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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철도에도 서비스혁신 바람(세계의 사회면)

    ◎양자강 따라 달리는 야간열차 “오리엔트특급” 버금/무도장겸 식당칸 미녀들 특별고용/승객 술시중에 춤까지… “환상 여행” 중국의 개혁바람은 기차여행에서도 느낄 수 있다.불친절하기로 소문난 중국 국영철도가 이제 자본주의국가의 철도 뺨치는 서비스로 승객들을 유인하고 있는 것이다. 호북지방에서 양자강을 따라 달리는 특급 야간열차를 타는 사람들은 상상밖의 서비스에 놀라게 된다.마치 영화속의 한 장면같은 상황을 실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별서비스는 식당칸에서 중국요리를 즐긴 뒤부터 시작된다.달걀을 넣은 국수와 증기로 찐 게요리로 식사가 끝나면 식당칸은 「흔들리는 무도장」으로 변한다.지루한 야간여행을 각오했던 승객들은 갑자기 식탁이 접히고 탱고음악이 흘러나오면서 등장하는 미소 띈 미녀들을 보는 순간부터 여행의 피로를 잊게 된다.승객들은 이 미녀들과 어울려 밤새 춤을 추며 환상적인 여행을 할 수 있다. 철도회사측은 서비스개선을 위해 특별히 고용된 이들이 엄정한 선발과정을 거친 최고의 미인들이라고 자랑한다.이미녀들은 술시중과 함께 승객이 원하면 함께 춤추고 노래를 한다.가라오케시설이 돼 있어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노래를 즐길 수도 있다. 춤의 대가는 없다.승객들이 팁을 주는 것은 자유이나 팁을 강요하지 않는다.미모와 함께 세련된 매너를 엄격히 가르친 결과다. 모든 승무원들의 복장에도 자본주의 냄새가 배어 있다.챙이 있는 모자에 붉은 유니폼을 입고 금테견장을 두른 남자승무원들은 복장만큼이나 깔끔한 매너로 승객을 대한다. 이 같은 변화는 등소평이 작년 1월 남부순시를 마친 뒤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등이 자본주의 스타일의 경영을 독려하면서 많은 중국인들은 국가보조금의 지급중단과 실직을 우려하게 되었고 이것이 전날의 나태한 근무태도를 바꾸게 했다. 이제 중국인들은 직장으로부터 「쇠밥그릇」(철반완)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됐다.쇠밥그릇이란 안전고용이 보장된 사회주의체제의 중국에서 해고가 없음을 뜻하는 말이었다.이같은 중국의 사회주의식 고용체제는 중국인들을 나태하게 했고 특히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불친절하게 만들었다.이런 상태로 중국전체가 관광자원이라며 손쉬운 돈벌이인 관광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정부의 뜻을 이룰 수 없는것은 당연한 일. 서비스업 경영혁신이 가장 먼저 도입된 곳은 중국민항이다.주용기부총리는 90년부터 중국민항을 지역별로 분산시켜 독립채산제를 실시하고 항공사간 정기 서비스경연대회를 여는등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고질적인 불친절관행을 일소했다. 이제 국영철도 종사자들도 중국민항에 이어 자본주의의 단맛과 쓴맛을 톡톡히 보고 있다.종업원들은 성과에 따라 돈을 더 벌수도 있고 잘못하면 해고도 당하는 것이다. 정부의 노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홍콩의 문회보는 최근 중국이 운수업의 대외시장 개방폭을 확대,외국기업의 경영참여를 환영하고 독자적 운영체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이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쟁에 적응하기 위한 서비스향상 노력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중국 정부는 거시경제만 관리하고 시장은 기업과 소비자에게 맡긴다는 원칙을 착실히 이행해 나가고 있다.이러한 노력의 결과 이제 중국에서 서비스 부재는 점차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돈이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한다는 것이 등소평의 새로운 중국모습이다.
  • 수준급 새 영화 10여편 제작 활기/관객층 기호 계산,기획력 발휘

    ◎작품·흥행성 등 고루 갖춰 눈길 새해를 맞아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건 수준급 영화제작이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이들 영화는 하나같이 탄탄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작품성과 흥행성 및 완성도의 3박자를 고루 갖춰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야심작들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촬영에 돌입했거나 내달 촬영을 목표로 제작이 추진중인 작품은 「백한번째 프로포즈」「그의 이야기 그녀의 이야기」「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결혼하지 맙시다」「커피 카피 코피」「미스터 맘마2」「키드 캅」「투 캅스」등 10여편. 이 가운데 「백한번째 프로포즈」(오석근 감독)는 슬픈 옛사랑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한 미모의 첼리스트와 그녀를 향해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쏟는 한 남자의 환상적인 러브스토리를 담은 작품. 사랑의 실체와 가치를 추구한 고전적 멜로영화로서 문성근이 주역을 맡았다.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김영빈 감독)는 충족된 수혜자로서 차별적 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압구정족들의 삶을 통해 우리사회가 앓고 있는 병폐를조명하는데 기획의도를 맞춘 작품. 향락적이고 말초적인 문화에 대한 영상탐구를 재치프레이즈로 내건 영화로 문성근과 전미선이 주역으로 캐스팅됐다. 「결혼하지 맙시다」는 현재 시나리오작업중으로 유치원시절부터 대학시절까지 이어가는 두 남녀의 사랑의 감정변화와 결혼후의 갈등을 통해 참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감각을 내세운 표피적인 재미에 안주하지 않고 무게있는 사랑영화로 만들 예정이다. 「커피 카피 코피」는 당차고 매력적인 캐리어 우먼과 CF감독의 투철한 직업의식과 야망 그리고 사랑을 다룬 작품.포스트 모던한 이야기 전개로 젊은 관객층을 겨냥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작품으로 세련된 영상미에 주력,CF촬영기법을 도입하는 해외로케도 예정하고 있다. 「미스터 맘마2」(강우석감독)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신세대 아빠의 육아와 사라져가는 부성애를 따뜻한 시각으로 묘사하는데 기획의도를 둔 코미디물. 그러나 전편이 일상적인 이야기를 그린데 반해 이번 속편에서는 보다 깊은 감동을 자아내기 위해 디테일하면서도다채로운 극적 상황묘사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의 이야기 그녀의 이야기」(김의석 감독)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이며 자유주의적인 방송국 PD와 간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애정물.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삶의 방식,그리고 고독을 진솔하면서도 파격적인 영상에 담을 계획이다. 또 「키드 캅」(이준익 감독)은 어린이들을 주역으로 내세운 가족용 오락코믹액션물. 예년과는 달리 연초부터 제작러시를 이루고 있는 이들 영화는 무비판적인 유행의 추구에서 벗어나 각기 고유의 색깔을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또 주먹구구식이 아닌 관객층의 기호를 충분히 계산해 제작에 임하는 등 사전 기획력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개성과 의욕을 앞세워 만들어지고 있는 이들 신작영화가 그동안 외화의 위세에 가위눌려온 한국영화계에 얼마나 숨통을 트이게 할는지 자못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새전기「세기와 더불어」허동찬씨의 분석(신고 김일성자서전연구:31)

    ◎소년시절:12/화성의숙서의 불만/40년대까지 신식훈련 못받았으면서/“이청천 등 낡은 군사교육에 환멸” 기술/겨우 3개월 배우고 트집 위한 트집 김일성은 화성의숙에 들어갈 때 팔도구 시절부터의 김형직의 친구 김시우가 데려간 모양이다.그는 당시 화전현 관가에서 정의부 화전총관소 총관으로 있었고 영풍정미소를 경영하여 정의부의 각 기관에 재정원조도 하고 있었다. ○기숙사에서 생활 그 다음 날부터 김일성은 화성의숙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였다.학급에서는 몇몇 친구가 생겼는데 그 하나는 훗날 김일성이 중공계 유격대에 있을 때 그에게 일제에 투항할 것을 권고하러 온 박차석이었고 다른 하나는 1930년 무렵까지 언제나 그의 선배였던 최창걸이었다.그는 이밖에 김리갑,계영춘,이제우,박근원,강병선,김원우 등과도 알게 되었다 한다. 회고록에서 그는 화성의숙에 2주일 남짓 있은 후부터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학과목은 김일성에게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그런데 의숙생들은 특히 수학문제로 그를 괴롭혔다.4칙계산도 잘못하는 청년들이 숙제가 나올 때마다 찾아왔다.그런데 군사훈련 때는 거꾸로 의숙생들이 김일성을 도와주는 형편이었다. 의숙생과 김일성 사이에는 학습과 훈련 면에서 서로 정반대의 실력 차이가 있었다.자라난 환경과 사회생활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지만 김일성에게는 특히 무송소학교 시절부터의 불량한 사고방식과 비정상적인 학교생활 습성이 남아 있었다.이런 상황이 그의 당시 감수성으로는 「환멸」이었던 모양이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에게 화성의숙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는 1960년대에 밝히게 되었다.그러나 이 시기는 그가 26년 3월에 입학한 것같이 서술했던 것을 「26년 6월 전학」으로 바꾸어 나가는 복잡한 조작이 잇따랐다. 또 이 때는 이른바 「타도제국주의동맹」(ㅌ·ㄷ)을 날조하는데 바빠서 그가 화성의숙에서 어떤 학창생활을 지냈는가에 대해서는 거의 설명할 겨를이 없었다. ○“학생 지지받았다” 전기작가들이 화성의숙 생활문제를 쓰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후반부터이다.그들은 김일성이 이 학교에서 어떻게불만을 가지게 되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쓰게 되었다.「불멸의 자욱을 따라」가 그 대표적인 것인데 필자는 이 책을 분석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회고록에서는 그 「불만」이 더욱 체계적으로 설명되어 있다.그것을 3개로 나누어 그중 2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군사훈련…실탄사격에 쓸 탄알이 없어서 늘 나무총이나 가지고 훈련했다.아래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기도 했다.또 독립군 대원들이 와서 안중근 장인환 강우규 이재명 나석주 같은 열사들이 쓴 개인 테러를 무훈담이라고 들려주었다. 김일성은 이러한 구한국 냄새가 나는 낡은 군사훈련이나 투쟁방법으로는 도저히 왜놈들을 타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상…어떤 학생은 왕조정치에 미련을 가져 봉건왕조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또 어떤 학생은 미국식 민주주의에 대하여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어느 시간에 자본주의 발전에 대한 강의와 토론이 있었다. 이때 자본주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선생의 강의와 학생들의 토론에 대항하여 김일성은 자본주의나 봉건주의는 다같이 돈 많은 놈들이 근로대중을 착취하여 호강하는 사회다.자본주의나 봉건주의의 병집을 잘 보아야 한다.조선을 독립시킨 후는 조국땅에 착취와 압박이 없고 근로대중이 잘 사는 사회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여 학생들의 지지를 받았다 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한 필자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 ㈀당시 정의부에는 일본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이청천 그리고 군사훈련을 체육이라 불러서 실시한 평양 대성학교 졸업생 오동진 등이 간부였고 한일합방 후 이시영 이상용 등이 남만주에 세운 신흥무관학교 졸업생도 많았다.그들은 신식 군사지식과 훈련방법도 알고 있었다.나무총이나 모래주머니·테러리즘 같은 것도 결코 구식은 아닐 것이다. 한편 김일성은 화성의숙 초창기에 군사학을 모르는 초년생으로 있었는데 겨우 3개월 정도 밖에 재학하지 않았다.따라서 이러한 불평은 트집을 위한 트집일 뿐이다.화성의숙의 군사학을 구식이라고 하지만 김일성에게는 구식이 아닌 신식 군사훈련을 받을 기회는 1940년대까지 주어진 일이 없었다. ㈁당시 만주의 독립운동가 속에는 이씨왕조를 다시 일으키려는 전덕원 같은 복벽파가 있었고 정의부 청년들에게도 그 영향이 있었다.또 미국식 민주주의를 선호하는 안창호 계통의 인물들과 학생들도 있었다. ○요주의학생 신분 김일성은 이런 민족주의 군사학교에 자의가 아닌 타의로 「전학」하였다.박만포선생에 따르면 그는 전학 이전에 이미 살부회에 들어가고 있었다.부친이라도 부르주아 같으면 타도한다는 「이론」의 소유자는 화성의숙에서는 요주의 학생이게 마련인데 그는 「전기」에서 사실을 거꾸로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①「세기와 더불어1」140∼148면 ②같은 책 149면 ③평전 74∼75면 ④「불멸의 자욱을 따라」전4권 1978년 당간 ⑤「세기와 더불어Ⅰ」150∼154면
  • 서양화가 도문희씨(이세기의 인물탐구:13)

    ◎신선한 감각으로 원색의 미 묘사/변화에의 열정으로 새 조형방법창출 온힘/「정적질서」 보다 동적 유동세계 표출 돋보여/부친 도상봉화백 그늘벗어나 독자적 예술세계 추구 그림속의 꽃들은 모든 꽃이 활짝 피어 꽃바다를 이룬다.캔바스의 한정된 공간이 아닌 드넓은 벌판에 얼마든지 펼쳐진 채 꽃들은 꽃이 파리 바람에 흩날리듯 꽃향기 퍼뜨릴 듯 꽃마다 싱싱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 화가 도문희의 회화세계는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유랑의 필치로 원근법과 사실적기법을 적절하게 원용하면서 큐비즘과 포비즘의 요소를 포함시킨 새로운 조형방법에 능란하게 반응하고 있다」는게 원로미술평론가 이경성씨의 말이다. 「언제나 신선한 속도감과 힘을 머금고 있는 그의 화면은 정적인 질서의 세계가 아닌 동적인 유동의 세계를 절제와 생략으로 탐구하면서 격동속에서 미의 원형을 찾아내고 있다고. 도문희씨는 과연 몸속으로부터의 열망과 열정이 끓어 넘치는 힘의 화가다. 그의 작품에서는 물론 그의 일상생활에서도 잠시도 한군데 오래 머물지 않는다.서울에 있는가하면 뉴욕에 샌프란시스코에 콜로라도나 산타모니카 라구나 비치에서 또는 괌도나 하와이의 빅아일랜드에서 화사하고도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곳이 어디든지간에 그가 머물고 있는 곳에는 음악이 있고 음악의 흐름에 따른 경쾌하고 격렬한 사색적인 붓놀림이 그치지 않는다.자신의 예술의지와 방법을 위해 그는 자극적인 체험을 얻는데 시간을 낭비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다. 「한줄기 빛이 물체에 닿는 순간,그 빛은 물체위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것」이라고 말한 르노아르의 방법처럼 도문희는 꽃이면 꽃이라는 대상을 공간이동시키 듯이 생명감 그 자체로 자연스럽게 화면속에 옮겨놓고 있다.그래서 그의 꽃은 어느때는 무복을 입고 회전동작을 하는 발레리너처럼 생기발랄한 율동적터치로 음악에서의 비오렌토와 알레그리시모의 리듬감을 팔팔하게 되살리기도 한다. ○생명감 화면에 담아 그림을 그리지 않는 일상생활에서의 그는 될수록 그림과 연관시킨 일들 속에 참여하고 있다.그래서 공식적이거나 형식적인 행사자리보다연극이나 영화 한편 아르튀르 랭보의 「갈증의 희극」을 읽는 것이 그림에 대한 감동을 유발시켜준다고 생각한다. 음악이 없는 도문희란 도무지 상상하기 힘들다.클래식뮤직에서 디스코나 록뮤직,흘러간 닐다이아몬드나 젤리리에 이르기까지 그는 몸속의 세포 하나하나가 신들린 감흥에 물들여지기를 원한다. 아니면 그는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그랜드캐니언의 장엄한 황혼,달빛아래 사슴과 노루들이 뛰어노는 멕시코국경,크라이드강변의 성곽과 끝없이 불어오는 북풍 속에서 어디선가 「히드크리프!」를 부르는 캐서린의 목소리… 경탄과 감탄의 탄성이 절로 질러지는 눈부신 풍광을 찾아 또하나 새로운 여행계획을 세워야 한다. 초기에는 동양화에서의 삼원법과 같은 느낌으로 색채와 형태를 극대화시키면서 인물이나 꽃의 표현에서 몰골법을 사용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그 대상이 무엇이든 극도의 기쁨과 즐거움으로 이를 승화시켜 감각화된 화면효과를 과시해 보이고 있다. 이런 심적충만을 위해 그는 시간과 정열을 아낌없이 투자해 왔다고 할 수 있다.그리고캔버스와의 오랜 대결끝에 빛이 공간속에 흐르듯 몸속에 정제돼 있던 예술에너지를 이끌어 조형언어를 구축해 나갔다. 도문희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최상의 환경에서 자랐다.나혜석의 불우하고 외로웠던 말년의 생애를 뺀다면 그의 화려함과 정열과 적극적이고도 진취적인 창조의식은 초기의 나혜석을 연상시키는 구석을 많이 지니고 있다. ○초기의 나혜석 연상 그의 부친은 우리나라 현대미술사에서 선도자의 한 사람이었던 바로 도상봉화백이다. 부친의 권유로 그림을 시작했으나 화가로서의 열망·야망이 꿈틀거리는 순간 그는 그림으로 향하는 두껍고 높은 벽을 스스로 힘차게 꿰뚫었다.물론 한사람의 여성으로서의 행복이 아닌 화가로서의 대성을 목표로 정하자 시련과 고통을 감수하는데 그는 주저가 없었던 것같다.고통없는 성취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도상봉화백의 그늘은 예상외로 넓고 컸다.동경미술학교 출신인 부친은 국전창설멤버에다 대한미협위원장 한국미협이사장 예총회장 문총최고위원 예술문화윤리위원 위원장 등등 화단의 중책을 두루거친 거봉으로 도문희는 언제나 「도상봉씨의 딸」로 불리워야했다.그는 부친의 이 후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화격도 특성도 다른 작품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했으나 그 역시 쉽지 않았다. 혜화국민학교에 다닐 때는 발레리너를 꿈꾸면서 송범무용연구소에 넘나들다가 엄격한 부친의 반대에 부딪쳐 경기여고 때 그림을 시작했다.대학에 들어가기전에는 부친의 친한 친구이기도 한 김인승씨에게 그림을 사사,「화가지망」을 굳게 결심하고 정확한 데생,탄탄한 기본실력을 닦아 나갔다. 그때는 동아음악궁전이며 종로의 쎄시봉·르네상스음악실에서 하루종일 살다시피 했고 클래식판 수집광에다 블라맹크와 칸딘스키 루오에 심취했었다고 한다. 본래부터 화려하고 솔직한 성격이어서 그는 무슨일에든 쉽게 좌절하거나 좌절해도 실망하지않았다.결과가 안좋을땐 「좋은 경험」으로 돌릴만큼 낙천적인 편이다. 그에게 그림그리기를 권유한 부친은 막상 그에게 붓한번 바로잡아준적이 없었다.오히려 대학재학중 국전에 출품하기위해 열심히 그려논 그림위에다 가위표를 해논적이 있을 뿐이다.도문희는 국전에 출품하고 싶었다.자신의 작가적 재능과 자질을 인정받을수 있는 미술관문이었으나 부친이 심사위원·운영위원·고문등으로 연루되어있어 작품을 자유롭게 낼수없는것이 불편했다.3학년과 4학년때 부친몰래 가명으로 출품해서 연2회 입선했을때도 주변에서 「부친의 후광」으로 아는 것이 억울해서 아예 국전출품은 포기하고 말았다. 부친에게 영향을 받았다면 어릴때부터 아틀리에가 있는 분위기에서 아버니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는 것뿐.오히려 동경여자미술학교 출신인 어머니 나상윤씨가 『나는 아버지때문에 그림을 포기했지만 너만이라도 나대신 열심히 하라』는 배려의 힘이 더 컸다고 할수있다. ○예술적 분이기서 성장 대학졸업후 대한미협과 이대출신그룹의 녹미회를 중심으로 그룹활동을 펼치면서 환상과 기억속의 사물들을 거칠고 대담한 야수파적인 축제분위기로 이끌어 화단의 주목을 한데 모았다. 그러나 기왕에 주어진 화가로서의 과정을 답습하는 형식에서 벗어난다는 차원에서 69년 첫번째 개인전을 연후 그는 미련없이 모든것을 떨쳐버리고 유럽으로 떠났다. 영국과 독일을 거쳐 스코틀랜드에 정착하여 그는 북구의 바다와 하늘의 변화표현에 현혹된 시기를 보냈다. 남청·담청·군청·감청·선록 보라와 옥색에 이르기까지 서로다른 수백가지 청색으로 출렁이는 바다와 천사의 날개 같은 구름의 흐름에 홀려 그는 마치 피카소의 청색시대를 연상케하는 청색조 시기를 이곳에서 거쳤다. 「시간따라 바람따라 하늘은 하늘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단 한장면도 같은 색조,같은 표정을 보인적이 없었다」는 것과 「줄이엣의 푸른얼굴,로미오의 푸른눈매」머리카락과 머리에 장식한 액세사리까지도 굵고 짙은 푸른 선묘로 보여준것이 그시기의 작품들이다. 터질듯한 원색이 분방하게 펼쳐진 그 아름다움이 독특하여 독일의 벰버그 스코틀랜드 그린옥등 지방신문들은 「푸른 잎에 매달린 빗망울처럼 투명한 기쁨이 깃든 경관등으로 크게 취급한바 있다. 그의 부친이 딸의 그림을 칭찬한것은 77년 조선화랑 초대전때다. 그때 전시오프닝에 왔던 여러 화가 평론가들이 도문희 그림의 「축제분위기」를 호평하자 단지 한마디 『마치 이 세상이 천국임을 아는것같다』고 했었다.같은해 도상봉씨는 타계했고 도문희로서는 그때 그 말이 부친에게 들은 유일한 「촌평」이 된셈이다.서울에서는 지난 30년동안 끊임없는 우정의 교분을 갖고있던 선화랑의 김창실씨(화랑협이사장)와 진화랑의 유진씨의 초대전에 응하고 있다. 누구보다 도문희의 신선한 감각과 번뜩이는 젊음의 화면을 아끼는 김창실씨는 도문희의 「장미를 곧잘 「살아있는 보석」에 비유하고 「하탄과 하화가없는 그러나 화치의 극치」의 작가라고 말한다.화단의 대선배인 천경자씨는 「그의 식을줄 모르는 정열」도 정열이지만 무엇보다 「화가의 얼굴을 하고있는 화가」라는데 호감을 갖기도한다. 그는 여전히 무엇에 구애되지도 소속되지도 않는다.자신이 한일을 후회하지않는다.서울에 오면 이제는 다자란 딸과 아들과 친구처럼 어울려다닌다. 그는 화려한 치장을 즐기고 여러층의 사람들과 다양한 교분을 트고있지만 의외로 보수적이어서 안하는것 가리는것 투성이다.자유분망과는 상관없이 「맥주 한모금」등에는 남의 눈치를 보는 면이 있다. 뉴욕에서는 소호를 중심으로 일릭 드라곤루드 그레고리비치 조각가 스티븐 래등과 작품활동을 펼치고 그중 일릭 드라곤은 오는 5월 조선화랑 초대전을 주선해주기도 했다. 그는 지금 비로소 「화가의 길」을 걷게해준 부친께 감사하고 있다. 언제나 아무런 근심도 걱정도 없어보이는 그에게 누군가 『무엇이 그리 행복하냐』고 물었을때 그는 오히려 『슬픔과 아픔은 남에게 보이지 않는다』고 대답한 적이 있다. 축복받은듯 활짝 핀 그의 꽃들은 아마도 남이 모를 아픔과 시련을 딛고 피어난 것이기에 보는이에게 보는것만으로도 진한 감동의 빛을 전달해주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의 이 빛의 힘은 조금도 퇴색하는 기색없이 더욱 영롱하고 선명하게 그가 좋아하는 음악과 바람의 흐름에 실려 그의 화면속에서 기쁨의 빛으로 용해되고 있는것 같다. □연보 ▲1938년 서울 종로구 명륜동출생.서양화가 도상봉씨(77년 타계)와나상윤여사(87)의 1남 2녀중 막내 ▲57년 경기녀고졸업 ▲59·60년 국전입선 ▲61년 이화녀대 미대 서양화과졸업(김인승·이준·유경채·심형구사사) ▲80년 뉴욕 그래픽 버딘스 아카데미 ▲69∼72년 유럽체류(영국·옥일·스코틀랜드) 그린옥 아트갤러리·스코틀랜드 글래스코우 아트랠러리·렌프레쉬어 아트갤러리 등 개인전시 ▲73년 서울개인전(미술회관) ▲74년 아시아 련대작가전(일본 도쿄) ▲76년 세계여류미술전(인도네시아) ▲77년 서울 조선호텔 갤러리 초대개인전 ▲79년 진화랑초대 제4회 서울개인전 ▲80∼81년 미국체류(뉴욕맨해턴·버지니아 우드빌리지) 80년 비스비(Bisbe)전참가 ▲81∼84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벰버그(Bemberg)풀다(Fulda)빌트프릭켄(Wildfricken)개인전 ▲87년 서울선화랑 초대「장미」개인전 ▲89년 〃 진화랑 초대 개인전 ▲91년 〃선화랑 초대 개인전 ▲91년 〃정화랑〃 〃 ▲92년 MBC후원 부산호텔 미술관·아천미술관초대전 ▲93년1월 LA 앤드루 셔(Andrew Shire)갤러리 초대전 ▲한국미협·녹미회 회원 ▲작업실 서울 용산구 이태원2동 ▲국립현대미술관 간 한국서양화대관(작품수록)
  • KBS향/서울시향/새해 알찬무대 꾸미기 부산

    ◎국내 양대교향악단,새도약 “시동”/KBS향/세계무대 발돋움 10개년계획 원년 선언/서울시향/한­중수교기념연주회 필두 1백여회 공연 우리나라의 양대교향악단인 KBS교향악단과 서울시향이 의욕적인 새해 활동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는등 교향악계가 어느때보다 부산한 음직임을 보이고 있다. KBS교향악단은 올해를 동양의 정상권에서 세계를 무대로 발돋움하는 원년임을 선언하고 야심찬 포부를 밝혀 음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이를 달성하기 위한 10개년 계획이 마무리되면 세계유명교향악단과 어깨를 나란히 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위해 악단측은 KBS교향악단만이 낼수있는 「고유칼라」를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컴팩트디스크등 음반제작 보급에 힘을 기울여 국제음악계에 KBS교향악단의 존재를 알려 나가겠다는 것이다.동양권의 교향악단은 현실적으로 뚜렷한 특징을 지니지 못하면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힘든 것이 사실.그러나 KBS교향악단의 경우 지난해 오트마 마가가 취임,상임지휘자 중심의 연주체제가 확고해짐에 따라 특유의색깔을 낼 수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음반의 경우 지난해 6월 KBS홀에서 국내기술진의 힘으로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컴팩트디스크로 처음 만든데 이어 올해도 4종의 컴팩트디스크를 만들 예정이다.특히 미국의 「코치」사에서 낼 알란 호바네스의 신작교향곡은 KBS교향악단이 세계초연후 녹음,국제시장에서 발매하게 된다. 악단측은 또 지역연주회의 질을 높여 프로그램을 서울에서 열리는 정기연주회와 같게하고 「왈츠축제」를 마련해 전국을 순회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올해 KBS교향악단은 모두 79회의 연주회를 예정하고 있다.지휘자로는 기존의 지휘진외에 원경수와 곽승,함신익,유종등 한국인을 대폭 기용한다.협연자도 더블베이스의 게리 카,바이올린의 크리스티안 에딩거,첼로의 야노스 스타커등 해외거장과 함께 데이비드 김,윤혜리,루실 정,김유경,캐서린 조등 젊은 한국인이 대거 나선다. 서울시향도 지난해 박은성을 새 상임지휘자로 맞은뒤 올해 그 어느때보다도 의욕적인 연주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 서울시향은 올해 2월5일 박은성의 지휘와 중국피아니스트 인첸종이 나서는 한중수교기념특별연주회를 시작으로 올해 모두 1백여차례의 공연을 가질 계획이다. 특기할만한 것은 세계 유명지휘과교수 초청연주회와 유명교향악단악장 초청공연이다.이에따라 2월26일에는 프랑스 에콜노르말교수 도미니크 루이,9월10일에는 빈 국립음대 라요비치교수가 지휘를 맡고 4월2일에는 일본 NHK교향악단의 도쿠나와악장,4월26일에는 빈필의 퀴겔악장이 솔로이스트로 나선다. 또 6월에는 3차례에 걸쳐 차이코프스키 서거 1백주년 기념공연을 갖는다.이 시리즈에는 차이코프스키콩쿠르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포더와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의 한국인 비올라단원 안영희등이 협연자로 나서게된다.이 시리즈의 6월11일 공연에는 특히 홍콩필하모닉의 여류전임지휘자인 윙시입이 나설 예정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시향은 올해도 신진지휘자를 위해 무대를 개방했다.이에따라 7월9일에는 줄리어드에 재학중인 성기선과 빈 국립음대에 재학중인 장윤성이 지휘대에 오른다.또 지난해 신진지휘자데뷔무대에 섰던 정치용은 3월12일 정기연주회를 지휘한다. 한편 서울시향은 연주회이외에도 94년으로 다가온 「서울정도6백주년」을 맞아 준비하고 있는 갖가지 사업으로 어느때보다도 바쁜 한해가 될 전망이다.
  • 국위선양 일조로 가슴뿌듯/황태봉(소리)

    일요일 아침 마산에서 대학을 다니는 딸아이가 여수에 온다는 전화를 받고 딸아이 방을 정리하다 「이어도」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띄었다. 내용은 환상의 섬 이어도에 대한 제주사람들의 남다른 감회와 애환을 젊은 해군장교의 느낌을 빌려 표현한 글이었다. 이 글을 다 읽고 나서 소설속의 이어도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몇년전 이어도를 다녀온 나는 남다른 감상에 젖었다. 지난 87년 8월11일 풍랑이 거친 제주항을 떠나 남서쪽으로 1백20마일을 항해하여 해도상에 작은 점 하나로 표시된 소코트라암(이어도)에 등대(등부표)를 설치하기 위해 현지 항해를 한바 있었다. 올해로 전국해상에 등부표를 설치하고 유지보수하는 표지공작선에 승선한지 어언 22년,선장의 직무를 맡은지 7년여,1년중 6개월은 바다에서 등대를 정비하는 선상생활을 계속하고 있지만 공해상의 장거리 항해는 처음이라 긴장도 되었고 미지의 섬을 찾아 등대를 설치하는 설렘도 있었다. 86년말 정책적인 차원에서 이어도 개발계획이 검토되면서 우선적으로 선박 항해안전시설을 설치하는방안이 수립됐다. 이듬해 5월부터 약 5개월간에 걸쳐 항로표지기지창 모든 직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제작을 완료한후 시험과정을 거쳐 「대한민국 이어도」라는 표기를 한 등대를 무사히 띄운 후에야 선박의 안전은 물론 국위선양에도 일조를 하게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하기만 했다. 그후로 1년에 한번이상 유지보수를 위해 이어도를 찾았고 지난해 7월 규모가 큰 등대를 만들어 교체하고 왔다. 공직에 몸담은지 27년,외길로 한눈 팔지 않고 오늘에 이르는 동안 서해안의 인천항부터 남해안과 동해안의 속초항까지 3백여기의 등부표를 정비하고 설치하면서 남모르는 고통과 일반인들의 무관심속에서도 선박의 안전항해를 위해서 오직 이길만을 걸어온 삶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늘도 군산과 인천의 등부표가 풍랑으로 유실되었으니 긴급히 출항하여 복구하라는 지시 가 왔다. 세밑의 한풍을 맞으면서 약 2주간의 등부표 복구작업을 위하여 기적소리를 울리면서 출항해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 여성에게 일과 사랑의 조화 가능한가

    ◎서울 YMCA주최,페미니즘 영화 「그대안의 블루」 토론회/한국적 현실속에서 여권문제 반성 기회 제공/양자택일 강요는 무리… 상호 공존 가능/“「일」만이 의식발전 도움” 반대 목소리도 현대여성들에게 있어 사랑과 일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사랑의 환상과 일에 대한 욕망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다 결국은 사랑을 택하는 것이 과연 여성들의 자아찾기에 대한 한계인가.최근 개봉된 「그대안의 블루」는 여성영화를 표방하고 있지는 않지만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다양한 토론거리를 제공,화제가 되고 있다. 12일 열린 서울YMCA 영상매체부 주최 제4회 시민영화아카데미에서는 영화 「그대안의 블루」를 놓고 연출자 이현승감독,여성학자 오숙희씨,영화평론가 유지나씨등이 「여성의 일과 사랑」이라는 주제하에 열띤 토론을 벌였다. 30대 초반의 감독 이현승씨의 데뷔작인 「그대안의 블루」는 일과 사랑을 완벽하게 조화시키려다 결국은 자기의 길로서 일을 택하는 한 전문직여성의 갈등을 그린 영화.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젊은 감독답게 영화의 전반적인 색채를 세련되게 처리,한국영화의 색감과 조형성을 한차원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영화는 직업을 가진 많은 여성들을 시달리게 하는 「슈퍼우먼 콤플렉스」의 대명제인 일과 사랑을 대립적 관계에 놓고 시작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사랑은 남자들이 여자를 희생과 봉사의 도구로 쓰기 위해 만들어낸 이데올로기에 불과할 뿐」이라고 선언적으로 되뇌이며 「여자의 역동성」을 추구하는 남자 호석(안성기반)과 감성적 사랑의 환상을 쫓는 다혈질의 여자 유림(강수연반)의 두가지 상반된 의식이 이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부딪힌다. 『여성에게 일과 사랑중에 한가지를 택하라는 양자택일적인 강요에는 무리가 있습니다.일과 사랑은 공존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오숙희씨(이대 여성학강사)는 『디스플레이어로 능력을 발휘하던 여자가 첫사랑의 남자와 결혼을 한뒤 일을 버리고 가정에 안주했다가 다시 일을 택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이혼한다는 전개는 여자들의 자아찾기가 결국 파괴적인 행동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게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영화평론가 유지나씨는 이 영화의 마지막을 「여성해방론적 관점에서 볼때 열린 결말」이라고 표현하면서 반론을 제기한다.『모든것이 남성위주로 이루어진 우리의 현실에서 일과 사랑을 동시에 결합시키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한 여성의식의 진전은 없을것입니다.이같은 심리적 부담은 여성으로 하여금 또 다시 사랑에 안주하게 하는 오류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 한가지만을 과감하게 택하는 냉정한 결말이 한국적 상황에서는 오히려 여성의식에 단계적 발전을 가져올것이라는 의견. 토론회의 진행을 맡은 김찬호씨(연세대강사)는 『이 영화가 여성들이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 답을 준다기 보다는 현실적인 여성문제가 무엇인지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가치를 찾아야 할것』이라고 결론지었다.
  • 앞으로 208일(93대전엑스포 소식)

    ◎입장료 확정… 성인 9천원/꿈돌이동산 오는 7월3일 개장/93거리퍼레이드 후원업체 모집 ○5월까지 공사 완료 ○…대전엑스포 시설물 가운데 처음으로 「꿈돌이 동산」이 오는 7월3일 개장한다.1만7천평의 부지에 세워진 꿈돌이동산의 현재 공정은 70%인데 오는 5월말까지 공사를 모두 끝내고 개장하기 전 한달 동안 시험운영을 거친다. 놀이시설로는 수직 3백60도 2회전,나선형 2회전,수평 2회전의 초고속 궤도열차가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다.또 20층짜리 빌딩보다 높은 72m의 높이에서 엑스포박람회장은 물론 대전시 전역을 바라볼 수 있는 거대한 규모의 대관람차등 탑승시설도 16종류나 된다. ○어린이 보통 5천원 ○…요금체계가 6종류로 구분된 대전엑스포의 입장요금이 최근 확정됐다. 어른의 경우 특별·야간할인 5천원,단체할인 7천원,보통요금 9천원이며 청소년은 학교단체 3천원,특별·야간 4천원,일반단체 5천원,보통요금 7천원이고 어린이는 특별·야간·학교단체 2천원,일반단체 3천원,보통요금 5천원이다.엑스포가 열리는 93일 동안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는 전기간 통용권의 요금은 어른 6만원,청소년 4만원,어린이 3만원이다. 입장권 판매는 오는 3∼4월쯤 1개월에 걸쳐 보통입장권을 대상으로 정상요금을 할인하여 예매하고 본격적인 판매는 개최 1개월 전인 7월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행사기간 계속 축제 ○…조직위는 「꿈과 환상의 세계를 드립니다」란 캐치프레이즈 아래 대대적으로 치를 「93 거리 퍼레이드」 후원업체를 1월 말까지 모집한다.이 퍼레이드는 93일의 행사기간 중 박람회장 안에서 매일 펼쳐진다.장식차량 12대,고적대,캐릭터등 공연요원 2백여명이 어우러져 날마다 축제분위기를 높이는 행사이다.직접 관람요원만 5백60여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 겨울과 기차여행/송준용(소리)

    겨울 하면 눈이 생각나고 눈은 여행과 기차를 떠올리게 한다.이러한 연상작용은 전혀 터무니 없는 것이 아니다.예컨대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보고 향수를 느끼고 안개 낀 저녁거리의 풍경에서 우수를 느끼는 것과 같이 인지상정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대체로 이러한 연상작용은 그동안 우리가 보아온 영화나 소설이나 노랫말 등에서 기인한 바로써 우리의 정서속에 여행의 삼위일체(삼위일체)쯤으로 굳어져버린 감이 없지 않다. 여행이라는 말 자체가 그러하듯 다분히 낭만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으니 기왕이면 승용차나 버스,항공기보다는 공간이 비좁지 않고 제때에 떠나 도착하고 빠르며 안전한 기차여행이 제격일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합이 없다. 깊은 밤이나 이른 아침에 어둠을 뚫고 들려오는 기적소리를 들으면 불현듯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이것은 절대로 값싼 감상의 발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그 만큼 기적소리에는 기적소리 이상의 어떤 상징성과 분위기가 섞여있는 게 사실이다. 나는 내 삶이 답답하고 막막할 때면 이따금기차역에 나가본다.비록 업무와 생활의 일정 때문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지는 못하지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쉬지않고 오가는 사람들의 왕래를 보면서 환상적(?)인 겨울여행을 꿈꾸어 보기도 하는 것이다.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은 대도시나 큰 항구가 아니라 어느 궁벽한 산간에 묻혀있는 고립되고 낙후한 곳이다.면사무소나 중학교나 우체국이 있을 뿐인 조용한 곳,플랫폼 저 편에서 나이먹은 역장님이 할아버지같은 미소로 우리를 반기어 주는 곳. 나는 그런 곳에서 내려서 하루가 저무는 일몰의 시간에 호화롭지 않은 숙소를 정하고 한 이삼일 쯤 나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나는 벌써 몇해 째 그런 꿈을 꾸고 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삶은 날로 각박해져가고 인정 또한 메말라가고 있는 현실속에서 그만한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적으나마 호사가 아닐 수 없으리라° 눈덮힌 대지를 기적소리를 힘차게 울리며 달리는 기차를 보면서 내 마음도 멀고 낯선 미지의 땅을 향해 달린다. 그러나 안락한 겨울철 기차여행을 위해서는 기관사와 선로원·객화차보수요원·건널목의 간수·철교의 청원경찰등 수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있음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 “인위적 재벌해체 반대”/기자회견 일문일답

    ◎기업인의 정치참여는 바람직 안해 전경련은 5일 회장단 신년기자회견을 갖고 경제의 활성화와 국제경쟁력 회복을 위해 금리의 대폭적인 인하촉구를 비롯,남북경협문제등 새해 경제에 대해 폭넓은 재계의 입장을 밝혔다. 유창순 회장을 비롯,조석래효성그룹회장,최종환삼환기업회장,장치혁고합그룹회장,최태섭한국유리명예회장및 최창락상근부회장등이 참석한 이날 기자회견에서의 일문일답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의 최근 재벌해체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나. 『먼저 진의를 알아봤으면 한다.정주영대표도 선거기간중 비슷한 말을 했는데 구체적인 방법론에는 언급이 없었다.재벌해체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이를 인위적으로 강행하면 부작용도 많을 것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기간중 정치자금 모금을 하지 않았는데 재계의 대정치권및 정부 관계에 있어 바람직한 모습은. 『우리는 일본을 너무 많이 닮아온것 같다.선거는 철저한 공영제로 해야 한다.일본식의 정치패턴은 선거자금이 너무 많이 든다.전경련이 앞장서서 정치자금을모금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재벌의 정치참여를 어떻게 보나. 『기업인은 경제를 통해 나라에 기여해야 한다.경제가 어려워진 마당에 기업인이 기업도 하고 정치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그러나 기업인이 기업을 떠나 자연인으로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이며 이를 막을 수는 없다』 ▲전경련의 차기 회장은 누가 되는가. 『회장단과 재계 원로인사들간에 차기회장 추대문제가 논의되고 있다.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다만 인사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밝힐 단계는 아니다』 ▲올해 남북경협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 『현재 북한에는 조총련계 자본으로 30여개 공장이 들어가 있다.대부분이 봉제분야이다.이중 흑자를 올리고 있는 것은 2∼3곳 뿐이고,나머지 90% 이상이 실패로 끝났다.겉보기에 노임이 싸고 숙련된 노동력이 풍부해 잘 될것 같지만 환상이다.사하라 사막에 공장을 짓는것을 연상하면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한다.막연한 국민정서에 의존하거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남북경협이 추진돼서는 안된다.북한의 경제실정에 대한 철저한 기초조사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다만 당장 사업성이 없다고 도외시 해서는 안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차근차근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 대입제도 합리화로 과학교육 혁신을(해시계)

    희망찬 새해 아침이 찾아왔다. 새해는 「안정속의 개혁」의 기치를 든 문민정부가 들어서게 되어 나라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때보다 고조되어 있음을 느낄수 있다. 성장위주의 경제정책만으로는 이제는 어지간히 불어나 있는 우리 살림을 감당하기가 어렵게 되었다.「과학기술 드라이브 정책」으로의 전환이 새나라 건설에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전환에는 사고의 전환이 앞서야 한다.단기적으로 경제적효과에만 더욱 집착하면 장기적으로 잃는 바가 클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인식해야 한다.잠깐 반짝했다 사라지는 허망한 환상들은 이제는 지워버려야 한다.특히 과학기술시대를 주도해 나아갈 청소년들을 위한 과학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부가 올해를 「과학교육의 해」로 지정한 것은 만시지탄이 있으나 시의적절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올해 열리는 대전세계엑스포를 계기로 국민들에게 기술개발및 과학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한 제반행사가 마련되고 과학올림픽과 교사해외연수등 좋은 프로그램이 많이 계획되고 있는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라 아니할수 없다.우리 국민 모두가 올해가 좋은「과학교육의 해」가 되도록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일과성 행사로 그친다면 태산에 오르지 못하고 「아니감만못하는」길을 떠나는 격이 될 것이다. 연말년시에 쉬지도 못하고 새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입시결과를 기다리며 안절부절하던 입시생과 그 가족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우리 과학교육의 혁신은 대학입시제도의 합리화 없이는 연목구어와 같은 것이라는 것을 느낀다. 우리 대학입시가 창의성을 퇴보시키는 것을 강요하는 현실은 혁명적인 사고로 개혁해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하여도 먼저 우리의 정신자세를 바로 잡아야 한다. 첫째,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의 좌표를 제대로 인식할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입시문제만 보아도 해결책이 망망하다고 처음부터 개혁의지를 포기하면 안된다.성장 위주 시대에 위세 당당하던 임금님이 혹시라도 발가벗을 때가 있다면 순백한 영혼의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이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둘째,우리 자신의 좌표를 알고 거기서부터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여 각자가 그 목표달성에 힘을 합칠수 있도록 학교에서,가정에서,직장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자기가 서 있는 봉우리에서 최선을 다 하면 그것이 모여 나라가 발전할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참된 리더십은 자기 희생을 전제해야 한다.위에는 입에 발린 말로 환심을 사고 아래로는 쓸데 없는 일에 호통으로 권위만을 세우는 것이 리더십이 아니다.행인을 옷벗긴것은 험상궂은 바람이 아니라 방긋 웃는 햇님이 아니었던가. 이 좋은 새 아침에 훌륭한 과학교육으로 멋있고 잘 사는 우리 좋은 나라를 이루는 벅찬 꿈을 가져본다.
  • 소설가 최인훈씨(이세기의 인물탐구:10)

    ◎「자신의 언어」에 충실한 “지적성직자”/현실묘사보다 관념성 짙은 작품활동 주력/화제작 「광역」발표로 “전후최고작가” 명성도/다방면에 해박한 지식·분석정신… 주관 강한 성품 『흰 바다새들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마스트에도 그 언저리 바다에도.아마,마카오에서 다른데로 가버린 모양이다』 소설 「광장」은 이렇게 끝나고 있다.추악한 밤의 광장인 남쪽이나 밀실은 없고 광장만 허용되는 북의 기계적 체제등 모든 것에 염증과 환멸을 느낀 주인공이 어딘가 먼곳,아득한 이상의 나라인 제3국으로 가는 선상에서 실종되자 독자는 그의 실종은 현실로부터의 도피은둔인가,영원한 죽음인가,그렇다면 희망과 기대없는 암담한 절망이란 말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이 소설에 비상한 관심을 모았었다. 곧 이 소설은 센세이셔널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분단이후 최초로 남북을 동시에 작품의 무대로 삼았다는 점과 분열된 이데올로기의 비극이 첨예하게 묘사됐다는 이유외에도 불꽃튀기는 눈부신 지적 문체와 지성미 넘치는 철학적 사고,극명한 체제분석등은 60년당시 정치상황의 독자들에겐 싱그러운 통쾌한 충격일수밖에 없었다. 최인훈은 문단데뷔 1년만에 일약 유명작가로 부상되었고 많은 평자들은 다각도로 그를 조명하기에 앞을 다투었다. 문단과 젊은 문학도들은 당연히 이 당돌한 신인작가가 누구인가에 주목했다.그러나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최인훈은 그자리에서 한발자국도 전진하거나 물러서지 않은,자신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적당한 범주속에서 언제나 담담하고 온화하게 미소짓고 있을 뿐이다. ○견고한 자기세계 구축 좀더 확실하게 말하자면 그 자신이 자신을 감추거나 도사린 것이 아니라 제3자가 그의 실체를 공략할 수 없게끔 이미 탄탄하고 견고한 지식의 성속에 군림하고 있었다는 편이 옳다. 그와 친한 친구들­이라기보다 그를 가까이 하려고 접근했던 이들은 그의 문학과 철학 역사와 생태학 진화론에 이르는 해박한 지식과 지적직관,철저하게 파고드는 분석정신에 삼투된 나머지 오히려 그를 난삽한 존재로 규정짓고는 일찌감치 그에대한 현혹을 포기했던 것 같다. 예를들어 그는 아무나를 만나서 선뜻선뜻 대화에 응하거나 문학지등이 내건 잡다한 기획에 뛰어들어 그때마다 지면을 장식하는데 도움을 주는 필자는 아니다. 그가 나설 자리 나서지않을 자리를 또박또박 구두점을 찍어 그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타당성 여부를 명료하게 따지고 타진한다.그래서 편집자측도 그에게 맞는 마땅한 기획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그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게되었고 그역시 『부덕한 사람이 실수를 피할수 있는 길은 일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 최상』임을 전제,상대방이 빠져나갈수 있는 탈출구를 터주고 있다. 만사에 긍·부정을 분명히 하면서 이렇게 적당한 변명을 달아주는 것만봐도 지금까지의 주변의 평가대로 그의 행동과 말에는 막무가내의 기미는 없어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작가라는 작위」가 갖는 위치가 「막대한 부채를 인수한 상속자」라 현지라도 체면상 마지못해 얼굴을 내밀거나 체면상 글 한줄 써야 하는 허례와 허식,의례적 형식들을 외면하기 위해서,그러니까 그 자신을 보호하려는 걸맞는 이유를 장치하고 있었는지도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누가 오라하지도 않고 갈만한 일도 없었다는 논리는 성립된다.따라서 사교적인 모임이나 장소에서는 객관적으로 건너다보아도 그의 존재는 어울려보이지 않는다. 그의 소설의 네 귀가 딱딱 들어맞아 빈틈이나 허술함을 찾아볼수 없듯이 그의 평상시의 모습,작가로서의 모습도 여전히 그의 작품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그의 걸음걸이에서도 성격이 나타난다.그는 손끝까지 똑바로 편채 걷는다.호들갑스럽게 놀라고 감탄하고 감동하지 않는다.침착하게 아주 천천히 반응하기 때문에 그와 사무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은 곤혹스러운 노릇이다. 자연스러운 자리가 아닌 이상 상대방이 아무리 떠들어도,그래서 의도적으로 작가의 어떤 면을 꿰뚫어보고 그 대답을 얻고자 하는 방법일 때는 그 질문이 명료해질 때까지 그는 조용히 입을 다물어버린다.그리고 산만함중에도 상대방의 의중이 진지하고 진실하다고 여겨지면 비로소 한마디의 압축된 대답으로 노냐 예스냐로 반응한다. 그는 말을 절제하되될수 있는한 명증한 말만을 고르고 있다. ○침착하고 조용한 성격 그의 소설은 흔히 「관념소설」또는 「환상소설」,작가로서의 그는 이상주의자이며 비현실적이라고도 말한다. 혹자들은 그의 소설에는 「생동하는 인물」보다 「지적괴뢰」들이 넘쳐있으며 「쉽게 쓸것도 어렵게 쓰고」그래서 그는 「관념보다는 현실을 그리는게 목적인 소설가로서의 임무를 우선적으로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비꼬기도 한다. 이른바 카뮈나 사르트르보다는 로맹롤랑이나 레마르크처럼 삶의 향훈이 물씬 풍기는 눈물과 한숨과 인생역정과 사랑의 애증을 그리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는 「현실은 관념에 우선한다」는 논리에 반대되는 변명을 늘어놓기보다 「관념」은 예술적으로 소설적으로 또는 철학적으로도 「현실에 우선할 수 있는 소설적 기법」임을 그의 여러소설에서 단정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고귀한 자가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비극적 상황」만이 독자의 연민과 동정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정답은 「두 점 사이의 최단거리는 직선」이라는 유클리드의 공식만큼이나 자명하고 단순할뿐 「고귀한 자」는 「한사람의 남자」이거나 「귀족」이거나 「영웅」이전에 그가 처하고 있는 사회적·철학적·도덕적 차원에서 「고뇌하는 현대인」「방황하는 지식인」일수도 있음을 그는 대표작 「광장」과 「가면고」「회색인」「웃음소리」등에서 증명해보이고 있다. 평소의 그는 그의 소설속의 주인공들처럼 24시간 책읽기에 빠져있고 혼자 앉아있기를 좋아하며 남들과의 케상공론보다 아들 윤F(20)에게 「영산회상곡」이나 베토벤을 신청해 듣는 것이 행복하다. 바둑을 둘줄도 모르고 스포츠도 모른다.다른 취미나 오락이 있을리 없다.요즘은 긴 방학을 맞아 갈현동 2층서재에서 오랜만에 신작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실은 소설에 손댈 경황도 심적 여유도 없었다.34세에 뒤늦게 결혼해서 낳은 아들 윤F가 중2때 간염백신주사를 맞는 과정에서 보균자로 나타나는 바람에 그는 아들을 살려야 한다는 부모로서의 일념과 기원으로 좋은 의사,좋은 병원을 찾아 뛰어다녀야만 했다. 학업을 중단한채 누워서 책과 음악으로 소일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천둥처럼 무너져 내렸으리라. 문학이 예술이라면 그중에서도 가장 가혹하고 잔인한 예술일 것이다.아들의 아픔을 보면서 이를 체험으로 끄집어내고 휘두를만큼 그는 잔혹하지 못하다. 그것이 작가로서 위대한 것이라면 그는 「사양하고 싶은 위대함」이라고 외면해 버린다.2년전 윤구는 회복하여 검정고시합격으로 지난해 대학에 갔다.딸아이 윤경이도 올해 이대 영문과에 입학,모처럼 가정에 안락이 찾아들어 그는 작품구상을 할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무슨일에든 까탈을 부리거나 까다롭게 군 적은 없다.남들이 지레짐작하는 것이라면 그로서도 속수무책일수밖에 없다.그는 다만 글을 쓰는 일에서는 한순간도 긴장을 풀지않아 쓰지않을때도 언제나 내면에서 쓰고있었다고 말한다.그러나 「광장」이후 사람들은 그를 향해 작품을 쓰느니 못쓰느니 끝없는 소요로 들끓었다. 그가 「광장」을 쓴것은 24세때다.이후 이 소설은 대학생과 문학도들의 필독서에다 지난 32년간 해마다 1만부이상,지난해엔 2만부,지난해초엔 국제펜클럽 한국본부가 노벨문학상 후보작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단일작품으로는 평자들의 가장 많은 논란을 받았고 「전후 최대의 작가」로 찬사되기도 했다. ○24세때 「광장」 발표 그는 함남 회령출신으로 6·25때 가족이 모두 월남,피란지 부산에서 16세때 장편소설 「두만강」을 쓰기 시작해서 이 소설은 70년 문학과 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서울대 법대에 다니면서 아무런 목적없이 법과를 택한 자책감에 학문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해 결국 출석미달로 4학년에서 1학기를 남기고 대학을 중퇴했다. 그의 웃음은 순백하다.그의 심성은 천진무구한 소년과도 같고 그의 행동은 순리를 좇아 자연스럽기만 하다.그는 집에서는 두남매와 소탈하고 사랑스러운 아내(원영희씨)와의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고 그리고 이 시대의 대표적 작가의 한사람이다. 평론가 김현은 그의 향기높은 지적 탐구로서의 문학에 대해 롤랑 바르트와 줄리앙 방데의 말을 빌려 이렇게 평한 적이 있다.「그는 독자의 평균에 부합하려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언어에 성실하게 맞부딪치려고 글을 쓰고 있다.그의 정신의 질서는 혼란된 세계를 조리있게 파악하려는 의지이며 논리에 따라 부당하게 기울어지지 않는 천칭,그는 바로 지적 성직자」라고. 그리고 평론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의 임무가 무엇이든 성직자에겐 모자를 벗는 것이 예의」라고 정중하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 □연보 ▲1936년4월 함북 회령서 목재상인 부친 최국성씨와 김경숙여사의 4남2녀중 장남 ▲47년 함남 원산으로 이사,회령국민교에 이어 원산중­원산고2까지 ▲50년 6·25로 가족 전원 월남,부산 정착 ▲57년 서울대 법대 4년때 출석미달로 중퇴 ▲58년 군입대,통역장교로 근무 ▲59년 「GREY 구락부 전말기」「라울전」이 안수길씨 추천으로 「자유문학」지 통해 문단 데뷔 ▲60년 문제의 작품 「광장」을 「새벽」(10월호)에 발표 ▲61년 단행본 「광장」(정향사)출간 ▲67년 「총독의 소리 1·2」연작 발표에 이어 단편집 「총독의 소리」(홍익출판사)출간 ▲70년 평론집 「문학을 찾아서」(현암사)출간,희곡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극단 자유극장공연),11월17일 신문회관에서 이헌구씨 주례로 원영희씨와 결혼 ▲71년 창작집 「서유기」(을유문화사)출간 ▲72년 창작집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삼성출판사)출간 ▲73년 장편 「태풍」(중앙일보)연재 ▲73년8월∼76년5월 미국체류,미아이오와대 세계작가 프로그램(IWP)초청,「광장」(일어판),수필가 김소운씨 역으로 일본 동수사출간 ▲76년 「옛날옛적에 훠어이 훠이」(극단 산하 초연) ▲77년 「봄이오면 산에들에」(극단 동랑레파토리 공연) ▲78년 「둥둥 낙랑둥」(국립극단 97회 정기공연) ▲79년 미뉴욕주 브록포드대 초청,「옛날옛적에 훠어이 훠이」공연참가,「최인훈전집」(문학과 지성사)완간(전 12권) ▲80년 소설집 「왕자와 탈」(문장사),「하늘의 다리」(고려원)출간 ▲81년 소설집 「느릅나무가 있는 풍경」(민음사)출간 ▲82년 희곡집 「한스와 그레텔」(문학예술사)출간 ▲87년 미 뉴욕 「범아시아 레파토리」극단 10주년기념공연,「옛날옛적에 훠어이 훠이」공연 참관 ▲89년 창작선집 「달과 소년병」(세계사),산문집 「길에 관한명상」(청하),창작선집 「웃음소리」(책세상)출간 ▲92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가 소설 「광장」을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천 ▲77∼현재 서울예전 교수 그외 대표작 「구운몽」「회색인」「가면고」「크리스마스캐럴」「두만강」「우상의 집」과 수필집 「유토피아의 꿈」외 동인 문학상,한국연극영화예술상(옛날옛적에 훠어이 훠이),중앙문화대상 예술부문 장려상,서울극평가 그룹상(달아 달아 밝은 달아)
  • 화가와 시인/최완수 간송미술관 연구실장(굄돌)

    화가는 그림으로 아름다움을 묘사해내고 시인은 시어로 아름다움을 묘사해 낸다.그러니 다만 그 묘사 방법만 다를 뿐 아름다움을 표현해 낸다는 사실에서는 공통성을 가지게 된다.그래서 고래로 시정과 화의는 동일한 것으로 여겨왔다. 남종화의 시조로 추앙되는 왕유가 『당세의 잘못 된 시인,전신은 응당 화사였으리』라고 읊은 시구나,북송대의 대문호인 동파 소석이 왕유가 그린 「남전연우도」제발에서 「왕마힐의 시를 맛보면 시가운데 그림이 있고,왕마힐의 그림을 보면 그림 속에 시가 있다』고 한 제사가 이를 극명하게 밝혀주는 내용들이다. 이에 그림을 소리없는 시(무성시)라 하고 시를 형태없는 그림 (무형화)이라 하기도 하였다.따라서 명시인이 명화를 좋아하고 명화가가 명시에 탐닉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겨져 왔으며 시서화에 모두 능해 삼절로 꼽히는 대예술가들이 간간 출연하기도 하였다.그러나 화성이라고 추앙할만한 명화가와 시성이라고 추앙할만한 명시인이 동시대에 출현하여 서로의 시화를 가장 잘 이해하고 그것을 극진히 아낀 예는그리 흔치 않다. 그런데 영조시대에 절정을 이루었던 진경문화기에서는 겸재 정선(1676∼1759)이라는 진경산수화의 대가와 차천 이병연(1671∼1751)이라는 진경시의 대가가 거의 동시에 출현하여 삼연 김창홉(1653∼1772)이라는 같은 스승 밑에서 동문수학하고 백악산 밑 같은 동네에서 평생을 같이 살면서 서로의 그림과 시를 그렇게 잘 이해하며 아껴주었었다. 겸재가 65세,사천이 70세 되던 해에 겸재가 현재 강서구 가양동 읍치가 있던 양천현의 현령으로 부임해 가게 되자,그들은 노경에 접어든 나이도 잊은채 전별의 자리에서 시 한수 지어보내면 그 시제와 시의에 맞는 화정으로 그림 한 폭을 그려 보내기로 하자는 시화환상간,즉 시와 그림을 서로 바꿔보자는 약속을 하고 이를 잘 지켜 「경교명승첩」이라는 기념비적인 시화첩을 남기기도 한다.
  • 한국 「12·18」 대선 아주국가에 귀감/NYT 사설

    【뉴욕 연합】 미국의 뉴욕 타임스지는 28일 사설을 통해 『이번 한국의 대통령선거는 자랑스러운 성과이며 다른 모든 아시아국가들에 귀감이 됐다』고 강조하고 『누구를 찍었든간에 한국국민들이야말로 큰 승리자가 됐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김영삼대통령당선자가 환상이 아닌 현실을 추구하는 실용주의자이며 정직한 인물이라고 소개하고 이번 선거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둔 것은 그에게 커다란 버팀대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타임스는 이어 김대중씨가 정계은퇴 발표와 더불어 차세대에게 길을 열어준 것을 강조하면서 정치라이벌인 김영삼씨의 승리를 즉각 인정함으로써 과거 납치와 고문의 고통을 겪었던 그는 새로운 존경을 받게 됐으며 마지막으로 민주주의를 위해 기여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 호두까기인형 발레초연 백돌/전세계서 연말공연 한창(공연)

    ◎뉴욕무희 모리스의 대담한 안무 이채 지난 17일은 차이코프스키의 발레음악 「호두까기인형」이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일반에 첫선을 보인지 꼭 1백년째를 맞은 날이다.세계 각국에서는 이를 기념이라도 하듯 이달들어 「호두까기인형」 발레가 앞다투어 공연되고 있다. 이가운데 미국 뉴욕의 부루클린 음악아카데미 무대에 올려진 작품은 그동안 이발레가 지녔던 동화적인 환상과 무대예술로서의 화려함과는 전혀 다른 안무법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고있다. 미국 무용계의 차세대 선두주자로 꼽히는 마크 모리스가 안무를 맡은 이 발레는 우선 줄거리의 토대를 호프만의 1819년 원작동화 「호두까기와 생쥐왕」에 직접 두고있다.그동안 상연된 대부분의 「호두까기인형」은 그내용이 호프만의 동화를 보다 감미롭도록 프랑스의 뒤마가 역편한 것에 바탕을 두어왔다.따라서 모리스의 개정판은 원작의 무겁고 공포스런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고있다. 일곱개의 입에서 피거품을 뿜어내는 생쥐왕,어린 공주를 물어뜯는 생쥐군단,생쥐왕의 저주로 추악한 모습으로 변하는 공주의 모습등 크리스마스의 계절에 아이들을 위한 단골레퍼토리로 인식되던 환상적인 「호두까기인형」과는 거리가 멀다. 무대장치도 내용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평면적이고 연재만화처럼 단조롭게 꾸몄으며 무용수들의 의상 또한 전통적으로 화려했던 것과는 전혀 판이하다.무용수들은 풍성한 레이스로 장식된 무대복 대신 근육이 돋보이도록 디자인된 어둡고 단순한 스커트를 착용했다. 특히 의상과 동작에서 남녀의 구별을 배제하는 대담한 안무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물론 발레의 역사를 더듬어보면 달콤한 빅토리아풍의 「호두까기인형」에서 탈피해보려는 안무가들의 노력이 계속돼왔음을 알 수 있다.이들의 노력에 힘입어 최근의 발레에는 입체파예술,초현실주의,정신분석학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됐다. 그러나 이번 모리스의 안무는 가장 색다르다는 특징외에 고급문화와 대중문화간의 경계선을 허물어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면서 동시에 성과 인종의 장벽을 해소해 보고자하는 의욕을 담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발레에의 실험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 가요 「서태지와 아이들」(92문화계 주역:10)

    ◎랩 돌풍… 데뷔 3개월만에 정상/빠른음·율동 경쾌… 젊은층 매료/일부선 요란한 복장·몸짓 “눈총”/방송활동 쉬며 2집앨범 준비… 미·일 시장도전꿈 키워 올 가요계는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던 발라드가 퇴조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랩음악 또는 리믹스곡이 돌풍을 일으킨 한해였다. 발라드나 트롯 위주의 가수들조차 랩을 가미하거나 기존의 히트곡을 리믹스해 부르는등 가요계의 기상도는 일변했으며 그 위세에 눌려 다른 장르의 음악들은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데 급급한 형편이었다. 우리에게 낯설기만 했던 랩음악을 본격 확산시킨 장본인은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서태지와 아이들」.그룹 「시나위」의 베이시스트였던 서태지를 주축으로 양현석,이주노로 구성된 이 랩댄싱트리오는 실험적인 테크노음악과 환상적인 무대로 데뷔 3개월만에 가요계를 강타,사회전반에 「서태지와 아이들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랩은 곧 「젊음」입니다.순수하고 솔직한 젊은 세대의 감수성을 대변해주는 음악이죠.또 긴박감 넘치는 율동이 곁들여져 폭발할 것같은 젊음을 한껏 발산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요』 이들은 랩음악이 젊은층의 환호를 받는건 어쩌면 당연하다는 표정이다. 청소년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음악외적인 또 하나의 「심벌마크」가 있다.상표도 떼지 않고 차려입은 복장과 등에 멘 조그만 배낭등이 그것이다.세대간 문화격차를 실감케 하는 이러한 자유분방한 행태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지난 10월 국회에서는 이들의 공연규제 여부를 놓고 한때 논란이 일기도 했다.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음악이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에 강력히 맞선다. 『저희들이 청소년층에 인기가 높은만큼 그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있는 행동은 절대로 하고싶지 않아요.요란한 차림새나 공격적인 춤동작 자체가 비도덕적인 것은 아니죠.오히려 「환상속의 그대」같은 곡은 청소년 선도에 큰 도움이 되는 매우 건전한 가사를 담고 있어요』 데뷔이후 한시도 쉴틈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이 「무서운 아이들」은 당분간 방송활동을 쉬는 대신 연습시간을 최대한 확보,항상 새롭고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최고」가 되기위해 노력하겠다며 강한 프로의식을 내보인다.내년 2월경 발표될 제2집 앨범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들은 일본시장 진입을 위해 현지에 직접 홍보프로덕션을 차릴 예정이다.또 94년에는 랩의 본고장 미국에도 진출,월드스타로 도약한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거의 10년간 가요계를 「독식」하다시피한 발라드의 아성을 일시에 퇴조시킨 이들의 랩음악관은 확고하다. 『랩음악에 대한 올바른 이해없이 「남이 하니까 한다」는 식의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는 음악인들도 결코 적지않을 것입니다.그러나 그것은 「뿌리없는 음악」 「종속화된 음악」을 자초할 뿌이죠.가수는 모름지기 자신만의 음악성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선 랩음악이 음악적인 깊이보다는 현란한 춤과 감각적인 가사로 청소년층만을 겨냥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이 음악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이다.아무튼 신세대 음악인들,특히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과 랩이라는 새로운 음악장르의 출현은 올 한해 가요계를풍성하게 했음에 틀임없다.
  • 피아노독주회/쇼팽곡 가장 선호

    ◎「월간 피아노음악」,91∼92년 국내연주 875곡 조사 국내 피아노독주회 프로그램으로 가장 선호되는 작곡가는 쇼팽이며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은 베토벤의 「소나타 30번 작품109」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음악전문지 「월간 피아노음악」이 12월호에 게재한 「91·92 피아노독주회 레퍼토리 현황조사」에서 밝혀졌다.이 조사는 지난해 91회의 독주회에서 연주된 3백80곡과 올해 11월말까지 1백8회의 독주회에서 선보인 4백95곡등 모두 8백75곡을 대상으로 했다.이 숫자는 서울에서 열린 피아노독주회를 거의 망라한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연주된 작품의 작곡가별 분포는 1위인 쇼팽이 1백40곡으로 가장 많아 전체의 16%를 차지했다.이어 베토벤 96곡,모차르트 66곡 순으로 나타났다.그뒤는 7%의 리스트,6.5% 슈만,5.7%의 바흐,5.2%의 프로코피에프,4%의 드뷔시,3.7%의 브람스,3.6%의 라벨이 잇고 있다. 「가장 많이 연주된 곡 베스트 10」에는 베토벤이 1위에 이어 「소나타 작품81의 a」가 6위에 올랐다. 쇼팽은 이부문에서도 「소나타 3번」과 「발라드작품52」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하는등 무려 4곡이나 포함됐다.이밖에 프로코피에프의 「소나타 7번」과 슈만의 「카니벌 작품9」및 「환상곡 다장조」,라벨의 「소나티네」가 10위안에 들었다. 그러나 국내 작곡가의 작품은 지난해 겨우 3곡,올해는 11곡이 연주되어 극심한 창작곡연주 회피현상을 나타내고 있다.올해의 경우에도 지난 2월 창작곡으로만 프로그램을 짠 이정재교수(협성신학대)의 독주회를 포함하면 한국창작곡이 연주된 독주회는 8회에 불과한 셈이다.연주된 창작곡은 박준상의 「아리랑변주곡」과 김정길의 「하우스도르프 스파티움」 「고풍」,윤이상의 「피아노를 위한 5개의 소품」 「인터루디움」,정회갑의 「조곡 한국무용」,김기범의 「피아노를 위한 랩소디」등이다. 한편 연주된 곡의 시대별 분포를 보면 흔히 「구색을 갖추기 위한 레퍼토리」로 인식되는 바로크와 근대가 지난해 각각 9.2%와 21.7%에서 올해는 7.4%와 17%로 줄어든 반면 낭만은 34.7%에서 42%로 크게 늘었다. 이는 국내 피아니스트들의 활동이 최근 크게 활발해진 것과 관련,귀국독주회의 경우와 같이 레퍼토리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청중들을 의식해 프로그램은 짠 결과를 분석됐다.
  • 동요/정복근 극작가(굄돌)

    이삼십년전 만 해도 동네 골목길에서 어린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고무줄을 하거나 줄넘기 하는 광경은 쉽게 볼수 있었다.학교에서 배운 것도 아닌 밑도끝도 없는 노래에 맞춰 뛰고 노는데 대도시의 아이들이나 산간벽지의 아이들이나 비슷한 시기에 유행하는 그런 놀이 노래를 아는 것 같았다. 어디에서 배웠는가 물어보면 모두 친구들에게 배웠다고 웃고 마는데 내게는 늘 그런 노래들의 출처가 궁금했었다. 어린이들이 부르는 노래 속에 시대를 예언하거나 민심을 현혹시키는 참요가 끼어들기도 했다는 기록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선화공주를 얻기위해 백제의 무왕이 퍼뜨렸다는 서동요의 예가 그렇고,장희빈의 몰락을 미리 알린 장다리노래도 있으며,동학혁명을 예언한 파랑새노래도 있다.대한제국의 몰락을 예언한 술래백정노래도 있었고 명성황후가 시해되기 전에 내내 시중과 궁중에서까지 유행했다는 단속곳노래도 있다. ∼여의사 단속곳 다 타며는 자미사 단속곳 내 해주마∼라는 가사의 노래가 유행했었는데 나중에 황후의 불탄 시신을,다 타고 한뼘 남은 단속곳 자락으로 확인했었다는 이야기를 상궁 한분으로 부터 들었었다. 해방 직후에는 또 미국에 대한 경계심,일본의 대두를 알리고,소련에 속지말 것을 당부하는 노래가 유행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마음에 파고 드는 삼박자의 선율에 간결하지만 함축성 있는 가사를 담아서 퍼뜨리는 이런 노래들의 드러나지 않은 작사자와 작곡자에 대한 오랜 관심이 작품으로 맺혀지기도 했지만 궁금증은 아직도 남아서 나는 이즈음도 때때로 주택가나 아파트 당지의 텅빈 놀이터를 바라보곤 한다. 일년내내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들 처럼 내게도 숨어서 세상을 지키는 훌륭한 사람들에 대한 행복한 환상이 있는 것 같다.
  • 저질문화 추방공약은 왜 없나(정경문화포럼)

    ◎무차별 상업주의에 사회전반 오염/새 사회 건설은 상상력 가꾸기부터 대선속에 모든것이 묻히고 있다.세상사의 다양함은 지금 우리에게서 멈추어 있다.때문에 정서적으로는 일상성마저 깨지고 있는듯 느껴진다. 대선의 의미는 역사적으로 그 어느때보다 크다.정치적·사회적 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담고 있다.그러나 문제는 모든 일에 손을 놓고 대선만 바라보는 태도속에 변화에 대한 어떤 지향을 담고 있거나 새로운 기운을 만들어 내고 있는것은 아니라는데 있다.무엇보다 이쯤이면 새로운 질서에 대한 공통된 전망이 국민적 분위기로 나타나야 하겠으나 그렇질 않다. 1960년 미대통령선거에서 케네디가 내세웠던 「미국을 새로 일으키자」라는 구호는 모든 미국인의 심금을 울렸었다.세계도처에서 외국인들에까지 그 모습은 체감됐고 아직도 이 문구는 쓰이고 있다.우리도 지금 새 한국을 만들자라고 말하고 있다.이 말은 적시정다.그럼에도 이 뜻에 대한 감정이입은 매우 적다.어딘엔가 우리 모두의 평균적인 느낌에 크게 잘못이 있는 것이다.언어나 개념에대한 수용능력에 심각한 결핍증상이 있다고 말해야 할것이다. 이 결핍의 실체는 또 어떤것인가.아마도 늘 과거로부터 받은 전형을 초월하여 새로운 희망과 신념을 창조해 내는 상상력일것이다.더 넓게 말하면 문화적 상상력의 빈곤이 된다. 그럴만하다는 추론도 여러측면에서 할수 있다.그중 하나로 우리사회는 너무 극심하게 물량적·상업주의적 가치에만 경도돼 왔었다는 항목이 있다.그 기간도 길어서 한 세대가 아니라 두 세대쯤 된다.오늘의 늙은 세대들은 그래도 「교양」이라는 단어를 한두번씩은 쓰면서 자랐다.이 근자엔 이 단어마저도 그 쓰이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대학 교양과목마저 그동안 해체되고 재편되는 극단적 사상서들의 한쪽 끝에만 매달려 있었다.그리고 일반의 교양은 좋게 말해서 감각적인 대중문화 일변도속에 있었다. 사회적교양과 상상력이란 물론 눈에 뜨이게 설명하기 어렵다.그러나 어떤 사람이 쓰는 어휘들,또는 읽는 책과 잡지들,늘상 애용하는 생활문화도구들이 품격과 취향을 표시하고 사고의 틀까지도 서로가 알아볼수 있게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이점에서는 지금 우리 사회가 평등을 실현했는지도 모른다.계층이나 연령이나 직종까지도 구분이 없이 똑같은 내용과 양식을 살아가는 획일적 문화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제 이 양상의 기반인 대중문화는 그 자신이 마지막 단계예 와 있다.예컨대 이즈음엔 영화만 벗고 있는것이 아니라 연극도 벗고 있고,TV는 좀 벗으려다가 제동에 걸려 있다.온갖 인쇄매체들,문학마저도 스스로의 표현대로 「순수」를 버리고 상품을 쓰고 있다.예술의 사회적효용이 바로 미적감수성과 창조적 상상력을 돕는 것이라면,이 저질문화현상은 지금 우리에게서 정치보다도 더 큰 장애를 이 사회에 주고 있다.이속에서 우리의 상상력 결핍은 피할수없는 결과일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대중문화의 저급한 속성은 한때 기존의 지배문화를 안정시키는 안전판 같은 구실을 하는것이라고 생각되었다.그래서 장르별로 부분적으로는 내버려 두는 정치도 행해졌다.그러나 여러 연구속에서 이 해석은 이제 바뀌고 있다.가장 타락한 대중문화까지도묵시적으로 사회질서에 대한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입장을 갖는다는것이 오늘의 견해이다.이 관점의 이론가 프레드릭 제임슨은 「대중문화적 작품이란 비록 그 기능이 현존하는 질서의 합법화에 있다고 하더라도,가장 근본적인 집단의 희망과 환상을 굴절하지 않고서는 그 임무를 수행할수 없다」라고까지 분석한다. 우리 주변 도처에 깔려 있는 저질문화의 난처함은 또 이에 대비하여 이것이 좋은 것이다를 말할수 있는 대치물마저 별로 갖고 있지 않다는데에도 있다.고귀함과 우아함을 말하는 그 어느 문화물이 혹시 있다 하더라도 이 또한 유통채널에 들어갈수가 없다.시장은 저질문화들이 점령하고 있고 그나마 시장 자체의 공간은 좁다. 하지만 세계는 변하고 있다.경제까지도 이제는 「문화전체의 자원화」라는 개념을 쓴다.어떤 상품도 미적감수성과 문화적 상상력을 촉발하는 접근을 하지 않는한 판매에 성공할 수 없다는,이미 변화한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사람들이 문화적 질을 추구하고 있다.기능적 질이란 별로 따지지 않아도 될 계제에 와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우리가 새 단계의 사회를 만들어내야 한다면 그 일은,좀 어이없지만 「저질문화와의 전쟁」부터 시작하는 일이다.그리고 개개인의 창조적 상상력을 키우는 일이다.이렇게 하지 않을때 우리는 더욱 답답하며 더디게 갈 것이다.
  • 유니버설발레단,호두까기인형 공연/12∼29일 리틀엔젤스 예술회관서

    국내정상의 민간직업발레단인 유니버설발레단이 12일부터 29일까지 리틀엔젤스 예술회관(452­0035)에서 크리스마스단골레퍼토리인 「호두까기인형」을 공연한다(공연시간은 하오3시,7시). 자이코프스키의 발레음악으로 유명한 「호두까기인형」은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인형과 생쥐왕」을 바탕으로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 1892년에 러시아에서 초연됐다.올해로 공연 1백주년을 맞는 「호두까기인형」은 동화적인 내용과 환상적인 무대장치로 매년 성탄절이면 전세계 유명발레단에 의해 어김없이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 국내에서도 매년 이맘때면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경쟁적으로 작품을 공연해 화제가 되기도 하는데 국립발레단은 10일부터 13일까지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공연을 갖는다.유니버설발레단은 지난 86년부터 매년 이작품을 무대에 올려왔다. 올해는 예술감독인 로이 토비아스가 새롭게 안무해 원작의 환상적이면서도 화려한 분위기를 한껏 살리고 있다. 또 발레단의 수석무용수인 문훈숙,김인회,박재홍,최민화외 70여명의 전단원과 7개국출신의 외국전속무용수 10여명이 총출연,펼쳐보이는 무대위의 앙상블도 좋은 볼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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