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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 박대표 ‘전투복 패션’

    한나라당은 12일 최고위원회의,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13일부터 ‘사학법 무효화투쟁’을 원내는 물론 원외에서도 강도 높게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은 17대 국회 들어 처음이라는 점에서 ‘전의(戰意)’가 읽혀진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검은색 바지와 티셔츠 위에 회색 재킷을 걸친 차림으로 참석했다. 회의 모두발언에서는 “지도부부터 비장한 각오로 응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해 늘 그랬듯이 바지차림’이 ‘전투복 패션’임을 숨기지 않았다.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투쟁’을 진두지휘할 ‘사학법 무효투쟁 및 우리 아이 지키기 운동본부’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이규택 최고위원이 본부장을 맡고 최연희 사무총장, 임태희 원내수석부대표 등 17명이 참여한다. 이어 오후 의원총회에서는 김원기 국회의장 불신임안 채택 및 윤리위원회 제소, 사학법 헌법소원, 국회 사무총장 해임촉구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하기로 결의했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에 대해선 사무처 당직자 등을 동원했다는 이유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키로 했다. 이규택 최고위원 등 의원 20여명은 김원기 국회의장실을 점거 농성한 데 이어 상임위원회별로 4개조로 나눠 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또 13일 서울 명동·서울역에서 ‘전교조로부터 우리 아이 지키기 운동’ 거리집회를 시작으로 매일 거리집회를 갖고 16일 대규모 촛불집회를 갖는다. 학부모·시민·종교 단체와 연계해 대규모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당초 예외적으로 참석키로 한 예결산특별위원회에도 불참했다.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길섶에서] 어느 수료식/이상일 논설위원

    겨울눈이 쌓인 산길을 돌아돌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갔다. 때마침 ‘현대미술관회’의 올해 강좌 수료식이 열리고 있었다. 머리가 허연 60대 중반의 의과대학 총장이 ‘세계 미술관 건축’ 강좌의 개근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수강생들간에 가벼운 웃음이 흘렀다. 매주 한번씩 30여차례에 달하는 강좌를 빼놓지 않고 참석한 총장은 벌써 4년째 미술 강좌를 수강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내년까지 5년을 채울 목표”라고 말했다.5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은 3년째 미술사 등의 강좌를 수강해 연속 개근상을 받았다. 수강생들 가운데 20,30대는 아주 드물고 대부분 50대 안팎인 듯하다. 강좌를 짜고 진행하는 주최자의 한 사람은 고희를 바라보는 인텔리 할머니.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산골 미술관까지 와서 예술 강좌를 계획하고 듣는 열정은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옛날 나이드신 분들은 동네 노인정에서 화투를 치고 친구들과 관광을 다녔다. 그렇지 않으면 손자 뒷바라지로 시간을 보냈다. 생활에 여유가 있다고 모두 예술에 관심이 있는 것도, 공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수료식 참석자들의 마음의 여유가 좋아보였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국악 ■ 월하 추모공연 13일 서울 한국문화의 집 코우스,14일 국립국악원 우면당.(02)764-1778. ■ 가야금 실내악단 여울 13일 서울 이화여대 강당.(02)543-1601. ●미술 르네상스 바로크 회화전 9일~내년 2월26일 레오나르 다빈치의 드로잉을 비롯해 틴토레토, 벨로토 등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의 하이라이트를 만날 수 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02)3413-6028. ■ 웰컴 투 강원랜드 석탄산업의 근거지이던 강원 영월, 사북, 태백지역에 들어선 카지노. 카지노가 있는 강원도의 풍경을 이만익, 홍승혜, 이상봉씨 등이 각자의 방식으로 회화, 설치작업 등을 해냈다.13일까지 서울 관훈동 모란갤러리.(02)737-0057. ■ 조영남전 가수 조용남의 재기넘치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화투와 소쿠리를 이용한 오브제, 유명인사들의 사진을 이용한 콜라주 등이 눈길을 끈다.30일까지 서울 정동 경향갤러리.(02)3701-1339. ●뮤지컬 매직 카펫 라이드 9~1월15일 성균관대 새천년홀자우림의 음악에 드라마를 입혔다.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해온 록밴드 자우림의 노래 30여곡으로 만든 팬터지 뮤지컬. 이해제 작·이현규 연출, 김선미 최재웅 출연.(02)747-2050. ■ 어느 말의 이야기, 홀스또메르 9∼18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한때는 촉망받는 경주마였으나 지금은 늙고 병든 말 ‘홀스또메르’를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전달한다. 톨스토이 작·김관 연출, 유인촌 정규수 출연.(02)515-0589. ■ 오!당신이 잠든 사이 1월8일까지 연우소극장.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가슴 따뜻한 뮤지컬. 장유정 작·연출, 김혜성 작곡, 정새결 이주원 출연.(02)762-0010. ●어린이 ■ 시계 멈춘 어느날 18일까지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 전쟁의 상처를 상징적이면서 회화적으로 그려낸 창작극.(02)382-5477. ■ 우리는 친구다 1월1일까지 학전블루소극장. 초등생 민호, 유치원생 슬기 남매의 좌충우돌 일상. 김민기 번안·연출, 이석호 김은영 출연.(02)763-8233. ●클래식 ■ 메시아 9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서울 필, 안양시립, 천안시립,3개의 프로합창단이 연합한 120명의 대규모 합창단원이 헨델 원곡을 토대로 모차르트의 편곡과 프라우트의 편곡 등 세 작곡가의 장점과 특성을 최대한 살려 공연한다. 조수미 콘서트의 전담 지휘자인 박상현이 이끄는 모스틀리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았고, 소프라노 김인혜, 알토 김자희, 테너 나승서, 베이스 전기홍이 노래한다.(02)2650-7481∼3. ■ 베를린교향악단& 칼포스터 합창단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독.(02)599-5743. ■ 피아니스트 신수정·예술의전당 사장 김용배의 특별한 만남 16일 서울 서초구민회관.(02)570-6628. ■ 줄리엣 강&멜빈 첸 두오 콘서트 9일 서울 금호아트홀.(02)6303-1919. ●연극 이 2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내 극장 용절대 권력의 중심인 연산군과 궁중 광대들의 욕망이 빚어내는 풍자와 해학.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이다. 김태웅 작·연출, 이남희 박정환 출연.1544-5955. ■ 마르고 닳도록 17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애국가 저작권료를 받아내려고 대한민국 정부가 바뀔 때마다 한국땅을 밟는 스페인 마피아 집단의 황당무계한 사기극. 이강백 작·이상우 연출, 문성근 최용민 강신일 출연.(02)747-1010. ■ 캔디다 18일까지 상명아트홀1관.10대 시인 유진과 40대 목사 모렐, 그의 아내 캔디다의 삼각관계. 버나드 쇼 작·정진수 연출, 박봉서 허윤정 출연.(02)766-8679. ■ 서울착한여자 13∼18일 서강대 메리홀. 브레히트의 ‘사천의 착한 사람’을 한국적으로 각색. 양정웅 연출, 김은희 전중용 출연.(02)3673-1392.
  • 中企에 기술증권 발행 허용

    앞으로 기술이 뛰어난 중소기업은 기술유동화증권, 기술자산신탁제,R&D 프로젝트 금융, 기술사업화투자펀드 등 다양한 기술금융상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기술유동화증권은 중소기업이 기술을 담보로 발행한 기술담보채권이나 기술자산을 기초로 유동화전문회사가 발행한 뒤 기관투자자에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는 증권을 말한다.또 R&D 프로젝트 금융은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와 민간의 사업화 투자를 연계, 정부와 민간의 리스크(위험) 분담으로 기술 사업화를 촉진하는 금융기법이다. 정부는 5일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주재로 기술이전사업화 정책심의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제2차 기술이전 사업화촉진계획’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연간 200억원 수준인 기술평가시장이 오는 2010년까지 5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된다.또 기술금융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기술사업화전문투자조합과 신기술제품 공공구매를 통해 2010년까지 사업화 초기기업에 1조원을 지원하고, 기보의 기술평가보증을 현재 15.2%에서 2009년까지 60%로 늘리기로 했다.아울러 외국인 투자기업에 한정된 기술현물출자 특례를 대학과 연구소 등 공공연구기관까지 확대할 예정이다.기술현물출자란 개인이나 기업이 소유한 기술자산(특허, 저작권 등)을 기술평가기관의 평가나 공인된 감정인의 감정을 거쳐 기술자산의 가치를 자본금으로 출자하는 방식을 말한다.허범도 산자부 차관보는 “기술평가기관의 지정 기준을 강화하고, 평가기관간 경쟁체제를 구축해 전문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라면서 “이를 통해 국가 R&D 사업화비율을 현재 20%에서 선진국 수준인 35%까지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장세훈기자shjang@seoul.co.kr
  • [미술단신]

    ●조영남전 가수 조영남이 화투와 소쿠리 등을 오브제로 이용한 팝아트적인 작품 80점을 전시. 화투, 태극기, 소쿠리, 바둑판, 요강, 코카콜라 등 이질적인 오브제들을 한 캔버스에 배치, 묘한 조화를 이뤄낸다. 특히 500호가 넘는 대형그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부시 미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가수 패티킴 등의 사진을 이용한 콜라주 작품이다.30일부터 서울 중구 정동 경향갤러리(02)3701-1339.●시칠리아의 회화전 지중해 심장부에 자리잡은 이탈리아 시칠리아. 고대부터 문학과 음악 등 예술이 발달한 이곳의 20세기 초 미래주의 회화와 현재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내년 1월22일까지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02)720-0665.●최석운전 그의 그림에는 해학이 있다. 만화나 일러스트처럼 단순해 보이는 그의 그림을 보면 킬킬 웃게 된다. 얼핏 보면 어린이의 그림처럼 단조롭고 직접적인 화면이지만 단순한 평면은 아니다. 한편의 동영상, 만화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20일까지 서울 관훈동 가람화랑(02)732-6170.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동양그룹-창업주 故 이양구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동양그룹-창업주 故 이양구회장家

    동양은 국내 재벌가(家)에서 최초로 사위가 승계한 그룹이다. 동양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이 1945년 북에서 혈혈단신으로 월남한데다 이관희(76)여사 사이에 딸만 둘을 둔 것과 무관치 않다. 이 창업주의 차녀인 화경(49)씨가 일찍이 경영에 참여해 현재 오리온 사장직을 맡고 있지만 동양의 ‘경영 대권’은 맏사위인 현재현(56) 동양 회장과 둘째 사위인 담철곤(50) 오리온 회장에게 돌아갔다. 가족 구성원이 단출한 만큼 이 창업주가(家)의 혼맥도는 정·관·재계에 든든하게 뿌리를 내린 국내 여느 재벌가와 달리 단순하다. 또 이 창업주가 딸들의 통혼을 통해 사돈가(家)의 후광을 기대하기보다 자신의 유업을 이어갈 사위들의 ‘사람 됨됨이’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도 혼맥의 단순함을 더했다. 특히 오리온 담 회장의 집안이 화교 출신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설탕왕·시멘트왕’ 이양구 창업주 동양 창업주인 서남(瑞南) 이양구 회장은 1916년 함경남도 함주군의 작은 농가에서 부친 이교흠(작고)씨와 모친 김성자(작고)씨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부친이 25세의 젊은 나이로 병사하면서 서남의 어린 시절은 힘겨운 생활로 점철됐다.15세의 늦은 나이에 보통학교 졸업장을 받은 서남은 상급학교 진학 대신 ‘함흥물산’이라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식료품 도매상에 취직했다. 서남은 훗날 이곳에서 ‘정직과 신용’이라는 상도를 배웠다고 밝혔다. 8년간 악착같이 돈을 모은 서남은 1938년 식품도매상인 ‘대양공사’를 시작으로 6·25전까지 수차례의 회사를 세우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지만 그때마다 역사의 수레바퀴에 치여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고향에 수십만평의 토지와 1억원에 가까운 거금도 삼팔선과 전쟁으로 잃었다. 그러나 그는 부산에서 설탕도매업을 기반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전시의 특수 경기와 생필품 부족이 거꾸로 그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서남은 부산과 마산, 대구 등에서 이른바 ‘설탕왕’으로 불렸다. 서남은 당시 국내 유일하게 설탕을 생산했던 고 이병철 삼성 회장, 고 조홍제 효성 창업주와 가까운 사이였다. 서남은 1955년 삼성 이 창업주와 풍국제과의 배동환씨 3인의 공동 출자로 동양제당공업주식회사를 설립했으며, 풍국제과의 경영에도 참여해 오늘날 오리온(옛 동양제과)의 기틀을 다졌다. 또 동양제당이 국내 최고의 역사를 지닌 삼척시멘트를 인수하면서 서남은 자연스럽게 시멘트 사업에 진출하게 됐다. 서남은 1957년 삼척시멘트를 동양시멘트공업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한 뒤, 노후시설 교체와 증산을 통해 한때 시멘트 왕국을 건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 경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신규 업체의 대거 진입으로 시멘트가 남아돌았고, 정부의 금융 긴축정책으로 동양은 뿌리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서남이 훗날 ‘운명의 날’이라고 밝혔던 1971년 9월10일 법원에 회사보전신청을 제출해 세인으로부터 온갖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채에도 불구하고 동양은 살아났다. 정부의 사채동결조치가 사실상 동양의 구명줄이었으며, 평상시 쌓아온 정직과 신용도 큰 도움이 됐다. ●운명적인 만남 서남과 이관희 여사의 인연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6·25가 이들을 만나게 하고, 또 헤어지게 만들었지만 결국은 거제도에서 부부의 인연을 맺게 했다. 6·25 발발로 3년 5개월만에 공군 소속으로 귀향한 서남은 모친의 부탁에 이관희씨와 약혼했다. 그의 나이 34세였다. 관희씨는 당시 함흥의 명문인 영생고녀(永生高女)를 나와 교편을 잡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군의 전쟁 개입으로 두 사람은 결혼식도 못올리고 생이별을 하게 됐다. 부산으로 내려온 서남은 가족 소식을 알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다가 뒤늦게 피란선을 타고 월남해 거제도에 머물던 관희씨와 극적으로 만났다. 이 여사는 현재 서남재단 이사장으로 남편의 유업을 기리고 있다. 서남과 이 여사는 슬하에 장녀 혜경(53)씨와 차녀 화경씨 등 2녀를 뒀다. 이화여대 미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혜경씨는 평소 집안끼리 잘 알고 지내던 고 김옥길 이화여대 총장의 중매로 1976년 현재현 회장과 결혼했다. 현 회장은 당시 부산지검 검사로 재직중이었다. 그는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대학 3학년 때 1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혜경씨는 현재 전공을 살려 동양매직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 회장의 집안은 전형적인 선비 가문이다. 고려대 초대 총장을 지내고 ‘유학계의 마지막 거두’로 알려진 고 현상윤 총장이 그의 조부이며, 이화여대 의대 교수를 역임한 고 현인섭씨가 그의 부친이다. 그는 고 현 교수의 3남2녀 가운데 셋째다. 첫째는 고려대 대학원장인 현재천(61)씨이며, 둘째는 현재민(59) KAIST 교수, 장녀는 현재희(51) 세종대 교수, 차녀는 현재란(49) 의사로 현재 이화의원 원장이다. 현 회장과 이 고문은 ‘정담(28·여)-승담(25·남)-경담(23)-행담(18)’ 등 1남3녀를 두고 있다.2세 모두 미국 스탠퍼드대를 다녀 현 회장과 동문이다. 첫째인 정담씨는 스탠퍼드대에서 심리학과 경제학을 복수로 전공한 뒤 지금은 MBA(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장남 승담씨는 컴퓨터 사이언스와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차녀 경담씨는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고 있다. 막내딸 행담씨는 스탠퍼드대 교양학부 1학년에 재학중이다. 서남의 둘째 딸 화경씨는 이화여대 사회학과 출신으로 1980년 뜨거운 열애끝에 담철곤 회장과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담 회장의 선친은 대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했으며, 타이완 국적으로는 한의원 경영이 쉽지 않아 일찍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화경씨와 담 회장은 슬하에 경선(20)씨와 서원(16·남) 1남1녀를 뒀다. 경선씨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인문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서원군은 국내에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서남가(家)의 혼맥은 이처럼 단순하지만 그나마 현 회장 집안을 통해 정·재계에 인연이 이어진다. 현 회장의 조부인 현상윤 전 총장은 6∼8대 국회의원이었던 김봉환 전 국회법사위 위원장과 사돈지간이다. 김 전 법사위원장은 손경식 CJ 회장과 사돈으로 연결된다. ●잉꼬 부부 이 고문과 현 회장은 중매로 만났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애틋하고 각별하다. 결혼 이후 경영수업을 위해 미국 스탠퍼드대에 홀로 유학한 현 회장은 이 고문에게 자주 편지를 보냈고, 편지 첫 머리에 늘 ‘사랑하는 당신’이라고 적었다. 담 회장과 이 사장은 서로가 첫 사랑이다. 대구에서 서울로 유학온 담 회장은 중학교 3학년 때 이 사장을 같은 반 친구로 처음 만났다. 이 때부터 서로에게 끌린 두 사람은 10년 이상 연애했다. 담 회장이 미국 조지워싱턴대로 유학간 4년이 유일하게 떨어진 시간이었다. 이 때도 두 사람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수백통의 편지를 주고 받았으며, 하루가 멀다하고 비싼 국제전화를 하는 탓에 꾸중도 많이 들었다. 이제는 눈빛만 봐도 서로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친구에서 연인, 다시 부부로 인연이 이어지기까지 두 사람은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오랜 만남을 지속했던 두 사람이었지만 막상 결혼때는 집안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담 회장과 이 사장은 국내 재계에서 보기 드문 ‘부부 CEO(최고경영자)’다. 담 회장은 현재 이 사장이 총괄경영을 맡고 있는 오리온의 엔터테인먼트사업 아이디어를 추진한 주역이다. 이 사장은 “나는 다소 감성적인 반면 담 회장은 실용적이어서 상호 보완이 된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져 이제는 이 세상에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시에 더없이 훌륭한 사업 파트너”라고 곧잘 언급한다. ●혹독한 경영 수업 서남은 사위들을 후계자로 키우기 위해 더 철저하게, 더 강하게 경영 수업을 시킨 것으로 유명하다.“내 딸, 내 사위라고 해서 특혜는 없다.”는 것이 서남의 ‘후계자론’이다. 현 회장은 75년 부산지검 검사로 입문한 뒤 결혼과 함께 경영자로 변신했다. 그는 77년 동양시멘트 이사로 재계의 첫 발을 내디뎠고, 초고속 승진을 통해 동양의 후계자로 대내외에 알려졌다. 그러나 후계자의 길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이 창업주는 타계하는 날까지 두 사위와 작은 딸에게 이론과 실전으로 혹독한 경영자 수업을 시켰다. 현 회장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국제금융을 전공한 이후, 이 창업주로부터 직접 경영수업을 받았다. 낮에는 현장을 같이 누비며 실전과도 같은 수업을 받았고, 밤에는 새벽까지 수십년동안 쌓아온 이 창업주의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이 창업주의 경영수업은 이틀 정도 잠을 안재우는 일이 허다할 정도로 강도가 높았다. 이화경 사장은 동양제과(현 오리온)에서 인턴사원으로 일을 시작했으며, 담철곤 회장도 유학을 마친 후 동양시멘트 구매부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 창업주는 ‘경영자가 되려면 기본부터 충실해야 한다.’며 두 사람 모두 구매부로 발령냈다. 이후 이 사장은 영업부를 제외한 각 부서를 돌며 업무를 익혔다. 특히 마케팅담당 시절엔 획기적이고 신선한 광고로 광고담당자들을 놀라게 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초코파이의 ‘정(情) 시리즈’ 광고다. 그는 입사 26년만에 오리온그룹의 외식과 엔터테인먼트사업을 담당하는 CEO에 올랐다. 이 사장은 최근 경제전문지 포브스코리아가 발표한 한국의 여성부호 50인 가운데 8위(1652억원)에 올랐다. 담 회장도 81년부터 동양제과로 자리를 옮겨 구매부장과 사업, 관리, 영업 상무 등을 거치며 89년 동양제과 CEO에 올랐다. ●동양·오리온의 분가 이 창업주가 1989년 타계한 이후 동양의 경영권은 가족간 협의를 통해 맏사위인 현 회장이 승계했고, 둘째 사위인 담 회장은 동양제과를 맡았다. 현 회장과 담 회장은 13년간 각각 시멘트·금융, 제과·엔터테인먼트 등의 사업영역에서 독자 경영을 해왔다. 이 때문에 사위간에 기업 분할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여기에 동양제과가 영상미디어 분야에 투자와 외자유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30대 기업집단으로 제한을 많이 받아 계열분리가 빨라졌다. 동양제과는 2001년 9월1일 동양에서 분가했다. 동양그룹 32개 계열사 가운데 제과와 엔터테인먼트 계열의 16개사가 떨어져 나간 것이다. 그러나 동양과 오리온(옛 동양제과)은 여전히 그룹 CI(기업이미지)를 함께 사용할 정도로 뿌리에 대한 깊은 유대감을 이어가고 있다. 현 회장은 “동양과 오리온의 분가는 미래 지향적인 경영을 위해서이며, 한 뿌리에서 나온 두 그룹이 한국경제의 거목으로 성장하기 위해 가지를 펼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계열분리 이후 동양은 금융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증권·종금·투신업을 아우르는 종합금융사로 거듭났으며, 동양생명은 6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다. 동양은 현재 제조업 6개사, 금융 7개사로 총자산은 15조원 수준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4조 300억원을 기록했다. 오리온그룹은 케이블 방송과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집중해 계열사를 26개사로 늘렸다. 지난해 매출액 1조 5300억원을 올렸다. 특히 미디어플렉스의 극장사업체인 메가박스는 전국에 117개 스크린을 확보하며 최고의 영화관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영화투자 배급사인 쇼박스는 ‘말아톤’과 ‘웰컴투 동막골’,‘가문의 위기’ 등을 잇달아 흥행시켜 설립 3년만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여기에 베니건스를 중심으로 한 외식사업과 편의점 사업체인 바이더웨이 등도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동양·오리온의 대표 CEO 노영인(59) 동양시멘트 사장은 30여년을 시멘트업계에 종사한 산증인이다.98년 동양시멘트 대표이사로 취임한 그는 외환위기 한파를 수출로 돌파했다. 그동안 시멘트 수출은 채산성이 안 맞고, 선진국의 품질검사가 까다로워 시늉만 내왔다. 그러나 노 사장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밀어붙여 99년에는 창사이래 최대 물량인 171만t을 세계 각국으로 수출했다. 덕분에 579억원의 순익을 기록해 기나긴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노 사장은 동양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동양메이저의 대표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박중진(54) 동양종합금융증권 부회장은 금융업계에선 신사로 통한다. 친근한 말투가 트레이드 마크. 그는 조지워싱턴대 MBA 출신으로 미국 공인회계사(AICPA) 자격증을 갖고 있다. 탄탄한 이론을 바탕으로 동양증권과 동양생명, 동양종금을 거치며 10년이상 실전 금융을 익혔다. 윤여헌(57) 동양생명 사장은 행시 14회 출신으로 건설부와 재무부를 거쳐 95년 동양에 합류했다. 윤 사장은 겉치레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내실형’ 스타일이다. 철저한 손익 위주의 경영을 선호한다. 오리온그룹을 이끄는 전문 경영인으로는 김상우(48) 오리온 대표이사를 꼽을 수 있다. 김 대표는 1987년 오리온(옛 동양제과)에 입사한 이후 줄곧 마케팅 분야를 맡았다. 농심이 장악한 국내 스낵시장에 포카칩과 스윙칩 등을 출시해 오리온의 돌풍을 일으켰다. 오일호(53) 스포츠토토 사장은 1987년 오리온 마케팅부 과장으로 입사해 오리온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004년엔 스포츠토토 사령탑을 맡아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초기 난관을 극복했다. 특히 가라앉은 ‘토토´를 최근 ‘토토 붐´으로 확산시킨 것은 그의 공이 컸다는 평이다. golders@seoul.co.kr ■ 창업주 두딸 이혜경·화경씨 ‘닮은 듯 닮지 않은 두 자매.’ 이혜경(53) 동양매직 고문은 국내 ‘재벌가(家)의 딸’들이 그러하듯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전공(이화여대 미대)을 살려 동양매직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가정에 더 충실한 편이다. 그러면서도 장녀로서 모친인 이관희(서남재단 이사장) 여사를 도와 부친의 뜻을 기리는 서남재단의 이사로서 사회봉사 활동에 적극적이다. 반면 이화경(49) 오리온 사장은 1975년 동양제과(현 오리온)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밑바닥을 두루 거친 뒤 26년만에 오리온 사장에 올랐다. 약력에서 알 수 있듯 이 사장은 그동안 ‘경영자의 길’을 걸어왔다. 언니와는 다르게 ‘바깥 일’을 더 중시한다. 이 때문에 자매를 잘 아는 지인들은 보통 언니를 ‘살림꾼’으로, 동생을 ‘여장부’로 부른다. 이 고문은 소박하면서 다정다감하다. 살림을 손수 챙기며, 요리 실력이 수준급이다. 미술 감각을 살려 실내 장식과 정원 등은 손수 꾸민다. 또 혼자서 곧잘 동대문 시장에 나가 살림 도구나 가족 옷을 산다. 자녀 교육에도 각별한 정성을 쏟는다.1남3녀를 모두 미국의 명문 대학인 스탠퍼드대에 진학시킨 것은 이 고문의 노력과 관심 덕분이다. 이 고문은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한때 사회활동을 극도로 자제했으며, 수년간 미국에 머물며 자녀 뒷바라지를 했다. 현 회장도 틈틈이 아이들의 영어와 수학을 직접 가르쳤다. 막내딸 행담씨가 올해 대학에 들어가면서 이 고문은 건강 관리를 위해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이 사장은 경영인, 아내, 엄마의 ‘1인3역’을 소화하느라 늘 시간에 쫓긴다. 그렇다고 어느 하나 소홀한 법이 없다. 자녀(1남1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업무 외의 약속은 잡지 않는다. 경영인으로서 이 사장은 어떨까. 호탕하고 도전정신이 강해 부친을 빼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월간 현대경영이 2003년 8월 100대 기업 비서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신세대 여비서들이 모시고 싶은 CEO’에 뽑히기도 했다. 그만큼 업무상의 유연함과 직원 배려가 돋보인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인턴사원으로 출발해 구매부, 조사부, 마케팅부 등 주요 부서를 거쳐 누구보다 현장 분위기와 실무진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 오리온의 외식 및 엔터테인먼트 계열사 직원들은 이 사장을 열정적인 CEO로 평가한다. 이 사장이 전담하는 계열사는 온미디어와 미디어플렉스, 외식 사업부문인 롸이즈온 등 3개사. 일주일을 나눠 각각의 회사에 출근한다. 이 사장은 현장 경영을 중시한다. 직원들과 직접 회의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며, 영화사업을 담당하는 CEO로서 때로는 서울 삼성동의 메가박스에서 하루종일 영화를 보기도 한다. 이 사장은 “내가 재밌고, 감동을 받아야 관객들에게 권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golders@seoul.co.kr ■ 두 CEO 경영스타일 비교 ‘외유내강 VS 실용주의’ 사위들이 경영권을 승계하다 보니 현재현(56) 동양 회장과 담철곤(50) 오리온 회장은 곧잘 비교의 대상이 된다. 재계 안팎에선 현 회장을 선 굵은 외유내강형으로, 담 회장을 철저한 실용주의형으로 분류한다. 기업의 성장세로는 담 회장의 오리온이 빠르다.1989년 매출액 1360억원에 불과했던 동양제과(현 오리온)를 지난해 1조 5300억원으로 10배 이상 키운 것은 신규 사업을 진두지휘한 담 회장의 공이 크다. 현 회장은 오리온이 분가한 이후 그룹 구조조정에 매진했다. 금융계열사를 통합, 매각하면서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주력했다. 이 덕분에 1000%를 웃돌았던 부채비율은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진입했다. 상대적으로 그룹의 외적 성장은 더디었지만 속은 눈에 띄게 알차졌다. 현 회장은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 유창한 영어 실력을 과시하며, 재계의 ‘스타 CEO’로 떠올랐다.CEO 서밋 의장으로서 각국 CEO(최고경영자)들과 토론 및 기자회견을 깔끔하게 소화해 화제가 됐다. 그는 이처럼 남들이 멍석을 깔아주지 않는 한 자신의 진면목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외유내강형 CEO로 불리는 까닭이기도 하다. 현 회장은 화를 내지 않는다. 늘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다. 그룹 총수가 화를 내서 임직원들의 기를 꺾으면 차후 일 진행이 쉽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대신 원칙에 따라 결정된 내용은 남들이 주저해도 과감하게 추진한다. 현 회장이 경영자로서 평가받은 첫 사업은 1984년 일국증권(현 동양종합금융증권) 인수다. 당시만 해도 증권사는 대형사고와 부실경영의 대명사로 인식됐던 터라 임직원들의 증권사 인수 반대는 만만치 않았다. 그렇지만 현 회장은 자본금 20억원에 지점이 덜렁 하나뿐인 일국증권을 불과 5년만에 10대 증권사로 키워냈다. 이를 계기로 동양은 30년간 지속된 시멘트와 제과 사업에서 탈피해 금융업 중심으로 업종 다변화를 일궈냈다. 현 회장의 취미는 바둑. 중학교 시절 바둑을 배워 고등학교 때는 적수가 없을 정도였고, 대학 때는 교내 대회에서 수차례 우승을 했다. 장수영 9단에 2점으로 버티는 아마 고수다. 현 회장의 고교·대학 동기들은 그를 ‘티없는 친구’로 기억한다.“품성이 맑고 깨끗하며 원만할 뿐 아니라 일처리까지 깔끔하다.”는 것이다. 담철곤 회장은 실용주의자이자 ‘일벌레’라는 평가를 받는다. 요즘도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로 골프를 치지 않는다. 대신 스키 등 다이내믹한 스포츠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냉혹한 스타일도 아니다. 직원들은 잔정이 많은 CEO라고 얘기한다. 한 임원의 설명이다.“부장 시절에 기획안을 제출했다가 담 회장으로부터 ‘이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런데 그 다음날 회장으로부터 휴대전화가 왔습니다.‘다시 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다’는 내용이었죠. 직원의 기를 꺾지 않으려는 회장의 배려였지요.” 담 회장은 인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90년대 초반에는 20대 중심의 신규 사업팀을 구성한 뒤 수십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여러 분야의 사업에 진출해 쓴맛을 많이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들은 훗날 오리온의 케이블 TV사업과 극장·외식사업 등으로 진출해 현재의 그룹 규모를 갖추는데 일조했다. 담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잘 엮는다. 국내 제과사들이 90년대 안방시장에 안주하며 저성장의 어려움을 겪을 당시, 해외시장을 개척하며 오리온의 고성장을 주도했다.2003년엔 남들이 모두 망했다고 평한 체육복표 사업체 스포츠토토를 인수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꿔 놓고 있다. golders@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 차장 이종락·이기철·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노인 20%만 경로당 이용

    서울시 노인 5명 가운데 1명만 경로당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로당 프로그램이 단조롭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경로당을 통·폐합해서 노인복지센터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한남대 임춘식 교수와 협성대 이근혼 교수가 연구한 ‘서울시 경로당 운영실태 및 발전방안’에 따르면 서울시 65세 이상 노인인구 64만 9755명 가운데 경로당 2697곳에 등록된 회원은 12만 993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로당 이용률은 19.9%로 경로당 1곳당 하루 평균 이용인원은 3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노인들은 경로당 이용 기피 이유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없어서(37.5%)▲도박과 화투놀이만 해서(11.2%)▲경로당 노인들과 수준이 맞지 않아서(10.9%) 등을 꼽았다. 경로당 이용 이유로는 시간을 보낼 곳이 없어서(44.8%)를 가장 많았다. 노인들은 경로당 운영에서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로 점심식사 제공(24.4%), 관리·운영비 문제 해결(22.9%), 건물의 개·보수(12.1%)를 꼽았다. 조사결과 대부분의 경로당은 장기, 바둑,TV시청, 라디오 청취, 건강체조, 야외 나들이, 보건소 순회진료, 이·미용 서비스 등 단순한 프로그램을 위주로 운영됐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기존의 경로당을 구조조정하고 시설·설비를 확충, 지역 사회 노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로당 50개를 묶어서 전문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경로복지지원센터(가칭)’을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됐다.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여연스님의 茶이야기] 세사발 마시면 득도할 수 있으니…

    [여연스님의 茶이야기] 세사발 마시면 득도할 수 있으니…

    겨울을 부르는 바람이 제법 차다. 일지암 뒤란은 지금 매우 풍성하다. 두륜산 곳곳에 버려진 고사목을 지게에 지어다가 장작으로 사용하기 위해 차곡차곡 쌓아놨기 때문이다. 일지암 초당도 마찬가지다. 일지암 초당은 매년 한 차례씩 삭발을 하듯 지붕을 초가로 이어야 한다. 인근 동네 사람들이며 남천다회 식구들과 함께 작업할 튼실하고 예쁜 볏짚단을 잔뜩 쌓아놨기 때문이다. 하얀 차꽃을 보며 겨울을 맞이하는 이맘때가 되면 괜히 설레는 것은 바로 이같은 풍성한 살림살이 때문이다. 차를 가꾸며 일상을 노동으로 가꾸는 그런 삶속에는 세속의 거친 욕망이 숨쉴 곳이 없기 때문이다. 차란 그런 점에서 바로 우리의 삶덩어리 같은 것이다. 음다, 즉 마신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육지음’에서는 새는 날고 짐승은 달리고 사람은 입을 벌려 말한다. 이 셋은 함께 하늘과 땅 사이에 태어나 먹고 마시면서 살아간다. 마신다는 것은 의미가 참으로 깊고 멀다. 목이 마르면 장을 마시고, 근심과 번뇌를 벗어버리려면 술을 마시고, 정신을 맑게 하고 잠을 깨려면 차를 마시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당나라 유효작은 차 마시는 것이 마치 잘된 쌀밥을 먹는 것과 한가지라고 말하고 있다. 유효작은 ‘진안왕으로부터 군량미등을 받고 사례를 올리는 글’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조서를 전하는 이맹손이 교지를 선포하고 쌀 술 오이 죽순 김치 말린고기 식초 차 등 여덟 가지를 내려주었습니다. 술의 향기가 신성의 것보다 향기롭고, 운송의 것보다 맛있습니다. 물가에서 마디를 뽑은 죽순은 창포와 마름의 진미보다 뛰어납니다. 보내주신 차를 마시면 쌀밥을 먹는 것과 같이 몸에 이롭습니다.” 차의 살림살이는 바로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쌀밥처럼 중요한 것중 하나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한국 중국 일본의 다도는 비슷하다. 일본의 선승으로 불리는 센가이기본은 ‘다도극의’에서 “다도는 마음에 달린 것이지 기술에 달린 것이 아니며, 기술에 달리는 것이 마음에 달린 것이 아니다. 마음과 기술이 함께 행해지는 곳에는 언제나 일미(一味)가 드러난다.”고 했다. 중국의 차문화는 매우 광범위하다. 문화혁명의 거친 숙청의 바람 속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수천년을 이어온 차문화가 중국인들의 유전자 속에 뿌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차인들은 차의 ‘마음’보다는 ‘기술’을 강조했다. 찻물을 20등급으로 나눈 점(장우신의 전다수기), 차 중에 용원승설을 최고로 치는데 그 값이 무려 1만전이나 되는 것도 있다(조여려의 북원별록). 장사에서 생산되는 다구는 정교하기가 천하의 으뜸이어서 한 세트에 백금 200 내지 500성이 들었다(주밀의 계신잡식), 명나라 세종 가정 연간에 경덕진에서 생산된 성화투채배는 그가격이 무려 10만전에 달했다(제경경물략)고 적고 있다. 이런 점을 봤을 때 중국에서 다법은 주로 기술과 외형의 완성에 치우진 형식주의가 대세를 이룬 것 같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차도는 종교적 영역과 결합하면 새로운 꽃을 피웠다. 물질적인 존재인 차가 종교라는 순수한 정신적인 영역과 교감하며 비로소 하나의 문화로 변화된 것이다. 중국 차도의 핵심도 역시 ‘다선일미’다. 그런 점에서 선은 차의 날개와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차의 본성이 고요하고 사색적이고 이지적인 성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년 사계절을 윤회하는 차의 변화 자체가 바로 진정한 선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중국의 차문화가 하나의 차문화로 격상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원오극근선사가 언급한 ‘다선일미’에서부터 비롯된다. 다선일미는 그후 차는 단순한 음료의 한계를 벗어나 인간의 마음과 문명을 담아내는 우주적인 그릇으로 확대재편된 것이다. 한 잔의 차는 삶과 죽음의 문제, 심(心)과 색(色)의 문제, 사유와 존재 등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시함으로써 생리적 필요에 의한 음료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버린 것이다. 조주 스님의 유명한 공안인 ‘끽다거’는 그같은 변화를 너무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중국의 선문에서 차의 발전은 수행에 도움을 주는 특수한 효능에서부터 시작해 손님 접대까지 하나의 완전하고 엄숙한 다례의식으로 발전했다. 선문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관념의 일치성, 즉 차와 선의 본체와 하나라는 사실을 인지했고 그것을 선과 결합시켜냈다는 점이다. 교연 스님은 “세 사발 마시면 득도할 수 있거니 왜 하필 마음썩이며 번뇌를 깨닫는가.”라고 하고 있다. 교연 스님의 말은 조주 스님의 ‘끽다거’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조주 스님은 끽다를 일상생활에서 자기를 초월하는 깨달음으로 이끌어냈다.‘차선동일미’에서 밝히고 있듯이 “차는 곧 선이다. 선의 맛을 모르면 차의 맛도 모른다.”는 말과 동의어인 것이다. 다선일미는 그런 점에서 바로 지혜의 경계다. 지혜가 없으면 일상에서, 수행에서 그 어떤 해답도 얻을 수 없다. 다선일미 곧 중국 차문화를 넘어 중국문명의 밑바탕이 된 것이다. 중국 선종 차문화의 물적 토대를 한 단계 격상시킨 스님은 바로 저 유명한 마조도일 선사다. 마조도일 선사는 8세기 중엽 중국 강서성 봉신현 백장산에서 ‘백장청규’를 제정했다. 백장청규의 핵심은 바로 노동과 함께 어우러진 선수행에 있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는 백장청규는 ‘농선병중’의 사상을 담고 있다. 농선병중사상에 입각한 선문의 생활방식은 자급자족으로 전환시켰다. 당시 사원경제의 핵심은 바로 차 농사였다. 그때부터 스님들은 수행을 하며 직접 차를 재배해 사원경제의 생산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것이다. 지금까지 내려오는 중국의 명차 대부분이 사원차인 것은 바로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기인한다. 탄탄한 경제적 토대를 바탕으로 중국 선문의 차문화도 미학적 승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불가에서 행하는 행다의식과 다구들이 독자적으로 등장했고 그에 맞는 자연스러운 직책도 정해졌다. 그런 차문화 속에서 성장한 선사들은 대대로 다사(茶事)와 다례(茶禮)에 정통했다. 불교의 선문에서는 사찰의 차예절이 하나의 다도로 정립돼 계승되었기 때문이다. 다도로 정립된 사찰의 다도는 순서와 안배가 매우 정밀하고 상세했다. 차 예절 전문 담당자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엄격한 등급과 절차를 두어 서로 다른 규모로 행해져 왔다는 점을 볼 때 수준 높은 차문화를 영위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선차록’의 기록은 이같은 사실을 잘 입증한다. ‘차는 곧 깨달음의 극치’라고 설파한 남종선 선승들의 청규였던 ‘근수백창청규’에는 “총림에서 능한 사람을 참두로 삼는다. 참두는 대중을 인솔하여 객사로 가서 위의를 갖추고 문의 오른편에 줄서서 잠시 인사드리겠다고 말한다. 그러면 지객은 즉시 안으로 사람들을 맞는다. 참두가 말한다.‘오늘 선사들의 참 모습을 뵈오니 매우 복이 많습니다.’ 지객이 말하길 ‘이렇게 먼길 와주시니 저희 산문에서 매우 다행스럽게 여깁니다.’ 차를 마시면서 사찰의 내력을 묻는다. 이윽고 곧 일어나서 차대접에 대해 감사인사를 하고 돌아온다.”고 적고 있다. 선종에서 형성된 다례와 다연은 엄숙하면서도 담백해 그 끝을 알 수 없는 미학적 의미와 예술적 정신적 경계를 지니면서 중국의 차문화를 이끌어냈다. 다례 다의 다연에서는 점차 투차 분차를 통해 미(美)의 형식을 보고 선의 정신을 깨닫고 결국에는 다선일미의 지혜까지 증득하는 것이다. 중국 차도의 핵심이랄 수 있는 ‘다선일미’는 중국의 차문화가 지닌 정신적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즉 차가 선종의 의미를 충분히 담고 선의(禪意)를 깨닫는 지혜의 경지에 이르게 하여 차와 선이 진정으로 서로 소통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차는 바로 평상심의 적용이며 체현이다. 너무도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워 그 어떠한 신비감도 없는 것이다. 차가 있음으로써 날마다 좋은 날이요, 날마다 평화스러운 날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차는 바로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일지암 암주 ■ 대한민국 차품평회를 다녀와서 한국의 차가 백가쟁명의 시대를 맞고 있다. 차 산업의 활성화로 여러 곳에서 차 생산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차의 종류는 얼추 수백 가지나 될 정도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최고의 장인이 만든 최고급차인 명차가 아닌 일반 대중들이 손쉽게 구하고 음다(飮茶)할 수 있는 차에 대한 기준을 갖지 못하고 있다. 차품평회란 바로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으로 마실 수 있는 차의 기준을 만드는 대회인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느낄 수 있는 차의 색(色), 향(香), 미(味), 기미(氣味)의 기준을 만드는 것은 매우 많은 노력과 협조가 필요한 작업이다. 제2회 대한민국차품평대회가 얼마전 차의 본향이랄 수 있는 경남 하동군에서 열렸다. 그 품평대회에는 한국차를 이끌고 있는 200여 생산농가와 차문화를 이끌고 있는 명원문화재단, 한국차문화협회, 한국다도협회, 한국명선차인회, 일지암초의차문화연구회 등이 참여했다. 그런점에서 대한민국차품평대회는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차 품평대회로 발돋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60년 전, 일본에서는 20여년 전부터 품평회가 시작됐다. 그같은 차 품평의 역사 때문에 그 나라들의 차의 수준은 급속히 안착돼 갔을 뿐만 아니라 일반차 명차 등 차의 등급을 매길 수 있는 기준을 찾을 수 있게 됐다. 현재 우리 차는 최고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 차를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묻지마 차”라고 말하고 싶다. 사족을 달자면 차산업이 급속하게 확장되면서 어떤 차를 만들어도 소비자들에게 소비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차 생산자들을 평가절하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번 품평대회는 그같은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품평대회에는 250여종의 차가 출품됐다. 그중 본심사에 올라온 것은 20여종이었다. 그중 최고의 차를 평가하는 데 그 편차가 최상위차와 0.3,0.4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 차 생산자들의 차 제조 수준이 평준화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우리의 차도 매우 높은 수준에 올라있음이 증명된 셈이다. 그럼에도 좋은 차를 지키고 생산해야 하는 지킴이로서의 품평대회는 그 역사와 연륜을 쌓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차 품평대회는 차 제품의 가격대비 품질 경쟁력, 안전한 먹거리로서의 좋은 차, 소비자의 기대치를 만족시키는 차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제기에서 출발했다.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현재 많은 양의 외국산 차들이 우리나라에 수입되고 있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일부 차, 즉 보이차 같은 수입차의 위해성은 많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기도 하다. 내부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다. 현대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문화적 욕구 증대, 웰빙 라이프의 추구 등 차 제품의 소비환경이 성숙되고 있음에도 객관적이고 신뢰성 높은 차의 기준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이 한국차계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차품평대회는 그런 점에서 한국차 산업의 안정성과 산업적 잠재력을 확대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좋은 차를 만드는 것은 한국차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과 같은 동의어다.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좋은 차를 통해 아름답고 건강한 차 문화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차인들의 노력에 깊이 감사할 따름이다.
  • [길섶에서] 만약에…/육철수 논설위원

    모처럼 평일 쉬는 날, 아무도 없는 집에서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청소며 설거지를 해놨다. 밤늦게 학원갔다 돌아온 둘째 딸이 반짝반짝 닦아 놓은 화장실에 들어가더니 “우아!”하고 감탄사를 터뜨린다. 그러면서 하는 말,“아빠만 집에 있으면 집안이 깨끗해….” 아이한테 칭찬들으니 기분이 그저 그만이다. 애나 어른이나 칭찬에 약한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우쭐해서 잠시 얼이 빠져 있는 사이, 큰딸이 만화 하나를 넌지시 건넨다. 제목은 ‘만약에’다. 여자들의 ‘시집살이’를 역지사지로 그린 ‘처가살이’ 남자 얘기다. 만화 속으로 들어가보니, 장가든 한 남자가 처가 조상님의 제사음식을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다. 처남은 방에서 빈둥빈둥 놀고, 장모님과 처형·처제 등 처가식구들은 화투놀이에 한창이다. 그러면서 술 가져와라, 안주 내놔라, 바쁜 남자한테 온갖 잔심부름을 다 시킨다. 제사상을 차려놓으니 남자들은 절하는 게 아니라며 저쪽에 가 있으란다…. 큰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금세 머쓱해졌다. 엄마는 매일 집안일 하는데, 어쩌다 한 번 한 것 가지고 뭘 그러느냐는 뜻 아니겠나. 그나저나 게으른 막내 녀석 장가갈 때쯤 정말 세상 뒤바뀌는 거 아닌지 슬슬 걱정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준비는 빈틈없게…잔치는 화끈하게…

    준비는 빈틈없게…잔치는 화끈하게…

    ‘퍼뜩 오이소(어서 오세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공식일정을 앞둔 부산의 거리 곳곳에는 APEC 로고가 새겨진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도심에 흉물스럽게 방치됐던 낡은 담장들은 사람들 손을 거치면서 벽화가 있는 보다 산뜻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오가는 사람들이 간신히 비집고 다녔던 국제시장 뒷골목은 보행에 불편없이 반듯하게 정비됐지만 넉넉한 옛 시장 분위기는 여전했다. 지하철역·주요 호텔 등 주변으로 2인 1조를 이룬 보안 요원들이 쉴새없이 삼엄한 경비를 펼친다. 좀처럼 얼굴 표정에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부산 사람들이라지만 대규모 국제 행사를 앞둔 지금 그들의 표정 역시 기대에 부푼 듯 다소 상기돼 있었다. 부산은 세계 5대 무역항으로 손꼽힌다. 한국전쟁 때는 임시수도였고, 우리나라 경제 발전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지만 국제적 명성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부산은 그러나 세계 속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민국 개국 이래 가장 많은 21명의 해외 정상들이 APEC 정상회의를 위해 부산을 찾기 때문이다. 서울과 함께 명실상부하게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도시로 우뚝 서는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잃어버린 20년 1980년대 후반부터 지난 20년은 부산시에 있어 ‘잃어버린 시간’과 다름 없다. 80년대까지 부산 경제에 효자 노릇을 해왔던 신발 산업이 노사 갈등·생산원가 인상 등으로 국제경쟁력을 잃으면서 부산 경제가 침체되기 시작했다. 부산항과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한 물류·유통 산업 역시 급속하게 활력을 잃어갔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느라 분주했으나 별다른 성과도 없이 20년이 흘러갔다. ●문화·컨벤션 도시로 비상 이제 부산은 달라지고 있다.10년째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PIFF)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등 국제적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부산이 12∼19일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APEC 정상회의를 부산이 개최하게 된 의미는 남다르다.21개국 정상과 정부각료,CEO 등 세계 정치·경제사회를 이끄는 6000여명이 참가하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의 외교행사이기 때문이다. 해외 취재진들만도 1000명이 넘는다. 부산이란 이름이 세계 각국의 언론에 노출되는 만큼 부산의 ‘브랜드 가치’도 동반 상승하게 된다. 부산시는 이를 기반으로 2009년 제121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와 제13차 올림픽총회(Olympic Congress)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문화·컨벤션 전문 도시로 재도약하겠다는 것이다. 부산시는 나아가 2020년 하계 올림픽경기를 유치하겠다는 원대한 꿈도 꾸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산시는 회의에 참가하는 정상들에게 부산신항만·경제자유구역·IT·영상산업·기계부품 등 산업시찰 및 문화투어를 통해 적극 홍보한다는 방침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민들의 부푼 기대 APEC 정상회의 ‘손님맞이’로 분주한 부산시와 시민들의 기대감도 남다르다. 부산시는 생활하수·공장폐수가 유입돼 하천의 기능을 상실했던 동래의 젖줄 온천천에 낙동강 물을 끌어들여 자연을 복원했다. 공원이 부족했던 시가지에는 동백공원·APEC나루공원·평화공원 등 3개의 도심 공원도 조성했다. 낡은 담장, 굽은 골목길 등도 새롭게 정비됐다. 부산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속에 이뤄진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김영환 부산시 공보관은 “부산 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협력 덕분에 어렵고 힘든 준비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회사원 고재민(28·부산 금정구 서3동)씨는 “그동안 크고 작은 국제 행사를 치러낸 만큼 이번 APEC 회의 역시 성공적으로 끝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숙현(54·여·부산 남구 대연동)씨는 “그동안 침체됐던 부산 경제가 이번 행사를 기점으로 회복되기를 바란다.”면서 “부산이 외국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부산을 찾는 관광객도 증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경훈 부산시 APEC 준비단장은 “부산항 개항 이래 최대 국제행사를 개최하는 만큼 이번 행사가 부산 지역 발전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을 확신한다.”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부산이 홍콩·싱가포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제적인 해양 비즈니스 거점도시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개성관광사업’ 롯데·현대 두 CEO의 선택은

    ‘개성관광사업’ 롯데·현대 두 CEO의 선택은

    ■ 김기병 롯데관광 회장 ‘관망’ 김기병 롯데관광·롯데관광개발 회장의 행보에 관광업계는 물론 통일부, 현대그룹 등 대북사업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관광이 10일 “제반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는 개성관광 협의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앞으로 그의 결단에 따라 현대의 대북 관광사업 독점체제가 깨지고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관광은 북측으로부터 개성관광 사업 제안을 받아 놓고 한 달 넘게 고민을 거듭했다. 북측은 지난 8월 말과 지난달 13일 구두와 팩스를 통해 개성관광 참여를 제안했고 면담을 요청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91년,92년에도 고 김달현 당시 북한 정무원 부총리 등으로부터 관광사업 제안을 받았고 대북관광 합의서까지 작성했으나 ‘시기상조’라고 판단, 포기한 전례가 있다. 롯데관광측은 “북측이 국제 비즈니스 규범을 따른다는 조건을 수락하고 수익성이 있다는 판단이 들면 그때 가서 개성관광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면서 “1인당 150달러의 관광대가를 지불한 현대아산과 같은 조건이라면 사업을 못한다.”고 버티고 있다. 하지만 김 회장의 고향이 함남 원산 명석동이고 ‘원산시민회’ 고문과 ‘원산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등 고향에 애착을 보이고 있어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처럼 대북사업에 본격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롯데관광이 개성관광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도 김 회장의 판단이라기보다는 처남회사인 롯데그룹(롯데관광은 롯데 계열사가 아님)의 의중과 국민정서가 많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93년 원산장학회 2대 이사장에 취임한 뒤 지금까지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 회장은 장학회에 사재 5000여만원을 출연했다. 지난해 7월 철도청과 공동으로 ‘KTX관광레저’를 설립했고 지난 3월 통일부로부터 개성 열차관광 사업승인을 받아냈다. 경기고와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한 김 회장은 상공부 총무과장 등을 지낸 뒤 1971년 롯데관광·롯데관광개발을 설립했고 76년에는 삼문학원(현 미림학원)을 설립, 교육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한때 서울파이낸스센터 시공사(유진관광)와 건설사(태흥건설)의 주인으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IMF로 실패의 쓴맛을 봤다. 현재 김 회장은 롯데관광·롯데관광개발 외에도 동화면세점의 최대주주(61.5%)로 동화주류, 동화투자개발, 태흥건설 등을 거느리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태흥건설은 동화면세점이 지분 26%를 갖고 있다. 또 동화투자개발은 보유중인 제주도 땅에 2190억원을 들여 ‘신제주관광호텔’을 짓고 있다. 동화면세점과 동화주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부인 신정희씨는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여동생으로 유명하다. 북측이 롯데관광에 ‘러브콜’을 보내는 데는 일본에 근거를 둔 롯데그룹의 특수성으로 일본인 관광 특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현정은 현대회장 ‘뚝심경영’ 김윤규 파동에 대해 한 달 가까이 침묵하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김윤규라는 ‘종기’를 제거했으니 북측이 돌아올 때까지 인내를 갖고 기다리겠다는 의중이다. 마침 개성관광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던 롯데관광이 발을 뺌으로써 현 회장의 ‘뚝심 경영’이 제대로 먹혀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 회장은 10일 현대아산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얼마 전 우리는 남에게 알릴 수 없었던 몸 내부의 종기를 제거하는 커다란 수술을 받았다.”면서 “수술을 받지 않는다면 그것이 커져서 나중에는 팔다리를 잘라 내야 하는 불구의 몸이 돼야 했을지도 모른다.”고 김 전 부회장 퇴출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현 회장의 입장표명은 지난달 12일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 이후 처음이다. 현 회장은 “마취에서 깨어나 몸의 회복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의 오랜 친구(북측)는 우리의 모습이 변했다고 다가오기를 거부한다.”면서 “하지만 현대아산과 북한은 오랜 우정을 나눈 친구이자 형제인데 하늘이 맺어준 인연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는가.”라고 대북관계 회복을 자신했다.“(북측과의) 인연을 지키기 위해 정몽헌 회장께서 돌아가셨고 회사가 망하기 일보 직전까지 갔지만 그래도 우리는 원망하지 않았고 끝까지 의리를 지켰다.”는 대목에서는 북측에 대한 원망도 일부 녹아 있었다. 현 회장은 “우리는 형제(북측)가 우리의 바뀐 모습을 인정할 때까지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하며 더욱더 진정어린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해 일각에서 우려하는 대북사업 중단 가능성을 일축했다. 마침 현대아산은 이달 20일쯤 평양을 방문, 그동안 난항을 겪었던 개성·백두산 관광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김 전 부회장의 처리과정에서 통일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임직원의 변화도 촉구했다. 현 회장은 “그동안의 구태에서 벗어나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빠르게 변화에 대처해야 하고, 투명하고 정직한 사업수행으로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생각나눔] 노인정에 노인이 없다

    [생각나눔] 노인정에 노인이 없다

    30평쯤 되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11차 아파트내 노인정은 3년 전부터 폐가로 방치돼 있다.1980년대 초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노인대학이 개설되는 등 매일 수십명이 찾았지만 차츰 회원이 줄어 결국 사람들의 발길이 완전히 끊겼다. 7개 동에 997가구가 사는 이웃 서초2동 신동아아파트 단지의 노인정도 사정이 비슷하다. 각각 30여평 규모의 할아버지용과 할머니용 노인정이 지어져 있지만 할아버지 노인정은 언제부턴가 폐쇄됐다. 할머니 노인정을 찾는 사람도 많아야 하루 10명선이어서 썰렁하기만 하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여기뿐만 아니라 운영이 잘됐던 인근 노인정도 회원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 미아6·7동 삼각산 아이원 아파트도 2003년 12월 입주때 노인정을 3곳 지었으나 지금은 한 곳만 제대로 이용되고 있다. 한 곳은 부녀회와 재개발조합 사무실로 쓰고 있고 다른 한 곳은 방치돼 있다. 인구구조와 생활환경이 변함에 따라 ‘노인 없는 노인정’이 급격히 늘고 있다. 많은 노인정들이 이용하는 사람 없이 방치돼 젊은이들이 빠져나간 농촌의 유령 가옥처럼 흉물이 됐다. 이렇게 노인정을 찾는 발길이 줄어든 것은 복지관이나 동사무소·구청 등의 노인 대상 프로그램이 늘어난 것이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노인들이 화투, 바둑, 장기,TV시청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노인정보다는 노래교실이나 컴퓨터 강습 등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부유층 노인들을 위한 골프 등 다양한 취미활동도 많이 생겼다. 또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이라는 단어 자체가 달갑잖은 60대들은 노인정에 거부감을 느낀다. 전명남(73·여)씨는 “평생 함께 지낸 동네 친구들이 모이는 시골 경로당과 달리 이사가 잦은 도시 노인정은 낯선 곳일 수밖에 없다.”면서 “차라리 취미나 종교활동으로 여가를 보내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통계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노인정을 찾는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회원 수는 1997년 12만여명에서 2004년 13만여명으로 큰 변화가 없지만 같은 기간 서울지역 노인정 수는 1820개에서 2702개로 50% 가까이 늘었다. 특히 노인정 증가율은 같은 기간 서울지역 노인인구(만 65세 이상) 증가율 33%(52만명→69만명)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노인정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법 규정의 영향이 크다.‘주택 건설기준 등에 관한 관리규정’에 따르면 100가구 이상 주택단지는 20㎡(6평) 이상의 노인정을 설치해야 한다. 신축아파트 단지는 대부분 100가구 이상이어서 노인정은 단지마다 생기고 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에이즈환자가 가정집서 ‘동성애 도박판’

    40대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가 도심 주택가에 아지트를 마련하고 인터넷 등에서 사람들을 끌어 모아 동성연애를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동성애 상대방들은 이 사람이 에이즈 환자인지 전혀 몰랐다. 특히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에이즈 감염 때문에 형 집행이 정지된 환자인데도 보건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밤마다 큰 도박판이 벌어진다는 시민의 제보를 받고 지난 7일 밤 11시30분 관내 2층 한옥집을 급습했다. 경찰은 2층에서 ‘고스톱’ 화투를 치고 있던 A씨(42·무직) 등 7명을 도박 및 도박개장 등 혐의로 입건했다. 하지만 판돈이 1000만원으로 비교적 적은 데다 검거 당시 정황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이들을 추궁, 밤마다 모인 이유가 도박보다는 동성애를 위한 것임을 밝혀냈다. 특히 한옥 주인 A씨는 에이즈 감염자로 면역기능이 떨어져 지금은 결핵까지 앓고 있는 중증 환자인 것으로 드러났다.1999년 절도 혐의로 구속돼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02년 에이즈 감염 때문에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던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올 초 친구 명의로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00만원에 한옥집을 빌린 뒤 인터넷 등을 통해 동성애자들을 모아 2층 도박장 옆 작은 방에서 애정행각을 벌여왔다. A씨와 성관계를 맺은 나머지 동성애자 6명 중에는 결혼을 한 사람도 있었다. 또 공기를 타고 전파되는 결핵균의 특성상 이들 중 일부는 A씨로부터 결핵이 전염됐을 가능성도 우려된다. 그러나 경찰은 6명에게 A씨가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특정인의 에이즈 감염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은 위법이어서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에이즈 감염자 관리소홀에 대한 지적과 관련, 질병관리본부측은 “에이즈 치료를 받을지 여부는 환자 개인이 결정하는 것으로 국가가 강제로 치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A씨처럼 자기가 환자임을 숨기고 동성애 등 감염위험이 높은 행위를 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는 셈이다. 대검 공판송무과 관계자는 “에이즈 등 수감생활을 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하면 형집행이 정지돼 석방되며 이 경우 한달에 한번씩 관리규정에 따라 경찰이나 검찰의 점검을 받는다.”면서 “하지만 개인이 에이즈 등을 퍼뜨리는 것을 막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문제점을 인정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화투에 왜색빼고 ‘독도사랑’ 입혔죠”

    화투가 변신을 했다. 도박과 일제 잔재의 상징물로 통하던 화투가 우리 민화가 그려진 작품으로 재탄생한 것. 화투의 그림이 독도에서 서식하는 동·식물들로 확 바뀌었다. 이같은 ‘독도사랑 화투’ 프로젝트의 주역은 송인상(46·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학예사)와 민화작가 윤귀희(41)씨. 남편 송씨가 아이디어를 내고 부인 윤씨가 민화를 그렸다. 기존의 화투장 1월 송학은 독도의 해송과 황로로,2월 매화와 꾀꼬리는 동백꽃과 되새로,3월 벚꽂은 산호로 ,4월 흑싸리와 비둘기는 왕호장근과 괭이갈매기로,5월 난은 참나리로 각각 바뀌었다. 아이디어가 참신하다는 탄성이 나올 만하다. 예를 들어 10월 단풍 대신 비슷한 모양의 독도 앞바다 불가사리와 영덕대게를 그려 넣었다. 일본문화의 상징인 국화가 그려진 9월 화투는 독도에서 번성하는 해국으로 살짝 바꿔치기했다. 특히 팔광으로 불리는 8월 패에는 독도가 그려져 ‘독도는 우리 땅’임을 천명하고 있다. 일본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 그림도 이번 기회에 없애 버렸다. 일본을 최초로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갓 쓰고 등장하는 기존의 12월 화투는 독도와 동해를 배경으로 하는 연오랑과 세오녀의 모습으로 형상화했다. 미술 부문에서 일제 청산을 연구하는 송씨는 화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일본의 역사와 풍속에 젖어드는 것을 우려, 지난해부터 화투 바꾸기 작업을 해왔다. 이번 작업에서 그는 경제학도 출신인 부인 윤씨에게 민화를 배우도록 한 ‘외조’ 덕을 톡톡히 봤다. 두 사람은 기존 화투에 익숙한 이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그림 구도 등 형식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용만 변화시켰다. 과거에도 몇차례 화투 바꾸기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한 것을 봐왔기 때문. 송씨는 “일제시대 민화가 일본풍으로 변색하면서 위축된 것을 되살리고, 독도는 우리 땅임을 알려 궁극적으로 일본을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한강시민공원 수영장

    한강시민공원 수영장

    어깨너머 시선을 돌리면 한강물이 넘실거린다. 한강 물줄기 따라 멀리 도심 빌딩숲과 차량 행렬이 아득히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구릿빛 피부를 꿈꾸는 젊은 남녀는 벤치에 누워 뜨거운 햇살에 어깨를 내맡긴다. 수영이 서툴러도 어린 아이들은 첨벙첨벙 물놀이만으로도 시간가는 줄 모른다. 한적한 외국의 유명휴양지 풍경이 아니다.21일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 수영장에는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몸짱’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여느 휴양지 못지않은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장마가 지나가고 한여름에 접어들자 많은 시민들이 ‘알뜰 물놀이’를 즐기러 한강시민공원 수영장으로 모여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강변 야외 수영장은 모두 6곳. 강북쪽 뚝섬·망원지구와 강남쪽 여의도·잠원·잠실·광나루지구에 만들어진 야외 수영장이 다음달 말까지 운영된다. 이중 뚝섬·망원지구 수영장은 서울시가 올해부터 시작한 ‘한강 야외수영장 업그레이드’작업에 따라 황토바닥·수세식화장실·간이 샤워시설 등으로 깔끔하게 새단장했다. 시는 앞으로 대형 물미끄럼틀 등 물놀이 시설도 주변 경관과 맞게 설치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한강 수영장에서 올여름 알뜰 피서를 즐겨보자. 집에서 가까운 수영장을 찾아 가는 것도 좋지만 여섯군데 한강변 수영장의 특징을 미리 알고 취향에 맞는 수영장을 골라 즐길 수도 있다. 여름방학이 시작된 첫번째 주, 여섯군데의 한강수영장을 직접 비교체험해 봤다. 서재희 고금석기자 s123@seoul.co.kr ■ 물놀이 명소 한강시민공원 수영장 한강시민공원에 수영장이 만들어진 것은 지난 1989년. 잠원·뚝섬지구에 먼저 들어섰고 잠실·망원지구(90년), 여의도·광나루지구(91년)가 뒤를 이었다. 큰 길과 산책로 등이 가까워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쳐다볼 것만 같고 물미끄럼틀 등 별다른 놀이시설이 없어 누가 찾을까 싶지만 지난해만 해도 4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입장료는 어린이 2000원, 청소년 3000원, 어른 4000원으로 저렴하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7시까지며 8월 말까지 휴일없이 운영된다. 주차장이 따로 없기 때문에 차를 가지고 가면 한강시민공원 주차장에 대고 주차요금을 내야 한다. 단 일요일에는 주차료를 받지 않는다. 한강 남단에 있는 여의도·잠원·잠실·광나루지구 수영장은 3년째 위탁운영 중이다. 강북쪽인 뚝섬·망원지구 수영장은 올해부터 서울시가 직접 운영을 맡았다. 올 여름 개장을 앞두고 서울시는 한강 수영장 업그레이드 작업을 실시했다. 망원·뚝섬지구 수영장을 중심으로 새로 갖춘 개방형 샤워장은 냄새나고 수증기로 꽉찬 실내 샤워장보다 훨씬 쾌적하게 샤워할 수 있다. 먹을거리가 마땅치 않다는 편견은 버려도 좋다. 수영장 분식코너에서는 1000∼4000원만 내면 자장면·우동·탕수육·와플·팥빙수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시멘트나 벽돌·점토 등으로 돼있는 바닥은 깔끔한 편이지만 표면이 거칠기 때문에 돗자리를 미리 준비해가면 좋다. 수영장 내 설치된 파라솔은 무료이므로 아무 곳이나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다. ●전경좋고 깔끔한 망원지구 수영장 한강에 가장 가까이 자리잡고 있어 한강변 수영장 중 전경이 제일 좋은 곳이다. 성산대교 아래로 흐르는 강물과 유유히 떠다니는 유람선이 수영장 안에서 한눈에 들어온다. 수영장 둘레는 황토 바닥이 깔려있고 미끄럼 방지용 매트도 설치돼 있다. 수영장과 수영장 사이 간격도 비교적 넓어 물이 튀기지 않는 곳에서 선탠을 즐길 수 있다. 선탠용 의자가 마련돼 있지만 많은 편은 아니므로 앉거나 누워서 쉬고 싶다면 돗자리를 미리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샤워도구는 최소한의 것만 가져가자. 수영복을 입은 채 씻는 야외 샤워장이기 때문에 때수건 등을 이용한 ‘목욕’을 하기에 적당하지 않다. 비누와 수건 정도를 준비해 간단하게 씻고 목욕은 집에 가서 하는 게 좋다. 남녀가 같은 공간에서 씻고 바로 옆에 자전거 길도 있어 처음에는 약간 민망할 수 있다.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1번 출구에서 9·16번 마을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가야 한다. 걸어갈 수도 있지만 어른 걸음으로 30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수영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칠 수 있다. ●가족단위 방문객에게 인기있는 뚝섬지구 수영장 망원지구와 같이 새단장한 뚝섬지구는 쾌적한 샤워시설과 깔끔한 바닥에 흙장난할 수 있는 모래사장까지 갖춰져 있어 최상급 시설을 자랑한다. 다른 곳과 달리 구명조끼를 대여할 수 있다. 가격은 5000원. 수영복도 4000∼5000원이면 대여할 수 있지만 50벌 정도만 내놓기 때문에 사람이 많을 경우 물량이 부족할 수 있으므로 미리 준비해 가는 게 안전하다. 인근에 어린이용 놀이터, 농구대, 축구장, 자전거·인라인 전용 공간도 있어 수영을 마치고 놀 수 있다. 교통도 편리한 편이다.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2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여러 가지 환경이 잘 되어 있는 곳인 만큼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이 몰린다. 한적한 수영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주말을 피하는 것이 좋다. ●교통편리하고 넉넉한 잠실지구 수영장 잠실 수영장은 한강변 수영장 중 찾아가기 가장 쉽고 편한 곳 중 하나다. 잠실역(2·8호선)이나 신천역(2호선)에서 내려 15∼20분 정도만 걸으면 된다. 잠실역보다는 신천역이 가깝다. 전체적으로 공간이 넓어 여유롭고, 모래사장과도 연결되어 있다. 모래사장에서 일광욕을 할 수 있지만 바로 옆에 운동하는 트랙이 있어 누워 있으려면 약간의 강심장이 필요하다. 탈의실과 샤워실은 트레일러 같은 실내 공간에 있는데 컴컴하고 낙후돼 있다는 점이 단점이다. ●넓고 교통 편리한 여의도지구 수영장 여의도지구 수영장은 한강 수영장 가운데 유일하게 물미끄럼틀이 있는 곳이다. 튜브로 만들어진 임시시설이지만 어린이들에게는 인기 만점이다. 이용객 수는 많지만 망원지구 다음으로 수영장 규모가 넓어 크게 붐빈다는 느낌은 적은 편. 여의도 순복음교회 버스정류장과 가깝고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과도 인접해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가족단위 이용객들도 좋아하지만 선탠을 즐기는 젊은 남녀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수영장 옆에 만들어진 모래사장에서 모래찜질이나 모래성 쌓기 등도 할 수 있다. 수영을 마친 뒤 근처 자연학습장이나 여의도공원을 둘러보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이다. 수영을 마친 뒤 여의도 중심부로 이동해 맛집이나 카페 등을 둘러보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몸짱’의 천국 잠원지구 수영장 신반포 18단지 아파트 주변에 있는 잠원지구 수영장은 지하철보다는 버스로 접근하는 것이 낫다. 한강시민공원 사업소 홈페이지에 있는 대로 3호선 압구정역에서 내려 걸어가면 길을 찾기 어려워 헤매기 쉬우니 조심할 것. 차라리 3호선 신사역이나 잠원역에서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강남지역 아파트 한가운데 있어 그런지 가족단위 이용객보다는 젊은 남녀들이 더 많이 찾는다.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햇빛을 쬐며 한가로이 소설책을 읽는 늘씬한 미녀들을 넋놓고 계속 쳐다보다가는 치한으로 오해받기 쉬운 만큼 곁눈질도 눈치껏 해야 한다. 이용자 수가 적은 편이니 오히려 붐비는 것을 싫어하는 가족들이 역으로 이용하면 좋을 듯하다. 이용객이 적어 올해까지만 운영되고 내년에 폐쇄될 예정이다. ●자연습지와 인접한 광나루지구 수영장 광나루지구는 풀장도 2군데밖에 없고 공간도 좁은 편. 수영복을 빌려 입을 수 없고 시설도 낡아 내년엔 문을 닫을 예정이다. 그러나 주변이 생태보호 지역이라 한강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만끽할 수 있다. 맞은편으로 쉐라톤 워커힐호텔이 보이는 탁 트인 전망도 볼 만하다. 지하철 5호선 천호역에서 내려 강변 방향으로 20분정도 걷다가 천호대교 옆 계단으로 들어올 수 있다. 서재희 고금석기자 s123@seoul.co.kr ■ 수영장 꼴불견 ‘워스트5’ ‘이러시면 정말 곤란합니다.’ 서울시 한강시민공원사업소 권종수 소장의 도움말로 다섯 유형의 ‘수영장 꼴불견’을 소개한다. ●몸에 오일 잔뜩 바르고 물에 첨벙 뛰어드는 사람 이런 시민들이 가장 문제가 된다. 몸에 오일을 바른 채로 수영장으로 들어가면 물에 기름이 떠 수질을 나쁘게 한다. 사용한 물을 정화시켜 버릴 때도 기름 성분이 필터를 막아버려 정화작업을 어렵게 만든다. ●안전요원 지시에 따르지 않는 독불장군 수영장은 언제라도 사고가 일어나기 쉬운 곳이므로 안전요원의 지시나 안내문을 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따르지 않고 모른 척하는 시민들도 많다. 특히 수영장에서는 유아풀을 제외하고는 튜브·오리발 등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튜브 등에 가려 사고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못 보고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영모를 챙겨 쓰는 것은 기본이다. ●샤워할 때 때밀고 빨래까지 하는 과다 깔끔족 수영을 마치고 샤워를 할 때 거의 목욕하듯 하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수영복이나 수건까지 빨래하는 사람들도 왕왕 있다. 하지만 수영장 샤워장에서는 간단히 몸만 씻고 나머지는 집으로 돌아가서 해야 한다. 올해 야외 샤워장을 만든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사람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카드놀이·도박판을 벌이는 사람들 많지는 않지만 젊은 사람들끼리 오면 카드나 화투 등을 하는 경우가 있다. 수영장 특성상 어린이나 청소년, 가족단위 이용객들이 많으므로 이런 행동은 삼가야 한다. ●낯뜨거운 애정행각을 보이는 연인 역시 젊은 남녀들끼리 오는 경우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 다중이용시설에서 과도한 애정표현은 주위사람들에게 오히려 짜증과 불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 선탠을 할 때 민망할 정도로 과한 노출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 역시 자제해야겠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문학! 아시아를 말하다] (중)베트남

    [문학! 아시아를 말하다] (중)베트남

    ■ 호프엉 베트남작가協 부주석 |하노이(베트남) 조태성특파원|“과거를 닫고 미래로 가자.” 베트남의 개방개혁정책, 즉 도이머이를 말할 때면 항상 불거지는 말이다. 베트남은 정말 과거를 모두 닫아버린 걸까. 그 과거가 닫는다고 다 닫혀질 수 있을까. 수도 하노이에서 만난 베트남작가협회 부주석 호프엉에게 물었다. 호프엉 부주석은 베트남 전쟁문학 분야의 1인자로 통한다. 대표작 ‘고귀한 마음’‘새싹’‘고난’을 비롯해 40여권의 책을 냈고 각종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작가 이전에 혁명전사이기도 했다. 대불·대미항쟁 당시 온갖 전장을 다 누비고 다녔다. 작가협회의 다른 간부들 모두 그를 ‘스승’이라 부르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11월 한국 작가들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이 어땠나. -특별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 준다. 그러나 대개 정치적이거나 외교적인 태도에 그친다. 그러나 한국 작가들이 내게 보여준 태도는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었다. 베트남에 과거 전쟁의 기억은 어떤 의미인가. -베트남 말 중에 ‘캡라이’라는 단어가 있다.‘닫는다.’라는 표현인데, 이 말 뜻을 잘 새겨들어야 한다.‘닫다.’라고 할 때 ‘캡라이’ 말고 다른 표현이 하나 더 있다. 그 표현은 다시는 열지 못하게 닫아둔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캡라이’는 지금은 문을 닫아두지만 언제든 다시 들고 날 수 있도록 해둔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과거를 닫는다.’라고 말하는 것은 과거에 대해 두번 다시 말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럼 과거사는 어떻게 다뤄지고 있나. -지난 4월30일이 종전 30주년이었다. 이 때 방송을 통해 전쟁 관련 프로그램들이 대거 방영됐다. 그러나 초점은 적개심을 키우자, 복수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의 뿌리를, 우리의 출발을 절대 잊지 말자는 것이다. 그 때문에 전쟁 당시 적으로 싸웠던 외국인뿐 아니라, 조국에 등을 돌렸던 베트남인들까지 30주년 때 모두 불렀다. 우리는 전쟁의 참혹한 실상을 보여줬고 그들은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과거를 뉘우치고 반성하는 사람들에게 문은 언제든 다시 열린다. 전쟁문학도 그런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그렇다. 전쟁을 통해 젊은 세대들에게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통찰력을 줄 수 있고, 나이 든 세대에게는 사회의 의미와 책임감을 줄 수 있다. 한국의 많은 젊은 세대들은 이미 민주화투쟁을 잊고 있다. 베트남 젊은이들은 어떤가. -물론 베트남 젊은이들도 과거에 대해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한다. 아무래도 책이나 영화로 경험한 것은 희미할 수밖에 없다. 또 삶의 조건이 바뀌었다. 세계는 이미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혼자 살 수는 없다. 주변국과 협력해야 한다. 다만 민족의 자존만은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역사적 조건 속에서 어떻게 미래의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 묻는 게 우리의 관심사이자 초점이다. 젊은이들도 이 점만은 명확히 알고 있다. 호프엉은 마지막으로 지금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였다.“베트남은 통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총을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한국의 평화만큼은 절대적으로 지지합니다.” cho1904@seoul.co.kr ■ 호찌민대 하재홍씨의 경험담|호찌민(베트남) 조태성특파원|2000년, 주간지 한겨레21은 베트남전 참전군인의 양민학살 문제를 보도했다 홍역을 치렀다. 참전군인들이 한겨레신문사 앞에서 위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당시 사회부 초년병이었던 기자 역시 현장에 있었다. 방패와 철제 헬멧으로 무장한 젊은 전경들도 분노한 참전군인들에게 맞아 퍽퍽 쓰러졌다. 그렇다면 참전군인들은 괴물일까. 아니다. 몇년 고생하면 집 한 채, 가게 하나 장만할 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에 자원했을 뿐이다. 정부와 언론 모두 ‘자유세계수호’라는 나팔까지 불어줬으니 금상첨화다. 그러나 그 ‘자유세계수호´를 위해 목숨걸고 베트남 밀림에 뛰어든 사람 가운데 돈이나 권세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이제 와서 그들을 가해자라 비난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 아닐까. 그렇지만 베트남의 원혼들이 아직 잠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베트남전은 한국인과 베트남인 모두에게 상처를 남긴 것이다. 호찌민대에서 공부하는 하재홍씨가 들려준 경험담은 이런 상처를 더해 준다. 그가 한겨레21 취재를 위해 한국군 주둔지인 베트남 중부지역을 돌 때였다. 가진 것이라고는 75년 종전 즈음 베트남 당국이 남긴 자료 하나. 수십년의 세월은 기록 당시의 흔적을 이미 지웠다. 남은 방법은 하나. 차타고 다니다 아무 집이나 한번 들어가보는 ‘찍기’였다. 그런데 그 많은 집들 가운데 들어간 집마다 희한하게도 전쟁 당시 간부급 인물의 집이었다. 이런 기적은 한달이나 이어졌다. 베트남 원혼들이 그들을 이끌었을까. 오싹한 경험도 있었다. 한국에 ‘그대 아직 살아있다면’이라는 소설이 소개된 적 있는 베트남 시인 반레와 함께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였다. 양민학살지역의 무덤가에 들렀을 때 동행했던 한 여류 작가가 갑자기 “내가 안 그랬어요. 잘못했어요.”라고 소리지르다 기절해버린 것이다. 촬영을 중단하고 급히 병원으로 옮겼다. 그 여류 작가가 본 것은 억울하게 죽은 베트남 양민의 원혼이었다. 물론 나중에 깬 작가는 원혼의 모습만 기억할 뿐 자신이 뭐라 소리지르며 기절했는지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cho1904@seoul.co.kr ■ 방현석교수 호찌민대 특강 |호찌민(베트남) 조태성특파원|호찌민대에서는 방현석 중앙대 교수가 학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했다. 주제는 ‘전쟁과 기억, 그리고 문학’이었다. 방 교수는 베트남에 대해 “가난하지만 자부심이 있는 나라”라고 평가했다.‘힘만 있으면 다 된다.’는 20세기의 야만을 겪었던 나라이자 동시에 이를 이겨냄으로써 21세기의 희망을 제시한 나라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20세기를 정리하고 21세기의 출발을 거론할 때 반드시 베트남을 통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한류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 등에 대한 관심은 “매우 고맙지만 바람직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미국은 베트남전을 다룬 영화를 팔아 베트남전 때 쏟아부었던 돈의 2배를 벌어갔다.”는 베트남 해방영화사 사장의 말을 전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기억들을 팔아서 얼마만큼의 돈을 벌어갔느냐가 아니다. 방 교수는 “더 중요한 문제는 이들 영화가 진실을 담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미국의 베트남전 영화에서 아름답고 고귀하고 용기있는 이들은 모두 미국인이고, 야비하고 비열하고 무능력한 사람은 모두 베트남사람들로 그리고 있다. 방 교수는 여기서 “그러면 그렇게 고귀하고 용감한 미국인데 왜 야비하고 비열한 베트남에 졌는가.”라고 반문했다. 대답은 미국보다 베트남이 더 아름답고 정당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방 교수는 “이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지만 한류열풍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한국과 베트남간 문학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 교수는 “베트남전을 다룬 미국영화를 본 사람에 비해 베트남전의 진실을 다룬 글을 읽은 사람은 매우 적지만, 점차 베트남전을 다룬 미국영화를 보고 박수치는 한국사람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여기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문학의 위기를 거론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영화보듯 문학을 보게 하려고 고민하지만 반대로 가야 한다.”면서 “관심은 못 받더라도 누군가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말하는 것, 그게 바로 문학”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베트남 관계 정상화를 위해 방 교수는 한국의 사과와 배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것은 한국 베트남간의 문제라기보다 한국이 결단해야 할 한국의 문제라는 게 방 교수의 결론이었다. cho1904@seoul.co.kr ■ 베트남학생들 한국배우기 ‘열풍’ |하노이·호찌민(베트남) 조태성특파원|한국에 대한 베트남의 관심은 상상 이상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어 구사능력은 물론,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도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학생들보다 높았다. 하노이대에서 만난 한 여학생은 자신을 김기덕 감독의 열렬한 팬이라 소개했다. 다른 여학생은 아직은 목록 밖에 못봤지만 언젠가는 다 읽을 거라며 수십편의 한국 소설 제목을 줄줄 왼다. 호찌민대학에서 만난 한 한국어 전임강사는 단순히 한국어를 배우고 가르치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손으로 베트남사람에게 맞는 한국어 문법책을 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사회주의 국가다 보니 성적에 따른 서열이 명확한 데다, 하노이·호찌민대가 베트남 북·남부 최고의 대학이란 점에서 당연하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귀띔이다. 이런 붐에는 역시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한국기업의 영향이 컸다. 한국기업에 취직하면 훨씬 많은 임금을 받는 데다, 양국 교류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경우 ‘한국어를 할 줄 아는’‘고급인력’이 중요해질 가능성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청년실업이 있는 베트남이지만 한국학과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한국학과 고학년 학생들 중에는 중국·일본학과를 선택했다 뒤늦게 한국학과로 바꾼 학생들도 많았다. cho1904@seoul.co.kr
  • [문학! 아시아를 말하다] (상) 태국

    [문학! 아시아를 말하다] (상) 태국

    “당신은 아시아주의에 관심이 없어도 아시아주의는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 트로츠키의 경구를 살짝 빌린 것이다. 중국과 일본의 아시아주의라면, 우리는 곧 중화주의와 대동아공영권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한국을 연이어 흔들어온 동북공정과 역사교과서 왜곡이 그 가운데 있다. 따라서 마냥 친하게 지내자고 하기엔 찜찜하고, 그렇다고 허구한 날 싸우고만 있을 수도 없다. 이같은 고민과 답답함을 문화적 코드로 풀어보자는 단체가 있다. 바로 아시아문화네트워크(ACN)다. 문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계 종사자들의 모임인 ACN은 중국과 일본의 국가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식민지배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아시아국가들간 평등한 연대를 꿈꾼다. 궁극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는 ‘아시아작가회의’의 결성이다.ACN은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지난 14일부터 25일까지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동남아 4개국을 돌며 현지 문화계 인사들과 세미나,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소설가 방현석·김남일·이명랑씨, 영화제작자 차승재·김선아씨, 평론가 김재용·박수연씨, 연극인 김지숙씨 등이 참가했다.11일간 다루어진 주요 내용을 ‘문학, 아시아를 말하다’란 제목으로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촌부리(태국) 조태성특파원|태국에서 고속도로로 이동하다 보면 대형 외제차의 물결과 다국적기업들의 화려하고 거대한 광고간판이 시선을 끈다. 하지만 이같은 화려함의 이면에는 다른 모습이 숨겨져 있다. 태국인들은 외제차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저임금을 강요받고, 저임금으로 그 외제차를 사려니 은행에 장기대출로 빚을 낸다. 허름한 주택과 상가건물이 화려한 광고간판을 떠받치고 있는 풍경, 이게 바로 태국의 상징이다. ●‘저항의 역사´ 없는 태국문학 문제의식 없어 태국 부라파대학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한 태국 학자·문인들에게서 이런 분위기는 그대로 묻어났다. 태국 문학을 설명한 평론가 차마이폰 샹끄라장이 가장 직설적이었다.“태국도 차라리 식민지가 된 뒤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친 경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 실제는 식민지인데 형식만 독립국이다 보니 드러내놓고 저항해본 역사가 없다는 것이다. 태국 문학에서 강렬한 문제의식과 주제의식이 있는 작품을 찾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게 차마이폰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문제를 ‘까발려 놓고’ 고민하는 한국문학이 부럽다고까지 했다. 평론가이자 실파콘대 교수인 나르밋 썩쑥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태국의 군부독재를 “오직 경제발전만 내세우고 ‘독재 없이는 성장도 없다.’는 이데올로기를 끊임없이 유포하는 것”이라 정의했다. 태국의 경제도 비판했다.“외국기업을 들이기 위해 우리 노동자의 임금은 형편없이 깎았습니다. 회사는 탄탄할지 몰라도 민주주의는 없습니다.” 그는 서구의 강대한 영향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애국주의를 넘어선 아시아주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나르밋은 ‘관이 안 보이면 눈물도 안 난다.’는 태국 속담을 들어 이제는 아시아주의를 외치기만 할게 아니라 구체적인 연대를 계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낙관적이었다.“미주와 유럽은 이미 나프타와 EU로 통합하고 있어요. 아시아도 뭉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지역 내 패권주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싸워봤자 공존의 이익만은 못하다는 깨달음을 언젠가는 얻을 때가 있을 겁니다.” 나르밋은 그 뿌리로 동남아 국가들간 협력체인 아세안, 아세안과 동북아국가들을 묶는 아세안+3를 언급했다. ●아시아작가 연대해 패권주의와 맞서야 아시아주의에 대해 동남아와 동북아간에 생각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질문해봤다.97년 IMF위기 뒤 일본이 AMF를 구상했지만 일본의 패권주의를 우려한 주변국들의 미지근한 반응과 아시아에서의 영향력 상실을 걱정한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예를 들었다. 이에 대해 나르밋은 “장기적으로는 아시아가 결국 뭉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대답을 다시 내놨다. 그는 “내가 너무 낙관적인가요?”라며 빙긋이 웃고 나서 “질문의 의미와 무게는 알겠지만 나는 느긋하고 낙천적인 태국인의 감각으로 얘기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세요.”라고 말했다. 대신 나르밋은 올바른 아시아주의를 위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열강에는 3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군사력, 경제력, 유엔에서의 역할입니다. 중국은 이미 하고 있고 일본은 유엔만 남겨둔 상황입니다. 한국이 이들 국가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민주화투쟁과 경제성장의 역사를 볼 때 유일하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국가는 한국뿐입니다.” cho1904@seoul.co.kr ■ “10년전 한국학 도입… 드라마·영화 큰 인기” |촌부리(태국) 조태성특파원|부라파대학은 10여년째 한국학을 특화한 대학이다. 한국어과가 있는 태국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학센터(Korean Studies Center·KSC)가 있는 이유다. 그러나 2003년 출발한 KSC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문학·역사로 넓히지 못하고 아직 어학에 치중하고 있다.KSC를 이끌고 있는 타샤니 탄 타와닛 교수를 만났다. 그녀는 교환교수로 한국에서 2년간 일한 경험이 있다. ▶태국에서 한국학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달라. -10여년 전부터 한국학이 도입됐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교수중심, 언어중심이었다. 그러다 1995년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코리아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한국어센터가 2000년 설치됐고, 2003년 한국어 국제학술대회를 계기로 KSC로 바뀌었다. ▶왜 한국인가? -원래 한국과 태국은 좋은 관계였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한 뒤 많은 한국 회사들이 태국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니 자연스레 한국에 대한 태국인들의 관심이 늘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소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을 이해할 수 있는 태국의 문화 토양은 무엇인가? -한국과 태국은 물론 다르다. 무엇보다 태국은 200여년간 전쟁이 없었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과 일본, 중국의 간섭을 오랫동안 받았다. 이 때문에 태국인이 좀 더 자유롭고 개방적이고 느긋한데 한국인들은 인내심은 있지만 성급하면서 동시에 정확하다. 이런 성향 차이 때문에 태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서 마찰이 종종 일어난다. 그러나 아시아인으로서의 공통점은 있다고 본다. 중국에서 영향을 받고 윗사람에 대한 존경과 예의를 갖췄다는 것, 그리고 불교문화 등은 비슷하다. ▶드라마나 영화로만 한국을 이해하는 것은 일종의 편식 아닌가. -물론이다. 지금 인기 있는게 일종의 로맨스물인데 이것으로는 한국을 잘 이해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너무 조급할 필요는 없다. 깊은 이해를 위한 첫걸음이라 봐야 한다. 로맨스물만 범람하는게 좋지는 않지만 그로 인해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면 일단 성공이라 봐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한국학 석사과정을 만들 생각이다. 한국학에 대한 연구·개발·관찰이 더 필요하고, 연구가 쌓이면 국제학술회의 등을 통해 교류하고자 한다. 교환학생, 교환교수도 더 늘리겠다. 문학과 역사뿐 아니라 전통음악, 미술 등 한국문화를 전반적으로 다루고 싶다. cho1904@seoul.co.kr ■ “한국소설 번역가가 꿈… 송승헌 열성팬” |촌부리(태국) 조태성특파원|태국 대학생들은 교복을 입는다. 부라파대 학생들 모두 하얀 와이셔츠에 남색 바지와 치마를 입었다. 교복이야 그렇다 쳐도 여학생들은 왜 치마만 입느냐고 물었다. 성차별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한국에는 바지와 치마를 같이 입는 여학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랬더니 태국인들이 순응적이어서 그렇다고 했다. 학생뿐 아니라 교직원들도 여자는 치마만 입는다고 했다. 그제야 둘러보니 과연 그랬다. 그래도 유심히 뜯어보니 멋은 포기하지 않았다. 남학생들은 바지통에서 약간씩 차이가 났고 웃옷 디자인도 조금씩 다르다. 여학생들은 치마 길이나 타이트한 정도, 트임 부위가 제각각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멋내는 건 젊은이들의 공통점이구나 싶어 피식 웃음이 났다. 그 무렵, 옆자리에 있던 앳된 여학생이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또렷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이름은 핌파카 께쎈, 한국명은 ‘소은’이라 했다. 나이는 18살, 부라파대 한국학과 2학년이다. 한국어를 배운지 1년도 안 됐다는데 제 할 말은 꽤 한다. 다만 경상도 억양에다 다소 빠른 기자의 말투는 힘겨워했다. 그래서 꺼내든 게 한국어 사전. 서로 말하고 싶은 단어를 짚어가며 잠깐 대화를 나눴다. 한국학을 선택한 이유는 장래희망이 ‘한국소설 번역가’이기 때문이다.‘가시고기’,‘가을동화’를 너무 감명깊게 봤고, 좋아하는 배우로는 단연 송승헌을 꼽았다. 한국의 대학은 어떤지, 번역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더니 이메일까지 먼저 적어줄 정도로 적극적이다. 그런데 사진 찍자고 하니 부끄러운 듯 꺄르르 웃으며 친구 옆에 숨는다. 꼭 18살이다. 나중에 교직원 설명을 들으니 한국학 역사가 오래된 데다 가까이에 관광지인 파타야가 있어 한국인들에게 유독 적극적인 게 부라파대 학생들만의 특징이라 한다. 은근히 뿌듯했던 총각 기자, 그만 김샜다. cho1904@seoul.co.kr
  • 염창동 주민자치센터

    염창동 주민자치센터

    ‘주민자치센터는 주민들을 공동체로 묶는 끈.’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주민자치센터는 ‘작지만 넓은’ 곳이다. 건평 59평, 지하 1층 지상 3층의 자그마한 건물이지만, 많은 주민들이 이 곳을 ‘센터’ 삼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취미 생활을 즐기고 이웃을 사귀는 목적을 넘어 소외된 이웃을 돕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개최해 마을을 공동체로 만드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노인들에 식사 봉사·요양원 自費 후원 지난 16일 정오, 강서구의 염창감리교회에서는 밥냄새와 함께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었다. 염창동 주민자치센터에서 나온 자원봉사자 20명이 직접 장을 봐 ‘염창노인교실’ 노인 100명에게 점심을 대접하고 있었다. 지난해 2월부터 주민자치센터가 교회와 협약을 맺고 노인센터를 열자 주민들이 자진해서 중식 봉사를 하겠다고 나선 것. 덕분에 염창동의 60세 이상 어르신들은 이곳에서 매주 목요일 스포츠댄스, 노래교실, 발 관리 수업을 받으며 ‘공짜 점심’까지 먹을 수 있다. 더욱 적극적인 주민들은 아예 ‘염창미지회’라는 이름의 봉사단을 꾸렸다.15명이 매달 일정 금액을 모아 노인 요양원을 후원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나들이와 목욕을 시켜드린다. ●방치된 야산 체육공원으로 가꿔 염창동 주민자치센터 김영주씨는 “2003년 6∼7명의 주민들이 자치센터에서 뜻을 모아 봉사를 시작했는데 그 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면서 “봉사에서 동네에 나무심기까지 활동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설명처럼 자치센터 주민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활동을 펼쳐 놀랄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쓸모없던 야산을 체육공원으로 가꾼 일이 가장 큰 예다. 강서구 염창동 현대1차 아파트단지 뒤 올림픽대로변 300평의 야산은 불과 2년 전만해도 쓸모없고 지저분한 야산이었다. 주민들은 이 땅을 알차게 꾸미자는데 뜻을 모았고, 자치센터에 봉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주민들은 손수 쓰레기를 치우고 나무와 꽃을 심었다. 자치센터가 예산을 확보해 마련한 체육시설도 봉사단이 직접 설치했다. 더 많은 주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지난해 11월에는 공원 안 문화재에서 제례를 지내고 문화행사도 갖고 있다. ●남녀노소 대상 교육 프로 다양 자치센터는 어린이들에게 동네의 역사를 설명해 주고, 소질을 키워 주는 선생님 역할도 하고 있다. 매년 어린이문화투어, 성교육, 파브르교실 등의 체험교실을 열고 어린이 과학탐구교실, 동화구연, 어린이미술, 아나운서육성반, 한문교실 등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하고 있다.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어 프로그램은 전문 학원 못지않다. 중국어, 일본어 프로그램을 초급·중급·일반회화·고급회화 등 4단계로 나누어 특화했다. 일본어·중국어 수업은 원어민들이 수업을 진행한다. 이종석 염창동장은 “정기적으로 주민자치위원회 월례회의와 자원봉사자 간담회를 개최해 의견을 듣고 활동 의욕을 고취시키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주민자치센터가 주민화합을 위한 사랑방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의지를 밝혔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영화투자 대성 ‘웃고’ CJ ‘울고’

    대성 ‘룰루랄라∼’, CJ ‘아뿔싸!’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영화계의 ‘큰손’인 CJ엔터테인먼트가 지난 1·4분기 실적 악화로 고전한 반면 영화 투자펀드를 앞세운 대성그룹은 승승장구하고 있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일각에서는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성글로벌 수익률 30% 승승장구 대성그룹글로벌에너지네트웍은 영화 투자부문에서 ‘소리없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너지사업이 주력이지만 2003년부터 바이넥스트창업투자를 통해 20여편의 영화와 공연에 투자,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다. 대성이 투자해 성공한 영화는 ‘올드보이’를 필두로 ‘범죄의 재구성’,‘말아톤’,‘댄서의 순정’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작품들이다. 특히 손해를 봤던 영화는 2∼3편에 불과할 정도로 수익률도 평균 30%에 이른다.2003년 ‘올드보이’는 100%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지난해 ‘범죄의 재구성’은 20%,‘늑대의 유혹’ 30%,‘주홍글씨’ 15%,‘말아톤’은 13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올해 화제작으로 꼽히는 송강호 주연의 ‘남극일기’와 배용준 주연의 ‘외출’에도 투자, 흥행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 대성 관계자는 “영화투자에서 좋은 성적의 비결은 사내의 젊은 직원 20여명으로 구성된 시나리오 모니터링팀과 엔터테인먼트 전문 펀드매니저가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성은 이를 바탕으로 더욱 적극적인 ‘베팅’을 준비하고 있다.100억원 규모의 엔터테인먼트펀드를 운영 중인 바이넥스트는 올해 100억원의 2호 펀드를 결성할 예정이다. ●CJ 1분기 영업적자로 주가 내리막 반면 국내 영화시장의 ‘절대 강자’인 CJ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말 이후 고전의 연속이다. 영화 ‘마파도’를 제외하고 지난해 12월 개봉했던 영화 ‘역도산’과 올해 개봉한 영화 ‘키다리 아저씨’,‘파송송 계란탁’ 등이 흥행에 부진했다. 그 결과 CJ엔터테인먼트의 지난 1·4분기 경영 실적은 바닥을 맴돌았다.5억 2900만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한 것은 물론 순이익은 25억 8800만원으로 전분기 대비 74.3% 줄었으며, 매출은 263억 1000만원으로 33.2% 감소했다. 주가도 시원찮다. 올해 1만 7050원(1월3일 종가)으로 출발한 CJ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지난 1월18일 1만 7700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향세다.24일 종가는 1만 2750원으로 연초에 견줘 무려 26%나 떨어졌다. 증시 관계자는 “CJ엔터테인먼트의 2·4분기 경영 실적은 전분기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폭적인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중앙PSAT연구소 실전풀이] 상황판단영역

    ●문제 : 다음 지문에서 고딕처리된 부분에 나타난 상황은 보기의 게임들 중 어느 것에 속하는가? 게임(game)은 우리말로 ‘놀이, 오락, 경기’ 등의 의미를 갖는다. 흔히 게임에는 놀이판 위에서 하는 바둑이나 장기, 카드를 갖고 하는 포커(poker)나 화투, 컴퓨터를 상대로 하는 각종 전자오락, 그리고 경기장에서 하는 야구, 축구, 테니스, 수영 등이 있다. 이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서로 상관이 없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이라는 동일 범주 안에 분류되는데, 그것은 상호간에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공통점으로는 첫째, 모든 게임은 나름대로의 규칙(rule) 아래에서 진행된다는 것이다. 우선 규칙은 게임의 주체가 되는 경기자(player) 혹은 팀의 구성을 규정하며, 선수들이 어떠한 순서(order)로 게임을 할 것인가도 규정한다. 규칙에 따라 선수들이 택해도 좋은 행동과 택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 정해져 있다. 이에 따라 반칙을 범했을 경우(즉,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때)에는 벌점을 받거나 그 정도가 심하면 경기를 계속할 수 없도록 퇴장당하기도 한다. 두 번째 공통점은 전략(strategy)의 중요성이다. 전략에는 좋은 전략이 있는 반면 잘못된 전략이 있다. 어떤 선수나 팀이 잘못된 전략을 계속해서 사용할 경우에는 게임에 지게 된다. 게임이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어떤 전략이 좋은 것이고 어떤 전략이 잘못된 전략인지를 가려내는 데 있다. 셋째, 모든 게임에는 최종적인 결과(outcome)가 있다. 운동경기의 경우에는 우리편이 이기든가 상대편이 이기든가 혹은 비기든가 셋 중 하나의 결과가 최종적으로 실현된다. 넷째, 게임의 결과는 전략적 상호작용(strategic interaction)에 의하여 결정된다. 바둑에서 내가 아무리 악수(惡手)를 많이 둔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악수를 더 많이 두면 승리는 내 것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내가 아무리 훌륭한 전략을 쓴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나를 능가하는 전략을 쓴다면 나는 게임에서 지게 되는 것이다. 게임을 이해하기 위해서 게임의 특징을 체계화시킨 것이 게임이론(game theory)이다. 구체적으로 게임이론은 전략적 상호작용이 존재하는 게임의 상황에서 개인의 전략 또는 행동이 초래하게 될 결과 중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어떠한 전략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를 제시하는 실용적인 기여도 할 수 있다.단순한 예로 서울시내 어느 주차장의 지배인이 총수입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주차료를 두 배로 올리는 것은 매우 잘못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주위의 다른 대형 주차장들이 덩달아 주차료를 두 배로 올리지 않거나 혹은 기존의 고객 중 일부가 주차료를 두 배로 내는 대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다면 이 주차장 지배인의 전략으로는 기대했던 목표를 결코 달성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기) *제로섬 게임(zero-sum game):각 선수가 어떤 전략을 택하든지 그 결과로서 나타나는 보상의 합이 영이 되는 경우의 게임 *비제로섬 게임(non-zero game):제로섬 게임이 아닌 모든 경우 *협조적 게임(cooperative game):게임을 하기 이전의 게임에 참여하는 선수들이 완전히 구속력 있는 협약(full and binding agreement)을 맺고 하는 게임 *비협조적 게임(noncooperative game):서로가 사전에 어떤 구속력 있는 협약이 없이 선수들이 주어진 전략집합하에서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자신의 최선의 전략을 찾으려는 형태의 게임 *정적 게임(one stage game):각 선수들이 한 번에 전략을 선택한 후 게임이 끝나는 경우 *동적 게임(multi-stage game):각 선수가 전략을 선택한 후(일부 선수만 전략을 선택하는 경우도 포함) 그 결과를 본 후 다시 전략을 선택하는 과정을 수회에 걸쳐 행한 후에 나타난 결과에 따라 보상을 받는 경우 (1)제로섬 게임, 협조적 게임, 정적 게임 (2)제로섬 게임, 비협조적 게임, 정적 게임 (3)비제로섬 게임, 협조적 게임, 동적 게임 (4)비제로섬 게임, 비협조적 게임, 동적 게임 (5)비제로섬 게임, 협조적 게임, 정적 게임 ●풀이 및 정답 우선 고딕처리된 부분의 상황은 어떤 경우를 택하더라도 그 결과로 나타나는 보상의 합이 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이므로 ‘비제로섬 게임’이다. 그리고 주차장 지배인들 사이에 어떠한 구속력 있는 협약도 있지 않으므로, 위의 주차장 지배인은 스스로 최선의 전략을 찾아야 한다. 이는 위의 상황이 비협조적 게임임을 말해준다. 끝으로, 한번 주차요금을 올렸다가 반응이 좋지 않거나 기대했던 반응을 얻지 못할 경우 다시 주차요금을 내리는 등 다른 방안을 찾을 수 있으므로 동적게임(또는 반복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정답은 (4)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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