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화폐
    2026-04-05
    검색기록 지우기
  • 우승
    2026-04-05
    검색기록 지우기
  • 겨냥
    2026-04-05
    검색기록 지우기
  • 목욕
    2026-04-05
    검색기록 지우기
  • 용서
    2026-04-0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9,954
  • 금융위기 대응 3대 블록화 구축

    남유럽 발 재정위기를 진화하기 위해 유로권 국가들이 5000억유로(약 7200조원) 규모의 금융시장 안정기구를 설립하기로 함에 따라 아시아·유럽 등 주요 경제권역별로 역내(域內) 금융지원 시스템이 갖춰지게 됐다. 앞서 3월 아시아에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 체제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EU, 보증한도 최대 5000억유로 물론 ‘팍스 아메리카나’의 맹주인 미국의 주도 하에 구제금융 재원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3대 축을 이루는 아시아와 유럽이 자체 금융 안정기구를 만들었다는 데 상당한 의미를 둘 수 있다. 장기적으로 아시아통화기금(AMF), 유럽통화기금(EMF) 설립으로 가는 첫 단추를 꿰었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 9일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에서 의결된 ‘유럽 금융시장 안정기구’는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의 재정 부실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구성됐다. IMF처럼 각 나라가 직접 돈을 추렴해 하나의 기금재원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고 위기상황에 있는 국가들이 돈을 빌릴 때 빚보증을 서주는 형태로 운용된다. 보증을 설 때에는 재정 삭감, 금리 조정, 기업 구조조정 등 지원 대상국에 다양한 조건이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각국이 보증 설 수 있는 최대 한도는 최대 5000억유로로 정해졌다. 당초에는 IMF도 2500억유로 규모로 참여한다고 알려졌지만 이는 잘못된 보도였다. 구제금융 기금을 만들지 못하고 빚보증 형태로 한 것은 독일, 프랑스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자금을 출연할 능력이 있는 나라가 많지 않은 데다 1992년 유로화 창설 조약(마스트리히트조약)에서 역내 구제금융을 금지(no bail-out clause)했기 때문이다. ●CMI, 단기차입 통화스와프 방식 ‘아시아판 IMF’로 불리는 CMI 다자화 체제는 아시아권 공동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로 지난 3월24일 발효됐다. 1990년대 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일본이 AMF 창설을 주장했지만 IMF의 반대 등으로 일축된 뒤 느슨한 형태의 공동기금 상호협력 체제가 논의되다 10여년 만에 결실을 봤다. 한국·중국·일본에 아세안 10개국이 참여한 ‘아세안+3’ 국가들이 위기 때 최대 1200억달러 한도 안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체제다. 단기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을 때 신속하고 체계적인 달러 지원을 통해 역내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자는 게 목적이다. 직접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자국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달러를 단기 차입하는 통화스와프 방식이다. 화폐의 맞교환이기 때문에 IMF처럼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것과 같은 간섭도 없다. 어떤 나라가 달러화 자금을 요청하면 1주일 내 회원국 3분의2의 찬성으로 지원을 결정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유럽에서 EMF를 만들려면 기존 조약을 수정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찬반 격론 및 국가별 비준 등이 필요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번 금융시장 안정기구의 설립이 궁극적으로 EMF 설립으로 가는 첫걸음을 뗀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유럽발 금융쇼크] 유럽 단일화폐체제 태생적 모순 5가지

    한국은행은 그리스·포르투갈 등의 재정 위기가 다른 유로존 국가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럽 경제가 단일 화폐를 쓰는 유럽경제통화동맹(EMU)을 출범시키면서 안게 된 5가지 모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흥모 한은 해외조사실장은 7일 “EMU는 괜찮은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가 무리하게 뒤섞인 탓에 역내 불균형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했다.”고 말했다. ①환율 경보기능 상실 유로지역 내 국가 간 불균형이 발생한 것은 모든 회원국이 같은 환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국가 간 격차가 확연한데도 ‘유로’라는 공동통화를 사용하려고 같은 환율을 적용하다보니 환율이 위기를 경고하는 ‘조기 경보’ 기능을 못 했다는 것이다.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3개국의 상품수지는 2008년 한 해 동안 독일에 대해서만 400억달러를 넘는 적자를 냈을 정도다. ②자급자족 구조 실물과 금융 부문의 지나친 ‘자급자족형’ 구조가 위기의 전염 효과를 증폭시켰다. 역내 상품 교역량이 역내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EMU 출범 당시 28%에서 10년 만에 33%로 높아졌다. ③제각각 재정정책 같은 통화를 쓰면서 재정정책은 국가별로 제각각 운용된 것도 경제불안을 가속화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을 결정하고 회원국 정부가 재정정책을 결정하다 보니 금리와 재정이 엇박자를 냈다는 것이다. ④무리한 정치적 고려 그리스 등과 같은 재정 부실국가에 대한 규제가 느슨하고 조세 기반이 취약한 국가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정치적 고려도 문제였다. ⑤부도 비상대책 전무 회원국이 부도에 직면했을 때 써야 할 비상대책도 없었다. 이 실장은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미국은 대외 불균형이 심해도 당장 문제가 불거지지 않지만 남유럽 국가들은 그럴 수 없다.”면서 “그리스 사태가 수습되더라도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화폐 둘러싼 음모론의 집대성

    “인간은 합리적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라는 한 심리학자의 말처럼, 음모론이란 크나큰 외부 충격을 견뎌내야만하는 인간이란 존재에게 꽤 쓸모 있다. 저 너머 어딘가에 세상만사를 종속변수로 부릴 수 있는 전지전능한 자가 있어 이 모든 걸 뒤에서 조정했다고 설명해버리면 피동적인 무력감을, 능동적인 분노로 바꿀 힘을 얻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언했다 해서 화제를 모았던 ‘화폐전쟁’의 후속작 ‘화폐전쟁2-금권천하’(쑹홍빙 지음, 홍순도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는 여지껏 흘러다닌 음모론의 집대성이다. 따라서 프랑스혁명에서 1·2차 세계대전, 나치즘의 발호와 이스라엘 건국 등의 세계사적 사건을 로스차일드, 블라이흐뢰더, 호펜하임, 베어링 등 유대계 금융가문의 음모로 해석하는 앞부분은, 음모론에 익숙한 독자라면 그냥 건너뛰어도 무방하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1983년 대한항공기 피격사건이 로렌스 맥도널드 미국 하원의원을 제거하기 위한 금융 엘리트의 소행이라는 주장 정도다. 국가주권이라는 미국 건국이념에 충실했던 맥도널드를 제거하기 위해, 당시 그가 탔던 대한항공기를 폭파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주권이 왜 문제가 됐을까. 금융엘리트들의 궁극적 목표는 세계 단일화폐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 구체적 이행시점으로 2024년을 제시하기까지한다. 저자가 보기에 앨런 그린스펀 전(前)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금융위기 징후를 알면서도 이를 방치했다. 이유는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다. 파산상태에 다다른 미국이 차라리 달러화를 과감하게 포기해 그동안 쌓인 빚을 시원스레 털어내려 했다는 것이다. 1971년 베트남전과 석유파동으로 불어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미국이 금()본위제를 기반으로 했던 브레튼우즈체제를 일거에 붕괴시켰듯이. 고전적 자유시장 논리에 충실해 중앙은행에 대한 거부감이 극심했던 미국이 거듭되는 금융공황 때문에 1907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라는 기형적 중앙은행을 마지못해 출범시켰듯이. 그러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고, 그게 바로 세계 단일통화라는 주장이다.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기축통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이 비축해둔 금 8100t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금 3400t이다. 그러나 미국 채권을 많이 보유해 돈을 떼일 위기에 놓인 국가들, 금 보유량이 절대 부족한 국가들은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 남는 것은 한판 승부다. 저자는 가장 중요한 이 문제에 대해 정작 “누가 진정한 승자가 될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고만 할 뿐이다. 2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열린세상]상하이 불꽃놀이 구경만 할 것인가/오영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열린세상]상하이 불꽃놀이 구경만 할 것인가/오영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쪽잠이나마 청하려고 비행기의 좌석 등받이를 뒤로 뉘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쏘아 올려진 폭죽의 불꽃은 화려했지만 그 재가 가슴에 떨어진 듯 답답했다. 전날 상하이 엑스포 한국기업연합관 개막식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이었다. 지난달 30일 저녁, 3㎞가 넘는 황푸강변에서 벌어진 엑스포 개막행사는 300여종의 폭죽 10만여발이 도시 전체를 불꽃으로 가득 채운 빛의 향연이었다. 3차원 입체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과 레이저 빔까지 가세해 상하이와 황푸강은 온통 빨강·파랑·노랑으로 물들었다. 강줄기를 경계로 서쪽 와이탄과 동쪽 고층건물이 즐비한 금융가까지, 상하이의 과거와 현재가 불빛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의 한 신문의 표현처럼, “오늘 밤만큼은 세계가 상하이를 주목했다.” 과연 세계는 이날만 상하이를, 중국을 주목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은 굉음을 내며 질주하기 시작했고, 단박에 주목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개혁·개방 30주년인 2008년,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문화와 기술, 스포츠 강국의 이미지를 과시했다. 작년 10월 1일의 건국 60주년 행사 때는 자체 제작한 첨단 신무기를 앞세워 그간의 대군 이미지를 강군 이미지로 탈바꿈시켰다. 그리고 상하이 엑스포를 개최했다. 중국이 상하이 엑스포에 거는 기대는 대단하다. 직접적인 경제효과와 소비확대, 관광수입 같은 간접효과까지 합쳐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1∼2%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녹색·LED·전기차 같은 첨단 기술의 경연장으로, 기술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발판으로 삼을 태세다. 메갈로폴리스인 상하이와 창장(長江)삼각주 경제권을 합쳐 동아시아 무역·물류·금융 중심축을 지향하고 있다. 여기에 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다져질 미래에 대한 강한 도전의지와 자신감처럼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효과까지 있다. 전세계가 중국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엑스포 관람객이 7000만∼1억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95%가 중국인으로 전망되면서 주요 참가국은 그들에게 선보일 기술과 상품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1851년 런던 엑스포 이래 최대인 189개국이 참가한 것도 세계 최대 시장으로 발돋움하는 중국을 놓고 한바탕 쟁탈전을 벌이기 위해서다. 우리도 상하이 엑스포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 일단 엑스포 조직위가 허용하는 건축한계를 최대한 활용해 지은 국가관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완공을 본 한국기업연합관도 중국인 관람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안 된다. 우리 기준으로, 우리 프레임으로 중국을 봐서는 미국·일본·유럽연합(EU) 같은 강대국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프랑스형 원전의 중국 수출을 노리는 사르코지 대통령은 엑스포 개막식에 참석해 후진타오 국가주석에게 “중국과 함께 국제화폐의 다극화를 추진하겠다.”고 구애했다. 특히 중국의 제1 수출대상국인 미국은 연초만 해도 중국을 당장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처럼 으르렁거렸지만 결정을 자꾸 미루고 있다. 중국을 최대의 수출입 대상국으로 삼고 있으면서 지난해에만 2만 9827건의 특허를 출원한 기술강국 일본은 기업을 중심으로 조용하면서도 실효성 있게 중국 정부와 기업에 접근하고 있다. 프레임의 전환이 시급하다. 우리 프레임으로 중국을 보기보다 미국·일본·EU, 그리고 당사자인 중국은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만약 미국이나 일본의 입장이라면 중국에 무엇을 해줄지, 나아가 중국 입장에서는 무엇을 바라고 있을지 상대적·내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 내부의 정비도 필요하다. 경쟁국들과 겨루자면 여전히 ‘저개발국’에 머물러 있다고 보는 중국에 대한 우리의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그간의 전략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고 새롭게 수립한 경제·사회·문화교류 확대방안을 즉각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경쟁국들이 중국과 함께 불꽃을 터뜨리는 시간에 우리는 고스란히 그 재를 맞으며 무거운 가슴을 쓸어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 [시장의 구매결정자 여성의 소비 2題]사게 하는 법-사지 않는 법

    [시장의 구매결정자 여성의 소비 2題]사게 하는 법-사지 않는 법

    그녀(그)는 주말에 먹을 과일과 달걀, 우유를 사기 위해 대형 마트에 들른다. 좀 더 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구하기 위해 한 시간 남짓 돌다가 계산대 앞에 선다. 그런데 쇼핑 카트에 수북하게 담겨있는 이게 다 뭔가. 테이프로 둘둘 묶인 두부, 콩나물이며, 네 식구가 며칠을 먹고도 남을 고등어 20마리와 덤 5마리, “앞으로 30분간 할인”이라는 말에 황급히 집어든 삼겹살 600g, 족히 몇 달은 먹을 라면 한 박스가 들어있다. 그뿐인가. 봄기운 느끼게 해주는 화사한 꽃무늬 이불, 이불에 어울리는 무늬인 데다 세트로 사면 더욱 싸다고 점원이 권유한 베갯잇, 침대 머리맡에 놓으면 예쁠 것 같은 앙증맞은 연두색 인형 두 개, 그리고 계산대 바로 옆에서 주워담은 커다란 크기의 껌 봉지까지…. ‘필요한 것’을 합리적으로 잘 샀다는 만족감 뒤편에 왠지 모를 씁쓸함이 스쳐간다. 도대체 이 느낌의 정체는 뭔가. 이는 바로 그녀(그)가 소비 심리학, 젠더(性) 심리학 등에 기초한 정교한 마케팅 ‘세례’를 듬뿍 받은 탓이다. 인간 사회의 역사에서 화폐가 개발되고 물물교환을 뛰어넘을 만큼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가 활성화된 이래, 사는 자와 파는 자 사이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한층 더 격화되고 있다. 그 형체 없는 전쟁의 전선에서 각각 선봉을 자처한 책 두 권이 나란히 나왔다. 하나는 무분별한 소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체험 보고서이고, 또 하나는 더 많이 팔기 위한 실무 지침서다. ‘굿바이 쇼핑’(주디스 러바인 지음, 곽미경 옮김, 좋은생각 펴냄)은 우리의 무분별한 소비 행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성찰할 기회를 주며, 개인과 사회의 소비 패러다임을 바꿀 것을 촉구한다. 이를 통해 시민의식을 높이고 사회적 위치를 바꿔낼 것이라 장담한다. 반면 ‘왜 그녀는 저런 물건을 돈 주고 살까?’(원제: Why She Buys, 브리짓 브레넌 지음, 김정혜 옮김, 비즈니스북스 펴냄)는 구매 시장에서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는 여성들의 소비심리를 해부한다. 최고경영자부터 시작해 의사결정자, 광고·홍보·마케팅 등 실무자들까지 이 실전 지침만 염두에 두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 팔 수 있음을 강조한다. 여성의 소비자 파워는 전통적인 식품, 건강, 미용, 가정용품 등을 뛰어넘어 의류, 자동차, 여행, 보험, 투자·은퇴 상품 등 남성의 영역으로 인식되던 구매 영역까지 확대됐다. 어설프게 상품을 핑크빛으로 감싸거나 꽃미남 모델을 내세우는 정도, 또는 각 광고·마케팅 부서 등에 여성을 한두 명 끼워넣는 식으로 여성 소비자들을 대처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이어 노동시장의 여성화, 독신 여성의 증가와 만혼 풍조, 저조한 출산율, 이혼율 증가, 수명 연장과 여성 노인 인구의 증가 등을 ‘5대 글로벌 트렌드’로 들며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비즈니스의 또다른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꼬박 1년 동안 ‘생필품’만 사고 ‘사치품’은 사지 않겠다고 스스로 약속한 뒤 이를 실천한 ‘굿바이 쇼핑’의 저자 주디스 러바인같은 이들이 많아진다면 기업의 돈벌이 전망은 그리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러바인은 남편과 함께 과연 ‘생필품’이 무엇인지부터 고민을 시작한다. 와인이나 재즈 공연 감상은 생필품에 들어가는지 곰곰이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소비를 통해 현상적 욕망을 충족해왔는지, 9·11테러 대처법으로 쇼핑을 권유할 정도로 부시 정부와 기업들이 탐욕을 조장하는지 반성하고 비판한다. 소비하지 않는 1년은 그들을 변화시켰다. 문명이나 소비를 아예 거부하는 반(反)소비, 반(反)자본주의자로의 과격한 변신은 아니다. 소비자에서 ‘진정한 시민’으로 정치적 정체성을 바꿔낸 것이다. 러바인은 “쇼핑을 하지 않는 시간 동안 바깥 세상으로 눈을 돌리게 됐고 문 닫힌 도서관, 공원의 쓰레기, 허물어져가는 도시 외곽의 지하철역 등 열악한 공공환경을 볼 수 있었다.”면서 “우리의 돈과 열정을 개인의 상품 소비에만 쓰지 않는다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된 입장의 두 책 모두 공교롭게-혹은 당연하게- 여성이 썼다. 기를 쓰고 팔려고 하든, 무분별한 구매를 성찰하게 하든 현대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대단함을 다시 한번 방증하고 있다. ‘왜 그녀는’ 1만 6800원, ‘굿바이 쇼핑’ 1만5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김정일 방중] 김정일, 30㎞ 이동…다롄 개발구 1시간30분 시찰

    │베이징 박홍환특파원│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방중 이틀째인 4일에도 움직임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전날 모두 3차례나 외출한 김 위원장은 오전 9시30분(한국시간 10시30분) 일행과 함께 숙소인 푸리화(富麗華) 호텔을 나섰다. 같은 시간 다롄(大連) 북쪽 진저우(州)에 정차돼 있던 특별열차가 다롄역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한때 베이징으로 출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차량 행렬은 다롄역이 아닌 경제기술개발구로 향했다. 김 위원장 일행은 숙소에서 30㎞ 떨어진 다롄경제기술개발구에 도착, 건설 중인 3호 부두 등을 1시간 30분가량 시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돌아본 3호 부두는 40만㎡ 규모의 보세 물류, 컨테이너 적재 및 하역, 자동차 선적 등의 수출입 전용으로 나선(나진·선봉)시 나진항을 물류 전초기지로 육성하려는 북한 입장에서는 벤치마킹하기에 안성맞춤의 부두인 셈이다. 북한은 2008년 다롄의 창리그룹에 나진항 1호 부두 사용권을 내준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지린(吉林)성과의 합작개발에도 합의한 바 있다. 당시 지린성 발전연구센터 류시밍(劉庶明) 거시경제처장은 “나진항을 중계무역과 수출 가공, 보세 물류 등 국제 교역 단지로 합작 개발키로 북한과 합의했다.”고 밝혔었다. 화폐 개혁 실패 이후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북한은 나진항 물류기지 개발에 적극적인 의욕을 보여왔다. 다롄경제기술개발구는 또 포스코, 한라공조, 파크랜드 등 한국 기업들은 물론 세계적 반도체업체인 인텔의 연구소 등도 입주해 있어 외자 유치를 통한 경제살리기의 모델로 삼기 위한 시찰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개발구의 지난 2006년 기준 지역 총생산액은 562억 5000만위안(약 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 일행은 개발구 시찰을 마친 뒤 낮 12시쯤 호텔에 들어와 휴식을 취했다. 푸리화 호텔 신관 전체를 오후 7시까지 예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저녁 무렵 퇴실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 일행은 오후 4시30분쯤 호텔에서 나와 6시45분쯤 다롄을 떠났다. 중국 당국은 김 위원장 일행이 퇴실하자 푸리화 호텔 내에 설치했던 보안 검색대를 철거한 데다 호텔 경비도 해제했다. 전 세계 언론이 김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일본 언론들은 중국 주재 특파원들뿐 아니라 본국 기자 및 서울특파원들까지 총동원해 김 위원장의 예상 길목을 이중삼중으로 체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의 한 민영TV는 김 위원장의 방중을 전후해 베이징 주재 특파원 5명 전원과 현지인 취재보조원은 물론 본국과 서울에서 인력을 지원받아 단둥(丹東), 다롄, 선양(瀋陽), 판진(盤錦) 등 김 위원장의 예상 동선 곳곳을 물샐틈없이 지켰다. 한편 김 위원장의 방중 사흘 전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조차 중국 측이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데 대해 우리 측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더욱이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이날 “중국 정부로부터 사전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관행적으로 북한의 요청을 받아들여 방중 여부에 대해 미리 알려주지 않고 떠난 뒤 알려주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중국 측으로부터 어떤 사전정보도 없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실제 북·중 양국의 최고지도자 방문은 북한의 노동당과 중국 공산당 차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는 언급을 삼가는 경향이 강하다. 중국 외교부의 장위(姜瑜)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방중 여부에 대해 “제공할 정보가 없다.”며 확인 요청을 거절했다. stinger@seoul.co.kr
  • [김정일 전격 방중] 김정일 마지막 방중 가능성… 김정은 동행여부 촉각

    북한 및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일 방중 관전 포인트로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김 위원장의 입장 표명 ▲북핵 6자회담 재개 여부 ▲북·중 경제 협력 및 대북 경제 지원 도출 ▲후계자 김정은의 동행 여부 등을 꼽았다. ① 천안함 관련 김위원장 입장은 김 위원장의 방중은 천안함 침몰 사고의 원인이 북한 공격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 시점에서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방중 과정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천안함 사건은 한·미가 날조한 음모’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앞서 발표한 군사논평원 수준의 입장을 표명한 뒤 북한 소행이 아님을 중국 측에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이라면서 “특히 김 위원장은 앞으로 한국정부가 천안함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할 것에 대비, 국제사회에서의 북·중 협력관계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천안함 사고 발생 22일 만인 지난달 19일 군사논평원의 글을 발표, “북한 공격설은 한·미 양국이 날조한 음모”라고 주장한 바 있다. ② 6자회담 복귀 입장 정리됐나 김 위원장이 6자 회담 재개 입장을 밝힐지도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전례에 비춰 김 위원장 방중은 이미 6자회담 복귀에 대한 북측 입장이 정리됐음을 의미한다고 봤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측은 한국,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이 천안함 침몰사건 원인을 북한의 공격으로 보는 경향이 크다고 판단, 6자회담 재개를 발표함으로써 분위기 반전 및 이슈 선점화 등의 효과를 거두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③ 中 대북지원 끌어낼까 북한이 지난해 말 단행한 화폐개혁의 실패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어 김 위원장이 중국 정부를 설득, 대규모의 대북경제지원을 이끌어 낼지도 관건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긍정적일 경우 중국으로부터 상당한 경제적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이 관심 있는 북한 나진항 개발에 대한 지지와 상당량의 대북 식량지원 약속 등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④ 후계자 외교무대 데뷔할까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에 후계자 3남 김정은의 동행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북한 내 후계자 역할을 공고히 하고 있지만 노동신문 등을 통해 대외적으로 얼굴 등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가 방중길에 동행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도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했을 때 이번이 마지막 방중이 될 수 있고 중국에 김정은을 후계자로 공식 소개, 외교 무대에 공식 데뷔시키는 장점이 있다는 측면에서 동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앞선 이슬람, 유럽을 키웠다

    일방적인 정보 전달의 결과일 수도 있겠으나, 이슬람 또는 무슬림 하면 분쟁, 폭력, 테러가 떠오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잊어버리고 산다. 오늘날의 세계가 만들어지는 데 있어서 이슬람이 큰 공헌을 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스·로마 고전 문화를 보존·계승한 이슬람 세계가 유럽이 암흑시대를 벗어나 르네상스를 일구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이다. 732년 10월 프랑스 중부지방 평원인 푸아티에에서 코르도바(스페인 남부 지역)의 총독 아브드 알 라흐만이 지휘하는 이슬람 군대와 프랑크 왕국의 궁재(宮宰) 카를 마르텔이 이끄는 기독교 군대가 천하패권을 놓고 격돌했다. 알-안달루스(스페인)를 점령하고 피레네 산맥을 넘어 파죽지세로 진격하던 이슬람 세력은 여기에서 멈춰섰다. 수많은 서양의 역사학자들은 푸아티에 전투를 놓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투, 기독교 세계를 위기에서 구출한 전투로 칭송한다. 그러나 미국의 비교역사학자 데이비드 리버링 루이스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유럽인들은 13세기에 가서야 겨우 달성했던 경제적, 과학적, 문화적 수준을 400년이나 앞당길 기회를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만약 당시 이슬람이 승리했다면 관용적이었던 이슬람의 특성상 모든 종교 신앙이 존중받았을 것이고, 천문학, 삼각법, 아리비아숫자, 그리스 철학 등이 일찌감치 유럽으로 흘러들어 선진문화를 촉진시켰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유럽의 승리가 문명의 발달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진정한 의미의 승리였는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 것이다. 8세기 경제적인 측면만 이슬람이 지배하던 알-안달루스 지역은 화폐 경제가 발전했으나, 샤를마뉴 대제의 프랑크 왕국은 물물교환 경제에 머물러 있던 터였다. 루이스는 ‘신의 용광로’(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펴냄)에서 지나치게 기독교 관점에 치우쳐 있던 유럽 중세사를 당시 유럽에서 공존하고 있던 이슬람 문명과 비교하며 새롭게 바라보고 있다. 이슬람 문명이 근세 유럽 형성에 일정 정도 기여했다는 기존 유럽사 해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중세 유럽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이슬람 문명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저자는 무슬림 유럽과 기독교 유럽, 이교도 게르만 부족을 주연 삼아 6세기에서 13세기 초까지 유럽을 살핀다. 특히 이슬람 세력이 정착했던 알-안달루스에 주목한다. 이슬람 세력은 711년 지브롤터를 침공한 뒤 1085년 톨레도에서 패퇴할 때까지 알-안달루스에 정착했다. 유대교와 기독교를 관대하게 받아들인 알-안달루스는 문화의 용광로가 되어 선진 문화를 꽃피웠고, 이 선진 문화는 피레네 산맥을 넘어가 중세 암흑시대에 놓여 있던 유럽을 자극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3만 3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천안함 함미인양 이후] 北개입 판명때 단호조치 어떻게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TV로 생중계된 ‘천안함 희생 장병 추모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대통령으로서 천안함 침몰 원인을 끝까지 낱낱이 밝혀낼 것이며 그 결과에 대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태영 국방장관도 16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단호한 후속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과 김 장관이 한목소리로 내고 있는 ‘단호한 조치’는 군사력을 이용한 ‘직접적 조치’와 외교적인 방법을 통한 ‘간접적 조치’로 나뉜다. 과거 사례로 비춰볼 때 군사력을 동반한 ‘직접적 조치’는 직접 타격과 위협적 무력시위가 가능하다. 1976년 8월18일 미군 장교 2명이 숨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때 주한미군은 전쟁준비 태세인 ‘데프콘 3’를 발령하고 문제의 미루나무를 제거했다. 미군은 F111 전투기 20대를 미 본토와 일본 오키나와 공군기지, 괌 기지 등에서 한반도로 급파했다. 한국군도 당시 박희도 제1공수여단장의 지시를 받은 특전사 요원들이 북한군 초소 4곳을 파괴하며 무력시위를 펼쳤다. 하지만 동북아 정세를 고려할 때 이처럼 직접적인 타격이나 무력시위는 쉽지 않다. 확전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 경비정이 동·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을 때 단호한 대처를 통한 직접적 조치는 가능하다. 군사력이 동반되지 않은 ‘간적접 조치’의 방식은 다양하다. 일단 참여정부 시절 사라졌던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는 방안이다. 당시 철거된 전방의 대북 전광판을 다시 설치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방법이다. 2004년 6월 서해에서의 무력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남북 함정이 국제상선 통신망으로 서로 교신하는 데 합의하면서 우리 군은 대북 전광판과 확성기를 철거했다. 이와 함께 북한 상선의 제주해협 무해 통항권을 해지하는 방법이다. 2005년부터 서해~동해를 오가는 북한 상선에 대해 항로가 짧은 제주해협을 지나갈 수 있도록 허용해 왔지만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으로 밝혀지면 이를 금지하는 것이다. 또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방안도 있다. 북으로 들어가는 물자를 비롯해 대북 경제상황을 악화시키는 방안이다. 화폐개혁 이후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방법도 북한을 압박하는 데 유용할 전망이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에메랄드 빛 바다 사이판을 가다

    에메랄드 빛 바다 사이판을 가다

    │사이판 이은주특파원│에메랄드빛 바다와 파란 하늘이 맞닿은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사이판. 서울에서 불과 4시간 거리에 따뜻한 남국의 정취가 펼쳐진다. 상업 자본에 덜 물들어 개발보다 순수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리는 섬. 원주민의 해맑은 미소와 별들이 쏟아지는 맑고 깊은 밤하늘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자연친화적인 곳이다. ●자연이 살아 숨쉬는 섬 사이판 마치 권총을 눕혀 놓은 것 같은 지형을 하고 있는 사이판은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차로 30~40분이면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아담하다. 파도가 없어 바다는 장판을 깐 듯 잔잔하다. 섬을 둘러싸고 있는 산호초가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산호가루로 만들어진 백사장 모래는 밀가루처럼 희고 부드럽다. 남북으로 가늘고 긴 형태의 사이판은 우리 나라와 같은 동고서저의 지형이다. 평탄한 서해안에 호텔 등 대부분의 숙박시설과 주민들의 주거지가 밀집해 있다. 섬 중앙에 우뚝 솟아 있는 타포차우산(473m)을 기점으로 섬 동쪽으로는 수풀이 우거진 정글이 펼쳐진다. 사이판의 매력은 산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바닷물은 비린내가 나지 않고, 맑고 투명해 스노클링과 스쿠버 다이빙 등 각종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특히 ‘사이판의 진주’라고 불리는 마나가하섬은 바닷속 가시거리가 30m나 되기 때문에 바로 눈앞에서 형형색색의 열대어와 마주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배를 타고 바다를 옮겨 다니며 물고기도 낚고 스노클링도 하는 ‘호핑 투어’를 즐기며 남태평양의 한가로움을 느껴 보거나, 해질녘 선셋 크루즈를 타고 느긋하게 저녁 식사를 즐기면서 황금빛 노을을 감상할 수도 있다. 한없이 온화할 것만 같은 사이판은 정글에 들어서면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4륜 구동 차량을 타고 길도 제대로 나지 않은 야생의 원시림을 헤쳐 나오면 각종 기암괴석과 거친 파도가 밀려와 부서지는 ‘타로포포 해변’의 절경이 펼쳐진다. 해변가에서 불과 10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곳, 마리아나 해구(1만 1034m)가 위치해 있다. 4륜 바이크인 ATV나 2인용 몬스터 트럭을 타고 굽이굽이 이어진 비포장도로와 풀숲을 헤치고 타포차우산에 오르면 사이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 정상의 전망대에서 검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태평양과 인근 지역 섬들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다. ●슬픈 역사를 간직한 섬 사이판 사이판은 밤의 얼굴도 색다르다. 섬 최고의 번화가인 가라판 중심거리에서 매주 목요일 오후 6시부터 열리는 스트리트 마켓은 섬 주민들이 직접 여는 야시장이다. 길 양쪽에 늘어선 포장마차 형태의 간이 음식점에서 열대과일과 사이판의 토속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사이판을 단순히 즐기는 휴양지로만 알고 돌아간다면 미흡하다. 사이판은 태평양 전쟁의 비극을 간직하고 있는 섬이다. 섬 북부에는 ‘태평양 한국인 위령평화탑’이 세워져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강제 징용되거나 위안부로 끌려와 조국을 그리다 억울하게 스러져간 한국인 영령을 위로하기 위한 탑이다. 사이판 최북단의 만세절벽은 일본인 부녀자와 노인들이 미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80m 높이의 절벽에서 바닷속으로 몸을 던진 곳이고, 인근의 자살절벽은 미군에 항복을 거부한 수천명의 일본군과 가족들이 절벽 아래 정글로 뛰어내린 곳이다. 아직도 이들의 유골이 발견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사이판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면, 인근 섬을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사이판에서 경비행기로 약 10분(페리로는 1시간) 거리에 있는 티니안섬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을 탑재한 곳이다. 섬 내에서 카지노를 즐길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화려하고 요란하진 않지만, 언제 가든 넉넉한 품으로 반겨주는 섬 사이판. 복잡한 일상에 지칠 대로 지쳐 있다면 잠시 시름을 잊고 사이판의 풍요로운 자연에 몸을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 글 사진 erin@seoul.co.kr # 여행수첩 → 항공 아시아나 항공이 인천과 부산에서 직항편을 운항한다. 인천은 월~일요일 매일 오후에 출발하며 화·목·토·일요일은 오전에도 출발한다. 부산은 수·목·토·일요일 오전에 출발한다. → 시차 및 화폐 우리나라보다 1시간 빠르며 서머타임은 실시하지 않는다. 미국 달러를 사용하며, 현지에서도 은행이나 호텔, 일부 면세점에서 환전할 수 있다. → 전압 120V로 전원 콘센트 변환 플러그를 가져가는 것이 좋다. → 쇼핑 가라판 시내에 위치한 DFS갤러리아 면세점에는 다양한 명품 브랜드가 입점돼 있고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연중 무휴로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영업한다. → 날씨 11~4월까지 건기이고 5~10월까지 우기다. 온도는 연중 27도로 7~8월은 한국보다 기온이 낮다. 습도는 70% 이상이지만 연중 무역풍이 불기 때문에 불쾌지수가 높지 않다.
  • [4·19혁명 50주년] “4·19는 한국적 근대민주주의가 제 모습 드러낸 것”

    [4·19혁명 50주년] “4·19는 한국적 근대민주주의가 제 모습 드러낸 것”

    4·19혁명이 ‘한국적 근대 민주주의의 원(原)체험’이라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곧이어 일어난 박정희의 5·16 쿠데타로 인해 ‘미완(未完)의 혁명’으로 평가받던 것과 다소 다른 맥락이다. 이승만 정권을 끝장내고도 박정희 군사정권을 불러들인 게 혁명의 한계와 미숙함을 드러내는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18일 학계에 따르면 한국적 근대를 논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서양의 부르주아 계급처럼 근대를 추동할 수 있는 세력이 우리에게도 있었느냐는 점이다. 식민사학 타파를 내건 국사학계는 조선후기에서 답을 찾으려 들었다. 조선 후기에 이미 상공업과 화폐와 시장이 발달했다는, 자본주의 맹아론이다. 그러나 성리학적 세계관이 지배하던 조선에서 서양식 근대의 뿌리를 찾으려는 시도는 열등감으로 인한 작위적 해석이라는 반론이 쏟아졌다. 최근 국사학계가 한걸음 뒤로 물러나 찾은 인물은 고종이었다. 이 역시 쉽지 않다. 왕실 주도의, 위로부터의 근대화라는 점을 부각하려했지만, 결과적으로 나라를 빼앗겼다는 점 때문에 ‘역사에 가정은 없다.’는 반론에 막혀서다. 최근 몇 년간 논란이 됐던 식민지 근대화론은 일제를 근대세력으로 본다. 아무리 미워도 근대적 제도와 체험은 일제강점기 때부터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역시 일본이 원한 것은 우리의 근대화가 아니라 일본의 팽창이었다는 점에서 많은 반론을 낳았다. 역사를 연속적으로 본다는 대목은 매력적이나 때로는 몰이해 때문에, 때로는 스스로 드러낸 과도한 정치적 편향 때문에 아직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4·19혁명 때 비로소 ‘국민 만들기(Nation-Building)’가 이뤄지면서 근대적 시민으로 세례받았다는 주장은 이런 맥락에서 관심을 끈다. 지난 14일 4·19혁명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고트프리트 칼 킨더만 독일 뮌헨대 명예교수는 전통적 유교개념을 토대로 한 이승만 체제를 무너뜨리는 혁명을 학생들이 주도한 것에 대해 “미국식 민주주의 원칙과 자유세계의 역사를 배웠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일제와 이승만정권이 형식적으로 근대나 민주주의를 도입했지만, 내용적으로 근대와 민주주의가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은 4·19 아니냐는 얘기다. 지난 15일 한국정치외교사학회 주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산업화로 인한 인구집중 ▲분단·전쟁으로 피난민의 도시유입 ▲매스컴과 근대교육의 보급으로 시민의식이 성장한 것 등을 혁명의 뼈대로 지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박정희 정권마저 4·19혁명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 16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홍성대 고려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수료자는 “4·19기념탑이 박정희에 의해 세워진 것은 쿠데타를 정당화하고 혁명의 열기에 정치적 화상을 입지 않기 위한 포섭의 전략”이라고 규정했다. 민정이양 이후 대통령 취임식에서 “4·19의 혁명이념을 계승한다.”고 연설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주장들은 근대성의 관점에서 4·19혁명을 재조명한 책 ‘4·19와 모더니티’(문학과지성사 펴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소설 ‘광장’의 작가 최인훈은 프랑스혁명 뒤 나폴레옹 황제가 등장했다는 점을 들어 4·19혁명 뒤 5·16쿠데타가 있었다 해도 혁명 정신 자체는 유산으로 남았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최장집 고려대 정치학 교수 역시 해방 직후에는 민주주의 가치를 잘 몰랐기 때문에 4·19혁명에서 민족자주·인민주권·민족자립경제 등 ‘최대정의적(maximalist) 민주주의’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고 평가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트와일라잇 칼라일박사 38조원 1위

    트와일라잇 칼라일박사 38조원 1위

    소설, 영화, 만화 속 인물 중 최고의 부자는 과연 누굴까? 미국 경제 전문 잡지 포브스가 해마다 선정하는 ‘가상 인물 부자 톱 15’에 따르면 소설 ‘트와일라잇’의 뱀파이어 칼라일 컬렌 박사가 341억달러(약 37조 9000억원)로 1위에 올랐다. 영화로 개봉되며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뱀파이어 컬렌가의 가장인 칼라일 박사는 호화 요트는 물론 섬을 통째로 구입할 만큼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다. 포브스는 370세인 칼라일 박사가 예지력을 가진 딸의 도움을 받아 금광, 석유 등에 꾸준히 투자해 왔으며 300년 이상의 예금 이자를 복리로 받아 온 덕에 최고의 부자에 오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위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스크루지 맥덕이 차지했다. 335억달러의 재산 대부분을 거대한 개인 화폐 금고에 금화로 보관하며 금고에서 헤엄치는 게 취미인 맥덕은 국제적인 금값 폭등으로 자산 규모도 훨씬 더 불어났다. 3위는 매컬리 컬킨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됐던 만화 ‘리치 리치’의 꼬마 리치로 115억달러를 기록, 최근 중국 나비넥타이 공장 투자 실패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꼬마’라는 명성을 유지했다. 강력한 라이벌인 액션 히어로 아이언맨의 토니 스터크와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의 재력 대결에서는 MIT 출신의 군수품 개발업자 스터크가 88억달러로 4위를 차지하며 65억달러로 7위에 그친 프린스턴대 출신의 웨인에 앞섰다. 줄곧 1위를 고수했던 산타클로스는 “가상의 인물이 아니다.”라는 세계 어린이 팬들의 빗발치는 항의로 제외됐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열린세상] 역린의 위기에 빠진 선군정치 북한/유호열 고려대 북한학 교수

    [열린세상] 역린의 위기에 빠진 선군정치 북한/유호열 고려대 북한학 교수

    금년들어 북한의 정세가 심상치 않다. 북한정세가 어려운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북한의 각종 행태는 기존의 북한을 이해하는 잣대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작년 하반기부터 원자바오 총리를 비롯한 중국 고위급 인사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하였고 북한 측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명분 축적과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의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에 그의 방중에 대한 국내외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1월 말, 2월 말, 3월 말, 그리고 이제는 4월 말 방중설이 그럴듯한 이유와 함께 널리 유포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 움직임은 없다. 북한 경제는 지난해 말 실시된 화폐개혁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채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가는 것 같다. 100대1로 화폐개혁을 실시했으나 공급부족으로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환율 역시 화폐개혁 이전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북한돈 가치는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폐쇄 조치는 사실상 폐기되었다고 하고 화폐개혁의 실패 책임을 지고 당 재정계획부장 등 실무책임자들이 총살당했다는 소문도 파다하지만 대안은 없는 것 같다. 남북관계 경색이 심화되면서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경협이나 교류협력에도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고 있다. 개성관광과 금강산관광사업 재개 문제도 북한 당국의 일방적인 사업장 동결 조치로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은 13일 자로 우리 정부 시설자산인 금강산 면회소와 소방대는 물론이고 관광공사 소유인 문화회관, 온천장, 면세점을 일방적으로 동결하고 관리인원을 추방하는 조치를 집행한다고 통보하였다. 나아가 현대아산 대신 새로운 사업자를 모색하고 있으며, 남측 당국이 대결적 자세를 계속할 경우 개성공단사업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북한 군부도 남측의 대북 전단살포가 중단되지 않으면 동·서해지구 통행 관련 군사보장합의를 전면 재검토하는 등 결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다. 오늘날 북한이 난국을 수습하지 못한 채 이처럼 돌출적 도발행동을 일삼는 것은 선군정치의 근본적 모순 때문이고 이제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을 포기해야 살 길이 열리는데 선군정치는 핵을 포기하는 순간 무너지기 때문에 진퇴양난인 셈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악화는 시급히 후계구도를 안착시켜야 하는데 선군의 주력인 군부를 세습후계자 김정은이 감당하기에는 사실상 역부족이다. 금년도 신년공동사설이나 최고인민회의에서도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농업과 경공업의 비약적 발전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군수공업 우선정책이 근간인 선군정치 하에서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미국의 핵태세검토보고서에 반발하여 핵무기 보유를 더욱 늘려 나가겠다고 맞받아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해제될리 만무하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어 외화수입이 급감하자 극단적인 조치들을 해법이라고 내놓고 있으나 북한의 무리수는 관광 재개에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대외신인도를 극도로 악화시켜 해외투자유치사업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과거처럼 남한 정부를 압박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 역시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사망과 극심한 식량난 등 체제붕괴의 위기를 선군정치로 극복했다고 자부해 왔다. 그러나 위기관리방식인 선군정치가 일상화됨으로써 북한체제는 심각한 동맥경화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이제라도 사태 해결을 위해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대화에 나서야 하는데 선군정치의 족쇄를 풀지 않고는 해법이 없다. 지금은 외부의 적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지만 민생파탄과 세습의 부당성 등 선군정치의 기만성을 깨달은 대항 엘리트와 일반 주민들의 밑으로부터의 좌절과 분노가 폭발할 때 북한 정권은 설 자리가 없게 될 것이다.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도 시한폭탄과 같은 북한 정세 변화 움직임을 그 어느 때보다 면밀히 관찰하고 치밀하게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동전 안 쓰는데 발행량은 왜 느나

    동전 안 쓰는데 발행량은 왜 느나

    요즘 물건 살 때 카드나 지폐 대신 동전을 꺼내는 일이 얼마나 될까. 버스 타면서 교통카드나 1000원짜리 종이돈 말고 100원·10원짜리 동전으로 차비를 내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공중전화를 쓰기 위해 짤랑짤랑 주머니 속 동전을 세어본 것이 과연 언제적 일인가. 전자결제의 보편화와 생활양식의 변화 등으로 일상생활에서 동전의 쓰임새는 갈수록 줄고 있지만 시중에 풀리는 동전의 발행량은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동전의 활용가치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게 그 이유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현재 주화 발행량은 1조 8389억원으로 1년 전(지난해 2월)의 1조 7447억원에 비해 5.4% 증가했다. 500원짜리의 발행량이 총 9116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573억원(6.7%) 늘어난 것을 비롯해 100원짜리는 7646억원으로 325억원(4.4%), 50원짜리는 936억원으로 26억원(2.8%) 각각 증가했다. 10원짜리도 675억원으로 18억원(2.8%)이 더 발행됐다. 5원짜리와 1원짜리 동전은 합계 총 16억 3600만원으로 전년보다 100만원어치가 줄어들었다. 종류별 개수는 100원짜리가 76억 4600만개로 가장 많고 10원짜리 67억 5100만개, 50원짜리 18억 7100만개, 500원짜리 18억 2300만개 순이다. 주화나 지폐 등 현금을 주고받는 거래의 증감률에 대한 통계치는 없다. 단, 온라인이나 대형점포 쇼핑이 보편화하면서 신용카드 등 전자결제가 급증하고 교통·통신 등 생활 스타일이 바뀌면서 동전의 유통이 크게 줄었을 것으로 한은은 추정할 뿐이다. 그런데도 동전 발행량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은 막대한 수량의 동전들이 저금통, 금고, 책상서랍 등에 사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10원이나 100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나 살 수 있는 물건이 거의 없다 보니 사람들이 공연히 갖고 다니기만 귀찮아 집이나 사무실에 두고 나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은은 계속 동전을 찍어내고, 그렇게 발행된 새 동전은 몇 사람 손을 거치지도 못하고 다시 사장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10원, 100원짜리는 말할 것도 없고 500원짜리도 발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금통이나 장롱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때문에 실제로는 수요량보다 발행된 주화가 훨씬 많은데도 큰 돈 들여 동전을 새로 찍어내는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서울 소공동 본점 등 지역본부별 화폐교환 창구에서 동전을 지폐로 바꿔주고 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北 오늘 김일성생일 대대적 축제

    화폐개혁 이후 주민들의 생활이 더 어려워졌지만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이자 최대 명절인 ‘태양절’(15일)을 올해도 여느 때와 같이 성대하게 치를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북한은 연일 각종 태양절 기념 행사를 진행하며 경축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북한은 1997년 7월 김 주석 사망 3주기를 맞아 주체 연호와 함께 그의 생일인 4월15일을 태양절로 지정했다. 이후 태양절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떠받들며 각종 생일축하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여 왔다. 태양절 경축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세계 각국의 예술단이 참가해 전국을 돌며 음악과 무용, 서커스 등을 공연하는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이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자체 행사로 진행된다. 지난 11일 개막됐다. 19일까지 열린다. 북한 언론매체에 따르면 올해 행사에는 전국 도·시·군별 경연을 거친 예술단체, 예술 선전대, 해외동포 대표 등 70여개 단체가 참가했다. 외국인 초청 행사도 눈에 띈다. 축전과 함께 태양절 기념 국제행사로 불리는 ‘만경대상 국제마라톤대회’는 지난 11일 마라톤 강국인 케냐와 중국 등 8개국 선수 7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평양에서 열렸다. 외화난에 허덕이는 북한이지만 태양절 행사를 위해 외화를 쓰면서 적지 않은 외국인을 초청한 것이다. 또 지난 10일부터는 미국, 캐나다, 호주의 (북한) 동포 대표단 등 각국에서 초청된 축하사절단이 평양에 도착, 태양절 기념 행사의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에서 김 주석 생일 축하 기념행사는 전국적으로 열리고 있다. 지난 13일 개막된 ‘제12차 김일성화 축전’은 20일까지 진행된다. 한편 북한은 태양절을 하루 앞둔 14일 이례적으로 무력시위 성격이 짙은 군사훈련을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또한 북측은 이날 대장 4명을 포함해 군 장성 100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는 1997년 이후 최대 규모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노르웨이 보물상자 ‘피오르’

    노르웨이 보물상자 ‘피오르’

    │오슬로·플롬 손원천특파원│‘노르웨이 인 어 넛셀’(Norway in a nutshell)이라 부릅니다. 깊고 장엄한 피오르와 아름다운 산간 마을, 그리고 고색창연한 도시 등 노르웨이에서 가장 빼어난 경치를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는 알짜배기 여행 코스를 일컫는 말입니다. 101년 된 471㎞ 길이의 철도, 베르겐 레일웨이를 타고 수도 오슬로에서 뮈르달과 플롬, 구드방엔, 보스를 거쳐 노르웨이 제2의 도시 베르겐까지 가는 여정입니다. 가는 길에 피오르 선상 유람을 즐기거나, 산악열차를 타고 트롤(요정)이 살고 있는 험준한 산자락도 둘러 봅니다. 장소를 달리할 때마다 빼어난 풍경을 쏟아내는 보물상자 같습니다. 그러나 풍경은 달라도 노르웨이 인 어 넛셀을 관통하고 있는 정신은 하나입니다. 자연에 대한 경외지요. 그 중심에 빙하가 만든 거대한 협만(峽灣), 피오르가 있습니다. ●장엄하고도 동화 같은 풍경과의 조우 오슬로에서 베르겐 레일웨이를 따라 5시간 남짓 달려온 기차가 뮈르달에서 가쁜 숨을 내쉬며 승객들을 쏟아낸다. 노르웨이 인 어 넛셀의 실질적인 하이라이트가 시작되는 곳.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플롬바나라는 산악열차로 갈아탄다. 뮈르달에서 플롬까지 6㎞ 구간을 오간다. 소요시간은 50분가량. 거대한 바위산을 따라 철길을 낸 터라 터널만도 20개에 달한다. 플롬바나를 탄 승객들은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왼쪽과 오른쪽 창문을 분주히 오간다. 열차가 터널에서 빠져 나올 때마다 번갈아 가며 창문에 절경을 매달아 놓기 때문이다. 느린 속도로 아슬아슬하게 내려가던 열차는 키요스포젠 폭포 앞에서 5분 남짓 멈춰 선다. 폭포는 아직 얼어 있는 상태. 하지만 눈짐작만으로도 거대한 폭포의 위용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20개의 터널 중 최장인 날리터널(1342m)에 들어서기 전 차창은 또 다른 풍경화를 내건다. 철로 위쪽 뮈르달산을 향해 21번이나 지그재그를 그리며 오르는 ‘랄라르베겐’ 도로가 그것. 거친 자연과 맞서는 노르웨이인의 의지가 오롯이 전해온다. 카르달과 베르트얌 등 그림 같은 산간마을을 줄줄이 지나면 산악열차의 종착지 플롬이다. 송네 피오르 유람선이 출발하는 곳 중 하나. 인구 400명 남짓한 작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피오르라 쓰고 풍경의 보물상자라 읽는다 피오르는 빙하가 만든 걸작이다. 빙하시대 노르웨이 서부 해안지역을 가득 메웠던 얼음덩어리가 내려앉으면서 깊은 골짜기를 남겼고, 그 사이로 바닷물이 들어차 만들어졌다. 캐나다와 뉴질랜드, 칠레 등에도 피오르는 있지만, 거대한 산을 덩어리째 뭉텅 썰어낸 것 같은 경이로운 풍경은 노르웨이 서부 해안에서만 볼 수 있다. 송네 피오르는 그중 제일 깊고(1309m), 가장 긴(204㎞) 피오르다. 장대한 송네 피오르를 보기 위해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크루즈다. 플롬을 출발해 송네 피오르의 수많은 지류 중 하나인 아우랜드 피요르와 네뢰위 피요르를 감상한 뒤 구드방엔까지 간다. 두 피오르 모두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에 등재돼 있다. 송네 피오르를 돌아보는 여정은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짙은 코발트빛 바닷물과 양 옆의 거대한 산, 그리고 산정의 눈녹은 물이 폭포가 되어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이 계절에 볼 수 있는 비경이다. 백야(白夜)가 가까워지면서 요즘은 14시간가량 낮이 계속된다. 오랜 시간 이런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가. 경사가 심한 산자락에도 주민들은 유실수를 심고 양과 염소를 기른다. 오래 전 이곳에 살던 주민들은 세리(稅吏)들이 세금을 걷기 위해 방문할 때 절벽을 오르는 사다리를 몰래 치워버리며 버텼다고 한다. 어렵고 곤궁한 시기를 보낸 것은 그들도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은 듯하다. ●피오르의 여왕, 하당에르 현지 관광안내 책자는 ‘송네 피오르는 왕, 하당에르 피오르는 여왕’이라 적고 있다. ‘왕의 비’가 아닌 당당한 ‘여왕’이다. 송네 피오르가 거대하고 험준하다면, 하당에르 피오르는 부드럽고 목가적이다. ‘솔베이지의 노래’를 작곡한 에드바르 그리그가 음악적 영감을 얻곤 했다는 울렌스방, ‘이곳을 방문하지 않고 일생을 마칠 순 없다.’는 상찬을 받는 노르헤임순 등이 유명한 지역들. 그러나 단언컨대 울빅을 빼고 하당에르 피오르를 말할 수는 없다. 마을 초입의 산자락에서 울빅을 바라보면 어디선가 본 듯한 데자뷔(기시감)를 경험한다. 책이나 풍경화, 혹은 달력 등에서 한번쯤 마주쳤을 풍경이다. 갈길 잃은 바닷물이 둥근 호수를 이루고, 만년설을 이고 있는 거대산 산이 교회 종탑 너머 마을을 든든하게 에워싸고 있다. 완벽한 구도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예술가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산간마을인데도 아이들 웃음소리가 호수 같은 바다 위를 흐른다. 아이들 보기 어려운 우리 농촌과는 확연히 다르다. 재잘대는 아이들 소리는 주변의 그 어떤 새소리보다 감미롭다. 산자락 대부분은 사과나무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곳 사람들이 ‘사이다’(sider)라고 부르는 감미로운 와인이 탄생한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풍경의 절반은 거울처럼 맑고 잔잔한 바다의 몫. 주변 풍광들을 고스란히 수면 위에 담아 낸다. 바람이 잦아드는 아침과 늦은 오후라면 십중팔구 마주할 수 있다. 이 장면을 놓친다면 미완성의 풍경화를 보고 온 것과 다를 바 없을 터. 5월이면 울빅은 하얀 사과꽃으로 분단장을 한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글·사진 angler@seoul.co.kr 취재협조 스칸디나비아관광청 # 여행수첩 →화폐는 크로네(NOK)를 쓴다. 1NOK는 약 200원. 유로를 받는 곳도 없진 않으나, EU 회원국이 아닌 탓에 불편할 때가 많다. →한국에서 노르웨이로 연결되는 직항편은 없다. 핀에어를 타고 핀란드 헬싱키를 거쳐 오슬로까지 간 뒤 ‘노르웨이 인 어 넛셀’을 체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플롬바나 열차와 플롬~구드방엔 간 크루즈 등을 포함해 어른 2135 NOK, 어린이(4~15세) 1080 NOK다. 이 밖에 다양한 코스가 준비돼 있다. www.fjordtours.com 참조. →물가는 말 그대로 ‘살인적’이다. 생수 한 통에 5000원, 햄버거는 2만원을 훌쩍 넘는다. 팁은 요구하지도, 주지도 않는다. →전기는 220V다. 국내 가전제품을 그대로 쓸 수 있다. →오슬로 시내 관광을 할 경우 ‘오슬로 패스’를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 트램 등 시내 교통과 33개 박물관, 식당 등에서 할인혜택을 받는다. 1~3일짜리 세 종류. 230~430 NOK. 5월1일~9월31일 시티투어도 운영된다. 어른 225, 어린이 110 NOK.
  • [핵안보정상회의 개막] “美, 中변수 감안 한·미FTA 비준해야”

    [핵안보정상회의 개막] “美, 中변수 감안 한·미FTA 비준해야”

    │워싱턴 김성수특파원│이명박 대통령은 1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중국 변수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이날 발행된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의 비준이 단순한 양국 경제 협력 차원을 벗어나 미국의 대(對) 아시아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일본과 미국(과의 통상규모)을 합쳐도 중국과의 통상규모에 못 미친다.”면서 “경제적으로 너무 한 나라에 의존도가 높으면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화폐개혁 실패 北 새 전환기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해서는 “지금으로서는 아직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이야기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단호하게 대처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움직임과 관련, “북한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화폐개혁이 실패로 돌아가고 북한 경제, 주민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처음으로 북한정부가 주민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실패한 것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상당히 중요한 변화를 의미한다고 본다.”면서 “확실치는 않지만 책임자를 처벌했다고 알려진 것은 주민을 의식한 행위가 아닌가 생각한다.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려고 노력한 자체가 과거 북한 정부에서는 보지 못했던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의 핵태세 검토보고서(NPR) 발표와 관련해서는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정책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북한 등엔 상당한 압력이 될 것이고 한국 국민들에게는 안보 문제에 있어 안심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워싱턴포스트 논설주간인 프레드 하이아트와 인터뷰를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 참전기념비에 헌화한 뒤 참전용사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 장관,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윌리엄 맥 스웨인 한국전 참전용사회(KWVA) 회장, 이병희 재향군인회 미 동부 지회장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전 참전기념비 헌화 이 대통령은 “미국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이 오늘날 한국의 발전과 한·미동맹을 있게 한 밑거름이자 원동력이 됐다.”면서 “그들의 희생과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한·미관계를 명실상부한 21세기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부는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올해 참전용사와 유가족 방한을 추진키로 했다. sskim@seoul.co.kr
  • “달러는 끄떡없다” 아직도 믿으세요?

    ‘계란 하나에 350억 짐바브웨달러.’ 2008년 짐바브웨의 인플레이션(Inflation·화폐 가치가 떨어져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화제가 된 적 있다. 화폐 가치가 급락한 짐바브웨에서는 빵 하나를 사기 위해 한때 집 한 채 값을 줘야만 했다. 당시 이곳의 물가상승률은 220만%였다. ‘집 한 채 값으로 빵 하나를 겨우 사는 인플레이션 재앙’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대한민국은 물론 선진국들도 완전히 피해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런 재앙이 전 세계적으로 한번에 닥칠 가능성도 있을까. 신간 ‘달러 쇼크’(비얼리·샹용이 지음, 차혜정 옮김, 프롬북스 펴냄)는 지금의 세계 경제체제대로라면 그럴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미국 달러를 기축통화(基軸通貨·국제 거래의 기본 화폐)로 삼는 현 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세계적인 악성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침체 중에도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차례로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근거는 간단하다. 달러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뢰도가 떨어진 화폐는 보유 가치가 없기에 ‘미친’ 속도로 유통된다. 그러면 자연히 시중에 화폐가 남아돌고, 곧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저자들은 지금의 달러는 ‘녹색의 휴지조각’이라고 단언한다.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왔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등을 보건대, 달러는 더 이상 보유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제기되는 ‘기축통화 교체론’ 역시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그래서 결론은 “세계화폐를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달러는 미국이란 일개 국가가 발행하기에 각종 불평등과 부조리를 낳고 있다며 달러 대신 초국가기관이 발행하는 새 기축통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다. 그래야만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을 피해가고 경제 질서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이들은 전망한다. 책은 각종 경제수치를 근거로 미래 경제를 폭넓게 읽고 있다. 중간중간 경제 용어들에 대한 설명도 덧붙여 책읽기를 돕는다. 1만 5000원.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김정일 최고인민회의 불참

    중국 방문설이 계속 나오고 있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제12기 최고인민회의 2차 회의에 불참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8시 정규 뉴스시간에 최고인민회의 개최 소식을 전하면서 김 위원장을 빼고 주석단 일부 명단만 호명했다. 조선중앙TV는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 김영일 총리,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순으로 참석자 명단을 호명했다.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총살됐다는 설도 나오는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의 참석 여부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지난 1998년 9월 공식적으로 최고 통치자가 된 이후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한 것은 이번 회의를 포함해 모두 다섯 번이다. 김 위원장은 주로 예산과 관련된 회의를 할 때 불참했다. 2004년부터는 격년으로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12기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에 참석했기 때문에 ‘격년 참석 규칙’을 적용하면 이번 12기 2차회의는 불참하는 순서가 된다. 이와 관련,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의 불참을 방중 여부와 연결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 과거 전례를 통해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상반기 정기회의였다는 점에서 지난해 예산을 결산하고 올해 예산을 편성하는 등 예산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1년 만에 사회주의 헌법 일부 조문을 수정했다. 또 2009년 국가예산집행 결산 승인, 2010년 국가예산 등이 채택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헌법 개정 조문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한편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미국의 ‘핵태세 검토(NPR)’ 보고서와 관련, “미국의 핵위협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억제력으로 각종 핵무기를 필요한 만큼 늘리고 현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北 인민보안성→部 격상 주민통제 강화용?

    남한의 경찰청에 해당하는 북한 인민보안성(省)의 이름이 ‘인민보안부(部)’로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조선중앙TV는 5일 뉴스에서 평양시 10만 가구 살림집 건설 현장 소식을 전하며 인민보안부 건설여단에 속하는 주민과의 인터뷰를 다뤘다. 앞서 지난달 30일 평양방송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인민보안성 건설여단이라고 소개했던 점을 미뤄볼 때 최근 이름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인민보안성은 사실상 무력기관이어서 내각과 분리돼 왔지만 명칭만은 다른 내각 산하 기관들처럼 성을 썼다. 그러나 최근 내각보다 권력 서열이 높은 국방위원회 직속 기관들처럼 조직 명칭에 ‘부’를 달게 된 것이다. 기관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인민보안부의 권한도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6일 “지난해 화폐개혁 단행 이후 북한 내부적으로 경제난 심화, 주민 동요 등 불안정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주민 통제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인민보안성의 격을 높여 주민 통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차원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지시하고 지도하는 기관인 국방위의 직할 조직으로 변경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