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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전보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유남석△사법연수원 수석교수 지대운△서울고법 부장판사 홍성무(수석) 강영호 김병운 김용호 박홍우 서명수 유승정 이대경 정덕모 조관행 주기동 황찬현△대전고법 〃 김창석(수석) 강일원 김문석 박철 성백현△대구고법 〃 성낙송 최재형△부산고법 〃 고의영 김신 송영천 조해현 조희대△광주고법 〃 곽종훈 이혜광△광주고법 전주부 〃 방극성△특허법원 〃 이성호(수석) 문용호 이기택 황한식△인천지법 수석부장판사 최완주△수원지법 〃 이영구△대전지법 〃 권순일△광주지법 〃 강형주◇겸임 해제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광범(법원행정처 인사실장 겸임 면)◇직무대리 및 직무대리해제 △서울고법 부장판사 겸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직무대리 서기석△서울고법 부장판사 길기봉(수원지법 수석부장판사 직무대리 해제)◇퇴직 △특허법원장 곽동효△광주지법원장 박행용△서울고법 부장판사 김영태 노영보 이홍권■ 건설교통부 ◇파견△중앙공무원교육원 고위정책과정 유한준 김경수△국방대학교 안보과정 심혁윤△세종연구소 국정과제연수과정 손명선■ 중앙인사위원회 ◇국장급 전보 △인사정책국장 金明植 △인력개발국장 金洪甲 ◇국장급 승진 △정책홍보관리관 盧炳燦◇과장급 전보 △총무과장 姜大崙 △정책총괄과장 黃曙鍾 △혁신인사기획관 高綺童 △균형인사과장 柳任哲 △인재기획과장 鄭允琪 △능력발전과장 金鎭洙 △인재채용과장 陳永萬 △급여후생과장 李寅鎬 △인재조사담당관 趙蘇衍 △소청심사위원회 행정과장 公畯煥■ 행정자치부 ◇국장급 파견 △중앙공무원교육원 교육 韓奉璣 △국방대학교 교육 李相福 朴洛祚 △거창사건처리지원단 全泰憲 △제주4.3사건처리지원단 金潤東 △노근리사건처리지원단 李周錫 △세종연구소 柳金烈 ◇팀장급 지방전출 △경기도 김포부시장 金統 △경기도 가평부군수 陶允鎬■ 청소년위원회 ◇국장급 전보 △정책홍보관리관 車政燮△활동복지단장 金斗顯△청소년보호단장 全爀熙■ 조달청 ◇국장급 전보 △구매사업본부장 廉在顯△전자조달본부장 具滋炫△국제물자본부장 金明洙△서울지방조달청장 閔炯鍾△중앙공무원교육원 파견 李鎬澈 ◇국장 승진 △인천지방조달청장 金在浩△국방대학교 파견 柳在甫 ◇팀장급 전보 △감사담당관 李成實△운영지원팀장 崔善用△정책홍보본부 전략기획팀장 金柄安△〃 법무지원팀장 金基煥△전자조달본부 정보기획팀장 安鍾煥△〃 물자관리팀장 李成南△〃 고객지원센터팀장 李韓培△국제물자본부 원자재수급관리팀장 權在鎭△〃 원자재비축사업팀장 池淳求△구매사업본부 구매제도팀장 羅承一△〃 자재구매팀장 白舜鉉△〃 가격관리팀장 黃洪俊△시설사업본부 공사계약팀장 林漢善△〃 건축설비팀장 朴鍾德△〃 패키지서비스팀장 黃秉浩△〃 공사관리팀장 張京順△중앙구매사업단 경영관리팀장 柳根盛△〃 품질관리팀장 李健徹△서울지방조달청 경영지원팀장 黃鍾秀△〃 장비구매팀장 安秉宣△부산〃 경영지원팀장 姜炅勳△인천〃 경영지원팀장 金俊喆△〃 자재구매팀장 李昌旭△대구지방조달청장 李根厚△광주〃 金永喆△강원〃 金潤吉△충북〃 安相完△제주〃 文命珍 ◇팀장급 승진 △국제물자본부 국가기관외자팀장 宋寅舜△〃 공공기관외자팀장 金洙一 △구매사업본부 종합쇼핑몰팀장 姜信勉△중앙구매사업단 사무장비팀장 李哲熙△서울지방조달청 자재구매팀장 姜正世△〃 시설팀장 金容贊△〃 공사관리팀장 羅永柱△부산〃 물자구매팀장 朴洞玉△전북지방조달청장 韓建羽■ 서울시 ◇행정3급 승진△정보화기획담당관 신면호 △기획담당관 류경기 △예산담당관 이치우 △총무과장 최동윤 △대중교통과장 조규원 △의정담당관 배진섭 △상수도사업본부 총무부장 이상하◇기술3급 승진△도로계획과장 정동진 △건설안전본부 설비부장 정보희◇행정4급 승진△홍보담당관 정헌재 △기획담당관 윤영철 △재무과 장재욱 △사회과 이충열 △교통계획과 황보연 △뉴타운총괄반 서성민 △도시계획과 진용황 △건설행정과 김용백 △상수도사업본부 김석영◇건축4급 승진△도시관리과 한규상 △구로구 최병인■ 한국공항공사 ◇교육 파견 △국방대 李漢成△서울대 경영대 鄭虎錫△중앙공무원교육원 文成敦△서울대 경영대 李廷紋 ◇전보 (1급) △경영정보실장 徐廷萬△재무처장 金鍾衡△전기통신처장 崔重鳳(2급)△감사1팀장 孫宗河△감사2〃 裵善雄△예산〃 李元珽△보안검색〃 蘇金喆△기계시설〃 閔丙薰△토목〃 鄭世榮△공항계획〃 宋日彬△전력시설〃 權純球△부산지사 건축설비〃 鄭相國△〃 토목〃 李承雨△제주지사 전기통신〃 韓金賢△광주지사 운영〃 洪元杓△〃 시설〃 李鍾鳳△양양지사 운영〃 吳聲虎△공항보안TF〃 柳萬衡■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한국교통방송 부산본부장 안봉모△TBN 대구본부장 유남수■ 한국감정원 ◇승진 (1급)△부동산평가부장 金哲弘△춘천지점장 韓敬洙(2급)△제주지점장 金台勳△강릉〃 林明洙△의정부지점 팀장 權容級 邱泰君△대구지점 〃 崔德根 ◇이동 (부점장) △기획조정부장 張鉉凡△경영관리〃 金南重△부동산정보조사〃 李宰賢△부동산평가〃 金哲弘△기업평가〃 林熙洙△중부지점장 鄭龍奎△의정부〃 李時圭△남부〃 崔泰暎△강서〃 權仲行△인천〃 全秀宰△수원〃 李鍾辰△안양〃 尹光國△안산〃 李昌雨△오산〃 李承宰△청주〃 趙章行△충주〃 孔在昊△순천〃 鄭璨潤△부산〃 孫哲鎬△동래〃 池和鎭△진주〃 朴仁錫△대구〃 徐明澈△포항〃 朴正鎬■ 한국광고업협회 ◇승진 △상무 하행봉■ 한국산업기술재단 △기술인력본부장 河元庚■ 대한생명 ◇상무 △CS 정책실장 李壽烈△경영지원담당 金倫載△경영기획팀장 鄭辰哲(부장)△리스크관리〃 南孝性△CS 정책〃 尹琦錫△총무〃 柳基鴻△전략투자사업부장 申智浩△북경주재사무소장 丘暾完■ 토마토상호저축은행 ◇부장급(1급)△금융1팀장 남성휘△금융3〃 차상석△금융4〃 이기연△채권관리〃 최동환 ◇차장급(2급)△일산지점장 박승철△금융2팀 서종만△금융3팀 윤웅로△금융4팀 김용석■ 그린화재 ◇전무 승진△박명선△안효채■ 상호저축은행중앙회 ◇부서장급(1급)△경영지원부장 한대호△연수〃 이종기 ◇차장급(2급) △경영지원부 수석조사역 김병효△금융부 〃 이수형△연수부 〃 이동수 ◇과장급(3급) △기획조사부 선임조사역 최성호, 김생빈△경영지원부 〃 신호선△금융부 〃 장형진△총무부 〃 조정연△감사실장 〃 정성문 ◇대리급(4급) △법무실 조사역 최철규 ◇주임(5급) △기획조사부 주임 황민우△총무부 〃 남영민■ 중앙일보시사미디어 △포브스코리아 제작팀 편집장 김국진△뉴스위크 한국판 광고팀장 박성진■ iFM 경인방송 △경영본부장 徐東旭△방송〃 姜顯國■ EBS △편성센터 편성기획팀장 李峰旭△〃 편성운영〃 柳武永△제작본부 지식정보〃 직무대리 金慶銀△〃라디오정보문화〃 權倫慧■ 연합뉴스 △부국장 승진(광주·전남지사) 羅庚澤△광주·전남지사장 崔恩亨■ 머니투데이 ◇편집국 △온라인총괄부장 겸 코리아프리미엄부장 김준형△재테크부장 겸 신사업팀장 서정아△산업부 중기·벤처1팀장 문병환△〃 중기·벤처2팀장 송광섭 ◇광고국 △광고관리부 부장 김태형■ 포커스신문사 △편집국 디지털문화부 부장 소성렬■ 현대이미지퀘스트 △전무 남영호■ 한화 ◇화약부문 △상무보 金錫奎 金善煥 金麗雄 朴瑄圭 徐爀 李龍元 李洪鍵 洪雄大 ◇무역부문△상무보 金宗會 韓琮洙■ 한화건설 △상무 金一澤 魏太良 鄭興秀△상무보 金仁年 金載根 金鎭和 申完澈 尹錫滿 諸炫基 許亨宇■ 한화기계 △상무 張炳宣△상무보 陸基洙■ 한화석유화학 △상무 吳太煥△상무보 權赫雄 金亨晙 劉永寅 韓秀英■ 한화종합화학 △상무 鄭泰永△상무보 金永國 朴仁鎬 宋在千 尹在炯 李鐘普■ 한화종합화학 태국법인(HCT)△상무 金鍾圭■ 한화증권 △상무 金福起△상무보 琴世鐘 金炯昌 車泰植■ 한화투자신탁운용 △상무보 吳承煥■ 신동아화재해상보험 △상무보 姜成德■ 한화유통 △상무 金成鎰△상무보 李秀翼■ 동양백화점 △상무보 金仁燦■ 한화국토개발 △상무 金應世△상무보 金炳善 金善泓 林鴻來■ 한컴 △상무 韓基文■ 대덕테크노밸리 △상무 朴昌熙■ 한화유럽법인(HWE) △상무 金澈勳■ 한화미주법인(HWI) △상무 任重彬
  • 몸펴기 한번 쭈욱~ 명절 증후군 쏴악~

    몸펴기 한번 쭈욱~ 명절 증후군 쏴악~

    민족 명절 설이 가깝다. 귀성도 즐겁고, 가족끼리의 단란도 가슴 설레게 한다. 그런 즐거움이 건강과 함께 하면 더할 나위가 없다. 각각의 상황에 맞는 스트레칭을 익혀 건강한 설나기를 준비하자. ●귀성길 운전 중에 장시간 운전은 온몸의 근육을 경직시켜 근육통을 일으키기 쉽다. 특히 오래 앉아 운전을 하다보면 누워 있을 때보다 2∼3배나 무거운 하중이 가해져 허리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운전 중에 등받이를 너무 뒤로 젖히면 허리를 받쳐주지 못해 요통이 생길 수 있다. 엉덩이와 허리는 좌석 깊숙이 밀착시켜 앉는 것이 좋다. 등을 젖히고 싶다면 등 쪽에 쿠션을 대는 게 낫다. 발 지압기구를 차 안에 비치해 수시로 발을 자극해 주는 것도 혈액순환에 좋다. 차 안에서는 발꿈치를 서서히 들어올린 상태에서 2∼3초간 정지하거나 허벅지 힘주기, 엉덩이 씰룩거리기, 양손을 맞잡고 앞으로 밀었다 당기기, 양 어깨 들어올리기 등 간단한 체조로 긴장된 근육을 풀 수 있다. ●주부는 부엌에서 손님맞이와 상차리기 등으로 주부들은 명절이면 녹초가 된다. 스트레스로 인한 명절증후군은 물론 요통·관절통으로 온 몸이 편한 곳이 없다. 오랫동안 쪼그려 앉거나 바닥에 앉아 있으면 허리를 지탱하지 못해 척추에 무리를 줄 수 있으며, 혈행장애로 팔다리가 저리고 요통을 겪기 쉽다. 특히 서서히 퇴행이 시작되는 40대 이후라면 허리를 보호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주방에 서서 오랫동안 일할 때는 바닥에 목침을 놓고 양쪽 다리를 번갈아 올렸다 내리는 자세를 취하면 허리의 무리를 덜 수 있다. 또 높은 선반 위의 그릇을 내릴 때도 평소 발바닥 마사지를 위해 준비한 발판 위에 타월을 서너장 깔고 디디면 한결 허리 부담이 준다. 상이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최대한 몸에 붙여 들고, 음식 준비를 위해 앉을 때도 맨바닥보다 식탁 위에 불판을 놓고 의자에 앉아 하면 피로감이 덜하다. 앉아 있건 서 있건 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허리에 부담이 되므로 아무리 바쁘더라도 1시간에 한번씩은 허리를 쭈욱 펴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요통을 예방하는 길이다. ●놀이도 자세가 문제 오랜 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화투나 바둑은 허리통증을 일으키기 쉽다. 특히 술을 마시고 놀이를 하면 위험부담은 2배로 늘어난다. 술에 취하면 허리를 받쳐주는 방어기전이 약화돼 허리의 인대와 근육, 디스크 등이 쉽게 손상을 입게 되며, 허리 손상을 느끼지 못해 계속 무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맛’은 안 나지만 의자에 앉는 자세를 취하는 게 좋다. 화투나 바둑을 즐길 때는 스님처럼 허리를 곧추 세운 자세가 좋다. 아니면 벽을 기대고 앉거나 등받이가 있는 방석을 이용하면 좋다. ●노약자는 느리게, 느리게 60대 이상 노인의 70% 정도가 요통 및 관절질환을 앓는 등 퇴행성 질환이 특히 많으므로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항상, 무리없이 생활하는 게 좋다. 특히 고령자들이 갑자기 야외에서 힘겹게 움직일 경우 근육이 풀어지지 않아 급성염좌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성묘 전에는 앉았다 일어서기 등 충분한 준비운동을 권해야 한다. 골절도 조심해야 한다. 통상 노화는 20년에 10%씩 진행된다.60대는 20대에 비해 20% 이상 노화됐다고 보면 된다. 그만큼 작은 충격으로도 쉽게 골절을 당한다. ■ 도움말 김성용 자생한방병원 원장. 양주민 길흉부외과 원장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상황별 스트레칭법 ●운전자 스트레칭 -한쪽 손바닥으로 반대편 뒤통수를 감싸 쥐고 45도 오른쪽과 앞쪽으로 당겨 5초 정도 유지한다. -한쪽 팔꿈치를 가볍게 90도 정도 굽히고 반대쪽 손으로 굽힌 팔꿈치를 감싸 쥔 뒤 천천히, 힘껏 반대편으로 당겨 5초 정도 유지한다. -배와 허리를 앞으로 내밀고 척추를 곧게 세운 뒤 허리에 5초간 힘껏 힘을 준다. -운전석에 앉아 다리를 쭉 뻗은 상태에서 발목을 발등 쪽으로 최대한 꺾어 5초간 유지한다. -발목관절로 크게 원을 그리며 천천히 돌리고, 발가락도 오므렸다 펴준다. ●고스톱 스트레칭 -어깨와 목의 힘을 빼고 고개를 앞뒤, 좌우로 충분히 돌려 준다. -양쪽 팔을 교대로 반대편 귀가 닿도록 머리위로 넘겨 올린 팔 방향으로 고개를 가볍게 눌러준다. -척추를 따라 위, 아래로 등을 가볍게 두드린다. -양 손을 등 뒤에서 마주잡고 가슴을 젖히듯 쭉 펴준다. ●성묘 전 스트레칭 -다리를 붙이고 무릎에 두 손을 얹은 뒤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두 다리를 벌리고 서서 몸통을 앞으로 굽혔다가 뒤로 젖히는 동작을 반복한다. -다리를 벌리고 서서 팔을 좌우로 휘두른다. 처음에는 범위를 작게 하다가 점차 크게 흔들며 허리를 비튼다. -다리를 어깨보다 넓게 벌리고 서서 두 팔을 위로 들었다가 오른쪽에서 아래로 왼쪽으로 한 바퀴를 돌리듯 허리와 함께 움직인다. ●주부 스트레칭 -어깨를 모아 위로 올렸다가 힘을 빼고 단숨에 아래로 내리기를 10∼20회 반복한다. -양팔꿈치를 구부리고 어깨를 축으로 팔과 어깨를 회전시킨다. -양손을 위로 올리고 가슴을 내밀며 기지개를 켠다. -식탁이나 싱크대를 붙잡고 엉덩이를 뒤로 빼고 상체를 90도 숙이면서 등을 쭉 펴준다. -한쪽 다리로 서서 반대쪽 다리를 뒤로 굽힌 뒤 엉덩이 쪽으로 당겨 근육을 늘려준다. -차렷 자세로 서서 무릎을 몸과 90도가 될 정도로 들어올리며 제자리에서 걷는다. ●잠자리 스트레칭 -차렷 자세로 누운 상태에서 무릎으로 상체를 들어 올린 뒤 엉덩이 들었다 내리기를 반복한다. -차렷 자세로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구부려 어깨를 드는 느낌으로 가볍게 윗몸일으키기를 한다. -엎드린 자세에서 다리 들어올리기를 반복한다. -앉은 상태에서 두 다리를 쭉 벌린 뒤 몸통과 등을 쭉 펴서 뻗은 다리 쪽으로 굽혀준다.
  • 다산과 연암, 노름에 빠지다/유승훈 지음

    다산과 연암, 노름에 빠지다/유승훈 지음

    “경자년 봄에 촉석루에서 떠들썩하게 악기를 연주하다 해가 저물어서야 파하였습니다. 그리고 심 비장과 함께 저포(樗蒲) 노름을 하여 3천 전을 가지고 여러 기생들에게 뿌려주며 즐겁게 놀았던 일을 기억하십니까? 이제는 벌써 19년이 지났는데도 어제의 일처럼 역력합니다.” 1799년 황해도 곡산부사로 있던 다산 정약용이 절도사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이다. 천하의 학자이자 ‘목민심서’를 통해 관리의 청렴을 강조한 다산이 기생들과 노름을 벌이고 3000전이라는 거금을 뿌렸다니…. 하지만 이것은 ‘다산시문집’에 실려 있는 엄연한 사실이다. 물론 다산은 이후 수차례 도박의 중독성과 폐해를 경고하게 되지만, 이때만 해도 노름을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다산은 저포 노름을 양반과 기생이 함께 즐기는 흥겨운 놀이의 하나로 여긴 듯하다. ‘다산과 연암, 노름에 빠지다’(유승훈 지음, 살림 펴냄)는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도박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와 사회상을 추적한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도박사(賭博史)다. 다산과 연암이라는 조선의 대학자를 내세운 데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노름’이라는 놀이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 사회의 보편적 현상임을 보여준다. 저포는 백제시대부터 유행한 놀이로 주사위 같은 것을 던져 그 사위로 승부를 다투는 게임이다. 조선시대 저포는 도박 일반을 뜻하기도 했고 쌍륙 놀이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다. 다산의 편지에 나오는 저포 노름은 쌍륙 놀이를 가리킨다. 쌍륙은 조선 중기 이후 사대부의 놀이문화를 주도했다. 양반이 기녀들과 누린 풍류생활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쌍륙 놀이다. 혜원 신윤복의 ‘쌍륙삼매’나 기산 김준근의 ‘쌍륙 치는 모습’ 같은 풍속화를 보면 쌍륙이 얼마나 풍류남아의 주된 놀잇감이었는가를 금방 알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연암 박지원이 쌍륙 놀이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도 이해할 만하다. 연암은 편지를 쓰다가 문장이 막히면 혼자서 쌍륙을 쳤다고 한다. 왼손과 오른손을 양 편으로 삼아 자기 혼자 대국을 벌였다고 하니 그야말로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준 셈이다. 이 책의 의의는 무엇보다 우리 역사 속의 진정한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를 찾아냈다는 데 있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호이징가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로 정의, 모든 문화가 놀이로부터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 역사와 일상 또한 놀이를 떼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위론 왕에서 아래론 평민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 속에는 수많은 호모 루덴스들이 있어 문화를 살찌웠다. ‘놀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고려시대 임금 의종이다. 무인 성향이 짙었던 의종은 격구중독자였다. 말 위에서 긴 장대를 가지고 공을 골대로 쳐넣는 격구는 오늘날의 경마와 같은 스포츠 도박, 즉 내기성 놀이다.‘격구왕’이라 할 정도로 격구를 좋아한 의종은 이틀 동안 격구를 구경한 적도 있고, 대궐에서 국사를 논한 다음 내처 격구장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태조 이성계 역시 고려 말 가장 출중한 격구선수였다. 격구는 고려시대 크게 흥행했지만 임진왜란을 거친 조선 후기에 들어 명맥이 끊겼다. 책은 풍류로서의 도박뿐만 아니라 악질적인 도박 사례도 소개한다. 을사오적 가운데 한 명인 이지용은 희대의 ‘화투대왕’이었다. 그는 나라를 판 돈으로 한꺼번에 수만원씩의 판돈을 걸었다고 한다.1907년 국채보상운동이 펼쳐질 당시 조선의 국세총액이 1300만원이었으니 그의 노름돈을 합하면 나라를 살렸을 정도다.1931년 일제가 ‘골패세령’이란 법령을 통해 어마어마한 세금을 거둬 식민지 경영에 사용한 사실도 우리로선 잊을 수 없는 일이다. 저자(부산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도박이라는 비주류의 문화를 구체적인 예화를 통해 흥미롭게 다룬다. 최근 생활사나 미시사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도박과 같은 음지의 역사는 여전히 관심권 밖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 이 책은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을 제공함으로써 우리 역사를 한층 풍성하게 해준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한나라 “홀가분하게 계속 투쟁”

    한나라 “홀가분하게 계속 투쟁”

    ‘대세에 지장 없다? 악재?’ 사학법 장외투쟁을 힘겹게 벌여온 한나라당이 사학법인들의 신입생 배정 거부 입장 철회를 바라보는 두 가지 기류다. 사학의 입장 선회가 투쟁 동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지만 전반적 분위기는 투쟁 강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한나라당은 9일 최고위원회의와 사학법무효화투쟁본부 대책회의를 잇달아 열고 정부·여당의 ‘사학 탄압’을 맹비난하고 장외투쟁을 강도 높게 이어간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이규택 투쟁본부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정권이 사립학교에 대해 무슨 정쟁을 선포하고 계엄령을 선포하듯 윽박지르고 협박하는 작태를 벌이고 있다.”며 “청와대·교육부·검찰·경찰 등 전 공권력을 동원해 사학비리 특별감사를 하겠다는 이런 작태야말로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김영선 최고위원도 “교육자들의 양식·소명과 비전을 존중하지 않고 국가가 일방적으로 짓밟는 것은 ‘사이비 진보를 내세운 새로운 독재’”라면서 “사학의 조그만 비리를 이유로 교육 자체를 부정하는 현 정권에 맞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계속 투쟁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이재오 의원조차도 MBC 라디오에 출연해 “여권이 이렇게 압박 일변도로 나오면 야당으로선 총체적 투쟁이 불가피하다.”며 그동안 장외투쟁에 회의적 입장에서 벗어나 목소리를 키웠다. 이런 강경 기조의 배경에는 사학의 신입생 배정 거부 선언이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에 ‘짐’이 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부모 단체들이 ‘학생 볼모’라는 이유로 강력 반발하자 한나라당은 내심 곤혹스러워했다. 당이 내건 명분이 국가정체성과 헌법, 시장경제 수호 차원이었지 학생들의 학습권을 빼앗자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런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사학의 입장 철회로 ‘홀가분한 투쟁’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고 판단, 투쟁 수위를 높이자는 목소리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투쟁본부회의에서 사학의 방침 변화가 기세가 누그러진 것처럼 비쳐져 전체 전선에서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장외투쟁을 둘러싼 최근의 내홍 조짐이 재연되면서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한나라의 유시민” 포화맞은 원희룡

    “한나라의 유시민” 포화맞은 원희룡

    “어제 원희룡 최고위원이 당 대표가 ‘이념 병’에 걸렸다고 인신 공격을 하는 인터뷰를 했는데 비판은 있을 수 있지만 이건 도를 넘어섰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원 최고위원을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 그가 ‘감정의 제방’을 무너뜨린 것은 원 최고위원이 지난 3일자 주간지 인터뷰에서 사학법투쟁을 국가정체성과 연계시킨 박 대표에 대해 “편협한 국가정체성 이념에 비춰 자기 틀에 안 맞으면 전부 빨갱이로 본다.”며 “‘병(病)’이라고 생각한다.”고 공격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이날 작심한 듯 “원 최고위원은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생각을 대변해 왔는데 한나라당과 당 대표는 그렇게 잘못했고 열린우리당은 다 잘했다는 얘기냐?”고 꼬집은 뒤 “당이 아무리 민주화가 됐다고 하지만 말은 가려서 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를 신호탄으로 당 중진들도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사학법무효화투쟁본부장인 이규택 최고위원은 “온 당원이 투쟁하는 운동에 대해 찬물을 끼얹고 등에 칼을 꽂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며 “내가 나가든지 원 최고위원이 나가든지 선택해 달라.”며 맹비난했다. 이어 열린 비공개회의에서 김영선 최고위원, 최연희 사무총장 등 중진 의원들이 ‘날선 비판’에 합류했다. 당내 ‘원조보수’격인 김용갑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원 의원이야말로 ‘습관성 해당행위 중증질환자’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한마디로 ‘한나라당의 유시민’이며 지능적 좌파로서 당 정체성에 동의할 수 없다면 당을 떠나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이에 원 최고위원은 “표현이 과격한 점은 사과하겠다.”면서도 “장외투쟁이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 당론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소수 의견을 밝히는 것이 해당 행위인지 밝혀야 하고 만약 그렇다면 징계를 달게 받겠다.”고 맞섰다. 1시간여의 격론 끝에 중진 의원들의 중재로 원 최고위원은 회의 뒤 박 대표를 찾아가 ‘과격한 표현’에 대해 거듭 사과를 했고 박 대표가 “당의 이념과 노선을 향해 잘 해나가자.”고 응답하면서 ‘외형상’ 파문은 가라앉았다. 한편 손학규 경기지사는 이 소식을 접한 뒤 “격렬하게 정치투쟁을 하더라도 다른 입장을 하나로 만들어 가는 것이 정치 역량이고 정당의 능력”이라며 “원 최고위원의 발언이 도를 넘어선 것은 한나라당을 위해 도움이 안 되지만 그런 생기있는 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야당이고 미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길섶에서] 낙장불입/심재억 사회부 차장

    요 며칠 길배 아버지는 ‘마실’을 잊고 살았다. 산에서 나뭇단을 져내리거나, 뒷짐 지고 마당을 맴돌거나, 그도저도 아니면 대낮부터 아예 구들장에 터를 잡고는 목침에 머릴 뉘곤 했다. 그가 배알이 뒤틀려 사랑 출입을 안 한 데는 까닭이 있었다. 문제는 마을 노친네들이 모인 화투판에서 생겼다. 심심파적으로 개비 담배를 주고받는 판이었는데, 동심이 아버지가 내놓은 화투짝을 다시 거둬들인 것이었다.“이눔아, 낙장불입이여. 그 오동피 다시 내놔.”“이런 우라질, 한나절에 담배를 네댓값이나 챙긴 눔이…. 그런 법 말도 안 했잖아.” 이렇게 시작된 실랑이는 급기야 “에라, 감탕보담도 더 한 인간아.”와 “저런 화적 같은 놈”으로 치닫다가 결국 가래침을 댕겨서 퇘, 뱉고는 제 갈길로 가고 말았다. 그랬던 동심이 아버지가 골목 어귀에서 마주친 길배 아버지에게 넉살좋게 말을 건넸다.“어이, 길배네야, 거 담배 있거든….”하자 “그 많은 담배는 다 밥 삶아 먹었냐.”며 괴춤에서 담배를 꺼내 건네고는 지루한 ‘실랭이’를 마무리했다. 그날 오후, 두 사람은 다시 사랑방에서 마주앉아 ‘낙장불입’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다. 심재억 사회부 차장 jeshim@seoul.co.kr
  • 사학법 대치정국 ‘정점’ 28일 의총이 분수령

    사학법 대치정국 ‘정점’ 28일 의총이 분수령

    ‘등원 압박’과 ‘사학법 원천 무효’라는 매머드급 화물을 싣고 마주 달려온 두 특급열차(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가 정면 충돌 직전에 이르렀다. 설상가상으로 27일 두 열차는 각각 국무회의의 사학법 개정안 의결과 사학법인의 위헌소송 제기라는 ‘가속기’까지 달았다. 멈출 기색이 전혀 없이 이날 각각 재경위 등 일부 상임위와 대구 장외집회장이라는 ‘간이역’을 질주했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국민이 뭘 원하는지 깊이 생각해달라.”며 “예산안을 비롯, 많은 민생 현안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동안 한나라당이 민생 민생 해왔으니 함께 하자.”며 한나라당을 거듭 압박했다. 오영식 공보부대표도 “한나라당의 국회 복귀를 최대한 기다리겠지만 올해 안에 예산안 등 주요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가세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이날 예결특별위 예산안소위를 열어 예산안 심사에 속도를 냈다.28일에는 법사위를 열어 8·31 부동산종합대책 후속 법안도 의결할 예정이다. 한나라당호의 기세도 만만찮다. 이날 대구 대규모 촛불집회를 통해 사학법의 부당함과 등원 불가피를 거듭 강조했다. 박근혜 대표를 비롯, 의원 50여명과 당직자, 사학 관계자와 종교·시민단체 회원 등 1만여명이 모였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국민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2월 국회에서 사학법을 고치지 않으면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톤을 올렸다. 나아가 28일 대전에 도착,‘사학법 반대 논리’를 더 실은 뒤 전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규택 사학법무효화투쟁본부장은 “새달 10일 수원에서 집회를 갖기로 했다.”며 “날치기 처리한 사학법이 원천무효될 때까지 내년에도 장외 집회를 계속 열 것”이라며 기염을 토했다. 아울러 두 당은 내일 의원총회를 열어 결전 의지를 다진다. 열린우리당은 ‘등원 불가피론’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경우 ‘항로 변경’을 놓고 약간의 변수가 있다. 원내외 병행투쟁론이 공론화되고 여기에 힘이 실릴 경우 전략의 일부 수정도 예상된다. 새정치수요모임은 의총에 앞서 모임을 갖고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손학규 경기지사도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장외투쟁으로 사학법의 본질과 처리과정의 문제점을 많이 알렸고 민심도 많이 얻었다.”며 “국민은 한나라당이 경제와 민생을 같이 처리해주길 원하니 의총에서 박 대표 등 지도부가 결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며 등원론을 주장했다. 하지만 병행투쟁론이 지도부를 비롯해 강경파의 장외투쟁론의 대안으로는 약해 보여서 공론화에는 힘이 달린다는 게 당 안팎의 전망이다. 수요모임의 한 의원은 “의총 성격이 다수 의견을 물어 노선을 결정한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방향이 결정됐고 ‘시늉으로써의 액션’을 묻는 자리라면 이견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극적 돌파구가 없는 한 28,29,30일 본회의에서 ‘통과’를 노리는 여와 ‘강력 저지 혹은 외면’으로 맞설 야가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이종수 황장석기자 vielee@seoul.co.kr
  • [사설] 한국농민 폭력시위 유감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가 열린 홍콩에서 반(反)세계화 시위를 벌이던 한국인 가운데 600여명이 현지 경찰에 연행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인 시위대는 지난 17일 오후 홍콩 도심 곳곳에서 쇠파이프 등을 휘두르며 격렬한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에 포위돼 10여시간 대치한 끝에 18일 새벽 전원 연행됐다는 것이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시위대는 지난 12일 홍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폭력 평화투쟁’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이어 회의가 진행되는 기간에 삼보일배 행진, 촛불집회, 해상시위, 풍물패 공연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앞세워 자신의 주장을 평화롭게, 널리 알렸다. 이에 홍콩 시민들이 시위대에게 음식물·방한용품을 전달하고 일부는 동참까지 할 정도로 호감을 얻었다. 오죽하면 현지 언론이 ‘제2의 한류’라느니 ‘폭민(暴民) 이미지를 씻었다.’라느니 찬사를 보냈겠는가. 그런데 각료회의 폐막을 하루 앞두고 느닷없이 폭력을 동원해 그동안 쌓은 긍정적인 성과를 몽땅 잃는 어리석음을 범하고야 말았다. 홍콩 당국은 현재 단순가담자를 제외한 시위 주동자, 불법행위자에 대해 법에 따라 엄중 처벌할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우리로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기는 하다. 그렇더라도 정부는 홍콩 당국을 최대한 설득해 시위자 신병을 인수하고 조속히 귀국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홍콩 측에 불법 시위자 처벌을 우리가 책임진다고 약속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리라고 본다. 정작 중요한 것은 홍콩 시위 참가자들의 자세이다. 그들은 평화시위와 폭력시위 양쪽에 대한 반응을 절감했을 것이다. 이번 체험이 국내에서도 폭력적인 시위를 포기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씨줄날줄] 시위 선진국

    우리는 시위문화가 일천해 군중집회가 과격해진다는 얘기가 통설처럼 떠돈다. 그러나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합리적 시위문화가 축적되어 있었다. 양반·선비들은 상소(上疏)·구언(求言)·순문(詢問)·직계(直啓)라는 통로를 통해 임금에게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 일반민중을 위한 언로도 다양했다. 왕이나 지방관리의 행차길에 뛰어들어 직소하는 규혼(叫昏). 대궐앞에 엎드려 호소하는 복합(伏閤). 집단으로 관청에 몰려가 청원하는 등장(等狀). 특히 원통한 일이 있을 때 왕이 거동하는 길가에서 꽹과리나 징을 치는 격쟁(擊錚)은 계몽군주 정조가 장려했던 제도였다. 이들 제도가 활발히 작동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지만 평화시위 정신은 연면히 내려왔다고 볼 수 있다. 근대적 의미의 시위는 19세기말 독립자강운동에서 시작됐다. 일제 치하의 3·1운동은 한국 민족주의를 세계에 알리는 시위였다. 독립·반외세 시위를 거쳐 정부 수립 후에는 자유·반독재 시위가 활발했다. 독립운동이나 민주화투쟁은 온건할 수 없었다. 목숨을 건 항쟁에서 준법을 요구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1990년대부터 민주화가 이뤄졌다. 시위목적이 평등·반독점쪽으로 옮아갔으나 양상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시위대와 진압경찰 양쪽 모두 변화에 약했다. 최근 농민시위에서 과격시위와 과잉진압 논란이 일었고, 시위농민이 사망하는 불상사가 있었다.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린 홍콩에서 한국의 반(反)세계화 시위대가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다. 삼보일배, 바다 시위, 오리걸음 시위를 선보였고 주변청소와 함께 빼앗은 경찰 방패를 돌려줌으로써 “조직되어 있고,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지언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0% 이상이 한국 시위대를 호평했다. 근래 프랑스와 호주의 종교·인종 분규에서 보면 선진국 시위양태를 반드시 모범으로 보기 어렵다. 축제하듯 비폭력 원칙을 지키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방법에서 한국이 선도국이 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홍콩에서 한국 시위문화가 한단계 높아질 가능성을 본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WTO각료회의는 18일 끝난다. 폐막일 시위대 자살설이 나오기도 한다. 시위 참가자들은 막바지까지 준비한 행동강령을 지켜 참사가 없도록 해야 한다.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쉴틈도 없이 선행쌓는 어르신들

    충북 청원군 내수읍 노인들이 농한기를 이용, 전통 짚공예품과 수의(壽衣)를 만들어 판매해 올린 수익의 일부로 독거노인 등을 도와 관심을 끈다. 대한노인회 내수읍분회(분회장 전영두·74)는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사무실을 찾는 노인들이 늘어나자 15일부터 짚공예품 제작을 본격화하고 있다. 10여평짜리 방에서 30여명의 노인이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분야에서 솜씨를 뽐내며 멍석, 짚신, 삼태기, 둥구미 등을 분업 형태로 만들고 있다. 이 일은 기름값이 오르면서 군이 주는 경로당 난방비로는 따뜻한 겨울나기가 어렵자 2003년부터 시작했다. 개인이나 찜질방 등으로부터 주문이 들어오면 제작해 짚신 등은 1만원에서 맥반석 멍석은 50만원까지 받는다. 지난 겨울에는 1500만원을 벌었다. 노인회는 이 돈을 회식·운영비 등으로 쓰고 나머지는 독거노인에게 김장을 해주거나 내의 등을 선물하고 있다. 옆방에서는 할머니들이 수의를 제작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9∼10월 상포사에서 제작법을 배워 수의를 제작, 싼 값에 장례식장 등에 팔 계획이다. 전 회장은 “겨울철 경로당에서 화투나 치고 장기만 두던 때는 간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올해도 주문이 많이 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청원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한나라 박대표 ‘전투복 패션’

    한나라당은 12일 최고위원회의,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13일부터 ‘사학법 무효화투쟁’을 원내는 물론 원외에서도 강도 높게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은 17대 국회 들어 처음이라는 점에서 ‘전의(戰意)’가 읽혀진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검은색 바지와 티셔츠 위에 회색 재킷을 걸친 차림으로 참석했다. 회의 모두발언에서는 “지도부부터 비장한 각오로 응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해 늘 그랬듯이 바지차림’이 ‘전투복 패션’임을 숨기지 않았다.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투쟁’을 진두지휘할 ‘사학법 무효투쟁 및 우리 아이 지키기 운동본부’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이규택 최고위원이 본부장을 맡고 최연희 사무총장, 임태희 원내수석부대표 등 17명이 참여한다. 이어 오후 의원총회에서는 김원기 국회의장 불신임안 채택 및 윤리위원회 제소, 사학법 헌법소원, 국회 사무총장 해임촉구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하기로 결의했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에 대해선 사무처 당직자 등을 동원했다는 이유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키로 했다. 이규택 최고위원 등 의원 20여명은 김원기 국회의장실을 점거 농성한 데 이어 상임위원회별로 4개조로 나눠 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또 13일 서울 명동·서울역에서 ‘전교조로부터 우리 아이 지키기 운동’ 거리집회를 시작으로 매일 거리집회를 갖고 16일 대규모 촛불집회를 갖는다. 학부모·시민·종교 단체와 연계해 대규모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당초 예외적으로 참석키로 한 예결산특별위원회에도 불참했다.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길섶에서] 어느 수료식/이상일 논설위원

    겨울눈이 쌓인 산길을 돌아돌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갔다. 때마침 ‘현대미술관회’의 올해 강좌 수료식이 열리고 있었다. 머리가 허연 60대 중반의 의과대학 총장이 ‘세계 미술관 건축’ 강좌의 개근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수강생들간에 가벼운 웃음이 흘렀다. 매주 한번씩 30여차례에 달하는 강좌를 빼놓지 않고 참석한 총장은 벌써 4년째 미술 강좌를 수강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내년까지 5년을 채울 목표”라고 말했다.5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은 3년째 미술사 등의 강좌를 수강해 연속 개근상을 받았다. 수강생들 가운데 20,30대는 아주 드물고 대부분 50대 안팎인 듯하다. 강좌를 짜고 진행하는 주최자의 한 사람은 고희를 바라보는 인텔리 할머니.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산골 미술관까지 와서 예술 강좌를 계획하고 듣는 열정은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옛날 나이드신 분들은 동네 노인정에서 화투를 치고 친구들과 관광을 다녔다. 그렇지 않으면 손자 뒷바라지로 시간을 보냈다. 생활에 여유가 있다고 모두 예술에 관심이 있는 것도, 공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수료식 참석자들의 마음의 여유가 좋아보였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국악 ■ 월하 추모공연 13일 서울 한국문화의 집 코우스,14일 국립국악원 우면당.(02)764-1778. ■ 가야금 실내악단 여울 13일 서울 이화여대 강당.(02)543-1601. ●미술 르네상스 바로크 회화전 9일~내년 2월26일 레오나르 다빈치의 드로잉을 비롯해 틴토레토, 벨로토 등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의 하이라이트를 만날 수 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02)3413-6028. ■ 웰컴 투 강원랜드 석탄산업의 근거지이던 강원 영월, 사북, 태백지역에 들어선 카지노. 카지노가 있는 강원도의 풍경을 이만익, 홍승혜, 이상봉씨 등이 각자의 방식으로 회화, 설치작업 등을 해냈다.13일까지 서울 관훈동 모란갤러리.(02)737-0057. ■ 조영남전 가수 조용남의 재기넘치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화투와 소쿠리를 이용한 오브제, 유명인사들의 사진을 이용한 콜라주 등이 눈길을 끈다.30일까지 서울 정동 경향갤러리.(02)3701-1339. ●뮤지컬 매직 카펫 라이드 9~1월15일 성균관대 새천년홀자우림의 음악에 드라마를 입혔다.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해온 록밴드 자우림의 노래 30여곡으로 만든 팬터지 뮤지컬. 이해제 작·이현규 연출, 김선미 최재웅 출연.(02)747-2050. ■ 어느 말의 이야기, 홀스또메르 9∼18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한때는 촉망받는 경주마였으나 지금은 늙고 병든 말 ‘홀스또메르’를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전달한다. 톨스토이 작·김관 연출, 유인촌 정규수 출연.(02)515-0589. ■ 오!당신이 잠든 사이 1월8일까지 연우소극장.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가슴 따뜻한 뮤지컬. 장유정 작·연출, 김혜성 작곡, 정새결 이주원 출연.(02)762-0010. ●어린이 ■ 시계 멈춘 어느날 18일까지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 전쟁의 상처를 상징적이면서 회화적으로 그려낸 창작극.(02)382-5477. ■ 우리는 친구다 1월1일까지 학전블루소극장. 초등생 민호, 유치원생 슬기 남매의 좌충우돌 일상. 김민기 번안·연출, 이석호 김은영 출연.(02)763-8233. ●클래식 ■ 메시아 9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서울 필, 안양시립, 천안시립,3개의 프로합창단이 연합한 120명의 대규모 합창단원이 헨델 원곡을 토대로 모차르트의 편곡과 프라우트의 편곡 등 세 작곡가의 장점과 특성을 최대한 살려 공연한다. 조수미 콘서트의 전담 지휘자인 박상현이 이끄는 모스틀리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았고, 소프라노 김인혜, 알토 김자희, 테너 나승서, 베이스 전기홍이 노래한다.(02)2650-7481∼3. ■ 베를린교향악단& 칼포스터 합창단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독.(02)599-5743. ■ 피아니스트 신수정·예술의전당 사장 김용배의 특별한 만남 16일 서울 서초구민회관.(02)570-6628. ■ 줄리엣 강&멜빈 첸 두오 콘서트 9일 서울 금호아트홀.(02)6303-1919. ●연극 이 2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내 극장 용절대 권력의 중심인 연산군과 궁중 광대들의 욕망이 빚어내는 풍자와 해학.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이다. 김태웅 작·연출, 이남희 박정환 출연.1544-5955. ■ 마르고 닳도록 17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애국가 저작권료를 받아내려고 대한민국 정부가 바뀔 때마다 한국땅을 밟는 스페인 마피아 집단의 황당무계한 사기극. 이강백 작·이상우 연출, 문성근 최용민 강신일 출연.(02)747-1010. ■ 캔디다 18일까지 상명아트홀1관.10대 시인 유진과 40대 목사 모렐, 그의 아내 캔디다의 삼각관계. 버나드 쇼 작·정진수 연출, 박봉서 허윤정 출연.(02)766-8679. ■ 서울착한여자 13∼18일 서강대 메리홀. 브레히트의 ‘사천의 착한 사람’을 한국적으로 각색. 양정웅 연출, 김은희 전중용 출연.(02)3673-1392.
  • 中企에 기술증권 발행 허용

    앞으로 기술이 뛰어난 중소기업은 기술유동화증권, 기술자산신탁제,R&D 프로젝트 금융, 기술사업화투자펀드 등 다양한 기술금융상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기술유동화증권은 중소기업이 기술을 담보로 발행한 기술담보채권이나 기술자산을 기초로 유동화전문회사가 발행한 뒤 기관투자자에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는 증권을 말한다.또 R&D 프로젝트 금융은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와 민간의 사업화 투자를 연계, 정부와 민간의 리스크(위험) 분담으로 기술 사업화를 촉진하는 금융기법이다. 정부는 5일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주재로 기술이전사업화 정책심의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제2차 기술이전 사업화촉진계획’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연간 200억원 수준인 기술평가시장이 오는 2010년까지 5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된다.또 기술금융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기술사업화전문투자조합과 신기술제품 공공구매를 통해 2010년까지 사업화 초기기업에 1조원을 지원하고, 기보의 기술평가보증을 현재 15.2%에서 2009년까지 60%로 늘리기로 했다.아울러 외국인 투자기업에 한정된 기술현물출자 특례를 대학과 연구소 등 공공연구기관까지 확대할 예정이다.기술현물출자란 개인이나 기업이 소유한 기술자산(특허, 저작권 등)을 기술평가기관의 평가나 공인된 감정인의 감정을 거쳐 기술자산의 가치를 자본금으로 출자하는 방식을 말한다.허범도 산자부 차관보는 “기술평가기관의 지정 기준을 강화하고, 평가기관간 경쟁체제를 구축해 전문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라면서 “이를 통해 국가 R&D 사업화비율을 현재 20%에서 선진국 수준인 35%까지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장세훈기자shjang@seoul.co.kr
  • [미술단신]

    ●조영남전 가수 조영남이 화투와 소쿠리 등을 오브제로 이용한 팝아트적인 작품 80점을 전시. 화투, 태극기, 소쿠리, 바둑판, 요강, 코카콜라 등 이질적인 오브제들을 한 캔버스에 배치, 묘한 조화를 이뤄낸다. 특히 500호가 넘는 대형그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부시 미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가수 패티킴 등의 사진을 이용한 콜라주 작품이다.30일부터 서울 중구 정동 경향갤러리(02)3701-1339.●시칠리아의 회화전 지중해 심장부에 자리잡은 이탈리아 시칠리아. 고대부터 문학과 음악 등 예술이 발달한 이곳의 20세기 초 미래주의 회화와 현재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내년 1월22일까지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02)720-0665.●최석운전 그의 그림에는 해학이 있다. 만화나 일러스트처럼 단순해 보이는 그의 그림을 보면 킬킬 웃게 된다. 얼핏 보면 어린이의 그림처럼 단조롭고 직접적인 화면이지만 단순한 평면은 아니다. 한편의 동영상, 만화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20일까지 서울 관훈동 가람화랑(02)732-6170.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동양그룹-창업주 故 이양구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동양그룹-창업주 故 이양구회장家

    동양은 국내 재벌가(家)에서 최초로 사위가 승계한 그룹이다. 동양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이 1945년 북에서 혈혈단신으로 월남한데다 이관희(76)여사 사이에 딸만 둘을 둔 것과 무관치 않다. 이 창업주의 차녀인 화경(49)씨가 일찍이 경영에 참여해 현재 오리온 사장직을 맡고 있지만 동양의 ‘경영 대권’은 맏사위인 현재현(56) 동양 회장과 둘째 사위인 담철곤(50) 오리온 회장에게 돌아갔다. 가족 구성원이 단출한 만큼 이 창업주가(家)의 혼맥도는 정·관·재계에 든든하게 뿌리를 내린 국내 여느 재벌가와 달리 단순하다. 또 이 창업주가 딸들의 통혼을 통해 사돈가(家)의 후광을 기대하기보다 자신의 유업을 이어갈 사위들의 ‘사람 됨됨이’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도 혼맥의 단순함을 더했다. 특히 오리온 담 회장의 집안이 화교 출신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설탕왕·시멘트왕’ 이양구 창업주 동양 창업주인 서남(瑞南) 이양구 회장은 1916년 함경남도 함주군의 작은 농가에서 부친 이교흠(작고)씨와 모친 김성자(작고)씨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부친이 25세의 젊은 나이로 병사하면서 서남의 어린 시절은 힘겨운 생활로 점철됐다.15세의 늦은 나이에 보통학교 졸업장을 받은 서남은 상급학교 진학 대신 ‘함흥물산’이라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식료품 도매상에 취직했다. 서남은 훗날 이곳에서 ‘정직과 신용’이라는 상도를 배웠다고 밝혔다. 8년간 악착같이 돈을 모은 서남은 1938년 식품도매상인 ‘대양공사’를 시작으로 6·25전까지 수차례의 회사를 세우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지만 그때마다 역사의 수레바퀴에 치여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고향에 수십만평의 토지와 1억원에 가까운 거금도 삼팔선과 전쟁으로 잃었다. 그러나 그는 부산에서 설탕도매업을 기반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전시의 특수 경기와 생필품 부족이 거꾸로 그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서남은 부산과 마산, 대구 등에서 이른바 ‘설탕왕’으로 불렸다. 서남은 당시 국내 유일하게 설탕을 생산했던 고 이병철 삼성 회장, 고 조홍제 효성 창업주와 가까운 사이였다. 서남은 1955년 삼성 이 창업주와 풍국제과의 배동환씨 3인의 공동 출자로 동양제당공업주식회사를 설립했으며, 풍국제과의 경영에도 참여해 오늘날 오리온(옛 동양제과)의 기틀을 다졌다. 또 동양제당이 국내 최고의 역사를 지닌 삼척시멘트를 인수하면서 서남은 자연스럽게 시멘트 사업에 진출하게 됐다. 서남은 1957년 삼척시멘트를 동양시멘트공업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한 뒤, 노후시설 교체와 증산을 통해 한때 시멘트 왕국을 건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 경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신규 업체의 대거 진입으로 시멘트가 남아돌았고, 정부의 금융 긴축정책으로 동양은 뿌리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서남이 훗날 ‘운명의 날’이라고 밝혔던 1971년 9월10일 법원에 회사보전신청을 제출해 세인으로부터 온갖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채에도 불구하고 동양은 살아났다. 정부의 사채동결조치가 사실상 동양의 구명줄이었으며, 평상시 쌓아온 정직과 신용도 큰 도움이 됐다. ●운명적인 만남 서남과 이관희 여사의 인연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6·25가 이들을 만나게 하고, 또 헤어지게 만들었지만 결국은 거제도에서 부부의 인연을 맺게 했다. 6·25 발발로 3년 5개월만에 공군 소속으로 귀향한 서남은 모친의 부탁에 이관희씨와 약혼했다. 그의 나이 34세였다. 관희씨는 당시 함흥의 명문인 영생고녀(永生高女)를 나와 교편을 잡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군의 전쟁 개입으로 두 사람은 결혼식도 못올리고 생이별을 하게 됐다. 부산으로 내려온 서남은 가족 소식을 알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다가 뒤늦게 피란선을 타고 월남해 거제도에 머물던 관희씨와 극적으로 만났다. 이 여사는 현재 서남재단 이사장으로 남편의 유업을 기리고 있다. 서남과 이 여사는 슬하에 장녀 혜경(53)씨와 차녀 화경씨 등 2녀를 뒀다. 이화여대 미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혜경씨는 평소 집안끼리 잘 알고 지내던 고 김옥길 이화여대 총장의 중매로 1976년 현재현 회장과 결혼했다. 현 회장은 당시 부산지검 검사로 재직중이었다. 그는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대학 3학년 때 1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혜경씨는 현재 전공을 살려 동양매직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 회장의 집안은 전형적인 선비 가문이다. 고려대 초대 총장을 지내고 ‘유학계의 마지막 거두’로 알려진 고 현상윤 총장이 그의 조부이며, 이화여대 의대 교수를 역임한 고 현인섭씨가 그의 부친이다. 그는 고 현 교수의 3남2녀 가운데 셋째다. 첫째는 고려대 대학원장인 현재천(61)씨이며, 둘째는 현재민(59) KAIST 교수, 장녀는 현재희(51) 세종대 교수, 차녀는 현재란(49) 의사로 현재 이화의원 원장이다. 현 회장과 이 고문은 ‘정담(28·여)-승담(25·남)-경담(23)-행담(18)’ 등 1남3녀를 두고 있다.2세 모두 미국 스탠퍼드대를 다녀 현 회장과 동문이다. 첫째인 정담씨는 스탠퍼드대에서 심리학과 경제학을 복수로 전공한 뒤 지금은 MBA(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장남 승담씨는 컴퓨터 사이언스와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차녀 경담씨는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고 있다. 막내딸 행담씨는 스탠퍼드대 교양학부 1학년에 재학중이다. 서남의 둘째 딸 화경씨는 이화여대 사회학과 출신으로 1980년 뜨거운 열애끝에 담철곤 회장과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담 회장의 선친은 대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했으며, 타이완 국적으로는 한의원 경영이 쉽지 않아 일찍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화경씨와 담 회장은 슬하에 경선(20)씨와 서원(16·남) 1남1녀를 뒀다. 경선씨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인문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서원군은 국내에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서남가(家)의 혼맥은 이처럼 단순하지만 그나마 현 회장 집안을 통해 정·재계에 인연이 이어진다. 현 회장의 조부인 현상윤 전 총장은 6∼8대 국회의원이었던 김봉환 전 국회법사위 위원장과 사돈지간이다. 김 전 법사위원장은 손경식 CJ 회장과 사돈으로 연결된다. ●잉꼬 부부 이 고문과 현 회장은 중매로 만났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애틋하고 각별하다. 결혼 이후 경영수업을 위해 미국 스탠퍼드대에 홀로 유학한 현 회장은 이 고문에게 자주 편지를 보냈고, 편지 첫 머리에 늘 ‘사랑하는 당신’이라고 적었다. 담 회장과 이 사장은 서로가 첫 사랑이다. 대구에서 서울로 유학온 담 회장은 중학교 3학년 때 이 사장을 같은 반 친구로 처음 만났다. 이 때부터 서로에게 끌린 두 사람은 10년 이상 연애했다. 담 회장이 미국 조지워싱턴대로 유학간 4년이 유일하게 떨어진 시간이었다. 이 때도 두 사람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수백통의 편지를 주고 받았으며, 하루가 멀다하고 비싼 국제전화를 하는 탓에 꾸중도 많이 들었다. 이제는 눈빛만 봐도 서로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친구에서 연인, 다시 부부로 인연이 이어지기까지 두 사람은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오랜 만남을 지속했던 두 사람이었지만 막상 결혼때는 집안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담 회장과 이 사장은 국내 재계에서 보기 드문 ‘부부 CEO(최고경영자)’다. 담 회장은 현재 이 사장이 총괄경영을 맡고 있는 오리온의 엔터테인먼트사업 아이디어를 추진한 주역이다. 이 사장은 “나는 다소 감성적인 반면 담 회장은 실용적이어서 상호 보완이 된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져 이제는 이 세상에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시에 더없이 훌륭한 사업 파트너”라고 곧잘 언급한다. ●혹독한 경영 수업 서남은 사위들을 후계자로 키우기 위해 더 철저하게, 더 강하게 경영 수업을 시킨 것으로 유명하다.“내 딸, 내 사위라고 해서 특혜는 없다.”는 것이 서남의 ‘후계자론’이다. 현 회장은 75년 부산지검 검사로 입문한 뒤 결혼과 함께 경영자로 변신했다. 그는 77년 동양시멘트 이사로 재계의 첫 발을 내디뎠고, 초고속 승진을 통해 동양의 후계자로 대내외에 알려졌다. 그러나 후계자의 길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이 창업주는 타계하는 날까지 두 사위와 작은 딸에게 이론과 실전으로 혹독한 경영자 수업을 시켰다. 현 회장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국제금융을 전공한 이후, 이 창업주로부터 직접 경영수업을 받았다. 낮에는 현장을 같이 누비며 실전과도 같은 수업을 받았고, 밤에는 새벽까지 수십년동안 쌓아온 이 창업주의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이 창업주의 경영수업은 이틀 정도 잠을 안재우는 일이 허다할 정도로 강도가 높았다. 이화경 사장은 동양제과(현 오리온)에서 인턴사원으로 일을 시작했으며, 담철곤 회장도 유학을 마친 후 동양시멘트 구매부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 창업주는 ‘경영자가 되려면 기본부터 충실해야 한다.’며 두 사람 모두 구매부로 발령냈다. 이후 이 사장은 영업부를 제외한 각 부서를 돌며 업무를 익혔다. 특히 마케팅담당 시절엔 획기적이고 신선한 광고로 광고담당자들을 놀라게 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초코파이의 ‘정(情) 시리즈’ 광고다. 그는 입사 26년만에 오리온그룹의 외식과 엔터테인먼트사업을 담당하는 CEO에 올랐다. 이 사장은 최근 경제전문지 포브스코리아가 발표한 한국의 여성부호 50인 가운데 8위(1652억원)에 올랐다. 담 회장도 81년부터 동양제과로 자리를 옮겨 구매부장과 사업, 관리, 영업 상무 등을 거치며 89년 동양제과 CEO에 올랐다. ●동양·오리온의 분가 이 창업주가 1989년 타계한 이후 동양의 경영권은 가족간 협의를 통해 맏사위인 현 회장이 승계했고, 둘째 사위인 담 회장은 동양제과를 맡았다. 현 회장과 담 회장은 13년간 각각 시멘트·금융, 제과·엔터테인먼트 등의 사업영역에서 독자 경영을 해왔다. 이 때문에 사위간에 기업 분할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여기에 동양제과가 영상미디어 분야에 투자와 외자유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30대 기업집단으로 제한을 많이 받아 계열분리가 빨라졌다. 동양제과는 2001년 9월1일 동양에서 분가했다. 동양그룹 32개 계열사 가운데 제과와 엔터테인먼트 계열의 16개사가 떨어져 나간 것이다. 그러나 동양과 오리온(옛 동양제과)은 여전히 그룹 CI(기업이미지)를 함께 사용할 정도로 뿌리에 대한 깊은 유대감을 이어가고 있다. 현 회장은 “동양과 오리온의 분가는 미래 지향적인 경영을 위해서이며, 한 뿌리에서 나온 두 그룹이 한국경제의 거목으로 성장하기 위해 가지를 펼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계열분리 이후 동양은 금융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증권·종금·투신업을 아우르는 종합금융사로 거듭났으며, 동양생명은 6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다. 동양은 현재 제조업 6개사, 금융 7개사로 총자산은 15조원 수준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4조 300억원을 기록했다. 오리온그룹은 케이블 방송과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집중해 계열사를 26개사로 늘렸다. 지난해 매출액 1조 5300억원을 올렸다. 특히 미디어플렉스의 극장사업체인 메가박스는 전국에 117개 스크린을 확보하며 최고의 영화관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영화투자 배급사인 쇼박스는 ‘말아톤’과 ‘웰컴투 동막골’,‘가문의 위기’ 등을 잇달아 흥행시켜 설립 3년만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여기에 베니건스를 중심으로 한 외식사업과 편의점 사업체인 바이더웨이 등도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동양·오리온의 대표 CEO 노영인(59) 동양시멘트 사장은 30여년을 시멘트업계에 종사한 산증인이다.98년 동양시멘트 대표이사로 취임한 그는 외환위기 한파를 수출로 돌파했다. 그동안 시멘트 수출은 채산성이 안 맞고, 선진국의 품질검사가 까다로워 시늉만 내왔다. 그러나 노 사장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밀어붙여 99년에는 창사이래 최대 물량인 171만t을 세계 각국으로 수출했다. 덕분에 579억원의 순익을 기록해 기나긴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노 사장은 동양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동양메이저의 대표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박중진(54) 동양종합금융증권 부회장은 금융업계에선 신사로 통한다. 친근한 말투가 트레이드 마크. 그는 조지워싱턴대 MBA 출신으로 미국 공인회계사(AICPA) 자격증을 갖고 있다. 탄탄한 이론을 바탕으로 동양증권과 동양생명, 동양종금을 거치며 10년이상 실전 금융을 익혔다. 윤여헌(57) 동양생명 사장은 행시 14회 출신으로 건설부와 재무부를 거쳐 95년 동양에 합류했다. 윤 사장은 겉치레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내실형’ 스타일이다. 철저한 손익 위주의 경영을 선호한다. 오리온그룹을 이끄는 전문 경영인으로는 김상우(48) 오리온 대표이사를 꼽을 수 있다. 김 대표는 1987년 오리온(옛 동양제과)에 입사한 이후 줄곧 마케팅 분야를 맡았다. 농심이 장악한 국내 스낵시장에 포카칩과 스윙칩 등을 출시해 오리온의 돌풍을 일으켰다. 오일호(53) 스포츠토토 사장은 1987년 오리온 마케팅부 과장으로 입사해 오리온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004년엔 스포츠토토 사령탑을 맡아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초기 난관을 극복했다. 특히 가라앉은 ‘토토´를 최근 ‘토토 붐´으로 확산시킨 것은 그의 공이 컸다는 평이다. golders@seoul.co.kr ■ 창업주 두딸 이혜경·화경씨 ‘닮은 듯 닮지 않은 두 자매.’ 이혜경(53) 동양매직 고문은 국내 ‘재벌가(家)의 딸’들이 그러하듯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전공(이화여대 미대)을 살려 동양매직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가정에 더 충실한 편이다. 그러면서도 장녀로서 모친인 이관희(서남재단 이사장) 여사를 도와 부친의 뜻을 기리는 서남재단의 이사로서 사회봉사 활동에 적극적이다. 반면 이화경(49) 오리온 사장은 1975년 동양제과(현 오리온)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밑바닥을 두루 거친 뒤 26년만에 오리온 사장에 올랐다. 약력에서 알 수 있듯 이 사장은 그동안 ‘경영자의 길’을 걸어왔다. 언니와는 다르게 ‘바깥 일’을 더 중시한다. 이 때문에 자매를 잘 아는 지인들은 보통 언니를 ‘살림꾼’으로, 동생을 ‘여장부’로 부른다. 이 고문은 소박하면서 다정다감하다. 살림을 손수 챙기며, 요리 실력이 수준급이다. 미술 감각을 살려 실내 장식과 정원 등은 손수 꾸민다. 또 혼자서 곧잘 동대문 시장에 나가 살림 도구나 가족 옷을 산다. 자녀 교육에도 각별한 정성을 쏟는다.1남3녀를 모두 미국의 명문 대학인 스탠퍼드대에 진학시킨 것은 이 고문의 노력과 관심 덕분이다. 이 고문은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한때 사회활동을 극도로 자제했으며, 수년간 미국에 머물며 자녀 뒷바라지를 했다. 현 회장도 틈틈이 아이들의 영어와 수학을 직접 가르쳤다. 막내딸 행담씨가 올해 대학에 들어가면서 이 고문은 건강 관리를 위해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이 사장은 경영인, 아내, 엄마의 ‘1인3역’을 소화하느라 늘 시간에 쫓긴다. 그렇다고 어느 하나 소홀한 법이 없다. 자녀(1남1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업무 외의 약속은 잡지 않는다. 경영인으로서 이 사장은 어떨까. 호탕하고 도전정신이 강해 부친을 빼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월간 현대경영이 2003년 8월 100대 기업 비서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신세대 여비서들이 모시고 싶은 CEO’에 뽑히기도 했다. 그만큼 업무상의 유연함과 직원 배려가 돋보인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인턴사원으로 출발해 구매부, 조사부, 마케팅부 등 주요 부서를 거쳐 누구보다 현장 분위기와 실무진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 오리온의 외식 및 엔터테인먼트 계열사 직원들은 이 사장을 열정적인 CEO로 평가한다. 이 사장이 전담하는 계열사는 온미디어와 미디어플렉스, 외식 사업부문인 롸이즈온 등 3개사. 일주일을 나눠 각각의 회사에 출근한다. 이 사장은 현장 경영을 중시한다. 직원들과 직접 회의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며, 영화사업을 담당하는 CEO로서 때로는 서울 삼성동의 메가박스에서 하루종일 영화를 보기도 한다. 이 사장은 “내가 재밌고, 감동을 받아야 관객들에게 권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golders@seoul.co.kr ■ 두 CEO 경영스타일 비교 ‘외유내강 VS 실용주의’ 사위들이 경영권을 승계하다 보니 현재현(56) 동양 회장과 담철곤(50) 오리온 회장은 곧잘 비교의 대상이 된다. 재계 안팎에선 현 회장을 선 굵은 외유내강형으로, 담 회장을 철저한 실용주의형으로 분류한다. 기업의 성장세로는 담 회장의 오리온이 빠르다.1989년 매출액 1360억원에 불과했던 동양제과(현 오리온)를 지난해 1조 5300억원으로 10배 이상 키운 것은 신규 사업을 진두지휘한 담 회장의 공이 크다. 현 회장은 오리온이 분가한 이후 그룹 구조조정에 매진했다. 금융계열사를 통합, 매각하면서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주력했다. 이 덕분에 1000%를 웃돌았던 부채비율은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진입했다. 상대적으로 그룹의 외적 성장은 더디었지만 속은 눈에 띄게 알차졌다. 현 회장은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 유창한 영어 실력을 과시하며, 재계의 ‘스타 CEO’로 떠올랐다.CEO 서밋 의장으로서 각국 CEO(최고경영자)들과 토론 및 기자회견을 깔끔하게 소화해 화제가 됐다. 그는 이처럼 남들이 멍석을 깔아주지 않는 한 자신의 진면목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외유내강형 CEO로 불리는 까닭이기도 하다. 현 회장은 화를 내지 않는다. 늘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다. 그룹 총수가 화를 내서 임직원들의 기를 꺾으면 차후 일 진행이 쉽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대신 원칙에 따라 결정된 내용은 남들이 주저해도 과감하게 추진한다. 현 회장이 경영자로서 평가받은 첫 사업은 1984년 일국증권(현 동양종합금융증권) 인수다. 당시만 해도 증권사는 대형사고와 부실경영의 대명사로 인식됐던 터라 임직원들의 증권사 인수 반대는 만만치 않았다. 그렇지만 현 회장은 자본금 20억원에 지점이 덜렁 하나뿐인 일국증권을 불과 5년만에 10대 증권사로 키워냈다. 이를 계기로 동양은 30년간 지속된 시멘트와 제과 사업에서 탈피해 금융업 중심으로 업종 다변화를 일궈냈다. 현 회장의 취미는 바둑. 중학교 시절 바둑을 배워 고등학교 때는 적수가 없을 정도였고, 대학 때는 교내 대회에서 수차례 우승을 했다. 장수영 9단에 2점으로 버티는 아마 고수다. 현 회장의 고교·대학 동기들은 그를 ‘티없는 친구’로 기억한다.“품성이 맑고 깨끗하며 원만할 뿐 아니라 일처리까지 깔끔하다.”는 것이다. 담철곤 회장은 실용주의자이자 ‘일벌레’라는 평가를 받는다. 요즘도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로 골프를 치지 않는다. 대신 스키 등 다이내믹한 스포츠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냉혹한 스타일도 아니다. 직원들은 잔정이 많은 CEO라고 얘기한다. 한 임원의 설명이다.“부장 시절에 기획안을 제출했다가 담 회장으로부터 ‘이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런데 그 다음날 회장으로부터 휴대전화가 왔습니다.‘다시 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다’는 내용이었죠. 직원의 기를 꺾지 않으려는 회장의 배려였지요.” 담 회장은 인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90년대 초반에는 20대 중심의 신규 사업팀을 구성한 뒤 수십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여러 분야의 사업에 진출해 쓴맛을 많이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들은 훗날 오리온의 케이블 TV사업과 극장·외식사업 등으로 진출해 현재의 그룹 규모를 갖추는데 일조했다. 담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잘 엮는다. 국내 제과사들이 90년대 안방시장에 안주하며 저성장의 어려움을 겪을 당시, 해외시장을 개척하며 오리온의 고성장을 주도했다.2003년엔 남들이 모두 망했다고 평한 체육복표 사업체 스포츠토토를 인수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꿔 놓고 있다. golders@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 차장 이종락·이기철·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노인 20%만 경로당 이용

    서울시 노인 5명 가운데 1명만 경로당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로당 프로그램이 단조롭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경로당을 통·폐합해서 노인복지센터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한남대 임춘식 교수와 협성대 이근혼 교수가 연구한 ‘서울시 경로당 운영실태 및 발전방안’에 따르면 서울시 65세 이상 노인인구 64만 9755명 가운데 경로당 2697곳에 등록된 회원은 12만 993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로당 이용률은 19.9%로 경로당 1곳당 하루 평균 이용인원은 3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노인들은 경로당 이용 기피 이유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없어서(37.5%)▲도박과 화투놀이만 해서(11.2%)▲경로당 노인들과 수준이 맞지 않아서(10.9%) 등을 꼽았다. 경로당 이용 이유로는 시간을 보낼 곳이 없어서(44.8%)를 가장 많았다. 노인들은 경로당 운영에서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로 점심식사 제공(24.4%), 관리·운영비 문제 해결(22.9%), 건물의 개·보수(12.1%)를 꼽았다. 조사결과 대부분의 경로당은 장기, 바둑,TV시청, 라디오 청취, 건강체조, 야외 나들이, 보건소 순회진료, 이·미용 서비스 등 단순한 프로그램을 위주로 운영됐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기존의 경로당을 구조조정하고 시설·설비를 확충, 지역 사회 노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로당 50개를 묶어서 전문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경로복지지원센터(가칭)’을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됐다.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여연스님의 茶이야기] 세사발 마시면 득도할 수 있으니…

    [여연스님의 茶이야기] 세사발 마시면 득도할 수 있으니…

    겨울을 부르는 바람이 제법 차다. 일지암 뒤란은 지금 매우 풍성하다. 두륜산 곳곳에 버려진 고사목을 지게에 지어다가 장작으로 사용하기 위해 차곡차곡 쌓아놨기 때문이다. 일지암 초당도 마찬가지다. 일지암 초당은 매년 한 차례씩 삭발을 하듯 지붕을 초가로 이어야 한다. 인근 동네 사람들이며 남천다회 식구들과 함께 작업할 튼실하고 예쁜 볏짚단을 잔뜩 쌓아놨기 때문이다. 하얀 차꽃을 보며 겨울을 맞이하는 이맘때가 되면 괜히 설레는 것은 바로 이같은 풍성한 살림살이 때문이다. 차를 가꾸며 일상을 노동으로 가꾸는 그런 삶속에는 세속의 거친 욕망이 숨쉴 곳이 없기 때문이다. 차란 그런 점에서 바로 우리의 삶덩어리 같은 것이다. 음다, 즉 마신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육지음’에서는 새는 날고 짐승은 달리고 사람은 입을 벌려 말한다. 이 셋은 함께 하늘과 땅 사이에 태어나 먹고 마시면서 살아간다. 마신다는 것은 의미가 참으로 깊고 멀다. 목이 마르면 장을 마시고, 근심과 번뇌를 벗어버리려면 술을 마시고, 정신을 맑게 하고 잠을 깨려면 차를 마시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당나라 유효작은 차 마시는 것이 마치 잘된 쌀밥을 먹는 것과 한가지라고 말하고 있다. 유효작은 ‘진안왕으로부터 군량미등을 받고 사례를 올리는 글’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조서를 전하는 이맹손이 교지를 선포하고 쌀 술 오이 죽순 김치 말린고기 식초 차 등 여덟 가지를 내려주었습니다. 술의 향기가 신성의 것보다 향기롭고, 운송의 것보다 맛있습니다. 물가에서 마디를 뽑은 죽순은 창포와 마름의 진미보다 뛰어납니다. 보내주신 차를 마시면 쌀밥을 먹는 것과 같이 몸에 이롭습니다.” 차의 살림살이는 바로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쌀밥처럼 중요한 것중 하나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한국 중국 일본의 다도는 비슷하다. 일본의 선승으로 불리는 센가이기본은 ‘다도극의’에서 “다도는 마음에 달린 것이지 기술에 달린 것이 아니며, 기술에 달리는 것이 마음에 달린 것이 아니다. 마음과 기술이 함께 행해지는 곳에는 언제나 일미(一味)가 드러난다.”고 했다. 중국의 차문화는 매우 광범위하다. 문화혁명의 거친 숙청의 바람 속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수천년을 이어온 차문화가 중국인들의 유전자 속에 뿌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차인들은 차의 ‘마음’보다는 ‘기술’을 강조했다. 찻물을 20등급으로 나눈 점(장우신의 전다수기), 차 중에 용원승설을 최고로 치는데 그 값이 무려 1만전이나 되는 것도 있다(조여려의 북원별록). 장사에서 생산되는 다구는 정교하기가 천하의 으뜸이어서 한 세트에 백금 200 내지 500성이 들었다(주밀의 계신잡식), 명나라 세종 가정 연간에 경덕진에서 생산된 성화투채배는 그가격이 무려 10만전에 달했다(제경경물략)고 적고 있다. 이런 점을 봤을 때 중국에서 다법은 주로 기술과 외형의 완성에 치우진 형식주의가 대세를 이룬 것 같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차도는 종교적 영역과 결합하면 새로운 꽃을 피웠다. 물질적인 존재인 차가 종교라는 순수한 정신적인 영역과 교감하며 비로소 하나의 문화로 변화된 것이다. 중국 차도의 핵심도 역시 ‘다선일미’다. 그런 점에서 선은 차의 날개와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차의 본성이 고요하고 사색적이고 이지적인 성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년 사계절을 윤회하는 차의 변화 자체가 바로 진정한 선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중국의 차문화가 하나의 차문화로 격상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원오극근선사가 언급한 ‘다선일미’에서부터 비롯된다. 다선일미는 그후 차는 단순한 음료의 한계를 벗어나 인간의 마음과 문명을 담아내는 우주적인 그릇으로 확대재편된 것이다. 한 잔의 차는 삶과 죽음의 문제, 심(心)과 색(色)의 문제, 사유와 존재 등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시함으로써 생리적 필요에 의한 음료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버린 것이다. 조주 스님의 유명한 공안인 ‘끽다거’는 그같은 변화를 너무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중국의 선문에서 차의 발전은 수행에 도움을 주는 특수한 효능에서부터 시작해 손님 접대까지 하나의 완전하고 엄숙한 다례의식으로 발전했다. 선문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관념의 일치성, 즉 차와 선의 본체와 하나라는 사실을 인지했고 그것을 선과 결합시켜냈다는 점이다. 교연 스님은 “세 사발 마시면 득도할 수 있거니 왜 하필 마음썩이며 번뇌를 깨닫는가.”라고 하고 있다. 교연 스님의 말은 조주 스님의 ‘끽다거’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조주 스님은 끽다를 일상생활에서 자기를 초월하는 깨달음으로 이끌어냈다.‘차선동일미’에서 밝히고 있듯이 “차는 곧 선이다. 선의 맛을 모르면 차의 맛도 모른다.”는 말과 동의어인 것이다. 다선일미는 그런 점에서 바로 지혜의 경계다. 지혜가 없으면 일상에서, 수행에서 그 어떤 해답도 얻을 수 없다. 다선일미 곧 중국 차문화를 넘어 중국문명의 밑바탕이 된 것이다. 중국 선종 차문화의 물적 토대를 한 단계 격상시킨 스님은 바로 저 유명한 마조도일 선사다. 마조도일 선사는 8세기 중엽 중국 강서성 봉신현 백장산에서 ‘백장청규’를 제정했다. 백장청규의 핵심은 바로 노동과 함께 어우러진 선수행에 있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는 백장청규는 ‘농선병중’의 사상을 담고 있다. 농선병중사상에 입각한 선문의 생활방식은 자급자족으로 전환시켰다. 당시 사원경제의 핵심은 바로 차 농사였다. 그때부터 스님들은 수행을 하며 직접 차를 재배해 사원경제의 생산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것이다. 지금까지 내려오는 중국의 명차 대부분이 사원차인 것은 바로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기인한다. 탄탄한 경제적 토대를 바탕으로 중국 선문의 차문화도 미학적 승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불가에서 행하는 행다의식과 다구들이 독자적으로 등장했고 그에 맞는 자연스러운 직책도 정해졌다. 그런 차문화 속에서 성장한 선사들은 대대로 다사(茶事)와 다례(茶禮)에 정통했다. 불교의 선문에서는 사찰의 차예절이 하나의 다도로 정립돼 계승되었기 때문이다. 다도로 정립된 사찰의 다도는 순서와 안배가 매우 정밀하고 상세했다. 차 예절 전문 담당자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엄격한 등급과 절차를 두어 서로 다른 규모로 행해져 왔다는 점을 볼 때 수준 높은 차문화를 영위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선차록’의 기록은 이같은 사실을 잘 입증한다. ‘차는 곧 깨달음의 극치’라고 설파한 남종선 선승들의 청규였던 ‘근수백창청규’에는 “총림에서 능한 사람을 참두로 삼는다. 참두는 대중을 인솔하여 객사로 가서 위의를 갖추고 문의 오른편에 줄서서 잠시 인사드리겠다고 말한다. 그러면 지객은 즉시 안으로 사람들을 맞는다. 참두가 말한다.‘오늘 선사들의 참 모습을 뵈오니 매우 복이 많습니다.’ 지객이 말하길 ‘이렇게 먼길 와주시니 저희 산문에서 매우 다행스럽게 여깁니다.’ 차를 마시면서 사찰의 내력을 묻는다. 이윽고 곧 일어나서 차대접에 대해 감사인사를 하고 돌아온다.”고 적고 있다. 선종에서 형성된 다례와 다연은 엄숙하면서도 담백해 그 끝을 알 수 없는 미학적 의미와 예술적 정신적 경계를 지니면서 중국의 차문화를 이끌어냈다. 다례 다의 다연에서는 점차 투차 분차를 통해 미(美)의 형식을 보고 선의 정신을 깨닫고 결국에는 다선일미의 지혜까지 증득하는 것이다. 중국 차도의 핵심이랄 수 있는 ‘다선일미’는 중국의 차문화가 지닌 정신적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즉 차가 선종의 의미를 충분히 담고 선의(禪意)를 깨닫는 지혜의 경지에 이르게 하여 차와 선이 진정으로 서로 소통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차는 바로 평상심의 적용이며 체현이다. 너무도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워 그 어떠한 신비감도 없는 것이다. 차가 있음으로써 날마다 좋은 날이요, 날마다 평화스러운 날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차는 바로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일지암 암주 ■ 대한민국 차품평회를 다녀와서 한국의 차가 백가쟁명의 시대를 맞고 있다. 차 산업의 활성화로 여러 곳에서 차 생산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차의 종류는 얼추 수백 가지나 될 정도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최고의 장인이 만든 최고급차인 명차가 아닌 일반 대중들이 손쉽게 구하고 음다(飮茶)할 수 있는 차에 대한 기준을 갖지 못하고 있다. 차품평회란 바로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으로 마실 수 있는 차의 기준을 만드는 대회인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느낄 수 있는 차의 색(色), 향(香), 미(味), 기미(氣味)의 기준을 만드는 것은 매우 많은 노력과 협조가 필요한 작업이다. 제2회 대한민국차품평대회가 얼마전 차의 본향이랄 수 있는 경남 하동군에서 열렸다. 그 품평대회에는 한국차를 이끌고 있는 200여 생산농가와 차문화를 이끌고 있는 명원문화재단, 한국차문화협회, 한국다도협회, 한국명선차인회, 일지암초의차문화연구회 등이 참여했다. 그런점에서 대한민국차품평대회는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차 품평대회로 발돋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60년 전, 일본에서는 20여년 전부터 품평회가 시작됐다. 그같은 차 품평의 역사 때문에 그 나라들의 차의 수준은 급속히 안착돼 갔을 뿐만 아니라 일반차 명차 등 차의 등급을 매길 수 있는 기준을 찾을 수 있게 됐다. 현재 우리 차는 최고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 차를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묻지마 차”라고 말하고 싶다. 사족을 달자면 차산업이 급속하게 확장되면서 어떤 차를 만들어도 소비자들에게 소비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차 생산자들을 평가절하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번 품평대회는 그같은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품평대회에는 250여종의 차가 출품됐다. 그중 본심사에 올라온 것은 20여종이었다. 그중 최고의 차를 평가하는 데 그 편차가 최상위차와 0.3,0.4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 차 생산자들의 차 제조 수준이 평준화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우리의 차도 매우 높은 수준에 올라있음이 증명된 셈이다. 그럼에도 좋은 차를 지키고 생산해야 하는 지킴이로서의 품평대회는 그 역사와 연륜을 쌓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차 품평대회는 차 제품의 가격대비 품질 경쟁력, 안전한 먹거리로서의 좋은 차, 소비자의 기대치를 만족시키는 차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제기에서 출발했다.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현재 많은 양의 외국산 차들이 우리나라에 수입되고 있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일부 차, 즉 보이차 같은 수입차의 위해성은 많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기도 하다. 내부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다. 현대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문화적 욕구 증대, 웰빙 라이프의 추구 등 차 제품의 소비환경이 성숙되고 있음에도 객관적이고 신뢰성 높은 차의 기준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이 한국차계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차품평대회는 그런 점에서 한국차 산업의 안정성과 산업적 잠재력을 확대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좋은 차를 만드는 것은 한국차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과 같은 동의어다.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좋은 차를 통해 아름답고 건강한 차 문화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차인들의 노력에 깊이 감사할 따름이다.
  • [길섶에서] 만약에…/육철수 논설위원

    모처럼 평일 쉬는 날, 아무도 없는 집에서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청소며 설거지를 해놨다. 밤늦게 학원갔다 돌아온 둘째 딸이 반짝반짝 닦아 놓은 화장실에 들어가더니 “우아!”하고 감탄사를 터뜨린다. 그러면서 하는 말,“아빠만 집에 있으면 집안이 깨끗해….” 아이한테 칭찬들으니 기분이 그저 그만이다. 애나 어른이나 칭찬에 약한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우쭐해서 잠시 얼이 빠져 있는 사이, 큰딸이 만화 하나를 넌지시 건넨다. 제목은 ‘만약에’다. 여자들의 ‘시집살이’를 역지사지로 그린 ‘처가살이’ 남자 얘기다. 만화 속으로 들어가보니, 장가든 한 남자가 처가 조상님의 제사음식을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다. 처남은 방에서 빈둥빈둥 놀고, 장모님과 처형·처제 등 처가식구들은 화투놀이에 한창이다. 그러면서 술 가져와라, 안주 내놔라, 바쁜 남자한테 온갖 잔심부름을 다 시킨다. 제사상을 차려놓으니 남자들은 절하는 게 아니라며 저쪽에 가 있으란다…. 큰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금세 머쓱해졌다. 엄마는 매일 집안일 하는데, 어쩌다 한 번 한 것 가지고 뭘 그러느냐는 뜻 아니겠나. 그나저나 게으른 막내 녀석 장가갈 때쯤 정말 세상 뒤바뀌는 거 아닌지 슬슬 걱정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준비는 빈틈없게…잔치는 화끈하게…

    준비는 빈틈없게…잔치는 화끈하게…

    ‘퍼뜩 오이소(어서 오세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공식일정을 앞둔 부산의 거리 곳곳에는 APEC 로고가 새겨진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도심에 흉물스럽게 방치됐던 낡은 담장들은 사람들 손을 거치면서 벽화가 있는 보다 산뜻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오가는 사람들이 간신히 비집고 다녔던 국제시장 뒷골목은 보행에 불편없이 반듯하게 정비됐지만 넉넉한 옛 시장 분위기는 여전했다. 지하철역·주요 호텔 등 주변으로 2인 1조를 이룬 보안 요원들이 쉴새없이 삼엄한 경비를 펼친다. 좀처럼 얼굴 표정에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부산 사람들이라지만 대규모 국제 행사를 앞둔 지금 그들의 표정 역시 기대에 부푼 듯 다소 상기돼 있었다. 부산은 세계 5대 무역항으로 손꼽힌다. 한국전쟁 때는 임시수도였고, 우리나라 경제 발전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지만 국제적 명성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부산은 그러나 세계 속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민국 개국 이래 가장 많은 21명의 해외 정상들이 APEC 정상회의를 위해 부산을 찾기 때문이다. 서울과 함께 명실상부하게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도시로 우뚝 서는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잃어버린 20년 1980년대 후반부터 지난 20년은 부산시에 있어 ‘잃어버린 시간’과 다름 없다. 80년대까지 부산 경제에 효자 노릇을 해왔던 신발 산업이 노사 갈등·생산원가 인상 등으로 국제경쟁력을 잃으면서 부산 경제가 침체되기 시작했다. 부산항과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한 물류·유통 산업 역시 급속하게 활력을 잃어갔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느라 분주했으나 별다른 성과도 없이 20년이 흘러갔다. ●문화·컨벤션 도시로 비상 이제 부산은 달라지고 있다.10년째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PIFF)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등 국제적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부산이 12∼19일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APEC 정상회의를 부산이 개최하게 된 의미는 남다르다.21개국 정상과 정부각료,CEO 등 세계 정치·경제사회를 이끄는 6000여명이 참가하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의 외교행사이기 때문이다. 해외 취재진들만도 1000명이 넘는다. 부산이란 이름이 세계 각국의 언론에 노출되는 만큼 부산의 ‘브랜드 가치’도 동반 상승하게 된다. 부산시는 이를 기반으로 2009년 제121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와 제13차 올림픽총회(Olympic Congress)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문화·컨벤션 전문 도시로 재도약하겠다는 것이다. 부산시는 나아가 2020년 하계 올림픽경기를 유치하겠다는 원대한 꿈도 꾸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산시는 회의에 참가하는 정상들에게 부산신항만·경제자유구역·IT·영상산업·기계부품 등 산업시찰 및 문화투어를 통해 적극 홍보한다는 방침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민들의 부푼 기대 APEC 정상회의 ‘손님맞이’로 분주한 부산시와 시민들의 기대감도 남다르다. 부산시는 생활하수·공장폐수가 유입돼 하천의 기능을 상실했던 동래의 젖줄 온천천에 낙동강 물을 끌어들여 자연을 복원했다. 공원이 부족했던 시가지에는 동백공원·APEC나루공원·평화공원 등 3개의 도심 공원도 조성했다. 낡은 담장, 굽은 골목길 등도 새롭게 정비됐다. 부산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속에 이뤄진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김영환 부산시 공보관은 “부산 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협력 덕분에 어렵고 힘든 준비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회사원 고재민(28·부산 금정구 서3동)씨는 “그동안 크고 작은 국제 행사를 치러낸 만큼 이번 APEC 회의 역시 성공적으로 끝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숙현(54·여·부산 남구 대연동)씨는 “그동안 침체됐던 부산 경제가 이번 행사를 기점으로 회복되기를 바란다.”면서 “부산이 외국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부산을 찾는 관광객도 증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경훈 부산시 APEC 준비단장은 “부산항 개항 이래 최대 국제행사를 개최하는 만큼 이번 행사가 부산 지역 발전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을 확신한다.”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부산이 홍콩·싱가포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제적인 해양 비즈니스 거점도시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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