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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남 모란시장 2010년 이전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의 이전 문제가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는 22일 “모란장 활성화를 위해 여수지구 국민임대주택단지(성남동) 안에 6000여평 규모의 장터를 확보해 이전을 추진하고 현재 장터는 도로로 사용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란장의 이전예정 부지는 지금의 장터(성남동) 남쪽으로, 장터와 서울외곽순환도로 성남 인터체인지 사이에 주차장으로 쓰이는 땅이다. 시는 여수지구 개발이 마무리되는 2010년쯤 장터를 이전하되 평소에는 용도대로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장날(끝자리 4일과 9일)에만 장터로 개방할 계획이다. 시는 장터 규모를 지금과 비슷한 3000여평으로 계획했으나 모란장을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있는 관광 명소로 만들기 위해 면적을 넓히기로 했다. 현재 장터가 도로로 환원되면 공단로와 탄천로가 연결돼 주변 교통체증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시는 이 같은 내용을 대한주택공사의 여수지구 개발계획에 포함시켜 지난 9월 건설교통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모란민속시장상인회 상인 900여명이 이전을 반대하고 있어 잡음이 우려된다. 또 주변 지역 500여명의 상인들도 3∼4개 상인회를 결성하고 이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실적 나쁜 지방공기업 사장 ‘퇴출’

    이르면 내년부터 경영실적이 나쁜 지방공기업 사장은 남은 임기에 상관없이 즉각 해임 조치된다. 반대로 경영실적이 좋으면 연임이 보장된다. 행정자치부는 22일 이같은 내용의 지방공기업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기업으로는 직접 경영하는 지방직영기업, 지자체로부터 공공업무를 위탁받은 지방공단, 지자체가 50% 이상을 출자한 지방공사, 지자체가 50% 미만을 출자한 민·관공동출자법인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지방공기업은 통상 지방공단과 지방공사를 일컫는다. 지방공사는 38개, 지방공단은 62개 등 모두 100개가 있다. 이들 지방공기업의 총 자산규모는 27조 7569억원이다. 올해 예산규모는 16조 5728억원으로, 지방재정 101조 3522억원의 16.4%를 차지한다. 그러나 경영실적은 지난해 기준 4336억원의 적자를 기록, 지방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지방공기업이 흑자를 낼 경우 이익금이 지자체에 환원되지만, 적자가 나면 주민들의 세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까지는 지방공기업 사장 임면 기준에 업무성과가 포함되지 않아 3년의 임기가 보장돼 ‘방만 경영’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행자부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가∼마의 5개 평가등급 가운데 최하위 등급인 ‘마’를 받아도 오히려 성과상여금이 지급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경영평가와 더불어 사장에 대한 업무평가를 추가하기로 했다. 경영평가 및 업무평가 결과가 좋아지면 연임할 수 있고, 반대로 결과가 나빠지면 해임된다. 해임 및 연임 관련 규정은 지방공기업 사장과 해당 지자체장이 매년 체결하는 경영성과계약서에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평가결과가 바닥권이거나, 전년에 비해 2등급 이상 하락한 지방공기업 사장의 경우 해임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개정안은 지방공기업 사장의 안이한 경영행태를 막고, 경영성과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책꽂이]

    ●대당서역기(현장 지음, 권덕녀 옮김, 서해문집 펴냄) 당나라 승려 현장이 1500년 전에 쓴 인도여행기. 서기 627년 스물 여섯의 청년 현장은 국법을 어기고 몰래 취경(取經)여행을 떠났지만 18년 뒤 인도에서 견문을 넓히고 수많은 불경을 구해 돌아오는 길엔 장안이 들썩일 만큼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서기 645년 현장은 640질의 불경과 불상 등 귀중한 자료를 가지고 당으로 돌아왔다. 트로이전쟁에 참가해 활약한 뒤 긴 세월 동안 온갖 위기를 이겨낸 끝에 집으로 돌아온 오디세우스와 닮은꼴. 당나라 때 불경은 오역이 많아 승려들 사이에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1만 1900원.●노블레스 오블리주(예종석 지음, 살림 펴냄)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제국의 2000년 역사를 지탱해준 힘은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철학이라고 지적했다. 로마의 귀족은 전쟁이 일어나면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스스로 전장의 선봉에 서서 용감하게 적과 싸웠다고 한다. 한니발의 카르타고와 벌인 16년간의 제2차 포에니전쟁 중 최고 지도자인 콘술(집정관)의 전사자 수만 해도 13명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의 역사를 다룬 책.3300원.●남명 조식의 학문과 선비정신(김충열 지음, 예문서원 펴냄) 조선 중기의 유학자 남명 조식은 퇴계 이황과 더불어 당대의 사상계를 이끈 영남유림의 종장이다. 그러나 정권과 타협하기보다는 현실개혁에 관심을 둔 남명학파는 정치적으로 소외됐다. 남명학의 권위자인 저자는 남명이 문묘배향을 불허한 점, 북인정권의 영수인 내암 정인홍의 실각, 곽재우 등 남명 문하에서 의병장이 많이 나와 일제강점기 때 역사가 왜곡된 점 등을 그 원인으로 꼽는다. 자득과 실천을 중시한 남명의 학문세계와 강의직절(剛毅直切)한 선비정신을 살폈다.2만 6000원.●공자와 논어(요시카와 고지로 지음, 조영렬 옮김, 뿌리와 이파리 펴냄) 공자는 조국 노나라를 떠나 56세부터 69세까지 14년간 제자들을 이끌고 산동 하남의 여러 제후국을 방문했다. 그것은 “외뿔소도 아니고 범도 아닌데 저 광야에 떠돈다.”라고 공자 자신도 말한 것처럼 황량한 방랑이었다. 정나라 성문 밖에서 제자들과 떨어져 혼자 서 있을 때의 공자는 상갓집 개와 같았다고 ‘공자세가’는 전한다. 공자는 학자이자 동시에 정치가였다. 공자의 정치 중시, 그것은 ‘논어’에서 가장 잘 알 수 있다. 공자 평전이라 할 만한 글과 논어에 대한 설명이 실렸다.1만 8000원.●거울 속의 원숭이(이언 태터솔 지음, 정은영 옮김, 해나무 펴냄) 우리는 인류가 오랜 세월에 걸쳐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 에렉투스로, 다시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다는 이야기에 익숙하다. 그러나 인류학자인 저자는 이같은 자연선택론의 아성에 반기를 든다. 그런 식의 단선적 이야기는 진화과정에서 발생하는 진실을 심각하게 오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진화의 세계에는 적응의 증거도 있지만 비행을 위해 생겼던 펭귄의 날개가 지금은 나는 데 사용되지 못하고 수영에 이용되는 ‘탈응’의 증거가 있는 것처럼, 인간도 진화할 때가 있었지만 가끔은 숨을 고르기 위해 한 박자 정지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1만 1000원.
  • 최재경 장편소설 ‘플레이어’

    네덜란드 문화사학자 호이징거에 따르면 인간은 ‘노는 존재(호모 루덴스)’다. 굳이 학문적 이론을 꺼낼 필요도 없이 이 시대 대한민국 직장인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자. 아마 열에 아홉은 똑같은 답을 들려줄 것이다. 놀면서 월급받는 것. 물론 이때의 ‘논다.’는 적극적인 유희의 개념이 아니라 ‘일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의미이긴 하지만 말이다. 최재경(35)의 장편소설 ‘플레이어’(민음사)는 밥벌이와 놀이가 양립하기 힘든 자본주의 시스템을 교묘하게 비튼다. 돈받고 놀아주는 신종 직업 ‘플레이어(PL)’를 통해서다. 촉망받는 직장인이었으나 한순간의 업무 실수로 회사에서 쫓겨난 유노는 우연한 계기로 대기업의 사회환원사업인 ‘축복의 섬’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는다. 의뢰인을 대신해서 놀아주고 돈을 받는 직업인 ‘PL’은 이를 테면 맹인을 위해 영화나 아름다운 경치를 대신 봐주고 경험을 들려주는 일을 한다는 것. 유노는 뒤가 개운치 않으면서도 최고급 스포츠카를 타고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두배나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유혹을 거절하지 못한다. 놀이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게임은 그러나 예상치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감수성 부족으로 CEO후보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대기업의 상무가 유노에게 불륜 체험을 의뢰하면서 소설은 현실과 놀이의 경계, 실존과 정체성에 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감정을 연기하고, 심지어 성별을 바꾸는 PL들의 삶을 통해 어쩌면 우리 모두 가상현실을 사는 플레이어일지 모른다는 섬뜩한 자각을 느끼게 한다. 소설은 ‘축복의 섬’프로젝트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 추리소설 형식을 띠고 있어 술술 읽힌다.1995년 ‘상상’에 ‘살아있는 죽은 여인’으로 등단한 작가는 첫 장편 ‘반복’과 소설집 ‘숨쉬는 새우깡’에서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영화적 상상력으로 주목받았다.95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과학]우리 몸의 머리카락은 모르는게 없다

    [과학]우리 몸의 머리카락은 모르는게 없다

    최근 서울 방배동 프랑스인 빌라에서 발생한 영아 시체 유기사건 수사를 통해 한국 경찰의 과학 수사력이 주목받았다. 현장에 남아 있던 머리카락 세포가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과연 머리카락 속에는 어떤 비밀이 담겨 있기에 범인이 꼼짝할 수 없었던 걸까. 한편 가을이 깊어가면서 낙엽처럼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더욱 두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머리카락은 왜 빠지며 유독 이맘 때 더 심한 걸까? 곱슬머리와 파마는 어떻게 다를까? ●머리카락은 과거 저장 창고 머리카락은 죽은 세포들의 집합소라 할 수 있다. 모근(毛根)의 밑쪽에 있는 둥근 모양의 모구(毛球) 안의 세포가 분열해 새로운 세포가 생겨나면 자연스레 노화된 세포를 밀어올린다. 이때 죽은 세포들은 단백질인 케라틴으로 변해 서로 응축되면서 머리카락을 형성하는 것이다. 때문에 머리카락에는 DNA 정보는 물론 죽기 전 세포 상태가 고스란히 저장돼 있다. 예컨대 머리카락을 10년 동안 길렀다면 그 동안의 세포 정보가 모두 머리카락에 담겨 있다. 게다가 머리카락 겉 표면은 큐티클이라는 특수한 층으로 덮여 있어 안에 담긴 정보들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다. 이로 인해 머리카락을 분석하면 혈액형은 물론 마약 등 약물 복용 사실, 중금속 오염 여부 등을 정확히 파악해 낼 수 있다. 또한 오래전 사망한 시체 등의 사망 원인과 친자 확인 여부 등을 추정하는 데도 활용된다. 우리 몸의 영양상태를 파악하는 건강검진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곱슬머리가 생기는 이유 우리나라 국민의 3분의2 이상이 곱슬머리라고 한다. 곱슬머리가 생기는 원인은 우선 유전적인 원인 때문이다. 곱슬머리는 곧은 머리카락에 비해 우성(優性)이기 때문에 많이 나타난다. 또 후천적 원인도 있는데, 성장하면서 성호르몬 등 체질이 바뀌거나 머리카락의 발육이 부진할 때 생겨나게 된다. 곱슬머리와 곧은 머리카락의 가장 큰 차이는 단면의 모양이다. 곧은 머리카락의 단면은 원형이다. 반면 곱슬머리는 그 단면이 납작한 타원형 모양이 많다. 즉, 머리카락이 처음 돋아날 때부터 구부러져 나오기 때문에 곱슬머리가 되는 것이다. 예컨대 방앗간의 가래떡 기계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기계에서 떡이 나오는 구멍이 원형으로 고르게 정리돼 있으면 떡 또한 곧게 나오게 된다. 그러나 구멍의 일부를 막으면, 막은 쪽과 그렇지 않은 쪽과의 속도 차이가 생겨나면서 떡의 모양이 꼬불꼬불해진다. 겉보기에 곱슬머리는 광택이 없고 항상 푸석푸석한 느낌이 드는데, 이것도 머리카락이 뒤틀려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파마는 ‘산화-환원’ 반응 원리 머리카락 속에는 많은 단백질들이 서로 엮여 있다. 이 단백질의 주성분은 ‘케라틴’으로 시스틴(cystine)이라는 아미노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시스틴 분자는 ‘황결합’이라 불리는 분자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머리카락이 일정한 모양을 유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파마약은 흔히 약한 염기성으로 만든 ‘티오글리콜산’이라는 화합물의 수용액으로, 이 분자 결합을 끊는 환원제의 역할을 하게 된다. 평소 공고하게 유지돼 있는 황분자 결합의 고리를 끊어 머리카락을 원하는 대로 휘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다음 중화제라고 부르는 산화제를 바르면 다시 분자들이 휘어진 상태로 결합되면서 영구적인 웨이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즉, 파마약이 먼저 환원반응을 일으킨 다음 다시 중화제가 산화반응을 일으키면서 웨이브가 만들어진다. ●머리카락은 왜 빠지나. 우리 몸은 두피에 있는 10만개가 넘는 모낭 세포를 통해 1년에 16㎞가 넘는 머리카락을 만들어 낸다. 개수로는 10만개가 넘는다. 머리카락의 평균수명은 남자가 2∼4년, 여자는 4∼6년 정도다. 머리카락은 발생-성장-퇴화-휴지기라는 라이프 사이클을 갖고 있다. 머리카락이 하루에 50∼100개 정도 빠지는 것은 정상이다. 문제는 하루에 이만큼이 나지 않으면 대머리가 된다는 것이다. 즉, 건강한 사람의 경우 성장 단계의 머리카락이 70%, 퇴화단계의 머리카락이 30% 정도의 비율로 유지된다. 이 비율이 무너져 역전되는 현상이 곧 대머리이다. 동물에서는 일부를 빼고 거의 대머리를 볼 수 없는데, 이는 계절마다 털이 한꺼번에 빠지고 다시 돋는 털갈이를 하기 때문이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고촌상’에 차우한·줄루 첫 영예

    장학재단인 고촌재단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결핵퇴치 국제협력사업단과 공동으로 ‘고촌상(Kochon Prize)’을 제정하고 1일 첫 수상자를 선정, 시상했다. 1941년 종근당을 창업한 뒤 당시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던 결핵 치료제를 자체 기술로 생산, 국내 시장에 보급하는 등 평생 결핵퇴치에 이바지했던 창업주 고촌(高村) 이종근 회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만든 국제적인 상이다. 이 상은 결핵 퇴치에 공헌한 개인이나 기관, 단체를 선정해 매년 시상하며, 수상자에게는 10만 달러 상당의 상금이 주어진다. 제1회 수상자로는 인도에서 결핵 퇴치에 헌신한 인도 보건부 엘에스 차우한 결핵담당 부국장과 세계적인 결핵 및 에이즈 퇴치운동가인 잠비아 카라-카브웨 프로그램(에이즈 상담·봉사활동 비영리단체)의 윈스턴 줄루 대표 등 2명이 선정됐다. 시상식은 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37차 국제 항결핵 및 폐질환연맹(IUATLD) 세계총회에서 있었다. 고촌재단은 1973년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과 장학사업을 통한 사회봉사를 목적으로 고(故) 이 회장이 사재를 들여 설립한 비영리 장학재단으로 지금까지 33년 동안 모두 5337명에게 135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장학사업을 펴오고 있다. 고촌재단 측은 “창업 정신을 살려 고촌상을 제정했다.”며 “이 상이 인류가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데 작은 보탬이라도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용인 ‘나홀로 아파트’ 못 짓는다

    ‘난개발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받아온 용인시가 건축허가가 난 아파트도 착공에 제동을 거는 등 아파트 신축사업을 큰폭으로 억제하기로 했다. 용인시는 20일 난개발 지역으로 낙인찍혀 시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며 이같은 불명예를 씻기 위해 앞으로 시가 요구하는 제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아파트 인허가를 내주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는 대규모 택지개발이 계속되면서 이들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주변에 소규모 ‘나홀로’ 아파트들이 무분별하게 생겨나 도시기반시설 부족 사태를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수지지구를 중심으로 한 시 서북부지역의 난개발에 대해서는 시가 중점 관리해 난개발을 원천 봉쇄해 나갈 계획이다. 시는 이미 허가가 난 아파트 건설사업이라 하더라도 처음부터 사업계획을 재검토해 기반시설이 충분하지 않거나 자연환경 및 주민 생활환경이 열악하면 착공신고서 등을 접수하지 않을 계획이다. 아울러 시는 아파트 건설을 위해 이미 주거용지로 용도가 변경된 토지도 재검토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면 자연녹지 등 원래 용도로 환원조치한다. 이 때문에 용인시 관내에서 신규 공동주택을 지을 경우 인허가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시가 내놓은 이같은 초강경 정책은 용인시의 관문인 죽전사거리와 풍덕천사거리의 교통체증이 갈수록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데 따른 극약처방으로 알려지고 있다. 죽전지역 아파트주민들은 죽전사거리 양편에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 대규모 유통매장까지 들어서 지옥체증에 시달리고 있다. 출퇴근은 물론 주말의 역체증 현상까지 겹쳐 옴짝달싹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를 반영하듯 시는 지난 지방선거 이후인 7월1일 이후부터는 아파트 신규사업을 단 한건도 허가해 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건축허가가 난 것은 행정기관의 잘못임에도 건설회사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정지영 아나운서 “사회적 물의 일으켜 죄송하다”

    정지영 아나운서 “사회적 물의 일으켜 죄송하다”

    ‘마시멜로 이야기’ 대리 번역 논란을 일으킨 정지영 아나운서가 19일 진행 중인 방송 프로그램들에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같은 날 밤 늦게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정 아나운서는 19일 밤 11시 40분경 보도자료를 통해 “많은 분께 염려와 걱정을 끼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곧바로 입장을 밝혔어야 하지만 출판사 측에서는 또 한 명의 번역자를 알리지 않은 자신들의 잘못이니 해명을 통해 이 일을 정리하겠다는 의사를 사과의 뜻과 함께 전했다”는 정 아나운서는 “출판사 측의 사실해명으로 정리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출판사가 이를 이행했기에 진행 중인 프로그램을 통해 짧게 입장을 밝히는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 처음부터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잘못을 충분히 인정한다”며 “이 시간을 겪으면서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진행중인 프로그램 담당자들과 방송국에도 심려를 끼쳐드려 마음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문제의 책 ‘마시멜로 이야기’를 통해 얻은 수익 8,100만원 전액은 사회 환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현재 정 아나운서는 SBS에서 진행 중인 라디오 ‘스위트 뮤직박스’와 TV ‘맛 대 맛’ 제작진에 사의를 표했고 제작진 역시 이를 수락한 상태다. 한편 정지영의 소속사 티엔엔터테인먼트도 함께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처음 ‘마시멜로 이야기’ 번역 제의를 받고 정중히 거절했지만 용기를 내 하기로 했었다”면서 “출판사에 원고를 넘긴 후 최종 원고를 다시 받았을 때 소속사에서 보낸 번역본에 내용이 첨삭돼 훨씬 매끄럽게 다듬어져 있었으나 번역 작업을 처음 한 정지영 씨로서는 출판사 편집부에서 다듬었다고 생각했지 다른 번역자가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정지영 씨를 사랑해주는 많은 분들과 방송국 관계자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마시멜로 이야기’ 사건이 발생한 직후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해 정지영 씨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점 죄송하다”고도 전했다.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 [사설] 사회통합 기대되는 ‘삼성고른기회재단’

    삼성이 지난 2월 사회에 환원한 8000억원을 운용할 장학재단이 ‘삼성고른기회교육재단’(이사장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이란 이름을 달고 출범했다. 삼성 사회환원기금은 지난 8개월동안 용처와 운용주체를 놓고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 돈이 마침내 개인·지역·계층간 교육격차 해소와 사회통합을 위해 쓰이게 됐다니 참 반가운 일이다. 기금의 출연은 어두운 데서 출발했지만 결실은 밝게 맺어지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재단은 소외계층의 교육기회 확대를 위한 장학사업과 복지 친화적 교육여건 조성사업이라는 두 가지 큰 목표를 정했다고 한다. 신 이사장을 비롯한 사계(斯界)의 명망가들이 재단의 이사와 감사로 참여한 만큼 이같은 사업목적을 차질없게 성실히 수행해 주리라 믿는다. 또한 신 이사장의 말대로 재단의 장학활동이 교육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되고 사회통합 및 신뢰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삼성에 이어 현대자동차가 지난 4월 국민에게 약속한 1조원의 사회환원기금도 이른 시일내 출연 및 운용주체가 확정돼 뜻있는 곳에 쓰였으면 한다. 아울러 기업의 거액 사회환원이 불미스러운 일에서 비롯되는 사례가 다시 없기를 바란다. 대기업들은 한 해에 수백억, 수천억원씩의 기부금을 내고 있다. 그러나 열에 하나 이것이 잘못을 덮기 위한 방편이라면 결코 반갑지 않다. 기업이 떳떳하게 돈을 벌어서 깨끗한 마음을 담아 사회에 되돌려줄 때, 그 진가는 더 빛나고 고마움은 더욱 큰 법이다.
  • “배당·투자논쟁 시기상조 기업투명성 먼저 높여야”

    “주주들에게 배당을 할지, 미래를 위해 투자할지 논쟁하기에는 우리 기업들의 경영 행태가 투명하지 않다. 이런 논쟁은 시기상조라고 본다.”이원일 알리안츠자산운용 사장은 1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하성펀드(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로 불거진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과 장하성 교수의 논쟁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알리안츠자산운용은 2004년부터 국민연금·사학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자금 2500억원을 8개 기업에 투자, 기업지배구조개선을 통한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로부터 펀드의 높은 수익률(10일 현재 92.75%)을 인정받아 표창장도 받았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도 운영하는 등 기업지배구조펀드의 원조격이다. 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는 일반 펀드에 비해 운용비용이 많이 든다. 주식을 사기 전 경영진을 만나 지분 취득 의사를 타진하면 “필요없다.”는 면박이 대부분이다. 이 경우 경영진의 개선 의지가 없어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 해당 기업을 찾는 데 들어간 조사 비용만 허비한 셈이다. 투자가 시작되면 한달에 한번씩 회사를 방문하고 분기마다 재무제표, 이사회 회의록 등을 통해 요구사항이 반영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경영 전반을 들여다 보니 경영진의 심기를 건드리기 일쑤다. 이 사장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을 정도로만 엄청 싸운다.”면서 “내가 부순 사장실 문이 서너개는 될 것”이라며 웃었다. 이런 경험으로 비춰볼 때 우리나라에서는 투자·배당논쟁을 할 시점이 아직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지금 100원의 배당금이 10년 뒤 1000원의 이익으로 환원된다는 보장이 있어야 하는데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투자가 반드시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예도 있지만 투자를 가장해 소유주의 사익을 챙기는 경우도 많다. 이 사장은 K그룹의 한 계열사는 다른 계열사의 골프장을 인수하면서 프리미엄을 40%나 줬다고 지적했다.L그룹은 오너 소유의 비상장사를 사들이면서 장부가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였다고 했다. 투자 결정을 감시하는 주체들이 많아져 이같은 형태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때에만 투자·배당논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사장은 “주식시장에서 기관 비중이 높아지면서 기업지배구조개선에 대한 요구도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 과정에서 기관투자가들이 주주 권익에 반하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반대표를 던지고, 때로는 적대적 인수·합병(M&A)에도 참여하는 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8000억 운용 ‘삼성 고른기회교육재단’ 출범

    삼성의 사회환원기금 8000억원을 운용할 장학재단의 명칭이 ‘삼성고른기회교육재단’으로 확정됐다. 재단은 13일 오후 첫 이사회를 열어 재단의 명칭을 이같이 확정하고 이사장에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을 선임했다. 재단은 교육소외 계층의 실질적인 교육기회 확대를 위한 장학사업과 복지 친화적 교육여건 조성사업을 사업목적으로 정했다. 이를 통해 개인간·지역간·계층간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사회통합 및 국가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재단은 내년부터 농·산·어촌지역, 저소득층 및 외국인 유학생 등을 대상으로 장학금 지원뿐만 아니라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수행한다. 신 이사장은 “우리 사회의 교육기회와 혜택의 불평등은 개인소득의 불균형으로 직결되고, 그것은 사회 양극화 현상으로 나타나 우리 사회의 통합과 신뢰기반을 무너뜨리는 한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교육소외 계층에 대한 지원과 관심은 매우 의미있고 중요하다.”고 말했다.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열린세상] ‘사회적 기업’의 육성이 시급하다/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장

    최근 우리나라는 여러 사회변화의 영향으로 사회서비스 욕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사회서비스란 개인 또는 사회전체의 복지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회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말한다. 보육, 아동·장애인·노인 보호, 간병 등과 같은 보건복지서비스와 방과후 활동과 같은 교육서비스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 사회는 급속한 고령화 진행으로 치매·중풍 노인 등에 대한 간병 및 수발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함께 보육, 가사, 방과후 활동 등의 돌봄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면서 사회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사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서민층은 욕구는 있으나 구매력이 부족하고, 사회보장범위가 충분치 않아 불편을 겪고 있는 반면, 중상층의 경우는 구매력은 있으나 원하는 수준의 서비스 구매가 곤란하여 만족감이 떨어지고 있다. 그 결과 치매·중풍 환자 발생에 따른 가정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으며, 심한 경우 형제간 갈등, 가정불화 및 가족해체까지 초래하고 있다. 이와 같이 만족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양질의 다양한 사회서비스 공급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나라 사회복지가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기초적 지원에만 치중하고, 일반 서민 및 중산층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한 보편적 서비스에는 소홀한 데서 기인한다. 앞으로 잠재수요가 큰 일반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지원체계가 강화되어야 한다. 구매력이 충분한 상위소득계층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되어야 한다. 사회서비스 확대는 고용확대를 가져올 수도 있다. 경제 성장의 둔화와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고용창출 능력이 저하되고 있는 시점에서 고용을 높일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사회서비스 분야가 전체 고용창출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늘어난 취업자 중에서 약50%가 사회서비스 분야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고용비중은 13.1% 정도로, 선진국의 20∼25% 수준과 비교해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선진국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사회서비스 부문 고용비중이 증가하였다. 특히, 여성 일자리가 대폭적으로 확대되었는데,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형 사회로 발전하면서 사회서비스 고용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 사회적 일자리는 국가의 재정지원에만 의존하여 단기적 임시직으로 저임금 일자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민간과 공공의 자원이 결합된 제3섹터에서의 사회적 기업이 모색되어야 한다. 사회적 기업은 영리적인 기업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창출된 수익은 사회적 목적을 위해 환원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사회서비스를 제공하여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면서 동시에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는 사회적 기업 방식은 선진복지국가의 일반적 추세가 되고 있다. 특히, 일을 통한 복지(workfare)라는 차원에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국가의 전통과 이념에 따라 시장 지향적인 기업의 성격이 강한 방식이 있고, 정부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방식이 있지만, 어느 경우든 국가의 복지재정이 절감되고 사회 서비스는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도 소규모 사회적 일자리 사업 중에서 전망이 있는 사업을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지원하여 기업으로 발전시키는 사회적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는 계류 중인 사회적기업지원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빠른 시일 내에 하위법령의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사회적 투자자를 발굴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기업인 스스로도 경영역량을 강화하여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장
  • [열린세상] 인문학과 초가을/ 이덕연 연세대 헌법학 교수

    ‘혁업불이´(革業不二), 과천 정부종합청사의 복도 게시판에서 본 표어다. 문법에 맞는 표현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발음부터 뭔가 편하지 못하다. 지나치게 급하고 격하게 다그치는 듯한 느낌이 마뜩하지 않다. 궁리 끝에 표어를 만들고 벽에 붙인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중앙행정기관의 품격을 느끼기에는 너무 멋과 맛이 없다. 커다란 성냥갑 세워 놓은 듯한 청사의 모양새만큼이나 인문학적 상상력과는 거리가 멀다. 혁신이 자발적인 참여와 자기계발을 통해 지속적으로 실천되기 위해서는 치열함과 함께 부드러움과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단호하기보다는 오히려 부산하기만 한 듯하고, 심중(深重)과 겸손보다는 경솔과 오만한 과시만이 두드러져 보인다. 모든 사물이 다 그러하지만, 특히 중대한 것을 새롭게 바꾸는 것은 우선 멈추어 서서 스스로를 조용히 돌아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신동엽 시인이 “덜 여문 사람은 익어가는 때, 익은 사람은 서러워하는 때’라고 한 ‘초가을’에 고려대 인문학 교수들의 ‘인문학선언’에 이어서 전국의 인문대 학장들이 모여서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그들이 인문학 위기의 한 근원으로 지적한 ‘무차별적인 시장’에서 기대한 만큼의 반향은 불러일으키지 못하였지만, 적어도 계절에 어울리는 이런저런 인문학적 고민거리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효과는 있었다. 법학 전공인 필자의 이 글도 작지만 그에 대한 분명한 증거로 기록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성명서’의 절박한 분위기를 비웃듯이 ‘인문학의 위기가 아니라 인문학자들의 위기가 아닌가?’라는 반문과 함께 발전위원회와 기금을 설치하라는 주문에 대해서는 비아냥거림조차 없지 아니하다. 물론 칠판과 백묵만 있으면 된다(?)는 무모한 계산법에 따른 이른바 ‘문사철’(文史哲) 등 인문전공학과의 과잉공급의 문제는 정책의 실패와 대학경영자의 잘못된 선택의 결과일 뿐이다. 또한 ‘궁이불변’(窮而不變)의 소극적인 자세로 통(通)하기를 바라기에는 시장은 냉정하고 약다. 유감이지만 그것이 시장이고,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엽적이고 피상적인 지적들은 도움이 되기는커녕 자칫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기 쉽다. 환원론적으로 전부가 규정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인문학자의 위기는 상당 부분 인문학의 위기이고, 인문학의 위기는 전체 학문과 예술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좋은 삶’의 가치와 희망을 창출, 교환하고, 교환을 통해 확대재생산하는 과정인 문화의 실종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우리가 직면하고 결단해야 할 것은 보다 근본적인 모순이고, 큰 문제다.‘과기산’(科技産)복합체의 본능과 계략에 의해서 거의 장악되어 버린 험한 세상과 세계화의 거친 물결을 넘어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계곡에 다리를 놓는 과제다. 이상을 외면하는 맹목적인 현실과 현실을 무시하는 허망한 이상이 선택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면, 물질과 정신, 학문과 예술 및 종교, 과학과 인문학도 마찬가지다. 하나(一者) 속의 여럿(多者)이 같지만 다르고, 구별되지만 분리되어 있지는 않고, 연결되지만 서로 우열을 다투지 않는 상생과 조화의 통합학문, 즉 ‘문화과학’만이 유일한 길이고 답이다. 과학 중심의 ‘학문통합’(consilience)의 가능성과 필연성을 주장하는 에드워드 윌슨에 대하여 웬델 베리는 ‘삶은 기적’이라는 믿음을 갖고 되묻는다.“만일 우리가 ‘우주의 진정한 낯설음’을 파악하고도 농사짓는 법을 잊어 먹는다면 얻는 것이 무엇인가?” 그렇다! 성운의 존재법칙을 알아낸들 ‘별을 노래하는 마음’이 없고,‘별이 바람에 스치우는 소리’를 듣고 보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혁업불이’에 대한 공연한 시비도,‘인문학 성명서’에 대한 쓸데없는 되새김질도 딱히 이유는 없지만 대충 용서가 될 것으로 여겨지는 차분하고 넉넉한 인문의 계절, 가을이라 한번 해 본거다. 이덕연 연세대 헌법학 교수
  • 한국 장기공연 앞둔 日극단 시키의 ‘라이온 킹’ 시연회

    한국 장기공연 앞둔 日극단 시키의 ‘라이온 킹’ 시연회

    |도쿄 강아연특파원|사바나의 태양은 말 그대로 붉게 꿈틀거렸다. 국내 첫 뮤지컬 전용관 독식 가능성, 장기 공연으로 인한 뮤지컬 시장 재편 움직임 등 갖가지 우려를 뒤로 한 채, 지난달 30일 극단 시키(四季)의 한국어판 ‘라이온 킹’시연회가 일본 도쿄 하루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오는 28일 서울 잠실 샤롯데극장에서의 개막에 앞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재일교포, 유학생, 한·일 양국 언론인 등이 대거 참석해 ‘라이온 킹’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아프리카 대초원을 재현한 무대는 과연 듣던 대로 장관이었다.2시간30분에 걸친 공연 내내 잠시도 눈을 떼놓을 수 없을 만큼 흡입력을 발휘했다. 특수 동물 분장을 한 배우들은 다리 관절의 움직임까지 섬세하게 포착해냈다. 전용극장의 이점을 보여주는 듯, 다양한 장치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무대조명연출은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이에 더해 객석 통로를 걸어 나오는 새떼, 하이에나 무리 등은 흡사 극장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던져주었다. 전반적인 내용은 어디까지나 디즈니의 오리지널 버전을 원칙으로 해서 이뤄졌다. 그러나, 한국적인 색채의 가미도 잊지 않았다. 대본 감수를 맡은 김정옥(전 국제극예술협회 세계본부 회장)씨는 “생명의 순환이란 주제가 윤회 사상과 상통하고, 무대도 동양적 미학을 곳곳에 담고 있다. 계약상 제약이 있지만, 대사 감수를 통해 한국적 묘미를 살리려 애썼다.”고 말했다. 출연진은 기존 시키 소속 60명과 오디션을 통해 새로 합류한 30명 등 총 90여명. 실력 위주 캐스팅에 힘입어 신인도 당당히 주역을 꿰찼다. 주인공 심바 역의 이경수, 주술사 라피키 역의 차지연은 무명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을 보여줬다. 시연회 후 간담회에서는 역시 전용관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샤롯데와의 계약기간을 묻는 질문에 아사리 게이타 (극단 시키 예술총감독) 대표는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이라고 답변했다. 아사리 대표는 “한해 드는 비용만 총 215억원이다. 손익분기점은 1년 정도로 본다. 만약 흑자가 나면 배우 트레이닝 센터를 짓는 등 전적으로 한국에 환원할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라이온 킹’ 오디션 참가시 3년간 국내 작품 출연 배제를 표방한 뮤지컬협회 측에 대해 배우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문화마케팅센터 풍류일가 김우정 대표는 “이번 위기를 국내 뮤지컬계 제작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디즈니가 왜 한국과 라이선스 계약을 하지 않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장기공연을 감당할 만큼의 제작여건이 마련돼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키의 사례처럼 전용관, 연습장 건립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연회는 완성도 면에서 완벽하지는 않았다. 의상이 벗겨지는 해프닝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지만, 아버지 무파사의 죽음 장면에서 아역 심바의 미숙한 감정 처리는 자연스러운 극 흐름에 흠집을 내는 요인이 되었다. 이런 몇 가지만 보완한다면,‘라이온킹’은 의미 있는 공연으로 한국에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rete@seoul.co.kr
  • 전화 붙들고 직장체험?

    전화 붙들고 직장체험?

    김모(17·고3)양은 지난 8월 KT의 한 지사에서 직장체험 연수를 시작했다가 불과 이틀 만에 그만뒀다. 체험의 취지와 동떨어진 텔레마케팅 업무에 배치된 탓이다. 김양은 “생생한 직장 체험을 할 수 있을 줄 알고 갔지만 하루 종일 전화통을 붙들고 있는 단순노동밖에 안 주어졌다.”고 말했다. 김양처럼 올들어 KT에서 연수를 한 학생들은 대부분 요금 납부일자 변경안내, 반송고지서 주소확인, 고객불편 청취 등 전화 업무만 해야 했다. 노동부의 ‘청소년 직장체험 프로그램사업 시행지침’에 따르면 연수생들에게 텔레마케팅이 맡겨져서는 안 된다. ●2개월간 전화교환원만 시켜 올 3월부터 한 고용지원센터에서 일한 박모(17·고2)양도 2개월간 전화교환원 노릇만 하다가 연수를 끝냈다. 김모(17·고3)양은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2개월 내내 컴퓨터 자료 입력만 했다. 1일 제종길(열린우리당) 의원이 국정감사에 맞춰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청소년 직장체험 프로그램 운용실적(2002년∼올 7월)을 분석한 결과, 청소년 대부분이 체험연수라는 근본 취지와 달리 단순노동에 투입돼 사실상 해당기관의 사무보조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연수생 31만 7187명의 53.8%인 17만 560명이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 공공 부문에 배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지침에는 공공 부문 투입은 가급적 전체의 35%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돼 있다. 공공 부문에 투입된 연수생의 78% 이상이 ‘총무직’ 혹은 ‘사무보조직’이었다. ●공공기관선 하루종일 컴퓨터 입력만 청소년 직장체험 프로그램은 청소년에게 다양한 현장 연수를 통해 직업능력을 개발하고 경력을 키워 준다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통상 하루 4시간 근무에 월 30만원을 받는다.‘인턴취업지원제’와 ‘연수지원제’로 나뉘어 시행돼 오다 인턴취업지원제는 각종 부작용 때문에 없어지고 올해부터 연수지원제만 남았지만 여전히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 공기업에서 연수받은 이모(18·고3)양은 “나를 포함한 연수생 150여명이 대부분 전화교환, 잔심부름만 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한 지역 고용지원센터의 경우 전체 30명 중 14명을 연수생 기관배치나 직업상담 업무에 투입했다. 한 정부 산하기관에서 연수를 받은 11명 중 5명은 하루 종일 컴퓨터 입력만 했다. ●“실업난해소 도움” 원래 취지 살려야 대기업 등 민간부문에서 연수를 한 학생들도 부적절하게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연수생들은 “1일 4시간, 월 30만원을 받고 아르바이트로 일을 했을 뿐 연수를 받았다는 느낌은 없었다.”,“연수생으로 들어갔지만 하는 일은 정규직과 똑같았다.” 등의 불만을 토로했다. 제종길 의원은 “청년층의 실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직장체험과 연수라는 좋은 경험을 제공하도록 하는 제도의 취지는 좋으나 본래의 목적에 맞게 제도가 시행될 수 있도록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증권거래소 내년 4월 상장

    증권선물거래소가 이르면 내년 4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될 전망이다. 이영탁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은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달중 기업공개(IPO) 실무작업을 맡을 상장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주간사 선정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상장추진위는 독점이윤 배분, 전산시스템 통합 등 금융당국과 협의 과정에서 논란을 빚어온 사안을 조율하게 된다. 공익기금출연 규모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의 총자산은 1조 3000억원으로 자본금 1000억원을 빼면 잉여금이 1조 2000억원이다. 이 잉여금은 거래소가 공공성을 이유로 독점체제를 보장받으면서 투자자들로부터 거둬들인 것이다. 이 점에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제기됐고, 그 규모에 대해 마찰이 빚어졌다. 거래소는 2000억원 수준이 적정하다는 입장인 반면 금융감독당국은 그 이상을 요구해왔다. 거래소는 주간사를 통해 IPO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상장추진위의 결론이 나오는 대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에 상장사 표준정관 개정 및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거래소는 상장이익 배분과 적정 유동성 확보를 위해 100% 무상증자를 실시한 뒤 증자분 전량을 공모, 일반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에게 팔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이 경우 거래소의 예상 주가를 4만원대로 보고 있다.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사회공헌 우수기업 특집] CJ-지역밀착형 사회봉사 활발

    [사회공헌 우수기업 특집] CJ-지역밀착형 사회봉사 활발

    CJ 케이블넷이 실시하는 사랑나눔 캠페인이 지역 밀착형 사회복지의 모범사례로 부각되고 있다. CJ 케이블넷은 각 지역에 기반을 둔 유선방송사업자(SO)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자원봉사활동을 활발히 펴고 있다. 도시락배달·시설 방문 등이 대표적이다. 또 11개의 프로그램 공급자(PP)와 공동으로 ‘사랑은 희망입니다.’라는 불치병 어린이를 위한 성금 모금 방송을 하고 있다. 모금액 5억원을 백혈병·뇌성마비 등으로 고생하는 6명의 어린이들에게 전달했다. CJ 케이블넷은 지난해 9월부터 사업수익 1%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그동안 3억원을 기부했다.CJ 케이블넷은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장학금, 교육구입비, 수학여행비 등과 함께 학습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사회공헌 우수기업 특집] 신한은행-모든 영업점 릴레이 나눔사랑

    [사회공헌 우수기업 특집] 신한은행-모든 영업점 릴레이 나눔사랑

    신한은행은 2005년부터 은행 최초로 ‘사회책임보고서’를 발간하며 사회책임경영을 실천해 오고 있다. 신한은행은 ‘따뜻한 세상,‘밝은 세상,‘함께하는 세상’이라는 구호 아래 사회복지, 학술교육, 자원봉사, 환경보전, 문화예술, 체육진흥, 공익상품 개발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공헌 사업을 통해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신한은행 봉사단’(단장 신상훈 은행장)을 설립했다. 봉사단은 전통문화 보존, 아름다운 동네 가꾸기, 미래세대 육성이라는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모든 영업점에서 문화재지킴이 활동, 사회복지시설 자원봉사, 인간사랑 참여 캠페인, 결식아동 지원, 사랑의 연탄·김장 나눔, 긴급 재해복구 지원 등 릴레이식 나눔사랑을 실시하고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儒林(696)-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42)

    儒林(696)-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42)

    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42) 사량좌의 제자로는 호안국(胡安國)이 있고, 호안국의 제자로는 아들인 호굉(胡宏)이 있고, 호굉의 제자로는 장식이 있었는데, 주자는 장식을 만남으로 인해 지금까지 스승 이연평으로부터 배운 도남학의 신유학뿐 아니라 호남학풍까지 섭렵함으로써 마침내 ‘마음이 얼음 녹듯 풀어지며 성현들의 오묘한 가르침이 이와 같이 평이하고 명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일찍이 주자는 스승 이연평으로부터 성인의 인격을 ‘융석(融釋)’과 ‘쇄락(灑落)’의 경지로 생각하고 이 비유에 대한 설명을 ‘연평답문’을 통해서 가르침받고 있었던 것이다, ‘융석’과 ‘쇄락’은 ‘얼음이 녹아 풀어져 막히지 않고 시원해진 상태’를 가리키는 말인데, 스승 이연평은 ‘얼음과 물’은 같은 물질이지만 ‘얼음’은 딱딱하고 정제되어 있어 타자들과 부딪치면 갈등과 대립을 야기하지만 ‘물’은 어떤 타자와 만나든 그에 맞추어 자신의 모양을 바꿀 수 있는 유연성을 갖고 있으므로 ‘얼음’의 편벽되고 치우치는 의식을 성인의 인격인 ‘물’의 경지로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아마도 ‘도리에 대해 꿰뚫어 보게 될 수 있음’을 설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꿔 말하면 얼음과 물은 상이한 두 실체(substance)가 아니라 하나의 실체가 가지는 두 양태(mode)이므로 인간은 누구나 노력하면 공자와 같은 성인이 될 수 있으며,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얼음과 같은 편벽된 마음을 ‘융석하고 쇄락’시키는 수양을 통해 물로 회복함으로써 가능하다고 스승 이연평은 가르침을 펼쳤던 것이다. 그러므로 주자가 ‘중화구설서’에서 ‘몇 줄 읽지 않아서 마음이 얼음 녹듯 풀어지며 감정과 본성이 본래의 모습과 성현들의 오묘한 가르침이 이와 같이 평이하고 명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은, 마침내 스승 이연평이 말하였던 ‘얼음과 물’의 비유를 통해 자신이 깨달음의 경지에 확철대오하였음을 선언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물론 ‘호남학’이니,‘도남학’이니 하는 구별은 사실상 철학적으로는 중요하지 않고 단지 직접적인 사제관계의 학맥을 말하는 것에 불과하였지만 주자는 장식을 통해 호남학을 접하게 됨으로써 두 학풍을 비판적으로 종합하여 자신만의 학설을 정립하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얼음을 물의 경지로 환원하는 깨달음의 종지를 얻게 되었던 것이다. 이 깨달음을 얻은 시기를 대충 주자의 나이 40세 때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중화구설서’에 나오는 ‘몇 줄 읽지 않아서 마음이 얼음 녹듯 풀어졌다.(凍解氷釋)’는 오도송(悟道頌)에서 근거한 것이었다. 실제로 주자는 1575년 46세 때 여조겸(呂祖謙)과 함께 이전의 선배 신유학자들의 철학을 ‘근사록(近思錄)’이란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해 낸다. 놀라운 것은 주자가 주돈이(周敦이), 장재(張載), 정호, 정이와 같은 생생한 선배 유학자들의 철학을 정리하는데 들인 시간이 불과 열흘 정도였다는 것이다. 열흘 만에 선배 유학자들의 철학을 총정리할 수 있는 주자의 놀라운 직관력은 몇 줄 읽지 않아도 마음이 얼음 녹듯 풀어지며 성현들의 오묘한 가르침이 이와 같이 평이하고 명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중화구설서’의 내용과 상통하는 것으로서 그런 의미에서 주자는 가히 천재적인 신유학의 집대성자였던 것이다.
  •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8) 자본주의와 소비사회의 비판에 대하여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8) 자본주의와 소비사회의 비판에 대하여

    미국의 거대한 자본주의에 늘 정신적 대립각을 세워 온 유럽은 자본주의의 극복이라는 명제를 3세대에 걸쳐 시도했었다.1세대의 극복시도가 마르크스와 엥겔스와 레닌으로 대표되는 공산주의 운동이었다. 이 운동은 소비에트 사회주의가 거대한 관료주의의 괴물로 치달음으로써 실패했다. 소련의 붕괴가 이를 입증한다.2세대는 네오 마르크시즘 운동으로서 관료화에 빠지지 않고 도덕적 이성에 의하여 소외로부터의 인간해방을 목표로 하는 아도르노, 마르쿠제, 하버마스 등 이른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철학사상을 기본으로 삼았다. 이들의 철학사상이 지닌 고매한 도덕적 이상주의에도 불구하고 나는 몇 가지 거리감을 지울 수 없었다. 첫째로 60년대 내가 유학생이던 당시의 한국은 아직도 고도자본주의 사회에로 진입할 기미도 없었던 저개발 최빈곤국이었다. 반대로 신좌파운동은 그들 사회가 이미 맛보고 있는 풍요한 고도자본주의를 바탕으로 삼고 그 자본주의를 극복하자는 것인데, 이들 사상을 한국사회에 적용하는 것은 20세기 프랑스 사회학자 레이몽 아롱이 경고한 ‘지식인의 아편’인 혁명적 관념의 유희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나는 떨쳐버릴 수 없었다. 둘째로 나는 이들이 주장하는 이상사회의 실현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현실성에 큰 의문을 가졌었다. 관념적으로 아무리 멋져도 현실적인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면, 나는 그것이 빛 좋은 개살구와 같다고 늘 생각했다. 더구나 인간사회는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는 연습장이 아니기에, 관념적 사유로 현실을 대체하겠다는 혁명적 발상을 나는 저어했다. 특히 1세대 ‘사회주의=관료주의’의 실패가 늘 나로 하여금 2세대 신좌파운동의 사상에 선 뜻 동의하기를 어렵게 했다. 더구나 그 당시에 나의 철학공부를 이끌어 주던 두 정신의 스승이 있었는데, 프랑스의 메를로-퐁티와 가브리엘 마르셀이었다. 전자는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했다가 소련의 스탈린주의가 실현하는 사회주의 혁명의 낭만적 허구를 보고서 이상주의 사상의 거짓을 고발한 철학자였다. 그는 또 현실역사가 이성의 빛과 의미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이 정리하지 못하는 애매모호성으로 엮어진다는 것을 서술하면서, 인간역사를 오직 의미의 역사로 환원하고자 하는 과잉 도덕적 명분주의를 비판했다. 그리고 후자는 가톨릭 철학자로서 인류의 역사세계가 이미 ‘깨어진 세계’인데, 그 세계에서 악을 박살내겠다는 결심으로 굳어진 절대선 지향이 결국 국가주의적 나치즘과 계급주의적 공산주의와 같은 광적인 격정의 정치체제를 만들게 된다고 고발했다. 다음 3세대의 자본주의적 비판운동이 다시 등장했다. 해방적 이성의 자기 소외극복 운동으로 마르크시즘을 승화시키려는 2세대 노력이 물거품으로 변한 마당에서 생긴 포스트 모던적인 운동이 3세대의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이미 너무 농염하게 성숙하여 마르크스주의로 새 사회를 창조하기가 어려운 경지에 이르러, 비마르크스적인 자본주의의 극복이 시도되었다. 이번에는 독일과 달리 프랑스의 푸코, 들뢰즈, 알튀세르, 보드리야르를 중심으로 한 사회사상의 운동이 생겼다. 이들 사상의 공통점을 몇 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지만, 자본주의적 정치권력의 상품적 대중화를 비판하는데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사상은 자본주의가 인간에게 심어 놓는 무의미한 허무주의적인 흐름을 그대로 빨리 노출시켜 자본주의가 허무주의로 종말을 맺게끔 하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하겠다. 이들은 약간씩 허무주의자들이다. 들뢰즈와 알튀세르가 좌우간 자살로 삶을 마감했고, 푸코가 에이즈병에 걸려 50대에 일찍 세상을 떠난 것도 특이한 일이겠다. 보드리야르의 사회사상을 잠시 훑어보자. 단적으로 보드리야르의 사회사상은 초월의 정신을 망각한 현대 소비사회의 정신부재의 경박성을 슬퍼하면서, 그런 삶의 경박성의 원인이 바로 소비사회의 자본적 본질인 모든 것의 기호화(signalization)에 있다는 것이다. 전통사회에서 물건은 어떤 가치에 대응했었다. 사용가치든 교환가치든 물건은 인간의 구체적 욕망의 충족을 만족시켜 주었다는 것이다. 집은 어떤 정신적이고 내면적 가치를 가족에게 주었었다. 그러나 이제 집은 단지 상상적인 상품의 기호적 가치만을 지시해서 헌 물건 버리고 새로 사듯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의 소비품목에 불과하다.TV프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앉아서 리모컨으로 쉽게 손가락 끝으로 바꾸듯, 모든 것은 소비자의 순간적 변덕에 따라 움직이는 기호와 같은 ‘환영’(幻影=simulacrum)에 불과하다. 고도소비사회에서 자동차도 기능가치로 소유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유행이나 삶의 스타일이나 허세나 으쓱대고 싶은 욕망의 환영을 만족시켜 주는 일시적 대용물일 뿐이다. 그런 욕망의 환영은 마치 옛 사회주의 소련의 한 청년이 서방 자본주의의 대명사 같은 블루진을 입고 다니거나, 아프리카 부시맨의 어떤 사나이가 비행기에서 떨어진 서방 콜라병을 무슨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싶어하는 그런 환영과 유사하다 하겠다. 중요한 것은 블루진이나 콜라병이 그 자체로서 의미를 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차이의 기호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소비사회에서 모든 이들은 다른 이들과 다른 어떤 기호의 환영을 소비하고 싶어한다. 마르크스가 비판한 자본주의의 본질은 노동과 정신적 가치 등 모든 것이 다 시장의 교환가치로 전환되어 상품화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마르크스의 비판이론은 이미 지나간 시절의 가치유물에 불과하고, 이제 사회는 모든 것이 기호적 교환과 같은 ‘흉내내기’(simulation)의 차원으로 전락하여 실재적 가치가 다 사라졌다는 것이다. 모든 흉내내기의 환영은 소비사회가 부추긴 차이화의 조작 코드에 인간이 멋모르고 덩달아 춤추는 껍데기에 불과함을 연상시킨다고 보드리야르는 진단한다. 차이화 코드는 소비사회가 소비자를 유혹하는 차별화 기호의 놀이에 해당한다. 그래야만 소비자가 차이의 환영 속에서 각각 섹시(sexy)해지기 위해 돈을 마구 쓴다. 섹시하다는 것은 소비시장에서 상품으로 잘 전달되기 위하여 남들을 유혹하는 기호고, 각자는 대중사회에서 차이를 표시하기 위하여 과감히 더 섹시하게 튀어 보이게끔 스스로를 기호화한다. 모든 이는 다 섹시한 차이를 연출하기 위해 환영을 좇는다. 보드리야르가 그의 저서 ‘소비사회’에서 기술한 것처럼 ‘소비는 기호(sign)가 흡수하고 기호에 의하여 흡수되는 과정이다.’ 모든 것이 영상으로 비쳐진다. 브라운관이나 컴퓨터의 화면, 유리처럼 투명하나 절연체와 같은 차가운 매체의 통로를 통하여 세상을 구경하거나, 백화점의 상품을 훑어본다. 충격적인 자동차 사고를 목격하고도 자동차 유리를 통하여 감정이 절연된 상태에서 구경하는 정도의 감정만 사람들이 갖는다. 서로 관여하는 진실이 우러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금방 지나가는 일시적 참상에 불과하고, 먼 나라에서 전쟁이 터져도 그것은 TV화면의 순간적 그림으로 보는 환영일 뿐이다. 사람들이 지하철에 우굴거리나 그들이 사람들이라고 여겨지기보다 오히려 사람들의 환영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냥 사람 비슷한 환영들이 득실거릴 뿐이다. 아무도 대중을 사람들의 실재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사회는 현실을 실제로 느끼지 않고, 차가운 기호로 대체되어 실제로 느낀 척 흉내낼 뿐이다. 보드리야르는 이런 소비사회를 형이상학적 근거를 상실한 ‘환영’의 사회,‘흉내내기’의 사회라고 불렀다. 이런 사회를 그는 또한 실재가 증발되고 환영이 진짜보다 살을 그 위에 더 덧붙이는 ‘초과실재’(hyperreality)의 사회라고 명명했다. 이 초과실재가 바로 환영이고 흉내내기의 허상과 같다. 그는 이런 환영의 흉내내기와 같은 기호가치(value-sign)만이 비대해진 소비사회에는 환영처럼 무수하게 지나가는 기호적 ‘초과실재’에 의하여 인격의 파탄이 내부에서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런 파탄을 그는 ‘내파적 폭력’(implosive violence)이라 불렀다. 예컨대 게임이나 쇼핑에 미친 사람이 상상적 초과실재를 현실로 착각하고 자기 내부에서 환영으로 배가 불러 파열한다. 본디 내파(內破=implosion)는 음운론적으로 외파(外破=explosion)에 대한 반대개념으로 영어의 ‘tap(탭)’,‘cut(컷)’에서 파열자음의 음가인 ‘t’,‘k’ 등이 첫 발음에서는 바깥으로 폭발하는 외파적 파열음이 되지만, 끝 발음의 파열자음인 ‘p’와 ‘t’는 밖으로 폭발하지 않고 안으로 파열이 잠기는 그런 음가를 지닌다. 이것이 외파음에 대한 내파음의 의미다. 과거의 문명은 마르크스의 분석처럼 외부의 모순(계급투쟁)으로 외파하는 구조를 지녔지만, 현대 소비사회의 본질은 스스로 인간이 기호처럼 흉내내기를 하다가 많은 기호에 헛배가 불러 내부에서 내파하여 폭발하는 폭력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보드리야르가 본 소비사회에 대한 허무적 진단이다. 자본주의를 극복하려는 3세대의 주장인 보드리야르의 사회학이 소비사회의 병을 진단하는 예리한 통찰력을 지니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나는 그의 사상이 소비적 인간사회를 구원하는 약이 아니고, 오히려 허무주의적 결말을 예견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풍요와 편리, 그리고 낭비와 배금주의를 동시에 가져온 이중적 얼굴의 자본주의를 극복하고자 하는 서구의 사상은 마르크스로부터 보드리야르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적 소비사회의 병리(病理)를 잘 보았으나, 그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생리(生理)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나는 늘 생각해왔다. 나도 그 생리를 알지 못해 많은 시간 헤맸지만, 최근에 해체적인 존재론적 사유가 자본주의의 극복을 위한 생리의 길이란 것을 터득하게 되었다. 자본주의의 이기적이고 물질적 소유론을 그 동안 서구는 도덕적 형이상학적 당위의 가치론으로 극복하려고 시도하였기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여겨진다. 마르크시즘이나 네오 마르크시즘은 자본주의의 본능적 소유론에 비하여 반본능적 정신의 소유론에 다름 아니다. 본능적 소유론을 치유하는 길은 역시 자연적 존재론에 의해서 가능하지, 인위적 당위론으로 불가능하다. 보드리야르의 허무론도 결국 형이상학적 실체의 붕괴를 소비사회가 촉진했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생긴 반본능적 형이상학적 소유론에 대한 그리움과 같다. 그러나 거기에 그의 사회학의 큰 약점이 있다 하겠다. 이것을 다음주에 더 설명하련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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