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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노환(老患)/오풍연 법조대기자

    죽음은 피할 수 없다. 누구나 겪게 된다. 맨몸으로 태어나 맨몸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럼에도 사는 동안 별수를 다 부린다. 남보다 장수하고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다. 지나고 나면 모두 부질없는 일인데…. 인간에게 가장 큰 욕심은 뭘까. 돈, 명예, 권력도 아니다. 오래 사는 것이다.“죽겠다.”고 입버릇처럼 얘기들 한다. 창피해서, 먹고살기 힘들어서 등 갖가지 이유를 댄다. 막상 “죽어보라.”고 떠밀면 사정이 달라진다. 안 죽으려고 발버둥친다. 그것 또한 인간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도 본다. 어리석다고 할 수밖에 없다. 죽음보다 값진 삶을 망각한 것. 이 난에 ‘101세 할머니’를 쓴 적이 있다. 그 할머니가 최근 돌아가셨다. 노환으로 숨을 거뒀단다. 호상임에 틀림없다. 백수를 누리고 세상을 떴으니 여한이 없을 듯하다. 그런데 자손들은 달랐다.“110세까지는 사실 줄 알았는데 일찍 가셨다.”환갑이 가까운 손자가 할머니를 그리며 슬픔을 달랬다. 오풍연 법조대기자 poongynn@seoul.co.kr
  • 北 처녀가 애를 뱄을때

    北 처녀가 애를 뱄을때

    연애나 결혼은 커녕「데이트」한 번 하는데도 당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북한(北韓).눈 한 번 잘못 맞았다가는 본인들은 물론 일가친척들까지도 신세가 망하는 판국이다. 최근 자유를 찾아 월남해 온 박모(39) 김모(34) 부부가 말하는 북한의 남자와 여자의 생활-. 「 데이트」도 남몰래 숨어서 “자아비판” 에 최고는 사형 북한에서는 일에 대해서만은 남녀의 구별이 없다. 남녀 구별이 없이 누구나 일을 해야 하고 일한 성적에 따라 배급이 나온다. 주로 공장이나 농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남자와 여자가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일터에서 남녀가 같이 일을 하다보면「로맨스」가 꽃필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서로 눈이 맞았다고 해서 섣불리 연애를 한다는 것은 천만의 말씀. 사람이 존재하는 이유가 오직 일을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데이트」니 연애니 하는 감정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 비록 한 직장에서 일을 할 망정 절대로 서로 넘보지 말라는 당의 명령이다. 그러니까 어쩌다 남녀가「데이트」를 할 기회가 생겨도 마땅한 장소가 있을 턱이 없다. 고작해야 강변이나 거닐기 마련. 평양의 경우에는 모란봉 근처나 대동강변 아니면 극장에 가는 게 고작이다. 다방이나 음식점, 또는 오락장 같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극장의「프로」는 한결같은 공산당 선전영화. 따분한 영화에 싫증이 나서 같이 간 옆자리의 아가씨 손목이라도 슬쩍 만졌다가는 큰 일 난다. 사상이 썩었다는 증거라는 것. 따라서「데이트」란 말 자체가 이곳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고 재미가 있을 턱이 없다. 일에만 취미를 가지고 일에서만 즐거움을 가져야 한다는 절대적인 원칙이기 때문에 일 이외의 것에서 즐거움을 가질 수는 없는 일. 그런데 북한의 젊은이들은 누구나 5가지의 춤과 노래를 안다. 군중 무용이라는 이름의 춤과 노래. 당에서 의무적으로 가르치는 것인 이것을 할 줄 알아야만 비로소 소위 천리마작업반원이 될 자격이 주어진다. 감시의 눈을 피해서 몰래 사랑을 속삭이다 들키면 자아비판을 받아야 한다. 마을 사람들이 모인 회의장에서「데이트」했던 사실을 그대로 보고해야 한다. 자아비판을 받은 젊은이들이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 처녀 총각이 서로 좋아하다가 임신이라도 하는 날이면 큰 일. 피임약이 있을 턱이 없는 데다가 병원이라곤 오직 작업능률을 올리는 데 한해서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를 뱄다하면 도리 없이 낳아야 한다. 다행히 남자와 여자의 출신성분이 의심스럽지가 않다면 결혼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결혼도 못하고 망신만 당한 후 강제 이별을 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지주의 후예거나 월남 가족이 있다면 절대로 결혼허가가 나오지 않는다. 만약 당의 명령을 어기고 결혼할 경우에는 양쪽 집안이 모두 풍비박산이 되고 만다. 여자편력이 3명 이상일 때는 5년의 징역, 7명 이상일때는 사형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우두머리들은 비밀의 장막속에서 여자들을 끼고 놀아나고 있다. 북한에는 여러가지「운동」이 많다.「샛별보기 운동」「이고 지고 달리기 운동」「책 들고 다니기 운동」등이 그것. 소위「천리마 운동」이라고 해서 쉴새 없이 노동에 시달리며 한편으로는 김일성을 우상화시킨 책을 강제로 외어야 하는 고역을 치르고 있는 것. 「60청춘」구호 내세워 노인들까지 혹사 공산당에서 만든 영화 중에「60에 청춘 90에 환갑」이란 것이 있다. 60살을 넘어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다는 내용인데, 72살난 할머니와 75살난 할아버지가 등장해서 달밤에 뛰어다니는 것이었다. 영락 없이 허수아비가 달밤에 체조하는 형상. 북한에서 가장 활개칠 수 있는 직업은 군인이다. 당에 의해 선발된 극소수의 대학진학자도 군대에 갔다 와야 비로소 가능하다고. 취직을 하려해도 우선 군대를 갔다 와야 한다. 그러나 아무나 군대에 갈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출신성분이 좋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총을 잘 쏜다고 해도 군대 근처에 얼씬할 수 없다. 박씨 부부가 월남한 것은 67년 8월. 북괴군 대위로 철원지방 휴전선 부근에 근무했던 박씨는 당에서 신임을 받던 장교였다. 치안유지 책임자로 휴전선 근방 마을을 맡고 있었는데 어느날 당으로부터 명령이 내려왔다. 박씨의 책임구역 안에 있는 나이 어린 소년 6명의 사상이 불순하다면서 처벌하라는 것. 2년 전부터도 대한민국 방송을 들으면서 공산당에 대해 회의(懷疑)를 느껴 오던 터에 이런 명령을 받고 보니 더욱 더 공산당에 대한 반감이 겹쳤다. 『고민을 하다가 결심했읍니다. 이 사람(부인)을 데리고 밤중에 탈출을 한 거죠. 마침 휴전선 근방에 대한 지리는 환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사히 넘어올 수 있었읍니다』 자유의 품에 안겨 모 운수회사에 다니며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 박씨 부부는 이렇게 말을 맺는다. 『한마디로 보통 상식으로는 상상이 되어지지 않는 세상이랍니다』 <영(英)> [선데이서울 72년 2월 6일호 제5권 6호 통권 제 174호]
  • 소리의 빛으로 어둠을 밝히다

    소리의 빛으로 어둠을 밝히다

    문이 닫히자 한 발짝도 뗄 수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몸은 꽁꽁 얼어붙었다.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믿음이 생기자 비로소 첫발을 내딛었다. 얼마 전 찾아간 ‘어둠 속의 대화(Dialogue in the Dark)’. 한 줄기 빛도 없는 어둠 속에서 시각장애인의 일상을 체험하는 전시다. 앞을 보지 못한 채 사물을 구별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며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한다. 어둠 속에서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안내자의 목소리뿐.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실제 시각장애인이다. 문화방송 성우실 박태호 실장(61세)과 첫인사를 나누며 ‘어둠 속의 대화’에서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는 25년간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리잡지>를 만들고 있는 주역이다. “평생 성우로 살다 보니 목소리에 모든 게 담겨 들립니다. 말하는 사람이 정의로운 사람인지, 마음을 속이고 있는지, 불만이 많은지 등을 귀신같이 알아내죠. 상대적으로 청각이 발달한 시각장애인은 저희보다 목소리에 더욱 예민하겠죠.” <소리잡지>는 지난 1983년 9월 <샘터>를 비롯한 교양지 대여섯 권의 좋은 글들을 모아 성우들이 직접 읽어 녹음하면서 탄생했다. 대중 매체의 점자 보급이 어려웠던 때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직원이 아이디어를 내자 인기 만화 <뽀빠이>의 브루터스 역으로 유명한 고故 이영달 씨가 후배들과 적극 동참했다. 박 실장을 비롯한 문화방송 성우들은 지금까지 총 300회 1,300여 시간의 녹음으로 1,200권 분량의 <소리잡지>를 보급했다. 이런 공로로 지난 9월 서울특별시복지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리야 그저 늘 하던 대로 목소리 연기를 했을 뿐이고, 정작 상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복지관 식구들이에요. 없는 살림에 녹음 끝나면 일일이 밥까지 챙겨주며 저희들 뒷바라지를 했으니까요.” 박 실장이 소개한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최현철 팀장(49세)은 매달 6,500여 명의 회원에게 TAPE, CD, MP3, ARS 등의 형태로 제작된 <소리잡지>를 무료로 배포한다. 녹음 방식도 아날로그에서 점차 디지털로 변하는 추세다. 복지 서비스 역시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해야 한다며 앞으로 <소리잡지>도 교양지에서 벗어나 낚시, 음악, 영화 등 전문 잡지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이미 20여 편의 ‘소리영화’까지 제작해 선보인 그가 성우들과 ‘소리’를 만들면서 특별히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보통 천천히 읽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시각장애인은 청각이 발달하다 보니 오히려 느리게 읽는 것을 못 참으세요. 전문 성우들은 정확하게 읽으면서도 호흡 조절이 가능해 속도를 낼 수 있지요. 목소리를 바꿔가며 연기하는 것도 일품이고요. 짬을 내서 일반 녹음 봉사자들을 훈련시켜주시는 것도 고마운 일입니다.” 20년 넘게 <샘터>와 함께했던 그는 연재물 중 ‘가족’과 ‘삶의 현장’이 특히 인기라며 살짝 귀띔한다. 현재 ‘가족’은 이영달 씨의 뒤를 이어 중후한 목소리의 성우 김태훈 씨가 전담하고, ‘삶의 현장’은 워낙 걸쭉한 사투리가 많이 섞여 있어 한 편의 라디오 드라마 못지않단다. “좋은 목소리는 그저 남의 마음 아프지 않게 들리는 거예요. 내용을 떠나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배려하는 마음이 묻어난 목소리죠.” 이미 환갑을 넘긴 베테랑 성우 박태호 실장이 말하는 좋은 목소리에 대한 철학이다. 사람 몸에서 목소리가 제일 안 늙는다며 힘주어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어느 작가의 표현대로 고운 무늬를 볼 수 있었다. 취재, 글 이만근 기자
  • 강인 “사랑한다면 환갑이라도 상관없다”

    강인 “사랑한다면 환갑이라도 상관없다”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강인이 배우로서 홀로서기에 도전했다. 3일 오전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순정만화’(감독 류장하ㆍ제작 렛츠필름)의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강인은 자신의 연애관에 대해 솔직하게 밝혔다. 강인은 “사랑한다면 나이 차이는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나이가 아니라 감정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갑이라도 상관없다.”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어 어떤 스타일이 이상형인가를 묻는 질문에 “와일드 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내가 액션을 취했을 때 리액션을 해줄 수 있는 스타일이 성격상 맞는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캐릭터에 대해서는 “새학기 첫 수업을 받은 기분이다. 최대한 부담 같지 않고 캐릭터답게 연기하려고 했다.”며 “개봉을 기다려야 하지만 촬영장 분위기가 너무 좋아 시간 가는 게 싫은 정도였다.”고 영화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자신의 스크린 데뷔작인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에 대해서는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은 도움이 됐던 작품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에서 강인은 7살 연상(채정안 분)의 여인에게 반해 대시 중인 귀여운 연하남 강숙 역할을 맡아 연상녀에게 끈질긴 구애작전을 펼치는 애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한편 강풀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순정만화’ 는 사랑에 대해 수줍고 서툰 네 남녀(유지태, 이연희, 강인, 채정안)의 특별한 연애이야기로 오는 11월 27일 관객들을 찾아간다. 서울신문NTN 정유진 기자 jung3223@seoulntn.co.kr / 사진=한윤종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예순하나에 떠난 첫 여행

    예순하나에 떠난 첫 여행

    마을 회관 사랑방에는 오늘도 한마디씩 앞다투어 이야기들이 줄을 잇는다. 이야기의 중심화제는 당연히 여행이다. 거기에 나는 아무런 자리도 없다. 여행 한 번 가보지도 못한 내가 아닌가. 지금은 시대가 좋아 예식만 끝나면 외국 유명한 곳으로 황홀한 여행을 가지만 내 나이 때는 호사스런 결혼식은 고사하고 끼니 찾아 삼시 세 끼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 세월이었던 것을. 나보다 세 살이 많은 남편의 친구들은 환갑에 외국으로 여행을 간다며 우리에게 같이 가자고 권해왔지만 나는 거절해버렸다. 달마다 갚아야 하는 대출이자는 어쩌고 여행을 간단 말인가. 일행에 어울리지 못한 아내에 대한 배려일까, 남편은 내 생일 때 꼬옥 여행을 가자고 했다. 그깟 여행이 뭐간디. 자동차 타고 떠나면 여행인 것을. 그래서 내 나이 예순하나에 처음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우리 부부는 여행 도구 하나 챙기지 않고 직행버스에 몸을 실었다. 노부부가 단둘이 떠난다는 즐거움에 버스 안 손님들의 퀴퀴한 땀 냄새도 옆자리의 시끄러운 잡음도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의 도착지는 백 리도 안 되는 거리였지만 그래도 여행은 여행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그곳은 읍 장날이었다. 난 풀빵 굽는 가게에서 호떡을 샀고, 멋진 음식은 아니지만 고소한 호떡의 행복에 웃었다. 남편도 덩달아 천하제일의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길거리 옷 가게에서 몸빼바지도 오천 원에 사고 찬거리도 사고 하루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왔다. 버스 안에서 남편은 내 굳은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이것이 부부 연으로 살아온 41년 동안 함께한 첫 나들이였다. 비행기 타고 여행 간다고 이런 금쪽같은 행복이 올는지. 시장 물건이지만 장사꾼들이 부르는 정가를 깎아서 산 물건이니 이것도 부부가 여행에서 얻은 행복이다. 긴긴 세월 살아오는 동안 힘들고 언짢을 때면 참 많이 타드락거리며 속상해했는데… 지금 와 생각하니 그것이 부부의 연인가 싶다.
  • 송파 실버 인형극단 12인 “너무 바빠 늙을 틈도 없다”

    송파 실버 인형극단 12인 “너무 바빠 늙을 틈도 없다”

    “내가 제일 예쁘니까 심청이 할게!” “무슨 소리~ 내가 먼저 찍었어!” 지난 7일 송파구 가락복지관 어린이집에서 70대 어르신들의 실랑이가 한창이다. 대단히 화려한 무대가 아닌 커다란 천 하나로 가린 소박한 무대 뒤에서 어르신들은 직접 만든 옷을 입힌 손인형을 든 채 주인공 자리를 놓고 귀엽게 옥신각신하고 있다. 인형극이 펼쳐지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손자같은 꼬마들 앞에서 익살 연기도 마다않는다. 10월 노인의 달을 맞아 곳곳에서 지역 어르신을 위한 행사가 풍성하다. 이런 가운데 송파구에서는 어르신일자리사업, 문화센터 강좌 등으로 기량을 익힌 어르신들이 당당한 문화의 주역으로 나서서 화제가 되고 있다. ●창단 2년째… 막내 환갑·맏형 85세 16일 송파구에 따르면 창단 2년째를 맞은 실버인형극단은 어린이집마다 모시기 경쟁이 일어날 정도로 지역내 문화단체로 자리를 잡았다. 전직 교사 출신 할머니 3명과 공무원 출신 할아버지 1명 등 12명으로 구성된 실버극단은 최연소 김순옥(61) 할머니부터 최고령 김하균(85) 할아버지까지 세트 운반, 인형 의상 작업, 연기 등을 모두 알아서 해내는 ‘멀티플레이어’들이다. 모시기 경쟁 덕에 하루에 장소를 옮겨가며 2회 공연도 마다하지 않는다. 다음달까지 지역내 방과후교실, 지역아동센터, 어린이집, 유치원, 지역 내 각종 이용시설을 찾는 공연이 줄줄이 이어진다. 레퍼토리도 다양해 ‘황금알을 낳는 닭’ ‘심청전’ 등 어린이극과 어른들을 위한 ‘이수일과 심순애, 그 후’도 준비했다. ●상담원·컴퓨터 강연… 낮엔 일하는 실버 어르신 배우 각자 상담봉사, 컴퓨터 보조강사, 구연동화, 양로원 봉사 등 다른 활동도 병행해 정기연습도 일주일에 한번밖에 못할 정도로 바쁘지만 모두들 이 무보수 자원봉사에 푹 빠져 있다. 공연이 끝나면 인형을 만져보려는 아이들이 줄을 서고, 아이들과 손가락 인형을 만드는 즐거운 시간이 이어진다. 교사 출신인 이순희(81) 할머니는 “대사 외우는 게 제일 힘들고 자면서도 대사 생각하면 잠이 안 올 정도”라면서도 “너무 바쁘고 재미있어 늙을 틈도 없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일하는 실버들의 유형도 다양하다. 교사 출신이라는 장점을 살려 5년째 어린이집 구연동화강사 활동하고 있는 백영기(75) 할머니는 매주 월·수요일 거여·은하수어린이집을 찾는다.“어린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백 할머니는 도서관을 찾아 소재를 발굴하고 직접 인형과 교구를 만들며 바쁜 일상을 보낸다. 아파트 주민들이 내다버린 인형과 헌옷가지를 이용해 만든 교구가 지금까지 5~6박스에 달할 정도이지만 아직 부족하다. 최근 뮤지컬 ‘명성왕후’를 보고 지금은 명성왕후 인형을 만드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40여명 유적해설사·학교지킴이 등 활동 송파구에서 활동하는 어르신 강사는 25명. 문화유적해설사 활동을 펼치는 어르신도 40여명이 있다. 한 달 수입 20만원 정도로 많지는 않지만 노인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참여하면서 용돈 벌이, 여유 시간 활용, 건강 관리 등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지하철을 이용해 간단한 물건을 배달하는 ‘송파시니어퀵’은 일하는 만큼 벌어 가장 수입이 짭짤하다. 이 밖에 납치범죄 예방을 위해 초등학생 귀갓길을 지키는 ‘학교지킴이’를 비롯해 맞벌이 엄마를 대신하는 학교급식지도사, 어린이집지킴이, 실버벽화단, 실버교통안전봉사단, 문화재보호 등 활동 폭이 한층 넓어졌다. 김영순 구청장은 “내년에 준공하는 노인요양원을 비롯해 송파구에는 어르신들이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를 마련하고 있다.”면서 “이를 충분히 활용하며 지역에서 기량을 마음껏 펼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13일 TV 하이라이트]

    ●다큐 프라임(EBS 오후 11시10분) 아프리카와 유럽, 대서양과 지중해 사이에 자리한 모로코는 영화 ‘카사블랑카’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십수 세기에 걸쳐 페니키아, 로마, 베르베르족,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지배를 받으며 자연스럽게 그들의 문화를 축적하고 발전시켜온 나라 모로코를 영화감독 이장호와 함께 떠나본다.   ●TV로펌 솔로몬(SBS 오후 8시50분) 회사 사장의 동생인 오상무에게 강간을 당할 뻔했던 신입사원 지영은 상무를 고소하려 했지만 백배사죄하는 상무와 사장의 애원에 마음이 약해져 고소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작성하고 300만원에 합의한다. 하지만 상무는 합의 이후 돌변해 자신과 지영 사이에 있었던 일을 떠벌리고 다니는데….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45분) 미국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온 소설가 이문열을 만나본다. 그는 지난 10년간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가 ‘이문열 책 장례식’이라는 충격적인 일을 겪기도 했다. 그가 미국행을 택한 이유, 미국에서 바라본 한국사회, 데뷔 30년에 환갑을 함께 맞은 소감 등에 대해서도 들어본다.   ●에덴의 동쪽(MBC 오후 9시55분) 동철이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간 영란은 방안으로 들어서며 동철을 껴안는다. 둘은 서로를 그리워한 시간만큼 안타까운 입맞춤을 한다. 영란은 자신은 다 버릴 각오가 돼 있는데 뭐가 겁나냐며 울부짖는다. 한편 언니 혜령의 약혼자였던 성현은 혜린에게 끌리는 마음을 어쩔 수 없어 파혼을 결심한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30분) 영국 런던은 역사적인 건축물부터 새로 지어진 최신 현대 건축물까지 영국의 볼거리들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여러 시립박물관들이 대중에게 무료로 공개되고 있다. 대영박물관에는 인류 문화사를 대표하는 700만 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반나절 만에 전 세계를 여행하는 거나 다름없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 참을 수 없거나 필요 이상으로 화장실을 자주 찾는다면 과민성 방광 증세를 의심해 봐야 한다. 과민성방광 증후군은 우리나라 40대 이상 성인 남녀의 30% 이상이 갖고 있을 만큼 흔한 질병이다. 일상생활이 불편해지는 과민성 방광의 원인과 그 해결책을 알아본다.
  • 한가족이 77명

    한가족이 77명

    상주(尙州) 박(朴)씨 중형(重衡)영감님하면 전남승주(全南昇州)군내에서 그 기록적인 다산성(多産性) 가문의 장노(長老)로 명망이 높다. 75년전 외톨박이 독자로 태어난 박옹은 56년전 첫아이를 본후로 1년에 1명이상씩 무성하게 자손을 퍼뜨리고도 그 자손을 대부분을 한 부락안에서 살게끔한 부족사회적「리더십」을 훌륭히 발휘한 것. 즐거운 새해 세배 가족을 찾아가 보면-. 구랍 22일 밤늦게 박옹은 논산(論山)에 살고 있는 4남 남석(湳錫)씨(46)로부터「아들출산」이란 반가운 전보를 받았다. 박옹은 서둘러 가족부난에 적어넣고, 새끼를 꼬아 대문앞에 금줄을 달아 걸었다. 자손들이 출산할 때마다 대문에 금줄을 거는 것이 박옹의 최대의 행사이자 기쁨이다. 『이번 금줄이 예순번째여라우. 아직도 10번쯤은 내 손으로 걸 수 있을 것이오』 믿을 수 없게 건강한 박옹은 찬바람을 맞받으며 씽긋 웃는다. 새해를 맞으면 박옹은 걱정스런 행복에 잠긴다고도 했다. 20살이하의 어린 자손들만 30명(외손은 제외)이니 세뱃돈을 작년엔 1백원균일로 하고서도 3천원. 금년에는 15살이상된 아이들에겐 인상해줄 작정이라했다. 『그러니께 내가 14살에 장가들었는디 첫애가 올해 쉰여섯이지요잉. 19살에 아들을 보았것지 않았소? 그 뒤로 지금까지 예순녀석이 태어난 셈이라우. 여기다 외손허고 외손손까지 합하면 77명이 될것이오』 「외손손」이 뭐냐고 물었더니 허허 웃고 난 박옹은「외증손」을 뜻한다고 대답. 까닭인즉 그의 3대조 할아버지 이름에 증(曾)자가 들어 있어서「증손」「외증손」의 증자는 기자(忌字)로 간주, 증자를 사용하지 않고 외손손·손손으로 표기한다는 설명이다. 세뱃돈 올릴 행복한 걱정 박옹 일가가 살고 있는 곳은 전남 승주군 상사(上沙)면쌍지(雙之)리부락. 순천(順天)시에서「택시」로만 1시간20분. 궁벽하기 짝없는 노령산맥 휘어지는 산골동네다. 박옹 선조대대 2백년전부터 자리잡아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 그래서 쌍지리부락 52호 가운데 40여호가 박씨문중이다. 이중에서 박옹의 가족만 8호. 박옹의 자손을 보면 1남 창석(昌錫)씨(56), 2남 동석(東錫)씨(54), 3남 민석(玟錫)씨(49), 4남 남석(湳錫)씨(46), 5남 종석(宗錫)씨(35), 장녀 순심(順心)씨(39). 모두 5남1녀로 돼있다. 2대 3대 4대 이르는 동안 별표와 같이 늘어나 박옹의 자녀가 5남1녀, 손자가 13남15녀, 증손이 10남6녀로 모두 59명(며느리·손부9명·본인제외)이 된것. 이들의 거주지를 보면 고향을 떠나 있는 가족은 박옹의 4남 남석씨가 논산에서 농업을, 5남 종석씨가 인근부락인 낙안(樂安)동국민학교 직원으로 2남 동석씨의 두아들과 딸1명이 서울에서, 장증손인 현모(玄模)군(18)이 역시 서울에서 각각 직장을 다니고 있고, 창석씨의 4남 홍용(烘龍)씨와 5남 홍춘(洪春)군(19)이 현재 군에 복무중이어서 총18명이 객지로 나가 있다. 『지금까지 한 녀석도 세상에 태어나 병을 앓거나 죽어본 일이 없는 것이 자랑이면 자랑이지요. 작년에 마누라(양낙유(梁洛囿)여사)를 먼저보낸일 외에는 아직까지 제 후손의 장례는 한번도 치르지않았지라우』 작년 6월6일 박씨 가문의 장로인 양여사가 노환으로 사망하자 그 장례식이 화젯거리가 됐다. 직계자손은 물론 사위와 손자사위까지 동원돼 실로 70여명의 대가족이 장례행렬을 이루었고 어른들만 입은 삼베옷이 자그마치 50필(4백50m). 그 삼베옷을 만들기 위해 2일동안「미싱」5대를 10사람이 밤낮으로 돌려서야 간신히 끝냈다는 것. 막걸리만 70말, 소주가 2상자, 쌀이 10여가마 축났다는 것이니 시골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대사였다. “적령 20살전”의 조혼가풍(早婚家風) 며느리 환갑잔치 베풀고 40살에 증조부(曾祖父) 소리들어 『금년 2월에 며느리(창석씨 부인 신선업(申善業)여사 환갑잔치를 했당게요. 아마 며느리 환갑을 보는 것도 드물 것이오』이토록 이해할수 없는 신기록 수립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그건 간단하다. 조혼을 가풍으로 존중해온 덕. 박옹 자녀들의 결혼적령기는 20살전으로 돼있다. 창석씨가 15살에, 동석씨가 17살에, 민석씨가 18살에, 남석씨 역시 18살, 종석씨가 19살. 다음 창석씨의 자녀들 가운데 홍기(洪基)씩 17살에, 홍난(洪爛)씨가 20살에, 홍민(洪玟)씨가 역시 20살, 홍용(洪龍)씨도 20살. 이렇게 조혼을 하다보니 갖가지 웃기는 사건도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즉 박옹의 장증손인 현모군이 3살때 종석씨는 19살. 종석씨는 말하자면 총각할아버지가 된셈인데, 그때 종석씨는 현모군이『할아버지』하면 창피하다고 도망치기 일쑤였다는 것. 『내 손으로 고손자녀석 금줄을 달아 볼라우. 이렇게 건강하니 5년은 충분히 살것지 않것소?』 박옹의 말하는 품으로 미루어 보면 18살인 현모군을 20살까지도 기다릴 필요없이 장가보낼 심산인듯 하다. 박옹의 가족들에 대한「리더십」은 거의 절대적이다. 모든 수입·지출이 박옹의 명령에 따른다. 40~59대 아들들도 절대로 박옹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 박옹이 새벽 5시에 일어나 농사일을 돌아보고 설치는 통에 가족중 아무도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다. 박옹은 이곳에서 상당한 부농, 25마지기 정도의 논을 가지고 있으니까 자식을 얼마든지 낳아도 먹이고 키우는데는 걱정이없다. 장수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고개를 흔든다. 『잘먹고 열심히 일하는 것뿐이지요. 담배·술 모두 다하고, 고기도 잘 먹지요. 못먹는 것이 없어라우』 박옹의 생일이 1월 하순께. 그래서 이집의 가장 큰 잔치는 설맞이를 미뤘다가 그날에 한다. 76살 기념잔치를 위해 흩어진 가족들까지 다 모이면 흔한말로「민박」이라도 해야할 판이다. <순천에서 박안식(朴安植)·오정묵(吳亭默)기자> [선데이서울 72년 1월 2일호 제5권 1호 통권 제 169호]
  • “노래방 가사 이젠 읽을 수 있어요”

    “노래방 가사 이젠 읽을 수 있어요”

    “노래방도 가고, 버스도 맘대로 탈 수 있어 너무 좋아요.”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경기 수원시 우만동 우만종합사회복지관 한글교실에서는 한글을 읽고 쓸 줄 모르던 할머니들이 뒤늦은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이 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20여명의 할머니들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시집을 갔고 남편 내조와 자식 교육에 평생을 바치다 어느새 환갑을 넘겼다. 그러다 보니 한글을 깨우치지 못해 노래방도 못 가고, 신문도 못 보고, 버스노선도 못 읽어 답답한 나날을 보내 왔다.2004년 수원시가 이 곳에 한글교실을 개설한 후 까막눈 할머니들에게 제2의 인생이 시작됐다. “글을 몰라 혼자서는 버스도 탈 수 없었는데, 여기 오면서 심 봉사가 눈을 뜨게 됐어.” 중급반에 다니고 있는 전원자(80·우만동) 할머니는 “글을 몰라 그 동안 손주녀석 대하기도 창피했었는데 이제 사람 만나는 게 즐거워졌다.”고 환하게 웃었다. 길거리 간판을 읽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는 김진심(69·조원동) 할머니는 최근 노래교실에 등록했다. 한글교실 김민화 교사는 “결석하는 할머니는 찾아볼 수 없고 수업태도도 너무 진지해 가르치는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우만종합사회복지관 노소현 과장은 “의기소침했던 할머니들이 한글을 터득한 후 자신감이 생겨나면서 사회 생활도 왕성해졌다.”고 설명했다. 노인 한글교실은 2004년 경기도 문예기금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수원시가 추진하고, 사회복지법인 천주교 수원교구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다. 글 사진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열린세상] 사람의 겨울,반성하며 봉사하며…/강지원 매니페스토 실천운동본부 상임대표·변호사

    [열린세상] 사람의 겨울,반성하며 봉사하며…/강지원 매니페스토 실천운동본부 상임대표·변호사

    자연의 이치는 어김이 없다. 따스한 봄이 오면 만물이 소생하고 여름이 되면 비바람 폭풍우 속에서도 더욱 왕성해진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되면 오곡백과가 무르익고 찬서리 내리는 겨울이 되면 만물은 꽁꽁 얼어붙으나 그 안에서는 다음해를 준비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태어날 땐 DNA를 지니고 태어나 초년(유년, 소년, 청소년)기를 거쳐 성장하고 청년기엔 세상에 나가 사물과 마주하며 배우고 경험을 쌓는다. 그러다 중년이 되면 무르익은 자신을 최대한 발휘해 결실을 맺고 노년이 되면 기나긴 행로를 회고하고 죽음 다음을 생각한다. 이를 두고 사주(四柱)논자들은 태어난 연·월·일·시가 20년씩을 의미한다고 규정한다. 연주(年柱)는 초년 20년, 월주(月柱)는 청년 20년, 일주(日柱)는 장년 20년, 시주(時柱)는 노년 20년을 규정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천간(天干) 지지(地支)를 논하는 이들에 의하면 60년에 1갑자(甲子)가 소화되고 그 다음의 수명은 새 갑자로 시작된다는 것이다. 천간의 10간(十干)이란 잘 알려진 대로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를 말하고, 지지의 12지(十二支)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를 말한다. 따라서 이들을 갑자(甲子)…하는 식으로 짝을 지으면 딱 60번째에서 10간 6번,12지 5번으로 끝이 맞아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61번째에는 새로이 시작하게 되는데, 환갑(環甲)이 바로 그것이다. 탄생한 해부터 환갑전까지의 60년은 연주, 월주, 일주에 해당하고 시주에 해당하는 노년은 새로 시작되는 것이다. 노년은 끝인 것 같은데 오히려 새로 시작되는 셈이다. 이미 다 살아서 곧 떠나갈 날을 기다리는 시기에 무슨 새 출발일까, 혹시 이 안에 우리가 잠시 소홀히 했던 이치가 포함되어 있지는 않을까 궁금해진다. 이런 예는 어떨까. 학생이 1시간동안 수학시험을 본다. 첫문제부터 풀어 내는데 40∼50분정도 걸린다. 그러곤 10∼20분정도 남는다. 그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검산’을 한다. 첫문제부터 하나하나 되짚어 보면서 맞게 풀었는지, 혹시 잘못 푼 것은 없는지…. 그리고 잘못 푼 것이 발견되면 얼른 고친다. 60세 이후의 노년은 이처럼 ‘검산’을 하는 시간이라고 보면 어떨까. 그래서 남은 시간에 처음부터 다시 검산해 보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보면 어떨까 싶다. 검산은 어떻게 하나. 우선 잘못된 것, 반성할 것은 없는지 찾아보는 일이 아닐까. 제 앞길만 쳐다보고 살아 온 인생, 이기적인 삶, 돈, 권력, 사회적 지위, 명성, 인기 같은 사회적 결과물들을 획득하기 위해서 아우성 쳐 온 삶, 남에게 상처주고 고통주고도 몰라라 해온 삶, 편파적으로 집착해 온 삶, 그 얼마나 반성거리들이 많을까. 그렇다면 부족했던 것들을 보충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까. 그 반성거리의 반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죽을 날이 얼마 남은 지 모른 상태에서, 어쩌면 너무도 빨리 다가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조금은 서둘러 좀더 이타적인 일, 예의염치(禮義廉恥)를 높이는 일, 용서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 서로 사랑하고 봉사하는 일, 후진들에게 모범이 되는 일을 찾아나서 보면 어떨까. 그런데 세상엔 웬 노욕(老慾)이 이리 많고 또 웬 허송세월이 이리 많을까.‘검산’시간을 잘못 보내는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 인구문제가 심각하다. 아이 울음소리는 듣기 어려운데 노인들은 늘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년의 삶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나를 생각해 보며 떠올린 단상이다. 60이후의 삶은 겨울이요, 지(智), 정(貞), 북(北), 수(水)라고들 한다. 지난 1갑자를 반성하며 헌신하고 봉사하는 일에서 보람을 찾는 것이 자연의 이치에 맞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강지원 매니페스토 실천운동본부 상임대표·변호사
  • [女談餘談] 아버지의 무한도전/홍혜정 편집부 기자

    [女談餘談] 아버지의 무한도전/홍혜정 편집부 기자

    61세, 대구∼서울 왕복 650㎞,2박3일 사이클 완주. 고향인 대구에서 딸이 있는 서울까지 아버지의 사이클 도전기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지만 말이 쉽지 대구에서 서울까지는 분명 호락호락한 거리는 아니다.9월23일 오전 5시30분 대구 출발→24일 오전 11시 서울 입성→25일 오후 6시30분 대구 도착. 아버지의 완주에 존경과 박수를 보낸다. 은퇴 3년만에 복귀를 선언한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이 최근 현역시절 우승을 합작한 요한 브루닐 감독과 재결합한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1월 ‘투어 다운 언더’ 대회를 시작으로 ‘투르 드 프랑스’ 8연패에 도전한다. 암스트롱은 암세포가 폐와 뇌까지 전이된 3기 고환암 판정을 받았지만 수차례 수술 끝에 암을 극복하고 기적적으로 재기했다.1999년부터 2005년까지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투르 드 프랑스’ 대회를 7차례 석권했다. 그는 “고통은 순간적이다. 하지만 중도에 포기하면 고통은 영원히 지속된다.”는 정신력으로 암은 물론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겼다. 서울 입성 24일 아버지를 응원 나갔다. 기다리는 동안 ‘혹시라도….’하는 걱정은 환한 얼굴을 맞는 순간 사라졌다. 포옹과 짧은 대화와 알 수 없는 벅참. 25일 대구 도착일이 환갑날이었던 아버지는 몸과 마음에 변화를 주고,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보며 전환점을 삼고 싶었다고 하셨다. 일 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하루 3∼4시간씩 두달간 맹연습을 하셨단다. 고통스러운 항암치료 대신 페달을 밟았던 암스트롱처럼 아버지 또한 ‘자기와의 싸움’을 하신 것이다. 동료들과의 저녁 자리에서는 아버지의 도전기가 화제였다. 팔팔한 30대도 650㎞ 사이클 완주는 쉽지 않다고 했다. 비까지 내리는 길 위에서 아버지가 쏟았을 땀과 중도에 포기하지 않은 열정을 마음에 새기고 싶다. 언젠가 백두대간을 종주하겠다던 말도 빈말이 아님을 안다. 서울에서 본 환한 얼굴과 질주하던 뒷모습을 떠올리면 딸로서 허투루 살 수가 없다. 아버지, 당신의 무한도전에 파이팅을 띄웁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홍혜정 편집부 기자 jukebox@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기획특집 강화해야/남재일 세명대 교수

    [옴부즈맨 칼럼] 기획특집 강화해야/남재일 세명대 교수

    2년 전 연구차 LA타임스를 방문한 적이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획기사 제작시스템이었다. 주로 폭로성 기사를 쓰는 탐사보도팀과 별도로 ‘프로젝트팀’이라는 기획특집팀이 있었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 이 팀은 ‘해양오염’이라는 특집을 막 시작한 참이었다.10여명의 기자가 1년 정도를 매달릴 거라고 했다. 그중에는 환갑을 넘긴 한국인 여기자 코니 강도 있었다. 바쁘다며 인터뷰를 한사코 거부하던 그녀는 그 기사를 쓰기 위해 석달 동안 취재를 했었다고 했다. 막대한 인력과 시간을 투자한 특집기사의 첫 회는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렸는데, 그 내용은 ‘어느 물개의 죽음’에 관한 지루할 정도의 담담한 보고서였다. 이후로는 해양오염에 관한 과학적·정치적 차원의 얘기가 줄줄이 이어졌다. 참 심심한 소재 같았던 해양오염이 그렇게 흥미있는 뉴스거리가 될 수 있음에 놀랐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도 재미있는 ‘바다이야기’가 있었다. 전국이 성인오락실로 뒤덮여 연일 언론사에 제보가 들어갔다. 간혹 언론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지만 거의가 현상을 전달하는 수준의 일회성 기사로 그쳤다. 그 무렵 한 방송사의 사건기자를 만났다. 그는 “하루에 서너건씩 바다이야기 제보가 들어오는데, 한번 방송한 소재라서 또 다루기도 뭣하다.”고 했다. 결국 바다이야기는 정부가 나서서 단속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공론화됐다. 어느 한 신문이 ‘해양오염’ 특집처럼 바다이야기를 물고 늘어져서 공론화될 때까지 버텨주었다면 어땠을까. 지구온난화를 세계적 이슈로 부상시킨 신문이 영국의 가디언인데, 수년을 줄기차게 문제제기를 한 결과이다. 며칠 전 동아일보가 바다이야기가 인터넷으로 잠적해서 폭발적으로 증식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고전적인 사건기자의 현상전달 기사이다. 이 기사 하나로 어떤 사회적 변화가 있을지 의문이다. 시위진압엔 토끼처럼 잽싸지만 구조적인 범죄의 단속에는 술 취한 거북이처럼 느려터진, 정치화된 한국 경찰을 움직이려면 지속적인 공론화로 사회적 압박을 가해야 할 터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면 기사에 선택과 집중이 요구되고, 단순 사건 조각이 아닌 사건을 통한 담론의 생산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지난주의 지면을 보면 너무 한가한 느낌이 든다. 주요 기사들이 거의 출입처발이다. 사진은 거의가 가을풍경을 비롯한 연성사진이다. 그나마 빈곤층과 소외계층을 다룬 안산 외국인 근로자 영화제 관련기사, 빈곤층 청소년의 식권 관련 기사도 탈정치적 휴머니즘에 갇혀 있어 아쉬움을 준다. 식권관련 기사는 다른 유사 사례 수집을 통해 행정의 폭력성 측면을 문제삼는 기사로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사회면 이외의 기사 중에서 16일자 23면 “사귀자는 ‘취중약속’에 남친도 정리…” 기사도 사실을 전달하는데 그 사실의 사회적 의미가 잘 납득이 가지 않는 기사였다. 남녀가 헤어지는 유형을 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 지면을 다 할애해서 쓰는데 단순히 남녀관계 헤어지는 유형을 보자? 납득이 안 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부패가 일상화된 한국사회는 조금만 털면 재미있는 기획거리가 지천에 널려 있다. 미국 신문처럼 해양오염 하나 갖고 일 년을 끌어갈 생각이라면, 사시사철 기획특집을 내놓을 수 있다. 지금 당장 성매매 특집을 해도 6개월은 갈 수 있지 않을까. 동남아에 확산되는 ‘혐한’ 감정도 한국 남성의 야만적인 성매매 문화와 관련이 있다. 그런 점에서 성매매는 현재 한국 사회의 내면을 읽을 수 있는 문화적 코드이기도 하다. 이런 소재가 경찰이 성매매 단속에 나섰다는 출입처 발표기사를 통해서만 소화된다면 큰 문제이다. 상존하는 사회 문제를 기사화하는 접근방식에 대한 고민이 근본적으로 필요하지 않나 싶다. 남재일 세명대 교수
  • 주다스 프리스트 첫 내한, 6천 넥타이 부대 집결

    주다스 프리스트 첫 내한, 6천 넥타이 부대 집결

    헤비메탈의 신(神) 주다스 프리스트의 첫 내한공연에 수 많은 20, 30대 넥타이 부대가 집결해 눈길을 끌었다. 주다스 프리스트는 지난 21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자신들의 첫 내한 공연인 ‘Live In Korea 2008’ 콘서트를 통해 한국팬들을 만났다. 무대 세팅이 완료된 오후 7시 15분경 공연장에 불이 켜지자 드럼의 스캇 트레비스가 맨 처음 무대에 등장 했으며 K.K다우닝(기타), 글렌 팁튼(기타), 이언 힐(베이스)가 등장 후 무대 상단에서 은색 망토를 머리까지 두른 보컬 롭 헬포드가 등장하자 장내는 이내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해 ‘프리스트’를 연호했으며 주다스 프리스트는 ‘Prophecy’를 첫 곡으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Metal Gods’와 ‘Between the Hammer & Anvil에 이어 장내에 히트곡 ‘Breaking The Laws’가 이어지는 순간 그 열기는 극에 달했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곡이기에 보컬 롭 헬포드가 관중석에 마이크를 넘기는 순간 관중들은 일제히 곡을 따라 했으며, 주다스 프리스트 멤버들 또한 활짝 웃으면서 팬들의 열기에 감사 인사를 했다. 멤버 다수가 50줄을 넘어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주다스 프리스트의 무대는 화려했다. 보컬 롭 헬포드는 한국나이로 57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전성기 못지 않은 하이톤에 강렬한 샤우팅 보컬을 보였으며, K.K.다우닝과 글렌 팁톤은 트윈기타의 화려함이란 무엇인지 몸소 보여줬다. 특히 ‘Sinner’에서 보여준 K.K.다우닝의 트레몰로 암을 이용한 화려한 기타 솔로는 이날 주다스 프리스트 공연의 백미였다. 이날 공연의 열기는 노쇠할 뻔한 주다스 프리스트를 다시 한번 헤비메탈의 제왕으로 만들어준 ‘Painkiller’에서 극에 달했다. 스캇 트레비스의 강렬한 드럼 솔로로 시작된 ‘Painkiller’는 롭 헬포드의 강력한 보컬과 K.K.다우닝, 글랜 팁톤의 트윈기타로 공연 열기를 극에 달하게 했다. 이어진 ‘Hell Bent for Leather’에서는 주다스 프리스트는 물론 록커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대형 바이크를 롭 헬포드가 타고 등장해 색다른 재미를 주기도 했다. 주다스 프리스트의 내한 공연에서 눈에 띄는 점은 관객의 구성이었다. 여느 콘서트와 달리 대다수의 관객이 20, 30대 남성관객이었으며, 일부는 직장에서 방금 퇴근한 듯 양복에 넥타이 차림과 서류가방을 한 손에 든 점이 눈길을 끌었다. 여느 공연과 다른 특별한 구성이지만 그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곡이 이어질 때 마다 ‘프리스트!’를 연호했으며, 주다스 프리스트 멤버들 또한 시종일관 밝은 미소로 지으며 멋진 연주로 객석의 열기에 화답했다. 특히 롭 헬포드는 매번 곡이 끝난 후 무대 한켠에서 관중석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으며, 공연 중 “여기에 오신 분들은 모두 메탈 매니아 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감격하기도 했다. 롭 헬포드(보컬), 글렌 팁튼(기타), K.K다우닝(기타), 이언 힐 (베이스), 스캇 트레비스(드럼)으로 구성된 주다스 프리스트는 지난 1972년 데뷔 후 수 많은 히트곡을 배출하며 세계 음악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헤비메탈 그룹이다. 록커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가죽바지와 부츠 패션과 함께 강력한 비트와 하이톤의 화려한 보컬을 내세우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모은 주다스 프리스트는 이번 콘서트를 통해서 첫 내한 공연을 통해 한국팬들에게 헤비메탈의 진수를 보여주며 그 화려한 막을 내렸다. 사진제공=옐로우 나인 서울신문NTN 김경민 기자 star@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사설] 환갑맞은 북 정권, 개방의 큰 길 나서야

    어제 평양은 성대한 행사들로 종일 분주했다. 북한 정권수립 60주년 기념식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동족인 우리는 안쓰럽고 착잡한 심경을 감추기 어려웠다. 공허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강성대국’의 깃발 아래 북한주민들에게 드리워진 짙은 그늘 때문이다. 사람으로 치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어제 회갑을 맞았다.60년 전 이날 북한정권은 ‘지상낙원’ 건설을 약속하며 출범했다. 당시 “모든 인민에게 이밥(쌀밥)과 고깃국을 먹이겠다.”고 했지만, 작금의 현실은 어떤가. 당장 변변한 추석맞이는커녕 북한주민 5명 중 한 명은 옥수수로 하루 끼니를 때워야 하는 형편이 아닌가. 그것도 ‘철천지 원쑤’인 ‘미제’가 원조한 구호물자로 말이다. 굶주림에 지친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판에 도대체 과시성 경축행사가 가당키나 한 일인가. 북한의 이런 참담한 현실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비효율성과 주체사상에 입각한 폐쇄적 대외 노선이 부른 자업자득이다. 자원과 산업시설 등 여러 면에서 남한보다 나은 여건에서 출발한 북한의 지난해 국민총소득이 남한의 36분의1이라지 않는가. 그런데도 북한당국이 정권 유지를 위해 선군정치와 핵카드에만 매달리고 있다면 여간 딱한 일이 아니다. 북한은 이제라도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돌아와야 한다. 무엇보다 혈맹인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데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사회주의 이념을 공유했던 베트남이 이른바 도이머이(쇄신) 정책으로 일군 눈부신 성취도 주목해야 한다. 한마디로 대량살상무기에 기대어 체제 유지를 꾀하려 할 게 아니라 남한이나 국제사회와의 교류와 협력으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핵 포기가 그 첫 단추일 수 있다.
  • [北 오늘 9·9절] 김정일 위원장 중앙보고대회 불참

    북한이 중시하는 ‘꺾어지는 해’(5년,10년째 되는 해)이면서 정권수립 ‘환갑’을 맞는 올해 9·9절에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많다. 우선 최근 3주 이상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열병식 행사장인 ‘김일성 광장’에 등장할지 주목된다. 올 들어 ‘사망설’ ‘건강이상설’ 등이 잇따라 제기된 만큼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심각한 건강상 장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안팎의 눈이 쏠려 있다. 김 위원장은 8일 열린 정권수립 60주년 경축 중앙보고대회에 불참했다. 특히 북한이 핵시설 복구 등 강수를 놓고 있는 입장에서 내부단속용으로 대규모 군중과 군인들을 상대로 핵자주노선 등을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파견할 9·9절 특사의 면면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미·일 3국은 대화에 불응하는 북한에 대해 중국이 적극적인 중재노력을 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북한은 ‘꺾어지는 해’에는 열지 않는다는 관례를 깨고 9·9절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평양체육관에서 중앙보고대회를 열었다. 그만큼 이번 9·9절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얘기다. 김영일 내각 총리는 행사에서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힘을 집중해 우리나라를 21세기의 사회주의 경제강국으로, 인민들이 부러운 것이 없이 잘사는 사회주의 낙원으로 건설하는 것은 우리 앞에 나선 가장 중요한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 3기 체제 출범은 현재까지 최고인민회의가 열리지 않아 가능성이 높지 않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절도혐의 취조하던 형사가 모금 운동을 벌였는데…

    B=8일 낮 종로경찰서 형사실에서 눈시울이 뜨거워 지는 장면이 벌어졌지. 신문팔이 유모군(13)을 절도혐의로 취조하던 형사가 조서를 꾸미다 말고 동료형사들에게 이 어린이를 돕자고 모금운동을 벌인거야. 형사들도 이야기를 듣고는 가슴이 뭉클해졌다는 유군의 딱한 사정이란, 올해 환갑을 맞은 아버지는 신병으로 누워있고 어머니는 장님이어서 유군이 어린 몸으로 신문팔이를 하여 부모들을 봉양해왔는데 며칠동안 장사가 잘 안돼 엄마의 손에 가만히 쥐어 주던 돈을 줄 수 없게 되자 어린 가슴이 얼마나 아팠던지 도둑질을 했다는 거야. 창신동 어떤 초가집의 1만원짜리 전셋방에서 산다는 유군은 지난 여름 세탁공장에서 직공살이를 하던 누님이 시집가기전 까지만 해도 어엿한 중학생이 었는데 누님이 시집가고 다니는 학교를 그만두고 신문팔이로 나서 하루 3~4백원씩을 벌어 엄마손에 쥐어줘 됫박쌀도 사고 아버지 약값에 보태 쓰게 했는데. 20일전부터 신문이 잘 팔리지 않아 고민하다 지난 4일 종로3가에서 주간지를 펼쳐놓고 주인이 졸고 있는 것을 보고 그만 모주간지 20권을 훔쳐 청계천에 갖고 가 다른 주간지 장수에게 팔고는 또 6일에도 같은 짓을 되풀이 했다는 거야. 이날따라 많은 돈을 갖다주는 것이 이상해 어머니가『왠 돈이냐』고 물었더니 『오늘은 신문이 잘 팔렸어요』라고 대답하더라면서 경찰에 불려온 어머니도 앞 못보는 눈에서 눈물을 쏟았는데, 형사들도 이 정경에 모두 눈시울을 붉히며 외면하더군. 결국 유군은 경찰의 온정으로 부모의 품에 넘겨졌는데 박노영(朴魯榮)형사과장이 2천여원의 피해액을 보상하고 박용구(朴容九)서장이 금일봉을 주며 『가난하더라도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격려하며 내보냈어. 물론 형사들도 호주머니를 털어 성금을 보탰고. [선데이서울 71년 11월 21일호 제4권 46호 통권 제 163호]
  • “아이들 눈망울 보며 살아온 38년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됐죠”

    “아이들 눈망울 보며 살아온 38년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됐죠”

    “제 자리를 기다리는 후배 교사들이 많은데, 호적 나이까지 채우며 욕심껏 교단에 설 수는 없지요.” ‘섬진강 시인’으로 알려진 김용택(만 57)씨가 28일 고향 모교인 전북 임실군 덕치초등학교에서 마지막 수업을 했다. 이날 마지막 수업은 12명의 3학년 어린 제자들과 함께 여느 때와 같이 해맑은 얼굴과 낭낭한 목소리로 진행됐다. ●“사람을 좋아하라” 당부의 말 김씨는 수업을 마친 뒤 “교사생활 38년 중 첫 교단에 설 때부터 입버릇처럼 환갑 때까지만 하자고 했다.”면서도 “마지막 종이 울릴 때 솔직히 가슴 속에서 울컥 솟구쳐 오르는 눈물을 애써 참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의 순수한 눈망울을 보며 살아온 긴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고 감회를 털어놨다. 김씨는 마지막 제자들에게 “시간을 잘 쪼개쓰는 사람이 되라.” “사람을 좋아하라.”는 당부의 말을 남기고 정든 학교의 문을 나섰다고 전했다. 김씨가 교단에 첫발을 디딘 것은 1970년. 당시 국민학교 교사가 모자라 순창농고를 졸업하고 4개월간의 강습을 받은 뒤 임실군 청웅면 청웅초등학교 옥석분교에 부임했다. 1년 후 모교인 덕치초교로 전근을 오면서 섬진강과 ‘시심(詩心)의 인연’이 시작됐다. ●26년을 2학년 담임으로 그는 늘 2학년생 담임을 희망했다고 한다. 그에게 이유를 묻자 “초등학교 2학년생이 말을 가장 듣지 않는 개구쟁이”라면서 “하지만 진실이 통하고 의사 표시가 자유로우니, 인간미가 넘치는 셈”이라며 웃었다.38년 중 26년을 2학년생 담임으로 보냈다.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1982년부터. 사회에서 소외되고도 인간미를 지키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섬진강 사람들을 노래했다. 글을 모르는 촌로와 초등학생도 쉽게 느끼도록 순수한 시어를 즐겨 사용했다. 학생들과 손잡고 섬진강변을 거닐며 ‘섬진강’‘그 여자네 집’ 등 주옥같은 시집 15권을 펴냈다.“섬진강에서 학생들과 보낸 기간은 진실로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 귀중한 삶의 궤적입니다.” 그는 퇴직 후 무엇을 하고 지낼 것이냐는 물음에 “우선 놀아야지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29일 덕치초등학교에서는 지인과 제자들이 김씨를 초청해 조촐하지만 의미있는 잔치를 열었다. 임실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Beijing 2008] ‘아! 38세 봉달이’ 투혼의 레이스

    비록 메달을 못 땄지만 후회 없는 레이스였다. 베이징 올림픽 마지막 날인 24일 올림픽 주경기장 궈자티위창(國家體育場)을 출발한 38살의 마라토너 이봉주(삼성전자)는 그렇게 세월의 맞바람을 뚫고 베이징의 거리를 달리고 또 달렸다. 결과는 28위 2시간17분56초. 마지막 메달을 기대한 사람들에겐 아쉬울지 모르지만 이봉주의 숨은 땀과 노력을 생각해보면 완주만으로도 무엇보다 값진 승리였다. 이날 체력과 스피드로 무장한 아프리카 철각들이 초반부터 마치 단거리 뛰듯 달려 나가자 참가한 나머지 마라토너들은 당황했다. 케냐 선수들은 초반 5㎞까지는 마치 아마추어처럼 속도를 높이더니 10㎞부터는 속도를 줄였고,15㎞부근에선 다시 놀리듯 무섭게 달렸다. 이런 탓에 참가선수 대부분은 자신의 페이스를 잃고 떨어져 나갔다. 전체 98명 중 22명이 중도 포기할 정도. 힘든 건 마라토너에겐 환갑이라고 할 수 있는 나이인 이봉주도 마찬가지였지만 포기는 없었다. 초반부터 40위권까지 떨어진 그는 10㎞이후 줄 곳 중위 그룹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경기 후 이봉주는 “초반 선두권과 거리가 벌어져 이를 만회하려다 보니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 후 TV 중계 카메라에서 그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노장은 그저 묵묵히 한걸음씩 내디뎠다. 이봉주는 레이스 후반인 30㎞지점에서 38위에 올라섰고 35㎞부터는 마지막 스퍼트를 하며 경쟁 선수들을 하나둘씩 뒤로 떨어뜨렸다. 노장의 막판 추격은 그렇게 뒷심을 발휘했고, 결국 39번째 마라톤 완주를 해내는 기염을 토했다. 우리 나이 서른 아홉은 마라톤 선수로는 할아버지와 같은 나이다. 체력의 한계를 재는 운동인 만큼 마라톤은 선수 수명이 짧다. 이봉주처럼 불혹을 코 앞에 둔 나이에 마라톤 현역 선수생활을 하는 이도,4번이나 연속해 올림픽에 출전한 이도 없다. 이봉주가 20년간 현역선수로 달린 거리를 합친다면 무려 지구를 4바퀴 반이나 돌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노장은 ‘마지막’이란 말을 아꼈다. 이봉주는 이날 경기 후 은퇴계획에 대해 묻자 “글쎄,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마라톤의 자존심 이봉주의 도전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팬들은 주목한다. 그가 또하나의 기적을, 신화를 만들어낼까. 한편 이봉주의 뒤를 이을 기대주 이명승(29·삼성전자)은 2시간14분37초로 18위를 차지해 이날 출전한 한국 선수 3명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초반 가장 좋은 레이스를 펼쳤던 김이용(35·대우자동차판매)은 2시간23분57초로 50위를 기록했다. 베이징 올림픽특별취재단
  • [열린세상] 베이징올림픽 이후의 동북아 평화/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열린세상] 베이징올림픽 이후의 동북아 평화/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베이징올림픽 이후 중국의 향배가 주목된다. 마침 이달 말에는 중국 주석 후진타오의 방한도 예정되어 있다. 조선이 일본에 합병된 것이 1910년 8월이니,100년이 됐다. 베이징올림픽의 의미를 여러 가지로 따져 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중국의 위상이 예전과 달라지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한·일합병 100년과 중국의 부상, 다음 100년, 아니 가까이 다음 10년 아시아의 질서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100년 전 대한제국 말기와 비교해 지금의 동아시아는 어떠하며, 환갑을 넘긴 대한민국은 안녕하고, 안녕할 것인가. 제국주의 열강의 아시아침탈이 가속화되던 1880년대, 당시 청의 개화파 지식인이었던 주일 외교관 황준헌이 수신사 김홍집에게 ‘조선책략’을 전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황은 서세동점(西勢東漸)의 국제정세에서 조선의 살길로 ‘친중(親中), 결일(結日), 연미(聯美)’를 제안한다. 전략적 주적은 러시아였다. 당시 제국주의 최강자인 영국은 논외로 하고, 중국과 친하고, 일본과 맺고, 미국과 이은 뒤 조·중·일 3국이 연대해서 주적 러시아를 견제하자는 말이다. 1900년을 전후한 동아시아권에서 아시아주의, 아시아연대론, 조·중·일 ‘삼국공영론’ 등은 상당히 인기있는 화두였다. 일본이 내세웠던 ‘동양평화론’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1905년 러일전쟁시 일본은 조선의 독립과 동양평화를 내걸었고, 고종을 비롯해 조선의 민초들 역시 러시아에 맞서 일본에 각종 지원을 마다하지 않았다. 청이 ‘아시아의 환자’ 노릇을 하는 동안, 동아시아를 놓고 벌인 일본과 러시아간의 패권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일본이었다. 상당수 조선의 지식인은 이 러일전쟁을 황백인종간의 인종전쟁으로 파악하였고, 일본은 그러기에 황인종의 현실적 대안이 되기에 충분한 것으로 받아 들였다. 하지만 이토 히로부미 등이 내세운 동양평화론이 결국은 조선의 독립이 아니라 조선의 합병으로 귀결되었을 때 그 동양평화, 아시아연대란 결국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 이데올로기 그 이상이 될 수 없었다. 안중근은 유명한 미완의 옥중유고 ‘동양평화론’을 통해 이토류 동양평화론의 허구를 맹렬히 성토하고, 결국 이것이 동양평화의 파괴를 불러 왔음을 웅변한다. 물론 지금의 눈높이에서 보자면 안중근의 논설이 다분히 ‘인종론적’이고, 이토와 일왕을 애써 구분하며, 동학운동을 폄훼하는 등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동양평화론의 행동플랜으로 당시 일본이 차지한 여순항을 조·중·일 3국이 공동관리하고, 공동의 군대를 창설, 공동의 화폐를 발행하는 일종의 ‘동아시아 공동체’를 주창했음은 그 자체로 놀랍게 ‘현대적’이다. 100년 전과 지금이 다름은 자명하다. 우선 대한민국은 대한제국이 아니다. 구한 말과는 달리 남북은 분단되어 있다. 러시아가 한·중·일 공동의 주적도 아니며, 미국은 동아시아의 ‘키다리아저씨’도 아니다. 티베트, 위그르 등 ‘아시아의 화약고’를 안고 있지만, 올림픽 이후 중국이 ‘아시아의 환자’는 아니다. 과거 러, 일이 동아시아의 패권을 다퉜다면, 지금은 중, 미가 그렇다. 여기에 남북한, 일, 러를 더하면 ‘동양평화’로 가는 방정식이 훨씬 복잡해진다. 이 상황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친미로만 될 일이 아니다. 게다가 남북이 서로 불통이라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자칫 황준헌이 ‘조선책략’에서 경고한 바, 연작처당(燕雀處堂) 곧 ‘집이 불타는 줄도 모르고 처마 밑 참새와 제비가 즐겁게 노는’ 형국일 수도 있다. 올림픽 이후 동아시아는 100년 전 ‘아시아주의’를 훨씬 뛰어넘는 대담한 역사적 상상력을 요구한다. 그래서 중국의 국가자본주의, 일본의 극우 군국주의, 한반도의 분단 너머에 동아시아 시민사회의 소통과 연대를 상상해 본다. 여기에 중국의 시민사회와 새로운 지식인의 출현마저 기대하면 과욕일까.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 [Beijing 2008] “미안하다 민주야 메달 못걸어줘서”

    [Beijing 2008] “미안하다 민주야 메달 못걸어줘서”

    네 살배기 민주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제대로 찾아가보지도 못한 채 이를 악물고 샌드백을 두들겼다. 독한 아비라는 소리를 들을 법했다. 그는 딸에게 올림픽 메달을 안겨주는 게 어떠한 약보다 낫다고 여겼다. 못난 남편을 만나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고생하는 아내에게 메달이 그 어떤 선물보다 값질 것으로 생각했다. ●결혼식도 못올린 아내에 선물하고 싶었는데… 베이징에서 메달을 따 엄마 목에 걸어주라는 딸의 목소리가 귀를 맴돌 때마다 악착같이 샌드백을 때렸고, 혹독한 태릉선수촌 훈련을 이겨냈다. 그런데 국내 인파이터 가운데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히는 그가 바라는 것은 금메달이 아니었다. 소박하게도 동메달이 목표였다.‘8강 징크스’ 때문이다. 스물 한 살 때인 2001년부터 줄곧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세계 무대에서 8강을 넘어서 본 적이 없었다.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냈지만 이듬해 세계선수권에선 8강서 무너졌다. 세계선수권 3연패에다 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쿠바 복싱 영웅’ 마리우 킨데란을 만났던 것. 2004년 아테네올림픽 8강에선 당시 18세로 복싱 천재라 불리던 아미르 칸(영국)을 얕잡아보다 1회에 RSC 패를 당했다.2005년 세계선수권에서도 쿠바의 강호 우가스 에르난데스에게 8강에서 졌다. 세계 8강은 ‘좌절의 벽’과 같았다. 선수촌을 집처럼 여기고 앞만 보고 뛰다보니 복싱 선수로서는 환갑이 성큼 다가왔지만 좋은 성적은 거두지 못했고, 군대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이번 올림픽이 어찌보면 마지막 기회였다.8강을 돌파하지 못하면 아내와 딸을 남겨두고 입대해야 할 처지. 올림픽에선 동메달, 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을 따야 병역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에 메달을 따면 충남체고 동기생으로 태권도가 전공인 아내와 함께 태보(복싱+태권도)체육관을 차리는 꿈에 밑거름이 될 터였다. ●생명위험 진단에도 “링에서 죽겠다” 하루에도 샌드백을 수천 번 두드렸던 그의 주먹은 그러나, 베이징올림픽 8강에서 다시 멈추고 말았다. 지난 15일 강자로 꼽히는 피차이 사요타(태국)를 10-4로 물리쳤으나 예기치 않은 부상을 당했던 것. 경기 뒤 목과 가슴 통증을 호소하던 그는 무리하게 경기를 치르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병원 진단을 받았다. 외부 충격으로 기관지가 찢어졌고 여기서 새어나온 공기가 심장 부근까지 찼다고 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식에 중국과 한국 병원 4곳에 CT 자료를 보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링 위에서 죽겠다.”고 출전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는 그의 목숨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천인호 대표팀 감독은 고민 끝에 흐라칙 자바크얀(아르메니아)과의 8강전을 반나절 앞두고서야 기권을 결정했다.19일 아침이었다.“가자, 베이징으로 가서 날고 오자.”고 자신의 미니홈피에 다짐했던 백종섭(28·충남체육회)의 여정은 그렇게 안타깝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베이징 올림픽특별취재단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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