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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 여기 어때요 / 공릉동 이스턴 캐슬

    “탕 탕 탕….” 총소리가 귀를 찢는 산울림 속에 가정의 화목과 사랑을 쌓아올리는 곳이 있다.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더위를 식히기에 으뜸인 스케이트장과 등반코스도 있다.바로 노원구 공릉동 ‘푸른 동산’이다. 국제화 시대에 발맞춰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지난 3월 ‘이스턴 캐슬(Eastern Castle)’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사격장 이미지를 털어내고 시민의 쉼터로 거듭난 곳이다. ●8만여평 ‘숲의 나라’ 입구를 들어서면 오른 쪽에 말끔히 단장된 아스팔트길이 쭉 뻗어있다.여기서부터 국내 최대라는 마로니에 군락과,멋드러진 아름드리 노송(老松)의 그늘 아래 산림욕을 맘껏 즐길 수 있다.왕복 2.4㎞. 마로니에와 함께 30년 이상 된 나무가 울창한 산책로 끝에 클레이사격장이 있다.이곳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훌훌 날려보내며 친목을 다져도 좋다. 땀을 식히고 싶으면 계곡에 들어가 발을 물에 담그고 개울가 평상에 걸터앉아 숨을 돌려보자.옆에는 족구장도 있어 단체 방문객의 놀이에 그만이다.도시 소음과는 멀리 떨어진 곳이라 물 흐르는 소리가 폭포수 처럼 크게 들린다. 산책로 중간에는 어린이 놀이광장도 200여평 있다.전자게임장과 탁구장 등을 갖췄다. 수영장은 대형 2개,소형 1개가 있지만 아직 기온이 낮아 다음 달 말쯤에나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977-6363. ●주변엔 볼거리 수두룩 사격장에서 가족,연인,친구들과 환호성을 터트린 뒤에는 어디가 좋을까.출입문을 나와 맞은 편 육군사관학교는 때마침 토·일요일과 공휴일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없다. 육군박물관에는 보물 9종 11점을 포함해 1만여점에 이르는 고대와 현대의 각종 무기들이 전시돼 눈길을 끈다.입장료는 어른 2000원,학생 1000원이다.토요일 오전 11시30분엔 생도들의 멋진 퍼레이드도 구경할 수 있다.2197-5990. 등산을 좋아하는 시민들은 클레이사격장에서 곧바로 불암산에 오를 수 있다.300여대 규모의 주차장이 따로 있어 사격의 참맛을 즐긴 뒤 상쾌한 기분으로 등반하면 된다. 태릉 국제스케이트장도 걸어서 10분 거리다.이용료는 초등생 2500원,중고생 3000원,일반 3500원이다.장비 대여료는 3시간에 3000원.970-0501. 노원구는 드라마에서 인기를 끈 조선시대 문정왕후의 무덤인 태릉의 역사적 특성을 알리고,주민 편의를 위해 푸른 동산 인근 효성아파트 앞∼삼육대 5㎞도로 양쪽에 플라타너스를 심고 자전거길 2.5㎞를 만들어 ‘걷고 싶고,달리고 싶은 길’로 지정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
  • [나의 건강보감] 허정무 前 축구대표 감독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지만 당시만 해도 잘 나가던 김우중 회장이 축구협회장을 맡던 1989년 무렵이다.하루는 김 회장이 우연히 마주친 그에게 기다렸다는 듯이 대뜸 말을 건넸다.“우리 한 수 할까?” 이렇게 해서 그는 판을 차리고 김 회장과 마주 앉았다.기력을 물어 “회장님보다 좀 약합니다.”했더니 두점을 깔라고 했다.결과는 허정무의 완승,적잖이 달아오른 김 회장이 “맞바둑으로 한 수만 더하자.”고 해 다시 뒀으나 역시 허씨의 승리.주변에서는 “한 판쯤 져주지 그랬느냐.”고 타박을 했지만 털고 일어서던 김 회장은 빙긋 웃으며 “축구 실력보단 못하지만 대단한 기력”이라고 칭찬했다.“원래 그런 인사치레에 익숙하지 못했다.지금 생각하니 한판쯤 양보할 걸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바둑을 좋아한다.기력은 아마 4단.국가대표를 거친 축구인 가운데 김정남 전 감독 말고는 적수가 없다.그에게 있어 수담(手談)은 경기에서 오는 피말리는 긴장감과 패전 후의 후회,승전의 자만,그리고 경기후 엄습하는 허탈감을 다스리는 수양의 도(道)이다.그 뿐이 아니다.“반상에서 축구를 보고,삶을 볼 수 있어서 바둑이 좋다.”고 했다.그에게 바둑은 ‘또 다른 축구’이자 ‘또 다른 삶’이다. 허정무(48)는 온 국민의 시선을 붙박이로 끌고 다녔던 한국 축구의 스트라이커였다.한국인으로는 네덜란드 프로무대에 처음 진출해 뜨거운 땀으로 이국의 그라운드를 적시더니 얼마간 세월이 지나서는 ‘국민 운동’인 축구의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국민의 기대와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사람이었다. 30대를 넘긴 연배라면 누구나 국가대표 부동의 골잡이였던 ‘진돗개’ 허정무 선수에 얽힌 격정의 추억 몇 토막은 간직하고 있다. 지난 85년,멕시코월드컵 최종예선 한·일전에서 부상을 당했으나 투혼으로 결승골을 터뜨려 온 국민을 환호하게 했는가 하면 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최종 수비수는 물론 최전방 공격수로 좌충우돌하며 기세를 드러냈다.그뿐이 아니다.지금은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이영표 선수가 몸담은 팀으로 더 유명한 명문 PSV 아인트호벤에서 3년동안 15골을 넣으며 축구스타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그가 국민들 가슴에 남긴 족적은 크고 깊었다.그라운드에서 힘들어할 때면 같이 힘들어했고,그가 환호할 때는 덩달아 신명의 어깨춤 추며 후끈 달아올랐다.그들의 가슴에 허정무는 틀림없이 혼불같이 타올랐던 한 시대의 ‘국가 대표’였다. 끝없는 투혼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던 그이지만 실제로는 조용하고 지적인 풍모를 지녔다.이런 그가 왠지 바둑과 잘 어울리는 건 당연한지도 모른다.그는 축구와 바둑을 함께 시작했다.서울 중동중학교 축구선수로 뛸 때,당시 감독이었던 고재욱씨에게서 처음 바둑을 배웠다.말하자면 ‘운동장 바둑’인 셈이다.처음엔 9점을 놓고 뒀으나 지금은 오히려 3점쯤 접어줄 정도로 판이 바뀌었다. 국가대표로 해외 원정경기에 나갈 때도 간이 바둑판을 챙겨가곤 했다.물론 대표팀에 적수가 없어 대개의 경우 ‘욕심’에 그쳤지만 그의 바둑편력에 놀란 사람이 적지않다. 그와 겨룬 고수도 적지 않다.프로 기사와의 첫 대국은 서봉수 9단과 전남 광양에서 둔 다면기였다.이후 서능욱 9단과 둔 6점 접바둑 기보는 바둑 잡지에 소개됐을 정도.지금도 유건재 7단(현 한국기원 사무총장)과는 짬짬이 인터넷으로 대국을 한다.지금은 프로 기사들과 4점 접바둑을 둘 정도니 결코 만만한 실력이 아니다.젊은 기사 중에서는 유창혁 9단을 좋아한다.이유인즉 그가 축구를 좋아해서다.유 9단은 프로기사 축구동호회인 기마회의 주축이다. 허정무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들뜬 머리를 정리하는 데 바둑만한 기예가 없다.”고 말한다.게다가 그 속성이 축구와 닮은 점도 마음에 든다.‘아생연후 살타(我生然後 殺他)’라는 유명한 바둑격언이 있다.그는이를 “수비를 안정시킨 뒤 그 토대 위에서 공격력을 배가하는 축구전술의 바둑식 표현”이라고 푼다. “히딩크의 성공신화도 철벽 수비에 있었고,지금의 코엘류 감독도 수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 내 생각이 크게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며 싱긋 웃는다.그뿐인가.그라운드 전체를 아우르는 넓은 시각의 중요성이나 ‘상대가 강한 곳에는 침투하지 말라.’는 원칙도 바둑을 통해 터득한 수확이다.묵묵히 때를 기다리는 ‘이창호식’도 좋고,틈만 보이면칼날처럼 파고드는 ‘이세돌식’도 좋다.단숨에 적진을 발칵 뒤집는 ‘조훈현식’ 속보행마는 또 어떤가. 축구 말고도 300쯤 치는 당구 실력에 탁구,배구,농구 등 ‘구’자 들어가는 운동은 뭐든 시쳇말로 ‘한가닥’하지만 모든 운동이 축구를 정점으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그의 모든 것은 이처럼 축구라는 주연을 위해 있는 무대장치 같은 것이다. 축구에 쏟는 열정만큼 가족을 향한 그의 사랑과 배려도 애틋했다.한때 브라운관을 누볐던 부인 최미나씨와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큰딸 ‘화란’,둘째딸 ‘은’에게로 화제가 옮겨지자 이런저런 얘기가 꼬리를 문다.부인 최미나씨는 수입 화장품을 보급하는 사업가로 변신해 있다.“두 딸을 요조숙녀로 잘 키우고 뒤늦게 자신의 일을 찾아 땀흘리는 아내의 모습에서 더할 수 없는 기쁨을 맛본다.”고 했다. 유소년 축구인재 양성을 위해 필생의 노력을 쏟아 최근 개장한 용인 축구센터도 그에게는 가슴 뿌듯한 결실이다.“이 일로 그동안 나와 한국 축구에 힘이 되어준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빚을 갚은 것 같다.”는 그는 “아쉬움은 많지만 축구 인생에 후회는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줄창 그라운드를 누비는 축구선수에게 “건강을 위해 무슨 운동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대개 웃을지 모른다.축구 자체가 격렬하기 이를데 없는 운동인데 거기에 얹어 다른 운동을 한다는 게 얼른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나 몸으로 하는 것만 운동이랴.마음 혹은 머리로 감당해야 하는 운동도 있다.허정무에게는 그게 바둑이었다. 소치-미산-의제-남농으로 이어지는 허씨 문중의 동양화 거장 배출지인 진도 운림산방의 혈족이기도 한 그는 정강이에 피멍 가실 날 없는 축구인의 길을 택했지만 지금도 한국의 축구판을 지키는 건각이다.예전에 그라운드를 호령하던 젊은 기세 그대로.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 ■바둑의 건강학 예부터 바둑은 수담(手談)으로 불렸다.손으로 놓는 돌을 통해 상대와 끊임없이 마음을 나눈다는 의미다.거슬러 살펴보면,신선연하는 청류(淸流)의 한담에는 으레 맑은 술과 바둑판이 곁들여져 있다.바둑과 술을 통해 세속의 일을 잊거나 천하의 경륜을 터득하고 싶어서였다. 바둑인들은 바둑이야말로 사람이 자신과 나누는 진정한 대화라고 말한다.반상의 돌 하나에 그 사람의 심성과 정서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바둑이 기예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물론 프로기사들이 타이틀을 두고 갖는 대국은 피말리는 격전이다.이를 두고 “거기에 무슨 수양이 있느냐?”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바둑인들의 해석은 다르다. 한국기원 사무총장인 유건재 7단은 “얼핏 극한대립처럼 보이지만 바둑은 근원적으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한다.묵묵히 때를 기다리는 것은 지혜이고,때가 오면 주저없이 돌을 놓는 것은 용기,싸우고 싶을 때 물러서는 것은 절제고,지지 않으려는 것은 투지라고 한다.“이런 자신과의 싸움,즉 나의 허(虛)를 감추고 상대의 허를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완벽의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것이어서 다른 승부와는 구별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몰입을 통해 번뇌와 고민을 잊고 마음의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점’을 바둑의 장점으로 들었다.청소년들의 경우 바둑을 통해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으며 절제와 용기,지혜를 배울 수 있다고도 했다. 유 7단은 “축구같은 격렬한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달아오른 성정을 가라앉힐 방법이 필요한데 이런 점에서 바둑은 묘약”이라며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하지만 않으면 자신을 다스려 정서를 안정시키고 지혜를 일깨우는 기예”라고 설명했다.이를 그는 수담망우(手談忘憂·수담으로 근심을 잊는다)라고 했다.여기에 덤으로 이기회우(以棋會友·바둑으로 벗이 모인다)까지 할 수 있으니 바둑만한 수양이 어디 있을 것인가. 심재억기자
  • “왼쪽눈 거의 안보여도 촬영 더 미룰수 없어”/ 부상중 ‘조폭마누라2’ 촬영 강행 영화배우 신은경씨

    지난 9일 오후 7시 영화 ‘조폭마누라2-돌아온 신화’(이하 조폭2)의 촬영지인 부산 중구 중앙동 세관건물에 주인공 신은경(사진·30)씨가 들어섰다.신씨의 눈에 충혈기가 없어진 것을 확인한 제작진의 환호성이 터졌다.‘조폭2’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가진 신씨는 지난달 22일 촬영중 각목에 한쪽 눈을 다쳐 제작진을 놀라게 했다.‘9월8일 개봉,6월 촬영마감’이라는 빠듯한 일정 탓에 지난 3일 촬영을 재개했으나 눈이 너무 붉어 중단했었던 만큼 제작진과 신씨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부상에서 어느 정도 완쾌되었나. -주현(사채업자역) 선배 조카가 웅담가루 효험을 봤다는 말을 들은 이순열 대표(제작사 현진)가 구해준 웅담을 눈에 붙였더니 충혈이 없어졌다.충격 때 뒤로 밀려난 수정체가 정상적으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걸린다.부상 전 시력은 양쪽 모두 1.5였으나 다친 눈이 0.02 정도로 거의 보이지 않아 오른쪽 눈으로만 본다. ‘조폭2’까지 찍으면 ‘종합병원’‘조폭마누라1’ 등에 이어 중성 이미지로 고정되는 게 아닌가. -한 이미지로 각인되는 게 좋을 수도 있다.외국에서도 고유 캐릭터를 가진 배우가 많지 않다.그동안 ‘노는 계집 창’ 등 다양한 모습을 소화했다.이 작품은 조폭영화라기보다는 한 남자와 딸,그리고 나 등 상처입은 3명이 만나 가꾸는 가족애를 심도있게 그린다.1편에서도 부하 50명을 거느리는 게 아니라 50명의 자식을 돌본다 생각했다. 결혼을 생각할 나이가 아닌가. -결혼하고 싶다.어떤 배역이라도 소화하려면 여러 체험이 필요할 것이다.그런 측면에서 결혼이 안되면 애라도 낳고 싶다(웃음). 부상으로 느낀 게 있다면. -낙천적이어서 달라진 게 없지만 ‘산삼을 주겠다.’‘안구를 기증하겠다.’며 주신 팬들의 사랑을 절실히 느꼈다.쾌유를 비는 메시지를 일일이 전하는 스태프들의 정성에 감격했다.촬영일정에 차질을 빚어 미안할 따름이다(사고 직후 눈에 피를 흘리며 병원에 실려가면서도 ‘촬영 어떡해요?’를 되뇌어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짠’하게 했다). 이날 찍은 장면은 ‘조폭2’의 도입부로,신씨가 상대파와 싸우다 건물 아래로 떨어져 기억을 상실하는 대목.영화는 그뒤 그를 구해준 중국집 주인(박준규) 밑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면서 일어나는 따뜻한 가족이야기와 사랑,그를 알아본 백상어파의 대결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부산 이종수기자 vielee@
  • [김영두의 그린에세이] 골프 ‘四友’

    옷을 갈아 입는데 살비듬이 후루루 떨어진다.새로운 피부세포가 각질을 밀어내며 새순처럼 올라온다.새나 강아지도 털갈이를 하고,죽은 듯한 마른 삭정이에서도 노란 꽃망울이 반짝 눈을 뜨는 봄.골프의 계절이 한창이다. 장비를 챙기고,친구들을 모아 골프장으로 내달린다.“히야,날씨도 죽이고,골프장도 죽이고,동반자도 좋아서…공 안 맞는 핑계를 어디다 대지?” 친구들은 드라이버를 장검처럼 높이 빼들고,아지랑이가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페어웨이를 바라보며 환호한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골프를 즐기지 않는 이유로 네 가지를 들었다.첫째,장비와 의상을 챙겨야 한다.둘째,아무데서나 할 수가 없다.셋째,동반자가 필요하다.넷째,복잡한 룰과 에티켓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같은 이유로 그는 마라톤을 즐긴다고 한다. 그러나 골퍼들에게 물어 보라.골프란 골프채와 골프장,동반자가 있기 때문에 즐거운 운동이다.룰과 에티켓은 기본이다.세가지 중에서 어느 한가지만 충족돼도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것이다.좋은 동반자와 담소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기화요초가 피어있고,새가 지저귀고,시냇물이 흐르는 코스에서 꽃향기에 취해 소풍을 즐기는 것만으로,동반자와 골프코스가 시원치 않더라도 공만 잘 맞으면 골퍼는 행복하다. 서예에는 문방사우가 있다.중국에서는 예로부터 문인의 서재를 문방이라 하고 수업의 장으로 존중해왔는데,그 서재에 갖추어야 할 종이·붓·먹·벼루의 네 가지를 문방사우라고 의인화했다. 골프에서의 네 가지 벗은,손맛이 잘든 골프채와 주단 같은 잔디가 깔린 코스와 오늘처럼 양명한 날씨와 골프장에서 만날 때마다 철천지한을 풀어야 할 죽마고우들이다.골프란,연적의 물을 벼루에 붓고,묵을 갈아,수묵을 붓에 찍어 화선지에 농담으로 번지는 산수화를 치듯이,골프코스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에 젖고 친구와의 우정을 다지며 삶을 향유하는 운동인 것이다. 골프(GOLF)는,푸른 잔디 Green,맑은 산소 Oxygen,밝은 햇빛 Light,좋은 친구 Friend의 조합어라고도 한다.또 신사의 스포츠인 골프에서 룰과 에티켓을 안 지키는 매너가 나쁜 골퍼를,골프의 알파벳을 역으로 읽은 FLOG(채찍질하다·체형을 가하다)라고도 한다. 소설가·골프칼럼니스트 youngdoo@youngdoo.com
  • “어메이징 그레이스”/ 박지은 18번홀 환상의 4.5m 파 퍼팅 미켈롭라이트 우승… 시즌 첫승 신고

    “대부분이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나 박세리의 역전 우승을 생각했지만 주니어 때부터 단 한번도 최종라운드 리드를 빼앗긴 적이 없다.” 5일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의 킹스밀골프장(파71·6285야드)에서 끝난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미켈롭라이트오픈(총상금 160만달러) 시상식에서 박지은(나이키골프)은 자신있는 어조로 우승 소감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그 말은 사실이었지만 쉽지는 않았다.3라운드까지 합계 9언더파로 1위.1타차 2위인 크리스티 커와 함께 챔피언조에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섰지만 초반 부진에 발목이 잡혀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롤러코스터’를 타야만 했다.첫홀(파4)부터 더블보기로 출발해 2번(파3)·4번홀(파4)에서도 거푸 보기를 범하며 추락했다.이후 5번홀(파3)부터 3홀 연속 버디를 낚으며 하늘을 난 그는 10번홀(파4) 보기에 또 울어야 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고,결국 기회가 왔다.15번(파5)·16번홀(파4)에서 거푸 버디를 낚은 것.특히 16번홀 버디는 다시 그를 1타차 선두로 끌어올리며 사실상 우승의 발판이됐다. 이윽고 18번홀(파4).여전히 선두였지만 단 1타 뒤진 합계 8언더파로 경기를 마친 뒤 연장전을 기대하며 클럽하우스에서 대기하는 선수만 2명.캐리 웹(호주)과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였다.그리고 동반자 커도 1타차로 끈질기게 따라붙었다.이 홀에서 실수한다면 연장전은 불가피했다. 티샷부터 좋지 않았다.러프로 직행한 것.세컨드샷마저 그린을 넘었고,칩샷도 핀을 지나쳐 4.5m 거리까지 굴러갔다.반면 커는 2온으로 버디 기회를 잡아 자칫 역전도 허용할 수 있는 위기였다. 하지만 침착했다.신중에 신중을 기해 친 공은 놀랍게도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누군가 그의 이름(미국명 그레이스 박)을 빗대 “어메이징 그레이스”라고 읊조렸다. 승리를 확인한 뒤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는 그에 얼굴에 비로소 환한 웃음이 번졌다.스스로와의 다짐을 지킨 것이다.시즌 첫승이자 통산 4승. 한국 선수로는 지난주 박세리에 이어 2주 연속 낭보를 띄운 그는 상금 24만달러를 거머쥐어 시즌 총상금 40만 9473달러로 소렌스탐(55만 4500달러) 박세리(54만 5779달러)에 이어 3위로 뛰어 올랐다. 한편 김미현(KTF)은 이날만 3타를 줄이며 합계 7언더파 277타로 5위를 차지했고,박세리(CJ)와 한희원(휠라코리아)은 나란히 합계 4언더파 280타로 공동 8위에 올랐다. 곽영완기자 kwyoung@ ■LPGA, 박지은에 왜 열광하나 “어메이징 그레이스!” 박지은이 우승하는 순간 갤러리가 보낸 환호는 올시즌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어떤 선수가 우승했을 때보다 열광적이었다.‘골프 여제’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지난 6일 오피스디포챔피언십에서 시즌 첫승을 거뒀을 때도,‘2인자’ 박세리(CJ)가 지난주 칙필A채리티챔피언십에서 시즌 2승째를 올렸을 때도 그만큼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들의 열광은 박지은의 상품성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입증한다.실제로 박지은은 한국계 2세인 ‘천재 소녀골퍼’ 미셸 위와 함께 ‘코리아군단’의 이미지 쇄신과 LPGA 인기몰이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LPGA 투어의 인기 하락은 어쩌면 외국인 선수들이 본고장 미국 선수들을 제치고 LPGA 무대를 점령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소렌스탐과 박세리,캐리 웹(호주) 등 상위권을 장악한 선수 대부분이 해외파이고,미국선수들은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뒤를 따라가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면서 같은 미국인인 타이거 우즈가 절대 우세를 지키고 있는 PGA 무대로 눈을 돌린 것.그 과정에서 한국선수들에 대한 질시도 적지 않았다. 물론 박지은도 한국계이긴 하지만 세련된 외모와 ‘아마조네스’라 불릴 만큼 강력한 드라이버 샷,위기의 순간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여유 등 미국인들이 여자 골퍼에게서 보고자 하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무엇보다 골프명문 애리조나주립대를 다니는(2년 중퇴) 등 아마추어시절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내 미국인들에게 거부감 대신 친근감을 준다.미셸 위에게 보내는 미국인들의 시선도 박지은과 같은 차원이다. 한편 박지은의 우승으로 ‘코리아군단’은 올시즌 15승 달성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LPGA 관계자들 조차 박세리의 2승과 박지은의 첫승으로 올시즌 7개 대회 가운데 3승을 거둔 ‘코리아군단’의 행진 속도라면 남은 25개 대회 가운데 절반 정도의 우승컵은 손에 쥘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곽영완기자 ■박지은 인터뷰 시즌 첫 우승을 거머쥔 박지은은 “아주 멋진 날”이라며 “모두가 쉽지 않을 거라고 했고,실제로도 쉽지 않았지만 결국 해냈다.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다음은 일문일답. 막판 배짱 넘치는 플레이를 한 것 같은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컸고 경기 내내 ‘너 자신을 믿으라.’라고 수없이 되뇌었는데 진짜 우승해 기쁘다. 4라운드 이븐파 스코어로 우승했는데. -코스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말해주는 결과다.누구도 4라운드에서 많은 타수를 줄이지 못하지 않았는가.2언더파만 쳐도 아주 잘한 것이다. 소렌스탐 등의 추격을 의식했나. -스코어보드를 보고 또 봤지만,특정선수를 의식하지는 않았다.초반 순위가 떨어질 때 안타까웠고,막판에는 선두권 2명의 이름만 눈에 들어왔다. 16·18번홀에서 롱퍼팅을 성공했는데. -패자에게 장애물이 될 수 있는 곳이 승자에게는 기회다.나는 (더블보기를 한) 1번홀에서와 똑같이 경기했지만 퍼팅이 잘 들어가 줬다.이번 대회는 나를 위한대회였던 것 같다. PGA 대회에 사용된 코스에서 처음 우승했는데. -새로운 코스에서 첫 우승자가 돼 기분 좋다. 박준석기자 pjs@
  • 윤리위 판정 ‘유해게임’ 정통부선 “우수 콘텐츠”

    청소년 유해 게임물을 둘러싸고 정부 부처간 중복 수상 논란을 벌이는 등 웃지못할 촌극을 빚었다. 정보통신부는 온라인게임 ‘A3’를 1·4분기 디지털 콘텐츠 대상으로 지난달 선정했다가 1일 시상식 직전 이를 전격 취소했다.정통부는 시상식 40분전인 오전 9시쯤 ‘A3’제작업체인 액토즈 소프트에 수상 취소를 통보했다. 정통부측은 “‘A3’가 지난달 30일 문화관광부에서 ‘4월의 우수게임’상을 수상했다.”면서 “수상에 따른 중복지원 문제가 제기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통부의 산하기관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최근 이 게임을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한 사실이 밝혀져 정부 부처의 온라인 게임 시상 및 지원 체계에 문제점을 드러냈다.정보통신윤리위는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서로 싸움을 할 때 화면에 선명한 색깔의 피가 튀고,칼로 사람의 몸을 토막내는 등 잔혹한 장면이 많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유해매체 결정을 내렸다. 일부 게임업체에서는 “정보통신윤리위의 유해판정에도 불구하고 폭력적인 청소년 유해매체를 지원하겠다고 정부 부처가 앞다투어 나선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온라인게임 ‘A3’는 게임제작업체 액토즈 소프트가 지난해 말 선보인 성인용 게임이다.서비스를 시작한지 1개월 만에 동시 접속자 수가 5만명을 넘어서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출시 이전부터 팬클럽 등을 만들었던 열렬 게이머들도 크게 환호했다. 정통부와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유해매체이긴 하지만 성인용 게임이므로 청소년들은 사용할 수 없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하지만 게임의 연령 등급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 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론이 만만찮다. 박지연기자 anne02@
  • 희망의 박세리/ 국민 어려울때마다 낭보

    세리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실의의 순간마다 국민들의 귀를 번쩍 뜨이게 한 ‘골프여왕’박세리(26·CJ)의 쾌거를 많은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말한다.하지만 ‘기적’은 없다.“도전을 즐긴다.”는 그녀의 피와 땀과 눈물이 어우러진 대가일 뿐.세리가 국민들에게 안겨준 것은 어쩌면 ‘승리’가 아니라 ‘도전’인지도 모른다. ▶관련기사 30면 지난 1998년 5월 17일,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듀폰CC에서 열린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인 LPGA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파5인 16번홀에서 세리는 “안전하게 3온을 노릴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5번 우드로 그린을 직접 공략한 뒤 2퍼팅으로 무난히 버디를 낚았다.이 버디로 2위 그룹을 3타차로 밀어내며 사실상 승리를 결정지었다.마지막 18번홀에서 세컨드샷을 온그린시킨 뒤 세리는 갤러리의 환호와 박수에 여유있는 미소를 지으며 그린까지 ‘챔피언 행진’을 했다. 작은 동양인 선수의 첫 메이저 대회 우승.백인들의 전유물인 메이저대회 골프장에서 까무잡잡한 무명의 동양처녀는 신비로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같은 해 7월 6일,이번에는 위스콘신주 블랙울프런GC.시즌 세번째 메이저인 US오픈 18홀 연장전이 치러지고 있었고,남은 두 선수는 박세리와 제니 수와지리폰.18홀 연장전을 통해 아직도 명화의 명장면처럼 팬들의 뇌리에 뚜렷이 남아 있는 ‘맨발의 사투’를 벌이고도 모자라 연장 두번째 홀까지 치른 끝에 세리는 또 웃었다. 당시 세리의 우승은 국민들에게는 단순한 우승이 아니었다.온 국민을 고통으로 몰아 넣은 ‘IMF 환란’으로 가슴속에 켜켜이 쌓인 근심과 걱정,답답증을 한 순간이나마 말끔히 날려 버린 청량제였다.연이은 메이저 제패와 승전보는 가슴뭉클한 감동,그 자체였다.어깨가 축 처진 국민들은 ‘일어 설 수 있다.’는 힘과 용기를 얻었다. 이후 5년이 흐른 28일 미국 조지아주 스톡브리지의 이글스랜딩골프장에서 치러진 칙필A채리티챔피언십 연장전.그동안 19개의 LPGA 우승컵을 움켜쥐며 월드스타로 거듭난 세리는 그녀만의 저력을 다시 한번 뽐냈다.셰이니 와(호주)와의 통산 네번째 연장전.연장전에서는 단 한번도 져 본적이 없는 세리는 피 말리는 혈전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네번째홀에서 활짝 웃었다.전날까지 선두에 3타나 뒤진 어려움을 딛고 기어이 거머쥔 우승컵은 세리가 국민들에게 바치는 저력의 상징인 셈이다. 곽영완기자 kwyoung@
  • “연기는 정답없어 매력 있지요”/ SBS 새주말극 ‘백수 탈출’주연 이정진

    안양체육관이 환호로 들썩인다.헌칠한 키에 미남인 한 선수가 열렬한 함성에 보답하듯 농구공을 번쩍 치켜든다.그리고 옆의 친구가 건네준 반지를 새끼 손가락에 끼고 골대를 향해 달려간다.이어지는 멋진 덩크슛! SBS의 새 주말극 ‘백수탈출’의 촬영현장에서 만난 이정진(25)은 녹초가 되어 있었다.‘덩크슛 청혼’장면을 반복 촬영하다 보니 눈도 다리도 모두 풀렸다. 엑스트라로 동원된 중학생 1000여명은 ‘제 멋대로’여서 스태프들이 몇 번씩 마이크로 소리를 질러야 했고,촬영은 번번이 늦어졌다.함께 뛰어준 SBS 스타즈의 실제 선수들도 덩달아 여러번 코트를 왔다갔다했다. 뒤늦게 터벅터벅 걸어온 그에게 오늘 촬영이 어땠냐고 묻자 “휴∼”하며 한숨부터 쉰다.하지만 땀으로 뒤범벅된 운동복이 잘 어울린다.“어릴 때부터 농구를 즐겨 했어요.프로 선수들하고도 친하고요.실제로 덩크슛도 해봤다니까요.” 그래도 이번 촬영에서는 골대의 높이를 20㎝정도 낮췄다. 그가 ‘백수탈출’에서 맡은 역은 제목 그대로 ‘백수’인 우람 역.원래 잘 나가는프로 농구선수였지만,문제의 덩크슛을 하다 손가락을 다쳐 일순간에 백수 신세가 되고 애인도 그를 버린다.그 뒤로 고시원도 기웃거리고,호스트바에 갔다가 기겁해서 나오는 등 이곳저곳을 전전한다. “가족,친구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성장하는 역할이에요.귀가 얇아 어떤 얘기에도 솔깃하지만 모든 일에 열심이죠.” 우람을 도와주는 입양아 출신 친구 진 역은 ‘하이마트 걸’로 유명한 김현수가 맡았다. 이 드라마에는 우람 말고도 여러 백수가 나온다.아버지인 천수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조기퇴직하고,삼촌인 억수는 성추행범이란 누명을 쓰고 학원강사를 그만둔다.오세강 PD는 “실업문제를 가벼운 터치로 그리긴 했지만 그 안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로또에 당첨된 등장인물로 현대사회를 풍자하는 내용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패션모델로 시작해 시트콤 ‘연인들’,영화 ‘해적,디스코왕 되다’,드라마 ‘삼총사’등을 거쳐 확고한 스타로 떠오른 이정진은 “연기는 답이 없어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연극,영화,드라마 중 아직은 편애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요.어떤 연기든 배워보고 싶습니다.” 건국대 원예학과를 다니던 그는,연기를 정식으로 배우고 싶어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다시 들어갔다. 어느 정도 연기의 경지에 다다르면 한 장르에 정착할 거냐고 묻자 “어쩌면 평생 여러 영역을 왔다갔다만 할지도 모르겠다.”며 멋쩍게 웃었다.매사 성실한 자세와 말투 덕에 별명이 ‘노인네’란다. 그는 지난 2월초 올해 여름 방송 예정인 MBC 특별기획드라마 ‘다모’의 출연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해 무기한 출연정지를 당한 바 있다.이번 SBS 드라마의 출연을 두고도 “도의상 문제가 있다.”는 식의 말들이 많았다.“그냥 지금은 제 앞에 떨어진 우람 역에만 몰두하고 싶어요.이것만으로도 벅찬 걸요.” 김소연기자 purple@
  • “사랑 앞에는 장애가 없어요”/ 스포츠스타 모임 ‘함께하는 사람들’ 정신지체 장애인 30명과 금강산 등반

    “국민들한테 받은 사랑,장애인들에게 되돌려 주고 싶습니다.”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로 구성된 자원봉사 모임인 사단법인 ‘함께하는 사람들’이 정신지체 장애인 30명과 함께 지난 14일부터 2박3일 동안 금강산 등반을 다녀왔다. 이번 금강산 등반에는 마라톤의 황영조(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 감독),배구 장윤창(경기대 교수)·마낙길(현대자동차 지점장)·최천식(대한항공배구팀 코치)·김화복(한국관광대학 교수),농구 문경은(SK빅스),체조 여홍철(광주시 체조팀 선수겸코치),쇼트트랙 전이경(동계올림픽유치위원) 씨등 내로라하는 스포츠스타 8명과 자원봉사자,장애인 등 모두 60명이 참가했다. 스포츠 스타들은 예가원,주몽,곰돌이 등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정신지체·뇌성마비 장애인 30명과 짝을 이뤄 산행에 나섰다. 등반대장으로 나선 황영조 감독은 “낙오자 없이 무사히 등반을 마쳐 기분이 좋았다.”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백두산은 물론 히말라야 같은 험난한 산도 장애인들과 함께 도전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장애인들은 금강산 입구부터 구룡폭포까지 8㎞ 구간을 4시간30분에 걸쳐 왕복했는데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었다.간혹 주저앉는 등 힘들어 하면서도 많은 관광객들의 격려와 환호에 힘을 얻은 듯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한편 금강산 등정에 나섰던 스포츠스타들은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울 강동구 암사유원지에서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마라톤 대회를 연다. 이 모임의 장윤창 회장은 “장애인들에 대한 재활의지를 심어주기 위해 금강산 등정을 하게 됐다.”면서 “등반을 통해 장애인들이 자신감을 갖고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금강산 유진상기자 jsr@
  • 숨은실력 펼쳐낸 국제수준 앙상블 / 로린 마젤 지휘 서울시향·장한나 협연을 보고

    로린 마젤이 지휘한 서울시향의 13일 특별연주회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합창석까지 가득 메운 청중에게 서울시향의 이름을 다시 평가하게 만들었다.그런 점에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만든다.”는 이날 연주회의 ‘특별’한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됐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세계 최정상의 지휘자’ 로린 마젤과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첼리스트’ 장한나가 명성에 걸맞은 호연을 보여준 것이 성공에 큰 몫을 한 것이 사실이다.차이코프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협연한 장한나는 스무살 나이에 걸맞지 않은 균형감각이 돋보였고,선율을 만들어가는 능력은 전해듣던 것보다 훨씬 뛰어났다. 악보를 한번 보기만 하면 사진으로 찍은 듯 기억(photographic memory)한다는 마젤은 아예 보면대 없이 연주회를 이끌어갔다.그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이 끝난 뒤 끝없이 이어지는 환호에 차이코프스키의 ‘꽃의 왈츠’와 요한 슈트라우스의 ‘천둥과 번개’폴카,비제의 ‘파란도르’ 등 3곡의 앙코르를 선사하고 나서야 무대를떠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즐거웠던 것은 그동안 표출하지 못했던 서울시향의 능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마젤은 연주회가 끝난 뒤 “부분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내가 원하는 대로 즉각 고쳐갔을 만큼 매우 반응이 빠른 교향악단”이라면서 “어떤 파트는 이미 국제적인 수준에 올라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몇몇 파트가 뛰어난 앙상블을 보여주는 동안 일부 파트는 약점이 두드러지기도 했는데,이런 문제점이 부각된 것도 단원들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이끌어 내는 마젤의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한 대목이었다. 서울시향에서도 연주 결과를 만족스러워했다.오병권 기획실장은 “교향악단이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나아가려면 단원들이 그런 수준을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그것을 경험하고자 많은 투자가 필요했지만,높은 수준의 앙상블을 경험한 만큼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번 성공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으려면,단원들의 노력 못지않게 서울시와 시민들의 한 단계 높은 지원과 성원이필요하다.당장 오는 28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서울시향 정기연주회부터 이날 밤의 열기를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지휘 에두아르도 마투렛,바이올리니스트 김소옥.(02)399-1629. 서동철기자 dcsuh@
  • 무너진 후세인 / 아랍언론 “이라크인들 기가 막혀”

    이라크에 동정적 시선을 보내온 아랍 언론들은 바그다드 함락에 기뻐하는 이라크 국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믿을 수 없다며 허탈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아랍 위성방송 알 자지라의 마헤르 압둘라 기자는 9일 “오늘 벌어진 이런 기상천외한 광경은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못한 일”이라며 “아무도 이 일은 꿈에서조차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며 누군가에게 이 사실을 전해들었다면 나는 분명 그 말을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심정을 밝혔다. 미국을 지지해 아랍권의 거센 비난을 받았던 쿠웨이트의 한 방송 진행자도 “바그다드에 진격한 미·영 연합군에 보낸 이라크인들의 감사와 환호는 후세인을 지지했던 아랍권을 욕보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 TV의 한 앵커는 이날 저녁 방송에서 ‘우리는 여러분과 이라크 국민들이 전쟁없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는 자막을 더이상 내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강한 배신감을 드러냈다.레바논의 알 하얏 LBC 위성방송은 인간방패를 자원했던 한 영국 여성을 인터뷰한 내용을 방송했다.그녀는 후세인 정권이 이토록 빨리 붕괴한 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으며 이라크는 연합군이 도착하기 전까지 자유로웠다고 말했다. 또 이집트의 알 곰후리아 신문은 10일자 초판에서 “사담은 이라크와 아랍인들을 기만했으며 바그다드는 수초만에 무너졌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한편 이란의 보수 언론들은 바그다드가 너무나도 쉽게 연합군에 넘어가자 ‘의심스러운 함락’이라며 사담 후세인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간의 뒷거래를 의심하기도 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
  • 무너진 후세인 / 바그다드 함락 이모저모

    바그다드의 함락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사실상 붕괴되자 이라크는 물론 세계가 흥분된 모습이다. ●시민들,춤추며 해방감 만끽 미·영 연합군의 탱크가 9일 바그다드 심장부를 장악하자 바그다드 시민들은 기대 반 두려움 반의 심정으로 바그다드 함락을 지켜보고 있다.지난 24년 동안 후세인 정권의 철권통치 속에서 숨죽여왔던 주민들은 바그다드 거리로 뛰쳐 나와 환호성을 지르고 춤을 추며 해방감을 맛보고 있다.미국이 이라크에 새로운 서광을 비춰 줄 것이라 믿는 시민들은 연합군을 환영하며 꽃을 건네기도 했다.후세인 정권의 상징물인 후세인 대통령 동상 철거 현장에서는 한 주민이 미군에게 승리를 상징하는 종려나무 잎사귀를 선물해 주목을 끌었다. 세계 각국의 이라크 망명인사들과 타국에 정착한 이라크인들도 후세인 정권이 끝난 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미 미시간주 디어본에 모여 사는 이라크인들은 이날 성조기와 이라크 국기를 흔들며 이라크의 새 출발을 축하했다. ●치안 부재…공포의 도시로 전쟁이 끝났다는 안도감으로 기뻐하는 한편에서는 정부의 통제력 상실로 도시 전체에 약탈과 방화가 횡행해 바그다드 시민들은 밤새 문앞을 지키며 공포에 떨어야 했다.일부 군중들은 유엔 사무실과 올림픽위원회 건물 등에 난입,컴퓨터와 가구 등 값나가는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약탈하고 불을 질렀다.이같은 약탈과 방화는 정부기관,상점 등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저질러졌다.대낮에도 상점에 몰려가 문과 창문을 부수고 식량,가전제품 등을 훔치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특히 후세인의 장남 우다이의 저택을 포함해 타리크 아지즈 부통령,후세인의 딸 할라,이복형제 와트반과 군 고위장성 등 고위관리들의 저택이 몰려 있는 자드리아와 하이 바벨 지역에서는 이들의 저택이 집중적인 약탈 목표가 됐다.바그다드 시민들은 9일 밤새 이 지역을 지키던 미군이 철수하자마자 저택들로 몰려들어가 약탈했다.이런 와중에 독일대사관과 프랑스문화원도 약탈당했다. ●고위관리집 약탈 당해 바그다드 주변 곳곳에서 산발적인 교전이 계속돼 아직 전쟁중임을 실감케 했다.미군측은 아직 쿠트와 바그다드남동쪽 등 주요 지역을 장악하지 못한 상태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외신들은 또 미 해병대가 10일 바그다드 북부 티그리스 강변에 위치한 후세인의 대통령궁 중 한 곳에서 공화국수비대로 보이는 이라크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고 전했다.이날 교전은 미 해병대가 사담 후세인을 찾기 위해 대통령궁을 수색하다 이라크군의 로켓 추진식 수류탄 공격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미 해병대는 3시간에 걸친 교전 끝에 북쪽의 대통령궁을 완전 점거했다고 밝혔지만 해병대원 1명이 전투과정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또 미 해병 제1원정군 소속 병사 1명도 9일 바그다드 남동쪽 외곽에서 저격수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미 중부사령부가 10일 밝혔다.한편 미 공군은 ‘폭탄의 어머니‘로 불리는 비핵무기로는 폭발력이 가장 큰 9513㎏의 소형 핵무기급 공중폭발대형폭탄(MOAB)을 걸프지역으로 이동중이라고 미 국방부 관리가 9일 밝혔다.하지만 이 폭탄들을 어디에 쓸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강혜승기자 1fineday@
  • 무너진 후세인 / 각국 반응/ 조기종전 조짐 안도

    |도쿄·런던·로마·베를린 외신|로마 교황청의 최고위 성직자중 한 사람인 조지프 라칭거 추기경은 이라크전이 거의 종결되고 있다는 데 안도하며 기쁨을 나타냈다.라칭거 추기경은 “화학무기 등으로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종전이 가까워졌다니 기쁘고 안도한다.”고 말했다.그는 “우리는 신에게 감사한다.만사가 잘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日, 환영속 복구참여 채비 일본 정부는 10일 후세인 정권 붕괴를 환영하는 한편 이라크 전후복구 참여를 겨냥한 준비작업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쟁이 단기 종결되는 상황이 되어서 잘됐다며 “그러나 아직 전투가 계속되는 지역이 있고,후세인 대통령도 소재를 알 수 없는 만큼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라크 재건 지원과 관련해 자위대 파견을 위한 신법 제정도 검토중이며 앞으로 식량 부족 등으로 이라크 주변국에 난민이 유입될 경우 자위대 수송기 등을 이용해 텐트 등을 지원한다는계획이다.미국 주도의 이라크 재건인도지원처(ORHA)에 정부요원을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獨, 이라크 안정 최선 다해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종전이 가까워 온다는 것은 즐거운 징조라며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미국 주도의 이라크전에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슈뢰더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전후 이라크 안정을 위해 모든 필요한 수단이 강구돼야 하며 이를 위해 이라크인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슈뢰더 총리는 독일이 유엔의 틀안에서 이라크 전후 복구에 기꺼이 기여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反美시위 촉구 12년전 이라크에 점령됐다가 미군에 의해 해방된 쿠웨이트는 미군 주도의 연합군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고 이라크를 해방한 것을 환영했다.미군이 바그다드에 진격해 들어가 시내 전역을 장악한 9일 쿠웨이트인들은 거의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통해 미군 탱크가 바그다드에 진주한 장면과 이에 환호하는 이라크인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팔레스타인 지도부는 바그다드 함락에 슬픔을 감추지 못하면서 이라크와 걸프국가에서 반미 시위가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마스 정치지도자 압둘 아지즈 알 란티시는 AFP통신과의 회견에서 “이라크 정부와 국민들이 처한 상황이 매우 슬프다.앞으로 이라크와 걸프지역에서 반미,반이스라엘 전쟁이 일어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 부시의 전쟁 / 동상파괴… 약탈… ‘무정부 상태’

    미군이 바그다드 시내 거의 전역에 진주한 9일 바그다드 주민들은 이라크군 병사와 민병대,그리고 바트당원들이 떠난 군사시설,정부 청사 등에 난입해 책상과 컴퓨터 등 집기를 들어내는 등 무차별적인 약탈을 자행했다고 현지 목격자들이 전했다. 특히 바그다드 동북부 사담시티에서는 거의 전 주민이 몰려 나와 약탈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이라크 수도 바그다드가 9일 연합군에 의해 사실상 함락된 가운데 일부 주민들에 의한 약탈이 자행되면서 시내 전체가 무정부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그동안 사담 후세인 정권의 위세에 눌려 숨죽이고 있던 시아파 등 반정부 성향의 바그다드 시민 다수가 후세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는 민심 이반 조짐도 확인됐다. ●은행·공공건물등 털려 목격자들은 또 사담시티의 주민들이 미군이 진격하기 전 이곳을 지키던 사담 페다인 민병대를 몰아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사담시티는 그동안 이라크 집권세력인 수니파에 의해 탄압과 핍박을 받아온 시아파 주민들이 몰려사는 빈민지역이다. 특히 바그다드중심부의 정부 소유 주유소와 정부청사,경찰서,올림픽위원회 본부 등 관공서도 약탈의 대상이 됐다.수십명의 젊은이들이 떼지어 무역부 청사에 몰려가 에어컨,냉장고,TV 등을 들어내 수레로 나르는 모습이 목격됐다.이들중 한 청년이 롤러스케이트의 바퀴까지 사용해 냉장고를 굴리면서 달아나고 있는 광경이 눈에 띄었다. 한편 BBC 방송은 이날 영국군이 무법천지로 변해 약탈이 만연됐던 남부 바스라의 질서회복을 위한 조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영국군이 7일 전격 진격한 이후 바스라는 많은 시민들이 대학과 은행,공공건물 등을 터는 등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같은 일들은 미군이 바그다드 전체를 거의 장악하면서 이라크 정부의 통제력이 와해돼 함락이 임박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현상으로 미군이 질서유지에 나서지 않을 경우 약탈과 무질서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英軍 질서회복조치 돌입 미·영 연합군이 사실상 바그다드를 점령한 이날 바그다드 시민들이 반 후세인파인 시아파 교도들을 중심으로 들뜨기 시작했다.바그다드 시내를 가득 메운 연합군의 탱크와 전차 주변에서도 환영 인파가 목격됐다. AFP통신은 9일 후세인 정권이 사실상 붕괴한 것을 확인한 바그다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전했다.AP통신과 CNN 등도 바그다드발 기사에서 거리를 가득 메운 바그다드 시민들이 춤을 추며 후세인 정권의 종말을 환영했다고 보도했다. 군중들은 바그다드 중심가 피르도스 광장에 서있는 후세인의 초대형 동상에 밧줄을 걸고 무너뜨리는 등 시내 곳곳에 있는 후세인 동상을 공격했다.한 백발의 노인은 신발로 후세인의 포스터를 내리치며 웃었고,한 젊은이는 후세인의 초상화에 침을 뱉기도 했다. 바그다드 중심에서 불과 3㎞ 떨어진 하바비야 지구에서는 미 해병대 탱크 7대가 지나가자 일부 시민들이 “굿,굿,부시”,“아메리카,아메리카”를 연달아 외치며 이들을 환영했다. ●시민들 거리로 나와 환호 시민들은 미군을 향해 승리의 ‘V’자를 그려보이며 “생큐 부시,생큐 부시”를 연호했다.영어로 ‘바이 바이 사담’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나온 시민도있었다.해병대 관계자는 “우리의 손을 잡으려는 군중들에게 완전히 둘러싸였다.”며 기뻐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후세인의 사진이 실린 신문을 휴지통에 버리는 것도 조심해야 했지만 미군 탱크의 도심 진입과 함께 후세인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진 듯했다. 하지만 아직 일부 시민들은 “사담 후세인 굿”을 외쳤다.한 시민은 아직 “후세인은 우리와 같은 이슬람 교도”라고 연합군측에 반감을 드러냈다. 연합군은 그동안 후세인 정권의 붕괴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 하던 시민들이 전황에 확신을 갖게되면서 우호적인 태도로 바뀐 것으로 분석했다.프랭크 소프 미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거리의 인파들은 분명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아직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불안감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신 구본영 류길상기자 kby7@
  • 바그다드 사실상 함락

    |바그다드 워싱턴·외신| 미군이 9일(현지시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광범위한 지역에 진격함으로써 개전 3주만에 바그다드를 실질적으로 장악했다. ▶관련기사 3·4면 현지에서 취재 중인 서방 기자들과 목격자들에 따르면 미군들은 이날 오후 4시(한국시간 9일 오후 9시)경부터 탱크 등을 앞세우고 도심 도로와 주요 건물 곳곳에 진주,경계태세에 들어갔다.이 과정에서 간간이 총성이 울렸으나 이라크군은 거의 조직적인 저항을 하지 못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카타르 도하에 있는 미 중부군사령부의 빈센트 브룩스 장군은 브리핑에서 “이라크정부는 이제 수도에서 모든 활동이 정지됐다.”고 밝히고 “후세인정권은 궤멸됐고 이라크 영토 대부분이 오랜 압제에서 해방됐다.”고 선언했다. 브룩스 장군은 연합군은 현재 이라크 지도부가 도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바그다드에서 후세인의 고향인 북부 티크리트로 향하는 도로를 전면 봉쇄했다고 밝혔다. 바그다드 시민 수백명은 미군의 도시 장악 소식이 전해진 이날 오후 도심에 있는 후세인의 대형 동상을 밧줄을 동원해 끌어내리며 후세인 정권의 몰락을 자축했다.이와 함께 시내 곳곳이 극도의 혼란상태에 빠지면서 주민들의 약탈이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자행됐다. 이라크군의 저항이 진압되자 도시 곳곳에 시민들이 떼지어 몰려나와 환호하며 반 후세인 구호를 외쳤으며,일부 시민들은 거리에 나붙은 후세인의 초상화와 사진을 찢고 관공서에 들어가 집기를 약탈했다. 브룩스 장군은 현재 후세인에 충성하는 민병대와 특수부대 등이 도심 곳곳에 숨어 게릴라식 저항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다고 말하고 “여전히 매우 어려운 상황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앞서 바그다드시 서부를 놓고 지난 48시간 동안 미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여온 이라크군은 이날 오전부터 산발적인 저항밖에는 하지 못했다.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9일 바그다드의 상황이 위험해 활동을 중단한다고 대변인이 밝혔다.한편 영국 언론들은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두 아들이 지난 7일 미군의 폭격에서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정보소식통들을 인용,9일 보도했다. 미 정보기관은 약 6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공화국수비대 병력 중 대부분이 궤멸됐지만 아직 7500명 정도가 전투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바그다드시 진입 5일째인 이날 미군은 남서·남동·북쪽에서 전방위로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미 해병대 제1원정군은 9일 바그다드 중심부에서 남동쪽 5㎞ 떨어진 라시드 공항을 전날 장악한 데 이어 디얄라강을 넘어 도심으로 진격했다.바그다드시 북동쪽의 시아파들이 주로 거주하는 사담시티도 별 저항없이 통과하는 등 바그다드 동부를 장악했다.
  • [씨줄날줄] 동상의 종말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 교외에 ‘동상 공동묘지’가 있다.레닌·스탈린·소련군 등 공산주의 우상들의 동상이 역사의 죄인처럼 서 있다.헝가리에 산재해 있던 동상들을 동구혁명 때 파내어 옮겨 놓은 것이다.헝가리인들은 공산주의 우상들의 동상들을 한데 모아 1993년 동상 공동묘지를 만들었다.공산주의 폭정을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 결코 잊지 말자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동상 공동묘지에는 40여개의 동상과 비석이 먼지를 쓰고 서 있다.붉은 우상들의 초라한 몰골이 권력의 슬픈 종말을 증언하고 있는 듯하다.1980년대 말부터 동유럽을 휩쓴 혁명의 광풍 속에 수많은 레닌과 스탈린의 동상들이 철거되고 파괴됐다.모스크바 시민들은 레닌의 동상이 목에 쇠사슬이 감긴 채 광장에 쓰러져 파괴되는 것을 보고 환호했다.모스크바 강변에는 레닌과 스탈린의 동상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레닌과 스탈린은 러시아에서 존경받는 지도자로 재평가되고 있다.그러나 동유럽에서는 독재자일 뿐이다.독재자들은 대부분 생존시에 동상을 만든다.권력을 강화하고 권위를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동상을 활용한다.독재자들의 동상에는 무서운 권력욕이 숨어있다.독재자들의 동상이 많을수록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은 그만큼 억압받았음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독재체제가 무너졌을 때 그들의 동상도 같이 무너졌다.우리나라에서도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이 그의 하야와 함께 파괴됐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동상도 철거되고 있다.미군들의 도움을 받아 후세인 동상을 철거하는 이라크인들의 얼굴에는 밝은 웃음이 가득했다.독재체제의 비극적인 종말을 환호하는 듯한 표정들이다.미국의 명분없는 전쟁으로 이라크가 동정을 받고 있지만 후세인 대통령은 악명 높은 독재자다. 독재자들은 대부분 집권 당시에는 절대 권력의 ‘거인들’이었다.그러나 그들의 권력은 역사의 심판을 받아왔다.독재자들의 비극은 역사의 진보에는 희망이다.독재의 고통을 견디면 자유의 기쁨이 온다는 믿음은 얼마나 큰 위안인가.역사에는 많은 굴곡이 있지만 그래도 역사는 인류에게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악명높은 독재자의 동상은 그래서 생명력이 짧다. 이창순 논설위원 cslee@
  • 부시의 전쟁 / 바그다드 전격 진입 안팎/ 美, 시가전 대비 위력과시 ‘심리전’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이틀에 걸친 미군의 바그다드 시내 진입은 고도의 계산하에 단행된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이를 바그다드로의 본격적인 진군으로 보기는 무리이며 다만 공격을 앞두고 이라크 지휘부를 향해 무모한 저항을 하지 말라는 심리적 차원의 ‘무력시위’로 풀이된다. 5일의 전격진입은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전날 바그다드 거리에 등장,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은 장면을 이라크 국영 TV가 보도한 이튿날 감행됐다.마음먹기에 따라 미군이 언제든지 시내로 진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바그다드 시민에게 알려 민심을 이반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바그다드 시내에서는 여전히 연합군의 특수부대가 후세인의 거처를 파악하기 위해 암약중이며 외곽에서는 미 해병대가 이라크군과 근접전을 벌였다.바그다드 상공에서는 미 정찰기가 시가전에 대비,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전투기들은 지상 목표물을 공습하기 위해 24시간 공중에서 대기중이다. ●무차별 사격…무모한 저항 제3보병사단 예하 2개 대대의 M1 탱크와 M2 브래들리 장갑차 60여대는동이 트자 바그다드 남쪽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시내로 돌진했다.도로 양측에선 이라크군들의 자동화기가 불을 뿜었고 로켓 추진 수류탄들이 발사됐다. 미군은 멈추지 않고 빠르게 달리면서 이라크군과 장갑차에 접근하는 민간인 차량들을 향해 닥치는 대로 발포,이라크군 1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그러나 이라크는 미군의 진격 자체를 부인했다.미군은 탱크 기총사수 1명이 숨졌고 탱크 1대가 피격됐다고 밝혔다.미군은 티그리스강이 말발굽처럼 휘어진 지점에서 서쪽 사담 후세인 국제공항으로 방향을 틀었다.공항은 앞서 미군이 장악했다.미군은 시내 중심부로 진입하지 않았으나 후세인의 벙커와 군 지휘부가 있는 대통령궁에서 불과 3㎞ 남짓 떨어진 곳까지 근접했다.3시간에 걸쳐 40㎞를 휩쓴 ‘우뢰와 같은 진격작전’이다. ●‘후세인 몰락 시간문제' 선전전 버포드 블라운트 제3보병사단장은 “단지 미군의 존재를 알리려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미 언론들이 앞서 급박하게 전한 바그다드로의 본격적인 공격은 아니라는 뜻이다. 중부군 작전국장인 빅터 리뉴어트 공군 소장도 현지 브리핑에서 “미군이 언제 어디든 원하는 곳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을 후세인 정권에 분명히 전달했다.”며 “군의 지휘부가 이라크 병력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450만 바그다드 시민에게 미군이 바그다드를 완전히 에워싸 후세인 정권의 몰락은 시간문제라는 것을 알리려는 선전전 차원이기도 하다.후세인이 전날 TV에 출연,미국의 강력한 공격에도 자신이 건재함을 과시한 데 따른 미군의 직접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무하마드 사이드 알 사하프 정보부장관은 “미군이 바그다드 시내로 들어온 적은 없다.”며 “미군을 격퇴,사담 후세인 공항에서 완전히 몰아내는 등 전세는 이라크에 아주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바그다드 외곽서 백병전 미군은 공화국수비대 6개 사단중 3개사단이 궤멸되고 탱크 2500대 중 92대만 남았다고 말했으나 바그다드 안팎에서의 전투는 계속됐다.미 해병대는 바그다드 외곽에서 공화국수비대와 백병전 등 치열한 전투를 겪었으며 미 주력부대가 우회한 카르발라에서도 101공중강습사단이 시내로 들어가기 전까지 게릴라전이 계속됐다. 바그다드 동남쪽 65㎞ 지점의 아지지야에서 미 해병대가 이라크 포로의 정보제공을 바탕으로 생화학 무기의 저장소로 추정되는 여학교를 급습했다. 그러나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지녔다는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부 전선에서는 미 공수부대 요원 2000여명이 키르쿠크 주변의 유전지대에 거점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한편 바그다드 상공에는 지난 4일 이래 무인 정찰기 프레데터가 비행을 시작,시가전 등에 대비한 실시간 정보를 중부군에 보내고 있다고 마이클 모슬리 미 공군 준장이 밝혔다. mip@
  • K리그·A매치 오가며 종횡무진/ 최성국 한국축구 새 희망

    최성국(사진·울산)이 한국축구의 새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3일 광주에서 열린 울산-광주의 프로축구 K-리그 개막전.이 경기는 지난 시즌 막판부터 연승행진을 이어 온 울산이 연승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까에 팬들의 관심이 쏠려 있었다.울산은 이날 프로축구 데뷔전을 치른 광주를 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펼치면서도 후반 10여분을 넘길 때까지 좀처럼 골을 넣지 못해 애를 태웠다. 울산 김정남 감독은 후반 16분쯤 새 카드를 꺼내들었다.미드필더 전재운을 최성국으로 교체한 것.‘한국의 마라도나’가 경기장에 들어서자 수만 관중들의 환호가 울려퍼졌다.함성이 채 끝나기도 전,최성국은 스피드를 앞세운 날렵한 드리블로 상대 미드필드 중앙을 유린한 뒤 페널티지역 정면으로 파고들면서 에디의 도움으로 결승골을 잡아냈다.프로 데뷔전에서 팀에 프로축구 연승 신기록(9연승)을 선사했다. 지난 29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벌어진 한국-콜롬비아의 A매치.한국은 콜롬비아의 강력한 수비에 막혀 활로를 찾지 못했다.그러나 전반 43분 이천수(울산)의 부상으로 최성국이 들어서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국가대표 데뷔전이기도 한 이 경기에서 최성국은 조금도 주눅든 기색 없이 상대 왼쪽과 중앙을 휘저었다.후반 4분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가 안정환의 발 앞에 정확히 공을 떨궜고,2분 뒤에는 왼쪽에서 중앙으로 파고 들면서 직접 슈팅을 날렸다. 비록 0-0 무승부를 기록했어도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은 “굿 플레이를 펼쳤다.”며 최성국을 치켜세웠고 콜롬비아 수비진을 이끈 이반 코르도바(인터 밀란)도 “공을 다룰 줄 아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다음날인 30일 최성국은 다시 프로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부천과의 홈경기에서 체력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역시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대표팀과 프로 데뷔전를 오가며 활기를 불어넣은 최성국의 무한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곽영완기자 kwyoung@
  • 부시의 전쟁/여기는 이라크戰線/사프완 첫 구호물자 인도 “생색내기 지원… 물·약품 절실”

    26일 오후 4시(현지시간) 쿠웨이트의 적신월사가 3대의 대형트럭에 4만 5000여명 분의 구호식량을 싣고 미군의 호위 아래 쿠웨이트 국경을 넘어 남부 이라크 사프완 마을에 도착했다. |사프완(이라크 남부)김균미 도준석특파원| 쿠웨이트 정부의 주선으로 외국기자들에게 공개된 행사여서 그런지 별도의 출국절차 없이 개인 차량을 타고 국경을 넘었다.외부의 구호식량이 개전 이후 처음으로 이라크에 전달되는 순간이었다.한국 기자들이 남부 이라크 국경을 넘어 이라크에 들어가기는 처음이다 “후세인을 위해 피를 흘릴 것이다.우리는 후세인을 사랑한다.”구호식량을 실은 적신월사의 트럭을 맞은 것은 먹을 것을 보고 반기는 환호가 아니라 마을 주민 수백명의 후세인 지지 외침이었다. 공터에 트럭이 멈춘 뒤 트럭문이 열리자마자 수백명의 낡은 옷 차림의 사프완 주민들이 트럭앞으로 몰려들었다.적신월사 직원들이 구호식량이 들어있는 흰 상자들을 나눠줄 틈도 없이 앞다퉈 트럭위로 올라와 마구 상자들을 꺼내가기 시작했다.생수와 주스,빵,설탕,밀가루,사탕,식용유 등이 들어 있는 상자들이 찢어져 빗물이 고인 흙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맨발의 아이들은 바닥에 떨어진 구호식량들을 주워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1주일째 물이 끊겼던 터라 아이들은 생수병을 보자마자 뚜껑을 열고 그 자리에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구호식량을 배급하는 와중에도 미군 지프와 유조차량 등은 끊임없이 이라크쪽으로 향했다. 구호식량을 실은 트럭을 호위하며 만약의 불상사에 대비해 조금 떨어진 곳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미국과 영국 군인들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혼란보다 후세인 지지 구호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 20일째 비무장지대(DMZ)에서 근무중이라는 미 육군 자니 몬데스 하사는 후세인 지지 구호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91년에 연합군을 지지하는 장면이 TV에 나온 뒤 처형당한 경험이 있다.무서워서 일부러 후세인 지지 구호를 외치는 것”이라고 나름대로 설명했다. 주민들은 200여명의 외국기자들 주변에 몰려들어 자신들의 생각을 거리낌없이 내뱉었다.일라 발티브(21)는“우리는 미국인들을 원하지 않는다.미국은 우리(이라크인)를 무서워한다.아랍인들은 배신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열댓살쯤 되어보이는 남자 아이들은 물이나 빵보다 담배를 먼저 달라고 했다.천진난만한 눈망울을 한 아이들은 신기한 듯 이것저것 만져봤다. 나이 든 마을 주민들은 무질서한 상황을 ‘연출’한 쿠웨이트 적신월사에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이라크인들을 마치 짐승처럼 보이게 하는 처사”라며 “조금만 가면 식량배급소가 있다.그곳 책임자들에게 구호물품을 넘겨주고 식구 수에 따라 공평하게 나눠줘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마을 어른처럼 보이는 또 다른 남자도 “우리에게는 식량이 충분하다.정부가 6개월간 먹을 수 있는 양을 배급해 줬다.”면서 “당장 필요한 것은 물과 의약품”이라고 소리쳤다.기자들과 함께 온 쿠웨이트인을 보고는 대뜸 “왜 미국인들을 데려와 우리를 죽이려 하나.우리를 마치 바보처럼 보이게 하냐.”며 언성을 높였다. 전직 군인이라는 아드난 모하메드(24)는 “오늘 구호물자를 나눠 주는 모습을 보면서 연합군에 대항해 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히려 전의를 다졌다.그는 “미군은 공화국 수비대를 아직 못 봤다.만나면 이들이 얼마나 강한지 놀랄 것”이라며 공화국수비대에 대한 신뢰감을 표시했다. 오후 5시35분쯤 구호물자 배분이 끝나고 트럭은 내일 다시 찾을 것을 기약하며 이라크 국경을 넘어 쿠웨이트로 돌아갔다.1시간35분만이었다. 구호물자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이라크인,진정한 구호보다 생색내기에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쿠웨이트 정부,제자리가 아닌 듯 어색해 보이는 미군.3자의 불협화음은 모래바람으로 시야가 뿌연 사막 한 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kmkim@
  • 75회 아카데미 영화제 / 反戰무드속 조심스러운 잔치,‘시카고’ 6개 부문 석권

    ‘전반부는 뮤지컬쇼,후반부는 반전(反戰)쇼.’ 이라크전의 와중에 열린 제75회 아카데미는 한판 ‘눈치작전’을 구사했다. 2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오스카상 시상식은 13개 최다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뮤지컬 영화 ‘시카고’에 여우조연상 등 6개의 트로피를,2차대전 유태인 대학살을 다룬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반전 영화 ‘피아니스트’에 감독상·남우주연상·각색상 등 3개의 트로피를 각각 안겼다.남녀주연상은 ‘피아니스트’의 애드리언 브로디와 ‘디 아워스’의 니콜 키드먼에게 돌아갔다.10개 부문 후보작에 오른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갱스 오브 뉴욕’은 단 하나의 상도 받지 못하는 이변을 낳았다. ●스타들 의상 간소하고 차분 올해 아카데미가 전쟁을 의식한 흔적은 곳곳에서 여실했다.‘피아니스트’는 전쟁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챙겼다.잭 니콜슨,대니얼 데이 루이스 등 막강후보들을 제치고 할리우드의 신예나 다름없는 브로디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긴 건 최대의 ‘뉴스’.보수적이기로 악명높은 아카데미가 폴란드 출신의폴란스키 감독에게 감독상을 넘긴 것도 파격적인 선택이다. 단골 사회자인 코미디언 스티브 마틴 특유의 재담에 간간이 폭소가 터질 뿐 무대는 시종 ‘표정관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45초 룰(수상소감 제한시간)이 중반까지 칼같이(?) 지켜졌을 정도.유명 패션디자이너들의 대리전을 방불케 했던 레드 카펫 행사가 빠지면서 스타들의 복장도 간소하고 차분해졌다.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최고의 눈요깃거리인 여배우들의 보석치장은 거의 볼 수 없었다.불참 소문과는 달리,행사장에 나타난 니콜 키드먼과 메릴 스트립은 장식없는 검정색 이브닝 드레스를,여우주연 막강후보인 르네 젤위거는 빨간 드레스 차림에 액세서리는 일절 달지 않았다. ●쏟아진 반전 멘트들 행사장에서 ‘전쟁’이야기를 꺼내 반전 무드를 띄운 건 장편다큐멘터리상 수상자인 마이클 무어 감독.‘로저와 나’로 유명한 그는 트로피를 받아들고 “세계는 허구다.선거 결과도 허구이며,미국 대통령은 허구적인 이유 때문에 전쟁에 우리를 보냈다.부시 대통령,우리는 전쟁에 반대한다.”고 부시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난해 객석이 동조와 야유로 술렁거렸다. 이래저래 가장 돋보인 스타는 캐서린 제타 존스였다.줄리언 무어,메릴 스트립을 꺾고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그는 보름여 뒤 둘째아이를 낳을 만삭의 몸으로 ‘시카고’의 쇼무대를 재연해 환호를 한몸에 받았다.올해의 공로상은 ‘아라비아의 로렌스’ ‘내 생에 최고의 해’ 등에 출연했던 원로배우 피터 오툴에게 돌아갔다. 황수정 김소연기자 sjh@ ●부문별 수상자(작 ▲남우주연상 애드리언 브로디(피아니스트) ▲여우주연상 니콜 키드먼(디 아워스) ▲남우조연상 크리스 쿠퍼(어댑테이션) ▲여우조연상 캐서린 제타존스(시카고) ▲장편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감독상 로만 폴란스키(피아니스트) ▲작품상 시카고 ▲시각효과상 반지의 제왕 ▲미술상 시카고 ▲단편애니메이션상 첩첩스 ▲단편영화상 디스 차밍 맨 ▲의상상 시카고 ▲분장상 프리다 ▲작곡상 프리다 ▲외국어영화상 노웨어 인 아프리카 ▲음향상 시카고 ▲음향편집상 반지의 제왕 ▲장편다큐멘터리상 볼링 포 콜럼바인▲단편다큐멘터리상 트윈 타워스 ▲촬영상 로드 투 퍼디션 ▲편집상 시카고 ▲주제가상 8마일 ▲각색상 피아니스트 ▲각본상 그녀에게 ◆남녀 주연상 브로디.키드먼 나치 치하,유령처럼 텅 빈 도시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던 피아니스트는 24일 그 고통의 보상을 받았다.쟁쟁한 대선배들을 제치고 ‘피아니스트’로 당당히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애드리언 브로디(33).그는 단연 가장 빛나는 스타였다. 결과가 발표되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입을 못 다물던 그는 “소감을 미리 쓰면 상을 못 탄다기에 준비를 못했다.”고 말문을 열었다.이어 “불면증에 시달린 나날이었지만 사랑과 격려가 충만했다.”고 회고했다. 마른 몸,긴 얼굴,처진 눈썹,매부리코를 가진 이 청년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주연을 맡기 힘든 얼굴.지금까지 ‘신 레드 라인’ ‘섬머 오브 샘’ ‘빵과 장미’ 등에 출연했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그가 수상한 데는 물론 연기력이 뛰어났지만,아무래도 반전 여론에 힘입은 바가 크다.“이번 영화를 통해 전쟁이 가진 비인간적인 면을 깨달았다.하나님을 믿든 알라를 믿든 신의 가호가 있기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니콜 키드먼(36) 역시 수상대에 올라서서 울음을 참지 못했다.지난해 ‘물랑루즈’로 처음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그녀는,올해 매부리코를 붙이고 버지니아 울프로 열연한 영화 ‘디 아워스’로 아카데미 전초전 격인 골든글로브·베를린영화제 등의 여우주연상을 독식했었다. 불참설을 의식했는지 키드먼은 “사람들이 전쟁 시국에 왜 시상식에 참석하느냐고 묻는다.”면서 “예술이 중요하고 아카데미가 전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9·11테러 직후 많은 가족들이 고통을 받았고,지금 이라크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 오스카가 사랑한 두 배우는 한목소리로 반전의 메시지를 전파했다. 김소연기자 pur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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