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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도모미 부모의 한국 사극 사랑/이종수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열린세상] 도모미 부모의 한국 사극 사랑/이종수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한류 덕분인지 대학 캠퍼스에 중국, 일본, 타이완에서 온 유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도모미는 우리 학교 대학원에 유학 온 성격이 밝고 예의바른 일본 여학생이다. 2004년 일본 후지TV에서 방송한 ‘천국의 계단’을 보고 한류 팬이 되었고, 유학까지 오게 됐다. 도모미가 재미있는 얘기를 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여자주인공이 술을 먹고 토하는 장면을 보고 문화적 쇼크를 받았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그 ‘자유분방한’ 한국 여성들의 술 문화가 매우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했다고 한다. 도모미의 부모님 역시 한국 사극 팬이다. 2004년 ‘겨울연가’가 일본 중년층 여성들의 가슴에 뜨거운 불을 붙였다면, 2005년 ‘대장금’, 2007년 ‘주몽’, 최근 ‘이산’에 이르는 한국 사극은 일본의 중장년 남성과 여성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일본 최대 DVD 렌탈숍인 쓰타야(Tsutaya) 집계에 의하면 최근 가장 인기있는 DVD는 한국 드라마이다. 그중에 사극이 30%를 웃돌고 있다. NHK 위성채널에서 방송되는 ‘이산’도 ‘대장금’을 능가하는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도쿄 가까운 곳에 사는 60대의 도모미 부모님들은 한국 사극을 빌려 매일 저녁 함께 보는 게 큰 낙이라고 한다. 가끔 아버지가 혼자 먼저 드라마를 보고 그 내용을 엄마에게 설명을 하면 큰 말싸움이 날 정도다. 열혈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금기시되는 ‘스포일러성’ 정보를 미리 흘린 탓이다. 일본인 부부의 일상 속에 즐거움으로 녹아들어간 한국 사극의 인기를 실감하게 된다. 도모미 부모님이 한국 사극을 좋아하는 이유는 등장 연령층의 폭이 넓고, 순수하고, 폭력이나 선정적 장면이 적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 사극은 일본에서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시청하는 가족 장르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무라이가 주로 등장하는 일본 사극보다 내용이 다양하고, 호쾌하면서 재미있다고 한다. 한국 사극이 일본인에게 다가가는 또 다른 매력은 역동적인 여성 캐릭터의 등장이다. ‘대장금’은 운명을 개척해 가는 밝고 적극적인 여성의 이야기이다. ‘주몽’에는 여성 영웅 소서노가 있고, ‘이산’에는 송연이 있다. ‘선덕여왕’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 주인공들의 매력은 말할 것도 없다. 섬세하지만 강한 여성 주인공, 평화지향적 이상을 펼치는 정치 리더들은 다른 나라 사극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 사극은 시대적 배경은 과거이지만, 담고 있는 미학은 현대적이고 코스모폴리탄적이다. 섬세하고 밀도 있는 감정과 인간관계 묘사, 아름다운 영상과 잘 짜인 스토리텔링 역시 한국 사극의 경쟁력이다. 이것만으로 한국 사극의 붐 전체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왜 일본에서 인기있는 한국 사극이 타이완과 중국에서는 별 인기가 없는 것일까. 해답은 바로 안정된 일본 중장년층에 있다. 국제적인 문화 경험이 많고, 과거 아시아권 역사에 대한 노스탤지어와, 동시에 새로운 감성을 찾는 일본 중장년층의 기호에 한국 사극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반면 중국과 타이완 한류를 이끄는 세대는 인터넷으로 최신 트렌디 드라마를 다운받아 보는 젊은 층이다. 이들에게는 한국의 서구화된 소비문화가 오히려 매력적인 것이다. 이제 한류 드라마는 아시아 지역에서 공유하는 ‘문화 코드’가 되었다. 문화학자 클리퍼드는 “문화는 여행이다.”라고 말했다. 어느 한 곳에서 폐쇄적으로 생겨난 문화는 없다는 말이다. 사람과 문화의 자유로운 이동이 글로벌 시대 대중문화 융합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90년대 말 한류 붐을 지핀 한국의 댄스뮤직과 트렌디 드라마는 서구와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 한국의 ‘퓨전 사극’ 역시 서구의 트렌디한 요소와 여성적 섬세함을 가미하면서 해외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게 됐다. 외국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에서 가족과 동료들이 함께 시끌벅적하게 밥 먹고, 술 마시는 장면이 인상적이라고 한다. 우리에겐 그저 그런 일상이지만, 그들에게는 사람 사는 따뜻한 모습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따뜻함, 외국 문화를 극성스럽게 수용해서 재창조해 내는 역동성, 이것이 외국에서 통할 수 있는 한국 드라마의 인기 요인이 아닐까.
  • [서울광장]영웅은 우리 곁에 있다/함혜리 논설위원

    [서울광장]영웅은 우리 곁에 있다/함혜리 논설위원

    지난달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었다. 안 의사는 조국의 비참한 운명을 보다 못해 침탈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고 의연하고 당당하게 죽음을 맞았다. 어머니가 지어 보내준 하얀 무명옷을 입은 빛 바랜 사진 속의 안 의사는 불굴의 혼을 지닌 진정한 영웅의 모습이었다. 안 의사 유묵 가운데 ‘志士仁人 殺身成仁(지사인인 살신성인)’이라는 글이 있다. ‘지사와 어진 사람은 자기 몸을 죽여 인을 이룬다.’는 뜻으로 논어 위령공 편에서 따왔다. 논어에 나오는 ‘見危致命, 見得思義 (견위치명 견득사의)’는 안 의사가 항상 마음에 새겼던 글귀다. ‘위험을 보면 목숨을 바치고, 득을 보게 되면 옳은 것인지를 생각하라.’는 뜻이다. 성현의 가르침을 익히고 마음에 담아 두었다 해도 실천에 옮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안 의사는 평소의 소신대로 주저함 없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았다. 영웅과 범인의 차이는 여기에 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 자기를 희생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자기 희생의 심오함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어떤 목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함을 깨닫는다면 당신은 그 자체가 결정적인 시험대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자기보존에만 급급한 사고방식을 버리면 진정한 영웅적인 의식의 변형을 경험한다.” 영웅이란 자신보다 더 큰 존재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사람이다. 더 큰 존재는 조국과 민족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으며 정신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기 희생이다. 이번 천안함 침몰사고는 그런 면에서 우리 주변에 많은 영웅들이 있음을 일깨워줬다.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 도중 숨진 고 한주호 준위. 그는 세상이 온통 천안함 사고원인과 책임을 둘러싸고 시끄러울 때 말 없이 얼음처럼 차가운 서해 바다로 뛰어들었다. 한 치의 주저함도 없었다.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실종자들, 그 가족들의 애끊는 마음을 생각하면 한시도 머뭇거릴 수 없었을 것이다. 위험하다는 동료들의 만류도 뿌리친 채, 위험하니까 후배들을 보낼 수 없다면서 자기를 기꺼이 희생했다. 천안함 실종자 수색을 돕고 철수하다 침몰한 금양98호의 선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천안함 침몰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끼며 생업을 포기한 채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또 다른 희생을 불러서는 안 된다면서 구조작업을 중단하도록 결단을 내린 실종자 가족들의 경우도 크나큰 자기 희생으로 봐야 한다. 지금도 서해 사고현장에서는 사선을 넘나들며 칠흑 같은 바닷속으로 뛰어들고 있는 UDT 및 SSU 대원들, 민간인 잠수부들이 있다. 누군들 죽음이 두렵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들은 두려움을 극복하며 임무를 다하고 있다. 침몰된 천안함을 발견하는 데 결정적 단서를 준 어선 선장, 한 준위의 딸을 대구에서 진해까지 태워다 주고 택시비를 받지 않았다는 택시기사,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음에도 천안함 인양작업을 위해 선뜻 해상크레인을 사고해역에 보낸 삼호그룹 등. 어려운 여건에서 자기 희생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이들 역시 영웅이다. 영웅들은 우리들에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용기를 가지라고 가르친다. 위험한 순간에 몸을 아끼지 않는 희생정신, 나보다 남을 아끼는 이타정신, 위험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 애국정신, 전우의 생명을 구하는 동료애. 그들은 너무나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더 큰 목적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 영웅들을 정당하게 예우하는 것은 국가의 몫이다. 그리고 그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잘난 척하는 사람들, 말만 앞서는 사람들,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이들의 자기 희생정신을 우리는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고추수류탄/박대출 논설위원

    ‘2007 뉴멕시코 고추 콘퍼런스’가 열렸다. 개최지는 미국 뉴멕시코 주의 라스 크루세스. 폴 보스랜드 박사가 한 문건을 공개했다. 세계에서 가장 매운 양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고추에 관한 것이었다. 이름은 ‘부트 졸로키아’. 유령고추 혹은 귀신고추로 불린다. 보스랜드 박사는 “너무 매워서 먹으면 혼이 빠진다는 뜻”이라고 했다. 멕시코 주립대 고추연구소의 학자들이 과학전문매체에 공개하면서 세계에 알려졌다. 보스랜드 박사는 2001년 씨를 가져다가 실험용 종자를 키워냈다. 고추의 매운맛을 측정하는 국제단위가 있다. 스코빌척도(SHU)라고 불린다. 1921년 미국 화학자인 윌버 스코빌이 개발했다. 고추엔 캡사이신이라는 성분이 있다. 피부, 특히 점막의 신경 말단을 자극하는 물질이다. 이것의 함유량을 표시하는 게 스코빌 수치다. 2007년까지 고추의 제왕은 ‘빨간 사비나 하바네로’였다. 멕시코산으로 1994년 기네스북에 가장 매운 고추로 등재됐다. 57만 7000스코빌에 이른다. 부트 졸로키아는 인도 동북부 아삼 주에서 재배된다. 기네스 공식 기록은 100만 1304스코빌. 태국고추 혹은 베트남고추는 5만~7만스코빌이다. 청양고추는 4000~1만스코빌이다. 부트 졸로키아의 매운맛은 청양 고추의 100~250배인 것이다. 이것을 2분 동안 60개를 먹은 사람이 있다. 아난디타두타나물구라는 인도 여성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고추는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다. 국내엔 담배 전래와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 들어왔다고 한다. 16~17세기쯤이 된다. 일본 문헌에는 한국에서 일본으로 갔다는 기록도 있다. 임진왜란 때 왜군이 조선 사람을 독살하려고 가져왔다는 설도 있다. 어찌됐든 이후 우리 식생활은 바뀌었다. 강인희 교수는 한국 음식이 완성된 계기로 삼는다. 국내엔 100여종이 있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고추전도사로 나섰다. 관광공사 면세사업단이 태양초 재배업체와 손잡고 코칠리(KOCHILLI)를 개발했다. 한국산 칠리소스다. 한식 세계화의 선두주자로 삼겠다는 포부다. 반면 인도에선 무기 재료로 쓴다. 매운 부트 졸로키아로 수류탄을 개발했다. 대테러 작전용이나 시위 진압용으로 쓸 계획이다. 강한 냄새와 연기로 호흡 곤란을 유발한다. 테러범이나 시위꾼들을 질식시켜도 인체에 무해하다. 인도군은 실전 배치키로 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어디 고추뿐일까. 약과 독은 백지 한 장 차이다. 매사가 하기 나름이다. 박대출 논설위원 dcpark@seoul.co.kr
  • [씨줄날줄] 고추장 등급제/이순녀 논설위원

    한우에만 등급이 있는 건 아니다. 고추장에도 등급이 있다. 한우는 고기의 육질이 기준이지만 고추장은 얼마나 매우냐가 기준이다. 정부가 고추장의 매운 맛을 나타내는 표준규격으로 ‘GHU(Gochujang Hot taste Unit)’를 확정하고 다음달부터 표준 등급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매운 맛의 정도를 숫자 0~100 사이에서 5개 구간으로 나눠 표기한다. 가령 ‘25GHU 이하’는 순한 맛, ‘100GHU 이상’은 가장 매운 맛이고, 그 중간에 있는 ‘25~50GHU’, ‘50~75GHU’, ‘75~100GHU’는 각각 약간 매운 맛, 보통 매운맛, 매운맛을 나타내는 식이다. 고추장 등급에 대한 논의는 2년 전부터 시작됐다. 국내 고추장업계 1·2위인 CJ제일제당과 대상이 한식 세계화를 위해 2007년 3월 한국식품연구원과 매운 맛 표준규격의 공동연구에 나섰다. 그리고 1년3개월 연구 끝에 고추장 맛을 5단계로 등급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등급 구분에는 합의했지만 매운 맛의 단위에 대한 의견은 달랐다. CJ는 매운 맛의 국제단위인 스코빌(SHU)을, 대상은 고추의 매운 맛 성분인 캡사이신의 함량인 ‘PPM(생화학적산소요구량)’을 끝까지 고집하는 바람에 합의는 불발됐다. 이에 따라 대상은 지난 1월부터 PPM단위를 적용한 등급 표시를 하고 있고, CJ도 조만간 독자적인 등급 표시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정부가 절충안으로 GHU를 내놓으면서 단일화의 물꼬가 트였다. 매운 맛의 단위로 널리 알려진 스코빌은 1912년 미국의 화학자 스코빌이 만든 것으로, 고추 추출물을 물로 얼마나 희석해야 매운 맛이 느껴지지 않는지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멕시코 타바스코 소스의 단위로 사용된다. PPM은 고추장에 포함된 캡사이신 성분을 100만분의1단위로 표시한 것이다. 한국식품연구원이 개발한 GHU는 캡사이신 함량을 기준으로 하되, 평균적으로 캡사이신이 얼마일 때 사람들이 맵다고 느끼는지 관능시험한 결과를 반영해 등급을 정했다고 한다. 스코빌 기준으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는 멕시코의 ‘아바네로’ 품종으로 10만~30만 SHU에 이른다. 맵기로 유명한 한국의 청양고추가 1만 2000 SHU이니 상상하기조차 두려운 매운 맛이다.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이들을 위한 희소식. 매운맛을 즉석에서 측정하는 ‘매운맛 센서’가 시중에 곧 선보일 예정이라니 고추 잘못 집어먹었다가 고생하는 일은 줄어들 것 같다. 이순녀 논설위원 coral@seoul.co.kr
  • [씨줄날줄] 비날론의 역설/구본영 논설위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주말 함흥시 2·8비날론연합기업소에서 열린 군중대회에 ‘이례적으로’ 나타났다. 경제 관련 대규모 군중대회 참석은 사상 처음이다. ‘현지지도’는 그가 애용하는 통치술의 일환이다. 하지만 하필이면 왜 비날론 공장이었을까. 아버지인 고 김일성 주석이 유달리 비날론에 애착을 가졌던 사실을 주목해야 할 듯싶다. 비날론은 일제 때인 1939년 이승기 박사의 발명품. 듀폰사의 나일론 개발 이후 2년만에 나온 세계 두번 째 합성섬유였다. 이승기는 연구여건이 좋았다면 한국 화학의 태두격인 이태규 박사와 함께 노벨화학상을 받았을 만한 인재로 꼽힌다. 김 주석은 광복 후 서울대에 몸담다 월북한 그를 그래서 중용했다. 하지만 당시로는 획기적 발명품인 비날론은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 석회석과 무연탄에서 얻은 카바이드가 주원료인 비날론은 가볍고 질기지만, 염색이 잘 안 되는 게 단점이다. 특히 석유가 원료인 나일론계에 비해 생산 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게 치명적 결함이었다. 그런데도 김 주석은 여운형의 아들이자 북한의 또 다른 저명 화학자인 여경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용화를 밀어붙였다. ‘주체섬유’라는 수사와 함께. 질겨서 ‘입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안성맞춤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1961년 세워진 연산 5만t급 생산공장 2·8비날론기업소는 김 주석이 사망한 뒤 1994년 가동을 멈췄다. 연료난 탓이었다. 비날론을 생산하는 데 드는 석탄과 전력 비용이면 중국에서 더 질좋은 섬유를 사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북한은 김 주석의 지시로 평남 순천에 100억달러가 드는 연산 10만t 규모 비날론 공장을 짓다가 이마저 외화난으로 공사를 접었다. 비날론이 버리기도, 취하기도 어려운 북한판 ‘계륵’으로 전락한 형국이다. 김 위원장의 군중대회 참석은 16년만의 비날론 부활을 주민들에게 알린 셈이다. 하지만 비날론 공장의 재가동이 북한경제를 재건하는 버팀목이 될지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생산비용이 제품가보다 비싼 역설을 극복했다는 기술진보의 징후가 없는 까닭이다. 며칠 전 지식경제부는 국방부와 손잡고 최첨단 ‘스텔스 섬유’를 개발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소식을 접하고 북한경제도 회생하려면 계륵 같은 비날론에 연연하기보다는 기술진보의 시계 태엽을 앞으로 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려면 북측은 이제라도 남쪽이나 외부세계에 진정성을 갖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혼자보기 아까운 伊 매력

    혼자보기 아까운 伊 매력

    미켈란젤로의 그림, 아르마니와 발렌티노의 옷, 페라가모 구두, 포모도로 조각, 롬바르디아 지방의 가구와 식탁용 은제품, 입으로 불어서 만드는 유리공예품과 심지어는 파스타와 피자까지…. 각 분야에서 최고의 명품으로 인정받는 이들의 공통점은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란 것이다. 어떻게 이탈리아 스타일이 명품으로 추앙받으며 유명해졌을까. 한국적 아름다움의 세계화를 추진 중인 우리나라로서는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2월20일까지 서울 순화동 한국국제교류센터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이탈리아 스타일-드레싱 홈’은 가구, 조명, 은기 등 이탈리아 디자인의 대표작 180점이 전시된다. 이탈리아 창의력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기회다. ‘이탈리아 스타일’ 전에 소장품을 전시한 조르지오 포르니 사르티라나예술재단 관장은 “이탈리아 사람들은 태어나기를 아름다움 속에 태어난다. 미적 충격이 많은 환경이 창의력의 원천”이라고 설명했다. 루초 잇조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장은 “한국과 이탈리아의 공통된 가치는 ‘전통’”이라며 “전통적으로 이탈리아에서는 예술가와 장인, 순수미술과 공예를 구별하지 않았다. 작가들도 예술을 위한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창의적인 것을 예술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스타일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브 보르도 TV의 패널 디자인은 베니스 무라노 섬의 유리공예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LG전자 역시 이탈리아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디자인한 디오스 김치냉장고, 오븐, 바닥재 등을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디자인하고 알레시사가 출시한 와인 병따개 ‘안나 G’와 그녀의 남자친구 ‘알레산드로 M’을 함께 볼 수 있다. 멘디니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본떠 만든 여성 얼굴 모양의 안나 G는 세계에서 가장 예쁘고 유명한 와인 따개로 명성이 높다. 멘디니뿐 아니라 필립 스탁, 론 아라드,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등 20세기의 스타 디자이너와 건축가 70여명의 디자인 작품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명성을 확립했으며 ‘의자 디자인 역사의 혁명’이라 불리는 ‘사코’는 1968년 처음 만들어져 지금도 팔리고 있다. 캔버스천, 인조가죽과 같은 자루에 폴리스티렌 알갱이로 속을 채운 사코는 사람이 몸을 의자에 구겨 넣는 것이 아니라 의자가 사람의 자세에 따라 변한다. 사코를 베낀 의자가 아직까지 나올 정도로 이 디자인은 관습을 벗어난 대안 가구로 젊은이들의 인기를 모았다. 1960년대 히피문화, 학생 시위가 빈번하던 시대에 30대를 보낸 당시 이탈리아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부르주아의 미적 가치에 도전하며 ‘반(反) 의자’ 개념으로 만들어낸 것이 사코였다. 이탈리아는 전통이 깊고 반도국가라는 점 외에도 부족한 원자재, 다혈질의 국민성 등 우리나라와 닮은 점이 많은 나라다. 원자재가 없어 품질 좋은 수공업으로 고급 가구 시장을 선점한 이탈리아는 산업 사회에서도 다른 나라와의 품질 차별화를 위해 신기술과 소재 개발에 적극적이었다. 화학자인 카스텔리가 설립한 자재 회사 ‘카르텔’은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을 주방 등 가사 공간의 소재로 활용했다. 1964년에는 세계 최초의 플라스틱 의자를 제작해 세계를 놀라게 하며 ‘플라스틱 신드롬’을 일으켰다. 필립 스탁이 디자인하고 카르텔이 만든 의자 ‘라 마리’는 투명한 의자로 큰 화제를 일으켰다. 가볍고 견고할 뿐 아니라 충격에 강하고 쉽게 긁히지 않는다. 현재 이탈리아는 세계 2위의 가구 수출국이며, 브랜드 선호도는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활동 중인 디자이너 여미영씨는 “높은 부가가치를 부여하는 새로운 기술력이 이탈리아인들에게는 진화된 방식의 장인 기술이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길섶에서] 귀인(貴人)/육철수 논설위원

    요즘 들어 대인관계에 무척 신경쓴다. 상대방을 부드러운 표정으로 대하고, 말도 가려서 한다. 예의를 중시하는 편인데 그래도 실수할까 봐 더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특히 소원했던 동료에게는 먼저 인사하고 한마디라도 걸어보려고 애쓴다. 개과천선해 보자고 그러는 게 아니다. 나름대로 깨달음이 있어서다. 최근 중국 문화학자 창화가 쓴 책(인생을 바꾸는 최고의 만남 ‘귀인’)을 읽었다. 그는 인생 곳곳에 귀인이 있다고 했다. 재능을 높이 사 기회를 주는 사람뿐 아니라, 원수 같은 사람이 뜻밖에 은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마에 ‘귀인’이라고 써붙이고 다니지 않는 한, 내겐 귀인을 가려낼 재간이 없다. 그래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깍듯이 대하기로 마음먹었다. 혹시 아는가, 그들 중 누가 나를 돕거나 성공으로 이끌어 줄지…. 하지만 가장 명심해야 할 점. 최고의 귀인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거다. 나부터 노력해야 귀인이 생기는 거지, 인간 같잖은 자를 도와줄 정신 나간 귀인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게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노벨 화학상 美 라마크리슈난·스타이츠, 이스라엘 요나트 공동수상

    2009 노벨 화학상은 미국의 벤카트라만 라마크리슈난(57), 토머스 A 스타이츠(69) 박사와 이스라엘의 아다 E 요나트(70) 박사가 공동 수상했다고 스웨덴 노벨상위원회가 7일 밝혔다. 생화학자인 수상자 세 명은 엑스선 크리스털로그래피(X-ray Crystallography) 기술로 인체의 세포 내 복잡한 단백질 구조를 규명해 낸 성과를 인정받았다. 연구 논문은 요나트 박사는 1980년대, 라마크리슈난·스타이츠 박사는 1999년에 발표했다. 단백질 구조는 30~40년 전부터 연구가 시작됐으나 실타래처럼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어 DNA 구조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사람 몸이 아픈 것도 단백질에 박테리아가 침투,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단백질 구조의 연결을 방해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수상자들은 이 같은 단백질의 일종인 리보솜의 구조를 엑스선 크리스털로그래피라는 기술로 입체화해 찍어 내는 데 성공했다. 한진욱 한양대 자연과학대학 화학부 교수는 “몽타주로 범인을 잡는 것은 쉽지 않지만, 사진으로 범인을 잡기는 쉬운 것처럼 가상으로만 생각했던 단백질의 구조를 구체적으로 밝혀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수상자들의 연구성과는 향후 새로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개발의 문도 활짝 열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수컷 한 마리에 암컷 20마리 어떤 일이?

    수컷 한 마리에 암컷 20마리 어떤 일이?

     수컷 한 마리에 암컷 20마리꼴.  인간 세상에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떨까 싶겠지만 다행히 남태평양의 타히티 섬 등에 사는 남방오색나비 얘기다.이 종은 한국은 물론 동남아 등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유독 타히티 섬에 사는 개체들만 심각한 여초(女超) 현상을 보이고 있다.  ’디스커버리 채널’의 뉴스 사이트 ‘디스커버리 뉴스’는 학명이 ‘Hypolimnas bolina’인 현란한 색깔의 이 나비가 동물학 연구자들의 초미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고 지난 10일(현지시간) 소개했다.언뜻 보면 한 쪽에 행복한 일인 것 같지만 양쪽 성 모두에게 시련이 되기 때문이다.  영국 리버풀 대학의 동물진화학자인 그레고리 허스트 교수는 “암컷 숫자에 턱없이 수컷 숫자가 부족해지면 암컷들은 짝짓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짝을 짓더라도 수컷들이 옮겨 나르는 정자 숫자가 줄기 때문에 2세 숫자가 줄어든다.”면서 “따라서 암컷들은 수컷을 차지하기 위해 심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보통 암컷 나비는 한 마리의 수컷과 짝을 지은 뒤 알을 낳고 일생을 마감한다.특히 호랑나비 암컷은 교미 뒤 수태낭을 만들어 다른 수컷의 접근을 막는 등 정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수컷이 터무니없이 모자라면?  짝을 못 찾은 암컷이 일생을 마감할 것 같지만 상황은 정반대였다.타히티 섬에 사는 암컷은 3~5회 정도 수컷과 교미한 뒤 죽었다.암컷들의 짝짓기 본능이 워낙 강해 수컷들은 지칠 수 밖에 없다.따라서 정자 개체수와 크기가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처음 성비가 균형을 잃게 된 것은 월바키아 박테리아 탓이다.특이하게도 이 박테리아는 난자를 통해 2세에 옮겨지지만 정자를 통해선 옮겨지지 않는다.따라서 암컷끼리는 계속 유전되고 암컷 몸 속의 이 박테리아는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수컷이 배아되면 죽여 버린다.  그러면 타히티 섬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동남아시아와 사모아 섬 등에서는 이 박테리아에 대항하는 ‘억제 유전자’가 대물림돼 성비를 1-1로 맞출 수 있는 반면,타히티 섬에 사는 종에서는 이 유전자가 없어 심할 경우는 100-1 까지의 여초 현상이 나타난다고 허스트 교수는 설명했다.  한편 미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현대 의학의 발전과 여러 요인들 때문에 평균적으로 남성은 100명일 때 여성은 97.1명의 성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그러나 65세 이상 인구의 성비는 여성이 100명일 때 남성은 72.1명으로 확 바뀐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누군 모기에게 물리고 누군 멀쩡한 이유 규명 중

    누군 모기에게 물리고 누군 멀쩡한 이유 규명 중

     한 공간에 있어도 어떤 이는 모기에게 수십 방을 물리고 어떤 이는 멀쩡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인간의 몸에서 발산되는 300~400종류의 화학물질 냄새 가운데 모기의 공격을 유도하는 물질을 규명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일(현지시간) 소개했다.영국의 로담스테드 연구소 연구진은 지난 3월 ‘의료곤충학저널’에 게재된 논문에서 인간의 몸이 발산하는 수십 종의 화학물질 냄새를 특정하기에 이르렀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구가 더욱 진전되면 현재 상용화된 제품보다 훨씬 효과가 뛰어나고 안전한 모기약을 개발할 수 있을 전망이다.  농업 분야 연구소로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이 연구소의 제임스 로간 박사는 “모기들은 허공에 펼쳐진 ‘화학물질의 수프’를 날아다니다 그것들을 끌어다 줄 수 있는 인간의 몸에 안착한다.”며 “만약 인간 몸 냄새의 조화가 잘못되면 모기는 피를 얻을 수 있는 식사 장소를 알아보는 데 실패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미국 농무부 산하 농업연구국의 화학자 울리히 베르니어는 1990년대부터 왜 특정 부류의 사람은 모기 공격을 더 쉽게 받는지를 추적해 특정한 화학물질이 모기의 공격을 더 유발한다는 추론을 내놨다.  그러나 로간의 추론은 다르다.모든 이들이 모기가 좋아하는 물질을 발산하지만 모기로부터 공격을 덜 받는 이들은 모기를 쫓을 수 있는 특정 화학물질을 훨씬 더 많이 발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실험 자원자들을 모기에 쉽게 물리는 쪽과 그렇지 않는 쪽 두 부류로 나눠 2시간 동안 알루미늄 호일로 몸을 감싸게 해 사람 몸에서 나오는 냄새들을 수집했다.그리고 모기의 안테나에 아주 조그만 전자칩을 달아 모기가 화학물질을 인식할 때 발산하는 전기자극을 측정하도록 헸다.  이렇게 해서 연구진은 7~8개의 물질이 모기에 쉽게 물리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를 분류하는 핵심 이유임을 확인했다.  그런 다음 모기를 쫓는 것으로 여겨지는 물질을 자원자들의 손에 바르게 한 뒤 모기가 어느 쪽으로 날아가는지 관찰했다.모기들은 반대 쪽으로 날아가거나 아예 아무런 방향성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에는 모기가 어떻게 사람 피부를 물어뜯는지 지켜볼 차례였다.모기들로 들어찬 상자 안에 자원자들로 하여금 두 팔을 집어넣게 했는데 한쪽에는 모기를 쫓는 물질을 바르게 하고 다른 한쪽에는 아무런 물질도 바르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두 가지 화학물질이 모기의 공격을 물리치는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다.하나는 ‘6메틸5헵틴2-1’이라 이름 붙여졌는데 피부에서 발산된다.다른 하나는 ‘제라니락세톤’이란 물질이다.  로간 박사는 그러나 특허를 추진 중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물질을 밝힐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밖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리버사이드 캠퍼스 연구진은 지난 주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에서 파리와 모기가 이산화탄소를 감지하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분자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모넬화학감각센터 연구진도 피부와 혈액의 맛이 인간을 물어뜯는 곤충의 행위를 유발하는지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고교 교과목 쉽게 구성, 완전학습 지원해야”

    “학교 교육을 상대방이 아닌 자신과의 경쟁으로 해야 한다.”(곽병선 한국교육학회 회장),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교육과정 개편작업이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 한나라당 정책위원회와 박영아 의원 주최로 1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교육과정 개편에 관한 미래교육 국민대토론회’. 미래형 교육과정 개편 방향에 대한 두 발제자의 상반된 시각이다. 화학자인 이 교수는 “6차 교육과정 때문에 자녀들 교육시키기가 매우 힘들었다.”면서 교육학자 중심의 교육과정 개편의 편향성을 질타했다. 곽 회장은 “현행 9등급 고교생활기록부는 교육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며 내신 절대평가로의 전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고교까지의 교과목 내용은 쉽게 구성해서 누구나 학습에 집중하면 완전학습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고 밤새워 공부하는 것은 대학에서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모든 초·중등학생의 평생을 좌우할 교육과정을 결정하는 일에 대해 감히 꿈꾸기 어려울 정도로 과감한 계획”이라고 졸속성을 꼬집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인물화 속 그녀들의 보석과 러브스토리

    인상파 화가들이 나타나기 전인 19세기 이전 그림은 주문생산품이었다. 왕족이나 귀족들이 자신의 모습을 후대에 알리거나, 맞선용 선물로 초상화가 제격이었다. 그렇게 그려지는 초상화에는 인간의 육체뿐만 아니라 부와 권력· 권위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거대한 보석과 화려한 의상이 등장했다. ‘그림에서 보석을 읽다’(원종옥 지음, 이다미디어 펴냄)는 15세기부터 현재까지 인물화에 나타난 보석과 그 보석에 얽혀 있는 러브 스토리를 보여준다. 이를 테면 나폴레옹은 그의 첫부인 조세핀과 두 번째 부인 마리 루이스에게 모두 에메랄드 세트를 선물한다. 에메랄드는 ‘정절’의 의미다. 클레오파트라는 연인 안토니오를 유혹하기 위해 만찬에 초대한 뒤, 1개를 팔면 15개 국가를 살 수 있는 진주를 식초에 녹인 식사를 제공해 뜻을 이뤘다. 세종대 화학과 교수인 저자는 “화학자의 눈에 보석은 생성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화학물질일 뿐”이라며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빈국립박물관에서 만난 명화와 명화 속의 보석을 통해, 보석이 ‘화학의 꽃’이라는 점을 이야기 하고 싶다.”고 말한다. 1월 가넷, 4월 다이아몬드, 11월 토파즈 등 월별 12개의 탄생석을 보석의 화학구조 등과 함께 소개했다. 그림 해설이 평론가 수준. 1만 6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과학, 연극을 만나다

    과학, 연극을 만나다

    국내에 과학연극이 처음 소개된 건 2002년이다. 세계적인 유기화학자 칼 제라시와 노벨화학상 수상자 로알드 호프만이 공동집필한 희곡을 김광보 연출가가 무대에 올린 ‘산소’가 그 시작이다. 과학이론과 과학자를 다루는 만큼 ‘그들만의 언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막이 오른 뒤 깨끗이 사라졌다. 학계는 물론이고 일반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모든 연극은 결국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이란 당연한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 준 것이다. 이후 ‘코펜하겐’, ‘과학하는 마음3-발칸 동물원’ 등 과학연극들이 간간이 소개됐다. 두산아트센터의 ‘과학연극 시리즈’는 그동안 소개된 해외 과학연극 세 편과 국내 창작 초연작 한 편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흥미로운 기회다. 첫 주자인 ‘과학하는 마음3-발칸동물원 편’(연출 성기웅·24일~4월12일)은 일본 극작가 히라타 오리자의 ‘과학하는 마음’ 3부작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2010년 생명과학 실험실을 배경으로 젊은 과학도들의 일상과 대화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뇌 연구와 영장류 연구, 생명윤리의 문제 등 현대과학의 다양한 주제들을 다룬다. ‘산소’(김광보 연출·4월21일~5월10일)는 노벨상이 제정된 1901년 이전의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수상자를 선정한다면 누가 그 주인공이 됐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2001년 스웨덴 왕립 과학 아카데미는 노벨상 제정 100주년을 맞아 이른바 ‘거꾸로 노벨상’ 계획을 세우고 산소의 발견과 관련된 과학자 세 명을 후보로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인다. 영국 극작가 마이클 프레인의 ‘코펜하겐’(연출 윤우영·5월19일~6월7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폭탄을 만들었던 핵물리학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과학원리와 과학자들의 인간적인 고뇌를 보여준다. 불확정성 원리로 유명한 독일 과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와 덴마크 물리학자 닐 보어를 중심으로 극이 진행된다. 극작가 배삼식의 ‘하얀 앵두’(김동현 연출·6월16일~7월5일)는 지질학, 원예학을 바탕으로 삶의 원형성과 시간의 순환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진화론 vs 종교’ 석학들의 반박 인터뷰

    과연 인간은 어디에서 왔을까. 인간은 신의 성스러운 창조물인가, 아니면 원숭이의 후예인가. 1859년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진화론을 주장한 지 올해로 150주년이지만, 진화론과 종교 간 인간 기원 논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EBS 다큐프라임 2부작 ‘신과 다윈의 시대’(연출 서준)는 지난하게 이어져 온 진화론과 종교 간의 논쟁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진화론 논쟁의 핵심에 서 있는 세계적 석학들의 인터뷰를 소개하고, 국내 최초로 진화론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공개한다. 9일 오후 9시50분에 방송하는 1부 ‘신의 과학, 진화를 묻다’는 1990년 진화론의 대척점에서 진화론을 정면으로 반박한 ‘지적설계론’을 소개한다. 지적설계론은 생명이 진화의 결과가 아니라 초월적 존재의 설계물임을 과학적 언어로 입증하려는 이론이다. 제작진은 이 이론의 핵심에 서 있는 생화학자 마이클 베히, 수학자 윌리엄 뎀스키 등의 주장을 들어본다. 또 지적설계론에 반대하는 진화학자 스티브 존스, 제리 코인 교수의 주장도 함께 카메라에 담았다. 10일 2부 ‘진화론, 신을 묻다’는 종교에 대한 진화론의 입장과 이를 반박하는 의견을 들어보고 둘 사이 소통을 모색해 본다. 현대 진화학의 선두에 서서 종교 부정의 흐름을 이끌어 가고 있는 리처드 도킨스와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등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종교 입장에서 진화론을 반박하는 학자들도 만난다. 복음주의 신학자 알리스터 맥그라스, 종교철학자 앨빈 플란팅가 등의 육성도 카메라에 담았다. 또 설문조사를 통해 불교, 천주교, 개신교 등 종교에 따라 차이가 나는 진화론에 대한 입장을 소개하고, 그 이유를 분석한다. 진화론과 창조론 교육방침에 대한 내용도 공개한다. 제작진은 “진화론과 종교, 양측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들어보고, 둘 사이의 바람직한 소통을 모색해 보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한국의 스티븐 호킹 꿈꿔요”

    “한국의 스티븐 호킹 꿈꿔요”

    손, 발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희귀병에 걸린 고교생이 조기졸업 끝에 포스텍에 진학해 화제다. 올해 안양고를 졸업한 백민우(사진 오른쪽·18)군이다. 백군은 2500명 가운데 한 명꼴로 발생한다는 유전적 희귀병 ‘샤르코마리투스병(CMT)’을 앓고 있다. 이 병은 운동신경이나 감각신경이 특정한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손상되는 질환이다. 백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체육시간은 홀로 보내야 했고 수학여행도 가지 못했다. 특히 초등학교 때에는 반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해 전학을 보내달라고 했을 정도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계단의 난간을 잡고 2, 3층 교실에서 수업을 했으나 증세가 심해진 중학교 시절부터는 1층 교실만 이용했으며, 현재는 전동 휠체어에 몸을 맡기고 있다. 백군은 누나가 도전했다 실패한 포스텍 입학을 위해 고교 2학년 때 대학교재를 가지고 화학을 독학으로 공부했고, 그 실력을 인정받아 조기졸업자로 올해 포스텍에 입학했다. 그는 한 번도 과외를 받거나 학원에 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 사이에서 백군은 늘 상위권을 유지했다. 펜을 잡고 제대로 필기하기도 어려운 상태지만 독학으로 토익 910점과 텝스 880점 등 우수한 영어성적을 올렸다. 그 뿐만 아니라 중3 때에는 일반인들조차 힘들어하는 한자능력검정시험에서 최고 등급인 ‘사범 자격증’도 땄다. 백군의 눈물겨운 노력도 노력이지만 어머니의 도움도 컸다. 한자강사로 일하는 어머니 권용실(왼쪽)씨는 “민우가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해 1주일에 7~14권씩은 도서관에서 빌려주었고 영어단어 쪽지시험 감독을 하거나 한자공부도 꾸준히 시켰던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고교에 들어와 화학의 재미에 빠졌다.”는 백군의 장래 희망은 화학자의 길을 걷는 것이다. 그는 “아직까지 화학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어떤 분야에 특별히 더 관심을 가질 것도 없이 모든 분야가 다 재미있게 느껴져요. 그렇기 때문에 중·고교 시절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제가 어떤 화학자가 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볼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스티븐 호킹 박사의 ‘시간의 역사’와 같은 기초과학도서도 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포스텍 김무환 학생처장은 “미국 유학시절 가장 존경했던 교수님도 백군과 같은 병을 이겨내고 훌륭한 학자로 우뚝 섰었다.”면서 “백군은 장애가 있어 일반인들보다 갑절은 더 노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의 도움 없이 탁월한 실력을 보인 데 대해 특히 놀라웠다.”고 말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중국판 황우석 사태?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중국 과학계가 ‘중국판 황우석 사태’를 연상케 하는 논란으로 시끌벅적하다. 지난 2일 산둥(山東)성 줄기세포공정기술연구센터 리젠위안(李建遠)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결과 때문이다. 리 교수팀은 파킨슨병 투병환자의 림프세포에서 채취한 체세포 등을 이용, 모두 5개의 복제세포를 만들어 낭배(囊胚)까지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리 교수팀은 실험 과정에서 3차원 편광 방추체 형성 시스템, 전기 및 화학자극 병행을 통한 핵치환 등 첨단기술을 응용해 국제 공인을 받았으며 세계 최초로 파킨슨병 환자의 복제 낭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파킨슨병, 백혈병, 암 등 난치병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논문은 지난달 27일 국제학술지인 ‘복제와 줄기세포(Clon ing and Stem Cells)’ 인터넷판에도 게재됐다. 모든 과정이 황우석 박사의 성공기와 비슷하다.하지만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리 교수팀이 실제로 중국 최초로 인간체세포 복제에 성공한 것인지, 논문을 게재한 학술지가 진짜 국제적 권위를 갖고 있는지 등의 의혹에 이어 마침내 리 교수의 학력위조 의혹까지 제기됐다.그의 근무처 홈페이지에는 1999년 미국 노벨의학연구센터로부터 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되어 있지만 출국한 기록이 없는데다 노벨의학연구센터의 실체도 불분명하고, 통상적으로 미국은 연구센터에서 박사학위를 수여하지 않는다는 것.이같은 의혹에 대해 리 교수가 “나중에 다시 말하자.”며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과기부와 위생부 등 정부기관이 리 교수팀의 연구성과 등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stinger@seoul.co.kr
  • 英 최고령 ‘세 쌍둥이 할아버지’ 81세 생일

    영국에서 가장 나이 많은 세쌍둥이 할아버지들이 81세 생일을 맞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에 소개된 아이드월, 아이버, 모건 류엘린 등 세 할아버지는 지난 1928년 영국 웨일스지방에서 같은 날 함께 태어난 쌍둥이 형제들이다. 올해로 81세가 된 할아버지들은 여전히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을 유지하며 지난 21일(현지시간) 술집에서 함께 생일파티를 열었다. 자식과 손녀들의 축하를 받은 할아버지들은 “함께 서로의 생일을 축하할 수 있어서 기쁘다. 평생 함께 생일파티를 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광부 아버지와 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세 할아버지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마을의 유명인사였다. 거의 똑같이 생긴 외모의 형제들은 한마을에 살며 돈독한 우애를 다졌기 때문. 아이드월 할아버지는 “부모님이 입혀준 똑같은 옷을 세명이 입고다니며 학교에서는 ‘세쌍둥’(Trip)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며 “형제들과 좋아하는 음식과 관심사가 같아서 늘 친구처럼 몰려다녔다.”라고 어린시절을 회상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류엘린 할아버지 세쌍둥이 형제는 영국에서 가장 나이 많은 세쌍둥이 형제로 알려졌다. 현재 아이드월, 아이버 할아버지는 채광측량사로 일하고 있고 모건 할아버지는 산업화학자가 됐다. 할아버지들은 “가까운 거리에 살며 서로에게 늘 기쁨을 주기 때문에 저절로 젊음이 유지되는 것 같다.”면서 “오래도록 우애를 나누는 세형제가 되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깔깔깔]

    ●돈 꿔주면 안 되는 사람 수학자:돈 받으러 가면 돈을 갚기는커녕 갚든 안 갚든 마찬가지라는 점을 수학적으로 증명해 보인다. 물리학자:수학자가 세운 이론을 실험으로 검증해보고, 이론이 틀렸다는 게 확실하지 않으면 갚지 않는다. 화학자:돈과 성분이 똑같은 물질로 대신 갚을 가능성이 있다. 생물학자:자기가 아니라 복제인간이 돈을 빌렸다고 우긴다. 천문학자:다루는 숫자가 보통 조 단위이다 보니 1억원과 1원을 똑같이 취급한다. 통계학자:자기 하나 안 갚아도 전체 신용불량자 비율에는 영향이 없다고 생각한다.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 4가지 1. 옷장 안의 밍크 2. 차고 안의 재규어 3. 침실 안의 호랑이 4. 이 모든 것을 사줄 남자
  • [서울광장] ‘녹색성장’에 올인해야 하는 이유/ 노주석 논설위원

    [서울광장] ‘녹색성장’에 올인해야 하는 이유/ 노주석 논설위원

    전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경제위기 앞에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제시한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이 숨을 죽이고 있다. 경제난 수습에 코가 빠진 기업인이나 관료들도 한동안 구세주처럼 떠받들던 녹색성장이라는 ‘그린오션’을 잠시 잊은 듯하다. 하지만 녹색성장은 결코 망각할 명제가 아니다. 멀리 있지도 않다. 녹색성장(Green Growth)은 환경이 경제성장을 선도하고, 성장이 환경을 개선하는 선순환의 발전양식이다.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이 환경보전을 ‘전제’로 했다면 녹색성장은 환경보전을 ‘동반’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는 저탄소 정책이고, 에너지 고갈에 대비한 대체에너지 개발정책이다. 작금의 경제위기는 지구온난화·에너지 고갈 때 입을 미래의 재앙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스턴보고서’를 통해 세계를 경악하게 한 영국의 기후변화학자 니컬러스 스턴은 “지구온난화가 치유되지 않으면 세계 경제성장률이 20%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05년 유사이래 처음으로 석유공급이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오일피크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꼭대기에 서있다. 석유는 40년, 가스는 58년의 가채굴 기한이 남아있을 뿐이다. 스웨덴은 2006년 깜짝 놀랄 만한 계획을 발표했다.2021년부터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최초의 ‘탈석유 경제구상’을 밝힌 것이다. 일본도 지난해 ‘후쿠다 비전’을 통해 2050년까지 1990년 수준의 50%를 감축하겠다는 구체적 목표수치를 제시했다. 영국은 ‘그린혁명’, 프랑스는 ‘에코뉴딜’, 독일은 ‘제3차 산업혁명’ 등 이름만 다른 새로운 국가발전 패러다임을 각각 내놓았다. 바야흐로 ‘녹색 레이스’(Green Race)가 시작됐다. 우리 사정은 어떨까. 지난 100년간 한반도의 기온은 세계 평균기온 상승(0.74도)에 비해 두 배나 높은 1.5도나 올랐다.1990년부터 2005년까지 15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도 두 배 증가했다.OECD국가 중 배출률 1위다.2013년 시작되는 ‘포스트 교토의정서체제’에서 의무감축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재앙’이 기다리고 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그러나 대비는 굼뜨고 대책의 강도는 무디다. 예측 시나리오나 액션 플랜,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치나 실행기구도 없다. 녹색 레이스의 필요성을 이제 ‘인지’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등 관련 부처를 아우를 컨트롤타워도 없다. 관련 부처와 기관들은 각개약진하고 있다. 실적용, 생색내기용 대책만 중구난방으로 쏟아낸다. 집권초기 유행이 지나도 한참 지난 자원확보외교에 열을 올리며, 헛다리 짚느라 시간과 돈을 허비했다. 녹색성장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의 문제다. 늦었지만 청와대가 여러 부처로 흩어진 추진체계를 일원화한 녹색성장위원회(가칭)를 대통령직속기구로 출범시키겠다고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대한민국호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정부의 단호하고도 과감한 리더십 발휘가 절실하다. 이참에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짜 로드맵을 제시하고 생활속 탄소배출 않기를 ‘제2의 새마을운동화’하라. 대운하 백지화 이후 방향타를 잃은 ‘이명박정부’의 호칭을 ‘녹색성장 정부’로 선언해 올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위기가 곧 기회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올 노벨문학상 르 클레지오·송기정 교수 대담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올 노벨문학상 르 클레지오·송기정 교수 대담

    ‘욘사마’,‘대장금’으로 아시아 전역을 뜨겁게 달궜던 한류. 한류는 배용준이나 이영애 등 특정 배우와 잘 짜여진 한두 편의 드라마로 이뤄진 ‘찻잔 속의 태풍’에 만족해야 하는가. 수많은 문화학자들의 우려처럼 고작 200년에 불과한 역사를 가진 미국 문화의 침투에 반만년 동안 쌓아온 우리 문화가 속절없이 종속되어야 했던 그 불행을 그대로 답습해야 하는가. 서울신문은 이화여대 인문학부 송기정(51) 교수의 주선으로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한국을 가장 잘 아는 지성’으로 꼽히는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와 이메일·전화 인터뷰를 갖고 한국 문화의 현주소와 장단점, 그리고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한국 문화가 종속을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시각을 갖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봤다. 송기정 교수가 사회자 겸 대담자로 나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르 클레지오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것은 노벨상 수상이 결정된 이후 최초다. 르 클레지오는 “어느 특정 문화의 우수성을 고집하기보다는 자신의 문화가 다른 문화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게 될지를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면서 “한국이 가지고 있는 문화는 어떤 종류의 문화에도 굴종되지 않을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 한국 문화의 위상은 어떤가 송기정 교수(이하 송기정) 세계 10위권의 경제력만큼이나 한국의 위상은 급변해 왔다.1980년대 초반 프랑스에 처음 유학갔을 때만 해도 아무도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한국전쟁을 기억하는 사람들만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는 유럽은 물론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남미의 오지를 가도 모두가 한국을 알고 있다. 특히 삼성,LG, 현대로 대표되는 하드파워 이외에 소프트파워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쩍 신장된 느낌이다. 대표적으로 한류(韓流)를 꼽을 수 있다. 한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르 클레지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과 가끔 활동하는 미국에서도 영화 등을 통해 한국 문화는 여러 경로로 접할 수 있으며, 일부 계층에서는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한국문화가 아시아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는 한국의 문화가 각국 문화에 여러 가지로 영향을 미치려는 바람직한 현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은 과거 전 세계를 군사는 물론 경제·문화적으로 획일화하려고 했던 제국주의적인 움직임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한류는 두 가지 이상의 이문화간 상호관계성(interculturality)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송기정 역사적으로 보면 아시아 문화는 유럽에서 시대별로 큰 조류를 형성할 정도로 관심의 대상이 돼 왔다.18세기에는 중국의 사상들이 유럽인들의 선망의 대상이었고,19세기에 유럽은 일본에 사실상 미쳤다고 할 정도로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고흐나 모네 같은 화가들은 일본문화의 영향을 받아 새로운 스타일을 확립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유럽인들은 지금도 일본을 굉장히 문화적 수준이 높고 잘사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문화가 유럽을 비롯한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것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르 클레지오 한국문화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성’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서 설명할 수 있다. 미술을 비롯한 예술과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음식문화에 있어서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전통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반면 영화로 대표되는 대중문화와 건축물에 있어서는 어느 나라 못지않은 현대적 개념이 퍼져 있다. 두 문화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문학이다. 실제로 한국의 문학작품 중에는 일본의 한국점령과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이 유난히 많은데 이는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가르는 기준에서 이 두 사건이 어떤 형태로든 중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는 가능한가 송기정 문화를 이루는 근간이 되는 문학에 대해 얘기해 보자. 문학의 세계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언어다. 영어권이나 프랑스어권의 경우에는 이같은 문제를 못 느낄 수 있지만 작가가 쓰는 대로 읽히는 것과 번역을 통해 다시 가공돼야 하는 경우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같은 문제는 요즘의 젊은 번역가들이 체계적으로 공부해 한국 문학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한국의 번역가가 아무리 잘 하더라도 프랑스나 영어권에서 그 문화를 정확히 이해해 ‘번역의 묘’를 조절해주는 사람이 필요한 만큼 철저한 공동작업이 돼야 한다.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어떤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르 클레지오 한국문학을 많이 접해 본 사람으로서 한국문학이 세계 시장에서 소외받고 있는 현실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단언할 수 있다. 작가들이 번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외국 비평가들을 대상으로 한 접근 방법도 찾아야 한다. 내가 구상했던 방향은 한국 문학의 확산과 번역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위상을 정립하도록 도운 다음 정기적이고 친밀한 한·프랑스 문학교류를 이루는 것이었다. 프랑스 입장에서는 한국시인과 소설가를 지속적으로 초빙해 대학에서 여러 강의를 맡겨야 한다. 이는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프랑스에 분명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송기정 평소 한국 문학을 많이 읽고 즐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읽어본 작품 중에 특히 좋아하는 것들이 있는가. 르 클레지오 세대 차이의 영향 때문인지 개인적으로 이승우 같은 작가의 작품에 친숙함을 느낀다. 그러나 한국 문학계의 젊은 조류, 예컨대 현실주의나 유머감, 과거 전쟁세대들과의 일정한 거리감 유지 등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송기정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해 보자. 프랑스 등 문화가 발전한 것으로 평가받는 나라들은 예외없이 읽기와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많은 분야의 책을 읽도록 유도하다 보니 논리적인 사고와 창의적인 사고가 동시에 만들어지는 것 같다. 대중문화의 확산에서는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지만 과학과 인문학을 망라해 가장 많은 신이론을 만들어내는 것은 여전히 유럽이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한국은 한글을 읽고 쓰는 데 대해 너무 소홀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르 클레지오 한글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모든 글자를 읽을 수 있고 쓰기도 한다. 전 세계를 돌아다녀 본 사람으로서 한글은 정말 대단히 과학적인 언어이자 한국만의 문화를 담고 있다. 한국어의 ‘정’ 같은 표현은 어떤 프랑스어로도 100% 완벽한 번역이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영어 공용화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언어는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가장 큰 가치다. 또 그 나라의 국제사회에서의 위치나 영향력과는 전혀 상관없이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보편적 가치이기도 하다. ●한국 문화가 지켜야 할 가치는 어떤 것인가 송기정 프랑스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문화대국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 프랑스 문화에서 배울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르 클레지오 프랑스와 한국은 국제관계나 경제적 힘, 그 규모에 있어 동등한 수준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두 나라가 공통적으로 크기에 비해 강력한 문화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문화의 침투는 두 나라 모두 겪고 있는 현상인데,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이웃의 거대 문화권인 중국, 일본의 영향력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 송기정 전 세계적인 문화의 융합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인 것 같다. 자국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 못지않게 타문화를 수용하는 것도 중요하고, 문화를 수출하는 것 또한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이 세 가지를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르 클레지오 세 가지는 결코 각기 다른 부분이 아니다. 이종간 문화의 융합은 인류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다른 문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고립되거나 외국의 문화를 순화시켜 받아들이기 위한 장벽을 설치하는 노력은 아무 의미가 없는 짓이다. 문화는 물과 같아서 늘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선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문화를 자유롭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새로 들어온 문화에 정복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 한국은 당연히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한국 문화가 외국 문화와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펼칠지 기대된다. 정리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르 클레지오는 누구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68)는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가장 위대한 작가’로 불린다.1940년 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나 니스 대학을 졸업했다. 유년시절을 아프리카에서 보냈고 멕시코, 미국 등지를 끊임없이 돌며 경험을 쌓아 세계 각국의 문화에 대해 폭넓은 조예를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에 대해 “인간성 탐구, 관능적 환희, 시적 모험, 새로운 출발의 작가”라는 평가를 내렸다. 대표작으로 ‘사랑하는 대지´,‘도피의 서´,‘전쟁´,‘거인들´,‘사막´,‘조서´ 등이 유명하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이화여대 통역대학원 초빙교수를 맡아 강의를 진행했다. ●주요연보 ▲1940년 4월13일 프랑스 니스 출생 ▲1960년 니스 대학 졸업 ▲1963년 첫 소설 ‘조서(調書·Le Proces-verbal)´로 르노도 상 수상 ▲1964년 앙리 미쇼 연구로 프랑스 엑상프로방스대 석사 학위 취득 ▲1980년 ‘사막´ 발표.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수여하는 폴 모랑상 수상 ▲1994년 ‘리르’誌 선정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 작가’ 선정 ▲2001년 한불 작가 교류 행사로 한국 방문 ▲2002년 미국 뉴멕시코대 불문학과 미술사 교수 ▲2007~2008년 한국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초빙교수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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