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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년·소녀가장 장애아 7,000여명 초청/가족뮤지컬 ‘인어공주’

    절정을 이뤘던 여름휴가를 뒤로 하고 어느새 방학도 끝나가는 무렵,자녀들과 함께 온가족이 공연장을 찾아 들뜬 마음을 달래기에 제격인 가족뮤지컬이다.바다속 인어의 삶을 마다하고 사랑을 위해 인간의 삶을 택한 동화 ‘인어공주’는 누구나 알고 있는 줄거리지만 새삼 어릴때의 동심을 떠올리게 해준다. 극단 예일이 무대에 올리는 ‘인어공주’는 동화적인 요소를 살리되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공주의 애절함을 부각시켜 더욱 극적인 효과를 냈다.빠른 장면전환과 특수효과를 활용,그동안 봐왔던 만화영화와는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인어공주 아리엘의 황금빛 꼬리가 다리로 변하는 모습이나 아리엘이 물거품으로 바뀌는 장면,그리고 물거품이 모여 아리엘이 환생하는 부분에선 어린이 관객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절로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인어공주 아리엘엔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에서 발랄한 이미지를 선보여온 탤런트 노현희가 나서고 상대역인 에릭 왕자는 미남 탤런트 이세창이 맡았다. 특히 이번 공연은 ‘장애인 먼저 실천협의회’와 공동 주관한 작품으로 소년소녀가장과 장애아동 등 7,000여명을 무료 초청할 계획이다.극중 다리를 가지는 대신 목소리를 잃은 인어공주가 에릭왕자를 향해 수화로 대화하는 장면을 시도,장애아동에 대한 애정과 배려를 표시하기도 한다.21∼26일 국립극장 대극장.(평일 하오 3시·6시30분,토·일 하오 1시·4시·7시)924­9011
  • 이강백 연극제 피날레 ‘영월행 일기’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500년 동안의 사랑’/고서적 연구가·권력자의 아내/남녀하인 되어 떠난 여행 재현 ‘은행나무 침대’의 한석규­진희경,‘환생’의 케네스 브래너­엠마 톰슨… 못다한 사랑을 접지 못해 다시 태어나서까지 서로 꽁무니를 쫓아다닌 역할로 인상에 남아 있다.죽음도 못말리는 이런 집념의 커플이 또 한쌍 출현했다.이강백 연극제 피날레격인 ‘영월행 일기’에서 조당전·김시향 커플로나선 연극배우 김민수(35)­정수영(27).둘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비좁은 곳에 유폐된 채 500년을 등 거리로 서성거린 서글픈 한쌍을 살아내느라 땀목욕을 하고 있다. 95년작 ‘영월행 일기’는 극작가 이강백씨 모처럼의 사랑이야기.워낙 기질이 관념적 작가인지라 사랑도 감정만으로 해결되지 않고,따질 이유들이 구구하다.고서적 연구가 조당전이 입수한 ‘영월행 일기’는 세조때 단종 동태를 살피라는 명에 따라 한명회 여자종과 함께 영월에 세번 다녀온 신죽주 하인의 기행문.이 허구의 책은 단종이 점차 내면의 자유를 얻어가자 그 ‘자유’자체로 권력에 위협이 돼 죽임을 당했다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조당전은 책을 되찾으러 온 권력자의 아내 김시향과 각각 남자종,여자종이 돼 액자 형식의 여행을 재현한다.그러면서 점차 500년 전에 못 이룬 그 둘이 재회한 것임을 드러낸다.“이강백의 인물들은 다면적이예요.동전으로 복권 벗기듯 갈수록 예기치못했던 면모를 드러내지요”(정수영) 극중 시향 역할은 특히 그렇다.권력자의 처로 한없이 조심스럽다가도 일단 계집종으로 변신하면 희롱하고 싶은 발랄함을 폴폴 풍겨대야 한다.정수영은 연극 출연 세번째인 새내기치곤 난역(難役)을 풋풋하게 소화,큰 박수를 받고 있다. 한편 사내종은 처음엔 명령따라 멋모르고 길을 떠나지만 여정이 거듭될수록 단종 명운이 자기 말에 달렸다는 책임감을 자각한다.무지에서 깨어나면서 자유를 느끼고,전율하다,갈구하게 되지만 그 때문에 그 자유와 사랑까지 목숨과 맞바꾸는 처지.이 인물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보여 주려면 끝까지 갈망을 눌러 담는 절제 연기가 필수.‘명성황후’의 홍계훈 등 ‘즐거운’뮤지컬 연기로 이미 팬이 많은 김민수에겐 이 변신이 적잖은 부담이었을 듯.하지만 그는 “갈수록 계속 메울 곳을 보이는 이런 인물은 배우생활 10여년 동안 드물었다”면서도 끝까지 안정된 연기로 극을 떠받치고 있다. 연출자 채윤일씨는 이번 무대에서 ‘선소리’들을 싹 걷어치웠다.무대장치도 별로 없이 조명만 명멸한다.철 골격에 노끈을 엮어 입힌 당나귀 한필을 끌며 타며,가상의 강물에 몸을 적시며,배우들은 육신만으로 그 빈터를 채워야 한다. 14일까지 화∼목 하오 7시30분,금·토 하오 3시·7시30분,일 하오 3시.745­8497.
  • “우리조상은 곰 아닌 인간/일제가 熊族을 곰으로 비하”(조약돌)

    ◎초등교사 교과서 정정訴 ○…인천 M초등학교 교사 李충선씨(56)는 6일 “우리민족의 조상을 곰에서 환생한 웅녀로 묘사한 초등학교 교과서의 단군신화 내용은 식민사관에 의해 각색된 것으로 잘못된 것”이라며 교육부를 상대로 교과서 일부정정 청구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 李씨는 소장에서 “‘호랑이와 곰가운에 곰이 웅녀가 됐다’는 내용은 ‘한단고기’ 등 역사책에 나오는 ‘웅족(熊族)과 호족(虎族)’이라는 부분을 사람의 집단인 부족 명칭으로 해석하지 않고 일제가 각색한 대로 단순히 동물로 해석해 놓은 것”이라면서 “동물에서 우리 역사가 비록됐다는 역사관은 우리 민족의 주체성을 송두리째 뽑는 것이므로 그대로 가르치면 안된다”고 주장.
  • 여야 “민생현안 우선 처리” 한목소리/임시국회 여야 움직임

    ◎총리인준 의사일정 포함 싸고 신경전 치열/야,북풍 수사 배경·각료 투기의혹 추궁키로 제190회 정기국회가 16일 하오 본회의를 열어 국회법 개정안 등 4개 안건을 처리함으로써 그동안의 파행상태를 마감했다.그러나 이날 본회의와,이에 앞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는 총리 임명동의안을 이번 회기의 의사일정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놓고 여야의원들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회 본회의◁ 이날 회의는 김종필 총리서리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새정부의 각료들이 신임인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인사가 끝나자 한나라당 강성재 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얻어 “지난 2일 본회의에서 (총리임명동의안 표결때)고함과 삿대질,야유,폭언이 오가는 것을 듣고 보기 민망했다”면서 “사리에 맞건 안맞건 자기 당파의 논리만 펴는 조선시대 당파싸움이 오늘날 의사당에서 종종 환생하고 있다”고 토론문화의 부재에 대한 여야의 반성을 촉구했다. 이어 같은 당 김찬진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얻어 “의사일정을 보니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총리 임명동의안이 빠져있어 놀랐다”면서 “회기안에 마치지 못한 의안에 대해서는 국회의장이 다시 회기를 정한다는 국회법에 따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김수한 국회의장은 “여야가 총리임명동의안에 전혀 상반된 주장을 펴는 상황에서 국민적 여론에 따라 민생·경제현안을 먼저 처리한다는 것은 3당총무가 합의한 사항”이라면서 이해를 구했다. 김의장은 더 이상의 이의제기가 없자 회기를 25일까지로하는 회기결정안과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상임위 이름을 바꾸는 국회법 개정안,국회 상임위 위원정수에관한 규칙개정안,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키고 산회를 선포했다. ▷국민회의·자민련◁ 양당은 이날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 예결위 회의장에서 합동의원총회를 가졌다.의총은 한나라당과 전선이 형성된 총리임명동의안 처리문제가 4월로 넘겨진 탓인지 두 당 사이의 협조와 이해를 다짐하고,추가경정예산안의 내용을 설명하는 것으로 40분 만에 끝났다. 박태준 자민련총재는 인사말을 통해 “당장 다음달에 치러지는 재·보선에 필승을 해야 하고,재·보선이 끝나면 지방선거에 대처해야 할 상황”이라고 두 당의 협력 필요성을 역설했다.박총재는 특히 “자민련에는 사활이 걸린 총리 인준 문제가 뒤로 넘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은 두 당 사이에 금이 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없을까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두 당은 종전처럼 다양한 대화채널을 이용해 경제문제와 정치현안 등을 (원만하게)처리할 수 있도록 각오를 새롭게 하자”고 다짐했다. ▷한나라당◁ 국회 정상화에 따른 전략 수립에 지도부는 숨가쁘게 움직였다.조순 총재 주재로 열린 16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는 예결위 구성과 추경심의 방침과는 별도로 ‘김종필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에 대한 당론 관철 방안이 논의됐다.지도부는 “총무회담 합의 결과가 총리서리체제를 용인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사법대응 강화’를 통해 ‘JP의 자진사퇴’를 관철시키기로 했다. 특히 지도부는 총무회담에서 합의한 ‘4월중순 이후’ 협의 대상을 ‘계류중인 총리임명 동의안의 투개표 문제’에만 국한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이날 회의에서는 “총무 합의문에 동의안 처리 시간을 ‘4월 중순이후’로 정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재투표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당론을 재확인하는 차원에서 문제를 매듭짓기로 했다. 서청원 사무총장과 이상득 원내총무 등 지도부는 이날 당내 중진들과 부총무단 등과 각각 회동,국회 전략을 숙의했다.추경예산안 등 민생문제는 적극 협조하되 ‘북풍수사’의 정치적 배경과 신임 각료의 투기의혹 등에 대해서는 관련 상임위에서 추궁키로 했다.특히 예산결산특위 구성과 관련,여권의 여야 동수 구성 주장에 맞서 의석비율에 따른 구성을 관철시키기로 했다.
  • 인도 카주라호 사원(세계 문화유산 순례:65)

    ◎찬델라왕조 100년 걸처 지은 힌두신의 ‘성전’/950년부터 85개 사원 건립… 현재 22개만 온존/사원 벽면에 조각한 미투나상 ‘관능미의 극치’ 힌두교 신들의 속성은 종종 인간의 동물적인 본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으로 드러난다.그러한 힌두 신들은 의인적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반인반수적이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린다.한 예로 힌두교의 신 시바는 마치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곡 ‘개구리’에 나오는 주신 디오니소스처럼 욕망과 결점을 지닌 과장된 거인이자 주술사로 등장한다.‘문화적 갑옷’이라곤 전혀 걸치지 않은 순수한 원초적 감정의 결정체로서의 힌두 신.그 신들의 은밀한 속살까지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인도의 카주라호 사원이다. 카주라호는 인도 북부 마디야프라데시 주의 북단에 위치한 궁벽한 시골마을이다.인구 7천명이 조금 넘는 이 마을은 해가 지면 근처의 정글에서 원숭이 울음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외진 곳이다.그러나 오늘날 카주라호는 인도의 대표적인 유적지 가운데 하나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그곳에 찬란한 ‘성의 신전’ 카주라호 사원이 있기 때문이다.카주라호 사원은 지난 86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인도­아리안양식 석조물 카주라호 사원은 ‘달의 신’ 찬드라의 자손이 세웠다는 인도의 찬델라 왕조가 서기 950년부터 1050년 사이에 건립한 인도­아리안 양식의 석조사원이다.전성기에는 85개의 사원이 있었지만 14세기 이슬람 교도의 지배아래 들면서 파괴돼 현재는 22개만 남아있다.카주라호의 사원군은 시가지를 중심으로 서군과 동군,그리고 남군으로 나뉜다.이 가운데 특히 이목을 끄는 곳은 서군으로 가장 많은 사원이 보존돼 있다.카주라호 사원중 제일 큰 높이 31m의 칸다리아 마하데바 사원을 비롯해 공포의 여신 칼리에게 바쳐진 차운사나트 요기니 사원,시바와 파르바티 부부상이 새겨진 데비 자가담바 사원,시바신이 타고 다닌다는 황소 난디가 새겨진 비슈바나트 사원,태양신 수르야를 모신 치트라굽타 사원 등 특징적인 사원들은 모두 이곳에 몰려 있다. 카주라호의 사원은 화강암으로 된차운사나트 요기니 사원을 빼고는 모두 사암으로 만들어졌다.이곳에서 20여㎞ 떨어진 켄강에서 캐낸 것이라는 이 사암은 분홍색,황갈색 등 색깔도 가지각색이다.그러나 카주라호 사원 외벽은 세월의 무게를 말해주듯 군데군데 거무스름하게 빛이 바래 안타까움을 안겨줬다.그런 곳엔 으레 찌든 때를 벗겨내는 ‘사원지기’들이 있었다.그들의 눈동자엔 하나같이 신심이 가득했다.하루종일 야자나무 솔에 암모니아수를 묻혀 검댕을 닦아내는 것이 그들의 ‘소명’이다. 카주라호 사원을 카주라호 사원이게 하는 것은 바로 사원 외벽에 장식된 미투나상,곧 남녀교합상이다.‘에로틱 조각의 신천지’라는 말에 걸맞게 카주라호 사원의 수많은 나신들은 데칸고원의 대지 만큼이나 뜨거운 김을 내뿜고 있었다.카주라호 사원 가운데 예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건축물로 꼽히는 칸다리아 마하데바 사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사원은 말끔하게 정돈된 잔디밭과 나직한 울타리가 어우러져 유적공원 같았다. 이름모를 새소리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빨간 부겐빌리아 꽃 내음이 진동하는 사원은 마치 열락의 땅인양 평온했다.사원 바깥 벽에는 900개가 넘는 온갖 형상의 조각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그 중의 압권은 단연 관능미의 극치를 이룬 미투나상이었다.차오르는 만월처럼 풍염한 여인의 젖가슴과 봉곳하게 솟아오른 도발적인 히프,목 뒤에 입술을 살짝 갖다대면 발목까지 그대로 흘러내릴듯한 매끄러운 몸 선….미투나 상이 뿜어내는 관능은 더 이상의 비유를 허락치 않았다.오죽하면 마하트마 간디는 사랑의 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이 조각상들을 모두 부숴버리고 싶다고 했을까. 인도인들은 도대체 어떤 심경으로 신성한 사원에 이처럼 보기 민망한 상들을 새겨 놓았을까 궁금했다.순간 기자의 머리속에는 ‘북회귀선’의 작가 헨리 밀러의 말이 떠올랐다.“섹스는 환생해야 할 아홉가지 이유 중의 하나다…나머지 여덟가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밀러의 생각일 뿐.미투나상의 성결합 자세는 차라리 음양 에너지의 상징이자 정신적 생명력의 승화된 표현으로 다가왔다. ○신성한 사원에 나상 즐비 힌두들은금욕적이고 내세적이며 염세적이어서 현실을 부정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하지만 그것은 일면적인 고찰에 불과하다.그들은 쾌락을 인생의 목표로 삼지는 않지만 그것을 죄악시하지도 않는다.미투나 상은 기본적인 도덕률만 지키면 얼마든지 쾌락을 추구할 수 있다는 그들의 독특한 성관을 압축해 보여준다. 시가지에서 동쪽으로 뻗은 길을 따라가면 올드 카주라호 마을에 이른다.이 마을을 조금 지나면 동쪽 그룹 사원들을 볼 수 있다.이곳엔 파르스바나트·산티나트·아디나트 사원 등 3개의 자이나교 사원들이 한 데 모여 있다.이가운데 유난히 눈길을 끈 곳은 파르스바나트 사원이었다.이 사원 안에 있는 몽골리안 얼굴의 여인상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잔상을 남겼다.여기서 다시 남쪽으로 1㎞쯤 가면 카주라호 사원들 중 마지막으로 조성된 두라데오 사원이 모습을 드러낸다.전성기를 지나 쇠락한 기미는 있지만 이곳의 압사라 천녀상 만큼은 남부 그룹 사원의 백미로 일컬어질 만했다. 카주라호 사원의 관능적인 조각상들을 완상하기에 하루일정은 빠듯했다.어느덧 해는 기울고 사원 어깨 너머로 붉은 저녁노을이 물감처럼 번졌다.욕정의 파도가 물결치는 카주라호의 나상에도 희미한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어둠에 스러져가는 사원은 이제 원숭이들의 독천장.휘늘어진 고목 위를 무리지어 오르내리는 원숭이들은 사원의 터주대감이자 ‘하누만’신 바로 그것이었다. ◎여행가이드/델리∼바라나시 항공편/3월 전통무용 축제 볼만 카주라호는 한적한 시골 마을이지만 여행자들이 방문하기 쉽도록 교통편이 비교적 잘 되어 있다.비행기를 탈 경우 카주라호까지는 아그라나 바라나시에서 40분,델리에서 1시간 40분 가량 걸린다.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약 5㎞ 떨어져 있으며 택시밖에 다니지 않는다. 캘커타나 바라나시 방면에서 온다면 사트나에서 하차해 하루 4번씩 운행하는 버스편을 이용하는 게 편하다. 소요시간은 4시간 정도. 카주라호를 방문하는 데는 몬순 우기가 끝나는 9월부터 혹서기에 들기 전인 3월까지가 무난하다.특히 3월은 힌두사원을 배경으로 인도의 전통 민속무용을 선보이는 카주라호댄스 축제가 열리기 때문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다.
  • 중국 티벳 라싸 포탈라궁(세계 문화유산 순례:52)

    ◎히말라야운산의 웅대한 ‘티벳성전’/7세기 통일티벳왕,아내 당 공주 맞아 대역사/높이 117m 폭 110m 길이 360m 13층 왕궁 중국 서장 자치구 티벳의 첫도시 랏사를 ‘태양의 도시’라 했다.만년설이 뒤덮인 히말라야산맥의 산자락에 둘러싸인 해발 3천700m의 고지라 태양이 가가워서 그랬을까.사천분지와 티벳고원을 지나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나무 한 그루,풀 한 포기 없는 척박한 산맥과 히말라야의 설산이 펼쳐졌다.랏사는 그런 산자락에 둘러싸인 작은 평지위에 있다.평지 가운데 작은 산 위에서는 포탈라의 황금빛 지붕이 번쩍였다. 티벳 공까공항서 랏사까지는 자동차로 1시간40여분이 걸렸다.산 허리를 깍아 어렵게 닦아놓은 구절양장(구절양장)의 길가 바위에는 불상들을 새겼다.그리고 5색의 타르초 깃발 너머로 티벳불교의 상징물인 코르텐(종탑)들이 시야로 들어왔다.포탈라는 멀리서 보면 거대한 설산에 안겨 있다.그러나 랏사로 들어오면 포탈라는 모든 것을 압도했다.과연 세계 10대 건축물다운 포탈라는 마포르산(홍산)언덕 위에 솟아 있다.13층에 높이 117m,폭은 110m,동·서의 길이가 360m나 된다. ○해발 3,700m 고지 위치 포탈라궁 건물 정상은 황금을 입힌 전통양식의 구리기와 지붕 5개로 이루어졌다.그리고 건물 앞에 평평한 공간을 배치했다.순금으로 도금한 번쩍이는 지붕 금정을 늘상 이고 있는 포탈리궁에서는 랏사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지난 1천여년동안 티벳인들의 정신과 육체,삶과 영혼을 지배하던 권위와 신비가 담긴 영력의 장소이기도 했다.전체 넓이가 36만㎡에 이르는 궁은 남쪽 출입구를 제외하고 성벽과 담으로 둘러싸여 바깥세상과 차단됐다.남쪽문을 나서면 곧바로 연결되는 계단이나 서쪽의 가파른 비탈길로 오를수 있다. 궁궐이 있는 마포르산 밑으로는 티벳군 총사령부의 벙커다.그리고 한변이 10여m를 넘는 대형 걸개그림 탱화를 보관해두는 거대한 창고도 마포르산 밑에 마련했다.뒷 정원격인 용왕담에는 물결이 잔잔하다. 포탈라궁은 우리 신라시대인 7세기에 건설됐다.티벳의 역사와 티벳인들의 기원을 담은 성전이자 궁궐이다.인도불교가 티벳에 들어온 것은 5세기 무렵이다.그 인도불교는 티벳 토속의 원시무속 종교인 본교와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였다.그리고 나서 티벳 특유의 종교로 자리매김한 라마불교의 역사도 이 궁에 서려 있다.그런 곡절속에 포탈라의 주인은 세속 권력의 챔피언인 황제에서 라마불교의 일인자인 달라이 라마로 바뀌었다. 그래서 달라이 라마의 거처이자 라마불교의 사원이 됐다.포탈라란 이름은 본래 ‘관음의 성지’란 뜻이다.이 궁은 티벳 각 부족과 지역을 통일,강력한 티벳왕국(토번)을 세운 송첸캄보가 631년에 지었다.처음 1천간 규모로 지었는데,당시 당나라 황실의 문성공주를 아내로 맞기 위해 이 궁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그러니까 포탈라궁은 세속의 티벳왕궁이었던 것이다. ○세계 10대건축물 명성 그러나 각 부족과 지방 분열로 왕권의 공백이 생기면서 세속권력까지 장악한 라마불교의 지도자가 궁을 접수했다.그뒤 왕궁이란 기능말고도 사원 기능을 추가하고 랏사 중심지에서 떨어진 산속 드레풍사원(철봉사)에 살던 달라이 라마가 들어왔다.달라이라마 5세때인 1645년 일이다.오랜 분열과 내전,벼락등으로 폐허화한 포탈라를 접수한 달라이 라마 5세는 궁의 성벽과 성루등을 재건했다. 달라이 라마 5세가 궁을 재개한 것은 정교합일을 과시하기 위해서였다.신권뿐 아니라 세속권력마저도 장악한 달라이 라마는 1690년 오늘날 사원으로 쓰는 홍궁을 따로 착공,1693년 완성했다.그리고 오늘날 라마교의 상징인 5개의 금정을 추가로 세웠다.궁의 외벽은 흰색과 붉은색을 칠해 백궁과홍궁을 구분했다.그래서 백궁은 달라이 라마가 사람을 만나고 정무를 돌보고 생활하는 공간으로 쓰게 됐다.또 홍궁은 지금까지 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궁에는 대불만도 1천구가 봉안됐다.작은 불상까지 합하면 수만점이 넘을 것이란 추산이다.여느 부처상과 달리 포탈라궁의 부처상은 화려했다.흥미로운 현상은 역대 달라이 라마의 소상이 더 눈에 띄거니와 달라이 라마의 소상을 모신 각이 불상을 모신 불전에 비해 훨씬 많다는 점이다.이는 라마 불교의 특색이기도 하다.부처가 달라이 라마로 환생한 것이라고 믿는 환생설을 바탕으로 달라이라마를 생불로 추앙하고 있는 것이다. ○달라이 라마 거처·사원 홍궁사원의 중카바와 역대 달라이 라마 소상들은 한결같이 끝이 뾰족한 모자를 쓰고 있다.중카바는 역대 달라이 라마의 뿌리로 달라이 라마 2세가 그의 직계 제자다.지금 미국에 망명중인 달라이 라마 14세를 비롯한 모든 달라이 라마들이 그의 법통을 이은 후계자인것이다.중카바는 14세기에 라마교를 개혁하고 이른바 격로파를 창시한 인물이다.그러니까 아마교를 오늘의 모습으로 완성한 이가 그다. 중카바가 이끈 격로파의 승려들은 노란색 고깔모자를 썼다고 한다.그래서 황모파 또는 황교파라고 하는 이들은 라마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이들 중카바와 역대 달라이 라마들의 지위가 부처에 버금갈정도로 신격화한 것도 결로파 세력이다.포탈라 홍궁에서 만난 중카바와 달라이 라마 소상들은 라마교가 어떤 유형의 종교인가를 한번 더 확인시켜 주었다.
  • 동양종교와 죽음/베르나르 포르 지음(화제의 책)

    ◎죽음의 개념과 의미·윤회관념 등 고찰 죽음으로 완성되는 동양종교의 실체와 신화를 고찰한 연구서.미국 스탠포드대 아시아 종교역사학 교수인 지은이는 각 문화권 마다 상이하게 드러나는 죽음의 개념과 의미,윤회관념,제례의식 등을 구체적 실례를 들어 살핀다.서양에서는 죽음이라고 하면 으레 죽음의 천사나,낫을 들고 있는 불길한 사자의 모습을 떠올려 왔다.그러나 이와는 달리 아시아에서는 죽음을 의인화하여 생각하지 않았다.한 예로 불교교리에 의하면 붓다는 마치 불어 꺼버린 촛불의 불길처럼 열반속으로 사라졌다고 한다.불교의 가르침은 나의 존재를 부정하면서도 죽음 이후의 ‘간다르바’를 인정한다.간다르바는 ‘향기를 먹고 사는 존재’라는 뜻으로 죽은 후에 새로운 육체를 입고 다시 환생하기까지 의식체의 상태로 남아 있는 정신적 실체를 일컫는 말이다. 윤회의 개념은 인도의 베다교에서 그 기원을 찾을수 있다.‘베다’‘우파니샤드’와 함께 힌두교의 3대 경전의 하나로 꼽히는 ‘바가바드 기타’에서 크리슈나 신은 그의 제자인 아르주나에게 이렇게 선언한다.“인간들이 낡은 옷을 벗어 던지고 새 옷을 입듯이,환생한 영혼도 낡은 육신을 벗고 새로운 다른 육신속으로 옮겨간다” 이같은 인도의 윤회관념은 중국의 전생관념과는 차이가 있다.중국의 전생개념이 씨족적·가문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데 비해 인도에서의 윤회는 사람들이 벗어나기 위해 무척이나 애쓰는 끈질긴 순환구조로 인식된다.한편 이 책은 육체의 죽음을 정복하려는 의지를 구체화한 미이라에 대해서도 언급한다.지은이는 인도에서는 육체의 불멸성을 믿는 신앙과 유골숭배 관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이라를 만들지 않았던 것 같다는 주장을 편다.김주경 옮김 영림카디널 4천500원.
  • 위안부위령비(외언내언)

    일제강점아래서의 군위안부들이란 전혀 타의에 의해 꽃다운 청춘과 빛나는 인생을 강탈당한 이들이다.50여년만에 국적을 되찾은 ‘훈할머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열일곱살의 그는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도 모른채 “엄마,어머니”라고 목놓아 울면서 배를 탔고 딸을 떠나보내는 어머니는 울다 지쳐서 방파제에 쓰러졌다고 기억한다.그때의 충격이 가시지 않아 모국어마저 잊은채 그는 장구한 세월을 낯선땅에 얹혀 지냈다.이렇게 생생히 살아있는 역사를 해괴한 기변이나 궤변으로 지울수는 없을 것이다.만약 외면한다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그동안 종군위안부에 대해 억지 외면을 해오던 일본이 이를 인정한것은 지난 93년부터다.고노 요헤이(하야양평) 관방장관이 ‘태평양전쟁당시 종군위안부의 강제모집과 위안소 설치’에 관여했음을 시인하면서 “수많은 고통을 경험하고 심신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준 종군위안부들에게 사죄와 반성을 표한다”고 했다.그러나 도덕적 책임만을 인정할 뿐 국가적 책임부분에서는 시종 얼버무리기에만급급해 왔다. 그런 일본에서 2차대전중 강제 연행된 한국인 군위안부를 추모하는 위령비가 세워진다니 만시지탄이나 다행한 일이다.오키나와현 도카시키시마에 세워질 이 위령비는 일본인 민간단체가 주동이 되어 재일동포 3세 도예가인 이주인마리코(이집원진리자)씨의 ‘환생’을 주제로 삼고 있다고 한다.민간단체든 정부차원이든 위령비가 일본땅에 세워지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가려질수 없는 진실과 역사가 현지에 각인된다는 점에서도 여간 뜻깊은 일이 아니다. 태평양전쟁 패전때까지 일본이 동남아 각국에서 강제동원한 군위안부는 당시 12세부터의 어린 소녀를 포함한 20여만명,그중의 70∼80%가 한국인이고 보면 지금도 동남아 외딴섬이나 대륙의 오지에 남아 고국을 그리워할 수도 있다.이화여대 홍성필 교수(법대)는 최근 ‘한국법철학회’지에다 “일제의 군위안부문제는 미래의 문제”이며 “일본이 도덕의식을 가질때 위안부문제는 명쾌하게 풀릴것”이라고 충고한다.군위안부들이 이미 유명을 달리했다면 남태평양을 떠도는 원혼들은 위령비가 일본땅에 세워졌다는 것만으로 작은 위로를 받을지 모른다.
  • 오키나와에 위안부 위령비/새달 9일 제막

    ◎일 단체 모금운동 5년만에 태평양 전쟁중 일본 오키나와(충승) 등에 강제 연행돼 희생된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들을 추모하기 위한 위령비가 11월 9일 오키나와에 제막된다. 6일 마이니치(매일)신문에 따르면 이 위령비는 올해 84살인 다치바나다 하마코(모자이크 작가)씨가 중심이 돼 일본 국내에서 전개돼온 5년간의 모금 활동으로 모아진 1천3백만엔(약9천7백만원)으로 제작됐다. 건립 장소는 조선인 위안부 피해자의 한사람인 배봉기 할머니(91년 작고)가 연행됐던 오키나와 도카시키(도가부) 섬이다. 일본에 위안부 위령비가 건립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생’을 주제로 한 위령비는 재일동포 3세가 제작했으며 5백여평 부지는 한 현지인이 무상 제공했다.
  • 인도 아잔타(세계 문화유산 순례:41)

    ◎승려들이 700년 쪼고 다듬은 석굴 ‘장관’/말굴모양의 600m… 30개 동굴 조성/화려한 벽화로 장식… 호화궁전 방불 세계적인 불교예술의 보고 아잔타의 불가사의는 장자가 꾸었다는 호접몽(호접몽)의 고사에 견줄만했다.현기증이 날만큼 까마득한 자연암벽을 뚫고 들어가 오직 불은만을 생각하며 700년 이상 깎고 다듬어 만든 종교적 신앙심의 결정체.그 앞에서의 벅찬 감흥은 사물과 내가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경지 바로 그것이었다. 아잔타 석굴은 기원전 2세기 무렵부터 기원후 7세기경에 걸쳐 조성됐다.이 석굴은 하마터면 영원히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뻔했다.8세기에 들어 불교가 쇠퇴하면서 그만 정글에 묻힌채 1천년 이상 방치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그런 아잔타 석굴에 한 영국군 장교가 ‘환생’의 기쁨을 안겨줬다.1819년 인도 중부 데칸고원 일대에서 호랑이 사냥에 나섰던 존 스미스라는 영국군 기병대 장교가 그 장본인이다.야생 넝쿨속을 더듬던 그는 암벽 사이에서 동굴을 하나 발견하고 탄성을 질렀다.동굴 안에는 휘황찬란한 채색벽화와 각종 조상들이 그득했다.그는 주위에 그런 동굴들이 온통 무리를 지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또 한번 놀랐다.그렇게 아잔타 석굴은 긴 역사의 잠에서 깨어났다. ○기원전 2세기부터 ‘시공’ 아잔타 석굴은 인도 중부의 고도 아우랑가바드에서 북동쪽으로 100여㎞ 떨어져 있다.아잔타로 가는 교통요지인 아우랑가바드에는 아잔타행 지역버스가 하루 네차례씩 다닌다.30루피의 요금을 주고 버스를 탔다.버스는 데칸고원의 앙가슴을 파고들었다.고원의 뜨거운 땅기운과 쏟아지는 햇살,거무틔틔한 면화토가 이국정취를 자극했다.3시간 가량 달렸을까.버스는 아잔타 석굴로 올라가는 입구앞 정류장에 멈춰섰다. 데칸의 품안을 흐르는 와그라 강 협곡을 따라 늘어서 있는 아잔타 석굴은 말발굽처럼 구부러진 모습이었다.아잔타 석굴은 모두 30개에 이른다.장장 600m에 걸쳐 있는 이 거대한 석굴군에는 편의상 입구에서부터 일련번호가 매겨져 있다.그러나 그것은 연대기적인 순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아잔타 석굴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1번 굴이다.버스정류장 앞 돌계단에서 1번 굴까지는 불과 200m 거리다.허위단심으로 층층대에 오르니 왠 건장한 장정 둘이 옷깃을 잡아 당겼다.인도의 1인승 가마 ‘팰런킨’(palanquin)을 타라는 것이었다.집요한 그들의 손길을 간신히 뿌리치고 1번 굴까지 걸었다. 그 1번 굴은 6세기경에 만들어졌다.돌에서 채취한 자연물감으로 그렸다는 화려한 프레스코 벽화들로 장식돼 마치 호화궁전 같았다.이 벽화들은 세월에 절어 선연한 빛은 잃었지만 살아 숨쉬는듯 생동감이 넘쳤다.그중에서도 뒷 복도 왼쪽에 있는 ‘보디사트바 파드마파니’라는 보살그림은 단연 압권이었다.오른손에 연꽃을 한송이 들고 있다고 해서 지연화보살화로도 불리는 이 벽화는 고구려의 승려 담징이 그린 일본 법륭사의 금당벽화를 쏙 빼닮았다.기품있는 표정과 자연스레 흘러내린 곡선의 아름다움은 신조지교란 말을 실감케 했다. ○1819년 영군장교가 발견 아잔타 석굴은 기원전 2세기경부터 1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전기동굴과 5세기 중엽부터 7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후기동굴로 나뉜다.연대순으로 보아 가장가장 오래된 것은 기원전 2세기경에 완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10번 석굴이다.전기 동굴은 이른바 무불상시대에 조성돼 본당에 불상을 모시지 않았다.대신 중앙에 거대한 돔을 연화대위에 두었다.좌우에는 회랑형식으로 기둥을 깎아 놓아 통로로 삼았다.10번 석굴은 ‘차이티야’,곧 불사리탑인 스투파를 모신 탑원식 예불당이다. 차이티야가 불당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동굴이라면 ‘비하라’,곧 승원식 동굴은 승려가 살기 위해 만든 요사채 형식의 동굴이다.이 양식을 대표하는 것이 12번 석굴이다.굴안에는 바위를 쪼아 만든 한평 남짓한 방들이 10여개나 벌집처럼 들어 앉았다.다리를 겨우 뻣고 눕기에도 비좁은 방안에는 돌침대까지 마련됐다.고양이 이마빼기만한 이 숨막히는 방에서 어떻게 살았을까.선정삼매에 빠져 수행정진하는 옛 선승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잔타의 벽화는 석가세존의 전생담인 ‘자타카(jataka)’와 그의 일생에서 소재를 취한 것들이 대부분이다.아잔타에서 가장 큰 비하라 동굴인 4번 석굴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28개의 기둥에 의해 실내가 지탱되어 있는 이 굴에서는 무엇보다 팔상도가 그려진 벽화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팔상도는 석가세존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일생동안 드러낸 여덟가지의 변상을 다룬 그림이다.싯다르타 태자 시절의 궁중생활이며 당시의 상가,악기,동물 등에 대한 묘사가 더할나위 없이 섬세했다.16번 석굴에서는 부처의 이복동생 난다의 아내 순다리가 남편의 출가수행 소식을 듣고 슬퍼하는 모습을 그린 벽화가 주목을 끌었다.이른바 ‘죽어가는 공주’ 벽화다. ○불당·요사채 형식 동굴 아잔타 석굴 벽화 중에서 보존상태가 가장 좋은 것은 17번 굴의 벽화다.탁발하고 카필라성으로 돌아온 부처를 맞이하는 야소다라 왕비와 아들 라후라 왕자의 애처러운 표정이 그대로 눈에 잡혔다.아잔타 석굴답사에서 결코 빼놓을수 없는 그림 하나가 더 있다면 열반상일 것이다.26번 석굴 출입구 왼쪽에는 길이가 7m에 이르는 인도 최대의 열반상이 누워 있다.오른손을 베개 삼아 평온하게 누운 부처의 얼굴에 청정무구한 불국정토의 상이 겹쳐졌다.오! 아잔타여.
  • “대우­GM 교환생산체제 구축”/김우중 회장 군산공장 준공 회견

    ◎해외판매 가속화… 2005년 70%/“한국 경제위기 극복 낙관” 대우자동차는 지난 92년 합작 관계를 청산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상호 생산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은 21일 대우자동차 군산공장 준공기념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대우가 GM의 차종을,GM은 대우의 차종을 상호 생산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회장은 『오는 5∼6월까지는 GM과의 상호협력 문제가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제휴의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우자동차와 GM은 이같은 전략적제휴를 통해 국내 및 세계 시장의 생산과 판매에서 협력,대우의 해외진출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회장은 『대우자동차는 올해 CIS지역에 자동차 공장 합작을 추진하고 2000년까지의 해외에서 1백만생산계획을 2년 앞당겨 2000년에는 해외 1백50만대,국내 1백만대 생산 체제를 갖추겠다』고 밝히고 『앞으로 대우자동차의 해외매출은 2005년엔 국내 매출이 30%,해외매출이 70%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장은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면서 『우리 경제는 올해 수지적자가 1백50억달러정도로 줄고 98년에는 예년의 경쟁력을 회복,정상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위험사회­새로운 근대(성)를 위하여」/독 사회학자 울리히 벡

    ◎현대물질물명은 “이율배반의 존재”/위험성과 근대화,양면성의 「저거노트 수레」/“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 되돌아보는 계기”평 「저거노트(Juggernaut)」는 힌두교의 신인 크리슈나의 이름이다.이 신의 신상을 실은 거대한 수레에 치여 죽으면 극락환생한다는 미신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수레에 깔려 죽었다고 한다.「저거노트의 수레」는 행복과 파멸을 동시에 의미하는 저항할 수 없는 힘이다.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 교수(53·루드비히­막스밀리안스대)는 현대 물질문명이야말로 「저거노트」의 빛과 그림자를 그대로 안고있는 이율배반의 존재라고 말한다. 현대 풍요사회의 이같은 문명사적 역설을 날카롭게 지적한 그의 대표적인 저서 「위험사회­새로운 근대(성)를 향하여」(홍성태 옮김,새물결)가 최근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하버마스의 「공공영역의 구조변동」에 이어 2차대전이후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사회과학서로 꼽히는 이 책은 상호연관된 두개의 중심명제로 이뤄져 있다.하나는 현대사회의 위험성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찰적 근대화」에 관한 것이다. 영어의 「위험(Risk)」이란 단어는 원래 17세기 스페인의 항해술 용어에서 나온 것으로,「위협을 감수하다」「암초를 뚫고 나가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산업사회 초기만 해도 위험은 부를 얻기 위해서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난관으로 간주됐다.역사의 무대에 새로 등장한 산업자본주의 시대에 수많은 모험가들이 나타나고,자본주의의 탐욕스런 시장확보 전쟁이 영웅적 모험담으로 그려지곤 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그러나 이러한 「낭만의 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근(현)대화과정을 통해 부는 확대재생산되었지만,위험 또한 「우연적인」 것에서 「정상적 개연성」을 지닌 구조적인 것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가까운 예로 핵발전소에 의한 재앙은 84년 체르노빌 참사에서 드러났듯 더이상 묵시론적인 것이 아니라,전형적인 현대사회의 「저거노트」다.지은이는 현대사회에서의 삶을 『문명의 화산위에서 살아가는 것』에 비유한다. 「근대화의 근대화」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성찰적 근대화」론은 『사회가 실제로진화하려면 근대화는 반드시 성찰적이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성찰적 근대화」란 현대 기술과학의 가능성뿐 아니라 그 한계도 함께 인식,과학에 대한 사회적 제어력을 높이는 과정을 지칭하는 것.지은이는 이를 칸트의 명제를 빌어 부연 설명한다.『사회적 합리성 없는 과학적 합리성은 공허하고,과학적 합리성 없는 사회적 합리성은 맹목적이다』 우리는 90년대 들어 발생한 대형사고로 숨진 사람만 1천명이 넘는 「위험사회」속에 살고 있다.이 책은 「안전불감증」에 빠진 우리 사회현실을 비판적으로 되돌아보게 하는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 고스트 맘마·미지왕·깡패수업/외화맞서 방화인기 되살리기

    ◎고스트맘마­최진실·김승우 주연… 환생 소재로한 해프닝/미지왕­신인들 대거 출연… 「섹스코미디」틀속 시대풍자/깡패수업­중훈·상민 「투박」의 일 열도 종횡무진 활약상 올 하반기들어 활발하게 제작되는 한국영화 가운데 3편이 21일 먼저 선보인다.외화에 맞서 모처럼 인기경쟁에 나서는 우리영화는 「고스트 맘마」 「미지왕」 「깡패수업」 등.세 작품은 멜로·코미디·액션 등 장르는 제각각이지만 모두 제작 당시부터 화제를 몰고다녔기 때문에 영화계는 흥행결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고스트 맘마」는 1년2개월만에 돌아온 톱스타 최진실과,영화·TV에서 멜로물 주인공으로 한창 인기 높은 김승우가 주연을 맡은 작품.교통사고로 숨진 20대 주부의 유령이 남편에게 새 아내를 얻어준다는 줄거리다. 요즘 유행하는 환생을 소재로 「남편만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유령」이란 존재를 내세워 갖가지 해프닝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냈다.우스운 장면과 가슴 찡한 장면을 적절하게 배치해 영화팬을 위한 시사회에서 격찬을 받았다. TV에서 화려한 이미지를 뽐낸 박상아가 외모는 촌스럽지만 마음씨 고운 전문직 여성역을 잘 소화했고,권해효의 코믹연기가 양념 구실을 톡톡히 하는 등 조연들의 열연이 재미를 뒷받침한다.이 작품으로 데뷔한 한지승 감독은 20대답지 않은 매끈한 연출솜씨를 보여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미친×,지가 무슨 왕인줄 알아」란 뜻의 속어를 제목으로 내건 「미지왕」은 감독과 주요 출연자가 모두 신인들인 이색 코미디영화.결혼식장에서 증발한 바람둥이 신랑 왕창한군의 행방을 쫓으면서 그의 과거가 하나씩 드러난다는 내용이다.비록 섹스코미디라는 틀이 기본이지만 그 안에는 이 시대에 대한 나름대로의 풍자가 곳곳에 숨어 있다. 평범한 장면은 하나도 없다고 할만큼 끝없이 튀어나오는 기발함과,왕창한 역의 조상기를 비롯한 신인연기자들의 신선한 매력은 이 영화의 장점.그러나 재치가 넘치다 못해 때론 황당할 정도의 화면,도입부의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관객이 쉽게 몰입하기 어려운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뉴욕대 대학원에서 연출을 전공한 김용태감독은 데뷔작에서 재능을 과시하긴 했지만 지나친 욕심을 부렸다는 인상을 남겼다. 「깡패수업」은 터프가이 박중훈·박상민이 일본을 무대로 종횡무진 활약하는 액션물.국내에서 경쟁조직의 보스를 살해하고 달아나는 해구(박중훈 분)와 일자리를 얻으러 가는 성철(박상민),두사람이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뒤 일본에서 생사를 함께 한다는 줄거리.일본에서 대부분을 촬영했다. 코믹한 장면과 사랑이야기를 곁들이긴 했지만 기본은 남성적인 누아르계열이다.박중훈·박상민의 연기대결이 볼만한데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조은숙과 재일교포 연기자 백룡·강일자 등도 제몫을 충분히 해냈다.지난해 「돈을 갖고 튀어라」로 데뷔한 김상진 감독의 두번째 작품.
  • 「빅토르 최」 짧은 삶 뮤지컬로 ‘환생’

    ◎서울시립가무단,17∼22일 세종문화회관서/히트곡 「담배 한가치」만 전곡 삽입/그의 음악세계 에피소드로 재현 러시아 젊은이들의 우상인 카자흐스탄출신 한국계 3세 로커 빅토르 최(1962∼1993년)의 짧은 생애가 뮤지컬로 살아난다. 서울시립가무단이 오는 17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무대에 내놓는 공연 「어느 곳에도 나의 발자국은 남아 있지 않다」(부제­빅토르 최). 이종훈 시립가무단장이 예술감독을 맡고 소설가 유익서의 원작 「마지막 영웅 빅토르 최」를 바탕으로 「쇼코미디」의 작가 오은희가 극본을 썼다.음악작곡은 최종혁,연출은 손정우가 담당한다. 뮤지컬의 내용은 96년 봄,체첸사태로 얼룩진 러시아의 현 정국으로부터 시작한다.빅토르 최의 동료였던 르카가 모스크바 밤거리에 모인 젊은이들이 아직도 빅토르 최를 추모하는 촛불집회와 음악회를 벌이는 것을 보면서 회상에 빠진다. 르카의 회상속에서 비챠(빅토르 최의 애칭)는 민속공예학교 시절 록그룹 「키노」를 결성해 러시아 최초의 록그룹경연대회에 참가하나 그의 노래가 저항적이라는 이유로 대회에서 떨어지고 퇴학까지 당한다.가족의 생계를 위해 보일러공으로 취직한 비챠는 지하 보일러실에서 피나는 연습을 해 자신이 만든 앨범 「키노 45」를 세상에 내보낸다.저항정신과 자유혼이 가득 담긴 이 앨범은 러시아에서 1천만장 이상 팔리며 단숨에 청년문화의 상징으로 떠올랐다.이어 비챠는 영화 「앗싸」「이글라」에 출연하고 유럽,미국에서 순회공연하는 등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러나 그의 성공은 오래가지 못했다.90년 10월 고국 한국에서 공연하기로 결정해놓고서 두달 앞선 8월 의문의 교통사고로 숨지고 말았다.아내 마리안과 아들 사샤를 남겨둔채. 뮤지컬에 쓰이는 노래들은 대부분 창작곡이며 빅토르 최의 노래로는 「담배 한개비」만 전곡이 삽입된다.또 이 뮤지컬은 보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 삶의 전반을 다큐멘터리식으로 풀어가기보다는 음악세계를 보여주는 에피소드 중심으로 끌어나갈 계획이다. 빅토르최역에 김봉환,마리안역에 강효성 등이 출연한다.3991­642.
  • 전생치료/이만홍 연세대 정신과 교수(전문가 건강칼럼)

    ◎최면상태서 시술자 의도대로 얼마든지 조작 가능/환자의 무의식속에 편견심어 되레 정신건강 해쳐 요사이 환생이나 전생여행이니 하는 이야기들이 관심을 모으면서 이를 주제로 한 영화나 저작물들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급기야는 이를 이용하여 정신질환을 치료한다는 의사까지 나타나고 신문마다 대문짝만하게 광고를 해댄다.그런 주제들이 혹 한 여름밤의 더위를 식히기 위한 재미거리라면 몰라도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한 의료행위로 등장한다면 이것은 웃을 일이 아니다. 소위 「전생치료」라는 것은 두 가지 요소,즉 최면치료의 기법에다가 개인적인 신념이라고나 할 「전생」이라는 개념을 섞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최면 치료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정신의학계에서는 그 치료효과가 신통치 않기 때문에 이미 약 1백년전에 버리다시피 한 것이다. 최면상태란 강한 암시를 통하여 일시적으로 자아기능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최면상태하에서는 시술자의 의도대로 얼마든지 환자의 무의식이나 상상을 조작해낼 수 있다.예를 들면 환자에게 물에빠져 있다는 암시를 주면 환자는 실제 그런 경험이 없어도 마치 물에 빠진 상태인 것처럼 숨이 막히거나 안색이 창백하게 될 수도 있으며 전생을 기억하라는 암시를 주면 마치 자신의 전생이 고구려 시대에 있는 것 같은 환상과 체험을 얼마든지 가상으로 만들어 낼수 있는 것이다.최면 기법은 실제 임상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매우 극적인 장면을 연출할수 있기 때문에 흥미위주의 깜짝쇼나 범죄수단에 이용된다. 「전생」에 관하여는 길게 논의할 거리조차 못되며 결코 과학적인 검증을 거친 것도,앞으로 거칠 성격의 것도 아니다. 어떠한 치료법이 실제로 환자의 치료에 사용되기 전에는 아주 엄중한 절차와 통제된 실험과정을 통하여 전문가 집단의 오랜 세월에 걸친 검증이 필요하다.「전생치료」는 환자의 무의식에 아주 깊은 잘못된 편견을 심어줌으로써 오히려 정신건강을 해치게 된다.
  • 삼풍희생 여직원 2명 영혼결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숨진 이혜선(20·삼풍직원)·한명순양(20·삼풍직원) 등 2명과 다른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10명등 남녀 12명의 영혼 결혼식이 14일 상오 10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백련사 대웅전에서 거행. 이날 행사를 주관한 이설산스님(한국 불교사회봉사회 총재·54)은 발원문에서 『오늘 영혼 결혼식을 올리는 이들이 이 세상에서 가졌던 모든 집착과 원한을 풀어버리고 극락세계에서 다시 태어나 이승에서 못다받은 명과 복을 한없이 받도록 해달라』며 극락왕생을 기원. 이날 결혼식에서 애써 눈물을 삼키던 유족들은 마지막 행사로 스님 3명이 바라춤과 천수경을 독경하는등 구천을 떠도는 원혼의 환생을 비는 천도제를 올리자 끝내 북받치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
  • 강아지/침대/장례식/한국영화 「소재파괴」 바람

    ◎「꼬리치는…」「은행나무…」「학생부군신위」에 등장/파격·환상적 내용설정에 극흐름 큰 비중/테마주의 경향 탈피… 이색소재로 “신선감” 한국영화에 소재파괴 바람이 불고 있다.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 충무로에 이른바 「기획파워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양해지기 시작한 우리 영화의 소재가 최근들어 강아지,침대,장례식,폭음족 등에까지 이어지면서 영화계 전반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이색소재 영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작품은 「꼬리치는 남자」(제작 기획시대,감독 허동우).국내 첫 시도로 강아지를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는 바람둥이 장님이 우연한 사고로 자신의 강아지와 영혼이 뒤바뀐다는 설정부터가 파격적이다.강아지로 변신한 남자가 미모의 내레이터 모델과 함께 지내는 가운데 여자들만의 세계를 훔쳐보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다.이 작품에서 빙고(BINGO)란 이름의 강아지는 인간의 관음증 등 부정적 속성을 드러내는 유력한 수단으로 등장한다.주인공 빙고는 미국영화「빙고」「에어 헤드」「아이 러브 트러블」등에 이미출연한 적이 있는 베테랑 연기파.현재 절반가량 촬영을 끝낸 상태로 10월 중순경 개봉될 예정이다. 강제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은행나무 침대」(제작 신씨네)도 새로운 소재의 영화.전생에서 사랑을 이루지 못한 두 남녀가 천년뒤 환생해 사랑을 나눈다는 다소 황당무계한 줄거리다.궁중 가야금 악사 종문(한석규)은 공주 미단(진희경)과 비밀스런 사랑을 나누다 공주의 약혼자인 황장군의 질투로 죽음을 당한다.악사와 공주는 두 그루의 은행나무로 환생하지만 천둥번개에 무참히 쓰러진다.시간이 흘러 석판화가 수현으로 다시 태어난 악사는 우연히 노천시장에서 은행나무 침대를 구입하게 된다.미단공주의 영혼이 깃든 이 침대에 몸을 눕히는 순간 수현은 신비로운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미단공주를 다시 만나게 된다.이렇듯 이 영화에서 은행나무 침대는 이야기의 극적 반전을 이루는 매개물로 단순한 소품 이상의 역할을 한다.오는 12월 개봉될 예정. 올봄 「301·302」로 실험적 영화문법을 선보였던 박철수감독이 만드는 「학생부군 신위」는 장례식을 소재로했다.영화의 무대는 기와지붕에 잡풀이 우거져 있는 고색창연한 시골 초상집.종손어른의 5일장을 계기로 모여든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시추에이션영화 형식에 담는다.새달초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박철수 감독은 『이제 우리영화도 지나친 테마주의 경향에서 탈피해야 할 때』라며 『장례영화인 만큼 슬픔의 정조를 바탕으로 하되 죽음을 통해 산자의 삶을 희화하는 지독한 코미디영화로 꾸미겠다』고 말했다. 지난 92년 새우잡이배의 문제를 다룬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로 상업영화권에 데뷔한 홍기선 감독의 「폭주족」(가제·제작 영필름)도 주목을 끌만한 작품.조직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술에 절어 지내는 한 잡지사 기자의 정신적 방황을 통해 좌표를 잃고 부유하는 현대인의 초상을 그린다.새달중 촬영에 들어갈 예정으로 주인공 진호역엔 조재현이 캐스팅됐다.이밖에 엘리베이터를 주요공간으로 한 심리스릴러 「엘리베이터」,우리의 전통무예를 다룬 「대륙혼」등도 이색소재의 영화로 기획단계에서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천재선언/일그러진 세상 비판하는 풍자코미디(영화 초대석)

    ◎기이한 인물들이 빚어내는 좌충우돌 행적/황당무계한 내용으로 진지성 반감 오늘을 사는 한국인에게 세상은 그렇게도 뒤틀리고 우스꽝스러운 코미디처럼 보이는 것일까.자본주의사회의 숙명적인 타락과 인간소외,성적 방종,물신주의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현대인의 정신적 공황등….뭔가 잘못돼가는 듯한 세상을 스크린을 통해 마음껏 야유하고 조롱하는 것은 영화감독만의 특권이자 자유일 수 있다.하지만 그럴수록 감독의 영화적 발언은 한층 조심스럽고 치밀한 것이어야 한다. 지난 84년 「바보선언」을 통해 권위주의사회의 허상을 꼬집은 중견 이장호감독(50)이 11년만에 또다시 블랙코미디 영화 「천재선언」(1일 개봉)으로 일그러진 세상에 풍자와 비판의 화살을 날린다. 감독은 20세기말 현재를 『군사권위주의라는 「가시적인 적」이 사라진 대신 개인의 내부에 적이 숨어 있는 시대』라고 규정한다.그가 말하는 내부의 적이란 인간의 정사감각을 마비시키는 물신주의와 속물근성이다.「천재선언」의 문제의식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바보선언」의 90년대 판이라 할 수 있는 이 영화 역시 「전편」처럼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서장을 연다.『옛날 한옛날 20세기가 막 끝날 무렵 우리나라는 세계화의 길목에 있었습니다.그러나 영화와 정치는 아주 보잘 것 없어서 걱정이 된 하늘은 천사를 내려보냈습니다』 「천재선언」은 이렇듯 우리의 낙후된 정치와 영화를 핑계삼아 황량한 현대인의 심상풍경을 풍자하려 든다. 영화속의 천사는 바로 「수상한 소리」라 불리는 영성(김명곤)의 몫으로,그는 타락한 인간군상을 우화적인 선의 세계로 인도하는 매개역할을 한다.유혹의 늪에 빠진 「이상한 빛」이란 이름의 속물감독 상기(안성기),국정엔 아랑곳없이 주색잡기에만 몰두하는 부패권력의 화신 「어르신」(신충식),내일의 희망을 상징하는 듯한 「알 수 없는 눈물」 진경(홍진경)등을 중심으로 하는 인물들이 좌층우돌하며 펼치는 기이한 행적이 영화의 줄기를 이룬다. 그러나 이 영화는 줄거리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황당무계한 에피소드 일색인데다 영화의 표현방식 또한 「실험정신의 한계」를 넘고 있어 한편의 공상만화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한 영화감독지망생이 환생한 천사의 신통력으로 현실사회의 영웅호걸들을 만나 영화를 만들게 된다든가 순진한 여고생이 성모마리아처럼 동정녀로서의 임신을 꿈꾼다는등의 설정은 차라리 난센스 코미디에 가깝다.권선징악이란 주제의식을 악의 무리가 불지옥에서 고통받는 장면을 통해 직설적으로 드러낸 것도 영화의 진지성을 해치고 있다. 특히 너무 빈번하게 등장하는 저속촬영(빠른 움직임)기법은 등장인물들을 엉뚱하게 희화화시켜 영화전체의 흐름을 깰 뿐 아니라 영화의 짜임새도,응집력도 떨어뜨리고 있다.이장호감독 특유의 발랄한 상상력과 촌철살인의 풍자정신을 기대한 관객에게 이 영화가 어떻게 비쳐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39세 영어교사 홍성태씨 기적의 생환(「삼풍」참사/생사의 갈림길)

    ◎절망 이긴 사투 27시간/지하 암흑속 말소리 듣고 정신차려/“유언이라도 전해달라” 콘크리트더미서 호소/“조금만 참아라… 살려낸다” 구조대원이 격려 『꿈만 같습니다.제가 살아 있다는 게 정말 믿어지지 않습니다』 삼풍백화점 붕괴현장 지하에 매몰됐다가 27시간 만인 30일 하오 9시쯤 극적으로 구출된 서울 대원외국어고 홍성태 교사(39)는 생존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유…언을 전해 주…세요』 『구조대가 도착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세요.당신은 살 수 있습니다』 절망적 상태에 빠졌던 홍씨를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은 사고현장에서 자원봉사를 벌이던 박희용(33·서울 마포구 아현동)씨.29일 하오 9시쯤이었다. 이때부터 두꺼운 콘크리트 벽을 사이에 두고 홍씨와 박씨 사이에 들릴듯 말듯한 가느다란 대화가 시작됐다. 『1분밖에 더 살 수 없을 것 같아요.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전해 주세…』 『약한 소리하지 마세요.당신을 꼭 살릴 겁니다』 평범한 삶을 살던 홍씨가 졸지에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게 된 것은 얄궂게도 너무나 가정적인 성품 탓 때문이었다.사고가 난 29일 상오 출근길에 부인과 아들(9)이 『퇴근하면서 맛있는 빵을 사오라』는 부탁을 지키기 위해 들른 것이다. 이날 홍교사는 수업을 마치고 자신의 차로 귀가길에 나서 성동구 구의동에서 동료교사를 내려줬다.이때가 하오 5시 30분.이날따라 길이 잘 뚫렸다.평소보다 곱절 빠르게 달려 20여분만에 백화점에 도착했다.그러나 1층 제과점으로 막 들어가는 순간,무너져 내리는 콘크리트 더미를 안고서 빨려드는 듯 지하로 떨어졌다. 사고가 난지 3시간이나 지난 밤 9시.마침내 「생명의 은인」인 박씨와 조우하게 된 것이다. 『누가 살아 있어요.거기 누구 있어요』『돌더미…를… 치워 주…세요…』 박씨는 『조금만 기다리세요.곧 치워 드릴께요.당신은 이제 살았어요』라고 홍씨에게 힘을 주었다. 홍씨는 자기의 이름과 주소,집 전화번호를 박씨에게 또박또박 알려 주었다. 홍씨는 「생사」의 기로에 서 있으면서도 밖의 상황이 몹시 궁금한 듯 박씨에게 바깥 소식을 묻기도 했다. 『바깥 일은 어떻게 돼 갑니까』『당신을 꼭 살릴 겁니다.구조대가 들어오고 있어요.조금전처럼 약한 마음은 갖지 마세요.가족들도 당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대화가 오고 갔다. 가족들의 애타는 「환생의 염원」과 홍교사의 처절한 사투가 하늘을 감동시킨 것일까. 홍교사는 지하에 갇힌지 꼭 27시간만인 이날 하오 9시쯤 비가 내리는 가운데 극적으로 구출돼 병원으로 옮겨졌다.옆구리와 다리만 조금 다쳤을 뿐 큰 상처를 입지 않았다. 「인간승리」 드라마의 대단원을 마감하는 순간이었다. 병원으로 급히 달려온 홍씨의 아버지 홍운표(71)씨와 어머니 서석귀(65)씨는 마치 득남이나 한 것처럼 기뻐했다.부인 지미영(36)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소리없이 웃기만 했다.그 남편에 그 부인이었다. ◎1차 해체 3∼4일 걸릴 듯/2차붕괴 위험… 작업 지연/어제 상오 주기둥 뒤틀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대책본부는 30일 이틀째 구조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나 A동과 마주보고 있는 B동 및 A동 외벽의 붕괴 위험 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책본부는 삼풍백화점의 1차 해체 및 복구작업에만 3∼4일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B동은 이날 상오 가로빔이 무너져 내린데 이어 주기둥까지 뒤틀리기 시작한데다 4층 수영장에 가득차 있는 물이 건물 틈새로 스며들 가능성도 있어 붕괴 위험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또 A동은 남아있는 외벽이 흔들리고 있고 지하 2·3층 주차장의 승용차 등에 남아있는 휘발유와 유독가스 때문에 현장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다.대책본부는 이에따라 붕괴의 가능성이 높고 생존자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 B동 지하에 대한 해체작업은 늦추기로하는 한편 A동 지하에는 상대적으로 생존자가 적을 것으로 보고 이날 하오 1시부터 본격적으로 매몰된 콘크리트 구조물을 해체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 신라 금동미륵보살상(한국인의 얼굴:35)

    ◎내리뜬 눈·작은 입가에 조용한 미소/윗입술까지 뻗은 선명한 인중선이 매력/네모꼴 얼굴에 화려한 장식의 보관 독특 신라 불교미술에서 걸작은 국보 78호 금동보살반가사유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이 반가사유상은 백제의 반가사유상(서울신문 5월26일자 13면)보다 날렵한 인상을 안겨준다.그 이유는 얼굴 윤곽에도 있지만 장식이 화려한 높은 보관을 머리에 썼기 때문일 것이다. 이 보살의 얼굴은 둥글다기 보다는 네모꼴에 가깝다.얼핏 근엄해 보인다.그러나 가만히 옆 얼굴을 지켜보면 치깔은 눈매와 작은 입가에 약간의 웃음을 머금었다.근엄해 보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어디까지나 앳된 보살이어서 웃음을 참는데 한계가 있는 모양이다.미간에서 부터 높게 시작한 코는 오뚝하다 못해 예리하다.인중한 가운데를 세로로 지나가는 홈이 너무 선명하게 윗 입술에 맞물려 매력으로 작용했다.그 매력 포인트는 턱에도 나 있다. 보살이 어깨에 걸친 천의자락이 흘러내려와 무릎에서 교차되었다.윗옷에다는 끈을 달아 허리에 매었다.그 매듭은 요새 서양식의 리본 보다 더 아름답다.네모꼴 대좌에 천을 덮어 늘어뜨린 표현이 너무 사실적이어서 부드러운 느낌 마저 우라난다.보살은 그 대좌에 걸터앉았다.그냥 걸터 앉은 것이 아니고 왼발을 세워놓은 오른쪽 무릎 위에 올리고 왼손을 발에 얹었다.오른손 검지와 무명지를 슬며시 펴 뺨에 댔으니,생각하는 보살이다. 이 보살은 미륵이다.생각에 잠긴 앳된 미륵을 보노라면 문득 화랑의 모습으로 다가온다.꽃처럼 아름다웠다는 신라의 사내들 화랑으로 환생하여….사실 불교의 미륵신앙과 화랑은 무관한 처지가 아니다.신라 사람들은 여섯 하늘(육천)의 하나인 도솔천(두률천)에서 내려온(하생)미륵이 화랑의 우두머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미륵을 따르는 집단이 화랑이었다는 사실은 김유신의 화랑집단을 일러 미륵이 건설한 이상세계의 향내나는 무리라하여 용화향도로 불렀다는 기록에서 입증할 수 있다. 신라에서 화랑을 공식화 한 것은 진흥왕(서기 540∼576년)때다.그 목적은 군조직의 보충 수단이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양성에 있었다.그래서 교육 및 군사 기능 이외에 사교단체 구실도 했다.노래와 춤도 화랑도 수련의 필수과정이었다.화랑을 풍월주라고 했던 까닭도 바로 여기 있지않나 한다.이들은 6세기 중엽 부터 삼국통일을 이룩하는 7세기 중엽에 이르기까지 존속한 청소년 공동체였던 것이다. 어떻든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화랑들이 가장 활기를 띠었던 서기 600년을 전후한 시기에 주로 제작되었다.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한 유물도 10여점에 이르고 있다.물론 삼국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즐겨 만들었으나 신라의 작품 만큼 많이 전해내려오지 않고 있다.그래서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야 말로 화랑들이 찾고 있던 미륵의 모습이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도 6∼7세기에 이르는 시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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