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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 4차례 “강압 불인정”… 참모 지적에 정정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1일 정수장학회 설립 과정에 대해 “강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가 이를 번복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인혁당 사건에 대해 “두 개의 판결”이라고 언급했던 것처럼 일부 역사적 사실관계를 잘못 인지한 듯한 모습을 보여 야당의 공세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정수장학회 관련 입장을 밝히면서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수장학회 설립 과정과 운영에 문제점이 없다는 것을 연이어 강조했다. 발표를 마친 박 후보에게 ‘법원에서 강압이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박 후보는 “법원에서 강압적으로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해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일관된 답변을 내놨다. 법원의 판결문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의응답만 네 차례나 오갔다. 박 후보는 또 “법원에서 저보다도 더 많은 자료로 판단하지 않았겠느냐.”면서 “법원에서 판단한 걸 받아들여야지, 제일 많은 조사를 해서 결론을 내렸을 건데”라며 주장을 이어 갔다. 하지만 실제 법원의 판결은 강압으로 재산이 넘어간 사실은 인정했지만 시효가 지나 반환청구는 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은 판결문에서 ‘김지태씨가 국가의 강압에 의해 5·16장학회에 주식을 증여하겠다고 의사표시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명시했다. 법원이 강탈을 인정한 대목이다. 재판과정에서는 당시 중앙정보부 부산지부장이 연행된 김씨 회사 직원들에게 권총을 차고 접근해 “군이 목숨 걸고 혁명을 했으니 국민 재산은 우리 것”이라고 겁을 준 점과 수사과장이 김씨 측근에게 “살고 싶으면 재산을 헌납하라.”고 강요한 점 등이 강탈의 근거가 됐다. 다만 재판부는 “당시 김씨가 의사결정의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이 같은 내용을 염두에 둔 듯 “앞의 말도 있었지만 결국 법원이 최종 판결을 해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고 강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결론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지만 주변의 참모진들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일부 기자들이 계속해서 의문을 제기하자 한 실무진이 관련 기사를 출력해 왔고 급히 논의에 들어갔다. 곧이어 이학재 비서실장과 이정현 공보단장 등이 박 후보에게 기사를 건네며 “이 부분은 다시 말씀을 하시는 게 좋겠다.”고 전했다. 직접 밑줄을 그으며 기사를 읽어 보던 박 후보는 기자회견 단상에 다시 올라 “제가 아까 강압이 아니라고 했습니까. 그건 제가 잘못 말한 것 같고요.”라고 두 차례 발언을 정정했다. 참모들은 “박 후보가 판결문에 있던 ‘의사결정 여지를 박탈당한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에 방점을 두고 착각한 것 같다.”고 전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박근혜 10년간 이사장 맡았던 정수장학회는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논란의 역사는 5·16 군사쿠데타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수장학회의 전신은 부산의 기업인인 고(故) 김지태씨가 설립한 부일장학회로,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2년 부일장학회를 헌납받아 5·16장학회를 설립했다. 이후 1982년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따 정수장학회로 이름을 고쳤다. 이 과정에서 소유권이 어떻게 이전됐는지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핵심 쟁점이다. 재산 해외 도피 혐의 등으로 중앙정보부에 체포돼 두달 동안 구금됐던 김씨는 부일장학회와 부산일보, MBC, 부산MBC의 운영권 포기 각서를 쓰고서야 풀려났다. 야당이 이를 ‘강탈’이라고 보고 정수장학회를 ‘장물’이라고 규정하는 이유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1995년 1월부터 2005년 2월까지 이사장직을 맡았다. 이 기간 동안 정식 급여 외에 과다한 판공비 등을 포함해 모두 11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여당이던 2004년부터 박 후보를 겨냥해 정수장학회를 환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고 이어 국가정보원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에서 ‘부일장학회 강제 헌납 사건’ 조사가 시작됐다. 정수장학회 문제가 정치 쟁점화되자 박 후보는 2005년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후임은 박 전 대통령의 의전비서관을 지냈던 최필립 전 리비아 대사가 맡았다. 2007년 6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정수장학회의 ‘강탈’을 인정했고 국가가 공권력의 강요로 발생한 재산권 침해에 대해 사과해야 하고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씨의 유족은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1심에서 유족들에게 시효가 지나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며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강압으로 재산이 넘어간 사실은 인정했다. 최근에는 정수장학회가 보유하고 있는 MBC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 100%를 처분하려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욱 증폭됐다. 지난 8일 정수장학회 최 이사장과 MBC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등 경영진이 비밀리에 만나 이 같은 논의를 했고 특히 부산·경남 지역 대학생을 대상으로 등록금 사업을 벌일 계획인 것으로 전해져 대선을 앞두고 박 후보의 선거를 지원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판소리 한토막의 행복

    오랜만에 보건복지부를 찾았다. 명색이 출입처라면서 다른 일에 바빠 근래 얼굴 한번 내밀지 못했던 터라 낯설었다. 두루 인사를 나누자니 뜻하지 않게 저녁 자리로 이어졌다. 생일을 맞은 동료에게 ‘조공’ 삼아 출세(出世)를 축하하는 자리였는데 일단 멍석이 펼쳐지자 회포가 몇 길이라도 되는 양 소주잔이 가쁘게 돌았다. 취기가 돌아 다들 귓볼이 달아오를 무렵 누군가가 기막힌 제안을 했다. 동석한 인사 중에 소리꾼 반열에 드는 ‘천하의 가객’이 있으니 소리 한 토막 청해 듣자는 것이었다. 그 분위기에 누가 그걸 마다할까. 박수로 소리 한 토막을 청했다. 쑥스러운 듯 목을 가다듬은 그 인사는 이윽고 물꼬를 밀어낸 봇물처럼 소리를 터뜨렸다. 수궁가의 고고천변(皐皐天邊) 대목이었다. 수궁의 별주부가 토끼 간을 구하러 세상에 막 나와 아름다운 풍광을 보고 읊조리는, 명창 송만갑 선생이 잘 불렀다는 그 대목이다. 우렁한 소리가 활달하고 경쾌하게 술자리를 휘어잡았다. 판소리라는 게 이제는 ‘꼰대들 노래’가 되어 그런 게 있었는지도 모르는 세상이 되어가지만 어쩌랴, 그 소리에는 우리의 민족 정서를 깨우는 각성의 묘약이 들었으니…. 다들 기이하다, 신통하다는 듯 소리에 빠져들었다. ‘고고천변 일륜홍(日輪紅) 부상(扶桑)에 높이 떠 양곡(凉谷)의 깊은 안개 월봉(月峯)으로 돌고 돌아 어장촌(漁場村)에 개 짖고 회안봉(廻雁峯)에 구름이 떴구나.’ 그 후로도 한동안 그 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 배부른 세상에 구곡간장을 끊을 듯 내뱉는 그 절창이 어울리지 않는다지만 예전의 신산했던 시절에 비해 영혼의 주림이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은 세상임을 안다면 그렇게 재단할 일도 아니다. 요즘 아이돌의 얼치기 노래, 음미할 여지조차 없는 맹탕 사랑타령에 지친 내게 그 고고천변 한 토막이 준 울림은 컸다. 나야 그 소리 한 토막에 뿅, 갔지만 사람마다 정서의 층위와 색깔이 다를 터이니 굳이 그것만을 고집할 이유는 없겠다. 무엇인들 상관있으랴. 위태로운 현대인의 정신건강을 위해 가끔 그런 도락이라도 즐기며 살 일이다. jeshim@seoul.co.kr
  • “죽기 전 양심고백”… 8년전 연쇄 살인사건 풀렸다

    “죽기 전 양심고백”… 8년전 연쇄 살인사건 풀렸다

    간암으로 죽기 전 양심고백을 한 공범 때문에 8년 전 살인사건의 진범이 드러났다. 2004년 12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빌라에 침입해 2명을 찌르는 등 6명을 연쇄 살해한 일당 2명이 바로 그해 ‘명일동 주부살인’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석촌동 연쇄살인’ 사건 등으로 성동구치소에 복역 중인 이모(46·무기징역)씨에 대해 강도살인 등 혐의로 추가 기소 의견을 내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7월 구치소에서 지병으로 숨진 공범 이모(당시 65세)씨와 함께 2004년 8월 16일 오후 1시 30분쯤 서울 강동구 명일동 아파트에서 주부 김모(당시 49세)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금품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추가로 받고 있다. 이씨는 사흘 뒤인 8월 19일 오전 3시 30분쯤 미아동 주택가에서 귀가하던 채모(당시 21세·여)씨를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히고 10분 뒤 600m 떨어진 골목에서 원모(당시 19세·여)양도 복부 등을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려고 했다. 명일동 주부살인과 미아동 칼부림은 영구 미제로 남을 뻔했지만 죽음을 앞두고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공범 이씨가 범행을 털어놓으면서 전말이 드러났다. 공범의 자백 후에도 이씨는 “당시 필로폰 때문에 환청이 보여 내가 실제 저지른 일인지 정확히 모르겠다.”면서 1년 가까이 진술을 미루다 지난 5월쯤 “내가 한 게 맞다.”고 실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두 차례 현장 검증과 수사·부검기록, 목격자 진술 등을 통해 범죄사실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씨 일당이 살해한 사람은 총 7명으로 늘어났다. 마약거래를 통해 알게 된 고향 선후배인 이들은 필로폰 살 돈을 마련하려고 범행을 저질렀으며 환각상태에서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살해했다. 이들은 ‘석촌동 살인’으로 무기징역을 받고 편지를 주고받다가 ‘세월이 흐를수록 (살해한) 사람들 모습이 떠올라 괴롭다.’는 내용이 동료 수감자에게 발각됐고 경찰 조사결과 4명을 더 살해한 게 드러나 2009년 추가로 무기징역을 받았다. 경찰은 “관련 첩보를 입수한 형사가 1년 6개월 동안 16차례 교도소를 찾아가 두 이씨를 끈질기게 추궁했고 결국 죄를 털어놓았다.”면서 여죄를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멀쩡한 듯한 도시인의 삶 속, 실직·이혼…도처에 상실감

    멀쩡한 듯한 도시인의 삶 속, 실직·이혼…도처에 상실감

    추락하는 비행기를 몰며 마이크에 대고 절망적으로 구조요청을 하는 환청, 흰 벽지에서 푸르스름한 얼룩을 발견하고 하루 종일 걸레로 닦아내야 하는 환각, 외계에서 이악스러운 지구인을 멸망시키기 위해 ‘분노의 폭풍’ 작전을 펼친다는 망상까지. 소설가 박성원(43)의 다섯 번째 소설집 ‘하루’(문학과지성사 펴냄)는 잿빛 하늘 아래 오갈 곳이라고는 집과 사무실밖에 없는 답답한 도시인들의 삶 7편을 널어놓았다. 빨래집게도 없이. 그래서 겉으로는 멀쩡하고 화려해 보이는 도시인의 삶에 가족 상실이라는 스트레스나 이혼, 해고, 실직이라는 예상치 못한 태풍이 불어닥치면 ‘그의 하루’가 어떤 수렁에 빠지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도시적 삶의 동력이라는 것이 그저 관성에 불과했던 것임을 깨닫는 순간이고, 한순간도 고려하지 않은 불시착이다. 불시착은 실패하는 게 다반사다.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한국의 현실 같다. 염세적이고 비극적인 소재에 쭉 빨려 들어간 소설가의 그럴 듯한 ‘구라’라고 하기에는 그의 소설은 현실적이다. 그러니 분노와 복종 속에서 갈등하지만 결국 분노를 억누르고 복종해 밥벌이하는 구차한 도시인의 삶에 환청이나 환각, 망상을 기본 옵션으로 장착하게 된다. 도시에서의 삶은 “벗어나면 죽음이고 진보하지 않으면 멸종이다.”(43쪽) 그래서 도시인들은 타인과의 인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궤도를 지키고자 안간힘을 쓴다. 과연 무(無)인과는 가능할까. ●잠시 세워둔 차는 아이와 함께 견인되고… 표제작 ‘하루’는 인과의 무서움을 연말의 어떤 하루로 고정해 도미노처럼 전개한다. 인터넷 뱅킹을 할 줄 모르는 여자는 한겨울에 열이 나고 아픈 아이를 차에 태워 은행으로 간다. 연말 도로 정체를 간신히 뚫고 은행 영업시간 안에 간신히 도착했지만, 여자는 도로에 차를 불법주차해야 했다. 그 차 안에 아이가 있다. 여자의 차는 검게 코팅돼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걸려 은행업무를 다 보고 나온 여자는 자신의 차가 실종됐음 알게 된다. 아이도 사라졌다. 그러나 여자의 차는 실종된 것이 아니었다. 견인됐지만, 견인 장면을 목격하고 견인고지서를 무심히 가져간 어떤 소년 탓에 알 수 없었을 뿐이다. 그 소년은 여자의 남편이 이날 점심 때 해고를 통보한 친한 후배의 아들이다. 여자의 남편은 후배에게 해고를 통보하면서 “나를 원망하지 말게. 나는 맡은 일을 했을 뿐이니.”라고 말했고, 아픈 아이가 있는 줄 모르고 차를 견인했던 기사는 “저는 그저 제가 맡은 일을 했을 뿐입니다.”라고 한다. 그렇다. “그저 우리의 일을 할 뿐”이라고 변명하기에는 서로 너무 많은 인과적 관계 안에 놓여 있다고 박성원은 말한다. “누군가의 하루를 이해한다면 그것은 세상을 모두 아는 것이다.”(10쪽)라고 서술하는 이유다. 남의 실직이나 이혼, 상실은 나의 실직이거나 이혼, 상실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아이 잃은 날을 남편 생일로 착각하기도” 어느 도시에서 시위대를 진압한 뒤 화가 나면 송전탑에 올라가는 군인출신 아버지를 둔 내가 도청 앞에서 있었던 시위에서 죽은 아버지를 둔 유빈을 만나 불륜에 빠지는 단편 ‘분노와 복종 사이에서 그녀를 찾아줘’나, 아이를 잃은 날을 남편 생일로 착각하고 남편의 직장동료를 불러다 생일파티를 연, 마흔이 되도록 밥벌이를 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여자가 어느 낯선 도시로 흘러들어가 일자리를 찾는 단편 ‘얼룩’ 등은 우리가 삶에서 실족해 ‘더 이상 과거처럼 잘살아지지 않는’ 어느 하루를 그렸다. ●“도시의 극단적 풍경은 신기루 같아” 박성원은 “대구에서 나고 자라 영남대 행정학과를 마치고 25살(1994년)에 등단했다. 동국대 대학원에서 문학을 전공하면서 서울에서 20여년째 살고 있는데, 도시의 극단적인 풍경은 화려하지만, 고립과 쓸쓸함이 가득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신기루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불야성을 이루며 흥청거리는 홍대 앞에서 상대적 박탈감과 고독을 느끼기에 이런 소설을 쓰고 있다.”고 했다. 자연을 품은 농촌은 고즈넉하지만, 도시와 달리 고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세련된 도시의 언어와 감성으로 소설을 쓰는 그이지만 대구 사투리가 여전하다. 올 가을학기부터 대구 계명대 문창과 교수로 자리를 옮기는 그의 소설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공립中 학교운영비 ‘위헌’

    공립중학교에서 학교운영지원비를 걷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의무교육 무상원칙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립중학교에서 학교운영비는 거둘 수 없게 됐다. 기존에 학교운영비를 낸 학생이 반환청구 소송을 할 경우, 교육 당국은 이를 돌려줘야 한다. 헌재는 23일 “학교운영지원비는 기본적으로 학부모의 자율적 협찬금 성격을 갖는다.”면서 “그러나 이를 자율적으로 징수할 수 있도록 하지 않아 헌법에서 규정한 의무교육 무상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사립중학교 학부모들의 청구에 대해서는 “세입 조항이 ‘국공립중학교’에만 적용될 뿐 ‘사립중학교’에서 징수하는 학교운영지원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사립중학교 학부모들의 청구 부분은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지 못해 적법하지 않다.”라고 각하했다. 학교운영비는 학교 전기료나 수도료 등에 사용되는 경비다. 1945년 이후 기성회비나 육성회비 등의 이름으로 징수되다 2002년 중학교가 의무 교육이 되면서 폐지 여론이 일었다. 김승훈·홍인기기자 hunnam@seoul.co.kr
  • 저축銀 후순위채권 보호여부 법정서 가린다

    저축은행 사태로 금융상품 가입에 주의가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저축은행의 후순위채권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사람들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고소하기로 해 검찰 수사가 주목되고 있다. 보험감독원(현 금융감독원) 국장 출신의 노상봉씨 등 제일저축은행과 토마토저축은행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21일 금융위를 상대로 대검찰청에 고소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와 함께 해당 저축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할 방침이어서, 후순위채권의 성격에 대한 법정공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은행의 후순위채권 피해자는 6300여명, 피해액은 1600억원가량이다. 노씨는 2009년 제일저축은행의 후순위채권에 7500만원을 투자했다. 연 8%가 넘는 이자를 준다는 말을 듣고 은행 측에 거금을 맡긴 것. 지난해 제일저축은행은 대규모 부실 대출과 경영진의 횡령 등으로 영업정지됐고,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피해자들의 보상 문제도 불거졌다. 다수의 보험법 해설서를 쓴 금융전문가인 노씨는 당연히 자신도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노씨 등은 금융위원회로부터 “후순위채권은 원금과 이자 합계가 5000만원 이하여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금융위는 당시 노씨 등에게 예금자보호법상 ‘계금·부금·예금 및 적금 등에 의해 조달한 금전’으로 보호 대상을 한정하고 있고, 후순위채권은 만기까지 상환청구가 불가능하고 양도성도 갖고 있어 일반 예금과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의 투자설명서에도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상받을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면 불완전판매에 의한 보상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예금자보호법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씨는 예금자보호법과 시행령, 관련 해설서를 통독한 뒤 금융위의 설명이 잘못됐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예금자보호법은 예금 등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예금 등’에는 채권을 포함하는 것이 적절한 법률 해석”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사실상 예금도 양도성을 갖고 있고, 채권도 예금처럼 만기전에 상환할 수 있어 두 상품의 성격이 다르지 않다는 반론도 내놨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론스타 자회사 수익률 조작…대법원, 원심 깨고 파기환송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6일 금융기관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을 매각하기 위해 론스타펀드가 세운 유동화전문회사의 수익률을 조작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허드슨어드바이저코리아(HAK) 대표 정모(53)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채권 가운데 하나인 극동건설 채권 매각과정에서의 배임 혐의 부분를 다시 심리하라는 주문이다. 재판부는 “‘디아이비씨’ 사의 사업연도 종료 당시 디아이비씨의 론스타인터내셔널에 대한 부당이익반환청구권이 발생했음을 전제로 정씨에게 조세포탈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CD금리 파생상품 4500兆… 국제소송 터지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에 1000만명의 대출자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발표가 끝나기도 전에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D 금리 조작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영국 리보(LIBOR) 사태와 같은 국제소송이 잇따를 수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파생상품 청산이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현재 CD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규모는 무려 4500조원으로 천문학적인 규모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 회장은 20일 “CD 금리 담합이 사실이면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금융사가 직접 배상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피해 소비자들이 힘을 모아 집단적으로 부당이득반환 공동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금소연은 소비자원과 함께 5만 5000여명의 피해자를 모집해 은행을 대상으로 근저당 설정비 반환소송도 진행 중이다. CD 금리 피해자 1000만명은 근저당 설정비 반환소송을 준비하면서 1년간 대출 건수를 수집한 결과 지난 10년간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을 추정한 수치다. CD 금리와 연동한 대출액은 금융감독원 집계 결과 지난 3월 말 현재 잔액이 323조 8000억원이다. 만약 은행이 연간 0.1% 포인트의 이자를 더 받았다면 피해 액수는 3238억원에 이른다. 상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 기간의 소멸시효인 5년으로 피해 기간을 늘리면 피해액은 1조 6000억원이 넘는다. 조 회장은 “상법상 소멸시효는 5년이지만 은행과 개인의 관계는 민법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어 그렇게 되면 피해기간은 10년으로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CD 금리 조작 논란은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의 대외신인도에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D 금리를 기초로 한 파생상품은 이자율 스와프(IRS) 4332조원, 이자율 선도 5조 1000억원, 이자율 옵션 250조 3000억원 등 모두 4587조원에 달한다. 금투협 관계자는 “만약 CD 금리가 조작으로 판명 나거나 조작 논란으로 폐기된다면 모든 물량을 재계약해야 할 것”이라며 “이 경우 한국 파생상품이나 구조화 채권에 대한 대외신인도는 완전히 땅에 떨어지고, 한국 금융시장 인프라에 대한 믿음도 추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보 조작 사태 후폭풍처럼 국제법률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파생상품 업계 관계자는 “CD 금리가 조작으로 판명 난 뒤 다른 대체금리가 생기더라도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파생상품을 대거 청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모든 국민이 소송하면 피해산정 가능”

    “모든 국민이 소송하면 피해산정 가능”

    대한변호사협회가 국회 원구성 지연에 따른 책임을 묻기 위해 꺼내 든 ‘세비 반환 청구소송’이라는 초강수 카드는 대법원, 헌법재판소가 구성되지 않아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은 이에 대해 “너무 나간 것 아니냐, 지나치다.”며 한목소리로 대한변협을 비판했다. 대한변협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검토 중인 법적 조치는 크게 4가지다. 먼저 국회의원들이 수령하는 세비를 ‘부당 이득’으로 간주해 부당 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이다. 지역구별로 5명 정도 원고가 모집되면 해당 지역구의 국회의원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다. 피고를 국회의원 전원으로 할 경우 원고 모집에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지역구별로 소송을 낼 계획이다. 세비 가압류도 함께 신청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위자료 청구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대한변협 측은 “국회 구성이 지연됨에 따라 국민들의 ‘국회 스트레스’가 매우 크다.”면서 “실제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 재판이 계류 중인 피해자들이 피해를 보상받아야 한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개원을 강제할 수 있는 헌법소송을 검토하는 동시에 개점휴업 상태인 의원들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가처분 신청도 만지작거리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회기 시작 이후 일정 시점까지 국회를 구성하지 못하면 세비와 국고보조금의 지급을 중단하고 국회의원직을 상실케 하는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담은 입법 청원도 준비 중이다. 그러나 걸림돌이 적지 않다. 소송인단 모집 등에 시간이 걸리거나 법리적인 문제 등으로 실제 소송을 제기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세비(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의 경우 피해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원칙인데 국민을 피해자로 규정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모든 국민이 모든 국회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이상 손해액 산정은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위자료 청구 소송도 마찬가지다. 의원들의 불법, 위법 행위와 국민 스트레스 사이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쉽지 않아서다.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의 경우 일반적으로 직무자의 구성원이 소송을 내는 것을 고려하면 국민이 소송 당사자로 적격한지를 따져 봐야 한다. 자칫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한 인사는 “국회를 압박하는 정치적인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나 소송 성립 요건이 될지 의문”이라면서 “‘소송 만능주의’에 기초한 정치쇼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사설] 현안 더 이상 외면 말고 국회 문부터 열어라

    19대 국회가 법정 개원일(6월 5일)을 넘겨 3주째 허송세월하고 있다. 그 후유증이 입법부 울타리를 넘어 사법부로까지 번질 참이다. 신임 대법관 4명에 대한 인준이 늦어지면서 사상 초유의 사법부 기능 마비 사태가 우려될 정도다. 급기야 엊그제 대법원이 나서 임명동의안 처리를 촉구했다. 여야는 더는 원 구성을 흥정거리로 삼지 말고 일단 개원해 모든 현안과 쟁점을 절충하기 바란다. 19대 국회는 뭔가 달라질 것이란 게 국민의 기대였다. 정쟁과 폭력이 난무하던 18대 국회의 악몽을 재연하지 않기 위해 ‘몸싸움 방지법’이라는 제도적 인프라를 갖춘 채 출발한 까닭이다. 그런데도 구태는 되풀이되고 있다. 임기 개시일(5월 30일) 전부터 상임위원장 나눠먹기로 샅바싸움을 벌이더니, 이제 방송사 파업 청문회 개최 여부로 티격태격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기업체의 노사문제든, 방송사의 파업문제든 그런 걸 따져보기 위해 관련 상임위가 존재한다. 더군다나 지난 18대 국회 말에 소수파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보장하려고 국회법까지 고쳐놓지 않았나. 청문회든 국정조사든 국회 문을 열어 절차와 방식을 합의해야 가능함은 불문가지다. 하던 굿도 멍석을 깔면 멈춘다더니, 국회 하는 짓이 꼭 그대로다. 대법관 4명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해선 늦어도 어제는 국회를 열었어야 했다. 내달 10일 끝나는 전임자들 임기와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했을 때다. 사법부 공백이 우려되자 보다 못한 대한변호사협회가 의원들을 상대로 세비 반환청구 소송을 내기로 했다고 한다. 여야는 “변협이 너무 나간 게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태업 의원들의 세비 가압류 정도가 아니라 아예 소환해야 한다는 게 국민의 심경일 듯싶다. 그렇잖아도 국회가 공전하는 동안 여야는 온갖 특권 줄이기 약속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의원 평생연금 폐지와 겸직 금지, 그리고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와 무노동 무임금제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들이 마지못한 듯 6월 세비를 반납한 것 이외에는 가시화된 게 없다. 여야는 의원들의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약속이 한낱 ‘정치 쇼’가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려면 조속히 국회 문부터 열어 그런 자정안들을 하나하나 입법을 통해 제도화해야 한다.
  • “아파트 과세특례 비적용 고지 안하면 계약 취소”

    서울고법 민사22부(부장 여상훈)는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한 김모씨 등 4명이 “과세 특례가 적용되지 않은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며 분양 시행사를 상대로 낸 매매대금반환청구 소송에서 “1심을 취소하고 원고들에게 각 5억 9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세제 관련 법령 규정은 내용이 복잡해 분양 계약자는 분양사의 설명을 듣고 계약을 결정하게 된다.”면서 “분양 계약자들을 속이지 않았더라도 착오에 빠지게 할 소지가 다분한 분양광고 홍보물을 게시하고, 과세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지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신의 원칙에 반하는 고지의무 위반이라고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씨 등은 2009년 경기 고양시의 161.2㎡(57평)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하면서 해당 평수에는 과세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뒤 계약을 취소하고 매매대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민주, 국회의원 소환제 추진… ‘문제의원’ 퇴출 길 열리나

    국민의 손으로 ‘철밥통 국회의원’의 금배지를 직접 뗄 수 있을까. 민주통합당 초선 의원들이 국회의원의 대표적인 특권인 ‘신분 보장’을 제한하는 국민소환제 도입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기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게만 적용되는 주민소환제를 국회의원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열린우리당 김재윤 의원이 17대 국회인 지난 2006년 3월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함께 국민소환제를 발의했지만 무관심 속에 자동 폐기됐다. 민주당 황주홍 의원 등 11명은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주민소환 대상에서 국회의원만 제외한 것은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부여한 특권으로, 입법권의 남용이자 ‘법 앞의 현저한 불평등’ 사례”라며 “국회의원을 주민소환 대상에 포함시키는 게 정치개혁의 첫 걸음”이라고 밝혔다. 황주홍·김용익·최민희·김광진·김윤덕·남윤인순·박수현·박완주·배재정·신장용·최동익 의원 등 초선 11명은 이날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대표 발의한 황 의원은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로 국회의원은 공복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소환 청구 대상은 선거구에 관계없이 비례대표를 포함한 모든 국회의원이다. 국민소환은 청구일 기준 선거구 획정 상한인구(현 31만 406명)의 30% 유권자(10만여명)가 서명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청구할 수 있다. 소환투표는 전국의 유권자 가운데 1%를 국민소환투표인으로 추출해, 그중 3분의1 이상이 투표하고 과반이 찬성하면 국회의원직이 박탈된다. 국민소환제가 입법되면 비례대표 부정 경선과 종북 논란 등에 따른 자격 시비가 일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과 성추행 및 논문 표절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형태·문대성 의원에 대한 국회 제명 조치가 불발돼도 국민 손으로 파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실현 가능성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민주당 초선 모임인 민초넷은 이날 국민소환제가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공동 발의한 11명이 모두 민초넷 소속이지만 전체 56명 중 상당수가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민소환제를 당의 국회 쇄신 방안으로 추진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해당 지역 유권자가 아닌 전국에서 소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은 위헌 논란이 있을 수 있고, 발의될 경우 국회의원 권한 행사가 정지되는 조항은 정쟁의 수단이 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민소환제의 민주당 당론 결정 여부는 오는 24일 국회의원 특권 쇄신안 발표에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국민소환 사유에 대한 제한 규정이 명시되지 않은 점도 보완해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국회의원들의 개별 발언과 활동, 표결까지 문제 삼아 소환이 남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가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상황일 경우 자칫 정적을 압박하거나 제거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 이에 대해 황 의원은 “국회의원 신분의 제한을 금지하는 규정이 헌법 어느 곳에도 없다.”며 “주민소환제가 위헌이 아니라면 국민소환제도 위헌이 될 수 없고, 법조계 전문가들도 위헌이라고 볼 여지가 전혀 없다고 자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소환제의 순기능이 이 제도를 악용하려는 부작용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본다.”며 “국민소환 토론회를 열고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 법안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가계부채에 선제 대응 커버드본드 발행 추진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당국이 가계부채 구조조정 전담기구 설립과 커버드본드(우선변제부채권) 발행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 가계부채 전담기구 설립 검토 정부는 이달 말부터 전국 대부업 실태조사도 벌인다고 21일 밝혔다.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대부업 담당자를 대상으로 22일 실태조사에 앞서 연수를 실시한다. 3개 기관은 연수에서 불법 사금융 척결 추진상황,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 운영방안, 사금융 피해 사례 연구 및 예방 방안 등을 교육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커버드본드 발행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해 이날 제1차 회의를 가졌다. 커버드본드는 투자자가 발행기관이 부도 난 뒤에도 담보자산을 채권 상환에 우선 사용할 수 있는 이중 상환청구권이 보장되는 우선변제부채권이다. ●이달말부터 전국 대부업 실태조사 금융위는 유럽 재정위기 악화 등에 대비해 커버드본드 특별법을 오는 11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커버드본드가 발행되면 은행의 안정적 장기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되어 장기·고정금리 대출이 확대되고 가계부채 구조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가계부채 전담기구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 금감원은 가계 집단대출에 이어 다중채무자, 사금융, 대부업체 등 가계부채 현황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새달 1일 감정평가사 1차 시험 마무리 전략 이렇게

    새달 1일 감정평가사 1차 시험 마무리 전략 이렇게

    13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다음 달 1일 서울과 부산에서 치러지는 올 감정평가사(감평사) 지원자는 모두 3150명이다. 지난해(3622명)보다 줄었다. 최소합격인원은 200명. 정부가 고시하는 공시지가를 평가하고 기업체의 자산을 재평가하는 고소득 전문직인 감평사의 올해 경쟁률이 11대1쯤 되는 셈이다. 올 초 국세청이 발표한 감평사 1인당 연평균소득(2010년)은 1억 700만원이다. 서울신문이 민법·회계학(1회), 경제원론·부동산관계법규(2회) 등 두 차례에 걸쳐 이번 감평사 1차 시험 대비법을 알아본다. ●민법, 최근 민법총칙 비중↑ 물권법 비중↓ 감평사 시험에서 민법을 영역별로 보면 민법총칙에서 17~19문제, 물권법에서 21~23문제가 각각 출제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민법총칙의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시험에서 민법총칙 문제가 2~3문제 더 출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합격의법학원의 김묘엽 민법 강사는 마무리 공부법으로 “지금까지 봐오던 교재나 문제집 중 하나만 반복해서 보는 것이 좋다.”면서 “특히 민법 조문은 시험에 자주 나오는 부분만을 체크하고 시험 당일 아침에 읽고 시험에 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출제되지 않았던 부분인 ▲권리의 객체▲의사표시▲소멸시효의 기산점▲점유권▲일반저당권▲가등기담보 등이 올해 출제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의사표시 중 통정허위표시와 착오의 부분은 판례, 사기와 강박은 제삼자 사기·강박과 연결된 사례, 점유권도 소유권의 반환청구권과 연결된 사례가 각각 출제될 확률이 높다. 또 가등기담보 부분은 조문만 숙지하면 해결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민법의 특징은 아직 한 번도 출제된 적이 없는 부분에서 1~2 문제가 꼭 나온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법인의 대표기관 제한▲법인의 해산과 청산▲전세권의 용익물권성에 관련된 조문▲동산질권의 관련 조문 등도 유의해야 한다. 법인의 해산과 청산·전세권·질권은 조문 숙지를 중심으로, 법인의 대표기관 제한에 관한 문제는 법인과 비법인에 대한 판례의 태도를 중심으로 대비해야 한다. 시험장에서의 유의사항으로 김 강사는 ▲생소한 지문의 문제가 오히려 쉽다 ▲시간이 많이 소모될 것 같은 문제는 다음으로 미뤄라 ▲정답에 확신이 없을 땐 친숙한 지문을 정답으로 골라라 등 3가지 요령을 귀띔했다. ●회계학 최근 지분법·외화환산 출제비중↑ 2010년 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 회계학이 이전보다 어렵게 출제되고 있다. 황윤하 강사(회계사)는 “최근에는 유동자산 등 쉬운 부분에서 출제가 덜 되고 국제회계기준 관련 지분법, 외화환산 등 그간 출제비중이 거의 없었던 부분의 출제가 늘었다.”고 강조했다. 현금·수취채권·재고자산 등 유동자산 부분에서는 국제회계기준에 대한 재고자산 서술형 문제의 출제가능성이 크다. 또 수익인식 부분에서는 건설계약문제에서 손실이 예상되는 케이스 등이 매년 출제되고 있으며, 올해도 출제 공산이 높다.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은 감평사 회계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국제회계기준 도입과 함께 출제범위가 늘어났다. 특히 기존에 출제되던 부분 외에 손상차손, 재평가에 대한 문제도 꼭 살펴야 한다. ▲복구충당부채 ▲투자부동산 ▲금융비용자본화 ▲감가상각방법의 변경 등은 출제가능성이 매우 크다. 사채에서는 이자지급일 사이의 발행, 연속상환사채의 발행 등 특수한 경우의 사채 발행문제와 사채상환손익을 구하는 문제가 나올 수 있다. 또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 사채 등 복합금융상품에 대한 문제도 매년 1문제씩 출제되고 있다. 하지만 전환권대가·신주인수권대가를 구하는 문제 이상은 출제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다. 금융자산은 채무증권 처분에 따른 손익효과, 금융자산 손상차손에 대한 문제의 출제가능성이 크다. 또 자본 부분에서는 자본총계의 증감을 물어보는 문제가 매년 출제되고 있다. 자본거래 시의 세부적인 회계처리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각각의 자본거래가 자본총계에 미치는 영향만 파악하면 손쉽게 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주당이익은 수험생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매년 출제되므로 기본주당이익을 구하는 방법을 반드시 익혀둬야 한다. 확정급여채무, 생물자산 등 국제회계기준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부분의 경우 퇴직급여 구하기, 생물자산으로 인한 손익효과 구하기 등에 유의해야 한다. 재무회계는 최근 출제범위가 늘어났고 난이도가 크게 높아졌다. 반면 원가관리회계는 크게 변동된 부분이 없다. 재무회계가 너무 어렵다면 원가관리회계에서 충분히 득점하는 것도 과락을 피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한편 감평사 시험 지원자의 연령도 공무원 시험과 마찬가지로 해마다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1세 이상 지원자 비중이 2009년 12.1%였던 것이 2010년 14%, 지난해 15.9%, 올해는 17.9%로 높아졌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도움말 합격의법학원
  • [생명의 窓] 참 소중한 당신/차동엽 인천가톨릭대 교수·신부

    [생명의 窓] 참 소중한 당신/차동엽 인천가톨릭대 교수·신부

    “참 소중한 당신.” 어느 새벽 아직 침상에서 눈을 뻐끔거리고 있을 즈음 문득 들려온 음성이었다. 순간 나는 소스라치며 벌떡 일어나 앉았다. 참 소중한 당신? 이번엔 부드러운 포옹이 소리 없이 속삭여 주었다. “참 소중한 당신!” 그 황홀한 터치에 내 눈에선 와락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래, 그래, 그래, 네가 나에겐 ‘참 소중한 당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나의 귀염둥이, 내 사랑이다.” 과분하였다. 어찌 내게 이런 일이. “사실은 너희 모두가 ‘참 소중한 당신’이야. 나에게는 물론 너희 서로서로에게도. 가서 전하거라.” 8년 전 일이었다. 나는 곧바로 그 이름으로 잡지를 창간하였고, 얼마 전 100호가 발행되었다. 축하 메시지를 쓰다가 다시금 저 멋진 말, ‘참 소중한 당신’을 되뇌며 문득 떠오른 사람이 있다. 바로 2007년 월남한 새터민 배금별씨다. 당시 언론에서도 크게 주목했던 그의 사연을, 그의 목소리를 빌려 조금 소개해 보자면 이렇다. “‘새터민들의 쉼터’라는 사이트에 홍○○ 누나가 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글을 올립니다’라는 제목의 글 내용을 보고 마음이 아팠어요. 위로해 주려고 전화를 했지요. 그때만 해도 수혈을 해 주면 낫는 것으로 알았어요. 누나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찾아갔다가 간 이식을 받아야만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제가 ‘해 주겠다’고 했죠.” 그는 간 이식을 해 주기 위해 병원에 서류를 넣었지만 부결되었다. 장기이식 관리센터가 장기 매매의 개연성이 있다며 서류 보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는 ‘장기 매매’라는 게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고 한다. 사람을 살리고 보자는 좋은 의도가 의심이라는 장막에 의해 철저히 차단된 것이다. 그와 홍씨가 가족이나 가까운 사이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 했지만 있을 턱이 없었다. ‘북한 이탈 주민 지원 재단’에 도와달라고 서류를 보냈지만, 그가 한국에서의 보호 기간인 5년이 안 된 상태라 이마저 거절당했다. 연이 닿으려고 했는지 이들의 아름답고도 딱한 곡절이 나에게도 들려왔다. 나는 국가 공인 기관장 보증이 있으면 수술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그들을 위해 기꺼이 미래사목연구소장 명의로 보증을 서 주었다. 또한 새터민 70명과 그가 다니는 회사 사장과 부장도 보증을 서 줘 다행히 홍씨는 무사히 수술을 마쳤다. 수술 전 그는 인사차 나를 찾아왔었다. 내가 그에게 불쑥 던진 인사말은, 물음이었다. “참, 대단한 결심하셨네요. 어떻게 그런 용단을 내렸나요? 사실 종교인인 나도 내 장기의 일부를 떼어 준다는 것은 쉽게 결심할 수 있는 일이 못 되거든요.” “저는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요. 동포니까요. 그리고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있다니깐요. 그리고 잘은 모르지만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피를 흘리시고 목숨을 내 놓으셨잖아요.” 그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낱말들을 툭툭 순서없이 던졌지만 나는 그의 마음속에 내장되어 있는 비장한 논리를 읽을 수 있었다. “배금별씨는 나에게 감동입니다. 그리고 명색이 종교인인데 고통받는 이웃들을 무력감으로만 바라보며 안일하게 살고 있는 나에게 심한 일갈입니다.” 그날 잠자리에서 나는 그 기분 좋은 충격을 갈무리하며 이렇게 기도했다. “신부인 제가 입때껏 가져 보지 못한 ‘장한’ 믿음을 저 북녘출신 청년이 가졌더군요. 마음으로는 온 인류를 위해서 몸이라도 던질 기세인 제가 겸연쩍게시리 저 천진한 청년은 생면부지 외인에게 자신의 살점을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이 도려 나눠 주더군요. 오늘은 견딜 수 없는 이 부끄러움이 그대로 제 기도입니다. 아멘.” 누구나 ‘참 소중한 당신’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들의 이 참 소중한 당신들이 이 사회 어느 후미진 곳에선가 뿜어대는 신음과 절규가 거칠게 들려오는 듯하다. 필경 환청은 아닐 게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없더라도 막 숙제를 받은 학생의 심정으로 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응시해 본다.
  • ‘티파티 영웅’ 美위스콘신 주지사, 공무원 노조 눌렀다

    지난해 미국에서 공무원 노조의 권리를 대폭 축소시킨 입법안을 통과시켜 전국적인 논란을 촉발했던 공화당 소속 스콧 워커(44) 위스콘신 주지사가 5일(현지시간) 실시된 주지사 주민소환선거에서 승리해 현직을 유지했다. ●美 세 차례 주지사 소환 중 첫 생환 이날 개표 결과 임기 만료를 2년 이상 앞두고 소환 투표를 당한 워커 주지사가 53%를 득표, 46%를 얻은 민주당 소속 톰 배럿 밀워키 시장에게 낙승을 거뒀다. 워커 주지사는 미 역사상 재임 중 주민소환 투표를 거친 세 번째 주지사로 기록됐다. 그동안 소환선거에서 패배해 옷을 벗은 2명의 주지사와 달리 워커 주지사는 살아남았다. 이번 선거는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공화당의 티파티와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공무원 노조와의 대결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티파티의 영웅으로 불리는 워커 주지사는 지난해 주정부 재정 적자를 이유로 공무원의 건강보험료와 연금비용을 인상하고 임금인상 폭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입법안을 통과시켜 민주당과 노동계의 큰 반발을 샀다. 민주당과 노조 측은 지난해 11월부터 주민 100만여명으로부터 소환청원 서명을 받아 워커 주지사를 소환 심판대에 세웠다. 그런데 개표 결과 초박빙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비교적 여유 있는 표차로 워커 주지사가 승리함에 따라 민주당은 궁지에 몰리게 됐다. 티파티와 공화당은 “이것이 민심의 현주소”라며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위스콘신이 부동층 주 가운데 한 곳이라는 점에서 11월 대선을 앞둔 전초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는 이날 개표 후 “2008년 대선 때 위스콘신에서 승리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위기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일찌감치 거리 둔 오바마… 영향 작을 듯 하지만 이번 선거가 대선 결과에 직결될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인 측면도 있다. 대선은 당 대 당 싸움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후보 간 인물 대결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 이번에 소환선거의 ‘주제’가 된 공무원 혜택 축소는 명분상 민주당이 이기기 힘든 것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대다수 유권자는 공무원 혜택 축소에 찬성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기간에 오바마 대통령이 단 한 차례도 위스콘신을 방문해 민주당 후보의 손을 들어 주지 않고 거리를 둔 것은 애당초 이번 선거를 이기기 힘든 게임으로 간파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어찌 됐든 당의 노선이 선명하게 부딪친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패배한 것은 가뜩이나 공화당 대선 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오바마에게 달갑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삼성家 이건희 회장·장남 이맹희씨 ‘1조원대 상속분쟁’ 첫 공판

    삼성家 이건희 회장·장남 이맹희씨 ‘1조원대 상속분쟁’ 첫 공판

    삼성가(家)의 차명 주식을 둘러싼 2세들의 법정 싸움은 처음부터 치열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부장 서창원)는 30일 고 이병철 회장의 장남 이맹희씨가 삼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재산 반환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차녀 이숙희씨, 차남 이창희씨의 며느리 최선희씨가 제기한 소송도 병합, 한꺼번에 심리했다. 재판에는 당사자들 대신 대리인인 변호사들만 출석했다. 변호인만 원고측 9명, 피고측 6명이 출석했으며 세간의 관심을 반영하듯 삼성·CJ 측 관계자를 비롯, 100명이 넘는 방청객이 발 디딜 틈 없이 자리를 채웠다. 1시간 넘게 진행된 재판은 앞으로 벌어질 법정 다툼을 예고하듯 법리적 쟁점과 사실관계를 두고 변호인들의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재판장도 절제된 단어를 사용하면서 조심스럽게 사건에 접근했다. ‘제척기간(除斥期間·법률상으로 정하여진 존속기간)이 지났다.’는 이건희 회장 측 주장에 대해 원고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가 먼저 공격했다. 원고 변호인은 “민법에 따르면 상속권이 침해된 것을 안 날로부터 3년, 행위로부터 10년이 지나야 상속권 회복 청구권이 소멸된다.”면서 “2011년 6월 세무 문제 때문에 동의서를 작성할 때 알았으므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건희 회장은 차명주식을 관리하면서 상속 명의를 변경한 적이 없어 상속권이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다.”면서 “차명주식에 대해 원고는 상속권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유권도 갖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소유권을 갖고 있다는 원고 측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민법상 소멸시효는 문제 되지 않는다. 이건희 회장 측은 ‘소유권을 갖고 있다.’는 원고 측의 주장을 곧바로 되받아쳤다. 피고 변호인은 “원고의 논리는 매우 부적합하고 일방적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상속권을 침해할 ‘참칭(僭稱) 상속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만 상속권이 있는 상황에서 소유권을 갖고 있다는 논리는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원고의 청구를 각하·기각해 달라.”고 주장했다. 참칭상속인은 법률상 재산상속권이 없으면서 사실상 재산상속인으로 지위를 보유한 사람을 일컫는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에 대한 도덕성 공방도 만만찮았다. 이건희 회장 측은 “이병철 선대 회장은 생전에 이건희 회장을 후계자로 삼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다른 상속인에게 계열사 주식이나 다른 재산을 분배해 줬다.”면서 “만약 차명주식이 이건희 회장에게 갔다는 걸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선대 회장 타계한 지 25년 지나는 동안 어떻게 분쟁이 없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제 새삼 다투는 것은 이건희 회장이 삼성 후계자라는 것을 부인하는 행위이며 선대 회장의 유지를 부인하는 행위”라면서 “이건희 회장이 위험을 감수하며 혼신을 다해 일궈낸 세계적인 그룹을 다시 나눠 갖자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상속 개시부터 지금까지 주가가 40배나 상승한 점을 볼 때 정당성도 없다.”고 말했다. 원고 측은 반박했다. 원고 변호인은 “마치 알고 있었으면서 가만히 있다가 뺏으려는 등 부도덕한 사람인 것처럼 보는데 당시 이건희 회장이 기명주식을 상속받았다고 알고 있었을 뿐이고 차명주식은 몰랐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이숙희씨는 받은 재산이 없고, 이건희는 다른 공동상속인에게 차명주식 여부를 철저히 숨겨 왔다.”면서 “원고들은 부당하게 침해된 권리를 찾길 바랄 뿐 재산이 탐나서 벌이는 소송이 아니라는 점을 소송 첫머리에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병철 선대 회장이 타계한 1987년의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주식 발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법인등기부와 주권발행명부 등 자료를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7일 열린다. 류지영·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33년만에 아동 유괴살해범 잡았더니 시신이…

    1979년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6세 소년 에탄 파츠 유괴사건. 사건이 장기화되자 1983년 당시 레이건 미 대통령은 파츠가 실종된 5월 25일을 ‘실종 아동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33년이 지나 영구미제가 될뻔했으나 FBI의 추적으로 당시 인근에 살던 페르로 에르난데스(51)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체포됨으로서 다시 핫 이슈가 되고있다. 에르난데스는 사건 당시 음료수를 사러 가던 파츠를 지하실로 유인해 목 졸라 살해하고 사체는 비닐 팩에 나누어 버렸다고 자백했으나 사법당국은 증거부족으로 기소에 곤란을 겪고있다. 26일 현지언론에 따르면 뉴욕검찰은 에르난데스에 대한 기소절차를 밟고있으나 그의 변호인은 그가 정신병 판정을 받았던 병원의 동영상을 제시하면서 그가 환청과 환상에 시달리는 정신분열증을 앓아왔다고 주장하고있다. 사법당국은 에르난데스의 자백은 확보했으나 그가 ‘거짓자백’을 했다고 주장할 경우 당시 정황을 입증할 CCTV 화면 등 물적증거가 없어 고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파츠의 시신이 발견되면 좋겠지만 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유죄입증이 쉽지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인터넷 뉴스팀
  • 동양사상·건축의 신비?… 왜곡·연출로 덧입혀진 그 실체를 증명하다

    동양사상·건축의 신비?… 왜곡·연출로 덧입혀진 그 실체를 증명하다

    ‘나는 동양사상을 믿지 않는다’(김경일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사라진 건축의 그림자’(서현 지음, 효형출판 펴냄). 두 책을 덮고 나면 귀에서 환청이 들린다. “데끼놈!” 위대한 선조의 얼과 숨결이 담겨 있다고 누누이 배우고 가르쳐온 것들을 뒤집어 봐서다.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추상적인 신화 대신 구체적인 역사를 보자는 것이다. 불편한 진실쯤 된다. 그럼에도 마냥 불편하지만도 않은 것은 독자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는 점이다. ‘선수’들 사이에선 일부 알려진 내용이지만 독자와 함께 상상하고 추리해 보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에릭 홉스봄의 ‘만들어진 전통’ 같다고 하기엔 2% 부족하다. 살을 더 붙이자면 ‘동양고전이라는 것이 알고 보면 중화사상으로 인해 오염되고 뒤틀린 전통’이란 입장이다. ‘나는 동양사상을 믿지 않는다’의 저자 이름 ‘김경일’을 보면 아마 낯익다 싶을 독자도 있을 것이다. 환청이 들리는 게 무리만도 아닌 게, 1999년 ‘공자를 죽여야 나라가 산다’(바다출판사 펴냄)로 유림을 벌컥 뒤집어놨던 한국인 갑골문 박사 1호이자 상명대 중문과 교수다. 저자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비유한다. “클래식 복서에게 무에타이 발길질을 해댔다.” 동양고전이라 일컬어지는 경전을 중심으로, 그러니까 절제된 풋워크와 스윙을 통해 복싱이 폭력이 아닌 예술임을 주장하는 것이 기존의 연구라면, 자신의 연구는 피와 땀이 튀기는 원시적 폭력성을 고스란히 노출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우아함은 잊으라는 거다. 저 언급에서 드러나듯, 책은 동료나 친구들에게 얘기를 건네듯 써놔 읽기에 어렵지 않다. 책을 펴면 일단 4장 ‘기상천외한 정치적 레토릭’부터 읽길 권한다. 동양문화의 뿌리를 이해하기 위한, 일종의 역사적 배경설명이어서다. 중국 고대 상(商)나라 왕의 계보는 무정-조경-조갑-형신-강정-부을-문무정으로 이어지는데, 저자는 건국초기 어정쩡한 타협을 타파하고 중앙집권적 왕권 강화에 목숨을 건 조갑의 쿠데타와 이에 대항해 부을 시대에 이뤄지는 무당과 연계된 기존 토속권력자들의 반동적 복고운동을 실감나게 그려낸다. 이 부분은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쉽게 풀어 쓴 것인데, 정치적 급변과 거기에 따른 사회문화적 변동을, 갑골문에서 ‘제’(帝)자를 어떻게,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를 대들보 삼아 추적해 들어간다. 이렇게 고대 중국 사회에 대한 워밍업이 끝났다면 이제 처음으로 돌아와 동양문화의 뿌리, 공자를 만날 차례다. 저자는 복서가 아니라 무에타이 선수이기 때문에 이리저리 재보는 잽을 던지느니 바로 상대방의 숨통에다 킥을 날린다. 바로 온 천지사방 사람들이 찬탄해 마지않는 논어의 첫 구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다. 자기계발과 처세술을 다루는 온갖 책들뿐 아니라, 공자를 봉건제국의 이데올로그라고 손가락질해야 할 좌파들마저 ‘옛 동양고전 읽고 마음의 평화를 찾았소.’라며 고르는 책 가운데 하나가 논어다. 이유가 뭘까. 배우고 익히는 것을 이처럼 기꺼워하는 데다, 논어를 채우고 있는 수많은 좋은 말씀들 중에 배우고 익히는 것에 대한 얘기를 제일 앞에다 배치할 정도니 공자는 정말 성인답구나 하는 감탄이다. 저자는 피식 웃는다. 갑골문에 기반한 해석은 이렇다. “왕실 제사를 진행하는 궁궐에서 제례 절기에 따라 제반 절차를 실제로 실습하는 과정이, 그 얼마나 기쁜 일인가.” 춘추전국시대 때 묵가에서 유가 무리들을 일러 제사상을 쫓아다니며 단물만 빨아먹는 ‘상갓집의 개’라 부르며 경멸한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사실 후대 유학자를 괴롭힌 공자의 개인사 가운데 하나는 공자가 야합(野合)으로 태어났다는 점이다. 오늘날 정치권에서 비유적으로 쓰는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들판에서 결합한 것이다. 제사를 그토록 강조한 공자건만, 야합의 결과물이었기에 정작 공자는 제사 지낼 아버지가 누군지 몰랐다. 많은 학자들은 원시난혼과 모계사회 풍습이 남아 있던 당시에 야합은 별스럽지 않은 일이라고 본다. 곤혹스러운 것은 공자가 밥 먹고 화장실 갈 때조차도 성인의 ‘포스’가 뿜어져 나온다고 굳게 믿은 후대 유학자들이었다. 말씀이야 해석을 달리해 분칠하면 그만이지만, 어느 날 밤 파티에서 만난 남자와 원나이트 스탠드를 즐긴 결과물이 공자라는 역사적 사실은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공자 역시 이게 걸림돌이었다. 야합이 흔한 풍속이었다지만 그건 하층민 얘기고, 지배층은 그렇지 않았다. 출세욕이 강렬했던 공자는 지배계층의 문화를 깊이 연구해 그 속에 편입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 지배계층의 문화란 요즘 말로 ‘상위 1% 계층의 이너서클 파티’라 부를 수 있는 제사다. 공자가 어릴 적부터 제사놀이에 심취했었다는 얘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해서 학습(學習)이란 끝없는 배움의 열정이 아니라 권력자에게 보내는 일종의 추파다. 나도 공부 많이 해서 잘 아는데 왜 안 끼워주느냐는 호소다. 저자가 공자와 노자의 철학을 비교하면서 노자는 “집요한 사색가”이지만 공자는 “사유라 이름짓기조차 초라”하다고 평하는 이유다. “혈족의 끈이 없었기에 당시 주류사회에서 벼슬을 할 수는 없었던” 사람, “파티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 그 파티 멤버로는 참가할 수 없는 사람”, “바로 파티에서 서빙하던 사람”, “당시 귀족들의 주류문화에 심취한 제례 마니아”,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제례 평론가”에 불과했던 사람, 그게 공자의 실체라는 것이다. 저자는 동양고전을 통해 “인간의 가치나 정신의 원류를 찾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 딴죽을 걸 생각은 없다.”고 한다. 저자가 겨냥하는 것은 중화사상이다. 그런 순수한 마음이 실은 “중국인들과 중화사상이 오랫동안 만들어낸 해석에 충실”한 것은 아닌지 되묻는 것이다. 저자는 갑골문을 통해 중화주의가 덧칠한 신화를 벗겨내고, 권력의 간계가 스며든 핏빛 역사를 복원하고픈 것이다. 그래서 책 제목이 다시 읽힌다. 나는 “너희가 말하는” 동양사상을 믿지 않는다로. 책에는 공자의 논어뿐 아니라 주역과 노자 등에 대한 다양한 얘기가 실려 있다. 갑골문을 통해 붕(朋), 도(道)처럼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여러 한자들을 달리 풀이해 주기 때문에 읽는 맛도 상당하다. 1만 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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