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환갑
    2026-03-29
    검색기록 지우기
  • 놀이터
    2026-03-2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225
  • “北 김정은체제 핵문제·경제개혁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신호 없어”

    “北 김정은체제 핵문제·경제개혁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신호 없어”

    21일 서울 중구 정동 대사관저에서 마주한 성 김(53) 미국 대사는 매우 적극적으로 한국과 미국 간 현안들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일본의 집단권 자위권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밝혔다. 성 김 대사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특히 “일본의 집단권 자위권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면서 “한국민이 걱정할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지난 10일로 부임 2년을 맞은 성 김 대사는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아 기존의 군사·경제적 동맹 관계에서 재난 지원, 기후변화, 테러, 해적 퇴치 등 한반도를 넘어 세계로 협력의 지평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미 관계에 대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얘기들을 했다. 하지만 방위비 분담 협상,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미 미사일방어체제(MD) 편입 여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등 산적한 현안으로 한·미 동맹이 새로운 국면을 맞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는 한·미 동맹 60주년이자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설립 6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에서 60년은 환갑으로 양국 간에도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한·미 관계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복합적이고 다방면으로 폭넓게 형성돼 있다. 주요 현안마다 긴밀하게 협력하고 조율해 왔다. 양국 다 만족할 수 있는 결론이 날 것으로 자신한다. →먼저 이슈가 되고 있는 일본의 집단권 자위권 문제에 대한 질문이다.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한 것이 한국의 안보 상황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일본에 대한 한국 국민의 우려를 잘 이해하고 있다. 나도 역사를 알고 일본에 대해 무엇을 걱정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 한국에 있지만 (미국과) 일본과의 대화 등 진행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미·일 동맹 차원의 협의가 한국의 국익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미·일 협의는 양국 관계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것으로 한·미 동맹을 현대화하고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은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이나 한국의 이익에 피해가 가는 것은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미·일 협의에 대한 잘못된 정보도 많은데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미·일 동맹을 통해 지역 안정과 평화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을 어렵게 만들고 피해를 끼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미국은 미·일 간 협의 내용을 한국에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잘못된 정보’란 무엇을 말하나. -일본의 군사적 능력 강화가 한국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추측은 적절하지 않다.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은 한쪽이 강화되면 다른 한쪽은 약화되는 역학구조가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은 동반 성장하는 관계이지 제로섬의 관계가 아니다. 일본과의 관계 강화가 한·미 관계를 약화시키는 게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성공적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마쳤고 척 헤이글 국방장관과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새뮤얼 로클리어 미국 태평양군사령관 등 미군 최고 책임자 3명이 동시에 사흘 동안 한국을 방문한 것은 유례가 없다. 그만큼 한·미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18~19일 워싱턴에서 제7차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이 열렸다. 분담금 제도 개선에 미국이 난색을 표하는 등 입장 차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연내 타결 전망은. -10년 전쯤 국무부에서 군사·정치 분야를 담당하면서 이 문제를 다뤄 본 적이 있다. 매우 어렵지만 중요한 협상이다.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은 양국이 공평하게 분담하도록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과거 협상을 볼 때 양국이 현 협정이 만료되기 전인 올해 12월까지는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분담금 총액과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양국의 이해를 높이고 우려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것이다. 한국은 분담금 지출의 투명성을 염려하는데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미국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에 대해 어떻게 보나. 집권 2년째인 북한 김정은에 대한 미국 내 평가는. -북한의 핵실험 등 핵 활동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따른 의무와 그동안 해 온 6자 회담의 합의 사항을 위반하는 활동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이 아닌 주민 삶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6자 회담 당사국 모두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해야 한다는 데 합의하고 있다. 북한 내부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이다. 평양의 지도부가 교체되면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은 김정은이 핵 문제나 경제 개혁에 있어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는 아직 없다. → 한국·미국·중국·일본 4개국 수석대표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언제쯤 6자 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하나. -서울, 미국 워싱턴,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등 6자 회담 관련 4개국은 6자 회담이 재개되면 이번에는 긍정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북한이 보여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미국은 충분히 준비해서 협상을 재개하고 비핵화 진전이 있기를 원한다. 중국도 그런 준비 없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면 안 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북한이 언제쯤 준비가 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현재는 그런 조짐이나 징후가 없다. →헤이글 국방장관이 한국형 MD인 킬체인과 미 MD의 연동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미 MD 체제 편입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미 MD의 전략적 목표는. -헤이글 국방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이미 밝힌 것처럼 미국은 한국에 대해 미국의 MD 체제를 강요하거나 압박하지 않고 있다. 한국이 자체 MD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환영한다. 하지만 강력한 억지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미사일 방어 체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게 중요하다. MD는 북한의 위협에서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는 것이 주요 전략적 목적이며 중국(군사력) 부상과는 전혀 다른 사안이다. →미국이 한국 정부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를 공식 요청했나. -TPP 협상 참여는 한국이 스스로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한국이 TPP에 참여하면 미국은 환영하겠지만 한국에 대해 TPP 참여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바는 없다. →미국 국가안보국(NSA) 도청 파문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도청 여부에 대한 확인을 공식 요청했는데 향후 미국 내 절차는 어떻게 되나. 만약 도청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한·미 동맹에 미칠 파장은. -매우 민감한 문제다. 현재 한국 정부와 대화 중이며 한국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들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대한 후속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안이 한·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대사로 부임한 지 만 2년이 지났다. 보람 있었던 일과 아쉬운 일,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한국계 미국 외교관으로 주한 미국 대사로 부임한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부임 직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면서 한·미 양국이 북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고 조율하는지를 경험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이행된 것도 의미 있다. 이에 못지않게 개인적인 경험들이 특히 마음에 많이 남는다. 주한 미국 대사로서 부친의 고향인 충북 충주를 처음 방문했는데 매우 감동적이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광주 5·18민주화묘역과 부산 등 되도록 여러 지역을 방문하려 노력했다. 보통의 한국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을 만나기 위해 대학을 찾았다. 지금까지 15개 대학을 방문했다. 남은 기간 동안 양국 관계를 글로벌 협력 단계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는 데 기여하고 싶다. 한국계 주한 미국 대사로 부임하면서 기대와 우려를 한몸에 받았는데 이는 부담이라기보다는 매우 큰 영광이다. 진행 : 김균미 부국장 정리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성 김 대사는 역대 美대사 중 첫 한국계…0여회 방북 한반도 전문가 성 김 대사는 한국과 미국이 수교한 이래 서울에 부임한 역대 22명의 미국 대사 중 최초의 한국계다. 한국에서 태어난 그의 한국 이름은 김성용이다. 부친인 고(故) 김재권(본명 김기환)씨는 1973년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 사건 당시 주일 공사를 지냈고, 이듬해인 1974년 가족이 모두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검사 출신으로 2006년 국무부 한국과장에 임명됐고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후임으로 6자 회담 미국 수석대표를 지냈다. 2008년 북한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 폭파를 현장에서 목격하는 등 북한을 10여 차례 방문한 ‘한반도 전문가’다. 이화여대를 졸업한 부인 정재은씨와의 사이에 두 딸이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20년 넘게 섹스리스 부부에 법원 “이혼 안돼”

    20년 넘게 섹스리스 부부에 법원 “이혼 안돼”

    20년 넘게 성관계를 하지 않고 지내온 사실만으로는 이혼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황혼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레 잠자리가 끊겼다면 이 때문에 혼인이 파탄났다고 보거나 어느 한쪽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법원은 판단한 것이다.A씨와 부인 B씨는 1960년대 후반 결혼했다. 재산을 수십억대로 불리며 풍족한 생활을 해왔지만 부부관계는 원만하지 않았다.부부는 1980년쯤부터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 A씨는 설상가상으로 전립선비대증을 앓았다. 칠순이 넘어서는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B씨는 남편의 가부장적 태도도 불만이었다. 남편에게 맞는 바람에 뇌진탕을 입고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B씨는 2004년 어느 날 남편과 다투다가 모욕적인 말에 화를 참지 못했다. 결국 환갑을 눈앞에 두고 집을 나와 별거를 시작했다.B씨는 결혼한 지 40여년이 지나 이혼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성적 유기’와 장기간의 폭언·폭행 등으로 혼인이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혼과 함께 A씨가 B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하고 재산도 나눠주라고 판결했다.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23년 섹스리스’를 이혼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고법 가사3부(부장 이승영)는 원심을 깨고 B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고 11일 밝혔다.재판부는 “살아가면서 점점 무덤덤해져 성관계 횟수가 줄다가 딱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성관계가 단절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전제했다.재판부는 “성관계를 중단할 무렵 이미 쉰 살에 가까웠고 전립선 질환 때문에 성관계를 하기 어려웠다는 A씨의 주장은 수긍된다”면서 “성관계 부재가 부당한 대우라거나 이 때문에 혼인관계가 파탄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A씨의 폭행·폭언도 진술이 엇갈리거나 증거가 부족해 이혼사유로 인정되지 않았다.재판부는 “대화와 설득으로 갈등을 해결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강조하며 “세 자녀가 훌륭히 성장해 독립했고 A씨의 여생이 길지 않아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혼인생활이 B씨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화마당] 조선시대의 기로/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문화마당] 조선시대의 기로/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역사에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인간의 평균(예상) 수명은 짧아진다. 영아와 유아 사망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인으로 성장한 후에도 수명 자체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지금은 시들해졌지만 30~40년 전만 해도 환갑잔치는 온 동네 경사였다. 1970년대 TV 인기프로였던 ‘장수만세’에도 60대 할아버지 할머니가 종종 출연할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여성의 평균 수명은 금세기에 들어서면서 이미 80세를 돌파했고, 남성의 평균 수명도 이제 80세에 들어섰다. 전철의 무료승차 나이를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올리자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것도 이런 추세 때문이다.  그러면 조선시대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어땠을까. 1956년 대한민국 성인의 평균 수명이 42세인 점을 감안하면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잘해야 30대요, 그마저도 보장할 수 없는 시대였다. 물론 이런 단순한 산술평균은 별 의미가 없다. 영아 사망률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평균이 낮은 것이지 영·유아기만 무사히 통과하면 의외로 장수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환갑을 인생의 큰 경사로 여겨 잔치를 베풀고, 고희를 넘은 이들을 국가 차원에서 경하하고 우대하는 ‘기로소’(耆老所) 제도를 둔 것을 보면, 조선시대만 해도 나이 60을 넘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조선시대 기로소는 2품 이상의 고위 문신 출신으로 나이 70을 넘긴 이들을 위로하고 대우하기 위해 국가에서 설치한 특별 기구였다. 그런데 70이 넘은 노인으로서 현직에 있는 경우는 드물었으므로, 말 그대로 기로(耆老)들의 모임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국가의 현안에 대해 자문함으로써 존재가치를 인정받았으며, 국왕도 70세가 되면 스스로 기로소에 들어가 인간 대 인간으로 원로들과 어울렸다. 실권을 쥔 기구는 아니었으나 명망 있는 원로들이 교제하는 최고의 ‘서클’이었던 셈이다.  이렇듯 원로들을 기로소에 모셔 우대하되, 실제 국정은 주로 중장년층이 이끄는 게 조선시대의 국정운영 양상이었다. 기로소의 원로이면서도 실직을 겸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아지는 양상은 인조반정(1623) 이후 조선후기에 주로 나타났는데, 바로 이 시기에 조선사회가 정치노선이나 이념과 사상 면에서 유연성을 잃고 경직되어 강성 보수의 길로 접어든 사실을 단순히 우연으로 보기는 어렵다.  현재 한국사회에는 법적·사회적으로 정년제가 존재한다. 직업의 특성에 따라 정년 나이는 천차만별이지만 그 취지는 같다. 해당 분야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지점, 곧 그 나이를 정년으로 삼은 것이다. 유명한 프로야구 선수도 30대 중반을 넘기면 오랜 경험조차 후배들의 기술과 체력에 미려 은퇴를 고려하듯 대학교수는 그 지점을 65세로 잡은 것이다.  요즘 ‘신386’이라는 말이 항간에 떠돈다. 자기 분야에서조차 ‘힘’에 붙여 은퇴한 이들이 국가의 주요 실직을 장악하는 현실을 빗댄 풍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로를 기로답게 우대한 조선시대의 기로소 제도가 새삼 떠오른다. 을지문덕 장군의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도 살며시 머리를 스친다.  
  • “사업보국 이념 되새기자”

    “사업보국 이념 되새기자”

    CJ그룹이 오너 부재 속에 조용한 ‘환갑잔치’를 치렀다. CJ그룹은 5일 창립 60주년을 앞두고 1일 서울 중구 필동에 있는 CJ인재원에서 기념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임직원 250여명만 참석했으며 나머지 직원들은 TV로 기념식을 지켜봤다. 특별한 행사는 없었고 창립선물로 임직원들에게 헤드폰이 증정됐다. 당초 CJ는 잠실체육관을 빌려 대대적인 행사를 계획했었으나 이재현 회장의 구속에 따라 비공개 내부행사로 방향을 틀었다. 이날 기념식에서 CJ는 창업이념인 ‘사업보국’(事業報國)을 되새겨 공유가치창출(CSV) 경영을 본격 시작한다고 밝혔다. 손경식 회장은 기념사에서 “CJ가 격동의 시기를 거치면서도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협력회사, 주주, 고객의 신뢰와 애정 덕분”이라며 “상생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조성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사업보국을 실천하자”고 말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홀몸노인 깜짝 파티… 가뭄에 단비 같은 사랑

    홀몸노인 깜짝 파티… 가뭄에 단비 같은 사랑

    “초를 너무 많이 꽂았다.” “그래, 그 촛불 다 불려다가 숨차서 힘들어하시겠다.” “그럼 큰 거 다섯 개만 꽂을까.” 23일 오전 11시 성동구 금호동의 한 다세대 주택. ‘금단비’ 회원들이 조옥엽(86) 할머니의 깜짝 생일 파티를 준비 중이다. 맛난 고구마 케이크를 준비했는데 나이대로 초를 잔뜩 꽂아 놓으니 케이크가 거북선 모양이 되어 버렸다. 보다 못해 초를 대충 덜어냈다. 한번에 훅 불어 끌 수 있는 정도만 남겼다. 케이크를 들고 할머니가 계신 안방으로 들이닥치니 할머니는 어쩔 줄 모르신다. “아이고, 아이고, 이런 걸 다, 아이고, 아이고, 이거 나 참.” 함박웃음과 함께 나오는 소리는 계속 감탄사다. 곧 할머니 머리 위에 고깔모자가 쓰이더니 회원들이 다 함께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부른다. 즐거운 날이니 템포는 패밀리레스토랑 수준이다. 안방엔 빛바랜 옛 잔치 사진이 걸려 있다. 단정하니 앉아서는 잔칫상을 받는 모습이다. 이건 언제적이냐 여쭤 보니 “영감 환갑 때니까 30년도 넘은 거여”란다. 남편을 일찍 잃은 데다 6·25전쟁 때 태어나는 바람에 출생신고도 제대로 못한 아들도 일찍 보냈다. 부양할 사람이 없어 생일은 늘 쓸쓸하다. 저 옛 잔치 뒤로 생일상을 받아보셨을까. “아이고 내가 언제 이런 상을…. 더구나 이런 케이크 같은 거 가지고 생일상 받는 건 태어나 처음이지.” 금단비의 독거노인 깜짝 생일 파티가 화제다. 금단비는 성동구 금호1가동 복지 직원들이 꾸린 복지동아리. 지난 7월 현장 복지 강화 차원에서 성동구는 마장동, 금호1가동, 성수1가1동에다 기존의 복지팀 외에 복지지원팀을 시범적으로 만들도록 했다. 고재득 구청장은 “주민 목소리를 듣고 능동적으로 찾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금호1가동에선 아예 직원 7명이 자발적으로 ‘금단비’를 만들었다. 나정애 동장은 “다른 업무도 그렇지만 복지 업무는 담당 직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천차만별인데 적극 나서주는 직원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금단비가 시작한 첫 이벤트가 독거노인들 깜짝 생일 파티다. 홍명안 금호1가동 복지팀장은 “생일인데도 찬방에서 홀로 미역국을 드시는 분들이 안타까워 케이크로 간단히 축하해 드리고 기념사진 한 장 찍어 드릴 뿐인데도 다들 좋아하셔서 오히려 저희가 고마울 정도”라며 웃었다. 때마침 전화벨이 울렸다. 췌장암으로 고생하던 할머니 한 분과 연락이 안 된단다. 홍 팀장은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분들이 노인들이세요. 금단비는 그분들을 한 번쯤 웃게 해 드리자는 겁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지상파 하이라이트]

    ■한국인의 밥상(KBS1 밤 7시 30분) 전남 해남은 우리나라 늙은 호박의 70%가 생산되는 곳이다. 특히 해남에서도 땅끝 바닷가에 있는 송지면 동현리 사람들은 누구나 늙은 호박 농사를 짓는다. 박금령씨 집도 예외가 아니다. 몇 개월 전 태어난 손녀를 위해 할머니가 준비한 음식인 꿀과 밤, 대추를 넣어 푹 고은 꿀단지와 호박죽을 소개한다. ■세상의 모든 다큐(KBS2 밤 12시 45분) 인간은 오래전부터 밤하늘을 바라보며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고 혹시 외계인들이 지구별을 방문하진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품어 왔다. 디스커버리 사이언스 채널은 이 프로그램에서 그간 발견된 괴생물체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외계인들이 지구에 왔을 가능성을 추적해 봤다. 과연 외계인은 실제로 살아 있는 걸까. ■잠자는 숲 속의 마녀(MBC 밤 11시 15분) 고등학교 과학실에서의 폭발 사고 이후 16년간 식물인간으로 지냈던 아미가 병실에서 눈을 뜬다. 그녀의 기억은 16년 전에 머물러 있는데 세상은 이미 2013년이다. 당시 과학실 폭발 사고로 물리 교사였던 아버지를 잃은 힘찬과 16년 만에 깨어난 아미는 사건을 되짚어 가다 아미의 첫사랑 영경을 둘러싼 수상한 흔적들을 발견한다. ■자기야-백년손님(SBS 밤 11시 15분) 결혼 5년차 아나운서 김일중의 철없는 사위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가 강호동 때문에 아내와 헤어질 뻔한 사연이 공개된다. 한편 김일중은 방송사에서 나온 장모 환갑 축하금을 장모에게 전달하지 않은 사실까지 털어놓는다. 아내에게도 비밀인 이 사건을 본인의 입으로 밝히고 난 후 당황한 모습으로 스튜디오를 초토화시킨다. ■2013 EIDF-작은 집에 산다는 것(EBS 밤 10시 20분) 지난 40여년간 미국인들은 집을 더욱더 크고 넓게 짓는 데 치중했고 결과적으로 집은 평균 2배 더 커지게 됐다. 하지만 넓은 면적이 집의 근본적인 조건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편 크리스토퍼는 여자 친구와 함께 자신이 정말 살고 싶은 집을 고민하며 직접 집을 짓기 시작하는데…. ■360° 지구 한 바퀴(OBS 밤 9시 50분) 우리의 시선이 닿지 않는 지구의 반대편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세상의 구석구석에서 펼쳐지는 보석 같은 이야기들을 찾아 떠나는 지구촌 리포트가 수마트라섬의 마지막 오랑우탄과 아제르바이잔의 음유시인, 시베리아의 미녀 모델 지망생들을 비롯해 지구촌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소개한다.
  • [당신의 책]

    더 기타리스트(정일서 지음, 어바웃어북 펴냄) 다재다능한 악기인 기타를 베토벤은 ‘작은 오케스트라’라고 불렀다. 이 말을 빌리면 기타리스트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와 연주를 겸하는 만능 음악인이다. 하지만 기타리스트가 반주자 영역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연주자로서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한 건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가 출현한 1950년대부터다. 경력 20년의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PD가 쓴 이 책은 시대를 풍미한 거장 기타리스트 105명의 삶과 음악을 통해 대중음악사를 조명한다. 1930년대 장애를 딛고 세 손가락만으로 최고가 된 벨기에 출신 장고 라인하르트에서 시작해 티본 워커와 비비 킹 등 초기 거장들, 그리고 지미 헨드릭스와 지미 페이지, 에릭 클랩턴 같은 1970~80년대 스타들을 거쳐 매튜 벨라미, 존 메이어 등 21세기 신성에 이르기까지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적 기타리스트들의 계보를 찬찬히 훑는다. 748쪽. 2만 8000원. 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이택광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이자 문화평론가인 저자가 요즘 가장 ‘핫’한 해외 철학자 9명을 각각 인터뷰한 뒤 문답을 생생히 옮겨 담은 책. 슬라보예 지젝, 자크 랑시에르, 지그문트 바우만, 가야트리 스피박, 피터 싱어 등 학계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주목을 한몸에 받는 철학자들의 육성이 그대로 녹아 있다. 폭넓은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저자는 철학자마다 주요 관심사에 대한 질문을 기본으로 던지고, 지난해 미국에서 촉발돼 세상을 들끓게 했던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 대중 운동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매체가 차지하는 위상 등 오늘날 세계를 움직이는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그들의 견해도 들어봤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에서는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서구 정치철학뿐만 아니라 가라타니 고진, 왕후이 등 아시아의 대표 사상가에 이르기까지 현대 철학의 판도를 두루 조망한다. 철학자들과의 인터뷰는 2부에 담겼다. 240쪽. 1만 3500원.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오카노 유이치 글·그림, 양윤옥 옮김, 라이팅하우스 펴냄) 치매를 앓는 어머니는 환갑이 넘은 아들의 머리숱 없는 머리를 두드리고, 꼬집으며 아이처럼 좋아한다. 훌렁 벗겨진 민머리를 어머니의 장난감으로 기꺼이 내맡긴 아들은 이렇게라도 어머니가 곁에 있음에 감사한다. 무명 만화가인 저자가 치매 어머니와의 일상을 그린 자전적 내용의 만화로, 치매 가족을 돌보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건네는 책이다.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지난 6월 일본만화가협회상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독자와 평단 모두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저자는 점점 아이가 되어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눈물보다는 웃음, 고통보다는 유쾌함으로 승화시킨다. 한 여자로서 어머니의 인생을 회상하는 대목에선 가슴이 먹먹해진다. NHK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방영됐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페코로스는 ‘작은 양파’란 뜻으로, 저자의 별명이다. 216쪽. 1만 2500원. 유일한 규칙(리링 지음, 임태홍 옮김, 글항아리 펴냄) 베이징대에서 20년 넘게 경전 ‘손자’를 강의한 이력이 있는 저자가 수십년 천착해온 ‘손자 연구’를 총결산한 책이다. 중국 병법가의 최고 경전으로 통하는 ‘손자’의 병법에 대해 지은이는 ‘상황에 대응하며 사유하는 행동철학이자 투쟁철학’이라고 정의한다. ‘손자’는 인류역사상 손꼽히는 전란의 시기였던 춘추전국시대, 다시 말해 난세를 거치면서 그 진면목을 꿰뚫는 고전 중의 고전이라는 것. 따라서 그것은 인류가 사유하는 방식에 실제적으로 가장 닮은꼴이라고 주장한다. “병법에도 철학이 있다”고 단언하는 저자는 두 집단이 고도로 대항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유 방식이 다름 아닌 병법이며, 거기에는 선인의 지혜와 경험적 지식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손자’에 대한 깊은 학문적 고찰은 기본이고, 기존에 잘못 해석된 부분을 지적하는가 하면 관련 논쟁을 정리해 주기도 한다. 520쪽. 2만 8000원.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김한길, 천막당사서 환갑 맞아…최명길과 ‘조촐’ 생일파티

    김한길, 천막당사서 환갑 맞아…최명길과 ‘조촐’ 생일파티

    22일째 서울광장에서 노숙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7일 환갑을 맞이했다. 김 대표는 호적상 1953년 9월 17일생으로 이날 만 60세를 맞았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11시쯤 천막당사에서 김 대표의 환갑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고,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모인 가운데 조촐하게 생일을 축하했다. 이 자리에는 김 대표의 부인인 최명길씨와 큰 아들 어진 군도 함께 했다. 최씨는 미역국과 갈비찜, 조기 등을 준비해 왔고 김 대표는 준비된 음식으로 천막에서 식사를 했다. 김 대표는 당직자들이 준비한 케이크의 촛불을 불어 끈 뒤 최씨와 함께 일어나 케이크를 잘랐다. 당직자들은 “투쟁이 길어질 것 같아 월동 준비용품을 마련했다”며 방한모와 장갑을 생일선물로 전달했다. 이 밖에도 당직자들이 쓴 메시지를 모은 보드판과 꽃다발, 국민보고대회 당시 연설 장면을 파노라마 사진으로 찍은 액자 두 점 등을 건넸다. 김 대표는 “성장과정이 그리 유복하지 못해 사실 생일을 잘 챙기지 않는데, 제 생애 생일 중에 가장 많은 분들의 관심을 모으고 축하도 받는 생일”이라면서 “천막에 있으니 좋은 점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하지만 (이런 축하가) 좋은 게 아니라 우리가 나온 이유인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을 해내야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투쟁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청·여·야 3자회담] 金대표 작심한 듯 요구사항 쏟아내자 朴대통령 조목조목 반박

    [청·여·야 3자회담] 金대표 작심한 듯 요구사항 쏟아내자 朴대통령 조목조목 반박

    오후 5시, 90분간 닫혀 있던 국회 사랑재의 문이 열렸다. 예정보다 30분 늦어졌다. 박근혜 대통령과 황우여 새누리당, 김한길 민주당 대표 세 사람이 함께 걸어나오는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김 대표는 가까이 붙어선 두 사람에게서 몇 발자국 떨어진 채 걸음을 옮겼다. 박 대통령은 엷은 미소를 띠고 김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는 그대로 국회를 떠났다. 서로의 간극을 확인한 채 끝난 3자회담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3자회담은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의 연속이었다. 김 대표가 테이블 위에 서류를 가득 놓고 기다리자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공부를 사전에 하고 와야지, 여기서 하면 어떡합니까”라고 말했고 황 대표도 “시험장에서 공부하시면 되느냐”고 하는 등 뼈있는 농담을 건넸다. 김 대표의 강경함도 외모에서부터 드러났다. 감색 양복에 넥타이를 맸지만 일주일간 기른 수염을 자르지 않았다. 김 대표는 “(청와대가 제시한)‘드레스코드’에 수염 얘기는 없어서”라며 전날 정장 차림을 요구한 청와대를 겨냥했다. 이날 오전 청와대는 “복장 지침은 청와대 내부적으로 정해 놓은 것으로 민주당 쪽에는 해당되지 않았다”며 “실수”라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짙은 회색 바지 정장을 택했고, 황 대표는 검은색 양복에 연분홍 타이를 맸다. 박 대통령은 경색 정국을 염두에 둔 듯 회담에 앞서 “저도 야당 생활을 오래 했습니다만 야당이나 여당이나 민생을 최우선으로 해야 되는 입장은 같다”고 말을 건넸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이 17일 환갑을 맞는 자신에게 지난 15일 생일 축하 난을 보내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공개로 전환되자마자 김 대표는 조목조목 발언을 쏟아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등에 대한 사과 요구도 끈질겼다. 김 대표가 준비자료를 읽어나가며 항목별 요구 사항을 발언하면 박 대통령이 답변하는 형식이었고 황 대표는 발언을 자제했다고 한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국가정보원 개혁 관련 제안서’에는 ▲국외 대북 파트와 국내 및 방첩 파트의 분리 ▲수사권 이관 ▲예산 등 국정원에 대한 국회 통제강화 ▲기획 조정권의 국가안전보장회의 이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직접 대화를 배려해 발언을 자제했던 황 대표는 국정원 개혁 특위 구성 및 회담 말미 국회 정상화 부분에서 분명하게 입장을 전달했다. 특위 구성에 대해서는 “국회 정보위 안에 별도의 국정원 개혁소위를 구성해 강도 높은 논의를 하자”고 했다. 야당을 향해선 “정부와 여당에도 선물을 줘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대정부 질문, 국정감사는 야당에 더 필요하지 않나. 의사일정을 빨리 잡는 것이 좋겠다”고 원내 복귀를 촉구했다. 분위기는 앞서 박 대통령이 강창희 국회의장 등 국회의장단도 함께한 자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및 베트남 순방 결과를 보고할 때만 좋았다. 강 의장은 “대통령이 본회의장 연설을 위해 방문한 것 외에 다른 장소를 들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이번을 계기로 대통령께서 자주 오셔서 시정연설도 해 주시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모습을 국민은 굉장히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넸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여·야·靑 회동 기대감… 국정원 개혁 등 의제 조율이 관건

    11일 오후 해외 순방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의 귀국을 계기로 정국 정상화를 위한 여야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우선 여야 원내지도부는 12일 오전 비공개 조찬회동을 갖고 정기국회 의사일정 등을 협의한다. 양측은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담 성사 방안, 국가정보원 개혁 방안 등도 긴밀하게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당 원내대표 회동은 7월 13일 이후 두 달만이어서 장기화되고 있는 여야 대치정국 해소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추석 연휴 전날인 17일이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환갑이라는 점도 정국 실마리 타개에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순방 성과에 대해 양당 대표에게 설명하는 자리가 자연스레 마련될 것으로 본다. 이제 양자든 3자든 5자든 회담의 형식보다 의제가 문제”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새누리당 중진의원들도 박 대통령의 ‘결단’ 등을 주문했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는 이날 “민주주의와 민생, 대통합을 위해 대통령이 결단한다면 저부터 진심을 다해서 협력할 것”이라며 “먼저 국정원의 국기문란사건 진실 규명과 책임자의 성역 없는 처벌, 국회 주도의 국정원 개혁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구사항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협력’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최근까지의 살벌했던 풍경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양측은 물밑 접촉을 통해 청와대 회동 의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 핵심 인사는 “민주당이 요구하는 국정원 개혁특위는 9월 중 국정원 자체 개혁안이 넘어오면 국회가 검토하는 과정에서 구성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어 걸림돌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난색을 표하는 대통령 사과·남재준 국정원장 해임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포괄적 유감 표명, 검찰수사 결과에 따른 책임자 문책 선에서 현실적 접점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정원장 해임, 대통령 사과 같은 요구만 걷어내면 가능하다’는 청와대의 신호를 새누리당이 절충·보완한 것으로 알려져 최종 접점이 주목된다. 회동 형식은 최근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3자회동까지는 받을 수 있다”고 한 만큼 3자회동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양당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편집기자협회 창립 49주년 기념식에서 조우했지만 서로 말을 아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만나는 형식은 넘어설 수 있는데, 내용은 조금씩 양보를 해야…”라며 여운을 남겼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다 늙어갖고 춤이나 춘다고, 흉 안 볼랑가

    다 늙어갖고 춤이나 춘다고, 흉 안 볼랑가

    “찌렁찌렁 나간다. 기생 아가씨 나간다. 안 비키면 다쳐~.” 1930년대 군산. 해질녘이면 요정으로 향하는 기생의 인력거를 쫓아가며 소녀는 이렇게 놀려대곤 했다.운명은 짖궂었다. 열한살이 되던 1939년 소녀는 ‘채 맞은 생짜’(회초리를 맞으며 제대로 학습한 예기(藝妓))가 되어야 했다. 가야금 명인 김영주의 수양딸로 군산 소화 권번(券番)에 들어갔다. 일제 강점기 전문 기생을 길러내던 교육기관이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큰오빠마저 병석에 몸져 눕자 생계가 육남매의 셋째인 소녀의 몫이 된 것이다. “친구들과 그렇게 일 나가는 기생을 놀려댔는데 내가 기생이 됐지. 사람 일은 장담 못하는겨.” 8일 군산 중국집 빈해원에서 만난 소녀는 여든다섯의 여인이 되어 있었다. 오는 12일 LG아트센터 ‘해어화’(解語花·‘기녀’를 일컫는 말) 공연에서 기약할 수 없는 민살풀이춤을 선보일 이 시대 마지막 예기, 장금도 할머니다. 권번에서 시조, 단가, 춤, 일본어 등 4년간의 혹독한 훈련을 마친 1942년 소녀는 1등으로 예기 허가증을 받아냈다. 춤으로는 군산, 김제, 전주 등지에서 단연 으뜸이었다. 낮이면 환갑집, 밤이면 요릿집·요정 등에 코피 날 정도로 불려다녔다. ‘장금도를 불러달라’는 손님들의 요청이 빗발쳤다. 아침에 단장을 하고 집을 나서면 매일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다. “하루에 승무, 살풀이를 수도 없이 췄어. 이 방, 저 방에서 ‘장금도 춤 좀 보자’고 불러대니 ‘뽀이’들이 서로 날 잡아당겨 소매가 찢어지기도 했지. 큰 기생들도 나를 데리고 다닌 게 내가 추면 팁이 많이 나오거든.” 하지만 급작스레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일본군의 정신대를 모집을 피해 1944년 열여섯 소녀는 떠밀리듯 부여로 시집을 갔다. “기생들은 발에 흙 안 묻힌다는 말이 있어. 그런데 시집을 갔으니 뭘 할 줄 알간? 시어머니가 버선을 꼬매라고 줬는데 할 줄을 몰라 멍하니 있다 혼났지. 밥도 못하니 시어머니가 ‘그럼 뭘 헌다냐’하고 기막혀 했지.” 2년 뒤 그녀는 군산으로 ‘화려한 컴백’을 했다. 이유는 역시 생계였다. 배 속에 아이를 밴 채였다. 김제만경에서 손님이 오면, 포구에 큰 배가 들어오면, 장금도 춤을 보자는 사람이 여전히 줄을 섰다. 임신 8개월까지 춤을 췄다. 애를 낳은 장금도를 부르려면 인력거 두 대를 동원되어야 했다. 한 대는 장금도, 한 대가 아기와 유모 몫이었다. “소리하고 춤추고 나면 애가 한창 배고플 때야. 딴 사람들 공연할 때 얼른 뒤뜰에 나가서 젖 주고 그랬지. 다른 남자들과 놀고 그러지도 않았어. (사람들이) 춘향이도 아님서 열녀 났다고 했응께.” 인기 비결을 묻자 할머니는 주름진 손으로 입을 가리며 수줍게 웃었다. “나는 예쁘지는 않응께. 몸매는 괜찮았지. 젊었을 때는 살결이 희고 복슬복슬허니 ‘뾰똑뾰똑’(반짝반짝)하다고 했어. 운이 좋았는가베.” 하지만 그녀는 결국 춤을 작파해야 했다. 어느 날 아들이 울면서 집으로 쫓아 들어왔다. 친구가 “니기 엄마, 우리 집서 춤 췄다”고 놀려댄 것이다. 1956년부터 1983년 국립극장 명무전에 오르기 전까지 30여년을 그는 ‘보통 엄마’로 살았다. 기생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옛날 사진은 모조리 불태웠다. “마음 속으로는 늘 춤을 추고 있었지. 간혹 춤을 가르쳐 달라는 사람들이 있어서 비밀리에 알려줬어.” 어미의 길을 가로막았던 아들은 2008년 저 세상 사람이 됐다. 고엽제 후유증 때문이었다. ‘춤의 달인’은 30년간 춤을 못 춘 것보다 아들을 먼저 앞세운 한에 한동안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아들 죽고 난 게 후회되더라고. ‘내가 너 땜에 꼼짝을 못했는데, 억지로 참고 있어야 했는데’ 했지. 하지만 아들이 먼저 간 게 제일 큰 한이야. 그건 뭐라 말할 수가 없어.” 2005년 처음 어머니의 공연을 보러온 늙은 아들은 꽃다발을 내밀었다. 당시를 떠올린 예인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아이구. 그때 내가 안 쓰러진 게 다행이구만. 아들이 ‘어머니가 정 허시고 싶으시면 허세요’ 하대. 나 참 희한한 일도 다 있다 했지.” 춤꾼 장금도는 또 다시 무대에 선다.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말에 그녀는 순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섭섭한 기색은 미처 지워내지 못했다. “이렇게 굳어갖고 또 춤을 출까. 마지막이라는 게 좋을 것은 없어. 젊었을 땐 워낙 춤을 추고 살어서 (무대에 나가도) 자신만만하더라고. 지금은 남들이 ‘늙어갖고 춤이나 춘다’고 흉이나 안 볼랑가 싶어. 부끄럽지.” 2만~7만원. (02)3011-1720. 군산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부고]

    ●김환갑(교학사 상무)환용(미국의소리방송VOA 기자)씨 부친상 서봉석(재미 사업)권혁용(자영업)씨 장인상 이경숙(서울신문 온라인뉴스부장)씨 시부상 1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0일 오전 7시 (02)3010-2232 ●이기승(전 ㈜범구·김포상공회의소 회장)씨 별세 재영(새누리당 국회의원)엘리나(CNN 부사장)씨 부친상 박정숙(경희대 교수)씨 시부상 15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20일 오전 7시 30분 (02)2227-7550 ●이성훈(KBS 스포츠취재부 기자)씨 부친상 박세영(경향신문 편집부장)씨 장인상 1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0일 오전 6시 (02)3010-2235 ●김승연(삼성전자 차장)동은(아테네스포츠 대표)씨 부친상 손형준(삼성전자 차장)씨 장인상 18일 이대목동병원, 발인 20일 오전 7시 (02)2650-2753 ●최월화(한국지방재정공제회 옥외광고센터장)씨 모친상 17일 건국대병원, 발인 20일 오전 6시 (02)2030-7908 ●전영준(효성 전무)영신(사업)씨 부친상 안인자(동원대 교수)씨 시부상 1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0일 오전 8시 (02)3010-2265 ●박종원(코리안리재보험 부회장)씨 모친상 1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9일 오전 7시 (02)3410-3151 ●김인환(참좋은 친구들 이사장·전 총신대 총장)성환(영광교회 담임목사)춘환(서울신학교 학장)씨 모친상 18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20일 오전 7시 (02)2227-7580 ●이백두산(삼성전자 수석연구원)씨 모친상 이계준(대신증권 일산지점 부장)씨 장모상 1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0일 오전 8시 30분 (02)3410-6902 ●박찬석(BAT코리아 이사)주(비아커뮤니케이션 대표)씨 모친상 17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20일 오전 8시 10분 (02)2227-7572 ●황우현(파크랜드 경영기획본부장 상무)씨 부친상 18일 충남 서산의료원, 발인 20일 오전 8시 (041)668-6197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소리 잘하는 배고령입니다.” “배고령? 바른말 잘한다는 그 배고령?” “어허, 세상일 알고도 모르겄네. 이 육실할 년이 하필이면 낼모레가 환갑인 배고령에게 가랑이를 벌려주다니… 아이고 내 팔자야… 10년 과수로 독수공방하다가 고자 대감을 만난다더니… 이년이 숱한 남정네 놔두고 하필이면 몇 해 못 가서 환갑이 될 노닥다리 등짐장수와 배꼽을 맞추었네그래. 배고령이 언변만 번지르르한 줄 알았더니, 똥구멍으로 호박씨 까는 재간까지 있는 줄 어느 누가 알았겠나. 돌림병에 까마귀 울음이라더니 이런 봉패가 있나….” “봉패라니요? 구월이가 본데없는 산중 처자라고 모두 손가락질하는지 몰라도 사람 보는 눈이 있습디다. 배고령이 구월이와 견주어 연세가 약간 지긋하다 하나 아직 허리도 튼튼해서 소금 짐을 지고 치받이길을 치고 오르는 데 아무런 구애가 없고, 양도가 절륜하답니다. 뿐만 아니라, 심성도 진국이어서 내자를 위하는 마음 한 가지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을 것이오. 언변도 얼음에 박 밀듯 매끄럽고 언문에도 통달하여 장거리에 나가서 흥정을 해도 막힘이 없는 사람이오. 경위 밝고 보비위도 잘하여 장모님도 범절 차려서 깍듯이 모실 것입니다. 통도 크고 능갈치는 재간도 출중하여 조선팔도 어느 장거리에 내놓아도 남의 견모가 된 적이 없습니다.” “보비위 잘하는 놈치고 쓸개 안 빠진 놈이 없지…?” “배고령이 그처럼 데데한 사람이 아니랍디다.” “누가 그런 말을 하였소?” “이번에 접장이 된 정한조 도감이 그럽디다.” “도감 어른이 접장이 되었소?” “되다마다요. 사실은 혼례 치를 겸사해서, 접장이 된 축연도 해야 하오.” 월천댁은 다시 한번 까무라칠 뻔했지만, 정한조가 접장이 되었다는 소식에 순간적으로나마 시름을 잊게 되었다. 사실 정한조가 접장이 된다는 소문은 파다했으나 아직 임소에서 통기는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평소 마음속으로부터 정한조에게 한없는 신뢰를 보내는 월천댁의 심사를 달래주는 데는 효험이 있는 말이었다. 월천댁으로 하여금 마음을 돌려 혼례를 치를 수 있도록 주선하고 숨어버린 구월이까지 찾아내어 모녀 사이에 손찌검이 오가지 않도록 달래주느라 사흘간 동분서주하는 동안, 말래 접소에는 그동안 빈자리로 있던 내성 임소의 접장에 정한조가 발탁이 되었다는 소식이 당도하였다. 정한조가 감당했던 도감 자리에는 도공원이었던 곽개천이 천거되었다. 도감이 접장으로 발탁이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떠들썩했던 그날, 해가 나절가웃이 될 무렵 말래 접소에는 생긴 것도 반반하고 입성도 단정한 한 상노아이가 찾아와 정한조에게 언문으로 쓰인 짧은 편지 한 장을 은밀히 전달하고 돌아갔다. 사위가 칠흑같이 어두워 두 발짝 앞에 있는 사람의 형용도 분별하기 어려운 한저녁, 베잠방이 차림의 정한조는 동배간들이 눈치채지 못한 틈을 타서 몰래 접소를 나섰다. “분복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여 형단영척(形單影隻) 의지할 곳이 없어 공규를 지키며 외롭기 그지없기는 접장 어른과 쇤네 역시 다를 바 없어 전전불매(輾轉不寐)입니다. 오늘밤 소찬을 마련하여 접장 어른 모시려 하니 허물하여 내치지 마시고 쇤네의 와실(蝸室)을 찾아 주십시오.” 작은 쪽지였지만 여인으로부터 난생처음 받아본 언문 편지였다. 그러나 썩 내키지 않았다. 연서라는 것이 애당초 그에겐 낯선 것이기도 했지만, 접소의 동배간들 몰래 울진 관내에선 명자(名子)가 떠르르하다는 기녀의 집을 찾아간다는 것도 분복에 겨운 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행담(行擔) 짜는 놈은 죽을 때도 버들잎 입에 물고 죽는다 하지 않았던가. 분수에 넘치는 일을 대중없이 넘보다 보면 필경 화근이 되어 환난을 겪기 마련 아닌가. 그러나 나절가웃에 걸려 있던 해가 먼산주름 뒤편으로 껄떡 넘어가고 산허리에 저녁 이내가 어렴풋이 걸릴 제, 매미 소리 또한 숲속에서 지악스럽게 울어대면서 마음이 어느새 동하여 정한조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접소를 나서고 말았다. 향임의 집은 접소에서 흥부장으로 향하는 한길로 가다가 왼편으로 꺾어든 언덕 아래 마을에 자리 잡고 있었다. 발새 익은 길은 아니었지만, 간절한 마음 때문인지 집은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단간 초옥에는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는데, 울바자 밖으로 정한조가 모습을 드러내자, 문틈으로 내다보고 있었던 것처럼 향임이가 몸소 뛰어나와 맞이하였다. 다가오는 궐녀에게서 지분 냄새가 설핏하였다. 외짝 지게문이 달린 휑뎅그렁한 방안에는 조선팔도 어느 고을 기방 풍속이 그러하듯 차려둔 가재도구는 전혀 보이지 않고 다만 빗자루 하나가 벽에 걸려 있을 뿐이었다. 멍석 위에 등메가 덧깔린 방 가운데는 개다리소반에 주안상이 차려져 있었다. 그러나 산해진미가 차려진 것은 아니었다. 울진 흥부장 저잣거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주찬들이었다. 그처럼 조촐한 주안상이 정한조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딱 벌어진 다담상에 주과가 즐비하였다면 아마도 좌정하기가 거북했을 것이었다. 향임의 도량이 그만치 깊다는 것을 차려진 주안상에서 익히 엿볼 수 있었다. 향임이가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 그 무릎 위에 두 손을 포개 얹고 다소곳이 인사를 건네었다. “오늘밤 오시지 않으셨다면, 짧은 여름밤이었다 하나 이렇게 앉아 뜬눈으로 새웠겠지요.” 그 말에 정한조도 생각지도 않았던 말이 튀어나왔다. “나 역시 편히 잠들지 못하고 조리를 치거나 등걸잠으로 밤을 새웠겠지요.” 향임이가 임기응변으로 둘러대는 정한조의 속내를 알아차리고 거들었다. “성가시게 여기지 않으시고 편역을 들어주시니 고맙습니다.”
  • 소양강댐 준공 40년 변신의 물꼬를 틔우다

    소양강댐 준공 40년 변신의 물꼬를 틔우다

    우리나라 근대화의 상징으로 불리는 소양강 다목적댐이 오는 10월이면 준공 40년을 맞는다. 강원 춘천시 신샘밭로에 자리한 소양강 댐은 수력 발전과 식수, 농업·공업 용수 공급, 홍수조절 등을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관리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준공 40년을 맞아 본래 역할에 더해 국민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기 위한 묘안을 짜내느라 분주하다. 오랜 기간 성역으로 느껴질 만큼 철저히 통제됐던 댐 정상을 개방하고, 주변에 생태탐방로를 조성하는 등 친환경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높은 지대에는 관망대를 설치해 소양호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도록 개방하는 한편 주말마다 작은 음악회도 개최해 관광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소양강 댐 현장을 찾아 달라진 댐 관리 실태와 맑은 물을 지키기 위한 담당자들의 노력, 탐방객들의 반응과 안고 있는 문제점 등을 취재했다. 휴가철이라서인지 도로 정체로 소양강을 찾아가는 길이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정체와 풀리기를 반복한 끝에 도착한 소양강 댐은 준공 40주년 행사를 앞두고 주변 단장이 한창이었다. 준공탑을 비롯해 댐 정상쯤에 있는 각종 조형물 앞에서는 많은 탐방객들이 기념촬영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소양강 처녀상 앞에서 정희만(55·서울 강서구)씨를 만났다. 부인과 대학생인 아들을 대동하고 왔다는 그는 옛날 대학생 때 방문했던 분위기와 많이 변했다면서 추억담을 들려줬다. “여기 소양강 처녀상은 있지도 않았고, 배를 타기 위해 가는 길에는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이 즐비했다”면서 “주변이 훨씬 깨끗해졌고 탐방로와 조형물들도 많이 생겨 생태관광지로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댐이 만들어진 지 40년 됐다고 하자 “그러면 노래 속에 등장하는 소양강 처녀도 환갑을 넘겼겠다”며 웃었다. 소양강 댐은 하류인 강원도 춘천에서 인제까지 배가 운항 중이어서 강원도 내륙 산간지역의 교통로이자 관광자원으로서도 훌륭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유역 내에는 백담사·청평사·봉정암·오세암·영시암 등의 사찰이 있고 대승폭포·구성폭포·용소폭포·쌍룡폭포·황장폭포 등이 있다. 소양강 댐은 높이 123m(해발 203m), 제방 길이 530m로 사력댐(흙과 모래, 자갈로 건설)으로는 동양 최대 규모다. 저수 면적 70㎢, 총저수량 29억t, 유역 면적 2703㎢에 이른다. 한 주민은 “소양강 댐이 완공되고 춘천 신병훈련소에서 병력들을 배치할 때 배를 이용해 인제, 양구 등 전방으로 실어나르기도 했다”면서 “깜깜한 밤에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어 불안에 떨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관리기관에서 지역주민들을 위해 지원사업을 하고, 댐으로 인해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좋다고 말했다. 반면 이준형(대학생)씨는 “전체적으로 돌아봤는데 조형물이 너무 인위적이고 정형화돼 있어 자연스러운 느낌이 덜하다”며 “젊은 층이 즐겨 찾을 수 있도록 수련원이나 문화시설들도 늘렸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공 관계자는 “소양강 댐은 국내 최대 규모의 다목적댐이지만 볼거리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며 “지난해 초부터 댐 상층부를 탐방로로 조성해 개방한 데 이어 생태관광 명소를 만들기 위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방된 댐 정상은 댐 초입에서 댐 안쪽 팔각정(수연정)까지 왕복 2.5㎞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들어갈 수 있다. 또한 댐 사면에 지그재그로 산책로를 만들어 조명을 설치하는 작업도 한창이다. 신비로운 별빛 이야기를 형상화하고 수문과 댐 사면에는 야간에도 댐의 웅장함을 볼 수 있도록 다채로운 영상물을 설치할 계획이다. 댐 사면의 산책로는 ‘용너미길’로 지칭하고, 빛을 이용해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형상화한다는 구상이다. 오는 10월 준공 40주년 기념식에서 처음 선보인다. 소양강 댐은 정상부에 물 문화관, 가마골 생태학습장, 전망대, 선착장 주차장 등이 조성되고 노점상이 모두 철거돼 친수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데는 성공했다. 반면 감춰진 이면에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와의 갈등, 우천 시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 수거 문제로 속앓이를 한다. 소양강 물을 취수원으로 이용하는 춘천시와는 수돗물값 문제로 20여년간 갈등을 빚고 있다. 20여년 전 소양취수장이 만들어지고 춘천시민의 절반이 소양강 물을 수돗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춘천시는 지금까지 물값을 내지 않고 수공 측과 힘겨루기를 하는 중이다. 소양강 댐을 막기 전에도 수량이 풍부했기 때문에 수공 측에 물값을 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협상에 나설 때마다 지역 시민단체와 시의회가 강하게 반발해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또한 폭우 때면 상류 쪽에 밀려드는 엄청난 쓰레기도 소양강 댐 관리의 최대 걸림돌이다. 상류인 양구군 남면 쪽에서는 이번 장마 때 떠내려온 쓰레기 수거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작업 관계자는 “호수 계곡 쪽 수면을 가득 메운 부유물을 포클레인으로 건져내는 작업을 5일째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번 폭우로 건져낸 쓰레기만 6000t(20t 트럭 300대 분량)에 달하고 수거비용만 3억여원이 들었다”면서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주변 쓰레기가 다 날려 들어오기 때문에 비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한국수공 양해진 강원지역본부장은 “준공 40주년을 기념해 소양강 댐을 문화재급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한 사업을 시행 중”이라면서 “노후된 물문화관을 새롭게 단장하고, 야간에도 탐방객들이 즐겨 찾을 수 있도록 각종 시설물도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랜 기간 끌어온 물값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춘천시와 적극 협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글 사진 춘천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 41일만에… ‘뚝딱 헌법’

    41일만에… ‘뚝딱 헌법’

    [두 얼굴의 헌법] 김진배 지음/폴리티쿠스/453쪽/2만 6000원 1948년 6월 중순, 서울 계동의 ‘계동궁’에선 헌법기초위원회의 서상일 위원장과 김준연 위원, 유진오 전문위원 등이 자리했다. 계동궁은 이승만의 이화장 등과 함께 해방정국 우익 거점의 하나인 인촌 김성수의 자택을 일컫는 말이다. 회의는 한국민주당 당수인 인촌이 주재했다. 어둡고 좁은 사랑방에선 의원내각제로 작성한 헌법초안을 대통령제로 뜯어고치는 작업이 이뤄졌다. 도쿄제대 독법(獨法)과 출신인 김준연이 등사판으로 민 초안 조문에 북북 줄을 긋고 또박또박 글씨를 써나갔다. 경성제대 법학강사 출신인 유진오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독일 바이마르 헌법을 가져와 뼈대를 만들고 살을 붙여 다듬었던 그는 애초 내각책임제 주창자였다. ‘유진오 헌법’이라 불리던 이 초안은 이렇게 ‘김준연 헌법’으로 바뀌었다. 인촌과 각별한 사이였던 유진오는 “내각책임제를 대통령중심제로 바꾸는 데는 원칙적으로 찬성할 수 없다”며 자리를 떴다. 이 같은 희한한 풍경은 이승만 당시 국회의장의 고집에서 비롯됐다. 제헌의회 임시의장으로 추대된 이승만은 ‘선생님’이라 불리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 “대통령제가 아니면 민주주의가 안 된다”며 의원들을 다그쳤다. “여러분이 그런 헌법을 만들겠다면 그런 정부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겁박 외에도 “지금 국회에는 어떻게든 국권을 회복하는 것을 방해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공산주의자의 멍에를 덧씌우려 했다. 오늘날 ‘종북주의자’ 논쟁과 같이 “말 많으면 공산당”이라고 밀어붙이면 그만이었다. 항일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김약수 의원은 미국식 대통령제 예찬론자인 이승만 의장에게 “대통령제에 상당한 결함이 있다”며 남미 제국의 빈번한 혁명을 예로 들었다. 그의 예언은 이후 박정희·전두환 등 장군들의 쿠데타를 겪으며 적중했다. 환갑을 넘긴 대한민국의 헌법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빛바랜 사진 속 제헌의회의 근사한 모습만 접했던 세대에게 헌법의 탄생과정은 충격적이다. 책은 당시 제헌의회의 모습을 마치 TV를 보듯이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신문기자, 재선의원 출신으로 폐암을 극복한 팔순의 저자가 취재 일선에서 만난 지인들의 증언과 국회 속기록 등의 방대한 자료를 정리해 썼다. 책은 1948년 7월 17일 토요일 오전 10시 국회의사당(옛 조선총독부) 본회의장에 공포된 제헌 헌법이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급박하게 만들어진 인스턴트 법안이라고 설명한다. 5월 30일 소집된 제헌국회가 불과 41일 만에 ‘압축심의’해 뚝딱 내놨다. 후일 진보당 사건으로 억울하게 죽은 조봉암 의원은 노사관계 조항을 명확히 넣지 못하자 속기록에 구두로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해 7월 초 헌법안 독회 과정을 보면 이승만 의장이 얼마나 빨리 헌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애썼는지 알 수 있다. 마치 연극 대사를 읽는 것처럼 ‘제 몇 조 무엇무엇’이라고 읽기가 바쁘게 ‘이의 없습니까?’하며 의사봉을 땅, 땅, 땅 신나게 쳐댔다. 심지어 역사적인 헌법안의 표결은 기본이어야 할 재석이 얼마인지 그 중 몇 명이 찬성했는지 기록도 없다. 어떻게든 미군정 당국과 약속한 8월 15일 광복절까지 정권을 미군정으로부터 이양받아야겠다는 생각에 쫓기고 있어서였다. 저자는 “누가 기초하고 손을 들어 헌법을 통과시켰든 간에 대한민국 헌법의 최대 공로자와 수혜자는 이승만 자신이었다”고 말한다. 다만 제헌 헌법을 만드는 이면에는 ‘10만 선량’(당시 선거구당 유권자는 10만명 안팎)이라 불리던 제헌의원들의 고뇌도 담겨 있었다. 대한민국이란 국호는 헌법기초위원회의 무기명 비밀투표로 정해졌다. 청일전쟁 뒤 일본과 청나라가 맺은 마관조약에서 비롯된 국호를 놓고 ‘배냇병신’이란 비하가 나왔고 고려공화국, 조선공화국은 강력한 국호 경쟁자였다. 어떤 이는 ‘태동화국’을 제의했다. 수십 종류인 태극기의 어느 도안을 채택할지와 영토조항을 넣어야 할지도 논란거리였다. 국호에 군국주의의 냄새가 나는 대(大)자를 넣을지도 의견이 맞섰다. 하지만 헌법은 시간에 쫓겨 친일파 청산과 적산기업 처리 등의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고 민족의 생채기로 남았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권력자들의 욕심에 밀려 이리 찢기고 저리 찢기며 수난을 겪었다. 헌법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흉기도 되고 민주주의의 보루도 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DMZ 대성동 마을 “환갑잔치 축하해요”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국내 유일의 주거지역인 경기 파주시 대성동 마을이 3일 예순 번째 생일을 맞는다. 마을 주민들은 2일 6·25전쟁 당시 참전한 5개국 대사관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성동 마을 명명 60주년 기념 잔치를 열었다. 이날 기념 잔치는 평화로운 60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는 대성동 초등학교 학생들의 퓨전난타공연, 대성동 명예주민증 전달, 평화통일기원 떡 탑 쌓기, 환갑잔치 떡 전달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잔치 떡은 인근 통일촌, 해마루촌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1사단 장병들에게 전달됐다. 대성동 마을은 1953년 8월 3일 ‘남북이 각각 비무장지대 안에 마을 1곳을 둔다’는 정전협정조항에 따라 평화의 마을로 조성됐다. 1800m 거리의 북쪽 북한에도 기정동 마을이 있다. 지척이지만 서로 왕래를 할 수 없어 분단의 현실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주민들은 4대 의무 중 국방과 납세 의무가 면제된다. 지난달 현재 주민은 56가구 213명이다. 당초 30가구 160여명이었으나 결혼 등으로 늘었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주민 박필선(80)씨는 1968년 1월 원산 앞바다에서 미군의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가 납북됐을 때와 1976년 8월 판문점 JSA에서 미군 장교 2명이 북한 병사들에게 잔인하게 살해됐을 때는 “진짜 전쟁이 나는 줄 알았다”면서 힘겨웠던 지난날을 회고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10대 여아 성폭행 임신…범인은 환갑 큰아버지

    칠레에서 또 끔찍한 임신사건이 발생, 사회가 경악하고 있다. 칠레 북부 토코피야 지역에서 12살 소녀가 성폭행을 당해 임신을 했다고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범인은 환갑이 된 소녀의 큰 아버지였다. 토코피야 경찰 관계자는 “61세 된 소녀의 큰아버지가 성폭행 사실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소녀는 현재 임신 14주다. 사건dl 세상에 드러나자 소녀는 “윌슨 큰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아기를 가졌다”고 털어놨다.그러나 체포된 큰아버지는 “합의에 의한 관계였으며 강제성은 없었다.”면서 성폭행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사건은 피해소녀의 엄마와 담임교사의 상담에서 의혹이 제기되면서 천하에 드러났다.소녀의 엄마는 “딸이 웬지 감정적으로 문제를 보이고 있고, 생리도 불규칙적인 것 같다”면서 “가족에게 말 못할 고민이 있을지 모르니 선생님이 상담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사와 만난 소녀는 성폭행 사실을 털어놨다.칠레에서는 최근 10대 초반 어린이들의 성폭행피해와 임신이 잇따라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칠레 남부 아이센에서는 최근 11살 여자 어린이가 의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임신했다. 의부는 사건을 자백하고 체포됐다. 10대 성폭행피해자의 임신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칠레에선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전쟁 멈춰도 끝나지 않는 납북자 가족의 60년 가슴앓이

    전쟁 멈춰도 끝나지 않는 납북자 가족의 60년 가슴앓이

    한반도를 눈물과 피로 물들인 한국전쟁이 휴전으로 일단락된 지 60년이 지났다. 고운 새색시의 손에 검버섯이 피고, 철모르던 아이가 노인이 되는 긴 세월이 지난 후에도 차마 묻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전쟁 당시 북한에서 납치해간 ‘전시 납북자’들의 이야기다. 돌아오지 않는 피붙이를 평생 가슴앓이하며 기다린 전시 납북자들의 가족.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의 비극인 한국전쟁이 남긴 우리 사회의 아픔을 보듬는 시간이 마련된다. KBS 1TV가 27일 오후 7시 10분 정전 60주년 특별기획으로 방영하는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이다. 전쟁 통에 제대로 된 인사 한마디 할 새 없이 북으로 끌려간 납북자들은 지금까지 생사확인조차 되지 않아 남은 가족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가 됐다. 전시 납북자 가족들은 모르쇠로 일관해온 북한과, 전시 납북자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무관심과 냉대, 무엇보다 사무치는 그리움을 이겨내야 했다. 반세기가 지난 뒤에야 가족들의 노력으로 납북자 명부가 발견되고, 이들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전시 납북자가 규명되고 인정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공식 인정된 납북자는 2265명.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전시 납북자 수에 비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리고 가족들의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한민국 최초의 전기 기술자인 황갑성씨의 장남 황용군씨는 아버지의 유골이라도 품에 안아보고 싶다. 그가 13세 되던 해 전쟁이 터졌다. 외할머니 댁으로 피신해서 담배 장사를 하며 소일하던 어느 날, 불쑥 찾아온 아버지는 그에게 “곧 데리러 오마”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북으로 끌려간 것이었다. 황씨는 아버지 대신 동생들을 부양하기 위해 학업도 중도에 포기하고 살아야 했다. 그는 아버지의 생사라도 확인하기 위해 빈 유골함을 목에 걸고 미국의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까지 찾아갔다. 수년간의 노력 끝에 전시 납북자 인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아버지의 생사는 알 길이 없다. 강화금융조합이란 어엿한 직장에 다니던 일등 신랑감 김재봉씨는 전쟁이 터지자 북으로 끌려갔다. 결혼한 지 1년 만에 남편을 잃은 아내 김항태씨는 뱃속에 딸이 있는지도 모른 채 60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환갑을 넘긴 딸과 함께 남편의 고향이자 신혼살림을 차렸던 강화 교동도를 다시 찾은 김항태씨의 눈에 또다시 눈물과 고통이 번진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기고] 서울시교육청, 초등 한자교육 지지한다/구창서 전국한자교육총연합 지도위원

    [기고] 서울시교육청, 초등 한자교육 지지한다/구창서 전국한자교육총연합 지도위원

    2학기부터 서울시교육청의 한자교육 실시와 관련, 서울신문 7월 18일 자 구법회 한글학회 정회원의 기고에 대한 반론을 제시한다. 첫째, 우리말의 70% 이상이 한자어라는 주장에 대해 우리말큰사전에 52%, 표준국어대사전에 57.3%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말의 반수 이상이 한자어라는 현실에서 한자교육을 한다면 초등학생들이 반수 이상의 한자어를 쉽게 이해해 생활언어뿐 아니라 교과서 언어를 공부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우리말 중에 ‘학교’ ‘선생’ 등 생활언어는 한자 한 글자를 모르더라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교과서 언어의 90% 이상은 한자로 이루어져 있다. 초등학교 자연과목의 ‘양서류’ ‘포유류’를 비롯해 대부분의 교과서 단어들이 한글로 표기돼 있지만 한자 또는 한자어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兩棲類’(양서류)는 ‘두 양, 살 서, 무리 류’의 한자만 알면 ‘(땅이나 뭍) 두 곳에서 사는 무리’라는 단어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모양이나 모형을 보여줄 필요가 없고 국어사전을 찾아보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경제적이며 결코 어린이들에게 짐을 지워주는 것이 아니다. 셋째, 우리 사회는 세대 차이에 따른 언어장벽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은 세대 간에도 한자의 무지로 인한 언어불통이 심각하다. 최근 친목모임에서 만난 필자와 같은 세대의 한 친구가 六旬(육순)을 환갑으로 알고 있었다. 旬의 한자가 ‘열흘 순’이라는 것만 알았더라도 육순을 환갑으로 착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세대가 이토록 언어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 세대 간 언어불통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넷째, 현재 초등학교에서 한자를 정규과정으로 가르치지 않다 보니 학부모들이 학습지·학원 등에서 사교육을 시키고 있어 오히려 사교육비가 가중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얼마 전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설문조사 결과, 초등학교 학부모의 89%가 초등학교부터 한자교육을 찬성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한글세대인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자신의 경험과 사회생활에서 겪었던 불편을 통감하여 한자교육을 원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한자 1800자를 가르치고 있는 한문과목은 선택과목으로 초등학교에서 한자를 배운 후 공부해야 제대로 학습할 수 있을 것이며, 개인의 필요에 따라 한자를 더 공부할 사람은 알아서 배운다고 하는데 이는 사교육을 조장하는 매우 무책임한 표현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초등학교부터 2136자의 한자를, 심지어 700여개 사립유치원에서 한자를 가르치고 있으며 북한에서도 3000자의 한자를 가르치고 있다. 여섯째, 서울시교육청은 2학기부터 시작하려는 한자교육이 국어·수학·사회·과학 등 교과서에 있는 한자어, 즉 교과서 단어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교과서 어휘를 벗어나는 수준의 어려운 한자성어 또는 한문을 가르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의 한자교육 실시는 학생들이 한자도 한글과 더불어 國字(국자)로서 ‘국자교육=한글교육+한자교육’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초적인 한자도 몰라 교과서 단어의 의미도 모르면서 암호나 기호를 외우듯 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국어의 이해도를 높여 학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그 이름만으로도 뜨겁다…이 여름 록페가 돌아왔다

    그 이름만으로도 뜨겁다…이 여름 록페가 돌아왔다

    전례없는 풍년을 맞은 올여름 록 페스티벌은 그 화려한 라인업에 눈이 부실 지경이다. 무엇보다 국내 음악팬들로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아티스트들의 무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설적인 밴드의 첫 내한에서부터 요즘 가장 ‘핫’한 신예까지 올여름 록 페스티벌에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10개팀을 꼽아봤다. 올해 지산리조트에서 안산 대부도로 옮겨 열리는 안산밸리록페스티벌에서는 더 큐어(The Cure)와 더 엑스엑스(The XX)의 첫 내한공연을 볼 수 있다. 더 큐어는 1976년 결성된 영국의 록 밴드로 브릿팝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영국 록 밴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한국 관객들이 브릿팝의 원류를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또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록을 결합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더 엑스엑스는 지금보다 몇 년 뒤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밴드다. 26~28일 안산 대부도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 1일권 14만원~3일 캠핑권 25만 5000원. 1588-0688. 올해 8회째인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각각 2회와 1회에 참가했던 테스타먼트(Testament)와 스토리 오브 더 이어(Story of the year)를 다시 불러들였다. 1987년 데뷔해 슬래시메탈계의 전설로 자리 잡은 테스타먼트는 지금까지 초기의 원시성을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하다. 스토리 오브 더 이어는 올해로 결성 10주년을 맞았다. 8월 2~4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달빛축제공원. 1일권 9만 9000원~3일권 16만 5000원. (032)433-4595. 록 페스티벌에 힙합 뮤지션이 웬일일까 싶지만 지산 월드 록 페스티벌을 찾는 나스(Nas)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스는 1994년 데뷔한 이래 힙합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동안 미드와 영드 등에서 귀에 익은 삽입곡을 들려줬던 미국 밴드 댄디 워홀스(Dandy Warhols)도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8월 2~4일 이천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 1일권 12만 5000원~3일권 25만원. (02)322-1273. 슈퍼소닉 2013에서는 투 도어 시네마 클럽(Two Door Cinema Club)과 윌리 문(Willy Moon) 등 주목받는 젊은 뮤지션들에 시선이 간다. 2007년 북아일랜드에서 결성된 일렉트로닉 밴드인 투 도어 시네마 클럽은 이제 영국 록계의 초대형 밴드로 급성장했다. 뉴질랜드 출신의 24세 신예 윌리 문은 세련된 감각과 패션으로 세계적 스타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8월 14~15일 서울 올림픽공원. 2일권 16만원. (02)6002-7577.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 시티브레이크에서는 잘 알려진 메탈리카와 뮤즈 말고도 주목해야 할 뮤지션들이 더 있다. 미국 펑크의 대부인 이기 팝(Iggy Pop)이 자신의 밴드 더 스투지스(The Stooges)와 함께 처음 내한한다. 환갑을 넘겼지만 강렬한 사운드, 정력적인 퍼포먼스는 여전하다. 미국의 펑크밴드 라이즈 어게인스트(Rise Against)는 생명과 환경 등을 주제로 힘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8월 17~1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1일권 16만 5000원, 2일권 25만원. (02)332-3277.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