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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과부, 부실 사립대 퇴출 속도 낸다

    부실대학의 구조조정과 반값 등록금 실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겨냥한 정부 정책의 성패는 부실 사립대학의 퇴출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이주호 장관은 전날 국공립대 총장들과의 간담회에서 41개 국공립 대학 중 하위 15%의 대학에 대해선 학자금 대출을 제한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내년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을 올해 23개에게 50개로 늘리는 등 사립대학의 구조조정과 동시에 국공립대의 구조조정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또 사립대의 퇴출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예방책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부실대학의 구조조정 방안으로 잔여재산 귀속을 통한 법인 해산제도가 꼽힌다. 대학의 재산을 공익법인에 출연시키거나 재산 출연자 등에게 환원하고 법인을 해산하는 것이다. 재학생들은 국공립대로 통합시킨다는 복안도 준비됐다. 주로 초·중·고 사학법인에 한시적으로 적용했던 방식인데 대학 구조조정에도 이 같은 방법을 적용하려는 것이다. 결국 부실 사립대학의 재학생들이 국공립대로 몰려들 경우에 대비해 우선 국공립대의 몸집을 가볍게 만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교과부가 이 같은 사전작업까지 거치는 것은 전국 대학의 70%에 이르는 사립대학 가운데 부실대학으로 분류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과부가 전체 사립대 292곳에 대해 ‘사립대 경영진단’을 한 결과 27곳은 4개 등급 중 가장 낮은 D등급 판정을 받았다. A~D등급 중 D등급은 강제 퇴출 등이 필요한 ‘부실대학’을 의미한다. 또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실 징후 대학’인 C등급에 속한 대학도 78곳에 달했다. 결국 전체 사립대의 35.9%인 105곳이 당장 문을 닫거나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고교 졸업자 수가 대학 입학정원을 밑도는 2016년이 되면 부실대학은 신입생을 채우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문제는 사학재단 등의 반발이다. 2003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과감한 대학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선택적으로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겠다는 대학경쟁력 강화 방안을 밝혔다. 하지만 국립대 10곳만 통폐합되는 성과를 거뒀을 뿐이다. 또 2009년에도 퇴출 대상 부실대학 13곳을 선정했지만 강제 퇴출의 법적 근거가 없어 학교 이름조차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사립대 관계자는 “정부가 반값 등록금의 분위기를 타고 그동안의 숙원이었던 사립학교 구조조정의 칼을 꺼냈지만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열린세상] 한국의 ‘딥 팩터들’/장제국 동서대 총장

    [열린세상] 한국의 ‘딥 팩터들’/장제국 동서대 총장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대니얼 앨트먼은 최근 내놓은 ‘10년 후 미래’라는 저서에서 한 국가의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변하기 힘든 장애물을 ‘딥 팩터’라고 정의하였다. 지정학적 위치라든가 정치제도, 교육수준 등 단시간에 변화시킬 수 없는 것들이 여기에 속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고속성장 중인 지금의 중국이 장기적으로 성장의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보았는데, 그 요인은 유교라고 하는 변하기 어려운 문화적 장벽이 결국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는 어떤 ‘딥 팩터’를 가지고 있을까? 필자가 보기에는 우리나라는 세 가지 정도의 ‘딥 팩터’에 직면해 있다고 본다. 먼저 대립과 갈등의 정치구조라는 ‘딥 팩터’를 들 수 있겠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1970~80년대의 군부독재를 ‘피플 파워’로 종식시킨 ‘쟁취’의 산물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서슬이 퍼렇던 군부의 공포적 권위와 그들이 만들어 놓은 철의 제도에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일구어 낸 ‘항거의 DNA’가 우리가 자각하기도 전에 한국 정치문화의 한 중요한 코드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설득과 타협의 정치는 없고, 모든 사안에 대해 오직 ‘대립’과 ‘쟁취’가 난무하는 혼란의 정치판이 되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세간의 화두가 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 문제, 대검 중수부 해체 문제, 동남권 신공항과 과학벨트 유치 등을 둘러싼 죽기 살기식 지역 간 대립은 결국 살벌한 ‘쟁취’ 문화에 기인한 바 크다고 하겠다. 이러한 딥 팩터의 개선 없이는 언제나 혼란과 대립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불안한 사회가 계속될 것이다. 두번째 ‘딥 팩터’는 북한 문제일 것이다. 북한이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에 그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북한의 대남 행보에 따라 우리 사회는 큰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도 북으로 하여금 외투를 벗게 하지 못했고,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 정책도 북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게 하지 못했다. 북한은 남한의 대북정책의 허술한 부분을 집요하게 찾아내어 공격의 대상으로 삼고, 그것을 통하여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대북문제만큼은 국가 지도자들이 정파에 관계없이 지혜를 모아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북한이 남한의 대북정책을 가지고 장난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민족의 운명이 걸려 있는 대북정책이 정권에 따라 우왕좌왕하는 것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딥 팩터’는 불완전한 자본주의이다. 우리나라가 과거의 빈곤으로부터 지금의 경제적 부를 축적하기까지는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국가시책에 협조한 측면이 크다. 질이 좋지 않던 국산품을, 그것도 비싸게 구입한 국민들의 애국심을 든든한 기반으로 하여 재벌기업은 ‘마음 놓고’ 기술을 개발하고 해외 판매망을 구축해 지금의 대표기업으로 우뚝서게 된 것이다. 이제 이렇게 성장한 재벌기업들은 그간 국민들이 기꺼이 감당했던 희생에 대한 보답을 할 때이다. 하청 중소기업체들에 대한 적절한 가격 대우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대담한 배려가 없는 한, 한국은 심각해지는 빈부격차로 상징되는 불완전한 자본주의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의 자본주의가 그래도 잘 돌아가는 이유는 기업이 일구어 낸 부를 적절하게 사회에 환원하는 선순환의 풍토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부호 워런 버핏이 사회로부터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사회 환원의 정신에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한민국은 기로에 서 있다. 한류가 유럽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고, 또 전 세계 어디에 가도 우리나라 상표를 찾아볼 수 있다고 자만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딥 팩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가에 따라 우리의 앞길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딥 팩터’가 빠른 시일 안에 개선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딥 팩터’가 ‘더블 딥 팩터’(double deep factor)로 악화되기 전에 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 [지방의회 부활 20돌] “지방 자치 성공적” 51명… “법적한계 여전”

    [지방의회 부활 20돌] “지방 자치 성공적” 51명… “법적한계 여전”

    지방의회가 부활된 지 오는 20일로 스무 돌이 된다. ‘스스로 책임질 줄 안다’는 약관(弱冠)의 나이가 된 지방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이라는 사명과 함께 지역 주민의 생활 개선에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살아 있는 민심이 전달되는 제도로 더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신문은 서울 시·구의원 100명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를 근거로 지방자치 전반에 대해 짚어봤다. “자치 역량은 높아진 반면 자치 환경은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서울시의원과 자치구 의원들은 우리나라 지방자치제에 대해 절반 이상인 51명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반면 ’부족했다’는 평가는 15명에 그쳤다. 보통이었다는 평가는 33명이었다. 성공과 실패에 대한 평가는 의원 개인의 관점에 따라 달랐지만 대체로 자치 역량은 높이 평가한 반면 자치 환경에 대해서는 낮게 평가했다. 성공적이라고 답한 의원들은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 역량이 높아져 자치 역량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반면 실패라는 평가를 내린 의원들은 법적·제도적 제한들이 지방자치를 옥죄고 있다며 낮은 점수를 준 것이다. ●“제도 정비 통해 한 단계 도약해야” 김정태(영등포·민주당) 시의원은 “지난 20년이 지방자치제의 정착 단계였다면 이제부터는 성숙기로 넘어가야 할 것”이라면서 “자치권 보장을 위해 헌법정신을 반영한 지방자치법의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문환(광진·한나라당) 구의원은 “지방의회의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집행부는 의회를 불필요한 압력 단체로 생각하지 말고 의회와 함께 지역 발전을 위해 협력하고 상생한다면 지방자치가 튼튼한 청년으로 성장해 주민을 위해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의원들은 한 지역구에서 여러 명의 기초의원과 광역의원, 비례의원을 뽑는 중선거구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기판(영등포·민주당) 구의원은 “기초의원 선거를 소선거구제로 전환하고, 광역·기초의원 통합 운영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선거구 내에서 상위 득표자가 광역의회에서 일을 하고 득표순으로 기초의회에서 일하는 제도 도입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경애(송파·한나라당) 구의원은 “구의원은 한정된 자기 지역만의 의원이 아닌 구 전체를 위한 의원”이라면서 “전체를 바라볼 수있는 폭넓은 활동이 이뤄져야 하고, 너무 지나친 당대당 대결로 가면 안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지방분권 의지 불만 ‘현 정부의 지방자치(분권) 의지’를 묻는 질문에는 의원 38명이 ‘불만족하다’ 또는 ‘매우 불만족하다’고 답했다. 반면 ‘매우 만족’ 또는 ‘만족’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6명에 그쳐 분권에 대해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보통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45명이었다. 노승재(송파·민주당) 구의원은 “20돌을 맞은 지방자치제가 올바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에 대한 정부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동영(관악·민주노동당) 구의원은 “지방자치 20년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지방 공기업과 산하기관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 의회 인사권 독립, 행정사무 감사 기간 및 권한 확대, 상시 감사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정 활동 독립성과 관련해 가장 영향을 주는 것으로는 ‘유권자’라는 응답이 42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소속 정당’이라는 대답도 34명을 차지해 정당이 의정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시·군·구 집행부 17명 등의 순이었다. 소속 정당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경우 정당공천제와 맞물려 이 같은 답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춘수(영등포·한나라당)시 의원은 “정당공천제로 효율적인 의정 활동에 어려움을 느끼고, 집행부와의 소통도 어렵다.”고 말했다. 소남열(관악·민주당) 구의원은 공공선거관리제 도입을 주장했다. 2006년부터 무급제에서 유급제로 전환된 의정비에 대해 36명이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61명은 ‘의정비 지급을 법률로 명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시 무보수 명예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응답은 2명에 그쳤다. 의원 활동의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해 의원 33명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꼽았고, 26명이 ‘주민들의 이해관계(민원) 해결’이라고 답했다. 이어 ‘활동의 독립성 부재’ 19명, ‘집행부와의 소통 부재’ 18명, ‘재선에 대한 압박감’ 3명 등으로 답했다. 류정숙(구로·한나라당) 구의원은 “법률로 명시해 주민들 눈치를 보지 않는 떳떳한 유급제를 만들든지 아니면 무보수 명예직으로 다시 환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대호(중랑·민주당) 구의원과 류은무(금천·한나라당) 구의원은 의정비 법률 명시와 함께 의원 보좌관 도입을 촉구했다. ●전문성 강화 시급 유급보좌관(정책연구원)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71명이 ‘의원 1인당 1명의 정책 연구원’이라고 답했고, 20명은 ‘상임위별로 1명의 정책연구원’이라고 답해 대부분이 유급 보좌관을 원했다. 조재현(양천·한나라당) 구의원은 “의원 개인 사무실도 없는 의회가 태반이며, 조례를 만들 때 보좌할 정책 보좌관이나 법 전문가 등의 보좌가 거의 전무해 조례 만들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고 하소연했다. ●취재 편집국 시청팀(송한수·문소영·조현석·강동삼·김지훈·이경원기자) ●설문 조사 멀티미디어국 IT개발부 ●취재 협조 서울시의회, 서울시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한국공공자치연구원, 한국행정DB센터
  • MS ‘초봉킹’ 애플은 ‘꼴찌’

    MS ‘초봉킹’ 애플은 ‘꼴찌’

    미국의 주요 정보기술(IT) 관련 기업들 가운데 페이스북 직원들이 가장 젊고 근무 경력도 평균 3년으로 가장 짧았다. 회사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해 창립 100년을 맞는 IBM은 직원들의 중간나이가가장 많았고 근무 경력도 19년으로 가장 긴 것으로 조사됐다. 7일(현지시간) 미국의 연봉 비교사이트 페이스케일이 아마존닷컴, 애플, 델, 페이스북, 구글, 휼렛패커드(HP), IBM, 인텔, 마이크로소프(MS) 등 9개 미 주요 IT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봉과 만족도 등을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페이스북 직원의 중간나이(median)가 26세로 가장 젊었다. 여성직원의 비중도 33%로 가장 높았고, 직원들의 경험도 1년 미만으로 ‘일천’했다. 이는 과거 경력을 중요한 채용기준으로 삼지 않는 페이스북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철학을 반영한다. 구글이 31세로 두번째로 젊었고, 애플, 아마존닷컴, MS, 인텔, 델이 30대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IBM과 1939년 창립된 HP는 직원들의 중위연령이 44세로 가장 많았고, 여성 비중도 20%로 9개 조사대상 기업 중 가장 낮았다. 초봉 중간 값은 페이스북이 5만 9100달러(약 6358만원)로 미국 평균보다 49%, IT업계 평균보다는 13% 많지만 조사대상 9개 기업 중에서는 6위에 그쳤다. 초봉이 가장 많은 기업은 MS로 8만 6900달러(약 9389만원)였고, 가장 적은 기업은 애플로 4만 3100달러(약 4657만원)였다. 중견 관리자 연봉의 중간 값은 구글이 14만 1000달러(약 1억 5235만원)로 가장 높았다. 업계 평균보다 23% 높다. 반면 HP는 9만 1500달러(약 9887만원)로 가장 낮았고, 업계 평균보다 5% 낮았다. 한편 미국 평균은 6만 2200달러(약 6720만원)이다. 페이스케일의 담당 이사인 앨 리는 “애플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디자이너와 웹마케터가 많고 전화 교환원도 직접 운영하는 등의 이유로 급여가 낮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회사에 대한 만족도는 페이스북과 구글, 아마존닷컴, 애플 등이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고, 나머지 기업들도 상당히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봉과 만족도가 높은 만큼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페이스북과 아마존닷컴 직원들이 각각 4.0을 기록해 가장 높았다. 휴가는 보통 2~3주 정도였고, 직원들에 대한 복지정책도 다양했다. 구글은 회사에서 식사를 공짜로 먹을 수 있고, 보육시설이 갖춰져 있다. 아마존닷컴과 구글은 애완동물을 회사에 데리고 올 수 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성남시, 청소용역 시민주주기업 위탁

    경기 성남시가 기존에 외부 용역업체가 맡고 있던 청소용역을 전국 처음으로 ‘시민주주기업’에 맡겨 관심을 모은다. 시민주주기업은 주주 구성원이 20명 이상이면서 성남에 1년 이상 거주한 직원의 비율이 70% 이상이어야 하며, 매년 기업 이윤의 3분의2를 사회에 환원해야 하는 조건의 지역 기업이다. 일정 기간 내에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해야 하며,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지 못하면 대행 계약이 중지된다. 7일 성남시에 따르면 시와 고용노동부는 지난 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간담회를 갖고, 성남시 청소업무 시민주주기업 사례 등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1월 공모를 통해 나눔환경, 두레, 우리환경개발 등 3개 시민주주업체를 청소 대행 업체로 선정해 조건을 이행하도록 했다. 또 생활 폐기물 수집·운반과 가로 청소를 전담하는 환경관리원도 소외 계층이 아닌 주주로서 청소 업무에 종사하도록 할 방침이다. 더불어 성남시는 공공도서관 3곳의 청소용역을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에 맡기면서 용역 업무를 맡은 장애인복지단체에 성남시민을 20% 이상 고용하고, 인원이 빠진 자리에는 장애인 본인 또는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을 30% 이상 의무 고용하도록 했다. 성남시는 계약에서 환경관리원 임금 기준(건물위생관리청소용역도급비 기준)을 적용해 환경관리원들의 실질적인 급여를 높일 방침이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인촌길’ 다시 ‘개운사길’로

    성북구가 안암동 소재 조선시대 사찰 개운사의 진입로 이름을 종전 ‘개운사길’에서 ‘인촌길’로 바꿨다가 친일 논란이 일자 되돌렸다. 발단은 이렇다. 구는 2007년 도로명 주소법에 따라 지난해 6월 개운사 진입로인 ‘개운사길 51’을 주(主)도로인 인촌로의 이름을 따 ‘인촌로 23길’로 바꾸고 지난달 이를 개운사 측에 알렸다. 주도로 명칭은 광역자치단체 소관이라 앞서 4월 서울시는 인촌로 일련번호를 매겼고, 성북구 도로명주소위원회는 샛길 이름을 붙이면서 통일성을 기한다는 취지로 이같이 결정했다. 그러나 개운사와 항일운동단체들은 “일제강점기 항일 불교운동의 거점이었던 개운사 진입로에 친일인사 김성수의 호를 딴 이름을 용납할 수 없다.”며 환원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에 구는 행정안전부에 도로명주소법상 ‘개운사길’이라는 명칭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지 질의해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고 7일 밝혔다. 행안부는 “지정 문화재인 종교시설을 포함하면 가능하다.”며 “개운사에는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을 비롯해 국가지정문화재 5건이 있어 문화재 지정 사찰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답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서울형 사회적기업 68개 신설

    서울시가 68개의 사회적기업을 새로 지정하면서 713개 일자리를 유지, 혹은 창출하게 됐다. ‘서울형 사회적기업’이란 ‘기업 이윤을 주주 대신 즉시 사회로 환원시킨다.’는 사회적기업의 요건에는 다소 모자라지만 취약계층에는 일자리를, 지역주민에겐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예비 사회적기업’을 말한다. 이번에 선정된 기업들은 문화교육 분야가 26곳으로 가장 많고, 환경·주택 등이 20곳, 사회복지 15곳, 보건보육 분야 7곳이다. 경쟁률은 3.4대1이었다. 취약계층의 홀로서기를 돕는 기업으로는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세탁업체 우성복지재단 ▲출소자를 고용해 의류를 생산하는 이로인터내셔널과 연지어페럴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고용해 친환경 어린이 장난감을 만드는 오방놀이터 등이 있다. 신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청년 사회적기업가도 많이 발굴됐다. 수작업으로 ‘걱정인형’을 만들어 판매한 수익금을 아프리카에 축구공 보내기 운동을 하는 돈워리컴퍼니를 비롯, 품질은 뛰어나지만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사회적기업 제품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물 이로운넷, 악성 댓글을 차단하는 플랫폼을 개발한 시지온 등이 포함됐다. 서울형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면 최장 2년간 재정, 경영, 인력 등 분야를 지원받을 수 있고, 1대1 전문 컨설팅을 통해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게 된다. 기업당 평균 10명의 직원에게 1인당 98만원의 임금을 주고 시제품 개발과 홈페이지 제작 등에 필요한 사업개발비를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한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도심속 허파를 찾아서] (3) 대구수목원 & 울산대공원

    [도심속 허파를 찾아서] (3) 대구수목원 & 울산대공원

    2002년 4월과 5월에 나란히 개장한 울산대공원과 대구수목원은 지역의 ‘명소’가 됐다. 도시숲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는 롤모델이다. 울산대공원은 기업이 숲을 조성해 지역민에게 돌려줌으로써 기업과 지역 간 ‘상생’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공해의 도시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해준 도시숲에 대한 시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대구수목원은 쓰레기 매립장이라는 기피시설을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숲이 조성된 지 9년, 수목이 울창한 푸른 도심공원을 시민의 품에 안겨준 ‘선견지명’(先見之明)’이 놀라울 뿐이다. ■대구수목원 - 매립장 ‘과거’는 잊어줘 “환자의 아픔과 이웃의 기쁨을 더불어 나눌 수 있는 넉넉한 그늘이고 싶다.” 대구수목원에 세워진 표지석의 글은 수목원이 지향하는 바를 담고 있다. 수목원 부지는 1986년부터 1990년까지 사용된 쓰레기 매립장으로 410만t의 쓰레기가 묻힌 곳이다. 다양한 식물원과 울창해진 수목원 곳곳에 있는, 가스를 빼는 배출구가 아니라면 과거를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기피시설인 쓰레기 매립장이라는 이유로 10년간 방치된 이곳에 수목원을 조성키로 한 것은 대단한 모험이었다. 지하철 공사장에서 나온 150㎥의 흙을 위에 덮는 등 복토 높이만 18m에 달한다. 이곳에 1750종 45만 그루의 목본류와 초본류를 심었다. 침출수나 가스는 9년 만에 정상수준이 됐다. 놀라운 숲의 복원력을 보여준다. 국비 42억여원을 포함해 총 사업비 103억원이 투입됐지만 수목원이 현재 모습으로 완성된 데는 시민의 참여와 정성이 있었다. 총 21개로 구성된 수목원 중 분재원(400여점)과 선인장 온실(2000여 그루)은 시민 기증으로 꾸며졌다. 흙길과 산책로 주변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심은 나무로 울창하다. 최근 수목원에는 어이없는 고민이 생겼다. 나무가 너무 많아 생장에 지장이 생긴 것. 결국 단체 식재한 기관과 협회 등에 양해를 구해 다른 곳으로 ‘시집’을 보내고 있다. 수목원을 찾는 시민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산림청과 공동사업으로 인접한 천수산 국유림(13.7㏊)에 산책로도 조성했다. 지난해 대구수목원을 찾은 방문객은 172만명으로 설계 당시(45만명)의 3.8배에 달했다. 10월 수목원에서 키운 국화를 전시할 때에는 하루 평균 8만명이 방문한다. 화장실 물이 부족할 정도다. 대구수목원은 졸업앨범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견학코스가 됐다. 도시숲을 계획하고 있는 지자체의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요양객이 많다는 것도 눈에 띈다. 일주일에 5회 정도 수목원을 찾는다는 신진영(45·여)씨는 “수목원이 조성된다는 소식을 듣고 대곡동에 있는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면서 “집 가까이에 아름다운 숲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대구수목원은 원칙을 고수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장하고 있지만 아침 운동을 원하는 ‘얼리 버드’의 민원에 개장 시간을 오전 5시로 앞당긴 것이 유일한 변화다. 휴지통이 없고 자전거나 운동기구 반입은 여전히 불허다. 초기엔 불만이 많았지만 이젠 완전하게 정착됐다. 김희천 대구수목원관리사무소장은 “수목원은 식물이 우선이기에 야간에는 가로등도 켜지 않는다.”면서 “원칙이 무너지면 수목원이 아니라 공원이 된다.”고 강조했다. 대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울산대공원 - 공단에 ‘사람꽃’ 피었네 시설 정비와 청소 등을 위해 시설이 문을 닫는 월요일 오후지만 울산대공원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울산대공원은 연중무휴, 24시간 개방한다. 동문~정문~남문을 둘러보는 데 최소 3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풍부한 녹지와 쉼터, 풍부한 자연환경과 시설을 갖춘 ‘도심공원’을 컨셉트로 설계됐다. 서남공원과 삼호산을 연결하는 울산의 허파이자 울산에 도시숲 붐을 일으킨 주역으로서 도시의 품격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울산대공원은 기존 산림과 경관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수용된 임야 등을 활용해 ‘용의 형상’으로 시설물을 배치했다. 랜드마크인 풍차가 있는 풍요의 못과 호랑이발 테라스는 격동저수지를 친환경적으로 단장,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나비식물원과 노인들을 위한 파크골프장, 수영장, 어린이동물농장 등 89개의 다양한 시설물이 있다. 울산대공원은 오는 6월 3일부터 12일까지 장미축제가 열린다. 국내 최대인 장미원에는 94품종, 1만 7000여그루에서 울산시 인구를 보여주는 110만여 송이가 만개한다. 6회째지만 입소문이 퍼져 전국에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해는 일평균 25만명이 방문했다. 울산시는 2009년부터 축제를 무료로 전환해 호응을 얻고 있다. 2002년 1차 개장에 이어 2006년 2차 개장한 울산대공원은 164㏊에 달한다. 총 사업비 1552억원 중 1020억원을 SK가 부담했다. SK가 울산에 엄청난 돈을 들여 도시숲을 조성한 것은 고 최종현 회장의 뜻과 울산시의 구상이 일맥상통했다. 여기에 이익을 지역에 환원 시키 고자 하는 임직원들의 의지, 환경과 안전에 대한 기업의 책임의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SK에너지 장지욱 과장은 “월드컵을 앞두고 1차 개장한 후 시민 의견을 수렴해 2차 조성에 반영했다.”면서 “대공원은 SK가 울산의 향토기업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심전심이랄까? SK가 외국계 투자회사와 경영권 분쟁을 벌인 2004년 울산 시민들이 주식을 매입하며 향토 기업 지키기에 나섰다. 도시숲을 매개로 기업과 지자체가 ‘상생’을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울산대공원은 2009년 세계조경가 협회가 선정한 아시아태평양지역 조경계획부분 대상을 수상했다. 대공원이 위치한 울산시 남구 옥동은 공단 인접 지역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주거 최적지로 부상했다. 고영명 울산시 녹지공원과장은 “대공원은 시민들에게 정주(定住)의식을 심어준 울산의 자존심”이라며 “SK가 투자 의사를 밝혔을 때 대학과 병원 등 다양한 요구가 있었지만 도시숲을 조성한 것은 미래를 위한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울산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선암사 해우소 소재작 英 화훼쇼 최고상

    선암사 해우소 소재작 英 화훼쇼 최고상

    순천시 선암사의 전통 화장실을 소재로 한 작품이 180년 전통의 영국 첼시플라워쇼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순천시는 지난 24일 개막한 영국 첼시플라워쇼에 국내 최초로 선정된 황지해(35·광주환경미술가그룹 뮴 대표)씨의 ‘해우소 가는 길’이 아티즌가든 부문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고 25일 밝혔다. 첼시플라워쇼는 영국 왕립원예협회가 주관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정원과 원예박람회다. 180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비롯해 세계의 많은 정·재계와 문화계 인사들이 방문하는 등 정원 디자이너들에게는 꿈의 무대로 통한다. 황 작가의 ‘해우소 가는 길’은 한국 전통 화장실이 지닌 ‘생명의 환원’과 ‘비움’이라는 철학적 함의를 한국의 토종 식재를 이용해 정원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각국 원예 정원 전문가와 언론들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비평가들은 “인위적이지 않고, 소박하지만 단아한 기품을 지닌 한국 전통 정원문화의 특색이 세계에서 통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순천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보은 일부 점멸교차로 정주기 신호체계 전환

    전국에서 처음으로 점멸체계로 전환됐던 충북 보은 지역 교차로 신호등의 일부가 새달부터 정주기 신호체계로 환원된다. 불필요한 신호대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 통행량이 적은 농촌 지역을 대상으로 점멸체계를 시범 도입했으나 교통사고가 잇따르는 등 문제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25일 보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일부터 관내 교차로 16곳의 신호등이 점멸체계로 바뀌었다. 외곽 지역에 있는 교차로 18곳은 이미 점멸체계가 시행 중에 있던 터라 관내 교차로 34곳 신호등이 모두 점멸체계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처음 점멸체계가 도입된 교차로 가운데 보은읍 후평·교사·신이평 등 3곳의 교차로 신호가 다음 달부터 정주기로 전환된다. 황색 점멸등을 보고 일단 정지한 뒤 운전자가 좌우를 살피며 교차로를 통과하던 방식에서 빨간불에 정지하고, 파란불에 통과하는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도 마찬가지다. 나머지 교차로 31곳은 점멸체계가 유지된다. 교통 선진화 차원에서 농촌 지역은 점멸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던 경찰이 한발 물러선 것은 일부 교차로에서 사고가 빈발해서다. 점멸체계 도입 후 최근까지 11개월간 34개 교차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30건으로, 2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쳤다. 도입 이전보다 사고 건수가 배로 증가했는데, 교통량이 비교적 많은 일부 교차로에서 사고가 집중됐다. “노인들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위험하다.”며 종전 방식으로 전환해 달라는 민원도 끊이지 않았다. 점멸체계가 성공할 수 없었던 것은 점멸체계에 익숙하지 않은 외지 차량들의 사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아서다. 보은의 관문격인 신이평 교차로의 경우 점멸체계 도입 후 발생한 교통사고 12건 가운데 11건이 외지 차량과 관련됐다. 그러나 보은경찰서 김진광 생활안전교통과장은 “주민들은 (점멸체계에) 잘 적응했다.”면서 “불필요한 차량 공회전을 막을 수 있는 데다 차량 흐름이 끊어지지 않아 좋다는 여론이 월등히 많았다.”고 말했다. 반면 교통안전공단 충북지사 송봉근 교수는 “농촌 지역이라도 교통량 등을 감안해 선별적으로 점멸체계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보은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지방시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5년의 단상/이지훈 지역희망디자인센터 상임이사

    [지방시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5년의 단상/이지훈 지역희망디자인센터 상임이사

    며칠 전 제주의 한 언론이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제주도에 위임됐던 경관 관리 책임이 도로 총리실(지원위원회)로 환원돼 제주도의 특별자치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제주는 ‘해군기지’와 ‘영리병원’ 등 굵직한 이슈가 많은 곳이라 대중적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이 기사는 상당히 주목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앙정부로부터 이양된 경관 관리 권한을 움켜쥔 특별자치도의 ‘개발 만능주의’가 난개발을 부추기면서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벌써 5주년이다. 특별자치 시행 5년을 맞아 제주자치도는 정부와 공동으로 5년 종합평가에 대한 연구에 나섰다고 한다. 그러나 매년 실시되는 여론조사에서 도민들이 체감하는 특별자치도는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특별자치호’가 왜 이 지경이 됐을까. 그간 제주 도정의 주요 정책과제 중 하나는 거의 매년 특별법을 개정하는 것이었다. 개정의 주요 내용은 ‘권한을 더 이양해 달라.’는 것. 도민들도 특별자치만 되면 대한민국의 자치시범도가 될 것이며, 더 잘살 수 있게 될 것이란 장밋빛 희망 속에 이런 도정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권한 이양이라는 분권 논리의 이면에는 ‘내국인 카지노’나 ‘케이블카’ 등 그동안 도정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왔던 개발 드라이브 정책이 감춰져 있다. 물론 이는 제주만의 일이 아니다. 올해는 대한민국에서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겉은 성년이되 실제는 아직도 어린아이 수준이거나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현실을 목도한다. 전국적으로 ‘개발지상주의’가 지역 유권자의 표심을 결정하는 주요 담론으로 통한다. 이는 이른바 ‘지역균형개발’이라는 이데올로기로 포장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그동안 ‘지방분권’은 ‘균형발전’과 함께 지방자치의 주요한 두 가지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지방분권이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논리적 수단으로만 작용, 균형발전이 토건형(土建型) ‘개발 등권주의’ 양상으로 귀결될 위험을 내포해 왔다. 또 지방분권이 중앙-지방사무의 합리적 배분이라는 관점보다는 중앙정부의 일을 얼마나 더 가져오느냐의 ‘관-관 분권’으로 인식, 권력분점 양상으로 이해되어 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런 권력 수단으로서 분권에 대한 인식은 지방의 소위 ‘성장연합세력’의 기득권 논리와 맞물려 지방의 정책독점, 권력독점의 또 다른 논리로 작용한다. 개혁 정책이었던 분권이 개혁되어야 할 지방의 권력구조와 기득권 유지 수단에 기여할 수 있다는 역설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은 더하다. ‘자율’과 ‘참여’의 지방자치 정신은 사라지고 그 대신에 독점과 배제를 통한 지방권력화로 이어져 ‘참여에 의한 협치’라는 지방분권의 기본정신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해 온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 일이다. 결국 진정한 자치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지속가능한 지역개발의 비전과 소통의 거버넌스를 실천할 수 있는 지역리더와 참여자치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역량있고 깨어 있는 지역주민이 없는 이상,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한동안 빛보다는 그림자를 더 자주 드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 고위공직자서 기업 고문(顧問)으로… 카멜레온 같은 그들의 세계

    고위공직자서 기업 고문(顧問)으로… 카멜레온 같은 그들의 세계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등에 합격하고 20년 안팎의 공직 경력을 토대로 현직 후배들을 챙기며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사람은? 기업체나 로펌의 고문이다. 받는 연봉에 비해 놀랍게도 비상근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산저축은행 예금 부당 인출 사태로 전관예우 문제가 불거지면서 장·차관 등 고위 관료 출신 고문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거세다. 정부가 공직자윤리법 개정 등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정책개정 노력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로펌이나 대기업에서 전직 관료들을 고문으로 영입하는 것은 ‘수익은 극대화하고 위험은 최소화하는 보증수표’를 챙기는 효과가 있다. 이들은 “전문성을 갖춘 실력 있는 관료들의 사회 진출을 제한하는 것은 전문성이나 능력을 사장시켜 사회적 손실로 이어진다.”고 옹호한다. 공직자는 국민의 세금인 국비로 해외연수 등을 통해 능력을 키웠으므로 취업 제한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문이 현직 공무원 후배들을 통한 정책 동향 파악 등 알선·청탁을 위한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있다는 비판적 지적이 대체적이다. ●고문에도 부익부 빈익빈 부처에서 뛰어난 실력을 입증했다고 하더라도 모든 퇴직 관료가 고문이 될 수는 없다. 대체로 민간 기업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가진 경제 부처 출신 퇴직자들은 시장에서 ‘우량주’로 우대받는 반면 사회 부처 소속 관료들은 ‘찬밥 신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대형 로펌 전문 인력의 절반 이상이 공정위·금감원·국세청 출신 공직자였다. 이렇다 보니 알게 모르게 퇴직 이후를 생각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퇴직 상관의 일자리를 알선하는 등 공무원 행동강령과 배치되는 행동을 하게 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사회 부처 공무원들이 퇴직 후 고문으로 가는 것은 로또에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의 움직임은 한가로워 보인다. 얼마전 행정안전부는 국회의원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발의에 대해 장단점을 소개한 의견을 제출했다. 퇴직자들의 취업 제한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 입장에서 보면 소극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의견이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취업 제한의 부작용 등 장단점을 다 고려해야 한다고 했던 것”이라면서 “그런데 지금은 저축은행 사태도 터졌고 상황이 바뀌었지 않느냐.”고 개정에 적극적일 것임을 내비쳤다. 저축은행 사태가 생기지 않았다면 공직자윤리법 개정은 없었을 것이라는 방증이나 다름없다. 국세청은 현직 공무원들이 퇴직 선배를 위해 기업체 고문 계약을 알선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으나 이 제도의 실효성을 놓고 말들이 적지 않다. 최고위직급들이 퇴직 후 주변의 도움 없이 스스로 로펌이나 유명 회계법인에 재취업하는 현실에서 일선 관서장급으로 물러나는 일반 직원들에게만 적용될 소지가 있다는 푸념이다. ●잘못된 공직관 바꿔야 시민사회에서는 이렇게 가다가는 국가로서의 정상적인 기능 자체가 마비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강지원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는 “장관 등 고위직을 지내고 재벌 회사로 가는 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냐.”면서 “이는 현직에 있을 때 한 건 봐주고 퇴직 후 그 기업 품에 안기는 것이다. 이처럼 공직을 더 좋은 자리로 가기 위한 대기처로 인식하는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은 “당사자들도 당연히 고액을 받아야 된다는 선민의식을 버려야 한다. 이익 추구형이 아닌 사회 환원형 봉사 개념으로 의식이 전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진상·오일만기자 jsr@seoul.co.kr
  • ‘발명의 날’ 78명 포상

    특허청은 19일 열리는 제46회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 78명의 발명 유공자에게 훈·포장 등을 수여한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임병덕 신성산업 사장이 금탑산업훈장, 이상우 누리플랜 대표와 정백영 LG전자 전문위원이 은탑산업훈장, 김영귀 KYK김영귀환원수 대표이사 등이 철탑산업훈장 등을 수상한다.
  • “손자 사망후 21년뒤 유산 나눠” 유언 남긴 ‘괴짜’ 부호

    “손자 사망후 21년뒤 유산 나눠” 유언 남긴 ‘괴짜’ 부호

    힘들여 번 돈을 후손들이 탕진하는 게 두려워서일까? 1919년 사망 당시 미국 최대부호였던 웰링턴 R. 버트는 자신의 막대한 재산을 손자가 사망한 이후 21년 뒤에 나머지 유족에게 상속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런 ‘괴짜’ 부호가 세상을 떠난 지 92년 만에 버트의 후손들은 현재 시가로 1억 달러(약 1082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산을 받게 됐다고 10일 미국 ABC 뉴스 등의 외신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버트의 마지막 손녀가 지난 1989년 세상을 떠나면서 오는 21일 법원의 명령 하에 후손 12명은 1000억원이 넘는 재산을 분배받게 된다. 버트의 고손녀로 알려진 크리스티나 알렉산더 카메론도 280만달러(약 28억원) 상당의 유산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전 목재와 철강 산업으로 부를 축적했던 버트는 당시 수백만달러라는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위와 같은 파격적인 유언을 남기면서 가장 아끼던 아들에게 매년 당시 돈으로 3만 달러(약 3200만원)를 지급하도록 했으며 다른 자식들은 1000~5000달러(약 100만원~540만원)를 주도록 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국은 유산상속 시 상속세는 물론 유산 받은 재산을 처분할 때 자본소득세도 물린다. 따라서 미국 대부호들은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고 나머지를 재단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추세다. 사진=ABC 뉴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씨줄날줄] 국민추천포상제/황진선 특임논설위원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경제성장에 온 힘을 기울여 국민소득을 4만 달러로 끌어올려야 할까. 그렇지 않다. 그보다는 사회적 갈등과 양극화를 줄여야 한다. 정직·나눔·배려·공정·법치 같은 가치들을 더 중하게 여겨야 한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다. 이제 10년도 더 지났지만 미국 연수생활을 떠올릴 때가 있다. 이웃과 더불어 살려는 미국인들 얘기는 잊혀지지 않는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나 지금이나 미국이 세계의 강대국으로서 경찰국가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저력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맞벌이에 아이가 둘이나 있는 30대 후반 부부가 회사와 집 일로 쩔쩔매면서도 주말이면 시간을 내서 지역사회의 봉사활동에 나선다는 얘기를 전해듣고는 나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한국교포 2세들의 봉사 얘기도 기억에 남아 있다. 현장에 가 보면 미국의 중·고교생은 보살핌을 받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데 비해 교포 2세들은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논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언어 탓이 아니라 가정에서 봉사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그런 2세들도 한국에 와서 봉사활동을 나가면 아주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한국 학생들이 더 겉돌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미국인들은 자녀를 품에만 안고 있지도 않는다. 미국의 보통 학생들은 대학교에 가면 독립하려고 애쓴다. 적어도 용돈 정도는 스스로 벌어 쓰려고 한다. 결혼하는 자녀에게 집을 사주는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 교포들만이 유독 집을 사주려고 안달한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 그러니 지역사회를 둘러보더라도 선조들이 기부한 오래된 건물과 유품들이 자주 눈에 띈다. 자식들에게 재산을 상속하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고 기부하는 문화 덕분이다. 행정안전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와 나눔과 기부 활동을 편 사람들에게 상을 주는 국민추천포상제를 활성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된 강지원 변호사는 “남을 돕는 것에 자존감과 행복을 찾는 사람들의 사연이 널리 알려져 작은 선행이라도 서로 칭찬하는 풍토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우리나라도 봉사와 나눔, 기부문화가 생활화돼 물과 기름이 겉돌듯 하지 않고 어우러졌으면 한다. 그래야 모두가 행복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황진선 특임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 [CEO 칼럼]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진정한 의미/박환규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CEO 칼럼]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진정한 의미/박환규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추운 겨울날 등산하던 친구 둘이 길을 잃었다. 둘은 길을 찾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등산객 한명을 발견한다. 한 친구는 ‘우리가 죽게 생겼는데 남을 챙길 겨를이 있느냐.’며 홀로 발길을 재촉했고, 다른 친구는 ‘그래도 함께 살아야지.’라며 조난자를 등에 업고 길을 나섰다. 불행히도 앞서 간 친구는 동사했다. 그러나 조난자를 업은 친구는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 가까스로 구조됐다. 극단적인 일화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배려와 나눔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비슷한 의미의 아프리카 속담도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최근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가 ‘상생’이다.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함께 잘살아 보자는 이야기다. 지역 간 격차 해소, 노사 화합,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 등이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입장에서 상생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 핵심이 사회공헌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이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기업에 지속가능 경영의 기회를 열어주기도 한다. 최근 나눔문화가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사회공헌 활동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행한 ‘2009년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2009년 주요 기업들의 사회공헌지출 비용은 2008년에 비해 22.8% 증가한 2조 6517억원에 달했다. 각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국민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에 사회공헌 활동의 중요성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공기업은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 그 책임을 완수할 수 있는 핵심가치가 바로 사회공헌인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지식경제부와 함께 가스시설 취약계층, 국민기초생활수급자 9만여 가구와 사회복지시설 3300여곳에 159억원을 투입해 가스시설 무료 개선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안전 사각지대를 살핌으로써 국가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소외감을 해소하겠다는 두 가지 목적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 공사 이전 대상 지역인 충북 음성·진천 지역, 경남 거제 다포마을 등과 자매결연을 맺어 1사1촌 농촌사랑 봉사활동을 해마다 실시하고 있다. 또 ‘워밍업 코리아’라는 독자적인 사회공헌 브랜드를 만들어 전국을 돌며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천사축제를 열어 장애아동, 다문화가정 아동 등이 함께하는 어울림의 장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이제 기업들은 사회공헌 활동의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을 고민해야 한다. 사회공헌 활동은 단순히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기업과 수혜자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단발성 이벤트로 그칠 게 아니라 꾸준하게 이어질 필요가 있다. 더불어 진정성을 갖고 실천해야 한다. 사회공헌 활동은 단순히 금전을 떠나 기관의 재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며, 마음의 교감이 있어야 한다. 석가모니의 가르침 중 ‘무재칠시’(無財七施)라는 게 있다. 무재칠시는 재물이 없더라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7가지를 말한다. 자비로운 얼굴로 대하기(和顔施), 좋은 말로 대하기(言施),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기(心施), 호의적인 눈빛으로 대하기(眼施), 일로써 도와주기(身施), 자리를 내어주기(座施), 나그네에게 잠자리를 마련해주기(房舍施)다. 사회공헌 문화의 정착을 위해 우리가 꼭 명심해야 할 고사가 아닐까 싶다. 단지 불쌍한 사람을 금전적으로 돕는다는 식이 아니라 진실된 마음을 갖고 지속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실천했을 때 비로소 사회공헌, 진정한 의미의 상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저도 관리권 道·軍 논쟁

    저도 관리권 道·軍 논쟁

    “대통령별장에서 해제된 저도는 이제 국민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경남도) “저도는 진해만 주변 주요 시설 보호를 위한 군사적 요충지로 매우 중요한 곳이기 때문에 군에서 관리를 해야 한다.”(국방부) 진해만 길목에 위치한 섬으로 국방부가 소유·관할하고 있는 저도의 관리권 이양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경남도는 2일 대통령 별장으로 이용했던 청해대가 있는 저도의 관리권을 국방부로부터 넘겨받기 위해 곧 국방부에 공문을 보내 의견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래전부터 관리권 이양 논란이 있었던 데다 최근 김해연(거제·진보신당) 경남도의원이 도의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국방부로부터 저도의 관리권을 이관 받을 수 있도록 경남도가 적극 나서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저도는 거제도 북쪽 끝에서 1㎞쯤 떨어진 곳에 있는 43만 4181㎡의 아담한 섬이다. 행정구역은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 최근 개통된 거가대교가 이 섬 위를 통과한다. 울창한 해송·동백나무·팽나무 숲이 섬 전체를 덮고 있고, 풍광이 아름답다. 과거 일본군과 연합군이 통신소 및 탄약고로 사용하다가 1954년 이승만 대통령 당시부터 대통령 휴양지로 활용했다. 1972년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된 뒤엔 1973년 청해대 건물을 지었다. 그러나 이후 정부는 진해시민과 어민 등의 끈질긴 요청에 따라 1993년 청해대를 대통령 별장시설에서 해제했다. 섬 주변에서의 어로행위 제한도 풀었다. 그러나 행정구역을 환원한 뒤에도 섬은 여전히 국방부 소유로 진해해군기지사령부가 관리를 하며 일반인은 출입을 할 수 없다. 2003년 충북 청남대 개방을 계기로 저도 관리권 이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거제시의회와 경남도의회는 저도반환 성명서와 건의안을 채택해 청와대를 비롯한 관련 부처에 전달하는 등 저도 관리권 이양을 여러 차례 촉구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군사요충지로 섬 곳곳에 군 특수시설이 있어 군에서 계속 관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해연 도의원은 ”지난해 개통된 거가대교가 저도 위를 통과함에 따라 저도는 더 이상 대통령 휴양지로 활용할 수 없게 된 데다 군사요충지로서도 가치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해해군기지사령부 측은 “거가대교가 통과하고 근처에 부산신항이 조성되는 등 주요 시설이 들어섬에 따라 시설 보호를 위해서도 저도의 군사적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고 반박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사설] 제3노총 기득권·정치유혹 떨쳐야 성공한다

    서울지하철노조가 지난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을 탈퇴한 데 이어 제3노총(가칭 국민노총) 출범을 공식화했다. 지하철노조는 2009년에도 민노총 탈퇴를 묻는 투표를 실시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 만큼 이번에 확인한 민노총 탈퇴, 새 상급단체 설립 찬성표(전체 투표자의 53.02%)의 의미는 각별하다. 정연수 지하철노조 위원장은 민노총 탈퇴가 확정된 직후 “정치적 이념 투쟁과 귀족노동운동에서 벗어나 국민을 섬기는 노동운동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그것은 뒤집어 보면 1995년 민노총 탄생에 산파 역할을 한 지하철노조가 민노총을 박차고 나간 이유이기도 하다. 1987년 설립된 지하철노조는 한때 ‘파업철’로도 불린 강성 노조의 대명사였다. 그런 전력이 있는 만큼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 폐해는 어느 집단보다 잘 알 듯하다. 탈정치·생활형 노동운동을 표방한 제3노총이 또 하나의 노총이 아닌 전혀 다른 ‘국민의 노총’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6·10민주항쟁으로 인한 ‘87년체제’는 노동계에도 강고하게 뿌리내렸다. 노동 현장의 민주화에 나름의 역할을 다했다. 하지만 우리 노동운동은 이제 한 단계 진화해야 한다. 그것은 물론 반(反)노동적 행태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운동과 정치운동은 구분돼야 한다. 모든 문제를 정치로 환원하는 정치일원론적 투쟁 방식은 더이상 힘을 쓸 수 없다. 현대차 노조의 고용세습 논란에서 보듯 노조의 막가파식 기득권 수호 행태 또한 비난받아 마땅하다. 새달 중 출범할 예정인 제3노총은 지하철노조 외에 현대중공업노조·서울지방공기업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다. 7월부터 복수노조제도가 시행되면 신규 가입이 늘어나는 등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덩치 키우기만이 능사가 아님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라는 양대 노총과 차별화된 모습으로 평가받기 위해 진정 필요한 것은 노동운동 본연의 자세다. 국민은 제 잇속에만 충실한 거대 노총보다는 희생할 줄 아는 강소(强小) 노총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것이다. 정치 투쟁 혹은 선명성 투쟁이 노동운동을 이끌던 시절은 지났다. 이 시대를 관통하는 핵심어는 단연 상생이다. 제3노총은 부디 초심을 잃지 않기 바란다.
  • [시론] 오글 교수와의 추억/김동률 서강대 MOT대학원 매체경영 교수

    [시론] 오글 교수와의 추억/김동률 서강대 MOT대학원 매체경영 교수

    내연구실에는 빛바랜 흑백 사진이 한 장 붙어 있다. 한 외국인 노부부와 우리 가족이 함께한 모습이다. 주인공은 나의 학위 공부를 도와준 교수 중 한 분이다. 십여 년 전 방한 당시 우리 가족과 함께 한 저녁 자리에서 찍었다. 노 교수는 당시 미국 조지아주 에모리 대학 오글 교수였다. 이쯤 되면 ‘아’ 하고 고개를 끄떡이는 사람들이 꽤 있겠다. 많은 한국인에게 오글 교수는 낯익은 인물이다. 특히 이 땅의 민주화 과정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쳐 본 기성 세대에게 그는 잊혀지지 않은 인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사실 오글 교수보다는 오글 목사로 더 알려진 그는 이 땅 민주화 운동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최근 무죄로 판결 난 74년 인혁당 사건 고문 조작설을 처음 제기했다가 강제 추방당한 바 있다. 비록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나는 그가 이 땅의 빈한한 자들에게 바친 희생에 감격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큰 맘 먹고 서울에서 가장 근사한 레스토랑에 내외분을 모셔 저녁을 대접했던 기억이 난다. 오글 교수는 휴전 이듬해인 1954년 이십대의 젊은 나이에 아내와 단둘이서 인천시 변두리에 자리를 잡고 노동운동에 투신한다. 이른바 도시산업 선교회의 출발이 된다. 권위주의 시대, 도시산업 선교회는 기업의 ‘도산’을 가져 오는 교회로 기업인들에게는 각인됐지만, 민주화 주역들에게는 든든한 후원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서울대 강단에도 잠시 섰다. 나는 그와 곧잘 논쟁을 벌였다. 그는 기본적으로 재벌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나는 그에 맞서 한국적인 상황 논리를 주장하며 이해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나는 그런 그의 시각을 고치려고 무척 노력했지만 늘 나의 입만 아플 따름이었다. 그러나 그는 십년 전 우리 가족과 함께한 저녁 자리에서 처음으로 삼성·현대 등 한국의 재벌에 대해 상당 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는 자신이 평생 몸 바친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민주 국가로 위치를 굳힌 이면에는 재벌의 경제적인 뒷받침이 작용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천 변두리 ‘푸세’식 화장실의 추억 등등을 회고하며 당신의 가족들이 한국에 쏟아부은 애정이 마침내 민주화와 경제성장으로 결실을 본 데 대해 눈물을 글썽거리며 감격했다. 세월이 흘렀다. 한국은 이제 이웃나라들이 부러워하는 민주주의 국가이고 노동자들의 권리 또한 지나친 감이 있을 정도로 강화됐다. 오글 교수가 본다면 상전벽해를 느낄 만큼 모든 것은 변했다. 그래서 재벌에 대한 그의 부정적인 시각도 지금쯤 많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문제는 그토록 오글 교수에 맞서 재벌을 변호하던 내가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초과이익 공유제에 대한 재벌의 거친 반격은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몽땅 몰아주고 천문학적인 고배당을 챙기는 재벌의 행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부품 업체를 쥐어짜고, 광고마저도 계열 광고사에 맡기고, 한마디로 땅 짚고 재산 불리기일 뿐이다. 현 정부가 총액출자제한제도, 중소기업 고유업종 등 재벌들을 묶어 놓았던 여러 규제를 ‘친(親)기업’을 앞세워 대폭 풀어 준 다음에 벌어진 현상이다. 심지어 삼성·LG·SK 등은 문방구류 같은 소모성 자재를 공급하는 회사를 운영 중이다. 중소 문방구 제조업체들이 단번에 몰락했다. 고언하건대 한국의 재벌에게 초과이익 공유를 요구하는 것은 반시장주의가 아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한국 재벌의 성공 뒤에는 열악했던 노동조건 속에서도 구로공단과 중동 열사에서 흘린 한국인의 눈물과 땀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방한한 억만장자 워런 버핏이 말했다. “내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사과 파는 노점상쯤 돼 있을 것”이라고. 미국과 미국인이 자신의 부를 이루게 해 줬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부의 대부분을 미국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버핏의 말씀, 한국의 재벌이 반만이라도 들어주면 좋겠다.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6) ‘붉은 책’ 카를 구스타프 융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6) ‘붉은 책’ 카를 구스타프 융

    “이봐요 의사 양반, 어서 저기, 태양을 좀 봐요. 태양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요? 당신도 나처럼 머리를 움직여요. 이렇게. 보이나요? 태양의 남근(pallus)이. 그게 바람의 근원이랍니다. 이렇게 머리를 움직이면 태양의 남근도 움직이고, 그럼 바람이 만들어지는 거지요.” 정신병 환자 에밀 슈비처는 정신없이 바쁜 젊은 의사를 붙잡고 자신의 환상을 풀어내고 있었다. 그 의사는 어느새 이야기에 매혹되어 함께 태양을 바라보았다. ●무의식, 인간 안의 자연 4년 뒤, 그 젊은 의사 융은 이 황당한 환상을 독일 역사학자의 고대 미트라교 연구서에서 만난다. 이게 도대체 뭔 일? 가난한 집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지도 못한 슈비처가 미트라교를 알 리 없었다. 게다가 이 책은 슈비처가 환상을 이야기한 지 4년 뒤에 출판된 것이 아니던가. 시간을 가로질러 반복되는 이야기들. 융은 이것이 인간 정신의 공통 구조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916년, 중년이 된 융은 ‘무의식의 구조’에서 이런 구조를 ‘집단 무의식’이라고 불렀다. 모든 종(種)은 자신의 생명을 실현시킬 적합한 방식을 찾아 진화했다. 신체가 그런 진화의 산물이듯, 정신 역시 그렇다. 생명의 힘을 실현한 역사의 표현으로서의 정신. 경험에 앞서, 경험을 산출하는 조건. 삶의 지혜를 담은 온갖 민담과 신화, 종교적 이야기의 생산 공장. 정신은 인간 속의 자연이었고, 삶을 위한 창조적 힘을 담고 있었다. 이것이 융이 말한 집단 무의식이다. 이런 무의식은 우리의 의식과 의지에 앞서 존재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무의식을 불쾌하게 느낀다. 하지만 불쾌한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융은 말한다. 양배추가 똥거름에서 자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똥거름 냄새가 좀 불쾌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악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융에게 무의식은 그런 똥거름, 선악의 저편에 있는 자연이었다. 성적인 것만으로 환원되기에는 너무도 풍부한 자연! ●프로이트와의 만남, 그리고 헤어짐 집단 무의식의 발견자 카를 구스타프 융은 1875년 스위스에서 가난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융은 익살과 민담을 들려주던 가난한 농부들과 책들로 빼곡하게 들어찬 아버지의 서재를 오가며 자랐다. 융은 학문의 길을 가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는 이 타협점으로 바젤 의과대학을 선택한다. 1900년 공부를 마친 융은 취리히 주 정신의학 대학병원에서 의사 생활을 시작한다. 융은 그곳에서 정신의 병이 무의식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았다. 치유의 단서는 무의식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 단서에 이를 것인가. 이때 그에게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은 계시처럼 찾아왔다. 융은 거기서 두 개의 길을 발견한다. 하나는 무의식에 이르는 길로서 ‘꿈’이고, 다른 하나는 의사로서 자신을 인도해줄 ‘프로이트’라는 길. 1906년 자신의 이러한 마음을 담아 융은 프로이트에게 편지를 보낸다. 당시 학계에서 찬밥신세였던 프로이트는 주목을 받기 시작한 젊은 의사의 지지를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어진 7년간의 우정. 그 우정은 1913년, 완전한 자유를 가져가라는 프로이트의 편지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융의 답장으로 막을 내린다. 프로이트가 말한 ‘완전한 자유’란 사상적 자유를 말한다. 융은 프로이트가 무의식의 성격을 오로지 성(性)으로 환원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융이 일하고 있는 병원은 국립병원으로, 당시 그곳은 에밀 슈비처처럼 돈 없고 ‘백’ 없는 사람들이 찾던 곳이었다. 그런 환자들의 병은 성에 의한 도덕적 갈등보다는,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다양한 문제들 때문에 발생했다. 더욱이 어릴 때 듣던 농부들의 이야기는 어떠했는가. 그 이야기들은 성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그 속에 사용된 성적 은유는 말 그대로 은유일 뿐, 삶의 다양한 힘들을 표현할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융은 이런 생각을 담아 1912년 ‘리비도의 변환과 상징’을 출간한다. 그렇게 융은 프로이트를 떠나 자신의 길로 들어선다. 프로이트와의 이별 전까지, 융의 삶은 프로이트에게 경도되어 있었다. 이런 삶을 무의식이 가만히 두고 볼 리 없었다. 정신의 자가 조정 체계로서 무의식이 극단적으로 치우친 의식을 바로 잡기 위해 밀려왔다. 이렇게 시작된 무의식의 반란은 프로이트와의 결별 후 더욱 심해졌다. 길을 잃은 의식으로 기괴한 꿈과 환상들이 마구 밀려왔다. 내 안에 있는 낯선 것들, 그 타자들. 여기서 정신줄을 놓으면 심각한 환자 신세가 될 판이었다. 이제 그에게 선택은 하나. 자기 자신의 의사가 되는 것! 치유의 첫 단계는 내 안의 타자들을 긍정하는 것이었다. 무의식이 표현하는 타자들은 그 자체로 병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안의 자연일 뿐, 병은 오히려 의식이 그것을 대면하지 않고 도망가는 데서 왔다. 융은 그 타자들을 긍정하고 무의식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노트에 적어 내려갔다. 그것은 일종의 받아쓰기 작업이었다. 중구난방으로 펼쳐졌던 환상들이 언어 속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그럴수록 융은 점점 안정되어갔다. 이렇게 여섯 번째 노트를 완성할 즈음, 융은 받아쓰기를 멈췄다. 거기에는 오직 타자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자신이 그간 프로이트의 이름만으로 살아왔듯, 그곳에도 자신의 목소리는 없었다. 융은 타자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받아쓰기에서 번역하기로! 현실 속의 삶, 자신이 자신의 힘으로 살아내야 할 삶. 그 삶의 문법으로 타자들의 이야기를 융합하기. 융은 새로운 노트에 그 융합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융은 1913년부터 4년간 이런 글쓰기를 계속했다. 그의 노트를 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융은 그 자신이 걸어 다니는 정신병원이자 그 병원을 책임진 의사였다.” 융에게 글쓰기는 치유였다. 이것은 훗날 그의 치유 방법 중 한 가지로 이용된다. 융은 환자들에게 자신의 꿈과 병을 스스로 관찰하고 기록하도록 요구했다. 환자들은 융이 그랬던 것처럼 그런 글쓰기를 통해 자신 안의 자연을 만나고 통합하는 법을 배웠다. ●자기 자신의 의사가 되시오! 이제 제법 희끗한 머리를 가진 의사 융. 그를 만나고 나온 환자. 투덜거린다. “뭐 저런 의사가 다 있어. 진단도 안 내리고, 딱히 처방도 안하고, 그렇다고 안쓰럽다고 위로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상담을 마친 환자들은 뚱하고 불친절한 융에 대해 한번쯤은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다시 융을 찾았다. 그들은 느꼈다. 의사가 일방적으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법을 하사할 때 얻을 수 없던 것을. 그것은 환자가 의사에게 종속된 존재가 아니며, 자신이 능동적으로 병을 치유하는 능력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융의 진료실은 여느 진료실과 달랐다. 그곳에는 반쯤 누운 상태에서 의사의 이야기를 편안히 받아들이도록 고안된 환자용 의자도, 그 뒤에서 환자를 은밀히 관찰하는 의사용 의자도 없었다. 대신 의사와 환자가 마주 앉아 대화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뿐. 그 의자에 앉아 융은 그저 물었다. “그것이 무슨 의미죠?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융은 의사로서 말하는 대신 환자들에게 목소리를 돌려주었다. 그러고 나면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병의 문제부터 치유 단서까지 찾아내는 것이었다. 병의 심판자로서, 치유의 구원자로서 의사라는 생각이 얼마나 오만한 것인지 융은 알았다. 융의 성격이 원래 좀 퉁명스러웠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융은 굳이 직업적 친절함으로 그것을 가리지 않았다. 그것은 의사에게 쉽게 의존하는 환자의 성향을 막고, 환자를 독립적인 대화상대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의사와 환자는 병이 던져준 수수께끼를 함께 푸는 놀이의 참가자였다. 거기서 길을 만드는 것은 환자의 몫이었고 의사는 조력자일 뿐이다. 오늘날 너무도 병원에 의존해 사는 현대인을 보면 융은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그리고 긴 안목으로 보아도 유효한 치료란 없습니다. 삶은 언제나 다시금 새롭게 획득되어야 하는 법이지요. 병을 만든 것도, 그 병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도, 그리고 그 병을 치유할 수 있는 것도 여러분 자신입니다. 그러니 자기 자신의 의사가 되십시오! 신근영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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