이응사에 가입한 뒤 현재 클럽 운영을 맡고 있는 이선영(32·여·회사원)씨는 07∼08시즌 정규리그 54경기 가운데 무려 40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잠실에서 열린 27경기는 기본이고,‘반차´를 내고 부산이나 전주 등 지방원정에 나서는 일도 허다했다. 이씨는 “다른 종목과 달리 농구의 팬 문화가 팀보다 선수에 집중되는 현상은 프로농구팀들이 프랜차이즈 스타를 키우고 지키는 데 인색하기 때문”이라면서 “10년 넘게 농구를 지켜본 나같은 사람들, 그리고 그 가족들까지 어차피 오빠가 은퇴하면 자연스럽게 KCC팬으로 남게 된다. 구단 운영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구단의 마케팅 전략 부재를 꼬집었다.
  • 남방 근본불교 중심 스리랑카에 가보니

    남방 근본불교 중심 스리랑카에 가보니

    |아누라다푸라·폴론나루와·캔디 김성호특파원| 인도 남쪽의 작은 섬나라인 스리랑카는 ‘남방 근본불교의 중심’으로 불린다. 고대 왕국 수도였던 아누라다푸라와 중세 불교 중심지역인 폴론나루와, 그리고 포르투갈에 점령되기 직전 마지막 왕조의 수도였던 캔디는 스리랑카 근본불교의 유적들이 집중되어 있는 ‘문화 삼각지대’. 지난 16∼21일 부천 석왕사 스님, 신도 70여명이 이 ‘문화 삼각지대’ 순례행사를 가져 기자가 동행했다. 스리랑카에 불교를 전한 것은 인도 마우리야 왕조의 3대 왕인 아쇼카(BC 273∼232)의 동생 마힌드라 장로(長老). 아쇼카왕의 칙명을 받아 32세 때 7명의 승려들과 함께 실론(스리랑카의 옛 이름)에 파견된 마힌드라는 당시 왕 데바남피야 티샤에게 법을 설했는데 왕이 법을 듣고 환희하여 법을 받아들였다는 게 공식적인 전래설이다. 아누라다푸라는 스리랑카 최초의 도읍지로 마힌드라의 설법에 감화받은 왕이 이곳에 큰 절을 세워주었다고 한다. 콜롬보에서 첫 밤을 보내고 이튿날인 17일 이른 새벽 버스에 몸을 맡겨 5시간을 달리니 아누라다푸라의 창연한 불교 유적들이 펼쳐진다. 순례객들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마힌드라 스님이 주석했던, 스리랑카 최초의 사원 이수루무니아 사원. 연못 앞 바위를 뚫어 지은 사원에 새긴 춤추는 코끼리상이 아주 인상적이다. 스리랑카 불교 미술의 대표작이라는 코끼리상에 끌려 동굴사원에 들어서니 마힌드라 스님의 설법 장면이 눈에 든다. 비좁은 동굴에서 앞다투어 참배하는 순례객 틈을 벗어나 왼쪽 고고학 박물관에 드니 이 사원 북쪽 왕궁 정원에서 수습된 5∼8세기 무렵의 연인상과 왕족상이 순례객들을 맞는다. 사리야 왕자가 마라라는 여인과 결혼한 뒤의 모습을 담은 이 연인상은 낮은 계급의 여인과 결혼한 왕자의 로맨스로 회자되는 작품이란다. ●득도 보리수앞에서 스님과 순례객 즉석 법회 이수루무니아 사원 인근의 보리수사원은 마힌드라 스님의 누이동생 상가미타가 인도 부다가야에서 가져다 심은 보리수가 있는 사원.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부다가야의 보리수는 말라 죽었으니 이 보리수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득도 보리수인 셈이다. 스님과 순례객들이 보리수 앞에서 염불을 외며 즉석 법회를 갖는다. 법회를 마친 순례객들과 함께 사원을 벗어나 걷다 보니 BC2세기 로마에서 수입해온 산호가루로 만든 높이 110m의 거대한 루반벨리세야탑이 우뚝 서 있다. 코끼리 2000마리가 조각된 담장 가운데로 난 계단을 올라서면 웅장한 탑에 압도당한다.2300년전 마힌드라 스님이 인도에서 가져온 부처님 진신사리와 경전, 불상들이 들어 있지만 순례객들에겐 공개하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 ●왕자직도 버린 마힌드라 스님의 가르침 이어서 찾은 곳은 2600년 고도 아누라다푸라에서 13㎞ 떨어진 미힌탈레. 왕자의 신분을 포기하고 스님이 되어 자신을 따르는 승려 7명과 함께 실론에 온 마힌드라 스님은 법을 펴기 위해 이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사냥나온 실론 왕 데바남피야 티샤가 산 정상 작은 석굴에서 수행하던 스님의 가르침을 받아 불교에 귀의하게 된 바로 그 장소이다. 한창 성할 때 1만 1000명이 이곳에서 수행했다고 하는데 지금도 68개의 수행 동굴이 남아 있다.2000명이 한꺼번에 식사를 할 수 있는 공양간과 커다란 석조 밥통, 국통이 당시의 상황을 보여준다. 아누라다푸라에서 103㎞ 떨어진 폴론나루와는 중세(11∼12세기) 스리랑카의 수도. 전성기에 태국 미얀마 등지 승려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던 불교도시이다. 왕궁에 사원과 수도원이 인접한 독특한 지대. 동쪽에 36개의 열주와 50개의 방을 가진 7층짜리 거대한 왕궁 건물이 있었지만 궁터와 2개 층의 벽만 휑하니 남아 있다. 남북 5㎞, 동서 3㎞ 크기의 도시로 네모난 정원에 둘어싸인 건물군이며 파비리온, 왕실 목욕탕 터가 남아 있다.150년전 영국 식민지시절 문헌으로만 전해오던 이 유적지가 발굴됐다고 하는데 자연 통돌에 새긴 10m 크기의 와불과 좌상이며 아난 존자의 표정이 살아있는 듯 생생하다. 수도 콜롬보의 북동쪽으로 116㎞ 떨어진 캔디는 14세기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가 교역, 행정 중심인 제1의 도시라면 캔디는 스리랑카의 제1의 문화 중심지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치아사리를 모신 불치사(佛齒寺)는 스리랑카가 으뜸으로 꼽는 불교문화유산. 사리를 모신 공간과 법당 건물을 중심으로 박물관과 경전 도서관이 둘러선 독특한 건물이다. 법당 사리함 앞에 연꽃을 바치던 순례객들이 일제히 반야심경을 봉독하자 스리랑카 신도들이 미소로 반긴다. ●불도래설의 나라… 모든 업장 소멸키를… 스리랑카인들은 석가모니가 스리랑카를 세번 찾아와 직접 법을 설했다는 ‘불도래설(佛渡來說)’을 믿고 있다. 석가모니의 방문과 관련한 문헌상 기록은 없지만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리랑카 신도들은 이곳엘 가면 그동안 지은 업장이 모두 소멸한다고 믿어 평생 한번은 꼭 들른다는 성지이다. 순례의 마지막 장소인 켈레니아 사원 앞에 서니 신발을 벗으라고 한다. 맨발로 사원에 들어선 순례객들의 시선이 중앙 건물 앞쪽에 매달린 한국 범종에 쏠린다. 신도들이 합장한 채 들어선 중앙 건물은 석가모니가 왔을 때 영접하던 장면, 상가미타가 인도에서 배를 타고 보리수를 이운해 오는 장면을 담은 벽화들과 와불상이 모셔진 공간. 탑돌이를 하듯 회(回)자형 건물을 돌아나오니 석가모니 부처님이 앉아서 설법했다는 의자를 봉안한 큰 탑이 눈에 든다. 중앙사원 바로 앞에 커다란 보리수에 순례객들이 모인다. 보리수 네 귀퉁이에 만들어 놓은 기도공간에 줄지어 섰던 신도들이 순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연꽃을 바친 뒤 버스로 향하며 연방 뒤를 돌아본다. kimus@seoul.co.kr
  • 달을 밟아본 9인 영광과 내면의 변화

    “너무 아름답다. 지구에서 왜 그렇게 아등바등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돌아가면 여기서 본 것처럼 아름답게 살고 싶다.” 한국 첫 우주인 이소연씨가 우주 기자회견에서 밝힌 소감이다. 우주정거장에서 보내 오는 영상 속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사람들은 열광과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비판과 냉소를 보내는 이도 적지 않다.310억원이라는 비용 대비 과학적 성과가 크지 않고, 미국 항공 우주국이 이소연씨를 우주인이 아닌 우주비행참가자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일들은 성공적인 우주시대 개막을 위한 불가피한 과정으로 보인다. 앤드루 스미스의 ‘문더스트’(이명현·노태복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는 이같은 유추에 설득력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미국 출신의 영국인 프리랜서 작가인 스미스는 일찌감치 인류의 가장 드라마틱한 모험, 유인 우주 계획에 관심을 가졌다. 부제 ‘달을 밟은 아폴로 우주인 9명의 인터뷰’가 드러내는 것처럼 그는 달세계를 밟아본 12인 중 현존하는 9명을 만나 우주 계획의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생생하게 듣고 지구 외 다른 천체를 밟은 경험이 인생과 사고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진솔한 속내를 기록했다. 뜻밖에도 아폴로 우주인들의 지구 귀환 후 삶은 영광으로 가득 차 있지만은 않다. 다시 말해 깊은 내면에서부터 환희, 희망은 물론 고통, 외로움, 절망, 회의를 겪어내야 했다. 최초의 달 착륙 우주인 아폴로 11호 탑승자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각각 교수, 우주계획 설계자로 일한다. 하지만 달에서 돌아온 직후, 암스트롱은 지구 근원으로의 회귀를 꿈꾸며 은둔했고, 올드린은 몇 년 동안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에 빠져 지냈다. 또 14호 탑승자인 에드거 미첼은 계시를 통해 우주의 지적 존재를 깨닫고, 순수 지성론 연구소를 설립했다.‘우주에의 열쇠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는 그의 주장을 일종의 뉴에이지 종교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생겨났다. 이 책은 우주 비행 수집품 마니아, 우주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가, 달 착륙 조작을 주장하는 음모론자들까지 인터뷰해 아폴로 계획의 시대를 입체적으로 조망해 냈다.1만 80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내 손목을 쥐여이다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내 손목을 쥐여이다

    신윤복의 그림 ‘손목’이다. 그림부터 꼼꼼하게 살펴보자. 장소는 으슥한 후원이다. 왜냐고? 오른 편에 허물어진 담장이 있지 아니한가. 담장 위에 풀까지 듬성듬성 자라 있다. 이런 까닭으로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는 양반가의 으슥한 후원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왜 양반가인가. 아낙네의 손을 잡아끄는 사내의 얼굴을 보자. 아직 수염도 안 자란 앳된 사내다. 그런데 사내는 사방관을 쓰고 있다. 지난번 ‘우물가의 사랑’에서도 말했지만, 사방관은 점잖은 양반네들이 주로 실내에서 쓰는 관이다. 집 주변은 쓰고 돌아다닐 수 있지만, 그렇다 해서 먼 곳으로 나들이할 때 쓰는 것은 아니다. 이 젊은 사내는 지금 후원 으슥한 곳에서 여자를 꼬드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자는 누구인가. ●“봄의 생명력은 곧 성적인 힘이다” 여자의 신분 처지를 아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여자의 입성이다. 위에는 흰 저고리를, 아래는 푸른 치마를 입었다. 이 역시 앞의 ‘우물가의 사랑’에서 나온 옷차림이다. 삼회장은 어림도 없고 다만 고름만 자주색으로 했을 뿐이다. 여기에 신발을 보라. 짚신이 아닌가. 입성으로 보아 보잘것없는 양반가의 계집종인 것이다. 하기야 입성을 따지지 않아도 후원에서 남정네에게 손목을 잡힌 사람이라면 알 만하지 않은가. 아무리 간 큰 양반이라 해도 같은 양반 부녀자의 손목을 이렇게 거만한 얼굴로 덥석 잡을 수는 없는 것이다. 여자는 앳되고 고운 얼굴이고, 손목을 잡히자 엉덩이를 뒤로 잔뜩 빼고 얼굴에는 수줍음이 가득하다. 손목을 잡는다는 것은 성적 행위의 시작을 알리는 징표다. 남녀의 사랑은 결국 성행위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그 단계는 어떤 동물보다도 복잡하다. 얼굴을 바라보고 눈을 맞추다가 손을 잡고 어깨에 손을 올리고 껴안고 가슴에 손을 대고, 그리고 최후로는 관계를 맺는다. 즉 손을 잡는 행위는 최후의 행위에 도달하기 위한 최초의 행위다. 말하자면 그것은 애정의 시작이요, 상징이다. 예컨대 이미 상대에게 익숙해진 연인들이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을 보라.‘우물가의 사랑’에서 소개했던 고려가요 ‘쌍화점’은 예외 없이 손목을 잡는 것으로 사랑이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그 첫 부분을 모아서 읽어보자. 쌍화점에 쌍화 사러 가고신댄 회회아비 내 손목을 쥐여이다 삼장사에 불 혀러 가고신댄 그 절 사주 내 손목을 쥐여이다. 두레우물에 물을 길러 가곡신댄 우물 용이 내 손목을 쥐여이다 술 팔 집에 술을 사러 가고신댄 그 집 아비 내 손목을 쥐여이다 과연 사랑은 손목을 잡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다시 그림을 보자. 그림의 오른쪽 하단과 왼쪽에는 배롱나무가 붉은 꽃을 피우고 있다. 봄은 일시 죽었던 천지에 다시 생명의 기운을 돌게 하는 계절이다. 봄이 되면 처녀 총각이 바람이 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그림의 오른쪽 상단의 화제를 옮기면 이런 뜻이 된다.“빽빽한 잎사귀 푸른 빛을 쌓아가고/ 무성한 잎사귀에 붉은 꽃잎 조각조각 떨군다(密葉濃堆綠,繁枝碎剪紅)” 봄의 생명력은 곧 성적인 힘이다. 꽃은 식물의 성기다. 그런 고로 그림 속에 붉은 봄꽃을 그린 것은 성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신윤복의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자, 이제 배롱나무 옆에 있는 거대한 괴석을 보자. 괴석을 정원에 두는 것은 오래된 풍습이지만, 이렇게 거대한 괴석은 쉽게 보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 그림 속에서 괴석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크다. 거기다 괴석은 땅에 뿌리를 박고 위로 치솟아 있다. 직선으로 솟은 것이 아니고, 왼쪽 뿌리 부분이 옆으로 불룩 나와 있다. 그리고 괴석의 윗부분의 몸체는 무언가 흰 액체가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이 나게 그려 놓았다. 이미 눈치 챘겠지만, 이것은 남성의 성기다. 그렇다면 이 그림의 의미는 분명하다. 이 그림의 꽃과 괴석은 각각 여성과 남성의 성욕을 상징하는 것이다. ●서얼의 탄생을 알리는 그림 현실로 돌아오면, 양반 남성이 자기 집안의 계집종을 건드리는 것은 허다하게 있는 일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서자란 그렇게 해서 나는 것이었다. 즉 양반 남성이 정식 아내가 아닌 양인의 여성과 관계하여 자식을 낳으면 서자가 되고, 만약 관청이나 사가의 여성과 관계하면 얼자가 된다. 그 둘을 합쳐서 서얼이라 한다. 조선시대의 무수한 서얼들은 바로 그렇게 세상에 나왔던 것이니, 이 장면은 바로 그 서얼의 탄생을 알리는 그림이기도 한 것이다. 양반들은 계집종을 건드리는 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성여학이 지은 ‘속어면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떤 선비가 계집종을 건드리는 데 능란했는데, 어느 날 아내에게 들키고 말았다. 선비는 계집종을 건드리고 그 흔적을 감추고자 하였으나,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오래된 친구에게 그 고충을 토로하였다. “한밤중에 종년을 덮치는 것보다 재미있는 것이 없지만, 마누라에게 들킬까봐 이게 가장 큰 걱정이야.” “묘한 방법이 있으니, 한 번 시험해 보지 그래.” “그래, 제발 좀 일러 주어.” “계집종을 건드리는 데 열 가지 격식이 있어. 첫째, 굶주린 범이 고깃덩이를 탐하는 격이니, 계집종을 건드리겠다는 마음을 먹는 단계지. 둘째, 해오라기가 물고기를 엿보는 격이니, 목을 빼고 계집종을 몰래 살피는 단계지. 셋째, 늙은 여우가 얼음 아래 물소리를 듣는 격이니, 마누라가 잠이 들었는가를 살피는 단계지. 넷째, 매미가 허물을 벗는 격인데, 이불 속에서 몸을 빼는 단계지. 다섯째는 영리한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노는 격이니, 여러 방법으로 계집종을 희롱하는 단계지. 여섯째는 푸른 매가 꿩을 덮치는 격이니, 재빨리 계집종을 덮치는 단계지. 일곱째는 옥토끼가 약을 찧은 격이니, 그 환희의 순간을 형용하는 단계지. 여덟째는 용이 여의주를 토하는 격이니, 비유컨대 정(精)을 토하는 단계지. 아홉째는 소가 달을 보고 헐떡이는 격이니, 피곤하여 숨을 몰아쉬는 단계지. 열 번째는 지친 말이 집으로 돌아오는 격이니, 몰래 자기가 자던 방으로 돌아오는 단계지.” ●수신 교과서 ‘소학´은 남녀 분리 강조 다음날부터 선비는 이 방법을 써서 다시는 들키지 않았기에 마음속으로 무척 다행스럽게 여겼다고 한다. 다시 신윤복의 그림 ‘봄날’을 보자. 나뭇가지에는 연녹색 잎이 솟아나오고 있다. 그림 왼쪽의 남자와 여자를 보자. 남자가 입고 있는 옷은 철릭이다. 주로 무관이 입던 옷이니, 이 남자는 무반에 속한 양반으로 보인다. 여자는 짚신을 신고 앞치마를 두르고 봄날 나물을 캐러 갔으니, 양반이 아닌 계집종이거나 민간의 여염집 여자다. 그런데 웬일인가. 사내가 나물바구니에 슬쩍 손을 대고 있지 않은가. 사내의 얼굴을 보라. 벌겋다. 이 사내는 낮술에 취해 있다. 봄날 어디서 술을 마시고 돌아오다가 아는 계집종(혹은 동네 여자)을 만났다. 캔 나물을 보자며 말을 붙이고 손을 바구니에 댄다. 여자가 해사하게 웃고 있으니 싫지 않은 눈치다. 이 둘은 이미 감정의 교환이 일어난 상태다. 남녀의 일은 이렇게 해서 시작된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철석같이 믿고 따랐던 수신교과서 ‘소학’은 남자와 여자의 분리를 거듭거듭 강조하고 있었다. 남자와 여자는 물건을 건넬 때도 직접 주고받지 않는다. 남자가 물건을 내려놓고 가면 여자가 와서 그것을 집어가야 한다는 것이 ‘소학’의 주문이다. 한데 어떤가. 이 그림을 보면 양반은 후원에서 계집종의 손을 덥석 잡고, 낮에 술을 마시고 길거리에서 나물 뜯는 아낙네의 바구니에 손을 대면서 수작을 건다. 어떤 것이 양반의 리얼리티인가.‘소학’의 지시를 따라 사는 것이 양반의 실제 모습의 한 축이라면, 그 축이 배제했던 욕망의 지시대로 사는 것도 한 축이다. 다만 나는 후자가 보다 인간의 모습에 가까운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 도덕은 사라질 수 있지만, 인간의 욕망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그것을 말하고 있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서울의 봄, 실내악이 꽃핀다

    서울의 봄, 실내악이 꽃핀다

    세 번째를 맞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는 그동안에도 그랬듯 이번에도 떠들썩한 분위기로 몰아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게 무얼까.’하고 뚜껑을 열어 보면 ‘이런 게 다 있었어?’ 할 만큼 알차게 채워져 있다.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서울시가 후원하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새달 2일부터 13일까지 열린다.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이 음악감독을 맡아 자신의 음악 세계처럼 따뜻하면서도 신뢰감 높은 축제를 만들어 간다. ‘삶의 이야기’(Life Story)를 주제로 연주회마다 ‘젊음’이나 ‘황혼’,‘사랑과 열정’,‘사랑의 죽음’,‘환희’,‘우정’ 등을 주제로 30명에 이르는 솔로이스트들이 각자 자신의 연주 스타일에 걸맞은 작품을 골라 출연한다. ●초특급 연주자 줄줄이 나서는 화려한 ‘라인업’ 바이올린은 강동석을 비롯하여 배익환과 박재홍, 김현아가 나선다. 특히 환갑의 나이에도 여전히 정열적으로 활동하는 이스라엘 바이올리니스트 핀커스 주커만이 부인인 첼리스트 아만다 포시스와 내한한다.12일 타티아나 곤차로바의 피아노 반주로 리사이틀을 갖고,13일에는 폐막 연주회에도 참여한다. 피아노는 이제 원로급으로 대접받는 한동일을 필두로 이대욱, 김영호, 김대진, 첼리스트 요요마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캐서린 스토트, 지휘자로도 활동하는 슈종이 가세한다. 비올라는 김상진과 라이너 모그, 첼로 역시 조영창과 양성원, 박상민 등으로 화려하다. 체코 전통의 사운드를 완벽하게 재현한다는 프라자크 콰르테트도 스메타나와 드보르자크, 슈베르트로 이어지는 현악사중주의 진수를 들려줄 예정이다. 개막공연에서 올해 축제의 ‘위촉 작곡가’인 강은수의 ‘젊은 그들’이 연주되는 것도 뜻깊은 일이다. ●실내악 축제에 대한 고정관념 깨는 흥미로운 프로그램 진지하게만 흐르지 않고 ‘봄(스프링) 축제’답게 즐거운 음악회를 곳곳에 배치한 것도 올해 페스티벌의 특징. 바이올리니스트 주형기와 알렉세이 이구데스만은 클래식 코믹 퍼포먼스 ‘악몽같은 음악’을 5∼6일 펼친다. 두 사람은 음악 쇼 ‘듀얼’을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과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 선보여 인기를 얻었다.‘악몽 같은 음악’은 최근 오스트리아 빈의 유명한 무지크 페라인에서 초연했다. 프랑스의 클라리넷 앙상블 ‘레봉백’은 7일과 9일 ‘80분간의 세계일주’를 떠난다.5명의 멤버들이 새로운 음악 세계를 개척하기로 결심하고, 인도, 아프리카로 떠난 뒤 남미를 거쳐 로마, 이스탄불, 뉴욕, 런던에 이르는 음악 여정을 보여준다. 헨델에서 니노 로타, 조지 거슈인, 비틀스까지 다양한 재료를 바탕으로 각국의 리듬을 혼합하여 흥겨운 음악을 만들어 낸다. ●명동성당, 덕수궁, 서울광장…서울 전체가 공연장으로 올해 축제는 개막 공연이 벌어지는 세종체임버홀이 물론 중심 극장 역할을 한다. 하지만 세종문화회관을 벗어난 연주회도 9차례에 이른다. 어린이날인 5일 오후 6시엔 덕수궁에서 ‘고궁에서 만나는 클래식’을 펼친다. 슈종이 지휘하는 SSF 오케스트라가 귀에 익은 협주곡을 들려준다.6일 명동성당에서는 ‘신앙’을 주제로 메시앙 탄생 100주년 음악회가 열리고,11일 서울광장에서는 하이서울페스티벌 폐막공연도 펼쳐진다. 무엇보다 마포아트센터와 노원문화예술회관, 구로아트밸리 같은 서울시 자치구의 문화공간들이 페스티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02)712-4879.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사랑해” 그 세 가지 느낌

    “사랑해” 그 세 가지 느낌

    ‘비천무’에 이어 또 한 편의 100% 사전제작 드라마가 SBS TV에서 방영된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16부작 ‘사랑해’(월·화 오후 9시55분). 오는 7일 첫선을 보이는 이 드라마는 제목에서 풍기는 것처럼 세 커플의 알콩달콩·티격태격 사랑일기를 담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목동 SBS홀에서 열린 ‘사랑해’의 제작발표회에 모인 출연진은 오랜 기다림 끝의 개봉이 주는 설렘으로 가득차 있었다. 지난해 9월 말 촬영을 시작해 올 1월 말 촬영을 마쳤으니 2개월 공백이 있었던 셈이다. 출연진은 “사전제작 드라마여서 철저히 준비할 시간이 있어 좋았다.”(공형진),“방송이 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었다.”(서지혜)고 소감을 밝혔다. 출연진은 내용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3년차 주부 역의 조미령은 “결혼은 분명 힘든 점이 있지만 ‘결국 남편, 아내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공형진-조미령 커플은 바람 피우는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호스트바를 드나들고 결국 이혼까지 겪는 부부를 연기한다. 원치 않는 혼전 임신을 해 울며 겨자 먹기로 결혼을 하게 되는 부부들도 등장한다. 안재욱-서지혜, 환희-박혜영 커플들이다. 만화가 철수(안재욱)와 14살 연하의 영희(서지혜)는 세 번째 만난 날 덜컥 임신을 하지만, 철수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며 도망갈 생각만 한다. 우여곡절 끝에 혼인식을 올리지만, 사랑 없는 결혼이란 생각에 괴로워한다. 룸살롱 밴드마스터이자 이혼남인 병호(환희)는 하룻밤 사랑으로 여대생 영희(박혜영)를 임신시키게 된다. 신혼 부부 세 쌍이 풀어나가는 사랑 방정식은 행복하기도 불행하기도 한 우리네 일상과 닮아있어 시청자들에게 한층 흥미롭게 다가갈 듯하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12) 조선후기 춘화 세 폭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12) 조선후기 춘화 세 폭

    혜원 신윤복의 유명한 그림 ‘사시장춘’이다. 먼저 그림을 살펴보자. 왼쪽에 배치한 나무는 좁고 길며 검은 가지가 무성하기 짝이 없다. 그 무성한 가지들은 장지문을 가리고 있다. 장지문 앞 좁은 마루에 단정히 놓인 것은 신발 두 켤레다. 왼쪽의 검은 가죽신은 남자의 것이고, 오른쪽의 붉은 가죽신은 여자의 것이다. 오른쪽에는 댕기머리를 드리운 어린 계집종이 쟁반에 술 한 병과 술잔 둘을 들고 방 앞으로 가고 있다. 계집종이 문을 열고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낮은 목소리로 “아씨 술 대령했습니다.”라고 말할 것이고, 안에서는 “마루에 놓고 가거라.”라고 대답할 것이다. ●사시장춘-계곡과 숲은 음모와 성기 상징 이 그림은 그냥 보아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그림의 오른쪽 상단을 보자. 주름진 계곡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계곡 위에 약간 검은 색으로 다시 숲을 배치하고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왜 난데없는 계곡인가. 물론 그림이야 상상이 자유로운 예술장르다. 피카소의 그림이 존재하는 사물을 그린 것이라 생각하는 태도는 사실 곤란하다. 살바도르 달리처럼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해도 얼마든지 그릴 수 있다. 하지만 화폭 속의 모든 것들은 나름의 존재 이유를 갖는다. 눈치 빠른 독자는 이 그림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미 짐작했을 것이다. 왼쪽의 빽빽하고 검은 나뭇가지는, 말하기 무엇하지만 말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바, 애써 말하자면 그것은 남자의 음모다. 그렇다면 오른쪽의 계곡과 계곡 위의 숲은? 당연히 여성의 성기다. 좁은 마루 위에 놓인 남자와 여자의 신발은 장지문 건너 남녀가 이제 막 사랑의 행위에 들어가려고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집종이 가져오는 것은 술이고, 두 사람은 술잔에 그 사랑의 묘약을 부어 마신 뒤 환희에 빠질 것이다. 성적 환희는 봄이다. 그래서 장지문 옆의 기둥에 ‘사시장춘(四時長春)’ 곧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늘 봄이라고 써놓았다. 아니 그런가. 이 그림은 신윤복이 그렸다고 전해지는 춘화첩의 맨 첫 장이다. 이제까지 말한 남자, 여자의 이런저런 접촉은 최후에는 필연적으로 성관계로 이어진다. 앞서 춘화를 보는 여자 둘을 그린 그림을 설명하면서 말한 바 있지만, 춘화는 조선후기, 특히 18세기 후반부터 조선사회에 유통되기 시작하였다. 지금 남아 있는 춘화는 조선후기의 성 풍속을 아는 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자료가 된다. 에두아르트 푹스의 ‘풍속의 역사’를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이 책에 실린 인간의 성적 행위와 관련된 풍부한 도판이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아무리 정밀한 언어적 묘사도 한 장의 그림만 못하다. 아직 충분히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알려진 춘화로서 볼 만한 것은 역시 신윤복과 김홍도가 그렸다고 전해지는 것이다. ●달빛 아래서-자유분방한 개방된 성 그려 이제 김홍도 작으로 알려진 춘화를 하나 더 보자. 그의 작품 ‘달빛 아래서’다. 감상자의 시선은 당연히 그림 왼쪽에 쏠리겠지만 오른쪽을 먼저 보자. 버드나무가 연녹색 잎을 무성하게 드리우며 그림 중앙 하단에서 사선을 그리며 오른쪽 상단으로 뻗어 있다. 그리고 보름달이 버드나무 가지에 걸려 있다. 초록색 풀밭에 남자와 여자는 자리를 깔고 사랑을 나누고 있다. 좁고 어두운 방안이 아니다. 버드나무에 걸린 만월이 흰 빛을 무한히 쏟아내어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숲 속의 사위가 훤하다. 숲속의 풀밭 위에서 이루어지는 성행위라니…. 놀랄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사랑은 원래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성은 인간 남녀의 교섭이기도 하지만, 애당초 자연과 인간의 교섭이기도 한 것이다. 현대는 성적으로 개방된 시대라 하지만, 그 개방은 ‘음침한’ 개방이다. 성은 어두운 밀실에서 이루어질 뿐이다. 자기만의 공간을 소유하지 못한 남녀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랑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호텔과 모텔, 여관을 찾는다. 돈을 지불함으로써 겨우 얻어낸 밀폐된 공간에서야 비로소 안심을 하고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반면 김홍도의 그림은 인간이 문명의 이름으로 팽개친 자연 속에서의 성을 그려내고 있다. 이런 야외에서의 성관계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었다. 조선시대 문헌을 보면 야외에서 남녀가 성관계를 갖는 것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었다. 송세림(1479∼?)의 ‘어면순’에 실린 이야기 한 토막을 들어보자. 관서 지방에 비지촌(非指村)이 있다. 옛날 어떤 사람이 누에 치는 계절에 뽕을 찾아다니다가 한 부잣집에 몰래 들어갔더니, 뽕나무가 우거져 있었다. 몰래 나무 아래로 들어갔더니, 길게 자란 삼이 빽빽하였고, 그 나무 주위는 평탄하여 사람이 왕래한 흔적이 있었다. 그 사람은 그곳이 아이들이 와서 노는 곳이겠지 하고, 나무에 올라가 숨어서 뽕잎을 따는 데 열중하였다. 한참 뒤 사내 하나가 바깥에서 헐레벌떡 오더니 곧장 뽕나무 그늘로 들어왔다. 그 사내는 우두커니 서 있다 왔다 갔다 하다가 서너 차례 휘파람을 불고는 숨을 지키며 누구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이윽고 나이 스물 쯤 된 아리따운 미녀가 술 한 병에 안주 찬합을 들고 발소리를 죽이며 그 사내놈이 있는 곳으로 잰 걸음으로 다가왔다. 사내는 술을 마시기도 전에 먼저 미녀와 그 일을 시작하고 한 바탕 즐거움을 누렸다. 이야기는 더 이어지지만, 너무 야하기에 여기서 더 언급할 것은 못된다. 어쨌든 위의 이야기에서 보듯 남자와 여자는 은밀히 만나 뽕나무 아래 삼밭에서 관계를 갖는다. 이뿐이 아니다. 민요에도, 사설시조에도 있다. 전남지방에 전하는 도령타령을 보자. 대명천지 밝은 날에 어느 누가 보아줄까 들어나 가세, 들어나 가세, 삼밭으로 들어나 가세 적은 삼대는 쓰러지고 굵은 삼대 춤을 춘다 삼은 높이 자란다. 숨기에 안성맞춤이다. 삼밭에서 남녀가 일을 벌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삼밭에서의 사랑을 증언하는 사설시조가 1728년에 편집된 ‘청구영언’에도 실려 있으니, 대개 조선시대 삼밭과 같은 야외에서 남녀의 성행위가 예사로 여겨졌던 것이다. 어디 작품을 읽어보자. 이르랴 보자, 이르랴 보자, 내 아니 이르랴 네 남진(남편)더러 거짓 것으로 물 긷는 체하고 통일랑 나리와(내려서) 우물 전에 놓고 또아리 벗어 통조지에 걸고 건넌집 작은 김서방을 눈개야 불러내어 두 손목 마주 덤석 쥐고 수군수군 말하다가 삼밭으로 들어가서 무슨 일 하던지 잔 삼은 쓰러지고 굵은 삼대 끝만 남아 우우 하더라 하고 내 아니 이르랴 네 남진더러 저 아이 입이 보드러워 거짓말 마라 우리는 마을 지섬이라 실삼 조금 캐더니라 모르는 말이 더러 있지만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는 아니니 그냥 덮어두자. 이 작품의 내용인즉 이렇다. 어떤 여자가, 친구가 물 길러 가는 체하면서 평소 알고 지내던 김서방을 불러내어 삼밭으로 들어가서 일을 벌인 것을 알고 네 남편에게 일러주겠다고 하자, 그 여자는 그런 말은 네가 지어낸 것이고, 사실은 삼을 조금 캐러 들어간 것일 뿐이라고 대답한다. 누가 옳은 것인지 그 시비에 뛰어들 필요는 없다. 나는 오직 이 작품에서 자연이 인간의 성적 공간이 되고 있다는 데 흥미를 느낄 뿐이다. ●추억-노년의 성적 욕망 강하게 표현 그림 하나를 더 보자. 김홍도의 것으로 알려진 ‘추억’이라는 작품이다. 초가집이다. 방안에 살림살이라고는 거의 없다. 남자와 여자 둘이 앉아 옷을 벗고 중요한 일을 하기 직전이다. 남자는 머리가 다 벗겨지고 흰 수염이 듬성듬성하다. 여자는 머리를 올리고 옷을 제대로 차려 입었지만,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다. 보다시피 둘 다 노인인 것이다. 노인이 된다 한들 성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더 강렬해질 수도 있다. 사람들은 노인의 성을 배제하고 노인의 성을 추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성적 욕망은 더러운 것이 아니다. 타인에 대한 지배와 폭력, 강요로 나타나지 않는 한 성적 욕망의 존재가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전근대 사회에서 그려진 이 그림이야말로 바로 그런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박정희 비판 잣대로 민주화세력을 비판하라”

    “박정희 비판 잣대로 민주화세력을 비판하라”

    박정희를 비판하는 동일한 논리로 민주화세력도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진보진영의 대표적 이론가인 조희연(52)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가 주장의 발원지다. 지금까지 민주화세력이 비판 대상엔 가혹한 기준을, 자신에겐 관대한 ‘이중잣대’를 적용해온 측면이 있다는 조 교수의 문제의식은 그 자체로 논쟁적이다. 민주화세력에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조 교수는 최근 발간된 ‘마르크스주의 연구’ 2008년 봄호에 게재한 ‘헤게모니 균열의 문제설정에서 본 현대 한국 정치변동의 재해석’이란 논문에서 박정희의 몰락과 민주화세력의 지리멸렬을 동일한 틀거리로 분석했다. 그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흔히 민주세력은 적대자에 대한 기준과 자기편에 대한 기준을 이중적으로 적용해 왔으나, 박정희를 비판하는 방법론으로 스스로를 비판할 수 있다면 성찰의 폭이 훨씬 넓어질 것”이라고 논문 취지를 설명했다. 조 교수가 양측에 공통적으로 적용한 잣대는 ‘헤게모니 구축’과 ‘헤게모니 균열’이란 관점이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박정희 정권은 경제 개발과 산업화를 시대적 과제로 부각시킨 ‘조국근대화’ 담론, 개개인의 다양한 차이를 주변화시키고 하나로 통일시키는 ‘국민화 프로젝트’, 고도성장을 향한 ‘개발동원체제’ 등을 통해 대중의 동의기반을 확보하며 헤게모니를 구축할 수 있었다. 반면 현대아파트 분양과 와우아파트 붕괴로 대변되는 부동산투기와 부실공사,‘광주대단지 사건’으로 이미지화된 도시재개발과 철거민 양산, 전태일 분신으로 기억되는 피폐한 노동환경 등 고도성장의 환희가 사라지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국민으로서의 일체감은 붕괴됐고, 계급·계층간 불평등은 확산됐으며,‘민중’이란 저항적 주체가 출현해 헤게모니는 균열됐다. ●헤게모니 구축과 헤게모니 균열 분석 조 교수는 민주화세력도 동일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본다. 민주화세력은 반독재라는 대의 하에 ‘시민’이란 ‘민주개혁동맹’의 헤게모니 집단성을 형성했다. 그는 “국민의 집단성이 근대화의 주체로서 개발독재에 호명된 것이라면, 시민의 집단성은 반독재란 과제에 동의하는 민주개혁동맹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이란 말로 민주화세력의 헤게모니 구축을 정의했다. 반면 지구화의 속도가 심화되면서 민주화세력 또한 피할 수 없는 헤게모니 균열에 직면했다는 게 조 교수 진단이다. 그는 “이제 시민은 없다.”고 단언한다. 이미 다른 종족이 돼버린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는 공통의 시민성을 공유하기 어렵게 됐고,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정주 외국인 사이의 차별적 대우는 시민의 인종적·종족적·민족적 분화를 촉진했다. 상류층은 일국적 엘리트를 넘어 글로벌 엘리트를 지향하고, 민주개혁을 지향하는 시민적 동질성은 깨졌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민주화의 성공적 진전으로 민주성과 투명성은 높아졌지만, 계급적으로 양극화된 대중은 삶의 고통이 증대되는 현실을 맞닥뜨리게 됐다.”면서 “반독재 민주정부의 출현을 지지했던 여러 개인, 집단, 계급·계층조차도 배제와 소외를 느끼면서 지지를 철회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정권의 몰락이 ‘국민’으로 포섭했던 사람들의 균열을 막지 못한 결과인 것처럼, 민주화세력의 지리멸렬 또한 ‘시민’으로 포섭되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의 이탈과 균열 때문에 생긴 결과라는 것이다. ●박정희와 민주세력의 다르면서 같은 점 박정희와 민주화세력은 속살은 다르나 유사한 외투를 입었다. 개발동맹과 민주개혁동맹,‘동원된 국민’과 ‘저항적 시민’이란 내용은 서로 다르지만, 둘 다 본질적으로 집단적 특성을 띤다. 집단은 배제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 박정희 정권은 정치적·경제적 배제를 토대로 체제를 공고화했다. 민주화세력은 반독재라는 단일 의제 아래 여성, 환경, 성평등, 인권 등 소수자 문제를 배제했고, 지구화는 배제의 폐해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조 교수가 보기에 한국 현대사에서 헤게모니 구축과 균열은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다. 박정희가 구축해낸 ‘국민’은 반독재세력이 구성해낸 ‘민중’으로 분열·변화했다.1987년 이후엔 시민운동이 구성해낸 ‘시민’으로 바뀌었고,97년 이후 외환위기와 민주정부 집권기를 거치면서는 ‘시민의 분열’ 과정을 겪고 있다. 서로 매우 다르면서도 흡사한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박정희 헤게모니의 붕괴 과정을 고찰하면 반독재 민주세력 헤게모니 붕괴의 전후가 보일 뿐 아니라 폭넓은 성찰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한다. 진보개혁진영의 자기성찰을 거듭 촉구해온 조 교수의 새 논문이 침체 국면을 맞고 있는 민주화세력에 어떤 울림을 줄지 관심을 모은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이명박대통령 취임] 연설36분 박수40회

    [이명박대통령 취임] 연설36분 박수40회

    “대통령께 대하여 받들어 총!” 육·해·공 3군 의장대의 우렁찬 구호가 허공을 흔들었다. 단상의 이명박 대통령은 단호한 거수경례로 답했다. 웅장한 팡파르와 21발의 예포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미동도 않은 채 비장한 눈초리로 전방을 응시했다. 짧지 않은 1분여간 대통령의 머릿속엔 어떤 상념이 떠올랐을까. 경제? 안보? 실용? 역사? 국민? 이 장엄한 의식(儀式)의 순간에 취임식장 전체가 숨을 죽였다. 까치발을 하고 선 국민들의 눈가에 뜨거운 것이 맺혔다. 뭉클함은 단지 17번째 대통령의 탄생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반만년 이어온 겨레의 유구함에 대한 경외, 그리고 역사의 갖은 풍상을 극복하고 당당히 일어선 데 대한 자부심 같은 것들이 감격이라는 상투적 외피로 표출되는 것은 아닐까. 25일 오전 국회의사당 앞뜰에서 거행된 17대 대통령 취임식은 세계 11위권 경제강국의 위상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전통과 첨단, 아날로그와 디지털, 숙연함과 열정 등이 비벼지고 어우러지면서 한바탕 축제를 연출했다. 취임식장 곳곳에 설치된 대형 액정표시장치(LCD)는 정보기술(IT) 강국의 위상을, 전통춤과 연주를 곁들인 ‘시청각 효과’들은 전통국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특히 무대 아래를 가득 메운 4만 3000여명의 국민들이 내뿜는 환호는 추운 날씨를 녹일 만큼 뜨거웠고 단상의 근엄함을 무안하게 할 만큼 열정적이었다. 국민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시시각각 이 대통령의 동선을 촬영하는 등 역대 어느 취임식보다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였다. ●열정적인 청중 오전 10시52분. 이 대통령 내외를 태운 리무진 차량이 삼엄한 경비 속에 국회 정문 앞에 도착했다. 먼 발치에서나마 대통령을 보려고 건너편 도로변에 서 있던 시민들 몇몇이 “와, 대통령이다.”면서 박수를 쳤다. 취임식 사회를 맡은 행정자치부 의전관이 이 대통령 내외의 도착 사실을 알리자 취임식장은 일순 고요해지면서 기대와 흥분이 교차했다. 양복 코트에 옥색 넥타이 차림의 이 대통령과 옥색 한복 차림의 김윤옥 여사는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의사당을 향해 200m를 걸어 들어갔다. 입장하는 중앙통로를 따라 미래의 길을 연다는 의미를 담은 전통춤 ‘환영무’가 펼쳐졌다. 대통령 내외는 청사초롱을 든 남녀 어린이의 안내를 받아 연단에 올랐다. 미리 앉아 있던 1000명의 국내외 주요인사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내외와 악수하면서 가벼운 인사말을 건넨 뒤 김대중·김영삼·전두환 전 대통령, 주요 내외빈과 차례로 악수를 나눴다. 이윽고 오전 11시. 개식 선언과 함께 의사당 전방 양옆의 의원회관과 국회도서관 옥상에서 전통 취타대의 팡파르가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등 국민의례로 시작해 한덕수 총리의 식사가 이어졌다. ●섬김의 리더십 강조 이어 연단에 선 이 대통령은 엄숙한 표정으로 오른손을 들어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중략)…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취임 선서를 했다. 곧 이어 군악대 행진과 의장대 사열이 이뤄졌다.21발의 예포 포성이 가라앉자 이 대통령은 T자형 단상의 객석 방향에 설치된 연단으로 이동해 취임사를 시작했다.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모두 40차례 박수가 터졌고 “이명박” “만세” “잘됐다.” 등의 연호가 이어졌다. 당초 25분으로 예정했던 연설 시간도 36분으로 11분이나 길어졌다. 이 대통령은 당초 원고에 없던 부사와 조사, 어미를 가미했고 즉석 애드리브를 하기도 했다. 연설 초반 마치 사회자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 쪽으로 뒤돌아서면서 “특히 지난 5년간 수고한 노무현 대통령께 여러분 박수로 한번 격려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박수를 유도했다. 총 8700여자로 된 연설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대한민국’으로 모두 17번 쓰였다. 이명박 정부의 ‘키워드’인 ‘선진’은 15번,‘경제’는 11번,‘발전’은 10번,‘변화’는 6번,‘실용’은 5번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아시아 국가와의 연대와 협력관계 강화를 언급하는 부분에서도 원고와는 다른 애드리브를 선보였고, 당초 원고에 적시됐던 연설 마지막 ‘대통령부터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부분은 “대통령부터 더 열심히 섬기고 일하겠습니다.”라고 수정, 섬김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연설 후 서울시향 연주에 연합합창단이 합창하는 베토벤 9번 교향곡 4악장 ‘환희의 송가’가 9분 동안 이어지면서 새 대통령의 탄생에 기쁨을 표현했다. ●예상보다 21분 길어져 연주가 끝난 뒤 이 대통령 내외는 단상의 주요 내외빈들과 인사를 나눈 뒤 노 전 대통령 내외와 함께 환한 표정으로 연단 중앙계단을 걸어 내려오면서 가벼운 대화를 나눴고, 노 전 대통령이 승용차에 탑승해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로 떠나는 장면을 지켜봤다. 이후 입장할 때와 반대로 중앙통로를 통해 국회 정문까지 행진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참석한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악수를 나누는 바람에 경호요원들이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었다. 이날 취임식은 연설과 퇴장 시간이 길어져 당초 예상보다 21분 늦은 낮 12시21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인터넷 참여로 취임식에 초청받은 박창희(46)씨는 “광주광역시에서 오늘 새벽 3시에 일어나 올라왔다.”며 “새 대통령이 5년 동안 잘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외국인으로서 취임식에 초청받은 미국 기업 MPRI의 한국지사장 대릴 브룩스씨는 “초대받아 영광”이라며 “이 대통령의 정치·경제적인 입장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김상연 김지훈 한상우기자 carlos@seoul.co.kr
  • [이명박대통령 오늘 취임] 미리보는 취임식

    [이명박대통령 오늘 취임] 미리보는 취임식

    25일 거행되는 대통령 취임식은 크게 전야제, 취임식 전 문화공연, 취임식 등 3부분으로 구성된다. 현충원 참배를 마친 이명박 대통령 내외를 태운 대통령 전용승용차는 10시 50분쯤 국회의사당 정문에 도착한다. ●장관·수석 무대아래 위치 이 대통령 내외는 4만 5000여명의 내·외빈과 일반국민 등의 뜨거운 기립박수를 받으며 국회 본청 앞에 마련된 T자형 연단까지 200m 가량을 걸어들어간다. 연단은 국민과의 거리를 좁힌다는 취지에서 높이를 1m 가량 낮췄다. 행사 단상에는 국회의원,3부 요인 등 국내 요인 600여명과 6개국 정상급 인사를 비롯해 주한외교단, 외국 기업인과 정치인, 재외동포 400여명 등 총 1000여명이 자리하게 된다.‘섬기는 정부’를 강조하기 위해 관례적으로 단상에 앉았던 새 정부 장관 내정자, 청와대 수석 내정자, 인수위원들은 모두 무대 아래에 위치한다. 이 당선인은 이날 국제관계와 실용성 등을 고려해 한복 대신 양복을 입는다. 사회를 맡은 행정자치부 의전관이 개식 선언을 하고 곧 이어 새 대통령의 취임식이 시작됨을 알리는 팡파르가 장내에 울려 퍼지면서 17대 대통령 취임식 본행사가 시작된다. ●일반국민등 4만 5000여명 참석 사회자의 인도에 따라 국민의례 순서가 이어지고 이후 국무총리의 식사가 뒤따른다. 식사가 끝나고 참석자 모두 기립한다. 이 대통령은 한 손을 들고 취임 선서를 한다. 선서가 끝나면 21발의 예포가 하늘을 힘차게 가르고 이 대통령은 3군 의장대와 군악대를 사열한다. 이후 30분 동안 향후 5년간 선진 일류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비전과 철학을 담은 취임사를 낭독한다. 취임사가 끝나면 정명훈씨가 지휘하고 연합합창단이 노래하는 베토벤 9번 교향곡 4악장 ‘환희의 송가’가 6분 동안 연주되면서 새 대통령의 탄생을 축하한다. 이 대통령은 이어 단상에 앉은 내·외빈 인사들과 악수를 나눈 뒤 연단으로 내려와 이임하는 대통령을 환송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승용차에 탑승해 고향인 봉하마을로 출발한다. 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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