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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토기업 특선] 장류 하나로 세계시장 넘보는 매일식품

    [향토기업 특선] 장류 하나로 세계시장 넘보는 매일식품

    전라도 음식은 전국에서 최고로 손꼽힌다. 그런데 전라도 음식에 꼭 들어가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장류를 3대째 만드는 회사가 있다. 68년째 한결같이 장류만을 고집하며 개발, 생산하는 매일식품이다. 대기업을 포함해 전국 6위를 자랑하며 중소기업으로만 따지면 2~3위 안에 든다. 지난해 2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남 순천시 서면 순천공단에 있는 매일식품은 일제에서 해방된 1945년 고 김방 여사가 창업한 ‘김방장유양조장’으로 시작됐다. 김방 여사는 베트남 전쟁 때와 사우디아라비아 공사 현장에 납품하기도 했다. 아들인 오무 회장이 1979년 매일식품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1982년 순천공단으로 공장을 이주, 현대화 시설을 갖추면서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한국장류협동조합 이사장을 맡은 오 회장은 1985년 국방부 조달본부 출입업체로 등록한 뒤 2000년 국방부로부터 우수업체 표창을 받았고, 국제표준화기구(ISO) 9001 품질 시스템 인증도 따내 산업체 시장에선 독보적인 자리에 오를 만큼 한국 식품 산업 발전과 함께 성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때인 1997년 입사한 오상호(42) 대표이사는 선대의 품질 제일 정신과 젊은 도전 정신을 합쳐 신제품 개발과 틈새시장을 공략해 5년 만에 매출액을 5배로 늘렸다. 특히 국내 중소기업의 한계를 해외에서 극복했다. 중국 상하이에서는 국내 대기업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정도다. 상하이에서만 500개 매장에 제품이 입점됐다. 세계한식요리 경연 대회 등을 후원하며 한식 세계화에 앞장서고 꾸준하게 해외 바이어를 발굴해 미국, 일본, 베트남, 호주, 중국 등 20개국 이상에 수출하고 있다. 영국, 페루, 칠레, 파키스탄 등과도 수출 관련 협상을 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매출 250억원에 수출 200만 달러 돌파다. 매일식품의 이 같은 경쟁력 확보는 앞을 내다본 기술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연구팀은 유형의 물질보다 혀끝으로만 느낄 수 있는 ‘맛’에 치중해 장류와 천연조미료를 개발, 8건의 특허를 획득했다. 특허 출원 중인 것도 여러 건 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봤다. 오 사장은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매일식품 제품을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매일식품은 국내 아미노산간장(HVP) 산업을 선도하며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CJ 제일제당, 진미식품, 아워홈, 농협중앙회 하나로마트 등에 장류를 공급한다. CJ 제일제당의 다시다, 불고기 양념 등에 사용되는 간장을 수년간 공급, 2004년부터 CJ 우수협력업체로 선정됐다. 2011년엔 국내 최초로 현미양조간장을 개발했다. 지난해에는 제23회 중소기업 주간을 맞아 제3회 명문장수기업상 대상인 지식경제부상을 받았다. 2010년에 제정된 명문장수기업상은 오랜 전통을 가진 건실한 기업의 경영 의욕 고취와 기업인의 성공 비결 전파, 지속 가능한 경영환경 조성 등을 위해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은행이 주관하는 행사다. 대한민국 식품대전 ‘제1회 아그리젠토 코리아상’에서도 금상을 받았다. 아그리젠토상은 혁신성과 기술성이 우수한 농수산식품을 엄선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매달 주는 상이다. 매일식품은 기존의 장류 생산에만 안주하지 않는다. 밀로 간장을 담가 염기를 제거하고 농축한 뒤 분말로 만들어 조미료 가운데 가장 맛내기가 어렵다는 감칠맛 함량을 높인 ‘아지미’를 개발하는 등 장류와 천연조미료 제품 100여개를 개발, 생산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출발해 지역과 함께 성장한다는 경영방침을 정한 매일식품은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불우이웃돕기 등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순천대에 도서구입비 1000만원을 기탁했으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성공 기원 및 위생적인 음식문화개선을 위해 1500만원을 들여 앞치마 3100장을 기증했다. 직원들은 매달 사랑나눔 행사로 자신들의 급여 일부분을 모아 수시로 단체 및 소외 이웃들에게 전달하는 등 꾸준한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 대표는 “지역민에게 오래오래 사랑받으며 그 사랑으로 더욱 성장해 순천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며 “하고 싶다는 열정만이 아닌 해야 한다는 자세로 소비자들에게 받은 사랑을 다시 지역에 환원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中 “시민사회 자치역량 강화” 권장… 정치·종교 부문은 통제 ‘양날의 칼’

    [주말 인사이드] 中 “시민사회 자치역량 강화” 권장… 정치·종교 부문은 통제 ‘양날의 칼’

    올해 51세의 골드미스인 쉬위펑(徐玉鳳)은 ‘마오마마’(猫媽媽·고양이 엄마)로 불린다. 베이징 소재 고양이 보호 비정부기구(NGO)인 마오싱저(貓行者·고양이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 모임의 회장으로 베이징 창핑(昌平)구 후이룽관(回龍觀)의 30평대 아파트 두 채를 빌려 고양이 100여 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녀가 키우는 고양이들 가운데는 팔·다리가 없이 거동이 불편한 고양이들도 있다. 빈부격차로 사회갈등이 심해지면서 애꿎은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것만큼 중국에는 개나 고양이 등 동물을 상대로 한 학대 행위가 늘고 있다. 마오싱저 회원들은 고양이 학대 제보를 받고 고양이를 구해 오거나 동물학대 방지 캠페인을 벌인다. 거둬온 고양이들은 쉬위펑이 대부분 돌본다. 쉬위펑은 지난 21일 “고양이 100여 마리를 먹여살린다는 게 버겁기도 하지만 이제는 이 일에서 발을 뺄 수 없을 만큼 강한 애착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베이징 한 병원 재무팀에서 일하던 그녀는 지난 2012년 말 지인 집에서 병든 고양이들을 데려와 치료해 주면서 동물 보호 일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에 버려지거나 학대받는 고양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인터넷을 통해 같은 고민을 나누는 사람들과 뜻을 모으면서 본격적으로 모임을 결성하게 됐다. 중국에는 아직 동물 보호 운동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많다. 이데올로기 갈등과 빈부격차가 심한 만큼 그럴 돈이 있으면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데 쓰라는 식이다. 실제로 쉬위펑이 100여 마리의 고양이를 돌보기 위해 한 달에 들어가는 돈만 3만 위안(약 540만원)이 넘는다. 금전적 능력과 시간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쉬위펑은 은퇴 이후 사회 환원 차원에서 이 일을 하고 있으며, 회원들 중에는 시간과 돈을 쪼개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다. 동물학대 방지 교육은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배우는 것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생명 경시 풍조를 퇴치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현재 중국에서 등록·활동 중인 NGO는 45만여개에 이른다. 사회적 NGO가 24만 5000개, 비영리·개인 NGO가 19만 8000개에 달한다. 무엇보다 마오싱저와 같은 NGO는 단순한 동물 보호 운동을 넘어 중국의 시민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행동에도 나선다. 동물 보호 운동 관련 단체들의 경우 매해 중국의 입법 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상대로 동물학대방지법 제정을 촉구한다. 동물학대방지법이 없다 보니 고양이를 하이힐로 밟아 죽이는 등 각종 동물 학대 동영상을 버젓이 인터넷에 올려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 동물 보호 NGO들은 당국이 매해 6월 실시하는 ‘큰 개(35㎝ 이상) 때려잡기 운동’이 동물학대 행위라며 베이징시에 여우싱(游行·시위)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중국에서 이 같은 NGO 운동이 활발해지는 것은 인터넷 발달에 따른 결과이지만 일부 권한을 시민사회 쪽으로 옮겨 자치 역량을 강화시키고자 하는 새 정부의 방침과도 맞물려 있다. 경제가 급성장하고 사회가 다양화되면서 국민의 요구 사항이 많아지는 만큼 동물·환경·자선 등 일부 분야에 대해 시민운동을 허용함으로써 정부의 짐을 덜어내겠다는 의도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폐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기업인들의 모임이나 과학기술, 공익·자선, 도·농 지역사회 서비스 분야의 NGO는 허가를 받지 않아도 정부에 등록만 하면 출범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전에는 특정 부처나 정부 사업 단위에 소속되도록 했지만, 이제는 당국에 등록만 하면 활동이 가능하도록 진입 문턱을 낮춘 셈이다. 실제로는 이보다도 관리가 느슨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오싱저와 같은 동물 보호 NGO들은 200개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이들 가운데는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활동하는 단체가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농민공이 많은 광둥(廣東)성 지역에는 농민공에 대한 교육과 이들 사이의 소통에 초점을 맞춘 도·농지역 사회 서비스 NGO 운영이 장려되는 분위기다. 당국은 이들 NGO가 노동자들의 잇단 자살, 폭력시위 등 사고를 유발하는 비인간적 공장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NGO는 ‘양날의 칼’과 같다는 점에서 아직은 정치 민감도가 낮은 분야에 한해서만 허용되는 분위기다. NGO가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나아가 공산당에 반기를 드는 조직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법률·종교를 비롯해 외국 NGO의 중국 내 활동은 계속 심사를 받도록 통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동물보호넷을 운영하는 칭화(淸華)대 철학과 장진쑹(蔣勁松) 교수는 “아직은 정치적 민감도가 떨어지는 분야에 한해, 또 일부 지역에 대해서만 NGO가 활성화되는 분위기지만 자치를 핵심으로 하는 시민사회 형성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했다. 글 사진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⑨ 정동과 덕수궁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⑨ 정동과 덕수궁

    >> 정동 공사관거리 어떻게 형성됐나 서울 도심 한복판 중구 정동(貞洞)이 외국 공사관 거리로 바뀐 데에는 사연이 있다. 미국공사관이 1883년 정동에 처음 자리 잡으면서 열강이 속속 진입한 것이다. 서울에서 근대의 풍경을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곳 정동의 형성은 우연한 계기로 이뤄진 셈이다. 1880년 우리나라에 첫 공사관을 개설한 일본 공사관이 들어선 곳은 서대문 밖이었다. 조선은 외국 공관의 사대문 안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1882년 임오군란 진압 과정에서 청군과 일본군이 도성 안에 주둔하면서 금역은 깨졌다. 새 경계선으로 정한 것이 개천(청계천)이었다. 종묘사직이 있는 개천 안쪽만에라도 외세를 들여놓지 않으려고 버텼다. 일본과 청나라의 틈을 비집고 미국이 사대문 안 정동에 전격 상륙한 것이다. 왜 하필이면 정동이었을까? 조선과 수호조약을 체결한 미국 초대 공사 푸트에게 정동에 공관과 사택을 알선해 준 이는 수송동에 살고 있던 독일인 외교고문 묄렌돌프였다. 통역 윤치호의 처가가 정동에 있었던 이유도 컸다. 그러나 강원도 관찰사 민치상의 아들 민계호의 집을 외국인에게 선뜻 내어 준 것은 고종의 윤허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다. 당시 58세로 나이가 지긋하고 경력도 상당한 푸트에 대한 고종의 개인적 호감이 작용했다고 한다. 푸트는 1만냥을 주고 125칸의 건물이 딸린 한옥을 사들였다. 이 집은 미국 공사관을 거쳐 나중에 미국 대사관저(하비브하우스)가 된다. 푸트는 정동에 정착한 최초의 외국인이 됐다. 이어 영국 영사관(1884년), 러시아 공사관(1885년), 프랑스 공사관(1889년), 독일 영사관(1891년), 벨기에 영사관(1901년) 등이 합류하면서 정동은 양인촌(洋人村)이 됐다. 정동은 서양 외교관이나 선교사, 그들의 가족에게 여러모로 좋은 곳이었다. 인천항이나 한강을 통해 서울 진입이 손쉬운 마포나루와 양화진이 가깝고, 경복궁이나 경운궁에 접근하기 좋다. 사대문 성곽 안이어서 안전하고, 토지와 가옥 매입이 쉬우며, 특정 지역에 모여 살기에 편리했다. 19세기 말엽까지 서울에는 9개 나라의 공관이 있었는데 이 중 7개 나라가 정동 권에 있었다. 중국과 일본의 공관만 정동 밖에 있었다. 개항기 서울에서는 모두 226명의 서양인이 117채의 집을 차지했다. 대부분 정동이나 연지동에 거주했다. 여기에다 청국과 일본인을 포함하면 외국인 수는 모두 3200여명에 이른다. 독립신문 1897년 4월 1일자는 “프랑스인 28명에 가옥 7호, 러시아인 57명에 가옥 22호, 독일인 9명에 가옥 7호, 미국인 95명에 가옥 40호, 영국인 37명에 가옥 41호, 청국인 1273명에 가옥 110호, 일본인 1758명에 622호 등 모두 3257명에 가옥 767호이라더라”라고 보도했다. 이후 13년이 흐른 1910년 서양인 수는 308명으로 별 변화가 없었다. 같은 해 7월 15일자 대한매일신보에 따르면 일본인을 제외한 외국인 수는 2344명이었다. 대한매일신보는 “경성에 거류하는 외국인을 조사한즉슨 영국인이 88명, 미국인 131명, 프랑스인 57명, 독일인 19명, 러시아인 12명, 벨기에인 1명, 청국인 2036명이라더라”라고 보도했다. 미국 공사관의 정동 진입 당시 일본 공사관은 남산자락 아래 예장동에 있었고, 청나라의 공사관 격인 상무총서(商務總暑)는 남별궁터(조선호텔)에 있었다. 조선에 대한 종주권을 주장하는 청은 공사관을 설치하지 않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총영사를 지낸 천수탕(陳樹棠)이 1883년부터 2년간 주조선(駐朝鮮) 상무위원(商務委員)이란 직함을 달고 활동했다. 실질적인 청국대사였다. 그는 외국사절단 회의석상에서 “조선은 중국의 속국이니 나의 직위는 외국 사신 중 우두머리이며, 조선의 정승보다 상석에 앉아야 한다”며 거드름을 피웠다. 후임자인 위안스카이(袁世凱)의 직함은 ‘주찰조선총리교섭통상사의’(駐紮朝鮮總理交涉通商事宜)였다. 1885년부터 10년간 조선총독 행세를 한 위안스카이는 명동 옛 중국 대사관 자리에 총리아문이라는 집무실을 설치했다. 지금의 을지로입구와 마포나루에 청국경찰서와 청국파출소를 각각 두는 등 경찰력을 따로 운영했다. 이들의 위세를 업고 중국 상인들이 소공동을 중심으로 수표동과 관수동에 상권을 형성했다. 정동은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의 능인 정릉(貞陵)이 있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지만 왕자의 난을 치른 태종이 계모의 능을 정릉동으로 옮겨 버렸기 때문에 능의 실체는 없고 이름만 남았다. 미국 공사관 터가 정릉 터로 추정된다. 태조 때 정릉에 설치한 문인석 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전성기 정동에는 외국 공사관을 비롯해 배재학당, 이화학당 등 학교와 손탁호텔, 성공회, 구세군 본영, 정동 제일교회, 덕수교회 등 종교시설 등 모두 25개의 큰 건물이 들어서 서울에서 가장 화려하고 분주한 동네였다. 현재도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노르웨이, 네덜란드, 러시아 대사관 등 6개국 대사관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대사관저는 웬만한 대사관을 압도하는 규모다. 정동에 근대의 향기는 여전하지만 자취는 거의 사라졌다. 정동의 옛 공사관과 거리가 그때 그 모습으로 보전됐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을 감출 길 없다. >> 덕수궁인가 경운궁인가 ‘도심 궁궐’ 경운궁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 황궁이었다. 고종은 백성이 모이기 쉬운 경운궁과, 청과 일본의 군사력이 미치기 어려운 정동 외국 공사관을 이용해 기울어져 가는 나라를 일으켜 세우려고 애썼다.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옮겨 정사를 본 1896년 아관파천 이후 1910년 국치일 이전까지 서울의 정치 중심은 경복궁이 아니라 경운궁이었다. 이곳에서 1897년 대한제국 수립을 선언했으며 원구단과 황궁우를 짓는 등 위상회복을 꾀했다. 서대문~종로~동대문~청량리 간 8㎞ 거리의 단선궤도 전차를 1899년 개설했는데 이는 도쿄보다 3년이나 앞선 것이었다. 경운궁은 을지로와 충무로 등 주요 도로와 사통팔달 식으로 연결되는 방사성 교통 요충지가 됐다. 조선 500년간 왕족이나 명문가의 거주지이자 사색당파(四色黨派) 중 서인(西人)의 주거지이던 정동이 하루아침에 양인촌으로 둔갑하면서 사실상 열강의 조계지(租界地)가 된 이유는 여러 가지다. 고종은 먼 나라와 친교를 맺어 가까운 나라를 공략한다는 ‘원교근공’(遠交近攻) 계책에 따라 서구열강의 힘을 빌려 일본과 청의 야욕을 막으려고 했다. 고종의 생각은 현실이 됐다. 미국 공사관이 정동에 터를 잡은 지 13년 후인 1896년 2월 11일 고종은 일본군의 눈을 피해 야밤에 경복궁을 탈출, 미국 공사관 안 쪽문을 통해 러시아 공사관으로 파천했다. 명성황후가 참변을 당한 경복궁에 더 머물길 원치 않았다. 이곳에서 1년 9일을 머물면서 경운궁을 정비했고, 이듬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궁(皇宮)으로 썼다. 1919년 승하할 때까지 23년간 경운궁과 정동을 떠나지 않았다. 경운궁 대안문 앞에서 치러진 국장은 3·1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1907년 고종이 강제 퇴위당하고 나서 경운궁은 덕수궁으로 이름을 바꿨다. 동문 대안문(大安門)을 대한문(大漢門)이라고 이름을 바꿔 정문으로 썼다. 대한제국 시기 열강이 공사관과 교회, 학교 용도로 야금야금 잠식한 경운궁은 3분의1 크기로 쪼그라들었다. 1930년 덕수궁에는 전(殿) 6채, 당(堂) 7채, 헌(軒) 5채 등 18개 건물만 달랑 남았다. 궁궐 부지 2만여 평 중 절반을 또 공원용지로 떼어 냈다. ‘중앙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장충단공원, 남산공원과 함께 서울의 3대 공원으로 지정됐다. 일본을 상징하는 벚나무를 심었다. 역사상 첫 황궁이던 경운궁은 창경궁과 함께 일개 공원으로 전락했다. 경운궁이라는 이름은 역사와 기억에서 지워지고 있다. 덕수궁이면 어떻고 경운궁이면 어떠하며, 대안문이면 어떻고 대한문이면 또 어떠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비록 우리 손으로 바꿨지만, 일제의 술수와 압력이 개명을 종용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경운궁 명칭 회복운동이 몇 년 전 시작됐다. 일제 잔재 청산 차원에서 경운궁으로 환원하자는 학계와 시민단체 등의 주장에 대해 문화재청은 잔재의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덕수궁을 유지했다. 문화재위원회도 명칭을 변경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지 못하고, 반대 의견이 많아 명칭 변경 안건에 대한 심의를 보류한다고 밝혔었다. 조선총독부를 해체한 이유를 망각하고 있다. 역사에는 곡절이 있다. 곡절의 진위를 캐묻는 의문과 왜곡 바로잡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진실도 눈을 감고 말 것이다. joo@seoul.co.kr
  • 여수 강재헌 市의원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여수 강재헌 市의원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현직 시의원이 1억원 이상 기부하는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해 화제가 되고 있다. 22일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여수시의회 강재헌 의원이 5년 동안 1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하고 올해 전남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강 의원은 “급여 사회환원 약속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나눔 문화의 확산을 통해 시민이 행복해하고 웃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수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국민과 소통 강화·정책 신속실행 중요” 국가정책조정회의 목요일 개최 환원

    “국민과의 소통과 신속한 정책 실행이 장관들의 편의, 행정 편의보다 중요하다.” 국무회의와 함께 국정 현안 및 방향을 협의하고 조정하는 양대 회의인 국가정책조정회의가 목요일로 개최 일자를 옮긴다. 21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주부터 국가정책조정회의를 매주 목요일 오전에 열기로 했다. 이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소통과 신속한 정책 실행을 강조하면서 개최 일자 변경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국가정책조정회의가 편의상 금요일에 열리고 있는데 토·일요일 이틀간의 휴일이 끼어 각 부처들이 금요일 회의에서 결정한 사안들에 대한 신속한 후속 조치와 빠른 대책 마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국민들과 소통하는 데 있어 목요일에 결정한 사안이 더 효과적으로 대중에 알려지고,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도 있다. 바로바로 정책의 후속 조치들을 챙기고 즉각적인 정책 실행의 피드백이 이뤄지게 하겠다는 정 총리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국조실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국가정책조정회의는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 장관들이 참석해 부처 간의 입장과 이견을 협의하고 조정하는 창구다. 이 때문에 국무회의에 비해 각 부처 장관들이 현안을 둘러싸고 보다 자유롭고 깊은 속내를 털어놓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첫 목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는 네거티브 규제방식 확대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책조정회의는 당초 목요일에 서울 정부청사에서 열리다 지난해 세종시로 부처들이 이전하면서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 세종시의 일부 장관과 관계자들의 편의를 위해 차관회의가 열리는 금요일로 옮겨졌었다. 세종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도시가스 요금에 기부금 끼워넣고 소비자에 ‘덤터기’

    ‘생색은 기업이 내고 부담은 소비자가 진다.’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회사들이 기부금을 낼 때 벌어지는 일이다. 도시가스 요금에 기부금이 포함돼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부과되고 있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도시가스회사 공급비용 산정기준’이 기부금 등을 공급원가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지역에 도시가스를 독점공급하는 대성에너지가 수년간 기부금과 접대비를 요금에 반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 김원구 의원은 대성에너지가 기부금 등을 도시가스 공급요금에 포함시켜 시민들에게 부담시킨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20일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대성에너지는 2009년 2억여원, 2010년 1억 4000여만원, 2011년 4억 6000여만원, 지난해 6억 2000여만원, 올해 3억 2000여만원 등 최근 5년 동안 시민단체 등에 기부한 17억여원을 도시가스 공급요금에 포함시켰다. 또 이 기간에 매년 접대비 명목으로 지출한 1억~3억원을 반영했다. 여기에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홍보비에 투입된 3억원도 가스요금에 반영시켜 줄 것을 요구해 이 가운데 2억원가량을 관철시켰다. 기업이 이윤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차원에서 낸 기부금을 상품의 원가로 시민들에게 떠넘긴 것이다. 김 의원은 “기부금은 도시가스 생산에 필요한 원가라기보다는 기업활동으로 인해 생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성격이 강하다”면서 “시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면서 마치 대성에너지가 기부금을 모두 내는 것처럼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기부금, 접대비 등을 도시가스 공급비용에 포함시키더라도 요금을 결정하는 대구시가 시민들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판단을 내려 기부금 등이 과도하게 반영되지 않도록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대성에너지는 시민 구단인 대구FC에 대한 지원도 공급비용에 포함시켜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올해는 중단키로 했다. 대성에너지 관계자는 “2010년 3억원, 2011년 5억원을 대구FC에 지원했으나 도시가스 공급비용에 반영을 못했다. 올해도 이를 시에 요구했으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대구FC를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 김지채 녹색에너지과장은 “기업의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기부금의 원가 반영을 해주고 있다”면서 “그러나 기부금은 결국 시민이 부담하는 데 기업이 생색을 내는 것은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성에너지 관계자는 “산업부 도시가스 공급비용 산정 기준에 의해 대구뿐 아니라 다른 지역 도시가스 회사들도 기부금을 도시가스 공급비용으로 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가스 공급비용은 원료가, 공급비용, 부가세 등으로 구성된다. 전체 요금의 92.2%인 원료가는 환율과 유가 변동에 따라 산업부에서 결정하고 나머지 7.8%는 지방자치단체가 조정하는데 여기에 기부금 등이 포함된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한국 유학 4년’ 에악타상 태국 명문대 전임교수로

    ‘한국 유학 4년’ 에악타상 태국 명문대 전임교수로

    한국에 유학 온 태국 20대 여성 연구자가 환경분야의 우수한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박사학위 취득과 동시에 태국 명문대 전임 교수로 임용됐다. 건국대(총장 송희영)는 공과대학 환경공학과 박사과정생인 눔폰 에악타상(29)이 태국 타마사대학교 전임 교수로 임용됐다고 18일 밝혔다. 에악타상은 태국 타마사대와 AIT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2009년 한국으로 유학 왔다. 미생물연료전지를 이용한 황계열 악취제거 기술개발 연구사업에 참여하면서 황산염 환원균주가 만들어내는 생물학적 나노물질의 특성을 밝혀냈고 이를 국제학회와 국제 저명학술지 등에 발표하면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
  • [사설] 全씨 일가 속죄하는 심정으로 수사 임하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 관련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는 구속영장이 청구돼 영장실질심사를 기다리고 있고 자녀들도 곧 소환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한다. 남긴 비자금이 없다는 전씨 측의 주장과는 달리 비자금으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처남 이씨가 전씨 자녀들에게 500억원을 주기로 한 문건이 확보되는 등 이미 숨긴 비자금이 존재한다는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전씨 일가는 아직도 반성의 빛은 손톱만큼도 보이지 않고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태도로 일관해 공분을 사고 있다. ‘참 뻔뻔하다.’ 전씨 일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수중에 29만원밖에 없다고 할 때부터 그랬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어떻게 저런 언행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설령 정당하게 재산을 모았더라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는 선행을 베푸는 지도층 인사들도 적지 않다. 그렇게 하지는 못할망정 거액의 검은돈을 자식들에게 교묘한 수단으로 전달하고 증거가 나왔는데도 끝내 사실을 부인하며 자식을 감싸는 모습은 추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한편에서는 전씨 측이 추징금을 스스로 납부하겠다는 생각이 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지만, 수사의 흐름을 바꾸는 등에 이용하려는 ‘꼼수’는 아닌지 의심스럽다. 검찰이 전씨의 조카를 조사하다 돌연 석방한 배경도 석연치 않다. 검찰은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한 푼도 빠짐없이 다 회수한다는 일념으로 수사에 매진하는 것만이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추징금을 다 회수할 수 있음에도 적당한 선에서 전씨 일가와 타협해서는 국민의 공감과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다시 한번 촉구하건대, 전씨 일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마음으로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 전씨의 돈을 받아 재산을 불린 주변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지난날을 참회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면 전씨는 여생을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적어도 숨어 지내지는 않아도 될 것이다. 그게 나은지, 강제집행으로 재산의 상당 부분을 잃고 자손대대로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사는 게 나은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 답은 자명하지 않은가.
  • 문선명 총재 사후 1년, 통일교의 현재는…

    문선명 총재 사후 1년, 통일교의 현재는…

    지난해 9월 92세를 일기로 성화(聖和·타계)한 문선명 총재 사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은 그 미래를 둘러싸고 많은 추측이 난무했었다. 오는 23일(음력 7월 17일) 문 총재 1주기를 맞는 통일교가 그런 우려 섞인 전망과는 달리 안정된 조직을 구축, 조용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문 총재 사후 통일교가 다른 양상을 보인 큰 흐름은 일반의 전망과는 다른 후계 구도 마무리와 통일교단 위상의 전환이다. 우선 미망인이자 문 총재 생전에도 공동 총재 격으로 활약했던 부인 한학자(70) 총재 친정체제의 구축이 눈에 띈다. 당초 한 총재는 통일교의 양 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됐던 4남 국진(43), 7남 형진(34)씨 등 두 아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형진씨는 지난해 9월 말 통일교 한국총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미국행을 선택했다. 형진씨는 현재 세계회장 직함을 갖고 있다. 국진씨도 지난 3월 통일재단 이사장 겸 통일그룹 회장직을 내놓고 미국에 살고 있다. 두 아들의 예상 밖 퇴진(?)은 아무래도 세간에서 ‘왕자의 난’으로 도마에 올랐던 아들 간의 알력이 큰 원인이란 관측이 많다. 실제로 국진 씨는 통일교단과 거리를 둔 채 독자 노선을 걷고 있는 3남 현진(44)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른바 ‘여의도 소송’ 1, 2심에 패소해 통일재단 이사회로부터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장학재단을 비롯한 종교·기업·재단을 모두 이끌고 있는 한 총재는 사실상 통일교의 실질적인 교주인 셈. 통일교단은 “한학자 총재가 참어머니로서 문선명 총재를 대신하는 동시에 동격·동위로서 그 사명을 수행한다”고 공표한 바 있다. 한 총재의 주변에 문 총재 부부의 최측근으로 활동해온 지도자들이 포진해 돕고 있다. 형진씨의 후임으로 통일교 한국총회장에 취임한 양창식(60) 전 미국총회장과 국진씨 퇴진 후 통일재단 이사장을 맡은 박노희(72) 유니버설문화재단 부이사장이 대표적인 보좌진이다. 한 총재와 통일교단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포스트 문선명’ 위상은 역시 문 총재의 유지를 통한 사회통합과 봉사 교단으로 거듭나기다. 문 총재가 남긴 500쪽짜리 책 700권 분량의 방대한 어록을 ‘천성경’ ‘평화경’ ‘참부모경’ 등 세권으로 정리하는 ‘천일국경전’ 편찬은 최우선 사업 순위에 있다. 통일교의 공식명칭을 원래 이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으로 환원한 뒤 추진하는 역점 사업도 종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실제로 국제축구대회 피스컵을 잠정보류한 데다 대북투자의 핵심 사업이랄 수 있는 북한의 평화자동차와 보통강호텔 운영권을 북한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차세대 리더의 육성과 통일교 전교의 강조가 눈에 띈다. 1000억원 규모의 장학재단 ‘원모평애재단’과 통일교 지도자 육성기관 ‘천주평화사관학교’를 설립했다. 문 총재 사후 조용하면서도 예사롭지 않게 변모하는 통일교의 위상은 결국 아들들의 복귀와 맞물려 자리 잡게 될 것이란 전망이 통일교 내부에선 무성하다. “2세는 아직도 시간을 둬야 될 것 같다. 더 길러야 할 것 같다.” 올해 신년하례회에서 한 총재가 남긴 말의 시효가 언제일지 모를 일이다. 한편 통일교는 오는 17∼23일을 추모 기간으로 정해 23일 오전 10시 가평 청심평화월드에서 가족과 전 세계 통일교 관계자 2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문 총재 1주기 추모식을 연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하루만에 ‘뚝딱’ 세법수정안도 허점

    기획재정부가 ‘중산층 증세’라는 비난에 따라 하루 만에 내놓은 세법 개정안의 수정안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지난 13일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총급여 3450만~5500만원인 중산층의 세 부담 증가는 ‘0원’이라고 했지만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근로자가 많을 것으로 전망됐다. 14일 국세청의 ‘2012년 국세통계연보’(2011년 소득분)에 따르면 1인당 평균 근로소득 세액공제는 총급여 3000만~4000만원 근로자의 경우 34만 3201원이다. 총급여 4000만~4500만원은 40만 3141원, 4500만~6000만원은 45만 3708원, 6000만~8000만원은 49만 4523원 등이다. 만일 모두 50만원 한도를 공제받고 있다면 통계상 평균 공제액은 50만원이어야 한다. 즉 총급여 3450만~5500만원 사이 봉급생활자 중 많은 수가 지금도 근로소득 세액공제 한도 50만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6000만~8000만원 구간에서야 대다수가 현행 한도 50만원까지 공제를 받고 있다. 정부는 세법 개정안으로 세금을 더 내게 되는 5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근로소득 세액공제 한도를 50만원에서 66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늘어나는 세금 16만원만큼 세액공제 한도를 늘려 돌려주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지금도 한도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라 세액공제 한도를 높여 줘도 더 돌려받을 세금이 없다. 소득세만 늘어나게 된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도 이날 총급여 4000만원인 경우 세법 개정안 원안에 따르면 올해보다 소득세가 연 18만원 늘어나는데 수정안을 적용해도 여전히 연 2만원을 더 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 측은 “5500만원 이하 근로자 상당수의 세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재부의 전직 고위 공무원도 “근로소득 세액공제 한도를 늘리는 대안으로 3450만~5500만원 사이 모든 봉급생활자의 증세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정치권의 공세로 과도한 짜깁기를 할 경우 세제의 틀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총급여 3450만~5500만원 사이 모든 봉급생활자의 세 부담이 ‘0원’으로 환원되느냐는 질문에 기재부 관계자는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라면서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경우라도 지난 원안보다 증세액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경남·광주은행 매각, 정치이슈 변질… 지역민심·경제논리 충돌

    경남·광주은행 매각, 정치이슈 변질… 지역민심·경제논리 충돌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시작된 지 한 달 가까이 되면서 지방은행 인수합병(M&A)이 지역색을 등에 업고 정치 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금융 내 계열사인 광주은행과 경남은행 매각을 놓고 해당 지역 민심이 들끓으면서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등이 지역의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장 높은 가격을 써 낸 매수자에게 팔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삼일회계법인을 주관사로 해 오는 16일 우리투자증권 매각 공고를 낼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자산운용, 우리금융저축은행 등과 함께 매각된다. 내년 초 매각공고가 날 우리은행 계열을 제외하고 지방은행 계열과 증권계열 매각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광주은행은 JB금융지주(전북은행)와 하나금융지주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남은행은 DGB금융지주(대구은행)와 BS금융지주(부산은행)가 인수 후보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은행에 대한 입찰 마감인 다음 달 23일이 다가오면 지역 민심이 더 끓어오를 수 있다. 정치 개입도 이뤄지고 있다.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인 나성린(부산 진구 갑) 의원은 최근 부산에서 열린 행사에서 “경남은행이 부산은행에 인수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경남 지역은 경남은행을 지역 상공인이 인수, 지역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홍준표 경남지사는 “다른 지역이 경남은행을 인수하려고 하면 도 금고를 빼버리겠다”며 금융당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경남상공회의소와 경남은행 노조 등이 주축이 된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설립 목적은 그 지역 발전에 기여하라는 것인데 이와 상관없이 무조건 최고가 매각만 추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 가운데 95%를 이미 회수해 공적자금은 5%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최고가 매각을 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회는 지역 내 환원을 주장하는 100만인 서명을 이달 말쯤 금융위원회 등에 보낼 계획이다. 광주쪽 민심도 경남쪽과 비슷하다.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방은행이 있어야 하는 만큼 지역 자본이 인수해야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정성창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외국계 자본이 인수할 경우 ‘론스타 사태’가 우려되고, 시중 금융지주가 인수할 경우 지역 내 경제에 투자가 이뤄지기보다 중앙으로 자금이 모이는 구조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지방은행이 없는 강원도나 충청도의 경우 지역별 중소기업 대출 현황을 보면 다른 지역보다 미진하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최고가 매각 원칙에 변함이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이 네 번째 도전인 우리금융 민영화가 또다시 실패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 계획안을 짰을 때 지방은행의 경우 지역 내 민심이라든지 정치논리 등이 논란이 될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하다가는 민영화가 실패로 끝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단순하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지금&여기] 우윳값 인상 난리 굿/오달란 산업부 기자

    [지금&여기] 우윳값 인상 난리 굿/오달란 산업부 기자

    지난 8일 아침, 매일유업의 한 직원은 농협 하나로마트 구매담당자의 휴대전화로 사진 한 장을 찍어 보냈다. 홈플러스에서 산 매일우유 1ℓ의 영수증이었다. 경쟁사가 우유 가격을 2350원에서 2600원으로 올렸으니 당신들도 올리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같은 시간, 이마트는 하나로마트가 문 열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매일우유 가격표를 보기 위해서였다. 하나로마트가 우윳값을 올리지 않은 것을 확인하자 이마트도 값을 올리지 않았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이마트를 따라 부랴부랴 가격을 환원시켰다. 매일유업과 서울우유 등이 인상을 당분간 미루기로 하면서 우윳값 인상 논란은 일단락됐다. 난리 굿도 이런 난리 굿이 없다. 이날 온종일 전화통을 붙들고 양쪽 얘기를 듣고 있자니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양쪽은 서로 ‘을’(乙)이라고 주장한다. 우유업계는 가장 큰 유통경로인 대형마트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대형마트는 우유 빠진 마트 냉장고를 상상할 수 있겠느냐며 우유업체가 가격을 올린다고 하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둘 다 이기적이긴 마찬가지다. 우유업계와 대형마트 3사는 이미 이달 초 우유의 소비자가격을 250원 올리기로 뜻을 모았다. 106원 오른 원유값에 인건비, 생산비 등의 인상분을 반영하면 이 정도가 적당하다는 게 우유회사의 논리다. 강제휴업 등으로 매출이 줄어든 대형마트도 여기에 동조했다. 서로 남는 장사이기에 합의가 된 것이다. 우윳값 인상이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다만 그 연유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것이 소비자들의 요구다. 예전처럼 업체가 가격 인상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면 소비자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공유가치 창출이 화제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처음 제안했다. 수익을 창출한 다음 사회 공헌활동을 요식행위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이익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상생, 동반성장과도 뜻이 통한다. 이런 측면에서 유통업계와 우유업계가 소비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합리적으로 인상 폭을 결정해 주길 바란다. dallan@seoul.co.kr
  • 대형마트 압박에 우윳값 인상 유보

    8일부터 우유 가격을 250원 올리기로 했던 매일유업이 인상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흰우유 등 모든 유제품의 가격을 당분간 동결하기로 했다. 농협하나로클럽·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의 압력에 한발 뒤로 물러난 것이다. 9일 우유 가격을 올릴 예정이었던 서울우유와 동원F&B도 인상을 유보하고 대형마트와 가격 재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애초 매일유업은 이날 1ℓ짜리 흰우유 가격(대형마트 소비자가격 기준)을 2350원에서 2600원으로 10.6% 올리는 방침을 밀어붙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하나로마트가 즉각 ‘반기’(反旗)를 들었다. 매일유업이 제시한 인상 폭이 너무 커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가격 줄다리기에 나선 것이다. 하나로마트는 이날 양재점 등 전국 2100개 영업점에서 팔리는 매일유업 우유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개사도 하나로마트를 따라 소비자가격을 동결했다. 이마트는 매일유업의 흰우유 200㎖, 500㎖, 1ℓ, 1.8ℓ, 2.3ℓ 등 5개 품목의 종전 가격을 유지했다. 롯데마트는 1ℓ짜리를 제외한 4개 흰우유 품목의 가격을 올렸다가 오전 중에 원래 가격으로 내렸다. 홈플러스는 5개 품목의 가격을 모두 올렸지만 이날 오후 기존 가격으로 환원했다. 이들은 인상된 가격으로 우유를 구입한 소비자에게 환불해 주고 있다. 유통업체가 극심한 눈치 보기 속에 가격 올리기를 주저하자 매일유업은 이날 오후 1시쯤 각 대형마트에 모든 유제품의 가격 인상을 유보하겠다고 전했다. 우윳값 인상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원유가격연동제 시행으로 지난 1일부터 원유 가격이 ℓ당 834원에서 940원으로 12.7%(106원) 올랐기 때문에 우윳값을 인상하지 않으면 그 손해를 유업계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업계 1위인 서울우유는 9일부터 1ℓ 우유를 2300원에서 2500원으로 올린다는 기존 방침을 일단 접기로 했다. 같은 날 우윳값을 7.5% 올리기로 했던 동원F&B도 인상 유보의 뜻을 밝혔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LTE 주파수경매 입찰증분 0.75%로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최대 이슈인 롱텀 에볼루션(LTE)용 신규 주파수 경매가 임박한 가운데, 경매의 기본입찰증분이 0.75%로 정해졌다. 2011년 경매시 1%보다 낮은 수준으로 경매 과열을 막기 위한 조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8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주파수 경매 세부시행계획을 발표했다. 기본입찰증분은 경매 입찰가를 제시할 때 이전 라운드에서 나온 최대 입찰액에 대비한 가격 상승 제한 비율을 말한다. 만약 이전 라운드 승자의 입찰액이 1000억원이었다면 다음 라운드에서 제시할 수 있는 입찰가는 1007억 5000만원이 된다. 미래부는 2인 이상의 패자가 연속으로 입찰에서 지는 경우에는 입찰증분을 가중하도록 예외규정을 뒀다. 2인 이상 패자가 2회 연속으로 입찰에서 지면 입찰증분을 2%, 그다음부터는 3%로 하되, 연속 패자 상황이 종료되면 다시 기본입찰증분으로 환원한다. 더불어 미래부는 경매관리반과 경매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담합 및 경매진행 방해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다. 경매 전략 공개, 경매장 내 소란행위 등에 대해서는 사업자 경고,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의뢰 등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주파수 경매 일시와 장소는 주파수 할당 신청을 한 3개 이통사에 대한 적격심사가 끝난 뒤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경쟁사 ‘하이트 진로’ 비방 롯데주류 대리점 압수수색

    경찰이 하이트진로를 비방한 혐의로 롯데주류 대리점을 압수 수색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29일 오전 10시부터 약 3시간 동안 롯데주류의 강남구 대치동 지점과 인천지점 등 대리점 3곳을 압수 수색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4월 “롯데주류가 하이트진로의 소주 ‘참이슬’에서 경유가 검출됐다는 기사를 무차별적으로 퍼 나르고 악성 댓글을 달았다”며 롯데주류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롯데주류는 자사에서 생산 중인 소주 ‘처음처럼’에 사용된 알칼리 환원수의 효능을 과대 광고한 혐의(식품위생법 위반)도 받고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서울시마을버스조합 쌀 1억 기부

    서울시마을버스조합 쌀 1억 기부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 1억원 상당의 쌀을 서울시에 기부했다. 서울시는 29일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과 함께 ‘사랑의 쌀 기부 전달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공기복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 황용규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장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기부를 위해 그동안 마을버스조합이 사회 환원과 서비스 개선에 활용하기 위해 적립하고 있는 마을버스발전운영기금 가운데 1억원이 사용됐다. 지난해 2월부터 운송 수입금의 1%가 기금으로 적립되고 있다. 서울시가 전달받는 사랑의 쌀 20㎏ 2000포는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서울푸드뱅크)를 통해 저소득 가정에 전달된다. 박 시장은 “이번 마을버스조합의 사랑의 쌀 전달을 계기로 자발적인 나눔 문화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 이사장은 “마을버스가 대중교통의 사각지대를 오가며 시민의 발이 돼 주고 있듯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시민 생활에 작으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쌀을 기부했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열린세상] ‘착한 한국사람’ 프로젝트/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착한 한국사람’ 프로젝트/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최근 미국에서 몇 년간 살아본 경험이 있는 지인들과 이야기 도중에 다음과 같은 질문이 화제가 됐다. 한국 사람들은 착한가. 모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다지 착하지 못한 것 같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듯했다. 최소한 자신들이 경험한 미국 사람, 미국 사회에 비해 한국 사람, 한국 사회는 그다지 착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마침 한국전쟁 종전 60주년을 맞아 국내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에서 한국전 참전 미국 병사가 전쟁고아가 된 한국 아이를 미국으로 데려가 자신의 아들로 입양해 미국인으로 키워낸 사례들을 보고 감동과 반성을 했다는 이도 있었다. 한국전을 치른 지 60년이 지나 고도성장을 이룬 한국 사회는 적지 않은 동남아 사람들을 노동자로, 신부감으로 받아들이는 이른바 다문화사회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열악한 처지에 놓인 필리핀이나 캄보디아 아이들을 내 자식으로 삼아 아낌없이 후원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통계를 찾아 보니, 한국은 여전히 미국으로만 연간 700여명의 아이를 입양시키는 입양 수출국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우리를 과연 착한 사람들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한국 사람들이 선진국 사람들에 비해 착하지 못하다고 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잦은 외세의 침탈과 전쟁, 남북 분단의 갈등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우리는 착해질 여유와 성찰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 고속 경제성장 과정에서는 나의 출세와 가족의 행복을 돌보는 데 여념이 없었다. 나름대로 유교적 도덕관념과 정의의식은 있었지만 남을 보살피고 도와주는 이타적인 심성과 착한 사회적 실천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많은 경우 우리는 내 몸을 챙기고 가족의 행복을 챙기는 데는 착하지만 이웃을 내 몸처럼 돌보는 데는 그다지 착하지 못하다. 텔레비전은 온통 내 몸을 챙기는 건강과 음식 프로그램투성이다. 가족 내 핏줄을 따지며 갈등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화목과 행복을 지향하는 드라마들이 대세를 이룬 지 오래다. 사람들에게 삶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행복이라고 답한다. 교양 프로그램에는 행복 전도사가 고정 출연하고 행복론이 단골 주제가 된다. 톨스토이는 ‘행복은 인간을 이기주의자로 만든다’고 설파한 적이 있다. 행복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한국사회는 자기 이기주의, 가족 이기주의의 틀에 갇혀 좀처럼 착한 사회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지향하고 있는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경제적 부유함에 맞먹는 정신적 성숙함을 갖춰야 한다. 서로 믿고 서로 위하는 좋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선진사회 아니겠는가. 높은 도덕적 수준과 구성원 간의 상호 신뢰는 한 사회의 사회적 자본으로 작용해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국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경제성장 정책과 함께 ‘착한 한국사람’ 프로젝트라도 가동시켜야 되지 않나 싶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교육은 지식이 많은 ‘든 사람’과 성공한 ‘난 사람’ 만들기에만 몰두했다. 그 결과 경제적으로는 잘살게 됐는지 모르지만 정서적, 정신적으로 잘살고 있는가 하는 데 대해서는 항상 회의적이었다. 진정 정신적으로 행복하려면 착한 한국 사람이 되기 위한 실천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근면과 성실, 절제의 착한 미국인의 표상으로서 ‘모든 양키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은 세계적인 인생 교과서가 된 자서전에서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한 제일의 덕목으로 절제의 습관과 선행의 실천을 꼽은 바 있다. 인간은 언제든지 세속적 유혹과 잘못, 죄에 쉽사리 빠져들 수 있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쾌락과 식욕, 성벽, 성욕, 격정, 탐욕 등 속세적 행복감에 빠져들려는 유혹을 처음부터 적절히 절제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프랭클린은 또 매일 ‘오늘은 어떤 선행을 할 것인가’ ‘오늘은 어떤 선행을 하였는가’를 자문하며 이타적 선행을 실천했다고 한다.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착한 기업인, 전쟁고아를 입양하는 착한 미국 병사는 결코 우연의 결과가 아니다. 착한 한국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도 공허한 행복을 위한 행복론을 떠들지 말고, 절제의 미덕과 선행의 실천을 가르쳤으면 한다.
  • 금융지주, 수장 바뀔 때마다 조직·사업·마케팅 ‘오락가락’

    금융지주, 수장 바뀔 때마다 조직·사업·마케팅 ‘오락가락’

    최근 수장이 교체된 금융지주사들이 전임 회장 체제 흔적 지우기에 한창이다. 조직 구성, 사업 방향, 마케팅 기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전 체제의 유산을 없애거나 축소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회장이 ‘재벌 오너’ 수준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융지주 지배구조의 특성도 반영돼 있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멀쩡한 술’까지 버리면서 경영의 일관성이 단절되고 과도한 정치적 액션으로 비쳐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자랑했던 ‘원두(OneDo) 혁신’은 우리금융에서 더 이상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원두 혁신이란 이 전 회장이 2010년 도입한 경영혁신 캠페인이다. 직원 개개인(One)이 혁신을 실행(Do)해 1등이 되자는 의미다. 우리금융은 3개월 전까지만 해도 미국 컬럼비아대가 연구사례로 채택했다고 홍보했다. 이를 통해 5200억원의 재무적 성과를 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신임 회장 취임 이후 내부문서에서도 원두 혁신이라는 문구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원두 혁신의 총괄 책임자도 최근 본사를 떠나 우리은행 일선 지점장으로 발령났다. 미국 LA 한미은행 인수도 이 전 회장이 공을 들였지만 현재는 검토 대상에서 빠진 상태다. KB금융지주도 어윤대 전 회장의 색깔 빼기에 한창이다. KB금융은 지난 22일 조직 슬림화 차원에서 사장직과 시너지추진부를 폐지했다. 시너지추진부는 통합 혁신 프로젝트 부서로 어 전 회장의 야심작으로 통했다. ‘락(樂)스타’ 축소도 비슷한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락스타는 어 전 회장이 강하게 밀어붙인 사업으로 대학생 전용 국민은행 점포를 말한다. 현재 43개 지점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KB금융이 젊은 이미지를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은행 소매금융 지점과 기업금융 지점의 통합 작업도 원래대로 되돌아갈 전망이다. 어 전 회장은 2011년 초 기업금융 지점 69곳을 소매금융 지점과 통합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통합지점이 소매금융에만 치우치다 보니 기업금융 영업력이 많이 떨어져 원래대로 환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다. KB금융의 한 직원은 락스타 축소와 관련해 “대학생 고객 유치를 단기간의 성과로만 평가하기 어렵고, 점포를 없애면 기존 대학생 고객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어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임 체제의 흔적 지우기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새 회장의 경영철학과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는 전략 수립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팔성 전 회장이 추진했던 ‘매트릭스 전환’을 새 체제에서 중단했지만 이는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매트릭스란 은행이나 증권, 보험 등 계열사의 유사한 업무를 통합해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KDB산업은행도 강만수 전 회장이 개인금융 기반 확충을 목표로 다이렉트 상품을 내놨지만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이 커짐에 따라 축소할 방침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본인의 경영 스타일로 회사를 꾸려가는 것을 나무라는 이는 아무도 없지만 지나쳐서 문제”라면서 “전 회장의 임기가 끝났다고 해서 회사가 단절되는 건 아닌 만큼 내부적인 경영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사업을 펴나가야 성과주의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한 연구기관의 결과를 보면 금융회사 회장이 경영전략을 실현하는 데 보통 5~6년이 필요하다”면서 “국내 금융회사 회장들은 보통 2~3년마다 교체되다 보니 성과를 내기 위해 단기 사업에 치중하고 전 회장의 사업 전략엔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연구소 소장은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유독 재벌 오너들처럼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하지만 재벌 오너와 달리 책임은 크지 않으면서 권한만 막강해 체제 전환의 문제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朴대통령이 전두환에게 받은 ‘6억원’, 현재 가치는?

    지난 16~17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과 자녀 및 친·인척 주거지, 장남 재국씨가 운영 중인 시공사 등 30곳을 압수수색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1979년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6억원에 대한 현재 가치를 환산한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현미 민주당 의원은 18일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공식 답변서에 따라 박 대통령이 받은 돈을 실제로 계산해 발표했다. 계산 결과 1979년 당시 6억원은 현재가치가 21~247억원에 이른다. 기획재정부는 김 의원에 보낸 답변서에서 현재 가치를 계산하지 않고 소비자 물가지수, 생산자 물가지수, GDP(국내총생산) 디플레이터, 정기예금, 회사채 등 5가지 방식을 활용해 계산이 가능하다고 적었다. 김 의원은 회계사를 통해 기재부가 제시한 방식으로 실제로 환산해본 결과 소비자 물가지수 33억원, 생산자 물가지수 21억원, GDP 디플레이터 32억원, 정기 예금 90억원, 회사채 기준 247억원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해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사회 환원 의사를 밝힌 만큼 GDP 디플레이터 기준인 32억원이라도 사회에 환원해달라”고 요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립대 재정·회계·교직원 보수 공시 의무화

    앞으로 학생이 30% 이상 참여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가 사립대의 예·결산 심사·의결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또 사립대의 재정·회계지표 공시가 의무화되고, 교직원 보수는 항목별로 세분화해 공개해야 한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으로 개정된 사립학교법 시행령이 24일부터 시행된다고 16일 밝혔다. 교육부는 2014 회계연도부터 등심위가 사립대 예·결산 내용을 심사·의결하도록 했다. 등심위는 교직원·학생·전문가가 모인 기구다. 그 동안 등록금 심의 권한만 부여된 등심위 회의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신인섭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장은 “사립대 예산 의결권을 부여해 등심위 역할을 확대하는 조치가 사립대의 건전한 재정 운영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등심위는 또 재단이 법인부담금을 학교가 부담하도록 승인할 때 이에 대한 심의권도 갖게 된다. 등록금으로 조성되는 교비회계에 법인부담금을 떠넘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또 공인회계사를 감사로 선임해야 할 학교법인 범위도 확대, 입학정원 500명 이상인 대학법인 122곳에 대해 내부 감사 중 1명을 반드시 공인회계사로 선임하도록 했다. 사립대의 공시 의무도 강화된다. 사립대는 개정 시행령에 따라 ▲교육투자 분야에서 학생 1인당 교육비, 교육비 환원율, 장학금 지급률, 이월금 비율 ▲재무안정성 분야에서 등록금 의존율, 부채비율 ▲법인 책무성 분야에서 법인전입금 비율,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 학교운영경비 부담률 등 9가지 지표를 공시해야 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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