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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늦기 전에…눈의 나라 무주로

    더 늦기 전에…눈의 나라 무주로

    ■ 곤돌라 타고 내려다볼까 입춘이 지나니 계절보다 마음이 오히려 먼저 봄을 향해 달려나간다. 저만치 온 봄을 향해 달려가다 보니 겨울이 주춤주춤 뒤따라섰다. 해마다, 철마다 이별이라지만 그래도 언제나 이별은 힘겹다. 아쉬운 겨울과의 마지막 포옹은 역시 무주가 최고다.2월의 설국, 무주는 아직도 겨울나라다. 더욱이 새봄을 새 마음으로 맞으려면 깨끗한 순백의 나라를 한번쯤은 다녀오는 것이 좋다. 덕유산 적성산이 빚어낸 눈꽃, 북유럽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무주리조트, 천년고찰인 백련사와 안국사, 어죽…. 겨울의 끝자락에서 떠난 여행지 무주는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옆집 마을가듯 올랐다 만난 절경 덕(德)을 품은 거대한 덕유산은 눈천지다. 웅대하고 넓게 펼쳐진 산 전체가 하얗게 바뀌었고 매서운 겨울 바람을 맞선 1000년 고목 위의 눈꽃이 장관이다. 특히 덕유산의 정상인 1614m의 향적봉은 세찬 바람과 차가운 공기가 만들어내는 설화, 빙화, 상고대(서리꽃)로 불리는 세 가지 눈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멀지도 않다. 딱 30분만 걸으면 만날 수 있다. 먼저 향적봉으로 향했다. 아침 9시 무주리조트 설천하우스에서 곤돌라를 탔다. 왕복 1만원. 어렸을 때, 케이블카의 재미가 그대로 느껴졌다. 위로는 파란 하늘, 아래로는 하얀 슬로프가 눈에 들어온다. 소리없이 정상을 향해 미끄러지듯 올라가는 곤돌라, 눈덮인 설천호수, 눈꽃이 피어있는 나무들….15분만에 설천봉에 이르렀다. 설국 가운데 내려선 사람들은 탄성을 터뜨렸다. 가만히 발을 내디뎌본다. 뽀드득 뽀드득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눈 밟는 소리. 기분이 좋아진다. 또한 신선한 공기가 가슴 깊숙이 파고든다. 눈덮인 고풍스러운 팔각정이 파란 하늘 밑에 당당히 서있다. 휴게소에서 커피를 한잔 사서 전망대로 나왔다. 향긋한 커피향을 맡으며 발아래를 굽어보니 그야말로 장관이다. 시원스레 펼쳐지는 하얀 봉우리들.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간다. 눈밭에서 구르고, 눈사람을 만드는 사람들. 영화 ‘러브스토리’가 곳곳에서 재연됐다. 모두 행복하고 즐겁다. 행복이 전염된다. 초입부터 미끄러운 둔턱. 옆에 밧줄이 있어 잡고 올라갈 수 있다.‘아이젠을 하고 올걸.’후회가 든다. 미끌미끌 3개의 작은 둔턱을 지나니 눈꽃터널이 이어진다. 황홀하다. 하얀 케이크조각같은 눈꽃들에 햇살이 부서졌다. 등산로 옆에는 무릎까지 눈에 빠진다. 정말 아이스크림 동산에 올라온 것 같다.20분을 걸으니 계단이 있다. 바로 위가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 땀 한번 흘리지 않고 덕유산을 정복한 것이다. 투명한 하늘, 발아래로 깎아지른 듯한 봉우리들, 눈을 잔뜩 머리와 팔에 이고 서 있는 나무들, 죽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고사목, 아름답다…. 정상에서 보는 하늘은 어찌나 파란지. 순백의 설원과 대비를 이뤄 더욱 선명하다. 잠깐 감상하고 정상 아래있는 산장으로 내려왔다. 눈꽃 트레킹의 하이라이트 구간은 여기서 중봉까지. 주목에 맺힌 눈꽃 군락은 햇빛을 받아 형형색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열대 바다속 산호 군락을 보는 착각이 든다. 설천에서 중봉까지 1시간 30분 가량 걸렸다.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는 내내 덕유산의 아름다움이 가슴속을 떠나지 않았다. ■ 寺~알짝 뽀드득 무주 적성산에 있는 유일한 사찰인 안국사까지 이르는 길은 대한민국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덕유산 국립공원 적상분소(063-322-4174)로 향했다. 붉은 글씨 ‘차량통제’가 길을 막는다. 이게 웬 날벼락인가. 관리소 직원은 “눈이 많이 쌓여 안국사까지 빨리 갔다 와도 왕복 3시간이나 걸린다.”라고 말렸다. 일단 안국사에 전화로 도움을 청했다. 친절하게도 이규평사무장이 4륜구동차에 체인까지 끼고 마중나왔다. 굽이굽이 눈 덮인 고갯길을 올라간다. 엔진소리가 거칠어지며 바퀴가 헛돌기 시작했다. 연이어 내린 눈 때문이다. 미끌어지며 올라가길 15분. 갑자기 눈을 의심하게된다. 어찌 이런 첩첩산중에 저렇게 커다란 호수가 있을까. 이게 적성호구나. 하얗게 변해버린 적성호와 주변 노송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그대로 한폭의 동양화였다. 여기서 차로 5분 거리에는 안국사. 고려 충렬왕 때 만들어진 사찰로 알려져있으며 원래는 적성호 자리에 있던 것이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눈길을 헤치고 도착한 안국사. 잠깐 말을 잊고 둘러봐야만 했다. 처마를 휘감은 눈꽃…. 꼬리를 흔들며 나온 개 한마리가 욕심 가득한 마음을 탓하듯 컹컹 짖어댔다. 들어서면 누구든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사찰, 동네 뒷산에 있었던 것 같은 절이 안국사다. 백련사는 유명한 무주구천동 33경을 즐길 수 있는 사찰이다. 신라 신문왕 때 백련선사가 머물던 곳인데, 하얀 연꽃이 솟아 나왔다 하여 절을 짓고 백련암이라 했다고 한다. 매표소가 있는 삼공리 덕유산 입구부터는 왕복 3시간을 잡으면 넉넉하다. 계곡도 나무도 바위도 하얀 눈으로 덮인 구천동 계곡을 따라 1시간이 넘게 걸린다. 달빛 아래서야 제빛을 드러낸다는 월하탄 구경하고 인월담, 사자담, 다연대와 속세와 인연을 끊는다는 이속대(離俗臺)를지나면 백련사(322-3395) 풍경 소리에 마음까지 정갈해진다. 절보다는 백련사까지 오가는 길에 만나는 겨울계곡 정취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 씽씽 쌩쌩 雪雪 달릴까 ●북유럽의 정취를 느끼는 무주리조트 무주리조트(322-9000)는 겨울 낭만적인 데이트를 즐기기에 안성맞춤. 오스트리아풍의 티롤호텔, 산자락 곳곳에 자리잡은 산장형 가족호텔, 오스트리아 거리를 축소해 놓은 카니발 스트리트 등의 이국적인 풍경은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 자주 등장할 정도로 아름답다. 특히 지난해 인기 있었던 KBS드라마 ‘여름향기’의 주무대였던 카니발 스트리트은 주인공들이 사랑이 키웠던 장소. 야외 카페 ‘팔라’는 노란 장미가 천장 전체에 매달려 있는 예쁜 방으로 손예진이 극중에서 꾸민 그대로 있어 차 한잔 마시면서 나도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된다. 또한 무주리조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매력적인 스키장의 하나다. 짧은 슬로프에 사람 바글바글한 리프트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사람이라면 당장 무주로 가라. 등산 시작 지점인 설천봉에서부터 산 아래까지 지루할 정도로 길게 이어지는 초·중급자 코스 ‘실크로드’는 길이 6.2㎞로 국내 최장거리. 이밖에도 무주리조트에는 최상급자 코스를 포함해 20여개의 다양한 슬로프가 뻗어 있다. 리프트 이용료는 어른 주간권 기준 5만 3000원.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눈썰매장은 150m로 성인과 유아코스로 나뉘어져 있다. 어른 8000원, 어린이 7000원. ‘부아∼앙’굉음을 내며 설원을 질주하는 스노모빌은 스키를 타지 못하는 어린이나 어르신들에게 좋다. 어른 7500원, 어린이 6500원. 또한 전문 보육사가 아이들을 돌보아주는 ‘유아방’은 잠시 아이들 맡기고 부부만의 시간을 갖게 해준다.4시간 기준 1만 8000원. ●눈밭에서 즐기는 노천온천 무주리조트 세솔동에 있는 노천온천은 자연천이 아니며 뜨거운 물에 온천제를 섞은 것이다. 진짜든 가짜든 하루종일 지친 몸을 뜨거운 물에 담그고 눈밭을 가르는 스키어들을 본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피로가 싹 풀린다. 자연석이 군데군데 놓인 탕과 연두색 온천수가 부글부글 기포를 쏘아 올리는 광천수탕, 약간 미지근한 정도의 온천풀장 3개가 있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 실망이다. 하지만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 그런 마음은 사라진다. 하늘에 쏟아질 듯 많은 별을 바라보며 즐기는 스키장의 온천은 색다르다. 어른 1만3000원, 어린이 9000원 ●아름다운 얼음나라 리조트내 특설 에어돔에서 하고 있는 ‘얼음조각 건축전’은 세계의 유명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얼음 1만장을 중국 기술자 30여명이 한 달간 조각했다. 입구부터 눈길을 잡는다. 얼어버린 강시인형 조각들이 줄지어 서있고 뒤로는 루브르 박물관, 피사의 사탑, 만리장성, 아부심벨 대신전 등 정교한 조각들이 이어진다. 조각마다 전등을 설치해 노랑, 빨강, 파랑 등 천연색이 은은하게 비춰져 환상적이다. ■ 꼭 알고 가세요 강원도권 스키장에 비해 무주는 왠지 멀게만 느껴지는 곳이었다. 어김없는 고속도로 정체와 국도를 갈아 타고도 한참이나 들어가는 지리적 약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의 개통과 국도의 정비로 오히려 강원도권 스키장보다 더 가까워졌다.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무주 IC에서 나오면 바로 무주. 약 30분. 무주리조트는 19번 국도→49번 지방도로→37번 국도에서 우회전하여 조금만 가면 무주리조트. 무주IC에서 20분 걸린다. 무주리조트내 티롤호텔(320-7200)은 오스트리아 서부 티롤 지방의 리조트 호텔을 그대로 옮겨온 특급 호텔이다. 유럽풍의 아름다운 발코니를 비롯해, 따뜻한 벽난로, 폭신한 침대와 티롤 현지의 소품을 그대로 사용해 유럽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딜럭스 기준으로 24만원(주중),34만원(주말). 민박보다 저렴한 국민호텔도 있다.7만 5000원. 공동 취사장을 이용해야 한다. 무주의 별미는 어죽이다. 유명한 집이 여럿있지만 내도리 큰손식당(322-3605)이 잘한다. 남편이 금강 상류에서 직접 잡은 자가미(빠가사리)를 푹 곤 다음 뼈를 발라내고 고추장, 된장, 수제비와 쌀을 넣고 끓여낸다. 어죽과 함께 서비스로 나오는 빙어튀김은 소주와 어울린다. 어죽 1인분 4000원. 자가미탕(2만원)도 맛있다. 명동갈비(320-6928)는 무주리조트 안에 있는 맛집. 꼬리전골이 유명하다. 쇠꼬리에 녹각, 인삼 등의 약재와 각종 야채를 듬뿍 넣어 얼큰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꼬리전골 3만원. 된장뚝배기 7000원도 괜찮다. 돼지고기를 먹고 싶다면 명가(322-0909)로 가면 된다. 지리산에서 방목을 해 키운 흑돼지를 쓴다. 바로 숯불에 굽는 것이 아니고 황토굴에서 참나무 숯으로 초벌구이를 해서 돼지 특유의 냄새를 없앴다.1인분 8000원. 맛있는 김치에 돼지등뼈를 넣고 끓이는 김치전골도 놓치면 아깝다.1인분 7000원.
  • [우리동네 이야기] 양화동

    [우리동네 이야기] 양화동

    “버들꽃 눈은 가득차려고 하고(楊花雪欲漫)/복사꽃 붉어 타는 듯하네(桃花紅欲燒)/저녁강 그림 수를 놓았어라(繡作暮江圖)/서쪽하늘에는 지는 해가 남았네(天西餘落照)” 조선시대 선조때 문과에 급제한 차운로(車雲輅)가 읊은 ‘양화석조(楊花夕照)’라는 한시다. 행정구역상으로 옛 양천현 남산면 양화리였던 양화나루 주변의 석양풍경을 노래한 시다. 주변에 버드나무가 많아 양화나루로 불린 것이 오늘날 영등포구 양화동(楊花洞)의 어원이 됐다. 양화동은 행정동인 양평2동에 속해 있는 법정동이다. 양화동은 ‘신선이 노닐던 섬’이라는 뜻을 담은 선유도(仙遊島)로 유명하다. 선유도는 양화대교 중간에 있는 하중도(강위에 있는 섬)로 조선시대 화가인 겸재 정선이 세 편의 진경산수화를 남긴 곳이기도 하다.1978년 정수장이 들어서면서 옛모습이 파괴됐으나 2002년 정수장 구조물을 재활용한 공원으로 꾸미면서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선유도공원은 양화대교뿐만 아니라 양평동에서 길이 469m의 무지개모양 다리인 ‘선유교’를 통해 들어갈 수 있다. 시내에서 영등포방향 양화대교를 타면 승용차로 진입할 수 있으나 주차장이 10여면에 불과해 도보로 가는 것이 낫다. 전망대, 선유정, 시간의 정원, 선유나루, 열린마당, 만남의 숲 등 여러 가지 테마공원이 있다. 공원에는 색색 조명이 설치되어 환상적인 분위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영등포구에 유일하게 현존하는 산인 ‘쥐산’도 양화동에 있다. 먹이를 앞에 두고 있는 쥐가 금방이라도 도망갈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쥐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해발 50.5m의 야산으로 정상에서 한강, 남산, 북한산, 인왕산, 상암 월드컵축구장 등이 보일 정도로 전망이 좋지만, 입산금지 상태다. 쥐산 아래에는 높이 18m, 폭 98m의 ‘양화인공폭포’가 설치되어 있어 여름철에 시원한 눈요깃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 폭포연못에는 180개의 수중등·투광등을 설치해 황홀한 야경을 이루고 있으며, 폭포 주변에는 300여평의 녹지대가 있다. 한강시민공원의 양화지구(당산철교∼경기 김포시 전호리,11.7㎞)에서는 여름철에 요트, 고무보트, 윈드서핑 등 수상스포츠 활동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어린이놀이터, 운동장, 유람선선착장, 양화꽃동산 등이 설치되어 있어 시민들의 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발랄·기괴한 ‘4色 사랑’

    발랄·기괴한 ‘4色 사랑’

    연극에서 극작가는 항상 ‘가려진’ 존재다. 극의 근간을 놓았지만 화려한 조명은 당초 이들의 몫이 아니다. 몸을 감추고 아무런 성격조차도 나타내지 않는 것이 본분인양 살아온 극작가들이 모처럼 시선을 한몸에 받을 흔치 않은 기회가 마련됐다. 국립극장과 공연기획사 모아엔터테인먼트가 손잡고 추진하는 기획공연 ‘시선집중’시리즈. 지난해 연출가들에 이어 올해는 극작가들과 눈을 맞춘다. 김나영(33), 최원종(31), 강석호(35), 김민정(34) 등 극작가 4인방은 자신들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극장 앞에 내걸리고 팸플릿에 박혀 나오는 것이 마냥 쑥스럽다. 이들은 사랑을 주제로 지난 1년간 머리를 쥐어짜며 작품을 썼다.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정도를 걷는 연극, 작가 중심의 연극을 한다는 기쁨과 결과물에 대한 설렘으로 가슴이 차오른다.18일부터 3월6일까지 ‘소풍’‘외계인의 사랑’‘줄넘기’‘섬’이 하루에 두 작품씩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석(이름 가운뎃자)=사전에 교통정리가 없었어요. 작품마다 색깔, 느낌이 전혀 달라요. 저희들도 기대가 많이 되죠. “멜로는 처음”이라는 강석호는 남자 여우와 여자 늑대간의 사랑을 다룬 ‘줄넘기’를 썼다. 지난해 강원도 양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우가 수컷이라는 데서 영감을 얻었단다. 민=보통 우리가 말하는 ‘남자는 늑대, 여자는 여우’라는 상식을 뒤집었다는 발상 자체가 재미있어요. 석=전 민정씨 작품이 좋았어요.‘브라질리아’에서 느꼈던 좋은 점들이 다시 보였죠. 아빠랑 둘이 사는데 고래를 잡았더니 남자(하멜)가 나오더라. 이런 생각 아무나 할 수 없죠. 민=평소 혼자 살다 보면 이렇게 돼요. 거의 위험한 독신녀 수준이죠. 섬에 사는 ‘이쁜이’와 ‘탱자’는 사춘기 소녀들. 작품은 왜곡된 남성상을 상징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살다가 고래에서 나온 ‘하멜’을 만나면서 겪게 되는 혼란, 환상, 탈출 등을 다룬다. 김민정은 누구보다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민=사랑에 대해 정색하고 쓰는 것도 그랬지만 소녀적 감수성을 잃어버렸다는 사실 때문에 더 힘들었어요. 60대 노부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풍’은 아내가 남편에게 35년 전 한 남자와의 짧지만 강렬했던 사랑을 고백하면서 시작한다. 나=부모님이 ‘왜 나이든 사람들 볼 연극이 없냐.’고 했을 때 한번 써봐야 겠다고 맘먹게 됐죠. 시아버지가 환갑잔치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부모보다 더 살았으니까 남은 인생은 덤이다.’덤으로 얻은 인생에서 새로운 삶을 꾸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거죠. 석=결혼도 하고 애도 둘이나 낳은 사람이니까 내공이 있어요. 난 쥐뿔도 모르고 입만 나불댄거고. 나=누가 30년도 더 된 외도를 털어놓을까.“말도 안돼!”하는 반응이 나오면 작품을 못쓸 것 같아 엄마한테조차 물어보지 않았죠.‘난 할 수 있을지도 몰라.’하는 생각을 가지고 썼어요. 용기가 필요했어요. 4편 가운데 가장 실험성이 짙은 작품을 꼽는다면 최원종의 ‘외계인의 열정’이다. 거대 비만환자 ‘지옥’과 그의 내면적 자아인 섹스중독자 ‘연옥’. 우연히 이 여자의 삶에 뛰어든 남자 ‘무간도’가 빚어내는 사랑 이야기는 기괴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석=원종이 작품에는 유독 뚱뚱한 여성 캐릭터가 많이 나와. 왜 그럴까? 원=저한테는 외로움이,(두 팔을 넓게 벌리면서)이렇게 뚱뚱한 사람들의 외로움과 같아요. 뚱뚱하다고 다 외롭고 죽고 싶을까. 원=이런 사람들은 누가 사기를 치려고 다가오면 뻔히 알면서도 속아주죠. 재수를 한 적이 있는데 영혼을 팔아서라도 대학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이 사람들도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 파는 거예요. 민=이해가 가요. 원=누군가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싶다는 데서 사랑이 시작될 때가 있죠. 이런 사랑은 상처가 치유되지 않으면 관계가 나빠지고 폭력으로 이어지죠. 상처 치유를 거부하고 독립적인 사랑을 해나가는 두 인물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석=‘소풍’하고 ‘외계인의 사랑’이 연이어 오르는데 홈드라마가 끝나고 잔인한 스너프(snuff) 필름이 나오는 느낌일 텐데…(웃음). 작가전이라 가능한 거죠. 극단적인 색깔의 작품이 한 무대에서 공존하는 것 자체가 매우 실험적이에요. 김영환(극단 비파), 문삼화(극단 유), 김태수(극단 완자무늬), 권호성(극단 모시는사람들) 등 중견들이 각 작품의 연출을 맡았다.(02)744-0300.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보르헤스 문학 전기/김홍근 지음

    데리다, 푸코, 들뢰즈, 에코 등 숱한 현대사상가들에게 사상의 신대륙에 눈뜨게 한 주인공. 라틴문학의 최고봉이자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자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문학평론가 김홍근(48)씨가 보르헤스의 삶과 문학세계를 한 권의 책으로 압축했다.‘보르헤스 문학 전기’(솔 펴냄)에는 남미 ‘환상적 사실주의’ 문학을 태동시킨 보르헤스의 모든 것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다. 보르헤스의 문학은 그 형이상학적 면모 때문에 매혹적이되 접근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에 싸여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저자는 보르헤스 문학세계의 매혹을 들추어 오랜 편견을 허무는 작업에 몰두한다. “(편견 때문에)주위만 뱅뱅 돌다 정작 성안에는 들어가보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저자는 보르헤스의 드라마 같은 삶 자체에 초점을 오래 맞추었다. 제1장에서 보르헤스의 문학적 위상을 잠시 짚어본 다음 그의 작품세계를 빚어낸 생의 이면을 비추는 데 지면을 후하게 할애했다. 보르헤스가 그만의 독특한 형이상학적 문학관을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은 ‘도서관의 작가’란 별칭이 그대로 설명해준다. 아버지의 도서관에서 태어나 도서관 사서로 일했던 그의 이미지가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 눈먼 도서관장으로 연결된 건 잘 알려진 사실. 보르헤스의 독보적 사상과 문학관을 러시아 태생 미국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이렇게 묘파했다.“보르헤스의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 마치 경이로운 현관에 서 있는 것 같았으나 둘러보니 집이 없었다.” 팔삭둥이로 태어나 6대째 내려온 부계(父系)의 유전병인 실명(失明)을 끝내 피하지 못했던 내력 등이 묘사되기도 한다. 많은 시간을 집안에서 보낸 유년시절에 가장 든든한 벗은 여동생 노라. 책 속의 주인공들 이름으로 서로를 바꿔부르며 놀았던 여동생과의 기억 등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접하다 보면 멀기만 했던 보르헤스의 문학세계에 바짝 가까이 다가선 듯한 착각에 빠진다. 39세의 보르헤스는 여자친구를 데리러 가다 계단의 창문에 부딪혀 며칠동안 혼수상태에 빠지고 만다. 깨어난 뒤 자신의 정신이 온전한지 시험해보려(278쪽) 단편들을 썼는데, 그 작품들이 곧 ‘마술적 리얼리즘’의 씨앗이 됐다. 페론 정권 때 시립도서관 하급 사서직에서 쫓겨났다가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립도서관장에 오른 이야기 등은 극적이기까지 하다. 짧은 수필이나 시 작품의 인용을 통해 보르헤스의 문학적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건 물론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파블로 네루다, 옥타비오 파스 등 스페인어권 문학거장들과 그의 작품세계를 비교한 글도 들어있다.1만 8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4일 TV 하이라이트]

    ●김약국의 딸들(MBC 오전 9시) 용빈은 다시한번 김 여사를 찾아가지만, 김 여사로부터 홍섭과의 결혼은 꿈도 꾸지 말라는 말에 실망한다. 게다가 그 탓을 자기 부모에게 돌리는 김 여사 때문에 용빈은 마음이 상한다. 한편, 김약국의 방으로 강극이 들어와서 용란과 기두를 결혼시키는 일을 다시한번 생각해달라고 부탁한다. ●언론과의 대화(YTN 오후 3시15분) 새해들어 한국 노동운동의 위기론이 언급되고 있다.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의 채용비리로 노조의 도덕성이 도마에 오르는 등 노동운동의 중심에 서있는 민주노총은 출범 이후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 노동운동이 직면한 총체적 위기의 원인과 이에 따른 해법은 무엇인지 의견을 들어본다. ●일과 사람들(EBS 오전 7시10분) 폐수 방류, 쓰레기 불법투기 등 우리의 생활 속, 환경오염 현장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시민의 발이 되어 뛰는 환경공무원들.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한강유역 환경청 소속의 환경감시대원들을 찾아간다. 이들의 활동을 통해 환경 공무원의 역할과 자격요건, 전망 등에 대해 알아본다. ●오픈 스튜디오(SBS 오후 4시10분) 우리와는 다른 문화권에서 온 외국인 며느리들 눈에 비친 한국의 명절과 명절 문화는 어떤 모습일까?낯설고 이상하기만 했던 한국문화에 적응해 이제는 한국여성이 다 되었다고 말하는 외국인 며느리들이 속 시원히 털어놓는 우리의 명절과 명절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한다. ●윤도현의 러브레터(KBS2 밤 12시15분) R&B계의 젊은 히어로 휘성과 거미가 함께 꾸미는 환상의 라이브 듀엣 무대와 차세대 래퍼로 주목받는 더블 K와 함께 하는 왁스의 컴백 스페셜이 이어진다.‘김제동의 리플해주세요’코너에서는 ‘사투리를 고치고 싶은 지방 여학생의 서울말 잘하기’에 관한 사연을 나눠본다. ●금쪽같은 내 새끼(KBS1 오후 8시25분) 연지가 선물한 책을 끌어안고 잠을 자고, 연지가 또 오기만을 기다리는 진수를 보며 영실은 삶의 행복을 느낀다. 지웅을 데리고 영란을 만나러 갔다 온 은수는 기다리던 정희에게 지웅을 위해 너그러워지자고 하지만, 정희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은수가 야속하기만 하다.
  • [★들에게 물어봐]‘제니, 주노’의 김혜성·박민지

    [★들에게 물어봐]‘제니, 주노’의 김혜성·박민지

    귀엽고 깜찍한 ‘애들’인줄만 알았더니 제법 의젓하다. 똑부러지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자신감과, 말하는 중간중간 은근히 유머를 날리는 여유가 어른 연기자 못지 않다. 그래도 사진 촬영 내내 어떤 포즈를 취할 지 몰라 당황하는 모습 속엔 ‘초짜’의 풋풋함이 묻어있었다. 이제 꿈을 향해 첫 싹을 틔운 이들. 색안경을 낀 채 무턱대고 그 싱그러움을 꺾어버리진 말자. 영화 ‘제니, 주노’(제작 컬처캡미디어)의 두 주인공 김혜성(17)과 박민지(16). 한 순간의 실수로 아이를 가졌지만 책임을 지겠다고 덤비는 ‘무서운’ 아이들 역을 맡았다. 인터넷 카페 얼짱(김)과 모델선발대회 대상 수상(박)이 경력의 전부인 둘은 “초롱초롱한 눈빛과 자신감 있는 태도가 제니와 주노를 닮아서” 캐스팅되는 행운을 얻었다. 하지만 ‘10대의 임신’이라는 민감한 소재가 촬영 내내 논란을 불러일으켰듯이, 그 행운을 얻기까지 맘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영화랍니다.” 박민지는 학교로부터 ‘출연할 거면 전학을 가라.’는 압력까지 받았다. 김혜성의 부모도 자세한 내용을 몰랐을 땐 걱정을 많이 했다.“부모님께서도 시나리오를 읽으며 많은 고민을 하셨겠죠. 결국 안 좋은 영화가 아니라고 판단을 하셨어요.” ‘소재만 보고 편견부터 갖지 말라.’는 것이 이들의 주문.“영화를 본 뒤 판단해도 늦지 않다.(김)”면서 “아이들의 예쁜 마음과 책임을 다하는 부분이 중점적으로 그려진 영화(박)”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시나리오에는(인터뷰는 영화의 시사가 있기 전에 진행됐다.) 청소년의 ‘아픈’ 현실을 너무 이상적이고 예쁘게만 포장한 것 같다고 말하자 “책임을 지기까지 힘들게 고민하고 갈등을 겪는 과정도 현실감있게 표현했다.”고 대답했다. 음지에 몰아넣고 비난만 하느니 밝은 데서 아이들의 고민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더 건강한 사회일테니, 그래 이제 색안경은 벗어 던지자. 답은 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다.“20대,30대도 공감할 수 있는 영화에요. 어른들이 자식들과 벽을 없애고 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겁니다.” ●촬영장에서 귀염을 독차지한 제니&주노 남자치곤 얼굴이 흰 눈처럼 하얗고 큰 눈망울이 예쁜 김혜성.‘혹시?’했더니 “미국에서 살았어요. 아니 이태원인가.”라며 장난을 친다. 사실 그는 부산이 고향이다. 연예계 활동을 위해 자퇴한 뒤 서울로 올라왔고, 현재 검정고시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 이제 고1이 된다는 박민지는 김혜성에 비해 약간은 검은 피부에 당차보이는 눈매를 가졌다.“성적이 인문계 고교에 갈 안정권은 된다.”는 그녀는 요즘은 공부에 신경을 많이 못써서 걱정이 많단다.“그래도 여러사람들 만나면서 생각도 깊어지고 사람들을 배려하는 법을 배웠어요.” 둘은 캐스팅이 된 뒤 2개월동안 연기지도를 받으면서 “오빠, 동생”하며 금세 친해졌고,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힘들어도 저희가 축 늘어지면 스태프 누나, 형들은 더 힘드시잖아요. 서로 도와주면서 항상 웃으려고 노력했어요.” 특히 장난이 심한 김혜성은 리마리오춤을 추며 촬영장 분위기를 돋궈 스태프들의 귀염을 독차지했다. ●“우리들만의 살아있는 감성이 담긴 영화” 영화 속에는 실제 청소년들인 이들의 생각과 감성과 말투가 그대로 녹아들었다. 감독이 상황을 던져주면 둘이 함께 고민해서 해결책을 찾고 대사를 만드는 식으로 진행돼 “시나리오는 50%뿐”이라고 감독이 말했을 정도.“영화 대사같은 느낌에서 벗어나서 10대들의 살아있는 대사를 담았다.”는 이들은 그래서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소중하게 느껴진단다. 특히 4000여개의 풍선이 흩날리는 하늘에서 꼬마 신랑 주노가 날개를 달고 내려와 웨딩드레스를 곱게 차려입은 제니를 맞는 장면이 더없이 환상적일 거라고 귀띔했다. 그밖에도 박민지는 춘천 호수 위에서 4일 밤낮을 견디며 힘들게 촬영한 장면이 예쁘게 나와서 기쁘단다. 김혜성은 하루종일 운동장에서 달리느라 다리가 다 풀려서 힘들게 촬영했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첫 술에 큰 배역을 맡았지만 배부르다고 안주할 수는 없다.“이러이러한 역을 하고 싶다.”고 당당히 밝힐 만큼 아직 ‘잘 나가는 스타’가 아니란 건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젊기에 큰 꿈을 향해 한발 한 발 도전해 볼 생각이다.“부족한 거 보완해 가면서 정말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린신부’의 김호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제니, 주노’는 18일 개봉한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박은영의 DVD 레서피] DVD야 황금연휴를 구해줘~

    [박은영의 DVD 레서피] DVD야 황금연휴를 구해줘~

    풍성한 명절 음식 앞에서는 소풍 전날의 설렘마저 느껴진다. 전을 지지는 고소한 콩기름 냄새가 집안 가득 퍼지고, 여러 번 치대서 쫀득한 만두피에 돼지고기와 칼칼한 김치 소를 넣고 꼭꼭 빚어내면 이내 한상 그득 채울 음식들이 마련된다. 여기에 명치까지 시원해지는 얼음 식혜와 말캉한 곶감이 든 계피 수정과까지 갖추면 연휴 준비 끝! 명절 음식만큼 풍성하고 다채로운 DVD 컬렉션까지 준비됐다면 금상첨화다. 이번 연휴는 회사에 따라 길게는 9일 동안이나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장장 9일 간의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우선 인터넷 쇼핑몰에 나와 있는 DVD를 확인한뒤 보고 싶은 DVD 리스트를 작성해 보자. 마음에 드는 타이틀이 있다면 당장 쇼핑몰에 주문해야 한다. 그래야 토요일이나 늦어도 월요일에는 받아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구매하는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가까운 DVD 대여점을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굳이 새로운 타이틀을 사거나 빌리지 않더라도 갖고 있는 DVD를 서플먼트 중심으로 재감상하는 것도 좋다.‘반지의 제왕 확장판 트릴로지’ 박스 세트는 어떤가. 극장판보다 2시간이 늘어난 러닝타임에 24시간이 넘는 부가영상이 수록되었다. 리마스터링과 부가영상을 보강해 출시된 ‘매트릭스 얼티밋 에디션’도 이에 빠지지 않는 타이틀이다. 그냥 묻어두기에는 아까운 영화의 비밀들이 서플먼트에 속속들이 숨어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환상적인 연휴가 곧 시작된다. 시원한 식혜 한 그릇과 리모컨만 있으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자, 이번 연휴 DVD에 한번 빠져∼봅시다! ●터미널 반란군의 혁명으로 인해 국가를 잃고 입국허가를 받지 못한 난민 빅터 나보르스키의 터미널 생활기다. 시종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공짜 비스킷에 공짜 잼을 발라서 연명하는 톰 행크스의 연기는 일품이다. 스필버그 감독의 DVD답게 밝고 투명한 화질과 공항의 공간감을 살린 예민한 사운드 디자인, 유머러스한 스코어가 돋보인다. 무엇보다 스태프들의 애정이 담뿍 담긴 부가영상이 인상적이다. 이번에도 스필버그의 코멘터리를 만날 수는 없지만, 장시간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친절하고 자상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슈렉2 딸이 괴물과 결혼했다고 생각한 ‘겁나 먼 왕국’의 임금님은 슈렉을 처치하고, 프린스 차밍과 피오나 공주를 결혼시킬 계획을 세운다. 새롭게 등장한 킬러 장화 신은 고양이의 그렁그렁한 눈망울은 DVD 화면에서 진가를 발휘한다.D-to-D(Digital to Digital) 방식의 풀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잡티 하나 없는 청명한 화질을 자랑하며, 재치 있는 사운드 디자인과 본편보다 재미있는 부가영상들이 가득한 명불허전의 타이틀이다. 아직도 고양이 킬러를 만나지 못했다면 이번 설 연휴가 기회다. ●스쿨 오브 락 엽기 코미디의 주인공을 도맡았던 잭 블랙이 초등학교의 음악선생으로 변신했다. 잭 블랙의 발군의 기타 실력과 열정적인 보컬은 너무 의외라 충격적이다. 자연광을 이용한 화질은 청량한 느낌을 주며 레드 제플린을 비롯한 주옥같은 록 음악들은 스코어를 배려한 감칠맛 나는 사운드로 감상할 수 있다.“아침에 잠드니까 아침형 인간”이라는 잭 블랙의 하루일과를 담은 ‘MTV 다이어리’는 그의 캐릭터만큼이나 엉뚱하고 코믹한 부가영상이다. 감독, 잭 블랙, 아역 배우들의 3가지 트랙으로 담긴 수다스러운 코멘터리도 인상적이다. ●반지의 제왕 확장판 트릴로지 박스세트 한 마디로,‘반지의 제왕’의 신화는 이 DVD로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12개의 디스크에 웨타 디지털과 피터 잭슨 감독이 함께 만든 특수효과와 제작과정 다큐멘터리가 24시간이 넘는 분량으로 담겼다. 이 부가영상에는 영화로 제작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반지의 제왕’이 현실화되는 과정이 담겨 있다. 또한, 극장판에서 2시간이 늘어난 감독판 버전의 영화가 수록되어 있다.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파괴적인 사운드와 다채널 스피커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으며, 신화적 상상력이 총집결된 경이로운 영상을 만날 수 있다. ●얼티밋 매트릭스 에디션 ‘반지의 제왕’과 마찬가지로 시리즈 3편을 묶은 트릴로지로 구성되었다. 일반판에서는 볼 수 없었던 5개의 디스크가 추가되어 10개의 디스크로 구성되었으며,35시간의 부가영상이 수록되었다. 워쇼스키 형제의 코멘터리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대신 ‘매트릭스’에 대한 상이한 관점을 지닌 평론가들과 철학자들이 나와서 영화에 대한 흥미진진한 해석을 들려준다. 신화가 된 영화와 더불어 DVD 역시 신화로 남을 정도로 방대한 자료를 담고 있다.1999년에 제작된 1편을 비롯한 시리즈 모두 리마스터링되어 기존에 출시된 일반판보다 훨씬 더 선명한 화질과 강력한 사운드로 감상할 수 있다.
  • [Anycall프로농구] 드래프트 중단 해프닝

    “다들 그냥 나가.” 최부영 경희대 감독을 비롯한 대학농구 감독들과 드래프트 대상 선수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2일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2005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서 사상 초유의 집단퇴장 사태가 벌어진 것. 발단은 1라운드 2순위로 재미교포 김효범이 지명되면서부터.‘믿을 수 없는 덩크 동영상’의 주인공으로 네티즌 사이에 센세이셔널한 관심을 모은 김효범은 미국 뱅가드대학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가공할 탄력과 환상적인 테크닉의 소유자. 하지만 김효범은 미국내 리그 일정을 이유로 이날 트라이아웃(시범경기)에 불참해 대학 감독들과 학부모들의 불편한 심기에 불을 붙였다. 김춘수 한양대 감독은 “해외동포들이 상위순번을 싹쓸이한다면 국내 아마추어 농구는 고사할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외국인 용병 탓에 가뜩이나 키 큰 유망주들이 농구를 그만두는 현실에서,‘해외파’의 대량 유입땐 상황이 악화될 소지가 크다는 것. 우여곡절 끝에 1시간여 만에 드래프트는 속개됐지만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쑥스러운 장면이었다. 지난해 1월 한국농구연맹(KBL) 이사회는 2005년 드래프트부터 ‘해외동포’에게 문호를 개방하기로 했고, 한달 전 김효범과 한상웅 등 해외파 3인의 드래프트 참가도 확정됐다. 사전에 충분히 조율할 수 있었지만,KBL과 대학팀 서로간의 소통 부재로 파국으로 치달을 뻔한 것. 한편 ‘질과 양’ 모든 면에서 과거 5년간, 그리고 앞으로 5년간은 이런 거물급 선수들이 쏟아져 나오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의 영광은 방성윤(23·로어노크 대즐)에게 돌아갔다.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 NBDL에서 뛰고 있는 방성윤은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로 국내로 유턴만 한다면 농구판도를 바꿔 놓을 거물로 평가돼 모든 감독들이 탐내 왔다. 행운의 주인은 KTF. 지난 시즌 7∼10위팀 감독들은 추첨에 앞서 각자의 구슬이 배정됐고, 추첨기에서 행운의 ‘파란색’ 구슬이 나온 순간 추일승 감독은 활짝 웃으며 방성윤을 호명했다. 이로써 복귀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은 방성윤은 6월 말까지 KTF와 계약을 맺지 않으면 향후 5년간 국내무대에서 뛸 수 없게 됐다. 2·3순위 지명권을 쥔 모비스와 SK는 똑같이 ‘해외파’ 김효범과 한상웅(20·미 폴리고)을 지명했다. 이밖에 일반인 자격으로 참가한 정상헌(고려대 중퇴)이 1라운드 8순위로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어 눈길을 끌었다. 일반인 자격으로 1라운드에 지명된 것 역시 처음 있는 일.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연휴엔 어딜갈까] 파타야

    [연휴엔 어딜갈까] 파타야

    태국 파타야가 ‘확∼’ 젊어졌다.3년만에 다시 찾은 파타야에는 흥겨운 록 음악이 흐르고 테마형 카페들이 밤거리를 수놓는 젊은 휴양지로 업그레이드 됐다. 하드록 호텔 등 젊은층을 겨냥한 호텔들이 속속 생겨났고, 음란쇼가 난무하던 노천카페 거리에는 록 공연과 무에타이 공연, 포켓볼 등 다양한 즐길거리로 바뀌었다. 여기에 세계적인 게이쇼인 알카자쇼 외에도 최근 50m 대형 무대에서 펼쳐지는 엄청난 스케일의 알란칸쇼가 새로운 볼거리로 등장했다. 해변에는 수영복 차림의 젊은 남녀들로 활기가 넘친다. 싸구려 패키지칙칙한 이미지의 파타야는 이젠 잊어도 좋다. 특히 파타야는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해일 ‘쓰나미’의 피해 지역과는 무관한 곳으로 명절마다 ‘결혼해라∼’ 압박에 시달리는 싱글들에게는 최적의 ‘피난처’. 한층 업그레이드된 파타야가 부른다∼. 파타야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추위를 벗어 던지고 남국의 열대 속으로 서울을 떠나 태국 방콕 돈무앙 국제공항에 도착하자 찌는 듯한 열대 더위가 온몸을 휩쌌다. 영하로 떨어진 서울의 추위를 이기기 위해 겹겹이 껴입은 옷 사이로 어느덧 땀이 흥건하게 배었다. 재빨리 공항 화장실로 달려가 반바지와 반팔로 갈아입고 버스에 올랐다. 파타야까지는 2시간30분 남짓. 공항 리무진버스를 이용하면 1800바트(5만 4000원)지만 인근 에까마이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면 90바트로 저렴하다. 파타야가 달라졌다.3년만에 찾은 이곳은 과거와 달리 젊음이 넘쳤다. 여장을 푼 곳은 최근 리모델링한 하드록 호텔. 현관에서 가방을 받아 든 것은 정숙한 복장의 벨보이가 아니라 힙합 바지에 머리에 물을 들인 신세대 청년이었다. 로비에는 엘비스 프레슬리 등 세계적인 록커들이 사용하던 기타와 의상이 전시돼 있었다. 호텔 방에도 록 가수들의 대형 브로마이드 사진이 걸려 있었고, 여느 호텔과 달리 TV도 천장에 걸려 있는 등 젊은이들의 취향에 딱 맞춘 호텔이었다. 저녁 식사는 호텔 야외 풀장 주변에 마련된 식당. 이날 메뉴 테마는 애니메이션 영화.‘니모를 찾아서’와 ‘인크레더블’ 등 영화 제목의 메뉴들이 눈길을 끌었다. 니모는 연어 요리, 인크레더블은 양고기 요리였다. 식사 중간 중간에는 가수들의 공연과 함께 각종 게임이 진행됐다. 대형 가발을 머리에 뒤집어 쓰고 유명 팝송을 ‘립싱크’하는 등 각국의 관광객들이 모두 하나가 됐다. ●밤은 짧고 여운은 길다 해가 저물자 카페 거리로 향했다. 시내 거리를 셔틀 버스처럼 돌아다니는 ‘송태우’를 타고 곧장 워킹스트리트 카페 거리에 도착했다. 워킹스트리트는 로열 가든플라자에서 파타야해변을 따라 2㎞정도 거리로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는 차량 통행이 금지 된다. 거리는 조용하던 낮의 모습과는 달리 형형색색의 강렬한 불빛을 밝히면서 그 본래의 화려한 얼굴을 드러냈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파타야의 밤은 이렇게 시작됐다. 남국의 해변과 어우러져 있는 고급 레스토랑과 젊음을 불사르는 나이트 클럽, 자극적인 붉은 불빛이 환상적인 노천카페 등은 이국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나 과거 나체의 여인이 철봉을 잡고 흔드는 일명 ‘아고고쇼’와 일본식 가라오케는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새로 선출된 파타야의 시장이 파타야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퇴폐적인 쇼를 대거 정리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훨씬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아졌다. 즐비한 노천 맥주카페에는 무에타이 경기를 하는 카페와 포켓볼 카페, 음악공연 카페 등 다양했다. 자리를 잡은 곳은 팝송이 귀청을 흔드는 라이브 카페. 음악에 몸을 흔들며 여종업원이 서툰 영어로 대화를 건넸고, 잠시후 주사위 던지기와 퍼즐 맞히기 등 게임을 청했다. 하이네켄 맥주 2병과 생과일 주스 한잔, 담배 1갑 등을 시켜놓고 1시간을 즐겼지만 비용은 300바트에 지나지 않았다. 어느덧 새벽 2시. 어느덧 카페 불들이 하나둘씩 꺼졌다. 그러나 매매춘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은 옥에티. 호텔로 발길을 돌릴 무렵 카페 종업원이 옷깃을 잡으며 “원 나이트 투싸우전드 바트”(하룻밤에 2000바트)라며 매매춘을 제안해 당황하게 만들었다. ●젊음이 숨쉬는 남국의 정취 이튿날 아침 7시, 따가울 정도로 눈부신 햇살이 잠을 깨웠다. 창문을 열자 파타야 해변은 벌써부터 휴양객들로 북적거렸다. 바다 위에는 바나나보트와 제트스키가 물결을 가르고, 하늘에는 패러세일링(보트로 끄는 패러글라이딩)가 날아 다녔다. 호텔 앞 백사장 비치 파라솔 아래에는 책을 읽는 사람과 물장난을 하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풍경이 아름다웠다. 해변에 나가자 비치 보이들이 각종 해양스포츠를 권했다. 관광객들도 과거와는 크게 바뀌었다. 노인층 휴양객들보다는 젊은층이 부쩍 늘었다. 최근 러시아 경기가 나아지면서 한해 20만명의 러시아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이 곳을 찾기 때문이라 한다. 애써 눈길을 피하려 해도 비키니 차림의 여성에게 눈길을 떼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해변과 호텔 수영장을 오가며 4시간을 보내자 피곤함이 밀려왔다. 곧바로 달려간 곳은 전통 타이 마사지 숍. 태국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체험이다. 전문 마사지사들이 2시간에 걸쳐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밟고 주물렀다. 온몸이 마치 녹아내리는 듯했다.‘우두득‘ 온몸에서 뼈마디가 부딪치는 소리가 날 때마다 저절로 비명이 흘러나왔지만 피로가 한순간에 날아가는 듯했다. 마사지는 역시 태국에서 받아야 제격. 마사지숍은 시설과 시간, 종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 피곤이 덜하면 30분에 100바트 하는 발마사지만 받아도 충분하다. ●업그레이드된 화려한 쇼 볼거리인 쇼들도 업그레이드 됐다. 지난 수십년간 관광객을 사로잡았던 게이쇼인 알카자쇼는 이미 한물간 쇼.3년전인 지난 2001년 보다 탄탄한 스토리와 완벽한 무대 매너로 관객을 사로잡는 ‘티파니 쇼’가 생겼다. 알카자쇼와 외관은 비슷한 게이쇼지만 스케일이 좀더 크다. 각국의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데 우리나라는 가수 윤도현의 아리랑과 하리수의 노래를 립싱크해서 진짜와 같이 공연한다. 더욱 놀라게 만든 것은 ‘알란칸 쇼’.50m에 이르는 대형 실내 무대에서 펼쳐지는 방대한 스케일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화려한 불꽃놀이로 시작하는 쇼는 원시시대부터 현재 태국의 형성까지를 그린 내용. 선녀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대형 코끼리가 등장한다. 무대에서는 실전과 다름없는 불꽃튀는 칼싸움 전쟁이 벌어진다. 파타야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세계 최대 목조건축물인 ‘진리의 성전’도 꼭 가봐야 할 명소. 이 건물은 높이가 105m로 아파트의 약 40층 규모로 현재도 건축중인 건물이다. 진리의 성전에는 둘레가 2m 넘는 나무기둥이 무려 170여개 설치되어 있다. 해변가에 있어 매번 파도와 바닷바람에 파손되고 있지만 파손되면서 수리중에 있다. ●여행 오는 것이 도와주는 것 태국의 가장 큰 걱정은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해일 ‘쓰나미’가 아니라 관광객이 줄어드는 것이다. 위험지역이라는 인식과 함께 피해지역에서 휴양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겨울 방학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한국 관광객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파타야 관광청 피낫 샤로엔롤 부소장은 “태국에서 쓰나미 피해지역은 푸껫 등 일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상관없는 지역들까지 피해를 받고 있다.”면서 “태국이 쓰나미 충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는 길은 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꼭 알아두세요 파타야는 개별 여행에 아무런 불편이 없다. 간단한 영어와 손짓만으로도 모든 것이 통한다. 곳곳에 관광경찰과 호텔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어 밤거리도 위험하지 않다. 파타야의 주요 교통수단은 송태우다. 택시로 대절해서 이용하거나 손을 들어 지나가는 송태우를 세우고 탄 후 내릴 때는 천장의 벨을 눌러 세운 다음 요금을 지불하면 된다. 지나가는 송태우를 이용할 경우 파타야 해변 내에서 이동하면 5바트, 파타야와 좀티엔을 오갈 때는 10∼20바트다. 택시를 대절할 경우 파타야 시내의 웬만한 거리는 100바트 미만으로 흥정하면 된다. 헬멧을 착용하고 조끼를 입은 오토바이는 모두 택시로 보면 된다. 이들에게 목적지를 이야기하고 흥정을 한 후 타는 게 좋다. 가까운 거리는 10바트 정도. 시내에 인터넷 카페가 많은데 대부분 한국어를 지원한다. 곳곳에 노란색 국제 전화 전용 부스가 있어 편리하다. 호텔에서도 국제전화가 가능하지만 컬렉트 콜이라도 대략 한 통화당 100바트 정도의 커넥팅 차지를 붙인다. 한인식당이나 업소에서는 전화에 커넥팅 차지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르면 오는 9월에 파타야와 40분 거리에 있는 우타파오에 국제공항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여행이 더욱 편해질 전망이다. 파타야 시내에는 특급호텔부터 여행자 숙소까지 다양한 숙소가 마련돼 있으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호텔 시설을 미리 볼 수 있으며, 예약이 가능하다. 문의 (02)536-4200.태국관광청(www.tatsel.or.kr) (02)771-9650.가야여행사(www.kayatour.co.kr)에서는 항공권과 호텔을 포함한 개별 여행 상품 등을 준비하고 있다. 서두르면 설 연휴를 이용한 파타야 여행이 가능하다.5일짜리 패키지 요금은 42만원, 한달짜리 항공권은 46만원이다.
  • 설연휴, 이 영화 어때?

    [공공의 적2] ●감독/배우/등급/장르 강우석/설경구·정준호/15세/드라마·액션 ●어떤 영화 ‘권력’의 쓴맛을 본 검사, 온갖 비리와 악행을 저지르는 사학재단 이사장 잡기 위해 죽기살기로 덤비다. ●이게 좋아 전편에 비해 훨씬 ‘공공의 적’다운 ‘나쁜 놈’이 등장했지만 표현수위는 낮아짐. 드라마의 흡입력도 강한 편. ●이건 ‘꽝’ 상투적인 선·악 이분법에 온통 ‘말’로만 끌어가는 146분의 긴 러닝타임. ●누구와 함께 정의감에 불타는 친구끼리. [그때 그사람들] ●감독/배우/등급/장르 임상수/백윤식·한석규/15세/블랙코미디 ●어떤 영화 1979년10월26일 저녁 서울 종로구 궁정동 안가에서 대통령의 오랜 심복이었던 중앙정보부장이 만찬을 즐기던 대통령을 살해한다. 실체적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과 냉소를 버무린 ‘10·26’에 관한 블랙코미디. ●이게 좋아 역사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은 재기발랄함. ●이건 ‘꽝’ ‘또 쏠라고?한방 묵었다 아이가’류의 황당유머. ●누구와 함께 역사의식이 투철하거나 지나치게 진지한 사람과는 보지 말 것. [뉴 폴리스 스토리] ●감독/배우/등급/장르 진목승/청룽·사정봉·양채니/15세/액션·드라마 ●어떤 영화 은행털이범에게 대원들을 모두 잃고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경찰반장, 새 파트너를 만나 ‘복수’에 나서다. ●이게 좋아 스턴트 없이 맨몸으로 부딪히는 ‘청룽표 액션’과 익스트림 스포츠의 환상적인 결합. ●이건 ‘꽝’ 아니 청룽 영화가 안 웃기다니? ●누구와 함께 청룽을 좋아하는 올드팬부터 액션을 좋아하는 청소년까지. 친구나 연인, 성인가족끼리. 아이들과 함께 보기엔 좀 잔혹한 장면이 있음. [말아톤] ●감독/배우/등급/장르 정윤철/조승우·김미숙/전체/드라마 ●어떤 영화 자폐증을 앓는 초원은 5살 정도의 지능 수준을 지닌 스무살 청년이다. 어릴 때부터 달리기 하나만은 누구보다 잘하는 초원에게 엄마는 마라톤 완주라는 목표를 심어주고, 전직 마라토너를 찾아가 코치를 맡아줄 것을 간청한다. 그러나 엄마와 코치는 사사건건 갈등하는데…. ●이게 좋아 눈으로 웃으면서 가슴으로 울게 하는 내공. ●이건 ‘꽝’ 초원의 아빠와 동생은 어디로 사라진 거야. ●누구와 함께 온가족 단체관람 강추. [B형 남자친구](4일 개봉) ●감독/배우/등급/장르 최석원/이동건·한지혜/12세/로맨틱코미디 ●어떤 영화 순둥이 ‘A형’ 여자, 자기만 아는 ‘B형’ 남자와 사귀느라 고생고생하다. ●이게 좋아 일상 속에서 작은 사랑 키워가며 ‘찡’한 감동까지 낳는 그럭저럭 볼 만한 로맨틱 코미디. ●이건 ‘꽝’ 혈액형을 소재로 한 진부한 설정과 기억에 별로 남는 게 없는 스토리. ●누구와 함께 ‘이게 진짜 사랑일까?’고민하는 연인끼리. [쿵푸허슬] ●감독/배우/등급/장르 저우싱츠/저우싱츠·황성의·양소룡/15세/액션·코미디 ●어떤 영화 난세를 틈타 세상을 평정하려는 도끼파 조직,‘깡촌’의 숨은 고수들을 만나 망가지다. ●이게 좋아 폭력을 유희로 승화시킨, 리얼리티 무시한 ‘황당 코미디’의 최고 경지. 각종 유명영화 패러디 찾는 재미도. ●이건 ‘꽝’ 점잖고 논리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게 뭐야?’싶은 장면투성이. ●누구와 함께 통쾌하게 웃음을 터뜨리고 싶은 친구나 연인끼리.
  • 아카데미 11개 후보 ‘에비에이터’

    새달 27일 열리는 제77회 아카데미영화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무려 11개 부문 후보에 오른 ‘에비에이터’(The Aviator)는 미국의 전설적인 인물 하워드 휴즈(1905∼1976)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부모가 물려준 유산으로 20대에 억만장자가 된 그는 할리우드의 영향력있는 영화제작자이자 미국 항공업계의 거물이었으며, 은막의 스타들과 끊임없이 염문을 뿌린 플레이보이였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이 말해주듯 그 자신, 세계에서 가장 빠른 비행 기록을 가진 비행사였다. 하지만 천재적인 두뇌로 일궈낸 화려한 성공 신화의 이면에는 일반인들이 이해하지 못할 어두운 그늘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평생 세균감염에 대한 강박증에 시달렸고, 말년에는 편집증과 과대망상으로 범인들은 이해하지 못할 기행을 일삼았다.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그의 일대기를 할리우드 영화제작자들이 놓칠 리가 없다. 휴즈의 사망 이후 수많은 영화인들이 그를 스크린으로 불러내고자 시도했고, 결국 30년에 걸친 할리우드의 오랜 프로젝트는 마틴 스콜세지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라는 환상의 콤비에 의해 탄생됐다. 영화는 휴즈의 어린 시절 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머니는 휴즈의 몸을 씻겨주면서 질병 감염을 경고하고,‘세상은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평생 그를 따라다닌 병적인 결벽증의 원인을 유추하게 하는 대목이다. 짧지만 강렬한 이 장면에 이어 영화는 하늘과 지상을 종횡무진 오간 휴즈의 다이내믹한 삶을 숨가쁘게 스크린에 옮겨놓는다. 평생 ‘영화’와 ‘비행기’라는 두 개의 날개로 지탱해온 그의 일생을 좇는 이력은 곧 당대 할리우드 역사, 그리고 항공 발전사와 일맥 상통한다. 휴즈가 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쏟아부어 ‘지옥의 천사들’이라는 항공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1920∼30년대 할리우드 황금기를 엿보는 재미를 선사한다.TWA를 인수해 팬암과 쌍벽을 이루는 항공사로 키워내는 대목도 대단히 흥미진진하다.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해온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등 공을 들인 화면은 관객을 압도한다. 이 노장 감독은 걷잡을 수 없이 방대하고, 다층적인 한 남자의 일생을 요령있게 화면 안에 배열하는 솜씨를 발휘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영화를 빛나게 한 건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놀라운 연기력이다. 제작자로도 참여한 그는 불 같은 추진력과 타고난 직감 등 강인한 외형과, 깨지기 쉬운 유리 같은 내면을 동시에 간직한 휴즈를 완벽하게 형상화해냈다. 순수한 열정이 빛나는 10대의 미소부터 광기에 사로잡힌 말년의 눈빛을 설득력있게 표현하는 그의 열연이 아니었다면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은 훨씬 부담스러웠을 것이다.2월18일 개봉.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Anycall프로농구] 오리온스 연패탈출·공동 3위

    ‘매직핸드’ 김승현과 ‘득점기계’ 네이트 존슨의 환상적인 콤비플레이가 오리온스를 연패에서 구했다. 오리온스는 27일 대구에서 열린 프로농구 04∼05시즌 경기에서 어시스트 11개를 올린 김승현(13점)과 35점을 쓸어담은 존슨(16리바운드)의 활약으로 SBS를 81-68로 눌렀다.2연패에서 탈출한 오리온스는 21승17패로 KCC와 공동 3위가 됐고,18승20패를 기록한 SBS는 삼성·모비스와 함께 공동 6위가 돼 6강 플레이오프 티켓을 놓고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게 됐다. 오리온스는 김승현의 패스와 존슨의 탄력 넘치는 골밑 공격으로 기선을 잡았다. 존슨은 1쿼터에서만 12점을 넣었고, 김승현은 상대의 허를 찌르는 3점슛 2개와 추가자유투로 순식간에 7점을 보탰다. 두 선수의 ‘콤비 플레이’는 시간이 갈수록 위력을 더했다. 수비수들을 감쪽같이 속이는 김승현의 엘리웁 패스를 존슨은 공중에 떠서 그대로 림에 꽂았다. SBS는 3쿼터 중반 국내선수 가운데 최고의 탄력을 자랑하는 188㎝의 단신 전병석의 그림 같은 투핸드 덩크슛으로 50-52까지 쫓아갔지만 ‘후속골’이 터지지 않았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박주영 득점 감각도 진화

    ‘득점 감각도 진화한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박주영의 몸 전체가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무기’가 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청소년선수권에서도 6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랐던 박주영의 득점 장면을 살펴보면, 오른발 득점이 5개, 왼발 득점이 1개였다. 그 가운데 오른발로 감아 찬 프리킥 골도 2개. 세트 플레이에서도 만만치 않은 솜씨를 과시했다. 특히 당시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화려한 드리블로 수비 4명을 제치고, 골키퍼까지 속이며 터뜨렸던 ‘환상 골’은 신드롬의 서막이었다. 그렇다고 양쪽 발만 잘 쓰는 것은 아니다. 이번 카타르 초청대회에서 뿜어낸 9골 가운데 3골은 머리로 해결했다. 중국과의 조별예선에서 헤딩슛으로 첫 득점을 올리며 제공권에서도 발 못지않은 발군의 실력을 뽐냈다. 오른발 득점 5개, 왼발 득점 1개. 이전과는 달리 처진 스트라이커로 포지션 변경이 있었지만 무난하게 이를 소화해 내기도 했다. 지난해 청소년대표팀 12경기에 나와 8골을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단 4경기에서 벌써 9골을 작렬시키는 등 득점 감각은 날이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아시아청소년선수권 우승을 거쳐 아시아축구연맹(AFC)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한 이후 얻은 자신감이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에서 박주영을 다시 맞닥뜨린 중국 선수들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결승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졌다.”면서 “강한 자신감으로 그라운드를 누볐으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말아톤 장르/예매율 드라마/43.19%(전체) 감독/배우는 정윤철/조승우·김미숙 어떤 줄거리 마라톤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자폐아 초원의 이야기 이래서 좋아 감동과 웃음이 교차하는 순수 무공해영화 이래서 별로 … 홈피 반응은 “조승우의 백만불짜리 연기” ●공공의 적2 장르/예매율 드라마/41.07%(15세) 감독/배우는 강우석/설경구·정준호 어떤 줄거리 온갖 비리 저지르는 사학재단 이사장 잡는 검사 이래서 좋아 ‘공공의 적’다운 ‘나쁜 놈’ 등장 이래서 별로 ‘말’이 너무 많아 늘어지는 러닝타임 홈피 반응은 “중반까지는 정말 좋았는데…”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28일 개봉) 장르/예매율 어드벤처/12.01%(전체) 감독/배우는 브래드 실버링/짐 캐리·메릴 스트립 어떤 줄거리 사악한 올라프 백작과 천재 삼남매의 서바이벌 모험기 이래서 좋아 해리포터와는 또다른 매력의 팬터지 이래서 별로 아이들이 보기에는 너무 음울해 홈피 반응은 “역시 짐 캐리, 삼남매는 보너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장르/예매율 애니메이션/1.27%(전체) 감독/배우는 미야자키 하야오/기무라 다쿠야 어떤 줄거리 저주로 노파가 된 소피와 마법사 하울의 모험기 이래서 좋아 반전, 자연친화의 메시지에 러브스토리까지 이래서 별로 ‘센과 치히로‘이상의 상상력을 기대했다면…. 홈피 반응은 “아기자기한 스토리들, 너무 예쁜 그림들” ●쿵푸허슬 장르/예매율 액션/0.81%(15세) 감독/배우는 저우싱츠/저우싱츠·황성의·양소룡 어떤 줄거리 도끼파 조직과 숨은 고수들의 ‘맞짱 뜨기’ 이래서 좋아 리얼리티 무시한 ‘황당 코미디’의 최고 경지 이래서 별로 점잖고 논리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홈피 반응은 “신나게 웃다가 한순간 눈물도” ●마더 데레사 장르/예매율 드라마/0.70%(전체) 감독/배우는 파브리지오 코스타/올리비아 허시 어떤 줄거리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랑을 실천한 데레사 수녀의 일대기 이래서 좋아 가슴 따뜻해지는 감동 이래서 별로 … 홈피 반응은 “투박한 곳에서 피어나는 진심” ●뉴 폴리스 스토리 장르/예매율 액션/0.50%(15세) 감독/배우는 진목승/청룽·사정봉·양채니 어떤 줄거리 부대원을 잃은 경찰반장, 복수에 나서다 이래서 좋아 청룽의 ‘리얼’액션과 익스트림 스포츠의 환상 결합 이래서 별로 허술한 내러티브와 웃기지 않는 청룽 홈피 반응은 “강력한 액션과 드라마, 역시 성룡!” ●샤크 장르/예매율 애니메이션/0.22%(전체) 감독/배우는 비키 젠슨 등/윌 스미스·안젤리나 졸리·르네 젤위거 어떤 줄거리 상어 대부와 영웅 꿈꾸는 작은 물고기의 대결 이래서 좋아 다양한 패러디와 스타들의 변신 보는 즐거움 이래서 별로 흔한 주제와 단선적 줄거리 홈피 반응은 “넘 귀엽고 신난다.”
  • 인문·철학·사회등 심층 평가 논술 어려워졌다

    ‘폭넓은 교양을 쌓아라.’ 2005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논술고사의 화두(話頭)는 ‘교양’이었다. 시사적인 문제 중심의 경향을 벗어나 학생들의 인문학적 교양은 물론 사회과학적·철학적 인식까지 묻는 문제가 출제됐다. 교양의 범위에도 인문·사회 분야는 물론 그림까지 포함됐다. 명실상부한 지적 수준을 평가하려는 대학들의 의도에 맞게 논술 준비를 해야 한다. 2005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논술고사의 가장 큰 특징은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과거 문제해결형이나 논쟁형 제시문을 주고 의견을 묻는 수준에서 벗어나 인문학·철학·사회과학적 교양을 심층적으로 평가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서울대는 조선 후기 실학자인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의 한 부분과 외국의 한 시민교육기관의 자료집에 나오는 우화집을 각색해 제시하고,‘사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는가를 논술하라.’고 요구했다. 연세대는 이명한의 ‘백주집’과 성경전서의 ‘전도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예이츠의 시 ‘나이 들면 철이 드는 법’, 이탈리아 화가 타치아노의 미술작품인 ‘인간의 세 시기’를 제시하고 “‘세월이 흘러감’에 대한 생각을 ‘욕망’과 연관시켜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논술하라.”는 문제를 출제했다. 고려대도 큰 것과 작은 것의 상대적 가치를 서술하는 4개의 제시문을 주고 ‘공통주제 및 관계, 자신의 생각을 밝히라.’는 문제를 냈다. 교양에 대한 범위를 넓혀 단순한 사안에 대한 지식보다는 알고 있는 것을 총동원해야만 제대로 쓸 수 있는 논제를 제시한 것이다. 답안 분량도 크게 늘어났다. 서울대는 올해 논술고사를 부활하면서 1600자에서 2500자로 크게 늘렸다. 연세대도 1600자에서 1800자로 늘렸다. 종로학원 김현식 논술팀장은 “예전과는 달리 거시적인 관점을 묻는 문제가 출제되면서 답안 분량도 늘고 있다.”면서 “이같은 경향은 주요 대학들을 중심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대사회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시사형 문제도 꾸준히 출제되고 있다. 이화여대는 환상과 축제, 신화에서의 일탈적 예술행위를 다루는 3개의 지문을 제시하고, 이를 비판하는 마지막 제시문에 대한 찬반의 입장을 정해 ‘현대사회 안에서 비일상성이나 비현실성이 지니는 기능을 논하라.’는 문제를 출제했다. 한양대는 ‘욘사마 열풍’을 통해 대중문화의 부정적인 측면과 연관해 분석하라는 문제를 냈다. 경희대는 문명발전의 관점 차이를 제시하고 인류의 미래를 전망해볼 것을 요구했다. 김 팀장은 “사회나 윤리 교과를 바탕으로 공부하되 인문학적 교양서를 꾸준히 읽어 다양한 관점에 대한 기본적인 안목과 사고방식을 넓히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조언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기차 타고 떠나는 겨울 하루여행

    기차 타고 떠나는 겨울 하루여행

    하얗다. 하·얗·다. 황량하던 겨울 풍경이 눈을 만나 새로워졌다. 머리에 눈을 인 겨울풍경은 어디나 둥글둥글, 모가 없어 좋다. 아득하게 내달리는 백두대간의 얼굴도, 충주의 아름다운 호수의 모습도, 지나쳐가는 조그마한 간이역도 더욱 정겹다. 겨울의 낭만을 흠뻑 느끼려면 기차로 떠나라.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밟으며 사랑을 약속한다면, 그 사랑은 더 오랫동안 가슴에 남으리. 그 약속은 눈위의 발자국처럼 선명하게 남으리니…. ●새벽에 떠난 여행 아직 어둠이 채 가시도 전, 아침 7시에 청량리역에 도착했다. 오랜만의 기차여행은 ‘아저씨’인 나마저도 들뜨게 했다. 게다가 눈을 보러 떠나는 여행이라 더 기대감이 컸다. 붉게 물든 동녘을 배경으로 기차가 미끄러지듯 청량리역을 빠져나갔다.7시45분. 연인, 친구, 가족…. 눈꽃을 맞으러 가는 들뜬 마음을 품은 사람들이라 여행이 더 즐겁다. 환상선 눈꽃순환기차는 편안했다. 자동차 처럼 막힐 것을 염려할 필요도 없다. 의자를 살짝 젖히자 일상이 까마득하게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새 떠오른 햇빛이 눈을 간지럽혀 커튼을 쳤다. 달리는 기차소리가 자장가로 들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침햇살에 눈부신 팔당호가 눈에 들어온다. 푸른 물이 넘실대던 아름다운 팔당호가 잠깐 숨을 참는 것처럼 보였다. 하얀눈을 덮은 팔당호에선 태곳적 적막감마저 느껴졌다. 풍경의 아름다움에서 깨어나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카메라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무심한 기차는 팔당호를 지나 양평으로 향한다.‘아, 자동차라면 세울 수 있는데‘잠깐 기차여행의 아쉬움을 느꼈다. 카메라에는 담지 못해 함께할 수 없는 것이 마냥 아쉽다. 흐르는 올드팝과 잔잔한 가요가 삭막하기만 겨울풍경과 어우러졌다. ●얼어붙은 단양팔경, 넉넉한 시골인심 10시 45분.“단양역에서 약 30분간 정차를 하겠습니다. 주민들이 마련한 먹을거리와 얼어붙은 남한강 상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시고 11시20분까지 기차로 돌아와 주십시오.”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쏴∼한 바람을 맞으며 단양역에 내렸다. 지역단체에서 우동, 떡볶이, 국밥 등을 판다. 마치 기차역에서 우동을 허겁지겁 먹고 기차에 오르듯 추운 날씨에 그냥 서서 우동이며 국밥을 먹는다. 역시 우동은 서서 먹는 것이 꿀맛이다. 육개장 4000원, 우동 3000원. 식당 옆에서는 손마디가 굵은 할머니들이 앉아 나물 더덕 마늘을 판다.“이게 단양 6쪽 마늘인데 사가면 돈 버는 거야. 단양은 마늘이 최고야.”하며 시선을 끈다.“좀 싸게 주세요.”하자 “내 남는 것도 없다. 기분이다 1000원 빼준다.” 할머니의 눈매가 선하다. 시장의 훈훈한 인심까지 맛보니 금상첨화. 길을 건너 남한강쪽으로 갔다. 얼어버린 충주호. 여름의 화려함은 사라지고 앙상하게 몸을 드러낸 바위와 차디찬 얼음바닥이 멋스럽다. 다시 기차에 올랐다. 관광버스처럼 출발전에 인원을 체크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낭패겠다.’혼잣말이 나왔다. ●순수의 오지마을로 기차가 달려 온지 4시간. 기차는 소백산 자락으로 들어선다. 아이들과 여성들의 감탄사가 정겹다.“정말 아름답다!!”. 차창밖으론 순백의 세계가 펼쳐졌다. 뛰어내려 눈밭에 뒹굴고 싶어졌다. 대강터널로 기차가 들어갔다.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터널을 돌아 나왔지만 똑같은 풍경이 또 펼쳐졌기 때문이다. 대강터널은 똬리굴, 열차가 오르기 힘든 가파른 곳을 뱀이 똬리 틀듯 한바퀴 돌려 뚫은 똬리굴, 즉 루프식 터널이다. 신기하고 재미있다. 어느새 기차는 백두대간을 통과해 영주 땅으로 들어선다. 영주에서 중앙선을 벗어나 영동선으로 들어선 열차는 머리를 돌려 북진한다. 멀리 서쪽으론 흰눈으로 뒤덮인 백두대간의 소백산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꽁꽁 얼어붙은 낙동강을 거슬러 오르던 열차가 숨을 고르며 멈추는 곳은 경북 봉화땅의 승부역.“하늘도 세 평, 땅도 세 평, 마당도 세 평”이라고 하는 승부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기차에서 내리자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은 흰백의 눈밭.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도시에선 좀체 들을 수 없도록 청아하다. 발목까지 눈에 빠진다. 아이부터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까지 동심으로 돌아간 듯 목소리가 높아졌다. 발그레 물든 얼굴들이 모두 행복해 보였다. 눈싸움을 하고 눈밭에 뒹굴기도 하는 사람이 보였다. 간이역은 오랜만에 눈을 만난 도시인들로 잔치분위기였다. 승부마을은 1998년에 환상선 순환열차가 운행되면서 일반인들에게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열차가 아니면 오기 어렵다는 낙동강 상류의 깊은 산골마을이다. 이 마을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친필로 쓰여진 ‘영암선 개통기념비’가 서있다. 영암선은 경북 영주에서 강원도 철암간(87㎞)의 철도를 이르던 이름이다.1955년 태백의 석탄 등을 수송하기 위해 순수한 우리 기술로 험준한 산줄기를 뚫어 33개의 터널을 만들고 험한 강에 55개의 다리를 놓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가장 높은 기차역 아쉬운 10분이 금세 지나간다. 다시 기차에 올라 승부역을 떠났다. 열차가 낙동강 상류를 거슬러 오르며 태백 철암으로 들어선다. 산처럼 쌓인 검은 석탄과 그 주변을 덮은 하얀 눈이 빚은 흑백의 절묘한 조화가 펼쳐진다. 태백을 지난 열차는 몇 개의 터널을 통과하며 언덕을 힘겹게 오르는 듯하더니 추전역으로 들어선다. 오후 2시30분. 해발 855m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열차역인 추전역은 한여름에도 밤이면 난로를 피워야 할 정도로 기온이 낮다. 찬바람을 맞으며 역사 한쪽의 눈밭을 거니니 발아래 하얀 눈모자를 쓴 백두대간이 눈에 들어온다.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기찻길 옆 펑퍼짐한 언덕은 자연 눈썰매장이다. 비닐포대를 타고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아이들의 환호성이 어른들을 미소짓게 한다. 나도 한번 빌려 탔다. 엉덩이만 아프고 별 재미가 없다. 한쪽에는 얼음썰매장이 있다. 모두 썰매를 타며 시간을 보냈다. 역 한 쪽에 마련된 간이음식점에서 부침개와 막걸리를 시켰다. 서서 혼자 마시려니 좀 허전했다. 그러나 할머니가 부쳐주시는 부침개는 고소했다. 추전역에서 10분거리에 있는 용연동굴까지 셔틀버스가 운행한다. 입장료를 포함 4000원. 한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열차가 다시 출발신호를 울린다. ●돌아오는 길도 감미로워 추전역을 벗어난 열차는 이내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정암터널(4.5㎞)로 진입했다. 이 터널은 난공사로 여겨지던 태백선 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공사구간으로 꼽혔다. 방송에선 열차가 굴을 벗어나는 데 5분이 걸린다는 설명이 곁들여진다. 정암터널을 벗어난 열차가 탄광의 도시 고한, 사북을 지날 무렵 잿빛 하늘에서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소리 없이 눈도 내리고, 어둠도 내려앉기 시작한다. 기차의 네번째 칸에서는 라이브 무대가 펼쳐진다.“저 어둔 밤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릴 짓누르고 간 아침…”정태춘의 ‘북한강에서’가 한껏 기분을 돋운다. 공연은 1시간정도 이어졌다. 13시간의 눈꽃여행이 끝나간다. 허리가 아프고 좀 답답했다. 사랑하는 이는커녕, 말상대도 없이 혼자 떠난 여행이라 그럴까. 저녁 8시40분, 기차가 청량리에 멈춰섰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이렇게 가세요 환상선 눈꽃열차는 아침 7시45분, 청량리역을 출발해 단양역(10:50∼11:30)에 잠시 정차한 후 승부역(오후 1시부터 오후 1시10분), 추전역(오후 2시20분부터 오후 3시50분까지)에 들른 뒤 밤 8시45분 청량리역으로 되돌아온다. 2월27일까지 운행.(단 2월5일부터 12일까지는 운행하지 않는다.)요금은 청량리역 출발(어른 1인)기준으로 3만 1900원이다. 주말 표는 늦어도 일주일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다. 자세한 정보는 철도청 홈페이지에 있다.www.korail.go.kr,1544-7788.
  • 개장 한달…서울광장 스케이트장

    개장 한달…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어라, 드라마에도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이 나오네.”눈치빠른 시청자라면 지난 18일 KBS 2TV 드라마 ‘쾌걸춘향’의 제6회 방송분에서 변학도(엄태웅 분)가 성춘향(한채영 분)을 위해 조명을 켜주며 함께 스케이트를 타던 곳이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렸을 것이다. 지난 24일로 개장 한달을 맞은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이 서울의 또 다른 명소로 자리잡으면서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을 하고 싶다는 의뢰가 쇄도하고 있다. 서울시 체육청소년과 강신권 주임은 “현재 설 특집방송이나 광고물 등의 촬영의뢰가 많이 몰려 어떤 방송을 허용할 것인지 가려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주에 방송된 ‘쾌걸춘향’의 경우 계속되는 촬영의뢰에 시가 두손을 든 사례다. 강 주임은 “처음에는 드라마라 공공성이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해 이를 거절했지만 지방 시청자들에게도 스케이트장을 홍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허락했다.”고 말했다. 촬영은 지난 16일 스케이트장이 문을 닫는 오후 10시 이후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사용료는 스케이트장 최대입장 인원 300명 모두가 스케이트화 대여료 1000원을 내는 것으로 계산해 30만원을 받았다. 촬영 내내 출연진과 스태프들은 드라마의 색다른 배경이 됐다며 즐겁게 작업을 했다는 후문이다. ●국내외 언론매체서 널리 보도 개장 이후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신문·방송 등 각종 언론매체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다. 개장 직후에는 오전에 방송되는 주부대상 시사프로그램이나 라디오 방송 등에서 자주 소개됐다. 덕분에 서울시 담당공무원들도 여러번 방송에 출연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국 언론사도 이를 취재했다. 특히 일본 미야자키TV에서는 리포터가 직접 스케이트를 타면서 일본인 관광객과 서울시민들과 인터뷰를 하는 장면을 내보낼 예정이다. 최근 SBS 등 지상파 방송에서는 설날 특집방송제작을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요청해와 이를 검토중에 있다. ●설 특집·CF·영화·드라마 촬영의뢰 줄이어 영화촬영 의뢰도 있었다. 스케이트장 개장 직후 A영화사에서 스케이트장과 주변 모습을 스케치하듯 화면에 담아갔다. 이후 정식으로 촬영협조 요청이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가능한 한 영화촬영에는 협조할 예정이다. 눈에 띄는 명소인 만큼 광고촬영 의뢰 역시 한달새 2∼3건 있었지만 상업성을 이유로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되도록 광고에는 장소협조를 해주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서울시의 모습을 돋보이게 하는 프로그램 중 공공성이 있는 것에만 장소협조를 해 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개월동안 8만여명 이용 한편 설치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 속에 설치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에는 개장 이후 23일까지 8만여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어 겨울철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았다. 주말이나 휴일 오후에는 번호표를 받고도 서너시간 동안 기다려야 겨우 1시간 남짓 스케이트를 탈 수 있을 정도다. 시민들을 위한 특별공연도 종종 진행됐다. 지난 19일 오후에는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겨울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아이스댄싱 부문으로 참가한 국가대표 김혜민·김민우 선수가 특별공연을 펼쳤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모스크바 아이스댄싱팀이 환상적인 공연을 펼쳐 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토요영화]

    [토요영화]

    ●바닐라 스카이(MBC 오후 11시40분) 독특한 화법으로 스페인 최고의 흥행과 함께 평단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오픈 유어 아이스’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작품. 아메나바르 감독은 그 뒤 할리우드로 진출해 공포영화의 신기원을 이룬 ‘디 아더스’를 연출하기도 했다. 원작에 반해 직접 판권을 사들인 배우 톰 크루즈는 제작과 주연을 맡기로 한 뒤 ‘제리 맥과이어’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카메론 크로 감독에게 연출을 의뢰했다. 출판사와 잡지사를 운영하는 데이비드는 타고난 매력과 든든한 재력으로 많은 여성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있다. 데이비드는 자신의 생일 파티에서 절친한 친구 브라이언의 애인인 소피아(페넬로페 크루즈)를 만나게 되고, 바로 소피아가 자신이 찾던 사랑임을 깨닫는다.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만, 데이비드의 섹스 파트너였던 줄리(카메론 디아즈)는 질투에 사로잡혀 데이비드와의 동반자살을 시도한다.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심하게 얼굴이 일그러진 데이비드. 얼굴과 기억을 원래대로 복원시켜 주는 생명업체의 도움으로 옛날로 되돌아가지만 줄리의 환상은 소피아의 모습으로 악몽처럼 나타난다. 데이비드는 급기야 줄리를 목졸라 죽이지만 실제로는 소피아인 것으로 드러나 살인 혐의로 체포된다. 교묘히 교차되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 속에서 수수께끼를 푸는 듯한 두뇌게임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작품. 줄거리는 거의 바뀌지 않았으나, 어둡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원작을 경쾌하고 스릴 넘치는 할리우드의 색깔로 대체했다.2001년 작품.135분. ●나의 작은 회사(EBS 오후 11시) 목수로 목공소를 차린 이반은 그저 열심히 일만 하는 소시민이다. 하지만 어느날 목공소에 불이 나고, 보험회사가 자신을 속이자 분노가 폭발한다. 보험회사를 찾아가 행패를 부리고 여기저기 수소문해 봐도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을 돕기 위해 또 다른 보험회사 브로커 맥심이 찾아오고 그들은 친구들과 함께 유머러스하면서도 기발한 범죄를 공모한다. 패거리가 나름의 엉뚱한 범죄극을 저지른다는 점에서 ‘웰컴 투 콜린우드’‘레이디 킬러’ 등을 연상시키는 작품. 지금까지 프랑스 영화계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사회파 코미디로, 몬트리올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뤼크 베송 감독의 ‘서브웨이’의 시나리오를 쓴 피에르 졸리베 감독의 1999년 작품.96분.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키의 신화/카트린 몽디에 콜·미셀 콜 지음

    ‘롱다리신드롬’은 현대에만 유효할까. 영화와 광고속 행복의 주인공은 왜 대부분 훤칠한 외모를 갖고 있을까. 현대가 이미지의 시대여서 그런지 큰 키의 효용가치는 갈수록 커지는 것 같다. 비단 현재만 그런 것은 아니다. 독일 황제 빌헬름 2세는 자신보다 키가 큰 아버지나 할아버지와 동반할 때면 항상 말이나 차를 타고 다녔고, 키가 작았던 프랑스 소설가 피에르 로티는 굽이 높은 신발만 신고 다녔다. 키란 인간에게 과연 무엇인가. 우리는 왜 작은 키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큰 키에 대한 이같은 열망을 분석하려면 단순한 현대미학적 이유를 넘어 수천년 전의 신화와 전설 속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키의 신화’(카트린 몽디에 콜·미셀 콜 지음, 이옥주 옮김, 궁리 펴냄)는 그리스와 스칸디나비아, 동서양의 갖가지 신화와 전설 속에 등장하는 거인과 난쟁이들을 소재로 인간이 만들어낸 키에 대한 환상을 넘겨다 본다. 또 첨단 과학기술 발달에 따른 유전자 조작으로 키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을 경우 생겨날 도덕적, 철학적 문제들을 짚어본다. 1718년 앙리옹이라는 금석학자는 나름의 수학법칙을 응용해 창세기부터 인간의 키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알아냈다고 주장했다. 아담은 약 40m, 이브가 38m였다는 결론을 내고, 두 사람의 실수 이후 구세주가 도래할 때까지 인간의 키가 끊임없이 줄어들었다는 것. 노아는 33m였고, 헤라클레스는 3.33m, 줄리어스 시저는 1.62m 식으로 내려갔고, 다행히 예수의 탄생으로 하락세가 멈추었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난쟁이와 거인의 실존은 인간의 잠재적 상상력을 통해서 인증되었다. 호메로스는 오랜 세월 신화와 현실이 뒤섞인 신념들을 뿌리내리게 한 이야기들의 근원을 제공한다. 이중 가장 유명한 것은 피그미에 관한 것으로 호메로스가 ‘일리아드’에서 언급하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키가 50㎝ 정도 되는 피그미들은 자고새가 끄는 마차에 올라타 자신들의 곡식을 가져가려고 하는 학들과 치열한 전쟁을 벌이도록 운명지어져 있고, 여자들은 세살에 임신하고 열살이 되기 전에 죽는다. 신화속 인물 중엔 키가 75㎝ 정도 되는 트리스피탐인과 미르미돈도 있는데, 이들 난쟁이들도 피그미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초라하고 운명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반대로 거인, 거대화는 곧 신격화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들은 키는 몸무게와 달리 생물학적 운명이지만, 유전공학 발달로 이같은 운명을 벗어날 날도 머지않았다고 확신한다. 그렇게 될 경우 과연 인류라는 존재를 일정한 수치에, 어떤 하나의 신체적 평균에 의존시키는 것이 바람직할까. 만일 그렇다면 보편화된 규격화로 인간의 세계가 오히려 왜곡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물론 키에 대한 인식도 그때는 지금과 많이 달라질지 모른다.1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23일 TV 하이라이트]

    ●한강수 타령(MBC 오후 7시55분) 가영과 준호는 마트에 들러 세일 중인 의류코너에서 옷을 산다. 강수는 수영, 미애와 함께 반찬장사 계획을 놓고 얘기를 나눈다. 태근은 단옥에게 미안하다며 지금부터라도 다 잊고 노력해 보자고 한다. 가영은 준호에게 돈 벌어서 엄마를 도와드려야 한다며 당분간 아기를 가지지 말자고 한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후 1시25분) 케냐의 그린벨트운동가인 왕가리 여사. 왕가리 여사는 그녀의 작은 정원에서 나무를 돌보는 것으로 시작해 케냐의 그린벨트 운동을 시작했다. 숲이 국토의 2%까지 줄어들었던 케냐에서 그녀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91년 골드만 환경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녀의 환경운동을 살펴본다. ●우리말 우리글(EBS 오후 4시50분) 제주도 저지 문화예술인마을의 ‘먹글이 있는 집’은 서예가 현병찬씨가 직접 사비를 들여서 만든 전시관이다. 현씨의 서예는 사라져 가는 제주도 사투리를 그대로 살린 말을 글자로 써 말의 맛을 특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제주도 사투리 지킴이 현병찬씨를 만나본다. ●결정! 맛 대 맛(SBS 오전 10시50분) 가문의 명예를 건 김치와 돼지고기의 환상적 조화가 일품인 김치찜, 부드러운 돼지 목뼈와 풍성한 해물이 버무려진 새로운 맛 뼈찜의 맛 대결. 입소문으로 번지는 이들 새로운 맛을 선보인다. 사미자 장동직 이태식 최승태 천명훈 현영 루루 안선영 등이 출연한다. ●부모님 전상서(KBS2 오후 7시55분) 미부는 안 교감에게 힘을 실어 줄 것을 부탁하고 안 교감은 정환의 의중을 떠 본다. 아이들을 데려다 주러 온 창수. 대답을 안 하는 준이를 장난스럽게 슬쩍 몇번 건드리자 마침내 반응하는 준이. 모두가 미연의 입장을 헤아리라고 종용해 정환의 마음은 심란하다. ●KBS스페셜(KBS1 오후 8시) 현재 우리나라의 석유 자급률은 고작 3%.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변변한 석유개발 회사조차 없는 실정이다. 유한한 자원 석유를 놓고 벌어지는 무한경쟁 속에 뒤늦게 뛰어든 한국이 선택할 길은 무엇인지 그 해답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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