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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평범한 삶은 특별하다

    모든 평범한 삶은 특별하다

    ”세상 밖으로 뛰쳐나가려 애를 쓸수록 문은 굳게 닫힙니다. 돌아서서 일에 파묻혔더니 문득 세상 밖에 나와 있습니다.” 심재명 엠케이픽처스 영화제작부문 총괄 사장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공병호: 국문학을 전공하셨는데, 영화 일을 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심재명: 중학교 때부터 영화를 꿈꿨어요. 당시만 해도 청소년들에게 롤 모델이 될 만한 영화제작자가 드물었고, 또 한국영화라면 왠지 극장에 가서 보기 부끄러웠던 때였지만, 그래도 막연히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선망이 있었어요. 아무 이유 없이 영화 보는 게 좋았던 거죠.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감상을 끼적이거나 감독의 이름을 외운다거나 하는, 요즘 말로 하면 마니아 단계에까지 이르렀어요. 그렇게 그냥 좋아하다 보니까 꿈이 이뤄지더라고요. 혼자 있기 좋아하는 말수 적은 소녀, 영화사 사장 되다 공병호: 말씀은 쉽게 하셔도 그렇게 간단치는 않았을 테고, 과정을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시죠. 심재명: 대학을 졸업하고 두 군데 영화사에서 4년 반 정도 기획과 홍보 일을 했습니다. 이후 잠시 프리랜서 생활을 하다가 나이 서른하나에 창업을 했죠. 공병호: 요즘 표현으로는 ‘벤처’네요. 창업 이후에 자신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재능을 발견하셨나요. 심재명: 아니, 그런 거창한 표현보다는…. 저는 직장생활이 참 힘들었어요. 회사에 동년배는 드물고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았는데 그분들과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했죠. 하도 신경을 써서 나중에는 위궤양에 시달리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독립을 하니까 싹 낫더라고요. 그때 아, 나는 생리적으로 조직에 맞지 않구나, 느꼈죠. 공병호: 자신의 길을 때맞춰 잘 수정해 오셨네요. 그나저나 그토록 좋아하는 영화 일을 하신 지 근 20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간의 시간들을 돌아보신다면…. 심재명: 모험정신이 넘치는 도전적 삶을 살았다, 뭐 이런 모범답안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으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저는 수세적守勢的으로 살아요. 만약 이십대에 몸을 담았던 회사가 제게 더 많은 동기 부여를 했더라면 계속 그곳을 다녔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다행히 제 곁에 결단력 있는 사람이 있었어요. 저는 영화사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구체화시키지 못했는데, 이른바 운동권 영화를 만드는 운동권 출신의 독립영화 감독이었던 제 남편(이은, 현 ‘엠케이픽처스’ 대표)이 저를 이끌었어요. 그렇게 1995년에 만든 ‘명필름’을 10년가량 운영하다가 주식회사 상장을 계획하게 되었고, 제작만으로는 너무 리스크가 크다,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배급과 투자를 겸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난 2004년 <강제규필름>과 합쳐 <엠케이픽처스>라는 상장사가 생겨나게 된 것이지요. 10년도 안 돼 사라진 ‘21세기를 책임질 영화인’ 공병호: 일반인들은 영화 한 편의 제작 규모가 얼마나 될지 궁금해 합니다. 심재명: 편당 평균 제작 비용 30억, 마케팅 비용 20억 등 도합 50억 원 정도의 자금이 투입됩니다. 위험 부담이 크지만 그만큼 결실도 클 수 있으니 말 그대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high risk, high return’이죠. 공병호: 50억 프로젝트라, 중소기업 규모의 영화사로서는 말 그대로 엄청난 리스크네요. 심재명: 작년에 제작된 한국 영화가 총 108편인데, 그중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영화는 20편에 불과합니다. 이런 수치는 할리우드도 마찬가지라고 해요. 공병호: 올해는 몇 편 정도 제작을 하실 계획인가요. 심재명: 저희 회사 브랜드로 여섯 편쯤. 공병호: 작품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통상 제작기간은 얼마나 걸립니까. 심재명: 의외로 길어요. 아이템 발굴에서 극장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만나는 시점까지의 기간이 평균 2년쯤 되죠. 예를 들면 강제규 감독이 만든 <쉬리> 같은 영화는 시나리오 작업까지 포함해서 4년 이상이 걸린 거예요. 공병호: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입니다. 그 사이 소비자의 취향이 달라지지 않나요? 심재명: 영화는 정서적인 장르인 데다 더욱이 작품 수가 한정되어서 어느 정도의 여유는 있어요.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영화는 108편인데, 그게 너무 많다는 거예요. 전문가들은 한국의 영화산업 규모에서 인구 대비 적정 편수를 7, 80편 정도로 보고 있어요. 한 편 만들면 주목받기 쉬운 거죠. 최근의 통계를 참조하면 한국 영화 1년 관객이 1억 7천만 명 정도 된답니다.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가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까 앞으로 2억 명까지는 갈 것 같고, 치솟는 제작, 마케팅 비용만 합리적으로 조정하면 우리 영화산업은 낙관적이지 않나 생각해요. 물론 해외 시장에서 더 많은 성과를 올려야겠지만…. 공병호: 집에서 비디오, DVD 등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심재명: 그것을 이른바 ‘2차 윈도우’라고 부르는데요. 이웃 일본은 그 시장이 굉장히 커요. 그러나 우리는 요즘 와이드 배급이라고 해서 영화 한 편이 개봉 첫날 수백 개의 스크린에 동시에 걸리는 까닭에 상영 기간의 호흡이 굉장히 짧아졌어요. 예전에 <공동경비구역 JSA>가 6개월 만에 6백만 명이 들었는데 지금은 3, 4개월 만에 천만 명이 들거든요. <괴물> 같은 영화를 전 국민이 알고, 보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는 거지요. 공병호: 우리는 뭐든 참 급하군요. 심재명: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2차, 3차적 방법으로 보지를 않아요. 그렇게 비디오나 DVD 시장이 완전히 죽었고, 방송이나 케이블 판권도 기대만큼 금액이 상승하지 않으니까 개봉 첫 주에 승부하지 못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어요. 이런 것들이 한국영화산업의 현안懸案이고요, 한류의 열기가 식어가면서 해외 시장에서 생각했던 것만큼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도 심각한 타격이지요…. 인간이 되기 전에 성공을 논하지 마라 공병호: 그간 영화계에서 많은 사람들의 부침을 지켜보셨을 겁니다. 저도 되돌아보면 재기발랄한 사람들이 의외로 중도에 넘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이는 왜 쓰러지는 걸까, 그것을 통해 스스로를 살피는 것이지요. 심 대표께서 목격한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어떤 것입니까? 심재명: 성공하는 분들은 무엇보다도 ‘인간’ 자체가 좋아요. 반대로, 무언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눈앞의 이익을 쫓아 판단이 흐려지는 분들은 길게 가지 못하죠. 며칠 전 방을 정리하다가 1999년에 나온 한 영화 잡지를 다시 읽게 된 일이 있습니다. 그 안에 ‘21세기를 책임질 영화인 50인’이라는 설문조사가 실렸는데, 오늘 시점에서 그 면면을 살펴보니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분들이 많더라고요. 채 10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공병호: 퇴보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가는 일이 그렇게 힘이 듭니다. 자, 그렇다면 좀 더 실질적으로, 과연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영화의 ‘키 석세스 팩트 Key Success Fact (성공요인)’는 무엇일까요. 심재명: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어요. 그중 첫 번째는 시나리오 즉, ‘이야기’입니다. 공병호: 결국은 컨텐츠라는 말씀이시군요. ‘이야기’를 판단하는 기준은. 심재명: 가장 먼저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인가’를 스스로 묻습니다. 그다음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할 것인가’를, 마지막으로는 ‘돈이 될 수 있는가’를 따져보죠. 공병호: 와, 제가 책을 쓰기 전에 고려하는 관점들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건 독자 여러분께 밑줄을 쳐서 보여줘야 합니다! 심재명: 두 번째 요인은 ‘탤런트talent’예요. 팀워크가 중요하지만, 그래도 우선 되는 것은 재능입니다. 공병호: 탤런트를 우리는 재능이라고 하지만 영어 사전을 찾아보면 인재라는 뜻도 있어요. 그래서 인재 전쟁을 ‘워 포 탤런트War for Talent’라고 하죠. 그만큼 사람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갈수록 흥미진진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심재명: 영화는 굉장히 과학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터무니없이 비과학적이기도 해요. 그래서 ‘타이밍’이 중요해요.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제때를 찾아야 하지요. 공병호: 아주 좋습니다. 제대로 된 인터뷰라면, 뭔가 ‘프로페셔널’한 것을 끄집어내서 소개해줘야 해요. 심재명이라는 사람이 영화라는 업業을 저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테마가 있어야 해요. 오늘은 이 세 가지만 전해드려도 되는 거예요! ’해피엔딩’이 행복할 수 없는 까닭 공병호: 영화제작자에게 이런 질문을 해도 될지 모르겠네요. 영화, 많이 보시지요? 심재명: 사나흘에 한 편, 1년에 100편 정도 될까요. 공병호: 좋아하는 장르는? 심재명: 결혼하기 전에는 굉장히 잔혹한 영화, 개성 강한 영화를 좋아했는데, 아이를 낳고 나서는 따뜻한 영화가 좋아지더라고요. 요즘 들어서는 구분 않고 다양한 영화를 봅니다. 이 분야의 종사자로서 잘 만든 영화는 칭찬하고, 그렇지 못한 영화는 한 쪽으로 골라내고…. 공병호: 조폭 스타일의 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나는 용감하지만 그건 또 질색이라서 항상 불만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래도 크게 비난하지 못하는 것이 고객의 니즈needs 가 있으니까 그런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이겠죠. 심재명: 저 역시 그런 영화를 싫어해요. 하지만 영화라는 것이 어둠 속에서 자기 혼자 스크린을 보는 거고, 그 안에는 보통 사람들의 일탈과 욕망을 담아야 하니까 불량식품 같은 요소도 들어 있어야죠. 폭력, 섹스 이런 것들은 동전의 양면같이 영화의 또 하나의 특징이에요. 공병호: 듣고 보니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폭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드문 것 같습니다. 그것도 결국은 제작자의 취향을 따라가는 것이겠지요. 심재명: 사실이에요. 감독도 그렇지만 제작자들도 나름의 성향이 있지요. 저희는 남성 취향의 컨텐츠는 거의 없고요. 그보다는 발을 땅에 디딘 현실적 내용에 관심이 많다고 할 수 있어요. 공병호: 말초적인 자극에 지친 관객들을 위해 좋은 영화 한 편 추천해주세요. 심재명: 최근에 본 〈리틀 미스 썬샤인Little Miss Sunshine〉(2006)이 괜찮을 듯하네요. 미국에서 만든 아담한 가족영화인데 소외되고 뒤처진 인생을 따뜻한 시선으로 품어 안는 작품이에요. 공병호: ‘가족’이라, 그러고 보니 심 대표께서 요즘 가족영화에 대한 사업적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심재명: 극장들이 이제는 주거지역까지 파고들 만큼 양적으로 팽창하고 있잖아요. 영화관에 들르기가 그만큼 쉬워진 거죠. 가족 단위 관객들은, 저도 딸을 키우고 있지만, 주로 방학 때 할리우드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이나 교양물을 즐겨 봅니다. 이 점에 착안해서 이제쯤이면 우리 관객들도 우리가 만든 가족영화를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거예요. <안녕 형아>(2005), <아이스케키>(2006) 등이 그런 취지의 작품들인데, 앞의 것은 조금 성공했고 뒤의 것은 조금 실패했죠. 어쨌든 이런 과정에서 한국영화 컨텐츠의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요. 공병호: <조용한 가족> <바람난 가족> <구미호 가족> 같은 연작물도 제작하셨지요. 가족에 대해서 할 말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심재명: 제가 가족주의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가족이라는 단어가 한국 사회에서 내포하고 있는 특별한 의미를 주목注目하고 있을 뿐이에요. ‘우리’라는 말처럼 ‘가족’도 가끔은 강박으로 작용해서, 누가 무슨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면 ‘우리’는 반사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가족’에서 찾으려 하잖아요. 그리고 이들 영화는 앞서 말한 온 가족이 함께 보는 가족영화의 범주에 들어가지는 않아요. 저는, 예를 들어 가족을 다뤄도 어설픈 가족주의로 문제를 봉합하려는 태도를 혐오해요. 제가 얌전하게 보이고 또 실제로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기존의 체제와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물리력을 행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반발심이 커요. 그런 의미에서 이들 작품들은 오히려 가족의 해체 같은 문제를 다루면서, 기존의 관념을 깨는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 거죠. 영화 같은 삶보다 삶을 꿈꾸는 영화가 좋다 공병호: 스스로는 자기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심재명: 10년 넘게 알고 지내는 분들이 저더러 너무 안 변한다고들 하더군요. 저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칭찬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누구보다도 시대 흐름에 민감해야 하고 좀 더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할 텐데, 좀 아쉽죠. 삶을 대하는 태도도 비관적이고…. 이 일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매스컴에 오르내리게 되었지만, 그러나 저는 겉으로 드러난 사회적 이미지에 대한 환상이 없어요. 활발한 활동을 하시는 많은 여성 중에는 야심적인 전략가들도 계시죠. 물론 저는 ‘워커홀릭workaholic(일 중독자)이에요. 하지만 그런 분들하고는 완전히 반대편에 서 있어요. 공병호: 일에 파묻히겠다, 세평世評에 관심 두지 않겠다…. 심재명: 저를 힘센 페미니스트로 보는 분들이 있어요. 육아에 대한 책임도 남편과 평등하게 나누어 질 것 같다고 하는데, 그러나 사실은 그와 달라요. 아무리 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주말에는 꼭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죠. 공병호: 오늘 답변이 제 예상을 많이 빗나갑니다. 얼핏 생각하면 도전과 변화를 추구하는 적극적 성격을 지니셨을 것 같은데, 의외로 내부지향적 측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얻고 싶은 답을 위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시도를 해보지요. 인생의 성공이란 무엇입니까, 어떻게 정의하시겠습니까. 심재명: 성공해야겠다, 이런 생각 전혀 안 했어요. 얼마 전 딸아이가 앨빈 토플러를 얘기하면서 금융, 경제 이런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얘기하던데…. 이전에 다른 매체에서도 인터뷰를 하면 꼭 성공을 화제로 삼더라고요. ‘성공한 여자’가 어떻고 하는 것들…. 저는 스스로 성공했다는 생각은 한 적 없고요. 굳이 성공이라는 말과 연관을 시키자면 제가 몸을 담고 있는 일에서 발전을 이루는 일이겠지요. 지금도 가끔 제 능력의 한계와 위기의식을 느끼는데, 어느 시점에선가 현명하게 나 자신을 변화시키거나 운신의 폭을 달리하면서 여전히 의미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 그것도 또 하나의 성공한 인생이라고 보는 거지요. 공병호: 음, 이 답도 굉장히 소박하네요. 내가 반성을 좀 해야겠어요. 아무튼 심 대표께서 꿈꾸시는 또 다른 방식의 삶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심재명: 박사님도 늘 건승하세요. 공병호 어떻게 그렇게 많은, 좋은 글을 쓰십니까. 사람들은 묻습니다. 그러나 내 안에서 나온 그것들을, 나는 이미 오래 전에 잊어버렸습니다. 배를 타본 사람은 압니다. ‘이물’에 앉아 있으면 두 갈래로 물살이 갈라져 빠르게 ‘고물’ 쪽으로 달려갑니다. 화살처럼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나간 일에는 아무런 기쁨이 없습니다. 실패하면 사람들로부터 잊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지만, 성공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느낌이 없습니다. 재능이 있다는 생각도 없습니다. 나는 다작多作을 합니다. 밥 먹고, 글 쓰고, 책을 냅니다. 그것이 나의 일상입니다. 1960년 경남 충무 생. 고려대학교 경제학과(1983), 미국 라이스대학교 박사(1987).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2001~). 저서 <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 <10년 후, 한국> 등. 심재명 재테크요? 문외한이에요. 성격이요? 직관적이고 감성적이랄까, 지레짐작해서 일을 그르친다고 남편에게 늘 주의를 받아요. 화나는 일이요? 어떻게 하면 영화를 잘 만들까 고민하지 않고, 잘 살아남을까만 궁리하는 사람들을 볼때…. 어떻게 화를 내냐고요? 못 내요. 스트레스를 푸는 비법이요? 저는 비법이 없는 게 문제예요. 좌우명이요? 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말자. 성공이요? 그런 걸 꼭 생각해야 하나요? 저 참, 별로지요…. (아, 사람의 가슴 속으로 들어가기에 언어는 너무 가볍다. 침잠沈潛하지 못하고 부유浮游하는 나뭇잎처럼.) 1963년 서울 생. 동덕여대 국문과(1987), (주)명필름 창립(1995), 여성영화인모임 준비위원회 위원(2000),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산업대학원 겸임교수, (주)엠케이픽처스 이사. <조용한 가족, 1998> <해피엔드, 1998> <공동경비구역 JSA, 2000> <질투는 나의 힘, 2002> <바람난 가족, 2003> <그때 그사람들, 2004>.
  • 우리집 밥상에 봄이 올라왔네

    우리집 밥상에 봄이 올라왔네

    평소 아이들에게 나물 한번 제대로 먹이기가 쉽지 않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이런 어린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편식 버릇을 떨치기가 그리 쉽지 않아 고민하는 어머니들이 많다. 추운 겨울 꽁꽁 언 땅을 뚫고 싹을 피워낸 봄나물들. 그 어떤 보약이 이보다 좋을까. 지난주 한 TV 방송에서는 잘못된 건강정보를 무분별하게 적용한 사람들의 실태를 보여줬다. 몸에 좋다고 가려 먹은 것이 오히려 영양결핍을 초래했다. 건강은 고루 잘 먹어야 지킬 수 있다는 건 두말이 필요없는 진리다. ‘영양의 보고’ 봄나물을 좀더 색다르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쿠킹아트센터(02-6273-8577) 장경진 실장으로부터 달래, 두릅, 냉이, 돌나물 등을 이용해 샐러드, 샌드위치, 수프, 파스타 만드는 법을 알아봤다. 만들기도 쉽고 맛있는 이 요리들은 아이들과 나물을 좀더 친하게 만들고 어른들의 입맛도 늦게나마 교정하기에 제격이다.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부드러운 목넘김이 좋다 - 두릅수프 ▲재료 두릅 1팩(약 100g), 감자 1개, 양파 1/4개, 닭육수 1컵, 생크림 1/2컵, 우유 1/2컵, 버터 1/2큰술, 소금 후추 약간씩 ▲만드는 법 (1) 두릅은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낸다. (2) 양파는 채썰고 감자는 납작하게 썬다. (3) 냄비에 올리브유를 두른 후 양파, 감자 순으로 담가 반정도 익을 만큼 볶는다. (4) (3)에 닭육수를 넣어 살짝 끓인 후 데친 두릅과 함께 믹서에 간다. (5) (4)를 냄비에 담고 생크림, 우유로 맛과 농도를 맞춘 뒤 버터,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 입안에 감도는 바다향기- 달래해물샐러드 ▲재료 달래 1묶음(약 70g), 주꾸미 3마리, 중하 3마리, 청오이 1/2개, 배 1/3개 소스 : 식초 4큰술, 설탕 1큰술, 모과청 3큰술, 마늘 2톨, 꽃소금 1작은술, 레몬 1/4개 분량 ▲만드는 법 (1) 달래는 5㎝ 길이로 자른다. (2) 주꾸미는 데쳐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3) 새우는 등쪽에 있는 내장을 제거 한 후 데쳐 반으로 저며 놓는다. (4) 오이, 배는 채썬다. (5) 마늘은 다져서 분량대로 소스를 만든다. (6) 해물에 소스를 약간 넣어 버무려 나머지 채소와 함께 접시에 담는다. ■ 동서양의 환상적인 만남 - 냉이 파스타 ▲재료 파스타 140g, 냉이 1컵, 파르메산 치즈, 소금, 후추 소스 : 냉이 1/2컵, 올리브유 3큰술, 잣 1/2큰술, 치즈가루 1큰술, 마늘 1톨 ▲만드는 법 (1) 냉이는 뿌리 쪽 부분의 흙을 살살 긁어 껍질을 벗겨 끓는 소금물에 데친다. (2) 분량의 소스는 믹서에 간다. (3) 파스타는 10분 정도 삶아 간 소스, 데친 냉이, 소금, 후추로 버무리고 완성 그릇에 담은 후 파르메산 치즈를 갈아서 위에 뿌려준다. ■ 봄의 상큼함이 입안에 확~ - 돌나물 샌드위치 ▲재료 모닝빵, 돌나물, 칵테일새우, 토마토, 파프리카. 소스 : 칠리소스, 머스터드 ▲만드는 법 (1) 돌나물은 깨끗이 씻은 후 물기를 닦아 놓는다. (2) 모닝빵은 반을 갈라 팬에 살짝 굽는다. (3) 토마토, 파프리카는 원형으로 썬다. (4) 새우는 칠리소스로 버무린 후 팬에 살짝 굽는다. (5) 빵에 머스터드를 바르고 돌나물, 토마토, 파프리카, 새우 순으로 담고 칠리소스를 뿌려 마무리한다. ■ 봄나물의 효능 싱싱한 봄나물, 효능이 높다는 것은 이미 상식화돼 있다. 춘곤증을 이기는 데도 좋을 뿐만 아니라 만물이 소생하는 봄기운을 몸에 넣는다는 자체가 생기를 돌게 한다. 늘 이맘때면 봄나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언급된 냉이, 두릅, 돌나물, 달래 등 4가지 봄나물에는 어떤 효능이 있는지 정리했다. # 달래 백합과에 속한다. 예부터 여름철 배탈이 났을 때나 종기에 물렸을 때 쓰였다고 한다. 정신안정과 숙면을 위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비타민C가 풍부하며 알칼리 채소이기 때문에 빈혈, 동맥경화, 불면증, 장염, 위염에 효과가 있다. 막 된장을 풀어 찌개를 끓여도 맛있고 초장에 무쳐서 먹어도 맛이 그만이다. # 돌나물누워서 하늘을 구경하는 풀(와경천초)이라고도 한다. 바위나 돌무더기 위에 자라며 잎 조각이 연꽃잎과 닮았다 하여 ‘석련화’라고도 했다. 갱년기 장애가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감소하기 때문인데, 돌나물은 이 에스트로겐을 대체할 수 있는 놀라운 효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또 칼슘 식품의 대명사 우유보다 무려 2배나 칼슘 함량이 높다. 그래서 골다공증에 아주 효과적인 식품이다. 또한 평생에 걸쳐 조절이 필요한 콜레스테롤을 낮춰준다. # 두릅 두릅은 두릅나무의 어린 순이다. 향기가 신선해 마음을 안정시킨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이 먹으면 머리가 맑아진다고 한다. 단백질과 회분, 비타민C가 많고 단백질의 구성요소인 아미노산의 조성이 좋아 영양도 매우 좋다. 일반적으로 초고추장에 무치거나 찍어먹는다. 만성 신장병으로 몸이 붓고 소변을 자주 보는 사람이 먹으면 신장기능이 강화된다고 알려져 있다. # 냉이 겨자과에 속한다. 잎과 뿌리가 달착지근해서 별미로 전해내려오고 있다. 이른 봄, 된장을 풀어 냉이를 넣어 끓이는 냉잇국은 최고다. 또한 고추장이나 된장에 무쳐 먹어도 되고, 생 콩가루에 비벼 쪄서 먹어도 좋다. 냉이는 코리, 아세틸콜린, 후말산 등의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맥경화와 간에 지방이 고이는 것을 막아주고 변비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지혈작용도 있기 때문에 폐출혈, 자궁 출혈, 그리고 생리 불순에도 좋다는 게 정설로 알려져 있다.
  • [Local&Metro] 충장로 ‘아름다운 거리’ 단장

    광주의 ‘명동’인 충장로가 꿈과 낭만이 깃든 거리로 탈바꿈한다. 18일 광주시에 따르면 충장로를 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해 특색있고 운치있는 아름다운 거리로 만들기로 했다. 이 사업은 전남도청 이전 등으로 도심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충장로 일대에 시민들을 끌어들여 옛 영화를 다시 찾기 위한 것이다. 2008년까지 총 사업비 75억원이 들어갈 이 사업은 우선 1단계로 25억원이 투입돼 1∼3가 747m 구간에 야간경관 조명 등 다양한 시설과 조형물이 설치된다. 길바닥은 칙칙한 회색의 아스팔트를 들어낸 뒤 화강석을 깔고 고휘도 지중 LED를 설치해 환상적인 조명을 연출하게 된다. 시민들이 즐겨찾는 광주우체국앞 만남의 광장은 벤치와 휴게공간, 안내판, 가림벽 등이 마련된다. 또 인기 연예인과 체육인 등의 핸드프린팅과 광주 비엔날레 상징, 충장로 로고 등이 거리 황동판에 새겨질 예정이다. 가로등과 공중전화 부스, 길거리 의자 등도 특화의 거리 조성 취지에 맞게 깜찍하고 아름답게 디자인돼 설치할 계획이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Metro & Local] 충장로 ‘아름다운 거리’ 단장

    광주의 ‘명동’인 충장로가 꿈과 낭만이 깃든 거리로 탈바꿈한다. 18일 광주시에 따르면 충장로를 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해 특색있고 운치있는 아름다운 거리로 만들기로 했다. 이 사업은 전남도청 이전 등으로 도심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충장로 일대에 시민들을 끌어들여 옛 영화를 다시 찾기 위한 것이다. 2008년까지 총 사업비 75억원이 들어갈 이 사업은 우선 1단계로 25억원이 투입돼 1∼3가 747m 구간에 야간경관 조명 등 다양한 시설과 조형물이 설치된다. 길바닥은 칙칙한 회색의 아스팔트를 들어낸 뒤 화강석을 깔고 고휘도 지중 LED를 설치해 환상적인 조명을 연출하게 된다. 시민들이 즐겨찾는 광주우체국앞 만남의 광장은 벤치와 휴게공간, 안내판, 가림벽 등이 마련된다. 또 인기 연예인과 체육인 등의 핸드프린팅과 광주 비엔날레 상징, 충장로 로고 등이 거리 황동판에 새겨질 예정이다. 가로등과 공중전화 부스, 길거리 의자 등도 특화의 거리 조성 취지에 맞게 깜찍하고 아름답게 디자인돼 설치할 계획이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서재응 또 4이닝 무실점 쾌투

    미 프로야구의 서재응(30·탬파베이)이 세번째 시범경기에서 환상적인 피칭을 선보여 제3선발 자리를 더욱 다졌다. 서재응은 16일 클리블랜드전에 선발 등판,4이닝 동안 안타를 1개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완벽히 틀어막았다. 서재응은 특유의 ‘면도칼 제구력’으로 최고 146㎞짜리 직구를 구석구석 찔렀고, 낙차 큰 변화구로 상대 방망이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그러나 고질적인 팀 타선 부재로 탬파베이는 0-5로 완봉패했다. 현재 탬파베이의 팀타율은 .209에 그쳤다. 한솥밥을 먹고 있는 류제국(24)도 0-5로 뒤진 8회 등판, 타자 3명을 간단히 땅볼로 요리했다. 시범경기에 세번 나와 5이닝 동안 1실점만 허용, 방어율 1.80을 기록했다. 최희섭(탬파베이)은 7회 대수비로 출장해 8회 땅볼로 물러났다. 시애틀의 백차승(27)은 이날 시카고 컵스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3이닝 동안 2개의 홈런을 포함해 7안타를 허용하고 6실점,2패째를 안았다. 방어율이 11.25로 치솟아 선발 진입 전망이 어두워졌다. 한편 일본프로야구의 이승엽(31·요미우리)은 이날 세이부전에 1루수 겸 4번 타자로 선발 출장,2타수 무안타(1볼넷 1타점)에 그쳤다. 타율은 .276으로 떨어졌다.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걷고 싶은 꽃길 84곳

    걷고 싶은 꽃길 84곳

    서울시는 15일 봄꽃이 아름답게 피는 시내 84곳을 ‘서울의 봄 꽃길’로 선정했다. 봄 꽃길은 서울숲, 허브공원, 남산공원 등 공원 25곳, 사당로 걷고 싶은 녹화거리, 여의도 윤중로, 은평구 진흥로 등 가로변 25곳, 안양천, 청계천, 성내천 등 하천변 26곳, 녹지대 8곳 등이다. 봄 꽃길 가운데 아차산 보행녹도는 붓꽃 등 야생화 4500포기를 심어 봄부터 가을까지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다. 중랑구 신내8∼11단지 녹지대에서는 다양한 색깔의 철쭉을 감상할 수 있다. 마포구 성산공원과 와우공원에서는 각각 아까시꽃과 벚꽃·철쭉을, 양천구 신트리공원에서는 금낭화, 원추리 등 야생화 단지를 볼 수 있다. 안양천변에서는 벚꽃과 함께 벌개미취 등 계절별로 다양한 식물을 구경할 수 있다. 사당로 걷고 싶은 녹화거리는 철쭉, 벚꽃, 매화 등이 장미 아치와 어우러져 주요 명소가 됐다. 또 강동구의 허브공원에서는 라벤더 등 계절별로 다양한 허브가 10월말까지 방문객들을 맞는다. 삼청공원과 여의도 윤중로, 광진구 워커힐길, 동대문구 중랑천 제방길, 금천구 벚꽃십리길 등에서는 벚꽃을 만나볼 수 있다. 능동 어린이대공원은 무료개방 후 처음 맞는 벚꽃축제를 다음달초에 열면서 발광다이오드(LED) 경관조명 395개가 비추는 벚꽃의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서울의 개나리와 진달래는 지난해보다 7∼11일 정도 이른 오는 21일에, 벚꽃은 다음달 2일쯤 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책꽂이]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존 카첸바크 지음, 이원경 옮김, 비채 펴냄) 어느 날 정신병원에서 젊은 여간호사가 잔인하게 살해된다. 대학시절 괴한으로부터 성폭행당한 어두운 기억을 지닌 여검사가 살인범을 잡기 위해 홀로 수사를 벌인다. 하지만 살해되는 환자들은 늘어만 가고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진다.‘그 여름의 절정’ ‘하트의 전쟁’ ‘정당한 이유’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스릴러 마니아들의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는 저자의 대표작. 이 소설은 인간의 심리를 한올 한올 파고드는 치밀한 관찰과 반전의 미학이 돋보이는 ‘심리 스릴러의 교본’이란 평을 듣는다.1만 5000원. ●영문학과 사회비평(여홍상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19세기 영시에 관한 글 모음집. 콜리지는 존 밀턴이 제러미 벤덤과 함께 19세기의 대표적인 사상가로 꼽은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이자 평론가다. 기존 생태론적 비평가들이 소홀히 다룬 콜리지의 산문과 시를 생태학적 측면에서 고찰한다. 영국 빅토리아조를 대표하는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2만 1000행이 넘는 장시 ‘반지와 책’에 나타난 빛과 색채의 이미지를 분석한다.‘오러리 리’로 유명한 엘리자베스 배릿 브라우닝 시의 사회비평적 주제를 러시아 비평가 미하일 바흐친의 ‘대화주의’이론을 적용해 분석한 글도 눈길을 끈다.1만 5000원. ●내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김선우 지음, 미루나무 펴냄) “낭만적인 ‘초사’의 분위기로 미루어 보건대, 멱라강 물 속에서 사랑하는 이의 혼이 부르는 듯해 돌을 봉황처럼 껴안고 강물 속으로 뛰어든 광인 굴원이라면 어떨까요.” 시집 ‘도화 아래 잠들다’ 등을 펴낸 저자는 ‘초사(楚辭)문학의 시조’ 굴원에게 연인이 있었다면 ‘우국’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유배지에서 자살을 감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듯 저자에게 사랑은 모든 것을 이루어 주는 힘이다.9800원.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민음사 펴냄) 환상과 알레고리가 어우러진 3부작 ‘우리의 선조들’로 유명한 작가의 후기 대표작. 베네치아의 젊은 여행자 마르코 폴로와 황혼기에 접어든 타타르 제국 황제 쿠빌라이의 도시에 관한 이야기로 꾸며진 이 소설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서사와 주인공은 없다. 작가는 55개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를 기억·욕망·교환·기호·이름·죽음 등 다양한 속성들과 연결해 풀어가며 인간과 도시의 관계에 대해 살핀다. 저자는 보르헤스, 마르케스와 함께 현대문학의 3대 거장으로 꼽힌다.7500원.
  • [오늘의 눈] 엘리트들의 대박에 대한 환상/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경기도 H골프장 사장 납치사건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복잡하게 얽혀 마치 영화의 장면들을 연상케 한다. 우선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납치현장을 지휘했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검사나 변호사 등이 강압수사나 비리 등에 연루된 적은 있어도 강력사건의 범인으로 직접 등장한 것은 역설과 반전이 난무하는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다. 가짜 체포영장, 정보기관 사칭 등이 동원되고 공모자들이 수천억원을 나눠갖기로 한 점 등도 마찬가지다. 극적인 요소는 제3공화국시절 최대의 스캔들을 일으킨 뒤 1970년 한강변에서 피살된 정인숙의 아들이 등장하면서 절정을 이룬다. 경찰에 따르면 정인숙의 아들로 밝혀진 정모(39·수배)씨는 이번 사건의 시나리오를 짜고 행동대원들을 끌어들이는 등 핵심 역할을 했다. 정씨의 ‘묘한 등장’은 또 다른 얘깃거리를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출신과 배경이 다른 이들을 범죄라는 테두리로 묶은 것은 ‘대박’에 대한 환상이었다. 골프장 사장의 외삼촌인 윤씨는 2002년 골프장 경영에서 손을 뗀 뒤 지분도 없으면서 골프장 매각을 시도해 왔다. 이번 사건을 저지른 것도 골프장 명의를 자신으로 바꿔 팔려는 의도였다. 김 변호사는 “300억원을 주겠다.”는 윤씨의 제의를 받고 고심한 흔적도 없이 범죄자로 돌변했다. 미국에서 명문대를 졸업하고 2005년 귀국해 기업 인수·합병 전문회사를 운영해온 정씨는 “골프장을 뺏으면 1500억원을 달라.”며 적극성을 보였다. 그런데 이들은 의욕과는 달리 이번 사건에서 비상식적인 범죄행태를 보였다. 행동대원 도피자금을 은행계좌로 입금시키는 등 엘리트들이 공모한 범죄치고는 엉성하기 그지없다. 마음이 너무 앞섰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사건은 납치 과정이나 감금 등이 일반 강도범들의 수법과 거의 일치한다. ‘대박’이라고 판단되면 지위에 상관없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kimhj@seoul.co.kr
  • [시론] 미국의 대북정책 왜 변했나/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시론] 미국의 대북정책 왜 변했나/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북·미 수교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런 변화에 미국의 네오콘과 한국의 보수세력은 충격을 받은 듯하다. 한국의 보수세력이 느끼는 충격은 거의 패닉에 가깝다.‘미국의 배신 때리기’에 적지 않게 당혹하고 있다. 보수 논객들의 글에선 ‘반미감정’마저 느껴진다. 이들의 딴죽 걸기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반전하기 어려울 만큼 급진전되고 있다. 단순히 협상하는 시늉만 내는 전술적 변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변화의 배경에는 북한과 미국 양 지도부의 전략적 결단이 숨어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핵무기를 조기에 포기하는 대신 미국과 수교를 통해 체제안전을 확보한다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 역시 대북 강경정책을 접고 북한과 양자협상을 통해 북한핵문제를 해결한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린 듯하다. 부시는 자신의 임기내에 북한과 수교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놀라운 장면들을 목격할지도 모른다. 부시 대통령이 극적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같은 국제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청해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4개국 정상이 손을 맞잡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변화의 직접적인 추동력은 두말할 나위 없이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다. 부시의 입장에서는 이라크와 이란문제가 조기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핵문제라도 풀어 외교적 성과를 내야 할 형편이다. 네오콘의 퇴조와 북·미 양자협상을 주장해온 민주당의 의회 장악이 한 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미국의 정책 변화를 이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 부시 행정부가 줄곧 대북 강경정책을 추진해온 배경은 중국견제와 일방주의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위협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소멸되고 북한과 수교를 하게 된다면, 이런 북한위협론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다. 우선 ‘북한붕괴론’이 비현실적임을 깨달은 것이다. 또 미사일방어체제(MD)가 상당부분 진척됨에 따라 중요한 명분이던 북한위협론에 매달릴 동기도 약해졌다. 게다가 대북 강경정책이 가져온 부정적 결과도 충분히 목격했다. 북한에 대한 압박은 북한의 중국에 대한 의존성과 중국의 대북 영향력 강화를 가져올 뿐임을 인식했다. 미국으로선 동북아 정세변화에 대비한 장기적 포석도 필요하다. 한국은 점차 미국으로부터 ‘독립적인 국가’가 돼 갈 것이다. 북한과 수교는 오히려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북한을 중국으로부터 떼어놓는 데도 유리하다. 2000년 10월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서 꼭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북한이 주한미군 주둔을 인정해 줄 수 있는가였다. 북한은 이미 90년대초부터 북한에 적대적인 존재가 아니라면 주한미군을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추진에 따라 이런 조건은 더욱 충족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는 ‘네오콘식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주의에 바탕을 둔 정책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 태양의 서커스 ‘퀴담’ 한국 상륙

    공연 관계자들이 가장 주목한 올해 최대의 화제작 캐나다 ‘태양의 서커스’의 ‘퀴담’이 오는 17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광장에 거대한 원형 천막극장을 세운다. 한번에 2600명을 수용하는 대형 천막극장의 규모는 높이 17m, 지름 50m에 19개의 방수포로 만들어지며 건설에 12시간이 걸린다. 태양의 서커스는 캐나다 퀘벡지역에서 춤추고, 불을 뿜으며, 음악을 연주하는 길거리 서커스를 하던 연기자들이 1984년 만든 공연단체이다. 무경쟁시장을 개척하는 블루오션의 성공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태양의 서커스는 매년 10억달러의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다. 길거리 곡예사였던 설립자 기 랄리베르테(48)는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올해의 갑부 순위 562위에 올랐다. ‘퀴담’은 태양의 서커스가 세계 각국을 순회하는 6개 공연 가운데 하나로, 두바이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한국에 상륙한다. 오는 29일 개막 예정으로 총 19만장의 입장권 가운데 이미 2만장이 판매됐다. 태양의 서커스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에서 상설 공연 중인 ‘오’ ‘카’ 등의 작품도 기상천외한 무대세트와 환상적인 연기로 연일 매진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퀴담은 라틴어로 ‘이름모를 행인’이란 뜻이다. 한 소녀가 퀴담이 떨어뜨린 모자를 쓰자 환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길거리 서커스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이 공연은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슬아슬한 묘기를 연출해낸다. 묘기만 선보이는 게 아니라 전문가수나 무용수도 등장해 서커스가 아니라 뮤지컬에 가까운 한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선사한다. 특히 20만원에 판매되는 VIP석 타피 루즈는 매회 264명에게 별도의 주차공간과 독립텐트, 술과 음료 등을 제공한다. 길거리 불쇼를 라스베이거스의 최고급 호텔 예술로 승화시킨 태양의 서커스가 국내 공연계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02)541-3150.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사치의 나라 럭셔리 코리아/김난도 지음

    지난해 가짜 명품시계 ‘빈센트 엔 코’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실제로 있지도 않은 브랜드의 시계가 ‘사치품 마케팅’에 힘입어 180년 전통의 명품시계로 둔갑, 엄청난 가격에 팔려나간 것이다.‘사치 공화국’이 되어 가는 대한민국의 단면을 생생히 보여준 사례다. ‘사치의 나라 럭셔리 코리아’(김난도 지음, 미래의 창 펴냄)는 명품애호가에 대한 심층인터뷰 등을 통해 사치의 심리적 원인과 이를 부추기는 사회적 기제를 밝힌 책이다. 인간에게는 ‘사치본능’이 있는 것일까.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요새 사치가 너무 심하다.”고 개탄했다. 북미 인디언들도 ‘포틀래치’라는 축제를 통해 자신들의 부를 과시했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인 저자는 사치의 욕망은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 물질문화에 의해 ‘길러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사치 소비유형을 과시형, 질시형, 환상형, 동조형 등 네가지로 나눈다. 신흥 부자층에 많이 나타나는 과시형은 명품을 ‘지위의 대리물’로 여긴다. 반면 질시형 소비자들은 명품이 남들의 무시를 막아 주는 ‘갑옷’ 구실을 한다고 믿는다.1만 1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길섶에서] 그 어린이들/함혜리 논설위원

    지난해 말 나의 주말을 즐겁게 해 주었던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여주인공 나상실은 남주인공 장철수의 조카들을 이렇게 불렀다.“어린이들!” 나는 어린이들을 좋아한다. 여행할 때나, 출장 다닐 때, 취재 중에 어린이들이 보이면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곤 했다. 파일에 저장해 놓은 사진들을 가끔 꺼내 본다. 장난기 가득한 눈빛, 천진난만한 미소…. 어린이들은 어느 나라나 똑같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맑아진다. 재작년 6월 파리에서 음악축제 취재를 나갔다가 거리에서 연주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사진을 찍었다. 무릎 위에 기타를 올려놓은 채 친구의 키보드 연주를 듣고 있는 소녀. 그 왼쪽에선 다른 어린이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다. 이 사진을 프랑스의 문화경쟁력을 다룬 3월9일자 프렌치리포트에 사용했다. 사진 한장이 글의 모자람을 잘 채워준다. 그냥 좋아서 찍었던 사진들이 요즘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참 고맙다. 내가 찍은 사진 속의 그 어린이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분노와 폭력의 21세기’ 냉소적 접근

    1988년 한편의 소설이 전 세계를 들끓게 했다.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하마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그의 열두명의 아내를 창녀에 비유해 출간 즉시 격렬한 논란에 휩싸인 살만 루슈디(60)의 ‘악마의 시’가 바로 그것이다. 루슈디는 이슬람교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이란 정부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았고, 영국은 이 사건으로 이란과 단교했다. 루슈디 지지 사설을 실은 미국의 한 신문사는 폭탄테러를 당했고, 이 책의 일본어 번역가는 살해됐다. ‘분노’(김진준 옮김, 문학동네 펴냄)는 이 문제적 작가가 2001년에 발표한 액자소설 형식의 작품이다. 인도 뭄바이의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이주, 케임브리지대 킹스칼리지에서 역사를 공부한 루슈디는 신화와 현실을 넘나드는 환상적인 필치와 장중한 문체를 구사하는 세계적인 작가다. ‘분노’는 루슈디가 영국 도피생활을 청산하고 뉴욕으로 건너가 쓴 첫 작품. 작가는 이 소설에서 ‘분노와 폭력의 21세기’를 냉소적으로 그린다.케임브리지대 사상사 교수인 말릭 솔랑카는 학문적인 삶에 염증을 느끼고 종신교수직을 내던진다. 학교를 그만둔 그에게 뜻하지 않은 기회가 온다. 인형들이 나와 대담을 나누는 방송사 철학 프로그램의 기획을 맡게 된 것이다. 하지만 솔랑카는 자신이 만든 인형이 저속한 대중의 아이콘으로 변질돼 가는 것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인형 때문에 아내와 말다툼을 벌인 뒤 살인충동을 느낀 그는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홀로 미국으로 떠난다. 그러나 모든 과거가 사라지고 현재만 있을 것 같은 미국에서도 끊임없이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혀 방황을 거듭한다. 평생 죽음의 위협 속에 떠돌아야 했던 작가 자신의 내면을 읽는 듯하다.1만 40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중계석] “美 이공계 대졸자 2배로 늘려라”/워싱턴 이도운특파원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의 이공계 인력 부족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외국 고급인력 유치를 위해 비자 제한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루미나 교육재단도 이날 보고서에서 경쟁력 유지를 위해 대졸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게이츠 회장의 미 상원 보건·교육·노동 연기금위원회 청문회 발언 요지 및 루미나 재단의 보고서 요지. ●게이츠 회장 오는 2015년까지 이공계 부문의 대졸자를 두배로 늘려야 한다. 외국 고급인력 확보를 위해 비자 제한을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정작 필요한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전문직 취업용인 H-1B 비자 한도를 현재의 연간 6만 5000건에서 30만건으로 늘릴 수 있다면 환상적일 것이다. 이처럼 대폭 확대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전문직 비자에 제한이 있어서는 안된다. 전문 인력이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필수적이다. 이들이 미국에 영주해서 본토인과 함께 혁신과 성장을 촉진시키도록 장려해야 한다. 기초 연구에 대한 지원도 향후 7년간 연평균 10%씩은 늘어나야 한다. ●루미나 재단 미국이 주요국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해마다 대졸자를 3분의 1 이상 늘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25년쯤 1600만명의 고급 인력이 부족하게 될 것이다. 캐나다, 일본 및 한국의 경우 그때까지 2년제 전문학교 이상 대졸자가 전체 취업인구의 약 55%가 되지만 미국은 46% 가량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1600만명의 고급 인력이 부족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2004∼2005 학년도에 미국에서 약 140만명의 대졸자 외에 70만명이 전문대를 졸업했다. 미국이 대외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해마다 대졸자가 37% 가량 늘어나야 할 것이다. 한편 전미반도체산업협회도 의회를 대상으로 단기 기술비자 발급을 늘리고 연구 개발비 지원을 확대하도록 로비를 벌여 왔다. 정리 워싱턴 이도운특파원 dawn@seoul.co.kr
  • 영화 2편으로 본 인생사는 법

    새봄, 극장가를 감동으로 수놓을 유럽 영화 두 편이 관객을 찾는다. 스페인에서 안락사 논쟁을 일으켰던 실화 ‘씨 인사이드’와 냉혹한 동독 비밀경찰의 인간성 회복을 담고 있는 독일 영화 ‘타인의 삶’이다. 할리우드 대작도 아니고 화려한 톱스타가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낯설어하는 관객이 많을 듯하다. 하지만 일단 한번 보시라. 극장 문을 나설 때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곱씹게 될 터. 물론 재미는 기본이다.‘놓치면 후회한다.’는 상투적인 표현이 아깝지 않은 영화들이다. ■ 씨 인사이드 수심 낮은 바닷가에서 다이빙을 하다 목뼈가 부러진 뒤 26년간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 살아온 전신마비 환자 라몬 삼페드로. 그는 누군가의 손길 없이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다. 그는 “삶은 의무가 아닌 권리”라고 주장하며 권리를 잃어버린 삶을 ‘끝낼 권리’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다. 하지만 그의 안락사 청원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디 아더스’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은 스페인을 안락사 논쟁으로 들끓게 만든 실화를 통해 묻는다. ‘죽을 권리, 과연 인정해야 하는가?’ 감독은 라몬이 쓴 ‘지옥으로부터의 편지’를 읽고 매료돼 영화를 결정했다. 하지만 영화는 대놓고 어느 것도 선동하고 있지 않다. 그저 담담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라몬과 주변 인물들의 고통을 그려내고 있다. 사실 그는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 없는 것만 빼면 그리 불행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형수를 비롯한 가족의 헌신적인 돌봄을 받아왔고, 방향은 다르지만 그를 도우려는 변호사 훌리아와 이혼녀 리사의 사랑도 받고 있다. 형수의 말대로 그는 “이 집에서 사랑 빼곤 받은 게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남에게 의존해서 살 수밖에 없다면) 웃어서 우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뼈아픈 라몬의 말에서 그의 무거운 내면을 읽게 된다. 그가 가진 고통은 그의 판타지를 구현하는 환상적인 카메라 워킹을 통해 더욱 부각된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을 따라 유영하는 듯 담아낸 푸른 대지와 산, 바닷가…. 환상에서 깨어 옴짝달싹할 수 없는 그를 바라보는 건 절망이다. 관객은 어느새 죽음으로써 자유로워지고 싶은 그의 갈망을 이해하게 되고 그의 마지막 선택을 흐릿한 눈으로 받아들인다. 라몬 역을 맡아 눈부신 열연을 펼친 하비에르 바르뎀은 스페인의 국민배우.‘하몽하몽’ ‘당신의 다리 사이’ 등을 통해 ‘섹스 심볼’로 각인된 그의 변신이 놀랍다. 그는 이 영화로 제61회 베니스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오는 15일 개봉,15세 관람가. ■ 타인의 삶 누군가 당신의 삶에 현미경과 청진기를 들이댄다면, 거꾸로 당신이 누군가의 속내를 낱낱이 몰래 들여다볼 수 있다면. 대부분의 경우 당신과 누군가는 겉다르고 속다른 삶의 태도에 실망하고 냉소하게 될 것이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초원복국집 사건’이나 ‘엑스 파일’에서 드러난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대화 내용의 몰상식함을 기억한다면 말이다. 독일 영화 ‘타인의 삶’은 도청이라는 비인간적 행위를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성을 회복하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사랑도, 예술도 설 자리가 없었던 1984년 동독. 체제 유지를 위한 대민 도청이 상상을 초월하던 시절, 그 속에서 비밀경찰 비즐러는 피도 눈물도 없이 임무를 수행해온 기계적 인간이었다. 그에게 동독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과 그의 애인이자 인기 여배우 크리스타를 감시하라는 새로운 임무가 주어진다. 항상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니 그가 남은 물론 자신조차 사랑할 수 없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그런 그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에게 빠져들고 급기야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면서 남몰래 그들을 지켜주기에 이른다. 영화는 아무리 얼어붙은 시대라도 역시 사람만이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냉혈한에서 휴머니스트로 거듭나는 비즐러 역의 울리시 뮤흐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그는 시종일관 메마른 얼굴에 꿰뚫는 듯한 눈빛 하나로 비즐러의 차가운 내면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비즐러가 스승의 죽음을 애도하는 드라이만의 피아노 연주를 듣다가 표정없이 눈물만 떨구는 장면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많은 세월이 흐른 뒤 비즐러의 숨은 선행을 알게 된 드라이만. 그가 비즐러에게 뒤늦게 감사를 전달하는 마지막 반전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오는 22일 개봉,15세 관람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이용원칼럼] 고교가 평준화 됐다는 환상

    [이용원칼럼] 고교가 평준화 됐다는 환상

    외국어고와 일반 고교의 대학입학 성적을 비교해 보는 기회가 최근 생겼다. 서울에 소재한 한 외고의 2006년 일어반 졸업생은 모두 37명. 재수까지 마친 현재 그들의 대입 성적을 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가 15명, 그 다음 그룹으로 치는 서강대·성균관대·이화여대가 9명, 미국·일본 유학이 4명, 서울교대와 한의대를 합쳐 5명이다. 이밖에 2명은 수도권 소재 대학에 진학했고 2명이 삼수에 들어갔다. 대부분이 제가 원했거나, 적어도 차선인 대학·학과에 진학한 셈이다. 이번엔 이 외고와 같은 교육청에 속한 모 여고의 진학 성적을 보자. 그 일대 여중생·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이 학교는 전통 깊은 사립으로 대학 진학 성적이 좋다고 알려졌고 학교 스스로도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 학교 홈페이지에 실린 2006학년도 대입 현황은 서울대·연대·고대 38명, 서강대·성대·이화여대 39명이며 이들을 포함한 수도권 4년제 대학 입학생은 모두 234명이다. 이는 그해의 졸업생인 17개 학급의 700여명에 재수생을 더해 거둔 성적으로, 서울대·연대·고대 합격생 수는 학급당 두명 꼴이다. 실제로 이 여고의 명문대 진학률은 일반고 중에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서울에는, 서울대 합격자를 몇 년에 한명 배출하고 연·고대 합격자는 한 해에 한 자릿수에 머무는 고교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이 전통 깊은 여고와 외고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엄연히 존재한다. 30여년전 고교평준화 정책을 도입할 때 그 명분은 ‘망국병’인 과외 열풍을 없애려면 부득이 고교 입시 제도를 폐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지금 이 시점에서 명문대에 학생들을 대거 진학시키는 명문고는 사라졌는가. 또 명문고를 겨냥한 중학생들의 사교육 수업은 줄어들었는가. 명문고는 외고·과학고·자립형사립고·공영형 혁신학교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포장한 채 여전히 남아 있는데 그 숫자는 전국적으로 50개교 정도에 이른다. 여기에 비평준화 지역의 지방 명문고들이 변함 없이 위세를 부린다. 따라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따로 뽑아 교육시키는 학교의 수는 평준화제도 이전의 전국 명문고 숫자를 이미 넘어섰다. 게다가 이 고교들에 진학하려는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져 이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늦어도 중학교에 입학하면 ‘특목고·민사고 전문학원’에서 별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시대 사교육 열풍은 30년전 과외 열풍보다 더 거세게 몰아치는 것이다. 명문고 숫자가 예전보다 많아지고, 사교육은 더욱 기승을 부리는 현실에서 고교평준화는 사실상 허울만 남았을 뿐이다. 각급 학교가 새로운 학년을 막 시작했다. 학생들은 나름대로 학업 성적을 올리고자 결의를 다질 테고, 학부모 역시 아이에게 학원 한군데 더 보내고 좀 더 비싼 과외를 시키면 서울대, 연·고대에 갈 수 있겠지 하고 올인할 계획을 세울 것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내가, 우리 아이가 다니는 고교는 평준화된 학교니까 다른 학교와 경쟁력에서 큰 차이가 없으려니 하는 생각이 깔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준화된 고교’란 착각에 불과하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교육당국, 그리고 이에 기생해 명문대 진학의 꿈을 부추기는 학원 탓에 대부분의 학생·학부모는 여전히 환상을 품고 산다. 그래서 학부모의 허리는 갈수록 휘고 아이들은 ‘트라이앵글’의 늪에서 더욱 허덕이는 것이다.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양 하나, 양 둘, 셋…. 동네의 아는 양은 죄다 불러 모아봐도 이 놈의 불면의 밤, 쉬 낫질 않는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겨울밤은 길기만 하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우물에 폭포도 만든다고 했지만 도무지 갈피를 못 잡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조차 막막한 밤에, 뒤척일 필요 없이 길을 나섰다. 무작정 달려간 곳은 심야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엄동설한 새벽녘에 불러낼 연인 하나 없고, 친구에게 연락해봤자 걱정만 들을 게 자명한 일. 내리 두어 편 보고 나면 오뉴월 널뛰듯 담장 너머 기웃거리는 심란함은 잦아들겠지.“자, 어디 그럼 무슨 영화를 봐줄까나. 아, 저게 좋겠다!” 남들과 다른 천부적 재능을 가진 그녀와 세상에서 그녀를 알아봐주는 단 한 사람이 나누는 화려한 명예와 부와도 바꿀 수 없었던 사랑이야기 ‘미스포터(Miss Potter,2006년)’.19세기 영국, 어린 시절부터 풍부한 상상력으로 동물들과 친구가 된 베아트릭스 포터는 동물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한 책을 출판하려 하지만 세상의 누구도 그녀의 재능을 알아주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출판사에서 그녀의 그림을 본 편집자 노먼 워른은 그녀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차리고 출판을 위해 그녀를 찾아간다. 베아트릭스를 만난 순간 노먼은 그녀의 사랑스러운 매력에 반하고, 베아트릭스 또한 노먼의 자상함과 친절함에 반해 그에게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신분 차이는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다. 그럼에도 베아트릭스는 그와 함께 ‘피터 래빗 이야기’를 출판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믿어주는 그를 만난 것을 운명이자 기적이라고 여기고 명예와 재산에도 얽매이지 않고 그와의 사랑을 지켜나간다. 당신의 가슴을 사랑으로 물들일,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단 하나의 사랑을 경험하시라! 동화 속 세상보다 아름다운 사랑 하나 채웠으니 이번엔 실제 동화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 인간이 되고 싶었지만, 사람의 영혼을 훔치지 못하는 착한 여우 이야기 ‘천년여우 여우비(2007년)’. 산 속에 홀로 살고 있던 여우비는 어느 날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요요’들과 우연히 한 집에 살게 된다. 평온한 나날을 보낸 지 100년, 인간의 나이로 10살이 된 여우비는 조금씩 새로운 세상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인간들을 접해본 여우비는 낯섦과 호기심을 동시에 느끼게 되면서 막연히 인간의 삶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된다. 그러던 중 여우비 앞에 인간이 되는 길을 돕겠다며 나타난 ‘그림자 탐정’은 계속해서 여우비의 주위를 맴돌고, 뜻하지 않은 사고가 일어나면서 인간 소년이 영혼들의 세계인 ‘카나바’에 빠지게 되는데…. 심야상영관을 나서 작업실로 돌아오는 남산 길을 걸었다. 입김은 모락모락 구름을 이루고, 귓불은 떨어질 듯 아리아리했다. 그래도 기분은 상쾌하고 가벼웠다. 잠도 오지 않는 불면의 밤을 보내며 정작 필요한 것은 수많은 양떼도, 생각의 편린을 가로지르는 파도타기도 아니었을 거다. 이렇게 나와 짱짱한 바람에 내 살을 비비며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그리고 새벽에 달려와 볼 수 있는 극장과 언제나 반갑게 맞이하고 있는 새로운 영화들. 그날 이후, 감기와 몸살 기운에 그동안 못 이룬 잠을 내리 잘 수 있었다는 소문이…. 오늘밤, 단잠 주무십시오. 꾸벅! 시나리오 작가
  • 새달 5일 광안리 바다 ‘빛의 화폭’ 된다

    새달 5일 광안리 바다 ‘빛의 화폭’ 된다

    부산시는 5일 야경이 뛰어난 광안대교 등 광안리해수욕장 일대 1.5㎞ 구간을 ‘빛과 영상’이 조화를 이루는 세계 최첨단 멀티미디어 테마마크로 조성하는 ‘광안리 야간경관조명’사업이 최근 마무리 돼 다음달 5일 준공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광안리 야간경관조명 사업은 2005년 11월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비디오 예술의 창시자인 고 백남준 씨등 세계 거장 6명의 작품이 선정됐으며,4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설치작업을 진행 해 왔었다. ‘바다·빛 미술관(Busan New Media Mseum)’을 주제로 한 이들 설치 작품은 ▲심문섭(한국)‘섬으로 가는길’▲백남준(한국)의 유작인‘디지테이션’ ▲제니홀쳐(미국) ‘디지털 빛의 메시지’▲쟝피에르 레노(프랑스)의 ‘생명의 원천’▲샤를드모(프랑스)의 ‘영상 인터렉티브’▲얀 카슬레(프랑스)의 ‘은하수 바다’등 6개이다. 해수욕장 일대에 세계적인 작품이 대규모로 설치돼 미술공간으로 꾸며지기는광안리 해수욕장이 국내 처음이다. 낮에는 자연의 빛으로 세계의 유명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밤에는 빛과 영상이 조화를 이룬 뉴 테크놀로지의 종합적인 연출로 환상적인 야경을 연출하게된다. 특히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인 백씨를 비롯해 세계 유명작가의 작품들이 설치돼 더욱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다. 이들 작품은 영구적으로 설치되며 백사장, 수면공간, 광안대교를 입체적으로 연결하는 3차원 공간의 영상프로그램이아름다운 자연과 빛이 함께 어우러진 빛의 향연을 연출하게 된다. 백씨의 ‘디지테이션’은 광안리 해변 호메르스 호텔앞에 세워지며 청자촛대위에 모니터 5대를 세워 등대와 같은 이미지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뉴미디어와 예술, 자연의 만남을 상징한다. ‘디지털 빛의 메시지(제니홀터 작 )’는 수영구 문화센터 옥상에서 빔 프로젝트를 백사장쪽으로 쏘며, 삶과 사회에 관한 함축적인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하게 된다.‘생명의 원천(장피에르 레노)’은 붉은 동백꽃을 연상시키는 화분 모양의 작품으로, 전세계 유명도시에 놓여 있는 화분을 광안리에 놓음으로써 광안리를 세계적 장소와 동격화 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상 인터렉티브(샤를 드모)’는 민락동 광안해변공원 왼쪽에 세워지며 폐쇄된 공간을 벗어나 야외에 세워진 LED대형 화면을 통해 꾸밈없는 우리의 일상을 보여준다.‘은하수 바다(얀 카슬레)’는 광안리 해변 테마거리 화단에 1600개의 조명을 설치, 은하수의 빛 처럼 광안리를 비추고 녹지공간과 백색파도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이밖에 ‘섬으로 가는 길(심문섭)’은 광안리해수욕장 중앙 해수면에 고사분수 시설을 설치, 새로운 이상을 꿈꾸는 인간의 여정을 이미지로 표현하게 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야간 경관 조명사업이 완료됨에 따라 광안리 해수욕장 일대가 최첨단 멀티미디어 테마파크로 탈바꿈돼 관광명소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2007 자치구 핫이슈](23)강북구 자전거도시 조성

    [2007 자치구 핫이슈](23)강북구 자전거도시 조성

    강북구는 ‘자전거 도시’를 꿈꾼다. 서민층 거주지인 이 지역의 경우 지하철과 연계되는 교통이 불편해 자전거를 이용하는 구민들이 많다. 자전거 도시의 필요 충분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김현풍 구청장이 우이천을 끼고 삼각산(북한산)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자전거 길을 만드는 것을 비롯, 자전거 도시 조성에 ‘올 인’하는 까닭이다. ●삼각산에서 한강까지 달린다 김 구청장은 5일 “비록 풍족하지는 않지만 행복하고 쾌적한 동네, 힘들어도 나보다 못한 이웃을 돕고 원칙을 중시하는 동네를 만들고 싶다.”면서 “환경과 교육에 대해 작은 것부터 실천하면 훗날 살기 좋은 부촌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강북구에는 송파구나 양천구처럼 반짝반짝 윤이 나는 자전거도로가 없다. 지하철4호선 수유역 입구에는 늘 수백대의 자전거가 어지럽게 주차돼 있지만, 이는 지하철역까지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고 좁은 골목길이 많기 때문에 주민들의 불가피한 교통수단이다. 김 구청장은 “자전거 애용은 학생들에게 환경보호 의식을 심어 주는 실천사례”라고 말한다. 우선 삼각산∼우이천∼중랑천∼한강을 잇는 자전거도로를 만들기로 했다. 관할 지역인 삼각산 그린파크호텔에서 우이천 드림랜드 주변까지의 전용도로(6.9㎞) 가운데 미설치 구간 3.8㎞를 포장해야 한다. 다만 우이천을 끼고 전용도로를 만드는 데는 토목공법상 연구가 더 필요하다. 수유역 7번 출구 주변에 350㎡(105평) 넓이의 전용 실내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올해 공사에 착공한다. 약 1000여대의 자전거를 2층3단 철골조 설비에 주차할 수 있다. 아울러 자전거 대여와 수리, 세차도 할 수 있는 ‘자전거 토털서비스 주차장’을 만든다. 신일, 영훈 중·고교를 자전거 시범학교로 지정, 교내에 전용도로를 만들고 보관소를 설치한다. 타이어 공기주입기 등 이용설비도 제공할 예정이다. ●삼각산을 생태관광지역으로 북한산으로 불리는 ‘삼각산’의 지명을 되찾아 주는 일에도 열성이다. 그 삼각산을 생태의 중요성을 깨닫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관광구역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2009년말까지 우이동 계곡 17곳에 생태연못을 만들고 있다. 올해는 2곳에 양서류와 곤충, 수생식물이 자라는 연못을 조성한다. 생태연못은 산불이 났을 때 소방급수로 쓰이고, 토사유출에 따른 산사태도 예방할 수 있어 1석3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더불어 삼각산 박물관, 강북 향토관, 청소년 유스호스텔 등에 대한 설립계획을 구체화하려고 한다. 주변에서 케이블카, 관광열차를 만들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이는 고민을 더 할 부분이다. 오는 5월말에는 4억 3000만원을 들여 공사중인 솔밭공원이 정비를 마친다. 소나무 주변에 화양목 등을 심고 산책로, 나무의자, 체력단련장을 만들고 있다. 삼각산 주변에서 거의 연중으로 문화축제를 열고 또 삼각산을 활용한 테마상품을 만드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일거리다. 김 구청장은 “모든 면에서 모범구가 되도록 내실있는 구정을 꾸려 가겠다.”고 강조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프렌치 리포트](18)’개인주의자’ 비난 말라

    [프렌치 리포트](18)’개인주의자’ 비난 말라

    어느 독자가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프렌치 리포트를 읽고 그동안 자신이 갖고 있던 프랑스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로 프랑스에서 배울 게 하나도 없는 것인지요.”라고 물으며 프랑스로 유학을 가려던 계획을 재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당장 답신을 보냈습니다. 그런 게 아니라고…. 시리즈가 시작되고 얼마 지난 뒤 프랑스 대사관 공보관을 만났습니다. 무슨 감정이 있기에 프랑스에 대해 부정적인 글만 쓰느냐고 물었습니다. 대답했습니다. 그런 게 아니라고…. 지난해 10월26일 첫회를 시작하면서 밝혔듯이 프렌치 리포트는 프랑스를 이상화하거나 편견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좀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프랑스를 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것입니다.‘환상 깨기’가 지금까지의 화두였다면, 이번 주부터는 프랑스의 저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살펴볼 계획입니다. 프랑스인들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를 꼽는다면 무엇일까. 우리는 프랑스인을 낭만적이고, 지적이고, 저항체질이 강한 사람들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런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살면서 느낀 바로는 프랑스인의 대표적인 특성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거만하고 쌀쌀맞고 무관심하게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나친 개인주의는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2003년 8월 폭염기에 1만 5000명이 넘는 노인들이 사망했던 것은 개인주의가 낳은 부작용의 극단적 사례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주의가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도 아니다. 프랑스인의 개인주의를 좀더 깊숙이 들여다 보면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자유와 개인주의의 인과관계 프랑스인들의 개인주의 성향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내린 결론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프랑스의 근대 계몽주의 사상은 자유를 무엇보다 중시했다.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는 ‘인간의 자유가 정신의 건강을 가져온다.’고 했을 정도다. 인간의 자유를 중시하는 사상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촉발시키는 원인이 됐다. 대혁명 이후 프랑스 국민들의 정신적 모토로 삼고 있는 것이 자유·평등·박애다. 프랑스의 모든 공공건물에는 자유·평등·박애의 세 단어가 새겨져 있고 프랑스 국기의 세 가지 색깔도 이를 상징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꼽으라면 모든 사람이 ‘자유’라고 답한다. 자유는 자율성의 근본이자 인간의 자연적 권리라는 인식이 확고하다. 프랑스인의 자유에 대한 열망은 절대적이다. 이런 오랜 자유사상의 전통이 프랑스인을 세계에서 가장 투철한 개인주의자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주의를 자칫 이기주의와 혼동할 수 있는데, 프랑스인의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는 아주 다르다. 그들은 자신의 생활을 최대한 즐기지만 남을 훼방하지 않는다. 내 생활을 남에게 보이지도 않지만 남의 생활을 들여다 보려 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추구하더라도 남의 것을 빼앗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개인주의보다는 개인존중 사상이라고 하는 게 옳은 표현일지 모른다. 프랑스인들은 자유를 좋아하고, 마음껏 누리고 살지만 어디까지나 ‘남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한도에서 나의 자유를 주장한다.’는 철칙을 지키고 있다. 나의 자유가 중요한 만큼 남의 자유도 중요하다는 의식은 철저하다. 프랑수아라는 친구와 프랑스인들의 개인주의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다. 프랑수아는 “남으로부터 간섭받고 싶지 않은 심정은 모두가 같다. 남이 무얼 하든 내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 간섭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개인주의가 강해지지만 나의 사생활이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의 사생활도 존중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남의 사생활도 중요하다 금요일 저녁 아파트 입구 벽에 가끔 이런 내용을 담은 종이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오늘 저녁 집에 친구들을 초대했습니다. 늦은 시간에 약간의 소음이 있더라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성방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음악소리가 좀 크고, 웃고 떠드는 목소리가 평소보다 많은 정도인데 반드시 양해를 구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내가 즐겁게 시간을 보낼 권리도 중요하지만 남이 조용하게 휴식을 취할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인간은 나면서부터 자유로우며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라는 프랑스 인권선언을 250년 넘게 떠받들고 있는 그들이다. 1789년 8월26일 공포된 프랑스 인권선언은 근세의 자연법 사상과 계몽사상을 통해 자라난 인간해방의 이념이다. 자유를 인간의 자연적 권리 중 하나로 규정한다. 선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몸으로, 머리로 습득한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이렇게 배워왔기 때문에 의식 깊숙이 이런 사고를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프랑스인들은 공인이건, 평범한 사람이건 남의 사생활을 두고 왈가왈부하지 않는다.20년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사생아 마자랭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을 때 국민들은 미테랑 대통령을 나무라기보다는 이 사실을 보도한 주간지 파리마치를 질타했던 것도 이런 의식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면 다른 사람을 나와 다른 인격체로서 존중해 줄 수 있다. 그 단계를 넘어가면 다양성을 중요한 사회가치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프랑스가 바로 그런 나라다. 자유로운 사고가 창조적인 의식과 활동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나라도 프랑스다. 다양성의 반대는 획일성이다. 획일성을 거부하는 프랑스인들은 다른 나라의 사람뿐 아니라 사고와 사상을 자유롭게 받아들여 ‘프랑스적인 것’을 만들어 냈다. 프랑스에서 예술과 문화가 꽃필 수 있었던 것도 자유에 대한 열망과 다양성을 포용하는 분위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논설위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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