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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일류에서 배운다-佛 ‘로레알’] “여성에게 마법을 걸면 ‘불황’이란 없다”

    [세계 일류에서 배운다-佛 ‘로레알’] “여성에게 마법을 걸면 ‘불황’이란 없다”

    뷰티산업의 선두주자 로레알(L’OREAL)의 사전에 ‘불황’이란 없다.전세계 화장품 시장의 15%를 점유하는 로레알은 9·11테러 여파로 세계 경제가 곤두박질칠 때도 기록적 성장을 거듭,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연간 매출 140억유로(약 20조원)에 순수익은 1984년부터 2003년까지 19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이변이 없는 한 올해까지 20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리 함혜리특파원|업계에서 ‘불가사의’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로레알 성공의 비밀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지속적인 제품 혁신,효율적인 브랜드 포트폴리오,적극적인 글로벌 마케팅이 그것이다. ●화장품은 과학이다 지금으로부터 97년 전 프랑스의 화학자 유젠 슈엘러는 자신이 개발해 특허를 낸 머리 염색제를 ‘로레올(L’Aureole)’이라고 이름짓고 회사를 차린 뒤 파리의 미용실을 대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자그마한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합성염색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기술력의 중요성을 간파한 슈엘러는 화장품 산업을 ‘과학’으로 이해하고 창업 이래 연구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 로레알의 이미지를 ‘과학적인 화장품 회사’로 자리잡게 했다.그 전통은 총매출의 3%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는 회사의 원칙으로 자리잡았다.지난해 로레알은 4억 8000만유로를 R&D에 투자했다.경쟁업체의 2배에 해당하는 액수다.연구원 수는 1950년 100명에서 2003년 말 2860명으로 늘었다. 로레알은 다양한 타입의 피부와 모발에 적합한 제품들을 디자인하기 위해 모든 대륙에 걸쳐 14개의 화장품 및 피부과학연구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각 지역에 테스트센터를 두고 있다.연구팀이 지난 한해 동안 획득한 특허만도 515개나 된다.프랑스 산업체에서 2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12시간마다 한 개의 특허를 만들어낸 셈이다. 그룹 총매출의 98%가 화장품인 화장품 전문기업 로레알이 헤어제품,염모제,기초화장품,색조화장품,향수 등 5가지 분야에서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비결이다. ●카멜레온 전략 로레알은 헤어제품,염모제,기초,색조,향수 등 5가지 분야에서 17개의 글로벌 브랜드를 갖고 있다. 마이크 럼스비 그룹 커뮤니케이션 담당 이사는 “이들 브랜드는 가격 및 유통경로,타깃 소비자가 차별화돼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같은 회사 제품끼리 불필요한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로레알의 제품들은 유통경로에 따라 크게 4개로 구분된다.유통경로별로 타깃 소비자에게 적합한 가격대와 제품 컨셉트,마케팅 전략을 차별화, 제품을 개발해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을 취한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다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대중제품(54.8%)이다.로레알 파리와 가르니에,메이블린 뉴욕 등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이 부담없이 구입할 있는 대중적인 브랜드들로 화장품 전문점,슈퍼마켓에서 주로 팔린다. 다음이 백화점의 화장품 코너,향수 전문점,면세점 등 엄선된 유통망에서 구입할 수 있는 고급제품(25.1%)이다.랑콤,헬레나 루빈슈타인,비오템,카샤렐,랄프로렌,조르지오 아르마니,슈에무라 등 널리 알려진 일류 브랜드들로 구성돼 있다. 이밖에 로레알 프로페셔널,케라스타즈,레드켄 등 헤어살롱에서 판매되는 전문가용 제품과 약국전용 화장품 비쉬와 라로슈포제 등이 있다. 각 브랜드가 지닌 고유특성을 살릴 수 있는 유통채널을 이용하는 방식을 로레알 사람들은 ‘카멜레온 전략’이라고 부른다.시장환경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두 마리 토끼 잡는 글로벌 마케팅 로레알의 성공요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세계화와 현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적극적인 글로벌 마케팅 전략이다.10여년 전부터 집중적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해 온 결과 로레알은 현재 전세계 140여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그룹 매출의 86%가 프랑스 밖의 해외시장에서 얻어지고 있다. 2003년의 지역별 매출 분포를 보면 서유럽이 52.7%,북아메리카 27.6%,기타 지역이 19.7%를 차지했다.기타 지역은 아시아 시장과 라틴아메리카,동부 유럽을 가리킨다.이 지역은 지난해 성장률이 전년 대비 14.6%를 기록할 정도로 급속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이같은 지역적 안배는 경제위기에서 로레알 그룹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 준다.글로벌 마케팅의 핵심을 차지하는 것은 앤디 맥도웰,라에티타 카스타,밀라 요요비치 등 ‘드림팀’을 모델로 하는 로레알의 제품 광고들이다.‘당신은 소중하니까‘로 잘 알려진 로레알 파리의 광고는 전세계의 여성들에게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받아들여진다. 로레알의 현지화 전략은 특히 눈여겨 볼 부분이다.로레알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때 우선 가장 인지도가 높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춘 랑콤을 선두에 내세운다.그런 다음 로레알 파리와 같은 대중적인 브랜드로 저변을 확대하고,마지막으로 지역 소비자가 원하는 현지화된 제품을 내놓는 3단계 방식을 취한다.이른바 지오코스메틱스(현지화된 제품개발)로 로레알은 각 국에 있는 감각분석연구소와 소비자 테스트센터를 통해 각국의 특성과 문화,현지 소비자들의 요구와 취향을 철저하게 파악한 뒤 이에 적합한 현지화 정책과 제품을 선보인다. ●무궁무진한 미래의 시장 백인 여성을 위한 스킨케어 및 헤어제품만을 선보여 온 로레알은 최근 아시아인과 흑인들을 위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린제이 오웬 존스 로레알 회장은 지난 2월 타임지 글로벌비즈니스에 실린 인터뷰에서 화장품 산업의 전망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지금까지는 화장품 개발에서 인종과 성별,나이의 차이를 등한시했다.아시아와 아프리카에는 유럽과 북미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잠재 소비자들이 존재한다.인종별로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lotus@seoul.co.kr
  • “물만 제대로 마셔도 질병의 30%는 예방”

    ‘밥은 굶을 수 있어도 물은 굶을 수 없다.’고 했다.그만큼 생명체가 생명체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물이지만 워낙 많이 듣고 겪어 새삼 물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게 오히려 이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물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너무 중요해 그냥 지나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그 ‘물’의 건강성과 치료 효과에 주목해 의학전문 저널리스트 클라우스 오버바일이 펴낸 ‘물-건강하고 아름답게 사는 법’(강혜경 옮김.한스미디어 펴냄)이 눈길을 끈다.이 책은 ‘물만 제대로 마셔도 질병의 3분의1을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에서 보듯 마셔서 좋은 물과 현대의학이 추구하는 치료재로서의 물을 함께 다루고 있다. 저자 클라우스 오버바일이 규정한 물은 ‘자연이 선사한 최고의 치료제’라는 점.사실 18세기 말까지만 해도 우리가 아는 약은 존재하지 않았다.1898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약다운 약 ‘아스피린’이 등장했고,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이 등장한 것은 이보다 늦은 1940년의 일이다.그런데도 인류는 거뜬히 생존해 남았다.수백만년 동안 인류는 자연치유의 섭리에 몸을 맡겨왔고 이 자연치유의 근본이 바로 물이다. 현대의학은 수많은 질병을 정복하고 퇴치해 왔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아직 감기조차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있다.의사들이 감기로 괴로워 하는 환자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처방은 바로 ‘휴식’과 ‘물’이다.“물을 많이 마시고 푹 쉬라.”고 하는 게 의사들이 제시하는 가장 솔직한 감기 처방이다. 돌이켜 보면 2500년 전,그리스 철학자 핀다로스가 ‘최고의 의사는 물’이라고 한 이래 ‘의학의 아버지’라는 히포크라테스와 16세기의 화학자 겸 의사 파라셀수스,전설적인 수녀 의사 힐데가르트 폰 빙엔까지 누구도 물의 치유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과일과 야채가 함유한 물이 가장 좋다.’는 그는 생명수로서의 물을 거쳐 비만 해소나 근력 강화,재활치료에 뛰어나다는 ‘아쿠아 피트니스’ 즉,물을 이용한 운동법까지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덧붙여 온천욕은 물론 크나이프요법,사우나,반신욕까지 다양한 치료술로서의 물 이용법을 소개,읽는 이들이 물을 다시 생각하도록 해준다.1만 30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역사학 지원 ‘두계학술재단’ 설립 이태녕 서울대 교수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보장하는 실용학문이 득세하면서 인문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들 한다.자연과학자들은 자연과학자들대로 똑같은 이유을 들며 심각한 위기론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시대를 이끌어간 대표적인 자연과학자로,자신의 분야에서 쌓은 연구 업적을 바탕삼아 인문학 발전에 기여하는 노(老)학자의 존재는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문화재 보존과학의 선구자는 화학과 교수 이태녕 서울대 화학교육과 명예교수가 주인공이다.‘한국 보존과학계의 태두’로 일컬어지는 그는 자신의 분야에서 뚜렷이 한 획을 그은 대학자이다.하지만 이 박사의 인생을 제대로 이야기하려면 그의 아버지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한다. 이 박사의 부친은 역사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두계(斗溪) 이병도(李丙燾·1896∼1989) 선생이다.얼마전 타계한 이기백 한림대 석좌교수의 스승으로 일제시대 인문학 분야의 대표적 학술단체인 ‘진단학회’ 창설을 주도하는 등 1980년대 초까지 실증사학계를 주도한 역사학자였다. “처음에는 역사를 전공할 생각이었어요.그런데 아버지가 ‘우리나라가 필요한 인재는 자연과학도’라면서 크게 반대했습니다..” 두계 선생의 셋째 아들로 어려서부터 잔병치레가 많았다는 이 박사는 결국 “내가 약을 개발해서 고통스러운 질병을 물리쳐야겠다.”는 생각에서 화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평생을 화학자로 살아온 이 박사지만 부친의 전공인 ‘역사’와 그리 멀지 않은 삶을 이어왔다.그는 한국땅에 보존과학이라는 생소한 학문을 처음 들여온 인물이다.보존과학이란 과학분야에서 쌓아놓은 연구 성과를 문화재 등의 보존에 활용하는 학문이다. 공군장교로 6·25전쟁에 참전한 뒤 국방부에 들어가 국방과학연구소(현 ADD)에서 연구실장까지 지낸 그는 5·16 이후 연구소가 해체되자 서울대 화학교육과로 자리를 옮겼다.보존과학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은 것도 이 즈음이다. ●팔만대장경·석굴암 보존 진두지휘 석굴암 보존을 위해 유네스코에서 전문가를 초빙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간 그는 공주 송산리 6호분의 보존과학적 특성을 밝혀낸 자신의 경험을 설명해줬다.이 일을 계기로 미국에 건너가 일년동안 보존과학을 다시 연구한 그는 이후 해인사 8만대장경과 석굴암 보존 작업 등을 진두지휘했다.이 분야의 체계적 발전을 위해 보존과학회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정년퇴직을 한해 앞둔 1989년 부친이 타계하자 이 박사는 새로운 할 일을 발견하게 된다. “아버님께서 남기신 장서만 1만여권이 넘습니다.그런 자료들이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자식된 도리라고 생각했지요.” 그는 이 해 여름부터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부친의 고택에서 하루 10시간씩 먼지가 켜켜이 쌓인 고서들과 씨름하고 있다.1000여종의 한문 고서적과 5000여권의 양장본 서적 등 1만 5000여권을 일일이 뒤져가며 책의 종류와 내용 등을 분류,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었다.부친의 대표적 저서인 ‘한국사 대관’‘한국고대사연구’ 등과 함께 부친이 모아놓은 비문,고지도,탁본 등도 포함되어 있다. 이 박사는 “아버님이 타계하신지 만 15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온전한 평가가 나오지 않은 것 같다.”면서 “그동안 분류한 데이터베이스 등을 일종의 ‘사이버 라이브러리’로 인터넷에 올려 사학도들이 학술연구에 활용토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먼지 쌓인 부친의 古書 DB로 만들어 그는 곧 자신의 사재만으로 ‘두계학술연구재단’을 설립한다.부친이 타계하기 전까지 33년동안 생활한 옛집을 ‘두계문고’로 개방하여 일종의 도서관으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국내 역사·문화 연구자들에게 부친의 자료는 물론 국내외 연구자료 정보를 지원할 계획입니다.세계 주요 도서관과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연구자료의 탐색 및 수집도 알선해야죠.” 두계 선생과 관련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완용과는 30촌 이상 벌어지는 먼 친척임에도 사촌간이라는 등의 소문)을 바로잡는 것도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버지가 진단학회에 전 재산인 100석 규모의 경기도 용인땅을 쾌척한 것과 마찬가지로 두계학술재단은 다른 사람의 도움은 받지 않기로 했다.정년 퇴직 이후 받고 있는 연금과 자신이 개발한 세제 및 알츠하이머 예방 물질 관련 특허료 수입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우선 옛집을 도서관으로 쓸 수 있도록 리모델링하고 무질서하게 보관된 장서도 새로 정리하기로 했다.지금도 대문 기둥에 남아 있는 부친의 문패는 그대로 남겨둘 계획이다. ●한자는 2000년 역사의 기호… 반드시 배워야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으며 고생도 많았다.역사를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환갑이 넘은 나이에 처음 부친의 자료를 살펴볼 때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장서의 대부분이 어려운 한자로 되어 있는 역사책들이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사실상 한문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한자의 묘미도 이때 깨달았다고 한다. “한자는 2000년 이상 약속된 기호입니다.서양이 동양을 무서워하는 것은 한자 때문이지요.제2차 세계대전 때 맥아더 장군이 일본을 점령한 뒤 맨 처음 추진하려고 했던 일이 한자 폐지였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500자의 한자만 제대로 알아도 충분하다.”면서 “그냥 글자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역사서적 등을 통해 실속있게 가르쳐야 한다.”고 한자교육에 관한 소신을 피력했다. 부친이 떠난 동숭동 고택에 손때 묻은 각종 화학실험 기자재를 옮겨놓고 연구활동을 이어온 그는 기자와 만나는 동안에도 미국의 우주전파망원경이 보내온 신호가 뜰 때마다 모니터에 시선을 집중하는 영락없는 과학자이기도 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망각의 강 레테/하랄트 바인리히 지음

    “능동적 건망증은 인간을 행복하게 해준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이렇게 말했지만 정작 그 자신은 탁월한 기억력의 소유자였다.니체가 “잊어버릴 수 있는 기술과 힘”까지 발휘해 망각하고자 한 대상은 무엇일까.그것은 바로 그가 스스로 ‘역사적 질병’이라고 부른 역사주의 혹은 역사다.니체에 따르면 역사는 인간의 기억을 무겁게 짓눌러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능력마저 잃어버리게 만드는 존재다. ‘망각의 강 레테’(하랄트 바인리히 지음,백설자 옮김,문학동네 펴냄)는 인류의 역사와 문학을 통해 본 망각의 문화사다.독일의 언어학자이자 문화학자인 저자는 “망각론이란 있을 수 없다.”는 움베르토 에코의 말에 자극을 받아 이 책을 썼다.기억술·기억론이 있다면 망각론도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저자는 문명의 기억 속에 아로새겨진 위대한 인물들은 모두 ‘망각의 대가’였다고 주장한다. “기억력을 사용하는 법만 배웠을 뿐,오성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자는 책을 가득 실은 당나귀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한 프랑스 작가 몽테뉴.그에게 암기한 지식은 결코 지식이 아니었다.그는 단순 암기 교육을 신랄하게 비판했다.도덕론자인 몽테뉴의 교육 에세이는 망각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지만 당시까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주도권을 행사해온 기억에 의문을 품게 했다.망각을 비로소 무시할 수 없는 문화적 힘으로 인식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테카르트나 칸트,루소 같은 계몽사상가들도 기억을 이성적인 사유를 방해하는 짐으로 여겼다. 망각의 기능을 강조하는 한편에선 무분별한 망각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너무 쉽게 망각의 늪에 밀어넣는 것이 아닐까.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엘리 위젤,프리모 레비,솔 벨로,호르헤 셈프룬 등 망각에 저항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홀로코스트 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엘리 위젤의 소설 ‘망각’의 예를 들어 인간의 기억과 망각에 대한 교훈을 전한다.소설은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자신의 잔혹 경험에 대해 아무 것도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른바 ‘생존자증후군’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21세기 정보홍수의 시대,우리는 기억과 망각의 미로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쯤에서 “이성에 근거한 정보거부 능력”을 토대로 한 망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그것은 물론 창조적인 작업을 가능케 하는 ‘정당한’ 망각을 말한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 화장품 업계의 대모 에스티 로더 여사 사망

    |뉴욕 AFP 연합|2만명 이상의 종업원을 거느린 화장품 왕국 에스티 로더사 창업주 에스티 로더 여사가 지난 24일 심장 및 폐기능 장애로 뉴욕 맨해튼의 자택에서 사망했다고 회사 측이 25일 발표했다. 97세. 에스티 로더사는 지난 1995년 상장됐을 당시 자산 규모가 20억달러 이상이었으며 지난해 매출 47억달러로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349위에 올랐다. 헝가리계 어머니와 체코계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조제핀 에스터 멘처라는 이름으로 뉴욕주 커로나에서 성장한 로더는 화학자인 삼촌 존 쇼츠가 만들어낸 화장품을 미장원과 호텔에 팔러 다니면서 화장품 업계의 생리를 터득,1948년 뉴욕 삭스 백화점을 시작으로 고급 백화점에 판로를 열었다. “세상이 완전무결하다면 누구나 영혼의 따뜻함으로 심판 받겠지만 그렇지 못한 세상에서 여성은 용모의 덕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으로 최종 심판을 받는다.”고 말했던 그는 향수와 남성 화장품까지 영역을 넓혔다.1982년 남편이 사망한 뒤 아들들과 함께 회사를 운영해오던 로더 여사는 1995년 경영 일선에서 은퇴했으나 1998년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세기의 경영 천재 20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 [국제플러스]“北, 25년전 독가스 생체실험”

    |도쿄 연합|북한은 25년 전부터 정치범수용소에서 독가스생체실험을 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22일 한국으로 망명한 북한 출신 화학자 정대성(鄭大成.가명·54)씨의 증언을 인용해 서울발로 보도했다.정씨에 따르면 생체실험은 군 정치범 수용소 내에 있는 실험소에서 독가스의 치사량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됐다.정씨는 다음 달 미국 민간단체의 초청으로 방미,의회에서 증언할 예정이라고 산케이는 덧붙였다.˝
  • [문화마당] ‘반지의 제왕’ 잭슨과 톨킨/유성호 문학평론가 한국교원대 교수

    피터 잭슨 감독의 영화 ‘반지의 제왕’이 올해 아카데미상 11개 부문을 휩쓸었다.이 작품은 악의 힘을 표상하는 ‘절대반지’를 이용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악의 세력과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그 반지를 파괴하려는 선의 세력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투쟁을 근간으로 하여,인간의 선한 의지와 희생 정신 그리고 권력 욕망과 자기 발견의 과정 등을 형상화하고 있다.이 영화가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저명한 언어학자이자 신화학자인 톨킨의 원작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톨킨은 가장 완벽에 가까운 현대 영어를 구사한 작가인 동시에 언어 자체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고대 영어와 거기에 영향을 미친 유럽어 요소들을 결합시킨 작가로서 높이 평가받는 인물이다.이러한 그의 면모는 움베르토 에코의 편폭을 고스란히 연상시키면서 ‘환상문학’이라는 양식이 단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서 길어 올려지는 것이 아니라,오랜 시간의 풍속과 문화,언어와 신화에 대한 섭렵과 결합을 통해 완성되는 것임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톨킨의 문학 세계가 처음부터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은 것은 물론 아니다.그의 작품이 보여준 신화적·환상적 요소는 리얼리즘과 미메시스를 주류로 했던 서구 미학사에서 가치 판단이 매우 힘든 세계였기 때문이다.국내에서도 이러한 환상문학에 대한 평가는 매우 영성하고 인색한 편이었다. 하지만 환상문학의 대가인 마르케스와 보르헤스에 대한 관심이 점증하면서,국내에서도 환상문학에 대한 평가는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근대(성)’에 대한 반성적 시각이 폭 넓게 대두한 이래,미학에서도 ‘리얼리티’를 새롭게 해석하고 접근하려는 태도가 인식론 안으로 적극 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최근 독서시장에 불어닥친 팬터지 열풍은 이러한 세계인식의 새로운 방법을 우리에게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한낱 ‘공상’ 정도로 치부되었던 미학적 편향이,새로운 세계 개진의 방법으로 미학의 지평 안으로 당당하게 들어온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경향을 선도했던 고(故) 황병하 교수는 환상 문학을 “합의된 리얼리티로부터 벗어나 2차 세계를 가져야 하며 주어진 초자연적·초현실적 이야기를 초자연적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화자-작중인물-독자의 망설임이 존재해야 성립된다.”고 규정하였는데,이때 새로운 ‘리얼리티’는 환상의 미학적 착근에서 가능해지는 것이다.이는 미메시스의 원리가 지배해온 근대 서구 미학에 대해 늘 타자로 밀려 있던 ‘환상’의 미학적 복권이요,근대 이성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영성(spirituality)’의 세계를 적극 포괄하려는 새로운 지성의 모습이기도 하다. 영화 ‘반지의 제왕’은 근대적 의미의 선과 악이 하나의 육체 안에 공존하고 뒤얽혀 있다는 사실을 웅변한다.컬트 작가의 위상을 넘어 근대적 인간을 해부하고 성찰하는 기획을 화려한 영상을 통해 선보인 잭슨의 영화는,바로 톨킨이 제시한 새로운 세계 인식의 방법에 크게 빚지고 있다.신화적 요소와 환상적 요소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리얼리티를 보여주려 했던 톨킨의 작품에 대해 우리가 새삼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잭슨의 ‘반지의 제왕’ 아래쪽에 침전해 있는 톨킨의 서사를 깊이 음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유성호 문학평론가 한국교원대 교수˝
  • 비타민 질병 예방하는 ‘건강보험’

    광고 대행회사의 차장인 김상기(37·여)씨는 9살,7살 두 자녀에게 매일 아침 비타민을 꼭 챙겨 먹인다.맞벌이를 하는 김씨는 자녀들에게 식사를 제때 차려주지 못한다.“애들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데다,영양이 골고루 들어있지 않은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잖아요.” 김씨는 “아이들에게 보약 대신 비타민을 챙겨주는 엄마들이 주위에 많아졌다.”고 말했다.보약은 값이 비싸고 맛도 써 아이들이 싫어하는 탓에 비타민을 챙겨준다는 것이다. 서울 역삼동의 한 회사에 다니는 강민태(34)씨는 비타민을 가방 속에 넣어 다닌다.“몸 컨디션이 안좋거나 끼니 시간이 넘어서면 비타민을 꺼내 먹지요.” 어린 자녀들에게 비타민을 챙겨주는 것은 물론이고,강씨처럼 비타민을 갖고 다니는 직장인들이 부쩍 많아졌다.잘 먹고 건강하게 잘 사는 것에 의미를 두는 ‘웰빙’족의 젊은 세대들이 건강을 챙기고,질병을 막는 부적처럼 비타민을 갖고 다니면서 먹는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최근엔 마시는 비타민과 씹어먹는 비타민 등도 나왔다.백화점의 식품 매장에는 비타민 코너가 마련됐다. 더 나아가 유기 농산물에서 추출,제조한 천연 비타민도 나왔다.한재욱 유기농하우스 대표는 “미국에선 비타민이 음식으로 분류돼 있다.”며 “합성 비타민은 비타민의 정상적인 작용을 돕는 보조 요소(co-factors)가 없어 따로 보조 요소를 복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그는 과일이나 야채에서 추출한 비타민에는 보조 요소가 들어있다고 덧붙였다.반면 윤연정 한국비타민정보센터 실장은 “비타민E의 경우 천연비타민이 있지만 나머진 거의 합성”이라며 “만약 100% 천연 비타민C가 존재한다면 가격이 무척 비싸질 것”이라고 말했다.또한 “비타민C의 경우 천연이나 합성이나 분자구조가 같기 때문에 식별할 수 없으며,효능과 인체 흡수율도 같다.”고 덧붙였다. ●비타민을 왜 먹어야 하나 비타민은 호르몬처럼 우리 몸의 각종 대사에 관여하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하지만 인체는 호르몬은 만들어내지만 비타민을 만들지 못해 외부에서 섭취해야 한다.비타민은 대부분 동·식물성 식품에 자연적으로 존재한다.그러나 식품을 보관·유통·조리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타민이 파괴되는 까닭에 비타민이 부족해지기 쉬워 따로 섭취해야 한다. 현대인들에게 비타민이 강조되는 이유는 체내에서 비타민이 스트레스나 흡연·음주 등의 다른 이유로 많이 소모되기 때문이다.게다가 하루 세끼를 제대로 챙겨 먹지 않으면 비타민 부족에 빠지기 십상이다. 윤 실장은 “과일과 야채를 싫어하거나 음주와 흡연이 잦은 사람,임산부와 식사가 불규칙적인 사람은 비타민을 별도로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암이나 노화의 발생 구조가 최근 밝혀지면서 주목을 끄는 것이 비타민A.비타민A(레티놀)와 그 전구체인 베타 카로틴은 암 발생과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고,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 피부 노화를 억제한다.또 깨끗한 피부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꼭 필요하다. 음주가 잦은 사람은 비타민B군에 주목해야 한다.하루 2잔 이상의 술을 매일 마시면 결장암에 걸릴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배 가량 높아진다고 한다. 또 여성이 매일 술을 마시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40%나 증가한다.이럴 때 비타민B를 하루 400∼600㎍ 섭취하면 결장암과 유방암의 위험이 낮아진다. 스트레스가 많을 땐 비타민C가 더 많이 필요하다.스트레스를 받으면 비타민C가 파괴되기 때문이다.백혈구에 비타민C가 부족해지면 면역력도 떨어져 질병에 취약해진다.담배 1개비를 피우면 하루 권장량의 절반인 15∼30㎎이 사라진다.감귤 1개에 이르는 비타민C의 양이다.또 피부의 색소 침착을 막아 기미,주근깨 치료에 효과가 좋고 피부 탄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미국의 저명한 영양학자 아델 데이비스는 “비타민C는 약물의 효능을 높이고 독성을 줄인다.”고 말했다. 비타민E(토코페롤)는 노화와 치매를 예방하고 피부 탄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혈전을 없애 혈관 내에 노폐물이 쌓이지 않게 해 심장질환 예방에도 좋다.동상으로 인해 고통스러울 때 동상부위에 비타민E를 바르면 고통이 사라지며,뇌졸중 환자의 80%에서 비타민E가 부족한 것으로 보고돼 있다. ●비타민,부작용은 없나 비타민의 독성은 주로 우리 몸에 축적되는 지용성에서 나타난다.수용성의 경우 인체가 쓰고 남은 비타민은소변이나 땀 등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비타민A의 경우 레티놀 형태로 5만IU(달걀 95개에 들어 있는 양·IU는 비타민 효력의 국제단위) 이상을 3개월가량 장기간 복용할 경우 독성 초기에는 입술이 갈라지고,피부가 거칠거칠하고 건조해지며,눈썹이 빠지고 두통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간과 비장이 커질 수도 있다.비타민A의 과잉 복용을 멈추면 며칠에서 몇주안에 회복된다.가임 여성의 경우 기형아를 유발할 위험도 있으니 레티놀의 복용에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비타민B군의 경우 복합체를 과다복용하면 화끈거림,가려움증,손발저림,지각신경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루 섭취량의 수백배를 먹으면 독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지만 복용을 중단하면 증상은 없어진다.비타민C는 과다 복용할 경우 위장에 가스가 차고 설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장에서 철분 흡수를 촉진하는 까닭에 유전적으로 혈색소증 소인이 있는 사람은 장기적으로 과다복용하면 간 손상 등의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또 비타민D는 하루 5만IU 이상 복용하면 신장결석·식욕감퇴·변비를 일으킬 수 있으며,고용량의 비타민E를 먹으면 혈소판 응집을 감소시킨다. 몸에 좋다고 비타민을 함부로 먹어선 안된다.비타민도 유효기간과 용법용량이 있으니까 지켜야 한다.그리고 빈 속에 먹는 것보다 식후에 먹는 것이 대체로 좋다. 이기철기자 chuli@ ●비타민이란 비타민(vitamin)은 1912년 폴란드의 화학자 풍크가 라틴어 ‘비타(vita·생명)’와 ‘아민(amin·질소를 함유한 복합체)’을 결합시켜 만든 말.호르몬처럼 인체의 정상적인 대사에 필수적이지만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섭취해야 한다.13종의 비타민이 국제적으로 공인돼 있으며 이 가운데 4가지 비타민(A,D,E,K)은 ‘지용성’이고,나머지 9가지는 수용성으로 우리 몸에 저장되지 않는다.
  • 오피니언 중계석/지속가능한 발전과 생태적 전환

    후손들에게 지구환경의 혜택을 똑같이 물려주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을 바꿔야 한다.앞으로 ‘우리 사회’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태적 전환을 해야 한다.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는 점점 고갈되는 데다 일회용이기 때문에 현대 자본주의체제는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이필렬 한국방송통신대교수가 계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한국사회의 발전전략’으로 제안한 ‘지속가능한 발전과 생태적 전환’을 요약한다. 한국은 동북아중심국가나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새만금간척,핵폐기장과 대형댐 건설 등을 부르짖으며 개발지상주의,성장제일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그러나 그런 사업들은 재생불가능한 자원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특히 동북아 중심국가 도약은 중국의 산업화로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만일 13억명의 중국인이 집집마다 한두대의 자동차를 소유하게 되면 하루 7400만 배럴의 전 세계 석유 생산량으로도 수요를 채우지 못한다.중국의 발전이 벽에 부딪히면 한국의 발전도 성립할 수 없다.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와 관련해 지속불가능한 쪽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한 사람이 2002년 한해에 사용한 에너지는 4475㎏이다.이는 일본 4029㎏,독일 4015㎏,프랑스 4384㎏,영국 3720㎏보다 많다.한국과 다른 나라의 에너지 소비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더 심각한 것은 세계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점점 늘어나 그 수급이 어려워 질 것이라는 점이다.지질학자들에 따르면 석유값은 2010년을 전후해 최고에 도달한다.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이 보장되는 기간도 40년 정도다.핵폐기장 건설 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차치하더라도,그 후에는 값비싼 우라늄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없다.더욱이 화석연료의 사용은 지구의 기후변화와 재앙을 일으킨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지속불가능성,수급불안정성,사회적 비용과 갈등,기후변화 등에 비춰 볼 때,우리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첫번째 전제는 에너지 시스템을 생태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수급 시스템을 태양,바람,바이오매스(biomass),소수력,지열,조력 같은 고갈되지 않는 것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재생가능한 에너지의 개발과 확산만이 지속발전 가능성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현재 전 세계 풍력 시장은 해마다 40%,태양전지 시장은 30% 이상 증가하고 있다.선진국이 재생가능 에너지를 개발하는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교통이다.우리나라의 최종 에너지 소비 가운데 수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1%에 이른다.승용차와 화물 수송비는 기차에 비해 각각 3∼4배,10배 이상이다.앞으로는 대중교통 수단과 자전거 같은 생태 중심의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모자라는 물 수급의 생태적 전환도 필수적이다.물의 절대량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대형 댐을 건설하는 것은 환경 파괴를 비롯한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물 확보는 함수능력이 뛰어난 산림의 보호와 관리,논과 밭의 유기농 전환,지하수의 지속가능한 이용,빗물 이용 시설 확대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아울러 식량생산에서도 화학비료와 기계를 사용하는 현재의 관행농법에서 유기농법으로 바꿔야 한다.유기농법의 경험적 사례는 일시적으로 수확이 떨어지지만 해가 갈수록 증가해 관행농법 수준에 도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유기농은 초국적 곡물자본과 화학자본에 대항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생태적 전환은 생산비용을 높여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경제침체와 사회 혼란을 불러와 지속가능한 사회의 확립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그러나 스위스와 일본에서는 상품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장기계획 아래 생태효율적인 기술을 개발해 실천하고 있다.중요한 것은 혼란과 충격을 가능한 한 최소로 하면서 생태적인 전환을 이룩하고,지속가능한 사회를 확립하는 것이다.
  • 駐日대사 지낸 최사용교수에 들어본 韓·日관계 / “21세기 8·15는 미래지향적 관점서”

    ‘8·15’는 오늘날 한반도 모습을 만들었던 ‘살아있는 역사’이다.일제 해방 58돌.‘한·일관계의 미래는 어떠해야 하며,한반도의 평화는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해 평화학자로서,주일 대사를 지낸 최상용 고려대 교수로부터 들어봤다.최 교수는 “21세기의 8·15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면서 “대한민국 이니셔티브(주도권)의 극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과거사 문제와 관련,“역사는 모래위에 쓰는 글이 아니며 없어지지 않지만,이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을 접어둘 수는 없다.”고 했다. ■최상용 교수 약력 ▲42년생 ▲서울대 외교학과 ▲일본 동경대 정치학 석·박사 ▲미 하버드대 옌칭 연구소 객원교수 및 일본 연구소 연구원 ▲고려대 평화연구소 소장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 ▲한국 정치학회 회장 ▲한국 평화학회 회장 ▲한일문화교류위원회 부위원장▲주 일본 대사(2000.2∼2002.2)▲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현) 한국현대사에서 8·15의 의미는. -58년 전 8·15는 일제 35년 통치에서해방되었다는 점에서 환희의 날이었지만,민족·국토 분단의 시작이었기에 비통한 날이었다.되씹어 보면 식민통치나 분단은 우리의 운명을 우리 힘으로 결정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이제는 우리에게 세계 10위권의 경제력 등 막강한 힘이 있다.국내 정치에서 통합력을 발휘하고 국제 정치에서 외교력을 구사해 한반도에 평화의 뿌리를 내리고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일본 정치인들의 역사 관련 망언이 되풀이되고 있다. -일본은 그들의 경제력에 걸맞는 정치력과 군사력을 갖고자 할 것이며 유사법제,자위대의 해외파병,천황기념관 건립 등 일련의 움직임은 강한 일본을 바라는 다수 일본 국민들의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한·일 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사문제이다.그러나 역사문제에 매달려선 앞으로 나갈 수 없다.지난 1998년 한·일 파트너십의 기본내용은 ‘통절한 반성과 사죄’다.원래 무라야마 전 총리가 주장한 것이다.사회당위원장 출신인 그는 역사인식에 대해선 우리 국민과 가장 가깝게 있는 사람이다. 해결 방법은 없는가. -많은 한국인들이 왜 일본은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처럼 하지 못하냐고 말한다.브란트 총리는 1970년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게토 봉기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독일의 과거를 사죄했다.그러나 일본에서 ‘브란트 모델’을 기대하긴 어렵다.일본은 천황제도를 갖고 있고,명치유신 이래 140년간 보수 노선을 걸어왔다.일본에서 ‘브란트 모델’을 요구하는 것은 연목구어다. ‘무라야마 모델’을 토대로 해야 한다.한·일 관계는 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98년 한·일 파트너십선언으로 크게 달라지고 있다.노무현 대통령도 이를 확인하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했던 것이다.문제가 있을때 이것을 민족주의의 대결로 몰아붙이지 말고 자국의 국가이익의 입장에서 합의점을 찾아내는 인내심과 사려가 필요하다.중국은 관영 언론을 통해 과거사 문제에 단호하게 반응하지만,한편에선 매우 유연한 자세로 실리를 추구하고 있다. 일본 군국주의 보수화가 계속되지 않겠는가. -지난 6월 유사법제를 일본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켰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일본 국민들이 군사적으로 더 강한 쪽을 지향하고 있고,그 경향은 계속될 것이다.그러나 일본의 사회체제가 군국주의 부활로 이어지리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일본인의 60∼70%가 보수를 지향한다.그러나 일본의 중도보수주의자 가운데서도 극우파나 일부 신보수주의자들의 질주를 경계하는 소리가 있다.일본 사회를 이분법적 시각에서 바라보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책임없는 정치인들의 망언은 계속될 가능성도 있지만,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그러나 각료들이 그 같은 망언을 한다면 결코 용납해선 안된다. 한반도 평화구축에서 일본의 위상과 역할은 -일본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참가하고 있고 6자회담 당사국으로 참가한다.‘납치문제’로 벽에 부딪혀 있지만,궁극적으로는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이룰 것이다.대사 시절 일본 기업들에게 남한과 함께 대북 경제협력 투자에 과감하게 나서라고 주문하곤 했다.대북 국교정상화와 과감한 대북 경협은 일본의 경제력을 정치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북·일간 경제협력은 한반도 전쟁위협을 줄이고 평화구축을 뒷받침하는 일이다.일본이 한반도 평화정착에 공헌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 국민에게 느껴질 때 한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신뢰는 높아질 것으로 본다. 동아시아 지역에 평화는 가능한가. -한반도는 아시아 냉전의 초점이었고 지금도 마지막 냉전 지역으로 남아 있다.한반도에 평화가 뿌리 내려야 세계사의 냉전이 종식된다.우리는 한반도의 냉전극복과 평화정착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통일에 앞서 먼저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한국 정부의 정책은 타당한 것이다. 다가올 6자회담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한국은 핵확산과 전쟁을 동시에 막아야 하는 입장에 서있다.이는 원리적으로는 타당하지만 현실적으론 대단히 고통스러운 딜레마를 내포한다.그러나 기적은 아주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다.인내심을 갖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를 이룩해야 한다.전세계 GDP의 20%를 차지하는 한·중·일 3국간 평화협력체,나아가 동북아 평화체제의 초석이 될 것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
  • “세계적 화학자가 꿈”이대 수시1학기 수석 이윤진양

    “갈수록 외면 당하고 있는 기초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이화여대 2004학년도 수시 1학기 모집에서 자연과학대학을 지원,수석 합격한 이윤진(17·서울과학고 2년)양은 31일 우수 이공계 학생들이 외면하는 ‘화학자’의 길을 가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과학고에 입학한 뒤 2년 만에 조기 졸업하는 이양은 지난해 한국화학올림피아드 은상,올해 이화여대 수학과학경시대회 화학분야 대상 등을 수상한 ‘화학영재’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화여대는 이날 이양을 비롯,수시 1학기 모집 최종합격자 356명을 발표했다. 합격자에는 일반우수자 전형 합격자 200명과 특정영역 우수자 특별전형 합격자 100명,국제학 전문인 합격자 56명이 포함돼 있다. 이세영기자 sylee@
  • [먹고 사는 이야기] 셀레늄 이야기

    인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로장생(不老長生),무병장수(無病長壽)를 추구해왔다.진시황은 불로초를 찾아 사신을 보냈으며,서부개척 시대의 미국에서는 꽃마차와 나팔소리를 앞세운 연미복 차림의 약장수들이 총잡이를 상대로 젊음을 유지시켜주는 ‘신비의 묘약’을 팔았다.60∼70년대 우리 시골장터에서 흔히 볼 수있었던 서커스 공연도 마무리는 언제나 무병장수를 외치는 약장수들의 차지였다. 약을 구성하는 물질의 구조나 생리기능이 밝혀지지 않아 때로는 엉터리로 지탄을 받기도 했지만 약장수들이 들고 다닌 약은 주성분이 비타민E였다고 한다.비타민은 무기질과 더불어 노화방지 기능을 갖고있는 대표적인 항산화 영양소.따라서 젊음을 유지시켜준다는 그들의 얘기가 결코 터무니없는 허풍 만은 아니었던 것같다. 젊음을 오래 유지하려는 인간의 욕구에 비례해 노화방지 물질에 대한 연구 또한 갈수록 빨라지는 추세이다.약장수들이 팔던 비타민E,다시 말해서 토코페롤에 이어 레티놀,캐로틴,비타민C 등 다양한 항산화 비타민의 체내 효능이 하나 하나밝혀지면서 널리 권장되고 있으며,요즘엔 ‘셀레늄’이라는 무기질이 새롭게 뜨고 있다. 셀레늄은 암예방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더욱 주목을 받는 물질이다.장기 복용하면 전립선암과 직장암,폐암 등의 발병률이 낮아지고 관절염의 증상도 완화시켜준다고 한다. 셀레늄은 1817년 스웨덴의 화학자 베르첼리우스에 의해 처음 발견된 물질이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 ‘셀레네’에서 이름을 따왔다.하지만 초기에는 말과 소의 털과 발굽이 빠지는 병인 알칼리병을 유발하는 등 독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오랫동안 주목을 받지못했다. 셀레늄에 대한 영양학적 연구가 본격화된 것은 불과 50여년전.1957년 미국 국립보건성의 슈바르츠 박사는 쥐에 셀레늄이 함유된 사료를 먹인 결과,간경화 발병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이 때부터 셀레늄에 대한 영양학적 연구가 활성화되었으며,1978년 셀레늄은 필수 영양소로 인정을 받았다. 셀레늄이 필수 영양소이긴 하나 인체는 결코 많은 양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게다가 다양한 식품에서 섭취,체내에 어느 정도 저장되기 때문에 그 지역의 토양에 셀레늄이 고갈되지 않았다면 결핍의 우려가 없는 영양소이다.채소와 곡물,육류,생선,낙농제품 등에 골고루 함유돼 있으며 브로콜리와 마늘,배추 등에 특히 많이 들어 있다.셀레늄의 하루 섭취 권장량은 50∼200㎍정도.750㎍ 이상 섭취하면 머리와 치아가 빠지고 피로감이 오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셀레늄을 충분히 섭취하면 암 예방 등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정제된 알약 형태보다는 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이 중독증세 없이 유익한 효능을 볼 수 있는 방법이다.이미 미국에서는 셀레늄 브로콜리를 개발한데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셀레늄 마늘과 셀레늄 버섯에 이어 셀레늄 우유가 등장했다.영양과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식품산업의 발달을 통해 백세 장수를 기대해본다. 임경숙 수원대 교수 식품영양학과
  • 이런 책 어때요 / 과학 오디세이

    정창훈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미지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신화를 낳았고,신화는 과학으로 발전했다.미국의 신화학자 비얼레인의 말대로 “신화는 일들이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설명하려는 최초의 서툰 시도,즉 과학의 선조”인 것이다.때문에 신화에는 자연현상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숨어 있다.이 책은 과학과 신화의 만남을 시도한다.예컨대 저자는 사행천과 우각호를 설명하기 위해 그리스·로마신화의 강의 신 아켈로스와 천하장사 헤라클레스의 한판 승부를 원용한다.과학을 특화된 지식과 개념으로 설명하는 종래의 방식에서 탈피해 인류의 삶과 문화라는 맥락에서 접근한다.1만원.
  • 나폴레옹 이집트 원정 학자들 왜 따라갔나

    나폴레옹의 학자들 로베르 솔레 지음 이상빈 옮김 / 아테네 펴냄 1798년 나폴레옹이 주도한 이집트 원정은 엄연한 무력도발이었다.실패로 끝나긴 했으되 그것은 인도로 진출하는 영국의 해상로를 무력으로 차단키 위한 정치적 포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를 읽는 관점이란 참으로 여러 갈래일 수 있다.‘나폴레옹의 학자들’(로베르 솔레 지음,이상빈 옮김,아테네 펴냄)은 그런 행간의 묘미를 잡아낸 책이다.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길에 어마어마한 문화적 함의가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생생한 학술자료들을 빌려 웅변한다. 많은 독자들에게는 원정길에 오른 나폴레옹이 3만여명의 군사행렬 속에 학자와 예술가들을 대동했다는 사실부터 흥미진진할 것이다.그 수가 무려 167명.푸리에,몽주,코스타즈 등 당대의 저명한 기하학자를 비롯해 천문학자,박물학자,지리학자,건축가,문인,음악가 등이 두루 망라됐다. 책은 군사 작전상 모든 것이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된 원정대의 출발시점부터 생생히 재생한다.극적인 재미까지 녹아있다. 원정대에 포함된 학자들은정작 자신들의 목적지조차 모르고 있었으니.그렇게 떠난 학술여행이 ‘파라오의 나라’에서 어떻게 상상의 꽃을 피울 수 있었는지,책이 상술하는 학술적인 성과는 지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실험기구마저 잃어버리고 본국(프랑스)과 통신이 두절되면서 도전적인 탐험정신은 오히려 만개한다.1799년 로제타 스톤(대영박물관 소장)을 발견한 것도 우연한 탐험의 결과. 척탄병 출신의 한 대위가 검은 화강암 더미에서 찾은 상형문자로 가득한 돌조각은 6세기 이후 미궁에 빠져있던 이집트 문자의 신비를 벗겨내는 결정적인 텍스트가 됐다.동행한 학자들이 현장에서 사본을 뜨고 관찰하는 등 신속하게 학술적인 중요성을 부여하고 연구에 매달린 성과였다. 나폴레옹의 학자들은 신비의 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이집트학’의 선봉장이 됐다.원정에 나선 지 3년째인 1801년.책으로 재현된 피라미드 발굴작업 광경은,“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고 당시를 회상한 나폴레옹의 환희가 그대로 전해오는 듯하다.피라미드의 높이를 재기 위해 전공이 다른 학자들이각각 삼각측량법과 기압계를 활용하는가 하면,화학자는 암석을 분석하고 화가는 웅대한 위용을 화폭에 담느라 분주하다. 책은 이집트 원정 200주년을 기념해 1998년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에 연재된 내용이다.프랑스 시각의 저술이라 문화적 약탈행위가 낭만과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열정으로 포장된 함정이 없진 않다.그럼에도 눈여겨볼 대목은 현장에서 꽃피운 왕성한 학제간 연구의 성과다.학제간 소통이 단절되다시피한 오늘 우리의 현실에서 유난히 돋을새김되는 이 책의 큰 미덕이다.2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
  • 퍼즐 같은 과학 연극...노벨상 소재 ‘산소’ 새달 공연

    때는 노벨상 제정 100주년을 맞은 2001년.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엉뚱하게도 노벨상이 생기기 이전 뛰어난 공을 세운 과학자를 대상으로 제1회 ‘거꾸로 노벨화학상’을 제정한다.위원회가 꾸려지고,현대 화학 혁명의 근원인 ‘산소’의 발견과 연관된 18세기 화학자 3명이 후보에 오른다. 산소를 처음 발견한 셸레,산소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프리스틀리,산소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정립한 라브와지에.자,이들중 누가 수상의 영광을 안을 것인가. 새달 3∼20일 문예진흥원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산소’는 과학을 소재로 한,흔치않은 작품이다. ‘과학 연극이라고? 어려운 용어에 따분한 내용이겠군.’지레짐작하기 쉽지만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퍼즐게임처럼 한명의 수상자를 가려내는 과정은 어떤 드라마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픽션과 논픽션을 적절히 배합한 이 희곡의 작가는 놀랍게도 실제 과학자이다.경구용 피임약을 개발한 칼 제라시 교수(미국 스탠퍼드대)와 8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로알드 호프먼 교수(미국 코넬대)가 함께작품을 썼다.둘다 세계적인 화학자인 동시에 소설,희곡,시집 등을 발간해 작가로서도 상당한 성공을 거둔 공통점을 지녔다. 일반인에게 과학을 알기쉽게 소개하는 ‘목적성’에 무게중심을 둔 희곡과 달리,공연은 등장인물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연극적 재미를 배가했다.연출자 김광보씨는 “과학의 세계를 다루고 있지만 결국은 개인적 욕망이 타인과의 충돌과정에서 어떻게 표출되는지를 탐구하는 인간 내면의 보편성에 관한 얘기”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거꾸로 노벨상위원회’의 세 교수는 각자 자신의 입맛에 맞는 후보가 수상자가 되어야 한다고 고집을 피운다.신경전이 벌어지고,서로가 서로를 헐뜯는 추한 꼴을 보인다.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산소의 발견을 둘러싸고 저마다 자신의 업적을 주장하는 세명의 화학자가 있다. 두 그룹의 구성원은 기막히게 닮아 있다.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은유한 것이다.남편의 명예를 위해 음모와 암투를 마다하지 않는 여성들의 얘기도 흥미롭다. 시공을 넘나드는 스케일(?) 큰 구성이지만출연배우는 딱 6명.연기생활 25년만에 처음 연극무대에 서는 탤런트 안정훈과 중견 배우 박용수,정규수 등 남자배우 3명이 위원회 교수와 화학자의 두가지 역할을 동시에 소화한다.사건을 해결하는 열쇠를 쥔 라브와지에 부인역은 전현아가 맡았다. 이번 공연의 또 다른 특징은 기존 연극 제작비 지원 방식의 영역을 넓혔다는 것.문예진흥원,서울시의 지원금 의존에서 벗어나 한국과학문화재단,주한영국문화원 등을 후원단체로 끌어들였다.한 산소청정기 제조회사의 후원으로 공연장에 산소청정기를 설치,관객 서비스에도 신경을 썼다.1만∼2만원. (02)744-0300 이순녀기자coral@
  • Book소리/럭셔리 출판붐 비싼책이 좋다?

    ‘럭셔리 출판’ 붐이랄까.최근 3만원대의 고가 책들이 독서시장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전엔 1000부 미만의 한정본으로 판로가 보장됐을 때만 출판됐으나 이제 하나의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가 출판의 기폭제가 된 책은 2000년에 나온 ‘시간박물관’(푸른숲)이다.책값이 4만 9000원이지만 5000부 이상 팔렸다.최근 출간된 ‘SXE:잃어버린 자유,춘화로 보는 성의 역사’(해바라기) 또한 3000부 한정본이 다 나아가 올 여름 보급판을 낼 계획이다. 고가 출판이 이처럼 힘을 얻는 데는 무엇보다 예스24나 알라딘 같은 인터넷 서점이 큰 몫을 한다.구매력을 갖춘 20대 후반∼40대 중반이 인터넷의 주고객이자 ‘표준독자’로 등장한데다,20%가 넘는 온라인 서점의 도서할인도 고가책 판매를 부추기는 요소다.하나의 주제를 깊이 읽는 북마니아층이 일정 부분 형성돼 있는 점도 고가 출판을 이끈다.학술적 성격이 강한 ‘노마디즘’(휴머니스트) 같은 책이 3쇄까지 찍으며 1만 1000권이 팔려나간 것이 그 증좌다.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 서점의서가는 신국판형에 맞춰 설계됐을 정도로 책은 옹색한 판형에 빼곡히 글자를 채우는 것이 보통이었다.그러나 오늘날 독자는 경제적 여유와 함께 책의 소장가치에 눈을 돌리게 됐다. 이것은 한편으론 대중출판의 취향이 바뀌었으며,한국출판이 미학적 가치에 눈을 떴음을 의미한다.미려한 스타일에 시각적인 편집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책은 콘텐츠다.’라는 ‘삼중당문고’ 시절의 명제는 이제 빛바랜 신화가 됐다. 선진 외국의 경우 도서시장은 고급소장본 시장과 문고본 시장으로 완전 이원화돼 있다.하드 커버의 경우 소설도 3만원대에 이른다.최근의 고가 출판 경향은 도서선진국으로 가는 징후인지도 모른다.이같은 흐름 속에 출판사들은 고가의 책들을 연이어 기획하고 있다. 고가 출판물은 한정본으로 판매하거나 일련번호를 매기는 등 소장가치를 높여주는 별도의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상례.푸른숲에선 5만원대의 호화 양장본으로 영국작가 앤서니 홀든의 ‘셰익스피어’를 출간할 예정이며,푸른역사는 우크라이나 출신 신화학자 아리엘 골란의 ‘신화와상징’을 올 안에 번역해 낸다.‘신화와 상징’은 8만원대로 1000쪽이 넘는 중후한 책이다.고가 출판은 이제 한국 출판의 새로운 키워드다. ‘럭셔리 출판’이 ‘상술’로 활용될 여지는 없을까.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영도의 판타지소설 ‘폴라리스 랩소디’(황금가지)다.이 책은 7만원이나 됐지만 불티나게 팔렸고,나중엔 수십만원에 경매까지 됐다.물론 일부 판타지 마니아들이 선주문으로 공동구매한 것이었지만 씁쓸한 느낌은 어쩔 수 없다. 고가 출판이 단순히 팬 서비스 차원이나 ‘명품마케팅’ 혹은 ‘틈새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그것은 어디까지나 책이란 지식상품의 총체적인 완성도를 높여주는 방향으로 선용돼야 한다.그래야 우리 출판의 미래가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 ‘신의 가면’ 제1권 ‘원시신화’/예술적 시각서 신화의 원류 추적

    조지프 캠벨지음 이진구 옮김 / 까치 펴냄 미국의 비교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역작 ‘신의 가면’ 4부작이 완간됐다.‘동양신화’‘서양신화’‘창작신화’에 이어 최근 1권 ‘원시신화’(이진구 옮김,까치 펴냄)가 마지막으로 나온 것.캠벨이 50대 중반에 시작해 10년 만에 완성한 이 저작은 시기적으론 선사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고,공간적으론 서아프리카와 멕시코 유카탄 반도,시베리아,오스트레일리아에까지 미친다. ‘원시신화’는 고고학·민족학·심리학·생물학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인류를 관통하는 신화의 공통분모를 추적한다.원시농경인의 신화와 원시사냥꾼의 신화,신화의 심리학,신화의 고고학 등을 주요 테마로 다룬다.원시농경인 신화가 식물의 죽음과 재생을 근본 모티브로 한다면,원시사냥꾼 신화는 동물살해와 희생제의를 뼈대로 삼는다. 신화연구에서 문자주의와 실증주의의 시각을 경계하는 캠벨은 신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다.신화를 시적 심성으로 바라보고 접근해야 삶에 대한 궁극적 신비가 풀린다는 것이다.이같은 맥락에서 캠벨은신화를 고리로 과학과 낭만의 대화를 촉구한다. 먼저 나온 2권 ‘동양신화’는 이집트·인도·중국·티베트·일본신화를,3권 ‘서양신화’는 레반트·페르시아·그리스-로마·북유럽 신화를 다뤘다.4권 ‘창조신화’에선 중세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신화가 재생되는 과정을 살폈다.원시·동양·서양신화 각 2만원,창작신화 2만 5000원. 김종면기자
  • 2005년 부산서 亞화학회 총회

    역대 노벨화학상 수상자 5명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화학자 2000여명이 오는 2005년 8월 부산에 모인다.대한화학회는 17일 아시아화학연맹(FACS)이 제13차 아시아화학회 총회와 아시아학회 학술대회를 오는 2005년 8월22일부터 24일까지 부산시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연다고 발표했다.2005년 아시아화학회 총회에는 아태지역 27개 회원국의 화학관련 학회인사 2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특히 대한화학회는 아태지역의 역대 노벨화학상 수상자 5명을 초청할 계획인데 현재 2001년도 공동수상자인 노요리 료지(野依良治) 나고야대학 교수는 참가가 확정됐고,나머지 4명은 앞으로 대상자를 선정해 초청하기로 했다.
  • ‘과학기술 명예의 전당’ 헌정 인물 선정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은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최초로 헌정될 선현 및 현존 과학기술인 15명을 선정했다고 8일 발표했다. 헌정대상자에는 고려말 화기 제조기관인 화통도감을 설치,무기기술을 개발·제조·보급한 최무선(1326∼1395),조선시대 간의·혼천의·자격루 등 천문관측기기 등을 제작한 장영실(1390∼1450)이 포함됐다. 또 인쇄물 발전 및 도량형 표준화에 힘쓴 이천(1376∼1451),천문학자인 이순지(1406∼1465),독자적이고 자주적인 의학이론을 확립한 허준(1569∼1615),대동여지도를 편찬한 김정호(1804∼1866)도 선정됐다. 종두법을 도입한 지석영(1855∼1935),육종학의 대가인 우장춘(1898∼1959),최초의 이학박사인 이원철(1897∼1963),세계적인 이론화학자인 이태규(1902∼1992) 선생이 선정됐다. 산업기술의 현대적 초석을 다진 안동혁(1906∼ 전 상공부장관),속성수종 개발로 국토녹지화에 기여한 현신규(1911∼1986),과학기술 관계 법령을 정비한 최형섭(1920∼ 충남대 석좌교수),유행성 출혈열의 병원체와 예방 백신,진단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호왕(1928∼ 학술원 회장) 박사도 15인에 포함됐다.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은 다음달 국립 서울과학관내에 200평 규모로 조성되며 총 30명 내외의 과학기술인이 헌정된다. 함혜리기자 lotus@
  • [CEO칼럼]새 대통령에 바라는 꿈★

    계미년(癸未年) 새해가 다가온다.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면 정말 다사다난했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월드컵 개최,태풍 루사,서해교전,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 등…. 특히 16강 진출을 목표로 했던 우리 대표팀이 4강 신화를 창조하며 온국민의 가슴에 ‘꿈’을 명확히 아로새긴 한해였다.국민들의 가슴에 그토록 꿈에 대한 열정이 숨어있음을 확인한 순간이기도 했다. 또한 진보층과 젊은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그중 압권이다. 이 두가지 사건은 아마도 ‘꿈’이 이루어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일까? 부디 내년에도 “사람은 꿈꾸는 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처럼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기를 기원해 본다. 새 정부,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꿈’이 진정으로 이루어졌으면 한다. 먼저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사심없는 인재가 등용되어 인사문제에 대한 시비가 더이상 일어나지 않는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어느 잡지에서 새 대통령이 사람을 중용하는 데 있어 야전사령관 같은 인재를 중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취지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집무실에 침대를 가져다 놓고 휴일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는 그 사람에게 윗사람들의 평은 좋았음에 틀림없다.하지만 그런 업무형태는 순간순간 위기대처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문제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관료들이 집무실에 침대까지 갖다놓고,선생님이 학생을 다루듯 윗사람이 일일이 하나부터 챙기면 그 조직의 창의력,유동성 등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김영삼정부나 김대중정부에는 이런 형태의 관료들이 많았다고 한다. 대통령이 권위적이고 획일적인 사고를 지니고 있으면 그 조직도 그런 방향으로 물들게 되고,개성을 존중해주고 새로운 미답의 업무를 추진하는 데에많은 노력을 하면 역시 조직의 분위기도 거기에 따라가게 된다.그런 만큼 똑같은 일상업무도 새롭게,경쟁상대보다 더 우월하게 지금보다 더 성과있게 추진되도록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사심없이 수용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새 대통령과 그 주변인물에게 아놀드 토인비의 조언은 여전히참고할 만하다. “모든 젊은 세대는 자신들이 완고하고 보수적이고 편협하고 체면에 얽매이는 보수세대와 다르다고 말하지만 중년이 되면 어느새 그같은 것들에 익숙해진다.” 창조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루어진다.헤밍웨이는 이른 아침 작은 식당에서 주로 집필했고,데카르트는 침대에서 근대철학의 개념을 완성했다.화학자케큘러는 난제에 지쳐 깜박 졸다 꿈속에서 아이디어를 착안,벤젠구조식을 발견했다고 한다. 조직의 기틀은 대통령의 확고한 관(觀)에서 비롯된다. 일본이 철두철미한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번영을 이루었듯이 조직의 리더는 확고한 소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정치관이 확고한 위정자 아래에서 백성이 편안하지,‘사과상자'에 관심을 두면 온 나라가 혼탁해진다. 상명하달,권위주의,계급의식이 팽배한 붕어빵과 같은 획일적 사고 속에서는 성장과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식물은 반드시 흙이 있어야 자란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해 흙이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는 해로운 균을 제공한다는 역발상이수경재배를 창안케 했다. 신바람을 불어넣는 그런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김주형 CJ㈜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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