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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야당들, 화폐개혁 반대 전국적 시위

    인도 야당들, 화폐개혁 반대 전국적 시위

    나렌드라 모디(66) 인도 총리가 검은돈 근절 등을 이유로 지난 8일 500루피(8500원)·1000루피(1만 7000원) 지폐 통용을 중단하는 화폐 개혁을 단행한 데 대해 28일 야당이 준비 부족과 서민 고통 등을 지적하며 전국 규모의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인도 NDTV 등에 따르면 인도 제1야당인 국민회의(INC)는 이날을 ‘국민 분노의 날’로 정해 수도 뉴델리 의회 밖에서 시위를 열었다. 국민회의 소속 말리카르준 카르게 하원의원은 “정부가 보통 사람들의 어려움에 무감각했다”면서 “모디 총리가 의회에 나와 야당과 함께 현 상황을 논의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마마타 바네르지 트리나물콩그레스(TMC) 총재가 주 총리로 있는 동부 웨스트벵골 주를 비롯해 인도 각지에서도 10여개 야당과 지역 정당들이 화폐개혁 반대 시위를 열었다. 웨스트벵골 주 콜카타에는 2만 5000명이 모였고 서부 경제 도시 뭄바이에는 6000여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내년 초 주의회 선거가 벌어지는 우타르프라데시주 지역정당 바후잔 사마지당(BSP) 총재 마야와티 상원의원은 “여당 인도국민당(BJP)은 화폐개혁에 앞서 지난 10개월간 은행에 얼마나 많은 돈을 예치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파 정당들은 나아가 이날 하루 전국적인 파업을 벌이자고 제안했지만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파업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 같은 야당 반발에 대해 모디 총리는 전날 우타르 프라데시 주를 찾아 한 연설에서 “보통사람들과 나는 부패를 끝내려고 노력하는데 야당은 나라를 끝내려고 파업을 조장하고 나섰다”면서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라디오 연설에서도 “자신의 검은돈을 세탁하기 위해 서민을 이용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인도 언론들은 화폐개혁의 실제 목적이 뿌리깊은 정경유착으로 기득권 세력으로 자리잡은 현 야당의 검은돈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인도는 지난 8일 모디 총리가 500루피 이상 고액지폐 통용을 중단하고 새 지폐로 대체한다고 밝힌 뒤 은행마다 구권 입금과 신권 인출을 위해 인파가 몰리고 현금 부족으로 소비가 위축돼 20일째 혼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검은돈 근절이라는 화폐 개혁 목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강원, 광역지자체 첫 지역 화폐 새해부터 유통.

    강원도가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새해부터 지역 화폐인 ‘강원상품권’을 발행, 유통에 들어간다. 강원도는 28일 지역자금 역외 유출 방지 등을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새해 1월 1일부터 강원상품권(Gang Won)을 유통한다고 밝혔다. 당장 다음달 관련 조례 시행규칙 제정·공포와 함께 사용점을 모집에 들어간다. 올해 우선 30억원 규모를 발행해 내년 1월 1일부터 도와 관계기관·단체 포상금, 시상금, 물품구매 등 위주로 유통하는 등 제도 안착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어 같은 해 2월에는 250억원 규모를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강원도 발주사업과 주력산업인 관광상품 패키지화, 모바일 쇼핑몰 등과 연계해 유통을 확대할 방침이다. 강원지역에서는 한국은행 추정 2014년 기준 3조 8000억원 규모의 지역 자금이 수도권 등으로 빠져나갔다. 이는 곧 지역경제의 선순환을 방해하며 지역경제 침체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다. 상품권 발행은 5000원권, 1만원권, 5만원권 등 3종이다. 도안은 강원도를 상징하는 잣(5000원권)과 철쭉(1만원권), 두루미(5만원권)를 넣어 지역통화의 특성과 이미지를 표현했다. 위·변조 방지를 위한 보안요건도 갖췄다. 은화, 선화 인쇄, 무색형광, 스마트씨 등 9개 보안요소를 사용해 상품권의 안정성을 높였다. 기술력과 공신력을 확보한 한국조폐공사에서 제작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역 자금이 역외로 빠져나가지 않으면 강원지역에서 일어나는 생산과 소비만으로 지역경제를 충분히 살릴 수 있다”면서 “지역 내 자금순환을 늘려 소비를 촉진하고 지역상권 보호 등 강원경제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인도 루피화 가치 역대 최저…“몇달 내 달러당 70루피 전망”

    인도 루피화 가치 역대 최저…“몇달 내 달러당 70루피 전망”

     인도 루피화 가치가 화폐 개혁으로 생긴 혼란과 세계적인 달러 강세 속에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4일 인도 NDTV에 따르면 루피화 가치는 이날 장중 한때 1달러당 68.86루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루피 가치가 가장 낮았던 것은 2013년 8월 1달러당 68.85루피였다.  루피 가치는 이후 인도 중앙은행 개입으로 달러당 68.83루피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전문가들은 몇 개월 내 루피 가치가 1달러 당 70루피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 코탁증권의 아닌디아 바네르지는 ”루피 가치는 한두 달 뒤 달러당 69.3루피, 7∼8개월 뒤에 달러당 70.50루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루피화 가치 하락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뒤 보호주의 무역 정책 우려와 미국 금리 인상 기대, 인도 화폐개혁으로 생긴 경제혼란 등으로 국제 투자자들이 인도 자산을 대거 처분한 게 주요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또 미국 대선 이후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으로 세계적으로 달러 가치가 올라가고 있는 것도 루피화 약세의 요인으로 꼽힌다.  NDTV는 특히 지난 8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화폐개혁을 단행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도 시장에서 1300억 루피(2조 2334억원) 상당의 주식을 팔았다고 전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의 인도 정부·기업 채권 보유액도 972억 루피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민심 칼바람… ‘8분의1 토막’ 난 박정희 기념행사

    민심 칼바람… ‘8분의1 토막’ 난 박정희 기념행사

    ‘박근혜 퇴진’ 시위자 폭행까지 100돌 사업 취소 목소리 커져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99주년 행사가 14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생가에서 열렸다. 분위기는 무겁고 침울했다. 유족 대표와 기관·단체장, 숭모단체 회원 등이 대거 불참했다. 참석자는 500여명으로 2013년 4000여명에 비해 격세지감이다. 이날 구미 생가 인근에서 ‘박근혜 퇴진’이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던 여성을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 등이 폭행해 비난이 거세졌다. 같은 날 박 전 대통령이 초등학교 교사로 묶었던 문경시 문경읍 하숙집 청운각에서도 탄신제가 열렸다. 참석자가 1000여명에서 200여명으로 5분의1 토막이 났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등으로 ‘박정희 신화’가 사그라지고 있다. ‘박정희의 딸’이라는 프리미엄을 안고 대통령에 오른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대로 곤두박질치면서 박 전 대통령도 재평가되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의 불똥이 내년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으로도 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기념사업을 축소·취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극심한 상황에서 박정희 기념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한다. 구미 경실련은 최근 “박근혜 반감은 박정희 반감”이라며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경북도와 구미시에 촉구했다. 구미시가 지난 7월 시민단체들의 박정희 뮤지컬(28억원) 제작 계획 취소 요구를 전격 수용한 전례가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지방자치단체도 기념사업 반대 운동에 가세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지난 2일 설립된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서울 광화문광장에 ‘박정희 동상’ 건립계획을 밝히자 반대 입장을 내놨다. 시 관계자는 “광화문 광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는 것은 광장을 만든 취지에 어긋난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최근 동상추진위원회 위원에서 사퇴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운동도 거세지고 있다. 역사교과서국정화폐기시민운동본부는 “국정교과서는 박근혜에 의한, 박정희를 위한, 최순실 교과서가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정교과서 사용 중지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섰다. 이동진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박정희 신화’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구미·문경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탄생 99년 행사하는 ‘박정희 신화’ 흔들흔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탄생 99년 행사하는 ‘박정희 신화’ 흔들흔들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99주년 행사가 14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생가에서 열렸다. 분위기는 무겁고 침울했다. 유족 대표와 기관·단체장, 숭모단체 회원 등이 대거 불참했다. 참석자는 500여명, 예년의 4분의 1 수준도 안됐다. 이날 구미 생가 인근에서 ‘박근혜 퇴진’이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던 여성을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 등이 폭행해 비난이 거세졌다. 같은 날 박 전 대통령이 초등학교 교사로 묶었던 문경시 문경읍 하숙집 청운각에서도 탄신제가 열렸다. 참석자가 200여명에 불과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등으로 ‘박정희 신화’가 사그러들고 있다. ‘박정희의 딸’이라는 프리미엄를 안고 대통령에 오른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대로 곤두박질 치면서 박 전 대통령도 재평가되고 있다. 국정 농단 사태의 불똥이 내년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으로도 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기념사업을 축소·취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극심한 상황에서 박정희 기념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한다. 구미 경실련은 최근 “박근혜 반감은 박정희 반감”이라며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경북도와 구미시에 촉구했다. 구미시가 지난 7월 시민단체들의 박정희 뮤지컬(28억원) 제작 계획 취소 요구를 전격 수용한 전례가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지방자치단체도 기념 사업 반대 운동에 가세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지난 2일 설립된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서울 광화문광장에 ‘박정희 동상’ 건립계획을 밝히자 반대 입장을 내놨다. 시 관계자는 “광화문 광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는 것은 광장을 만든 취지에 어긋난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최근 동상추진위원회 위원에서 사퇴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운동도 거세지고 있다. 역사교과서국정화폐기시민운동본부는 “국정교과서는 박근혜에 의한, 박정희를 위한, 최순실 교과서가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정교과서 사용중지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서고 있다. 이동진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박정희 신화’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구미·문경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소세키 발자국 좇다가… 수레 속 보물 찾았다

    소세키 발자국 좇다가… 수레 속 보물 찾았다

    1장 - 도쿄역서 한 정거장에 책 천국이 일본의 수도인 도쿄, 그 중심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쿄 기차역이 있고 거기서 지하철을 타고 한 정거장만 가면 간다역이다. 도쿄의 고서점거리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의외로 시내 중심부와 가까운 곳에 고서점거리가 있다는 것에서 우선 신선한 자극을 받는다. 올해 57회인 진보초 고서축제는 간다와 진보초 일대의 헌책방 200여곳이 참여하는 가장 규모가 큰 행사이다. 규모가 큰 만큼 축제 기간도 길어서 매년 10월 마지막 주 금요일부터 11월 첫 주까지 2주 동안 이 거리가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이 기간 동안 유통되는 책만 해도 100만권에 이른다고 하니 직접 가보지 않고는 축제의 면모를 다 알기 힘들 정도다. 이 지역에 헌책방들이 들어서게 된 것은 130여년 전부터다. 당시 일본은 근대 학문을 배우고 익혀 서양에 뒤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여러 대학이 만들어졌다. 메이지대학(1881년 개교), 도쿄대학(1887년 개교) 등이 차례로 생겨났고 그에 따라 자연스레 책의 수요도 많아졌다. 진보초의 헌책방은 이런 역사를 배경으로 하나둘씩 문을 열었고 그것이 지금에 이르러 현재는 ‘세계 최대의 헌책방거리’라는 명성을 가지게 되었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거리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는 했어도 진보초에 있는 헌책방들은 여전히 예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이 많다. 1918년에 처음으로 영업을 시작한 ‘야구치서점’은 100년 전 간판을 아직도 그대로 쓰고 있다. 그런가 하면 비틀스의 멤버인 존 레논이 직접 안경을 맞춘 곳으로도 유명한 안경점이 당시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여전히 그 자리에서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 외에도 둘러보면 곳곳에 100년 전 헌책방 거리의 모습을 이렇게까지 잘 보존하고 있는 것에 부러운 마음이 앞선다. 우리나라에도 인천의 배다리, 서울의 청계천, 부산의 보수동 등 헌책방 거리가 있지만 1980년대 이후 빠른 속도로 헌책방들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헌책방의 인기가 줄어드는 건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다 1991년 ‘북오프’(Book-off)라고 하는 대형 헌책방 프랜차이즈 업체가 등장하면서 헌책방 업계는 큰 변화를 겪게 되었다. 북오프는 헌책방이지만 새 책을 파는 대형서점처럼 깔끔한 분위기를 갖추고, 컴퓨터로 즉시 검색까지 할 수 있는 편리함이 강점이다. 사람들로부터 책을 매입하는 절차도 처음부터 시스템을 갖추고 시작했기 때문에 많은 중고 책들이 일반 헌책방보다는 북오프로 유입되었다. 매출과 매입에서 동시에 경쟁력을 잃은 기존의 헌책방들은 도미노처럼 도산했다. 진보초 헌책방거리의 상인들은 함께 모여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갈 방법을 고민했다. 진보초 고서축제는 이미 1960년대부터 해 오고 있었지만 새로운 콘텐츠가 없다면 앞으로 이곳의 상황도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이에 고서협회와 진보초 상인연합회는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와는 다른 진보초 고서축제를 기획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 그런 노력의 결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010년부터 매년 축제 기간에 발행되는 고서축제 공식 가이드북은 올해 축제의 주제와 함께 진보초 헌책방들의 면면을 소개하는 자료집이다. 가이드북이라고는 하지만 내용이 충실해서 1200엔이라는 가격이 아깝지 않다. 올해 발행된 7호 가이드북에는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의 사후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 소개가 특집으로 실렸다. 소세키는 일본의 1000엔권 화폐에 얼굴이 실렸을 정도로 인기와 문학성을 함께 인정받은 국민작가의 한 사람이다.(현재는 세균학자인 노구치 히데오로 도안이 바뀌었다) 그는 일본의 제1호 국가유학생으로 영국에 건너가 신식 학문을 공부했고 돌아와서 교사생활을 하며 ‘도련님’, ‘마음’ 등 훌륭한 소설작품을 남겼다. 그런 작가에게 있어서 대학과 서점이 몰려 있는 진보초 일대는 특별한 공간이었을 것이다. 그 때문에 소세키가 쓴 작품 안에는 메이지시대 도쿄의 풍경과 당시를 살았던 지식인의 고민이 잘 드러나 있다. 2장 - 2주간 책 100만여권 유통 가이드북은 진보초 일대의 지도를 일러스트로 그려 놓고 소세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에 따로 표시를 해 두었다. 소세키가 산책을 즐겼던 길, 소세키가 책을 구입했던 곳, 소세키가 점심을 먹었던 곳, 소세키가 차를 마시며 오후를 즐겼던 가게…. 옛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면 자료조사를 통해 예측한 장소까지 자세하게 넣었다. 고서축제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은 책도 책이지만 소세키의 흔적을 찾아 함께 헌책방거리를 걸어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이런 행사를 기획할 수 있는 이유는 100년 전에 활동한 작가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존해 놓은 노력 덕분이다. 이렇게 쌓아 놓은 역사가 나중에 소중한 콘텐츠가 된다는 걸 배운다. 고서축제의 가장 큰 볼거리는 역시 거리로 쏟아져 나온 200여개 헌책방들이 만드는 ‘야외 책 수레’다. 책이 담긴 리어카를 야외로 갖고 나와서 파는 것이 뭐 그리 특이할까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일본의 헌책방은 우리나라와 문화가 조금 다르다. 책을 구입하려는 의사와는 상관없이 손님이 헌책방에 들어가서 오랜 시간 동안 서가를 둘러보고 책을 뒤적거리는 것을 실례라고 생각해서 대개 매장에 들어갈 때에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든다. 헌책방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해당 헌책방에서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도서목록을 이메일이나 우편으로 받아서 살펴본 뒤 필요한 책이 있으면 전화로 해당 책을 문의하고 방문 약속을 잡아서 책을 구입한다. 헌책방 이용이 이렇게 조심스럽다 보니 축제 때에 거리로 나온 야외 책 수레가 반가운 것이다. 여기라면 책을 마음대로 살펴보고 구입할 수 있으니 매년 고서축제 기간이 기다려진다. 더구나 이때에 맞춰서 각 점포는 그동안 숨겨 뒀던 특별한 책들을 공개하는 일도 있기 때문에 책 구입을 위해 이곳을 찾은 방문객에겐 더할 것 없이 좋은 기회인 것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을 좋아해서 운영 중인 헌책방 이름도 그가 쓴 작품 제목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비슷하게 지었다. 일본은 루이스 캐럴 학회가 있을 뿐 아니라 진보초에는 빅토리아시대 작품들에 대한 책이 많아서 올해도 앨리스 책을 찾기 위해 서점을 몇 군데 들렀다. 맨 먼저 찾은 곳은 진보초 헌책방거리의 시작 시점인 스즈란거리 앞쪽에 자리잡은 ‘보헤미안 길드’이다. 이곳은 서양화가의 화집과 근현대 사진집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작년에 이곳에서 초현실주의 작가인 얀 슈반크마이어가 작업한 앨리스 그림책을 발견했다. 그다음은 고서센터 건물 근처에 있는 ‘오가와도서’다. 여기는 19세기 영문학에 관련된 책만을 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앨리스 책을 찾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1800년대 후반에 출판한 초기 앨리스 책은 너무도 가격이 높기 때문에 발견한다고 하더라도 내 주머니 사정에 구입은 어림없다. 이번에 찾아갔을 때는 도서목록표에 16만엔짜리 ‘스나크 사냥’이 있었는데, 역시나 책을 눈에다가 담아 오는 것으로 서운한 마음을 달랬다. 대신 올해는 찰스 디킨스에 관한 책을 몇 권 구입했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영문학 고서의 성지라고 불리는 ‘기타자와서점’이다. 1902년에 문을 연 서점은 지금까지 한 번도 문을 닫은 일이 없이 3대째 가업을 이어 오고 있다. 100년을 훌쩍 넘긴 서점의 역사만큼 고서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오에 겐자부로가 이 서점에 드나들었다고 하니 어쩌면 이곳 서가 어딘가에 그들의 손때도 묻어 있으리라. 나도 이 서점에서 1930년대에 출판된 앨리스 책을 구입한 일이 있다. 오래된 책이었지만 보존상태가 매우 훌륭했고 주인의 해박한 서지학(書誌學) 지식에 놀랐던 기억을 지금껏 간직하고 있다. 그 외에도 진보초에는 수많은 헌책방들이 있는데 가장 놀라운 점은 200개에 이르는 헌책방들이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곳은 영문학 전문, 다른 곳은 고지도를 전문으로, 만화나 잡지만을 다루는 곳도 있으며, 일본인에게 인기 있는 쇼와시대 문화에 대한 책을 주로 취급하는 가게도 있다. 물론 성인물이나 오컬트, 만화, 스포츠, 서브컬처 전문 서점도 있다. 그러니 독자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든지 진보초에 오면 그것을 전문으로 삼고 있는 서점이 반드시 있다는 말도 있다. 3장 - 역사·개성·새로움 다 잡은 축제 헌책방들이 이렇게 자신만의 색깔을 간직하며 오래 영업할 수 있는 원동력은 상인연합회와 고서협회의 오랜 노력 때문이다. 고서협회는 회원 헌책방들이 달마다 내는 회비로 각종 사업과 헌책 매입을 주도한다. 매입한 헌책은 회원을 상대로 한 자체경매를 통해 순환시키고 전문 서점에는 경매를 진행할 때 나름의 우선권을 보장하기 때문에 헌책방들은 새로운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새로이 헌책방을 개업하려는 사람에게는 협회에서 마련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해서 첫 시작부터 돕는다는 신뢰의 이미지를 더한다. 진보초 고서축제는 단지 많은 책을 늘어놓고 판매하는 행사에서 그치지 않는다. 매년 가도 언제나 새로운 이벤트가 있기 때문에 올해 고서축제가 끝나면 내년 축제기간이 기다려질 정도다. 일본은 축제의 나라라고 부를 만큼 전국에 다양한 마쓰리(축제)가 있다. 수십년 정도 이어 오는 고서축제가 있는가 하면 수백년 전통을 간직한 지역축제도 여럿이다. 이런 축제를 바라보면서 크게 느끼는 점은 역시 역사성이다. 축제의 콘텐츠 자체가 두터운 역사성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깊은 맛을 내기 어렵다. 말 그대로 때가 되면 하는 행사가 되고 만다. 도쿄의 명물이라 불리는 고서축제를 탐방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우리나라의 책 문화를 다시금 되돌아본다. 책은 읽으라고 강요해서 독서량이 많아지는 건 아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치보다는 책을 읽어도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런 환경은 갑자기 만들어내기 힘들다. 일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헌책방과 오프라인 서점들이 계속해서 인터넷서점과 멀티미디어매체 쪽에 밀리고 있을 때 생각해낸 해법이 문학의 역사를 발굴해서 독자들에게 그것을 직접 체험해 보도록 하는 것이었다. 인터넷의 약점을 제대로 공격한 통쾌한 한 방이다. 독자들이 방 안에만 있지 않고 서점거리로 나와서 함께 걷고, 즐기고, 작가의 흔적을 찾으면서 나와 비슷한 이름 모를 타인을 길거리에서 만나 자신도 모르게 느슨한 독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윤성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대표
  • 수수료 빼고 보안 더하고… 블록체인, 금융을 바꾼다

    수수료 빼고 보안 더하고… 블록체인, 금융을 바꾼다

    # 2018년 직장인 A씨는 미국에 사는 조카에게 크리스마스를 맞아 20만원 용돈을 보낸다. 예전엔 수수료 걱정에 소액 해외 송금은 꿈도 못 꿨지만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보내면 기존의 5분의1 수준으로 해결된다. 보통 2~3일 정도 걸리던 송금 시간도 1시간 이내로 줄어 편리해졌다. # 같은 해 주부 B씨는 5살 자녀의 1만원 미만 병원비를 보장받는 소액 유아보험에 가입한다. 한 달에 1000원 정도만 납부하고 자녀가 다쳤을 때 간단한 진료비를 받을 수 있다. 블록체인 방식으로 인건비를 절감한 보험사가 비싼 유아보험이 부담스러운 부모를 위해 출시한 상품이다. 블록체인은 금융과 정보기술(IT)의 결합을 뜻하는 핀테크 서비스 중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다. 별도 중앙 서버가 아닌 모든 거래 참여자들이 거래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기록하는 시스템이다. 해외 송금, 주식 거래, 전자 결제, 소액 보험뿐 아니라 금융 서비스 전반에서 혁명적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블록체인의 편리함은 현재 금융 결제 시스템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고객이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 신용카드를 긁기만 하면 결제가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뒤엔 복잡한 금융 시스템이 있다. 카드를 긁는 순간 카드 단말기는 결제 정보를 부가가치통신망(VAN) 사업자에게 전송한다. VAN, 카드사, 은행, 은행 간 중앙결제시스템을 거친 뒤에야 결제한 돈이 가게에 전달된다. 현재 금융 결제 시스템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고객은 수수료를 부담한다. ●은행 전통적 수익 모델 바꿔… 기술 선점에 혈안 블록체인이 도입되면 거래 과정에서 VAN과 같은 불필요한 참여자를 제거할 수 있다. 해외 송금도 중개 은행을 거치지 않고 가능하다. 모든 거래 참여자가 거래를 검증하고 장부를 보관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블록’이 만들어지고 이 내용을 거래 참여자들이 기존 장부에 사슬처럼 연결해 ‘블록체인’이 된다. 쉽게 말해 ‘장부 책임자가 없는 거래 시스템’이다. 검증을 위한 제3자가 없다면 자연스레 수수료도 낮아진다. 기술적으로 수수료는 거의 ‘0’까지 내려간다. 블록체인의 최대 강점이며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권이 블록체인 도입에 적극 나서는 이유다. 현재 개발 초기 단계인 블록체인 기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내외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다보스포럼을 주관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은 “전 세계 은행 80%가 내년까지 블록체인을 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은행 중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 5곳이 세계 최대 규모 블록체인 컨소시엄(협력단) ‘R3CEV’에 가입했다. 이들은 최근 R3CEV가 국내에서 처음 개최한 워크숍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국내 은행들끼리 공동으로 진행하는 첫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자금세탁 방지와 해외송금 등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도 해외 증권거래소들과 마찬가지로 장외주식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시스템 도입에 나섰다. 코스콤은 최근 블록체인 기반 장외시장 채권거래에 대한 개념 검증에 성공했다. 주혜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블록체인은 은행이 전통적으로 수익을 창출했던 모델을 완전히 바꾸는 기술”이라면서 “위협을 느낀 은행권에서 먼저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록체인 자체가 역사가 오래된 기술은 아니지만 잠재력이 워낙 크다 보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KB국민카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개인인증 시스템을 이달 중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은 고객이 모바일 앱카드에 로그인할 때나 30만원 이상 결제할 때 공인인증서를 통한 개인인증을 해야 한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한 ‘간편 인증’ 서비스를 도입하면 고객들은 비밀번호 6자리만 입력하면 된다. 지금처럼 유효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받을 필요도 없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인증 서비스를 추가해 고객들이 인증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블록체인이 도입되면 금융 고객들은 더 안전한 서비스를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참여자 간 직접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중개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비용과 중개 기관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절감된다. 모든 거래가 투명하게 이뤄져서 관리 감독 및 규제 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 또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데이터 위·변조가 어렵기 때문에 해킹 역시 불가능하다. 다수의 참여자가 분산 장부로 거래 정보를 공유해 해킹이 어렵다. 이는 IT 보안비용 절감 효과로도 이어진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스케일체인의 이관호 대표는 “비트코인(온라인 가상화폐)을 거래하기 위해 만든 기술인데 워낙 편리하다 보니 금융 거래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라면서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고 전했다. ●거래 취소 불가·오류 책임 물을 수 없어 한계 하지만 아직 도입 초기인 블록체인이 실생활에 완전히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거래기록을 검증할 때 모든 장부를 대조해야 하기 때문에 처리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지금 기술로는 1초에 수천 건이 발생하는 주식시장의 대량 거래를 감당하기 힘들다. 모든 거래 기록을 저장해야 하기 때문에 블록체인의 용량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한 번 블록체인 망에서 집행된 거래는 되돌릴 수 없고 책임자가 없어 오류가 발생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점 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한계 극복에 더해 블록체인이 가져올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금융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홍승필 성신여대 IT학부 교수는 “아직 우리나라에는 하라는 법도 하지 말라는 법도 없는 상황”이라며 “일본은 지난 5월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는 법안을 마련했는데 우리는 아직 준비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국제 흐름에 맞춰 디지털 통화의 제도화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 금융권 공동으로 연구·시범 사업을 진행할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만들 계획이다. 관련법 정비도 필요하다. 현행법상 해외 송금은 반드시 은행을 통하도록 돼 있는 등 걸림돌이 많다. 블록체인 기술검증에 참여한 코스콤 관계자는 “공인인증서도 원래 지금보다는 간단한 형태로 사용 가능하지만 여러 규제를 받다 보니 불편하게 됐다”면서 “금융 당국이 블록체인 같은 보다 효율적인 기술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용어 클릭] ■블록체인(block chain) 별도 정보 관리자 없이 거래 참여자들이 실시간으로 거래 내역을 기록하고 보관하는 시스템. ‘디지털 공공 거래장부’라고도 불린다. 거래 내용을 중앙서버에 집중시키지 않고 분산 저장하기 때문에 거래 비용이 크게 절약되며 해킹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 인도 고액권 깜짝 교체에 외국인 ‘막막’…“당국 지침 없어”

    인도 고액권 깜짝 교체에 외국인 ‘막막’…“당국 지침 없어”

    인도 정부가 이른바 ‘지하자금’을 차단하고 세수를 늘리기 위해 지난 9일부터 기존 500루피(8700원)와 1000루피 고액권 지폐 통용을 중단하자 인도를 재방문할 때 쓰려고 본국에 지폐를 가지고 돌아 온 외국인 여행객·기업인 등이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1일 포털사이트 다음 ‘인도방랑기’ 등 인도 여행 카페와 소셜미디어에는 한국에 가져 온 루피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인도 여행을 앞두고 미리 500루피 지폐를 다량 환전해서 갖고 있었는데 막상 출국을 앞두고 사용할 수 없게 돼 곤란하다는 여행객도 있었다. 지난 8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해 다음날부터 500루피 이상 기존 지폐를 사용할 수 없게 했다. 인도 국내에서는 다음 달 30일까지 은행과 우체국에 예치하거나 새로 발행한 500루피·2000루피 신권으로 교환하도록 했지만, 외국에 있는 지폐에 대해서는 특별한 조치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루피화 환전 업무를 해온 KEB하나은행은 현재 고객이 500루피·1000루피 구권을 가져오면 받아주지 못한다고 고객에게 안내하고 있다.  다른 나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영국 런던에 사는 한 외환 거래 업자는 “(영국에 지점이 있는) 뱅크오브인디아가 어떤 해법을 내놓아야 하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서 가지고 있던 구권 루피를 인도에 들어가는 사촌에게 건넸다고 BBC 방송에 말했다.  영국 M&S은행도 구권 루피화를 받을 수 없다고 고객들에게 안내했다.  한편 인도 국내 은행들은 구권 화폐 통용 중단 사흘째인 이날도 구권을 입금하고 신권과 소액권을 인출하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현금인출기(ATM)는 하루에 뽑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이 2000루피에 불과한 데다 일부는 기기 안 잔고가 금방 바닥나 긴 줄을 선 시민들을 허탈하게 했다.  정부는 주말인 12∼13일에도 은행 문을 열고 환전 업무를 계속하도록 했다.  한편 게리 라이스 국제통화기금(IMF) 대변인은 전날 이번 조치와 관련해 “부패와 싸우고 불법 자금 흐름을 차단하려는 인도의 조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맑은 가을햇살 느끼며 옛 ‘경성 월스트리트’를 걷다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맑은 가을햇살 느끼며 옛 ‘경성 월스트리트’를 걷다

    서울신문은 서울미래유산을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서울시·문화지평과 함께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을 매주 토요일 진행한다.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co.kr)에서 답사 코스 확인과 참가신청을 할 수 있다. 오는 5일 답사는 ‘인권을 생각하며 걷는 남산둘레길’을 주제로 이필용·손안나 서울미래유산해설사가 진행한다. 서울미래유산 중에서 긴급한 보호조치가 필요한 것들은 ‘위기의 미래유산’으로 지정할 수 있다. 관리주체가 없어서 보전이 어렵거나 적극적인 수리·보수가 필요할 경우 미래유산 보존위원회 심의를 거쳐 선정한다. 이 경우 소유자는 적극적인 개방을 통해 시민들과 유산의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최근 문화지평이 답사하는 과정에서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성우이용원의 이남열 대표이발사는 건물이 노후해 수리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건물은 실제로 삐딱하게 기울어져 있고 비가 많이 오면 빗물이 줄줄 샌다고 한다. 또 다른 서울미래유산인 공씨책방의 경우 건물주가 퇴거를 요청하면서 미래유산으로서의 공유가치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들 모두 위기의 미래유산인 셈이지만 먼저 미래유산 보존위원회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서울 남대문부터 광교까지 뻗은 남대문로는 일제강점기 조선은행(한국은행)을 비롯해 수많은 은행이 밀집했던 금융 1번지였다. 13회차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은 ‘경성 월스트리트를 가다’를 주제로 지난달 15일 오전 10시부터 세 시간 가까이 진행했다. 이 해설사는 이런 역사적 배경을 바탕에 두고 해설하는 한편 곳곳에 흩어져 있는 서울미래유산들을 꼼꼼하게 챙겼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로 하늘이 맑은 데다 도심 한복판 평지를 걷는 편안한 코스라서 다른 때보다 많은 40명 가까운 인원이 답사에 참여했다. 이날 참석한 선현호 아시아나국제특허법률사무소 관리부장이 어린아이 주먹만 한 약식 30여개를 싸와 답사팀 간식으로 나눠주었다. 약식은 선씨의 부인이자 이바지 음식 전문가인 강기숙씨가 아침에 손수 만들어 보낸 것이라 온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국보 1호 숭례문(남대문) 옆 작은 공원에서 답사팀은 모였다. 2008년 2월 10일 설날 연휴에 방화로 완전히 불타 버린 숭례문은 2013년 5월 지금의 모습으로 복구돼 일반에 공개됐다. 화재 전에는 도로 위에 섬처럼 서 있어서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공원화되면서 출입이 자유롭다. 문화재 관리의 소중함을 교훈으로 간직한 숭례문에서 이번 답사 여정이 시작됐다. 이 해설사는 “오늘 답사길은 시내 한복판이라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친밀하게 느껴지는 곳”이라며 “서울에서 보기 드물게 가로세로 동서남북형 도로와는 다르게 소공로처럼 대각선 도로와 연결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남대문에서 소월로를 따라 남산 쪽으로 조금 오르면 남산육교 고가차도가 나온다. 1961년 말 만들어진 일반교량으로 오래된 구조물이라는 점에서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남대문시장 안에는 은호식당이란 노포가 있다. 1932년 ‘은성옥’이란 상호로 문을 연 꼬리곰탕집이다. 한국전쟁 때는 부산 피란처에서도 임시로 문을 열었다가 휴전 후 지금 자리에 건물을 짓고 재개업했다. 현재 4대째인 정용식씨가 운영하고 있고 서소문, 여의도에 직영점이 있다. 같은 지역에서 84년 동안 운영되면서 남창동 일대의 시대 흐름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장소라는 이유로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남대문시장 전체도 서울미래유산이다. 1414년 정부 임대시전으로 남대문 근처에 가게를 지어 상인들에게 빌려준 게 시장의 시초다. 종로 시전과 동대문 이현과 함께 남대문 칠패는 조선 내내 주요한 시장의 기능을 했다. 1608년(선조 41년) 선혜청이 지금의 남창동에 설치되면서 지방의 특산물 등을 매매하는 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1911년 3월 을사오적 중 한 명인 내부대신 송병준이 조선농업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남대문시장은 정식 근대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해설사가 남대문시장 초입의 선혜청 표지석 앞에서 답사팀을 멈춰 세웠다. 17세기 초 조선시대 대동법 실시에 따라 대동미(米)·대동포(布)·대동전(錢) 출납을 관장한 관청이 있던 자리다. 쬐끔 과장해서 월스트리트는 이미 17세기 조선조부터 시작된 셈이다. 대동법은 조선시대에 공물(貢物)을 쌀로 통일해서 바치게 한 납세제도다. 벼농사가 어려운 산간지방이나 쌀 납부가 어려운 경우에는 베·무명(대동포), 돈(대동전)으로 대납할 수 있었다. 선혜청의 의미는 대동법 실시 이후 등장한 공납 대납업자들이 산업자본가로 성장해 수공업과 상업발달을 촉진시켰다는 데 있다. 이렇듯 돈이 흘러가는 곳이다 보니 자연스레 운송활동도 증대하면서 교환경제가 발달하게 됐다. 서울역이 남대문시장 인근에 위치한 이면에는 아마도 이런 이유가 큰 몫을 했을 것이다. 남대문 2층 한옥 상가벽돌 쌓아 올린 한·양 절충식 건물 남대문 지하보도 역시 서울미래유산이다. 정확한 준공 시기는 알 수 없고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남대문 4가 대로변에는 생소하게 한옥 기와를 이고 선 2층 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바로 남대문로 2층 한옥상가다. 올해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662호로 등록됐다. 1910년대 만들어진 벽돌조 한양(韓洋) 절충식 건물로 전통적인 단층 목조 건축 양식에서 벗어난 벽돌조란 특징을 갖는다. 업무상 중국 출장이 잦은 김유림(40·넥스나인 대표)씨는 “중국 VIP 및 비즈니스 고객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남대문 일대 관광을 매우 좋아하는데 그동안 흔하게 알려진 것만 설명하는 데 그쳤다”며 “이번 답사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역사적 사실을 중국인들에게 보다 풍성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 해설사는 답사팀을 북창동 먹자골목을 통과해 플라자호텔 쪽으로 이끌었다. 길 건너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때마침 수문장 교대식이 한창이다. 수문장 교대식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국립극장장을 지낸 허규씨가 병상에서 아이디어를 내 관광 콘텐츠로 발전시킨 ‘작품’이다. 즉 역사에 이런 수문장 교대식은 없었다. 명동 나석주 열사 동상 나 열사가 동양척식회사에 폭탄 던진 곳 이 해설사는 “대한문 앞 도로는 대한제국을 선포한 고종황제가 근대적 도시 발전을 도모하기 시작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며 “환구단을 거쳐 소공로를 뚫어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길을 개설했고 남대문으로 이어지는 도로 역시 구체화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로의 확장과 직선화가 사회 구성원 간 소통의 부재라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 해설사는 “도로가 넓어지면 교통은 편리해지지만 사람이나 차가 빠르게 이동하면서 교류가 어려워지게 된다”며 “이는 도로의 발달이 사람보다 자동차에 우선권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도로는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고 편리하게 걸어가면서 정보를 얻고 교류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야 사람 간 교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환구단 일대 호텔가일제강점기 경성 대표적 상업지역 눈을 조선호텔 쪽으로 돌리자 사적 157호 환구단이 나타났다. 2007년 수유리 그린파크호텔 재개발 과정에서 호텔 정문으로 사용하고 있던 문이 환구단 정문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이전 복원된 사연을 갖고 있다. 환구단 일대는 지금도 각종 호텔이 빼곡하지만 일제 강점기에도 경성을 찾는 외국인이 묵는 호텔이 많았다. 교통이 편리하고 물산이 풍부한 경성의 대표적인 상업지역이었던 셈이다. 백화점과 양판점이 들어서면서 막대한 시장 자금이 돌자 자연스레 금융시설도 들어섰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자리에는 조선은행, 신세계백화점 옆 건물인 SC제일은행에는 조선저축은행, 한국은행 소공별관 자리는 조선상업은행, 롯데 애비뉴엘에는 조선신탁주식회사가 있었다. 그 바로 옆 롯데백화점은 식산은행, 길 건너편에는 제일은행, 외환은행 자리엔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있었다. 이 밖에도 시청 을지로별관에는 제국생명, 신한은행 광교빌딩은 한성은행, 광교약국 자리에는 동일은행 등이 있었다. 우리은행 종로지점은 조선상업은행 종로지점으로, ‘1924년 8월에 문을 열었다’는 동판이 벽에 부착돼 있다. 이렇게 금융회사가 밀집해 있었던 역사로 인해 ‘경성의 월스트리트’였다는 표현이 자연스러운 거리다. 한국은행 앞 사거리부터 을지로입구역까지 남대문로 일대를 아우른다. 한편 소공로는 조선총독부와 경성부청을 대각선으로 잇는 짧은 도로였지만 모던보이들이 즐겨 찾던 신식 양복점이 즐비했다. 소공로 중간쯤 있는 서울미래유산 해창양복점은 1945년 문을 열었다. 부산에서 양복점을 운영하던 창업주 이용수씨가 소공동으로 이전 운영하다가 1958년 아들 이순신씨에게 가업을 넘겼다. 1995년 재단사로 일하던 한창남씨가 경영에 참여한 이후 2004년 완전히 인수했다. 지금은 일대가 부영그룹에 의해 개발되면서 조선호텔 건너편으로 이전했다. 소공로 해창양복점 거리모던보이들 즐겨 찾던 신식 양복점 을지로입구역에서 명동으로 들어가는 하나은행 옆 골목 초입에는 나석주 열사의 동상이 있다. 이곳은 1926년 12월 나 열사가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폭탄을 던지고 일본 경찰과 총격전 중 자결한 곳이다. 답사단은 광교 위에서 이번 답사를 정리했다. 고등학생인 두 딸과 함께 참석한 이은순씨는 “오늘 답사를 하면서 그동안 익숙하게 들어 왔지만 자세히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새로이 알게 됐다”며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서 앞으로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따뜻한 사람들의 체온을 느끼고 싶어졌다”고 후기를 전했다. 이 해설사는 “이번 답사 지역은 조선후기와 대한제국,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150여년간의 수많은 역사적 사실들이 우리들 기억 속에 내재해 있는 대표적인 곳”이라며 “일제 치하 경성 금융가, 도로 확장이 주는 사람들 사이 소통의 문제를 엮어서 진행해 봤다”고 끝맺음을 했다. 을지로입구에서 답사를 마무리한 팀 일부는 청계천을 따라 을지로4가까지 걸었다. 그곳에 있는 서울미래유산인 춘천막국수집에 들러 막국수와 돼지고기 보쌈을 나눠 먹으며 훈훈하게 답사를 정리했다.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
  • 인터넷 암시장서 대마·엑스터시 등 구매한 80명 검거

     인터넷 암시장인 ‘딥웹’(Deep Web)에서 대마, 엑스터시 등 마약을 구입해 투약한 사범들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80명을 검거하고 최모(26)씨 등 5명을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포털이나 구글 등에서 검색할 수 없고 특정한 프로그램으로만 접속할 수 있는 숨겨진 인터넷 사이트에서 마약을 거래했다.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려 인터넷 화폐인 비트코인으로 대금을 주고받았다. 암호화 프로그램을 거쳐 메시지를 주고받는 치밀함도 보였다.  최씨 등은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베리마켓’이라는 이름의 딥웹 사이트에서 모두 합해 대마 5.513㎏, LSD 689장, 엑스터시의 일종인 몰리 80g, 코카인 50g을 사들여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된 정모(27)씨는 대마를 직접 재배해 팔기도 했다. 정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강원 철원군에서 주택을 임대해 대마 40여주를 키워 팔아 2000만원을 챙겼다. 이번에 검거된 마약 구매자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 시절 마약을 처음 접한 이후 계속해서 마약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암호화한 대화를 해독하고, 비트코인의 공공거래장부를 분석해 이들을 추적해 검거했다. 이번에 경찰이 압수한 마약은 대마 3.43㎏, LSD 529장, 몰리 63.6g, 코카인 31g 등으로 시가 1억 7755만원 상당이다. 경찰은 ‘베리마켓’ 사이트를 폐쇄 조치하고, 각각 일본과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이 사이트에서 마약을 팔아온 한국인 A(26)씨와 한국계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B씨에 대해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우려와 달리… 브렉시트 이후 원화 절상률 최고

    美금리동결·엔화 동반 강세 영향 전망과 달리 유럽 자금도 들어와 지난 6월 영국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가결된 이후 우리나라 원화의 가치가 주요국 통화 중 가장 많이 절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브렉시트 가결 이후 약 3개월(6월 30∼9월 22일)간 주요국의 달러화 대비 환율 절상률을 비교한 결과 원화가 4.21%로 가장 높았다. 브렉시트 이후 한국의 원화 가치가 당초 우려와 달리 달러화에 비해 4% 이상 높아졌다는 의미다. 일본 엔화와 유로화는 달러화 대비 각각 1.23%와 0.62% 절상됐다. 태국(1.42%), 인도(1.10%), 인도네시아(1.01%) 등도 화폐 가치가 소폭 상승했다. 브렉시트 당사국인 영국은 파운드화의 가치가 달러화 대비 2.1% 절하됐고, 중국 위안화도 0.36% 하락했다. 원화 가치의 절상은 미국 금리 동결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엔화와 동반 강세의 흐름을 이어 간 게 주된 이유로 분석됐다. 당초 전망과 달리 브렉시트 이후 유럽계 자금이 오히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주식 및 채권시장으로 유입된 점도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실제 같은 기간 각국의 주가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4.03% 상승해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탔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北 배급제 완전 붕괴, 장사밑천 뺏길 때 체제에 반감”

    “北 배급제 완전 붕괴, 장사밑천 뺏길 때 체제에 반감”

     북한 내부에서 시장 활동 규제에 대한 반감과 배급제 붕괴에 따른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탈북자를 통해 북한 실상을 파악하는 설문 조사는 있었지만 감시와 통제가 엄격한 북한 거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해외 기관의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4일(현지시간) 북한 전문 웹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를 통해 공개한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들은 사회주의 낙원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있다”고 발표했다. CSIS는 설문조사 시기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북한 내부에서 여러 차례 설문조사를 했던 단체에 위탁한 조사 결과라고 설명했다. 조사 대상자는 평양, 청진 등 9개 지역에 거주하는 28~80세 성인 36명(여자 16명)으로 노동자, 의사, 이발사 등 다양한 직업군이 포함됐다. 설문에 참여한 북한 주민 36명 모두가 ‘양질의 삶에 필요한만큼 배급을 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 가운데 한명은 “1990년대에는 충분히 배급받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답변했다.  응답자들은 ‘북한 정부가 어떤 조치를 할때 체제에 대한 가장 강한 반감을 느끼나’는 질문에 장마당(시장) 통제와 간부의 뇌물수수, 강압적인 노동력 동원, 세금 외의 준조세 부담, 낮은 임금 등을 꼽?다.  한 응답자는 “장사 밑천을 보안서에 빼앗겼을 때”라고 답변했고, 다른 응답자는 “장사했다는 죄목으로 교화소에 가게 됐을 때”라고 말했다.  CSIS는 “많은 주민들이 2009년 11월 단행된 화폐 개혁 당시 북한 당국에 화가 많이 났다고 밝혔다”면서 “북한 주민의 입을 통해 북한 체제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한해 40억개 우편물 배달하고 ‘포스트 페이’로 경조금 보내고

    한해 40억개 우편물 배달하고 ‘포스트 페이’로 경조금 보내고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인터넷 메신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일상인 시대다. 상대방에게 바로 답장을 보내지 않으면 관계가 소원해지기 십상이다. 어디든지 최소 하루 이상 걸리는 편지가 우리 곁에서 멀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푯값이 얼마인지, 동네 우체통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게 신기할 정도다. ‘우체국은 곧 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법도 하지만, 그럼에도 우정사업본부는 연간 40억개의 우편물을 도서 지역까지 배달하는 보편적 서비스부터 알뜰폰 사업, 핀테크 서비스인 ‘포스트 페이’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금과 보험 등 금융사업에 힘입어 매년 3000억~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보편과 변화가 공존하는 우체국의 ‘오늘’을 들여다봤다. 우표는 크게 보통우표와 기념우표로 나뉜다. 보통우표는 우편요금의 납부를 주목적으로 하는 우표로 우체국에서 상시적으로 판매하는 우표를 뜻한다. 기념우표는 국내 중요 행사나 사건, 인물 등이 들어가며 발매 기간이 정해져 있다. 현재 보통우표의 가격은 25g짜리 통상우편 기준으로 300원이다. 보통우표의 발행량은 2006년 2억 500만여장에 달했으나 지난해는 6000만여장으로 뚝 떨어졌다. 약 10년 만에 4분의1이 된 셈이다. 이렇게 수치로만 보면 우표 발행량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지만, 일종의 ‘문화’로서 기능은 여전하다. ‘우취’, ‘까세’ 등 우표 수집 용어들은 아직 건재하다. ‘우취’란 우표를 수집하는 취미를 줄인 말로 우표 수집가는 우취인이라고 부른다. ‘까세’란 우편봉투에 그려진 도안을 의미한다. 보통 기념우표 발행에 맞춰 해당 우표와 디자인을 맞춘 그림이 들어가 있는 봉투가 만들어진다. ●우표 속 정치·경제·문화·역사 등 담겨 우표 속에 정치, 경제, 문화, 역사 등이 담겨 있다 보니 우표는 시대의 기록을 담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소통의 매개체가 된다. 미국의 32대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우표에서 얻은 지식이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표의 크기는 통상 가로, 세로 2~4㎝이지만 담을 수 있는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우표 때문에 전쟁이 벌어지기도 하고 인쇄상 오류로 탄생한 우표가 희귀 우표가 되기도 한다. 세계 최초의 우표는 1840년 5월 6일 영국 여왕 즉위식 때 빅토리아 여왕의 초상을 넣어 발행한 흑색의 1페니 우표(페니 블랙)다. 그로부터 이틀 후 청색의 2펜스 우표가 발행됐다. 우리나라 최초 우표는 ‘페니 블랙’보다 44년 늦은 1884년 11월 첫선을 보였다. 신진 개혁파 정치인이던 홍영식이 중심이 돼 우정총국을 설치하고 업무를 시작하면서 ‘문위우표’를 발행했다. 문위란 이름은 당시 화폐 단위가 ‘문’(文)이어서 나중에 붙여졌다. 원래 5문, 10문, 25문, 50문, 100문짜리 등 모두 다섯 종을 일본 대장성 인쇄국에 의뢰해 인쇄했지만 우정총국 업무 개시일까지 5문 우표와 10문 우표 두 종만 도착했다. 결국 나머지는 갑신정변으로 우정총국이 폐쇄된 후에 도착되는 바람에 사용되지 못했다. 우표에 얽힌 사연들도 다양하다. 세계 희귀 우표로 꼽히는 ‘뒤집힌 제니’ 우표도 그중 하나다. 1918년 미국 최초로 발행된 항공우표로 원래 우편용 비행기인 ‘커티스 제니’의 모습을 담으려고 했는데 제작 과정의 실수로 파란색 부분이 뒤집힌 채 인쇄됐다. 당시 이 우푯값은 24센트였지만 현재 100만 달러(약 11억 450만원)를 호가하고 있다. 우표는 정치적 공방을 넘어서 국가 간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1933년 파라과이와 볼리비아 간의 ‘그란 차코 전쟁’은 ‘우표전쟁’이라고 불린다. 당시 두 나라는 서로 차코 지방을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파라과이가 차코 지방을 그린 우표를 내자 볼리비아도 뒤질세라 우표를 발행했다. 우표에서 유발된 양국의 싸움은 전쟁으로까지 번졌다. 우표 디자인은 시대를 따라 큰 변화를 겪었다. 정부 수립 때부터 1960년대까지는 인쇄 기술이 떨어져 단색 분판을 통해 도안이 됐다. 1970~1994년에는 60년대 후반 도입된 컬러 인쇄기계의 힘으로 다양한 색상이 재현됐다. 당시 우표는 핸드 드로잉에 의존해 아날로그적인 멋을 가지고 있었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는 컴퓨터그래픽의 다양한 기법을 적용하면서 이미지를 합성·변형하거나 특수 시각효과를 넣은 디자인이 대다수였다. 2000년 이후의 우표는 핸드 드로잉이 주는 감성적 장점과 다양한 컴퓨터그래픽 특수효과의 장점을 합친 ‘디지로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바뀌는 시변각 우표, 향기우표, 야광 우표, 스티커 우표 등 이목을 끄는 우표들도 나온다. ●우체국 예금 1905년·보험 1929년부터 시작 일반인이 아는 것보다 꽤 오래전부터 우체국은 예금과 보험 업무를 해 왔다. 우편 업무의 시초가 1884년이었다면 예금과 보험 업무는 각각 1905년과 1929년에 시작됐다. 1977년 농협에 예금·보험 업무를 넘겼다가 경영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1983년 다시 가져왔다. 전국 3500여개 우체국의 절반이 넘는 약 55%가 도시가 아닌 시골에 위치해 우체국예금과 보험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익성이 낮아 민간 금융기관에서 서비스 제공을 기피하는 농어촌이나 도서 지역 주민들을 위해 현금 입출금, 생명보험, 공과금 수납, 해외송금 등 보편적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의 가장 큰 업무는 여전히 우편 서비스지만, 일감이 되는 물동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정사업본부의 물동량은 일반우편물, 등기, 소포·택배, 국제우편 등을 합쳐 2002년 55억 3677만개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2006년 48억 4185만개, 2014년 42억 8434만개, 지난해 40억 2051만개으로 가파른 감소세를 타고 있다. 2011년부터는 예금·보험을 제외한 우편사업은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전국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우체국의 물류망, 금융망, 전산망 등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13년에 시작한 알뜰폰 수탁 판매와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농어촌 지역 특산물의 판로를 개척하기 위한 우체국 쇼핑 사업도 활발하다. 우체국망과 온라인 쇼핑을 통해 김, 멸치, 과일, 한과 등 479개 품목 9200여종의 농수산물을 판매해 지난해 193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우체국의 새로운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올 3월부터 핀테크 서비스인 ‘포스트 페이’를 출범시켰다. 포스트 페이는 우체국의 특화 서비스인 경조금 배달 서비스를 핀테크와 접목한 간편송금·간편결제 서비스로 휴대전화 번호만으로도 경조사비를 보낼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현재 미래창조과학부에 소속된 정부 기관으로 고위공무원 가급(1급 상당)이 본부장을 맡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이나 포스트 페이처럼 국가 시책에 부합하면서 우수한 중소기업도 도울 수 있는 사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드론을 이용한 택배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시도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커버스토리] 더 편리한 스마트 머니인가 보이지 않는 전자족쇄인가

    [커버스토리] 더 편리한 스마트 머니인가 보이지 않는 전자족쇄인가

    2018년 어느 날. 서강대에 다니는 김서울 학생이 등굣길에 학교 앞 서점에 들렀다. 전공수업에 필요한 책을 집어 든 김씨는 계산대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디지털 가상화폐인 ‘서강코인’ 애플리케이션(앱)을 구동했다. 잔액 3만원이라는 글씨가 스마트폰 화면에 뜨자 책값 1만 6000원을 입력하고 휴대전화로 서점 계산대에 있는 서강코인 QR코드를 스캔했다. 화면에 서점이 인식되자 그는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결제 버튼을 눌렀다. 점심시간이 됐다. 돈가스를 먹으러 학생식당으로 향했다. 이날은 마침 얼마 전 학과 행사 진행요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던 ‘일당’이 들어오는 날이었다. 밥을 먹던 김씨가 진동이 울리던 스마트폰을 확인하니 서강코인으로 11만 4000원이 입금돼 있었다. 점심값 8000원을 서강코인으로 결제하자 학과 동기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알림이 떴다. 가을학기 동기 엠티를 가기 위해 회비를 걷는다는 내용이었다. 공지창에는 과대표의 코인지갑 주소가 적혀 있었다. 김씨는 서강코인 앱에 과대표의 지갑 주소를 입력한 뒤 엠티비 1만원을 송금했다. ‘비트코인’을 계기로 널리 알려진 디지털 가상화폐를 도입하기로 한 서강대의 미래 모습이다. 한데 이런 모습은 비단 서강대 학생만의 것이 아닐 듯하다. 이미 우리 주변 곳곳에 디지털 가상화폐가 자리를 잡아 나가기 시작했다. 서울시만 해도 현행 전통시장 온라인상품권을 조만간 디지털 가상화폐로 교체할 방침이다. ‘화폐 없는 사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그런 사회로 가는 과도기는 분명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상화폐는 일단 두 얼굴로 다가오고 있다. 지갑이 가벼워지고, 돈 흐름의 분석이 가능해져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개인의 소비 형태까지 일일이 알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한 통제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서강대 서강코인, 스마트폰 앱 통해 돈 충전·송금 서강대는 지난 8월 스타트업 ‘더루프’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화폐 플랫폼 ‘서강코인’을 학내에서 테스트했다. 서강코인을 이용하면 학생과 교직원이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을 통해 돈을 충전하거나 송금을 받을 수 있다. 현금과 서강코인의 교환 비율은 1대1이었고, 교내 몇 개 업체에서 실험했다. 이 테스트에 참여했던 직원들은 학내에서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편리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업의 자문을 맡은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내년 1월부터 교내에서 시범 도입하는 것이 목표”라며 “장기적으로 협력 학교인 연세대, 고려대, 숭실대, 성신여대 등도 연계해 추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루프 관계자는 “아직은 테스트 상태라 QR코드를 읽어서 계산하지만 향후에는 바코드 등 다양한 형태의 결제가 가능하도록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에스코인, 온누리 상품권을 디지털화 서울시도 지난 6월 ‘4대 핀테크 시범사업’ 중 하나로 ‘에스코인’(S-coin)을 선정했다. 에스코인은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을 디지털화한 가상화폐다. 서울시는 온누리 상품권으로 지급하던 공무원의 복지 포인트 일부를 에스코인으로 대체해 주고, 장기적으로 전통시장 외에 소상공인 상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 1분기에 사업자 공모를 시작할 것”이라며 “에스코인이 도입되면 시장 상인들은 상품권을 현금으로 다시 교환하기 위해 은행을 방문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분실·도난의 위험이 사라지고 종이 상품권과 달리 여러 상점에서 소액 결제가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의 시초는 ‘비트코인’이다. 블록(block)은 한 번의 거래기록을 말한다. 따라서 블록체인(block chain)은 휴대전화에 저장되는 거래기록들, 즉 공공거래장부다. 예전에는 내가 타인에게 돈을 보내려면 신뢰도가 높은 금융기관이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았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금융기관의 역할을 공공거래장부가 대신한다. 쉽게 말해 거래가 잘못됐다면 양자가 장부의 거래기록을 토대로 바로잡으면 된다. 따라서 화폐의 발행자나 관리자가 필요 없다. 비트코인의 경우 수학문제를 풀면 화폐의 양이 늘어난다. 에스코인의 경우 초기에는 서울시가 온누리 상품권을 에스코인으로 변환해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후에 전통시장 상품권의 인기가 떨어져 1만원짜리를 9000원의 현금으로 사고팔든, 상품권의 양이 늘고 줄든 서울시가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중앙 서버가 모든 돈의 움직임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킹에 대해 저항력이 높다. 이군희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상화폐는 기존의 중앙집중 관리형이 아닌 분권형 네트워크 시스템이기 때문에 모든 사용자의 거래 장부를 동시에 조작하지 않는 이상 위조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강대·서울시의 가상화폐는 그 기반이 블록체인이라는 점에서 비트코인과 같지만, 사용자나 사용처에 대해 일정한 제한을 만들 수 있는 ‘특수목적형 화폐’라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서강대 관계자는 “학생이나 교직원이 서강코인을 특정 가맹점에서만 쓸 수 있다는 것은 학교가 장학금이나 직원의 복지포인트 등을 지급하는 단계에서 이미 사용처를 어느 선까지 지정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장학금으로 지급된 서강코인은 서점 등 학업 관련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설정하는 식이다. 서울시 관계자도 “기존의 종이 상품권은 사용량만 추적할 수 있지, 실제 어디서 어떻게 사용됐는지 정밀한 분석을 할 수 없었다”며 “가상화폐의 경우 소비 패턴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해 심층 분석과 데이터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 등을 수립하는 데 좋은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패턴 심층분석 가능… ‘빅브러더’ 우려 이렇게 사용 목적에 부합하도록 설계한 가상화폐를 전문가들은 ‘스마트 머니’라고 부른다. 인호 고려대 정보통신대학 컴퓨터학과 교수는 “가상화폐의 등장으로 쓰임새에 맞게 돈의 기능을 설계하고 배포하는 ‘프로그래머블 머니’(programmable money)의 활용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언제 어디서나 널리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배포 이후 조절이 어려운 기존 화폐의 특징을 바꾸었다는 점에서 ‘돈의 진화’라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용진 교수는 “서강코인과 같은 지역공동체 화폐는 지역 안의 업체에서 소비를 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가능케 한다”며 “예전에는 쿠폰이나 할인 등을 통해 돈을 쓰도록 유도했지만 앞으로는 화폐 자체의 용도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유인책들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설계와 추적이 가능한 통화가 ‘빅브러더’(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관리 권력)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구매정보가 빅데이터로 저장되면 소비 행동 하나하나가 감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서강대 재학생 박모(23)씨는 “아무리 학교에서 목적을 갖고 지급하는 돈이라 해도 사용처까지 제한하는 건 학생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며 “학생의 입장에서는 학교 내에서는 현금을 가상화폐로 변화해서 쓰고 밖에서는 현금을 쓰는 식이기 때문에 복잡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성준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개인정보보호 문제는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정책적 선택의 문제”라며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공개되는 정보의 범위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보안성 수준을 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군희 교수는 “중앙 통제가 없는 가상화폐의 특성상 감시문제보다도 오히려 지나치게 익명성이 보장돼 테러자금 등 범죄에 악용될 위험이 더 크다”며 “최근 해커들이 해킹한 정보를 대가로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게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가벼워진 지갑… “경제 활성화” vs “과도한 통제” 그럼에도 가상화폐 상용화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강대 관계자는 “서강코인 사업을 정식으로 시행하려면 대학을 금융기관으로 등록해야 하는데, 대부업 등록과 은행업 등록 모두 조건 충족이 어려워 우선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빠르게 널리 쓰일지, 즉 상용화 여부도 아직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노상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블록체인이 성공하려면 우선 결제에 필요한 앱 등 인프라를 이용자들에게 보급해야 하는데, 현재의 가상화폐 결제 시스템이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거나 과거에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등의 충분한 유인 동기를 제공할지 미지수”라며 “아직은 디지털 가상화폐 시대에 진입하기 위한 실험을 한다는 것 자체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칸막이도 직급도 뺐다… K뱅크·카카오뱅크 새 DNA

    칸막이도 직급도 뺐다… K뱅크·카카오뱅크 새 DNA

    K뱅크, 사원이 임원들 회의 초청 실시간 업무… 결재 과정 최소화 카카오, 대표도 영어 이름 불려 직급 없어 100% 성과 연봉제 “은산분리법 개정 없이는 반쪽” # 1. ‘오후 2시 신상품 개발 승인 건 임원회의 예약.’ 대리 A씨가 사내 업무 포털 시스템에서 대표와 본부장, 팀장의 일정을 확인한 뒤 빈 회의실을 예약하고 참석자들에게 회의 초대 메시지를 보낸다. A씨는 내일까지 마감해야 하는 신상품 개발 승인 건에 대해 팀장과 대표에게 설명하고 한꺼번에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K뱅크) # 2. 킥보드를 탄 남성이 사무실을 가로지르며 회의실로 향하는 대표를 부른다. “대니얼(윤호영 대표), 제가 보낸 메시지 봤어요? 디자인 재검토 필요해 보이는데 회의 마치고 같이 얘기해 보면 좋겠어요. 아예 투표에 부치는 것도 방법이죠.”(카카오뱅크) 이르면 올해 안에 출범할 인터넷 전문은행의 풍경이다. 점포 없는 모바일 금융 시대를 예고하며 24년 만에 탄생하는 두 은행은 조직 문화부터 기존 은행들과 확연히 다르다. 지난주 대표를 선임하고 이사회 구성을 마무리한 K뱅크는 조만간 금융위원회에 본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도 오는 11월 본인가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각각 서울 광화문과 성남 판교에 둥지를 튼 K뱅크와 카카오뱅크는 부서 중심으로 구분되던 사무실 벽을 헐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회의실과 휴게실을 제외하고는 뻥 뚫린 공간에 직책, 직무와 상관없이 책상을 두고 일한다. 카카오뱅크는 10여개의 회의실에 ‘달러룸’, ‘바트룸’, ‘엔룸’ 등 세계 각국의 화폐명을 이름으로 붙이고 높낮이 조절 가능한 스탠딩 책상을 구비했다. 대면 영업이 없는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특성상 두 은행 모두 복장 자율은 기본이다. 가장 혁신적인 변화는 수직적 의사소통 체계를 완전히 바꾼 것이다. K뱅크는 효율적인 정보 공유와 의사 결정을 위해 사내 업무 포털 시스템과 메신저 단체방을 만들었다. 팀장 이상은 업무 포털 시스템에 일정을 시간대별로 등록해 스케줄을 공유한다. 그러면 업무 담당자들은 직급에 관계없이 팀장이나 임원을 바로 회의에 초대할 수 있다. K뱅크 관계자는 “실시간 업무가 가능한 인터넷은행의 특성을 반영해 회의 소집에만 여러 단계의 의사 결정을 거쳐야 하는 기존의 비효율적인 관행부터 없애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임직원이 모두 참여하는 메신저 단체방에서는 각종 기사와 정보는 물론이고 드론 공동구매부터 핀테크, 가상현실(VR) 기기 등 관심사를 나누기도 한다. 카카오뱅크는 아예 직급 자체를 없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존칭과 직함이 자유로운 의견을 개진하는 데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칭은 존칭이 없는 영어식 이름을 부른다”고 소개했다. 윤호영 대표는 대니얼, 이용우 대표는 얀으로 불린다. 요즘 금융권이 성과연봉제로 시끄럽지만 이곳에서는 모든 임직원이 100% 적용 대상이다. 직급이 없으니 성과에 따라 연봉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업무도 부서 중심이 아닌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한다. 예컨대 ‘프로젝트 매니저 제도’를 통해 특정 상품을 개발한다고 하면 각 분야마다 필요한 인력이 모였다 흩어지는 식이다. 각각 통신사(KT)와 정보기술(IT)기업(카카오)을 모태로 한 두 은행은 공통적으로 제휴사 연계를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디지털 이자 등 고객 혜택을 다양화한다는 전략이다. ‘핑거 파이낸스’를 내세운 K뱅크는 계좌 개설을 비롯해 대출·송금·결제·자산관리 등 모든 은행 업무를 스마트폰으로 처리할 수 있게 했다. GS25 등 편의점을 거점으로 오프라인 채널을 활용해 모바일 뱅킹을 보완하고 마케팅도 차별화할 방침이다.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PB ‘금융봇’이 고객별 맞춤형 자산관리를 제시한다. 생활·콘텐츠·금융을 카카오 유니버셜 포인트로 통합해 유기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시중은행에서는 대출이 어려웠던 전자상거래 업체들을 대상으로 이베이 소상공인 대출 상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정(산업자본은 금융사 지분 10%, 의결권 4% 제한)을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벽을 넘지 못하고 있어 ‘반쪽 혁신’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IT·금융학과 교수는 “현행법에서는 IT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경영 전략을 펼칠 수 없기 때문에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해외로 나가는 모바일뱅크… KB국민은행 ‘리브 KB 캄보디아’ 출범

    해외로 나가는 모바일뱅크… KB국민은행 ‘리브 KB 캄보디아’ 출범

     국내 은행들이 금융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속속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29일부터 모바일 금융플랫폼 ‘리브’를 캄보디아에서도 선보인다고 28일 밝혔다. KB금융이 해외에서 디지털뱅크를 출범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KEB하나은행은 지난 5월 중국에서 외국계 은행 최초로 비대면 계좌 개설이 가능한 ‘원큐(1Q)뱅크’를 선보였다. 우리은행도 베트남 현지 핀테크 업체의 가맹점 네트워크를 활용해 ‘위비뱅크’ 서비스와 마케팅을 선보일 예정이다. ‘리브 KB 캄보디아’는 충전식 지갑(Wallet) 기반의 모바일 뱅크로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아 사용하면 된다. 주요 서비스는 계좌이체, 간편 송금, P2P(개인 간) 결제 등이다. 현지어인 크메르어를 포함해 3개국 언어로 채팅, 선불휴대폰 쿠폰 충전 등 비금융서비스도 제공한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현지 모바일뱅킹과 전자화폐(e머니) 사업자와 제휴했다. 현지 1, 2위 은행인 아클레다 은행(ACLEDA BANK), 카나디아은행(CANADIA BANK)의 출금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재욱 국민은행 글로벌디지털뱅크유닛 팀장은 “현지 금융기관과 지속적인 업무 제휴를 맺고 다양한 디지털 뱅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면서 “국가별 진출 전략에 맞춘 특화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동남아시장 진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삼정KPMG “초연결 사회의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비해야”

    삼정KPMG “초연결 사회의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비해야”

     삼정KPMG는 27일 ‘블록체인이 가져올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 금융을 넘어 전 산업으로’라는 주제로 산업동향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최근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산업을 넘어 제조업, 공공부문 등 다양한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이에 따른 기업의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블록체인이란 분산형 데이터베이스와 유사한 형태의 데이터 저장 구조체로 네트워크를 통해 참여자간 데이터 상호 검증·저장을 가능하게 한 플랫폼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특정인이 임의로 조작하는 것이 어렵다. 기존 시스템은 거래정보의 중앙집중형 관리를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제3의 기관을 설립한다. 반면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은 거래정보를 중앙 서버가 아닌 P2P(Peer-to-Peer) 네트워크에 분산시켜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기록·관리함으로써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동안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기반 기술로만 여겨졌던 블록체인의 활용 가능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가 도래하면 블록체인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블록체인이 송금·환전·지급결제 등 금융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제조·유통 분야와 공공 서비스, 사회·문화 분야에서도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이 새롭게 형성될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면 업계 간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광용 삼정KPM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블록체인 도입에 앞서 기업 스스로 기업에 대한 진단과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며 “기업 특성에 부합하는 블록체인 시스템 적용으로 기업 성과 등 도입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다리 사이로 본 세상… 배기가스 조작 폭스바겐… 기발의 끝판왕

    다리 사이로 본 세상… 배기가스 조작 폭스바겐… 기발의 끝판왕

    엄청나게 어렵고 심오한 헛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 성향일까. 다리 사이로 고개를 숙여 보는 세상은 실제 현실과 어떻게 달라 보일까. ●수상자엔 441원… 상금도 ‘기발’ 22일 오후 6시(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 샌더스극장에서 ‘제26회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열렸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법한 궁금증들에 대해 놀랍고 신기한 답을 내놓은 연구자들을 선정해 주는 상이다. 수상자들에게는 10조 짐바브웨 달러(미화 40센트, 약 441원)의 상금을 준다. 짐바브웨는 경제개혁 실패로 화폐가치가 추락하고 물가상승률이 2억 3100만%로 치솟아 100조 달러 지폐를 발행한 적이 있다. ‘기발함’을 상징하는 상금인 셈이다. 올해는 노벨상 6개 분야인 의학, 물리학, 화학, 문학, 평화, 경제학에다 생식, 심리학, 생물학, 인식 분야를 더해 모두 10개 분야의 수상자를 선정, 발표했다. 올해 가장 처음 발표된 이그노벨상 분야는 생식상으로 생쥐에게 바지를 입힌 뒤 바지 옷감이 생식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 이집트 비뇨기과 의사인 고 아흐메드 샤피크 박사에게 돌아갔다. 샤피크 박사는 생쥐에게 폴리에스테르 100%, 폴리에스테르와 울이 50%씩 섞인 것, 100% 울과 면으로 만든 바지를 입힌 뒤 생식능력을 검사했다. 그 결과 폴리에스테르 같은 합성섬유가 섞인 바지가 생식능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캐나다 워털루대 고든 페니쿡 박사와 동료들은 지난해 11월 경영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저지먼트 앤드 디시전 메이킹’에 ‘심오해 보이는 헛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인지능력이 부족하고 자기반성 성향이 약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심오한 헛소리 좋아할수록 인지능력 부족 인지학상은 고개를 숙여 다리 사이로 뒤를 봤을 때 사물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해 연구한 일본 리쓰메이칸대 히가시야마 아쓰키 교수와 오사카대 아다치 고헤이 교수에게 돌아갔다. 두 사람은 고개 숙여 뒤를 보게 되면 거리를 실제보다 짧게 느끼고 사물의 크기는 더 크게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안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비전 리서치’에 발표했다. 한편 지난해 배기가스 조작 파문을 일으킨 독일의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을 ‘화학적으로 과다하게 배출되는 배기가스를 전기기계공학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개발했다’며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저감장치로 배기가스를 줄이는 대신 기기와 숫자를 조작해 유해가스를 저감시킨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을 비꼰 것이다. 노벨상을 패러디한 이그노벨상은 1991년부터 매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직전인 9월 2~3주 목요일에 하버드대 샌더스극장에서 시상식을 개최하는데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이 참석해 수상작 심사와 시상을 맡는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만져보고 기울여보고 비춰보니… 넌 가짜돈이야!

    만져보고 기울여보고 비춰보니… 넌 가짜돈이야!

    中관광객 늘며 가짜 위안화 급증… 100위안 신권·구권 바꿔치기도 전문가 육안·촉감으로 70% 걸러… 볼록인쇄·변색·숨은그림 있어야 위조지폐 상반기 1억3900만원 추석 연휴를 맞아 가까운 중국으로 여행을 갈 경우 위조지폐를 조심해야 한다. 최근 중국 여행이 늘고 중국인들도 한국을 찾는 일이 늘어나면서 가짜 위안화 유통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국내 최대 규모인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를 찾았다. 위폐 감별은 각각 한국은행과 KEB하나은행을 통해 이뤄진다. 한은은 우리나라 돈을, KEB하나은행은 외화를 감별한다. KEB하나은행 본점 지하에 있는 위변조대응센터로 들어서자 10여명의 직원이 하얀 가운을 입고 지폐를 관찰하고 있었다. 은행으로 들어오는 모든 돈은 먼저 독일 GND사의 정사기를 활용해 대량으로 문제 있는 지폐들을 걸러 낸다. 빠른 속도로 일련번호를 확인하며 훼손되거나 오염된 돈도 함께 거른다. 위조지폐로 의심되면 정밀 감식에 들어간다. ‘비전라이트’라는 기계를 통해 100달러짜리 미화를 확대하자 육안으로는 볼 수 없었던 글자들이 나타났다. 진짜 돈에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옷깃에 ‘UNITED STATES OF AMERICA’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가짜 돈은 글자를 알아볼 수 없거나 뭉개져 있었다. 그다음으로 적외선 반응 장치로 돈을 비춰 보자 진짜 돈에는 100이라고 적힌 숫자에 변색이 일어났다. 가짜 돈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최첨단 영상분석기로 형광 반응이나 인쇄 방법 등의 차이를 분석한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3월 영국 포스터앤드프리맨사가 제작한 세계 최고 사양의 영상분석 장비를 들여왔다. 국내에는 하나밖에 없다. 빛을 비추면 나타나는 숨은그림이 종이의 밀도차를 이용해 제작(진짜)한 것인지 연한 잉크로 그린 것(가짜)인지까지 식별해 낸다. 이렇게 해서 적발된 위조지폐는 올 상반기에만 미화로 환산해 12만 4944달러(약 1억 3900만원)다. 가장 많은 것이 100달러짜리 미화와 100위안짜리 중국돈이다. 유진구 위변조대응센터 차장은 “지난해 11월 ‘골드 100’이라 불리는 100위안짜리 신권이 나오면서 구권 100위안짜리 위조지폐를 더 빨리 유통시키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예컨대 우리 국민이 중국 택시나 노점 등에서 돈을 내밀면 진짜 돈을 받아 챙기고는 “당신 돈은 가짜”라고 우기며 슬며시 가짜돈으로 바꿔치기해 돌려주는 식이다. 감별 전문가들은 육안이나 촉감만으로도 가짜돈 70%가량을 찾아낼 수 있다며 3가지 감별법을 안내했다. 지폐의 앞면을 중심으로 ▲만져 보고(볼록인쇄) ▲기울여 보고(색변환·홀로그램) ▲비춰 보는(숨은그림) 방법이다. 100달러나 100위안을 기준으로 보면 오른쪽 가에 오돌토돌한 인쇄(볼록인쇄)가 분명하게 느껴져야 한다. 지폐를 위아래로 기울여 보았을 때 홀로그램 숫자 부분의 색깔이 확실히 변화하는 게 보여야 진짜다. 비춰 보았을 때 나타나는 그림도 선명해야 한다. 기념 화폐도 유의해야 한다. 유 차장은 “지난해에는 시중에 유통되지 않는 10만 달러짜리 지폐도 더러 발견됐다”면서 “가짜로 밝혀지면 돈을 돌려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수사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세계 2억 신협 회원이 자산…AI 관리 넘어 가상화폐 도입”

    “세계 2억 신협 회원이 자산…AI 관리 넘어 가상화폐 도입”

    문철상 회장 “택배·장의 등 융합” “일정 이상 자산을 지닌 조합원을 대상으로 로보어드바이저(AI) 자산관리 서비스 도입을 계획 중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전 세계 신협 조합원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 도입이 목표입니다.” 대니얼 번스 세계신협협의회장이 11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폐막한 2016 아시아신협연합회(ACCU) 총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번스 회장은 “새로운 전자결제 시스템과 온라인 금융회사들이 등장하며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신협 가치(협동조합)를 강조하는 것만으론 더이상 생존할 수 없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새로운 경쟁자들에 맞서기 위해선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신협의 비용 구조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번스 회장은 기존의 대형 상업 은행도 새로운 경쟁에서 고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형 은행들의 주요 수입원은 수수료인 반면 페이팔 같은 온라인 기반 금융 서비스는 모두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며 “기존 상업 은행들은 고객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번스 회장은 전 세계 105개국 2억명이라는 ‘인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신협이 새로운 플레이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페이팔, 알리페이 등 새로운 온라인 결제 서비스도 결국엔 회원을 상대로 한다”며 “회원을 얼마나 모집하느냐에 따라 확장력이 결정되지만 신협은 이미 2억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철상 한국신협중앙회장은 새 성장 모델로 ‘융복합’을 제시했다. 롤모델은 스페인 몬드라고 신협이다. 이 신협은 금융 외에 시내버스, 택배, 장의사업 등 다양한 사업에 진출해 있다. 문 회장은 “우선은 농촌과 도시의 신협을 연결해 도·농 직거래 유통사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도 뛰어들고 싶다”고 밝혔다. 문 회장이 구상하는 SOC 사업은 독거노인을 위한 임대아파트나 24시간 이상 어린이를 돌볼 수 있는 어린이집 등이다. 건설 및 운용과 관련한 수익률은 연 4% 이내로 제한해 지역사회 환원 비중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에도 관심이 있다. 문 회장은 “아직 구체화 단계는 아니지만 지분율 10% 범위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문 회장은 이날 아시아신협연합회장에 선출됐다. 임기는 2년이다. 2000년 들어 선출직으로 뽑힌 한국인 아시아 회장은 2008년 권오만씨에 이어 두 번째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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