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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퇴 교수들 개도국에 과학코리아 전수

    은퇴 교수들 개도국에 과학코리아 전수

    환갑을 넘은 나이에 국내 과학기술의 해외 전도사로 나선 노익장들이 있다. 홍성윤(오른쪽·68) 전 부경대 교수와 박찬무(66) 전 명지대 교수다. 두 사람은 교육과학기술부가 개도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개도국의 대학 및 연구소에 교수나 연구원으로 파견할 과학기술 지원단(Techno Peace Corps, TPC)에 최근 선발됐다. TPC 사업은 개도국 발전을 위한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의 하나로 우리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전수하기 위해 2006년부터 시작됐다. 두 사람은 개인단원 신청자 51명 가운데 최종 선발된 20명의 일원이다. 60대 지원자가 처음인 관계로 교과부는 당시 이들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건강상태도 유의깊게 봤으나 거뜬히 통과했다. 홍 전 교수는 한국해양학회장을 지내고 2007년 부경대에서 정년퇴직한 수산생물학의 권위자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수산교육과 해양생물 BT기술을 전수하게 된다. 홍 전 교수는 16일 “인구가 세계 4위이고 수산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와 우리나라가 공동으로 어장을 개발하는 등 수산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지에 가보니 고기를 많이 잡아도 냉동기술이 발달되지 않아 상해서 버리는 경우가 많더라.”면서 “우리나라는 1년간 연간 어류소비량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인 만큼 협력할 분야가 많다.”고 덧붙였다. 박찬무 전 명지대 교수는 말레이시아에서 생태재생 설계기술 등을 교육하게 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외교부 장관시절 국제협력단(KOICA)단장에 공모했다가 아쉽게 탈락했을 정도로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실질적 협력을 진척시키는 데 관심이 많다. 그는 “이슬람국가인 말레이시아의 경우, 서양식 근대건축 기술로 집을 짓다 보니 자기네 전통에 맞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 토착건축을 현대화하는 방안에 대해 아이디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이웃과 공동 정원을 유지하면서 정을 나누는 이른바 ‘협동생태 주택단지’를 기획·설계하고 1호로 지은 서울 논현동 주택에서 25년째 살고 있다는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분당도시개발 때부터 도시건설이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전락해 생태주택도시를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며 국내 건축계 풍토에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교과부의 임창빈 국제협력전략팀장은 “개도국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한편 지한파 양성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사설] 진정한 친일청산의 길을 생각할 때

    내일은 64돌 광복절이다. 8·15가 다가오면 친일 청산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아직도 친일파 응징이 제대로 안 되었다는 한탄이 나오고, 항일 유공자를 찾는 발걸음도 잦아진다. 광복에 즈음해 태어난 아기들이 환갑을 훨씬 넘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진정한 친일 청산이 무엇인지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본다.친일파의 과거 행적을 낱낱이 파헤쳐 후손까지 망신을 주어야 한다는 견해가 일각에서 나온다. 그러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민족정기를 모아야 한다. 친일을 극복하고 미래를 향한 자긍심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특정인 헐뜯기를 넘어 생활 주변의 친일 잔재부터 청산해야 한다. 가장 심각한 것이 교육현장이다. 전제주의에 맹목적 충성을 강요했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 엄격한 두발·복장 단속, 거수경례, 구령에 맞춘 인사가 대표사례다.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명칭을 바꾸긴 했으나 유치원 등의 용어는 남아 있다. 교육현장을 필두로 일제 잔재청산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 국민운동을 벌여야 한다.이와 함께 독립유공자들을 잘 보살펴야 한다. 수원시 보훈복지타운에 생존해 있는 애국지사는 5명뿐이라고 한다. 1세대 독립유공자들이 쓸쓸히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 유공자와 후손들을 정성껏 뒷바라지해야 애국심이 확산된다. 광복절을 앞두고 반짝 관심을 가질 일이 아니다. 종군 위안부, 원폭 피해자, 사할린 동포 등 일제 피해자들을 챙길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음을 명심해야 한다. 스스로 생활 속의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일제에 핍박받은 이들을 대접할 때 우리는 일본을 향해 외칠 힘이 생긴다. “형식적이 아닌, 진정한 사과를 하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일본에 당당히 요구할 수 있도록 국민적 일체감을 일구는 광복절이 되길 바란다.
  • ‘환갑’ 맞은 수원시 잔칫상 풍성

    ‘환갑’ 맞은 수원시 잔칫상 풍성

    올해로 시승격 60주년을 맞는 경기 수원시에서 연말까지 흐름·신명·도약·나눔을 테마로 27가지의 다양한 ‘환갑잔치’가 열린다. 수원시는 15일 오후 7시 화성행궁 광장에서 김용서 시장을 비롯해 시의원, 시민 등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승격 60주년 기념식을 갖는다고 12일 밝혔다. ●타임캡슐·e스포츠 대회 등 눈길 기념식에서는 시루떡 절단, 모형로켓 발사, 풍선 날리기, 애드벌룬 점화, 홍보영상물 상영, 불꽃놀이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마련된다. 또 4대가 대가족을 이루고 사는 효원가정 12가구와 1949년 8월15일 시 승격일에 태어나 수원에서 살아온 시민 10명에게 ‘수원둥이’ 인증패를 준다. 이날 오전 10시 시청 현관 앞에서는 ‘해피수원 타임캡슐’ 매설식이 열린다. 타임캡슐은 화성행궁 여민각종 형태의 가로 1.2m, 세로 2m 크기로 내부재질은 스테인리스 특수강, 외부재질은 FRP로 제작됐으며 시승격 100주년인 2049년 개봉된다. 타임캡슐에는 40년 뒤 수원의 변화상을 엿볼 수 있는 행정통계와 기록, 자원봉사활동, 화성 및 정조대왕 관련사료, 수원시도시계획 200년사, 광교신도시 개발사업 등 각종 자료 459개 품목이 현물이나 사진, CD, 문서, 책자 형태로 보관된다. 수원박물관에서는 14일부터 ‘수원의 도전과 꿈’ 특별전이 개최된다. 제1전시관 ‘수원시 60년의 변화’ 테마전에서는 1950년대 동사무소 모형, 도면으로 보는 도시변천, 수원사건 60년이 전시되고 제2전시관 ‘사진과 영상으로 본 수원’ 테마전에서는 화홍문화제로 시작된 수원 축제의 변천, 대한뉴스와 TV 속 수원 등이 소개된다. 또 10월에는 e스포츠 국제대회인 ‘IEF 2009수원’이 10개국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열리며 연말에는 수원의 근·현대사를 담은 창작 뮤지컬이 무대에 오른다. 아울러 시는 ‘수원과 함께한 나만의 추억’이라는 주제로 이달말까지 UCC 현상공모전을 열고 있다. UCC 공모전은 외국인을 포함해 누구든지 수원시 인터넷방송(tv.suwon.ne.kr) 또는 다음 TV팟 UCC 이벤트 페이지에 작품을 올리면 된다. ●200년 역사 자랑하는 조선 최초 신도시 한편 1413년(태종 13년) 수원도호부에 속해 있던 수원은 1789년 정조가 사도세자의 묘인 현륭원을 화산(화성 태안) 아래에 조성하면서 읍치를 팔달산 아래로 이전했고, 1793년 새 읍치를 화성유수부로 승격한 뒤 1796년 화성을 축성하면서 ‘조선 최초 신도시’가 됐다. 이후 수원은 1949년 8월15일 읍에서 27개동을 갖춘 시로 승격했으며 1967년 6월23일 경기도청이 서울 세종로에서 이전해 오면서 지금은 4개 행정구에 인구 110만명의 수도권 중심도시로 성장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톰 왓슨, PGA챔피언십 도전?

    톰 왓슨(미국)의 미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 출전 여부가 골프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환갑을 한 달 반 남겨 놓은 왓슨은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마스터스와 US오픈, 브리티시오픈을 모두 제패했지만 PGA챔피언십에서는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1978년 대회 2위가 전부다. 따라서 8월1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에서 개막하는 PGA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할 경우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PGA의 줄리어스 메이슨 대변인은 22일 “왓슨은 PGA챔피언십 출전 자격이 없는 상태”면서 “시니어 투어 멤버인 왓슨이 출전하려면 초청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브리티시오픈] 환갑골퍼 왓슨 아름다운 투혼

    [브리티시오픈] 환갑골퍼 왓슨 아름다운 투혼

    32년 만에 ‘턴베리의 주연’이 되기 위해 다시 나선 ‘60세’의 톰 왓슨(미국)이 마지막날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아쉽게 쓴 잔을 들었다. 환갑을 46일 남기고 브리티시 오픈골프대회 마지막 18홀을 시작한 왓슨은 36세의 아들뻘인 스튜어트 싱크(미국)와 공동선두(2언더파 278타)로 경기를 마친 뒤 4개홀 연장승부에 돌입했지만 결국 흘러간 세월을 원망해야 했다. 싱크는 미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6승째를 ‘클라레 저그’로 처음 장식했다. 우승상금은 150만달러(약 18억원).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 첫날부터 선두권에 나서 지구촌 골프계를 뜨겁게 달궜던 왓슨은 이로써 브리티시오픈 최다 우승 기록(6승)과 타이를 이루지 못한 것을 비롯해 메이저대회와 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까지 갈아치우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그는 안타까워하는 취재진과 갤러리에게 “오늘은 장례식 날이 아니잖아요?”라고 반문하며 나흘 동안 격전을 벌였던 대회장을 떠났다. 그리고 스코틀랜드 에어셔의 턴베리링크스 에일사코스를 찾은 수많은 갤러리는 60세의 이제 평범한 노장으로 돌아온 왓슨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1977년 잭 니클로스와 펼쳤던 ‘백주의 결투’가 32년 만에 재연됐고 이번에는 졌지만 주연은 여전히 왓슨이었다. 1949년 9월4일생인 그는 1971년 PGA 투어에 뛰어 들어 통산 39승을 올렸고, 메이저대회 우승은 여덟 차례나 된다. 10년 전부터는 시니어투어에서 뛰며 12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젊은 선수들과 기량을 겨루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역대 우승자 자격으로 올해 마스터스에 출전했던 왓슨은 “마스터스에는 들러리가 될까봐 더 이상 출전하고 싶지 않다. 완벽한 샷을 날릴 준비가 된 대회만 출전하기로 했고 이번이 그 대회였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왓슨은 이번 대회에서 젊은 선수들의 탄성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페어웨이를 놓치지 않는 정교한 티샷과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퍼트, 그리고 온화한 미소까지. 하지만 18번홀(파4)에서 나온 보기는 끝내 왓슨이 턴베리의 전설로 남는 데 걸림돌이 됐다. 1타차 선두를 달리던 왓슨은 이 홀에서 8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을 그린 너머 가장자리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이어진 보기. 왓슨은 “9번 아이언을 잡았어야 했다.”며 후회했지만 연장전에 말려 들어가야 했고 60세의 나이는 4개홀 스트로크 플레이를 더 이상 버텨 내지 못했다. 연장 첫 번째 홀인 5번홀(파4)에서 1타를 잃고 6번홀(파3)에서 파세이브에 성공했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싱크는 ‘클라레 저그’는 들어 올렸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딴곳에 비쳐졌다. 박수갈채는커녕 왓슨의 앞을 가로막은 ‘악당’이 된 듯한 표정이었다. 일부 외신들은 ‘싱크가 메이저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는 제목 대신 ‘싱크가 노장의 꿈을 무산시켰다’는 제목을 달며 왓슨의 패배를 안타까워 했다. 그러나 싱크는 “왓슨과 경기한 것은 영광”이라면서도 “왓슨은 모든 선수를 꺾었지만 나를 이기지 못했다. 나는 새로운 골프 인생을 시작할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브리티시오픈] 60세 왓슨 위대한 도전

    ‘백전노장’ 톰 왓슨(미국)의 도전은 3라운드까지 그 자체로 ‘전설’이었다. 환갑을 꼭 47일 남겨놓고 브리티시오픈 3라운드에서 1타차 단독선두에 오른 왓슨이 19일 마지막 18홀에서 우승 여부와 상관없이 ‘마술 같은 일(magical round)’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많은 사람의 눈과 귀를 깜짝 놀라게 한 이 늙은이가 과연 우승할지, 못할지를 지켜보라.”면서 “오늘 내 게임 플랜(plan)에 대한 느낌은 매우 좋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는 9월4일 그는 환갑을 맞는다. 브리티시오픈 사흘 동안 그는 기적을 엮어나갔다. 그는 이미 브리티시오픈과 메이저를 넘어 남자골프 역사에 길이 남게 됐다. 지금까지 ‘전설’로 통하던 잭 니클로스(미국)는 “TV로 경기를 보며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면서 “왓슨이 오늘 우승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이미 그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고 32년 전 우승 경쟁자를 치켜세웠다. 1977년 같은 장소인 턴베리링크스의 에일사코스에서 둘은 ‘백주의 결투(Duel in the Sun)’로 불리는 명승부를 펼친 끝에 왓슨이 1타차 승리를 거두고 첫 ‘턴베리의 황제’ 대관식을 치렀다. 32년이 지난 뒤 속편에서 그는 또 주연을 맡은 셈이다. 조연만 니클로스에서 매튜 고긴(호주), 로스 피셔(잉글랜드)로 바뀌었을 뿐. 왓슨은 “아마 첫날 사람들은 ‘웬 노인이 반짝하는군.’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이틀째도 ‘그런가 보다.’ 했겠지만, 사흘째에는 ‘이 노인네가 우승할 수도 있겠는데.’라고 생각하지 않았겠느냐.”면서 “오늘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왓슨은 그동안 잠자고 있던 진기록들을 모조리 갈아엎을 태세였다. 대회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인 1867년 톰 모리스(스코틀랜드)의 46세 99일을 142년 만에 갈아치우게 되고, 4대 메이저대회를 통틀어 최고령 우승인 1968년 US오픈 줄리어스 보로스(미국)의 48세 기록 뜯어고치기에도 나섰다. 또 메이저 대회가 아닌 정규 투어에서 1965년 52세로 우승한 샘 스니드(미국·그레이터 그린스보로오픈)의 최고령 우승 기록마저 새로 쓸 무서운 기세였다. 1950년 이후 이 대회 각 라운드 리더보드에서 두 손가락 안에 들었던 선수 32명의 선수 가운데 12명이 정상을 밟았다. 첫날 공동 2위에 이어 2라운드 공동 선두, 3라운드에선 단독 선두에 오른 왓슨의 우승 가능성을 점친 기록이다. 그러나 밤 11시30분 4번홀까지 마친 챔피언조에서는 피셔가 1타를 줄여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간 가운데 왓슨은 2타를 잃어 공동 2위로 처졌다. 크리스 우드(잉글랜드)가 12번홀까지 4타를 줄여 공동 2위 그룹에 합류했으며 어니 엘스(남아공)도 16번홀까지 2타를 줄여 공동 8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위헌 논란 법정 선 2제

    헌법은 스스로 어떤 힘도 가지지 못한 법이다. 모든 헌법 이론들은 공통적으로 “헌법은 제정권자인 국민의 적극적인 수호노력으로 그 정신을 구현해 갈 수 있다.”고 가르친다. 우리 헌정사가 이를 뒷받침하는 좋은 사례다. 그 대표적인 것이 현행 헌법인 1987년 9차 개정헌법이다. 이는 국민주권을 부정하는 군사정권에 맞선 시민들의 피땀 어린 투쟁의 산물이었다. 올해로 환갑을 넘긴 헌정사이지만 헌법에 근거한 시민들의 문제제기는 여전하다. 최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기본권 문제의 특징은 헌법조항과 개별 법조항의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상황변화로 인해 불거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군대 내 최고 엘리트인 군법무관들은 “까라면 까라.”는 군의 고정관념에 도전장을 냈다. 발단은 국방부 장관의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 지시’였다. 군법무관들은 이같은 장관의 지시가 장병들의 행복추구권, 학문과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들은 장관 지시의 근거조항으로 군 복무에 관한 사항을 명령에 위임한 군인사법 제47조의 2가 기본권 제한에 대한 포괄적 위임을 금지한 헌법에 반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사실상 헌법소원을 냈다는 이유로 이들은 군 당국으로부터 파면과 징계를 받았고, 이 또한 행정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문제는 법규정이 아니었다. 실제 군에서 불온도서에 대한 지정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지만 지난 1992년 이후 문제가 됐던 적은 없다. 즉 사문화됐던 통제가 다시 가해지면서 문제로 불거진 것이다. 야간 옥외 집회 허가제를 규정한 집시법 제10조 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도 마찬가지다. 제정 이후 집시법은 야간 옥외집회를 무조건 금지해 왔으나 지난 1989년 야간 옥외집회를 허가제로 전환했다. 법 개정 이후에도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한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 왔으나, 지난 1994년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 이후 문제로 부각되지 않았다. 야간 옥외집회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2002년 효순·미선양 사망사건,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시위 등에 대해 엄격한 법적용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권교체 뒤 지난해 벌어진 대규모 촛불시위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집시법 제10조 1항의 적용이 급증했고, 결국 헌재의 판단을 받게 됐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브리티시오픈] ‘백전노장’ 60세 왓슨 예감좋은 출발

    지난 1977년 브리티시오픈이 처음 열린 턴베리링크스. 이후 세 번(1986년·94년)이나 같은 코스에서 열린, 세계에서 유일한 오픈골프대회라는 ‘디 오픈’. 올해로 60살이 된 톰 왓슨에게는 마치 32년 전 잭 니클로스(이상 미국)를 1타차로 물리치고 생애 두 번째 ‘클라레 저그’를 품은 그 당시가 생각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왓슨이 16일 스코틀랜드 에어셔의 턴베리링크스 에일사코스(파70·7204야드)에서 막을 올린 제138회 브리티시오픈 1라운드에서 156명의 출전선수 가운데 93명이 티오프를 완료한 오후 9시 5분 현재 버디만 5개를 뽑아 내는 깔끔한 플레이를 펼친 끝에 단독 선두로 첫날을 마쳤다. 성적은 5언더파 65타. 왓슨은 “연습라운드 때 공이 잘 맞아 오늘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고 예감했다.”고 말했다. 물론 밤 10시 40분 현재 무려 19명의 선수가 언더파 행진을 벌이고 있는 탓에 마지막 조가 경기를 마치는 17일 새벽까지 선두를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환갑을 바라보는 왕년의 챔피언이 첫날부터 선두권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사건임에 틀림없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홈페이지는 쪼글쪼글해진 그의 얼굴 사진과 함께 ‘왓슨이 처음 디 오픈이 열린 바로 그 자리에서 65타의 불꽃샷으로 초반 선두를 꿰찼다.’고 크게 전했다.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출신인 왓슨은 PGA 투어 통산 39승을 거둔 노장. 1988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이 가운데 메이저 승수는 8승. 브리티시오픈에서는 역대 최다승(해리 바든·6승)에 1승이 모자라는 5승(1975·77·80·82·83년)을 거둔 ‘디 오픈 전문가’다. 올 시즌 첫 메이저 우승컵을 벼르는 타이거 우즈(미국)는 버디 3개를 뽑아 냈지만 보기도 4개를 섞어 치는 바람에 1오버파 71타로 첫날을 마쳤다. 반면 동반플레이를 펼친 이시카와 료(일본)는 2언더파 68타를 쳐 상위권 성적을 예감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살아있는 전설의 춤사위 다시 본다

    살아있는 전설의 춤사위 다시 본다

    전북 남원 살풀이춤의 살아 있는 전설, 조갑녀(86) 명인의 섬세하면서도 웅장한 춤사위를 만나는 무대가 열린다. 공연기획사 축제의땅은 오는 26일 오후 5시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우리시대 최고의 명인을 소개하는 ‘노름마치뎐’ 세번째 공연으로 ‘춤! 조갑녀’를 올린다. 1920년대 후반부터 10년간 짧지만 인상적인 예인(藝人)의 전설을 만들어낸 조갑녀 명인을 위한 헌정공연이다. ●2007년 세계무용축제 무대에 올라 조 명인은 6살에 장단을 가르치던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레 남원 권번(기생을 교육하고 관리하던 곳)에 들어가며 춤을 배웠다. 이때 가르친 이가 이장선(1866~1939년) 명인. 이 명인은 궁궐에서 춤을 가르쳤고, 임금 앞에서 직접 춤을 췄던 명무였다. 이 명인에게 개인교습을 받은 조 명인은 승무, 살풀이춤 등을 배우며 ‘소녀 명무’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1931년 처음 열린 춘향제에 8살의 나이로 참가했고, 11회 대회까지 승무, 검무, 살풀이춤을 추면서 소녀 명무는 ‘남원 명무’, ‘춤은 조갑녀’라는 찬사를 받았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환갑잔치, 화전놀음, 단풍놀이 등에서 춤을 도맡은 당대 최고의 예인이었다. 시대를 풍미한 조 명인은 1941년 가족을 돌보기 위해 결혼을 하며 무대에서 사라졌다. 이후 1971년, 1976년 춘향제에서 잠시 모습을 비췄을 뿐 무대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오랜 숨바꼭질 끝에 조 명인은 84세인 2007년 제10회 서울세계무용축제 무대에 올랐다. 그러자마자 ‘조갑녀류 민살풀이춤’이라는 말을 만들 정도로 명인은 건재했다. ●“조선말의 춤사위 고스란히 간직” 공연기획자 진옥섭은 “이 무대에서 존재조차 희미했던 거대한 춤의 존재가 다시 드러났다.”면서 “세상과 떨어져 있었기에 몸짓은 마치 타임캡슐에 묻혀 있듯 조선시대 말부터 일제 초기의 춤사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공연에서 조 명인은 단 5분간 ‘민살풀이춤’을 선보인다. 수건 없이 추는 살풀이춤이라 ‘민살풀이춤’이다. 조 명인이 선보이는 즉흥춤의 진수는 김청만(장구), 박종선(아쟁), 원장현(대금), 김무길(거문고), 한세현(피리), 김성아(해금) 등이 연주하는 ‘시나위’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이 공연을 위해 후배 춤꾼들이 나서 판을 만든다. 강성민이 이매방류의 ‘승무’로 첫 판을 열고, 진주의 예기(藝妓) 김수악의 춤을 이어받은 박경랑이 ‘교방춤’을 춘다. 권명화의 박지홍류 ‘살풀이춤’, 이현자의 강선영류 ‘태평무’, 백경우의 ‘사풍정감’, 이정희의 ‘도살풀이춤’, 김운태의 ‘채상소고춤’이 이어진다. 놀음을 마무리하는 고수 중의 고수를 일컫는 ‘노름마치’는 당연히 조 명인이다. (02)3216-1185.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일상의 느낌 그 달 그 달 옮겨 ‘가족’은 내 인생 자서전일 것”

    “일상의 느낌 그 달 그 달 옮겨 ‘가족’은 내 인생 자서전일 것”

    누구는 소설이라 불렀고, 누구는 에세이라고 했고, 누구는 그냥 옆집 아저씨의 소박한 일기장 같은 것이라고 했다. 뭐라고 부른들 어떠랴. 사내는 갓 서른살 된 철부지 남편이자 두 아이의 서툰 아버지였고, 20대에 장안을 떠들썩하게 작품을 썼던 피끓는 청년 작가였다. 꼬박 35년이 흘러 이제 환갑을 넘긴 나이가 됐다. 아들, 딸은 또다른 가족을 꾸려 자신과 또다른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 됐다. 그동안 ‘별들의 고향’, ‘상도’, ‘유림’, ‘해신’ 등 셀 수 없이 많은 화제작을 남겼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 기간의 우여곡절,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함께 했던 작품은 따로 있었다. 바로 소설가 최인호(64)가 1975년 9월부터 지금까지 월간 샘터에서 35년 가까이 연재했던 소설 ‘가족’이다. ●누구는 소설이라고 누구는 에세이라고 ‘가족’이 샘터 8월호에 실리면서 무려 400회를 맞게 됐다. 지난해 암에 걸려 대수술을 받으며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7개월을 제외하고 빠짐이 없었다. 사실은 작가가 몇 년 전 미국 출장 가는 길에 팩스 등 통신 상황이 좋지 않아 딱 한 달 소설 연재를 빼먹은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작가도, 출판사도, 구체적인 시기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벌써 단행본으로만 7권이 나왔고, 이번에 두 권 ‘가족 앞모습’, ‘가족 뒷모습’이 8, 9권으로 보태졌다. 엄청난 ‘대하소설’이 된 셈이다. ‘가족’은 소설의 서사를 품고 있는 자전 에세이에 가깝다. 하지만 작가는 부득불 ‘소설’임을 강조한다. 최인호는 단행본 서문에서 “일상 생활에서 느낀 이야기를 그 달 그 달 소설 형식으로 쓴 ‘가족’은 내 인생의 자서전일 것”이라면서 “매달 20장씩의 원고가 8000장에 이르는 장편소설이 되었고 내가 쓴 소설 중 가장 긴 대하소설이 되어버린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열 권을 채운 후 이 교향곡을 끝내게 될지, 아니면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게 될지는 오로지 신만이 알고 있는 몫”이라며 “인생행로를 통해 만나고 스쳐갔던 사람들, 이웃들, 나그네들 모두 한가족임을 요즘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매달 20매의 원고가 모여 대하소설로 죽음의 고비를 넘기는 곡절을 거치며 노년의 삶으로 미끄러져 들어온 느낌의 연장선상이었을까. 그는 가장 최근에 쓴 400회작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에서도 “400회를 쓰는 동안 내 인생에서 만난 가족들과 그대들은 인생의 꽃밭에서 만난 소중한 꽃들과 나비인 것이니 숨은 꽃보다 아름다운 그대들이여, 피어나라.”면서 “꽃보다 아름다운 인생을 노래하라. 그리고 마음껏 춤춰라.”고 말했다. 애써 꾸미지 않아도 원숙하게 삶을 조망하고 사람을 찬미할 수 있는 최인호가 됐음을 편안한 언어로 얘기하고 있다. 특히 이번 단행본에서는 한국의 전통미를 한국 사람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하는 사진 작가인 주명덕(‘가족 앞모습’), 구본창(‘가족 뒷모습’)이 글맛을 한층 살렸다. 샘터 관계자는 “새로운 느낌을 주기 위해서 일부러 8권, 9권이라는 숫자를 붙이지 않았다.”면서 “그동안 그림 일러스트로 표지디자인을 했는데 실제 얼굴이 들어간 최인호 작가와 어린 아들 도단이가 함께 찍은 사진(1985년 당시)을 넣어 보았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문화마당]수원 사람 발가벗고 삼십 리/김동언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기획감독·경희대 교수

    [문화마당]수원 사람 발가벗고 삼십 리/김동언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기획감독·경희대 교수

    조선이 개국하면서 고려의 도읍이었던 개성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나라에서는 개성 사람들의 과거 응시를 막고 경제적으로도 제재를 가했다. 먹고살기 위해 타지를 떠돌며 장사를 시작한 개성 사람들은 대단한 상업적 수완을 발휘해서 장사 잘하는 사람의 대명사인 ‘개성상인’이라는 호칭도 얻었다. 이들의 삶이 알뜰하기로도 소문나 ‘개성 깍쟁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개성 사람들은 서양보다 500년이나 앞서 복식 부기를 사용했으며 신용과 상호부조의 활성화로 계가 발전할 수 있었다. 아직도 그 계의 전통은 이어져 오고 있다. 2005년 무렵 개성공단에 입주한 업체들이 북한 근로자들에게 간식으로 초코파이를 나눠 주었는데 빈 봉지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확인해 보니 아이들에게 주려고 회사에서 먹지 않고 집으로 가져갔던 것이다. 그 뒤로는 회사들이 두 개, 네 개까지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북한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초코파이 계’까지 생겼는데, 초코파이를 먹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순번을 정해 한 사람에게 몇십 개를 몰아주어서 온 가족이 함께 나눠 먹게 했다고 한다. 개성 깍쟁이의 전통을 잘 이어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필적할 만한 남쪽 도시가 깍쟁이 수원이다. 정조는 수원에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봉건체제를 개혁하고 근세사회로 나아가는 꿈을 실현하고자 했다. 수원을 국제적인 무역도시로 만들기 위해 상업 활성화 정책을 펼쳐서 우여곡절 끝에 수원은 전국 최고의 상업도시가 되었다. 깍쟁이란 말은 ‘남에게 인색하고 자기 이익에 밝은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장사를 잘하는 상인들은 셈이 빠르고 이익에 밝을 수밖에 없다. ‘수원 깍쟁이’란 말의 유래도 여기서 온 것이다. 이를 잘 설명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수원 사람은 발가벗겨도 삼십 리는 뛴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지금의 경기 화성 병점에 효성이 지극한 양반집 자제가 살았다. 절제 있는 생활을 하며 칭찬을 받았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는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기방 출입을 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수원 서호 근처의 술집에서 아름다운 기생과 술을 마시고는 그만 잠이 들었다. 한참 만에 깨어났을 때, 그 날이 아버지의 기일이란 사실이 생각났다. 부랴부랴 옷도 제대로 걸치지도 못하고 그 먼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자정을 넘기지 않고 집에 도착하여 제사를 모실 수 있었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수원 남양의 한 마을에 갑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갑은 살던 동네의 한 가게에 진 몇푼 되지 않는 외상을 갚지 않고 몰래 이사를 갔다. 가게 주인은 갑을 찾으려고 몇 년 동안이나 헤매고 다녔다. 십년쯤 지난 어느 날, 갑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그 가게에 다시 들렀다고 한다. 늦은 밤, 잠자리에 들려고 옷을 벗고 있던 주인의 귀에 점원과 흥정을 하는 손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많이 듣던 목소리였다. 이내 갑의 목소리임을 알아챈 주인이 발가벗은 채 뛰어나왔고 갑은 서울 쪽으로 삼십 리나 달아났다. 이제는 괜찮겠지 하고 뒤돌아보니 가게 주인은 여전히 발가벗은 채 쫓아오더란다. 그래서 “발가벗고 삼십 리”라고도 한다. 깍쟁이란 말은 약간 부정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앞에서 그 유래를 살펴본 것처럼 깍쟁이는 부지런하고 열심히 사는 성실한 사람들을 가리킨다. 수원이 시로 승격된 지 올해로 60년째다. 환갑을 맞이한 수원시민들이 ‘발가벗고도 삼십 리’를 달렸던 정신으로 어려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전국 최고의 경제 도시가 되기를 빌어 본다. 김동언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기획감독·경희대 교수
  • “오라이… 탕탕” 서울 시내버스 환갑 맞았어요

    “오라이… 탕탕” 서울 시내버스 환갑 맞았어요

    ‘옆구리’가 터질 정도의 만원버스 차문을 탕탕 치며 ‘오라이’를 외치던 안내양 누나의 모습. 10장이 한묶음인 회수권을 11장으로 얌체처럼 잘라 태연한 척 손을 내미는 남학생 개구쟁이들. 하굣길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학생에게 마음을 뺏겨 비좁은 버스 안에서도 친구들과 재잘거리던 여학생. 늦은 밤까지 팔다남은 물건을 품에 꼭 껴안은 채 머리를 연신 꾸벅이시던 어머니뻘 아주머니. 그때 그시절에 추억과 애환을 나눴던 시내버스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서울지역 시내버스의 운행이 올해로 60돌을 맞았다. 서울시는 뜻깊은 날을 시민들과 함께 축하하기 위해 16일 헌혈증 기증, 추억의 버스 안내양, 첫 승객에 음료수 증정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15일 밝혔다. ●첫 승객 대접받고 안내양도 만나고 우선 이날 새벽 첫차(보통 오전 4시30분)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빵과 음료수 3000세트를 나눠주며 격려하는 ‘정(情) 나누기’ 행사를 갖는다. 종로구청에서는 버스회사 관계자들이 모여 헌혈 후 헌혈증을 사회기관에 기증하는 ‘사랑나눔’을 실천한다. 101번(화계사~동대문), 150번(도봉산역~석수역), 660번(온수동~가양동) 등 11개 노선버스에는 추억의 버스안내양이 탑승한다. 과거에 버스안내양으로 재직했거나, 시내버스 운전사의 가족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임시 안내양을 맡아 추억을 재현하게 된다. 난폭운전, 불친절, 급제동 등 버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급출발, 급제동을 줄이고 보도에 가까이 정차해 승객들이 버스에 수월하게 오르고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무릎이 편한 버스’ 캠페인도 펼쳐진다. 18일에는 신천동 교통회관에서 시민들의 버스 관련 아이디어를 토론한 뒤 시정에 반영하는 ‘천만상상 오아시스 실현회의’도 갖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발로 자리매김해 온 시내버스와 함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자는 격려의 메시지를 담으려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60년 만에 전세계 벤치마킹 대상으로 서울에서는 이미 일제강점기인 1912년 일본인들이 자동차 운수사업을 했고, 1928년에는 경성부가 시내버스를 운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1949년 8월16일 ‘서울승합’등 17개 회사가 사업면허를 받아 273대를 운행한 것을 서울 시내버스 운행의 효시로 간주한다. 그동안 시내버스는 60년간 점진적인 진화 과정을 겪으며 현재 세계 교통개혁의 우수사례로 평가될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1966년 승차권 제도가 처음 도입됐고, 몇 개의 정거장을 건너뛰는 급행 버스도 만들어졌다. 1976년에는 토큰제로 바꾸었고, 20년 뒤인 1996년 교통카드로 대체되면서 토큰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89년 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으로 ‘안내양 승무의무’ 조항이 삭제되면서 ‘안내양 시대’도 막을 내렸다. 서울 시내버스는 2004년 시가 버스회사에 재정을 지원해 서비스를 개선하는 ‘준공영제’와 지하철환승 시스템, 중앙버스전용차로제 등을 채택하면서 획기적인 변화를 맞았다. 현재는 68개사 7600여대가 하루 500만명의 시민을 태우며 세계 도시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아름다운 노후를 위하여] ⑦ 건강은 최고의 재산

    [아름다운 노후를 위하여] ⑦ 건강은 최고의 재산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다. 나이 60에 환갑잔치를 하는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대신 해외여행 가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의료기술이 크게 발달해 평균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얼마 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9.6세로 10년 전보다 5년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평균수명 증가에 따라 ‘환갑’은 아직 팔팔한 나이로 제2의 인생서막을 여는 전환점 정도로 인식한다. 관리를 잘했다면 신체적으로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몸이 예전 같지 않다며 자주 앓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나이는 못 속인다.’고 푸념을 하게 될 나이쯤이면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혈압·당뇨 조절, 평소 철저한 관리를 노인성 질환의 증상은 말로 표현하기 애매한 것이 많다. 열이 없는 염증, 소리없이 다가오는 심근경색증 등 두드러진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흔치 않아 질환을 미리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또 질병인지 일반적인 노화현상인지 구분하는 것도 어렵다. 하나의 질환이 아닌 세 가지 이상의 복합 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은 심혈관질환과 당뇨병이다. 대체로 통증 등의 사전 예고가 없기 때문에 가장 주의해야 한다. 이런 질환을 예방하려면 평소 혈압과 당뇨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혈압은 수축기120㎜Hg, 이완기 80㎜Hg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수축기 혈압이 120~139㎜Hg 수준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80~89㎜Hg 수준이라면 고혈압 전 단계로 보고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이 각각 140㎜Hg, 90㎜Hg 이상이면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생활요법은 금연, 금주, 저염식 섭취와 꾸준한 운동이 추천된다. 목소리의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위산이 역류돼 가슴에 통증을 일으킴과 동시에 목소리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위산이 폐로 역류해 폐렴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목소리가 갑자기 변할 경우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만성피로·복부팽만 땐 간질환 의심하라 평소 만성피로, 전신쇠약, 복부 팽만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먼저 ‘간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명치부위에 통증이 있는 데다 소화불량과 구역감을 느낀다면 췌장이나 위, 십이지장 등의 부위에 염증, 궤양, 암 등이 생겼는지 건강검진을 통해 확인해 봐야 한다. 공복시 속 쓰림,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십이지장 궤양을, 식후에 이런 증상이 있다면 위염 및 위궤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하복부가 불쾌하고 변비와 설사가 동반되면 과민성 대장염이나 대장암이 아닌지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또 다른 대표적인 노인 질환으로 지목되는 것이 ‘퇴행성 관절염’이다. 노령인구의 증가로 전체 인구 중 10 ~15% 정도가 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5세 이상 인구의 약 80%가 관절염을 앓고 있으며 75세 이상의 노인들은 모두가 퇴행성 관절염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연골이 닳아 없어지면서, 변화가 나타나는 질환으로 퇴행성 관절질환, 골관절염 또는 골관절증이라고도 불린다. 이 질환은 관절을 과도하게 사용할수록 발병 확률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고 보통 중년 이후에 발생한다. 이 외에도 비만, 가족력, 관절의 외상 등이 있는 사람은 발병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2배 이상 높아 주의해야 한다. 초기에는 운동요법과 물리치료로 증상을 쉽게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중기를 넘어서면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증상이 경미할 때 빨리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다. 서울시북부노인병원 가정의학과 김윤덕 과장은 “퇴행성 관절염을 예방하려면 체중감량과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체중을 1, 2㎏ 감량하고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의 운동으로 다리 근육을 키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누구나 알고 있는 100세 장수비법 장수비법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목표이기도 하다. 노화고령사회연구소 박상철(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 소장은 지난해 열린 대한의사협회 100주년 학술대회에서 100세 장수비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많이 움직여라 ▲환경과 변화에 열심히 적응하라 ▲많이 생각하라 ▲감성에 충실하고 잘 느껴라 ▲보신 음식에 휩쓸리지 마라 등 5가지 사항을 발표하기도 했다. 매사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생활’과 ‘소식(小食)’이 장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일반인들이 잘 알고 있지만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장수비법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 100세 장수인은 대부분 매일 정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마찬가지로 정확한 시간에 일어난다. 또 식사는 적은 양을 규칙적으로 거르지 않고 먹는 경향을 보인다. 장수인 가운데 흡연하는 노인도 일부 있지만 술과 담배를 끊는 것이 검증된 장수비법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전문가는 없다. 일주일에 2~3일 운동을 하고 1회 운동시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도 건강을 지키는 바람직한 방법이다. 단 지방이 건강에 해롭다고 무조건 육류를 멀리해서는 안 된다. 육류에 풍부한 ‘단백질’은 건강을 유지하는 필수 영양소이기 때문에 끼니 때마다 적당량 먹는 것이 좋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김창오 교수는 “100세 장수법은 비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얼마나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규칙적인 생활 등 공인된 장수비법을 지키되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효율적인 건강검진법질병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라.’ 하는 말이 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생활습관도 중요하지만 미리 점검해 치료하는 것도 필수다. 건강검진은 질병의 증상이 나타나기 전 조기에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균관의대 내과 최윤호 교수의 도움을 받아 효율적인 건강검진법을 알아봤다. ●생일·결혼기념일 등 정해 年1회 검진 건강검진 주기에 대해 정해진 원칙은 없다. 최윤호 교수는 “미국의학협회에서는 50대 이상의 경우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 받을 것을 권고한다.”면서 “노년층은 특별한 질병이 없어도 매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생일, 결혼기념일 등 기억할 수 있는 날을 지정해 규칙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자신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200만~300만원에 달하는 종합건강검진만을 고집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일반적인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검진을 이용하면 된다. 기본검진뿐만 아니라 자궁경부암, 위암, 유방암, 간암, 대장암 등을 2년마다 저렴한 비용으로 검사할 수 있다. 암은 국내 사망원인 1위인 만큼 의심 증상이나 가족력이 없어도 받아보는 것이 것이 좋다. 혈압, 혈중 콜레스테롤, 치과 검진은 필수로 해야 한다. 50대부터는 노안이 오기 쉽기 때문에 안과 검진도 필요하다. ●만성질환·가족력 있으면 수시로 측정해야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 위험군에 속하거나 가족력 등을 가지고 있다면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당뇨병 검사는 일년에 1~2회, 고혈압도 일년에 2회 이상 수시로 측정해야 한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컴퓨터 단층촬영이 폐암 조기발견에 도움이 된다. 국내 사망원인 2, 3위로 꼽히는 뇌혈관, 심장질환 검사방법도 다양해졌다. 술을 많이 먹는 ‘애주가’라면 꼭 받아봐야 할 검진이다. 최 교수는 “단순히 검진만 받으면 질병이 체크되고 결과에 이상이 없다고 안심하면 큰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엔 대형병원마다 검진만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건강검진센터가 개설돼 있다. 무엇보다 의사와 상의해 자신에게 필요한 건강검진목록을 정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환하게 웃는 건강 100세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 사는 노병금(100) 할머니의 얼굴에는 촘촘하게 새겨진 지난 100년 세월을 비웃듯 건강한 웃음이 넘친다. ‘웃음’과 ‘가족간의 사랑’이 장수의 지름길이라는 노 할머니는 젊었을 때도 ‘살인미소’로 유명했다. 1남 3녀를 둔 노씨는 자식들에게 화내는 일 없이 항상 웃음을 전했고 허물은 사랑으로 감쌌다. 그 덕분인지 노씨의 맏며느리 최영옥(50)씨는 올 어버이날에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효부상을 수상했다.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이 집에서는 올해 76세가 된 큰딸도 노 할머니 앞에서는 재롱둥이 귀여운 아이다. 100세까지 장수하는 노 할머니에겐 남다른 습관이 있다. 매일 오후 8시 잠자리에 들기 전 소주 한 잔을 마시는 것. 잠이 더 잘 오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8시간 후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난다. 하지만 담배는 입에 대보지도 않았다. 절대 과식을 하지 않고 평소 자장면과 사이다를 좋아한다. 지금도 집에서 콩나물을 다듬고 설거지도 돕는다는 노 할머니는 “예쁜 손자 생각에 어찌 내가 죽을 수 있겠노.”라며 활짝 웃었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사는 고정례(101) 할머니는 1세기란 세월을 공기 좋은 전남 담양에서 보냈다. 고 할머니 역시 자신의 건강비결은 ‘규칙적인 생활습관’에 있다고 말했다. 항상 저녁 10시면 잠자리에 들고 아침 6시에 일어난다. 가족들은 고 할머니의 습관이 마치 군인들처럼 규칙적이라고 전했다. 끼니도 절대 거르는 법이 없다. 낮에는 뒷산 텃밭에 기르는 채소를 살피러 매일같이 산에 오른다고 한다. 저녁이면 마을회관에 들러 동네 할머니들과 수다판을 벌이고 민화투도 치며 여가를 즐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고 할머니에게 치매 같은 노인성 질환은 남의 얘기에 불과하다.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비결에 대해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잘 돌아다니면 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창의적 아이 키우려면 그림완성놀이 즐기게”

    “창의적 아이 키우려면 그림완성놀이 즐기게”

    “어제 저녁에 한국에 도착해 한국의 여러 분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신념이나 문화, 사는 지역이 달라도 어린이나 어른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비슷한 것 같아요.”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그림책 작가인 앤서니 브라운(63)은 30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그림책을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동화책 속 세계 여행’전(6월13일까지)에서 ‘돼지책’을 비롯해 ‘미술관에 간 윌리’, ‘우리는 친구’, ‘너도 갖고 싶니’ 등 총 4편의 원화를 소개한 그는 이번이 첫 한국 나들이다. 영국에서 1946년에 태어난 앤서니 브라운의 얼굴에는 자신의 그림책 주인공 윌리와 비슷한 개구쟁이 소년의 쾌활함이 묻어났다. 생물학적 나이는 ‘환갑을 넘긴 노인네’지만, 좋은 생각을 좋은 그림으로 그려내기 때문에 젊음을 유지하는 듯했다. 그가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가 된 배경에는 그가 ‘고릴라’로 표현하는 아버지 덕분이다. 그는 “아버지는 운동을 많이 시키고 시와 그림을 그리게 했다.”고 말한다. 또 “모든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 수 있지만, 어른이 되면 이 모든 것을 중지한다. ”고 지적한 뒤 “어른이 돼도 계속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창의적인 아이를 키우고 싶다면 그림완성하기 놀이(셰이프 게임)를 즐기라고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림완성하기 놀이란 스케치북에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그림을 그려서 완성하는 것으로, 피카소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도 평생 했단다. 어린이 그림책이라고 해서 애써 어린이의 감정과 생각을 추구하기보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다 보면 저절로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된다는 것. 그는 “ 아이들은 어른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서 “그런 아이들을 웃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릴라 패러디를 즐기는 이유에 대해서는 “고릴라는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이의 얼굴이 담겨 있고, 그 눈에는 인간의 모든 감정이 숨겨져 있다.”고 언급했다. 그림 책을 읽는 요령에 대해서는 “글을 중심으로 읽고, 다시 그림을 보고 재해석하는 것도 좋다.”면서 “이 그림을 보면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니, 주인공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 같냐, 네가 이런 상황이면 기분이 어떻겠니?’라고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물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브라운은 “자라면서 어느 순간 보는 것에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되는데, 자세하게 그림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림과 글이 조화로우면서, 글과 그림 사이에 간격이 살아 있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상상력을 통해 메워나가는 동화책이 좋은 책”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젊은 날 3년간 의학분야의 삽화가로 일한 적도 있는 브라운은 당시의 경험이 아주 사실적이고 어려운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어느날 인체의 장기를 그리면서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사람들을 그 안에 그려넣었는데, 그때쯤 일을 그만둬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자신의 작품 중에서는 ‘꿈꾸는 윌리’를 가장 즐겁게 만들었고, 가장 좋아하는 책은 ‘고릴라책’이다. 그는 4일과 5일 각각 오후 2시부터 예술의 전당에서 사인회를 갖고 6일 출국할 예정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盧 전대통령 소환] ‘존경받는 前대통령’ 소박한 꿈 앗아가

    그는 끝내 고개를 숙였다. 눈가가 촉촉해지나 싶더니 이내 눈을 감았다. 입술을 꾹 다물던 그는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랬다. 4월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잔인했다. 대통령 재임 때 ‘저의 집’에서 돈을 받았다고 고백하던 날, 부인 권양숙 여사가 100만달러와 3억원을 검찰에서 진술하던 날, 아들 건호씨가 500만달러의 실질 운영자라고 인정하던 날, 권 여사가 받았다는 3억원이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의 차명계좌에서 발견되던 날, 노 전 대통령의 환갑 선물이 1억원짜리 고급 시계라고 알려지던 날, 우리는 긴 한숨과 함께 실망감을 곱씹었다. 오늘 또 그랬다. 햇살이 따사로운 봄날, 검찰이 예고한 ‘잔인한 4월’의 마지막 주인공으로, 노 전 대통령을 맞이해야 해서다. 아침 8시 경남 봉하마을을 출발한 ‘피의자 노무현’은 수십대의 차량과 헬기에 에워싸인 채 고속도로를 달려와 5시간17분 만에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앞 포토라인에 섰다. 이 끔찍한 모습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내 손으로 뽑은 전직 국가원수가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해 어색한 표정으로 카메라 세례를 받는 일 말이다.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14년 만에 재현된 장면은 그때와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다. 그래서 더 절망했다. 1980년 광주민중항쟁을 유혈 진압하고 체육관에서 뽑힌 대통령과 2002년 과거 정치 청산을 외치며 ‘희망돼지 저금통’으로 뽑힌 대통령이 퇴임 후 똑같은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있으니까. 노 전 대통령의 말대로 그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부인과 아들이 박연차 회장한테서 돈을 받았지만, 그는 재임 때 전혀 몰랐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현행법상 형사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잊고 있는 사실이 있다. 전직 대통령은 ‘범죄자’만 아니면 족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꿈이 있었다. 미국의 링컨이나 루스벨트 대통령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우리 아이들이 ‘존경한다.’고 말해도 부끄럽지 않을 전직 대통령을 갖는 꿈. 청렴해 퇴임 후에도 검소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그래서 애정과 존경을 보낼 수 있는 전직 대통령을 갖기를 꿈꿨다.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낙향하고 나서 100만명의 가족 관광객이 그를 찾은 이유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는 우리의 ‘소박한 꿈’을 수십억원의 ‘검은 돈’과 바꿔 먹었고, 아이들의 존경심을 산산조각냈다. 이것이 노 전 대통령이 고개 숙여 사죄해야 할 참 이유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정윤수의 종횡무진] ‘빈볼’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인간의 기억 장치란 매우 영리하면서도 간사하다. 만약 인간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그 많은 고통이나 모욕감을 머릿속에 생생하게 담아두고 있다면 아마도 평균 수명은 현저히 짧아졌을 것이다. 그 장치는 과거의 고통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순화시켜 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고교 시절에 교복이 찢어지도록 얻어맞은 기억조차도 ‘학창 시절의 추억’으로 버무려 삼켜버리는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 20여년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외국인 타자로 꼽혔던 롯데의 펠릭스 호세. 그는 롯데의 수호자였고 악동이었다. 롯데를 떠난 뒤 멕시칸리그로 진출했다가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적발돼 5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기도 한 호세는 필드 안에서 숱한 무훈담을 남겼다. 1999년 포스트시즌에서는 관중석을 향해 방망이를 투척했는가 하면 2001년에는 삼성 배영수가 빈볼성 공을 던지자 곧장 보복을 가하기도 했다. 2006년 SK 투수 신승현과 벌인 ‘빈볼 시비’는 지금도 중원의 무훈담이 되어 끝없이 회자된다. 두 사람으로 시작된 시비가 곧 양팀 선수단 모두가 참여하는 집단 몸싸움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SK 최태원 코치가 호세를 ‘허리감아 돌리기’로 제압한 일이나 롯데의 공필성 코치가 몸을 사리지 않고 격렬한 몸싸움을 종식시켰던 일은 ‘강호의 열전’으로 전해 내려온다. 지난 2004년, SK의 카브레라와 브리또가 방망이까지 들고 삼성 더그아웃으로 난입했던 일도 ‘백미’로 꼽힌다. 선동열 당시 삼성 코치의 회고에 따르면, 집단 몸싸움 과정에서 SK 카브레라가 삼성의 김응용 감독까지 껴안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당시 환갑이 지난 김 감독이 그를 ‘목감아 조르기’로 제압해버렸다는 것이다. 대체로 ‘빈볼 시비’가 단초가 된 야구장의 몸싸움 사태는 지난 주말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빈볼’(beanball)이란 콩을 뜻하는 bean과 공을 뜻하는 ball이 합쳐진 말인데, 콩은 사람의 머리를 뜻하는 속어다. 투수가 타자를 위협할 목적으로 타자 머리를 향해 의도적으로 던지는 것을 말한다. 빈볼 시비가 그 순간에 정리되지 못하고 집단 몸싸움으로 확전되거나 내내 양 팀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경우를 ‘빈볼 워(war)’라고 부르는데, 국내 야구장에서는 SK 구단이 이 악명의 전쟁터에 자주 이름을 올리고 있다. 몸 쪽 깊숙하게 공격적으로 투구하는 성향이 강한 팀일수록 이 시비에 말려드는 경우가 많은데 SK가 바로 그렇다. 상대적으로 제구력이 떨어지는 SK의 젊은 투수들이 하나 둘씩 악명을 달고 있다. 아예 맘 먹고 던지는 빈볼이 아니라 상대 타자를 위축하게 만드는 ‘빈볼성 투구’를 어느정도 긍정하는 문화가 이 악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는 해도 돌멩이처럼 단단한 물건을 시속 150㎞가 넘나드는 속도로 누군가의 신체를 향해 던지는 것은 스포츠가 아니라 폭행 범죄다. 세월이 지나면 빈볼 시비나 그에 따른 집단 몸싸움을 ‘벤치 클리어링’ 운운하며 추억할 수는 있어도 해당 선수는 오랫동안 극심한 심리적 위축과 충격에 사로잡히게 된다. 빈볼 때문에 야구장이 험악해지고 심지어 조성환 선수처럼 치명적인 상해를 입는 경우가 있으니 그 어떤 주장도 빈볼의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한다. 스포츠 평론가 prague@naver.com
  • [씨줄날줄] 大入이혼/노주석 논설위원

    중년부인들 사이에서 ‘영식님, 일식씨, 이식군, 삼식이’란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남편이 집에서 하루에 한 끼도 안 먹으면 깍듯이 ‘영식님’이요, 삼시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야 하면 ‘삼식이’로 비하하는 우스개다. ‘남편이 환갑 전에 죽으면 오복이고, 연금 타 놓고 죽으면 로또당첨’이라는 유머도 나돈다. 남편을 ‘비에 젖은 낙엽처럼 신발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존재로 비유하기도 한다. 가정 위주로 살아온 한국의 중년부부들이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이혼을 해방구쯤으로 여긴다고 한다. 미국인들은 결혼해서 이혼할 확률이 60%에 이른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우리나라도 이혼율 높기로 둘째가라면 서럽다. 재산분할이 인정되고 당사자간 합의에 의해 이혼이 가능한 협의이혼제가 도입되면서 생긴 풍경이다. ‘자식 때문에 참고 산다.’는 얘기는 옛말이다.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면 곧바로 도장을 찍는 ‘대입이혼’이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했다. 자녀가 결혼하거나 남편이 퇴직할 때 결행하는 황혼이혼을 앞지를지도 모른다. 24세가 되기 전에 결혼했다가 헤어지는 ‘청년이혼’이나 결혼생활을 20년 넘게 유지한 55세 이상이 갈라서는 ‘황혼이혼’의 중간 단계인 ‘중년이혼’격이다. 통계청이 그제 발표한 ‘이혼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이혼건수는 11만 6535건으로 전년보다 줄었다. 20년 이상 동거한 중년부부의 이혼건수는 2만 6942건으로 오히려 7.8% 늘었다. 전체 이혼건수의 23.1%를 중년 이후의 이혼이 차지했다. 대입이혼에 해당하는 50∼54세 사이의 이혼건수 증가율은 남자 11.9%, 여자 17.7%로 나타났다. 중년 이후 이혼은 후유증이 심각하다. 재혼을 하거나 안정적인 경제력을 갖추는 청년이혼에 비해 금전적 불안정과 건강악화 탓에 후회하는 사례가 태반이다. 가정이 빈 둥지가 되고 자신은 빈 껍데기 신세가 되었다는 ‘빈 둥지 증후군’에 시달리기도 한다. 미국은 ‘이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매년 1억달러 이상을 이혼예방에 쏟아붓는다고 한다. 우리도 대입이혼을 막기 위한 부부재교육에 신경을 쓸 때가 됐다. 더 늦기 전에.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길섶에서] 마무리/함혜리 논설위원

    일요일인 26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 ‘라 바야데르’ 마지막 공연이 펼쳐졌다. 원작이 훌륭하기도 하지만 피나는 훈련의 결과물인 발레리나들의 화려한 테크닉과 완성도 높은 무대는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이 이어진 뒤 갑자기 ‘빠바방!’ 소리와 함께 은색 테이프들이 무대 한가운데에 서 있던 한 남자 무용수를 향해 쏟아졌다. 주역 ‘솔로르’로 무대에 올랐던 발레리노 황재원이다. 이날 공연은 황씨가 주역으로 오른 마지막 무대이기도 했다. 1993년 세종대 무용과를 졸업하고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한 뒤 지난 16년간 발레단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그가 어느덧 40살을 바라보게 됐다. 발레리노에게는 환갑이나 다름없는 나이다. 남자 무용수라는 흔치 않은 길을 택해 언제나 최선을 다했던 그다. 지도자로서 새로운 모험을 떠나기에 앞서 마지막 열정을 무대에 쏟아부은 그에게 문훈숙 단장은 감사의 꽃다발을 안겨줬다. 후배들은 ‘브라보’를 외쳤다. 정말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中 핵잠수함 첫 공개 ‘해양강국’ 과시

    中 핵잠수함 첫 공개 ‘해양강국’ 과시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올해 환갑을 맞은 중국 해군이 마침내 비밀의 장막을 걷고, 대양해군의 항로를 개척하겠다고 선언했다. 23일 오후 중국 북해함대 사령부가 있는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앞바다에서 펼쳐진 중국 해군의 첫번째 국제 관함식은 중국이 이제 중원을 벗어나 해양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뜻을 세계에 알리는 자리였다. 중국 인민해방군 통수권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중앙군사위원 및 세계 29개국 대표단과 함께 중국의 최신예 구축함인 스자좡(石家庄)호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함정들의 사열을 받으며 해양으로 뻗어가는 중국의 기운을 되새겼다. 하지만 최근 취역한 핵잠수함 대신 20년 넘게 작전을 수행해온 핵잠수함을 공개한 점이나 보유하고 있는 구축함 가운데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항저우(杭州)호 등을 등장시키지 않은 것은 전력노출 및 ‘중국 위협론’에 대한 부담감으로 읽힌다. 이날 모습을 드러낸 중국 해군 함정은 모두 25척. 탄도미사일로 무장한 란저우(州)호·광저우(廣州)호·하얼빈(哈爾濱)호 등의 구축함이 앞을 서고, 호위함인 원저우(溫州)호와 몐양(綿陽)호, 의료선인 허핑팡저우(和平方舟)호와 순양훈련함 등이 뒤를 이었다. 해군 항공병 부대 소속 최신예 전투기 등 31대의 비행기는 9개 제대로 나뉘어 축하 비행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가장 관심을 끈 함정은 중국이 최초로 공개하는 핵 잠수함. 중국은 20여척의 핵 잠수함 가운데 어떤 함정을 공개할지 마지막까지 베일에 가려놓고 있었다. 오후 2시27분 스자좡호에서 후 주석이 우성리(吳勝利) 해군총사령원의 요청에 따라 ‘개시’를 선언하자 바다 밑에서 마침내 핵잠수함 등 잠수함 부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은 당초 예상됐던 진(晉·094형)급 핵잠수함 대신 한 단계 낮은 샤(夏·092형)급 전략 핵잠수함인 창정(長征)6호와 한(漢·091형)급 전술 핵잠수함인 창정(長征)3호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샤급 잠수함은 1980년대에 실전 배치된 구형이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배수량 1만 2000t의 진급 핵잠수함 여러 척을 차례차례 실전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를 순항할 수 있는 공격형 전략 핵잠수함으로 전장 140m, 폭 10m에 바닷속에서 시속 40노트(70㎞)의 속도로 사거리 8000㎞의 쥐랑-2형 SLBM 24기를 쏠 수 있다.  이번 관함식을 전후해 관심이 집중됐던 항공모함 건조 계획은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언론들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상하이 장난(江南)조선그룹의 창싱다오(長興島)조선소에서 연내 건조작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2015~20년까지 배수량 5만~6만t급 중형 항모 4척을 취역시킨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해군이 미 대륙 코앞까지 작전 반경을 넓힐 날도 멀지 않은 셈이다.  stinger@seoul.co.kr
  • 돋보기 안경 낀 다산

    돋보기 안경 낀 다산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초상화를 전남 강진군이 새로 조성해 17일 공개했다. 이 초상화는 한국 화단에서 수묵인물화가로 평가받고 있는 김호석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가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의 고증을 받아 그렸다. 가로 96㎝, 세로 178㎝ 크기이다. 김 화백은 다산이 환갑 때 쓴 ‘자찬묘지명’과 정규영의 ‘사암선생연보’에서 어릴 적 천연두를 앓은 흔적으로 눈썹이 세 갈래였다는 것과 독서와 저술로 시력이 많이 약해졌다는 기록 등을 참고했다. 또 다산의 직계후손 300명의 인상을 자세히 관찰해 얼굴을 묘사했다. 사방관과 쪽빛 도포, 붉은 도포 끈 등은 ‘당상관’ 벼슬을 지낸 품격을 재현하기 위해 도입됐다. 돋보기 안경도 끼고 있는데, 시력 약화와 서방문물에 열린 태도를 보여준 다산의 학문적 자세를 상징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태어난 다산은 38세에 강진으로 유배돼 18년을 지내는 동안 ‘목민심서’ 등 주요한 저술을 하고, 후학 양성에 힘썼다. 앞서 1970년대에 월전 장우성 화백이 그린 다산의 초상화는 경기 남양주시 다산기념관에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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