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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서 만나본 뮤지컬 ‘미녀와 야수’

    세계 공연예술계의 심장인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10년째 장기흥행 중인 뮤지컬 ‘미녀와 야수’가 오는 8월 국내에 상륙한다.‘미녀와 야수’는 애니메이션계의 독보적 존재인 월트디즈니사가 1994년 브로드웨이 뮤지컬산업에 진출하면서 야심차게 내놓은 첫 작품.지난 91년 제작한 동명의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무대로 옮긴 ‘미녀와 야수’는 전세계 20여개 도시에서 240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브로드웨이 제작진과 국내 배우들의 공동작업으로 진행될 한국 공연에 앞서 뉴욕 현지에서 ‘미녀와 야수’를 미리 만나봤다. ●가족·연인 관객들로 붐벼 지난 6일 밤,뮤지컬극장들이 밀집한 브로드웨이 46번가의 룬트폰테인극장.1500석 규모의 공연장은 아이 손을 잡고 온 부모들과 연인들,중년층 관객들로 붐볐다. 다른 뮤지컬에 비해 관객 연령층이 폭넓은 점이 눈길을 끌었다.마법의 힘으로 흉측하게 변한 야수가 아름답고 지혜로운 여인을 만나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원래의 왕자 모습으로 되돌아 온다는 ‘미녀와 야수’의 스토리는 남녀노소 누구나 빠져들 만큼 매혹적이다. 뮤지컬보다 3년 앞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은 디즈니 특유의 창의력과 상상력,아름다운 노래들로 환상적인 동화를 스크린에 훌륭하게 풀어 놓아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때문에 뮤지컬 ‘미녀와 야수’에 대한 관심은 과연 이 성공적인 애니메이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무대위에 형상화했는가에 쏠린다. 특히 왕자가 야수로 변하고,다시 야수에서 왕자로 되돌아 오는 변신 기술은 가장 주목을 받는 대목이다.연출가 로버트 제스 로스는 “애니메이션에서는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었던 부분들,이를테면 촛대와 괘종시계,차주전자와 찻잔 등 사물로 변한 성안의 하인들을 무대에서 어떻게 그려낼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거만한 왕자가 노파의 호의를 거절한 벌로 눈깜짝할 새 야수로 변신하는 첫 장면은 관객을 순식간에 마법의 세계로 끌어들였다.이 장면에는 데이비드 카퍼필드 등 세계적인 마술쇼의 기술진이 동원됐다. 토니상을 수상한 의상 디자이너 앤 하우드 워드가 각양각색의 사물로 변한 하인들을 표현하기 위해 2년간 350여개의 스케치를 거쳐 제작한 독창적인 의상들도 객석의 탄성을 자아냈다. ●세계적인 마술쇼 기술진 동원 특히 찻잔으로 분장한 남자아이는 관객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동화속 마을 같은 아기자기한 미녀 ‘벨’의 집과 야수가 사는 거대하고 웅장한 성이 톱니바퀴 맞물리듯 부드럽게 전환되는 무대세트도 관객을 공연내내 마법에 빠져들도록 하는 즐거운 볼거리였다. 생생하게 살아 있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극적 재미를 배가시켰다.벨에게 어떻게 사랑을 표현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야수의 모습은 귀엽게 느껴지기까지 했고,외모보다 내면을 중시하는 벨의 당당한 아름다움도 돋보였다.벨을 쫓아 다니는 왕자병 환자 가스통과 촛대로 변한 정열적인 지배인,참견쟁이 집사 시계 등 조연들의 코믹연기는 시종일관 관객의 웃음보를 터트리는 감초역할을 톡톡히 했다. 감미로운 사랑의 테마곡인 ‘뷰티 앤드 더 비스트’등 애니메이션에서 사용된 친숙한 노래들 외에 뮤지컬에는 7곡의 신곡이 추가돼 한층 극을 풍요롭게 했다. ‘미녀와 야수’는 개막 10주년인 내달 중순을 즈음해 ‘미스 사이공’을 제치고 브로드웨이 장기공연 6위 자리에 오른다.평균 객석점유율 80%를 유지하며 브로드웨이에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미녀와 야수’가 국내에선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궁금하다. 뉴욕 이순녀기자 coral@˝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日샐러리맨들의 봉급실태

    |도쿄 황성기특파원|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의 사적자문기구가 “총리 봉급을 올릴지 말지”를 목하 고민 중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급여는 월액 222만엔,연봉개념으로는 4165만엔인데도 미국(4328만엔)이나 프랑스(2억 2401만엔)에 비하면 적다는 것이 그 이유다.다른 선진국에 맞추기 위해 인상하고 싶지만,구조개혁에 따른 실업,봉급삭감 등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대다수 일본인 정서를 감안해 인상을 미룰지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관료국가답게 일본 관리,특히 고위공무원 봉급은 짭짤하다.올초부터 ‘당신의 값-오늘날 봉급사정’이란 각 분야의 직업별 급여실태에 관한 장기 연재물을 내보내고 있는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공무원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직위인 사무차관의 연수입은 정부 부처를 막론하고 2432만 9000엔이다. 고시에 합격한 직업 공무원의 초임은 월 18만 4400엔.35세의 과장보좌가 되면 연 755만엔으로 뛰어오르고 45세 전후 과장직에 오르면 1100만엔을 넘는다. 월급이 많기로는 지방 공무원도 빠지지 않는다.요코하마의 시영 버스운전기사는 약 1600명인데 이들의 평균 연수입(평균 연령 43세)은 791만 9000엔이다.1000만엔을 넘는 운전기사가 무려 245명,1300만엔을 넘는 50대 후반의 고액연봉 운전기사도 있다.이들의 평균 근무시간은 7시간45분이었다. 지방 수장인 지사들도 사무차관급 전후로 아이치(愛知)현 지사의 경우 2611만엔에 달했다.경찰관도 30대 초반의 경부보(警部補)가 월 60시간의 잔업으로 16만엔의 수당이 가산될 경우 월 45만엔,연수입으로는 830만엔에 달했다.자위대는 이보다 낮아 방위대학을 졸업한 35세 전후의 중대장급이라면 680만엔 정도이다. 세계적 전자회사인 소니의 경우 관리직 과장이 되면 대체로 1000만엔을 넘어선다.부장으로 승진하면 1400만엔 정도가 되는데 하는 일과 성과에 따라 2000만엔을 받아가는 부장도 있다. 반면 장기 불황으로 보통의 민간기업이나 구조조정에 들어간 금융기관 등은 연봉 300만∼500만엔 월급쟁이가 즐비하다.국유화가 결정된 리소나은행의 고졸 은행원(40)은 550만엔이던 연봉이 300만엔으로 삭감돼 사내에서 금지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UFJ종합연구소의 경제애널리스트인 모리나가 다쿠로(森永卓郞)는 ‘연수입 300만엔 시대를 살아가는 경제학’ 등의 저서를 통해 일본 샐러리맨의 재편을 예언하고 있다.“1억엔 이상의 연봉을 벌어들이는 한줌의 슈퍼샐러리맨과 300만엔대의 대다수 샐러리맨으로 양극화해 가는 일본에서 슈퍼맨이 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리고 300만엔대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적당히 노력하면서 인생을 즐기는 법을 몸에 익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베스트셀러를 낳았다.˝
  • [세상속으로] 늘어나는 ‘국경없는 결혼’

    “캐나다 애인이 있는 친구가 한국 남성과 비교가 안 되게 매너 좋대요.저도 스위스 남자 친구가 꿈입니다.”(김모양·22·S여대 언론정보학부) “지난 2002년 어학연수 중에 사귄 미국인 연인과 벌써 2년째 원거리 교제 중입니다.영어 공부 등 실질적인 도움도 상당한데요.”(박모양·24·Y대 인문학부) 노총각·처녀의 ‘눈물나는 반쪽 찾기’라고? 못 살던 시절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던 우울한 ‘국제결혼 초상화’는 옛말이 됐다.기성세대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일각에서는 사회의 선입견 등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막연한 환상이나 호기심만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하지만 젊은이들은 ‘국제커플’을 또 하나의 가능성으로 여기고 있다. ●온라인채팅·유학등 외국인 접할 기회 늘어 이화여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는데 외국인과 한국인이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말했다.예전에 비해 온라인 채팅,어학연수,유학 등으로 외국인을 만날 기회 자체가 늘어난 데다 외국어 공부 등 ‘일거양득’ 효과도 있어 실제 국제커플을 원하는 친구들도 상당하다. 이같은 의식변화를 반영하듯,온라인의 국제커플모임들은 지난 2000년을 기점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인터넷 다음카페(cafe.daum.net)에만 회원수 7000명에 달하는 ‘국경없는 사랑’ 등 관련 모임이 무려 50개에 이른다.온라인으로 로빈 위든(31·육군종합행정학교 영어교사)을 만난 서혜성(27·여)씨는 “우리 모임만 해도 지난 2002년 말 개설 이후 지금까지 1년4개월 만에 캐나다 등 국내외 회원 600여명이 가입했다.”고 말했다. 국제결혼 소개업체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현재 200여곳으로 추산된다.이들 업체의 주력사업은 아직까지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만남을 주선하는 쪽에 치우쳐 있다.‘국제결혼상담소’관계자는 “소개업체들이 아직까지 한국 남성과 중국,일본,필리핀,베트남 등 동남아 여성의 만남을 주로 주선한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국제결혼은 세계적인 대세인 만큼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업계에서는 지난 한해 동안 소개업체들이 성사시킨 국제부부 수를 최소 1만쌍으로 잡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1500여쌍의 베트남 신부와 한국 신랑의 화촉을 밝힌 ‘두리안 결혼정보센터’측은 “소개업체를 통한 결혼은 평균 800만∼1400만원 선의 비싼 소개료 부담은 있지만,배우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작업으로 결합한 부부들이 대부분 결혼 생활에 만족을 표한다.”고 말했다. ●韓남성-中여성 韓여성-日남성 가장 많아 통계청 인구동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국제결혼 부부는 지난 10년 동안 3배 이상 늘어났다.IMF 외환위기 당시 2∼3년 동안은 다소 주춤했지만,2000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02년에는 1만 5913건의 국제결혼이 성사돼 총 혼인 건수 30만 6600건의 5.2%를 차지했다.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여성은 중국 출신이 63.9%를 차지하는 반면 한국 여성과 결혼하는 남성은 일본 출신이 48.5%로 가장 많다.통계청 관계자는 “현실적인 여건 문제로 혼인신고를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실제 부부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막연한 환상 주의해야 그러나 서혜성씨는 “단순한 환상이나 계산으로 국제커플을 원하는 것은 서로에게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서초구 잠원동 유모(54·주부)씨도 “아무래도 결혼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부모 입장에서는 나중에 태어날 혼혈인 문제도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이에 대해 연세대 박찬웅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국제결혼 부부의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한국도 이에 맞춰 혼혈인 차별 문제 등 아직도 뒤떨어진 관련 사회·제도적 틀을 개선해 나가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
  • [이런 책 어때요] 이미지와 환상/대니얼 J 부어스틴 지음

    세계적인 석학인 미국의 역사학자 대니얼 부어스틴이 진단한 1960년대 미국의 사회병리현상.저자는 1960년대 미국의 산업화·민주화·영상시대의 개막은 미국인들의 삶에 기대상승의 혁명을 가져왔고,그 결과 미국인들은 사물의 본질이 아닌 허상,즉 이미지와 환상을 좇게 됐다고 지적한다.한 예로 미국인들은 속이는 줄 뻔히 알면서도 ‘속는 즐거움’에 광고에 현혹돼 물건을 산다는 것이다.최근 타계한 저자는 지난 75년부터 12년 동안 세계 최대의 도서관인 미국 의회도서관장을 지냈으며,퓰리처상·파크먼상·반크로프트상을 동시에 수상했다.1만 5800원.˝
  • [그영화 어때?]팀 버튼의 팬터지 ‘빅 피쉬’

    스크린에 기발한 상상을 풀어놓는데 둘째가라면 서러울 감독 팀 버튼.대표작 ‘가위손’ 이후 ‘배트맨’‘화성침공’‘혹성탈출’ 같은 SF물을 천착하던 감독이 모처럼 초심(初心)으로 돌아갔다.5일 개봉하는 ‘빅 피쉬’(Big Fish)는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팬터지 속에서 삶의 진리를 낚아올리는 휴먼드라마다. ‘화해하지 못하는 아버지와 아들’이라는,다분히 고전적인 소재로 영화는 밑그림을 그린다.아버지 에드워드 블룸(앨버트 피니)의 죽음을 앞두고 아내와 함께 고향집을 찾은 윌은 평생 지겹도록 들어온 아버지의 허풍같은 모험담을 또 듣게 된다.침대에 누워 꼼짝못하는 아버지가,며느리에게 하염없이 들려주는 왕년의 무용담들은 얼핏 들어선 황당하다.결혼반지로 큰 물고기를 잡았고,동네 마녀의 눈 속에서 자신이 죽을 때의 모습을 봤다거나,코끼리가 든 알래스카의 거대빙산을 식수로 끌어다 썼다는 식이다. 에드워드의 추억을 그대로 재연해내는 스크린 덕분에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하지만 관객들은 그 점이 궁금하진 않을 것이다.더 큰 세상을 만나기 위해 고향을 떠났다가 만나는 거인,사랑하는 여인을 얻기 위해 온갖 모험을 감내하는 등 에드워드의 일화들이 유쾌하면서도 신비한 감상을 안긴다. 오징어 뒷다리처럼 씹을수록 감칠맛나는 대사들도 곳곳에 숨어있다.“재미없는 진실보다는 환상적인 거짓을 택하겠다.”는 대사는 감독 자신의 영화철학을 감탄스러울 만큼 잘 대변한다.또 “아무도 잡을 수 없어 제 갈 길을 갈 수 있는 큰 물고기가 되고 싶었다.”는 아버지의 먼 회고는,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미완의 생에 대한 회한을 상징한다. 판매원으로 평생 집밖을 떠돌던 아버지와,그를 이해할 수 없었던 아들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진 드라마임에는 틀림없다. 어느날 창고에서 아버지의 무용담에 등장하던 물건을 발견하면서 아들은 비로소 죽음 직전의 아버지를 믿게 된다.그늘져온 부자의 관계가 말갛게 표백이 되는 그 즈음에선 팬터지에 알레르기 반응하는 관객들도 코끝이 찡해질 만하다. 회상 속 젊은 에드워드 역에는 이완 맥그리거.헬레나 본햄 카터,스티브 부세미,제시카 랭도 출연했다. 황수정기자 sjh@ ■ 아하! 이 장면-1만송이 장미 직접심어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던 감독의 이력 덕분일까.팀 버튼의 동화같은 팬터지에 힘을 실어주는 건 역시 만화같은 화면.극장문을 나설 때 뇌리에 돋을새김될 장면들이 몇 있다. 질식할 듯 화면 전체가 샛노랗게 물드는 바로 그 장면.말쑥이 차려입은 이완 맥그리거가 ‘그녀’(훗날 아내가 되는)의 집 앞마당에 황금빛 수선화를 발디딜 틈 없이 심어놓고 구혼하는,그야말로 ‘영화같은’ 장면이 나온다.눈물겨운 순애보가 드라마의 한 축을 이루는 만큼 감독은 이 장면에 특별한 공을 쏟았다.‘공수’해온 황금수선화 1만송이를 제작진이 일일이 심었다고.그 흔한 컴퓨터그래픽을 쓰지 않은 건 로맨스의 진정성을 위해서였을까. 엉뚱함과 낭만이 뒤섞인 ‘팀 버튼식’ 상상력을 정지화면처럼 인상깊게 보여주는 장면은 많다.“사랑을 발견하면 시간이 멈춘다.”는 맥그리거의 대사가 흐를 때 영화속 화면도 따라 멈춘다.공중에 둥둥 떠있는 팝콘들을 꿈을 꾸듯 헤집고 ‘그녀’에게 향하는 남자주인공.여성관객들의 맥박이 마구 빨라질 장면들이다.그래서 ‘빅 피쉬’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데이트용’ 영화이기도 하다. 황수정기자 ˝
  • [문화마당] ‘반지의 제왕’ 잭슨과 톨킨/유성호 문학평론가 한국교원대 교수

    피터 잭슨 감독의 영화 ‘반지의 제왕’이 올해 아카데미상 11개 부문을 휩쓸었다.이 작품은 악의 힘을 표상하는 ‘절대반지’를 이용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악의 세력과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그 반지를 파괴하려는 선의 세력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투쟁을 근간으로 하여,인간의 선한 의지와 희생 정신 그리고 권력 욕망과 자기 발견의 과정 등을 형상화하고 있다.이 영화가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저명한 언어학자이자 신화학자인 톨킨의 원작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톨킨은 가장 완벽에 가까운 현대 영어를 구사한 작가인 동시에 언어 자체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고대 영어와 거기에 영향을 미친 유럽어 요소들을 결합시킨 작가로서 높이 평가받는 인물이다.이러한 그의 면모는 움베르토 에코의 편폭을 고스란히 연상시키면서 ‘환상문학’이라는 양식이 단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서 길어 올려지는 것이 아니라,오랜 시간의 풍속과 문화,언어와 신화에 대한 섭렵과 결합을 통해 완성되는 것임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톨킨의 문학 세계가 처음부터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은 것은 물론 아니다.그의 작품이 보여준 신화적·환상적 요소는 리얼리즘과 미메시스를 주류로 했던 서구 미학사에서 가치 판단이 매우 힘든 세계였기 때문이다.국내에서도 이러한 환상문학에 대한 평가는 매우 영성하고 인색한 편이었다. 하지만 환상문학의 대가인 마르케스와 보르헤스에 대한 관심이 점증하면서,국내에서도 환상문학에 대한 평가는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근대(성)’에 대한 반성적 시각이 폭 넓게 대두한 이래,미학에서도 ‘리얼리티’를 새롭게 해석하고 접근하려는 태도가 인식론 안으로 적극 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최근 독서시장에 불어닥친 팬터지 열풍은 이러한 세계인식의 새로운 방법을 우리에게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한낱 ‘공상’ 정도로 치부되었던 미학적 편향이,새로운 세계 개진의 방법으로 미학의 지평 안으로 당당하게 들어온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경향을 선도했던 고(故) 황병하 교수는 환상 문학을 “합의된 리얼리티로부터 벗어나 2차 세계를 가져야 하며 주어진 초자연적·초현실적 이야기를 초자연적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화자-작중인물-독자의 망설임이 존재해야 성립된다.”고 규정하였는데,이때 새로운 ‘리얼리티’는 환상의 미학적 착근에서 가능해지는 것이다.이는 미메시스의 원리가 지배해온 근대 서구 미학에 대해 늘 타자로 밀려 있던 ‘환상’의 미학적 복권이요,근대 이성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영성(spirituality)’의 세계를 적극 포괄하려는 새로운 지성의 모습이기도 하다. 영화 ‘반지의 제왕’은 근대적 의미의 선과 악이 하나의 육체 안에 공존하고 뒤얽혀 있다는 사실을 웅변한다.컬트 작가의 위상을 넘어 근대적 인간을 해부하고 성찰하는 기획을 화려한 영상을 통해 선보인 잭슨의 영화는,바로 톨킨이 제시한 새로운 세계 인식의 방법에 크게 빚지고 있다.신화적 요소와 환상적 요소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리얼리티를 보여주려 했던 톨킨의 작품에 대해 우리가 새삼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잭슨의 ‘반지의 제왕’ 아래쪽에 침전해 있는 톨킨의 서사를 깊이 음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유성호 문학평론가 한국교원대 교수˝
  • [남규철의 DVD폐인]거실에서 조용필과 함께

    DVD 타이틀에 수록되는 내용은 대부분 영화인 경우가 많지만,가수나 연주가들의 공연실황이나 뮤직비디오를 담은 음악 타이틀들도 적지 않게 출시되고 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음악 타이틀들이 이런 사랑을 받는 이유는 역시 5.1채널의 이점을 충분히 살린 현장감 넘치는 사운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선명하고 아름다운 보컬과 각기 서로 다른 위치에서 서로 다른 음색을 내는 악기들,그리고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갈채까지,DVD로 듣는 음악은 마치 공연장을 거실로 옮겨 놓은 것 같은 대단히 환상적이고 실제적인 경험을 하게 해준다. 아래에 소개해 드리는 음악 타이틀들은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많은 인기를 모은 음악 타이틀들로,사운드 하나만큼은 이미 충분히 검증된 타이틀들이다.한번 들어 보면 왜 이 타이틀들에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글스:Hell Freezes Over DVD플레이어를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소장해야 할 타이틀.모든 음악 DVD 타이틀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고 ‘음악 DVD의 바이블’이라는 거창한 호칭이 따라다닌다.하지만 그런 호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치 강렬한 사운드를 들려주어,DVD의 초창기 시절부터 오랫동안 레퍼런스급 타이틀로 분류되어 왔으며,지금도 인기순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1994년 재결성된 이글스의 공연을 담고 있는 타이틀로 dts트랙에 담긴 사운드는 설명하기 어려울 만치 멋들어지고 완벽한 멀티채널의 정수를 보여준다.4:3의 화면비율과 전무한 부가영상이 아쉬움을 주지만,사운드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다. ●코어스:언플러그드 아일랜드 출신의 4남매로 구성된 가족 밴드 ‘코어스’의 공연실황.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전자악기를 쓰지 않은 어쿠스틱 사운드로 이루어진 공연으로,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편안한 발라드가 주를 이루고 있다.앞서의 이글스와 쌍벽을 이룰 만큼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타이틀로,이글스에 결코 뒤지지 않는 현장감 넘치는 아름다운 사운드를 들려준다.특히,이글스의 타이틀이 dts트랙을 가진 음악 타이틀 중 으뜸으로 평가 받는다면 이 타이틀은 돌비 디지털로 된 음악 타이틀 중 최고의 사운드로 평가 받는다. 이 두 타이틀외에도 헤비메탈 팬들에겐 ‘Metallica:S&M’을,팝 팬에겐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Live from Las Vegas’를 추천할 만하다.모두 선명하고 풍성한 멀티채널의 즐거움을 잘 살려 준다.우리나라의 뮤지션으로는 역시 조용필의 타이틀을 꼽을 수 있다.최근 출시된 ‘조용필-The History’는 작년 8월에 열린 그의 35주년 기념공연 실황을 담은 것으로 매끄러우면서도 선명한 사운드를 자랑하며 지금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히고 있다. DVD칼럼니스트·09DVD업무팀장˝
  • 패티김 데뷔 45년 새달12일 기념공연

    ‘한국 가요계의 거목’ 패티김이 새달 12일부터 3일간 데뷔 45주년을 기념하는 대공연을 펼친다. 장소는 1978년 대중가수로서는 처음으로 발을 디뎠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45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10월부터 전주에서 시작한 전국 순회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무대다. 패티김은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에게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선사할 예정이다.‘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9월의 노래’‘서울의 모정’ 등 자신의 대표적 히트곡뿐 아니라 ‘허공’‘칠갑산’‘남행열차’ 등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풍부한 감성으로 해석,색다른 느낌을 전해줄 것으로 보인다. 재능을 그대로 물려받은 딸이자 후배 가수인 카밀라가 게스트로 출연,환상적인 모녀의 하모니를 선보이는 특별 이벤트도 준비해 놓고 있다. 1956년 미8군 무대에서 데뷔한 이래 음악에 대한 한결같은 열정으로 한국 대중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겨온 패티김.“한번도 배불리 먹어본 적이 없다.”고 고백할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한 그는 세월이 무색할 만큼 변함없이 힘있고 감미로운 음색과 카리스마로 청중들을 사로잡아 왔다. 대중가수들에게 꿈의 무대였던 세종문화회관에서의 첫 공연,한국 가수 최초의 미국 카네기홀 단독 콘서트,미국·캐나다·호주·동남아시아 등지에서의 화려한 활동 등 그녀의 음악 인생에는 늘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국민 가수’라는 명성에 걸맞게 그는 자선공연을 통해 다양한 사회복지 활동에도 힘을 쏟아왔다. 이번 공연의 수익금 일부도 독거노인 돕기 성금으로 기탁할 예정이다. 재개관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좌석수는 줄었지만 관람석은 한층 넓고 편안해진 데다 무대 양측에 대형 스크린까지 설치해 관객들을 배려했다.오후 7시.(02)783-0114. 박상숙기자 alex@˝
  • [최홍운칼럼] 뒤늦은 ‘생명윤리 선언’

    한달에 1개씩밖에 나오지 않는 난자를 242개나 채취했다면 한명당 연속 15개월 이상 채취한 셈이다.여성을 실험의 도구로 동원했으며 결국 엄청난 여성 비하가 된다. 서울대 황우석·문신용 교수팀이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 배아(胚芽)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이 보도된 이후 지난 열흘 동안 국내·외는 온통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특히 국내는 짜증나는 정치권 내분에다 자고나면 또 불거지는 불법 정치자금 소식만 전해지던 터여서 이들 연구진의 업적은 청량제와도 같았다.미국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황 교수가 ‘세계 생명공학계 정상(頂上)에 태극기를 꽂고 온 기분’이라는 일성을 인천국제공항에서 터뜨리자 국민들의 기쁨은 절정에 이른 느낌이다. 언론은 이에 그치지 않고 특급호텔에서의 논문 발표뒤에는 50달러짜리 장급 모텔에서 지낸 연구진의 검소한 생활을 상세하게 전하고 있다.이번 연구를 주도한 황 교수는 이제 세계적 생명공학자로 우뚝 섰다.연봉 6000만원에 35평형 전세 아파트에서 살며 매일 새벽 4시면 일어나 근처 대중 목욕탕과 국선도 수련장에서 1시간 정도 명상한 뒤 곧바로 출근해 연구에 몰두하는 모습은 우리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들떠있는 가운데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대목이 있다.연구진은 귀국기자회견에서 “당분간 인간 난자를 가지고 복제 연구하는 것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고 “이 기술은 앞으로 국제적인 여론을 들어보고 또 우리나라 국민과 정부의 판단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그렇다면 난자를 이용한 실험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그러면 이번 연구를 위해 16명의 여성으로부터 242개의 난자를 채취한 사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지금까지 줄기세포 배양은 동물의 난자에 사람의 체세포 핵을 이식해 왔으나 이번에는 사람의 세포와 난자를 이용한 성공이어서 이렇게 흥분하고 있는데 말이다.사람의 난자이기 때문에 윤리문제까지 해결했다고 한 설명은 터무니없는 얘기란 말인가. 생명윤리학계와 종교계는 즉각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질렀다.’며 맹렬하게 비난하고 나섰다.“배아 자체가 이미 생명인데 이를 복제한다는 것은 바로 인간복제나 다름없다.”면서 이번 성공은 새로운 획기적인 개발이 아니라고 폄하하고 있다.아울러 그동안 동물의 난자를 이용한 실험도 반수반인의 탄생을 우려하는 큰 문제가 있었는데 하물며 사람의 난자를 이용한 배아복제는 엄청난 재앙마저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한달에 1개씩밖에 나오지 않는 난자를 242개나 채취했다면 한명당 연속 15개월 이상 채취한 셈이다.여성을 실험의 도구로 동원했으며 결국 엄청난 여성 비하가 된다.연구진도 이 점을 인식하고 앞으로 난자 사용을 중단한다고 했을 것이다. 우리만 ‘세계 생명공학계 정상’이라는 환상에 젖어있는 사이 외국 언론과 학계는 이번 연구의 문제점을 세밀하게 지적하고 있었다.‘기절할 만한 성과’(피츠버그대 제럴드 셔턴 교수)라는 말까지 인용하며 대서특필한 LA타임스를 비롯해 워싱턴 포스트,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도 성과를 극찬하면서도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는 언론의 기본자세를 잊지 않았다.유럽 언론들도 미국 언론들과 마찬가지로 크게 보도했지만 비판적이었다.한결같이 이번 연구 결과가 인간복제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한발 더 나아가 인간복제를 꿈꾸는 라엘리안과 같은 집단들을 열광시키며 지침을 제공해준 셈이라고까지 주장했다.우리 언론은 ‘엠바고’논쟁에 휘말려 국민들에게 한쪽 방향의 정보만 제공하는 잘못을 저질렀다.사실은 그대로 전하되 정확한 분석과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본의 실천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 생명공학의 발달은 미래 활로임에 틀림없다.그러나 이는 생명윤리의 실천 등 기본을 저버리지 않는 범위안에서 나아가야 한다. 최홍운 논설위원실장 hwc77017@˝
  • 말말말˙˙˙

    평화를 가꾸는 삶과 수행이 분리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그저 걷고 또 걸으면서 깨달음이라는 환상을 좇아온 그간의 삶을 포기할 작정이다.부처라는 꿈을 좇아온 집념을 내려놓고자 한다.-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상임대표인 도법 스님,3월1일부터 탁발순례를 통해 새로운 진리를 찾겠다며-˝
  • [22일 TV 하이라이트]

    ●회전목마(오후 7시55분) 수련은 결혼할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는 핑계를 대며 헤어지자는 우섭에게 울며 매달린다.집으로 돌아온 수련은 아버지가 결혼을 허락하겠으니 잘 살라고 말하자 피곤하다며 자리를 피한다.은교는 그런 수련의 눈치를 살핀다.한편 성표는 진교에게 앞으로는 연습실로 찾아오지 말라고 한다. ●클릭!자동차생활(오전 11시25분)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의 하나인 타이어에 대해 알아본다.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어떤 성능을 발휘하는지,안전운행을 위해서는 언제 타이어를 교체해야 하는지 등을 꼼꼼히 알아본다.자동차 기술개발은 물론,자동차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는 카레이싱의 세계에도 들어가본다. ●세계명작드라마(오후 5시20분) 사랑에 빠진 몰은 제미와 성급하게 결혼을 하지만,오래지 않아 제미가 자신의 돈을 노리고 결혼한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제미 역시 몰이 부자가 아니란 걸 알고 그녀를 떠난다.또다시 혼자가 된 몰은 런던으로 향하고,런던행 마차 안에서 만난 부유한 신사 블랜드와 결혼한다. ●樂바리 클럽(오후 7시) 새로운 진행자로 김구와 주연정이 나선다.힙합의 절대강자 주석의 첫 무대에 이어 환상적인 하모니의 M.Street의 ‘For my love’와 신인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Free Love’,Ray의 ‘못다한 사랑’이 이어진다. 한성민 리즈 마리아 등이 출연한다. ●세븐 데이즈(오후 10시55분) 인터넷에 올려진 ‘왕따 동영상’이 화제다. 한 중학생을 친구가 괴롭히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올린 것이다.직접적인 문제 해결을 시도해보고,왕따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아본다.또 뉴스 화면 뒤에 감춰진 국회의원들의 겉과 속도 들여다본다. ●TV는 사랑을 싣고(오전 11시50분) 탤런트 이미영이 연예인의 꿈을 간직하고 있는 자신을 위해 매니저 겸 보디가드 역할을 자처했던 친구 명희를 찾는다.갑자기 소식이 끊기고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항상 생각한다는 그녀를 만날 수 있을지 지켜본다.또 개그맨 서남용이 초등학교 시절 짝사랑했던 여인을 찾아 나선다. ●일요스페셜(오후 8시) 지난해 2월18일 대구 지하철 중앙로역에서 일어난 방화사건은 수많은 사상자를 낳았다.그리고 1년,부상자들의 치료대책은 미비하고 화재에 취약한 지하철은 그대로 운행되고 있다.참사 이후 우리에게 어떤 상처를 남겼고,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지 되새겨본다.˝
  • [씨줄날줄] 비만 치수/이상일 논설위원

    “몸무게가 늘었는데도 같은 사이즈의 옷을 입는다.”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의류회사들이 옷사이즈를 왜곡한 사례를 지적한 바 있다.자신의 몸이 불었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환상에 영합하려고 기업들이 같은 사이즈의 옷을 점점 더 크게 만든다는 것이다.허리가 굵어져도 34인치 옷을 계속 입을 수 있는 이유다.따라서 인터넷에서 사이즈만 보고 옷을 주문하다가는 낭패 보기 쉽다. 사이즈에 관한 교묘한 용어도 등장한다.여성의 경우 ‘작은(petite)’‘보통(regular)’과 달리 ‘미시(missy)’는 초대형을 뜻한다.미국에서 ‘제로(0)사이즈’는 뚱보 여성이 입는 옷이라던가.남성들의 양복 구분에서 ‘중간(medium)’이나 ‘초대형(extra large)’의 구체적인 수치를 알기는 어렵다.다만 남자들은 다소 큰 옷을 입어 살이 덜 찐 것으로 보이려는 경향이 있다. 확실히 비만을 풍만함과 넉넉함,건강과 다산 가능성으로 치켜세우던 때는 지났다.오스트리아 빈 의과대학원의 마틴 보라섹 교수 등은 남성이 선호하는 여성스타일도 변화했다고 말했다.플레이보이 잡지 모델만 해도 가슴이 큰 ‘마릴린 먼로’에서 마른 스타일의 슈퍼모델 ‘에바 헤르지고바’로 바뀌었다는 것이다.비만은 미련함이나 ‘값싼 음식을 소비하는 하층계급의 증거’에다 병(病)으로까지 비하되는 시대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이 최근 발표한 체형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50대 남녀 2명 중 1명이 비만이며 사무직 남성과,생산직 여성이 상대적으로 뚱뚱해진 것으로 나타났다.또 전체 평균 키는 1979년보다 3∼6㎝ 커졌지만 몸무게는 8∼11kg,허리둘레는 8∼11㎝ 늘었다.기술표준원이 1년전 발표한 20대 미혼여성의 표준 체형도 비슷한 양상이다.키 162㎝,가슴 82㎝,허리 66㎝,엉덩이 둘레 90㎝로 지난 1986년보다 키와 다리가 각각 7㎝와 8㎝가 길어진 반면 엉덩이와 허리는 굵어졌다.젊은 여성의 70%가 자신의 체형에 불만을 갖고 있으며 보다 마른 몸을 표준형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어디 젊은 여성뿐인가.그러니 운동과 마라톤 열풍이 불고 몸짱 아줌마까지 뜨는 것이리라.제대로 다이어트나 운동을 하면 괜찮다.의류회사들의 비만치수 사기에 놀아나거나 살 빼려고 가짜 약을 먹어 몸을 망치지나 말 일이다. 이상일 논설위원˝
  • 쇼팽과 함께 돌아온 임동혁…21일 예술의 전당서 독주회

    피아니스트 임동혁이라면 지난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3등 수상을 거부하여 뉴스의 초점이 됐던 인물이다.이후 유리 테미르카노프가 지휘하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과의 호연으로 국내 팬들을 안심시켰던 그가 이번에는 묵직한 프로그램으로 독주회를 갖는다.21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다.(02)751-9606. 올해 20세가 된 임동혁의 피아노 인생은 지난 연말부터 전환점을 맞은 듯한 느낌이다.이스라엘 필하모닉으로 부터 급작스러운 연락을 받은 것이 12월25일.컨디션 난조로 공연을 취소한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의 대타였다.임동혁은 이스라엘로 날아가 텔아비브·예루살렘·하이파를 순회하며 7차례 협연과 1차례 독주회를 소화했다.전회매진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임동혁의 가장 큰 후원자는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EMI클래식의 ‘젊은 피아니스트’시리즈에 그를 추천한 것도 아르헤리치였다. 임동혁은 최근 쇼팽으로만 이루어진 2집 앨범을 펴냈다.소나타 3번과 유명한 녹턴 작품 9의 2,즉흥환상곡,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 등이 들어있다. 발매날짜는 지난 1월15일 런던의 위그모어홀 데뷔에 맞추었다.이날 임동혁은 환호에 인색하다는 런던 청중을 대상으로 무려 4차례나 앙코르를 들려주어야 했을 만큼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서울 독주회에서는 쇼팽의 소나타 2번과 뱃노래,새 앨범에도 수록된 ‘3개의 마주르카’,그리고 슈베르트의 소나타 D.664와 프로코피에프의 소나타 7번을 들려준다. 러시아의 모스크바 국립대학을 졸업한 임동혁은 사는 곳을 독일로 옮겨 하노버국립음대의 아리 바르디 교수에게 배우고 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악몽은 잊어버렸을까.임동혁은 “공교롭게도 아마추어 수준으로 2등을 한 당사자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서 “교수나 학생 모두 누가 어느 정도로 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서동철기자 dcsuh@˝
  • [뷰익인비테이셔널] 댈리, 아픈 과거딛고 9년만에 우승

    알코올 중독과 도박,세차례의 이혼과 네번째 아내의 마약 거래,그리고 9년만의 우승…. ‘그린의 풍운아’ 존 댈리(38)가 자신의 인생만큼이나 극적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상에 복귀했다.댈리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파인스골프장 남코스(파72·7607야드)에서 끝난 PGA 투어 뷰익인비테이셔널(총상금 450만달러)에서 연장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4라운드에서 3오버파 75타를 쳐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크리스 라일리,루크 도널드와 동타를 이룬 댈리는 전날 이글을 뽑아낸 18번홀(파5)에서 연장전을 치렀다.263야드를 남기고 3번 우드로 친 두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 벙커에 빠졌을 때만 해도 그의 ‘인생역전’은 물거품이 되는 듯했다.그러나 댈리는 핀 10㎝ 지점에 붙는 30m짜리 환상의 벙커샷으로 버디를 뽑아냈다.이어진 도널드와 라일리의 버디 퍼트가 차례로 홀컵을 벗어나자 댈리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댈리의 프로 데뷔는 화려했다.지난 1991년 닉 프라이스(짐바브웨)의 출전 포기로 연습경기도 치러보지 못한 채 나선 PGA챔피언십에서 ‘깜짝 우승’을 하며 투어에 등장한 것.2002년까지 11차례나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 부문 1위를 차지할 만큼 최고의 장타를 뽐내며 인기를 누렸고,95년 브리티시오픈을 제패해 최연소 2개 메이저 타이틀 보유 선수가 됐다. 그러나 번번이 애주 습성이 되살아났고,이혼도 잦았다.걸핏하면 클럽을 던지거나 경기를 도중에 포기하는 기행으로 ‘폐인’ 취급을 받았다. 술을 끊고 비행기 대신 버스를 개조한 트레일러를 타고 투어 생활을 하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재기는 쉽지 않았다.상금랭킹 171위까지 밀린 지난해에는 22경기 중 단 한차례만 ‘톱 10’에 들었다.브리티시오픈 이후 190번째 투어에서 우승한 댈리는 장타 부문에서도 1위에 복귀했다. 댈리는 “위기는 많았지만 끝내 해냈다.”며 다시 정상급 스타로 거듭날 것을 다짐했다. 한편 대회 2연패를 노린 타이거 우즈는 합계 8언더파 280타로 공동 10위에 그쳤다.최경주(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는 아이언샷이 되살아난 데 힘입어 3언더파 69타로 선전해 합계 4언더파 284타로 공동 25위를 기록했고,나상욱(엘로드)은 합계 4오버파 292타로 공동 72위에 머물렀다. 이창구기자˝
  • 데이비드 카퍼필드 5월 내한공연

    세계 마술계의 전설적 인물 데이비드 카퍼필드(48)가 5월 방한,환상의 ‘매직쇼’를 연출한다.라스베이거스와 브로드웨이는 물론 유럽과 아시아를 돌며 1년에 550회 이상 공연을 하는 카퍼필드는 방한중 5월26∼3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최근에 새로 고안한 마술을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공연에 필요한 무대 세트와 마술도구,음향,조명 등 60t에 이르는 장비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직접 공수할 예정이다.˝
  • [남규철의 DVD 폐인] 부우웅~ 끝까지 달려봐

    누구나 한번쯤 멋진 자동차에 올라 수백㎞의 속도로 아스팔트 위를 질주하고픈 욕망을 느낄 때가 있다.꽉 막힌 출근길이나 명절 고속도로 위에서 하염없이 앞차 꽁무니만 쳐다본 경험이 있는 이라면 더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그저 꿈일 뿐.광속으로 달리는 자동차 영화를 보며 대리충족하면 어떨까.DVD는 질주 본능을 어느 정도 채워주면서,사방의 거친 엔진소리와 넘치는 속도감으로 최대의 현장감을 선사한다.멀미 나는 질주 화면과 귀를 멍멍하게 하는 엔진소리를 맘껏 즐기다 보면 스피드광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따라하고 싶은 욕망이 생길 만큼 강렬하다.그렇다고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 재현하지는 마시길. ●드리븐 CART레이싱대회를 배경으로 풋내기 레이서가 최고의 레이서가 되는 과정을 그린 액션영화.액션영화라면 한가락하는 레니 할린 감독과 실베스터 스탤론이 만났으니 환상적.그러나 액션의 주인공은 자동차다.질주 자동차의 굉음과 좌우를 스쳐가는 다른 차들의 무서운 궤적을 생생히 살린 음향에다 영화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는 거친 록음악은 시선을 연신 빨아들인다.2.35:1의 아나몰픽 와이드 화면은 자연스럽고 풍부한 색감과 깨끗한 디테일을 보여주며 돌비디지털 5.1의 사운드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엔진소리의 환청이 들릴 만큼 강렬하다. ●식스티 세컨즈 레이싱 영화는 아니지만 자동차 전문 털이범의 세계를 그린 영화답게 값 비싼 명차들이 시내를 질주하는 모습을 맘껏 즐길 수 있다.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영화로 니콜러스 케이지와 안젤리나 졸리가 출연하여 매우 스타일리시한 화면을 보여준다.물론 거리를 질주하는 명차들의 카레이싱 장면은 역동적인 사운드를 자랑하며 사방의 모든 스피커를 쉼 없이 움직여 멀티채널의 즐거움을 한껏 느낄 수 있다.2.35:1의 와이드 화면과 돌비디지털 5.1을 지원하며 서플은 조금 빈약한 편. ●패스트 앤 퓨리어스 2 자동차를 이용한 전문 털이범과 이들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분노의 질주’ 속편으로 최근 출시돼 만족스러운 화면과 사운드를 자랑한다.형광색과 야광 라이트로 튜닝된 자동차의 밤거리 질주장면에선 풍부한 색감과 짙은 흑색에 담긴 훌륭한 디테일을 자랑한다.이색적 메뉴디자인과 메이킹 필름,튜닝에 대한 안내까지 담은 서플도 만족스럽다.2.35:1의 아나몰픽 화면에 돌비디지털 5.1을 지원한다. 이외에 레이싱 세계를 다룬 아이맥스 영화 ‘슈퍼 스피트 웨이’와 경쾌한 테크노 음악을 배경으로 르망 레이싱의 장면을 담은 ‘스피드 트라이브(speed tribe)’도 추천할 만. DVD칼럼니스트·09DVD업무팀장˝
  • [기네스코너]

    ●신용카드 1397개 소유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 클라라에 사는 월터 캐버나는 개인 신용카드를 무려 1397개를 갖고 있다.신용거래로 가능한 금액이 165만달러나 된다.그는 이 많은 카드를 넣기 위해 길이 7.62m,무게 17.49㎏이나 되는 지갑을 장만했다. ●길이 64m짜리 연 ‘메가바이트’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최대 크기의 연이다.꼬리를 포함한 총 길이는 64m이고 폭22m,평면 면적은 총 999㎡에 달한다.1997년 9월7일 영국에서 개최된 브리스톨 국제 연 날리기 축제에서 당당하게 22분 57초 동안 하늘을 누볐다. ●1만 1240평 규모 실내 테마공원 세계 최대규모의 실내 테마공원은 캐나다 앨버타주 웨스트 에드먼턴몰내에 있는 갤럭시랜드이다.총면적은 3만 7160㎡(약 1만 1240평)이며 30개의 고난이도 게임과 27개의 환상적인 놀이기구가 있다.스릴만점의 마인드밴더는 14층으로 된 세겹 공중돌기 롤러코스트로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6.5G의 중력에너지를 가한다.또 13층짜리 수직낙하 놀이기구인 ‘운명의 낙하산’이란 것도 있다.참고로 웨스트 에드먼턴몰은 세계 최대규모의 쇼핑센터다. ●60초짜리 TV시트콤 가장 짧은 TV시트콤은 ‘가벨톤 가족’이 단연 1위다.아무나 고소하는 가족이 주인공인 이 시트콤에선 단지 60초만에 모든 상황이 끝난다.1998년 6월 미국 TV랜드 방송국에서 처음 선보인 후 지금은 ‘이상없음’과 ‘스핀과커터’라는 두개의 60초짜리 블립 콤(음성을 지운 시트콤)을 방영하고있다. ●개장 70여년 된 재즈 클럽 역사가 가장 오래된 재즈클럽은 미국 뉴욕의 지하 재즈클럽 ‘빌리지 뱅가드’이다.1930년대에 문을 연 후 정통 재즈콘서트를 주최하면서 재즈 아티스트들의 공연장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존 콜트레인,마이즈 데이비스,스탄 게츠,윈턴 마살리스,데로니어스 몽크 등이 이 클럽을 거쳐간 아티스트들이다.˝
  • [발렌타인 데이에 우리 결혼해요] 조규백(30)·허성임(28)씨

    ‘저 쫄반바지 차림으로 같이 다니자는 건 아니겠지?’ ‘이 더운 날 재킷까지 입고 있다니,성격도 저리 답답할까?’ 화창한 초여름의 불국사 초입에서 시작된 우리의 만남.환상적이기는커녕 확 깨는 기분으로 엉뚱하게 시작됐다. 강릉에서 동해안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온 쫄반바지 새카만 총각.대구에서 차를 몰고 건너 온 말쑥한 차림의 꽃다운 처녀.극단적인 부조화의 차림새만큼이나 서로 달랐던 우리가 이렇게 결혼을 하게 되다니.도무지 세상일은 알 수 없는 건가 보다. 낯설었던 사람들이 가까워지고,300㎞를 떨어져 있어도 서로 닮아가는 것,정말 인연이란 것이 있는지 아니면 서로의 유전자가 인연을 가지고 태어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결혼은 소중하고 특별한 만남임에 틀림이 없다.우리에게도 아찔했던 순간이 있었다.마음에 없이 불쑥 튀어나온 한 마디 말 실수로 벼랑 끝에 서기도 하고…. 하지만 진정한 마음으로 위기를 건너온 탓에 오히려 사소한 다툼 없이도 결혼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새롭게 출발하는 자리에 앞서 우리의 만남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려야겠다.미숙하게만 보였을 저희를 믿고 모든 것을 맡겨주신 양가 부모님,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밤을 편안하게 지켜준 ‘시외전화 정액요금제 개발자들’께 감사 드린다.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스며들듯 서로에게 다가가고 자연스레 결혼을 준비하는 동안,이렇다 할 청혼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나의 신부에게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청혼을 합니다. “성임아! 나의 바람막이가 되어줘∼!”˝
  • [문화마당] 모성의 언덕/백지연 문학평론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는 현대인이 갈구하는 모성애의 한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영화에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로봇소년이 등장한다.자기만의 어머니를 갖고 싶었던 로봇소년은 어머니를 되찾기 위해 기나긴 여정을 떠난다.스필버그는 결말 부분에서 원작소설과 스탠리 큐브릭의 원안에 등장하는 냉혹한 어머니의 이미지를 없애고 모성애의 환상을 살려낸다. 현대인의 마음 속에 숨어있는 모성애에 대한 극단적 팬터지를 보여주는 이 영화는 어머니의 눈물을 끊임없이 강요한다. 영화가 빤하게 호소하는 모성애의 허구성을 알면서도 나는 가끔씩 지고지순한 모성애를 믿고 싶은 충동을 이기지 못한다. 요즘처럼 일과 육아의 병립이 혼돈 속에 빠져들고 있는 와중에는 모성애라는 것이 얼마나 복잡한 감정인가를 실감한다.모성신화의 부당함을 강변했던 나는 막상 아이를 낳은 후 나의 어머니에게 그 모성신화의 유효성을 강조하며 배짱을 부리게 되었다. 내가 아이를 보살피는 입장에서는 모성애의 허구성을 외치면서도 나를 도와줄 어머니에게는 모성애의 절대성을 강조하고 있으니 이런 지독한 이기주의도 없다. 어머니란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아마 평생 동안 그 질문에는 정확한 답을 내리지 못할 것이다. 단지 분명한 것은 이 사회구조 안에서 현명한 모성을 실현하기에는 육아의 제도적 장벽이 너무도 드높다는 것이다. 나 자신부터도 육아정책의 부실함과 개인이 지닌 오랜 가부장제의 습관이 무섭다는 것을 아이를 낳고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여자 화장실에 베이비시트가 없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 느꼈으며,으리으리한 종합병원 건물의 수유실이 두 사람 앉으면 꽉 찰 정도로 좁은 공간이라는 사실에 경악하기도 했다. 체험해 보아야만,그리고 보살피는 당사자가 되어야만 그 힘겨움의 강도를 알 수 있는 육아의 시스템 앞에서 단순히 모성적 감동만을 거론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육아는 한 개인의 불굴의 의지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철저히 사회적인 제도이다. 동병상련을 느끼기 위해 틈틈이 들여다 보는 인터넷 육아게시판에는 아이를 어디에 맡기고 출근해야 하느냐는 눈물어린 물음이 수도 없이 올라온다. 아이를 맡길 부모님이나 친지가 없고 경제적으로 개인 탁아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직장 어머니들의 고민은 더욱 가슴 저민다. 여기서 여성의 자아실현이라는 근사한 가치는 정말 허울좋은 명분일 뿐이다.육아비용을 충분히 감당하면서도 자기만족을 주는 근사한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아이를 한 명 더 낳았을 때 일시적으로 지급되는 국가적 보조비용으로 이 복잡한 상황이 해결될 리는 만무하다. 홍승우의 ‘유토피아’라는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결혼 후 아이를 가지면 남편과 아내에게 모두 5∼6년간 출산 휴가가 주어지고 그 기간동안 생활비가 지급되는 나라,육아휴가 후에는 아무런 장애 없이 복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나라는 은하철도 999를 타고 찾아가야 할 꿈의 행성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제도가 개선되기를 기다리기까지 결국 내가 기대고 있는 것이 가족의 울타리이며 그 중에서도 그토록 허구적이라고 비판하던 모성의 언덕이라는 것이 괴롭다. 백지연 문학평론가˝
  • '고품질’ 드라마는 안뜬다?

    시청자·언론·평론가들이 모처럼 ‘삼위일체‘가 돼 재미와 감동을 주는 드라마다운 드라마라는 호평을 쏟아내는 작품이 있다.KBS 2TV의 수목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노희경 극본 ). ‘거짓말’,‘화려한 시절’ 등 일련의 문제작을 집필했던 노희경 작가의 탄탄한 대본과 감칠맛 나는 대사가 빛을 발하고,고두심·배종옥·주현 등 중견 연기자와 김흥수·한고은 등 젊은 연기자들의 완벽한 조화,담백하고 깔끔한 연출 등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하지만 평균 시청률은 고작 7%대.지난주 막을 내린 ‘천국의 계단’과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천생연분’의 틈바구니에서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것. 이 드라마,도대체 왜 안 뜨는 걸까? ●현실적인 너무나 현실적인 우선 ‘꽃보다…’에는 팬터지가 없다.꿈을 꿀 수 없을 정도로 현실감이 뛰어나다는 것이 오히려 흠.미천한 여주인공이 재벌 2세의 맹목적 사랑을 얻고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잘 생긴 검사를 잡아 보란듯이 신분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환상과 대리만족의 희열은 애초에 글렀다. 되레 현실의 모순들만 환기시켜 줄 뿐이다.딴살림 차린 남편 앞에서 바보같이 순종적인 엄마의 모습은 맞바람으로 ‘복수의 칼’을 빼든 요즘 여성 캐릭터와 달리 답답함을 준다.총각 영민의 사랑을 받는 이혼녀 미옥은 영민의 가족들로부터 무시당하고 난 뒤 “내가 대단하지.”라는 울음 섞인 자조를 토해내고,여대생을 좋아하는 전과자 재수에게 돌아오는 것은 “넌 대학생도 아니고 돈도 없어.집안도 별로고 인물도 안 좋아.그런데 쟤가 뭐하러 널 좋아하냐?”라는 냉소 뿐이다. 김종식 KBS 드라마 제작국장은 “시청률보다는 진실된 드라마를 추구한다.”며 “공영방송 KBS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자부심을 나타냈다.그러나 굳이 TV를 켜지 않아도 접할 수 있는 신물나도록 낯익은 진실에서 시청자들은 구질구질한 현실만 확인하는 것은 아닐까? 여기에는 그간 재벌,불륜,복수,삼각관계 등 온갖 자극적 양념을 뿌려온 방송사의 책임도 크다.‘꽃보다…’의 시청률 저조의 외적요인으로 경쟁 드라마의 선정성을 꼽은 한 관계자는 “사회도 어려운데 드라마가 너무 무겁고 어둡다라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빈약한 볼거리 서민 드라마 ‘꽃보다…’에는 화려한 의상,미끈한 외제차 등 눈요깃거리가 없다는 점에서 볼 때 시청률 공식에서 한참 비켜서 있는 드라마다.스토리가 황당하거나 허술하다는 비판도 이른바 신세대 ‘몸짱·얼짱’스타가 뜨면 다 용서되는 게 현실.‘천국의 계단’이 과분한 인기를 누렸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권상우라는 ‘흥행수표’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제작진은 ‘천국의 계단’ 종영으로 당초 목표 시청률(15%)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그러나 SBS가 이번 주부터 내보낸 ‘햇빛 쏟아지다’ 역시 송혜교·류승범·조현재라는 스타시스템을 가동,‘꽃보다…’가 선발 주자로서의 이점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욕할 인간이 없군 욕하면서 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드라마 속의 극명한 선악갈등은 재미를 극대화하는 요소.어느 드라마나 착하고 예쁜 주인공을 못살게 구는 밉살맞은 캐릭터들이 상존하고 있으며 시청자들은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거나 마음속으로 돌을 던지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러나 ‘꽃보다…’를 보다 보면 누구 하나를 꼬집어 욕할 수 없다.처자식 버린 아버지가 몸아픈 젊은 부인에게 쏟는 애틋한 마음을 보면 한편으론 측은함을 느끼게 된다.사고뭉치 막내아들도 엄마에게는 더 없이 싹싹한 효자라 미워할 수만도 없고,미옥을 거절하는 영민 가족들의 행동도 이해할 수 있다.한마디로 이 드라마에는 ‘욕먹어도 싼’ 인물이 없다. 이렇게 모호한 선악개념은 가뜩이나 복잡한 머리를 더욱 싸매게 만든다.사는 것이 고달프고 스트레스 강도가 심해질수록 그저 때리고 부수는 액션 영화만을 찾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로 ‘꽃보다…’와 같은 `고품질’ 드라마가 외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박상숙기자 a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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