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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파란 도장/육철수 논설위원

    남한테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상품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 어딘지 찜찜하다. 푸줏간에 내걸린 쇠고기나 돼지고기에 ‘파란도장’을 찍어 등급을 표시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해서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조직들은 ‘다면평가’라는 이름으로 개인에 대한 등급을 ‘종합적으로’ 매기고, 그 결과는 연봉이나 인사 등에 반영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인간의 존엄성이나 개성, 잠재력을 도외시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살다 보면 이렇듯 알게 모르게 수도 없이 찍히는, 공식·비공식적인 파란도장들을 피할 길이 없다. 고금(古今)을 통해 수많은 인간평가 방법들이 있으나 중국 한(漢)무제때 역사가 사마천의 평가법은 2000년이 흐른 현 시대에도 단연 반짝인다. 불우할 때 누구와 친했으며, 가난했을 때 탐취하지 않았는지, 부자가 됐을 땐 누구에게 나눠 줬는지, 높은 벼슬에 올랐을 때 어떤 사람을 등용했으며, 궁지에 몰렸을 때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등이 그의 평가항목이었다. 평가법이 점잖기도 하거니와 사람의 내·외면을 어쩌면 그렇게 정확하게 들여다 보도록 항목을 구성했는지 놀랍다. 그의 평가법은 시대를 넘어 파란도장으로서 위력을 발휘해 왔음은 물론이다. 현대의 개인별 능력 측정에 자주 활용되는 지능지수(IQ)·감성지수(EQ)도 따지고 보면 제법 과학적이고 치밀하게 만들어 놓은, 또 다른 측면의 신식 파란도장임에 틀림없다.EQ의 아류(亞流)격인 ‘시체지수’(CQ:Corpse Quotient)란 것도 있단다. 군중이 모인 공연장 같은데서 주변 분위기에 얼마나 잘 호응하느냐를 측정하는 지수로, 손뼉을 안치고 환호성도 지르지 않는 뻣뻣한 모습을 보이면 이른바 ‘시체’라는 얘기다. 현대판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 할 수 있는 몸짱(신체)·얼짱(용모)·마음짱(심성) 같은 유행어는 아예 ‘최고등급’만 대접해 주어 기를 죽인다. 최근에는 브라질 상파울루 의대의 어느 박사가 섹스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성지수’(SQ:Sexual Quotient)란 것을 만들었다고 한다. 비밀스러워야 할 요철(凹凸)의 범주까지 등급을 매기겠다고 하니, 인간은 인간에게 어디까지 파란도장을 찍어야 직성이 풀릴런지….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수능부정수사 사이버수사대 “18일 동안이 수년 같았어요”

    수능부정수사 사이버수사대 “18일 동안이 수년 같았어요”

    사상 초유의 314건에 이르는, 휴대전화에 의한 수험 부정을 적발해내며 입시철 한국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경찰 수사는 과연 누구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을까. 이 수사는 경찰의 집요한 추적에 의해 어느 이동통신사 직원이 “문자메시지는 일정기간 보관한다.”는 귀띔을 하면서 출발했다. 곧 특별수사팀이 뜨고 3주 가량의 짧은 기간에 대규모 부정을 적발해낸다. 개별적인 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던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를 9일 서울신문 사건팀이 만났다. ●서울신문 보도에서 수사 힌트 얻어 수능시험 이틀 뒤인 11월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사 2층 사이버범죄수사대 사무실. 수사대 5팀 직원 5명이 머리를 맞대고 묘수가 없는지 골몰하고 있었다. 광주에서 터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부정사건이 한국의 ‘과학수사대’라고 불리는 사이버범죄수사대 직원들의 자존심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회의는 진전이 없었다. 이때 5팀의 ‘맏형’ 정충로(43) 경사가 한 마디를 툭 던진다.“이동통신사에 문자메시지가 저장되는지를 한번 물어볼까.” 정 경사는 지난 10월 15,16일치 ‘개인정보가 줄줄 샌다.’는 서울신문의 보도에 힌트를 얻어 SKF 직원을 상대로 업계의 실태와 유출 의혹을 조사하고 있던 인물이었다. 정 경사의 한마디로 수사대에는 돌연 활기가 돌았다. 정 경사는 사흘 뒤 SK텔레콤 고객정보센터 직원을 만나 “문자메시지 요금 부과 기록을 고객에게 확인해주기 위해 6바이트 분량의 메시지를 일주일 동안 저장한다.”는 사실을 전해들었다. 직원들은 환호했다. 서울경찰청이 수능부정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것이 바로 이날 오후였다. 26일 오후부터 3개 이통사들로부터 문자메시지 25만 6000여건이 수사대 이메일로 속속 들어오기 시작했다. 잠 한숨 자지 못하고 데이터 분류 명령어로 문자메시지를 분석하기 시작한 지 30여시간이 흐른 28일 오전 4시쯤. 수능시험 시간대에 발신자에서 수신자로, 이 수신자에서 또다른 수신자로 치밀하게 오간 문자메시지 550여건의 윤곽이 드러났다. 긴장과 초조, 그리고 피로 탓에 붉게 충혈된 눈으로 컴퓨터를 응시하던 직원들 사이에 일제히 “이건 장난이 아니야.”라는 외침이 터졌다. ●“학생 안쓰러워… 제도가 더 큰 문제” 하지만 수사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개인정보보호라는 민감한 사안과 맞물린 여론의 주시도 부담이었지만 무엇보다 수사를 받는 사람들이 10대 학생들이라는 사실이 큰 짐이 됐다. 수사대로 불려온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며 “늘상 학교에서 해오던 커닝이 이렇게 큰 죄가 될 줄은 끔에도 몰랐다.”고 털어놓으면 직원들도 함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5팀 팀장 최형욱(28) 경위는 “법을 집행하는 수사관으로서 냉정을 유지해야 했지만, 혐의를 받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 보면 이들을 부정과 범죄로 내몬 제도가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고 되돌아봤다. 수사 형평성을 따지는 일부 여론도 수사대원들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지난달 30일 청주에서 학원장이 개입된 문자메시지 부정이 적발되자, 수사대가 왜 모든 부정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느냐는 부실수사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장흥식(37) 경사는 “수십만건의 메시지를 불과 29명의 수사대 요원들이 짧은 시간에 검색하다 보니 어쩌다 누락된 것이지, 절대 고의가 아니었다.”면서 “하지만 그때는 모든 직원들이 숨죽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몸무게 5kg 줄고 눈은 벌겋게 충혈 18일간의 수사기간은 몇 년이 흐른 것처럼 길게만 느껴졌다. 대다수 요원들이 수사대에게 숙식을 해결했다. 워낙 민감하고 파장이 엄청난 사안이라 24시간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을 볼 낯이 없게 됐다. 수사기간 내내 집에 한번도 들어가지 못한 김재규(42) 수사대장은 집 근처에 사는 요원에게 속옷을 배달받기도 했다. 김 대장은 “이번 수사에서 가장 큰 소득이라면 수험생 몇명을 입건했다는 사실보다 다시는 시험 부정을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모두가 함께 깨닫게 돼 시험의 투명성을 높이게 된 것”이라며 바짝 마른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손으로 ‘탕탕탕’…한나라 “무효다”

    국가보안법 폐지안 단독 상정 논란으로 여야 대치 정국은 한층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6일 국회 법사위는 국보법 폐지안을 상정하려는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한나라당 의원간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져 회의장은 난장판으로 변했다. 한나라당 김재원 의원은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갈비뼈 통증을 호소, 정밀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는 불상사를 당하기도 했다. 단독 상정 과정에서 불거진 법사위 열린우리당 간사 최재천 의원의 위원장 직무대행 적법성을 놓고도 양측의 법적 효력 논란이 촉발됐다. 이 여파로 열린우리당이 국보법과 함께 ‘야심차게’ 추진중인 사학법·과거사법·언론관계법의 처리 과정에서도 만만치 않은 격돌이 예상된다. 이와 맞물려 자칫 민생·경제 법안 처리와 현재 진행중인 예산안 심의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난장판 법사위 법사위 회의 시각인 오후 4시가 가까워 오자 수십명의 보도진과 보좌진이 회의실 안을 메우기 시작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4시 정각이 되자 열린우리당 최재천·선병렬·강기정·우원식 의원 등이 회의실 안으로 우르르 들어와 곧바로 위원장석으로 다가갔다. 이에 한나라당 곽성문 의원이 비어 있던 위원장석에 황급히 앉으려 하자 선병렬 의원이 곽 의원을 밀쳐내면서 본격적인 몸싸움이 시작됐다. 한동안 치열한 승강이가 진행되던 중 최재천 의원이 “비(非) 법사위원들은 나와라.”라고 외쳤고, 이를 기점으로 열린우리당 소속 보좌진 3∼4명이 한나라당 의원들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춤하면서 밀리자 최재천 의원이 위원장석으로 접근해 “개의를 선언합니다.”라며 손바닥으로 탁자를 3차례 내리쳤다. 이어 “국회법에 따라서 여당 간사가 회의합니다. 국가보안법 폐지안 둘, 형법개정안을 일괄 상정합니다.”라고 소리치며 또 탁자를 세번 쳤다. 그리고 최 의원은 “이의 있습니까.”라고 물었고 곁에 있던 우원식 의원은 “없습니다.”라고 소리쳐 답했다. 최 의원은 곧바로 산회를 선언했고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일제히 퇴장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보좌진들은 일제히 “와∼”하며 환호를 지른 반면 한나라당측은 “무효”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 최연희 법사위원장이 입장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전 상황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도 없이 개의를 선언한 뒤 다른 의사일정을 진행했다. 이는 앞선 회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유·무효 논란 정치적 해결? 양측은 다수당 간사의 사회권을 인정한 국회법 50조5항을 두고 ‘아전인수’식의 해석을 내놓았다. 이 조항은 ‘위원장이 회의를 거부·기피할 경우 다수당 간사가 직무를 대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 사무처 관계자들도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서 명확한 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확하게 오늘 상황에 대해 유·무효를 결정내릴 만한 위치에 있는 곳이 없다.”면서 “과거 전례를 보면 모두 정치적으로 해결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논란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간 정치적 타협으로 해결될 소지가 커졌다. ●임시국회서 재대결 가능성도 ‘일전’을 치른 양측은 일단 여론의 향배를 가늠하면서 평행선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화약고’인 법사위가 7일에도 예정돼 있어 양측의 ‘2라운드’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국보법 상정 논란을 무한정 질질 끌기에는 양측 모두 부담을 안고 있다. 정기국회가 사흘 남은 상태에서 민생·경제 법안은 뒤로한 채 국보법에 목을 매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미는 것도 자칫 양보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이다. 때문에 일단 정기국회를 넘겨 임시국회에서 재대결할 공산도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임시국회를 벼르고 있지만 한나라당이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임시국회 개회도 쉽지는 않을 듯하다.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의 상정 자체는 인정해 주되 처리는 내년으로 넘기는 여야 대타협이 이뤄질 공산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준석 박록삼기자 pjs@seoul.co.kr
  • 우크라 결선 재투표 합의

    ‘국가분열’의 우려까지 제기됐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대통령선거 재선거와 정치개혁이라는 ‘카드’를 통해 전환점을 맞았다. 대법원도 2일(현지시간) 빅토르 유시첸코 야당 후보가 제기한 부정선거 소송에 대한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상황이 급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레오니트 쿠치마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를 전격방문했다. 러시아정부 대변인도 “쿠치마 대통령이 실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법원이 부정선거로 결정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여당 후보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의 승리를 취소하고 향후 선거 일정을 논의해야 한다. 앞서 유시첸코 후보와 야누코비치 총리는 레오니트 쿠치마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일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의 중재로 협상을 갖고 결선 재투표를 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 양측은 국가를 쪼갤 수 있는 어떠한 행동이나 폭력사태를 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일정은 대법원 결정이 나온 뒤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유시첸코 후보는 오는 19일 자신과 야누코비치 후보간의 결선투표를 다시 치러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쿠치마 대통령은 대선을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실시하자고 맞서고 있다. 솔라나 대표는 유시첸코가 주장한 3차 결선투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우크라이나 의회는 2차 투표를 통해 내각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야당 지지자들은 ‘승리’로 받아들이며 환호했으나 정부청사 봉쇄를 풀지는 않았다. 야누코비치 총리는 의회 결의가 법적인 효과가 없다며 사임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백문일기자 외신 mip@seoul.co.kr
  • 우크라시위대 정부청사 봉쇄

    ‘신 냉전’ 양상을 띠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대법원의 선거결과 공표금지 결정으로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질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26일로 닷새째 대선 부정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위대는 대법원의 결정에 고무돼 정부청사 등 주요 건물들을 둘러싸고 출입을 봉쇄했다.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도 본격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법원은 25일(현지시간) 야당 후보인 빅토르 유시첸코가 제기한 부정선거 소송을 심리할 때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결과 공표를 금지한다고 결정했다. 대법원의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선거결과는 유효하지 않으며, 이와 관련된 양측의 어떤 행위도 금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선관위는 여당 후보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가 21일 치러진 대선에서 유시첸코를 2.85% 포인트차로 앞서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극심한 혼란으로 치닫던 우크라이나 정국은 일단 대법원의 공표금지 결정으로 한 고비 넘겼지만 법원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양측의 대립과 시위는 계속될 전망이다. 유시첸코측은 “선거무효를 위한 시작”이라고 환호한 반면, 야누코비치측은 “대법원이 선거 결과의 취소를 요청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야누코비치는 대법원의 결정이 나오기 전 당선자로서 유시첸코측에 야당 당직자들의 사면과 소수당 보호 등을 제안하며 협상을 시도했으나 유시첸코측은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유시첸코측은 26일 새벽부터 정부청사와 국회, 중앙은행 건물을 포위하고 공무원들의 건물 진입을 막고 있다. 이에 대해 야누코비치쪽인 쿠치마 대통령은 시위진압을 위해 경찰력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레오니트 그라츠 대통령 정책보좌관이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라츠는 “유시첸코 지지자들이 대통령 집무실과 정부청사를 점거하려 한다면 곧바로 경찰력이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시첸코 측근인 보리스 타라슈크 의원은 키예프에 진주한 러시아군이 폭력이 발생할 경우 개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평화적인 해결을 모색하려는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5일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에 이어 26일 알렉산드르 크바스니예프스키 폴란드 대통령과 발다스 아담쿠스 리투아니아 대통령,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도 키예프에 도착, 중재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쿠치마 대통령이 유시첸코와 면담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인테르팍스통신도 쿠치마 대통령이 유시첸코, 솔라나 EU대표, 야누코비치 총리, 아담쿠스 리투아니아 대통령 등과 5자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욘사마 왔다” 日 들썩

    |도쿄 이춘규특파원|욘사마 배용준(32)이 7개월 만에 다시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궜다. 25일 오후 2시 일본의 나리타공항 로비는 사진전 홍보차 일본을 찾은 배용준을 보기위해 6000명이 넘는 일본인 중년여성 팬들이 몰려들었다. 일본 경찰에 따르면 99%가 여성들인 이들은 한 손에 카메라폰을 쥐고 욘사마의 모습을 한 장면이라도 더 담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수백명은 전날밤부터 현장에서 밤을 새웠다.“실제 욘사마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라는 이유에서다. 이날 공항에는 만일의 안전사고에 대비해 250여명의 경비병력이 통로를 일렬로 막아섰다. 오후 1시34분 “욘사마를 태운 대한항공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왔을 때 애타게 기다리던 일본 아줌마 팬들은 일제히 ‘와!’하는 함성을 터뜨렸다. 15분 후 경호원에게 둘러싸인 배용준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공항로비에 모습을 드러내자 팬들은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욘사마를 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또 배용준이 갈색 선글라스를 쓰고, 손을 흔드는 방향에서는 열광적인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카메라 플래시는 쉴새없이 터졌다. 배용준은 오른손을 천천히 흔들며 걸어나오다 좌우 팬들을 향해 고개를 깊이 숙여 여러 차례 절해, 갈채를 받았다. 일부 팬들은 그의 손을 잡기 위해 통로로 튀어나가다 저지당했지만 우려됐던 불상사는 없었다. 배용준의 일본방문은 4월 이후 7개월만. 이날 니혼TV를 비롯한 일본의 일부 민영방송은 배용준의 인천공항 출국과 일본 입국장면을 생중계했다. 배용준은 29일까지 일본에 머물며 광고촬영 등을 할 예정이다. taein@seoul.co.kr
  • 25일 출범한 ‘최승희 춤연구회’ 김백봉 이사장

    “최승희 선생님은 항상 조국을 생각했어요. 또 무궁화가 있기에 춤을 출 수 있는 것이라며 조국 사랑을 늘 강조하셨지요.” 원로 무용가 김백봉(77)씨. 그는 전설적인 무용가로 알려진 최승희의 수제자이면서 동서지간이다.24일 저녁 김씨는 경희대에서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최승희 춤 연구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연구회 이사장직을 맡은 그는 “해외에서 활동 중인 최 선생의 제자들과 만나 한국무용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며 ‘최승희의 춤과 삶’을 연구할 것임을 피력했다. “최승희 선생님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무용가였으며 한국 무용계의 씨앗이 된 분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월북 이후 선생님의 삶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무용가로서 남긴 업적은 대단하지만 인간적인 조명은 잘 안 됐다고 생각합니다.” 스승의 춤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고 하자 그는 “매우 아름답고 철저히 객석과 호흡하는 무용가였다.”면서 “오사카나 도쿄에서 공연할 때 대학생들이 환호를 지르며 기립박수를 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 선생은 ‘평생 하루에 2시간씩만 연습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말씀을 격언처럼 하셨다.”면서 “새벽 4,5시에 일어나 작품연습에 몰두할 정도로 춤을 사랑했다.”고 회고했다. “스승님은 항상 단발머리였죠. 머리핀 두 개만 꽂으면 머리 미용은 끝났습니다. 제가 머리핀을 자주 꽂아 드렸지요. 또 선생님은 제가 몸이 아프면 꼭 안아주셨습니다. 자신보다 항상 남을 배려하는 자세로 삶을 사셨지요.” 1911년 서울에서 태어난 최승희는 국내뿐만 아니라 파리와 뉴욕 등에서도 활발히 공연했다.1946년 월북한 최승희는 국립최승희무용연구소를 개설해 활동하다가 1967년 숙청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13살 나이에 일본 도쿄에 있는 최승희를 찾아 무용에 입문,10여년 동안 제자로 활동했다. 최승희의 남편은 1920년대 유명한 문필가였던 안막(본명 안필승). 김씨는 17세때 안막의 동생인 안제승과 결혼했다. 해방후 김백봉 부부는 최승희 부부와 함께 월북했다가 6·25전쟁이 발발하자 아들을 데리고 월남했다. 김씨의 두 딸 안병헌·안병주씨와 세 손녀도 춤을 전공하고 있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공연리뷰] 이발사 박봉구

    [공연리뷰] 이발사 박봉구

    대단한 것이었든 아니든 당신이 그 언젠가 품었던 꿈은 언제, 왜, 어떻게 해서 깨졌는가. 지난 19일부터 대학로를 후끈 달구고 있는 연극 ‘이발사 박봉구’는 이런 상념에 젖게 만드는 작품이다. 전과자지만 누구보다 순수한 청년인 박봉구는 이발사로 일가를 이루겠다는 야무진 꿈을 품고 상경한다.“손가락 두개 성하고 눈맵시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사업수완이 있어야 된다.”는 세상의 진리(?)를 뒤늦게 알아채고 절망한다. 그 사업수완이라는 게 별건가. 세월의 주기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하는 “엿같은 지구”에 대한 내성을 기르는 것이다. 비밀리에 ‘퇴폐’간판을 내걸고 이발관을 불순한 욕망의 배출구로 여기는 사람들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을 강한 비위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는 적응할 수가 없다. 박봉구의 하얀 가운은 타협 불가능한 그의 ‘순수성’을 상징한다. 너무 강하면 꺾이는 것도 세상의 이치. 직업에 대한 물정 모르는 자신감은 그가 겪게 될 좌절의 질량을 부풀린다. 그가 “내 길을 막으면 가새로 싹둑 잘라버리고, 내 길을 방해하면 바리캉으로 밀어버려.”라고 소리치는 대목에서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울린다.‘박봉구’의 꿈이 확대, 재생산되는 순간. 하지만 그 꿈이 곧 장렬히 전사하리라는 불안감이 증폭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대기업 회장의 전속 이발사가 돼 퇴폐영업을 접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수포로 돌아간 뒤,“실전이 하고픈데 훈련만 시킨다.”는 그의 울부짖음에 목이 따끔거려 오기 시작하고 깊은 슬픔으로 이성을 놓아버린 그가 술집주인과 애인 영은을 죽이는 마지막 장면에선 소리죽인 흐느낌이 차오른다. 높이는 다를지 모르지만 세상이란 벽 앞에서 무릎 꿇을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 혹은 지금의 자신들을 위한 눈물을 쏟아내는 것처럼 말이다. 뜻대로 꿈처럼 살 수 없는 세상.“꿈은 깨지라고 있는 거야.”라는 여주인공 영은의 상투적인 대사가 상처인 동시에 위로로 다가온다. 정은표의 흡입력 강한 연기는 어느 배우도 박봉구에 대해 엄두를 못내게 만들 만하다. 영은으로 분한 이승비의 쓸쓸하면서도 가슴 따뜻한 연기도 진한 여운을 남긴다. 새달 31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02)762-0010.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발언대] 이제 스포츠예술에 눈 돌려야/장상우 서울 동작구 도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스포츠는 일종의 ‘움직임의 예술’이다. 최근 우리 사회엔 웰빙바람을 타고 생활체육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참여가 늘고 있다. 이는 과거 전문체육인 중심의 엘리트체육에서 벗어나 개인의 육체적, 정신적 스포츠 욕구를 해소하려는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건강 증진은 물론, 이러한 ‘움직임의 예술’까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스포츠인 까닭이기도 하다. 개인의 예술적 기질과는 상관없이 누구나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이러한 ‘예술’에 눈 돌릴 때가 바로 지금이다. 지난달 31일 동작구도시시설관리공단에서 주최한 ‘2004스포츠 페스티벌’에 구민들이 직접 참여, 최근 유행하는 댄스와 체조 등 화려한 무대를 선보여 1000여명의 관객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참가자들은 가정주부에서부터 직장인, 학생 등 평범한 시민들이었지만 전문가 뺨치는 실력으로 생활 속 스포츠예술의 즐거움을 한껏 뽐냈다.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이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역내 스포츠레저 시설은 잘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구·시민들의 참여다. 예술활동이 극히 일부 사람들만이 참여하는 전문 분야라는 인식이 많이 퇴색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구성원들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 자신은 물론, 공동체의 건강성을 새롭게 하고 또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언론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자치단체에서 행해지는 일련의 행사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주민들 스스로의 활동에 가치를 부여하고 보편화시키는 언론의 노력만이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영위하려는 이들의 사회적 권리를 찾아주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또 스포츠예술에 대한 인식과 저변 확대를 위한 지름길이기도 하다. 장상우 서울 동작구 도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
  • [대정부 질문] 행정수도 위헌 결정 공방

    [대정부 질문] 행정수도 위헌 결정 공방

    충청도 출신 40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자로 총출동해 신행정수도 건설 위헌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와 한나라당을 신랄하게 공격했다. 이에 맞서 반론을 제기한 야당 의원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비(非)충청권 출신이었다. 1957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고향에서 고등학생 때까지 생활한 노영민 의원은 17대 총선에서 청주흥덕을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1958년 대전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고향에서 다닌 이상민 의원은 대전 유성에서 당선됐다. 1959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다닌 양승조 의원은 천안갑에서 배지를 달았다.1962년 충북 진천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공부한 김종률 의원은 증평·진천·괴산·음성에서 당선됐다. 1957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다닌 김낙순 의원은 서울 양천을에서 당선됐다. 노영민 의원은 헌재가 관습헌법을 위헌 근거로 든 것과 관련,“1987년 개정된 성문헌법에 기초해 설립된 헌법재판소는 5000년 유구한 역사에서 볼때 아주 생소한 기구이며, 헌재 표현대로라면 관습헌법상 인정할 수 없는 기구”라고 비꼬았다. 양승조 의원은 “신행정수도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총선공약으로까지 내세워놓고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나오자 환호작약한 한나라당의 이중적 태도는 충청도민을 포함한 온 국민으로부터 신랄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낙순 의원은 “신행정수도건설 중단에 따른 종합적인 대책 마련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은 “총리가 여론을 광범위하게 수렴하자는 야당과 언론의 요구를 무시해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정권의 명운이 걸린 중대사라고 말한 신행정수도 건설을 실패로 이끌었다.”며 이해찬 총리 책임론을 제기했다. 같은 당 원희룡 의원은 정부와 여당이 청와대와 국회를 제외한 행정기관 이전을 대안으로 추진하는 것과 관련,“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에 있는 상태에서 다른 모든 행정기관들이 이전한다면 지리적 문제로 국정운영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 야당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위한 구체적인 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주성영 의원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대안으로 현행 도(道)를 없애고 광역시 형태의 행정시스템을 도입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 행정구역 개편론을 주장했다. 그는 “예산수립권과 조세징수권 등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힐러리 차기 대선출마 시사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민주당이 대통령 선거 패배 이후 회생의 길을 모색하는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이 2008년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힐러리는 10일(현지시간) 밤 뉴저지주 메드포드 터프츠 대학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지난달 아프가니스탄의 대선에 유일한 여성 후보로 출마했던 마수다 자랄 박사를 거론하면서 “(아프간) 역사를 고려할 때 괄목할 만한 업적”이라며 “아프간 여성들이 미국 여성들보다 앞섰다.”고 말했다고 보스턴글로브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힐러리가 2008년 선거와 관련해 출마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그에 대한 야망을 시사한 이 한마디에 5000명의 청중이 박수 갈채와 환호로 응답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9일 16명의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실시된 아프간 대선은 개표 결과 지난 4일 하미드 카르자이 임시정부 대통령이 55%의 득표율로 당선이 확정됐으며, 자랄 박사는 1% 정도를 득표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미국 주류와의 ‘교감’에 실패했다고 진단하며 당을 보다 중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어 주목된다. 공화당에서는 적극적인 낙태 옹호론자인 힐러리도 ‘리버럴한’ 후보로 일찌감치 낙인찍어 왔다. 이와 함께 올해 초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다 낙마했던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도 당 전국위의장 자리를 노리며 재기에 몰두하고 있으며 존 케리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도 ‘대권 재수’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남부출신이며 당내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 가치관을 가진 존 에드워즈 전 부통령 후보를 다음 대선후보로 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dawn@seoul.co.kr
  • [사설] 매질로 만드는 금메달 이제 그만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선수들이 코칭스태프들로부터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운동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얼마나 혹독한 훈련과 사생활 희생을 견디고 있는지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이 시도 때도 없는 매질 속에 살았다니 믿기 어렵다. 구타는 훈련장뿐 아니라 전지훈련이나 국제대회 기간 중에도 이어졌다고 한다. 국민들이 금메달소식에 환호하는 그 순간에도 선수들은 또 다른 구타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닌지 모르겠다. 때려서라도 금메달만 따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이젠 없어져야 한다. 스포츠가 아무리 상업화됐다지만 스포츠의 궁극적 목적은 인격 함양이다. 사람을 때리고 감시하는 비인간적 훈련으로 아무리 좋은 성과를 낸다한들 그것은 스포츠의 가치를 부정하는 행위밖에 안 된다. 이런 식으론 국가대표의 명맥을 잇기조차 어려워질 것이다. 저개발시대라면 몰라도 세계 12위 경제력을 자랑하는 시대에 ‘지옥훈련식’‘병영식’훈련을 견디며 운동을 하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당국은 철저한 조사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 구타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책임자들은 엄중 문책하되 선수들은 보호해야 한다. 국가대표선수들의 태릉선수촌 이탈사건이 있을 때마다 불이익을 보는 쪽은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유사한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것은 국가대표 훈련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음을 뜻한다.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때다. 우선적으로는 선수촌에 인권담당관제도라도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더이상 매질로 만드는 금메달은 보고싶지 않다.
  • [토요일 아침에] 화해자/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미국의 대선이 끝났다. 숨 막히는 접전이어서 지구촌 모든 나라가 숨을 죽이고 결과를 기다렸다. 부시냐, 케리냐에 따라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부시의 승리 소식이 전해지자 한쪽에서는 환호성이, 다른 쪽에서는 한숨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우리를 정작 놀라게 한 것은 케리가 의외로 빨리 승복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부시나 케리 모두가 선거를 통해 분열된 미국의 민심을 치유하자고 제안한 점이다. 이것이 우리와 다른 점이다. 권력이란 어차피 기싸움이고 막말정치하는 것 아닌가? 미국의 대선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열할 정도로 상대방을 공격했고 지나칠 정도로 막말을 퍼부었다.“미국도 별수 없구나. 과연 미국에도 희망이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후 분열된 미국의 민심을 치유하자는 두 후보의 제안은 미국 민주주의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듯했다. 요즘 우리 국회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고 정치는 기싸움과 막말로 가득 차 있다. 최근 국회에서 쏟아진 국회의원들의 질문이나 답변대에 선 국무총리의 발언은 기싸움과 막말정치의 전형이다. 정책은 없고 정략만 보인다. 합리적이고 옳은 제안인가를 따지기보다 누가 먼저 기선을 제압하고 막말을 하는가에 온통 신경이 쏠려 있는 것 같다. 서로 마주하고 달리는 기차와 다를 바 없다. 안전하게 빨리 가자는 것이 아니라 누가 더 대형 사고를 치나 내기하는 꼴이다. 그러다 보니 정당의 소리는 있어도 양심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개인은 있어도 국가는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돌격 부대와 같다. 집안에서 부모가 싸우면 자식들은 불안해 집을 나가고 싶어한다. 정치는 목회와 같다. 유연성과 융통성이 중요하다. 정치는 예술과 같다. 창의성과 모험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정치는 목회와 같다. 치유와 회복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정치는 경영과 같다. 서로 주고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판을 깨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부부가 이혼하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민족이 사분오열하면 얻는 것이 무엇인가? 정치는 정부와 국민이 함께 부르는 합창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감동적이고 환희에 넘치는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 마태복음 5장 9절에서 기막힌 단어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화해자’라는 말이다. 어떤 상황에서나 싸움과 분열과 미움을 화해와 일치와 사랑으로 하나되게 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게 하는 사람이다. 그는 상대방의 단점을 보지 않고 장점만 보는 사람이다. 화해자는 방관자가 아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이다. 동시에 화해자는 고발자도 아니다. 상대방의 실수와 허물을 물어뜯는 사람이 아니라 보완하는 사람이다. 화해자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비난뿐이다. 때로는 격렬한 비난도 받고 배신자라는 말도 듣는다. 때로는 손해볼 수도 있고 버림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고난 때문에 회복과 치유가 일어나고 찢어졌던 것이 싸매어진다. 우리 사회는 능력 있고 강한 사람보다 서로를 이해하게 하고 화해시키는 화해자가 필요하다.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르게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싸우고 분열하는 1등보다는 사랑하고 하나되는 2등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 본사주최 ‘가을밤 콘서트’ 성황

    가을비 우산들이 우면산 단풍과 겨루듯 예술의전당 주변을 울긋불긋 물들였다. 이내 콘서트홀 안 객석은 차곡차곡 채워지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전석이 매진돼 아쉽게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도 있었다. 서울신문이 주최하고 KT&G가 협찬한 ‘2004 가을밤 콘서트’가 5일 밤 성황리에 막을 올렸다.1부는 최선용이 지휘하는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으로 힘차게 서두를 열었다. 이어 피아니스트 박혜영이 리스트의 ‘헝가리안 판타지’로 경쾌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다시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 ‘인터메초’를 들려주며 아름다운 가을밤의 정취를 느끼게 했다. 남성중창단 이깐딴띠는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코스모스를 노래함’ ‘상모’ ‘백학’ 등 가곡 메들리를 불러 남성 특유의 중후한 하모니로 객석을 깊게 울렸다.1부는 모든 연령을 아우르는 품위 있고도 경쾌한 무대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비가 와 늦게 도착하는 청중들이 있었지만,2부가 시작되자 2600여 객석은 모두 메워졌다.2부는 보다 젊고 활기찬 뮤지컬 갈라 콘서트로 꾸며졌다. 뮤지컬 배우 김소현이 ‘오페라의 유령’의 ‘Think of Me’ 등을, 조승우가 ‘레미제라블’의 ‘Stars’ 등을 각각 선사했다. 특히 듀엣으로 ‘미스 사이공’과 ‘지킬 앤드 하이드’의 삽입곡을 부를 때는 청아한 음색과 힘있는 목소리가 어우러져 청중들을 환호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영화배우로도 활동하는 톱스타 조승우를 보기 위해 찾아온 일본팬들도 눈에 띄었다. 박수가 끝없이 이어지자 김소현과 조승우는 ‘오페라의 유령’의 ‘All I Ask of You’를 앙코르로 불렀고, 둘은 이깐딴띠와 함께 ‘Oh! Happy Day’를 부르며 가을밤의 음악회를 마무리지었다. 공연이 끝난 뒤 로비에서는 연인, 가족 등 청중들이 삼삼오오 모여 해태제과에서 협찬한 사탕을 먹으며 공연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열린세상] 도덕적 가치가 우선한 美대선/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막스 베버는 “정치인이 깨끗한 영혼을 지니고 살아가기는 힘들다.”고 갈파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한때 정치인을 힐난하는 난센스 퀴즈가 유행한 적이 있다. 그러나 2004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현장에서 지켜보며 느낀 소감은, 정치인이 직업으로서 괜찮은 것이라는 점이었다. 정치인이 갖춘 자격과 능력보다, 그리고 그들이 투자한 노력보다 훨씬 많은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공식적으로 케리의 도전이 좌절되고, 부시의 집권 2기가 확정되었다. 한국에서의 실망과 환영 못지않게, 미국에서의 절망과 환호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그만큼 중요한 선택의 현장이었고, 치열한 결전의 무대였다.1960년 63%의 투표율 이래 가장 높은 투표참여율을 기록한 것은 이러한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중시한 선택의 기준은 도덕적 가치와 경제, 그리고 테러리즘이었다. 유권자의 22%가 도덕적 가치,20%가 경제,19%가 테러리즘을 가장 중요한 투표의 기준이라 지적하였다. 경제문제가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온 전통적 쟁점이었다고 한다면, 도덕적 가치와 테러리즘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 미국 유권자들이 이야기하는 도덕적 가치란 낙태, 동성간 결혼, 줄기세포 실험, 가족에 대한 인식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공화당 부시 후보는 낙태와 동성간 결혼, 줄기세포 실험에 반대하고 전통적인 가족의 유지를 중시하는 입장이었다. 도덕적 가치를 중시하는 유권자의 79%가 부시에 표를 던졌고,18%가 케리를 지지했다. 아직, 미국사회는 전통적 개념의 도덕적 가치를 중시하는 것으로 확증된 셈이다. 테러리즘과 전쟁 역시 중요 논점이었다. 어찌 보면, 전쟁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중단할 것인가에 대한 국민투표적 성격을 갖는 대선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부시는 ‘강력한 리더’를 자임하며, 테러에 대한 강경 대처와 국민의 안전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반면 민주당 케리 후보는 이라크 전쟁을 부시 대통령의 실수로 시작된 것으로 몰아붙였다. 전쟁의 명분으로 제시된 대량 살상무기가 이라크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국제적 연대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경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이라크 전쟁에 동의하는 유권자가 49%, 동의하지 않는 유권자는 47%였다. 근소한 차이지만 전쟁에 대해 심정적으로 동의하는 유권자가 다수이고, 전쟁이 진행 중인 현실 속에서 전쟁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입장은 무리였다. 국가안보라는 문제에 부딪쳐서는 득볼 것이 없는 민주당의 태생적 딜레마를 여지없이 보여준 선거였다. 11월2일 선거를 마치고도 또다시 혼란의 가능성이 우려되었던 것은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미국의 선거제도에 기인한다. 미국의 대선은 일반국민이 하는 투표(popular vote)로 선거인단이 선출되고, 이들이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단 선거(electoral vote)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일반 국민이 하는 투표에서의 지지율과 선거인단이 하는 투표에서의 지지율이 달라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각 주의 정치적 자율성과 독자성을 극대화시키고자 과반을 점유한 후보측이 주의 선거인단 전체를 차지하는 제도를 택하고, 일반 대중의 민도를 신뢰하지 않았던 시대에 간선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초래되는 혼란인 것이다. 다른 하나는, 투표제도와 장비가 각 주마다 크게 달라 분권적으로 다양하게 투개표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투표방식과 개표기기에 따라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지지율이 팽팽할 경우 당락을 뒤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오후 2시(한국시간 4일 새벽 4시) 패배를 인정하는 케리의 연설로 혼란에 대한 우려는 거두어졌다. 케리의 연설은 감동적이었다. 원고를 보지 않고 자신의 비전과 희망을 설명하는 그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다. 이제 갈라진 유권자를 통합해야 하는 과제가 부시 대통령에게 남겨졌다. 일반 유권자 투표와 선거인단 투표 모두에서 승리하고, 집권 2기를 맞는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유심히 살펴볼 차례이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 [부시 재선] 출구조사 “케리”… 뚜껑여니 “부시”

    예측하기 힘든 대접전의 연속이었다. 양측은 50개 주에서 승부가 갈릴 때마다 손에 땀을 쥐었다. 미 언론들은 2000년과 마찬가지로 ‘시소게임’으로 표현했고,‘손톱을 물어뜯을 만큼의 스릴(nail-biter)’이 넘쳤다고 전했다. ●‘손톱 물어뜯을 만큼의 스릴’ 넘친 드라마 환호성은 케리측에서 먼저 터졌다. 동부 지역에서 투표가 끝나는 것을 전후한 3일 오전 8시20분쯤(이하 한국시간) 정치 웹사이트들은 출구조사를 인용,‘케리의 낙승’을 전했다. 드러지리포트 닷컴과 슬레이트 닷컴, 미드 닷컴들은 한결같이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빅 3주’에서 케리가 앞선다고 밝혔다. 외신들도 케리가 빅 3주 가운데 적어도 2곳에서 이길 것으로 예측했다. 더욱이 부시의 승리가 예상되던 버지니아와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조차 케리의 선전이 점쳐졌다.‘친(親)부시’ 성향의 월가에서는 앞서 케리의 우세설이 돌기도 해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19% 빠졌다. 그러나 뚜껑을 열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출구조사 발표를 미루던 공중파 방송 CBS와 NBC 등은 ‘박빙의 승부’로 내보냈다.CNN과 폭스,MSNBC도 ‘빅 3주’에서의 승부를 점치기 어렵다고 처음보다 훨씬 조심스러운 자세로 돌아섰다. ●개표초반부터 부시 앞서기 개표 결과는 초반 부시가 리드했다. 예상한 대로 켄터키 등 우세지역에서 부시가 승리하면서 오전 10시 선거인단 수는 39대 3으로 케리를 앞서갔다. 케리 역시 ‘텃밭’인 뉴욕주 등 북동부 지역에서 싹쓸이하며 즉각 77대 66으로 판세를 역전시켰다.‘빅 3주’에서는 2000년 대선 결과와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처음부터 5%포인트 이상의 표차를 유지, 케리가 승리했다. 플로리다에서도 부시가 리드를 빼앗기지 않고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오하이오에서는 부시가 2%포인트 안팎의 근소한 차이로 앞서가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오전 11시를 넘어서면서 선거인단 수는 부시쪽에 크게 기울었다. 부시가 중부지역을 휩쓸며 50표 이상으로 선거인단 표차를 늘렸다. 오후 1시를 전후해선 케리가 캘리포니아와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197대 188로 바짝 뒤쫓았다. 하지만 오후 2시 플로리다가 부시에게 넘어감으로써 ‘빅 3주’에서의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오후 3시 이전까지 선거인단 득표 수는 부시 249대 케리 220. 남은 주는 ▲승부처인 오하이오(20)와 ▲혼전을 거듭하는 아이오와(7) ▲부시 우세의 뉴멕시코(5)와 네바다(5) ▲케리의 승리가 예상되는 위스콘신(10), 미시간(17), 하와이(4) 등이었다. ●외신들 ‘부시 승리’ 긴급타전 따라서 오하이오에서만 이기면 누구나 백악관의 주인이 될 수 있는 피말리는 상황이 전개됐다. 일단 승리의 여신은 부시에게 미소를 보낸 것처럼 보인다. 잠정투표 17만∼25만표가 개표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됐지만 오후 3시8분 AFP는 부시의 승리를 긴급으로 타전했다. 케리 진영은 오하이오에서 패배했다는 보도에 승복하지 않고 끝까지 잠정표를 뜯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존 에드워즈 부통령 후보는 “모든 표는 개표돼야 하고 한 표마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조그비 ‘망신’ ‘성급한 조그비와 몸사린 미 언론.’ 여론조사 전문가인 존 조그비가 큰 망신을 당했다. 존 케리 후보가 선거인단 311명을 확보해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용감한’ 예상이 크게 빗나갔기 때문이다. 조그비는 2일 여론조사가 동률을 이뤘지만 오하이오와 플로리다, 뉴멕시코 등 경합주에서 케리가 이길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높은 투표율이 케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으나 투표율이 올라간 것만 맞혔다. 그는 이번 선거가 부시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재검표 논란으로 부시에 앙금이 남았던 플로리다에서도 부시가 여유있는 승리를 거뒀다. 앞서 1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두 후보가 완벽한 동률을 이뤘지만 ‘직감적으로’ 케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숫자를 분석하는 통계 전문가가 ‘직감’을 앞세웠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25만표의 잠정표로 오하이오의 판세를 뒤집기는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조그비의 성급한 판단이 결과적으로 부시를 도왔다고도 한다. 부시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것. 이에 비해 미 언론은 ‘돌다리를 두드리고도 건너지 않는 자세’를 취했다. 플로리다에서 80% 이상 개표한 결과 부시가 5% 포인트로 앞섰지만 경합지역으로 분류했다. 영국의 BBC가 플로리다에서 부시의 승리를 일찌감치 선언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오하이오 등지에서도 부시가 유력했으나 ‘친(親)부시’ 성향인 폭스와 NBC를 제외한 대부분의 미 언론들은 몸조심을 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속보가 최우선인 통신사 가운데 프랑스계 통신사인 AFP는 오후 3시08분 오하이오에서 부시의 승리를 보도했으나 미국의 AP는 끝내 승리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여야 “민심 확인”…재보선결과도 아전인수

    여야 “민심 확인”…재보선결과도 아전인수

    여야는 31일 10·30 지방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자당(自黨) 중심’의 해석을 내놓았다. 열린우리당은 비록 1석이지만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이 짙은 강원도 철원군수 선거의 승리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3곳에 후보를 내 2곳에서 승리한 한나라당은 ‘여당의 참패’를 부각시켰다. 전남 2곳을 석권한 민주당은 “재기의 토대를 다졌다.”며 환호 일색이다. 열린우리당은 철원을 제외하고 수도권과 영남은 물론 호남지역에서도 참패하자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하지만 ‘기대 밖 선전’을 했다고 자평하는 등 정국에 미칠 악영향을 경계하는 듯한 기류도 엿보였다. 이부영 의장은 “무자비한 이념 공세 속에서 우리당 후보가 보수 색채가 짙은 철원 군수로 뽑힌 것은 의미심장하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병두 기획위원장도 “열린우리당 문경현 후보는 선거 초반에 상당히 유리했으나 철책선 절단사건과 국가보안법 폐지문제로 절망적인 상태였다.”면서 “그런 악재를 딛고 승리한 것은 안보에 민감하고 보수적인 지역에서 민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의미가 크다.”라고 주장했다. 전남 지역 참패와 관련해 이부영 의장은 “해남의 경우 우리당 성향의 후보가 양립해 패배했다.”고 말했으며 민병두 기획위원장은 “호남지역에서 민주당 후보 2명이 모두 당선된 것은 ‘호남 소지역주의’가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6·5보선의 상승세를 완전히 잇지는 못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승리’라는 분석 속에 여권의 실정이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임태희 대변인은 논평에서 “야당에 힘을 실어주고 한나라당에는 더욱 분발하라는 격려의 의미가 담겨 있다.”면서 “노 정권과 열린우리당에는 변명할 여지가 없는 철저한 패배를 안겨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 정권의 경제·민생 파탄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자 국보법 폐지 등 4대 입법 추진에 대한 국민의 반대 여론이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표는 “한나라당에 지지를 보내준 유권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한나라당은 지방자치단체장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유권자들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축제 분위기다. 이전의 텃밭인 전남 지역 2곳에서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압승했기 때문이다. 한화갑 대표는 “당의 부활을 확인했다.”면서 “이번 선거를 토대로 민주당 지지가 전국으로 퍼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장전형 대변인도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도록 내실을 다져 가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10·30 재보선 결과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제각각 ‘색깔론 속 선전’,‘정권 실정의 반영’이라고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 것은 양당이 지금까지 해온대로 서로를 겨냥해 공세를 이어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여야의 대치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수 문소영 김준석기자 vielee@seoul.co.kr
  • [CJ나인브릿지클래식] 박지은 6언더 공동선두… 상큼한 출발

    제주의 따스한 햇살은 누구에게 가장 큰 과실을 안겨줄까.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총상금 135만달러) 1라운드가 열린 29일 제주 나인브릿지골프장(파72·6274야드). 이날 골프장의 푸른 필드 위로는 하루 종일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앉았다. 제주의 거센 바람도 자취를 감춘 코스엔 수많은 관중이 운집, 세계정상급 선수들의 샷 하나하나에 환호했다. 첫날 가장 큰 혜택을 받은 선수는 박지은(나이키골프)과 카린 코크(스웨덴).‘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디펜딩챔피언 안시현(엘로드)과 함께 마지막 조로 출발한 박지은은 버디 7개, 보기 1개로 6언더파 66타를 쳐 코크와 공동 선두를 달렸다. 시즌마다 ‘1승 징크스’에 시달려온 박지은은 “퍼팅 감각이 좋아 대부분의 버디 찬스를 성공시켰다.”며 “반드시 우승컵을 안겠다.”고 말했다. 시즌 7승에 도전하는 소렌스탐은 버디 4개에 보기도 3개나 범하며 1언더파 공동 18위. 그러나 안시현은 2번홀(파3)의 더블보기 이후 버디 4개와 마지막 18번홀(파5) 이글로 만회하며 4언더파 68타로 공동 5위를 달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국내파의 선두주자 김주미(하이마트)도 4언더파를 치며 안시현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도 13번홀(파3) 홀인원과 18번홀 이글 등을 묶어 4언더파를 올렸다. 시즌 첫승에 도전하는 김미현(KTF)은 버디 5개 보기 2개, 3언더파로 공동 9위를 기록했지만 부진 탈출에 나선 박세리(CJ)는 이븐파 공동 32위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제주 곽영완기자 kwyoung@seoul.co.kr
  • [서울광장] 평양의 봄?/이기동 논설위원

    [서울광장] 평양의 봄?/이기동 논설위원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던 1989년 겨울, 동유럽 변혁의 현장에서였다. 베를린 바르샤바 부다페스트를 거쳐 프라하시내 중심가 광장에서 북한 유학생들을 만났다. 공산정권이 사라진 뒤 반체제 지도자 바츨라프 하벨은 국민영웅이었고, 대통령 선거전은 이미 그를 환호하는 축제의 자리가 됐다. 축제인파속에 그들은 가장 남루한 이방인이었다. 호텔까지 따라온 그들과 나눈 긴 대화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제발 자신들의 본국 송환을 막아달라고 그들은 애원했다. 여권은 북한대사관에 일괄보관중이고, 그들을 데려갈 고위간부가 이미 도착해 있다고 했다. 그들이 송환위기에 처했다는 기사까지 썼지만 도움은 못 됐다. 프라하를 떠난 이틀 뒤, 그들의 강제송환 뉴스를 들었다. 이번 달 시행에 들어간 미국의 ‘북한인권법 2004’는 한마디로 북한판 동유럽 변혁을 꿈꿔온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그 꿈은 북한내부의 반체제 세력을 지원하고, 주민들의 민주의식을 키워나가면 체제는 결국 안에서 무너진다는 것이다. 그 최종 과녁은 민주화를 통한 체제붕괴, 다시 말해 ‘평양의 봄’이다. 미국 민주주의기금(NED)은 레이건행정부가 전세계 민주화촉진을 위해 만든 것이다. 동유럽 변혁의 뒤에는 미중앙정보국(CIA)의 비밀공작과 함께 이 기금의 반체제 지원이 있었다.NED 관련인사들은 김정일정권을 바꾸지 않고서 북한의 인권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이들은 인권문제를 제쳐두고 대북지원을 고집하는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을 무너져가는 집의 본채를 외면한 채, 그 옆에 간이천막을 계속 지어주는 정책쯤으로 폄하한다. 간이천막이 아니라 무너지는 본채를 수리해 주는 게 진정으로 북한을 돕는 길이라고 이들은 생각한다. 차기 미국대통령이 누가 되든 인권법은 예정대로 시행될 것이다. 동유럽 이후 또 한번 역사적 실험이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셈이다. 북한의 미래와 관련, 전문가들은 흔히 외부폭발(explosion), 내부폭발(implosion), 연착륙, 현상유지의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북한 스스로 개혁정책을 추진하여 연착륙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권법이 상정하는 시나리오는 내부폭발이다. 주민들의 불만이 지금처럼 쌓여가면 불원간 그것이 폭발, 권력공백 상태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조만간 ‘자유 아시아 라디오’‘미국의 소리방송’이 하루 12시간씩 전파를 쏘아대고, 북한주민들은 고무풍선에 실려 뿌려지는 수천, 수만대의 트랜지스터라디오를 통해 바깥소식을 듣게 될 것이다. 어쩌면 89년 겨울 프라하에서 만난 유학생들이 ‘사미즈다트(지하유인물)’를 만들어 돌리고, 동베를린 라이프치히광장 월요시위 같은 민주화 시위를 시작할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정부가 베이징교외에 숨어지내는 탈북자들을 체포하며 전례없이 강경대응을 펴고 있는 것은 인권법이 몰고올 가공할 후폭풍의 위력을 감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들이 조만간 대량탈북의 첫번째 정거장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중국은 미국정부와 한국정부에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미 의회의 인권법통과에 항의하는 서한을 미국대사관에 전달하고 부시행정부의 인권공세를 비난하는 데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겠지만, 그것이 북한의 내부폭발까지 막아주는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역시 좋은 출발점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권이 인류의 공통언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면,‘평양의 봄’도 외부세력이 아니라 차라리 북한정권 스스로 만들어가도록 우리가 돕는 게 낫다. 정부의 북한인권 정책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가 됐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 日, 기적에 ‘환호’ 비보에 ‘눈물’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니가타현 주에쓰지진이 6일째를 맞은 28일 일본 열도는 여진공포 속에서 휴먼드라마에 온통 시선이 쏠려 희비 쌍곡선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전날 지진 산사태 현장에서 92시간 만에 두살배기 미나가와 유타군이 바위와 토사의 보온효과 등 ‘기적의 조건’에 따라 극적으로 구조돼 1억 2000만 일본인들이 환호한 바 있다. 유타군은 구조 이틀째인 이날 집중치료실에서 의료진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을 받아 탈수증과 저체온증이 해소되면서 빠른 회복세를 보여 열도에 기쁨을 선사했다. 유타군은 이날 아버지(37)·의료진과 건강하게 말도 주고받았다. 반면 전날 모친(39)이 숨진 채로 수습된 데 이어 유타군의 누나 마유(3)양도 이날 이미 숨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본인들의 눈물 샘을 적셨다. 구조대는 이날 정오 직후 마유양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철야로 진행한 구출 작업을 중단했다. 현장의 의사는 “다리를 만져보니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아이는 수직으로 처박힌 차체의 맨 아랫부분이 돌더미에 눌리면서 끼여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이날 강력한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위험을 무릅쓴 아슬아슬한 구조작업이 이뤄져 유타군을 살려낸 구조대원들의 활약상도 부각됐다. 유타군을 구조할 당시 현장에서는 1차 지진 때 산사태로 무너져내린 거대한 바위들이 여진 때마다 흔들려 TV생중계를 보던 시청자들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 특히 1995년 1월 한신대지진 이후 대형 지진재해에 대비해 설치된 124명 규모의 재난구조대 중에서 17명이 유타군 구조현장에 파견돼 맹활약한 것도 찬사를 받았다. 지진 6일째를 맞았지만 여진경고도 여전하다. 기상청은 이날 “앞으로 3일이내에 진도 6강의 강력한 여진이 발생할 확률이 20% 정도”라며 엄중 경계를 요구했다.23일 진도 6강의 첫 지진이 일어난 뒤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여진도 500회를 넘어섰다. 안타까운 사망소식도 이어졌다. 지진 이후 줄곧 차내에서 피난생활을 하던 48세 주부가 과로성 스트레스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당국이 밝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지진 피난생활 중 차내에서 숨진 사람도 3명이 됐다. tae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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